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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이중생활도, 두 집 살림도 아닌 두 지역살이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이중생활도, 두 집 살림도 아닌 두 지역살이

    1990년대에 유럽 영화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 국내에 개봉됐다. 이렌 자코브가 주연한 이 영화는 두 개의 도시에 떨어져 살며 만나 본 적도 없는 두 여성이 같은 이름과 얼굴로, 서로의 존재를 어렴풋이나마 의식하고 감정을 공유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원제 중 ‘더블 라이프’(Double Life)를 한국어로 ‘이중생활’이라 번역한 것이 도마에 올랐다. 사전상 뜻은 맞되 말의 사회적 쓰임이라는 맥락에서 봤을 때 오해의 소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새말모임에서 검토한 것은 ‘더블 라이프’가 아닌 ‘듀얼 라이프’(dual life)였다. 역시 오해를 주기 십상인 용어다. 영어 사전에서 이 용어를 찾아보면 ‘이중생활’이라고 번역돼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중생활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이상의 직업 혹은 역할을 갖고 생활하는 복수 정체성을 뜻할 수도 있다. 실제 이 용어가 2000년 동아일보 기사에 처음 등장했을 때는 의사이자 인터넷 사업가로 살아가는 인물을 가리키는 데 사용됐다. 하지만 역시 ‘이중인격자’, ‘이중성’ 등의 단어에 내포된 부정적 의미를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 그런데 이번에 검토한 ‘듀얼 라이프’는 그와는 다른 뜻이었다. 직업이나 역할이 아니라 거주지를 중심으로 쓰인 용어였다. 즉 ‘도시와 지방에 주거지를 마련하고, 두 곳을 오가며 생활하는 것’을 가리키고 있다. 이와 같은 의미로 언론에 처음 등장한 것은 2005년 경향신문 기사에서였는데, 이후에는 그다지 많이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들어 인구 감소 문제로 고민하는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이 수도권이나 대도시 인구를 흡수하고 지역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생활 형태로 ‘듀얼 라이프’를 제안하기 시작하면서 사용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은퇴 후 전원생활을 꿈꾸며 도시와 시골을 오가는 듀얼 라이프를 즐기는 시니어가 많다”(브라보마이라이프), “신도시 체험은 체류형 관광으로 신도시 일대가 듀얼 라이프에 매력적이라는 점을 알리고자 마련됐다”(아주경제), “도시 살면서 지방서 힐링…듀얼 라이프로 인구감소 돌파”(매일신문)(이상 2021년 11월 기사)와 같은 기사를 보면 듀얼 라이프의 의미나 목적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영어에서는 이 같은 뜻을 나타내기 위해 ‘듀얼 라이프’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멀티해비테이션’(multi-habitation) 혹은 ‘리빙 인 비트윈 플레이시스’(living in between places)라는 표현이 맞다. 철 따라 이주 지역을 바꾸는 계절노동자 혹은 추운 겨울을 따뜻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는 ‘시즈널 마이그런트’(seasonal migrant) 혹은 ‘스노 버드’(snow birds·눈 오는 추운 겨울에 이동하는 철새에 빗댄 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현재 쓰임새에 여러모로 부적합한 ‘듀얼 라이프’를 대신해 쓸 만한 우리말 표현은 적지 않다. 언론에서는 그간 ‘듀얼 라이프’를 우리말로 풀어 쓸 때 ‘두 지역살이(살기)’ 혹은 ‘복수 거점 생활’과 같은 표현을 덧붙였다. 새말모임 위원들은 그중 ‘복수 거점 생활’은 어려운 한자어를 열거했다는 점에서 탈락시키고 ‘두 지역살이’, 그리고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두 곳살이’를 우리말 후보로 다듬었다. 또 다른 비슷한 표현으로는 ‘두 집살이’도 가능하겠으나 부정적 의미를 담은 ‘두 집 살림’이라는 말을 연상케 한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하다고 판단했다. 그 외 꼽힌 단어로는 ‘겹살이’가 있었다. 삼겹살 음식점을 연상케 한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신선한 우리말 표현이라는 점에서 후보에 올렸다. 여론조사에서 시민들은 ‘두 지역살이’를 가장 적절한 우리말 표현으로 선택했다. 한편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 볼 때 ‘듀얼 라이프’라는 영어를 말 그대로 풀어 쓴 ‘이중생활’은 적절치 못한 대체어로 판단된다. 다만 언론 기사를 찾아보면 ‘도농 간 이중생활’이라는 표현도 찾아볼 수 있다. 단순히 ‘이중생활’만 썼을 때보다는 두 지역에서 산다는 점을 두드러지게 표현했기는 하나 앞서 인용한 신문 기사처럼 거주 지역 중 한 곳이 반드시 ‘농촌’은 아니며 지방 소도시 거주도 가능하므로 오롯이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겠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정치는 나를 소모시키고 책은 나를 축적시켜 준다[김언호의 서재탐험]

    정치는 나를 소모시키고 책은 나를 축적시켜 준다[김언호의 서재탐험]

