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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화마당] 예술적 가치의 횡령/최나욱 작가·건축가

    [문화마당] 예술적 가치의 횡령/최나욱 작가·건축가

    표절 문제가 얼렁뚱땅 용인되는 시대 분위기가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모방을 지적하는 것은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가품은 원본의 시장 가치를 증명”해 주는 것이라던 버질 아블로의 말처럼 창작자로서 당황스럽기는 해도 지금 발 딛고 있는 시대를 살피게끔 하기도 한다. 가령 작품의 핵심이 되는 지적 요소를 빠뜨리고 표면만 베끼는 모습을 보며 대중의 관심사를 의식해 보기도, 수많은 모방 가운데 작품의 독창성을 결정하는 건 무엇인지 작업의 핵심을 돌아보기도 하는 식이다. 시대마다 표절을 다루는 양상이 매번 변화하듯 예술과 대중 간 경계가 무의미해지는 지금 시대에 표절 문제는 여러 논점을 던진다. 최근 필자가 참여한 ‘템퍼러리 랜딩’의 전시 디자인이 도용된 일은 지금 시대의 표절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우선 표절 주체가 ‘아티스트 매니지먼트’를 표방하는 회사인 데다 문제가 불거지자 이들이 내놓은 변명이란 게 ‘인지한 적 없는 우연의 일치’라거나 ‘의도가 없는 참고 정도’였다는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표절에 유행어처럼 쓰이는 이 말들은 그저 제 이익을 위해 예술을 핑계로 예술과 대중의 간극을 악용하는 방식이지 않던가. 이것이 사회적 쟁점이라면 예술적으로는 도용된 전시 디자인이 오랫동안 ‘시각 형식’을 고민해 온 기획자의 요청에 따라 ‘공간적 차원에서도 전시에 적극 개입하는 작업’이었다는 점에서 논점을 지닌다. 저작권 분쟁에는 모방한 대상의 핵심을 베꼈는지 여부가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즉 ‘템퍼러리 랜딩’의 전시 디자인을 표절하는 것은 곧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수익성 없이 진행된 해당 전시에 대한 침해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은 순수예술 공간에서 주체적으로 선보인 작품을 무단으로 상업공간에 가져와 오로지 제 수익을 챙긴 경우가 된다. 말하자면 예술적 가치의 횡령이다. ‘우연의 일치’는 사실 창작 행위를 존중하지 않을 때나 가능한 말이다. 예산 문제 등으로 고안했던 디테일 모두가 닮았는데 창작 과정과 제작 공정상 이만큼의 동일성은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할뿐더러 이에 앞서 전시 작품과 공간, 전시 주제를 고려한 작업 과정 전부를 무시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만약 이 정도 우연이 가능하다면 우리는 세상의 모든 범법과 파국을 어쩌다 생긴 일이라고 설명할 수 있을 테다. 예술가를 매니징하는 회사의 변명이라기에는 적잖게 실망스럽다. 며칠 지나 “검토해 보니 ‘템퍼러리 랜딩’ 전시가 참고자료 중에 있었다”고 말이 바뀌었다. ‘참고를 하다 보니 이렇게 모든 것이 똑같을 수도 있다’는 식으로 ‘우연’을 가다듬은 것이다. 그렇지만 ‘참고와 참조’란 창작물을 내놓기 전 혹시나 정말 우연히 유사한 게 있는지 확인해 지난 예술사를 존중하고 개인의 무의식적 실수를 방지하는 일이다. 즉 새로운 변명은 최소한의 유사성이라도 피하려는 작가를 또 한번 모욕한 것이다. 이 외에도 모방한 전시 디자인의 부분 요소들을 각기 다른 곳에서 하나하나 찾아와 다른 참고자료도 있다며 주장을 보충하기도 했다. 일란성 쌍둥이를 말하는데 어느 사람의 눈, 코, 입 하나씩만을 닮은 사람을 찾아와 ‘여기 열쌍둥이가 있어’라고 말하듯 말이다. 처음 이를 인지했을 땐 ‘벌써 가품이 생겼나’ 정도로 여겼다. 그러나 완전히 동일한 정도의 표절까지 괜찮다 넘어가는 선례를 만들 수 없고, 더욱이 예술을 주창하는 회사가 사회적ㆍ예술적 가치를 훼손하는 이런 식의 대응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 ‘격리 끝났소’ 대관령 초원에 한우 200여 마리 방목

    ‘격리 끝났소’ 대관령 초원에 한우 200여 마리 방목

    축사에서 겨울을 보낸 한우 200여 마리가 대관령에서 초지에 방목됐다. 오는 10월까지 초원에서 생활하게 된다.강원 평창 대관령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한우연구소는 8일 연구 목적으로 키우고 있는 한우 암소 200여 마리를 방목했다고 밝혔다. 한우연구소는 한우 육종과 번식 등 축산 기술 연구 개발을 수행한다. 매년 풀의 생육이 활발해지는 6월 초부터 10월 말까지 약 5개월간 한우를 260㏊ 초지에 구역별로 놓아 기르는 순환 방목하고 있다. 방목한 소는 하루에 약 60∼70㎏의 풀을 먹기에 건초와 배합사료 등을 따로 급여하지 않아도 된다. 방목은 일손 및 사료값을 줄일 수 있을뿐 아니라 소는 신선하고 영양이 풍부한 목초를 섭취할 수 있다. 더욱이 적절한 운동과 일광욕은 번식 암소의 번식 장애를 줄일 수 있고 축사 사육보다 번식률이 15% 이상 향상되는 효과가 있다. 대관령에 방목한 한우는 초원에서 지내다 겨울이 시작하는 10월 말 다시 축사로 돌아간다.
  • 진짜 아니라고 비난 마라, 가짜에도 진실함이 있다 [영화 프리뷰]

    진짜 아니라고 비난 마라, 가짜에도 진실함이 있다 [영화 프리뷰]

    8일 개봉하는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는 가수 윤시내가 없다. 1980년대의 전설적인 디바 윤시내가 고별 콘서트를 앞두고 돌연 사라졌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진짜’ 윤시내의 빈자리를 ‘가짜’들로 메운다. 20년간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한 신순이(오민애)를 시작으로 ‘운시내’, ‘가시내’, ‘윤신애’까지 줄줄이 등장한다. 순이의 딸이자 관종 유튜버인 장하다(이주영)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불러내 몰래 카메라를 찍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고픈 인물. 어느날 라이브 방송에 우연히 연시내가 찍힌 뒤 조회수가 폭발하자 ‘대박 콘텐츠’를 꿈꾸며 엄마를 따라 윤시내를 찾아나선다. 그야말로 가짜와 ‘부캐’들의 향연이다. 모녀가 찾아간 이미테이션 가수 아카데미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가짜에도 진실함이 있다.” 남을 따라 하는 모창 가수와 매 순간이 거짓인 유튜버에게서 진실함을 연결 짓긴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대신 찬찬히 따라가며 하나하나의 삶을 보여 준다. 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영화를 연출한 김진화(32) 감독은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구의 인생도 가짜는 아니다. 가짜라고 손가락질받는 캐릭터의 삶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진짜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이미테이션 가수의 모습에 대해 누구도 ‘왜 그렇게 살아’, ‘왜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따라 해’ 하는 식으로 비난할 수 없다”며 “그렇게 살고 싶으니까 사는 사람과 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건 동네 놀이터에서 버스킹을 하는 ‘가시내’의 대사다. “저기요,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면 어떻게 노래를 하겠어요. 그렇다고 가버리시면 어떡해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딱 그 자리에서 들어주세요.” 그러고 보면 이런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과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는 모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딸은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늘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복잡하다. 김 감독은 “모든 인간관계가 거리감에서 온다. 특히 가족은 거리감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며 “순이와 하다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너무 가깝거나 멀기 때문”이라고 했다. 결국 윤시내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이 배우는 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상대를 바라보는 방법이다. 엄마와 딸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서로를 인정하는 것.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되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싸우더라도 질감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마지막엔 진짜 윤시내도 등장한다. 감독은 섭외를 위해 윤시내가 공연하는 경기 하남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에 찾아갔는데, 공연 모습을 보고 ‘이 에너지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107분. 12세 관람가.
  • 강하늘 vs 소지섭, 서현진 vs 염정아… 안방 ‘들썩’

    강하늘 vs 소지섭, 서현진 vs 염정아… 안방 ‘들썩’

