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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추절 연휴에도… 홍콩 반중·친중 시위대 난투극

    중추절 연휴에도… 홍콩 반중·친중 시위대 난투극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5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중추절 연휴에도 곳곳에서 친중국·반중국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카오룽베이의 유명 쇼핑센터인 아모이플라자에서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오른쪽)가 주먹다짐을 하고 우산, 국기 등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연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충돌은 친중 시위대의 의도적 도발로 시작됐지만 홍콩 경찰은 반중 시위대만 20여명 체포해 공분을 샀다. 홍콩 AP 연합뉴스
  • 중추절 연휴에도… 홍콩 반중·친중 시위대 난투극

    중추절 연휴에도… 홍콩 반중·친중 시위대 난투극

    홍콩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15주째로 접어든 가운데 중추절 연휴에도 곳곳에서 친중국·반중국 시위대 간 충돌이 벌어졌다. 14일(현지시간) 카오룽베이의 유명 쇼핑센터인 아모이플라자에서 친중 시위대와 반중 시위대(오른쪽)가 주먹다짐을 하고 우산, 국기 등을 휘두르며 난투극을 연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이날 충돌은 친중 시위대의 의도적 도발로 시작됐지만 홍콩 경찰은 반중 시위대만 20여명 체포해 공분을 샀다. 홍콩 AP 연합뉴스
  • 오늘 도쿄 낮 온도는 섭씨 25도, 그런데 눈이 내렸습니다

    오늘 도쿄 낮 온도는 섭씨 25도, 그런데 눈이 내렸습니다

    내년 도쿄하계올림픽 조정과 카누 경기가 열리는 시포레스트 워터웨이 경기장은 13일 한때 섭씨 25도였다. 그런데 눈발이 날렸다. 물론 이상 기후가 아니었다. 도쿄올림픽이 극심한 무더위 속에 열려 최악의 대회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이들이 많은데 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춰 쾌적한 관람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인공 눈을 내리는 실험이 실행된 것이다. 대략 300㎏ 무게의 인공 눈이 관람석 위에 뿌려졌다. 도쿄의 7월 평균 기후는 섭씨 35도에 습도 80%다. 그런데 2000명을 수용하는 이곳 경기장의 절반은 지붕에 덮이지 않아 직사광선을 그대로 받아내야 한다. 건설 경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지붕 크기를 절반으로 줄여서다. 이날 대회 조직위원회 관계자들이 카누 스프린트 테스트 이벤트에 관람객으로 초빙돼 5분 남짓의 인공 눈 실험을 지켜보며 나름 즐거워했다. 원하는 결과를 얻었는지 곧바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단 눈 내리기 전이나 후나 섭씨 25.1도의 온도에는 변함이 없었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오카무라 다카시 조직위 커뮤니케이션 및 지휘통제국장은 예상했던 대로는 아니지만 눈이 내려 다른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며 “이 기계의 장점은 스프레이 장비를 갖춰 관람객들의 기분을 다시 상쾌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되며 오락거리도 된다”고 말했다. 이 장비는 이전에 음악 축제에서도 선보인 바 있는데 얼음을 갈아 눈을 만들어 이를 공기와 섞어 날려 바람 부는 여건이라면 15m 떨어진 곳까지 뿌릴 수 있다. 가동 비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되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직위가 이 장비를 대회 기간 가동할지 확정된 것은 아니며 이날 한 차례 더 실시하고 앞으로 몇 차례 더 실험할 계획이다. 도쿄가 올림픽 유치에 성공한 2013년부터 날씨를 시원하게 만드는 프로젝트는 ‘미스티(물안개) 머신’부터 커다란 우산 모양의 모자까지 거의 모두 시도해본 상황이다. 지난해 일본 정부는 일주일 동안 적어도 65명 이상이 열파와 관련해 숨지자 자연재해로 선포했고 올해 7월에는 5000명 이상이 무더위를 호소하며 병원 치료를 원하기도했다. 지난달 국제트라이애슬론연맹(ITU)은 도쿄올림픽 예선 경기 날, 수은주가 섭씨 32도까지 치솟자 코스를 단축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일찍부터 지구력이 요구되는 경기를 가장 시원한 시간에 치를 수 있도록 아베 신조 총리에게 서머타임을 시행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마라톤 레이스는 일찌감치 새벽 6시에 출발하도록 이미 확정된 상태다. 마라톤 풀코스(42.195㎞) 도로는 표면 온도를 섭씨 8도 이상 오르지 못하게 열을 흡수하는 소재로 코팅하도록 했는데 휠체어를 이용해 훨씬 더 표면 가까이에서 호흡해야 하는 장애인올림픽(패럴림픽) 육상 선수에게는 더욱 절실한 문제가 되고 있다. 장애인 선수들은 비장애 선수들보다 체온이 2~3도는 더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마라톤 등 도로 경기를 즐기는 관람객들에게 가능한 그늘을 더 많이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에어컨이 가동되는 건물의 창문을 모두 개방하도록 하는 조치들이 거론되고 있다. 또 조직위는 스폰서십을 보호하고 안전을 도모해 경기장 안에 관람객이 물병을 갖고 입장하지 못하게 하는 관례를 깨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내년 7월 24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 패럴림픽은 8월 25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개최된다. 그 전에 일본 럭비월드컵이 열려 40만명 정도가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일 도쿄에서 개막식이 열리고 12개 경기장에서 경기가 이어져 지역 관광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고 방송은 전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5·18 광주 데자뷔’ 홍콩의 택시운전사, BBC 기자에 “우리의 싸움 전해달라”

    ‘5·18 광주 데자뷔’ 홍콩의 택시운전사, BBC 기자에 “우리의 싸움 전해달라”

