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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토] “엄청 좋아요” 교토국제고 학생들

    [포토] “엄청 좋아요” 교토국제고 학생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우승에 도전한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을 치른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봄에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 여름에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등 두 번의 고시엔이 열린다. 일본의 수많은 야구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잠재력을 터뜨리며 조명받았다. 그런 유서 깊은 대회 결승에 한국계 고등학교가 진출했으니 연일 화제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는 2003년에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중·고교생 합해 전교생 160명이며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던 교토국제고는 올여름 고시엔에서 사상 첫 결승진출까지 성공했다. 야구부 역사가 길지 않은 교토국제고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찢어진 야구공을 테이프로 붙여가며 훈련해 왔다. 올 초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KIA 타이거즈 구단이 훈련용 공 1000개를 지원하기도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은 교토국제고는 8강에서 지벤고교를 꺾고 3년 만에 4강에 오르더니 아오모리야마다고까지 제압하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제 감격의 우승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 고시엔에서는 경기 후 승리 팀 교가가 연주된다. 교토국제고는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갖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5차례나 고시엔 구장에 이 교가가 울려 퍼졌다. 이 장면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교토국제고 출신 신성현(현 두산 2군 전력분석원)은 “한국어 교가를 들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일본 전역 3715개 학교가 참가한 여름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우승까지 노린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로는 처음 고시엔에 오른 교토국제고를 향해 국내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결승전 현장에는 진창수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 내내 탄탄한 투수력을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2학년 좌완 투수 니시무라 가즈키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앞서 32강전에서 니가타산업대부속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던 니시무라는 지벤가쿠엔고와의 8강전에서도 완봉승을 챙겼다. 8강 이후 이틀 만에 나선 4강전에서도 괴력을 발휘하며 팀을 결승으로 인도했다. 니시무라의 이번 대회 성적은 23이닝 무실점이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을 위해선 니시무라의 활약이 또 한 번 필요하다.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우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교토국제고 벤치가 니시무라를 어느 시점에 투입해 몇 이닝을 맡기는지가 결승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은 “선수들이 짧은 기간 크게 성장했다”며 “결승전에서는 교토 사람들을 대표해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교토국제고의 결승 상대는 동도쿄 지역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다. 간토다이이치고는 1987년 봄 고시엔 우승 이후 37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일본의 옛 수도 교토와 현 수도 도쿄를 대표하는 학교 간 대결이라 일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 김동연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축하”···“일본 땅에 한국어 교가, 가슴 벅찬 감동”

    김동연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축하”···“일본 땅에 한국어 교가, 가슴 벅찬 감동”

    이른바 ‘야구광’으로 알려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 지사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고시엔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진다.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라고 썼다. 교토지역 대표로 출전한 교토국제고는 이날 오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끝에 2-1로 꺾고 감격의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고시엔에서는 경기 후 승리 팀 교가가 연주된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으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는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2004년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재학생은 100명가량이며 1999년 창단된 야구부 학생은 61명이다. 토국제고교의 일본 전국대회 참가 횟수는 총 5회며 지금까지의 기록은 9승4패다.
  • [그러니까]아파트 단지명, 너무 길거나 외래어 혼잡…단순하면 안 될까

    [그러니까]아파트 단지명, 너무 길거나 외래어 혼잡…단순하면 안 될까

    최근 아파트 단지명이 지나치게 길거나 이해하기 힘든 외래어가 가득한 단지명 짓기로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행정구역과 다른 지역의 명칭을 넣는 작명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집값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혼선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갈립니다. 21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명 글자 수는 1990년대 4.2자에서 2000년대 6.1자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9.86자까지 길어졌습니다. 과거 아파트 이름을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했다면, 현재는 전문 브랜딩 업체들까지 참여하며 단지명 짓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특징을 부각하려 단지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시작된 건 1970년대입니다. 1971년 입주를 시작한 한강맨션이 브랜딩에 성공하자 ▲점보 ▲렉스 ▲리바뷰 등 외래어가 붙은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1976년 신축 아파트에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대신 건설사명과 지역명을 넣은 아파트 이름을 쓰거나 ▲진달래 ▲상록수 ▲청실·홍실 등 우리말이 들어가게 작명하도록 했습니다.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본격화한 건 1990년대 후반입니다.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로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시장이 짓기만 하면 완판되는 공급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며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아파트 이름에 브랜드가 붙은 최초 사례는 2003년 3월 입주한 대림산업의 용인 기흥 ‘e편한세상’ 아파트입니다. 이를 필두로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 건설사마다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아파트 단지명에 붙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외래어가 아파트 단지명에 붙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명에 건설사명, 브랜드명에 더해 펫네임(pat name, 별칭)까지 붙게 되면서입니다. 펫네임은 공원 근처면 ‘파크뷰’, 숲이 있으면 ‘포레’, 강·바다 근처면 ‘리버’, ‘오션’, 역세권은 ‘메트로’, 학군이 좋으면 ‘에듀’, 중심가면 ‘센트럴’ 등으로 붙입니다. 아파트 입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입니다. 최근에는 건설사 간 같이 시공하는 컨소시엄이 늘면서 각사 브랜드를 더하다 보니 단지명이 더 길어졌습니다. 고급화 전략에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범람하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부족해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도 종종 활용됩니다. 가령 서울 강남구 일원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개포동 래미안 루체하임’은 빛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루체’(Luce)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Heim)을 붙여 지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긴 단지명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입니다. 공동혁신도시인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대방산업개발 브랜드 대방엘리움이 붙었고, 펫네임 로얄카운티가 더해져 총 25자로 구성됐습니다. 유리한 행정구역명을 내세워 단지명을 짓는 사례도 있습니다. 신정동·신월동 아파트들이 ‘목동’을 붙이고, 효창동 아파트들 ‘용산’을 앞세우는 식입니다. 얼마 전 동작구 흑석동에 들어설 재개발 아파트 단지를 홍보할 때 행정구역이 다른 ‘서반포’를 넣었다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반포가 실제 없는 지역명인데 주변 상급지 명칭을 넣으려고 한 꼼수란 지적입니다. 다만 아파트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 단지명에 숫자를 넣는 ‘몇차’라는 식은 오래된 아파트 이미지를 준다며 빼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명을 바꾸는 이유는 대부분 집값과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 일부 상승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021년 발표된 한국부동산분석학회 논문에 따르면 단지명을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변경했을 때 그렇지 않은 단지보다 7.8% 집값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7년 11월 기준 9640개 아파트 자료를 기반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입니다. 다만 집값 상승효과는 해당 아파트에만 국한됐고, 그 효과 또한 단기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괴한 단지명에 시민들은 불편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지난 2022년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지금의 공동주택 명칭은 길고 복잡해서 불편하다’는 답변이 77.3%에 달했습니다. 자꾸 길어지고 혼잡한 아파트 단지명에 서울시는 지난 2월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내놓았습니다.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펫네임 자제하기, 적정 글자 수 지키기 등이 핵심입니다. 새로운 아파트 이름은 최대 10자 내외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단순하게 아파트를 지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아파트 단지명에 적용되지 않아 결국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입니다.
  • [씨줄날줄] 손타쿠(忖度)

    [씨줄날줄] 손타쿠(忖度)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내가 손타쿠했다.” ‘손타쿠’는 중국 고전 시경에 나오는 촌탁(忖度)의 일본어 발음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서 안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다는 뜻으로 변질됐다. 우리말로 풀어 쓰면 ‘알아서 기기’쯤이다. 2019년 4월 ‘아베 손타쿠’ 발언을 한 국토교통성 부대신(한국의 차관급)은 며칠 버티다가 결국 사퇴했다. 잘 쓰이지 않았던 손타쿠는 2017년 일본의 유행어가 됐다. 재무성이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사립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손타쿠가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일본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썼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손타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30년 지기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다. 지난해 11월에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4년에 걸쳐 부당 대출을 해준 사건이 적발됐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인 법인들이 서류를 누락해도, 담보가 부족해도 대출을 받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어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당 대출을 초기에 적발하지 못해 일이 커졌을 것이다. 손타쿠는 조직을 부패시킨다. 맹목적 충성심과 강력한 아첨이 아니라 원리원칙에 따른 실행을 높이 평가하면 손타쿠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우리 사회와는 거리가 먼 듯하니 걱정이다.
  • [씨줄날줄] 압록강 행진곡

