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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Weekly Health Issue] 태교

    [Weekly Health Issue] 태교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무언가를 준비한다. 그렇게 설계된 유기체가 인간이다. 물론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제각각 이지만, 자신이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무엇인가를 준비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이런 모든 준비 중에서도 태교는 가장 본질적이고 의도적인 행위 중 하나다. 2세, 즉 종족의 번식이 본능이라면 태교는 그 본능의 질적 가치를 결정하는 준비된 행위에 해당한다. 이런 태교의 중요성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으로 간명하게 설명된다. 그러나 태교의 중요성이 부각 되면서 근거가 없거나 상업적으로 태교를 이용하려는 시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태교에 대해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강진희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태교란 무엇인가. 태교란 동양사상에서 비롯된 개념으로, ‘아이를 밴 여자가 태아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하여 마음을 바르게 하고, 언행을 삼가는 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태교 개념이 서양에서도 최근 몇십년 사이에 확고하게 인식되기 시작했다. ●의학적 관점에서 태교는 어떻게 해석되나. 임신부의 불안장애, 우울증과 아이의 정서장애가 서로 연관이 있다는 연구에서부터 관심이 시작됐다. 이후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임신부의 호르몬, 신경전달물질이 전달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이런 가운데 유전적·환경적 요인에 의해 개체의 건강이 결정되는데, 특히 초기 발달단계의 중요성에 대한 개념이 ‘태아프로그래밍 가설’로 정립되면서 태교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태교가 왜 필요한가. ‘태아프로그래밍 가설’이란 유전적 요인에 의해 형성된 후 발생·분화·발달 과정에서 자궁내 환경의 영향이 태아의 각 장기 기능에 영향을 미쳐 개체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이론으로, 그만큼 태내 환경이 태아에게 중요하다는 과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따라서 임신부는 육체적·정신적으로 최적의 건강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이것이 태교를 통해 한 인간의 건강과 품성, 자질의 바탕이 된다. ●태교의 조건이 따로 있는가. 태아를 위한 최적의 태내 환경은 충분한 영양상태가 기본이고, 여기에 적절한 자극이 필요하다. 태아의 발달을 위한 자극은 우선 다양해야 하고, 엄마의 좋은 정서자극과 동반되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임신부의 기분 좋은 오감자극과 행복하고 즐거운 기분 상태가 유지돼야 한다. 임신부에게 행복하고 좋은 정서적 감정이 많을수록 좋은 신경전달 물질의 자극이 많아지고, 이런 물질들이 태아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흔히 하는 음악태교도 임신부가 들으면서 즐겁고 행복해야 하는 게 기본이다. 태교운동 역시 체형 변화에 따른 불편감 해소는 물론 임신부와 태반의 건강 증진, 기분 전환에 좋고 안전해야 한다. ●태교가 갖는 또 다른 의미가 있나. 태아와 함께한다는 행복감이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태교이고, 태아를 생각하며 보내는 시간은 엄마·아빠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이기도 하다. 부부가 함께 태아를 생각하며 뭔가를 준비를 하는 것은 이후 육아와도 연결돼 가정의 행복을 위한 중요한 투자가 된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태교란 어떤 것인가. 중요한 것은 임신부가 편안하고 행복한 것이다. 여기에 오감을 자극하는 적절하고 다양한 활동을 즐길 수 있으면 금상첨화다. 일을 하는 여성들이 많은데, 즐겁게 일에 몰두하는 것도 좋은 태교라고 할 수 있다. 모든 임신부들은 항상 태아와 함께한다는 사실을 기억해 세상을 향한 시선을 긍정적이고 따뜻하게 가질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좋은 태교를 위해 마음을 바로 하고, 언행을 삼가라고 한 선조의 가르침은 놀라운 지혜라고 할 수 있다. ●태교와 관련된 잘못된 속설은. 특정한 음악을 들어야 한다거나, 따로 많은 돈을 들여 가며 특정 태교 시설을 찾아 따로 무언가를 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은 옳은 태교 자세가 아니다. 또 이런 문제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것 자체가 태교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항상 밝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이미 가장 훌륭한 태교를 하고 있는 것이다. ●상업화된 태교에서 경계해야 할 문제는. 아이를 많이 낳지 않기도 하고, 또 늦게 아이를 갖는 여성들이 늘면서 임신·육아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 덩달아 이런 점을 겨냥한 태교 관련 상품이 주변에 넘친다. 대부분 효과를 과장하거나 필요없이 돈만 요구하는 것들이다. 조급해 하지 말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태교의 의미를 되새겨 임신부와 태아에게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주기별로 태교에 대해 설명해 달라. 임신 초기는 ‘별 일 없어 보이는’ 외형과 달리 급격한 호르몬 체계의 변화와 적응 때문에 임신부에게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시기다. 또 태아의 장기가 형성되는 중요한 시기이기도 하다. 특히 입덧으로 대부분의 임신부가 힘들어하는 때이므로 이 기간을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보낼 수 있도록 태교에 집중해야 한다. 엽산 보충과 함께 입덧을 완화시켜주는 식이와 식사습관을 찾고, 충분한 휴식을 가져야 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임신 중기에 들면 입덧도 완화되고, 서서히 체형도 변한다. 중기 이후부터는 충분하지만 과하지 않고 적절한 영양 섭취에 신경을 써야 한다. 권장 칼로리와 영양분을 고려한 식단에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선택해야 하고, 여기에 철분을 추가로 보충해 주면 좋다. 이때는 산모의 오감을 자극하는 태교가 중요하다. 맛있는 음식으로 미각과 후각을, 기분 좋은 소리로 청각을, 아름다움으로 시각을, 즐거운 활동으로 촉각을 자극하는 활동을 하고, 적절한 운동과 기분 좋은 생각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때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공연리뷰] ‘넥스트 투 노멀’ 박칼린 연기력도 음악도… 감동 또 감동

    [공연리뷰] ‘넥스트 투 노멀’ 박칼린 연기력도 음악도… 감동 또 감동

    다소 불안정한 느낌을 받는 1막은 2막에서 휘몰아칠 감동을 배가시키기 위한 훌륭한 장치였다. 겉으로는 정상적인 가정으로 보이나 구성원 각자가 상처를 지니고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넥스트 투 노멀(Next to normal) 이야기다. ‘넥스트 투 노멀’은 십수년째 첫 아들을 잃은 슬픔으로 우울증에 걸린 엄마 ‘다이애나’(박칼린·김지현), 그런 엄마로부터 소외감을 느끼는 딸 ‘나탈리’(오소연), 흔들리는 가정을 바로 잡으려는 ‘댄’(남경주·이정열), 생후 8개월 때 세상을 떠난 뒤 계속 영혼으로 남아 엄마 곁을 맴돌며 애정을 갈구하는 아들 ‘게이브’(한지상·최재림),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 애쓰는 가족의 심리를 세련되게 풀어낸다. 한국 초연 무대는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제작된 무대를 그대로 옮겨왔다. 그래서인지 여지컷 한국 뮤지컬 무대에서 보아온 배경과 사뭇 다르다. 3층의 철제 구조물로 표현된 집은 인물들의 관계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층별로 각기 분리된 공간은 각 등장인물들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가깝고도 단절된 등장인물들의 거리감을 표현한다. 특히 죽은 아들의 영혼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다이애나의 분리된 머릿속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깔끔하고 세련된 3층 높이의 무대는 공연 내내 집중력을 잃지 않는 원동력이 된다. 배우들의 연기력도 돋보인다. 조울증을 겪으며 내적 혼란을 겪는 다이애나 역을 박칼린(왼쪽)은 훌륭하게 소화해낸다. 남경주 등 주요 배우들의 연기력은 작품성을 더욱 탄탄하게 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음악도 작품의 감동을 끌어올린다. 갈등이 폭발하는 순간을 날카로운 록 선율로 담아낸 ‘넌 몰라’(You Don‘t Know)를 포함, 33곡의 삽입곡이 모두 인상 깊다. 여느 뮤지컬과 달리 관객들은 음악 밴드의 모습도 공연 내내 관람할 수 있다. 6인조 밴드는 오케스트라 피트(pit)로 내려가는 대신 무대 위 2층과 3층의 구석칸에 자리잡았다. 록을 중심으로 컨트리, 클래식, 발라드로 다양하게 변주된 선율을 선보인다. 내년 2월 12일까지 서울 종로구 연지동 두산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6만~9만원. (02)744-4033.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좋은 태교 & 나쁜 태교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임신부는 행복감에 빠지게 된다. 임신 사실을 떠올릴 때마다 즐겁다. 주변의 모든 것이 좋아보이고, 스치는 바람과 하늘, 작은 풀꽃도 마냥 기분 좋고 예쁘다. 가까운 사람과 나누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새롭고, 그런 모든 변화가 내 안에 있는 생명 때문이라고 느끼면서 행복해한다. 태교를 위해 먹고 싶었거나 하고싶은 일들을 하면서 자신과 아이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주어진 시간을 행복감과 즐거움으로 채우려 한다. 이런 태교가 좋은 태교다. 태교에 얽매여 평소 좋아하지 않는 활동을 하며 스트레스를 받는다. 몸이 힘들어지면서 주변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호르몬 변화로 뜻하지 않게 우울하거나 감정 기복이 나타난다. 임신부가 이런 변화를 인정하고 극복하려는 의지 대신 불평불만에 가득 차 자주 화를 내게 된다. 더러는 몸매 변화에 대한 거부감으로 몰래 식사를 거르는 등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일단 임신하면 신체적 안정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하루 종일 누워서 보내려고 한다. 이런 상태라면 태아는 물론 산모에게도 좋을 게 없다. 임신부라면 당연히 좋은 태교에 대한 열망이 있지만, 좋은 태교가 비싼 비용을 치르거나 힘겨운 과정을 체험하는 일이 아님을 염두에 두고, 가능하다면 나쁜 태교를 피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된다. 강진희 교수는 “나쁜 태교를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외로 많은 임신부들이 흥미도 못 느끼면서 태교를 한다며 전문 음악을 듣거나 책을 쌓아 두고 읽는 등 의미 없고 지루한 시간을 보내곤 한다.”면서 “그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상을 긍적적이고 유쾌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좋은 태교”라고 강조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기초 미달’ 7.2% → 2.6%… 성적 고루 올랐다