    BBC 중국 특파원 트위터 올려택시기사, 요금 안 받겠다 사양“‘홍콩은 포기 안 해’ 전해달라”‘홍콩판 택시운전사’ SNS 화제 ‘임을 위한 행진곡’ 홍콩 울리기도6월 시작된 홍콩 시위 석 달째미 의회, ‘홍콩 민주주의법’ 추진시위대 이끄는 조슈아 웡, 독일행“기자 양반, 요금은 안 받겠소. 고마운 건 내쪽이오. 부디 세상에 전해주시오. 홍콩 사람들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고. 우리는 자유를 위해 계속 싸울 거라고.” 영국 BBC방송의 중국 특파원인 스티븐 맥도넬은 지난 9일 홍콩 국제공항에서 가슴 뭉클한 일을 겪었다. 공항까지 자신을 태워준 택시기사가 한사코 요금을 사양한 것이다. 이름 모를 택시기사는 외신 매체가 있어 정말 고맙다면서 맥도넬의 손을 덥썩 잡았다. 그러면서 자유를 쟁취할 때까지 끝나지 않을 홍콩 시위대의 싸움을 세상에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맥도넬은 이 일을 트위터(@StephenMcDonell)에 즉시 올렸다. 그의 글은 5000번 이상 리트윗되는 등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맥도넬은 “홍콩의 정치적 위기로 이 택시운전사의 생계는 곤란해졌을 것”이라면서 “시위대 때문에 장사에 피해를 본다고 불평하는 사람도 물론 만났지만, 시위대를 지지하는 자영업자가 이처럼 많다는 사실이 정말 놀랍다”고 적었다.홍콩 및 중국 재외국민을 비롯한 트위터리안은 홍콩 시위를 지지한다는 댓글을 1000건 이상 남겼다. 이 가운데는 맥도넬의 사연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실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 영화 ‘택시운전사’를 떠올리게 한다는 중국어, 영어 댓글이 여러 개 달렸다. 방탄소년단을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한 트위터리안은 “훌륭한 한국 영화 한편이 생각난다”고 적었다. “택시운전사의 홍콩버전”이라는 평도 있었다. 또다른 이용자는 이 영화의 상세한 줄거리를 언급하며 “언젠가 홍콩 시위도 더 많은 영화와 TV작품으로 볼 수 있길 바란다”며 적었다. 그러자 맥도넬은 택시운전사의 포스터를 첨부하면서 “정말 좋은 영화다. 실화를 담은 놀라운 이야기다. 강력 추천”이라고 화답했다.2017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를 광주까지 태워준 택시기사 김사복씨의 실화를 소재로 한 영화다. 총 관객수 1219만명을 기록한 이 영화에서 배우 송강호씨는 신군부의 무자비한 살상을 목도하고, 광주의 참상을 세계에 알리려 한 힌츠페터를 적극적으로 돕는 택시운전사를 연기했다. 영화는 같은 해 9월 홍콩과 대만에서도 개봉됐다. 영화를 본 현지 시민들은 당시 SNS에 “우리는 언제쯤 역사를 직면할 수 있을까”, “스크린에 당신들의 이야기를 옮길 수 있다니 부럽다”, “객석이 울음바다였다”, “비슷한 어떤 사건(텐안먼 사태)이 자꾸 생각난다”는 등의 감상평을 남기며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했다. 지난 6월 9일 시작돼 3개월간 이어진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서 홍콩 시민들은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촛불집회 등 한국의 민주화 투쟁을 거울 삼기도 했다. 시위 초기 통기타를 든 한 참가자는 “구글에서 ‘광주의 노래’를 검색해보라. 한국영화 3편 ‘변호인’, ‘택시운전사’, ‘1987’을 봤다면 무슨 말인지 알 것”이라며 “광주 민주화 운동을 대표하는 노래가 바로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고 소개했다.이 참가자가 중국어 가사를 붙인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청껏 부르는 영상은 SNS에서 화제가 됐다. 중국 정부가 홍콩 시위에 대한 자국 언론의 보도를 통제하는 가운데 홍콩 시민들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해줄 국제 언론에 크게 의존하는 형편이다. 그래서인지 시위대는 현장을 취재하는 외신 기자들이 다치지 않게 적극적으로 보호하기도 한다. 홍콩 경찰이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는 등 진압에 나서자 현장을 중계하는 외국인 기자에게 우산을 씌워주고, 안전모를 쓰게 하는 시위대의 모습이 취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다. 홍콩 시위는 3개월 째 접어들었다. 시위대는 송환법의 완전한 철회와 시위대에 대한 폭도 지정 철회 및 홍콩 경찰의 무력진압에 대한 정식 사과, 체포된 시위대의 전면 석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하지만 중국 정부는 시위대를 범죄집단으로 규정하고 “모든 범죄행위는 법에 따라 처리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의회는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특별지위를 지속할 지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과 함께 홍콩의 기본 자유를 억압한 책임이 있는 자들의 미국 비자 발급을 금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한편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고 있는 조슈아 웡은 9일 독일 베를린을 방문해 “홍콩은 새로운 냉전시대의 베를린”이라며 “자유 세계가 중국의 권위주의 정권에 저항하는 우리와 함께하길 촉구한다”고 호소했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아이eye]게임은 그저 ‘질병’인가/김민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아이eye]게임은 그저 ‘질병’인가/김민서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게임 좀 그만해라”,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해봐라”, “대학 가면 다 잘 된다” 등 학생이라면 대부분 어른들로부터 한 번 쯤 들어봤을 이야기다. 청소년들은 공부로만 판단되는 시험대에서 하루 종일 죽도록 공부를 해야 한다. 그러다가 잠깐의 휴식시간이 주어지면 조금이라도 숨을 쉬고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 게임을 찾게 된다. 그런데 최근 게임이 질병 취급을 받고 있다. 과연 그것이 옳은 것인지 궁금하다. 공부를 열심히 하면 교사, 공무원, 판사, 수학자, 물리학자 등이 될 수 있고, 미술이나 음악을 열심히 하면 디자이너나 작곡가, 연주가등이 될 수 있고, 운동을 열심히 하면 운동선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러면 게임에 적성과 소질이 있어 게임을 열심히 하면 게임 개발자가 될 수도 있고, 프로게이머, 크리에이터가 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정관념을 갖고 게임을 일방적으로 통제하고 억압하는 건 너무 안타까운 일이다. 더군다나 이젠 질병 취급까지 하다니···. 되려 어른들에게 말하고 싶다. 게임에 몰두하는 아이들을 보면 단순히 ‘게임 중독자다’, ‘게임에 미쳤다’고 손가락질하고 비난하기 보다 왜 게임에 지나치게 몰두하는지, 왜 몰두할 수밖에 없는지 더 깊이 생각해 보라고 말이다. 학생들의 극소수만 학업 생활에 성취감을 느끼며 산다.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대부분의 학생들이 반드시 공부에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이때 손쉽게 성취감을 얻게 해주는 것이 게임이기도 하다. 게임을 한다고 다 폭력적인 게임이 아니고, 그걸 한다고 다 폭력적인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전략적으로 생각하는 법을 배우고 사고 능력을 키워주는 게임도 존재한다. 그런데도 게임을 많이 하면 폭력성이 강해진다고 하는 것은 너무나도 잘못되고 구시대적인 생각이다. 나는 어른들이 게임에 대한 편견들을 바꾸었으면 한다. 공부를 잘해야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라, 어떤 분야든 꿈을 가지고 열정을 다하는 아이들을 지원하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아이들의 생각이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조금 더 넓어지고 커질 수 있도록, 어른들이 먼저 세상을 보는 시야를 더 넓게 갖고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에 대해서도 조금 더 넓게 생각해주는 그런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서울신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어린이, 청소년의 시선으로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는 ‘아이eye’ 칼럼을 매달 1회 지면에, 매달 1회 이상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 동방신기 최강창민, ‘산불’ 강원도·아마존에 총 1억 4천만원 기부