    [씨줄날줄] 압록강 행진곡

    ‘나가 나가 압록강 건너 백두산 넘어가자.’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군이 부르던 ‘압록강 행진곡’의 일부다. ‘압록강을 건너고 백두산을 넘어서’ 회복해야 하는 땅은 당연히 한반도다. 나라 밖에서 나라 안으로 ‘진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일한 노래일 것 같다. 작곡자는 한국광복군 중교(中校·중령) 한형석(1910~1996)이다. 의사인 그의 아버지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중국혁명군 구호의장(救護醫長)이 됐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형석도 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항일 가곡과 군가를 독립군과 중국군에 보급하는 데 힘썼다. 1940년 창설된 한국광복군 총참모장 이범석은 “조국은 우리의 피로 찾아야 한다”며 ‘국기가’(國旗歌)를 썼다. 당시 광복군 예술부장이던 한형석은 이범석의 가사로 군가를 만들었다. 그의 독립군가는 ‘광복군 제2지대가’, ‘조국행진곡’, ‘아리랑행진곡’으로 이어졌다. 특히 한국인의 독립투쟁을 줄거리로 만든 항전가극 ‘아리랑’은 우리말 가사였음에도 순회공연이 이루어진 지역에선 중국인 주민들까지 ‘아리랑’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한형석은 중국 최초의 아동극장을 창설하기도 했다. 최초의 종합가극 ‘리나’는 나라를 잃은 폴란드 음악가가 어린 딸과 바이올린을 켜고 춤을 추면서 독립운동을 하는 내용으로 극찬을 받았다. 광복 후 고향 부산으로 온 그는 6·25전쟁 직후 자유아동극장을 설립, 500차례 남짓 공연을 열어 12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무료 관람토록 했다. 이 극장은 저녁에 되면 색동야학원으로 변신해 피란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교육 기회를 주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음악으로 독립을 염원한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9일 연다. 독립군가의 한형석과 의병가의 윤희순이 주인공이다. 광복절엔 국립합창단과 당시의 노래를 들어보는 ‘대한 독립이로다, 대한 동포로다’ 공연도 이어진다. 가족과 함께 광복 79주년을 가장 뜻깊게 보낼 수 있는 기회일 듯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 [신간] 29년 기자의 노하우로 바른 우리말을 알려드립니다.

    [신간] 29년 기자의 노하우로 바른 우리말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적고 있는 우리 말 중 맞춤법이나 어원 등이 모호하거나 틀린 것이 많다. 특히 SNS, 메신저, 이메일 등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그만큼 쉽게 쓰고 쉽게 틀리는 우리말을, 29년간 언론사 교열기자를 지내며 기사 속 오류를 잡아내 온 노경아 작가가 생활 속 이야기와 함께 편안하게 바로잡는 책을 펴냈다. 그가 쓴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어문 규칙이나 문법적 설명으로는 도통 익히기 어려웠던 우리말을 재미있는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여 쉽게 이해되고, 고운 우리말을 만나는 기쁨도 함께하는 책이다. 늘 쓰는 말 중에 헷갈리는 단어들의 구분, 잘못 쓰는 한자어의 예, 고운 우리말 소개, 사이시옷과 띄어쓰기에 대한 생각까지, 막연하고 모호했던 우리말 지식이 보다 분명해지는 즐거운 경험이 펼쳐진다. 또한, 각 장의 도입부에 마련된 쉬운 듯 어려운 맞춤법 퀴즈는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말의 최전선에서 29년의 시간을 쏟아온 저자의 지식과 통찰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써내려간 이 책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어른’들을 깊고 넓은 교양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어 생활… 29년 어문기자가 건네는 올바른 우리말 이야기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어 생활… 29년 어문기자가 건네는 올바른 우리말 이야기

    지은이 노경아는 어문전문기자다. 독자가 읽기 쉽게 신문기사의 문장을 다듬는 게 그의 일이다. 문장이 적절한 낱말들로 구성돼 있는지, 비문은 없는지, 사실관계의 오류는 없는지, 한쪽으로 치우치거나 차별적인 말들은 없는지를 포함해 신문언어 전반을 두루 살피고 다듬는다. 지금까지 29년 동안 이 일을 하며 쌓아 둔 우리말 지식을 책에 풀어 놓았다. 책에서 그는 대뜸 질문 하나 한다며 문제를 낸다. “‘오늘은 짬뽕이 땡기네’와 ‘요즘 물을 안 마셨더니 얼굴이 땡겨’는 바른 문장일까요?” 둘 다 ‘땡’이란다. ‘땡기다’라는 말은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짬뽕은 ‘당기네’로, 얼굴은 ‘땅겨’로 써야 한다고 일러 준다. 더 알고 싶은 독자들을 위해선 자세하게 설명을 더한다. 불이 옮아 붙는다는 말은 ‘댕기다’인데, “담배에 불을 댕기다”처럼 쓸 수 있다는 것도 알려 준다. 논란의 불을 ‘댕기기’도 하고, 갈등의 불을 ‘댕기기’도 한다는 표현이 바르다는 것도 곁들인다. 어문 규정 설명으로는 알기 어려운 우리말을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흔히 쓰고 듣지만 헷갈리는 말들은 어떻게 구분하면 쉬운지, 잘못 쓰는 한자어와 살려 쓰면 좋은 우리말에는 어떤 게 있는지, 논란이 많은 사이시옷 적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등을 활기차게 풀어낸다. 각 장 도입부에 보이는 맞춤법 퀴즈는 읽는 즐거움을 준다. ‘말에는 쓰는 사람의 생각과 한 사회의 시대정신이 깃든다.’ 생각만큼 말도 신중하게 해야 하고 다듬어야 한다고 지은이가 생각하는 이유다. 정치와 토론에서 ‘막장’을 쓰지 말아야 하는 이유, ‘장애우’란 말이 적절치 않은 이유 등을 밝히며 무심코 쓰는 말 가운데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들을 예로 든다. 이 밖에 ‘묘령의 할머니’, ‘자문을 구하다’처럼 기자들이 잘못 쓰는 말들도 소개한다. 어렵고 딱딱해 보였던 우리말이 재밌다는 걸 느끼게 한다. 생활 속 우리말에 관한 이야기 67가지를 담았다.
  •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드러난 ‘문학강국’ 자부심…즐겨요! 佛문학 5선

    파리올림픽 개막식에 드러난 ‘문학강국’ 자부심…즐겨요! 佛문학 5선

    전위적인 퍼포먼스부터 대한민국 선수단을 북한으로 잘못 소개한 대형 사고까지. 화제와 논란의 중심에 섰던 2024 파리올림픽 개회식에서 전 세계 문학·출판계 관계자들의 눈길을 끈 장면이 있었다. 오페라 가수 마리나 비오티와 파리관현악단의 ‘카르멘’이 흘러나오는 도서관. 청춘 남녀 셋이 눈빛을 교환하며 서로의 은밀한 욕망을 확인하는 순간 그들의 손에 쥐어져 있던 문학책이 화제였다. 작품의 표지만으로도 전 세계에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문학강국’ 프랑스의 자부심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개회식 영상에서 표지가 등장한 프랑스 문학은 총 다섯 권이다. 폴 베를렌(1844~1896)의 시집 ‘말 없는 연가’, 알프레드 드 뮈세(1810~1857)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 기 드 모파상(1850~1893)의 소설 ‘벨아미’, 아니 에르노(84)의 소설 ‘단순한 열정’, 레일라 슬리마니(43)의 에세이 ‘섹스와 거짓말’이 영상에 순서대로 소개됐다. 여러 출판사에서 선집으로 엮은 베를렌의 작품을 포함해 모두 우리말로 번역돼 있다. 국내에서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소개된 모파상의 ‘벨아미’는 아름다운 미모로 파리 사교계에서 뭇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남성 ‘조르주 뒤루아’의 파괴적인 욕망을 다룬 작품이다. 치명적인 ‘옴파탈’, 한때 우리나라에서도 유행했던 ‘나쁜 남자’의 원형이라 하겠다. 영상에서는 서로에게 매혹된 두 남성 사이의 ‘사랑의 신호’로 쓰이고 있다.이들과 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 것처럼 보이는 여성의 손에 들려 있던 ‘단순한 열정’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에르노의 대표작이다. 2022년 노벨문학상을 품에 안았던 에르노는 자기가 직접 체험한 걸 소설화하는 작가로도 유명한데, 한국어판은 문학동네에서 나왔다. 작가가 젊은 유부남 연인과 가졌던 짧고도 정열적인 사랑을 회상하는 작품이다. 에르노의 다른 작품처럼 수위가 상당히 세다. 영상 속 여성은 이 책의 표지를 남성에게 보여 주며 ‘뜨거운 사랑’을 나누자는 유혹을 건네는 듯하다.2016년 35세의 나이에 프랑스어권 최고 권위의 공쿠르상을 받은 슬리마니는 모로코 출신 여성 작가다. 경계인, 이방인의 정체성으로 글을 쓰는 작가로 프랑스 문단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내에는 아르테의 번역으로 소개된 ‘섹스와 거짓말’은 모로코, 알제리, 튀니지 등에서 살아가는 여성들의 내밀한 성적 욕망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는 인터뷰집이다.금지된 사랑과 그로 인한 인간의 파멸을 그린 뮈세의 희곡 ‘장난삼아 연애하지 마소’는 지만지에서 우리말로 번역했다. 프랑스 상징주의 시인으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아르튀르 랭보의 동성 연인이자, 그를 총으로 쏴 다치게 했던 일화로도 유명한 베를렌이 감옥에서 쓴 시집 ‘말 없는 연가’는 지만지·선영사 등에서 낸 선집에 일부 작품이 수록된 형태로 소개됐다. ‘내 마음에 눈물 내린다’ 등의 시가 잘 알려져 있다.프랑스 문학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상되는 장폴 사르트르(1905~1980)나 알베르 카뮈(1913~1960) 등 실존주의 작가가 아니었다는 점은 흥미로운 부분이다. 무겁고 진중한 철학을 담은 책이 아니라 하나같이 감각적이고 육체적인 욕망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노벨문학상 작가 에르노를 앞세운 것에서 영국·독일과 함께 유럽 문학 종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동시에 모로코 작가 슬리마니의 작품을 내세운 것에서는 프랑스가 다양성과 이방인에 대한 포용을 중시하는 나라임을 과시하려는 시도도 읽힌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바지런한 헛소리-하기

