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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軍 총기난사 ‘충격’] 언어폭력에 사전 계획된 범행

    [軍 총기난사 ‘충격’] 언어폭력에 사전 계획된 범행

    19일 새벽 중부전선 최전방 경계초소(GP) 내무반에서 병사에 의한 수류탄 투척 및 총기 난사사건이 발생, 장병 8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하는 충격적인 사고가 발생했다. 군 당국은 이날 오후 김모(22) 일병이 사전에 범행을 계획적으로 준비한 정황을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육군은 이날 브리핑에서 평소 선임병들로부터 언어폭력 등 괴롭힘을 당해오던 김 일병이 근무교대자를 깨우기 위해 내무반에 돌아왔다가 자신을 괴롭힌 선임병을 발견,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특히 김 일병이 근무시간에 근무지를 이탈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허술한 실탄 관리 등 부실한 부대 운영이 도마에 오르고 있다. ●“언어폭력 때문에 범행…” 일각선 “범행 동기 아리송하다.” 육군에 따르면 평소 선임병들로부터 언어폭력 등 괴롭힘을 당해오던 김 일병은 초소근무를 마치고 돌아와 내무반에서 잠자고 있던 다음번 근무자를 깨우던 중 평소 자신을 괴롭히던 선임병을 발견했다. 순간적으로 화를 참지 못해 우발적으로 수류탄을 투척하고 관물대에 있던 동료 부대원의 K-1 소총을 집어들어 갖고 있던 탄창을 끼워 40여발을 난사했다고 육군은 밝혔다. 합동조사단의 조사 과정에서도 김 일병은 “고참들이 툭하면 욕설을 퍼부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꼈다. 하지만 고참병들로부터 심한 구타는 당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합조단은 이에 따라 이날 사건이 고참들의 평소 언어폭력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GP근무 고참병들을 대상으로 언어폭력 실태와 구체적인 사례를 조사중이다. 하지만 군 주변에서는 설령 고참들의 언어 폭력행위가 있었다고 해도 고참들의 욕설만으로 이처럼 엄청난 범행을 저지르기는 쉽지 않다며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폭력이나 가혹행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준사격 가능성도 일각서 제기 일단 우발적인 사건이라는 육군측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사고 부대는 당시 GP내 2개의 초소를 운영중이었으며, 김 일병은 동료 병사 1명과 2인1조로 2시간 45분씩 근무하고 후임 근무자와 교대하는 ‘고정식 근무’ 중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날 후임자를 깨우러 간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인데도 실탄을 갖고 내무반에 들어가 엄청난 범행을 저질렀다. 특히 교대 근무자를 깨우는 임무는 GP상황실에 근무하는 상황병의 임무인 만큼 후임 근무자를 그가 직접 깨우러 간 것은 정상적인 경계 근무 방식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격오지 부대 병사들의 인권 침해 실태도 문제로 지적된다. 병영 내의 지속적인 폭력이나 가혹행위 등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피해자가 모두 범행을 저지른 김 일병보다 고참인 점을 감안할 때 그가 특정인들을 의도적으로 겨냥해 ‘조준사격’을 했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심야 근무시간에 실탄과 수류탄을 몸에 지니고 내무반에 드나드는 상황에서 상황실 근무자의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는 점도 선뜻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조승진기자 redtrain@seoul.co.kr ●사망·부상자 명단 ▲사망자(8명) 김종명(26·중위) 조정웅(22·상병) 이태련(22·상병) 이건욱(21·상병) 전영철(22·상병) 김인창(22·상병) 차유철(22·상병) 박의원(22·상병) ▲부상자(2명) 김유학(22·일병) 박준영(22·일병·이상 국군양주병원)
  • [열린세상] 꿀벌의 날갯짓/임춘웅 언론인

    암투병 중이면서도 강단에 서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고 있는 서강대 장영희 교수의 수필중에 ‘꿀벌의 무지’라는 글이 있다. 그 글은 이렇게 시작된다. “꿀벌은 몸통에 비해 날개가 너무 작아서 원래는 날 수 없는 몸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꿀벌은 자기가 날 수 없다는 사실을 모르고, 당연히 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열심히 날갯짓을 함으로써 정말로 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꿀벌이 날게 된 것은 날 수 없다는 것을 모르고 열심히 날갯짓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인데, 이 인용문은 과학적 타당성 이전에 신화처럼 시사해 주는게 있다. 그러나 분명한 자의식과 용기를 갖고 날갯짓을 계속 함으로써 날게되는 경우도 있다. 날기 어려운 환경과 본시 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날 수 없게 된 몸을 다시 날 수 있게 하는 것도 무지 때문에 날게 되는 것만큼이나 의미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월 취임 2주년 국정연설에서 균형자론을 제기한 이래 수없이 많은 논객들이 나서서 이런저런 해석을 하고 평가를 하며 비판을 해왔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는 헷갈리고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지 않다. 균형자론의 필요성을 설득하려 하는 정부측 인사들마저 해석과 대응이 자주 모호하다. 최근 외교통상부의 모 실장이 언급한 균형자론은 고등수학을 한 사람이 아니면 이해할 수 없는 난해한 것이었고 어떤 청와대 인사는 균형자론이 일본 때문에 나왔다는 알쏭달쏭한 꼬리도 붙이고 있다. 하물며 일반국민이 균형자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런저런 해석과 설명보다 균형자론의 실체는 스스로 날아보려는 꿀벌의 의지라고 보면 보다 쉽게 이해될지도 모른다.‘균형자’란 용어선택이 과연 적절했는지, 노 대통령이 말한 균형자 역할이 통일이전에도 가능한 것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균형자론의 본질은 한국 스스로 날아보려는 꿈이란 점에서 매우 긍정적이다. 그런데 스스로 날아보려는 꿀벌의 의지, 나도 날 수 있다는 꿈이 자꾸만 벽에 부닥치고 있다. 미국은 균형자론만 나오면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비록 일부이긴 하겠으나 미국사람보다 더 미국적인 한국 사람들은 균형자론의 위험성을 강조하기에 여념이 없다. 이번 워싱턴에서 열렸던 갑작스러운 한·미정상 회담도 실은 균형자론으로 야기된 한·미동맹의 균열을 수습해 보려는 노력이 아니었겠는가. 이처럼 날아보려는 꿀벌의 용기에 대한 저항은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서부터 이미 시작됐었다.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은 미국의 대북 압박정책과 상충되는 것이다. 그것이 북한의 핵문제로 이어지고 노무현 대통령의 균형자론에 이르며 미국의 ‘분노’가 하늘에 닿고 있는 것이다. 날갯짓은 노태우 정부 때에도 있었다. 중국, 소련과 국교를 수립하고 북한과 남북기본합의서를 이끌어냈던 북방외교가 그것이다. 날개를 가진 생물이 날려는 것은 본능이다. 그러나 날개를 갖고도 날지 못하는 새도 있다. 타조에겐 꿈이 부족했는지도 모른다. 북방외교가 없었고 햇볕정책이 없었으며 균형자론이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동북아는 보다 태평했고 한반도의 번영은 보다 성대했을까. 금강산 관광객이 100만명을 넘어섰다. 개성공단에서 남북합작품이 생산되고 있다. 앞으로도 수많은 장벽을 더 넘어서야겠지만 두 사업은 현재까지만으로도 이미 성공적이다. 그것들은 반세기 동안 견고하게 남북을 갈라놓았던 휴전선을 무너뜨렸고 남북간 사람의 마음의 문을 열어주었다. 개성공단에 이르는 길을 뚫었을 때 어떤 인사는 북한에 침략로를 열어주었다고 노발대발했다. 우리가 올라가는 길을 만들었다는 생각은 왜 못하는 것일까, 답답하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은 통일의 전진기지가 될 것이다. 북한이 어떤 위기에 처했을 때 그것은 우발적 남북충돌을 막아주는 안전판 역할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이 모두 열심히 해온 날갯짓 효과이다. 신념과 끈기를 갖고 날갯짓을 계속해야 한다.   임춘웅 언론인
  • 오산 철거민농성 54일만에 강제해산

    지난 4월16일 시작된 경기도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이 경찰 진압으로 54일 만에 일단락됐다. 경찰은 8일 오후 1시10분쯤 철거민들이 농성중인 W빌라 옥상에 경찰 특공대 40여명을 투입,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저항하는 철거민들을 모두 연행했다. 진압작전에 돌입한 지 3시간 만이다. 경찰은 대형 크레인을 이용해 경찰특공대 대원들이 탄 컨테이너 박스를 빌라 101동과 102동 옥상에 투입, 이곳에서 농성중이던 철거민들을 모두 진압했다. 철거민들은 벽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쇠파이프를 휘두르는 등 완강히 저항했으나 경찰투입 5분여 만에 완전 진압됐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철거민 모두 큰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오랜 농성에 지쳐 있던 철거민들은 최루액이 섞인 물에 흠뻑 젖어 저항을 하지 못했고 그 결과 부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경찰은 밝혔다. 이날 경찰에 연행된 농성 철거민과 관계자들은 30명이다. 경찰은 특공대 투입에 앞서 대형 크레인 2대와 소방차 13대를 동원,3시간여 동안 물대포를 쏘며 인화성 물질 등을 사전에 제거했다. 또 농성장 주변에 경찰특공대 50명외에 경비병력 20개 중대 2400여명을 배치했으며 철거민들의 우발적 행동에 대비해 그물 50개, 매트리스 40개, 응급차 등을 대기시켰다. W빌라 철거민들은 지난 4월16일 적절한 보상 등을 요구하며 빌라 5층 옥상에 높이 13m의 망루를 설치하고 농성을 시작했으며, 당일 오후 망루를 철거하려던 경비용역업체와 충돌, 용역업체직원 이모(25)씨가 화염병에 맞아 숨지고 한모(21)씨 등 6명이 부상했다. 오산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독자의 소리] ‘폴리스 라인’을 지키자/이종성

