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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농구 대참사로 신고식 마줄스 감독 “슛 성급하게 시도했다”

    한국 농구 대참사로 신고식 마줄스 감독 “슛 성급하게 시도했다”

    2019년 이후 8년 만에 2027 국제농구연맹(FIBA) 농구 월드컵 본선 진출에 도전하는 대한민국 농구 대표팀이 대만에 유례없는 참패를 당했다. 대표팀에 새로 부임한 니콜라이스 마줄스 감독은 첫 경기부터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한국은 26일 대만 신베이시 신좡 체육관에서 열린 2027 FIBA 농구 월드컵 아시아예선 1라운드 B조 3차전 대만과의 경기에서 65-77로 패했다. 그간 한국은 대만과 아시아컵 상대 전적 10승 2패로 절대 우위에 있었지만 두 자릿수 점수 차 패배는 처음이다. 2009년 졌을 때는 5점, 1995년 졌을 때는 1점 차이였다. 대만의 귀화 선수이자 키 213㎝ 브랜든 길베크의 존재감이 대단했다. 길베크는 수비 리바운드 11개, 공격 리바운드 5개로 총 16개의 리바운드를 기록했고 18점도 넣었다. 한국은 이승현이 10리바운드로 분전했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한 자릿수 리바운드에 그쳤다. 그나마 경기 막판 리바운드를 조금 더 따냈으나 이미 승부의 추가 기운 뒤였다. 이현중이 3점슛 3개 포함 18득점, 유기상이 13득점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선수가 한자릿수 득점에 그친 것도 뼈아팠다. 특히 주득점원인 이현중이 4쿼터 4분 6초를 남기고 퇴장당하며 사실상 승부는 끝났다. 마줄스 감독은 최고 무기인 유기상을 전반전 내내 벤치에 두는 등 이해하기 어려운 선수기용으로 패배를 자초했다. 야심 차게 젊은 선수를 앞세웠지만 경험 부족도 드러났다. 기대했던 에디 다니엘은 2점, 문유현은 4점, 신승민은 5점에 그쳤다. 한국은 이날 전체 필드골 성공률 32%, 3점슛 성공률 24.2%에 그치는 빈공에 허덕였다. 마줄스 감독은 경기 뒤 “원하는 만큼 공을 충분하게 움직이지 못했다”면서 “어시스트와 턴오버의 균형도 좋지 않았다. 슛을 성급하게 시도해 상대의 역습과 속공을 제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돌이켰다. 이현중 역시 “감독님 말씀대로다. 경기를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면서 “처음부터 나를 포함해 선발로 나선 5명이 빠르게 슛만 쏘려고 했다. 팀 농구를 하지 않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문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패배의 책임을 자신에게로 돌렸다. 한국은 2승1패로 B조 2위 자리를 유지했다. 1위 일본과 승패는 같지만 득실에서 밀린다. 이제 한국은 오키나와로 이동해 3월 1일 일본을 상대한다. ‘3·1절 더비’를 앞둔 일본 역시 이날 중국전에서 전반전 우세를 지키지 못하고 조직력이 무너지며 중국에 80-87로 졌다. 두 팀으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한판이다.
  • K 빅리거 ‘완전체’… WBC 뒤흔든다

    K 빅리거 ‘완전체’… WBC 뒤흔든다

    이정후·김혜성 ‘불방망이’ 기세싱커볼 투구에 강한 더닝 기대 존스, 좌투수 공략 활용도 높아위트컴, 한 방 필요 때 대타 기용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에 출전하는 한국 대표팀에 현역 빅리거들이 합류하기로 하면서 완전체 전력을 눈앞에 두게 됐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는 현역 메이저리거들이 출전할 수 있는 유일한 국제 야구대회인 만큼 빅리그 경험이 있는 한국인 메이저리거들의 활약에 거는 기대가 크다. 류지현 감독이 이끄는 WBC 대표팀에는 5명의 MLB 선수가 합류한다. 이정후(2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김혜성(27·로스앤젤레스 다저스) 그리고 어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선수 데인 더닝(32·시애틀 매리너스), 저마이 존스(29·디트로이트 타이거스), 셰이 위트컴(28·휴스턴 애스트로스)이 주인공이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류 감독도 잘 아는, 계산이 서는 카드다. 비록 짧은 시즌이긴 하지만 MLB에서 다른 선수들을 상대했던 경험을 한국말로 전해줄 수 있다는 점도 대표팀의 큰 자산이다. 이정후는 27일 일본 오사카로 이동해 대표팀에 합류하고 김혜성은 28일 합류할 예정이다. 시범경기에서도 연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감이 크다. 이정후는 26일(한국시간) 밀워키 브루어스를 상대로 3번 타자 우익수로 선발 출전해 3루타 포함 3타수 2안타 1타점으로 불방망이를 휘둘렀다. 시범경기 타율도 0.333에서 0.417로 끌어올렸다. 김혜성도 이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 1번 타자 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1득점 2도루를 기록했다. 시범경기 타율은 무려 5할이다. 더닝과 존스, 위트컴은 상대적으로 낯선 전력이라는 점에서 이들의 활약과 활용이 성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더닝은 대표팀의 유일한 현역 빅리그 투수로서 가치가 크다. 빅리그 통산 6시즌 동안 136경기를 뛰며 593과3분의1이닝 28승32패 평균자책점 4.44로 건실한 성적을 거뒀다. WBC 중계를 맡은 송재우 해설위원은 “더닝은 우리 투수들이 안 던지는 싱커볼을 던지는 투수”라며 “선발로 짧게 던질 수도 있고 땅볼 유도를 잘하는 선수라 병살이 필요할 때 이 선수를 활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존스는 좌투수 공략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2025 시즌 좌투수 상대 타율 0.288 OPS(출루율+장타율) 0.970, 우투수 상대 타율 0.280 OPS 0.797로 소속팀에서도 주로 좌투수 공략용으로 활용된다. 한국에 ‘좌승사자’로 군림했던 대만 좌완 린위민(23)처럼 한국을 겨냥한 좌완 선발이 나올 경우 활용도가 높다. 위트컴은 다른 두 선수에 비해 빅리그 경험은 적지만 한방을 기대할 수 있는 선수다. 송 위원은 “위트컴은 한방이 매력인 선수”라며 “분위기를 바꿔야 할 때 대타로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 경산 3년 만에 신축… ‘쿼드러플 공세권’ 황금 입지에 줄 섰다

