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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승권의 근거중심의학] 독감백신 접종, 사망과 관련 있나?

    [명승권의 근거중심의학] 독감백신 접종, 사망과 관련 있나?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을 막기 위해 정부가 무료 독감백신 예방접종 대상을 확대하면서 독감백신을 접종받은 후 사망한 사례가 보고되고 있고, 국민들의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10월 31일 0시 기준으로 독감백신 접종 후 신고된 사망 사례는 83건이고 검토를 마친 건 72건이다. 질병관리청은 현재까지 예방접종과 사망의 인과성은 매우 낮다고 결론 내렸다. 즉 예방접종 후 사망한 사례는 독감백신 자체 혹은 독감백신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로 인해 사망을 초래하는 경우 발생하는 공통된 임상적 양상이 없이 심혈관질환, 악성종양 등 기저질환이나 뇌출혈, 대동맥박리 등 명백한 개별적인 원인으로 사망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4월까지 예방접종을 받은 사람 중 만 65세 이상은 약 668만명이며, 이들 가운데 7일 이내 인플루엔자 예방접종 기록이 있는 사람은 1531명(0.02%)이었다. 이에 반해 올해 10월 31일 현재 만 62세 이상 접종자 615만여명 중 사망은 75명(60세 이상)으로 0.001%에 불과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서는 독감 예방접종자 중 사망 사례는 지난해와 비교해 오히려 20분의1에 불과하다. 이는 마스크 착용 및 손씻기 등으로 감염성 질환이 줄어든 이유 등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2016년 영국에서 발행하는 국제의학학술지 ‘백신’에 5편의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종합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같은 주제에 대해 발표된 여러 논문을 종합하는 분석 방법) 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 3가 독감백신과 이번에 이슈가 된 4가 독감백신 모두 투여 후 7일 이내 사망한 사례를 포함해 백신과 관련한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최근 사망자 수가 계속 보고되는 현상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을까? 2006년 새롭게 출시된 금연 치료제인 바레니클린(상품명 챔픽스)을 복용한 후 우울증이나 자살 시도 등이 초기에 보고됐다. 이듬해 영국의 보건의약품규제위원회에서는 바레니클린의 이러한 부작용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그 뒤 자살 관련 부작용 보고가 3배 넘게 늘어났다. 이를 ‘자극받은 신고ㆍ보고’라고 한다. 하지만 후속 연구를 통해 바레니클린이 기존 금연 치료제와 비교했을 때 우울증이나 자살의 빈도에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 의료 현장에서는 지금도 처방하고 있다. 이번 독감백신 접종 후 사망을 둘러싼 최근 논란은 코로나19 대유행 속에서 독감백신의 상온 노출 사고로 인해 독감백신에 대한 불신 및 우려와 맞물려 ‘자극받은 신고ㆍ보고’에 기인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감백신과 사망 사례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는 한 독감백신 접종을 중단할 근거는 없다. 정부는 꾸준히 근거를 기반으로 국민들을 안심시키고 이해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 “힘들다” 글에 “조용히 죽어” 악플… 극단선택 눈감은 대학 익명게시판

    “힘들다” 글에 “조용히 죽어” 악플… 극단선택 눈감은 대학 익명게시판

    450만명이 넘는 회원을 보유한 국내 최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이용자가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을 계기로 익명게시판 내 괴롭힘과 혐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서울 혜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서울여대 재학생 A씨는 지난달 8일 에브리타임의 악성 댓글에 따른 심적 고통을 호소하며 숨졌다. 평소 우울증을 앓던 A씨는 에브리타임에 여러 차례 심경을 비관하는 글을 올렸는데 이 글에 일부 이용자들이 “티 내지 말고 조용히 죽어”, “말로만 죽는다 어쩐다…그냥 좀 죽어” 등의 댓글을 단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유족은 지난달 23일 악플을 남긴 이용자들에 대해 모욕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경찰은 해당 댓글을 단 이용자를 특정하고자 IP 추적 등 수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2010년 시간표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출발한 에브리타임은 익명 커뮤니티, 중고거래, 강의평가 등의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올해 기준 398개 캠퍼스에서 452만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대형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회원 가입 후 재학(출신)학교 인증을 받아 해당 학교 게시판만 이용할 수 있다. 에브리타임은 대학생 필수 앱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혐오 표현, 사이버불링(괴롭힘) 등 부작용에 대해서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지난 5월부터 에브리타임을 감시해 온 대학 페미니스트 공동체 ‘유니브페미’가 게시물 596건을 분석한 결과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표현이 다수 발견됐다. 텔레그램에서 성착취물을 거래한 n번방 사건 가해자를 옹호하거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폭력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를 ‘꽃뱀’으로 지칭하는 등의 표현이 대표적이다. 게시판이 혐오와 차별로 얼룩지고 있지만 에브리타임 운영진은 “익명성 보장이 주요 원칙이며 IP 주소도 3개월만 보관한다. 문제 있는 게시글은 신고가 누적되면 자동 삭제된다”며 적극적인 관리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 8일 에브리타임의 차별·비하 정보에 대해 사업자에게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자율규제 강화를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 이행을 강제할 수단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청년참여연대 등 25개 시민단체는 이날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혐오의 타깃이 되는 사회적 소수자들을 보호해 줄 제도가 어디에도 없다”면서 “상당수 대학의 인권센터조차 온라인상 인권침해 사건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유족은 호소문을 통해 “익명이라는 핑계로 악마 같은 짓을 하도록 방치한 에브리타임 업체를 고발한다”며 시민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 한부모 여성 가장·독거노인 이어주는 마포

    한부모 여성 가장·독거노인 이어주는 마포

    서울 마포구는 한부모 여성 가장과 독거 여성 노인을 응원하기 위한 맞춤형 희망 프로젝트 ‘비 투게더’(Be Together)를 진행한다고 1일 밝혔다. 대흥동주민자치위원회와 사단법인 글로벌비전이 뜻을 모아 추진하는 이번 사업은 민간지원 예산 4200만원을 활용해 내년 2월까지 총 16회에 걸쳐 다양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을 하는 프로젝트다. 대흥동자치위와 동주민센터의 추천을 받은 한부모 여성 가장 15명과 독거 여성 노인 15명이 대상이다. 한부모 여성 가장들은 양정수 CJ꿈키움 아카데미 원장의 지도로 요리전문교육을 받고 수료증을 취득한다. 이들은 유급자원봉사를 통해 취업할 수 있는 실력을 쌓는다. 교육 과정에서 한부모 여성 가장들은 1대1 매칭한 독거 여성 노인에게 직접 조리한 영양 반찬을 전달하고 전화 멘토링도 진행한다. 특히 한부모 여성 가장이 받는 입장에서 사업에 참여하면서 주는 입장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는 점이 새롭다. 이뿐만 아니라 독거 여성 노인의 우울증, 영양실조 등 생계와 연결된 사회문제 해결에 동참하며 지역사회 구성원으로서 의미 있는 역할을 수행하는 데에서 정서적 치유를 얻게 될 것으로 구는 기대한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건강한 네트워크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경근 기자 mk5227@seoul.co.kr
  • “귀가조치 받았다” 거짓말로 신병교육대서 18분 이탈한 20대 집행유예

