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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족에 짐 될라” 장애인 임신부에 낙태 권하는 사회

    “가족에 짐 될라” 장애인 임신부에 낙태 권하는 사회

    “친척들이 ‘장애가 유전되면 애는 무슨 죄냐’고 말하는데 그날 밤 잠이 안 오더라고요. 낳아서 잘 키울 수는 있겠느냐는 막말도 대놓고 하더군요. (낙태를) 은근히 종용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지체장애 4급인 김모(36)씨는 지난해 가족에게 임신 사실을 알리고 나서 며칠간 잠을 설쳤다고 했다. 축복과 격려를 기대했지만, 돌아오는 건 걱정 섞인 편견이었다. 그는 “부탁한 적도 없는데 가족들이 아이 양육의 짐을 떠안을까 걱정부터 하더라고요. 많이 실망했죠”라고 털어놨다.  2년 전 낙태를 한 뇌병변 3급 장애인 이모(43)씨는 가족에게 낙태를 권유받았다고 했다. 낳아도 자녀 양육 비용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이씨는 “당시에는 아이에게 장애가 유전될까 봐 무서웠던 게 사실”이라면서 “낳아도 돌보기가 어려운데 허리가 아픈 엄마나 시댁에 짐이 될까 봐 (낙태를) 했다”고 밝혔다.  출산 장려정책이 쏟아지는 가운데 장애 여성의 모성권(임신·출산·양육권)이 여전히 외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까지도 낙태를 경험한 장애 여성 가운데 절반은 본인의 의사가 아닌 주변 권유에 의해 아이를 포기하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장애인의 임신과 출산, 육아에 대한 잘못된 법과 사회 인식이 임신한 장애 여성들을 옥죄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지난해 발표된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태를 경험한 장애여성의 48.5%가 주변의 권유로 낙태를 선택했다. 특히 지적장애인은 주위에서 낙태를 권하는 경우가 67.0%였다. 정신장애는 65.4%, 지체장애는 47.3%였다.  김정숙 여성아동폭력피해 중앙지원단 단장은 3일 “낙태가 불법인 사회임에도 불구하고 모자보건법 14조는 임신부가 장애인이거나, 배우자에게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면서 “이는 장애인의 출산이나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권리를 전반적으로 제지하는 인권 침해의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모자보건법 14조는 우생학적,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를 인공임신중절수술(낙태수술)을 허용하는 사례의 하나로 명시하고 있다.  또 2007년 제정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여성 장애인의 임신·출산·육아에 관한 차별금지를 명시하고 있지만 현재 법으로는 양육비 지원과 가사 도우미 서비스가 전부다. 가사 도우미 서비스는 지정한 복지관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해 선택의 폭이 넓지 않다. 2010년부터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신청에 제한을 뒀다.  심희원 한국여성장애인연합 사무처장은 “사회적 지원 체계가 미흡하다 보니 장애인 여성의 임신이나 출산은 가족과 본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다”면서 “장애가 유전되는 것도 아닌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결혼을 해도 임신을 하지 않거나, 임신해도 주변에서 낙태를 암묵적으로 강요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정부에서 출산 장려금 명목으로 장애 여성에게 100만원을 지급하고, 출산 후 돌보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지만 금액이나 이용시간 측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면서 “장애 등급이나 소득 관계에 상관없이 출산과 육아 등에서 장애 여성의 모성권이 보호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대책을 주문했다.  명희진 기자 mhj46@seoul.co.kr
  • “지능지수는 유전” 젠스니즘 논란 남기고 떠난 아서 젠슨

    “지능지수는 유전” 젠스니즘 논란 남기고 떠난 아서 젠슨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을 낳은 가장 기본적인 대립은 ‘인종’ 또는 ‘민족’에 있었다. 서로를 경멸하면서 싸웠는데, 일부 지역에서는 아직까지 이 같은 앙금이 남아 있다. 20세기 이후에는 인종·민족 간 차이가 근본적인 것이라는 근거를 제시하기 위해 과학이 동원됐다. 히틀러는 수많은 과학자들을 동원해 유태인과 흑인을 열등한 존재로, 아리안족은 우월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애썼다. 이른바 ‘우생학’이다. 2차 세계대전의 종전 이후 과학적 인종전쟁의 중심은 미국이었다. 수많은 인종이 뒤섞여 있는 나라라는 근본적인 한계 때문에 분란이 끊이지 않았다. 1969년, 한 편의 논문이 ‘하버드 교육리뷰’에 발표됐다. ‘우리는 얼마나 지능지수(IQ)를 끌어올릴 수 있는가’라는 제목의 이 논문은 40년도 훨씬 더 지난 현재까지도 ‘심리학 역사상 가장 문제적인 논문’으로 손꼽힌다. 논문의 주인공인 아서 젠슨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가 1일(현지시간)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젠슨의 논문은 양날의 칼이었다. IQ를 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했지만 인종차별주의자들에게 널리 활용됐다. 이 논문에서 젠슨은 암기 위주의 1단계 평가와 추상적 사고를 동반한 2단계 평가로 나눠 다양한 인종의 IQ를 테스트했다. 실험 결과 젠슨은 1단계 평가에서는 인종별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2단계 평가에서는 백인이 흑인보다 일반적으로 우수했고, 아시아인이 백인보다도 우수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같은 결과를 근거로 젠슨은 인간의 지능이 대부분 유전적 요인에서 비롯되며 문화나 교육을 통한 지능 향상은 좀 더 영향력이 낮다고 주장했다. 젠슨의 주장은 전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백인들은 흑인들이 노동자 계급이 된 것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며 환호했고, 반대편에서는 우생학의 재림이자 인종차별주의자라며 젠슨을 비판했다. 끊임없는 생명의 위협도 받았다. 오늘날 인종에 따른 지능 차이는 그의 이름을 따 ‘젠스니즘’으로 불린다. 하지만 젠슨은 실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었다. 오히려 우생학에 대한 반발로 환경이 모든 지능을 결정한다는 비과학적 주장이 힘을 얻고 있을 때, 유전과 환경의 조합이 지능을 결정한다는 과학적 주장을 제시하면서 수많은 연구의 효시가 됐다. 물론 1994년 발표된 리처드 헌스타인과 찰스 머레이의 ‘벨 커브’처럼 극단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벨 커브’는 지능지수로 사람을 나누면 그 분포가 종 모양을 이루고, 저능아의 대부분이 흑인이라고 서술해 베스트셀러가 됐다. 제임스 플린 뉴질랜드 오타고대 교수는 “사회적인 논란을 낳을 수 있는 문제에 과학적으로 접근하는 용기를 보여준 젠슨은 진정한 과학자였다.”면서 “오늘날 지능에 대해 과거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실들이 밝혀졌지만, 젠슨의 이론 자체를 완벽하게 부정할 수 있는 결과는 없다.”고 밝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태아 생명권” vs “임신부 자기결정권”

    “태아 생명권” vs “임신부 자기결정권”

    “사문화된 낙태 처벌 조항을 지키라고 하는 것은 과잉 규제의 대표적인 예다.”(황종국 변호사) “잉태된 생명은 그 자체로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낙태를 인정한다면 애플의 스티브 잡스도,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도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이다.”(성승환 변호사) 헌법재판소는 10일 오후 6주 된 태아를 낙태시킨 혐의로 기소된 조산사(임신부 분만을 돕는 의료인) 송모씨가 지난해 10월 청구한 형법 제270조 제1항(낙태죄) 위헌소원에 대해 공개 변론을 가졌다. 공개변론에서는 태아의 생명권과 임신부의 자기결정권을 둘러싸고 팽팽한 의견이 오갔다. 형법 제270조 1항은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언제부터 인간으로 봐야 하나” 논란도 청구인 측을 대리한 황 변호사는 임신부의 실질적인 고통을 강조하며 현실론을 내세웠다. 그는 “낙태의 허용 범위 확대를 외치는 사람이 생명 존중 의식이 없어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임신부의 인생이 망가져도 아이를 살리라고 한다면 이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에 맞선 이해관계인(법무부 장관) 대리인 성 변호사는 “태아가 임부에게 의존하기는 하지만 독립된 완전한 생명체”라며 “임부가 내 몸이니까 내 마음대로 (태아를)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은 잘못된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태아를 언제부터 인간으로 봐야 하는지도 논란이 됐다. 성 변호사는 “12주냐, 24주냐 하는 식으로 인위적으로 구분하지만 이는 임의적으로 나눈 기준이지 그 자체가 다른 생명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생명은 그 자체가 본능적으로 생명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황 변호사는 “아기를 도저히 낳을 수 없는 임신부의 처지와 태아 사이에 절충점이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초기 단계까지는 앞으로 살아야 할 임부의 인생도 존중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헌재는 이날 공개변론 등을 토대로 향후 ▲낙태죄 조항이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업무상 동의 낙태죄 조항이 위헌인지 등을 결정한다. 이강국 헌법재판소장은 “(이번 위헌소원은) 임신부와 태아의 기본권이 충돌하는 사례로 두 개의 기본권이 상호 충돌할 때 헌재의 다수 의견은 이를 규범 조화적으로 해석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어느 한쪽을 무시하거나 제한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행법 임신 24주 이전 일정부분 허용 한편 우리 법 체계는 임신 24주 이전에는 낙태를 일정 부분 허용하고 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인공임신중절수술의 허용한계)에서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을 경우 ▲전염성 질환이 있을 경우 ▲강간 또는 준강간에 의하여 임신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에 임신된 경우 ▲임신의 지속이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낙태를 인정하고 있다. 이럴 경우 모자보건법 제28조는 이번에 헌재의 도마 위에 오른 형법 제270조 1항의 적용을 배제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인가 通涉인가… ‘사회생물학 대논쟁’ 통해 본 통섭의 개념

