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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로농구] 역시, 듬직한 형님들

    [프로농구] 역시, 듬직한 형님들

    ‘형만 한 아우 없다.’ 시즌 막바지에 다다른 프로농구에서 ‘맏형 선수’들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한물간 것 아니냐’는 세간의 우려를 비웃듯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후배 선수들을 이끌며 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 거듭난 것이다. 13일까지 구단별로 38~40경기씩 치른 가운데 팀의 ‘맏형’을 맡고 있는 주희정(39·삼성), 문태종(41·오리온), 박상오(35·kt), 김영환(32·LG)은 전 경기에 출전하며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전태풍(36·KCC)과 아이라 클라크(41·모비스), 김주성(37·동부)도 각자 24~39경기씩 나서며 꾸준히 출전 시간을 확보했다. 팔팔한 어린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고 팀의 주전 멤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코트에서 뛴 시간만 긴 것이 아니다. 주희정은 이번 시즌 어시스트 141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팀 내 1위를 달리고 있다. 문태종은 팀 내에서 3점슛 1위(73개), 리바운드 2위(163개), 스틸 2위(36개)를 기록 중이고 전태풍은 어시스트(108개)와 3점슛(53개)에서 각각 2위를 달리고 있다. 특히 다른 구단들과 비교해 어린 나이에 맏형이 된 김영환은 팀 내 스틸 1위(35개), 어시스트 2위(96개), 득점 2위(417점), 리바운드 3위(148개)를 기록하며 빼어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홍삼(주희정)·비타민(김주성)을 꼭 챙겨 먹고 쉬는 날은 대부분 집에서 휴식(전태풍)을 취하며 철저히 몸 관리를 한 결과다. 기록도 기록이지만 맏형의 진가는 경기가 끝난 뒤 더욱 확연하게 드러난다. 최고참으로서 동료 선수들을 독려하며 팀이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동부의 이흥섭 차장은 “김주성의 경우 후배 선수들에게 틈틈이 동선이나 자세에 대해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며 “어린 선수들이 보기에는 선배 선수라기보다 코치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주희정은 비시즌 때 팀 훈련이 끝나고 슛 연습이나 비디오 분석을 함께 하며 후배 선수들을 챙겼다”고 귀띔했다. KCC 정선규 코치는 “혼혈 선수이자 맏형인 전태풍은 우리말과 영어를 두루 잘해서 외국인 선수와 국내 선수의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며 “통역사가 바쁠 때는 전태풍이 직접 나서 외국인 선수에게 통역을 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데뷔 14년차로 최근 통산 1000블록의 대기록을 작성한 김주성은 “어릴 적에는 나도 형들이 이끄는 대로 많이 따라갔었는데 이제 어느덧 연장자가 됐다”며 “후배들이 고참 선수들을 믿고 있기 때문에 게임 중에 리딩 역할도 하고 숙소 생활에서도 후배들과 잘 지내려 한다”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낚시에 잡힐 내가 아니야!’ 낚싯줄 끊고 도망치는 상어 포착

    ‘낚시에 잡힐 내가 아니야!’ 낚싯줄 끊고 도망치는 상어 포착

    낚싯줄에 걸린 거대한 상어가 운좋게 도망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8일(현지시간)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에는 지난해 12월 뉴질랜드 노스랜드 투투카카 해변에서 낚싯줄에 걸린 브로드노즈 세븐질 상어 영상이 게재됐다. 브로드노즈 세븐질 상어(Broadnose Sevengill Shark)는 우리말로 칠성상어로 불린다. 일반적인 상어가 양쪽 5개씩의 아가미를 가지고 있는 반면, 브로드노즈 세븐질 상어는 각각 7개의 아가미를 가졌다. 영상 속에는 약 3m 크기의 다 자란 브로드노즈 세븐질 상어가 낚싯줄에 걸렸다가 운 좋게 줄을 끊고 도망치는 모습이 담겨 있다. 한편 브로드노즈 세븐질 상어는 주로 깊은 바닷물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사람에게 별로 위험하진 않지만 가끔 공격적인 반응, 행동하기도 한다. 최근에 포획된 브로드노즈 세븐질 상어의 위에서 사람의 일부가 발견된 바 있어 식인상어로 분류하고 있다.(위키백과) 사진·영상= Live Leak VDO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월드피플+] 세상 떠난 4살 아들 위해 게임 만든 父

    [월드피플+] 세상 떠난 4살 아들 위해 게임 만든 父

    먼저 세상을 떠난 어린 아들을 기리기 위한 게임을 제작한 아버지의 부성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일(현지시간) IT 전문지 와이어드 등 외신은 4살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숨진 아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한 편의 비디오 게임을 제작해낸 미국 인디게임(적은 자본으로 제작하는 소규모 게임) 개발자 라이언 그린(34)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린이 제작한 게임의 제목 ‘댓 드래곤, 캔서’(That Dragon, Cancer)는 우리말로 의역하면 ‘암이라는 이름의 그 용’이라는 뜻으로, 아들 조엘을 괴롭혔던 질병을 한 마리 드래곤(서양식 용)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서양 문화권의 많은 이야기 속에서 드래곤은 주인공의 ‘마지막 적수’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드래곤을 꺾는다는 것은 영웅의 승리를 의미하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일반적 게임들은 바로 이런 ‘최종적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댓 드래곤, 캔서는 ‘일반적인 게임’이 아니다. 무찌를 적은 등장하지 않으며, 완수해야만 하는 퀘스트(임무)도 없다. 게임에는 대신 그린 가족 구성원들의 실제 목소리, 이들이 살았던 집, 조엘이 투병했던 병원 등이 등장하며, 이러한 사실적 소재들을 통해 그들이 겪었던 시간을 잔잔히 재현하는데 집중돼 있다. 또한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암이라는 용’을 이길 방법은 제시되지 않는다. 그린은 “보통 게임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적을 무찌르다 보면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내리는 결정은 결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결국 실화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살에 처음 병을 진단받은 조엘은 2014년 3월에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러나 그린이 오로지 조엘에 대한 슬픈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게임을 제작한 것은 아니다. 그린은 이 게임이 소중한 가족을 잃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린은 “우리는 조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이 게임을 만들었다”며 “그리고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또한 먼저 떠난 소중한 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린의 노력은 지난해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원제: Thank You for Playing)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도 그의 오랜 여정을 담은 영상물을 올해 안에 방영할 예정이다. 게임은 조엘의 생일인 오는 12일에 맞춰 PC와 맥(MAC)용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사진=ⓒ유튜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하늘나라로 떠난 4살 아들 위해 게임 만든 아빠

    하늘나라로 떠난 4살 아들 위해 게임 만든 아빠

    먼저 세상을 떠난 어린 아들을 기리기 위한 게임을 제작한 아버지의 부성애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5일(현지시간) IT 전문지 와이어드 등 외신은 4살의 나이에 뇌종양으로 숨진 아들에 대한 추억을 간직하기 위해 한 편의 비디오 게임을 제작해낸 미국 인디게임(적은 자본으로 제작하는 소규모 게임) 개발자 라이언 그린(34)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린이 제작한 게임의 제목 ‘댓 드래곤, 캔서’(That Dragon, Cancer)는 우리말로 의역하면 ‘암이라는 이름의 그 용’이라는 뜻으로, 아들 조엘을 괴롭혔던 질병을 한 마리 드래곤(서양식 용)에 빗대 표현한 것이다. 서양 문화권의 많은 이야기 속에서 드래곤은 주인공의 ‘마지막 적수’로 등장하는 단골 소재다. 반대로 이야기하면 드래곤을 꺾는다는 것은 영웅의 승리를 의미하는 상징적 행위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일반적 게임들은 바로 이런 ‘최종적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주인공의 고군분투를 다양한 방식으로 담아낸다. 그러나 댓 드래곤, 캔서는 ‘일반적인 게임’이 아니다. 무찌를 적은 등장하지 않으며, 완수해야만 하는 퀘스트(임무)도 없다. 게임에는 대신 그린 가족 구성원들의 실제 목소리, 이들이 살았던 집, 조엘이 투병했던 병원 등이 등장하며, 이러한 사실적 소재들을 통해 그들이 겪었던 시간을 잔잔히 재현하는데 집중돼 있다. 또한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내리더라도 ‘암이라는 용’을 이길 방법은 제시되지 않는다. 그린은 “보통 게임에서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적을 무찌르다 보면 언젠가는 승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우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내리는 결정은 결말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게임은 결국 실화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1살에 처음 병을 진단받은 조엘은 2014년 3월에 끝내 세상을 뜨고 말았다. 그러나 그린이 오로지 조엘에 대한 슬픈 기억을 되새기기 위해서 게임을 제작한 것은 아니다. 그린은 이 게임이 소중한 가족을 잃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그린은 “우리는 조엘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은 마음에 이 게임을 만들었다”며 “그리고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사람들 또한 먼저 떠난 소중한 이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하게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그린의 노력은 지난해 단편 다큐멘터리 영화 '지금이라는 이름의 선물'(원제: Thank You for Playing)으로 제작되기도 했으며 미국 공영방송 PBS에서도 그의 오랜 여정을 담은 영상물을 올해 안에 방영할 예정이다. 게임은 조엘의 생일인 오는 12일에 맞춰 PC와 맥(MAC)용으로 온라인 판매를 시작한다. 사진=ⓒ유튜브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악귀 쫓아낸다고 믿어… 건강·성공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

