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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선생님, 외할머니는 왜 ‘외’가 붙죠?

    선생님, 외할머니는 왜 ‘외’가 붙죠?

    ‘도련님’ ‘처남’ 등 성차별 용어 의견 나눠 고학년은 영어와 비교하면서 배우기도 교사 “성평등 시각 갖추도록 수업 준비”추석을 앞두고 성차별적인 가족 호칭을 바꿔 부르자는 움직임이 확산되면서 초등학생들에게 평등한 호칭과 관련된 수업을 마련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사회적 통념과 어른들의 고정관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 전에 호칭에 담긴 의미와 대안을 생각하는 계기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수업을 맡고 있는 김모 교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학생들에게 성평등적 관점이 반영된 호칭이 적힌 손바닥 크기의 유인물을 나눠 줬다. 학생들이 1학기 때 ‘새말사전’을 직접 만들며 ‘도련님’, ‘처남’ 등 성차별적 요소가 있는 호칭을 바꾼 것을 정리한 것이다. 김 교사는 “어떤 호칭이 옳다 그르다고 단정하기 전에 여성 보호자와 남성 보호자에 따른 친척들의 명칭을 비교하게 한다”면서 “아이들 스스로 차이를 발견하고 차별이 잘못됐다, 평등하게 바꿔쓰자는 등 의견을 낸다”고 설명했다. 성평등 호칭 수업은 교과서나 정규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지는 않다. 가족의 개념을 배우는 1~2학년 수업 중 교사가 시간을 할애하거나 명절을 맞아 1~2시간 정도 자율적으로 진행한다. 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1학년 담임을 맡은 양모 교사도 지난 설 연휴 전에 ‘성 평등 호칭’ 수업을 진행했다. 칠판에 ‘시댁’과 ‘처가’를 적고 ‘댁’과 ‘가’에 담긴 차이를 고민해 보게 하는 방식이었다. 아이들은 “왜 외할머니에만 ‘외’가 붙나요”, “‘님’ 자가 붙은 친척은 왜 아버지 쪽에 더 많은가요” 등의 질문을 던졌다. 양 교사는 “호칭이 한쪽 편만 높여 준다고 이야기하거나 수업 내용을 부모님과 공유하는 아이들이 많다”면서 “학부모들로부터 ‘다양한 관점을 갖게 도와줬다’는 반응을 받기도 한다”고 전했다. 고학년(4~6학년)은 영어와 비교하며 배우기도 한다. 예컨대 조부모를 가리키는 ‘grand parents’를 배우면서 우리말로 통일할 수 있는 호칭을 정해 보는 방식이다. 성평등 호칭 목록을 냉장고에 붙인 뒤 인증 사진을 내기도 하고 직접 부모 각각의 가계도를 그려서 같은 위치에 있지만 남녀에 따라 호칭이 다르다는 점을 찾아 표시한다. 경기도의 안모 교사는 “호칭은 사고를 형성하는 큰 역할을 한다”면서 “어른들의 용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미리 성평등 시각을 갖도록 돕기 위해 수업을 준비한다”고 했다. 이상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대외협력본부장은 “학교 교육과 미디어를 통해 재생산될 수 있는 성차별적 관점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에게 영향을 주는 어른들을 대상으로도 성평등 호칭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채근담 하룻말 1] 치바이스의 그림 보고 혀에 올려놓고 음미해보라

    [채근담 하룻말 1] 치바이스의 그림 보고 혀에 올려놓고 음미해보라

    옮긴 이의 글이 명징하다. 제법 긴데 짧게 줄인다. 인터뷰를 앞세우는 것보다 그 글 맛을 여러분이 오롯이 즐기게 하는 게 좋겠다고 여겨서다. [[누군가 멋진 책이 있다고 했다. 치바이스(齊白石)의 그림 삼백육십오 점을 실은 채근담이었다. 과연 그림이 좋았다. 꽃과 새, 곤충과 물고기, 산과 물, 그리고 민중의 생활을 이야기하는데, 죽은 것은 없었다. 바람이 지나가면 화가의 숨이 들렸다. 한국어로 옮긴 채근담을 보았다. 임동석의 번역은 친절했다. 김원중의 책은 치밀했다. 한용운의 글은 당당했다. 조지훈의 채근담은 정이 있었다. 때가 다르고 땅도 달라서 생활도, 말도 달랐다. 홍응명(洪應明) 시절에는 척하면 알아들었을 말이 지금은 열 번 들어도 낯설기만 했다. 문자를 버리고 뜻을 좇기로 했다. 원문을 작가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한국어를 내 혀로 내놓는 일이라 여겼다. 채근담은 홍응명이 알려진 글을 골라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거나 새롭게 쓰거나 또는 자기 생각을 적어 놓은 책이다. 하여 당대를 지배한 세계관, 곧 유가의 생각, 불가의 생각 그리고 도가의 생각이 모두 담겼다. 세 가지 또는 (홍응명까지) 네 가지 시선에서 글을 이리저리 살펴야 한다. 본능은 욕망을 일으키고 문화는 글자로 못 박는다. 본능은 도전하지만 문화는 지킨다. 생명과 생활을 만드는 이 둘의 충돌, 그 현장은 곧 세계가 된 나다. 그러므로 세계를 어떻게 보는가, 나를 무엇으로 보는가에 따라 하루의 삶과 일생의 방향이 달라지는 것이다.버려야 할 글자, 지워야 할 뜻이 적지 않았다. 여러 가지를 머리에 넣고 그 무거운 것을 목에 얹은 채 하루 종일 분망하게 살아가는 나 자신의 삶, 아는 것은 많은데 나아지는 것은 별로 없는 우리 시대의 삶은 불쌍하지 않은가? 매일 한 구절을 읽고 그 하나를 자신에게 묻고 거울삼아 비춰보고, 그래서 굽은 곳을 펴고 넘친 것을 덜어 내는 시간을 갖길 바란다. 그러다가 발은 길을 걷고 사람은 참해지고 하늘과 땅이 정겹고 삶은 살가워지는 자신을 발견하면 더할 나위 없다. 홍응명은 남들이 먹지 않는 나물뿌리를 싸게 사 장아찌를 잘 담가 그것으로 밥을 먹고 손님을 맞는다. 그의 인생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 모두는 절반의 오름과 절반의 내림을 산다. 그리고 오름과 내림이 바뀔 때 그곳에는 멈춤이 있다. 홍응명은 이곳에 멈춤에 필요한 자기 명령문, 자신을 돌아보는 주문을 써 놓았다. 하루에 한 편씩만 보라고 권하고 싶다. 두 편을 넘으면 달이 해를 만난 듯, 눈이 비를 만난 듯 느낌이 사라진다. 글자는 시간을 모른다. 글자를 따지다 보면 세월이 아쉬워진다. 다만 우리말로 입에 넣기 좋은 자수를 찾으려 노력했으니 혀 위에 올려놓고 재미있게 굴려 보기 바란다. 달면 돌아보고 쓰면 내다보라. 달기도 하고 쓰기도 하면 씹어 보라. 달지도, 쓰지도 않으면 기뻐하라.]] 옮긴 이의 이름은 박영률(62), 협량한 기자가 만나 본 이들 가운데 몇 손가락 안에 꼽는 기인이다. 서울 성북동의 예전 나폴레옹 제과점 근처에 원형 감옥 같은 출판사를 세워 운영하고 있다. 눈빛이 형형하고, 지금까지 일고여덟 가지 출판 브랜드로 책 6000여 종과 1500여 종의 오디오북을 만들어낸 욕심쟁이다. 홍응명은 명나라 신종 때 사람으로 일찍이 공명을 좇다 말년에 산림에 귀의해 예불로 마음을 씻었다. 그가 모아 펴낸 채근담은 ‘나물뿌리를 씹는 느낌, 별 볼일 없고 거칠고 질기지만 가만히 씹다 보면 차츰 맛이 깊어지면서 몸과 마음이 맑아지는 이야기’라고 훗날 많은 이들이 입을 모았다.치바이스는 1864년 중국 후난성 샹탄현의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독학으로 그림을 배웠는데 시 서예 그림 전각 못하는 게 없었다. 무심하게 그린 듯한 그림이 사람들을 오묘하게 빠져들게 만들었다. 엄청난 그림을 엄청나게 빨리 그렸던 것으로도 이름 높다. 파블로 피카소의 유명한 말 “중국에는 치바이스가 있는데 왜 중국인들이 프랑스에서 미술을 공부하는가“가 전해진다. 마오쩌둥과 연안장정 즈음부터 교류해 둘이 함께 찍힌 사진도 있다 했다. 1957년 하늘로 돌아갔으니 천세를 누렸다고 할 수도 있겠다. 4년 전 편집국장을 졸라 대학 과 선배인 박 대표를 인터뷰했는데 얼마 전 기자를 불렀다. 좋은 책 냈다고 했다. 펼치니 그러하다. 무심한 듯 그린 수묵화 같은 그림에 몇 글자 박혀 있다. 그의 말마따나 혀 위에 올려놓고 굴리기 좋게 옮겼다. 시와 운이 맞아 떨어져야 쓴 이의 뜻이 읽는 이의 마음에 박히니 하루에 한 편씩만 읽으라는 주문이다. 2편 보러가기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 여주서 ‘곤충과 함께 세상 만들기 축제’ 열린다

    여주서 ‘곤충과 함께 세상 만들기 축제’ 열린다

    여주곤충박물관이 2019년 한글날 행사 주간을 맞아 뜻깊은 축제를 연다. 여주곤충박물관은 ‘곤충과 함께 세상 만들기 축제’ 주제로 10월 3일부터 6일까지 4일간 곤충축제가 열린다고 9일 밝혔다. 곤충과 파충류에 관심이 많거나, 자연환경 및 생태교육을 지향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이번 축제는 경기도와 여주시의 ‘2019 지역문화예술 플랫폼 육성사업’으로 후원을 받아, 어린이날 주간과 한글날 주간으로 2차례 나뉘어 진행된다. 그 두 번째로 진행되는 이번 한글날 행사는 ‘곤충과 사람의 만남, 한글의 세상’이라는 부제로, 생물의 이름을 순우리말인 한글로 지어진다는 것을 통해 현재 국내 곤충학술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저명하고 다양한 강사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보는 ‘인문학 특강쇼’도 마련된다. 이 외에도 여주지역 도자기 작가와의 DIY도자기체험교실, 장수풍뎅이 애벌레 무료 분양, 곤충타투체험 등 다양한 부대행사들이 마련돼 더욱 풍성한 축제로 진행될 예정이다. 김용평 여주곤충박물관장은 “이번 축제는 단순한 전시, 관람만이 아니라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장으로 마련했고, 살아있는 생명체들과의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 치유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고 밝혔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우리는 사랑하고 행동하고 기억할 자유가 있습니다”...요요 마, 평화를 연주하다