    統攝이냐, 通涉이냐. 최재천(57)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지식대통합을 위한 방편으로 제안해 한국사회에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용어 ‘통섭’ 얘기다. 거느릴 통에 몰아잡을 섭을 써서 무언가가 중심에 서서 한데 몰아잡아 거느리느냐, 아니면 통할 통에 건널 섭을 써서 서로 대등한 입장에서 자유롭게 건네주고 받느냐다. 쉽게 말해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계열화냐, 아니면 수평적이고 대등한 융합이냐다. 통섭이라는 단어가 널리 힘을 발휘하게 된 근원은 후자에 가깝다. 통섭이란 단어가 대개는 분과학문의 벽을 뛰어넘은 소통의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또 대개 그런 의미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는 한 가지 의문을 낳는다. 통섭을 그런 의미로 쓸 경우 분과학문의 폐쇄성과 비효율을 비판하면서 등장한 간(間)학문적 태도, 혹은 요즘 유행하는 표현을 빌리자면 트랜스(Trans)적인 태도와 어떤 차이가 있느냐다. 단지 조금 더 멋져 보이는 단어일 뿐인가. 최근 나온 ‘사회생물학 대논쟁’(이음 펴냄)은 이 의문을 둘러싼 논쟁이다. 최 교수 주도로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 분야 학자들이 2009년 발표한 학술논문들을 담았다. 발표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유효한 논거들이다. 명쾌한 결론은 없다. 하지만 통섭이란 용어, 그리고 사회생물학이 어떤 맥락을 갖고 있는지 확인해 볼 수 있어 매력적이다. 통섭이란 단어는 미국의 사회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82)이 썼다. 원어는 ‘콘실리언스’(Concilience)다. 모든 학문에 공통되는 사실을 언급하는 19세기 때 단어를 복구한 것이다. 윌슨의 제자로 이 개념을 번역한 최 교수도 스승의 예를 따라 일반적으로 잘 쓰지 않는 ‘통섭’(統攝)이란 단어를 골랐다. 주목할 점은 윌슨이 ‘Concilience’를 상위개념인 사회생물학이 다른 인문사회과학을 하위 분야로 포괄하는 개념으로 썼다는 사실이다. 때문에 생물학제국주의, 유전자결정론, 우생학으로 연결되면서 인종주의를 정당화한다는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덕분에 윌슨은 학술대회장에서 마이크를 빼앗기고 물세례를 맞는 수모까지 당했다. 최 교수는 이런 논란에 애매한 태도를 유지한다. 우선 윌슨의 관점을 모두 받아들이지는 않는다고 선을 긋는다. 번역자로서 원저자의 의도에 맞는 단어를 고르다가 ‘統攝’을 선택했을 뿐, 자신의 견해는 通攝(두루 소통하며 쥔다), 혹은 通涉에 가깝다는 말까지 덧붙인다. 그럼에도 인간의 모든 행위를 생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다는 강한 신념을 내보인다. 인간에게는 유전자 수준을 뛰어넘는 창발성(Emergence)이 있다는 반론에 대해 그는 “창발성 자체도 언젠가 분석되고 설명될 개념이라는 내 입장에는 일말의 변화도 없다.”면서 “그 과정에서 자연과학이 가장 크게 기여하리라는 기대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앞에선 부인해 놓고 뒤돌아서서는 ‘도로 윌슨’을 외치는 격이다. 이쯤 되면 ‘대논쟁’이란 말이 자가발전적이라는 ‘의심’이 슬쩍 든다. 때문에 시선을 제대로 자극하는 것은 통섭반대론자들의 논거다. 전통적인 문화론 입장에서 통섭을 통한 지식대통합에 부정적인 이정덕 전북대 고고문화인류학과 교수, 통섭이란 개념은 자연과학자와 인문사회학자를 화해시키기보다 오히려 더 대립시키기 때문에 차라리 영국 철학자 앨프리드 화이트헤드의 합생(合生·Concrescence) 개념을 쓰자는 김환석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의 제안이 눈에 띈다. 가장 결정적인 비판은 김동광 고려대 과학기술학연구소 연구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한국에서의 통섭 논쟁의 특징은 ▲번역어가 무슨 뜻이냐에만 관심이 쏠렸지, 수직적이냐 수평적이냐 하는 논란은 큰 관심을 끌지 못했으며 ▲따라서 사회생물학 논쟁으로 연결되지 못했고 ▲그러다 보니 정작 생물학자들은 논쟁에 그다지 참여하지 않았다고 진단한다. 여기서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최 교수는 한국에서 다위니즘(진화론)에 대한 깊은 논의가 없다는 점을 한탄하지만, 김 교수가 보기에 한국에서 오히려 부족한 것은 우생학에 대한 논의다. “사회생물학자들은 또 그 이야기인가 하고 손사래를 치겠지만”이란 전제를 깔고 얘기를 시작하는 김 교수는 “서구에서는 오랜 기독교적 전통에 홀로코스트(대학살) 경험이 있기 때문에 과학으로 위장된 정치사회적 주장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가 강하다.”고 상기시켰다. 윌슨이 통섭을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반감을 뚫기 위해서라는 얘기다. 즉, 일반대중이나 인문사회과학도가 아닌, 사회생물학 후예들에게 걱정 말고 앞으로 전진하라는 의도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황우석 사태’에서 보듯 “과학이 곧 경제성장과 경쟁력 강화라는 말과 동의어로 인식되면서 독특한 국가주의적 성격”이 짙다고 김 교수는 말한다. 때문에 과학에 대한 반감이나 견제보다는 쉽게 열광으로 휘몰아쳐 간다는 것이다. 과학적이라고 말하면 곧 중립적이고 위해가 없으리라는 판단, 그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주장이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WHO&WHAT] “B형보다 O형이 더 좋다고? 당신 속았어”

