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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한 아이들 손 잡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가난한 아이들 손 잡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입니다”

    │반둥 강병철특파원│“가난한 아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것, 그것이 하나님의 마음입니다.” 한 달에 한두 번씩 짐을 싸는 사람이 있다. 바로 브라이언 정(40) 한국컴패션 비전트립 책임자다. “내가 우울해 하면 내 앞에 있는 아이도 그렇게 보인다.”는 그는, 그래서 항상 아이같은 미소를 띠고 있다. 지난달 29일 하루 일과를 끝내고 숙소에서 만난 그는 “세상에는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놓여 누군가의 손길을 기다리는 아이들이 수없이 많다.”면서 “비전트립 참가자들은 그런 이들의 손을 잡아주는 하나님의 마음을 담아 가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15년간 청소년 사역자로 활약한 그는 3년 전부터 한국컴패션에서 비전트립을 담당했다. 그의 역할은 현지 스태프와 일정을 조율하고 참가자들을 이끄는 일. 그동안 에디오피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컴패션 수혜국으로 그가 인솔해 떠난 여행만 해도 셀 수 없을 정도다. 올해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총 15번의 비전트립이 예정돼 있다. 중·고등학생이 대부분인 참가자들에게 비전트립의 방향을 제시하고 아침·저녁 목회를 이끄는 것도 그다. 하지만 그는 목사가 아니다. 신학교를 다니던 2000년, 정씨는 목회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지금까지도 여전히 ‘전도사’라는 이름으로 살고 있다. 그러다 지난 3년간의 사역으로 ‘하나님의 부르심’ 확신이 생겼다는 그는 최근 다시 신학을 공부하고 있다. 바로 ‘아이들을 위한 하나님의 종’이 되기 위해서다. 한때 고아원을 여는 게 꿈이었다는 그는 그만큼 아이들을 좋아한다. “아이들을 보면 아예 그 안으로 들어가서 그 아이가 어떻게 느낄까를 생각합니다. 외로운 아이가 보이면 내가 외로웠던 때를 생각하고, 상처받은 아이를 보면 내 상처를 생각하죠.” 그 역시 후원자녀가 있다. 이곳 일을 하기 전부터 필리핀 아이 4명을 후원하고 있다. 그는 비전트립은 수혜국 아이들뿐 아니라, 후원국 참가자들에게도 소중한 기회라고 말한다. 자기 인생의 새로운 비전을 가질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 그래서 그는 비전트립이 어른보다 청소년들에게 더 필요한 것이라고 본다. 그는 “청소년들은 어른들보다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존재들”이라면서 “이들에게 올바른 비전과 열정을 심어서 그 잠재력의 봉오리를 떠뜨리게 하는 게 내 일”이라고 했다. 글 사진 bckang@seoul.co.kr
  • [생명의 窓] 암(癌), 이제 질을 논할 때다/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생명의 窓] 암(癌), 이제 질을 논할 때다/하지현 건국대 의대 신경정신과 교수

    “선생님 몇 달 남은 것이죠?” “진단 결과를 환자분에게는 숨겨 주시기 바랍니다.” 10년 전만 해도 암과 관련해 의사가 환자나 환자 가족들과 나누는 대화는 주로 이런 내용이었다. 암을 진단받고 나면 당연히 남은 삶이 얼마 되지 않을 것으로 여기고 얼마나 남았는지 알고 싶어 했고, 그동안 지난 생을 정리해야 한다고 믿었다. 또 암을 진단받았다는 천형과도 같은 소식을 가족과 환자에게 알리는 방법은 의사들의 중요한 고민이었다. 내가 의과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암환자와의 소통에 대해 이런 부분을 배웠다. 그런데 요즘 진료실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 암환자들을 심심치 않게 정신과 진료실에서 만나게 된다. 항암치료를 위해 내과를, 수술을 위해 외과를 가던 환자들이 이제는 정신과에도 온다. 왜 그런 것일까? 그것은 암과 관련한 커다란 패러다임의 전환이 왔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보건복지가족부 중앙암등록본부는 암 발생자의 생존율 통계를 발표했다. 암환자의 5년 생존율은 1993년 41%에서 2003~2007년에 57.1%로 획기적으로 늘어났다. 그중에서도 갑상샘암은 98.8%, 유방암은 89.5%, 전립샘암은 82.4%의 높은 생존율을 나타냈다. 많은 환자들이 2년 안에 사망하는 확률이 높지만 그 기간을 지나고 나면 난치성 암이라 해도 5년 이상 생존할 확률이 높고 10년 생존율을 조사했을 때에도 10명 중 4명 가까이가 건재했다. 이에 반해 암 발생자 수는 2005년 14만 5858명에서 20 07년 16만 1920명으로 11% 늘었다. 특히 노령화가 진행되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평균수명까지 살 경우 암에 걸릴 확률은 남자가 34.4%, 여자는 28.9%라고 한다. 이 복잡한 통계를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오래 살게 되고 정기검진이 일반화되면서 암에 걸리고 진단 받을 확률은 올라간 반면 의학의 발달로 생존율도 10년 사이에 매우 올라갔다.’는 것이다. 즉, 이제는 암환자의 생존율이 높아진 만큼 암으로 인해 삶의 질을 위협받는 환자로 지내는 동안의 심리적 고통도 대등하게 중요한 문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암을 치료받는 과정에서 경험하는 죽음에 대한 공포, 수술과 항암치료 등으로 인한 신체의 변형, 사회와 가정에서의 삶의 급격한 변화, 완치판정을 받은 다음에도 사라지지 않는 재발에 대한 두려움은 환자들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심리적 문제들이다. 나아가 투병 중인 환자 가족들의 고통이나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 때문에 사치스럽다고 여겨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성생활 문제까지 더해지면 암환자의 심리적 문제는 복잡해진다. 처음에는 살아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했다. 이제는 좋아졌다고 생각하고 직장에 복귀하고 가정에서 일상생활을 시작하려고 하지만 처음 의욕과 달리 생각만큼 일이 쉽사리 풀리지도 않는다. 이런 문제들로 우울해지고, 잠도 안 오고, 예민해지고, 스트레스 관리가 안 돼 생활은 더 엉망이 되는 것같이 느낀다. 그런데 주변에 얘기하면 배부른 고민이라는 말을 들을까 신경이 쓰인다. 이와 같은 어려움을 이해해 줄 곳이 정신과다. 암에 대해 이해하는 의사이면서 심리적인 부분도 다룰 수 있으니까. 정신과에서 상담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환자들은 편안해지고, 더 나아가 신체적 조건도 덩달아 좋아지는 효과를 본다. 실제로 같은 암을 앓고 있는 환자들끼리 집단치료를 받은 경우 그러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재발률이 현저히 낮다는 연구보고도 있다. 예전에 가난할 때에는 밥을 굶지 않는 것이 가장 우선이었지만 여유가 생기고 나면 맛과 분위기와 같은 문화적 측면이 중요해지듯이, 이제 암의 문제도 차차 삶의 질의 문제로 방향전환이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암의 정신과적 측면을 다루는 정신종양학이 정신의학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현대의학의 발전과 빠른 노령화 추세에 맞춰 암은 이제 생존의 차원을 넘어섰다. 암과 더불어 사는 삶의 질을 더욱 고민하고 함께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때다.
  • 은평구 ‘四苦’ 노인복지시스템 주목

    은평구 ‘四苦’ 노인복지시스템 주목

    서울 은평구의 ‘사고(四苦)’라는 맞춤형 노인 복지시스템이 주목받고 있다. 사고는 질병, 고독, 빈곤, 역할상실 등 노인들이 겪는 4가지 고통을 말한다. 은평구에는 65세 이상 노인인구 4만 8000여명 가운데 홀몸노인만 9860명일 정도로 보살핌을 받아야 할 노인들이 많다. 우선 노인 질병관련 정책은 환절기 감기와 신종플루에 맞춰져 있다. 지난해 가을 계절성 독감 예방접종을 마쳤다. 다음달부터는 신종플루 무료 접종이 이어진다. 2월 3일부터 19일까지 관내 거주하는 65세 이상 노인들이 대상이다. 관내 전 구간을 1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는 장애인·노약자 무료 셔틀버스를 제공, 편의도 극대화했다. 이 밖에도 건강검진, 치매관리, 한방진료, 건강체조, 이동목욕사업, 영양플러스 사업 등 다양한 사업이 상시적으로 운영된다. ●무료 전용 셔틀버스·안심콜 서비스도 노인 고독은 우울증과 겹쳐 자살로 이어지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구는 이러한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 11월 홀몸노인 전수조사를 실시해 노인돌봄서비스 대상자 876명을 선정했다. 노인돌보미가 주기적으로 이들의 집을 방문해 안전점검을 하고 말벗도 돼 드리는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 100명에게는 재가관리사를 파견해 가사 지원과 병원동행 및 은행업무대행 등 생활편의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이 밖에 위기상황발생시 119가 즉시 출동함으로써 위기노인을 구출, 병원으로 후송하는 ‘소방서 U-안심콜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65세 이상의 노인들은 노후 연금이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구는 해마다 노인 일자리 사업을 통해 이들의 생활을 돕고 있다. 올해도 1395명의 일자리를 마련했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점심을 거르는 노인을 위해 경로식당에서 무료로 점심도 제공한다. 경로식당은 은평노인종합복지관 등 관내 7개소에서 운영하고 있다. 이용대상은 모두 509명이다. 거동이 불편해 경로식당을 이용할 수 없는 재가노인 282명에게는 밑반찬과 도시락을 배달해주고 있다. ●복지센터서 적극적 삶 찾아줘 마지막으로 역할상실 문제해결을 위해 노인복지센터가 뛰고 있다. 과거 경로당이 단순히 담소를 나누는 공간이었다면, 복지센터는 역할상실로 오는 소외감 극복과 디지털시대를 사는 현대적 감각을 익혀 삶을 적극적 자세로 바꿀 수 있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현재 관내에는 총 5곳의 복지센터가 있다. 올 하반기에 불광동노인복지센터가 문을 연다. 내년에는 신사2동노인복지센터와 역촌동노인복지센터가, 2012년에는 구산동노인복지센터가 개관을 목표로 공사 진행 중에 있다. 노재동 은평구청장은 “건강에 대한 관심과 의학발달로 고령인구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힘든 시기에 나라를 지키고 국가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한 어르신을 공경하는 것이 이 시대의 책무” 라고 강조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2008년 1만285명 자살 하루평균 35명꼴 “국가질병… 정부 나서야”

