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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복고풍이 분다...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그리스’,‘싱잉 인 더 레인’

    흥행대작 ‘오페라의 유령’‘캐츠’의 열풍이 거세게 일었던 국내 뮤지컬 무대를 이번에는 복고풍 뮤지컬들이 점령할 것 같다.70년대 젊은이들의 문화 아이콘이었던 존 트래볼타의 ‘토요일밤의 열기’와 ‘그리스’,‘싱잉 인 더 레인’. 오는 15일 ‘트라이 아웃(시연회)’공연으로 먼저 관객에게 선보이는 ‘토요일밤의 열기’는 70년대 말 전세계를 디스코 열풍에 휩싸이게 했던 동명 영화를 무대화한 작품이다.반짝이 셔츠,너풀거리는 판탈롱 바지,손가락으로 하늘을 찌르는 춤동작 등 40·50대라면 누구나 간직하고 있을,젊은 날의 추억을 자극하는 무대이다. 98년 영국 런던에서 초연된 이래 유럽과 미국 브로드웨이 등지에서 여러차례 공연됐고,지금도 미국 순회공연 중이다.이번 한국 공연은 배우 윤석화씨가 원작자 로버트 스틱우드와 공동제작했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뮤지컬 ‘토요일밤의 열기’의 가장 큰 매력은 노래와 춤.‘Night fever’‘How deep is your love’ 등 주옥같은 비지스의 노래가 펼쳐진다.무명에 가까운 존 트래볼타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현란한 디스코춤은 핵심 관람 포인트.화려하고 다이내믹한 디스코의 향연에 힙합,테크노 등 현대 감각의 춤이 더해져 폭발하는 젊음의 무대가 될 전망이다. 세차례에 걸친 오디션에서는 고난도의 춤 소화 능력에 초점을 맞춰 배우를 뽑았다.최정원 주원성을 비롯해 신인배우 박건형까지,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만한 춤꾼들이 주연이다. 제작자 겸 연출을 맡은 윤석화씨는 “런던에서 초연을 보자마자 욕심이 생겼다.”면서 “청춘을 지나온 세대에겐 추억을,젊은이들에겐 미래의 꿈을 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본 공연전 2주간의 트라이아웃에 3억원의 별도 제작비를 투입하고,디스코 파티,‘비지스의 날’ 등 다양한 부대행사로 작품의 완성도와 마케팅에 남다른 신경을 썼다.트라이아웃 기간에는 입장료가 30% 할인되며,본 공연은 4월5일부터 5월10일까지 리틀엔젤스예술회관 (02)501-7888. OD뮤지컬컴퍼니가 5월 공연을 목표로 준비 중인 뮤지컬 ‘그리스’는 존 트래볼타와 올리비아 뉴튼 존의 영화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품.72년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로 공연됐고,78년 이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미국의 고등학교를 배경으로 두 청춘남녀가 겪는 사랑과 갈등이 발랄한 로큰롤과 어우려져 젊은이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국내에 몇차례 소개됐으나 정식으로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 무대에 오르기는 처음이다. 1952년에 상영된 ‘싱잉 인 더 레인’은 빗속에서 우산을 들고 탭댄스를 추는 장면으로 유명한 뮤지컬 영화.무명 여배우와 인기 남자배우와의 애절한 사랑이야기가 낭만적인 노래와 경쾌한 춤으로 표현돼 국내 팬들을 사로잡았다.30여년이 지난 1985년에 정식 뮤지컬로 제작돼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랐다. SJ엔터테인먼트가 국내에 처음 소개하는 공연으로,5월말 뮤지컬 전용극장으로 개관하는 ‘팝콘하우스’에서 3개월간 장기 공연된다. 추억의 노래와 춤으로 향수를 자극하는 복고풍 뮤지컬들이,20·30대뿐만 아니라 중년의 발길까지 끌어들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이순녀기자 coral@
  • 일본 온천욕 묘미 맛보기/아오모리,노천탕의 천국

    |아오모리(일본) 박준석특파원| 새하얀 눈으로 뒤덮인 깊은 겨울 산속.마치 선녀들이 내려올 것 같은 비경 속에서 즐기는 노천 온천욕의 묘미는 경험해본 사람만이 안다. 우리나라엔 아직 드문 편이지만 일본에선 이같은 ‘노텐부로’(露天風呂·노천온천)가 즐비하다.특히 1년 가운데 6개월이 겨울인 아오모리현(靑森縣)은 그야말로 온천의 천국이다. 일본 사람들은 하얀 눈을 맞으며 즐기는 노천 온천욕을 최고의 즐거움으로 친다.온천은 대부분 24시간 개방돼 있는데,한밤중에 혼자 잠에서 깨어나 쏟아질 듯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즐기는 온천욕은 신비감마저 준다. ●고가네자키(黃金崎) 불로불사(不老不死) 온천 동해 연안에 위치한 온천.해안 바다쪽에 바짝 붙어 있어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면서 쏟아져내리는 해수가 벗은 몸을 기분좋게 때려준다.본관과 신관 2개 동으로 나뉘어 있는데 온천수의 수질이 각각 다르다. 아래쪽의 본관은 고색창연한 분위기를 보여주는 일본의 전통 온천.언덕에 자리잡은 신관엔 해안의 노천탕과 웅대한 동해를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는 남녀 별도의 노천탕이 있다. 본관 온천탕은 류머티즘,신경통,피부병에 효능이 있고 신관은 관절염 요통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JR전철 고노(五能)선 헤나시역에서 도보로 15분 걸린다. ●오와니 온천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온천으로,불도를 닦던 한 스님이 발견했다고 한다. 엔치라고 불리는 이 스님은 불도를 닦던 중 이곳에서 병으로 쓰러졌는데,꿈속에서 한 동자로부터 온천에 들어가면 병이 낫는다는 계시를 받고 그대로 했더니 병이 나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이후 오와니 온천은 요양 또는 농한기의 휴양지로 널리 이용되기 시작했다.오와니 온천축제는 이러한 전설에 연유해 거행되는,일본내에서도 희귀한 축제다.관절염,요통,찰상,치질,신경통 등에 효능이 있다고 알려졌다.JR전철 오우(奧羽)본선 오와니온천역에서 하차하면 된다. ●아오니(靑荷) 온천 깊은 골짜기에 자리잡았다.1928년 시인 니와 요우카쿠가 개척한 곳으로 구로이시(黑石)시의 산속에 위치한 니지노코 호수에서 산쪽으로 더 들어간 곳에 있다.류머티즘성 질환이나신경마비,피로회복 등에 특히 효능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온천 인근의 목조건물로 된 여관도 이곳의 명물.산속의 외딴 곳에 파묻힌 듯 세워져 있는 이 여관은 굵은 들보와 구석구석까지 검은 광택을 발하고 있는 판자벽이 소박한 정감을 느끼게 한다.‘등잔불 여관’으로 전국적으로 유명한데,저녁노을이 질 무렵이면 방마다 등잔불을 켜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눈이 많이 오는 겨울철에는 자동차 통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님을 위해 스노 모빌을 준비하고 있다.일일이 스노 모빌의 운전요령을 지도해준다.스노 모빌을 이용하지 않고 스키를 탄채 직접 온천을 찾는 사람도 있다.고난(弘南)철도 구로이시역에서 고난 버스를 이용해 아오니온센(靑荷溫泉) 입구에서 하차하면 된다. pjs@kdaily.com ★여행가이드 ●아오모리현은? 일본 혼슈(本州)의 최북단에 있다.현(縣) 인구는 147만여명.모두 67개의 시정촌(市町村·8개의 시,34개의 정,25개의 촌)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오모리현은 현내 중앙에 있는 오우산맥에 의해 기후가 크게 달라진다.겨울에는 습한 공기가 산맥에 부딪쳐 산맥 왼쪽의 쓰가루지방에 눈을 내린다.계절 변화가 뚜렷하며 평균기온은 섭씨 10.1도.연평균 765㎝에 이를 정도로 눈이 풍부하다. ●항공편 및 가는 길 아오모리행 직항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일주일에 3회(수·금·일요일) 뜬다.소요시간은 2시간50분 정도.도쿄를 거쳐가기도 하는데,도쿄에선 비행기로 70분쯤 걸린다.도쿄에서 버스나 기차를 이용해 풍경을 감상하며 아오모리까지 가는 방법도 시도해볼 만하다.기차는 4시간,버스는 9시간 정도 소요된다. ●먹거리 아오모리는 사과와 해산물 등 먹거리가 풍부한 편이다.붉은 빛이 도는 이곳 사과는 맛이 시원해 일본에서도 최고의 인기 품목.특히 아오모리 사과로 만든 사과주스는 꼭 한번 마셔볼 만하다. 금방 잡은 가리비를 자갈 위에서 굽는 가리비구이,꿩고기와 버섯 그리고 산채 등을 넣고 작은 솥에 넣어 만든 밥인 마타기메시,주산호에서 잡은 가막조개를 넣어 끓인 가막조개 라면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의 미각을 대표하는 것으로는 인근 바다에서 잡은 대구를 가득 넣어 찌개로 끓인 ‘잣파지루’가 있다.또 명마의 산지로 유명한 고노헤를 중심으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말고기 회는 신선한 말고기를 생으로 요리한 저칼로리,고단백질의 음식으로 그 맛이 일품이다. 아오모리 시내엔 ‘한일관’‘대동강’ 등 한국음식 전문점도 몇 군데 있다.4명 기준으로 소주를 곁들여 갈비를 시켜 먹으면 2만엔(약 20만원) 정도 나온다.도쿄 등 대도시보다는 싸지만 한국보다는 비싼 편이다. 공항과 관광안내소 등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웰컴카드를 발행해 주는데,이 카드를 이용하면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할 때 일정액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1년.자세한 정보는 일본 북동북3현 서울사무소(02-771-6191∼2)나 홈페이지(www.kitatohoku3ken-hokkaido.or.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우리구 살림 이렇게/문병권 중랑구청장