    [학업성취도 평가결과] ‘기초 미달’ 7.2% → 2.6%… 성적 고루 올랐다

    우리나라 초·중·고생 가운데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3년째 줄고 있다. 보통학력 이상의 비율은 늘어서 학력이 상향 평준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지난 7월에 시행한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나타난 결과다. 정부는 매년 학생들의 학업성취도를 평가하고 있는데, 2008년부터 전수조사로 바뀌었다. 올해는 초6, 중3, 고2(일반계) 학생 190만명이 대상이었다.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1일 “올해 초·중·고 전체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6%로, 3년째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은 2008년 7.2%, 2009년 4.8%, 2010년 3.7였다. 초6의 기초학력 미달 학생은 0.8%, 중3은 3.7%, 고2는 3.3%였다. 보통학력 이상 비율은 계속 늘고 있다. 2008년 65.0%이던 보통학력 이상 초·중·고생 비율이 올해는 78.4%로 높아졌다. 초6은 2008년 79.3%에서 올해 83.8%, 중3은 57.6%에서 68.3%, 고2는 57.3%에서 83.2%로 비율이 늘었다. 이주호 장관은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줄고 보통학력 이상 학생의 비율이 느는 등 학력이 상향평준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도시·읍·면 격차 9.2%P↓ 초·중·고 전 교과에 걸쳐 대도시와 읍·면지역 간 학력 격차도 줄었다. 2008년 13.3% 포인트 이상 격차를 보인 대도시와 농산어촌(읍·면지역)학교의 보통학력 이상 학생 비율 격차는 올해는 4.1% 포인트로 무려 9.2% 포인트가 줄었다. 서울에서도 초등학교 전 과목에서 학력이 가장 높은 강남교육지원청 지역과 가장 낮은 동부·중부교육지원청 등 간의 학력격차(보통학력 이상 비율 기준)가 지난해보다 2.1% 포인트 줄었다. 중학교도 강남과 이외 지역의 국·영·수 과목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 격차가 줄었다. 그러나 고2 학생의 수학과목 기초학력 미달비율 격차는 0.1% 포인트 늘었다. ●교과부 “미달률 내년 1%대로” 올해에는 현재 고교 2학년 학생들의 성적이 2년 전 중학교 3학년 때 치른 학업성취도 평가와 비교해 얼마나 많이 올랐나를 따진 성적 향상도도 처음 발표했다. 성적 향상 우수 고교 100곳을 보면 사립고가 65%로, 35%인 공립고보다 월등히 많았다. 유형별 학교 수 대비 100대 학교에 포함된 수는 자율형공립고 9.5%, 자율형사립고 9.3%, 일반고 6.7%, 특목고 4.8%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16개 시·도 가운데 대전이 40개교로 가장 많았고, 이어 경북 37개교, 서울 34개교, 충남 31개교, 광주·경남 각 27개교 순이었다. 내년에는 중학교의 성적 향상도도 측정, 공개하게 된다. 교과부는 내년에는 기초학력 미달 비율을 처음 목표인 2.4%에서 1%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창의경영학교 650개교와 미달 학생지도 인턴교사 2000명을 지원한다. 또 기초학력 미달 학생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 우울증 등을 겪는 학생을 돕기 위한 진단체계도 구축하기로 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서울광장] ‘100세 시대’ 준비 누가하는가/오병남 논설실장

    [서울광장] ‘100세 시대’ 준비 누가하는가/오병남 논설실장

    세모(歲暮)만큼이나 스산하고 우울한 일이다.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은 기뻐할 일이다. 그러나 현실은 역설적이다. 10여년 뒤면 ‘100세 시대’가 열린다.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우리나라의 최빈사망 연령(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하는 연령)이 2020년 90세 이상으로 올라서면서 ‘100세 시대’에 본격 진입한다고 예고했다.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20년 15.6%가 되며, 은퇴가 진행 중인 60세 전후 세대가 100세가 되는 2050년에는 38.2%까지 치솟는다. ‘80세 시대’의 일반적인 라이프 사이클 30(교육·병역 기간)-30(직장생활 기간)-20(은퇴생활 기간)은 30-30-40으로 바뀌게 된다. 은퇴 이후 기간이 갑절로 늘게 되는 셈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8월 30~69세 남녀 1000명 가운데 무려 43.3%가 ‘100세 시대’는 축복이 아닌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밝혔다. 불과 28.7%만이 축복으로 생각한다. 노년기가 너무 길고, 빈곤·질병·소외·고독감 같은 노인문제가 벅차고, 자식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 등이 그 이유다. 성큼성큼 다가오는 ‘100세 시대’를 준비 없이 맞아야 하는 불안감이 짙게 묻어난다.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45%)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자녀의 부양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연금 등 사회안전망마저 부실한 현실을 감안하면 당연한 얘기다. 최근 한 대학의 보고서는 ‘노부모를 부양하겠다’는 인구가 2008년 40%에서 2040년에는 19.20%로 반토막 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축복 받는 ‘100세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오래 일할 수 있고, 삶의 활기와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세상일 것이다. 하지만 ‘100세 시대’로 다가갈수록 우리의 경제 활력은 떨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전체 인구의 약 15%(759만 2000명)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지난해부터 본격 은퇴하는 것이 큰 원인이다.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임금근로자 312만여명은 대부분 10년 내 정년을 맞는다. 경제의 활력이 떨어지는 가운데 은퇴는 점점 빨라져 준비 안 된 여생이 길어진다는 것은 ‘세상은 넓은데 할 일은 없는’ 격이다. ‘100세 시대’가 차라리 ‘재앙’이라는 탄식이 실감날 수밖에 없다. 축복의 ‘100세 시대’는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누구도 답을 모른다. 미증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장수 나라인 일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도 ‘100세 시대’를 아직은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 스스로 ‘100세 시대’의 설계도를 그려야 할 형편이다. 그래서 더 불안하다. 정부는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한 단계다.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등 10여개 부처가 참여한 ‘100세 시대 프로젝트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정책 패러다임을 다듬고 있다. 자립 지원, 기회균등, 참여, 세대 간 상생 등 4대 원칙을 세웠다고 한다. 연말까지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방침이지만 어느 정도의 내용이 담길지는 미지수다. ‘100세 시대’ 준비는 개인적인 삶의 방식을 비롯해 사회시스템과 국가정책 패러다임의 대변화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이다. 교육·취업·연금·복지·과세체계 등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노인복지 체계를 다시 짜고, 노동시간 등 근로여건의 고령친화적 개편이 있어야 한다. 노인용 주택 등 노후 관련 제조업과 노인 건강 서비스업 등의 집중적인 육성도 필수다.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좀 더 정교하고 공격적인 인생 후반전 설계를 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노후자금의 균형투자, 평생 현역, 배우자 노후 준비, 자녀에 대한 상속 포기, 집에 대한 개념 전환 등을 ‘당당한 100세 시대’를 위한 5대 준비로 꼽는다. 진시황은 오래 살기 위해 서복에게 불로초를 구하게 했지만, 준비 없이 ‘100세 시대’를 맞아야 하는 이들로서는 ‘불로를 막는 약’이라도 구해야 할 판이다. 정부도, 개인도 ‘100세 시대’를 살아갈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obnbkt@seoul.co.kr
  • [생명의 窓] 감정 다루는 법/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생명의 窓] 감정 다루는 법/오동재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오는 환자들을 상담하다 보면 감정 때문에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환자들은 두려움, 슬픔, 그리움, 분노, 원망 등 소위 부정적인 감정 때문에 괴로워한다. 그래서 정신건강을 위해서는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들 중에도 감정을 창피하게 생각하고 감추려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한다. 남자들은 강하게 보여야 한다는 사회적 압력을 받아왔다. 원시시대부터 남자들은 감정을 노출하면 나약하게 보이고, 서열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불안, 두려움, 슬픔 등의 감정은 전사나 사냥꾼 역할을 맡아야 했던 남자들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는 것이 습성이 되었다. 요즘 젊은 사람들도 감정을 표현하는 데 미숙하다. 감정을 노출하는 것을 자존심 상한다고 싫어한다. 사랑보다는 자존심이 더 중요한 세대이다. 사랑하던 사람과 헤어졌는데, 쿨하게 잊지 못한다고 자신을 나무라는 20대 후반의 여자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지금은 사랑 타령을 할 시간이 없다는 이야기다.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헤어진 애인에 대한 그리움을 없애 달라고 필자에게 요구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실연을 당하면 빨리 잊기를 원한다. 구질구질하게 감정에 얽매이는 꼴이 한심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거나 불만을 표현하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는 우울증 환자들이 있다. 이들은 항상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만 보여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린다. 감정을 느끼는 뇌는 변연계로 뇌의 안쪽에 위치한다. 뇌 안쪽에 있을수록 진화과정 중에 먼저 생긴 기관이다. 그래서 변연계를 고(古)포유류의 뇌라고 부르기도 한다. 태고의 뇌가 발달한 후에 고등동물에게는 대뇌피질이 발달해 있다. 인간과 영장류는 뇌의 겉부분을 이루는 대뇌피질이 크게 발달해 있다. 대뇌피질은 이성적인 판단을 주로 담당한다. 변연계에서 느끼는 감정을 억압하고, 통제하려고 한다. 이렇게 원초적인 기원의 감정이 일어나면 이성적인 판단을 방해한다. 감정이 격해져 큰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별일 아닌 일로 울컥해서 친구나 아내를 죽이기도 한다. 감정은 우리가 환경에 적응하는 데 방해를 하는 듯하다. 그러나 감정이 없다면 즐거움도 없고, 의욕도 없어진다. 마치 바위처럼. 식물도 감정을 느끼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즐거운 음악을 틀어주면 야채 등의 수확이 많아지고, 더 아껴주고 사랑해 주면 화초가 더 잘 자란다. 그러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 화가 나는 감정을 억누르고, 그리운 감정을 아닌 척 부정한다고 해서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감정을 감추려고 하면 할수록 내부로 파고들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감정을 현실적 목표를 이루는 데 방해되는 거추장스러운 존재로만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감정은 없어지길 바란다고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가까운 가족이 죽어서 슬퍼하는 사람에게 그만 슬퍼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무책임하다. 슬픔은 그만두겠다는 의지로 없어지지 않는다. 감정은 이성보다 더 원시적이다. 즉, 더 본능에 가깝다. 생리적인 현상과 비슷하다. 배고픈데 배고프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이야기하면 배가 불러지는가? 배가 고플 때는 음식을 먹고 배고픔을 달래줘야 된다. 슬퍼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해도 슬픔이 없어지지 않는다. 슬픔을 충분히 느끼고 스스로 그 감정이 풀어질 때까지 기다려줘야 한다. 분노와 그리움, 불안도 마찬가지다. 없어지라고 주문을 외운다고 부정적인 감정은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감정을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부르는 방식도 잘못이다.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필요한 감정이다. 생리적인 현상과 같이 그렇게 느껴야 될 필요가 있어서 느낀다. 감정을 충분히 느끼고, 그런 감정을 느끼고 있는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여야 한다, 그 감정이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 신경숙 “고되지 않은 삶이 있겠어요? 문학이 삶의 균형 맞춰줬으면”