    4월의 화창한 봄날.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4층 서울신문사 편집국. 두 젊은 남자 기자의 푸념이 이어졌다. 훤칠한 키에 준수한 외모로 나름 ‘킹카’를 자부하는 편집부 김민석 기자와 강신 기자. 두 사람은 솔로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봄이라고 부쩍 늘어난 주변의 결혼 소식은 두 사람의 우울함만 부추길 뿐이다. 작심하고 원인 분석에 들어간 두 사람. 이상형과 최근 자신들이 했던 소개팅을 되짚어 보던 그들은 공통점을 발견했다. 바로 ‘B형 남자’라는 것. 소개팅을 하자면 꼭 혈액형부터 물어보는 주선자들. B형 남자라고 대답하면 “성급하고 단순하며 자기중심적”이라며 거부당하기 일쑤다. 두 사람은 B형 남자가 ‘최악’이라는 ‘통념’에 도전해 보기로 했다. “솔로를 벗어나기 위해선 반드시 깨야 할 잘못된 상식이야.” 머리를 맞댄 두 사람은 가장 기자다운 방법으로 사태를 해결해 보기로 뜻을 모았다. 전문가를 초청해 기자회견을 하자는 것. 하지만 전문가를 찾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혈액형과 성격에 관한 책들은 대부분 일본 책을 번역한 것이었고, 상당수 이론들이 출처가 불분명했다.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며 무시하는 과학자도 많았다. 결국 두 사람은 이 모든 사태의 출발점인 ‘혈액형’의 아버지 카를 란트슈타이너(1868~1943·오스트리아 병리학자)에게 직접 따져 묻기로 했다. 가상 인터뷰 ‘Who&What’의 이번주 주인공은 란트슈타이너다. ABO식 혈액형, MN식 혈액형, Rh식 혈액형을 구분한 란트슈타이너는 그 공로로 1930년 노벨상을 받았다. 유로화 등장 이전 오스트리아 지폐 도안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의학사에서는 그를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해 낸 인물”로 표현하고 있다. 과연 란트슈타이너는 ‘인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연구의 산물인 혈액형이 100년 후 성격과 연관 지어질 것임을 짐작이나 했을까. →김민석 아주 기초적인 질문부터 시작하자. 혈액형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란트슈타이너 (웃음) 말 그대로 피의 종류, 혈액형(Blood type)이다. 내가 한창 연구활동을 하던 19세기 말에는 수혈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피를 많이 흘려 죽는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이 컸지만, 죄 지은 사람의 피를 바꾸면 악함이 사라진다는 생각도 있었고 심지어 류머티즘이나 결핵이 있는 사람의 피에 특수한 물질이 생긴다는 가설도 있었다. 난 서로 다른 사람의 피를 섞으면 응고되는 경우와 그렇지 않다는 경우가 있다는 데 착안해 피의 종류 자체가 다를 것으로 판단했다. 수많은 실험을 거친 결과 마침내 A 또는 B라는 항원과 이에 대응하는 혈청 속의 항A, 항B라는 응집소를 찾아내는 데 성공했다. 항원의 종류에 따라 A, B, O, AB형 등 네 가지로 나누는 것. 이게 바로 ABO식 혈액형이다. →강신 혈액형이 ABO식만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란트슈타이너 그렇다. 나는 1901년에 ABO식 혈액형을 발견했고, 27년이 지나서 MN식 혈액형을, 1940년에는 Rh형 혈액형도 찾았다. 나의 세 가지 혈액형 구분이 일반적이기는 하지만, 현재까지 알려진 혈액형 감별 방식은 150가지가 넘는다. 이것만 조합해도 사람이 가질 수 있는 혈액형은 수백조(兆) 가지가 넘는다. 물론 아직도 혈액형의 모든 것이 밝혀진 것은 아니다. →김민석 당신의 원래 의도와 달리 혈액형 이론이 처음으로 널리 활용된 것은 인종 간 우열을 가르는 ‘우생학’(優生學)이었다. -란트슈타이너 ABO식 혈액형이 등장한 이후 1910년대 독일에서 “유럽에 A형이 많고, 아시아에 B형이 많은 것은 백인이 아시아인보다 우월하다는 증거”라는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몰지각한 백인 우월주의가 내 발견과 맞물리면서 잘못된 인식으로 굳어졌다. 유감이다. →김민석 혹시 ABO식 혈액형이 사람의 성격과 관련 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나. -란트슈타이너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애초에 발생 자체가 위에 언급한 우생학과 맞닿아 있다. 처음으로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언급한 사람이 우생학이 유행하던 당시 독일에 있던 일본학자 후루카와 다케지였다. 후루카와는 고작 주변 사람 319명을 조사해 지금 유행하는 것과 거의 흡사한 ‘혈액형에 따른 기질 연구’라는 책을 펴냈다. 물론 당시에는 관심조차 받지 못했다. →강신 결국 정확한 과학적 근거나 통계학적인 조사가 뒷받침되지 않은 것인가. -란트슈타이너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알려 주겠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를 연구한 학술논문을 찾아봐라. 거의 없을 것이다. 그나마 대부분 일본에서 나온 것이다. 일본에서 유행한 것은 1970년대 일본 저널리스트 노오미 마사히코가 후루카와의 연구로 창작에 가까운 책을 써내면서부터다. 실제로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에 대해 별자리 이상의 관심을 보이는 건 일본과 한국뿐이다. →김민석 하지만 과학적으로 혈액형과 성격이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없다는 연구 또한 이뤄진 적이 없지 않은가. -란트슈타이너 주요한 연구 결과는 아니지만 사람의 성격을 구분하는 심리학 검사인 MBTI 결과와 혈액형별 유형은 상관관계가 없다는 조사는 있다. 몇 가지 과학적 예도 들어 보자. 인구 분포로 보면 한국은 A형 37%, O형 28%, B형 27%이고 일본 역시 A형 37%, O형 31%, B형 22%다. 비교적 고른 분포다. 반면 프랑스는 A형이 44%, O형이 42%이고 미국은 A형 40%, O형 45%다. 그럼 프랑스는 한국에 비해 소심한 사람이 많고, 미국 사람들은 고집이 세다는 얘기다. 동북아시아는 다른 지역보다 B형이 월등히 많은데, 그렇다고 다른 곳보다 자유분방한가. 한국이나 일본에서 혈액형과 성격이 유행하는 건 이렇게 혈액형 분포가 다양해서 설명 가능한 성격의 가짓수가 많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특히 혈액형이 성격에 선천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유전적으로 성격을 규정짓는 유전자와 혈액형을 결정하는 유전자가 동일한 위치에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강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혈액형과 성격을 믿을 뿐 아니라 상당히 정확하다고 느끼고 있는 건 사실 아닌가. -란트슈타이너 기자에게 묻겠다. 당신은 좋아하는 일에는 적극적이지만, 하기 싫은 일에는 소극적인가. →강신 그렇다고 할 수 있다. -란트슈타이너 이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더 이상한 거다. 이런 애매한 질문이나 ‘자유분방’, ‘실수를 용납하지 않는다’, ‘생각이 많다’, ‘주변 사람들의 일에 관심이 많다’는 식의 모호한 표현을 모은 후에 이걸 각각 ABO식 혈액형에 맞춰 나눠 보자. 그럼 대부분 자신도 그렇다고 느끼지 않겠나. 그게 아니라고 주장하면 “당신은 전형적인 그 혈액형 타입이 아니군요.”라고 말하면 그뿐이다. 이걸 심리학에서는 ‘바넘효과’(Barnum effect)라고 한다. 일반적이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평범한 현상을 정작 듣는 사람들은 자신에게 딱 맞는 얘기라고 생각하는 거다. →김민석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허무맹랑한 얘기라고 단언해도 되는가. -란트슈타이너 그런 얘기를 계속 듣다 보면 실제로 성격이 바뀌지 않더라도 무의식 중에 비슷하게 행동하게 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 결국 성격은 결정된 것이 아니라 본인의 의지에 달린 것이 아닐까. 당신들도 혈액형과 성격 같은 ‘훌륭한 심심풀이’를 절대적이라고 믿지 않는 현명한 여자를 만나길 기대한다. 성공을 빈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도움말 주신 분들 ●한규섭 서울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장 ●권석운 울산대 의대 진단검사의학과 교수 (란트슈타이너가 들려주는 혈액형 이야기 저자)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손영우 연세대 인지과학연구소장(심리학과 교수) 서울신문은 매주 1회 독특한 포맷의 가상 인터뷰 [WHO&WHAT(후 앤드 왓)]을 1개면에 걸쳐 연재하고 있습니다. 일반 신문기사로는 다루기 힘든 동서고금의 지식과 역사의 정수들을 만남 또는 대담의 형식을 통해 알기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지면입니다. 청소년, 어른 모두에게 즐겁고 색다른 지식의 장이 될 것으로 자부합니다. 특히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훌륭한 논술교재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WHO&WHAT] “퀴즈쇼서 인간에 완승한 슈퍼컴 왓슨(Watson)을 만나다” [WHO&WHAT] 무덤에서 불러낸 독재자 4인의 가상만찬 ‘재스민 혁명’을 논하다 [WHO&WHAT] 천재소년 송유근, ‘우주비행 성공 50주년’ 맞아 유리 가가린을 만나다 [WHO&WHAT] ‘슈퍼히어로’ 스파이더맨, 정신과 전문의 김상준 원장과 상담하다 [WHO&WHAT] 지구수비대 지원한 인간형 로봇 ‘마루’ “아톰·태권V처럼 지구 지켜서…” [WHO&WHAT] ‘최악’ 통념 B형 男기자, 혈액형의 아버지 ‘란트슈타이너’에 따지다 [WHO&WHAT] ‘전 세계 여성의 로망’ 버킨백을 만나다 [WHO&WHAT] 선택 따라 전혀 다른 결과…”이렇게 검색하면 진리가 밝혀질까?” [WHO&WHAT] “남느냐, 떠나느냐” 희곡으로 본 어느 서재 도서들의 열띤 논쟁 [WHO&WHAT] ‘위대한 유산’ 남긴 간송미술관의 전형필, 그리고 우피치미술관의 메디치 [WHO&WHAT] 위대한 예술가 미켈란젤로, 그는 왜 라파엘로를 죽이고 싶었을까 [WHO&WHAT] ‘美우주왕복선은 초대형 폭탄이나 마찬가지’ 물리학자 파인먼의 폭로 [WHO&WHAT] 외규장각 도서 귀환으로 본 약탈문화재의 ‘수구초심(首丘初心)’ [WHO&WHAT] “재능만 주고 사랑은 주지 않던 나쁜 부모들” 유명 인사들의 회상기 [WHO&WHAT] 인류역사를 바꾼 ‘억세게 운 좋은 사내들’ 서바이벌 현장…과연 승자는? [WHO&WHAT] 소설 속 영국인 주인공 폴 웨스트 “파리서 1년 살아보니” [WHO&WHAT] 인류 첫 셀레브러티 ‘클레오파트라’… 베일 속의 그녀의 얘기 들어보니 [WHO&WHAT] 유전학의 창시자 수도사 멘델의 고백… “저, 유전학의 아버지 아니에요”
  • 북유럽식 복지 만병통치 아니다