    경산 3년 만에 신축… ‘쿼드러플 공세권’ 황금 입지에 줄 섰다

    평일 개관 첫날, 1시간 전부터 대기‘경산의 센트럴파크’ 상방공원 인접KTX경산역·경안로 등 우수 교통망풍부한 생활 인프라·교육 여건 갖춰 “나이 70살에 바리스타 자격증 따서 아르바이트하는데 오늘 다 빠지고 여기 왔잖아요.” 대구 수성구 사월동 ‘경산 상방공원 호반써밋 1단지’ 견본주택을 찾은 이성희(71)씨는 26일 오전 11시로 예정된 공식 개관이 한 시간도 더 남았지만 “우리 지역에 이런 대단지 아파트는 오랜만에 들어선다. 문을 열자마자 봐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호반건설이 경북 경산시에 공급하는 경산 상방공원 호반써밋 1단지가 이날 견본주택을 열고 본격적인 분양에 들어간 가운데, 문도 열기 전에 30여명의 방문객이 줄을 서는 등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산의 첫 민간공원 조성 특례사업인 상방공원과 함께 들어서는 총 2105(1·2단지)가구의 공동주택인데다 경산 지역에 3년여 만에 공급되는 신규 대단지라는 점이 부각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분양하는 1단지는 지하 2층~지상 35층, 8개 동, 전용면적 74·84·99㎡ 의 총 1004가구다. 수요가 높은 면적으로 다양하게 구성하다 보니 아기띠를 멘 젊은 부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방문객이 대거 몰렸다. 상담 창구에는 신혼부부·노부모 부양·기관 추천 등 특별공급 대상자부터 실수요자까지 문의가 종일 쏟아졌다. 24개월 된 아기를 안고 견본주택 내부를 둘러보던 30대 남성은 “오랜만에 신축 단지가 들어선다기에 일찌감치 구경을 하러 왔다”며 “특히 공원과 함께 조성되는 입지가 아기키우는 데도 좋을 것 같아 마음에 든다”고 했다. 경산 최대인 약 64만㎡ 규모의 문화예술공원으로 조성되는 상방공원은 ‘경산의 센트럴파크’로 불린다. 이곳에 함께 조성될 경산 상방공원 호반써밋 1단지의 경우 예술·역사·자연을 테마로 다채로운 공원과 연면적 약 9000㎡의 문화예술회관, 야외공연장, 윤슬전망대 등 복합문화시설을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다. 단지 부지 인근에는 경산생활체육공원, 남매지, 경산자연마당도 있어 상방공원까지 소위 ‘쿼드러플’ 공세권을 누릴 수 있다. 경남 창원 대상공원과 경북 포항 환호공원 등 민간공원 특례사업으로 조성된 기존의 아파트 단지들은 부동산 호황기에 가격 상승 폭이 다른 단지들보다 컸다. 상대적으로 가격과 선호도가 앞서는 경향을 보인 셈이다. 대구 생활권에 인접한 입지에 우수한 교통망과 다양한 교육·생활 시설 등도 장점이다. KTX 경산역과 경안로 등 교통망을 갖춰 이동이 쉽다. 주변에 홈플러스·경산중앙병원과 같은 생활 인프라는 물론 경산시청 등 관공서도 가깝다. 경산초, 동부초를 비롯해 초중고 학교도 인근에 있다. 오준균 호반건설 분양관리팀 상무는 “평일인데도 견본주택 개관일에 맞춰 이렇게 많은 방문객들이 온 것은 오랜만에 신규 단지가 공급된다는 기대와 함께 경산 상방공원 호반써밋 1단지의 입지 경쟁력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분양 일정은 다음달 9일 특별공급을 시작으로 10일 1순위, 11일 2순위 청약이 진행된다. 당첨자 발표일은 3월 17일이고, 계약은 3월 30일부터 4월 1일까지 3일간 진행된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약 1510만원이다. 경산 상방공원 호반써밋 1단지의 견본주택은 대구 수성구 사월동 367-3번지에 있다. 입주는 2029년 1월 예정이다.
  • 우리금융, 전북 금융중심지 조성에 그룹 인프라 투입

    우리금융그룹이 전북특별자치도의 제3금융중심지 도약에 맞춰 전북혁신도시 금융 인프라 확대에 나선다. KB금융과 신한금융에 이어 우리금융까지 참여하면서 국민연금공단을 축으로 한 금융기관 집적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우리금융은 26일 전주를 자본시장 거점으로 육성하기 위해 우리자산운용 전주사무소를 개설하고 현지 인력을 채용한다고 밝혔다. 현재 약 200명 수준인 전주 근무 인력은 300명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북지역 대학생 대상 인턴십도 운영한다. 우리은행은 ‘전북BIZ프라임센터’를 신설해 첨단전략산업 기업에 투자·대출·컨설팅을 연계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한다. 동양생명·ABL생명은 지역 채용을 늘리고, 우리신용정보는 전주영업소를 신설한다. 벤처 창업 프로그램 ‘디노랩’과 함께 2030년까지 1조 6000억원 규모 자금 공급, 보증대출 지원도 추진한다.
  • [열린세상] 중견국 연대, 관세전쟁 이기는 해법

    [열린세상] 중견국 연대, 관세전쟁 이기는 해법

    지금 세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전쟁의 홍역을 치르고 있다. 미국은 엄청난 투자액을 약속받고 관세 합의를 한 후에도 자국 이익을 위해 우리가 받기 힘든 조건을 추가하는 변덕을 부리고 있다. 이런 일방주의로 국제 질서는 무너지고 과거와 미래가 딴판이 되는 단절이 발생할 것이다. 지난 80년간의 자유주의적 국제 질서와 미국의 패권도 이전처럼 유지되지 않을 것이다. 혹자는 지금 미국이 국력 회복을 위해 유별난 행동을 하지만 패권 유지 방식을 재조정한 후 왕좌로 복귀할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패권을 유지하는 데는 힘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정당성과 신뢰성도 필수불가결하다. 그런데 미국은 지금 국력도 쇠퇴하고 있지만 최근의 행보를 통해 정당성과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하고 있다. 미국은 단기적 이익 확보에 혈안이 돼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 구도를 자국에 불리하게 만드는 우를 범하고 있다. 자유주의 무역 질서는 사실 미국이 설계했고 지난 80년간 자국에 유리했기에 미국은 이를 유지해 왔다. 최근 들어 미국의 무역 경쟁력이 약화해 적자가 확대되자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를 들고 나왔다. 과거 다른 나라들이 무역에서 미국을 ‘벗겨 먹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허위이다. 이와 같은 미국의 과거 위선과 현재의 민낯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 미국이 만든 상호의존형 경제 체제에 많은 나라들이 동참하게 만든 뒤 미국은 이제 상호의존성을 약점 잡아 이를 무기화해 관세를 강요하고 있다. 이런 현실을 바로 알고 이제 우리도 동맹의 편익과 비용을 냉정히 계산하는 실용외교를 펼쳐야 한다. 미국이 관세를 패권 경쟁국인 중국에 가하는 것보다 오히려 더 가혹하게 동맹, 우방국에 부과하면서 피아 구분을 흩트려 혼돈은 더 가중되고 있다. 트럼프 1기 때 미국이 지향했던 자유와 권위주의 진영 간 분리가 이뤄졌다면 사실 우리 같은 중견국은 운신의 폭을 넓힐 수도 있었다. 지금 이 전선이 불투명해지니 각국은 진영 편입보다는 각자도생을 도모하게 된다. 특히 미국이 각국을 상대로 일대일 관세협상을 진행하면서 중견국들은 협상에서 미국이 원하는 대로 끌려갈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었다. 먼저 희생되지 않으려고 중견국들이 ‘죄수의 딜레마’ 이론처럼 서로 경쟁하면서 결국 모두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딜레마를 벗어나기 위해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중견국들의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관세 부담을 미국에 떠넘겨 관세로 인한 자국의 피해가 더 심해지면 미국은 관세 압박을 거둬들일 것이다. 반대로 관세전쟁이 지속되면 미국의 국력만 쇠퇴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교역 국가들도 집단적 피해를 입어 결국 세계 경제 위기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그렇기에 더욱 중견국들이 연대해 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그 속에서 번영을 누려 온 자유주의적 교역 질서도 포기할 수는 없다. 이 질서를 지킬 국가들끼리 연대해 별도의 교역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교역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강제하려는 국가들은 제외하고 자유무역을 원하는 국가끼리 교역권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 이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과 유럽연합(EU)을 결합하면 가능하며, 따라서 우리도 CPTPP에 속히 가입할 필요가 있다. 그냥 미국이 시키는 대로 순응할 것이 아니라 우리도 이런 인식과 비전을 갖고 협상에 임해야만 우리 협상력이 올라간다. 손자(孫子)도 전쟁은 주도권 싸움이며 전투에서 상대가 원하는 대로 끌려가면 필패한다고 했다. 상대의 약한 점을 파악하고 우리가 강할 수 있는 지점을 찾으면 위태롭지 않다는 것이 손자병법의 교훈이다. 미 대법원이 관세 부과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려 그 법적 기반이 약화된 점을 우리는 잘 이용해야 한다. 이백순 법무법인 율촌 고문·전 호주대사
  • [김흥종의 세계읽기] 우크라 전쟁 4년에서 배우는 것

