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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남극일기’ 촬영현장을 찾아

    영화 ‘남극일기’ 촬영현장을 찾아

    지난 9일 오전 영화 ‘남극일기’(제작 싸이더스,감독 임필성)의 원정촬영이 한창인 뉴질랜드 남섬 퀸스타운의 스노 팜.세계적 휴양도시 퀸스타운에서도 꼬박 한 시간여 차로 달려야 닿는 해발 1700m 오지의 설원(雪園)이 주인공 송강호의 쩌렁쩌렁한 고함소리에 적막에서 깨어난다. “움직이지 마!” 송강호의 극중 역할은 5명의 대원을 이끈 남극 탐험대장 최도형.크레바스에 빠져 허우적대는 한 대원과 그를 둘러싼 나머지 대원들을 향해 동작정지를 명령하는 장면이다.거듭 NG가 나는데도 피곤한 기색 하나 없다.감독과 호흡이 척척 맞는다.“감독님,이건 어때? ‘그만! 움직이지 마!’라고 하면 더 나을 것 같은데…”(송강호) “강호형,흥분된 호흡이 나와야 하는데,그런 느낌이 없어.자,다시 한번 갑시다! 레디,사운드,액션!”(감독) ‘남극일기’는 6명의 남극 탐험대원들이 원인모를 바이러스와 사투하는 줄거리의 미스터리 스릴러.송강호와 유지태의 앙상블 연기가 일찍이 큰 기대를 모아왔다.제작진이 스노 팜에 도착한 건 지난달 5일.한 달이 넘도록 설원에 ‘고립’된 채 촬영에 매달려온 셈이다.“어떤 날은 하루에 서너번씩 날씨가 변덕을 부려요.눈보라로 앞을 분간할 수 없는 ‘화이트 아웃’에 묶여 몇시간씩 꼼짝 못하기도 하고요.” 송강호는 “남극탐험의 실제 경험이 있는 박영석 대장이 옆에서 일일이 현장지도해준 덕분에 적응이 빨랐다.”고 귀띔했다.그는 최근작 ‘효자동 이발사’가 개봉된 직후 곧바로 이 영화에 뛰어들었다.고생이 불보듯 뻔한,국내에서는 흥행성이 검증되지 않은 산악영화를 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K2’ ‘버티칼 리미트’류의 흔한 산악액션이었으면 출연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남극이라는 극한 환경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가 된 데다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집요하게 묘사하는 드라마가 마음을 끌었다.”고 설명했다. 끝없는 설산(雪山)으로만 채워지는 영화는 자칫 규모만 살아있는 단조로운 드라마에 그칠 위험성도 있어보인다.하지만 영화의 독특한 작품성을 믿고 있기는 유지태도 마찬가지다.탐험길에 처음 나선 막내 대원 민재 역의 그는 “‘올드보이’를 찍기 전부터 일찌감치 출연을 결정했다.”며 “단순한 배경 덕분에 오히려 더욱 밀도있는 연기를 보여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두 톱스타의 각오는 시작부터 대단했다.둘 모두 등반 경험 한번 없었던 터라 산악인에 걸맞은 체력다지기는 기본.150㎏이 넘는 육중한 산악썰매에 사람을 태워 끌고다니는 맹연습을 거쳤다.“생각보다 운동신경이 느려 스노보드 한번 타본 적 없는데다 고글(안경)도 처음 써봤다.”며 웃는 유지태는 “극한상황에 고립돼 몸과 정신이 피폐해지는 캐릭터를 위해 꾸준히 살을 빼야 하는 게 숙제”라고 했다.‘올드보이’를 찍을 무렵 102㎏까지 살을 찌웠던 그는 체중감량을 위해 요즘 술,담배를 입에도 대지 않는다. “가족들과 이렇게 멀리,오랫동안 떨어져 있기는 처음”이라는 송강호도 낯선 이국땅에서 외로운 다이어트 중이다.“남극정복의 목표를 향해 모든 걸 다 버리는,광기에 사로잡힌 탐험대장 캐릭터는 어쩌면 그 자체가 공포죠.자신의 목표를 위해 대원들을 일방적으로 내모는 도형의 캐릭터가 시간이 갈수록 흥미로워요.그가 무엇 때문에 그렇게 광기에 떠는지 똑부러진 해답을 내놓은 시나리오였다면 재미없었을 겁니다.제 연기는 그 답을 찾아 스스로 고민하는 과정인 거죠.” 매일 새벽 5시에 어김없이 일어나 해가 넘어가는 오후 5시까지 촬영에 빠져있는 게 이들의 일과다.뉴질랜드 촬영분은 전체 영화의 약 55%.“현지 스태프들과 축구 한 게임을 했을 뿐 일요일마다 밀린 빨래를 하는 게 일”이라는 송강호와 그의 ‘남극 팀’은 오는 24일쯤 한국으로 돌아온다.내년 설 개봉 예정. 뉴질랜드 퀸스타운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어떤영화?-눈보라속 하루12시간 “액션” 임필성 감독의 장편 데뷔작 ‘남극일기’는 국내 처음 시도되는 산악 미스터리 스릴러.등반의 위기상황을 스펙터클 화면에 버무린 할리우드 산악액션들과 달리 등장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변화와 미스터리한 사건에 초점을 맞춘,참신한 접근으로 눈길을 끈다. 세계 최초로 무보급 남극탐험에 나선 대원 6명의 목표는 남극의 ‘도달불능점’(남극대륙 해안에서 가장 먼 지점으로,1958년 소련탐험대가 유일하게 정복)을 밟는 것.행군 중인 대원들이 눈 속에서 80년 전 영국탐험대가 남긴 일기를 발견하고,그날 이후 논리로는 설명되지 않는 기이한 사건들과 맞닥뜨린다. 크랭크인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던 영화로도 충무로에 소문이 짜하다.남극 다큐멘터리에서 우연히 영감을 얻은 임 감독이 영화를 기획한 것은 1999년.낯선 장르라는 이유로 투자를 받지 못해 5년여를 기다렸던 셈이다.현지 제작발표회에서 감독은 “복합장르로 아주 독특한 상업영화를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강한 의욕을 보였다.순수 제작비만 65억원(마케팅 포함 80억원).‘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프로듀서,특수효과,미니어처 슈퍼바이저로 참여했던 뉴질랜드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해 화제다.시나리오는 감독이 직접 썼다.임 감독은 ‘소년기’ ‘베이비’ 등의 단편으로 각종 세계영화제에서 주목받아왔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결혼은 미친짓이다? 드라마마다 동거·계약결혼 바람

    안방극장에 ‘계약 결혼·동거’가 새로운 키워드로 자리잡고 있다.방영중이거나 곧 전파를 탈 TV드라마들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전 계약 하에 거리낌 없이 결혼이나 약혼,동거를 하는 설정이 앞다퉈 그려지고 있는 것.최근 넘쳐나는 ‘백마탄 왕자와 신데렐라’식 설정만으로는 더이상 시청자들의 눈길을 붙잡지 못하는 현실에서 좀더 자극적인 소재가 차용되는 분위기다.물론 남녀 주인공의 ‘신분차이’와 ‘삼각관계’는 기본 공식이다. ‘황태자의 첫사랑’ 후속으로 새달 1일 방영 예정인 MBC 수목 미니시리즈 ‘아일랜드’(극본 인정옥,연출 김진만)에서 해외 입양아 출신 여자 주인공 이중아(이나영)는 한국으로 돌아와 강국(현빈)과 사랑을 하게 되고 합의하에 동거를 시작한다.이후 이들은 또 다른 동거 커플인 이재복(김민준)-한시연(김민정)을 만나게 되고,서로 교차된 사랑을 한다. 현재 방영중인 SBS 수목 드라마 ‘형수님은 열아홉’(극본 진수완,연출 이창한)과 KBS2TV 수목 드라마 ‘풀하우스’(극본 민효정,연출 표민수)에서는 각각 ‘계약 약혼’과 ‘계약 결혼’이 이야기 전개의 중심축이다.‘형수님은 열아홉’의 남자 주인공 강민재(김재원)는 정략 결혼을 시키려는 어머니에게 반항하는 도구로 열아홉살짜리 고등학생인 한유민(정다빈)과 계약 약혼을 한다.‘풀하우스’의 여자 주인공 한지은(송혜교)은 아버지가 남긴 전재산인 집(풀하우스)을 날리고 빈털터리가 된 상황에서,어쩔 수 없이 비(이영재)와 계약 결혼을 한다. 이밖에 KBS1TV 일일연속극 ‘금쪽같은 내새끼’(극본 서영명,연출 이상우)에서도 비슷한 설정을 엿볼 수 있다.여주인공 고희수(홍수현)가 자신의 집이 경매처분당할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돈줄을 쥔 사채업자 집 아들과 자청해 결혼을 하는 것.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과 방송 관계자들은 “현실에서는 신성시되는 남녀간의 결혼이 픽션인 드라마를 통해 너무 가볍고 일그러진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이에 대해 풀하우스의 표민수 프로듀서는 “남녀가 만나 우여곡절 끝에 결혼에 골인하는 천편일률적인 ‘신데렐라 드라마’들과 차별화된 이야기 전개를 강조하기 위해 ‘계약 결혼’이란 장치를 사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美부동산재벌 트럼프 해고됐다

    미국 NBC방송의 리얼리티 프로그램 ‘견습생’에서 “너는 해고야!(You’re fired!)”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낸 부동산재벌 도널드 트럼프(57)가 자신의 호텔카지노업체 최고경영자(CEO)에서 해고됐다. 트럼프호텔·카지노리조트(이하 트럼프호텔스)가 다음달 파산신청을 하면서 트럼프가 CEO에서 물러나고 그의 지분을 56%에서 25%로 줄이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들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파산신청으로 트럼프는 자존심이 상한 것 이외에는 큰 손해가 없을 전망이다.트럼프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호텔스 주식은 자신의 부의 2%에 불과하다고 밝혔다.올초 경제주간지 포브스는 트럼프의 자산을 25억달러로 추산했다. 트럼프는 지난 4월 끝났던 ‘견습생’ 프로그램을 다음달부터 다시 시작한다.트럼프호텔스의 회장직도 유지,200만달러의 연봉을 계속 받는다. 파산보호 계획을 통해 트럼프호텔스의 18억달러에 달하는 빚이 12억 5000만달러로 줄어들고 연간 이자율은 12%에서 7.875%로 낮아진다.그동안 트럼프호텔스는 연간 이자만 2억달러를 지불해 왔다. 트럼프는 지난 1983년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68층짜리 주상복합건물인 트럼프타워를 세우면서 ‘부동산 제왕’이 됐다. 여세를 몰아 뉴저지주 애틀랜틱시티의 호텔과 카지노 사업에 손을 댔으나 92년 3개 카지노업체가 파산한 뒤 경영권을 다시 인수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재기에 성공한 트럼프는 2001년 맨해튼에 90층짜리 트럼프월드타워를 세우기도 했다.자신의 성공담을 쓴 책 ‘트럼프:거래의 기술’,‘정상으로 가는 길’,‘부자가 되는 길’ 등의 책도 냈다.대우건설과의 합작문제로 지난 1999년 방한한 적이 있다.여성편력도 있어 두번 이혼한 뒤 지난봄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 크나우스(33)와 세 번째 결혼을 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시민의 발 30년’ 서울지하철

