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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50돌과 나라말/송상옥 소설가(굄돌)

    프랑스 사람들이 자기나라 말에 대해 갖는 애착과 긍지가 대단하고,그 순수성을 지키고 가꾸는 정성이 보통 아님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국제사회에서 영어의 위력이 커질수록 프랑스어의 상대적인 쇠퇴를 막으려는 노력 또한 유별나다는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어떤 형식의 모임이건 국제회의 성격을 띤 장소에서 자기나라 말을 공식어로 쓰게 하려고 애쓰는 사람들은 언제나 프랑스 대표들이다.그 때문에 그들이 주최측과 티격태격 하는 걸 흔히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는 외국어를 너무 남발하고 있다.열 몇해 미국에서 지내다 돌아온 내가 가장 의아스럽게 여긴 것도 이 점이다.누구나 외국에서 오래 살다보면 오히려 자기 것을 찾고 귀하게 여기게 된다는 상투적인 말을 하려는게 아니라,우리의 외국어 남발이 너무 지나치다는 말이다. 여기서 하나 하나 나열할 것도 없다.거리에 나가면 금방 눈에 띄는 가게 이름,화려한 선전판의 상품,기업체 이름은 물론 담배·술·신문광고…책방의 여성잡지 진열대에 가보면 숫제 가관이다.제호로 봐선 어느나라 것인지분간이 되지 않는다. 또 부자연스러운 합성어는 어떤가.휴대전화를 굳이 「휴대폰」으로,긴 다리면 될 것을 왜 꼭 「롱 다리」라고 해야하는가.이런 현상은 국제무대에서 「외국어 후진국」상태를 벗어나려는 우리의 노력과는 아무 관계도 없는 것이다. 여성지의 경우,외국 이름을 붙여야 세련돼 보이고 잘 팔린다고 주장하는 잡지사 측은,아름답고 고운 우리말을 찾아 붙이려는 노력을 조금이라도 기울여봤는지 궁금하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바꾸는데 50년이 걸렸다.이제 우리말을 가꾸는데도 정성을 쏟을 때다.프랑스 사람들의 10분의 1만큼이라도.거기에는 시한이 있을 수 없다.
  • “외국인·교포 2,3세에 우리말 널리 전하자”

    ◎한국어 「표준교재」 개발 한창/국제교류재단­하와이 KLEAR센터 공동추진/영어권­국내 33개 대학 교수 47명 참가/초급∼최상급 4단계 총14권 발간 예정 전 세계 영어권 대학에서의 한국어교육을 위한 한국어 표준교재 공동개발사업이 한창이다. 6개년 계획으로 추진중인 이 사업은 미국 하와이에 있는 「국제 한국어 교육·연구센터」에서 이루어지고있다. 이 센터는 지난 해 7월 국제교류재단의 지원으로 설립됐다.하와이 주법에 따른 법인체로서 하와이대 동아시아 어문학과장인 손호민(62)교수가 소장을 맡고있다.국제교류재단은 이 센터와 1백만달러 규모의 교재 개발사업 계약을 맺었다. 이 사업에는 미국,캐나다,호주등 영어권 나라와 한국의 33개 대학에서 47명의 한국어 전공교수들이 참여하고있다. 사상 처음으로 한국의 전격 지원아래 전 세계의 영어권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교수들이 모두 모여 교재를 공동개발하는 획기적 사업인 것이다. 80년대이후 한국의 국제적 지위가 크게 향상되면서 영어권 대학에서 한국어를 배우려는 수강생들이크게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교재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었다. 2∼3개의 교재가 1∼2학년 수준에서 사용되고있으나 이는 주로 한국내에서의 외국인 교육을 위한 것이고 외국에서의 실정에는 맞지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현지 교수들의 불만이었다. 한국내에서는 한국인들과 함께 생활하기때문에 외국인들이 이 정도 교재만 가지고도 어느 정도 한국어 숙달이 가능하지만 외국에서는 교실만 나서면 그만이라고한다.한 학기를 가르쳐봐야 문장 몇 개 외우게하는 것이 고작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이 교재들도 초급수준에 머물고 3∼4학년 대상의 고급 교재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 때문에 체계적인 한국어 교재의 필요성은 한국어 과정이 개설된 모든 대학에서의 공통된 것이었다. 현재 영어권 나라에서 한국어과정이 개설된 대학은 줄잡아 80여개에 이른다.미국에서만도 한 학기에 한국어를 수강하는 대학생수가 5천여명을 넘어서고있다. 특히 70년대 후반부터 한국어를 잘 모르는 교포 2·3세들이 대거 대학에 진학하면서 한국어 과정 수강생들은 급격히 늘어났다. 한국어 표준교재는 초급,중급,고급,최상급 4단계로 나누어 총 14권이 발간되며 초급과정의 3권자리 본 교재는 1권은 올해안에 나올 예정이다. 교재개발을 위한 지침서 6권이 벌써 완성되어 이를 바탕으로 현재 말하기·듣기·쓰기등 각 분야별로 나누어 교재 집필이 진행되고있다. 국제 교류재단은 이 사업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일본어,중국어,러시아어,불어,독일어등 각 언어권에서의 한국어 교재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인터뷰/국제 한국어교육 학술대회 참가차 내한/손호민 하와이대 교수/“우리것 알리기엔 한국어 가르치는게 최고”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한국학을 진흥시키는 데는 한국어 교육이 필수적입니다』 제6차 국제 한국어 교육학술대회(15∼17일)에 참석차 서울에 온 「국제한국어 교육·연구센터」(KLEAR)의 손호민(62)소장은 한국어 교육 표준교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난 71년 제가 하와이대에서 처음 한국어 교육강좌를 맡을 때만해도 한 강좌에 학생 1∼2명이 고작이었는 데 이제는 10∼15명으로 늘었고 한학기 전체 수강생은 1백50여명이나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한 교재가 없다는 것은 국가적 자존심의 문제라는 것이다.늘어나는 수강생들에게 교재가 없어 신문을 복사해 나누어주면서 얼굴이 뜨거웠던 적이 많았다고한다. 일본어의 경우는 이미 20여전부터 표준교재가 사용되고있기 때문이다. 아직 초기단계인 교재개발사업은 숙달도 위주의 외국어 교수법에 따라 단계별로 16개의 교재개발원칙을 적용해 진행하고 있다. 초·중·고급·최고급을 각각 3단계로 나눠 교재를 개발한 뒤 말하기·듣기·읽기·쓰기의 숙달정도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수시로 참여교수들과 의견을 교환하기는 하지만 문법보다는 실용성위주의 교재를 만든다는 것이 어려운 작업이라고 한다. 손 소장은 『각국의 대학에서 자리잡고있는 참여교수들이 한 자리에 모이기가 쉽지않은 현실에 비추어 센터내에서 상근할 전담교수가 필요하지만 구하기가 쉽지않다』며 안타까워했다. 『국가적 대사업이고 한번 개발하면 오랫동안 사용해야할 교재이기 때문에 서두르지않고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것이 손 소장의 목표이다.
  • 광복과 항복의 두얼굴/김승희 시인·미 버클리대 교환교수(서울광장)

