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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북·미→6자 회담… 비핵화 3단계 접근 ‘첫단추’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리용호 부상) “2004년 런던 국제회의에서 만났었죠. 건강해 보이십니다.”(위성락 본부장) 북핵 6자회담 우리 측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 등 대표단 6명이 22일 오후 3시(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웨스틴호텔에서 북측 수석대표인 리용호 외무성 부상 등 5명과 만났다. 리 부상 등 북측 대표단은 다소 긴장한 분위기로 회담장에 들어와 기다리고 있던 우리 측 대표단과 한국 기자들에게 인사를 했다. 표정이 상기돼 있었다.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은 두 수석대표는 곧바로 회담을 시작했다. ●2시간가량 회담 진행 회담은 예상보다 길어져 2시간가량 진행됐다. 5시쯤 회담장을 나온 수석대표들의 표정은 밝았다. 기자들의 질문에 리 부상은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답했다. 위 본부장도 “생산적이고 유익한 대화였다.”고 밝혔다. 북측은 회동을 앞두고 매우 예민한 모습을 보였다. 회동 장소와 시간이 미리 외부에 공개되면 만남 자체를 없던 일로 하겠다며 우리 측에 철저히 보안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취재기자단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우리 측 대표단이 마련한 버스에 올랐고, 도착한 다음에야 회담 장소를 알게 됐다. 우여곡절 끝에 이뤄진 회담은 교체된 북측 수석·차석대표와의 상견례 성격도 있었지만 남북은 오랜 시간 동안 솔직하게 의견을 개진했으며, 논의는 다양한 의제들에 대해 상당히 깊숙한 수위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의 ‘그랜드 바겐’에 대해 설명해 북측의 오해를 풀었고, 북측이 남북대화를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지 않는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문제 등 6자회담 재개 전제조건에 대해서는 “우리 측이 제기해야 할 이슈는 모두 제기했다.”며 “전제조건은 1단계인 남북회담에서 다 해결하는 것이 아니고, 6자회담 재개 전까지 1단계·2단계에서 망라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담에서 양측은 북핵문제뿐 아니라 경색된 남북관계 진전 가능성도 상당히 깊이 있게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천안함·연평도 사건도 원론적 수준으로 거론됐으나 남북 간 논쟁은 없었다.”고 말했다. ●북한의 진정성이 관건 2008년 12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남북이 북핵 논의를 위한 테이블에 마주 앉음에 따라 그동안 고사 상태였던 6자회담도 본궤도를 찾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번 남북 수석대표회담 개최는 북·미대화 및 6자회담으로 가는 첫 번째 단추를 꿴 것으로, 그동안 6자회담 참가국들이 추진해 온 3단계 접근안이 본격 가동한다는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관건은 북한의 진정성이다. 이날 회담에서도 의제에 대해 접점을 찾기보다는 입장 차를 확인했다. 남북은 차기 회담 일정은 잡지 못했으며, 북·미대화가 조만간 열릴지도 미지수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한·미, 한·일, 한·미·일 외교장관회의를 통한 협의를 시작으로 향후 일정을 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발리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14) 피살 20대 얼짱女, 성형수술만 안했더라도…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 뼈 추스려 162~170㎝ 여성 추정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강남 성형외과 572곳 뒤져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범죄는 흔적을...(14)] 백골의 성형수술 자국이 살해된 여성의 한을 풀다

    2008년 11월 경기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 갈대밭 옆 고속도로 공사장. 불도저로 갈대숲을 밀어내던 장모씨가 바닥에서 하얀 물체를 발견했다. 사람의 뼈였다. “여기는 원래 개펄이던 곳을 막아 생긴 땅인데?내가 남의 묏자리를 잘못 건드렸을 리는 없지. 그렇다면 누군가가 갖다 버린 시신이 백골로 변한 것인가?” 경찰에 비상이 걸렸다. 당시는 경기 서남부 부녀자 연쇄 살인사건(일명 ‘강호순 사건’)으로 시끄러웠던 때. 연쇄살인의 네번째 희생자일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흘러나왔다. 현장 수사팀에 경찰 최고위층의 불호령이 떨어졌다.   ▣ 백골이 일러준 작은 힌트 감식반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이미 백골이 돼 버린 시신 1구와 그가 입었던 속옷, 회색 윗도리에 운동복 바지, 수건 조각 2장이 전부였다. 시신을 옮기는 데 쓰였던 것으로 보이는 대형 가방도 눈에 띄었지만 단서는 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일단 뼈의 크기와 모양을 보고 희생자를 20대에서 30대 초반의 여성으로 추정했다. 키는 162~170㎝ 정도로 어림됐다. 여기서 잠깐. 사람의 뼈 중 외관만 보고 남녀를 구분할 수 있는 것은 두개골과 엉덩뼈가 대표적이다. 남성의 두개골은 요철(凹凸)이 심하고 크고 길며 두껍다. 남성의 뼈가 전체적으로 여성보다 크고 단단하지만 두개골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그러나 여성에게도 남성보다 강한 뼈가 하나 있다. 엉덩뼈다. 분만이라는 자연의 섭리 때문에 여성의 골반은 남성에 비해 튼튼하고 폭이 넓다. 사람의 나이는 아래턱의 각(角)과 위팔뼈, 넓적다리 관절 등을 보고 알 수 있다. 아래턱의 각은 귀 옆으로 볼 때 아래턱이 꺾이는 부분을 말한다. 보통 둔각(100~180도)을 이룬다. 흥미로운 점은 각도가 나이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는 각이 작아졌다가 노화를 거치며 다시 커진다. 갓 태어난 아이의 아래턱 각은 통상 170도이지만 배냇니가 빠질 때쯤 150도가 되고 영구치가 완성될 때면 100도까지 줄어든다. 이후에는 다시 커져 35세 110도, 55세 120도, 70세 130도를 평균적으로 기록한다. 키는 팔과 다리뼈 길이에 부위별로 상관계수를 곱해 산출한다. 사건현장에서 발견된 대퇴골의 크기는 43.6㎝였다. 여기에 상관계수 3.9를 곱해 계산한 여성의 키는 약 170㎝(43.6㎝×3.9)였다. 그러나 요골, 척골, 비골, 경골 등을 통해 추론한 키는 이보다 작아 162~170㎝의 넓은 범위의 추정밖에 불가능했다. 이래 가지고는 그야말로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가 아닌가.   ▣ 광대뼈 수술한 20~30대 여성 찾기 암담해하던 수사팀에 한 줄기 서광이 비쳤다. 부검의의 마지막 한마디였다. “수사에 얼마나 도움될지는 모르겠는데, 피해자의 광대뼈가 갈라져 있는 걸 보니 광대뼈 축소술을 받은 것 같아요.” 경찰은 서울 강남지역의 성형외과 572곳을 수소문했다. 어차피 전국의 모든 성형외과를 다 뒤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에 ‘적중확률’이 높은 강남에 수사력을 집중했다. 병원들마다 ‘환자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며 아우성을 해댔다. 우여곡절 끝에 2000년 이후 광대뼈 축소수술을 받은 여성 1949명의 명단을 확보했다. 경찰은 2000명에 가까운 이들 모두에게 전화를 돌렸다. 연락이 닿지 않는 사람들 중에 백골의 주인이 있을 것이란 계산에서였다. 하지만 웬걸. 연락 불통인 사람이 650여명에 달했다. 3명 중 1명꼴. 남 모르게 수술 받으려고 많은 사람이 가명을 쓴 탓이었다.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시신과 신체적 특징이 비슷한 사람의 가족을 일일이 수소문해 DNA 일치 여부를 확인했다. 그렇게 꼬박 2개월이 흘렀다. 국과수에서 연락이 왔다. “DNA가 일치하는 가족이 나왔습니다.” 가족들은 이미 5년 전부터 죽은 여인과 연락을 끊고 살았다. 그래서 가출신고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백골의 주인은 유흥업소 종사자 A(당시 30)씨였다. 2006년 3월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병원에서 광대뼈 축소술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과거 동거남 고모(당시 33)씨를 유력한 용의선상에 올렸다. A씨가 나가던 유흥업소의 단골손님이었던 고씨는 2006년 12월부터 살림을 같이 차린 것으로 파악됐다. 행적을 추적하던 경찰은 고씨가 중고차 매매상을 통해 그랜저XG 승용차를 팔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어렵게 그랜저XG를 찾아 샅샅이 훑어냈지만 육안으로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범행의 흔적을 지우려고 수십번을 닦았을 트렁크에 핏자국이 남아 있을 리 만무했다. 마지막 희망은 시간이 지난 혈흔에 강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루미놀’(luminol) 시험. 시약을 뿌리자 잠시후 기역(ㄱ)자 모양으로 발광현상이 나타났다. 시신을 담았던 가방에서 스며나온 피의 흔적이었다. DNA 감식 결과 A씨의 혈액으로 판명됐다.   ▣ 미인에 대한 남자의 소유욕이 불러온 비극 고씨는 “우발적이었다.”면서 순순히 범행을 자백했다. 손님과 종업원으로 만났을 때 고씨는 A씨에게 팁을 아끼지 않았다. 한달 술값으로 무려 1억원을 쓰기도 했다. 아름답고 성격 좋은 A씨에게 잘 보이고 싶은 허세였다. 얼마 후 두 사람은 논현동 A씨의 원룸에 한 살림을 차렸다. A씨는 업소 생활을 접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삶을 시작했다. 하지만 행복은 거기까지였다. A씨가 확인한 남자의 현실은 악몽이었다. 술집에 뿌렸던 돈은 사업투자를 빌미로 후배에게서 꾼 돈이었다. 극심한 채무변제 독촉과 협박이 이어졌다. 사랑이 파국으로 결딴난 것은 2007년 5월 어느날이었다. 생활비 문제로 시작한 다툼이 시작됐고 얼마 후 몸싸움으로 이어졌다. 거칠게 밀쳐진 A씨는 머리를 벽에 부딪혀 많은 피를 흘리기 시작했고 고씨는 이런 그녀의 목을 졸랐다. 숨을 쉬지 않자 겁이 난 고씨는 시신을 가방에 넣어 무작정 화성 우음도로 차를 몰았다. 두 사람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 찾던 곳이었다. 그렇게 남자는 사랑을 속삭이던 곳에 그의 사랑을 버렸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기발한 그림·기호·종교·인물 창조 판타지 버무린 잘 만든 영화 보는 듯

