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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로의 아침] AI 판독, 비디오 판독 한계 뛰어넘길

    [세종로의 아침] AI 판독, 비디오 판독 한계 뛰어넘길

    2024년 개봉한 배구 영화 ‘1승’에 나오는 장면이다. 김우진(송강호) 감독이 이끄는 핑크스톰 팀이 블로킹에 성공하자 상대편 감독이 ‘네트터치’를 주장하며 비디오 판독을 요구한다. 선수는 “안 닿았다”고 주장하고, 김 감독도 선수를 가리키며 “얘는 거짓말을 못 해”라고 항변한다. 그러나 상대편 감독은 두 손으로 네모를 크게 그려 보이며 판독을 재촉한다. 해설자는 “오늘 승부 전체를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판독”이라고 설명한다. 판독 결과 네트터치가 선언됐고, 선수는 고개를 떨군다. 기세가 꺾인 김 감독의 팀도 결국 패하고 말았다. 지난 11일 프로배구 V리그 여자부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의 경기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3세트 22-20 상황에서 기업은행 빅토리아의 스파이크가 상대편 선수 카리의 손가락에 맞지 않아 ‘아웃’으로 판정됐는데, 기업은행이 비디오 판독을 요청한 후 ‘블로커 터치 아웃’으로 번복됐다. 강성형 현대건설 감독은 항의하다 경고를 받았다. 이후 경기 분위기가 확 바뀌었고, 2대0으로 앞서던 현대건설은 결국 역전패했다. 비디오 판독을 두고 유독 이번 시즌에 뒷말이 많다. 11일 경기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자, 한국배구연맹은 소청심사위원회를 열고 영상을 정밀 분석했다. 결국 연맹은 당시 심판진의 판정을 ‘오독’으로 결론짓고, 14일 “현대건설 구단과 선수단, 그리고 팬분들께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배구 비디오 판독은 2007~08시즌 도입됐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초이자 세계 배구 역사상으로도 처음이다. 감독관, 심판감독관, 부심까지 3명이 화면을 보고 판독해 결과를 정한다. 2024~25시즌부터는 국제배구연맹 규정에 맞춰 비디오 판독 신청을 세트당 2회로 늘렸다. 비디오 판독을 신청할 때마다 경기 흐름이 끊기는 것은 물론이다. 심지어 전략적으로 이를 이용하는 일도 벌어진다. 누가 봐도 납득할 만한 상황인데, 상대 팀의 상승세를 중단시키려 일부러 비디오 판독을 요청하는 것이다. 필립 블랑 현대캐피탈 감독은 이와 관련, 지난 18일 경기 전 인터뷰에서 “지금 배구연맹의 비디오 판독 시스템은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많은 사람이 관여하고 있다. 심판의 최초 판정을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판독하고 나서 말이 많아진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판독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비디오 판독에 대한 논란이 일 때마다 대안으로 소니사의 ‘호크아이’ 시스템이 거론된다. 2006년 세계 남자프로테니스 경기에서부터 시작했다. 여러 대의 카메라를 통해 공의 위치를 다각도로 점검하고 자체 영상으로 자동 판독해 결과를 송출한다. 그러나 우리 배구 비디오 판독보다 정밀도가 좀더 높을 뿐 결과에 대해 여전히 말이 많다. 무엇보다 비용이 만만찮다. 시설 구축 비용을 포함해 전문 인력 파견 등까지 고려하면 초기에만 20억원 정도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나라 남녀 배구팀이 14개이니, 모두 도입하려면 280억원 이상이 든다. 배구연맹이 시스템 도입 의사를 밝히고도 진전이 없는 이유다. 배구연맹이 이번 비디오 판독의 오독을 막겠다며 발표한 대책들에 눈길이 간다. 문화체육관광부 지원금을 받아 고속 다각도 이미지 분석, 머신 비전 기반 라인 판독, 선수·볼 위치 추적 알고리즘을 적용한 ‘AI 비디오 판독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한다. 이르면 2026~27시즌부터 도입할 예정인데, 연맹은 “호크아이보다 더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나다”고 밝혔다. 연맹 말대로라면 AI 판독은 판정 시비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관중들이 배구를 좀더 즐길 수 있도록 도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국내 업체가 개발을 맡았다는 사실이 반갑다. 호크아이를 넘어 세계적인 수출품으로 자리매김하길 간절히 바란다. 김기중 문화체육부 기자(차장급)
  • 우리금융 창업보육 지원 ‘디노랩’ 부산·경남 발대식

    우리금융 창업보육 지원 ‘디노랩’ 부산·경남 발대식

    우리금융그룹이 혁신 기업에 생산적 금융을 지원하고 지역경제와의 동반성장을 추진하기 위한 ‘디노랩’ 부산 2기와 경남 3기 발대식을 각각 개최했다고 22일 밝혔다. 우리금융 디노랩은 스타트업의 성장지원을 위한 벤처 창업보육 프로그램이다. 전날 발대식을 진행한 부산 2기에는 인공지능(AI) 서류심사 의사결정 솔루션 기업 샌드버그 등 6곳, 이날 발대식을 진행한 경남 3기에는 바이오 연료 소재 개발회사인 케미폴리오 등 7곳이 선정됐다. 우리금융은 디노랩을 통해 현재까지 총 219개 기업에 약 4000억원 규모의 직·간접 투자와 60여 건의 제휴를 연계했다. 옥일진 우리금융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디노랩은 우리금융의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동시에 지역 균형발전에 기여하는 생산적 금융의 핵심 채널”이라고 설명했다.
  • “관광은 생활인구 늘리는 최고의 수단… 강원, 일상에 스며든 여행지로”

    “관광은 생활인구 늘리는 최고의 수단… 강원, 일상에 스며든 여행지로”

    대자연·레저 등 관광 콘텐츠 풍부춘천~속초 고속화 철도 등 급물살강원 전역 연결해 여행 반경 확대 “관광객 숫자만큼 중요한 게 머무는 시간과 소비를 늘리고, 또다시 찾게 하는 것이다. 강원 관광의 양적 성장 못지않게 질적 성장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최성현 강원관광재단 대표이사는 22일 서울신문과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하며 “2025~2026 강원 방문의 해는 강원 관광의 구조와 체질을 견고하고, 건강하게 변화시키는 출발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강원을 한 번 방문으로 끝나는 곳이 아닌 언제든 생각나면 찾는 여행지, 일상에 스며든 여행지로 바꿔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최 대표이사와 일문일답. -강원 방문의 해 선포 뒤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방문객 수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달의 추천 여행지로 선정된 지역에서 뚜렷한 증가세가 나타난다. 전년 동기와 비교했을 때 45% 넘게 늘어난 홍천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강원 방문의 해 기간 관광 수요가 월별, 지역별로 고르게 분산하고 있는 점도 고무적이다. 관광이 균형 발전에 이바지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지역 경제가 선순환하는 토대가 만들어지고 있다.” -강원 관광의 현주소를 짚는다면. “강원은 수도권 접근성이 뛰어나고, 대자연과 레저를 바탕으로 한 사계절 관광 콘텐츠도 풍부하다. 지난해 재단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강원 방문 의향이 있다’라는 응답이 95%에 달했다. 양질의 관광 콘텐츠 개발과 홍보를 더욱 강화한다면 잠재적인 수요를 실제 방문으로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교통망 개선으로 ‘스쳐 가는 관광지’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춘천~속초 고속화 철도, 삼척~영월 고속도로, 용문~홍천 철도 등 굵직한 교통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들이 추진되고 있다. 강원 전역이 촘촘하게 연결되고, 또 종전에는 접근이 어려웠던 곳까지 빠르고 편리하게 오갈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여행 반경이 넓어져 체류형 관광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 교통망 개선은 관광에도 분명한 호재다.” -관광객 유치를 위해 가장 강조하는 점은. “현장에서 답을 찾고 있다.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지적이나 조언은 우리가 세운 전략, 계획에 대한 피드백이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 단순히 듣는 데 그치지 않고 전략과 계획을 수정하거나 새로 수립할 때 반드시 반영한다. 관계 기관과의 협력에도 신경을 많이 쓴다. 관광산업은 어느 한 곳만의 힘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게 지론이다.” -관광산업이 지역소멸을 막는 해법으로 꼽힌다. “생활인구 유입을 통해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방향으로 인구정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인구 절벽 시대에 정주 인구를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생활인구를 늘리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관광이다. 관광을 통해 가장 빠르고, 가장 많이, 가장 저비용으로 생활인구를 증가시킬 수 있다. 관광객이 꾸준히 유지된다면 지역 상권, 일자리, 공공 인프라도 존속된다. 지역 소멸을 막는 것이다.”
  • “주민 삶 가장 편안하게”… AI 혁신도시로 가는 동대문[현장 행정]