    미국의 가장 서쪽 바닷가에 앉아 눈앞에 망망히 펼쳐져 있는 태평양을 바라본다.누군가 여기서 저 바다를 쭉 따라 가면 우리나라 동해가 나온다고 말한다.가만히 생각해보니 여기는 미국 대륙의 가장 서쪽,우리말로 하자면 서부의 토말리(전남 해남땅의 맨끝에 있는 땅끝마을)와도 같은 곳인데 우리나라쪽에서 보면 동해가 되니 세상이란 참 이상하구나,라는 생각이 든다.우리나라의 동해가 이쪽에서 보면 서해가 된다는 사실은 세상에는 단지 자기중심적인 해석이 있을 뿐 절대 변할 수 없는 어떤 절대적인 것,불변의 향방 같은 것은 없는 것이 아니냐 라는 상대주의적 인식을 준 것이다. 그런 상대주의적 인식은 「종전 50주년」에 대한 서로 다른 시각을 만날 때도 강하게 나를 혼란시키고 있다.우리는 올해를 「광복 50주년」으로 부르면서 해방된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다.이곳 버클리 대학 동아시아 도서관에 소장된,서울에서 건너온 잡지들만 봐도 많은 잡지들이 「광복 50주년」특집 증면호들을 마련하여 해방이후 우리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 보고 있는 것을 만날 수 있다.그러나 미국의 입장에서의 「종전 50주년」은 자신들이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나가 일본과 독일의 제국주의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는 강한 자부심과 더불어 『그러나 과연 히로시마 원폭투하는 인류평화를 위해 꼭 필요불가결했던 것인가』라는 양심의 반성을 담고 있는 것 같다.그래서 지난 일요일에는 히로시마를 생각하는 시민들의 모임이라는 행사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기도 했다.「종전 50주년」에 대한 미국의 태도는 이렇게 자기힘의 확인에 대한 자부심과 자기반성이 어울린 것이라고 보여진다. 그런데 올해를 「항복 50주년」이라 부르고 있는 일본의 태도는 철저하게 항복의 슬픔과 히로시마의 고통을 내세우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피해자 측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히로시마 사진전이나 히로시마의 후유증들을 매스컴을 통해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서방세계에 죄의식을 일으키고 동시에 자신이 가혹하게 지배했던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해서 가해자로서의 책임과 죄를 면제받고 싶어하는 것이다.심지어 『과연 일본이독일이나 다른 유럽국가였다면 미국이 원자폭탄을 떨어뜨릴 수 있었겠는가? 히로시마는 미국이 아시아를 무시한 결과다』라고 말하는 재미교포를 본 적도 있다.일본제국주의의 지배로 인한 고통을 누구보다도 많이 당했던 한국이 같은 아시아권이라는 이유하나로 일본의 피해자의식에 동의해준다는 것은 일본이 아시아에 가혹한 가해자였다는 역사조차를 잊어버린 편리한 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한 최소한의 배상조차 안하고 있는 그들이 아닌가. 어쨌든 우리는 광복 50주년에 이제야 옛 총독부건물의 상징적 해체를 시작했지만 일본은 항복 50주년에 이미 미국을 경제적으로 정복하여 미국의 길에는 일본 자동차가 쫙 깔리고 미국가정의 거실에는 일본이 만든 만화영화가 소니 텔레비전을 통해 넘쳐들고 있다.항복의 시간뒤에 이미 경제의 힘으로 자신의 빚을 되찾을 광복을 철저하게 만들어 오고 있었던 것이다.그렇다면 우리가 광복절만 되면 광복을 분에 넘치게 자축한다는 일이 부끄러운 일임을 느낄 수 있게 된다.히로시마의 결과로 광복을 얻었지만 겨레는 두동강이 되었고 아직도 남이 채워준 족쇄를 허리에 차고 있는 형편이며 방송과 광고는 일본베끼기에,인기있는 신세대 문인은 일본작가 하루키 베끼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을 생각할 때 50년전의 역사적 광복과 항복이 이제 뒤집혀져 버린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우리에게 동해가 남에겐 서해일 수 있듯이 우리에겐 광복이 남에겐 항복이었으며 그 항복의 절망이 경제적 정복을 낳는 긴 시간동안 우리는 분단이라는 기형적 현실을 고치지도 못하고 여기까지 왔다는 슬픔을 우리가 직시할 때만 참으로 의미있는 새 광복을 만들 수 있을 것같다.
  • 한국에선…/일본어 잔재(한국속의 일본,일본속의 한국:16)

    ◎왜색 말 공사장·음식점 등 곳곳 난무/가꾸목·시다·시마이 모르면 일 못해­공사장/사시미·야끼만두·사라 일상용어로­음식점/조사 「의」자·수동태 함부로 쓰는것도 일본 말투 『히야시 잘된 맥주 있어요』 동네구멍 가게 등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이다.「히야시」는 「차게」라는 일본어다. ○생활속 뿌리내려 광복 50주년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치러지고 있지만 우리의 입가에는 일본의 냄새가 여전하다. 「곤색」이 「감청색」보다 자연스럽고 「기지」(옷감)라고 해야 더 잘 알 수 있다고 양복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시미(생선회) 2인분」,「야끼(군)만두」,「와리바시(소독저·나무저)」,「다마(알·구슬)」,「가라(가짜·헛)」,「요지」(이쑤시개),「우동」(가락국수)과 「다꾸앙」(단무지),「사라」(접시),「지라시」(낱장·광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몰아낼 수 있는 일본말들이 일상용어에 헤아릴 수 없이 남아있다. ○지식인도 즐겨써 공사판 용어들은 더하다.「가꾸목」(각목·각재),「가다밥」(틀밥·찍은밥),「가다와꾸」(거푸집),「가도기레」(모서리천),「겐치석」(축댓돌),「노가다」(공사판 노동자),「데모도」(허드레꾼·조수),「마도와꾸」(문틀),「시다」(밑일꾼·보조원),「시마이」(마감),「십장」(감독·반장·조장),「쓰미」(벽돌공) 한참듣고 있노라면 우리말에는 없는 고유명사의 나열처럼 들린다. 『처음엔 거부감도 일었지만 이런 말을 모르고는 제대로 일을 할 수가 없어 무의식중에 일본말을 배우게 됐습니다』 여름 방학동안 공사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대학생 김승경군(20)에게 이제 일본말은 전혀 낯설지 않다고 말한다. 공사판 뿐만이 아니다.그가 들었다는 한 운전사의 넋두리는 차라리 희화적이다.『기름을 「만땅꾸」(가득) 넣고 「빠꾸」(물러나다)하다가 벽에 부딪쳐 차에 「기스」(흠)가 났다』 그는 이표현을 소개하면서 씁쓸하다 못해 울화가 치민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전히 지식인이나 문인들이 「예삿일」이나 「흔한일」대신 「다반사」를 즐겨 쓰고 「담합」(짜다)과 「부지」(터)가 신문지면에 남아있는 현실에서 완전한 우리말 찾기는 결코 쉽지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쓰메끼리」(손톱깎이),「아다리」(수·적중),「오야봉」(우두머리),「와꾸」(틀·테두리),「쿠사리」(면박),「기도」(문지기),「파지」(종이부스러기),「히키」(끌기) 등도 이미 회사원의 하루 일과에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일본식 발음 못지않게 우리말을 병들게 하는 것이 일본말법이다. 『1922∼1925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서울역사를 소개하는 역앞 표지판에 쓰인 글귀다.하지만 「지어진」은 「지은」으로 고쳐야 우리 어법에 맞는 표현이다.행동의 주체를 드러내길 꺼려 「지다,되다,되어지다,불리다」 등 수동태를 함부로 쓰는 것은 대표적인 일본말법이다.「교육악법도 반드시 개정되어야」와 「유망주에게 기대가 모아집니다」는 「개정해야」,「모입니다」로 고치는 것이 바른 말법이다. 조사(토씨) 「의」를 마구잡이로 쓰는 습관도 우리 언어감각을 마비시키고 있다.「만남의 광장」은 「만나는 자리·곳」이 옳은 쓰임이다.「나의 살던 고향」은 내가살던으로 고쳐야 한다.「헌혈의 집」은 「헌혈하는 집」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이처럼 일제 식민지시대가 남긴 일본말의 찌꺼기는 우리가 느끼는 것보다 훨씬 깊숙하게 일상생활속에 자리잡고 있다.심지어 일본 영화나 대중가요 수입을 반대하는 지식인들조차 왜색 언어에서는 쉽사리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나랏말은 곧 정신 부산시 부산진구 당감1동에 있는 순수 민간단체 「한국글쓰기연구회」는 지난 83년 창립된뒤 달마다 「우리말과 삶을 가꾸는 글쓰기」라는 회보를 내고 있다.교사·학부모·대학생 등 회원은 7백여명에 이른다.알음알음으로 연구회를 찾는 이가 많아 회원은 갈수록 늘고 있다.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살아있는 우리말로 정직하고 가치있는 글을 써서 참된 삶을 가꾸게 하자는 것이 연구회의 목적이다.93년부터 경기도 과천에서 「우리말 살리는 모임」을 이끌어온 이오덕(70)옹은 지난 3월 효과적인 활동을 위해 모임을 이 연구회에 합쳤다.하루빨리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우리말을 이어줘야 한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지난 44년 이후 주로 농촌지역의 국민학교에 근무하면서보고 느낀 점을 바탕으로 글쓰기를 통한 교육을 연구·실천해온 이옹은 바른 글쓰기를 위한 책자를 여러 권 펴내기도 했다.그는 『지난 반세기동안 정신없이 남의 흉내만 내면서 겉치레에 몰두하다 보니 다리와 집·길·배·차들이 다 무너지고 불타고 가라앉고 떨어지고 하는 판이 됐습니다』며 『우리가 쓰는 말과 글도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말이 곧 정신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우리말은 병들고 『무엇보다 문인이나 지식인들이 퍼뜨리고 있는 어려운 일본말·말법은 마치 암세포 같이 우리말을 잡아먹고 우리말의 뿌리를 말려 죽이고 있습니다.딱하고 답답한 노릇이지요』 식민지시대를 체험한 구세대 뿐만 아니라 해방이후 세대인 소장학자나 대학생들사이에서도 일본말의 잔재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교과서와 참고서,외국번역서적을 접하면서 미처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일본말과 말법에 물들고 마는 것이다. 물론 일부에서는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정립해 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우리말처럼 굳어 버린 일본말 한·두마디를 바꾸는 것이현실적으로 무슨 이득이 있느냐고 반문한다.그러나 한 민족의 언어가 정신 생활의 토양이 된다는 점에서 광복 50주년이 되도록 떨쳐 버리지 못하는 일본말의 유령이야말로 바로 우리의 자화상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 한국에선…/범람하는 일 만화(한국속의 일본,일본속의 한국:14)