    북유럽식 복지 만병통치 아니다

    ‘스웨덴 모델’을 만든 군나르 뮈르달(1974년 노벨경제학상)과 알바 뮈르달(1982년 노벨평화상) 부부가 ‘사회 문제의 위기’라는 책을 낸 것은 1934년이었다. 저출산으로 인한 출산율 감소, 신세계로의 대량이주를 통한 인구격감의 문제가 스웨덴에서 심각하게 대두됐기 때문이다. 이웃 노르웨이도 마찬가지였다. 비슷한 문제의식을 가진 마가레테 보네비가 ‘가족의 위기와 대응책’을 내놓은 것은 1935년이었다. 거창하게는 노동력 재생산의 실패, 단순하게는 ‘출산파업’으로 일컬어지는 한국 상황이 대입되지 않을 수 없다. 진보라는 가치를, 투쟁의 대오 앞줄에서 구호를 외치는 ‘아빠’에게 보다 육아와 가사노동에 신경쓰는 ‘엄마’에게 두어야 한다는 주장이 떠오를 법도 하다. ●냉전체제서 공멸 막은 타협의 산물 이번에 출간된 ‘노르딕 모델-북유럽복지국가의 꿈과 현실’(메리 힐슨 지음, 주은선·김영미 옮김, 삼천리 펴냄)은 요즘 가장 많이 논의되는 북유럽 모델에 대한 개론서다. 한국 사회에서 북유럽 모델은 일종의 로망이다. 이들 국가는 건강, 기대수명, 사회평등 등의 각종 국제지표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지나치게 낭만적이기도 하다. ‘교육천국 핀란드’, ‘복지천국 스웨덴’처럼 도식화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런 낭만적인 인식을 거부하는 데 치중한다. 북유럽 국가인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덴마크 등을 ‘노르딕 모델’로 모은 뒤 역사, 문화, 정치·경제·복지 모델 등을 차분히 검토해 나간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두 가지. 하나는 노르딕 모델이 절대선은 아니라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르딕 모델은 자본주의적 생산을 보충하는 역할이기 때문에 때로는 우생학과 대량해고 등 극렬한 사회적 압력을 동반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저 유명한 스웨덴의 1938년 살츠요바덴협약의 탄생이, 그들이 유달리 양보심과 타협심이 많아서도 아니고, 탁월한 선견지명이 있어서도 아니라는 것이다. 출발은 냉전체제에서 공멸을 피하기 위한 일시적 타협이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북유럽모델은 그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는 ‘미래를 말하다’에서 미국판 살츠요바덴 협약으로 ‘디트로이트 협약’을 제시했다. 국가적 차원의 사회안전망이 없다 보니, 개별 자동차회사가 사회안전망을 제공했다는 것. 최근 금융위기로 GM이 흔들릴 때 보수언론 등에서는 복지에 집착한 노조 탓이라고 호들갑을 떨었지만, 크루그먼의 시각에 따르면 그나마 개별 회사들이 복지를 제공하는 디트로이트 협약 덕분에 자동차산업의 고성장이 가능했다. ●박정희 독재가 추구한 복지국가의 길? 우리도 경험이 아주 없지는 않다. 1992년 포스코 공장과 사원주택 등을 둘러본 러시아 모스크바대 총장은 “이게 바로 레닌 동지의 이상향”이라고 말했다. “아버지의 궁극적 꿈은 복지국가 건설”이라는 박근혜의 언급 등을 감안해 이를 ‘포항 협약’이라 부르면 어떨까. 아직은 위험스러워 보인다. 두 자릿수 성장률로 상징되는 박정희 신화에는 그가 전면 도입했던 의료보험과 연금제도가 있지만, 잘 드러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정치적 독재에 대한 거부감이 더 커 보인다. 노르딕모델이 궁금하다면, ‘워밍업’ 차원에서 2004년작 영화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도 볼 만하다. 왕 노릇이 싫어 미국으로 도망간 덴마크 왕자 에드워드가 미국 농부의 딸 페이지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뻔한 ‘신데렐라 스토리’다. 그러나 에드워드를 통해 덴마크의 사회협약을 보여주는 대목은 눈길을 끈다. 덴마크에선 임금협상 때 전국적 단위의 노조 대표와 경영자 대표가 고성 안 회의실에 갇힌다. 협상이 타결되기 전까지 어느 누구도 나갈 수 없다. 양측은 각종 통계자료와 수치를 가지고 적정 임금인상률 수준을 두고 격렬하게 논쟁한다. 왕실은 중재자다. 노르딕 모델의 맛보기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우생학은 사회적 편견 조장”

    “유전자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생물학적 결정론이 널리 받아들여지는 현실은 문제입니다. 사회적 편견과 차별의식을 조장할 수 있습니다.” 다윈 진화론의 영향으로 그의 사촌인 골턴이 창안한 우생학(eugenics)은 인간 진화를 위해 유전적으로 유리한 개체를 보존하고 불리한 개체는 제거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국내 유일의 우생학 전문가로 평가받는 김호연 강원대 교수는 최근 ‘우생학, 유전자 정치의 역사’(아침이슬 펴냄)를 발간하고 20세기 유럽과 미국에 큰 영향을 끼친 우생학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국내에서 사회생물학 관련 서적에서 우생학을 일부 다룬 적은 있었지만 우생학만 파고든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김호연 교수는 11일 “유전적으로 유리한 개체를 보존하는 데 동의하지 않을 사람은 없지만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제거함으로써 사회 진보나 인간의 진화를 추구하려 했다는 것이 우생학의 문제”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우생학 운동의 전개가 과학이 악용된 대표적 사례였다는 것을 역사적 실례를 통해 제시했다. 나치 독일은 1930년대 정신박약자 등 40만명을 제거했다. 1905년 미국 인디애나주의 혼인법은 정신적 장애나 유전적 질병이 있는 자, 알코올 중독자 등의 혼인 금지를 명문화한 우생학적 법률이었으며 20세기 수십만명의 미국인이 정신질환자, 범죄자라는 이유로 강제 불임을 당했다. 김 교수는 “빈곤과 범죄 같은 사회구조적 불평등이 선천적인 열등 형질에서 비롯됐다는 우생학의 논리는 사회적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생물학적 독트린에 불과하다.”면서 “과학적 연구는 늘 특정 이데올로기에 봉사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오늘날의 유전공학도 예외가 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 교수는 혈액형 담론과 황우석 박사의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대중의 열광적 지지 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과학을 맹신하는 경향이 강하다. 혈액형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속설이 대중적으로 유포돼 있는 것은 과학에 대한 올곧은 이해와 관련된 지적 토대가 부족하기 때문이며 황우석 교수 연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 [모닝 브리핑] 낙태 허용기간 임신 28주→24주 이하로

    낙태를 허용하는 임신기간이 현행 28주 이하에서 24주 이하로 4주 줄어든다. 보건복지가족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모자보건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과학의 발달로 만삭이 아닌 28주에 강제로 분만한 아기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어 형법상 살인죄가 적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은 ▲부모에게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부모에게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 ▲강간 또는 준 강간에 의해 임신한 경우 ▲혈족 또는 인척간에 임신한 경우 ▲모체의 건강을 해할 경우 등 5가지 상황에만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베리타스·에듀PSAT硏과 함께하는 LEET 실전강좌] 16. 전제의 발견

    논점분석의 가장 기초적인 과정은 논점이 올바른 귀결점을 찾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을 찾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논점은 아주 짧은 문장으로 구성돼 있으므로 추상성을 띨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생기는 모순을 없애고 구체성을 지닌 문장인 것처럼 논점을 보조해 주는 것이 ‘전제’, 이것을 찾는 과정이 ‘전제의 발견’이다. 다음 글을 통해 결론을 이끌어 내는데 필요한 전제를 찾아 보자. ☞ 16강 ‘전제의 발견’ 이론 및 실전문제 바로가기 어느 기업이 새롭게 개발한 두종류의 화학비료 X·Y 중, 어느 쪽이 보다 식물의 발육에 효과가 있는가 조사하고, 어느 쪽을 상품화할 것인가 판단하기 위해 실험을 했다. 같은 식물을 두 가지 화분에 나눠 심고 각각의 비료를 3주간 지속적으로 줘 성장을 관찰해 보니, 비료X를 준 식물이 비료Y를 준 쪽보다 더 성장하고 있음을 알았다. 따라서 비료X가 비료Y보다 식물 발육에 효과가 높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 글에서 나타난 실험 자체는 같은 식물에 비료 X, Y를 3주간 계속 주면 X를 준 쪽이 Y를 준 쪽보다 성장했다는 것이며, 결론은 X가 Y보다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실험목적과 결론이 호응하고 있다. 이 경우 X, Y의 우열을 비교하기 위해 실험을 하고 그 결과 X쪽이 뛰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실험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이 ‘전제’이다. 결론이 바뀌어지거나 실험목적에서 벗어난 것은 전제라 할 수 없다. 1. 식물의 성장은 3주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난다. -3주간 비교가능할 만큼의 차이가 나지 않으면 X, Y를 준 식물의 차이 측정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러면 이 실험은 본래 성립하지 않게 된다. 즉 결론을 이끌기 위해 본 보기의 조건은 전제가 된다. 2. 기업으로서는, 보다 효과가 높은 비료를 제조할 책임이 있다. -실험목적은 X, Y의 효과 비교이며 보다 효과가 높은 비료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보기는 실험목적과 관계 없다. 3. 비료X 쪽이 만드는 데 보다 고도의 기술이 요청된다. -보다 고도의 기술이 사용된다고 해서 반드시 효과가 높다고는 할 수 없다. 보기는 효과 비교라는 목적과 직접 관계에 있지 않다. 4. 보다 효과가 있는 비료 쪽이 잘 팔릴 것이다. -보다 효과가 있는 비료 쪽이 팔린다는 사실의 진위에 의해 이 실험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은 아니다. 5. 식물은 비료를 주지 않아도 충분히 성장할 수 있다. -비료를 준 경우와 주지 않은 경우의 비교가 아닌, 비료X와 Y를 사용한 경우의 효과 비교가 실제 목적이다. <예제 1> 다음의 논증이 암묵적으로 전제하는 것을 <보기>에서 고른 것은? 우리나라의 ‘모자보건법’은 태아의 이상이 예상되더라도 태아의 부모에게 우생학적·유전적인 장애나 질환, 전염성 질환이 있는 경우에만 낙태(인공 임신 중절)를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태아의 심한 기형이나 질병이 발견되는 경우에 대부분 낙태 수술이 행해진다. 특히 무뇌아, 척추분리증과 같이 출산 후 아이의 생존이 아예 불가능하거나 심각한 중증의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 산모들은 예외 없이 낙태시킨다. 나아가 다운증후군처럼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 장애가 예상되는 경우에도 산모들은 대개 낙태를 선택한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진다. 태아의 장애가 예상된다는 이유로 낙태하는 것은 장애아를 사전에 선별적으로 제거하는 것이다. 즉, 미래의 장애자에 대한 낙태를 허용하는 것은 현재 장애를 안고 사는 사람들의 삶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산전 검사에 기초해 장애가 예상되는 태아를 낙태하는 것은 허용해선 안 된다. <보 기> ㄱ. 출생하지 않은 태아도 인간이다. ㄴ. 장애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ㄷ. 산모에 대한 산전 검사는 금지돼야 한다. ㄹ. 산전 검사는 우생학적 관점에서 정당화된다. ㅁ. 출산에 대한 산모의 결정권은 존중돼야 한다. ① ㄱ, ㄴ② ㄱ, ㄷ③ ㄴ, ㄷ ④ ㄷ, ㄹ⑤ ㄹ, ㅁ 정답 : ⓛ 이승일 에듀PAST 연구소장
  • [사설] 낙태 허용 확대 신중해야 한다

