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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가락 사인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中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

    손가락 사인 하나가 세상을 바꾼다, 中 당국이 긴장하는 이유

    중국의 한 소녀가 공항에서 낯선 남자에게 끌려가며 도와달라고 외칠 수도 없자 손가락으로 알듯모를 듯한 사인을 만들어 보인다. 언뜻 보면 OK 사인과 비슷한데 OK 사인이 어깨 위로 팔을 들어올려 큰 동작을 취하는 반면, 이 사인은 누군가로부터 숨기려는 듯 배 근처에 대고 한다. 말 못할 사정이 있으니 도와달라고 눈치를 주는 것이다. 이 동영상은 실제 상황이 아니라 배우가 등장해 연출한 것이다. 그런데 이 동영상과 함께 OK 사인과 다르게 엄지와 약지를 잇닿게 해 중국의 112에 해당하는 110을 만들어 보이는 포스터가 소셜네트워크 ‘틱톡’을 통해 확산되면서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영국 BBC가 5일 전했다.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당국이 긴장한다는 것일까? 동영상에서 이 신호는 통했다. 행인이 소녀를 끌고 가던 남자에게 항의했고 다른 이도 가세해 소녀는 다시 부모 품으로 돌아간다. 한 남성이 마지막에 등장해 “이 제스처를 퍼뜨려” 누군가에게 유인, 납치되거나 목숨이 위험에 처한 어린이들이 다른 이에게 도와달라고 신호를 보낼 수 있게 하자고 말한다.그런데 당국은 이 동영상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국 인터넷 검열기관인 피야오는 OK 사인을 구조 신호로 쓰는 것은 절대적으로 괜찮지 않다고 지적했다. 적지 않은 이들이 이 동영상이 경찰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짐작했지만 청두경제일보에 따르면 누가 제작했는지조차 확인되지 않는다. 피야오는 경찰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부인한 뒤 “이런 제스처는 경고로도 별 의미가 없다”면서 경찰에 직접 도움을 청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곤경에 처한 사람이 주변에 있는지를 알아보게 하는 데 유용하다고 이 손가락 제스처를 옹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일부 블로거는 “도와달라고 소리지르는 것이 제스처보다 실용적”이라고 지적했고, 다른 이들은 애매한 손짓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끼어들게 만들어 분란이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권위주의적이고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 중국에서 이런 조그만 몸짓으로라도 다른 이의 도움을 구할 수 있는 상황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하는 이들도 있다.중국 사람들은 유난히 숫자를 좋아하고 집착하는 것으로 이름 높다. 당국의 검열을 피하기 위한 방편으로 숫자를 활용한다.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가 앨범 ‘1989’를 내놓았을 때 중국 당국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돌아보면 된다. 그 해 톈안먼 광장 유혈진압이 있었는데 30년이 지난 지금도 46이나 64(둘다 6월 4일을 가리킨다), 1989에 당국이나 관료들은 경기를 일으킨다. 나아가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때 홍콩 행정장관이었던 렁춘잉 중국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주석을 689로 부르거나 지난 4일 2차 우산혁명의 도화선이 됐던 범죄인 송환 법안을 공식 철회한 캐리 람 현 행정장관을 777로 부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또 그래픽에서 보는 것처럼 눈마스크, 헬멧, 얼굴마스크 등 시위와 집회에 꼭 필요한 물품들을 가리키는 제스처들이 홍콩에서 널리 통용되고 있다. 이렇게 작아서, 꼭집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할 수도 없는 제스처나 사인 등이 본토에 상륙해 대중들의 지지를 받고 퍼져나가면 장차 사회 불안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관료들은 긴장하는 것이라고 방송은 지적했다. 임병선 bsnim@seoul.co.kr
  • 구국 영웅들의 빛바랜 흔적… 근현대사 야외박물관 산책

    구국 영웅들의 빛바랜 흔적… 근현대사 야외박물관 산책

    서울신문이 서울시, ㈔서울도시문화연구원과 함께하는 2019서울미래유산-그랜드투어 ‘제19회 망우리’ 편이 지난달 31일 중랑구 망우동 일대에서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무더위와 장마를 피해 저녁 시간대에 진행한 5차례의 혹서기 야간투어 프로그램이 끝나고 오전 10시 평상 투어로 돌아온 날이다. 서울미래유산을 사랑하는 참석자 40여명은 집결지 망우역을 출발, 지역 명물 동부고려제과와 우림시장을 둘러봤다. 우림시장 앞에서 165번 시내버스를 타고 동부제일병원 정류장에서 내려 망우리 공원으로 향했다. 망국의 한이 서린 13도 창의군 탑을 지나 이태원 묘지 무연고자 합장묘역의 유관순 열사 추정묘에서 묵념을 올렸다. 열사에게 띄우는 편지를 써서 기억의 나무에 매다는 추도 이벤트도 가졌다. 이어 유상규, 방정환, 한용운 선생 묘를 차례로 순례했다. 망우리에 묻힌 49위의 독립지사와 문인·예술가의 자취를 둘러보기에 2시간은 턱없이 짧았다. 특히 유관순 열사 추정묘는 드높은 이름에 비해 열악한 참배길과 무너진 봉분, 조악한 가짜 꽃이 엄숙함을 흐리게 했다. 이날의 서울미래유산은 동부고려제과와 망우리 공원 2곳이었다. 해설을 맡은 이지현 서울도시문화지도사는 13도 창의군 탑 앞에서 충과 효의 갈림길에 선 지도자의 선택과 독립지사들이 남긴 구국의 목소리를 조곤조곤 들려줬다. 8월의 마지막 날 서울의 동쪽 끝자락에서 한국 근현대사를 되돌아본 뜻깊은 시간이었다.망우리는 과거와 현재,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공간이다. 망우리 묘지인지, 망우리 공원인지 헷갈리는 사람이 아직도 많다. 공동묘지에서 공원으로 바뀐 지 반세기가 흘렀건만 아직 정체성을 찾지 못한 탓이다. 행정지명은 중랑구 망우동 산57-1이지만, ‘경기도 양주군 망우리’라는 ‘고리짝’ 지명이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망우리는 공원으로 거듭났지만 여전히 공동묘지인 것이다. 망우리라는 지명이 망우산이라는 자연지명을 잡아먹었다. 망우리 공동묘지라는 섬뜩하고 부정적인 죽음의 공간에서 벗어나서 망우산이라는 멋진 산 이름을 활용, ‘망우산역사문화공원’으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 해발 282m의 망우산은 중랑구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 구리시에 걸터앉은 나지막한 산이다. 서울의 동쪽 경계인 용마산과 봉화산, 아차산과 첩첩이 겹쳤다. 망우산은 백악산~낙산~남산~인왕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안쪽 경계 ‘내사산’과 함께 삼각산~용마산~관악산~덕양산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동쪽 바깥경계 ‘외사산’의 일부를 형성한다. ‘망우’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묏자리를 정하고 돌아오는 고개 위에서 잠시 발길을 멈추고 “근심을 잊게 됐다”고 말했다고 해서 붙었다. 이성계의 건원릉을 비롯해 조선 역대 왕과 왕비 등 9기 17위가 모셔진 구리시 동구릉에서 직선거리로 1㎞ 남짓 떨어진 곳이다. 동구릉 가는 길목에 자리한 망우산에 오르면 한강 이북의 도봉산과 수락산, 불암산이 줄줄이 펼쳐지고 한강 이남 검단산과 예봉산이 한눈에 들어온다.조선시대 서울에 사는 백성이 죽으면 서소문 밖 애오개(아현), 광희문 밖 신당, 남산 바깥 이태원, 동소문 바깥 미아리에 각각 묻혔다. 멀리 서쪽 은평구 이말산과 북쪽 도봉구 초안산은 양반이나 궁녀, 내관, 중인층의 묘역으로 쓰였다. 잘나가는 서울양반은 고향 선산까지 내려가거나 경기·충청 일대에 묻혔다. 특히 남산 밖 이태원 부근 지금의 용산 미군기지 일대는 서울 최대의 공동묘지였다. 1905년 일본군이 이 땅을 군사기지로 수용할 때 무려 117만여기의 무덤자리를 확인한 바 있다. 일제강점 후 경성 부립 공동묘지가 사대문 밖에 조성됐는데 경성이 점차 확장되면서 1933년 양주군 망우리에 83만2800㎡ 규모의 공동묘지를 조성하기에 이르렀다. 용산구 이태원 일대와 마포구 노고산 등지에 있던 공동묘지를 옮겨왔다. 이후 1973년까지 40년 동안 서울시민 전용 묘지 구실을 했다. 이 시기 서울에서 사망한 사람의 운구는 잘났거나 못났거나 대개 망우리로 향했다. 1963년 서울의 면적을 두 배 이상 확대하는 서울시 행정구역 확장에 따라 경기도 지역 12개 면 90개 리가 서울에 편입됐을 때 서울 동북부의 변방 망우리도 서울특별시가 됐다.망우리에는 한때 5만기 가까운 묘역이 조성됐고 폐장되기 전까지 해방과 한국전쟁, 4·19혁명 등 격동의 근현대사를 품었다. 1960년대 중반부터 묘 터가 부족해지자 경기도 벽제리, 용미리, 언주리(양재) 등에 공동묘지를 조성해 화장과 이장 등이 이뤄졌다. 묘지 사용이 중단됐어도 한식, 추석 때면 조문행렬로 들썩거렸다. 무덤이 빠져나간 터에 나무를 심어 숲을 조성했다. 지금처럼 숲이 우거진 것은 20년이 채 안 된다. 이전에는 봉분만 가득한 민둥산이었다. 1990년대 후반부터 4.7㎞의 망우리 순환로를 ‘사색의 길’로 정비했고 길가에 연보비를 세워 묘역의 주인을 알리는 작업을 진행했다. 죽음의 공간이 삶의 공간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지금은 7360기가 남아 있다. 유관순, 한용운, 오세창, 방정환, 지석영, 박인환, 이중섭 등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독립유공자와 저명한 예술가, 문인재사 46명이 영면해 있다. 안창호, 송진우, 나운규, 김영랑도 한때 이곳에 묻혔다. 18세 소녀 유관순 열사는 3·1운동 이듬해인 1920년 9월 서대문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뒤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가 망우리로 옮길 때 2만 8000여명의 이름 모를 유해와 함께 화장돼 합장됐다. 잇따른 투옥과 순국으로 집안이 풍비박산 나면서 열사의 묘지를 망실한 때문이다. 열사의 묘는 지금껏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속 한 명으로 기억되다가 지난해 9월 기념사업회 등에서 ‘유관순 열사 분묘합장 표지비’를 마련, 비로소 이름을 얻었다. 딱한 일이다. 중국 뤼순감옥에서 사형당하기 전 “고국에 묻어 달라”고 간절한 유언을 남겼으나 시신조차 찾지 못한 안중근 의사 사례와 닮은꼴이다.망우리 공원 초입 13도 창의군 탑은 항일의병의 구국 혼을 기리는 기념비적 조형물이다. 망우산 고개는 경기 동북부에서 양주를 거쳐 서울 동대문으로 들어오는 관문이었다. 1908년 수도를 탈환하겠다며 전국 13도에서 모인 창의군의 진격로이기도 했다. 1907년 정미7조약에 의해 군대가 해산되자 총대장 이인영을 위시한 1만 의병이 들고일어난 조선말 대사건이다. 군사장 왕산 허위는 300여명의 선발대를 이끌고 동대문 밖 30리 지점인 망우리까지 진공했으나 이인영이 부친상을 당해 고향으로 내려간 사이 사기를 잃은 병력이 흩어지는 바람에 일본군의 공격에 패퇴했다. 이후 길을 잃은 의병항쟁은 국외로 무대를 옮겨야 했다. 게릴라전을 벌이던 허위는 체포돼 서대문형무소 첫 사형수로 처형됐다. 동대문~신설동~청량리 구간 간선도로에 허위의 호를 딴 왕산로라는 도로명이 남아 서울진공작전 실패의 아쉬움을 달랠 뿐이다. 망우산은 사연 많은 산이다. 그 산에 깃든 망우리 공원은 단순히 과거의 공동묘지이거나 현재의 공원이 아니다. 마치 살아 있는 야외 역사박물관처럼 느껴진다. 명멸한 숱한 인물을 통해 근현대사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2012년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으로 지정한 데 이어 2015년 서울시가 서울미래유산으로 선정한 까닭이다. 글 노주석 서울도시문화연구원장사진 김학영 연구위원 ■다음 일정 : 제20차 홍릉숲길 산책 ■일시 및 집결장소 : 9월7일(토) 오전10시, 고려대역 3번 출구(개찰구 안) ■신청(무료) : 서울미래유산 홈페이지(http://futureheritage.seoul.go.kr) ■문의 : (사)서울도시문화연구원 (www.suci.kr)
  • [미래유산 톡톡] 길 위에서 만난 애국지사들의 결의