    서울지하철이 오는 15일로 개통 30주년을 맞는다. 서울지하철은 1974년 8월15일 청량리∼서울역 구간에서 도심 대중교통수단으로 첫 선을 보인 뒤 30년만에 서울시내 하루 유동인구의 3분의 1이 넘는 1000여만명을 실어 나르며 ‘시민의 발’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하지만 지하철은 때때로 경제난과 신병을 못이긴 서민들이 선로에 몸을 던지거나 사고가 발생하는 곳이다.수천억원에 이르는 빚더미를 안고 달리는 ‘애물단지’이기도 하다.‘서울인서울’은 지하철 개통 30주년을 맞아 콩나물시루 출근길과 심야 승객들의 퇴근길 풍경은 물론 볼거리 많은 역사와 지하철 사람들 등 서민들의 애환이 서린 서울지하철 24시간을 집중취재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30년만에 총연장 36배…세계 4위로 민족의 잔칫날인 1974년 제29회 광복절 때 온 국민들을 텔레비전 앞에 끌어모았을 정도로 관심을 끌며 첫 궤도를 밟았던 지하철은 그 뒤 30년 동안 서울은 물론 수도권 도심의 대동맥 역할을 해오고 있다. 지난 2002년 기준으로 서울시내를 오간 교통인구는 2968만명이다.이 가운데 지하철 이용자는 모두 1025만명이다.수송 분담률이 34.6%로 단연 1위다.반면 승용차는 26.9%,버스는 26%,택시는 7%에 머물고 있다.나머지는 오토바이,화물차,특수차 이용자로 5.1%로 나타났다.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강자 서울 지하철은 8개 노선에 263개 역사와 전동차 3508량,노선거리 286.9㎞,연간 수송인원 22억명을 자랑한다.운행거리로 따지면 영국 런던,미국 뉴욕,일본 도쿄에 이어 세계 4위다.수송인원으로는 브라질 상파울루,도쿄 다음으로 많다.고작 7.8㎞ 구간으로 첫 발을 뗀 지 반세기도 안돼 초고속성장을 거듭했다.74년에 견줘 운행거리는 약 36배,역사 수는 29배로 늘어났다.하루 운행횟수도 296차례에서 4297차례로 15배 늘었으며 하루 수송인원은 23만명에서 50배 가까이 늘었다. 하지만 땅 밑을 다닌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당시 3000만 국민의 눈길을 끌며 새로운 교통수단으로 등장했던 지하철도 초기 몇년간의 수송 분담률은 3%대에 불과했다.노선이 짧은 게 가장 큰 원인이었다.시민들은 최도심 일부 구간만 움직이는 지하철이 신기하게 보일지는 몰라도 버스로 갈아타는 불편을 참기 힘들어했다. 그러나 7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국가의 경제규모가 확대되고 고속성장을 거듭하면서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인구집중 현상이 극심해졌다.서울시는 ‘콩나물시루’를 떠올리게 하는 시내버스 등 만성적인 교통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는 대안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1호선 개통 10년만인 84년 5월 강남과 강북을 원형으로 잇는 2호선 54.2㎞가 마무리됐다.이듬해인 85년 10월엔 서울을 X자로 관통하는 3·4호선 54.5㎞가 건설됐다.90년대 들어서도 3호선 지축역을 비롯해 양재∼수서간 연장구간,4호선 상계∼당고개와 사당∼남태령간 연장구간, 2호선 신정지선이 잇따라 개통됐다.이에 따라 20주년 때인 94년에는 총연장 131.5㎞에 114개의 역을 보유하는 위용을 뽐냈다. 96년 12월에는 방화∼상일·마천 52㎞를 잇는 5호선이,99년 7월엔 암사∼모란 구간의 8호선 17.6㎞에 지하철 길이 열렸다.이어 2000년 8월 장암∼온수구간의 7호선 42㎞,이듬해 3월에는 6호선 응암∼봉화산 31㎞가 개통됐다.마침내 2002년 4월엔 9호선 김포공항∼반포 25.5㎞가 착공됐다.바야흐로 3기 시대에 접어든 것이다. ●화려함 뒤에는 씁쓸한 기억도 많이 담겨 전동차도 처음에는 선풍기가 달린 전동차로 출발했으나 지속적인 투자로 냉방장치가 탑재된 최첨단 제어방식 ‘VVVF’ 전동차를 도입했다. 운임제도는 개통 초기부터 80년대 중반까지 승차거리 만큼 부담하는 거리비례제였으나 3·4호선 개통 이후 지하철 규모가 커지면서 구역제로 개편됐다.역무자동화시스템(AFC)을 도입,승차권 발권에서 개·집표 처리까지 모든 과정을 전산화해 지하철 운영 시스템을 몇 단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90년대 말 이후 경제난 등으로 재원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지하철마저 ‘동맥경화’ 현상을 빚고 있다.게다가 수천억원에 이르는 부채 더미에 올라앉으면서 원래 목표인 분담률 50%에는 크게 밑돌고 있다. 질적·양적 성장 뒤에는 우여곡절도 많았다.82년 현저동 지하철건설 공사장 붕괴사고,84년 영등포구청역과 89년 교대역 침수피해,89년 지하철노조의 3·16파업 등이다. 더군다나 공공성을 띠었다는 점 등의 부담 때문에 요금을 올려받기 힘들어진 데다 노선연장 등 추가건설에 따른 투자로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각종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스크린세이버 등 안전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수천억원이라는 거액을 들여야 하는 등 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전력 사용량 ‘구리+의정부시’와 비슷 서울지하철공사와 철도청은 지하철 30년을 이끈 ‘개국 공신’임에도 서울도시철도공사라는 ‘신진 세력’의 등장으로 전동차 등 시설 노후화에 대한 세간의 ‘쓴소리’에 더욱 익숙하다.지하철에 얽힌 속사정을 들여다본다. ●‘고물철’ 지적에 ‘벙어리 냉가슴’ 도시철도공사의 5∼8호선에서 운행 중인 전동차 1564량 가운데 10년 이상 지난 것은 한 량도 없다. 그러나 1∼4호선에는 10년 이상 된 전동차가 지하철공사의 경우 1944량 중 75.4%인 1466량,철도청은 1213량 중 45.6%인 553량이다.특히 20년이 넘은 전동차가 14.8%(469량)로 이들 대부분은 1·2호선에서 운행되고 있다. 까닭에 전동차에 설치된 모니터로 영화도 볼 수 있는 3∼8호선과 달리 편의시설이 부족한데다 이용객이 많아 ‘콩나물 시루’같은 1·2호선의 승객들은 불만이 아닐 수 없다.철도청 관계자는 “도시철도법은 전동차 교체를 위한 내구연한을 25년으로 못박아 임의로 교체할 수 없는 실정”이라면서 “다만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비와 시설 개선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지하철공사 관계자도 “2002년까지 신형 전동차의 70∼80% 수준이던 구형 전동차의 냉방기 용량을 높여 1·4호선에서는 5·6번째 전동차를 ‘약냉방 차량’으로 지정,운행할 정도”라면서 “또 2006년까지는 모든 차량의 실내인테리어도 교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하철은 전기먹는 하마?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해 전동차가 움직일 뿐만 아니라,대부분 지하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에 불도 밝혀야 하는 만큼 전력사용량도 엄청나다. 지하철공사는 한달 평균 7100만의 전력을 사용한다.이는 서울시 전체 전력사용량의 2.7%에 해당하며,구리시나 김포시의 전략사용량과 맞먹는다.도시철도공사의 전력사용량은 한달 평균 5500만로 의정부시의 사용량과 비슷한 수준이다.연간 전기요금으로 지하철공사는 670억원,도시철도공사는 484억원을 지불하고 있다. 지하철공사는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큰 노후 전동차가 많아 전체 사용량의 71%를 전동차 운행에 쓰고 있는 반면,최신식 역사에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도시철도공사는 55%만을 전동차 운행에 들이고 있다. 또 지하철역은 시민들이 다닐 수 있는 땅 밑 가장 깊은 곳이다.이 중 경기 성남시에 있는 8호선 남한산성역이 지상에서 지하철 승강장까지의 직선거리가 건물 15층 높이에 해당하는 56m로 가장 깊다.서울시내에서는 지하철 5호선 신금호역이 46m로 가장 깊고,노선별로는 ▲1호선 종로3가역 13m ▲2호선 이화여대입구역 30m ▲3호선 충무로역 28m ▲4호선 회현역 23m 등이 깊다. ●전력공급·통행방식도 차이 양 공사가 운영하는 구간에서는 1500V의 직류(DC) 전기가 흐르는 반면,철도청 운영 구간은 2만 5000V의 교류(AC)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까닭에 1호선 서울역∼남영역과 청량리역∼회기역,4호선 남태령역∼선바위역 등 3곳은 전력 공급방식 전환을 위해 전기가 흐리지 않는 ‘절연구간’이 존재한다.철도청 관계자는 “전기의 특성상 지상에서는 교류가,지하에서는 직류가 효율적이기 때문”이라면서 “순환운행하는 2호선을 제외하면 1호선 전동차는 좌측 통행을,3∼8호선 전동차는 우측 통행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승강장 길이는 1호선 서울역에서 청량리역에 이르는 9개역이 210m,나머지 1∼4호선의 역은 205m,5∼8호선은 165m 등이다.전동차 길이가 20m이기 때문에 1∼4호선은 10량,5∼8호선은 8량이 한 편성을 이루고 있다. 또 지하철에서 나는 ‘덜커덩’ 소리는 전동차 바퀴가 선로의 연결 부위를 지나면서 발생한다.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선로는 20m가 기본단위지만,용접을 통해 선로의 길이를 늘린다.”면서 “하지만 계절에 따른 선로 팽창률과 선로의 직선화 정도 등을 감안,지역에 따라 선로 길이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선로 한개의 길이가 가장 긴 구간은 구파발역∼연신내역 사이로 1360m이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지하철역엔 뭔가 숨었다 푹푹 찌는 날씨를 보인 7일 오후 4시 4·7호선 이수역 지하 1층에서는 경복고 록밴드 ‘사육신’의 공연이 지나가는 이들의 발목을 붙잡아 놓고 있었다. 이어 6시엔 ‘메트로 실버악단’이 트럼펫·기타·아코디언·하모니카 연주로 눈을 휘둥그레하게 했다.피아노까지 동원했으니 놀랄 만도 하다. 6호선 녹사평역 지하에서는 공짜로 사랑하는 이와 백년가약을 맺을 수 있다.역사 유리지붕으로부터 29m 아래까지 햇살이 들어오고 벽면은 갖가지 작품과 유리로 장식돼 황홀한 느낌마저 풍긴다.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리려는 시민들이 쏟아져 지하 4층에 폐백실,지하 2층에 신랑·신부 대기실을 만들었다.청소·전기료도 받지 않는다.신랑·신부는 설레는 가슴으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지하 4층 전시장에 내려와 나란히 입장한다.피로연장도 갖췄다. 1·2호선 신도림역 열린 쉼터에서는 무료 법률상담이 달라진 ‘지하 세계’를 실감케 한다.매주 토요일 오전 10시∼낮 12시 3명의 변호사들이 상담을 해준다.매주 화요일 같은 시간엔 세무,둘째 화요일 오후 2∼4시엔 의료,매일 오전 8시∼오후 6시엔 생활·결혼문제,매주 화요일 오후 2∼4시엔 청소년 상담이 펼쳐진다. 매일 역사 어딘가에서는 남다른 ‘끼’를 지닌 이들의 공연과 시범이 쏟아진다.예컨대 10일 오후 4시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서는 배명고 랩 동아리 ‘FMT’가 무대에 오른다.11일 오후 6시30분 공덕역에선 송학봉·남화선·이차석씨의 트럼펫·피아노·클라리넷 연주회가 손님을 맞는다. 4호선 충무로역엔 다섯가지 재미가 있는 곳이란 뜻인 ‘오! 