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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횡성 총기사망 선·후임병 내무생활 사사건건 다툼

    지난 20일 강원 횡성군의 군 공병부대에서 일어난 총격 사망사건은 당초 추정대로 선·후임병간 갈등이 원인이 돼 우발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23일 조사과정을 참관한 군사상자인권연대 관계자에 따르면 선임병인 이모(22) 상병과 후임병 한모(21) 상병은 평소 내무생활 과정에서 물품 정리 등 사소한 문제로 자주 갈등을 빚어왔다. 인권연대 관계자는 “부대원들에 따르면 두 사람은 세면도구나 신발 정리 방법 등을 두고 사사건건 다툼을 벌였다.”면서 “갈등이 심해지자 이 상병이 분대장에게 ‘근무자를 바꿔달라.’고 요구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이 상병은 특히 지난해 3월 인성검사에서 우울증세를 보여 ‘관심병사’ 분류돼 특별관리를 받았지만 5개월 뒤 재검에서 상태가 호전돼 관심병사에서 해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병사의 총상 부위에 대해서도 인권연대 관계자는 “이 상병은 입 안에, 한 상병은 아랫 입술에 총알이 관통했다.”면서 “최초 목격자인 권모 상병이 첫 총성을 듣고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 상병은 살아있었지만 보고를 위해 자리를 뜬 직후 총을 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버지니아 참사] 2차범행전 우편물… 1차는 우발적?

    4월의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정을 순식간에 핏빛으로 물들인 최악의 총기 난사 사건이 벌어진 지 어느덧 5일째. 조승희(23)씨가 범행 당일 언론사에 발송한 사진과 동영상이 공개되고, 친지와 주변 인물들의 증언이 잇따라 전해지면서 사건 초기 종잡을 수 없었던 조씨의 범행 동기와 범행 전후 행적에 관한 의문점들이 하나씩 아귀를 맞춰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혹들은 남아 있다. 특히 일부 국내 네티즌들은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토대로 `위험한´ 시나리오를 유포하고 있다. 티모시 케인 버지니아주지사는 19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갖고 8명의 위원이 참여하는 ‘독립조사위원회’에서 학교 당국과 경찰의 초기 대응, 범행 동기와 행적 등 사건을 둘러싼 각종 의문을 전면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케인 주지사는 “위원회는 범인 조승희가 여학생 스토킹 혐의로 조사받은 경위와 1차 기숙사 범행과 2차 공학관 범행까지의 행적, 그리고 학교 당국과 경찰의 초동 대응조치 등을 점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첫번째 피살 여학생과의 관계는 불특정 다수를 향해 극도의 적개심을 드러낸 동영상 내용을 감안하면 조씨가 다중사살 범행전에 굳이 기숙사를 찾아가 에밀리 힐스처(18) 등 2명을 왜 사살했는지 설명되지 않는다. 사건 초기 ‘치정에 얽힌 복수극’이란 추측이 나돌았지만 조씨의 내성적인 성격과 힐스처 친구들의 증언을 종합해볼 때 두 사람이 연인사이였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그렇다해도 어떤 식으로든 힐스처가 조씨와 연관됐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힐스처가 과거 두차례 스토킹 전력이 있는 조씨의 최근 스토킹 대상이었거나 다른 개인적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는 과정에서 조씨의 억눌린 분노를 자극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범행일이 계획된 D데이였나 당일 아침 학교에서 조씨를 목격한 이들은 그가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고 증언했다.2월과 3월에 각각 한자루씩의 총을 구입하고, 적어도 한달간 사격연습을 했을 정도로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하기는 했지만 사전에 16일을 범행일로 잡은 것 같지는 않다는 추측이다. 언론에 공개된 동영상에서 1차 범행 직후에 촬영한 장면이 담긴 점과 사전에 준비할 만큼 중요한 우편물을 1차 범행 전에 보내지 않은 점 등도 당일 아침 불가피하게 ‘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뒤 평소 계획 해온 다중사살을 감행했다는 추정을 뒷받침한다.●왜 노리스홀을 택했나 노리스홀은 평소 인문대 강의가 열리는 건물이다. 영문학 전공인 조씨는 주로 이곳에서 강의를 들었다. 미 수사당국은 조씨가 1주일전 독일어 시간에 여학생과 다투다 교수의 꾸지람을 들었고, 이번 범행에서 독일어 강의실에 난입해 독일어 강사 등 20여명을 살해한 점을 들어 노리스홀이 범행 타깃이 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하지만 노리스홀을 잘 아는 조씨가 총격 전 강의실을 기웃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듯 보였다는 증언은 의문거리다.●1차 범행후 경찰은 뭘 했나 조씨는 1차 범행 후 학교밖으로 나가 우편물을 발송하는 등 2차 범행까지 2시간 동안 경찰의 감시망을 피해 유유히 교내를 돌아다닐 수 있었다. 이는 수사당국이 1차 범행의 용의자로 힐스처의 진짜 남자친구를 수배하는 등 초기 대응을 엉뚱하게 한 탓에 가능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학교 당국의 미숙한 대응 조치도 명확한 설명이 필요한 대목이다.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병사2명 군부대서 총격사망

    미국 버지니아공대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사건이 전 세계를 경악시키고 있는 가운데 강원도 횡성의 군부대에서 선·후임병간 갈등에 의한 것으로 보이는 총격사건으로 병사 2명이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충격을 던지고 있다. 20일 오전 11시 50분쯤 강원 횡성군 횡성읍 학곡리에 있는 모 공병부대 탄약고 경계초소에서 총격사건이 발생, 경계근무 중이던 병사 2명이 숨졌다. 육군은 “점심식사를 하러 부대식당으로 이동중이던 장비운전병 권모 상병이 총성을 듣고 초소에 도착해보니 이모(22)·한모(21) 상병이 각각 목과 배에 관통상을 입고 숨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상황실로 보고했다.”고 밝혔다. 사고 당시 이들은 부대 안에 있는 탄약고 앞에서 오전 10시부터 경계근무를 서고 있었으며, 실탄 2발은 모두 이 상병의 K-1 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당시 근무자들은 공포탄 5발이 든 탄창을 삽입하고 실탄 15발이 든 탄창을 휴대하고 있었다.”면서 “누군가 소총에 삽입된 공포탄을 제거한 뒤 실탄이 든 탄창을 삽입해 총을 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군 관계자들은 사망자들의 입대시기가 3개월 차이인 점으로 미뤄 선·후임병간 갈등이 원인이 돼 우발적으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제3자에 의한 범행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횡성 조한종·서울 이세영기자 sylee@seoul.co.kr
  • 한·중, FTA ‘윈윈’방안 도출키로

    노무현 대통령은 10일 오후 청와대에서 이날 방한한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회담을 갖고 북핵 문제와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고대역사 문제, 해·공군간 직통통신망(핫라인) 설치 등 양국 현안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과 원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동북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중요하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하고,6자회담의 진전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6자회담을 통해 다자안보 메커니즘이 발족된 것을 평가하고 향후 이를 동북아의 다자안보대화 체제로 발전시켜 나가기를 기대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노 대통령과 원 총리는 특히 양국 해·공군간 핫라인 설치에 합의하고, 해상수색구조 협정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는 양국이 한 차원 높은 군사교류협력 관계로 진입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한 관계자는 밝혔다. 이에 따라 김장수 국방장관이 오는 23∼26일 중국을 방문, 차오강촨(曺剛川) 중국 국방부장과 회담하고 핫라인 설치부대와 해상수색구조 훈련 방식 등을 협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한국측은 서해상에서 중국 꽃게잡이 어선의 불법 조업 등으로 양국 함정간 우발적인 충돌을 피하고, 북방한계선(NLL) 해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양국간 핫라인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한·중 FTA협상과 관련, 양국은 최근 시작된 FTA 산·관·학 공동연구를 통해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키로 합의했다. 원 총리는 또 대 중국 특별세이프가드를 조속히 해제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노 대통령은 2014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12년 여수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지지를 당부했다. 양국은 이날 회담에서 논란을 빚고 있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관련, 고대역사 문제가 양국간 관계 발전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나가기로 했다. 양국은 또 김포∼상하이 훙차오(虹橋) 공항간 정기 셔틀 항공편을 개설키로 합의했다. 원 총리는 “한국 정부와 잘 협의해서 두 지역간 전세기 화물노선을 개설하겠다.”고 말했다. 회담 직후 양국은 철새보호협정, 고용허가제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앞서 원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중우호협회 초청 간담회에서 한·중간 무비자 문제와 관련,“중국 정부 내 관계 당국에 잘 연구토록 지시하겠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지난 2000년 주룽지(朱鎔基) 총리에 이어 중국 총리로는 두번째 방한했다. 박찬구 김미경기자 ckpark@seoul.co.kr
  • 反FTA 총기난사 농민 검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후 술김에 공기총을 난사해 이웃주민 1명을 숨지게 하고 2명에게 중경상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는 농민 이모(44)씨가 8일 인천에서 붙잡혀 경북 예천경찰서로 압송됐다. 총기사고 이후 도주한 이씨는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노숙생활을 하다가 이날 오후 2시20분쯤 인천 부평구 십정동 동암역 인근의 한 의류매장 앞에서 경찰의 불심검문에 걸려 검거됐다. 이씨는 경찰에서 “당시 오전부터 술을 마시다 술에 취해 우발적으로 공기총을 쏜 뒤 겁이 나서 도망쳤고 자수할 생각은 못했다.”면서 “유족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씨에게 자세한 범행 동기를 추궁한 뒤 9일 살인과 도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교도소 교정사고 10년새 3배 폭증