    삼성전자 부사장의 자살을 계기로 자살을 단순한 개인 문제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국가질병’으로 보고 정부가 대책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하지만 정부는 자살예방을 위한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고, 자살 예방관련 법안도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않는 실정이다. 27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2008년 한 해에 1만 2858명이 자살했다. 하루 평균 35명이 자살한 셈이다. 전년에 비해 5.6%인 684명이 증가한 숫자다. 자살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80대 이상의 10만명당 자살률이 112.9명에 달하는 등 60~80대 등 노인층의 자살률이 다른 연령층에 비해 훨씬 높았다. 20대의 자살률은 22.6명에 불과했지만, 사망원인으로 따지면 6년째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자살을 단순한 개인문제로 넘길 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적극적 대처로 자살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인 셈이다. 정부는 2013년까지 인구 10만명당 20명 미만으로 자살자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각종 상담기관과 의료기관을 통해 지역사회 정신질환 예방과 조기발견에 주력하면서 질환자 재활, 자살예방 및 위기 중재, 생명사랑 캠페인 등의 노력을 병행하는 내용의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2008년 내놨다. 하지만 관련 예산도 확보하지 못해 거의 대부분을 자살예방 공익광고 비용으로 쓰고 있을 뿐이다. 국회에도 자살 예방관련 법안은 잠자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강창일 민주당 의원이, 2008년 9월에는 임두성 한나라당 의원이 ‘자살예방법안’을 제출했지만 관련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앞서 17대 국회인 2006년 9월 안명옥 한나라당 전 의원이 내놓은 ‘자살예방법안’은 논의도 하지 못하고 자동폐기됐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대표적 원인으로 꼽히는 ‘우울증’에 대한 적극적인 대처를 효과적인 자살예방의 지름길로 꼽았다. 우울증이 감추거나 부끄러워할 것이 아니라 다른 병처럼 고쳐야할 ‘질병’이라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 심리상담사는 “우울증세가 있더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절대 알려서는 안 되는 것처럼 숨기고 그런 적 없다고 사실 자체를 부정한다.”면서 “우울증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사회에서 차별을 받을 것라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혼자서 속으로 감춘 우울증이 자살의 한 원인이 되는 것은 물론”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미국에서는 자살예방을 위해 우울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는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이고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젊은이 위협하는 치매, 당신의 기억은?

    젊은이 위협하는 치매, 당신의 기억은?

    요즘 치매는 노인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젊은이들도 휴대전화나 컴퓨터 등 디지털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한 나머지 단순 기억력이 감퇴하는 ‘디지털 치매’를 앓고 있다. KBS 1TV ‘생로병사의 비밀’은 28일 오후 10시 ‘젊은 치매, 당신의 기억은 안녕하십니까?’편을 방송한다. 제작진은 분당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김기웅 교수팀과 함께 60세 미만의 나이에도 기억력 감퇴를 호소하는 100명을 모집해 기억력 진단을 한 결과 최종 참가자 87명 중 알츠하이머를 비롯한 치매 진단을 받은 사람이 6명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경도인지장애 환자가 13명, 우울증과 강박증 등 정신장애로 인한 인지저하 환자가 38명으로 집계됐다. 경도인지장애란 치매와 정상 사이의 회색지대로, 방치하면 치매로 이행할 가능성이 정상보다 10배 높은 치매 고위험군이다. 프로그램은 “국내 알츠하이머 환자의 17%는 65세 미만의 젊은 치매 환자들”이라며 “젊다고 치매로부터 안전하지 않으며, 젊은 나이에 시작된 초로기 치매는 진행이 빠르다.”고 경고한다. 기억력이 손상되지 않는 치매도 있다. 전두 측두엽 치매로, 일반적인 치매와 달리 초기에는 기억력에 문제가 없기 때문에 치매인 줄 모르고 지나쳐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이미순(58)씨는 겉으로 봐서는 치매 같지 않아 알아보기 힘들지만, 전두 측두엽 치매를 앓고 있다. 처음 이상을 발견한 것은 2년 전. 기억력 상실부터 오는 치매 환자들과 달리 이씨에게서는 잘 웃지도 않고, 예민해지는 성격 변화부터 나타났다. 이와 함께 프로그램은 전 세계 치매 관련 1만 2000개의 논문을 분석해 정리한 ‘치매를 예방하는 생활습관 6가지’도 소개한다. 일명 ‘진·인·사·대·천·명’으로 ▲진땀 나게 하루 30분 이상 1주일에 3번 운동하고 ▲인정사정없이 담배를 끊고 ▲사회생활을 통해 주변 사람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갖고 ▲대뇌 활동을 통해 뇌를 자극하고 ▲천박하게 술을 마시지 말고 ▲명을 연장할 수 있는 대뇌건강 식사를 하는 것이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문화마당] 점(占) 권하는 사회/ 장유정 극작가

    [문화마당] 점(占) 권하는 사회/ 장유정 극작가

    신년이니 재미 삼아 한번 보자는 말에 따라 나선 것이 화근이었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까지 몸소 출장 온 신참 보살은 사방이 탁 트인 커피숍에서 오방색 깃발을 흔들다 말고 흠칫 놀랐다. 금년부터 삼재란다. 올해는 집도 고치지 말고 밤 운전도 하지 말고 상갓집도 가지 말라며 굳이 뭔가 새로운 일을 해야 한다면 삼재맞이 굿부터 치르라고 했다. 그 말이 얼마나 간곡하던지 무시하고 거슬렀다간 큰일이 날 것만 같았다. 서비스로 다른 식구들까지 봐주었는데 좋은 점괘가 한 가지도 없었다. 부모님은 평생 싸우느라 자식들을 돌보지 않을 거고 남동생은 집안을 말아먹을 팔자인 데다가 여동생은 성격이 못 돼먹어 마흔 넘어야 시집을 갈 것이며 나의 인연은 지나갔단다. 그래서 부모님은 35년간 잉꼬부부로 잘 살아왔고 남동생은 타고난 효자인 데다가 여동생은 수녀지망생이었을 만큼 심성이 고우며 나는 이미 결혼했다고 하니 한마디로 일축했다. “몰라! 사주엔 그렇게 나와 있어!” 집에 돌아와 생각하니 찜찜했다. 특히 한 집안에 삼재인 사람이 둘이나 돼 될 일도 안 될 거란 말이 귀에 쟁쟁했다. 재미로 본 것인데 재미는커녕 하루 종일 우울해져서 진짜 용하다는 데서 다시 봐야 하나 싶기까지 했다. 싱숭생숭 고민 끝에 남동생에게 들었던 얘기를 전했더니 심각한 분위기를 비웃듯 동생은 웃어 젖혔다. 웃음의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삼재란 한 해에 세 띠씩 걸리는 것이니 식구가 여덟이면 그 중 두 명이 삼재에 걸리는 건 확률상 당연하다. 마치 4인용 테이블에 앉으면 그 중 한 명은 삼재인 것과 같은 이치다. 하지만 그 식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소소한 불운들, 예를 들어 고추를 깨물었는데 엄청 맵다든지 새 옷에 물을 엎질렀다든지 등과 같은 일들이 모두 삼재 걸린 사람 탓은 아니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켜 갈 수 없는 것이라면 동창회는 어떻게 열고 부모가 동갑이고 아이들이 네 살 터울인 가족은 어쩌란 말인가! 생각해 보면 인연이라는 것도 그렇다. 정해진 것이 없다. 아무리 멋진 이성이 나타난 대도 그 순간 눈을 감아버리면 기회는 사라진다. 별것 아닌 것 같은 눈꺼풀의 작은 움직임도 순수한 자기 의지가 없으면 운동하지 않는다. 하물며 상대와의 관계를 진전시킬지 포기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선택이다. 그런데 사람이 큰 일 앞에 서면 주저하게 된다. 그가 정말로 나의 반쪽인지, 아니면 임자는 따로 있는데 착각하는 건지, 다가올 미래가 두렵고 지나간 상처가 아프다. 대학로 노상 점집에서 궁합이라도 봐야 속이 시원해지지 싶다. 세대의 고민을 반영하듯 이와 같은 소재를 다룬 작품들도 여럿 있다. 얼마 전 개봉해서 150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청담보살’은 청담동의 잘나가는 무당이 어머니가 점지해준 남자와 울며 겨자 먹기로 데이트를 하다 결국 그의 진가를 깨닫는 이야기다. 현재 충무아트홀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점점’은 점에 죽고 점에 사는 기상캐스터가 점집에서 강력 추천한 비호감 남자와 직장에서 만난 이상형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용이다. 선택의 방식은 다르지만 두 작품의 결론은 같다. 운명은 스스로 개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코엑스의 신참 보살 말처럼 사주엔 정말로 날 때부터 정해진 운수가 쓰여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세상 혼자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에 이리 치이고 저리 쓸리다 보면 운명도 조각품처럼 깎이고 다듬어지지 않을까. 복잡한 심경을 달래기 위해 점집에 가기도 하고 교회에 가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영화의 결론이 그렇듯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깨닫게 되기 마련이다. 모든 것이 새롭고 긴장되는 신년이다. ‘걱정하지 마, 넌 잘할 수 있어.’ 같은 따뜻한 한마디가 절실한 때이다.
  •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

