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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마음수선(최은영 지음, 모예진 그림, 창비) “잊고 있었어.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또 다른 세상이 있다는 것을. (중략) 때가 되면 흩어진 별들이 반짝이고 우리는 망가진 마음을 수선해.” 고장 난 시계, 삐걱대는 침대, 망가진 손잡이…. 어딘가 어긋난 사물들은 우울한 마음, 트라우마에 잠긴 이들의 무표정과 무기력을 닮았다. 볼로냐 국제 아동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두 차례 선정된 모예진 작가가 암울한 한구석에서 환한 자리로 나아가는 감정의 변화를 섬세한 파스텔화로 그려 냈다. 48쪽. 1만 5000원.음악집(이장욱 지음, 문학과지성사) “아마도 나는 당신의 미래의 오후의 꿈속의/조용한 기억에 담긴/잼 같은 것인가 봐요./끈적끈적 흘러내리나요./달콤한가요.//(중략) 우리는 편백나무들 사이에서 식사를 마치고/다 녹아 버린 팔을 흔들며 안녕,/하고 인사를”(개 이전에 짖음) 이장욱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 시편마다 시인이 직접 후기를 달아 시 읽는 길에 디딤돌을 내고, 상상의 영역을 넓혀 준다. 문지 시인선 표지의 트레이드마크인 이제하 작가의 캐리커처 대신 들어간 시인의 자화상이 눈길을 끈다. 180쪽. 1만 2000원.하나의 거대한 서점, 진보초(박순주 지음, 정은문고) “진보초의 역사와 매력을 연구하는 미국인 지인은 처음 진보초에 갔을 때 동네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서점 같다고 생각했단다. ‘서점 한 곳 한 곳은 거대한 서가, 골목길은 서가에서 서가로 이동하는 통로. (중략) 책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마을이지.’” 최초의 서점이 생긴 지 147년.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책 마을’ 일본 도쿄 진보초의 유서 깊은 서점, 젊은 서점 등 서점 18곳의 주인을 만나 이들이 일군 역사와 독자들에게 오래 사랑받은 비결 등을 인터뷰했다. 370쪽. 2만 8000원.
  • [책꽂이]

    [책꽂이]

    경쟁 교육은 야만이다(김누리 지음, 해냄) 베스트셀러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로 뿌리 깊은 한국형 불행과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 김누리 중앙대 독문과 교수가 이번에는 우울한 나라 대한민국의 원인을 극단적인 경쟁 교육으로 지목했다. 한국 학생들은 12년 동안 교실에서 학습 노동에 시달리며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나뉜 채 열등감과 모멸감을 내면화한다고 지적한다. 김 교수는 사회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교육개혁을 이야기하며 교육개혁의 시작은 대학 입학시험 폐지라는 과감한 주장을 하고 있다. 336쪽, 1만 8500원.뇌의 흑역사(마크 딩먼 지음, 이은정 옮김, 부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생물행동보건학과 교수인 저자는 뇌과학 측면에서 ‘정상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인간의 몸에서 겨우 1.3㎏에 불과한 뇌에 사소한 오류만 생기더라도 현재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생생하게 보여 준다. 코타르증후군, 저장강박증, 외계인손증후군, 시간실인증, 사별환각 등 18세기부터 최근까지 기록된 비교적 흔한 현상부터 기묘한 사례를 통해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는 신체 기관 ‘뇌’에 대한 이해를 한층 높여 준다. 324쪽, 1만 9000원.취할 준비(박준하 지음, 위즈덤하우스) ‘회사에서 술을 제일 못 마시니 일만 할 것 같다’는 고참의 말에 덜컥 술 취재에 나섰다가 술 전문 기자이자 전통주 소믈리에로 활약하게 된 저자가 써 내려간 ‘우리 술 이야기’다. 기존에 나온 우리 술 이야기들이 답사기나 인문서에 머물렀다면 이 책은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말하고 우리 술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까지 진단하고 있다. 책 곳곳에 ‘우리 술 상식’ 코너를 넣어 우리 술 여행지, 우리 술과 어울리는 안주 등도 꼼꼼히 알려 준다. 304쪽, 1만 9500원.Working with Koreans(박성민·홍희경·김성탁 지음, 박영스토리)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한국 노동시장에 이미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저출산·고령화 현상으로 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는 언어와 문화적 차이를 포함해 다양한 차이를 극복하고 한국인과 외국인이 성공적으로 협업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176쪽, 1만 7000원.
  • “컴퓨터 오래 하면 男 발기부전 위험” 中연구팀 충격 논문

    “컴퓨터 오래 하면 男 발기부전 위험” 中연구팀 충격 논문

    컴퓨터 사용 시간이 늘어날수록 남성의 발기부전 위험이 커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1일 중국 상하이 해군 의대 왕린후이 박사 연구팀은 20만명을 대상으로 남녀의 유전적 요인과 좌식 행동, 호르몬 변화, 발기부전 간에 대한 인과적 연관성을 분석한 결과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해당 논문은 유럽 남성과학회(EAA)와 미국 남성과학회(ASA) 학술지 남성학(Andrology)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TV 시청이나, 컴퓨터 사용, 차량 운전 같은 일상적인 좌식 행동 분석을 통해 여가에 컴퓨터를 사용한 시간이 1.2시간 증가할 때마다 발기부전 발생 확률은 3.57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기존 역학 조사나 관찰 연구에서는 앉아서 생활하는 행동과 발기부전이 관련이 있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나왔지만 둘 사이에 직접적인 메커니즘과 인과적 관계가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컴퓨터 사용은 우울증이나 불안, 혈관 건강 지표 등과는 관련이 없었지만 남성과 여성 모두에서 성 발달과 생식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난포 자극 호르몬(FSH) 수치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TV를 보거나 운전을 하는 것이 발기부전 위험을 높인다는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 적당한 신체 활동을 병행하면 발기부전을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사용과 발기부전 위험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상당한 증거가 확인됐지만 아직 신체 내피 기능 장애나 심리적 장애 같은 요인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며 “나머지 요소들에 대한 확실한 인과관계는 추가 연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 Andrology, Linhui Wang et al. ‘A Mendelian randomization study on causal effects of leisure sedentary behavior on the risk of erectile dysfunction’
  • 아이들 정신건강 예방부터 회복까지…영등포구, 마음건강 부모학교 운영

    아이들 정신건강 예방부터 회복까지…영등포구, 마음건강 부모학교 운영

    서울 영등포구가 다음달 17일부터 19일까지 아동·청소년들의 행복한 마음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마음튼튼·행복가득 마음건강 부모학교’ 사업을 운영한다고 21일 밝혔다. 마음건강 부모학교는 부모의 양육 효능감을 높이고, 자녀의 정신건강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자 부모를 대상으로 수준 높은 정보를 제공하는 정신건강 사업이다. 매년 다양한 특강을 통해 부모와 자녀 간의 정서적 거리를 좁혀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최근 코로나19의 영향과 학업 스트레스, 자살·자해, 은둔·고립 등 아동·청소년들의 정신건강과 관련한 문제들이 매년 증가함에 따라, 자녀의 정서 행동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전문적이고 올바른 교육 및 서비스 제공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에 구는 2021년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매년 자녀의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는 색다른 주제와 다양한 강사진으로 구성된 강의를 제공해 구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 마음건강 부모학교에서는 요즘 사회적으로 대두되고 있는 은둔·고립 문제를 비롯해 총 3가지의 주제를 다룬다. 1회차는 김붕년 강사(서울대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가 ‘은둔·고립 down 행복지수 up!’을 주제로 특강을 연다. 이어 타일러 강사(방송인)의 ‘언어 천재 타일러가 알려주는 소통의 언어’, 이지선 강사(이화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교 교수)의 ‘꽤 괜찮은 해피엔딩!’ 등의 강의가 준비됐다. 구는 사전 온라인 우울척도지 검사를 실시하고, 검사 결과 고위험군에 해당되면 집단 프로그램 연계, 정신건강 및 전문의 상담 등 사후 관리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영등포아트홀 대강당에서 진행되는 이번 강의는 매회 500명 선착순으로 모집한다. 참여를 희망하는 구민은 마음건강 부모학교 정보무늬(QR코드)를 통해 신청할 수 있다. 최호권 영등포구청장은 “이번 교육을 통해 자녀들의 심리적, 정서적 위기 신호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도움을 줄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아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하고 스스로 희망 가득한 미래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구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 美 1020 “부모 세대보다 불행”… SNS 노출 방치는 ‘미친 짓’

    美 1020 “부모 세대보다 불행”… SNS 노출 방치는 ‘미친 짓’