    나는 저술가 유시민의 책 ‘어떻게 살 것인가’를 좋아한다. 그 자신의 생각과 삶의 자세를 진솔하게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사유의 자서전 같기도 하다. 훗날 누군가가 ‘유시민 연구’를 하려면 많이 논의되고 인용되는 책일 것이다.“이 책을 쓰면서 나는, 오래 덮어두었던 내 자신의 내면을 직시할 기회를 가졌고 그것을 드러낼 용기를 냈다. 정치적 올바름을 위해 감추거나 꾸미는 습관과 결별했다. 내 자신의 욕망을 더 긍정적으로 대하게 되었다. 마음이 내는 소리를 들었다. 삶을 얽어맸던 관념의 속박을 풀어버렸다.” 유시민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사회과학도다. 독일 유학을 가서도 경제학을 공부했다. 그러나 그는 ‘사회철학자’다. 사회현상·인간현상을 치열하게 탐구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가 읽는 책, 그가 써내는 책들은 기본적으로는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와 연계되어 있다.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청춘의 독서’, ‘역사의 역사’도 사실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서 살 것인가로 “나는 무엇인가.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고 어떻게 죽는 것이 좋은가. 의미 있는 삶, 성공하는 인생의 비결은 무엇인가. 품격 있는 인생, 행복한 삶에는 어떤 것이 필요한가. 이 질문들은 독립한 인격체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들뿐만 아니라 인생의 마지막 페이지를 이미 예감한 중년들도 피해 갈 수 없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단풍이 붉게 물드는 만추, 그의 서초동 연구실을 찾았다. ‘어떻게 살 것인가’가 그와 내가 나눈 대화의 주제였다. “당초엔 책 제목을 ‘어떻게 죽을 것인가’로 정하고 초고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2012년 말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시 썼습니다. 책 이름도 ‘어떻게 살 것인가’로 바꿨습니다.” ●한국 언론은 중세신학과 같아 -글 쓸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입니까. “진부해지지 말자고 합니다. 진부한 이야기는 싫습니다. 새롭게, 보다 창조적인 주제를 써보자 합니다.” -유 선생이 지금 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주제는 무엇입니까. “이른바 인문학이라는 것이 진리와 진리 아닌 것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 같은 것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습니다. 모두들 인문학, 인문학이라고 외치지만, 우리의 삶은 여전히 어렵습니다. 저는 인문학의 위기라고 진단합니다.” -오늘 우리 사회의 가장 심각한 현실적인 문제는 이른바 ‘언론’이 아닌가 합니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소설 ‘다른 의견을 가질 권리’가 제기하는 문제의식을 말하고 싶습니다. 종교개혁가 장 칼뱅의 종교적 도그마를 다룬 소설인데, 종교개혁 한다면서 그와 맞서는 세르베투스를 불태워 죽입니다. 츠바이크는 이 소설에서 타인의 의견을 존중하는 관용의 문제를 제기합니다. 오늘의 한국 언론의 담론 수준은 중세신학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종교재판 하듯이 단죄하고 침 뱉지 않습니까. 내 생각 내 논리를 무조건 옳다고 주장·주창합니다. 그 어떤 의심도 해 보지 않습니다. 지금 우리 언론인은 생각하는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사는 대로 생각하고 판단해 버립니다.” -한 정치인이 전직 대통령을 총살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막말을 합니다. 이런 정치현실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개인 김문수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신경생리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지요. 그러나 그런 발언이 생각도 비판도 없이 그대로 보도됩니다. 끔찍합니다.” 유시민은 1987년 스물여덟 살에, 최루탄 가루가 날리는 거리에서 낮을 보내고, 구로공단 근처의 ‘벌집’ 자취방에 돌아와 밤새 글을 썼다. 그것이 베스트셀러 ‘거꾸로 읽는 세계사’였다. 그 책에서 세기말 프랑스에서 일어난 ‘드레퓌스 사건’을 다루었다. 우파 언론이 극우 정치세력과 한통속이 되어 유대인 포병대위 드레퓌스를 간첩으로 몰아가는 집단 히스테리를 분석했다. 정의로운 소설가 에밀 졸라가 ‘나는 고발한다’는 준엄한 글을 발표하는 등 양심적인 정치인·지식인들이 궐기해 승리해 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 언론의 범죄적 행태를 보게 된다. 프랑스 국민은 드레퓌스 사건을 겪으면서 인권과 언론의 가치를 새삼 체득하게 된다. 이 시대의 우리 언론은 드레퓌스 사건을 보도하던 그 시대의 언론과 다를까. 유시민은 언론다운 언론에 대해 다시 썼다. 2009년에 출간한 ‘청춘의 독서’에서 언론의 본능과 본성을 비판한다. 1980년 초반에 기획된 ‘한길세계문학’의 한 권인 하인리히 뵐의 다큐에세이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는 현시대의 잘못된 언론을 고발한다. 그러나 독일의 문제작가 뵐이 분석하는 독일 언론의 상황에 비해, 오늘의 한국 언론은 오히려 더 심각한 지경이 아닌가. “그대는 신문 헤드라인을 진실이라고 믿습니까? 아니요, 믿지 않습니다. 헤드라인을 진실로 믿어도 되는 그런 좋은 신문을 집에서 구독해 보는 것이 내 간절한, 언제 이루어질지 모르는 내 소망입니다.”●문과 남자의 과학공부 진보주의자 유시민은 ‘진정한 보수주의자’이자 ‘아름다운 보수주의자’ 맹자를 좋아한다. “맹자는 ‘수오지심’(羞惡之心)을 의(義)의 핵심이라고 말하지요. 내 잘못에 대해서 부끄러워하고 타인의 잘못에 대해서 화를 낼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인데, 우리 언론은 수오지심이 없습니다. 김문수의 폭언과 막말에 화내는 언론이 없습니다.” -왜 책을 읽습니까. “세상에서 내가 좀 잘할 수 있는 일이 책 쓰는 일이라고 생각해서입니다. 내가 세상과 관계 맺는 나의 방식을 위해 글을 읽는다고 할까요.” -알릴레오북스는 왜 합니까. “함께 생각해 보자는 것입니다. 책 소개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고 사람들과 대화하자는 것이지요. 