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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틀린 춤은 없다”…‘으라차찬’ 성장하는 관악의 어린 춤꾼들

    “틀린 춤은 없다”…‘으라차찬’ 성장하는 관악의 어린 춤꾼들

    관악산 자락에 자리 잡은 관악문화재단의 스튜디오G. 이곳은 학교에선 주어진 정답에 갇혀야 했던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새로운 나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이다. 베네수엘라 ‘엘 시스테마’의 교육 철학을 본떠 오케스트라에서 확장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꿈의 무용단 ‘으라차찬’과 꿈의 극단 ‘우리가 영웅’은 여기서 자신의 색깔을 담은 무대를 키워나간다. 지난 2일과 4일 저녁도 여느 날처럼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안은미 무용감독과 ‘으라차찬’ 어린이 무용수들 “같이 리듬을 타다가 음악이 멈추면 포즈를 취해보자.” 현대무용가 안은미 무용감독이 한명 한명과 눈높이를 맞추며 움직이자, 40명 가까운 아이들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연습실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에 집중하며 쿵쿵 거리는 비트를 따라 함께 고개를 까딱이거나 점프를 했다. 거창한 동작은 없었다. 음악이 끝나자, 누군간 온몸으로 큰 동그라미를 그렸고, 힘껏 오른발을 하늘로 올려 차기도 했다. ‘춤 수업’이지만 정해진 동작을 익히기 보다 내 몸을 자연스레 이해하고 표현하는데 집중한다. ‘춤으로 번개와 같은 힘을 주겠다’는 취지를 익살스럽게 표현한 무용단의 이름 ‘으라차찬’처럼 연습도 활기가 넘쳤다. 어느덧 관악문화재단에서 ‘으라차찬’ 3기를 맡고 있는 안 감독은 “춤은 틀려도 된다”며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게 아니라 스스로 풍요로운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막 웃고, 소리도 지르고, 몸을 쓰며 어우러지면 아이들의 1년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편견과 틀에 갇히지 않으며 타인과 공감하는 법을 배울 수 있어서다. 이서희(12)양도 “처음엔 부끄러웠지만, 같이 하니 익숙해지고 성격도 더 활발해졌다”고 웃었다. ‘고향’ 관악에서 최고의 무대…부모 합동 공연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2022년 무용 교육 시범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안 감독은 홍보대사로 참여했다. 이후 어린 시절을 보낸 관악을 다시 찾았다. 그는 “할머니가 되면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었는데 마침 강단이 생겼다”며 “예전에 이런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춤을 일찍 배웠을 것”이라고 했다. 안 감독이 세운 유일한 교육 원칙은 “과거 무용 교육을 받지 못한 부모님 세대도 무대에 같이 서야 한다”는 거다. 이루리(11)군의 어머니 신지영(36)씨는 “우산을 활용해 날 것의 동작을 선보이라는 과제를 받고 처음엔 당황했지만, 엄마들에게도 즐겁고 색다른 추억이 됐다”고 말했다. 공연에는 안은미컴퍼니의 무대 시스템과 노하우가 아낌 없이 들어간다. 매년 쑥쑥 크는 아이들에게 사비로 알록달록한 한복을 준비하고, 춤 영상을 보고 장영규 작곡가가 곡을 쓴다. 오는 10월 관악강감찬축제, 11월 정기 공연을 시작으로 지역 사회에 즐거움을 주는 대표 무용단으로 자리잡는 게 무용단의 목표다. 꿈의 극단 ‘우리가 영웅’ 첫발…“순우리말 가사 인상적” 한편 올해 출범한 관악문화재단의 꿈의 극단은 중·고교생들이 한글학자 최현배 선생의 이야기를 다룬 뮤지컬 ‘외솔’을 공연하기 위해 노래 연습에 한창이었다. 강예림 연출은 “자아 성찰이나 사회적 성장을 해가는 청소년 모두가 영웅이라는 뜻을 극단 이름에 담았다”며 “평소 뮤지컬에 흥미가 있던 학생들이 역사 속 영웅의 정신도 느끼길 바란다”고 했다 실제로 평소 언어 습관도 자연스럽게 되돌아보게 됐다는 반응이 많다. 이관우(16)군은 “평소 팝송을 즐겨부르는데 순우리말 가사가 인상적”이라며 “평소 비속어를 줄이려 노력한다”고 했다. 관악문화재단은 “관악의 아동·청소년이 무대의 주인공이 되는 경험을 하고 다면적으로 성장하며 지역 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대우건설, 고급 아파트서 ‘푸르지오’ 빼고 ‘써밋’만 남긴다

    대우건설, 고급 아파트서 ‘푸르지오’ 빼고 ‘써밋’만 남긴다

    대우건설이 자사 고급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 써밋’에서 ‘푸르지오’를 빼고 영문 ‘SUMMIT’으로 변경한다고 22일 밝혔다. ‘푸르지오’라는 이름을 빼고 ‘써밋’을 영어로 바꿔 기존브랜드와 차별화를 더 꾀하겠다는 의도에서다. 앞서 대우건설은 2003년 ‘푸르다’는 순우리말과 대지·공간을 뜻하는 ‘지오’(GEO)를 결합한 아파트 브랜드 ‘푸르지오’를 개발·공개했다. 이어 2014년 푸르지오의 고급 브랜드로 ‘써밋’을 붙인 ‘푸르지오 써밋’을 선보였다. ‘정상’, ‘정점’이라는 의미인 ‘써밋’을 붙여 기존 푸르지오 브랜드에 고급스러운 마감재와 차별화된 외관 디자인 등을 더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최근 서울지역 재건축이 활발하면서 고급화에 대한 조합원 수요가 늘었다. 이를 강조하기 위해 ‘SUMMIT(써밋)’만 남겨 두 브랜드를 자연스레 나누겠다는 의도”라고 설명했다. 새로 단장한 SUMMIT 브랜드는 다음 달 시공사를 선정하는 서울 강남구 개포우성7차 재건축 사업에 최초로 제안됐다. 또 대우건설이 부산광역시 수영구 남천동과 부산진구 전포동에서 분양하는 사업장에도 적용될 예정이다.
  • NC AI ‘바르코 비전 2.0’ 멀티모달 오픈소스로 공개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회사 NC AI가 시각적 언어에 최적화된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 등 여러 형태의 데이터) AI 모델 ‘바르코 비전 2.0’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16일 밝혔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고 복잡한 문서나 표, 차트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문서 파일이 아닌 그냥 인쇄물을 올려도 그 안의 표와 이미지 속 문자까지 AI가 모두 이해하고 우리말로 번역할 수 있다. NC AI는 국내 멀티모달 모델 중에서는 처음으로 바르코 비전 2.0의 14B 모델의 성능이 글로벌 최상위 모델을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 문서 속 틀린 그림도 찾아내는…NC AI, 멀티모달 AI 4종 오픈소스 공개