    ◎작년 출판 만화 6백여만권… 80%가 “외색”/88년 「드래곤 볼」 성공적 침투뒤 급속 확산/거의가 외설·폭력물… 청소년 정서 “악영향”/만화계 “시장개방때까지 적정선 규제” 촉구 주부 이현정씨(37·서울 양천구 목동아파트 10단지)는 국민학교 2학년인 아들 때문에 요즘 걱정이 많다.방학숙제로 동화책읽기가 있는데 아이는 동화책을 거들떠보지도 않고 허구헌날 「잔인하고 지저분한」 일본만화에만 매달려 있어서다.이씨는 고민 끝에 아들과 약속을 했다.동화책 2권을 읽으면 일본만화 1권을 대여점에서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주부 대부분이 이씨와 비슷한 고민을 한다.아이들 정서에 좋잖은 영향을 주는 일본만화를 못 보게 할 수가 없는 실정이다.국민학생에게는 「드래곤 볼」,중고생에게는 「슬램 덩크」로 대표되는 어린이·청소년대상 일본만화는 거의 예외없이 외설·폭력적이다.그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는 지난 5월 있은 「보이스 클럽」폐간 사례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곳곳 낯붉힐 장면 「보이스 클럽」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출판사인 동아출판사가 국민학교 상급생과 중학생을 겨냥,지난해 12월 창간한 격주간 만화잡지.당시 출판사측은 『국내 작가들에게 적극적으로 지면을 줘 왜색만화를 몰아내고 한국인 정서에 알맞는 만화문화를 육성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그러나 YWCA 만화모니터모임은 5월29일 이 잡지의 내용을 집중분석한 20쪽짜리 보고서를 공개하고 출판사에 즉각 폐간을 요구했다. 보고서의 지적은 끔찍할 정도다.교사가 학생을 살해해 인육을 먹는 장면이 있는가 하면,국민학생이 제한시간 안에 문제를 풀지 못하면 살해된다는 조건으로 컴퓨터게임을 하는 내용도 있다.이밖에 「자위행위」「처녀막」「오르가슴」등의 단어가 낯뜨거운 장면과 함께 곳곳에 등장한다. 「보이스 클럽」은 바로 폐간됐지만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지금도 버젓이 판매되는 청소년 만화잡지들이 「보이스 클럽」보다 나을 게 없기 때문이다.대형출판사가 「점잖게」 만화잡지를 시작했다가 판매부진으로 자극적인 일본만화를 실었고,결국 망신만 당한 이 사례는 「일본만화의 한국 장악」을 극명하게보여준다. ○스토리구성 앞서 만화계는 지난해 시중에 나돈 만화 6백여만권 가운데 80%이상을 일본 것이라고 보고 있다.곧 ▲수입금지된 일본 단행본 만화를 국내 잡지에 연재한 뒤 다시 단행본으로 낸 경우 ▲왜색풍이 심한 부분만 살짝 고쳐 국내 작가 이름으로 나온 책 ▲대사만 우리말로 고친 해적판을 합치면 사실상 그 정도 된다는 계산이다. 일본만화가 국내에 자리잡은 것은 지난 88년 「드래곤 볼」에서 비롯됐다.비디오가 먼저 나와 큰 성공을 거두자 「드래곤 볼」만화책이 뒤따랐고 이어 「슬램 덩크」등이 쏟아져 들어와 유행을 이루었다.특히 「드래곤 볼」과 「슬램 덩크」등 몇몇 책은 시리즈로 40∼50권씩 출간돼 그동안 수백만부가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처럼 일본만화가 판치는 까닭은 『만화수준이 높기 때문』임을 많은 만화가가 인정하고 있다.폭력·선정성이 물론 우리 정서에 맞지는 않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다.만화가들은 먼저 스토리구성이 뛰어난 점을 든다.일본에서는 만화를 영화의 경우처럼 종합적으로 제작한다.그 과정에 자료수집자,스토리구성 작가가 함께 참여해 다양한 소재를 변화 많은 줄거리에 담아내고 있다.또 그림의 선이나 구도가 각기 독특한 개성을 이루는 것도 장점이다. ○해적판 방치상태 반면 일본만화의 성행원인을 우리 제도의 허술함에서 찾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우리 만화는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지나치다 할 만큼 사전심의를 철저히 하면서도,공공연히 유통되는 일본 해적판만화는 방치해 둔다는 지적이 그 하나다.또 ▲단행본 만화 직수입은 금지하면서도 이를 잡지에 연재한 뒤 출간하면 허용된다든지 ▲단행본에 비해 잡지에 대한 규제는 거의 없다는 것도 꼽는다. ○소재제약 풀어야 한국만화가협회 권영섭 회장(56)은 『현재 말로만 만화시장이 개방되지 않았지 사실상 일본만화는 마음대로 들어오고 있다』면서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도 시장이 정식개방되기까지는 일정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가령 만화잡지에 실리는 일본만화비율을 20%이내로 제한하는등 적극적인 행정지도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이와 함께 우리 만화에 대한 소재·그림제약을 이제 풀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우리 만화계가 일본만화의 시장지배를 묵묵히 바라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올들어 만화계는 우리 작품을 일본에 수출하는 적극 공세에 들어갔다.방학기씨의 「대도 임꺽정」이 「조선 수호지」란 제목으로 일본에서 발간됐으며,최근 영화로 만들어진 지상월씨의 「붉은 매」도 진출했다.이밖에 이현세씨의 「활」,이희재씨의 「저 하늘에도 슬픔이」,박성우씨의 「용신전설」,이태호씨의 「블랙 코브라」,오세호씨의 「수국 아리랑」,이태형씨의 「헤비메탈 식스」,양경일씨의 「소마신화전기」,백성민씨의 「장산곶 매」등이 소개됐다. ○유통부문 개선을 더불어 중견출판사들이 만화출판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 채비를 하고 있는 것도 바람직한 현상으로 꼽힌다.대교출판의 계열사인 프레스빌이 이미 「대도 임꺽정」을 냈고 해냄·시공사·홍익출판사가 현재 준비중이다.이 가운데 홍익출판사는 만화전문 출판사인 「홍익리서치」를 따로 설립,국내에서의 만화출판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중국·동남아시장을석권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이 출판사 이승용 대표(43)는 『현재 우리 만화계가 몇몇 인기작가에만 의존해서 그렇지,과감한 투자로 재능있는 신인을 발굴·육성하면 3∼5년 안에 그 수준을 급격히 높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이사장은 그러나 만화에 대한 인식이 낮은 점을 우려하고 그 예로 대형서점에서 만화 단행본을 취급하지 않고 있음을 들었다.그는 만화의 질 향상과 함께 유통부문이 개선돼야만 일본만화의 범람 속에서 우리 만화가 살길을 찾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101세 독립투사 김경하옹의 광복 50돌 기원

    ◎광복조국 밝은 모습 뿌듯/민족통일이 마지막 소원/“서대문 형무소 붉은 담장 아직도 눈에 선해”/김좌진 장군 딸등도 함께 감회 젖어 늙은 독립투사가 15년만에 다시 들러 바라다본 광복 50주년의 조국땅은 밝고 힘에 가득차 있었다.살아있는 최고령 독립투사인 김경하옹. 평북 강계가 고향인 김옹의 올해 나이는 1백1세. 그의 정확한 생년월일은 금세기가 아닌 19세기말인 1895년 3월 24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열혈청년의 정열이 남아있는 듯 김옹은 광복 50주년 기념식을 하루 앞둔 14일 상오 서울 독립공원에서 기자들에게 큰 소리로 소회를 피력했다.『70여년전 서대문형무소의 붉은 벽돌 담장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나라 잃은 청년의 비애같은 것이 느껴집니다.그러나 오늘 이 땅에 사는 청년학생들이 밝고 힘에 넘쳐 가슴 뿌듯합니다』 김옹은 조국이 자기를 잊지않고 광복 5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해 준 게 무척 흡족한 모습이었다. 김옹이 독립투사로 형극의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은 3·1독립만세운동이 전국적으로 번진 기미년 4월8일 강계 장날.당시강계 영실중 교사로 재직중이던 김옹은 동료 교사들과 함께 독립만세운동을 주동하다 일본 기마헌병에 붙잡혀 징역 2년6월형을 받고 평양감옥에 수감된다.그러나 고문 후유증으로 병보석 되어 풀려나자 만주로 피신,선교활동을 통한 항일운동을 계속했다. 우연한 인연으로 미국으로 건너가 40여년동안 목사로 활동을 해오고 있다.『조국사랑은 누구나 당연한 것이며 결코 자랑거리가 안되는데…』. 김옹의 곁에는 김옹처럼 국가보훈처의 초청으로 조국 땅을 밟은 김좌진 장군의 외동딸 김순옥(68·중국 연변)씨와 전명운 의사의 둘째딸 전경영(72·미국 로스앤젤레스)씨,그리고 외국인이면서 우리의 독립을 위해 고종황제의 밀사로 외교활동을 했던 호머 헐버트의 손자 리처드 헐버트(67·뉴욕 캐미컬뱅크 직원)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그들의 표정도 김옹과 같이 감회에 젖어 있었다. 『우리의 아버지들이 이렇게 자랑스런 일을 한 줄은 몰랐어요.살면서 고생은 했지만 정말 자랑스러워요』 청산리전투의 영웅 김좌진장군의 딸 김순옥씨는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의얼굴조차 모른다.독립운동 뒷바라지에 고생만 하던 어머니는 그녀를 낳다 세상을 떠나 아버지의 부하였던 김기철에 의해 키워졌다고 했다. 『어떻게 소문을 듣고 일본경찰들이 찾아와 여러차례 매를 때리곤 했어요』.농사를 짓고 살면서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기는 고생을 했다는 그녀는 이번에 장군의 외손녀인 위연홍(45)씨와 함께 처음으로 조국땅을 밟았다. 미국의 외교고문자격으로 친일 행각을 노골적으로 벌이던 스티븐스를 향해 총을 뽑았던 전명운의사의 딸 전경영씨는 『영원히 아버지를 사랑하고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말했다.어릴적 부터 미국에서 자란 탓에 우리말은 서툴지만 사회사업을 하는 애국지사의 후손답게 힘차고 또렷또렷하게 얘기했다. 묵묵히 듣고있던 최고령 독립투사 김옹은 『이제 바라는 게 있다면 남이든 북이든 한자리에 모여 오래오래 사이좋게 번영하는 민족의 통일,통일을 이룩하는 것입니다』.이 말을 뒤로 김옹의 눈에는 「간절한 소망」의 이슬이 맺혔다.
  • 임정총리 이동휘 선생의 손녀·외손자/할아버지땅서 “백발의 상봉”