    男배우 2명, 나란히 복수극 복귀주말 女배우들 색다른 연기 도전OTT ‘종이의집’ 등 라인업 탄탄판타지 로맨스 등 복합장르 유행 초여름 안방극장에 10편이 넘는 신작 드라마가 쏟아져 치열한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오랜만에 복귀하는 스타부터 유명 작가까지 매주 신작 대열에 합류한다. 여기에 온라인동영상 서비스(OTT) 오리지널 시리즈까지 가세해 전 세계를 사로잡을 ‘K드라마’가 나올지 주목된다.우선 ‘믿고 보는’ 배우들의 연기 변신이 눈길을 끈다. 배우 강하늘과 소지섭은 나란히 강렬한 복수극을 선택했다. 강하늘은 8일 시작하는 JTBC 수목드라마 ‘인사이더’에서 잠입 수사로 운명이 뒤바뀐 수석 사법연수원생 김요한 역을 맡아 전작 ‘동백꽃 필 무렵’과는 180도 다른 거친 연기에 도전한다. 김요한은 비리 검사들의 약점을 잡기 위해 도박판에 잠입했다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려 교도소에 들어가게 되는 인물. 드라마는 정체를 숨긴 내부자 요한의 복수극을 주된 서사로 고도의 심리전과 시원한 액션이 더해질 예정이다. 4년 만에 안방에 복귀한 소지섭은 지난 3일 첫 방송한 MBC 금토드라마 ‘닥터 로이어’에서 천재 외과의사였다가 조작된 수술로 모든 것을 빼앗기고 변호사가 된 한이한 역을 맡았다. 이한의 복수극을 중심으로 인기 장르인 의학드라마와 법정드라마를 결합했다. 소지섭은 “의사는 수술실에서, 변호사는 법정에서 사람의 인생을 구한다는 공통점이 있다”면서 “두 전문직을 소화하기 위해 공부하듯이 대본을 외웠다”고 말했다.내공 있는 여배우들의 연기 대결도 볼거리다. SBS 금토드라마 ‘왜 오수재인가’에서 타이틀롤을 맡은 서현진은 3일 첫 방송에서 야망과 독기에 가득찬 로펌 스타 변호사였다가 구설에 휘말려 로스쿨 겸임교수가 된 인물을 극적으로 표현했고, 염정아는 JTBC 토일드라마 ‘클리닝업’(4일 첫 방송)에서 우연히 듣게 된 내부자 거래 정보로 주식 전쟁에 뛰어드는 증권사 미화원 어용미 역할을 맡아 여성 범죄오락물에 도전 중이다. 판타지 로맨스물이 대거 방송되는 것도 6월 안방극장의 특징. 오는 18일 시작하는 tvN 토일드라마 ‘환혼’은 ‘최고의 사랑’, ‘호텔 델루나’, ‘주군의 태양’ 등 수많은 히트작을 탄생시킨 홍정은·미란 자매 작가의 신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환혼’은 역사에 존재하지 않은 대호국을 배경으로 영혼을 바꾸는 환혼술로 인해 운명이 비틀린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재욱이 대호국 장씨 집안의 도련님 장욱을, 정소민이 장욱의 시종이자 비밀 스승인 무덕 역을 맡아 연기 호흡을 맞춘다. 15일 첫 방송되는 KBS 수목드라마 ‘징크스의 연인’은 불행한 삶을 숙명으로 여기고 순응하며 사는 남자 공수광(나인우)과 자신의 손에 닿은 사람의 미래가 보이는 신비로운 능력을 지닌 슬비(서현)가 만나 펼치는 판타지 로맨스물. 6일 첫선을 보인 여진구, 문가영 주연의 tvN 월화드라마 ‘링크: 먹고 사랑하라, 죽이게’는 와이파이처럼 한 사람의 감정이 다른 한 사람에게 전이되는 ‘감정 공유’라는 독특한 소재를 로맨스 장르에 녹였다.OTT 라인업도 탄탄하다. 티빙은 지난 4일 BL(보이스 러브) 열풍을 일으킨 ‘나의 별에게’ 시즌2를 선보인 데 이어 10일 만화적 연출로 주목받은 ‘유미의 세포들’ 시즌2와 MZ세대의 직장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 ‘뉴 노멀진’을 공개한다. 24일에는 화제작 3편이 동시 공개된다. 넷플릭스는 통일을 앞둔 한반도를 배경으로 사상 초유의 인질 강도극을 그린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쿠팡플레이는 사소한 거짓말로 완전히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게 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수지 주연의 ‘안나’, 왓챠는 영화 ‘극한직업‘의 이병헌 감독이 각본과 총감독을 맡은 드라마 ‘최종병기 앨리스’를 선보인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하나의 장르로 규정되지 않는 복합 장르 작품들이 많다는 것이 6월 드라마 시장의 특징”이라면서 “플랫폼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결국 작품 퀄리티와 시청자 취향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 6월 모평 ‘졸업생 비율’ 역대 최대… 문과생, 보수적인 대입 전략 짜야

    6월 모평 ‘졸업생 비율’ 역대 최대… 문과생, 보수적인 대입 전략 짜야

    올 수능 졸업생 비율 30% 넘을 듯 문·이과 통합에 재수·반수생 급증 모평, 표준점수·백분위 위주 확인 목표 대학의 최저학력 충족 점검 상위권은 수학 선택과목 유지를 문과생, 수시 합격 가능성 높여야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6월 모의평가(모평)는 고3 수험생뿐 아니라 졸업생들도 참여하고, 올해 수능 신유형 문항과 난이도를 살필 수 있어 ‘대입의 이정표’로 불린다. 입시업체들은 6월 모평을 치르고 난 뒤 선택과목을 결정하고, 자신의 수준을 고려한 대입 전략을 수립하라고 조언했다. ●6월 모평에 졸업생 응시자 16.1% 평가원에 따르면 오는 9일 치르는 6월 모평 응시 수험생은 47만 7148명이다. 이 가운데 대학을 다니다 수능을 치르는 반수생을 포함한 졸업생 응시자가 16.1%인 7만 6675명이었다. 재학생 응시자가 1만 5321명 줄면서 전체 응시 인원은 지난해 6월 모평보다 5751명 감소했다. 그러나 졸업생은 9570명 늘었다. 졸업생 비율로 따지면 6월 모평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학년도 이래 역대 최대다. 일반적으로 수능에는 6월 모평보다 졸업생 비율이 올라가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해 6월 모평에 응시한 졸업생 비율이 13.8%였고, 수능에서 29.7%로 뛰었다. 이대로라면 올해 수능에서는 졸업생 비율이 30%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재수 및 반수생 비율이 급증한 원인은 2021학년도부터 도입한 ‘문·이과 통합형 수능’의 영향이다. 문·이과생이 공통 문항을 치르고, 국어·수학 영역에서 원하는 선택과목 중 하나를 골라 응시하는데, 선택과목별 유불리가 크게 발생해 이과생들이 유리하다는 지적이 줄곧 제기됐다. 대학 자연계 학과들이 수학 영역의 미적분 또는 기하 과목과 과학탐구 과목 응시를 지원 조건으로 내걸어 문과생들의 교차 지원이 어렵지만, 인문계 학과에서는 특정 과목 응시를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어 이과생들의 교차 지원은 수월한 편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 대입 정시에서 이과생들의 문과 교차 지원으로 문과생들이 피해를 봤고, 수시모집에서 수능 최저 기준을 확보하지 못한 수험생도 많았다”면서 “지난해 교차 지원으로 인문계 학과에 진학했지만 적응에 실패한 이과생들이 올해 재도전하는 사례가 많아 졸업생 응시 비율이 역대 최대를 기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수능 최저’ 충족 땐 지원 대학 올려야 평가원은 6월 모평을 토대로 신유형 문제를 내놓고, 이어지는 9월 모평을 기반으로 올해 수능 난이도를 조정한다. 수험생도 이에 따라 6월 모평을 통해 자신의 위치를 대략 판단할 수 있다. 곧 시작하는 수시모집을 고려하면 6월 모평의 중요도는 더 커진다. 수시에 합격하면 정시모집에 지원할 수 없기 때문에 이번 시험 성적을 토대로 수시와 정시 중 어디에 더 힘을 쏟을지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우선 자신의 6월 모평 점수로 지원하려는 대학의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지부터 점검해야 한다. 수시에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설정하는 대학은 수능 최저가 없는 대학보다는 일반적으로 경쟁률이 낮고 합격 확률은 더 높은 편이다. 지난해 수능처럼 어렵게 출제되면 수능 최저기준 미달로 탈락하는 학생도 많아진다. 성적이 잘 나온다면 지원하려는 대학의 범위를 좀더 올려도 된다. 원점수 중심으로 확인하는 수능 학력평가와 달리 6월 모평 성적표는 표준점수와 백분위 위주로 확인하는 게 좋다. 같은 원점수 만점을 받았더라도 시험 난이도에 따라 표준점수 차이가 나고, 이에 따른 수험생 이동까지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국어 영역의 언어와 매체 과목 시험 난도가 높아 화법과 작문 과목보다 표준점수가 높게 나왔다면 수능에서는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학생의 비율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하위권, 선택과목 변경도 고려해야 문·이과 통합형 수능에 따라 수학 영역의 선택과목에 따른 유불리가 심해졌다. 지난해 수시에서 수능 최저기준 충족에 어려움을 겪은 학생들이 많았고, 정시에서는 이과생들의 교차 지원으로 합격 가능성도 줄었다. 그러다 보니 문과생들 대부분이 선택하는 확률과 통계 과목 선택자들은 이과생들이 주로 고르는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으로 바꿀지 고민하게 마련이다. 입시업체에서는 확률과 통계 과목을 선택한 3등급 이내 수험생이라면 선택과목을 바꾸지 않고 확률과 통계에 더 집중하길 권한다. 미적분, 기하 과목 학습 분량이 확률과 통계에 비해 많기 때문에 지금 시점에서 과목을 변경하기엔 위험 부담이 크다는 뜻이다. 반면 수학 성적이 하위권이라면 확률과 통계보다 미적분이나 기하 과목을 선택하는 게 오히려 효과적일 수도 있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은 “기존 선택과목의 학습량과 점수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과목의 총점만 보고 결정하는 것은 금물”이라며 “가능하면 현재 선택과목을 유지하고, 학습의 완성도를 높이는 게 낫다”고 말했다. 문과생들은 대입 전략을 짤 때에도 가급적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예컨대 올해 치른 모의고사 평균 백분위 성적이 85%인 학생이라면 실제 수능에서는 82% 정도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시 지원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수시는 6회까지 지원할 수 있기 때문에 교과전형으로 안정권 대학에 반드시 2개 이상 필수로 지원하고, 상향 대학을 2개 이내로 줄이는 전략을 고려할 만하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과생들은 6월 모평 이후 과목 선택이나 전형의 유불리를 고민하기보다 수시 합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수능 대비학습, 면접 준비 등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짝퉁 가수 엄마와 관종 유튜버 딸의 동행…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짝퉁 가수 엄마와 관종 유튜버 딸의 동행…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

