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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지 추모공원사업 새달 착수

    원지 추모공원사업 새달 착수

    주민반대 등으로 7년간 답보 상태에 머물던 서울 서초구 원지동추모공원사업이 병원과 장사시설의 결합이란 새로운 모델(조감도)을 제시하며 오는 7월부터 본격화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국토해양부와 협의를 통해 최근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된 추모공원 부지 17만 3973㎡ 중 40%에 종합의료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최종통보를 받았다고 17일 밝혔다. 서울시는 늘어만 가는 화장수요에 대처하기 위해 서초구 원지동 72 일대에 화장시설을 포함한 추모공원을 추진했지만 ‘건립 반대소송’ 등 지역주민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쳤다. 5년6개월여를 끌어온 지루한 법정공방에서 2007년 4월 대법원은 결국 서울시의 손을 들어줬지만, 그 사이 서울시도 서초구민들과 타협점을 찾아야 했다. 결국 원래 20기이던 화장로의 규모를 11기로 줄였고 해당 시설 안에 의료시설인 국립의료원을 유치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당시 건설교통부가 “원지동에 병원을 짓겠다는 것은 그린벨트를 해제한 원래 취지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사업은 다시 멈춰 섰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새 정부 들어 국토해양부가 추모공원 내 종합의료시설 건립을 허용함에 따라 시는 국립의료원 이전 등에 대해 보건복지가족부, 국립의료원 등과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시는 추모공원 내에 화장시설은 모두 지하에 건설하고 지상에는 의료시설과 공원으로 꾸밀 방침이다. 시는 다음달 초 종합의료시설 설치를 위한 부지측량을 시작해 토지보상과 화장시설 설계 등을 거쳐 오는 2012년에는 추모공원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서초구 주민 상당수가 서울추모공원 건립에 여전히 반대하고 있어 사업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서초구는 화장장 규모의 감축(11기→5기)과 화장장과 병원의 동시 착공, 화장장을 4개 권역별로 설립할 것 등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추모공원 안으로 이전이 예정된 국립의료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충남 연기·공주 행정도시로 옮기기로 결정한 바 있어 서울시 의도대로 사업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라는 관측도 나온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박기철의 플레이볼] 영원한 야구기자 이종남 선배를 추모하며

    “야구 기록이란 나비와 같아서 살아서 날아다닐 때는 아름답지만 죽으면 핀에 꽂힌 박제일 따름이다.” 1982년 겨울 어느 날, 서울 정동의 소줏집에서 고(故) 이종남 기자가 필자에게 해준 말이다. 당시 필자 신분은 백수. 정확하게는 졸업식을 치르지 않은 대학 4학년이었다. 가까운 사람들도 필자가 그해 10월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낸 사표가 정식 수리됐었다는 사실을 잘 모른다. 필자는 그해 3월 프로야구 출범과 함께 KBO 운영부 직원으로 입사했다가 한국시리즈가 끝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고 우여곡절 끝에 수리됐다. 대신 다음해부터 계약직인 공식기록원으로 일하기로 약속을 받았다. 당시 이종남 선배의 뜻은 아무리 기록이 많아도 기자가 그것을 알아주고 써주지 않으면 박제일 따름이니 언론계로 들어와 기록을 활용하는 야구 기자가 되란 것이었다. 요즘 비정규직 차별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당시에도 정규직을 버리고 비정규직을 택하자 미친놈 소리를 수없이 들어야 했다. 하지만 필자는 아무런 생각 없이 유니폼을 입지는 않지만 경기에 직접 관여하는 일을 하고 싶어 이 일을 택했다. 필자의 뜻을 이해한 이종남 선배는 더 이상 강권하지 않았다.이후 약 10년간 필자는 서투른 기록원 생활을 이어갔고 이 선배는 스포츠서울의 창간 멤버로 날카로운 필봉을 휘둘렀고 왕성하게 야구 서적의 저술과 번역에 힘썼다. 그동안 필자에겐 술친구이자 바둑친구였고 유일하게 폭력(?)을 써가면서까지 쓴소리를 아끼지 않은 스승이었다. 이 선배는 데스크를 거쳐 편집국장, 이사 등 관리직으로 승진했고 필자도 사무직으로 복귀하면서 만남도 줄어들었다. 지방을 다닐 때는 매일 얼굴을 보다시피 했는데 같은 서울에 근무하자 한 달에 두세 번 보게 됐다. 스포츠 전문지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치열해졌고 IMF 사태, 인터넷의 등장은 신문 경영에 극심한 압박을 줘 때맞춰 관리직으로 승진한 선배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로 돌아왔다. 현장 기자이자 저술가로는 물 만난 고기처럼 펄펄 뛰었으나 경영자로선 지독히 운이 없었다. 하지만 항상 후배를 만나면 미소와 격려를 잃지 않으려 애썼다. 폐암 말기 선고를 받고도 필자에게 “암 걸린 건 난데, 왜 네가 더 얼굴이 안 좋냐?”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지난 4일 2주기를 맞아 선배의 마지막 작품인 야구발전연구원 임원들과 함께 묘소를 찾았다. 기독교식 추도를 끝낸 뒤 형수는 우리끼리 추모를 하라며 자리를 피해 주셨다. 우리끼리 추모란 절한 뒤 무덤에 술 뿌리고 묘비에 담배를 피워 올려놓는 것이다. 폐암으로 눈감은 이에게 잔인한 짓이라 눈 흘길지도 모르지만 죽어서 또 걸릴 일은 없으니 마음 놓고 피우라는 심정이었다. 그해 겨울 필자의 대답은 이랬다.“박제면 어때요. 예쁘잖아요. 연구하기에도 좋고.”‘스포츠투아이’ 전무이사 cobb76@gmail.com
  • 두 문제 소녀의 실크로드 모험기

    두 문제 소녀의 실크로드 모험기

    ‘독서논술’ 어쩌고 하는 수식어의 강박이 없는 책을, 서슴없이 펼쳐들 수 있는 강심장 청소년이 얼마나 될까. 사심없이 독서할 여유가 많지 않은 청소년 독자들에겐 ‘재미’가 완벽하게 보장된, 때때론 청량제 같은 읽을거리가 절실하다. 빵빵하게 부푼 풍선에 올라탄 듯 마음 설레게 하는 제목 ‘하이킹 걸즈’(김혜정 지음, 비룡소 펴냄)라면 괜찮다. 청소년들이 읽는 글이니까 이래야 한다는 따위의 금기는 애초에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 날생 그대로의 생각을 고스란히 담아 작정하고 그들 편이 돼본 소설이다. 주인공 은성, 보라는 흔히 말하는 ‘문제아’들이다. 가출을 밥먹듯 하다 결국 1년을 유급당한 고등학교 1학년생. 욱 하면 주먹부터 나가니 누가 ‘단순무식 날라리 여고생’이라 비웃어도 할 말이 없다. 보라는 또 딴판이다. 새침한데다 소극적이어서 친구들에게 늘 왕따를 당했고, 그 스트레스를 남의 물건 훔치기로 풀다가 그만 들키고 만다. 이야기 소재나 표현에 사실감을 최대한 불어 넣었다는 게 맨먼저 눈에 들어오는 책의 장점이다. 속도감 넘치는 상황전개도 10대 독자들에겐 아주 매력있다. 천만다행히도 은성과 보라는 소년원에 들어가는 위기를 모면한다. 때마침 청소년보호센터와 검찰이 청소년 재활프로그램으로 마련한 실크로드 도보여행에 참여할 기회를 얻은 덕분이다. 실크로드 도보여행 길에 이미 들어선 둘의 이야기로 책은 운을 뗀다.“짜증나 정말. 도대체 얼마나 더 걸어야 하는 거예요?” 무슨 불만이 그리 많은지, 투덜투덜 가시돋친 말들을 쏟아내는 은성 덕분에 찜통 사막여행길은 조용할 새가 없다. 30대인 미주 언니의 인솔 아래 하루 8시간을 꼬박 걸으며 강행군하는 도보여행은 끔찍하게 고생스럽기만 할 뿐이다. 우루무치 공항에서 출발해 우루무치, 투루판, 하미, 둔황까지. 일절 탈것을 이용하지 않고 걷기만 해야 하는 여행길이니 오죽할까.1200㎞를 70일 동안 답사하는 과정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두 문제아 소녀는 조금씩 세상과 화해한다. 영화로 치면 로드무비 같은 소설이다. 깡패를 만나 위기에도 빠지고, 문명의 혜택을 받지 못해도 행복해 보이는 유목민들을 만나고, 조선족 가이드와 얘기하다 난생 처음 자신들의 꿈을 비춰보기도 한다. 피해자와 가해자로 우연히 만나 70일 동안 한배를 타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가 소설의 질감을 한결 더 생생히 살려나간다. 비룡소가 한국 청소년문학 지원을 위해 제정한 ‘블루픽션상’ 제1회 수상작.9500원.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어린이책꽂이]