    교도소 교정사고 10년새 3배 폭증

    교정시설 ‘담장 안’에서 일어난 폭행·자살 등 교정사고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형민 전문연구원과 법무부 교정국 류종하 보안경비과장이 공동연구 발표한 ‘교정사고의 처리 실태와 개선 방안’에 따르면 교정시설 안에서 발생한 교정사고 수가 1996년 292건에서 2005년 885건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어났다. 전체 교정사고 중 폭행·상해는 2004년 67.6%,2005년 64.7% 등으로 가장 많았다. 또 수용자가 교정시설 직원을 폭행한 사고는 96년 6건으로 2.1%에 불과했지만 2004년 81건(12.7%),2005년 128건(14.5%)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수용자의 소란난동 역시 96년 3건에서 2005년91건으로 늘어나 전체 사고 중 10.3%나 차지했다. 교정 사고 발생 원인별로는 전체적으로 ‘우발적 충동이나 불만’의 경우가 가장 많았고 ‘처우 불만’ 등이 뒤를 이었다. 전과별로는 초범 수용자의 사고가 가장 잦았고 뒤이어 5범 이상 수용자의 사고 비중이 높았다. 한편 사회적인 이슈가 되고 있는 자살이 교정시설에서도 급증,96년 9건이던 것이 2004년 12건,2005년 16건으로 늘어났다. 특히 잇따른 자살 사고 방지책으로 여럿이 함께 생활하는 혼거실 수용을 장려하고 있지만,2005년의 경우 독거실 수용자 자살이 4건 발생한 데 비해 혼거실에서는 두 배인 8건이 발생, 별다른 효과를 나타내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자살 사고 원인별로는 2003년의 경우 ‘중형선고 예상’이 40%로 가장 많았고 2004년에는 ‘소외감 등’이 33.3%,‘중형선고 예상’이 25%로 나타난 반면,2005년에는 ‘출소 후 생활비관’이 37.5%,‘범죄 죄책감’이 18.8%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홍성규기자 cool@seoul.co.kr
  • [정윤수의 오버헤드킥] 폭력 그림자 벗고 열정의 드라마 연출을

    축구장은 엄청난 열정이 폭발하는 공간이다. 축구는 드넓은 그라운드에서 22명의 선수들이 유기적인 전술과 맹렬한 속도로 짜릿한 골을 갈망하는 뜨거운 공격성의 스포츠다. 이미 예고된 엄청난 열정을 목격하기 위해 축구장을 찾은 관중들은 자신들의 영토에서 90분 동안 함성을 지르고 발을 구르며 그라운드에서 농축된 열기를 수십 배로 증폭시킨다. 경기 규칙은 축구장의 열정을 배가시키는 방향으로 꾸준히 개선되어 왔다. 수비수는 골키퍼에게 발로 백패스를 해서는 안되고, 골키퍼는 손에 공을 들고 이리저리 걸어 다닐 수 없다. 심지어 태클 때문에 부상당한 선수는 아픈 몸을 이끌고 재빨리 그라운드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모두가 속도 때문이며 그 속도로 인해 선수와 관중은 아름다운 열정의 대폭발을 만끽하는 것이다.그런데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현대 축구는 딜레마에 빠진다. 최근의 몇 가지 사례는 축구장이 스스로 일궈낸 엄청난 열기를 제어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지난 3일 이탈리아 리그에서는 시가전을 방불케 하는 폭력 사태로 경찰관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이 벌어졌다. 그로부터 열흘 뒤 독일 라이프치히에서도 폭력 사태가 빚어졌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아르헨티나의 리버 플레이트와 라누스의 챔피언십 경기 직전에 난동꾼들의 폭력으로 부상자가 속출했으며, 며칠 뒤 벌어진 하위 리그의 탈러레스와 로스 안데스 경기 도중에도 팬들이 충돌해 투석전이 벌어졌다. 그런가 하면 중국 올림픽 대표팀과 잉글랜드 2부 리그 퀸스파크 레인저스의 평가전에서는 벤치 선수들까지 가세하는 육박전이 벌어졌으며 21일 유럽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도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패한 프랑스 릴의 팬들이 난동을 일으켜 축구장 폭력 연속 드라마를 이어갔다. 이 같은 폭력 사태는 그 어떤 억지 명분도 붙이기 어려운 행위에 불과하다. 선수들의 거친 행위나 심판의 어이없는 오심 때문에 빚어진 우발적인 행동이라고 해도 앞의 경우와 달리 이러한 폭력 행위는 축구의 어떤 항목에도 포함되지 않는다. 경기장 바깥의 어떤 사회적 갈등이나 욕망을 축구장 안에서 해소하고자 하는 이 같은 과잉된 열정은 조절되어야 마땅하다. 이 문제는 곧 시작될 K-리그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지난해 리그에서도 심판 판정 등의 이유로 경기장 안팎에서 거친 행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래서 더욱 각 팀의 서포터스 역할이 중요해진다. 그들은 아름다운 K-리그를 완성해내는 능동적인 주체다. 축구장을 아름다운 열정으로 가득 채우는 것은 의무가 아니라 권리다. 그 신성한 권리가 매혹적인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열정과 어우러져 빛나는 K-리그를 완성하는 아름다운 합창이 되길 진심으로 바란다.축구평론가 prague@naver.com
  • 아동 성폭행범 ‘소아기호증’ 대법 “감형사유 안돼”

    어린이들에게 성적인 집착을 보이는 ‘소아 기호증’이 성폭행범에 대한 감형 사유가 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는 아동 성추행범을 사회에서 영구 격리하고,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진다. 이모(39)씨는 2005년 2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9∼13살의 초등학생 여자 어린이 12명을 성폭행하고 금품을 빼앗았다. 이씨는 13번째 범행을 저지르려다 잠복 중인 경찰에 붙잡혀 성폭력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2심에서는 소아기호증을 앓고 있다는 점이 인정돼 징역 15년으로 감형됐다. 소아 기호증은 심리학적 용어인 로리타콤플렉스와 비슷한 의미다. 이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20일 이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15년으로 감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소아 기호증과 같은 질환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는 형의 감면 사유인 심신 장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씨가 범행 내용을 비교적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고, 소아 기호증 진단 이후 치료를 거부한 데다 범행 장소를 미리 답사하는 등 우발적 범행으로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이씨의 소아 기호증이 감형을 받을 수 있는 심신미약 상태인지에 대한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백두산 세리머니 정치적 해석 말라”

    정부는 중국 창춘(長春) 동계 아시안게임에서 우리 선수들이 `백두산은 우리땅´이라는 문구를 들고 수상 세리머니를 한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1일 공식 항의하자 중국측에 “정치적으로 해석하지 말고 차분하게 대응하라.”는 입장을 전했다고 2일 밝혔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이번 일은 우발적인 일로서 정치적 의미로 해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우리 정부 입장”이라고 말했다.이 당국자는 이어 “중국측에도 차분하게 대응해야 함을 강조한다.”며 “이같은 정부 입장을 외교채널을 통해 어제와 오늘 중국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김미경기자 chaplin7@seoul.co.kr
  • 치정이 부른 참극

    안산역 토막시신 유기사건의 용의자가 사건발생 8일 만에 검거됐다. 용의자는 불법체류중인 중국인으로, 피해여성이 다른 남자를 만나는 데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을 수사중인 경기도 안산단원경찰서는 2일 “유력한 용의자인 중국인 손모(35)씨를 1일 오후 11시30분께 군포시 금정동 지하철 4호선 금정역 구내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피해여성 정모(34)씨의 휴대전화 전화번호부 및 통화내역을 분석, 손씨를 용의선상에 올린 뒤 검거했다. 손씨는 경찰에서 범행일체를 자백했다. 경찰조사결과 불법체류자인 손씨는 5∼6년 전 피해여성 정씨가 근무하던 부산 봉제공장에서 함께 일하며 알게 된 것으로 확인됐다. 손씨는 정씨가 사귄 다른 중국인 한모씨가 지난해 5월22일 불법체류로 강제 출국당한 뒤부터 정씨와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손씨는 또 범행 후 정씨의 통장 4개에서 현금 980만원을 인출, 도피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안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車·반도체 ‘기반시설’ 지정 검토

    오는 7월부터 에너지, 정보·통신, 금융, 보건·의료 등의 주요 시설뿐만 아니라 자동차, 반도체 등 국민 경제에 비중이 큰 민간사업장도 ‘국가기반시설’로 지정하는 방안이 마련됐다. 30일 행정자치부가 내놓은 ‘국가기반시설 지정안’에 따르면 모두 896곳이 국기기반시설 대상에 포함됐다. 대상에는 대형 종합병원 등 보건·의료시설은 물론 은행·증권 등 금융, 에너지, 정보·통신, 교통·수송, 원자력, 상·하수도 등 주요 기반시설이 망라돼 있다. 특히 매년 악성 노사분규에 시달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를 비롯해 삼성전자, 삼성전기, 하이닉스반도체, 포스코 등 대기업의 핵심부문 29개도 포함돼 있다. 행자부는 앞으로 관련부처별로 대상시설의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고, 국가적 재난이나 불법 파업 등 유형별로 대응매뉴얼을 작성해 효율적으로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행자부는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이같은 지정안을 마련했다. 올 상반기 중에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 후속조치를 확정,7월부터 시행할 방침이다. 재난·안전관리기본법은 에너지·통신 등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지속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곳을 ‘국가기반시설’로 지정·관리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기반시설이 마비될 경우, 재난관리 책임기관장은 대체 인력을 사전에 지정하고 동원할 수 있다. 국가기반시설의 책임자는 매년 대체 인력 확보 등 재난대책을 정부에 보고해야 하고, 상황이 발생하면 보고한 대로 이행해야 한다. 지난해 말 개정된 노동관계법에 따라 내년부터 50% 이상 파업에 참여할 경우에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지만, 이 법이 시행되면 파업 참가자가 적더라도 불법일 경우 언제든지 대체 인력을 투입할 수 있다. 정부가 이 시스템을 구축하면 노동운동이 크게 위축된다며 노동계에서 거세게 반발할 것으로 보인다. 행자부 관계자는 “노동자의 불법 파업과 우발적인 사고로 국가기반시설의 마비가 우려될 경우에 정부가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을 구축, 대체 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명문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덕현기자 hyoun@seoul.co.kr
  •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수의 신부(新婦)-그 여자의 15년