    ‘알람브라 궁전의 추억’, 기억 나십니까. 제목은 아스라할망정, 듣고 나면 무릎을 치며 반색할 클래식 기타의 명곡이지요. 스페인의 전설적인 기타리스트, 프란시스코 타레가(1852~1909)가 작곡한 이 노래에는 타레가 자신의 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당대를 풍미하던 기타리스트 타레가는 ‘콘차’라는 여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이미 결혼한 처지. 그녀가 집으로 돌아간 밤이면 타레가는 기타를 들고 알람브라 궁전을 찾아 아름다운 사랑의 세레나데를 만들어 냅니다. 애틋한 사랑이 켜켜이 쌓여 명곡을 만든 셈입니다. 그 곡이 잉태된 곳이 스페인 남부 그라나다에 있는 알람브라 궁전입니다. 이슬람 건축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곳으로, 스페인은 물론 전 세계인의 보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빼어나지요. 그러나 명곡이 탄생한 진짜 이유는 이와 다르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현지 가이드 백인철씨는 “알람브라 궁전에 ‘알박기’하듯 르네상스 양식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운 가톨릭 교도들의 행태에 대한 회한과 반성을 담은 노래”라고 주장합니다. ‘카를로스 5세 궁전’이 ‘문제의’ 건축물입니다. 얼핏 보아도 주변 건물에 견줘 크고 위압적이지요. 이슬람 왕조를 무너뜨린 가톨릭 정복자의 오만이 그대로 묻어납니다. ●이슬람 잔향(殘香) 가득한 그라나다 │그라나다 손원천특파원│그라나다를 품고 있는 안달루시아는 스페인에서 가장 비옥한 땅이자 남부 최대의 자치주다. 유럽이지만 유럽 같지 않은, 이방(異邦)의 느낌이 물씬 풍긴다. 역사를 되짚어 올라가면 그 까닭을 쉽게 알 수 있다. 기원전에는 페니키아와 카르타고, 이후에는 로마와 반달, 그리고 사라센 등이 차례로 지배했다. 안달루시아란 이름도 ‘반달족이 살던 땅’이란 뜻. 특히 사라센은 8세기부터 800년 동안 통치했는데, 사라센이 곧 이슬람이자 북아프리카에서 건너온 무어인이다. 더욱이 그라나다는 지중해 너머 북아프리카와 인접한 탓에 이슬람의 잔향이 한결 진하게 배어 있다.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버스로 5시간가량 내려오면 이슬람 왕조의 옛 영토, 그라나다에 닿는다. 알람브라 궁전은 그라나다 시가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언덕에 당당한 자태로 서 있다. ‘빨간 벽돌로 지어진 성’이란 뜻으로, 13세기 가톨릭 세력에 코르도바를 뺏기고 남하한 무어인들이 그라나다에 나스르 왕조를 세우면서 알람브라 궁전도 함께 축조했다. 이후 나스르 왕조 마지막 왕 보압딜이 에스파냐 통일을 완성한 부부왕, 카스티야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왕국의 페르난도 왕 연합 세력에 패배, 알람브라 궁전을 내줄 때까지 260년 가까이 유럽 내 이슬람 최후 보루 역할을 담당했다. ●알람브라 절정은 술탄들이 놀던 ‘사자의 정원’ 겉에서 보는 알람브라 궁전은 놀랄 만큼 수수하다. 하지만 안으로 한발짝 들어서는 순간 관람객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비현실적인 아름다움의 세계로 빠져든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화려함은 더해간다. 이슬람 건축양식의 특징이다. 알람브라와의 첫 만남은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시작된다. 부부왕에 이어 스페인 왕위에 오른 카를로스 5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궁전을 알람브라의 정수리에 세운다. 밖에서 볼 때는 정사각형 형태. 그러나 안으로 들어가면 원형경기장처럼 둥근 모양을 하고 있다. 여태 미완성이란 게 이채롭다. 카를로스 5세 궁전에서 본궁으로 접어들면 한순간에 가톨릭과 이슬람 문화가 교차하는 묘한 시각차를 경험한다. 우선 벽면에 새겨진 아랍 문자와 문양들이 시선을 끈다. 수많은 기둥과 벽, 천장마다 아라베스크 문양과 ‘코란’ 문장으로 빈틈없이 장식돼 있다. 세세한 부분까지 알맞은 색채가 곁들여진 것은 물론이다. 인간의 손길이 어디까지 섬세해질 수 있는지 가늠조차 어렵다. 술탄(이슬람 정치 지도자)이 외교관 등을 접견했던 ‘대사의 방’ 앞은 ‘아라야네스 안뜰’이다. 하얀 대리석 바닥과 아치형 조각 기둥이 조화를 이루고, 작은 연못 물위에 비친 맞은편 건물은 수중도시처럼 느껴진다. ‘아라야네스 안뜰’은 인도의 타지마할 조성에도 영향을 주었다고 현지 가이드는 전했다. 알람브라의 절정은 ‘사자의 정원’이다. 술탄의 후궁들이 머물던 내밀한 공간. 정원 중간에는 유대인이 선물했다는 12마리 사자상이 저마다 분수처럼 물줄기를 내뿜는다. 현재 복원 공사중이어서 실물을 볼 수는 없다. 알람브라 궁전 어디서고 이처럼 크고 작은 수로를 볼 수 있다.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서 발원한 물줄기를 궁전까지 끌어들인 것으로, 식수는 물론 한여름 40℃까지 치솟는 열기를 식히는 역할을 했다고 전해진다. 모든 물줄기는 사자의 정원으로 집결된 뒤 다시 분산돼 거미줄 같은 수로를 따라 궁전 곳곳으로 흘러간다. ●우울한 중세의 기억 남은 알바이신 마을 궁전 외곽의 알카사바 요새에서 내려다보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알바이신 마을이 눈에 들어 온다. 아랍인 거주지역이었던 곳으로 우울한 중세의 기억이 깔려 있는 마을이다. 이슬람 왕조 멸망 뒤, 그들의 문화와 종교를 보호해 주겠다는 항복 조건을 내팽개친 스페인 병사들은 닥치는 대로 마을을 약탈하고 잔혹한 살육을 저질렀다. 그들의 종교적 신념 앞에 한 문명이 무참히 스러진 것. 그리고 요새 성벽에 세워진 무슬림의 초승달 첨탑도 십자가와 종이 들어선 생경한 모습으로 바뀌고 말았다. 알람브라 북쪽의 ‘헤네랄 리페’도 놓쳐서는 안 될 진귀한 볼거리. ‘건축가의 정원’이란 뜻으로, 알람브라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건축가’는 예의 이슬람 유일신 ‘알라’다. 업무에 지친 술탄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칼리프(이슬람 최고 통치자)들이 애첩들과 밀회를 나누는 장소로 이용됐다고 한다. 현재는 두 개의 작은 궁전만 남아 그 시대를 웅변하고 있다. 글 사진 angler@seoul.co.kr ●여행수첩 →알람브라 궁전은 하루 8260명의 관람객만 받는다. 따라서 관광객이 몰렸을 경우, 입장권을 잃어버리면 사실상 그날은 관람이 어렵다. 또 일정 구역을 정해진 시간에 지나야 한다. 한 구역을 지날 때마다 관리인이 바코드를 꼼꼼하게 찍어 확인한다. 입장료는 1인 13유로(약 2만 2000원). →스페인은 한국보다 8시간 늦다. 수도 마드리드는 우리나라와 날씨가 비슷하지만, 그라나다 등 남부 지방은 초겨울처럼 포근하다. →콘센트 형태가 우리와 같다. 어댑터 없이 국내 전자제품을 쓸 수 있다. →카타르항공(02-3708-8571, www.qatarair ways.com/kr)은 카타르 도하 경유 마드리드행 항공편을 운항한다. 3월부터 도하 직항노선이 개설돼 한층 빠르고 편하게 갈 수 있다. 페가수스코리아(02-733-3441)는 뛰어난 현지 가이드들과 함께 다양한 일정의 스페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 [싱글 라이프] ‘자신감 충전기’ 나만의 여가생활찾기