    동방신기 최강창민, ‘산불’ 강원도·아마존에 총 1억 4천만원 기부

    그룹 동방신기 멤버 최강창민(본명 심창민·31)이 산불 피해를 본 강원도와 아마존의 복구를 위해 총 1억 4000만원을 기부했다. 최강창민은 강원 산불 피해 복구 숲 조성 캠페인을 위해 나무를 심는 사회적기업 트리플래닛에 7000만원, 최근 산불 피해를 크게 입은 아마존 복구를 위해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 7000만원을 전달했다. 최강창민은 지난 5월 ‘환경 보호’를 테마로 패션 아이템을 직접 디자인해 선보인 프로젝트 ‘리:맥스’(RE:MAX) 수익금에서 이번 후원금을 조달했다. 최강창민은 지난 7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5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평소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와 저소득층 돕기 등 선행을 실천해왔다. 그는 최근 동방신기 앙코르 콘서트 투어를 성공적으로 펼쳤고, 하반기 JTBC에서 새 예능 프로그램 ‘양식의 양식’에 출연할 예정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해방 가져다 달라”… 홍콩 시위대, 트럼프에 SOS

    “해방 가져다 달라”… 홍콩 시위대, 트럼프에 SOS

    美의회에 홍콩인권민주주의법 통과 촉구 행정장관 직선제 등으로 요구 범위 확대 ‘3명 사망·은폐’ 음모론에 정부 “사망 없어” 람 장관 “청년들, 일국양제 중요성 몰라” 시위 주역 조슈아 웡, 대만 귀국중 또 체포 홍콩 정부가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공식 폐지를 선언했지만 일부 시위대가 행정장관 직선제 도입 등을 관철시키고자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시위 군중이 몰려들면서 일부 지하철역이 폐쇄됐고 경찰은 최루탄을 쏘며 이들을 해산시키는 등 주말 시위가 14주째 이어졌다. 송환법 폐지 선언에도 홍콩 시위가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민주화 운동 진영은 도심 센트럴 지역 차터가든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홍콩 주재 미국총영사관까지 행진했다. 시민 수천명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제발 홍콩에 해방을 가져다 달라’고 쓴 포스터를 들고 “중국에 반대, 홍콩의 해방”을 외쳤다. 이들은 또 미 의회에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를 촉구했다. 이전 시위에 비해 참가 인원은 줄었지만 시위대는 경찰의 과잉 진압 진상조사와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 민주화 요구를 관철시키고자 투쟁의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이들 진영은 전날 홍콩 국제공항을 마비시키려고 했지만 경찰이 순찰을 대폭 강화해 시위가 봉쇄됐다. 그러자 수백명이 저녁부터 몽콕 지역 프린스에드워드역으로 모여들었다. 참가 인원이 불어나자 홍콩 지하철 운영사인 MTR은 이 역을 폐쇄했다. 시위대는 인근 몽콕 경찰서 앞 도로를 점거한 뒤 길거리에 물건을 쌓아놓고 불을 붙였다. 이에 경찰은 이들에게 최루탄을 쏘며 해산에 나섰다. 시위대가 프린스에드워드역을 찾은 것은 이곳이 경찰 강경 진압의 상징이 됐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달 31일 특수부대를 투입해 시위대 63명을 체포하고 지하철 객차 안까지 들어가 시위대에 곤봉을 휘두르고 남녀 4명을 무차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3명이 사망했는데 정부가 이를 은폐하고 있다”는 음모론이 확산됐다. 일부 시민은 역 입구에 조화를 놓고 추모에 나섰다. 홍콩 정부가 “지난 6월 이후 진압 과정에서 숨진 시민은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다.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지난 6일 중국 난닝에서 열린 한 회의에 참석해 “홍콩의 청년들이 많은 것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면서 “특히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중요성을 모르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중국신문사가 7일 보도했다. 신화통신은 8일 천쉬 제네바 유엔본부 주재 중국 대표가 인권이사회 회의에 앞서 열린 브리핑에서 미국을 겨냥해 “홍콩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며 그 어떤 외부 세력의 간섭도 용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우산혁명’의 주역이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 온 조슈아 웡(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또 체포됐다. 웡은 이날 성명에서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오늘 아침 공항 세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면서 현재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그는 지난 3일 대만을 방문해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정치인들을 만나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다 귀국하던 길이었다. 그러면서 “내일 아침 공판 이후에 풀려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홍콩 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 또 구금…대만서 귀국 중 체포