    지난 3일 밤 광화문 네거리는 월드컵 예선전 응원으로 뜨거웠다고 한다. 폴리스라인을 치고 경찰병력이 대기하고 있었지만,2만여 명이 모인 그 자리가 끝날 때까지 별다른 불상사없이 질서있게 유지되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경찰청에서는 5월부터 집회시위 현장에서 ‘폴리스라인(질서유지선)지키기 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운동은 평화적인 집회 시위 현장에는 폴리스라인을 설치하여 경찰력 배치를 최소화하거나, 아니면 아예 경찰을 배치하지 않고 집회 참가자들의 자율적 집회관리를 적극 유도하고자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운동이 정착된다면, 국민의 집회시위 자유가 최대한 보장됨과 동시에 경찰과 집회 참가자 사이의 우발적 마찰에 따른 상호 부상을 방지하고, 집회시위 관리에 투입되는 경찰력을 민생치안 분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일석삼조의 효용성이 있다. 집시법에 따르면 폴리스 라인을 침범한 사람은 6월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집회 시위 참가자를 보호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을 생각해 본다면, 비단 벌금이나 징역을 생각하지 않더라도 폴리스 라인을 함부로 무너뜨리는 일은 없지 않을까. 축구경기 중에 반칙을 하면 일단 심판은 옐로카드를 꺼낸다. 집회 시위 현장에서 폴리스 라인은 노란색이다. 이 노란 선은 경찰과 집회 시위 참가자 서로가 서로에게 보내는 옐로카드인 셈이다. 레드카드를 받고 퇴장당하지 않도록 선수 모두 경기 내내 조심하듯이 집회 시위 참가자나 배치된 경찰 서로가 집회하는 동안 노란 선을 잘 지킨다면, 우리 나라의 모든 집회 시위가 평화롭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종성
  • ‘5·18’ 재현 눈길끈다

    ‘5·18’ 재현 눈길끈다

    1980년 5월 27일 새벽녘 전남도청. 최후의 항전을 벌이던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이 서른살의 나이로 마침내 쓰러졌다. 도청 진압작전에 참가한 어느 공수부대원은 아비규환에 그만 눈물을 흘린다. 진압군인과 항쟁시민군 모두 울부짖던 그 날,‘전남도청 접수보고’를 받아든 전두환(이덕화)은 “됐어, 좋아!”라며 웃음짓는다. MBC 특별기획 드라마 ‘제5공화국’(연출 임태우·극본 유정수)이 본격적으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촬영에 들어간다. 오는 28일에는 도청 앞 ‘횃불 시위’를,6월 4∼6일에는 옛 광주시청과 금남로 일대에서 피눈물로 얼룩진 5·18을 재현한다. 이 기간 촬영분은 6월 11일부터 2주 동안 15∼18회분으로 방영된다. ●새달 중순 방영 4회분 촬영 일단 눈길은 스케일에 쏠린다. 시민군과 공수부대 묘사와 동원 인원, 또 광주시의 지원 규모 등과 함께 광주 시민들의 참가 등도 관심이다. 그러나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어떻게 재현하느냐다. 미리 살펴본 대본에서는 3가지 축이 설정됐다. 광주를 희생양으로 정권을 장악하려는 쿠데타 세력, 이에 맞서 결연하게 저항하는 광주 시민, 결국 피해자일 수밖에 없는 공수부대원이 그 3가지다. 전두환은 “누가 대통령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겠다.”고 으르렁거리며 대권 야욕을 확실히 드러낸다. 여기에는 김대중과 북한이 ‘광주폭도’의 배후라는 조작, 철저히 통제된 언론상황도 포함된다. 무참히 짓밟히는 시민들에 대한 묘사는 생생하다. 어쩌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른다. 군화발과 곤봉이 난무하고, 어린이마저 총탄에 쓰러지는 장면 등이 자료화면과 함께 처리된다. 명령에 따라 ‘빨갱이’들을 처단하려 왔지만 이게 과연 옳은 행동인지 번민하는 공수부대원들의 모습도 담겨 있다. 그러나 지금도 베일에 가려져 있는 최초 발포 명령권자는 모호하게 처리됐다. 증언거부와 자료파기 등으로 김영삼 정부 당시 이뤄졌던 수사와 재판에서는 현장에서의 우발적 발포로 결론지어졌다. 드라마에서도 시민군에게 밀리던 공수부대의 한 지대장이 우연히 발포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물론 여기에는 “발포명령을 전두환이 내리지 않았다고 하는 것은 태양을 손바닥으로 가리는 것과 같다.”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청문회 증언장면이 물려 있다. ●발포명령자등 논란 이어질듯 이번 드라마는 미화 논란 등 방영 초기부터 논쟁이 끊이지 않았다.5·18부분이 방영되면 제작진의 뜻과는 상관 없이 또 다시 공방이 뜨거워질 전망이다. 지난 24일에도 신군부 인사들은 “5·18은 ‘정상적인 진압’이기 때문에 제대로 표현하라.”며 당시 국제 정세 등 자료를 첨부, 재차 압력을 가했다. 이에 대해 신호균 책임프로듀서는 “제작진이 주관을 갖고 드라마를 만드는 게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려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면서 “이미 수사·재판 기록 등으로 결론 내려진 역사적 사건이기 때문에 드라마의 전체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지하철안전 ‘비상구’ 없나] ‘1평에 10명꼴’ 6개 地獄鐵역사 5년내 ‘재개발’

    [지하철안전 ‘비상구’ 없나] ‘1평에 10명꼴’ 6개 地獄鐵역사 5년내 ‘재개발’

    혼잡한 지하철 역사는 지하철의 안전을 가로막는 주범이다. 서울지하철 1∼4호선의 지하역사 95개역 가운데 24개역이 정부 기준을 넘어섰을 만큼 혼잡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교대역의 1일 평균 이용승객은 건설 당시 예상승객의 5배를 넘어섰을 정도다. 물론 혼잡한 역사 자체가 직접적인 위험요소는 아니다. 그러나 혼잡한 역사에서 테러나 화재가 발생할 때의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때문에 서울지하철공사는 대구지하철 참사 이후 1∼4호선의 의자를 모두 불연재로 바꿨다. 가장 기초적인 1단계 안전확보 작업을 끝낸 셈이다. 이제 지하철공사는 혼잡역사의 승강장을 넓히는 등 구조개선사업과 신개념 역사 건설로 2단계 안전확보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하철공사의 안전확보 대책과 그에 따른 재원조달 방안을 점검한다. 출퇴근 시간때 신도림역의 혼잡도는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 신도림역의 1일 이용객수는 평균 41만 6800여명에 달한다. 건설 당시에는 신도림역 1일 이용승객수를 8만 7000여명으로 추정했다. 설계 당시의 예측보다 476%를 초과한 것이다. 그렇다 보니 출퇴근때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승객 한 사람이 점유하는 면적은 0.36㎡에 불과하다. 즉 한 사람이 0.1평 정도의 공간밖에 이용할 수 없는 셈이다.1인당 점유면적이 0.36㎡인 것은 단지 수치일 뿐 피부로 느끼는 혼잡도는 가히 살인적이다. 건설교통부가 제정한 혼잡도 기준에 따르면 신도림역과 종로3가역 등 두 곳이 최하등급인 F등급을 받았다. 혼잡은 불쾌감이나 출퇴근시 시간소요 등의 불편만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다.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다. 물론 아직까지는 혼잡으로 인한 사고가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혼잡으로 인해 압사사고 등의 위험은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고, 대구지하철사고 등 개인의 우발적인 범죄나 테러가 발생할 경우 엄청난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때문에 지하철공사는 신도림, 사당, 교대, 잠실, 종로3가, 삼성역 등 대표적인 6개 혼잡역사의 승강장과 계단에 대한 구조개선사업에 착수키로 했다. 지하철공사가 이들 6개역에 투입할 구조개선사업자금은 5300억원에 달한다. 첫번째 구조개선사업 역사로 선정된 신도림역에는 오는 2009∼2010년까지 1600억여원을 투입해 승강장과 계단의 폭을 17m가량 넓힐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승강장의 혼잡도는 F등급에서 E등급으로 올라 다소나마 숨통이 트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밖에 혼잡역사에 투입되는 구조개선자금은 종로3가역 2500억원을 비롯해 삼성역 280억원, 사당역 480억원, 교대역 380억원, 잠실역 90억원 등이다. 지하철의 혼잡도가 개선되면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의 피난시간도 단축된다. 현재 정부 기준의 피난시간은 승강장 탈출이 4분, 안전구역까지 이동이 6분 이내여야 한다. 그러나 종로3가역은 7.40분, 교대역은 7.05분, 봉천 6.97분, 신도림 6.66분 등 8개역이 안전기준을 초과한 상태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22일 “혼잡 역사 개선은 지하철 안전을 확보하는 최우선적이고 필수적인 과제”라면서 “재원조달에 어려움이 있지만 단계적으로 5300억원을 들여 6대 혼잡 역사부터 바꿔놓겠다.”고 말했다. 지하철공사가 추진중인 구조개선사업이 안전확보 차원이라면 신개념 역사는 수익창출이 목적이다. 신개념 역사는 지하철역에 아파트와 상가는 물론 버스, 택시 등 대중교통수단이 밀집한 곳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가면 바로 지하철역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버스나 택시가 지하철역으로 들어올 수 있어 대중교통수단간 환승이 편리해진다. 지하철간 환승도 지금의 평면형 환승역이 아니라 수직형 환승역으로 바꿔 시간과 거리가 단축된다. 또 인근 상가와도 연계돼 신개념 역사는 하나의 거대한 교통·물류·주상복합타운으로 거듭나게 된다. 지하철공사는 종전의 혼잡한 역사 등을 신개념 역사로 개발하면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어 공사의 경영정상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지하철공사와 민간자본이 신개념 역사의 자본을 공동으로 출자해 수익을 나눠갖는 구조다. 종전의 환승역을 신개념 역사로 바꾸기 위해서는 환승역 주변에 넓은 부지가 확보돼야 한다. 그래서 당장은 사당역, 수서역, 왕십리역, 불광역 등이 대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철공사 관계자는 “신개념 역사는 정부나 지자체의 보조 없이는 만성적인 적자구조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낼 수 있는 대안”이라면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seoul.co.kr
  • ‘스팸’없는 아이들 세상 열자

