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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랑구, 치매관리사업 평가 4개 부문 수상

    중랑구, 치매관리사업 평가 4개 부문 수상

    서울 중랑구가 2023년 치매관리사업 평가 4개 부문에서 수상하는 쾌거를 이뤘다. 서울시는 치매관리사업 서비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매년 각 자치구에서 한 해 동안 운영한 치매관리사업를 평가해 우수사례를 선정하고 공유하고 있다. 구는 올해 ▲치매안심센터 특화사업 ▲치매 전문 자원봉사단 ▲치매 공공 후견인 3개 부문에서 서울시장상과 서울시광역치매센터장상을 수상했다. 치매안심센터 특화사업 부문에서는 ‘가족모임’ 프로그램이 우수한 평가를 얻으며 서울시장상에 이름을 올렸다. 중랑구 치매안심센터는 치매 환자 가족 간 소통의 기회를 마련하고 부양부담감과 우울감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함께하는 가족모임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다. 치매 전문 자원봉사단 부문에서는 치매 관련 교육을 이수한 봉사자로 구성된 ‘해피브레인 봉사단’이 서울시광역치매센터장상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해피브레인 봉사단은 치매안심센터 내 가족모임 강사, 선별 검진 보조 등을 비롯해 경로당과 치매 환자 가정에서 인지활동 등을 진행하며 센터 전방위적으로 활약하고 있다. 치매공공후견인 부문에서는 서울시광역치매센터장상 장려상을 수상했고, 지난 9월 중앙치매센터가 주최한 ‘우수 치매파트너 활동 경진대회’ 개인 부문에서도 보건복지부장관상을 수상한 바 있다. 구는 올해 치매관리사업 관련으로만 4개 부문 수상을 이룩하며 치매 환자와 치매 환자 가족들이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치매 환자들이 원래 살던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안전하게 살아가고, 그 가족과 이웃 모두 안심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치매 친화적인 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 39분에 1명씩 자살… 일 평균 36.6명·연간 1만 3352명

    39분에 1명씩 자살… 일 평균 36.6명·연간 1만 3352명

    2021년 손상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해에만 39분마다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셈인데 그해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9개국 중 1위로 나타났다. 질병관리청은 통계청, 소방청 등 14개 기관이 협력해 2021년 상황을 조사한 제13차 국가손상종합통계를 발간했다고 14일 밝혔다. 손상은 각종 사고, 재해 또는 중독 등 외부적 위험 요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모든 신체적·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를 뜻한다.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자살로 생을 마감한 사람은 1만 3352명(10만명당 26명)으로 이는 일일로 환산하면 36.6명이다. 특히 0~49세 손상 사망자의 70% 이상이 자해·자살로 인한 사망이었다. OECD 국가와 비교해보면 2019년 기준 OECD 평균이 인구 10만명당 8.7명이지만 우리나라는 20.1명으로 평균보다 2.3배 높았고 이는 OECD 국가 중 1위였다. SPEDIS(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 시스템) 자료를 통해 자살시도자는 여자가 남자보다 2배가량 많았다. 중독을 통한 자살시도가 80.7%(치료약물 80.5%, 농약 9.3%, 가스 7.8% 순)에 달했다. 환자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집이나 주거시설에서 발생했으며 저녁 8시~새벽 4시에 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교통사고에 따른 사망(3624명)은 2012년(6502명)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지만, 추락·낙상으로 인한 사망(2722명)은 같은 기간 29.4% 증가했다. 나이대별로 보면 30대는 1000명 중 7.5명이 교통사고를 당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50대는 산업재해를 당한 사람이 취업인구 1만명당 46.3명으로 가장 많았다. 17세 이하 아동·청소년 1000명 중 6명은 아동학대를 경험했다. 학생 1천명 중 2.2명은 신체적인 학교폭력을, 2.6명은 집단 따돌림을 경험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국가손상종합통계를 손상예방관리 전략 및 대책 수립에도 적극 활용하고 손상 문제를 체계적이고 통합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정성껏 가꾼 내 친구”…광진구, 어르신 이야기 담은 반려식물 전시회

    “정성껏 가꾼 내 친구”…광진구, 어르신 이야기 담은 반려식물 전시회

    서울 광진구가 오는 15일까지 취약계층 어르신의 고독감 해소를 위한 ‘반려식물 전시회’를 개최한다고 12일 밝혔다. 구는 저소득 어르신의 정서적 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반려식물 보급사업’을 추진했다. 소외감을 느끼기 쉬운 이들이 취미 활동을 즐기며 외로움을 달래고, 삶의 활력을 느끼게 하는 취지다. 주거환경을 산뜻하게 바꿔 우울감을 낮추는 효과도 낸다. 이에 지난 4월 어르신 140명이 반려식물을 지원받았다.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 백량금, 자금우, 녹보수, 행복나무 등 6종으로 구성, 대상자의 선호에 맞춰 화분 1개씩을 보급했다. 정서 함양을 위한 ‘원예 프로그램’도 제공됐다. 꽃과 나뭇잎을 활용해 압화 부채와 향주머니를 만들고, 나무 화분을 식재하며 반려식물 가꾸는 법을 알아뵜다. 같은 취미를 가진 어르신들이 모여 화기애애 소통하는 모습으로 좋은 반응이 이어졌다. ‘반려식물 전시회’는 광진노인종합복지관 1층에서 진행된다. 어르신들이 8개월간 정성 들여 가꾼 반려식물 30개와, 직접 만든 아기자기한 소품을 만날 수 있다. 식물을 키우며 삶의 보람을 느낀 어르신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을 훈훈하게 한다. 김경호 구청장은 “반려식물을 돌보며 우울감을 떨치고 삶의 의욕을 찾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라며 “어르신들의 애정 어린 마음을 함께 나누고자 전시회를 운영 중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 다리에서 떨어지는 女, 가까스로 붙잡은 새내기 경찰관

    다리에서 떨어지는 女, 가까스로 붙잡은 새내기 경찰관

    아찔한 한강 다리 위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여성을 새내기 경찰관이 가까스로 구조했다. 지난 6일 서울 강남경찰서 청담파출소에 따르면 이날 새벽 영동대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받은 출동한 경찰은 난관 근처에 있는 여성을 발견했다. 하지만 여성은 순찰차를 보자 난간 위로 올라갔다. 윤순배 순경은 연합뉴스TV에서 “어떤 여자분이 경찰이 오는 걸 보자마자 갑자기 난간 위로 올라갔다”라며 “그 상태에서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서 뛰어내리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했다. 순찰차에서 다급히 내린 윤 순경은 즉시 달려가 난간을 넘어 다리에서 몸을 던진 여성을 맨손으로 붙잡아 끌어올려 가까스로 구했다. 윤 순경은 “앞으로 점점 넘어지는 모습이 보이는데 달려가면서 이제 어깨를 잡고 한 손으로는 이렇게 껴안듯이 잡고 뒤로 이제 끌어 올리면서 구조를 했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후 경찰은 여성을 파출소로 데려와 안정을 취하게 한 뒤 귀가 조처했다. 여성을 구한 윤 순경은 파출소에 배치된 지 갓 두 달 된 신임 경찰관으로, 여성을 구조하던 중 얼굴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이재명 ‘법카 의혹’ 압수수색 받은 세탁소 주인 유서 남기고 실종

