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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건강, 보건소에서 챙기세요”

    “정신건강, 보건소에서 챙기세요”

    서울 영등포구는 20일 우울증과 불안감, 스트레스, 자살위기 등 여러 가지 정신질환으로 고민하는 지역 주민들을 위한 ‘정신건강 증진 무료 클리닉’을 실시 중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추산하는 국내 정신질환자 수는 700만명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15% 정도며, 해마다 1만여명 이상씩 늘고 있다. 구에는 지난해 말 현재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가장 많은 3만 5000여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문화차이에 따른 갈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가진 이들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정신질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심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아 올해부터 지역 보건소가 발 벗고 나서게 됐다고 구는 설명했다. 구 정신보건센터는 상시 전화상담과 병행해 매달 두 차례씩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진행하는 무료 상담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전문의와의 상담을 원하는 주민들은 센터를 통해 사전 예약한 뒤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무료 상담 서비스는 매월 둘째·넷째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2시간씩이다. 여의도 성모병원 내 정신과 전문의가 직접 구 정신보건센터에서 출장 나와 진료한다. 고향숙 건강증진과장은 “나날이 복잡해지는 현대인의 생활 속에서 정신 건강의 중요성이 꾸준히 대두되고 있다.”면서 “정신과적 치료가 필요한 지역 대상자의 조기 발견과 무료 진료로 주민의 신체적 건강과 정신적 건강을 함께 지켜 행복한 삶을 추구할 수 있게 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류지영기자 superryu@seoul.co.kr
  • [15일 TV 하이라이트]

    ●무엇이든 물어보세요(KBS1 오전 10시) 꽁꽁 언 빙판길 ‘아차’하는 순간에 노인들의 뼈는 부러지기 일쑤. 찌그러진 척추 뼈를 방치하면 꼬부랑 할머니가 되고, 부러진 엉덩이 뼈를 방치하면 1년 내 사망률이 20%. 폐경기 이후의 여성, 골다공증 환자일수록 골절될 확률이 높다는데…. 골절을 피하는 방법, 골절 시 응급 처치방법 등을 알아본다. ●청춘불패(KBS2 오후 11시5분) 갑작스러운 폭설로 30㎝가 넘게 눈이 쌓인 강원도 홍천에 ‘청춘불패’팀이 뜬다. 촬영 이틀 전부터 내린 폭설로 아침부터 하얗게 눈이 쌓인 인삼밭 눈을 치우러 출동한 ‘청춘불패’팀은 군인장병 50여명과 함께 인삼밭에 투입된다. 힘들게 일한 국군 장병들을 위해 50인분의 라면을 새참으로 끓여 대접한다. ●지붕뚫고 하이킥(MBC 오후 7시45분) 의지박약, 끈기부족, 인내결핍의 대명사로 통하던 정음이 이 모든 편견을 깨고 드디어 취직에 성공한다. 어엿한 사회인이 됐다는 사실이 꿈만 같은 정음은 첫 출근에 들뜨고, 지훈도 의욕적으로 회사 생활을 해 나가는 정음을 응원해 준다. 한편 보석은 정신과에서 우울증 진단을 받는다. ●큐브(SBS 오후 8시50분) 17년 전 병원에서 뒤바뀐 딸을 찾았다. ‘낳은 정’과 ‘기른 정’ 사이에서 친딸을 찾고 난 후 엄마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찾기 전에는 찾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달려왔지만 찾고 난 지금, 두 딸을 어찌 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고민은 상대편 부모도 마찬가지. 서로 바꿔야 하는 걸까. 아니면 없던 일처럼 돌아서야 하는가. ●명의(EBS 오후 9시50분) 유방암은 10년 사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한 여성 암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앓는 것만으로도 여성의 정체성에 상실감과 절망감을 준다고 여겨졌던 유방암. 하지만 이민혁 교수는 유방암이 반드시 유방을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유방암의 진정한 완치는 유방을 잃게 하지 않는 것이라 말하는 유방암 전문의 이 교수를 만나본다. ●꿈꾸는 U(OBS 오후 6시55분) 독립영화의 세계로 빠져 본다. 김형석 감독의 ‘아무도 모른다’와 김혜주 감독의 ‘뻥이요’. ‘아무도 모른다’는 지하철 안에서 아무도 모르게 죽어가는 한 남자를 통해 타인에게 무관심한 현대인들을 비판한 작품이다. ‘뻥이요’는 40년 동안 시장 장터에서 뻥튀기 장사를 실제 해 온 노부부가 등장한다.
  • 바람난 부인때문에…· 북아일랜드 총리직 중단

    십대 소년과 바람을 피운 부인 때문에 곤욕을 치렀던 피터 로빈슨(62) 북아일랜드 자치정부 총리가 잠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로빈슨 총리는 6주 동안 직무를 중단할 예정이며 알린 포스터 기업부 장관이 임시 총리직을 수행할 것이라고 AFP통신이 12일 보도했다. 로빈슨 총리의 부인 아이리스(61)는 2008년 당시 19세였던 커크 매컴블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고 죄책감으로 자살을 시도했었다고 최근 고백했다. 아이리스는 2명의 부동산 업자에게 5만파운드(약 9000만원)를 끌어다가 매컴블리가 카페를 차릴 수 있도록 도와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현금 5000파운드를 받아 챙긴 의혹도 받고 있다. 부인의 성추문과 비리 의혹이 불거진 뒤 로빈슨 총리는 줄곧 사퇴 압력에 시달렸다. 이날 핼쑥한 얼굴로 텔레비전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그는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으로서 가족 문제를 정리하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윤리적으로 그릇된 행동을 한 적이 없으며 근거 없는 주장으로부터 내 자신을 변호해야 하는 상황이 너무 고통스럽다.”고 밝혔다. 영국 언론은 로빈슨 총리가 부인의 비리 의혹을 사전에 알았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로빈슨 총리는 6주 동안 자신의 무고함을 적극 증명할 것으로 보인다. 북 아일랜드 의회 의원인 아이리스는 지난해 말 의원직에서 물러난 뒤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달란기자 dallan@seoul.co.kr
  • “통찰력 주는 고전… 재미·삶으로 접속하라”

    “통찰력 주는 고전… 재미·삶으로 접속하라”

    누군가는 잠잘 때 베개로 쓰거나 불면증 치료용으로 맞춤이라고 한다. 또 누군가는 두꺼운 안경 쓴 학자들이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한다. 고전(古典)의 둘레에 파놓은 해자(垓子)는 여전히 깊고, 그 성벽은 높기만 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유일의 고전평론가 고미숙(50) ‘연구공간 수유+너머’ 공동대표의 얘기는 다르다. 고전처럼 재미있고 쉬운 책도 없다. 고 대표는 10대 청소년들은 물론 가정주부, 직장인, 자영업자, 심지어 노숙자, 대통령 등 2010년 한국사회를 살고 있는 이라면 누구든지 고전을 읽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7일 서울 용산 해방촌오거리 근처 비탈길에 비스듬하게 세워진 집들 사이의 ‘수유+너머’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기도 전에 고 대표는 “우리가 고전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절박하다.”고 입을 열었다. “과거 몇 십년간 이뤄진 고도 압축 성장은 물질적 풍요를 줬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빈곤하고 공허합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지역, 학벌, 계급을 떠나 개개인의 욕망이 균질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압축 성장이 갈 데까지 간 것이죠. 새 욕망을 생성하지 못하면 사회 내적 폭발이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우리 사회에는 우울증, 무기력증, 극심한 짜증이 만연해 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고의 자살률, ‘묻지마 살인’ 등의 병리현상으로 표출된다. 고 대표는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고전 읽기”라고 역설했다.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과연 지금의 내 모습과 다른 삶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통찰의 실마리를 주는 것이 고전”이라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어렵고 따분한 게 고전 아니냐.’고 어깃장을 놓아 보았다.“노(No)”라는 단호한 대답이 돌아왔다. “지식과 정보로 접근하면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내 삶의 연관성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아주 편해져요. 고전 입문서 등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요.” 서울신문이 ‘수유+너머’와 공동으로 ‘고전, 다시 읽기’(가제)를 기획한 이유다. 오는 11일부터 ‘임꺽정’ ‘열하일기’ ‘논어’ ‘삼국사기’ ‘걸리버여행기’ ‘변신’ 등 동·서양의 소문난 고전들을 일주일에 한 번씩 오늘날의 눈높이에서 다시 해석하고 소개할 예정이다. “한번 생각해 보세요. 동창회 모임, 계 모임, 직장 회식 등에서 무작정 술만 푸느니 재미있는 고전을 한 구절씩 돌아가며 읊조리면 얼마나 마음이 풍요로워지고 술맛도 좋겠습니까. 지도교사도 따로 필요없어요.” 비록 수학능력시험 대비 성격이 짙긴 하지만 요즘 청소년들 사이에 불고 있는 ‘고전 열풍’도 긍정적 현상이라고 고 대표는 말한다. 다만 지식과 정보로서의 고전이 아닌, 참을 수 없는 재미와 함께 삶에 연관성을 주는 지혜의 보고(寶庫)로 접근해야 고전의 참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인문학의 궁극적 목적이 교양의 터득이 아니라 개인과 사회의 행복 추구에 있다면 단 한 권의 고전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하는 그는 “(어떤 고전을 고를까 고민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 맞닥뜨린 고전에 바로 올인하라.”고 권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나영이 방긋 웃다

    6일 오전 10시30분 세브란스병원 5층 수술실로 들어가는 나영이는 빙긋 미소를 띠는 것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다. 단 한마디 말도 없었다. 아빠(55)는 “힘내라.”라며 딸의 손을 꼭 잡았다. 옆에 있던 고모도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빠는 딸의 묵언(默言)을 “나영이가 표현은 안 했지만 수술을 앞두고 걱정과 두려움으로 압박감을 받은 것 같았다.”고 딸의 심정을 대신 전했다. 두려움은 수술 뒤의 육체적 고통이라고 했다. 오전 11시40분에 수술이 시작됐다. 의료진은 짧으면 3시간 만에 끝나지만 5시간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오후 8시20분이 돼서야 수술이 끝났다. 항문을 만들어 소장에 연결하는 수술이다. 의료진은 수술이 잘됐고, 하기를 잘했다고 나영이 아빠에게 말했다. 5~6개월 후 수술 부위가 아물었을 때 배변 주머니를 뗀다. 소장과 소장을 연결하는 수술이 남았다. 이때까지 나영이는 종전처럼 배변 주머니를 통해 변을 봐야 한다. 나영이 아빠는 “수술하고 나면 적응하는 데 오랜 기간이 걸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것”이라며 “그게 걱정”이라고 말했다. 육체적 고통이 남았다. 우울증 등 큰 후유증을 겪은 나영이는 지난해 가을부터 많이 밝아졌다고 아빠는 전했다. 성폭행 사건이 난 2008년 12월11일 이후 어두운 터널을 빠져나오는 데 1년 넘게 걸렸다. 지난해 초겨울부터는 친구도 무더기로 데려와 놀고, 점심 먹고 나가면 저녁 먹을 때나 집에 들어온다. 놀고 싶은 친한 친구가 청소당번이면 같이 청소하고 놀고 올 정도로 변했다. 아빠는 “신나 하고 자신감도 생겼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건 후 나영이에겐 큰 변화가 생겼다. 남녀관계에 대해 확실하게 선을 긋고 있다. 아빠는 병원 일화를 소개했다. “나는 어른이니까 남자화장실에서 배변 주머니를 갈아주려고 하는데 나영이는 여자화장실만을 고집해 힘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했다. 성격도 세심하고 상상력이 풍부해졌다. 끔찍한 사건 전에는 ‘~했다.’, ‘놀아서 재미있었다.’ 식으로 간단하게 일기를 썼다. 하지만 지금은 있었던 것을 직접 표현하지 않고 ‘각색’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러나 나영이 아빠는 “딸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금방 알아챌 수 있다.”고 했다. 나영이의 꿈은 의사다. “아픈 사람 안 아프게 해주고 싶다.”고 나영이는 입버릇처럼 말한다. 6월쯤이면 정신·육체적으로 건강해진 나영이를 볼 수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서울신문 2010 신춘문예- 소설 당선작] 붉은 코끼리/이은선