    ●내가 지켜줄 게(안미란 글, 정은희 그림, 아이세움 펴냄) 캄캄한 밤을 무서워 하는 아이들 머리맡에 슬며시 놓아 두면 좋을 그림책. 밤에 귀신, 괴물이 나타날까봐 겁먹은 꼬마 범이는 덩치 큰 곰도 알고 보면 겁쟁이라는 사실에 용기를 얻는다.3∼6세.8000원.●디시가 부르는 노래(신시아 보이트 글, 김상인 그림, 김옥수 옮김, 와이즈아이 펴냄) 엄마를 잃은 뒤 14세 소녀 디시와 어린 동생들은 자신들을 돌봐줄 가족을 찾아 미국 전역을 떠돈다.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외할머니댁.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외할머니는 마을에서 괴짜로 소문나 있지만, 조금씩 진심을 보여준다. 초등고학년 이상.1만 1000원.●흰지팡이 여행(에이다 바셋 리치필드 글, 김용연 그림, 이승숙 옮김, 사계절 펴냄) 시력을 잃어가는 아이가 좌절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가 점점 자신감을 회복하는 이야기로 옮겨가는 굵직한 메시지의 창작동화. 흰지팡이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장애인용 지팡이.‘눈’만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통로가 아님을 일깨우는 그림책. 초등생.9800원.●동물 건축가(존 니콜슨 글·그림, 제종길 옮김, 현암사 펴냄) 동물들이 만든 집 모양은 제각각이다. 진흙으로 뚜껑 달린 주전자 모양으로 빚어내는 장수말벌, 풀을 엮어 푹신한 둥지로 만드는 박새, 어마어마한 댐을 만드는 비버…. 삽화를 곁들여 들려주는 갖가지 동물들의 각양각색 집짓기 이야기. 초등3년 이상.7800원.●눈물나무(카롤린 필립스 글, 전은경 옮김, 양철북 펴냄) ‘눈물나무’란 멕시코 국경 근처의 ‘이민자들의 집’ 안마당에 서있는 나무.15세 소년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멕시코 이민자들의 현실을 그린 청소년 성장소설이자 가족소설. 죽음을 무릅쓰고 희망을 찾아 국경을 넘는 이민자들의 삶이 다큐멘터리처럼 생생하다. 청소년.9000원.
  • “모든 음악을 랩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모든 음악을 랩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삐딱이’ 김진표(31)가 둥글둥글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올가을이면 아기 아빠가 되기 때문일까. 지난달 29일 5년 만에 신보 ‘JP5’를 내고 마주앉은 그에게선 전에 없던 30대의 여유가 감지됐다. “어설픈 티를 내지 않으려다 보니 5년이나 걸렸어요. 이번엔 외부에서 일절 곡을 받지 않고 전곡의 작사와 작곡, 편곡까지 맡다 보니 더 신경이 쓰이더군요. 마치 발가벗고 대중앞에 선 느낌이에요.” 그의 말처럼 이번 앨범에는 판소리부터 러시아 집시풍 음악까지 음악적 고민이 오롯이 담겼다. 카메라 셔터소리로 리듬을 만드는 새로운 실험도 감행했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음악에 랩을 얹어보고 싶었어요. 솔직히 요즘 같은 음반 불황에 랩으로 정규 앨범을 낸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죠. 장르가 다양해 ‘문어발식’ 앨범 같지만, 전체적으론 힙합보다 팝적인 부분을 강조했어요.” 하지만 지난 10여년간 랩으로 표현해온 사회비판적 메시지는 여전히 강한 힘을 발휘한다. 타이틀곡인 ‘그림자 놀이’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현대인들의 소외감을 노래했고,‘나의 주먹’에서는 아무리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사회적 패배자들을 은유했다. 인터넷 악성 댓글이 여론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폐해를 꼬집은 곡도 있다. “제가 대중을 선동하려는 게 아니고, 그냥 ‘이야기꾼’으로서의 역할이 좋아요. 그저 이 사회를 더불어 살아가면서 제가 느끼는 것들을 함께 고민하고 힘내자는 취지죠.” 지난 96년 이적과 함께 남성 듀오 ‘패닉’으로 데뷔해 이듬해 솔로로 데뷔한 김진표는 한국말로 랩을 한다는 것 자체가 생소하던 90년대 가요계를 뜨겁게 달군, 자타공인 ‘대한민국 래퍼 1세대’다. “그동안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많이 나왔지만, 경쟁심이나 조급함은 없어요. 골동품처럼 느껴진다고 해도 10집 넘게 꾸준히 음반을 내는 것이 목표예요.20대엔 랩은 공격적이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지만,30대가 되니까 가사에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있을 만큼 유연해진 것 같아요.” 사실 그의 20대는 우여곡절의 그늘이 누구보다 짙었다. 이혼과 재혼을 겪었고, 심장수술로 생사의 기로에 섰던 적도 있었다.“‘그땐 어렸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 것 같아요. 저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이 닥쳐 공인으로서 말 못할 애환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낙천적이어서 무슨 일이든 거치고 나면 얻는 것이 있다는 생각으로 견뎌냈어요.” “마흔살에도 랩을 하고 있을 것 같다.”며 웃는 그에게 혹시 2세가 먼훗날 가수를 지망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지 슬쩍 물어봤다.“제가 엄한 아버지 밑에서 자라서 의외로 보수적이고 소심한 구석이 있거든요. 굳이 아이가 원한다면 시키겠지만, 도움은 주지 않을 거예요.”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프로야구] 히어로즈, 지긋지긋 홈 13연패 탈출