    ◎리 류드밀라·오도영씨 동작동국립묘지 추도식서/카자흐·중국서 생사모른채 60여년/빛바랜 가족사진 보며 감격의 눈시울/“이번에 건국훈장 받은 조부도 지하서 기뻐하실것” 『네가 내 동생이냐』,『오빠…』 생사조차 모르고 이역땅에 떨어져 살아온 이동휘(1873∼1935)선생의 손녀와 외손자가 광복 50주년을 맞아 12일 상오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에서 거행된 「한국독립유공 외국인추도식」에서 극적으로 만났다. 이들은 이선생의 장남 이영일씨의 딸 리 류드밀라 다위브나씨(62·카자흐스탄 알마아타 거주)와 차녀 이의순 여사의 아들 오도영(71·중국명 호덕성·중국 상해 거주)씨. 백발의 세월을 기다린 뒤 서로 만난 외사촌 오누이는 부둥켜안은 채 소리없이 눈물만 떨구었다. 이들은 광복회와 국가보훈처가 해외에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독립지사의 유족 2백40여명을 올 광복절 행사에 초청하는 과정에서 혈육임이 확인돼 만났다. 이들은 한동안 철부지 어린아이처럼 『오빠,동생』이라고 외치며 서로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둘 다 얼굴에는 세월의 무게가 실려 깊은 주름이 패고 피부는 거칠어졌지만 부드러운 눈매나 오똑한 콧날 등에서 혈육을 확인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었다. 차근차근 동생의 얼굴을 뜯어보던 오씨는 품속에서 빛바랜 사진 10여장을 꺼냈다.반명함판 크기의 이선생 사진과 오씨부부의 결혼당시의 모습,이선생의 부인 강정혜여사의 인물사진 등이었다. 이씨는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받아들고 『할아버지,할머니』하고 외치다 다시 눈물을 쏟아놓았다.이어 생존해 있는 가족이 더 있는지,그동안 생활은 어떻게 해왔는지 서툰 우리말로 서로 안부를 물었다. 이씨는 『친척들의 모습을 애타게 그리워하시다 7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 같다』고 흐느껴 주위사람들의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이들은 『생사여부도,어디서 사는지도 모르던 친척을 찾아 혈육의 정을 느낄 수 있게 해준 우리 정부에 감사한다』면서 『역시 대한민국 정부가 제일』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들은 지난 1919년 상해 임시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선생이 이후 좌익노선에 가담했다는이유로 우리나라에서 외면받아오다 이번에 건국훈장·대통령장을 받은 데 대해서도 『할아버지도 지하에서 기뻐하실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15분간의 짧은 상봉을 마친 뒤 오누이는 두손을 꼭 잡은 채 통일전망대로 향하는 버스에 나란히 올랐다. 한편 이날 엄수된 추도식에는 황창평 국가보훈처장,김승곤 광복회장 및 해외거주 독립유공자후손과 유족 등 6백여명이 참석했다. 광복5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외국인 독립유공자 및 후손을 초청해 이루어진 이날 행사에는 국내외에서 일제에 항거한 우리 독립투사의 후손 2백4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 일제잔재 「부락」 명칭/마을로 통일시켜

    내무부는 27일 행정용어와 일부 법령에서 사용중인 「부락」이란 명칭이 일제잔재란 지적에 따라 앞으로 우리말인 「마을」로 고쳐 쓰도록 중앙부처 및 지방행정기관에 요청했다. 내무부는 최근 「극일운동 시민연합회」의 이같은 지적에 따라 국립국어연구원에 어원의 검증을 의뢰한 결과 사실임을 확인했다.
  • 중견작가 유순하씨 새 장편소설 「아주 먼 길」

    ◎“가진 자의 탐욕 날선 언어로 해부” 지난 8∼9년간 집중적인 글쓰기로 주목 받아온 중견작가 유순하씨(52)가 새 장편소설 「아주 먼 길」을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낸다. 희곡 「인간이라면 누구나」로 68년 사상계를 통해 데뷔한 그가 첫 소설집을 낸 것은 지난 88년.이후 그는 마치 늦은 물오름에 한풀이라도 하듯 1년에 두세권씩 단행본을 쏟아냈다.노동문학으로 분류되는 「생성」「배반」,일본에 대한 민족감정을 다룬 「고궁」,우리 사회 중간층의 목소리를 묶어낸 창작집 「벙어리 누에」를 거쳐 94년 여성운동의 문제점을 추궁한 「한 몽상가의 여자론」,올초 대기업 삼성의 실체를 파헤친 비평서 「삼성,신화는 없다」까지 그는 남들이 손대지 않는 곳으로 끊임없이 글감의 폭을 넓혀온 소설가로 꼽힌다. 하지만 이처럼 많은 그의 작품을 하나로 묶는 끈이 있다.그것은 바로 상식을 존중하는 균형감각이다.사람살이의 소박한 윤리를 믿는 그의 소설은 간혹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것이 작품을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하는 받침대 역할을 해왔다. 「아주 먼 길」은 이런 점에서 지극히 유순하적인 작품이다.서울의 대학휴학생 영선과 농촌 처녀 준희의 눈으로 번갈아 쓰이는 이 소설은 가진 사람들의 탐욕과 타락을 날선 언어로 해부하면서 인간됨의 본질을 묻고 있다. 물욕에 휘둘리는 아버지와 아귀 같은 어머니를 미치도록 증오하는 영선은 어머니가 작은 부인임을 알게되고부터 스스로를 타락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그런 그에게 뒷산의 들풀처럼 스스럼 없는 준희가 나타난다.또 자신보다 더 버거운 삶을 버텨온 이복형제들,식구들의 패악을 감싸는 가정부 재윤 어머니도 그의 마음을 흔드는 인간성의 소유자다.소설은 결국 아버지의 죽음과 「한때 소녀시절엔 미래에 대한 보랏빛 꿈을 꾸며 흰천에 꽃수를 놓던」 그러나 지금은 욕망 때문에 쓰러진 어머니의 비참한 발작앞에서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하는 영선의 깨어남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어찌보면 밋밋해뵈는 얼개지만 우리말의 아름다움이 책읽는 즐거움을 더한다.「맑은 공기가 콧구멍을 거쳐 가슴에까지 이어 흐르는 소리가 호르르 울리는듯했다」「문득문득 들국화가 나타났다.더러는 두셋이 함께,더러는 홀로,더러는 건성드뭇이 무리를 지어」같은 아름다운 문장에서 지은이의 농익은 붓끝을 엿볼 수 있다.
  • 「대륙의 한」 1∼2권 펴낸 이문열씨(저자와의 대화)