    신경숙 “고되지 않은 삶이 있겠어요? 문학이 삶의 균형 맞춰줬으면”

    1990년 ‘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란 드라마가 있었다. 요즘 여성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지면 답은 ‘도우미 아줌마’다. 남편은 바쁘고, 자식마저 엄마를 귀찮아하면 여성은 도우미 아줌마와 소통하며 위로를 얻는다. 신경숙(48) 작가의 소설집 ‘모르는 여인들’(문학동네 펴냄)에도 이런 세태가 담겨 있다. ‘모르는’에는 작가가 지난 8년간 세 편의 장편소설을 쓰는 동안 “정말 쓰고 싶어서 쓴” 7편의 단편소설을 담았다. 인간 내면의 깊은 심리를 파고들었던 소설은 서사가 풍부해졌다. 초기 단편에 자주 등장하던 말줄임표는 사라졌다. 특히 제일 먼저 실린 ‘세상 끝의 신발’은 6·25 전쟁부터 시작해 현재까지 수십 년을 압축한 단편이다. 10대 학도병이 등 뒤의 총부리를 피해 도망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는 눈발 속에 얌전히 놓인 신발 두 짝의 이미지로 마무리된다. 촘촘하면서도 정교한 서사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가 담긴 문체는 국어교과서에 실린 걸작 단편소설을 읽는 것처럼 묵직한 감동을 안겨준다. ●“모르는 것과 교류 폭 넓어져 나이 먹는게 좋아” 지난 23일 서울 평창동의 한 미술관에서 만난 작가는 “같은 시대를 산다는 건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은연 중에 깊은 영향을 끼치면서 사는 것”이라며 “모르는 사람들이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표제작인 ‘모르는 여인들’은 아픈 남편과 아내를 둔 여자와 남자 이야기다. 여자는 첫사랑이었던 남자의 아내가 도우미 아줌마와 주고받은 메모를 읽게 된다. 살림살이에 대한 지시사항과 쇼핑 목록이 담겨 있던 메모는 몇 달 뒤 두 여자의 우정 어린 편지로 바뀐다. “힘이 들면 작품을 쓴다.”고 말하는 작가는 어느새 26년째 소설을 쓰고 있다. 슬럼프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모르고 지냈다며 글이 잘 안 써지면 이야기의 내면화가 덜 된 상태라고 받아들였단다. 생의 이면에서 빛나는 후광을 발견해내는 것이 문학이고 말을 잘 못해서 글을 쓴다고 말하는 그는 이제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대표 작가다. 해외 31개국에 판권이 팔린 장편소설 ‘엄마를 부탁해’와 관련한 긴 해외 행사를 최근에서야 마친 작가는 “모국어란 살 냄새와 똑같다. 그걸로 최상의 작품을 쓸 뿐이고 그 다음 일은 여러 가지 상황이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책에 실린 또 다른 단편 ‘화분이 있는 마당’은 갑작스러운 남자의 이별 통보에 먹지도 못하고 말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다. 여자의 말과 식욕을 되찾아주는 것은 모르는 익명의 존재에서 더 나아간, 실제로 있는지조차도 모르는 유령이다. 유령이 차려준 오이 무름, 가지무침, 백김치, 미역찬국, 애호박새우젓나물 등이 놓인 밥상을 받고 여자는 삶의 한고비를 자연스레 지나간다. ●“모국어란 살냄새… 그걸로 최상의 작품 쓸 뿐” “고되지 않은 삶이 있겠어요? 다들 우울하고 고독하고 거기다 땅에 발을 딛고 있지 않은 삶 쪽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지금은 소통이 필요한 때죠. 너무 ‘인간’과는 반대되는 쪽으로 치우친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문학이 역할을 했으면 합니다.” ‘모르는 여인들’에는 ‘서른이 되기 전에 나는 서른이 지난 사람들은 무슨 재미로 살까? 생각했다’는 문구가 나온다. 그리고 조물주가 인간에겐 생명을 삼십 년만 주었는데 너무 짧다고 슬퍼하자 할 수 없이 짐승들의 생명을 덜어와 보태주었다는 내용이 있다. 그러니깐 서른 이후의 인간의 나이에는 소가 내놓은 십 년, 돼지가 내놓은 오 년 등이 뒤따라 다니는 것이란 이야기다. 신 작가는 “지금은 나이 먹는 게 좋다. 모르는 것과 교류하는 게 더 넓어지고 겁내지 않아도 될 것 같은 느낌이다. 자연스럽게 나이 먹는다는 건 모르는 것을 받아들인 폭이 넓어진다는 이야기”라고 나이에 대한 개인적 생각을 밝혔다. 26년간 문학의 본령을 지키며 자기만의 언어의 세계를 더 확장시키고 성숙시켜온 작가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다는 것은 분명 복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사이즈 ‘38KKK’ 모델 “더 키우겠다” 선언 깜짝

    가슴 사이즈가 무려 38KKK에 달하는 한 모델이 또 한 번 ‘풍선 가슴’ 성형수술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놀라움을 주고 있다고 일간지 더 선이 24일 보도했다. 브라질 출신의 슈퍼모델 셰일라 허쉬(31)는 12차례가 넘는 성형수술을 통해 ‘38MMM‘사이즈의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슴을 갖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10년 무리한 가슴확대 수술로 인해 실리콘 파열의 위험 뿐 아니라 포도구상균 감염까지 겹쳐 바이러스가 혈관에 퍼지는 등 생명이 위태로워졌다. 결국 어쩔 수 없이 실리콘 제거 수술을 받고 확대 시술받은 가슴을 잘라내 원상 복구하는 대수술을 받았고 사이즈를 ‘38KKK’로 줄였지만, 그녀는 이때부터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허쉬는 “가슴 사이즈가 작아진 뒤 내내 외출을 하지 못했다. 다시 되돌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하고 싶었다.”면서 “내년엔 실리콘 5500cc를 더 주입해 38MMM사이즈로 돌아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10년간 그녀가 가슴성형수술에 쏟아부은 비용은 무려 6만 파운드. 남편과 가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풍선 가슴’에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허쉬는 “남편은 내게 ‘딸아이가 당신의 가슴을 보면 어떻게 생각할 것 같냐.’고 묻지만, 난 여전히 내 가슴이 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천일의 약속’ 수애처럼 안되려면 ‘이것’ 먹어라

    ‘천일의 약속’ 수애처럼 안되려면 ‘이것’ 먹어라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알츠하이머에 걸린 채 가슴 아픈 사랑을 이어가는 SBS드라마 ‘천일의 약속’(김수현 극본, 정을영 연출)이 인기몰이를 하면서 치매 등 뇌 질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연구팀이 치매 예방에 효과적인 슈퍼푸드를 밝혀냈다. 보스턴대학 연구팀은 1991년부터 1995년까지, 그리고 1998년부터 2001년까지 36세에서 83세 성인 1400명을 대상으로 뇌 MRI 스캔 촬영 및 기억력 검사 등을 실시했다. 그 결과 비타민 B 복합체의 하나인 콜린(Choline)을 많이 섭취한 사람일수록 기억력 테스트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또 이들은 노인성 우울증과 치매 환자에게서 자주 보이는 뇌 백질의 고강도 영상 또한 적게 확인됐다. 연구팀은 뇌의 노화 현상으로 나타나는 치매 증상 등에 달걀, 닭고기, 바닷물고기, 강낭콩 등이 예방에 효과적인 슈퍼푸드로 밝혀졌다고 전했다. 이들 음식에 다량 함유된 콜린이 기억력 유지에 도움을 주고 치매를 늦추거나 증상을 완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 연구를 이끈 로더 오 박사는 “식품 한 가지만 섭취해서는 치매를 막기 어렵다. 성장기 뿐 아니라 중년에도 얼마나 균형잡힌 식사를 하는지에 따라 뇌의 노화 속도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콜린의 하루 적정 섭취량은 성인 남성의 경우 550㎎, 여성의 경우 425㎎”라고 덧붙였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편견의 벽 너머로 세상에 우리 목소리를…”