    [프로야구] 히어로즈, 지긋지긋 홈 13연패 탈출

    최근 7연패 및 목동구장 9연패. 고교야구 일정과 겹쳐 안방을 내주고 제주 오라구장에서 치른 것까지 포함하면 홈 13연패. 시즌 초 잘나가다 7위까지 곤두박질친 우리 히어로즈의 성적표다. 우여곡절 끝에 현대를 인수해 올시즌 합류한 히어로즈 관계자들과 선수단은 피가 마를 지경이었다. 30일 롯데전을 앞둔 히어로즈 선수단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29일 한화에 지기 전까지 6연승을 달릴 만큼 롯데의 상승세가 가팔랐기 때문. 초반은 롯데의 페이스.1-2로 뒤진 4회 카림 가르시아가 히어로즈의 선발 마일영의 2구째를 받아쳐 120m짜리 역전 투런홈런(시즌 15호)을 뿜어낸 것. 이어 2루타로 나간 정보명이 박기혁의 내야 땅볼때 홈을 밟아 4-2까지 달아났다. 하지만 히어로즈의 집중력은 무서웠다.5회 이택근과 송지만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든 데 이어 7회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로 경기를 뒤집었다.8회에는 유재신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결국 히어로즈가 14안타를 몰아치며 목동구장에서 롯데를 8-4로 꺾고 홈 13연패를 마감했다. KIA는 8,9회에만 7점을 뽑아내는 뒷심을 발휘하며 2위 두산에 10-3,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특히 8회 2사 만루에서 7번 김선빈의 밀어내기 볼넷과 8번 차일목의 싹쓸이 2루타로 4점을 뽑아낸 대목이 돋보였다. 지난 27일과 29일 SK전에서 만루홈런 3방을 맞고 연패를 당했던 KIA로선 ‘만루의 악몽’을 털어낸 셈.‘다이너마이트 타선’ 한화는 홈런 3방을 몰아치는 등 화끈한 폭죽쇼를 펼친 끝에 LG를 8-6으로 물리쳤다. 한화는 삼성,KIA에 이어 세 번째로 팀홈런 2600개를 달성했다. 삼성은 대구에서 선두 SK를 7-6으로 꺾고 4연승을 이어갔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두 남자·두 여자의 사랑과 욕망

    두 남자·두 여자의 사랑과 욕망

    SBS ‘일지매’와 MBC ‘스포트라이트’가 수목극 최강자를 놓고 팽팽한 열전을 벌이는 가운데 새 수목드라마 KBS 2TV ‘태양의 여자’(극본 김인영, 연출 배경수)가 28일 첫 방영된다. 제목만큼이나 뜨거운 기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지, 이 드라마는 몇 가지 대목에서 기대를 불러모은다. 무엇보다 드라마는 배우 김지수(36)의 4년만의 안방극장 복귀작. 그가 맡은 극중 배역은 학벌, 집안, 미모, 재능 등 모든 것을 다 지닌 최고의 아나운서 신도영이다. 지난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김지수는 “실제 KBS 이승연 아나운서에게서 도움을 많이 받았다.”면서 “오랜만에 드라마에 출연하게 돼 걱정이 많다.”고 소감을 밝혔다.‘이복 자매의 뒤바뀐 운명’이라는 극적인 소재도 드라마에 기대를 걸게 하는 요인. 아나운서 신도영과 백화점의 퍼스널 쇼퍼 윤사월(이하나 분)은 배다른 자매로 사각관계에 빠지는 등 우여곡절 많은 사연을 엮어간다. 지난해 마니아 드라마 ‘메리대구공방전’을 쓰기도 한 김인영 작가는 ‘메리’ 종영 뒤 “다음엔 극성이 강한 작품을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적이 있다. 극중 M&A 전문가이자 자매의 사랑을 동시에 받는 김준세 역의 한재석(35)은 “자신이 선택한 길을 갈 때의 행복과 그 길을 가지 못했을 때의 행복에 관한 드라마”라고 귀띔했다. 다른 ‘방송가 드라마’들과의 차별점에도 주목해볼 만하다.‘온에어’가 드라마 제작 뒷이야기를 바탕으로 남녀의 사랑을 그렸고,‘스포트라이트’가 방송사 기자들의 활약상을 리얼리티 넘치게 펼쳐나가고 있다면, 이 드라마는 사랑과 욕망, 복수와 용서라는 인간관계의 본질에 보다 충실하다. 김지수는 “아나운서 직종과 관련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하긴 하지만, 그것을 전문적으로 다루기보다 인간의 내면에 더 중점을 두고 있는 드라마”라고 설명했다. 출연배우들의 유별난 욕심이 드라마의 완성도까지 높여줄 수 있을까. 한재석은 “이 드라마를 시작하며 금연에 돌입했다.”며 각오가 대단하다. 이하나(26)는 극중 뮤직비디오 촬영 도중 손목 피부가 벗겨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촬영하느라 수술을 미뤘다. 특히 이하나는 ‘스포트라이트’의 손예진과 지난 2006년 ‘연애시대’에서 자매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 그는 “손예진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드라마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솔직한 속내를 전했다.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명장 김호감독과 200승

    김호 대전 감독의 200승 달성을 축하하는 자리가 지난 18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마련됐다. 선수들은 마다하는 김 감독을 억지로 방석에 앉혀 큰 절을 올렸고, 감독은 이에 화답해 선수와 팬들 앞에서 춤을 췄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생 처음 춰본 춤이었다고 김 감독은 말했다. 이 장면을 보면서 나는 케빈 코스트너가 주인공 로이 역을 맡은 영화 ‘틴컵’을 떠올렸다. 로이는 아마추어 시절 세인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실력파 골퍼였다. 기존의 관습과 정석을 멀리한 이단아이기도 했다. 그래서 프로가 되지 못하고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서 레슨 프로로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동네 정신과 여의사가 골프를 배우러 찾아오고…. 사실 다음부터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으로 흘러간다. 우여곡절 끝에 US오픈 출전 자격을 얻어 세계적인 골퍼들과 겨루게 된 로이. 그러나 그는 정석대로 해야 할 상황에서, 그의 방식대로, 그만의 태도로, 그를 키운 그 자신의 방법으로 자기의 운명을 결정한다. 나는 지금 영화 ‘틴컵’이 김호 감독의 축구 인생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적어도 절반은 닮았다고 얘기하고 싶다.‘자기의 방식대로 새 규칙을 만들며 살아가는 삶’, 이 점에서 영화 주인공이나 김호 감독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김 감독은 그의 방식대로 그라운드의 삶을 살아왔다. 축구계 안팎에 권력이 있고, 그 권력을 둘러싸고 말들도 많다. 이 그라운드 바깥의 혼전 양상에 대해 김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라는 화두를 들고 맞섰다. 감독을 맡을 때는 팀 전체를 설계하고, 유망주를 발굴하고 선진기술을 도입해 좋은 성적은 물론 팀 전체의 틀을 바로 세웠다. 잠시 현역에서 물러나 있을 때는 한국 축구의 고질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 말과 행동에서 결코 물러섬이 없었다. ‘야인’이라는 별칭을 얻기는 했지만 이 말은 야유가 아니라 일종의 ‘훈장’이었다. 김호 감독은 자신의 방식으로 일정한 성취를 이뤘기 때문에 축구계 안팎의 세력 판도를 고려해 말을 가려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직설의 비판이 그의 입에서 늘 터져나왔다. 물론 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건 그가 감독 생활을 하면서 200승을 일궈냈다는 것이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승패와 상관없이 옛 부천 SK의 발레리 니폼니쉬 감독과 겨뤘을 때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바둑의 고수들처럼 당시 두 명장은 원대한 전략 속에 세부적인 전술을 세워 90분 내내 지략 다툼을 벌였다. 지금은 ‘명확한 개념과 풍부한 경험’을 지닌 알툴 베르날데스 제주 감독과 겨룰 것에 대비해 밤새 지략을 짜는 것이 흥미롭다고 말한다. 따지고 보면 김 감독의 200승은 진정한 ‘고수’가 치열한 자기와의 싸움에서 얻은 ‘전리품’이었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20일 TV 하이라이트]