    [김흥종의 세계읽기] 우크라 전쟁 4년에서 배우는 것

    이 전쟁이 이렇게 오래갈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아니, 이제는 국가 간 전면전은 오래갈 수 없다고 우리는 믿고 싶어 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쟁은 계속되고 있고, 종전의 윤곽조차 아직 불분명하다. 국제 뉴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줄었지만 이 전쟁은 오히려 여러 가지 얼굴로 점점 더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전쟁을 통해서 우리는 지난 수십년간 우리가 믿어 왔던 국제 질서의 작동 방식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리라는 메시지를 읽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국제 질서의 가장 중요한 금기어 중 하나는 무력에 의한 국경 변경이었다. 분단국 내부의 통일을 제외하면 이 원칙은 대체로 지켜져 왔다. 그러나 푸틴의 러시아가 시작한 2014년 크림반도 병합과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은 아주 오래된 규칙을 다시 소환했다. 국경은 불변의 경계가 아니라 힘에 의해 언제라도 흔들릴 수 있는 선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국제 질서의 물리적 변화보다 더 근본적인 심리적 균열로 사람들의 의식의 밑바닥을 흔들고 있다. 이제 효율보다 안전을, 상호 신뢰보다는 각자도생을 우선하기 시작했다. 전쟁 초기에만 해도 이 전쟁은 단기 종결 전망이 우세했고 2022년 3월에는 실제로 휴전 논의가 거의 성사 단계까지 갔다. 그러나 최종 합의는 되지 않았고 전쟁은 소모전으로 고착되었다. 경제 제재를 우선시하면서 우크라이나에 제한적으로 전쟁 물자를 지원하는 방식은 현실 앞에서 무력했다. 뒷배가 있는 러시아는 물러설 기미가 없고 부상하는 러시아 위협론에 대한 서방의 인식 차이만 드러날 뿐이다. 유럽은 다시 19세기적 안보 상황으로 돌아갔고 냉전 이후 스스로 무장해제한 후과를 톡톡히 겪고 있다. 유럽의 안보 불안이 동북아 안보와 연결되는 작금의 현실도 매우 안타깝다. 무엇보다 이 전쟁은 세계 경제의 내재적 불균형을 더욱 심화시켰다. 러시아의 에너지는 제재 속에서도 방향만 바꾼 채 계속 흐르고 있다. 값싼 에너지를 확보한 일부 국가는 제조 경쟁력을 강화했고, 반대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한 국가는 산업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같은 전쟁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비용이 되었다. 그 결과 세계 경제는 더욱 비대칭적인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적 상호의존이 평화를 보장할 것이라는 믿음도 무너졌다. 에너지, 금융, 공급망은 협력의 기반이 아닌 압박의 수단이 되었다. 세계는 하나의 통합된 시장이기보다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경쟁 공간으로 변하고 있다. 이 전쟁이 남긴 가장 중요한 변화는 영토의 이동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방식이다. 냉전 이후 세계가 점점 더 안정되고 협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낙관이 존재했다. 그러나 지난 4년은 그 반대의 현실을 보여 주었다. 전쟁은 언젠가 끝날 것이다. 그러나 그 전쟁이 깨뜨린 믿음과 그로 인해 심화된 경제적 불균형은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다. 우리는 지금 하나의 전쟁의 끝이 아니라, 하나의 시대의 끝을 지나고 있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원장
  • [기고] 허허벌판의 창학, 오늘 결실로 답하다

    [기고] 허허벌판의 창학, 오늘 결실로 답하다

    에너지 분야의 글로벌 리더 양성을 기치로 출범한 한국에너지공과대(켄텍)가 마침내 첫 정규 졸업생을 배출했다. 창학의 여명을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번 졸업식은 남다른 감회로 다가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대학의 가능성을 검증받는 치열한 시간이었다. 2022년 3월 허허벌판 위에 건물 한 동이 우두커니 서 있었다. 마땅한 공간조차 없어 학생들은 캠퍼스 야외에서 입학식을 치렀다. 그날 바람을 맞으며 서 있던 학생들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불확실함 속에서도 눈빛만은 단단했다. 학생들은 오로지 한국에너지공대와 국가의 미래를 믿고 자신의 청춘을 맡겼다. 세계 유일의 에너지특화 대학, 연구·창업 중심 대학, 에너지공학 단일학부 체제, 학부연구생 제도, 모든 교과를 4학점 체계 프로젝트 기반 문제해결(PBL) 방식으로 운영하는 교육 혁신 모델까지. 시험보다 혁신에 가까운 이 도전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모두 기우였다. 학생들은 그 우려를 성과로 바꿔냈다. 학생들은 해외 유수 대학 및 연구기관과의 공동연구에 참여하거나 대통령과학장학금에 선정되고 대학원생들과 박사후과정이 주로 참여하는 각종 학술대회에서 최우수 논문상을 수상하는 등 짧은 시간 안에 뚜렷한 성과를 만들어 냈다. 무엇보다 졸업생 35명 중 30명(약 86%)이 다시 자대 대학원을 선택해 석·박사 과정에서 연구를 이어 가기로 한 결정은 상징적이다. 이는 단순한 진학률을 넘어 대학의 연구 역량과 교육 시스템에 대한 신뢰의 표현이다. 이들은 에너지 인공지능(AI), 에너지 신소재, 차세대 그리드, 수소에너지, 환경·기후 기술, 원자핵 에너지 등 6개 핵심 분야에서 대한민국 에너지 미래를 설계하게 된다. 이 모든 성과는 학생 개인의 노력만으로 설명될 수 없다. ‘트리플 어드바이징’ 체계를 통해 학생 한 명 한 명의 학업과 연구, 진로 설계를 밀착 지도한 교수진의 헌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교육과 연구 기반을 안정적으로 구축해 온 직원의 노력, 무엇보다 1기라는 불확실성을 감수하고 자녀를 맡긴 학부모들의 믿음이 오늘의 결실을 가능하게 했다. 한국에너지공대는 구성원 모두의 동심협력으로 성장해 왔다. 개교 이후 대학은 교육 성과를 넘어 국가 에너지 미래와 직결된 연구 기반도 빠르게 확충해 왔다. 차세대 전력망을 선도할 K그리드 인재·창업밸리 조성, 인공태양 연구 기반 구축 등은 대한민국 에너지 대전환의 핵심 축이다. 우리는 정진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탄소중립 실현이라는 시대적 과제 앞에서 한국에너지공대의 사명은 분명해졌다. 연구 성과가 산업과 창업으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를 완성하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특화 연구·창업 중심 대학으로 도약해야 한다. ‘2050년 글로벌 톱10 공과대학’이라는 목표 역시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오늘 졸업하는 학생들처럼 구체적 성과로 증명해 나갈 것이다. 허허벌판에서 시작된 도전이 오늘 첫 결실을 맺는다. 그러나 한국에너지공대의 시간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불확실성을 기회로 바꾸며 새로운 길을 선택한 첫 졸업생들의 발걸음은 대학의 역사와 정체성을 규정하는 출발점이 됐다. 이들이 축적해 온 문제의식과 연구 역량은 곧 대한민국 에너지 전환의 현장에서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대 역시 그 책임을 함께 짊어지고 국가 에너지 미래를 선도하는 대학으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 박진호 한국에너지공과대 총장 직무대행
  • [세종로의 아침] 이젠 스노보드가 대세다

    [세종로의 아침] 이젠 스노보드가 대세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1948년 8월 15일)되기도 전인 1948년 1월 이효창과 문동성, 이종국 등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하는 선수 3명과 임원 2명 등 모두 5명은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태극기를 앞세워 스위스 생모리츠에서 열린 제5회 동계올림픽에 참가했다.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하계올림픽보다도 동계올림픽에 먼저 참가했을 정도로 한국과 동계올림픽은 깊은 인연을 맺고 있다. 주변인에 불과했던 한국이 동계올림픽 무대에서 메달을 따내며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1992년 프랑스 알베르빌 대회에서였다. 김윤만이 남자 스피드스케이팅 1000m에서 은메달을 따내며 첫 메달을 신고한 데 이어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김기훈이 첫 금메달 기록을 세웠다. 이후 쇼트트랙은 한국의 메달밭 역할을 했다. 2022 베이징 대회까지 남녀를 통틀어 한국은 쇼트트랙에서 모두 26개의 금메달과 16개의 은메달, 11개의 동메달 등 모두 53개의 메달을 획득했다. 이번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도 초반 개인전 부진을 털고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2개 등을 얻었다. 세계 최강을 자부하는 한국 쇼트트랙으로서는 세계 쇼트트랙의 상향 평준화 경향을 고려했을 때 이 정도도 훌륭한 성과로 자부할 수 있다. 다만 점검해 볼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남자는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지 못했다. 이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2014 소치 대회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얘기다. 반면 빙상 강국이던 네덜란드는 스피드스케이팅은 물론 쇼트트랙에서도 강세를 보이며 쇼트트랙 신흥 강자의 면모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한국 쇼트트랙이 경쟁력을 되찾으려면 더이상 막판 추월 전략을 사용해서는 곤란하다고 지적한다. 후반 스퍼트를 위해 힘을 아끼는 전략은 통하지 않고 초반부터 전력 질주하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는 얘기다. 덩치 큰 외국 선수들이 체력을 바탕으로 기술까지 좋아지면서 쇼트트랙은 한국의 메달밭으로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뜻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동계올림픽에서 설상 종목의 대활약은 눈길이 간다. 한국은 스노보드 여자 하프파이프를 비롯해 평행대회전, 빅에어 등에서 각각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개를 수확했다. 금메달을 따낸 최가온은 부상을 이겨내고 자신의 우상인 클로이 김(미국)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내 온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이렇듯 한국 설상이 이번 대회에서 활약을 펼치게 된 것은 학창 시절 스키 선수로 활동했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을 지낸 신동빈 회장이 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아낌없이 투자했기에 가능했다. 롯데그룹은 지금도 대한스키·스노보드협회 회장사로서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을 물심양면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최가온과 유승은 모두 고교생인 데다 비슷한 연령대에 국제 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재능 있는 선수가 더 있어 미래에 대한 전망도 밝은 편이다. 이웃 나라 일본이 이번 대회에서 스노보드에서만 금메달 4개, 은메달 2개, 동메달 3개 등 모두 9개의 메달을 얻으며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점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스노보드 하프파이프나 빅에어는 공중 동작이 중요해 체격이 작은 동양인에게 유리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에게도 설상 종목은 새로운 메달밭으로 충분히 거듭날 수 있다. 금메달을 딴 최가온은 “일본에는 여름에도 훈련할 수 있는 에어매트 시설이 있는데 한국에는 없어서 이제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본에는 10곳이 넘는 에어매트 시설이 갖춰졌다고 한다. 에어매트는 눈이 없는 상태에서도 점프와 회전 등 공중 동작을 연마할 수 있는 시설로 고난도 공중 동작을 펼치는 종목의 비시즌 훈련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쇼트트랙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새로운 메달밭으로 부상한 설상 종목에 대한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이제 동계올림픽 대세는 스노보드다. 이제훈 문화체육부 전문기자
  • ‘정주영의 사람 위한 혁신’… K클래식 타고 더 큰 울림