    악귀 쫓아낸다고 믿어… 건강·성공 상징하는 동물로 숭배

    게와 원숭이가 떡을 해 먹기로 했다. 떡이 다 되자 원숭이가 가로채 나무 위로 올라갔다. 게가 나눠 먹자고 사정했지만 원숭이는 모르는 척했다. 나무 위에서 게를 놀려 대며 혼자 먹다가 떡을 땅에 떨어뜨렸다. 게가 떡을 얼른 주워 굴속으로 들어갔다. 이번엔 원숭이가 굴 앞에서 게에게 떡을 나눠 먹자고 애걸복걸했다. 게가 들은 체도 하지 않자 원숭이는 자신의 엉덩이로 굴을 막고 방귀를 뀌었다. 그 순간 게는 원숭이 엉덩이를 물어뜯었다. 이 때문에 원숭이 엉덩이는 오늘날까지 털이 없이 빨갛고, 게 앞발에는 아직도 원숭이 엉덩이 털이 붙어 있다.(게 다리와 원숭이 엉덩이 형상에 관한 설화) 병신년(丙申年) 새해가 밝았다. 올해는 설화 속 얘기 그대로 ‘붉은 원숭이’해다. 동양문화권의 신화에서 원숭이는 가장 사랑받는 동물 가운데 하나다. 원숭이는 대개 추하고 장난을 좋아하는 재수 없는 동물로 통했다. 그러나 스님을 도와 인도에서 불경을 가져오는 데 공헌한 원숭이의 활약이 여러 희곡과 소설에 등장하면서 원숭이에 대한 인식이 바뀌었다. 악귀, 악마 등 사기(邪氣)를 물리치거나 쫓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어 사람들의 건강을 지키고 성공을 이루게 해 주는 동물로 여겨지게 됐다. 사람들은 아프거나 장사나 시험에 실패하는 것은 악마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귀신을 쫓기 위해 축귀의 힘이 있다고 믿는 원숭이를 숭배하기도 했다. 원숭이는 십이지의 아홉 번째 동물이다. 시간으로는 오후 3~5시, 방향으로는 서남서, 달로는 음력 7월에 해당하는 방위신이며 시간신이다. 원숭이는 인간과 가장 많이 닮은 영장동물로, 만능 재주꾼이다. 원숭이해에 태어난 사람을 원숭이의 생태적 특징에 빗대 ‘재주가 많고 영리하다’고 하는 이유다. 원숭이는 부부지간이나 자식에 대한 사랑도 극진하다. 창자가 끊어질 정도의 지극한 모정을 의미하는 ‘단장’(斷腸) 고사가 원숭이에서 유래했을 만큼 원숭이의 모성애는 강하다. 하지만 사람을 너무 많이 닮은 모습과 간사스러운 흉내 등으로 인해 동양에선 불교를 믿는 몇몇 민족을 제하곤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이라며 기피했다. 띠를 말할 때 ‘원숭이띠’라고 하기보다는 ‘잔나비띠’라고 하는 것도 이 같은 속설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당초 원숭이를 재수 없는 동물로 여겼다. 속신(俗信)에 나타난 원숭이도 그다지 달갑지 않다. 아침에 원숭이에 대해 얘기하면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 재수가 없다고 여겨 말하는 것조차 꺼렸다. 불교의 영향과 중국·일본의 원숭이 풍속 전래 등으로 부정적인 관념이 희석됐다. 원숭이는 순우리말로 잔나비나 잰나비라고 한다. 잔나비는 원래 신(申) 자의 풀이인 ‘납’이 어근이다. 여기에 작은 것을 의미하는 접두사 ‘잔’과 접미사 ‘이’가 붙어 ‘잔납이’가 된 데 이어 연음으로 잔나비가 됐다. 예부터 우리나라엔 원숭이가 살지 않았다. 조선 전기 문인 어숙권은 ‘패관잡기’에서 우리나라(東國)에는 원숭이가 없으므로 고금 시인들이 원숭이 소리를 표현한 것은 모두 틀리다고 했다. 원숭이가 우리나라에 언제 들어왔는지에 대한 확실한 기록은 없다. 조선 초기 중국이나 일본에서 선물용으로 들어온 것 같다는 가설만 있을 뿐이다. 우리말에도 17세기까지 원숭이라는 단어가 없었다. 18세기에 와서 한자어인 ‘원성이’가 생겨났고 ‘성’의 음이 ‘승’으로 변해 ‘원승이’가 되고 이것이 또 변해 오늘날 원숭이가 됐다. 한국문학사에서 원숭이를 소재로 한 최초의 작품은 송강 정철(1536~1593)의 ‘장진주사’다. ‘한잔 먹새근여/(중략) 뉘 한잔 먹자 갖고/잰납이 파람 불제야’. 이때만 해도 송강이 잰납이를 실제로 보고 읊은 게 아니라 두보의 시에서 잰납이를 인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우리 문화 속 원숭이는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구비 전승되는 이야기에선 꾀 많고 재주 있고 흉내 잘 내는 장난꾸러기로 묘사됐다. 청자, 청화백자, 백자 등 도자기에선 도장의 꼭지, 서체(주머니 따위를 묶을 때 풀리지 않게 주머니끈을 고정하는 장식), 작은 항아리, 연적, 수적, 걸상 등에 원숭이 모습이 생생하게 나타나 있다. 자연에서의 원숭이나 모자 유대 모습 등을 그렸다. 회화 속 원숭이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십장생(十長生)과 함께 등장하면서 천도복숭아를 들고 있는 장수의 상징인 원숭이, 불교 설화와 중국 명대 소설인 ‘서유기’와 관련돼 스님을 보좌하는 원숭이, 자연 숲 속에 사는 원숭이 등이다. 시가에선 고독, 설화와 가면극에선 ‘꾀·흉내·재주꾼’ 등의 상징으로 표현됐다. 원숭이는 우리 생활에도 깊숙이 들어와 있다. 전남 지방에선 원숭이날을 좋은 날이라 해서 일을 하지 않고 가무와 음주를 즐기는 곳이 많다. 이날은 위험한 일도 하지 않는다. 칼질을 하면 손을 벤다고 해서 삼간다. 제주에선 원숭이날을 납날이라고도 한다. 납날엔 나무를 자르지 않는다. 이날 자른 재목으로 집을 짓거나 연장을 만들면 좀이 많이 먹게 된다고 전해지기 때문이다. 오행과 간지의 배합에서 경(庚)과 신(申)은 모두 금()에 속하고 귀신은 금을 꺼린다고 전해져 경신이 붙은 때에는 어떤 일을 해도 탈이 나지 않는다는 속설도 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 ‘마을교육 요람’ 역할 톡톡