    “장마철만 되면 주민들이 피해를 입어 안타깝습니다.수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문병권(53) 중랑구청장은 7일 올해 구정의 최우선 과제로 수해예방을 서슴없이 꼽았다.해마다 수해가 반복되기 때문에 항구적인 대책을 반드시 수립하겠다는 의지에서다. 이에 따라 그는 내년까지 모두 582억원을 투입,중기 수방대책을 확립하기로 했다. 중화2빗물펌프장 신설을 비롯해 봉우재길 하수암거 설치,망우산 저류조 설치,하수관의 개량,면목빗물펌프장 성능개선 등을 마무리해 상습 수해지역의 오명을 씻겠다는 각오다. “수방대책과 지역발전의 개념을 묶어 중화2·3동 노후불량주택지역 14만평을 ‘수해 예방형 뉴타운’으로 건설할 생각입니다.” 문 구청장은 “상습침수지역인 이곳에 빗물펌프장 신설과 하수관 개량 등 꾸준히 수방사업을 벌여 왔으나 주택 자체가 너무 낡은 데다 저지대인 탓에 한계가 있었다.”며 뉴타운사업을 통해 주거형태개량과 수해예방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지하철 7호선 면목역∼사가정역 사이 16만평을 ‘균형발전촉진지구’로 개발할 예정이며 지구로 지정될 경우 면목동길을 확장하고 상업·업무 기능을 강화해 중랑의 거점 개발지역으로 육성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청소년들의 야외학습과 휴식공간으로 조성 예정인 ‘소풍공원’도 신내동과 망우동 일대 그린벨트(10만평)에 유치해 서울 동북지역의 생활 수준 향상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소풍공원 유치가 성사되면 자연학습장과 허브식물원,야생초화원,수목원 등을 고루 갖출 예정이다. “중랑구 하면 망우리 공원묘지를 연상합니다.앞으로 친환경적 휴식공간으로 꾸며 공원묘지의 나쁜 이미지를 바꾸겠습니다.” 이를 위해 문 구청장은 대대적인 공원화사업을 펼 예정이다.쾌적하고 수준높은 도시환경림 및 산림욕장을 조성해 주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한편 묘지법이 시행중인 점을 감안해 서울시와 장기적인 묘지이장계획도 협의할 방침이다. 간이축구장,현충시설 및 연보비 활용교육장,사색의 거리,체력단련 및 산책로 조성사업 등도 추진해 주민이 즐겨찾는 공간으로 변모시킬 구상이다. 오랜 관료 생활과 폭넓은 인맥을 ‘무기’로 예전보다 훨씬 많은 시 예산을 지원받았다는 그는 지역발전 차원에서 신내동에 법조타운도 끌어들일 방침이다.법조타운 유치는 지역 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곧바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문 구청장은 중랑구가 안고 있는 현안중 하나로 교통 문제를 들고 사가정길·이화교 확장과 겸재교 신설,학교운동장 지하주차시설 확충 등에 힘쓰기로 했다. 조덕현기자 hyoun@
  • 아미티지 북핵청문회 속기록/北과 불가침조약 가능성 없다

    |워싱턴 백문일특파원|리처드 아미티지 국무부 부장관은 4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 청문회에 출석,북핵 문제에 대해 의원들과의 일문일답을 통해 국무부의 입장을 설명했다.이번 청문회는 공화당이 다수의석을 차지한 새 상원의 첫 북한 청문회란 점에서 대내외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다음은 주요 내용. ●리처드 루가(공화·인디애나) 외교위원장:미국과 북한이 직접 대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가. 북한과 대화해야 한다는 데 의문의 여지가 없다.그러나 그 이전에 강력한 국제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우리는 북핵이 단순히 미국과 북한만의 문제가 되기를 원치 않는다.한국을 비롯해 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 등이 관련됐다.해결책을 모색하는 데 미국이 일부라는 점을 북한에 말할 것이다. ●러셀 파인골드(민주·위스콘신) 의원: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간주하고 이를 용납하고 있는 것 아닌가. 사실이 아니다.내가 틀릴 수도 있지만 그런 얘기를 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이름을 밝히지 않는다. 북한문제는 전적으로 미사일에 제한됐다.예멘과 파키스탄,이란,이집트에 미사일을 팔았다.우리는 단호하게 저지하려 했고 실제 이집트에 대한 판매는 막았다.생화학 무기의 경우 북한이 보유하고 있으나 퍼뜨리지는 않았다.핵 무기 기술도 보유했으나 확산시켰다는 정보는 없다.반면 이라크는 핵 무기를 보유하려 했고 다양한 테러그룹과 생화학 무기를 교환했다는 증거가 있다. ●파인골드 의원:한·미 관계가 어느 정도 악화됐다고 보는가. 김대중 대통령이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한·미 관계의 긴밀성을 강조하려고 무척 애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한국내에 반미감정이 있다는 점을 시인한다.그러나 이해할 수 있으며 치유될 수 있다고 본다.세대변화가 한 요인이다.거기에는 미묘한 점이 있으며 우리는 이 문제를 다루려 한다.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치렀다.한국민들은 중국이나 러시아 또는 미국 등의 강대국에 휘둘리는 데 지쳤다.한국과 조정할 많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척 헤이글(공화·네브래스카) 의원:북한의 농축우라늄 개발을 2001년 말에 알았다는 보도가 있다. 확인했으나 사실이아니다.북한의 핵 개발과 파키스탄과의 연계성은 상호 지원 형태로 이뤄졌으며 북한과 파키스탄의 관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다.그러나 무샤라프 파키스탄 대통령은 이미 끝난 과거의 일이라고 밝혔다.그 이상은 기밀사항이다. ●헤이글 의원:북한과의 대화에 시간표는 있는가. 없다.한국에 ‘상대할 정부(steady government)’가 들어서기 전까지는 없을 것이다.그러나 앞으로 북한과 쌍무적으로 대화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헤이글 의원:북한이 플루토늄을 추출하면 테러세력의 손에도 들어갈 수 있는 것 아닌가.그래서 더욱 시간표는 중요하지 않은가. 북한의 빈곤함을 생각할 때 북한이 핵 물질을 다량으로 갖게 되면 특정 단체나 불량국가와 접촉하는 데 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지 않는다.그러나 우리는 김정일이 원하는 것을 안다.그는 이같은 핵 프로그램의 대가로 경제적 수혜나 이와 유사한 것들을 받으려 한다.주변을 위협하고 지배하고 공격하기를 바라는 이라크와는 아주 다르다. ●링컨 새퍼(공화·로드 아일랜드) 의원:낙관적이던 북·미 핵 합의가 깨진 이유는. 김정일이 두 가지를 동시에 추구했기 때문이다.하나는 북·미 핵합의로부터 경제적 이득을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속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노력이다.이는 피할 수 없는 결과를 초래했다. ●조지프 바이든(민주·델라웨어) 의원:북한이 요구한 불가침 조약에 대한 입장은. 상원에서 북한과의 불가침 조약이 통과될 가능성이 ‘제로’라는 점을 많은 의원들로부터 확인했다.이후 북한은 서면형태로라도 불가침을 보장해달라고 말하기 시작했다.파월 국무장관은 제공할 수 있다고 반응했다.그러나 북한은 다시 의회가 비준한 조약을 요구하고 있다.지금으로서 그같은 가능성은 전혀 없다. ●폴 사르베인스(민주·메릴랜드) 의원:한반도 주변에 미 군사력을 증강시키려는 이유는. 신중한 군사작전 과정의 하나다.지금까지 어떠한 전진배치도 없다.다만 이동할 것에 대비해 준비하라는 경계 상태만 내린 것으로 안다.이라크 사태에 집중하는 동안 북한의 ‘도발(contingency)’에 대비하기 위해서다.그러나 구체적인 정보는 없다.토머스 파고 태평양군사령관이 요청한 통상적인 절차로 본다. ●사르베인스 의원:한국이 북핵 접근방식에 대해 미국에 요구한 것은. 우리가 북한과 직접 대화하기를 원했다.우리는 동의했지만 우리가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할지는 아직 정하지 않았다.한달 정도 지났지만 국제적인 기반만 갖춰지면 북한과 직접 대화하겠다고 말했다.그러나 단순히 쌍무적인 대화를 갖겠다는 것은 아니다.중국과 러시아를 포함해 이해관계가 얽힌 나라들이 있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사르베인스 의원:중국이 북핵에 개입하지 않으려고 해 미국을 지치게 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북한에 ‘정신분열병적(schizophren)’ 접근을 보이는 중국에 대한 적절한 표현이라고 본다.중국은 한반도에서의 핵개발에 부정적이다.중국은 북한의 ‘편집증적’ 가능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아주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사르베인스 의원:북핵 문제를 위기로 보는가. 그렇지 않다.아직은 문제를 해결할 시간이 있다.이라크 문제가 12년이나 끌었던 것과 달리 북핵은 수개월밖에 안 됐다.위기로치달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아니다. ●라마 알렉산더(공화·테네시) 의원:북핵 문제로 일본 등 아시아에서 군비경쟁을 유발하는 ‘도미노 게임’이 발생하지 않겠는가. 1981년 미·일 두나라는 미국이 일본에 핵 우산을 제공한다는 쌍무적인 동맹관계를 맺었다.미국이 계속 핵 우산을 제공하는 한 일본은 핵무장하지는 않을 것이다.그러나 일본이 미국과의 동맹관계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면 다소 불안정한 상황이 초래될지도 모른다. ●알렉산더 의원:주한미군 문제는. 국방부가 주한미군 주둔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으나 한국에서의 철수가 아니라 수도권 밖으로 재배치하는 방향이다.한국 정부와 진전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종종 3만 7000명의 주한미군만 거론하는 데 한국에는 3만명의 기업인과 평균 4만 4000명의 관광객 등 12만∼14만명의 미국 시민권자가 있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크리스토퍼 도드(민주·코네티컷) 의원:북한이 이라크보다 더 심각한 위기가 아니냐. 앞서 말했듯이 북핵은 이라크 사태보다 훨씬 짧은 수개월의 문제이며 불쾌할지 모르겠지만 이웃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없다는 측면에서 북한은 지역적으로 안정성을 띠고 있다.또한 김정일이 추구하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라는 것을 알고 있다. mip@
  • 우리구 살림 이렇게/박홍섭 마포구청장