    그동안 음성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져온 임신중절(낙태) 문제가 공론화의 도마에 올랐다. 보건복지부가 모자보건법의 낙태 허용사유 규정 개정을 추진하면서 공청회를 연 것이다. 낙태 허용 범위를 확대해 사문화된 규정을 현실에 맞게 고치자는 것이 법 개정 취지다.2005년 기준으로 신생아 수의 78%에 달하는 34만여건의 낙태가 이뤄졌음에도 낙태죄가 적용돼 처벌받은 사례는 2건에 불과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정신장애나 우생학적·유전적 결함, 강간·준강간, 혈족·인척간 임신 등 기존의 허용사유 외에 미혼 임신과 경제적 이유 등 ‘사회적 적응사유’를 추가하자는 것이다. 낙태 허용 여부는 미국 대선에서도 단골 메뉴가 될 정도로 명확한 기준을 설정하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허용 확대를 주장하는 여성계의 산모 자기결정권 존중 주장과 생명 존중을 이유로 허용 확대에 반대하는 종교계의 주장 모두 나름의 일리는 있다. 그런 측면에서 복지부가 그동안 ‘쉬쉬’하며 불법성에 애써 눈감았던 낙태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것은 잘한 일이라고 본다. 우리는 원하지 않는 임신의 고통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사회적 적응사유’라는 모호한 문구로 낙태를 사실상 합법화하려는 정부의 취지에 반대한다. 피임과 성교육 강화, 임산부 지원 등 사회복지 측면에서 접근해 낙태의 욕구를 줄이는 것이 정부가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보다 근원적으로 태아를 포함한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산모의 자기결정권을 상위하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 [중계석] 모자보건법 14조 개정 공청회

    [중계석] 모자보건법 14조 개정 공청회

    1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은 낙태(인공임신중절)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정부가 사문화된 모자보건법 14조를 시대변화에 맞게 개정하기 위해 마련한 공청회 자리였다. 낙태 범위를 확대하자는 일부 의료계 인사들은 “한해 34만여건의 낙태가 시행되고 있어 현행 모자보건법 14조는 사문화됐다.”면서 “미혼 임신이나 경제적 이유로 이뤄지는 낙태까지 허용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종교계는 “태아의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사실상 낙태 자유화를 불러올 것”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낙태 허용 범위 확대해야 낙태에 대해 실정법(형법)과 현실은 괴리를 갖고 있다. 괴리를 극복하고 낙태를 줄이기 위해서는 현행 인공임신중절의 허용 한계와 허용 주수(週數)를 재정비해야 한다. 우선 현행 형법은 낙태에 대해 낙태죄를 물어 금지한다. 특히 임신부의 부탁을 받고 의료인 등이 낙태를 할 경우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모자보건법 14조는 우생학·유전적 이유와 전염성 질환, 성폭력범죄, 혈족간 임신 등에 한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고 있다. 법률상 혼인할 수 없거나 보건의학적 이유로 모체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할 경우에도 허용된다. 이미 한해 34만여건의 불법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존 사유에 의한 낙태 허용은 그대로 유지하되 태아에게 심각한 이상이 있어 출생 후에도 생존이 불가능한 경우와 미혼 임신, 사회경제적 이유 등 ‘사회적 적응사유’로 인해 산모가 요청하는 경우에도 낙태를 추가로 허용해야 한다. 단 낙태의 허용주수를 현행 28주에서 24주 이내로 재정비하고 상담절차 등을 둬야 한다. 이에 앞서 출산친화적 사회복지 정책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출산장려 정책 선행돼야 모두가 하나같이 이 기회에 낙태를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하는 데 놀랄 수밖에 없다. 개정안을 마련하는 것보다 생명의 존엄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오래전부터 모자보건법의 개정보다는 폐지를 주장해 왔다. 가장 먼저 갖는 의문은 ‘과연 우리나라에서 모자보건법 제정 이후 낙태죄에 대해 형법이 제대로 적용됐는가.’하는 점이다.‘사회적 적응사유’를 내세워 낙태허용 범위를 확대한다면 이는 낙태를 전면 허용하자는 얘기다.2005년 공청회 자료에 따르면 기혼여성의 낙태 이유 가운데 사회·경제적 이유는 이미 90%를 넘는다. 미혼 여성은 거의 모두 경제적 이유로 낙태수술을 받는다. 결국 산모가 낙태를 원할 때 언제 어디서나 수술을 받도록 법으로 보장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 낙태허용을 논의하기보다 먼저 낙태의 유혹을 물리치고, 출산했을 때 그 부담을 떨쳐버릴 수 있는 출산장려정책들이 선행돼야 한다. 캐나다는 10대 임산부를 위한 ‘유빌센터’ 등 양육서비스를 제공하고 미국은 ‘10대 양육프로그램’(TAPP)을 마련해 낙태의 유혹을 떨치도록 돕고 있다. 정리 오상도기자 sdoh@seoul.co.kr
  • 사모아의 청소년/ 마거릿 미드 지음

    사모아의 청소년/ 마거릿 미드 지음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홍익인간 이념은 사실 학문 보편의 이상과도 같다. 단군의 얼굴에서 백성을 향한 너른 자비심과 민족통합의 강고한 국가논리가 교차하듯, 인간 삶을 개선하려는 학문적 열정은 언제나 두 얼굴의 야누스였다. 인류학만큼 상이한 표정을 지닌 학문도 드물다. 다층적·복합적 인간 이해에 귀중한 단서를 제공해온 반면, 제국의 목적에 복무하는 정치적 도구가 되기도 했다. 문명의 시선으로 비문명을 재단하거나, 비문명을 도구삼아 문명을 비판하는 역할을 모두 인류학이 감당해 왔다. 때론 뜨거운 인류애의 전진캠프가, 때론 침략 전쟁의 이론적 첨병이 됐다. 어느 쪽이건 인류학은 늘 첨예한 논쟁을 몰고 다녔다. ●사모아 섬서 청소년들의 삶 관찰 기록 인류학적 열정으로 인간 삶을 개선코자 했던 대표적인 학자는 미국의 마거릿 미드(1901∼78)다. 미드는 “인간에 관한 지식이 세계에 생명력을 가져다준다고 믿는 것, 거기에 희망이 있음을 안다.”고 설파하며 논쟁을 마다하지 않았다. 미드의 신념을 대변한 ‘사모아의 청소년’(박자영 옮김, 한길사 펴냄)이 번역돼 나왔다.1928년 미국에서 출간된 후 인류학사에 큰 획을 그었던 책인 만큼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사모아의 청소년’은 미국 문화인류학의 한 흐름인 문화와 인성간의 관계 연구에서 중요한 초기저술로 꼽힌다. 미국인들의 육아 및 아동교육 방식을 바꾸는 데도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위상에 걸맞게 미드의 책은 무수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출간 직후는 물론 그의 사후까지 논쟁은 이어졌다. 책은 미드가 미국령인 남태평양 사모아 섬에서 청소년기 소녀들의 성장과정을 관찰해 미국 소녀들의 성장과정과 비교 연구한 내용이다. 논쟁은 인간을 바라보는 근본적 시각차에서 빚어졌다. 당시는 우생학적 사회진화론이 팽배해 있던 시기였다.19세기와 20세기 초 인류학의 주요 관점이기도 했던 사회진화론은 지역 및 대륙간 문화의 차이를 인종집단 간 생물학적 차이에서 찾았다. 나치가 게르만족의 우수성을 전쟁으로 입증하려 한 것이나, 일본이 ‘내선일체’란 이름으로 한국인의 상대적 열등성을 강조한 것도 같은 시각에 뿌리를 뒀다. 행동주의 이론의 대표 논자였던 프란츠 보아스는 이를 맹렬히 반박했고, 보아스의 23살 제자 미드는 반박의 근거를 찾아 사모아로 떠났다. ●美서 본성 vs 양육 논쟁 불러일으켜 현지 조사를 마친 미드는 사모아 청소년들이 미국 청소년들에게서 나타나는 극심한 스트레스로부터 비교적 자유롭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미국과 대비되는 사모아의 목가적이고 자유로운 거주양식, 느긋한 육아관습 및 성에 대한 개방적 태도, 갈등과 질투 및 폭력이 없는 관계 등에 원인이 있다고 봤다. 미국 청소년들의 정서적 방황과 반항적 태도는 청소년기란 시기 자체가 아닌 청소년들을 둘러싼 사회문화적 조건에서 기인한다는 것이다. 미드의 결론은 유명한 ‘본성(nature) 대 양육(nurture)’ 논쟁을 불러 일으켰고, 미드의 책은 베스트셀러가, 미드 자신은 세계 인류학계의 스타가 됐다. 미드 사후, 책의 연구자료 및 결론의 엄밀성을 놓고 또다시 검증 논쟁이 벌어졌고, 논쟁을 제기한 뉴질랜드 인류학자(데릭 프리먼)의 주장에 대한 재검증 논란이 일면서 미드의 인류학은 논쟁이란 형식을 빌려 거듭 호명됐다. 미드는 인류학이 소수 엘리트들의 학문이론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믿었다. 그는 끊임 없이 인류학의 대중화를 고민했고, 대중에게 유익한 연구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이후 미드가 여성권익과 육아, 성도덕, 인종관계, 약물남용, 인구조절, 환경오염, 기아문제 등에 적극 개입한 것도 이 같은 신념에서 비롯됐다. 2차 대전 막바지, 미드는 패전국 독일의 재교육 미밀 프로젝트 입안에 참여했다.‘전쟁과 인류학의 불안한 동거’는 미국이 이라크전쟁에 투입한 인류학자 조직 ‘인간 분야 시스템’(Human Terrain System. 미군의 현지문화 이해 전략의 일환으로 고안)으로 현재화되고 있다. 미드의 신념까지 포획했던 인류학의 굴곡된 역사는 지금도 면면히 이어지는 셈이다.2만 3000원. 이문영기자 2moon0@seoul.co.kr
  • [기고] ‘원숭이 재판’의 교훈/금태섭 변호사