    [미래유산 톡톡] 길 위에서 만난 애국지사들의 결의

    서울 중랑구 망우동과 면목동,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산은 해발 281.7m이며 망우산 일대에는 서울시립장묘사업소 망우묘지가 있다. 이 지역 5.2㎞의 산책로 곳곳에 독립운동가들과 문학과 예술계의 유명인사들이 잠들어 있다. 안창호 선생의 묘도 이장되기 전에는 이곳에 있었다. 산책로의 이름을 공모해 1998년 5월 ‘사색의 길’로 정하고 도시환경과 자연관찰로 종합안내판, 정자, 약수터 등을 설치해 주민들의 휴식 및 자연공원으로 애용되고 있다. 조선의 독립을 외쳤던 1919년, 3·1만세운동이 일어난 지 올해로 100년이다. 같은 해 11월 중국 상하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졌으니 이 또한 100년이다. 여느 때보다 망우리 공원의 묘역들을 찾는 발걸음에 묵직한 무게가 실린다. 1920년 9월 경성부 서대문감옥 여자 8호 감방에서 사망한 18세 소녀 유관순은 이태원 공동묘지에 안장됐다가 공동묘지를 옮기는 과정에서 2만 8000명 분묘 화장 때 합장됐다. 오랫동안 ‘이태원묘지 무연분묘 합장비’로만 기억되다 2018년 9월 7일 기념사업회 등에서 ‘유관순 열사 분묘합장묘지비’를 마련하면서 비로소 이름을 얻었다. 참 무심했고, 오래 걸렸다. 상하이 임시 정부에서 도산 안창호의 비서로 일한 유상규의 묘를 볼 수 있다. 묘 앞의 연보비에는 춘원 이광수가 쓴 ‘도산 안창호’에 나오는 “도산의 우정을 그대로 배운 사람이 있었으니 그것은 유상규였다. 모든 시간을 남을 돕기에 바쳤다”는 문장이 새겨져 있다. 민족대표 33인으로 3·1 독립선언을 주도한 만해 한용운 묘소도 볼 수 있다. 그는 옥중에서 작성한 ‘독립의 서’를 집필하다가 발각되지만 일부를 휴지에 옮겨 형무소 밖으로 빼내는 데 성공했다. 아내 유씨와 나란히 묻힌 공동묘역은 볕이 잘 들고 비교적 잘 관리된 편이다. 4㎞ 남짓한 산책로에 있는 독립애국지사들의 발자취를 따라 걷다 보니 ‘길 위의 인문학’이라는 말이 새삼 다르게 와닿았다. 8·15 해방 74년을 맞은 지금, 망우리에 묻힌 순국선열들의 희생에서 첨예한 대치 국면에 처한 한일 양국 관계를 돌아보게 된다. 이지현 책마루 연구원
  • [흥미진진 견문기] 교과서에서만 뵀던 분들 앞에서… 묵념

    [흥미진진 견문기] 교과서에서만 뵀던 분들 앞에서… 묵념

    동부고려제과는 45년 전통의 빵집이다. 주변에 경쟁사들이 10개 넘어 생겼어도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니 사람들은 생각보다 더 전통적인 맛을 찾고 또 향수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다음 코스 망우리 우림시장을 구경했다. 1970년대 초에 196명 정도의 상인들이 모였지만 곧 낙후됐다고 한다. 2000년 2월 정비도 하고 소방차가 나갈 수 있는 구조로 개조하고 주차 공간도 확보하고 깨끗한 환경도 유지하는 데에 힘썼다고 한다. 전통적 골목시장의 느낌과 더불어 젊은층도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재래시장이 됐다. 이번 코스의 중심인 망우리 공원까지 버스로 이동했다. 망우산이라는 이름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가 자신이 묻힐 터를 확인하고 돌아오는 언덕에서 “오랜 근심을 잊게 되었다”고 말한 것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독립에 힘썼던 한용운, 오세창, 방정환, 안창호, 유관순 등이 묻혀 계신 곳이다. 평소에 교과서에서 많이 뵀던 분들의 묘를 직접 보고 또 묵념을 했다. 그들의 당시 심정이나 상황을 유추해 보며 같은 상황이었다면 과연 나는 어떤 선택을 했을지 고민해 봤다. 13도 창의군 탑도 보았다. 남북 합해서 13개도 사람들이 양주에서 모였는데 총대장의 부친상으로 아쉽게 뿔뿔이 흩어져서 실패하고 또 총대장도 돌아가는 길에 죽임을 당한 얘기를 들으니 많이 아쉬웠다. 대의와 개인적인 일의 대립이 있을 때 어떤 선택이 옳은지는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결과를 보면 답이 분명한 경우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유관순 열사의 추정묘 옆 나무에 감사와 다짐의 내용을 담은 편지를 써 걸었다. 위인들의 묘 앞에서 목숨 잃을 것을 무서워하지 않고 나라를 위해 나선 분들의 얼굴에 먹칠하지 않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국력은 개개인의 유능함이 모여서 나타난다고 생각하기에 나라를 빛낼 수 있는 교육자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 거의 40~50분씩 걸린 긴 코스여서 다리가 아팠지만 위인들을 뵐 수 있어서 정말 뜻깊었다. 다음에는 개인적으로 다시 와도 좋을 정도로 상쾌했으며 산책로가 잘 만들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세원 이화여대 초등교육과 1년
  • 美·이스라엘, 방위조약 검토 … 트럼프, 네타냐후 총선 돕나