    SNS로 연결… 고립·우울감 빠져美 1020세대 ‘행복’ 62위로 밀려2017년 부모세대와 반비례 역전美 하루 평균 5시간 SNS에 소비3분의1은 자정 이후까지 스크롤“정부, 즉각 대책 마련해야” 주문핀란드 7년 연속 1위… 한국 52위 생애주기를 통틀어 10대와 20대에 인생 최대의 행복을 느낀다는 통념이 무너졌다. 이 시대의 1020세대는 부양의 압박을 견디며 ‘중년의 위기’를 지나는 부모 세대에 비해 훨씬 더 자기 삶이 불행하다고 인식했다. 어릴 때부터 소셜미디어(SNS)로 또래 집단과 긴밀히 연결되면서 이전 세대의 유년시절에 비해 훨씬 더 깊은 고립감과 우울감에 빠지고 현재의 자기 삶이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이는 전 세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통용되던 ‘나이가 어릴수록 행복하고 나이가 들수록 더 불행해진다’는 기존 통념을 뒤집는 이례적인 결과여서 전문가들은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유럽 주요 선진국에도 빠르게 번지고 있다. 1020세대의 SNS 사용이 빈번하고, 치열한 입시경쟁으로 청소년이 불행한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향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이 내용은 20일(현지시간) ‘국제 행복의 날’을 맞아 유엔 지속가능발전해법네트워크(SDSN)가 발표한 ‘2024년 세계행복보고서’에 담겼다. SDSN과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 여론조사업체 갤럽은 2021~2023년 자료를 정량·정성 평가해 전 세계 140개국의 행복 척도를 분석했다. 보고서를 보면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인 미국은 30세 미만 세대의 삶의 질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가장 행복한 국가 상위 20위권에서 밀려났다. 전 세대 행복 순위는 지난해에 비해 8계단 하락해 23위에 올랐지만, 30세 이하만 따지면 과테말라, 사우디아라비아, 불가리아에 이어 62위다. 60세 이상 인구만 고려하면 미국은 10번째로 행복한 나라가 된다. 미국에서 15~24세의 자녀 세대는 2005년부터 12년간 그보다 나이가 많은 부모 세대와 노년층보다 더 행복한 것으로 집계된 뒤 2017년을 기점으로 나이와 행복이 반비례하는 추세가 역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같은 기간 영국, 프랑스 등 서유럽 선진국가도 세대 간 행복지수의 간극이 더욱 좁아졌고, 내년이나 내후년쯤 역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예를 들어 30세 미만 영국인은 몰도바, 코소보를 비롯해 세계에서 살인율이 가장 높은 엘살바도르보다 낮은 32위를 차지한 반면 60대 이상 조사에서는 상위 20위 안에 들었다. 옥스퍼드대 웰빙연구센터 소장이자 보고서의 주요 저자인 장 에마뉴엘 드네브는 영국 일간 가디언에 “이전의 그래프는 청년세대의 행복은 ‘중년의 위기’를 겪기 전까지 상승곡선을 그리고 중년을 기점으로 꺾이곤 했다”면서 “세계 일부 지역에서는 1020세대가 지금까지 누적된 연구와 배치되는 심리적 위기를 겪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보통 중년의 위기는 배우자의 불륜, 양육의 어려움, 부동산에 대한 스트레스, 부모 부양, 말 안 듣는 사춘기 자녀, 삶의 책임감 등이 복합적으로 상승하며 불행감을 키우는데, 1020세대도 이런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것이다. 드네브 소장은 “정부가 즉각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보고서는 새 경향이 발견된 원인으로 SNS 사용 증가, 소득불평등 심화, 주택 가격 급등, 두 개의 전쟁과 기후변화 등 전 세계 자녀 세대의 행복감에 악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더 많아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미국 외과의사 비벡 머시는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쥐여 주고 SNS를 쓰게 두는 건 미친 짓”이라며 “마치 안전하지 않은 약을 아이들에게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청소년들은 하루 평균 약 5시간을 SNS에 소비하고, 전체 3분의1은 평일 자정 넘어서까지 본다”면서 “SNS상에서 영상 혹은 사진이 담긴 게시물을 무한히 스와이프(밀어 넘기기)하거나 스크롤 하는 기능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등의 법을 당장 통과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결론부에 “어린 시절의 행복과 정서적 건강이 성인 삶의 만족도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다”면서 “이전 연구에서는 삶의 만족도가 더 높다고 보고한 청소년과 청년들은 나중에 교육, 지능, 신체 건강 및 자존감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소득을 얻는다”고 했다. 보고서 공동 편집자인 리처드 레이어드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올해 치러질 총선에서 아동복지가 큰 이슈가 돼야 한다”면서 “정부는 청소년 정신건강 지원을 대폭 늘리고 전국적으로 보편화하는 법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모든 학교에서 라이프 스킬(생활의 기술)을 의무적으로 교육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보고서에서도 핀란드는 7년 연속 1위를 지켰고 덴마크, 아이슬란드, 스웨덴이 2~4위로 행복지수는 여전히 북유럽 국가가 상위에 있다. 이어 이스라엘, 네덜란드, 노르웨이, 룩셈부르크, 스위스, 호주 순으로 10위권에 들어 있다. 한국은 지난해보다는 5계단 올라 52위로 조사됐다.
  • “돌쫑아 반가워” “돌돌아 미안”…지친 일상 돌멩이로 위로

    “돌쫑아 반가워” “돌돌아 미안”…지친 일상 돌멩이로 위로

    ‘돌쫑아 반가워.’ ‘돌돌아 미안해.’ 세븐틴 멤버와 배우 임원희처럼 성인 한 손 크기의 동그란 돌을 ‘반려돌’ ‘애완돌’이라고 부르며 다른 반려생물처럼 애정을 쏟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돌은 주로 화분·수조 등을 장식하는데 쓰는 달걀 모양의 매끄러운 돌 ‘에그스톤’을 많이 쓰는데, 키우는 사람에 따라 돌머리에 올려둘 수 있는 작은 모자, 종이집과 방석 등을 함께 구매해 반려돌을 꾸미기도 한다. 반려돌을 키우는 사람들은 서로를 ‘석주’(石主)라고 부른다. 타인과의 소통이 줄고 불안·고립감을 호소하는 사람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려돌을 구입한 사람들은 인터넷상에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며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니 위로가 된다”라는 후기를 남긴다. WSJ “최장노동 한국, 돌 키우며 위안”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한국의 반려돌 문화를 조명했다. WSJ는 17일(현지시간) “과로한 한국인들이 ‘펫락’과 함께 휴식을 취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산업화 국가 중 가장 긴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다”면서 이들이 변하지 않는 고요함을 찾아 돌을 키우고 있다고 소개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친구가 준 반려돌을 키우고 있다는 30세 이모씨는 “종종 직장에서의 힘든 일을 내 돌에 털어놓곤 한다”며 “물론 무생물인 돌이 내 말을 이해할 순 없겠지만, 마치 반려견에게 말하는 것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준다”고 말했다. 반려돌 ‘방방이’를 산책이나 운동을 갈 때마다 주머니에 넣고 다닌다는 33세 구모씨는 “이 돌이 지금의 상태가 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견뎠을 것이라는 사실에서 일종의 평온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처럼 반려돌도 애정을 부을 수 있는 대상이라는 의견이 있는 반면, 돌을 돈을 주고 사야하는 것에 거부감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한 네티즌은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네. 돌도 돈 주고 파냐”라고 지적했다. 고려대 한국학 연구소의 김진국 교수는 “동아시아 사회에서는 자연물을 닮은 장식용 돌 수석이 수 세기 동안 사랑받아왔다. 돌들은 변하지 않으며, 이는 사람들에게 안정감을 준다”라고 설명했다.반려돌 알고보면 오래된 문화? 사실 반려돌의 역사는 생각보다 오래됐다. 1975년 게리 달이라는 미국 청년이 ‘순종 펫락’(pure blood pet-rock)이라는 이름으로 반려돌을 판매한 적이 있다. 당시 달은 30여 쪽의 ‘펫락 훈련교본’까지 만들었는데 이 교본에는 펫락 돌보는 법, 재능과 특기, 길들이는 법, 훈련시키는 법 등이 담겼다. 그는 보도자료까지 직접 만들어 언론사에 배포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해 8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약 6개월 동안 개당 3.95달러에 약 150만개가 팔렸다. 당시 미국에서는 이 현상을 가르켜 ‘펫락 현상’이라고 소개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달은 “베트남 전쟁이 끝난 뒤의 집단적 공허와 허탈감, 워터게이트 사건과 닉슨 대통령의 하야(1974년) 등 우울한 뉴스들에 지친 소비자들에게 유쾌한 장난이 먹힌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당시 미국에서는 펫락이 선물 받는 사람을 놀리려는 일종의 장난처럼 유행했던 것과 달리 한국에서는 고요함과 정적을 얻기 위한 수단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고 WSJ는 짚었다.
  • “정신질환 있냐” 폭언 다음날 절망한 수습사원…회사서 숨진 채 발견