    “귀가조치 받았다” 거짓말로 신병교육대서 18분 이탈한 20대 집행유예

    대구지법 형사11부(부장 김상윤)는 무단으로 부대를 벗어난 혐의(군무이탈)로 기소된 A(25)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12월 3일 강원도 한 신병교육대에 입대해 같은 달 5일 오전 11시 40분쯤 사복으로 갈아입고 위병소 근무자에게 “귀가조치를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뒤 부대 밖으로 나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군 생활이 두렵다는 이유로 동료 훈련병 2명과 함께 부대를 이탈했다가 18분여만에 신병교육대 관계자에게 붙잡혔다. 재판부는 “군무이탈은 군 복무 기강을 어지럽혀 장병의 사기를 저하하는 범죄로 죄책이 가볍지 않지만 군무를 이탈한 시간이 짧고, 입대한 지 3일 만에 충동·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우울증 증세가 범행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했다”고 밝혔다. A씨에 대한 국민참여재판에는 모두 7명의 배심원이 참여해 모두 유죄 평결을 했다. 배심원 6명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양형 의견을 냈으며 1명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양형 의견을 냈다. 대구 한찬규 기자 cghan@seoul.co.kr/
  • [핵심은] 양육보다 핏줄 우선하는 상속제도…‘구하라법’은 안갯속

    [핵심은] 양육보다 핏줄 우선하는 상속제도…‘구하라법’은 안갯속

    갓난아기 때 사라진 어머니가 28년 만에 나타났습니다. 딸은 생모가 살아있다는 것조차 모른 채로 자랐습니다. 스물아홉 젊은 나이에 위암과 싸우다 세상을 떠났지만, 어머니는 장례식에도 오지 않았습니다. 그랬던 어머니가 죽은 딸을 흔적을 찾아온 겁니다. 바로 딸이 남긴 보험금과 퇴직금, 전세보증금 때문이었죠. 어머니는 1억 5000만원을 챙겼습니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딸의 병원비와 장례비로 쓴 돈마저 찾아가겠다며 유족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딸의 계좌에서 빠져나간 돈이니 자신 것이란 논리입니다. 법이 어머니의 상속받을 권리를 보장하기에 절차상 문제는 없습니다. 지난 26일 이 같은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일으킨 김모씨의 친모 이야기입니다. 이번 주는 핏줄만 이어져 있으면 비정한 부모라도 그 권리를 인정하는 상속제도의 핵심을 짚어보겠습니다. ■ 핵심 ① 혈연관계만 따져 상속 순위 배분 ‘이럴 거면 날 왜 낳았고 왜 버렸을까’ 지난해 이맘때 스스로 생을 마감한 가수 구하라씨가 생전 남긴 메모입니다. 어머니는 그녀가 9살이던 때 집을 나갔습니다. 아버지는 돈을 벌기 위해 타지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의지할 사람은 두 살 터울의 오빠뿐이었고, 남매는 친척 집을 전전하며 자랐습니다. 모정을 느낄 기회조차 없이 소녀는 어른이 됐습니다. 무대 위에선 항상 환하게 미소 짓던 그녀였기에 대중들은 마음속 그늘을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죽고 나서야 비로소 어둠의 정체가 드러났습니다. 20년 만에 구씨의 어머니가 나타났습니다. 딸이 가수 활동으로 벌어들인 유산의 절반을 가져가겠다는 겁니다. 구씨는 성인이 된 후로 딱 한 번 생모를 만난 적 있습니다. 함께 활동하던 그룹이 해체하고, 남자친구의 폭행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 직후였습니다. 우울증을 앓던 그녀에게 의료진은 친모를 만나보라고 권유했습니다. 그러나 구씨는 오빠에게 ‘괜히 만난 것 같다’고 토로했습니다. 평생 느꼈을 부재가 한 번의 만남으로 채워질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는 법적 권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속을 요구한 겁니다. 상속을 박탈할 방법은 없습니다. 가족을 살해하거나 유언서를 위조하는 등 극단적 경우가 아니라면 불가능합니다.■ 핵심 ② 상속 권리 얻으려면 양육 의무부터 현행법은 혈연관계로 이루어지면 상속받을 권리가 자동으로 주어집니다. 1순위는 직계비속(자녀, 손자, 증손)과 배우자입니다. 2순위는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증조부모)과 배우자입니다. 자녀가 없는 구하라의 상속은 어머니가 2순위로 우선권을 가집니다. 기계적 배분이죠. 오빠 구호인씨는 ‘친권과 양육권을 포기한 어머니는 상속 자격이 없다’며 국민동의청원 홈페이지에 입법 청원을 올렸습니다.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존 결격 사유에 친족이라도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은 이는 재산을 상속받지 못하도록 하자는 겁니다. 이른바 ‘구하라법’입니다. 청원은 10만명의 동의를 얻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겨졌습니다. 그러나 법안 심사 결과는 부정적이었습니다. 개정안대로라면 관련 소송이 빈번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대로 시행하긴 들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봤습니다. 결국 본회의에 오르지 못하고 20대 국회를 끝으로 지난 5월 폐기됐습니다. 멈춘 건 아닙니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관련 민법 개정안이 다시 발의됐습니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습니다. 이번에도 부작용을 막기 위해 법리적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진단됐습니다.■ 핵심 ③ 구하라법, 효용보다 부작용 더 많아 부양 의무의 정도란 게 추상적이라 기준으로 삼기 곤란하다는 겁니다. 앞서 사례로 든 김씨나 구하라씨 생모의 경우는 부양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는 데 이견이 없을 겁니다. 그러나 대다수의 상속 분쟁에선 부모의 부양 정도가 천차만별이라 딱 떨어지게 평가하기 어렵습니다.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시기마다 부모가 해줄 역할은 너무도 많습니다. 이를 성실히 했냐 게을리했냐 세세히 따지기도 불가능합니다. 기준이 불분명하니 상속 분쟁도 그만큼 많이 발생할 것이고, 결과적으로 사회적 비용도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거죠. 또 때에 따라서는 부모가 부양 의무를 게을리했더라도 자녀가 재산을 넘겨주고자 할 수 있습니다. 이땐 오히려 부양 의무 조건이 걸림돌이 됩니다. 부모에게만 부양 의무를 엄격히 따지는 탓에 모순적으로 부양 의무가 없는 친척에게 우선 순위가 부여될 수도 있고요. 오직 핏줄로 따지는 상속제도가 국민 법감정의 시선에선 불합리해 보이더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맥락이 있었던 겁니다. 다만 평생 부모의 빈 자리가 만든 그늘 속에 살았을 이들의 떠나간 뒷모습이 더욱더 쓸쓸하게 느껴지는 건 어찌할 수 없습니다. 당위성과 실효성 사이 딜레마에 빠진 구하라법은 여전히 안갯속에 있습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코로나19 마스크·손씻기 효과, 호흡기 환자 절반 줄었다