    [정은귀의 詩와 視線] 바지런한 헛소리-하기

    여기 영어가 이상하게 들리는 아침 그래서 프릿은 흐릿 혹은 희열 어머닌 공장에서 인형을 조립하고 신발가게에서 일하다 일을 그만둔다 꽃은 온실에서 매끄러운 세포분열을 숨기고 태양은 침묵의 방정식에서 항수 x다. (중략) …… 이야기는 반쯤 전해진다. 거인은 인도 사람. 왕이 그를 납치해 물에다 몸을 불려 고래 같은 뼈들을 발라냈다. ―캐시 박 홍 ‘바지런한 헛소리’ 중 여름이니 무더위에 기대어 헛소리를 좀 해볼까. 방학이라 미뤄 두었던 일로 돌아오니 역시 나를 가장 반기는 것은 시의 언어다. 시가 무엇일까. 시는 알 듯 모를 듯 잘 잡히지 않는다. 요즘 내가 생각하는 시의 새로운 정의는 바로 ‘바지런한 헛소리’다. 미국 평단의 찬사를 받고 한국에도 많은 독자가 있는 ‘마이너 필링스’의 작가 캐시 박 홍이 쓴 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올여름 시인이 한국을 다녀가며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이 있으니, 바로 ‘바지런한 헛소리-하기’의 열정을 다시 지펴 준 것. 그는 2세대 한국계 미국 시인이다. 영어로 시를 쓰지만 부모님이 떠나온 한국 땅과 한국어에 대한 흔적을 시에서 계속 실험한다. 자기 몸에 선험적으로 새겨진 언어이기 때문이다. “영어를 한참 두드리다 보면 다른 언어로 통하는 문으로 변한다”는 친구 시인의 말을 인용하며 시인은 시를 읽는 새로운 눈을 열어 보인다. 그의 어려운 시들을 우리말로 옮기며 나는 그 말을 따라 해 보았다. 파편으로 나뉘고 맥락이 잘 이어지지 않는 문장을 한참 두드리니 어떤 다른 문이 열렸다. 시의 첫 연 “프릿은 흐릿 혹은 희열”의 원문은 “blue is blur or bliss”다. 이를 “파랑은 희미 혹은 행복”이라 옮기면 시인의 언어 실험이 번역에서 죽는다. 그래서 의미를 살살 주무르면서 실험을 최대한 닮은 번역을 시도했다. 번역가가 마음에 드는 번역을 만나는 순간이 드문데 나는 이 번역이 마음에 든다. 시는 이민자의 힘겨운 삶을 비스듬히 비춘다. 새로운 땅에서 영어는 잘 들리지 않고, 하루하루의 삶은 팍팍하다. 시에 등장하는 거인은 커다란 사람이지만 힘이 없다. 왕에게 붙잡혀 잔인하게 죽는다. 그 거인은 시인의 어머니고 아버지, 누군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 모두를 가리킨다. 시인의 바지런한 헛소리를 듣고 있으면 우리네 부모님의 젊은 날이 영화처럼 스쳐 간다. 그런 날들 속에 아이가 자란다. 두 세계 사이에서 헤매던 어린 캐시는 자라서 시인이자 작가, 버클리대학의 영문과 교수가 됐다. 작년엔 시사주간지 ‘타임’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으로 선정됐다. 거대한 침묵의 방정식 같은 세상이지만 어제도 오늘도 뜨는 태양이 있고, 이렇게 바지런한 헛소리로 꿈을 심는 시인이 있다. 청년들은 그의 문장에서 눈물을 닦고 힘을 얻는다 하니, 그 꿈을 옮기는 나의 오늘도 행복하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최보기의 책보기] ‘주역’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최보기의 책보기] ‘주역’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주역(周易)이나 사주명리학(四柱命理學)에 대해 말을 하지 않는 것은 잘 정도가 아니라 전혀 모르기 때문이다. 그런데 늘 가지는 의문이 있다. 『주역』은 점괘(占卦)를 정리한 점술(占術) 책이다. 주역점은 주사위를 던지듯 선택한 패의 조합된 숫자에 따른 64괘(卦)와 거기서 갈라지는 384효(爻)로 길흉화복을 예측한다. 의문은 ‘서로 다른 사람이 같은 패를 뽑은 경우 운도 같은가? 패를 뽑는 그 순간의 손끝에 운이 달려있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이다. 이 의문에 명확한 설명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사주명리학은 거북이 등뼈로 점을 치는 ‘복불복’에서 발전해 객관적 데이터인 사주-태어난 연월일시(年月日時)를 바탕으로 60간지(六十干支)에 따라 음양오행(陰陽五行)의 자연섭리에 따르는 운을 짚어본다. 의문은 ‘한날 한시에 태어난 사람이라면 모두 사주풀이가 같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한날 한시에 태어났는데 누구는 왕회장이 되고 누구는 그렇지 못한 이유가 무엇인가?’이다. 이 의문에도 명확한 설명을 들어봤으면 좋겠다. 그럼 『도올 주역 계사전』을 읽지 말라는 말인가? 그것은 아니다. 도올 김용옥 선생은 ‘고려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던 1970년 봄 <계사전>의 첫 문장 천존지비(天尊地卑-하늘은 높고 땅은 낮다)를 접하면서 그 자리에서 득도했다’고 밝힌다. 천존지비는 ‘지극히 당연한 사실’이므로 득도는 ‘당연한 이치의 깨달음’이다. 고로 『주역』은 384효가 담은 지극히 당연한 자연법칙 안에서 자연의 일부인 인간의 삶을 성찰할 때, ‘과유불급, 감탄고토, 임계점, 고진감래, 유비무환’처럼 지극히 당연한 삶의 전개 원리를 짚으며 읽을 때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부록으로 <우리말 역경>과 <우리말 계사전>이 간결하게 편집됐다. 주역의 한 효에 따르면 누군가가 뜨겁게 끓인 솥을 머리에 이고 가는데 솥이 그의 체력으로 이기기에 너무 무거워 보이면 멈추게 한 후 솥을 땅에 내려놓게 하거나 멀리 피해야 한다. 그 옆에서 우물쭈물하다가는 그가 쏟은 솥에 같이 화상을 입는 낭패를 당할 수 있다. 하물며 자기 스스로 무거운 솥을 머리에 이고 걸어간다면!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애 없는 여자? ‘큐티’한 딸 있는데” 해리스 의붓딸의 반격

    “애 없는 여자? ‘큐티’한 딸 있는데” 해리스 의붓딸의 반격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로 유력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과거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연방 상원의원으로부터 “애 없는 여성”이라는 모욕적인 언사를 들은 것에 대해 해리스 부통령의 의붓딸이 “(새어머니에겐) 나처럼 귀여운 아이들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리스 남편 전처 “아이들의 공동 양육자” 25일(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가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인 엘라 엠호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해리스 부통령에게 “나와 오빠처럼 ‘큐티 파이(cutie pie)’한 아이들이 있는데 어떻게 ‘자식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나”고 반문했다. ‘큐티 파이’는 우리말로 옮기면 ‘귀염둥이’와 비슷하다.해리스 부통령은 2014년 엠호프와 결혼하면서 그와 전처 사이에서 낳은 딸 엘라와 콜을 키워왔다. 엠호프의 전처도 해리스 부통령에게 힘을 실었다. 전처 커스틴 엠호프는 전 남편의 사무실을 통해 배포한 성명에서 “그녀(해리스)는 아이들이 10대였을 때부터 10년 넘게 나와 전 남편과 함께 공동으로 아이들을 양육했다”면서 “나는 우리의 복합가족(blended family)을 사랑하고, 그녀가 함께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밝혔다. 앞서 밴스 상원의원은 2021년 7월 폭스뉴스에 출연해 해리스 부통령을 비롯해 일부 민주당 인사들을 향해 “자기 삶에서 비참한, 자식이 없는 캣 레이디들”이라면서 “국가의 미래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직격했다. ‘캣 레이디’는 자녀가 없는 여성에 대해 “사회에서 고립된 채 집에서 고양이나 키우는 여성”이라며 비하하는 의미의 표현이다. 해리스 부통령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로 떠오르자 밴스 상원의원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됐고, 여성 및 자녀가 없는 사람들을 비하한다는 비판을 초래하고 있다. “남 vs 여 대결 구도에 공화당 ‘여성혐오’ 프레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레이스에서 하차하고 해리스 부통령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이면서, 이번 대선은 ‘흑인·아시아계 여성 대 고령 남성’의 구도로 재편될 조짐이 보이고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맞붙은 2016년 대선에 이어 공화당이 재차 ‘여성 혐오’ 프레임을 꺼내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케이트 마네 코넬대 교수는 더힐에 “(공화당이) 여성 정치인을 ‘마녀’ 또는 각종 비하적인 용어로 공격하고 있지만, 우리 사회는 2016년 대선 당시보다 이같은 ‘성별 공격’에 더 잘 준비돼 있다”고 말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도 이같은 ‘여성 혐오’ 프레임에 반발하는 흐름이 거세지고 있다. 시트콤 ‘프렌즈’의 주인공 레이철 역으로 유명한 배우 제니퍼 애니스톤은 밴스 의원에 대해 “미국의 부통령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하다니 믿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영화배우 우피 골드버그는 “어떤 이유로든 아이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거나 아이를 갖고 싶어도 가질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며 “당신은 이 문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꼬집었다. 존 매케인 전 공화당 상원의원의 딸 메건 매케인도 “여성에 대한 무감각과 잔인함이 내 많은 친구들에게 파도를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 넌 봉사만 하니? 중랑에서는 가족애까지 다져