    “정신질환 있냐” 폭언 다음날 절망한 수습사원…회사서 숨진 채 발견

    2020년 7월 한 홍보대행 회사에 입사한 A씨. 3개월의 수습기간을 거친 후 채용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해 10월 A씨는 회사에서 스스로 세상을 등졌다. 당시 26세였다. 유족은 A씨의 사망이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것이라며 근로복지공단에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다. 그러나 공단은 “업무상 사유로 사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거부 처분을 내렸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의 가족은 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지급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회사의 대표가 A씨에게 심한 질책과 폭언을 해 정식 채용을 앞두고 해고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낀 것”이라며 “이로 인해 A씨의 우울증이 급격히 악화했고 정상적인 인식 능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으므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심리한 서울행정법원 행정8부(부장 이정희)는 A씨의 건강보험 요양급여내역과 주치의 소견 등을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8년 말부터 진료를 받아온 우울증 환자였다. 재판부는 A씨의 업무와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사망 전 우울증으로 진료받은 기록 ▲A씨가 여자친구와 주고받은 메시지 ▲A씨의 일기 등 ▲주치의 소견 등이 판단 근거가 됐다. 같은 해 10월 A씨가 쓴 일기에는 “생각이 복잡하다. 욕먹었던 대표님의 말이 자꾸 생각난다. 복기할수록 감정이 올라와서 힘들다. 나도 일 잘하고 싶고, 안 혼나고 싶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특히 사망 전날 A씨는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대표로부터 “처음 들어왔을 때랑 달리 낯빛이 좋지 않다”, “정신질환 있냐” 등의 폭언을 들었다고 한다. 재판부는 “이로 인해 극심한 수치심과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런 업무상 스트레스는 고인의 우울 증세를 크게 악화시켰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A씨는 2017년부터 2020년 마지막 회사에 입사할 때까지 여러 차례 이직을 경험한 상태였다. 재판부는 “A씨는 이번에도 3개월 후 해고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상당히 느끼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며 유족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A씨의 심리를 감정한 감정의는 ‘A씨가 경험한 회사에서의 스트레스는 업무상의 스트레스 외에도 대인관계에서의 스트레스 또한 스트레스 인자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을 제시했다. 재판부는 “이는 업무상 스트레스가 A씨의 사망을 초래한 하나의 원인임을 인정한 것이고, 이러한 의학적 견해를 뒤집을 뚜렷한 사정도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업무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 증세가 악화했고 합리적 판단을 기대할 수 없을 정도의 상황에 처해 숨진 것으로 추단된다”면서 “결국 A씨가 받은 업무상 스트레스 등이 그의 성격적 측면과 복합적으로 작용해 사망 충동을 억제할 능력이 현저히 저하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공단 측은 항소하지 않았고 유족의 승소는 지난해 12월 확정됐다. A씨가 사망한 지 약 3년 2개월 만이다.
  • “폭력적 전 남친 탓에 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해 트라우마”

    “폭력적 전 남친 탓에 직장에서 권고사직 당해 트라우마”

    폭력적 남자친구가 트라우마를 남겼다. 지난 18일 방송된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서 30살 고민녀는 “고2 때 만난 폭력적인 남자친구 트라우마가 남아 연애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고민녀는 고2 때 인터넷 글을 보고 남자친구를 사귀게 됐다. 남친은 2개월 만나고 잠수이별을 하며 일본에 간다고 했다. 4년 만에 다시 연락이 온 남자친구는 소액의 돈을 빌려달라고 하며 연락에 집착하고 가스라이팅을 했다고 한다. 30분마다 연락하지 않으면 욕을 했다. 고민녀는 “은행 청원경찰로 일할 때 하루 종일 서서 근무하다 몸이 안 좋아져서 하소연했더니 제가 일하던 은행에 전화해 다 엎어버리겠다, 다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하더라. 권고 사직을 받아 일자리를 잃어버렸다”고 털어놨다. 이수근은 “남자가 일본에 4년 동안 야쿠자 유학을 간 거냐”고 농담했다. 하지만 실상 남친은 유학을 다녀온 것도 아니었다. 고민녀는 “그 뒤로 위치추적 어플을 깔고 점점 더 이상해졌다. 너는 내가 제일 잘 아니 내 말을 따르라고 가스라이팅을 했다. 힘들어서 정신과 상담받아보니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우울증에 대인 기피증까지. 친구들도 그렇게 힘들면 헤어지라고 하더라. 그때는 어리고 우유부단했다. 지금은 끝났다. 제가 헤어지자고 했다. 미쳐버릴 것 같아서”라고 했다. 고민녀는 한동안 사람 자체가 무서웠지만 친구 소개로 현재 1살 연하 남자친구를 만나게 됐다며 “제가 심리학을 전공했다. 누군가를 싫어하면 그 사람의 성격, 행동을 닮아가게 된다고 한다. 저러지 말아야지 각인 효과가 있다. 전 남친의 안 좋은 행동을 지금 남친에게 할까 봐” 고민이라고 했다. 이에 서장훈은 “지금 남친이 전 남친보다 더 좋냐. 더 잘생겼냐”고 물으며 “그럼 괜찮을 것”이라고 명쾌하게 답했다
  • 질문을 차단한 사회… 우울·불안에 뒤덮인 한국

    질문을 차단한 사회… 우울·불안에 뒤덮인 한국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자살률은 한두 해를 제외하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약 두 배의 차이를 보이며 불명예스러운 1위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행복지수, 출생률 등의 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다. 밖으로 표출되지 못하고 수면 아래 깔린, 이름 모를 시민들의 고통, 분노, 슬픔, 좌절, 애도의 정서가 사회에 그득하다. 그래서 한국 사회 전체가 우울증에 빠진 상태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이론 전문 계간지 ‘문화과학’ 봄호(117호)는 ‘사회적 우울’이라는 주제로 7편의 글을 싣고 한국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는 대중의 우울과 불안 같은 정서적 위태로움의 다층적 지형을 진단했다.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한국에서 우울이라는 경험이 어떻게 외면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우울은 사회경제적 불안 정서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지만 2000년대 이후 뇌과학과 정신의학의 발달로 ‘질병’으로 정의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여기에 의료 정보를 실어 나르는 미디어, 제약사의 항우울제 시장 확대, 정부의 정신건강 관련 정책이 맞물리면서 우울의 생의료화가 가속화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우울의 생의료화는 만성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을 ‘환자’로 낙인찍고 우울의 사회구조적 원인에 관한 질문을 차단했다고 비판한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우울과 불안의 현실이 다름 아닌 전근대적 노동 현실과 밀접한 연계성을 가진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노동 현장에서는 잘못된 공정 담론으로 직장 내 피해자로 여겨지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 가해자로 뒤바뀌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음을 다친 노동자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안기는 이런 이중의 심리적 병리 조건과 세대를 걸쳐 내려온 위태롭고 열악한 고용 상황, 직장 내 스트레스와 과로, 무기력과 절망감을 주는 노동 현장이 노동자 개인의 정신질환과 사회 전체의 병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원옥 편집위원은 “우울증을 개인의 문제로 다루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화하고 시민사회가 무기력에 빠지게 된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사회적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나 죽을 병 걸렸나’… 머릿속의 염려증 진짜 사람 잡아요