재미동’이 있다.1동엔 영화·디자인 등 예술서적 400여권과 국내외 잡지 37종을 갖췄다.2동에서는 희귀 영화·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상물을 골라보는 재미가 쏠쏠하다.3동에서는 참가자 마음대로 영화도 만들어 보며 강의도 들을 수 있다.4동은 60석 규모의 무료 소극장,5동은 센터 바깥에 2개의 대형 스크린과 5대의 PDP로 영상물을 감상하도록 꾸민 휴식공간이다.월요일은 쉰다. 전동차 역시 메마른 지하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있다.오는 31일까지 7호선 ‘달리는 문화예술관’에는 차량마다 여성작가들의 미술작품이 꾸며진다.7호선 온수∼도봉산 구간엔 ‘하늘이 내린 살아숨쉬는 땅-강원도’라는 주제의 환경열차를 오는 10월14일까지 하루 왕복 3차례 운행한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지하철에선 무슨일들이… 한 비구니 스님이 울긋불긋한 초롱 모금함을 들고 전동차에 뛰어든다.이어 “제 얼굴 한번만 봐주세요.자비사 ‘지우’입니다.여덟살짜리 아이가 백혈병으로 죽어가고 있어요.”라는 하소연이 들려온다.(2004.6.8.오후 1시30분 3호선 수서행) 대중교통의 견인차인 지하철에는 서민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배어 있다.평일의 경우 오전 6시부터 이튿날 오전 1시쯤까지,길게는 하루 19시간 손님을 실어나르는 전동차는 연인들의 사랑,떠나보내는 아픔,일터에서 언제 나왔는지 뒤늦은 귀가를 서두르는 직장인의 고달픔을 함께 실어나르고 있다. 주5일제 확산으로 사실상 주말인 6일 오후 11시30분쯤 지하철 3호선 도곡행 3010호 전동차.러시아워를 한참 지난 탓인지 그다지 혼잡하지는 않은 가운데 초로의 나이로 보이는 남성이 경로석에 잠들어 누워 있었다.오른쪽 다리를 반으로 접어 좌석에 구겨넣고 왼쪽 다리는 길게 뻗은 채 때때로 고르지 않은 숨을 길게 내쉬면서…. 출근길인 같은 날 오전 8시15분쯤 2호선 순환 전동차에서는 몸빼 차림에 배낭을 멘 한 여성이 선반 위에 놓인 신문들을 거둬들이느라 바쁘게 손을 놀리고 있었다.엄청나게 뿌려대는 무가지(無價紙)로 전동차가 어지럽혀지는 것도 최근 나타난 풍경이다.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경험이 있겠지만 바쁘게 내리다 보니 애지중지 여겨온 물건을 깜빡 하고 잃어버리는 일도 적잖다.서울지하철공사(1∼4호선)가 운영하는 구간에서 습득신고가 들어오는 분실물은 액수로 따지면 연 2억 3000여만원이나 된다.서울시내 지하철 유실물 반입은 지난 6월 168건,7월엔 무려 200여건에 이른다.이에 따라 서울·경기지역에 유실물센터를 일곱군데 개설해놓고 있다.승객들이 분실한 물건을 합치면 자그마치 10억원은 족히 된다는 얘기다. 지하철 승객들에게 언짢게 들릴 수도 있는 뒷얘기도 있다.직원들 사이에서는 ‘사고 3번은 나야 멈춘다.’는 표현이 통설처럼 전해지고 있다.자살사고 등이 발생하면 ‘안전 기원제’를 열곤 한다.특히 승강장이 밝으면 사고가 줄기 때문에 에너지 절약 캠페인과 무관하게 늘 밝게 유지한다. 대신 대체교통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운행중단 사고가 나면 사고 지속시간이 30분 이하인 경우 대체 교통비로 5000원,그 이상이면 1만원을 승객들에게 지불한다.버스 등 다른 교통수단이 있으면 환불만 해준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1세대 기관사 정철영씨 “이름 정철영보다 비슷한 발음의 ‘전철역’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지난 1974년 지하철 개통 당시 30명의 ‘1세대’ 기관사 가운데 가장 신참이었지만,30년의 세월 앞에 현직에 남아 있는 유일한 기관사이자 지하철 역사의 산증인이 된 정철영(57) 신정승무사업소장의 지하철 사랑은 남다르다.“약관의 나이에 철도국(현 철도청) 직원의 집에서 가정교사를 했던 인연이 철도 기관사를 거쳐 지하철에 몸담은 지금까지 지속될 줄은 미처 몰랐다.”면서 “지하철이 생긴다는 소식에 주저없이 지원한 선택과 이후 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생활에 후회는 결코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 지하철 개통 당시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고 말한다.“8월15일 광복절에 맞춰 개통행사를 치렀지만,당시 육영수 여사가 서거하는 불상사가 발생해 행사는 어수선한 분위기였다.”면서 “하지만 개통 이후 아침부터 밀려든 시민들은 신기한 듯 지하철을 타면 내릴 생각은 않고 왔다갔다 했고,말끔히 단장된 역사에서는 구경나온 시민들이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기관사로 줄곧 근무하던 정 소장은 80년부터 열차운행을 통제하는 사령실로 근무지를 옮겼으며,84년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개통을 앞두고 있던 3·4호선의 열차운행 자동화업무시스템 제작에 참여했다.이어 94년에는 다시 영국에 가서 2호선의 기존 설비를 개선하는 데 공헌했다.즉 전동차 하나하나,설비 여기저기에 정 소장의 손길이 거치지 않은 곳이 없다.게다가 지난 99년부터는 기관사 등 승무원을 관리·양성하는 종로·성수·신정승무사무소 등에서 줄곧 근무하며 인재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사소한 지하철 사고 소식에도 시민들에게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는 죄송한 마음이 앞서곤 한다.”면서 “지하철 30년의 역사를 헛되이 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할 터”라고 말했다. 기차나 지하철이 나오는 장면이 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눈을 뗄 수 없다는 정 소장도 내년이면 정년이다.정 소장은 “부부도 30년을 같이하면 최고로 느껴지는데,지하철과 함께한 30년의 소회가 달리 느껴지겠습니까.”라며 말을 맺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DJ역장’ 김만오씨 “작은 노력 하나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낍니다.” ‘DJ 역장’으로 더욱 유명한 김만오(56) 경복궁영업사무소장의 말이다.김 소장이 이같은 별명을 얻게 된 것은 1995년 ‘환승 지옥’으로 일컬어지던 신도림역무소장을 맡으면서부터다.“시민들의 안전을 고려해 ‘뛰지 맙시다.’ 등의 딱딱한(?) 멘트로 시작한 역내 방송이 계기가 됐다.”면서 “콘크리트 구조물이라는 삭막한 공간이지만 시민들에게 한발짝 다가선다는 취지에서 차츰 멘트에 위트를 섞고,노래를 선곡했다.”고 설명했다. 김 소장은 97년 대학들이 밀집해 있는 신촌역무소장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랩댄스와 힙합 등 젊은이 취향의 노래를 선곡,신촌 대학가의 유명인사로 자리매김했다.“방송을 듣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는 시민들이 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이었다.”면서 “98년 연·고전 당시에는 초청받아 축제 무대에 서기도 했다.”고 귀띔했다.이어 현재의 자리에 부임한 2001년부터는 김 소장의 책임 하에 있는 9개역(3호선 지축역∼경복궁역 구간)으로 방송 활동영역을 넓혔다.특히 지난해 6월부터는 당시 강경호 지하철공사 사장의 특별지시로 지하철 1∼4호선 114개 모든 역사에서 김 소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다.“시스템상의 문제로 모든 역에 생방송을 할 수 없어 직접 녹음·편집한 90분짜리 테이프를 각 역에 나눠줘 방송을 내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자비를 들여 편집·녹음장비들을 구입,한때 아내의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하지만 큰아들 정균(23)씨와 막내딸 덕교(20)씨를 비롯한 가족들이 가장 든든한 후원자라는 말도 아끼지 않았다.“여전히 어눌하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도 “저의 존재 이유는 시민들에게서 찾을 수 있기 때문에 퇴직하는 그날까지 방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어느 역사에서는 DJ 역장의 “탈법을 일삼는 사람,오늘도 큰소리 뻥뻥 칠거야?’라는 목소리 뒤에 흘러나오는 가수 송대관의 ‘큰소리 뻥뻥’에 환한 웃음을 짓는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여성기관사 김현정씨 “앞으로 30년 동안 더욱 편하고 안전한 시민의 발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하철 전동차를 운행한 지 1년 남짓 지난 ‘새내기’ 여성 기관사 김현정(30·서울도시철도공사 신풍승무사무소)씨는 포부를 이같이 밝혔다. 지하철 개통 30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서울지하철공사의 경우 960여명의 기관사 가운데 여성은 한명도 없다.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850여명의 기관사 중 여성이 18명에 불과한 실정이다.특히 김 기관사는 지난 2002년 말 기관사 채용시험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28명의 신참 기관사 가운데 여성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됐다. “3개월의 이론과정과 6개월의 실습기간을 거쳐 지난해 7월부터 지하철 7호선 운행 기관사로 정식 배치됐다.”면서 “지하철을 이용하는 아주머니나 아저씨들이 놀랍다는 모습으로 악수를 청하면 비로소 기관사가 됐음을 실감한다.”고 미소지었다.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김 기관사가 전공과 전혀 무관한 기관사에 도전하게 된 데는 우연한 만남이 계기가 됐다.“대학 재학 시절 일본으로 배낭여행을 갔다가 제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여성 기관사를 본 뒤 그 존재를 알게 됐고,이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힘들 거라는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자동화시스템이 갖춰져 간단한 기계 조작만으로 수백t의 전동차를 운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여성들도 도전해볼 만한 직업이라고 적극 추천한다.“남녀 차별이 없을 뿐만 아니라,근무 여건이나 처우 등도 일반 사기업에 비해 좋은 편”이라면서 “다만 기관사는 전기·전자·기계분야에서 기능사 이상의 자격증이 있거나,관련 학과를 졸업해야 지원할 수 있어 사전대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기관사는 “다만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사상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늘 신경써야 한다.”면서 “전동차 문을 여닫을 때 CCTV 등으로 확인하지만 볼 수 없는 사각지대가 있어 문에 끼이는 등 사고 위험을 없애기 위해서는 보다 여유를 갖고 승하차하시길 바란다.”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해외건설 살리자] (2) 다시 떠오르는 중동시장