정치비평보다는 책을 이야기하는 일, 저자로부터 그 내용을 들어보는 것은 정말 즐거운 일입니다.” -지난번 알릴레오북스에서 이오덕 선생의 ‘우리글 바로쓰기’를 이오덕 선생의 후배 교육자 이주영씨와 함께 토론하는 걸 보고 유시민 선생의 또 다른 면모를 보았습니다. “저는 우리말 우리글로 책 쓰는 사람입니다. 이 땅에서 글 읽고 책 쓰는 지식인들이라면 응당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에 대해 관심을 갖고 연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오덕 선생의 책을 통해 저는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글을 새롭게 발견합니다. 이오덕 선생은 책 읽고 책 쓰는 저의 영원한 스승입니다.” -요즘은 어떤 책을 쓰고 있습니까. “제가 읽은 과학책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과학공부를 해야 인문학 공부가 온전해질 수 있습니다. 인문학 하는 사람들 과학책 거의 읽지 않습니다. 과학을 토대로 하지 않는 인문학 공부는 위험하지요. 과학공부를 하지 않아서 여러 문제가 제기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지은 제목은 ‘문과 남자의 과학공부’입니다. 2009년 제가 50살이었습니다. 다윈 탄생 200주년이고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해 처음으로 과학교양서를 읽기 시작했습니다. ‘종의 기원’,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생물학·뇌과학·우주론에 관한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놀랐습니다. 인문학 공부하면서 답이 없는 주제들이 많았습니다. 과학책은 정말 재미있습니다. 짜릿하고 감동적입니다. 생각이 달라집니다. 저의 인문학 주제와 독서에 대한 생각들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그런 이야기를 쓰고 있습니다. 우리 인문학의 가장 큰 문제는 최근의 과학적 성과와 문제의식을 수용하지 못함에 있습니다. 지난 100여년의 눈부신 과학적 발전을 토대로 하고 있지 않은 전통적인 인문학이 문제입니다. 과학을 배척하고 무시하는 인문학이 그 위기의 근원입니다.” -인문학을 탐구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권독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 “‘이기적 유전자’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브라이언 그린의 ‘엔드 오브 타임’, ‘맹자’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권독하고 싶습니다.” -어떤 책을 읽었습니까. “최인훈의 ‘광장’과 박경리의 ‘토지’, 황석영의 소설들, 헨리 조지의 ‘진보와 빈곤’, 소스타인 베블런의 ‘유한계급론’을 읽었습니다. ‘토지’의 제1부는 열 번, 제2부는 일곱 번 정도 읽었습니다. ‘광장’도 열 번 이상 읽었습니다. ‘토지’는 다시 읽어도 언제나 좋습니다. 종합예술입니다. ‘자유론’도 열 번 이상 읽었습니다. 그러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는 세 번이나 도전했지만 완독에 실패했습니다. 최명희의 ‘혼불’도 완독에 실패했습니다. 나의 독서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최근에 출간된 정지아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권위주의를 내려놓은 노 전 대통령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을 지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었습니까. “정말 매력 있는 분이었습니다. 법률가로서 실력 있었습니다. 대중적 언어 구사에 탁월했습니다. 정의감에 불탔습니다.” -대통령 시절엔 어땠습니까. “권위주의 같은 거 없었습니다. 대통령에게 무슨 이야기든지 할 수 있었습니다. 권력으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습니다. 말과 논리로 싸웠습니다. 검사와의 대화도 그렇지 않았습니까. 대통령은 ‘받아 적는 거 하지 말자’고 했습니다. 원래 술도 잘 안 하셨지만, 대통령이 되면서는 와인 한 잔 하는 정도였습니다. 대통령이 취하면 안 되지 않습니까!” -노 전 대통령의 독서는 어떠했습니까. “제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을 청와대에 초청했는데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을 한 권씩 선물했습니다. 당신의 독서력이 대단했지요. 환경 관련 도서들을 늘 읽었습니다.” -노 전 대통령이 살아계셨더라면 어떤 일들이 벌어졌을까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퇴임 후의 대통령 문화에 새로운 시대가 열렸겠지요. “63세에 돌아가셨는데, 저술도 많이 하셨을 것이고 멋진 정치담론을 펼쳤겠지요. ‘어이, 유 선생! 나도 알릴레오북스에 한번 출연시켜 줘요’ 이렇게 말씀했을 겁니다.”●유시민과 정치, 뗄 수 없는 질문 -다시 정치에 나설 계획은 없나요. “저는 체질적으로 정치에 안 맞는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정치를 하는 분들도 많지만, 제 경우 정치는 나를 소모시키는 것 같았어요. 그러나 책 읽기, 책 쓰기는 나를 축적시키는 것 같습니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말했지요. 좋은 정치란 참으로 중요하지요. 저는 좋은 정치를 도와주는 책 읽기, 책 쓰기를 하고 싶습니다.” -좋은 정치는 우리들 개인의 문제가 아닐 것입니다. 더불어 함께하는 정치, 정의로운 정치가 좋은 정치일 것입니다. 유시민 선생의 책 쓰기, 책 읽기 운동은 대한민국의 좋은 정치를 위한 하나의 기초일 것입니다. “오늘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은, 다른 모든 국민 국가가 그런 것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바친 열정과 헌신, 눈물과 희생의 산물일 것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더 훌륭한 국가, 더 좋은 정치가 구현되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정치, 훌륭한 국가 없이 우리의 삶이 아름답게 구현될 수 없습니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서울시 직원 1만 1000명이 선택한 ‘서울의 가치’는… ‘설렘’(SEOUL-lem)