    ‘나 죽을 병 걸렸나’… 머릿속의 염려증 진짜 사람 잡아요

    조금만 아파도 ‘혹시…’건강염려증 환자 年 4000명 육박‘샤이 환자’까지 전체 인구 5% 추정한국인이 유독 건강 걱정 심한 편낮은 삶 만족도·SNS 정보 등 영향의사가 이상이 없다는데도…‘불신의 병’ 들어 여러 병원 전전생활 균형 깨지며 되레 건강 해쳐염려증 환자, 조기 사망 확률 월등믿음과 긍정적인 태도가 치료제 #1. 금융업에 종사하는 조민준(37·가명)씨는 위암 걱정을 달고 산다. 10년 전 어머니가 위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 본인도 암에 걸릴 수 있다는 생각에 3개월마다 한 번씩 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가벼운 위염 증상이니 더 검사할 필요가 없다고 했지만 조씨는 걱정을 떨치지 못했다. #2. 김지현(35·가명)씨는 속이 더부룩하고 소화만 안 돼도 암일까 봐 잠을 이루지 못한다. 내시경 검사 결과도 믿지 못했다. 죽을 수도 있다는 불안이 엄습해 식은땀이 나고 심장이 뛰어 자주 응급실을 찾았다. #3. 이영민(52·가명)씨는 조금만 아파도 습관적으로 병원을 찾는다. 두통·복통·생리통·가슴 통증이 있을 때마다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녔고 그때마다 큰 병이 아님을 확인했지만 늘 불안했다.세 명 모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질병불안장애’를 진단받았다. 큰 병이 아닌데도 자신에게 큰 병이 있다고 믿고 불안해하다 결국 마음이 병드는 질환으로 흔히 ‘건강염려증’이라고 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지나가는 감기에도 폐렴을 의심하고, 정상적으로 만져지는 연골조차 혹으로 오해한다. ‘이상이 없다’고 진단받아도 걱정과 불안으로 병원을 전전하는데 이런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면 건강염려증일 가능성이 크다. 18일 건강심사평가원은 건강염려증 환자가 한 해 4000명에 육박한다고 밝혔다. 2012년 4889명이었던 환자 수가 2017년 2733명으로 줄었다가 2021년 3864명, 2022년 3796명으로 다시 늘었다. 나이별로는 건강에 본격적으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는 50대(21.5%)와 60대(20.6%) 환자가 많고 40대 17%, 30대 14.3%, 20대 10.2% 순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진료를 받아 건강보험 통계에 잡힌 환자는 3000~4000명 수준이지만 전문가들은 전체 인구의 5%가 건강염려증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자신의 건강 걱정이 병적인 수준이라고 인정하고 스스로 정신건강의학과를 찾는 환자가 드물기 때문이다.한국인은 건강 걱정이 유독 심한 편이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양호하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2020년 기준 31.5%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68.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반면 한국인 기대 수명은 83.5세로 OECD 평균(80.5세)을 웃돈다. 낮은 삶의 만족도, 불안과 우울, 소셜미디어(SNS)에 떠도는 과도한 건강 정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보통 환자들은 병원에서 검사받고 의사가 정상이라고 말해 주면 안심한다. 그런데 건강염려증이 있는 환자들은 더 불안해하며 ‘분명 병이 있는데 의사가 못 찾은 것’이라고 생각해 여러 병원을 전전한다”면서 “이 과정에서 가족과 갈등하고 아무도 나를 믿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외롭고 불안해하며 병에 더 집착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환자들은 여러 진료과와 병원을 찾아다니며 온갖 검사를 반복하느라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어느 병원에서도 병을 정확히 찾아내지 못한다고 낙담해 우울증에 빠지기도 한다. 자신은 너무 고통스러운데 주위 사람들이 꾀병 환자로 여기는 것 같아 억울하고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특히 사회로부터 고립됐거나 가족과 감정적 연결고리가 느슨한 고연령층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김석현 한양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증상이 심한 경우 틀림없이 병이 있다고 믿으며 마치 자신이 환자가 된 듯 행동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병원을 전전하며 비슷한 약을 끊임없이 먹어 약물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 백 교수는 “건강에 대한 염려는 필요하다. 질병을 걱정하고 검진받으니 질환을 조기에 찾아내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정도가 지나쳐 건강염려증 수준이 되면 건강한 생활 습관은 다 놓치고 스트레스를 더 받아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이 있는 이들이 오히려 더 빨리 사망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과대학 정신의학 연구센터 임상신경과학부 다비드 마타익스콜스 교수 연구팀이 1997년부터 2020년까지 스웨덴 인구·건강 조사 데이터베이스 자료를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건강 염려증이 있는 사람은 여러 질환으로 일찍 죽을 가능성이 대조군보다 84% 큰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심장, 혈액, 폐 질환, 자살로 사망할 가능성이 가장 컸다. 백 교수는 “여러 병원 의사들이 정상이라고 했는데도 안심이 안 되고 불안한 데다 내 마음을 알아주지 못하는 주변 사람들과 갈등까지 겪고 있다면 스스로 극복하겠다는 결심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 문을 두드려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은 ‘불신의 병’이다.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은 환자와 신뢰를 쌓아 환자를 안심시키면서 진료를 시작한다. 김 교수는 “정신과에 오기 전에 이미 과도하게 검사받은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더이상 검사가 필요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잘 설명해 줘야 한다. 만약 필요한 검사인데도 하지 않은 게 있다면 한 번만 시행한 뒤 그 결과를 충분히 설명해 준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병이 있다는 믿음이 망상처럼 강한 환자에게는 약물을 사용하며 불안과 두려움의 원인을 밝히고 환자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인지 치료와 심리 치료를 한다. 김 교수는 “건강염려증은 기본적으로 자기 신체에 지나치게 집중하고 있는 상태”라며 “신체 이외의 다양한 대상에 관심을 기울이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지나칠 정도로 넘쳐나는 건강 정보에 관한 관심을 줄이고, 자신이 어떤 사안을 볼 때 너무 부정적이고 극단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야 한다. 그런 경향이 있다고 생각되면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무엇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증상의 절반 이상이 ‘걱정’이므로 긍정적 사고도 중요하다. 김 교수는 “우리 몸이 아프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불행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한국 사회 전체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 사회 전체가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의 자살률은 한두 해를 제외하고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과 약 두 배의 차이를 보이며 불명예스러운 1위를 지키고 있다. 게다가 행복 지수, 출생률 등의 지표는 바닥을 치고 있다. 이 때문일까. 한국인의 마음의 병도 깊어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100만 명이 우울증을 앓고 있고, 최근 5년 사이 공황장애를 앓는 사람도 이전에 비해 50% 이상 증가해 20만 명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밖으로 표면화되지 못하고 사회 수면 아래 잠재해왔던, 이름 모를 시민들의 고통, 분노, 슬픔, 좌절, 절망, 애도의 정서들이 사회에 그득하다. 그래서 한국 사회 전체가 우울증에 빠진 상태라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이론 전문 계간지 ‘문화/과학’ 봄호(117호)는 ‘사회적 우울’이라는 주제로 7편의 글을 싣고, 한국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는 대중의 우울과 불안 같은 정서적 위태로움의 다층적 지형을 진단했다. 이현정 서울대 인류학과 교수는 ‘우울증이 생의료화의 대상이 되기까지’라는 글을 통해 한국에서 우울이라는 경험이 어떻게 외면되고 있는지를 분석했다. 1997년 외환위기 전후로 우울은 사회경제적 불안 정서에서 비롯된다는 분석이 주를 이뤘지만 2000년대 이후 뇌과학과 정신의학의 발달로 ‘질병’으로 정의하는 근거가 마련됐다. 여기에 의료 정보를 실어 나르는 미디어, 제약사의 항우울제 시장 확대, 정부의 정신건강 관련 정책이 맞물리면서 우울의 생의료화가 가속화됐다고 이 교수는 지적했다. 우울의 생의료화는 만성적 우울감을 호소하는 이들을 ‘환자’로 낙인찍고 우울의 사회구조적 원인에 관한 질문을 차단했다고 비판한다. 김관욱 덕성여대 문화인류학과 교수는 한국 사회 우울과 불안의 현실이 다름 아닌 우리의 전근대적 노동 현실과 밀접한 연계성을 갖고 진행됐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의 노동 현장에서는 공정 담론으로 직장 내 피해자로 여겨지고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오히려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지 못하는 가해자로 쉽게 뒤바뀌는 상황이 자주 발생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마음을 다친 노동자에게 수치와 모멸감을 안기는 이중의 심리적 병리 조건과 세대를 걸쳐 내려온 위태롭고 열악한 고용 상황, 직장 스트레스와 과로, 무기력과 절망감을 주는 노동 현장이 노동자 개인의 정신질환과 사회 전체의 병리를 일으킨다는 것이다. 정원옥 편집위원은 “개인의 우울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문제로 봐야 한다”라면서 “우울증을 개인의 문제로 다루는 시각에서 벗어나 사회화하고, 시민사회가 무기력에 빠지게 된 현상을 적극적으로 해명해야 사회적 우울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의사가 없어요”… 말기암 죽음도, 희귀병 삶도 그렇게 내몰렸다