    할머니가 사라졌다. 노인정과 공판장을 지나 경찰서로 뛰어가던 엄마가 내게 전화를 걸어왔다. 뭐라고? 할머니가, 어디? 엄마, 잘 안 들려요! 모퉁이를 돌아서자 팀장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얼결에 여자 화장실로 들어가 재빨리 칸막이를 닫았다. 어느새 전화가 끊어져 있었다. 아침 식사 시간 전부터 기숙사에 와 잔소리를 해대는 팀장과 이러저러한 일들이 겹쳐 오후 두 시가 다 되도록 한 번도 자리에 앉지 못했다. 내친김에 변기 위에 걸터앉아 엄마에게 전화를 걸려는데, 옆구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가 울렸다. 곧 리허설을 시작하겠다는 팀장의 목소리였다. 그건 안 됩니다. 코끼리들 상태가 좋질 않아요. 오늘은 무조건 쉬게 해야 합니다. 내가 대답했다. 팀장은 무전기에서 금방이라도 튀어나올 것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당장 달려오라고 했지만 당장은 가기 싫었다. 무전기의 전원을 끄고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할머니가 어디 가셨다는 거지? 몸도 안 좋으시면서. 엄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두 시간이 지나서야 삼촌의 이름이 전광판에 떴다. 울고 있던 가족들이 황망히 수골실로 내달렸다. 나는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삼촌의 유골은 대리석 탁자 위에 새카맣게 탄 못들과 뒤엉켜 있었다. ‘냉각’을 거쳤다고는 하나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유골이었다. 할머니가 탁자 모서리에 가슴을 짓찧었다. 망연히 서 있던 아버지가 서둘러 할머니를 일으켜 세우려 했을 때, 나는 할머니가 작은 뼛조각 하나를 움켜쥐는 것을 보았다. 탁자 옆에 서 있던 나도 얼른 새카맣게 탄 못 하나를 집어 들었다. 아무도 못 본 건가. 주위를 둘러보니 고모들은 아예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내내 울음을 참던 아버지도 할머니를 부둥켜안고 소리 내어 울었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못을 내 몸에 박아두기라도 할 것처럼 그러쥐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나는 공항에서 곧바로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나를 데리러 온 사촌 동생의 차를 탈 때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데도 어쩐지 집으로 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장례식장 앞에서 선뜻 안으로 들어서지 못해 머뭇거리고 있는 나에게 둘째 고모가 내 몫의 상복을 내밀었다. 장례식장 안팎에 삼삼오오 모인 가족들은 삼촌이 왜 죽었을까 답답해했고 삼촌의 동료와 친구들은 경찰서를 오가고 있는 중이었다. 무당이라도 불러 알아볼 수 없을까? 사촌 동생이 불쑥 꺼낸 말이었다. 삼촌의 방에 널브러진 술병들, 불에 탄 이부자리, 종류가 다른 담배꽁초들. 어떤 추측은 가능할 테지만 진실은 아무도 몰랐다. 그날 밤 대체 어떤 일들이 일어났던 것일까.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삼촌은 각기 다른 이유들로 죽고 또 죽었다. 효원 장례식장 국화실에 놓인 영정사진 속 삼촌은 너무나 밝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무릎에 올려놓은 상복이 자꾸 무겁게 느껴졌다. 할머니는 삼촌의 죽음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바로 눈앞에서 삼촌의 시신을 보았다는데도. 거의 녹아내린 새카만 못과 유골을 분리하는 일은 아버지의 몫이었다. 뼈가 상하지 않게 하려는 아버지의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누군가 내게 다가와 그만 잠에서 좀 깨어나라고 흔들어주었으면 하고 바랐다. 그런데 나는 어쩌려고 못을 집어든 것일까. 할머니가 두 주먹을 옹골차게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덩달아 나도 주먹에 힘을 주었다. 내 손이 못과 함께 타들어 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원내 방송이 들려왔다. 잠깐 눈만 감고 있었던 것 같은데……. 재빨리 손목의 시계를 확인했다. 나는 그 순간 내가 숫자를 거꾸로 보고 있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득달같이 일어나 문을 박차고 뛰기 시작했다. 그 와중에도 ‘이하설 조장님, 본부 운영실로 와’달라는 방송은 계속 되었다. 운영실이 가까워질수록 방송이 더 자주 들려왔고, 느려터진 두 발은 점점 더 내 것이 아닌 것만 같았다. 내가 도착하기만 하면 저 공손한 팀장의 말투는 야수로 변해 나에게 돌진할 것이었다. 그때 가로수 사이로 한 여자가 지나가는 것이 보였다. 남색 기지바지와 연두색 스웨터, 복고풍의 파마머리까지. 혹시 할머니인가 싶어 가던 방향을 바꿔 전속력으로 달려갔다가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뒤돌아섰다. 팀장이 의자를 발로 걷어찼다. 책상 위에 놓여 있던 두루마리 휴지가 창문 쪽으로 날아갔고, 내 가슴팍에 내리꽂힌 전화기는 바닥에 떨어지면서 박살이 났다. 아무 생각도 하지 말자고 속으로 되뇌었다. 원내 방송 담당 아나운서가 시디 데크를 만지작거리는 게 보였다. 팀장이 잠시 숨을 고르는 사이, 사무실 안을 둘러보니 악단장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악단장의 발치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노란색 나비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기어이 팀장과 한바탕 한 것 같았다. 오전에 병원으로 실려 간 러시아 무용수는 응급 수술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하혈이 심해 개복 수술을 해야 한다고. 악단장과 팀장의 관계를 가장 잘 알고, 더듬거리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러시아 말을 할 줄 알았던 내가 그 ‘중요한’ 시기에 사라졌다는 것이 팀장이 화를 내는 이유였다. 앞으로 바짝 다가온 팀장의 손이 내 뺨을 향해 날아왔다. 그때 태국인 조련사 푸앙이 운영실 안으로 들어왔다. 푸앙은 코끼리들의 상태가 좋지 않으니 퍼레이드를 취소해달라고 애원했다. 그러나 코끼리의 설사 따위는 팀장에게 먹혀들 만한 이유가 되지 못했다. 나는 푸앙의 손을 잡아끌고 코끼리 우리로 갔다. 쏘냐는 계속 설사를 했고, 아프리카 산 일 년 생 코끼리 튀라는 쏘냐의 엉덩이 쪽에 대가리를 박고 누워 있었다. 제때 검사를 하며 건강을 돌보아 주었더라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야생과는 달리 동물원 우리 안에 갇혀 있는 동물들은 잔병치레가 잦았다. 그래서 예방 접종, 먹이, 변의 상태 등을 확인하여 제때 사료 혹은 건초 더미를 바꾸어 주는 것들은 무척이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한 일들이었다. 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지만 팀장은 번번이 동물원의 재정 상태를 운운하며 우리가 올리는 건의사항들을 묵살했다. 이하설, 오늘 제대로 하지 않으면 너부터 자를 줄 알아! 나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팀장님, 직접 오셔서 코끼리들을 살펴보시란 말이에요! 무조건 데리고 나가는 일이 능사가 아니란 말입니다. 뭐야? 푸앙이 눈물을 흘리며 내게 말했다. 코끼리 나가지 마, 나 죽어. 푸앙,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어떻게 되겠어. 그러니 나한테 제발 좀 이러지 마! 그러나 푸앙은 내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삼촌이라면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내가 아는 한 삼촌은 아픈 동물은 절대로 퍼레이드에 내보내는 사람이 아니었다. 외국인 조련사들의 고충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 주었고, 윗사람들에게도 최선을 다했다. 그 사람이 원하는 선에 맞추어. 주머니에 손을 넣고 못을 만졌다. 잠깐이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울고 있는 푸앙과 눈이 마주치자 다시 혼란스러워졌다. 오늘은 이틀 앞으로 다가온 퍼레이드의 리허설이 열리는 날이었다. ‘우리를 나온 동물들의 퍼포먼스’라는 이름으로 한 달 전부터 신문 및 지역 방송에 광고를 내보내고 있었다. 나날이 쇠락해가는 테마랜드의 혁신을 위해 팀장이 삼 개월 넘게 심혈을 기울인 행사였다. 만약 실패하기라도 한다면. 삼촌은 일급 코끼리 조련사이자 동물 쇼의 사회자였다. 공휴일이나 특별한 행사가 있기 한 달 전이면 삼촌의 얼굴이 실린 포스터가 동네 곳곳에 나붙었다. 지역 방송국에서는 매일 테마 랜드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났고 또 어떤 쇼가 진행 중인지 보도해 주었다. 삼촌은 방송에도 자주 나왔다. 나도 삼촌에게 꽃을 건네는 어린이 중 한 명으로 텔레비전에 나온 적이 있었다. 십 년이 지나 스무 살이 된 나도 테마 랜드에 조련사 보조로 들어왔다. 그러다 조련사가 되었지만 그 삼촌에 그 조카라는 말은 듣지 못했다. 내내 업무에 허덕이다 시간이 되면 퇴근하기에만 급급한 나날이었다. 삼촌처럼 되기를 원했지만 그를 뛰어넘을 재간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내가 동물 구입 차 태국과 러시아에 출장을 간 사이 삼촌은 직원 기숙사 방문 손잡이에 목을 맸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할머니는 삼촌의 시신이 병원으로 옮겨지고 하루가 지난 뒤 실신한 채 삼촌이 있는 병원으로 실려 왔다. 어린이 날 행사를 며칠 앞두고 일어난 일이었다. 바쁘게 행사를 준비하면서 이래저래 악단장과 팀장 사이에 생긴 일들을 조율하고 동물원 곳곳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별 탈 없이 생활을 했다는 진술들이 이어졌다. 내가 아는 바와 다를 것이 없었다. 장례식 도중, 나는 삼촌이 행사를 진행할 때 입던 붉은색 조련복을 챙겨두었다. 팀장은 동물원에 사람들이 오지 않는 이유가 사육사들이 동물 관리를 잘하지 못한 탓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물 구입의 명목으로 예산을 타갔지만, 그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단란주점에서 여자애들과 놀아났다는 소리가 들려왔고 어느 날에는 실내 경마장에서 누군가와 게임을 했다는 말도 들렸다. 건의서를 제출하면 가지고 있는 동물 관리나 잘하라며 번번이 우리의 의견을 무시했다. 그는 한 달에 한 번씩 동물이 죽었다는 보고서를 제출한 후 사체처리비로 외유를 떠났다. 이사장이 바뀌고 줄을 잘 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얼마 후 악단의 인원이 대폭 감소되었다. 게다가 이러저러한 꼬투리를 잡아 악단장의 연봉도 삼십 퍼센트나 감봉시켰다. 대부분이 계약직인 연주자들은 불만을 표시할 수가 없었다. 곧 재계약 기간이 다가오기 때문이었다. 하나 둘, 동물원을 떠나는 연주자들이 늘자 참다못한 악단장이 팀장에게 항의했지만 그는 대수롭지 않은 일로 여기는 것 같았다. 악단장은 내게 불만을 털어놓았다. 나는 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며 소주를 마시고, 매일 두 갑의 담배를 피웠다. 테마랜드는 죽을 날만 기다리는 병든 짐승들과 관리되지 않은 채 잡풀이 번다한 식물원, 날만 흐리면 전기가 오르는 범퍼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놀이기구만 모아 놓은 부상 랜드였다. 사육조장에게선 늘 술 냄새가 났다. 비가 오면 비가 온다는 이유로, 날이 더우면 덥다는 이유로, 동물들이 발정이 나면 수컷이 없다는 이유로 그는 늘 술을 마셨다. 나도 간간이 그와 함께 술을 마시곤 했지만 어쩐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기는 싫었다. 그는 술만 취하면 내게 삼촌의 이야기를 하려고 들었다. 삼촌의 성격과 그와의 관계, 동물들을 아끼던 마음, 은밀하게 나누곤 했던 농담들. 하지만 나도 다 아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래서 나는 되도록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시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그는 반쯤 마신 매실 주스에 소주를 타먹곤 하는 버릇이 있었다. 오늘도 그는 코끼리 우리를 나오면서 빈 매실 주스 병 두 개를 쓰레기통에 넣었다. 엄마의 목소리는 처음보다 많이 진정되어 있었다. 할머니는 아직도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집에서 없어진 할머니를 이곳에 있는 내가 어찌해 볼 도리는 없었다. 엄마, 내가 나중에 전화할게요, 지금 좀 바빠! 통화를 끝내자마자 다시 전화벨이 울렸다. 조장님, 홍학 우리에 고양이가 들어와 새끼들을 물어뜯고 난동을 부렸어요. 뭐라고? 홍학 한 마리가 다리를 크게 다쳤어요. 알았어, 곧 갈게. 안 그래도 행사 준비 때문에 신경이 무척 곤두서 있는 홍학무리였다. 허겁지겁 바쁘게 뛰어가다 보니 남색 기지바지가 또 눈에 띄었다. 오늘은 동물원에 남색 기지바지가 유난히 많았다. 그 바지들은 여기서도 나타났고 저기로도 지나갔다. 동물원에 온 할머니들은 대부분 남색 기지바지 혹은 검정색 바지를 입고 있었다. 모두들 엇비슷한 파마머리를 한 채 손차양으로 햇빛을 가리고 느릿느릿 걷거나 그늘에 앉아 김밥을 먹었다. 납골당은 노인들이 게이트볼을 치고 있는 공원을 지나 한참 더 올라가는 산 중턱의 후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한적한 공터인 줄 알았던 공원도 지나가며 살펴보니 있어야 할 것들은 다 있었다. 그물이 벗겨진 하나밖에 없는 축구 골대, 녹슨 시소, 줄 끊어진 그네. 곳곳에 놓인 페인트칠이 벗겨진 벤치와 그곳에 누워 있는 사람들. 공원을 지나 한참을 걸었는데도 납골당이 나오질 않아 잘못 찾았나 하고 두리번거리는 나와는 달리 할머니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따름이었다. 차 한 대가 간신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산길을 따라 삼십여 분쯤 더 걸어가다 보니 자그마한 분지 위에 지어 놓은 건물이 하나 보였다. 우리는 곧장 유골 안치실로 들어갔다. 삼촌의 위패에 쓰여 있는 이름이 낯설었다. 이선빈이 아닌 고(故) 이선빈은 내게 아무리 들여다보아도 알 수 없는 수학공식 같았다. 그렇다면 그것은 저쪽 세계의 풀 수 없는 문제 같은 것인가. 돌아갔으나, 되돌아 올 수는 없다는 낙인? 오늘만큼은 할머니가 글자를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이 퍽이나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그러나 할머니는 귀신같이 아들 있는 곳을 찾아냈다. 가져간 술과 포를 놓고 준비되어 있는 향을 피웠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훌쩍이는 소리에 혹시나 싶어 뒤돌아보니 할머니는 대꾼한 두 눈을 슴벅이며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의자에 앉아 계시라 해도 한사코 일어서서 창문 쪽으로 얼굴을 돌린 채. 술이 넘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잔을 쥐고 향 위에 세 번을 돌린 후 상에 올렸다. 두 뺨이 경련이 이는 것처럼 제멋대로 움직였다. 옆 칸에서 제를 지내던 사람들이 담배에 불을 붙여 제상 위에 올려놓는 것이 보였다. 분향실의 향내에 짓눌려 있던 나는 생담배 타는 매캐한 냄새가 차라리 반가웠다. 우리도 한 대 필까, 삼촌? 부검 결과 별다른 타살의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악단장과 몇몇의 연주자들, 팀장에 대한 조사가 차례대로 이루어졌다. 그 과정에서 가족들은 알지 못하던 우울증이 새로 생겨났으며, 사육조장과 함께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알코올 중독이란 말이 덧붙여졌다. 추측성 발언들이었지만 조서에 쓰인 것들은 그대로 사인(死因)이 되었다. 분개한 가족들이 사건 수사를 계속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곧바로 장례 일정이 잡혔다.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발인 날짜를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나 할머니는 발인 전날 신발도 신지 못하고 영안실로 달려왔다. 집으로 돌아가는 할머니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느려졌다. 납골당 쪽을 다시 돌아보지는 않았지만 쉽게 걸음이 떨어지지 않는 건 나도 마찬가지였다. 할머니가 저쪽의 삼촌을 아직 내려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 할머니의 어깨가 잔뜩 내려앉아 있었다. 듬성듬성하던 머리칼은 그 사이 더 빠졌는지 머릿속이 훤히 다 보일 지경이었다. 올라오는 길을 잘 찾았던 할머니가 돌아가는 길을 헷갈렸다. 납골당에 들어서는 길은 우리가 걸어온 길 하나밖에 없는데도 할머니는 분향실에서부터 출구를 찾지 못해 이리저리 헤맸다. 내가 앞장서 걸을 수도 있었지만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그렇게 이끌고 있는 것만 같아 가만히 뒤를 따랐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그것이 지난 주말에 할머니와 내가 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할머니가 납골당에 가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할머니를 모시고 간 것을 알면 크게 혼이 날지도 모를 일이었다. 아버지의 기억에는 할머니가 한 번도 삼촌에게 다녀온 적이 없다는데, 처음이라는 할머니는 삼촌의 자리를 잘도 찾았다. 내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홍학 우리 안의 소동이 잠잠해진 뒤였다. 고양이에게 물려 다리를 다친 홍학은 다행히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이 아니라 두 달 전에 알에서 깬 새끼였다. 놀란 홍학들을 진정시키느라 껍질 깐 호두와 아몬드를 두 자루나 뿌려주었다. 어느샌가 팀장도 홍학 우리 앞에 와 있었다. 그는 퍼레이드에 나갈 녀석들을 좀 더 밝은 빨간색 형광 안료로 칠하라며 조련사들을 다그쳤다. 나는 홍학들에게 빨간 안료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해 보았지만 팀장은 내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듣는 것 같았다. 나는 물끄러미 팀장과 조련사들을 바라보다 문득 이제 여기를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삼촌을 보내고도 꿋꿋하게 나오던 곳이고, 그가 하던 일만은 내 손으로 이어받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이도저도 아니었다. 조련사들이 빨간 형광 안료 통을 들고 사육실 안으로 들어갔다. 퍼레이드는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나는 옷장에서 삼촌의 조련복을 꺼내 입었다. 오랫동안 묵혀둔 것이라 혹시 곰팡이라도 슬었으면 어쩌나 했지만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가 의자 위에 놓아둔 전기 총을 집어 들자 푸앙이 비명을 지르며 울어댔다. 미안해,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우리 얼른 끝내버리자. 나는 입을 앙다문 채 쏘냐의 뒷다리에 총을 쏘았다. 쏘냐가 움찔하며 왼쪽 다리를 들었다. 재빨리 엉덩이에도 총을 갖다 댔다. 한참 만에 쏘냐가 일어섰다. 푸앙이 제자리에서 펄쩍펄쩍 뛰다 울부짖으며 내 왼팔에 매달렸다. 쏘냐의 몸에 멋을 내느라 발라놓았던 노란색 형광안료가 설사에 섞여 줄줄 흘러내렸다. 바닥에 형광 선을 긋는 것 같았다. 무전기에서는 팀장의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들려왔다. 무전기 소리를 무시하니 그 뜻 없는 말들은 점차 행진곡 풍으로 변해갔다. 나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괜찮다고, 얼른 끝내면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진흙탕 속으로 빠져드는 것 같았다. 호두를 쪼아 먹고 있던 홍학들이 코끼리 우리 앞에 나와 있었다. 온몸에 빨간색 형광 안료를 잔뜩 바른 홍학 무리였다. 등에 홍학을 둘씩 태운 코끼리들이 정문으로 출발했다. 붉고 노란 머리들이 공중에다 점을 찍었다. 휴대전화와 무전기에서 팀장과 사육조장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려왔다. 어차피 코끼리들이 도착하지 않으면 행렬을 완성할 수 없고 또 사회자인 내가 가지 않으면 시작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물들의 건강을 살피는 것 역시 내가 해야 하는 일이었다. 나는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뺐다. 팀장님, 지금이라도 리허설을 취소해 주세요. 뭐, 뭐야? 이대로 가단 코끼리들이 죽습니다. 지금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얼른 데리고 나와! 시에서 사람들이 나와서 지켜보고 있단 말이야! 그런데 지금, 니가 나한테, 대든 거냐? 쏘냐와 튀라는 절뚝이고 비틀거리면서도 앞만 보고 걸었다. 푸앙이 코끼리 배에 손을 얹고 함께 걸었다. 저렇게라도 가주기만 한다면 크게 문제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쏘냐는 설사를 하고 있었다. 코끼리, 죽어. 나도 죽어. 푸앙이 울며 말했다. 푸앙, 나도 어쩔 수가 없잖아, 미안해! 니가 살려! 푸앙, 죽어가는 것들을 일으키고 이미 죽은 것도 살려낼 수만 있다면야 오죽이나 좋겠니. 푸앙이 이를 악물고 우는 소리와 코끼리들의 거친 숨소리가 마치 한 덩이처럼 느껴졌다. 정문 쪽에 노란 나비넥타이를 한 악단장의 모습이 보였다. 전보다는 풀이 죽은 모습이었지만 잘 다려진 연미복을 입은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심벌즈 연주자가 그만두는 바람에 탬버린을 담당했던 사람이 심벌즈를 잡고 있었다. 다섯 명이던 작은 북 담당 연주자들은 둘밖에 없었고 심지어 트럼펫 연주자는 보이지도 않았다. 행렬이라도 완성해야 한다는 팀장의 고집 때문에 음악은 녹음해둔 것으로 대체되었다. 연주자들이 항의했지만 오늘은 ‘리허설’ 날이니 그렇게 해도 된다는 악단장의 말에 조금 누그러지는 듯했다. 하지만 연주자들의 얼굴 표정은 괜찮아진 것 같지 않았다. 안 그래도 불안한 처지인데 악단장마저 번번이 자신들 앞에서 팀장에게 무시당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손에 익지도 않은 악기를 든 사람들의 얼굴이 굳어갔다. 악단장은 연신 나비넥타이만 고쳐 맸다. 동물원 곳곳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정문으로 모여들었다. 사람들은 카메라를 꺼내들고 환호성을 지르거나 직접 코끼리를 만지려고 다가갔다. 놀란 사육사들이 그들을 말리는 사이, 나는 희뿌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날이었다. 눅눅한 공기와 사람들이 웅성대는 소리, 동물들의 우는 소리들이 마구잡이로 내 가슴속에 맺혔다. 그 사이 ‘시’에서 나왔다는 사람들이 정문 쪽으로 다가왔다. 행사를 하는 날도 아닌데 무슨 일로 온 거지? 팀장은 ‘시’ 사람들에게 허리를 깊숙이 숙여 인사했다. ‘시’ 사람들은 악단장에게도 다가갔다. 팀장이 활짝 웃으며 악단장의 오른팔을 잡아끌었다. 팀장에게 이끌린 악단장이 지휘봉을 잡고 있지 않은 손으로 엉거주춤하게 그들과 악수를 했다. 허리를 제대로 굽히지 않은 채 인사를 하는 악단장을 바라보는 팀장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팀장은 악단장에게 당장 연주를 시작하라고 지시했다. 악단장은 시디를 틀기로 되어 있지 않느냐며 반문했다. 빨리 하라니까! 팀장 자신도 모르게 나온 큰 소리에 본인이 더 놀라고 있는 사이, 악단장이 뒤돌아섰다. 그러나 내내 굽실거리거나 팀장에게 할 말을 다 못하고 돌아서던 악단장의 얼굴이 아니었다. 악단장은 맨 앞줄의 연주자가 들고 있던 바이올린을 넘겨받았다. 지휘봉을 연미복 허리춤에 찔러 넣은 악단장이 바이올린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축배의 노래였다. 멍한 얼굴의 팀장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악단장의 바이올린 선율에 맞춰 다른 연주자들의 악기도 조금씩 리듬을 탔다. 때마침 비가 내렸다. 당황한 팀장이 재빨리 ‘시’에서 나온 사람들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나는 와중에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절정으로 향해 갔다. 어느새 굵어진 빗방울들이 그곳에 모인 사람들과 원숭이와 코알라, 나뭇가지에 걸쳐 놓은 채 들고 나온 나무늘보들을 적셨다. 문제는 코끼리 등 위에 빨간 형광 안료를 덕지덕지 바르고 올라 앉아 있는 홍학들이었다. 진회색의 코끼리 등에 붉은 물이 들어갔고,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는 점점 더 크게 울려 퍼졌다. 나는 열심히 연주를 하는 악단장과 ‘시’ 사람들을 서둘러 본관으로 끌고 가는 팀장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비바람이 거세지자 동물들 주변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며 작은 소란이 일었다. 그때 푸앙이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홍학의 다리를 잡아챘다. 푸덕, 푸흐드덕! 홍학이 거센 날갯짓을 했지만 푸앙의 손아귀를 벗어나지는 못했다. 푸앙이 정문과 반대쪽을 향해 뛰었다. 마치 홍학 연을 타기라도 한 것처럼 재빠른 속도였다. 홍학 한 마리가 사라지자 코끼리 등에 앉아 있던 다른 홍학 네 마리도 푸앙이 사라진 쪽을 향해 날아갔다. 푸앙은 홍학의 습성도 잘 알았다. 아마도 어미를 데려갔을 거였다. 홍학이 날아가면 코끼리들은 그 자리에 앉아 무릎을 굽혀 반쯤 앉거나 선 채 왼발을 들어 쇼의 시작을 알리게끔 훈련되어 있었다. 내가 말려볼 틈도 없이 정문에서가 아니라 정문으로 가는 도중에 코끼리 퍼레이드가 시작되었다. 붉은 꽃 한 송이를 등에 얹은 코끼리들이 추는 군무가 악단이 연주하는 축배의 노래와 함께 어우러졌다. 그때까지도 정문 앞을 떠나지 않고 남아 있던 사람들은 박수를 치거나 사진을 찍어댔다. 쏘냐와 튀라는 설사를 좍좍 갈기면서도 춤을 추었다. 코를 양 옆으로 흔들면서 왼발과 오른발을 차례대로 접고 자리에 앉았다 일어나며 엉덩이춤을 추었다. 코를 하늘 위로 높게 치켜세웠다가 쿵쿵 땅을 울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다시 왼쪽 오른쪽으로 두 차례씩 긴 코를 하늘로 들어올렸다. 빗줄기를 쏟아붓는 하늘을 향해 코를 쏘아 올리기라도 할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한 번 쇼를 시작하면 끝이 날 때까지 절대로 멈추지 않게 훈련된 코끼리들이었다. 홍학과 함께 한 군무가 오 분, 코끼리만 하는 쇼가 십오 분이었다. 나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코끼리들 옆에 전기 총을 든 채 무력하게 서 있었다. 코끼리의 군무가 점점 더 활기를 띠기 시작할 때쯤 다시 축배의 노래가 들려왔다. 악단장은 마치 무한 반복이라도 할 것 같은 완강한 표정이었다. 코끼리들은 덜렁덜렁 코를 흔들며 리듬에 맞춰 춤을 추었다. 차례대로 앉았다 일어나기를 반복한 후 푸앙이 쏘냐의 어깨 위에 올라가 커다란 횃불을 치켜세우는 것으로 끝이 날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푸앙이 없다.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홍학들은 왜 하나도 돌아오지 않는 거지? 본관으로 갔던 팀장이 호루라기를 불며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정문을 가로지르는 팀장의 뒤쪽으로 익숙한 남색 기지바지가 지나갔다. ……할머니? 축배의 노래에 맞춰 자박자박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우리 할머니였다. 나는 재빨리 할머니를 향해 뛰었다. 할머니, 할머니이! 그러나 할머니는 멈춰 서지 않았다. 내 등 뒤에서 악단장이 연주하고 있던 바이올린이 바닥에 내팽개쳐지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뒤따라 전기 총을 쏘는 소리도 들려왔다. 코끼리들이 거세게 날뛰며 질러대는 울음과 구경하던 사람들의 비명이 뒤섞였다. 돌아서서 잠시 주춤하던 나는 다시 있는 힘껏 할머니 쪽을 향해 뛰어갔다. 빗물이 자꾸 눈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삼촌의 뼛조각을 손에 쥔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어서인가. 내 손은 자꾸만 할머니의 몸을 움켜쥐려고 했다. 아버지가 못을 골라내자 화장장 직원은 가족들이 보는 앞에서 바로 삼촌의 뼈를 유골함에 넣어주었다. 고모들은 자신의 혈육이 그렇게 되었다는 사실이 기막힌 듯 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촉망받던 조련사였으며, 사람 좋던 막내 삼촌은 그렇게 몇 줌의 유골이 되었다. 옥색 유골함 위에는 삼촌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제 삼촌은 옥함 겉면의 금박 이름으로만 남게 될 모양이었다. 할머니가 움켜쥐고 있던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크게 우시려는가 싶어 나는 고개를 돌려 유골함 쪽을 쳐다보았다. 할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를 쳐다보았다. 단단히 쥐고 있던 두 주먹이 텅 비어 있었다. 나는 할머니의 두 손을 자세히 살폈다. 그러는 사이 할머니는 천천히 입을 우물거리기 시작했다. 수골실의 모든 것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할머니는 나와 눈이 마주쳤는데도 하던 행동을 멈추지 않았다. 할머니가 갑자기 상체를 숙였다. 입 속의 것이 제대로 넘어가지 않는가. 나는 의자에 걸터앉아 오랫동안 할머니 뒤쪽의 흰 벽을 바라보았다. 집으로 돌아온 할머니는 잘 움직이지 않았고 무엇을 먹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병원으로 모셔가려고 했지만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지 말고, 동물원에 가보자. 집으로 돌아온 후 할머니가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한 부탁이었다. 나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지만 그것은 분명 동물원이라는 말이었다. 아버지가 동물원에 데려다주지 않자 할머니는 살아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을 다시 거부하기 시작했다. 아버지의 기세와 할머니의 고집 사이에서 가족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나는 밤마다 할머니 방으로 가서 할머니의 몸을 쓰다듬었다. 여기 어디쯤 삼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갑자기 할머니의 몸이 무척 단단하게 느껴졌다. 삼촌은 할머니의 쇄골 위에 올라 있었다. 할머니가 들이쉬고 내쉬는 숨 속에서도 삼촌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느 날엔가 삼촌은 할머니의 팔목을 그러쥔 채 죽이 담긴 숟가락을 할머니의 입 속으로 밀어 넣어주기도 했다. 먹은 음식이 어쩌다 얹히기라도 하면 조용히 할머니의 등을 쓸어주었다. 나는 삼촌이 그렇게라도 여기서 할머니와 함께 있다는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삼촌, 좋아? 나는 탄 못과 할머니의 무릎을 번갈아가며 만졌다. 할머니는 오래 울었다. 가족들 모두 마음을 진정시키고 일상으로 돌아간 다음에도 할머니는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새벽에 홀로 깨어 화장실에 다녀올 때도, 물에 만 밥 한 그릇을 다 먹고 난 뒤에도 삼촌의 베개를 쓰다듬으며 울었다. 어쩌다 밥상에 삼촌이 좋아하던 창란젓이라도 올라오면 그걸 바라보며 오래 울었다. 눕거나 앉거나 간신히 일어서거나 벽에 등을 기대거나. 언제 어디에서건 어떤 자세로든 할머니는 울고 있었다. 소리가 나지 않게 속으로 울고 있었지만 나는 할머니가 울고 있다는 것을 잘 알았다. 어쩌면 울다 지쳐 손으로 몸을 짚기라도 하면 어디에서건 삼촌이 만져져 도저히 견딜 수 없어 그러는 것인지도 몰랐다. 살아 있는 유골함이 되는 일은 무척 힘겨워 보였다. 그래도 할머니는 식구들 앞에서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고, 소리 내어 울지 않았다. 그렇게 일 년이 지난 오늘 할머니는 혼자서 동물원에 온 거였다. 우리가 걸음을 멈춘 곳은 식물원 입구였다. 할머니를 막 따라잡으려다가 도대체 왜 동물원에 왔고 또 어디로 가려는 것인지 궁금해 뒤를 따랐던 참이었다. 할머니의 남색 기지바지 속에서 끊임없이 휴대전화 벨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원내 방송이 나왔다. 이하설 조장님, 운영실로 와주시기 바랍니다. 식물원 뒤쪽에는 고사한 나무들이 즐비했다. 희귀한 꽃이나 과실수들은 이미 다른 곳으로 팔려가거나 누군가가 빼돌린 뒤였다. 테마 랜드를 재정비한다면 가장 먼저 손을 대야 할 곳도 여기였다. 할머니는 왜 하필 이곳으로 온 것일까. 마침내 할머니가 걸음을 멈추고 단풍나무 둥치에 기대앉았다. 집에서 동물원까지 걸어왔다면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렸을 텐데……. 나는 천천히 할머니에게로 다가갔다. 집으로 모셔 갈 작정이었다. 그때 할머니가 손을 뻗어 땅바닥에 흩어져 있는 나뭇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내 새끼손가락만 한 나뭇조각이었다. 주저할 새도 없이 할머니는 그것을 입에 넣은 후 가슴을 쳤다. 그러다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크으헉, 으흑. 그것은 그동안 가슴에 쌓였던 울음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듯한 소리였다. 나는 다가가 말리지 않았다. 할머니도 얼마간은 큰 소리로 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할머니는 주먹으로 툭툭 땅을 쳤고, 나무 둥치에 등을 짓찧었다. 돌로 만든 조형물에 얼굴을 갖다 박았고 두 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었다. 할머니는 그동안 속으로만 쌓였던 울음들을 모조리 뱉어내려는 것 같았다. 그때 식물원 어디선가 커다란 새의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푸앙? 그는 나에게 다른 한국인들과 구별되는 나만의 향기가 있다고 말하곤 했다. 내가 자기를 찾는 거라 여기고 또 달아나버리면 어떡하지? 푸드덕거리는 새소리와 할머니의 울음이 식물원 안을 가득 채웠다. 죽은 나무들도 잔잔한 바람을 타며 울음소리와 박자를 맞췄다. 나는 할머니가 울고, 푸앙이 새들과 함께 마음을 삭이고 있는 여기가 아주 잠깐 동안만이라도 누군가에게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았으면 하고 바랐다. 눈물을 그친 할머니가 다시 걸었다. 나는 할머니를 뒤따라갔다. 할머니는 여전히 뒤에 있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참 동안 동물원 곳곳을 걷던 할머니는 코닥 필름 사진관 앞에서 멈춰 섰다. 우두커니 서서 문 닫힌 사진관의 창을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코끼리 등에 올라 탄 삼촌이 붉은 조련복을 입고 활짝 웃는 사진이 붙어 있었다. 테마랜드 30년의 모습을 한꺼번에 볼 수 있도록 전시된 사진들이었다. 오래되어 빛이 바랬을 뿐, 사진 속의 모든 것들은 충분히 식별이 가능했다. 할머니는 손을 뻗은 채로 창가에 바짝 다가섰다. 삼촌의 사진이 언제부터 저곳에 걸려 있었던 걸까. 테마랜드의 사정을 잘 아는 사람이라면 저 사진을 그곳에 걸어 놓지는 못했을 것이다. 할머니! 그제야 내가 큰소리로 할머니를 불렀지만 할머니는 뒤돌아보지 않았다. 나는 멀찍이 떨어져서 코끼리 등 위에 앉아 밝게 웃고 있는 삼촌과 그것을 향해 말 없이 손을 뻗는 여인을 찍은 한 장의 사진을 쓸쓸히 바라보았다. 내가 보고 있는 이 사진 속으로도 빗방울들이 쏟아져 내렸다. 정적을 깬 것은 다름 아닌 푸앙이 우는 소리였다. 푸앙은 팀장에게 멱살을 잡힌 채 이쪽으로 끌려오는 중이었다. 여전히 홍학 한 마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야, 이하설! 나는 갑작스러운 그들의 등장에 놀라 나도 모르게 할머니! 하고 큰소리로 외쳤다. 내내 그렇게 멈춰 있을 것만 같던 사진 속 초로의 여인이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여인의 핏발 선 두 눈이 멈춘 곳은 내가 입고 있는 삼촌의 조련복이었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단추를 달고 솔기를 여며준 이 옷을 할머니는 단번에 알아차린 것 같았다. 어느새 창틀에서 떼어 낸 삼촌의 사진을 안고 있는 할머니가 다른 한 손으로 내 옷을 가리키며 다가왔다. 팀장과 푸앙도 이쪽으로 바짝 다가섰다. 그들의 발걸음 소리가 코끼리 울음소리보다 더 크게 느껴졌다. 쏘냐와 튀라는 우리로 돌아갔을까.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나는 주머니 속에 있던 못을 꺼내 쥐었다. 나는 어느 쪽으로도 가지 못했다. 누군가 먼저 잡아당기지 않는다면 나는 언제까지라도 그렇게 서 있을 것만 같았다. <끝> ■ 당선소감 -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타슈켄트 동물원에는 코끼리 두 마리가 살고 있습니다. 초원을 훑어야 할 우묵한 눈들이 녹슨 푸슈킨 동상을 바라보고 있지요. 어느 날 저도 모르게 코끼리 우리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늙고 병든 코끼리의 두툼하고 너덜너덜한 귓불을 한참 동안 쓰다듬어 주었어요. 그 코끼리들이 저와 함께 아랄 해를 지나 여기까지 왔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요즘 노인정에서 한글을 배우고 계십니다. 손녀가 쓴 글을 읽겠다고 약속을 하셨어요. 저는 아주 오랫동안 천천히 글을 써나갈 작정이므로 할머니는 기필코 200세 장수하셔야 합니다. 기꺼이, 조금 더 말랑해지겠습니다. 이 소식을 누구보다도 기뻐해주신 ‘동인, 그 섬’의 대장 임철우 선생님(‘그 섬에 가고 싶다’를 필사하던 그 순간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잘 견디고 천천히 나아가겠습니다.), 치열하고 엄중한 소설쓰기가 일상의 진부함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그 방향을 제시해주신 최수철 선생님(선생님의 조언과 응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 마음에 누가 되지 않도록 살고, 쓰겠습니다.), 검룡소에서 풀솜대를 뜯어주신 최두석 선생님(돌아가지 못하는 시의 자리가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글 쓰는 손가락은 절대적으로 겸손해야 함을 일깨워주신 서영채 선생님(밤새 꺼지지 않던 선생님 연구실의 불빛을 바라보며 술 취한 저는 도서관에서 잠들곤 했지요.), 사물을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신 주인석 선생님(아, 이제 오디오 튜닝을 할 수 있게 되었어요!), 10년 전 홍성여고 문예반 수업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겁니다, 이정록 선생님. 좋은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저의 행운입니다. 그 운명을 결정지어주신 어머니, 아버지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옆에서 바로잡아주고 격려해준 권오영 시인께는 미처 다 갚을 수도 없는 마음들을 받았습니다. 함께 공부하는 동안 내내 소설 쓰기의 치열함을 온몸으로 가르쳐주던 김도연 선배께 맥주 한 잔 사드리고 싶습니다. 철없는 저를 뒤치다꺼리해 주느라 고생한, 제일 먼저 축하해준 이진희 시인. 정말 고맙습니다. 부족한 작품을 끝까지 손에 들고 계셨던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같이 힘들어도 조금 더 기운을 낼 수 있는 뚝심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얼른 ‘리보통(Ly-botong)’으로 달려가 그곳에 계신 분들과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 약력 -본명:이미선. 1983년 충남 보령 출생 -한신대학교 문예창작학과 졸업 -한신대학교 문예창작대학원 소설전공 수료 -한국국제협력단(KOICA) 단원으로 우즈베키스탄 세계언어대학 한국어 강사 역임 ■ 심사평 - ‘현대인 삶의 축도’ 동물원… 상징적 압축미 탁월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모두 열 편. 이 가운데 다시 세 편의 작품을 어렵게 추려 놓고 생각했다. 신춘문예가 필요로 하는 소설은 어떤 소설인가? 우리 소설은 어디로 가야 하나? 단편소설은 산문 양식임에도 언어의 경제성을 문제 삼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다. 우리는 이 짧은 언어로는 ‘모든 것’을 쓸 수 없다. 그럼에도 이 양식은 이 ‘모든 것’을 내놓으라고 한다. 어떻게? 수사학, 즉 기교가 우리를 지상적인 삶에서 초월적 의미의 세계로 순간이동시켜 준다. 그러니 기교가 모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다고 답할 수도 있다. 상징적 깊이나 환유적 지시 체계를 갖추지 못한 훌륭한 단편소설이란 일종의 형용모순과도 같다. 하이준씨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현대적 일상을 사건으로 만들어 가는 문체가 돋보였다. 강남의 한 미장원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조그만 사건은, 일상의 소소함이 그 한계 내에만 머무르지 않도록 만든 장점도 갖추었다. 김명진씨의 ‘뷰티플 원데이’는 베트남에서 온 아버지와 아버지의 젊은 여인과 ‘나’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다. ‘나’의 내면의 섬세함이 다문화라는 문제를 사회성 이상의 차원으로 끌어 올렸다. 그러나 ‘은행나무가 있는 풍경’은 의미를 구성하는 사건이 너무 희박하고, ‘뷰티플 원데이’는 사건을 보편적인 의미로 상승시키는 힘이 부족하다. 이은선씨의 ‘붉은 코끼리’는 상징적 압축미가 뛰어나다. 동물원 코끼리 조련사의 이야기 안에 많은 것을 담았다. 동물원이라는 배경 자체가 어떤 상징성을 띤, 현대인의 삶의 축도로 이해하게 한다. 여기서 동물원을 지배하는 어떤 메커니즘은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세계의 어떤 축도와도 같다. 이 작품은 쓴 것 이상의 의미를 함축하면서 독자에게 시적인 울림을 선사한다. 재능과 생각을 겸비한 이은선씨에게 축하의 말씀과 함께 정진을 당부 드린다.
  • [성폭력범 추적보고서] (하) 교정·재활 강화 필요