    ‘정주영의 사람 위한 혁신’… K클래식 타고 더 큰 울림

    피아니스트 4대 천왕 한 무대에정의선 “연주회 해 봐! 하셨을 분조부처럼 더 나은 미래 만들 것”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할아버지인 고 정주영 창업회장 25주기를 맞아 “안팎으로 많은 어려움과 도전에 직면한 지금, ‘사람’의 가능성을 믿으신 할아버님의 울림은 크게 다가온다”며 “사람을 위한 혁신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음악당 콘서트홀에서 ‘아산 정주영 서거 25주기 추모 음악회: 이어지는 울림’을 열었다고 26일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부인 김혜경 여사와 우원식 국회의장,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 등 정·관계, 재계 인사, 공익 기여자 등 2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K클래식 남성 피아니스트 ‘4대 천왕’인 김선욱·선우예권·조성진·임윤찬이 한자리에 모여 연주했다. 정 회장은 추모사에서 “할아버님은 ‘사람’의 가능성을 믿으셨고, ‘사람’을 위한 혁신을 이루셨다”면서 “25년이 지났지만 그 울림은 저와 우리 모두에게 더욱 크게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으로도 할아버님의 정신을 이어받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연주회 준비 과정에 대해 “몇 년 전 김선욱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님과 이번 4대의 피아노 연주회를 기획하게 됐다”며 “제가 만약 할아버님께 연주회 내용을 여쭸으면, ‘이봐! 뭘 망설여, 해 봐!’라고 하셨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음악회는 세계를 누빈 4명의 한국 피아니스트가 한 무대에서 한국 클래식 음악계의 저력을 알린 자리였다. 음악회의 하이라이트는 이들 4명이 2부에서 함께 연주한 리스트의 ‘헥사메론’이었다. 화려한 기교와 협연의 묘미를 극대화한 곡으로, 이들은 변주마다 자신만의 해석과 테크닉을 선보이며 유려하게 음악적 대화를 이어갔다. 4명이 협연한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 서곡에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음향을 피아노로 재현했다. 앞서 1부 공연은 ‘김선욱·조성진’과 ‘선우예권·임윤찬’으로 짝을 이뤄 연주했다. 김선욱·조성진 조는 슈베르트의 ‘네 손을 위한 환상곡’을, 선우예권·임윤찬 조는 라흐마니노프의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모음곡 2번’으로 풍부한 감성을 전했다.
  • 신동빈 롯데회장 카이스트서 명예 박사

    신동빈 롯데회장 카이스트서 명예 박사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과학기술 기반의 산업 혁신과 지속 가능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이바지한 공로로 카이스트(KAIST) 명예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고 26일 밝혔다. 신 회장은 지난 25일 대전 카이스트 본원에서 열린 학위 수여식에서 “산학협력을 통한 기술과 경영의 융합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이 됐다”며 “롯데와 카이스트는 미래를 함께 설계하는 혁신 파트너로서 우리의 동행이 세상을 이롭게 바꾸는 혁신으로 이어지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이광형 카이스트 총장은 “신 회장은 과학기술과 산업, 사회적 가치를 연결하는 책임 있는 경영을 통해 기업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해 온 인물”이라며 “카이스트와의 산학협력을 통해 연구 인프라 확충과 융합 연구 기반 구축에 기여한 공로를 높이 평가해 학위를 수여한다”고 했다. 롯데는 2022년 카이스트에 발전기금 140억원을 출연해 올해 연구센터 2곳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 “태양광발전소로 마을에 안정적 소득… 수소 산업도 영광군 성장동력으로”

    “태양광발전소로 마을에 안정적 소득… 수소 산업도 영광군 성장동력으로”

    농어촌 지속가능 소득 기반 마련전력 인프라 풍부, 수소 생산 최적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소가 가동되면 안정적인 마을 소득원이 생깁니다. 이렇게 되면 마을 공동체도 회복되고 농어촌 지역의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도 극복해 나갈 수 있게 됩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소 산업을 영광군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갈 계획입니다.” 군민들의 안정적인 기본소득 창출과 수소 특화단지 조성 사업에 행정력을 모으고 있는 장세일 전남 영광군수는 26일 서울신문과 만나 신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농어촌 지역의 미래 비전을 들려줬다. 다음은 일문일답.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소’는 어떤 취지에서 시작됐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마을 소멸 위기가 심각하다. 농어촌에도 지속 가능한 소득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다. 단순히 설비를 설치하는 재생에너지 사업을 넘어 마을이 스스로 에너지를 생산하고 그 이익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는 마을 안에 방치된 유휴 부지나 공유지 등을 활용해 태양광 발전소를 조성하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마을 공동 기금으로 적립해 주민 복지 사업에 재투자하는 것이 핵심이다. 즉, 에너지 전환과 공동체 회복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풀어보려는 지역 기반 모델이라고 보면 된다.” -마을 단위 태양광 발전소의 가장 큰 장점은.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안정적인 마을 소득원이 생긴다. 농산물 가격이나 어획량에 따라 소득 변동이 큰 농어촌에서 20년 이상 비교적 안정적으로 발생하는 전기 판매 수익은 마을 재정에 든든한 기반이 된다. 둘째, 공동체 회복 효과다. 발전소 수익이 마을 공동 기금으로 적립되기 때문에 주민들이 함께 회의하고 사업을 운영하며 기금 사용처를 논의하는 과정 자체가 공동체를 다시 결속시키는 계기가 된다. 셋째,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인식이 실생활로 연결된다. 추상적인 탄소 중립 담론을 넘어 우리 마을의 부지에 설치된 설비에서 전기가 생산되고 그 수익이 어르신 복지나 마을 행사 등으로 환원되는 경험을 하게 되면 에너지 전환이 ‘정책’이 아니라 내 삶의 변화로 체감된다.” -수소 산업 특화단지 추진 상황은. “영광군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정책을 넘어 수소 산업을 차세대 핵심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는 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군은 수소를 생산·저장·운송·활용하는 전 주기 산업과 연구시설이 집적되는 국가 수소특화단지 지정 공모에 참여했다. 우리 지역은 한빛원전을 비롯해 풍력·태양광 등 풍부한 전력 인프라를 갖춘 지역이다. 대규모 전력이 필요한 청정수소 생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대마전기차산업단지를 비롯해 대규모 산단 조성이 가능한 부지를 확보하고 있고 지속적인 산단 확장 계획까지 추진 중이다. 여기에 더해 전남 동부권에는 철강·석유화학 등 청정수소 수요가 높은 산업이 밀집해 있어 영광이 생산 거점이 되고 동부권이 수요 거점이 되는 산업 연계 구조도 이미 형성되어 있다. 영광이 수소특화단지로 지정되면 국비와 도비를 포함한 대규모 인프라 지원이 가능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관련 기업 유치와 연구·실증 사업이 함께 추진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양질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지역에 지속 가능한 산업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붉은 달 아래 달집태우기·쥐불놀이… 전국서 정월대보름 축제