    “의사가 없어요”… 말기암 죽음도, 희귀병 삶도 그렇게 내몰렸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되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사이 환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에서 한 달 전 만났던 환자들을 다시 찾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정된 입원을 하러 병원에 왔다가 거부당한 말기 암 환자는 그사이 세상을 떠났고, 진통제 없이 버티기 힘든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는 통증 탓에 “살고 싶지 않다”고 극한에 내몰린 심정을 토로했다.말기암 ‘방치된 죽음’ 미영씨4개월 전 침샘암 4기 긴급 수술요양병원서 “대학병원 옮겨야”대학병원은 “의사 부족” 거부로비 방치 뒤 지방병원行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에서 만난 김미영(가명)씨는 갈 곳 없이 이동식 침대에 몇 시간을 계속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미동조차 하지 못하는 김씨 곁에서 아들은 입원할 병원을 찾느라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주저앉기도 했다. 침샘암. 전체 암 중에서 0.2%를 차지하는 희귀암이 김씨에게 발견된 건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이었다. 어느 날 입속에 거북함이 느껴져 한 병원을 찾은 뒤부터 각종 검사가 이어졌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옮겨 추가 검사를 했고, 침샘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암은 이미 척추까지 전이된 상태였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김씨는 같은 해 11월 대형병원에서 곧바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요양병원과 이 병원을 오가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김씨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요양병원 의료진은 ‘대형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김씨 가족들은 수술받은 대형병원으로부터 입원 날짜를 받은 뒤 지방에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올라왔지만 “전공의 집단 사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며 병원은 당일 입원을 거부했다. 가까운 지역에서도 달리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지방에 있는 집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김씨는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진통제를 맞았지만 하반신에서 시작한 저림과 마비 증상은 전신으로 번졌다고 한다. 결국 지난 4일 김씨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암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4개월여 만이다. 희귀병 ‘위태로운 삶’ 진갑씨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17년째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 시달려마약성 진통제 등 수시로 필요의사 없어 외래·처방 제한 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 온 환자들에게도 지난 한 달은 유달리 힘든 기간이었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정진갑(39·가명)씨는 이날 “20년 가까이 잘 버텨 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 파업 이후 진통제 주사를 제때 맞지 못한 그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침대에서 버티고 있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은 외상 후 신경병성 통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병이다.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뚜렷한 치료 방법도 없다. 그저 병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하고, 통증 부위나 증상에 따라 진통제 주사를 맞거나 신경차단술을 받는 게 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씨는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고환과 꼬리뼈에서부터 알 수 없는 통증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때 시작된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은 17년째 정씨를 괴롭히고 있다. 정씨는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여러 번 고통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고통의 정도가 심해지면 진통제를 먹기도 했다. 매일을 이렇게 약을 삼키다 보니 정씨가 지내는 10㎡(약 3평) 남짓한 크기의 고시텔에는 가루약 냄새가 진하게 배어 있었다. 이런 정씨에게 병원은 그나마 삶을 이어 갈 수 있는 하나뿐인 희망이었다. 의료 대란 이전에만 해도 정씨는 매주 2~3차례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케타민 주사를 맞고,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이후 통증이 잦아들면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정씨는 “주사를 맞고 컨디션이 좋을 때면 하루에 5000보씩 걷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정씨는 외래 진료를 한 주에 한 번만 받을 수 있다. 그나마도 처방을 내릴 의사가 부족한 탓에 마약성 진통제인 케타민 주사는 맞지 못했고 신경차단술 시술도 받지 못했다. 이달 초 병원을 찾은 정씨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을 잠시 완화할 수 있는 진통제와 모르핀 주사 처방만 받았다. 별다른 시술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정씨는 갈수록 커지는 우울감과도 싸우고 있다. 정씨는 “통증이 너무 심해 일상생활이 다 무너졌다”며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통증이 몰려오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다. 침대에 누운 채 정씨는 모든 환자들의 바람을 전했다. “의사 선생님들, 하루라도 빨리 병원으로 돌아와 주세요. 저희 같은 환자들 좀 살 수 있게 이제 돌아와 주세요.”
  • 위기에 강한 AI 펀드매니저… 코스피 25% 빠질 때 -6% ‘선방’ [경제의 창]

    위기에 강한 AI 펀드매니저… 코스피 25% 빠질 때 -6% ‘선방’ [경제의 창]

    인공지능(AI) 펀드매니저의 수익률이 산전수전 다 겪은 전문 투자자보다 나을까. AI가 체스, 바둑에서 인간을 앞지른 건 오래전 일이다. AI는 인간의 전유물인 줄 알았던 예술 창작의 영역마저 넘보는 중이다. 모르는 것도 못 하는 일도 없어 보이는 AI에게 ‘성투’(성공적 투자)는 그리 어려운 숙제 같지는 않다. 머지않은 미래 AI에게 밀려 인간 펀드매니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닐까.로보어드바이저 각광“아직 초기 단계지만무한 가능성 열릴 것” 미국 월가에서 AI에게 금융인들이 의자를 빼앗기고 있는 건 이미 오래된 현실이다. 일례로 미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2017년 AI 투자분석 프로그램을 도입한 뒤 애널리스트를 600명 가까이 해고했다. 회사가 도입한 분석 프로그램은 당시 애널리스트 15명이 4주에 걸쳐 할 일을 5분 만에 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매니저는 어떨까. AI를 통한 투자가 국내에 첫선을 보인 것은 8년 전인 2016년이다. 지금과 비교하면 초보적인 수준이었지만, 로보(robo)와 자문 전문가를 뜻하는 어드바이저(advisor)를 합친 ‘로보어드바이저’라는 이름으로 서비스가 도입됐다. 실험적으로 도입됐지만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를 사용하지 않는 금융사는 거의 없다. 로보어드바이저가 고객에게 조언하고 돈을 굴리려면 먼저 한국거래소의 정보기술(IT) 자회사 코스콤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해야 한다. 지난 15일 기준 코스콤의 심사를 통과해 서비스 중인 로보어드바이저는 356개다. 코스콤은 로보어드바이저를 투자 성향별로 ▲안정추구형 ▲위험중립형 ▲적극투자형으로 구분한다. 17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9~12월) 위험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은 3%다. 숫자만 보면 로보어드바이저가 벤치마크하는 코스피200지수 수익률 9.57%에 크게 못 미친다. 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하는 적극투자형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은 4.41%, 반대로 안정추구형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은 1.87%로 역시 미흡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이 7.72%, 코스닥 수익률이 3.04%였으니 로보어드바이저 성적표가 좋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시원찮은 수익률에 투자자 반응은 차게 식었다. 로보어드바이저 계약자 수는 지난해 상반기 37만 6122명에서 지난해 말 29만 2532명으로 줄었다. 같은 기간 운용 금액도 1조 9396억원에서 7579억원으로 급감했다. 이 결과만 놓고 로보어드바이저 능력을 판단하면 오산이다. 로보어드바이저는 위기에 강한 ‘배짱 좋은 구원투수’의 모습을 보여 줬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크게 침체했던 2022년 당시 코스피200 지수 수익률은 -26.15%, 코스피와 코스닥 수익률은 각각 -24.89%와 -34.30%를 기록했다. 반면 위험중립형 로보어드바이저 평균 수익률은 -8.95%였다. 안정추구형은 -6.09%, 적극투자형은 -11.91%로 상대적으로 선방했다.위험관리 능력 탁월수익률 방어 안정적퇴직연금 등에 적합 금융업계에선 현재 로보어드바이저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강하다’고 입을 모은다. 코스콤 측은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 등으로 주요국 주가지수가 대부분 상승했던 지난해 4분기 안전자산 비중이 큰 로보어드바이저의 성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면서 “불확실성이 큰 시기에는 위험관리 능력이 뛰어난 로보어드바이저가 양호한 성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은 위기 때나 변동성이 큰 장에서 판단력이 흐려지는 경우도 많지만 AI는 다르다. 속된 말로 ‘폭락장에도 쫄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AI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에 일희일비하거나 시황에 휘둘리지 않는다”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가 목표여서 장기 투자, 손실 방어에 강하다. 안정적인 노후 대비를 위한 퇴직연금 등을 관리하는 데 적당하다”고 말했다. 은행, 증권사, 핀테크사 등의 홈페이지나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에 접속해 로보어드바이저 상품에 가입할 수 있다. 사별로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에 가입하고 본인의 투자 성향을 입력하면 자신만의 AI 펀드매니저를 가질 수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역시 자신의 판단이 틀리면 궤도 수정을 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포트폴리오 세부 종목을 리밸런싱(재조정) 하는 식이다. 재조정 주기는 로보어드바이저별로 다르다. 부자가 아니어도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기존 PB 서비스를 받으려면 최소 수억원의 금융자산이 있어야 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의 최소 가입 금액은 10만~300만원 정도다.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는 크게 투자자문형과 일임형으로 나뉜다. 자문형은 종목이나 매수·매도 타이밍 등을 추천만 한다. 투자자의 최종 승인이 없으면 실제 투자가 진행되지 않는다. 일임형은 말 그대로 AI가 알아서 돈을 굴려 준다. 투자자 대다수가 일임형을 선택했다. 자문형 가입자는 지난해 말 기준 822명에 불과하다.맞춤형 투자 제안각자 투자 성향 선택소액도 서비스 가능 오는 6월부터는 400조원에 달하는 퇴직연금 시장에서 로보어드바이저 일임 서비스가 가능해진다. 그간 퇴직연금의 경우 로보어드바이저는 투자 자문만 가능했다. 그러나 지난해 정부는 혁신금융 샌드박스를 통해 퇴직연금도 로보어드바이저에 일임할 수 있게 했다.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기업 콴텍 관계자는 “투자에 익숙하지 않은 퇴직연금 고객들도 로보어드바이저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산을 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로보어드바이저의 AI는 챗GPT가 대표하는 ‘생성형 AI’와는 다르다. 생성형 AI는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이미 존재하는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츠를 만든다. 문제는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생성형 AI 특유의 ‘할루시네이션’(환각) 현상이다. 거짓말을 할 수 있으니 투자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 로보어드바이저에 활용하는 AI는 데이터에서 ‘분석형 AI’다. 분석형 AI는 수많은 알고리즘, 방대한 빅데이터를 해석해 결론을 낸다. 분석형 AI의 답변은 일관적이다. 질문에 따라 대답이 달라지고 하나의 질문에 여러 답변이 나오는 생성형 AI와 달라 분석형 AI는 투자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로보어드바이저의 가능성에 주목한다. 최병호 고려대 인공지능연구소 교수는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는 인간이 가지고 있지 않은 수를 둔다”면서 “주식도 금융도 인간의 수준에서 ‘정석’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AI는 인간의 정석을 뛰어넘는 투자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무한한 가능성이 열릴 것”이라고 했다.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인 김명주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기술이 더 좋아지면 로보어드바이저 수익률이 실적 나쁜 인간 펀드매니저보다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김 교수는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보를 즉각적으로 알고리즘에 반영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 로보어드바이저 기술이 그 정도가 안 돼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이라면서 “앞으로 로보어드바이저가 데이터를 습득하고 반응하는 속도가 빨라지면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AI가 분석과 해석의 영역에서 빠르고 정확할 수는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과거의 패턴과 다른 일이 수시로 발생한다. 벗어난 돌발 상황에 AI가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라면서 “로보어드바이저가 인간보다 뛰어난 점은 정해진 절차를 빠르게 수행한다는 것이다. 인간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다. 대체는 무리”라고 말했다. 돌발상황 대처 의문“패턴 벗어나면 오류인간 대체하진 못해”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공학과 교수는 “기술적으로 AI가 펀드매니저를 대신하는 것은 지금도 가능하다”면서도 “자율주행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책임 소재를 묻기 어려운 것처럼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실패 때 그 책임을 두고 논란이 일 수 있다. 결국 최종 판단은 인간의 몫”이라고 했다. 최근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업에서는 AI 때문에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군의 99.1%가 경영·금융 전문가로 나타났다. AI가 인간 펀드매니저를 완벽하게 대체하는 날이 올까. 우울한 현실은 생각보다 가까울 수 있다.
  • 지난달 입원 거부당한 침샘암 미영씨는 세상을 떠났다