    8일 개봉하는 영화 ‘윤시내가 사라졌다’에는 가수 윤시내가 없다. 1980년대의 전설적인 디바 윤시내가 고별 콘서트를 앞두고 돌연 사라졌다는 설정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진짜’ 윤시내의 빈자리를 ‘가짜’들로 메운다. 20년간 이미테이션 가수 ‘연시내’로 활동한 신순이(오민애)를 시작으로 ‘운시내’, ‘가시내’, ‘윤신애’까지 줄줄이 등장한다. 순이의 딸이자 관종 유튜버인 장하다(이주영)는 헤어진 남자친구를 불러내 몰래 카메라를 찍을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고픈 인물. 어느날 라이브 방송에 우연히 연시내가 찍힌 뒤 조회수가 폭발하자 ‘대박 콘텐츠’를 꿈꾸며 엄마를 따라 윤시내를 찾아나선다. 그야말로 가짜와 ‘부캐’들의 향연이다. 모녀가 찾아간 이미테이션 가수 아카데미엔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다. “가짜에도 진실함이 있다.” 남을 따라 하는 모창 가수와 매 순간이 거짓인 유튜버에게서 진실함을 연결 짓긴 쉽지 않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을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는 대신 찬찬히 따라가며 하나하나의 삶을 보여 준다.이번 작품으로 첫 장편영화를 연출한 김진화(32) 감독은 서울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누구의 인생도 가짜는 아니다. 가짜라고 손가락질받는 캐릭터의 삶도 제대로 들여다보면 진짜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여러 이미테이션 가수의 모습에 대해 누구도 ‘왜 그렇게 살아’, ‘왜 남자가 여자 분장을 하고 따라 해’ 하는 식으로 비난할 수 없다”며 “그렇게 살고 싶으니까 사는 사람과 이를 그대로 인정하는 다양성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런 주제 의식을 명확하게 보여 주는 건 동네 놀이터에서 버스킹을 하는 ‘가시내’의 대사다. “저기요, 그렇게 노골적으로 쳐다보면 어떻게 노래를 하겠어요. 그렇다고 가버리시면 어떡해요. 너무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딱 그 자리에서 들어주세요.” 그러고 보면 이런 욕망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과연 진짜와 가짜를 구분해 비난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 영화는 모녀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을 탁월하게 표현한다. 딸은 어린 시절 사랑받지 못했다고 생각하고, 엄마는 늘 미안함과 안타까움으로 복잡하다. 김 감독은 “모든 인간관계가 거리감에서 온다. 특히 가족은 거리감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다”며 “순이와 하다가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너무 가깝거나 멀기 때문”이라고 했다.결국 윤시내를 찾는 과정에서 이들이 배우는 건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상대를 바라보는 방법이다. 엄마와 딸이 아닌, 독립된 인격체로 서로를 인정하는 것.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되 그 모습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면 “싸우더라도 질감이 달라진다”는 게 그의 얘기다. 마지막엔 진짜 윤시내도 등장한다. 감독은 섭외를 위해 윤시내가 공연하는 경기 하남 미사리의 라이브 카페에 찾아갔는데, 공연 모습을 보고 ‘이 에너지는 다른 사람으로 대체가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그는 “이미테이션 할 만한 전설적인 원조 가수만의 상징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딱 윤시내 선생님이 떠올랐다”며 “윤시내의 가장 큰 특징인 움푹 패인 아이홀를 살리기 위해 분장팀과도 여러번 회의를 거쳤다”고 말했다. 107분. 12세 관람가.
  • “진폐증 ‘최종 장해등급’ 기준으로 재해위로금 줘야” 유족 손 들어준 법원

    “진폐증 ‘최종 장해등급’ 기준으로 재해위로금 줘야” 유족 손 들어준 법원

    산업재해로 병에 걸린 탄광 노동자의 장해 등급이 중간에 바뀌었다면 위로금을 어떤 기준으로 지급해야 할까. 기존 등급이 아닌 최종적으로 확정된 등급을 기준 삼아 계산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부장 신명희)는 진폐증으로 사망한 광부 A씨의 유족이 한국광해광업공단을 상대로 낸 재해위로금 지급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A씨는 탄광 근무로 진폐증이 발병한 이후 각 광업소에서의 근무로 더욱 악화됐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재해위로금 지급청구권을 갖는다”면서 “법상 위로금액은 장해등급 판정이 아닌 확정을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종전 판정이 있었더라도 나중에 등급이 변경됐다면 최종 장해등급을 기준으로 위로금 액수를 산정해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진폐증은 현대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하고 분진이 발생하는 직장을 떠나도 진행이 계속되는 한편 그 진행 속도는 예측 곤란한 우연한 사정에 불과하다”면서 “진행 속도에만 차이가 있을 뿐 최종적으로 확정된 장해 등급이 동일한 근로자에 대해 위로금 액수를 달리 정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설명했다. 1975년부터 30년간 탄광 광부로 근무한 A씨는 1988년 처음 진폐증 제1형 진단을 받았다. 점차 증상이 악화돼 2003년 장해 11급 판정을 받았고 퇴사 후인 2008년 재검사에서 장해 3급 판정이 나왔다. 결국 이듬해 A씨는 진폐증 관련 합병증으로 숨졌다. A씨 유족은 두 차례 장해 판정 당시 재해보상금 각 1768만원과 8869만원을 지급받았지만 장해등급에 따른 위로금은 받지 못했다. 산업재해보상법은 광산 재해로 전업에 어려움을 겪은 노동자에게 보상금과 같은 액수의 위로금을 지급하도록 규정한다. 유족이 위로금을 청구하면서 공단은 지난해 2월 유족에게 기존 보상금 합계인 1억 637만원을 위로금으로 지급했다. 그러나 이번 판결로 A씨 유족은 장해 3급을 기준으로 위로금을 다시 계산해 1억 2659만원을 받게 됐다.
  • 40년 공직경험 살려 후배 공무원 마음상담

    40년 공직경험 살려 후배 공무원 마음상담

    박정연 심리상담사는 공무원으로 40년을 일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경력을 살려 현직 공무원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조언을 해주는 심리상담사로 인생 2막을 시작했다. 박 상담사는 2일 인터뷰에서 “상담은 듣는 게 7할이다. 신분불안과 갈등 등으로 고민하는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해주고 싶다”는 소박한 포부를 밝혔다. 박 상담사는 1982년 우체국 직원으로 공직에 첫 발을 내디뎠다. 1996년부터 2014년까진 우정공무원교육원에서 교수요원으로 일했고, 그 뒤에는 강원 정선·횡성, 충북 제천, 경남 진주 등에서 우체국장으로 일하다 작년 9월 퇴직했다. 일하는 틈틈이 독학으로 2급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땄고 사이버대에 편입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그는 “3년 전 우연히 민간기관 도움으로 상담을 받아봤는데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걸 느꼈다”면서 “후배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조언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이 아픈 후배 공무원들이 생각보다 많다. 시대가 바뀌면 새로운 고민이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술과 담배’가 아니라 체계적인 상담 프로그램으로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상담사는 최근 인사혁신처에서 시작한 ‘찾아가는 심리상담’ 프로그램의 일원으로 현직 공무원들을 만날 예정이다. 그는 “10일 환경부 원주지방환경청에서 2명을 상담한다”면서 “들으며 이해하려고 노력하는데 집중하려 한다”고 밝혔다. 그는 “공직 경험이 있는 공무원이 상담을 맡으면 아무래도 공무원의 고민을 더 잘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심리상담 프로그램이 더 활성화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 “금수저” 손석구, 매출 26억 중소기업 대표