    A(24)씨는 지난해 7월 알몸으로 여성을 뒤쫓아가 성폭행하거나 미수에 그쳐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피해자는 10대, 20대 여성 4명이었다. 그는 신고하지 못하도록 피해자의 알몸을 휴대전화 카메라로 찍기도 했다. 정신감정의는 A씨에 대해 “공공장소에서 성기를 노출하는 성적 선호장애증(노출증)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범행을 반복할 우려가 높아 정신성장애에 대한 정신분석적 치료, 행동치료, 교육 및 상담이 필요하다.”며 치료감호를 명령했다. A씨는 지난 5월 성폭력을 전문 치료·재활하는 공주 치료감호소 인성치료센터에 입소했다. 지난해 12월 치료감호법이 개정돼 정신성장애가 있는 성폭행범은 최대 15년까지 치료감호를 받아야 한다. 이상 성기호증, 성도착증이 있으면 재범률이 높기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일탈적 성적 충동을 통제하고 왜곡된 사고를 약물·정신상담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다 성폭행범 1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치료센터가 지난 1월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재 치료감호 대상자는 12명뿐이다. 지난해 9월 도입된 전자발찌 부착자가 130명인 것과 대조적이다. 성범죄자를 교도소 대신 병원에 보내는 것이 형평에 어긋난다는 인식이 뿌리 깊어 사법기관이 치료감호에 소극적이라는 분석이다. 병상은 마련됐지만 전문 인력이 확충되지 않은 것이 또 다른 이유다. 치료감호소 허찬희(정신과 전문의) 의료부장은 “성폭행은 성적 충동, 사랑받고 싶은 마음이 극단적으로 왜곡돼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충동과 분노심의 뿌리를 찾아내 자각하면 치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초범의 경우 치료가 더 효과적이라고 최상섭 치료감호소장은 덧붙였다. 지난 5월 치료감호소에 입소한 A씨도 성범죄 초범자였다. 그는 분노심으로 가득차 불평을 쏟아냈다. 병실에 철망을 설치하고 병실을 점검하고 서류에 무인찍기를 강요하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했다. 동료 수형자와 TV 채널을 놓고 싸우고 두드러기가 생기자 주치의를 고발하겠다고 나섰다. A씨에 대한 인지행동치료가 시작됐다. 어릴 때 정서적 경험이 정신성장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했다. 아버지의 가정폭력에 시달리며 그는 늘 집에서 혼자 방치됐다. 컴퓨터가 유일한 친구였다. 외롭고 의지할 데가 없었다. 불쑥 화가 치밀면 다른 사람을 탓했다. 허 부장은 “사이코패스나 우울증 모두 사랑이 채워지지 않아 생기는 허전한 마음과 관계가 있다.”면서 “우울증은 자기를, 사이코 패스는 남을 괴롭히는 것이 차이”라고 설명했다. A씨에게 약물치료와 집단치료, 미술치료, 명상기법, 스트레스관리 등 다양한 치료기법이 활용됐다. A씨의 태도가 달라졌다. 보호사의 지시에 “왜요?”라고 일단 따지듯 되묻던 습관이 줄었다. 저항적 태도가 완화된 것이다. 법무부 정보공개 등 청구서 제출도 없어졌고, 상대방의 다른 의견도 받아들였다. 최상섭 소장은 “해외 연구에 따르면 약물·인지행동치료로 성폭행범의 재범률을 10% 이상 낮출 수 있다.”고 소개했다. 이에 법무부는 내년 3월쯤 정신과 의사와 심리사 등 20여명을 특별 채용하고 전자발찌 부착자에게도 성폭행 상담치료를 시행할 계획이다. 정은주기자 ejung@seoul.co.kr
  • PC 끼고 사는 우리아이 삐뚤어질라