    “편견의 벽 너머로 세상에 우리 목소리를…”

    정신분열, 우울증, 알코올 중독 등 정신장애인들이 겪는 심신의 고통은 다 헤아릴 수 없다. 하지만 무엇보다 힘든 건 세상의 편견이다. 이들에게도 대인관계 욕구가 있고 문화 혜택도 누리고 싶지만 접근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월 ~ 금 한 시간씩 정신 장애인 친구로 23일 문을 연 인터넷 라디오 ‘송파 한아름방송’은 이런 고통을 겪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소통의 장이다. 그들이 직접 제작 전 과정에 참여한 유례를 찾기 힘든 특별한 방송이다. 송파구 정신보건센터 ‘늘품’이 세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들자는 취지로 지난 4월 기획했다. 늘품에서 재활 프로그램을 이용하던 회원 10명과 참가를 자원한 구민 2명은 5개월가량 전문 미디어 교육을 받았다. 대부분 만성적인 정신장애를 앓고 있던 상황에서 시나리오 작성법, 방송 기법, 장비 운영법 등 실무 교육을 착실히 받았으며, 타 자치구 방송국까지 견학했다. 이날 바로 정규 방송에 들어간 한아름방송은 매주 월~금요일 오후 2시, 인터넷 세이캐스트(www.saycast.com)를 통해 한 시간가량 진행된다. 정신과 전문의와의 상담시간 ‘할말 있어요’(월), 클래식 음악을 소개하는 ‘이지클래식’(화), 정신건강 명사를 초대하는 ‘수요초대석’(수), 가요코너인 ‘2시의 데이트’(목), 청취자 사연을 소개하는 ‘이야기 속으로’(금) 등으로 편성됐다. 개국식은 이날 오후 2시 정신보건센터 교육실과 방송국에서 기념 파티 형식으로 조촐하게 치렀다. 박춘희 송파구청장을 비롯, 정석훈 정신보건센터장과 자원봉사자 등 관계자 40여명이 참석했다. 박 구청장은 “우리 구 정신보건 정책은 일방적 서비스보다 사회참여와 자존감 회복에 무게를 뒀다.”며 “한아름방송이 관내 장애인들에게 꿈과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의 상담·초대석 등 코너 구성 방송을 기획한 황정미 정신보건사회복지사는 “앞으로 대학 방송과의 연계, 편성 확대, 스마트폰 방송 등 여러 발전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송파구는 관내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방송 제작 및 진행 요원을 모집하고 있다. 송파구는 ‘2011년 서울시 장애인 행복도시 프로젝트 인센티브 평가’에서 25개 자치구 중 ‘장애인복지 인프라 개선’ 분야 최우수구로 선정됐다. 장애인 의견을 충실히 반영하고자 각종 위원회 구성 때 장애인 또는 관련 전문가를 위원으로 필수 위촉하도록 해 높게 평가됐다. 올해 총 32명을 위원으로 위촉했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김태원 “음악이 있었기에 죽을 수 없었다”

    김태원 “음악이 있었기에 죽을 수 없었다”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미치는 것만큼 위대한 것은 없습니다. 제겐 바로 음악이 그런 존재였습니다. 하고 싶은 음악이 계속 떠오르는데 어떻게 죽겠습니까. 어떤 일이든지 간에 집중하고 미쳐 있다면 우울증이나 이런 것들은 끼어들 틈이 없을 겁니다.” ‘국민 멘토’ 김태원(46)은 우울증과 폐소공포증, 마약 중독 등 인생의 어두운 터널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한국을 대표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을 이렇게 밝혔다. 21일 자전 에세이 ‘우연에서 기적으로’를 낸 그는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12장의 앨범을 낼 때보다 첫 번째 책을 낼 때의 설렘이 더 컸다.”면서 “내가 오랜 시간에 걸쳐 알아낸 것들을 (독자 여러분은) 이 책을 통해 한순간에 알아내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책에는 유년 시절 ‘왕따’였고 데뷔 후 대인기피증을 앓았던 인간 김태원과 록그룹 ‘부활’ 리더로서의 김태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자신이 살아온 매 순간을 삶의 자산으로 생각한다는 김태원은 모든 기적은 우연으로 가장돼 있다는 뜻에서 책 제목을 붙였다고 했다. 그가 인생에서 꼽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1988년 그룹 ‘부활’이 해체됐을 때. “그때 이승철은 성공 가도를 걷고 있었고, 저는 ‘부활’ 리더로서 모든 것을 잃었던 상황에서 몸도 정신도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마약에 심취해 음악으로 복수를 하고자 했지만, 어떤 작품도 얻을 수 없었습니다. 나중에 이승철이 제 곁을 떠난 것은 20대 후반의 음악적 고집과 독선, 히스테리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TV 예능 프로그램 ‘남자의 자격’ 등에 출연하면서 솔직한 입담과 자상한 조언으로 ‘국민 할매’, ‘포용형 멘토’라는 별명을 얻으며 다시 인기를 누렸다. “제가 결코 다른 사람보다 포용력이 많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여러 번 죽을 뻔하다가 살아났기 때문에 모든 것을 심각하게 보지 않는 경향이 있어요.” 그는 ‘멘토’ 열풍에 대해 “1980년대까지는 가요계에도 어떤 메신저나 선생이 있었지만 1990년대부터 그런 것들이 없어졌다.”면서 “그 부작용이 이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하든 치료하든 그런 사람이 필요해졌고, 이제는 지성보다 감성이 더 필요한 시대”라고 진단했다. 가족을 자신 삶의 전부라고 강조하는 김태원은 책 인세 수입을 모두 요한수도회에 기부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장애인 복지 시설을 짓는 데 쓰인다고 한다. “제 둘째 아이가 장애(자폐증)를 앓고 있는 것을 발견한 뒤로 우리 부부는 사는 게 사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만약 형편이 어려운 가정에서 그런 아이가 태어나면 어떨지 걱정됐습니다. 그래서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영화감독이 되기 위해 음악을 시작했다는 그는 여전히 공상과학(SF) 영화를 찍는 꿈을 꾸고 있다. 2013년에는 ‘부활’ 보컬이었던 고(故) 김재기를 기리는 가요제도 기획하고 있다. “중학교 때 명작 영화를 좋아하면서 음악에 빠져들었고 영화를 만들 꿈을 꾸었습니다. 특히 사람을 놀라게 하는 유일한 시나리오인 SF 쪽에 관심이 많아 우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즐겨 봅니다. 그동안 말한 대로 된 경우가 많아 지금부터 말을 하고 다니면 그 꿈이 이뤄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제 신조는 나이에 비례하지 않고 순수함을 지켜나가는 것입니다. 나잇값 못한다고 욕한다고요? 그러라고 하세요. 하하.”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폐경