    ◎“백제의 요서점령은 자랑스런 역사”/4∼5세기에 진출… 북위침략군 수십만 격퇴/「근초고왕의 조카 여광이 주역」 허구 도입 이 시대 최고 작가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이문열씨(47)가 잃어버린 백제사를 되찾는 긴 여행에 나섰다.이씨는 4∼5세기 백제의 중국 요서진출을 소재로 한 역사소설 「대륙의 한」1∼2권을 최근 냈다(둥지 펴냄).중국 고전소설 「삼국지」「수호지」들을 우리말로 옮기면서 웅장하고 세련된 문체를 뽐낸 그가 이제 우리 역사의 작품화에 본격 나선 것이다. 『백제가 오늘날의 산동·화북 어름에 본토보다 몇배 넓은 지역을 차지해 다스리고 있었고,더욱이 중국 북위의 침략군 수십만을 격퇴했다는 사실은 고구려의 살수대첩이나 안시성싸움처럼 호쾌한 느낌을 주었습니다.또 중국 역사책에 나오는 백제계인 백지래왕,요서8왕 이야기도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소설 「대륙의 한」은 4세기 근초고왕 시대에서 시작한다.근초고왕은 남으로 마한의 잔여세력을 통합하고,북으로 고구려와의 전투에서 이겨 국토를 넓힌 정복왕.소설은 이같은 역사적 사실에다 「근초고왕에게 왕위를 뺏긴 조카 여광이 있었다」는 허구를 접목한다.여광이 성장해 왕위를 되찾으려다 실패하자 그의 세력이 중국으로 건너가 요서 일대를 정복,통치한다는 줄거리이다.여기에 다양한 인물을 설정,치열한 책략과 뛰어난 무예를 곁들임으로써 스케일 큰 대하소설을 구성했다. 사실 이 작품은 이번에 처음 소개된 것이 아니다.80년대 초 신문에 연재되다 중단된 것을 그뒤 2개 출판사가 각각 「그 찬란한 여명」과 「요서지」란 제목으로 출간했다.그럼에도 이번에 다시 책을 낸 까닭을 작가는 『소재가 워낙 아까워서』라고 말한다. 『한 작품을 세번째 낸다는 게 꺼림칙해 무척 망설였습니다.그렇지만 결코 미완성인 채 놓아둘 수 없다는 생각에 10년만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그가 「요서 진출」에 집착하는 것은 그 자랑스러운 역사가 거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현재 중고교 국사교과서에 내용이 실려 있긴 하지만 워낙 빈약한데다 그동안 일반에게 소개된 적이 없어 국민 마음에 아직 그 역사가 자리잡지는 못했다고 보고 있다. 이씨는 『앞선 작품이 여광일당의 중국 도착에서 사실상 끝나고 뒷부분은 설명식으로 마무리해 아쉬움이 많았다』면서 「대륙의 한」에서는 요서를 정복해 가는 과정과 그 후손들의 이야기까지를 구체적으로 소설화하겠다고 밝혔다.따라서 작품을 두부분으로 나눠 ▲1부에서는 여광 등이 요서에 자리잡을 때까지를 ▲2부는 그들의 후손이 북위의 침략을 물리치는 등 대활약을 펼치는 모습을 그릴 예정이다.모두 8∼9권으로 계획한 가운데 현재 1부의 마지막 부분인 5권째를 쓰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의 줄거리 전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자료의 빈곤』이라면서 그렇다고 허무맹랑한 내용을 담지는 않겠다고 다짐했다.그는 리얼리즘을 확보하지 못한채 선조의 업적을 과대포장하는 것은 『싸구려 국수주의』에 불과하며 이는 『작가가 꼭 경계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 조작된 신화 존에드거후버/앤터니 서머스 지음(화제의 책)

    ◎FBI국장 지낸 후버의 추한 사생활 폭로 미 연방수사국(FBI)의 전신인 「수사국」국장으로 출발,수사국을 FBI로 확대했으며 77세로 숨질 때까지 국장 자리를 놓지 않은 사나이 존 에드거 후버의 일생을 다뤘다.세상을 떠난지 20여년이 흐른 요즘도 그는 미국민 대부분으로부터 「용기와 애국심의 화신」처럼 존경 받는다. 그러나 후버의 참모습은 권력을 끝까지 추구한 편집광에 불과하며 사생활도 추잡했다고 이 책은 밝힌다.「결혼도 마다하고 자신의 일생을 온통 국가안보와 치안유지에 바친 국가적 영웅」이라는 이미지도 조작됐다는 것. 후버가 재임한 동안 8명의 대통령이 거쳐갔다.이 가운데 케네디·닉슨등 여러명이 그를 해임하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그들은 모두 후버에게 결정적인 약점들이 잡혀 있었다.민주주의의 메카라는 미국에서 후버가 48년동안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까닭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개인적으로 후버는 동성연애자에다 흑인을 노골적으로 경멸한 인종차별주의자기도 했다. 이 책은 민주주의 제도 속에서도 한 인간에게 장기간 특정권력을 맡긴다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충격적으로 보여준다.안기부 1차장을 지낸 정형근변호사가 우리말로 옮겼다. 고려원 각권 6천5백원.
  • 「10개 선도기술」 집중 개발/2001년까지 1조2천억 투입/정부

    ◎내일부터 연구·수행기관 공모 □10개선도기술 주문형 반도체·평판 표시장치·우리말 컴퓨터·고속철·대형 해양 복합플랜트·초소형 정밀기계·교통관제 시스템·의료­감성공학·민군겸용 기술 정부는 올해부터 오는 2001년까지 정부·민간자금 4조6천80억원을 투입,주문형 반도체·고속전철 기술등 10개 선도기술 개발사업을 국가사업으로 추진키로 했다. 통상산업부,국방부,환경부,건설교통부,보건복지부,과학기술처등 관계자로 구성된 선도기술개발사업협의회는 최근 ▲주문형 반도체 ▲차세대 평판표시장치 ▲고속전철기술 ▲해양공간이용 대형 복합플랜트(이상 제품기술) ▲차세대 교통관제시스템 ▲의료공학기술 ▲우리말 컴퓨터 ▲초소형 정밀기계 ▲감성공학 기반기술 ▲민·군 겸용기술(이상 기반기술)등 10개 기술을 선도기술개발사업(일명 G7프로젝트) 신규후보 과제로 확정하고 이 가운데 연구기관이 정해진 주문형 반도체와 구체적인 계획수립이 진행중인 민·군 겸용기술을 제외한 8개 과제에 대해서는 오는 20일부터 연구기획및 수행기관을 공모하기로 했다. 접수된 연구기획은 오는 10월 평가를 거쳐 신규과제로 최종 확정되며 종합과학기술심의회 총괄조정분과위의 심의를 거쳐 11월부터 연구에 착수하게 된다. 이번에 선정된 선도기술 개발과제는 제품기술의 경우 2001년까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거나 국내시장에서 꼭 필요한 기술,기반기술의 경우 과학기술선진국 진입을 위한 전략거점기술로 자력확보가 불가피한 기술중에서 각기 전문가 토의과정을 거쳐 선정됐으며 정부는 95년 1백57억,96년 9백23억 등 총 7천60억원을 투입하고 나머지 5천3백48억원은 민간 연구비로 유치,총 1조2천4백8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로써 선도기술 개발과제는 현재 진행중인 계속과제 10개를 포함,총20개 과제에 4조4천4백10억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 육도삼략/조강환 해제(화제의 책)

    ◎참된 정치·도의 알려주는 중국병서 「손자」「오자」와 더불어 중국을 대표하는 병법서.「육도」와 「삼략」은 별개의 책이지만 흔히 묶어서 육도삼략이라고 부른다. 육도는 여섯개의 도(활을 담는 활집)라는 의미로,전쟁에서 이기는 전략과 나라를 옳게 다스리는 경세제민의 법,부국강병책들을 두루 밝혔다.「강태공」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태공망 여상(태공망 여상)이 주나라 문왕·무왕과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에 견줘 삼략은 전략을 상·중·하략으로 나눠 ▲전시에 상벌을 분명히 하고 ▲덕행을 분별하며 ▲도덕으로써 편안함과 위태로움을 살필 것 등을 강조했다.육도와 마찬가지로 태공망의 저서로 전해진다. 그러나 후세의 연구 결과 육도삼략은 태공망의 병법서가 아니라 사실은 1천년가량 뒤진 진한시대의 위작으로 판명됐다.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치를 지금껏 인정받는 까닭은 내용이 뛰어나기 때문이다.수당시대에는 유가의 4서3경에 대비해 「병경」이라고 불렀으며 이후 송나라 때는 「무경」이라고 했다. 우리말로 옮기고해제를 붙인 조강환씨는 한학자이자 현직 신문사 논설위원이다. 자유문고 6천원.
  • 줄어드는 조선족(두만강 7백리:20)