    [싱글 라이프] ‘자신감 충전기’ 나만의 여가생활찾기

    싱글들의 가장 큰 적은? 바로 주체할 수 없는 시간이다. 맹렬히 업무에 매진하거나 학업에 열중하다가도 집에만 돌아오면 어쩔 수 없이 ‘방콕’ 신세가 된다. 집에서 아무리 허리를 바로 세우려고 해도 힘이 빠지고, 무조건 TV와 침대, 소파를 찾는 것이 바로 싱글 당신이다. 아니면 밤새 술에게 몸을 맡긴 ‘주당(酒黨)’이 될 뿐이다. 바쁜 현대사회에서 여가시간을 잘 활용하지 못하면 결코 삶의 질을 높일 수 없다. 주변을 잘 살펴보면 자신의 삶에 만족하는 싱글들은 나름대로 독특한 여가 활용법을 갖고 있다. 그들은 여가를 통해 자신감을 얻고 또 다른 삶을 개척한다. 다만 훌륭한 여가활용법을 교과서에서 찾으려고만 해서는 안 된다. 의지를 갖고 먼저 무거운 몸부터 일으켜야 한다. ■주식 손댔다 빚더미에 앉은 29세 기용씨 슬로 슬로 퀵~퀵 쪽박 악몽 훌~훌 김기용(29)씨는 매주 월요일 사교댄스 동호회에 나간다. “춤을 추러 다닌다고?”라는 질문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을 만큼 춤과는 거리가 먼 외모라고 스스로 생각한다. 하지만 1시간 동안 의상을 준비하고 향수를 뿌리는 등 준비를 철저히 한다. 사교댄스는 그의 가장 주된 취미생활이자 ‘자신감 충전기’라고 한다. 스윙댄스 같은 건 여유 있는 중년층이나 여자들만 즐기는 줄 알았던 김씨. 그가 매주 정기적으로 동호회에서 스텝을 맞추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 당시 보험영업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큰돈을 만질 욕심으로 주식투자에 몰두했다. 그러나 어느 날 주식이 수천만원씩 폭락하면서 빚더미에 앉았다. 스트레스가 겹쳐 일도 그만뒀다. 그는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워 매일 방에 틀어박혀 술만 마시고, 한강도 4번이나 다녀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보다 못한 선배가 반강제로 서울의 한 대학교 앞에 있는 스윙댄스 클럽에 가입시켰다. 처음엔 음악은 좋은데 발이 따라주지 않았다. “왜 이걸 시작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매주 월·목요일 사교댄스인 지터벅과 스윙댄스를 연마하던 지난해 가을 어느 날 발이 척척 맞아떨어졌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며 집에서도 4~5시간씩 끊임없이 연습한 덕분이었다. 작년 12월에는 연습장을 통째로 빌려 공연도 가졌다. 공연 이후에는 동호회 참석 횟수를 월요일 한 차례로 줄였지만 열정은 더 커졌다. 자신감이 생겨 다시 일자리를 알아보고, 깨진 그림판을 맞추듯 예전의 일과시간을 복구해 갔다. 그는 “내가 춤을 출 것이라고는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역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못하는 것이 인생”이라면서 “취미와 여가가 삶의 활력소가 될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웃었다. 서울의 한 변압기 제조회사에서 구매를 맡고 있는 박경윤(30)씨는 일에 치이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조용히 도자기 물레 앞에 앉는다. 벌써 2년째. 웬만한 도예가 부럽지 않은 실력을 갖췄다. 서서히 돌아가는 물레. 가만히 손을 대고 정성을 불어넣으면 특색 없던 검은 흙덩이가 모양을 갖추고 도자기로 태어날 준비를 한다. 물건 하나에 새로이 생명을 불어넣는 신성한 작업은 박씨의 가슴 한구석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시원하게 뚫어 버린다. 그는 “무엇인가 창조하는 일은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표현했다. 박씨의 특징은 스트레스를 받으면 쉽게 이겨내지 못하고 건강까지 나빠진다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스트레스가 많아지면 가슴이 두근거려 참을 수가 없다고 했다. 한동안 마음을 가라앉히는 법에 대해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주변 사람의 권유로 도예를 시작했다. 처음엔 모든 것이 어색하고 괴상망측한 모양을 한 그릇들이 태어나기 일쑤였지만 그 과정 또한 마음을 다잡기 위한 단계라고 생각했다. 물레 앞에 앉을 때마다 호흡을 가다듬고 도자기와 자신이 합일되는 순간을 기다렸다. 적절한 습도, 회전력, 손놀림이 더해지면서 제법 그럴듯한 모양을 갖춘 도자기가 생겨났다. 재미를 붙인 그는 좋은 흙을 구하기 위해 경기 여주, 이천 등지로 열심히 다녔다. 짧은 여행은 그의 마음을 더욱 차분하게 가라앉혀 줬다. 그는 “도예가 바쁜 현대사회에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나에게는 여유라는 가장 큰 행복을 준다.”면서 “도예가 아니었다면 난 아마 폐기된 도자기 꼴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증에 10㎏나 살쪄버린 30세 성미씨 찰칵 찰칵 치~즈 ‘방콕인생’ 훌~훌 홈쇼핑업체에 다니는 박지현(26·여)씨는 주말마다 K극단을 찾는다. 지난해 사회인 극단에 새내기로 처음 발을 들여놓았지만 열정만큼은 선배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큼 높다. 박씨는 일주일에 한 번씩 단원들과 모여 감정표현이나 마임(mime)을 연습한다. 매주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홈페이지에 서로의 연기에 대해 평가도 올려놓는다. 일년에 한 번씩 공연을 하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대학 졸업 전 구직활동을 하다가 남는 시간을 활용하기 위해 인터넷 카페에서 극단을 찾은 그는 단숨에 연극에 매료됐다. 그는 “취업 후에는 연수 등 일정이 바빠 자주 참석하지 못하지만 쉬지 않고 꾸준히 연습해 올해 공연에 참석할 것”이라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의 한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김성미(30·여)씨는 주말마다 작은 디지털카메라와 약간의 음식을 챙겨 차를 몰고 시골로 내려간다. 김씨는 “주말에 할 일이 없어 매일 인터넷으로 쇼핑몰이나 뒤지던 생활이 이제는 꿈만 같다.”고 했다. 예전에는 작은 자취방에서 온종일 누워서 지냈다. TV와 컴퓨터만 있으면 하루가 뚝딱 지나갔다. 하지만 2년 동안 집에서 거의 누워서 지낸 결과 몸무게가 10㎏이나 늘어 우울증만 생겼다. 가끔씩 영화도 보고 친구들도 만났지만 짠 바닷물을 마시는 것처럼 알 수 없는 갈증은 사라지지 않았다. 김씨는 셔터에 손가락을 올려 산과 들, 농촌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을 때, 동호회 회원들과 사진에 대한 지식을 나눌 때 형언할 수 없는 쾌감을 느낀다고 했다. 사진이 쌓이면 정기적으로 동호회 회원들과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작은 사진전을 열기도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작품을 봐 주길 희망하지만, 좀 더 실력이 좋은 동호회 회원들이 의견을 내는 것만으로도 얼마든지 재미를 느낄 수 있단다. 김씨는 “아마추어 사진작가의 영역에 조금씩 다가갈수록 새로운 삶이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면서 “취미생활 하나로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비로소 깨달았다.”고 말하며 미소지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대기업 부사장 자택서 자살 “업무과중 살기 힘들다” 유서

    26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 앞에서 이 아파트에 사는 S사의 이모(51) 부사장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아파트 경비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이씨가 아파트에서 스스로 뛰어내려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가 평소 업무부담으로 우울증을 앓았고, ‘업무가 과중해 살기 힘들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겼다.”고 말했다. 숨진 이 부사장은 반도체 D램과 플래시 메모리 등의 분야에서 공정혁신 기술개발을 맡은 반도체 전문가다. 최재헌기자 goseoul@seoul.co.kr
  • [테이크아웃 TV] ‘빵꾸똥꾸’ 해리를 위한 변명