    잘못된 컴퓨터 사용 자세가 소아·청소년들의 척추 건강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시립보라매 청소년수련관 인터넷중독 예방센터와 소아전문 네트워크 아이누리한의원은 최근 9∼16세의 소아·청소년 148명을 대상으로 인터넷 사용습관과 근골격계측기를 이용한 척추 상태를 검사한 결과, 22%인 32명이 척추측만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연구팀 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79.4%인 116명이 잘못된 자세로 컴퓨터 작업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 형태별로는 ‘등만 기대 허리가 뜬 자세’로 컴퓨터를 한다는 응답자가 35.1%(52명)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 손으로 턱을 괴는 자세’ 16.2%(24명), ‘다리를 꼰 자세’ 13.5%(20명), ‘모니터에 얼굴을 바짝 대고 엎드린 자세’ 5.4%(8명) 등이었다. 또 척추측만 증상을 보인 응답자 대부분은 컴퓨터 사용시간이 길었다. 이들 중 87.5%(28명)는 매일 평균 1시간 이상 컴퓨터를 사용했으며, 하루 3∼4시간에 이르는 응답자도 16명이나 됐다.척추가 옆으로 휘면서 양쪽 골반과 어깨 높이가 달라지게 되는 척추측만증은 신경계 이상이나 각종 통증을 유발하는가 하면 소아·청소년기의 성장을 저해하나 뚜렷한 증상이 없어 조기발견이 쉽지 않으며, 이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다.이에 대해 예방센터 관계자는 “소아·청소년들 중에는 현실과 가상공간을 구분하지 못할 정도로 심한 중독 상태에 빠진 경우도 흔하다.”며 “인터넷 중독에 빠지면 시력 저하와 관절통은 물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우울증까지 부를 수 있어 부모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브리트니 머피로 돌아본 약물사망 스타들