    “금수저” 손석구, 매출 26억 중소기업 대표

    배우 손석구의 부캐가 공개됐다. 지난 1일 방송된 Mnet 예능 ‘TMI NEWS SHOW’15회에서는 부캐(부캐릭터)로 대박난 스타들의 순위가 공개됐다. 누구보다 주목을 받은 건 4위에 오른 대세 배우 손석구였다. 그의 부캐는 중소기업 대표 이사. 그가 근무하는 회사는 대전광역시에 있는 기계 부품 제조업체로 미국, 캐나다, 일본 등 10여 개국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의 매출액은 2021년 기준 약 26억 8천만 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손석구는 회사 지분 34.3%를 소유하고 있다. 데뷔 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한 그는 집안 자체가 금수저라고 알려졌다. 29살 늦은 나이 배우를 시작한 손석구. 늦은 나이에 연기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그는 이라크 자이툰 부대에 자원입대 했을 당시를 언급한 바 있다. 손석구는 하고싶은 건 다 해보는 각오로 제대후 캐나다행 비행기를 탑승했고, 우연히 액팅 스쿨을 다니며 연기에 푹 빠지게 됐다고. 그 후 한국으로 돌아와 연극 무대에 오르기 시작했고, 한 연극에서 미술감독 겸 주연 맡았다. 그러다 연극을 관람한 미드 캐스팅 디렉터에게 발탁돼 한 번에 ‘센스8’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성공했다. 최근 드라마 ‘해방일지’에서 ‘구씨’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고, 영화 ‘범죄도시2’도 흥행에 성공하며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다. 
  • [포착] 우리집 물건이 러 탱크 위에…보도 사진으로 약탈 알게된 우크라 난민

    [포착] 우리집 물건이 러 탱크 위에…보도 사진으로 약탈 알게된 우크라 난민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점령지의 민가에서 약탈한 물건들을 탱크에 당당히 싣고가는 황당한 장면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지난 31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 외신은 우크라이나의 한 난민이 자신의 물건을 러시아군이 훔쳐가는 생생한 모습을 언론 사진을 통해 알게됐다고 보도했다. 황당한 사연의 주인공은 우크라이나 출신으로, 현재는 전쟁을 피해 영국 노팅엄셔에 머물고 있는 알리나 코레니윅. 그는 최근 우크라이나 관련 기사를 보다 사진 속에서 낯익은 물건들을 우연히 보게됐다. 우크라이나의 한 도시를 이동 중인 Z가 그려진 러시아 탱크 위에 자택에 있던 물건들이 잔뜩 쌓여있던 것.알리나는 "사진이 촬영된 장소는 우리 집에서 불과 5분 거리"라면서 "탱크 위의 물건들은 설치하려고 사둔 새 보일러, 침대시트, 식탁보, 담요 등인데 아마 TV 등 전자제품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가 본 이 사진은 지난 27일 로이터 통신이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루간스크)주 포파스나시의 전황을 보도한 것이다. 보도에서는 탱크 위 물건에 대해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주인이 나타나면서 약탈품임이 확인된 셈.보도에 따르면 알리나와 가족은 전쟁이 시작된 지난 2월 24일 일찌감치 고향을 떠났으며 지난 4월 부터 노팅엄셔에 머물고 있다. 알리나는 "고향을 떠날 때 소지품을 별로 챙기지 못했다"면서 "집이 러시아군에 약탈당했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이번 일이 그리 놀랍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한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도시를 속속 점령해가면서 약탈 행위에 대한 보고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군이 가정집에 들어가 가전제품을 훔치거나 심지어 농기계를 가져갔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 것. 이에 CNN 등 서방언론은 "러시아군이 퇴각할 때 약탈한 물건을 택배로 보내는 정황도 확인됐다"면서 "개개 러시아 병사의 일탈 수준이 도를 넘었다"고 비판했다.  
  • “모든 것 잃은 30년 전 양심선언… 다시 돌아가면 더 준비하고 했을 것”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모든 것 잃은 30년 전 양심선언… 다시 돌아가면 더 준비하고 했을 것”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군대 안에서 벌어져 온 여당 기표 강요, 공개 투표 등은 그 시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반발이라도 했다가는 혹시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을까 염려하며 부당한 지시인 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상관에게 찍히지나 않을까 두려워 침묵했고, 나 하나 나선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아서 눈을 감았다. 1992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군 부재자 투표 역시 노골적인 부정투표였다. 스물넷 청년 장교는 눈을 감지도, 침묵하지도 않았다. 이를 세상에 알렸다. 무슨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저 평범한 상식에 따라 행동했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아주 평범한 상식에 대한 믿음이었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이 바뀐 만큼 ‘이지문 중위’의 삶도 함께 바뀌었다. 이제는 50대 중년이 된 이지문(54)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1992년 3월 22일 일요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표 80% 이상 나오게 하라’, ‘선관위 없는 공개 투표’, ‘투표 내용 검열’ 등 군대 안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부정투표를 폭로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때였다. 이문옥 감사관, 윤석양 보안사 이병, 한준수 연기군수 등과 함께 공익제보를 상징하는 ‘내부고발 1세대’ 인물이다. 우리 사회의 소금과도 같은 역할이었지만 돌아온 대가는 처절했다. 그는 헌병대 영창을 갔고, 전역 뒤 예정된 ‘삼성맨’으로 돌아갈 길도 끊겼으며, 이등병 계급장만 단 채 빈 들판으로 내던져졌다. 지난 26일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묻자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며 웃는다. 이는 그가 양심선언 직후 군으로부터 받았던 같은 맥락의 질문이기도 했다. “당시 사단 징계위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똑같이 행동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군이 더 공정하게 해 달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반성이 전혀 없군’이라며 이등병으로 파면시켰죠.” 상식과 양심을 믿는 청년 장교에게는 우문(愚問)이었다. 30년 뒤 다시 반복된 질문 역시 우문이었다. 돌아온 답이 더욱 지혜로워졌을 뿐이다. “사실은 스스로 끊임없이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죠. 다시 해야죠. 대신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서 했을 것 같네요. 그래도 만약 당시 너무 철저하게 준비했으면 순수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하.”그는 그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부대로 들어가 군복무를 계속 하려 했다. 군 부재자 투표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기록한 일기장도 놓고 나왔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 그저 상식에 따른 순수한 의도뿐이었음을 보여 준 단적인 사례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87학번이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하던 시절 대학을 다니면서도 데모 한 번 하지 않은 이였다. 내내 학생운동을 하기도 쉽지 않지만, 시위 현장에 한 번도 나서지 않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는 “남과 세상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사람이 아님을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스스로 알았기에 데모와는 거리를 뒀다”면서 “다만 남들과 다르게 편히 학군단 생활하고 졸업 뒤에는 삼성에 입사하고 하면서 선후배 친구들에게 부채의식과 부끄러움은 조금씩 쌓여 갔다”고 말했다. 엄청난 곡절을 거치며 이 이사장의 정치사회적 삶은 1992년 3월 새로 시작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우연이 겹치고 쌓여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운명이 된 셈이었죠. 만약 당시 근무하던 부대(9사단3789부대)가 경기도 파주가 아닌 서울과 멀리 떨어진 강원도 같은 곳에 있었다면, 또 위수지역을 통과할 때 헌병이 제대로 검문을 했더라면, 또 기자회견 전날 밤 당직사관이 아니었더라면 등등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그 양심선언은 없었을지도 모르죠.” 이후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1992년 5월 이등병으로 파면됐지만 3년 가까운 법정 다툼 끝에 다시 중위 계급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고, 부패방지법 및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이 제정됐다. 민주주의는 조금씩 무르익어 갔고 반부패는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동안 그는 공익제보자를 돕고 반부패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지냈다. 그렇다고 1992년 경험과 활동에 머무르지만은 않았다. 1995년 부활한 지방자치제에서 최연소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현실 정치에 발을 담가 보기도 했고 고스란히 그 한계와 모순을 몸으로 체감하기도 했다”면서 “우리의 정치가 평범한 시민의 참여 없는 상층부 중심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추첨 민주주의’다. 흔히 말하는 ‘제비뽑기’로 국회와 지방의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선거가 가장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면서 “보통 시민들의 지적 수준과 경험이 정치인보다 못하지 않은 만큼 계층, 연령, 지역, 성별로 안배해서 시민의 삶과 연관된 과제를 다루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직업 정치인이 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소속 정당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굳이 민주주의의 원형이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가 관직 대부분을 추첨제로 선발했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제도다. 이 이사장은 “추첨민주주의를 통해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고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첨 민주주의 방법으로 지방자치 차원에서 ‘시민의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계층과 성별, 연령 등을 감안해서 추첨식으로 시민의원을 선출하고 다양한 정보와 판단 근거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숙의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하고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민의회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회’라는 개념이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마치 30년 전 양심선언을 앞두고 ‘청년 이지문’이 기대와 걱정으로 들떠서 지었을 법한 표정으로 열변을 내뿜었다. 그는 “읍·면·동 민회, 기초시민의회, 광역시민의회, 국가시민의회 등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기존의 의회가 있는 곳은 양원제 형태로 운영하는 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시민의회가 하원 기능을, 기존 의회가 상원 기능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런 ‘시민의회’는 시민사회단체 활동 차원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국회와 정부가 결단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에서 이미 시민의회를 1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도 특정한 과제와 주제에 대해 정보접근권을 갖고 고민하면 오히려 기존 정치인보다 더 나은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실제로 대의민주주의는 이미 현실 곳곳에서 그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제도와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따름이다. 지난 30일 오후 다시 만나 옛 부대를 함께 찾은 그는 먼발치에서 부대를 바라보며 “이등병으로 떠나야만 했던 저 안에 다시 들어가 찬찬히 한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은데 언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는 또한 “이와 함께 처음 입사했지만 다시 돌아가지 못한 삼성으로 잠시나마 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비판이 있긴 하지만 삼성 역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리며 기업의 윤리경영,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만큼 반부패와 민주주의의 상징인 ‘청년 이지문’과 제법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양심선언 이후 공익제보의 활성화를 통해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꿈꿨다면, 이제 그 후반부는 정치학자이자 시민사회운동가로서 ‘추첨민주주의’를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며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꿈꾸고 있다. 그의 바람이 실현되는 것이 좀더 투명한 세상, 민주주의가 깊어 가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테니 30년 전보다 더 크게 응원할 수밖에 없다.
  • 30년 전 양심선언 이지문, “삼성 돌아가고 싶다”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30년 전 양심선언 이지문, “삼성 돌아가고 싶다” [박록삼의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이야기]