    붉은 달 아래 달집태우기·쥐불놀이… 전국서 정월대보름 축제

    올해 첫 보름달이 뜨는 3월 3일 정월대보름을 맞아 전국 곳곳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린다. 올해 대보름에는 36년 만의 개기월식이 겹치며 ‘붉은 달’이 뜰 전망이다. 이번 개기월식은 전국에서 관측할 수 있다. 경북 청도군은 새달 3일 청도천 둔치에서 ‘2026 정월대보름민속한마당’을 개최한다고 26일 밝혔다. 올해 행사에서는 높이 20m, 폭 10m의 전국 최대 규모로 제작된 달집태우기와 격년제로 시행되는 9개 읍·면 풍물 경연대회가 열린다. 또 소원문 쓰기, 민속놀이 체험, 세시음식 나누기, 농특산물 판매 등 다양한 부대행사가 펼쳐진다. 경북 예천군도 이날 한천체육공원에서 ‘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는 다리밟기와 기원제를 시작으로 달집태우기 순으로 진행된다. 군은 소원지 쓰기, 부럼 깨기 등 세시풍속을 체험하는 행사도 함께 마련해 가족 단위 방문객들의 참여를 유도할 계획이다. 전남 순천시도 같은 날 4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주암면 ‘구산용수제’와 월등면 ‘송천 달집태우기’ 공개행사를 진행한다. 경북 포항시는 유강과 형산강 등 6곳에서 달집태우기 행사를 동시 개최한다. 강원 삼척시는 27일부터 3월 1일까지 사흘간 시내 전역에서 ‘정월대보름제’를 펼친다. 1973년 시작한 삼척 정월대보름제는 전국 최대 규모의 대보름 관련 행사로 풍년·풍어를 기원하는 민속놀이 기(게)줄다리기(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가 백미다. 대보름 당일에는 제례 행사만 연다. 한발 앞서 행사를 여는 곳도 있다. 충남 청양에서는 대보름 전날인 3월 2일 400년 역사의 ‘청양정산동화제’를 개최한다. 2월 28일 경기 수원 화성행궁 광장에서는 수원문화원이 주최하는 ‘대보름 민속놀이 한마당’이 열린다. 길놀이, 지신밟기와 윷놀이, 굴렁쇠 굴리기, 투호, 떡메치기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진다. 같은 날 전북 임실군에서는 ‘제45회 필봉정월대보름굿’이 개최된다. 임실필봉농악을 통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이자 국가무형유산인 우리 농악의 진수를 만날 수 있다. 지자체 관계자들은 “불을 사용하는 세시풍속이 있고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화재와 안전사고 예방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마음을 기울이는 지금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어오는 모든 것에 마음을 기울이는 지금

    “…그러나 나 역시 꼰대./ 편지는 안 읽고. 자꾸 교정을 보네그려. 이런, 이런…// …그러나 이건/ 차마/ 틀렸다 못하겠네.// “…일해라 절해라 시키기만 해요.”// …잘했네, 김군. 젊음이 공화국인데 누구 명령을 듣겠는가./ 청춘이 사원(寺院)인데/ 누구한테 경배하겠는가.// 일도 절도/ 자네가 주인이라네.“(‘김군에게’ 부분) 시인에게는 현상을 긍정으로 전환하는 버튼이 있는 것인가. 띄어쓰기, 기본적인 관용구를 엉터리로 쓴 젊은이의 편지를 보고 지적하려는 대신 다른 의미를 찾아냈다. “귀관들 무릎과 팔꿈치에/ 벚꽃이 피면, 오늘 훈련 끝이다// 자, 봄 마중 가자/ 푸른 바다를 향해…/ 포복 앞으로!” 외쳤던 하사관학교 교관의 기억도 순화했다. “그 새끼… 말/ 참/ 이쁘게/ 했다”(‘그 새끼, 말 참 이쁘게 했다’ 부분)고. 물론 어금니는 꽉 깨문 채. 윤제림(66) 시인의 신작 시집 ‘스물다섯살을 반성함’에는 일상의 언어로 일군 따뜻한 서정과 특유의 해학이 넘친다. 표제시는 스물다섯살 때 촉망받는 카피라이터였던 ‘나’에 대한 반성이다. 과거의 나는“잡초와 해충을 말끔히 없애준다고, 일등품 수확을 약속한다고” 광고를 만들어 “카피 잘 쓴다고” 박수를 받았다. “저 죽는 약이란 걸 알면서도/ 가만히 머금고 삼켰”을 “이 나라 순박한 흙과 나무들”에 참회의 문장을 쓴다. “용서하십시오, 죽는 약인 줄 몰랐습니다/ 나도 죽는 줄 몰랐습니다”(‘스물다섯살을 반성함’ 부분) ‘스물다섯살을 반성’하게 되는 건 삼라만상 모든 것들이 나와 무관하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인가. 눈에 들어오고 귀에 들려오는 모든 것에 마음을 기울이는 태도가 시집을 관통한다. “인간이 모른 체 지내도 괜찮은 존재가/ 천지간에 하나도 없음을”(‘맨손체조’ 부분) 믿는다. 물속 존재들 하나 허투루 여기지 않는다. “누구냐, 우리 보고 ‘고기’라고 한 놈/ 우리는 고기가 아니다/ 우리는 버들치 갈겨니 동자개 모래무지// 말조심해라/ 우리는 아무거나 먹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 당신을 고기로 보지 않는다”(‘나는 그렇게 들었다’ 부분)고 무심함을 에둘러 꾸짖는다. 고 신경림 시인, 시민 김창수씨, 안씨 할머니, 102동 304호 정원이까지 다정하게 살피며 “이쪽저쪽 두루 통하는/ 우주의 엔터테이너”(시인의 말)가 써 내려간 시는 인간됨을 성찰하게 한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수평선 속으로(이승연 글·그림, 소동) “수평선 속 세상은 신기했어요. 바다는 선이 되고 무늬가 되고 파도는 점이 되어 반짝였어요. 수평선은 반짝이는 별이에요. 움직일 때마다 작은 빛들이 모래알처럼 반짝거려요. 수평선은 함께 추는 춤이에요. 빙그르 별빛이 흔들리며 돌고 사람들도 손을 잡고 춤을 춰요. 그제야 알았어요. 내가 정말 수평선 속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요.” 어느 날 세상 끝에 있는 바다에 도착한 주인공.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수평선 속 상상의 세계를 만난다. 책의 모든 그림은 리놀륨 판화(부드러운 고무 재질의 리놀륨에 조각한 판화)다. ‘바다 너머’라는 뜻을 가진 ‘울트라 마린’의 색조만 썼다. 46쪽, 1만 8000원. 나이트 트레인(문지혁 지음, 현대문학) “여행만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여행만이 가치 있다. 여행만이 존재한다. 다른 것은 없다.(…)인생에 여행 아닌 것이 존재할 수 있나?” 허구적 서사인 소설과 사실적 서사인 여행기 사이 그 어디쯤에 놓인 장편. 세 겹 시간의 층위가 소설 안에 담겨 있는 액자 구조다. 9286일 만에 마침표를 찍은 여정의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무작정 여행을 부추겼던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 전설적인 여행 멜로 영화 ‘비포 선라이즈’의 아련한 추억이 겹칠 수도 있겠다. 212쪽, 1만 5000원. 1939년 명성아파트(무경 지음, 래빗홀) “그게 우리 명성아파트의 몇 안 되는 좋은 점이야. 문이 두꺼워서 안에서 뭘 해도 바깥에는 소리가 잘 새어 나가지 않거든? 안에서 누가 칼에 찔려 비명을 질러도 밖에서는 못 들을걸?” 흉악한 세상에서 살아남으려면 악당이 되어야 했던 인물들의 내밀한 꿈과 열망을 파고드는 장편 추리 소설이다.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도 너무도 다른 삶을 사는 입주민들. 어느새 서늘한 불신이 자리 잡지만, 결국 죽음의 실상을 밝히는 건 공권력이 아닌 평범한 이들의 끈질긴 분투다. 1939년 일제강점기의 경성을 주 무대로 삼은 배경 설정이 독특하다. 352쪽, 1만 7500원.
  • 권력…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묻다