    지난달 입원 거부당한 침샘암 미영씨는 세상을 떠났다

    의대 증원에 반발하는 전공의 집단 사직이 시작되고 한 달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사이 환자들의 고통은 커지고 있다. 서울신문은 서울대·서울아산·세브란스·삼성서울·서울성모병원 등 ‘빅5’ 병원에서 한달 전 만났던 환자들을 다시 찾아 그동안의 이야기를 들었다. 예정된 입원을 하러 병원에 왔다가 거부당한 말기 암 환자는 그사이 세상을 떠났고, 진통제 없이 버티기 힘든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RPS) 환자는 통증 탓에 “살고 싶지 않다”고 극한에 내몰린 심정을 토로했다.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대형병원 로비에서 만난 김미영(가명)씨는 갈 곳 없이 이동식 침대에 몇시간을 계속 누워 있었다. 눈을 감고 미동조차 하지 못하는 김씨 곁에서 아들은 입원할 병원을 찾느라 끊임없이 전화를 걸었다. 기약 없는 기다림에 언니는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주저앉기도 했다. 침샘암. 전체 암 중에서 0.2%를 차지하는 희귀암이 김씨에게 발견된 건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0월이었다. 어느 날 입 속에 거북함이 느껴져 한 병원을 찾은 뒤부터 각종 검사가 이어졌다. 정확한 진단을 받기 위해 대형병원으로 옮겨 추가 검사를 했고, 침샘암 4기 판정을 받았다. 암은 이미 척추까지 전이된 상황이었다.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김씨는 같은 해 11월 대형병원에서 곧바로 긴급 수술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가족들과 함께 집 근처 요양병원과 이 병원을 오가며 항암 치료와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김씨의 상태는 좀처럼 호전되지 않자 요양병원 의료진은 ‘대형병원으로 옮겨 치료받는 게 좋겠다’고 권유했다. 김씨 가족들은 수술받은 대형병원으로부터 입원 날짜를 받은 뒤 지방에서 구급차를 타고 병원으로 올라왔지만,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며 병원은 당일 입원을 거부했다. 가까운 지역에서도 달리 병원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김씨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지방에 있는 집 근처 병원으로 이송됐다.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김씨는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진통제를 맞았지만 하반신에서 시작한 저림과 마비 증상은 전신으로 번졌다고 한다. 결국 지난 4일 김씨는 호스피스 병동이 있는 다른 요양병원으로 옮겨졌고, 지난 9일 숨을 거뒀다. 암 확진 판정을 받은 지 불과 4개월여 만이다.오랜 시간 병마와 싸워온 환자들에게도 지난 한달은 유달리 힘든 기간이었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 환자 정진갑(가명·39)씨는 이날 “20년 가까이 잘 버텨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극단적 선택까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의료 파업 이후 진통제 주사를 제때 맞지 못한 그는 하루의 절반 이상을 침대에서 버티고 있다.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은 외상 후 신경병성 통증이 만성적으로 지속되는 질병이다. 특별한 원인을 알 수 없어 뚜렷한 치료 방법도 없다. 그저 병원에서만 처방받을 수 있는 마약성 진통제를 지속적으로 투약하고, 통증 부위나 증상에 따라 진통제 주사를 맞거나 신경차단술을 받는 게 불에 타는 듯한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정씨는 2007년 교통사고를 당한 뒤 고환과 꼬리뼈에서부터 알 수 없는 통증이 느끼기 시작했다. 그때 시작된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은 17년째 정씨를 괴롭히고 있다. 정씨는 인터뷰하는 도중에도 여러 번 고통을 참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다 고통의 정도가 심해지면 진통제를 먹기도 했다. 매일을 이렇게 약을 삼키다보니 정씨가 지내는 10㎡(약 3평) 남짓한 크기의 고시텔에는 가루약 냄새가 진하게 배여 있다. 이런 정씨에게 병원은 그나마 삶을 이어갈 수 있는 하나뿐인 희망이었다. 의료 대란 이전에만 해도 정씨는 매주 2~3차례 병원에서 마약성 진통제인 케타민 주사를 맞고, 신경차단술을 받았다. 이후 통증이 잦아들면 그나마 사람답게 살 수 있었다. 정씨는 “주사를 맞고 컨디션이 좋을 때면 하루에 5000보씩 걷기도 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제 정씨는 외래 진료를 한주에 한번만 받을 수 있다. 그나마도 처방을 내릴 의사가 부족한 탓에 마약성 진통제인 케타민 주사는 맞지 못했고, 신경차단술 시술도 받지 못했다. 이달 초 병원을 찾은 정씨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통증을 잠시 완화할 수 있는 진통제와 모르핀 주사 처방만 받았다. 별다른 시술이나 치료를 받지 못한 정씨는 갈수록 커지는 우울감과도 싸우고 있다. 정씨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일상생활이 다 무너졌다”며 “누구와도 대화하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통증이 몰려오기에 잠을 제대로 잘 수도 없다. 침대에 누운 채 정씨는 모든 환자들의 바람을 전했다. “의사 선생님들, 하루라도 빨리 병원으로 돌아와주세요. 저희 같은 환자들 좀 살 수 있게 이제 돌아와주세요.”
  • 번아웃, 우울증 유발하는 원인 알고 보니…