    문서 속 틀린 그림도 찾아내는…NC AI, 멀티모달 AI 4종 오픈소스 공개

    엔씨소프트의 인공지능(AI) 회사 NC AI가 시각적 언어에 최적화된 ‘바르코 비전 2.0’ 등 멀티모달(텍스트·이미지 등 여러 형태의 데이터) AI 모델 4종을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16일 밝혔다. 바르코 비전 2.0의 가장 큰 특징은 이미지와 텍스트를 동시에 이해하고 복잡한 문서나 표, 차트도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문서 파일이 아닌 그냥 인쇄물을 올려도 그 안의 표와 이미지 속 문자까지 AI가 모두 이해하고 우리말로 번역할 수도 있다. 심지어는 틀린 그림 찾기도 할 수 있을 정도로 시각 자료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우수하다는 설명이다. NC AI가 공개한 바르코 비전 2.0의 14B 모델의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글로벌 오픈소스의 비전 언어모델 중 최고성능으로 알려진 InternVL3-14B와 알리바바의 Ovis2-16B, Qwen2.5-VL 7B를 능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C AI는 국내 멀티모달 모델 가운데 이만한 성능을 확인한 것은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경량 모델인 1.7B 모델은 스마트폰이나 PC 등 개인 기기에서도 원활하게 구동할 수 있고, 1.7B OCR 모델은 이미지 내 문자를 인식하는 작업에 특화했다. 특히 한국어와 영어가 혼합된 상황에서도 높은 인식 정확도를 보였다. 비디오 임베딩 모델은 이용자(개발자)가 일반 언어로 입력해도 원하는 이미지나 동영상 콘텐츠를 찾아준다. NC AI는 이번에 공개한 4종의 모델을 모두 연구용 오픈소스로 공개해 기업이나 개인, 공공기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연수 NC AI 대표는 “세계적 흐름이 텍스트만 처리하는 언어모델을 넘어 비전모델을 함께 활용하는 비전언어모델로 전환되고 있다”면서 “이번 4종 모델 공개를 통해 NC AI가 비전언어모델에서도 한국의 주권을 지킬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정동영 “통일부 명칭 변경, 검토할 가치 충분하다”

    정동영 “통일부 명칭 변경, 검토할 가치 충분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통일부 명칭 변경에 대해 충분히 검토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정 후보자는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여야가 함께 의논해야 할 아주 중요한 사안”이라며 “통일부 명칭 변경은 검토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정 후보자는 이날 “1969년 서독 브란트 정권은 ‘전독부’를 ‘내독부’로 바꿨고, 이는 소련·영국·프랑스 등 주변국의 우려를 씻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전독부는 우리말로 하면 통일부인데, 통일을 통해 대독일주의로 가려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고 했다. 그는 “명칭 변경은 이후 독소 불가침 조약, 모스크바 협정, 바르샤바 협정, 동서독 기본 조약, 유엔 가입까지 이어졌고 독일 내부에 대지각 변동이 일어났다”며 “이제 이재명 정부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북 관계의 방향성’과 관련, “남북 관계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지 않도록 한반도 평화공존을 향한 작은 발걸음을 통해 사실상의 통일로 계속 나아가야 한다”며 “자유의 북진이 아닌 평화적 확장으로, 적대적 대결이 아닌 화해, 협력으로 평화의 물길을 다시 돌려세워야 한다”고 했다. 정 후보자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노태우 정부가 수립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은 35년간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계승돼 왔지만, 3년 전 사실상 폐기됐다고 본다”며 “그 이후 반공통일론으로 회귀했고, 북측이 남측을 ‘주적’으로 규정하며 적대·군사적 교전 상태로 되돌아간 것은 상호적·상대적 결과물”이라고 했다. 앞서 정 후보자는 통일부의 명칭 변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동조하는 것이라며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적대적 두 국가론’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23년 말 남북관계를 ‘더 이상 동족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하면서 생겨났다. 북한은 이후 대한민국과의 소통 채널을 폐쇄하고,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도로의 북측 구간을 폭파했다. 보수 야권에서도 정 후보자의 주장을 헌법 가치 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헌법에는 ‘통일을 지향하며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권 내에서도 자칫 소모적 논란으로 남남갈등 등 ‘국론 분열’만 초래해 내년 지방선거에서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 [훔치고 싶은 문장]

    [훔치고 싶은 문장]

    좋건 싫건, 나의 시대(조지 오웰 지음, 안병률 옮김, 북인더갭) “흔히들 시에서는 언어만이 중요하고 ‘의미’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지만, 사실 모든 시는 산문적인 의미를 내포하며 좋은 시라면 절박하게 표현하고자 하는 의미가 있게 마련이다. 모든 예술은 어느 정도는 프로파간다다.” 20세기 문학의 거인 조지 오웰을 ‘동물농장’, ‘1984’를 쓴 소설가로만 알고 있다면 오산이다. 소설뿐만 아니라 유려한 에세이를 쓰는 에세이스트이자 촌철살인의 서평가로도 당대 이름을 날렸다. 오웰의 이런 면모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번역가이자 서양 인문학 연구자이기도 한 안병률이 그간 국내에는 잘 소개되지 않았던 오웰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굴해 우리말로 옮겼다. 극단적인 대립의 시대를 통과하는 오늘날에도 큰 의미가 있는 글들이 담겼다. 320쪽, 1만 8000원. 모나의 눈(토마 슐레세 지음, 위효정 옮김, 문학동네) “이 작품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삶이 그저 살기 위한 것이어선 안 된다는 거야. 삶을 춤출 필요도 있어. 우리의 동작, 우리의 움직임, 우리의 행동이 세상만사의 일상적인 흐름, 관습과 제약에 따른 기계적이고도 끝없는 이어짐에서 가끔 벗어난다 해도 괜찮아.” 프랑스의 미술사학자이자 에콜 폴리테크니크의 교수로 활동하는 토마 슐레세의 장편소설이다. 그림에 관한 일반적인 책들에서 반복되는 진부함에서 벗어나 감성과 지성, 문학성을 겸비한 독특한 작품이다. 시력을 잃을 위기에 처한 소녀 모나와 그런 손녀를 위해 매주 함께 미술관에 가기로 한 할아버지 앙리의 한 해를 그렸다. 672쪽, 2만 3000원. 곰돌이 푸 전집(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어니스트 하워드 셰퍼드 그림,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그렇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거야.” 1926년 처음 세상에 나오며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은 동화 ‘곰돌이 푸’가 내년이면 출간 100주년을 맞는다. 곰돌이 푸의 원작 동화 2권의 합본 개정판이 나왔다. “매일 행복할 수는 없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말하는 귀여운 푸의 말은 비단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작지 않은 울림을 준다. 2018년 제작된 영화에서 크리스토퍼 로빈 역으로 출연한 배우 이완 맥그리거는 “푸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라고 말하기도 했다. 552쪽, 2만 5000원.
  • [열린세상] 내년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열린세상] 내년 지방선거 입후보 예정자들에게