    ‘스팸’없는 아이들 세상 열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아침 스팸메일과의 전쟁을 치른다.‘정력 팬티’ ‘수입 야동’ 등 저질스러운 제목과 불쾌한 화면으로 넘쳐나는 쓰레기 메일들을 걸러내는 일로 하루를 시작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스팸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도 무차별적으로 전달되고 있어 그 폐해는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한메일 69% 5억통이 ‘스팸메일’ 18일 ‘한메일’ 서비스를 운영하는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따르면 하루 평균 다음으로 들어오는 이메일 7억통 중 69%(4억 9000만통)가 스팸 메일이다. 최선의 차단장치와 방안들을 마련하지만 전체 스팸메일의 85% 정도만 막아진다. 한메일 이용자 수는 총 3800만여명이며, 이중 14세 이하는 9.8%인 380만명에 달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 석종훈 부사장은 “24시간 스팸센터를 운영하는 등 스팸을 차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음란, 도박, 대출 등 스팸메일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지능화하고 있어 스패머들을 완벽하게 방어하기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정보통신부도 스팸메일 폐해가 심각하다고 판단, 최근 휴대전화에 도입한 수신자 사전동의제인 ‘옵트인(Opt-in)’을 이메일에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휴대전화에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성인폰팅 등 휴대전화 스팸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 하반기 이후에나 스팸메일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들어간다. 제한적인 인간관계를 가진 어린이들에게 이메일은 언제 어디서나 메일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보다 불건전한 정보에 노출될 수 있는 위험을 더 많이 가져온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따르면 스팸메일 수신 후 중학생의 52.2%와 초등학생의 27.4%가 음란사이트에 접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메일 오늘부터 ‘또래메일’ 서비스 서울신문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각종 스팸메일로부터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스팸메일이 전혀 없는 어린이 및 학생 전용 이메일 서비스인 다음의 ‘또래메일’을 전국 어린이에게 보급하기로 손잡았다.‘스팸 없는 어린이 세상’을 만들기 위한 캠페인이다. 스팸을 전혀 받지 않고 친한 사람끼리 소곤소곤 이야기한다는 모토의 ‘또래메일’ 서비스는 다음의 ‘한메일’에서 19일 0시를 기해 본격적으로 제공된다. 주요 타깃 이용자는 14세 미만의 어린이와 학생이다. 사전에 등록해 둔 메일주소에서 오는 이메일만 받을 수 있고 등록되지 않은 주소에서 온 이메일은 바로 스팸 편지함으로 보내진다. 살짝 노출된 스팸 화면을 보고 우발적으로 이메일을 열어보는 일을 막기 위해 스팸 편지함에 있는 이메일은 제목만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또래메일’은 이메일을 통해 전달되는 각종 불순한 정보로부터 우리 어린이와 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안전 장치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또래메일’이란-주소 등록된 메일만 수신 다음 사이트(www.daum.net)에서 회원으로 등록할 때 ‘14세 미만 어린이 및 학생 고객’을 선택하면 ‘또래메일’ 사용 여부를 묻는 화면이 뜬다. 이때 또래메일 사용 의사를 밝힌 뒤 신상명세를 입력하면 또래메일 계정을 받을 수 있다. 이미 다음의 ‘한메일’을 쓰는 14세 미만은 19일 0시 이후 이메일에 접속하면 또래메일 전환을 유도하는 ‘또래메일 사용하기 안내창’을 볼 수 있다. 마우스로 클릭해 ‘예’를 누르면 자동으로 가입된다. 또래메일 사용자로 등록한 뒤 먼저 챙겨야 할 게 주소록이다. 자신이 주소록에 등록해 둔 사람들이 보낸 이메일만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 부모님, 친구 등이 빠짐없이 등록돼 있는지 잘 살펴야 한다. 새로 이메일을 받고 싶은 사람이 생길 때마다 목록을 업데이트해야 한다. 미처 또래등록을 하지 않은 친구가 이메일을 보냈다면 스팸 편지함에서 그 이메일을 찾아야 한다. 스팸 편지함에서 친구의 이메일을 체크하고 ‘스팸 차단해제’ 버튼을 누르면 그 이메일은 받은 편지함으로 옮겨진다. 이때 ‘수신 허용목록’에 동시 등록돼 그 친구의 이메일 주소가 나의 주소록에 등록된다. 스팸 편지함에 있는 이메일은 개인 설정에 따라 3∼15일 이후에 자동으로 지워진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끝나지 않은 ‘특허전쟁’

    지난해 국내 전자업계는 외국기업들의 ‘특허소송’을 이용한 ‘견제’에 시달려야 했다. 삼성SDI 대 후지쓰,LG전자 대 마쓰시타전기의 PDP특허분쟁은 타결됐고,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도 캐나다의 모사이드가 제기한 반도체 특허소송을 원만하게 마무리지었다. 하지만 거의 매일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전자업계에서 소송은 일상적인 일이어서 남아있는 특허소송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삼성, 특허도 일상적인 경영으로 최근 특허업무를 우발적인 업무가 아니라 경영의 한 축으로 격상시킨 삼성전자는 특허분야 전문인력을 대폭 늘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특허변리사, 특허업무 경력자, 해외 특허변호사, 기술가치 평가전문가 등 수십명을 특허 경력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라고 15일 밝혔다. 삼성전자는 이에 앞서 윤종용 부회장이 특허중시 경영방침을 밝히면서 250여명 수준인 특허전담 인력을 2010년까지 450명으로 늘리는 한편 변리사, 미국 특허변호사 등 자체 인력의 교육, 양성도 강화해나가기로 했다. 특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기술중심 경영’으로 전환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기업들 특허분쟁 잇따라 삼성전자는 지난해 특허사용료로 1조 3000억원을 지불하면서까지 가급적 특허분쟁을 피하려 했지만 적지 않은 소송에 걸려 있다. 2002년 마쓰시타전기가 미국 뉴저지 연방법원에 제기한 3억달러 규모의 D램 특허소송은 아직 진행중이고 지난해에는 미국 위스콘신대학 동문연구재단(WARF)이 반도체 특허 침해 소송을 냈다. 국내에서도 자사 직원이 제기한 휴대전화 문자입력 방식인 ‘천지인’ 특허 침해 소송은 합의로 끝냈지만 2002년 11월 발명가 조모씨가 제기한 900억원대의 소송은 아직 타결짓지 못했다. LG필립스LCD와 타이완 CPT의 특허분쟁도 한치 양보없는 ‘자존심 대결’로 비화되고 있다. LPL은 지난 2002년 8월 CPT와 모회사인 타퉁(Tatung)이 LCD 공정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제소했다.2004년 5월에는 델라웨어 연방법원과 영국 특허법원에도 소송을 냈다. CPT측은 2004년 6월 오히려 LPL이 미국의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캘리포니아 연방법원에 반소(Counter-claim)를 제기한데 이어 지난 1월에는 LPL이 자사의 특허권을 침해했다며 소송을 내는 등 맞불작전을 펴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램버스사와 램버스D램 특허소송이 진행중이고 도시바와도 플래시메모리 특허분쟁을 벌였다. ●사후분쟁보다는 사전예방 이처럼 특허소송이 봇물을 이루자 전자업계는 분쟁의 소지를 아예 없애버리는 예방책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소니와 미국, 일본, 한국 등 전 세계에 등록된 상대방 회사의 특허 대부분을 별도의 협상 과정 없이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포괄적 특허제휴’를 맺어 무려 2만건이 넘는 특허에 대한 분쟁을 미리 방지했다.LG전자도 지난 1월 마쓰시타와 PDP특허분쟁을 마무리지으면서 DVD와 PC부문까지 특허공유를 확대키로 합의했다. 류길상기자 ukelvin@seoul.co.kr
  • 경비행기 출현에 워싱턴 ‘공포의 15분’