    번아웃, 우울증 유발하는 원인 알고 보니…

    현대인은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정신없이 보낸다. 학생들은 밤늦게까지 학원에 붙잡혀 있고, 직장인은 퇴근 후에도 끊임없이 울려대는 메시지와 이메일에 시달린다. 피곤한 일상을 보낸 뒤 잠자리에 누워서도 소셜미디어(SNS)나 짧은 동영상 쇼츠를 보다가 잠든다. 이런 하루하루를 보내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차오른다. 스트레스는 각종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대인의 일상을 위협하는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들이 잇따라 출간되면서 눈길을 끈다.‘미세 스트레스’(21세기북스)는 이유 없이 집중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이 자주 난다면 바로 미세 스트레스를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한다. 미세 스트레스는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에 의해 유발되는 사소한 스트레스를 말한다.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사소하지만 꾸준히 지속되면서 자기도 모르게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뇌 구조를 부정적으로 변화해 일상을 망치는 주범이라는 것이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해져 번아웃된 때라도 정확히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알고 보면 우리 일상을 야금야금 갉아먹는 미세 스트레스 때문일 경우가 많다. 저자들은 미세 스트레스를 차단하고, 벗어날 수 있는 방법으로 ‘투명하고 솔직하게 행동하고, 과도한 부담을 떠안지 않도록 역할과 책임의 한계를 분명히 하라고 조언한다.’마음 회복 수업‘(시공사)는 최신 뇌 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스트레스에 효과적으로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원래 스트레스 반응은 인류가 동굴에서 살 때, 생존을 돕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사자나 호랑이 같은 맹수들의 위협과 공격이 감지됐을 때 생각할 겨를 없이 싸우거나 도망치도록 해 생명을 구해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현대인에게 맹수들의 위협은 사라진 대신, 대인 관계, 급격한 변화, 갈등 해결 등 일상적인 어려움이 더 많다. 뇌의 자동 스트레스 반응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주지 못해 우울과 불안, 분노를 일으킨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마음챙김을 통해 스트레스를 일으키는 편도체의 크기를 줄이고, 해마를 스트레스로 인한 손상에서 지켜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또 모든 스트레스는 해결하거나 회피할 수 없는 만큼 책에서는 스트레스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 아직 20대인데…“결혼? 출산? 둘 다 안 해요” 절반 이상 ‘포기’

    아직 20대인데…“결혼? 출산? 둘 다 안 해요” 절반 이상 ‘포기’

    갓 성인이 된 20대 초반 청년 가운데 절반가량이 이미 결혼과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6일 학계에 따르면 이화여대 이승진 일반대학원 사회복지학과 박사 수료생과 정익중 사회복지학과 교수 등은 최근 학술지 한국사회복지학에 ‘청년들은 무엇을 포기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논문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밝혔다. 연구팀은 월드비전이 주관한 ‘2022년 한국 미래세대 꿈 실태조사’ 자료를 활용해 전국 6개 권역 소재 만 19∼23세 청년 500명을 대상으로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자기계발 등 10가지 항목에 대한 미래 계획 여부를 물었다. 조사 결과 청년들은 ‘결혼·출산 포기형’, ‘미래계획형’, ‘N포형’ 등 세 유형으로 분류됐다. 먼저 다른 분야의 계획은 있지만 결혼과 출산은 거의 계획하지 않는 ‘결혼·출산 포기형’이 50.4%로 절반을 차지했다. 결혼·출산포기형 가운데 결혼과 출산 계획을 가진 청년은 각각 0%, 0.3%에 그쳤다. 연애 계획이 있는 경우는 35.8%였다. 다만 대인관계, 취미생활, 건강관리, 자기계발 등 항목에서 80% 이상의 청년이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답했다. 내집마련에 대한 계획도 절반이 넘는 66.1%가 세우고 있었다. 모든 미래계획 문항에서 계획이 있다고 응답한 ‘미래계획형’은 31.2%였다. 이 경우 출산을 제외한 모든 항목에서 97% 이상이 ‘계획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출산 계획을 가진 청년은 76.2% 수준이었다. 다수 항목의 계획을 포기한 ‘N포형’은 18.4%로 나타났다. 이들 가운데 결혼과 출산 계획이 있는 경우는 각각 13.2%, 11.5%로 가장 적었다. 또 각 문항에서 계획이 있다고 답한 경우가 최대 45.7%(취업·창업)에 불과해 절반 이상이 미래를 계획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한국의 ‘N포세대’는 결혼·출산포기형과 N포형으로 전체 68.8%의 매우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며 “특히 결혼과 출산만을 포기하는 경우가 절반 이상이라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청년의 대다수가 N개의 미래 계획을 포기했고, 포기가 청년들의 우울·불안과 행복감에 영향을 미친 만큼 청년의 희망 고취를 위한 집중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또 20대 초·중반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으려는 이유로 ‘결혼비용’, ‘개인 삶·여가 중요’ 등을, 출산 계획이 없는 이유로 ‘육아 부담’, ‘개인 생활 부족’ 등을 꼽은 조사 결과를 제시하며 “청년들의 결혼, 출산과 관련한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지속해 추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사설] 저출산 주범 ‘사교육비 27조’… 또 역대 최대라니

    [사설] 저출산 주범 ‘사교육비 27조’… 또 역대 최대라니

    지난해 초중고생의 사교육비가 전년보다 4.5% 증가한 27조 1000억원으로 파악됐다. 2021년(23조 4000억원), 2022년(26조원)에 이은 3년 연속 최고치다. 교육부와 통계청의 조사 결과로, 사교육 참여율도 학생 10명 중 약 8명(78.5%)으로 역대 최고치였다. 조사 대상에서 빠진 유아 및 대입 준비생 집단의 사교육비를 포함하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이다. 1년 새 학생수가 7만명이나 줄고 사교육 카르텔 혁파 등 사교육비 경감을 외쳤건만 물가상승률(3.7%)을 웃도는 증가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사교육비 증가율이 그 전년(10.8%)보다 꺾인 건 다행이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학교급별 증가율을 보면 초등학교(4.3%)와 중학교(1.0%)에 비해 고교는 8.2% 증가로 2016년(8.7%) 이후 7년 만에 최대치를 보였다. 교육부를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수능 이권 카르텔 척결을 지시한 이후 교육과정 내 변별력을 토대로 한 쉬운 수능을 약속했다. 하지만 쉬운 수능은 아니었다. 게다가 감사원의 이권 카르텔 감사에서는 교육부 주장과 달리 교사와 학원 간 광범위한 카르텔이 드러났다. 이런 지경이니 출제 기조 변화에 대한 불안감과 의대 열풍 속에 고3 수험생들이 학원가로 달려간 것이라 하겠다. 정부의 분발이 요구된다. 학부모들은 아이들이 공교육만으로도 상급 학교에 진학하고 원하는 직장도 구할 수 있기를 원한다. 이런 바람에 부응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 늘봄학교 운영을 강화해 방과후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 학원에 보내는 초등학생 학부모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중고교는 교육방송 서비스 확대는 물론 교육교부금을 활용해 수월성 교육 수요도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학교 교사들마저 자녀들을 사교육에 맡기는 실정 아닌가. 이와 함께 학력 간 고용 및 임금 차이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친 제도 개선과 학벌 중시 풍토 개선 등 국민의식 변화도 유도해야 한다. 이런 종합적인 대책 없이는 내년에도 사교육비 최대 증가라는 우울한 소식이 나올 것이다. 사교육비 부담은 대표적인 저출산 요인이다. 결혼하더라도 사교육비 부담 때문에 출산을 꺼리는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합계출산율 0.65명으로 가장 출산을 하지 않는 나라다. 저출산을 심화시키는 사교육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국가의 미래를 논할 수 없다.
  • [서울인싸] 지금, 당신에겐 정원이 필요하다