    [해외건설 살리자] (2) 다시 떠오르는 중동시장

    고유가는 대부분의 산업에 주름살을 안기지만 해외건설은 고유가의 반사이익을 누리는 대표적인 업종이다.중동을 비롯한 산유국들은 유가가 오르면 재정수입이 늘어나 그동안 미뤘던 설비투자나 대형 프로젝트들을 발주하기 때문이다.실제로 과거 오일쇼크 때마다 한국업체들의 해외건설 수주실적은 급증세를 탔다.고유가 충격의 일부를 해외건설이 흡수해주는 완충제 역할을 했던 것이다. 현대건설 여동진 해외사업본부장은 “고유가가 해외건설에 긍정적인 기여를 한다.”면서 “통상 3∼4년 후에까지도 효과가 지속됐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최근의 고유가로 인해 향후 중동시장이 매년 1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20여년만에 ‘제2의 중동특수’가 찾아 올 것이라는 성급한 분석도 나온다. ●오일쇼크 완충 역할 국내 해외건설 수주고는 오일쇼크 때마다 신기록을 갈아치웠다.지난 81년 해외건설 수주고가 연간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도 2차 오일쇼크(1980년) 직후였다. 1차 오일쇼크(79년) 직전인 78년에는 유가가 오름세를 타면서 해외건설 수주고는 81억달러를 기록했다.이 가운데 중동이 79억달러를 차지했다.79년에 64억달러(중동 60억달러),80년에는 83억달러(78억달러)였다.특히 고유가 효과가 정점에 달했던 81년에는 수주고가 137억달러(중동 127억달러)나 됐다.사상 첫 100억달러를 돌파한 것이다.이후 걸프전이 났던 92년 이후에도 유가가 뛰면서 수주고가 급증했다. 고유가 시기에 중동국가들이 주로 발주하는 원유나 가스처리 플랜트는 한국업체들이 경쟁력을 가진 분야이다.원유나 가스처리 플랜트 분야에서 실시설계나 시공,공사관리 등은 일본업체들보다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중국이나 인도 등 후발개도국은 아직 우리의 경쟁상대가 아니다. 이란 아살루에 가스처리시설의 경우 지금까지 발주된 13단계 가운데 모든 단계에 한국업체들이 참여하고 있을 정도다. 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정보기획실장은 “중동의 경우 유가가 높아지면 대부분 정유시설 등에 먼저 투자를 한다.”며 “고유가에 따른 혜택은 한국건설업체들이 가장 먼저 받게 된다.”고 말했다. 중동국가의 한 해 건설 발주금액은 매년 1500억달러에 달한다.이 중 해외건설업체에 발주되는 공사는 대략 200억달러 안팎이다.고유가 추세가 지속될 경우 시장규모는 매년 10∼15%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이란에서는 한국업체가 매년 10억달러 안팎의 공사를 따내고 있다.올해에는 20억달러어치의 공사를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매년 200억달러 시장 이같은 추세라면 중동시장에서 한국업체들의 수주고는 36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이미 19억 7600만달러를 수주,올해 수주목표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건설업계는 보고 있다.지난해 중동지역에서 따낸 공사가 22억 5000만달러어치인 것에 견줘 무려 60% 늘어난 것이다.내년에는 중동지역 수주고가 4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일각에서는 중동에서 시작된 한국 해외건설 신화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급속히 부상하고 있는 제3시장도 당분간 중동시장에는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라크도 조만간 주요 수주 무대가 될 전망이다.아직 정정이 불안해 발주 규모가 작지만 정정이 안정되면 발주량이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라크에서는 걸프전 이전만 해도 현대건설 등 한국업체들이 43억달러가량의 공사를 수주했다.현대건설은 당시 공사를 끝내고도 받지 못한 대금 11억 400만달러(이자포함)를 새 정부에 지급을 요청 중이다.현대건설은 올 들어 2억 2000만달러 발전소 보수공사 등을 수주했다. 중동에서 한국건설업체들이 지금까지 수주한 공사는 모두 1073억달러에 달한다. ●고유가를 활용하자 해외건설 시장에서 고유가 특수를 활용하려면 한국업체들의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플랜트 공사는 한국 업체들이 가장 높은 수주경쟁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공사에 우리 업체끼리 경쟁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지난해 쿠웨이트에서 발주된 담수화시설 공사가 대표적인 과당경쟁 사례다.국내 업체가 수주한 공사였지만 우여곡절끝에 다른 국내 업체로 시공사가 바뀌었다.물론 시공비도 깎였다.대표적인 ‘제 살 깎아먹기’ 경쟁이다.이 과정에서 업체간 다툼도 치열했다. 업체간 자율조정이 절실한 대목이다.정부도 업체간 경쟁에는 끼어들기 쉽지 않다.또 불공정 경쟁으로 세계무역기구(WTO) 등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한때 해외건설협회에 과당경쟁을 막기 위한 협의기구가 있었지만 통상협상때 불공정 요인이 있다는 이유로 해체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해법은 업체들이 자율 조정을 통해 수익성 위주로 공사를 수주하는 것이다.과당경쟁을 하다 보면 당연히 수익성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출혈경쟁으로 번지는 일은 막아야 한다. LG건설 우상룡 부사장은 “제2의 중동특수가 온다고 하더라도 수익성을 외면한 채 공사부터 무조건 따내고 보자는 발상은 위험천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두바이) 김성곤특파원 sunggone@seoul.co.kr
  • [마니아]10월 3일 100회 달성예정 전명환·소병선씨

    [마니아]10월 3일 100회 달성예정 전명환·소병선씨

    ‘100회 마라톤 클럽’ 회원인 서울시 전명환(57) 의원과 부천시 성모치과 소병선(52) 원장은 10월3일이 어서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그날 열리는 ‘제2회 하이서울한강마라톤대회’에서 마라톤 풀코스 100회 완주의 꿈을 이루게 되기 때문이다. 전씨는 현재 97회를 완주했고 소씨는 95회를 완주한 상태다.두 사람 모두 8∼9월에 있을 대회에서 99회까지 완주한 뒤 10월3일 대회 때 대망의 기록을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아마추어 마라톤의 산 증인 전명환씨 전씨가 처음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것은 지난 1986년 동아마라톤 대회다.기록은 3시간18분. 당시만 해도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에 일반인이 대회에 참가하기란 여간 까다롭지 않았다. 나이 제한에 걸린 전씨는 결국 동생 이름으로 참가하는 우여곡절 끝에 처음으로 42.195㎞ 풀코스를 달렸다. 이후 전씨는 ‘1세대 마라토너의 간판’으로서 아마추어 마라토너의 산실인 ‘서울마라톤클럽’(1997년)과 ‘100회 마라톤클럽’(1999년)의 산파 역할을 맡기도 했다. 전씨는 “시의원으로서 서울시가 주최하는 대회에서 기록을 세울 수 있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라톤은 꿈 이루기 위한 수단” 소병선씨 치과의사인 소병선씨는 대학시절 보디빌딩으로 단련된 ‘탄탄한 몸’의 소유자다.의사보다는 운동선수 같은 풍모를 보이는 소씨는 지난 1998년 조선일보 마라톤 대회에서 4시간12분 기록으로 풀코스를 처음 완주했다. “기록엔 연연하지 않습니다.기록단축에 치중하다가는 무릎 연골 등이 상할 수도 있거든요.그렇게 되면 나이 들어서 아무것도 못하게 됩니다.” 소씨는 마라톤을 포함해 지금 하는 모든 활동이 60세 이후에 꿈을 이루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꿈은 세계일주,울트라마라톤(고비사막 마라톤·사하라사막 마라톤 등) 완주 등이다. 마라톤 풀코스 첫 완주 이후 일요일에 열린 모든 대회에 ‘개근’했다는 소씨는 오는 10월3일 일요일 100번째 ‘출근 도장’을 찍을 생각에 가슴이 뛴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 ‘바람의 파이터’ 12일 개봉

    60마리의 황소와 맞서 47마리의 뿔을 꺾어냈고 맨손으로 20㎝두께의 돌을 산산조각냈다는,신화처럼 전해지는 일화의 주인공 최배달.영화 ‘바람의 파이터’(제작 아이비젼 엔터테인먼트·12일 개봉)는 그 신화 속 인물에게 숨을 불어넣는 영화다. 영화가 그리고 있는 것은 주로 그의 젊은 시절.‘왜 최배달이 그렇게 강해질 수밖에 없는가.’가 주된 초점이다.열 여섯살에 비행사의 꿈을 안고 일본으로 건너온 소년에게 현실은 가혹했다.조센징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알받이가 될 뻔했고,야시장에서는 번번이 야쿠자의 밥이 됐다.어린 시절 집안의 머슴이었던 범수로부터 무술을 배워보지만,범수 또한 야쿠자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배우 양동근의 타오르는 눈빛과 몸을 사리지 않는 액션 연기는 하나하나 쌓여가는 최배달의 분노를 담아내기에 충분하다.약한 민족이었고 힘이 없었기 때문에 당했던 지난 시절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수련을 떠나는 배달.한겨울에 맨발로 눈밭을 달리고 빙벽을 오르며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처절한 몸짓은 뭉클한 느낌을 준다. 일본 게이샤 요코와의 사랑도 영화의 한 축.사랑하면서도 한 사내의 운명적 싸움을 막을 수 없는 슬픔을 꾹꾹 눌러담는 요코의 모습이 인상적이다.무표정하게 게이샤 춤을 추는 요코와,끝없는 대국을 펼치는 최배달의 모습을 교차편집하는 장면도 긴 여운을 남긴다. 이 영화는 세상의 빛을 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비와 유민이 캐스팅된 뒤 제작발표회까지 치렀지만 난항을 겪으면서 엎어졌고,제작사가 바뀌고 양동근과 ‘워터보이스’의 일본 여배우 히라야마 아야로 주인공이 교체된 뒤 어렵사리 영화를 완성시켰다.그래서인지 그 오랜 시간 고민한 흔적과 무게가 고스란히 화면에 묻어난다.해방기 일본의 거리를 묘사한 세트도 정교하고,피 튀는 액션신도 섬뜩함을 줄 정도로 실감난다. 하지만 공을 많이 들인 게 아까웠을까.압축과 생략의 묘미를 살리지 못한 채 러닝타임 120분에 너무 많은 것을 구겨넣어 이야기는 점점 지루해진다.영화 초반부에서 사회현실과 부딪치며 진하게 풍겼던 인간미도 뒤로 갈수록 현실성을 잃는다.일본사회에서 경계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고뇌는 증발시킨 채,강자들을 차례로 꺾는 신화 속 파이터에게 어설픈 휴머니즘만 불어넣는 것.‘리베라 메’이후 4년 만에 양윤호 감독이 연출과 각본까지 맡았다.스포츠서울에 연재됐던 방학기의 동명만화가 원작이다. 김소연기자 purple@seoul.co.kr
  • [서울탱고] 박재홍 ‘경상도 아가씨’

    [서울탱고] 박재홍 ‘경상도 아가씨’