    [Weekly Health Issue] 폐경

    여성에게 폐경은 피해갈 수 없는 상실의 늪이다. 폐경을 분기점으로 ‘젊은 시절’과 ‘노년’을 구분한다. 이런 폐경을 겪으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위축된다. “내가 벌써….”라거나 “이젠 다 살았나.”라고 여기게 된다. 아직도 많은 여성들이 이런 생각에 심신의 변화를 방치한다. “다들 그렇게 사는데….”하는 식이다. 그러나 폐경 이후 주어지는 삶의 절반을 방치하는 건 옳은 선택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폐경에 맞설 이유는 많다. 중요한 것은 삶의 질이다. 그래서 폐경을 ‘늪’이 아닌 ‘샘’으로 바꿔야 한다. 이런 폐경에 대해 박형무(대한폐경학회장) 중앙대 산부인과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폐경이란 어떤 현상을 말하는가. 폐경(閉經)이란 난소 기능의 소실로 월경이 완전히 중단된 상태를 말한다. 보통 1년 이상 무월경이면 폐경기로 진단한다. 노화에 따른 자연 폐경과 난소제거술·항암치료·방사선치료에 의한 인위적 폐경이 여기에 포함된다. ●의학적·사회적 관점에서 폐경이 어떤 의미를 갖는가. 폐경 이후의 삶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졌다. 한국 여성의 평균 폐경연령은 49.7세 정도인데, 평균 수명이 83세임을 고려하면, 폐경 이후의 삶이 생애의 3분의1을 넘는다. 이 연령대가 되면 노화와 호르몬 변화로 골다공증·심혈관질환·노인성 치매 등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크게 높아진다. 의학적으로 여성 건강의 중요한 전환점이다. 여기에다 사회적으로 아직도 중년 여성의 건강문제가 소홀히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여성 스스로도 폐경을 노화의 전조증상으로만 인식해 마냥 참거나, 여성성의 끝이라고 여겨 우울감·상실감으로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은 출산·육아·가족 생활의 중심이다. 여성이 신체적·심리적으로 건강하지 않으면 가족 역시 건강하지 못하다. 폐경기의 증상관리가 중요한 것은 이 때문이기도 하다. ●폐경의 원인은 무엇인가. 50대 초·중반에 들어 노화로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여성호르몬 분비량이 줄어드는 것이 원인이다. ●폐경이 초래하는 변화를 짚어달라. 먼저, 임신 능력을 잃게 되고, 호르몬 변화가 전신에 영향을 미쳐 혈관운동 증상, 비뇨기계 위축 증상, 심리적 증상 등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호르몬 감소로 질환에 노출될 위험도 커진다. 폐경 후에는 골밀도가 급감해 7∼8년이 지나면 골다공증으로 쉽게 골절상을 입기도 한다. 여기에다 중·노년기 이후에는 근육량이 줄어 기초대사가 위축되는 데다 활동량 감소 등으로 비만, 특히 복부비만 가능성이 높아진다. 복부비만은 체중이나 체질량지수가 정상이더라도 고혈압·당뇨병·심뇌혈관 질환의 독립적인 위험인자로 작용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덩달아 혈압인자의 합성이 변하면서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심혈관질환은 폐경 후 약 10년, 알츠하이머병은 노화와 더불어 15년 후부터 발병 위험이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의 폐경 추이와 특징을 설명해 달라. 여성의 사회활동 증가와 불규칙한 생활, 스트레스 증가로 40세 이전에 조기 폐경을 맞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폐경기 증상을 감추거나 참고 지나치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은 전문의보다 주변 사람들의 체험에 의존하려는 경향이 강해 지혜로운 폐경 극복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폐경의 증상은 어떻게 나타나나. 신체적 증상으로, 초기에는 약 80%가 안면홍조, 수면 중 식은땀, 가슴 두근거림 등을 겪는다. 우울감, 감정 변화 등 정신적인 증상도 함께 나타난다. 또 비뇨생식기 쪽에서는 질 건조 및 위축·요실금·방광염·성교통 등을 호소하기도 한다. 불면증·의욕상실·성욕감퇴·감정변화·불안·신경과민 등의 정신적 증상도 보이는데, 이런 증상이 일시적이기도 하나 더러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심해 삶의 질과 자아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다. 이런 증상이 괴롭다면 대책없이 참기보다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현명하다. ●치료법과 함께 각 치료법이 갖는 한계도 짚어달라. 대표적인 치료법은 호르몬요법이다. 줄어든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는 호르몬요법은 골다공증의 예방과 치료에도 효과적일 뿐 아니라 관상동맥 질환·대장암·알츠하이머병의 예방효과도 있다. 흔히 운동과 식이요법, 비타민제 등으로 폐경 증상을 관리할 수 있다고 믿지만 이런 방법은 의학적 치료에 비해 효과와 안전성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호르몬요법의 효과에도 불구하고 최근 유방암 발병과 체중 증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치료를 기피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호르몬요법에 따른 유방암 발생 위험은 비만보다 낮은 수준이며, 최근에는 호르몬 병합요법이 약 5년까지 유방암 위험도를 유의하게 증가시키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잇따르고 있다. 따라서 최소 용량을 사용하면서 정기적으로 유방검사를 받는다면 호르몬치료를 통해 폐경 후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회피할 이유가 없다. 특히 드로스피레논 성분이 함유된, 보다 진전된 호르몬요법은 고혈압을 억제하고, 체중 증가를 막아주는 부가적인 이득도 있다. ●폐경기 증상을 방치해 생기는 문제는. 폐경 증상은 여성호르몬 감소로 인해 나타나므로, 이를 해소·완화하기 위해서는 에스트로겐을 보충해주는 호르몬요법이 가장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대한폐경학회도 60세 이하 폐경 여성에게 적절한 1차 치료제로 호르몬요법을 권장하고 있다. 폐경 증상을 방치할 경우, 증상은 일시적으로 사라질 수도 있으나 만성질환 발생 위험은 상존하거나 커지므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폐경과 관련된 정책상의 문제도 짚어 달라. 폐경 여성의 건강은 고령화시대, 양성 평등시대에 정부와 민간이 함께 고민해야 하는 영역이다. 선진국의 경우, 국가 주도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진료지침이 제시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자료와 재원 부족 등으로 아직까지 진료지침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또 폐경 여성은 남성에 비해 건강검진 등에서도 소외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폐경기에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질병을 조기에 발견, 치료하기 위해서는 폐경을 ‘새로운 기회’로 인식, 활용할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열린세상] 올해도 의대 입시과열 이대로 좋은가/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열린세상] 올해도 의대 입시과열 이대로 좋은가/강대희 서울대 예방의학 교수

    지난 10일 2012년 대학입시를 위한 수학능력평가가 치러졌다. 시험 당일 아침 시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수험생의 자살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 뉴스채널인 CNN은 ‘한국에서 고등학교 3학년은 지옥의 해“라고 전했다. 입시과열의 주범으로 의대와 법대가 1, 2위를 다툰다. 입시과열을 해소해 보고자 2002년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이 도입되었으나 우수한 대학 졸업생들이 의전원으로 몰리고 이공계 대학 교육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아 2015년부터는 의전원이 폐지된다. 서울대를 비롯한 전국 41개 의과대학-의전원 중에서 여섯 군데만을 제외하고 모두 의대 체제로 전환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올해 의전원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작년보다 훨씬 높아졌다. 의예과로 모집하는 서울 주요 대학의 수시모집 경쟁률은 사상최대를 기록하였다. 대부분 100대1에 가깝거나 그 이상이었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질까? 직업을 선택하는 데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요인은 ‘수입’과 ‘안정성’이다. 그 다음이 적성과 흥미다. 여기에다 한국적인 특성 하나가 추가된다. 좀 더 넓은 세상에서 큰 꿈을 펼칠 수 있는 인재들을 의사로 만들고 싶어하는 ‘부모의 기대와 입김’. 청년실업이 국가사회에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요즘 의사는 아주 매력적인 직업이다. 실제 그럴까? 시험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유급에 대한 불안 등으로 해마다 의대생의 자살은 큰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의과대학장협의회에서 전국 의대생 7000여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전체의 60% 이상이 자신에게 우울증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응답했다. 36%의 학생이 정신건강문제와 관련해서 상담이나 진료를 받고 싶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1%가 현재 자살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약 30명은 최근 자살을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사가 되고 나서의 만족도는 과연 얼마나 될까?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170개 직업에 종사하는 3만여명을 대상으로 조사 분석한 자료에 의하면, 의사는 크레인 및 대형트럭운전사·모델과 함께 직업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으로 보고되었다. 직무만족도 조사에서는 전체 직업의 직무만족도 평균이 68%인데 반해서 의사의 직무만족도는 42%에 불과했다. 과연 의대 입시 과열에 대한 해법은 없을까? 그동안 의대가 학생을 너무 성적 위주로만 뽑은 것은 아닌지, 품성과 헌신을 고려할 수는 없는지, 의대로 들어온 학생을 기능인으로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의대 학생 선발과 의학 교육 체계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 국립대부터라도 공공분야에서 일할 의사 할당제를 도입해 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하다. 미래융합의학을 주도할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도 적극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속에서 아름다운 의사의 참모습을 보여주었던 세계보건의 수장 고(故) 이종욱 박사, 수단에서 헌신적인 의료봉사를 하던 고 이태석 박사 등 환자와 시민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전인적인 사회인 교육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의사와 같은 전통적인 직종 이외에 미래 유망직종에 대한 적극적인 안내와 홍보도 필요하다.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발간한 ‘미래사회 메가트렌드로 본 10개 미래기술 전망’에는 5대 기술 트렌드에 친환경 에너지 기술, 인간 삶의 진화, 융합의학의 성장 등이 포함되어 있다. 즉, 미래는 고령화에 따른 삶의 질 향상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기술개발이 주목받을 전망이다. 기초과학을 포함한 이공계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투자 확대도 시급하다. 미래 블루오션이라 할 수 있는 생명과학, 맞춤예방의료 분야에 대해서는 더 과감한 투자를 통해 청년 창업을 촉진하고 건실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논어 옹야 편에는 ‘어떤 일에 대하여 아는(知) 사람은 그 일을 좋아하는(好) 사람만 못하고 그 일을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樂) 사람만 못하다.’고 하였다. 자기가 좋아하면서 즐길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하도록 제대로 된 진로 진도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미래를 이끌고 갈 젊은이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들이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주연 두 은경을 만나다

    서울시오페라단 ‘라 트라비아타’ 주연 두 은경을 만나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는 1948년 서울 명동 시공관에서 ‘춘희’(椿姬)란 제목으로 올려졌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공연된 서양 오페라다. 여주인공 비올레타는 모든 소프라노의 ‘로망’이다. 노래와 연기 난이도, 굴곡진 인생을 사는 캐릭터의 매력은 물론, 극을 이끌어가는 여주인공 비중이 이만큼 지배적인 작품이 없기 때문. ●서울대 성악과 선후배 사이 오는 24~27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리는 ‘라 트라비아타’에는 두 명의 ‘은경’이 나온다. 오은경(46) 세종대 교수와 김은경(44) 백석예술대 교수. 서울대 성악과 2년 선후배로 절친한 두 사람이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세 명이 번갈아 주인공을 맡는 트리플 캐스팅이라 동시에 무대에 서는 것은 아니다. 두 사람을 지난 16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났다. 우선 무대 인연이 서로 닿지 않은 까닭부터 물었다. “언니(오 교수)는 레체로(lecero·가벼운 소리) 소프라노이고, 저는 리릭(lirico·부드럽지만 선이 있는 소리) 소프라노라 소화하는 배역이 서로 달랐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비올레타 역의 또 다른 특징은 레체로와 리릭 소프라노 모두 캐스팅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김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스타일이 서로 너무 달라서 라이벌 의식은 없다.”면서도 “한동안 김 선생의 노래를 들어보지 못했는데 어떻게 소화할지 굉장히 궁금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모와 키라면 몰라도 노래로 경쟁할 건 아닌 것 같다.”며 재치있게 받아넘겼다. 오 교수는 비올레타로 이미 여러 번 무대에 섰다. 반면 김 교수는 이번이 데뷔전이다. 오 교수는 “비올레타는 비련의 여주인공이지만, 연약하기보다는 강한 캐릭터”라면서 “네번쯤 했지만 연출과 상대역에 따라 호흡이 다르고 나 자신도 나날이 성숙해져 가고 있기 때문에 느낌이 새롭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작품의) 음악이 내 몸에 딱딱 맞는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 대목에서 김 교수가 “나도 집에서 전신 거울을 놓고 100번쯤 비올레타를 했다.”고 ‘응수’해 폭소가 터졌다. 김 교수는 “지금껏 했던 작품 중 가장 고난도다. 기분이 우울해지는 슬픔이 아닌,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슬픔을 전해 드리겠다. 객석을 ‘올킬’시킬 자신 있다.”며 역시 자신감을 내보였다. 두 사람도 어느덧 40대 중반. 언젠가는 무대와 멀어지는 순간이 올 것이다. 오 교수는 “지휘나 연주와 달리 성악은 몸이 악기이다 보니 나이가 들면 쇠할 수밖에 없다. 언젠가 60대 성악가가 부르는 (슈베르트의) ‘겨울나그네’를 들었는데 곡의 느낌을 완벽하게 이해한 듯 싶었지만, 몸의 한계로 한계에 부딪히더라. 누구나 오랜 세월 무대에 서고 싶지만, 어느 순간 찾아주는 이들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게 인생이랑 똑같다. 세상을 알 만하면 몸이 안 따라주는 게 인생 아닌가. 그래서 사람들이 성악에 열광하는 건지도 모른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의 한계… 성악·인생 닮은 꼴” 요즘 국내에선 고전 오페라의 현대적 재해석이 유행이다. 김 교수는 “한때 고전을 비트는 게 유행이었지만, 독일이나 이탈이라에선 원전으로 돌아가자는 움직임이 강하다. 한국 현실에선 더 필요하다. 춘향전은 누구나 원전에 대한 이해가 있으니까 비틀어도 괜찮지만, 이탈리아 오페라를 오리지널도 모르는 상태에서 재해석한 작품을 본다면 참맛을 알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서울시오페라단의 ‘라 트라비아타’는 2008년 이탈리아 베르디극장 공연 당시 현지 평단에서 “우리가 잃어가는 정통성을 간직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라 트라비아타 알렉상드르 뒤마 2세의 자전적 소설 ‘동백아가씨’를 토대로 했다. 1800년대 프랑스 파리 사교계의 꽃 비올레타와 그를 흠모하는 알프레도의 비극적 사랑을 그렸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나 부르는 이중창 ‘축배의 노래’(Brindisi)가 유명하다. 2만~12만원. (02)399-1783~6.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길섶에서] 늦가을비/구본영 논설위원