    ●YTN 스페셜(YTN 오전 10시40분) 식당서 일하던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롤러스케이트를 타며 춤추기를 좋아하는 LA 로버트슨 거리의 괴짜 노숙자 ‘웨슬리 저메인’으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내놓은 티셔츠가 눈길을 끈다.`No money,no problem(돈이 없어도 아무 문제가 없다)´이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가 인기를 끄는 이유를 알아본다.   ●리얼실험프로젝트 X(EBS 오후 7시55분) 누구나 한번쯤 꿈꿨을 법한 무전여행. 험한 세상에 두려움이 앞서지만, 용기백배하고 나선 7인의 도전자가 있다. 서로 낯선 얼굴들이지만, 태백에서 한라까지 7박8일 동안 함께 먼길을 떠난다. 땡전 한 푼 없는 극한 상황에서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목적지인 한라산에 도착하는지 함께 지켜본다.   ●우리 아이가 달라졌어요(SBS 오후 6시30분) 눈 뜨자마자 고함을 지르는 데다 아침부터 엄마에게 거친 말들을 쏟아붓는 아이. 다각적인 검사를 통해 밝혀진 아이의 속마음이 충격적이다. 엄마에게만 유독 심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횡포에 가까운 집착으로 타인에게 매달리고, 이상한 행동까지 보이기 시작한 이유를 찾아본다.   ●춘자네 경사났네(MBC 오후 8시20분) 욕지도 보건소장 주영을 찾아간 춘자는 보톡스를 맞아야겠다며 아는 사람을 통해 약을 구해달라고 부탁한다. 분홍은 창피하다며 춘자의 손목을 잡아 억지로 끌고 나간다. 한편 분희는 목욕탕 탈의실에서 고스톱을 치던 시어머니 복심과 시누이 삼숙에게 손님들 보기에 안 좋다며 쓴소리를 한다.   ●클래식 오디세이(KBS2 밤 12시45분) 헝가리 부다페스트 출신으로, 최근 고양 아람누리 개관 1주년 기념 예술제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친 소프라노 안드레아 로스트. 오는 8월 세이지 오자와와 함께하는 슈트라우스의 ‘박쥐’ 공연, 앙드레 프레빈과의 미국 탱글우드 페스티벌 협연 등이 예정돼 있는 그를 만나 다양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러브 인 아시아(KBS1 오후 7시30분) 1970년 원양어선 수리공으로 아메리칸 사모아를 찾은 이대종씨. 외로운 타향살이를 하던 그때 운명의 여인이 눈앞에 나타났다. 사모아의 여인 로사에게 첫눈에 반해 버려 백년가약을 맺었다. 먼나라 아메리칸 사모아에서 2남2녀의 자녀들을 훌륭하게 키워내고 있는 이민 1세대 이대종씨 부부를 만나본다.
  • 역전 지존…신지애, 한국여자오픈 연장끝 우승

    역전 지존…신지애, 한국여자오픈 연장끝 우승

    19년 만의 서든데스. 한 사람은 국내 세 번째로, 다른 한 사람은 프로 데뷔 이후 처음 나선 연장전. 비가 억수같이 쏟아붓는 가운데 ‘지존’과 ‘새내기’가 우승 상금 1억 3000만원을 놓고 벌인 절대절명의 승부는 세 번째홀 티샷에서 갈렸다. 첫 홀 나란히 세 번째 샷을 그린 위에 올린 뒤 갑작스런 천둥과 번개로 경기가 중단되는 바람에 길게 숨을 고른 둘. 그리고 내리 파로 세이브, 다시 18번홀 티박스로 돌아간 연장 세 번째홀. 비는 여전히 퍼붓고 있었다. 한국여자골프 ‘현재와 미래의 대결’은 그렇게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승부는 내야 하는 법. 마침표를 찍은 건 신지애(20·하이마트)였다. 신지애가 18일 경기도 용인의 태영골프장(파72·6390야드)에서 막을 내린 제22회 한국여자오픈골프대회 3라운드를 유소연(18·하이마트)과 동타(3언더파 213타)로 끝낸 뒤 연장 세 번째홀 만에 역전 우승했다.2년 만에 한국여자오픈 정상에 다시 선 신지애는 지난해 12월 앞당겨 치러진 개막전을 포함, 시즌 승수를 ‘3’으로 늘렸고,1억 2900여만원으로 선두를 달리던 상금도 이날 우승으로 2억 5000만원으로 불렸다. 반면 지난 4월 국내 개막전인 스포츠서울-김영주오픈에서 우승, 화려한 루키 시즌를 열어젖힌 유소연은 데뷔 이후 맞은 첫 연장전의 중압감을 떨치지 못하고 우승컵을 내줬다. 그러나 준우승 상금 6000만원을 보탠 유소연은 상금 랭킹을 종전 5위에서 2위(1억703만원)로 끌어올린 건 물론, 신인왕 포인트에서도 공동 1위 김혜윤(19·하이마트)를 제치고 단독 선두로 나섰다. 지난 1988∼89년 고우순 2연패 이후 19년 만에 치러진 연장 승부는 세 번째 티샷에서 사실상 갈렸다. 신지애가 또박또박 3개의 샷을 핀 2m 남짓 거리에 붙인 반면 유소연은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린 뒤 무리수를 두다 파퍼트마저 홀을 외면했다. 신지애는 버디 퍼트는 놓쳤지만 30㎝ 남짓한 챔피언 퍼트를 가볍게 떨궈 기나긴 승부에 종지부를 찍었다. 최병규기자 cbk91065@seoul.co.kr
  • “발해사 연구 공백지대는 중국 아닌 북한”

    “발해사 연구 공백지대는 중국 아닌 북한”

    발해사를 전공한 송기호(52) 서울대 국사학과 교수는 1990년 8월 서울신문의 발해 유적 답사단에 참여하여 자신의 표현대로 ‘꿈에 그리던’ 중국의 발해 유적을 처음으로 밟아보는 감격을 누린다. 이후 발해사를 일반인이 이해하기 쉽게 다룬 글을 한데 모아 1999년 내놓은 책이 스테디셀러로 자리잡은 ‘발해를 다시 본다’(주류성출판사 펴냄)이다. 그는 햇수로 다시 10년이 지난 올해 이 책의 개정증보판을 펴냈다. 그동안 중국이 발해를 고구려에 앞서 자신들의 역사에 편입시키는 작업에 몰두하면서 연구의 중심도 러시아로 옮겨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개정증보판은 그 10년 동안 발해사 연구자가 겪은 우여곡절의 기록이기도 하다. 송 교수는 1975년 대학입학 예비고사에 전국 수석으로 합격하여 서울대에 입학한 뒤 법대나 상대가 아닌 국사학과를 선택하여 화제를 모았고, 대학원에 진학해서는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발해를 전공으로 삼아 다시 한번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다. 여기에 소탈하고 따뜻한 인간미가 더해전 그는 우리나라 발해 연구의 권위자이다.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난 송 교수는 “그동안 TV드라마 ‘대조영’ 등의 영향으로 발해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연구자도 늘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래서 연구자가 얼마나 늘어났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직은 손꼽을 수 있는 정도”라면서 “학술적 의미가 있는 논문은 여전히 많지 않다.”고 멋쩍게 웃었다. ●발해 유적 中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 등재 가능성 송 교수는 서울대에서도 아직 제자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발해에 관심을 가져 기대를 가졌던 제자도 논문을 쓰면서 고구려로 돌아섰다. 그래도 발해를 하라고 강요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발해사를 공부하려면 중국·일본어에 러시아어를 알아야 하는 데다 고고학 지식까지 갖추어야 한다. 문헌사료가 취약하다 보니 고고학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문헌사학자와 고고학자는 의견차이가 많아 사이가 좋지 않다고들 하지만, 발해사만큼은 서로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송 교수는 중국의 이른바 동북공정에 대한 한국민의 관심이 고구려에만 쏠려 있는 데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중국은 1980년대에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편입하는 작업을 마쳤고 그 다음이 고구려인 셈”이라면서 “지금은 고조선을 자신들의 역사로 만드는 작업에 들어갔고, 위만조선과 기자조선에도 손길을 뻗고 있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현재 발해 연구의 가장 큰 문제는 중국에 있는 유적을 찾아볼 수 없다는 데 있다고 했다.1990년대는 중국의 발해 유적을 몰래라도 둘러볼 수 있었지만, 최근에는 발해 유적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단독등재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한국 학자는 물론 중국 학자들에게도 공개를 철저히 막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올해는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고 티베트 사태도 있었던 만큼 무리하게 등재를 시도하지는 않겠지만,1∼2년 사이에 발해 유적이 중국 단독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했다. 그런 만큼 한국과 북한의 공동보조는 사실상의 마지노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지난해 10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만난 북한 학자들은 공동등록을 준비하자는 제안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아쉬워했다. ●부여·북옥저 등에도 관심 기울여야 한편으론 중국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발굴 이후 중국학자들에게도 공개하지 않는 등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놓았던 발해 왕비의 묘지명(墓誌銘) 2개가 햇빛을 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헌자료가 취약한 발해사 연구에 전기가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박물관장을 맡고 있는 그는 “돈을 끌어오는 재주가 없는 사람이 맡아서는 안 될 자리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송 교수의 관심사를 반영한 듯 21일부터 ‘위성에서 본 고구려, 발해’특별전을 시작하는데, 함경북도 북청의 청해토성 같은 발해 유적도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는 “발해사 연구의 마지막 공백지대는 중국도 러시아도 아닌 북한으로, 우리 학자들은 함경도 지역의 유적을 아무도 가보지 못했다.”면서 “아마도 남북간 교류의 폭이 넓어져 북한이 개방되기를 가장 염원하는 사람은 발해사 연구자일 것”이라고 답답해했다. 송 교수는 마지막으로 “고구려나 발해는 물론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부여와 북옥저 등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부여처럼 만주에서 일어나 만주에서 사라진 나라를 중국 사람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들의 역사로 생각한다.”면서 “북방의 역사를 우리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애정을 갖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서동철 문화전문기자 dcsuh@seoul.co.kr
  • [병자호란 다시 읽기] (71) 높아지는 명분론,어정쩡한 방어대책