    “주민 삶 가장 편안하게”… AI 혁신도시로 가는 동대문[현장 행정]

    문화·교육 등 6대 과제 매주 점검6개과 부서장 참석 “추진력 2배로”새달 6일엔 ‘AI 혁신도시’ 선포식 “추진력을 두 배로 높여 더욱 앞서 나가겠다는 각오로 매주 수요일 주요 과제를 점검해 나가겠다” 이필형 동대문구청장은 지난 21일 구청 기획상황실에서 ‘RH 플랜(Plan) 6’ 중점추진사업부서 주간회의를 열고 “문화·교육·탄소중립·스마트AI·걷기 좋은·꽃의 도시 등 6대 과제를 추진할 것”이라며 “동대문구가 부족한 부분을 확실하게 채워 나가는 시간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RH는 ‘붉은 말(Red Horse)’과 ‘높은 목표(Red High)’의 중의적 뜻이다. 붉은 말의 해를 맞이해 보다 높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았다. 이에 따라 첫 회의 주제도 ‘속도와 실행’으로 정했다. 22일 구에 따르면 회의에는 이 구청장을 비롯해 문화관광과, 교육정책과, 기후환경과, 스마트도시과, 도시경관과, 정원도시과 등 담당 부서장이 참석했다. 각 부서는 6대 과제를 맡아 매주 함께 점검 및 검토 시간을 갖는다. 이 구청장은 “오늘 모인 6개 과는 동대문구의 정체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는 핵심 부서”라며 각 부서의 성과 목표를 점검했다. 문화관광과는 봄꽃 축제와 주민참여형 축제평가단 구성을, 교육정책과는 방학 영어교육 프로그램 ‘외대쌤 영어브릿지’, 교육지원센터 운영, 학교 안전인력 운영 계획을 보고했다. 또 기후환경과는 ‘제2회 넷제로 동아리 성과 전시회’ 등 탄소중립 사업 추진 현황을 공유했다. 특히 스마트도시과는 다음 달 6일 ‘동대문구 인공지능(AI) 혁신도시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선포식에서는 서울시립대·경희대·한국외국어대 등 3개 대학과의 업무협약(MOU) 체결, AI 혁신도시 선포, ‘AI 혁신도시 동대문 거버넌스’ 발족식, AI 전문가 초청 심포지엄 등이 진행된다. 이 구청장은 “영상 등을 활용해 AI가 주민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쉽고 분명하게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시경관과는 거리가게 및 불법 노점 단속·정비 현황, 경동시장 앞 고산자로 환경개선사업 추진 상황, 거리가게 대부료(점용료) 부과 계획을 보고했다. 정원도시과는 간데메공원 리노베이션(새단장), 답십리근린공원 기본계획 용역, 우리동네 매력정원과 한뼘정원 조성 사업을 공유했다. 이 구청장은 “오늘 회의를 시작으로 구의 매력을 가꾸고, 주민이 가장 편안한 도시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강서, 빅데이터로 ‘노약자 무료 셔틀버스’ 노선 개편

    서울 강서구는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높이기 위해 ‘노약자 무료셔틀버스’ 노선을 정비했다고 22일 밝혔다. 올해 개관을 앞둔 어울림플라자와 보훈회관, 그리고 이용 수요가 많은 지체장애인 쉼터와 시각장애인쉼터가 신규 정류소로 추가됐다. 방화3동 주민센터 정류소는 방화역 1·2번 출구로 이동하고 이용이 저조한 등촌주공3단지(등명초), 서울식물원, 탑산초, 공항시장역 3번 출구 등 4개 정류소는 폐쇄해 효율성을 높였다. 이번 노선 개편은 지난해 9월 장애인과 어르신 등의 실제 이용 수요와 동선을 빅데이터로 분석한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현장 검증과 장애인 단체나 장애인복지관, 셔틀버스 이용자 150명의 의견도 종합적으로 반영했다. 전체 2개 노선은 총 44개 정류장을 하루 4회씩 운행한다. 다만 매월 셋째주 목요일과 주말, 공휴일은 운행하지 않는다. 1호차는 기쁜우리복지관, 강서노인종합복지관, 어울림플라자, 화곡역 등 가양·화곡 주요 복지시설과 지하철역을 순회한다. 2호차는 시각장애인쉼터, 강서구수어통역센터, 보훈회관, 송정역 등 마곡·방화권을 연계한다. 구 관계자는 “앞으로도 이용자들의 의견을 세심히 살펴 안심하고 이동할 수 있는 교통복지 서비스를 지속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 목포, 작년 김 수출 역대 최대… 4년 연속 1위

    전남 목포시가 2025년 김 수출액 역대 최고치를 달성하며 김 산업의 경쟁력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시는 지난해 김 수출액이 전년 대비 32% 증가한 1억 7500만 달러(약 2573억원)로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이는 광역지방자치단체를 제외한 전국 기초 지자체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성과로, 특히 마른김 수출액은 4년 연속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우리나라 김은 세계적인 식품으로 자리매김하며 다양한 국가로 수출되고 있다. 지난해 전국의 김 수출액은 11억 3300만 달러(약 1조 6600억원)를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하는 등 김은 대표적인 유망 수출 품목으로 주목받고 있다. 목포시는 김 산업을 지역 핵심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 왔다. 현재 목포 김은 지역 수산식품 수출의 약 97%를 차지할 정도로 대표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2022년 해양수산부 제1호 김 산업 전문기관으로 지정된 목포 수산식품지원센터는 현재 마른김 품질 등급 기준 마련을 위한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에 힘쓰고 있다. 지원센터는 지난해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정을 획득하기도 했다. 올해 11월에는 목포 수산식품수출단지 준공과 함께 마른김 거래소가 시범 운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목포시 관계자는 “목포가 세계 김 시장을 선도하는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 하남 동서울변전소 증설 돌파구?… 광암마을 “이주 전제 수용”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이송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시스템의 핵심 거점인 동서울변전소 증설 사업이 전환점을 맞을 지 주목된다. 변전소 증설 사업은 인접 지역 주민 반대로 수년 째 답보 상태였으나 대체 부지 후보 지역에서 이주 대책 마련을 전제로 유치 의사가 나왔기 때문이다. 22일 경기 하남시 등에 따르면 감일동 북단 광암마을 주민들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수일 내로 동서울변전소 유치 의사를 한국전력에 전달할 예정이다. 이 마을 주민 A씨는 서울신문에 “변전소 인근 주민들과 달리 우리는 이주 대책이 마련된다면 변전소 이전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한전에) 이미 밝혔다”며 “주민 동의를 다시 모아 공식 입장을 전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광암마을은 50여 가구가 거주하는 소규모 마을로, 변전소와는 세종포천고속도로를 사이에 두고 있다. 또 금암산과 수도권제1순환고속도로 서하남 분기점 등에 둘러싸여 외부와 단절된 구조다. 주민들은 인접한 동성학교 부지까지 포함하면 26만여㎡ 규모의 가용 부지가 확보되어 변전소 조성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움직임은 한전이 최근 대체 부지 검토를 공식 언급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한전은 최근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 업무보고 브리핑에서 “광암마을과 천현동 캠프 콜번, 팔당댐 인근 등을 대체 후보지로 검토 중”이라며 “이전 방침이 공식 확정된 건 아니다”고 밝혔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한전이 약 7000억원을 투입해 기존 시설을 옥내화하고 확보된 부지에 HVDC 변환소를 신설하는 국가 전력망 사업이다. 그러나 하남시는 전자파·소음, 주거지 인접 대규모 설비에 따른 시민 불안을 이유로 2024년 8월 인허가를 불허했다. 반면 같은 해 12월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이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한전은 전력망 구축이 장기화할 경우 연간 3000억원 규모의 전력 비용 상승이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대체 부지 후보지 중 캠프 콜번의 경우 도시개발사업을 앞두고 있어 추가 갈등이 우려되나 광암마을은 주민 의사가 비교적 명확해 현실적인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낯선 존재를 향한 공포 극복법… 나도 같은 낯선 존재임을 깨닫기