    ‘홍콩 우산혁명 주역’ 조슈아 웡 또 구금…대만서 귀국 중 체포

    보석 조건 위반 혐의…웡 “법원이 출국 승인” 홍콩 ‘우산혁명’의 주역인 조슈아 웡(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8일 또 체포됐다. 웡은 이날 데모시스토당을 통해 전한 성명에서 “보석 조건을 어겼다는 이유로 오늘 아침 공항 세관에서 경찰에 붙잡혔다”면서 현재 구금된 상태라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웡은 지난 3일 대만을 방문해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정치인들을 만나 홍콩 민주화 운동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다 이날 오전 귀국하던 길이었다. 웡은 “9일 아침 공판 이후에 풀려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동료들을 향해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덧붙였다. 그는 홍콩 법원이 그의 출국을 승인했기 때문에 보석 조건 위반이라는 체포 혐의는 절차상의 실수라고 보고 있다고 AFP통신은 설명했다. 앞서 웡은 불법 시위 참여를 선동한 혐의 등으로 지난달 30일 경찰에 체포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난 바 있다. 홍콩 경찰은 아직 이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웡은 12살에 운동가로 활동을 시작해 2014년 우산혁명의 주역으로 떠오른 홍콩의 저명한 민주화 운동가 중 한 명이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성북구,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50억원 확보

    성북구, 서울시 시민참여예산 50억원 확보

    서울 성북구는 지난달 31일 서울시청 신청사 8층 다목적홀에서 열린 ‘2019 시민참여예산 한마당 총회’에서 성북구민이 제안한 사업 48건이 선정돼 예산 50억원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구민 제안 사업 48건은 시정참여형 사업 14건(28억 2000만원), 시정협치형 사업 2건(8억 6000여만원), 구 단위 계획형 사업 9건(10억 5000만원), 동 단위 계획형 사업 23건(2억 4000여만원)이다. 구민들은 비가 올 때 우산이 돼 주는 버스 승차대 설치, 북악산로 미아구름다리 주변 조명 교체, 성북구 구간 내 중랑천·성북천 정비 등을 제안했다. 이날 열린 시민참여예산 우수사업 경진대회에서도 ‘보도 폭이 아주 좁아 유모차가 차도로 간다고요’ 사업이 최우수상을 받았다. 주민참여예산제은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주민이 직접 제안·심사·평가해 예산 편성에 반영하는 제도다. 구는 2011년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 의무화 이후 7년간 280억원을 지원받았다. 이승로 성북구청장은 “현장 목소리를 직접 경청하고, 그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려 한 노력이 주민 참여 가치를 확산하는 계기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성북구민의 삶의 문제는 곧 대한민국 국민의 문제”라며 “성북구민이 제안한 사업이 국민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업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자부한다”고 덧붙였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사설] 홍콩 송환법 철회, 성숙한 민주주의 거름 되길

    홍콩 행정수반인 캐리 람 행정장관이 그제 송환법 공식 철회를 발표했다. 이 소식에 미국, 유럽의 주요 증시가 상승 마감했고, 미중은 다음달 워싱턴에서 고위급 무역 협상을 재개하기로 어제 합의했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78일간의 ‘우산혁명’은 실패했지만, 홍콩 시민들은 이번 ‘제2차 우산혁명’에서는 88일째 시위 만에 기념비적인 결실을 거뒀다. 지난 6월 9일부터 송환법 반대 시위가 계속되면서 중국은 인민해방군 소속 수천명의 무장경찰을 홍콩과 차로 10분 거리인 선전에 배치해 무력 투입을 위협하고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통해 긴장감을 조성했다. 미국 등 서방세계는 강경 진압이 이뤄질 경우 제2의 톈안먼 사태가 될 것이라며 중국을 압박했고, 홍콩 시민들은 지난 2일부터 총파업(罷工), 동맹휴업(罷課), 철시(罷市·불매운동) 등 ‘3파 투쟁’으로 맞섰다. 송환법 철회는 시위대의 5대 요구 사항 중 첫 번째 요구 사항에 불과해 앞으로 사태가 끝날 것으로 단언하기는 어렵다. 시위대는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실시 등도 촉구하고 있다. 중국은 155년간 영국이 통치하던 홍콩을 1997년 넘겨받으면서 홍콩의 자본주의 경제체제와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50년간 유지한다는 일국양제를 약속했다. 일국양제로 홍콩은 여전히 아시아의 금융 중심지로 남아 있고, 이는 중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홍콩이 중국 본토와 조화롭게 공존해야 하는 이유다. 홍콩 행정 당국과 중국 정부는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를 성숙한 민주주의를 향한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달 1일 시진핑 지도부 집권 2기의 발판이 될 신중국 건국 70주년 행사가 세계의 축하를 받는 자리가 될 것이다.
  • [아이eye]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강수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아이eye]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웃을 수 있는 날/강수미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은 작은 다문화 사회나 다름없을 정도로 필리핀, 방글라데시, 중국 등 이웃 국가에서 온 어른과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생활하고 있다. 어떤 사람들은 TV나 신문에서 접할 수 있는 다문화 사회가 나에겐 초등학교, 중학교 내내 마주했던 익숙한 세상이다. 또한 ‘얼굴색과 생김새가 달라도 차별받지 않아야 한다’며 교과서에 웃는 모습으로 그려진 다문화 친구들이 나의 실제 소중한 친구들이다. 반면 외국에서 왔다는 이유만으로 놀림받은 다문화 친구들 역시 나와 학교를 같이 다닌 친구들이다. 다문화 친구들은 우리와 꽤 다른 피부색과 외모로 놀림받고,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며 무시와 소외를 당하기 일쑤였다. 심할 경우에는 학급 내 힘든 일거리를 다문화 친구들이 도맡아 하며 괴롭힘을 당할 때도 있다. 또 다문화 친구들 중에는 괴롭힘 대상이 되는 것을 피하려고 본인 국적을 숨기고 한국 사람인 척하며 또 다른 다문화 친구를 놀리는 슬픈 일도 발생한다. 가장 큰 문제점은 다문화 친구들은 다문화 친구들끼리, 우리나라 친구들은 우리나라 친구들끼리만 다니는 집단 문화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결국은 학교에 입학해 졸업하기까지 국적이 다른 우리들은 진정으로 친해질 기회 한 번 없이 또다시 이별하게 된다. 학교에서 다문화 친구들을 제대로 겪어 보지 못한 우리는 사회에 나가서도 끝없는 편견으로 이들을 대하며 서로 하나 되지 못한 채 단절된 생활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다행히 나는 1년간의 장기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주 1회씩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소소한 활동을 경험했다. 이 과정에서 다문화 친구들의 특성을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었고, 어느새 소소한 것조차 공유하고 즐기고 털어놓을 수 있는 소중한 친구 사이가 됐다. 그러나 전교생 중 이러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학생수는 20, 30명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안타깝다. 우리가 다문화 친구들을 존중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면, 다문화 친구들은 우리와 국적만 다를 뿐 우리와 동등한 권리를 가진 한 사람이며, 우리도 타국에 가서 생활을 하게 되면 언제든지 ‘다문화 친구’가 될 수 있기에 당연히 다문화 친구들을 존중하고 함께 잘 어우러져 지내야 한다고 답하고 싶다. *서울신문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함께 어린이, 청소년의 시선으로 사회 현안을 들여다보는 ‘아이eye’ 칼럼을 매달 1회 지면에, 매달 1회 이상 온라인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 [포토] 태풍 ‘링링’ 북상 중…수도권에 쏟아져 내리는 비