    최근 몇 년 사이 K푸드의 세계적 인기에 편승해 지방자치단체가 주관하는 음식축제가 우후죽순 개최되고 있다. 어떤 음식축제는 엄청난 관광객 유입으로 잠시나마 소상공인의 경제적 숨통을 틔워 주었고, 이는 자치단체장의 어깨에 힘이 들어가게 했다. 하지만 일부 음식축제는 지자체장의 차기 선거 홍보용이란 비판도 받는다. 2000년대 이후 음식축제는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관광자원이면서 지역경제 활성화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요리 대국 이탈리아에는 약 8000곳의 지자체에서 개최된 크고 작은 음식축제가 거의 3만 2000여개에 이른다. 그중 ‘사그라’라고 불리는 마을 단위의 음식축제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다. 라틴어 ‘성스러운’에서 유래한 사그라는 원래 종교 축제였으나 1970년대부터 지역 공동체의 먹거리를 중심으로 한 수확 축제의 의미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우리말로 ‘풀뿌리 음식축제’다. 그런데 2000년대 이후 지역 공동체가 생산한 먹거리가 아닌 외부 음식을 주제로 한 사그라 축제가 여러 곳에서 생겨나면서 사회적 논쟁거리가 됐다. 이탈리아 미식과학대에서 음식인류학을 가르치는 미켈 필리포 폰테프란체스코는 2020년에 낸 책에서 사그라 축제가 도시로 나가지 못한 농어민에게 절대적인 미래라는 사실을 포착했다. 그가 인터뷰한 한 농민은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면 그것은 우리 땅과 땅에서 열리는 열매, 그리고 우리 땅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있다”고 밝혔다. 폰테프란체스코는 사그라 축제가 지닌 긍정적인 측면을 세 가지로 요약했다. 첫째, 토박이와 이주민 사이의 마을 공동체 의식을 강화했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농어촌에도 이주민이 많이 들어와 살고 있다. 토박이와 이주민이 함께 사그라 축제를 꾸리면서 ‘우리’라는 의식이 만들어졌다. 둘째, 사그라 축제 때 방문한 외부 관광객과의 지속적인 연대는 마을 주민과 외부 사회 사이에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다. 셋째, 사그라 축제는 마을 경제를 활성화했다. 10명 이상의 단체 관광객은 사전 신청을 하면 마을 음식점의 요리사가 지역 특산물로 만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관광객 중에는 도시에서 마을 주민의 수확물을 계속해서 구매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성공한 사그라 축제 대부분은 주관자가 지자체가 아닌 주민이다. 하지만 한국의 지역 음식축제 대부분은 지자체가 국민의 세금으로 주관한다. 스페인 출신 농학자 호세 루이스 비베로 폴은 지역 음식축제가 주민 주도로 운영되려면 지자체의 역할이 제한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자체는 음식축제를 주관할 공공기관을 만들고 축제 운영에서 빠진다. 대신에 주민이 자발적으로 음식축제에 참여할 단체를 만들도록 돕고 성과에 따라 보조금을 지원한다. 공공기관은 지역의 오래된 요리 지식을 활용한 음식축제를 기획할 위원회를 만든다. 이 위원회에는 주민 단체, 생산자 단체, 지역 기업, 그리고 전국에서 활동하는 음식축제 기획전문가와 음식학자가 참여한다. 내년 6월 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입후보할 분들에게 몇 가지를 제언한다. 당선되면 음식축제를 스스로 기획하고 주관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자. 재선 이상에 도전하는 지자체 입후보 예정자 중 자신이 기획했던 음식축제가 있다면 운영 전반을 반성해 보자. 주관사를 마치 토목공사 입찰하듯이 공모하지 말자. 유명인이나 대형 업체와 업무협약(MOU) 체결 후 음식축제 운영을 몰아주지 말자. 대신에 음식축제를 주관할 지역주민위원회와 주민 중심 참여 단체를 민주적으로 조직할 방안을 만들자. 아직 선거는 10개월 이상 남았다. 시간은 충분하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주민 주도의 음식축제 운영을 공약한 입후보자가 꼭 당선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음식축제가 지역 소상공인을 비롯한 주민들의 주머니를 넉넉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주영하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음식인문학자
  • 제주에 나빌레라… ‘한국의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을 재조명하다

    제주에 나빌레라… ‘한국의 나비박사’ 석주명 선생을 재조명하다

    “나는 논문 한 편을 쓰기 위해 16만 여 마리의 나비를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나비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샘플을 분석해 논문을 작성해 나비박사로 불린 석주명(1908~1950) 선생의 나비 전시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 국립제주박물관은 4일부터 10월 19일까지 ‘제주에 나빌레라-광복 80주년 기념 석주명 특별전’을 연다고 밝혔다. 전시에는 석주명 션생의 나비와 제주학 주요 저서, 남계우의 나비 그림, 한국 나비 공예품을 비롯한 96건 106점을 한자리에 모았다. 석주명은 ‘나비 박사’로 널리 알려진 생물학자일 뿐만 아니라, 자연과학과 인문학을 아우른 ‘융복합 학자’다. 특히 제주학의 선구자였다. 1943년 4월 경성제국대학 부속 생약연구소 제주도시험장(현 서귀포시 토평동 소재) 소장으로 부임한 그는 2년 1개월 동안 제주에 체재하며 제주어 어휘 7000여 개를 수집, 정리하고 16개 마을의 인구를 조사하는 등 제주의 인문사회를 연구했다. 자신의 제주도 연구 성과를 ‘제주도총서’로 발간할 계획을 세워 생전에 ‘제주도 방언집’ (1947), ‘제주도의 생명조사서’(1949), ‘제주도 문헌집’(1949) 세 권을 발간했으며 ‘제주도 수필’(1968), ‘제주도 곤충상’(1970) 등의 원고를 집필했다. 특히 ‘제주도 방언집’은 ‘제주어’라는 용어로 제주 방언을 주체적으로 다룬 최초의 서적이며 ‘제주도의 생명조사서’는 4・3 이전 제주 전통 사회의 인구 구성을 규명한 서적으로 역사적 가치가 높다. 이번 전시에는 선구적 제주학 저서인 6권의 ‘제주도총서’ 도서와 ‘제주도 방언집’, ‘제주도의 생명조사서’, ‘제주도 수필’의 전자책을 열람할 수 있게 했다. 또한 한국의 나비를 255종으로 정리하고 212개의 동종이명을 제거한 ‘조선산 접류 총목록(A Synonymic List of Butterflies of Korea)’(1939)을 비롯한 석주명 나비 연구 성과를 도서와 전자책으로 선보인다. 석주명이 채집 여행에서 사용한 배낭도 제주 최초로 전시된다. 국립제주박물관 관계자는 “이번 특별전은 석주명 선생의 이상에 따라 전시 설명문을 우리말과 에스페란토로 제시했고, 그의 로마자 성명은 평양 발음을 고수한 생전 표기 ‘Seok Du Myung’에 따랐다”면서 “석주명의 나비 연구, 제주학 연구, 남계우 연구, 에스페란토 운동을 조명하는 4차례의 연계 특강에도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 정형돈도 일부러 찾아먹는 ‘이것’…체중감량·소화촉진 등에 탁월

    정형돈도 일부러 찾아먹는 ‘이것’…체중감량·소화촉진 등에 탁월

    양꼬치를 먹을 때 듬뿍 발라먹는 양념이 ‘쯔란’이다. ‘쯔란’은 중국식 발음이고, 우리말로는 ‘마근’, 영어로는 ‘큐민’이라고도 한다. 쯔란은 서남아시아가 원산지이며 인도, 중국, 튀르키예 등 육류 문화권에서 발달했다. 양고기처럼 특유의 비린내를 잡는데 주로 활용된다. 쯔란은 소화 효소 분비를 촉진해 음식물 흡수를 돕는다. 효소 활성화로, 식사 후 더부룩함을 줄이는 효과도 있다. 실제 이집트의 경우 소화제 대용으로 널리 쓰인다고 한다. 쯔란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심혈관 건강도 개선한다. 쯔란에 있는 피토스테롤이라는 식물성 화학물질은 콜레스테롤을 흡수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만들어주며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고 좋은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다. 이밖에도 비타민 C, 비타민 A, 철분 등의 주요 영양소가 많이 들어 있어 면역력을 높여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쯔란은 코미디언 정형돈이 즐겨 먹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 2월 유튜브 채널 ‘한작가’에는 정형돈이 양꼬치구이 식당을 찾아 폭풍 흡입하는 모습이 담겼다. 해당 영상에서 정형돈은 “쯔란이 참 좋아”라며 자신의 앞접시에 쯔란을 푹 떠서 옮겨담았다. 이어 양꼬치에 쯔란을 듬뿍 묻힌 채 맛있게 먹었다. 이에 정형돈의 배우자 한유라는 “이정도면 거의 새모이 아니냐”라며 “아빠의 지독한 쯔란 사랑. 이정도면 새모이다. 큐민인가 이게?”라고 말했다. 정형돈은 한 때 체중감량에 성공해 주목받았다. 정형돈은 다이어트로 21㎏을 감량, 100㎏에서 79㎏까지 빠졌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쯔란은 다이어트에도 효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쯔란은 신장과 간을 자극해서 독소를 줄이고 콜레스테롤 수치는 낮춰준다. 이를 통해 체중감량을 위한 지방과 열량 연소를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쯔란은 또 항산화 물질이 풍부해 세포 손상을 경감시키고 산화 스트레스를 적게 만들어 주름, 기미 등 피부노화와 각종 질병을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 “한국은 문학의 나라… 세계인들 K팝·드라마에 열광하는 원천” [서동철의 노변정담]