    |워싱턴 이도운특파원|11일 정오(현지시간)쯤 워싱턴 상공의 비행 제한구역으로 비행기 1대가 침입, 백악관 쪽으로 접근하면서 워싱턴 일대에 테러주의 경보가 발령되는 등 큰 소란이 빚어졌다. 황색경보가 발령된 지 4분 만에 적색경보로 두 단계 격상되면서 백악관과 주변의 대법원, 재무부 및 의사당에서 근무하던 직원과 관광객 수천명이 대피하고 F-16전투기가 출격하는 등 15분 동안 혼란 상황이 계속됐다. CNN은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가장 충격적인 상황을 연출했던 이번 소동으로 워싱턴이 공포에 떨었다고 전하면서, 워싱턴의 방공망에 문제가 없는지 정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사태는 오전 11시59분쯤 동체 앞에 단발 프로펠러 엔진을 단 2인승 세스나 152 경비행기가 항공 관제사의 명령을 무시한 채 메릴랜드주 상공으로부터 워싱턴을 향해 비행, 백악관으로부터 15마일 떨어진 북쪽 상공까지 접근하면서 일어났다고 스콧 매클렐런 백악관 대변인이 발표했다. 그러나 CNN,AP,AFP 등 주요 언론은 3마일(4.8㎞)까지 접근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세스나 항공기는 미연방항공국 소속 관제사의 경고도 무시한 채 비행제한구역을 비행 중이어서 최악의 경우 격추까지도 당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세스나를 막기 위해 F-16 전투기 2대와 블랙호크 헬리콥터 2대가 요란한 굉음을 내며 출격,4발의 경고 섬광탄을 발사한 끝에 2명이 타고 있던 세스나를 메릴랜드주의 한 공항으로 유도, 강제 착륙시켰다. 경찰은 두 사람의 신병을 확보, 경위를 조사한 뒤 우발적인 사고로 보고 귀가시켰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신원과 이들이 어떤 동기에서 워싱턴 상공을 침범했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세스나 출현으로 미 안보 당국은 기관총으로 무장한 요원들을 동원, 백악관과 의회 등지의 상주자와 출입기자, 관광객 등 수천명을 긴급 대피시켰다. dawn@seoul.co.kr
  • [사설] ‘폭력 공화국’ 오명 벗을 때 됐다

    최근 한 인기 개그맨이 방송국 후배들에게 건방지다고 ‘원산폭격’을 시키면서 각목 등으로 때려 경찰에 입건됐다. 후배 한 사람은 전치 6주의 상처까지 입었다고 한다. 방송국 옥상과 분장실에서 여러 차례 폭행이 이루어졌다고 하니 우발적인 다툼으로 보기도 어렵다. 폭력을 행사한 사람도 문제지만 폭력을 조직 사회의 필요악으로 생각하는 잘못된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아닌가 크게 우려된다. 우리 사회는 폭력에 대해 무방비 상태에 놓여 있다. 주변의 폭력에 대해 무감각한 일면도 있다. 조직폭력은 말할 것도 없고 가정폭력이나 학교폭력 등도 사회문제가 된 지 오래다. 운동선수들이 감독이나 코치로부터 폭행당했다는 고발도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온다. 주위에 폭력이 없는 곳이 없다. 국회에서도 폭력사태가 빚어지고 시위현장에서도 폭력은 여지없이 등장한다. 어느 집단이나 이름 뒤에 ‘폭력’이라는 수식어만 붙이면 이미 익숙한 용어가 돼 버리고 만다. 최근 정부가 학교, 조직, 사이버, 정보지 폭력을 4대 폭력으로 규정하고 총력전에 돌입한 것도 폭력이 심각한 수준임을 드러내고 있다. 경찰의 통계에서도 살인, 강도, 절도 등 주요 범죄는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선진국보다 적은데, 폭력은 일본의 10.4배, 독일의 3배, 미국의 1.7배나 된다고 한다. 급한 민족성이나, 그릇된 음주문화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폭력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사회 분위기가 여전하다는 데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제 폭력을 미화하는 어떤 시도도 용납돼서는 안 된다. 사법 당국의 노력에는 한계가 있다. 국민 모두가 폭력의 감시자가 돼 ‘폭력 공화국’의 오명을 씻어야 한다.
  • [세상에 이런일이]중딩 편의점 습격사건

    중학생 수백명이 한 편의점에서 계산도 하지 않고 물건을 들고 나오는 ‘떼절도’(?)를 했다. 지난 4일 정오쯤 경기도 수원시의 한 편의점에서 모 중학교 학생 300여명이 음료수와 과자를 닥치는 대로 들고 나왔다. 이날 일일체험학습에 나선 중학생들은 공연을 본 뒤 점심시간에 이 편의점에 몰려들었다. 처음엔 계산대 앞에서 줄을 서 기다리다가 누군가 돈을 내지 않고 그냥 나가자 나머지 학생들도 우르르 물건을 들고 뒤따라 나온 것. 편의점측은 ‘절도’를 하는 학생들이 한두 명도 아니어서 속수무책이었다. 몇 분 사이 피해액은 300여만원에 이르렀다. 편의점측은 학교에 강력히 항의했고 교장과 교사들이 곧바로 사과하고 돈까지 물어내자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일을 마무리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경찰도 조사를 벌였지만 학생들의 대부분이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이고 고의가 없었다고 판단, 형사입건은 하지 않기로 했다. 경찰은 “300여명을 모두 입건할 수도 없고 딱히 주동자도 없고 사전 공모도 없었는데 누구를 입건하겠느냐.”면서 “아이들이 우발적으로 저지른 일인 만큼 처벌보다는 계도로 끝냈다.”고 밝혔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유괴 초등생 13시간만에 생환

    서울 강남의 한 초등학생이 거액을 요구하는 40대 남자에게 유괴됐다가 13시간 만에 풀려났다. 지난 22일 오후 5시30분쯤 서울 서초구 B초등학교 앞에서 과외를 마치고 돌아오던 이 학교 3학년 김모(10)군이 “재미있는 이벤트에 데려가주겠다.”는 남자를 따라갔다 납치됐다. 범인은 밤 9시42분쯤 김군의 어머니 김모(38)씨의 휴대전화로 “잠원동 H아파트 근처 골목으로 2500만원을 가져오라.”고 전화했다. 범인은 김군을 승합차에 태운 뒤 서울 반포구와 마포구, 경기도 광명시 일대를 돌며 새벽 2시36분까지 공중전화로 8차례 협박전화를 걸었다. 어머니 김씨는 괴한에게 첫 전화를 받은 뒤 바로 신고해 경찰이 전화발신지를 추적했지만 공중전화에 온전한 지문이 남아 있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김군은 23일 오전 6시35분쯤 경기도 시흥시 수인산업도로에서 지나가던 박모(32)씨에게 발견돼 무사히 집으로 돌아갔다. 김군은 범인에게 맞아 코에 가벼운 타박상을 입었다. 경찰은 ‘처음보는 사람이었다.’는 김군의 진술에 따라 우발적인 유괴극으로 보고 수사하고 있다. 나길회기자 kkirina@seoul.co.kr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5)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下)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5)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下)