    서울시 직원 1만 1000명이 선택한 ‘서울의 가치’는… ‘설렘’(SEOUL-lem)

    서울시는 ‘서울의 가치 찾기’ 직원 대상 공모전을 한 결과 ‘설렘’(SEOUL-lem)이 최우수작으로 뽑혔다고 28일 밝혔다. 서울시는 지난 8월부터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신규 브랜드를 개발 중인 가운데 신규 브랜드에 반영할 서울시의 핵심 가치를 알아보기 위해 공모전을 진행했다. 공모전에는 216개 팀 733명이 응모했으며 1차 전문가 심사를 통해 선정된 17개 제안에 대해 지난 17∼25일 시와 자치구 직원을 대상으로 선호도 조사를 했다. 전문가 심사와 선호도 조사 결과를 종합해 최종 수상작을 결정했다. 시는 이번 공모전에 새내기 직원부터 오랜 공직 생활을 한 직원까지 다양한 연령과 직종에서 두루 참여하는 등 직원들의 관심이 높았다고 전했다. 최우수상을 받은 ‘설렘’은 ‘다양한 문화생활과 인프라, 정책으로 살고 싶은 설렘을 주는 도시’라는 의미를 서울의 영문명 ’SEOUL‘과 조합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은 ‘서’로 ‘울’림이 있는 도시, ‘온’(ON·많다는 순우리말인 ‘온’과 ‘켜지다’는 의미의 영어 ‘on’, ‘세계인이 다가‘온’다’는 등 여러 의미를 담은 표현)이 선정됐다. 시는 수상작을 비롯해 직원 공모전을 통해 제안된 모든 내용을 시민 공모전 결과와 함께 종합적으로 검토해 신규 브랜드에 담을 계획이다. 최원석 서울시 홍보기획관은 “이번 공모전을 통해 자신들이 살고, 일하는 곳인 서울이 어떠한 가치를 가진 도시인지 깊이 생각해볼 소중한 기회였다”며 “이번 계기를 원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도시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제대로 된 대표 브랜드를 개발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이충원 도의원, 제45회 경상북도청소년의회교실 체험활동 펼쳐

    이충원 도의원, 제45회 경상북도청소년의회교실 체험활동 펼쳐

    이충원 경상북도의원(의성2·농수산위원회)은 25일 경상북도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45회 경상북도청소년의회교실에 안계중학교 학생들과 함께 지방의회의 역할에 대한 안내와 체험활동을 같이 펼쳤다. 청소년의회교실에는 경북 의성군에 소재한 안계중학교 1학년 1반 23명이 참가했고, 학생들이 1일 도의장 및 도의원의 역할을 직접 맡아 본회의 의사진행 순서와 같이 동일한 방식으로 진행했다. 이어 5분 자유발언은 “학교시설이 강화돼야 한다”,“학교에 매점을 설치하자”라는 주제로 2명의 학생 도의원이 자유로운 생각을 표현했다. 또한 “청소년 범죄 처벌 강화에 관한 조례안” “교내 휴대폰 소지 허용에 관한 조례안” “자유학기제를 중학교 3학년으로 배치하자는 건의안” “바르고 고운 우리말 사용 건의안” 등 4개의 안건에 대해 제안설명, 찬반토론, 전자투표 표결 등 모의 의회를 진행하고 지방의회를 몸소 체험했다. 이 도의원은 “학생들의 청소년의회교실 체험을 통해 지방의회의 기능과 역할을 이해하고 민주주의 방식을 직접 알 수 있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며, “청소년이 가득한 경상북도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 의원은 지난 제335회 제1차 정례회때 신공항이전지원특별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선임돼 앞으로 활동이 기대된다.
  •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욘더에 갈거야” 다음날 세상 뜬 레슬리 조던

    [임병선의 메멘토 모리] “욘더에 갈거야” 다음날 세상 뜬 레슬리 조던

    “주님의 나팔 소리가 들리며 시간이 다 돼가고 있어/ 그리고 영원히 맑고 깨끗한 날의 아침이 밝아오네/ 시로 구원받은 이들이 피안에 모여들고/ 그 길이 욘더라 불릴 때 난 그곳에 있을거야” 시추에이션 코미디 ‘윌과 그레이스’의 스타로 낯익은 미국 코미디언 겸 배우, 작가, 가수인 레슬리 조던이 24일(현지시간) 할리우드에서 교통사고로 67세 삶을 접기 전날에 프로듀서이며 친구인 대니 마이릭의 쇼에 출연해 처음 들려준 자작곡의 가사 한 대목이다. 그는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린 지 하루가 안돼 손수 차를 운전해 드라마 ‘콜 미 캣’ 촬영 현장인 워너브러더스 스튜디오로 향하다 갑작스럽게 정신을 잃은 뒤 그의 차가 한 건물을 들이받는 바람에 목숨을 잃었다. 동영상을 올리며 그는 죽음을 예감한 듯 작별의 인사를 남겼다. “사랑. 빛. 레슬리.” 그의 노래는 사후 세계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겠다는 메시지를 품고 있다.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에 지난 주말 공개된 이준익 감독의 오리지널 시리즈 ‘욘더’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의 기억을 이승의 사람들과 연결할 수 있는 가상공간으로 욘더를 그려 눈길을 끌고 있다. ‘Yonder’는 우리말로 옮기면 피안(彼岸)에 가깝다. 고인은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테네시주 채터누가에서 태어났는데 열두 살 때 어머니에게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한 것으로 유명했다. 열네 살 때부터 술을 입에 대 알코올 중독으로 고생했다. 동성애자인 CNN 앵커 앤더슨 쿠퍼가 기자로 일하던 1990년대  자신의 중독 치료 과정을 주제로 인터뷰하기도 했다. 2006년 ‘윌과 그레이스’로 에미상을 받았고, ‘아메리칸 호러 스토리’와 ‘더 쿨 키즈’ 등에도 출연했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미국 전역에 봉쇄령이 내려졌을 때 하루 두 차례 온라인에 재미있는 동영상을 올려 젊은이들의 스타로 거듭나기도 했다. 키가 150㎝ 밖에 되지 않았지만 재치가 넘쳤다. 기이할 정도로 죽음을 예감한 듯 올린 인스타그램 동영상에 추모의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니콜 셰르징거는 “레슬리 믿을 수가 없네요! 그냥 가슴이 찢어져요. 당신은 사랑이요 빛이었어요. 당신을 많이 사랑하고 무척 그리워할 거에요. 천국에서 영면하세요”라고 적었다. 레인 배스는 “이제 그 동영상은 작별의 인사가 됐다. 하늘 높이 올라가요 내 친구”라고 댓글을 달았다. 여배우 올리비아 먼은 “사랑 속에 영면하소서”라고 추모했고, 다른 팔로워들은 그의 죽음 이후 이 슬픈 찬가가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됐다고 지적했다. 한 팔로워는 “기막히게도 이것이 마지막 포스트가 됐다”고 애석해 한 반면, 다른 이는 슬픈 소식에도 이런 동영상이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혼돈스럽다고 털어놓았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가상 모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판박이 세상