    “교육환경 개선과 주민 생활복지에 행정력을 집중하겠습니다.” 박홍섭(61) 마포구청장은 27일 “월드컵을 치르면서 상암동을 비롯한 마포구 일대가 몰라보게 성장했다.”며 올해는 교육·주거 환경 등 그동안 월드컵 관계로 미처 살피지 못한 주민 생활복지에 관심을 쏟겠다고 강조했다. “교육환경 개선을 위해 올해 처음으로 1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면서 학교급식시설,정보화사업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오는 2006년까지 모두 40억여원을 투입,학교운동장 주변의 유휴지와 학교 담장 등을 녹지공간으로 바꿔 학생들의 정서순화와 자연학습의 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30억원의 예산으로 성산동 자동차검사장 부지 내에 1000평 규모의 지하 2층,지상 3층짜리 청소년 수련시설도 세울 예정”이라며 청소년과 학부모가 한 데 어우러져 여가와 문화 생활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은 특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창전동 일대에 국내 최고 수준의 보육시설 건립을 구상중이다.현재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협의를 서울시 등 상급 기관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올해 150여개에 이르는 지역내 아동복지시설에 대한 실태 파악과 운영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주민들에게 쾌적한 생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잠두봉과 합정동 외국인 묘지사이의 경관불량지역에 1300여평 규모의 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이를 위해 사유지 500여평의 매입을 마친 상태다.유서깊은 두 사적지를 녹지축으로 연결해 도시화로 심각하게 훼손된 와우산에 1만 8000여평 규모로 자연과 조화된 도시공원을 꾸며 숲을 복원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각 동별 자투리 땅에도 나무심기운동을 전개하고 ‘1동1마을마당’을 꾸며 푸름이 가득한 살기좋은 고장을 가꿔 가겠다고 다짐했다. 지역경제의 활성화를 위한 구정도 돋보인다.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최초로 올해 실업률,취업률,고용동향 등 지역단위의 경제기본자료를 데이터베이스화한다.실업자를 줄이기 위해 구인업체를 발굴할 전담반을 편성,운영하고 구인·구직자 만남의 날 행사를 정례화하는등 무직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를 아끼지 않을 각오다. 특히 그는 “노인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한다.”는 평소의 믿음을 실천하기 위해 노인 일자리 창출과 알선에도 더욱 관심을 기울일 생각이다. “중풍·치매 환자들을 위한 노인전문복지관을 성산동에 짓고 직원들이나 사회봉사단원들이 홀로사는 노인들을 매월 500여명 이상 방문토록 할 계획”이라며 그늘진 이웃을 위해 배려를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동구기자 yidonggu@
  • [조약돌]10층서 추락 네살여아 구사일생

    네살배기 여자 아이가 아파트 10층에서 떨어졌으나 행인이 받아내 목숨을 건졌다. 25일 오후 3시쯤 광주 광산구 우산동 모 아파트 10층 베란다에서 오모(4)양이 베란다에 있던 의자를 딛고 열린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며 놀다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때마침 아파트 밑을 지나가던 유남훈(35·전남 광양시 광양읍)씨가 우연히 이를 목격하고 오양을 두 팔로 받았다. 오양은 유씨의 팔에 한번 안긴 뒤 충격이 크게 완화되면서 땅으로 떨어졌으며,골반뼈와 머리 부분에 타박상을 입는데 그쳤다. 유씨는 “사업 때문에 광주에 왔다 우연히 아파트 난간에 매달려 허둥대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달려가 아이를 받았다.”고 말했다. 광주 최치봉기자 cbchoi@
  • 어린이/브루노의 그림일기 외

    ■ 브루노의 그림일기 30일까지 오후1시(월 쉼)정동극장(02)751-1500.조윤진 작·연출.35개의 격자틀을 이용해 강아지 브루노의 일주일을 그린 인형극.현대인형극회. ■ 리틀 드래곤 3월2일까지 수∼금 오후3시,토∼일 오후 3시·6시(월·화 쉼)라트어린이극장(02)540-3856.박명인 작,로저 린든 연출.불타는 알 속에 든 채 별에서 떨어진 아기 용의 이야기.영어연극. ■ 별지기 2월2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33-4578.저녁 하늘을 밝히다가 떨어뜨린 별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는 피에로의 모험.캐나다 인형극단 눈의 내한공연. ■ 마당을 나온 암탉 30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학전블루 소극장(02)3663-6652.송인현 연출.알을 못 낳아 마당에서 쫓겨난 암탉의 여정.손인형극.극단민들레. ■ 버블 마임 19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875-8225.오쿠다 마사시·고재경 작,천정명 연출.두 광대가 우산,비눗방울,인형,가방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여행.한·일 마임이스트 출연.황금겨자씨. ■ 피아노와 플루트로 만든 그림연극 26일까지 오후 1시·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875-8225.김성제 연출.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진 연극.극단성시어터라인. ■ 호랑이이야기 30일까지 평일 오후 2시·4시,토·일 오후 1시·3시(월 쉼)동영아트홀(02)499-3487.유홍영 연출.새끼 호랑이를 구해주다 과거시험에 떨어진 젊은이와 은혜 갚는 호랑이.극단사다리. ■ 그림동화 백설공주 2월23일까지 낮12시·오후 2시·4시 하늘땅소극장(02)7474-222.김대환 연출.뮤지컬로 꾸민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의 이야기.극단손가락. ■ 어린이 난타 2월9일까지 오후 1시·3시(월 쉼)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1588-7890.국민성 작,채훈병 연출.마법사 4총사와 요리사의 바다·우주 모험.신나는 노래와 춤,흥겨운 랩과 리듬이 어우러진 퍼포먼스.PMC프로덕션. ■ 토토 26일까지 평일 오전11시·오후3시,토·일 오후 1시·4시(월 쉼)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6-3390.정태영 작·연출.쓰레기 별이 된 화성을 구하러 떠나는 지구 소년 토토의 모험.뮤지컬.극단동숭아트센터.
  • 향수·스프레이 기내 반입 제한

    앞으로 분사식 화장품,향수,헤어스프레이 등의 항공기내 휴대반입이 제한되고 1회용 라이터나 성냥은 2개까지만 휴대 탑승이 가능하게 된다. 칼이 포함된 손톱깎이와 10㎝ 이상 뾰족한 물건,가위,우산,수예바늘,장난감총기,도검류 등은 반드시 위탁수하물로 처리해 기내 화물칸에 실어 운송해야 한다. 70도 이상 주류의 기내 반입도 금지된다.또 라디오,전자카메라,전기면도기 등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건전지나 배터리는 탑승 전 분리해 별도로 휴대해야 한다. 건설교통부 항공안전본부는 15일 이같은 내용의 ‘항공기내 반입제한물품(Restricted Item)’ 지침을 확정해 국내·외 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등에 시달했다. 김문기자 km@
  • 어린이/브루노의 그림일기 외

    ■ 브루노의 그림일기 16∼30일 오후1시(월 쉼)정동극장(02)751-1500.조윤진 작·연출.35개의 격자 사각틀을 이용해 강아지 브루노의 일주일을 그린 인형극.현대인형극회. ■ 공주님의 달 19일까지 낮12시30분·오후2시(월 쉼)샘터파랑새극장(02)763-8969.제임스 서버 작,박정희·권오수 연출.왕·피에로와 수학·과학·마술·요리 대신이 펼치는 공주님을 위한 달따기.교육놀이연극.극단서전씨어터. ■ 리틀 드래곤 3월2일까지 수∼금 오후3시,토∼일 오후 3시·6시(월·화 쉼)라트어린이극장(02)540-3856.박명인 작,로저 린든 연출.불타는 알 속에 든 채 별에서 떨어진 아기 용의 이야기.영어연극. ■ 별지기 2월 2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33-4578.저녁 하늘을 밝히다가 떨어뜨린 별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는 피에로의 모험.캐나다 인형극단 눈의 내한공연. ■ 마당을 나온 암탉 30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학전블루 소극장(02)3663-6652.송인현 연출.알을 못 낳아 마당에서 쫓겨난 암탉의 여정.손인형극.극단민들레. ■ 버블마임 19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875-8225.오쿠다 마사시·고재경 작,천정명 연출.두 광대가 우산,비눗방울,인형,가방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여행.한·일 마임이스트 출연.황금겨자씨. ■ 피아노와 플루트로 만든 그림연극 26일까지 오후 1시·4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875-8225.김성제 연출.공원에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모습이 라이브 연주와 어우러진 연극.극단성시어터라인.
  • 대한매일 신춘문예 동화 당선작/강으로 간 붕어빵