    핵무장 능력을 강화하는 이란에 맞서 미국이 이스라엘과 상호방위조약을 맺을지 주목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오는 17일 실시되는 이스라엘 총선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지원하는 조치로 이를 검토 중이라고 현지 매체가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 매체 하레츠는 미국과 이스라엘의 상호방위조약 체결 검토는 양국 지도자에게 정치적 효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이날 분석했다. 이스라엘이 1950년 6·25전쟁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유엔군을 국제무대에서 공개 지지한 이후 두 나라는 정보 공유, 합동훈련 등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양국의 방위조약 체결은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싱크탱크 중동포럼(MEF)은 상호방위조약은 문제 해결보다는 더 많은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고 조목조목 지적했다. 이스라엘 군은 독자적이고자 하지만 미국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상호방위조약은 이에 걸림돌이 된다. 이스라엘은 자신의 계산에 따라 미국도 받아들일 수 없는 방식으로 군사력을 행사한다. 미국은 테러 공격에 일일이 대응하는 이스라엘에 보조를 맞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방위조약에서는 또 영토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에프라임 인바르 예루살렘전략안보연구소(JISS) 소장은 “이스라엘 국경선은 미국도 동의 못 하는 부분이 있다”며 “미국과 방위조약을 맺은 나라들은 군축협정과 관련된 국제협약을 비준해야 하지만 이스라엘은 이에 따를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 내에서도 “손발을 묶는 행위”라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란의 핵공격 우려에 대해 미국의 상징적인 조치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미국이 이스라엘에 핵우산을 제공하면 이란 핵무장을 막는 데 어떤 나라가 최선을 다할 것이냐는 문제는 별개로 남는다고 MEF는 지적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초심 잃고 녹슬어 버린 ‘홍콩판 철의 여인’

    초심 잃고 녹슬어 버린 ‘홍콩판 철의 여인’

    英통치 상징 건축물 철거 지휘로 中 호감 우산혁명 저지하며 첫 여성 행정장관에 정치 경력서 한 번도 물러선 적 없던 전사 “사퇴하고 싶다” 녹취로 中 신뢰 금간 듯홍콩 정부가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공식 철회를 선언하면서 수백만명이 참가한 홍콩 시위를 촉발시킨 주인공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생애와 거취에 관심이 모인다. 4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1957년생인 람 장관은 중국 저장성에서 이주한 홍콩 완차이의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홍콩대를 졸업하고 1980년 홍콩 행정청에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2007년 홍콩 개발국장이 된 뒤 영국 식민 통치를 상징하는 건축물 ‘퀸스피어’ 철거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당시 영국 시절을 그리워하며 철거를 반대하던 시민들의 항의에 단호하게 대처해 ‘전사’로 불렸다. 이때부터 중국 정부의 호감을 얻기 시작했다. 2011년 홍콩 외곽 신카이 지역에 산재한 불법 건축 주택을 정비해 행정 능력을 인정받았다. 2012년 4대 행정장관 렁춘잉은 그를 홍콩 정부의 2인자인 정무사장(정무부총리)으로 발탁했다. 세계 언론에 이름을 드러낸 것은 2014년 홍콩 민주화 시위 때부터다. 시민들은 홍콩 행정장관 후보를 친중국 인사로 제한한 것에 반발해 금융 중심지인 센트럴 지구를 점령하고 ‘우산혁명’을 일으켰다. 그는 강경대응 원칙을 고수해 79일 만에 시위대를 강제 해산했고 행정장관 선출 방식 변경 요구도 거부했다. 중국 정부는 우산혁명 진압 실적을 인정해 그를 차기 홍콩 행정장관으로 낙점했다. 2017년 치러진 5대 홍콩 행정장관 선거에서 전체 1194표 가운데 777표를 얻어 첫 여성 행정장관에 올랐다. 람 장관은 ‘홍콩판 철의 여인’이라는 별명답게 수많은 정치 투쟁에서 단 한 번도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행정장관으로서 송환법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홍콩 시민들의 생각을 읽지 못해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지난달 말 홍콩 시위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는 폭력과 혼란을 멈출 수 있는 모든 법규를 검토할 책임이 있다”며 계엄령에 준하는 긴급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하지만 로이터통신은 람 장관이 최근 홍콩 기업인들과 만나 나눈 대화 내용을 녹음한 파일을 입수해 보도했다. 그는 “행정수반으로서 홍콩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한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홍콩 시민에게) 깊이 사과하고 (직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위대와 강대강 대치로 맞서던 모습과 반대로 송환법 강행에 대한 부담감을 솔직하게 토로한 것이다. 이후 ‘그가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한다’는 의심이 퍼지면서 베이징과의 신뢰에도 금이 간 것으로 보인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中송환법 끌어내린 홍콩 피플파워… ‘제2 우산혁명’은 웃었다

    中송환법 끌어내린 홍콩 피플파워… ‘제2 우산혁명’은 웃었다

    실패했던 우산혁명 79일의 기록 넘어서 중고생까지 나와 주말마다 대규모 집회中, 무역전쟁·건국절 앞두고 부담 느낀 듯 5대 요구사항 중 하나만 수용… 불씨 남아 시위대 “직선제 도입 없이는 비극 반복” 민주화 요구 등 당분간 시위 이어질 수도 홍콩 정부가 대규모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을 공식 철회한다고 4일 밝히며 3개월 가까이 진행된 홍콩 시민들의 반(反)정부·반중국 시위가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지난 6월 9일 100만명이 모인 가운데 첫 시위가 시작된 지 88일째로, 79일간 진행된 2014년 우산혁명이 실패로 끝났던 것과 달리 홍콩 시민들은 귀중한 승리의 경험을 얻게 됐다.●캐리 람, 녹화 연설로 송환법 철회 발표 캐리 람 행정장관은 이날 TV연설을 통해 공식적으로 법안의 철회를 선언했다. 오후 6시 녹화된 연설이 공개되기에 앞서 람 장관은 입법회 의원, 전국인민대표대회 대표 등 친중파 진영과 회동한 자리에서 송환법을 공식적으로 철회하겠다고 선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람 장관은 연설에서 “폭력이 아닌 대화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서 이달부터 자신과 모든 부처장이 사회 각계각층과의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학자, 전문가들이 이번 시위 사태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목되는 부동산, 빈부격차, 청년층 기회 제공 등의 문제를 독립적으로 연구할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두 달 넘게 발생한 일들은 홍콩 사람 모두에게 충격과 슬픔을 줬다”면서 “가능한 한 빨리 현재의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기 바란다”고 했다. 표면적으로 이번 송환법 철회는 홍콩 시민들의 요구에 정부가 굴복한 것으로 보인다. 람 장관은 앞서 7월 초 “송환법은 죽었다”고 말하면서도 공식적인 법안 철회 의사를 밝히지 않으며 시민들의 분노는 더욱 커졌다. 주말마다 대규모 시위가 이어지며 국제공항 폐쇄 등 홍콩의 정치·경제·사회가 비상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최근에는 중·고교생과 직장인들의 주중 시위가 이어지며 정부를 압박했다. 시위대가 이른바 ‘삼파 투쟁’으로 불리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를 전개하며 홍콩 전역에 반정부의 물결이 퍼져 나갔다. 홍콩 경제 등에 대한 악영향이 중국 본토로까지 번지며 중국 중앙정부로서도 선택의 기로에 놓였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세계 각국이 중국에 직접적으로 우려를 나타냈고 미중 무역전쟁과 신중국 건국 70주년 등 현안이 산적한 상황에서 중국으로서도 홍콩 사태를 어떤 식으로든 수습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을 수 있다. ●“너무 늦은 결정”… 향후 전망은 엇갈려 하지만 이번 발표가 홍콩 시민들의 분노를 사그라지게 할지는 전망이 엇갈린다. 시위대의 첫 번째 요구사항이었던 송환법 철회는 받아들였지만, 나머지 4대 사항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의 근본 원인으로 빈부격차와 청년층의 상실감을 꼽은 람 장관의 발언은 직선제 요구 등 민주주의의 회복을 요구한 시위대의 인식과 너무 큰 괴리를 나타낸 것이기도 하다. 또 체포된 시위대가 1100명이 넘는 상황에서 이번 발표대로라면 이들에 대한 사법적 절차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 경찰의 강력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를 요구한 데 대해서도 람 장관은 “새로운 인사들은 현존하는 경찰 감시 기구에 새로이 배치할 것”이라며 “홍콩 정부는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송환법 철회 발표 직후 나온 시위대의 부정적인 반응은 당분간 시위가 계속될 것임을 전망하게 했다. 반정부인사인 조슈아 웡 데모시스토당 대표는 “중국 중앙정부가 시위대의 목소리를 진정으로 들으려는 의도는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너무 늦은 결정”이라고도 했다. 시위대의 텔레그램에는 “홍콩의 선거는 여전히 베이징이 결정한다. 이 같은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비극은 반복될 것이다. 정부의 이번 결정을 받아들인다면 세상을 떠난 동료들이 우릴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람 장관은 이날 연설에서 “폭력은 현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며 폭력은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해 향후 시위가 계속될 경우 대응에 나설 뜻임을 분명히 했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문대통령, 아웅산 테러 희생자 추모…엄숙한 표정으로 묵념