    [기고] ‘원숭이 재판’의 교훈/금태섭 변호사

    1960년 미국에서 제작된 ‘신의 법정(원제 :Inherit the wind)’이란 영화가 있다. 학교에서 진화론 교육을 금지한 법률에 맞서 법정 투쟁을 벌이는 용감한 고등학교 교사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펼쳐지는 영화다. 당대의 대스타 스펜서 트레이시가 맡아 흥행에 성공했을 뿐만 아니라 평단의 찬사를 받아 연극과 TV영화로 다시 제작되기도 했다. 이 영화는 실제 사건을 토대로 한 것인데, 그 내용은 영화와는 조금 다르다.1925년, 보수주의자들이 장악하고 있던 테네시 주 의회는 학교에서 진화론을 가르치는 교사를 벌금형에 처하는 법률을 통과시킨다. 법을 만든 주 의회 의원들조차 이 법률에 위반한 사람을 실제로 처벌할 의사는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법률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법적인 도전을 결심했고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 존 스코프스이다. 그는 학생들에게 진화론을 가르쳤다고 하면서 피고인이 되기를 자청했고 결국 기소되었다. 이 사건이 ‘신의 법정’으로 유명해진 스코프스 사건인데 일명 ‘원숭이 재판’이라고도 한다. 영화에서 가장 유명한 장면은 당대 최고의 변호사인 클레런스 대로가 검사를 상대로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다.“세상이 정말 6일 만에 창조되었습니까. 태양이 만들어지기 전에 어떻게 하루를 계산할 수가 있습니까. 그때의 하루도 24시간이었나요. 지구가 태양 주위를 회전하는데 어떻게 여호수아는 태양에게 멈추라는 명령을 할 수 있었을까요?” 검사는 말문이 막히고 대로 변호사는 종교와 과학은 별개이고 종교가 교육에 부당한 영향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역설한다. 실제 사건은 영화의 내용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그 사건을 담당한 브라이언 검사는 독선적인 원리주의자가 아니었고, 그가 이 사건을 맡은 것은 당시 진화론이 인종차별주의자나 군국주의자들에 의한 우생학적 주장의 근거로서 잘못 이용되고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우생학의 신봉자들은 적자생존의 원리에 근거하여 ‘부적합한’ 인종이나 ‘열등한’ 민족에 대한 불임시술까지 주장하는 형편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스코프스가 진화론을 가르쳤던 고등학교는 백인 학생들만의 입학이 허용되는 학교였고 그가 사용한 교과서의 저자는 백인종을 가장 우수한 인종으로, 다른 인종을 사회의 기생충으로 서술하였다.‘원숭이 재판’으로 치부할 만큼 단순한 사건은 아니었던 셈이다. 1968년 미국 연방대법원이 진화론 교육을 금지하는 법률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이후에도 창조론자과 진화론자 사이의 법적 다툼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도 뜨거운 논쟁의 대상인 ‘지적 설계론’이 등장한 것이다.‘지적 설계론’이란 인간을 비롯한 생물의 구조는 너무나 복잡하고 정교하기 때문에 진화에 의해 우연히 생겨날 수는 없고 종교에서 말하는 신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어떤 지적인 존재에 의하여 설계되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눈과 같이 복잡한 기관은 한 부분이라도 잘못되면 볼 수 없는 무용지물에 불과한데 이렇게 정교하게 발달하는 과정이 모두 우연한 진화에 의해서 이루어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창조론자들은 학교에서 진화론과 함께 이런 ‘지적 설계론’을 가르쳐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해 왔다. ‘지적 설계론’이 학계에서 정설로 굳어진 진화론에 비견될 만한 이론이라는 주장에는 당연히 강력한 반론이 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사상과 신념이 법정에서 각각의 근거를 가지고 공개적으로 토론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개인의 사상과 철학에 있어서 근본적인 바탕을 이루는 것들에 대해 합리적인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장을 제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사회에서 법원이 수행해야 할 중요한 기능의 하나이고 원숭이 재판을 통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아닐까? 금태섭 변호사
  • O형은 대통령감?

    O형은 대통령감?

    ‘○후보는 O형이라서 지도력이 돋보인다.’,‘△후보는 A형이라 소심해서 큰 정치를 할 수 없다.’ 얼마전 연세대 심리학과 손영우 교수는 혈액형에 따라 성격과 행동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이 증명됐다고 발표했다. 각 언론은 이를 기반으로 대통령 후보들의 성향을 분석하는 기사를 앞다퉈 게재했다. 손 교수 연구에 따르면 O형이 가장 외향적이고 A형은 내성적이다. 논리성은 A형이 가장 높은 반면 B형이 가장 낮았다. 리더십과 사교성은 O형이 가장 높았고,B형이 가장 이기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가 사실이라면 대통령은 O형인 사람 중에서 뽑아야 하고,B형은 절대 대통령감이 아닌 셈이다. ●성격과 혈액형 상관관계, 과학적 검증 힘들어 대통령 후보의 문제가 아니라도 젊은 여성들에게 ‘혈액형과 성격’은 절대적인 가치를 가진다. 여성잡지에는 한 달이 멀다하고 ‘내 혈액형에 맞는 남성’이나 ‘혈액형별 사교법’ 등이 등장하고, 남자친구를 소개받는 자리에서도 나이, 키와 함께 빠지지 않고 물어보는 것이 혈액형이다. 그러나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가 과학적으로 입증된 결과를 찾기는 쉽지 않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심리학의 영역에서만 가끔 다뤄지며 상관관계를 발표한 손 교수도 “혈액형별 성격유형은 상대적인 관점으로, 여러 환경적 효과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결정되기 때문에 확대해석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혈액형과 성격이 정말 상관관계가 있다면 이를 입증하는 과학적 연구는 왜 이뤄지지 않을까? ●‘점’과 같은 운명론에 불과 중세 이전부터 외과 수술이 이뤄진 서양에서는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사가 수없이 발생했다.19세기 이후 수혈이 시작되면서 혈액의 응고나 응집 현상으로 인한 문제가 발생했다. 칼 란트 스타이너는 1901년 항체와 항원에 따라 인간의 혈액형을 A,B,O로 구분했다.ABO식 혈액형은 본질적으로 ‘피의 응집 현상’의 차이일 뿐이다. 스타이너의 연구 이후 과학자들은 Rh+,Rh- 구분을 비롯해 무려 150여가지의 혈액 구분 기준을 만들어냈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는 1970년대 일본의 저널리스트 노오미 마사히코가 책으로 펴내면서 유명해진 이론으로,1920년대 발표된 후루카와의 ‘혈액형에 따른 기질 연구’라는 책을 토대로 하고 있다. 1920년대는 복잡한 혈액형 분류가 밝혀지기 전으로 후루카와가 연구할 수 있었던 혈액형은 ABO식 분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가 연구를 위해 조사한 대상은 고작 319명이었다. 특히 후루카와가 연구하던 시대의 독일은 인종에 따라 사람의 능력이 다르다는 ‘우생학’이 호응을 얻던 때였다. 당시 학자들은 인종간의 차이를 입증하기 위해 애썼지만, 현재에 와서 우생학은 종적을 감춘 지 오래다. 실제로 전세계에서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곳은 일본과 한국뿐이다. 혈액형에 따른 성향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모든 생리적·사회적 환경이 같은 상태에서 혈액형만 다른 실험군을 긴 시간 동안 같은 상황에서 관찰해야 한다. 그러나, 사실상 이런 실험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이같은 시도가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인격 형성에는 후천적 요인이 중요하다.’는 과학적인 대전제로 인해 연구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혈액형과 성격의 관계는 ‘점’이나 ‘타로카드’처럼 검증되지 않은 운명론과 다르지 않다.‘오늘의 운세’가 특별히 잘 맞는 것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듯이 본인의 성격이 혈액형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그런 것이 아니라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 뿐이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가축을 홀리는 핑크·무드 신종(新種)직업