    솔이 아빠가 붕어빵 장사를 시작한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처음 붕어빵을 구울 때와는 달리 이젠 기술자가 다 되었습니다. 밀가루 반죽을 적당히 하기가 정말 어려웠거든요. 계란을 좀 넉넉히 넣어야 구수한 맛이 더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이젠 단팥을 듬뿍 넣기만 하면 구수하고 맛있는 붕어빵이 술술 구워져 나옵니다. 솔이 아빠가 자리잡은 곳은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명지라는 곳입니다. 낙동강 물줄기가 마지막으로 모여드는 곳이지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동네는 마을버스를 타고 더 들어가야 합니다. 그러니까 솔이 아빠네 붕어빵을 찾는 사람들은 버스에서 내려 마을버스로 갈아타는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솔이 아빠, 붕어빵 천 원어치만 주세요.” 하루도 빠짐없이 들르는 장씨 아저씨가 왔습니다. “네, 날씨가 많이 추워졌지요? 불 좀 쪼이세요.” 솔이 아빠는 붕어빵을 뒤집으면서 장씨 아저씨를 보고 웃었습니다. 솔이 아빠가 어설프게 구운, 덜 익은 붕어빵을 사간 첫 손님이 바로 장씨 아저씨입니다. “자, 두 개 더 넣었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살 때마다 그렇게 덤을 주면 남는 게 뭐 있수? 허허허…….” 장씨 아저씨가 커다란 몸집을 흔들면서 웃자 솔이 아빠가 말했습니다. “첫날 저한테 해주신 거 생각하면 덤 몇 개 드리는 걸로 모자라지요.” 장사를 맨 처음 시작한 날 솔이 아빠는 정신이 없었습니다. 붕어빵을 굽는 것을 옆에서 보기는 했지만 막상 장사를 시작하자 언제 뒤집어야 할지 단팥을 얼마나 넣어야 터지지 않는지 몰랐습니다. 대충 한판을 구웠을 때 장씨 아저씨가 붕어빵을 사간 것입니다. 솔이 아빠가 미처 먹어 보기도 전이었습니다. “야, 역시 겨울엔 따끈따끈한 붕어빵이 최고야. 아저씨, 자리 잘 잡으셨수.” 첫 손님을 놓치지 않으려는 욕심 때문에 솔이 아빠는 장사가 처음이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장씨 아저씨가 사갔던 붕어빵을 다시 들고 왔습니다. “아저씨, 붕어빵 장사 오늘 처음이유? 속이 하나도 안 익었어요. 내가 먼저 먹어 봤기에 망정이지. 우리 애가 모르고 먹었으면 배탈 날 뻔했잖아요.” 솔이 아빠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장사를 시작한 첫날이라는 솔이 아빠 말을 듣자 장씨 아저씨가 말했습니다. “이리 나와 보슈. 내가 한 번 해 볼게요.” 장씨 아저씨는 아주 익숙한 솜씨로 붕어빵을 척척 구워 냈습니다. 알고 봤더니 몇 달 전까지 붕어빵 장사를 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 성규 엄마가 붕어빵을 그렇게 좋아했어요. 그 사람 죽고 나서 강물에 뿌리고 나니까 더 이상 붕어빵 굽기가 싫대요. 그래서 지금은 벽지 바르는 일 하러 다녀요.” 그 날 솔이 아빠는 장씨 아저씨가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릅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입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이리저리 쓸려 다니고 있었습니다. 황금나무라고 불리는 은행나무에서 떨어진 은행도 노란 껍질을 외투라도 되는 양 꼭 껴입은 채 굴러 다녔습니다. 날마다 조금씩 짧아지는 해가 사람들 마음을 바쁘게 하는지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빨라졌습니다. 솔이 아빠는 아까부터 어떤 아이가 쳐다보는 눈길을 느꼈습니다. 다섯 살인 솔이 또래의 아이였습니다. 붕어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어 보였습니다.“얘, 이리 온. 붕어빵 먹고 싶니?” 아이는 커다란 눈만 끔벅이며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솔이 아빠가 붕어빵하나를 손에 쥐어 주자 아무 말 없이 왔던 길을 걸어갔습니다. 어딘지 풀이 죽은 아이 모습을 보자 솔이 아빠는 솔이 생각이 났습니다. “공장이 그렇게 불에 타지만 않았어도…….” 솔이 아빠는 장롱이나 식탁에 조각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 밑에서 오랫동안 일하면서 솜씨를 익혔습니다. 그러다가 조그만 공장을 차리게 된 것입니다. 솜씨가 좋다는 소문이 나면서 주문이 조금씩 많아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랬는데……. 솔이 아빠 머릿속으로 공장이 불에 타던 광경이 떠올랐습니다. 주문 받아 두었던 책상과 책장, 장롱이 혓바닥을 내민 불길에 몽땅 타버렸을 때 남은 것은 빚과 새까만 재뿐이었습니다. 큰 회사에서 많은 물건을 주문했기 때문에 재료를 사기 위해서는 돈을 빌려야 했던 것입니다. 빚쟁이들이 사흘이 멀다하고 집으로 찾아오자 솔이 아빠는 할 수 없이 도망을 다녀야 했습니다. 차라리 죽어 버리려고 생각했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화기를 통해서 아빠를 찾는 솔이 목소리를 듣자 도저히 그럴 수가 없었습니다. 뭐라도 해서 빚을 갚고 다시 일어서야 했습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붕어빵 장사였습니다. 솔이 아빠는 솔이를 외갓집에 맡겨 두고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돈을 벌러 다니는 아내를 생각하면 늘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래, 붕어빵 장사라도 열심히 하는 거야. 조금만 돈을 모아서 함께 모여 살 방이라도 얻으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아.’ 솔이 아빠는 다시 용기를 내었습니다. 아침부터 바람이 많이 불고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습니다. 솔이 아빠는 하루 쉴까 하다가 이런 날 장사가 더 잘 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장사 준비를 했습니다. 많이 추운지 길가는 사람들의 어깨가 잔뜩 움츠러들었습니다. 붕어빵 사는 것도 귀찮은 모양입니다. 팔리지 않고 손님을 기다리는 붕어빵을 나란히 세워 두었습니다. 그 때 솔이 아빠는 며칠 전에 붕어빵을 얻어 간 아이가 우산을 쓰고 서 있는 걸 보았습니다. 솔이 아빠가 손짓을 하자 아이가 주춤주춤 비닐 천막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아이는 많이 추웠던지 입술이 새파랗게 변해 있었습니다. “이런,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추운데 나왔니? 누구 기다리는 거야?” 이번에도 아이는 아무 말이 없습니다. 붕어빵을 손에 쥐어 주었지만 먹지는 않았습니다. 참 이상한 아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누가 천막 안으로 쑥 들어 왔습니다. “어이, 추워. 어! 성규 아니냐? 너 왜 여기 있어? 아빠 마중 나온 거냐?”“아, 장씨 아들이에요? 그러고 보니 닮은 것 같네.”“예. 우리 아들이오. 아니 이런 날 무슨 장사가 된다고 이러고 있어요? 그러지 말고 우리 집에 가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장씨 아저씨가 이끄는 바람에 솔이 아빠는 장사를 접고 장씨 아저씨를 따라 나섰습니다. 집에 도착해서도 아이는 내내 말이 없었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를 보고 장씨 아저씨가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지 엄마 죽고 나서 말문을 닫았어요. 그 전엔 참 똘똘하고 건강한 아이였는데……이젠 밥도 잘 안 먹어요. 그래도 붕어빵은 곧잘먹는 것 같아서 매일 사다 주는 거요.”“내가 줄 땐 안 먹던데요?”“아, 그거요? 지 엄마 갖다 준 모양이지요, 뭐.” 솔이 아빠는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습니다. “성규 엄마가 오래 자리에 누워 있었어요. 그래서 죽어서라도 이리저리 가고 싶은 데 실컷 돌아다니라고 내가 화장을 해서 강물에 뿌렸거든요. 얘가 지 엄마 좋아하던 붕어빵을 꼭 하나씩 강물에 띄우고 나서야 저도 먹어요. 어휴, 어린 게 그러는 거 보면 내 속이…….” 장씨 아저씨는 목이 메는지 앞에 있던 술을 입에 털어 넣었습니다. 놀고 있던 성규가 장씨 아저씨 앞에 와서 손짓으로 뭔가를 말했습니다. “그래, 이놈아. 붕어빵이 가라앉지 그럼. 살아 있는 물고기처럼 헤엄을 치냐? 붕어빵이 가라앉아서 지 엄마가 붕어빵을 못 먹었다네요, 허 참.” 솔이 아빠는 성규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붕어빵을 좋아하던 엄마를 주려고 강물에 띄우는 아이. 그 붕어빵이 엄마가 갔던 길로 따라 가 주면 좋으련만. 그러면 엄마가 붕어빵을 먹었다고 생각할 텐데. 솔이 아빠는 성규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다음날 솔이 아빠는 나무를 깎는 칼과 끌을 샀습니다. 손바닥만한 나무토막도 몇 개 구했습니다. 장사를 마치고 나서 피곤한 몸이지만 솔이 아빠는 무언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식탁이나 장롱 같은 큰 물건만 만들다가 작은 것을 만들려고 하니 꽤 힘이 들었습니다. 몇 개나 실패를 했지만 실망하지는 않았습니다. 성규의 맑은 눈망울과 솔이의 예쁜 얼굴을 떠올렸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솔이 아빠는 나무로 만든 붕어빵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얼핏 봐서는 진짜 붕어빵처럼 보였습니다. 등지느러미와 꼬리지느러미 사이에는 철사로 연결을 해서 움직일 수 있게 했습니다. 강물에 띄웠을 때 진짜 붕어처럼 보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솔이 아빠는 나무 붕어빵을 물에 띄워 보았습니다. 지느러미가 몇 번 움직이자 그만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솔이 아빠는 나무 붕어빵의 뱃속을 파내고 속이 텅 비게 만들었습니다. 솔이 아빠는 성규를 데리고 낙동강이 흐르는 곳으로 갔습니다. 성규가 늘 붕어빵을 띄우던 곳입니다. 성규 손에는솔이 아빠가 구워준 붕어빵이 들려 있었습니다. 솔이 아빠는 나무 붕어빵을 주머니 속에 숨겼습니다. “성규야! 엄마한테 붕어빵 드시게 하고 싶니?” 성규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아저씨랑 같이 엄마한테 붕어빵 드리자. 근데 이제 엄마한테 붕어빵 드리는 건 오늘로 그만 하자. 왜냐하면 엄만 이리저리 구경 다닌다고 바쁘시대. 그리고 죽은 사람은 안 먹어도 배가 안 고파. 성규가 밥을 잘 안 먹고 말도 안 하는 거 알면 엄마가 좋아하실까? 아저씨에게는 솔이라는 딸이 있는데 말이야. 아저씨가 없는 동안 잘 먹고 잘 놀고 씩씩하게 자라서 이담에 아저씨랑 만났을 때 훌쩍 큰 모습을 보면 참 좋을 거 같거든. 성규도 이담에 엄마 만났을 때 멋지게 자란 모습 보여 주고 싶지?” 성규가 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래, 그래야지.” 솔이 아빠는 진짜 붕어빵을 손에 들었습니다. “성규 어머니, 제가 만든 붕어빵이에요. 맛있게 드시고 편안하게 여행 잘 하세요. 어! 성규야, 저기 까치집 봐라.” 솔이 아빠는 성규가 한눈을 파는 사이에 진짜 붕어빵과 주머니 속에 있던 나무 붕어빵을 바꿨습니다. “풍덩!” 나무 붕어빵은 가라앉을 것처럼 물 속으로 쑥 빠지더니 얼굴을 빼꼼 내밀었습니다. 바람이 불자 강물이 흔들리면서 잔잔하게 물결이 생겼습니다. 나무 붕어빵은 꼬리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를 까닥까닥 움직이면서 강물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눈이 동그래져서 보고 있던 성규가 손뼉을 친 건 그 때였습니다. “야! 잘 간다. 엄마! 붕어빵 맛있게 드세요.” 나무 붕어빵은 마치 진짜 붕어라도 된 것처럼 꼬리지느러미를 살랑살랑 흔들며 잘도 떠내려갔습니다. ◆당선소감 당선됐다는 전화를 받은 날. 성당에서 청소를 하고 나오는데 하늘에서 여우비가 내리고 있었습니다. 환한 햇살 사이로 보이는 빗방울이 마치 축제처럼 느껴진 건 왜일까요? 신춘문예에 여러 번 떨어진 경험이 있는 나는 작품을 보내고 나서 이번만큼 담담했던 적이 없었습니다.그만큼 되는 사람보다 안 되는 사람이 많다는 걸 알기 때문이었지요. 그런 저의 담담함을 심사위원 선생님들께서 눈치채신 것 같습니다.기대하지 않은 기쁨이 얼마나 큰 것인지 느껴서 겸손하라고 말이지요. 동화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한다는 김재원 선생님을 만난 건 제 인생에 행운이었습니다.정말 감사드립니다. 여러 문우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전하며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동화를 쓰리라 다짐해 봅니다. 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 눈물나는 행복과 기분좋은 부담이 무언지 느끼게 해 주셨지요? 한 우물을 파는 마음으로 열심히 쓰겠습니다. ●약력 본명 이혜영 58년 부산생 방송통신대 졸업(국문과) ◆심사평 심사에 들어가기 전에 선자들은 조앤 롤링의 동화 해리포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현실세계의 기존 풍경을 철저히 벗어난 이 동화가 전 세계 독자들의 시선을 끈 이유가 화두였는데,선자들은 이 작품이 지닌 세계관의 결핍에도 불구하고,무한한 상상력의 진폭에 대해서는 대체로 긍정적인 의견을 나누었다. 좋은 동화란 꿈과 현실의 조화가 필연적이라는 관점에서 선자들의 주목을 끈 작품은 ‘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정미숙),‘낙타가 된 엄마’(정회옥),‘변신하는 밀가루’(문진주),‘강으로 간 붕어빵’(이혜영) 등 4편이었다. 이중 ‘변신하는 밀가루’는 따뜻한 풍경의 묘사가 돋보였으나 동화 자체가 지닌 상상력이 결여됐다는 점에서,‘용이 되고 싶은 이무기’는 분단 현실을 작품화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으나 서사적인 작품이 지니기 쉬운 교조적 속성을 극복할 수 있는 장치가 아쉽다는 점에서 먼저 제외됐다. ‘낙타가 된 엄마’와 ‘강으로 간 붕어빵’ 두 작품을 두고 선자들은 꽤 오랜 숙고 끝에 후자를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어렵게 합의를 보았다.‘낙타가 된 엄마’의 경우 삶의 현실을 따뜻하게 끌어안는 진솔한 힘이 돋보인 반면 ‘강으로 간 붕어빵’의 경우는 엄마를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 잘 살아 있고,특히 마지막 장면의 나무 붕어빵이 강을 헤쳐 나가는 장면이 동화적인 상상력의 결합으로 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좋은 경쟁자들 속에서 당선의 영광을 얻은 만큼 당선자는 함께 응모한 다른 예비 작가들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는 열정적인 작품활동을 해나가기를 선자들은 바라마지 않는다. 조대현·곽재구
  • 어린이/ 별지기 외