    문대통령, 아웅산 테러 희생자 추모…엄숙한 표정으로 묵념

    문재인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전두환 전 대통령 시절 북한의 ‘아웅산 폭탄 테러’로 희생된 순국사절들을 추모했다. 미얀마를 국빈방문 중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부인인 김정숙 여사와 함께 양곤 아웅산 묘역에 건립된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를 찾았다. 이 추모비는 아웅산 폭탄 테러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2014년 건립됐으며, 한국 대통령이 추모비를 참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양곤 현지에서는 오후 내내 비가 내린 탓에 문 대통령은 우산을 들고서 참배 현장에 모습을 드러냈다.집례관이 건네준 장갑을 착용한 문 대통령은 엄숙한 표정으로 헌화와 분향을 했고, 이후 구호에 따라 진혼곡이 연주되는 가운데 추모비를 향해 묵념을 하며 고인들의 넋을 위로했다. 아웅산 테러는 1983년 10월 9일 김정일의 지시를 받은 북한 공작조가 전두환 전 대통령 방문에 맞춰 미얀마의 수도 양곤에 있는 아웅산 국립묘지에서 폭탄을 터트린 사건이다. 이 테러로 서석준 당시 부총리, 이범석 당시 외무부 장관 등 17명이 사망하고 수행원 14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이 사태 이후 미얀마 정부가 북한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국제사회에서 규탄이 이어지는 등 북한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형국이 조성되기도 했다.일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이날 추모비를 방문하면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대한 언급을 할 수도 있으리라는 관측이 나왔으나,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별도의 발언은 하지 않았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 홍콩 200여개 중고교 ‘동맹 휴학’…거리나온 반환둥이 “난 홍콩시민”

    홍콩 200여개 중고교 ‘동맹 휴학’…거리나온 반환둥이 “난 홍콩시민”

    지도자 없어도 SNS 이용해 시위 기획 의료·항공 등 21개 업종도 총파업 돌입 中, 학생들 참여로 무력 진압 고심 커져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2일 중·고교생과 대학생의 동맹휴학과 총파업으로 확대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은 이날 오전 홍콩 전역 200여개 중고교의 1만여 학생들이 참여하는 송환법 반대 동맹휴학이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특히 휴학에 참여한 학교 가운데에는 고위 관료와 경찰 서장 등이 졸업한 곳도 포함됐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동맹휴학에 참여한 중고등학생들은 홍콩 도심인 센트럴의 에든버러 광장에서 이날 낮 12시쯤 모였고, 앞서 오전 7시쯤 홍콩섬 동쪽 끝 차이완 지역에서는 사이케이완 공립학교 등 3개 학교 학생과 졸업생들이 600여m 이상의 인간띠를 형성하는 시위를 하기도 했다. 상당수 학생들은 교복과 검은 옷을 입고 집회에 참여했고 ‘선생님, 저는 학생 자격은 없을 수 있지만 홍콩 시민으로서 분명한 자격이 있습니다’ 등 반(反)정부 메시지를 쓴 팻말을 든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또 이날부터 2주 동맹휴학을 예고했던 홍콩 10개 대학 학생회도 홍콩중문대학 캠퍼스에 모여 집회를 열었다. 학생들이 이날 오전 집단행동에 나선 가운데 오후부터는 의료, 항공, 건축, 금융, 사회복지 등 21개 업종 종사자들이 이틀간 총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날 홍콩 정부청사가 위치한 애드미럴티 지역의 타마르 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송환법 반대 메시지를 전했다. 홍콩 시위대는 이른바 ‘삼파 투쟁’으로 불리는 총파업(罷工), 동맹휴학(罷課), 철시(罷市·시장 폐쇄)를 전개할 예정이다. 학생·직장인 등으로 확산되는 이번 송환법 반대 시위는 지도자 역할을 맡은 재야 인사들이 전면에 섰던 2014년 ‘우산혁명’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주요 인사들이 체포되면서 동력을 잃었던 과거 시위와 달리 젊은 세대들이 지도자 없이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시위를 기획하고 정보를 공유하며 기세가 꺾일 줄 모르고 있다. 당초 대규모 집회가 예고됐던 지난달 31일 하루 전 우산혁명 주역인 조슈아 웡 등이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지만 시위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어린 학생들로까지 시위가 확대되며 무력개입 여부 등 대응 수위에 대한 중국의 고심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젖지 않는 폭우… 걷다 보니 젖어든 사색

    젖지 않는 폭우… 걷다 보니 젖어든 사색

    미술관 1층 오른쪽 전시장에 들어서면 성인 2명이 지날 수 있을 정도의 좁고 어두운 또 하나의 입구가 맞이한다. 한 발씩 걸음을 옮길수록 멀리서 장대비 퍼붓는 소리가 눅눅한 습기를 머금고 다가온다. 이내 눈앞에 어둠 속 굵고 힘찬 빗줄기가 펼쳐진다. 100㎡(약 30평) 크기의 공간에는 마주 보는 벽면 위에서 어둠을 밝히는 불빛과 그 공간을 뒤덮는 빗줄기,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에 압도된 관객만이 존재한다. 맹렬히 퍼붓는 물줄기의 기세에 머뭇거리기도 잠시. 조심스레 빗속으로 몸을 옮겨 본다. 분명 눈앞에 굵은 빗방울이 연방 쏟아지고, 물 튀기는 소리도 귓가를 때리지만 몸은 젖지 않는다. 어둠 속 비 오는 공간을 우산 없이 걷노라면 잠시 세상과 단절된 느낌과 함께 소설 속, 혹은 영화 속 주인공인 된 기분을 만끽할 수도 있다. 부산 남서쪽 끝자락, 영남권 곳곳을 돌고 돈 낙동강이 남해와 만나는 지점에 만들어진 섬 을숙도. 지난해 6월 이곳에 문을 연 부산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설치 전시 ‘레인룸’(Rain Room) 현장이다. 지난달 15일 ‘레인 룸’이 포함된 전시 ‘아웃 오브 컨트롤’(Out of Control·통제불능)이 개막한 이후 미술관은 밀려드는 관객으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개막 이후 전회차 매진 행진 중이다.독일 출신 플로리안 오트크라스와 한네스 코흐가 결성한 작가 그룹 ‘랜덤 인터내셔널’은 2012년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설치 작품 ‘레인룸’을 처음 공개했다. 작품은 일상에서 경험할 수 없는 특별한 시간과 공간을 관객에게 선사하며 세계 주요 미술관의 러브콜을 받아 왔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미술관(LACMA), 상하이 유즈뮤지엄, 아랍에미리트 샤자예술재단 등 ‘레인룸’이 설치된 곳은 ‘젖지 않는 폭우’를 경험하기 위한 관객들로 가득 찼다. 지난달 중순 한국 첫 전시를 위해 부산을 찾은 오트크라스는 전시 설명에 앞서 까다로운 설치 전시회를 완벽히 준비한 부산현대미술관 측에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레인룸은 우리에게도 특별한 작품으로, 작품 자체의 복잡도가 굉장히 높다”면서 “전시 기관 역시 굉장히 큰 용기가 필요하다”고 작품을 소개했다. 작가가 언급한 ‘용기’는 매우 복잡하고 예민한 ‘레인룸’의 작동 방식을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이자 도전이다. 작품은 한 시간에 2000~3000ℓ의 물을 쏟아낸다. 이런 폭우 한가운데에 서도 젖지 않는 비결의 시작은 벽면에 설치된 3D카메라다. 각 벽면에 4대씩 설치한 카메라는 사람 움직임을 감지해 통제실로 정보를 전송하고, 통제실 컴퓨터는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천장에 있는 1582개 물구멍(노즐)을 열고 닫는다. 관람할 때 동작 감지 정보 전달과 물방울이 떨어지는 시간을 감안해 사색하듯 천천히 움직여야 하는 이유다. 마음 놓고 발걸음을 재촉했다간 내리는 빗방울을 온몸으로 맞게 된다. 또 관객이 촘촘하게 몰려다니면 컴퓨터의 인식 착오로 비를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미술관 측은 ‘레인룸’ 체험을 10분에 12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오트크라스는 “레인룸을 걷는 사람은 자신의 움직임에 따라 멈추는 비를 보고 스스로 ‘주변 환경을 통제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그 공간 안에서 관객의 움직임은 비에 의해 통제되고 있는 것”이라고 작품의 의도를 꺼냈다. “아주 천천히 걷지 않으면 몽땅 젖는다. 마치 에어컨처럼 편리하고 인위적인 환경에 의존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인간이 스스로 소유하고 싶어 하는 ‘통제’ 욕구를 표현한 것이 레인룸”이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관객에게 작품의 메시지를 강요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가 바라는 ‘레인룸’은 관객이 선입견 없이 경험하고, 그 속에서 저마다 다양한 사유를 하는 공간이 되는 것이다. 전시는 내년 1월 27일까지이며, 온라인 예매를 통해서만 관람할 수 있다. 부산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등 잇따라 체포, 홍콩정부 강공 시작?

    ‘우산 혁명’ 주역 조슈아 웡 등 잇따라 체포, 홍콩정부 강공 시작?