    코로나19 마스크·손씻기 효과, 호흡기 환자 절반 줄었다

    코로나19로 마스크 쓰기가 생활화되면서 호흡기감염 환자 수가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우울증 등 기분(정동)장애 환자는 7.1% 증가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지난 3월부터 7월까지의 국민 의료 이용 행태 변화를 분석해 28일 결과를 공개했다. 이 기간 감기, 인플루엔자(독감), 폐렴 등 호흡기 감염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803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670만명보다 51.9% 줄었다. 보통 독감 유행은 매년 12월부터 이듬해 1~2월 최고조에 이르렀다가 4월까지 지속되는 경향을 보이는데, 올해는 3월 이후에 독감 환자 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소화기 감염 환자도 지난해보다 대폭 줄었다. 3~7월 세균성 장감염질환 등 소화기 감염질환자는 1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환자 수(243만명)보다 31.3% 적다. 결막염 환자도 지난해보다 18.1% 줄었다. 이런 질병은 주로 호흡기, 오염된 손과 음식 등을 통해 전파된다. 건보공단은 “생활방역 중에서도 특히 손씻기, 마스크 쓰기 생활화를 실천한 결과로 추정된다”며 “겨울 독감 발생 대유행에 대비해 11월에도 강력한 생활방역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코로나19가 계속하면서 우울증 등 일부 정신과 질환자 수는 지난해 3~7월 66만명보다 5만명 늘었다. 특히 경제활동 연령층이라 할 수 있는 19~44세 여성에서 우울증 환자 등이 21.6% 늘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같은 연령대 남성 환자는 11.2% 증가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힘들다” 글에 “조용히 죽어라”… 극단 선택 여대생 유족 악플러 고소

    “힘들다” 글에 “조용히 죽어라”… 극단 선택 여대생 유족 악플러 고소

    우울증 앓았던 서울여대 학생유서에 “악플러들 처벌해달라”한 여대생이 삶이 힘들다고 호소하는 글에 “조용히 죽어라”는 악성 댓글(악플)을 담긴 서울의 한 대학 익명 커뮤니티의 악플러들에 대해 유가족이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우울증을 앓았던 여대생은 이달 초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학내 온라인 커뮤니티에 삶을 비관하는 글을 올렸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27일 서울여대 학생 A씨의 어머니가 지난 23일 대학 내 익명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 A씨를 비방하는 댓글을 단 불특정 다수의 악성 댓글 게시자들을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A씨가 대학 온라인 커뮤니티에 심경을 토로하고자 올렸던 글에 조롱하는 댓글을 단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유족이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악플을 단 이용자들의 정보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를 마친 후 IP추적 등 가능한 방법을 동원해 수사에 나설 예정이다. A씨는 지난 8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당시 유서에서 악플을 단 인터넷 이용자들을 처벌해달라는 내용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 핫라인 1577-0199,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월드피플+] 부부 합산 나이 214년…세계 최고령 부부에게 찾아온 이별

    [월드피플+] 부부 합산 나이 214년…세계 최고령 부부에게 찾아온 이별

    합산한 부부 나이 214세, 결혼생활 79년 등 숱한 화제를 뿌린 에콰도르 노부부의 잉꼬부부생활이 막을 내렸다. 세계 최고령 부부로 기네스에 등재된 부부의 남편 훌리오 세사르 모라 타피아가 22일(이하 현지시간) 숨을 거뒀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향년 110세. 자식들은 "아버지가 22일 밤 11시쯤 어머니 곁에서 주무시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셨다"고 밝혔다. 유족은 23일 가족장으로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 시신을 에콰도르 키토의 한 공동묘지에 안장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할아버지는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지자 최근 깊은 우울증에 시달렸다. 딸 세실리아는 "코로나19 때문에 가족모임도 갖지 못하고, 가족과의 포옹까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가 우울증을 보이기 시작했다"며 "입맛이 없다며 식사를 제대로 못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가능했던) 과거를 그리워하며 괴로워하셨다"고 말했다. 때문에 한동안 병원 신세를 지기도 한 할아버지는 지난 16일 사랑하는 부인 왈드라미라 킨테로스의 105번째 생일을 함께하지 못했다. 부인은 "남편이 입원하면서 '이제 그의 인생의 끝이 시작되는구나'라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며 "누구나 떠나기 마련이지만 남편이 더 이상 곁에 없다는 게 매우 슬프다"고 말했다. 1910년 3월 10일생인 할아버지와 1915년 10월 16일생인 할머니가 처음 만난 건 1930년대 중반. 7년 열애 끝에 두 사람은 1941년 2월 7일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당시 가족의 반대로 비밀결혼을 올린 부부는 보란 듯 잘살아보자고 다짐을 했다. 그리고 그 다짐대로 유복한 가정을 꾸렸다. 장장 79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이어오면서 자식 4명, 손자 11명, 증손 21명, 현손 9명 등 화목한 대가족을 이뤘다. 지난 8월 25일엔 세계 최고령 부부로 기네스에 올라 세계적인 화제가 됐다. 기네스가 최고령 부부로 공인한 당시 부부의 합산 나이는 정확히 214년 358일이었다. 할아버지가 기네스 공인 후 2달 가까이 더 살면서 부부의 합산 나이는 215년을 돌파했다. 부부는 당시 인터뷰에서 79년간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행복의) 비밀공식 = 사랑 + 성숙 + 상호존중'이라고 답해 훈훈한 감동을 준 바 있다. 손영식 해외통신원 voniss@naver.com
  •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의사자 임세원의 꿈