    ■ 별지기 7일∼2월2일 오후 2시·4시(월 쉼)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33-4578.저녁 하늘을 밝히다가 떨어뜨린 별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는 피에로의 모험.캐나다 인형극단 눈의 내한공연. ■ 마당을 나온 암탉 4∼30일 오후 2시·4시(월 쉼)학전블루 소극장(02)3663-6652.송인현 연출.알을 못 낳아 마당에서 쫓겨난 암탉의 여정.손인형극.극단민들레. ■ 줄인형 콘서트-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 4∼12일 오후 2시·4시30분 과천시민회관 소극장(02)500-1220.조용석 연출.쓰레기 괴물에게 당하는 꿈을 꾸는 아이.현대인형극회. ■ 버블 마임(BUBBLE MIME) 4∼19일 오후 2시·4시(월 쉼)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875-8225.오쿠다 마사시·고재경 작,천정명 연출.두 광대가 우산,비눗방울,인형,가방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여행.한·일 마임이스트 출연.황금겨자씨. ■ 어린이 난타 2월9일까지 오후 1시·3시(월 쉼)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 1588-7890.국민성 작,채훈병 연출.마법사 4총사와 요리사의 바다·우주 모험.신나는 노래와 춤,흥겨운 랩과 리듬이어우러진 퍼포먼스.PMC프로덕션. ■ 토토 26일까지 평일 오전11시·오후 3시,토·일 오후 1시·4시(월 쉼)동숭아트센터 동숭홀(02)766-3390.정태영 작·연출.쓰레기 별이 된 화성을 구하러 떠나는 지구 소년 토토의 모험.뮤지컬.극단동숭아트센터. ■ 크리스마스 캐럴 11일까지 평일 오후 2시,토 오후 2시·4시 드림랜드 소극장(02)980-1245.찰스 디킨스 작,반무섭 연출.뮤지컬 인형극으로 꾸민 스쿠루지 이야기.극단아름다운세상.
  • 인형극·연극·뮤지컬 공연 다채

    아이들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이제 겨울방학 필수 코스가 됐다.이같은 소비욕구에 맞춰 인형극·연극·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이 쏟아지고 있다.방학과제용으로 시간을 때우기보다는 좋은 공연을 골라,막 싹튼 아이들의 감수성에 단비를 뿌려주자. ●인형극,상상의 세계로 떠나자 저녁 하늘을 밝히다가 떨어뜨린 별을 제자리에 돌려 놓으려는 인형 피에로의 모험을 환상적으로 담은 캐나다 극단 눈의 ‘별지기’.25가지 캐릭터의움직임과 음악만으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인형극이다.대사가 없어 5세 이상이면 볼 수 있다.새달 7일부터 2월2일까지 오후 2시·4시(월 쉼).세종문화회관 컨벤션센터(02)333-4578. 현대인형극회의 ‘브루노의 그림일기’는 국내 최초로 선보이는 격자무늬인형극.귀여운 강아지 브루노가 일주일동안 겪는 재미있는 일상이 소재다.35개의 격자형 틀이 움직이면서 그림이 바뀌고,틀 안에서 인형이 튀어나오기도 하는 이색 무대다.새달 16∼30일 오후 1시(월 쉼).정동극장(02)751-1500. 이밖에 알을 못 낳아 마당에서 쫓겨난 암탉의여정을 감동적으로 그린 극단 민들레의 손인형극 ‘마당을 나온 암탉’이 새달 4∼30일 오후 2시·4시(월 쉼)에 학전블루 소극장 무대에 오른다.(02)3663-6652.새달 4∼12일 과천시민회관 소극장에서는 ‘줄인형 콘서트-띠용이와 떠나는 환경캠프’가 열린다.오후 2시·4시30분.(02)500-1220. ●연극,감성·사회성을 키우자 우선 어린이 마임극이 눈길을 끈다.‘버블 마임(Bubble Mime)’은 두 광대가 우산·비눗방울·인형·가방과 함께 떠나는 행복한 여행을 형상화한 작품.한·일 마임이스트들이 함께 출연한다.새달 4∼19일 오후 2시·4시(월 쉼).문예진흥원 예술극장 소극장(02)875-8225. 피아노와 플루트의 라이브 연주가 화가의 그림과 어우러지는 극단 성시어터라인의 ‘피아노와 플루트로 만든 그림연극’은 ‘감성 연극’이라는 명함을 내밀고 이미 여러차례 무대에 올라 호평을 받았다.새달 4∼26일 오후 1시·4시.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02)875-8225. 동영아트홀을 어린이연극 전용극장으로 꾸민 극단 사다리의 ‘호랑이 이야기’는 새달 30일까지 계속된다.화∼금 오후 2시·4시,토·일 오후 1시·3시(월 쉼).(02)499-3487.호주의 수준급 영어연극 극단을 초청한 라트어린이극장의 ‘리틀 드래곤’도 새달 8일부터 연장공연에 들어간다.3월2일까지 수∼금 오후3시,토∼일 오후 3시·6시(월·화 쉼).(02)540-3856. ●뮤지컬,신나게 즐기자 두드리고 구르고….마법사 4총사와 요리사의 바다·우주 모험을 그린 ‘어린이 난타’가 새달 3일부터 2월9일까지 서울교육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된다.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떠들썩한 잔치다.신나는 노래와 춤,흥겨운 랩과 리듬이 어우러지는 무대.오후 1시·3시(월 쉼).1588-7890. 쓰레기 별이 된 화성을 구하러 떠난 지구소년 토토를 통해 환경의 소중함을 알게 하는 뮤지컬 ‘토토’도 롱런작.새달 26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평일 오전 11시 오후 3시,토·일 오후 1시·4시(월 쉼).(02)766-3390.그리스 로마 신화를 뮤지컬로 꾸민 ‘판도라의 선물’은 3월1일까지롯데월드 SBS 테마스튜디오에서 선물 보따리를 푼다.오전11시,오후 1시·3시.(02)418-5480. 김소연기자 purple@
  • [사설]왜 反美인가(1)-변한 한국과 변하지 않은 미국