    서울 중구청소년수련관 ‘마을교육 요람’ 역할 톡톡

    지난 11월 중구 동화동 작은 분식점에서는 이색잔치가 열렸다. ‘예쁜손글씨 봉사단’ 청소년들이 손글씨와 일러스트 등 재능을 기부해 분식집을 꾸미고 새롭게 문을 열었다. 이 분식집은 청소년들이 기획하고 진행한 ‘소상공 재능기부 프로젝트-아름드리’로 탄생한 ‘우리동네 분식점 1호’다. 또 다른 청소년 동아리 ‘중심동감’은 언어문화 개선 활동을 하고 있다. 순우리말 사전을 나눠주고 청소년 언어순화 구역을 만드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예쁜손글씨봉사단과 중심동감이 속한 중구청소년수련관은 ‘마을교육의 요람’으로서 역할을 톡톡히 한다. 다양하고 독특한 활동으로 무장한 중구청소년수련관은 전국에서도 으뜸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30일 중구에 따르면 중구청소년수련관은 최근 여성가족부가 주관한 청소년수련관 종합평가에서 4회 연속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이 평가는 전국 182개 청소년수련관을 대상으로 지난 2년간 운영실적을 분석한 것으로, 중구는 2006년 이래 줄곧 최우수 기관으로 뽑혔다. 청소년활동참여율, 안전관리, 지방자치단체의 시설발전 지원 노력 등에서 두루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9월에 개관한 뒤 학교연계사업, 봉사활동, 체험·문화·자치활동, 진로·특성화 교육, 국제교류, 상담지도사업 등 폭넓은 활동을 해왔다. 영어·중국어·일어·한자 등 언어교육과 기타·바이올린·플롯·창작미술 등 예능교육은 기본. 방송스피치, 로봇제작을 비롯해 역사 속 인물의 가치관을 배우는 ‘지갑 속 역사인물 이야기’, 바람직한 독서습관을 키우는 ‘꿈을 키우는 책 놀이터’ 등도 특화 프로그램이 많다. 중국, 일본 등 외국 청소년들과 문화체험 교류활동을 하고, 직업체험센터 ‘드림톡톡’과 학교 밖 청소년 지원센터 ‘꿈드림’ 등을 운영해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최창식 구청장은 “도심에 자리한 중구청소년수련관은 접근성이 좋다. 이 같은 특징을 살려 학교와 지역사회를 연계하는 다양하고 독창적인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면서 “청소년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다양한 취미·문화공간으로 활용되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여경 기자 cyk@seoul.co.kr
  • [씨줄날줄] 재벌가의 혼외자/김성수 논설위원

    ‘시앗’은 남편의 첩을 뜻하는 순수 우리말이다. 남편이 첩을 얻게 되면 ‘시앗 보다’라는 표현을 쓴다. ‘시앗 싸움에 요강 장수’라는 말도 있다. 본처와 첩이 싸우다 요강이 깨지면 제3자인 요강 장수만 득을 본다는 뜻이다. 어부지리라는 소리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축첩(蓄妾)은 최고위층의 전유물이 아니었다. 돈만 있다면 상당수 남성들이 두 집 살림을 했다. 가정불화의 원인이었다. 5·16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권이 축첩축출을 공약으로 내걸 정도였다. ‘축첩 공무원 모두 해면(解免·물러나게 함)키로, 이미 1385명 적발’…. 1961년 6월 초 한 조간신문 기사 제목이 당시 사회상을 보여 준다. 이중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부정을 범하게 된다는 점을 들어 축첩 공무원을 쫓아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과 권력, 명예를 쥔 남성들은 부인 외의 여성을 탐닉하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대통령을 비롯한 유력 정치인, 기업인, 연예인, 스포츠 스타까지…. 불륜은 필연적으로 ‘혼외 자녀’를 낳았다. 미국 조지 워싱턴 전 대통령은 10여명의 사생아를 낳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전 대통령은 혼외 딸을 20년이나 넘게 숨겼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정일권 전 국무총리, 소설가 이외수씨도 혼외자 문제로 친자 확인 소송에 휘말렸다. 재계 로열패밀리를 둘러싼 혼외 자녀 스캔들은 ‘막장 드라마’의 단골 소재다. 그만큼 자주 터진다. 창업 1세대인 재벌 총수들과 주로 관련된 얘기다. 지금은 사라진 ‘요정문화’와도 무관치 않다. ‘연예인 A가 B회장의 아이를 낳았다’라는 ‘카더라통신’이 툭하면 돈다. 루머로 그치는 경우가 많지만 상당수는 사실로 확인된다. 실제로 전직 여배우 C씨는 2004년 자기 아들이 삼성가 고(故) 이맹희씨의 아들이라는 걸 확인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가 2년 뒤 “친아들이 맞다”는 법원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삼성가(家) 상속 소송에서는 이병철 회장이 일본인 여성과 낳은 혼외자 이태휘씨에 대한 언급도 나왔다. 코오롱 창업주인 고 이원만 회장의 혼외 아들인 이모씨도 상속 소송을 제기해 법정 분쟁을 벌였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어제 한 일간지에 편지를 보내 ‘마음에 위로가 되는 여인’을 만났으며 혼외로 여섯 살짜리 딸을 두고 있다고 발표해 충격을 주고 있다. 부인 노소영씨와는 이혼하겠다고 했다. 재벌 총수가 공개 이혼 선언을 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다.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지 넉 달 만에 처음 한 일이 불륜 공개냐는 뒷말도 나온다. 올해 2월 간통죄가 폐지돼서 처벌을 안 받게 됐으니 고백을 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최 회장은 기업 경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약속했다. 당장은 ‘수신제가’가 더 급해 보인다. 협의 이혼이 되지 않으면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의 소송전도 치러야 한다. ‘금지된 사랑’의 대가다. 김성수 논설위원 sskim@seoul.co.kr
  • (영상) 이지애-문지애, ‘올바른 새해 인사법’ 동영상 공개

    (영상) 이지애-문지애, ‘올바른 새해 인사법’ 동영상 공개

    ‘건강한 한 해 되세요’와 ‘건강한 한해 보내세요’ 이중 올바른 인사법은 ‘건강한 한해 보내세요’다.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28일 아나운서 이지애, 문지애와 함께 제작한 ‘올바른 새해 인사법’ 동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6분 분량의 동영상에는 아나운서 이지애, 문지애가 일상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새해 인사 중 누리꾼들이 많이 틀리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을 토크 형식으로 풀어냈다. 이번 영상을 기획한 서 교수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 인사를 주고받는 시점에서 바르고 올바른 우리말 인사를 나눈다면 누리꾼들의 ‘우리말 사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영상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이어 서 교수는 “그중 누리꾼들이 가장 틀리기 쉬운 ‘건강한 한 해 되세요’가 아닌 ‘건강한 한 해 보내세요’, ‘지난 해’와 ‘지난해’의 띄어쓰기, ‘신정’과 ‘구정’이라는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에 대해 ‘올바른 표현법’을 상세히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상에 출연한 문지애는 “맞춤법은 우리말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이지만 나 역시 헷갈리는 것들이 참 많다”며 “이번 영상을 통해 나 역시 한 번 더 알게 된 것처럼 누리꾼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함께 출연한 이지애는 “이번 동영상을 통해 누리꾼들에게 ‘가장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 무엇일까’ 많이 고민했다”며 “아나운서와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이 우리말 전파에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금 깨달았다”고 전했다. 이번 영상은 지난 9월 정준하, 정형돈이 함께 제작한 ‘우리말 요리교실’ 영상을 시작으로 서경석, 이윤석의 ‘우리말 속 옥에 티를 찾아라’ 이후 세 번째 동영상이다. 이는 ‘안녕! 우리말’ 전파운동의 하나로 제작됐다. 한편, 이번 동영상 제작은 ‘언어문화개선 범국민운동’을 벌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했다. 또한, 문광부와 서 교수는 지난 한글날, 부활 김태원과 함께 우리말 사랑 노래인 ‘노래처럼’을 공개하는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해 올바른 우리말을 홍보 중이다. 사진 영상=서경덕 교수 문성호 기자 sungho@seoul.co.kr
  • 이지애-문지애와 함께하는 ‘올바른 새해 인사법’ 동영상 공개

    이지애-문지애와 함께하는 ‘올바른 새해 인사법’ 동영상 공개

    한글 및 한국어를 전 세계에 널리 알려온 한국 홍보 전문가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가 아나운서 이지애, 문지애와 함께 2016년 새해를 앞두고 ‘올바른 새해 인사법’ 동영상을 유튜브(http://is.gd/HaNrt6)에 28일 공개했다. 6분 분량의 이번 동영상은 평상시 많이 사용하고 있는 새해 인사말 중에 누리꾼들이 많이 틀리는 맞춤법과 띄어쓰기 등을 아나운서인 이지애와 문지애가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번 영상을 기획한 서 교수는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해 인사를 많이 주고받는 시점에서 바르고 올바른 우리말 인사를 서로 나눈다면 누리꾼들의 ‘우리말 사랑’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영상을 제작했다”고 전했다. 또한 서 교수는 “그중 누리꾼들이 가장 틀리기 쉬운 ‘건강한 한 해 되세요’가 아닌 ‘건강한 한 해 보내세요’, ‘지난 해’와 ‘지난해’의 띄어쓰기, ‘신정’과 ‘구정’이라는 단어가 맞는 표현인지? 등에 대한 올바른 표현법을 상세히 소개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영상에 출연한 이지애는 “이번 동영상을 통해 누리꾼들에게 가장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많은 고민을 했고 아나운서와 방송인으로서의 역할이 우리말 전파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달았다”고 전했다. 또한 함께 출연한 문지애는 “맞춤법은 우리말에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사항이지만 나 역시 헷갈리는 것들이 참 많다. 하지만 이번 영상 제작을 통해 내가 한번 더 알게 된 것처럼 우리 누리꾼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번 일은 지난 9월 정준하,정형돈이 함께 제작한 ‘우리말 요리교실’ 영상을 시작으로 서경석,이윤석의 ‘우리말 속 옥에 티를 찾아라’ 이후 세번째 동영상이며 ‘안녕! 우리말’ 전파운동의 일환으로 또 제작됐다. 이명선 전문기자 mslee@seoul.co.kr
  • [씨줄날줄] 마천루/강동형 논설위원