    [백종우의 마음의 의학] 의사자 임세원의 꿈

    지난주 고 임세원 교수 유족에게 보건복지부 의사자 증서가 전달됐다. 다음날 유족은 보상금으로 받은 1억원을 모교 입학30주년 행사에서 기부했다. 동기들도 뜻을 모아 의학도서관에 추모공간을 조성할 예정이다. 유족은 고인의 환자에 대한 마음과 책임 있는 행동이 후학들에게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사고가 있었던 2018년 마지막 날, 오전에 모교 학생들을 위한 보고듣고말하기 자살예방교육시간을 만들었다며 함께하자고 보낸 문자메시지가 마지막 연락이 됐다. 그는 허리가 끊어지는 듯한 통증으로 우울증을 경험하고 나서 “이제 저 그 병 알아요”라고 환자들에게 얘기했다. 그리고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책을 냈다. 우울증을 경험해 본 정신과 의사를 사람들은 어떻게 여길까? 원고를 보고 환자들이 편견을 갖지나 않을까 걱정한 내게 그는 본인이 감수할 일이라고 했다. 2019년 1월 2일 아침 유족의 전화를 받았다. 최악의 상황에서 누구도 비난하지 않고 안전한 치료환경을 만들고, 마음이 아픈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없이 쉽게 치료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게 고인의 뜻이라 전했다. 영결식장에서 부인은 유지를 이어 달라며 조의금을 대한정신건강재단에 기부했다. 어머님은 “우리 아들 바르게 살아줘서 고마워!”라고 하셨다. 마지막 순간까지 환자와 동료의 안전을 먼저 걱정하고 행동했다는 것을 듣고 평소답게 책임 있게 행동했다는 걸 알게 됐다. 사실 임 교수 사고나 작년 진주 방화사건 같은 중증정신질환으로 인한 사고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방치된 아픈 사람에 의해 발생해 왔다. 오랜 기간 정신건강의 문제는 본인과 가족이 감당했다. 산업화와 핵가족화는 국민소득은 높여 왔지만, 1인 가구가 가장 많은 2020년 한국에는 새로운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살로 잃은 생명이 작년 1만 3799명이었다. 코로나19로 국민 정신건강의 여러 지표가 악화돼 간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어느 나라보다 빨리 검사하고 집을 찾아가 챙기고 치료로 연계하는 나라지만 아직 정신건강과 복지서비스는 턱없이 부족하고 분절돼 있다. 반면 미국의 자살예방핫라인은 구조를 요청하면 집에 찾아가서 지원과 치료를 연계한다. 지방자치단체가 책임지고 찾아가는 서비스 없이는 삶의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할 수 없다. 고인은 별명이 ‘독일병정’일 정도로 완벽주의자였지만 환자에겐 참 따뜻한 의사였다. 손 오그라들게 나서는 일은 잘 못했다. 자신에 대한 관심보다 그가 이루고자 한 꿈에 대한 관심을 바랄 것이다. 그가 개발한 한국형 표준자살예방교육 프로그램 보고듣고말하기를 통해 그는 서로가 서로를 지키는 사회를 꿈꾸었다. 코로나19가 매서운 시기 주변의 위기에 빠진 사람이 보내는 신호를 보고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듣고 끝으로 말하기를 통해 전문가에게 도움을 의뢰함으로써 서로에게 희망이 되는 사회를 기대한다.
  • 롯데쇼핑, ‘리조이스’ 상담센터로 고객 ‘마음 방역’ 앞장

    롯데쇼핑, ‘리조이스’ 상담센터로 고객 ‘마음 방역’ 앞장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장기화하면서 우울과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국가트라우마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우울 관련 상담 건수는 40만건 이상을 기록하면서 지난 한 해 총상담건수(35만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이에 롯데쇼핑은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에 심리상담 공간 ‘리조이스’를 열어 고객들의 ‘마음 방역’에 나섰다. ‘리조이스’는 롯데쇼핑의 우울증 인식 개선 및 예방을 목표로 진행하는 캠페인으로, 지난 9월 25일 롯데백화점 센텀시티점 지하 1층에 대표 상담 공간을 마련하고 플라워 카페 ‘라이네쎄’와 협업해 누구나 쉽게 방문해 우울감을 덜고 휴식과 안정을 취할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 리조이스에서는 현재까지 심리 상담 110건 이상을 진행하며 실질적인 심리 상담의 대중화에 앞서고 있다. 김성경 롯데쇼핑 CSR팀장은 “심리 상담이 주는 거부감을 완화하고 전문 상담사가 제공하는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코로나19 재확산? 검사수 늘어서”...트럼프, 4개주 종횡무진 유세 총력전

    “코로나19 재확산? 검사수 늘어서”...트럼프, 4개주 종횡무진 유세 총력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3일 대선까지 열흘 앞둔 24일(현지시간) 남부와 북부의 4개 주를 종횡무진으로 넘나들며 막판 뒤집기를 위한 총력전을 벌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사전 현장투표를 한 뒤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위스콘신에서 3번의 유세를 벌이고 워싱턴DC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플로리다, 노스캐롤라이나, 위스콘신은 대선 승부를 결판 짓는 6개 경합주에 속하는 곳이고, 오하이오는 민주당 조 바이든 대선후보가 맹추격하며 경합이 벌어지는 지역으로 분류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선거는 트럼프의 ‘슈퍼 회복’과 바이든의 ‘우울증’ 사이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이 경기 회복을 이끌며 미국 노동자를 지지할 인물로, 바이든 후보는 개선을 저지할 인물로 그렸다”고 보도했다.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최고치로 오르는 등 심각한 재확산세에 대해 검사 건수가 늘었기 때문이라며 오히려 언론을 탓하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TV를 켜면 코로나19만 나온다. 비행기가 추락해 500명이 죽어도 언론은 코로나19에 대해서만 얘기한다”며 “여러분은 (선거 다음 날인) 11월 4일 더는 그 얘기를 듣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언론은 미국의 감염 건수가 높다고 말하지만, 이는 우리가 검사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나라보다 검사를 많이 하기 때문에 확진 판정자도 많이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는 이날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지키기 위해 야외에서 자동차에 탄 청중을 상대로 하는 형태의 유세를 두차례 벌인 것에 대해 자신의 유세에 비해 “작은 것”이라는 식으로 조롱했다. 그는 “사람들이 차 안에 있는데 이해가 안 된다”며 “차량이 너무 적었다. 이와 같은 청중은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감염 확산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수천명의 청중이 사회적 거리두기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채 참석하는 야외 유세를 고집하고 있다. 그는 이날 바이든 후보의 아들 헌터 바이든이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회사 임원으로 채용돼 부정한 돈을 받았다는 의혹을 재차 제기하며 도덕성 공격에도 나섰다. 그는 “미국인은 부를 쌓기 위해 공직을 활용한 47년 직업 정치인(바이든)과 공직에 들어선 사업가(트럼프) 사이의 대조를 봤다”며 지지를 호소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주소지인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 현장투표를 마쳤다. 그는 “트럼프라는 이름의 사내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CNN 방송은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는 11월 3일 선거일에 현장투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서울포토]동국제약, 남성 무기력증 극복 캠페인

    [서울포토]동국제약, 남성 무기력증 극복 캠페인

    22일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동국제약 무기력증 개선제 마인트롤과 함께하는 무기력증 극복 캠페인 행사에서 모델들이 제품을 소개하고있다. 이번 캠페인은 중년 남성이 가을에 겪는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흔히 ‘가을 탄다’고 표현하는 계절성 우울증이 아닌 ‘남성 갱년기’의 심리적 증상일 수 있다는 점을 알리고, 이를 관리하자는 메세지를 전달하기 위해 마련됐다. 2020.10.22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 직원이 행복해야 구민도 행복… 이것이 동대문표 돌봄