    홍콩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를 이끌어온 조슈아 웡(黃之鋒) 데모시스토(香港衆志) 당 비서장 등이 경찰에 전격 체포돼 홍콩 정부의 강공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데모시스토 당은 30일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 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데모시스토 당은 조슈아 웡이 완차이에 있는 경찰본부로 끌려갔으며, 세 갈래 혐의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조슈아 웡은 지난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고작 열일곱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그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송환법 완전 철폐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 또 이날 조슈아 웡과 함께 체포된 인물 가운데는 아그레스 초우도 있다. 두 사람 모두 지난 6월 21일 경찰 본부를 15시간 에워싼 시위 지도 책임을 묻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전날 밤에는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다가 지난해 강제 해산된 홍콩민족당의 창립자 앤디 찬이 출국하려다 경찰에 체포됐다. 홍콩 경찰은 앤디 찬이 폭동과 경찰관 공격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1일 공격용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가 법원의 보석 결정으로 풀려난 상태였다. 해외에서도 명성이 높은 조슈아 웡과 앤디 찬 등이 전격 체포된 것은 홍콩 정부가 이제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강공’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한다.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정부가 ‘모든 수단’을 동원해 시위에 강경 대응할 것을 주문해 왔으며, 홍콩 행정장관에 계엄령에 가까운 비상대권을 부여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긴급법) 적용까지 거론되고 있다. 특히 31일 상징성이 큰 대규모 송환법 반대 시위가 예고된 상황이어서 전날부터 이어진 홍콩 정부의 강경책이 주목받는다. 전날 홍콩 경찰은 재야단체인 민간인권전선이 31일 홍콩 도심인 센트럴 차터가든에서 개최하는 집회와 시위를 모두 불허했다. 민간인권전선이 주최하는 집회와 행진을 경찰이 모두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특히 31일은 지난 2014년 8월 31일 홍콩 행정장관 간접선거제를 결정한 지 5년째 되는 날이란 상징성까지 겹쳐 이날 시위대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다. 민간인권전선 지미 샴(岑子杰) 대표는 전날 한 식당에서 점심을 먹다가 야구 방망이와 흉기를 들고 복면을 쓴 괴한 2명의 습격을 받기도 했다. 다행히 곁의 동료가 재빨리 막아선 덕분에 부상은 면했으나,이 동료는 왼쪽 팔을 다쳐 병원으로 후송됐다. 샴 대표를 습격한 괴한 2명은 중국인이 아니었으나,이번 사건이 친중파 진영의 사주를 받은 ‘백색테러’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전날에는 신화통신이 중국군 장갑차와 군용 트럭이 홍콩으로 진입하는 사진을 보도하면서 중국군의 무력개입이 준비되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아 홍콩 사회를 불안에 떨게 했다. 중국 군은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의 연례 교체라고 해명했지만, 홍콩 내에서는 송환법 반대 시위대에 대한 ‘경고’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홍콩 정부와 중국 중앙정부의 강공책이 송환법 반대 시위를 잠재울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홍콩 ‘반송환법‘ 시위 주도 조슈아 웡 경찰에 전격 체포돼

    홍콩 ‘반송환법‘ 시위 주도 조슈아 웡 경찰에 전격 체포돼

    “아침 길거리에서 강제로 미니밴에 밀어넣어”12주 연속 주말마다 반정부 시위가 계속된 홍콩에서 ‘우산 혁명’의 주역이자 ‘반송환법’ 시위를 주도하는 조슈아 웡(黃之鋒·22) 데모시스토당 비서장이 경찰에 체포됐다고 AFP 등이 30일 보도했다. 이번 홍콩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850명 이상이 체포됐다. 그의 체포에다 이번 주말 시위가 금지되면서 이번 주말 시위가 소강상태를 보일지 과격양상을 띠게 될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데모시스토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조슈아 웡 비서장이 오늘 아침 7시 30분 무렵 체포됐다”며 “그는 밝은 시간대에 길거리에서 미니밴에 강제로 밀어 넣어졌으며,우리 변호사가 상황을 알아보고 있다”고 밝혔다. 1996년생인 그는 2014년 79일 동안 대규모 시위대가 홍콩 도심을 점거한 채 행정장관 직선제를 요구한 ‘우산 혁명’의 주역이었다. 당시 그는 겨우 17세의 나이에 하루 최대 50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를 주도해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그는 최근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활발하게 참여하면서 송환법 완전 철폐와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 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퇴진 등을 요구해 왔다.한편 대규모 시말 시위를 앞두고 중국 군 당국이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 부대를 교체했다. 29일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인민해방군은 이날 새벽부터 홍콩 주둔군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중국 군 당국은 이번 교체가 매년 이뤄지는 절차로 ‘중국 홍콩 특별행정구 군 주둔법’에 따라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홍콩에서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새벽에 인민해방군이 이동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 등이 유포되면서 중국 중앙정부의 무력 개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중국 군사전문가 저우천밍은 “홍콩 주둔군이 관련 보도도 없이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이동했다면 홍콩인들에게 큰 두려움을 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美·대만 보란듯… 中, 동중국해서 대규모 군사훈련

    美는 남중국해 中인공섬 12해리 내 항해 中 건국 70주년 때 사상 최대 열병식 개최 美소매업계 “트럼프 추가 관세 취소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가 9월 1일부터 예정대로 중국산 제품에 대한 추가관세를 강행하기로 하면서 무역전쟁 재개 후폭풍 속에 미중 간 안보 위기마저 고조되고 있다. 미 신발업계 등 소매분야 업체 수백곳이 추가관세 부과를 취소해 줄 것을 요구하고, 미군과 중국군이 무력시위에 나서는 등 미중 갈등이 증폭되는 양상이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지난 27일부터 미국이 대만에 무기 판매를 승인한 것을 직접 겨냥해 동중국해에서 군사훈련을 하고 있다고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29일 보도했다. 훈련 범위는 주로 저우산다오 주변 해역으로 저장성 저우산시 동남쪽, 타이저우시 동북쪽이다. 대만 자유시보는 훈련 지역이 대만 푸구이자오에서 400㎞쯤 떨어진 곳이라고 전했다. 자유시보에 따르면 대만 국방부 싱크탱크 국방안전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이 강온 양면 전략과 함께 군사훈련과 여론 조작으로 교란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 해군 7함대 소속 미사일 구축함인 웨인메이어함이 28일 중국이 남중국해에 건설한 인공섬 인근을 항행했다고 CNN이 전했다. 리안 몸젠 7함대 대변인은 웨인메이어함이 “국제법의 수로 접근권을 지키고 (중국의) 과도한 해양 영유권 주장에 도전하기 위해 (인공섬이 건설된) 피어리 크로스(중국명 융수자오)와 미스치프(중국명 메이지자오) 암초 12해리(약 22㎞) 이내로 항해했다”고 밝혔다. 미 함정이 중국 인공섬 12해리 이내로 항해한 것은 인공섬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은 패권을 절대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인민일보에 따르면 시 주석은 28일 “중국은 역사적으로 다른 나라가 추구했던 국강필패(國强必覇·국가가 강대해지면 반드시 패권을 도모한다)의 옛길을 절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은 건국 70주년을 맞아 열리는 국경절(10월 1일) 행사에서 새로운 무기를 선보이는 등 역대 최대 규모의 열병식을 연다고 왕샤오후이 당중앙선전부 부부장이 29일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업체 수백곳이 추가관세를 취소하거나 연기해 줄 것을 호소하면서 추가관세에 대한 후폭풍이 거세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 신발업체 200여곳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관세 취소 촉구 서한에서 “중국산 신발 대부분에 관세를 부과하면 미 소비자가 연간 40억 달러(약 4조 8500억원) 규모의 비용 부담을 지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미소매협회와 소매업지도자협회, 장비제조업협회 등에 속한 160여 기업들도 연말 쇼핑시즌에 미 중산층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추가관세를 연기해 줄 것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부과 중인 2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의 관세율을 10월부터 25%에서 30%로 인상할 계획이어서 6∼9개월 뒤 글로벌 경기 침체마저 우려된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서울포토] ‘우산 든’ 조국 후보자 출근길

    [서울포토] ‘우산 든’ 조국 후보자 출근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9일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 [여기는 중국] 사촌 여동생 보내 ‘성폭행’ 당하게 한 인면수심 여성