    “한국은 문학의 나라… 세계인들 K팝·드라마에 열광하는 원천” [서동철의 노변정담]

    빨갱이 자식에서 유공자 아들로부친은 항일·농민운동 하다 옥살이초교 4년 때 첫 대면… 6·25로 이별2020년엔 국가유공자증·훈장 받아신춘문예 10관왕 되기까지‘당선’되지 않은 것은 뭔가 모자란 탓상상 못 할 고통의 시간 보내며 창작‘기성의 벽’ 넘어 나만의 새로움 제시200만개 단어 가진 우리말주말이면 시를 싣는 신문 적지 않아이런 문학 대접은 한국 말고는 없어‘좋은 시’는 썼는데 ‘위대한 시’는 과제이근배 시인은 ‘신춘문예 10관왕’으로 통한다. 그가 문학청년이던 시절이나 지금이나 신춘문예는 바늘구멍을 지나기보다 어렵다. 그런 시인에게 ‘우리 사회에서 문학에 대한 존중이 옛날보다는 좀 덜해진 것 아니냐’고 했더니 펄쩍 뛴다. 해마다 1월 1일이면 중앙일간지마다 1면에 신춘문예 당선자의 이름과 사진이 나가고 작품도 실리는 것을 예사로 볼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신문사마다 신춘문예에 적지 않은 노력과 비용을 들이는 것은 물론 주말이면 시를 싣는 신문도 적지 않다고 했다. 이렇게 문학을 대접하는 나라가 한국 말고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이른바 문화 선진국에도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는 “한국이 문학의 나라이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말은 200만개의 단어를 갖고 있는데 10만개에 불과한 언어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렇게 뛰어난 언어로 우리만의 체험을, 나만의 시어(詩語)로 쓰는 것이 시인의 책무라고 했다. 이 시인은 한국 사회에서 문학의 역할, 특히 시의 역할에 할 말이 많은 듯했다. “우리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지 않습니까. 드라마라는 게 뭐냐 하면 시예요. 드라마의 스토리가 그렇고, 드라마의 대사가 모두 우리말로 지은 시입니다. 방탄소년단(BTS)도 난리가 났는데 우리말로 시를 써서 노래를 부른 것 아닙니까. 그러니 세계인이 열광하는 한류의 원천은 우리 문학입니다. 그 꼭대기에 시가 자리잡고 있어요. 사람들이 이런 이치를 잘 몰라요. 세상에 알려야 합니다. 조선 사회에서도 근본적으로 시를 잘 써야 성공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야 영의정도 하고 좌의정도 할 수 있었어요. 우리는 시의 나라입니다. 한국 문화가 최근 크게 각광받는 이유도 우리 언어와 문학에 있다고 봅니다.” 그는 신춘문예 등단을 넘어 일가(一家)를 제대로 이룬 문인이다. 월간 ‘한국문학’을 필두로 다양한 문예지에 주간으로 참여했고 서울예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 시 창작을 강의하기도 했다. 힌국시인협회상을 비롯해 다양한 문학상을 수상한 경력에 예술원 회장을 지냈으니 문화예술계의 최고 영예를 누렸다고 해도 조금도 지나치지 않다. 그럼에도 “그동안 ‘좋은 시’는 많이 썼다고 생각하지만 ‘위대한 시’는 쓰지 못했다”고 했다.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모든 시인이 고뇌해야 하는 과제라는 것이다. 이 시인이 최근 펴낸 ‘이근배 육성 회고록’을 펼치면 ‘신춘문예 당선하는 비법 있어요’라는 제목이 큼지막하게 눈에 들어온다. 그가 동화출판사 주간 시절 신경림 시인이 5년 동안 편집장을 했는데 신춘문예 당선자가 나오면 “또 이근배구먼” 했다는 일화도 있다. 그의 당선작들은 신춘문예 응모자들에게는 일종의 ‘모범답안’처럼 비쳤다. 그러니 대학에서 시 창작을 가르칠 때 학생들에게 “신춘문예에 당선하는 비결을 알려 주겠다”고 하면 귀가 쫑긋해서 집중했다고 한다. 그런데 막상 ‘비결’이라며 “신춘문예는 투고한 자만이 당선한다”고 하면 학생들은 일제히 실망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는 것이다. “스포츠도 그렇잖아요. 금메달 딸 줄 알았는데 못 따면 뭔가 모자란 게 있는 것 아닙니까. 내가 공부를 모자라게 했기 때문에 당선되지 않은 것이거든요.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예전에는 어떤 작가나 작품을 가리켜 ‘기성(旣成)의 벽을 넘었다’는 평이 큰 덕담이었어요. 이미 만들어져 있는 틀을 벗어나서 자기만의 어떤 것, 지금 있는 것하고는 다른 것을 찾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러니까 남의 아류 같은 것보다는 미래성, 자기 자신에 대한 어떤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저에게 신춘문예 당선의 비밀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이런 생각으로 열심히 썼다고 대답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른 사람은 상상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을 보낸 것이 사실입니다.” 시인은 1994년 서울신문에 동학혁명 100주년 기념서사시 ‘동학의 함성을 찾아서’를 연재했다. 당시 문화부 기자였던 필자는 전북 고창의 동학농민운동 현장을 둘러보는 시인의 연작시조기행에 한 차례 동행한 적이 있다. 오래전이지만 그가 역사 현장을 찾은 감회를 봇물 터뜨리듯 즉석에서 운문으로 형상화하는 모습에 크게 감탄했던 기억이 난다. 구상 시인의 뒤를 이어 공초숭모회를 이끌고 있는 그는 오상순 시인을 기리는 공초문학상을 서울신문과 공동으로 제정해 시상하고 있기도 하다. 시인은 “신춘문예 첫 당선을 서울신문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남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1960년 12월 31일 밤 명동 향지원 다방에 공초 선생을 모시고 있었어요. 섣달그믐엔 통행금지가 해제됐으니 거리는 발 디딜 틈이 없었지요. 한 친구가 헐레벌떡 들어오더니 “너 신춘문예 당선했잖아!”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는 지금처럼 당선 사실을 미리 알려 주지 않았으니 1월 1일 자 신문을 보고 확인해야 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가 “서울신문에 ‘벽’이 당선하지 않았어?” 하고 거듭 다그치는 것입니다. 내가 서울신문에 응모한 사실은 물론 제목도 이 친구가 알 까닭이 없으니 믿을 수밖에요. 막 뛰어서 태평로 서울신문사 뒤편에 가니 배달 차량이 시동을 걸고 있었어요. 가판신문을 10원인가 주고 딱 한 장을 샀는데 쫙 펴니까 ‘응모작은 총 1000여편, 당선작은 시조부의 벽’이라고 대문짝만하게 보이는 겁니다. 이병기 선생과 이태극 선생의 심사평도 함께 실려 있었습니다.” 시인은 신문을 들고 다시 뛰어서 명동 다방으로 갔다. 공초 선생에게 보고했더니 기뻐하면서 손을 굳게 잡아 줬다. 명동 자리가 파하자 삼촌이 사는 남산의 한의원으로 가서 난로에 불을 지피고 의자에서 잤다. 날이 밝자 신춘문예에 응모한 신문사를 돌아다니며 게시판을 확인했다. 경향신문은 시조 ‘묘비명’이 당선됐고, 조선일보는 시조 ‘압록강’이 가작으로 뽑혔다. 