    [알기 쉬운 우리 새말] 가상 모형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판박이 세상

    대형 건물이나 미술관 같은 곳에 가면 작은 모형으로 건물 전체를 조감해 놓은 것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모형’이란 실물을 모방해 만든 물건이나 작품을 만들기 전에 미리 만든 본보기 같은 것이라서 우리는 그 모형을 통해 건물 전체의 구조를 한눈에 파악한다. 전쟁 영화나 공상과학 영화에서도 실물 촬영이 어려운 장면을 찍을 때 많이 쓴다. 실제 부엌과 크기만 약간 작을 뿐 거의 비슷한 ‘모형 부엌’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보노라면 이런 모형을 가지고 미리 체험해 보면서 자기 미래의 삶을 배워 가겠다는 생각이 든다.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모형은 이미 익숙한 생활 환경이다. 그런데 이 모형이 실물 세계에서 컴퓨터 가상세계 속으로 들어오고 있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디지털 트윈은 현실 속의 어떤 사물과 똑같은 쌍둥이를 컴퓨터 가상세계 속에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모의 실험해 결과를 예측하는 기술이다. 2010년에 미국 항공우주국에서 우주선의 물리 모델을 위해 디지털 트윈 기술을 적용한 것이 최초이며, 이후 제너럴 일렉트릭에서 제조업에 디지털 트윈을 적용하면서 용어가 확산됐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국토교통부와 한국국토정보공사가 한국판 뉴딜 발표를 계기로 올해 처음 시작하는 ‘디지털 트윈 국토’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국토를 실제와 같게 3차원 가상세계로 구현해 지능형 국토 관리와 국민 삶에 맞춘 문제 해결을 꾀한다는 것이다. 제조업만이 아니라 농업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이 기술이 사용되니 이 용어도 자주 등장한다. 영어권에서는 ‘트윈’을 반드시 사람이나 동물에게만 쓰는 건 아니지만, 우리말에서 ‘쌍둥이’는 주로 사람이나 동물에 한정해 쓰는 어감이 있다. 그래서 새말모임에서도 직접적 번역어인 ‘디지털 쌍둥이’보다는 ‘디지털 복제’가 제안됐다. 복제란 원형 그대로의 것을 재생해 표현하거나 본디의 것과 똑같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디지털’이 어떤 경우에는 숫자 0과 1로 이루어진 세계를 가리키지만 어떤 경우에는 그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진 가상의 세상을 뜻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가상’의 뜻이 강하므로 ‘가상 복제’라는 말을 대체어로 생각할 수 있다. ‘복제’와 비슷한 말로, 판에 박은 듯이 매우 비슷하게 닮은 사람을 뜻하는 ‘판박이’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복제’라는 용어만으로는 ‘디지털 트윈’에서 구현하려는 기술이나 기능의 핵심, 즉 미리 모의 실험하기 위해 디지털 환경을 이용한다는 점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는다. 이에 잘 맞는 말이 바로 ‘모형’이다. 모형은 ‘실물을 모방해 만든 물건이나 미술 작품을 만들기 전에 미리 만든 본보기 또는 완성된 작품을 줄여서 만든 본보기’를 가리키는 말이다. 결국 새말모임 위원들은 ‘디지털 트윈’을 대신할 말로 ‘가상 모형, 가상 판박이, 가상 복제’ 등의 세 후보를 내놓았다. 국민 20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3.6%가 ‘디지털 트윈’을 쉬운 우리말로 바꾸는 것이 좋다고 했으며, 90.7%가 ‘가상 모형’으로 바꾸는 게 적절하다고 답했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모과를 바라보다/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이현주의 박물관 보따리] 모과를 바라보다/국립중앙박물관 홍보전문경력관

    출근길에 만나는 모과나무가 두 그루 있다. 하나는 크고 하나는 작다. 이 가을 큰 나무엔 올해 유난히 많은 모과가 주렁주렁 열렸다. 탐스런 열매를 출근길에 한 번씩 쳐다보게 된다. 고려 때 중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알려진 모과는 주렁주렁 매달린 열매 모양이 참외 같다고 해서 ‘목과’(木瓜)라는 한자 이름을 얻었고, 목과에서 우리말 모과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모과가 익어 가는 시절이면 모과나무를 기웃거리는 분들이 있다. 어느 해엔 모과를 따려다 내 눈과 마주친 분도 있다. 이해한다. 나도 나무 앞을 지날 때면 모과가 떨어져 있지 않나 바닥을 살펴보니까. 이른 시간 출근길에 바닥에 떨어진 모과 열매를 가져간 적도 있다. 빛이 좋은 시간, 모과 사진을 찍다가 정원을 가꾸시는 분을 만났다. “올해는 다른 해보다 모과가 많이 열린 것 같아요”라고 하자 “올해는 모과 꽃이 필 때 비가 많이 오지 않았나 봐요”라고 말씀하신다. 아, 그렇구나. 자연의 흐름에 따라 열매 맺는 이유가 있다. 모과에 대한 이야기들이 있다. 울퉁불퉁 못생겨서 “어물전 망신은 꼴뚜기가 시키고, 과일전 망신은 모과가 시킨다”는 속담이 그 하나다. 그러나 나는 모과가 못생겼다는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얼루룩덜루룩한 몸통을 가진 나무 기둥은 멋진 옷을 입은 것 같고, 톱니 모양을 한 나뭇잎은 강한 개성을 내보이는 것 같다. 봄이면 작지만 이쁜 분홍색 꽃을 피우고, 열매는 달콤한 향기를 낸다. 납작하게 잘라 차로 마시면 몸에도 좋은 너무도 사랑스러운 나무 아닌가. 시경(詩經)에 이런 구절이 있다. ‘나에게 모과를 던져 오기에/어여쁜 패옥으로 갚아 주었지/꼭 보답하고자 하기보다는/길이 사이좋게 지내 보자고.’ 당시 여자들은 마음에 드는 남자에게 잘 익은 모과를 주면서 마음을 전했고, 모과를 받은 남자는 여인에게 보석으로 화답했다고 한다. 모과를 던진 그녀의 마음은 내 외모보다 향기로운 내면을 봐 달라는 것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를 아는 남자 사람이라서 귀중한 것을 주며 화답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많은 이들이 겉만 본다. 누구의 외면만 보지 말고 그의 고유한 향까지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 尹대통령·한동훈 향한 홍준표의 훈수…“검사 곤조 빼야 정치인”