    [포토] 태풍 ‘링링’ 북상 중…수도권에 쏟아져 내리는 비

    태풍 링링이 북상 중인 가운데 서울, 경기(화성,양주,안산,수원,포천,성남)에 호우경보가 발령된 5일 우산을 쓴 수도권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019.9.5 뉴스1·연합뉴스
  • 손가락 사인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中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

    손가락 사인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中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

    중국의 한 소녀가 공항에서 낯선 남자에게 끌려가며 도와달라고 외칠 수도 없자 손가락으로 알듯모를 듯한 사인을 만들어 보인다. 언뜻 보면 OK 사인과 비슷한데 OK 사인이 어깨 위로 팔을 들어올려 큰 동작을 취하는 반면, 이 사인은 누군가로부터 숨기려는 듯 배 근처에 대고 한다.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눈치를 주는 것이다. 이 동영상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배우가 등장해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과 함께 OK 사인과 다르게 엄지와 약지를 잇닿게 해 중국의 112에 해당하는 110을 만들어 보이는 포스터가 소셜네트워크 ‘틱톡’을 통해 확산되면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당국이 긴장한다는 것일까? 동영상에서 이 신호는 통했다. 행인이 소녀를 끌고 가던 남자에게 항의했고 다른 이도 가세해 소녀는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 한 남성이 마지막에 등장해 “이 제스처를 퍼뜨려” 누군가에게 유인, 납치되거나 목숨이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이 다른 이에게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낼 수 있게 하자고 말한다.그런데 당국은 이 동영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국 인터넷 검열기관인 피야오는 OK 사인을 구조 신호로 쓰는 것은 절대적으로 괜찮지 않다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동영상이 경찰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짐작했지만 청두경제일보에 따르면 누가 제작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피야오는 경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한 뒤 “이런 제스처는 경고로도 별 의미가 없다”면서 경찰에 직접 도움을 청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를 알아보게 하는 데 유용하다고 이 손가락 제스처를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블로거는 “도와달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제스처보다 실용적”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이들은 애매한 손짓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끼어들게 만들어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이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중국에서 이런 조그만 몸짓으로라도 다른 이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중국 사람들은 유난히 숫자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숫자를 활용한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앨범 ‘1989’를 내놓았을 때 중국 당국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돌아보면 된다. 그 해 톈안먼 광장 유혈진압이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46이나 64(둘다 6월 4일을 가리킨다), 1989에 당국이나 관료들은 경기를 일으킨다. 나아가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때 홍콩 행정장관이었던 렁춘잉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689로 부르거나 지난 4일 2차 우산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범죄인 송환 법안을 공식 철회한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을 777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또 그래픽에서 보는 것처럼 눈마스크, 헬멧, 얼굴마스크 등 시위와 집회에 꼭 필요한 물품들을 가리키는 제스처들이 홍콩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렇게 작아서, 꼭집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도 없는 제스처나 사인 등이 본토에 상륙해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퍼져나가면 장차 사회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관료들은 긴장하는 것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bsnim@seoul.co.kr
  • 구국 영웅들의 빛바랜 흔적… 근현대사 야외박물관 산책