    낯선 존재를 향한 공포 극복법… 나도 같은 낯선 존재임을 깨닫기

    낯선 존재를 향한 적대와 공포는 본능에 속한다. 하지만 불가피하다고 그저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오늘날 인류가 공멸을 앞둔 이유가 바로 이 적개심 때문이니까. 낯선 것을 어떻게 사랑할 수 있을까. ‘나’조차 누군가에게 낯선 존재라는 당연한 이치를 몸으로 알아차릴 때 사랑의 혁명은 비로소 이뤄질 수 있다. ●美 발표 39년 만에 국내 번역 미국 소설가 옥타비아 버틀러(1947 ~2006)의 소설 ‘새벽’이 마침내 한국어로 번역됐다. 미국에서 1987년 발표된 지 39년 만이다. 버틀러의 ‘제노제네시스 3부작’ 중 첫 번째에 해당하는 작품이다. 출판사 허블은 후속작 ‘성인식’과 ‘이마고’도 곧 출간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1970년대 활동을 시작한 버틀러는 SF문학의 역사에서 전설과도 같은 존재다. 명문대를 나온 엘리트 백인 남성이 주름잡던 당시 SF문학계에 등장해 일대 파란을 일으켰다. 버틀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낮에는 임시직 노동자로 일했고 밤에 야간 전문대학에 다니며 글을 썼다. 흑인 여성으로서 인종·젠더·환경 문제에 집중해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SF소설 세계관을 만들어 냈다. ‘새벽’을 시작으로 하는 ‘제노제네시스’는 이종(異種)을 뜻하는 접두사 ‘제노’(Xeno)와 창세, 기원 등을 의미하는 ‘제네시스’(Genesis)의 합성어다. “우리가 보기에 당신들은… 합의를 이룬 것 같았거든요. 다 같이 죽기로.”(30쪽) ●외계인의 눈으로 인간 조명 소설은 줄곧 외계 생명체의 눈으로 인간을 조명한다. 그들의 시각에서 인간이 지금 세계 곳곳에서 벌이는 행위의 목적은 분명하다. 함께 멸망하는 것. 멸망을 최대한 앞당기는 것. 이야기는 핵전쟁 이후 살아남은 인간 주인공 ‘릴리스’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인류는 자멸의 길을 택했지만, 외계 종족 ‘오안칼리’는 그 중에서 일부를 구조한다. 릴리스도 그중 하나다. 그리고 릴리스를 비롯해 살아남은 인간에게 ‘거래’를 요청한다. 오안칼리에게 거래란 유전자를 교환하는 행위를 뜻한다. ‘배’로 불리는 거대한 생명체를 타고 우주를 떠도는 오안칼리는 새로운 종을 만나면 그들한테서 우수한 유전자를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진화를 거듭했다. 낯선 것을 적대시하는 인간과는 다르다. 오안칼리는 낯선 것에 기꺼이 자신을 내어주고, 그 낯선 존재의 일부를 자기의 것으로 받아들인다. “당신들은 매혹적이에요. 당신들은 두려움과 아름다움의 희귀한 결합이거든요. … 당신들 스스로의 개성과 문화가 곧 당신들이에요. 우리는 그런 것들에도 관심이 있어요. 당신들을 힘닿는 데까지 많이 구하려고 했던 이유도 바로 그거예요.”(274쪽) ●정상성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주인공의 이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릴리스는 성경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고대 유대·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아담의 첫 번째 아내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브가 아담의 갈비뼈에서 창조된 것과 달리 릴리스는 아담과 마찬가지로 흙으로 만들어진 인물이다. 과거 한 인터뷰에서 버틀러는 실제 이 릴리스에서 주인공의 이름을 따왔다고 밝힌 바 있다. 남성에 순종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악마화된 낯선 존재. 버틀러가 자신의 창세기에서 릴리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에는 지금의 문명을 뒤집어서 보겠다는 비판적 메시지가 담겨있다. “난 그때쯤 우리가 뭐가 돼 있을지 궁금해요. 인간은 아니에요. 더 이상 인간은 아닐 거예요.”(351쪽) 오안칼리에는 남성도, 여성도 아닌 제3의 성(性) ‘울로이’가 있다. 두 성을 오가며 중재하는 존재로 그려진다. 릴리스는 울로이 ‘니칸지’를 통해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성별의 이분법에 익숙한 우리는 소설이 쓰인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남(男)과 여(女) 외에 또 다른 정체성을 가진 존재가 우리 사이에 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여기서 ‘퀴어’를 생각한다. 완벽하게 ‘정상적인’ 존재가 존재할 수 있는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모두 어느 정도 ‘퀴어한’ 존재다. 그렇다면 퀴어는 포용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정상성의 신화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누군지 깊이 성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 성찰이 필요한 사회… 다시, 신영복을 읽다

    성찰이 필요한 사회… 다시, 신영복을 읽다

    13인의 시각으로 본 ‘시대의 스승’서구의 존재론 아닌 동양의 관계론관계·연대·공존 중시한 삶과 사상 갈등·혐오·정보의 홍수 속 재조명 “우산을 먼저 보고 비를 나중에 보는 어리석음이 부끄러워지는 계절, 남들의 세상에 세들어 살 듯 낮게 살아온 사람들 틈바구니 신발 한 켤레의 토지에 서서 가을이면 먼저 어리석은 지혜의 껍질들은 낙엽처럼 떨고 싶습니다.” (신영복 서화집 ‘처음처럼’ 중에서) 세계와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로 공부의 방향을 알려주던 ‘시대의 스승’ 신영복(1941~2016)의 타계 10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사상을 다시 한번 톺아볼 수 있는 책이 출간됐다. 신영복은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에 연루돼 20년 20일 동안 영어의 몸이 됐다가 1988년 특별가석방으로 출소, 김대중 정부 당시 사면 복권됐다. 신영복이 쓴 옥중서신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며 뛰어난 한글 서예 솜씨로 ‘더불어숲’, ‘여럿이 함께’, ‘함께 맞는 비’ 등 수많은 서화를 남겼다. 소주 ‘처음처럼’ 글씨로도 유명하다. ‘신영복 다시 읽기’는 신영복의 삶과 사상에 대해 문화학자, 역사학자, 사회학자, 정치학자 등 각기 전공 분야가 다른 학자 13명이 신영복을 해석하고 정리한 내용이 담겼다. 신영복을 읽는 ‘신영복 강의’인 셈이다. 이 책과 더불어 신영복의 모든 말과 글을 망라한 신영복 전집(전 11권)도 함께 출간됐다. 여기에는 신영복이 직접 그린 ‘청구회의 추억’ 그림과 석사 논문, 연보 등이 담겼다. 신영복은 살아생전 상대를 누르고 나의 존재를 강화해야 살 수 있다는 근대 서구 문명의 ‘존재론’을 극복하고 우리가 지향해야 할 새로운 문명 논리를 ‘관계론’이라고 표현했다. ‘더불어숲’은 그의 철학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숲은 다양한 생명이 서로를 인정하고 승인하면서 함께 사는 공존과 연대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신영복은 존재론적 세계관을 극복할 새로운 사상적 담론의 근거를 동양 사상에서 찾았다. ‘논어’에 나오는 ‘군자화이부동’(君子和而不同), ‘소인동이불화’(小人同而不和), ‘군자는 화(和)하되 동(同)하지 않고 소인은 동하되 화하지 않는다’를 신영복은 “군자는 다양성을 인정하며 지배하려고 하지 않고, 소인은 지배하려고 하며 공존하지 못한다”로 해석했다. 그가 말하는 공부는 ‘세계 인식’과 ‘자기 성찰’로 정리된다.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이 공부라는 것이다. 신영복은 머리, 가슴, 발로 이어지는 공부를 ‘가장 먼 여행’이라고 표현한다. 머리는 차가운 이성적 사고로 대상을 관찰하는 것이고 가슴은 애정과 공감이다. 발은 나아가 연대하고 실천하면서 변화하는 과정이다. 공부의 핵심은 변화에 있다. 책을 그저 세 번 읽는 게 아니라 텍스트 그 자체, 저자, 그리고 최종적으로 나 자신을 읽어야 한다는 ‘서삼독(書三讀)’은 사유의 틈을 벌린다. 신영복의 핵심 개념 중 하나인 ‘변방’은 새로운 창조성이 싹틀 수 있는 변화의 공간이 된다. 신영복이 없는 10년 사이 세상은 더 빠르게 바뀌었지만, 갈등과 혐오는 더 짙어졌다. 정보의 홍수로 많은 사람이 더 이상 스스로 생각하지 않고 남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 목소리 큰 누군가의 생각을 자기 생각인 듯 착각한 채 살아가기도 한다. 지금 다시, 신영복이라는 큰 스승의 말과 글이 절실한 이유가 여기 있다.
  • 크고 흰 눈이 그립거든 말없이 오라 태백으로[박상준의 문장 여행]

    크고 흰 눈이 그립거든 말없이 오라 태백으로[박상준의 문장 여행]