    무기징역을 받고 옥살이하는 남편을 찾아 교도소 문턱을 드나들기 15년. 산천도 변해버린 오랜 세월이었지만 꿈을 되찾으려는 「열녀」의 고행(苦行)은 변함이 없었다. 서울영등포교도소 기결수 1329호의 아내 장일자(張一子)여인(39·가명). 신혼생활 1개월만에 살인, 사체유기라는 끔찍한 죄명으로 남편 최상희씨(42·가명)가 수감된지 15년, 이미 가버린 젊음이었지만 장여인의 강한 의지와 사랑의 불길은 남편 최씨가 받게된 감형(減刑)과 귀휴(歸休) 은전으로 딸 희자(熙子)양(생후 5개월·가명)을 낳게되자 더욱 타오르고 있다. 교도관들은 물론 1천여명의 재소자들마저 망부석(望夫石)이라고 부르는 장여인의 비극이 시작된 것은-. 지금부터 15년전인 1955년 4월 29일 당시 K대학 3학년이던 최씨는 가정불화로 1년동안 학교를 나오지 못했던 급우 이모씨가 복학운동을 부탁하며 준 교제비 1만1천5백환(구화)이 탐나 이씨를 죽인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검찰이 분석한 살인동기는 6·25동란 당시 S의대 1학년이던 최씨가 피난길을 전전하다가 8240부대에 입대, 18개월의 복무기간을 마치고 K대에 복교했으나 가정형편으로 등록금을 낼 수 없었고, 군번없이 군복무를 했기 때문에 징집연기의 혜택을 받을 수 없게 되자 급우 이씨를 죽이고 돈을 빼앗았다는 것. 최씨는 사고가 난 날, 심한 가정불화로 오랫동안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이씨로부터 복학운동을 부탁받고 스승인 안(安)모 교수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한 뒤 이씨의 청에 못이겨 술병을 사들고 학교 뒷동산에 올라가 신세타령이 섞인 술잔을 나눴다는 것이다. 날이 어두워 학교로 내려오는 길에 최씨는 술에 취해 벗어던진 최씨의 웃옷을 주워 들고 뒤늦게 내려와 보니 이씨가 길가에 있는 깊이 3m의 우물속에 빠져 죽어있었다고 말했다. 검시결과 이씨가 추락사한 것이 아니라 외상(外傷)으로 보아 심한 타격을 받아 죽은 것으로 나타나 최씨는 살인범으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았으나 우발적인 범행이었다는 대법원 판결이유와 함께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그이가 사람을 죽였다니…그럴수가…』-어릴때 소꿉친구였던 남편을 생각하며 장여인은 결혼 1개월만에 살인자의 아내가 돼버린 엄청난 비극앞에 몸부림쳤다. 고향인 충북음성에서 소꿉동무로 자라던 두사람이 헤어진 것은 최씨가 11세때 아버지를 따라 상경하게 됐을때였다. 6·25동란뒤 군복무를 마친 최씨가 고향에 내려가 여고(女高)를 졸업한 장여인을 만났을 때 장여인은 보랏빛 꿈을 꾸던 24세의 아리따운 처녀였다. 무기징역을 받은 남편-그러나 남편에 대한 사랑의 힘은 무엇보다 강했다. 여필종부의 낡은 관념때문도 아니었다.『비록 같이 살지는 못하더라도 남편이 살아 있는 한 내가 바치려는 정(情)에 대한 후회는 없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면회날이 되면 장여인은 하루도 빠짐없이 최씨를 찾아 위로했다. 모든 것을 스스로 포기해야만 했던 최씨가 장여인의 면회를 거절한 2년동안 장여인은 매일같이 교도소 정문을 찾아 비참해 있을 남편을 마음속으로 위로하며 눈물로 날을 보냈다. 「살아있는 망부석」-2년동안 장여인의 정성을 지켜보던 교도관들의 입에서 저절로 흘러 나오게 된 말이었다. 지난 60년 10월, 당국의 특별감형혜택을 받아 형기가 20년으로 줄자 장여인은 벅찬 기쁨에 최씨를 부둥켜 안고 울음을 그칠줄 몰랐다. 5년전 늙은 시부모를 모시고 벅찬 생활속에 폐결핵에 걸린 장여인은 남편과 면회를 할때마다 나오는 기침을 감기 때문이라고 속였다. 어느날 장여인은 남편앞에서 끝내 피를 토하고 실신했다가 깨어난 적이 있었다. 복역중인 남편에게 조금이라도 걱정을 끼쳐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었지만 오랫동안의 번민으로 몸이 쇠약해져 버렸던 것이었다. 아내의 지성에 감동한 최씨는 그동안 자포자기하던 마음을 버리고 새삶의 의욕을 보이기 시작, 지난 67년 7월 1일 재소자로서는 최고의 영예인 「새싹상」을 받은 1급 모범수가 되었다. 68년 6월 17일 5·16혁명의 은전인 귀휴시행규칙(현형법제44조)에 의해 장기복역수로는 처음으로 5일간의 휴가를 맡아 사회구경을 하게 된 최씨는 두 어깨를 마음껏 젖히며 삶의 의미를 되새겼다. 그토록 오랜 기간을 기다리던 아내 장여인과 함께 잠시나마 교도소를 떠나는 이들 부부에게 1천여명의 재소자와 교도관들은 갈채를 보내며 부러워했다. 복역수에 대해 좀처럼 없는 귀휴조치가 모범수 최씨에게 내려지자 다른 장기수들도 활기를 띠며 성심껏 일하게 됐다. 최씨가 2차 귀휴를 받은 지난해 4월, 장여인은 바라던 임신을 하게 되었으나 3개월만에 유산했다. 지난해 4월초 장여인은 산부인과 의사의 진찰에 따라 수태기일을 맞춰 찾아가 마지막으로 호소했다. 늙기전에 혈육을 하나 보게 해달라는 장여인의 눈물어린 호소에 교도소장 최형수(崔亨洙)씨는 최씨의 당일귀휴를 허락했다. 지난 1월 21일 장여인은 그토록 원하던 예쁜 딸 하나를 낳았다. 경사를 전해 들은 교도소안에서는 보기 힘든 인정에 모두들 흐뭇해 했다. 딸이 백일을 맞은 지난 5월 1일 장여인은 푼푼이 모은 돈으로 백일떡을 마련, 1천여명의 재소자들과 직원들에게 나눠줬다. 교무과장 허병_(許炳_)씨(50)는 『20년만에 처음 맛본 보람스런 모습이었다』면서 감격했다. 최씨의 형기종료일은 76년 3월 19일. 교도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은 형량의 3분의1이 지난 모범수에게 주어지는 가석방 은전(형법 제 72조)이 하루 빨리 최씨에게 찾아오기를 안타깝게 바라고 있다. 우홍제(禹弘濟) 기자 [선데이서울 70년 6월 7일호 제3권 23호 통권 제 88호]
  • ‘박前대표테러’ 지충호 징역10년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처를 입힌 지충호씨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10년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재환)는 18일 지씨에게 상해죄 및 공직선거법위반죄, 공갈미수죄를 적용해 1심보다 1년이 감형된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지씨는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하나 범행 경위가 계획적이고 치밀하며 피해 결과가 중대하다.”고 밝혔다.임광욱기자 limi@seoul.co.kr
  • [열린세상] 억압당하는 대통령의 말/김정란 상지대 교수 시인