    1733년 7월 전라도 남원성벽에 괴벽보가 나붙었다. 머지않아 영조 임금이 쫓겨나고 새 세상이 열린다는 내용이었는데 벽보를 직접 작성한 사람은 남원 부자 김영건의 아들들이었다. 이 벽보에는 김씨들의 숙적인 이유성 일가의 이름이 도용돼 있어 이씨들을 모함하기 위해 그랬을 거라고 추측해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이 그처럼 단순하고 우발적이었을까? ●이여매와 이여진 형제의 이름으로 된 벽보 남원성벽에 내걸린 벽보는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와 숙부 이여진의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이 형방은 문서를 읽고 나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세상에 이런 흉악한 문서에 제 이름 석자를 붙여 걸어둘 바보가 과연 있겠는가? 형방은 박 호장, 최 이방 등과 이 문제를 상의한 다음 이씨 집안과 다투고 있던 김영건 부자에게 혐의를 두었다. 일차로 김영건 부자를 연행한 다음 그 집안을 수색했다. 그 과정에서 벽보의 초안이 발견돼 사건은 싱겁게 마무리되는 듯했다. 김씨들이 괴문서의 말미에 이여매 형제의 이름을 적어 놓았다면, 그것은 어처구니없는 실수였다. 그러나 원수의 이름을 빌려 반역의 의지가 명백한 벽보를 붙일 만큼 김씨들은 무지몽매했을까? 벽보를 손수 쓴 김원팔로 말하면 제법 공부를 많이 한 사람으로 그 정도 계산도 못할 만큼 청맹과니는 결코 아니었다. 김원팔 형제가 남문 옆 성벽에 벽보를 붙여두고 집으로 돌아간 직후, 세 사람의 괴한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둘은 좌우에서 망을 보았고 나머지 한 사람은 벽보의 맨 끝에 “이여매와 이여진 씀”이란 글귀를 추가했다. 그 글씨체는 영락없이 김원팔의 것이었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살펴 보면 왼쪽으로 좀더 비스듬히 올라간 것이 눈에 띌 만도 했다. 눈썰미가 남다른 이방 최정도는 그 점을 이미 정확히 짚고 있었지만, 그는 누구에게도 필체의 미세한 차이를 말하지 않았다. “사건은 이 정도로 마무리돼야 한다. 만약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된다면 남원은 헤어날 길이 없는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려 들어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사건의 근원적인 규명이 아니다. 확대 수사는 도리어 민심을 뒤흔들어 놓을 뿐이다. 여기서 종결시키자. 더 이상의 불필요한 잡음을 불러일으키지 말고 사적 원한에 근거한 우발적인 사건으로 마무리하자. 그것이 모두에게 좋다. 어차피 이 세상은 그런 것이다!” 이것이 남원의 사정을 누구보다 꿰뚫고 있던, 아니 18세기 한국사회의 물정을 정확히 파악했던 최정도 이방의 생각이었다. ●김영건 일가를 저버린 지하조직 따지고 보면 그랬다. 조직은 김원팔 일가를 희생양으로 삼기로 작정했다.18세기에는 하삼도만 해도 남원 운봉 함양의 지리산, 부안의 변산, 충청도 계룡산과 오서산, 합천의 가야산 등지를 잇는 지하조직이 결성돼 있었다. 조직원의 수가 얼마나 됐고 조직의 구성이 어땠는지 전모를 정확히 파악할 길은 없지만, 수십 수백 명이 가담한 비밀결사가 존재했던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런 지하조직의 최종 목표는 조선왕조를 전복시키고 용화세계 또는 미륵세상을 건설하는 것이었다. 동학에서 말하는 지상천국, 후천세계의 원형이 이미 18세기에 형성되고 있었다. 지하조직은 ‘정감록’을 비롯한 각종 비결을 앞세워 민심을 선동했다. 조직은 나라를 원망하는 각양각색의 인사들을 점조직으로 편성했다. 조직의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각처의 부자들을 포섭하거나 도적질을 하기도 했다. 남원부자 김영건 같은 이는 지하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무척 쓸모있는 인물이었다. 김영건은 천민출신이라서 기존의 사회질서를 반대했으며 자금력도 어느 정도 충분한 데다 김원팔과 같이 유능한 아들이 있어 지하조직의 한 귀퉁이를 맡길 만했다. 김영건 자신은 아마 짐작도 못했을 테지만, 지리산에 근거지를 둔 지하조직은 오래 전부터 김영건 일가를 포섭하는 데 큰 관심이 있었다. 일찌감치 지하조직의 지도부는 김영건의 비밀을 알고 있었다. 남원, 운봉, 함양 일대를 제 손금 들여다보듯 훤히 아는 탁발승들이 바로 조직의 중추였는데,17세기 후반 영건의 어머니 분금이 무작정 노씨 집을 뛰쳐 나왔을 때 지리산에서 굶어 죽지 않고 무사히 남원으로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이 실은 어느 탁발 승려 덕택이었다. 그 인연은 영건이 모르는 사이에도 계속됐었다. 나중에 분금이 아들 영건에게 남긴 유언 가운데 부처님의 원력을 말한 것도 다 그런 사정이 있어서 나온 말이었다. 양반 정 노인의 신분시비 사건으로 김영건은 큰 충격을 받아, 현세를 지배하는 논리에 회의를 품게 된다. 하지만 그는 천품이 온화하고 조심성이 많으며, 이미 노년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조직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희생을 바칠 사람은 못 되었다. 지하조직은 그런 판단을 했기 때문에, 그의 세 아들들에게 더더욱 큰 기대를 걸었다. 지하조직은 지도부에 속한 변산의 승려 태진과도 연줄이 있는 최봉희를 시켜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3형제에 대한 접근을 시도했다. 최봉희는 우선 비결을 가지고 그들을 설득하려 했고, 가장 먼저 그 먹이를 문 사람은 김영건의 막내아들 김원택이었다. 그 덕분에 김원팔과 김원하를 조직에 가담시킬 수 있게 됐다. 그런데 1732년 가을부터 김원택은 조직을 이탈할 기미를 보이고 있었다. 김원택은 지하조직이 추구하는 목적이 지극히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했고, 조직 활동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해 김씨 일가의 담당인 최봉희 보기를 꺼려했다. 그는 형들과도 일정한 거리를 취하고 있었다. 조직은 김원택에 대해 다각도로 회유책을 폈으나 전혀 통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됐다. 조직은 마지막 수단을 고안했다. 김영건 일가에게 괴벽보를 작성해 남원읍성에 부착하도록 지시했다.3형제가 공동으로 하라는 명령이었다. 이런 식으로라도 그들을 묶어두지 않으면 장차 조직을 관리하기가 어려울 것이란 게 상부의 판단이었다. 김원팔 형제가 벽보를 붙이는 순간에도 조직은 멀리서 그 광경을 감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장에 나타난 것은 약속한 3형제가 아니었다. 김원택이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이 마음에 걸린 담당책 최봉희는 상부와 긴급히 상의했고, 그 처방은 간단명료했다. 김씨 일가를 희생시켜라! 그리고 최봉희 넌 멀리 도망쳐라! 우리 조직의 남원 지부는 당분간 활동중지다! 그러나 이 벽보를 계기로 민심을 한 번 뒤흔들어 놓을 것이다. ●김원택과 최봉희의 머리싸움 거슬러 올라가 살펴 보면, 남원의 일부를 담당한 최봉희는 부자 김영건이 가장 사랑하는 막내아들 김원택에게 접근했었다. 최는 세상 물정에 두루 밝은데다 붙임성이 대단히 좋았다. 게다가 남원에선 손꼽히는 양반가문의 후예였다. 집이 가난한 것만 빼놓으면 도무지 나무랄 데가 없는 선비였다. 출신이 미천해 고민하고 있던 김원택 일가로선 그런 최봉희와 사귀게 된 것이 큰 영광이었다. 최봉희의 지식에 매료된 김원택은 장형 원팔과 중형 원하에게 차례로 최를 소개했다. 김원팔 등은 매일 같이 최봉희를 만났고 그 때마다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후의를 베풀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마치 최봉희가 김원팔의 식객(食客)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처음엔 정말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최봉희는 김씨 일가의 내면을 완벽하게 통제하기 시작했고, 김원택은 바로 그 점을 못마땅해했다. 그래서 원택은 최가 자기 형들과 함께 만든 필묵계에도 관여하길 거부했다. 그는 두 형과 아버지 김영건에게 최를 멀리하라고 몇 차례 간청하였으나 이미 소용없는 일이었다. 벽보를 붙이는 문제가 집안에서 거론되자 김원택은 최가 배후 인물임을 직감했다. 그래서 그는 가장 충직한 종 남산을 성밖으로 내보내 최봉희가 숨을 만한 곳을 미리 수소문하라고 했다. 만일의 경우 관가에 연락해 최봉희가 즉각 검거되도록 손을 써둔 것이었다. 김원택은 장차 아버지와 형들이 벽보사건의 주범으로 몰려 멸문의 화를 당할 게 너무 억울했다. 만일 집안에 화가 닥치면 최를 비롯한 지하조직도 분쇄되어야 마땅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지하조직은 점조직이라 최봉희 위에 누가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원택은 그동안 최봉희에게 들은 이야기를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정리해 보았다. 문득 변산 승려 태진의 이름이 뇌리에 떠올랐다. 가만히 생각할수록 태진과 최봉희의 관계는 예사롭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사건이 터졌을 때 원택은 배후조종자로 태진을 고발했다. ●‘정감록’ 사건의 마무리 김영건 4부자를 비롯해 최봉희, 태진 등은 제각각 검거된 장소와 시각은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서울로 압송되었다. 그들은 창덕궁의 정문인 인정문(仁政門)에 설치된 특별수사본부에 끌려가 엄한 취조를 받았다. 때로 국왕 영조가 직접 심문에 나설 정도였다. 제1급 시국사건으로 취급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에 연루되어 전라도에서 서울까지 끌려가 조사를 받은 사람이 삼사십 명이나 됐고, 전라도 각처에서 일시 검거돼 취조받은 사람은 수백을 헤아렸다. 인정문 앞에선 열흘 넘게 날마다 지독한 고문이 계속됐다. 몽둥이찜질은 기본이고, 인두로 몸 지지기, 정강이뼈 뒤틀기, 무릎 관절 부수기 등은 이를테면 선택사항이었다. 혐의자들은 차례로 단독 심리를 거쳐, 관련자와 대질 신문을 받은 뒤 다시 재심리를 받았다. 중간에 말이 바뀌면 모든 수사과정이 처음부터 되풀이됐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거듭된 고문과 그 중간에 잠깐 끼어든 달콤한 회유, 그리고 교활한 유도신문이 연달았다. 머리 좋고 경험 많은 의금부 관리들을 비롯해 조정대신들 그리고 국왕 영조까지 직접 심문에 나섰기 때문에, 그 자리에 끌려 나온 사람은 여간한 배짱과 지능으로는 조금도 숨기거나 속일 수가 없었다. 며칠만 닦달을 하면 고분고분 모든 사실을 실토하게 되었다. 특히 사건 심리의 초기 단계에는 가능한 모든 범위로 수사가 확대되었다. 털끝만큼이라도 혐의가 있어 뵈는 사람은 연일 추가로 체포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김원팔과 그의 아버지 김영건은 고문을 견디다 못해 판결도 내려지기 전에 형틀에서 죽고 말았다. 실상 벽보 사건에 전혀 가담하지 않는 김원택도 맞아 죽었다. 고문을 잘 견뎌 용케 살아남은 이는 김원하였다. 그는 역적의 아들이란 죄로 또다시 두들겨 맞은 다음 변방으로 유배되었다. 이럴 때도 고수는 따로 있었다. 지하조직의 하급간부 최봉희는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는 수사관들의 의견이 있긴 했지만 그의 죄를 증명할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지 않아 외딴섬으로 귀양가는 데 그쳤다. 본래 점조직으로 운영된 조직이다 보니 김영건 부자는 최봉희의 윗선이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들은 수사과정에서 최봉희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지만, 특수 훈련을 받은 최봉희는 노련했다. 최는 갖은 고문에도 불구하고 지하조직의 비밀은 하나도 노출시키지 않은 채,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대로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불러제침으로써 수사본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나중에 수사본부는 최봉희를 미치광이로 규정함으로써 그에 대한 수사를 매듭지었다. 조직의 거물이자 당시 전라도내에서 이름난 승려였던 변산의 태진은 자신을 변호하기에 충분한 지혜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남사고 비결’을 소장했다는 점만 인정했을 뿐, 벽보 사건과 무관하다는 점을 끝까지 주장했다. 영조는 “태진의 대답이 범행을 자백한 것이나 마찬가지구나!”라고 하여 태진이 사건에 관련돼 있다고 보았지만 구체적인 물증을 확보하지 못했다. 결국 다른 방법이 없어 태진을 함부로 죽이지 못하고 섬으로 귀양보냈다. ●조정은 지하조직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가? 당시 도승지 홍경보는 영조에게 이런 조언을 했다.“지금 영남 하도(下道, 경상남도)와 호남의 인심이 매우 험악합니다. 만약 수사를 여기서 멈춘다면 괴수들이 비웃을 것입니다. 각별히 헤아려서 연루자를 체포해야겠지만 마구잡이로 잡아들이면 안 됩니다. 그런 뜻으로 공문을 보내면 어떻겠습니까?” 영조는 홍경보의 말이 옳다며 민심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수사를 계속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본격적인 수사는 불가능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지하조직에 음양으로 관련돼 있었던 데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사정이 조금만 더 악화되면 조직에 대거 참여할 기세였다. 이런 판국에 혐의자들을 함부로 붙들어다 고문하게 되면 조정이 정말로 우려하는 반란 또는 폭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었다. 그야말로 혹 떼려다 혹 붙인다는 말처럼 될 수도 있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관리들은 자신들의 임기에만이라도 그저 별일 없이 조용하기를 바랐다. 얼마나 애를 써서 얻은 벼슬자리인가. 아직 본전을 다 뽑지도 못했는데 만일 난리가 일어나 벼슬을 놓치게 되는 일이 생겨선 절대 안 될 일이었다. 그래서 그들 관리들은 이구동성으로 아뢰었다. “엄히 조사를 해봤습니다만 별탈은 없는 듯합니다. 백성들이 불안해서 생업을 소홀히 하는 일이 없도록 이제 수사를 종결해야 됩니다. 이번 사건은 배후에 무슨 특별한 조직 같은 것은 없습니다. 그저 시골의 무식하고 못돼 먹은 반역자 김영건 4부자가 사적인 원한으로 엉뚱한 짓을 벌인 것입니다.” ●영조의 선택 영조도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었다.“역적 놈들은 과인의 목을 요구한다. 놈들은 이 나라가 망하기만 바라고 있다.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사건을 축소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로 처리하는 것이 제일이다. 이것은 일부 몰지각한 놈들의 소행이라고!” 결국 왕의 생각이나 조정대신들, 지방관들의 뜻은 남원 이방 최정도의 견해와 다를 것이 없었다. 그렇게 둘러대긴 했지만 왕의 마음은 께름칙했다. 하필 왜 남쪽 지방, 그것도 전라도에서 이런 고약한 무리들이 자꾸 나오는 것일까. 왕은 자기의 친어머니가 전라도 출신의 미천한 나인인줄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이 더욱 산란했다. 그는 불편한 심기를 완전히 눅이지 못한 채 목청을 돋워 각도의 관찰사들을 독려했다. “전라도는 우리나라에서 잡술을 가장 숭상한다고 들었다. 근래 태진이란 중놈의 예언서를 보면 그 폐해의 심각성을 알만 하다. 예언서를 엄금해야 한다. 너희들 휘하의 지방관들에게 명하여 어리석은 백성들이 일체 그런 불온서적에 관심을 갖지 못하게 하라. 삿된 경전(邪經)을 버리고 성리학에 힘쓰게 하라.” 왕은 ‘정감록’에 대한 이데올로기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낡은 성리학으로 ‘정감록’을 이길 수 있을까.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5%룰 신용등급 영향 줄수도”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국 정부의 ‘5%룰’이 장기적으로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의 톰 번 부사장은 19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국신용평가와 공동주최한 국가신용등급 관련 세미나에 앞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같이 밝혔다. 번 부사장은 “(상장기업 지분 5% 이상 보유시 목적과 보유자 정보를 밝히도록 한)5%룰이 외국인 투자에 영향을 미칠 경우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국의 사례마다 틀리기 때문에 직접적으로 언급하기는 힘들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번 부사장은 한국의 신용등급(A3)과 전망(안정적) 등에 대해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한국의 대외채무상환 능력은 환율, 유가 급등과 같은 대외적 악재를 충분히 견뎌낼 만한 수준이며, 정부의 재정 포지션도 안정적”이라면서 “북핵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은 단기적으로는 어느 정도 억제가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북한과 통일비용의 부담을 묻는 질문에 “어떤 식으로 결론이 나든 북한은 한국의 재정문제에 있어 우발적 채무와 같은 요소”라면서 “한국이 아무리 지원해도 북한 스스로 경제정책을 바꾸지 않는 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한·미동맹 관계와 관련,“미 국무부에서 한국의 전략적 이해가 있는 영역에 대한 조정이 있다면 국가신용도에 영향을 미치겠지만 아직 그 정도는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서울광장] 땅 투기부르는 엉성한 도시계획/이상일 논설위원