    구국 영웅들의 빛바랜 흔적… 근현대사 야외박물관 산책

    서울신문이 서울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9회 망우리’ 편이 지난달 31일 중랑구 망우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무더위와 장마를 피해 저녁 시간대에 진행한 5차례의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이 끝나고 오전 10시 평상 투어로 돌아온 날이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집결지 망우역을 출발, 지역 명물 동부고려제과와 우림시장을 둘러봤다. 우림시장 앞에서 165번 시내버스를 타고 동부제일병원 정류장에서 내려 망우리 공원으로 향했다. 망국의 한이 서린 13도 창의군 탑을 지나 이태원 묘지 무연고자 합장묘역의 유관순 열사 추정묘에서 묵념을 올렸다. 열사에게 띄우는 편지를 써서 기억의 나무에 매다는 추도 이벤트도 가졌다. 이어 유상규, 방정환, 한용운 선생 묘를 차례로 순례했다. 망우리에 묻힌 49위의 독립지사와 문인·예술가의 자취를 둘러보기에 2시간은 턱없이 짧았다. 특히 유관순 열사 추정묘는 드높은 이름에 비해 열악한 참배길과 무너진 봉분, 조악한 가짜 꽃이 엄숙함을 흐리게 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동부고려제과와 망우리 공원 2곳이었다. 해설을 맡은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13도 창의군 탑 앞에서 충과 효의 갈림길에 선 지도자의 선택과 독립지사들이 남긴 구국의 목소리를 조곤조곤 들려줬다. 8월의 마지막 날 서울의 동쪽 끝자락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본 뜻깊은 시간이었다.망우리는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망우리 묘지인지, 망우리 공원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공동묘지에서 공원으로 바뀐 지 반세기가 흘렀건만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한 탓이다. 행정지명은 중랑구 망우동 산57-1이지만, ‘경기도 양주군 망우리’라는 ‘고리짝’ 지명이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망우리는 공원으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공동묘지인 것이다. 망우리라는 지명이 망우산이라는 자연지명을 잡아먹었다. 망우리 공동묘지라는 섬뜩하고 부정적인 죽음의 공간에서 벗어나서 망우산이라는 멋진 산 이름을 활용, ‘망우산역사문화공원’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해발 282m의 망우산은 중랑구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 구리시에 걸터앉은 나지막한 산이다. 서울의 동쪽 경계인 용마산과 봉화산, 아차산과 첩첩이 겹쳤다. 망우산은 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안쪽 경계 ‘내사산’과 함께 삼각산~용마산~관악산~덕양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동쪽 바깥경계 ‘외사산’의 일부를 형성한다. ‘망우’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묏자리를 정하고 돌아오는 고개 위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근심을 잊게 됐다”고 말했다고 해서 붙었다.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조선 역대 왕과 왕비 등 9기 17위가 모셔진 구리시 동구릉에서 직선거리로 1㎞ 남짓 떨어진 곳이다. 동구릉 가는 길목에 자리한 망우산에 오르면 한강 이북의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이 줄줄이 펼쳐지고 한강 이남 검단산과 예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조선시대 서울에 사는 백성이 죽으면 서소문 밖 애오개(아현), 광희문 밖 신당, 남산 바깥 이태원, 동소문 바깥 미아리에 각각 묻혔다. 멀리 서쪽 은평구 이말산과 북쪽 도봉구 초안산은 양반이나 궁녀, 내관, 중인층의 묘역으로 쓰였다. 잘나가는 서울양반은 고향 선산까지 내려가거나 경기·충청 일대에 묻혔다. 특히 남산 밖 이태원 부근 지금의 용산 미군기지 일대는 서울 최대의 공동묘지였다. 1905년 일본군이 이 땅을 군사기지로 수용할 때 무려 117만여기의 무덤자리를 확인한 바 있다. 일제강점 후 경성 부립 공동묘지가 사대문 밖에 조성됐는데 경성이 점차 확장되면서 1933년 양주군 망우리에 83만2800㎡ 규모의 공동묘지를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용산구 이태원 일대와 마포구 노고산 등지에 있던 공동묘지를 옮겨왔다. 이후 1973년까지 40년 동안 서울시민 전용 묘지 구실을 했다. 이 시기 서울에서 사망한 사람의 운구는 잘났거나 못났거나 대개 망우리로 향했다. 1963년 서울의 면적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서울시 행정구역 확장에 따라 경기도 지역 12개 면 90개 리가 서울에 편입됐을 때 서울 동북부의 변방 망우리도 서울특별시가 됐다.망우리에는 한때 5만기 가까운 묘역이 조성됐고 폐장되기 전까지 해방과 한국전쟁, 4·19혁명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품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묘 터가 부족해지자 경기도 벽제리, 용미리, 언주리(양재) 등에 공동묘지를 조성해 화장과 이장 등이 이뤄졌다. 묘지 사용이 중단됐어도 한식, 추석 때면 조문행렬로 들썩거렸다. 무덤이 빠져나간 터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지금처럼 숲이 우거진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이전에는 봉분만 가득한 민둥산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4.7㎞의 망우리 순환로를 ‘사색의 길’로 정비했고 길가에 연보비를 세워 묘역의 주인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죽음의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은 7360기가 남아 있다. 유관순, 한용운, 오세창, 방정환, 지석영, 박인환, 이중섭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독립유공자와 저명한 예술가, 문인재사 46명이 영면해 있다. 안창호, 송진우, 나운규, 김영랑도 한때 이곳에 묻혔다. 18세 소녀 유관순 열사는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9월 서대문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가 망우리로 옮길 때 2만 8000여명의 이름 모를 유해와 함께 화장돼 합장됐다. 잇따른 투옥과 순국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열사의 묘지를 망실한 때문이다. 열사의 묘는 지금껏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속 한 명으로 기억되다가 지난해 9월 기념사업회 등에서 ‘유관순 열사 분묘합장 표지비’를 마련, 비로소 이름을 얻었다. 딱한 일이다.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당하기 전 “고국에 묻어 달라”고 간절한 유언을 남겼으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 사례와 닮은꼴이다.망우리 공원 초입 13도 창의군 탑은 항일의병의 구국 혼을 기리는 기념비적 조형물이다. 망우산 고개는 경기 동북부에서 양주를 거쳐 서울 동대문으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1908년 수도를 탈환하겠다며 전국 13도에서 모인 창의군의 진격로이기도 했다. 1907년 정미7조약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자 총대장 이인영을 위시한 1만 의병이 들고일어난 조선말 대사건이다. 군사장 왕산 허위는 300여명의 선발대를 이끌고 동대문 밖 30리 지점인 망우리까지 진공했으나 이인영이 부친상을 당해 고향으로 내려간 사이 사기를 잃은 병력이 흩어지는 바람에 일본군의 공격에 패퇴했다. 이후 길을 잃은 의병항쟁은 국외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게릴라전을 벌이던 허위는 체포돼 서대문형무소 첫 사형수로 처형됐다. 동대문~신설동~청량리 구간 간선도로에 허위의 호를 딴 왕산로라는 도로명이 남아 서울진공작전 실패의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망우산은 사연 많은 산이다. 그 산에 깃든 망우리 공원은 단순히 과거의 공동묘지이거나 현재의 공원이 아니다. 마치 살아 있는 야외 역사박물관처럼 느껴진다. 명멸한 숱한 인물을 통해 근현대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2012년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15년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한 까닭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0차 홍릉숲길 산책 ■일시 및 집결장소 : 9월7일(토) 오전10시, 고려대역 3번 출구(개찰구 안)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 (www.suci.kr)
  • [미래유산 톡톡] 길 위에서 만난 애국지사들의 결의