    지난 6월 사망한 마이클 잭슨에 이어 최근 할리우드 여배우 브리트니 머피의 사망은 또 다시 스타들의 약물 과다 복용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스타들의 약물 과다 복용은 ‘스트레스와 명성에 대한 부담감’ 등이 작용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약물 복용으로 사망한 잘 알려진 스타는 누가 있을까. 마이클 잭슨과 브리트니 머피 외에 대표적인 할리우드 스타로는 마릴린 먼로, 안나 니콜스미스, 엘비스 프레슬리, 브래드 렌프로, 히스레저 등이 있다. 국내 배우로는 가수 서지원과 장덕 등이 있다. 마릴린 먼로는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36세 사망했고, 엘비스 프레슬리는 심장 발작으로 사망했는데 당시 십 여 가지 넘는 약물이 검출됐다. 안나니콜 스미스 플레이보이 출신 모델도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해 07년 39세 나이로 사망했다. 1994년 89세의 텍사스 석유재벌 하워드 마셜과 결혼했으며 95년 마셜이 죽자 5억 달러(한화 약 5000억 원)의 유산을 놓고 유가족과 분쟁을 벌이다 사망한것으로 알려졌다. 마지막 유작인 영화 ‘다크나이트’로 강한 인상을 남긴 히스레저는 08년 29세 나이에 약물과다 복용으로 사망해 팬들의 충격을 더했다. ‘브로크백 마운틴’에 함께 출연했던 배우 미셸 윌리엄스와 결혼했다 이혼했다. 12살에 데뷔한 아역배우 출신 브래드 렌프로가 25살의 젊은 나이에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해 충격을 줬다. 존 그리샴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의뢰인’, ‘굿바이 마이 프렌드’ 등에 출연했다. ‘오즈의 마법사’에서 도로시로 출연한 배우 주디 갈랜드는 습관성 우울증으로 인한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가수 서지원도 신작 발표를 앞두고 스트레스에 못 이겨 유서를 남긴 채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95년 인기 그룹 듀스의 김성재도 당시 호텔서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고 알려졌지만 최근 유가족이 다시 타살 의혹을 제시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십대들은 잘 모르는 가수 장덕도 1990년 수면제 과다 복용으로 사망했다. 사진 = 서울신문 서울신문NTN 채현주 기자 chj@seoulntn.com (알려드립니다) 듀스 전 멤버 故 김성재 관련 o 내용 : 지난해 12월 25일자 게재한 ‘브리트니 머피로 돌아보는 약물 사망 스타들’ 기사와 관련, 1995년 사망한 듀스의 전 멤버 김성재씨의 약물과다복용으로 인한 자살 여부는 지금까지 밝혀진 바 없습니다. 당시 부검 결과, 일반약물이 아닌 주사용 동물마취제가 검출되는 등 타살 가능성이 있어 용의자인 여자친구가 기소되었고 1심은 무기징역, 2심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선고를 받았습니다. @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페이스북 섹스사기 징역 50년 위기