    군대 안에서 벌어져 온 여당 기표 강요, 공개 투표 등은 그 시절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반발이라도 했다가는 혹시 빨갱이라는 딱지가 붙을까 염려하며 부당한 지시인 줄 알면서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상관에게 찍히지나 않을까 두려워 침묵했고, 나 하나 나선다고 바뀔 것 같지도 않아서 눈을 감았다. 1992년 총선을 앞두고 이뤄진 군 부재자 투표 역시 노골적인 부정투표였다. 스물넷 청년 장교는 눈을 감지도, 침묵하지도 않았다. 이를 세상에 알렸다. 무슨 일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지 짐작하지도 못했다. 그저 평범한 상식에 따라 행동했다. 군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하며, 선거는 공정하게 치러져야 하고, 민주주의가 훼손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아주 평범한 상식에 대한 믿음이었다. 30년이 흐르는 동안 세상이 바뀐 만큼 ‘이지문 중위’의 삶도 함께 바뀌었다. 이제는 50대 중년이 된 이지문(54) 한국청렴운동본부 이사장은 1992년 3월 22일 일요일 오후 기자회견을 갖고 ‘여당표 80% 이상 나오게 하라’, ‘선관위 없는 공개 투표’, ‘투표 내용 검열’ 등 군대 안에서 벌어진 대대적인 부정투표를 폭로했다. 1987년 6월 항쟁 이후 절차적 민주주의는 이뤘지만 여전히 야만의 시대를 벗어나지 못하던 때였다. 이문옥 감사관, 윤석양 보안사 이병, 한준수 연기군수 등과 함께 공익제보를 상징하는 ‘내부고발 1세대’ 인물이다. 우리 사회의 소금과도 같은 역할이었지만 돌아온 대가는 처절했다. 그는 헌병대 영창을 갔고, 전역 뒤 예정된 ‘삼성맨’으로 돌아갈 길도 끊겼으며, 이등병 계급장만 단 채 빈 들판으로 내던져졌다. 지난 26일 이 이사장을 만났다. 그리고 “30년 전으로 돌아가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냐”고 묻자 “최근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며 웃는다. 이는 그가 양심선언 직후 군으로부터 받았던 같은 맥락의 질문이기도 했다. “당시 사단 징계위에서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다시 똑같이 행동하겠냐’고 묻더라고요. 저는 ‘이런 선택을 하지 않도록 군이 더 공정하게 해 달라’고 대답했죠. 그랬더니 ‘반성이 전혀 없군’이라며 이등병으로 파면시켰죠.” 상식과 양심을 믿는 청년 장교에게는 우문(愚問)이었다. 30년 뒤 다시 반복된 질문 역시 우문이었다. 돌아온 답이 더욱 지혜로워졌을 뿐이다. “사실은 스스로 끊임없이 물었던 질문이기도 하죠. 다시 해야죠. 대신 철저하게 준비하고 계획을 세워서 했을 것 같네요. 그래도 만약 당시 너무 철저하게 준비했으면 순수하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하하.”그는 그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다시 부대로 들어가 군복무를 계속 하려 했다. 군 부재자 투표의 문제점 등을 꼼꼼히 기록한 일기장도 놓고 나왔다. 철저히 준비되지 않았음을 보여 주고, 그저 상식에 따른 순수한 의도뿐이었음을 보여 준 단적인 사례이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87학번이다. 최루탄과 돌멩이가 난무하던 시절 대학을 다니면서도 데모 한 번 하지 않은 이였다. 내내 학생운동을 하기도 쉽지 않지만, 시위 현장에 한 번도 나서지 않는 것 또한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그는 “남과 세상을 위해 희생하며 사는 사람이 아님을 대학에 들어갈 때부터 스스로 알았기에 데모와는 거리를 뒀다”면서 “다만 남들과 다르게 편히 학군단 생활하고 졸업 뒤에는 삼성에 입사하고 하면서 선후배 친구들에게 부채의식과 부끄러움은 조금씩 쌓여 갔다”고 말했다. 엄청난 곡절을 거치며 이 이사장의 정치사회적 삶은 1992년 3월 새로 시작된 셈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 우연이 겹치고 쌓여서 기적과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운명이 된 셈이었죠. 만약 당시 근무하던 부대(9사단3789부대)가 경기도 파주가 아닌 서울과 멀리 떨어진 강원도 같은 곳에 있었다면, 또 위수지역을 통과할 때 헌병이 제대로 검문을 했더라면, 또 기자회견 전날 밤 당직사관이 아니었더라면 등등 여러 조건들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면 그 양심선언은 없었을지도 모르죠.” 이후 세상은 조금씩 바뀌어 갔다. 1992년 5월 이등병으로 파면됐지만 3년 가까운 법정 다툼 끝에 다시 중위 계급장을 되찾을 수 있었다. 공직선거법이 개정됐고, 부패방지법 및 공익신고자보호법 등이 제정됐다. 민주주의는 조금씩 무르익어 갔고 반부패는 시대의 화두가 됐다. 그동안 그는 공익제보자를 돕고 반부패의 가치를 역설하면서 지냈다. 그렇다고 1992년 경험과 활동에 머무르지만은 않았다. 1995년 부활한 지방자치제에서 최연소 서울시의원으로 당선돼 활동하기도 했다. 이 이사장은 “현실 정치에 발을 담가 보기도 했고 고스란히 그 한계와 모순을 몸으로 체감하기도 했다”면서 “우리의 정치가 평범한 시민의 참여 없는 상층부 중심의 정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임을 깨닫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의 박사 학위 논문 주제는 ‘추첨 민주주의’다. 흔히 말하는 ‘제비뽑기’로 국회와 지방의회를 구성하자는 주장이다. 이 이사장은 “선거가 가장 민주주의적이라는 것은 환상에 가깝다”면서 “보통 시민들의 지적 수준과 경험이 정치인보다 못하지 않은 만큼 계층, 연령, 지역, 성별로 안배해서 시민의 삶과 연관된 과제를 다루도록 하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직업 정치인이 시민의 대변자를 자처하지만 실상은 소속 정당의 그늘 아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깨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굳이 민주주의의 원형이었던 고대 그리스 아테네가 관직 대부분을 추첨제로 선발했던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충분히 검토해 볼 만한 제도다. 이 이사장은 “추첨민주주의를 통해 대의민주주의 한계를 보완하고 주민의 직접 참여를 활성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추첨 민주주의 방법으로 지방자치 차원에서 ‘시민의회’를 구성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계층과 성별, 연령 등을 감안해서 추첨식으로 시민의원을 선출하고 다양한 정보와 판단 근거 자료를 제공함으로써 숙의민주주의 요소를 도입하고 실질적인 결정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민의회를 운영할 수 있습니다.” ‘시민의회’라는 개념이 그다지 익숙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이사장은 마치 30년 전 양심선언을 앞두고 ‘청년 이지문’이 기대와 걱정으로 들떠서 지었을 법한 표정으로 열변을 내뿜었다. 그는 “읍·면·동 민회, 기초시민의회, 광역시민의회, 국가시민의회 등으로 운영할 수 있으며 기존의 의회가 있는 곳은 양원제 형태로 운영하는 실험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쉽게 말하면 시민의회가 하원 기능을, 기존 의회가 상원 기능을 하게 하는 방식이다. 그는 이런 ‘시민의회’는 시민사회단체 활동 차원과는 다르다고 말한다. 국회와 정부가 결단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등에서 이미 시민의회를 1년 동안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례가 있습니다. 평범한 시민들도 특정한 과제와 주제에 대해 정보접근권을 갖고 고민하면 오히려 기존 정치인보다 더 나은 판단 능력을 가질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실제로 대의민주주의는 이미 현실 곳곳에서 그 한계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체할 수 있는 제도와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을 따름이다.지난 30일 오후 다시 만나 옛 부대를 함께 찾은 그는 먼발치에서 부대를 바라보며 “이등병으로 떠나야만 했던 저 안에 다시 들어가 찬찬히 한번 둘러볼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싶은데 언제나 가능할지 모르겠다”면서 멋쩍게 웃었다. 그는 또한 “이와 함께 처음 입사했지만 다시 돌아가지 못한 삼성으로 잠시나마 돌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도 전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러 비판이 있긴 하지만 삼성 역시 준법감시위원회를 꾸리며 기업의 윤리경영, 준법경영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만큼 반부패와 민주주의의 상징인 ‘청년 이지문’과 제법 잘 어울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양심선언 이후 공익제보의 활성화를 통해 부정부패 없는 세상을 꿈꿨다면, 이제 그 후반부는 정치학자이자 시민사회운동가로서 ‘추첨민주주의’를 통해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보완하며 민주주의의 질적 심화를 꿈꾸고 있다. 그의 바람이 실현되는 것이 좀더 투명한 세상, 민주주의가 깊어 가는 세상으로 나아가는 과정일 테니 30년 전보다 더 크게 응원할 수밖에 없다.
  • 올여름 각국 성소수자 퍼레이드…원숭이두창 우려에 WHO 답했다