    [서울광장] 땅 투기부르는 엉성한 도시계획/이상일 논설위원

    부동산 투기 의혹에 휘말려 경제부총리와 건설교통부 장관, 인권위원장 등이 줄줄이 낙마한 후에도 개선안을 놓고 사회적인 논의가 겉돌고 있다. 기껏해야 공직자의 자세, 즉 윤리적인 측면만 거론한다. 공직자 재산의 백지신탁을 의무화한다, 청와대공직자윤리법 개정안에 부동산 매매 금지 조항을 포함시킨다, 청와대 인사검증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등 변죽만 울리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토지차익을 초래하는 원인에 대한 정부의 고뇌는 찾아볼 수 없다. 토지차익이 잘못된 것이란 인식도 사회적으로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 낙마한 이들을 정부 일각에서조차 언론과 시민단체의 “여론 몰이의 결과”로 간주했고 “옛날에는 다 (위장전입으로 농지매입)그랬다.”는 말도 나왔다. 그러니 당사자나 가족들도 아주 억울해할 만하다.‘땅을 자주 사고 판 것도 아니고 오래 갖고 있다가 주위 개발로 이익을 얻었기로서니 그렇게 비난받을 일인가.’또 ‘나만 그런가.’ 토지 차익에 대한 이같은 인식은 땅이 없는 서민들이 느끼는 깊은 절망감이나 상실감과 큰 괴리가 있다. 노동력을 팔아 근근이 살아가는 근로자들이나 자영업자들은 “가만히 있었는데 수십억원을 벌었다.”는 말을 듣고 이 사회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근거로 삼을지 모른다. 토지와 투기차익 관리시스템을 이대로 두었다가는 우리는 오래지 않아 제 2의 이헌재, 강동석, 최영도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 땅 문제로 추가 낙마할 인사의 이름이 나돌고 있다. 사회적으로 이름깨나 날리는 인사들의 뒤를 뒤져보면 무사할 사람이 드물 것이란 예단도 그래서 나온다. 토지차익의 수혜계층은 일부 불행한(?)공직자만도 아니며 토지 보유자 모두다. 실제 땅보유자들이 어떻게 수억 내지 수십억원을 벌었는가는 물러난 공직자의 케이스를 보면 분명해진다.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부인은 경기도 광주 초월면의 땅 2만평을 1979년에 사둔 지 20여년만에 수십억원을 벌었다. 최영도 전 인권위원장의 부인과 장남은 1982년 “선영을 만들기 위해” 경기도 용인시 모현면에 5600평을 샀는데 국도가 뚫리면서 땅값이 올랐다. 강동석 전 건교부 장관을 낙마시킨 이유중의 하나는 바로 그가 인천국제공항공사 재직중 처제와 고교동창이 인천공항 주변 땅을 산 의혹 때문이었다. 이들은 땅을 산 후 별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주위가 개발되면서 이익을 봤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불로 개발이익을 누리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선진국과 달리 우리 사회에서는 우발적인 개발이익이 도처에 널려 있는데도 손쓸 방법이 없는 게 문제다. 즉 행정수도 이전 발표만으로 충청도의 땅값이 다락같이 오르고 모 정치인이 서울공항의 이전 필요성을 언급만 해도 주변 땅값이 난리다. 여기에 더해 도시계획이 발표되거나 전답이 대지로 지목이 변경돼도 땅값이 오른다. 땅만 갖고 있으면 온갖 재료가 차익을 부풀려주는 구조다. 한국은 대부분의 개발 차익을 땅 보유자가 갖게 되어 있으며 나중에 극히 일부만 세금으로 거둘 수 있다. 이런 막대한 우발적인 개발이익을 토지소유자가 독식하게 만드는 것은 상당부분 엉성한 도시계획 시스템에 있다는 국토연구원의 최근 연구결과는 경청할 만하다(‘도시계획결정과 사회적 정의에 관한 연구’, 박재길 등).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선진국처럼 정부와 지자체가 개발행위 허가를 엄격히 하고 지목 변경도 개발행위로 간주해 쉽게 내주지 않아야 한다. 토지의 개발권 자체를 정부가 쥐고 계획개발을 유도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토지의 막대한 차익 발생 문제를 이제는 제도 개선을 통해 정공법으로 다루어야 할 시점이다. 이상일 논설위원 bruce@seoul.co.kr
  • 울산 IWC총회 시위대응 ‘비상’