    [병자호란 다시 읽기] (71) 높아지는 명분론,어정쩡한 방어대책

    몽골 버일러들을 이끌고 왔던 용골대 일행이 도주하고, 청과 관계를 끊겠다는 인조의 유시문마저 용골대 일행에게 빼앗긴 뒤 조선의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나덕헌과 이확이 홍타이지에게 배례(拜禮)를 거부하여 청을 자극했다는 소식까지 날아들면서 전쟁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커졌다. 빨리 방어 대책을 마련해야 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정묘 이후 우여곡절 속에서도 이어져온 ‘10년의 평화’에 익숙했던 조정이었다. 급작스럽게 내놓은 방어 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싸고 또 다른 논란이 빚어졌다. ●“나덕헌과 이확의 목을 쳐라” 홍타이지의 즉위식장에서 나덕헌과 이확이 보였던 행동은 어쨌든 대단한 것이었다. 나만갑(羅萬甲)의 ‘병자록(丙子錄)’에 따르면, 나덕헌 등이 무릎을 꿇지 않고 버티자 격분한 청나라 관원들은 두 사람을 마구 구타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머리 숙이기를 끝내 거부하자 식장에 있던 한인(漢人) 신료들 가운데는 부끄러워 눈물을 보이는 자까지 있었다고 한다. 물론 ‘청실록’에는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나덕헌과 이확의 행동이 안팎으로 충격을 주었음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나덕헌과 이확은 심양을 떠나 서울로 향할 때 불안감에 떨고 있었다.‘오랑캐‘ 홍타이지의 즉위식장에서 목숨을 걸고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과연 조선 조정의 신료들이 자신들이 보였던 ‘기상’과 ‘절개’를 곧이곧대로 믿어 줄지 의문이었다. 그들은 더욱이 홍타이지에게서 받은 국서까지 휴대하고 있었다. 이미 언급했듯이 홍타이지의 국서는 조선을 맹렬히 비난하고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협박, 조롱하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 국서를 그대로 가져갈 경우, 조정의 명분론자들로부터 어떤 비판이 날아올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나덕헌과 이확은 결국 귀국 길에 만주 통원보(通遠堡)란 곳에 이르러 홍타이지가 준 국서를 버리고 말았다. 그것을 보자기에 싸서 머물던 숙소에 몰래 던져 놓고, 대신 내용을 등사하여 조정에 올렸다. 이들이 의주에 도착하자 당장 평안감사 홍명구(洪命耉)가 상소했다. 그는 홍타이지의 국서 내용을 보니 가슴이 찢어지는 듯하여 통곡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나덕헌 등이, 참람하고 말도 되지 않는 오랑캐의 서신을 받은 즉시 던져 버렸어야 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빨리 나덕헌과 이확의 목을 베어 그것을 홍타이지에게 보여 주라고 촉구했다. 추상(秋霜) 같은 일갈(一喝)이었다. ●명분론이 높아지고,決戰論이 대두하다 홍명구의 상소를 통해 홍타이지가 보낸 국서의 내용이 알려지자 조정은 다시 들끓었다. 비변사 신료들도 나덕헌과 이확이 자결하지 않은 것을 문제삼았다. 그들이 통원보에 이르러서야 국서를 몰래 버리는 바람에 홍타이지에게 ‘조선 사신이 국서를 기꺼이 받아갔다.’는 인상을 주고 말았다고 통박했다. 조정의 분위기를 보면 두 사람은 이제 자결해야만 할 것 같았다. 나덕헌과 이확을 성토하는 조정 신료들의 명분론은 극에 이르렀다.‘개돼지만도 못한 오랑캐의 국서를 받고서도 멀쩡하게 가지고 돌아온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나덕헌과 이확은 결국 평안도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비변사는 통원보의 청나라 관리에게 나덕헌 등의 명의로 서신을 보내자고 주장했다. 나덕헌 등이 홍타이지가 보낸 국서를 중도에서 뜯어 보고 버리고 왔다는 사실을 알려 주자는 것이었다. 대사성(大司成) 이식(李植)이 붓을 들었다. 이식이 쓴 국서의 내용은 대략 이러했다.‘우리들은 귀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졸지에 갖은 곤욕을 다 당했다. 우리가 귀국하려 할 때 굳게 봉함된 국서를 받았다. 우리는 전례에 따라 뜯어 보려 했지만, 용골대와 마부대가 방해하여 그럴 수 없었다. 결국 한참 말을 달려 중도에 이르러 뜯어 보니 서면(書面)의 칭호와 말미에 찍힌 인문(印文)이 과거와는 크게 달랐다. 또 우리나라를 ‘이국(爾國)’ 운운하며 공경하기는커녕 노예처럼 여기고 있었다. 조선의 신하된 도리 상 차마 볼 수 없어 통원보에 이르러 숙소의 잡물 속에 던져 놓고 왔다. 원컨대 그 것을 가져다가 홍타이지 한에게 전해 주기 바란다.’요컨대 조선은 이식이 쓴 국서를 통해 홍타이지가 칭제건원(稱帝建元)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강조했던 셈이다. ‘황제’ 홍타이지와 ‘제국’ 청을 인정할 수 없다고 거듭 못을 박은 이상 이제 전쟁을 준비해야 했다. 이미 용골대 일행이 도주했던 직후부터 청의 침략에 대비한 대책들은 쏟아지고 있었다. 그 가운데 가장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했던 사람은 단연 부제학 정온(鄭蘊)이었다. 그는 용골대 등이 도주한 직후 올린 상소에서, 원수(元帥)를 선발해 보내고 빨리 압록강을 방어할 대책을 강구하라고 촉구했다. 또 인조에게 개성까지 나아가 신료들을 독려하고 군율(軍律)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압록강을 방어하고 개성으로 진주(進駐)하라? 여차하면 조정을 강화도로 옮기는 것만 생각하고 있던 다른 신료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주장이었다. 정온은 그러면서 인조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진정으로 적과 싸워 나라를 지키겠다는 의지가 있다면 반정공신들이 거느린 정예병들을 원수에게 배속시키라고 요구했다. 그는 온 나라의 정예병과 무사가 전부 반정공신들 휘하에 배속되어, 평소에는 그들의 농장(農莊)을 관리하다가 유사시에는 호위(扈衛)를 핑계로 편안함을 취하려 한다고 비난했다. 정묘호란 당시에도 멀쩡한 정예병들이 적과 싸움은 포기한 채 강화도에 머물면서 ‘내란이 있을까 걱정스럽다.’는 말만 되뇌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헌부 관원들도 정온과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정예병이란 정예병은 모두 반정공신 휘하 군관들에게 사병(私兵)처럼 편제되어 있는 것을 뜯어 고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어정쩡한 인조의 태도 정온과 사헌부 신료들의 주장은 정곡을 찌른 것이었다. 그들은 국가가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훈신(勳臣)들이 ‘호위’를 핑계로 정예병을 사병처럼 틀어 쥐고 있는 현실을 비판했다. 실제 당시 평안병사 유림(柳琳)이 금군(禁軍) 가운데 10명을 데려가 군관으로 삼으려 했는데 호위청(扈衛廳)에서 거부하여 문제가 되었다. 사간원 신료들은 “변방 방어가 충실하면 서울이 편안해지고 서울이 편안하면 굳이 호위하는 무사가 많을 필요가 없다.”며 호위청 군관 가운데 500∼600인을 뽑아 변방으로 내려 보내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인조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마뜩찮다는 반응을 보였다. 자신을 호위하는데 중요한 훈련도감이나 어영청 병력을 덜어 내자는 주장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였다.‘개성으로 전진하고 정예병을 과감하게 내어 주라.’는 정온의 요청에 대해 “그대의 차자(箚子) 내용이 지나치게 염려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또 사간원 신료들의 주장에 대해서도 “연소한 대간들이 사체도 모르면서 군사와 군량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당시가 엄청난 위기 상황이며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하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각론으로 들어가면 인조는 여전히 안이했다. 강화도로 들어가, 수많은 정예병들을 시켜 자신의 주변을 호위하기만 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일까? 병자호란 직전 인조는 분명 대책을 강구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1636년 4월25일, 스스로를 통렬히 비판하는 하교를 내렸다.‘내가 용렬하여 시비(是非)를 분별하지 못했고, 게으른 데다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고집 때문에 나라를 제대로 다스리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그러면서 이제 노력하겠으니 모든 신료들도 난국을 타개하는 데 동참하라고 촉구했다. 눈물겨운 호소였다. 하지만 근본 대책은 나오지 않았다. 인조는 병자호란 직전 ‘오랑캐와 일전을 불사하자.’는 명분론자들의 손을 들어 주었지만, 실제로 ‘일전을 불사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을 제시했던 정온 같은 신하들의 목소리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인조의 책임은 컸다. 한명기 명지대 사학과 교수
  • [일요영화] 할리우드 엔딩