    인간은 태곳적부터 하늘을 우러러봤다. 구름과 날개 달린 백마, 청용을 타고 하늘 저 끝 어딘가에 있을 것으로 상상하는 천국으로 올라가는 꿈을 꿔 왔다. 고대 바빌론의 바벨탑은 인류 역사상 인간이 신을 만나기 위해 벽돌로 쌓기 시작한 마천루일 것이다. 이는 구약 성경 창세기 11장에 왜 탑을 쌓기 시작했는지, 왜 신이 탑을 쌓지 못하게 했는지 기록으로 남아 있다. 우리가 마천루라 부르는 초고층 건물을 중국에서는 마천대루(摩天大樓)라고 한다. 우리말로는 하늘에 닿을 수 있는 큰 건축물을 의미한다. 영미권에서는 이를 스카이스크래퍼(skyscraper)라고 하는데 ‘스카이’는 하늘이고, ‘스크래퍼’는 ‘긁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갈다’라는 뜻을 가진 마(摩)와 의미가 서로 통한다고 할 것이다. 건축 기술의 발전으로 이제는 보통 200m 이상 고층 건물을 마천루라고 한다. 과거 사람들이 고층 건축물을 천국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생각했다면 요즘 사람들은 기술 발전과 나라의 경제성장을 의미하는 상징물로 받아들이고 있다. 며칠 전 롯데월드타워 123층에 마지막 대들보를 얹는 상량식이 열렸다. 롯데타워 높이는 555m(첨탑높이, 건축물 높이는 508m)로 우리나라에서는 가장 높은 건축물이다. 현재까지 완공된 전 세계 고층 빌딩들과 견주어 5위라고 한다. 세계 최고층 빌딩인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가 1위이고, 다음은 중국 ‘상하이타워’다. 3위는 사우디아라비아 ‘메카 로열 시계탑’, 4위는 새로 지은 미국의 ‘원 월드 드레이드센터’라고 한다. 롯데월드타워가 탄생하기까지는 ‘롯데가의 절대 군주’ 신격호 회장의 집념이 있었다. 신 회장은 오래전부터 잠실 제2롯데 부지에 고층 건물을 짓겠다는 꿈을 꿨다. 그러나 그 꿈은 성남 서울공항이 언제나 가로막았다. 롯데월드타워 첨탑의 높이가 서울공항에서 이착륙하는 전투기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국방부의 논리가 건축 불허의 가장 큰 이유였다. 신 회장은 1987년 부지를 매입한 뒤 층수를 112층까지 낮춰 1998년 허가를 받았으나 성에 차지 않았다. 결국 10여년이 지난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인 2010년 현재의 높이로 건축허가가 떨어졌다. 당시 정부는 서울공항 비상 활주로 방향을 바꾸는 것을 전제로 허가를 내 줬을 정도다. 토목공사에 관한 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이 전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신 회장의 꿈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허가 과정에 많은 의혹들이 있었지만 그는 꿈을 이뤘다. 롯데월드타워는 20여년간 마스터플랜만 23회, 타워 디자인이 수십회 바뀌었다. 내년 롯데월드타워가 완공되면 서울을 대표하는 기념비적인 건축물(마천루)이 될 것이다. 그러나 롯데가는 기뻐만 할 수 없을 것 같다. ‘마천루의 저주’라는 속설이 있다. 가족 분쟁이 그런게 아닐까. 저주를 푸는 열쇠, 그건 상생이다. 강동형 논설위원 yunbin@seoul.co.kr
  •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2] 죽을날 방법까지 이미 정해놓은 박영률 대표

    [서울신문이 만난 사람 2] 죽을날 방법까지 이미 정해놓은 박영률 대표

    →직원들을 많이 괴롭힌다는 소리가 들리는데. -직업 의식을 요구하는 것이다. 자부심이 있어야 한다. 직업 생활의 본질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더 바람직한 것은 상대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주는 것이다. 그래야 상대가 행복하고 욕구 충만이 된다. 그러려면 상품(노동력)의 질이 좋아야 되고 착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속이는 게 된다. 나에게 기대하는 것보다 높은 수준의 기술, 사고, 열정을 유지해야 한다. 이걸 만들어서 쓸 사람과 그가 이로 인해 기쁨을 느끼는 순간을 생각해야 한다. →모든 책을 다 읽어 보나. -그렇게는 못 한다. 내가 결정하는 것은 책의 출간 여부와 가격이다. 요약본을 꼼꼼히 들여다보고 출간을 결정하는 게 내 일이다. →하루 일과를 얘기할 수 있나. -매우 불규칙하다. 인트라넷으로 나나 직원들 모두 각자의 일정을 들여다보게 해놓았다. 내가 술을 얼마나 먹었는지도 다음날 직원들이 알게 된다. 나랑 미팅을 하고 싶으면 빈 시간에다 써넣으면 난 응해야 한다. 업무일지도 매일 쓰게 하는데 새벽 4시에도 댓글을 달곤 한다. 직원들이 잠은 언제 자냐고 하는데 지치면 자고, 안 지치면 안 자는 것이다.  →오디오북 나혜석의 ‘경희’를 잠깐 들어보았다. ‘시앗’이란 아름다운 우리말을 듣게 돼 반가우면서도 이 말 뜻을 모르는 이들을 위한 보완재가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그런가. 그냥 과거의 책들을 읽으면 단어들도 잘 모르고, 문장 어투도 굉장히 어색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출판사들은 이를 현대어로 고쳐서 낸다. 그렇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한국문학을 초판본으로 내고 있어 굉장히 읽기 어렵다. 미국이나 유럽도 옛날 책들을 고쳐서 내거나 읽지 않는다, 조금 어려워도 이해가 가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잊어버린 말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어는 더 풍부해져야 한다. 특정 언어들만 과다 소비되고 나머지는 잊히고 있는데, 이러한 언어의 사양에 의해 우리의 사고는 굉장히 좁아진다. 그렇지만, 새로운 단어들을 만드는 것은 너무 어렵다. 따라서 신조어보다 우리가 잊어버린 말들을 사용하는 게 맞다. 그리고 단어에는 역사성이란 게 있기 때문에, 단어를 이해함으로써 그 때의 사회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사람들이 그러한 사회구조와 사회의식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우린 ‘문화번역’이란 표현을 쓰는데 번역할 때 웬만하면 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그냥 쓰자는 것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주를 단다. 번역자들이 그 단어에 대한 자신들의 경험을 주로 달고, 독자들이 그 단어의 문화적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번역을 쉽게 하면 안 된다. 남의 나라 남의 문화 남의 역사를 본다면, 그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지만, 그 책이 전하려고 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출판계가 좁다 보니 이런저런 평판을 의식할 수밖에 없을 텐데.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출판사가 거의 우리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모델이 다른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내가 망했으면 사람들이 그것 봐라, 뭐 그런 식으로 말할 텐데 잘해내고 있지 않은가. 요즘 들어 프린트 온디맨드, 퍼블리싱 온디맨드를 어떻게 하는 거냐고, 또 전자책은 잘 나가느냐고 여기저기 묻는 이들이 늘기는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지금까지 우리가 낸 책 5000종과 앞으로 낼 책들이 무리 없이 섞여서 독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감정, 자기가 원하는 사상을 책으로 읽고 싶을 때 우리가 그 수요를 만족스럽게 충족시키고 싶다. →출판인으로서 입지를 다지기까지 지나온 시대를 돌아본다면. -우린 굉장히 운이 좋은 세대라 할 수 있다.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고, 우리가 어둠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을 지각한 다음 그 어둠을 깨려고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생각한다. 운동했던 친구들, 나도 마찬가지고, 일신을 바쳐 역사와 민족에 도움이 되겠다고 했다. 그렇게 민주주의 시대를 열었다. 사람은 정치, 민주주의로만 살 수는 없고, 사회도 풍부해야 한다. 문화적으로 다양하고 경제적으로 풍요하며 사회적으로 평등해야 하는데 정치 투쟁의 방법과는 다르다고 생각한다. 질이 다른 문제의 해결은 질이 다른 해결법을 요구한다. 막 밀어붙이는 것은 사고의 태만이다. 외환위기가 다시 오지 않게 하고 가정이나 사회가 파괴되는 일을 막으려면 제대로 된 자립의 토대를 만들기 위해 연구해야 한다. 우리 세대는 과거나 미래의 어떤 세대보다 많은 기회를 가지고 태어났고, 앞으로 죽는 날까지 계속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어 좋다. →독특한 인생 설계를 일찌감치 완성했다고 들었다. -죽을 날짜를 정해 놓았다. 3년 동안 고민하고 의료나 과학의 발전도 체크했다. 앞으로 살아갈 날들에 대한 방향과 계획,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목표를 정하려면 마감 시간이 있어야겠다고 봤다. 나의 마지막 날들에 대해 그림을 그려 놓았다. 한 달 전부터 곡기를 끊고 친구들과 술을 먹을 것이다. 죽는 방법도 구체적으로 정해 놓았다. 내가 죽는 날짜를 정해 놨다는 건 그날까지는 절대로 죽을 수 없다. 절대로, 열심히 살겠다는 뜻이기도 하다.  작은 도서관처럼 책 빼곡… 오디오북 스튜디오 갖춰 커뮤니케이션북스에 가보니 그의 왕국에 발을 들인 느낌이다. 출판사 내부는 온통 책들이 꽂힌 서가로만 구역이 나뉜다. 가히 작은 도서관을 연상케 한다. 기자가 찾은 시간에는 대략 서른이 채 안 되는 직원들이 골똘히 뭔가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1시까지 집중근무 시간에는 전화 통화를 하는 일도 눈치 보이거나 나중에 지적당한다고 했다. 누군가의 육필 원고를 스캔하는 이도 있었고 오디오북을 만드는 스튜디오도 따로 있어 입구에는 ‘온 에어’(ON AIR) 신호가 들어와 있었다. 한쪽 벽에는 그의 얼굴이 지폐 속 위인처럼 들어 앉은 인천~런던 왕복 항공권이 붙어 있는데 연말 장기자랑 우승자에게 건네진다고 했다. 그의 사무실도 각별하다. 그 옛날(!) 하이텔단말기 예닐곱 대와 타이프라이터 등 정말 어디에서 구입했을까 싶은 소장품과 오브제들이 서가 건너편에 적당한 긴장감으로 자리하고 있다. 작업대라고 하는 게 나을 것 같은 책상 위에는 그 흔한 대표이사 명패도 없이 랩톱 컴퓨터 하나만 덩그러니 놓여 있다. 생각에 집중하겠다는 집념이 느껴졌다. 박 대표는 바퀴가 달리지 않은 보잘것없는 의자에 앉아 책상 건너편 널찍한 소파에 파묻히듯 앉은 기자와 얘기를 나눴다. 여느 인터뷰이와 달리 노트북에 뭔가를 쳐가며. 기자는 박 대표의 대학 학과 6년 후배라 80분 동안 편하게 얘기를 나눴다. 70분으로 추려 오디오파일을 싣는데 경어를 사용하지 않는 점을 너그러이 양해 바란다.
  • 엥? 이렇게 심한 욕설이…황당하고도 우스운 세계의 욕