    [미래유산 톡톡] 길 위에서 만난 애국지사들의 결의

    서울 중랑구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산은 해발 281.7m이며 망우산 일대에는 서울시립장묘사업소 망우묘지가 있다. 이 지역 5.2㎞의 산책로 곳곳에 독립운동가들과 문학과 예술계의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다. 안창호 선생의 묘도 이장되기 전에는 이곳에 있었다. 산책로의 이름을 공모해 1998년 5월 ‘사색의 길’로 정하고 도시환경과 자연관찰로 종합안내판, 정자, 약수터 등을 설치해 주민들의 휴식 및 자연공원으로 애용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외쳤던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100년이다. 같은 해 11월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으니 이 또한 100년이다. 여느 때보다 망우리 공원의 묘역들을 찾는 발걸음에 묵직한 무게가 실린다. 1920년 9월 경성부 서대문감옥 여자 8호 감방에서 사망한 18세 소녀 유관순은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가 공동묘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2만 8000명 분묘 화장 때 합장됐다. 오랫동안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합장비’로만 기억되다 2018년 9월 7일 기념사업회 등에서 ‘유관순 열사 분묘합장묘지비’를 마련하면서 비로소 이름을 얻었다. 참 무심했고, 오래 걸렸다. 상하이 임시 정부에서 도산 안창호의 비서로 일한 유상규의 묘를 볼 수 있다. 묘 앞의 연보비에는 춘원 이광수가 쓴 ‘도산 안창호’에 나오는 “도산의 우정을 그대로 배운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유상규였다. 모든 시간을 남을 돕기에 바쳤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민족대표 33인으로 3·1 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 묘소도 볼 수 있다. 그는 옥중에서 작성한 ‘독립의 서’를 집필하다가 발각되지만 일부를 휴지에 옮겨 형무소 밖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아내 유씨와 나란히 묻힌 공동묘역은 볕이 잘 들고 비교적 잘 관리된 편이다. 4㎞ 남짓한 산책로에 있는 독립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니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말이 새삼 다르게 와닿았다. 8·15 해방 74년을 맞은 지금, 망우리에 묻힌 순국선열들의 희생에서 첨예한 대치 국면에 처한 한일 양국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이지현 책마루 연구원
  • [흥미진진 견문기] 교과서에서만 뵀던 분들 앞에서… 묵념

    [흥미진진 견문기] 교과서에서만 뵀던 분들 앞에서… 묵념

    동부고려제과는 45년 전통의 빵집이다. 주변에 경쟁사들이 10개 넘어 생겼어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니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전통적인 맛을 찾고 또 향수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다음 코스 망우리 우림시장을 구경했다. 1970년대 초에 196명 정도의 상인들이 모였지만 곧 낙후됐다고 한다. 2000년 2월 정비도 하고 소방차가 나갈 수 있는 구조로 개조하고 주차 공간도 확보하고 깨끗한 환경도 유지하는 데에 힘썼다고 한다. 전통적 골목시장의 느낌과 더불어 젊은층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재래시장이 됐다. 이번 코스의 중심인 망우리 공원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망우산이라는 이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자신이 묻힐 터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언덕에서 “오랜 근심을 잊게 되었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독립에 힘썼던 한용운, 오세창, 방정환, 안창호, 유관순 등이 묻혀 계신 곳이다. 평소에 교과서에서 많이 뵀던 분들의 묘를 직접 보고 또 묵념을 했다. 그들의 당시 심정이나 상황을 유추해 보며 같은 상황이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해 봤다. 13도 창의군 탑도 보았다. 남북 합해서 13개도 사람들이 양주에서 모였는데 총대장의 부친상으로 아쉽게 뿔뿔이 흩어져서 실패하고 또 총대장도 돌아가는 길에 죽임을 당한 얘기를 들으니 많이 아쉬웠다. 대의와 개인적인 일의 대립이 있을 때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과를 보면 답이 분명한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유관순 열사의 추정묘 옆 나무에 감사와 다짐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 걸었다. 위인들의 묘 앞에서 목숨 잃을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나선 분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국력은 개개인의 유능함이 모여서 나타난다고 생각하기에 나라를 빛낼 수 있는 교육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거의 40~50분씩 걸린 긴 코스여서 다리가 아팠지만 위인들을 뵐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다. 다음에는 개인적으로 다시 와도 좋을 정도로 상쾌했으며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세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1년
  • 美·이스라엘, 방위조약 검토 … 트럼프, 네타냐후 총선 돕나

    핵무장 능력을 강화하는 이란에 맞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7일 실시되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하는 조치로 이를 검토 중이라고 현지 매체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검토는 양국 지도자에게 정치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1950년 6·25전쟁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을 국제무대에서 공개 지지한 이후 두 나라는 정보 공유, 합동훈련 등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방위조약 체결은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중동포럼(MEF)은 상호방위조약은 문제 해결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스라엘 군은 독자적이고자 하지만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호방위조약은 이에 걸림돌이 된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계산에 따라 미국도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군사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테러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는 이스라엘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조약에서는 또 영토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에프라임 인바르 예루살렘전략안보연구소(JISS) 소장은 “이스라엘 국경선은 미국도 동의 못 하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과 방위조약을 맺은 나라들은 군축협정과 관련된 국제협약을 비준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따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손발을 묶는 행위”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의 핵공격 우려에 대해 미국의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핵우산을 제공하면 이란 핵무장을 막는 데 어떤 나라가 최선을 다할 것이냐는 문제는 별개로 남는다고 MEF는 지적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초심 잃고 녹슬어 버린 ‘홍콩판 철의 여인’