    3공화국 시절, 나는 나 자신을 ‘유령’이라고 불렀다. 나는 말할 수 없었다. 내 혀에는 밧줄이 칭칭 묶여 있었다. 의지대로 말한다는 것은 박정희 치하에서는 곧장 죽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지배자가 원하지 않는 말은 모두 악의 언어로 처단되었다. 정치적 자유란 특히 말의 자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세월이 흘렀다. 많은 사람들이 고통당했고, 독재자들은 죽거나 물러났다. 그리고 우리는 말의 자유를 얻었다. 그런데, 그 시대에 말의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독재자 입 속의 혀처럼 굴며, 독재자의 편에 서서, 모든 말의 자유를 억압했던 세력이, 사람들이 죽어 가며 얻어낸 말의 자유를 한껏 누리며, 다시 말을 억압하고 있다. 그들은 다시 박정희의 재갈을 들고 위협을 가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어법을 연일 언론이 문제삼고 있다. 참견 수준이 아니라, 가히 억압이라 할 만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좀더 계산된 어법을 사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언어의 외양보다 중요한 것은 그 실질적 내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정말로 서민이기 때문에 서민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뿐이다. 실사적 층위에서 살펴보면 그의 언어는 논리적으로 매우 섬세하게 분절되어 있다. 다만 형용사적 층위에서 매끈한 포장을 하지 않을 따름이다. 언론은 그 부분만을 물고 늘어져 부정적인 이미지를 유포한다. 그리고 재갈을 씌우려 든다. 그들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하라는 것이다. 고구려 시조 주몽은 매우 흥미로운 방법으로 금와왕에게서 탈출한다. 그의 재능을 시기했던 금와왕의 적자들은 사생아인 주몽(사실은 빛으로 잉태된)을 제거해야 한다고 금와왕에게 계속 속살댄다. 그들의 성화에 떠다밀린 금와는 주몽을 시험하기로 하고,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한다. 영리한 주몽은 금와왕의 준마의 혀에 바늘을 찔러 먹지 못하게 만들고, 신통치 않은 말은 잘 먹여 통통하게 키운다. 금와는 만족하여 통통한 말은 자기가 가지고, 야윈 말은 주몽에게 준다. 주몽은 혀에 바늘을 꽂아두었던 바로 그 준마를 타고 탈출한다. 주몽이 바늘을 꽂았던 그 준마의 혀는 주몽이 금와왕 앞에서 현명하게 감추었던 주몽 자신의 언어는 아니었을까? 정신분석학자는 그 혀가 남성 성기를 상징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 장면은 주몽이 원초 부성을 극복하는 장면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언어의 문제에 민감한 내 눈은 ‘혀’를 언어로 읽는다. 그 해석은 정신분석학적 해석과 충돌하지 않는다. 결국, 주몽은 아버지의 원리를 드러내는 언어를 극복했다는 해석이 되므로. 이 가설을 뒷받침할 다른 장면이 있다. 주몽의 어머니 유화가 ‘중매 절차’ 없이 빛의 신 해모수와 관계를 맺었다는 것을 알고, 유화의 아버지 하백은 그녀의 입을 좌우로 잡아당겨 3척으로 늘인 다음 우발수 물에 빠뜨린다. 금와가 그녀를 발견했을 때, 그녀는 말을 할 수 없었다. 입을 세 번 자르고 나자, 그제야 말을 할 수 있었다고 한다. 유화를 억압했던 숫자 3은 대표적인 남성성의 숫자이다. 하백은 왜 하필 유화에게 ‘말을 하지 못하는’ 벌을 내렸을까? 그것은 그녀가 아버지의 말을 듣지 않고 자신의 말을 가지려고 했기 때문이다. 나는 노 대통령이 주몽의 방식에서 힌트를 얻었으면 한다. 용(用)은 억압자의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체(體) 안에는 미래의 가치를 담보하는 혁명성을 보존하기. 보들레르가 ‘악의 꽃’을 쓸 때 사용했던 방법. 그러나 만일 노무현 대통령이 매끈한 어법을 사용했다면 이번에는 “진정성이 없다”,“인간미가 없다”며 물어뜯었을 것이다. 그들 편이 아니라는 것, 그것이 노 대통령의 말이 문제되는 진정한 이유이다. 대한민국의 언어는 아직 해방되지 않았다. 말의 폭군들이 3공화국 뒤에 서서 여전히 군림하고 있다. 김정란 상지대 교수 시인
  • 현대차 노조 “12일 파업안 상정”

    현대자동차 노사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박유기 현대차 노조위원장은 9일 기자회견을 갖고 회사측이 11일까지 성과급 50%를 지급하지 않으면 12일 임시대의원대회에 파업 안건을 상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 집행부는 파업결정권이 없기 때문에 대의원대회에서 파업여부가 결정되지만 강경투쟁에 반대하는 현장조직은 없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위원장은 시무식 충돌사태에 대해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에서 사과를 제안한 데 대해 “지금은 사과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상황이며 사태가 해결되고 난 뒤에 밝힐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폭력사태를 정당화할 생각은 없지만 시무식 충돌사태는 성과급 차등지급을 회사 경영진에게 항의하려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생긴 충돌이며 노조측도 부상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 울산지역본부는 “현대차노조가 민주노총이 제안한 시무식 충돌 사과에 대해 사태가 해결된 뒤 할 부분이라고 했지만 충돌 사태에 유감의 뜻을 보인 것은 민주노총의 뜻에 공감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집행부는 그러나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한 관계자는 “사태가 커지고 장기화한다면 본부 차원의 개입이 필요하겠지만 뚜렷한 방향을 정하기에는 아직 많은 게 유동적이어서 사태가 원만히 해결되기를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날 기자 회견에서 또 “2002년부터 최근 4년동안 회사 생산목표달성 실적을 살펴볼 때 한해도 목표를 달성한 적이 없었지만 3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면서 “생산목표보다 1.75%가 미달됐다고 성과급 50%를 삭감해 지급한 것은 설득력이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현대차 윤여철 사장은 노조측의 주장에 대해 “지금까지 잘못된 관행을 이번에는 끊어야 한다. 끝까지 (노조와 타협하지 않고)가겠다.”면서도 “특별 교섭은 할 수 있지만 노조와의 간담회는 언제든지 받아들이겠다.”고 말해 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회사가 교섭을 갖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지 않으면 대량 구속자와 해고자가 발생해 해고자복직투쟁이 벌어지는 등 노사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회사측을 압박했다. 그는 특히 10일 조합원 상경투쟁에서 정몽구 회장에게 협상을 요구하고, 오는 15일 정 회장의 비자금 관련 재판장에서 다양한 방법의 항의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울산 강원식·김태균기자 kws@seoul.co.kr
  • [서울신문 신춘문예-평론 당선작]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이장욱론/이찬