    엥? 이렇게 심한 욕설이…황당하고도 우스운 세계의 욕

    어떤 국가의 언어를 학습하든지 가장 빨리 습득하게 되는 것은 그 나라의 비속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때로 욕설은 그 나라만의 정서와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해 주기도 한다. 최근 영국 항공사 ‘저스트 더 플라이트’(Just The Flight)는 세계 각국 욕설 중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황당하거나 우습게 들릴 수 있는 표현들을 골라 소개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옮겨 보았다. 다만 이들 표현은 현지인들에게 상당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스페인“Eres tan feo que hiciste llorar a una cebolla”‘넌 너무 못생겨서 양파가 너를 보고 울겠다’는 의미.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 양파가 도리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용모가 추하다는 뜻을 담는다. 프랑스“Parler français comme une vache espagnole”‘스페인 소(牛)가 프랑스어를 하는 것 같다’는 말로, 프랑스어 실력이 충분치 못한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다. 불가리아“Grozna si kato salata”대부분의 국가에서 ‘샐러드’는 그저 음식이름일 뿐이겠지만 불가리아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 표현은 ‘샐러드처럼 못생겼다’는 뜻을 가진다. 아르메니아“Eshoon noor oodel chi vayeler”‘멍청한 녀석이 석류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란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행동이 서투른 사람들을 모욕하는데 사용된다. 스웨덴“Gå och dra något gammalt över dig”‘가서 오래된 물건 밑에 숨어라’는 뜻으로,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허름한 물건을 뒤집어써서 지금의 멍청한 모습을 더욱 강조하라는 의미를 담는다. 소말리아“Futaada u sheeg”‘네 엉덩이에나 대고 그런 말을 하라’는 말이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하는 욕설이다. 러시아“Хоть кол на голове теши”‘저 사람 머리는 도끼날 가는데 써도 되겠다’는 의미로, 고집이 매우 강한 사람을 비난하는 표현이다. 중국“二百五”‘205’처럼 보이지만 중국어식 숫자표기상 ‘250’이란 의미로 우리말의 ‘푼수’ 혹은 ‘바보’와 유사하게 사용된다. 어원에 관련해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과거 중국에서 은전 500개를 하나의 단위로 삼았던 것에 기인한다는 설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은전 500개는 ‘일량’(一封), 250개는 ‘반량’(半封)으로 불렀는데, 이 때 ‘반량’의 발음이 ‘반쯤 실성한 자’라는 의미의 ‘반풍’(半疯)과 동일해 '250'이 바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영국“A face like a bag full of spanners”‘스패너로 가득 찬 가방 같은 얼굴’이라는 의미로, 안에 도구가 가득 차 울퉁불퉁해진 가방의 모습을 얼굴에 빗대어 모욕하는 표현이다. 아일랜드“As thick as manure and only half as useful”‘가축 대변만큼이나 우둔하지만(thick) 쓸모는 그 절반’이라는 의미다. Thick이라는 영단어에 ‘뻑뻑한’, ‘질척한’이라는 의미와 함께 ‘우둔한’, ‘미련한’이라는 뜻도 함께 포함된다는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에 해당한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엥? 이렇게 심한 욕설이…황당하고도 우스운 세계의 욕

    엥? 이렇게 심한 욕설이…황당하고도 우스운 세계의 욕

    어떤 국가의 언어를 학습하든지 가장 빨리 습득하게 되는 것은 그 나라의 비속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처럼 때로 욕설은 그 나라만의 정서와 문화를 가장 직접적으로 반영해 주기도 한다. 최근 영국 항공사 ‘저스트 더 플라이트’(Just The Flight)는 세계 각국 욕설 중 다른 나라 국민들에게 황당하거나 우습게 들릴 수 있는 표현들을 골라 소개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해 옮겨 보았다. 다만 이들 표현은 현지인들에게 상당한 모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도록 하자. 스페인“Eres tan feo que hiciste llorar a una cebolla”‘넌 너무 못생겨서 양파가 너를 보고 울겠다’는 의미. 사람들을 울게 만드는 양파가 도리어 눈물을 흘릴 정도로 용모가 추하다는 뜻을 담는다. 프랑스“Parler français comme une vache espagnole”‘스페인 소(牛)가 프랑스어를 하는 것 같다’는 말로, 프랑스어 실력이 충분치 못한 사람을 조롱하는 말이다. 불가리아“Grozna si kato salata”대부분의 국가에서 ‘샐러드’는 그저 음식이름일 뿐이겠지만 불가리아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 표현은 ‘샐러드처럼 못생겼다’는 뜻을 가진다. 아르메니아“Eshoon noor oodel chi vayeler”‘멍청한 녀석이 석류를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기란 힘든 일’이라는 뜻이다. 행동이 서투른 사람들을 모욕하는데 사용된다. 스웨덴“Gå och dra något gammalt över dig”‘가서 오래된 물건 밑에 숨어라’는 뜻으로, 멍청한 실수를 저지른 사람에게 쓰는 말이다. 허름한 물건을 뒤집어써서 지금의 멍청한 모습을 더욱 강조하라는 의미를 담는다. 소말리아“Futaada u sheeg”‘네 엉덩이에나 대고 그런 말을 하라’는 말이다. 전혀 동의할 수 없는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에게 하는 욕설이다. 러시아“Хоть кол на голове теши”‘저 사람 머리는 도끼날 가는데 써도 되겠다’는 의미로, 고집이 매우 강한 사람을 비난하는 표현이다. 중국“二百五”‘205’처럼 보이지만 중국어식 숫자표기상 ‘250’이란 의미로 우리말의 ‘푼수’ 혹은 ‘바보’와 유사하게 사용된다. 어원에 관련해 여러 가지 가설이 있는데 그 중 하나는 과거 중국에서 은전 500개를 하나의 단위로 삼았던 것에 기인한다는 설이다. 이에 따르면 당시 은전 500개는 ‘일량’(一封), 250개는 ‘반량’(半封)으로 불렀는데, 이 때 ‘반량’의 발음이 ‘반쯤 실성한 자’라는 의미의 ‘반풍’(半疯)과 동일해 '250'이 바보라는 의미를 지니게 됐다. 영국“A face like a bag full of spanners”‘스패너로 가득 찬 가방 같은 얼굴’이라는 의미로, 안에 도구가 가득 차 울퉁불퉁해진 가방의 모습을 얼굴에 빗대어 모욕하는 표현이다. 아일랜드“As thick as manure and only half as useful”‘가축 대변만큼이나 우둔하지만(thick) 쓸모는 그 절반’이라는 의미다. Thick이라는 영단어에 ‘뻑뻑한’, ‘질척한’이라는 의미와 함께 ‘우둔한’, ‘미련한’이라는 뜻도 함께 포함된다는 점을 이용한 언어유희에 해당한다. 사진=ⓒ포토리아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아줌마·아가씨 기자의 달콤살벌한 맛짱] 부시 드 노엘 만들기

