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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짤’ 당하면 패배자 낙인… 카이스트 무리한 경쟁의 비극

    ‘장짤’ 당하면 패배자 낙인… 카이스트 무리한 경쟁의 비극

    7일 카이스트 학생이 네 번째로 목숨을 끊은 것은 앞서 자살한 3명의 학생들과 비슷한 고민에서 야기된 사건으로 보인다. 서남표 총장 부임 이후 쏟아낸 ‘차등 등록금제’ 등 갖가지 개혁정책이 학생들 사이에 무리한 경쟁을 유도함으로써 극도의 스트레스를 낳은 것이다. 학교 측은 학부생들 사이에서 ’장짤(장학금 잘림)’로 통하는 ‘징벌적 등록금’을 전면 폐지하는 개선안을 내놓았다. ●무리한 경쟁 제도가 스트레스 불러 박모(20·수리과학과 2년)씨 자살 사건과 관련해 김동수 학과장은 “성적이 나쁜 학생은 아니었다.”면서도 “상담 과정에서 박씨가 ‘대학에 와서 공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고, 본인은 좀 더 잘하고 싶었는데 원하는 만큼 못한다는 심리적인 부담이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박씨는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뒤 지난 6일 휴학했고, 가족들도 병세를 인정했다. 여러 정황으로 미뤄 박씨의 우울증, 의욕상실 등 못지않게 학교제도도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이 확실하다. 서 총장은 2006년 7월 부임 후 차등 등록금제, 전 과목영어수업 등 이전에 없던 개혁정책을 쏟아냈다. 초기에는 참신한 정책으로 적잖은 호평을 받았지만 학생들의 입장은 달랐다. 지난달 29일 재학생이 세 번째로 자살한 뒤 이런 정책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표출되기 시작했고, 학교 교육정책에 대한 학생들의 반발도 확산되었다. 이 학교 허현호(21·산업디자인학과 3년)씨는 학생식당 앞 게시판에 ‘카이스트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우리 4000 학우다’라는 대자보를 붙였다. 허씨는 “학점 경쟁에서 밀려나면 패배자 소리를 들어야 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서로 고민을 나눌 여유조차 없다.”면서 “학교는 대외적으로 개성 있고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표방하면서 우리를 컨베이어벨트 위에 줄 세워 놓고 네모난 틀에 억지로 몸을 끼워 맞추도록 강요한다.”고 비판했다. ●“우리는 행복하지 않다” 대자보 전산학과 3년 한기종(21)씨도 창의관에 ‘꿈을 박탈당한 카이스트’라는 대자보를 붙이고 “자기만 잘난 리더가 아닌 창의적이고 사회의 고통에 헌신하는 리더가 필요하다.”며 학교 교육정책의 변화를 촉구했다. 한 학생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때로는 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각자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는데 ‘진 학생이 훌훌 털고 일어날 수 있도록’ 학교가 무엇을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연간 최대 1500만원이 넘는 수업료 부담을 총장은 인식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서 총장이 학교 홈페이지에 ‘학생들이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요지의 글을 올린 것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학점에 따라 등록금을 차등화해서 학생들에게 부담을 주면 공부 열심히 할 것이라는 단순하고도 유치한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있다.”고 통렬하게 비판했다. 김기석 교육학과 교수도 “세계 어느 대학이 학생을 죽음으로 몰아붙이며 최고 자리에 갈 수 있나.”라고 지적했다. ●“年최대 1500만 넘는 수업료 부담” 학생들의 분노가 폭발하고 네 번째로 자살한 학생이 나오고서야 학교 측은 뒤늦은 대책을 서둘러 발표했다. 서 총장은 7일 오후 6시 30분 학교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네 번째 학생 자살 소식을 전한 뒤 “다음 학기부터 성적 부진 학생들에게 차등 부과하던 수업료를 8학기(4년) 동안은 면제해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8학기 이내에 학부과정을 마치지 못하는 연차 초과자들은 현행대로 한 학기당 150여만원의 기성회비와 최고 600여만원의 수업료를 내야 한다. 아울러 신입생들이 수강해야 하는 5개 기초필수 과목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조정안은 학내 구성원 동의, 교육과학기술부와의 협의를 거쳐 확정된다. 대전 이천열기자 sky@seoul.co.kr
  • 또 자살… 카이스트 패닉

    카이스트 학생이 또다시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올 들어서만 네 번째다. 7일 오후 1시 20분쯤 인천시 남동구 만수동 한 아파트 현관 앞 아스팔트 바닥에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2학년 휴학생 박모(20·수리과학과)씨가 숨져 있는 것을 요구르트 배달원 박모(42·여)씨가 발견했다. 박씨는 “배달하러 가다 보니 누군가 머리에 피를 많이 흘린 채 쓰러져 있어 신고했다.”고 말했다. 숨진 박씨는 앞서 학교에 우울증 진단서를 제출한 뒤 지난 6일자로 휴학한 상태이다. 경찰은 박씨에 대한 타살 혐의가 없는 점으로 미뤄 자살로 결론을 지었다. 아파트의 21층에서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창문 밑에 박씨의 점퍼와 지갑, 휴대전화, 우산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학업 경쟁 등으로 우울증에 시달리던 박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한편 네 번째 자살 소식이 전해진 뒤 서남표 총장은 오후에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성적 부진 학부생들에 대한 이른바 ‘징벌적 등록금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했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열받는 경찰들’ 대민업무 차질

    ‘열받는 경찰들’ 대민업무 차질

    일선 경찰관들이 일반 근로자에 비해 승진 등 인사 문제와 정서적 고립감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훨씬 더 많이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민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의 스트레스 강도로 분석돼 체계적인 상담 및 심리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인사 불만·정서적 고립감 주원인 경찰청이 지난해 8월부터 올 2월까지 경찰청과 관악·성동서 등 3곳의 경찰관 108명을 상대로 ‘한국형 직무 스트레스 척도’(KOSS)를 조사한 결과 남성 경찰관은 ‘관계 갈등’ 영역에서 47.5점을 기록해 일반 남성 근로자 평균(33.4점)의 1.42배에 달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관의 심리 분석을 실시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청은 이번 ‘경찰청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운영 결과 보고서’를 바탕으로 전국 일산서에 의사소통 교육 및 정신건강 지원 시스템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조사 결과 경찰관이 받는 스트레스는 ‘조직체계’ 영역에서도 59.7점을 기록, 일반 남성 근로자의 평균(52.4점)보다 높았다. 설문조사를 실시한 한국EAP협회는 이에 대해 “승진 가능성, 조직 운영체계, 갈등 및 의사소통 등에 대한 불만이 높다는 뜻”이라며 “경찰이 업무를 수행할 때 협조나 지지를 받기 어렵고 직장 내에서 정서적 고립감이 높다는 점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협회가 직접 경찰을 대상으로 실시한 심리 상담에서도 ‘인사·조직개편’에 대한 상담 비중이 전체의 53.5%를 차지했다. 이영실 한국EAP협회 선임상담사는 “경직된 조직문화와 상명하복식 구조를 갖고 있는 조직 특성상 경찰관은 직무에 대해 자유롭게 논의하거나 타인에게 문제를 털어놓기 힘든 면이 많다.”고 지적했다. 그런가 하면 여성 경찰관(17명)은 ‘직장문화’ 영역에서 가장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역의 스트레스 수치는 50점으로 일반 여성 근로자의 평균(41.7점)보다 훨씬 높았다. 전문가들은 “음주 등 집단주의 문화와 성적 차별 등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하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 업무의 과중한 정도를 나타내는 ‘직무 요구’ 분야에서도 스트레스 점수는 54.90을 기록, 일반 여성 근로자 평균(54.22점)을 웃돌았다. ●“휴식 등 관리 당장 필요한 상태” 이런 문제를 반영한 듯 경찰관 149명에 대한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는 스트레스로 인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있는 ‘유소견 범위’를 나타낸 응답자가 28.9%(43명)나 됐다. 우종민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는 “이는 휴식 등 ‘관리’가 당장 필요한 상태”라며 “우울증 심화는 물론 의욕 상실,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이어져 대민 업무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노출연기 스트레스 탓?…‘옥보단 3D’ 여주인공 잠적