    ●할리우드 엔딩(KBS1 명화극장 밤 12시50분) 한때 잘 나가던 감독 왁스먼(우디 앨런)은 10년째 와신상담 중이다. 그는 왕년에 아카데미상을 2번이나 수상한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이지만, 지금은 CF나 간간이 찍으며 “맡겨만 주시면 감사하겠다.”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날 기회가 왔다. 누가 봐도 대박날 게 분명한 영화 ‘잠들지 않는 도시’의 메가폰이 그에게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교롭게도 프로듀서가 그를 차버린 전 부인 엘리(테아 레오니)다. 게다가 제작자는 그녀의 새 연인 자에거(트리트 윌리엄스). 왁스먼은 달콤한 제안과 상처받는 자존심 사이에서 갈등하지만, 어쩔 수 없이 후자를 희생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렇게 촬영에 들어간 왁스먼은 엘리에 대한 배신감과 어떻게든 영화를 성공시켜야 한다는 강박감에 사로잡혀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급기야는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시력을 잃어 앞이 잘 안 보이는 지경에까지 이르는데…. 우디 앨런이 각본, 연출, 연기 등 1인 3역을 맡아 주특기인 슬랩스틱 코미디의 향연을 벌인다. 스트레스성 실명 상태에 빠진 왁스먼이 “귀머거리 베토벤도 명곡을 만들었다.”며 대박의 꿈을 더듬더듬 좇아 가는 모습, 안 보이면서도 다 보이는 척하며 속사포처럼 쏟아 내는 대사 등이 웃음을 이끌어 낸다. 제목에서 드러내듯 무엇보다 영화는 할리우드 방식의 제작풍토와 작품경향에 대해 날카로운 자기비판을 날린다. 눈이 멀고서도 전혀 아무렇지 않은 듯 연출을 진행하는 대목들은 그대로 할리우드 스튜디오 시스템에 대한 풍자이다. 또 영화 속에서 왁스먼이 만든 영화 ‘잠들지 않는 도시’가 할리우드에서는 망했지만 프랑스에서는 폭발적인 호응을 얻는다는 아이러니한 설정도 곱씹어 볼 만큼 의미있다. 영화 내용 자체가 행운의 복선이 됐던 걸까. 실제로 우디 앨런은 이 영화 덕분에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의 붉은 카펫을 처음 밟을 수 있었다. 극중 왁스먼 감독이 눈먼 채 영화를 찍느라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해피엔딩을 맞듯,‘할리우드 엔딩’은 자국 평단의 반응은 신통찮았음에도 제55회 칸영화제 개막작의 영예를 안았다.2002년작. 원제 Hollywood Ending.111분. 강아연기자 arete@seoul.co.kr
  • 올림픽 성화 사상 첫 ‘평양투어’

    북한에서 사상 처음으로 진행된 올림픽 성화 봉송이 5시간10분 만에 무사히 끝났다. 28일 AP,AFP 등 외신들은 “가는 곳마다 수난을 겪었던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이 북한 수도 평양에서는 반대 시위 없이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다른 나라에서 벌어진 성화 봉송 방해시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해 왔으며 티베트 독립시위에 대한 중국의 무력진압을 지지해 왔다. 평양 주체사상탑 아래서 진행된 성화봉송 출발행사는 헌법상 북한의 최고지도자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주재했다. 북한의 가장 가까운 우방인 중국과의 돈독한 관계를 과시하려는 파격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김영남 위원장 외에 장웅 북한 IOC 위원, 박학선 조선올림픽위원장, 박병종 평양시 인민위원회 부위원장, 류샤오밍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리빙화 베이징올림픽 부위원장 등 두 나라 고위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하지만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행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날 출발행사는 두 나라 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성대하게 진행됐다. 무대 앞에 모여든 1만여명의 인파는 북한 인공기와 중국 오성홍기, 베이징올림픽기를 흔들며 축제무드를 연출했다. 성화봉송 첫 번째 주자는 1966년 런던 월드컵 8강 주역인 박두익이었다. 김영남상임위원장에게서 성화를 넘겨받은 박씨는 “첫 번째 성화주자로서의 아름다운 기억을 가슴에 영원히 간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두익 등 80명의 성화봉송 주자들은 운동복을 입은 6∼7명의 경찰, 자동차와 오토바이의 호위를 받으며 평양 시내를 달렸다. 주체사상탑∼김일성경기장의 20㎞ 성화봉송 구간 양측에는 양복과 한복을 빼입은 수천명의 주민들이 붉은 색종이와 꽃, 베이징올림픽 로고가 적힌 작은 깃발을 흔들며 ‘베이징올림픽 환영’을 연호했다. 일부 주민들은 ‘북한과 중국의 우정’이란 현수막을 들고 있어 눈길을 사로잡았다. 평양 광장에서도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중년 여성들이 춤을 추고 북을 두드렸으며 소녀들은 빨간 풍선과 꽃다발을 들고 있었다. 앞서 성화는 27일 서울에서의 봉송을 우여곡절 끝에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에서 특별기편에 실려 서해 직항로를 이용해 28일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서울에서는 중국의 탈북자정책에 항의하는 시위대와 친중국 시위대가 곳곳에서 충돌해 부상자가 속출했다. 한반도를 통과한 성화는 29일 마지막 해외봉송 도시인 베트남 호찌민을 거쳐 홍콩, 마카오를 지나 다음달 4일 중국 본토에 도착한다. 최종찬기자 siinjc@seoul.co.kr
  • 균형발전위원장에 최상철교수