    “우리는 사랑하고 행동하고 기억할 자유가 있습니다”...요요 마, 평화를 연주하다

    10초의 정적. 예순넷 첼로 거장의 몰아치던 두 손이 멈추자 멀어지는 첼로음과 함께 깊은 고요의 시간이 찾아왔다. 5000여 명이 운집한 실내 체육관은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아 비현실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첼로와 바흐 음악으로 인류 평화를 기원하고 싶다”라던 거장의 꿈이 잠시나마 실현되는 듯했다.지난 8일 서울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의 밤을 수놓은 첼로 거장 요요 마(64)의 바흐 무반주 첼로 모음곡 연주회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첼리스트’라는 그의 진가를 오롯이 확인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쉬는 시간 없이 2시간 30분간 이어진 그의 연주 중 최고의 순간은 6곡의 무반주 첼로 연주곡 중 5번 연주가 끝나는 지점이었다. 아무리 거장의 연주라지만 다른 악기와의 협연 없이 첼로 연주만으로 쉼 없이 듣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터. 연주 2시간이 넘어가면서 객석 곳곳에서 몸을 뒤틀거나 조는 관객들도 눈에 띄었지만, 5번 곡을 연주하던 요요 마의 오른손이 느려지던 순간부터 객석에선 오히려 자세를 고쳐 앉아 한음 한음에 집중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연주를 마친 요요 마는 다른 곡과 달리 연주하던 두 팔을 첼로 위에 모은 채 눈을 감고 멀어지는 첼로 잔향 속 사색의 시간을 제공했고, 다소 힘들어하던 관객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그 시간을 즐겼다. 약 10초간의 정적 끝에 요요 마는 마지막 6번 곡 연주를 별다른 소개말 없이 바로 이어갔다.이날 요요 마는 직접 준비한 인사말과 곡 소개를 조금은 어설프지만 우리말로 또박또박 힘줘 말하며 감동을 더했다. 검은색 면바지와 소매를 걷어올린 남색 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오른 요요 마는 “아름다운 밤입니다.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추석 잘 보내세요. 다음 바흐 곡은 인생을 축하하는 의미입니다. 한국인의 에너지와 용기를 축하하는 의미로 이 곡을 여러분께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인사한 뒤 연주를 이어갔다. 객석은 제법 서늘한 기운이 느껴졌지만, 조명 아래 거장의 이마와 얼굴은 이내 땀방울로 뒤덮혔다. 그를 비추는 조명은 첼로에 반사되면서 그의 손길에 따라 객석에도 빛이 비쳤다. 클래식 전문 공연시설이 아닌 실내 경기장 연주였지만 그에게 연주 장소는 중요하지 않았다. 애초 요요 마는 더 많은 관객이 자유롭게 연주를 즐길 수 있도록 올림픽공원 잔디마당을 공연장으로 택했었다. 음악을 극장이 아닌 사람들의 일상으로 옮겨놓기 위해서다. 그러나 전날 한반도를 할퀸 제13호 태풍 ‘링링’ 탓에 바로 옆 체조경기장으로 장소를 바꿨다.준비된 6곡의 연주가 모두 끝나자 관객들은 ‘브라보’를 외치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에 요요 마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감사합니다. 이번에는 ‘새들의 노래’를 여러분께 바치고 싶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그는 “저의 영웅 첼리스트 파블로 카잘스가 가장 좋아한 민요입니다. 새는 자유를 상징합니다. 날아다닐 자유, 그래서 국경을 넘나들 수 있죠.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행동하고, 그리고 기억할 자유를 가지고 있습니다”라고 말한 뒤 카탈루냐 민요 ‘새들의 노래’를 연주했다. 이날 공연에서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자유’를 연주한 요요 마는 9일 북녘이 바라보이는 파주 도라산역 ‘DMZ평화음악회’에서도 또 한 번 첼로로 평화를 기원한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김인제 서울시의원, 「서울특별시 교육·학예에 관한 조례 일본식 표현 일괄정비 조례안」 발의

    일제강점기 일본법의 유입 등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서울시교육청 조례에 남아있던 일본식 표현이 알기 쉬운 우리말이나 통용되는 한자어로 바뀌며 앞으로 영구 퇴출될 전망이다. 이는 지난달 일본식 표현을 담고 있는 서울시 조례에 대한 일괄 정비 조례안을 발의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김인제 시의원(더불어민주당, 구로4)이 서울시교육청 소관 조례에 대해서도 일본식 표현을 일괄 정비하는 조례안을 지난 6일 발의했기 때문이다. 발의에 앞선 사전조사에서 김 의원은 서울시 교육청이 운용 중인 총 116개의 교육 및 학예에 관한 조례를 들여다본 결과 30개의 조례에서 ‘기타(其他)’ ‘당해(當該)’ ‘부의(附議) 하다’ 등 대표적인 일본식 표현이 사용 중인 것을 확인하였고, 최근 3개월간 서울시 교육청이 생산한 공문서를 점검해 본 결과 여기서도 일본식 잔재 표현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김 의원은 “학생들의 우리말 교육과 미래세대를 위한 교육행정을 총괄하는 서울시 교육청 소관 조례와 공문서에서도 일본식 표현을 사용 중이라는 사실에 놀랐다”라며, “금번 조례 개정을 통해 교육청 소관 조례(116개), 규칙(90개), 훈령(22개)에서 일본식 잔재 표현이 영구 퇴출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육청에서 생산하는 공문서 내에 일본식 표현이 사용되지 못하도록, 「서울특별시교육청 국어 바르게 쓰기 조례」 제6조에 따라 교육감이 5년마다 실시하는 국어 사용 실태 평가에서 일본식 잔재 표현 사용 여부를 점검토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관례적으로 무심코 사용하는 일본식 표현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우리말 한글의 우수성을 훼손할 수 있으므로, 향후 서울시 교육청 소관 조례의 제·개정 시 일본식 잔재가 스며들지 못하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함께 뛰어놀자”… 장애의 벽 허무는 노원

    “함께 뛰어놀자”… 장애의 벽 허무는 노원

    서울 노원구가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누구나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무장애 실내놀이터 ‘하계 라온아띠’를 조성했다고 1일 밝혔다. 라온아띠는 ‘즐거운 친구’라는 의미의 순 우리말이다. 구 관계자는 “장애 아동들이 이용할 수 있는 교육기관과 시설 등이 부족해 이들이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집단 놀이 프로그램이 필요해 조성했다”고 전했다. 구는 지난 6월 서울시 공모사업 선정 후 7월부터 한 달여간의 공사를 거쳐 지난달 5일 준공했다.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개장식은 오는 5일 오후 2시다. 하계종합사회복지관 3층(144.1㎡)에 조성된 하계 라온아띠에는 놀이공간과 음악교실방, 소굴방, 휴게 공간 등이 들어섰다. 놀이공간에서는 ‘실내 정글짐’, ‘트램플린’, ‘가상체험(VR) 체험기’ 등을 이용할 수 있다. 음악교실에서는 ‘교육’과 ‘노래연습’을, 소굴방에서는 ‘보드게임’, ‘영화감상’, ‘게임’, ‘독서’ 등을 즐길 수 있다. 장애인과 보호자를 위한 휴게실도 별도로 마련돼 있다. 화재 예방을 위해 벽면에는 불에 타지 않는 매트를 부착하고 안전관리 요원을 상시 배치했다. 운영 시간은 평일에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토요일은 오후 3시까지며, 일요일·공휴일은 휴무다. 현재 하계 라온아띠에서는 8개의 놀이·문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이 중 7개는 장애·비장애 아동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같이 어울리고 친구가 될 기회를 만들어나가는 데 중점을 둔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놀이터는 장애 여부에 관계없이 모든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노는 공간이란 인식을 갖게 해 장애에 대한 벽을 허무는 게 이 사업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뽀로로 뜻, “뽀로로 더 보여줘야겠네” 알고보니 순우리말

    뽀로로 뜻, “뽀로로 더 보여줘야겠네” 알고보니 순우리말

    ‘뽀로로 뜻’이 화제다. 최근 방영된 KBS 2TV ‘옥탑방의 문제아들’이 재방송 되면서 뽀로로와 관련된 문제가 눈길을 끌었다. 해당 방송에서 ‘옥탑방의 문제아들’ 제작진은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순우리말’ 코너를 통해 애니메이션 ‘뽀로로와 친구들’의 뽀로로가 순우리말이라고 알렸다. 제작진은 뽀로로의 뜻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졌다. 뽀로로가 단순한 캐릭터 이름이 아닌, 순우리말이라는 사실에 출연진들은 깜짝 놀랐다. 오답이 속출한 가운데 정형돈이 “잰걸음 아니냐”고 말하며 정답을 맞혔다. 제작진은 뽀로로의 뜻을 “종종걸음으로 재게 움직이는 모습”이라고 설명헸다. 실제 국어사전에는 ‘종종걸음으로 재게 움직이는 모양’이라고 적혀있다. 뽀로로 뜻을 접한 네티즌은 “뽀로로가 순우리말이라니..외국에서 들어온 줄”, “아이에게 더 많이 접하게 해줘야겠다”, “뽀로로 자주 사용해야겠네”, “뽀로로 우리 아기가 너무 좋아하는데”등 반응을 보였다. 사진 = 서울신문DB 연예부 seoulen@seoul.co.kr
  • 김인제 서울시의원, ‘서울시 자치법규 일본식 표현 일괄정비 조례안’ 발의

    일제강점기 일본법의 도입 등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서울시 조례에 남아있는 어색한 일본식 표현이 알기 쉬운 우리말이나 통용되는 한자어로 순화될 전망이다. 김인제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의원(더불어민주당, 구로4)에 따르면 그동안 서울시가 일본식 한자어나 표현을 우리말로 개정하는 자치법규 일괄정비를 추진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서울시 조례에는 일본식 표현이 숨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원은 “총 642건에 달하는 서울시 조례를 전수 조사한 결과 총 202개의 조례에서 ‘기타(其他)’, ‘당해(當該)’, ‘부의(附議)하다’ 등 대표적인 일본식 표현이 대거 발견됐다”고 밝히고, “시민 눈높이에 맞게 이를 각각 ‘그 밖에’, ‘해당’, ‘부치다’로 변경하는 「서울특별시 자치법규 일본식 표현 일괄정비 조례안」을 8월 23(금) 발의했다”고 말했다. 김 시의원은 “금번 일괄정비 조례안 발의를 계기로, 향후 서울시 조례 뿐 아니라 서울시 규칙(228건), 훈령(9건) 및 예규(10건)를 포함한 서울시가 생산하는 모든 공문서에서 일본식 표현이 영구 퇴출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행정기관의 무관심속에 무심코 사용되는 일본식 표현은 시민정서에 어긋날 뿐 아니라 역사와 전통을 지닌 우리말 한글을 훼손하는 주범이 될 수 있으므로, 향후 조례 제·개정시 일본식 잔재가 숨어들지 못하도록 시의회 차원에서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훈민정음, 신미대사가 만들었다고?… 창제가 아니라 보급에 이바지했죠”

    [이기철의 노답 인터뷰] “훈민정음, 신미대사가 만들었다고?… 창제가 아니라 보급에 이바지했죠”