    올여름 각국 성소수자 퍼레이드…원숭이두창 우려에 WHO 답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원숭이두창 확산을 이유로 올여름 개최 예정인 성소수자(LGBTQ+) 프라이드 퍼레이드를 기피할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WHO는 지난 26일 기준으로 비풍토병 지역 23개국에서 257건의 확진 사례가 보고됐으며, 의심 사례는 최대 127건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비풍토병 국가의 사망자는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30일(현지시간) WHO 글로벌 성병 프로그램 담당 부서 전략 고문인 앤디 실은 “이 행사들의 대부분은 야외에서 열리며, 가족 친화적이다”라며 “이러한 맥락에서 전염의 가능성이 높아질 것에 대해 우려할 실질적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원숭이두창 발병이 대부분 나이트클럽과 같은 밀폐된 공간에서 발생한 점을 지적했다. 로사문드 루이스 WHO 원숭이두창 담당 책임자는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 발생한 원숭이두창 사례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까지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LGBTQ+퍼레이드는 다음달 26일 뉴욕, 7월23일 베를린 등에서 개최된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와 유사하지만 전염성과 중등도는 낮은 바이러스성 질환이며, 사람 간 병변, 체액, 호흡기 비말, 침구 등 오염된 물질과의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관련 정보 충분치 않아” 시인 WHO는 원숭이두창의 세계적 대유행(팬데믹)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진단하면서도 관련 정보가 충분치 않다고 말했다. 로자먼드 루이스 WHO 긴급 대응 프로그램 천연두 사무국장은 원숭이두창이 팬데믹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지를 묻는 말에 “잘은 모르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현재로선 세계적인 팬데믹을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루이스 국장은 아직은 원숭이두창 감염과 관련한 정보가 충분치 않다는 점을 시인했다. 바이러스가 정확히 어느 정도로 퍼져있는지, 무증상 감염 사례가 있는지, 홍역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마찬가지로 공기 전염이 가능한지 등이 아직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현재까지 보고된 감염 사례 대부분은 동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을 비롯해 동성·양성애자들 사이에서 발병한 것이라면서도 바이러스 전파가 성관계에 의한 것인지, 성관계를 갖는 이들의 밀접 접촉에 따른 것인지는 확인된 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성적 지향과 관계없이 누구나 잠재적 감염 위험에 노출돼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 대한 위협 수준은 낮다는 점을 강조했다.“우연히 동성애 집단 유입” 가설 당초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의 희귀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이 최근 미국, 유럽, 중동 등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도 번지면서 ‘동성 간 성접촉’이 확산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고, 이 질환을 동성 간 성관계로 인한 ‘성병’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동성 간 성관계로만 확산되는 것이 아니며, 성병도 아니다. 성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질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질병이 성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질병이 성병이라고 할 수 없다. 성접촉으로 감기가 옮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감기를 성병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그 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염병 전문가 그룹을 이끄는 데이비드 하이만 교수와 벨기에 루벤 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마르크 반 란스트 교수는 바이러스가 2∼3년 전에 이미 영국에 침투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MSM) 커뮤니티에 도달해 급속히 확산하기 전까지 영국이나 유럽, 그 밖의 나라에서 낮은 전파율로 떠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맥킨타이어 교수는 “우연히 바이러스가 남성 동성애 집단에 유입되고 계속 퍼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성소수자 혐오 조장 보도 우려 원숭이 두창은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퍼질 수 있고, 설치류 동물과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원숭이 두창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해당 환자를 성소수자로 단정하거나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으로 봐선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원숭이두창 관련 언론보도와 논평, 사진에서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며 성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감염 위험이 큰 사람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접촉을 한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푸틴, 군 병원 위문 ‘대역’ 썼나…러 조작방송 의혹

    푸틴, 군 병원 위문 ‘대역’ 썼나…러 조작방송 의혹

    “러시아 정부가 사진 촬영에 배우나 정부 관계자를 일반인의 대역으로 쓰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에 있는 군 병원에 위문 방문했을 당시 전문 배우를 부상병인 척 대역하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30일(한국시간) 영국 일간 더선은 소셜미디어(SNS)에서 푸틴 대통령이 일반 대중과 사진을 촬영할 때 대역 배우를 쓰고 있다는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5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자국군 부상병을 위문했고, 러시아 국영방송은 이 장면을 송출했다.흰색 의료 가운을 입은 푸틴은 “모두 영웅이다”라며 군 병원에 입원한 부상병들과 의료진을 격려했다. 그런데 부상병으로 등장한 한 남성이 2017년 러시아 첼라빈스크 공장에서 푸틴 대통령과 함께 사진을 찍은 직원과 같은 인물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신장과 머리 모양, 서 있는 자세 등 신체적 특징이 유사했다. 러시아 선전 반대 활동가인 애덤 랑은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에는 어렵다”라며 “러시아 정부가 사진 촬영에 배우나 정부 관계자를 일반인의 대역으로 쓰는 것은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2011년 모스크바 격투기 경기에서 푸틴 대통령이 야유받은 이후 러시아 정부의 연출이 심화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2007년 푸틴 대통령과 사진을 찍은 에스토니아 내 친러시아 시위대 가운데 네 명은 2014년 우크라이나 돈바스 지역에서도 등장했다. 이를 두고 푸틴 대통령이 일반 대중과의 접촉을 계속 회피하고 있다라는 지적이 나왔다.러시아, 실제로는 전사자 방치 영국 벤 월러스 국방장관은 러시아군이 자국군 피해 규모와 전쟁 범죄를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 장비로 시신을 소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월러스 국방장관은 “2월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래로, 우리는 (러시아 당국이) 조직적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를 목격했다”며 “러시아는 전쟁 범죄를 숨기고, 자국 군인의 시신을 소각하기 위해 이동식 화장 장비를 우크라이나 교전 지역에 가져온 것”이라고 했다. 앞서 4월12일 우크라이나 마리우폴 바딤 보이쳰코 시장은 러시아 군인들이 마리우폴 내 민간인 참상을 숨기기 위해 이동식 화장 장비로 시신을 소각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러시아 독립 매체 메디아조나는 4월25일 러시아군 사망 내용이 나온 1700여개 기사를 분석한 결과 최소 1774명이 사망했다며, 이는 러시아 국방부에서 밝힌 숫자보다 훨씬 많은 수치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3월25일 러시아 군인 1351명이 사망하고 3825명이 부상당했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하지만 4월 중순 우크라이나군 당국은 러시아군이 약 2만명이 사망했다고 전했으며, 미국은 러시아군 사망자를 1만5000명 정도로 보고 있다.“푸틴, 시한부 선고”…러 외무 ‘발끈’ 푸틴이 시한부 3년 선고를 받고 암 투병 중이란 주장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관계자로부터 나왔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이례적으로 푸틴 대통령의 건강 이상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소식통은 “푸틴이 약점을 드러내기 않기 위해 안경을 쓰지 않고 있으며 기분이 급변하고 주체할 수 없는 분노를 쏟아내 부하들을 놀라게 하고 있다”라며 “그는 지금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며 거의 아무도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보기관 MI6 출신 크리스토퍼 스틸은 “상황(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푸틴과 가까운 첩보 요원들은 푸틴의 후계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의 라브로프 장관은 29일 프랑스 방송 TF1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건강 관련 질문에 “오는 10월 70세가 되는 푸틴 대통령은 매일 대중 앞에 나선다. 화면에서 그를 볼 수 있고, 그가 말하는 걸 다 들을 수도 있다”며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의 양심에 맡긴다”고도 했다. AFP는 “푸틴의 건강과 사생활은 러시아에서 금기시되는 주제이고 대중 앞에서 거의 거론되지 않는다”며 이번 라브로프 장관의 발언을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 BTS 뷔, 지드래곤 저격? 난리난 인스타그램

    BTS 뷔, 지드래곤 저격? 난리난 인스타그램

    고의일까 우연일까. 그룹 블랙핑크 제니와 결별설·열애설이 불거진 가수 지드래곤과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공교롭게도 같은 단어를 사용한 근황글을 올린 것이 포착돼 화제다. 지드래곤은 30일 오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Libre comme les nuages”(구름처럼 자유롭게)는 글과 함께 여러 장의 사진을 공개했다. 지드래곤이 근황을 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뷔는 무중력 체험을 하는 모습과 함께 “구름 따러 가자”는 글을 적었다. 블랙핑크 제니와 결별설, 열애설에 휩싸인 두 사람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구름’이라는 같은 키워드로 근황을 전했다는 사실은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앞서 뷔는 열애설 보도 직후 SNS에 시든 데이지꽃 사진을 게재했다. 별다른 설명은 없었지만 일부에선 데이지꽃이 지드래곤을 상징하는 꽃이라면서 뷔가 지드래곤을 저격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지드래곤과 뷔의 인스타그램을 접한 네티즌들은 “우연인가 우연이 아닌가?”, “왜 계속 겹치지”, “저격 글인지 뭔지... 애매...” 등 반응을 보였다.
  • 송강호·박찬욱 수상에 CJ ENM도 웃었다…6월 차례로 개봉