    사십계단 층층대에/앉아우는 나그네 울지말고 속시원히/말 좀 하세요. 피란살이 처량스레/동정하는 판잣집에/경상도 아가씨가/애처로워 묻는구나/그래도 대답없이 슬피우는 이북고향/언제 가려나.(경상도 아가씨 1절) 손로원 작사,이재호 작곡으로 가수 박재홍이 불러 지난 1950년대 히트했던 대중가요 ‘경상도 아가씨’는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란온 사람들의 고달팠던 삶과 떠나온 고향을 애타게 그리는 실향민의 마음을 잘 표현해주고 있다. 반세기가 지난 지금 이들 3명 모두 고인이 됐지만,노래 만큼은 아직도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네들이 취기가 얼큰하게 오르면 흥얼거리는 대표적인 곡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경상도 아가씨’는 ‘40계단’이 없었다면 아마도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대중가요사에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작사가 김지평(62)씨에 따르면 가수 박씨가 피란내려와 당시 일명 ‘도떼기 시장’으로 불리던 부산 국제시장에다 잡화 가게를 차렸다고 한다. 그런데 국제시장에 큰 불이 나는 바람에 판자로 얼기설기 만든 박씨의 가게가 몽땅 불에 타 하루 아침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렸다는 것.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박씨를 위로하기 위해 작사가 손씨와 김초성·이인곤씨 등 지인들이 박씨를 찾아갔다. 마침 점심때라 식사를 하기 위해 40계단이 있는 인근 복국집으로 자리를 옮겼다.일행이 식당 안으로 들어간 지 한참 됐는데도 손씨가 들어오지 않자 일행중 한 명이 바깥을 향해 “손형 빨리 들어와.”라며 소리지르며 찾았다.그래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밖으로 나가보니 손씨가 계단을 오르내리는 껌팔이 소녀와 개비 담배를 팔던 소년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계단수를 세고 있더라는 것.얼마뒤 40개 층층계단으로 시작되는 경상도 아가씨의 노랫말이 태어났다. 손씨는 작곡가 이씨에게 곡을 붙여 줄 것을 부탁했으며,이씨는 평소 친형제처럼 절친하게 지내오던 박씨에게 곡을 선사하게 됐다.변변한 녹음 스튜디오 하나 없던 시절이어서 노래 취입은 미군이 한국군에 불하한 해군 함정(LCI)에서 힘겹게 이뤄졌다. 가수 박씨는 타계하기전 김지평씨와의 인터뷰에서 당시 음반 취입과 관련한사연을 이렇게 전했다. “부산항에 정박해 놓은 이 배에는 해군정훈클럽과 장교클럽이 있었으며,김광수악단이 연주를 했다.댄스홀은 한꺼번에 500여명이 들어갈 정도로 비교적 큰 규모로 가끔 결혼식도 열리곤 했다.”고 기억했다. 박씨는 “육지에서는 방음 장치가 제대로 된 곳이 없어 가수들이 음반취입 장소로 많이 이용했다.”고 회고했다고 한다. 우여곡절끝에 음반이 발매되자 당시 사회 분위기와 잘 맞아떨어져 이 노래는 공전의 히트를 거듭했다.노랫말 첫머리에 나오는 40계단은 부산 중구 중앙동 4가 39의51에 위치해 있다. 40계단이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정확하지 않다.다만 일제때인 1900년대 초 인근 산쪽인 동광동과 중앙동을 연결하는 통행로로 사용하기 위해 건설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곳이 유명하게 된 것은 피란민들 때문이었다.당시 전국에서 몰려든 피란민들로 판자촌을 이뤘던 동광동과 영주동 산동네로 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했던 길목이다. 피란민들은 아침이면 이 계단을 통해 자갈치시장이나 부산항 부두,부산역,국제시장 등으로 일을 나갔다.일부 피란민들은 호구지책으로 부산항 부두에서 구호물자를 몰래 빼내 40계단 부근에 들어선 ‘구호물자 장터’에 내다팔았다.이때 암거래라는 뜻의 ‘얌생이 몬다’는 유행어까지 생겼다. 40계단 일대도 세월의 변화와 더불어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피란살이의 고달픔을 한탄했던 그 자리에는 새 모습으로 말끔하게 단장됐고,계단 입구에는 ‘40계단 기념비’가 세웠졌다. 또 40계단을 기념하기 위한 ‘40계단 문화관’이 지난해 문을 열었으며,인근 도로에는 40계단 여인상,뻥튀기 장수 등 지난 50∼60년대의 모습을 담은 각종 조형물이 들어서 있다. 지난 99년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도입 부분이 이곳에서 촬영된 이후 시민들이 즐겨찾는 새 명소로 떠올랐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한건물 양다리… 위아래층·옆집 다른 區

    한건물 양다리… 위아래층·옆집 다른 區

    “우리집 바로 옆집과 위층에 있는 집은 딴 자치구 주민이래요.” 4개 대형건물이 2개 구에 걸쳐 있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이 가운데 3개 동은 아파트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과 관악구 봉천1동 경계에는 보라매 우성·우성 캐릭터·해태 보라매·롯데복합단지 등 4개 건물이 ‘양다리’로 걸쳤다. ●대지면적 기준으로 기계적 분할 이는 지난 1990년대 초반 서울시가 이 일대 택지개발에 나서면서 2차선 도로를 없애 일어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건축 허가권이 시에 있어 건물을 짓는 데에는 ‘이상 무’였으나 문제는 완공 뒤였다. 타운이 형성된 1995∼2000년에는 건축관련 민원 등이 자치구 소관으로 넘어간 데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이같은 문제가 일어났다. 동작구와 관악구는 2000년부터 경계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나 현행 경계 그대로 선을 긋는다면 한 집안에서도 안방이 쪼개져 주소지를 달리하는 등 우습지도 않은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결국 기존 경계를 존중하되 각 자치구에 속한 대지면적 비율에 따라 가구를 분할하기로 했다. 현행 경계상 이들 건물의 대지면적은 1만 8853㎡이다.이 가운데 동작구가 6912㎡,관악구는 1만 1941㎡를 관할로 한다.따라서 이 비율로 각 건물을 나눈 결과가 동작구 471가구,관악구 462가구다.대지면적이 작은데도 관악구에 속한 가구가 많은 것은 주상복합건물의 아파트가 대부분이 관악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지면적을 기준으로 가구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가능한 한 실제 대지면적 비율에 맞게 조정하려고 애쓰다 보니 같은 건물인 데도 바로 위층,아래층에 사는 주민들끼리 행정구역상 서로 다른 자치구에 속하는 현상도 숱하게 나왔다. ●민원신청 헷갈리기 일쑤 주민과 상가 업주들의 오해도 잦다.전화국과 우체국 등의 업무는 관할이 행정구역과 별도여서 동작구민이라도 관악구 안에 있는 곳으로 민원을 신청해야 하는 등 헷갈리는 일이 많다. 구청 청소업무도 마찬가지다.어떻게 구역을 정해야 할 지를 몰라 관악구와 동작구가 건물을 2개씩 나누어 맡았다.또 가까운 주소지가 아닌 동사무소에서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면서도 경계조정이 잘못 됐기 때문이라는 오해도 적지 않다.한 오피스텔의 입주자는 “자리는 그대로 두고 업체나 가게를 넓히고 난 뒤 관할 자치구가 바뀌었다고 하는 바람에 사업자 등록을 다시 하는 일도 많다.”고 귀띔했다. ●행정구역 정리 주민투표로 부결 이에 따라 서울시와 두 자치구는 2000년 8월 시 행정국,부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물을 대지가 많은 자치구로 편입시킨다는 데 모처럼 의견을 모았다. 보라매 우성과 우성 캐릭터는 동작구로,해태 보라매와 롯데복합은 관악구로 편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해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 부결돼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동작구 관계자는 “모양새가 이상할 따름이지 주민들의 실생활에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구의회 등 경계조정 발의권을 쥔 쪽에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한때 들끓었던 주민투표 요구 등 집단민원이 최근 들어 잠잠해진 상태”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서강석 행정과장도 “경계 조정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현행법상 강제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해당 자치구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한건물 양다리… 위아래층·옆집 다른 區

    “우리집 바로 옆집과 위층에 있는 집은 딴 자치구 주민이래요.” 4개 대형건물이 2개 구에 걸쳐 있는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이 가운데 3개 동은 아파트다. 서울 동작구 신대방2동과 관악구 봉천1동 경계에는 보라매 우성·우성 캐릭터·해태 보라매·롯데복합단지 등 4개 건물이 ‘양다리’로 걸쳤다. ●대지면적 기준으로 기계적 분할 이는 지난 1990년대 초반 서울시가 이 일대 택지개발에 나서면서 2차선 도로를 없애 일어난 것이다. 당시만 해도 건축 허가권이 시에 있어 건물을 짓는 데에는 ‘이상 무’였으나 문제는 완공 뒤였다. 타운이 형성된 1995∼2000년에는 건축관련 민원 등이 자치구 소관으로 넘어간 데다 지방자치제가 시행되면서 이같은 문제가 일어났다. 동작구와 관악구는 2000년부터 경계문제에 대해 협의했으나 현행 경계 그대로 선을 긋는다면 한 집안에서도 안방이 쪼개져 주소지를 달리하는 등 우습지도 않은 문제가 일어날 것으로 내다봤다.결국 기존 경계를 존중하되 각 자치구에 속한 대지면적 비율에 따라 가구를 분할하기로 했다. 현행 경계상 이들 건물의 대지면적은 1만 8853㎡이다.이 가운데 동작구가 6912㎡,관악구는 1만 1941㎡를 관할로 한다.따라서 이 비율로 각 건물을 나눈 결과가 동작구 471가구,관악구 462가구다.대지면적이 작은데도 관악구에 속한 가구가 많은 것은 주상복합건물의 아파트가 대부분이 관악구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대지면적을 기준으로 가구를 나누는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다.가능한 한 실제 대지면적 비율에 맞게 조정하려고 애쓰다 보니 같은 건물인 데도 바로 위층,아래층에 사는 주민들끼리 행정구역상 서로 다른 자치구에 속하는 현상도 숱하게 나왔다. ●민원신청 헷갈리기 일쑤 주민과 상가 업주들의 오해도 잦다.전화국과 우체국 등의 업무는 관할이 행정구역과 별도여서 동작구민이라도 관악구 안에 있는 곳으로 민원을 신청해야 하는 등 헷갈리는 일이 많다. 구청 청소업무도 마찬가지다.어떻게 구역을 정해야 할 지를 몰라 관악구와 동작구가 건물을 2개씩 나누어 맡았다.또 가까운 주소지가 아닌 동사무소에서 각종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면서도 경계조정이 잘못 됐기 때문이라는 오해도 적지 않다.한 오피스텔의 입주자는 “자리는 그대로 두고 업체나 가게를 넓히고 난 뒤 관할 자치구가 바뀌었다고 하는 바람에 사업자 등록을 다시 하는 일도 많다.”고 귀띔했다. ●행정구역 정리 주민투표로 부결 이에 따라 서울시와 두 자치구는 2000년 8월 시 행정국,부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건물을 대지가 많은 자치구로 편입시킨다는 데 모처럼 의견을 모았다. 보라매 우성과 우성 캐릭터는 동작구로,해태 보라매와 롯데복합은 관악구로 편입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해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 부결돼 물거품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동작구 관계자는 “모양새가 이상할 따름이지 주민들의 실생활에는 큰 문제가 나타나지 않은 데다 구의회 등 경계조정 발의권을 쥔 쪽에서 뚜렷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한때 들끓었던 주민투표 요구 등 집단민원이 최근 들어 잠잠해진 상태”라고 귀띔했다. 서울시 서강석 행정과장도 “경계 조정은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현행법상 강제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해당 자치구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美 “주일미군 재편 재협상”

    |도쿄 이춘규특파원|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 전까지 마칠 계획인 주일미군 재편 작업이 해당 지자체들의 반발로 흔들리고 있다.주일미군 재배치와 관련,미국정부는 괌에 주둔하고 있는 13공군사령부를 해체해 도쿄 요코다기지에 통합하는 등의 2건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제시한 재편안을 백지화한 뒤 새롭게 일본측과 협상하고 싶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도쿄신문이 28일 보도했다. 미국 정부의 이같은 뜻은 주일 미대사관을 통해 26일 일본 정부측에 전달됐다.(가나가와·홋카이도 등)구체적으로 이름이 거론된 주일미군 이전 후보지 지자체들의 반발이 강력하고,일본 정부의 기본 입장도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 배려된 것으로 해석됐다. 다만 미국측이 지금까지 진행된 구체적인 재편안을 완전히 단념했는지 어떤지는 불투명해,주일미군 재배치 협의는 우여곡절을 겪을 것으로 풀이됐다. 이와 관련,미태평양군 수뇌부는 27일 미국정부가 가까운 시일 내에 주일미군 재편과 관련된 기본적인 입장을 공표한다는 점을 일본 방위청 수뇌부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5일부터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일 국방·외무 심의관급 협의에서 미측은 ▲오키나와 미해병 일부를 후지기지(시즈오카현),자마기지(가나가와현) 등에 분산 이전 ▲항공모함 키티호크 함재기에 의한 야간 이착륙 훈련을 아쓰기기지에서 이와쿠니기지(야마구치현)로 이전 등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미군이 주둔한 24개 지자체 가운데 선거에서 주민들의 표를 의식해 미군부대 이전에 반대하는 곳이 많다.가나가와현 지사는 지난 6월 미국을 직접 방문,인구과밀을 들어 미군기지 추가이전에 강력 반대했다. taein@seoul.co.kr
  • [27일 TV 하이라이트]