    “고래를 잡자.”“고래를 보호하자.” 울산시가 다음달 27일부터 6월24일까지 울산에서 열리는 제 57차 국제포경위원회(IWC) 총회기간에 예상되는 포경 및 반포경 지지단체들의 시위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울산시는 1일 올해 IWC 울산 총회에 상업포경 재개 문제가 주요 의제로 예정돼 있어 포경을 반대하는 그린피스를 비롯해 국내외 90여개 NGO단체들이 총회기간에 행사장 주변에서 포경 반대집회를 개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는 이들 단체의 집단시위나 캠페인 등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해 대처하기로 했다. 우발적이고 격렬한 시위를 막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비상대기한다. 포경찬성, 포경반대단체가 동시에 집회를 신고할 경우 충돌을 막기 위해 시차를 두고 집회를 갖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울산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열린세상] 교육부 쓴소리 들어야/강지원 변호사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에 쓴소리 좀 해야겠다. 도대체 학교폭력대책이라고 내놓았는데, 학교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피해자들이나, 또 그 부모들이나 누구도 흔쾌히 마음에 와닿는다고 말하지 않는다. 특히 경찰이 전면에 나서 자진신고기간을 정해 처리하도록 하였는데 학교폭력에 왜 느닷없이 경찰이 튀어 나오느냐는 것이다. 이 나라 경찰은 약방의 감초인가, 아니면 이 나라에 경찰까지 전면적으로 투입되어야 할 학교폭력이 그렇게 많다고 보았다는 말인가. 학교폭력이란 정말 경찰이 전면에 나서야 할 만큼 심각한 중상해, 흉기폭력 등 큰 폭력도 포함된다. 그러나 사소한 폭력, 우발적 폭력, 집단따돌림(왕따)들이 오히려 훨씬 더 많다. 또한 가해자들 역시 미성년자들이고 피교육자의 위치에 있는 아이들이다. 그들은 치안의 대상이기보다 우선은 교육의 대상인 학생들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경찰이 나서고 그 외에 새로운 학교차원의 대책은 별로 안 보이기 때문에 쇼가 아닌가 의아해한다. 1990년대 후반엔가는 검찰이 진두지휘하겠다고 드세게 나온 적이 있다. 이른바 ‘자녀 안심하고 학교 보내기 운동’이었다. 초대 청소년보호위원장을 맡았던 1997년, 검찰에 대놓고 비판했던 일이 기억난다. 도대체 학교란 존재가 그토록 자녀를 안심하고 보낼 수 없는 곳이었는가. 다소 이런저런 사건 사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과장해 말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었다. 또 검찰이라는 국가의 최고 사정기관이 교육기관인 학교 안 구석구석까지 관장하는 듯한 그런 과장된 인상을 주어서도 안 된다는 비판이었다. 그런데 이번엔 경찰이 나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학교란 도무지 무엇 하는 곳인가. 학교폭력은 말 그대로 학교안팎에서 일어나는 학생들에 의한 폭력이다. 그렇다면 이일에 대처하는데 전면에 나서야 할 존재는 바로 학교다. 학교에 일차적인 기능과 책임을 부여하고 그것이 안 될 때 경찰이나 검찰이 나서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라 학교는, 그리고 이를 총괄하는 교육부는 무엇을 하였는가. 이 학교폭력문제가 어디 어제오늘 있어온 일인가. 문제는 그동안 학교당국이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오면 교육부당국자들이 늘 하는 말이 있다. 교과목수업의 모든 내용이 인성교육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 교장들이 훈화를, 그리고 담임교사가 조회나 종례시간에 지도를 열심히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그것 등으로 족하다는 말인가. 요즘 세상에 그런 정도 가지고 감동을 받고 행동을 바꿀 아이들이 있다고 생각한단 말인가. 이래서 안 된다는 것이다. 학교가 학교폭력에 대처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가 전혀 준비되고 개발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선 현장의 선생님들을 만나보면 사태에 부딪혔을 때 어쩔 줄을 몰라 한다. 그래서 제발 피해자측이 조용히 해 주었으면 하고 그렇지 않으면 머리가 아파한다. 게다가 문제가 불거지면 위에서 더 난리를 치므로 그때부터는 은폐 아닌 은폐로 치닫게 된다. 학교는 잘 짜여진 인성교육프로그램을 획기적으로 수업시수에 반영해야 한다. 그것도 주입식이 아니라 체험위주여야 한다. 교과목이기주의 때문에 시간 빼기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인성교육이 교과목들보다 못한 교육이란 말인가. 피해학생들이 마음 터놓고 고통을 호소할 수 있도록 상담교사를 일제히 배치해야 한다. 그리고 피해학생의 고통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따뜻한 보호조치를 취해야 한다. 가해학생을 가차 없이 전학조치를 취해야 한다. 전학이라는 징벌을 가하면서도 학교는 계속 다니게 해 선도를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가해학생을 받지 않으려는 학교는 문책하고 특수한 프로그램을 적용하도록 지원해야 한다. 피해학생측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학교 측의 소극적 태도다. 은폐하려 한 학교는 엄중 문책하고, 적극적으로 잘 처리한 학교는 포상해야 한다. 인성교육의 강화를 위해서는 돈과 사람과 소프트웨어가 필요하다. 힘센 교육부라면 이를 확보해 일선 학교에 대폭 지원해야 한다. 그동안 내놓은 대책들은 거의 다 재탕 삼탕이다. 전문가이야기는 듣지 않고 교육관료들이 탁상공론만 한 까닭이다. 실태파악을 위한 공문플레이 따위는 이젠 더 이상 하지 말라. 학교현장을 지원할 수 있는 힘세고 열린 교육부가 되라. 강지원 변호사
  • 학교폭력 어떻게 풀까 (2)

    학교폭력 어떻게 풀까 (2)