    이재명 ‘법카 의혹’ 압수수색 받은 세탁소 주인 유서 남기고 실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상점 주인이 실종돼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5일 경기 수원서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4시 28분쯤 수원시 매산동 소재 한 세탁소를 운영하던 60대 남성 A씨의 딸 B씨가 “아버지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112에 신고했다. A씨가 운영하는 세탁소는 이 대표의 법인카드 유용 의혹과 관련해 지난 4일 수원지검이 진행한 압수수색 대상 여러 곳 가운데 포함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극단 선택을 암시하는 메모를 남겼으며 현재까지도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이전부터 개인적인 사안으로 우울감을 호소해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인근 CCTV 등을 분석하며 A씨의 동선을 추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검사 김동희)는 전날 오전부터 경기도청에 검사와 수사관 등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 중이다. 앞서 검찰은 이 사건 공익제보자 조명현씨의 신고 내용을 검토한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이 대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벌여왔다. 조씨는 “피신고인(이재명 대표)은 경기도지사라는 직위와 권한을 남용하고 관련 법령을 위반해 공적 업무에 사용돼야 할 법인카드를 개인 용도로 횡령 또는 횡령하도록 지시하거나 횡령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해 배우자의 이익을 도모하는 행위를 했다”며 이 대표를 조사해 달라고 신고한 바 있다. 그는 지난해엔 이 대표 배우자인 김혜경 씨와 전 경기도청 총무과 별정직 5급 배모 씨가 도청 법인카드를 사적으로 유용했다고 폭로했다. 그의 폭로로 검찰과 경찰이 김씨 등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 “욕하던 고객 또 찾아올까 봐 불안”… 감정노동자 62% 정신질환 ‘고위험’[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욕하던 고객 또 찾아올까 봐 불안”… 감정노동자 62% 정신질환 ‘고위험’[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길거리 다니다 배때기에 칼 맞을 ×.” 11년 차 대형마트 계산원 박혜숙(53·가명)씨는 2018년 그날을 잊지 못한다. 다짜고짜 가방을 던지며 욕설을 퍼붓던 동년배 여성 고객의 얼굴이 5년 넘게 지난 지금도 선명하다. “줄 서서 기다리는 손님이 한가득인데 ‘계산도 못 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멍청한 ×’이라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던 어린 남자도 있었어요.” 자신을 위협하던 손님들이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사로잡힌 그는 한 달간 집 밖에 나가지 못했다. 험한 일을 당해도 아무 도움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에 휩싸였다. 박씨는 2년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1년간 항우울제와 항불안제를 먹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성 급성 우울증 진단으로 산업재해 인정도 받았지만, 일터에 나가는 게 여전히 버겁다. 일을 하면서 기분이 나쁘거나 화가 나도 회사가 요구하는 감정만 표현해 소비자를 만족시켜야 하는 업무를 감정노동이라고 한다. 노동학계는 전체 취업자 가운데 고객을 응대하는 시간이 업무의 50% 이상을 차지하는 노동자를 감정노동자로 추정한다. 이 수는 2006년 974만 6000명에서 2020년 1174만 6000명으로 증가했다. 감정노동자는 전체 노동자를 산업·직군·소득별 등으로 구분했을 때 가장 취약한 축에 속한다. 여기에 정해진 매뉴얼대로 고객을 응대하고 부당한 취급을 받아도 서비스를 중단할 권한이 없다시피 한 업무 특성 탓에 이들의 정신건강은 위태로운 수준이다. 서울신문이 정신건강의 불평등과 관련해 감정노동자들의 실태에 주목한 까닭이다. 서울신문은 지난 10월 24일부터 31일까지 일주일간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의 가구방문노동자, 요양보호사, 마트·백화점 판매직, 서울시 120다산콜재단 상담사 등 313명의 감정노동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했다. 그 결과 절반이 훌쩍 넘는 62.1%가 정신건강 고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한국형 감정노동 평가도구를 활용해 이들의 직무스트레스를 파악해 보니 191명(61.0%)이 감정 규제 고위험군으로 조사됐다. 고객 응대 과정에서 실제 느끼는 감정과 다른 감정을 표출하고 감정을 자주 바꿔야 하는 상황에 자주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다. 업무 과정에서 입는 정서적 충격 정도를 말하는 감정부조화 고위험군은 열 명 중 아홉 명꼴(282명·89.8%)로 더 많았다.【감정 회복 어려운 감정노동자】 고객과 갈등 이력 인사고과에 반영51% “직장에서 보호·지지 못 받아”감정 손상, 자연스럽게 치유 안 돼“업무 중 정신과 진료 지원 등 필요” 대부분의 감정노동자가 고객과 갈등을 겪어도 본인 선에서 대처할 재량권이 없어 상처받거나 자존심이 상하는 등 정서적 손상 또는 감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회사로부터 고객 응대 업무를 감시받고 그 결과가 인사고과나 평가에 적용돼 스트레스가 큰 조직모니터링 고위험군에는 46.7%인 146명이 해당했다. 조사 대상의 절반가량인 159명(50.8%)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직장에서 적절한 지지와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감정노동이 심해지면 우울, 적응장애, 정신적 탈진 상태 등 정신건강이 악화하기 쉽다. 조사 응답자의 77.0%인 241명은 최근 2주간 가라앉은 느낌이나 우울감, 절망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11.5%(36명)는 매일, 28.1%(88명)는 여러 날 동안 부정적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정신건강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수면장애 경험자도 81.5%(255명)나 됐다. 다섯 명 중 한 명(71명 ·22.7%)은 거의 매일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극단적인 선택을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최근 2주간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거나 자해를 생각한 사람이 전체의 21.7%(68명)로 조사됐다. 이정훈 서울시 감정노동 종사자 권리보호센터 소장은 “자살을 생각하는 비중이 일반 국민의 경우 평균 2~4%인 점과 비교하면 감정노동자들의 자살 충동은 10배 수준으로 상당히 심각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소장은 “소진된 체력은 휴식과 수면을 통해 회복할 수 있지만, 감정적 손상은 자연스럽게 치유되거나 회복되지 않는다”며 “반복적으로 악성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감정적 타격이 누적되기 때문에 정신건강 고위험군이 많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무 스트레스로 생긴 정신질환을 산업재해로 인정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근로복지공단에 따르면 정신질병의 산재 신청 건수는 2018년 268건에서 2022년 678건으로 2.5배 이상 늘었다. 산재 승인율은 2022년 65.6%에 이른다. 일하면서 얻은 마음의 병도 신체장애와 동일하게 재해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권리 인식이 강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정신질환과 업무 인과성에 대한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2012년 37% 수준에 그쳤던 정신질환 산재 승인율이 10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분석된다. 감정노동에 의한 정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지속되면 이직률이 높아지고 직무 숙련도가 유지되기 어렵다. 그 결과 서비스 품질이 떨어지면 이윤 저하로 이어질 수 있어 감정노동 보호 체계를 제대로 갖추는 것이 기업 입장에서도 유리하다. 이 소장은 “많은 기업이 제공하는 일회성 치유 프로그램은 감기 걸렸을 때 쌍화탕을 마시는 것과 비슷해서 근본적으로 정신건강을 회복하기엔 역부족”이라며 “기업 내부에 전문 상담 요원을 상주시키거나 업무시간 중 외부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비용을 지원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버거운 삶, 깊어진 병… 韓 빈곤층 우울, 고소득층의 최대 5.8배[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버거운 삶, 깊어진 병… 韓 빈곤층 우울, 고소득층의 최대 5.8배[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소득 불평등이 건강에 미치는 해악을 연구해 온 영국의 보건학자 리처드 윌킨슨과 케이트 피킷은 경제적 불평등이 심한 나라는 비교적 평등한 나라에 견줘 정신질환 환자 비율이 3배까지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들은 2010년 펴낸 저서 ‘평등이 답이다’에서 소득 불평등이 상대적으로 낮은 일본과 독일의 정신질환 비율은 10명 중 1명 미만이었으나 호주와 영국은 5명 중 1명 이상이었다고 지적했다. 빈부 격차가 극심한 미국에서는 4명 중 1명꼴이었다. 특히 불안장애, 충동조절장애, 중증 정신질환이 불평등과 강한 상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국가 내에서도 소득 격차에 따라 정신건강이 좌우된다. 윌킨슨과 피킷은 2018년 후속 연구 내용을 담은 ‘불평등 트라우마’를 통해 영국의 소득 하위 20% 집단에 속한 남성이 소득 상위 20% 집단의 남성보다 우울증을 앓을 가능성이 35배 더 높다고 밝혔다.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는 경향이 강하고 경쟁이 치열하며 물질만능주의에 물들수록 더 그렇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우울감이 높다는 연구 결과는 국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국회미래연구원 이채정 부연구위원과 노법래 부경대 교수가 제1~15차 한국복지패널(2006~2020년)을 분석해 연령과 소득 수준에 따른 우울 경험 확률을 분석한 결과 20대 초반을 제외하고 생애 기간 전반에 걸쳐 저소득 집단의 우울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소득 50% 미만인 빈곤층은 평균적으로 17.5%가 우울을 경험하는 반면 중위소득 1.5배 이상의 고소득 집단은 평균적으로 3% 수준에서 우울을 경험해 격차가 5.8배로 벌어진다. 특히 식사와 의료서비스 지원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거나 공과금을 내지 못하고 신용불량자로 등재된 경험이 있는 빈곤 경험자는 15% 정도가 높은 우울감(우울감 상위 20%)을 경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빈곤을 겪어 보지 않은 집단(7.5%)과 비교해 우울증을 경험할 확률이 두 배 정도 높다고 이 부연구위원은 설명했다.
  • ‘차선 끼어들기’에 격분…쫓아가 흉기 휘두르고 극단 선택