    [테이크아웃 TV] ‘빵꾸똥꾸’ 해리를 위한 변명

    KBS ‘가을동화’, SBS ‘천국의 계단’, MBC ‘가시고기’. 이들 드라마는 문근영, 박신혜, 유승호 등 아역탤런트들이 극의 흐름을 주도하며 인기몰이를 톡톡히 했다. 반면, 각종 매체에 시시각각 노출되면서 극중 캐릭터 등으로 인한 악성댓글에 홍역을 앓는 아역탤런트들도 그만큼 많다. 악성 댓글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안전망은 충분치 못하다. 더욱이 그 대상이 아직 미성년인 어린이나 청소년 연예인일 경우 위험의 강도는 더욱 높다. ‘빵꾸똥꾸’ 해리를 유행시킨 아역탤런트 진지희는 올해로 12살. MBC 일일시트콤 ‘지붕뚫고하이킥’(이하 ‘지붕킥’)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하지만 최근 극중 신애(서신애 분)를 못살게 구는 캐릭터로 이를 실제 성격으로 오해한 이들이 악성 댓글(일명 악플)에 상처를 받았다고 고백했다. 많은 악플에 시달리다 최근 자신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폐쇄하기에 이르렀다.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본에 쓰여진 대로 열심히 연기를 했을 뿐인데 해리(진지희)를 미워하는 시청자들로 인해 속상한 적이 있었지만 해리를 예뻐해주는 시청자들의 반응에 많은 용기를 얻고 있다.” 는 심경을 밝히기도. 이러한 이유로 ‘제2의 미달이’ 가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올해 대학새내기가 된 아역탤런트 출신인 김성은은 지난 1998년부터 근 3년간 SBS ‘순풍산부인과’에서 어른스러운 맹랑한 꼬마 ‘미달이’ 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다. 하지만 지난 2005년 김성은은 2005년 SBS ‘그것이 알고싶다’ 에 출연해 프로그램 종영 뒤에도 자신을 따라다니는 미달이 캐릭터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고 고백했다. 심지어 자살을 시도하기까지 했다고 해 큰 충격을 줬다. 또 자신의 미니홈피를 방문하는 누리꾼이 늘자 부담스럽다는 심경을 드러내기도. 김성은은 미니홈피 대문에 “투데이(하루 방문자 수)가 높아지면 불안해 죽겠어. 여기 볼 것 없어요. 오지 마세요 제발” 이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에 누리꾼들은 김성은의 미니홈피 방명록에 “힘을 내라” “좋은 작품으로 미달이 꼬리표를 뗄수 있길” “기억되고 관심을 받는 것은 좋은 일” 이라는 글을 남기며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다행스럽게도 다시 웃음을 되찾은 김성은의 여인내를 물씬 풍기는 최근 사진이 넷 상에 퍼지면서 방송복귀를 기대하는 이들도 많지만 아직까지 복귀 움직임은 보이지 않고 있다. 반면, 故유니(아역 탤런트 시절 예명: 이혜련)는 악플과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에 시달리다 스스로 짧은 생을 마감했다. 외할머니와 단 둘이 어린시절을 보내야만 했던 불우한 가정환경과 새 앨범발표를 앞두고 받은 극심한 스트레스도 간과할 수는 없지만 인신공격성 악플과 욕설이 큰 상처가 됐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누리꾼들이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서울 아동병원 정인호 심리학 박사는 26일 서울신문 NTN과의 통화에서 “홈페지이를 폐쇄하는 연예인들은 ‘외상스트레스장애 PTST’ 를 겪고 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고 밝혔다. 정 박사에 따르면 외상스트레스장애란 충격적인 사건을 겪은 후 일상생활이 흐트러지고 우울증을 겪는 현상을 통칭한다. 정 박사는 이어 “특히 어린이 연기자일 경우 시청자들의 반응이 실제 자신에 대한 것인지 캐릭터에 국한되는 것인지 구분하기엔 나이가 어리다.” 면서 “극중 캐릭터가 실제 캐릭터면 성격이나 행동을 변화시키면 되지만 본인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 힘들 것이다. 본인의 감정을 토로할만한 주변 사람이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사진 = 서울신문NTN DB 서울신문NTN 백영미 기자 positive@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서울 94세이상 노인 장수비결

    서울 94세이상 노인 장수비결

    94세 이상 초고령 장수 비결은 외향적인 성격과 규칙적인 식습관, 가족과의 동거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에 의뢰해 24일 발표한 ‘서울 100세인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사는 94세 이상 노인 대다수는 자신의 성격이 사교적이고 감정표현에 솔직하며 사회활동성이 높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87명(남성 25명, 여성 62명) 가운데 자신의 성격이 사교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남성의 80.0%, 여성의 69.4%였고, 감정 표현을 많이 한다고 답한 비율은 남성이 72.0%, 여성이 51.6%에 달했다. 우울증 의심 증세를 보이는 사람은 조사 대상 중 여성 4명(4.6%)에 그쳤다. 또 가족과 함께 살고 규칙적인 식생활을 하는 것도 장수의 비결인 것으로 나타났다. 동거가족형태를 보면 독거노인은 남자 3명(12.0%), 여자 5명(8.1%)에 불과했다. 주요 부양자는 며느리(30.0%), 아들(27.5%), 딸(20.0%), 배우자(12.5%) 순이었다. 그러나 주부양자 역시 이미 60~70대여서 건강상의 어려움과 함께 노년기를 자유롭게 보낼 수 없는 물리적·심리적 제약 때문에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양자의 평균 연령은 63.6세였고, 월평균 소득이 1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8.8%에 이르는 등 경제적 부담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남성의 88.0%, 여성의 75.8%가 식사를 매우 규칙적으로 한다고 답했다. 또 남성의 84.0%와 여성의 71.0%가 식사 때마다 거의 일정한 분량을 먹는 것으로 나타났다. 집에서의 식사 비중도 높았다. 외식을 하거나 음식을 배달해 먹는 경우는 남성이 월평균 2.3회, 여성은 0.9회에 불과했다. 농촌지역과 다른 서울지역의 특징도 일부 나타났다. 서울지역 초고령자는 교육수준이 지방에 비해 높은 반면 흡연율과 음주율은 지방보다 매우 낮았다. 가장 많은 질병은 남자의 경우 고혈압(56.0%), 골관련질환(44.0%), 전립선질환(24.0%) 순이었고, 여자는 골관련질환(44.6%), 고혈압(34.4%), 치매(21.3%) 등이었다. 이번 연구는 지난해 7~12월 방문조사를 통해 진행됐으며 연령범위는 94~103세, 평균연령은 96.9세였다. 시는 “이번 연구결과를 토대로 농촌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돼온 장수연구 및 정책을 개선해 ‘서울형 장수모델’을 개발할 것”이라며 “건강장수 10계명 선정, 초고령자의 건강체조 개발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빵셔틀·투명인간’ 등 새 유형의 폭력 예방·교육에 초점