    ◎연변자치주에 85만… 주인구의 39% 차지/20년대엔 80.5%선… 광복이후 급격히 감소/60년대 한족들 대거 이주… 조선족마을 “점령”/인구증가율 가장 낮아 소수민족 전락… 한족동화 가속 백두산 줄기의 푸쿠리산에서 발원하여 먼 물길을 달려온 두만강.중국 길림성 훈춘시 경신향 방천촌을 왼쪽에 끼고 막 돌아내려오면 러시아 땅에 이른다.그 두만강 하류 오른쪽은 북한의 함북 은덕군 두만강시다.그러니까 두만강물이 하구로 흘러흘러 내려와 3국 국경에 이르는 것이다. 그 두만강물이 하구를 벗어나면 동해를 만나고,이내 염분 섞인 바닷물에 동화되어 버린다.나는 중국쪽 국경지대이자 두만강 하구 방천촌 국경초소에서 저 멀리의 동해를 바라보았다.그리고 연변의 조선족 미래를 생각했다.13억 인구를 가진 중국에서 조선족은 넓은 바다에 버려진 좁쌀 한알에 불과한 창해일속이라는 생각을….조선족이 비록 연변땅에 못자리판을 이루었을 지라도 어디까지나 소수민족이라는 사실을 새삼 느껴야 했다. ○한족인구 1천여명 오늘날 연변 자치주의 조선족 숫자는 85만4천4백68명으로 집계되어 있다.이는 전체인구의 2백13만8천3백97명과 대비하면 고작 39.5%에 지나지 않는다.조선족의 비율이 한껏 높았던 지난 1926년 80.5%와 비교하면 천양지판이다.조선족의 비율은 광복과 더불어 급격히 떨어져 1948년 63.3%,19 79년 40.6%를 기록했다.지난 70년대까지 한족이 단 1가구도 살지 않았던 숭선진에 지금은 1천여명을 헤아리게 되었다.이는 한족의 번창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그리고 조선족 마을이 한족마을로 뒤바뀐 사례도 허다하다.화룡시 숭선진 하천과 원봉,노과진 치마대,닥화진 차창고산과 차창,용정시 평정 등은 조선족 마을이었다.그런데 지금은 한족들이 주인으로 들어앉았다.그 속에는 쌀의 뉘처럼 조선족들이 더러 끼어있지만,자식들을 한족학교에 보낼 정도로 동화하고 있는 것이다.말이 연변조선족자치주일 뿐 주내에서도 조선족은 소수민족으로 전락했다. 한족마을을 지나다 보면 한뼘은 내려온 듯 싶은 코를 훌쩍훌쩍 들어마시는 아이들이 버글대고 있다.그러나 조선족마을에서는 아이들 울음소리 마저거의 뚝 그쳐버릴 정도가 되었다.왜 그런고 하면 조선족에게는 아이를 둘씩 낳아도 좋다는 생육우대정책을 거들떠 보지도 않기 때문이다.그저 아이 하나면 만족하는 경향이다.오히려 하나밖에 낳지 못하도록 정책으로 묶여있는 한족들은 아이들을 무 뽑듯이 쑥쑥 낳아 슬하에 자녀들이 주렁주렁하다. 한족들에게 아이 하나를 낳도록하는 산아제한을 중국에서는 계획생육이라고 부른다.이 제도는 도시에서 강력하게 적용되어 혼쭐이 날 때가 많다.지난해 요령성 단동시(압록강을 사이에 두고 신의주와 마주한 옛 안동)정부의 한 고위간부가 아이 하나를 더 낳았다가 큰 피해를 당한 일이있다.그는 10만원의 벌금을 물고 부부의 공직은 물론 당원자격까지 박탈당했다.그러나 연변 산골에서는 계획생육제도를 무시하기 일쑤다.따라서 아이를 낳고도 호적에 올리지 않은 이른바 망류들이 자꾸 늘어나고 있다. ○다산하는 조선족 줄어 연변에서 한족이 늘어나는 또 다른 요인은 외부인구의 유입이다.지난 1960∼63년까지 북경의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산동성에서 지변청년(변방에 나가 살기를 지원한 젊은이 그룹)들이 대거 연변에 들어왔다.그들은 자리를 잡고 친척은 물론 친구와 이웃들을 불러들여 화룡시 장살령의 경우 한 마을에 1백가구나 되는 산동사람들이 살고 있다.또 문화대혁명시기에 장춘과 같은 대도시에서 하방한 지식청년들도 아예 연변에 자리를 잡고 눌러산다.그들도 물론 가족들을 연변땅으로 데려왔다. 조선족들의 한족화는 옛날에도 있었다.화룡시 덕화진 용연촌 허치영은 일찍 상투를 자르고 호복을 입어 10㏊의 밭을 얻었다고 한다.광복전에 화룡의 이영춘은 한족의 양아들로 들어가 부자가 되었다.그러나 일제통치하에서는 한족이 조선족에 동화되는 사람이 많았고 조선말도 열심히 배웠다. 조선말을 잘못 배워 망신한 호족의 이야기는 지금 들어도 재미있다.왕수찬이라는 지주가 살았다.그는 조선족 소작인에게 돈 많고 위풍당당한 사람이 자기자신을 남에게 소개할 때 조선말로 무엇인가를 물었다.소작인은 『고토리 올시다』라고 가르쳐주었다.그 한족은 조선족 소작인을 만나면 의레 『고토리올시다』라는말로 거드름을 피웠다.그래서 조선족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왜냐하면 「고토리」는 함경도 방언으로 어른의 성기를 가리키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우리말을 유창하게 구사하는 한족들이 많다.조선족들이 모여사는 백금촌이나 삼합등지의 한족들은 말 뿐 아니라 집과 음식까지도 조선족 풍습을 따르고 있다.하지만 조선족들이 한족에 동화될 차례가 되었다.한족이 지배하는 나라에서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인지도 모른다.그 동화속도가 빠르고 해괴망측한 꼴도 종종 보게되었다. ○한족학교에 자식 보내 평정촌에 사는 곽해부(51)라는 한족의 형은 장춘에서 돈으로 여자를 사와서 아내로 맞았다.그 이후 형이 죽자 곽해부는 형수를 아내로 삼았다.한족들에게 형수를 아내로 품에 끼고 사는 것은 별 흉이 아니다.그런데 요즘 조선족 사회에도 사촌형수 정도를 아내로 맞는 일이 가끔 있는 모양이다.몇년전 백금촌의 이종혁(45)은 친구와 아내를 맞바꾸는 새 풍속을 만들어냈다.두 집이 지금은 연길에서 사는데,어른들은 물론 아이들도 서로 친하게 내왕한다는 것이다. 조선족과 한족 사이의 통혼은 아직 흔치 않다.특히 한족처녀와 결혼하는 조선족총각은 손을 꼽을 만큼 적다.용케도 조선족이 한족 며느리를 본 부부를 만날 수 있었다.그런데 일상의 풍습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심했다.이를테면 시아버지가 낮잠 잘 요량으로 목침을 베고 누워있노라면 그 위를 한족 며느리가 예사로 넘어다닌다는 것이다.처녀들은 심심찮게 한족 총각들과 짝을 짓는다.조선족 처녀들의 변명을 들어보면 허풍은 떨고 까닭없이 여자를 깔보는 조선족 남자들보다 한족남자가 더 좋아서라고 말한다. 어떻든 연변의 조선족들은 줄어들고 자아의 뿌리마저 흔들리고 있다.어느 나라에 살든,또 환경이 열악하든 간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세계각지의 중국화교들과 비교하면 부끄러운 마음이다.특히 인구증가율은 중국 전체의 각 민족 가운데 가장 낮다.다음 세기의 연변은 요령성이나 흑룡강성처럼 잡거구가 될 것이다.?
  • 「여씨춘추」 완역 출간/김근 계명대교수,집필 5년여만에

    ◎전국시대 정치철학서 총 26편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나온 정치철학서 「여씨춘추」가 5년여 만에 완역됐다.김근 계명대교수는 여씨춘추 번역본의 셋째권인 「육론」을 최근 펴냈다(민음사 출간). 육론은 「십이기」,「팔람」과 더불어 여씨춘추를 구성하는 세부분의 하나.십이기와 팔람 번역본은 지난 93∼94년 이미 나왔으며 따라서 이번 육론 발간으로 총 26편,20여만자에 이르는 여씨춘추의 번역 작업이 완성됐다. 여씨춘추는 서기전 3세기 진나라 재상인 여불위가 제자백가의 다양한 사상을 집대성한 위에 자신의 의견을 덧붙여 편찬케 한 정치철학서로 동양 정치철학의 원류로 꼽힌다.제왕에게 전횡을 자제하고 「백성의 부모가 되라(위민부모)고 가르친 그 내용은 한나라 이후 중국 통치철학의 줄기가 됐다.도가사상을 비롯해 유가·병가·농가·혁명가등 제자백가의 사상을 두루 담으면서도 여불위 특유의 해석이 더해져 잡가 또는 신도가라는 별도의 사상체제로 분류된다. 또 중국 역사의 시작인 삼대로부터 춘추전국시대에 이르는 각 시대의 역사와 설화를 곳곳에 인용한 문장은 중국 고전 가운데서도 백미로 인정받는다. 여씨춘추 완역에 대해 정재서 이화여대교수는 『중국 고대의 역사와 문화,특히 진한시기의 사상을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큰 기여를 할 것』이라고 치하하고 더욱이 난잡한 한문투 번역을 벗어나 쉬운 우리말로 표현된 점을 높이 평가했다.
  • 극단 유 창단공연 「문제적 인간 연산」