    ‘차선 끼어들기’에 격분…쫓아가 흉기 휘두르고 극단 선택

    차선 끼어들기에 화가 난 40대 남성이 상대 차량 운전자를 쫓아가 흉기를 휘두른 뒤 극단적 선택을 해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4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3일 오후 4시 56분쯤 화성시 방교동 한 게임장에서 40대 A씨가 50대 B씨에게 3~4차례가량 흉기를 휘둘렀다. 앞서 A씨는 인근에서 차량을 몰던 중 B씨의 차량이 끼어든 것에 격분, 해당 게임장까지 쫓아가 그와 말싸움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말싸움 당시 모친과 함께 있던 A씨는 모친을 인근 자택에 바래다준 뒤, 다시 흉기를 챙겨 해당 게임장으로 찾아가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게임장 관계자의 신고를 받고 출동, A씨를 추적한 경찰은 그가 자택에 숨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경찰은 범행을 끝낸 A씨가 모친이 외출한 사이 자택에 돌아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피해자 B씨는 상처를 입고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으나, 생명에 지장은 없는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A씨 시신에 대한 부검을 의뢰해 정확한 경위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마지막 경고”… 울산 일가족 사망 아파트 문에 테이프

    “마지막 경고”… 울산 일가족 사망 아파트 문에 테이프

    울산 한 아파트 일가족 사망 사건과 관련해 이들 가족이 대출을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가 쫓겨날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일 경찰은 울산의 한 대기업 직원인 가장 A(47)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어오다 가족을 살해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A씨는 2013년 집을 담보로 대출받았지만, 갚지 못해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경고문은 지난 9월 집이 낙찰된 뒤에도 A씨가 나가길 거부하자 새 주인이 퇴거를 요구하기 위해 붙인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일 MBC 보도에 따르면 현관문에는 ‘마지막 경고’라고 흰색 테이프로 적은 글씨가 크게 붙어 있다. 경고가 적힌 종이에는 “경고합니다. 마지막입니다. 이번에는 문 앞에서 끝나지만 다음에는 계고합니다. 충분히 많은 배려해 드렸습니다. 잘 생각하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앞서 지난 1일 불이 난 울산 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와 자녀 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아버지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경찰은 A씨 아내와 자녀들의 목에 짓눌린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주변인 진술과 부검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 경위와 사망 원인을 밝힐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단독] 강남 3구에만 정신과 216곳… 고성·연천 등 31곳엔 한 곳도 없다

    [단독] 강남 3구에만 정신과 216곳… 고성·연천 등 31곳엔 한 곳도 없다

    #양극화10만명당 진료기관 강남 20개‘2곳 미만’ 기초단체 56곳 달해1000명당 진료인 수 상위 50곳농어촌 24.4곳 > 대도시 11.8곳#자살률지난해 전국 10만명당 자살 25.1명서울 21.3<경기 22.9<충남·강원 33“진료 공백 클수록 자살률 높아져공공부문서 지방 정신건강 챙겨야” 강원 고성군, 경기 연천군, 인천 옹진군, 경남 산청군, 경북 영덕군, 전북 무주군, 충남 계룡시, 충북 증평군…. 대한민국에서 정신과 의료기관이 한 곳도 없는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다. 서울에서 멀어질수록 정신건강을 지켜 주는 의료기관은 부족했고, 자살률은 우울한 고공 행진을 이어 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로 공백 상태인 지방 정신건강 의료시스템을 지목한다.서울신문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확보한 건강보험 데이터와 지역별 정신의료기관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9월 기준 전국 기초지자체 250곳 가운데 31곳에는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전무했다. 반면 서울 강남구는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111개, 서초구는 58개, 송파구는 47개였다. 의료 서비스의 지역별 양극화가 정신건강 부문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 인구 비례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기준 전국에서 인구 10만명당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하나도 없거나 2개 미만인 기초단체는 56곳이나 됐다. 전체 행정구역의 5분의1가량은 정신건강 관리가 미흡한 사각지대인 셈이다. 서울과 대도시 지역에는 동네마다 정신과 진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넘쳐났다. 강남구는 인구 10만명당 20.0개의 정신과 의료기관이 있었고 종로구가 17.7개, 서초구가 13.9개로 뒤를 이었다. 강남구가 14개 행정동으로 구성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별로 7.9개의 정신과 의료기관이 운영 중이다. 인구 10만명당 정신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기관이 10개 이상인 도시는 전국에 모두 9곳이다. 서울(강남·종로·서초·중구·마포)과 부산(중구), 대구(중구), 경기(수원 팔달구), 전남(화순) 등이었다. 전남 화순의 경우 인구가 6만 1300명 수준인데 종합병원과 요양병원, 정신병원 등 총 7곳의 정신과 진료 의료기관이 모여 있다. ‘농촌이 도시에 견줘 정신과 진료 수요가 적으니 의료기관이 적은 게 아니냐’는 게 통설이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지난 5년간 인구 1000명당 정신과에서 진료받은 사람(거주지 기준)의 수가 많은 상위 50곳을 도시 규모별로 나눠 보면 농어촌(인구 5만명 미만) 지역이 평균 24.4곳, 대도시(50만명 이상)가 11.8곳이다. 정신과 진료 수요 면에서 보면 농어촌이 대도시보다 두 배 넘게 많다는 뜻이다. 대도시에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의 수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급증했다. 대도시의 경우 2018년과 2019년 인구당 진료 인원수 상위 지역이 5곳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가 시작된 2020년 11곳에서 2021년 17곳, 지난해 21곳으로 급증했다. 이해우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코로나19로 인한 격리가 인구밀집도가 높은 서울에서 좀더 스트레스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해야 하는 20~30대가 코로나19로 인한 방역 조치로 우울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이 대도시에 주로 거주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정신과 관련 의료 접근성의 양극화가 수치로 드러난 것보다 심각할 수 있다고 본다. 김일빈 차의과대학 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서울이나 대도시는 지역 간 거리가 가깝고 교통도 편리하지만, 지방은 그렇지 않다”면서 “지방의 경우 몇 시간씩 걸려서 공중보건소를 찾아 상담을 하고 약을 타 가는 노인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서비스 접근성이 나빠 치료 도중에 중단하는 사례가 적잖다”고 말했다. 이는 지방의 높은 자살률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전국 평균 25.1명이었다. 서울은 21.3명, 경기는 22.9명으로 평균보다 낮았다. 반면 충남(33.02명)과 강원(33.00명)은 전국 평균을 훌쩍 뛰어넘었다. 충북(28.9명)과 경북(26.9명), 전남(26.7명)도 평균을 상회했다. 그 결과 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 상위 50개 지역 중 대도시는 4곳이었고, 중소도시는 23곳, 농어촌은 23곳이었다. 김 교수는 “우울증과 자살은 같은 범주 안에 있다. 우울증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자살”이라면서 “뻥 뚫린 지방 정신의료서비스가 높은 자살률로 연결되고 있다. 민간 부문에서 해결하기 어렵다면 공공부문에서 지원과 인프라를 확대해 정신건강 문제를 챙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공백 상태인 지방 정신건강 의료서비스를 채우는 것과 함께 생애 주기에 따른 지원 프로그램 마련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 치매를 제외한 정신과 진료를 받은 사람의 수는 2018년 260만 9537명에서 지난해 332만 2176명으로 늘었다. 특정 연령층이 아닌 전 세대에 걸쳐 고르게 증가했다. 정정엽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이사(정신과 전문의)는 “특정 질환이나 연령층을 중심으로 정신질환 관련 의료시스템을 구축할 것이 아니라 전 세대, 생애 주기에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단독] 가까운 정신과는 3시간, 가족에겐 말 못 해… 때 놓쳐 깊어진 우울증