    직원이 행복해야 구민도 행복… 이것이 동대문표 돌봄

    서울 동대문구가 다양해지는 민원 요구와 반복적인 악성 민원, 코로나19 장기화 등으로 늘어나는 직원들의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관리하기 위해 마음건강 돌봄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평소 직원이 행복해야 구민이 행복하다는 구정 철학을 가진 유덕열 동대문구청장의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동대문구는 민원실에 근무하거나 고충·현장 민원을 응대하는 직원이 자신의 스트레스를 수시로 검진하고 마음건강을 돌볼 수 있도록 정신건강의학과 심리상담 및 검진비용을 1인 최대 10만원까지 지원한다고 21일 밝혔다. 온라인 정신건강 자가진단 설문을 통해 우울증, 불안장애, 스트레스, 알코올 중독 등을 검진하고 현재 시점의 마음건강 상태를 확인한 뒤 진단 결과에 따라 병원을 방문해 상담과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진료를 받고 난 뒤 구청에 영수증을 증빙해 신청하면 된다. 1회당 3만~4만원씩 1년에 최대 3번까지 지원이 가능하다. 이 밖에도 유 구청장은 수시로 구청 1층 종합민원실을 방문해 근무하는 직원들을 격려하고 고충을 귀담아듣는 시간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또 민원 담당 직원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간담회를 개최하고 민원실 비상벨 설치, 특이 민원 대응 훈련, 민원 직원 전용 휴게공간 조성 등 건의사항을 적극 반영해 민원실 환경 개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유 구청장은 “직원이 행복해야 양질의 민원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으므로 앞으로도 근무하기 좋은 민원실 환경과 활기찬 직장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 [기고] 장기 취준생 우울, 정신건강의 사회적 처방을 제안하다/전서은 멘탈헬스코리아 대외협력이사

    [기고] 장기 취준생 우울, 정신건강의 사회적 처방을 제안하다/전서은 멘탈헬스코리아 대외협력이사

    코로나19 사태가 반 년을 넘기며 경제적 어려움 등으로 막다른 곳까지 내몰린 ‘자살 위험군’이 생겨났다. 자살예방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시대 실업률, 카드연체율, 주거지원요청비율, 마지막으로 자살 시도율은 그 추이를 같이하며 20대를 중심으로 급증하고 있다. 청년의 극단적 선택이 증가하는 우리 사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이들은 극도의 심적 어려움을 이겨내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통계청의 3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5~29세 취업자 수는 최근 23만 명 감소했다. 최근 해운대구 환경미화원 공채 경쟁률이 200:1을 상회했다고 한다. 알바마저 채용 공고가 없어 서류 탈락이라도 해 보고 싶다는 게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무력함과 좌절이 청년의 일상적 감정이 되었고, ‘구직 우울’은 청년 문제가 되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취준생을 대상으로 ‘코로나19에 따른 스트레스 상황’을 조사한 결과 5000여 명의 응답자 대부분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상을 경험한다고 답했다. 취업 시도가 거듭 좌절되면 자신감과 정신 활력이 떨어지며, 외부 환경이 아니라 자신의 탓을 하기가 쉽다. 요즘 같은 취업 불황기에는 좌절스럽고 무기력한 마음, 스스로를 혐오하거나 피해자로 여기는 마음이 쉽게 회복되지 않고 장기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중증 우울증 및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높아진다. 우울하고 불안한 현 청년 세대에 필요한 것은 약물이나 심리상담보다도, 커리어와 사회생활 고민에 대한 실제적인 조언과 일상을 유지하기 위한 활력과 멘탈 유지이다. 이런 점에서 이들에게 정신건강의 사회적 처방이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사회적 처방이란 운동이나 취미생활, 자원봉사, 소셜 모임 참여 등 비약물적 도움을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는 활동 전반을 말한다. 지역사회에는 유사한 연령과 관심사의 사람들이 참여하여 고민을 나누고 조언을 주고받는 다양한 커뮤니티 모임이 존재한다. 코로나19에도 인기가 계속되고 있는 ‘소셜 살롱’에서는 낯선 사람들끼리 모여 소통하고 공통의 목표를 서로 간의 지지를 받으며 이뤄나가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트레바리, 문토, 크리에이터 클럽과 같은 플랫폼에서는 비일상적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하며 자신을 다시 돌아보거나 함께 책을 읽고, 글을 써서 출판하는 등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다. 프립, 소모임(somoim)과 같은 소셜 액티비티 앱에서도 정신적, 신체적 활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다. 서울시를 비롯한 각종 지자체에서도 청년의 정신적 활력과 고민 극복을 목표로 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마련하고 있다. 청년일경험지원사업,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마케팅, 문화콘텐츠, 지식서비스 등 청년들이 선호하고 관심 있는 분야 실무를 중소, 중견기업에서 배워 보며 일자리 시장에 편입될 수 있는 자신감과 커리어 경험, 취업 인맥을 쌓을 수 있다. 요즘은 버크만 검사 등 직업적성 및 개인성향 검사과 연계하며, 검사 결과에 따라 각종 정부 일자리 및 창업 지원사업을 추천하고 신청 과정을 도와주기도 한다. 이처럼 정신건강의 회복을 도모할 다양한 사회적 활동이 있지만 청년들을 인터뷰해 보면 대부분이 지역사회 기반 프로그램의 존재를 잘 모른다. 이 때문에 정신건강 지식과 프로그램 정보의 통합과 맞춤형 추천에 대한 사회적 필요성이 높아지고, 이를 전문으로 수행할 직업에 대한 필요 또한 높아지고 있다. 영국, 핀란드, 캐나다 등은 사회적 처방가가 법제화되고 시범사업을 통해 정착된 바 있다. 서울시 비영리 민간단체 멘탈헬스코리아에서는 올해 8월 고용노동부 후원으로 진행되는 사회적 처방사 신(新)직업화 프로젝트 ‘위커넥트웰’을 출범하였다. 6인의 청년들이 다양한 정신건강 서비스를 탐방하며 상담센터, 소셜 액티비티, 커뮤니티 모임에 대한 장단점을 아카이빙하고 벤치마킹하여 심리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 모임도 9~11월 중 시범 개최 및 운영을 하고 있다. 어느 때보다도 혹독한 ‘사회적 우울’의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에 대한 사회적 처방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때이다. 극심한 불안과 우울감을 느끼는 청년이라면 비슷한 아픔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하고, 사회적 활동을 사람들과 함께 하며 정신건강의 회복이 필요하다. 현재의 불안과 우울을, 정신건강 회복과 지속가능한 멘탈 관리를 위한 계기로 삼는다면 스스로가 만족할 수 있는 커리어 패스를 개척하는 것 또한 더 수월해질 것이다. 전서은 멘탈헬스코리아 대외협력이사
  • “어린이집 교사에 학대 누명” 사건, 재수사가 어려운 이유는?

    “어린이집 교사에 학대 누명” 사건, 재수사가 어려운 이유는?