    균형발전위원장에 최상철교수

    우여곡절 끝에 존치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신임 위원장에 가 내정됐다. 이에 따라 균형위는 이달말까지 위원 인선 및 조직 구성을 마무리하고 새달 재출범한다. 청와대는 27일 “광역경제권 구상 등 산적한 지역 현안을 다루기 위해 국가균형발전위 위원장에 최상철 서울대 교수를 내정하고, 이달 중 위원 인선을 비롯한 실무진 정비 작업을 마무리한 뒤 다음달 본격 재가동한다.”고 밝혔다. 최 내정자는 대구 출생으로 2004년 수도이전반대국민연합 공동대표를 맡았으며, 지난해 이 대통령 경선 캠프의 정책자문단에 포함됐었다. 현재는 경기선진화위원장을 맡고 있다. 위원회 산하 국가균형발전기획단은 ‘작은 실용정부’의 취지에 맞게 기존의 비대한 조직을 대폭 축소키로 하고, 기획단장은 청와대 대통령실 산하 국정기획수석실 소속 국책과제 2비서관이 겸임토록 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양보 협상…‘광우병 검역’ 구멍

    양보 협상…‘광우병 검역’ 구멍

    한국과 미국 간의 쇠고기 협상이 18일 우여곡절 끝에 타결됐다. 그러나 협상의 기본인 ‘이익의 균형’을 맞추지 못한 ‘퍼주기 협상’이란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미국 쪽 요구는 거의 그대로 받아들여진 반면 ‘강화된 사료 조치가 이행되고,30개월령 미만 쇠고기에 한해 수입한다.’는 우리 측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 연방정부가 관보에 강화된 사료 조치를 공포하면 모든 월령의 쇠고기를 수입해야 하고, 미국 현지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더라도 수입 중단 등의 조치를 취하지 못한다. 이에 따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비준 동의안 처리를 의식, 지나치게 미국의 입김에 떠밀리다 보니 ‘국민 건강권을 그대로 내줬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협상장 주변에서 나오고 있다. ●FTA비준 8부능선 넘었지만… 미국 관계자들은 ‘쇠고기 수입 재개가 FTA 비준의 선결조건’이라는 입장을 지난해 FTA 협상 이후 줄기차게 밝혀왔다. 우리 정부도 외교 라인을 중심으로 ‘더 큰 국익(FTA)을 위해 쇠고기 시장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이번 타결은 정치 일정에 휘말려 FTA의 의회 비준에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미국 측을 압박하는 카드가 될 전망이다. 참여정부 때 경색됐던 한·미 관계의 개선도 기대된다. 우리 측 협상 대표인 농림수산식품부 민동석 농업통상정책관이 이날 “2년 동안 한·미 간 불신을 뿌리깊게 야기했던 요인이었던 쇠고기 문제가 해결돼 한·미 관계 강화에 보탬이 된다면 그것 자체로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협상의 결과는 득보다 실이 더 커 보인다. 민동석 정책관은 “미국이 동물성 사료 사용을 금지한다는 시행령을 관보에 공포하면 30개월령 이상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하기로 했다.”면서 “공포 뒤에도 실제로 입법화가 안 될 수 있지만 미국의 의지가 보인다.”고 했다. 바꿔 말하면 동물성 사료를 먹은 30개월령 이상의 쇠고기 역시 미 연방정부의 공포 뒤에는 ‘미국의 의지’만 믿고 우리가 수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동물성 사료는 광우병의 주원인인데다 광우병이 주로 발생하는 소는 30개월령 이상이다. 미국이 수출하는 자국산 쇠고기의 90%는 24개월 이하에 몰려 있다. 검역 관계자들에 따르면 재고가 쌓여가는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처분하는 게 미국의 핵심적 요구라고 한다. 우리는 이를 충실히 들어준 셈이다. ●건강은 내주고 실익은 못 찾고 미국에서 광우병이 재발했을 때 우리는 수입 중단을 할 수도 없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여부를 확정하는 역학조사 기간 중에도 “특정위험물질(SRM)만 제거하면 (광우병) 감염이 되지 않는다.”는 게 우리 측 협상단의 논리다. 수입을 잠정 중단했던 지금까지의 조건에서 대폭 후퇴한 셈이다. 여기에 SRM이 섞일 수 있는 내장 등도 그대로 수입되는 동시에 수입 물량에서 다이옥신 등 발암물질이 검출돼도 해당 작업장에 대한 수출 승인 취소도 요구할 수 없다.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박상표 정책국장은 “주권 국가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검역 주권을 우리 정부 스스로 포기한 것이고, 검역에 있어 무정부 상태를 맞게 됐다.”면서 “협상 과정에서 원칙도 없고 기준도 지켜내지 못하면서 국민들을 설득할 명분도 잃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영표 이두걸기자 douzirl@seoul.co.kr
  • 佛 대표팀 ‘티베트 탄압’ 항의 배지

    |파리 이종수특파원|프랑스 베이징 올림픽 선수단이 우여곡절 끝에 중국의 티베트 탄압에 항의하는 의미의 배지를 달기로 했다. 선수단은 지난 4일 베이징올림픽 기간 ‘더 나은 세상을 위하여’라는 문구가 쓰인 배지를 달겠다고 밝혔었다. 다음날에는 올림픽 유도 2연패의 주역으로 프랑스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포츠 스타 다비드 두이에도 “이번 결정은 프랑스 올림픽위원회에서 인정한 것”이라고 밝히면서 선수단의 입장은 순항하는 듯했었다.그러나 열흘 뒤인 15일(현지시간) 상황이 돌변했다. 프랑스 스포츠위원장 겸 올림픽 위원장인 앙리 세랑두가 스포츠채널인 레퀴프 TV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 헌장을 존중해야 한다.”며 “베이징 올림픽이 열리는 동안 어떠한 민감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베르나르 라포르트 스포츠담당 장관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선수들의 입장을 옹호하고 나섰다.vielee@seoul.co.kr
  • [누드 브리핑] ‘ML시구’ 성동구청장은 야구 특훈중