    [단독] 가까운 정신과는 3시간, 가족에겐 말 못 해… 때 놓쳐 깊어진 우울증

    #5.1곳 vs 2곳도농 정신질환 병원 2.5배 차접근성 열악해 치료 적기 놓쳐#문화 차이시골, 이웃끼리 잘 알아 불편자식에게 부담 줄까 봐 숨겨#병상·인력난정신과 보호병동 갈수록 줄어강원, 전공의 정원 없어 운영난 #강원 양구군에 사는 70대 할아버지 A씨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는데도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양구군에 있는 정신과 병원은 민간인의 접근이 제한되는 군병원인 백두병원뿐. 이를 제외한 가장 가까운 정신과 병원은 40㎞ 떨어진 춘천에 있다. 자동차로는 1시간,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 거리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선 이동이 불가능한 데다 직장 생활을 하는 자식에게 근무를 쉬게 할 정도로 부담을 지우는 건 죽기보다 싫다. 몇 달 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A씨는 결국 치료 적기를 놓치고 우울감이 깊어진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지역 소도시의 정신건강 의료 환경은 시설 부족에 따른 열악한 접근성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일수록 A씨 사례처럼 이동거리는 더 중요해진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50개(행정구 포함) 지자체의 인구 10만명당 정신질환 관련 의료기관 숫자는 대도시(인구 50만명 이상) 평균 5.1곳, 농어촌(5만명 미만) 평균 2.0곳으로 2.5배 차이가 난다. 중소도시(5만~50만명)는 3.5곳 수준이다. 특히 시설 수가 0곳인 지역은 32개로 경북 예천군과 인천 옹진군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 5만명 미만의 농어촌이다. 노대영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접근성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 A씨와 같은 사례가 ‘전형적’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에선 외부의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증으로 진료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너그러울 것 같은데도 오히려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이웃 문화에서 오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특히 노후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식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가벼운 증상을 숨기다 병을 키워 오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월화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진홍 원장도 인근 지역을 통틀어 몇 안 되는 정신과 개원의다. 2016년부터 함양군에서 자리를 지킨 김 원장은 “군 단위나 소도시에 정신과 의사가 개원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가까운 곳에 정신과 개원의가 없기 때문에 먼 곳까지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꾸역꾸역 찾아오신다”며 “은퇴를 고민하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지역을 지키는 의사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역 소도시에선 중증질환자의 치료 환경도 녹록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폐쇄병동(보호병동)을 하나둘 줄여 나가다 보니 병상 부족 문제가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전국의 정신과 폐쇄병상 수는 2018년 말 6만 5069개에서 지난 10월 5만 4376개로 16.4% 줄었다. 폐쇄병상 감소율이 높은 지역은 ▲충남(31.2%) ▲광주(28.3%) ▲대전(27.5%) ▲강원(23.1%) 등이었다. 특히 강원의 경우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 중 하나인 국립춘천병원이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전공의 정원 없이는 입원실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노 교수는 “조현병 등 상시적으로 있는 환자를 입원시키기가 어려워 전화를 여러 군데 돌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대량 실직에 극단 선택 증가… 정신건강은 돌보지 못했다