    넌 봉사만 하니? 중랑에서는 가족애까지 다져

    서울 중랑구가 ‘제30기 해도두리 가족봉사단’을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해도두리란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노력하는’이라는 의미의 순우리말이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는 해도두리 봉사단은 2010년부터 지금까지 364가족 1213명이 참여한 중랑구 대표 봉사단이다. 대상은 관내 거주하는 초등학생 이상 자녀를 둔 가족이다. 총 20가족을 선착순 모집한다. 30기 봉사단은 오는 8월부터 11월까지 월 1회 토요일에 활동한다. ▲요양원 어르신 말벗 및 식사보조 ▲저소득 가구를 위한 사랑의 쿠키 나눔 봉사 ▲망우역사문화공원 유명인사묘소 관련 역사 학습 및 주변 정리 ▲양말목 업사이클링 활동 등 프로그램에 참여할 예정이다. 활동 참여 시 봉사시간이 인정되며 총 4회의 활동 중 3회 이상 참여할 경우 수료증이 수여될 예정이다. 참여를 희망하는 구민은 중랑구청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접수 후담당자 이메일로 참가신청서를 제출하면 된다. 류경기 중랑구청장은 “나눔의 가치를 배우는 동시에 가족이 화합하고 소통하는 시간이 될 것”이라며 “따뜻한 도시 중량을 만들수 있도록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 ‘플러팅’ 대신 ‘호감 표시’…문체부 “쉬운 우리말 쓰기 어때요”

    ‘플러팅’ 대신 ‘호감 표시’…문체부 “쉬운 우리말 쓰기 어때요”

    “플러팅 대신 호감 표시 어때요?”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은 2024년 상반기에 우리 사회에 유입된 외국 용어 23개를 이해하기 쉬운 우리말로 다듬었다고 22일 밝혔다. 3월부터 6월까지 여섯 차례의 전문가 논의(새말모임)와 국민 수용도 조사를 거쳐 국어심의회 국어순화분과 위원회 심의·의결로 ‘플러팅’, ‘밸류업’, ‘풀필먼트’ 등 외국 용어 23개에 대해 ‘호감 표시’, ‘가치 향상’, ‘물류 종합 대행’ 등의 쉬운 우리말을 제시했다. 2024년 상반기에 다듬은 말 가운데 가장 잘 바꾸었다고 국민이 선택한 말은 ‘가치 향상’이었는데 응답자의 89.0%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가치 향상’은 ‘기업이나 조직 등의 가치를 높이려고 제품, 서비스, 시스템, 조직 문화 등 다양한 측면에서 노력하는 것’을 뜻하는 말로 ‘밸류업’을 알기 쉽게 다듬은 말이다. ‘자동 요금 징수(스마트 톨링)’, ‘물류 종합 대행(풀필먼트)’, ‘첨단 미용 기술(뷰티 테크)’ 등도 잘 다듬어진 말로 선정됐다. 2024년 상반기 수용도 조사에서 언론이나 정부,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외국어에 대하여 응답자의 81.1%가 ‘1주에 한두 번, 1개월에 한두 번’ 접해 보았다고 응답했다. 또한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57.0%가 낯선 외국어가 “내용 파악에 방해가 된다”라고 답했다.
  • 1904년, 민족정신 횃불 밝히며…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 시작됐다