    尹대통령·한동훈 향한 홍준표의 훈수…“검사 곤조 빼야 정치인”

    홍준표 대구시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겨냥한 듯 “정치를 하려면 검사의 곤조를 빼야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된다”고 훈수를 뒀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최측근인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구속은 물론 서욱 전 국방부 장관 구속으로 문재인 정부 안보라인 수사 등 사정 정국이 본격화하자 뼈 있는 조언에 나선 것으로 해석됐다. 홍 시장은 22일 페이스북에 “검사들에게는 이른바 곤조라는 게 있다. 일본말인데 우리말로 하면 근성(根性)이라는 뜻”이라며 “곤조가 없는 검사는 유능한 검사가 될 수도 없고 검사답지 않다고도 한다. 특수부·강력부 출신 검사들이 바로 그런 타입이다”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은 특수부, 홍 시장은 강력부 출신이다. 이어 홍 시장은 “곤조 있는 검사는 한번 물면 놓지 않고, 한번 당하면 절대 잊어버리지 않고 반드시 되갚아 준다”며 “제가 검사 11년을 하다가 정치판에 들어왔을 때 검사물인 곤조를 빼는 데 8년가량 걸린 것으로 기억한다. 3선 의원이 되고 난 뒤에야 비로소 정치인이 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의 곤조를 빼야 제대로 된 정치인이 된다. 정치는 증거로 옳고 그름을 가리는 사법절차처럼 선악 구분의 세계가 아니고 선악이 공존하는 아수라 판이기 때문”이라며 “검사 출신 정치인들이 대성을 못하는 이유도 바로 그 곤조 때문”이라고 했다.홍 시장의 훈수는 최근 여권 내에서 찬반 의견이 쏟아진 한 장관의 2024년 총선 차출론과도 맞물린다. 친윤(친윤석열)으로 분류되는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18일 MBC 출연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40% 이상의 안정적 지지세를 받으면, 그때는 한 장관이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운을 뗐고, 조수진 의원이 19일 “총선에서는 어떤 큰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한 장관 차출론을 이어갔다. 반면 윤상현 의원은 지난 20일 “지금 총선 차출을 언급하는 것은 본인에게도, 대통령에게도, 당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한 장관 차출론에 대해선 지난 19일 ‘청년의꿈’에 올라온 ‘최근 여야 할 것 없이 나오는 한동훈 총선론은 어찌 보세요’라는 질문에 “다음 총선은 총력전입니다”라고 썼다. 국민의힘의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한동훈 카드’도 검토해야 한다는 뜻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민주당은 ‘조국 차출’ 불발...이해찬 “선거는 차출 아냐” ‘스타 장관’의 총선 차출론은 어느 정부에서나 거론되는 ‘필승 전략’ 중 하나다. 문재인 정부 당시 민주당은 2020년 21대 총선을 1년 앞둔 2019년 4월부터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의 총선 차출론을 띄웠다. 다만 당시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선거는 차출하는 게 아니다”며 “본인이 정치적인 의지를 갖고 정치를 하겠다고 하면 하는 것이지, 어디 사람을 차출해서 쓰나”라고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바 있다. 이후 조 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지명되면서 총선 차출은 불발됐다.
  • [길섶에서] 종이사전/박록삼 논설위원

    [길섶에서] 종이사전/박록삼 논설위원

    이십수 년 전 첫 월급을 받은 뒤 큰마음 먹고 국어대사전을 샀다. 어문각에서 펴낸 한글학회의 ‘우리말 큰사전’. 이십몇만원인가 하는 큰돈을 치른 뒤 묵직한 4권짜리 사전을 들고 집으로 가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책꽂이에 꽂아 놓으니 왠지 뿌듯했다. 틈만 나면 괜스레 펼쳐 봤다. 어릴 적 집에 있던 얇디얇은 종이의 이희승 박사 ‘국어대사전’을 뒤적거리던 느낌과 달랐다. 오직 나만의 사전이었으니까. 몇 년 지나니 그도 시들해졌다. 최근에는 1년에 한두 번 정도 들춰 봤을까 싶다.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으로 금세 검색되는 세상에 종이사전을 찾을 리 없다. 사전 찾는 법을 모르는 아이들이 태반이다. 종이사전은 전쟁 없는 시기 날 벼린 칼처럼 쓸모없는 물건이 됐나 싶었다. 얼마 전 지인이 새로 나왔다며 ‘한국어 동사사전’을 슬몃 건넸다. 여전히 종이사전을 만들고 찾는 이들이 있다. 반가웠다. 종이사전의 시대가 그리 쉽게 끝날 리도 없고, 끝나서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든다.
  • 텍스트 너머 콘텍스트…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다름을 읽다[김언호의 서재탐험]

    텍스트 너머 콘텍스트… 헤밍웨이와 포크너의 다름을 읽다[김언호의 서재탐험]