    대량 실직에 극단 선택 증가… 정신건강은 돌보지 못했다

    거제·군산 구조조정 때 자살 늘어당시 정신과 환자 수는 변동 없어정부 대응은 경제적 지원에 초점“자살 예방, 위험군 조기 발견 중요” 2018~2020년 공장 폐쇄 등으로 경제적 재난을 겪었던 경남 거제시 등에서 자살률이 급등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지역의 정신과 진료 환자 수는 큰 변동이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에 정책적 지원을 해 정신과 진료가 활발하게 이뤄졌다면 자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거제시 등에서의 자살률 급등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정신과 진료가 미흡했다는 점은 서울신문 분석 결과 처음 드러났다. 3일 서울신문이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확보한 최근 5년(2018~2022년)의 건강보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거제시의 1000명당 정신건강 진료 인원(치매 제외)은 47.0명이었다. 이듬해인 2019년에는 48.8명으로 소폭(1.8명)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거제시의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통계청 기준)은 2018년 30.7명, 2019년 33.9명으로 3.2명이 증가했다. 자살 증가율은 무려 10%에 육박한다. 전북 군산시의 인구 1000명당 치매를 제외한 정신건강 진료 인원은 2018년 51.0명, 2019년 53.2명으로 2.2명 증가했고, 같은 기간 자살률은 32.8명에서 33.1명으로 0.3명 늘었다. 다만 군산시의 경우 2018년 자살률이 전년인 2017년의 26.7명보다 6.1명 급등한 상황이었다. 거제시와 군산시의 자살률을 전국 평균인 2017년 24.3명, 2018년 26.4명, 2019년 26.6명과 비교하면 최대 7.3명(2019년 거제시) 더 많은 수치다. 당시 거제시와 군산시는 지역경제를 떠받치고 있던 조선소들이 글로벌 업황 부진으로 구조조정을 겪어야 했다. 특히 군산시의 경우 1997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해 오던 한국GM 군산공장이 2018년 폐쇄되는 등 2010년대 중반부터 지역경제가 파탄 나다시피 했다. 이에 정부는 지역 위기 대응책으로 군산시와 거제시를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했다. 고용위기지역으로 지정되면 해당 지역 내 사업주가 실직자를 고용할 경우 연 720만원의 고용촉진장려금을 지급하고 실직자가 별도 비용 없이 직업훈련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경제적 지원을 받게 된다. 그러나 경제적 지원은 갑작스러운 구조조정이나 실직 등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이들을 온전하게 돕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의 한 정신건강복지센터 관계자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우울감이나 자살 충동을 겪는 이들에게는 정신 상담이나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며 “경제적 지원과 함께 정신건강 측면의 지원을 병행했다면 자살률을 크게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서울신문 분석 결과 2022년 기준으로 인구 10만명당 정신질환 관련 의료기관 수는 거제시가 1.3곳, 군산시는 2.3곳에 불과했다. 반면 서울은 6.8곳이었다. 백종우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중앙자살예방센터장)는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지역에 실직자가 대량 발생할 경우 실직자 당사자뿐 아니라 가족과 주변 주민들에게도 정신적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이들이 쉽게 치료에 접근할 수 있는 정신건강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자살 위험군을 조기 발견해 선제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하는 것이 자살 예방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 [단독] 가까운 정신과는 3시간, 가족에겐 말 못 해… 때 놓쳐 깊어진 우울증 [대한민국 정신건강리포트-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단독] 가까운 정신과는 3시간, 가족에겐 말 못 해… 때 놓쳐 깊어진 우울증 [대한민국 정신건강리포트-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2회> 없는 것이 아니다 쳐다보지 않았을 뿐 도농 정신질환 병원 2.5배 차접근성 열악해 치료 적기 놓쳐시골, 이웃끼리 잘 알아 불편자식에게 부담 줄까 봐 숨겨정신과 보호병동 갈수록 줄어강원, 전공의 정원 없어 운영난 #강원 양구군에 사는 70대 할아버지 A씨는 잠 못 이루는 밤이 계속되는데도 쉽게 병원에 가지 못하고 있다. 양구군에 있는 정신과 병원은 민간인의 접근이 제한되는 군병원인 백두병원뿐. 이를 제외한 가장 가까운 정신과 병원은 40㎞ 떨어진 춘천에 있다. 자동차로는 1시간, 대중교통으로는 3시간 거리다. 불편한 몸을 이끌고 혼자선 이동이 불가능한 데다 직장 생활을 하는 자식에게 근무를 쉬게 할 정도로 부담을 지우는 건 죽기보다 싫다. 몇 달 전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던 A씨는 결국 치료 적기를 놓치고 우울감이 깊어진 뒤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5.1곳 vs 2곳 지역 소도시의 정신건강 의료 환경은 시설 부족에 따른 열악한 접근성이 문제로 꼽힌다. 특히 고령화가 심각한 농어촌 지역일수록 A씨 사례처럼 이동거리는 더 중요해진다. 3일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전국 250개(행정구 포함) 지자체의 인구 10만명당 정신질환 관련 의료기관 숫자는 대도시(인구 50만명 이상) 평균 5.1곳, 농어촌(5만명 미만) 평균 2.0곳으로 2.5배 차이가 난다. 중소도시(5만~50만명)는 3.5곳 수준이다. 특히 시설 수가 0곳인 지역은 32개로 경북 예천군과 인천 옹진군을 제외하면 모두 인구 5만명 미만의 농어촌이다.#문화 차이 노대영 한림대 춘천성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접근성 때문에 치료를 제대로 이어 가지 못한 A씨와 같은 사례가 ‘전형적’이라고 설명했다. 노 교수는 “경쟁이 치열한 대도시에선 외부의 스트레스로 인한 신경증으로 진료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시골에 사는 사람들은 너그러울 것 같은데도 오히려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아는 이웃 문화에서 오는 불편함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노 교수는 또 “특히 노후의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자식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가벼운 증상을 숨기다 병을 키워 오는 분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리산 자락인 경남 함양군에 위치한 월화수정신건강의학과의원의 김진홍 원장도 인근 지역을 통틀어 몇 안 되는 정신과 개원의다. 2016년부터 함양군에서 자리를 지킨 김 원장은 “군 단위나 소도시에 정신과 의사가 개원한 사례는 많지 않다”며 “가까운 곳에 정신과 개원의가 없기 때문에 먼 곳까지 가서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부분 80세가 넘은 어르신들이 대중교통을 타고 꾸역꾸역 찾아오신다”며 “은퇴를 고민하는 현재 상황에서 볼 때 지역을 지키는 의사가 더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지역 소도시에선 중증질환자의 치료 환경도 녹록지 않다. 비용이 많이 드는 폐쇄병동(보호병동)을 하나둘 줄여 나가다 보니 병상 부족 문제가 피부로 와닿기 때문이다. 전국의 정신과 폐쇄병상 수는 2018년 말 6만 5069개에서 지난 10월 5만 4376개로 16.4% 줄었다. #병상·인력난 폐쇄병상 감소율이 높은 지역은 ▲충남(31.2%) ▲광주(28.3%) ▲대전(27.5%) ▲강원(23.1%) 등이었다. 특히 강원의 경우 전국 5개 국립정신병원 중 하나인 국립춘천병원이 의사 인력난에 시달리면서 전공의 정원 없이는 입원실 운영이 어려운 상태다. 노 교수는 “조현병 등 상시적으로 있는 환자를 입원시키기가 어려워 전화를 여러 군데 돌려야 하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 울산 일가족 4명 참극…“가장이 아내·자녀 둘 살해 후 극단선택 추정”

    울산 일가족 4명 참극…“가장이 아내·자녀 둘 살해 후 극단선택 추정”

    “등교 안 했다” 학교 신고로 경찰 출동경찰, 경제적 문제 염두 수사 울산에서 일가족 4명이 사망했다. 가족 중 어머니와 자녀 등 3명은 불이 난 아파트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으며, 40대 아버지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숨졌다. 1일 밤, 울산 북구 한 아파트에 경찰이 출동했다. 경찰은 이날 오후 7시쯤 울산 모 중학교로부터 “학생이 등교하지 않았다”는 신고를 접수하고 해당 학생이 사는 아파트를 찾아갔다. 하지만 이 집 가장인 A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고 자녀들이 집 안에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찰이 직접 확인을 재차 요청했으나 A씨는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경찰은 소방구조대에 협조를 요청해 현관문을 강제 개방했다. 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에는 연기가 자욱했고, 방 안에서는 A씨의 아내와 중·고등학생 두 자녀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사망 판정을 받았다. 또 집 안에 불이 붙어 소방관들이 추가로 출동해 20여분 만에 진화했다. 경찰은 A씨 아내와 자녀들 목에 짓눌린 흔적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경찰은 대기업 직원인 A씨가 경제적 문제를 겪어오다가 가족을 살해하고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정확한 사건 경위와 사망 원인은 주변인 진술과 부검 등을 통해 밝힐 방침이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화 참다 공황장애, 결혼 반대에 우울증… 평범한 일상, 병이 됐죠[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화 참다 공황장애, 결혼 반대에 우울증… 평범한 일상, 병이 됐죠[당신의 마음은 안녕하십니까]