    노출연기 스트레스 탓?…‘옥보단 3D’ 여주인공 잠적

    이달 중순 개봉을 앞두고 있는 홍콩 영화 ‘옥보단 3D’의 여주인공이 보름째 연락이 두절되고 행적이 묘연해 현지 경찰당국이 수사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홍콩의 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옥보단 3D’에 출연한 배우 란 옌이 지난달 16일(현지시간)부터 가족, 지인들과 연락을 끊은 채 종적을 감췄다. 당초 그녀는 지난달 16일부터 홍콩에서 영화 홍보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었으나 비자문제가 불거져 오는 8일로 행사 일정이 연기된 바 있다. 란 옌의 매니저가 지인들과 함께 그녀의 숙소를 찾았을 때 집에는 아무도 없었으며 휴대전화기와 같은 개인물품들은 그대로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종 보름을 넘기면서 란 옌의 부모는 충격에 병원 신세를 지고 있다. 더욱이 란옌이 평소 우울증을 앓았기 때문에 자살과 같은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더욱 주위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란 옌의 매니저는 “그녀가 ‘옥보단 3D’를 촬영하면서 노출 연기 때문에 심적인 스트레스를 호소한 적이 많았다.”고 털어놓으면서 “개봉을 앞두고 불상사가 일어난 게 아닌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란 옌은 2003년 ‘미스차이나 선발대회’에 입상하면서 연예계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후 각종 드라마, 영화 등에 출연해 중국 내에서 폭넓은 팬을 확보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 http://twitter.com/newsluv )   
  • [굿모닝 닥터] 유병률 높은 전립선염 관심 가져야

    훤칠하고 준수한 40대의 그 환자는 귀공자 스타일이었다. ‘이 환자는 만성 비뇨기 질환자이고, 여러 병원을 다녀봤을 것이다.’ 의사란 직업 때문에 습관적으로 하게 되는 필자의 예측이 딱 맞았다. 진료실에 들어와 유심히 필자를 살피던 그는 결심이 선 듯 이내 말문을 열었다. 1년쯤 전부터 이유 없이 요도 끝이 간지럽거나 찌릿하게 아픈가 하면 어떤 때는 음낭과 항문 사이의 회음부가 화끈거리더란다. 소변도 시원찮고 어떤 때는 아랫배 쪽에 통증이 느껴지는 등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호소했다. 병세도 종잡을 수 없어 우울증 치료까지 받을 정도라고 했다. 필자는 진료 전에 환자와 약속을 했다. 우선, 증상이 금방 나아지지 않더라도 임의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기로. 검사 결과는 만성 전립선염이었다. 물론 그 환자는 약속을 잘 지켜 6개월쯤 후에 문제의 병을 완전히 떨칠 수 있었다. 전립선염은 비뇨기과 개원의를 찾는 환자 25%가 앓을 만큼 흔해 이 때문에 속병을 앓는 남성들이 적지 않다. 사춘기 이전에는 드물지만 성인 남성 중 50%가 평생 한번 이상 전립선염을 경험할 정도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유병률이 5~16%나 되며, 비뇨기과 외래환자의 15~25%가 전립선염 증후군 환자로 추정된다. 유병률이 당뇨병이나 심근경색증과 비슷한 정도라는 보고까지 있다. 그만큼 흔한 요로 질환이다. 이로 미뤄 전립선염은 의외로 흔하며, 그런 까닭에 더더욱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질환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유병률이 높다면 당연히 전립선염에 대한 정확한 분포 및 유병률 파악을 위한 국가 차원의 조사가 시행되어야 옳다. 많은 사람이 앓고 있고, 잘 낫지도 않는데 관련 통계조차 부실하다면 의사든 환자든 마치 암흑 속에 홀로 있는 느낌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형래 강동경희대병원 비뇨기과 교수
  • 20만 볼트 송전탑서 ‘자살시도’ 中여성 포착

    중국에서 한 여성이 수만 볼트의 고압전기가 흐르는 철탑에서 자살을 시도하는 아찔한 모습이 포착됐다. 이 여성이 감전과 실신을 반복하면서도 높이 40m의 송전탑을 기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공포영화의 한장면을 연상케 할 정도로 충격적이었으나, 다행히 소방관들에게 안전하게 구조돼 목숨을 구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닷컴(sina.com)에 따르면 톈진 시내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낮에 위험천만한 장면이 펼쳐졌다. 이름이 밝혀지지 않은 28세 여성이 옷가지를 벗어던진 채 20만 볼트의 고압전기가 흐르는 송전탑에 기어오르기 시작한 것. 주변에서 말릴 틈도 없이 이미 이 여성은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을 높이까지 단숨에 기어올라간 것으로 알려졌다. 온몸이 긁히고 고압전기에 감전돼 몸을 부르르 떨다가 심지어 실신까지 했는데도 이 여성은 정신을 차리면 다시 송전탑을 기어올라가서 주위를 경악케 했다. 목격자들은 “워낙 위험해서 사람들이 섣불리 다가갈 수도 없었다. 사람들이 내려오라고 소리를 질렀지만 듣지 않았고 오히려 이 여성은 감전되서 정신을 잃었다가도 깨어나면 ‘뛰어내리겠다.’고 소리를 질렀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20분 넘게 ‘송전탑 소동’을 일으킨 주인공은 소방대원들의 구조작전 덕에 다행히 목숨을 구했다. 구조대는 송전탑에 전기공급을 차단하고 안전로프로 이 여성을 단단히 고정시킨 뒤 무사히 구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 관계자에 따르면 이 여성은 다리와 배 등에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정도였다. 평소 이 여성이 우울증을 앓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송전탑에 올라가게 된 정확한 경위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 [황성기 에디터 도쿄 프리즘] 日人이여, 열도를 ‘리셋’하라