    아동학대 누명과 악성 민원을 견디지 못한 세종시 어린이집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 책임을 더 크게 물어야 한다는 여론이 커졌지만, 재수사는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누명을 씌운 이들에 대한 형사처분이 이미 마무리된 데다 피해자도 숨진 상황이어서 다시 수사를 개시하지는 못하는 상황인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검찰과 경찰 등에 따르면,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였던 A(30)씨는 2018년 11월쯤부터 1년 6개월 넘게 아동학대를 주장하는 원생 가족 B(37)씨와 C(60)씨 등의 폭행과 모욕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 6월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A씨 사건을 맡은 경찰은 고인의 복잡한 심경이 담긴 일기장 내용이나 유족 참고인 진술 등을 토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검사 지휘에 따라 내사 종결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과 관련해 타살 등 범죄 혐의는 없었다”며 “변사 사건 처리 원칙에 따라 수사를 마치는 수순을 밟았던 것”이라고 말했다.A씨가 스스로 세상을 등진 원인 중 하나였던 B씨 등의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혐의 사건은 그즈음 1심 재판 진행 중이었다. 재판부는 “저런 X이 무슨 선생이냐”는 등 욕설을 해 놓고도 자신들의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던 B씨로부터 사실관계 확인이 어렵다고 판단해 A씨를 증인으로 출석시키려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 변호사는 “피해자가 고인이 된 상황이어서 다시 형사 사건으로 다뤄지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가해자들에게 피해자 사망 동기에 대한 민사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는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의 판단과는 별개로 이번 사건의 가해자를 엄벌해야 한다는 여론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아동학대 누명 가해자를 엄벌해 달라’는 취지로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은 보름 만에 동의 2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청원인은 “이 일 때문에 우울증을 앓게 된 누나는 일자리를 그만뒀다”며 “(학대누명을 씌운 이들은) 피를 말리듯 악랄하게 괴롭히고, 누나의 숨통을 조였다”고 분노했다. 업무방해·공동폭행·모욕 등 죄로 각각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고 불복한 B씨 등은 2심 재판부에 사건이 접수된 지 이틀 만인 지난 7일 돌연 항소를 취하했다. 법원에서 보냈던 소송기록접수 통지서 역시 ‘주거지 문이 잠기고 피고인은 없었다’는 뜻의 폐문부재 사유로 전달되지 않았다. 검찰에서 항소하지 않은 이 사건 재판은 별다른 사정 변경이 없는 한 이대로 확정된다. 임효진 기자 3a5a7a6a@seoul.co.kr
  • “오늘 너 킬한다” 중학생 집단성폭행, 가해자 2명 징역 10년 구형

    “오늘 너 킬한다” 중학생 집단성폭행, 가해자 2명 징역 10년 구형

    “나체사진 촬영 죄질불량” 11월29일 선고 ‘여중생 집단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가해 학생 2명에게 검찰이 중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공범에게도 주범과 같은 형을 구형했다. 20일 검찰은 인천지법 형사13부(고은설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강간 등 치상) 혐의로 기소된 A(15)군과 공범 B(15)군에게 각각 장기 징역 10년에서 단기 징역 7년을 구형했다고 밝혔다. 또 이수명령과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10년간의 취업제한도 구형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해자는 술에 취해 쓰러진 상태로 폭력으로 위험까지 있었던 상황이었다. 이사건으로 인해 불안감, 분노, 우울증세로 책상 밑에 들어가거나 자해시도를 하는 등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면서 “피해자의 가족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피고인들은 사건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고 이 사건 일주일 후에 또다시 다른 여자아이들을 데리고 같은 범행 장소로 이동해 술을 마시다가 보안요원에게 발각돼 쫓겨나기도 했다. 사건 직후 휴대폰을 변경하고 범행 시 사용하던 휴대폰을 숨기는 등 서로 말을 맞춰 범행을 부인하는 정황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검찰은 “피고인들이 중학생이고 아직 나이가 어린 소년이긴 하지만 이 사건과 같은 범죄는 중학생이라고 하더라도 얼마나 중대한 범죄인지 충분히 알고 있었다. 피해자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소년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 피고인 가운데 1명은 반성하고 자백하고 있으나 나체사진까지 촬영해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 가족들이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다. 사건의 중요성을 고려해 피고인 2명에게 동일한 형을 구형한다”고 덧붙였다. A군 등은 지난해 12월 23일 오전 3시쯤 인천의 한 아파트 헬스장에서 C(15)양에게 술을 마시게 한 뒤 인근 계단으로 데려가 성폭행하거나 성폭행을 하려한 혐의로 기소됐다. A군은 C양을 성폭행을 하고 이후 나체사진을 촬영했으며 B군은 C양에게 성폭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A군 등은 자신들이 괴롭히는 학교 후배와 C양이 친하다는 이유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의 선고 공판은 11월 29일 오후 2시 317호 법정에서 진행된다.“너 오늘 킬한다” 청와대 국민청원 올라온 사건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오늘 너 킬(KILL)한다’라며 술을 먹이고 제 딸을 합동 강간한 미성년자들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인은 자신을 인천에 사는 두 아이의 엄마라고 밝힌 뒤, 지난해 중학교 2학년이던 딸이 같은 학년의 남학생 2명에게 계획적 집단성폭행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23일 새벽 1시경 가해자들이 제 딸과 친한 남자 후배를 불러서 딸을 불러내라고 강요했다”며 “딸은 자신이 나가지 않으면 그 후배가 형들한테 맞는다고 생각해 다른 친구에게 전화로 ‘무슨 일이 생기면 112에 신고해달라’고 한 뒤 나갔다”고 경위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은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오늘 너 킬 한다’며 제 딸에게 술을 먹였다”며 “이들은 범행 장소를 찾으며 기절한 제 딸을 땅바닥에 질질 끌고 키득키득하며 폐쇄회로(CCTV)가 없는 28층 아파트 맨 꼭대기 층 계단으로 갔다”고 적었다. 이어 “그 과정에서 주범인 가해자는 제 딸의 얼굴을 때리고 침까지 뱉었고, 가위바위보를 해 순서를 정한 뒤 강간했다”며 “이 사건으로 제 딸은 정형외과에서 전치 3주, 산부인과에서 전치 2주의 진단을 받았다”고 안타까운 사연을 호소했다. 또 청원인은 사건 발생 후 가해자들로부터 2차 피해를 받았다고도 주장했다. 청원인에 따르면, 이 사건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가 열렸으나 가해자들은 불참했고, 이들은 10명의 친구 무리와 돌아다니다가 청원인의 딸을 보고서 이름을 부르며 쫓아왔다. 딸은 도망친 후 경찰 도움으로 집에 오기도 했다. 그는 “딸이 몇 시간을 울고 흉기로 자해까지 시도했다”며 “가해자들은 친구들에게 제 딸을 술 먹여 건드렸다고 이야기했고, 소문이 나서 저희 가족은 집도 급매로 팔고서 이사하고 딸은 전학을 했다”고 말했다. 끝으로 청원인은 “가해자들은 특수준강간상해라는 중죄를 저지른 성범죄자들이고, 반드시 10년 이상이나 무기징역의 엄벌을 받아야 한다”며 “중죄를 저지른 미성년자들이 어리다는 이유로 소년보호처분을 받고 있는데, 피해자를 보호하지 않고 악질적인 범죄자들을 보호하는 소년보호처분 체계를 반드시 재정비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또 “담당수사관에게 성범죄자들이 제 딸을 불법촬영 및 유포하였을 것으로 보아 압수수색을 요구했지만, 그들이 부인만 하면 압수수색을 할 수 없다고 한다”며 “피해자의 입장에서 나라의 법이 기능하지 못하는 이 상황도 고쳐져야 한다”고 말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 [오늘의 눈] 원치 않았던 임신 책임 여성에게만 묻는 사회/손지민 사회부 기자