    기발한 그림·기호·종교·인물 창조 판타지 버무린 잘 만든 영화 보는 듯

    김중혁(40)의 서사(敍事)는 활자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2000년 등단한 그의 엉뚱하고 유쾌한 상상력은 활자의 틀 안에 머무는 것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림, 기호, 표 등이 다양하게 동원되어 이야기에 녹아들거나 이야기를 끌고 간다. 지난해 낸 첫 장편소설 ‘좀비들’도, 지난해 제1회 젊은작가상대상을 안겨준 단편 ‘1F/B1’도, 2009년 계간지 문학과사회에 발표한 단편 ‘C1+y=:[8]:’ 등까지도 모두 마찬가지다. 국가, 현실, 과학, 자연, 이성 등의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들며 재기발랄한 입담을 펼치고자 하는 그에게 고정된 소설의 형식은 갑갑하기만 하다. 두 번째 장편소설 ‘미스터 모노레일’(문학동네 펴냄) 또한 유쾌하고 발랄한 아이디어들을 곳곳에 깔아놓았다. 그럴싸한 종교와 교리, 인물 등을 만들어내고, 주사위를 굴리는 보드게임을 개발하고, 분식집 메뉴판, 미장원 요금표, 벨기에 섬유회사 ‘하이-파이버·High-fib(v)er’ 마크 등 기발한 것들이 이어진다. 직접 그린 그림과 표가 곳곳에 등장함은 물론이다. 여기에 쫓고 쫓기는 대추격전, 유럽 도시 곳곳을 누비는 모험, 미드나이트 익스프레스 같은 판타지 등이 종합선물세트처럼 버무려져 있다. 소설 속에서 스물일곱살 ‘모노’는 문득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보드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주일 만에 게임을 개발해낸다. 그리고 수천개 이상의 변수를 가진 복잡하고도 흥미진진한 이 게임은 전 세계 사람들을 휘어잡고 그와 동업자 친구 ‘고우창’에게 어마어마한 돈을 안겨준다. 그러던 어느 날 고우창의 아버지이자 평생 무위도식하던 지식 룸펜 ‘고갑수’가 회사 돈 5억원을 들고 사라진다. 알고 보니 그는 ‘볼스 무브먼트’라는, 동그란 구(球)로 우주를 관장하는 ‘우주자’의 힘을 믿는 사이비 종교의 핵심 간부 ‘핀볼 성자’였다. 그가 ‘볼교’의 본산인 벨기에로 떠난 것이다. 한편 ‘모노레일’ 게임 마니아들인 모노와 그의 친구들은 고갑수를 구하기 위해, 혹은 인생을 즐기기 위해, 서로 다른 이유로 유럽 여러 도시를 스펙터클하게 헤맨다. 이들은 정체를 쉬 드러내지 않는 우연과 운명의 갈림길마다 어김없이 정해진 길이 아닌 낯선 선택을 하며 운명 속에 자신을 내던진다. 운명을 얘기하지만 자유로운 영혼들은 마치 게임을 하듯 순간의 삶을 즐긴다. ‘처음부터 자신의 선택이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 누군가 주사위를 던지고, 자신은 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만큼 이동하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주사위가 게임 속 멋진 지름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168쪽) 하지만 김중혁은 소설 속 누군가의 입을 빌려 사뭇 진지하게 말한다. ‘우주자는 우주를 우연에 맡겨두지 않는다. 우리 역시 볼스 무브먼트를 우연의 힘에 맡겨둘 수는 없다.’(222쪽)라고. 그리고 그들은 종교 개혁-을 가장한 박진감 넘치는 어드벤처-를 감행한다. 권태로움 그 자체였던 고갑수가 난데없이 그 중심에서 볼교의 최고 지도자 ‘유니볼 성자’를 납치하는 초절정 영웅적 행위를 선보이고, 우여곡절 끝에 고갑수는 순교하고 다른 친구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작품은 이렇듯 잘 만들어진 오락영화를 연상시킨다. ‘볼스 무브먼트’, ‘헬로 모노레일’, 볼교 예언서를 썼다는 ‘크리스티나 보네티로 교수’ 등의 단어를 검색해봤음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충분히 황당한 소설임에도 군데군데 각주까지 달아가며 볼교 교리, 모노레일 게임 방법 등을 너무 천연덕스럽게 설명하고 있어 ‘혹시나’ 하는 마음이 들게 만든 작가 탓이라고 우겨 본다. 김중혁은 책 끝장에 ‘모두 다 그럴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런던아이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 외의 소설 속 모든 이야기는 허구다.’라고 사족 같은 말을 남겼다. 그렇다면 작가 로버트 그레이브스가 남겼다는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사람이 이긴다는 것이 주사위 게임의 기본 법칙”이라는 말(65쪽)도 가짜인가. 확인할 길이 없다. 뻔한 허구임에도 솔깃하게 만드는 젊은 이야기꾼의 능청스러운 입담이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군사관계 천안함 前 수준 복원

    한국과 중국의 군사 관계가 점진적 정상화 궤도를 밟기 시작했다. 15일 베이징에서 이뤄진 양국 국방장관의 군사대화 정상화 합의는 양국 군사관계를 지난해 천안함 피격 사건 이전의 수준으로 복원하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반도의 안정을 최우선 동북아 외교과제로 삼고 있는 중국은 물론 우리 정부로서도 북한과 혈맹 관계인 중국을 제쳐 놓은 채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우선적으로 한·중 군사관계 복원을 모색해 왔고 이번 회담에서 고위급 국방전략대화 협의체를 개설키로 한 것이 첫 성과로 꼽힌다. 이번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지난해부터 우여곡절을 겪어 왔다. 정부는 지난해 5월 말과 6월 초에 량광례(梁光烈) 중국 국방부장의 싱가포르 샹그릴라대화 참석에 맞춰 국방장관 회담 개최를 추진했으나 국회 국방개혁안 심의 일정에 몰려 일정을 잡지 못했다. 지난해 말에는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의 전격적인 교체로 회담이 불발되기도 했다. 중국과 일본은 이번에 한·중이 합의한 고위급 국방전략대화 협의체와 유사한 대화 채널을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과 북한 간에는 이 같은 정례 대화채널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북한이 이번 합의에 촉각을 곤두세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열릴 첫 회의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합의한 국방군사교류 확대, 재난구호 상호지원 양해각서(MOU) 교환, 내년 한·중 수교 20주년 관련 국방당국 간 사업 등을 구체적으로 협의할 전망이다. 군사대화가 정상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상호 군사교육 교류도 내년부터 재개된다. 임관빈 국방부 정책실장은 “지난 2008년 한·중 양국이 전략적 협력 동반자로 관계를 격상했으나 국방분야에서는 이러한 수준에 미흡했다.”면서 “이번 회담은 양국의 기본관계 수준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에 걸맞은 국방관계 발전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측은 이번 회담에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김관진 국방장관과 천빙더 총참모장의 만찬 때에는 만찬장 입구에 김 장관의 인물 사진과 합참의장 시절 그가 천 총참모장과 찍은 기념사진을 함께 걸어 각별한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사진 밑에는 벗을 맞이하는 기쁨을 말하는 ‘유붕자원방래 불역낙호’(有朋自遠方來 不亦乎)라는 글귀를 적어 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공동 언론보도문에는 천안함·연평도 사태의 도발 주체가 북한이라는 사실이 명기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다. 북한을 의식한 중국이 끝내 북한을 명기하는 데 반대했고 우리 정부도 양국 군사관계의 진전을 위해 한발 양보한 것으로 관측된다. 베이징 박홍환특파원 stinger@seoul.co.kr
  • [기고] 드디어 열린 유럽시장/고상두 연세대 유럽지역학 교수