    송강호·박찬욱 수상에 CJ ENM도 웃었다…6월 차례로 개봉

    28일(현지시간) 폐막한 칸영화제에서 한국 영화가 경쟁부문에서 2관왕을 차지하며 투자배급사 CJ ENM도 함박웃음을 짓게 됐다. CJ ENM은 이번에 감독상을 받은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과 남주우연상을 차지한 송강호 주연의 ‘브로커’의 투자배급을 모두 맡았다. 2019년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을 더하면 3년 사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서만 세편의 수상작을 배출하는 성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고 극장가가 빠른 속도로 일상을 회복하는 가운데 수상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CJ ENM이 팬데믹 이전의 성적을 회복할 거란 기대감도 커진다. CJ ENM은 앞서 2019년 ‘기생충’과 ‘극한직업’ 등이 흥행하면서 영화 부문 매출이 전년보다 63.8% 올랐다.올해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한국영화 두편은 시장에서도 이미 뜨거운 인기를 자랑한다. ‘헤어질 결심’은 지난 24일 기준 ‘기생충’이 보유한 한국영화 최다 해외판매 기록(205개국)에 근접한 192개국에 선판매됐다. ‘브로커’는 171개국에 판권이 팔렸다. CJ그룹 엔터테인먼트 부문을 총괄하는 이미경 부회장은 3년 전 ‘기생충’에 이어 올해 칸영화제에 진출한 두 작품의 크레디트에 제작 총괄로 이름을 올리고 적극 지원했다.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열린 폐막·시상식에 참석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되기도 했다. 박찬욱 감독은 트로피를 받고 나서 “이 영화를 만드는 데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은 CJ와 미키 리(이미경 부회장의 영어 이름), 정서경 각본가를 비롯한 많은 식구들에게 감사를 표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이정재의 연출데뷔작 ‘헌트’로 올해 처음 칸영화제에 진출한 투자배급사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도 전망이 밝다. 칸 현지에서 처음 상영된 ‘헌트’는 조직 내 숨어든 스파이를 색출하기 위해 서로를 의심하는 안기부 요원들의 얘기인데, 한국 현대사 배경지식이 없는 외국 관객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현대사 첩보 액션이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어 관심이 크다. 이정재와 정우성이 ‘태양은 없다’ 이후 23년 만에 호흡을 맞춘 작품이라는 점도 큰 관전 포인트다. CJ ENM은 다음달 8일 ‘브로커’를 먼저 개봉하고, 3주 뒤인 29일 ‘헤어질 결심’을 극장에 건다. 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1부를 개봉할 7월말 극성수기까지 칸 수상작으로 흥행을 이어간다는 전략이다.‘헌트‘는 올 여름 개봉 예정이다. 메가박스플러스엠은 지난 18일 개봉한 ‘범죄도시 2’가 29일 누적 관객수 600만명을 돌파하면서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150만명의 네 배 안팎 성적을 올리고 있다. 이에 따라 6월 극장가의 관심은 칸영화제 수상작 두편과 ‘쥬라기월드: 도미니언‘(1일 개봉), ‘버즈 라이트이어’(15일), ‘탑건: 매버릭‘(22일) 등 할리우드 대작 사이의 흥행 대결로 쏠리게 됐다. 2019년 ‘기생충’은 칸영화제 폐막 직후 국내 개봉해 누적 관객수 1031만명을 기록했다. ‘브로커’를 연출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18년 황금종려상 수상작인 ‘어느 가족‘은 국내에서 관객 17만명을 동원했다. ‘브로커’는 남우주연상 수상자 송강호를 비롯해 강동원·배두나·이지은(아이유) 등 톱스타급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 전작을 크게 뛰어넘는 흥행 성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 군위군 ‘선거 복마전 고장’ 불명예...대리투표에 인구 이상증가 의혹도

    군위군 ‘선거 복마전 고장’ 불명예...대리투표에 인구 이상증가 의혹도

    경북 군위군이 6·1지방선거와 관련해 ‘복마전 고장’ 불명예를 뒤집어쓸 위기에 놓였다. 이장의 선거 대리투표와 인구 이상 증가 등 선거관련 불법·의혹이 꼬리를 물고 있어서다.경북 군위경찰서는 사전투표가 실시된 지난 28일 마을 주민 몰래 거소 투표를 대리로 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군위군 한 마을 이장 A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29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장 A씨는 최근에 80대 B씨 등 5명 안팎의 마을 주민들을 임의로 거소 투표 대상자로 등록한 뒤 이들 몰래 대리투표를 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피해 주민 B씨 등은 “사전 투표소에 갔더니 이미 거소 투표를 마친 것으로 돼 있어 투표할 수 없었다”고 호소했다. 다른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해 군위군선거관리위원회에서 해당 마을 이장 C씨를 지난 26일 검찰에 고발했다. 이 마을 이장 C씨는 거소투표 신고 기간에 주민 5명에게 본인 의사를 확인하지도 않고 거소 투표 신고서를 임의로 서명 또는 날인해 이들이 거소투표 신고인 명부에 오르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북경찰청은 유권자들에게 군위군수 선거에 나선 특정 후보 지지를 부탁하며 돈을 건넨 혐의로 이날 60대 D씨를 구속했다. 모 후보 처남인 D씨는 이달 초 지역 유권자 여러 명에게 자신의 매형을 지지해 달라며 수백만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군위에서는 이외에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갑자기 인구가 늘어 위장 전입 의혹이 불거져 경찰과 선관위가 조사를 벌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2만 2945명이던 군위군 인구가 올해 들어 지난 1월 2만 3008명, 2월 2만 3053명, 3월 2만 3258명, 4월 2만 3314명 등 매달 50∼200명씩 늘었다.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손꼽힐 만큼 인구가 지속해서 줄어드는 곳에서 선거를 앞두고 최근 6개월간 485명이나 늘어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났다. ‘지역에 주소 갖기 운동’ 등 인구늘리기 정책을 꾸준히 전개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도 지방선거를 앞두고 우연치고는 기이하다는 지적이다. 경찰과 선관위는 군위에 연고가 없으면서 주소를 옮긴 사람이 최소 수 십명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투표를 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는지 여부를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군위군에서는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도 선거 직전 인구가 반짝 늘었다가 선거가 끝나자마자 220여명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군위에서 선거를 앞두고 이처럼 온갖 추문이 발생하는 것은 무소속으로 나선 현직 군수와 국민의힘 후보 간 과열경쟁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주민은 “두 후보 간에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다 보니 불미스러운 일이 자꾸 생기는 것 같다”며 “삼국유사의 고장이 선거 복마전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 분열의 美, 파고든 中…역사는 알고 있었다