    ‘반미(反美)’,반미,반미.지구촌의 반미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국내에서도 여중생 사망사건의 미군 무죄평결로 계층 구분 없이 확산되고 있다.과거 일부의 이데올로기 운동 차원을 넘어 점차 대중화 징후를 보이고 있다.정치권과 정부에서도 갈등을 빚으면서 확산이 가져올 파장을 우려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주한미군지위협정(SOFA) 개정을 요구하는 수준이지만,상황에 따라 주한미군 철수로까지 발전될 소지가 다분히 있다.미국 의회 및 여론지도층 일각의 ‘반한(反韓)’감정도 표출되는 등 매우 조심스러운 국면이다. 역사적인 관점에서 볼 때,한국의 반미는 국내외적으로 탈냉전 및 한국사회의 민주화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본다.과거 권위주의 독재정권에선미국이 그 정권의 정통성을 안보 논리로 보완해주며 한국의 주요 현안을 ‘보이지 않는 손’으로 통제했고,이는 결과적으로 한국민들의 자존심을 손상시켰다.촛불시위 참가자들이 미국의 오만함을 거론하며 줏대세우기를 주창하는 것도 자존심 회복의 뜻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국내 인권상황,윤금이양 살인사건,노근리·매향리 사건,미군시설의환경오염 문제 등을 부적절하게 처리함으로써 한국민들을 분노하게 했다.특히 사실상 미국이 주도한 IMF체제,한국 차세대 전투기구매사업 등은 미국을다른 시각으로 보게 했다.이 모든 것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최근 한국사회의 반미에 대중성을 띠게 했다고 볼 수 있다. 우리는 386세대 및 네티즌 젊은층이 몇 번의 정권교체가 있었음에도 한·미관계가 질적으로 변하지 않았다고 인식하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이들은 미국을 ‘외세’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이는 한·미 동맹체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양국 정부가 숙고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반미는 전반적으로 감성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우리는 이 점에서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반미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공간이 남아 있다고 확신한다.한국민들이 지금 촛불시위에서 외치는 반미는 무조건적,배타적 반미가 아니라 대미 평등,즉 등미(等美)라는 데에 눈을 돌려야 한다. 한국의 반미는 향후 주변 4강의 역학구조,무엇보다 남북,북·미 관계의 기복에 따라서도 양상이 달라질 것이다.6·15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는느리지만 꾸준히 발전해 왔다.앞으로도 얼마든지 발전의 가속 페달을 밟을가능성이 많다.이런 분위기속에서,상당수 국민들은 미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책이 대다수 한국민이 바라고 있는 남북 화해와 교류 증진에 걸림돌이된다고 믿는 듯하다.우리가 미국의 북핵문제 해결을 강경 대응보다는 평화적 해결방안을 거듭 촉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반미가 전세계적 현상이 된 데는 미국이 9·11테러를 기화로 반(反)테러 우산속에서 추구하는 ‘팍스 아메리카나’ 패권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미국의 세계적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PRC)가 일전에 발표한 각국의 ‘대미(對美) 태도 보고서’는 전통적 우호국인 나토동맹국 터키에서조차 대미 호감도가 2년 전보다 22%포인트가 떨어졌음을 보여 준다.탈냉전 후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으로 남은 미국의 오만함·자만심에 대한 저항이라고도 해석된다.우리나라가 조사대상 아시아 7개국중 가장 비판적이라는 사실은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우리는 지구촌의 반미 확산·심화는 일차적으로 미국의 독선적 외교·안보정책으로부터 기인한 것으로 본다.국내의 반미 기류도 이와 유사하며,특히미국의 우월적 주둔군지위 정책이 한국의 민족정서와 상충한 결과라고 보는것이다.미국은 동맹국에서까지 반미 기류가 확산되는 것을 기존의 정책노선을 성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우리는 미국이 문제 해결에 있어 자신의 잣대만을 앞세우지 말고 상대국의 입장도 헤아리는 도량을 가져주기를 기대한다.미국은 지구촌의 모든 국가가 상호 평등적 동반자라는 명제에서 반미 해법의 출발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 ‘反美해법’ 전문가 진단 - ‘反美해법’ 전문가 진단

    다수 전문가들은 최근 반미(反美) 움직임이 격화되고 있는 것을 새로운 한·미 관계 정립을 위한 ‘진통’으로 풀이하면서도 그것이 일정 수준을 넘어갈 경우 국익을 해칠 수도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정치권,정부를 포함한 사회 지도층이 국민들의 분노를 자신들의 목적에 따라 이용하려 하지 말고,국가이익이라는 원칙에 따라 냉철하게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그러나 SOFA 전면개정 필요성 등에 대해서는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고유환(高有煥) 동국대 교수 이번 반미현상은 큰 흐름에서 볼 때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이후 전통적으로 지지해 왔던 한·미 공조란 틀이 남북 화해협력이라는 민족공조로 비중이 옮겨가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나타났다고 분석된다. 또 하나는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사건들,즉 동계올림픽 당시 미국의 오노 선수에게 금메달을 빼앗긴 사건,미군 장갑차에 의한 여중생 사망사건(무죄평결 포함),한·미간의 대북정책 갈등 등이 연결돼 반미감정이 반미주의 차원으로 발전한 것이다. 근본적으로 반미주의는한·미동맹,유엔사,작전통제권,정전협정까지 문제되는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우리는 한·미 동맹체제로 인해 안보우산과 경제성장 등을 누려왔는데 잘못된다면 한·미 간의 갈등으로 발전할 수 있다.특히이런 갈등이 양국 간의 결정적인 이해관계로 진전될 경우 미국이 여러가지수단을 동원해 대응할 수 있다. 미국의 힘의 실체라든가 경제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권에서 수습하지 못하면 나라의 입장이 곤란해질 수 있다.반미 시위의 경우 평화적인 의사표시까지는 괜찮지만 더 격렬해질 경우 국가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이장희(李長熙) 한국외국어대 교수 효순이·미선이 사망 사건의 무죄평결로 인해 한·미 간의 신뢰는 사실상깨졌다.국민들의 분노는 근본적으로 한·미 간의 불평등한 관계를 깨달은 데서 출발하고 있다. 지난해 개정된 현행 SOFA 부속협정은 ▲1심 무죄뒤 검사의 항소 불가능 ▲미군 관리의 수사·재판과정 참여 ▲기소뒤 한국 수사당국의 신문금지 ▲형사관할권의 판단기준인 공무증명서 발급 주체를 미군측으로 한정한 점 등 독소규정을 고스란히 남겼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이번 여중생 사망사건을 통해 드러남으로써 현행 SOFA가과거보다 한국의 형사사법주권을 더 침해할 수 있음을 실증했다. 미국이 한·미 관계의 신뢰를 회복하고자 한다면 한반도 평화에 대한 구체적인 협력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부시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이러한 불공정한 재판의 재발방지를 위해 현행 SOFA의 독소조항을 근본적으로 개정하는 데 협조해야 한다.우리 정부 역시국민의 여론무마에만 급급해할 것이 아니라 SOFA 제28조에 따라 SOFA 개정협상을 위해 한·미합동위원회를 소집,단순한 개선이 아닌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소파 개정을 요구해야 한다. ◆박수길(朴銖吉) 전 유엔대사 두 여중생이 희생당한 사건은 불행한 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SOFA라는 법제도가 잘못돼서 그런 사건이 발생한 것은 아니다.SOFA는 미국이 다른 나라와 맺은 것과 비교할 때 그리 불평등하다고 볼 수 없으며 우리에게 유리한부분도 있다.전세계적으로 외국 주둔군이 공적 임무를 수행하다가 잘못한 것에 대해 재판관할권을 넘겨주는 경우는 없다. 유엔 평화유지군의 예를 봐도 그렇다. 순수한 애도감정을 반미 및 주한미군까지 연결시키려는 일부 움직임과 이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게 문제다. 미국은 한국 국민이 이번에 간절하게 느낀 메시지를 잘 알고 있으며,우리 국민의 정서를 이해하는 쪽에서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고 본다.양국간 법제도가 틀려서 다소 어려운 점은 있지만,한국내 상황이 계속 이런 식으로 가는 것은 우리 국익에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정치지도자 및 정부 관계자 등 오피니언 리더들은 포퓰리즘에 영합하지 말고 이럴 때일수록 확고한 원칙을 세워 대중들을 설득해야 할 것이다. ◆윤덕희(尹德熙) 명지대 교수 대선 주요 후보 모두 SOFA 개정을 외치고 있지만 미묘한 입장 차이는 존재한다.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그동안의 ‘친미(親美)’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한 호기로 삼고 적극적으로 SOFA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반미(反美)’ 지도자로 인식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 SOFA 개정에 관해 다소 원론적인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는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원칙하에 가장 적극적으로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대선 후보들이 국민여론을 의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여론에 밀려 급조한 공약인지,세부적인 실천 계획은 세워져 있는지,집권후에 이를 실행할 의지를 갖고 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SOFA 개정 불가를 천명한 미국 정부에 대해 차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가 중요하다.SOFA 개정 문제는 차기 정부의 첫 번째 대미 외교력의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열린세상]두 여중생 죽음을 애도하며