    [아줌마·아가씨 기자의 달콤살벌한 맛짱] 부시 드 노엘 만들기

    부시 드 노엘은 우리말로 ‘크리스마스의 장작’쯤으로 번역된다. 프랑스 전통 후식이다. 롤케이크 위에 크림을 발라 나무토막처럼 꾸민다. 한 해 남은 땔감을 모두 태워 새해의 액운을 막는다는 의미로 먹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며 한 조각씩 썰어 먹는 빵인 독일의 슈톨렌과 더불어 크리스마스를 대표하는 디저트다. 네모진 케이크 시트를 구워 딱딱한 윗면과 가장자리를 잘라낸 뒤 생크림을 바르고서 돌돌 말아 굳힌 다음 장식한다. 한 줄로 요약 가능한 요리법이지만 완성하기까지 꼬박 3시간이 걸렸다. 아가씨(김진아 기자)는 케이크를 말다가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김밥처럼 꾹꾹 눌러 가며 말았던 것. 박지현 서울요리학원 강사는 “크림과 시트가 뭉개지지 않도록 손목에 힘을 빼고 도톰하게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여분의 시트가 있어 다시 도전했으나 한 번의 실패가 부담됐는지 두 번째 만든 롤케이크는 빵과 크림의 분포가 고르지 않다는 지적을 받았다. ●집에선 신선하고 고소한 동물성 생크림 사용 생크림은 핸드믹서라는 기계를 사용하는 대신 거품기를 쳐서 만들었다. 체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거품을 쉽게 올리려면 생크림 팩을 냉동실에 잠시 둬 차갑게 만들고, 얼음 그릇을 볼 아래에 받친다. 이날은 식물성 생크림을 사용했다. 팜유와 옥수수 시럽, 설탕, 각종 첨가물이 들어간 식물성 생크림은 유지방이 주성분인 동물성 생크림보다 거품 내기가 쉽다. 크림 형태가 잘 유지돼 케이크 장식에 적합하다. 가격도 동물성 생크림의 반값이다. 하지만 맛은 떨어진다. 동물성 생크림이 훨씬 신선하고 고소하다. 프랜차이즈 빵집은 대개 동물성과 식물성 생크림을 섞어 쓴다. 집에서 만든다면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동물성 생크림을 단단히 거품 내 사용하는 게 좋다. 롤케이크는 냉동실에 30분간 굳혀 크림을 고정시킨다. 케이크 한쪽 끝을 썰어 위에 얹은 다음 초콜릿 시럽을 섞은 생크림으로 나무 장작처럼 장식한다. 제과제빵 전문가는 아줌마(오달란 기자)가 만든 케이크의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 태국 세계요리대회에서 금상을 받은 정경숙 강사는 “케이크 단면의 시트와 크림 두께가 일정하며 물결무늬 깍지를 적절히 사용해 나뭇결을 잘 표현했다”고 말했다. 아가씨의 케이크에 대해서는 “최근 유행하는 생크림 롤케이크처럼 시트 위에 크림을 듬뿍 넣어 말았기 때문에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좋다”고 평했다. ●강사·일반인 평가 합산 결과 아줌마 3점차 勝 점수를 매겨 승패를 갈랐다. 두 명의 강사가 각각 10점 만점으로 평가하고 지난 7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시식회를 열어 시민 30명에게 맛있는 케이크에 스티커(개당 1점)를 붙이도록 했다. 박 강사는 아줌마에게 8점, 아가씨에게 7점을 줬다. 정 강사는 각각 9점과 7점을 매겼다. 일반인의 평가는 15점 대 15점으로 같았다. 같은 레시피로 만들었지만 시트의 촉촉함과 달콤함, 크림의 느끼한 정도를 다르게 평가했다. 흥미롭게도 시식 후반부로 갈수록 아가씨의 케이크에 스티커를 붙인 시민들이 많았다. 28번째로 시식에 참여한 김모씨는 “달콤한 크림을 듬뿍 넣어 맛이 부드럽다”고 말했다. 크림양이 적었던 아줌마의 케이크는 시간이 갈수록 퍽퍽해졌다. 합산해 32점을 얻은 아줌마가 아가씨(29점)를 가까스로 눌렀다. 홈베이킹의 강점은 설탕이나 식품 첨가물의 양을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소 비싸도 맛이 좋고 건강에도 나은 동물성 크림을 팍팍 넣을 수 있다. 한 번에 많은 양의 빵을 만드는 제과점은 버터와 기름이 수분이 많은 달걀과 분리되지 않도록 ‘SP’라는 유화제를 넣는다. 집에서는 넣지 않아도 되는 재료다. ‘집밥’만큼 ‘집빵’이 좋은 이유다. 딱 하나 마음에 걸린다. 기름기 가득한 설거지가 고역이다. 오달란 기자 dallan@seoul.co.kr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김치와 우리말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김치와 우리말

    우리는 절인 채소를 겨우내 발효시킨 김치를 먹어야 하는 한국인이다. 김치의 역사는 고조선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김치를 가리키는 우리말은 딤치(지) 또는 짐치(지)였다. 김치는 배추 등 채소의 아삭한 풍미, 깔끔한 맛의 소금 간, 중독성 강한 향신료인 고추, 더불어 젓갈의 감칠맛이 어우러진다. 익었을 땐 젖산의 시큼한 맛까지 난다. 발효 김치에서는 아미노산이 젖산균의 먹이가 되고, 이 젖산균이 유해균의 번식을 억제한다. 젖산균이 몸속 소화 효소의 분비를 촉진하고 비타민 함량을 높여 주며 발암 물질까지 제거한다. 예전엔 중국의 호배추가 아닌 갖, 무 등 우리 주변에 흔한 채소로 김장을 담갔다. 김치라는 단어는 한자어 침채(沈菜)에서 유래한 게 아니라 선조들이 딤치(dhim-chi^), 짐치(jim-chi^)라고 일컫던 우리말이다. 치 또는 지(chi^)라는 접미어는 짠지, 묵은지 등처럼 절여서 숙성시킨 채소를 뜻한다. 이는 재야 언어학계에서 눈길을 끄는 한 원로 학자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말이 기원전 인도아리안 어족으로 분류되는 산스크리트어, 특히 그 원형인 ‘실담어’와 비슷하다는 학설을 내놓았다. 우리말이 드넓은 유라시아 일대에서 원시 인류가 쓰던 고어(古語)라는 것이다. 반면 지금 세계 학계는 우리말을 ‘알타이 어족이긴 한데 뿌리를 알 수 없는 언어’로 분류하고 있다. 이 원로 학자는 불교를 연구하기 위해 옛 실담어를 공부하다 1786년 영국의 식민지인 인도의 총독이자 언어학자였던 윌리엄 존스(1746~1794)가 편찬한 ‘옥스퍼드 산스크리트-영어 대사전’을 접한다. 그런데 300년 뒤 우리 원로 학자가 이 사전을 참조해 ‘실담어-영어-한국어’ 순서로 단어를 정리하다가 깜짝 놀랐다. 옛 실담어가 발음은 물론 뜻까지 우리말과 비슷한 것이다. 그가 발견한 단어가 수백여 개에 이른다. 아무튼 존스는 대사전에서 딤치 또는 짐치에 대해 ‘무 등과 같은 채소’, ‘양념으로 버무린 양배추(cabbage)’ 등이라고 적고 있다. 우리 민요에도 등장하는 도라지는 도라디(doradi^) 또는 도라지(doraji^)라 표기하고 ‘채소의 한 종류’ 또는 ‘되돌아가는 것’이라고 했다. 옥스퍼드 교수이기도 한 그는 이밥을 니바라(niva^ra)라고 적은 뒤 ‘야생 쌀’이라고 했다. 국어대사전에서 정의하고 있는 ‘찹쌀과 상대적 개념의 한자어 이(異)밥’이라고 했던 게 아니다. 본래 우리말이 니(이)밥인 것이다. 우리말과 비슷한 세계 언어의 흔적은 더 있다. 카자흐스탄 등의 스탄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당시 경음화 표시인 ‘ㅅ’을 덧붙인 ‘ㅅ당’으로 지금의 땅을 뜻한다. 카자흐스탄은 카자흐 족의 땅이다. 옛 아즈텍 문명 언어에는 아시끼(asikki)가 ‘사내아이’(a boy)를 뜻했다. 또 지금이라도 인도 남부를 갔을 때 ‘아빠, 엄마, 누나’ 등 현지인 말을 들으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한두 가지의 추론만 내세워 그들 모두가 한국인과 한 핏줄이라는 일부 학자의 주장은 납득할 수 없다. 그게 아니라 우리가 선사시대 인류의 옛말을 지금도 거의 유일하게 한국어로 쓰고 있다고 보는 게 맞지 않을까. 김치와 우리말에는 함부로 대할 수 없는 긴 역사가 담겼다. kkwoon@seoul.co.kr
  • [책꽂이]