    ‘훈민정음학 박사’ 김슬옹 원장이 전하는 한글 창제 전후“훈민정음을 신미대사가 만들었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신미대사 그분을 욕뵈는 일입니다. 훈민정음을 누가 창제했는지 모르거나 불분명할 때 소설이나 영화에서 신미대사가 만들었다고 주장한다면 상상예술로서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지만 한글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등에서 세종대왕이 창제했다고 명확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신미대사는 훈민정음 창제에는 관여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불교 지식으로 불경의 한글화 등을 통해 훈민정음에 보급에 크게 기여했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훈민정음 창제에 신미대사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는 영화와 소설이 최근 사람들의 관심을 끌면서 훈민정음학 해례본 간송본 원본을 최초로 직접 보고 해설한 훈민정음학 박사 김슬옹(58) 세종국어문화원 원장은 여러모로 답답해 한다. 인터넷에도 신미대사 창제설이 넘쳐나고 있다. 훈민정음을 제대로 가르치는 곳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이를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일까 하는 우려 때문이다. 그가 어떻게 하면 훈민정음에 대해 제대로 알릴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지난 16일 서울 종로구 사직로에 있는 연구실로 찾아갔다. “훈민정음 창제는 세종, 실록·해례본 기록 명확세종, 신미대사 창제 후 이름 들어… 문종 실록불경을 먼저 한글로 낸 이유?… 소헌왕후 명복”- 신미대사는 허구의 인물인가? 아니면 조선왕조실록, 특히 세종실록에 등장하는 사람인가. “신미대사는 당연히 왕조실록에 나오는 실존 인물입니다. 세종대왕이 신미대사를 만났다는 기록은 세종실록에 나옵니다. 1446년 5월 27일, 운명한 왕비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대재암에서 금으로 베껴쓴 불경 봉정식을 할 무렵 세종이 신미대사를 만났을 겁니다. 금사 불경 봉정식에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승려 2000여명이 모였답니다. 불사는 7일간 계속됐습니다. 세종을 가장 가까이 지켜본 문종도 훗날 ‘대행왕(세종)께서 병인년(1446)부터 비로소 신미의 이름을 들으셨다’고 증언합니다.” - 세종이 신미대사를 처음 만난 게 1446년 5월이면, 훈민정음 창제 이후이고 반포 직전의 시기다. “그렇죠. 세종은 훈민정음을 1443년 완성하고, 시험 기간을 거쳐 1446년 9월 상순에 반포했습니다. 그 사이 즉 반포 6개월 전인 1446년 3월 소헌왕후가 운명합니다.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불경을 금사했고, 그때 신미대사를 만났다는 것이 실록의 기록입니다. 물론 그 이전에 세종대왕이 신미대사를 비밀리에 만났을 수도 있겠지만, 세종 대신 섭정을 했던 문종이 이런 주장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문종 실록 1450년 4월 6일자 기록에서 문종이 직접 말하기를 ‘대행왕께서 병인년부터 비로소 신미의 이름을 들으셨었는데…’라고 전하고 있습니다.” - 창제에 개입하지 않았다면 신미대사는 무슨 역할을 했나. “운명한 소헌왕후를 위한 대법사가 있은지 4개월쯤 뒤에 훈민정음 해례본이 완성됩니다. 이와 거의 동시에 불경을 통해 훈민정음 보급을 시도하자 사대부들의 반발에 부딪칩니다. 최만리, 하위지와 같은 많은 학자들의 반대로 훈민정음 보급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때 세종이 내세운 논리를 요약하면 ‘왕비가 죽었지 않느냐. 괴롭고 외로운 내 처지를 이해해 달라’며 감성적으로 호소하면서 한글로 풀어쓴 언해 불경을 낸 것이지요. 명복도 더욱 빌고, 세종 자신도 위로하고, 새 문자도 보급하는 다중 포석을 놓은 겁니다. 불경 언해를 펴내기 위해서는 불경과 관련된 산스크리트말에 능통하고 훈민정음 취지를 잘 아는, 이미 불사를 통해 검증된 신미대사와 그의 동생 김수온이 있어 마음 든든했을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훈민정음 해례본이 나온 이후 가장 먼저 나온 한글 보급서가 1447년 완성되고 1449년 간행된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입니다. 불교지식이 넓은 신미대사가 불경의 한글화를 통해 훈민정음 보급에 앞장 섰지만 한글 창제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닙니다.” “훈민정음 산스크리트 모방?…한글은 차원 달라범어·파스파·티벳 곡선… 한글은 점과 직선 위주문자 비슷해?… 해례본서 자모 모양 근거 밝혀”어려서 천자문을 배웠던 그는 학교에서 ‘한자 박사’로 통했다. 외솔 최현배 선생의 영향을 받아 한글과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됐다. 고교시절 부모님이 주신 이름 김용성에서 ‘슬기롭고 옹골차다’는 뜻의 우리말 ‘슬옹’으로 이름지었다. 대학교 2학년때 법적으로 개명했다. 대학시절인 1984년 당시 흔히 부르던 ‘서클’을 ‘동아리’로 바꾸는데 앞장섰다. 새내기(신입생), 해오름식(창단식) 등도 그가 앞장서 보급한 우리말이다. 유별난 한글 사랑에 인터뷰 당일 훈민정음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 신미대사가 범어 전문가라고 하는데 훈민정음에 범어 흔적이 남아있지 않나. “신미대사가 범어 즉 산스크리트말에 능통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당시 뛰어난 스님이니까 불경을 공부하면서 범어를 익히지 않았을까 추정합니다. 세종대왕이 문자를 창제할 당시 오늘날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문자가 다 나와있었습니다. 세종은 소리문자를 만들고 싶어하셨고, 소리문자인 산스크리트 문자, 티벳 문자, 파스파 문자를 당연히 참고했겠지요. 그렇다고 모방으로 볼 수는 없습니다. 문자는 도형(모양)과 음가(소리)가 중요한데, 이들 문자는 곡선 위주입니다. 곡선은 쉽고 간단하게 쓸 수가 없습니다. 배우기 어려워 지금은 더 이상 사용되지 않거나 사어나 다름없게 됐어요. 그러나 한글은 점과 직선 위주입니다. 곡선은 동그라미, 즉 이응(O) 밖에 없어요. 그리고 산스크리트 문자와 마찬가지로 한글은 초성·중성·종성으로 되어 있지만 산스크리트 문자는 모음이 어떤 자음과 대응하느냐에 따라 모양이 달라져요. 한글은 그런 게 없잖아요.” - 그러면, 훈민정음이 산스크리트 문자를 모방했다는 주장은 어처구니가 없는 것 아닌가. “모방설을 주장하는 이들의 가장 큰 근거는 글자 모양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훈민정음은 글자 모양이 왜 그런 형태가 되었는지를 해례본에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음은 발음기관, 모음자는 하늘과 땅, 사람의 상형이라고 분명히 밝혀두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모방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서로 닮은 사람을 보고 형제라고 우기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방은 그 기원이 같고, 그 차원이 같다는 것이지만 한글은 그 어떤 문자와도 차원이 다릅니다. 민족주의 차원에서 과장하는 것이 아니라 보편적 과학입니다. 해례본과 조선왕조실록, 용비어천가,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 동국정운 등 관련 책을 보면 서로 연결되면서 서로의 관계를 입증하고 있습니다.” - 한글 창제에 집현전 학자들의 역할은 얼마나 컸나. “훈민정음은 세종이 주도적으로 창제한 것입니다. 집현전 학자들은 한글 창제 과정에서 자료를 찾아주거나 하는 식으로 간접적으로 도움을 주었겠지만, 창제 아이디어, 직접적인 연구는 절대로 제공하지 않았습니다. 그 증좌로 집현전 학자 8명이 개인적으로 훈민정음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공동 창제라면 안 쓸 리가 없잖아요. 당시 집현전 학자 대다수가 아무리 천재라고 해도 20대 중반이었습니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 창제에 힘쓸 때 이들은 과거 시험을 준비하는 10대였을 겁니다. 굳이 도왔다고 한다면 정인지와 최항 정도였을 겁니다. 하기야 소통을 중시했던 박지원, 박제가, 정약용과 18~19세기 실학자들도 한글 쓰기를 거부했습니다.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들은 한자 이외의 문자를 상상하는 게 불가능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창제에 개입했겠습니까.” “배익기 소유 해례본… 몇쪽 남았는지 밝혀야상주본 공개사진 보니 글자 획 간송본과 같아상주본 주석은 경상도 방언에 18세기 표기법조선시대 훈민정음 연구사·소장자 규명길 열려”한글과 훈민정음, 해례본을 칭송하지만 정작 훈민정음 해례본 전공자는 국내에서 5명이 채 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학의 국문과 및 국어교육과 과정에서도 훈민정음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고 있다. 반면에 그는 우리말과 관련해 80권의 책을 냈고 120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국어교육학 및 훈민정음학 2개의 박사학위 취득자인 그는 20여개 대학에서 40여차례 임용에서 퇴짜를 맞았다. 대학에서 훈민정음 전공자를 뽑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그는 ‘훈민정음 해례본 입체강독본’ 책을 내고 두 달 간 강의하는 강좌를 개강했다. 유튜브로 훈민정음대학교 채널을 만들어 방송도 하고 훈민정음 해례본 한글본 손바닥책을 만들어 학생신문사와 함께 온국민 읽기 운동을 벌이겠다고 한다. - 훈민정음 해례본과 관련해 배익기씨가 보관하고 있다는 상주본이 뉴스에 자주 등장한다. 실물을 본 적이 있나. “2016년 11월 배익기씨를 경북 상주에서 한글운동 단체 대표로 이대로, 최기호 선생님과 같이 만난 적이 있습니다. 훈민정음 해례본 실물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배씨가 소장한 해례본을 통상 ‘상주본’이라고 하는데, 절반 정도만 남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66쪽 전체 갸운데 30~40쪽 남아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정확히 밝혀주면 좋은데…, 배씨가 공개한 일부 사진 등을 보면 남아있는 상태가 비교적 좋고, 주석 같은 기록이 여백에 쓰여 있습니다. 글자에 삐친 획이라든지, 계선이 간송본과 똑같아요. 여백의 주석은 경상도 방언으로, 18세기 이후 표기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경상도 선비가 소장하면서 연구한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합니다.” - 배씨 소장본 가치가 1조원이라는데,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금액이 나왔을까요. “해례본은 값어치를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귀중해 무가지보(無價之寶)라고 합니다. 서울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해례본이 2016년 40일간 전시된 적이 있습니다. 그때 하루 보험료가 1억원이었습니다. 이는 보험회사가 평가한 것으로 유럽의 고문서나 대가의 그림 작품 등의 가치를 감안해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루 1억원의 보험료라면 최소 1조원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지요. 상주본이 간송본과 같다면 가치가 그렇겠지만, 남아있는 상태가 같지 않으니 가치가 꼭같지 않을 겁니다. 다만 서지학적으로 상주본은 위아래 여백이 간송본보다 온전히 남아 있어 해례본의 원래 크기를 정확히 알 수 있습니다. 상주본의 여백에 남은 주석 기록이 조선시대 한글 연구 및 소장자의 역사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해례본, 세종 당시 딱 한번 발행돼간행 50여년만에 희귀서적으로 변해문자 기득권, 해례본 빨리 폐기한 듯”- 해례본, 왜 이렇게 귀한 책이 됐나. “지금까지는 간송본과 상주본 두 권의 존재가 확인됐습니다. 1446년 딱 한번 인쇄되었지요. 해례본은 간행 후 50여년 만에 희귀 서적으로 변했습니다. 당시 목판으로 500권 정도를 발간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만 그만큼 빨리 책들이 사라진 것지요. 이는 아마 문자 기득권층인 양반들이 해례본을 보고 하층민들이 문자 공부하는 것을 싫어해 폐기하고 해서 그런 것이 아닌가 하고 추정합니다. 어딘가 또 해례본이 나올지 모릅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적이 없는 세종대왕 서문이 온전히 남아있는 해례본이 발견되면 빅뉴스가 될 겁니다.” 글·사진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이재정 “조국 딸 논문은 ‘에세이’…뭐가 문제인가”