    초등학교 시절 하루는 선생님께서 교정에 학생들을 일렬로 세워 놓고 이를없앤다고 온 몸에 디디티를 뿌려주셨다.덩어리 우유도 가끔 배급되었고 또도시락을 못 싸오는 학생들은 매일 교정의 귀퉁이에 있는 학교 소사(당시는그렇게 불렀다) 아저씨의 집에서 끓인 옥수수 죽으로 점심을 대신했다.우리반에 있었던 소사 아저씨의 딸과 내가 당번을 같이 하던 날,옥수수 죽 한 국자를 더 얻어오면서 무척 기뻐했던 그 화창한 겨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그런데 이런 물품 재료를 싸온 겉봉마다 미국의 성조기와 우리 나라 태극기가 나란히 그려져 있고 그 위에 악수하는 두 손이 그려져 있었다.그 그림 속에서 미국과 한국은 대등한 관계에서 서로 돕는 친구로 묘사되었다.그래서 우리 모두 미국은 우리를 도와주는 친구로 생각했다.그런데 한문을 배우고난 뒤에 그 친구의 이름은 그 모습과 걸맞게도 ‘아름다운 나라'라는 것을알게 되었다. 거기에 덧붙여 영화를 통해 보는 미국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휘황찬란한 샹들리에 아래에서 파티가 열리고,거기에서 아름다운 사랑이 꽃피고,또나쁜 무리들이 언제나 패배하는 정의의 나라였다.그래서 우리에게 미국은 언제나 동경의 대상이었고,그런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언제나 아름다운 사람이고,우리의 친구였다.게다가 우리가 그토록 잘하고 싶은 영어까지 유창하게하다니…. 그런데 어느 날 그런 미국 사람들이 우리를 ‘들쥐'와 같다고 말한 것을 보고 뒤통수를 맞은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었고,자궁 속에 콜라병,항문 속에우산이 박혔던 윤금이씨의 모습은 너무 충격적이어서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아려온다.노근리 주민 학살 사건과 매향리 주민의 고통에 이어 두 여중생의 죽음은 미국이 ‘아름다운 나라'이고 미국사람들이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믿어왔기 때문에 우리에게 더욱 믿을 수 없는 일인 것이다.더욱이 이들의 죽음과 가해자의 무죄판결에 항의하는 시민들을 웃으면서 지켜보는 미군은누구인가.시민들의 항의시위 장면을 태연하게 비디오 카메라에 담고 있는 미군의 모습에서 무고한 두 여중생의 죽음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대도 형성되어 있지 않은 것을 보고좌절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미국에서는 석 달 전에 있었던 9·11사건 일주년 추도식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에 대한 엄숙하고 애절한 애도의 물결이 퍼져나갔다.그 1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들의 죽음 앞에서 복수를 선언했고 전쟁을 감행했다. 무고한 희생자에 대해 그토록 애도하였고 가해자에 대해 그렇게 강경한 미국이 아닌가.그런 미국이라면 두 여중생들이 도란거리면서 나누었을 꿈이 좌절되고,사춘기에 매사에 까르륵 튀어나오는 웃음이 사라지고 난 자리에서 그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그런 일의 재발을 막기 위해 최소한의 장치를 해야 한다는 우리 국민들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그래도 믿는다. 우리는 6·25 당시 우리를 지켜주었던 유엔군의 주축을 이루었고 그 이후가난한 우리를 도와주었던 미국에 감사한다.그래서 그동안 그들이 우리의 길을 막아도 참아왔고 ‘양공주’라 이름지워졌던 성매매 여성들의 슬픔을 애써 외면하면서 미군 주둔을 위해 해마다 막대한 돈까지 지불해왔다. 그러나 세계 최빈국에서 벗어나고 또 경제위기를 극복하여 세계 10위권의 경제 규모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가 스스로 자신을 지키지 못해 외국군대에 의존하면서 우리 땅에서 그 군인들로부터 무고하게 유린당하는 무능한 국민이될 수는 없는 것이다. 광화문은 월드컵 거리 응원의 발상지다.월드컵 4강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기쁨이었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상기시켰다. 바로 그 월드컵 4강이 있게 한 응원의 발상지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우리 스스로에게 묻는다.우리에게 지금 미국은 무엇이고,이 땅에 주둔한미군은 무엇인가.그리고 미국에 묻는다.태극기와 성조기 밑에 그려진 악수의 의미는 무엇이었던가. 김경애 동덕여대 교수 여성학
  • 中企자금지원 ‘주먹구구’산업硏 정책자금개선책 제시

    중소기업 지원자금이 새고 있다.무엇보다 각종 정부 기관들이 ‘너도 나도’식으로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과당경쟁을 벌이며 지원하는 탓이다.올해 지원액만도 7조원에 달하지만 국방부 등 중소기업과 별 관련이 없는 기관까지나서 제각각의 기준으로 지원하는 바람에 자금 배분의 효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이에 따라 일부 특정기업이 중복 지원받는 반면 정작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 유망 중소기업들은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이런 부작용을 막으려면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집행과 관리를 시급히 일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산업연구원 조영삼(曺永三) 연구위원은 3일 ‘중소기업 정책자금 운용체계개편방안’을 발표,문제점 지적과 함께 개선책을 제시했다. ◆비합리적 지원조건 중소기업 지원정책은 부처별로 이루어지는 반면 이를 효과적으로 통합·조정하는 기능이 없어 부작용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벤처출자지원사업의 경우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보건복지부·농림부·문화관광부 등 7개 부처가 동시에 관련되는 등 부처마다 특정분야에 비슷한 지원사업을 경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이를 서로 모방하거나 지방자치단체가 다시 베끼는 사례도 많은것으로 분석됐다. ◆편중지원,사후관리 미흡 정책자금 수혜업체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1999∼2001년에 2차례 이상 지원받은 기업이 67.8%에 달하고,시설자금만 4차례 이상 지원받은 기업이 9.9%나 됐다. 정책자금을 받은 업체 가운데 13.1%는 사후 점검을 받은 적이 없었으며,사후관리를 받은 업체 중에서도 정기적으로 사후관리를 경험한 경우는 42.5%에 불과했다. ◆부처별 운용체계 통합해야 정부 부처들이 경쟁적으로 중소기업 정책자금을 지원하다보니 기술개발 초기단계에서 정부의 지원을 최소화한다는 본래의 취지가 변질되기 십상이다.기업의 자생력을 해치는 부작용도 심각했다.민간시장에서 자체 자금조달이가능한 중소기업마저 앞다퉈 정부자금에 눈독을 들이는 바람에 유망기술을지녔지만 자금사정이 여의치 않은 기업들이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 위원은 “단기적으로 중소기업 정책자금의 집행 창구를 기업은행이나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으로 일원화하고,궁극적으로는 재원을 별도계정으로 통합관리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를 위해 부처간 협의·조정기구를 설치해 실질적인 통합·운용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나토정상회담 체코 프라하서 개막/ 옛 공산권7개국 흡수 유럽 안보체제 대통합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19개 회원국 지도자들은 21일 체코 프라하에서 개막된 정상회담에서 옛 공산권 7개국을 신규 회원국으로 받아들이는 사상 최대의 확대 방안을 승인했다. 나토는 이로써 옛소련 영토까지 영역을 확대,서방만의 안보동맹을 넘어서는 대규모 집단안보 체제로 거듭났다.또한 러시아를 제외한 과거 바르샤바 조약기구 회원국 전부를 흡수함으로써 유럽 대륙에서 냉전의 잔재를 완전히 청산했다. 이번에 가입이 승인된 라트비아·리투아니아·에스토니아 등 발트해 3개국과 루마니아·불가리아·슬로바키아·슬로베니아 등 동구권 4개국은 2004년부터 회원국으로 가입,미국이 주도하는 나토의 안보 우산 속으로 편입됐다. 1949년 옛소련의 위협에 맞서 서유럽 안보를 위해 창설된 나토가 과거의 적성국가들을 대상으로 기구 확대를 단행하기는 99년 체코·헝가리·폴란드 등 3개국을 회원국으로 가입시킨 데 이어 두 번째다. 조지 로버트슨 나토 사무총장은 새 회원국 명단을 정상회의에 제출하면서 “이것은 매우 중대한 결정”이라고 말했으며,나토 정상들은 로버트슨 총장이 제출한 안건을 박수로 통과시켰다.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유럽이 과거의 균열을 제거하고 점점 하나로 통합되는 역사적 순간이다.”라고 감격스러워했다.앞서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도 나토 확대 결정은 53년 나토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성공적으로 몸집을 키웠지만 나토는 미래에 대해 한동안 고민해야할 것 같다.유럽 언론들이 이번 회담의 주요 의제가 기구 확대가 아닌 나토의 향후 성격과 진로 모색이라고 지적한 것도 이런 이유다. 지난해 9·11테러 이후 급변한 안보환경에서 나토가 제몫을 수행할 수 있을지가 관심의 초점이다.이와 관련,제프 훈 영국국방 장관은 20일 나토가 21세기 새로운 도전에 부응해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나토는 근본적 전략 수정에 착수했다.그동안 지역안보에 치중해왔으나 안보대상을 테러리스트나 불량국가의 위협으로 바꾸고 이를 위해 세계 분쟁지역에 빠르게 개입할 수 있는 2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을 창설하며,미국과의 군사력 격차를 좁히기 위해 군비현대화 등을 승인했다. 지금까지 유럽과 북미 지역으로 제한됐던 나토군의 작전지역은 신속배치군 설치와 함께 전세계로 확대된다.하지만 미국 주도의 대테러전선 확대에 거부감을 느끼고 있는 독일·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은 나토가 유럽 방위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상당기간 진통이 예상된다.나토 정상들은 이와 함께 미국이 테러리즘과 불량 국가들의 위협에 기동력 있게 대처하기 위해 나토 회원국들에 요청한 2만명 규모의 신속대응군 창설 방안을 승인하는 한편,이라크에 대해 유엔의 무장해제 결의를 ‘전면적이고 즉각적으로’ 이행할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했다.정상들은 성명을 통해 “나토 동맹국들은 아무런 조건이나 제한도 없이 이라크의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순응을 담보해내기 위한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데 견해를 같이하고 있다.”며 “이번 유엔 결의는 이라크가 무장해제 의무를 이행할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박상숙기자 alex@
  • [씨줄날줄] 노란우산