이해 신춘문예는 모두 이사천이라는 필명으로 응모했는데 사천(沙泉)은 공초 선생이 지어준 아호다. 1962년엔 동아일보에 시조 ‘보신각종’이 당선됐고 조선일보에는 동시 ‘달맞이꽃’과 시조 ‘바위’가 가작과 가작 2석에 각각 올랐다. “1963년엔 문화공보부 신인예술상에서 시 ‘달빛 속의 풍금’과 시조 ‘산하일기’가 각각 수석상으로 뽑혔어요. 1964년에는 자유시 ‘꽃과 왕령’과 ‘북위선’이 각각 동아일보와 한국일보에서 당선됐지요. 이해 5월에는 동인지에 발표하려고 써둔 시 ‘노래여 노래여’가 있었는데 전에 신촌에서 같이 하숙했던 친구 하나가 영천 하숙집으로 찾아와 문공부 신인예술상 얘기를 꺼내는 겁니다. 같은 방을 쓰던 중학생 이름으로 작품을 건네주었는데 문학부 특선작에 뽑혔어요. 특상은 늘 소설이 탔는데 그해는 시가 된 겁니다. ‘노래여 노래여’는 나를 유명하게 만들어 줬습니다. 이후 문단과 언론에서 신춘문예 일곱 차례와 신인예술상 세 차례를 합쳐 모두 열 차례 등단했다고 ‘10관왕’이라고들 했지요” 시인은 자신을 ‘한글둥이’라고 말한다.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초등학교에 들어간 것이 광복 이듬해인 1946년이다. ‘5000년 역사에 한글로 정규교육을 받은 1기생’이라는 것이다. 국어 교과서도 없었으니 선생님이 백묵으로 ㄱ, ㄴ, ㄷ, ㄹ을 써서 가르쳤다. “집안에 어떤 문학적 배경이라도 있느냐”고 물으니 ‘자화상’이라는 시를 보라고 했다. ‘너는 장학사의 외손자요 이학자의 손자라 / 머리맡에 얘기책을 쌓아놓고 읽으시던 할머니 안동 김씨는 / 애비, 에미 품에서 떼어다 키우는 똥오줌 못 가리는 손자의 귀에 / 알아듣지 못하는 말씀을 못박아주었다 /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나라 찾는 일을 하겠다고 / 감옥을 드나들더니 광복이 되어서도 집에는 못 들어오시는 아버지와 / 스승 면암의 뒤를 이어 조선 유림을 이끌던 장후재 학사의 셋째 딸로 시집와서 / 지아비 옥바라지에 한숨 마를 날 없는 어머니는 / 내가 열 살이 되었을 때 겨우 할아버지 댁에 들어왔다 / 그제야 처음 얼굴을 보게 된 아버지는 삼팔선이 터져 바삐 떠난 이후 오늘토록 소식이 끊겨있다…저 놈은 즈이 애비를 꼭 닮았어 / 할아버지가 자주 하시던 그 꾸지람…’ 그는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버지를 처음 봤다. 아산에서 적색농민조합을 만들어 농민운동을 하다 옥살이를 하고 농민진흥회에서 민족운동을 이끌다 서대문형무소에 투옥됐다. 항일운동을 했지만 좌익이라고 광복이 되자 국방경비대에서 죽은 목숨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6·25전쟁이 일어나자 이번에는 할아버지가 반동분자로 지목됐다.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를 피신시키고 다시 아산으로 갔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만삭의 어머니는 면암 최익현 선생의 문하생인 친정아버지의 회갑연 준비로 부엌에서 일하다 산통을 느껴 외할아버지 소실댁에 가서 외아들인 나를 출산하셨어요. 외할아버지는 황룡이 달려드는 용꿈을 꾸고 소실의 태몽인 줄 알았는데 외손자 꿈이었던 거지요. 할아버지는 감옥을 드나드는 아버지 구명운동에 몸과 마음, 재산을 다 바치셨어요. 손자도 그런 길을 갈까 봐 아버지를 닮았다고 꾸지람을 하셨지요. 어머니는 중학교엔 못 보낸다고 했지만 아래채를 팔아 기어이 입학시킨 것도 할아버지였지요.” 시인은 ‘가장 기쁜 날’이 2020년 11월 17일 순국선열의 날이라고 했다. 국가보훈처에서 아버지의 국가유공자증과 건국훈장 애족장을 받은 날이다. 조선총독부 재판 기록과 당시 신문기사로 아버지의 항일운동 공적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빨갱이 자식’에서 ‘국가유공자 아들’로 바뀌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아버지에게선 용돈 10원도 받은 적이 없는데 국가에서 매달 연금이 나오고 병원비나 약값 모두 공짜이니 엄청난 일 아니냐”고 했다.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그토록 아프게 여기시던 큰아들의 독립운동이 가문을 빛나게 하고 있으니 지금은 어디를 가더라도 아버지 자랑을 한다”며 웃었다. 그에게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면 하시라’고 했더니 “역사를 돌아보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기 위한 것”이라고 자신의 문학론을 다시 펼쳤다. 그러니 시나 소설로 역사를 다룰 때도 미래가 담겨 있지 않고 과거에 머물러 있으면 문학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그는 “남이 하지 않은 일, 자기만 할 수 있는 일을 해서 남보다 반 발짝이라도 앞서나가야 한다”면서 “앞으로도 그런 문학을 할 것”이라고 했다. ■이근배 시인은 1940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났다. 1958년 서라벌예술대학에 문예장학생으로 입학해 김동리·서정주 교수의 지도로 소설과 시를 공부했다. 1961년부터 1964년까지 서울신문과 경향신문, 조선일보, 동아일보 등 일간지 신춘문예에 시·시조·동시가 당선됐다. 시집 ‘사랑을 연주하는 꽃나무’, ‘노래여 노래여’, ‘추사를 훔치다’와 기념시집 ‘대백두에 바친다’, ‘종소리는 끝없이 새벽을 깨운다’, 시조집 ‘동해바닷속의 돌거북이 하는 말’, ‘달은 해를 물고’, 장편서사시집 ‘한강’, 기행문집 ‘시가 있는 국토기행’ 등이 있다. 한국문학작가상, 가람문학상, 정지용문학상, 한국시인협회상, 만해대상 문학부문 등을 수상하고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서울예대, 추계예대, 재능대, 신성대에서 강의했다. 월간 ‘한국문학’ 발행인, 계간 ‘민족과 문학’과 ‘문학의 문학’ 주간, 간행물윤리위원장,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2019 세계한글작가대회 조직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글·사진 서동철 논설위원
  • ‘어린이 한글 대왕’ 선발…세종시, 초등생 경연대회

    ‘어린이 한글 대왕’ 선발…세종시, 초등생 경연대회

    세종시가 한글 문화도시 원년을 맞아 ‘어린이 한글 대왕’을 선발한다. ‘전국 어린이 한글 대왕 선발대회’는 세종시가 주최하고 세종시 문화관광재단이 주관하며 문화체육관광부·한글학회 등이 후원하는 초등학생 대상 우리말 역량 경연대회다. 영어 단어를 듣고 철자를 맞히는 미국의 ‘스펠링 비’ 대회와 같이 한글 맞춤법 등 어문 규정과 순우리말 어휘 능력 등을 겨룬다. 내달 19일 예선과 8월 23일 본선으로 나눠 진행되며, 초등학교 교과 과정과 유사한 난이도의 문항을 출제한다. 본선은 총 50명의 초등학생이 출전하고 방송 특집 프로그램으로 제작·방영할 예정이다. 참가 신청은 세종시 문화관광재단 누리집 또는 신청 링크(hangeulking.jobnlab.co.kr)에서 접수한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과 상금을 수여한다.
  • 용산구,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느루아트’ 개관