    [서울인싸] 지금, 당신에겐 정원이 필요하다

    지난해 서울정원박람회에 정원해설사로 참여했던 장순임씨는 시민정원사, 시민참여 협동정원 조성 등 정원과 관련된 여러 활동을 했었다. 왜 이렇게 열심히 정원에 대한 활동을 하시냐 여쭤 보니,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우울감이 심해졌었는데 다양한 정원 자원봉사 활동에 참여하며 지금은 우울증을 극복했다고 한다. 정원 활동에서 보람을 느낀다는 순임씨는 정말 행복해 보였다. 우리는 얼마나 행복할까? 행복의 수치보다 불행의 수치가 더 크게 와닿는다면 지금 당신에겐 정원이 필요하다. 정원이 주는 효과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단순히 정원 경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심리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지니는데 불안감은 20%, 부정적인 기분은 11% 감소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정형화되지 않은 기하학 형태의 정원은 다양한 감정을 조화롭게 느끼도록 하는 효과를, 자연스러운 풍경은 편안함과 즐거운 감정을 일으킨다. 특히 스코틀랜드의 2004년 연구 내용 중 정원을 소유한 사람의 스트레스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73.63% 낮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 워릭대 앤드루 오즈월드 연구팀에 따르면 유럽은 나이가 들수록 행복지수가 높다. 가정을 돌보고 일을 가장 많이 하는 40대 중반에 가장 불행하고 어린 시절과 노년기의 행복지수는 월등히 높은 U자형의 그래프를 보여 준다. 반면 한국 사회는 노인이 될수록 행복하지 않다. 국내 한 연구에 따르면 연령별로 행복을 느낀다고 답한 비율은 19∼44세 39.5%, 45∼64세 35.3%, 65∼74세 29.7%, 75세 이상 25.7% 등이다(2023년 질병관리청 학술지 ‘주간 건강과 질병’에 실린 ‘생애주기별 한국인 행복지수 영향요인’). 하지만 아이들이 풍부한 상상력을 이끌어 내는 정원을 마주하고 자랄 수 있다면, 출근해서도 회사 앞이나 옥상에서 정원을 만나 볼 수 있다면, 은퇴 후 적적한 일상에서 마을의 꽃과 텃밭을 가꿀 수 있다면 우리의 생애가 좀더 행복으로 채워지지 않을까. 특히 개인화와 저출생, 고령화가 사회문제로 부각되는 지금을 슬기롭게 살아가기 위한 솔루션으로 어느 때보다 정원의 효능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뉴욕 센트럴파크를 설계한 조경가 옴스테드는 “지금 이곳에 공원을 만들지 않는다면 100년 후에는 이만한 넓이의 정신병원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없이 어디에서나 누구에게나 도시가 시민에게 선사할 수 있는 위안과 치유, 그것이 정원이다. 그것이 지금 당신에게 정원이 필요한 이유이고 서울에 정원이 많아져야 할 이유다. 얼마 전 ‘매력가든 동행가든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만 1000여개의 정원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단숨에 도시가 바뀌진 않겠지만 서울에 아름다운 정원을 채워 나가 사람들의 마음에 단단한 위안과 희망을 심어 가고자 한다. 더 많은 시민들이 계절마다 피어나는 ‘정원 혜택’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이수연 서울시 푸른도시여가국장
  • 반려견 함께하면… 스트레스 ‘뚝’ 집중력은 ‘업’[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반려견 함께하면… 스트레스 ‘뚝’ 집중력은 ‘업’[유용하 기자의 사이언스 톡]

    정신없이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은 각종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습니다. 과도한 스트레스가 신체적·정신적 질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미국 피츠버그대, 인디애나대, 퍼듀대, 네덜란드 라드바우드대, 영국 보건 과학 아카데미 공동 연구팀은 만성적 스트레스가 심혈관 질환, 암 같은 질병을 일으키고 인지 기능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13일 밝혔습니다. 더군다나 만성적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은 지역 사회와 인구 집단 전체, 생태 환경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수학적 모델링으로 확인했습니다. 이런 연구 결과는 자연과학 분야 국제 학술지 ‘프런티어스 인 사이언스’ 3월 12일자에 실렸습니다. 염증이 만성화되거나 수치가 높으면 건강한 조직과 장기를 손상하고, 뇌에도 영향을 줘 인지, 감정, 행동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염증 자체는 전염되지 않지만 체내 염증의 근본 원인인 스트레스는 소셜미디어(SNS)를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빠르게 확산합니다. 개인 차원의 분자, 세포, 생리학적 문제가 디지털 수단을 통해 대규모로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연구팀은 이런 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불안과 인지 과부하를 일으키는 디지털 매체 접촉을 줄이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런 뻔한 조언 말고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데 좀 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요. 한국 과학자들이 이에 대한 답을 내놨습니다. 건국대 연구팀은 반려견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가 줄고, 함께 하는 활동 유형에 따라 휴식, 이완, 집중력 향상과 관련된 뇌파가 증가된다고 밝혔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 학술지 ‘플로스 원’ 3월 14일자에 실렸습니다. 병원이나 학교 등에서 불안을 줄이고 스트레스를 완화하며 신뢰감을 조성하는 데 반려견 같은 동물을 이용한 매개 치료법이 널리 사용되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반려동물들과의 어떤 상호작용이 사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연구팀은 성인 남녀 30명에게 잘 훈련된 반려견과 함께 장난감 갖고 놀기, 사진 찍기, 간식 주기 등 8가지의 활동을 하게 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에게는 뇌전도(EEG) 측정 장치를 착용하도록 하고 반려견과 다양한 상호작용을 하는 동안 뇌의 움직임을 측정했습니다. 또 활동 직후 감정 상태에 대한 설문조사도 했습니다. 그 결과 개와 놀아주고 산책하는 동안은 긴장을 완화시키는 알파파가 증가했고, 털을 손질하거나 마사지 등을 할 때는 집중력 향상과 관련한 베타파가 상대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활동이 끝난 뒤에는 참여자 모두 피로감, 우울감, 스트레스가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많은 연구에 따르면 꼭 반려견이 아니더라도 집 안에 작은 화분 하나만 있어도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털 알레르기가 있다면 봄을 맞아 파릇한 반려 식물을 한번 키워 보는 것은 어떨까요.
  • 우주여행은 인류의 로망? 잘못했다간 두통에 치매

    우주여행은 인류의 로망? 잘못했다간 두통에 치매

    2020년대에 들어서 우주 선진국을 중심으로 유인 우주 탐사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달과 화성에 인간을 보내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 과학적 호기심도 있겠지만 ‘제2의 지구’나 희귀 자원 채굴 같은 실질적 목표 때문이기도 하다. 사람이 우주 탐사나 거주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문제는 사람이 오랫동안 우주에 나가 있을 때 어떤 신체적·정신적 변화가 발생할 것인가다.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대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연구팀은 현재의 우주 탐험 기술로 사람이 6개월 이상 우주방사선에 노출되면 전두엽 피질의 뉴런 연결과 중추신경계의 밀도가 약해지고 뇌세포에 변형이 발생해 기억력 저하, 치매, 중증 우울증 등 각종 인지·뇌 기능 장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지난해 미 플로리다대 응용생리학·운동학과, 미 항공우주국(NASA) 휴스턴 존슨우주센터 등의 과학자로 구성된 연구팀은 우주 여행시간이 길어질수록 뇌실이 확장되고 뇌 체액 순환에 문제가 생겨 중추신경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연구 결과를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발표했다. 과학 저널 ‘사이언스’도 인류가 안전한 우주여행을 위해서는 ▲우주방사선 ▲고독감 ▲우주 곰팡이 ▲미세중력 ▲인적 오류라는 5가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네덜란드 레이던대 메디컬 센터 연구팀은 장기간 미세중력 상태에 있게 되면 두통 병력이 없는 사람도 심각한 편두통과 긴장성 두통을 앓게 된다는 연구 결과를 의학 분야 국제 학술지 ‘신경학’ 3월 1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럽우주국(ESA), NASA,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소속 우주비행사 24명에 대한 우주 비행 중 건강 데이터와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이들은 2011년 11월부터 2018년 6월 사이에 최장 26주 동안 국제우주정거장(ISS) 임무에 파견됐다. 실험에 참여한 우주비행사들은 우주 비행 이전에는 편두통이나 원발성 두통, 긴장성 두통 진단을 받은 적이 없었다. 분석 결과 우주비행사의 92%가 비행 중 두통을 경험했다. 전체 두통 중 가장 많이 발병한 것은 스트레스, 피로, 수면 부족, 환경 변화 등으로 인해 나타나는 긴장성 두통이었으며 편두통을 앓은 사람도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1명의 우주비행사는 한 가지 이상의 두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일 이상 우주에서 체류하는 장거리 우주 비행에서는 누구나 두통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두통은 우주 비행 첫 주에 나타나기 시작해 두통의 강도가 점점 심해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구로 귀환한 다음 3개월까지는 두통이 지속됐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대부분의 우주비행사에게 우주 두통을 비롯한 각종 뇌신경 질환이 쉽게 나타날 수 있는 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장기간 유인 우주 비행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를 이끈 W.P.J. 판 오스터하우트 박사는 “우주 비행으로 인한 중력 변화는 뇌를 비롯한 신체 여러 부위의 기능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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