    이재정 “조국 딸 논문은 ‘에세이’…뭐가 문제인가”

    이재정 경기도 교육감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 논문 논란과 관련해 22일 페이스북을 통해 “자기 보고서를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 교육감은 “조국 장관후보자의 딸이 고등학생 때 ‘논문 제1저자’라고 여기저기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참다못해 한마디 한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2010년 당시 이명박 정부 시절에 대학 입시에 사정관제도를 도입하면서 여러 가지 활동을 입시평가에 반영했다. 이런 활동의 일환으로 장려한 것이 학생들이 대학교수 등 전문가들로부터 보다 ‘전문적인 교육’ 경험을 쌓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육감은 “이런 실습이 끝나면 실습보고서 같은 것을 쓴다. 미국에서는 이런 보고서를 ‘에세이’라고 하는데 에세이의 우리말이 적절한 말이 없어서 ‘논문’이라고 부른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에세이를 쓰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조사연구를 하고 자기 경험과 이해를 바탕으로 자기주장을 쓰는 것”이라며 “‘인턴’이란 말도 무슨 직장이 아니라 이런 교육과 훈련 과정을 의미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 후보 따님의 경우도 대학교수의 지도 아래 현장실습을 한 것이고 그 경험으로 ‘에세이’ 보고서를 제출한 것이다. 이것을 논문이라고 한다면 당연히 제1 저자는 그 따님”이라며 “자기 보고서를 자신의 이름으로 내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겠다”라고 평가했다. 이 교육감은 “이런 실습을 했다는 것도 아무 문제 아니고 당시에 권장한 사항이다. 그저 이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자는 뜻에서 이 글을 쓴다”며 조 후보자의 딸을 두둔했다. 이 교육감은 자신의 글에 관심이 집중되자 다시 글을 올려 부연 설명도 했다. 그는 “저도 수년간 논문도 썼고 에세이도 써 봤으며 흔히 말하는 페이퍼도 썼다. 에세이는 굳이 우리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보고서, 발표문 또는 수필과 같은 것”이라며 “학술지의 등재는 학술지 권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지 저자가 누구냐에 따라 결정하지는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제 글에 댓글을 달아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리면서 한편으로 비난하지는 말고 경청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이해를 구했다. 한편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는 단국대 의대 A교수가 주관한 의과학연구소의 2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정현용 기자 junghy77@seoul.co.kr
  • [단독] ‘욱일기 찬양’ 문체부 국장, 징계 회부에도 “소송할 것”

    [단독] ‘욱일기 찬양’ 문체부 국장, 징계 회부에도 “소송할 것”

    문체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 요구…공직감찰반 조사받기도“이런 미개한 나라 구더기들과 뒤섞여 살아야 하다니…”“욱일기는 2차대전 전부터 사용, 전범기 모욕 있을 수 없다”“그런 주장 공직사회 나가서 하라” 요구에 “난 못 나간다”징계 추진에도 페북 내용은 그대로 “중징계시 소송 불사”“공무원이라고 자기 생각도 못 밝힙니까.” “공무원이라면 당연히 체면과 위신, 품위를 유지하는 게 맞는데 게다가 이 시국에 친일 주창은 지나쳐도 한참 지나친 것 아닌가요.” 광복절 전날인 지난 14일 “지금은 친일을 하는 것이 애국심이다”라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가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사자인 문체부 한모 국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직사회에서는 “그 사람 정신 나간 것 아니냐.” “그럴 줄 알았다.” 등의 반응이 주류다. “공무원이라도 자기 생각을 얘기 못할 이유가 있냐”는 입장을 보였던 공무원도 막상 그의 페북 내용을 상세히 전해들은 뒤에는 “도대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으로 바뀐다. 그는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그리고 ‘어떤 생각을 가진 사람일까’하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그가 즐겨한다는 페이스북을 찾아 들어가 봤다. 국내 주요 언론은 물론이고, 외신까지도 포스팅하고, 거기에 자신의 생각을 담기도 하는 등 ‘페북 활동’이 맹렬하다. 웬만한 사람은 페이스북을 매일 방문하더라도 글을 매일 올리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그는 하루에 적게는 수 건, 많게는 수십 건을 올린다. 어떻게 직장생활을 하면서 ‘이렇게 왕성하게 ‘페북 활동’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친일 애국”은 빙산의 일각친일이 애국이라는 얘기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설마했는데 내용이 상상을 뛰어넘는다 단순히 뉴스를 전하기도 하지만, 그의 생각을 표현하기도 한다. 친미·반공, 대일관계 등이 중심이다. ‘반일 종족주의’의 저자 이영훈 교수의 기사는 단골로 등장한다. 요즘은 인사청문회로 무게 중심이 옮겨왔다. 그러다가 20일 저녁 모 방송에서 “친일이 애국”이라는 글로 징계 요청을 받았다는 보도가 있은 뒤 21일 새벽에는 해명성 글도 올려놓았다. 그 글에 지난달 24일 한일 관계에 대한 그의 포스팅 기사와 글 때문에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감찰반에 소환돼 4시간 10분 동안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까지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문제가 된 “이런 미개한 나라 구더기들과 뒤섞여 살아야 한다니…” 등의 글에 대한 변명도 했다. “우리말 단어의 4분의 1, 특히 근대문명과 관련된 거의 모든 단어가 일본에서 조어되었음에도 그 단어들을 폐기하자는 어리석은 일부 인사들에 대한 말”이라고 해명한다. 공직감찰반의 조사 이후에도 자신의 글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이후 8월 14일 발언으로 징계 절차에 돌입한 뒤에도 마찬가지다. “욱일기는 2차대전 훨씬 전인 19세기 후반에도 사용된 깃발로서(중략) 중공을 비롯한 세계 각국과 국제기구가 욱일기의 사용을 전혀 문제시하지 않는다. 우리만 그걸 전범기라고 모욕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7월 11일 글도 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대법관에 “발 뻗고 주무시는가” 조롱도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한 대법관들에게 “애국애족했다는 생각에 잠은 잘 주무시는가”하고 조롱하는 글도 직접 썼다. 지난 7월 23일에는 “국내로 휴가 가서 죽창이라도 만지작거리다 오자”라는 글과 함께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국내에서 휴가 보내면 경제에 큰 힘”이라는 기사를 첨부하기도 했다. 그는 행시 출신에다가 고위공무원(2급)으로 국무총리실 산하 위원회에 파견돼 있는 현직 공무원이다. 문체부 동료들도 그를 평하기를 주저한다. “성격이 강한 사람이다” “블랙리스트 관련자를 엄중하게 처벌하라고 했던 윤철호 대한출판문화협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고발을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어요.” 그를 아는 관련 기관의 한 담당자는 그를 ‘관심종자’라고 혹평하기도 한다. 취재를 하자 어느 공무원은 “아마 그는 징계와 관계없이 자기의 주장이 알려지는 이런 상황을 즐기는 것일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7월 한씨가 청와대 공직감찰반의 조사를 받았다는 제보를 받은 뒤 사실 확인 과정 중에서도 그런 얘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다.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을 하던 중 그에 대한 징계가 추진되고, 이게 뉴스를 탔다. ‘관심종자’ 혹평하는 공무원도  한 고위 공무원은 “양심과 사상의 자유가 있는 나라라고 하지만, 생각을 하는 것과 이를 표출하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면서 “SNS를 통해 그렇게 자신의 생각을 유포하려면 공무원 욕 먹이지 말고 (공직을 그만두고) 밖에 나가서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일갈했다. 그래도 한 국장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고 싶어서 21일 저녁 통화를 했다. 그는 “친일이 애국이라는 발언은 ‘한일 양국이 관계가 나쁘면 한국경제 특히 국민, 나아가 서민의 삶이 절대적으로 어려워지고, 나라가 위험해진다‘는 차원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면서 “일본으로부터 우리가 피해보는 것이 뭐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SNS에서 그런 주의주장을 하려면 공직에서 나가서 하라”는 주장도 있다고 하자 “나는 지금 나가면 할 일이 없다. 그리고 지금 할 일이 있다. 사행산업과 관련, 맡은 일이 있기 때문에 이 일을 해야 한다”고 일축했다. 페북 활동을 그만두겠다는 얘기도 하지 않았다. 그는 문체부가 중징계를 요청했기 때문에 오는 10월 인사위원회에서 파면이나 해임이 나올 수도 있다. 그는 “결과가 나오면 소송을 해야할 것”이라며 말을 마쳤다. 무엇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만들었을까. 두려운 마음조차 든다. 김성곤 선임기자 gsgs@public25.com 다른 기사 보기⇒공무원 선거 지원 수당 5만원으로 1만원 오른다
  • ‘의초롭다’ 뜻 뭐길래… 현자·홍준보 ‘우리말 겨루기’ 3단계서 탈락

    ‘의초롭다’ 뜻 뭐길래… 현자·홍준보 ‘우리말 겨루기’ 3단계서 탈락

    KBS1 ‘우리말 겨루기’에 출연한 가수 현자와 홍준보가 달인 문제 3단계에서 아쉽게 탈락했다. 19일 방송된 ‘우리말 겨루기’에서 현자와 홍준보는 달인 문제에 도전해 마지막 단계인 3단계까지 올랐다. 1000만원이 걸린 마지막 문제는 ‘‘의초롭다’의 뜻풀이에 포함돼 있는 단어는 무엇일까’였다. 객관식 선택지로 위기, 처음, 의리, 화목, 얌전이 나왔다. 이들은 의리를 선택했지만 정답은 화목이었다. 의초롭다는 ‘화목하여 우애가 두텁다’는 사전적 의미를 지닌 단어다. 두 사람은 1단계에서 ‘사단’과 ‘사달’, ‘고난도’와 ‘고난이도’, ‘오죽잖게’와 ‘오죽찮게’ 중 옳은 맞춤법을 고르는 문제를 모두 맞혔다. 2단계 띄어쓰기 문제도 통과해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3단계 ‘의초롭다’ 뜻풀이 문제에서 탈락하면서 아쉬움을 자아냈다. 한편 이날 방송의 시청자 문제로는 ‘맛보기’와 ‘맛배기’ 중 바른말을 찾는 문제가 출제됐다. ‘우리말 겨루기’ 시청자 문제 응모는 이날 밤 11시까지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할 수 있다. 이정수 기자 tintin@seoul.co.kr
  • 충남도, 도통 어려운 일본식 농업 용어 퇴출 나선다