    태백역 인근 사슴목장 초록뿔언덕30만㎡ 고원에 사슴 200마리 방목산책길에 보는 이국적 풍경 장관 눈 내린 다음날·잔설 쌓인 날 추천당골광장서 시작되는 하늘전망대 890m 길이·무장애길 초보도 거뜬 정상에서 문수봉·천제단까지 조망 축제 전 미리 보는 눈 조각들 주목올해 주목받는 여행 트렌드 중 하나가 ‘책과 관련한 여행’이라고 합니다. 서울신문은 이에 맞춰 다양한 세대와 트렌드를 아우를 수 있는 을 3주에 한 번 연재합니다. 박상준 여행작가가 책 자체 보다 책 속 한 문장의 ‘정서’에 집중한 콘셉트의 여행법을 선보일 예정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커튼은 닫혀 있고, 누운 채로는 바깥이 보이지 않는데도, 내 주변으로 서름한 빛이 느껴지는 날이 있다. 눈에 보이는 빛이 아니라서 아까 꾸던 꿈이 이어지고 있는가 싶기도 하다. 나는 눈을 천천히 깜이며 그 환상의 빛을 가늠해보다가 문득 이런 확신에 이른다. ‘뭔가 찾아온 거야!’”/한정원, ‘시와 산책’ 중. 그 ‘뭔가’가 찾아오는 서걱서걱한 겨울 아침을 좋아한다. 창가의 눈부심이 햇살만의 수고가 아니란 건 겨울이어서 어렵잖게 알아챌 수 있다. 밤새 내린 눈은 그렇게 반짝인다. 밤하늘의 별과는 다른 빛남일 텐데, 별은 먼 데 있지만 차가운 그것은 그렇게 고요히 우리 곁으로 내려앉는다. ●크고(太) 흰(白) 눈을 찾아서 작가 한정원은 “눈을 발견한 날은, 사랑을 발견한 듯 벅차다”고 했다. 그리고 겨울을 사랑하는 이유가 1번부터 100번까지 눈이라고 덧붙인다. ‘시와 산책’(시간의 흐름, 2020)은 작가가 시를 읽고 산책한 나날의 기록이다. 월러스 스티븐스, 에밀리 디킨슨,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의 시가 작가의 일상에 눈처럼 내려앉는다. 나는 작가가 고른 시의 심상을 더듬어 눈 내린 겨울의 길 위를 같이 산책하고 여행한다. 첫 장 ‘온 우주보다 더 큰’은 온통 눈에 관한 이야기고 사랑에 관한 단상이다. 겨울은 아니어도 작가만큼이나 눈을 좋아하므로, 글 속의 작가처럼 “뭔가”에 눈 뜨는 아침을 소망하고 눈이 거기 있기를 희망한다. 첫눈 같은 사랑 또한 말이다. 물론 환상은 환상일 뿐이다. 올해 겨울 하늘은 유독 야박하다. 눈 내린 날을 손에 꼽는다. 그렇다고 날씨 탓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느지막이 눈을 뜨고 천장을 보며 깜빡이던 아침, 문득 이런 확신에 이른다. 눈이 오지 않으면 눈을 찾아가는 게 겨울을 대하는 여행의 자세일 터. 강원 태백시는 우리가 사랑하는 눈의 고장이다. 이름부터 ‘크다’를 뜻하는 태(太)에 ‘흰색’을 뜻하는 백(白)이지 않은가. 물론 태백이란 지명은 ‘크게 밝다’는 뜻을 가진 태백산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내 멋대로 크고 흰 눈이기도 할 것이라 여긴다. 지난해 3월, 봄 여행 취재를 위해 태백산 하늘전망대에 다녀온 적이 있는데 폭설을 만나 낭패했다. 봄의 일을 하러 가서 겨울을 만난 건 난처했지만 반대로 내심 겨울을 늘려 맞은 것 같기도 해서, 눈 내린 날로 갈무리할 수 있어 뿌듯했다. 매해 눈을 만난 횟수를 헤아린다는 한정원이 보았으면 얼마나 반겼을까. 작가가 못내 아름다웠다고 말했던, 눈이 열한 번이나 온 어느 겨울의 모습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눈 속 사슴의 ‘눈’ 속으로 태백 가는 찻길은 중앙고속도로를 내려서 영월부터 강원도의 오지를 달린다. 도로가 매끈하게 뻗지는 않았지만 웅장한 산세는 무척 감동적이다. 겨울 여행을 사랑한다면 행로에 슬며시 만항재를 끼워 넣어도 좋겠다. 하지만 ‘시와 산책’에 처음 나오는 시가 포르투갈의 시인 페르난두 페소아의 ‘기차에서 내리며’이므로 나도 기차를 탔다. 태백선 기차는 영월의 동강과 정선의 민둥산과 태백의 함백산과 어울려 지난다. 창밖의 굽이와 굽이가 ‘행’이고 기차역은 ‘연’이며 철로는 ‘운율’처럼 다가온다. 시 속의 우연한 만남은 없지만 겨울은 스치는 풍경만으로 깊어 간다. 태백역에 내려서는 사슴목장 초록뿔언덕을 찾는다. 겨울 태백 여행을 위해 간직했던 버킷리스트다. 겨울 눈은 특별하지만 달리 생각하면 그리 특별하지 않기도 하다. 나는 눈 오는 날 아침이면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데 그곳의 설경 역시 아름답다. 잠시 태백산이라 해도 믿을 만큼. 그러니 그 유명한 태백의 겨울이 흔한 겨울 풍경처럼 느껴지는 이가 있을지 모르겠다. 모두가 시인일 수 없고 여행은 일상의 ‘뭔가’보다 ‘특별한 뭔가’를 찾는 것일 때도 있으므로. 초록뿔언덕에선 그 뭔가를 발견할 수도 있겠다. 언덕 위를 거니는 사슴은 이채로움을 넘어 얼마간 이국적이기까지 하다. 나는 처음 찾았던 날부터 언젠가의 눈 쌓인 겨울 풍경을 머릿속으로 그렸다. 30만㎡ 고원에 200마리가 넘는 사슴이 설원 위를 뛰노는 상상을 해보라. 하물며 순백의 겨울 설원이다. 사슴목장은 초록뿔언덕 카페를 지나 입장한다. 건물 1층은 전시 공간을 겸하고 목장을 바라보는 카페는 2층이다. 초록뿔라떼나 초록뿔꽃사슴빵 같은 메뉴는 곧 만나게 될 사슴들의 예고편이다. 카페 바깥에서 전망대까지 난 산책로가 주 행로인데 사슴들은 멀지 않은 기슭에서 멀뚱히 경계하듯 눈을 마주친다. 사람들은 그 대치의 순간이 경이로워 덩달아 숨죽여 멈춰 선다. 그러면 사슴은 때때로 서서히 다가오기도 한다. 목장의 녀석들은 사람이 그리 낯설지 않다. 특히 초록뿔언덕의 마스코트, 200일 된 사슴 소금이는 어릴 적에 부모를 잃고 이상봉 대표가 키워 강아지처럼 몸을 비빈다. 곁에서 눈을 맞출 적에는 매우 반짝이는 건 루돌프의 코가 아니라 눈망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정작 풀을 뜯어 먹고 사는 사슴에게 겨울은 고달픈 계절이다. 조급해한다고 겨울이 서둘러 물러날까. 한정원의 말처럼 “겨울은 겨울의 시간을 다 채우고서야 한동안 떠날 것”이다. 다행히 이 대표가 사슴들의 산타클로스가 되어 준다. 그는 매일 오후 3시, 사슴에게 먹이를 주기 위해 언덕을 오른다. 이 시간은 초록뿔언덕을 찾은 이들에게도 선물 같은 시간이다. 초록뿔언덕에서 방목하는 사슴을 보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닌데 그럼에도 억지할 수는 없으므로 어떤 날은 멀리 한두 마리와 눈 맞추는 일에 그치기도 한다. 적어도 먹이 주는 시간에 찾으면 헛걸음할 일은 없어 사슴과 사람이 각자의 행복을 공유한다. 그날이 눈 내린 다음이거나 잔설이 두텁게 쌓인 경우, 사슴들은 조금 과장하면 북극의 순록처럼 보인다. ●‘눈’으로 즐기는 태백산 명소 사슴과 헤어져 태백산 하늘전망대와 지지리골 자작나무 숲 사이에서 망설인다. 지지리골은 태백이 꼭꼭 숨겨둔 겨울 명소다. 화전민이 살던 시절에는 지지리도 못살아서, 가까운 함태탄광이 흥하던 시절에는 광원들의 고기 굽는 지글지글 소리를 따 이름 붙였다지만, 서정의 오솔길은 경관 못지않은 비밀스런 드라마를 숨겨놓고 있다. 특히 오밀조밀한 길을 지나 길 끝에서 활짝 열리는 숲속 벤치에서는 누구나 눈을 감고 자작나무의 은밀한 속삭임에 귀를 기울인다. 다만 가는 길이 만만하지 않다. 차를 타고서도 좁은 흙길을 제법 올라야 한다. 기차를 타고 나선 나는 못내 엄두를 낼 수 없어 아쉬움을 삼키며 태백산 하늘전망대로 방향을 잡는다. 하늘전망대는 태백산 등산로 초입 당골광장에 있다. 태백산은 유일사에서 올라 천제단, 반재 등을 돌아보고 당골광장으로 내려오는 구간이 가장 유명하다. 당골광장에서 올라 천제단을 보고 다시 당골광장으로 돌아올 수도 있다. 당골 초입은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겨울 사랑이 적극적인 이들은 서둘러 태백‘산’에 오른다. 그들은 “눈은 흰색이라기보다 흰빛”이라던 한정원 작가의 말뜻을 나보다 먼저 이해할까. 전체 길이가 890m인 태백산 하늘전망대와 탐방로는 등산을 벅차하고 산책 삼아 겨울을 즐기는 나 같은 이들에게 알맞다. 휠체어나 유아차 보행이 가능한 무장애길이지만 눈 내린 겨울에는 조심해야 한다. 당골탐방지원센터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완만한 데크 탐방로를 따르는데, 센터 입구에서 문화관광 해설사와 짧은 대화를 나눈다. 겨울 태백을 여행하기 좋은 때는 언제일까요? 지금부터 겨울 내내 좋아요, 같은 뻔한 말이 오가지만 그만큼 태백의 겨울 풍경은 남다르다. 태백산 당골광장에는 눈을 꼭꼭 눌러 담은 커다란 거푸집이 눈길을 끈다. 이달 31일부터 다음 달 8일까지 열리는 33번째 태백산 눈축제를 장식할 눈조각의 원형이다. 거푸집을 해체하면 정육면체의 커다란 눈얼음이 남을 것이고, 작가들은 축제가 열리기 전부터 눈을 조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어떤 과정은 결과만큼이나 흥미로운데 눈얼음을 다듬는 이맘때 모습은 비공식 ‘프리페스티벌’이라 부를 만하다. 눈축제가 끝나면 설날을 전후해서 습설이 내린다. 쉬이 녹지 않은 습한 눈은 단단하게 쌓여 태백 겨울의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리고 태백의 더딘 겨울은 3월에 이르러서도 지난해처럼 폭설로 내리기도 한다. 택시 기사는 태백에서 30㎝ 정도는 눈도 아니라고 했다. 지난해 늦은 겨울에는 갑작스레 내린 폭설로 통리에서 5시간 동안 발이 묶였다며 무용담을 들려준다. 트렁크에는 만약에 대비하기 위한 버너와 라면이 상비돼 있노라고 과장된 몸짓을 섞어가며. ●차가운 눈… 겨울이 가리킨 겨울 하늘전망대는 탐방로 끝에서 좌우로 사열한 소나무 가운데 우뚝 솟아 있다. 몇 차례 크게 나선을 그리며 오르고, 사방의 풍경을 조금씩 소분해서 끌어안는다. 정상에는 제법 매서운 바람이 불고 먼 데 능선에는 태백산 문수봉과 천제단의 파노라마다. 아래쪽 숲에는 석탄박물관의 권양로(석탄을 운반하고 이동하는 통로)가 솟아 눈의 고장이자 광산의 도시라는 걸 다시금 일깨운다. “바람도 좋다, 여기는.” 옷깃을 여미는데 곁에 있던 이들이 나누는 말소리가 들린다. 아, 그렇기도 하겠구나. 도치법을 쓰는 그이 또한 시인이다. 그 말을 듣고 맞는 전망대 정상은 바람이 그저 매섭지만은 않다. 눈이 얼음장처럼 차갑지만은 않은 것처럼. 덕분에 멀리 두던 시선을 끌어오다가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의 우듬지와 그늘 아래 잔설에 눈길이 닿는다. 전망대 높이가 33m이니 나무의 키는 족히 20m가 넘겠다. 이토록 키 큰 나무의 머리 꼭대기, 우듬지를 본 적이 언제였던가? 그제야 뒤늦게 나는 왜 눈이 좋은가 되묻는다. 눈이 좋은 건 그것이 겨울다움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겨울은 겨울의 눈으로 바라봐야 한다. 한정원은 봄의 마음으로만 보면 “겨울은 춥고 비참하고 공허하며 어서 사라져야 할 계절”일 거라 말한다. “행복은 저마다 손금처럼 달라야”하고 “손바닥을 보여주는 일처럼 은밀”해야 하는데 겨울은 그저 시리도록 차가운 눈으로 제 몫의 행복이 있다는 걸 말하고 싶었는지도. 탐방로를 돌아 나오는 길에는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올려다본다. 흐린 하늘은 언제라도 다시 눈이 내릴 태세다. 지금 눈이 내린다면 머리 위 자그마한 숲속 하늘 위로 난분분 내리겠다. 나는 다시 몸을 숙여 눈 한 줌을 쥐어보고는 눈 쌓인 곳을 골라서 걷는다. 손끝에서 찌릿하고 명징하던 그 차가움에 정신이 번쩍 들고, 그것들이 발끝에서 뽀드득하고 말간 소리를 내어 부서질 때, 겨울 산책의 참맛은 다시 한번 눈이라는 걸 깨닫는다.
  • 정부 ‘가자 평화위원회’ 참여 고심… “초청장·헌장 내용 검토”