    1904년, 민족정신 횃불 밝히며… 대한민국 언론의 역사 시작됐다

    대한민국 최고(最古) 신문인 서울신문이 18일로 창간 120주년을 맞았다. 서울신문은 일제가 국권을 침탈해 오던 1904년 7월 18일 창간호를 발행한 대한매일신보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대한매일신보는 구한말 암흑기 민족의 운명을 밝힌 횃불 같은 존재였다. 당시 조선 민중들은 날짜가 지난 신문까지 구해 돌려 가며 읽을 정도로 대한매일신보를 신뢰했다. 한글판, 국한문판, 영문판 등 3종류로 발행되던 1908년 5월 27일 당시 대한매일신보의 부수가 1만 3256부에 이르렀다는 일제 통감부의 기록이 이를 방증한다. 대한매일신보를 창간한 두 주역은 영국 신문 데일리 크로니클지 서울특파원(통신원)이있던 배설(본명 어니스트 베델)과 독립운동가 양기탁이다. 일제의 야욕을 국외로 알리고 싶었던 고종의 물밑 후원과 배설의 정의로운 기자정신, 양기탁의 항일민족주의 정신이 대한매일신보 탄생의 밑거름이었다. 일본의 동맹국이었던 영국 출신 사장 배설은 신보의 든든한 울타리가 됐고, 총무(전무 겸 편집국장) 양기탁은 신문의 대들보였다. 박은식, 신채호, 장도빈 등 조선 최고의 문장가이자 독립운동가들이 주필로 참여했다. 조선 민중이 신뢰했던 신문기사·논설 통해 을사조약 비판‘국채보상운동’ 이끌며 전성기 “(을사)조약은 이토(伊藤)가 우리 대신들을 공갈·협박하여 강압적으로 체결하였으며, 시일야방성대곡(是日也放聲大哭)이라는 글을 쓴 이유로 황성신문 사장 장지연을 구속하고 신문을 정간시킨 것은 언어도단이다.” 대한매일신보 1905년 11월 21일자 논설의 일부분이다. 대한매일신보는 1905년 11월 17일 을사조약 체결을 전후해 일본을 매섭게 비판하는 기사와 논설을 끊임없이 실었다. 일제가 황성신문 발행을 금지하자 대한매일신보는 ‘시일야방성대곡’을 한문과 영어로 번역해 호외를 만들어 국내외에 뿌렸다. ‘을사조약에 동의하거나 서면에 조인하지 않았다’는 고종의 밀서가 영국 트리뷴지에 폭로될 수 있도록 다리를 놓은 이가 배설이었고 대한매일신보는 트리뷴지의 보도 내용을 처음으로 국내에 소개했다. 을사조약 반대운동으로 항일애국 신문으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한 대한매일신보는 국채보상운동을 이끌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대한제국이 일본에 강제로 진 빚 1300만원을 갚자는 국채보상운동은 대한매일신보 대구지사장을 겸했던 광문출판사 사장 김광제 등이 대구에서 처음 불을 지폈다. 1907년 2월 21일자 대한매일신보를 보면 “이천만 민중이 3개월 기한으로 금연하고, 그 대금으로 매인(每人)에게서 매월 20전씩 거둔다면 1300만원이 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고종도 이때 “우리 백성들이 국채를 보상하기 위해 단연(금연)하고 그 값을 모은다고 하는데, 짐도 담배를 피울 수 없다”고 선언할 정도로 국채보상운동은 온 나라를 휩쓸었다.대한매일신보는 의병들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했다. 전국 각지에서 봉기한 의병들의 활약상을 ‘처처의병’(處處義兵)이라는 코너를 두고 소개했다. 주필 박은식은 “한민족은 본래 충의가 탁월하고 두터워 삼국시대 이래로 외환을 만날 때마다 의병의 전공이 가장 탁월하였다…병역의무의 징집에 의거한 바 없이 오직 충의로 모여들어 적이 물러갈 때까지 싸우고야 말았다…의병은 이 나라의 국수(國粹)이다”라고 썼다. 일제 통감부가 “많은 폭도들이 대한매일신보의 격문을 읽고 분개하여 일어나고 있다”는 보고서를 작정해 본국에 보낼 정도였다. 한국 고유 언론 시스템 정착인맥 관행 깨고 기자 공채 도입1920년 첫 여기자 이각경 합격 1909년 10월 26일 만주 하얼빈에서 안중근 의사가 조선 침략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했다. 대한매일신보는 이를 특호 활자 제목으로 대서특필하며 “이토 암살은 독립투쟁의 일부”라고 정의했다. “내가 한국독립을 회복하고 동양평화를 위해 삼년간 해외에서 풍찬노숙하다 끝내 그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곳에서 사(死)하노니…이천만 형제자매가 나의 유지를 이어받아 자유독립을 회복하면 사자무감(死者無憾)일 것이다”라는 안중근의 유언은 대한매일신보 1910년 3월 25일자에 또렷이 박혀 있다. 1910년 8월 29일 대한제국이 끝내 국권을 상실했다. 일제는 경술국치 바로 다음날 눈엣가시였던 대한매일신보를 인수해 버렸다. 국가를 상징하던 ‘대한’을 떼어 내고 매일신보로 제호를 바꿨다. 제호뿐만 아니라 대한매일신보의 정신까지 모조리 개조해 총독부의 기관지로 만들었다. 당시 일제는 매일신보와 일어로 발행되는 경성일보, 영자신문 서울프레스 등 3개 관변지만 남기고 모든 민족언론을 해체했다. 매일신보는 우리나라 신문 역사에 부끄러운 기록을 남겼지만, 일제강점기 연구에 없어서는 안 될 1차 사료(史料)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일제 무단통치로 민족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1910~20년, 1940~45년 두 시기에 유일하게 발간된 신문이 매일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1945년 8월 해방 직전 일본의 패망 조짐과 해방 직후 건국을 둘러싼 지도자들의 움직임 및 좌우 대립 상황을 기록한 언론은 매일신보뿐이다. 매일신보의 또 다른 역할은 한국 고유의 언론 시스템을 개발해 정착시켰다는 점이다. 1918년에는 아는 사람을 기자로 채용하던 관행을 깨고 국내 최초로 기자 공개채용을 실시했다. 홍난파, 유지영 등이 이때 공채에 합격해 기자가 됐다. 1920년에는 최초의 여기자 이각경이 공채에 합격했는데, 이 기자의 입사의 변이 지면에 실리기도 했다. 일제가 우리말을 말살하던 시기 매일신보는 작가 겸 기자들이 한글로 작품을 쓸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공간이었다. 이인직, 조중환, 이해조, 이상협, 민태원, 윤백남 등이 매일신보에 소설을 연재했다. 특히 이광수는 1917년 1월 1일 신년호부터 6월 14일까지 126회에 걸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장편소설인 ‘무정’을 연재했다. 매일신보는 1919년 8월 소설 현상공모를 최초로 실시했는데, 이는 신춘문예의 효시로 평가된다. 해방의 감격과 함께 매일신보도 1945년 11월 22일 서울신문으로 재탄생했다. 민족대표 33인 중 한 명이었던 위창 오세창이 사장을 맡았다. ‘임꺽정’을 쓴 벽초 홍명희와 애당 권동진은 고문으로 합류했다. 민족지도자들로 구성된 경영진은 서울신문의 새 출발을 ‘창간’ 대신 대한매일신보를 계승하는 의미에서 ‘혁신 속간’이라고 정의했다. 23일자 혁신 속간호 사설에서 서울신문은 “일당일파에 기울어지지 않는 공정한 언론보도에 충실할 것을 천명한다”고 다짐했다. 근현대사와 함께해 온 신문6·25전쟁 ‘진중신문’ 언론사 신화세종로 ‘이순신 장군’ 동상 등 건립 서울신문은 6·25전쟁의 포화 속에서도 발행을 멈추지 않았다. 다른 신문사가 모두 회사 문을 닫고 해산했지만 서울신문은 전쟁 발발 당일은 물론 26일과 27일까지 모두 12차례의 호외를 찍어 냈다. 1951년 1월부터 3월까지 50일 동안은 어쩔 수 없이 부산 피란지에서 신문의 명맥을 겨우 이었지만, 1951년 4월 6일부터는 포성이 울리는 서울로 돌아와 ‘진중(陣中)신문’을 찍었다. 19일 동안의 진중신문 발행은 한국 언론사와 6·25 전사에 신화로 남아 있다. 한국전쟁 기간에 순직한 종군기자 18명 중 한국 기자는 서울신문 소속 한규호가 유일하다. 1985년 1월 1일은 한국 신문제작 역사에서 일대 혁명이 일어난 날이다. 서울신문이 새 사옥(한국프레스센터) 준공에 맞춰 국내 최초로 컴퓨터 조판 시스템(CTS·Computerized Type-setting System)을 도입한 것이다. 이를 계기로 납 활자로 신문을 제작하던 전통 방식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디지털 미디어의 출발도 서울신문에서 이뤄졌다. 서울신문은 1995년 11월 22일 국내 최초 인터넷 뉴스 서비스인 ‘뉴스넷’을 개통했다. 뉴스넷은 서울신문, 스포츠서울, TV가이드, 뉴스피플 등 서울신문사가 발행하는 모든 매체의 콘텐츠를 정보통신망을 통해 전달하는 시스템으로, 인터넷 신문의 효시였다. 서울 세종로 네거리에 우뚝 서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누가 세운 것일까. 서울신문은 1966년부터 1972년까지 ‘애국선열 조상 건립사업’을 벌여 모두 15기의 동상을 세웠다. 그중 첫 번째가 바로 이순신 장군 동상이다. 서울신문 120년은 영욕이 굽이친 대한민국 근현대사 그 자체이다. 앞으로의 120년에도 무수한 굴곡이 서울신문 앞에 닥칠 것이다. 그러나 서울신문은 불편부당한 정론직필의 펜을 놓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심장부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이순신 장군처럼.
  • [최보기의 책보기] 세계 시(詩) 독자라면 소장 가치 충분한 해설집

    [최보기의 책보기] 세계 시(詩) 독자라면 소장 가치 충분한 해설집

    스마트폰 대왕이 인터넷 제국의 패권을 차지하면서 라이프 스타일이 획기적으로 변해버렸다. 골목 어귀에 모여 해가 지도록 수다를 떠는 동네 청소년들, 땅바닥에 금을 긋고 사방치기나 땅따먹기 놀이를 하는 아이들, 보름달 둥실 뜬 밤이면 손에 손을 잡고 달을 쳐다보며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어디어디 떴나 남산 위에 떴지’ 동요를 목청 높이 합창하던 학생들의 풍경은 벌써 전설이 돼버린 지 오래다. 오장육부이던 사람의 신체가 눈앞이나 손끝에 스마트폰이 붙으면서 오장칠부로 진화가 빠르게 진행될수록 반비례로 ‘글자와 문장’이라는 텍스트가 힘을 잃는 시대인데 아직도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무수한 책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 한복판에 문학이 있고 시(詩)가 있어 52년 전통의 문예지 <문학사상>이 잠정 휴간에 들어갔다는 소식마저 그다지 놀랍지도 않다. 그래서일까? 시가 강의실 밖으로 나왔다. 척박한 환경에서도 평생 시를 붙잡고 살아온 여국현 시인(영문학 박사)이 월간 『우리詩』에 연재했던 <영시해설>을 다듬어 두 권의 책으로 펴냈다. 그동안 시인은 첫 시집 『새벽에 깨어』(2019) 등 자신의 시를 발표하는 한편 영시의 우리말 번역과 우리시의 영문 번역을 함께 해왔다. 이번에 펴낸 『강의실 밖으로 나온 영시 1, 2』는 ‘사랑, 자연, 사회’를 주제로 다룬 21편과 ‘인생, 삶과 죽음, 기타’ 주제로 21편의 원문, 번역, 해설이 실려있다. 저 먼 학생 시절 국정 교과서 공부로 이름이 익숙한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 <선택하지 않은 길>(교과서에서는 <가지 않은 길>) 두 편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눈 내리는 저녁 숲 가에 서서>의 4연 ‘숲은 아름답고, 어둠은 깊네/ 하지만 내게는 지켜야 할 약속이 있네/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의 길이 있네/ 잠들기 전 가야 할 몇 마일의 길이 있네.’가 반갑다. 한때 ‘But I have promise to keep, And miles to go before I sleep’에 얼마나 가슴이 뛰었던가! <선택하지 않은 길>의 4연도 마찬가지다.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먼 훗날/ 나는 어딘가에서 한숨 쉬며 말하게 되겠지;/ 숲속에 두 길이 갈라져 있었고, 나는-/ 나는 사람들이 덜 다닌 길을 선택했다고,/ 이 모든 차이는 바로 그 결과라고.’ 지금도 어떤 결단의 기로에 서면 늘 이 시구를 떠올리며 지혜로운 판단을 구하고자 애쓴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인이 쓴 시구의 뜻과 비평가들이 해석하는 시구의 뜻이 서로 다른 경우가 잦았다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해 저자는 ‘시의 주인은 시를 쓰고 사라진 시인도 자신의 관점으로 시를 읽는 비평가도 아니다. 시의 주인은 바로 시를 읽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언어를 통해 시를 읽어갈 우리들 각자’라고 분명하게 밝혀준다. 시인이 시를 어렵게 썼든, 쉽게 썼든, 아름답게 썼든, 분노로 썼든 그 시를 읽으며 어떤 공감, 어떤 교훈을 얻을지는 오로지 독자 자유다. 그것을 놓치지 않으면서 어렴풋이 알고 있던 영미(英美) 유명 시인들의 시를 시대배경까지 더해 보다 깊이 이해하고, 느끼고, 즐기고 싶은 독자라면 두 말 필요 없이 소장할 각(角)이다.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김치찌개 푹 빠진 열다섯 “더 강해지고 싶어 한국행… 당당히 ‘넘버1’ 꿰찰래요” [월요인터뷰]