    서울신문은 우리 주변에 가려진 정신질환자 8명을 직접 만나 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정신질환을 얻게 됐는지,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 전후로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었다. 8명 모두 자신의 병을 알게 된 뒤 이를 이겨 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병마와 싸우는 모든 환자들이 그렇듯 이들이 원하는 건 단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과 생활이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혹은 친구나 연인인 8명의 투병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동을 키워드로 나눠 엮었다. 최대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들은 “우리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에 걸린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시간이다.#불안독감 10배의 오한 동반불안이 불안을 키웠죠 “시작은 사소한 걱정이었지만 이내 불안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20년간 유학 등으로 미국에 거주하다 IT(정보기술) 업계 스타트업 기업에 근무하던 김상훈(이하 가명·53)씨는 2017년 출근길에 옷을 입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심해서 그랬던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2주 동안 검사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인의 권유로 찾아간 정신과에서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발현될 때는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혔다. 회사에서 업무 성과가 잘 나지 않으면 모두 자기 탓인 것 같았다. 체감상 독감 10배 정도의 오한이 찾아오거나 온몸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느껴지는 신체적 증상도 함께 왔다. 상훈씨는 “평소 스키나 수영을 즐기며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질환을 앓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5년째 치료받으며 상태가 호전됐지만 불안에 사로잡히리라는 ‘불안’은 여전하다. #분노모욕적 발언에 호흡 곤란쉼없이 일하다 결국엔 병 “화를 참을 수 없어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었어요.” 강태욱(61)씨는 2019년 주변 사람에게서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이후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든 증상으로 이어졌다. 응급실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두 번째 찾아간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약을 먹고 꾸준히 치료받아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다. 태욱씨는 “쉬지 않고 일만 한 것이 결국 병으로 찾아온 것 같다”면서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어려움을 덜어 낼 수 있도록 노는 방법을 미리 알았다면 병이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되돌아봤다. #자책혼인빙자 사기당해 분노결국 내 탓… 뇌가 멈춘 듯 “사랑을 믿었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김이서(34·여)씨는 몇 해 전 제주도 여행지에서 만난 한 남성과 진지하게 사귀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 가던 중 남성이 조금씩 금전을 요구해 왔다. 적은 액수에서 시작해 점차 금액이 불어났다. 뒤늦게 남성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엔 그에 대한 격렬한 분노가 찾아왔다가 이내 극심한 자책으로 이어졌다. 숨쉬기도 어려웠고 뇌가 멈춘 것 같은 상태가 반복됐다. 힘겹게 정신병원을 찾았다.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서씨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혼인빙자 사기가) 나만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존감종교적 이유로 결혼 반대 병 인정하니 점차 회복 중 “어릴 땐 부족한 게 없었어요.” 최훈석(40)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님 밑에서 풍족하게 자랐다. 교대에 진학했고 원하던 초등학교 교사도 됐다. 그런데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부모님이 반대했다. 종교적 이유였다. 두 번째 여자친구와의 결혼마저 반대했을 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존감이 떨어졌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급식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심각성을 깨닫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훈석씨는 “병이라고 인지하기 전에는 내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병을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력감진학 스트레스로 불면증떠밀리듯 결혼… 이혼까지 “제가 스스로 결정한 게 없었어요.” 학원강사인 이나희(42·여)씨는 2020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잠귀가 밝고 예민한 편이라고만 생각했다. 부모님의 강요로 원치 않는 비평준화 고교에 진학했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 그걸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결혼까지 주변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떠밀리듯 했다. 이혼을 하고 나서야 스스로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지 4년째다. 나희씨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잘 들어 줬는데 정작 제 안의 이야기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기쁨놀기 좋아해 늘 즐거운 줄계모 학대로 조울증 진단 “저는 제가 늘 즐거운 줄 알았어요.” 김선희(48·여)씨는 과거 대학생 시절 또래들 가운데 가장 잘 ‘노는’ 친구로 꼽혔다. 잠도 자지 않고 놀았다.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중고교 시절 친구들에게도 연락해서 매일 만나 술을 마셨다. 한 달 넘게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결국 가족들에 의해 병원에 보내졌다.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선희씨는 지금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함께 살게 된 계모의 학대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선희씨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10여년 전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결국 일은 하지 못했다”면서 “정신과에 다니는 보육교사에게 누가 아이를 맡기겠나. 편의점에서 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가 저에게는 맞다”고 씁쓸해했다. 사실혼 관계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선희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치료받고 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립감결별·퇴사로 우울감 커져주변에 아무도 없다 생각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밑이 있었어요. 끝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느낌이었죠.” 박우선(34·여)씨는 어릴 때부터 우울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준비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퇴사까지 하게 되면서 우울감은 더 커졌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5년 전 병원을 찾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친구들에게 현재 상태를 털어놓기도 했다. 우선씨는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꾸준히 치료받으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빈곤사업 실패에 부동산 사기불안증으로 몸도 망가져 “나이가 들면서 힘도 용기도 사라졌어요. 사회가 저를 받아 주지 않는 것 같았어요.” 김희훈(67·여)씨는 서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994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의류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에 사업이 흔들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 변해 버린 고국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부동산 사기까지 당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스트레스는 갑상선 기능저하라는 원인불명의 신체 증상으로 발현됐다. 결국 2019년 불안증 진단을 받았다. “제가 4년 가까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그런 곳을 네가 왜 가니?’라는 반응도 있어요. 그런데 불안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어요. 노후가 불안한 노년층일수록 더 심하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희훈씨의 삶에는 비로소 안정이 찾아왔다. ■도움 주신 분 대한신경정신의학회(오강섭 이사장, 미래전략위원회 최준호 위원장, 정정엽 이사)
  • 화 참다 공황장애, 결혼 반대에 우울증…평범한 일상, 병이 됐죠

    서울신문은 우리 주변에 가려진 정신질환자 8명을 직접 만나 이들의 마음속 이야기를 들었다. 어떻게 정신질환을 얻게 됐는지, 정신질환 진단과 치료 전후로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물었다. 8명 모두 자신의 병을 알게 된 뒤 이를 이겨 내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병마와 싸우는 모든 환자들이 그렇듯 이들이 원하는 건 단지 남들과 같은 평범한 삶과 생활이었다. 누군가의 아들이자 딸, 아버지이자 어머니인, 혹은 친구나 연인인 8명의 투병기를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감정과 행동을 키워드로 나눠 엮었다. 최대한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옮겼다.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이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더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들은 “우리도 남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사람”이라며 “누구나 걸릴 수 있는 병에 걸린 것일 뿐”이라고 했다. 이제 이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일 시간이다. #불안 “시작은 사소한 걱정이었지만 이내 불안이 저를 사로잡았어요.” 20년간 유학 등으로 미국에 거주하다 IT(정보기술) 업계 스타트업 기업에 근무하던 김상훈(이하 가명·53)씨는 2017년 출근길에 옷을 입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조금 심해서 그랬던 것이라고만 생각했다. 그런데 이후 사흘간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몸무게가 3㎏이나 빠졌다. 서울대병원 내과에서 2주 동안 검사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했다. 결국 지인의 권유로 찾아간 정신과에서 불안장애 진단을 받았다. 증상이 발현될 때는 건강과 미래에 대한 불안에 사로잡혔다. 회사에서 업무 성과가 잘 나지 않으면 모두 자기 탓인 것 같았다. 체감상 독감 10배 정도의 오한이 찾아오거나 온몸에 참을 수 없을 정도의 통증이 느껴지는 신체적 증상도 함께 왔다. 상훈씨는 “평소 스키나 수영을 즐기며 건강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신질환을 앓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5년째 치료받으며 상태가 호전됐지만 불안에 사로잡히리라는 ‘불안’은 여전하다. #분노 “화를 참을 수 없어 숨을 쉬지 못할 지경이었어요.” 강태욱(61)씨는 2019년 주변 사람에게서 모욕적인 발언을 들었다. 이후 오해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았지만 당시엔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가슴이 답답하고 숨을 쉬기 힘든 증상으로 이어졌다. 응급실을 찾았지만 원인을 알아내지 못했다. 결국 두 번째 찾아간 병원에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지금은 약을 먹고 꾸준히 치료받아 완치 판정을 받은 상태다. 태욱씨는 “쉬지 않고 일만 한 것이 결국 병으로 찾아온 것 같다”면서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를 해소하거나 어려움을 덜어 낼 수 있도록 노는 방법을 미리 알았다면 병이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고 되돌아봤다. #자책 “사랑을 믿었던 내가 너무 원망스러웠어요.” 김이서(34·여)씨는 몇 해 전 제주도 여행지에서 만난 한 남성과 진지하게 사귀었다. 결혼을 전제로 만남을 이어 가던 중 남성이 조금씩 금전을 요구해 왔다. 적은 액수에서 시작해 점차 금액이 불어났다. 뒤늦게 남성이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처음엔 그에 대한 격렬한 분노가 찾아왔다가 이내 극심한 자책으로 이어졌다. 숨쉬기도 어려웠고 뇌가 멈춘 것 같은 상태가 반복됐다. 힘겹게 정신병원을 찾았다. 상담과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상황을 조금 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됐다. 이서씨는 “치료를 받지 않았다면 (혼인빙자 사기가) 나만의 잘못이라는 생각을 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자존감 “어릴 땐 부족한 게 없었어요.” 최훈석(40)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모님 밑에서 풍족하게 자랐다. 교대에 진학했고 원하던 초등학교 교사도 됐다. 그런데 여자친구와의 결혼을 부모님이 반대했다. 종교적 이유였다. 두 번째 여자친구와의 결혼마저 반대했을 땐 큰 충격을 받았다. 자존감이 떨어졌고 우울감이 밀려왔다. 그러다 어느 순간 급식실에서 아이들이 하는 말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심각성을 깨닫고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훈석씨는 “병이라고 인지하기 전에는 내 잘못이라고만 생각했다”면서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를 객관화하고 병을 인정할 수 있었던 것이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무력감 “제가 스스로 결정한 게 없었어요.” 학원강사인 이나희(42·여)씨는 2020년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불면증에 시달렸지만 잠귀가 밝고 예민한 편이라고만 생각했다. 부모님의 강요로 원치 않는 비평준화 고교에 진학했을 때부터 스트레스가 더 심해졌다. 그걸 제대로 풀지 못한 채 결혼까지 주변 어른들의 성화에 못 이겨 떠밀리듯 했다. 이혼을 하고 나서야 스스로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이제 우울증 진단을 받고 치료받은 지 4년째다. 나희씨는 “어릴 때부터 주변 사람들의 고민 상담을 잘 들어 줬는데 정작 제 안의 이야기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다”고 돌이켰다. #기쁨 “저는 제가 늘 즐거운 줄 알았어요.” 김선희(48·여)씨는 과거 대학생 시절 또래들 가운데 가장 잘 ‘노는’ 친구로 꼽혔다. 잠도 자지 않고 놀았다. 한동안 연락하지 않았던 중고교 시절 친구들에게도 연락해서 매일 만나 술을 마셨다. 한 달 넘게 집에 들어가지 않은 적도 있었다. 결국 가족들에 의해 병원에 보내졌다. 조울증(양극성 정동장애) 진단을 받았다.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었다. 선희씨는 지금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함께 살게 된 계모의 학대가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선희씨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10여년 전에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결국 일은 하지 못했다”면서 “정신과에 다니는 보육교사에게 누가 아이를 맡기겠나. 편의점에서 하는 파트타임 아르바이트가 저에게는 맞다”고 씁쓸해했다. 사실혼 관계의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선희씨는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꾸준히 치료받고 있다. “그래도 살아야 한다는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고립감 “바닥인 줄 알았는데 더 밑이 있었어요. 끝없이 가라앉기만 하는 느낌이었죠.” 박우선(34·여)씨는 어릴 때부터 우울한 성격이라고 생각했다. 결혼을 준비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지고 퇴사까지 하게 되면서 우울감은 더 커졌다. 죽어야겠다는 생각을 하다가 5년 전 병원을 찾았다. 주변에 아무도 없다는 생각이 치료를 받으면서 조금씩 나아졌다. 친구들에게 현재 상태를 털어놓기도 했다. 우선씨는 “상담 치료를 받으면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앞으로 꾸준히 치료받으며 평범한 삶을 살고 싶다”고 했다. #빈곤 “나이가 들면서 힘도 용기도 사라졌어요. 사회가 저를 받아 주지 않는 것 같았어요.” 김희훈(67·여)씨는 서울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1994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의류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에 사업이 흔들려 한국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너무 변해 버린 고국에서 적응하지 못했다. 설상가상 부동산 사기까지 당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스트레스는 갑상선 기능저하라는 원인불명의 신체 증상으로 발현됐다. 결국 2019년 불안증 진단을 받았다. “제가 4년 가까이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하면 ‘그런 곳을 네가 왜 가니?’라는 반응도 있어요. 그런데 불안증은 누구나 겪을 수 있어요. 노후가 불안한 노년층일수록 더 심하죠.” 정신과 상담을 받으면서 희훈씨의 삶에는 비로소 안정이 찾아왔다.
  • “軍 집단 괴롭힘으로 숨진 아들, 1년째 차디찬 냉동고에 있습니다”