    용산구, 발달장애인 미술작업실 ‘느루아트’ 개관

    서울 용산구가 지난 20일 발달장애인을 위한 미술작업실 ‘느루아트’의 문을 열었다고 24일 밝혔다. ‘느루’는 ‘느리지만 천천히 스며든다’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장애인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공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용산구 관계자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참여를 촉진하고 미술을 매개로 지역사회와 소통하며 장애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13명의 발달장애 청년 작가들이 활동 중이다. 서울시 소유 유휴공간인 ‘감나무집’을 리모델링해 조성했다. 1층에는 지역 주민과 만나는 ‘작은 전시장’, 2층에는 청년 작가들이 창작에 집중할 수 있는 작업 공간이 마련됐다. 느루아트에서는 발달장애인 예술가 창작 지원 프로그램과 청년 작가 작품 전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창작지원 프로그램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용산구는 지난해 말 발달장애 청년 미술전 ‘한 발 앞으로’를 열고 올해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에도 미술 작품 전시를 진행하는 등 발달장애인 예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앞으로 느루아트가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가 없는 ‘유니버설 용산’을 상징하는 대표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을 이어가겠다”라고 했다.
  • ‘강원도의 힘’…풀 내음 가득한 가리산의 매력

    ‘강원도의 힘’…풀 내음 가득한 가리산의 매력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가리산은 국내 100대 명산의 올라있는 매력적인 산이다. 가리는 ‘곡식이나 땔나무를 단으로 묶어 차곡차곡 쌓아둔 무더기’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산 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을 하고 있어 유래됐다. 산의 해발이 1050m로 낮지만은 않다. 태백산맥에 속해 있으며 제1봉 기준 남쪽으로 홍천강이 발원하고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의 수원을 이룬다. 1995년 가리산 자락에 자연휴양림이 개장돼 통나무집과 야영장,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구에는 8m 높이의 용소폭포가 있다. 예로부터 가리산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큰바위얼굴과 석간수, 한천자의 묘, 등골산, 산삼 등에 관한 전설이 남아 있다. 정상은 총 3개의 암봉으로 이뤄져 있는데 ‘강원 제1의 전망대’라고 할 정도로 조망이 경쾌하다.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등산하다 보면 어느덧 거대한 암봉이 위치한 정상 부근에 도착한다. 그러면 어느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가리산을 찾는 이유다. 소양호를 비롯해서 북쪽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을 거쳐 오대산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 산그리메도 볼 수 있다. 산기슭에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다양한 나무가 우거져 있고 기암괴석도 즐비해 방문한 이들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산 정상 계곡 부근에는 향토 수종인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 아래는 두릅나무와 철쭉, 싸리나무, 산초나무 등 관목류와 약용으로 사용되는 피나무, 애기똥풀, 양지꽃 등이 색을 더한다. 특히나 봄에는 진달래가 많이 피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가을에는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단풍이 매력적이고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아름답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소리와 풀 냄새 가득한 가리산의 길을 걸으며 힐링하기에 좋다. 잔잔한 계곡 길에 이어지는 숲길과 능선, 다양한 조망들까지 더해 변화무쌍한 코스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전체적인 능선은 완만하나 정상 부근 협곡은 굴곡이 심해 안전에 유의해서 올라야 한다. 가리산의 대표 등산로는 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해 무쇠말재를 돌아 정상을 찍고 가삽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다. 평균 3~4시간 정도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간 정도다. 초보자에게는 코스가 조금 길 수 있으니 준비물을 조금 더 여유롭게 챙기는 것이 좋다. 수도권과 강원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당일치기 등산이 쉽고 다른 유명한 산에 비해 많이 붐비지는 않아 쾌적하게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산림욕과 등산 등 다양하게 누릴 수 있으며 주변에 스키장과 온천, 수타사, 팔봉산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함께 방문해도 좋다.
  • ‘강원도의 힘’…풀 내음 가득한 가리산의 매력 [두시기행문]

    ‘강원도의 힘’…풀 내음 가득한 가리산의 매력 [두시기행문]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가리산은 국내 100대 명산의 올라있는 매력적인 산이다. 가리는 ‘곡식이나 땔나무를 단으로 묶어 차곡차곡 쌓아둔 무더기’를 뜻하는 우리말이다. 산 봉우리가 노적가리처럼 고깔 모양을 하고 있어 유래됐다. 산의 해발이 1050m로 낮지만은 않다. 태백산맥에 속해 있으며 제1봉 기준 남쪽으로 홍천강이 발원하고 북한강 지류인 소양강의 수원을 이룬다. 1995년 가리산 자락에 자연휴양림이 개장돼 통나무집과 야영장, 체육시설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입구에는 8m 높이의 용소폭포가 있다. 예로부터 가리산은 구전으로 전해오는 큰바위얼굴과 석간수, 한천자의 묘, 등골산, 산삼 등에 관한 전설이 남아 있다. 정상은 총 3개의 암봉으로 이뤄져 있는데 ‘강원 제1의 전망대’라고 할 정도로 조망이 경쾌하다.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로 등산하다 보면 어느덧 거대한 암봉이 위치한 정상 부근에 도착한다. 그러면 어느 누가 봐도 감탄할 만한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많은 사람이 가리산을 찾는 이유다. 소양호를 비롯해서 북쪽으로 향로봉에서 설악을 거쳐 오대산으로 뻗어가는 백두대간 산그리메도 볼 수 있다. 산기슭에는 그늘을 만들어주는 다양한 나무가 우거져 있고 기암괴석도 즐비해 방문한 이들을 심심치 않게 해준다. 산 정상 계곡 부근에는 향토 수종인 참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 아래는 두릅나무와 철쭉, 싸리나무, 산초나무 등 관목류와 약용으로 사용되는 피나무, 애기똥풀, 양지꽃 등이 색을 더한다. 특히나 봄에는 진달래가 많이 피는 산으로도 유명하다. 가을에는 다양한 색으로 물드는 단풍이 매력적이고 겨울에는 고요한 설경이 아름답다. 여름에는 시원한 계곡 소리와 풀 냄새 가득한 가리산의 길을 걸으며 힐링하기에 좋다. 잔잔한 계곡 길에 이어지는 숲길과 능선, 다양한 조망들까지 더해 변화무쌍한 코스가 너무도 매력적이어서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다. 전체적인 능선은 완만하나 정상 부근 협곡은 굴곡이 심해 안전에 유의해서 올라야 한다. 가리산의 대표 등산로는 자연휴양림에서 시작해 무쇠말재를 돌아 정상을 찍고 가삽고개로 내려오는 코스다. 평균 3~4시간 정도 소요되며 난이도는 중간 정도다. 초보자에게는 코스가 조금 길 수 있으니 준비물을 조금 더 여유롭게 챙기는 것이 좋다. 수도권과 강원도권에서 접근성이 좋아 당일치기 등산이 쉽고 다른 유명한 산에 비해 많이 붐비지는 않아 쾌적하게 등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산림욕과 등산 등 다양하게 누릴 수 있으며 주변에 스키장과 온천, 수타사, 팔봉산 등 다양한 관광지가 있어 함께 방문해도 좋다.
  • 더 잦고 더 세진 여름철 집중호우… 지자체 첨단장비로 촘촘히 대응