    3·11은 일본인의 DNA에 깊고 단단하게 각인될 숫자가 될 것이다. 일본의 첨단 과학으로도 예측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초대형 지진과 쓰나미. 1만명을 넘어선 사망자, 2만명에 육박한 행방불명자를 낸 끔찍한 재난. 그리고 인재(人災)로 결론나고 있는 공포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 그 어찌 일본인의 유전자에 오래오래 기억되지 않을 것인가. 30일로 대재앙 20일째. 현재진행형인 원전 사태에 조심스럽긴 하지만 서서히 3·11 이후가 거론되고 있다. 미래 설계도이자 부흥의 청사진이다. 복구의 삽자루를 쥐고, 재생을 꿈꾸며, 희망을 얘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9·11테러가 미국과 미국인을 변화시켰듯 3·11 대지진도 일본에 있어 한 시대를 구분하는 주요한 분기점이 됐다. 일본인들은 3·11이 일본의 새로운 국가 건설의 둘도 없는 기회이며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잃어버린 20년의 정체를 체험하며 무기력증, 집단 우울증에 빠져 있던 일본. 저출산, 노령화, 젊은세대의 무력증, 악화일로의 재정적자, 신용등급 강등, 도요타 리콜 사태. 제2의 경제대국 자리를 중국에 내준 쇼크. 삼성, 김연아 등 번번이 한국에 뒤진 사건. 일본인에게 낙담과 실망을 주는 일의 연속이었다. 그 와중에 닥친 3·11은 열도를 리셋(재생)할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있어서는 안 될 대재앙이었지만 그 엄혹한 현실을 딛고 어떻게 곤경을 극복해 낼지, 전세계가 주목하는 2011년 최대의 토픽이다. “일본이라면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에서 “동력을 잃은 기관차, 어떻게 다시 움직일 수 있을까.”라는 비관까지 다양한 의견들이 있지만, 정작 일본인들은 자신감에 차 있어 보인다. “부흥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94.6%에 달한다는 여론조사를 뒷받침이라도 하듯 이곳 도쿄에서 취재를 하면서 만난 일본인들은 부흥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기본으로 갖고 있었다. 부흥 가능이란 전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부흥 이후 달라져야 할 일본의 새로운 모습에 더 관심을 보인다. “과거의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가야마 리카 정신과의사), “펑펑 소비하고 돈만 있으면 된다는 사회에서 서로 돕고 의지하는 따뜻한 사회로의 이행”(후쿠시마 미즈호 사민당 당수), “옛날로 돌아갈 게 아니라 미래와 연결되는 일본 사회 건설”(고미네 다카오 호세이 대학 교수) 같은 생각들이다. 개인주의, 신자유주의, 패배주의 늪에 빠진 일본의 패러다임을 어떻게든 전환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감이 3·11을 계기로 분출하고 있다고 봐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앞서 열거했던 잃어버린 20년의 문제점들이 3·11과 함께 쓰나미에 휩쓸려 가듯 일거에 해결될 수 있다는 바람은 지나친 낙관일 수 있다. 단기적으로 침체에 빠질 일본 경제는 반년이나 1년이면 마이너스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역전될 것이다. 재해지역 곳곳에서 재건과 복구의 깃발도 올라갈 것이다. 넉넉한 지갑을 지닌 덕에 외국자본에 손 벌리지 않고도 수십조엔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부흥자금을 거뜬히 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인프라의 복구뿐 아니라 일본 사회의 부흥, 인간의 부흥이 아닐까. 일치단결해 재해를 이겨내고 있는 일본, 전기 덜 쓰고 덜 먹고 재해지역을 돕는 일본인들, 다시 해 보자는 열의에 찬 이 부흥의 시대를 지나면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지 ‘포스트 3·11 재팬’이 자못 흥미롭다. marry04@seoul.co.kr
  • [열린세상]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열린세상] ‘위험사회’ 대책이 필요하다/이성규 서울시립대 교수·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카이스트에서 또 한명의 학생이 자살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2개월 전 실업계고교 출신 학생이 입학 1년 만에 성적 문제 등을 고민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을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앞날이 구만리 같은 청년이 생때같은 목숨을 버릴 때 겪었을 고통과 불안, 좌절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대책이다. 자살은 전염성이 강하다. 한 사람이 자살하면 주위의 6명이 심각한 영향을 받는다는 조사 보고가 있다. 카이스트는 실업계교 학생의 자살 이후 ‘자살사고 방지 대책위원회’와 ‘새내기 지원단’ 운영 등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웠으나 연이어 또 다른 자살이 발생, 매우 당혹스러워한다고 한다. 군대 내 자살도 마찬가지다. 올해 1월 국방부 ‘군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2009년 군내 사고로 사망한 군인은 113명으로 2008년에 비해 21명이 줄어들었지만 자살로 사망한 군인은 75명에서 81명으로 6명이 늘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국방부가 2009년 1월부터 81억원의 예산을 편성하여 ‘자살예방 종합시스템’을 정립해 시행하고 있으나 군 자살자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단 자살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지난 26일은 천안함 침몰 1주기가 되는 날이었다. 생사를 넘나드는 충격적인 사건 이후 살아남은 생존자 대부분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고문, 자연재해, 사고 등의 심각한 사건을 경험한 후 사건 기억을 통해 계속적인 재경험을 하게 돼 고통을 느끼며, 거기서 벗어나기 위해 심신을 소비하는 질환이다. 신체적 부상보다 후유증이 더 무서운 정신적 상처(Trauma)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별다른 조치가 없다는 보고가 있다. 또한 이들이 국가 유공자로 등록된다고 해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등의 심리질환은 보훈병원에서 지원대상이 아니다. 더군다나 지방보훈병원은 정신, 심리질환자 치료를 위한 전담 병실이나 전문인력, 상담 클리닉조차 없다. 천안함 침몰과 같은 대규모의 국가적 재난과 지진, 해일, 홍수와 같이 공포스러운 천재지변은 이제 언제라도 발생할 수 있는, 우리 곁에 상존하는 위험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위험사회’의 저자인 사회학자 울리히 베크는 “도처에 잠복해 있다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위험, 그 위험에 대한 불안”이 현대와 다른 시대를 구별 짓는 특징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한국 사회가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임을 지적하고 있다. OECD 국가 중 최고의 자살률, 북한의 위협, 그리고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통한 무한경쟁의 사회, 안전 불감증으로 인한 대형사고와 사건 등 개인의 힘으로 통제할 수 없는 반복적인 위험이 우리 사회를 ‘아주 특별하게 위험한 사회’로 몰아가고 있음은 사실인 듯하다. 더군다나 이러한 위험에 대해 ‘시간이 흐르면 좋아질 거야.’, ‘난 괜찮겠지.’와 같은 근거 없는 낙관주의의 팽배는 체계화되고 조직화된 대책과 예방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여론을 의식한 일시적 미봉책은 이제 만성화된 생존위협에 대한 공포 치료엔 역부족인 듯하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대형 참사 피해자들을 상대로 심리치료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2001년 뉴욕의 아메리칸항공 여객기 추락사고 때는 피해자들을 위한 심리상담팀이 꾸려져 생존자와 유가족을 도왔다. 9·11 테러 때도 정신과 의사 수백명이 자원봉사팀을 꾸려 생존자와 목격자에 대한 치료에 나섰다. 자살률을 줄이는 데 성공한 국가들은 모두 자살 예방을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시켜 자살 예방과 생명 사랑에 대한 교육을 하고 있다. 우리 사회도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위험에 대한 시민 교육이 생애 초기부터 활성화되어야 한다. 재난의 생존자뿐 아니라 만성화된 불안과 공포를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에 대해 의료진의 체계적인 조율과 조정이 이루어지는 지역사회 내 공공의료 네트워크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연평도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벌써 4개월이 흘러가고 있다. 일본 지진에 대한 인도주의 물결속에 연평도 주민들이 지금 어디서 어떻게 고통스러운 삶을 이어가고 있는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지 안타까울 따름이다.
  • “죽고 싶을 땐 뛰어내려야…” 장국영 충격 유언 공개

    “죽고 싶을 땐 뛰어내려야…” 장국영 충격 유언 공개

    “죽고 싶을 땐 뛰어내리는게 가장 빨라.”  지난 2003년 자살한 홍콩 영화배우 고 장국영의 마지막 행적이 8년만에 공개됐다.  장국영과 막역한 사이인 인테리어 디자이너 막화병은 최근 홍콩 주간지 ‘명보주간’과의 인터뷰에서 장국영이 자살하기 직전 자신과 나눈 마지막 대화를 전했다.  장국영은 자살한 4월 1일 막화병과 점심식사를 함께 할 예정이었다. 장국영은 이날 오전 10시쯤 막화병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 아침은 참으로 힘들었다.”며 “달리고 싶어 드라이브를 했다. 차가 부딪치면 마는거지….”라고 말했다. 막화병은 장국영에게 “그런 말은 입에도 담지 말라.”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장국영은 자살 직전 막화병과 점심을 먹으며 느닷없이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막화병이 “나라면 수면제를 먹겠다. 발견되면 누군가 구해줄 수도 있으니까.”라고 말하자 장국영은 “그게 아니다. 죽고 싶을 땐 뛰어내리는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장국영은 막화병과 식사를 마친 뒤 저녁 6시 40분쯤 홍콩 센트럴에 위치한 원화둥팡호텔 옥상에서 몸을 던졌다. 생전 장국영은 우울증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으며 사망 이후에도 타살설 등 수많은 소문들이 이어졌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생명의 窓] 질병을 과학적 사고로 이겨내야/이광수 가톨릭의대 신경과 교수