    며칠 전 지난여름 산사태 이후 한동안 찾지 않았던 우면산에 갔다. 전날 살짝 내린 늦가을비에 낙엽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팍팍한 현실을 핑계 삼아 계절의 변화에 둔감했던 스스로를 되돌아보았다. 그래서 오래 전 한 선배로부터 들은 말이 생각났다. “꽃 지고 나서야 꽃 피었었구나 아는 게 인생”이라고. 나이 지긋한 선배로부터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단풍이 드는가 했더니 벌써 잎사귀를 반 이상 떨군 나무들을 보고 새삼 가슴에 와 닿았다. 선배의 말마따나 누구나 크고 작은 일상사에 얽매여 ‘오고 가는 계절을 늘 한뼘씩 놓치기 일쑤’가 아닌가. 하지만 늦가을비에 얼마간 우울해지려는 맘을 추슬렀다. 아직도 남은 단풍잎들이 늦가을 햇살에 아름답게 반짝이는 것을 보면서 말이다. 문득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법어가 떠올랐다. 그렇다. 마음 먹기에 따라 평범하고 하찮은 일상에서도 얼마든지 작은 생활의 기쁨은 찾을 수 있지 않겠는가.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Weekend inside] 서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8년… 무엇이 달라졌나

    [Weekend inside] 서울 지하철역 스크린도어 8년… 무엇이 달라졌나

    11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시청역에서 신도림 방면으로 전동차를 운행하던 김진관(48) 기관사는 1999년 11월 27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맘때처럼 을씨년스럽고 스산한 날이었단다. ●과거 사고 목격 기관사들 악몽 시달려 그날 오후 3시 45분쯤 전동차가 당산역에 들어서는데 갑자기 30대 남자가 눈앞으로 붕 떠올랐다. 전동차 앞 유리창이 깨지면서 몸을 던진 남자의 머리가 운전석 안으로 들어왔다가 튕겨 나갔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비상제동을 걸었지만 투신한 남자의 몸은 이미 철로 위에서 130m나 끌려 갔다. 김 기관사는 사시나무 떨듯 오한을 일으키다 기절했다고 한다. 눈을 떠 보니 병실 안. 그는 사건 발생 후 11개월 동안 병원에서 악몽에 시달리며 지냈다. 지금도 이마엔 흉터가 남아 있고 허리 통증이 심해 오래 걷거나 서 있지 못한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초겨울 흐린 날씨만 되면 그날의 악몽이 자꾸 떠오른다는 점이다. “자살을 목격한 기관사들은 잠을 못 이뤄 강소주를 마시고 자는 경우가 많아요. 사상 사고가 나면 3~5일 정도 유상휴가를 주지만 사고 뒷수습을 하느라 금세 지나가죠.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라는 트라우마에 시달려요. 공황장애로 동료가 7호선 내방역에서 목숨을 끊은 적도 있어요.” 김 기관사는 몇 차례나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했지만 스크린도어가 도입되면서 차츰 악몽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했다. 다시는 자살을 목격할 것 같지 않아서다. 지하철 자살을 막아주는 스크린도어는 2003년 2월 18일 대구 지하철 참사 때문에 도입됐다. 192명(신원 미확인 6명)이 사망하고 148명이 부상당한 참사로 지하철 안전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르자 뒤늦게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스크린도어에 관심을 가졌다. 그중에서도 서울시는 2006년 사당역을 시작으로 서울메트로(1~4호선)의 승강장 120곳과 도시철도공사(5~8호선)의 148곳에 설치를 100% 완료했다. 그러나 정부 산하 코레일 구간 200여개 역 대부분은 스크린도어 설치가 돼 있지 않다. ●도입 전엔 자살 한 해 30여건 달해 스크린도어가 도입되기 전까지 지하철역 자살 사고는 한 해 30여건에 이르렀다. 자살이 가장 많았던 지하철역은 동작역. 일주일에 3차례나 일어난 적이 있을 정도였다. 동작역장을 지냈던 강기엽(62)씨는 “국립현충원과 한강이 바로 코앞에 있어 그런지 우울한 표정의 사람이 쓸쓸히 걷다가, 혹은 복잡한 심경으로 부모 묘나 조상 묘를 보고 돌아오다 울컥해서 뛰어내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철로가 지나치게 굴곡져 승객이 추락해도 전동차가 모르고 지나치는 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귀신 붙은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와 부임하자마자 고사를 지내고 승강장에 클래식 음악을 틀었다. 우연의 일치일까. 음악을 튼 뒤론 투신 사고가 거의 없어졌다고 한다. 김정환 서울메트로 홍보팀장은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발을 내밀며 장난칠 때마다 기관사들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는다.”며 “1~4호선에 스크린도어가 100% 설치된 뒤로는 이 구간에서 자살, 추락 등의 안전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감소 등 역사 환경도 크게 개선됐다. 대합실 미세먼지는 80.4㎍/㎥로 설치 전에 비해 35.3% 감소하고 소음도 72.1㏈로 7.9% 줄어들었다. 환기 및 냉방비도 18% 절감되고 전력비도 33%나 줄었다. 1개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는 비용은 평균 20억원에 이른다. 1~4호선의 경우 2486억원이 든 셈이다. 서울메트로와 도시철도공사는 서울시로부터 각각 360억원을 긴급 지원받아 공사를 서둘렀다. ●인천은 29곳 중 12곳에만 설치 인천시의 경우 현재 지하철 29개 역 가운데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은 12곳에 불과하다. 올해는 부평삼거리, 간석오거리, 계산역 등 3곳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할 계획이었지만 관련 사업비가 예산 편성 과정에서 전액 삭감돼 사업이 지지부진하다. 당초 2013년까지 인천지하철의 모든 역에 스크린도어를 설치하기로 한 시의 계획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006년부터 지난해 9월까지 인천지하철에서 발생한 총 12건의 자살 사고는 모두 스크린도어가 없는 역에서 발생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여자가 남자보다 ‘알코올 중독’ 위험 높다

    남자가 여자들보다 술이 더 세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다. 실제로 같은 양을 마셨을 때 여자가 남자들에 비해서 알코올 중독에 더 쉽게 빠진다는 사실이 과학적으로 입증됐다. 스위스 고텐부르크 대학의 크리스티나 버글런드 교수가 이끄는 심리학 연구진은 “여자들이 알코올 중독에 빠질 경우 남자들에 비해 기분과 충동을 조절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뇌기관이 더 빠르게 손상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최근 알코올의존증세를 보이는 42명의 남녀환자를 대상으로 뇌기능 수준을 측정했다. 실험자 가운데 1/3을 차지한 여성들의 평균음주기간은 4년 정도였고, 남자들은 3배가량인 12년 간 과도한 음주를 해왔으나, 저하된 뇌기능 정도는 별반 차이가 없었다. 특히 뇌에 신경을 전달하는 화학물질인 세로토닌의 수치는 정상인의 50%로, 비슷한 수준으로 낮았다. 세로토닌은 우울증이나 만성불안, 충동을 제어하는 등의 역할을 하는 데 중요한 물질로, 알코올 중독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이다. 버글런드 교수는 “여성 알코올중독자들은 남성들보다 더 짧은 기간 술을 마셨음에도 세로토닌 수치는 비슷하게 저하돼 있었다.”면서 “이는 같은 양의 술을 마셨을 때 여자가 남자들보다 더 빠르게 중독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학술지 ‘알코올중독 :의학적 실험결과’(Alcoholism:Clinical and Experimental Research)에 실렸다. 강경윤기자 newsluv@seoul.co.kr
  • [김문이 만난사람] 노숙인들과 발레 ‘호두까기 인형’ 무대 올리는 제임스 전