    권력… 그 이면에 있는 본질을 묻다

    권력자의 영광과 비극이 빠른 속도로 교차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권력은 인간 삶의 상태를 결정하는 힘. 우리의 현실이 이토록 불행한 건 권력을 쥔 주권자가 전지전능하지 않다는, 지극히 당연하고도 슬픈 사실 때문이다. ●권력에 대한 가상의 대화 두 편 ‘대화극’은 현대 정치·법철학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독일 철학자 카를 슈미트(1888~1985)가 집필한 가상의 대화 두 편을 엮은 책이다. 슈미트는 이 책에서 권력의 본질이 무엇인지, ‘방송극’의 형식을 빌려 문학적으로 논구하고 있다. “만약 인간이 행사하는 권력이 신으로부터도, 자연으로부터도 유래하는 것이 아니라면, 다만 인간들 사이의 용건에 지나지 않는다면, 그렇다면 권력은 선한 것입니까, 아니면 악한 것입니까? 혹시 둘 다인가요?” “그 질문은 아마도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위험한 질문일 겁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인간은 정말로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이렇게 대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권력은 선한 것이다, 내가 갖고 있다면.’ 그리고 ‘권력은 악한 것이다, 내 적이 갖고 있다면.’”(‘권력과 권력자에 이르는 통로에 대하여’) “정치적인 것은 적과 동지의 구분이다.” 슈미트 철학의 핵심은 이 문장으로 요약된다. 초기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적인 것의 개념’으로 슈미트는 유럽 학계에서 스타로 군림했다. 그러나 거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나치가 등장했을 때 거기에 협력하며 ‘제3제국의 어용학자’로 위세를 떨쳤다. 영광은 영원하지 않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전범으로 지목돼 1년간 수감 생활을 한다. 감옥에서 풀려난 1947년부터는 고향 플레텐베르크에 칩거한다. 이때 왕성한 집필 활동을 이어가는데, ‘대화극’에 실린 두 편의 글도 이때 쓰인 것이다. ‘나치 협력자’라는 치명적인 오명에도 불구하고 명철한 현실 진단으로 꾸준히 연구되고 있는 학자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부상하는 가운데 재발견되고 있는 사상가이기도 하다. ●두어 모금의 물만이 권력으로의 통로 “매일매일 엄청난 양의 사실과 보도, 제안과 추측 들이 시시각각 그를 향해 몰려듭니다. 사실과 거짓, 현실성과 가능성이 범람하는 이 무한의 바다에서는 가장 총명하고 또 가장 강력한 인간이라 해도 기껏해야 두어 모금 정도의 물만을 퍼낼 수 있을 뿐입니다.”(‘권력과 권력자에 이르는 통로에 대하여’) 권력은 어디서 시작됐는가. 왕좌에 앉은 저 사람은 도대체 누구길래 내 위에 서서 나를 지배하는가. 필연적으로 집합을 이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간의 유구한 질문이다. 어떤 이는 그것이 자연에서 왔다고도 하고 또 다른 어떤 ‘신’이 부여한 것이라고도 주장한다. 하지만 결국 권력은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문제는 그것이 “인간 개개인의 협소한 물리적, 지적, 정신적 능력을 무한히 능가하는” 것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벌어진다. “어떤 구체적인 질서를 보유했건 간에 모든 육지적 실존의 중심과 핵심은 집입니다. 집, 재산, 명예, 가족, 상속권 이 모든 것은 육지적 현존(Dasein)의 토대(Grundlage) 위에서 형성됩니다.”(‘새로운 공간에 대하여’) ●“삶의 상태를 결정하는 게 권력” “인간은 땅의 존재, 땅을 밟고 있는 존재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42년 출간됐던 슈미트의 ‘땅과 바다’의 첫 문장이다. 이 책에서 슈미트는 서유럽의 역사를 땅과 바다의 대결로 서술한다. ‘새로운 공간에 대하여’는 ‘땅과 바다’의 후속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권력과 권력자에 이르는 통로에 대하여’가 권력의 미시적 속성을 파고들었다면 ‘새로운 공간에 대하여’는 그 권력이 지구적 차원에서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탐색한다. 슈미트는 ‘권력과 권력자에 이르는 통로에 대하여’의 마지막을 웅장한 시구를 인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테오도어 도이블러의 시 ‘북극광’의 일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 그것은 하나의 결단이다. 이것이 저의 마지막 말이 될 것입니다.”
  •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K컬처 전에 K사상… ‘나혜석과 염상섭’ 그들을 다시 읽다

    창비의 ‘한국 사상가 재조명’ 2탄 사상적 공통점 위주로 인물 묶어 나혜석·염상섭 새로운 시선 발견 창간 60주년을 맞은 창비가 ‘한국사상선’ 10권을 내놨다. 지난 2024년에 1차로 선보였던 10권에 이어 2년 만에 내놓는 2차분이다. 선집은 ‘전기편’(1~15권)과 ‘후기편’(16~30권)으로 나눠 전기에는 19세기 이전 사상가를, 후기에는 20세기 사상가들을 배치했다. 이번 2차분 전기 사상가로는 조광조·조식, 이이, 정제두·이충익·심대윤, 유성룡·이항복·김육·채제공, 박지원을, 후기 사상가는 김구·여운형, 한용운·신채호, 조소앙, 홍명희·정인보, 나혜석·염상섭을 다뤘다. 한 사람을 한 권으로 깊이 다루기도 했지만, 함께 봐야 더 잘 파악할 수 있는 인물들을 한데 묶어 사상적 공통점을 찾을 수 있게 했다. 조선 사림의 거두이자 정치적, 사회적 실천을 강조한 유학자 조광조와 조식을 하나로 묶었으며, 주류 성리학의 대안을 모색하며 마음과 실천의 이론을 탐구한 강화학파 정제두, 이충익, 심대윤을 한 권에 담았다. 정치적 실천이 사상의 경지에 올랐다고 평가받는 유성룡, 이항복, 김육, 채제공 4명의 재상을 한 번에 살펴보게 했다. 후기 사상가로는 민족의 해방과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사상가로 김구와 여운형을 함께 다뤘고, 말과 글, 실천으로 해방의 사유를 담대한 필체로 전개한 한용운과 신채호, 일제 강점기 현실과 세계정세에서 민족문화의 가능성과 한반도의 정체성을 탐색한 작가 홍명희와 정인보를 하나로 엮어 통찰했다. 이번에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25권 ‘나혜석·염상섭’ 편이다. 두 사람은 근대 한국 예술사의 한 획을 그은 인물임은 분명하지만, 사상가로의 접근은 파격적이라고 할 만큼 신선하다. 나혜석은 예술사를 깊이 공부한 사람이 아니라면 떠들썩했던 이혼 스캔들, 시대를 앞서가는 거침없는 발언들, 그리고 무연고 사망자로 불우한 삶을 마감한 인물이라는 정도로만 알려졌기 때문이다. 2004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강경석 문학평론가는 이 책에서 일제강점기 화가이자 작가로서 서양화와 근대소설의 개척자 중 한 사람인 나혜석과 ‘표본실의 청개구리’와 ‘삼대’, ‘해바라기’ 등의 걸출한 작품을 남긴 소설가이자 언론인 염상섭에게서 집요하게 사상가적 면모를 찾는다. 강 평론가는 이들이 3·1운동을 출발점으로 해 ‘개성(個性)의 해방’을 골자로 한 자주적 각성, 더 나아가 자신의 땅에서 자신의 역사와 전통, 생명에 근거를 둔 ‘조선’이라는 독자성의 인식을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파편적으로만 알고 있던 두 예술가의 삶이 실제로는 전근대성에서 근대성으로 문명 전환을 이끈 사상가로서의 행보라는 점을 새삼 깨닫게 된다.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한 ‘창비 한국사상선 간행위원회’는 “오는 여름쯤 3차분 10권을 출간해 총 59명의 한국 사상가를 다룬 30권을 완간하고, 가을에는 ‘K사상’ 심포지엄을 열어 한국 사상의 성취와 보편적 가능성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불’ 잉태되는 지상낙원… 세계 여행자들의 본향