    “마침내 끝났습니다. 처음 출발할 때만 해도, 끝이 보이기는커녕 끝이 있기나 한 것일까, 그곳에 정말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앞서기도 했던, 그 멀고 오랜 길이 이제는 다 끝나고 마침내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1994년에 시작한 시오노 나나미의 대하역사평설 ‘로마인 이야기’ 전15권의 번역 작업을 2007년에 끝낸 김석희는 제15권의 끝에 붙인 ‘옮긴이의 말’에서 이렇게 시작하고 있다. ‘로마인 이야기’와 함께 한세월을 보낸 번역가 김석희. 저자와 함께 고대 로마세계의 시공을 넘나들던 그 역사기행의 감회를 이렇게라도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1970년대와 80년대의 치열한 인문·사회과학의 책만들기·책읽기를 넘어 90년대라는 ‘세계화 시대’를 맞으면서 나는 책만들기의 새로운 카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 하나가 “동서고금의 사상과 이론을 집대성하는” ‘한길그레이트북스’의 기획이었고, 열린 문제의식으로 세계화 시대에 대응하는 책만들기·책읽기가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였다. ●‘죄와 벌’, ‘이방인’의 충격적 감동 김석희가 지금까지 번역한 책은 300여종 350권이나 된다. 김석희는 영어·불어·일어 번역이 다 가능하기 때문에, 그의 번역 장르는 넓고 깊다. 인문·예술이 60퍼센트, 40퍼센트가 소설이다. 어떤 책이 그를 번역의 세계, 번역가의 길로 이끌었을까. “영국 작가 존 파울스의 소설 ‘프랑스 중위의 여자’가 나를 번역의 세계로 이끈 책이었습니다. 이 책은 세 번이나 번역했습니다. 1982년에 처음으로 번역했는데, 당시 영화로 만들어졌지요. 그러나 기회가 오면 다시 번역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습니다. 판권을 정식으로 계약한 출판사의 요청으로 다시 번역해 출간했지요. 1997년이었습니다. 그 출판사가 사업을 접게 되자 친분 있는 ‘열린책들’과 이야기가 되어 개역 수준의 작업을 더해서 2004년에 출간했습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책 읽으며 글 쓰는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 “그때 내 고향 제주도는 바닷길과 하늘길로 사방이 열린 관광지가 아니고, 바다로 갇힌 척박한 섬이었습니다. 바닷가에 서면 그 답답한 섬을 벗어나고 싶다는 열망에 숨이 막히곤 했습니다. 그런 나를 다잡기 위해서 나는 책에 빠져들었습니다. 시도 쓰고 산문도 썼습니다. 몇몇 선후배들과 문예서클을 만들어 동인지를 펴냈습니다. 한 대학이 주최하는 백일장에 참가하여 장원에 뽑히기도 했습니다.” 집에서 학교를 오가는 도중에 도립도서관이 있었다. 고모부가 도서관장이었다. 서고를 우리 집 안방처럼 드나들면서 마음대로 책을 꺼내 읽었다. “그 무렵 내가 읽고 충격적인 감동을 받은 책이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과 카뮈의 ‘이방인’이었습니다. 나의 독서편력에서 너무나 판이한 두 주인공 살인자에 대한 이해가 처음엔 요령부득이었으나 그 상이한 자의성이야말로 작가의 세계관이라는 걸 이해하게 되면서 소설가에 대한 존경과 꿈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는 ‘마도로스 작가’가 되고 싶었다. 섬을 떠나고 싶은 열망 속에는, 망망대해를 누비며 세상을 체험하고 싶다는 소망도 깃들어 있었다. 해양대에 진학할 마음도 먹었지만 6·25 때 납북된 숙부 때문에, 이른바 연좌제에 저촉되어 입학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해양대의 꿈을 접어야 했다. ●기계에 의한 번역은 정보일 뿐 “1972년에 불문학과에 입학했는데, 우리 동기들은 그해의 ‘10월 유신’에 빗대어 ‘유신학번’이라고 자조했습니다. 그 자조의 이면에는 분노와 절망이 깔려 있었습니다.” 학교는 걸핏하면 휴교령으로 문을 닫았고 제대로 강의받거나 공부해 본 기억이 그에겐 별로 없다. 일기를 썼다. 그것이 시가 되기도 하고 소설이 되었다. 대학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졸업하고 군대에 다녀왔다. 국문학과에 학사편입하고, 다시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중퇴했다. 1988년 소설로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다. “보르헤스는 책이야말로 인간이 사용하는 여러 도구들 가운데 가장 놀라운 발명품이라고 했지요. 책은 기억과 상상을 통해 과거와 미래로 건너가는 징검다리와 같은 것입니다. 과거를 돌아보며 반성하고 미래를 내다보며 꿈꾸는 것이야말로 우리 인간이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요. 책을 숭배하는 종교가 있다면, 나는 아마 그 사원 맨 앞자리에 앉아 있을 것입니다.” 번역가 김석희에게 번역이란 무엇일까. 나는 1997년 그가 저간에 번역한 책들의 끝에 붙인 ‘역자의 말’을 모아 ‘북마니아를 위한 에필로그 60’을 펴냈다. “번역은 한 나라의 언어를 그 울타리 밖으로 옮겨 나르는 일입니다. 하나의 텍스트가 국경을 넘을 수 있는 방법은 번역가의 행랑을 거치는 길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텍스트는 비로소 콘텍스트를 얻게 됩니다. 번역은 해석입니다. 