    덕수고등학교로 ‘밤마실’을 나가는 이호조 성동구청장의 사연이 절절합니다.‘에너자이저 체력’을 자랑하는 현동훈 서대문구청장의 이야기도 한번 들어보시죠.●매주 금요일 밤엔 덕수고로 이호조 성동구청장이 매주 금요일 밤 덕수고등학교 야구부를 찾아 특별훈련을 받는답니다. 팔에 근력을 키우는 팔굽혀 펴기를 시작으로 역기들기, 어깨운동을 마치고 그라운드에 섭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변화무쌍하게 날아가는 공을 보고 참다 못한 이 구청장이 “어디 리모컨으로 조종되는 공이 없나.”라며 볼멘 소리를 했다고 하네요. 한국인 최초로 미국 메이저리그 시구를 하게 됐다는 중압감이 큰 것 같습니다. 이 구청장은 오는 21일 애틀랜타에 연고를 둔 메이저리그팀 브레이브스의 초청으로 홈구장인 터너필드에서 벌어지는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 시구자로 나설 예정입니다.●일찍 져버린 벚꽃 “울고 싶어라” ‘기상청에 속고 선거에 밀리고.’ 서울의 대표적인 봄꽃축제로 자리잡은 여의도 벚꽃축제가 우여곡절 끝에 15일 끝났는데요. 축제를 준비한 영등포구 관계자들은 행사 중간 일찍 져버린 벚꽃 때문에 애간장을 태웠답니다. 사실 올해 기상청으로부터 점지받은 날짜는 16∼20일이었습니다. 당연히 그 시기에 맞춰 모든 행사를 준비했는데요. 이상고온으로 벚꽃이 일찍 만발하기 시작한 것이 문제의 단초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무리해서라도 행사날짜를 앞당기면 그만이지만 4·9총선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 그럴 수도 없었지요. 게다가 비까지 내려 연약한 꽃잎들을 흔들어 반쪽자리 행사로 끝났답니다. 영등포구 한 관계자는 “축제 중간 우수수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며 마지막 잎새를 보듯 속이 타들어갔다.”면서 “꽃놀이가 꽃놀이가 아니다.”고 애로사항을 토로했습니다.●체력 좋은 건 알았지만… 최근 서대문구 직원들은 현동훈 구청장의 ‘불꽃 체력’에 혀를 내둘렀는데요. 지난 13일 안산 벚꽃길에서 열린 구민걷기대회에 참가한 현 구청장이 놀라운 속도로 쉼없이 팔각정까지 오르자 나름대로 체력을 자랑하던 직원들을 놀라게 했다고 합니다. 변호사 출신인 현 구청장은 주량을 물으면 ‘몹시 센 편’이라고 할 정도의 주당으로 꼽히는데요. 직원들은 “체력이 받쳐 주니 그렇게 술을 마셔도 다음날 끄떡없는 것 아니냐.”라며 입방아를 찧었답니다. 그나저나 현 구청장이 속도를 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제일 먼저 팔각정에 올라가 참가한 주민들과 빠짐없이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 후일담입니다.시청팀
  • “일방적 北지원 피하되 대화는 계속해야”

    콜린 파월 전 미국 국무장관은 11일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주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자세를 취하는 동시에 대북 대화도 계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이날 고려대 백주년기념관에서 열린 ‘변화하는 세계 속의 한·미 관계’를 주제로 한 초청 특강에서 ‘대북관계 딜레마를 어떻게 풀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부시 정권에서 대화를 통한 북한과의 현안 해결을 모색한 것으로 평가받는 그는 “이 딜레마는 북한이 만들었지만 북한이 개선하면 그에 대한 대가는 주는 것이 맞다.”면서 “한국은 계속해서 북한에 좋은 결과를 주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지원이냐 강경이냐) 이 둘 사이에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것은 어렵지만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잘 찾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남북 통일에 대해서는 “통일이 언제 이뤄질지 누구도 알 수 없겠지만 적어도 북한 정권이 자연스럽게 한번 더 바뀌어야 할 것 같다.”면서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가진 사람이 나타난다면 긍정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언젠가는 하나가 돼야 한다고 믿어왔고 궁극적으로 통일이 될 것”이라면서도 “정치·경제 제도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 정부가 ‘한·미 관계 재구축’을 자주 언급한 것에 대해서는 “용산기지 이전과 여중생 사망 사건 등 한·미 관계에는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우리는 항상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월 전 장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노 대통령은 경제협력을 통해 남북관계가 더 나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주한미군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이 호전적 태도를 보이는 한 미군은 계속 주둔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통일 후에도 한국민이 원하면 미군은 남을 것”이라면서 “다만 한국과 미국은 중국이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는지 고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파월 전 장관은 이날 서울 신라호텔에서 ‘부산의 히딩크’로 불리는 제리 로이스터 롯데 자이언츠 감독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열혈 야구광’인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자신과 친분관계가 두터운 로이스터 감독을 만나보라고 권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새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새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은 약아서 좋다. 두 남녀가 만나 티격태격 우여곡절을 겪다가 결국 맺어진다는 뻔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양념을 치고 무쳐 입맛을 화라락 돌게 한다. 그것은 정확히 말하면 영화에 대한 입맛이 아니라 밀쳐뒀던 사랑에 대한 입맛일 것이다. 그래서 스크린 위에 비치는 워킹 타이틀의 로고는 늘 믿음이 간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Definitely,Maybe)도 그 연장선에 있다. 전세계 노처녀들의 ‘필독영화’가 됐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2’의 작가 애덤 브룩스가 각본·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사랑의 장르는 미스터리’라고 규정한다. 뉴욕의 광고회사 간부 윌 헤이스(라이언 레이놀즈)에겐 화요일과 금요일이 천국과 같다. 열한 살 난 딸 마야(에비게일 브레슬린)를 데리러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학교에 도착하자 분위기는 아수라장이다. 성교육을 한 직후 아이들은 충격에 휩싸인다.“엄마가 밉다.”고 소리치기도 한다. 마야는 아빠에게 따져 묻는다.“엄마를 어떻게 만나 사랑하게 됐어?” 한밤의 미스터리는 여기서 시작된다. 윌은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자신과 화학반응을 일으킨 3명의 여자 이야기를 딸에게 들려준다. 물론 가명으로, 표현 등급도 12세 관람가 수준으로 낮춘다. 대통령의 꿈을 키우던 푸릇한 대학 초년생 때 만난 에밀리(엘리자베스 뱅크스), 클린턴의 선거운동을 도우려 뉴욕에 와 만난 여기자 서머(레이첼 와이즈), 선거운동 사무실에서 입씨름을 벌인 에이프릴(아일라 피셔). 이 셋과의 만남과 헤어짐이 교차되며 영화를 직조한다. 영화가 불러내는 건 윌 자신, 성장과 좌절의 기록만은 아니다.90년대 너무도 미국적인 사건들이 윌의 20·30대와 맞물려 있다. 너배너의 멤버 커트 코베인의 죽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르윈스키의 성추문, 경제호황을 누리던 94년의 뉴욕 등이 스쳐갈 때면 지나간 것에 관대해진 것은 주인공뿐 아니라, 우리 자신임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면서 윌은 변한다. 열렬한 클린턴 지지자였던 그가 클린턴은 탄핵을 당해도 싸다고까지 발언할 정도로. ‘나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는 결국 ‘사랑의 용의자’ 세명 중 윌의 마음을 훔쳐간 범인을 맞추는 추리극이다.‘리틀 미스 선샤인’의 막내로 할리우드의 샛별로 떠오른 브레슬린의 깜찍한 대사와 부추김이 해답의 열쇠. 답은 뇌를 쥐어짜는 논리가 아니라 대화의 뉘앙스, 행간에 남겨져 떠도는 미묘한 감정, 차마 가닿지 못하는 눈빛에서 찾을 수 있다. 보고나면 결국 언제나 반복해왔던 클리셰(상투어)이지만 사랑문제에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추가했다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의 역할은 충분하다.15세 이상 관람가.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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