    [김문이 만난사람] 노숙인들과 발레 ‘호두까기 인형’ 무대 올리는 제임스 전

    노숙인A:발레가 뭐죠? 노숙인B: (질문같지 않다는 듯이)백조의 호수처럼 아름답게 춤추는 것. 노숙인A:(잠시 고민하다가)그랑 플리에(Grand Plie)는? 노숙인B:무릎과 발이 아웃턴. 노숙인A:그러면 그랑 주테(Grand Jete)는? 노숙인B: 공중으로 날아올라 두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것. 노숙인A:앙바(En Bas)는? 노숙인B:어깨를 내린 후 두 손으로 동그라미를 그린다. 노숙인A:(더 질문할 것이 없다는 표정으로)에이, 얼른 신발 신고 호두까기나 합시다. 차이콥스키가 작곡했다. 소녀 클라라가 크리스마스에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로 받는다. 그 인형이 꿈 속에서 쥐의 대군을 퇴치하고 아름다운 왕자로 변한다. 그리고 클라라를 과자의 나라로 데리고 간다는 환상적인 이야기다. 우리나라에서는 1948년 서울발레단에 의해 초연됐다. 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그렇게 우리들 가슴속에서 현재 진행형으로 남아 있다. ●새달 29~31일 고양 어울림누리극장서 선보여 그 진행형 속에 노숙인들이 등장한다. 진짜? 그렇게 물어볼 사람들이 많겠다. 맞다. 노숙인들이 직접 출연하는 발레무대가 오는 12월 29~31일 경기 고양 어울림누리극장에서 펼쳐진다. 여기에는 다리를 절뚝거리는 노숙인도 출연한다. 파티에 참석하는 첫 장면이기에 어색함이 전혀 없다. 이들은 요즘 매주 일요일 과천에 있는 서울발레시어터(단장 김인희) 연습실에서 ‘호두까기 인형’ 춤을 추느라 비지땀을 흘린다. 웬만한 발레용어도 익숙해졌다. 기존의 단원들과 호흡도 척척 맞는다. ‘호두까기 인형’뿐만 아니다. 지난 10월 발레 ‘솔리스트’(Soloist)에도 등장해 많은 박수갈채를 받았다. 이렇듯 직접 출연은 물론이고 올해만 발레공연을 10여 차례 관람하면서 예술적 감각, 새로운 삶에 대한 자신감을 찾아가고 있다. 이들은 지난 4월부터 열심히 발레 교육을 받고 있다. 주로 노숙인 자활잡지 ‘빅이슈 코리아’를 파는 이른바 ‘빅판’ 10여명이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길거리에서 잡지를 팔고 일요일에는 발레 연습실에서 만나 서로의 아픔과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눈다. 그러는 동안 두 명은 연세대 병원 등에서 새로운 직장을 찾는 기회를 얻기도 했다. 어떻게 해서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됐을까. 노숙인들을 지도하는 사람은 서울발레시어터의 상임 안무가인 제임스 전(52)이다. 그는 노숙인들과 만나 진솔한 대화를 하다가 영감을 얻어 지난 10월 ‘솔리스트’안무를 하게 됐다. 좋은 업을 쌓아서 그런지 최근에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으로 선정되는 복도 받았다. 지난 8일 서울발레시어터 연습실에서 제임스 전을 만났다. 김인희 단장과 먼저 인사를 했더니 옆에 있는 제임스 전을 향해 ‘같이 사는 사람’이라고 소개한다. 제임스 전은 부끄러운 듯 웃는다. 나이 50이 넘었지만 웃음이 천진했다. 어떻게 살아가는지 짐작이 갔다. 그는 시간 날 때마다 노숙인 자활잡지 ‘빅판’ 파는 것을 도와주기 위해 직접 길거리에 나서기도 한다. 이날도 제임스 전은 그러기에 앞서 잠시 시간을 냈다. 먼저 연말 공연, 그러니까 ‘호두까기 인형’ 버전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호두까기 인형은 모던과 클래식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클래식 스타일입니다. 2007년에 안무했던 적이 있지요. 그때와 다른 것은 노숙인들이 무대에 올라선다는 것입니다.” 정식 발레단원이 아닌데 노숙인을 출연시킨다고 하니 문득 궁금증이 생긴다. 그래서 혹시 작품에 영향을 끼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맨 앞부분, 그러니까 제1막 1장에 등장합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브의 분위기죠. 독일의 어느 작은 마을, 크리스마스 이브 파티로 들떠 있습니다. 한 저택에서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바쁘게 걷는 어린아이들과 부모들이 행복으로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파티장으로 들어옵니다. 그때 노숙인들이 등장하는 것이지요. 아주 자연스럽습니다. 파티에는 누구나 참석할 수 있잖아요.” 발레 무대에 오르는 노숙인 김모씨는 관절이 좋지 않아 똑바로 서기가 쉽지 않다. 불편한 몸이지만 균형 감각을 찾기 위해 발레를 시작했단다. 파티 장소에서 술에 취한 귀족역할을 맡았다. 조금은 휘청거리고 바닥에 쓰러지기도 하는 역할이라 별 무리가 없다. 김씨는 1년째 연세대 앞에서 잡지 ‘빅판’을 팔고 있다. 한때 번듯한 PC방 주인이었다가 어쩔 수 없는 사정으로 처자식과 이별한 뒤 노숙인이 됐다. 또 다른 노숙인 구모씨는 종각역에서 ‘빅판’을 팔고 있지만 올 연말 ‘호두까기 인형’에 출연하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이들은 지난 10월 발레 솔리스트에 출연했을 때 난생 처음 박수를 받았다며 눈물을 흘렸다. 제임스 전은 이들을 만날 때마다 친구처럼 대한다. 발레를 배우는 노숙인들은 30대에서 50대 남성들이다. 이들 중 열의를 갖고 고정적으로 발레를 배우러 오는 사람은 8명이다. 많을 땐 12명까지 오기도 했다. 제임스 전은 이들에게 오든 안 오든 뭐라고 하지 않는다. 이번 주 일요일부터 연말 공연을 위해 이들과 본격적인 연습에 들어갈 예정이다. ●“한해 발레 10번 관람… 이들이 ‘1% 엘리트’” “(노숙인들은)나이도 있고 몸도 굳어 있어 유연성을 집중적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발레용어를 알 만큼 많이 익숙해 있지요. 세상 사는 이야기도 서로 거리낌없이 주고받을 정도로 처음보다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저 또한 그분들과 친해져 같이 잡지도 팔고 삶의 공감을 서로 나누고 있습니다. 행복합니다.” 제임스 전은 12살에 미국으로 이민을 갔다. 뉴욕에 있을 때 노숙인들과 자주 만났다. 당시를 잠시 회고한다. “아주 돈 많은 여성이었습니다. 교통사고로 남편과 자식을 잃고 노숙인이 됐습니다. 그때 저도 생각이 난 것이 있었습니다. 사람의 일이란 한치 앞을 모르고, 무슨 일이 벌어질지 장담할 수도 없고, 저 또한 노숙인이 될 수 있다고 말입니다. 가정불화나 알코올, 마약, 우울증 등 여러 가지 사연을 안고 있는 것을 보고 한순간 나도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겨났습니다.” 그가 한국에서 노숙인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것은 지난해 11월. 국내 한 대기업의 홍보영상 ‘나눔’ 제작에 참여할 때였다. 아이템은 ‘노숙인과의 발레’였다. 현역 발레단원들도 기꺼이 받아들였다. 이후 노숙인들은 발레연습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발레 공연을 관람하는 등 ‘발레리노’로 거듭나기 위한 자세로 변해갔다. “잡지 빅판을 통해 선발했지요. 그들은 발레 공연만 10번을 봤습니다. 우리 국민 중 1년에 발레 10번 보는 사람은 아마 1%도 안 될 겁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들은 1% 선택된 엘리트입니다’라고 매주 일요일에 만나 3시간 동안 발레연습을 하고 나서 다과회를 합니다. 이때 책 팔린 얘기, 살아온 얘기 등을 진솔하게 나누지요.” 여기에 참여하는 노숙인들은 웬만한 발레용어도 알지만 처음보다 몸이 상당히 달라졌다고 제임스 전은 말했다. 스텝이나 마임, 걸어가는 자세, 여자와 손잡고 회전하는 동작 등이 그러하다. 노숙인들도 뿌듯하고 자랑스럽게 여긴다. 제임스 전은 이에 용기를 내 문화체육관광부와 서울문화재단 등이 후원하는 ‘지역사회 문화예술교육 활성화 지원사업’에 신청, 약간의 지원금을 따내 본격적으로 발레 수업을 하게 되면서 탄력을 얻었다. 발레를 통해 그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겠다는 의욕도 더욱 커졌다. “저도 발레를 하면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거든요. 노숙인들도 몸의 균형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감이 생겨나는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그분들도 정말 신이 나서 열심히 따라하고 있고요. 발레의 기본적인 움직임을 배우고 몸을 단련시키면서 잡지를 판매하기 위한 체력도 기르고 파트너와 협동심도 배우고 말입니다.” 같이 발레를 하면서 서로 영감을 주고받을 때는 예술을 왜 하는지를 느낀다고 했다. 고통을 이겨나가면서 그 과정을 얘기하는 진지한 모습에 감동을 받는다고. “예술단체란 좋은 작품만 올리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만나는 일이 예술이지요. 그러면서 마음을 변화시키고 같이 호흡을 하고, 소외계층을 배려하고 그들의 환경을 이해하는 것도 예술의 한 작업입니다. 기존의 우리 단원들도 노숙인들과 자연스럽게 같이 발레를 하면서 교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발레에 참여하는 노숙인들이 오늘은 어디에서 잡지를 팔고 있는지 목록을 들여다본다. ‘아, 강남 신사동에 가야겠네.’ 편집위원 km@seoul.co.kr [제임스 전은…] 서울에서 태어나 12살 때 미국으로 가족들과 함께 이민을 갔다. 1977년 스티브 잡스의 모교인 홈스테디 고등학교를 나온 뒤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댄스 아카데미(Menlo Park Dance Academy)에서 발레를 배운 그는 1982년 줄리어드 예술대학에 입학했다. 1984년 유럽의 20세기 센추리-오리스 베자르(20th Century Ballet-Maurice Bejart)에서 춤을 추었다. 플로리다 발레단의 잭슨빌과 함께 일했으며, 1987년 유니버설발레단에 초대돼 한국으로 왔다. 한국에서 그는 유니버설발레단과 국립발레단에서 주역 무용수와 안무가로 활동했다. 1995년 서울발레시어터 창단과 함께 상임 안무가로 16년 동안 70여개가 넘는 작품을 안무했다. 주요작품은 ‘현존 I, II, II’, ‘사계’, ‘위험한 균형’, ‘창고’, ‘이너무브’, ‘백설공주’, ‘결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12를 위한 변주’, ‘호두까기 인형’, ‘작은 기다림’, ‘봄, 시냇물’, ‘슬픈 천사의 춤’ 등이 있다. 2001년 한국 최초로 ‘Line of Life’를 미국 네바다발레시어터에 로열티를 받고 수출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 후 2002년에는 ‘이너무브’를 네바다발레시어터에 소개했으며 ‘12를 위한 변주’도 미국에서 공연해 호평을 받았다. 1998년 ‘현존 I, II, III’으로 무용예술사선정 올해의 안무가상을 수상했으며 2004년 ‘백설공주’로 제11회 무용예술상 작품상을 수상했다. 2005년 ‘봄, 시냇물’로 ‘올해의 예술상’ 무용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다. 2003년부터 한국체육대학에서 생활무용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고사장·수능 이모저모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0일은 전국적으로 포근한 날씨를 보여 수험생들은 대부분 가벼운 옷차림이었다. 일부 수험생들은 반팔, 반바지 차림으로 시험을 치르는 등 이색 풍경이 연출됐다. 고사장 앞에서는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는 학부모들과 새벽부터 진을 친 후배들의 열띤 응원이 펼쳐졌다.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에는 새벽부터 환일고, 용산고, 장충고 재학생 등 100여명이 모여 선배들을 응원했다. 환일고 1학년 이한솔(16)군은 “좋은 자리를 잡으려고 새벽 1시에 나왔다.”면서 “선배들이 유감없이 실력을 발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여의도여고 시험장 앞에는 ‘수능 대박 뿌잉뿌잉’, ‘나는 12학번이다’ 등 최신 유행어를 패러디한 응원 현수막이 나붙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가슴을 졸이며 자녀들을 기다렸다. 수험생 입실이 끝나 교문이 닫힌 뒤에도 담장 너머 교정에 시선을 고정했다. 중앙고 앞에서 만난 김선(49·여)씨는 “아들이 중이염 때문에 귀가 좋지 않아 걱정”이라면서 “실수 없이 차분하게 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학교 이름이 같아 고사장을 잘못 찾은 학생도 있었다.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에 위치한 인창고에서 시험을 치러야 할 한 남학생이 경기 구리 인창고로 착각해 잘못 찾아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학교 측은 이 학생을 위해 별도 시험실을 마련하고 시험지를 긴급 공수해 정상적으로 시험을 치르게 했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서 아슬아슬한 수험생 ‘수송 작전’이 펼쳐졌다. 경기 고양시 화정지구대 경찰은 할머니상을 당해 가족들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지체장애인 학생을 시험장으로 긴급 이송했으며, 부천에서는 오전 7시 40분쯤 원종동 사거리에서 수험생을 태운 차량이 추돌사고를 일으켰으나 다행히 수험생은 크게 다치지 않아 경찰차로 시험장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늦잠을 자거나 교통이 막히는 바람에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한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신체장애를 딛고 수능에 도전한 수험생들도 눈길을 끌었다. 장애인 학생들을 위해 배정한 서울 종로구 경운동 경운학교에서는 수험생들에게 침대를 배정해 시험을 치르도록 했고, 점심도 학부모들과 먹을 수 있도록 조치했다. 광주 남구 주월동 선명학교에서도 지팡이를 짚고 온 시각장애 남학생 등이 모여 시험을 치렀다. 외국 언론들은 한국 입시의 이색적인 모습을 앞다퉈 취재했다. 중국의 신화통신과 일본의 아사히TV, 카타르 민영 방송사 알자지라 기자들이 이날 시험장을 찾아 한국의 독특한 수능일 풍경을 기사화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학생들은 쉬는 시간이면 끼리끼리 모여 담배를 피우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보였다.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희비가 교차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고에서 시험을 본 양재고 3학년 김서윤(18)양은 “시험이 끝나 후련하다.”면서 “일단 푹 잔 다음 운전면허를 따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은 “기대보다 결과가 좋지 않을 것 같아 우울하다.”면서 귀가를 서둘렀다. 한편 전남 해남군의 한 아파트에서는 고3 수험생 A(19)군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A군이 수능시험을 마치고 집 근처의 아파트 옥상에 올라가 투신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신진호·김진아·김소라기자 sayho@seoul.co.kr
  • [문화마당] 홍대로 간 스티브 잡스/주원규 소설가