    1. ‘인공정원’ 으로서의 ‘시’를 넘어서 시인은 자신의 기억 속에 아로새겨진 어떤 체험의 순간을 지금-여기로 다시 불러오는 존재이다. 가치 있다고 여겨지는 시작품들 가운데, 이 순간을 상투적인 표현들로 재생하고 있는 경우는 없다. 구체적인 체험 속에 깃들어 있는 고유한 생(生)의 순간들과 그 감각적 비의(秘義)들은 관례화된 문법을 통해서는 결코 표현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시’ 장르의 전래적인 형식과 표현을 충실하게 계승하고 있는 ‘전통적인 서정시’가 되었든, 지금까지 ‘시’가 보존해 온 관습적 전범을 파괴하면서 새로운 시의 문법을 과격하게 실험하는 ‘전위적인 현대시’가 되었든, 이러한 ‘상투성’으로부터의 이탈은 ‘문학’(literature)이라는 현대적인(modern) 산물에 요구되었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자 ‘문학’이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자신을 보존할 수 있었던 근원적인 힘이다. 이장욱의 시는 세계에 존재하는 사물과 사건과 풍경들을 1인칭 화자의 감정과 의식과 가치를 표상하기 위한 대리물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왕(旣往)의 관례화된 ‘시’의 문법으로는 이해될 수 없다.“서정은 만상을 일인칭의 내면적 고도(高度)에 걸어두는 방식이다.”(‘꽃들은 세상을 버리고’,《창작과 비평》,2005년 여름,70쪽)라는 그의 진술은 우선 ‘시’(‘서정’) 장르의 일반적 원리를 표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만, 더불어 통상적인 ‘시’ 문법에 대한 그의 반감(反感)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장욱이 재래(在來)의 ‘시’의 문법에 대해 품고 있는 회의와 반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이 세계의 ‘만상’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동일적인 영혼을 표상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유(專有)하며, 마침내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다양하고 풍요로운 실상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휘발시키는”, 조작된 ‘인공정원’의 숙명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으로부터 비롯된다. 더불어 이러한 ‘인공정원’으로서의 ‘시’(‘서정’)가, 세계의 그 풍요로운 다양성을 또한 사물과 사건 그 자체가 지닌 고유한 육체적 질감들을 “하나의 가치와 체계로 밀폐된 서정적 우주”로 복속시켜 버리거나 혹은 그 바깥으로 추방시킨다는 확신으로부터 나온다. 결국 그에 따르면, 통상적이고 관례적인 ‘시’의 문법은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시인의 ‘일관된 가치와 의미와 정서’에 의해 세계의 만상들에 얼룩져 있는 ‘혼탁한 사물성’을 그 바깥으로 밀어내는 ‘폭력적’이고 ‘권위적’인 ‘조화’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는 1인칭 화자의 나르시시즘적인 ‘인공정원’이 가공될 수 있을 뿐, 세계 그 자체의 참다운 실상들이 발견될 수 없다. 2. 표상의 외부와 마주침의 유물론 “객관적인 아침/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깨어나고/나와 무관하게 당신은 거리의 어떤 침묵을 떠올리고/침묵과 무관하게 한일병원 창에 기댄 한 사내의 손에서/이제 막 종이 비행기 떠나가고 종이 비행기,/비행기와 무관하게 도덕적으로 완벽한 하늘은/난감한 표정으로 몇 편의 구름, 띄운다./지금 내 시선 끝의 허공에 걸려/구름을 통과하는 비행기와/종이 비행기를 고요히 통과하는 구름./이곳에서 모든 것은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리진다./지금 그대와 나의 시선 바깥, 멸종 위기의 식물이 끝내/허공에 띄운 포자 하나의 무게와/그 무게를 바라보는 태양과의 거리에 대해서라면./객관적인 아침. 전봇대 꼭대기에/겨우 제 집을 완성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나와 당신은 비행기와 구름 사이에 피고 지는/희미한 풍경 같아서.”(‘객관적인 아침’ 전문) ‘객관’(object)이란 철학적 인식론에서 주체의 의식 바깥에 놓여 있는 외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나 그것은 주체의 시선과 지시작용(designation)의 테두리를 벗어나 있는 어떤 미지(未知)의 영역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곧 ‘객관’이란 주체의 의식 바깥의 공간을 점유하는 사물 혹은 세계이기는 하나, 주체의 시선과 자기의식에 의해 호명되고 포획되어, 이미 ‘있다’고 알려진 어떤 인식적 대상을 가리킨다. 그러나 이장욱에게 ‘객관’은 이렇게 인식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객관적인 아침’은 ‘나’와 ‘당신’과 ‘침묵’과 ‘종이 비행기’가 서로 ‘무관하게’ 자신들의 사건들을 발생시키는 시간이다. 따라서 ‘객관적인 아침’이라고 명명(命名)된 것은 주체의 시선과 사유에 이미 포착되어 있는 어떤 외부적 대상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주체의 자기회귀적인 의식의 궤도로 환원되지 않는 세계의 풍요로운 실재성 또는 사물 그 자체가 지닌 복수적 다양성을 표현한다. 기왕(旣往)의 장르적 문법에 충실한 시작품의 경우라면, 위의 시작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사물들은 ‘단 하나의 소실점’을 위해 봉사하였을 테지만, 그리고 그것은 시인의 내면 풍경의 표상(表象)들로 고용되었을 것이지만, 여기에서 그것들은 시인이 설정한 ‘소실점’과는 ‘무관하게’ 그 자신의 존재를 보존한다. ‘내 시선의 끝’에서는 모든 사물이 “단 하나의 소실점으로 완강하게 사라진다.” 그러나 지금 ‘그대와 나’라는 인간의 ‘시선 바깥’에선 ‘멸종 위기의 식물’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 ‘허공’에 ‘포자’를 ‘띄우’고 있는 중이다. 또한 ‘까치의 눈빛으로 보면’ 인간이 설정한 세계의 위계질서와 그것의 ‘소실점’ 역시 하나의 ‘희미한 풍경’에 지나지 않는다.‘하늘’이라는 자연물이 ‘도덕적으로 완벽한’ 까닭은 분열되고 오염된 우리의 경험 세계와는 ‘무관하게’ 존재하는 ‘마음의 도원(桃園)’을 표상(表象)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은 자기 내부에서 발아한 동일자의 표상(representation)들만을 세계로부터 수집할 따름이며, 그 바깥에 존재하는 위(僞)와 악(惡)과 추(醜)를 볼 수 없으며, 그것들과 결코 마주칠 수 없다. 이 영혼은 자신이 알고 싶은 것만을 보며, 보고 싶은 것만을 고백하며, 고백하고 싶은 것만을 기억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등뒤에 있다”는 ‘절규’의 첫 구절은 시인 이장욱이 가진 인식론적 지평을 축약하여 드러낸다. 이것은 그의 시에서 다양한 상징적 편린(片鱗)들로 산포되어 나타난다. 이 편린들은 예컨대 “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두 그루 전신주는 아름답고 밤눈은 내리고 녹슨 제 땅에서 제 어둠을 파 내려갔으므로 단 한 번도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그 오래된 이야기”(‘이상한 나라’),“꽃은 15층 베란다에 서서 까마득한 지상을 가늠하는 자와 그 흐린 눈을 마주치지 않음으로써 꽃은, 오로지 나무일뿐 인 무서운 나무들 사이에서 아직도 견고한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사라지는 꽃’),“하지만 너무 흔한 최면처럼 아직도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는 하늘이 너무 흔한 최면처럼 실편백에 내리는 빗물이, 다시 나를 이끈다는 것 돌아온다는 것은 얼마나 상투적인가 돌아오지 않기 위해 내가 치를 수 있는 무엇이, 더 있었을 것이다”(‘너무 흔한 풍경’) 등과 같은 것들이다. 이 시구들은 1인칭의 나르시시즘적인 영혼이 웅변하는 ‘기억’과 ‘고백’과 ‘이야기’가 ‘거짓’이거나, 세계의 풍요로운 실상과 ‘송신할 생애를 갖지 못한’ 폐쇄적인 ‘아름다움’에 불과하다는 이장욱의 인식론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1인칭의 유토피아적 영혼이 볼 수 있는 것은 반복적으로 순환하는 자기 자신일 뿐이며, 그것이 도취하고 열망하는 자연의 풍경은 ‘너무 흔한 최면’일 따름이다.‘하늘’이 “나를 중심으로 돌고 있”지 않을 때에만, 그리하여 모든 자연과 사물의 풍경이 ‘나’로 ‘다시’ ‘돌아오지 않을’ 때에만, 시인은 ‘너무 흔한 풍경’을 재생하지 않을 수 있고,‘이 당대적 상투성의 거리’(‘상투적’)를 벗어날 수 있다. 이 벗어남은 1인칭의 고백적 화법이 마련한 자기 동일적인 표상체계 바깥으로부터 느닷없이 밀려닥치는 우발적 사건과 그것에 수반되는 ‘낯선 것의 폭력’을 통해 시작된다. 세계의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실재성과의 마주침은 바로 이 순간으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나는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간 것이다. 뚜레쥬르 베/이커리를 지나가는 하오의 육신 쪽으로 수직 낙하하는 겨/울 잎, 겨울 잎 안에서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것이다. 물론 나는 내가 겨울 잎의 풍경 속을 지나간다고/는 생각지 못했으나./그것은 무성하고 울울한 저 너머, 횡단 보도 앞에서 푸/른 신호를 기다리는 여자가 오래도록 통과할 숲의 풍경./나무에 깃들여 사라진 벌레들을 나는 보지 못했지만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지나가는 아이의 어젯밤 꿈속을 나는 거/닐었는지도. 말하자면 그 꿈속의 눈 내리는 거리를./그러므로 이곳은 겨울 잎과 햇빛과 벌레들이 이루는 세/계. 뚜레주르 베이커리의 문을 열고 나오는 늙은 사내는/어젯밤의 아주 쓸쓸한 수음에 대해 생각했던 것이다. 그/와 나는 떨어지는 겨울 잎에 눈을 두고 지나쳐갔으나 우/리가 그 겨울 잎이 기억하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을 떠올/렸던 것은 아니다.”(‘의심의 여지가 없는 겨울 잎’ 부분) 이미 드러나 있는 세계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수한 사태들의 일부로서 성립된다. 우리가 그 자신들의 눈앞에 어떤 사물과 사건의 잔상(殘像)조차 데려다 놓지 못한다고 해서, 그 사물과 사건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 시의 화자가 ‘지나가는’ ‘겨울’의 ‘거리’에 드러나 있는 것은 ‘겨울 잎’이나,‘겨울 잎 안’에는 ‘천천히 사라져간 햇빛도 있었던 것이’며,‘우리’가 ‘떠올리지 않’는 ‘햇빛과 벌레와 바람들이 이루는 세계’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은 모든 1인칭의 시점(視點) 내부에 선재하는 명석 판명한 대자의식(對自意識)으로서의 ‘나’의 확실성이 아니라,1인칭 주체의 시선으로 포착되지 않는 세계의 다양한 만상들이며 그것들이 이루는 변화와 이행의 과정이다. 결국 시인 이장욱이 보고 느끼고 감각하고자 하는 것은 뚜렷한 형태와 공간적 점유들로 구분지어진 사물과 사건의 가시적(可視的) 외면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그 구분의 경계들을 횡단하는 힘들의 배치이며, 모든 존재자들이 지닌 복수(複數)의 가면(假面)으로서의 ‘자세’와 ‘포오즈’이며,‘지나가’고,‘사라지’고,‘통과하’는 것으로서의 세계의 실재성이다.‘겨울 잎’ 속에는 ‘사라진 햇빛’이 ‘있었’듯이,‘나’와 ‘그대’의 ‘생’에는 ‘사라져가’고 ‘흘러간’ 것으로서 ‘무성한’ ‘잎 새’와 ‘숲’과 ‘천천히 사라진 햇빛’도 ‘있었던 것’이다. 설혹 그것이 우리 자신의 명징한 감각과 사유가 아니라,‘꿈속을 거닐었는지도’ 모를 상상(想像)을 통해서만 겨우 감지될 수 있는 것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이 ‘있었던 것’들이다. 위의 시에서 자주 활용된 ‘지나가다’,‘사라지다’,‘통과하다’ 등등의 동사들은 어떤 사물과 사건의 고정된 상태를 표상하는 것이 아니라, 뚜렷하게 어떤 경계를 구분지울 수 없는 사태의 진행 과정을 나타낸다. 따라서 이 동사들은 ‘시’ 장르의 통상적인 화법 내부에 선재하는 자기의식의 투명성을 표상하는 언어가 아니라, 그것 외부에 존재하는 세계의 다양성과 그 변화의 과정을 나타내는 언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여러 시편들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지나치다’,‘건너가다’,‘흐르다’,‘멀어지다’,‘스쳐가다’ 등과 같은 동사들 역시 세계의 ‘천변만화’하는 실재성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또한 모든 사물과 존재자들의 다양성과 이질성들을 1인칭 화자의 자기 표상적인 감정과 가치로 바꾸어버리는 ‘시’ 장르의 관례화된 문법을 벗어나기 위한 그의 시적 전략의 하나이다. 3. 假面과 ‘脫’ 인격적 주체로서의 화장 이장욱의 시가 ‘시’ 장르의 통상적인 문법에 내재되어 있는 ‘유토피아적 자기회귀’라는 ‘상투적’인 ‘최면’을 벗어나기 위해서 자주 활용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시적 화자’를 단일한 감정과 의식을 지닌 하나의 인격체로 전제하는 관례적(慣例的) 설정을 거부하는 것이다. 그것은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정적 자아’의 단일한 목소리를 ‘시적 화자’의 분열적이고 다수적(多數的)인 목소리로 전환시키는 것이며,‘서정’의 화법에 내재하는 나르시시즘적인 순결성과 엄숙한 고백체를 조롱하고, 그것 속에 은폐되어 있는 숱한 가면(假面)들을 폭로하는 것이다. “감정은 어떤 포우즈 금홍아 금홍아 마당귀 화단에 잘린 벽돌들 녹슬어 고요한 철대문, 어쩌다 딱딱한 것들과 친해졌는지 (중병에 걸려 누웠으니 얼른 오라)고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게 엽서를 띄우고 싶어 이십세기와 (짱껭뽕)을 해서라도 금홍아 금홍아 나는 네 품에 안기고 싶네 하루 종일 내 딱딱한 그림자는 어디 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에 골몰중인지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만한 일일뿐 금홍아 금홍아아 하지만 디테일 때문에 속는다거나 해서야 되겠니?”(‘금홍아 금홍아’ 부분) 이 시의 화자는 표면적으로 ‘이상’(李箱)인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의 경험적 역사 속에 존재했던 단 하나의 인격체로서의 ‘이상’과 그의 작품들 속에서 ‘나’로 표기되는 여러 작중 화자들이 동일한 존재일 수 없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이상’(李箱)이면서 ‘이상’이 아니며, 또한 ‘이장욱(李章旭)이면서 ‘이장욱’이 아니기도 하다. 다시 말해,‘이상’의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화자 혹은 주인공으로서의 ‘나’는 이 세계의 유일한 인격적 실체로서의 고유명사 ‘이상’(李箱)이 아니라, 그가 어느 한 시점(時點)에서 취한 하나의 정념과 태도로서의 ‘나’(假面)일 뿐이듯이, 이 시의 화자는 인격적 자기동일성을 전제하는 고유명사 ‘이상’(李箱)이거나 혹은 ‘이장욱’(李章旭)이 아니라, 어떤 특정한 정황과 그 순간적 배치 속에서만 존재하는 하나의 정념(情念)과 태도로서의 ‘나’일 뿐이다. 더불어 이러한 ‘나’는 그 정황과 배치의 변화에 따라 무한히 변양(變樣)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 시의 부기(附記),“금홍이는 시인 이상의 애인이다.箱(1910-1937)과 나(1968-)의 불편한 관계를 표시하기 위해 그의 소설 ‘날개’,‘逢別記’,‘終生記’ 등에서 몇 구절을 차용했다.”에서 ‘箱과 나의 불편한 관계’란 하나의 자기 동일적인 인격체로서의 ‘이장욱’이 ‘이상’이라는 또 다른 인격체로서의 시적 화자를 차용하거나 혹은 ‘이상’(李箱)의 목소리를 재연(再演)하는 데 있어서, 어떤 불화(不和)가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오히려 ‘이상’의 목소리 속에 ‘이장욱’의 목소리가, 또는 ‘이장욱’의 정념(情念) 속에 ‘이상’의 정념이 서로를 전제하면서 공명(共鳴)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 공명은 ‘이상’과 ‘이장욱’이라는 경험적 인격체 전반이 공유하는 동일성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또한 이 둘이 여전히 ‘불편한 관계’일 수밖에 없는 것은 이 공명이 어떤 특정한 한 순간에만 존속(存續)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 자신을 위조하는 것이 할 만한 일일뿐”이라는 구절은 ‘시적 화자’, 더 나아가 모든 발화의 상황 속에 놓인 화자의 존재론적 특성을 축약하여 표현한다. 이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시’ 장르가 전제해왔던 화자의 자기 동일성은 실상 ‘위조’된 것일 뿐이며, 화자는 시인의 전(全) 인격체 그 자체가 아니라, 단지 특정한 시적 정황과 맥락 속에서 구성되어지는 하나의 가면(정념)에 불과하다.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의 이러한 변양과 분열을 의식하지 못하는,1인칭 고백체의 화법은 ‘사기’,‘거짓’이라는 명칭을 부여받는다.“사기치지 말라,高手는 그냥 느낀다, 그대 생을 증거하는 단 하나의 표식은, 그대의 육체이다”,“고백은 지겹다. 모든 고백은 거짓이다.”(‘감상적인 필름’),“당신이 당신을 증언하고 있으니 그것은 참된 증언이 못됩니다.”(‘편집증 환자가 앉아있는 광장’) 등은 이장욱이 1인칭 화자의 자기애적(自己愛的) 순결과 정직을 신뢰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1인칭의 발화 속에 잠재되어 있는 ‘위조’와 ‘위장’과 ‘가장’을 들추어내려 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그의 거의 모든 시 속에 스며있는 위악적(僞惡的) 포즈와 하드보일드 문체(hard-boiled style)는 1인칭의 발화 상황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고백적 화법의 위선(僞善)에 대한 그의 근원적인 혐오로부터 나온다. 이러한 위선을 거부하거나 회피하기 위하여, 그의 시에서 빈번하게 활용된 시적 방법은 두 가지이다. 그 하나는 시적 화자를 자기의식(自己意識)의 명석 판명함을 입증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주체로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상성의 외부로 추방될 수밖에 없는 병리적(病理的)이거나 환상적(幻想的)인 혹은 괴물과 같은 존재자들로 설정하는 것이다. 그의 시에 등장하는 ‘편집증 환자’,‘투명인간’,‘킬러’,‘도플갱어’,‘뱀파이어’,‘좀비’ 등과 같은 화자들이 바로 이러한 사례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화자의 진술 자체를 신빙성(信憑性)이 결여되거나 불명료한 어사(語辭)들로 구성함으로써, 시작품 내부의 단일한 ‘의미화’(signification) 주체로서의 화자를 그 중심의 자리에서 주변부로 밀어내는 것이다.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그를 지나 그녀를 지나 그대를/지나 내가 어느 이상한 날에 정오를 지나 새벽을 지나 오/후 네 시를 지나 그리고 어느 이상한 날에 빈 공터와 당구/장과 동대문 운동장을 지나 문득 흥겨운 술집의 죽은 친/구의 화사한 여자들의 기나긴 과거를 걸어가는 어느 이상/한 날”(‘결국,’ 부분) “그렇지. 나는 어쩌면 모든 일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혹시 모른다. 행복할 리도 황폐할 리도 없는 바람들/이 애초에 공릉동의 주민이었는지도 혹시 모르지. 이곳/에서 모든 빛들은 현재형으로 명멸한다. 너무 상투적인/가? 하지만 그때 한 마리 늑대가, 월계동 쪽의 불빛 속으/로 천천히 사라지는 것을 나는 보았다. 문득 망망한 비가/내렸는지도, 혹시 모르지. 그의 마른 등을 향해 몇 장의/ 낡은 신문이 날아들었는지도.”(‘공릉동의 바람 속으로’ 부분)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 어쩌면 여행중이었던/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생각하는 사람’ 부분) 위의 시편들에서, 화자들은 자신의 감정이나 사유를 명징하고 확실한 것으로 진술하지 않는다. 아니, 그들은 ‘결국,’에서처럼, 특정한 공간과 시간을 나타내는 ‘동대문 운동장’과 ‘정오’와 ‘오후 네 시’라는 구체적 지시어들을 능동적으로 사용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이상한’이라는 형용사의 집요한 반복에 의해 정상적인 언어의 체계 혹은 일상적인 개연성의 세계로부터 추방된다. 또한 ‘공릉동의 바람 속으로’에서 볼 수 있듯이, 화자는 과거 추측의 의미를 지닌 어미(語尾),‘-이었는지도’의 반복과 기억의 불명확성을 표현하는 ‘모른다’라는 서술어의 반복에 의해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상실한다. 결국 그의 시의 화자들은 이러한 어법들로 인해 자신의 어떤 감정이나 기억, 이야기 등과 같은 의식 내용을 능동적으로 진술할 수 있는 지위를 박탈당하게 된다. “어두운 골목을 지난 적 있다. 어떤 생각이 나를 사로잡아 나는 더 이상 걸을 수 없었다.”라는 ‘생각하는 사람’의 한 구절은 화자인 ‘나’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생각’이 화자를 ‘사로잡아’ 그를 지배하는 것처럼 언술됨으로써, 시의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주관)와 그 구성 요소로서의 대상(객관)의 관계를 역전(逆轉)시킨다. 이 시에서 여러 번 반복된 “어쩌면 여행 중이었던 거야. 아니 맥주를 사러 가게로”라는 구절 역시, 화자의 진술을 합리적으로 독해될 수 없는 ‘이상한’ 것으로 만들면서, 화자의 의식으로부터 기원하는 어떤 의미의 계열도 자명하지 않은 것이 되게 하거나 또는 어떤 신비에 둘러싸인 미지(未知)의 것이 되게 한다. 결국 이러한 어사(語辭)들의 반복적 활용은 전래의 시적 관습에서 전제되었던 단일한 의미화의 ‘소실점’으로서의 화자를 그 의미화의 중심에서 주변으로 물러나게 하는 시적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할 수 있다. 이장욱의 시는 재래의 ‘시’ 장르에서 화자에게 관례처럼 부여되어왔던 의미화의 지배권을 박탈함으로써, 화자의 단일한 감정과 의식과 가치가 아니라,‘脫’인격체로서의 시적 주체의 복수적인 가면들과 정념들, 그리고 사물들 그 자체의 다양한 변양들을 시의 새로운 의미 내용으로 새겨 넣는다. 아마도 그는 ‘천변만화’하는 세계의 실재성과 마주칠 수 있는 하나의 유력한 방법으로 이러한 시적 화법을 고안했던 것으로 짐작된다. 4. 비선형적 시간과 존재의 주름 이장욱의 시에서, 화자를 자기의식의 자명성을 의심하고 회의하는 분열적 주체로 조형하는 또 다른 방법의 하나는 바로 시제(時制)이다. 그의 시는 시간의 일정한 단위 분절을 통해서만 수립되는 ‘현재’의 시제 속에 ‘이미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중첩시킨다. 즉 어떤 특정한 외연(外延)으로 수렴되는 ‘현재’라는 시간 속에 그 외연을 넘어서 존재하는 비동시적인 사건들을 병치시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의 시에서는 (과거-현재-미래)로 연속되어지는 선형적(線形的) 시간의 투명성이 사라지게 되며, 그것의 명료한 경계 분할이 흐릿해지게 된다. “나는 오로지 지금 이곳에 있다./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시작된다./단 하나의 생각이 나를 결박한다./ 나는 얼어붙는다./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가 한꺼번에 다가온다./나는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결정’ 부분) “최선을 다해 개인적인 관계들을 생각하자/드디어 당신과 나는 10년 후의 야구를 이해한다./누군가 플레이 볼이라고 외치자/나는 있는 힘껏 배트를 휘둘렀다./그리고 10년 후의 1루 베이스를 향해/필사적으로 달려갔다”(‘10년 후의 야구장’ 부분) “자꾸 다르게 보여/당신은 이미 태어났는데/당신은 사랑을 했었는데/당신은 지난해의 가을을 여행 중인데/당신은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를/막 떠올려 미소 지었는데”(‘정확한 질문’ 부분) ‘결정’에서 ‘오 분 전’과 ‘머나먼 미래’는 ‘다가온다’라는 현재시제 동사의 주어가 됨으로써 ‘지금 이곳’에 공존하는 것으로 나타나며,‘10년 후의 야구장’에서는 ‘1루 베이스’가 ‘10년 후’의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시점에서,‘달려갔다’는 과거시제 동사의 목적어가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또한 ‘정확한 질문’에서는 ‘지난해의 가을’이라는 과거 시점의 명사가 ‘여행 중인데’라는 현재진행형의 동사와 결합되는 시제의 혼란이 나타난다. 이러한 시제의 혼란과 비동시적인 것들의 동시적 공존은 어떤 특정한 현재적 사태 속에 감싸여져 있는 잠재성(virtuality)의 차원을 시의 표면으로 솟아오르게 한다. 위의 시들에서 표현된 ‘생각’과 “오래 잊고 있었던 무엇인가”는 화자의 자기동일성을 구축하는 명징한 자기의식과 기억이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과거-현재-미래)라는 선형적 시간 위에서 구축되는 주체의 실존적 동일성과 연대기적 서사(narrative)를 일그러뜨리는 존재의 주름들이자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이다. 이 잠재성의 차원에서 시제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예컨대,“일어나지 않았던(일어났던)”이라는 과거시제나 “일어나지 않을(일어날)”이라는 미래시제는 모두 현실성(actuality)의 척도를 통해서만 측정되고 구분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미 드러나 있는 것들로 구성되는 현실성의 차원은 실상 아직 드러나지 않은 잠재성의 차원들 가운데 그 일부가 선택되거나 배제됨으로써 성립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성의 차원은 그러므로 일정한 외연을 가진 어떤 ‘현재’로 수렴되지 않으며, 선형적이고 연대기적인 시간으로 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과거’에나 ‘현재’에나 ‘미래’에나 늘 존속(存續)하고 있는 것이며, 하나의 주어진 물질적 사태로서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항상 ‘실재하는 것’(reality)이라 할 수 있다. “그때 그 오래된 눈빛은 우연한 것이었으나 아, 이런 바/람은 괜찮은데, 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 삼/년 전의 문 열리고 삼십 년 전의 그대, 마른 등 보이네/눈뜨면 그때인 듯 상한 눈발 날리고 모래처럼 우연한 노/래들 내 잠 깊은 모래산, 모래산에 쌓이네//용서를 빌러 그곳에 갔네 그곳에 오래 앉아 있었으나/깔깔한 모래들 아직도 내 잠 속 떠나지 않네 삼 분 전의/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 그리고 모래/산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삼 분전의 잠’ 부분) 이 시를 단지 특정한 ‘잠’ 속에 나타난 잡다하고 무질서한 꿈의 내용 혹은 그 환상적 이미지들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이해한다면, 그것의 많은 부분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 작품은 화자의 현실적 의식으로 포착되지 않는 망각과 오해와 무의식의 무한한 잠재성을 표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꿈속에서 우리는 ‘삼 분 전의 문’과 ‘삼십 년 전의 그대’와 ‘삼일 전의 기슭’이 동시에 결합되거나 병치되는 상황을 체험하게 된다. 꿈속에서 ‘일어났던 것’(과거)과 ‘일어나고 있는 것’(현재)과 ‘일어날 것’(미래)은 선형적인 질서를 벗어나 한데 뒤엉키며, 시간은 산술적 단위로 분명하게 구분되는 연대기(年代記)를 벗어난다. 이것은 곧 꿈의 본질적 특성이 비선형적(非線形的) 시간의 조합에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삼 분 전의 잠에서 깨어 삼 일 전의 기슭을 배회하는 자 삼 일 전의 잠에서 깨어 삼 년 전의 독백을 기억하는 자”라는 구절은 이 시의 의미가 단지 화자의 ‘잠속’에 나타난 꿈 이미지들의 재구(再構)를 통해서만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네 번이나 반복된 ‘잠에서 깨어’는 이 시의 화자가 위치하고 있는 공간이 ‘잠’의 안쪽만이 아님을 보여주기 때문이다.“모래산에 쌓이네”에서 ‘쌓이네’라는 술어(述語)는 ‘모래산’이 퇴적(堆積)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게 한다. 또한 ‘내 잠 깊은 모래산’은 그것이 화자의 신체에 부수되는 어떤 행위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적인 것임을 알려준다. 내면적인 것인 동시에 퇴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은 ‘기억’이다. 따라서 ‘잠’이 비단 현실적인 ‘잠’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면,‘내 잠 깊은 모래산’은 ‘내 안에서 잠자고 있는 기억’ 혹은 ‘나의 의식에서 지워져버린 망각들’로 해석된다.‘기억’ 또한 의식 주체의 선택과 배제를 통해서 가공되고 재구성되는 것이므로 세계의 실상 그 자체일 수 없다. 그것은 오히려 인칭과 시점에 따라 상이하게 구축되는 개연적 서사(허구)에 가깝다. 따라서 ‘기억’의 내부에는 망각되고 삭제된 그 무엇이 여전히 어떤 잉여로서 남아있게 된다. ‘잠재성’의 차원은 단지 환상이나 몽상의 세계가 아니다. 그것은 아직 현실화되지는 않은 것이지만, 이미 실재하는 것이다. 잠속의 꿈과 의식되지 못한 무의식과 기억의 사슬에 무수하게 주름 잡혀 있는 망각들이 바로 그러한 것들이다.‘내 잠 깊은 모래산’에 무수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이 기거하고 있듯이 ‘바람 부는 그대의 모래산’ 또한 인칭과 시점을 달리한 숱한 망각과 오해와 왜곡으로 점철되어 있음은 자명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자명성은 주체의 의식과 기억의 자명성이 아니라, 주체에게 의식되지 않고 기억되지 않는 잠재성의 차원들이 실재한다는 것의 자명성이며, 주체의 단일한 의식(기억)이 조작된 서사와 허구를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의 자명성이다. 모든 1인칭들은 자신들의 기억을 그들의 처지와 욕망과 권력에 따라 서로 다르게 구성하기 때문이다. 1인칭 주체의 자기의식은 그것을 구성하는 내용이 아무리 많이 추가되고 보충된다고 하더라도, 결코 이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을 포착할 수 없다. 또한 그 어떤 충만한 기억도 ‘모래산’처럼 부서지기 쉬운 공허(空虛)와 무의미(無意味)를 동반할 수밖에 없다.“모든 우연을 우리는 미리 알고 있었네”는 삶의 근원적인 공허와 무의미를 이미 깨달아버린 자의 언어이며, 이러한 현자(賢者)만이 지닐 수 있는 지혜와 여유를 표현한다. 현실성의 내부에 잠재성이, 의식의 내부에 무의식이, 기억의 내부에 망각이, 무한한 주름들로 감싸여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자에게만,‘우연’은 이 세계의 진상을 목도(目睹)할 수 있는 어떤 에피파니(epiphany)의 순간을 가져다줄 것이기 때문이다. 5. 시적 에피파니’를 위하여 “서랍 속으로 사라진 것들이/어느 날 문득 서랍 속으로 돌아오듯/어느 날 다시 돌아오는 오래전의 목소리./……/어느 순간 너를 습격하는 상형문자들./너의 내부에서 드디어/다른 목소리들이 흘러나오는 날이 있다./혹은 돌아오는 날.”(‘복화술사’ 부분) ‘시적 에피파니’가 도래하는 시간은 시인이 어떤 신비를 능동적으로 예감하는 시간이 아니다. 그것은 ‘너를 습격하듯이’ 밀려닥치는 우발성의 시간이며,‘상형문자’로서의 시적 언어가 시인의 관습적 감각과 사유를 폭력적으로 뒤흔들어 놓으면서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는 순간이다. 이 순간은 그러므로 능동태(能動態)의 시간이 아니라 수동태(受動態)의 시간이다. 또한 이 시간은 시인에게 이미 알고 있다고 여겨졌던 세계의 만상들이 그 자신들의 풍요로운 다양성을 열어젖히는 순간이다. 따라서 이 순간은 “너(시인)의 내부에서 드디어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오는 날”이기도 하며 ‘돌아오는 날’이기도 하다. 이 ‘목소리’는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것이지만, 시인의 명징한 의식과 관습적 표상작용에 포착되지 않았던 것이기에,‘돌아오는 목소리’(반복)인 동시에 ‘다른 목소리’(차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반복되는 것(‘돌아오는’)은 이미 실재하고 있었던 세계의 풍요로운 만상들이며, 이 반복을 통해 차이(‘다른’)를 발생시키는 것은 ‘너의 목소리’ 곧 시인의 관례적인 감각과 도식들이다. 김수영이 ‘絶望’에서 “바람은 딴 데에서 오고/救援은 예기치 않은 순간에 오고/絶望은 끝까지 그 자신을 반성하지 않는다”라고 표현한 것처럼, 모든 미학적 실천과 시적 창조의 공간에서 우리들 자신의 관례적 감각과 도식을 매번 혁파하기 위해서는, 섬광처럼 우리를 헤집고 지나가는 모든 우발성들을 용기 있게 승인해야 하며, 이 우발성들이 우리들에게 가해 오는 ‘낯선 것의 폭력’과 과감하게 마주쳐야만 한다. 이장욱의 말처럼 “이 고투를 통과한 자에게만”,‘시적 에피파니’는 비로소 그 자신을 개방할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이 고투를 체험하지 않은 자에게는 그 어떤 ‘에피파니’의 순간도 도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장욱의 시에서 인간 내면에 깃들어 있는 충직한 순결성을, 일상적 경험 속에서 피어나는 순박한 인간애를, 그 아름다운 빛으로 충만해 있는 시적 감동의 순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에게 있어서, 이러한 것들은 세계 그 자체의 실상이 아니라 1인칭의 자기애적인 영혼이 미리 전제하고 있는 어떤 관념적인 조화이자 이상적인 도식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의 시는 이것들이 배제하거나 은폐하고 있는 세계의 잔인한 리얼리티를 포착하려는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그의 이러한 관점과 태도가 진정으로 한국시의 미래를 위한 새로운 혜안(慧眼)과 비전을 담지하고 있는 것인지는 쉽게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그의 시가 우리 내부에 도사리고 있는 그 무수한 가면과 정념을, 우리를 포함한 모든 존재자들의 그 혼탁하면서도 풍요로운 만상을, 현대적 일상의 그 지루한 반복과 권태를, 저토록 리얼하고 또 잔인하게 묘사해준다면, 그의 시는 하나의 예술로서 그것이 존재해야 할 이유와 근거를 충분히 입증하게 될 것임에 틀림없다. 이찬
  • [사설] 공안수사 시험대에 오른 ‘일심회’사건