    [기고] 드디어 열린 유럽시장/고상두 연세대 유럽지역학 교수

    구한말 서구 열강은 조선과 통상하고자 총과 대포로 문을 열었다. 오늘날 우리는 협상을 무기로 유럽의 문을 열었다. 유럽의 최대 교역국은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한국 등이다. 이 중에서 회원국끼리 똘똘 뭉쳐 성채라는 비난을 받아온 유럽 시장을 가장 먼저 연 나라는 한국이다. 100년 전 불평등 조약으로 개항을 강요당한 우리 선조가 이러한 사실을 안다면 얼마나 감개무량할까.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우여곡절 끝에 7월 1일 발효되었다. 5년 이내에 교역액 기준으로 98.7%의 상품에 대한 관세가 철폐된다. EU는 소형차 유럽시장 점유율이 잠식될 것을 우려하는 이탈리아를 달래고자 협정의 발효를 반년 늦췄다. 한국은 유럽에 70만대의 자동차를 수출하고 유럽은 한국에 3만대를 수출한다. 자동차 부문의 경쟁력 차이를 보여준다. 단일 경제권을 이룩한 유럽에서는 각국의 자재와 부품이 무관세로 국제적 생산라인을 따라 이동하면서 상품이 조립 가공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중국과 일본으로부터 수출용 원자재를 조달하면서 관세를 물어야 하고, 부존자원이 빈약하여 타국의 원자재를 많이 썼다고 무관세 적용을 받지 못한다면, 유럽 기업과의 경쟁에서 열위에 서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통합의 차이에서 오는 불이익을 우리가 막은 것이다. 중국이 짧은 기간에 신흥 경제국으로 부상한 것은 세계 경제에 적극적으로 편입하는 개혁·개방 정책 덕분이다. 2001년에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고 나서 중국은 적극적으로 FTA 정책을 취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은 유럽 시장을 열지 못한다. 톈안먼 사건, 티베트 문제, 인권 억압 등으로 유럽과 불편한 관계이기 때문이다. 일본은 자동차와 전자전기제품이 대유럽 주력 수출품으로 한국과 경쟁 관계에 있다. 가격경쟁에서 불리해진 일본이 뒤늦게 유럽과 FTA 협상 개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한국과 협상을 시작하고 나서 5년 만에 문을 연 유럽이 일본에는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일 것이다. 개방은 교역 활성화로 국부의 증대를 가져오지만, 산업별 득실에 따라 승자와 패자가 생겨난다. 유럽과의 경쟁에서 밀리는 산업은 침체하게 된다. 하지만, 약체산업의 쇠퇴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 개방 정책은 관세장벽의 보호를 받아 온 약체산업에 외부 자극을 주어 경쟁력을 높이려는 적극적 산업정책이기 때문이다. 유럽이 강한 농축산물, 의약품, 서비스 분야 등에 대응하는 노력은 다가올 미국, 일본, 중국 등과의 FTA에 대한 대비가 될 것이다. 지난 200년 사이에 교역의 시대정신이 바뀌고 있다. 중상주의 영향을 받아 국내시장을 관세장벽으로 보호하던 시대에서 관세 장벽을 허무는 시대가 되고 있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관세가 80% 제거되면서 세계 교역은 급성장했고,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국가는 큰 이득을 얻었다. 개방이 어렵고 두려운 것은 국가의 보호 장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다. 구한말 우리는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대문을 걸고 있으면 안전할 것으로 믿었다. 세계화는 경쟁이 지구적으로 확대되는 역사적 흐름이다. 인간은 역사의 조류를 피할 수는 있지만 거역할 수는 없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을 피한 대가는 항상 빈곤과 정체였다.
  • 캄보디아 코끼리 커플 서울살이 1년 축하파티

    캄보디아 코끼리 커플 서울살이 1년 축하파티

    지난해 7월 캄보디아에서 기증받은 코끼리 커플 캄돌이(27)·캄순이(20)가 서울 어린이대공원에 둥지를 튼 지 1년을 기념하는 이색 축하 파티가 열린다. 서울시는 낯선 땅에서 건강하게 1년을 보낸 코끼리 커플을 축하하기 위해 10일 오전 11시 광진구 능동 어린이대공원 동물원에서 기념행사를 연다고 8일 밝혔다. 행사에는 긴팔원숭이와 다람쥐원숭이, 앵무새, 뱀 등 동물 친구들의 축하 퍼포먼스와 함께 지난해 코끼리 이름을 지어줬던 시민들이 먹이를 주는 이벤트가 펼쳐진다. 특히 행사에는 캄보디아 다문화가족 100여명도 참석해 한국과 캄보디아 간 우호 친선의 상징인 코끼리 커플을 함께 축하할 예정이다. 코끼리 커플은 지난 1년 동안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들은 ‘보호동물은 국가 간 매매가 불가능하다.’는 국제협약(CITES) 때문에 국내에 오지 못할 뻔했다. 올 초에는 처음 겪는 매서운 추위에 캄돌이가 시름시름 앓아 주위를 애타게 했지만 집중적인 치료와 간호로 열흘 만에 툭툭 털고 일어났다. 허시강 어린이대공원장은 “부끄러움 탓인지 향수병 때문인지 아직은 ‘2세 소식’이 없지만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비법을 강구해 보겠다.”고 말했다. 조현석기자 hyun68@seoul.co.kr
  • 이틀 간격으로 태어난 ‘희한한 쌍둥이’

    영국에서 이틀 간격으로 태어난 쌍둥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8일 영국 일간 더 선은 이틀 간격으로 우여곡절 끝에 서로 다른 두 지역에서 태어난 쌍둥이 형제를 소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쌍둥이 세스와 프레스턴, 엄마 도나 그로브(27)와 함께 생존 확률 100만 분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 심각한 난산을 극복하고 기적적으로 살아남았다. ‘기적의 쌍둥이’ 엄마 도나는 임신 28주째인 지난 4월 13일 써리 킴벌리에 있는 프림리 파크 병원에서 첫째 아들 세스를 출산했다. 당시 몸무게 1.077kg으로 태어난 세스는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창자 감염과 심장 잡음, 혈액 중독 등 생명을 위협하는 증상을 나타냈다. 의료진은 세스를 살리기 위해 구급차로 64km를 달려 런던 중심 패딩턴의 세인트 메리의 임페리얼 칼리지 병원으로 이송시켰다. 도나 역시 심각한 상태를 보여 런던으로 급히 이송됐다. 그녀는 세스가 태어난 지 50여 시간이 지난 이틀 만에 몸무게 1.247kg의 프레스턴을 출산했다. 도나는 양수 색전증을 보여 심장 마비를 일으켰다. 양수 색전증은 양수가 산모 혈관 내로 들어가 과민반응으로 급격한 호흡 곤란, 심폐 정지 등을 일으키며 심각하면 사망에 일으는 질환이다. 첫째 아들 세스의 상태는 더욱 악화됐다. 그는 런던의 첼시 앤드 웨스트민스터 병원에서 신생아 전문 집중 치료 병동으로 이송됐다. 놀랍게도, 의료진은 산모와 아이들 모두를 구해냈고 그들은 10주간 걸쳐 병원에서 회복했다. 세 명의 생존 확률은 100만분의 1이라고. 아이들과 함께 벅스 브랙넬의 집으로 돌아온 도나는 “우리 모두가 살아 있다는 것은 정말 행운”이라면서 “축복받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이 서로 다른 출생 날짜를 갖게되어 신기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의료진 측은 “매우 희귀한 상황 속에서 모든 이가 그들을 구하기 위해 함께 노력했다.”고 전했다. 서울신문 나우뉴스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 트랜스포머 3 UP & DOWN