    “軍 집단 괴롭힘으로 숨진 아들, 1년째 차디찬 냉동고에 있습니다”

    1년 전 최전방 GOP(일반전초)에서 집단 괴롭힘 끝에 극단적 선택을 한 이등병 故김상현씨의 유족이 “사건이 방치됐다”며 군과 수사기관을 비판했다. 유가족과 군인권센터는 28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에 대한 예우와 장례가 빠르게 진행될 수 있도록 국가기관은 조속히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변사 사건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고 윤승주 일병, 고 이예람 중사, 고 홍정기 일병, 고 박세원 수경, 고 조재윤 하사 등 군에서 사망한 장병들의 유가족도 함께 자리했다. 김 이병의 부친은 “아이가 떠나고 1년이 지났지만 군이나 민간 경찰, 검찰 쪽에서 사건과 관련해 진전된 내용은 전혀 없다. 아직도 조사중이라고 한다”며 “차디찬 냉동고에 있는 상현이를 보면서 언제쯤 명확한 결론이 나올지 답답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사고 이후 12사단은 변화가 없는 듯하다. 내가 아는 것만 최소 2건의 사망 사건이 있었으며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 “그러던 중 사단장은 합참을 거쳐 수도방위사령부 사령관으로 영전했다고 하니 유족으로서 씁쓸하다”고 했다.군인권센터도 “육군 제3광역수사단이 사망 원인이 되는 범죄를 저지른 8명의 혐의자와 혐의를 특정해 강원경찰청에 이첩했으나 경찰은 지난 4월 4명의 일부 혐의만 인정해 춘천지검으로 송치했고 나머지는 불송치했다”며 “모든 국가기관이 진실을 밝힐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김 이병은 여전히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국군수도병원 영안실 냉동고에 안치돼 있다. 국가기관이 진실을 밝힐 책무를 방기하는 사이 사랑하는 아들을 냉동고에 넣어둔 유가족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며 “육군은 조속히 사망 원인을 규명하고 변사사건 수사를 종결해야 한다. 아울러 가해자 수사와 허위보고, 앰뷸런스 지연 경위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병은 지난해 11월 28일 강원 인제군 GOP에서 경계근무 중 총상을 입고 숨졌다. 군사경찰은 김 이병이 생전 집단 괴롭힘을 겪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가해자로 지목된 8명을 민간 경찰로 넘겨 조사받도록 했다. 군인권센터와 유족은 가해자 중 1명이 총기 오발 사고로 허위 보고하고 사건 직후 구급차가 부대의 통제로 신속하게 이동하지 못했다고 주장해왔다. 경찰은 지난 4월 8명 중 4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나머지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애플리케이션,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故구하라, 오늘 4주기…여전한 그리움

    故구하라, 오늘 4주기…여전한 그리움

    걸그룹 ‘카라’ 구하라(1991~2019)가 24일 사망 4주기를 맞았다. 구하라는 지난 2019년 11월 24일 서울 강남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구하라는 2008년 카라 멤버로 데뷔했다. ‘프리티 걸’, ‘허니’, ‘미스터’, ‘맘마미아’, ‘루팡’ 등 다수 히트곡을 발매했다. 또 활발한 예능 활동을 펼치며 대중적으로도 큰 인기를 얻었다. 2016년부터 구하라는 국내와 일본을 오가며 솔로로 활동했다. 일본에서 솔로 데뷔 음반 ‘미드나잇 퀸’을 발매하기도 했다. 구하라의 장례식은 서울 도곡동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러졌다. 고인의 유족과 친지, 가까운 지인들이 참석해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 엄마를 잃은 황량한 계절… 그 끝에 사랑이 피어났다