    인터넷에서 만난 남성의 집에 인사불성의 여동생을 보내 성폭행을 당하게 한 인면수심의 30대 여성이 붙잡혔다. 중국 헤이룽장 출신의 38세 여성 후 씨. 그는 지난 2013년 온라인 채팅 사이트에서 알게 된 남성 양 모씨의 원룸에 자신의 사촌여동생을 보내 성폭행 당하게 한 혐의다. 헤이룽장 출신의 여성 후 씨는 같은 해 결혼한 후 저장성 저우산시(舟山市)에서 줄곧 거주해왔다. 그 무렵 후 씨는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20대 남성 양 씨를 만났다. 이미 혼인한 상태였던 후 씨는 온라인 상에서만 해당 남성과 줄곧 연락하고 지내던 중 가까운 사이로 급속히 발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시기 직장인이었던 남성 양 씨는 자신의 월급 중 일부를 후 씨 계좌로 송금한 기록이 발견됐다. 양 씨는 후 씨를 자신의 혼인 상대로 여기는 등 깊은 관계를 고려했던 것. 이 시기 양 씨는 후 씨에게 오프라인 상에서의 만남을 적극 추진했다. 양 씨와 같은 해 8월 무렵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에서 후 씨와 만날 것을 약속했다. 문제는 후 씨가 그동안 양 씨에게 자신의 실제 모습이라고 전송했던 사진과 동영상 속 인물이 가상인물이었다는 점. 후 씨는 양 씨에게 자신의 실제 모습이 담긴 사진 대신 20대 미인들의 사진을 조합해 전송해오며 실제 모습을 숨기고 있었던 셈이다. 특히 후 씨는 자신의 용모와 나이 등과 관련해 20대 미혼이라고 속여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후 씨는 양 씨와의 약속 날짜가 가까워 오자 자신의 거짓말이 들통 날 것이 두려워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던 중 같은 시기 고향을 떠나, 후 씨 자신의 주택에 함께 거주하고 있었던 20대 사촌 여동생 왕 씨를 떠올렸다. 20대 초반의 수려한 용모를 가진 사촌 여동생을 양 씨와의 만남에 대신 내보내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 이후 후 씨는 왕 씨에게 이 같은 계획을 털어놓고, 자신 대신 만남에 나갈 경우 일정 금액의 돈을 주는 등 보상해주겠다고 설득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왕 씨는 후 씨의 설득에도 불구, 부담스러운 만남을 거절했다. 문제는 후 씨가 왕 씨의 거절에도 불구, 양 씨와의 만남에 사촌 여동생을 대신 보내기 위한 계략을 꾸미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후 씨는 양 씨와의 만남이 예정된 당일, 사촌 여동생 왕씨에게 여행을 떠나자며 양 씨가 사는 도시에 도착했다. 그는 이곳에서 여동생 왕 씨가 마시는 음료수에 다량의 수면제를 혼합, 복용토록 했다. 당시 수면제가 든 음료를 마신 왕 씨는 깊은 수면 상태에 빠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후 씨는 깊은 수면 상태의 사촌 여동생을 양 씨와 약속한 만남의 장소에 데려다 놓고 자취를 감췄다. 같은 시각 잠에 취해 있는 왕 씨를 발견한 남성 양 씨는 성폭행 한 뒤 도주했다. 양씨는 잠에 취해 있는 여성이 후 씨라고 착각한 상태에서 이 같은 범죄를 저지른 것. 잠에서 깬 뒤 자신이 성폭행 당한 것을 확인한 왕 씨는 관할 공안에 사건을 신고, 도주한 가해 남성 양 씨는 사건 발생 이후 1년 만이었던 지난 2014년 공안에 붙잡혔다. 하지만 이후 7년에 걸친 기간 동안 도주, 줄곧 증거를 남기지 않았던 여성 후 씨가 최근 공안에 붙잡히며 사건은 종료됐다. 지난 8월 자신의 고향 헤이룽장성 일대에서 숨어 있던 후 씨가 공안에 적발된 것. 후 씨는 사건 이후 줄곧 자신의 친동생 신분증을 도용, 공안 추적을 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형사법원은 가해 남성 양 씨에게 성폭행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후 씨의 재판은 현재 진행 중으로 알려졌다 임지연 베이징(중국) 통신원 cci2006@naver.com
  • 흉악범 신상공개 논의 필요… ‘조국 논란’ 젊은층 시각 기사 적어

    흉악범 신상공개 논의 필요… ‘조국 논란’ 젊은층 시각 기사 적어

    서울신문은 최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종료 결정, 일본의 수출 규제와 미중 무역전쟁 격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검증을 비롯한 각종 현안을 다룬 지난 한 달간의 보도 내용을 놓고 지난 27일 ‘제120차 독자권익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김만흠(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위원장과 홍영만(차의과학대 경영대학원장), 심훈(한림대 언론학과 교수), 김재영(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박준영(변호사), 유승혁(경희대 언론정보학과 3학년) 독자권익위원이 참석했다. 아래는 위원들의 의견이다.박준영 흉악범의 신상공개나 변호에 대해 언론이 더 고민해야 한다.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에서는 피의자가 자수를 했는데, 얼굴을 공개하는 것이 맞는가. 강력범 신상공개 관련 법령이 2010년 만들어진 뒤 신상이 공개되는 사건이 많지 않다가 최근에 많아졌다. 잔인한 범행이나 국민의 알권리, 2차 피해 가능성이 줄어드는 경우 등 몇 가지 기준이 있다. 그러나 결정을 내리는 경찰청 위원회의 외부 인사 비중이 높아 여론의 영향을 지나치게 받는 것처럼 보인다. 흉악범의 신상공개는 주변 사람들의 인권침해 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해야 한다. 전남편을 살해·유기한 혐의를 받는 고유정도 얼굴이 공개됐다. 이후 강력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고유정의 사진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그 피해자의 아들은 성장 과정에서 또 다른 고통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에서는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하지만 역사나 문화가 우리나라와 다르다. 미국의 경우 로스앤젤레스 호텔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의자 동생이 직접 얼굴을 드러내고 언론과 인터뷰를 하는 사회여서 우리나라와 직접 비교하기가 어렵다. 흉악범 변호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도 높다. 태극기 부대에 대한 기획 기사와 영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이해를 높였듯, 흉악범 변호에 대해서도 비슷한 접근이 필요한 때다. 우리 사회의 대립각이 깊어질 때 언론이 미처 몰랐던 상대의 입장을 전달해야 한다. 한편 서울경찰청에 찾아간 피의자를 돌려보낸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과 검찰에서 발생한 비슷한 사건이 기사로 나왔다. 잘못된 공무집행에 대한 비판도 필요하지만 인력의 한계나 당시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경찰과 검찰이 보수적이고 소극적으로 일하게 할 수 있다. 심훈 최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기사가 많았는데 젊은 세대의 시각에서 접근한 기사는 적다는 아쉬움이 있다. 앞서 서울신문은 창간 115주년 기념 특집 ‘90´s 신주류가 떴다’에서 불행을 느끼는 1990년대생에게 행복의 열쇠는 공정과 기회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서울신문은 조 후보자와 가족의 탈세나 위장 이혼 등을 주로 다뤘고 대학생들이 조 후보자에게 분노하고 촛불을 들게 하는 자녀의 대입이나 논문, 장학금 관련 의혹에는 집중하지 않았다. 이는 법적으로 하자가 없더라도 불공정성이나 비균등한 기회의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우리 사회에 대한 조사를 한 뒤에 추후 취재와 기사 작성에서도 따로 가지 않았으면 한다. 유승혁 팩트체크 기사는 여러 기사가 쏟아지는 가운데 독자에게 도움이 되는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팩트체크를 충실히 하면서도 조 후보자에 대한 대학가나 단체의 시위 등을 더 많이 다뤄 주길 바란다. 김재영 지소미아 종료 결정이나 일본의 백색국가 배제 결정, 미중 경제갈등, 북한의 수차례 미사일 발사 등 굵직한 외교·안보 이슈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신문에서는 데스크 시각 등 칼럼으로 사안을 바라보는 선명한 구도를 제시했다. ‘경제주권은 경제구조를 바꿔야 가능하다’거나 ‘미일중은 남북통일을 원하지 않는다’는 글은 새로운 각도이면서도 국민들의 정서에 와닿는 콘텐츠였다. 다만 지소미아 종료 결정 이후 후폭풍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사설은 위기관리와 후폭풍을 혼동해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신문이 ‘주목 경쟁 시대’에 더 선명하고 와닿는 기사를 작성하면서도 적절한 표현을 골랐으면 한다. 유승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외교부가 방위비 증액을 두고 서로 다른 입장을 냈는데, 제목에는 미국의 입장만을 담은 것도 아쉽다. 최근에는 제목만 읽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어 정확한 팩트를 담는 게 중요하다. 홍영만 오피니언면에는 다양한 사람의 목소리를 담아 가독성을 높여 줬으면 한다. 이윤경 토론토대 교수의 기고문은 노동에 대해 알기 쉽게 핵심을 골라 써서 눈길을 끌었다. 심훈 ‘이것은 여름방학인가 여름학기인가’라는 유다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아동기자의 기고가 눈에 띄었다. 묵직한 정치와 경제 이슈가 독자의 숨을 막히게 하는 가운데 초등학생들이 어떤 과제에 짓눌려 있는지 잘 보여 줬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을 구성하는 다양한 사람의 애로 사항을 보여 줬으면 한다. 또한 우리나라는 모든 신문의 오피니언 구성이 비슷한데 꼭 똑같이 구성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뉴욕타임스는 오피니언면이 한 면으로 분량이 많지 않고 삶에 밀착된 새로운 소재를 다룬다. 김재영 행정관료의 기고문은 주제가 다소 홍보성 성격이 짙어 아쉬울 때가 있다. 또한 그동안 부족했던 여성이나 문화 관련 칼럼진을 강화하면서 정통 분야는 적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계층의 전문가 기고를 담아 집단 지성으로 내용이 풍부해지길 기대한다. 유승혁 복지 사각지대의 비극을 주목한 시리즈 기획 기사가 눈에 띄었다. 송파 모녀나 탈북 모자처럼 비극적인 사례가 드러난 뒤에야 사회가 복지 사각지대를 주목하곤 한다. 이런 후속 기사가 나오길 바라고 있었다. 언론의 역할은 상처 난 부위를 드러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나라 복지의 허점을 잘 짚었고 짜임새도 좋았다. 김재영 이달에도 호반건설그룹에 대한 집중 해부가 많았다. 독립 언론을 지향하기 위한 기사이지만 지면 사유화라는 시각도 있다. 앞으로는 호반건설에 국한하지 말고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건설업에서 벌어지는 위법적 활동으로 시야를 넓혔으면 한다. 특히 지역 민영방송에서는 건설업계와의 유착이 고질적인 문제로 꼽히지만 지역 언론이 나서서 이를 조명하지 않았다. 지역방송의 전반적 문제로 전선을 확대하는 식으로 방향을 전환하는 것도 제안해 본다. 홍영만 사진 선택을 더 신중하게 해 주길 바란다. 최근 반도체 경기가 위축되는 데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전자업계가 어렵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파주의 LCD 공장을 찾은 사진을 신문에 실었는데, 한가로운 전시장의 모습이어서 사진만으로는 경기 불황이 잘 드러나지 않았다. 사안을 잘 파악하고 있는 독자라면 이해를 했겠지만 반대라면 다른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경제의 어려움을 보여 주는 다른 사진을 골랐으면 좋았을 것이다. 심훈 최근 들어 여성 홍보 모델의 사진이 유난히 화려하게 많이 나왔다. 경제면에서도 행사 사진보다는 서민경제의 현황을 보여 주는 사진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김만흠 정치 기사에서는 다른 언론에서 못 보던 참신한 기사들이 있었다. 양 정당의 연구원장 행보나 여야 청년 대변인 확대를 짚은 기사가 그러하다. 그런데 균형감과 새로운 정보 제공 측면에서 10% 정도 아쉬운 느낌이 있다. 예컨대 독자라면 원장의 행보만큼이나 정당연구원 본연의 역할은 무엇인지도 궁금할 것 같다. 정리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 맨몸으로 경찰 권총 막아선 ‘홍콩판 탱크맨’