    자치단체들이 이상기후로 발생 빈도가 늘고 강도가 세진 극한호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새로운 예방시스템을 앞다퉈 도입하고 있다. 강원도는 여름철 자연재난에 대비해 비상상황 시 신속하게 주민 대피를 돕는 ‘아리아리 대피지원단’을 올해 처음 구성했다고 19일 밝혔다. ‘아리아리’는 없는 길을 찾아 주거나 막힌 길을 뚫어 준다는 뜻을 지닌 순우리말이다. 지난달 15일부터 9월 20일까지 활동하는 대피지원단은 이·통장을 비롯한 마을 주민과 18개 시군 및 경찰, 소방 공무원 등 400명으로 이뤄졌다. 이들은 산간지역 독거노인과 장애인 등 혼자 거동이 불편하거나 어려운 재난 재해 취약계층 295명을 일대일 매칭으로 특별 관리한다. 대피지원단은 많은 비로 침수와 붕괴 등의 피해가 우려되면 시군이 유선이나 소셜미디어(SNS) 단체방을 통해 대피지원단에 대피 조처를 내리고, 단원들은 즉시 각자가 맡은 취약계층을 안전한 대피장소로 이동시키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강원도는 대설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겨울철에도 대피지원단을 운영할 계획이다. 신승우 강원도 재난대응팀장은 “비상상황 시 신속하게 주민 대피가 이뤄질 수 있도록 민관협업을 통한 대피 체계를 새롭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전남도도 강원도 대피지원단과 유사한 마을안전지킴이를 올해 출범했다. 경기도는 풍수해에 대비한 대응 단계에 ‘비상대비’를 신설했다. 비상대비는 상시대비 다음 단계로 예비특보나 특보 없이도 이상기후로 인한 돌발성 기상이 예상되면 발령된다. 비상대비가 내려지면 24시간 운영되는 재난안전상황실 인력을 2명에서 4~5명으로 늘려 지역별 대응 태세를 점검한다. 비상대비 다음 단계인 초기대응, 비상 1~3단계는 기존과 같다. 경기도는 29개 시군 전역에 설치된 1700만개 폐쇄회로(CC)TV를 관리하는 360° 스마트 영상센터를 통해 수해 우려 지역을 집중적으로 감시하는 실시간 모니터링도 올여름부터 본격적으로 실시한다. 김완진 경기도 자연재난대책팀장은 “이상기후 시대에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촘촘한 상황관리 체계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좁은 골목길에서 침수 위험을 감지하는 ‘반지하 침수경보시설’을 전국 최초로 도입한다. 우선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관악·동작·영등포구 15개 골목길에 설치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새롭게 개발된 레이더 센서는 협소한 공간에도 설치할 수 있어 침수 감시망을 골목 단위까지 확대했다”고 밝혔다.
  • ‘살 파먹는 구더기’ 역습에 美소고기 비상…인간 감염 사례도 나와

    ‘살 파먹는 구더기’ 역습에 美소고기 비상…인간 감염 사례도 나와

    이른바 ‘살 파먹는 구더기’로 알려진 기생파리가 북중미를 위협하면서 현지 축산 농가가 두려움에 떨고 있다. 문제가 된 기생파리의 학명은 코클리오미아 호미니보락스(Cochliomyia hominivorax), 미국에서는 주로 ‘신대륙 나사벌레’(New World screwworm)라고도 불린다. 국내에서는 우리말로 통용되는 번역어가 없어 ‘신대륙 나선구더기’ 또는 ‘신대륙 나선충’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체로 음식이나 배설물, 사체 등을 섭취하는 보통의 파리와 달리 이 기생파리는 살아있는 동물의 상처 냄새에 이끌린다. 암컷은 동물의 상처 부위에 알을 낳고, 유충(구더기)은 살아있는 조직을 공격적으로 먹어 치우며 숙주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긴다. 이를 치료하지 않으면 숙주가 죽음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인 기생충이다. 북중미 대륙에서 이 기생파리는 오랫동안 골칫거리였다. 축산 농가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기 때문이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1960년대 미국 텍사스주의 소 농가들이 보고한 이 기생파리 치료 건수는 해마다 약 100만건에 달했다. 당시 과학자들과 정부는 북미에서 이 기생파리를 박멸하는 데 성공했다. 이 기생파리의 암컷은 알을 낳기 전 단 한번만 짝짓기를 하는 데 비해 수컷은 여러 차례 교미한다. 이에 관련 당국은 불임 처리한 수십억 마리의 수컷을 풀어 암컷의 산란을 방해했다. 불임 작전과 더불어 축산 농가 방역을 실시했고 추운 날씨가 더해지면서 1982년을 전후로 이 기생파리의 개체 수는 북미에서 멸종 단계에 이르렀다. 총 7억 5000만 달러를 들인 박멸 사업 덕분에 북미에서 소 생산량이 크게 증가했다. 수십년 동안 파나마의 한 시설에서는 남미에서 북미로 퍼지는 이 기생파리를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수백만 마리의 불임 파리를 방사하고 있다. 그러나 2022년부터 이 기생파리가 중미의 여러 나라를 거쳐 다시 북상하기 시작했다. 2023년 파나마에서 발병 사례가 급증했고, 지난해 11월에는 멕시코까지 확산했다. 과학자들은 기생파리의 재확산이 ▲소 운송에 편승한 파리의 이동 ▲파리의 생존에 유리한 기온 상승 ▲불임 수컷에 대한 회피력을 높인 암컷의 성적 행동 등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더 컨버세이션은 현재 중미 지역에서 약 1700만 마리의 소가 기생파리의 위험에 처해 있으며,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소 사육량이 멕시코의 2배에 달하는 미국의 축산 농가 역시 위험이 코앞에 닥쳤다고 경고했다. 텍사스와 플로리다에서만 약 1400만 마리의 소가 기생파리의 역습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도 기생파리의 위험에서 예외는 아니다. 지난 4월 이후 멕시코에서 인간이 문제의 기생파리에 감염된 사례가 최소 8건 보고됐다. 미국은 일단 멕시코에서 살아 있는 동물을 수입하는 것을 일시 중단했다. 또 멕시코 정부와 중미 여러 국가의 정부와 함께 신대륙 나사벌레 파리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불임 수컷을 이용한 방제 작업에도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 미 농무부(USDA)는 파나마 농업개발부와 함께 자금을 지원해 불임 수컷 번데기 생산량 증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980년대 멕시코에 방사한 불임 파리 생산량은 매주 5억 마리 이상이었는데, 미 농무부는 최근 부족분을 해소하기 위해 멕시코 메타파에 2100만 달러를 투자해 매주 6000만~1억 마리의 불임 수컷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했다. 다만 불임 파리를 생산하고 인간과 생태계에 해가 없도록 무균 처리를 해서 방사하는 과정에는 시간이 걸린다. 기생파리 개체 수를 즉각 줄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인 것이다. 과거에도 불임 수컷 방사와 함께 화학적 방제 또한 병행했던 전례에 따라 이번 기생파리 출몰에도 통합 방제가 이뤄지고 있다. 이외에도 몇 가지 걸림돌이 더 있다. 일단 기생파리가 북미에 다시 출몰하게 된 것이 수십년 만이라 이 문제를 능숙하게 대처할 수의사나 전문가, 농부가 적다는 것이 꼽힌다. 또 기후 변화로 과거보다 따뜻해진 날씨로 인해 과거처럼 박멸이 쉽지 않으리라는 비관적인 관측도 나온다.
  • ‘6월 모평’ 응시 5년 만에 최대… 킬러문항 없고 평이