    ●TV특종 놀라운 세상(MBC 오후 7시20분) 인형보다 자동차를 더 좋아하는 32개월 여자 아이 윤정이.하루종일 지나가는 자동차만 쳐다보고,국산차는 물론 외제차 이름까지 모두 알아 맞히는 윤정이를 만나본다.지우개 찌꺼기로 만든 놀라운 작품들이 있다.어떻게 지우개 찌꺼기로 정교한 작품들을 만들어 내는지를 알아본다. ●세계 세계인(YTN 오전 10시40분)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린 패션쇼를 찾아간다.브라질 패션 디자이너들이 여름 의상을 선보였다.이번 패션쇼에는 가볍고 경쾌한 움직임을 강조한 의상들이 주조를 이룬 가운데,수채화 느낌의 옷감 등이 선보였다.하지만 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쏟은 것은 날렵하면서도 우아한 수영복이다. ●문화,문화인(EBS 밤 12시) 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와 제97호 살풀이춤의 이수자 채상묵.그는 한국무용의 완벽한 전통 보존과 동시에,창조적인 계승이 한국무용의 진정한 발전을 가져오리라 믿고,지속적인 도전을 하였다.오늘날 한국무용의 새로운 변화에 도전하고 있는 그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만나본다. ●리얼스토리〈실제상황〉(iTV 오후 10시50분) 채팅을 통해 연락이 된 초등학교 동창생을 만나러 간다는 한마디 말만 남긴 채 사라져 버린 딸.범인을 찾을 수 있는 단서는 딸이 마지막으로 통화했다던 초등학교 동창생의 휴대전화 번호가 들어있는 통화내역서와 딸이 사용했던 컴퓨터.형사들은 과연 범인을 검거할 수 있을까? ●장길산(SBS 오후 9시55분) 장길산은 박대근과 우대용이 화적패에게 습격 당한 사실을 알고 이들을 잡으러 나서 최흥복과 맞대결을 펼치게 된다.우여곡절 끝에 장길산은 우대용과 함께 총과 화포를 얻기 위해 파주 주막으로 갔다가 뜻밖에 이곳에서 총을 만드는 사람이 묘옥의 남편 이경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달래네 집(KBS2 오후 9시20분) 기현은 장바구니를 들고 카바레에서 나오는 청을 보고는 춤바람이 났다고 생각한다.미리는 국진이 매일 술 마시고 속 아파하는 모습이 안쓰러워서 국진에게 술을 마시지 말라고 한다.하지만 어쩔 수 없이 또 술을 마시게 된 국진을 보며 미리는 비장한 얼굴로 흑장미를 자처하게 된다. ●금쪽같은 내 새끼(KBS1 오후 8시25분) 진수가 희수를 형수가 아닌 예쁜 여자로 생각하자 희수와 진국은 당황스러워한다.모두 잠든 밤에 갑자기 희수를 보러 방에 들어온 진수를 도둑으로 오인한 진국 때문에 진수가 다치는 사건이 터진다.지혜는 화장품 가게에 찾아오는 여자 손님들에게 너무 친절한 재민 때문에 화가 난다.
  • M&A시장 ‘8월급류’ 탄다

    지지부진하던 부실기업의 매각작업이 막바지 급피치를 올리고 있다. 최근 주요 부실기업들의 매각작업이 급류를 타면서 휴가철인 8월에만 10여개 기업이 우선협상 대상자나 매각주간사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연내에 매각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바쁘기 때문이다.한국자산관리공사(KAMCO)는 그동안 매각작업에 차질이 있었던 기업들을 재입찰 등의 절차를 밟아 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예비입찰에 참여한 11개사 가운데 10개사를 선정,실사를 진행해 온 대우종합기계의 경우 8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노조와의 이견 등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정부의 ‘부실기업 매각작업 연내 마무리’ 대원칙을 지키려면 8월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야만 한다. 주택업체인 우방도 빠르면 이달 말 늦어도 8월 초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진다.무려 17개 업체가 인수의향서를 냈다.역시 17개 기업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대우정밀도 8월중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다. 한보철강과 신호유화,신호제지 등은 아예 매각과 관련,본계약을 맺는다.실제 주인이 바뀌는 것이다.한보철강은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해진 INI컨소시엄과 큰 이견이 없어 본계약이 거의 확실시된다. 매각대상 기업 가운데 덩치가 가장 큰 편인 대우건설은 우여곡절 끝에 8월 매각 주간사를 선정하게 된다.연초에 세웠던 추진계획은 차질을 빚었지만 8월에 매각 주간사가 정해지면 내년 초에는 인수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003년 카드부실 사태가 빚어지면서 매각이 보류됐던 대우캐피탈은 11월 재입찰을 한다.경영상태가 흑자로 전환됐기 때문이다.쌍용건설은 직원들이 자사주 형태로 매입을 추진 중이어서 당분간 매각을 보류할 계획이다.그러나 진전이 없으면 가을쯤에는 매각작업이 다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KP캐미칼은 우선협상대상자인 호남석유화학에서 실사 중이다.9월중에는 본계약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다.다만,대우조선과 대우인터내셔널은 구체적인 매각계획이 나와 있지 않지만 원칙적으로 연내에 매각작업에 착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정리 절차가 진행 중인 진로는 22일 메릴린치인터내셔널 인코퍼레이티드증권을 매각 주간사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이외에 10여개 컨소시엄이 인수의향서를 낸 범양상선도 이달 말을 전후해 우선협상대상자가 정해질 전망이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우리 결혼해요]강경인(28·현대차 홍보실) 이미원(28·학원강사)

    [우리 결혼해요]강경인(28·현대차 홍보실) 이미원(28·학원강사)

    대학 1학년 가을,그러니까 96년 10월 MT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저는 긴 생머리에 미소가 예쁜 그녀에게 반해 MT를 갔다 오자마자 연락을 했죠. 무선호출기(삐삐)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수업 중 음성메시지가 오면 수업 끝나기만 기다리고,캠퍼스안에 있던 공중전화에 길게 늘어선 줄이 그렇게 야속하던 그 때,경상도 촌놈과 서울 깍쟁이 아가씨의 유쾌한 연애소설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사실 요즘은 회사일 등을 핑계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입대하기 전까지 스무살 한해는 거의 그녀와 항상 함께 했습니다.수업이 끝나면 만나고,집에 바래다 주고,돌아서면 또 보고싶어 밤새 전화하고,자고 나면 또 만나고,그렇게 한 일년을 꼬박 보냈습니다. 좋은 말로 열정적인 사랑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눈에 뵈는 게 없던,갓 스무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죠.그런 시절이 계속된 것은 아닙니다.400페이지 연애소설의 200페이지쯤부터 시작된다는 갈등이 저희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교훈과 함께 이제 소설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지난 5월 춘천 호숫가에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습니다.오래 사귄 커플이다 보니 오히려 더 쑥스럽더군요.‘결혼해 줄래?’라는 한마디 말에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와 올가을에 결혼합니다. 오는 11월21일.우여곡절 끝에 장장 8년간 연재한 연애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가 될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물론 그 날 이후에도 소설은 계속되니까 지켜봐 주세요.To be continued … .
  • [우리 결혼해요]강경인(28·현대차 홍보실) 이미원(28·학원강사)

    대학 1학년 가을,그러니까 96년 10월 MT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습니다.저는 긴 생머리에 미소가 예쁜 그녀에게 반해 MT를 갔다 오자마자 연락을 했죠. 무선호출기(삐삐)로 서로 연락을 주고받던 시절,수업 중 음성메시지가 오면 수업 끝나기만 기다리고,캠퍼스안에 있던 공중전화에 길게 늘어선 줄이 그렇게 야속하던 그 때,경상도 촌놈과 서울 깍쟁이 아가씨의 유쾌한 연애소설은 그렇게 시작됐습니다. 사실 요즘은 회사일 등을 핑계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입대하기 전까지 스무살 한해는 거의 그녀와 항상 함께 했습니다.수업이 끝나면 만나고,집에 바래다 주고,돌아서면 또 보고싶어 밤새 전화하고,자고 나면 또 만나고,그렇게 한 일년을 꼬박 보냈습니다. 좋은 말로 열정적인 사랑이지 지금 생각해 보면 사실 눈에 뵈는 게 없던,갓 스무살만이 할 수 있는 일이었죠.그런 시절이 계속된 것은 아닙니다.400페이지 연애소설의 200페이지쯤부터 시작된다는 갈등이 저희에게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가 중요하다는 교훈과 함께 이제 소설은 클라이맥스를 향해 달려갑니다. 지난 5월 춘천 호숫가에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습니다.오래 사귄 커플이다 보니 오히려 더 쑥스럽더군요.‘결혼해 줄래?’라는 한마디 말에 옅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던 그녀와 올가을에 결혼합니다. 오는 11월21일.우여곡절 끝에 장장 8년간 연재한 연애소설의 맨 마지막 페이지가 될 그 날이 기다려집니다.물론 그 날 이후에도 소설은 계속되니까 지켜봐 주세요.To be continued … .
  • [통일한국은 오는가] 단숨에 달려온 북녘… 무너지는 ‘분단의 벽’