    트랜스포머 3 UP & DOWN

    2007년 영화 ‘트랜스포머’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이었다. 변신·합체 로봇만으로 입이 떡 벌어질 노릇인데 풍부한 표정과 돌려차기까지 해댔으니 말이다. 국내에서 743만여명(역대 외화 3위)을 모았고, 전 세계에서 7억 970만 달러를 벌었다. 2009년 2편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은 산만한 이야기 탓에 혹평이 쏟아졌다. 그래도 추종자들의 발걸음을 막지는 못했다. 국내 관객 수 744만여명(역대 2위), 전 세계 흥행 수익은 8억 3629만 달러에 이르렀다. 시리즈 완결편 ‘트랜스포머 3’이 지난 29일 개봉했다. 700만명은 기본으로 먹고 들어간다는 이 영화의 표적은 입체영상(3D)의 새 장을 연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2009)다. 1357만여명을 불러모아 역대 외화 흥행 1위를 기록한 ‘아바타’를 뛰어넘을지가 관건이다. 명성답게 예매 점유율이 95%를 넘나든다. 주말 극장가를 싹쓸이할 태세다. ‘트랜스포머 3’의 장단점을 업(UP), 다운(DOWN)으로 짚어 봤다. ■ <UP> 화려해진 로봇-3D 날개 단 완결편 로봇의 격투장면 Yes! 불과 2년 전 마이클 베이 감독은 “3D는 관객을 끌기 위한 상술”이라고 냉소했다. 그런데 스스로 “올드스쿨 필름메이커(구식 감독)”라 부르던 그가 완결편을 3D로 찍었다. 지난 5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파라마운트 스튜디오에서 캐머런 감독과 3D 기술간담회를 개최한 베이는 “‘트랜스포머: 패자의 역습’ 촬영 당시, 제작사의 권유에 못 이겨 ‘아바타’ 촬영장을 방문했다. 캐머런이 ‘아바타’ 클립 영상들을 보여줬는데 솔직히 재밌어 보였다.”고 ‘변심’ 계기를 고백했다. “3D 촬영은 재미있는 새 장난감처럼 흥분되는 작업”이라는 베이의 말처럼 영화의 최대 강점은 3D 날개를 단 현란한 로봇 액션이다. 베이의 영화에 탄탄한 서사까지 요구하는 건 과욕이다. 메시지까지 전달하려는 캐머런과 베이는 다르다. ‘더 록’과 ‘아마겟돈’ 등 베이의 히트작들은 완벽하지 않은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세상을 구하고 8등신 여자 친구와 키스하는 결말 등 단순한 구조를 되풀이했다. ‘트랜스포머 3’에 대한 평가 역시 서사보다는 시각적 쾌감의 구현에 초점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오락 영화 장인을 만난 3D 기술은 진가를 발휘한다. 디셉티콘의 습격에서 주인공 샘 윗위키(샤이아 러버프)를 구하려고 범블비가 스포츠카에서 로봇으로, 다시 스포츠카로 순식간에 3단 변신을 하는 장면은 단연 압권이다. 대미를 장식하는 메가트론과 옵티머스 프라임, 센티넬 프라임의 육중한 격투 장면도 혼을 빼놓는다. 특수 효과로 뒤범벅한 듯한 장면도 실제 배우와 스턴트맨을 혹사(?)시켜 찍었다는 사실에 또 한 번 입이 벌어진다. 디셉티콘에 맞서려고 레녹스 중령(조시 더하멜)의 부대원이 ‘윙수트’로 불리는 날다람쥐 모양의 특수 복장을 하고 헬기에서 몸을 던지는 장면은 중력을 거스르는 놀이기구처럼 아찔하다. 베이는 시속 240㎞의 속도감을 살리려고 스카이다이버의 헬멧과 몸에 3D 카메라를 부착했다. 배경을 합성하지도 않았다. 시카고 거리를 봉쇄한 채 현존하는 미국 최고층 건물인 윌리스 타워 상공에서 촬영했다. 거대한 촉수를 지닌 쇼크웨이브의 공격으로 반토막 난 빌딩 표면에서 샘과 여자 친구 칼리(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미끄러지는 장면은 40도로 기울어진 세트를 만들어 찍었다. 배우들은 가느다란 줄에 의지한 채 몇 시간씩 세트에 매달려 있었다. 리얼리티를 중시하는 고집쟁이 감독이기에 가능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DOWN> 허술한 스토리-겉도는 여주인공·기승전결 없는 152분 No! 과유불급. 지나침이 모자람만 못 하다는 뜻의 이 고사성어는 어쩌면 ‘트랜스포머 3’에 적합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마이클 베이 감독은 ‘트랜스포머’ 완결편이라는 강박 때문에 거대한 물량 공세를 펼쳤지만, 오히려 시리즈의 피로감을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불러일으켰다. 물론 애초에 감동적인 드라마를 기대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화려한 모습이라도 허술한 서사를 참고 앉아서 보기에 152분이라는 상영 시간은 너무 길고 지루하다. 2편에서 한 차례 빈약한 이야기 내용에 대한 지적을 받은 감독은 인류의 달 착륙을 놓고 벌어진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달에 떨어진 외계 생명체의 존재 때문이었다는 상상력을 내용에 접목시키는 등 줄거리 선을 보강하려고 노력했지만, 짜임새 있는 영화를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랜스포머들의 전쟁은 전편보다 다양해진 로봇들의 화려한 전시전을 보는 듯했지만 왠지 모를 헛헛함이 느껴지는 것은 영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그들의 싸움이 동어 반복적이기 때문이다. 설득력도 부족해 감정이입이 힘들다. 세상을 두 번이나 구해도 여전히 실업자 신세인 샘의 이야기도 겉돌아 연결점을 찾기 어렵다. 기승전결조차 뚜렷하지 않은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참고 견뎌 마침내 도달한 클라이맥스. 감독은 영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마지막 30분의 액션 장면에 작정한 듯 모든 것을 쏟아붓지만, 완급 조절도 없이 펼쳐지는 로봇들의 무차별적인 액션은 쾌감을 주기보다는 오히려 보는 이의 눈과 감정을 무디게 한다. 멋진 차에 변신 로봇, 금발의 여자 친구 등 남성들의 로망을 한자리에 모은 영화인 만큼 남성 관객들의 ‘보는 재미’는 충족시킬지 모르겠다. 하지만 로봇에 큰 관심이 없는 관객이나 서사 없이 볼거리만 강조된 영화에 지친 관객이라면 분위기에 휩쓸려 영화관을 찾았다가 소외감만 느끼고 나올 수도 있다. 소외된 것은 샘의 새 여자 친구 칼리 역의 로지 헌팅턴 휘틀리도 마찬가지다. 감독을 비난했다가 하차한 것으로 알려진 메건 폭스 대신 새로 기용된 그녀는 속옷 모델 출신답게 극 초반에 섹시미를 강조한 것을 빼고는 영화 내내 주변부를 맴돌 뿐이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고성능 엔진을 장착했지만 불편한 승차감을 안겨 주는 ‘트랜스포머 3’.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동양적 여백의 미까지는 아니더라도 숨 쉴 수 있는 약간의 쉼표를 기대한 것은 지나친 욕심이었을까.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광주도 초중생 ‘공짜 수학여행’ 논란

    경남에 이어 이번엔 광주 지역 초·중학생들의 ‘공짜 수학여행’이 논란에 휘말렸다. 광주시교육청은 30일 “내년도 예산에 초등학생 1인당 10만원, 중학생 15만원(2박 3일) 등 모두 57억원의 수학여행 경비를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비는 광주시내 전체 235개 초·중학교에 지원되며, 수혜 대상은 초등학생 1만 8000명, 중학생 2만 3000명 등 모두 4만 1000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강원과 전·남북 등 각 지역 교육청도 잇따라 이와 비슷한 내용의 수학여행 경비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서울시교육청의 초등학생 전면 무상급식과 한나라당의 ‘반값 등록금’에 이어 ‘공짜 수학여행’까지 ‘선심성’ 논란에 빠져들고 있다. 더욱이 이번 수학여행 경비 지원안은 서울시와 의회 간 무상급식에 대한 이견으로 주민투표가 제기된 상태에서 나온 터라 ‘복지 포퓰리즘’ 공방에 기름을 끼얹는 격으로 받아들여질 전망이다. 광주시의회 한 의원은 “교육 재원 배분에는 우선순위가 있다. 시교육청이 사회적 합의 없이 수학여행 경비를 예산에 편성할 경우 선뜻 찬성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경남 교육청도 올해부터 일부 초등학생들에게 수학여행 경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이를 실현하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었다. 고영진 경남도교육감은 지난해 6월 선거 당시 수학여행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한 뒤 같은 해 12월 초등학교 6학년과 저소득층 중·고교 학생의 수학여행비 75억여원을 2011년 예산에 편성했다. 그러나 ‘조례 등 관련 근거 없는 금품제공행위는 선거법상 기부행위에 해당된다’는 선관위의 유권해석에 따라 해당 예산은 대부분 삭감 처리됐다. 그러자 도교육청은 지난 4월 ‘경남도 학생현장 체험활동 지원에 관한 조례’를 만들어 초등학교 6학년생 4만 1000여명에게 2박 3일 기준 1인당 12만원씩 49억원을 편성, 지원하고 있다. 광주시교육청도 최근 조례 제정 등 관련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 출신인 장휘국 교육감은 올해부터 초등학교 전체 147개교에 490억원을 들여 무상급식에 들어갔다. 또 초등학교 학습 준비물 지원 16억원, 86개 중학교 운영지원비로 140억원을 각각 반영한 데 이어 이번 수학여행 경비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등 이른바 ‘무상교육’의 절차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민선 교육감들의 ‘복지예산 늘리기’에 각종 부작용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시교육청은 올해 무상급식 예산 1162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교육환경개선사업 예산을 대폭 삭감해야 했다. 경기도 역시 오는 2013년 31개 시·군이 유치원 및 초·중학교 무상급식에 3228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지만 재정 부담이 발목을 잡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광주의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교육 복지예산을 늘려 당장 학부모와 학생들의 환심을 사기보다 장기 교육 발전 등 우선 순위에 따른 예산 투입이 먼저”라고 꼬집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seoul.co.kr
  •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정체성 혼란 겪다 한국서 핏줄의식 깨달았죠”