    ◎연산의 「모성상실 갈등」에 초점/힘 넘치는 연기·독특한 무대장치 돋보여/관념적 대사·지나친 희화화로 의미 반감 극단 유(대표 유인촌)가 창단작품으로 동숭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중인 「문제적 인간 연산」(이윤택 작·연출)은 조선조의 폭군 연산군의 삶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한 정통 역사극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즉위 3년까지만 해도 선정을 베풀었지만 1504년 생모 폐비 윤씨가 성종의 후궁 정씨·엄씨의 모함으로 내쫓겨 사사되었다는 사실을 알고서부터 포악무도한 광기의 인물로 변했다는 연산.「문제적 인간 연산」은 바로 이 지점을 출발로 잡는다. 막이 오르면 제주가 무덤속 주인공을 부르는 초혼의식이 거행된다.이어 대밭에서 들려오는 폐비 윤씨의 구음이 주문처럼 깔리고,어머니의 환상에 시달리는 연산(유인촌)은 악몽중에 침상에서 굴러 떨어진다.『또 꿈을 꾸셨소?』 연산을 보듬고 자장가를 불러주는 장녹수(이혜영). 도입부가 암시하고 있듯 이 작품은 연산­녹수의 사랑타령에 치우쳤던 기존 궁중드라마에서와는 달리 모성상실 컴플렉스에 시달리는 자연인 연산의 내면갈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폭군으로서 보다는 「혁명아」로 다뤄 있는 측면도 강하다. 이승과 저승을 수시로 넘나드는 무대형식이나 자유자재로 펼쳐지는 우리 전통 춤과 소리,격렬한 움직임의 신체연기 등에서는 이윤택 연출 특유의 강렬한 힘과 「우리 몸짓,우리 가락」에 대한 애착이 읽혀진다.고대 희랍극의 코러스가 극을 이끌어가듯 세사람의 내시들(정규수 김학철 정동숙)로 하여금 이야기를 풀어가도록 한 대목도 신선하다. 「문제적 인간 연산」은 정통연극으로서는 파격적인 2시간 40분의 대작이다.오페라공연처럼 중간 휴식시간도 있다.그러나 전체적으로 어두운 분위기의 관념적인 대사가 주종을 이루는 늘어지기 쉬운 역사극임을 감안할때 적잖은 연극적 가지치기 작업이 필요해 보인다.연산이 보여주는 고뇌의 정점에서조차 심심찮게 튀어나오는 극중 내시들의 지나친 희화적 언동은 연산에게서 어떤 비극적 숭고미를 기대했던 관객들을 실망시킨다.남용의 문제를 낳고 있는 「적」이라는 관형격 접미사를제목에 사용한 것도 우리말의 품위와 효용성을 해친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준다.이 작품은 30일까지 월∼목 하오8시 금∼일 하오 4시·8시 공연된다.
  • 모든 문제 주관식 서술형으로/고대 96입시/영어 교과서 밖 출제

    고려대는 24일 「96학년도 입학시험 출제경향」을 발표,내년 1월8∼9일 이틀동안의 대학본고사에서 모든 문제를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주관식 서술형으로 출제한다고 밝혔다. 고려대는 또 응시자의 평균점수가 과목별로 1백점 만점에 65∼75점가량 되도록 쉬운 문제와 어려운 문제를 고르게 출제하기로 했다. 논술고사는 2백자 원고지 6장분량으로 인문·자연·사범계열을 구분하지 않고 인문과학·사회과학·자연과학등에 걸친 일반적인 문제와 사안을 논제로 제시할 방침이다. 영어는 지문을 교과서 밖에서 출제하되 영어로 표현하는 능력과 전체 글을 읽고 주제를 파악하기,부분적인 내용을 우리말로 번역하기 등 독해력을 측정하는 문제를 주로 출제한다.
  • 서정주 시인 영역시선집 나왔다

    ◎케빈 오록 교수 번역… 「wanderer」 아일랜드서 출간/“인간과 자연의 화해” 중·후기작품 중점 소개/동양적 정서표현의 한계극복 노력 엿보여 모든 번역은 반역이라는 말이 있다.한 나라의 말을 체계가 틀린 다른 언어로 옮기는데 기술적인 차원이상의 어려움이 따른다는 얘기다.한나라의 언어엔 다른 언어권에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토속문화의 향취가 곰삭아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까다로운 번역,그중에서도 우리 문학작품의 영역작업에 줄곧 매달려온 외국인이 있다.아일랜드출신 카톨릭신부 케빈 오록 교수(55·경희대 영문과).그간 이규보·정철 등의 영역 시선집도 펴낸 바 있는 그가 이번엔 미당의 시를 번역한 「Poems of a Wanderer(떠돌이의 시)」라는 시선집을 대산재단의 지원으로 아일랜드의 시전문출판사 데덜러스에서 펴냈다. 줄곧 우리의 원초적 감성세계를 파고 들어온 미당의 시엔 「숨막히는 언어구사」(염무웅)라는 평이 따를 만큼 우리말만의 감칠맛이 무르녹아 있다.그만큼 함부로 다른 언어로 바꿀 엄두를 내기가 더욱 어려운 게미당의 시다.그런데도 오록 교수가 서정주에 도전한 것은 미당이야말로 노밸상에 가장 가까운 한국 문인이라고 느꼈기 때문.그래서 10여권에 이르는 미당의 시집 가운데서도 중기·후기의 작품을 대거 싣는등 붓끝이 천의무봉경지에 이른 미당 말년의 대표작 소개에 특히 중점을 뒀다. 말의 재미측면에서 번역으로 읽는 시는 물론 원문만 못하다.「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같은 구절은 「I’ve been raised,/eight tenths of me at any rate,by the wind」로 바뀌는데 각운을 살리려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우리말 고유의 질감은 온데간데 없어진 게 사실이다.그러나 인간과 자연의 화해가 절정에 이른 미당 말년의 경지는 책전체에 두드러진다.영어가 모국어인 독자라도 미당의 시세계를 가늠해보기엔 충분한 기회이리라는 게 옮긴이의 얘기다.
  • 제2부 시베리아 횡단철도/“출발” 모스크바(시베리아 대탐방:16)