    영웅담 퍼지자 中 관영 매체 “쇼” 비난 지난 25일 홍콩 범죄인인도법안 반대 시위 현장에서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겨누는 경찰 앞을 안경 쓴 남성이 막아섰다. 그는 무릎을 꿇고 “총을 쏘지 말라”고 했다. 경찰의 발길질에 뒤로 넘어진 남성은 30년 전 중국 톈안먼 민주화 운동 당시 양손에 봉지를 들고 탱크를 막아선 ‘탱크맨’을 떠올리게 하며 곧 세계에 알려졌다. ‘홍콩판 탱크맨’은 42세 시민 ‘앤서니’로 확인됐다고 27일 영국 BBC가 홍콩 독립 매체를 인용해 보도했다. 그날 밤 우산과 휴대전화만 챙겨 집을 나선 앤서니는 각목을 든 채 흥분한 시위대를 말리던 중 총성을 들었다. 앤서니는 총을 든 경찰을 향해 달려 나가 “이건 도움이 안 된다, 도움이 안 된다”고 외쳤다고 했다. 그는 “전신이 덜덜 떨렸지만 그건 공포는 아니었고, 해야만 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총에 맞으면 물론 가족에 죄책감을 갖게 되겠지만, 그래도 옳은 일이라는 쪽으로 생각이 되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앤서니의 영웅담이 퍼지자, 중국 관영 매체는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시위대가 전열을 정비할 수 있도록 “쇼를 벌였다”고 주장한 것이다. 앤서니는 “나는 그저 우연히 그 자리에 있게 돼 사태를 중단시키려 한 중년의 남자일 뿐”이라며 “전혀 대단치 않은 일”이라고 자신을 낮췄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홍콩시위는 中·英 정체성 충돌 때문… 中 무력개입 희박”

    “홍콩시위는 中·英 정체성 충돌 때문… 中 무력개입 희박”

    중국식 교육 막아낸 젊은 세대들 주도 2014년 오합지졸 ‘우산혁명’과는 달라 中, 선전 주민 24만명 경찰로 투입 추진“중국은 150여년간 만들어진 홍콩의 영국적 정체성을 10~20년 안에 없애려 했는데 결국 실패했다. 이러한 모습이 계속되면 이번과 같은 시위 사태는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 홍콩 역사 전문가로 꼽히는 류영하 백석대 중국어학과 교수는 28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불거진 홍콩 시위 사태를 홍콩에 내재된 ‘중국적 정체성’과 ‘영국적 정체성’의 충돌로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홍콩 정부가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사실상 비상대권을 부여해 시위를 진압하는 ‘긴급정황규례조례’를 검토하고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 데 이어 중국 선전시가 주민 24만명을 자원봉사 경찰로 투입하기로 하는 등 시위 양상이 격화되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지금 홍콩 시위는 실패로 끝났던 2014년 우산혁명과 다르다”며 홍콩인들의 달라진 시민의식에 주목했다. 류 교수는 “우산혁명 때는 시위대의 요구 사항이 수시로 바뀌었고, 야권도 분열됐었다. 오합지졸 같은 모습으로 홍콩 역사상 가장 ‘슬픈 시위’로 기억돼 홍콩인들을 자괴감에 빠뜨렸다”면서 “하지만 이번 시위 사태를 보면 초반에 조금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있었지만 지금은 5대 요구 사항을 정리해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과거 진압의 표적이 됐던 시위 지도부도 표면적으로는 보이지 않는 등 크게 달라졌다”고 분석했다. 류 교수는 홍콩에서 중국현대문학을 전공하며 홍콩의 정체성 등을 연구해 온 학자로 꼽힌다. 그는 홍콩 시민들의 의식이 일종의 ‘사춘기’와 같이 성장하는 과정인 반면, 홍콩을 지배해 온 관료집단은 오히려 수준이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20대들은 고교 시절 정부청사를 포위하며 중국식 국가주의 교육인 ‘윤리국가교육’(MNE) 의무화 정책을 막아 낸 경험이 있는 세대”라면서 “당시 ‘승리의 기억’을 간직한 젊은 세대가 다시 시위에 나섰다. 과거 홍콩인들이 (주인의식보다는) ‘과객 심리’가 컸던 것과 달리 지금 홍콩인들은 자아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콩 공무원 문화에 대한 류 교수의 진단은 이번 시위 사태에서 중국 뒤에 숨는 모습을 보였던 람 장관 등 홍콩 정부의 행태를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홍콩 내 가장 우수한 인재들이 행정을 맡아 국정을 이끄는 ‘테크노크라트(기술관료)의 시대’였던 영국 식민 시절과 달리 지금 홍콩 공무원들은 중국 정부가 만든 평가 시스템에 좌우되며 수동적으로 바뀌었다는 분석이다. 류 교수는 “과거 홍콩의 번영을 가져온 주체인 공무원 집단이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중국 정부만 바라보는 복지부동의 집단으로 바뀌었고, 행정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도 크게 떨어졌다”고 말했다. 류 교수는 일각에서 전망하는 중국의 무력 개입 가능성은 낮게 봤다. 홍콩 정부가 ‘계엄령’을 선포해 자체 수습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국 중앙정부의 구상이라는 현지 매체들의 이날 보도와 비슷한 맥락의 전망이다. 그는 “홍콩이 중국의 새로운 식민지로 인식되면서 영국과 비교 대상이 되는 것은 중국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며 “홍콩은 중국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정책의 상징이다. 일국양제에서 ‘양제’의 의미를 어느 정도까지 보장해 줄 것인지가 앞으로를 전망하는 기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창문 없어 퀴퀴한 공기… “겨울에도 선풍기 틀어요”

    창문 없어 퀴퀴한 공기… “겨울에도 선풍기 틀어요”