    “한국인도 일본인도 영국인도 아닌 내 정체성은 뭘까. 한국인인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이런 물음에 대한 해답을 간절히 얻고 싶었습니다.” 도쿄 아오아먀 극장에서 공연 중인 뮤지컬 ‘미치코’에서 남자 주인공 리하르토 역을 맡고 있는 신원(24·일본명 신겐)씨는 혼혈 한국인 4세다. ●재일학자 故 신기수 선생의 외손자 한·일 관계사 분야에서 저명한 재일 학자로 알려진 고(故) 신기수 선생의 손자다. 신 선생은 ‘에도 시대의 조선통신사’ 등 한·일 관계 저서 22권과 ‘해방의 그날까지’ 등 기록영화 10여편을 남겼다. 하지만 신씨의 아버지는 영국인이어서 서양인의 외모를 지니고 있다. 런던에서 태어난 신씨는 10세 때까지 영국에서 지냈고, 이후 일본 고베에서 생활했지만 2002년 외할아버지의 죽음 이후 뿌리를 찾고 싶다는 열망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열다섯 살 때부터 외모가 서양인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헬로’라고 말을 걸어 왔다. 나는 변한 게 없는데 남들이 그렇게 봐 주지 않아 정체성에 엄청난 혼란을 겪었다.”며 청소년기의 아픈 기억을 떠올렸다. 이런 와중에 한·일 관계 연구에 평생을 바친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맞아 재일 한국인에 대한 고민까지 더하게 됐다. 당시 고베 아시아 미나미 고교에서 호주로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행선지를 한국으로 급히 바꿨다. 한국말을 전혀 못했지만 뿌리를 찾고 싶다는 생각에 지난 2003년 우여곡절 끝에 서울 중동고 3학년에 전학했다. “모든 게 낯설었지만 모두가 살갑게 대해줘 ‘아 이게 핏줄 의식이구나’라고 깨닫게 됐다.”는 그는 “선생님들이 체벌을 주면서도 저는 제외하려 했지만 오히려 자발적으로 친구들과 함께 받을 정도로 ‘한국식 동료의식’에 푹 빠져 지냈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1년간 지낸 신씨는 이때 깨달은 정체성을 지키고 싶어 일본에서도 한국식 이름을 자신있게 드러내 놓고 활동하고 있다. ●“한국 뮤지컬 세계진출 기여하고 싶어” 와세다대 1학년 때 뮤지컬 ‘렌트’(Rent) 오디션에 합격해 무대에 선 뒤 영국국립연극학교(RADA) 워크숍을 이수하는 등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에 들어섰다. 지난해 9월 입학한 뉴욕의 명문 연극학교 ‘슈라이버 스튜디오’에 다니다 뮤지컬 ‘미치코’에 캐스팅됐다. 오는 12월부터는 뮤지컬 ‘로키 호러 쇼’에서 주인공 로키 역을 맡게 된다. 배우 조승우와 정용석 뮤지컬 감독의 팬이라는 신씨는 “한국어는 물론 영어와 일본어를 구사할 수 있는 장점을 발휘해 한국 뮤지컬의 세계 진출에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도쿄 이종락특파원 jrlee@seoul.co.kr
  • 선덜랜드행 지동원 성공하려면…

    선덜랜드행 지동원 성공하려면…

    ‘최신형 스트라이커’ 지동원(20)의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이적이 22일 확정됐다.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급함이 앞서 일을 그르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의젓하게 기다렸고, 자신을 키워 준 전남에 충분한 선물(이적료 350만 달러)을 주고 떠나게 됐다. 계약기간은 3년, 연봉은 100만 달러(약 11억원) 선으로 알려졌다. 한국인으로는 8번째이자 최연소 프리미어리거가 된 지동원을 보는 시각에는 기대와 함께 불안도 교차한다. 지동원이 선덜랜드에서 살아 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리지만 지동원은 이미 국내 최고의 공격수다. 프로에 데뷔한 지난해 K리그 22경기에 나서 7골 3도움을 기록했다. 더 놀라운 것은 A매치 11경기에서 6골을 넣었다. 한국 축구사에서 데뷔시즌에 이처럼 폭발적인 능력을 보여준 선수가 있었던가. 프리미어리그도 마찬가지다. 지난 시즌 지동원과 같은 나이인 스무살에 선덜랜드에서 리버풀로 이적하며 주목받았던 미드필더 조던 헨더슨(잉글랜드)이 리그에서 남긴 기록은 3골 5도움에 불과하다. A매치에는 고작 한 경기에 출장했다. 또 지난 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선덜랜드에 임대된 대니 웰벡(잉글랜드)도 리그에서 26경기 6골을 터트렸지만, 대표팀 출전은 한 경기에 그친다. 그래서 지동원은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가 “2014년에는 대형 스트라이커로 성장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대표팀 조광래 감독은 “수비력이 뛰어난 가나와의 A매치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음을 확인시켰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스트라이커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여유로워질 필요가 있다. 지동원도 늘 지적받는 약점이 있다. 중학교 때 지동원을 눈여겨보고 전남의 유소년팀인 광양제철고로 데려왔던 당시 감독 이평재 전북 스카우트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 한다는 생각에 쓸데없는 움직임이 많다.”면서 “소모적인 움직임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프리미어리그 무대 진출만으로도 가슴 벅찬 일이다. 얼마나 잘하고 싶을까. 지동원은 열광적인 선덜랜드 팬과 구단, 코칭스태프에 강한 첫인상을 주고 싶은 열망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뜨거운 열망은 옛 스승이 지적하는 문제를 다시 노출시킬 가능성이 크다. 지동원보다 먼저 프리미어리그 무대를 밟았던 몇몇 선배들이 이 때문에 실패했다. 마음이 급해지면 자기 플레이가 안 된다. 부상의 위험도 커진다. 경쟁을 의식할 필요도 없다. 정상급 공격수 아사모아 기안(가나)이 있지만, 기안은 파트너일 뿐 경쟁자가 아니다. 기안 외에 주전급 스트라이커가 없다. 조 감독은 “동료들의 장단점을 파악해 그들과 어떻게 어울려 플레이할지를 고민하라. 어디든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충고했다. 또 “K리그보다 경기의 속도가 빠르다. 플레이를 서두르는 것보다 생각의 속도가 빨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길은 통한다. 한국에서도, 잉글랜드에서도 축구는 축구다. 지동원이 리그와 대표팀에서 해 온 대로만 한다면 어려움 없이 적응할 수 있다. 다만 꿈은 더 키워도 문제가 없겠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법조일원화 2022년부터 전면실시

    법조일원화 2022년부터 전면실시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가 22일 전체회의에서 경력조건을 단계적으로 올려 2022년부터는 경력 10년 이상 법조인만 법관으로 임용하는 법조일원화 방안 등을 처리하고 1년 4개월간의 활동을 마감했다. 전체회의에서는 ▲재판연구원(로클러크)제 도입 ▲대법관추천위원회·법관인사위원회 설치 ▲판결문의 인터넷 게시 도입 등도 의결했다. 법원의 고무줄 양형, ‘그랜저 검사’ 사건으로 제기된 스폰서와의 유착 등을 개선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출범한 사개특위는 그동안 검찰 관련 10개·법원 관련 6개·변호사 관련 1개 개혁과제를 처리했다. 하지만 핵심 4대 쟁점인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안, 특수수사청 설치안, 상고심 개편안, 양형기준법 개선안에 대해선 논의를 포기한 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공을 넘겨 ‘절반의 성과’에 그쳤다는 평가다. 더구나 지난 20일 우여곡절 끝에 통과시킨 검찰·경찰 수사권 조정안은 검·경 간 해묵은 갈등만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법원·검찰·경찰 출신 국회의원들의 ‘친정 편들기’ 행태가 사법개혁 논의를 가로막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편 갈린 의원들 때문에 더이상 진척을 볼 수 없다는 걸 절감했다.”고 말했다. 사법 권한 재편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과열된 첩보·로비전을 펼친 법원·검찰·경찰 등 관계기관이 책임자로 꼽히기도 한다. 검찰관계법 소위 의원들은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과정에서 협박성 메시지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비공개 회의 내용의 유출 논란도 빚었다. 정보 유출자로 의심받은 사개특위 입법조사관들은 통화내역 조회를 당하기도 했고, 이례적으로 회의장에 도청장치가 설치됐는지 검색하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진 개혁 방향에 대한 비판도 뒤따른다. 사개특위는 압수수색 개선안으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 정보저장매체에 대해선 출력물이나 복제물을 압수하도록 하는 원칙을 세웠지만, 검찰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복제물에 대해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을 뿐 아니라, 대용량 파일을 출력해서 압수한다는 것 자체가 비현실적이다.”라고 말했다. 사개특위는 사건 처리율, 처리기간, 상소율, 파기율, 친절성 등을 법관 평정요건으로 추가했지만, 사실상 반영키 어렵다는 게 법원의 입장이다. 법원 관계자는 “단순히 형량만 변경해도 파기인데, 이런 경우까지 평정에 반영하는 건 비합리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사개특위가 재정신청 대상을 피의사실공표죄까지로 확대하고, 압수수색 반환청구권과 출국금지기간을 법제화하는 한편 전관예우 근절 방안을 마련한 것은 나름대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수사권 조정 합의] ‘모든 수사’ ‘내사’ 정의는 법사위로