    충남도, 도통 어려운 일본식 농업 용어 퇴출 나선다

    ‘몽리면적(蒙利面積·물 댈 면적), 삽시(澁枾·떫은 감), 부초(敷草·풀덮기)’ 충남도가 도통 모를 이런 일본식 한자 농업용어 퇴출에 나선다고 17일 밝혔다. 도 관계자는 “광복된지 70년이 훌쩍 넘었지만 일반인은 전혀 모를 농업 전문 용어가 행정용어와 농기구해설서 등에 버젓이 쓰이고 있어 이를 순우리말로 바로잡고자 한다”며 “특히 청년농부와 귀촌·귀농인 등 신규 농민에까지 이를 쓰게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도가 우선적으로 선정한 109개 농업용어는 매우 생소한 것이 많다. 농업기반 용어만 해도 사토(砂土·모래흙), 개거(開渠·겉도랑), 승수로(承水路·물받이 도랑), 암거(暗渠·속도랑) 등이 있다. 농작물 용어는 곡과(曲果·굽은 과일), 포복경(匍匐莖·기는 줄기) 등이 있고 재배기술에는 만상해(晩霜害·늦서리피해), 비배관리(肥培管理·거름 주어 가꾸기), 심경(深耕·깊이갈기), 등이 난해하다. 이병수율(罹病穗率·병 든 이삭율), 배배양(胚培養·씨눈 배양), 침종(浸種·씨 담그기), 수잉기(穗孕期·이삭 밴 시기)도 있다. 많이 알려진 히토메보리, 아끼바레, 고시히카리 등 쌀 품종과 ‘다마네기’(양파), ‘낑깡’(동귤) 등 순일본말도 당연 퇴출 대상이다. 추욱 도 농림축산국장은 “일본식 용어는 일제강점기와 맥을 같이하며 고착된 것으로 은연 중 우리 농민들의 사고를 지배할 수 있다. 또 어려운 농업 용어는 농업 자체가 어려운 산업으로 인식되는 부작용도 있다”면서 “어학전문기관 등의 검토를 거쳐 책으로 만든 뒤 농업인과 관련 단체는 물론 도민에게도 배포해 순우리말로 변화를 유도하겠다. 행정문서에서 쓰는 것부터 줄이겠다”고 했다. 홍성 이천열 기자 sky@seoul.co.kr
  • “국어 순화 목적은 의사소통… 고유어 고집 말고 순화 폭 넓혀야“

    “국어 순화 목적은 의사소통… 고유어 고집 말고 순화 폭 넓혀야“

    광복 74주년 ‘한국사회 언어’ 좌담회 광복 직후 우리 사회가 의미 있게 진행한 일은 말 다듬기였다. 일제 청산이라는 뜻도 있었지만, 민주적인 소통과 가치 있는 언어를 만들어 가기 위한 작업이었다. 한글맞춤법으로 대표되는 어문규범의 정비는 질서 있는 소통을 위한 틀을 새롭게 하는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에게 맞는 언어의 형식과 내용을 갖춰야 했다. 시대마다 사회적 요구는 달라졌고, 언어가 그것을 대변하도록 하는 데 우린 또 다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광복 74주년을 맞아 서울신문은 우리 사회가 언어와 관련해 풀고 만들어 가야 할 것은 무엇인지 짚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지난 9일 서울신문 회의실에서 ‘광복과 분단, 한국사회 언어의 과제’를 주제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권재일 한글학회장, 김하수 전 연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이경우 어문부장이 맡았다.[국어 순화] -광복 직후 가장 관심을 보인 부분은 국어 순화라는 이름으로 진행된 말 다듬기다. 일본말 지우기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맞을 것이다. 오랜 숙제 같다. 어떻게 접근해야 할까. 정희창 성균관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국어 순화는 당위론적인 것이라는 믿음과 아주 근사하게 대안을 제시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고 하는 믿음이 있었다. 그런데 경험적으로 두 번째 믿음은 아닌 것 같다. 국어 순화어로 제시된 말들이 널리 정착되지 못한 것은 국어학적으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어서만은 아니다. 국어 순화라는 것은 의사소통의 문제다. 국어 순화의 사전적인 정의는 언어에서 잡스러운 것을 배제하고 순수한 것을 회복한다는 식으로 돼 있는데, 순수한 것을 회복한다기보다는 소통성을 높이는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국어 순화의 방식이 반드시 한자어나 외국어를 고유어로 다듬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자어를 좀더 쉬운 한자어로 다듬을 수도 있는 것이고, 쉬운 외래어를 좀더 쉬운 외래어로 바꿀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국어 순화의 폭을 넓혀야 한다. 권재일 한글학회장 국어 순화는 왜 해야 하느냐에 초점을 놓고 봐야 한다. 의사소통의 능률을 높이는 것에 목표를 두면 순화는 성공할 수 있다. 그러지 않으면 아무리 반복을 해도 성공을 거둘 수 없다. 전통적으로 해 온 바른 말 고운 말도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제는 그 차원에서 벗어나 의사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봐야 한다. 김하수 전 연세대 교수 대중의 정서가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동안 우리가 하는 행동의 합목적적인 것에 치중하고 문법적 조어에 맞는 말을 순화어로 내놓으려고 굉장히 애를 많이 썼다. 그러나 이것은 대중들이 쉽게 접하는 방식이 아니다. 대중들은 직관적인 것을 좋아한다. 땡땡이, 쫄쫄이, 뻥뻥이 같은 말이 훨씬 쉽게 다가간다. 한용운 겨레말큰사전 편찬실장 이미 일반화된 어떤 말을 다시 쉬운 말, 토박이말로 제시하려는 데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예를 들어 ‘헝그리 정신’을 ‘맨주먹 정신’으로, ‘포퓰리즘’을 ‘대중주의’로 바꿔 버리면 거부감이 생긴다. 대중주의와 포퓰리즘은 다른 말로 느껴진다. 외국에서 들어온 단어가 일반 국민들에게 이미 익숙해져 있는 상태에서 순화어를 제시하면 국민들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남북 언어] -평화와 협력, 통일로 가는 길에 언어는 큰 자산이다. 남북 언어에 대해 우리 사회는 무엇을 알고 논의해 나가야 하는가. 권재일 남북 언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 이전이든 이후든 남북 주민들이 만나서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선행돼야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말하기의 방법, 즉 화법이다. 남쪽에서는 간접화법이, 북쪽에서는 직접화법이 일반화돼 있다. 또 ‘감사’나 ‘양해’ 같은 표현이 남쪽에서는 자연스러운데, 북쪽에서는 거의 보편화돼 있지 않다. 남쪽 사람들은 북쪽 사람들이 이렇다 하는 것을 알아야 하고, 북쪽 사람들은 남쪽 화법이 이렇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툭 건드렸을 때 남쪽에서는 ‘죄송합니다’라고 하는데, 북쪽 사람들은 그 정도에 대해서는 그런 말을 안 쓴다. 남과 북의 화법 차이를 상호 이해하게 하는 게 필요하다. 두 번째로 남쪽에 무한히 들어와 있는 외래어, 외국어를 줄이는 일이 필요하다. 정희창 섬세한 부분까지 준비할 때가 된 것 같다. 그럴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사전이다. 남과 북이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겼을 때 그것을 해결하는 가장 기본적인 프로그램이 사전일 것이다. 국어사전을 중심으로 남과 북의 언어 차이를 교육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이런 것들이 통일 비용에 속하는 것일 텐데, 준비가 꼼꼼할수록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한용운 북한 이탈 주민들이 취업했을 때 가장 두려운 게 전화를 받는 것이라고 한다. 외래어가 자연스럽게 섞여 나오는데 무슨 말인지 모르는 것이다. 사전은 반드시 필요하다. 남쪽에서는 북쪽 사전을 보기가 어렵고, 북쪽에서는 남쪽 사전을 아예 볼 수가 없다. 겨레말큰사전은 함께 만들어서 함께 본다는 것이 목적이다.[호칭 논의] -최근 호칭과 관련한 논의들이 뜨거웠고 큰 관심사였다. 언어와 현실이 맞지 않는 부분이 생긴 것이다. 이 때문에 갈등도 나타난다. 어떻게 풀어 가야 하는지. 김하수 근대 사회에 들어서면서 언어가 어떤 기능을 해야 되는지 많은 생각을 하고 운동을 해 왔지만, 시민사회에 공헌을 해야 하는 부분이 빠졌다. 존대법만 열심히 가르쳤다. 어디 가서 손윗사람이 슬쩍 말을 놓아도 아무 소리를 못 했었다. 어떨 때는 이렇게 하면 나와 친해지나 보다 하면서 좋아하기도 했다. 우리 사회가 더 개방적이고 자유를 많이 누리고 다양한 업무에 종사하게 하려면 서로 평등한 것을 확인해야 된다. 신문에서는 장관 인사가 나올 때 괄호 치고 나이 넣는 것도 빼버려야 한다. 모든 사람을 백지 상태에서 당당하게 대할 수 있게 하는 것의 첫걸음이 호칭이다. 지금은 어디를 가든 자기의 사회적 우열 관계가 항상 드러난다. 이걸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면 중립적이고 시민적이고 사회적이고 성별이나 나이의 높고 낮음이 드러나지 않게 해야 한다. 서양의 역사를 보더라도 대변혁기에 호칭의 변화가 생긴다. 프랑스대혁명 이후에 귀족적 호칭을 폐지해 버린다든지, 1970년 여성 해방 운동이 나오니까 ‘미세스’와 ‘미스’ 대신 ‘미즈’를 쓰게 했다든지, 이렇게 호칭은 사회 변혁을 대변하는 것이다. 호칭 문제를 혁신적으로 접근해 볼 필요가 있다. 정희창 요즘 학생들을 보면 서로 가깝지 않으면 선후배 간이더라고 누구씨라든가 그분이라고 호칭을 한다. 이런 것들은 소셜미디어의 소통과도 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서는 높임법이 중화되는 경우가 많다. 종결어미가 ‘요’도 아니고 ‘쇼’도 아니고 ‘삼’ 같은 것들로 끝난다. 높이는 것도 낮추는 것도 아니다. 다른 방향성이 보인다. 한용운 가족 간의 호칭 등에서도 시대 변화에 맞게 언중이 자연스럽게 호칭에 변화를 주고 있는 것 같다. 호칭에 관해 국가가 규범 형식으로 제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어문규범] -국어 하면 먼저 떠올리게 되는 것이 한글맞춤법으로 대표되는 어문 규범이다. 그런데 여전히 어렵다고 한다.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권재일 최근 이런 내용을 받았다. 제발 맞춤법 좀 쉽게 고치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맞춤법 어렵게 하는 것이 국어 선생님들이 학생들 평가하려고, 문제 어렵게 내려고 그런 것 아니냐고 했다. 말과 표기가 우리처럼 일치돼 있는 언어는 드물다. 우리는 맞춤법 몇 개항만 있어도 문자생활을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어는 맞춤법이 없다. 모든 철자를 영어 사전을 통해서만 알 수 있다. 그런 언어에 비해 우리는 맞춤법 몇 규정만 보면 된다. 그만큼 교육을 안 했거나 관심을 안 가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이 어려워한다면 규범 관리 측면에서 관심을 가져야 되겠다는 게 기본적인 생각이다. 정희창 모든 사람이 규범을 잘 알 필요는 없다. 