    [책꽂이]

    응답하는 사회학(정수복 지음, 문학과지성사 펴냄) 과학적 방법론이라는 명분 아래 전공자들만 이해할 수 있는 각종 수치와 이론으로 가득한 논문을 쓰는 사회학을 거부한다는 일종의 선언이다. 사회·시대와 소통하며 인문학, 문학, 예술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는 사회학을 주창하고 있다. 510쪽. 2만 3000원. 거룩한 술꾼의 전설(요제프 로트 지음, 파블로 아울라델 그림, 김재혁 옮김, 책세상 펴냄) 삶의 힘겨움을 술로 달래며 구원을 찾아 길을 헤매는 한 남자의 애환과 소망을 담은 단편소설이다. 요제프 로트는 오스트리아가 낳은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실제 열렬한 애주가로 유명하다. 100쪽. 1만 1800원. 당신의 여행에게 묻습니다(정지우 지음, 우연의바다 펴냄) 여행에 대한 사유를 담은 인문학 책이다. 여행을 떠나기 전 여행지에서, 그리고 여행을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겪고 느끼는 여행에 대한 다양한 질문과 대답, 성찰을 담고 있다. 248쪽. 1만 4500원. 모두가 행복할 권리 인권(바바라 피크자·도라 씨스니 글, 티보르 카르파티 그림, 권양희 옮김, 봄볕 펴냄) 세계장애인권리협약을 어린이의 눈높이에 맞춰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이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의 내용을 돌아본다. 80쪽. 1만 2000원. 지붕 밑의 세계사(이영숙 지음, 창비 펴냄) ‘식탁 위의 세계사’, ‘옷장 속의 세계사’에 이어 의식주 세계사 삼부작의 마지막 작품. 서재, 다락방, 욕실, 발코니 등 집 안 여러 공간이 품고 있는 세계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216쪽. 1만 1000원. 오필리아와 마법의 겨울(캐런 폭스리 지음, 정회성 옮김, 비룡소 펴냄)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을 현대를 배경으로 가슴 저미는 독창적인 이야기로 재탄생시켰다. 지난해 영미권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와 평단으로부터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292쪽. 1만 3000원. 아무래도 수상해(함기석 지음, 토끼도둑 그림, 문학동네 펴냄) 수학 교사 경력을 토대로 쓴 첫 동시집 ‘숫자 벌레’ 이후 4년 만에 나온 시인의 신작 동시집.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맛, 가장 긍정적이고 근원적인 속 깊은 이야기가 가득 들어 있다. 120쪽. 1만 500원.
  • 佛 문학 번역자의 알찬 후기

    佛 문학 번역자의 알찬 후기

    프랑스 문학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공부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긴요한 책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김화영(74) 고려대 명예교수의 ‘김화영의 번역수첩’(문학동네)이다. ‘김화영의 번역수첩’은 김 교수가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40년간 매진한 프랑스 문학과 문화에 대한 번역서들의 역자 후기를 모았다. 김 교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쓴 역자 후기들 중 대부분을 버리고 글 자체의 가치나 흥미보다는 번역의 대상이 된 책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해 42편을 추렸다. 그는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오랫동안의 수고가 끝나면 완주지점에 어렵게 도착한 마라톤 선수에게 한 바퀴만 더 돌고 오라는 주문처럼 또 하나의 고단한 일이 눈앞에 놓인다. 바로 역자 후기라는 글쓰기 주문”이라며 “여기 묶은 글들은 지치고 지친 마라톤 주자가 마지막 남은 기운을 긁어모아 단내 나는 호흡으로 추가하여 질주한 한 바퀴의 기록들”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 측은 “김 교수의 첫 번역 작품은 1969년 르 클레지오의 산문 ‘침묵’이지만 그의 작품이 책이라는 개인 소유물로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은 1974년부터였다”며 “편의상 그의 번역 시작을 1974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김 교수가 발견한 작가와 작품의 역자 후기를 모았다. 파트리크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 크리스토프 바타유, 르 클레지오, 자크 프레베르, 로맹 가리, 파스칼 자르댕, 실비 제르맹 등 그가 소개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거나 뒤늦게 접했을 작가들과 그 작품이 수두룩하다. 2부는 알베르 카뮈, 장 그리니에, 귀스타브 플로베르, 앙드레 지드, 장 지오노 등 그의 번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와 작품을, 3부는 프랑스 문학과 프랑스 문화를 깊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누가 시켜서 하는 번역, 의뢰받은 번역은 절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읽고 번역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끓었던 작품들만 우리말로 풀어냈다. 그는 “번역은 나의 생계 수단이 아니므로 내게 즐거움을 주는 텍스트, 나에게 의미 있는 책만을 골라 번역하기로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번역 소개하기로 선택한 책과 그 저자의 목록만으로도 나의 ‘개성’의 한 표현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40년간 번역 후기 모은 ‘김화영의 번역수첩’

    40년간 번역 후기 모은 ‘김화영의 번역수첩’

     프랑스 문학을 알고 싶고, 공부하고 싶고, 공부하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긴요한 책이 나왔다. 문학평론가이자 불문학자 김화영(74) 고려대 명예교수의 ‘김화영의 번역수첩’(문학동네)이다.  ‘김화영의 번역수첩’은 김 교수가 1974년부터 지난해까지 40년간 매진한 프랑스 문학과 문화에 대한 번역서들의 역자 후기를 모았다. 김 교수는 오랜 세월에 걸쳐 쓴 역자 후기들 중 대부분을 버리고 글 자체의 가치나 흥미보다는 번역의 대상이 된 책의 성격이나 가치를 고려해 42편을 추렸다. 그는 “한 권의 책을 번역하는 오랫동안의 수고가 끝나면 완주지점에 어렵게 도착한 마라톤 선수에게 한 바퀴만 더 돌고 오라는 주문처럼 또 하나의 고단한 일이 눈앞에 놓인다. 바로 역자 후기라는 글쓰기 주문”이라며 “여기 묶은 글들은 지치고 지친 마라톤 주자가 마지막 남은 기운을 긁어모아 단내 나는 호흡으로 추가하여 질주한 한 바퀴의 기록들”이라고 소개했다. 출판사 측은 “김 교수의 첫 번역 작품은 1969년 르 클레지오의 산문 ‘침묵’이지만 그의 작품이 책이라는 개인 소유물로 우리 손에 들어온 것은 1974년부터였다”며 “편의상 그의 번역 시작을 1974년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책은 3부로 구성됐다. 1부는 김 교수가 발견한 작가와 작품의 역자 후기를 모았다. 파트리크 모디아노, 미셸 투르니에, 크리스토프 바타유, 르 클레지오, 자크 프레베르, 로맹 가리, 파스칼 자르댕, 실비 제르맹 등 그가 소개하지 않았다면 알지 못했거나 뒤늦게 접했을 작가들과 그 작품이 수두룩하다. 2부는 알베르 카뮈, 장 그리니에, 귀스타브 플로베르, 앙드레 지드, 장 지오노 등 그의 번역사에 큰 영향을 끼친 작가와 작품을, 3부는 프랑스 문학과 프랑스 문화를 깊이 읽을 수 있는 텍스트들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정확하게 세어 본 것은 아니지만 르 클레지오의 산문 ‘침묵’을 번역한 이래 지금까지 번역 출판한 책이 100권은 넘는 것 같다. 전문 번역가들 중엔 200권이 넘는 책을 번역 출판한 이도 있지만 스스로 뒤를 돌아보면 그 숫자에 놀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누가 시켜서 하는 번역, 의뢰받은 번역은 절대 하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읽고 번역해야겠다는 간절한 마음이 들끓었던 작품들만 우리말로 풀어냈다. 그는 “번역은 나의 생계 수단이 아니므로 내게 즐거움을 주는 텍스트, 나에게 의미 있는 책만을 골라 번역하기로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가 번역 소개하기로 선택한 책과 그 저자의 목록만으로도 나의 ‘개성’의 한 표현이 되도록 노력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알 듯 말 듯 ‘애돌애돌’ 했던… 최고령 소설가의 작품 다시 읽기