    [생명의 窓] 질병을 과학적 사고로 이겨내야/이광수 가톨릭의대 신경과 교수

    필자가 오랜 세월 진료현장에서 경험한 몇 가지 사례를 통해 질병으로 고생하는 많은 분들의 과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첫번째는 10여년간 두통으로 고생하는 30대 여성이다. 두통 조절을 위해 하루에도 진통소염제 종류를 매일 5~10알씩 복용하며 지낸다고 한다. 우연히 필자의 ‘두통칼럼’을 보고 약물로 인한 만성두통의 발생이 걱정되어 병원을 다시 방문한 것이다. 환자와 대화 도중 잘못된 상식을 발견하였다. “10년 이상 두통이 있으니 틀림없이 뇌에 이상이 있을 것”이라는 점과 “세상의 모든 여성은 두통이란 증상을 가지고 있다.”라는 점, 그리고 “유명의사는 한방(?)에 해결할 수 있는 치료법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점 등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하나하나 이해를 구하였다. “10년 이상 두통을 경험하였으나 아직 일상생활을 하는 것을 보니 뇌에는 이상이 없을 가능성이 훨씬 높다”, “두통은 질병이 아닌 증상으로 남녀 모두 전체 인구의 70~80%에서 1년 1회 이상 경험하지만 환자와 같은 편두통이란 질병은 전체 인구 중 여자 9%, 남자 3%에서만 발병한다.”, “의사는 두통치료에 대한 비법이 있는 게 아니라 편두통이 왜 발생하며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지 조금 알 뿐이다.”라고 말이다. 특히 본인의 잘못된 행태인 진통소염제 남용은 질병을 더 악화시킬 뿐이며 만성화된 지금 시점은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심리적인 문제가 동반되어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하였다. 필자의 설득, 아니 제대로 된 교육을 통해 이 여성은 그나마 두통의 지옥에서 벗어나는 중이다. 두번째는 우측 얼굴 부위에 자발적인 근육 떨림현상으로 가끔은 눈도 잘 안 떠지고 입이 한쪽으로 삐뚤어져 병원을 찾은 60대 여성이다. 이 환자는 20여년간 침을 맞고 한약을 복용하며 지내다가 우연히 방송에서 이런 증상에는 보톡스주사가 효과가 있다는 것을 시청하게 되었다. 필자는 안면경축이란 진단을 내렸다. 이 질환은 뇌 안의 혈관과 뇌신경 간의 관계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설명한 뒤 보톡스주사를 권유하였다. 이 환자는 주사를 맞은 이후 70% 이상 만족감과 자신감을 회복하였다. 세번째는 사지에 힘이 빠져 혼자 걷기가 어렵고 말하는 것과 음식을 삭히는 기능이 현저하게 나빠진 70대 남성이다. 이분은 유명 대학병원을 세번째 방문한 것이다.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이 병에 대한 치료는 없다는 얘기만 들었다고 한다. 필자 또한 운동신경원질환(일명 루게릭병)임을 다시 한번 체크한 후 몇번씩의 검사는 무의미하며 안타깝지만 특별한 치료는 없는 질환임을 말씀드렸다. 환자 가족들은 어떻게 해서든 질환을 고쳐드리고자 아버님이 미국의 병원에서 치료받고 오시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필자는 지금은 매우 안타깝지만 괜한 고생을 하는 게 아닌지 반대하였으나 가족들의 애틋한 사랑은 막을 수 는 없었다. 약 2개월 후 필자를 다시 방문한 그 환자의 아들 손에는 특효약이라는 주사액이 있었고 이곳 병원에서 주사를 놓아주기를 원하였다. 미국에서 치료받는 동안 3000만원 정도의 경비를 지불했다고 한다. 특효약(?)을 살펴보니 한국에서는 약 200분의1 값으로 구할 수 있는 약제였다. 필자는 돈 문제보다도 이런 주사가 효과가 있다는 과학적 근거는 아직 없다는 점에서 한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환자들을 통해 결론 내린 것은 환자나 의사나 지속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환자는 스스로 치료 효과에 대해 평가해야 하며 치료방법에 대한 과학적인 사고와 상식을 가져야 한다. 의사나 전문의도 자격을 획득한 후에 일정기간이 지나면 재교육을 받는 교육시스템을 활성화시켜 항상 올바른 지식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확실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고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라도 유아교육이나 초등학교 교육에서 올바른 판단과 과학적인 사고를 가질 수 있는 교육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日, 이전 경제대국과 다른모습 될 것”

    [대재앙 후 일본을 말한다] “日, 이전 경제대국과 다른모습 될 것”