    [오늘의 눈] 원치 않았던 임신 책임 여성에게만 묻는 사회/손지민 사회부 기자

    “저게 사람이냐, 임신을 원치 않으면 몸을 잘 간수해야지.” “(아이) 생산자가 책임져라. 왜 사회가 책임지나.” “저 미혼모를 돕자는 건 인신매매범을 돕자는 것 아닌가.” 한 여성에게 악플이 쏟아졌다. 이 여성은 지난 16일 중고 물품 거래 애플리케이션(앱) 당근마켓에 ‘36주 아기를 20만원에 입양 보낸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여론이 여성에게 손가락질하는 사이 아이 엄마의 사연이 드러났다. 아이 아빠도 없고, 부모의 도움도 받을 수 없는 처지에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여기에 산후우울증까지 더해져 감당할 수 없는 환경 속에서 충동적으로 판매 글을 올린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이다. 36주라는 아기도 낳은 지 3일 된 신생아였다. 사실 철부지 엄마의 잘못이라고 욕하고 손가락질하는 건 쉽다. 덮어놓고 아이 엄마를 비난하고, 법에 따라 철저히 처벌한다고 이런 일이 사라질까.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지원, 기저귀·분유 지원, 취업성공패키지 지원, 수도·전기요금 등 지원, 통신비 감면 등 정부가 시행 중이라고 선전하는 미혼모 지원 정책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선전하는 사회안전망은 어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신생아는 당근마켓으로 나왔고, 엄마는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입건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미혼모 지원 정책은 처음부터 다시 고민해야 한다. 원치 않은 임신을 한 미혼 여성의 입장에서 말이다. 어떤 배경에서 아이가 태어났든, 미혼모가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않는 한 이런 사건은 또 발생할 수 있다. 그저 알아서 키우기만을 바라는 사회에서는 엄마도, 아이도 행복할 수 없다. 정부는 실제 미혼모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결혼하지 않고 임신한 여성이 아이를 낳기 전 무엇을 가장 걱정하는지부터 들어야 한다. 도전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아이 때문에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수 있는 방법,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는 방법, 절망하지 않고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여성이 아이를 인생의 짐으로 느끼지 않고, 계속해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sjm@seoul.co.kr
  • 노동의 기쁨 잃고 우울증마저 악화된 수자씨

    노동의 기쁨 잃고 우울증마저 악화된 수자씨

    인천의 한 장애인 보호작업장에 다니던 발달장애인 김수자(55)씨는 지난 2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로 작업장이 문을 닫은 후 홀로 지내고 있다. 지난 8월 초 잠시 문을 연 작업장은 감염병 재확산 우려로 다시 휴관했다.장애인 보호작업장은 장애인을 고용해 자립 능력을 제고하는 비영리 직업재활시설이다. 코로나 이전 김씨는 매일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까지 20여명의 장애인과 함께 일을 했다. 김씨는 콘센트 조립과 물품 포장 등 비교적 단순한 작업을 했지만 월급 15만원과 기초생활수급비·장애수당 등을 합친 80여만원으로 자립의 삶을 꾸려 왔다.하지만 작업장이 폐쇄된 후 김씨는 일상의 기쁨을 잃었다. 그는 우울증과 환청 증세가 심해지면서 정신적·신체적 퇴행 현상도 겪고 있다. 김씨는 지난달 1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어눌한 말투로 “화가 난다”고 감정을 드러냈다. 김광백 인천장애인자립생활센터 국장은 “간단한 의사소통은 가능하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관계를 맺는 건 어려워하는 김씨가 작업장 폐쇄로 고립된 삶에 힘들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에게 작업장은 단순한 일터가 아닌 사회적 돌봄과 활동의 공간이다. 국내 직업재활시설은 장애 정도와 직업능력에 따라 근로사업장과 보호작업장, 직업적응훈련시설로 나뉜다. 비교적 직업능력이 높은 장애인의 경우 지난해 기준 평균 116만원의 월급을 받고 근로사업장에서 일한다. 보호작업장에선 주로 낮은 직업능력을 갖춘 발달장애인이 많이 일한다. 지난해 기준 직업재활시설에 고용된 전체 장애인 1만 9056명 중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이다.이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들도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았다. 19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9월 8일 기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700곳 가운데 410곳이 휴관 중이었다. 이 가운데 63곳만 긴급돌봄을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1만 9056명이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고 있는데, 감염병 우려로 60% 정도가 집에 머물고 있는 셈이다. 쿠키를 생산하는 인천의 한 근로사업장 관리자 박모씨는 “장애인 직원들이 코로나19로 격주 출근을 하던 중 작업장이 문을 닫게 됐다”며 “적은 월급이지만 돈을 벌고 노동하는 기쁨을 잃게 된 발달장애인은 분노 조절이 안 돼 약을 먹거나 자폐 증세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고 걱정했다. 복지시설과 마찬가지로 직업재활시설의 휴관으로 인한 돌봄 공백은 오롯이 가족의 몫이 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장애인 노동의 열악함도 부각되고 있다.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의 임금은 2019년 기준 61만 7000원으로, 애초부터 최저임금보다 적다. 최저임금법에 따라 작업능력이 비장애인의 70% 이하 평가를 받는 장애인은 최저임금 적용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휴관을 해도 장애인도 근로자인 만큼 근로기준법에 따라 급여의 70%를 지급해야 하지만 이마저 체불되고 있다.쇼핑백을 만드는 서울의 한 보호작업장 원장인 이모씨는 “고용노동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원하지만 정부에 이를 신청하는 절차가 매우 까다롭다. 휴관하면 신청조차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어쩔 수 없이 예비비로 월급 50여만원의 70% 정도는 지급을 했지만 자금이 떨어져 현재는 임금 체불 상태”라며 “고시원에서 혼자 사는 한 발달장애인 직원은 경제적 어려움도 극심하게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의원은 지난 4차 추가경정예산 심의 당시 “코로나19 장기화로 거래 업체가 끊어지면서 임금은 물론 작업장 임대료조차 납부하지 못하는 직업재활시설에 대해서도 긴급 피해 지원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조한진 대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정부가 장애인의 노동을 근로로 보지 않고 직업재활시설도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여겨 노동 관련 정책과 지원에서도 후순위로 미룬다”며 “능력이 낮다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비장애인이 없는 것처럼 장애인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글 사진 송수연 기자 songsy@seoul.co.kr
  • [In&Out]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이범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In&Out] 포스트 코로나 시대, 그 새로운 도약을 위하여/이범헌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회장