    정부 ‘가자 평화위원회’ 참여 고심… “초청장·헌장 내용 검토”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는 가자지구 평화위원회 참여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용외교를 추구하는 이재명 정부가 국익 확보를 위해 평화위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22일 기자들과 만나 “최근 미측에서 받은 평화위 초청장과 헌장 내용을 검토하고 있다”며 “평화위가 평화와 안전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 우리가 참여할 경우 그 안에서 어떤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인 판단을 말하기는 이르다”며 “헌장 내용을 양자 측면, 지역 정세 측면, 국제법적 측면으로 다 들여다봐야 하기 때문에 종합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부가 받은 평화위 헌장에는 별도의 가입비는 규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자발적으로 10억 달러(약 1조 4700억원)를 평화위에 기여하면 ‘3년 회원국 임기 제한’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평화위는 가자지구 재건과 통치를 감독할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트럼프 대통령의 주도로 추진되고 있다. 미국은 60개국에 초청장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헝가리, 아르헨티나,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등 20여개국이 참여를 결정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재건 사업에 참여해 이익을 확보하고 한미 동맹의 외연을 확장하는 등 장점이 더 많다”며 “다만 미국이 10억 달러를 강요할 경우 상당한 재정적 부담과 함께 중동 국가들에게 한국이 미국에 너무 치우친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은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외교부는 또 다음달 4일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와 자원 무기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이 개최하는 핵심 광물 장관급 회의에 조현 장관의 참석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평화위 참여 요청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 초청 이유에 대해 “우리는 국민이 통제하고 권력을 가진 모든 국가의 참여를 원한다. 그래야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논란이 있는 사람들도 몇몇 있지만, 이 사람들은 일을 해내는 사람들”이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평화위 참여를 최종 결정한 것은 아니라면서 자국 동결 자산을 활용하자고 역제안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이 평화위에서 임기 제한이 없는 ‘영구 회원국’ 자격을 얻는 조건으로 제시한 10억 달러를 미국 정부가 동결한 러시아 자산에서 지불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에 남은 (나머지) 동결 자산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협정 체결이 마무리된 뒤에 전쟁으로 손상된 지역들을 재건하는 데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정청래 “합당하자” 전격 제의… 조국 “국민 뜻대로”