    엄마를 잃은 황량한 계절… 그 끝에 사랑이 피어났다

    소설에 쓰인 모든 문장에 눈물이 맺혀 있다. 애써 참다가도 끝내 터지고야 만다. 왜? 한없이 공허하다고 느낀 이 세상에서 결코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조해진 작가의 신작 ‘겨울을 지나가다’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의 상처를 보듬는다. 죽음의 고통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죽음과 마주하기 전엔 이를 모른다. 언제나 영원히 살 것처럼 굴며 사랑하기도 아까운 시간을 매일 허비하는 이유다. 작가는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겨울은 춥고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황량하게 하지만, 그래서 아주 차갑고 길쭉한 통로가 연상되지만, 그 통로 끝은 어둡지 않으니까요.”(‘작가의 말’ 중에서)소설은 겨울이라는 통로를 지나 봄으로 향하는 이들을 그린 일종의 ‘로드무비’다. 동지(冬至)와 대한(大寒), 우수(雨水)로 이어진다. 연중 밤이 가장 긴 날인 동지는 그야말로 겨울의 한가운데에 있다. 췌장암을 선고받은 엄마는 잇단 치료에도 차도가 없자 “이제 그만하고 싶다”며 투항한다. 죽을 때가 돼서야 “북유럽이 어떤 데인지 보고 싶긴 했다”고 고백하는 엄마에게 주인공은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소리친다. 사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기어이 외면한 자신을 향한 통렬한 질책이다. “엄마 갔어, 라고 말하는데 그제야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말을 함으로써 엄마의 부재를 실감하는 마음의 공간이 확보되었다는 듯이. 눈물의 감촉은 따듯했다.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의 온기였다.”(33쪽) 주인공은 그래서 엄마가 되기로 한다. ‘J읍’에 있는 엄마의 집에 내려가 살며 엄마의 옷을 입고 엄마의 털신도 신는다. 엄마처럼 칼국수를 만들어 팔면서 조금씩 죽음으로 향하던 엄마를 온몸으로 이해한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설 끝부분 이웃에 사는 노파와의 대화에서다. “점심 안 하셨으면 저랑 칼국수 먹어요.” “소화가 안돼.” “밥도 있어요.” “난 안 가지. 밥 그까짓 게 뭐라고 남의 집에서 돈 내고 먹나.” “그냥 제가 드리고 싶어서요. 사 드시는 거 아니고요.” “….” “왜 웃으세요, 할머니?” “그이 딸내미 맞으니까 웃었지.”(111쪽) 천진한 얼굴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실의 고통까지는 미처 느끼지 못할 반려견 ‘정미’를 주인공은 은근히 질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감에 집 밖으로 한 발짝 나서지 못할 때도 산책이 필요한 정미를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계속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앞으로도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정미 때문 아니었을까. “나는 한쪽 무릎을 접고 앉아 정미의 목덜미에 내 뺨을 부볐다. 나를 붙잡아 달라는 듯이, 숲과 그 숲에서 나와 함께 발을 맞추며 걸었던 엄마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를 바랐던 그 무모한 소망을 깨뜨려 달라는 듯이, 감촉으로 이토록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으로 내가 있는 곳은 그저 현생일 뿐이란 걸 알려 달라는 듯이….”(49쪽) 봄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품고 있었고 그걸 기꺼이 드러내 보였던 목공소 남자 영준과 주인공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둘은 결국 사랑하게 됐을까. 소설은 다만 이렇게 끝난다. “정미와 함께 식당에 도착하자 시내로 나가기 전 반죽해 놓은 밀가루가 기특하게도 먹기 좋을 만큼 숙성해 있었다. 나는 영준씨에게 칼국수를 먹으러 오라고, 어서 오라고 말했다.”(133쪽)
  • 눈물 맺힌 문장은 사랑의 계절로 가려는 몸부림

    눈물 맺힌 문장은 사랑의 계절로 가려는 몸부림

    겨울을 지나가다 조해진 지음/작가정신/140쪽/1만 4000원 소설에 쓰인 모든 문장에 눈물이 맺혀있다. 애써 참다가도 끝내 터지고야 만다. 왜? 한없이 공허하다고 느낀 이 세상에서 결코 혼자가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이다. 조해진 작가의 신작 ‘겨울을 지나가다’(작가정신)는 사랑하는 이의 죽음 이후 남겨진 자의 상처를 보듬는다. 죽음의 고통은 남은 자들의 몫이다. 하지만 죽음을 마주하기 전엔 이를 모른다. 언제나 영원히 살 것처럼 굴며, 사랑하기도 아까운 시간을 매일 허비하는 이유다. 작가는 그래도 괜찮다고 다독인다. 겨울은 누구에게나 오고, 기필코 끝날 수밖에 없다고. “겨울은 춥고 때때로 우리의 마음을 황량하게 하지만, 그래서 아주 차갑고 길쭉한 통로가 연상되지만, 그 통로 끝은 어둡지 않으니까요.”(작가의 말 중에서)소설은 겨울이라는 통로를 지나 봄으로 향하는 이들을 그린 일종의 ‘로드무비’다. 동지(冬至)와 대한(大寒), 우수(雨水)로 이어진다. 연중 밤이 가장 긴 절기인 동지는 그야말로 겨울의 한가운데. 췌장암을 선고받은 엄마는 잇단 치료에도 차도가 없자 “이제 그만하고 싶다”라고 투항한다. 죽을 때가 돼서야 “북유럽이 어떤 데인지 보고 싶긴 했다”라며 고백한 엄마에게 주인공은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고 소리친다. 사랑할 시간이 있었음에도 기어이 외면한, 자신을 향한 통렬한 질책이다. “엄마 갔어, 라고 말하는데 그제야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말을 함으로써 엄마의 부재를 실감하는 마음의 공간이 확보되었다는 듯이. 눈물의 감촉은 따듯했다. 배신감이 느껴질 정도의 온기였다.”(33쪽) 주인공은 그래서 엄마가 되기로 한다. ‘J읍’에 있는 엄마의 집에 내려가 살며 엄마의 옷을 입고 엄마의 털신도 신는다. 엄마처럼 칼국수를 만들어 팔면서 조금씩 죽음으로 향하던 엄마를 온몸으로 이해한다.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눈시울이 붉어진다. 소설 끝부분, 이웃에 사는 노파와의 대화에서다. “점심 안 하셨으면 저랑 칼국수 먹어요.” “소화가 안 돼.” “밥도 있어요.” “난 안 가지. 밥 그까짓게 뭐라고 남의 집에서 돈 내고 먹나.” “그냥 제가 드리고 싶어서요. 사드시는 거 아니고요.” “…….” “왜 웃으세요, 할머니?” “그이 딸내미 맞으니까 웃었지.”(111쪽) 천진한 얼굴로 엄마를 기다리고 있지만, 상실의 고통까지는 미처 느끼지 못할 반려견 ‘정미’를 주인공은 은근히 질투하기도 한다. 그러나 우울감에 집 밖으로 한 발짝 나서지 못할 때도, 산책이 필요한 정미를 위해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그래도 계속 살아야겠다고 생각한 건 앞으로도 나의 보살핌이 필요한 정미 때문 아니었을까. “나는 한쪽 무릎을 접고 앉아 정미의 목덜미에 내 뺨을 부볐다. 나를 붙잡아달라는 듯이, 숲과 그 숲에서 나와 함께 발을 맞추며 걸었던 엄마가 다시 내 앞에 나타나기를 바랐던 그 무모한 소망을 깨뜨려달라는 듯이, 감촉으로 이토록 따뜻하고 부드러운 감촉으로 내가 있는 곳은 그저 현생일 뿐이란 걸 알려달라는 듯이…….”(49쪽) 봄은 바야흐로 사랑의 계절. 자신과 마찬가지로 상처를 품고 있었고, 그걸 기꺼이 드러내 보였던 목공소 남자 영준과 주인공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흐른다. 둘은 결국 사랑하게 됐을까. 소설은 다만 이렇게 끝난다. “정미와 함께 식당에 도착하자 시내로 나가기 전 반죽해놓은 밀가루가 기특하게도 먹기 좋을 만큼 숙성해 있었다. 나는 영준 씨에게 칼국수를 먹으러 오라고, 어서 오라고 말했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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