    검찰이 ‘일심회’를 이적단체로 결론짓고 조직총책과 조직원 등 5명을 국가보안법의 간첩 등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이 사건을 ‘6·15 공동선언 이후 최대 간첩단 사건’으로 규정하고 일심회의 하부조직과 연루 의혹이 있는 정치권과 시민단체 쪽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면서 지하당 등 비합법적 조직 구축에 주안점을 뒀던 과거와는 달리 기존 정당의 중앙당과 서울시당에 침투해 통일전선체를 구축하려 한 것이 이번 사건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들은 북한의 지령에 따라 수십건의 국가기밀을 북한에 전하고 반미운동을 부추겼다고 한다. ‘일심회’사건은 김승규 전 국정원장이 간첩단사건이라고 공개적으로 규정한 뒤 경질되면서 우리 사회의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주요 당직자가 연루된 민주노동당과 진보적인 ‘386’ 진영에서는 공안당국의 짜맞추기식 수사라며 반발한 반면 보수진영에서는 ‘일심회’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며 수사를 확대하라고 요구했다. 양 진영의 이념대립이 첨예화하면서 근거없는 소문들이 꼬리를 물고 고소·고발과 항고·재항고, 명예훼손 소송이 제기되는 등 과거 공안사건 수사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쏟아졌다. 우리는 검찰이 ‘일심회’사건을 반국가단체가 아닌 이적단체로 규정한 점에 주목한다. 검찰로서도 그만큼 법 적용에 신중해졌다는 뜻이다. 또 변호인의 접견권을 보장하는 등 일반 형사사건에 준해 피의자의 방어권도 충분히 보장해줬다고 한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피의자들은 ‘일심회’의 실체와 국가기밀을 북에 건넨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검찰이 기소한 간첩행위도 ‘모르는 가운데 빚어진 우발적인 행위’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진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려면 앞으로 공판과정에서 증거를 통해 기소사실을 철저히 입증해야 할 것이다.
  • [사설] 화물연대, 폭력으로는 얻을 게 없다