    코로나19로 인해 거의 모든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은 사업 축소와 폐업으로 애간장이 타들어 가고, 많은 국민도 심리적 압박에 우울증을 호소한다. 그런 가운데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잠시나마 웃을 수 있었다. 올 초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4관왕을 달성한 데 이어 또 한 번 큰 자부심을 줬다. 일찍이 김구 선생은 ‘백범일지’ 말미에 덧붙인 ‘나의 소원’에서 문화의 힘을 이렇게 얘기했다. “우리의 부력(富力)은 우리의 생활을 풍족히 할 만하고, 우리의 강력(强力)은 남의 침략을 막을 만하면 족하다. 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 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국토 면적이 세계 100위권에도 들지 못하는 작은 나라에서 전 세계가 열광하는 예술가가 탄생한 것은 우리 생활 저변에서 활동하는 현장 예술인들이 보편적 문화 향유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문화예술 토양을 비옥하게 한 덕도 크다. 그러나 대부분의 예술인이 낮은 수입과 일자리 부재 등으로 ‘예술인의 삶=생활고’라는 공식에 빠져 있는 게 현실이다. 문체부의 ‘2018 예술인 실태조사’ 결과 전체 예술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연수입 1200만원 미만이라는 통계가 단적으로 말해 준다. 문재인 정부와 국회는 문화예술진흥기금 재정 강화, 예술인고용보험법 도입 등 다양한 예술진흥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 체감도는 별로 달라진 게 없다. 정부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과 자영업자 등을 지원하기 위해 1차(11조 7000억원)와 2차(12조 2000억원) 추경을 편성하며 문화예술 분야 예산만 쏙 뺐을 때 예술인의 한 사람으로서 울분과 서글픔까지 느꼈다. 다행히 지난 7월 초 3차 추경에는 문체부 예산 3469억원을 편성해 현장 예술인들에게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 장기화로 예술 분야도 비대면 장르 개척과 소통이 한층 더 중요해졌다. 그래서 정부와 국회에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우선 공연·전시 등 현장 예술 분야 콘텐츠를 전문으로 하는 ‘온라인 예술방송국’을 설립해 현장 예술인들의 일자리 창출과 보편적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예술 분야에도 경제사회노동위원회와 같은 대표 민간단체와 정부·국회의 협력적 소통체계를 구축해 현장 실정에 맞는 구체적인 정책과 집행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예술인들의 현재 활동 상황과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할 수 있는 ‘문화예술인활동지수’(가칭) 같은 지표를 개발해 상시적인 정책과 소통의 기초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130만 기초 예술인은 오늘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뉴딜정책의 성공과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세우고 힘찬 도약을 시작할 때다.
  • “차이콥스키가 우울증 극복하려 쓴 곡… 힘든 시기 겪는 여러분도 위로받기를”

    “차이콥스키가 우울증 극복하려 쓴 곡… 힘든 시기 겪는 여러분도 위로받기를”

    “때로는 밝고 경쾌한 것보다도 차분하고 깊이 마음을 들여다보는 위로도 필요하죠.” 서정적이면서도 화려한 기교로 꾸준히 많은 사랑을 받는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은 어린 시절에 왠지 이 곡과 거리를 두고 싶었다. 깊은 고독과 우울의 늪에 빠졌던 차이콥스키의 아픔이 음악에서 고스란히 전달됐던 이유에서다. “‘호두까기 인형’ 등 발레음악은 좋아하면서도 이 곡이 들리면 같이 우울하고 아파질 것만 같았다”고 회상했다. 그런데 15세에 본격적으로 이 작품을 배우고 연주하면서부터 생각이 크게 달라졌다. 동성애자라는 걸 감추려 강행한 결혼에 실패하고 심한 우울증을 극복하기 위해 떠난 곳에서 제자와 함께 쓴 바이올린 협주곡을 한 음 한 음 따라가 보니 차이콥스키가 스스로를 위로하기 위해 쓴 곡이라는 데 이해가 닿았다.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으로 불안함이 컸던 삶에서 석연치 않은 죽음까지, 곡을 배우며 차이콥스키의 일생을 알아 갈수록 음악에 담긴 진정성을 찾아볼 수 있었어요.” 그렇게 다시 들어보니 바이올린 협주곡에서 숨은 그림을 찾듯 아름다운 장면들이 곳곳에서 떠올랐다. 1악장에선 발레리나가 환상 속에서 자유롭게 나는 듯한 동작이 그려졌고, 2악장에선 슬픔과 고통을 꾹꾹 눌러 삭이려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 튀어나온 감정이 읽혔다. 생생하고 자유분방한 춤 같은 3악장을 마치고 나니 아주 다양한 모습들과 감정이 담긴 작품이라는 매력이 다가왔다고 했다. 한수진은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서울신문 주최로 열리는 ‘가을밤 콘서트’ 무대에 올라 코리아쿱오케스트라와 함께 자신이 느낀 차이콥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속 위로를 전한다. 2008년 당시 정명훈 예술감독 지휘로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협연하며 투어도 했던 작품인데, 10여년 전과 지금은 또 느낌이 많이 다르다고 했다. “20대 땐 내가 느낀 좋은 점을 더 열정적으로 알리고 싶어서 특정 부분들에 특히 에너지를 쏟았다면, 어느덧 30대 중반이 된 지금은 곡 전체의 흐름에 따라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는 여유가 생겼어요.” 5세에 피아노를, 8세에 바이올린을 시작한 한수진은 10세에 로열페스티벌홀에서 데뷔해 12세 때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에서 데뷔하며 일찌감치 주목받은 차세대 연주자다. 펠릭스 안드레브스키, 자하르 브론, 정경화, 안나 추마첸코를 사사했다. 특히 감정 표현이 탁월해 정명훈이 “하늘이 내린 재능”이라고 극찬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한수진은 지난 1월 영국에서 귀국해 독주회를 한 뒤 코로나19로 국내에 발이 묶였다. 그나마 여러 차례 연주할 기회가 주어졌고, 많은 공연이 취소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됐지만 지난 5월 피아니스트 김태형과 듀오 리사이틀을 가졌고 6~7월에도 조심스레 대면 공연을 가진 행운을 누렸다. 무대가 소중한 시기, 그는 지난 5월 마스크를 쓴 관객들이 앉아 있던 객석을 보며 받았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음악으로 위로를 얻고 싶어서 오신 분들에게 내가 가진 것을 요만큼도 남기지 말고 다 드려야겠구나 하고 연주했다”고 떠올렸다. 그 뒤 무관중 공연을 몇 차례 하면서 “아, 이런 게 짝사랑이구나 싶었다”면서 웃었다. 자신의 음악을 온전히 다 전달하지 못하는 듯한 느낌에 답답하고, 관객들이 주는 에너지도 받지 못해 힘들었다고 했다. 어느 때보다 관객이 소중한 가을 밤, 두 계절을 어렵게 넘기고 보낸 관객들과 오랜만에 만날 한수진은 잔뜩 들떠 있다. “차이콥스키 자신을 위한 곡이다 보니 더욱 뜨겁게 그 세계로 끌어당기는 힘이 있는 작품”이라고 바이올린 협주곡을 다시 소개하며 “꼭 위로받고 가시면 좋겠다”는 바람을 거듭 전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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