    정청래 “합당하자” 전격 제의… 조국 “국민 뜻대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조국혁신당을 향해 전격 합당을 제안했다. 6·3 지방선거를 4개월 앞두고 압도적 승리를 견인하기 위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조국 혁신당 대표는 “국민과 당원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답했다. 실제 선거 전 합당이 이뤄지면 선거 구도에도 대대적 변동이 예상된다. 다만 갑작스러운 합당 제안에 따른 여당 내 거센 반발 등은 변수다. 정 대표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혁신당에 제안한다. 우리와 합치자”며 “우리는 이재명 정부 출범을 위한 대선을 같이 치렀다. 이번 6·3 지방선거도 같이 치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두 당의 합당을 위해 조속히 실무 테이블이 만들어지길 바란다”며 “혁신당의 화답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에 조 대표는 정 대표의 합당 제안 40분 뒤인 오전 10시 30분쯤 전북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날 오후 정 대표와 만나 합당 제안 내용을 전달받았다며 “갑작스럽지만 제안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기에 최고위원들과 숙고했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란 목표에 동의한다면서도 혁신당은 민주당이 말하지 않는 진보적 미래 과제(정치개혁, 개헌 등)도 독자적으로 추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마음과 뜻이 가리키는 방향에 따라 논의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의 조속한 개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혁신당은 23일 의총, 26일 당무위를 열기로 했다. 혁신당 핵심 관계자는 “여기에서 정리가 되면 그게 기본 방향이 될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대표 제안을 수락했기 때문에 당내 절차에 들어갔다고 본다”며 “긍정적 응답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정 대표가 혁신당에 ‘당대당 합당’을 전격 제안한 걸 두고 여권에선 수도권, 충청권 등 격전지를 비롯해 호남 등에서의 표 분산을 막겠다는 정치적 셈법이란 평가가 나온다. 혁신당의 지지율이 아직까진 저조해 민주당과의 합당 효과가 수치로 나오진 않더라도 범여권 후보 간 경쟁을 피할 수 있고 일부 지역에선 서로 윈윈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발표된 전국지표조사(NBS,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 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참조)를 보면 혁신당 전체 지지율은 3%에 그치나 호남과 부산·울산·경남(PK)에선 각각 6%, 5% 지지율을 기록했다. 민주당 입장에선 합당을 통해 ‘호남 약진’, ‘부울경 영향력 흡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셈이다. 조 대표도 ‘기호 1번’을 달고 서울·부산시장 등 광역단체장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추후 여당의 대권 주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당내에선 반발과 우려, 지지 의견이 뒤섞이며 온종일 술렁였다. 강득구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 아침 한 대 얻어맞은 듯한 큰 충격을 받았다. 최고위를 거수기로 만들고, 대표 결정에 동의만 요구하는 방식은 민주적인 당 운영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언주 최고위원은 JTBC에 출연해 “일종의 날치기였다”며 “전 당원대회를 열어서 당 대표의 진퇴도 묻는 게 맞다”고 직격했다. 반면 김영진 의원은 의원총회에서 “합당을 제안한 거지, 합당하기로 했다고 발표한 게 아니지 않느냐. 원래 당대당 합당은 대표가 고독하게 결단해서 제안하는 것”이라며 오히려 더 빨랐어야 된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지도부는 조 대표가 지난해 8월 사면 이후 정치에 복귀한 시점부터 정 대표와 여러 차례 교감이 있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저는 오늘 합당 제안을 한 것”이라며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뜻에 따라 당의 길이 결정된다”고 했다.
  • 李대통령 ‘L자 들어간 주식’ 언급… ‘LS 중복상장’ 때렸다

    李대통령 ‘L자 들어간 주식’ 언급… ‘LS 중복상장’ 때렸다

    李, 중복상장 관련 기사 직접 언급“미국에선 이런 것이 허용 되겠나”LS그룹 중복상장에 제동 가능성 이재명 대통령이 22일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 특별위원회 의원들과의 오찬에서 LS그룹 사례를 두고 ‘중복 상장’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 속에서 비상장 증손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LS그룹의 중복 상장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커졌다. 특위 소속 한 의원은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L 들어간 주식은 안 사’라는 제목의 언론 보도를 두고 ‘아직도 이런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면서 “중복 상장에 대해선 ‘미국에선 이런 게 허용이 되겠냐’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이에 특위 소속 의원들은 “우리도 미국식으로 이중 상장이 되면 그 상장 회사 주식을 모회사의 주주들에게 30% 이상 범위 내에서 배정하는 개정안이 나와 있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위 위원장인 오기형 의원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엄격하게 처리하자는 논의가 있었다”고 했다. 최근 LS그룹의 중복 상장 추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LS가 비상장 증손회사인 에식스솔루션즈의 상장을 추진하자 LS소액주주 연대가 거래소에 상장 예비심사 불승인을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중복상장을 하면 모회사 소액주주의 지분 가치가 희석되는 등 주주가치 훼손될 우려가 있어서다. 이 대통령은 전날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갑자기 떼서 분리상장해서 알맹이를 쏙 빼가더라. 내가 송아지 밴 암소를 샀는데 송아지 주인이 남이다”라며 분리상장을 국내 증시 저평가 이유 중 하나로 거론했다. 이 대통령과 특위 위원들은 자사주 의무 소각 등을 담은 ‘3차 상법 개정안’의 신속한 추진에도 뜻을 모았다. 당초 이번 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논의될 예정이었으나 여야 대치 속에서 불발됐다. 오 의원은 “조속히 하자는 공감이 있었다”고 했다. 특위 소속 이소영 의원이 대표 발의한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상속세 절감을 목적으로 상장사 주가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행위를 규제하는 내용으로 이 대통령도 적극 공감했다고 오 의원은 전했다.
  •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남성 본위에 맞선 여자들의 이야기

    “오 주여, 한번 여자가 되어 보세요”… 남성 본위에 맞선 여자들의 이야기

    “당신이 세상을 다시 만든다면, 다시 여자와 남자를 창조한다면, 경험 없는 풋내기 도공처럼 하지 마세요. 여자로서 지상에 내려와 보세요, 프라부(신을 뜻하는 산스크리트어)!” 단편소설집 ‘하트 램프’의 맨 마지막 문장이다. 언뜻 절규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옷소매 걷어붙이고 쏟아내는 거친 댓거리나 비난, 야유처럼 와닿기도 한다. 총 12편의 단편소설 속에 수많은 명문이 담겨있지만 이 책의 성격을 무엇보다 간명하게 드러내는 건 바로 이 문장이지 싶다. 핍진한 여성서사를 신파조가 아닌, 잔인할 정도의 솔직한 유머로 그려낸다는 것 말이다. ‘하트 램프’는 지난해 부커상을 받은 작품이다. 관례를 깨고 장편이 아닌 단편소설집에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듣도 보도 못한 인도 남부 카르나타카주의 공용어인 칸나다어로 쓴 걸 영어로 옮겼다는 것도 화제였다. 따지고 보면 2024년에 우리 한강 작가에게 수상의 영예를 안긴 ‘채식주의자’ 역시 한글로 쓴 첫 사례다. 책의 무대는 인도 남부의 가부장적 이슬람 공동체다. 여기 여성들은 ‘나’로서 주체적인 삶보다 딸, 아내, 며느리, 어머니 등의 전통적이고 고루한 역할만 강요받는다. 작가는 작품 하나하나에 억압과 소외로 점철된 이곳 여성의 일상을 풍자적이면서도 신중한 문장으로 그려낸다. 작가 바누 무슈타크(83)는 소설가이자 변호사, 활동가이기도 하다. 1970~80년대엔 인도 남부의 저항 문학 운동 ‘반다야 사히티야’의 핵심 여성 작가였다. 그는 법정에서 여성의 현실을 목격했고, 거리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가 만들어낸 소설 속 서사는 허구지만, 그 속에 현실의 뼈대가 단단하게 자리한 이유다. 책에 담긴 열두 편의 단편은 저자가 33년 동안 쓴 50여 작품 중 일부다. 이를 선별해 재구성한 이는 인도의 작가이자 번역가인 디파 바스티다. 그러니까 바누 무슈타크가 작곡하고 디파 바스티가 편곡한 여자들의 노래라고 보면 틀림없을 것 같다. ‘하트 램프’는 중의적 표현이라 여겨진다. 등불처럼 빛나는 회복력과 의지, 연대 의식에 관한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언제든 꺼질 수 있는 연약한 존재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 속 여자들은 거대한 변혁을 시도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살아남아, 다음 세대로 건네며, 마음의 등불을 지켜낸다. 작가는 수상 소감을 통해 “인간 경험이라는 태피스트리(직물 공예)에서 한 올 한 올의 실은 그 직물 전체의 무게를 지니고 있다”며 “이 책은 어떤 이야기도 결코 작지 않다는 믿음에서 태어났다”고 역설했다.
  • “아이 휴대전화 개통 못 해”… 23년째 ‘증명서’ 챙기는 위탁부모[가정위탁, 국가 책임으로]

    “아이 휴대전화 개통 못 해”… 23년째 ‘증명서’ 챙기는 위탁부모[가정위탁, 국가 책임으로]