한글맞춤법의 세세한 조항 같은 것은 국어국문학과 학생들이 국어정서법 시험 볼 때나 공부하는 것이다. 일반 국민들이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규범이 가지고 있는 권위와 소통성을 잘 유지해야 하는데, 여전히 아쉽고 부족한 게 많다. 사이시옷은 고유어 사이에서만 쓰면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높다. 한용운 영어나 독일어 같은 경우는 100년에 한 번 표기법을 고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영어나 독일어나 프랑스어도 다 표기법은 어렵다. 정희창 교수께서는 맞춤법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렇지만 개인이 공문서를 써야 할 일도 있다. 맞춤법 교육을 조금 더 공적으로 해야 하지 않을까 한다. 김하수 생태계를 얘기할 때 ‘기수역’이라는 말을 한다. 민물하고 바닷물이 섞이는 지역이다. 표준어와 비표준어가 넘실대며 왔다 갔다 하는 부분이 있다. 한데 우리 맞춤법은 상대적으로 그걸 엄격히 해놓은 부분들이 있다. ‘~하는 바람’이라고 할 때 ‘바램’이라고 쓰고 싶은 욕망이 있다. 그러나 규범에는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바램’이라고 쓴다. 이 ‘바램’에 자기가 원하는 감성 같은 걸 넣고 있는 것 같다. 그런 기수역들을 어느 정도 인정을 해 줘야 하지 않을까. [국어사전] -국어사전에 대한 기대치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높기도 하다. 국어사전이 풀어 가야 할 것들은 무엇인가. 정희창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들 때 돈을 많이 들였다고 하지만, 이 이후로는 그렇게 하고 있지 못하다. 표준사전이든 뭐든 사전을 계속 가다듬고 편리하게 만드는 작업을 해야 하는데, 실제 국립국어원 사전 담당자는 한 명 있을까 말까다. 표준국어대사전을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는데도 사회의 다양한 요구라든지 개선이라든지에 대해 응답을 못 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거라고 본다. 국어사전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언어생활의 기준은 사전이다. 김하수 표준국어대사전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국가의 권위를 빌려서 사전을 만들어서 다른 민간 부분의 사전을 사실상 없애 버리는 역할을 한 것이다. 그렇다고 국가가 계속 관리도 안 한다. 학술용어들은 손도 못 대고 있다. 그게 다 이해하기도 어려운 설명들이다. 국어사전에서 빼든지 아니면 정밀하게 다듬을 수 있는 전문가들의 손이 들어와야 한다. 언어적 감각을 가지고 설명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권재일 국어원의 표준국어대사전은 계속해서 개선을 해 나가는 유일한 사전이기 때문에 그 사전만 사전 구실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개월마다 그동안 모은 수정 보완 사항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은 규모가 적지만 그렇게 자주 보완해 나가는 사전은 드물 것이다. 그런 면에서 표준사전 그 상황에서 하고 있는 일은 격려를 해줘야 한다. 한용운 국내 사전은 기한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독창적으로 하기가 쉽지 않다. 사전 편찬은 비용이 많이 든다. 그래서 기한이 정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인력 양성이 제일 아쉬운 부분이다. 지금은 민간 출판사에서 편찬실을 운영하는 곳이 없다. 사전을 편찬하고 다 해체했다. [전문용어] -전문용어를 정비해 나가야 하는 문제도 있다. 지금보다 일상과 가까워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하수 전문용어를 정비하는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관할이 돼 버렸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전문용어를 관리하는 데 중요한 곳은 교육부다. 모든 교육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국어학 하는 사람들도 조금 문제가 있다. 전문용어를 표준어 정책의 하위 개념으로 자꾸 보려고 한다. 또 다른 부류는 언어 순화의 한 통로로 보는 것이다. 둘 다 아주 틀리지는 않는다. 한데 그런 태도에 종속시키기에는 거대한 문제다. 언어 순화와 표준어 문제에 종속될 수 있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경제와 과학기술 전반을 헤집어 놓아야 하는 문제다. 전문용어는 영역별로 같은 개념을 전달해 주고, 기술을 그 안에 보존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과학기술의 체계를 도와주는 기능을 하는 어휘들이다. 총리실 같은 곳에서 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교육부와 문체부가 엇박자를 치는 순간 제대로 할 수 없게 된다. 전문용어는 다양한 분야에서 접근해야 한다. 남북한이 협업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전문용어는 국어학의 발전이라기보다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에 국어학이 헌신해 줘야 하는 중요한 부분이다. 헌신적으로 접근했으면 좋겠다. 권재일 최근 들어 전문용어가 주목받는 이유는 일반 국민들도 전문용어를 일상생활에서 많이 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전문용어를 다듬거나 표준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사회가 발전하고 산업이 발전할수록 전문용어를 관심을 가지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서도 전문용어를 국어화할 필요가 있다. 전문용어라는 것이 하루가 멀다 하고 원어로 들어온다. 그걸 계속 쓰면 우리말에는 조사와 어미만 남는다. 외국어로 된 전문용어가 들어올 때마다 전문가, 국어전문가, 언어정책가가 모여서 국어화해야 한다. [말뭉치 사업] -국가가 말뭉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말뭉치는 어떤 기능을 하고 얼마나 중요한가. 김하수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언어의 형식, 구조, 변이 형태 등을 자산이라고 본 측면에서 축적을 해 놓으면, 이것을 가공해야 다른 기능을 하게 할 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전 만드는 데 제일 기초적으로 사용되는 게 말뭉치다. 자동 번역, 기계 통역 이런 것들에도 이용된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에도 이르게 된다. 기계와 사람이 말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러려면 언어 자원을 충분하게 반영하는 장치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속 사업이 돼야 하는 것인데, 끊임없이 말뭉치를 구축해 가면서 점점 더 완벽에 가까운 언어 자원을 구축해 놓고 그것을 통해 우리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하는 스마트한 사회를 이뤄 나가는 데 밑거름을 삼아야 한다. 만일 우리가 소홀히 해버리면 언젠가 한국어에 대한 중요한 사전을 구글이 내놓을지도 모른다. 권재일 올해부터 정부가 200억원을 들여 말뭉치 구축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뒤늦게나마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말뭉치는 여러 곳에 활용될 수 있다. 동사 몇 개를 알아야 우리말을 90%까지 구사할 수 있는지도 말뭉치 통계를 내보면 다 나온다. 자동 번역 같은 문제도 말뭉치가 많이 구축되면 될수록 정확도가 높아지는 것이다. 한용운 얼마 전 미국 회사에서 ‘북한어 말뭉치’를 구축하려면 어떤 자료를 어떻게 구축해야 하는지 문의가 있었다. 북한과 미국 정상 간 만남이 있었고, 북한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인 것 같다. 한영·영한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려고 계획한 것으로 보인다. 다 우리말이다. 우리가 우리말에 대해 집중할 시기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정치 언어] -정치 언어는 사회 각 분야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언어학자가 보는 우리 정치 언어는 어떤가. 김하수 언어를 제일 중심에 놓고 생활하는 게 민주주의 사회다. 민주주의의 가장 광범위한 사회제도로 나타난 것이 의회제도인데, 의회제도 역시 말로 풀어 나가자는 것이다. 정치 언어는 언어 가운데 가장 화려하고 눈부시고 가슴 울렁거리고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필요가 있다. 그리스의 연설 전통을 보더라도 근본적으로 연설은 정치를 위해서 많이 사용됐다. 연설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거침없이 자기 이익을 던져 버리고 따라오게 만든다. 그런데 세상에 가장 따라가기 싫고 뒤돌아보기 싫고 다시 한번 되새기기도 싫은 영역을 다 쌓아 놓은 게 한국의 정치계가 아닌가 싶다. 정치 언어에 대해 냉정하고 침착하게 볼 필요가 있다. 언론에서 정치 언어에 대해 비평할 수 있는 난을 만들어 보도를 하는 것도 좋겠다. 권재일 국민들의 언어생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두 집단이 있다면 방송인과 정치인이다. 방송인과 정치인은 소통하기 쉽고 정확하고 품격 있는 언어 사용이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정치적인 발언이나 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우리 전체의 언어 품질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않을까 한다. 정희창 시대가 변해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로 중요한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다. 정치인이 연예인과 비슷해져서 트위터에 한마디 올리면 문제가 생긴다. 그런데 정치인과 연예인은 조금 차이가 있는 거 같다. 정치인은 기본적으로 대립과 상대방이 있다. 그렇다 보니 품격 없는 언어가 정당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정치 언어에 대한 비평이 정당하게 들어가야 그런 것들이 제대로 판단이 되고 걸러지는 효과가 난다. 정리 이경우 어문부장 wlee@seoul.co.kr
  • 산마루놀이터·숲속도서관·특화거리… ‘아이가 행복한 도시’ 종로