    정신과 의사이자 문필가로 일본 사회의 집단적 정신상태에 대해 진단, 처방해 온 가야마 리카 릿쿄대 교수는 25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동안 불황에 빠지고 국제사회의 신용도 낮아지겠지만 본래의 속도를 찾는다면 재기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야마 교수는 일본의 부흥에 대해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이전 같은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음은 일문일답. →월간지 문예춘추 4월호에서 일본을 ‘우울병에 걸린 나라’라고 표현했다. 이런 표현은 동일본 대지진 전이었는데, 어떤 뜻에서 그렇게 본 것인가. -장기간 지속된 불황, 그리고 지금까지 ‘일본인의 특성’이라고 여겨져 온 ‘고학력’, ‘타인에 대한 배려’ 같은 것들을 일본인들이 하나둘 버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봤다. 마음을 의지할 곳이 없어지고 그런 가운데 경쟁이나 성장만을 강요당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모든 사람이 마음의 에너지를 다 소비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 들었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에 대한 처방전은 무엇이었는가. -먼저 우울증 상태라는 사실을 자각하고 더욱더 매진하고 분투하는 게 아니라 역으로 아예 여유를 갖고, 인생의 속도를 줄이는 것이다. 그리고 나를, 사회를 쉬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상황에서 쉰다면 더욱더 국제사회에서 뒤처진다.”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이런 상태로 쉴 새 없이 달리기만 한다면 모든 사람과 조직이 다 타버리는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사회 자체가 파탄날 위험성이 있다. →우울증에 걸려 있는 일본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이번의 대재해는 일본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보는가. -우리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 필요하지 않은 것을 싫든 좋든 다시 되돌아 보고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일시적으로는 대지진 이전보다 더 큰 불황에 빠질 수 있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국제적인 신용도 저하할지 모른다. →대재해 이후 일본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으로 생각하는가. -대지진으로 ‘우리들이 갖고 있는 본래의 속도, 페이스’를 생각하고 찾아낼 수만 있다면 시간은 걸릴지 모르지만 일본은 재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것은 과거 고도성장기에 일본이 달성한 ‘경제대국’과는 다른 모습이 될 것이다. →어제 재해지역인 센다이를 돌아보고 왔는데, 어떻게 느꼈나. -재해지역에서 피난민들의 정신적 구호를 하고 있는 정신과 의사들을 만나 얘기를 들었다. 그리고 현장을 둘러봤는데 쓰나미의 피해는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혹함 그 자체였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 사람들이 참담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고 있는 모습, 그리고 포기하지 않고 조금씩 생활을 새롭게 일으켜 세우려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번 같은 대재해를 겪으면 인간은 어떤 정신 상태에 놓이게 되는지. -모든 것을 빼앗겼다고 하는 망연자실한 상태가 한동안 계속된다. 슬픔이나 의기소침이 나타나는 것은 그 뒤이다. 너무나도 막대한 피해에 “이것은 현실이 아니다.”라고 받아들이거나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 정신적 방위본능 혹은 기제가 작동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런 참담한 경험을 어떻게 헤치고 이겨내야 하나. -우선은 마음의 치유보다는 내 몸의 안전과 안심을 확보하는 게 급선무이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마음을 이재민들이 실감할 수 있도록 누가 어떻게 도울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그것을 이재민들에게 계속 보여주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도쿄 황성기기자 marry04@seoul.co.kr ●‘우울증에 걸린 나라’는 문예춘추 4월호에 실린 가야마 리카 교수의 칼럼 제목이다. 가야마 교수는 무엇이든 비관적이고 후회, 향수 등 과거에 집착하는 모습 그리고 ‘타인의 행동’을 피해망상적으로 받아들이는 우울증이 개인 차원이 아닌 일본이란 국가 차원에서 일어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경우 타인에 해당하는 것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들이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은 이집트에서 일어난 반정부 민주화 시위 등에도 놀라울 정도로 무관심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런 우울증에 대해 개인이라면 “먼저 일을 2개월 정도 쉬라.”는 처방전을 낸다. 그것이 국가일 경우 “일본도 국민 모두가 수개월의 요양기간을 갖고 외교도 중단시키는 ‘쇄국’을 하자.”는 제언을 한다. 그래서 “국내의 신뢰관계를 되찾은 뒤 다시 한번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야마 리카 교수는 1960년 홋카이도 출생. 도쿄 의과대학 출신으로 학생 시절부터 잡지 등에 기고를 했다. 정신과 의사로서의 임상 경험을 살려 사회, 문화 비평을 하고 있다. 현대인의 ‘마음의 병’에 대해 관심이 깊다. 최근에 출판한 ‘살고 있는 것만으로 좋습니다’ 등 100권 이상의 저서를 갖고 있을 정도로 왕성한 문필활동을 하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일본 젊은이들이 보여 준 응원 모습에 대해 “편협한 소(小) 내셔널리즘”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현재 릿쿄대학 현대심리학부 교수.
  • 故조오련 아들 조성모 “정신 제대로 차려야죠”(인터뷰)

    故조오련 아들 조성모 “정신 제대로 차려야죠”(인터뷰)

    스타부모 밑에 태어난 이들을 두고 축복 받았다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불행하다는 사람도 있다. ‘아시아의 물개’ 故조오련의 아들 조성모(27)는 후자라고 생각했다. 박태환 등장 전까지 간판급 수영선수였던 조성모에게 아버지의 명성과 후광은 뛰어넘을 수 없었기에 늘 힘겨운 것이었다. 2년 전 큰 나무와 같았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스러졌다. 그 충격으로 자살을 떠올릴 정도로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급격히 체중이 불어난 조성모는 세상에서 꼭꼭 숨어버렸다. 지난해 잠시 SBS ‘스타킹’에 출연해 30kg넘게 체중감량을 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줬지만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력감은 또 찾아왔다. 은둔에 가까운 생활을 한 지 8개월. 만나는 사람이라곤 친구 몇 명과 친형, 정신과 주치의, 트레이너 숀리가 전부였다. 세상에 나서는 게 여전히 두려웠지만 최근 조성모는 용기를 냈다. 대우증권 CF ‘대한해협’ 편에 출연한 것. “목숨처럼 수영을 아낀 아버지를 기억 속에만 남길 순 없다.”는 절박함이 그를 움직였다. ◆ “대답 없는 이름, 아버지” “아버지가 어떤 분이었냐고요? 돈 없는 아버지요, 하지만 존경하는 분이요.” 조성모는 담담하게 이렇게 아버지를 떠올렸다. CF에 나오는 영상처럼 “정신 지대로 차리라!” 고 호통 치던 조오련은 호랑이 수영코치였고, 대한해협을 건너기 위해 사비를 쏟아 부어 빚더미에 오른 무모한 열정을 가진 가장이었다. “CF에 출연하면서 아버지의 성함을 3번 팔았어요. 친구들과 어울리다 말썽을 일으켰을 때 처음 아버지 성함을 댔고, ‘스타킹’에 출연할 때가 2번째였죠. 수영선수로 활동할 때는 ‘조오련 아들’이란 말을 듣는 게 제일 힘들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니 아버지의 그늘이 얼마나 감사했는지 알게 됩니다.” 조성모는 2004년 아시아신기록을 갈아치우며 부산아시안게임 1500m 은메달을 딴 ‘에이스 국가대표’였다. 하지만 좋은 기록도, 값진 은메달도 ‘수영영웅’ 조오련의 아들로서는 부족한 것이었다. 무거운 부담감과 만성적인 허리디스크로 고통받던 조성모는 결국 박태환 등 쟁쟁한 후배에 자리를 양보하고 태릉선수촌을 나와야 했다. ◆ “대한해협, 아버지 아닌 나의 꿈” 한차례 뜨겁게 타올랐다 꺼져버린 양초처럼, 무성했던 잎들을 떨어뜨려버린 앙상한 나무처럼 전성기가 지나간 조성모에게 현실은 생각보다 더 차가웠고 막막했다. 아버지의 빈자리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가끔 아버지 꿈을 꾼 날은 아무것도 하지 못해요. 아버지 생전에 왜 사랑한단 말 한마디 못해드렸는지…” 회한으로 고개를 숙였던 조성모는 꿈에 대해서는 힘줘 말했다. “사실 대한해협을 건너겠다는 건 즉흥적인 생각이었어요. 수영을 그만둘 때 수영복 절대 안 입겠다고 맹세했거든요. 근데 ‘스타킹’ 오디션 도중에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거죠. 하지만 생전 아버지를 떠올리면 분명 제 꿈을 칭찬해 주실 거예요.” 조성모의 꿈은 아름답지만 이루기 쉽지 않은 것이다. 스폰서십을 구하고, 시스템을 구축해 대한해협을 건너는 일은 해남 바다소년이었던 조오련이 자라서 아시안게임 2연속 2연패를 한 기적보다 더 이루기 힘든 일이었다. 조성모도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도 이루지 못한 일이라서 저도 쉽지 않은 일이란 건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제 대한해협을 건너는 건 제 꿈이 됐어요. 선수시절엔 아버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수영을 했지만, 이젠 누구도 아닌 저를 위해 꿈을 꾸고 노력할 겁니다. 지켜봐주세요.”   글=서울신문 나우뉴스 강경윤기자 트위터(http://twitter.com/newsluv)  사진·동영상=서울신문 나우뉴스 손진호기자 nasturu@seoul.co.kr    
  • [천안함 1년] (중) 생존자 첫 전역 전준영씨 사연