    ‘불’ 잉태되는 지상낙원… 세계 여행자들의 본향

    푸른 바다 깊은 곳 ‘마그마’ 펄펄8개 섬으로 이뤄진 600㎞ 군도빅아일랜드 등 화산 활동 활발분화 격렬해지면 관광객도 몰려킬라우에아 일대 화산 국립공원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지름만 1㎞수증기 분출되는 ‘스팀 벤트’ 눈길‘쿠아베이’ 다양한 바다 빛깔 절경한 여행가한테 들은 이야기다. 세상 곳곳을 다녀 본 이들이 마지막에 다시 찾는 곳이 하와이라고 한다. 하와이를 각별하게 아끼는 이들의 상찬만은 아닌 듯하다. 여행자의 본향이라 할까. 태초의 아름다움과 길들일 수 없는 원시의 공포가 함께 있다. 서울신문 렛츠고의 이번 여정은 하와이다. 가장 어린 하와이섬(빅아일랜드)부터, 청소년기에 해당되는 마우이섬과 장년기에 해당되는 오아후섬을 2회에 걸쳐 전한다. 가장 늙었으되 그만큼의 장엄한 풍경을 갈무리한 카우아이섬은, 아쉽지만 ‘버킷리스트’로 남긴다. 미국 하와이 하면 ‘라떼 시절’엔 단연 신혼여행지였다. 당시 신혼여행을 떠난 이들이 대부분 머문 곳은 하와이 주도 오아후섬이다. 저 유명한 와이키키 해변이 있는 곳.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지, 경남 창녕군 ‘부곡 하와이’ 온천이나 충북 충주시 ‘수안보 와이키키’ 온천 같은 여행지가 들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와이키키의 명성이 높았던 만큼, 이웃 섬의 아름다움은 완벽하게 가려져 있었다. 하와이가 가진 아름다움의 ‘8할’이 이웃 섬에 있는 데도 그랬다. 이제 우리 국적기가 이웃 섬까지 운항하는 세상이다.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접근성이 좋아졌고, 그만큼 이웃 섬을 찾는 이들도 늘었다.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하와이는 용암이 빚은 군도(群島)다. 가장 동쪽의 하와이섬(빅 아일랜드)부터 북서쪽 쿠레환초까지 약 3300㎞에 걸쳐 있다. 이를 ‘열점사슬’이라 부른다. 일반적으로는 해수면 위로 솟은 빅아일랜드, 마우이섬, 오하우섬 등 8개 섬으로 이뤄진 약 600㎞의 군도를 ‘하와이’란 이름으로 부른다. 먼저 하와이를 빚은 용암의 실체를 알고 가자. 그래야 좀 더 넓은 시선으로 하와이를 만날 수 있다. ‘한 권으로 떠나는 세계 지형 탐사’(이우평 지음, 푸른숲)의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열점사슬은 하나의 선을 이루는 해저화산군을 말한다. 우리가 볼 수 없는 하와이의 푸른 바다 깊은 곳엔 열점(Hawaiian hot spot)이 있다. 마그마가 생성되는 곳이다. 열점 위는 지각이다. 지구과학의 ‘판구조론’에서 들어본 ‘태평양판’이 바로 여기다. 태평양판은 1년에 5㎝ 정도 이동한다. 열점은 고정돼 있는데, 위의 지각만 이동하니 수십, 수백만년의 시간이 흐른 뒤엔 하나의 사슬처럼 해수면 위로 섬만 남게 된다. 이렇게 생긴 열점사슬이 하와이다. 우리는 이와 같은 열점사슬을 이미 알고 있다. 울릉도와 독도다. 울릉도와 독도 사이 바다엔 하와이 같은 해산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열점화산이 만들었다는 건 하와이와 다를 것 없다. 독도가 460만년 전에 생겼으니 하와이 ‘최고참’ 카우아이(카우아이 역사학회 기준 500만년 전)에 견줘 동생뻘쯤 되겠다. 화산섬 제주도 역시 하와이의 생성 과정과 일정 부분 비슷한 구석이 있다.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 제주와 자매 결연을 맺은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울릉도와 하와이의 차이는 화산 활동 유무다. 가장 먼저 방문한 빅 아일랜드는 40만~80만년 전에 생겼다. 흔히 ‘지구가 빚어지는 곳’이라 불린다. 현재도 지구상 가장 활발한 화산 황동을 벌이는 곳이 빅 아일랜드의 킬라우에아 화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용암이 흐르며 아주 조금씩 섬이 확장되고 있다. 심지어 이를 두 눈으로 목격할 수도 있다. 사람들이 하와이에 열광하는 아주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예부터 인간이 광적으로 좋아했던 구경거리가 불과 전쟁이었다.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지 않는 전제에서라면 이보다 흥미진진한 게 없다. 아마 온갖 축제에서 불이 빠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터다. 하와이 용암이 딱 이 전제를 가진 태초의 불이다. 하와이 관광청 등의 각종 통계도 이를 증명한다. ‘격렬한 분화’가 생길 때마다 관광객이 ‘폭발적으로’ 몰린다. 화산 하면 보통은 ‘폭발적 분화’를 떠올린다. 이웃 나라 일본에서 빚어지는 재난으로 안타까워했던 경험 탓에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단어다. 반면 하와이의 분화는 완만하다. 그래서 ‘하와이식 분화’로 구분한다. 아이슬란드의 분화는 이보다 더 순해 ‘아이슬란드식 분출’이라 불린다. 분화는 지각 아래 있는 마그마가 지표면을 뚫고 용암으로 분출하는 현상이다. 일본이나 고대 이탈리아 폼페이의 분화와, 하와이식 분화의 가장 중요한 차이는 용암의 점성이다. 과학의 무게를 덜어내고 알기 쉽게 표현하면 ‘분노의 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본은 알려졌듯 ‘불의 고리’(환태평양 조산대) 위에 있다. 일본의 용암은 거대한 네 개의 지각판이 격렬하게 몸싸움을 벌이는 와중에 생긴다. 점성도 강하다. 그 싸움의 결과 엄청난 압력의 가스가 용암에 들어차게 된다. 이를 분노로 대치하면 알기 쉽다. 분노는 용암의 강한 점성에 갇혀 있다가 밖으로 나오는 순간 거침없이, 빠르게 퍼져나간다. 그 경로에 있는 모든 것들은 괴멸적인 피해를 피하기 어렵다. 하와이 바다 아래 용암은 상대적으로 분노가 덜하다. 그저 갇혀 있을 뿐이다. 점성도 약하고 진한 죽 정도로 묽다. 열점을 통해 지표면으로 솟은 용암은 꿀럭대며 아래로 흐른다. 모든 것을 태워 없애는 분노는 여전하지만, 빠르고 폭력적이지는 않다. 지구 행성에서 가장 활발한 화산 활동을 벌이면서도 인명을 해치는 일은 드문 이유다. 그 핵심이 킬라우에아 화산이다. 2018년에도 200년 만의 강력한 분화가 발생해 32㎢에 달하는 면적이 새로 만들어졌다. 킬라우에아를 포함한 이 일대를 ‘하와이 화산 국립공원’이라 부른다. 그중 가장 접근하기 쉽고 대중적인 공간은 할레마우마우 분화구다. ‘불의 여신’ 펠레가 산다는 곳. 그래서 ‘펠레의 궁전’이다. 밤 풍경도 아주 인상적이다. 화구호 속 용암이 꿀렁대는 모습이 꼭 악마의 아가리에서 구불대는 핏빛 혀를 보는 듯하다. 지름 1㎞, 절벽 높이 85m의 할레마우마우 분화구 주변으로 ‘크레이터 림 트레일’이 조성돼 있다. 전체 길이는 17㎞. 걷기를 즐기는 주민과 달리 관광객은 대부분 차를 타고 돌아본다. 수증기가 간헐적으로 뿜어지는 ‘스팀 벤트’ 등 볼거리 주변마다 주차장이 마련돼 있다. 다만 분화 소식이 들릴 때면 트레일 주변 경치 좋은 곳은 어김없이 북새통이다. 용암이 나올 때만 모습을 드러내는 불가사의한 생명체 ‘용암 귀뚜라미’처럼 현지인들이 우르르 몰려나온다.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는 킬라우에아에서 분출된 용암이 바다와 만나는 곳까지 이어진 도로다. 편도 30㎞ 정도다. 도로 주변에 트레킹을 즐길 수 있는 전망대가 몇 개 마련돼 있다. 까슬거리는 용암대지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실제 용암이 흐르는 곳도 방문할 수는 있다. 다만 반드시 현지 전문가와 동행해야 한다. 가장 유명한 전망대는 ‘케아우호우’다. 하와이어로 ‘새로운 땅’이란 의미다. ‘케아우호우 트레일’을 따라 ‘푸우 로아 암각화’가 펼쳐져 있다. 1200~1450년경 아이를 낳은 원주민이 탯줄을 묻고, 자식의 무병장수를 비는 암각화를 그렸던 곳이다. 암각화가 2만 3000개가 넘는다. 주민들이 신성시하는 곳으로, 반드시 목재 데크 위에서 봐야 한다. 트레일이 끝나는 해안가엔 ‘홀레이 씨 아치’가 있다. 우리 식으로는 전형적인 코끼리 바위다. 이 역시 빅 아일랜드의 랜드마크 중 하나다. ‘체인 오브 크레이터스 로드’ 끝은 바다다. 주차장에서 용암이 바다로 떨어지는 곳까지 트레킹 길이 조성돼 있다. 편도 6㎞ 정도. 주변에 휴게소가 없어서 물과 먹거리, 트레킹 신발 등을 준비해야 한다. 여기는 해 질 무렵에 찾는 게 좋다. 사위가 붉게 물들 때 출발하면 어둑해졌을 때 용암이 떨어지는 곳에 닿을 수 있다. 어둠과 용암의 대비가 극명하다. 멀리서 보는 게 감질난다면 배로 가까이 다가가 볼 수도 있다. 보통 용암이 바다까지 흘러올 정도의 분화가 예상되는 때에만 유람선 관광 기회도 생긴다. 용암은 늘 분출되지만 다양한 이유로 바다까지 오지 못할 때가 많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2월 말 현재 유람선 관광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헬기 관광 프로그램도 있다. 다만 지갑이 홀쭉해질 건 각오해야 한다. 섬의 중심부엔 하와이 최고봉 마우나케아산(4207m)이 부드럽게 솟아 있다. 방패를 닮은 이른바 ‘순상화산체’로, 일본의 후지산처럼 폭발적 분화로 생긴 원뿔형의 성층화산과 대비된다. 완만한 산자락을 따라 도로가 나 있어 차로 쉽게 오를 수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에게 마우나케아산 정상은 우주가 시작된 성지다. 대지의 신 파파하나모우쿠와 하늘의 신 와케아가 사랑을 나눠 우주를 만들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남반구의 칠레와 더불어 세계 최대로 꼽히는 천문대가 들어서 있다. 다만 고산병의 위험이 상존하는 데다, 새 망원경 설치 등으로 원주민과 마찰을 빚고 있는 만큼, 마우나케아보다는 이웃 섬 마우이의 할레아칼라에서 일출과 별 관측을 체험하길 권한다. 이제 빅 아일랜드의 해변 이야기다. 수많은 ‘엽서 사진’들이 모방하려 애쓰는 원초적 풍경의 해변이 많다. 가장 인상적인 곳은 케카하 카이 주립공원 마니오 왈리(쿠아 베이) 해변이다. 다양한 빛깔의 바다와 섬세한 모래 해변이 펼쳐져 있다. 푸날루우 블랙 샌드 비치는 이름처럼 새까만 모래가 일품이다. ■여행수첩 -하와이 화산국립공원, 미국 지질조사국(USGS) 등의 누리집 활용도가 높다. USGS 웹캠 등으로 분화 상황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USGS에선 ‘분화 예보 이메일 서비스’도 제공한다. -킬라우에아 방문자 센터(KVC)는 수리 후 올해 말 재개장 예정이다. 핵심 기능은 킬라우에아 군사 캠프(KMC)에서 운영 중이다. 재거 박물관, 각종 전망대 등 관광 시설은 모두 정상 운영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개 미국 국립공원 입장료가 올랐으나 하와이는 아직 오르지 않았다. 다만 화산국립공원 등에서 1인당 30달러의 입장료를 받는다. 이웃 섬 여러 곳을 돌아볼 계획이라면 하와이의 3개 국립공원을 1년 동안 이용할 수 있는 패스(55달러)를 사는 게 효율적이다. 아울러 빅 아일랜드 관광지와 주차장 대부분이 유료화됐다. 카드만 받는 무인 발권 형식이다. -빅아일랜드의 마우나 케아(4207m), 마우나 로아(4170m)와 마우이섬의 할레아칼라(3055m)는 높이가 고산병 기준(2500m)을 초과한다.
  • 쿠바, 영해 침범 美선박과 총격전… 4명 사살