    가을철 노란색의 상징인 서울 도심의 은행잎들이 예년 같이 곱지 않다.황금빛 제 색깔을 내려면 일교차가 심한 전형적인 가을날씨가 계속되어야 하는데,올해는 급작스러운 기온 강하로 가을다운 가을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란다.기온이 떨어지면 뿌리로부터 수분이 잎까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아 색깔을 내기도 전에 낙엽이 되어 떨어진다는 것이다.이래저래 올핸 책갈피에 간직할 은행잎을 찾기가 여의치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은행잎보다 더 아름다운 빛깔의 ‘노란’ 소식이 미국으로부터 전해져 반갑다.마치 오천석 선생이 쓴 ‘노란 손수건’에 나오는 ‘형무소에서 출소한 남편을 변함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뜻으로 마을 앞에 서있는 나무에 온통 노란 손수건을 매단 것 같은’ 낭보였다.그러나 이미 지난해 국제기구인 국제어린이도서협의회 선정 ‘50년 통산 세계의 어린이 책 40권’에 뽑힌, 우리가 창작한 것에 대해 이제서야 관심을 갖는 무심함을 되돌아보는 부끄러움이기도 하다. 류재수 화백이 그린 어린이를 위한 창작 그림책 ‘노란 우산’이 미국 유력일간지 뉴욕타임스 올해의 우수 그림책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류 화백은 국내 몇 안 되는 13평 아파트에서 넉넉지 않게 사는 ‘전업 그림책 작가’이다.그가 그린 노란 우산은 그림을 설명하는 글자나 줄거리가 없이,그냥 우산행렬 조형으로만 이뤄져 있다.그림과 음악이 어우려져 마음의 문을 노크하고 있을 뿐이다.처음에는 노란 우산 하나가 길을 가다가,어디선가 파란 우산이 나타나 그 옆에 따라붙고,또다시 빨간 우산이 나타난다.책장을 넘기면색색의 우산 숫자가 늘어나는 게 줄거리라면 줄거리이다. 꼭 짚어 말한다면 비오는 날의 등교 표정을 정감 어리게 표현한 동요 ‘빨간 우산,파란 우산,찢어진 우산’을 시각적 이미지의 즐거움으로 묘사한 그림책이라고 하는 게 옳을 것이다.그래서인지 고단한 일상에서도 쉬지 않은작가의 10여년 담금질이 배어있다.스스로도 “노란 우산에 담고자 했던 것은 그림 자체의 아름다움이며,색깔들의 조화 그 자체였다.”고 말한다. 우리 생활에서 노란색은 언제나 처음이자,끝으로 다가선다.봄을 알리는 ‘개나리를입에 문 병아리’ 모두 노오란 희망의 상징이다.한 해를 마감하고 내일을 준비하는 가을걷이도 황금빛이다.은행잎 대신 가을의 대미(大尾)를 화려하게 장식한 노란 우산이다. 양승현 논설위원 yangbak@
  • 류재수씨 ‘노란우산’ NYT 올해의책 선정

    그림책 작가 류재수(48)씨의 창작그림책 ‘노란우산’(재미마주 펴냄)이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의 ‘올해의 우수그림책’에 선정된 것으로 10일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해마다 미국 전역에서 출간된 그림책 가운데 10권을 우수그림책으로 선정,11월 셋째주에 이를 발표해 왔다.재미마주 출판사는 최근 뉴욕타임스로부터 선정사실을 통보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란우산’은 글자없는 그림책으로 지난 9월 미국에서 출간됐다.
  • 책/ 근원 김용준 전집,열화당 펴냄 - 지적 향기 가득 近園의 삶 읽기

    근원(近園) 김용준(1904∼1967)은 우리 근현대사에 드문 전인적(全人的) 예술가였다. 일제강점기와 분단시대를 아우르며 남과 북에서 일세를 풍미한 근원은 화가로서뿐만 아니라 비평과 사학 그리고 문기(文氣)를 겸한 재사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한 전형적인 지식인이었다. 문(文)·사(史)·철(哲)을 두루 갖춘 지성으로 평가받는 근원의 삶과 예술,사상을 온전히 접할 수 있게 됐다. 도서출판 열화당은 수필과 회화론,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등 남한과 북한에 흩어져 있는 근원 관련 자료를 3년에 걸쳐 수집ㆍ정리해 1400쪽이 넘는 방대한 규모의 전집으로 완간해 냈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근원은 일본의 도쿄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으며 귀국 후에는 서화협회 회원으로 작품을 발표하는 한편 서울대 미대 교수 등을 지내며 후학을 양성했다. 서화 골동 취미를 지닌 그는 조선미술사와 수묵채색으로 전공을 바꾸며 신세대 화단을 주도했다.날카로운 비평은 한국미술에 방향타 구실을 했다. 근원에 관한 연구와 평가는 한국전쟁 때 월북한 인사라는 이유로 금기시돼왔다.그에 대한 검토가 다시 이뤄진 것은 1980년대 후반 월북 작가들이 해금되면서부터. 북한에서 그는 평양미술대 교수를 역임하고 조선미술가동맹 조선화분과위원장,과학원 고고학연구소 및 민속학연구소 연구원 등을 지내며 연구와 저술,교육에 매진했다. 전집은 ‘새 근원수필’‘조선미술대요’‘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민족미술론’ 등 모두 5권으로 구성됐다.지난해 7월까지 네 권이 나온 데 이어 이번에 ‘민족미술론’이 출간됨으로써 근원 타계35년 만에 전집 작업이 마무리됐다. ‘새 근원수필’은 1948년에 출판된 ‘근원수필’에 23편을 더해 모두 53편으로 이뤄졌다.근원은 한국의 풍속과 취미,가까운 이웃의 모습 등을 특유의 정갈하고 담백한 문체로 담아 냈다.한국 수필 문학의 정수라는 평을 듣는 이 책에는 ‘검려지기(黔驢之技)’란 글이 들어 있다. 그가 어떻게 우산(牛山)이란 또 다른 호와 선부(善夫)라는 자를 갖게 됐는가를 밝힌 정감어린 에세이다. 미술사 지식의 원전으로 자리매김된 ‘조선미술대요’는 시대별·국가별 미술의 특색을 정연한 논리로 설명한 책.20세기 한국 미술사 대중화에 기여한 이 책은 범이(凡以) 윤희순의 ‘조선미술사 연구’와 더불어 민족미술사를 정립하는 데 큰 몫을 했다. 두 사람의 글은 모두 조선 후기 조희룡의 ‘호산외기’와 오세창의 ‘근역서화징’에 근거를 두었지만,시각은 사뭇 다르다.범이가 다분히 정치사회적인 측면에서 전통미술을 조명한 데 비해 근원은 문헌에 기초한 고증학적 접근과 감상적인 분석을 아울러 시도한다. ‘조선시대 회화와 화가들’은,조선조 회화와 화가에 관해 월북 전에 발표한 두 편의 글과 월북 후에 낸 네 편의 글에 ‘조선화 기법’‘조선화의 채색법’을 발굴해 추가한 책.근원은 특히 일반적인 중국화 범주에 넣기 어려운 ‘조선화’의 양식과 기법을 선명하게 기술한다. 김병종 서울대 미대 교수는 “근원은 남쪽에 있을 때 미술에서의 왜색이나 서풍(西風)을 다같이 경계했듯이,북으로 가서도 북한 미술이 일방적으로 중국화하는 것에 반대한 것 같다.”고 풀이한다. 1958년 출간된 같은 이름의 연구서를 복간한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는 고구려 고분벽화라는 특정한 역사유적과 미술 장르에 관한 최초의 연구서란 점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근원은 고분벽화를 통해 고구려 문화를 보되,인접 문화와의 관계 속에서 고구려 문화가 어떻게 풍부해지고 더욱 고구려다워졌는가를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춘다. 북한의 고구려 관련 저작에서 특히 눈에 띄는 ‘고구려 본위주의’에 빠지지 않으려는 의지도 곳곳에서 읽힌다. 마지막권 ‘민족미술론’은 근원이 도쿄미술학교에 유학한 1927년부터 타계 6년 전인 1961년까지 신문과 잡지·학술지 등에 기고한 미술론과 미술평론·산문 등 모두 40편의 글을 담았다.이 글들은 근원의 미술에 관한 입장이 ‘프로미술론’‘순수미술론’‘민족문화론’‘사회주의 민족문화론’의 네단계를 거쳐 변화했음을 보여줘 눈길을 끈다. 부록으로 근원의 그림과 도서장정을 수록해 화가·장정가로서의 면모를 살필 수 있게 했다.근원이 기거한 서울 성북동 ‘노시산방(老시山房)’ 사진 등 희귀 자료도 여러 점실었다.전5권 8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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