    [천안함 1년] (중) 생존자 첫 전역 전준영씨 사연

    그와의 전화 통화는 쉽지 않았다. 때로는 문자메시지로, 때로는 늦은 밤 짧은 통화로 간간이 안부만 확인할 수 있었다. 사진 찍기도 완곡하게 거절했다. 아직도 천안함이라는 상처에서, 세간의 관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그. 천안함 생존자 58명 가운데 처음으로 의무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5월 전역한 전준영(24)씨다. 어렵게 연결된 전화 속 그의 목소리는 의외로 밝았다. 방황→학업 포기→자살 충동→사랑→희망…. 그렇게 아픔을 극복해 가고 있단다. 죽음의 고통을 겪고 있는 동일본 지진 피해자들에게 힘내라는 메시지도 전했다. “저는 국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 한마디에 너무 힘이 나고 고마웠거든요. 우리들처럼 힘냈으면…”이라고 위로의 말을 보냈다. 곧 새신랑이 된다는 기쁜 소식도 전했다. “(제가) 기자회견 하는 거 보고 제 미니홈피를 통해 한 여성분이 연락을 해 왔어요. 그 뒤 그녀를 만나 위로받으면서 가까워졌죠. 양가 부모님들이 4월에 만날 예정인데 그때 결혼 날짜를 잡을 겁니다.” 극한의 고통을 준 천안함 사건이 아이러니하게도 천생 배필을 만나게 해 줬다. 가장이 된다는 책임감과 가족이 생긴다는 기쁨에 자연스럽게 마음의 상처도 아물어 갔다. “이제 가족이 생겨서 그런지 예전처럼 우울하고 그런 건 많이 없어졌죠. (사건 당시) 그때랑 비교하면 많이 좋아졌어요. 가장이 돼 가는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병원 갈 시간도 없고, 가족 때문인지 자연적으로 치유가 된 거 같아요.” 전역한 뒤 심해진 우울증으로 ‘그냥 같이 전사했으면 차라리 편했을 텐데 왜 살아서 고통을 받아야 하나.’라며 방황했던 마음도, 자살 충동도 옆에서 힘이 되어 준 연인 덕에 이겨 냈다. 그는 “밥 먹다가 군대랑 연관된 음식을 먹으면 그렇게 눈물이 났어요. 특히 부침개를 보면 더 슬펐습니다. 동기가 부침개 부치면 따로 불러서 입에 넣어 주고 했던 추억이 떠올라서….”라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의 동기는 이상희, 이재민, 이용상, 이상민 하사 등이다. 그는 해상병 542기 동기들 중 유일하게 혼자 살아남았다. 처음에는 방황도 많이 했다. 휴학 뒤 체대 편입 준비를 위해 학원을 다녔지만 두려움, 불안, 죄책감 등 어지러운 마음이 발목을 잡았다. 며칠을 공부하다 흐트러지고, 며칠을 마음먹었다 포기하는 나날이 반복됐다. 의욕이 없었고 무기력했다. 지난해 7월의 일이었다. 결국 한달 만에 편입 공부를 접었다. 학교에 다시 돌아갔지만 마찬가지였다. 일주일 만에 또 휴학계를 냈다. 우울증도 심해졌다. 자살하려고 했던 일도 두세번이나 됐다. 그때 여자 친구가 ‘구세주’가 됐다. 힘겹게 술로 하루하루를 잊으며 보냈던 당시, 그녀는 메신저로 연락하며 힘을 주었고, 만나서는 따뜻한 말로 용기를 줬다. 결국 그는 사랑을 통해 희망을 찾았다. 3개월 전 태어나 처음으로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택배 기사로 일하며 아침 7시부터 꼬박 12시간을 뛰어다닌다. “결혼해야 하니까요. 휴학하고 그냥 남들처럼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마음을 잡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그를 사칭해 유가족을 괴롭히는 이도 있었다. “전역 후 5, 6월일 거예요. 누가 천안함 카페 가입해서 저인 척하고 유가족들한테 귀찮게 전화하고 그랬다더라고요. 경찰에 전화했는데 잡혔다고만 하고 그 뒤의 이야기는 못 들었어요. 한두달 지나서 잡혔다는데 크게 처벌하진 못할 거라고 들었습니다.” 목소리가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그에게 바람을 물었다. “좋은 가장이 되고 싶어요.” 고통의 나날 1년, 이제 희망이 보이는 듯했다. 백민경·최두희기자 white@seoul.co.kr
  • [22일 TV 하이라이트]

    ●특별생방송 일본 대지진 피해 돕기 희망음악회(KBS1 밤 7시 10분) 쓰나미와 대지진 참사로 인해 피해를 입고 슬픔에 빠진 일본의 빠른 복구를 바라며 지진피해자들에게 위로와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는 희망음악회가 열린다. 대한민국 최고의 가수 패티김과 이미자, 조영남 등이 이웃 나라 일본의 아픔을 위로하며 노래로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함께한다. ●희망릴레이(KBS2 오전 9시) 다문화 가정을 돕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제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에코백 제작 사업, 사회적 약자의 취업을 지원하는 레스토랑 창업 프로젝트 등 나눔을 실천하기 위한 학생들의 활동이 활발하다. 한번의 일회성 도움이 아닌 지속적인 지원을 해 나갈 수 있도록 사업을 구성하고, 이를 추진해 나가는 학생들의 희망찬 이야기를 들어 본다. ●일일시트콤 몽땅 내 사랑(MBC 밤 7시 45분) 동창의 결혼식에 축가를 함께 부르게 된 금지와 두준. 하지만 금지는 못내 순덕에게 미안함과 죄책감을 느꼈고, 두준에게 함께 부르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결혼식 축가를 위해 두준과 함께 무대에 오른 순덕. 그러나 갑작스러운 복통에 화장실로 뛰어가 버리고, 결국 두준은 혼자 노래를 부르게 된다. ●기자가 만나는 세상 현장 21(SBS 밤 8시 50분) 1시간 동안 탐사고발과 시사현안, 그리고 휴먼스토리 등을 현장르포 형식으로 전하는 매거진 프로그램이다. 앵커는 SBS 최장수 메인뉴스 앵커로 활약했던 한수진 기자가 맡아 프로그램의 격과 폭을 넓힌다. 그리고 생사를 건 현지 르포 ‘일본 대재앙 현장을 가다’와 일본과 한국 원전의 구조적 문제를 취재해 방송한다. ●60분 부모(EBS 오전 11시) 6년 전 이혼을 하고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남순씨. 2년 전부터 병원을 다닐 정도로 우울증을 앓고 있어 두 아이 교육과 육아는 거의 친정어머니가 도맡아 하고 있다. 또래보다 속 깊고 생각도 많은 두 아이들 마음속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많은 것 같지만 남순씨에겐 아이들의 상처까지 보듬어줄 마음의 여유가 없어 힘이 든다는데…. ●가족(OBS 밤 11시 5분) 천안에 호두과자가 있고 경주에 황남빵이 있다면 대구엔 국화빵이 있다. 옛날 교복을 입고 국화빵을 굽는 황재영씨와 아내 이월향씨 부부. 재영씨가 병원에 있는 동안 병원비에 아이들 교육비, 생활비까지 혼자 감당해야 했던 월향씨가 시작했던 국화빵은 이제 가족의 든든한 생계가 됐다. 얼굴도, 마음도 똑 닮은 가슴 따뜻한 가족 이야기를 만난다.
  • 스타 북극곰 ‘크누트’ 돌연사