    산마루놀이터·숲속도서관·특화거리… ‘아이가 행복한 도시’ 종로

    붕어빵 시설 아닌 어린이들 의견 반영 올해도 177개 사업에 구 예산 17% 투입 어린이집·유치원 등 공기 질 개선도 성과 걸어서 5~10분 생활밀착형 도서관 조성 혜화로 전용극장 등 예술·교육공간 추진“놀이터는 어린이들이 노는 곳입니다. 근데 왜 어린이들에게는 물어보지 않을까요? 예전에 저는 놀이터는 다 똑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근데 ‘산마루놀이터’는 달랐습니다. 모양부터 평범한 놀이터와는 다르게 생겼으니까요.”(창신초등학교 5학년 장효주양) 서울 종로구가 최근 ‘2019년 종로 약속에세이 공모전 수상작’을 모아서 펴낸 ‘약속-평범한 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가운데 산마루놀이터에 대한 편지글이다. 올해 5월 창신·숭인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개장한 ‘산마루놀이터’는 어른들이 만든 평범한 놀이터가 아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아동이 행복한 도시는 모두가 살기 좋은 도시’라는 모토 아래 구청장이 되기 전부터 다년간의 독서와 연구를 통해 구상한 것을 실천에 옮긴 것이다. 김 구청장은 ‘산마루 놀이터’를 만들기 3년 전 지역 내 해송지역아동센터에서 어린이들과 토론을 했다. 어린이들이 마음껏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를 스스로 생각해 반영하기 위해서다. 김 구청장이 “얘들아, 근처 놀이터에서 노는 거 재밌니?”라고 묻자, 아이들은 “다 똑같아서 재미없어요.”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아이들은 놀이터에 화장실이 없어 불편한 점 등 다채로운 의견을 내놓았고, 이는 ‘산마루놀이터’를 탄생시키는 계기가 됐다.구는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2016년 공모를 통해 설계한 뒤 지난 5월 산마루놀이터를 개장했다. 명칭을 공모해 ‘산마루’라는 이름을 최종적으로 결정지었다. 마루는 순우리말로 ‘정상, 꼭대기’라는 뜻으로 도시의 경치를 내려다볼 수 있다는 뜻이다. 또 산과 자연을 벗 삼아 아이들이 자유롭게 노는 곳이라는 의미도 담고 있다. 창신동에 봉제공장이 많다는 점을 착안해 내부에 골무모양 정글짐을 만들고 다른 인공 놀이시설 대신 모래놀이터, 황토바닥 등 어린이들이 흙, 모래, 풀, 나무 등과 친해지며 놀이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들었다. 아름다운 건축물과 공간의 조화를 인정받아 ‘2019 대한민국 국토대전 공공디자인부문 대통령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구는 2016년부터 아동친화도시를 역점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아동친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2016년 2월 기본계획 수립 및 지방정부 협의회 가입을 시작으로 그해 5월 아동실태조사·아동영향평가 용역 실시에 이어 6월에는 프랑스 유니세프 아동친화도시 벤치마킹을 실시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구는 2017년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획득했다. 올해 아동친화사업은 177개 사업이었으며, 아동친화사업 예산규모는 641억 2800만원으로 전체 일반회계 예산 가운데 17.2%에 이른다.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는 우선 공기가 좋아야 한다는 게 구의 철학이다. 구는 민선 5기인 2010년부터 법에서 정하고 있지 않은 소규모 다중이용시설의 실내질을 관리해왔다. 실내 공기측정기를 구입해 어린이집, 유치원, 경로당, 영화관 등 다중이용시설을 방문해 미세먼지, 이산화탄소 등 6개 항목을 측정하고 기준치를 초과하는 곳은 개선을 유도했다. 그 결과 실내공기질 오염도 초과 수치는 2011년 25.9%에서 2013년 8.3%, 2014년 7.2% 2015년 2.0%으로 개선됐다. 특히 종로구의 미래인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집, 유치원 등 113개소를 건강민감시설로 분류하고 연 1회에서 4회로 늘려 실내공기질을 관리하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한 구의 노력은 교육환경 부문에서도 계속되고 있다. 구는 종로 전역에 사람과 책이 공존하는 특색 있는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는 17개의 공공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도서관별로 특화된 주제를 정해 문학에서부터 시청각, 생태, 국악, 영어 등의 자료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특색 있는 도서관을 운영 중이다. 구 관계자는 “민선 5기부터 지금까지 ‘걸어서 5~10분 거리, 생활밀착형 도서관 만들기’라는 비전을 갖고 아이들도 걸어다닐 수 있는 가까운 거리에 작은 공공 도서관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방문자의 수요에 맞게 공공도서관을 운영한 덕분에 종로구 도서관 이용자수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는 삼청공원 숲속도서관이 21세기 사회가 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사람 중심의 미래’에 중점을 둔 혁신이라며 극찬하기도 했다. 또 구는 혜화로에 ‘아이들 특화거리’를 조성할 계획이다. 구는 2020년 4월까지 혜화로 역사탐방로에 아동을 주제로 한 거리를 조성하고 어린이전용 극장인 ‘아이들극장’ 상징물을 활용해 예술·역사, 교육·체험, 휴게공간 등을 꾸밀 예정이다. 구는 그해 5월 혜화로 일대에서 아이들 특화거리 선포식을 열 예정이다. 구 관계자는 “아동친화도시 인증을 통해 아동권리를 고려하는 기본 토대를 마련하고 이에 그치지 않고 지역적 특성에 맞는 아동친화행정을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광명 철산도덕파크타운서 우리마을 한여름밤 영화제

    광명 철산도덕파크타운서 우리마을 한여름밤 영화제

    경기 광명시는 오는 10일 철산동 도덕파크타운에서 저탄소 그린아파트 만들기 사업으로 ‘10·10·10 별 볼일 있는 우리마을 소등행사’를 개최한다. ‘저탄소 그린아파트’ 사업은 광명시와 푸른광명21실천협의회가 실시하는 민·관협력 사업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큰 공동주택 단지를 대상으로 기후변화 대응모델을 개발하고 마을단위의 지역공동체 의식을 함양하기 위해 2013년부터 시작됐다. 마을만들기 추진단 운영사업을 비롯해 소등행사와 환경교육, 마을축제, 마을리더 워크숍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달에 열리는 우리 마을 한여름 밤 영화제는 저녁 8시부터 진행된다. 상영작은 영화 ‘말모이’로, 일제에 의해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시기에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우리말 사전을 만들기 위해 헌신하다 탄압당한 ‘조선어학회 사건’을 다룬 영화다. 최근 일본의 경제보복과 관련해 ‘NO재팬’운동이 확산되고 있어, 이번 영화 상영은 더욱 뜻깊은 의미가 있다. 행사 시 태극기를 지참하면 의미를 더할 듯하다. 행사 후 마을 주민들은 밤 10시부터 10분간 소등행사에 참여하고 에너지절약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 행사는 오는 12월까지 매월 10일 철산동 도덕파크타운에서 오후 6시부터 10시 10분까지 진행된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김포시 “경제 독립운동 실천하겠다” 천명

    김포시 “경제 독립운동 실천하겠다” 천명

    경기 김포시가 일본의 경제침략을 강력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김포시는 5일 일본의 한국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결정이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부당하고 무도한 결정이라면서 ‘경제 독립운동’을 실천하겠다고 천명했다.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지방정부연합은 적극적으로 공동 대응하고 행정용어와 지명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 정리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또 일본산 물품·공사자재 불매운동과 피해기업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일본 교류나 방문지원을 전면 중단하고 시민과 함께 경제독립운동을 지속 전개하기로 했다. 다음은 일본 경제보복에 대한 강력 규탄 성명서 전문. 김포시는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침략 행위를 강력 규탄한다. 일본 정부는 지난 8월 2일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이번 조치는 자유무역 질서를 교란하는 동시에 정경 분리의 원칙을 훼손하는 부당하고도 무도한 결정이다. 뿐만 아니라 부당한 경제적, 기술적 압력과 보복을 통해 우리 경제를 뒤흔들어 미래를 망치려는 고의적 경제 침략행위로 결코 용납할 수 없다. 시는 일본의 경제침략에 대해 시민과 함께 당당히 맞설 것이며, 일본은 경제침략 행위를 조속히 철회하고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한다. 시는 우리나라와 국민 각자가 입은 피해에 대해 정당한 배상 조치가 이뤄질 때까지 ‘경제 독립운동’을 실천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 실천 방안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①김포시는 지방정부연합에 참여하여 적극적인 공동 대응에 나설 것이다. 지난 7월 30일 52개 기초 지방정부로 구성된 ‘일본 수출규제 공동대응 지방정부 연합’에 참여하여 일본의 경제보복에 공동 대응하겠다. ②김포시는 행정용어 및 지명 등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를 말끔히 정리할 것이다. 행정기관에서 사용하는 각종 용어와 지명 또는 행정구역 명칭 등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를 고유한 우리말로 바꾸겠다. 이에 대한 작업은 시민들과 함께 숙의하고 토론하여 가장 민주적 방법으로 추진하겠다. ③김포시는 각종 물품 구입과 공사자재 등 납품 시 일본산 제품을 쓰지 않을 것이다. 시에서 발주하는 물품 구입이나 공사와 관련하여 일본산 제품의 사용을 엄격히 통제하고 국산제품으로의 대체를 적극 추진하겠다. ④김포시는 지역 내 피해기업에 대한 지원을 적극 실시할 것이다.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피해상황을 꼼꼼하게 파악하는 한편, 사태 수습에 필요한 행?재정적 지원을 적극 실시하고 대응책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 아울러, 경쟁력을 갖춘 관내 기업들이 소재?부품?장비 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동시에 중소기업 육성자금을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 ⑤김포시는 일본과의 교류 및 방문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이다. 이 상황이 마무리 될 때까지 일본과의 상호 친선 교류방문 및 일본 해외 시찰 등을 지원하는 각종 사업을 취소하고 중·고교생 수학여행 경비 지원 시 일본방문에 대한 지원을 배제 하겠다. ⑥김포시는 시민과 함께 경제독립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 할 것이다. 김포시는 시민사회단체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및 일본 여행 자제를 적극 지지하는 등 우리의 강한 의지를 표명해 나가겠다. 시관계자는 “일본 정부 행태는 과거 임진왜란과 일제 침략 역사를 떠올리게 한다”며, “우리 선조들은 들불처럼 일어나 나라와 겨레를 위해 초개와 같이 목숨을 던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포시민 모두는 그 후손으로서 우리나라의 역사와 경제를 수호하기 위해 일본 정부의 경제침략에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포시는 ‘제2의 독립운동’을 한다는 비상한 각오로 일본의 경제침략에 단호하게 대응해나갈 것임을 다시 한 번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이명선 기자 mslee@seoul.co.kr
  • [임지연의 내가 갔다, 하와이] “우리도 노노재팬!”…하와이 교민도 참여 분위기 확산