    페이스북 섹스사기 징역 50년 위기

     미국의 19세의 남자 고등학생이 소셜네트워크 사이트인 페이스 북(facebook)에서 여학생으로 위장해 성범죄를 저지른 사건이 파문을 낳고 있다.  위스콘신주에 사는 앤서니 스탄클이란 이름의 그는 누드사진을 10대 남학생들에게 보내 오럴섹스나 애널섹스를 하자고 공갈협박한 혐의로 23일 기소됐다. BBC는 그가 위스콘신주의 뉴 베를린 출신으로 최소 50년의 징역형에 직면해 있다고 보도했다.  이 남학생은 페이스북 공간에서 철저하게 여학생으로 위장한 뒤 협박하는 등의 수법으로 남학생들을 꼬셨다.그는 지난 2월부터 5건의 어린이 유혹, 2건의 2급 성폭행, 3건의 3급 성폭행, 어린이 포르노 소지,폭탄테러 혐의를 받았다.  오케아 카운티변호사인 브래드 사이멜은 “그는 여자인 체하면서 페이스북에 있는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기 위해 인터넷을 했다.”고 말했다.이 변호사는 “그는 먼저 자연스럽게 대화를 한 뒤 나중엔 누드사진을 교환하자고 구슬렸다.그와 대화하는 상대가 여자누드라고 생각이 들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300여장의 청소년들의 누드사진을 소지했고, 31명의 10대 소년들과 사진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절반과는 섹스행위를 하자고 강권했다. 이들 대부분은 뉴 베를린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다니는 학생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그의 성범죄는 고등학교 및 인근 도서관 화장실,주차장 혹은 피해자의 집에서 일어났다고 원고들은 주장했다.  이 사건은 이들 중 16세의 소년이 당국에 성적으로 공갈협박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드러났다.이 소년은 1년간 스탄클과 노골적인 사진을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섹스를 거절하면 학교 주변에 사진을 뿌린 것으로 드러났다.  법정에 선 스탄클은 수년간 우울증으로 약물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그는 두건의 성범죄 혐의만 인정하고 있다.한편 그는 폴리 바겐(plea bargain·피고가 유죄를 시인하는 대가로 검찰측이 형량을 감해 구형해 주는 협상)에 동의했다.사이멜 변호사는 “폴리 바겐은 증언하기를 두려워하는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안도감을 주고 있다.‘ 고 말했다. 인터넷서울신문 장상옥기자 007jang@seoul.co.kr
  • [Healthy Life] 불면증

    [Healthy Life] 불면증

    잠의 중요성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 생명활동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잠을 통해 심신의 피로를 풀고, 에너지를 얻으며, 생명을 연장한다. 만약 사람에게서 잠을 빼앗는다면 버틸 수 있는 한계는 불과 며칠이다. 치명적이라는 암과도 비교할 바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런 잠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한다. 너무 일상적이어서다. 잠의 소중함은 잠과 관련된 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잘 안다. 그들은 “잠은 곧 생명”이라고 말한다. 이런 ‘잠의 병’ 불면증에 대해 고려대안산병원 호흡기내과 신철 교수로부터 듣는다. ●불면증이란 어떤 병증인가? 환자가 주관적으로 느끼기에 잠이 불충분하거나 비정상적인 상태가 있다. 이런 상태에서 잠들기 어렵거나, 수면 중 자주 깨거나, 한번 깨면 다시 잠들기 어렵거나, 잠이 부족하다고 느끼거나, 자도 개운치 않다고 느끼는 등의 현상이 복합적 혹은 단독으로 나타나는 상태를 불면증이라고 한다. 이런 기간이 1개월 미만이면 일시적 불면증, 6개월을 넘기면 만성적 불면증으로 본다. ●유형별로 구분해 달라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불면증 분류는 국제수면장애 분류와 미국 정신의학협회의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편람(DSM-IV)이다. DSM-IV 기준에 따르면 불면증은 일차성 불면증, 호흡 관련 수면장애, 일주기리듬 수면장애, 다른 정신질환 관련 불면증, 질병·약물로 인한 수면장애, 특정화 되지 않은 수면곤란증 등으로 나뉜다. 또 국제수면장애 분류는 일차성 불면증을 정신생리적 불면증, 특발성 불면증, 수면상태 오인 등으로 세분한다. 정신생리적 불면증은 심리적 원인에 의한 불면증을, 특발성 불면증은 수면과 각성상태를 조절하는 신경구조의 이상으로 어려서부터 충분한 수면을 못 취하는 상태다. 수면상태 오인은 의학적으로 이상이 없는데도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를 말한다. ●불면증은 왜 생기는가? 일차성 불면증은 스트레스 등 심리적 요인, 호흡 관련 수면장애는 수면무호흡증·코골이 등의 요인 때문에 잠을 못 이루는 상태를 말한다. 또 일주기리듬 수면장애는 수면 주기가 너무 빠르거나 늦어 잠들 시간에 잠을 못 드는 경우이며, 불안장애·우울증 등으로 인한 불면증도 있다. 그런가 하면 만성 폐질환·심부전·관절염·허리통증·외상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고, 중추신경 자극제나 기관지이완제·혈압약·코티코스테론 등을 복용할 때 나타나는 불면증도 있으며, 술·담배·커피나 하지불안증후군 등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각 유형의 증상은 무엇인가? 유형별로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들은 강박적으로 잠 걱정을 많이 하며,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만성적인 불안감이나 분노표출 장애도 많다. 이런 사람들은 불안·짜증·과민성·무력감 등 다양한 신체증상을 보이는 특징이 있다. ●불면증 유병률과 특징적 추이를 설명해 달라 미국의 경우 성인의 47% 정도가 불면증을 가졌으며, 세계적으로는 성인의 12%가 잠 문제를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국민들도 17% 정도가 주 3회 이상 불면 증상을 보이며, 나이가 들수록 이런 증상이 잦아지고 있다. 당연히 어린 아이도 불면증을 가지며, 남성보다 여성에게 많다. 특히 갱년기 여성 중에 불면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은데 폐경 전 7∼10%이던 것이 폐경 후에는 15∼40%로 급증한다. 또 이런 불면증 유병률이 최근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특징적인 추이라고 할 수 있다. ●진단은 어떻게 하나? 주관적인 증상인 불면증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인터뷰, 자기기록 설문·수면일·야간 수면다원검사 등을 거친다. 인터뷰와 자기기록 설문을 통해 수면 양상·주간 증상·수면위생·약물 복용·의료기록 등을 점검하고, 정신과적 질환 여부 등을 확인한다. 수면일기는 자신의 수면 패턴을 기록하는 것으로, 잠들기까지 걸린 시간, 수면시간, 수면효율 등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야간 수면다원검사는 전반적인 수면상태와 수면장애를 진단하는 데 필요하다.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광치료·약물치료로 구분한다. 인지행동 치료는 자신의 수면 습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며, 바른 수면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인식하고 실천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이런 인지행동 치료는 다시 수면위생에 대한 이해, 수면제한 치료, 자극조절 치료, 이완치료 등으로 나뉜다. 바른 수면위생이란 기상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낮에 적절한 활동이나 운동을 하며, 가능한 한 낮잠을 피하는 것 등을 말한다. 대부분의 불면증 환자들은 부족한 잠을 보충하기 위해 자주 잠을 자려 하고, 잠자리에도 일찍 드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취침시간을 길게 잡으면 수면 농도와 효율이 떨어지므로 불면증 환자는 오히려 수면시간을 제한한다. 이를 수면제한 치료라고 한다. 자극조절 치료는 졸릴 때만 잠자리에 들게 하며, 침실은 오직 잠자리로만 이용하게 하는 치료법이다. 불면증 환자들은 스트레스에 민감해 자주 초조·불안감을 보이거나 잠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잠들기가 더욱 어려워지는 악순환에 빠지기 쉽다. 이완요법은 이런 불안감을 완화시키는 치료법이다. 복식호흡법, 점진적 근육이완법, 이미지 트레이닝 등이 그것이다. 광치료는 일정한 강도의 빛을 필요한 때에 비춰 수면 주기를 조절하는 치료다. 노년기 불면증은 일찍 잠들어서 일찍 일어나는 위상 전진의 특징을 보이는데, 이때는 저녁시간에 빛을 쪼여 위상을 지연시킨다. 잠들기가 어렵거나 잠들었다가 바로 깨는 경우에는 아침에 광치료를 해 위상을 앞당기면 불면증이 호전된다. 약물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게 적용되는데, 일차성 불면증에는 주로 벤조디아제핀 계열, 비벤조디아제핀 계열,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등이 사용된다. 그러나 약제는 내성이나 의존성이 생길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불면증 예방법을 소개해 달라 규칙적인 수면이 중요하며, 휴일에 부족한 잠을 보충한다며 늦잠을 자지 않아야 한다. 또 지나친 공복 상태만 아니라면 잠자리에 들기 직전에는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잠을 방해하는 카페인과 니코틴도 경계해야 하며, 낮 동안 적절한 운동이나 활동으로 신체를 피로하게 해 깊은 수면에 들 수 있게 하는 것도 좋다. 오후 늦은 시간의 낮잠도 금물이다. 참기 어렵다면 오후 2∼3시를 전후해 잠깐 눈을 붙이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 심재억기자 jeshim@seoul.co.kr
  • [책꽂이]