    스타 북극곰 ‘크누트’ 돌연사

     독일인의 사랑을 받아온 ‘스타 아기 북극곰‘ 크누트가 19일(현지시간) 돌연 폐사했다.  DPA통신에 따르면 크누트의 담당 사육사인 베를린 동물원의 하이너 크뢰스는 “혼자 우리에 있다가 연못에 들어간 뒤 나중에 물 위에 떠올랐다.”고 밝혔다. 그는 “크누트는 아픈 데도 없었다.”면서 “왜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크누트는 올해 만 4살로 북극곰의 평균 수명은 25~30살이다. 동물원 측은 폐사 원인을 밝히기 위해 21일 부검을 실시할 예정이다.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크누트가 좋아하는 사육사와 다른 북극곰들이 사망하면서 우울증을 앓아왔다고 전했다.  클라우스 보베라이트 베를린 시장은 “크누트는 베를린 동물원의 스타로 우리 모두 그를 정말로 좋아했다.”며 아쉬움을 표시했다.  크누트는 2006년 12월 5일 태어나자마자 어미로부터 버림받고 사육사 손에 자랐다. 크누트는 베를린 동물원에서 30년 만에 처음 태어난 곰으로 다음 해 1월 22일 동물원이 세상에 공개하면서부터 귀여운 외모와 행동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크누트의 이야기는 동화책, 다큐멘터리로 제작됐을 정도다. 베를린 동물원은 크누트를 소재로한 각종 캐릭터 상품으로 수십만 유로를 벌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서울시 안심폰 “500대 추가요”

    고혈압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는 조모(67·서울 응암2동) 할머니는 한여름에도 종일 문을 잠그고 지낸다. 교회든, 공공기관이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홀로 생활하다 보니 생긴 걱정 탓이다. 가족도 없는 처지에 당신이 죽으면 장례를 치러줄 사람조차 없다고 한탄했다. 2009년 안심폰을 받고도 믿지 않았다. 그러다 ‘홀몸 어르신 돌보미’로부터 몇 차례 전화를 받고 “이제야 마음을 놓을 수 있다.”며 애지중지 아낀다. 시는 ‘사랑의 안심폰’을 500명에게 추가 보급해 이용자를 5500명으로 늘린다고 20일 밝혔다. 사랑의 안심폰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가 부착된 화상 전화기로, 노인 돌보미들이 이를 활용해 홀로 사는 노인의 안전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말벗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긴급통화 기능을 통해 위급상황 때 신속히 대처할 수 있다. 시는 2009년 400명을 대상으로 시범 보급한 결과 좋은 반응을 보이자 지난해부터 4600명에게 추가로 서비스를 펼쳤다. 시는 최근 실시한 ‘독거노인 욕구 조사’에서 안전 확보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안심폰을 더 보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2월까지 실시한 홀몸노인 전수조사 결과 안전확인 서비스를 희망하는 비율이 21.0%로 가사지원(37.6%)에 이어 두번째로 높게 나타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정관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민간 봉사단체 및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정서적·물질적 지원이 필요한 어르신에게 맞춤형 토털서비스를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도쿄 프리즘] 때늦은 현장방문 간 총리… 흔들리는 日 리더십

    [도쿄 프리즘] 때늦은 현장방문 간 총리… 흔들리는 日 리더십

    2003년 야당 시절의 민주당 대표였던 간 나오토 총리를 단독 인터뷰한 적이 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절정의 인기를 누릴 때다. 당시만 해도 자민당 장기집권 체제가 굳건했다. 정권교체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다. 결코 여당을 꿈꾸지 못할 만년 야당의 당 대표, 솔직히 그에게 품고 있던 이미지였다. 돌파하고 싸우며, 부서지고도 다시 일어서는 YS, DJ로 대표되는 한국의 야당 당수 같은 투쟁력이 결핍된 모습. 인터뷰 내내 든 인상을 지금도 지울 수 없다. 세월이 흘러 총리의 자리에 오른 그는 큰 시련에 직면해 있다. 패전 이후 일본 최대의 위기다. 국난 극복의 과제가 던져졌다.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정치생명도 걸렸다. 그런데 신속하고 정교하고 일사불란한 리더십은 보이지 않는다. 서방 언론들은 리더십의 실종이라며 야유를 보내고 있다. 뭘 하는지 궁금했던 간 총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대지진 발생 열하루 만인 21일 재해지역인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20 km 인근 지역을 시찰한다고 한다. 2003년의 정치 파트너 고이즈미가 지금 총리였다면 대재앙 발생 직후 곧바로 현장에 달려가 “우리는 국난을 이겨낼 수 있다.”고 외쳤을 것이란 상상을 해 본다. 잃어버린 20년, 오랜 경기침체 속에 일본은 생기를 잃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 가야마 리카는 월간지 문예춘추에서 일본을 ‘우울증에 걸린 나라’라고 표현했다. 그런 와중에 일어난 대재앙이다. 세계가 일본을 주목하고 있다. 1945년 패전 후 19년 만에 경제부흥을 이루고 도쿄올림픽을 치른 저력의 열도, 일본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지 점쳐보고 있다. 해답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지만 퍼즐을 풀 실마리가 있다. 민영방송인 후지TV가 20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다. ‘일본은 부흥할 수 있을까’라는 설문에 일본인의 94.6%가 ‘그렇다’라고 답했다. 놀랍다. 끔찍한 재앙에도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붙들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일본인의 희망에 총리는 어떻게 화답했던가. 국민 앞에 잘 얼굴을 드러내지 않는 총리. 원전을 둘러싼 일본 국민과 전세계의 공포와 불안에 목소리를 들려주지 않는 총리. 열하루 만에 현장에 가는 총리다. 시스템으로 작동하는 일본이라 총리의 역할이 크지 않다고 하지만 절체절명의 시대, 리더십은 국민을 희망의 길로 이끄는 중요한 길잡이다. 오죽하면 대지진 전 24%대였던 지지율이 20일 현재 35%까지 올라갔을까. 일본은 총리 지지율이 20%대로 하락하면 수명이 끝난 것으로 간주한다. 인정사정없이 무대에서 끌어내린다. 그런 그가 대지진 후 지지율이 올랐다. 국난 극복 과정에 총리를 바꾸는 혼란보다는 밉지만 맡겨보자는 뜻일 것이다. 1995년의 고베 대지진 때 오자토 사다토시 방재대신이 작업복 차림으로 현장에서 직접 지휘를 한 기억이 생생하다. 지금이 재해규모가 훨씬 큰 데도 현장에 내려가 책임을 다하는 각료는 한명도 없다. 용인(用人)이 잘못이라는 지적이 들린다. 도쿄공업대 응용물리학과 출신에 변리사 자격을 지닌 간 총리는 늘 ‘기술자’라는 낙인이 따라다닌다. 그래서 원전과 시버트(방사선량 단위)에만 신경 쓴다는 비아냥도 있다. 우울증에 걸린 일본이 대재앙을 계기로 침체를 딛고 활기를 되찾을지는 일본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으는 데 달렸다. 하지만 그 힘과 지혜를 모으는 구심점은 역시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라는 점을 역사는 말한다. 재해지역 시찰에서 어떤 메시지를 던질 것인지 궁금하다. marry04@seoul.co.kr
  • 방사능에 가려진 또 다른 재난 ‘방사능 트라우마’