    서울신문이 ‘대한매일신보’란 이름으로 창간된 지 100년.그간 우리는 일제에 나라를 송두리채 빼앗기는 치욕을 겪으며 온 겨레와 함께 분노했고,나라가 둘로 갈리는 뼈아픈 현실 앞에 통한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이제 새로운 100년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우리는 통일의 염원을 달성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다행히 최근 남북의 화해·협력 노력들이 하나하나 결실을 거두면서 통일은 더 이상 신기루가 아닌,엄연한 현실로 우리에게 성큼 다가오고 있다. “관광은 공단을 낳고,공단은 다시 관광을 낳고…” 정세현(丁世鉉) 전 통일부 장관이 퇴임하기 얼마 전 남북경협의 활성화를 전망하면서 던진 화두다.실제로 본격적인 첫 남북 경협사업인 금강산 관광이 우여곡절 끝에 5년 만에 제자리를 잡아가고 있고,개성공단도 올해 안에 첫 제품을 생산한다는 목표아래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이는 다시 개성관광과 금강산특구 개발로 이어질 것이다.그것이 역사의 순리다. 금강산과 개성공단,그리고 그곳으로 이어지는 길은 분단의 벽을 허물고,남북간 화해와 공존공영의 미래를 여는 ‘평화의 회랑’(Peace Corridor)이다.반세기 넘게 ‘적’으로 살아온 남과 북의 사람과 문화는 양대 동서 축선을 통해 만나서 부대끼고,충돌하고 융화한다.덧붙여 중국 단동에서 신의주를 거쳐 평북 용천으로 이어지는 북방 길은 한민족의 선의가 살아있음을 확인시켜준 인도(人道)다.그길을 통해 전달된 구호물품과 장비 등은 통일의 날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반대편 동포들이 결코 잊고 있지 않았음을 증명할 것이다. 6·15 남북공동선언 4돌인 6월15일부터 오늘(16일)까지 한달여 동안 금강산과 개성에선 뜻깊은 행사들이 잇따라 열렸다.‘금강산 당일관광’ 시범 실시,개성공업지구(개성공단) 시범단지 준공식,금강산호텔 개관식,통일기원 합수제,제1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등등.숨가쁘게 진행된 이들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금강산을 3차례,개성을 한차례 다녀오면서 내린 결론은 “분단의 장벽은 이미 무너져 내리고 있다.”이다. 지난 6월30일 오전 10시15분 국회의원 및 정부 관계자,업체 대표 등 220여명을 태운 관광버스 7대가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닿았다.서울 경복궁 주차장을 출발한 지 2시간여 만이다.군사분계선(휴전선) 북방한계선에서 시범단지까지는 불과 2㎞.철책선을 막 벗어나는가 싶더니 이내 행사장이다.“아니,이렇게 가깝다니….” 그뿐이 아니다.‘k41-615-014,015,016’ 등 일련의 번호판을 단 15t짜리 덤프트럭이 연신 관광버스를 스쳐 지나가고,불도저와 포클레인,크레인 등 중장비가 바삐 움직이며 희망의 땅을 조성하는 모습에 여기저기서 “대단하다.”는 감탄사를 터뜨린다.비산비야(非山非野)의 드넓은 벌판을 바라보며 누군가 혼잣말을 한다.“통일수도의 입지로도 손색이 없는데….” 오는 11월 말 2만 8000여평의 시범단지에 공장건물이 완공되면 15개 업체가 입주하게 된다.15개 업체에서 당장 고용할 북한 주민은 5000여명.인구 35만명에 불과한 개성시에서 5000여명의 주민이 아침 저녁 개성공단으로 출퇴근하는 광경은 얼마나 장관일까.“2012년까지 모두 800만평을 개발하게 되면 수십만명 이상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살아가게 됩니다.개성공단은 남의 자본과 기술,북의 인력과 토지를 결합해 만들어가는 경제적 통일사업입니다.” 육안으로는 경계선 구분조차 안될 만큼 광활한 벌판은 현대아산측의 설명이 과장이 아님을 웅변한다. “이번 준공식은 …반세기 넘게 지속되어온 단절의 아픔이 치유되고 깊어져온 이질성이 다시 동질성으로 회복되며,남과 북이 굳게 손잡고 나아갈 수 있음을 세계에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의 목메인 축사에 북측 박창련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장은 “사상과 이념,제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할 한 민족”이라며 개성공단을 세계적인 공업지구로 건설하자고 화답했다. 이날 남측 방문객들을 대하는 북측의 환대는 기대 이상이었다.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나온 10여명의 여성 의례원들은 따뜻하면서도 스스럼없는 태도로 남측 손님들을 맞았다.특히 시범단지 준공식 후 30여분 거리의 개성시내 관광 도중 차장으로 마주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은 뜻밖이었다.들일을 하는 농민이나 하굣길의 중학생,바닥이 보일듯 맑은 실개천에서 물놀이를 하던 어린이 등 수십,수백명의 주민들은 남측 방문객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을 외면하지 않았으며,일부는 손을 흔드는 등 친밀감을 보여줬다. “북측 고위층이 변화하기로 작심을 한 것 같다.그러지 않고서야 군사분계선에서 이렇게 가까운 지역을 대거 남측에 내주고,일반 주민과 민가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수 있겠느냐.” 동행했던 모 대학 교수는 지난해 평양 방문때에도 이처럼 많은 주민들을 가깝게 만나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지난 2일 밤 금강산호텔 개관 만찬장.한나라당 국회의원 20여명이 함께 자리했다.“개척자의 길은 외롭지만 우리는 하나다.” “이제 김윤규 사장의 눈물을 내가 닦아드리겠다.” 의원들의 ‘금강산사업 찬가’가 쏟아지자 여기저기서 “한나라당 의원들 맞냐.”는 웅성거림이 들린다.이틀 뒤인 4일 오전 만물상 등산로 초입.7·4공동성명 32돌 기념 ‘통일염원합수제’를 치른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3일간의 방북 소감을 물었다.“지금껏 한나라당이 남북관계 발전에 기여하지 못한 것을 반성한다.” “북한 실상을 알고 제대로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이 교류해야 한다.” 만찬장 분위기 그대로였다.단 한차례의 방문이 ‘대북 퍼주기’라며 비난해온 한나라당 의원들의 부정적 인식을 바꾸기에 충분했던 것이다.가히 “금강산을 보지 않고는 통일정책을 말하지 말라.”고 일컬을 만하다. 지난 6월15일 금강산 구룡연 등산로의 한 쉼터.남측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고 김일성 주석의 어록이 새겨진 표식비를 손으로 짚거나,받침대에 앉으려 하자 북측 안내원들이 다급하게 제지한다.하지만 목소리나 표정이 의외로 부드럽다.“모르고 한 일인데 어떻게 하겠습니까.살아온 환경과 이념,생각이 달라서 그런 것인데….” “많이 변했다.”는 기자의 말에 북측 안내원들은 “이제는 우리도 알 만큼 안다.”며 고의성이 없는 행동들은 굳이 문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이해하고 관용하는 마음이 생겨났다는 것이다.금강산관광 6년의 성과이다. 이제 올 연말이 되면 하루 평균 2000여명의 남한 관광객이 금강산을 오가고,5000여명의 북한 주민이 개성공단을 드나든다.사람이 오고 가면 덩달아 생각과 문화,문물이 따라가고 자연스럽게 이질적인 것들은 부딪치고 마찰하면서 순화되고 동화될 것이다.그러면서 이웃이 되고,하나가 된다.통일은 그렇게 이뤄질 것이다. 김인철 통일·안보전문기자 ickim@seoul.co.kr˝
  • [사설] 친일규명법 이번엔 제대로 입법하라

    열린우리당이 친일반민족행위자 범위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특별법 개정안을 오늘 국회에 제출한다.친일진상규명법은 16대 국회 막바지인 올 3월초 우여곡절 끝에 제정됐다.법안 심의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반대가 거세자 친일행위 조사대상을 대폭 축소함으로써 ‘누더기 입법’이라는 비난을 받았다.특히 군인과 경찰은 고위간부만,위안부 등 강제동원은 전국적 차원의 활동자만 조사토록 하고 문화예술인·언론인·교육자 대다수를 제외함으로써 ‘진상규명 저지법’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개정안은 일제시대 군수,경시 이상 경찰,소위 이상 군장교를 지낸 인사들을 조사대상으로 했다.문화·예술·언론·교육·학술·종교 등 사회 각 부문에서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적극 협력한 행위도 친일행위에 포함시켰다.박정희 전 대통령과 일부 언론사주의 친일행적 시비에 대해서도 조사할 수 있는 길을 일단 터놓은 셈이다.광복 직후 반민족행위처벌법은 신체형과 재산몰수까지 규정한 것이었다.반면 이번에 추진되는 개정안은 처벌보다는 진상규명이 목표다.그렇기 때문에 조사대상을 충분히 확대하는 것이 입법 취지에 맞다.진실이 명백히 밝혀져야 용서도 하고,화해도 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무고한 인사가 명예를 훼손당하는 일이 없도록 판정절차를 강화하는 보완조치는 필요하다.조사가 끝나기도 전에 피의사실이 무분별하게 유포되지 않도록 하는 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현행법이 발효되는 9월 이전에 법개정이 완료돼야 시작부터 제대로 할 수 있다.개정안에는 한나라당,민노당,민주당 등 야당 의원도 서명했다고 한다.출범 후 구태를 벗지 못하고 있는 17대 국회가 이 법 처리과정에서는 새 모습을 보여주길 촉구한다.˝
  • 선진국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전통

    SBS의 대표적인 시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연출 최상재 외)가 오는 17일로 방송 500회를 맞는다. 지난 92년 3월31일 ‘이형호 어린이 유괴 살해 사건’을 첫 방송으로 시작한 ‘그것이‘는 우리 사회속 각종 비리를 고발하고 미스터리를 파헤치며 SBS의 간판 시사 다큐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지난 2001년에는 수지 김 사건의 진실을 밝혀내는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그러나 같은해 ‘아가 동산’사건을 다루는 과정에서 법원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여 방송 당일 다른 프로그램으로 대체되는 등 우여곡절도 겪었다.초대 진행자인 영화배우 문성근은 2ㆍ3대 박원홍·오세훈 전 국회의원에 이어 97년에 복귀해 2002년까지 최장수 진행자로 활약했다.이후 영화배우 정진영이 바통을 이어받아 지금까지 마이크를 잡고 있다.SBS는 이 프로그램 500회 방송을 맞아 그동안의 화제작 31편을 선정해 ‘다시보기’로 서비스하고 있다.17일 방송될 500회 특집에서는 ‘노블레스 오블리주,가진 자의 의무’편이 선보인다.제작진은 한국보다 앞서 자본주의를 발전시켜온 서구 선진국들이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통을 어떻게 쌓아 왔는지 짚어본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삶과 경영 이야기] (18)신동렬 성문전자 회장