    김치찌개 푹 빠진 열다섯 “더 강해지고 싶어 한국행… 당당히 ‘넘버1’ 꿰찰래요” [월요인터뷰]

    일본 바둑 사상 ‘최연소 입단’영재특별채용으로 만10세 입단만13세, 여류기성전 타이틀 차지올 3월부터 韓 기원 객원 기사로비공식 대국 포함해서 승률 67% ‘바둑계 오타니’… 완생 꿈꾸다101일 만에 한복 입고 첫 승 신고“박정환 9단 ‘공격적 수싸움’ 좋아후반 끝내기 약해 보강하고 싶어”‘NH농협 女바둑리그’ 선전 기대 바둑의 격언 중에 입계의완(入界宜緩)이라는 말이 있다. 상대방 세력이 강한 곳에 침투해야 할 경우 너무 깊게 들어가면 자칫 돌이 ‘미생’(未生)이 돼 다 잡힐 수 있는 만큼 천천히 침투해 살길을 도모하라는 것이다. 60여년 전 한국의 바둑 천재 조치훈이 여섯 살 나이에 일본 기원 양대산맥인 기타니 미노루 9단 문하로 들어가 사사한 것이나 조훈현이 세고에 겐사쿠 9단 문하에서 유학을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바둑의 격언을 그대로 실천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조치훈과 조훈현은 이후 세계 무대를 평정했다.일본 바둑계는 오랜 기간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반면 한국은 슈퍼스타들이 굳건히 세계 최정상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남자의 경우 신진서(24) 9단과 박정환(31) 9단이 건재하고 여자도 최정(28) 9단을 비롯해 김은지(17) 9단이 맹활약하고 있다. 이런 한국 무대에 일본의 천재 바둑 소녀인 나카무라 스미레(15) 3단이 지난 3월 도전장을 던졌다. 2009년 3월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난 스미레는 일본기원이 2019년에 신설한 ‘영재특별채용’ 추천으로 특별 입단을 했다. 그해 4월 일본기원 간사이총본부 소속 전문기사로 활동을 시작한 그는 당시 만 10세 30일의 나이에 입단, 일본 바둑 사상 최연소 입단 기록을 세웠다. 지난해 2월에는 제26기 일본 여류기성전 타이틀을 차지하며 일본 최연소(만 13세 11개월) 타이틀 보유자가 됐다. 일본기원 통산 성적은 164승 88패로 승률이 65%를 넘는다. 이 소녀 기사가 일본이 아닌 한국 내 활동을 선언했을 때 일본에서는 장탄식이 터져나왔다. 그렇지만 ‘세계 최고가 되고자 한국을 선택했다’는 말에는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를 평정하고 있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의 경우처럼 바둑계 전체에서 긍정적이라는 반응도 나왔다. 연이은 대국 일정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그를 지난달 28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한국기원에서 만났다. 독학으로 배운 한국어가 유창해 인터뷰는 우리말로 이뤄졌다. -일본에서 활동하면 더 많은 상금을 받을 수 있을 텐데 한국에 온 이유가 무엇인가. “한국은 친구들도 많고 바둑 잘 두는 사부님들도 많아서 더 재미있을 것 같았다. 원래 한국을 엄청 좋아했던 것도 큰 이유다. 두 나라 바둑계가 서로 교류하며 같이 발전하는 계기가 만들어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한국에 오면서 ‘5년 안에 여자랭킹 2위까지 오르고 싶다’고 했는데 왜 2위인가. “현재 한국에서 내 실력은 대략 15위 정도라고 생각한다. 한국에는 워낙 강한 기사가 많아 쉽지 않은 도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불안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5년 내 2등이면 만족이다. 수준 높은 나라에서 스스로 많이 배우고 강해지고 싶다. 2등이라고는 했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당연히 1등을 하고 싶다(웃음).” 전문가들은 일본보다 여자 기사의 선수층이 두꺼운 한국에서 스미레의 수준은 랭킹 10위 정도로 보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적을 감안하면 순위는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이달 1일까지 스미레는 한국 무대에서 비공식 대국을 포함해 45승 22패, 승률 67%를 기록했다. -지난달 10일 전북 남원에서 열린 제7회 국제바둑 춘향선발대회 프로부 결승에서 우승하며 한복을 입은 것이 화제였다. 한복을 입은 이유가 있었나. “별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고 대회 주최 측 규정 때문이었다. 그렇게 화제가 될 줄 몰랐다.” 스미레는 당시 결승에서 오유진 9단을 불계로 꺾으며 한국 생활 101일 만에 첫 우승을 차지했다. 스미레의 한복 입은 사진이 공개되자 일부 일본 팬들은 기모노(일본 전통의상)를 입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도 보였다고 한다.-한국에 와서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나. 바둑을 두지 않는 시간에는 무엇을 하나. “너무나도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원래 알고 지내던 또래들과 얘기를 많이 한다. 그 친구들도 모두 바둑을 두는 동료들이다. 시간이 나면 바둑 관련 유튜브 영상을 많이 보려고 한다. 좋아하는 탁구도 즐기지만 생각만큼 운동을 많이 하지는 못해 아쉽다.” 스미레의 한국 생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초부터 2018년 말까지 한종진 바둑 도장에서 공부하며 실력을 연마했다. 당시 바둑 공부를 같이하던 정유진(17) 4단과 김주아(16) 3단과는 지금도 절친으로 지낸다. 특히 김주아 3단과는 경기 평택 브레인시티 바둑팀에서 같이 활동하고 있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젊은층에서는 바둑의 인기가 높지 않은데, 어려서부터 바둑의 매력에 빠진 이유는. “엄마와 아빠가 일본에서 바둑교실을 운영하고 있어서 세 살 때 시작했다. 바둑은 어려운 게임이지만 나는 수읽기가 너무 재미있다. 조치훈 사범님은 끝내기가 엄청 센데 그 부분을 배우고 싶다.” 스미레의 아버지는 나카무라 신야 9단이다. 그는 딸의 한국 유학을 결정한 이유를 일본 내에 비슷한 실력을 가진 또래가 없어서라고 밝힌 바 있다. 또 온종일 바둑에만 몰두할 수 있는 바둑도장이 일본에는 없는 것도 한국행을 결정한 이유라고 했다. -한국에서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저녁 9~10시에 잔다. 대부분 시간을 바둑 공부에 쏟는다. 이후에는 주로 음악을 듣는다.” -학업 공부를 거의 하지 않고 있다고 들었는데 아쉬움은 없나. “일본에서 올해 3월에 중학교를 졸업했다. 현재는 바둑에 전념하고 있어 학교 공부는 별로 못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 동료들과 이야기하는 것 자체도 나에겐 커다란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영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 보고 싶다.” -한국 생활에 어려움은 없나. “한국에서 만난 분들, 사범님들이나 동료 기사님들 모두 밝고 선하고 친절해서 너무나 즐겁게 지내고 있다. 친구들과 영화관이나 노래방에 놀러 가고 싶다. 매운 김치찌개를 좋아한다. 불고기, 닭갈비, 순두부찌개도 최고다. 일본에서는 먹지 못했던 걸 한국에서 정말 많이 먹고 있다. 엄마가 끓여 주는 된장찌개도 맛있다. 일본 음식 중에서는 생선초밥이나 라멘이 좋다.”(스미레는 현재 한국기원 근처 신당동에서 어머니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바둑 스타일은 어떤 것인가. “박정환 9단의 스타일을 좋아한다. 아주 공격적이면서도 수싸움에 능한데 그게 내가 좋아하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후지사와 리나 7단을 가장 좋아한다. 후지사와 7단도 공격적이고 최근 한국 최강이라는 최정 9단도 꺾었다고 들었다. 최정 9단은 너무 잘 두는 분이기 때문에 존재만도 대단하다. 특히 후반 수싸움은 너무나도 강력한 것 같다.”(한국 최강자인 최정 9단과는 아직 공식 대국이 이뤄지지 않았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은 무엇일까. “공격력과 초반 싸움에는 강하지만 후반에 끝내기에는 약하다. 그 부분을 보강하고 싶다.” -인간이 바둑으로 인공지능(AI)을 꺾기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AI를 뛰어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AI와 대국을 해 본 적이 있는데 사람이랑 너무 달랐다. AI가 무섭다기보다는 인간이랑 많이 다르다는 정도의 평가를 내리고 싶다.” -예상보다도 한국말을 정말 잘한다. “한국어를 따로 배운 것은 아니다. 8~9살 때 한국에서 바둑 공부를 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몸에 녹아든 것이다. 하지만 아직 모르는 말들이 많기 때문에 사범님이나 동료들과 대화를 하며 깊이 있는 한국말을 익히고 있다.” -바둑기사를 선택하길 잘했다고 느꼈을 때는 언제인가.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역시 승리했을 때나 우승했을 때다.” 스미레는 오는 11일부터 장장 5개월간 열리는 2024 NH농협은행 여자바둑리그에서 평택 브레인시티 팀의 주장으로 나서 한국은 물론 중국 기사와 실력을 겨룬다. 바둑의 격언대로 세력이 강한 한국으로 유학 와 조금씩 살길을 도모하는 그가 어떻게 ‘완생’(完生)을 이뤄 낼 수 있을지 바둑계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클래식 음악회 틀 깨고… 한국 전통·창작 ‘음악의 스펙트럼’ 넓히다[서동철의 노변정담]