    후쿠시마 제1원전 폭발 사고로 일본 열도가 ‘방사능 공포’에 휩싸였지만 이에 못지않게 무서운 게 또 있다. ‘정신질환’과 ‘전염병’이다. 1957년 스리마일섬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피해자들의 정신 건강 문제를 연구한 미국 스토니브룩대 메디컬센터의 에블린 브로멧 의학박사는 지난 16일 CNN에 보낸 기고문에서 “방사능 공포로 인한 일본인들의 정신 건강이 방사능 노출만큼이나 심각하다.”고 말했다. 특히 브로멧 박사는 스리마일섬 사고의 경우 방사능 유출보다 정신질환이 더 심각했던 대표적 사례라고 주장했다. 방사능 유출보다 그 공포심이 장기적 후유증을 낳았다는 것. 이 사고 이후 수년간 어린 자녀를 둔 발전소 인근 거주 어머니 집단과 그러지 않은 지역의 일반인 집단을 비교한 결과 전자가 우울증과 불안 증세를 보이는 비율이 두배나 높았다. 우울증 증세를 보인 사람들의 75%는 10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다. 체르노빌 사고 주민들도 마찬가지였다. 사고 직후는 물론, 19년 뒤에도 정밀조사를 한 결과 정신질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두배 높았다. 브로멧 박사는 “일본 역시 이런 정신적 후유증이 널리 확산될 뿐만 아니라 오래갈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와 의학계는 대중에게 방사능 노출에 대해 정직하게 알리고 정신 건강과 신체적 건강 문제에 대해 똑같이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전염병 확산 우려도 높다. 리처드 웨크포드 영국 맨체스터대 의학박사는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만일 지진이 난 곳이 개발도상국이었다면 지금쯤 수천명이 전염병으로 쓰러졌을 것”이라면서 “만일 내가 일본 공중보건 관리자라면 방사능이 아니라 이 문제에 최대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42만명의 이재민이 생활하고 있는 임시 대피소에는 고령자를 중심으로 스트레스와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이와테현 가미이시의 초등학교 대피소에는 한 어린이가 인플루엔자 의심 판정을 받았다. 설상가상으로 물과 식량이 부족하다 보니 영양 상태가 악화돼 저항력도 떨어진다. 하지만 원전 폭발에 대한 두려움 탓에 일본의 시선은 온통 방사능에 쏠려 있다. 웨크포드 박사는 “일반인의 경우 현시점에서 매우 낮은 수준의 방사능을 과도하게 염려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진과 쓰나미의 직접적인 결과인 전염병 문제이며, 우선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이경원기자 leekw@seoul.co.kr
  • 윤하 “연기 오디션에 20번 넘게 탈락했다” 깜짝 고백

    윤하 “연기 오디션에 20번 넘게 탈락했다” 깜짝 고백

     영화배우로 데뷔하는 가수 윤하가 데뷔전 오디션을 20번 정도 탈락했다는 쓰라린 과거를 밝혀 화제다. 16일 오전 11시 서울 압구정 CGV에서 열린 영화 ‘수상한 고객들’의 제작보고회 자리에서 윤아는 “실제로 오디션 낙방에는 일가견이 있다.”면서 “데뷔 전 이미 스무 번 정도 오디션에 탈락한 적이 있다.”고 고백했다. 윤하는 영화 ‘수상한 고객들’에서 가수 오디션에 번번이 낙방하는 소녀 가장 소연 역을 맡았다. 윤하는 “어렵게 사는 까칠한 캐릭터인 탓에 목소리 톤을 만드는 게 어려웠다.”면서 “숨어 있는 까칠함을 연기를 통해 밖으로 끌어내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영화 ‘수상한 고객들’은 전직 야구선수 출신 보험왕 배병우(류승범 분)가 우울증에 빠진 기러기 아빠, 까칠한 소녀가장 등 자살 충동을 느끼는 고객들의 생명을 연장하려고 고군분투하는코미디물이다. 영화는 4월 개봉한다.  인터넷서울신문 event@seoul.co.kr
  • [데스크 시각] 법원 자정 노력을/이기철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법원 자정 노력을/이기철 사회부 차장

    어느 판사의 미국 연수시절 이야기다. 그가 집에서 책을 읽는데 갑자기 ‘꽝’하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가 난 아이방으로 달려가 보니 탁상용 스탠드가 부러져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그가 중학생 아이에게 “왜 스탠드를 부러뜨렸느냐.”고 물었다. 아이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고 있는데 저절로 뚝 떨어져 부러졌다.”고 답했다. 그는 “갑자기 그럴 리가 없다. 공부하기 싫어서 부러뜨린 게 아니냐.”고 따졌다. 아이가 “그렇지 않다.”고 강변하자, 그는 “이젠 거짓말까지 한다.”며 아이를 다그치며 한참 혼을 냈다. 그때 그의 부인이 집으로 들어왔다. 그는 “아이가 공부하기 싫어 스탠드를 망가뜨리고 거짓말까지 하는데 쇼핑이나 다니느냐.”며 부인을 질책했다. 부인은 쇼핑백에서 전기스탠드를 꺼냈다. 그러곤 “아이방 청소를 하다 스탠드를 밀쳐서 떨어뜨렸다. 임시방편으로 붙여놨으나 새로 사왔다.”고 말했다. 그제서야 모든 상황을 파악한 판사는 그냥 우두커니 서서 먼 산만 바라봤다. 아이에게 미안함을 느끼는 동시에 예단(豫斷)의 위험성을 깨달았다. 재판을 하면서 사건을 자신의 프레임에 가두지 않겠다고 다짐했단다. 또 다른 일화다. 한 판사에게 시골 농부가 피고로 왔다. 농부는 논을 비옥하게 하고자 객토(客土)를 했다. 하지만 객토업자에게 돈을 주지 않았기에 소송으로 번진 것이다. 판사가 농부에게 물었다. “객토를 했습니까?” 농부는 “예.”라고 답했다. “줄 돈은 있습니까?” “예.” “그런데, 왜 돈을 주지 않았지요?” 법정 분위기에 압도당한 농부는 시멘트 운운하며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판사는 농부에게 “대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고, 농부는 꾸물꾸물하다 법정을 떠났다. 얼마 뒤, 판사는 다른 자리에서 객토업자들의 농간을 들었다. 일부 업자는 시멘트와 돌이 섞인 건설폐기물 같은 것으로 객토해 논을 못 쓰게 버린다는 것이다. 이후 판사는 어눌한 농부가 하고 싶었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보고 싶었던 것만 보았던 것이 아닌가 하고 반성했다는 후일담이 전한다. 지난해 대구지법의 한 부장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몇년간 앓아온 우울증 때문이다. 정신병 환자인 셈이다. 그에게서 재판을 받은 당사자들은 정신병자에게서 재판을 받은 것으로 생각할 터이니, 모골이 송연해졌을 것이다. 법원은 그가 했던 재판과 관련된 변호사들에게 항소하라고 넌지시 부추겼다는 후문이다. 법원이 그의 결정을 한번 더 살펴보고 오류나 잘못을 바로잡기 위함이었다. 그 부장판사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는 것은 법원이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최근엔 광주지법 파산부의 수석부장이었던 선재성 판사의 행태가 도마에 올랐다. 법정관리기업에 친형과 친구들을 감사와 관리인 등으로 파견했다. 선 판사는 ‘부실기업 회생을 위해 내가 최선을 다했고, 가장 믿을 만한 사람들을 보냈는데 뭐가 문제냐.’는 태도를 보였다. 최고 엘리트인 내가 하는 결정은 다 맞다는 독선이 사법부 구성원 사이에 만연한 것은 아닐까 하는 우려를 낳고 있다. 우울증 판사나 친형을 법정관리기업의 감사로 지정하는 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관건은 사법부의 자정 노력에 달려 있다. 문제가 있는 법관을 재판에서 걸러내야 한다. 부장판사가 맡는 윤리감사관을 고법부장급으로 상향조정, 독립적인 감찰활동을 강화해야 국민의 신뢰가 선다. 문제를 일으킨 법관은 과감하게 인사조치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권위주의 시절처럼 재판 간섭으로 받아들여서는 법원이 더 이상 성숙하지 못한다. 며칠 전 부산지법 고종주 부장판사가 63세로 정년퇴직을 했다. 지법 판사가 정년퇴직하기는 사법부 66년 사상 6번째다. 그는 전관예우 논란을 빚는 로펌행이나 변호사 개업에 뜻이 없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한창 일할 수 있는 나이이니 36년간의 공직 경험을 활용할 기회가 마련되기를 바란다. 법관이 전혀 없는 시·군이 무척 많다. chuli@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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