    18㎡ 좁은 원룸서 엄마·7살 아들 생활 아동 100명 중 1명 주택 아닌 곳에 거주 과밀 주거 길어질수록 건강·학업 취약 “아동 대상 주거복지 정책 없어 한계 커”“집에 창문이 없어요. 환기를 못 해 항상 냄새가 나고 겨울에도 선풍기를 틀어야 해요.” 지난 23일 찾은 경기도 한 원룸에서 주인 A(44·여)씨가 갑갑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창문조차 없는 약 18㎡(5평) 크기의 이 공간에서 7살 아들과 둘이 산다. 방 안에선 퀴퀴한 냄새가 풍겼다. 짐으로 가득 찬 파란색 박스와 옷가지, 이불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찬장은 신발장 겸용으로 쓰이고 있었다. 이 집은 A씨 모자에게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모은 돈이 거의 없어 보증금 60만원, 월세 36만원의 원룸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A씨는 “한창 자랄 때인 아들이 좁은 방에서 답답해하는 게 가장 속상하다”며 “냄새 때문에 집에서 맛있는 음식도 제대로 못 해 주는 게 마음 아프다”고 토로했다. 26일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따르면 A씨 가정처럼 주거 빈곤 상태에 놓인 19세 이하 아동은 전국적으로 94만 4000여명으로, 전체 아동의 9.7%에 달한다. 재단 관계자는 “국내 아동 10명 중 1명이 주거기본법에 규정된 최저 주거 기준에 미달하는 주거 빈곤 아동이고 특히 100명 중 1명은 주택이 아닌 쪽방,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등에 거주하고 있다”며 “아동은 우리 사회에서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인데도 청년·노인·신혼부부에 비해 정책적으로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19세 이하 아동이 취약한 주거 환경에서 자라나면 피해가 크다. A씨는 “방이 좁고 환기가 안 되니 아이가 만성 비염에 시달리고 항상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며 “면역력도 약해져 지난해에는 자반증(혈관염 증상으로 피부가 붉은색이나 보라색으로 변하는 것)을 앓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 “쥐, 바퀴벌레도 자주 나온다”면서 “아이가 나쁜 균에 옮을까 봐 걱정되고, 어린 나이에 정신적으로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단 연구에 따르면 좁은 공간에서 여럿이 지내는 과밀 주거 기간이 길어질수록 아동의 비만율·인터넷 사용 시간·방임 경험과 성추행 경험이 증가하고 학업 성취도와 주관적 행복감·학교생활 적응도는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A씨는 “아이가 상상력이 풍부해 ‘무지개 지붕이 달린 집에서 살고 싶다’, ‘아주 넓은 방을 꾸미고 싶다’고 얘기하는데 형편상 그러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크다”면서 “내년에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집 때문에 또래 사이에서 더 소외감을 느낄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는 “지난 4월 법 개정으로 주거기본법상 아동도 지원 대상에 포함됐지만, 정작 국토교통부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없어 한계가 크다”며 “아동에게 적절한 주거 환경을 마련해 주는 건 부모, 가족만의 책임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 홍콩 反中시위 장기화… 람 장관 ‘사면초가’ 차이 총통 ‘어부지리’

    홍콩 反中시위 장기화… 람 장관 ‘사면초가’ 차이 총통 ‘어부지리’

    홍콩의 ‘범죄인인도법안’(송환법) 반대 시위가 지난 주말을 기해 12주차에 접어들었다. 시위대는 송환법 완전 철폐와 더불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하나의 중국’을 옹호하며 중국의 든든한 지원사격을 받았던 람 장관은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반면 ‘탈(脫)중국화’로 총통 자리에 올랐다가 이로 인해 지난해 총선에서 참패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홍콩 시위를 계기로 지지율이 반등하는 등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 지난 25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 오전 정부청사에서 19명의 지역 유력 인사 및 정치인 등과 만난 람 장관이 “송환법을 완전히 철회하라는 시위대의 요구를 수용하라”는 이들의 주장에 “나는 그 발언을 내뱉을 수 없다”고 대답했다고 전했다. 회의에 참석했던 한 관계자는 “송환법 철회 선언이 람 장관의 통제 밖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법안의 배후에 중국 중앙정부가 있음을 짐작게 했다. ●‘철의 여인’ 캐리 람, 민주화 억압 아이콘 되나 람 장관을 옥죄고 있는 송환법은 람 장관의 머릿속에서 나왔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강력하게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정부가 중국을 포함해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국가에 범죄 용의자를 넘겨주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법안은 지난 4월 발표와 동시에 반발에 부딪혔다. 홍콩 내 반중국 인사를 합법적으로 본토로 잡아가려는 중국 정부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2017년 취임한 람 장관은 대표적인 ‘친(親)중국’ 인사다. 홍콩의 행정장관은 선거인단에 의한 간선제로, 입후보자는 1200명으로 구성된 지명위원회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은 2~3명으로 제한돼 있다. 중국 공산당은 입후보자가 ‘애국애항’(중국과 홍콩을 사랑한다는 뜻) 인사여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고 있어 사실상 반중(反中) 인사의 출마는 원천 봉쇄돼 있다. 람 장관은 이러한 선거제도를 적극 두둔한 이력 덕분에 당선됐다. 2014년 홍콩 도심에서 79일 동안 벌어진 ‘우산혁명’은 소수의 선거위원회가 행정장관을 뽑는 이른바 ‘체육관 선거’에서 벗어나 행정장관 완전 직선제 실시를 촉구하는 민주화 시위였다. 당시 정무사장(정무장관)이던 람 장관은 홍콩 시민들의 열망을 무시한 채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켰고, 1000명에 달하는 시위 참여자를 체포했다. 이때 ‘홍콩의 철의 여인’, ‘홍콩의 마거릿 대처’ 등의 별명과 함께 중국 정부의 마음을 얻어 2017년 7월 행정장관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홍콩의 반정부 시위가 중국 공산당에 저항하는 대규모 민주화 시위로 발전하며 ‘톈안먼 시위’에 비견되는 상황에서 임기를 절반 이상 앞둔 람 장관은 스스로 물러나고 싶어도 물러날 수 없는 신세가 됐다. 지난 7월 파이낸셜타임스는 람 장관이 이번 사태를 책임지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으나 중국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당시 중국 정부는 “당신이 벌여 놓은 일이니 당신이 수습하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람 장관은 “송환법은 죽었다”는 식의 비법률적 언어를 사용하며 더욱 격렬한 사퇴 요구에 직면하기도 했다. 람 장관은 이후 시위를 ‘폭동’으로 규정하며 강경 진압을 이어 가는가 하면 사퇴 불가 선언을 내놓는 등 강경한 행보를 보이며 중국에 대한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CNA는 “람 장관의 임기는 중국이 람 장관을 대체할 차기 행정장관 물색을 끝내자마자 종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시위 기회 삼아 재선 노리는 차이 총통 2016년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총통직을 거머쥔 차이 총통은 올 초까지만 해도 내년 대선을 위한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당내 경선 승리조차 장담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지방선거 당시 수도 타이베이를 비롯한 22개 광역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 제1야당 국민당이 15석을 얻은 반면 민진당은 6석을 얻는 데 그치며 대참패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만 민주주의의 성지’로 불리는 등 민진당의 철옹성이었던 남부도시 가오슝에서 국민당 한궈위 후보가 선출되자 차이 총통은 1996년 총통 직선제 도입 후 재선에 실패하는 첫 총통으로 기록될 것으로 전망됐다.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차이 총통에게 홍콩의 시위는 더할 나위 없는 호재였다. 양안(중국·대만)관계가 악화일로를 거듭하며 대만 경제가 둔화되자 시민들은 탈중국화를 외치던 차이 총통에게 책임을 물었다. 그러나 시민들은 홍콩 사태를 통해 중국이 대만에 요구하는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게 됐다. 중국의 막강한 자본은 곧 지금까지 대만이 누리던 자유의 종말을 뜻했다. 차이 총통도 이런 흐름을 십분 활용했다. 홍콩 시위가 확산하자 “대만은 송환법 입법에 반대한다”며 홍콩 정부와 곧장 선을 그었다. 앞서 람 장관은 지난 2월 대만에서 일어난 홍콩인 살인 사건이 송환법 발의의 계기라고 말해 왔다. 당시 20대 홍콩인 남성이 대만에 같이 갔던 홍콩인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홍콩에 돌아왔으나 속지주의(영외 발생 범죄 불처벌)를 따르는 홍콩은 대만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고 있어 이를 처벌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당사국인 대만이 이를 반대하자 송환법 추진 동력은 더욱 힘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후에도 차이 총통은 홍콩 시위를 지지함으로써 중국에 반기를 들며 반중 정서 결집에 힘을 쏟았다. 차이 총통은 “일국양제하에서 22년 만에 홍콩인의 자유는 더는 당연한 것이 아닌 게 됐고, 과거에 자랑하던 현대적 법치제도도 점차 무너지고 있다”며 “대만이 이에 깊은 경각심과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6월 차이 총통은 민진당의 2020년 1월 11일 차기 총통 선거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며 재선 도전에 나서게 됐다. 국민당 총통 후보는 지난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던 한 가오슝 시장으로 차이 총통과 비교하면 친중 노선에 가까워 이번 선거도 친중 대 반중의 대결 구도로 점쳐진다. 홍콩 시위가 지속되면서 한 시장의 지지율은 떨어지는 반면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만이 이렇게 반중 기조를 유지할 수 있는 건 대만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의 영향이 크다. 미국은 1979년 단교 이후 대만의 안보를 지원하는 국내법인 대만관계법을 근거로 대만이 필수적인 국방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각종 무기를 수출할 수 있었다. 특히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당선인 시절부터 차이 총통과 통화하며 대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유지해 왔다. ●中과 무역전쟁 중인 美, 대만에 무기 수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대만에 M1A2 에이브럼스 전차의 대만형인 M1A2T 전차와 스팅어 미사일 등 22억 달러(약 2조 6000억원) 이상의 무기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 20일에는 록히드마틴의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미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대만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에서 무기 판매를 협상용 카드로 쓰려는 트럼프 정부의 계산이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만의 홍콩 시위 지지와 미국의 대만 무기 수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단호하다. 대만은 물론 미국 또한 홍콩 시위에 ‘간섭 말라’는 입장이며, ‘무기 판매를 자제하지 않으면 중국도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태도다. 차이 총통은 중국의 위협에도 홍콩 입법회를 점거했다가 수배령이 내려진 시위자 30여명의 정치적 망명 신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민나리 기자 mnin108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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