    화물연대 소속 조합원들의 집단 운송거부가 닷새째로 접어든 가운데 비조합원에 대한 폭력과 화물차량 방화, 운행방해 등 불법행위가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심야 운행차량에 돌을 던져 비조합원의 생명을 위협하고, 도로에 대못을 뿌리는 행위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찰이 엄정 대응을 밝히며 운행차량 보호에 나서고 있지만 산발적 폭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어서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화물연대 측은 “폭력이나 방화를 지시한 적이 없다.”면서 경찰이 죄를 덮어 씌운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일부 조합원·비조합원들이 집단행동에 편승해서 사적 감정을 표출하거나, 우발적인 충돌일 뿐이라고 한다. 참으로 어이가 없다. 멀쩡한 차량 수십대가 불에 타는 게 어떻게 우발적이고 단순한 충돌인가. 화물연대 지도부는 경찰을 탓하기에 앞서 조합원들부터 제대로 단속하는 게 순서일 것이다. 또한 집단행동으로 빚어진 물류 차질과 혼란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화물연대의 집단행동은 처음부터 잘못됐다. 화물연대 차주들은 노동자성이 강하긴 해도 엄연히 자영사업자다. 노조의 힘을 빌려 사업권을 강화하려는 건 옳지 않다.3년 전처럼 또 떼를 써서 목적을 관철시키려 해서는 곤란하다. 사업상 문제가 있으면 당국과 조용히 머리를 맞대면 될 일이다. 폭력으로는 어느 하나도 얻을 게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이들이 일정 수준의 법적 보호가 필요한 경제적 약자임을 감안해 공급과잉 해소 등의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할 것이다.
  • 反FTA시위 42명전원 영장발부