    알 듯 말 듯 ‘애돌애돌’ 했던… 최고령 소설가의 작품 다시 읽기

    현존 소설가 중 최고령인 최일남(83) 작가의 작품 속 어휘를 정리한 ‘최일남 소설어 사전’(조율)이 나왔다. 여러 작가의 소설어 사전을 내며 소설 속 우리말의 외연을 넓혀 온 문학평론가 민충환(70) 전 부천대 교수가 엮었다. 민 전 교수는 “언젠가 ‘문학 작품 속 난해한 어휘의 뜻을 필자에게 직접 물어 확인, 정리해 둬야 한다’고 말한 바 있는데 이 책은 내가 작업한 것이 아니라 최 작가의 증언을 직접 채록한 기록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경기 부천시 중동역 인근 고서점에서 최 작가의 단편집 ‘누님의 겨울’을 발견했다. 예전에 감명 깊게 읽은 그 책이 여느 책과 섞여 허드레 취급을 받는 게 마치 자신이 모욕받는 것 같았다고 한다. 최 작가에 대한 연민의 정이 솟아 지난해 한 해 동안 그의 소설 166편을 모두 찾아 읽었다. 작품을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간혹 흰쌀에 뉘 섞이듯 뜻을 알 수 없는 말들이 독서에 적잖은 장애가 됐다. 민 전 교수는 “사전에 나오지 않는 말들의 뜻을 알기 위해 부득불 작가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해야 했다”며 “내 물음에 금실로 한 땀 한 땀 뜬 듯한 작가의 정성 어린 답변이 혼자만 보고 우물쩍하기에는 너무 귀한 것이라 여겨져 책을 엮게 됐다”고 말했다. 책에는 구수한 방언, 일부 지역에서만 쓰는 지역어, 속담, 관용구 등 최 작가의 작품에 나오는 어휘의 뜻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고 3200여개의 예문도 달려 있다. 쑤싯돈(매우 적은 돈), 콩알콩알하다(불만을 자주 입 밖에 내다), 빗감도 앓는다(얼씬도 하지 않는다), 애돌애돌(매우 속상한 모양을 이르는 말), 되민증(시골 사람을 이르는 말), 다모토리(소주를 큰 잔으로 마시는 일 또는 그 술을 파는 선술집) 등 민 전 교수의 말처럼 작가에게 물어보지 않으면 그 뜻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어휘도 수두룩하다. 최 작가도 어휘 뜻풀이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제 손으로 쓴 글자의 맞춤한 해석이 녹록하지 않았다. 내 고장 특유의 방언과 말끝마다 곁들이기 쉬운 속담이나 관용어가 이렇게도 많고 꽤 까다로울까 싶었다. 평생토록 끼고 산, 먼지 낀 내 언어의 재고 관리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고 회고했다. 민 전 교수는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을 읽었을 때 작품에 나오는 ‘콩을 심으며 가다’가 무슨 뜻인지 몰라 매우 곤혹스러웠다고 했다. 이곳저곳에 자문한 끝에 ‘다리를 절름거리며 걸어가다’라는 뜻이라는 걸 알게 된 뒤 작품 속 난해한 어휘는 작가 생존 시 규명해 놔야 한다는 자각이 들었다. 그 후 이문구, 송기숙, 박완서, 오영수 등 작가들의 소설어 사전을 냈다. 김승훈 기자 hunnam@seoul.co.kr
  •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닭볶음탕과 감자탕

    [김경운 기자의 맛있는 스토리텔링] 닭볶음탕과 감자탕

    을씨년스런 날씨에는 매운 양념의 닭볶음탕이나 감자탕을 먹는 게 제격일 것이다. 닭고기 찜 또는 돼지 등뼈 고기에다 고추, 파, 마늘, 생강 등 알싸한 맛의 향신료가 양껏 들어가기 때문에 속이 든든하고 후끈해진다. 감자와 들깻가루가 들어가는 것도 두 음식이 쌍둥이처럼 닮았다. 그런데 닭볶음탕과 감자탕은 둘 다 ‘억울한 운명’을 뒤집어쓰고 있다. 제 이름에 대해 사람들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때문이다. 진짜 이름은 아직도 모른다. 닭볶음탕은 생닭을 한입에 먹기 좋게 토막을 내 매운 양념장으로 버무린 뒤 큼직하게 썬 감자와 양파, 당근 등을 넣어 바특하게 끓인다. 뻘겋게 졸여진 찜 요리와 비슷하게 만드는 것이다. 본래 국물이 흥건해야 하는 탕이라는 이름이 무색하다. 감자탕에는 돼지 등뼈와 감자, 우거지 또는 시래기, 깻잎 등이 들어간다. 매운 양념은 닭볶음탕과 비슷하다. 돼지 등뼈에는 단백질과 칼슘, 비타민B1 등이 풍부하기 때문에 감자탕은 남성의 스태미나에, 여성에겐 낮은 칼로리가 필요한 다이어트 등에 좋다. 술안주로는 물론, 우거지나 시래기 덕분에 숙취 제거에도 좋다. 닭볶음탕은 과거 닭도리탕이라 부르던 것을 표준어로 바꾼 이름이다. 학계는 닭도리탕에 대해 ‘우리말인 닭+일본어 도리(とり·鳥)+한자어 탕(湯)’이 합쳐진 이상한 이름이라고 해석했다. 그래서 닭볶음탕이라 바꾸며 사전에서 ‘닭고기를 토막 쳐서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인 음식. 경우에 따라 먼저 볶다가 물에 끓이기도 한다’고 정의했다. 그러나 닭볶음탕에는 이름과 달리 불판에 볶는 조리 과정이 없다. 자작하게 물을 부어 끓일 뿐이다. 그러자 요리업계는 우리 음식에 볶음과 탕 등 두 가지 조리 형태를 동시에 표현한 이름은 없다고 지적했다. 학계 일부에서도 도리(とり)가 일본어의 새가 아닌 ‘도려내다’에서 나온 순수 우리말이고, 닭고기를 잘게 써는 조리법을 표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조선 후기의 평양 등지에서 도리탕을 즐겼다는 고서의 기록을 근거로 삼았다. 새로운 이름이 납득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니까, 닭볶음탕이 지금도 시중에서는 닭도리탕, 닭감자탕, 닭매운탕, 닭감자조림 등 중구난방으로 불리는 게 아닐까. 우리의 닭도리탕이 괜한 오해를 받고 있는 듯하다. 감자탕의 운명도 별반 다르지 않다. 감자탕에는 본래 감자가 들어가지 않았다. 삼국시대 호남을 중심으로 돼지 등뼈로 만든 탕을 먹었을 때나 1899년 경인선 철도 공사에 동원된 인부들이 감자탕으로 허기를 달랠 때에도 감자는 없었다. 감자탕은 1970~1980년대 대학가를 중심으로 퍼지면서 아마 누군가 “감자탕에 왜 감자가 없어요”라고 하면서 결국 감자가 들어간 것은 아닐까. 그런데 감자탕의 어원에 대해서도 감자가 예부터 돼지 등뼈를 지나는 척수를 감자라고 불렀다는 설, 돼지 등뼈를 원래 ‘감자뼈’라고 했다는 설, 달착지근한 돼지고기 음식을 뜻하는 한자어 감저(甘猪)에서 유래했다는 설 등 논란이 분분하다. 이런 주장들 속에서 혹시 우리는 수천 년이 된 우리말과 우리 문화를 얕보면서 그 이후 등장한 중국이나 일본, 서양 등의 것만 무작정 추종하고 있지는 않나라는 생각이 든다. 왜곡이 방치되고 반복되면 진실은 더 멀어지기 마련이다. kkw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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