    [수사권 조정 합의] ‘모든 수사’ ‘내사’ 정의는 법사위로

    20일 우여곡절 끝에 국회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를 통과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해묵은 논란에 종지부를 찍기에는 너무 어정쩡하다는 지적이 많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처리 과정 내내 논란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도 사개특위 전체회의에서 개정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따졌다. 주로 형소법 개정안 196조 1항 ‘사법경찰관은 모든 수사에 관해 검사의 지휘를 받는다’에서 ‘모든’의 범위, 검사 지휘권의 범위, 검사 지휘에 관한 구체적 사항을 법무부령으로 위임하는 게 적절한지 등이 도마에 올랐다. 미래희망연대 노철래 의원은 “형소법 196조 1항의 개정안 내용 중 ‘모든 수사’에 내사가 포함되는 것이냐.”며 용어의 모호성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귀남 법무장관과 조현오 경찰청장은 “(모든에서) 경찰의 내사는 빠진다.”고 답변했다. 조 청장은 더 나아가 “내사는 수사에 포함되지 않는다. 범죄사건등재부에 등재된 이후를 수사로 인정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장관은 수사와 내사의 개념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나라당 손범규 의원이 “수사의 범위에서 내사를 제외시키면 국민은 내사라는 수사권력에 발가벗겨진 채 방치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송훈석 의원도 “지금까지 검찰은 경찰의 내사도 지휘한 것 아닌가.”라고 따졌다. 이 장관은 “중복 수사나 내사의 정의가 혼선을 빚는 부분에 대해 법무부령으로 정리하겠다.”고만 설명했다. 그러나 조 청장은 “내사·수사에 대한 개념에 대해선 검·경 모두에게 적용되는 법 규율이 필요하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지만 ‘경찰이 동의를 안 하면 부령으로 재정이 안 될 것’이라는 약속을 받고 (중재안에)합의하게 됐다.”며 여운을 남겼다. 의원들의 논의가 길어지자 일부 의원들은 “사개특위에서 합의에 실패한 것을 검·경이 합의해 온 만큼 다시 왈가왈부해서 원점으로 돌리기보다는 그냥 통과시키자.”고 제안했다. 이에 이주영 위원장은 여야 간사 간 협의를 거쳐 구체적인 자구·체계에 대한 논의의 책임은 국회 법제사법위에 넘긴 채 검·경 합의안을 그대로 통과시켰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청춘을 ‘플레이’하다

    청춘을 ‘플레이’하다

    2009년 1월 음악영화 ‘원스’로 유명해진 프로젝트 밴드 ‘스웰시즌’의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세종문화회관. 로비에서 버스킹(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공연)을 펼친 무명 밴드가 ‘스웰시즌’의 글렌 핸서드 눈에 띄어 즉흥적으로 특별출연자로 무대에 올랐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이 된 것. 그리고 그 얘기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무명 밴드의 영화 같은 첫 무대까지의 이야기 3인조 모던록 밴드 ‘메이트’의 결성 이전부터 데뷔까지를 담은 음악영화 ‘플레이’(23일 개봉)는 그렇게 시작됐다. 2009년 10월쯤 제작사의 제안을 받은 남다정(31) 감독은 연습실과 공연장으로 멤버들을 쫓아다니며 시나리오를 세공했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청춘들이 속을 다 내보이기엔 길지 않은 시간. 6개월 만에 나온 첫 시나리오는 그들의 얘기를 온전히 담지 못해 폐기했다. 1년이 지나고 비로소 시나리오가 완성됐다. 영화에 극적 사건이나 아찔한 반전은 없다. 주인공들은 청춘의 동의어처럼 박제화된 패기나 열정과도 거리가 멀다. 사랑도, 인간관계도 미숙한 탓에 끊임없이 머뭇거린다. 모든 걸 설명하지도 않는다. 여백을 채우는 건 그들의 음악이다. 남 감독과 두 주연배우 정준일(28·건반 보컬), 이현재(23·드럼)를 지난 13일 서울 계동의 카페에서 만났다. 또 다른 멤버 임헌일(28·기타 보컬)은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이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남 감독은 “영화사 제안을 받기 1주일 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이들을 처음 봤다. 언젠가 음악영화를 한 편 하고 싶었던 데다 또래의 고민을 담을 수 있어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을 졸업한 남 감독은 3년간 시나리오를 쓰고 공모에 떨어지기를 반복했다. 자신의 삶과 음악에 대한 열정으로 숱한 밤을 지새운 ‘메이트’의 고민이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 처음 영화 얘기를 들었을 때 정작 ‘메이트’는 시큰둥했다. 정준일은 “처음에는 동의를 안 했다. 무명시절을 딛고 앨범을 막 냈던 터라 음악에 충실하고 싶었다. 뭔가를 얻으면 다른 일은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현재 역시 “우리 같은 신인 밴드를 영화로 만들어 뭐 하느냐는 생각도 들었고 다음 앨범을 준비하느라 바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 즈음은 ‘좋아서 만든 영화’(2009), ‘소규모아카시아밴드 이야기’(2010), ‘조금만 더 가까이’(2010) 등 인디음악 뮤지션을 내세운 영화가 쏟아져 나오던 때였다. 정준일은 “보통 음악영화라면서도 음악은 곁가지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공감하기 어렵다.”면서 “가난한 밴드 지망생들이 배를 곯고 밴드를 결성하고, 구성원들이 갈등을 겪다 결국 성공한다는 식의 판에 박은 기승전결은 피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비전문 배우와 신인감독의 조합이라 우여곡절도 많았다. 정준일은 “내가 첫 촬영이었는데 전혀 준비를 안 했다. 의상 정도만 준비했다.”면서 “뭣 모르고 과도하게 설정하면 영화에 방해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는 감독의 예술”이라고 말했다. ●아찔한 반전·극적인 기승전결은 없어 가장 열심히 준비한 이는 임헌일이라는 게 감독과 동료들의 증언이다. 이현재는 “헌일이 형은 상대 여배우(정은채)와 호흡을 맞추는 장면을 집중적으로 준비했다.”면서 “상대가 전문 배우라고 해도 너무 밀리면 자존심이 상하니까 그랬던 것 같다.”고 대변했다. 임헌일은 유일하게 수줍은 키스신을 찍은 ‘배우’다. 막상 완성품을 보고난 뒤에는 보람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모양이다. 남 감독은 “되게 부끄럽다. 발가벗고 무대 위에 혼자 선 느낌”이라면서도 “이 친구들의 모습을 오롯이 담은 건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정준일은 “재밌었고 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도 “내 연기를 보면 왜 저것밖에 못했을까 싶기도 하다. 다시 하라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현재는 “지금은 어색하고 창피하지만 영화를 생각하면 언제든 초심을 떠올릴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었다. 거의 2년을 아옹다옹(?)했으니 정도 든 눈치다. 남 감독이 “언니(영화평론가 남다은)가 영화를 보더니 ‘니가 그렇게 낭만적인 사람인지 몰랐다’고 하더라.”라고 말하자, 내내 말을 아끼던 시니컬한 이미지의 정준일이 치고 들어왔다. “쓱 보면 감독님 외모가 미녀는 아니고, 시크한 프랑스 여자 같은데 술 마시면 낭만적이고 소녀 같은 면도 있다.” 남 감독은 “쉽게 친해지는 성격들은 아닌데 지금 보면 흐뭇하다.”며 ‘수습’에 나섰다. 인생의 출발점에 선 것은 남 감독이나 ‘메이트’나 마찬가지일 터. 남 감독은 “1930년대 신여성의 치명적 사랑을 다룬 본격 치정영화 시나리오를 준비 중”이라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힘들 테니까 지금 찍어야 한다.”며 웃었다. 정준일은 “‘메이트’의 음악에서 록의 색깔을 덜어낸 솔로 앨범이 늦어도 가을에는 나올 것 같다.”면서 “내 음악을 제일 잘 아는 (이)소라 누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앨범 나오고 공연 몇 번 하다가 연말쯤 군대에 가야 한다. 더는 연기가 안 된다.”고 덧붙였다. 조각 같은 외모(미국인 할아버지를 둔 혼혈 3세)로 데뷔 전부터 모델 생활을 병행했던 이현재는 “재즈 세션도 하고 모델도 좀 할 것 같다.”면서 “연기는, (잠시 생각하더니) 내가 할 수 있는 캐릭터란 게 뻔하지 않겠나.”라며 고개를 젓는다. 멤버들의 군 복무로 3년쯤은 ‘메이트’ 활동이 어렵다. 팬들은 이후가 궁금할 법하다. 정준일은 “연인관계도 그런데 하물며 밴드 멤버끼리 영원을 약속하는 건 의미가 없다.”면서 “팀을 유지하려고 음악을 하는 게 아니고 음악을 위해 팀이 존재한다. 열정이 있다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재도 “각자 영역을 터치하지는 않는다. 메이트로는 언제든 뭉칠 수 있다.”고 거들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與 당권주자 인터뷰] (3)박진 의원