    가축을 홀리는 핑크·무드 신종(新種)직업

    가축인공수정사 자격시험이라는 별스런 시험이 있다. 서울시가 4월3일에 치를 예정인 실기시험이 벌써 10회째. 가축들을 「섹스·무드」로 속여 잔뜩 기분을 돋구게 해놓고 정충을 도둑질(?)하는 계면쩍은 시험. 태초에 창조주 말씀이 「생육하고 번성하라」- 축복해 줬는데 이젠 가축들로부터 그 축복의 운우지락(雲雨之樂)을 빼앗고 또 그걸 자격시험이라하여 「콘테스트」한다니 -. 자연출산보다 더 경제적…인공수정사 적극 양성케 5년전만 해도 가축의 인공수정이라면 점잖은 신사들이나 숙녀들이 입에 올리기 꺼려하는 해괴한 것으로 통했다. 사람이 가축의 국부를 「마사지」하거나 전기충격을 가하여 가축으로 하여금 성교상태로 빠뜨린 뒤 정충을 채집해서 수정하는 것이 바로 인공수정. 그 생소하던 분야가 이젠 「가축 번식학」이니 「가축 인공수정학」이라는 이름으로 버젓하게 「학(學)」자를 달고 행세하게 됐다. 뿐만아니라 아주 축산법으로 인공수정사를 양성하고, 일정한 자격시험을 거쳐 자격을 얻게 하는등 적극적으로 「가축인공수정사」의 배출을 정부가 권장하게 됐다. 물론 가축에 대한 인공수정이 여러 측면에서 「자연출산」보다는 춸씬 경제적이고 우생학적으로 보아 압도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임은 두말할 필요조차 없는 것. 이번 제10회 가축인공수정사 자격시험은 서울시가 관장하는 것으로, 필기시험은 4월2일, 실기시험은 4월3일에 실시한다. 시험과목은 ①축산 수의법규 ②가축 번식학 ③가축 위생학 ④가축인공수정학 및 실기시험. 응시 자격자는 1개월 이상의 가축인공수정학 강습을 수료한 사람으로 강습회수료증이나 교육필증을 제시해야 된다. 「실기시험」이란 것이 특히 자격시험의 관건을 쥐고 있다고 서울시 산업국 농정과에서는 귀띔. 말은 전기충격법에 의해 닭은 마사지로 정액채취 실기시험은 모두 모의물(模疑物)로 실시하게 된다. 냉동되어 있는 가축의 정충을 응시자에게 주어 그것을 희석화(稀釋化)하고 냉동하고 조작하는 실습. 물론 이쯤되면 응시자가 어느정도 인공수정의 실습을 해왔으며 능력이 있나를 알 수 있다고. 가축에 대한 인공수정은 대체로 소 말 닭 돼지등에 실시한다. 경제적인 가치가 있어야만 인공수정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소는 종자가 좋은 수소앞에 암소를 끌어다 놓고 「핑크·무드」를 조성해준 뒤, 수소가 발정하여 올라타게 되면 「인공수정사」는 수놈이 암놈의 질속으로 삽입하기 직전, 그것을 질외로 오도(誤導)하여 손가락으로 성기 끝부분을 꼭 쥐어 준다. 워낙 소는 조루증이 있어 토끼처럼 눈깜짝할 사이에 사정, 약 3백「그램」의 정액을 포함한 물을 발사한다. 암소가 없을 때는 「의빈대」(擬牝臺=허재비암놈)라는 모의 성기를 쓴다. 말하자면 허수아비암놈이다. 의빈대의 뒷부분에 암소가죽을 뒤집어 씌우는데 수소는 암소의 진짜 털로 착각하고 기분을 돋군다는 것. 의빈대 밑에는 암놈의 질과 비슷한, 길이 53.5㎝의 인공질이 있다. 수소는 그부분이 말랑말랑하기 때문에 자연스런 성교로 생각하고 정액을 발사한다. 말의 경우는 좀 난처하다. 말은 인간이상으로 정력이 좋아 적어도 30분 이상 한시간을 끌기 때문에 전기충격을 가하여 단시간내에 뽑아낸다. 닭은 전적으로 「마사지」법. 종자좋은 수탉을 골라 하복부 성기근처를 「마사지」해주면 1분도 못가 정액을 사정하는데 1회분이 병아리 30마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량. 암탉에 엎드려 매일 달걀 1개씩 만들어 내는 것보다 훨씬 경제적이고, 우량 품종으로 개량할 수 있다. 돼지는 소와 마찬가지로 의빈대를 사용하여 사정시킨다. 발정기가 된 종돈을 골라 암퇘지 모양의 의빈대를 넣어둔 교미돈사에 넣으면 말랑말랑한 가짜 질에 삽입하고 「꽥 꽥」소리까지 쳐가며 사정. 인공사정에 숙달(?)이 된 돼지는 의빈대만 보고도 전혀 주저하는 기미없이 자기신부로 알고 기분을 낸다고. 양은 질내 채취법을 쓴다. 자연 교미한 뒤 암놈의 질내에 주사기를 꽂아 그걸 빼내는 좀 잔인스런 방법이다. 개의 경우는 자연 교미가 주로 되지만 불가피하게 인공사정을 시키는 수가 있는데 「전기충격법」을 사용한다. 개도 말에 못지않게 장시간을 필요로하는 동물이어서 전기충격이 아니고선 인간이 지쳐 나가 자빠지기 때문. 냉동 저장된 정액으로 억지 임신시켜 이렇게 동물에 따라 갖가지 방법을 써 인공으로 정액을 채취하면 분비물에서 정액을 분리한다. 사출된 분비물이 전부 정액만으로 되어있지 않기 때문. 정액을 보호하기 위한 분비물이 사출되는데 이것을 분류하여 냉동 저장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채취한 정액은 소의 경우 질 개구기(開口器)나 유리통 같은 것으로 질부분을 열고 1~2㏄정도의 정액을 넣는다. 동물에 따라서 손으로 외음부를 젖히고 넣는 수도있고, 대부분 유리통으로 넣어 「억지임신」을 시킨다. 현재 이러한 훈련과 실습, 자격시험을 거쳐 인공수정 자격증을 취득한 사람은 서울시에서만 3백여명. 주로 가축병원 수의사가 취득하는 경우가 많고, 오로지 인공수정 자격만을 취득한 사람은 국가기관에 취직하거나 인공수정만을 전문으로 맡아 개업하기도 한다. 자격시험은 물론 서울시에서만 하는 것은 아니고 전국 시·도 농정과에서 실시한다. 이렇게 인공수정 자격시험을 거쳐 수정사가 된 사람이 전국적으로 7백여명쯤 될거라는 서울시의 얘기. 『가축은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한, 인간의 동물이죠. 인간의 경제적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한 대상이기 때문에 그것들이 정서적인 동물이라 생각하면 그 짓을 할 수는 없죠. 하지만 좀 안된 생각도 들기는 해요. 수놈들이야 가짜건 진짜건 기분을 누릴 수는 있는데 암놈은 먹고 자고 낳고하는 것밖에 못하잖아요?』서울시의 한 인공수정 담당자의 동정섞인 친동물적 발언. <식(植)> [선데이서울 71년 3월 14일호 제4권 10호 통권 제 127호]
  • “흑인이 백인보다 열등하다”?

    유전자 이중나선구조를 밝혀내 196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미국의 석학 제임스 왓슨(79) 박사가 흑인들은 백인에 비해 지적 능력에서 뒤진다고 주장, 파문이 일고 있다. 17일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왓슨 박사는 선데이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인종이 같은 지적능력을 갖췄다는 전제 하에 이뤄지고 있는 서구의 아프리카 정책은 잘못됐다.”면서 “인종간 지능의 우열을 가리는 유전자가 10년내 발견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런 까닭에 아프리카의 향후 전망은 원천적으로 어두울 수밖에 없다.”면서 “사람들은 모든 인간이 평등하다는 믿음을 가지려고 애쓰지만 흑인에 대한 연구자들은 사실과 어긋난다는 점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왓슨은 다음주 출간될 그의 저서에서도 “지리적으로 격리돼 진화해온 사람들의 지적 능력이 동일하게 진화했다고 볼 확실한 잣대는 없다.”고 밝혔다고 인디펜던트는 전했다. 왓슨 박사는 이날부터 이 같은 주제로 영국에서 순회 강연할 예정이다. 그러나 생명공학자들은 이 같은 왓슨의 주장에 대해 검증되지도 않았을 뿐더러 현실적으로 검증 자체가 힘든 사실이라며 세계적인 대학자의 언급 자체를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신경과학센터장 신희섭 박사는 “유전자가 정확히 일치하는 일란성 쌍둥이 사이에도 지능 차이가 존재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능에는 환경의 영향이 절대적”이라며 “흑인과 백인이라는 거대한 집단을 연구하면서 특정 샘플을 설정하기도 힘들고, 환경적 영향을 배제하기도 불가능한 만큼 인종과 지능의 차이는 검증이 안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소 관계자도 “현재까지 알려진 사실로도 인종을 구분하는 데 이용되는 피부색이나 홍채 색깔같은 특징은 지능과는 관련이 없는 극소수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면서 “흑인이나 황인이 백인보다 열등하다는 근거가 됐던 우생학은 각 인종을 둘러싼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비과학적인 학문으로 이미 사장되다시피했다.”고 밝혔다. 송한수 박건형기자 onekor@seoul.co.kr
  • 법제처 동아리 COP “공부하는 공무원 원조랍니다”

    법제처 동아리 COP “공부하는 공무원 원조랍니다”