    ●아쌈 차차茶(김영자 지음, 이비락 펴냄) 꼬박 90일을 인도 아삼 지역에 머물며 그곳 농장에서 차밭의 여인들과 부대끼며 생활한 내용을 꼼꼼히 적어나간 기록이다. 영국 귀족들이 누리는 우아한 ‘오후의 홍차’에 인도 여인들이 차밭에서 흘린 땀과 고단한 노동이 스며 있는 듯하다. 1만 2000원.●여행기자들이 다시 찾고싶은 여행지 베스트34(김형우 외 11인 지음, 안그라픽스 펴냄) 일주일이면 2~3일을 인적 드문 해안길에서, 고즈넉한 산모퉁이에서, 또는 봉긋이 솟아 있는 꽃 앞에서 보내는 일간지 여행기자 12명이 추천하는 우리나라 구석구석 좋은 곳들이다. 취재수첩에 빼곡히 적힌 것 중 정수들만 모아놓았다. 전문가의 솜씨로 빚어낸 풍경 사진 역시 책 읽는 재미를 더한다. 1만원.●현미밥 채식(황성수 지음, 페가수스 펴냄) 병 안 걸리는 식사법을 말한다. 의사인 저자는 동맥경화증, 고혈압, 당뇨, 비만, 심장혈관병, 대장암, 치매 등 거의 모든 질환의 원인은 고기, 우유, 계란 등 동물성 식품의 과다 섭취에 있다고 말하며 ‘완전식품’에 가까운 곡식인 현미를 강력하게 권하고 있다. 1만 2000원. ●내 몸 살리는 건강블랙박스(김길원 지음, 연합뉴스 펴냄) ‘내 몸 살리는’이라는 부제가 말해주듯 보통의 사람들이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지키고 가꾸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의학 전문기자답게 최근 신종플루에 대한 예방법부터 시작해 암, 심혈관계 질환 등의 대처 방법, 눈과 귀 관리법 등을 얘기한다. 특히 현대인의 스트레스, 우울증 등 마음의 병까지 잘 다스릴 수 있는 법을 제시한다. 1만 2000원.●할아버지 무릎에 앉아서(이현주 지음, 작은 것이 아름답다 펴냄) 저자는 감리교 목사이면서 유교와 불교, 노장 사상을 두루 섭렵한 것으로 유명하다. 아동문학가이면서 생태운동가이기도 하다. 저자가 생태환경문화월간지 ‘작은 것이 아름답다’에서 5년 동안 인연을 맺으며 연재했던 글을 모은 책이다. ‘마음은 무엇인가요.’, ‘시험은 꼭 봐야 하나요.’등 어린아이들이 세상과 삶에 대해 던지는 갖가지 궁금증에 대해 할아버지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1만 1000원. ●정재승+진중권 크로스(정재승·진중권 지음,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편의점에서 아무 생각 없이 사 마시는 생수에, 즐겨 읽는 만화책 하나에 세상을 움직이는 무엇이 있다면? 과연 그것을 우리는 어떻게 발견할 수 있을까. 따뜻한 상상력의 과학자와 이 시대의 대표적인 논객인 미학자가 21세기 대중의 일상을 구성하는 요소의 이면을 씨줄날줄로 들여다 보며 시대를 이해하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브랜드 취향이 만드는 21세기 공동체, 과학 기술과 예술적 상상력이 뒤엉킨 21세기 예술, 검색 학문의 탄생, 자아도취와 외로움 사이에서 진화하는 디지털 등이 조명된다.1만 3800원.
  •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낡은 수사 초짜만 잡아… 전문수사관 양성을”

    [탐사보도-2009 마약리포트] “낡은 수사 초짜만 잡아… 전문수사관 양성을”

    “야당(정보원)들이 마약 판매나 밀반입 등 그들의 활동 편의를 위해 판매책이나 투약자를 조작, 수사당국에 밀고한다. 수사당국이 요구하는 인원수나 압수물량을 채우기 위해 인위적으로 투약자나 가짜 밀반입책을 만들기도 한다. 진짜 판매책·밀반입책·투약자들은 법망을 피해 가고, 이들이 야당들에게 이용당해 전과자로 전락하곤 한다.” 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마약범죄학과 전경수 교수는 16일 “수사당국의 구태의연한 수사방식이 마약 사범을 더 늘리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전 교수는 경찰 재직시절 20년간 마약 분야에 종사하며 ‘마약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1997년 퇴직 뒤 광운대 대학원에 국내 최초로 마약범죄학과를 개설했다. 2000~2004년 80명의 마약범죄학 석사를 배출했다. 전 교수는 “마약 수사에 관행적으로 적용되는 조건부 유죄협상(플리바게닝)도 위험천만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마약 투약자나 판매책이 몇 명 불고 풀려난다고 해서 투약을 끊거나 판매를 하지 않는 게 아니다. 마약은 한번 접하면 그 유혹이 평생 가고, 판매책은 한 건만 잘해도 1, 2년은 풍족하게 살기 때문”이라며 “원칙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강조했다. 낡은 수사관행을 벗어날 대안도 제시했다. 전 교수는 “무엇보다 전문 수사관을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우선 지구대에서 절도범을 잡는 나름의 기술부터 터득해야 한다. 이후 경찰서 유치장 간수로 1년 정도 근무하며 범죄심리를 간파하고, 수많은 범죄자들을 인적자원으로 둬야 한다. 그런 다음 조사계(취조·심문 부서)에서 2~3년 일해야 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마약, 절도 등 주특기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경 및 세관의 마약 수사관들을 이처럼 길러야 수사편의주의에서 벗어나 원칙과 정도로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현재의 단기 땜질식·무작위 차출 교육을 지양하고 지속적인 정예 교육과 훈련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머릿수만 채우는 실적주의도 비판했다. 전 교수는 “검거 건수와 인원이 적으면 관리자들이 먹고 논다고 질책한다. 그러다 보니 마약 초짜들만 줄줄이 엮어 인원수만 부풀린다. 전과자만 양산하는 셈”이라며 “1년에 한 건도 안 해도 좋으니 판매책, 나아가 제조책을 잡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역설했다. 전 교수는 “마약 중독자의 사망 통계를 정확히 집계해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마약 중독자들은 우울증 환자로, 투약을 오래 한 사람들은 목을 매는 등 대부분 자살한다. 하지만 당국은 단순 자살, 교통사고 등으로 변사한 걸로 덮어버리고 정확한 사망 인원을 밝히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는 수사당국이 ‘마약 청정국’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관련, “우리나라는 마약 위험국가다.”라고 반박하며 “언제 어디서든 누구나 마약을 접할 수 있다. 마약은 테러, 핵과 더불어 인류의 3대 재앙”이라고 경고했다. 탐사보도팀
  • 꿈 잃어가는 청춘들의 뒤틀린 삶

    자본주의 사회에서 희망을 움켜쥐지 못한 청춘들은 쉬 자신을, 혹은 타인을 파괴하고픈 충동을 느낀다. 파괴의 형태는 다양하다. 집착하는 사랑으로 두 주체를 모두 파괴하고, 비생산적이고 현실감없는 원칙을 강요하며, 삶이 사회적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을 파괴한다. 또한 물건을 훔치고 속물같은 부자 동생에게 돈을 뜯어내는 방식으로 삶은 연신 뒤틀린다. 무엇이, 어디에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주목받는 젊은 작가 김사과가 자신의 두 번째 장편소설 ‘풀이 눕는다’(문학동네 펴냄)를 내놓았다. 지난해 한 여고생의 단짝 친구 살해라는 섬뜩한 소재를 참으로 참신하리만치 충격적이고 생생하게 풀어낸 첫 장편소설 ‘미나’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던 그다. 두 번째 장편소설에서 그의 글쓰기는 편안해진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욕망 앞에 더욱 솔직해지고 더욱 잔인해졌다. 작가는 ‘청춘연애소설’을 표방한다고 했건만 파릇하고 상큼한, 최소한 풋풋한 연애와는 거리가 멀다. 2005년 21살에 창비 신인소설상을 받고 등단한 다음 첫 장편소설에서 우정이 파탄난 뒤 친구를 스스럼없이 난자하는 여고생을 만들어낸 작가의 소설이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문학과 거리가 먼 학과를 다니다 3년 전에 소설가로 등단한 ‘나’는 우울증과 불면증, 무기력증을 겪고 있다. 소설을 제대로 쓰지 못함은 물론이다. 그러던 어느날 길에서 약간 굽은 채 흔들리는, 슬픈 느낌의 한 남자를 만나 사랑 고백 뒤 곧바로 옥탑방에서 동거를 시작한다. 그 남자는 ‘풀’이었고, 무명의 화가였다. 풀에 대한 집착이 서서히 시작됨은 물론이다. ‘나’는 매일 사랑을 나누는 것 자체에 만족하고, 풀이 사회적으로 관계 맺는 것을 거부하도록 강요하며, 순수한 예술, 순수한 사랑을 할 것을 원한다. 이미 파멸로 한 걸음씩 다가서는 두 사람이다. 결국 시간이 지나 풀은 ‘나’와 잠시 헤어졌다가 다시 만난 뒤 ‘나’를 뒤에 두고 옥상에서 뛰어내린다. 현실을 거부하는 욕망의 종착역은 또다른 비극의 시발점이 된다. 김사과는 “처음부터 구질구질하게 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면서 “처음엔 꿈도, 야망도 있던 아이들이 어떤 식으로 꿈을 잃고 무미건조한 젊은이들이 되어가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창작 배경을 설명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경기도, 노인우울증 치료비 지원