    [與 당권주자 인터뷰] (3)박진 의원

    “한나라당이라는 축구팀의 공수를 조율할 공격형 미드필더가 되겠다.” 오는 ‘7·4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에 도전하는 3선의 박진 의원은 13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당 안팎에서 친이와 친박, 신주류와 구주류, 소장파와 원로그룹 등 이분법적·대립적 관계만 부각되고 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박 의원은 14일 당권 후보 중 가장 먼저 공식 출마를 선언할 계획이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재 당의 모습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손발이 맞지 않는 아마추어 축구팀이다. 골잡이에게만 의존하는 1960~70년대 ‘뻥’ 축구를 고집한다. 관중(국민)들이 등을 돌리는 이유다. 정치는 과잉됐고, 정책은 결핍됐다. 서민과 중산층을 위한 정책 정당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어떤 축구를 구사해야 하나. -현대 축구는 메시나 박지성 같은 공격형 미드필더의 시대다. 당의 전체 능력을 제고할 공격형 미드필더가 필요하다. 골잡이(대선후보)를 돕고, 필요하면 직접 골도 넣어야 한다. →황우여 원내대표의 역할이 사실상 공격형 미드필더 아닌가. -반값 대학등록금 등 정책 이슈를 선점하려는 노력을 보여줬다. 10점 만점에 7~8점을 줄 수 있다. 다만 국민 입장에서는 섣부른 정책 발표가 혼선처럼 비쳐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4·27 재·보선 패배 이후 교체선수로 들어온 소장·쇄신파의 활약도 두드러진다. -소장·쇄신파가 전진 배치돼 당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전술을 구사함으로써 관중들의 관심을 다시 끌어올 수 있는 역할을 했다. 이제는 팀 전체의 능력을 끌어올리는 팀플레이도 요구된다. 큰 틀의 전략을 깨는 세부 전술이 돼서는 안 된다. →새로운 한나라와 민생토론방 등 당내 쇄신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는데.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경기를 지배하려면 선수들의 생각과 마음을 읽어야 한다. 계파의 울타리를 뛰어넘는 통합의 중심축이 필요하다. 중립적 입장에서 당내 여러 소모임에서 나오는 의견을 경청하고 있다. →당의 최전방 삼각편대(박근혜·이상득·이재오)의 역할은. -최고위원회의와 중진회의가 각각 정책과 정치의 중심이 돼야 한다. 중진회의에 박근혜 전 대표와 이상득 의원, 이재오 특임장관 등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겠다. 당의 쇄신과 통합에 앞장설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새 당 대표는 공격형 미드필더로서 어떤 능력을 보여 줘야 하나. -당의 쇄신과 화합을 주도해야 한다. 공격과 수비에 능한 친이·친박의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탕평책을 써야 한다. ‘봉숭아학당’이라고 조롱받는 최고위원회의가 정책을 양산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전당대회 경선방식이 확정됐는데. -선수가 경기 룰을 놓고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치 공학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21만명의 매머드급 선거인단을 통해 선거 혁명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 →전당대회에 임하는 자세는. -해군 장교 출신으로 충무공 이순신의 애국 정신을 마음속에 담고 있다. 17대 총선 당시의 탄핵 역풍, 18대 총선 때 손학규 민주당 대표의 도전을 연거푸 물리치고 지역구인 ‘정치 1번지’ 종로를 지켜낸 필사즉생의 정신을 되새기고 있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돈으로 인해 왜곡된 인간관계의 모습

    돈으로 인해 왜곡된 인간관계의 모습

    9일 오후 11시 5분에 방영되는 MBC 50주년 특별기획 다큐 ‘타임’ 제2편 ‘돈’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 ‘스카우트’, ‘광식이 동생 광태’, ‘YMCA 야구단’의 김현석 감독이 지상파 방송에서 처음으로 시도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진짜 같은 허구)이다. 페이크 다큐멘터리 ‘돈’은 자신의 전 재산을 건물 옥상에서 뿌리려 하는 가상의 인물 장세춘(66)씨의 사연을 추적하면서, 돈으로 인해 왜곡된 인간관계의 모습, 더 나아가 돈과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그려 본다. 제작진은 장씨가 자신의 전 재산을 건물 옥상에서 뿌리려 한다는 제보를 받고 그를 찾아간다. 제보자는 다름 아닌 장씨의 큰아들. 방송에 알려 아버지의 기행을 막아 보겠다는 심산이다. 굳게 잠근 방 안에서 발견한 여러 개의 사과 상자, 그 안에는 수십억원어치의 만원권 돈다발이 들어 있다. 장씨는 그 돈을 거리에 뿌리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이유일까. 우여곡절 끝에 전 재산이 아닌 2억원을 서울 여의도 한복판 건물 옥상에서 뿌리겠다고 최종 결정한 장씨. 길거리에 뿌려진 돈을 줍고 나서 돌려준 사람들에게 주운 돈의 10배를 보상해 주겠다고 자식들에게 공언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의 양심을 시험하기 위해서다. 장씨가 이러한 시험을 강행하게 된 이유는 아내의 비참한 죽음 때문이다. 장씨의 아내는 교통사고로 숨졌다. 그녀가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 가고 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가방에서 빠져나와 흩어진 돈을 줍느라 다친 그녀를 외면했다. 이 사건을 잊을 수 없다는 장씨. 그래서 돈을 뿌려 사람들이 얼마나 돌려주는지, 사람들의 양심을 한번 시험해 보고 싶단다. 김 감독이 만든 페이크 다큐의 결론은 “돈은 비료와 같아서 뿌리지 않으면 쓸모가 없다.”는 것이다. 장씨의 사연 중간마다 돈을 둘러싼 금융권과 정치권의 문제점이 슬쩍슬쩍 드러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돈이 가장 집중적으로 모이는 곳 가운데 하나인 여의도 금융가 한복판에서 수억원을 뿌리는 행위는 그야말로 여러 개의 의미가 중첩된 상징적 행위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 김재원 “우유피부 비결요? 밝고 긍정적 마인드”

    김재원 “우유피부 비결요? 밝고 긍정적 마인드”