    ‘빵셔틀·투명인간’ 등 새 유형의 폭력 예방·교육에 초점

    ‘빵셔틀, 빵 심부름을 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쓰는 신조어이다. 원래는 빵돌이라고 불렀다. 교내에서 힘을 이용해 힘없거나 따돌림 당하는 다른 학우를 괴롭히는 이른바 일진에게 빵을 사오는 사람이다. 심부름의 종류에 따라 돈셔틀, 버스셔틀, 가방셔틀 등이라고도 한다.’ 교육과학기술부가 방송통신위원회·복지부·경찰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기본계획’(2010~2014년)에서 학교폭력의 새로운 유형으로 지목한 ‘빵셔틀’을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에서는 이렇게 정의했다. 교과부 등은 2004~2009년 ‘1차 5개년 계획’에 이어 ‘2차 계획’을 세웠다. 집단 따돌림인 ‘왕따’가 집단폭행에 의한 사망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왔던 ‘1차 계획’과 비교해 ‘2차 계획’에서는 보다 은밀해지고, 조직적이고, 한층 벗어나기 어려워진 새로운 유형의 학교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방향을 잡았다. ‘1차 계획’의 성과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사건이 발생하면 여론이 들끓다가 잠잠해지면 기억에서 쉽게 사라지는 폭력사건 관련 정책답게 초기에 비해 정부와 사회적 의지가 약화됐다는 시각도 있고, 반면 시시각각 진화하는 학교폭력에 맞춰 정부 부처별로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은 결과 ‘2차 계획’ 수립이 수월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전자가 학교폭력 발생빈도 등 숫자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분석이라면, 후자는 형식적인 생색내기식이 아닌 상담교실 wee를 운영하는 등 실질적으로 피해자와 가해자를 찾아가는 정책이 늘었다는 평가에 따라 후한 점수를 준 결과다. 예컨대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 심의 건수는 2005년 2518건, 200 6년 3980건, 2007년 7667건, 2008년 8813건으로 늘어났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이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학교폭력 피해경험을 물은 결과 ‘있다’고 답한 비율은 17.6%, 16.1%, 10.6%, 11.3%로 다소 줄었다. 이렇게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심의의 경우 욕설처럼 물리적인 폭행이 없는 경우에도 위원회를 소집할 때가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제시된다. 학교폭력에서는 양적인 통계뿐 아니라 질적인 사례에서 시사하는 바를 찾을 필요도 있다. 학교 현장에서 폭력이 조직적이고 암묵적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빵셔틀만 해도 처음에는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옆반에서 교과서를 빌려 오라는 등의 심부름으로 시작해 편의점 절도, 금품요구로 발전하는 경우가 흔하다. 마찬가지로 ‘왕따’라는 말로 대표되던 집단 따돌림은 괴롭히는 대신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투명인간’으로 바뀌었다. 때리고 돈을 뺏은 가해자가 목격자 등 증거를 남기지 않기 위해 발신자 번호를 없앤 문자 메시지로 “너만 믿는다”는 식의 암묵적 협박을 보내는 식이다. 정보통신망을 이용한 음란·폭력 등에 의해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입는 경우를 학교폭력에 추가한 것도 ‘1차 계획’ 도중이었다. 이런 까닭에 ‘2차 계획’에서는 질적인 효과 측정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예방교육, 피해자·가해자 상담, 맞춤형 대책 마련, 교원과 학부모 교육 등이 강화됐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조기예방 교육 ▲학교급별·단계별 맞춤형 예방교육 ▲학교폭력 책임교사의 전문역량 강화 ▲지역단위 가해·피해학생에 대한 진단·상담·선도 시스템 구축 ▲경미한 폭력행위에 대한 맞춤지도 ▲고위험군 학생에 대한 전문상담과 학부모 특별교육 의무화 ▲가족상담과 캠프 등 학교폭력 피해가족지원 프로그램 ▲직장 등으로 찾아가는 학부모 연수 등은 ‘2차 계획’에서 신설되거나 강화된 정책이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1차 계획 성과·한계 2004년부터 5년 동안 추진된 ‘1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계획’ 동안은 인프라 구축이 중점적으로 이뤄진 기간이었다. 지난해 현재 폐쇄회로(CC)TV 설치율은 58.9%, 학교 현장에 전직 형사와 교사를 배치하는 배움터 지킴이 배치율은 26.8%에 이르렀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차 계획’ 기간에도 인프라 구축을 늘릴 방침이다. 2011년 CCTV 설치율은 90%까지, 배움터 지킴이 배치율은 70%까지 늘리기로 했다. 인프라 구축의 어두운 점은 폭력 행위를 은밀한 곳으로 숨어들게 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CCTV 아래에서 버젓이 폭행을 할 일이 없으니, CCTV가 학교 근처에서 잠든 술취한 사람 적발용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이 나온다. 배움터 지킴이 역시 현장에서의 역할이 미미하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 교사는 “형사 출신 지킴이가 학교에 있긴 하지만, 학교 근처를 순찰하는 게 일의 전부”라면서 “가끔 등교를 안 하고 학교 앞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고 있는 학생들을 등교시키는 정도가 계도활동이다.”라고 말했다. 중학교가 의무교육이 되면서 정학·퇴학 등의 제재조치가 사라져 사실상 청소가 학교폭력 가해자에게 줄 최고의 벌이 된 상황에서 학교폭력 예방과 계도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됐던 지킴이 제도가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학교폭력에 대한 교육 역시 ‘2차 계획’에서 다듬어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담임 교사가 방치해서, 학부모가 ‘따돌리고 싶으면 따돌려도 된다’고 잘못된 교육을 하기 때문에 학교폭력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집단상담·가족캠프 프로 정책 채택” “화를 못 이기겠는지 아이가 저를 심하게 때릴 때도 있어요. 이런 얘기를 어디에 가서 하겠어요.” “저만 맞는 엄마인 줄 알았어요. 아이가 따돌림 당하고 맞고 다닐 때 해준 게 없는 죄인이니까 그냥 참았죠.” 학교폭력 피해자 가족 협의회(학가협)가 1년에 한두 차례씩 개최하는 학부모 집단상담과 캠프는 늘 통곡으로 끝을 맺는다. 학교폭력으로 멍든 자녀를 둔 부모들을 짓누르던 죄의식과 분노가 폭발하는 순간이다. 피해자 가족이라고 세상에 알려지면 더 짓밟힐까 두려워 싸매뒀던 서로의 상처를 발견하고, 다른 이의 고통을 공감하기도 한다. 이렇게 털어놓기를 몇 십 차례 반복했을 때 고통을 딛고 일어설 힘이 생긴다. 2년 전쯤 피해자 가족에게 스스로를 털어놓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착안, 집단상담 프로그램을 만든 이가 조정실(52·여) 학가협 회장이었다. 조 회장은 이 곳에서 피해자로서의 절절함을 토로하는 역할부터 극복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멘토 역할까지를 모두 맡는다. 10여년 전 친구였던 아이들로부터 중학생 딸이 집단폭행을 당해 내리 사흘을 혼수상태로 버텼을 때부터, 그래서 가해 학생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겼지만 이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던 딸에게 승소는 어떤 보상도 될 수 없다는 점을 알았을 때부터 조 회장은 ‘피해학생 지킴이’가 됐다. 올해부터 5년 동안 추진될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5개년 2차연도 계획’에서 집단상담과 가족캠프 프로그램은 정책으로 거듭났다. 교과부는 각 시·도 교육청별로 가해학생·피해학생 상담과 교육, 고위험군 가해학생 학부모 특별교육, 피해학생 가족지원 프로그램 운영, 또래상담 기능 활성화 등을 추진하도록 했다. 정책으로 채택된 뒤에도 조 회장의 걱정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시·도 교육청,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 정책이 제대로 가동될지를 우려했다. 예컨대 ‘또래 상담’을 섣불리 시행했다가 역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10여년 동안의 상담과 피해학생 구제 활동을 통해 학교폭력의 양상이 예측 불가능한 형태로 번지는 상황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나오는 걱정이다. 실제로 5년 전쯤 선생님의 부탁을 받고 전학생을 돌봐 주던 반 회장이 전학생과 너무 친하다는 이유로 도리어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받다가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학생과 교사와 학부모 사이에 학교폭력의 심각성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됐을 때 상담 등이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 회장은 “예전에 학교폭력 관련 정부 용역연구를 맡은 대학 교수로부터 피해 학부모를 소개해 줄 수 없느냐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면서 “대학 교수들은 음지로 숨어드는 피해자를 찾지 못해 연구를 못하고, 피해자들은 제대로 된 상담도 못받고 피해의식만 더 키우는 악순환이 지금까지의 정책이었다.”고 비판했다. 피해 학부모와 학생은 다음 피해자를 위해 연구할 대상이 아니라 신체적·정신적 충격에 대해 치료받고 보상받을 인격체라는 얘기다. 마지막으로 조 회장은 학교폭력이 2차 피해로 이어지지 않도록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 부모 집단상담을 할 때 피해학생에게 매맞는 부모가 나타나는 이유는 피해자와 가해자 역할이 고정되지 않은 학교폭력의 특성을 드러내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조 회장은 “친구를 때리고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가해학생 가운데에는 피해 경험을 가진 학생이 많다.”면서 “친구에게 투명인간 취급을 당하거나 맞으면서 상한 자존심을 폭력으로 푸는 것이고, 스스로 강해졌다는 최면을 거는 측면이 있다.”고 했다. 조 회장이 해법 가운데 하나로 제시한 것은 학교폭력 피해자가 느끼는 부정·분노·타협·우울·포기 등의 감정을 충분히 겪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이 과정에 정부 등 공적 영역의 역할이 확대될지 주목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미니홈피 열전] 고인이 된 스타들: 팬이 있어 ‘살아있다’

    [★미니홈피 열전] 고인이 된 스타들: 팬이 있어 ‘살아있다’

    하늘로 떠난 스타들, 대중의 별들이 차례로 떨어진 비극적인 죽음은 세월을 거듭해 ‘도미노’ 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난 2005년 2월에 자살한 영화배우 고(故) 이은주를 시작으로 초대형 스타인 최진실과 장국영, 유니, 장채원, 장자연, 장진영 등 국내외 많은 연예인들이 잇따라 유명을 달리했다.스타들의 죽음은 한결같이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 요인인 자살과 급작스런 건강악화, 교통사고와 같은 사건 사고사가 대부분이다.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라는 직업은 지나친 악플 등의 이유로 또 다시 대중에게 되돌려 받는 치명적 독소를 감당하기 힘들 때도 많다. 인기가 일종의 족쇄로 작용한다는 말이다.그런 점에서 연예인들의 미니홈피는 열애나 사건사고 심경고백, 논란 해명 등 이미지 메이킹에 활용되지만 대중속의 소외감과 사고사로 인해 상처와 충격적 슬픔만 남긴 채 고인이 된 스타를 다시 만나 애도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최근 사망한 연예인들은 역시 팬들의 가슴 속에서 지워 버릴 수 없는 기억 중 하나다. 특히 그들의 미니 홈피를 보면 사망 이후에도 팬들의 방문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故최진실의 미니홈피(choijinsil)의 경우 ‘하늘로 간 호수’라는 제목이며 2008년 5월 8일자 히스토리가 마지막이다. 글에는 “사랑합니다 고맙습니다.”만 남아있고 고인이 된 이후 하루 평균 5천명의 방문자이던 홈피가 현재 8백여 명 정도로 많이 줄었다. 메인사진 속 그녀는 아직도 아들 환희(10)와 준희(8)와 함께 행복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비슷한 시기 사망한 故안재환의 미니홈피(jf72) 제목은 ‘달려라 안재환’이며 2008년 8월 고인이 마지막으로 작성한 소개 글은 “죄송합니다...올려주시는 모든 말씀들 겸허히 받아들이고 가슴 속 깊이 반성하겠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가 남아 있다. 방명록에는 지속적으로 팬들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특히 모델 겸 배우인 故이언의 미니홈피(eonizm)는 아들을 잃어 슬픔을 지울 길 없는 아버지의 글이 담겨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아버지가 쓰신 편지라는 제목으로 “저는 이언 아버지 입니다. 뜻밖의 사고로 이승을 떠났지만 여러분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깊은 슬픔으로 애도해 주셔서 영혼은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생각합니다.”로 시작하며 “하늘 나라에서 많은 일을 하리라 믿기에 치미는 슬픔을 억누르고 명복을 빕니다.”고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을 전하고 있다.지난 2007년 1월 21일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한 가수 유니와 뒤이어 2월 10일 자살로 운명한 정다빈 등 스타들은 고인이 된지 여러 해가 흘렀지만 팬들의 사랑을 여전히 미니홈피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팬들은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하세요.” “웃는 모습이 보고 싶습니다.”등의 글로 고인을 추모했다.그렇다면 죽음을 맞이한 스타들의 미니홈피 관리는 누가 하는 것일까? 싸이월드측은 “유족의 요청이 있을 경우 미니 홈피를 폐쇄하며 고인을 비방하는 악플은 자체적으로 필터링 하고 있다.”고 전했다.이처럼 죽음으로 팬들의 곁을 떠난 연예인을 그리워하는 마음은 변화하는 세월에도 유독 변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사진을 퍼가거나 추모의 글을 남기고 있어 팬들의 사랑이 담긴 온기가 함께 하고 있다.사진 = 故 최진실, 정다빈, 유니, 이언 미니홈피서울신문NTN 이규하 기자 judi@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정신건강, 보건소에서 챙기세요”

    “정신건강, 보건소에서 챙기세요”