    ■ 가해학생 지원 프로그램 사례 문제행동을 일으킨 학생들을 위한 ‘가해자 지원 프로그램’은 국내에도 개발되어 있다. 하지만, 재정과 인력 부족 등 현실적인 한계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이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가해학생들을 치유하는 현장을 찾았다.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해주는 전문 상담 “그 아이를 밖으로 불러내는 것 말고 다른 해결책은 없었을까?다른 방법을 썼다면 너희들은 지금 이곳에 오지 않아도 됐을 텐데.” 지난해 서울 서초구 구립방배유스센터 상담팀을 찾은 A중학교 2학년 남녀학생 6명은 친구들에게 악의적인 소문을 내고다니던 같은 반 여학생을 뒷마당으로 불러내 집단폭행했다. 경찰은 이들이 사전에 조직을 이루지 않았고 우발적인 행동이었다는 점에서 처벌하지 않고 상담을 의뢰한 것. ‘치료’는 자신들이 저지른 폭력행위의 의미를 제대로 인식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상담원이 “너희들의 행동으로 피해자 친구는 어떤 상처를 입었을까, 또 너희들은 어떻게 됐니?”라는 질문을 던졌다. 아이들은 “친구가 잘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해결방법으로 폭력을 쓴 것도 잘못됐다.”면서 “친구들이 우리를 ‘폭력6인방’이라고 부르며 피해다니고, 선생님도 ‘실망했다.’고 해 속이 상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에 대한 상담치료는 두 달 동안 6차례에 걸쳐 이뤄졌다. 폭력적인 영화를 보고 자신과 영화속 주인공을 비교하면서 폭력의 위험성을 비판해 보는 미디어 상담도 했다. 두 달 뒤 3명은 스스로 상담팀을 찾아와 진로를 상담할 정도로 마음을 열었다. 센터에서는 10년째 청소년폭력예방재단과 연계해 학교 폭력 피해 및 가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집단상담을 비롯, 각종 프로그램으로 심리적 치유과정을 밟게 하고 있다. 상담은 청소년들이 저지른 문제행동의 유형, 문제행동을 시작한 시기 등 개별적인 특징에 맞춰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지난해 학교폭력 등을 저지르고 센터를 찾은 가해 청소년은 192명에 이른다. 강주현 상담팀장은 “우발적으로 친구를 때리다 숨지게 한 청소년 3명은 서로 말하기를 꺼리다가 상황을 재연하는 심리역할극을 마련하자 비로소 ‘말을 꺼내면 공포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아 모르는 척 지냈다. 그저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며 울부짖었다.”고 소개했다. ●‘방과 후 대안학급’운영… 인성·감성 교육 “학교에서 일어난 문제는 학교에서 해결해야지요. 교사는 못난 제자에게 더 필요한 것 아닌가요.” 경기 안양시 평촌공업고등학교에서는 폭행이나 음주, 흡연 등 학칙을 어긴 학생들은 처벌 대신 오후 10시까지 선생님과 학교에 남아 ‘대안 수업’을 받는다. 처음에는 “학생부 선생님과 밤 늦게까지 마주앉아 있느니, 매를 맞는 게 낫다.”는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 ‘즐거운 벌칙’은 학생들을 변화시켰다. 평촌공고에서 ‘방과후 대안학급’을 시작한 것은 2003년 1학기. 다른 학교보다 부적응학생의 비율이 높은 것을 고민하던 학생부 교사들이 내놓은 처방이다. 문제행동을 두차례 이상 보인 학생은 1단계 대안학급에 참여한다. 나흘 동안 부모님과 함께 역할극, 음악, 요가, 한문, 교양강의, 등산 등의 대안수업을 받는다. 대안학급의 성과를 묻자 교사들은 스크랩북을 하나 내놓았다.1단계 대안학급을 마무리하면서 학생들이 쓴 편지였다. 학생들은 마지막 날 촛불을 켜놓고 부모님께 보내는 편지를 읽는다. 간간이 눈물자국이 번져 있는 편지들에는 “또 이렇게 돼버렸어. 그래도 나 믿어줄 거지?우리 가족 아니면 나 믿어줄 사람 누가 있다고….”,“스스로도 한심한 저를 항상 감싸주시는 부모님, 이젠 행동으로 보여드릴게요.”라는 학생들의 진심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감동의 1단계’를 끝마친 뒤에도 또다시 적발된 학생들에게는 산행이라는 2단계 ‘하드 트레이닝’이 기다리고 있다. 학생들은 처음 암벽등반을 시키고, 길도 나지 않은 곳으로 내모는 교사들에게 원망의 눈빛을 보낸다. 하지만 등반이 끝날 무렵 “지금 너희들은 잘못난 길로 걷고 있는데 힘들지 않니? 지금부터는 함께 바른 길로 가보지 않을래?”라는 말을 듣고서 비로소 산행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교사들의 열성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탈행위의 시작인 흡연을 막기 위해 300만원을 들여 일산화탄소 측정기와 소변검사기를 마련했고, 틈만 나면 학교를 구석구석 순찰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해마다 10차례씩 열리던 1단계 대안학급이 올해는 아직 한차례도 열리지 않았다. 지난해 6월까지 대안학급을 거친 학생 150명 가운데 문제행동을 되풀이한 학생은 5%밖에 되지 않는다. 학생부 전완근 부장교사는 “흔히 공고는 문제학교라고들 생각하지만, 아이들에게는 새로 시작할 기회와 계기가 필요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유지혜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선진국 사례 학교폭력 문제를 우리보다 먼저 겪은 나라들은 가해 학생을 치유하는 프로그램도 앞서가고 있다. 일본은 학교, 경찰, 법원, 지역기관과 민간단체가 연계해 가해 학생을 지원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다른 학생의 교육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일단 가해학생을 출석정지시킨 뒤 ‘스쿨카운셀링’을 받게 한다. 각급 공립학교에 배치된 임상심리사, 정신과 의사, 심리학 전공의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에게 상담을 받게 하는 것으로 1995년 도입됐다. 그 결과 일본 전국 공립학교의 폭력사건은 1997년 2만 3107건에서 1년 만에 2만 8489건으로 23.8% 늘었지만, 스쿨카운셀러가 배치된 학교에서는 1614건에서 1563건으로 3.2% 줄어들었다. 미국에서는 가해 학생이 심리적으로 고립감이나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배려하고, 학교 폭력의 비인간성과 다른 사람의 아픔을 이해하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미주리주는 친구에게 폭력이나 폭언을 행사한 학생은 의무적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에 참여시킨다. 미국의 가장 보편적 분노·행동관리 프로그램 가운데 하나인 ‘폭력예방 심화커리큘럼’에서는 가해 학생이 매주 45∼50분짜리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토론과 역할극 등으로 이뤄진 이 프로그램에서 가해 학생은 감정이입, 충동통제, 분노조절 등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운다. 독일의 가해자 지원 프로그램 역시 가해 학생의 폭력성과 공격성을 조절하는 심리 상담에 역점을 두고 있다. 가해학생 지원센터에서는 먼저 가해 학생이 폭력을 휘두르게 된 동기를 찾아 상담을 시작한다. 이후 비폭력적인 감정의 특징을 비교 체험하게 해 가해 학생이 ‘폭력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교훈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재훈기자 nomad@seoul.co.kr ■ 문제학생 선도 앞장 日 미즈타니 교사 “한국에는 학교폭력에 책임지는 어른은 없습니까. 아이들이 왜 그렇게 됐는지 아무도 관심이 없나요.” 28일 오후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만난 미즈타니 오사무(49)는 “힘으로만 해결하려는 듯한 한국의 분위기가 아쉽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야간고등학교에서 사회를 가르치며 14년 동안 일본 요코하마의 밤거리에서 청소년들을 만나온 그는 “한국에 오기 전 일진회에 대해 알아봤는데 이런 단체가 왜 생겼고, 아이들의 가정환경이 어땠는지에 대한 분석은 아무 데도 없더라.”면서 “태어날 때부터 남을 때리고,‘왕따’시키고 싶어하는 아이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의 저자인 그는 29일 신문로 서울교원연합회관에서 열리는 ‘한·일청소년 보호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한국에 왔다. 미즈타니는 “일단 누군가를 믿게 되면 그 아이는 바뀐다.”고 경험을 털어놨다. 미즈타니는 자기 반 학생이 담배를 피우면 자진해서 벌금 1만엔을 내고, 폭력사건이 나면 사표를 내가면서 책임을 졌다. 그는 “처음에는 ‘왜 선생님이 나서느냐.’고 말리던 학생들이 나중에는 내가 잘못되는 게 무서워 말을 듣더라.”고 설명했다. 요즘 한국이 20년 전 일본을 보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는 미즈타니는 “일본에는 청소년 문제가 발생하면 교사·부모 등 어른에게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민간단체가 여럿”이라면서 “한국에도 그런 움직임이 활발해지면 상황은 좀 더 나아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미즈타니는 “일본에서 가장 죽음에 가까이 있는 교사”라고 불린다. 야쿠자에게서 아이를 빼내려다 손가락 하나가 잘렸고, 마약상에게 옆구리를 찔렸지만 여전히 밤만 되면 아이들에게 다가간다. 그는 “가해자이든 피해자이든 괴로움을 당하는 청소년들이 과거는 다 잊어버리고 ‘오늘은 내일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면서 “아이들은 꽃을 피우는 씨앗이라 제대로 심고, 정성스레 가꾸면 아름다운 꽃을 피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기자 wisepen@seoul.co.kr
  • KBS “노무팀 해체·경영진 감봉”

    KBS가 최근 물의를 빚은 ‘노조회의 도청 사건’과 관련,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노무팀 해체와 함께 정연주 사장을 포함한 경영진 전체에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KBS는 25일 오후 ‘KBS 경영진 일동’ 명의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할 KBS가 국민들에게 깊은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 담당 한 실무자에 의한 우발적 사고였지만, 결과적으로 KBS의 도덕성과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경영진의 뼈아픈 반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전근대적인 노사관계의 상징인 노무팀을 해체하고, 경영진 3개월 감봉 처분을 내리기로 했다”고 덧붙였다.KBS는 또 도청사건의 진상조사를 위해 노사 공동의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제안하고 조사 결과에 따라 관계자에 대한 중징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노조는 “예정대로 29일 오전 10시 정 사장에게 사퇴건의서를 전달할 계획”이라면서 “추후 회의를 통해 사측의 제안에 대한 노조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앞서 노조는 정 사장이 이번 도청사건에 대한 법적ㆍ도덕적 책임을 지고 29일까지 자진 사퇴하지 않으면 전 조합원과 함께 정 사장 퇴진운동을 추진키로 결의했다. 한편 PD협회와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는 25일 성명을 내고 사측의 낙후된 노무시스템을 비난하면서도 “진상조사나 조합원의 충분한 의견 수렴 절차 없이 사건을 정사장의 거취와 직접 연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노조의 성급한 행동을 질타했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KBS 노조회의 불법도청

    KBS가 전국언론노동조합 KBS지부(위원장 진종철ㆍ이하 KBS노조)의 회의내용을 몰래 녹음하고 메모한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고 있다. KBS 노조는 24일 오후 KBS 노조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노무팀의 한 직원이 23일 오후 10시쯤 KBS 노조 중앙위원회 회의가 진행되던 KBS 신관 5층 국제회의장 녹음실에서 회의 내용을 몰래 녹음하다 노조원들에게 적발됐다.”면서 “현장에서 직원이 녹음하고 있던 테이프 2개를 압수했고, 노무팀 직원에게서 불법도청 사실에 대한 확인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위원회는 새달 사측이 진행할 팀제 조직개편과 관련된 보완 인사를 앞두고 노조의 대응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최근 노조가 실시한 ‘사장평가, 팀제평가, 팀장평가’ 설문조사 결과의 일부를 공개하는 자리였다. 이에 대해 KBS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노무팀 직원에 의한 노조 중앙위원회 상황 녹음이 이뤄졌다.”고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회사 간부나 해당팀 차원의 조직적인 행위가 아니라 업무 의욕 과잉으로 빚어진 우발적인 일”이라고 주장했다.KBS 노조는 “24일 오후 안동수 부사장이 노조 사무실에 찾아와 사과한다는 뜻을 전했지만 회사의 최고책임자는 사장이다.”라면서 “24일 집행위원회 회의를 소집해 사측에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에 대해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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