    클래식 음악회 틀 깨고… 한국 전통·창작 ‘음악의 스펙트럼’ 넓히다[서동철의 노변정담]

    1962년 서울국제음악제 파격 기획전야제 때 궁중음악 ‘수제천’ 연주서양·전통 음악 조화 정착에 노력 방송사 일 하면서 작곡 학업 병행만당 이혜구 선생에게 큰 영향받아라디오 연속극에 국악 써 대히트서울신문에 ‘근대 음악 발전’ 연재클래식음악 평론가로 이름 알려져“한국인 ‘가무음곡’ 능력 타고났죠”원로음악평론가로 우리나라 1세대 문화기획자의 대표 격인 이상만 선생은 몇 해 전 경기도 파주에 자리잡았다.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나누기에 앞서 필자의 차에 모시고 송추에서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그는 고령에도 서울에 볼 일이 있으면 마을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고 다녀온다. 30년째 이어 온 생활참선이 정신과 육체의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지역문화에 관심이 많지만 아직 파주 곳곳을 돌아보지는 못했다고 한다. 이 말씀에 혜음령으로 넘어가는 옛 의주대로로 접어들어 혜음원 터를 들러 보기로 했다. 혜음원은 고려시대 수도인 개경에서 오늘날의 서울 남경을 오가는 길손을 위한 왕립 숙박시설이자 부속 사원이었다. 선생은 안내판을 꼼꼼히 읽은 다음 산중에 펼쳐진 혜음원 터를 오래도록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러자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문화관광해설사가 다가와 친절하게 이런저런 도움말을 주기 시작했다. 인사를 나누니 “지역에 문화예술계 원로가 사시는 줄 미처 몰랐다”며 반가워하는 것이었다. 인터뷰는 당초 계획과 다르게 냉면을 먹고 다시 찾은 혜음원지방문자센터에서 이루어졌다.이상만 선생의 지역문화에 대한 관심은 고양문화재단 총감독 시절 더욱 깊어졌을 듯싶다. 고양시에 있는 대형 문화공간 고양아람누리와 고양어울림누리의 이름은 그가 지었다. 그는 “당초에는 일산문화센터와 덕양문화체육센터였다”면서 “이제는 누구나 아람누리, 어울림누리라는 이름을 자연스럽게 입에 올리니 고마울 따름”이라고 했다. 그는 두 문화공간의 개별 극장 이름도 우리말로 지었다. 아람누리의 오페라극장은 아람극장, 대공연장은 아람음악당, 소공연장은 새라새극장이다. ‘아람’은 가을 햇볕을 받아 충분히 익어 벌어진 과일, 새라새는 ‘새롭고도 새로운’이라는 뜻을 지녔다. R석, S석, A석, B석으로 구분하던 좌석 등급도 으뜸자리, 좋은자리, 편한자리, 고른자리, 가장자리로 고쳤다. 그런데 필자가 최근 아람누리를 찾았을 때 보니 좌석 구분은 다시 영문 알파벳으로 돌아가 있었다. 관객들이 한글을 불편하게 느끼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에게 “공들여 출범시킨 지역 문화공간이 오늘날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공연장을 짓는 단계에서는 시장이 몇 분 바뀌었지만 모두 의욕을 보였고 그다지 이견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콘텐츠를 어떻게 채우느냐는 단계가 되자 달라지기 시작했고 이제는 시장이 바뀔 때마다 공연장의 성격이 크게 요동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서양클래식음악을 다룬 대표적 평론가로 알려졌지만 서양음악에만 매몰되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한국음악의 폭을 넓힌 음악인이었다. 전통음악, 창작음악, 서양음악이 조화를 이루는 국제 음악제의 틀을 정착시킨 것도 이 선생이었다. 그는 KBS TV의 전신인 서울중앙TV에 재직하던 1962년 서울국제음악제를 주도했다. 전야제인 ‘국악의 밤’에서 국립국악원이 궁중음악 ‘수제천’을 연주했는데 당시로선 확기적이었다. “우리 음악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일찍부터 신념이 있었어요. 서양음악이 중심이 되는 축제였지만 전통음악을 부각하고 한국인의 창작 음악도 이럴 때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 작곡가의 밤’에선 구두회, 김동진, 김성태의 창작음악을 연주했어요. 서양단체로는 ‘비르투오지 디 로마’의 연주가 좋았는데 훗날 비발디 ‘사계’로 세계적 명성을 날린 이탈리아 실내악단 ‘이 무지치’의 전신이라고 할 수 았습니다.” 1969년 ‘한국 신음악 80주년’을 기념하는 제1회 서울음악제에도 사무국 차장으로 프로그램 구성에 깊이 관여했다. 이때는 전야제로 종묘제례악을 복원해 공연했는데 전주 이씨 종친회에서 반대하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조상을 기리는 제례음악을 불경스럽게 어디서 연주하겠다는 거냐며 반발했다. 종친회 설득에 애를 먹었다고 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지난날의 유산이라는 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고 귀한 것이라는 인식도 없었습니다. 심지어 전통음악에 관심이 있다고 하면 별난 사람 취급을 받는 시대였습니다. 음악제 프로그램의 전통음악을 보고 서양음악 연주자 사이에서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마저 없지 않았습니다. 최근 종묘제례악이 독일 베를린필하모닉 홀에서 연주돼 찬사를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는 옛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가진 한국음악의 소양은 어린 시절 자연스럽게 길러졌다. “충남 보령에서 태어났는데 3000석 소출이 있었으니 시골에선 부잣집 소리를 들었어요. 아버지는 출판을 포함한 문화적 사업을 하셨는데 우리집에 소리꾼이나 연주자가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나중에 대금산조와 해금산조의 명인 한범수 선생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우리집을 다녀간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전통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분위기였습니다.” 한국음악에 대한 관심은 서울대 음대에 다니며 소신으로 발전했다. 앞서 서울대 음대 부설 중등교원양성소를 이수하고 경기여고에 전임강사로 있었는데, 평소 흥미를 갖고 있던 방송국에 촉탁으로 입사하게 됐다. 작곡과에도 들어가 학업을 병행했는데 여기서 그에게 절대적 영향을 미쳤다는 한국음악학자 만당 이혜구 선생을 만난다. 만당은 영문학자지만 경성교향악단의 바이올린 주자로도 활동했다. 이왕직아악부에서 정악을 연구하면서 경성방송국에서 국악프로그램을 맡기도 했다. 독문학에도 조예가 있어 서울대 음대에서 독일어를 가르쳤으니 눈이 번쩍 뜨이는 스승을 만난 것이다. “그때는 라디오 연속극의 인기가 대단했는데 대개 효과음으로 서양음악을 이용했습니다. 만당 선생의 권유로 ‘장희빈’이라는 연속극에 국악으로 효과음을 썼는데 대히트를 쳤어요. 그 인연으로 신상옥 감독의 영화 ‘성춘향’에서도 효과음을 맡게 됐지요.” 만당은 서울신문에 ‘근대 국악 발전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 그 지면을 이상만 선생이 ‘근대 음악 발전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물려받았다. 훗날 서울신문 사장이 되는 문화부의 신우식 기자가 원고 담당이었다고 한다. 1958~1959년에 걸쳐 60차례 남짓 서울신문 연재를 끝내자 다른 매체에서도 음악에 관한 글을 다투어 청탁하기 시작했다. 서양 클래식음악 평론가로 세상에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당시 연재가 계기가 됐다. 그는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 기념 예술제도 주도했다. ‘세종문화회관’이라는 이름을 짓는 데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이 세종문화회관에 ‘문화예술의 전당’이라 새긴 표석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가 주도해 세운 ‘예술의전당’도 이렇듯 강력한 ‘문화입국’ 의지가 바탕이 됐다는 것이다. 이후 풀브라이트장학금을 받고 미국으로 떠나 UCLA, 뉴욕대, 예일대에서 공부하게 된다. “세종문화회관 개관 예술제는 수많은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인도의 시타르 연주자 랴비 샹커의 공연이 기억에 남습니다. 녹음을 하는 것을 알고는 절대 안 된다고 하는 것을 방송용이 아니라 보관용이라고 한참을 설득했어요. 그렇게 어렵게 자료를 만들었는데 모두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나중에 듣고 허탈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대학 자료실에서 한국에서는 사라진 각종 예술제의 팸플릿 등을 발견하고는 많은 생각이 들었지요.” 자의 반 타의 반 떠난 미국에선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을 앞두고 문화행사 논의가 분출하고 있었다. 그도 올림픽 문화행사에 흥미를 갖고 논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때의 경험은 귀국하고 1988년 서울올림픽 문화행사에 참여했을 때 크게 도움이 됐다. 그는 당시를 돌아보면서 ‘벽을 넘어서’라는 서울올림픽 문화행사의 개념을 제시한 박용구 선생의 공로가 완전히 잊혀지고 ‘아웃사이더’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했다. 요즘 선생의 중요한 일과는 공연장이나 문화 행사를 찾아 후배를 격려하는 것이다. ‘최근 장르를 가리지 않고 세계적 음악가가 줄지어 나오는 등 한국이 명성을 떨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으니 “하늘이 우리에게 가무음곡(歌舞音曲)의 은총을 주셨기 때문”이라면서 웃었다. 한국인은 문화와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능력을 타고났다는 것이다. 그러고는 “서구로 갔던 문명의 중심이 비서구로 회귀하는 시기가 겹쳤으니 더더욱 발전할 수밖에 없다”는 덕담으로 대화를 마무리했다. ■이상만 선생은 1935년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서울대 작곡과를 졸업했다. 서울중앙방송, 동아방송, KBS에서 일했다. 한양대, 서라벌예대, 고려대에서 음악사와 미학을 강의했다. 1962년 제1회 서울국제음악제, 1969년 제1회 서울음악제, 1975년 광복30주년 기념음악제, 1978년 세종문화회관 개관예술제 기획을 주도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폐회식 준비에도 참여했다. 공연예술평론가협회장과 다움문화예술기획연구회 이사장, 고양문화재단 총감독을 역임했다. 옥관문화훈장과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받았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숲에서 보낸 한나절