    쿠바, 영해 침범 美선박과 총격전… 4명 사살

    미국의 제재로 위기를 겪고 있는 쿠바가 자국 영해로 들어온 미 고속정과 총격을 벌여 최소 4명을 사살했다.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 후 긴장감이 고조됐던 카리브해 일대에 다시 한번 위기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25일(현지시간) 외신들에 따르면 쿠바 내무부는 이날 오전 중부 비야클라라주 카요 팔코네스 섬 인근 해상에서 국경수비대가 미국 플로리다 선적 고속정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신원 확인을 위해 접근한 국경수비대를 향해 고속정 쪽에서 먼저 발포했다는 게 쿠바 측의 설명이다. 국경수비대가 즉각 반격에 나서 고속정 탑승자 10명 중 4명이 숨지고 6명은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당국은 이들이 미국에 거주하는 쿠바인들로, 반정부 테러를 위해 쿠바에 접근했다고 주장했다. 부상자 6명 중 2명은 테러 모의 혐의로 쿠바에서 수배 중이었던 인물이었다고도 부연했다. 미국 측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선을 그었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 사건이 미국의 작전이 아니며 미국 정부 인원이 관여하지 않았다”며 국토안보부와 해안경비대가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제임스 우스마이어 플로리다주 법무장관은 엑스에 “쿠바 정부를 신뢰할 수 없으며 우리는 이 공산주의자들에게 책임을 묻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면서 “연방 및 다른 주의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해 별도의 수사를 개시하도록 검찰에 지시했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은 미국이 쿠바에 대한 원유 금수 조치를 단행하며 양국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달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고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가던 원유를 끊었다. 쿠바는 그간 핵심 동맹인 베네수엘라의 석유로 경제를 간신히 지탱해왔으나, 미국의 제재로 심각한 에너지 위기를 겪고 있다.
  • 美·이란 핵 협상, IAEA 중재 나서나

    美·이란 핵 협상, IAEA 중재 나서나

    스위스 제네바에서 26일(현지시간) 개최한 미국과 이란간 3차 핵협상에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합류했다고 AFP통신 등이 이날 보도했다. 양국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가운데 국제사회의 핵감시기구인 IAEA가 중재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협상은 앞서 1·2차와 같이 미국 측에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와 중동특사 스티브 윗코프가 나왔고 이란 측에선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이 대표로 참석했다. 지난 회담과 마찬가지로 대면 협상이 아닌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이 양측을 오가며 안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9일 이란에게 합의를 위해 주어진 시간은 “기껏해야 10일에서 15일 정도”라고 밝히고 일주일 만에 열렸다. 회담에서 미국은 이란 핵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요구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윗코프 특사는 지난 24일 워싱턴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친이스라엘 로비 단체 모임에서 “우리는 이란과의 협상을 ‘일몰 조항이 없다’는 전제하에 시작한다”고 밝혔다. 2015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체결됐다가 트럼프 1기 행정부가 2018년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 합의에는 ‘일몰 조항’이 포함된 바 있다. 윗코프 특사의 발언은 현 트럼프 행정부가 효력을 영구화한 강력한 합의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그로시 사무총장이 협상에 참여한 것은 미국과 이란 간 핵 협상에서 우라늄 농축과 같은 기술적 문제를 조율하기 위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가디언은 이란이 IAEA 감독 하에 현재 60% 수준으로 알려진 자국 내 우라늄 농축 수준을 20% 이하로 희석할 수 있다는 중재안을 제안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란 국영TV는 “논의를 보다 정확하고 진지하게 진전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전했다. 회담에 앞서 미국은 이란산 원유 및 무기 판매 등을 지원하는 개인과 단체에 대한 추가 제재를 발표하며 압박을 이어갔다. 미 재무부는 전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총 수억 달러 상당의 이란산 원유와 석유 제품, 석유화학제품을 운송한 다수의 ‘그림자 선단’ 선박과 그 소유주·운영자를 제재한다”고 밝혔다. 또 이란과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등지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과 첨단 재래식 무기 개발 지원에 관여한 개인·기관·선박 30여명(개)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 분자 구름 안 은하수

    분자 구름 안 은하수

    분자 구름 안 은하수 유럽남방천문대(ESO)가 우리 은하의 중심부에 있는 중앙분자지역(CMZ)의 위치를 관측해 사진을 공개했다. 이 사진은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서 아타카마 대형 밀리미터·서브밀리미터 전파망원경(ALMA)으로 관측한 역대 최대 규모의 중앙분자지역 탐사 사진으로, 연구팀은 이번에 관측된 사진을 통해 별의 형성 과정 등을 연구할 계획이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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