    [문화마당] 홍대로 간 스티브 잡스/주원규 소설가

    한 가지 가정을 해보자. 만약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다면? 그리고 그가 한국에 거주한다면 과연 어디에 있을까. 주로 어디서 시간을 보낼까. 필자는 스티브 잡스가 가장 먼저 홍대를 찾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기억하는 스티브 잡스가 ‘혁신’이란 한 마디로 정의될 수 있는 인물이라면 분명 그럴 것이다. 혁신이란 무엇일까. 단어의 뜻만으로 보면 혁신은 기존 질서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로움을 갈망하는 원동력으로 볼 수 있다. 전 세계가 기억하는 스티브 잡스의 삶 역시 그가 남긴 공과를 차치하고라도 혁신의 전위에 선 인물인 것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런 맥락에서 보았을 때, 스티브 잡스의 정신은 한국사회에서도 여전한 효력을 갖고 오랜 시간 그 역동성을 존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역동성을 표현하는 장소로 홍대를 떠올리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반응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홍대는 맹목적인 긍정의 의미로부터 험악하게 배신당한다. 홍대가 젊은 청춘들의 창의성이 살아 숨쉬는 장소라는 사실에 무조건 높은 점수를 주고자 하는 맹목성 같은 거 말이다. 여전히 젊음의 창의력과 순수성을 말할 수 있는, 시대의 아이콘 같은 곳으로 홍대를 꼽는 게 가능하다면 위의 명제, 혁신하면 떠올리는 곳으로 자신 있게 홍대를 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2011년 늦가을의 홍대는 그보다 다른 의미에서 혁신의 의미를 이야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단적으로 말해 오늘의 홍대는 더 이상 낭만 가득한 젊음의 장소가 아니다. 오히려 이제는 그 반대 지점에서 말해야 한다. 젊음이란 이름의 창조성을 갈수록 잃어가는 사태에 대한 절박한 질문을 던지는 문제적 장소로서 홍대를 이야기해야 할 지경이 된 것이다. 어째서 그런가. 지금도 여전히 홍대는 젊은 청춘들의 정거장 같은 곳이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럽다. 홍대 거리의 표정은 다소 우울하며, 해명하기 어려운 불안의 기운이 깊게 드리워져 있다. 홍대가 진설해 놓은 도시의 외관은 화려하기만 하다. 하지만 건물마다 하나씩 자리 잡은 프랜차이즈 커피숍, 대규모 자본을 쏟아부은 작은 마천루 같은 다국적 브랜드 패션숍, 청춘을 소비주체의 다른 이름으로만 기억하고자 하는 갖가지 상업주의 시설의 난립이 가져온 결과는 모순적이게도 청춘의 진짜 이름인 새로움을 위축시키는 위협의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 갈수록 치솟는 임대료 상승으로 인해 홍대에 자리하던 문화의 아이콘들이 하나둘씩 홍대 주변부로 밀려나고 있다. 공원과 다리 밑에서 비보이 공연과 그라피티를 즐기던, 자연 발화된 문화 활동 역시 대규모 쇼핑 브랜드 이벤트 행사로 대치되고 있다. 그리고 오늘, 청춘의 이름을 가진 홍대는 불안을 소비한다. 자신만큼은 도태되지 않고 무슨 수를 쓰든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고 살아남아, 문화 아이콘을 소비와 시장논리로 뒤바꾸어 버린 홍대 쇼핑몰 어딘가에서 시간을 보내기를 욕망하는 청춘들에게 참된 혁신을 요구하는 게 과연 합당한지 묻고 싶은 지경이 된 것이 문화 아이콘 홍대의 현주소다. 여기서 필자는 다시 묻는다. 달라진 홍대, 지극히 자연스러운 분방함의 사유 속에서 형성된 홍대가 아닌, 모든 것이 변해가는 홍대에도 스티브 잡스는 올 것인가? 정답은 예스다. 혁신은 역설적이게도 새로움의 가치가 배반당한다고 느껴지는 각성의 시점에서부터 본격적인 시작을 선고한다. 스티브 잡스의 가치도 그렇지 않던가. 현실에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더 나은 새로움을 열망하는 치열함. 그 치열함이 오늘의 홍대에 명징하게 살아 있음을 부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모든 것이 달라졌어도 홍대는 홍대여야 하는 이유, 항구적인 새로움이어야 한다는 그 신비로운 당위에 대해 질문하고 답을 구하는 청춘들이 24시간 커피숍 한구석에서 식은 커피와 노트북을 앞에 두고 씨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거역하기 어려운 이유 때문에라도 스티브 잡스가 살아 있다면 홍대로 갈 것이다. 새로움을 찾기 위해 새로움을 잃어가는 홍대를 찾고 또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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