    최근 우울증 등으로 노인 자살이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전국 최초로 65세 이상 노인 우울증 환자에게 치료비를 지원한다. 특히 치료비 전액을 공무원들이 자발적으로 내는 기부금에서 충당하게 돼 의미를 더해주고 있다. 30일 도에 따르면 지원대상은 소득이 최저생계비 150% 이하인 65세 이상 우울증 환자이며, 소득기준을 초과해도 우울증 증세가 심각해 자살위험이 높은 경우는 진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지원 대상자는 1인당 연 최대 6개월, 45만원 상당의 진료비와 약제비, 심리검사비 등을 지원받게 된다. 진료는 도내 247개 정신과의원에서 담당한다. 예산은 경기도 공무원들이 매달 1만~3만원씩 내는 위기가정 무한돌봄사업 기탁금에서 조달한다. 우울증 치료비 지원을 원하는 노인은 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42곳의 노인자살예방센터에서 상담과 안내 등을 받을 수 있다. 노인자살예방을 위해 지난 2월부터 독자적으로 노인자살예방센터와 ‘노인생명돌보미’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기도는 지금까지 8200여명의 노인을 상담해 자살도구를 구입하는 등 구체적인 자살계획을 세운 자살위기노인 88명을 구했다. 또 이 같은 상담과정을 통해 노인 자살자 대부분이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자 우울증 치료비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개발된 항우울제는 중독성이 없고 치료효과도 좋아 조기 발견이 자살예방에 관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숙 경기도 노인시설 담당자는 “경기도의 경우 노인 100만명 시대를 맞게 된다.”며 “우울증에 걸려도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무관심으로 자살하는 노인들이 증가하고 있어 이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노인자살자수는 지난 2000년 301명에서 2007년 850명으로 7년 만에 254%가량 증가했으며 경기도 전체 자살자 중 노인이 34.9%를 차지하고 있다. 원인이 밝혀진 노인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은 우울증으로 지난해 65세 이상 노인의 2.4%가 우울증 치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원주 간호사 살해용의자 10년전에도 충동살인

    지난 26일 강원도 원주에서 발생한 간호사 살해 사건 용의자가 10년 전에도 충동 살인을 저지른 전력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신문 11월27일자 6면> 27일 강원 원주경찰서에 따르면 원주의 피부비뇨기과 의원에서 간호사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1명을 숨지게 하고 달아난 30대 용의자 김모(34)씨는 1999년 8월 부산에서 살인 혐의로 붙잡혀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2004년 8월 만기 출소했다. 당시 김씨는 같은 교회에 다니는 A(당시 20세)씨가 자신에게 ‘말을 함부로 했다.’는 이유로 A씨를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이 사건으로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정신장애 및 심신미약 상태에서 범행이 이뤄진 점이 참작돼 징역 5년형을 받았다. 10여년 전부터 정신질환을 앓아온 김 씨는 교도소 출소 뒤에도 우울증과 대인 기피증 등의 정신적인 문제를 겪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씨는 지난 1월 충동조절장애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김씨가 간호사들에게 흉기를 휘두르고 달아난 지 이틀이 지나도록 경찰이 김씨의 소재 파악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시민들은 또 다른 범행 가능성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원주 조한종기자 bell21@seoul.co.kr
  • 자살로 비춰본 우리사회 자화상

    2009년을 들썩이게 했던 키워드 가운데 하나가 ‘자살’이다. 지난 2월 탤런트 장자연의 자살은 연예계에 구태의연하게 행해지는 로비와 비리의 단면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는 정치보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던져줬다. 최근엔 연쇄살인범 정남규의 자살로 교정당국의 수감자 관리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렇게 자살은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실체를 살펴볼 수 있는 결과물이다. KBS 1TV에서 24일 오후 10시부터 방송되는 ‘시사기획 쌈’은 우리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자살을 파헤친다. 특히 한국에서만 한해에 1만 3000여명이 자살로 사망,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단연 1위인 우리 사회의 자화상을 담았다. 취재진은 한 병원 응급실에 일주일간 머물며 병원에 실려온 환자들을 분석했다.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자살을 시도해 병원에 실려왔으며 연령대도 다양했다. 또 인터넷을 통해 함께 자살할 사람을 구하는 20대 남성과 나눈 생생한 인터뷰도 담았다. 문제는 예산도, 법도 없다는 것. 현재 국회에 제출된 자살 방지 관련 예산은 7억원이다. 이 가운데 자살예방 공익광고 예산 3억원을 빼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시행하려면 200억원가량이 들 것으로 예측됐음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자살방지법도 표류하고 있다. 지난 17대 국회에도 자살방지법이 제출됐지만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자살 방지를 위해 어떤 법적·제도적 장치가 필요한지 알아본다. 취재진은 영국과 미국의 사례를 통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영국의 자살률은 우리나라의 4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이다. 미국 역시 자살과 우울증은 부끄러운 질병이 아니라는 자살 관련 교육을 강화해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페이스북에 웃는 사진 올렸다가…

    캐나다 퀘벡주의 IBM 지사에 근무하는 나탈리 블랑샤르(29)는 1년 전 우울증 때문에 병가를 냈다. 매달 보험금으로 생활하던 그는 최근 더이상 돈이 지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보험 회사에 문의한 결과 한국판 싸이월드로 불리는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들이 보험금 지급 중단 이유임을 알게 됐다. 해변에서 비키니를 입고 웃고 있는 사진 등을 본 보험사 측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블랑샤르가 현지 언론인 CBC 방송과 인터뷰를 하면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회사 측은 성명을 통해 “페이스북과 같은 웹사이트에 있는 정보만을 갖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중단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고객을 좀더 알기 위해 이러한 정보를 이용하는 점은 인정한다.”고 밝혔다.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 사이트가 ‘양날의 칼’이 돼 낭패를 보는 사례는 종종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가수 2PM의 리더 재범이 마이스페이스에 과거 올린 한국 비하 글 때문에 팀을 탈퇴했다. 유명인이 아닌 평범한 사람들도 글 한 줄, 사진 한장으로 직장을 잃기도 한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9월 한 학교를 방문해 “젊을 때는 실수를 하고 어리석은 일을 저지른다. 페이스북에 올렸던 게시물이 직업을 구할 때 문제가 됐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실제로 미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KATU 방송에 따르면 뉴저지주의 한 식당 여종업원인 도린 마리노는 속옷만 입고 있는 사진을 마이스페이스에 올렸다가 해고돼 현재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는 “이 사진이 문제가 돼 직장을 잃게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길섶에서] 낙엽 밟는 소리/이순녀 논설위원

    샹송 가수 이브 몽탕은 이렇게 노래했다. ‘낙엽이 무수히 나뒹구네요/ 추억과 후회도 마찬가지로/ 북풍은 낙엽들을 실어나르네요’(고엽) 시인 레미 드 구르몽은 이렇게 읊었다. ‘우리도 언젠가는 가련한 낙엽이리라/가까이 오라 벌써 밤이 되었다/ 그리하여 바람이 몸에 스며든다/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발자국 소리가’(낙엽) 가까스로 매달려 있던 마지막 잎사귀마저 속절없이 작별을 고하는 때다. 바닥에 수북이 쌓인 낙엽을 보노라면 누구나 쓸쓸함과 허무함을 느끼기 마련이다. ‘가을 남자’들은 이맘때 가벼운 우울증을 앓기도 한다. 낙엽 밟는 소리가 우울증을 줄이는 데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숭실대 배명진 교수가 낙엽 밟는 소리를 녹음해 분석해 보니 8000~1만 3000Hz의 고주파 소리 성분이 감지됐는데 보통 때 듣기 어려운 이 소리가 청각을 자극해 맑고 상쾌한 기분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산책로나 공원에 쌓인 낙엽을 눈으로 보지만 말고 이제 두 발로 꼭꼭 밟아 볼 일이다. 이순녀 논설위원 coral@seoul.co.kr
  • [어린이 책꽂이]

    ●노란우체통(봉현주 지음·국선희 그림, 처음주니어 펴냄) 세상을 떠난 아빠와 열세살 딸 솜이를 이어주는 노란 우체통의 가슴 훈훈한 이야기다. 세상을 떠나기 전 당당하고 행복한 아이로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수많은 편지를 써놓은 아빠와 하늘나라의 아빠, 그리고 미래의 나에게 편지를 쓰는 솜이의 모습이 사랑스럽다. 노란 우체통은 실제로 경북 봉화군에 있다. 9500원. ●모하메드의 운동화(원유순 지음·김병하 그림, 봄봄 펴냄) 전쟁과 테러의 한복판인 중동 어느 지역에 사는 소년 모하메드는 한국의 식이가 내다버린 운동화를 소중하게 간직한다. 축구 선수를 꿈꾸던 모하메드는 어느날 고철을 줍다가 폭탄이 터지는 바람에 한쪽 다리를 잃고 만다. 한국과 중동땅을 오간 운동화의 눈높이에서 얘기하는 평화의 가치는 조용하지만 선명하고 감동적이다. 8500원. ●당산 할매와 나(윤구병 지음·이담 그림, 휴먼어린이 펴냄) 대학교수를 그만두고 농사꾼이 되어 ‘변산 공동체’를 가꾸어 온, 수많은 어린이 그림책의 저자 윤구병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은 책이다. 변산으로 살 곳을 찾아 내려오면서 만난 당산나무(당산 할매)와의 교감을 일러스트레이터 이담의 사실주의적 그림과 함께 포근하게 들려준다. 1만 2000원. ●괴물 길들이기(김진경 지음·송희진 그림, 비룡소 펴냄) 아이들은 늘 “왜?”, “돼!”를 말한다. “안 돼.”를 입에 달고 사는 어른들이 곤혹스러워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주인공 민수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왜?’, ‘돼!’라고 이름붙은 괴물들은 어른들 눈에는 보이지 않으며, 민수의 심리적 성장통을 상징한다. 판타지 동화라는 새로운 장르를 열어가는 김진경 작가의 따뜻한 시선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7500원. ●너울가지(박경태 지음·임연기 그림, 나비 펴냄) 네 가지 가슴 먹먹해지는 얘기로 묶여 있다. 서먹했던 아버지를 뒤늦게 이해하는 해미의 이야기 ‘해미의 결혼식’,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시뿌 아저씨와의 가슴 아픈 헤어짐을 담은 ‘시뿌의 낡은 수첩’, 순박한 시골 소년 달호가 갈래머리 소녀와 나누는 애틋한 우정과 사랑 이야기 ‘알고도 모른 척’은 황순원의 ‘소나기’를 연상케 한다. 8500원. ●괜찮아 괜찮아 두려워도 괜찮아(제임스J 크라이스트 지음·홍성미 옮김, 길벗스쿨 펴냄) 아이들의 우울증은 자각하기 어려워 어른들의 관찰이 없다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수업 시간의 발표, 동네 골목의 무서운 개, 친구 문제 등 걱정과 무서움, 불안을 떨치고 마음을 건강하게 다스리는 법을 소개하고 있다. 시각화, 체계적 둔감법, 생각지도 만들기 등 전문 심리치료법이 제시된다.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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