    경찰은 지난 2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 궐기대회 폭력사태와 관련, 주최측 관계자 42명에 대해 신청했던 체포영장이 법원에서 모두 발부됐다고 28일 밝혔다. 경찰은 이에 따라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집행부와 각 지역별 농민회 간부들에 대해 검거 전담반을 편성, 신병 확보에 나섰다. 경찰은 또 집회 당일 횃불을 들고 도로변에서 한나라당 대전시당 현판을 태운 충남 한·미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 공동대표 A(48)씨에 대해 일반물건방화죄 등의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이번 폭력사태와 관련해 광주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됐던 시위 참가자 6명이 구속된 적은 있지만 집회 주최측 집행부 관계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처음이다. 경찰은 이들을 상대로 당시 집회에서 벌어진 방화, 관공서 난입 시도, 도로 점거 등이 사전 계획된 것인지, 우발적인 것인지 여부 등을 조사한 뒤 관련 혐의가 드러나면 사법처리할 방침이다. 경찰은 이번 집회와 관련해 지금까지 모두 201명을 수사 대상에 올렸지만 이 가운데 조사를 받은 사람은 구속 6명, 구속영장 신청 1명, 불구속 입건 19명, 조사 후 일단 귀가 12명 등 모두 38명에 불과하다. 경찰은 체포영장이 발부된 42명 외 121명에 대해 출석요구서를 발송했으며 만일 출석에 계속 불응하면 추가로 체포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다. 경찰은 또 불법ㆍ폭력 시위가 심각했던 지방경찰청이 집회 집행부를 상대로 물적ㆍ인적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충남지방경찰청은 기물파손 등을 주도한 집회 주동자 12명을 상대로 39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지난 27일 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한·일 문화 잇는 ‘끈’ 되고 싶어”

    “한·일 문화 잇는 ‘끈’ 되고 싶어”

    “영화를 매개로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잇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제3회 메가박스 일본영화제(19일까지)의 개막작 ‘편지’의 홍보차 한국을 찾은 다마야마 데쓰지(玉山鐵二·26). 아버지의 나라이기도 한 한국에 세번째 왔다는 그를 지난 15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만났다. 뚜렷한 이목구비에 수염을 기른 다소 터프한 모습과 다르게 조근조근 말을 이어갔다. 그가 말하는 영화 ‘편지’는 ‘깊은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인상적인 작품’이다. “아마 다케시는 인생을 사는 데 서투른 사람일거에요. 어쨌든 죗값을 치르고, 보상하길 바래요. 그게 더 큰 상처가 된다는 것도 모른 채 말이죠. 살인이라는 극단적인 소재를 이용했지만, 주변사람들에게 차별, 괴로움, 평생 짊어질 아픈 기억 등을 주고 있지는 않은지 한번쯤 돌아보게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어요.” 영화에서 그가 맡은 역할은 우발적인 살인으로 무기징역을 받게 된 다케시. 그의 하나뿐인 동생을 이어주는 끈은 오직 편지뿐이다. 살인자의 가족이라는 오명 때문에 꿈, 희망, 사랑을 빼앗긴 동생은 형과 멀어지려 하지만, 결국 가족의 사랑이 진정한 행복임을 깨닫게 된다.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한다는 그는 ‘나나2’‘프리지어’를 통해 국내팬과 만날 준비를 끝냈다.‘나나2’에서 연기한 로맨틱한 베이시스트 다쿠미 역할은 전편보다 비중이 커졌다. 또 컬트영화 ‘프리지어’에서는 감정이 없는 살인자로 나온다. “한국영화에는 형제, 가족, 연인 등의 끈끈한 감정이 살아 있다.”고 말한 그는 ‘태극기 휘날리며’‘클래식’ 등을 좋아하는 영화로 꼽았다. 가장 하고 싶은 역할은 ‘올드보이’의 오대수(최민식) 역.“관객들이 영화 속의 다마야마를 알아보지 못했으면 좋겠어요. 작품 속에서 배우가 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요.” 그의 변신이 기대되는 이유가 아닐까. 글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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