    분열의 美, 파고든 中…역사는 알고 있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를 계기로 미국 사회의 자산 및 소득 양극화는 가속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이후 심화된 미국 사회의 분열은 아직 치유되지 않고 있다. 미국에 대한 중국의 도전과 대만에 대한 위협은 고조되고 있다. 그런데 1930년부터 1945년까지 세계는 유사한 과정을 거쳐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바 있어 우려스럽다. 역사에도 생물처럼 ‘라이프 사이클’이 있는 게 아닐까.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의 창립자로 ‘금융계의 스티브 잡스’로 불리는 레이 달리오의 저서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이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서기 1500년 이후 500년간 세계 주요국의 흥망성쇠와 기축통화, 시장을 연구한 결과 역사 속에서 반복되는 ‘빅 사이클’이 있다고 주장한다.빈부 격차, 부채 위기, 혁명, 전쟁 등 세계질서의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경제 활동을 움직이는 부채 사이클 때문에 경기 자체에는 불황과 호황이 존재하지만, 모든 사이클은 기본적으로 같은 이유로 발생한다. 번영의 시대가 오래 지속되면 빈부격차가 커져 부채로 인한 버블이 발생하고, 다시 전쟁이 일어나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고 새로운 질서가 창조돼 강자가 승리한다. 역사적으로 강력한 제국은 150~250년 정도 지속되고, 커다란 정치·경제적 사이클은 50~100년 주기로 반복된다. 세세하게는 8년 주기의 단기적 부채 변동 사이클도 있다. 근면하고 창의적인 네덜란드 국민들이 18세기 들어 영국에 패권을 넘겼을 때나, 전 세계 인구의 25%를 관리하던 영국이 20세기 들어 미국에 세계 최강국의 지위를 넘겨줬을 때 양국은 채무 재조정과 부채 위기, 통화 가치의 하락 등을 경험했다. 정점에 들어선 국가는 성장을 촉진시킨 요인을 계속 유지하긴 하지만, 그 속엔 이미 쇠퇴의 씨앗이 자라고 있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부채가 증가해 성장 동력을 갉아먹는 것은 필연이다.국내 질서와 혼란의 빅 사이클은 우선 새로운 질서가 수립되고 참신한 지도자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시기(1단계)에 시작된다. 이후 자원 배분 체계와 정부 관료 제도가 수립되고 치밀해지는 시기(2단계)를 잘 거치면 평화와 번영을 구가하는 3단계로 접어들고, 지출과 부채가 과다해지고 빈부 격차가 확대되는 4단계로 넘어간다. 이어 금융 상황이 악화되고 포퓰리즘과 갈등이 심해진 5단계를 거쳐 혁명과 내전이 발생하는 6단계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6단계를 넘기면 다시 1단계로 돌아간다. 현재 미국이 5단계에 있다고 진단하는 저자는 내전과 혁명으로 넘어가진 않았지만 내부 갈등이 고조돼 위험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국력이 미국보다 강해지고 있는 추세지만 저자는 중국이 미국을 대체할 패권국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다. 중국 위안화가 아직 미국 달러와 경쟁할 만한 매력적인 기축 통화는 아니고 미국의 내부 질서를 이끄는 헌법 체제가 견고하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이 제3차 세계대전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지만, 어느 한 국가에서 획기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지지 않는 한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전쟁보다는 교착 상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중국이 경쟁력을 갖추고 점점 더 세계화하면서 무역·경제·기술·자본·지정학적 전쟁이 격화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저자는 경고한다. 모든 강대국에는 최전성기가 있고, 어떤 강대국도 쇠퇴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강대국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지출보다 수입이 많고 국민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고, 경쟁국과 공생하는 방법을 찾으면 이런 쇠퇴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사회에 제언한다. 저자는 국제 관계에서 힘을 사용하기보다 관대함과 믿음을 보여 주는 ‘소프트 파워’의 중요성도 빼놓지 않는다. 미국뿐 아니라 미중 갈등의 한복판에 선 우리 위정자들도 참고할 만하다.
  • 원숭이두창, 성접촉 확산됐지만 성병 아닌 이유[김유민의 돋보기]

    원숭이두창, 성접촉 확산됐지만 성병 아닌 이유[김유민의 돋보기]

    원숭이두창이 갑작스럽게 최소 20개국 이상에서 동시에 확산하고 있다. 당초 아프리카 중부와 서부의 희귀 풍토병이었던 원숭이두창이 최근 미국, 유럽, 중동 등 아프리카 이외 지역에서도 번지면서 ‘동성 간 성접촉’이 확산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됐고, 이 질환을 동성 간 성관계로 인한 ‘성병’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원숭이두창은 동성 간 성관계로만 확산되는 것이 아니며, 성병도 아니다. 성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남성의 정자와 여성의 질액을 통해 전파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많은 질병이 성접촉을 통해 전파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질병이 성병이라고 할 수 없다. 성접촉으로 감기가 옮을 수 있지만 그렇다고 감기를 성병으로 말할 수 없는 것이 그 예다. 원숭이두창 바이러스는 사람, 동물, 또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물체와 밀접히 접촉했을 때 전파된다. 밀접촉자에게 침방울이나 고름을 통해 옮겨가지 정액을 통해 퍼지지는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처 난 피부, 호흡기, 눈, 코, 입 등을 통해 인체에 침입하고, 키스 같이 지속적으로 얼굴이 맞닿는 행위를 통해 호흡기 분비물에 접촉할 때 전파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감염자 동성애자에 집중된 이유는 이달 들어 현재까지 영국에서 확인된 원숭이두창 환자는 78명이다. 현재 환자들에서 채취한 바이러스는 2018년과 2019년에 아프리카에서 영국, 이스라엘, 싱가포르로 전파된 바이러스와 매우 유사하고, 전파력이 낮은 상태에서 발생할 수 있는 돌연변이도 가지고 있다. 가디언은 25일(현지시간) 바이러스가 이미 2∼3년 전에 이미 영국에 침투해 낮은 발병률로 전파되고 있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소개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전염병 전문가 그룹을 이끄는 데이비드 하이만 교수와 벨기에 루벤 대학의 바이러스학자인 마르크 반 란스트 교수는 바이러스가 2∼3년 전에 이미 영국에 침투했을 것이라는 가설을 내놓았다.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남성과 성관계하는 남성(MSM) 커뮤니티에 도달해 급속히 확산하기 전까지 영국이나 유럽, 그 밖의 나라에서 낮은 전파율로 떠돌고 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대의 맥킨타이어 교수는 “우연히 바이러스가 남성 동성애 집단에 유입되고 계속 퍼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열로 시작…발진과 수두 일어나WHO “크게 우려할 상황 아냐” 초기 증상은 열, 두통, 허리 통증, 근육통, 무력감 등이다. 이후 증상이 악화하면서 얼굴, 손, 발, 눈, 입, 또는 성기에 발진이 일어나고 이후 수두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후 진물이 고이고, 터지면서 흉터가 남는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원숭이두창이 현재는 동성 간 성접촉으로 확산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원숭이두창 자체가 성병은 아니지만 성관계, 신체 접촉, 공동 침구 사용 등으로 전염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니퍼 매퀴스턴 CDC 부국장은 “감염 시 발진이 첫 증상으로 나타난다”며 “발진이 나타날 때가 전염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호흡기 비말로도 전파가 가능하지만 장기간 대면 접촉이 일어난 경우가 아니면 감염 가능성이 작다고도 했다. WHO는 유럽·북미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는 원숭이두창에 대해 억제 가능한 바이러스라며 과민 반응을 경계했다. 실비 브라이언드 WHO 글로벌 감염 대응국장은 “원숭이두창의 전파 수준과 경로를 파악하기 위한 경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현재로선 억제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원숭이두창에 대한 예방백신과 치료제가 이미 있다고 강조하며 “너무 과도하게 반응하지는 말자”고 부연했다. 미국 제약사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내가 아는 바로는 많이 걱정할 만한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성소수자 혐오 조장 보도 우려 원숭이 두창은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퍼질 수 있고, 설치류 동물과 접촉했을 때 감염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주변에 원숭이 두창 감염자가 발생했을 때 해당 환자를 성소수자로 단정하거나 성생활이 문란한 사람으로 봐선 안 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유엔 에이즈 대책 전담 기구인 유엔에이즈계획(UNAIDS)은 “원숭이두창 관련 언론보도와 논평, 사진에서 성소수자와 아프리카인을 묘사하며 성소수자 혐오와 인종차별적 고정관념을 부추기는 것에 우려를 표한다”며 “세계보건기구(WHO)가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가장 감염 위험이 큰 사람은 감염자와 밀접한 신체접촉을 한 사람들이지만 그것이 남성과 성관계를 갖는 남성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묵묵히 마을을 지키는 퐁낭(팽나무)이 앵글 속으로

    묵묵히 마을을 지키는 퐁낭(팽나무)이 앵글 속으로

    “묵묵히 마을을 지키고 감싸 안는 퐁낭(팽나무)를 볼때마다 ‘제주 답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기갑 사진작가가 오는 29일부터 6월 9일까지 제주문예회관에서 ‘바람의 흔적 침묵의 시간’ 전시를 하며 팽나무를 찍게 된 사연을 이렇게 들려줬다. 이번 전시는 제주문화예술진흥원이 미술·사진 분야 우수작가 4명을 초청해 여는 2022년 우수 사진작가 초청기획전의 첫번째 전시다. 주로 제주의 말을 앵글에 담던 권 작가는 20년 전부터 틈틈이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제주의 역사와 함께하는 팽나무의 다양한 모습을 포착해왔다. 인터벌(시간적인 간격) 기법으로 촬영하느라 3시간 정도 찍은 나무도 있다. 전시되는 14점과 작품집에 수록된 85점 대부분은 모노톤으로 처리해 색다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다. 권 작가는 “조천읍 와산리 당굿 모습을 보고 퐁낭을 촬영하기 시작했다. 때론 쉼터로, 때론 무사안녕을 비는 마음의 안식처로 자신을 다 내주는 나무”라며 “마을마다 각기 다른 사연을 내포하고 있어 더욱 더 그 내면까지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년간 모슬포에서 세화리까지 돌아다니며 그 나무들과 시간을 함께했다. 현재 각기 다른 나무 3000컷을 남겼다. 그는 “이제야 제주의 반바퀴를 돌았다”며 “앞으로 절반을 더 찍어야 한다”며 웃었다. 경상도 사나이인 그는 우연히 제주 여행왔다가 1987년 화북에 눌러 앉았다. 권 작가는 서울신문과의 인터뷰 끝에 “찍었던 나무를 또 찍으러 가보면 차들이 있다가, 쓰레기 통이 있다가, 평상이 있다가, 늘 표정이 달랐다”며 “처음엔 관리를 잘하다가도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방치되는 느낌이 들 때는 안타까웠다”고 아쉬워했다. 도문예회관은 권기갑 사진전에 이어 10월에는 강정효 사진전, 11월 임성호 미술전, 12월 김수범 미술전을 준비하고 있다. 부재호 문화예술진흥원장은 “작가들의 창작의욕을 고취시켜 제주미술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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