    ◎총길이 9,288㎞… 러시아의 대동맥/시경계 벗어나면 별장 「다차촌」이 눈앞에/출발 1시간만에 차창밖은 침엽수림으로/철길따라 늘어선 「베료자」 숲은 “러시아인의 정서” 서울신문 창간50주년기념 특별기획연재물 「시베리아 대탐방」은 지난 주 15회로 1부를 끝내고 이번 주 16회부터 제2부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시작한다. 본사 이기동 모스크바특파원과 사진부 송기석 특파원이 20여일동안 이 열차를 탑승,철도주변의 모습과 자원,자연환경 등을 컬러사진과 함께 재미있고 생생하게 전할 예정이다. 시베리아 대탐방 제2부는 주2회 수요일과 목요일에 연재한다. 하오 2시 정각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하는 시베리아 횡단열차는 기점인 모스크바의 야로슬라블역을 출발했다.출발한지 불과 35분만에 북부시경계를 벗어나 모스크바주(오블라스치)로 들어서자 곧바로 확트인 대지가 차창밖으로 모습을 드러낸다.그리고 대지와 숲 사이로 러시아인들이 가장 아끼고 사랑하는 재산목록 1호 「다차」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다차는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별장」이지만 호사스런 별장이 아니라 그곳에서 남새도 키우고 신선한 공기속에 이웃들과 보드카도 실컷 마시는 주말농장같은 곳이다. 다차의 어원은 러시아어 「다바치(받다)」에서 유래된 것.제정 러시아시절 황제 차르가 총애하는 귀족들에게 땅떼기를 선사한데서 나온 말이지만 소비에트시절 일반노동자들에게 골고루 보급돼 지금은 모스크바시민 70∼80%가 다차의 주인이다.5월부터 겨울이 시작되는 9월까지 매주 금요일 하오만 되면 다차로 향하는 시민들로 모스크바시의 외곽도로는 지독한 교통체증을 빚을 정도다.물론 주말이면 모스크바 시내는 완전히 빈도시가 되다시피 한다. 다차 마당에 나와 감자를 심는 사람들의 모습이 간간이 보인다.러시아인들은 봄 5월15일을 기준으로 감자씨를 뿌리기 시작한다.특별한 이름이 붙은 절기는 아니지만 이날이 지나면 혹독한 추위는 더 이상 오지 않는다는 속설 때문이다. 다차촌이 시작되며 러시아인들의 정서적인 심벌,「베료자」나무들이 나타난다.목재로 쓸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시베리아끝까지 줄곧 길동무가 될 나무들이다.우리의 백양목과 비슷한데 우랄에서 동시베리아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고 겨울이 물러가면서 연푸른 잎을 달기 시작하기 때문에 우리의 시베리아 횡단길에 계절의 경계를 알려주는 「잎의 화신」역할을 하게된다.우리에게는 베료스카로 더 잘 알려져 있지만 이는 베료자에 예쁘고 귀여움을 나타내는 접미사 「카」가 덧붙은 말이다. 다차촌은 모스크바 시경계를 중심으로 반경 2백50㎞까지 계속된다.그리고는 황량한 대지와 베료자숲이 계속되다가 다음 도시의 다차촌이 또 나타난다.대도시 주위에는 반드시 다차촌이 형성돼있다. 출발 한시간이 지나자 푸슈킨의 이름을 딴 푸슈키노역이 지나고 역한편에 증기기관차 시절의 유물인 사일로같이 생긴 물탱크가 지나간다.높이 20여m에 붉은벽돌과 나무로 만들어 지나는 증기기관차에 물을 공급하던 시설이다. 시베리아철도는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간을 제외 하고는 전구간이 전철화됐다.따라서 물태크는 이제 역할이 없어진 철도의 장식품에불과하다. 우리가 탄 차는 종착역이 블라디보스토크인 「러시아2호」특급열차.방 하나에 침대 2개가 마련돼 있어 객차 한칸에 승객수는 20명안팎에 불과한 최고급 이다.격일로 홀수날만 모스크바를 출발하는데 종착역까지 계속 갈 경우 6박7일이 걸리기 때문에 좋은 이웃을 만나는게 보통 복이 아니다. 모스크바에서 야로슬라블까지를 시베리아철도의 제1구간으로 부르는데 이는 건설기간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이 구간은 두단계로 나누어지는데 첫째 구간은 모스크바에서 세르기예프 파사드까지로 1862년에 건설됐다.모스크바에서 시베리아로 뻗는 최초의 철도인 것이다.이 선은 1870년에 2단계로 야로슬라블까지 연장됐다.세르기예프 파사드는 당시 러시아제국의 종교적인 수도였다.지난 91년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볼셰비키의 이름을 딴 자고르스크로 불렸으며 모스크바에 들르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르는 명승지다.그 다음 야로슬라블은 종교적인 의미 외에도 모스크바에 있는 공장들을 볼가강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산업적인 고려 때문에 건설됐다.이구간이 개통됨으로써 모스크바에서 생산된 각종 공산품들은 당시 가장 가까운 볼가강 항구인 이 야로슬라블을 통해 카스트로마·니즈니노보고르드·체복사리·카잔등 볼가강변의 크고 작은 도시들로 공급될 수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시베리아행 열차의 종착역은 야로슬라블이었는데 이 때문에 모스크바의 시베리아철도 출발역 이름은 야로슬라블역이다.모스크바의 역 이름은 모두 행선지 이름을 따서 만든게 재미있다.예를들어 레닌그라드로 향하는 열차가 출발하는 역은 레닌그라드역이다.키예프로 가는 열차는 키예프역,백러시아로 가는 열차는 백러시아역…하는 식이다. 출발 1시간이 지나면서 차창의 풍경이 달라지기 시작한다.침엽수림이 나타나기 시작하며 침엽수·활엽수의 혼재상태가 이어진다.벌써 타이가(삼림지대)의 분위기가 나타나는 것이다.모스크바에서 멀어질수록,그리고 타이가에 가까워질 수록 침엽수의 몫이 더 많아진다. 계속되던 다차촌은 세르기예프 파사드를 기점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20년대 최대 출판단지(콤비나트)였던 프라우다신문이 종업원들을 위해 만든 다차촌 「프라브딘스키」역을 지나면서 다시 막막한 베료자숲이 대지를 수놓기 시작했다. ◎횡단철도란/수도 모스크바서 극동 블라디보스토크 연결/1891년 첫삽,25년만에 완공… 6박7일 걸려 시베리아 횡단철도는 모스크바에서 시작해 시베리아대지를 가로질러 극동의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총길이 9천2백88㎞에 달하는 세계 최장의 철로이다.특급열차로 달릴 경우 꼬박 6박7일이 걸리는 거리다.지구둘레의 3분의 1에 가까운 거리며 시간이 바뀌는 시간대만도 7개나 지난다.일명 「대시베리아철도」로도 불리는 이 철도는 제정러시아 때인 1891년5월19일 착공돼 25년만인 1916년 쿠즈네츠∼하바로프스크 구간을 끝으로 완공됐다.물론 많은 구간은 기존 노선을 보완해 연결했다.이 철도의 등장과 함께 지구의 최대 자원보고인 시베리아도 본격개발의 계기를 맞았다.인구유입이 촉진돼 철로변을 중심으로 잇따라 대도시가 등장했고 대학·도서관·극장등이 들어서 문화적 대변혁을 가져왔다. 특히 2차세계대전중 모스크바·레닌그라드등 유럽쪽에 있던 많은 공장·문화기관들이 이 철도를 따라 대거 시베리아로 옮겨져 이 지역의 현대화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지금은 최대 공업지대인 우랄지구·쿠즈네츠탄전·북부의 석유·가스산지를 유럽쪽으로 연결해 주는 러시아의 산업 대동맥 구실을 하고있다. 2차대전 종전 직후부터 전노선의 전철화가 시작돼 75년 거의 마무리됐으며 현재 공사가 진행중인 하바로프스크∼블라디보스토크구간을 제외한 전구간이 전철화됐다.현재 대시베리아철도는 연방철도부 산하에 반독립기구로 우랄철도부·옴스크철도부·사할린철도부 등 약 20개의 지방 철도부가 나누어 운영하고 있다.앞으로 전구간 복선화·전철화,그리고 바이칼∼아무르구간(BAM철도)완공과 함께 만성 적자를 탈피하기 위한 서비스 개선,경영합리화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현재 유럽으로 가는 우리나라 화물의 일부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 철도를 이용해 육로로 값싸고 빠르게 운송되고 있다.앞으로 남북관계가 원만히 풀리면 직접 육로로 유럽까지 연결해줄 철도가 바로 시베리아 철도라 이 철도에 대한 우리의 관심이 더 하다.
  • 6·25 45돌/진상 규명 서적출간 활발/주목받는 국내외 3개역저

    ◎일 공산주의자가 본 북침설의 허구­한국전쟁/미 육군 작전상황 기록한 공식전사­밀물과…/미 정책결전과정 분석한 「한국전쟁과 미국」도 나와 광복 5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우리의 근현대사를 다룬 서적들이 많이 나와 지나간 역사를 되돌아 보게 한다.이런 흐름의 하나로 6월 들어 「6·25」를 분석한 국내외 역저 몇권이 선보였다.이 가운데 대표적인 책들이 국내 학자가 쓴 「한국전쟁과 미국」,미 육군성에서 낸 「밀물과 썰물」,그리고 일본 저널리스트의 저서 「한국전쟁」등이다. 「한국전쟁」(한국논단 펴냄)은 「6·25가 미군과 한국군이 일으킨 북침」이라는 김일성과 조선노동당의 주장이 허구로 가득 찬 것임을 그들의 문서를 통해 입증했다.지은이 하기와라 료(추원료)는 이를 위해 미국 워싱턴에 있는 국립공문서보관서에 소장된 「북한문서」1백60만쪽을 2년 반에 걸쳐 열람했다.이와 함께 「6·25」 당시 조선인민군 중장이었던 유성철,옛소련 공산당 간부 허진등 관계자들의 증언으로 뒷받침했다. 이에 따르면 김일성은 49년 초 중국공산당에게 조선계 군인 3만여명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받아들인다.50년 6월23∼24일에는 인민군 전체 7개 사단중 5개 사단이 38선에서 수㎞이내에 집결한다. 지은이는 인민군 2사단,3사단,6사단등에서 낸 작전명령,병력배치도,작전일지등 각종 자료를 이용해 남침 상황을 생생히 그려냈다.예컨대 6사단 문화부(정치부)가 6월13일 예하부대에 보낸 극비문서 「전시 정치 문화사업」에는 38선 인근에 집결해서부터 남진명령의 접수,진공,점령지 활동에 이르기까지의 행동지침이 5단계로 분류돼 자세히 지시돼 있다.지은이는 이밖에도 「김일성이 가짜」라는 사실과 북한 주둔 소련군의 쌀 수탈등 만행도 공개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책의 지은이는 공산주의자.하기와라는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의 평양특파원을 지낸 기자 출신으로 지금도 일본 공산당에 몸담고 있다.그는 책을 쓴 이유를 『한국전쟁은 남북한만의 문제가 아니라 일본의 진로에도 중대한 연관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한국전쟁과 미국」(평민사 펴냄)은 국방대학원 교수이자 한국전쟁연구회 회장인 김철범박사가 저술했다.미군이 남한에 진주한 19 45년부터 53년 「6·25」종전까지 미국의 한반도정책이 결정되는 과정을 분석한 연구서이다.지은이는 당시 미국의 정책은 장기적인 점령아래 적극적인 경제원조를 하자는 국무부측과,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낮게 평가해 조속한 철군을 주장한 군부가 대립했던 것으로 보았다.새롭게 「관료정치적 모델」을 분석틀로 삼은 점이 돋보인다. 이에 견줘 「밀물과 썰물」(대륙연구소 출판부 펴냄,모스맨 지음)은 「6·25」과정 중에서 50년11월∼51년7월 부분을 다루었다.미군의 대규모 작전은 물론 대대 단위의 부분적 전투도 상세하게 소개·분석했다.미 육군의 공식 전사로서 객관적인 사실 기록에 치중했다.재무부장관을 지낸 백선진 예비역 육군소장이 우리말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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