    4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는 비교적 평이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수준으로 동결한 올 대입에서는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능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없는 수능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의미다. 국어 영역은 평이한 난이도로 분석된 지난해 수능과 대체로 비슷했다는 평가다. 최서희(중동고 교사) EBS 대표 강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선지(보기)는 과도한 추론 없이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출제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불수능’이었던 2024학년도(150점)보다 11점 내려갔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 주는 점수로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최고점이 상승하고 시험이 쉬우면 하락한다. 140점 이하이면 평이한 시험으로 통한다. 수학 영역도 전년도 수능과 유사했다는 분석이다. 심주석(인천하늘고 교사) EBS 대표 강사는 “지난해 수능 만점자 수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 될 것 같다”며 “중상위권이 접근할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됐다”고 밝혔다.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것으로 평가됐다. 김예령(대원외고 교사) EBS 대표 강사는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우리말로 해석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올 대입에서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감소한 반면 전체 수험생은 많아져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모의평가 응시생은 총 50만 3572명으로 2020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졸업생 등 ‘N수생’은 8만 9887명(17.8%)으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1학년도 이후 최다였다.
  • 의대 정원 동결 후 첫 수능 모의평가…작년 수능과 비슷했다

    의대 정원 동결 후 첫 수능 모의평가…작년 수능과 비슷했다

    4일 치러진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는 비교적 평이했다는 평가를 받은 지난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인 것으로 분석됐다. 정부가 2026학년도 의과대학 모집인원을 증원 전인 2024학년도 수준으로 동결한 올 대입에서는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수능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이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적정 난이도의 문항을 고르게 출제했다”고 밝혔다. 이른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없는 수능 기조를 유지하면서 학생들을 변별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의미다. 국어 영역은 평이한 난이도로 분석된 지난해 수능과 대체로 비슷했다는 평가다. 최서희(중동고 교사) EBS 대표 강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전체적인 출제 경향은 지난해 수능과 유사하다”며 “선지(보기)는 과도한 추론 없이 적절성을 판단할 수 있도록 출제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수능 국어는 표준점수 최고점이 139점으로 ‘불수능’이었던 2024학년도(150점)보다 11점 내려갔다. 표준점수는 개인의 원점수가 평균 성적과 얼마나 차이 나는지 보여 주는 점수로 통상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최고점이 상승하고 시험이 쉬우면 하락한다. 140점 이하이면 평이한 시험으로 통한다. 수학 영역도 전년도 수능과 유사했다는 분석이다. 심주석(인천하늘고 교사) EBS 대표 강사는 “지난해 수능 만점자 수를 조금 밑도는 수준이 될 것 같다”며 “중상위권이 접근할 수 있는 문항들이 출제됐다”고 밝혔다. 영어 영역은 지난해 수능보다 쉬운 것으로 평가됐다. 김예령(대원외고 교사) EBS 대표 강사는 “내용이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우리말로 해석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지문은 배제했다”고 설명했다. 올 대입에서는 내년도 의대 모집인원이 감소한 반면 전체 수험생은 많아져 상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모의평가 응시생은 총 50만 3572명으로 2020학년도 이후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졸업생 등 ‘N수생’은 8만 9887명(17.8%)으로 관련 통계를 발표한 2011학년도 이후 최다였다.
  • 목일신아동문학상에 강지인 시인, 하신하 작가 선정

    목일신아동문학상에 강지인 시인, 하신하 작가 선정

    제7회 목일신아동문학상 동시 부문에 강지인 시인, 동화 부문에 하신하 작가가 각각 선정됐다고 목일신문화재단이 23일 밝혔다. 목일신은 엄혹한 일제강점기에도 우리말의 아름다움과 민족의 미래인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을 노래한 시인이자 아동문학가다. 목일신아동문학상은 이러한 목일신의 문학정신을 이어받기 위해 제정됐다. 올해 수상작은 강 시인의 동시 ‘엉덩이를 들켰지 뭐야’ 외 49편, 하 작가의 동화 ‘날아오르기 전에’다. 앞서 지난 3월 4~31일 전국에서 326명(동시 200명, 동화 126명)의 작품이 접수됐으며 예심을 거쳐 동시 12편, 동화 4편의 작품이 본심에 올랐다. 수상자에게는 각각 2000만원의 상금과 함께 수상작 출간 기회가 제공된다. 시상식은 올해 12월 개최된다.
  • ‘이만, 총총’ 편지에 담긴 미술인의 우정과 격려 엿보는 전시

    ‘이만, 총총’ 편지에 담긴 미술인의 우정과 격려 엿보는 전시

    “앞으로 좀더 열심히 공부하고 힘써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부끄럽지 않은 작가가 되도록 노력하겠읍니다. 저에게도 고국에서 따뜻이 아껴주고 감싸주는 선생님이 계신다는 것은 더없이 기쁘고 든든한 일입니다.” 1969년 일본에서 활동하던 서른 살 화가 이우환이 선배 이세득에게 보낸 편지에는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 또 감사의 마음이 가득 담겼다. 오는 26일부터 한국 근현대 미술인들의 편지를 통해 그들의 우정과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은 특별전 ‘이만, 총총: 미술인의 편지’를 개최한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전시는 박물관이 소장한 한국 근현대 미술인들의 편지, 엽서, 봉투 등 총 136점의 친필 자료를 선별해 선보이는 자리다. 백남준의 아내 구보다 시게코를 비롯해 김기창과 김환기, 박서보, 백남순, 백남준, 오광수, 오지호, 이우환, 장우성에 이르기까지 작가와 평론가, 갤러리 대표 등이 주고받은 편지와 봉투, 엽서를 만날 수 있다. 전시 제목에 쓰인 ‘총총‘(悤悤)은 원래 바삐 걷는 모양의 의태어다. 편지 종결 시 사용된 작별 인사와 ‘별이 빛나는 모양’을 뜻하는 순우리말 ‘총총’의 두 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편지를 단순한 기록을 넘어 다면적인 의미를 지닌 미술 아카이브로 탐색한다는 기획 의도를 나타낸다. 1부 ‘시대를 말하는 글월’에서는 1927년부터 2014년까지의 편지 자료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읽어낸다. 특히 ‘조선어독본’은 근대 서간문 교육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자료다. 20세기 중반 글을 낭독해 주던 직업인 ‘전기수’에서 착안한 사운드 아카이브 프로젝트 ‘미술인의 편지’는 주요 편지 8점을 음성화해 관람객을 당시 편지가 오가던 시대로 이끌 예정이다. 2부 ‘인연을 띄우는 서신’은 미술인들의 다양한 관계를 조명한다. 김환기, 이우환, 박경란 등 미술인들이 주고받은 편지 속에는 존경, 격려, 미안함, 고마움 등 다채로운 감정들이 담겨 있어 미술인들의 희로애락과 인연을 엿볼 수 있다. 전시장 중앙에 별처럼 매달린 편지들은 관계의 순환을 상징한다. 3부 ‘편지 속 발자취, 총총’에서는 편지와 작품, 미술 아카이브를 함께 전시하여 미술인들의 발자취를 입체적으로 조망한다. 백남준의 1968년 친필 원고와 작품, 오광수와 김청정이 주고받은 25통의 편지 등을 통해 몰랐던 미술사적 사실들을 만날 수 있다. 더불어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롭게 수집된 장우성, 하인두, 강정식, 신옥진 등의 편지 자료들도 함께 공개된다. 김달진 관장은 “이번 전시는 편지라는 아카이브를 통해 미술인들의 일상과 독특한 필체, 그리고 미술사적 사실을 만나는 중요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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