    서울 영등포구는 20일 우울증과 불안감, 스트레스, 자살위기 등 여러 가지 정신질환으로 고민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정신건강 증진 무료 클리닉’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산하는 국내 정신질환자 수는 700만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5% 정도며, 해마다 1만여명 이상씩 늘고 있다. 구에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3만 50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문화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가진 이들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올해부터 지역 보건소가 발 벗고 나서게 됐다고 구는 설명했다. 구 정신보건센터는 상시 전화상담과 병행해 매달 두 차례씩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진행하는 무료 상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원하는 주민들은 센터를 통해 사전 예약한 뒤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무료 상담 서비스는 매월 둘째·넷째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씩이다. 여의도 성모병원 내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구 정신보건센터에서 출장 나와 진료한다. 고향숙 건강증진과장은 “나날이 복잡해지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면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지역 대상자의 조기 발견과 무료 진료로 주민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함께 지켜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두 얼굴의 청춘 아이콘 로버트 패틴슨

    두 얼굴의 청춘 아이콘 로버트 패틴슨

    인기 시리즈 ‘해리포터와 불의 잔’을 영화 데뷔작 삼아 잠깐 얼굴을 비쳤을 때만 해도 전 세계의 청춘 아이콘으로 급부상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인간 소녀를 사랑하게 된 매력적인 뱀파이어를 연기한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단숨에 톱스타가 된 로버트 패틴슨(24) 이야기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묘한 눈빛과 조각 같은 외모가 그의 매력.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의 뒤를 잇는 섹시 배우로 자리매김한 그는 올해 멜로물 ‘리멤버 미’와 ‘트와일라잇’의 3편인 ‘이클립스’ 촬영을 끝내놓은 상태. 이어 매들린 스토의 감독 데뷔작인 서부극 ‘언바운드 캡티브스’와 모파상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기는 ‘벨 아미’에 캐스팅되는 등 상한가를 이어가고 있다. 액션 영웅으로의 변신 가능성도 있다.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가 하차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 ‘스파이더맨’ 4편의 주인공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는 소문. 패틴슨이 ‘트와일라잇’ 시리즈로 뜨기 전에 출연했던 작품들이 잇달아 국내에서 개봉하고 있어 관심이다. ‘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과 ‘하우 투 비’이다. 패틴슨은 두 영화에서 다양한 연기 스펙트럼을 과시하며 그저 얼굴만 잘난 벼락 스타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리틀 애쉬’서 동성애 연기까지 지난 14일 개봉한 ‘리틀 애쉬-달리가 사랑한 그림’은 1920~30년대 스페인 내전을 배경으로 스페인이 배출한 최고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와 최고의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1898~1936), 그리고 최고의 영화 감독 루이스 브뉘엘(1900~1983)이 나누는 우정과 사랑을 그리고 있다. 패틴슨이 맡은 역할은 회화뿐만 아니라 영화, 오브제, 건축 등 20세기 예술에 혁신을 몰고온 초현실주의 작가 달리이다. 천재성이 번뜩이지만 수줍음이 많은 18세의 달리가 스페인 마드리드 대학에 진학하며 영화는 시작한다. 특히 달리는 로르카와 서로의 재능을 이끌어내고 작품에 영감을 불어넣으며 깊은 교감을 나눈다. 이들은 우정을 뛰어넘어 사랑하는 연인 관계로 발전하고, 이 과정에서 관객들은 파격적인 동성애 장면을 접하게 된다. 촬영 당시 20세를 갓 넘겼던 패틴슨은 자기애가 너무나 강한 나머지 과대망상에 사로잡히고 광기마저 흘러나오는 달리의 내면을 맞춤옷을 입듯 소화해 낸다. 자신이 존경한다는 잭 니콜슨의 연기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원래 패틴슨은 로르카 역을 위한 오디션에 참가했지만, 폴 모리슨 감독 등 제작진을 끈질기게 설득해 달리 역을 따냈다고 한다. 보수적이고, 파시즘으로 물들어가던 기성 세대에 맞서 스페인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혈기 어린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달리의 작품과 로르카의 시가 영화 곳곳을 장식하는 것도 흥미를 북돋우는 부분. 달리와 브뉘엘이 함께 만든 초현실주의 걸작 단편 영화 ‘안달루시아의 개’도 일부 감상할 수 있다. 영화 제목인 ‘리틀 애쉬’는 달리의 초창기 그림 제목이다. 영화에서는 로르카가 이 그림에 이름을 붙여주는 것으로 나온다. 112분. 청소년 관람불가. ●제천영화제 매진사례 ‘하우 투 비’서는 루저 모습 패틴슨은 ‘트와일라잇’이 아니었다면 음악을 위해 연기를 포기했을 것이라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음악적 재능이 있는 배우다. 세 살 때부터 피아노를, 다섯 살 때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웠다. 피아노와 기타를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것 외에도 트럼펫과 색소폰, 하모니카까지 연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와일라잇’에서 그가 피아노를 치는 모습에 반하지 않았던 여성 팬은 없었을 듯. 28일 개봉하는 성장 영화 ‘하우 투 비’는 패틴슨의 음악 재능을 엿볼 수 있는 또 다른 작품이다. 지난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에 소개됐을 때 가장 빨리 매진 사례를 기록해 화제를 모았다. 패틴슨이 ‘초킹 온 더 더스트’, ‘두잉 파인’ 등 2곡을 멋들어지게 관객들에게 들려준다. 그가 기타를 너무 잘치는 탓에 올리버 어빙 감독이 캐릭터 설정상 서툴게 연주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후문이다. 패틴슨이 연기하는 20대 청년 아트는 애정 결핍증 환자다. 주변 사람들에게 관심과 동정을 바라지만 쉽지 않다. 때문에 언제나 우울하고 불행하다고 느낀다. 싱어송라이터를 꿈꾸지만 좌절감의 연속이다. 좌충우돌 방황하던 끝에 얻은 해답은 다른 사람을 탓하는 것을 멈추는 것. 패틴슨이 영화 말미에 부르는 노래는 바로 깨달음의 노래다. 스스로를 찾아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낸 패틴슨은 2008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다른 작품에서 만날 수 없었던 소심하고 유치하고 구질구질한 패틴슨의 모습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85분. 12세 관람가.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꽁꽁 언 빙판길 ‘아차’하는 순간에 노인들의 뼈는 부러지기 일쑤. 찌그러진 척추 뼈를 방치하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부러진 엉덩이 뼈를 방치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0%. 폐경기 이후의 여성, 골다공증 환자일수록 골절될 확률이 높다는데…. 골절을 피하는 방법, 골절 시 응급 처치방법 등을 알아본다. ●청춘불패(KBS2 오후 11시5분) 갑작스러운 폭설로 30㎝가 넘게 눈이 쌓인 강원도 홍천에 ‘청춘불패’팀이 뜬다. 촬영 이틀 전부터 내린 폭설로 아침부터 하얗게 눈이 쌓인 인삼밭 눈을 치우러 출동한 ‘청춘불패’팀은 군인장병 50여명과 함께 인삼밭에 투입된다. 힘들게 일한 국군 장병들을 위해 50인분의 라면을 새참으로 끓여 대접한다. ●지붕뚫고 하이킥(MBC 오후 7시45분) 의지박약, 끈기부족, 인내결핍의 대명사로 통하던 정음이 이 모든 편견을 깨고 드디어 취직에 성공한다.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는 사실이 꿈만 같은 정음은 첫 출근에 들뜨고, 지훈도 의욕적으로 회사 생활을 해 나가는 정음을 응원해 준다. 한편 보석은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큐브(SBS 오후 8시50분) 17년 전 병원에서 뒤바뀐 딸을 찾았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친딸을 찾고 난 후 엄마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찾기 전에는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지만 찾고 난 지금, 두 딸을 어찌 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고민은 상대편 부모도 마찬가지. 서로 바꿔야 하는 걸까. 아니면 없던 일처럼 돌아서야 하는가. ●명의(EBS 오후 9시50분) 유방암은 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여성 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앓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정체성에 상실감과 절망감을 준다고 여겨졌던 유방암. 하지만 이민혁 교수는 유방암이 반드시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방암의 진정한 완치는 유방을 잃게 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 유방암 전문의 이 교수를 만나본다. ●꿈꾸는 U(OBS 오후 6시55분) 독립영화의 세계로 빠져 본다. 김형석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와 김혜주 감독의 ‘뻥이요’. ‘아무도 모른다’는 지하철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한 남자를 통해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들을 비판한 작품이다. ‘뻥이요’는 40년 동안 시장 장터에서 뻥튀기 장사를 실제 해 온 노부부가 등장한다.
  • [문화마당] 이 겨울의 사랑/신동호 시인