    [임지연의 내가 갔다, 하와이] “우리도 노노재팬!”…하와이 교민도 참여 분위기 확산

    하와이 주에서도 ‘노노재팬'(NONO JAPAN) 움직임이 시작된 분위기다. 하와이주 거주 교민 커뮤니티 사이에 일본 제품 ‘보이콧’에 대한 움직임이 감지된 것. 최근 한일 갈등과 관련, 국내에서 불고 있는 일본 제품에 대한 거부 분위기가 교민들 사이에서도 조금씩 불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한인 교민 거주 비율이 높은 하와이 주에서 일본 브랜드 상품 대신 한국 상품을 팔아주자는 뜻 있는 이들이 하나 둘 생겨나고 있다. 이는 일본인의 거주 비율이 높은 이 일대에서 일본 제품의 유통 규모 역시 상당하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하와이 주 거주민의 약 28%는 일본계 미국인이다. 지난 1900년대 초반 농장 노동자 인력 조달 등을 이유로 시작된 일본인 이주 역사를 계기로 현재 하와이 주에 거주하는 일본계성(姓)을 가진 이들의 수는 약 4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전체 하와이 거주 인구 144만 명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수준이다. 반면 8곳의 크고 작은 하와이 주 섬에 분포, 거주하는 한국인의 수는 약 3~5만 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에 하와이는 미국 대륙을 포함, 가장 일본인들이 이주하기 용이한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로 매년 많은 수의 일본인 여행자들과 현지 일본계 미국인들의 친(親) 일본적인 성향 탓에 현지에는 다수의 일본 브랜드 상점과 대형마트를 찾아볼 수 있는 형편이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일본 대형 유통 업체로는 ‘돈키호테’와 ‘다이소’ 등이 꼽힌다. 이들 업체들은 주차장을 포함, 호놀룰루 시 중심에 입점해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쇼핑몰로 알려진 ‘알라모아나'(Alamoana)에서도 다수의 화장품 브랜드와 의류, 먹거리 등 일본계 브랜드 상점을 찾아보는 것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특히 호놀룰루 도심에 입점한 대형 마트 ‘돈키호테’ 매장의 경우 일본 본토에서 운영 중인 상점의 규모보다 더 큰 규모로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져 일찍이 화제가 된 바 있다. 또한 올 상반기, 대표적인 일본 우익 기업으로 알려진 ‘다이소’가 호놀룰루 중심에 입점하는데 성공한 바 있다. 해당 매장 역시 대형 주차장시설을 갖춘 대규모 형태로 운영 중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에 구매할 수 있는 다양한 물건이 진열돼 있다는 점에서 다이소의 하와이 진출 소식은 현지 일본계 주민은 물론이고 한인 교민들 사이에서도 화제가 된 바 있다. 당시에는 한일 무역 갈등이 고조되기 이전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들 매장에는 한국 교민과 한국에서 여행 온 관광객을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다. 과거 현지 교민은 물론 하와이 여행 중 기념품을 구매하기 위해 이들 매장을 찾았던 다수의 한국인들 덕에 매장 내에서 ‘우리말’로 대화하는 고객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던 것과 크게 달라진 점이다. ‘노노재팬’ 움직임이 국내에서 시작된 이후 하와이 주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들 사이에서도 일본 브랜드와 상점을 찾지 않겠다는 한인 교민들의 뜻 있는 목소리가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 상당수 교민들은 평소 애용했던 일본 브랜드 대신 한국에서 수입된 한국 브랜드 제품으로 대체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금껏 일본 자본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제품 중 일부를 수입, 판매해 왔던 한인 마트들 중에서는 최근 일본 제품을 찾는 교민들이 크게 줄었다는 체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해부터 한인 마트에서 비정규직 아르바이트 직원으로 근무하는 근로자 이성한 씨. 이 씨는 이 같은 분위기에 대해 “지금껏 진열장에 올려놓자마자 바로 판매가 됐던 일본 브랜드 과자와 음료 등을 찾는 교민들의 수가 크게 급감했다”면서 “식품류의 제품 특성상 유통 기한이 있는 탓에 급작스럽게 판매가 저조한 일본 브랜드 제품 재고들은 반값으로 내려 파는 방식 또는 반품 처리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지에서 중고차 딜러로 근무 중인 김상진 씨 역시 최근 일본 브랜드 자동차 대신 국산 브랜드를 찾는 교민들이 늘었다고 설명했다. 김 씨는 “하와이의 경우 3개월 장단기로 거주하러 오는 한국인 관광객들과 1~2년 어학연수, 유학 등을 목적으로 오는 분들이 유독 많은 지역”이라면서 “이런 지역적 특성 덕분에 새 차 대신 중고차에 대한 거래가 비교적 활발한 지역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와 중고차를 거래하려고 하는 고객들 사이에서도 국산차를 찾는 분들이 많아졌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비록 신차를 구매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가격대라면 일본차 대신 국산차를 사겠다는 고객이 늘고 있다는 것. 김 씨는 이에 대해 “동일한 가격이면 일본차 등 외제차를 선호했던 과거 현상과 크게 달라진 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하와이에 거주하는 20~30대 청년들 역시 ‘노노재팬’ 움직임에 힘을 보태겠다는 모습이다. 현지에 거주하는 한인 2세 정주영 씨(39)는 “얼마 전부터 주말에 교회 등에서 만남을 가질 때마다 고국에서 부는 ‘노노재팬’에 우리도 힘을 보태야 한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면서 “특히 주말 모임 때마다 교민들이 먹고 마시기 위해 준비했던 먹거리를 구매할 때에도 일본 마트 대신 한인 마트를 찾고, 우리 브랜드 제품을 구매하는데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뜻 있는 이들의 목소리가 모이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다른 현지 거주민 강지현(33) 씨는 “일본 마트를 가지 않은 지 4주 정도 됐다”면서 “평소 일주일에 한 두 차례 먹거리를 사러 다니곤 했는데 ‘노노재팬’ 움직임이 있고 나서부터는 작지만 힘을 보태기 위해 일본 제품 안 사고 안 먹기를 실천 중이다. 얼마나 힘이 될지 알 수 없지만 해외 교민들 중에도 뜻 있는 분들이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 더 많은 분들이 뜻을 모아주실 것을 믿는다”고 했다. 호놀룰루=임지연 통신원 808ddongcho@gmail.com   
  •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끊이지 않는 논란의 먹거리, 푸아그라

    [장준우의 푸드 오디세이] 끊이지 않는 논란의 먹거리, 푸아그라

    20년도 더 된 어느 여름날로 기억한다.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기면 TV에서는 납량특집이라는 이름으로 공포 드라마를 방영했다. 여러 귀신과 요괴들 중에서도 특히 관심을 둔 건, 인간의 간을 빼 먹어 사람이 되려 했던 구미호였다. 당대 미녀 스타가 구미호 연기를 했기 때문이어서가 아니라, 구미호의 서사 부분에 강한 흥미를 느꼈다. 그 많은 부위 중에 왜 하필 간일까. 꽤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됐다. 간만큼 폭발적인 풍미와 농후한 맛을 선사해 주는 부위가 없다는 걸. 간이 얼마나 맛있으면 벼룩의 그것도 탐하겠는가. 간을 먹는 행위에 어떤 사회·정치적 함의가 있다고 한다면 그것은 단지 ‘맛’에 대한 직감 내지는 본능의 투영이리라. 간에 대한 애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한다. 음식에 간을 가장 많이 활용하는 나라를 꼽자면 단연 프랑스다. 거의 매 끼니마다 먹는 샤퀴테리의 파테에는 닭 간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세계 진미 중 하나로 꼽히는 거위 간이 프랑스어로 불리는 것만 봐도 이 사람들이 간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푸아그라의 ‘푸아’는 간을, ‘그라’는 지방을 뜻한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하면 지방간이다. 중년 남성들이 특히 두려워하는 단어이지만, 프랑스어로 불릴 때는 아우라를 뿜어내는 게, 푸아그라다.푸아그라는 대부분 한 번 익힌 형태로 유통된다. 거위 자체 지방으로 간을 천천히 익히는데 잘못 익힌 돼지 간이나 닭 간의 퍼석함을 떠올린다면 오산이다. 푸아그라는 본디 거위 간을 지칭하지만 오리 간으로도 만든다. 간 자체의 풍미가 떨어지지만, 오리가 거위보다 덜 민감하고 사육하기 좋고 생산성도 높아 거위를 대체하기도 한다. 당연히 가격도 더 저렴하다. 푸아그라라고 팔리는 요리 중에 특별히 거위라고 지칭하지 않는다면 대부분 먹게 되는 푸아그라는 오리일 가능성이 높다. 푸아그라는 최고급 요리의 대명사이자, 동물학대의 전형이라는 극단의 이미지를 갖는다. 푸아그라를 얻기 위해선 거위를 옴짝달싹 못하게 하고 먹이를 강제로 주입해 간을 비대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수많은 논란에도 왜 이런 과정을 거치는 걸까. 배경은 기원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기원전 2500년쯤 만들어진 이집트 벽화엔 거위에 억지로 먹이를 먹이는 모습이 있다. 이를 근거로 이집트인들이 푸아그라를 발견, 내지는 발명했다고 추정한다. 약간의 서사를 덧붙이면 이렇다. 야생 거위는 늦가을에 겨울을 나기 위해 먹이를 가능한 최대한 섭취하는데 어떤 이집트인이 이 시기에 거위 간이 특히 맛이 좋다는 걸 경험적으로 알게 됐다. 이 별미에 매료된 이들이 곧 사시사철 푸아그라를 먹기 원하면서, 억지로 거위에게 먹이를 주는 방법을 고안했다. 그렇게 강제급식이라 불리는 ‘가바주’가 탄생했다. 혹자는 이집트에 살던 유대인들이 가바주를 발명했고 중세를 거쳐 유럽 특히 지금의 알자스 지방에 자리잡아 전통방식으로 푸아그라를 생산했다는 설도 있다. 지금도 푸아그라로 가장 유명한 프랑스 도시는 알자스 스트라스부르다.비판에도 불구하고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농가에서는 가바주가 비윤리적이지 않다고 주장한다. 인간의 시선으로 먹이를 억지로 먹이는 게 불편해 보일 수 있지만, 가능한 한 거위가 편할 수 있도록 먹이를 먹이고 거위가 실제로는 그렇게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에서는 ‘푸아그라=가바주’라는 공식을 깨고 그 옛날 푸아그라를 처음 발견했던 시절의 방식대로 자연스러운 푸아그라를 생산하는 이도 있다. 스페인 엑스트라마두라 지방에서 푸아그라를 만드는 에두아르도 소사가 그러한 인물이다. 소사는 거위를 체계적으로 사육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땅에 날아든 야생 거위들이 스스로 먹이를 찾아 먹도록 하고 일년 중 거위 간이 가장 부푼 시기에 잡아 푸아그라를 생산한다. 당연하고 응당 그래야 할 것 같은 이야기 같지만, 2006년 소사가 프랑스 식품박람회에서 푸아그라로 혁신상을 받았을 때 전 세계가 충격을 받았다. 모두가 가바주 없는 푸아그라는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소사는 지금도 기존 푸아그라 생산자들에게 그가 만든 건 진정한 푸아그라가 아니라는 비난을 받고 있지만 자신의 일에 강한 애착과 자부심을 갖고 있다.그가 만든 푸아그라는 어쩌면 그를 비난하는 사람의 말처럼 전통적인 의미의 푸아그라가 아닌 단지 거위 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맛을 보면 그 모든 논쟁이 다 무슨 소용일까란 마음이 든다. 언젠가 한국에서도 소사가 만든 자연스러운 거위 간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 [기고] 말다듬기, 낯섦과 익숙함의 경계에서/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기고] 말다듬기, 낯섦과 익숙함의 경계에서/김형배 국립국어원 학예연구관

    1991년 개원 이래 국립국어원에서는 꾸준히 우리말 다듬기 사업을 진행해 왔다. 초기에는 외국어나 한자어를 되도록이면 고유어 중심으로 바꾸는 ‘순우리말 쓰기’가 주된 방향이었지만, 근래에는 소통성에 중점을 두고 ‘쉬운 말’로 말다듬기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말다듬기가 ‘순우리말 쓰기’라고 생각하는 일부 사람들은 거부감을 나타내기도 한다. ‘텀블러’를 ‘통컵’으로 다듬었을 당시 ‘컵’은 외래어가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말다듬기의 방향성에 대해 국민과 공유할 필요를 절실히 느낀 바 있다. 누구나 쉽게 이해하게 하려는 것이 말다듬기의 목적이라면 ‘가스, 라디오, 카드, 디지털’처럼 이미 국어의 일부가 된 외래어를 굳이 배제할 이유가 있을까. 쉬운 말로 소통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다들 공감하지만, 실제 말다듬기 과정에서는 ‘낯설고 자연스럽지 않은’ 새로 다듬은 말보다는 어려워도 원래 쓰던 말이 ‘자연스럽다’는 벽에 맞닥뜨리곤 한다. ‘자연스럽다’는 것과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은 어떤 차이일까. 아무래도 먼저 받아들인 말이 자연스러울 것이고 그 말 대신에 다른 말로 대체하려고 하면 그 ‘자연스러움’에서는 조금 멀어질 것이다. 그러나 다소 ‘자연스럽지 않음’을 극복하고서라도 우리말 다듬기를 해야 하는 까닭은 영어를 잘 모르거나 전문 분야에 지식이 없는 사람들을 소외시키지 않으면서 우리말로 누구나 쉽게 소통하는 언어 환경을 만드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물론 새로 들어온 어려운 외국어를 다소 낯선 우리말로 바꾸는 일은 끊임없는 노력이 따름에도 정착할 확률은 사실상 높지 않고 비효율적인 일이다. 실제로 지금까지 국립국어원에서 다듬은 말은 2만여 개에 이를 정도로 많지만, 진정으로 국어 생활에 정착된 다듬은 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점점 더 비중이 높아지는 외국어는 우리말의 생명력에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다. 따라서 우리말로 대신할 말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이로써 쉽게 소통하려는 노력은 그만큼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 말글을 더 쉽고 윤택하게 쓰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일에 우리 모두가 관심을 두고 참여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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