    초심 잃고 녹슬어 버린 ‘홍콩판 철의 여인’

    英통치 상징 건축물 철거 지휘로 中 호감 우산혁명 저지하며 첫 여성 행정장관에 정치 경력서 한 번도 물러선 적 없던 전사 “사퇴하고 싶다” 녹취로 中 신뢰 금간 듯홍콩 정부가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하면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홍콩 시위를 촉발시킨 주인공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생애와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957년생인 람 장관은 중국 저장성에서 이주한 홍콩 완차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홍콩대를 졸업하고 1980년 홍콩 행정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홍콩 개발국장이 된 뒤 영국 식민 통치를 상징하는 건축물 ‘퀸스피어’ 철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영국 시절을 그리워하며 철거를 반대하던 시민들의 항의에 단호하게 대처해 ‘전사’로 불렸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의 호감을 얻기 시작했다. 2011년 홍콩 외곽 신카이 지역에 산재한 불법 건축 주택을 정비해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4대 행정장관 렁춘잉은 그를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정무사장(정무부총리)으로 발탁했다. 세계 언론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부터다. 시민들은 홍콩 행정장관 후보를 친중국 인사로 제한한 것에 반발해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구를 점령하고 ‘우산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강경대응 원칙을 고수해 79일 만에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고 행정장관 선출 방식 변경 요구도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우산혁명 진압 실적을 인정해 그를 차기 홍콩 행정장관으로 낙점했다. 2017년 치러진 5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전체 1194표 가운데 777표를 얻어 첫 여성 행정장관에 올랐다. 람 장관은 ‘홍콩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정치 투쟁에서 단 한 번도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장관으로서 송환법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홍콩 시민들의 생각을 읽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홍콩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최근 홍콩 기업인들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는 “행정수반으로서 홍콩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홍콩 시민에게) 깊이 사과하고 (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와 강대강 대치로 맞서던 모습과 반대로 송환법 강행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다. 이후 ‘그가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의심이 퍼지면서 베이징과의 신뢰에도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송환법 끌어내린 홍콩 피플파워… ‘제2 우산혁명’은 웃었다

    中송환법 끌어내린 홍콩 피플파워… ‘제2 우산혁명’은 웃었다

    실패했던 우산혁명 79일의 기록 넘어서 중고생까지 나와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中, 무역전쟁·건국절 앞두고 부담 느낀 듯 5대 요구사항 중 하나만 수용… 불씨 남아 시위대 “직선제 도입 없이는 비극 반복” 민주화 요구 등 당분간 시위 이어질 수도 홍콩 정부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4일 밝히며 3개월 가까이 진행된 홍콩 시민들의 반(反)정부·반중국 시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 6월 9일 100만명이 모인 가운데 첫 시위가 시작된 지 88일째로, 79일간 진행된 2014년 우산혁명이 실패로 끝났던 것과 달리 홍콩 시민들은 귀중한 승리의 경험을 얻게 됐다.●캐리 람, 녹화 연설로 송환법 철회 발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TV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법안의 철회를 선언했다. 오후 6시 녹화된 연설이 공개되기에 앞서 람 장관은 입법회 의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 친중파 진영과 회동한 자리에서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람 장관은 연설에서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달부터 자신과 모든 부처장이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자, 전문가들이 이번 시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빈부격차, 청년층 기회 제공 등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두 달 넘게 발생한 일들은 홍콩 사람 모두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이번 송환법 철회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람 장관은 앞서 7월 초 “송환법은 죽었다”고 말하면서도 공식적인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며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주말마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국제공항 폐쇄 등 홍콩의 정치·경제·사회가 비상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최근에는 중·고교생과 직장인들의 주중 시위가 이어지며 정부를 압박했다. 시위대가 이른바 ‘삼파 투쟁’으로 불리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를 전개하며 홍콩 전역에 반정부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 홍콩 경제 등에 대한 악영향이 중국 본토로까지 번지며 중국 중앙정부로서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계 각국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나타냈고 미중 무역전쟁과 신중국 건국 70주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도 홍콩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수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너무 늦은 결정”… 향후 전망은 엇갈려 하지만 이번 발표가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사그라지게 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던 송환법 철회는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4대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빈부격차와 청년층의 상실감을 꼽은 람 장관의 발언은 직선제 요구 등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한 시위대의 인식과 너무 큰 괴리를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또 체포된 시위대가 11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대로라면 이들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찰의 강력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람 장관은 “새로운 인사들은 현존하는 경찰 감시 기구에 새로이 배치할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송환법 철회 발표 직후 나온 시위대의 부정적인 반응은 당분간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전망하게 했다. 반정부인사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대표는 “중국 중앙정부가 시위대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으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너무 늦은 결정”이라고도 했다. 시위대의 텔레그램에는 “홍콩의 선거는 여전히 베이징이 결정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을 떠난 동료들이 우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람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폭력은 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폭력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해 향후 시위가 계속될 경우 대응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대통령, 아웅산 테러 희생자 추모…엄숙한 표정으로 묵념

    문대통령, 아웅산 테러 희생자 추모…엄숙한 표정으로 묵념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로 희생된 순국사절들을 추모했다. 미얀마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양곤 아웅산 묘역에 건립된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를 찾았다. 이 추모비는 아웅산 폭탄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2014년 건립됐으며, 한국 대통령이 추모비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양곤 현지에서는 오후 내내 비가 내린 탓에 문 대통령은 우산을 들고서 참배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집례관이 건네준 장갑을 착용한 문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와 분향을 했고, 이후 구호에 따라 진혼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추모비를 향해 묵념을 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아웅산 테러는 1983년 10월 9일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북한 공작조가 전두환 전 대통령 방문에 맞춰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있는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폭탄을 터트린 사건이다. 이 테러로 서석준 당시 부총리, 이범석 당시 외무부 장관 등 17명이 사망하고 수행원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태 이후 미얀마 정부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국제사회에서 규탄이 이어지는 등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형국이 조성되기도 했다.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날 추모비를 방문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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