    [정은귀의 詩와 視線] 숲에서 보낸 한나절

    내 주위의 이 향기가 뭐지요? 이 고요는 뭐지요? 내 마음이 알게 된 이 평화는요? 이 크고 이상하고 새로운 감정은요? 꽃들이 자라는 소릴 듣습니다. 숲에서 나무들 말하는 소릴 듣습니다. 내 오랜 꿈들이 무르익는 것 같아요. 내가 뿌린 희망과 다른 바램들도요. 주위 모든 것이 고요해요. 모든 것이 부드럽고 향기로워요. 커다란 꽃들이 내 마음 안에서 피어나 깊은 평화의 향이 퍼지네요. ―에이노 레이노 시 ‘평화’ 먼 도시에 다녀왔다. 핀란드 요안수. 헬싱키에서 북동부로 한참 올라가야 한다. 도착하는 날 레이더 교란으로 비행기가 착륙을 못 하고 다시 헬싱키로 돌아갔는데, 알고 보니 러시아와 차로 한 시간 거리다. 가 보니 평화롭고 여유롭고 예쁜 도시다. 백야로 밤에도 어둠이 내리지 않고 낮의 햇살은 투명하고 바람은 상쾌하다. 새로운 곳에는 새로운 만남이 있다. 코로나 이후 다시 만난 학자들도 반갑지만 이번의 새로운 만남은 숲이었다. 어디 먼 데 숲이 있는 게 아니라 동네 언저리마다 숲으로 가는 산책로가 있었다. 자작나무가 곧게 서 있는 숲에서 한나절 바람 소리를 들었다. 싱그러운 숲의 향기와 깨끗한 공기에 잔기침이 다 나았다. 천국 같았다. 핀란드 시인 에이노 레이노는 바로 그 숲이 주는 평화를 노래한다. 숲에 앉아 새들 지저귀는 소리, 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를 듣는다. 초록을 뚫고 내려오는 햇살을 받아 본다. 숲의 향기, 숲의 평화 속에서 내 낡은 꿈들, 오래 버려 둔 꿈들이 다시 익어 간다. 내가 뿌린 희망들도 다시 자란다. 숲이 주는 이런 평화는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감각이다. 나무 그늘 아래 고요하게 있어 보아야 실감할 수 있는 감각이다. 도심의 소요 속에서, 좁은 사무실 서류 더미 속에서, 예민하고 날 선 갈등의 말들 속에서 온통 들끓던 마음이 숲을 거닐다 보면 차분히 가라앉는다. 깊은 평화의 향이 퍼져 나간다. 그래서 이 감각은 크고 이상하고 새롭다. 핀란드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 ‘카모메 식당’에 이런 대사가 있다. “여기 사람들은 왜 이리 여유로워 보일까요?” 이방인이 던진 질문에 청년이 무심히 답한다. “숲, 숲이 있어서요.” 그 숲을 생각하니 ‘숲가꾸기’라는 이름으로 싹쓸이 벌목을 하는 우리네 풍토가 더 안타깝고 아프다. 핀란드에선 위대한 시인이 태어난 날을 국기를 달며 기념한다. 공휴일로 정하진 않더라도 정말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고 정성으로 기리는 나라. 우리도 우리 시인들 생일을 기려 국기를 달면 어떨까? 지나는 6월. 더구나 오늘은 이 땅에서 전쟁의 비극이 시작된 날이다. 그 비극 속에 사라진 정지용 시인의 생일이 6월 20일이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의 국기를 단다. 시인을 위해, 시인이 새긴 아름다운 우리말을 위해, 우리가 잃어버린 애틋한 풍경을 위해. 우리가 일구어야 할 평화를 위해. 올여름 우리의 숲에서 우리의 꿈이 자라는 소릴 듣고 싶다.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씨줄날줄] 수포자 국포자

    [씨줄날줄] 수포자 국포자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1월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가 대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에게 “무운을 빈다”고 했다. ‘무운’(武運)이란 전쟁 등에서 이기고 지는 운수를 뜻한다. 이 전 대표의 발언을 소개하던 한 방송사 기자가 “운이 없음(無)을 빈 것”이라고 해석하는 오류까지 더해져 “무운을 빈다”는 ‘과연 그렇게 될까’라는 비아냥이 더해진 말로 여겨지고 있다. 한자의 의미를 놓쳐 종종 오해가 발생한다. ‘심심(甚深)한 사과’는 ‘지루한 사과’가 되고, ‘금일’(今日)은 ‘금요일’이 되기도 한다. ‘중식’(中食)은 쓰이는 상황에 따라 점심일 수도, 중국 요리일 수도 있다. 순우리말이어도 그렇다. ‘사흘’이 3일이냐 4일이냐를 두고 네티즌들이 갑론을박을 한 적도 있다. 국어 능력은 다른 학습 능력의 기초다. 스마트폰 보급으로 유튜브, 쇼츠(1분 미만의 짧은 동영상)에 익숙해지면서 책을 읽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 국어 능력에서 한문이 중요하지만 한문은 ‘제2외국어’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5교시는 제2외국어·한문 중 한 과목 선택이다. 교육부가 그제 발표한 2023년 학업 성취도 평가에서 중학교 3학년의 국어 기초학력 미달 비중이 9.1%였다. 고교 2학년의 미달 비중(8.6%)보다 높다. 교육부는 2017년부터 매년 중3과 고2 3%의 국어·영어·수학 학업 성취도를 발표한다. ‘국어 포기 학생’(국포자)을 막아야 ‘수학 포기 학생’(수포자)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다. 고2의 수학 기초학력 미달 비중은 16.6%로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다. 고2 6명 중 1명꼴로 수학 실력이 기초학력에 못 미치는 수포자일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고2는 코로나19가 발생했던 2020년 중2였다. 당시 휴교, 단축 수업 등의 학습 결손이 기초학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어제 발표한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우리나라 학생들의 창의적 사고력이 60점 만점에 38점으로 나타났다. 전체 64개 평가국 중에서 2~4위 수준이다. 창의적인 학생들이 문해력 장벽에 막혀 있는 상황인 것이다. 어른들도 빠져드는 스마트폰에 학생들이 빠져 있다고 한탄만 할 게 아니다. 영상세대에 맞는 교육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 ‘노쇼’는 ‘유령 예약’, ‘떡상’은 ‘인기몰이’… 우리말 눈길

    ‘노쇼’는 ‘유령 예약’, ‘떡상’은 ‘인기몰이’… 우리말 눈길

    ‘노쇼’는 ‘유령 예약’으로, ‘떡상’은 ‘인기몰이’로 바꿔 다시 써 보자는 학생들의 의견이 제시됐다. 울산시교육청은 지난달 6일부터 23일까지 학생들을 대상으로 ‘우리말 다시쓰기’를 공모한 결과, 총 1222명의 응모자 중 55명의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수상자들은 ‘노쇼’(no show)를 ‘유령 예약’이나 ‘잠수 예약’으로, 떡상(떡上)은 ‘인기몰이’ 또는 ‘깜짝 오름’ 등으로 바꿔쓰기를 제안했다. ‘리유저블컵’(reusable cup)은 ‘또 쓰기 컵’이나 ‘지구 보존 컵’으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차내 주문’이나 ‘탑승 주문’ 등으로 고쳐 쓰자고 했다. 시교육청은 심사를 거쳐 ‘으뜸상’ 10명, ‘버금상’ 15명, ‘딸림상’ 30명 등 총 55명의 수상자를 선정해 시상했다. 시교육청은 2021년부터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외국어, 외래어, 정체불명의 유행어 등을 쉽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바꾸는 ‘우리말 다시쓰기’ 사업을 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학생들이 바꾼 우리말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공문서를 쓰거나 정책 이름을 지을 때도 우리말을 사용할 것을 권장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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