    “장애인의 임신중절수술에서 ‘우생학적’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차별적 행위를 조장하는 것입니다.” “장애인이 공인회계사 시험을 치를 때는 시간추가 혜택을 주어야 합니다.” 지난달 31일 법제처 사회복지법제 COP(Community of Practice)가 한국정책기획평가원과 함께 연구한 ‘장애인 차별 법령 발굴 및 정비방안’의 용역과제 발표 보고회의 한 장면이다. 법제처 직원들이 학습동아리 COP를 중심으로 학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COP는 1989년 ‘법실련’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학습 동아리’다. 법제처에 54개 COP가 있다. 거의 모든 직원 200여명이 1∼3개의 COP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다. 일단 법제처 직원이 되면 ‘헌법연구회’‘행정판례연구회’ 등 기본적인 법제연구 동아리에서 기본기를 다진 뒤 자신이 특별히 관심있는 분야의 COP를 골라 활동한다. 자연히 업무의 연장선상에 놓이게 된다. 법제처 관계자는 “최근 들어 IT법연구회나 토지법제연구회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다 보니 토지, 부동산이나 IT가 주목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COP는 2주 1회 정도 모임을 갖고 헌법재판소 연구관, 관련법학회 법제연구원을 초빙해 강의를 듣거나 주제발표나 토론을 벌인다. COP활동을 활발하게 한 직원에게는 해외연수에 우선권이 주어진다. 연말에 우수 COP를 선정하기도 한다. 또 연간 100시간인 의무교육시간을 COP 활동 시간으로 일부 대체해 주기 때문에 직원들로서는 일석이조다. 법제처 재정기획관은 “법제처 업무는 유권 해석 등 전문적인 지식을 필요로 한다.”면서 “입법교육을 실시하는 기관이 전무한 상황에서 법제처 COP는 최초이자 유일한 법제연구 동아리인 셈”이라고 말했다. 윤설영기자 snow0@seoul.co.kr
  • [열린세상] 300/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기원전 480년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세스의 수십만 대군을 테르모필(뜨거운 문)의 협곡에서 저지했던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300인의 전사.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페르시아의 침공을 맞았을 때, 레오니다스는 “스파르타가 멸망하거나, 아니면 스파르타의 왕이 죽을 것”이라는 신탁을 받았다고 한다. 헤라클레스의 후예는 물론 후자를 운명으로 선택한다. ‘300’은 바로 이 전설적인 전투를 다룬 영화다. 아니나 다를까, 페르시아의 후예들이 이 영화를 보고 발끈했다고 한다. 이란 대통령의 문화정책 보좌관은 “이 영화가 역사적 진실을 왜곡했을 뿐 아니라 이란을 모욕하고 있다.”고 말했고, 이란의 유력한 신문들 역시 “할리우드가 이란에 전쟁을 선포했다.”거나,“미국의 대외정책을 정당화했다.”고 주장하며 격앙된 입장을 보였다. 사실 이 영화를 보며 나 역시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자유는 공짜가 아니다.”(Freedom is not free)라는 대사는 미국의 전투적 우익들이 즐겨 사용하는 어법. 스파르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런 대사들의 바탕에 ‘가상의 적을 향해서는 선제적, 공격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는 주문’이 깔려 있음을 모르고 이 영화를 보려면 정치의식이 어지간히 무뎌야 한다. “파병을 해야 한다.”는 왕비의 대사는 수렁에 빠진 이라크 미군을 위해 병력을 증파하라는 주문일 수도 있고, 크세르세스의 후예들을 혼내주기 위해 페르시아만에 군대를 보내야 한다는 소리로 들리기도 한다. 전쟁 대신 외교적 해결을 주장하는 이는 적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테론 의원이 되고, 자국 군대가 밖에서 싸우는 상황에서 반전운동을 하는 이들은 페르시아군에게 우회로를 알려준 배신자 에피알테스가 될 판이다. 영화 ‘300’에 깔려 있는 멘탈리티는 이라크전 4주년을 맞아 워싱턴 거리로 몰려나온 찬전론자들의 피켓 위에 고스란히 적혀 있다.“힘을 통한 평화를”,“우리는 지금 전쟁 중이다”,“자유주의자들은 적을 돕고 있다”. ‘300’의 바탕에 깔려 있는 무의식은 이 전투적 우익들이 들고 나온 피켓 위에 적혀 있다. 대한민국의 어느 모자라는 평론가는 이 영화에 “병역 기피자들이 반드시 봐야 할 영화”라는 평으로써 우울하던 내게 오랜만에 폭소를 선사해 주었다. 페르시아 전쟁을 ‘동양의 전제주의에 대한 서양 민주주의의 승리’로 해석하는 틀은 역사가 깊은 편견이다. 하지만 그리스의 민주주의 역시 노예제에 기초해 있었다. 거기서 자유민들 사이에서나마 민주주의가 존재했던 것은 역사적으로 선진적 현상이라기보다는 문자문화의 도입이 늦어 구술문화 단계에 있었던 그리스 사회의 후진성의 결과였다. 그게 나중에 운 좋게 인류의 훌륭한 문화유산이 된 것일 뿐. 영화 속에 스파르타인들이 아테네인들을 ‘게이’라고 무시하는 대목이 나온다. 이 대사를 들으며 전쟁으로 지켜야 한다는 미국의 그 ‘자유’가 과연 아테네를 닮았나, 스파르타를 닮았나 하는 물음이 떠올랐다. 약한 아이를 죽여 버리는 스파르타의 관습은 나치 독일의 우생학을 닮았고, 일곱 살부터 전투훈련을 시키는 스파르타의 제도는 유치원 아이들에게 소총 들고 달리게 하는 북조선 군사문화를 닮았다. ‘자유’를 생명으로 한다는 미국이 이제 와서 스파르타의 전체주의를 국가의 이상으로 여기게 된 것은 매우 이상한 역설이다.‘300’은 컴퓨터 생성 이미지로 된 새로운 유형의 정치의식, 즉 역사와 신화가 한데 어우러진 디지털 시대의 ‘판타지형 정치의식’을 보여준다. 하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 그냥 백인우익 마초 근성을 비웃으며 디지털 기술의 미학성을 즐기면 될 일이다. 진중권 중앙대 겸임교수
  •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이경민 지음

    ‘기생’이 언제부터인가 문화적 ‘양념’을 넘어 주요 소재로 자주 등장하고 있다. 소설과 영화의 주인공으로 나서는가 하면, 번듯한 전시를 빌려 생생한 사진과 평소 쓰던 잡동사니까지 내보이며 내밀한 삶의 모습을 드러내기도 한다.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 우리가 보는 사진과 문학, 영화속 기생들은 과연 실체적 진실을 담고 있을까?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글 이경민, 사진 중앙대DCRC, 사진아카이브연구소 펴냄)는 이런 의문을 배경으로 사진속 기생들의 실체를 찾고, 이를 통해 일제에 의해 강제된 ‘근대의 실험’을 비판적으로 고찰한 책이다. 저자는 우선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생은 기생의 표상일 뿐 기생 그 자체가 아니라고 단언한다. 그래서 기생을 개화기와 일제강점기를 통과하면서 만들어진 창출된 개념이라고 정의하고,‘기생만들기’에 참여한 여러 담론들을 추적한다. 그 담론들은 다름 아닌 성담론, 위생담론, 민속(풍속)학, 인종학, 우생학, 오리엔탈리즘이며, 결국 식민주의라는 거대담론으로 결합된다. 식민주의 담론의 주체는 물론 일제다. 책에 의하면 일제는 조선을 강제병합한 후 철저한 식민주의 준거틀 속에서 정치·경제·문화·예술 등에 대한 다양한 조사사업을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우리가 알고 있는 기생의 이미지가 탄생한다. 예외없이 일제가 의도한 이미지로 창출되는 것이다. 사진엽서나 신문, 잡지, 사진첩, 포스터 등에 ‘박제’된 기생들은 기품 있는 예기(藝妓)나 새로운 근대여성의 모습이 아닌 반강제적으로 연출된 억압적 포즈속에서 잠재적인 매춘의 조짐을 보여줄 뿐이다. 책은 다양한 인쇄 도구속에 수록된 기생사진들을 생산 맥락에 따라 정리하면서 기생의 이미지가 언제,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살핀다. 또 기생이 근대적 제도화 과정을 거치면서 어떻게 근대적 매춘제도와 연계돼 사회적 통제의 대상이 되었는지 고찰한다.2만원.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피임 시술하려면 이달안에

    다음달부터 정관수술 등 피임을 위한 각종 시술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다. 보건복지부는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이런 방안을 확정, 이르면 12월부터 시행키로 했다고 7일 밝혔다. 다만 우생학적·유전학적 정신장애 및 신체질환이 있거나, 임신할 경우 모성 건강이 우려되는 때에는 예외로 하기로 했다. 올 상반기 남성 정관수술 진료 건수는 총 4만 7197건으로,31억 7552만원의 진료비가 소요됐다. 진료비 가운데 보험급여비는 21억 8646만 1000원으로 전체 비용의 68.9%에 달했다. 특히 30대가 정관중절수술의 대부분을 차지, 자녀를 한두명 낳은 뒤 더 이상 낳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한 것으로 분석됐다. 복지부 이동욱 보험급여과장은 “과거 출산억제를 위해 가족계획사업을 강력히 밀어붙이면서 정관중절수술을 권장했던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은 출산을 장려해야 하는 시점인 만큼 보험 적용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성수기자 ss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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