    ‘살인미소’ 김재원(30)이 돌아왔다. 군 제대 이후 첫 복귀작인 MBC 주말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서 청각 장애를 갖고 있는 남자 주인공 차동주 역을 맡아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촬영에 여념이 없는 그를 지난 1일 서울 압구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황진이’ 이후 5년 만의 드라마 출연이다.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 같은데. -TV에서 하도 안 보이니까 직업 군인이 된 것으로 착각하는 분도 계시더라(웃음). 말이 5년이지, 체감 공백기는 훨씬 길었다. 우여곡절도 많았고…. 개인적으로 겸허해지고 견고해지는 시기였다. 다시 열심히 하면 최고는 아니라도 배우로서 다시 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복귀했다. →상당히 빨리 연착륙에 성공한 것 아닌가. -군대에서 더 이상의 퇴보는 없다고 생각했다. 연예사병으로 복무하면서 행사 진행을 많이 한 것도 감각을 잃지 않는 데 도움 됐다. 2년간 군에서 MC 맡은 횟수가 10년간 연예인 하면서 했던 것보다 훨씬 많다. 하하. →극 중 동주는 겉은 차갑지만 따뜻한 속내를 가진 ‘차도남’ 재벌 2세다. -정말 아픔이 많은 인물이다. 동주는 청각 장애를 남들에게 들키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스스로 장벽을 치면서 살아간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것처럼 동주도 그런 면이 있다. →청각 장애 연기가 쉽지 않을 텐데. -안 들리는데 들리는 척하는 인물의 리얼리티를 살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동주는 다른 사람의 입모양을 보고 내용을 파악하기 때문에 행여 상대방의 말을 놓칠까봐 눈도 깜빡거리지 않는다. 그래서 저도 다른 연기자의 입을 뚫어지게 쳐다본다. 덕분에 늘 눈이 빨갛게 충혈돼 있다. 들리지 않기 때문에 유독 눈으로 표현하는 연기가 많다. 요즘엔 평소에도 다른 사람의 입모양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연기하면서 장애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됐을 것 같다. -청각장애우 팬들이 수화책도 주시고, 행사 때 와서 도움도 많이 주셨다. 기존의 장애우를 다룬 드라마들은 너무 극적으로 표현되거나 장애우를 특별하게 묘사하곤 했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서 장애우들을 더 이상 연민의 눈이 아닌 주변의 평범한 이웃으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우리는 누구나 핸디캡(약점)을 갖고 살아가지 않나. →늘 착하고 순수한 연기에 갇혀 있는 것이 답답하지 않나. -데뷔 이듬해부터 이미지 변신에 관한 질문을 많이 받았지만, 굳이 바꿔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악역은 나 말고도 할 사람이 많지 않은가. 앞으로도 밝고 따뜻한 휴머니즘을 표현하고 싶다. 로빈 윌리엄스(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 나온 미국 배우)처럼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역할을 계속 하고 싶다. →여배우도 울고 갈 하얗고 잡티 없는 피부가 화제다. ‘우유 피부’라는 새 별명도 생겼던데. -예전에는 남자 배우가 무조건 여배우보다 까맣게 나와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까무잡잡하게 메이크업(분장)을했다. 아날로그 카메라는 조명으로 화면의 톤을 맞추기가 어려워 일부러 피부 색깔을 어둡게 하기도 했다. 이제는 제 원래 피부를 보여줄 수 있어서 편하다. 목소리도 원래 낮은 톤인데 나이 들어 보인다는 지적에 예전에는 일부러 올려 말했다. 지금은 물론 아니다. →그래도 피부 관리 비결을 말해달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할 만큼 늘 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사는 것이다. →상당히 거침없고 활달한 느낌인데 요즘 대세라는 예능 쪽 출연은 생각 안 해 봤나. -국군방송 DJ를 할 때도 거침없는 발언을 많이 해 관계자들이 긴장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생각은 없다. (출연하면) 단기적으로 빛을 발할 수는 있겠지만 배우로 표현되는 것이 더 오래가는 것 같다. 연애도 마찬가지 아닌가. 너무 많이 보여주면 그 배우를 알아가는 재미가 없지 않겠나. (홍콩 배우) 저우싱츠(주성치)의 열혈 팬이라 코믹 연기에도 관심 있지만 내 목소리가 워낙 저음이라 좀 (마음에) 걸린다. →12년간 스캔들이 한번도 없었다. -이번 작품도 그렇지만, 상대역이 애인 있는 분들이다(웃음). 게다가 내 경우엔 스트레스를 받으면 이성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그러니 작품을 하면서 동료 배우와 스캔들이 나겠는가. 여자친구를 사귄 적은 있다. 연예인이 아니어서 소문은 안 났다. 하지만 앞으로도 공개 연애를 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만일 헤어지면 상대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 아닌가. 제가 좀 보수적인 편이다. 결혼은 마흔 살 넘어서 할 생각이다. 드라마 ‘로망스’, ‘내사랑 팥쥐’ 등으로 2000년대 초반 연하남 신드롬을 몰고 왔던 김재원. 그는 데뷔 초반에 얻은 갑작스러운 인기로 소속사 분쟁에 휘말리며 인생의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자기 관리의 중요성과 연기의 소중함을 깨닫는 계기가 됐다고도 했다. 늘 보면 기분 좋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김재원.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선 그의 화려한 비상을 기대해 본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주요 고위직 여성 공무원 누가 있나

    중앙부처 최초의 1급 여성 공직자는 1998년에 탄생했다. 정부 수립 이후 50년 만이었다. 주인공은 당시 노동부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장으로 발령받은 김송자씨다. 당시 청와대나 지자체에서 낙하산 인사 또는 특채 형식으로 1급을 채용한 적은 있어도 직업 공무원으로서의 내부 승진은 이때가 처음이었다. 1987년 첫 여성 국장 자리를 꿰찬 것도, 2001년 첫 여성 차관(노동부) 기록을 세운 것도 그였다. 김 차관은 1990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여성 근로자에게 불리한 내용으로 개정되는 데 반대하다 당시 2급에서 3급 자리로 좌천되는 등 선두주자로서 우여곡절도 겪었다. 공직사회에 처음 자리매김한 세대로서 그만큼 저돌적일 수밖에 없었다. 이후 여성 고위 공무원 시대가 열렸지만 실제로 중앙부처를 통틀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증가 비율도 거북이 걸음이었다. 7, 9급 공채는 물론 고위 공직자로 가는 지름길인 행시에서 여성 비율이 그만큼 적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채용목표제가 시행된 1996년 이후부터는(2005년부터 양성채용평등목표제로 전환) 국가직, 지방직 할 것 없이 여풍이 거세지면서 여성 고위 공직자 시대를 예고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일이 험하기로 소문난 국토해양부 최초의 여성 고위 공무원은 지난 3월 나왔다. 기술고시 23회인 김진숙 국토부 기술안전정책관으로, 그는 부처 첫 여성 서기관·과장 기록도 갖고 있다. 행전안전부의 여성 고위 공무원도 4명에 불과하다. 김혜영 과천 정부청사관리소장, 정희선 국립과학수사연구소장, 김혜순 국가기록원 기록정책부장과 별정직인 박은하 전직 대통령 비서관(고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 비서관)이 그들이다. 행안부에는 현재 본부 65개 과 중 여성과장이 단 1명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김 소장을 비롯해 최근 고위 공무원단에 진입한 여성 공무원들은 여장부 스타일로 도전적인 한편 꼼꼼하고 친화적으로 일 처리를 한다는 평가를 공통적으로 받고 있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에서 최초로 고위 공무원단에 진입한 이복실 청소년가족정책실장은 행시 28회 동기 가운데서도 선두주자다. 기획관리심의관, 가족정책국장 등 여가부 업무 전체를 두루 섭렵한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대변인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 밖에 백지아 외교통상부 국제기구국장, 장옥주 보건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 김혜경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 등이 활약하고 있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대여방식 이견… 정상회담 몇시간 앞두고 성사”

    “대여방식 이견… 정상회담 몇시간 앞두고 성사”

    프랑스가 약탈해간 외규장각 의궤 반환이 27일 마무리됐다. 지난해 11월 한·프랑스 정상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돼 급물살을 타면서 6개월 만에 완료된 것이다. 그러나 협상 과정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외규장각 반환 협상 속내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초부터 협상 본격화” 외규장각 협상에 관여했던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프랑스 측과 반환 협상이 본격화된 것은 지난해 초, 외교부 당국자가 주한 프랑스 대사관 측에 외규장각 반환에 대한 입장을 구체화해 전달하면서다. 당시 이 당국자는 ‘외규장각에 대한 한국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10가지 항목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규장각 반환 협상이 시작된 뒤 20년이 지났지만 영구 반환을 요구하는 우리 측과, 등가등량(같은 가치와 같은 양) 원칙에 따른 문화재 맞교환을 주장하는 프랑스 측의 입장 차로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정부는 한때 외규장각과 민속 문화재 등의 맞교환을 제시했다가 퇴짜를 맞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지난해 11월 한·프랑스 정상회담 때까지 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프랑스 측을 재설득하고 나선 것이다. 10가지 항목 중 가장 유효했던 것은, 프랑스 측의 조건 없는 대여가 한·프랑스 관계의 미래를 위해 가장 중요하니 ‘정치적 결단’을 내려 달라는 것이었다. 정상회담을 앞둔 프랑스 측도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프랑스 측은 반환은 어렵지만 맞교환 등 조건 없는 대여 형식으로 돌려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때부터 정상회담 합의문에 들어갈 문구 협상이 시작됐다. 프랑스 측은 기간별 대여를, 우리 측은 영구 대여를 제시했다. 양측은 다시 치열한 줄다리기를 벌였고, 정상회담을 불과 몇 시간 앞두고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다가 결국 이명박 대통령이 5년 단위 대여 갱신을 사실상 영구 대여로 수용, 합의문 서명이 이뤄졌다. ●“반신반의속 외교부가 밀어붙여” 한 외교 소식통은 “외규장각을 돌려받는 것이 오랫동안 쉽지 않았기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나 문화재청, 심지어 청와대도 가능성에 대해 반신반의하며 협상에 회의적인 분위기였다.”며 “한·프랑스 관계를 중시하는 외교부에서 적극적으로 밀어붙였기 때문에 불가능해 보였던 협상이 성사돼 145년 만에 외규장각이 돌아왔다.”고 평가했다. 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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