    성문전자 신동렬(63) 회장은 일생의 절반은 야구를 하고 나머지 절반은 건실한 중소기업을 운영하면서 보냈다. 그는 최근 중소기업의 경영난을 만루 위기에 처한 투수에 비유하면서 “내·외야수들이 마운드에 선 투수의 어깨를 두드려 주듯이 임직원이 어려운 경영 상황을 함께 거든다면 불황은 극복된다.”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자(CEO)의 자질에 대해서도 까다로운 주문을 빼놓지 않았다. ●시련과 좌절이 패기를 키운다 1965년 성균관대 졸업과 함께 실업 명문팀인 대한통운 야구부에 투수로 입단했다.당시는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구호가 온 나라에 퍼질 때다.대한통운은 국영기업이라 야구 선수들도 요즘으로 말하면 구조조정을 겪게 됐다.나는 초년 선수라 야구를 계속할 수 있었지만 일부 선배들은 졸지에 직장을 떠나야만 했다.첫 직장에서 비애감을 느꼈다.어릴 적에는 김응룡(당시 한일은행 선수감독·현 프로야구 삼성라이온스 감독)씨처럼 야구감독이 되는 것이 꿈이었는데,선배들의 처지를 보면서 야구가 싫어졌다. 형과 남동생 등 세 형제가 사업을 시작했다.그때는 건설 현장이 많아 유리 수요가 많았다.소자본으로 노동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유리 공장을 차렸다.그러다 72년 대홍수로 한강물이 범람하면서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동에 있던 유리 공장이 침수됐다.혹독한 첫 시련이었다. 그때 전자산업이 유망하다는 소리를 들었다.벤처산업이었던 셈이다.미국과 일본의 전자부품업체에 편지를 보냈다.‘나는 공장을 갖고 있는데 자본과 기술을 대주면 훌륭한 합작 회사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수없이 편지를 보냈더니 그중에 한 일본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74년 일본의 한 전자부품업체와 합작을 했다. 태동기인 국내 전자회사에 부품을 납품하면서 그런대로 사업이 잘 됐는데,79년 터진 2차 석유파동으로 두 번째 시련기를 맞았다.한번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곧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공장 규모나 기계 등 줄일 수 있는 것은 다 줄였다.가슴 아프게 일부 직원들도 내보냈다. 80년 석유파동의 여파를 견디지 못해 쓰러진 중소기업을 인수했다.이 때부터 콘덴서에 손을 댔다.콘덴서는 지금도 모든 전자제품에 없어선 안 되는 주요한 부품이다.기능은 전혀 다르지만 지금으로 치면 반도체와 같은 대접을 받았다.그 콘덴서에 들어가는 필름을 만들었다.핵심 공정은 기술이 모자라 일본에서 처리한 뒤 필름을 다시 들여와 국내 전자업체에 납품했다.그 때는 삼성·LG·대한전선 등 국내 대기업도 정신없이 전자제품을 생산할 시기였다.일본에서 중요한 기술은 가르쳐 주지 않아 일본에 건너가 기술을 훔치다시피 몰래 배웠다.3년 만에 국내에서도 100%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자신감이 생겼다.콘덴서에 목숨을 걸자고 다짐하고 한 대에 20억∼30억원이나 하는 콘덴서용 금속필름 증착기를 들여왔다.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공동으로 금속증착 필름의 독창적인 국산화에 성공했다.로열티를 물지 않아도 됐다.일본 회사로부터 독립도 했다.투자자를 찾아 헤매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의 투자조합으로부터 지원금을 얻었다.5년 만에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해 자산의 30%를 조합에 주는 조건이었는데,약속대로 5년이 되기 전인 90년에 주식을 상장했다. 그 시기엔 정말 기업할 맛이 났다.우리가 신뢰를 저버린 회사를 먼저 찾아가 신제품의 우수성을 설명했다.그들이 납득할 때까지 매달렸다.힘들 때마다 투수 시절에 위기에 몰린 마운드에서 내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버텼다. 해외의 유명 전자업체들이 우리 제품을 인정하자 그 다음은 순풍에 돛 단 듯 일이 잘 풀렸다.지금은 금속증착 라인이 15개로 늘었고,머리카락의 1000분의1에 불과한 얇은 필름을 세계에서 두 번째로 생산하고 있다.정부로부터 동탑산업훈장,우수중소기업대상,과학기술훈장 등을 연이어 받았다. ●원칙과 명예를 존중하는 스포츠 부산에서 태어난 나는 6·25전쟁이 한창이던 때 해운대에 살면서 야구를 배웠다.초등학교 주변에 주둔하던 미군들이 주말이면 야구 배트과 글러브를 피란민 청년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야구 시합을 했다.중학교에 입학해서도 취미는 야구뿐이었다.동래고등학교에서 본격적으로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큰 키(180㎝)에서 내리꽂는 공을 타자들이 잘 맞히지 못해서 그런지 투수를 맡았다.당시 부산의 야구 명문은 경남고교인데,이 학교를 콜드게임으로 이긴 적도 있다.전국 대회에서 5일 동안 9회까지 완투를 하는 바람에 손가락에 물집도 났다.하지만 나는 원칙과 명예심을 존중하는 스포츠 정신이 좋았다.이는 선수단의 집단 생활에서 익혀진다.성대에 야구 장학생으로 입학했다.당시 성대는 전국 우승을 넘보는 명문 팀이었다. 일본인들은 태평양전쟁 패망후 미 점령군에게서 본격적으로 야구를 배웠다.미군은 패전국 일본의 사회 치안이 불안정하고 거리에 실업자가 넘쳐나자 정책적으로 야구를 보급했다.특히 게임의 룰을 중시하도록 가르쳤다고 한다.지금은 일본에 5000여개의 야구팀이 있지만 유소년 팀에선 경기방법보다 먼저 야구인의 자존심과 매너를 가르친다.야구 선수는 더운 여름에도 긴 소매 옷과 바지를 입는다.타석엔 혼자 서지만 수비석에는 9명이 정교하게 호흡을 맞춰야 멋진 플레이가 나온다. 80년대쯤 평소 존경하던 성대 총장이 만나자고 해서 모교를 찾았다.사무실 비품 등이 함부로 내팽개쳐진 채 학생들이 총장실을 점거하고 있었다.총장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총장은 학생들을 탓하기보다 “가라앉은 학교 분위기를 살리고,학생들에게 단합된 애교심을 심어주고 싶으니 야구인 동문회를 활성화시켜 달라.”고 부탁했다.그 뜻을 받아들이고 다시 총장실로 가서 후배 학생들을 호통쳤다.“총장은 너희들 뜻을 받아들일 마음가짐을 갖고 있는데,이게 무슨 행패냐.지킬 것은 지키면서 주장하라.”고 다그쳤다.나중에 총장실 점거를 곧 풀었다는 소식을 듣고 흐뭇했다. ●투수와 CEO 우리는 스포츠를 통해 희생 정신과 융화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다.나를 낮추고 동료들과 함께 하려는 정신을 바탕으로 남과 공정한 원칙속에서 경쟁하는 법을 배운다.기업에도 룰이 있다.정확한 물건을 만들어 바르게 팔 때 소비자들이 나를 인정한다.또 동료 기업인들의 본보기가 되면 그들과 언제 어떤 자리에서 만나게 될지 모르는 거래 관계에서 그 이익이 내게 돌아온다.기업 안에서도 마찬가지다. 요즘 우리 주변의 극단적인 노사관계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도저히 한 배를 탄,한 운명의 사람들처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내가 아는 대부분의 기업인들은 직원들을 자기 식구처럼 여기고 있다.제 직원에게 월급을 제대로 못 주는 것처럼 가슴 아픈 일은 없다.노조도 이같은 경영인들의 심경을 조금은 헤아려 주어야 한다. CEO는 끊임없이 앞길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 해선 안된다.이제는 정보와 기술이 바로 돈이다.내가 갖고 있는 정보와 기술은 곧 다른 이들의 표적이 된다.그래서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CEO는 직원들에게 감동을 주어야 한다.모 대기업 회장은 첨단기술을 개발한 연구진에게 약속했던 대가의 몇 배를 주고 아낌없이 격려했다.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은 미사일을 개발하는 국방기술 연구진을 밤에 홀연히 찾아가 만두를 함께 나눠 먹으며 그들을 감동시켰다.CEO는 마운드의 투수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다방면에서 능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은 기업을 하는 환경이 매우 나쁘다.30년 이상 지속된 중소기업의 생산 환경이 중대한 변화기를 맞았다.대기업에 의존하는 하청관계를 벗어나야만 할 때가 됐다.중국은 방문할 때마다 우리를 놀라게 만드는 나라다.우리는 절대 중국보다 우위에 있지 않다.우리의 권위적인 행정 규제는 시대가 바뀌어도 여전하다.미국 투자가들은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비관적이고,배타적으로 보고 있다.한국 사람들이 다른 민족보다 정(情)과 열(熱)이 많아서 그런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이제는 정확히 해야만 살 수 있다.모 국회의원이 내게 보낸 글을 인용한다.아르헨티나는 제2차 세계대전을 전후해선 세계 5대 경제부국이었다.볼펜과 버스,헬리콥터를 세계 최초로 발명한 나라다.그러나 페론 정부의 인기주의 정책과 계층간 갈등 때문에 지금은 세계 5대 채무국으로 전락했다. 한국을 잘 아는 한 일본인이 한국과 일본의 다른 점을 열거한 글이 생각난다.그 일본인은 ‘막히는 고속도로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물건을 파는 한국인’에 대해선 호감을 표시한 반면 ‘한국의 버스 정류장에는 반드시 버스가 서지 않는다.’라면서 일본인 방문객들의 주의를 당부했다.또 ‘자동차 접촉사고가 나면 목소리 큰 사람이 종종 이긴다.’고 꼬집었다. 한국인이 룰을 잘 지키지 않는다는 게 국제적인 조롱거리가 돼선 안 된다.이제 모두 제자리에서 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필요한 때다. ■ 신동렬 회장은 성문전자의 신동렬(辛東烈·63) 회장은 고교·대학 시절 정식 야구선수 출신이면서도 보기 드물게 전자부품 업계에 뛰어들어 회사를 작지만 강한 전문 기업으로 키운 최고경영자(CEO)다.그는 실업야구 초년 시절에 야구를 그만두고 우여곡절 끝에 전기·전자 부품인 콘덴서의 핵심 소재인 금속증착필름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성문전자를 창업했다.경기도 성남과 평택 등 공장 3곳의 연매출액은 500억원.이 분야 국내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제품의 65%가 세계 20여개국에 수출된다. 신 회장은 파푸아뉴기니 명예총영사와 한국무역협회 부회장,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 감사도 맡고 있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 서울시장기 야구결승 11일 예정

    ‘우여곡절 끝에 오른 만큼 양보란 없습니다.’ 제6회 서울시장기 생활체육야구대회의 패권은 엔젤스(감독 공태식)와 스트라이커스(감독 강신성)의 한판 승부로 결정나게 됐다.양팀은 모두 준결승에서 개운치 못한 승리를 거둔 만큼 결승에서는 화끈하고 시원한 경기를 펼치겠다는 각오다. 엔젤스와 스트라이커스는 준결승에서 각각 백상 자이언츠와 현대자동차를 맞아 득점으로 승부를 내지 못하고 추첨승과 기권승으로 결승에 진출했다. 준결승 제1경기에서 엔젤스는 정용배를 선발투수로 내세워 백상의 강타선을 5실점으로 막아내며 7회까지 경기를 5대5 동점으로 끌고갔다. 양팀의 경기는 결국 무승부로 끝났고 대회규정에 따라 추첨을 통해 엔젤스가 7대2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추첨을 통한 승부는 다른 경기에서는 볼 수 없는 생활체육야구경기의 독특한 풍경이다. 한편 스트라이커스는 준결승 제2경기에서 현대자동차가 심판 판정에 불만을 품고 기권함에 따라 결승에 올랐다. 현대자동차는 6회초 스트라이커스 투수 최용석의 3루 견제가 보크라고 주장했으나 심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기권한 것.스트라이커스 강신성 감독은 “결승에서는 우승도 중요하지만 선수들 전체가 즐거운 경기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당초 4일(일) 농협대학 야구장에서 치러질 결승경기는 우천으로 1주일 순연됐다. 김기용기자 kiyo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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