    학교·은행·병원·관공서, 증명 요구서류 뗄 때마다 공무원에게 설명‘법적 권한’ 임시후견인 자격 1년뿐육아 휴직·직장 어린이집 등 소외등본엔 동거인… 재혼 가정 오해도72% “다른 아동 재위탁 의사 없어” “장난감도서관에서 장난감 하나 빌리려 해도 위탁가정 증명서를 내야 해요.” “육아휴직까진 바라지 않아요. 정말 힘들 때 아이를 잠시 맡길 곳 하나만 있었으면 좋겠어요.” 2003년 가정위탁제도가 전국으로 확대된 지 올해로 23년째다. 그러나 현장에서 위탁가정은 여전히 ‘가족’이 아니라 ‘설명해야 하는 관계’에 가깝다. 병원·학교·은행·공공기관을 오갈 때마다 아이와의 관계를 증명해야 한다. 친부모 동의 없이는 아이 명의의 통장이나 휴대전화 개통조차 쉽지 않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자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제도는 아직 일상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위탁부모 이현정(52) 씨는 아이와 은행에 갈 때마다 긴장한다. 이 씨는 22일 “아이 통장 하나 만들려 해도 친부모가 아니라는 이유로 요구하는 서류가 한둘이 아니고 은행마다 기준도 다르다”며 “중학생만 돼도 카카오뱅크 같은 인터넷 은행을 쓰는 데 우리 아이만 못 쓴다. 아이 입장에선 그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했다. 이런 불편을 줄이기 위해 국회는 최근 아동복지법을 개정해 올해 6월부터 위탁부모에 ‘임시후견인’ 자격을 부여했다. 최대 1년간 아이 명의 통장 개설과 휴대전화 개통, 병원 치료·수술 동의, 전학 등 학교 행정 절차를 친부모 동의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위탁부모에 일부 법적 권한을 처음 인정한 조치다. 그러나 현장 반응은 냉담하다. 위탁부모 남원숙(53) 씨는 “아이를 1년만 키우는 것도 아닌데 해야 할 일을 1년 안에 몰아서 해두라는 말처럼 들린다”며 “언제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한시적 권한은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행정 현장에서 겪는 어려움도 여전하다.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조차 가정위탁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민원 창구마다 같은 설명을 반복해야 한다. 이 씨는 “뭔가를 얻으러 온 사람처럼 대하는 데다, 간단히 처리할 수 있는 일도 ‘모른다’는 말부터 하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아이 일을 대신 처리할 때마다 위탁가정 증명서를 매번 떼야 하는 것도 큰 부담”이라고 했다. 그는 “장애인등록증처럼 위탁가정임을 한 번에 증명할 수 있는 카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수년째 요구했지만 달라진 게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발급 과정에서도 위탁부모들은 아동의 보호자로 인정받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 부모처럼 아이를 키우고 있어도 민법상 혈연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종 복지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장애 아동을 돌보는 위탁부모는 차량 이용이 필수지만, 장애인 자동차 스티커를 발급받지 못한다. 법이 장애인의 ‘부모’에게만 발급을 허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탁 아동을 여러 명 돌봐도 다자녀 혜택은 적용되지 않고, 육아휴직이나 직장어린이집 이용도 허용되지 않는다. 돌봄 공백이 생기면 그 부담은 예외 없이 위탁가정의 몫이 된다. 이 씨는 “기간제 공무원으로 일하며 위탁 아동을 돌봤지만 육아휴직은커녕 자녀 돌봄 휴가도 쓸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런 제도 공백 속에서 위탁가정을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위탁부모 이현주(59) 씨는 “집안 행사나 개인 사정이 있어도 아이를 맡길 곳이 없다”며 “부모도 숨 돌릴 시간이 있어야 버티는데, 제도도 부족하고 위탁부모끼리 기댈 수 있는 자조모임도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발달장애 아동을 돌보는 위탁부모들은 아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한 신체 접촉을 겪기도 한다. 이 과정이 학대로 오인되면 책임은 고스란히 위탁부모 몫이 된다. 책임은 크지만 위탁부모를 보호할 제도적 장치는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무신경한 제도는 아이에게 상처를 남긴다. 이현주 씨는 “아이와 성이 다른데다 등본에 ‘세대원’이 아니라 ‘동거인’으로 표시돼 학교에서 재혼가정으로 오해받는 일이 잦다”며 “매번 담임 교사를 찾아가 위탁가정이 무엇인지부터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동거인 표기가 위탁 아동에게 낙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으며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제3차 아동정책기본계획(2025~2029)에서 위탁가정을 새로운 가족 형태로 인정하고 아동 양육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위탁부모의 직장어린이집 이용은 교육부가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고, 장애아동 위탁부모에 대한 장애인 자동차 스티커 발급도 복지부가 추진하고 있다. 다만 육아휴직은 사업장 지원 문제 등이 얽혀 있어 논의 진척이 더딘 상황이다. 서울신문이 입수한 아동권리보장원의 ‘2025 가정위탁 만족도 조사’에 따르면 위탁부모 1616명 중 72.2%는 향후 다른 아동을 다시 위탁할 의사가 없다고 답했다. 응답자 1512명 가운데 231명(15.3%)은 후원 정보나 아동 자립 지원 정보 등 기본적인 안내조차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친부모조차 돌보지 못한 아이들이기에 제도 개선은 더디다. 그럼에도 위탁부모들은 아이를 ‘마음으로 낳은 가족’으로 받아들인다. 이현주 씨는 “우리 집이 가장 힘들 때 아이가 왔는데, 그 뒤로 웃음이 많아졌다”며 “우리에게는 천사 같은 아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끝까지 책임지고 싶다”고 말했다.
  • 쿠팡 미국 투자사, 차별 대우 조사 요구…관세 등 보복 가능(종합)

    쿠팡 미국 투자사, 차별 대우 조사 요구…관세 등 보복 가능(종합)

    쿠팡의 미국 투자사 2곳이 한국 정부가 쿠팡에 대해 차별적인 대우를 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에 조사와 조치를 요청하는 청원을 제기했다. 로이터 통신은 22일 쿠팡 투자사 그린옥스와 알티미터가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한국 정부의 쿠팡에 대한 차별 조치를 조사하고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들 쿠팡 투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 중재 신청도 제기했다. 한국 법무부는 “국회와 행정부 등이 전방위적으로 쿠팡을 겨냥하여 진상 조사 등 각종 행정처분과 위협적인 발언을 하였고, 이는 FTA의 공정·공평대우 의무 등을 위반한 것”이란 내용의 의향서를 제출받았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제투자분쟁대응단’을 중심으로 적극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1월 30일 쿠팡에서 3300만명의 한국 소비자 개인 정보가 유출된 이후 국회 청문회 및 광범위한 수사와 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쿠팡 투자사들은 한국 정부의 조사가 쿠팡의 사업을 마비시켰고 노무, 재정, 세관 등에 대한 광범위한 조사는 소비자 개인 정보 유출과 관련이 거의 없다고 주장했다. 그린옥스를 대리하는 법률회사 코빙턴 측은 “한국 정부의 대응이 우리의 투자를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혔다. 뉴욕 증시에 상장한 쿠팡의 주가는 지난 11월 정보 유출 사건 이후 약 27% 폭락했다. 쿠팡 투자사들의 요청은 한미무역협정에 따라 90일간의 냉각기간을 거치며, 미 무역대표부 역시 공식 조사 여부를 결정하는 데 최대 45일의 시간이 걸린다. 이후 공개 의견 수렴, 청문회, 한국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한 관세 부과 등과 같은 미국 정부의 보복 조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린옥스는 2010년부터 쿠팡의 이사로 활동 중인 닐 메타가 창업한 회사로 약 14억 달러(약 2조원) 규모의 쿠팡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23년 쿠팡은 그린옥스와 함께 5억 달러에 ‘고급 패션의 아마존’으로 불리는 패션 플랫폼 파페치를 사들였다.
  • 광주시, 소상공인 특례보증 역대 최대 2000억 시행