    [문화마당] 이 겨울의 사랑/신동호 시인

    함박눈이 내린다. 손이 시리다. 그리운 벙어리장갑. 해마다 커가는 손 크기에 맞춰 어머니는 장갑을 떠 주셨다. 털실을 풀어가며 어머니는 물으셨다. “어떤 동물이 좋으니?” 대바늘의 규칙적인 움직임을 쫓아가는 사이 어느새 나는 잠이 들었다. 눈사람의 꿈을 꾸다 잠에서 깨면 하얀 고래가 수놓아진 파란색 장갑이 머리맡에 놓여 있었다. 고사리손에 꼭 맞는 장갑이었다. 어머니의 사랑은 그렇게 아들에게 꼭 맞춤이 되어 주었던 수공업적 사랑이었다. 백화점 계산대에서 신용카드를 꺼내는 미남배우의 여유로운 표정, 여자는 행복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본다.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고 외치는 어느 신용카드의 광고를 보다 보면 사랑이 마치 기성품 같다. 나도 사랑을 저렇게 해야 할까? 자동차 트렁크를 열어 풍선을 날리고, 고급 레스토랑의 세련된 서비스 속에 우리들의 사랑은 규격화되고 표준화돼 가고 있다. 사랑을 표현하고 싶을 때 우리는 백화점의 쇼윈도 앞을 서성이며 소비사회의 충실한 기성품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 장이머우 감독의 영화 ‘인생’에서 사랑 표현은 의미심장하다. 주인공 푸쿠이의 딸 펭시아는 벙어리에다 귀머거리다. 푸쿠이가 국공내전에 휩쓸려 죽을 고비를 넘기는 동안 7일간의 열병을 앓은 끝에 겨우 살아났지만 소리를 잃어버렸다. 펭시아가 과년한 나이가 되어 완에르시와 선을 보게 되었는데 그는 절름발이 노동자다. 펭시아는 수줍게 돌아서고 청년은 두리번두리번 집 구석구석을 살펴보더니 돌아갔다. 거울 앞에 홀로 선 펭시아는 새신부처럼 웃고 있다. 푸쿠이 부부는 과거의 불행이 행복으로 바뀌리란 기대를 가지고 옷감을 사러 시장에 간다. 그때 동네사람의 다급한 소식, “이봐 당신 집에 끔찍한 일이 일어났어, 당신 집을 부수고 있어.” “누가?” “절름발이가.” 벙어리 딸을 내보인 게 그리 잘못된 일인가 싶어 푸쿠이는 급히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이게 웬걸, 붓을 들고 서 있는 완에르시. “집을 고치려고 우리 공장에서 친구들을 데려왔어요. 그림도 그리고 있습니다.” 장이머우가 그려낸 노동자의 사랑은 자신의 손과 친구들의 우정으로 엮어지는 생산적인 자리에 있었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것, 그건 곧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일임을 뜻한다. 우리들만의 추억이 될 수 있는 정성어린 기획과 인구수만큼 많은 다양한 자기표현들, 그것이 사랑이다. 돈을 주고 인부를 불러서 될 일이 아닌 것이다. 남자는 새벽 일찍 여자의 집 앞 눈을 쓸어주고, 남자가 꿈꾸는 페라리 대신 곱게 그 꿈을 수놓은 여자의 멋진 목도리에서 우리는 사랑을 느낄 수 없을까. 사랑이 거창한 이벤트와 높은 가격의 상품권에 있다면 사랑은 누구에게나 똑같다. 그런 사랑은 또 쉬 쓰레기통으로 들어간다. 노동자의 아름다운 생산적 사랑이야말로 이 끝이 없는 소비사회를 이기는 힘이 되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작은 시작이라 나는 여긴다. 개그콘서트 남성인권보장위원회 코너는 참 유쾌하다. 생활과 연애에 치이는 남성들의 속내를 훤히 드러내주는 탓이다. 그러나 “니 생일엔 명품 가방, 내 생일엔 십자수냐.”는 그들의 구호는 왠지 우울하다. 시대를 꿰뚫는 개그맨들의 영민한 머리는 이 지점에서 현실과 타협한다. 그들의 뜨거운 가슴에서도 사랑은 인기와 돈에 있었다. 진정한 웃음이란 현실을 비꼬는 곳에 있지 않고 감동을 비집고 올라오는 해학에 있다는 걸 그들이 더 알고 있을 터. 정성이 담긴 십자수는 결코 하찮은 선물이 아니다. 눈이 많이 내린 겨울이다. 좋은 것들도 그렇지 않은 것들도, 비싼 것들도 또 그렇지 않은 것들도 하얗게 덮여 참 평등한 세상이다. 이럴 땐 명품의 화려함이 아닌 마음의 따뜻함이 그립고 오래 남는다. 고르게 덮인 하얀 눈이 녹으면 또다시 질척거리는 눈처럼 싸늘한 현실을 만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겨울 잠시나마 깊고 따뜻하게 마음을 담아 수공업적 사랑을 해보면 어떨까. 촌스러움에 담긴 오래된 기억처럼 말이다.
  • 바람난 부인때문에…· 북아일랜드 총리직 중단

    십대 소년과 바람을 피운 부인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피터 로빈슨(62)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총리가 잠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로빈슨 총리는 6주 동안 직무를 중단할 예정이며 알린 포스터 기업부 장관이 임시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로빈슨 총리의 부인 아이리스(61)는 2008년 당시 19세였던 커크 매컴블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죄책감으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최근 고백했다. 아이리스는 2명의 부동산 업자에게 5만파운드(약 9000만원)를 끌어다가 매컴블리가 카페를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금 5000파운드를 받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부인의 성추문과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로빈슨 총리는 줄곧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이날 핼쑥한 얼굴로 텔레비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가족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내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로빈슨 총리가 부인의 비리 의혹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로빈슨 총리는 6주 동안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 아일랜드 의회 의원인 아이리스는 지난해 말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코레일 판매소 문닫아 근무중 예매원정 갈판”

    ● 中企청장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막걸리 전도사’로 알려진 홍석우 중소기업청장이 판소리에 깊은 애정을 표하고 나섰다. 막걸리 열풍을 주도한 그였기에 이번에도 홍 청장의 마력(?)이 발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 청장의 판소리 예찬론은 단순하다. 막걸리와 궁합이 맞는 ‘우리 음악’이라는 것. 막걸리 제조업체가 중소·향토기업이듯이 판소리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유산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홍 청장이 연사로 나서는 각종 특강에서는 판소리가 단골 메뉴로 등장할 예정이다. 기업이 우선 타깃이다. 홍 청장은 “서편제가 한국영화 역사상 첫 100만명 관객 시대를 열었을 만큼 판소리는 친근하다.”면서 “직접 들어 보면 우울하고 슬프다는 관념을 깰 수 있을 뿐 아니라 완창자에 대한 경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승차권 판매소는 코레일 편의시설? 정부대전청사에 설치·운영되던 열차승차권 판매소가 지난 4일 철수해 공무원과 민원인의 불만이 거세다. 코레일의 철수 이유는 수익성 저하에 따른 운영 부담이다. 대전청사 공무원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여직원 1명이 근무한 점을 감안하면 경제성만 고려한 처사라고 볼 수는 없다는 것. 당장 13일부터 시작되는 설 명절표 예매를 위해 근무시간 중 역이나 다른 판매소를 찾아다녀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공무원들은 “결국 코레일 직원들의 편의를 위한 시설에 불과했던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대전청사에 입주해 있다가 지난해 8월 신사옥으로 옮긴 뒤에 매표소가 폐쇄된 것을 빗댄 것이다. 코레일은 “위탁운영을 했는데 해지를 요구해 와 수용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판매소 철수로 대전청사 방문객들의 불편이 커졌다. 이모씨는 “상행열차는 그동안 청사에서 구입했는데 부담스럽게 됐다.”면서 “효율성도 좋지만 서비스에 대한 배려가 아쉽다.”고 말했다. 정부대전청사 박승기기자 skpark@seoul.co.kr
  • “통찰력 주는 고전… 재미·삶으로 접속하라”

    “통찰력 주는 고전… 재미·삶으로 접속하라”

    누군가는 잠잘 때 베개로 쓰거나 불면증 치료용으로 맞춤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두꺼운 안경 쓴 학자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고전(古典)의 둘레에 파놓은 해자(垓子)는 여전히 깊고, 그 성벽은 높기만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유일의 고전평론가 고미숙(50) ‘연구공간 수유+너머’ 공동대표의 얘기는 다르다. 고전처럼 재미있고 쉬운 책도 없다. 고 대표는 10대 청소년들은 물론 가정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심지어 노숙자, 대통령 등 2010년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7일 서울 용산 해방촌오거리 근처 비탈길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집들 사이의 ‘수유+너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고 대표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절박하다.”고 입을 열었다. “과거 몇 십년간 이뤄진 고도 압축 성장은 물질적 풍요를 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빈곤하고 공허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지역, 학벌, 계급을 떠나 개개인의 욕망이 균질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압축 성장이 갈 데까지 간 것이죠. 새 욕망을 생성하지 못하면 사회 내적 폭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우울증, 무기력증, 극심한 짜증이 만연해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 ‘묻지마 살인’ 등의 병리현상으로 표출된다. 고 대표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전 읽기”라고 역설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지금의 내 모습과 다른 삶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통찰의 실마리를 주는 것이 고전”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어렵고 따분한 게 고전 아니냐.’고 어깃장을 놓아 보았다.“노(No)”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식과 정보로 접근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연관성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아주 편해져요. 고전 입문서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서울신문이 ‘수유+너머’와 공동으로 ‘고전, 다시 읽기’(가제)를 기획한 이유다. 오는 11일부터 ‘임꺽정’ ‘열하일기’ ‘논어’ ‘삼국사기’ ‘걸리버여행기’ ‘변신’ 등 동·서양의 소문난 고전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늘날의 눈높이에서 다시 해석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동창회 모임, 계 모임, 직장 회식 등에서 무작정 술만 푸느니 재미있는 고전을 한 구절씩 돌아가며 읊조리면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술맛도 좋겠습니까. 지도교사도 따로 필요없어요.” 비록 수학능력시험 대비 성격이 짙긴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불고 있는 ‘고전 열풍’도 긍정적 현상이라고 고 대표는 말한다. 다만 지식과 정보로서의 고전이 아닌, 참을 수 없는 재미와 함께 삶에 연관성을 주는 지혜의 보고(寶庫)로 접근해야 고전의 참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이 교양의 터득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 추구에 있다면 단 한 권의 고전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어떤 고전을 고를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맞닥뜨린 고전에 바로 올인하라.”고 권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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