    광주시, 소상공인 특례보증 역대 최대 2000억 시행

    광주시가 경영 위기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올해 소상공인 특례보증 사업을 역대 최대 규모인 2000억원으로 확대해 추진한다. 이는 지난해 1700억원보다 300억원이 늘어난 규모로, 경제 한파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광주시는 22일 시청 비즈니스룸에서 광주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NH농협은행, 신한은행, 카카오뱅크, 우리은행 등 7개 금융기관 및 광주신용보증재단과 ‘2026년 소상공인 특례보증 지원 협약’을 체결했다. ‘소상공인 특례보증’은 광주시와 금융기관이 광주신용보증재단에 출연금을 조성, 담보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에게 저금리로 대출과 이자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광주시는 사업 추진을 위해 출연금 41억원과 이자지원금 68억원 등 총 109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 올해는 광주시와 은행권이 총 144억원을 광주신용보증재단에 출연해 상반기 1500억원, 하반기 500억원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보증을 제공한다. 상반기 보증 규모 가운데 500억원은 도시철도2호선 인접 23개 동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을 위해 지원한다. 광주시는 소상공인의 금융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대출 실행일로부터 1년간 대출금리의 3~4%에 해당하는 이자를 지원한다. 중·저 신용자(신용평점 839점~350점)는 1%를 추가 지원해 최대 4%까지 이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이번 소상공인 특례보증 융자 지원 대상자는 유흥·도박·사행성 업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광주지역 소기업·소상공인 모든 업종이다. 대출은 광주신용보증재단의 심사 및 보증을 통해 담보 없이 가능하며, 신용점수 350점 이상의 소상공인은 협약 금융기관을 통해 최대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대출을 신청할 수 있다. 상환 방식은 일시 상환 또는 1년 거치 후 2년·4년·6년 분할 상환 중 선택 할 수 있다. 대출 금리는 변동금리로 단기 코픽스+1.5~1.6% 또는 CD 금리(91일)+1.5~1.6%이며, 보증수수료는 연 0.7%이다. 광주신용보증재단은 올해부터 신청·심사·보증서 발급까지 전 과정을 비대면으로 운영하고, 자동 심사 제도를 도입해 신속한 보증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소상공인 특례보증은 26일부터 보증 한도 소진 때까지 시행한다. 특례보증 희망자는 광주신용보증재단 누리집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 후 ‘보증드림’ 앱을 통해 재단 방문 없이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 오영걸 경제창업국장은 “이번 특례보증 확대가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상공인의 경영 안정에 버팀목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금융 지원을 비롯한 현장 중심의 정책을 통해 민생경제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 美 쿠팡 투자사들 “한국 정부가 차별적 대우” 조사 요청

    美 쿠팡 투자사들 “한국 정부가 차별적 대우” 조사 요청

    쿠팡의 주요 미국 투자사인 그린옥스와 알티미터는 22일(현지시간) 한국 정부의 차별적 대우에 관해 미국 정부에 조사를 요청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들 투자사는 미국 무역대표부(USTR)에 조사를 요청하면서, 필요시 관세 등 기타 제재를 포함한 “적절한 무역 구제 조치”를 부과해 줄 것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들 투자사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한국 정부를 상대로도 중재 신청을 제기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들은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이후 한국 당국이 쿠팡을 겨냥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으며,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수십억 달러의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한국 정부의 대응이 일반적인 범위를 훨씬 넘어섰다는 게 양 투자사의 입장이다. 앞서 지난해 11월 쿠팡에서는 약 3370만건의 개인정보가 무단으로 노출되는 초유의 보안 사고가 일어나 우리 정부가 전문가들과 함께 조사를 진행 중이다.
  • (영상) 일본의 충격적인 로봇 기술 수준…현대차 아틀라스와 비교해보니 [핫이슈]

    (영상) 일본의 충격적인 로봇 기술 수준…현대차 아틀라스와 비교해보니 [핫이슈]

    일본의 한 로봇 개발 스타트업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공개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도넛 로보틱스사가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시나몬 1’(Cinnamon 1)은 특허 기술을 적용한 양산형 이족 보행 로봇이다. 이 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로봇을 손동작으로 제어할 수 있는 ‘무음 제스처 제어 기능’이 탑재됐다는 점이다. ‘말없이 감정을 전달한다’는 개념을 바탕으로 개발된 해당 기능은 손과 손가락 움직임만으로 로봇에 명령을 내릴 수 있다. 공항이나 건설 현장, 공장 등 시끄러운 장소나 아이들이 조용히 잠든 집에서 사람들이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 로봇에게 음성 명령을 전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작된 로봇이다. 애초 도넛 로보틱스는 사람과 소통하는 서비스 로봇 기술을 개발하고, ‘시나몬’이라는 이름의 안내·통역용 로봇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번에 공개된 ‘시나몬 1’은 사람처럼 두 발로 움직이고 AI를 탑재했다는 특징이 있다. 도넛 로보틱스는 “전 세계적으로 난청을 겪는 사람이 약 4억 3000만 명에 달하는데, 이 로봇의 기술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도 편리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지속하며 로봇의 진화가 사회에 더욱 깊게 기여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오노 야스스케 도넛 로보틱스 대표는 “공사 현장 등에는 소음이 있기 때문에 말을 걸어도 로봇이 반응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손으로 사인을 하면 목소리를 사용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연내에 건설 현장에서 실험을 개시해 수년 내에 휴머노이드가 사람에게 짐을 전달하는 등의 역할을 해낼 수 있게 하겠다”고 덧붙였다. 손짓하자 다가오고, 손바닥 펴자 멈칫현지 언론에 공개된 영상을 보면 사용자가 팔을 휘둘러 다가오라는 표시를 하자 로봇이 가까이 다가온다. 손바닥을 펼치고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자 다가오던 걸음을 멈추기도 한다. 로봇에게는 흰색 옷이 입혀져 있어 관절 부위의 움직임은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다만 마치 춤을 추는 듯 팔꿈치 부위를 구부렸다 펼치거나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인다. 로봇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최근 전 세계에서 속속 공개되는 휴머노이드 로봇과는 다소 온도 차가 있어 보인다. 특히 최근 현대차그룹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와 비교했을 때 상당한 수준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과 그룹의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가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는 사람과 거의 유사하게 걷고 움직여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당시 AP통신은 “아틀라스의 시연은 실수나 부족함 없이 아주 뛰어났다”고 평가했고, 프랑스 보도채널 유로뉴스는 “처음으로 공개 시연된 아틀라스는 더는 프로토타입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했다”며 “현대차그룹이 아틀라스를 통해 인간의 육체적 작업을 줄여주고, 신체적 부담을 경감시켜 인간-로봇 협업환경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테크 전문 미디어 테크레이더는 “아틀라스는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휴머노이드 로봇 중 하나”라고 평가했고, 미국의 IT 전문매체 버지는 아틀라스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옵티머스와 경쟁할 모델이라고 전했다.
  • “의사가 준 흔한 ‘이 약’ 먹었더니”…피부 87% 녹고 영구 실명한 30대女

    “의사가 준 흔한 ‘이 약’ 먹었더니”…피부 87% 녹고 영구 실명한 30대女

    미국의 한 30대 여성이 의사에게 처방받은 흔한 항경련제를 복용한 뒤 피부 대부분이 녹아내리고 시력을 잃는 충격적인 일을 겪었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SJS)이라는 희소 질환에 걸린 탓에 그는 시력을 잃었으며 평생 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19일(현지시간) 더선에 따르면, 미국 시카고에 사는 에밀리 맥앨리스터(30)가 병원에서 항경련제 라모트리진을 처방받은 건 지난 2022년 9월이었다. 라모트리진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매우 흔하게 처방되는 약물 중 하나다. 주로 뇌전증 치료에 사용되며 조울증에도 처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약을 먹은 지 16일 만에 맥엘리스터의 눈은 건조해졌고 얼굴도 붓기 시작했다. 다음 날 그는 갑자기 방향 감각을 잃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얼굴에 큰 발진이 생기더니 몸통까지 번졌다. 당시 약물 남용 상담사로 일하던 맥앨리스터는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의사들은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으로 진단하고 그를 중환자실로 옮겼다. 이 희소 질환은 면역체계가 건강한 피부와 점막, 생식기, 눈을 공격하는 것이 특징이다. 통상 독감 같은 증상으로 시작돼 피부에 붉은색이나 보라색 발진이 퍼지면서 물집이 잡힌다. 점막과 생식기, 안구에도 같은 증상이 나타난다. 발열과 원인을 알 수 없는 통증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맥앨리스터의 얼굴 피부는 썩어 들어가며 벗겨지기 시작했다. 감염 위험이 매우 컸다. 의료진은 그녀의 피부를 최대한 살리려 애썼다. 하지만 맥앨리스터는 결국 피부의 87%를 잃었다. 2022년 이후 시력 회복을 위해 눈 수술을 6번 받았고, 줄기세포 이식과 침샘 이식, 자궁 수술도 3차례 받았다. 양쪽 눈 모두 법적 실명 판정을 받은 맥앨리스터는 약물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을 촉구했다. 맥앨리스터는 “왼쪽 눈은 아예 시력이 없고 오른쪽 눈은 특수 콘택트렌즈를 껴서 조금 도움이 되지만 여전히 법적 실명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 약물은 많다. 가장 흔한 약물로는 페니실린, 간질과 신경통에 쓰이는 라모트리진 같은 항경련제, 설파메톡사졸과 설파디아진 같은 특정 설폰아마이드계 항생제다. 이부프로펜 같은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스티븐스-존슨 증후군을 유발할 수 있다. 그녀는 “이런 부작용을 일으키는 약은 애초에 존재하면 안되는 게 아닌가”라며 “불행히도 이전 삶으로 돌아갈 순 없지만 딸이 자라는 걸 지켜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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