해석은 하나의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구성해 또 하나의 콘텍스트를 얻어내는 과정입니다. 번역이 단순한 낱말풀이나 의미 전달이라면, 번역은 사람의 몫이 아니라 기계의 몫이 되어도 좋을 것입니다. 기계에 의한 번역은 정보에 지나지 않습니다. 본질적인 것은 언어 이전에 있습니다. 번역은 그것을 찾아내는 작업입니다. 독일의 뛰어난 번역가이자 문예학자인 발터 베냐민은 그것을 ‘원문의 메아리’라고 부르고, 그 메아리가 울려 퍼질 수 있는 ‘의도’를 찾아내는 것이 번역가의 과제라고 했습니다.” ●‘우리말’로 번역해야! 번역자는 원작 뒤에 그림자로 머물러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번역가 김석희는 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그의 모든 번역서의 끝에 ‘역자의 말’을 놓고 있다. 나는 2008년에 다시 그의 역자의 말을 모은 ‘번역가의 서재’를 펴냈다. “번역을 할 때, 내가 기본적으로 취하는 태도는 겸손입니다. 저자와 원서에 대한 예의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결국 저자의 문체를 존중하는 태도에 닿아 있습니다.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대해, 그 단어와 그 문장을 작가는 왜 이곳에 이렇게 썼을까를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문구의 문체와 이청준의 문체가 다른 것처럼, 헤밍웨이의 문체와 포크너의 문체가 다릅니다. 그 다름을 읽어내야겠지요. 그 다름을 옮기는 것이 번역자의 몫이 아닐까 합니다.” 김석희는 새 책의 번역을 시작할 때마다 목욕을 한다. 목욕탕에 가서 때를 벗긴다. 먼젓번 작업의 흔적을 지우는 것이다. “번역을 많이 하던 시절엔 옆에 놓고 사용하던 영한·불한·일한 사전의 귀퉁이가 하도 달아서 거의 해마다 갈아치웠습니다. 번역 전문가가 무엇 때문에 사전을 그리 자주 보냐고 할지 모르나, 평범한 단어라도 그것이 문맥 속에서 담당한 몫을 찾다 보면, 오히려 사전 안에 갇혀 있지 않은 다른 뜻을 궁리하게 됩니다.” 1990년대 초반 100여권까지 번역해 내면서 그는 문체가 무엇인지 체득하게 된다. 자신의 문체를 구사할 수 있게 된다. “우리말로 번역해야 한다고 늘 다짐하고 있습니다. 원전을 존중하되 ‘자유롭게’ 그러니까 텍스트에 갇히지 않는 번역을 하려 합니다. 번역을 끝내고는 약간 소리 내어 읽습니다. 문장의 리듬을 생각합니다.” 그의 번역 작업에는 참고저서들이 대거 동원된다. ‘로마인 이야기’ 작업을 위해 10권 이상의 문헌을 읽고 연구했다. 불멸의 해양문학 ‘모비 딕’(작가정신)은 김석희가 혼신을 다해 번역해 낸 성과다. ‘옮긴이의 덧붙임’에서 그는 기록했다. “중도에 포기할 생각도 여러 번 했다. 곳곳에 온갖 비유와 상징이 널려 있고, 축약과 도치와 비문(非文)의 문장들이 난무했다. 그 덤불 같은 상징과 알레고리의 숲을 지나면서 단어와 구절들의 의미를 나름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고 결정하는 일을 끊임없이 수행해야 했기 때문이다. 덤불이 무성한 숲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마침내 밖으로 나올 수 있어 다행이다 싶다.” ●홋타 요시에의 ‘고야’와 ‘몽테뉴’ 나는 책을 만들면서 20세기의 빛나는 두 지성을 직접 만났다. 자본주의 3부작인 ‘혁명의 시대’, ‘자본의 시대’, ‘제국의 시대’를 써낸 큰 역사가 에릭 홉스봄 선생과, ‘고야’(전4권)와 ‘위대한 교양인 몽테뉴’(전3권)를 써낸 홋타 요시에 선생이다. 홉스봄 선생은 1987년 우리 출판사를 직접 방문했다. 한국의 민주화운동을 격려하는 말씀을 해 주셨다. 1997년에 나는 홋타 선생 댁을 방문해 말씀을 들었다. 김석희는 홋타 선생의 이 두 거작을 번역했다. 98년 3월 나는 출간된 ‘고야’를 들고 홋타 선생을 다시 뵈러 가서 말씀을 들었다. 홋타 선생의 명저 ‘고야’와 ‘몽테뉴’는 김석희의 번역으로 명품이 되었다. 김석희는 ‘고야’에 헌사를 썼다. “이 책을 번역하는 동안 그 무게와 매력에 압도당한 나머지, 나는 아직도 울창한 숲을 다 벗어나지 못한 느낌에 사로잡혀 있습니다. 고야의 파란만장한 삶과 창조적 열정도 그렇거니와, 그 고야의 인생과 예술을 활달한 필력으로 서술해 낸 작가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서도 나는 그저 숨이 막힐 뿐입니다. 위대한 삶과 위대한 글이 행복하게 만난 예를 이 책은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나는 책을 낼 때, 저자의 말이나 역자의 말을 중시한다. 인간적이고 핵심적인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을 것이다. 저자의 말 또는 역자의 말을 통해 우리는 그 저자의 내면으로 다가간다. 역자 김석희가 ‘몽테뉴’에 붙인 ‘르네상스적 교양인의 내면 풍경: 독자들에게’가 그렇다. “400년 저쪽의 몽테뉴를 불러내어 마치 친구를 대하듯 담소하며 평전을 써내려간 홋타 요시에는, 어쩌면 윤회의 업을 거듭한 끝에 다시 태어난 몽테뉴 자신인지도 모릅니다. 둘이 하나라는 느낌은 나 혼자만의 인상이 아닐 것입니다. 홋타의 ‘몽테뉴’에는 한 인간에 대한 한 인간의 모든 것이 들어 있습니다.” 전20권으로 번역해 낸 쥘 베른 선집은 김석희의 또 하나의 성과다. 2002년에 시작해 2015년에 끝냈다. ‘해저 2만리’, ‘15소년 표류기’, ‘80일간의 세계일주’, ‘신비의 섬’ 등 쥘 베른의 대표작 13개 작품을 담았다. “이 세상에 SF를 선물한 최초의 작가지요. 모험소설 작가들도 그에게 빚지고 있습니다. 놀라운 상상력과 천재적인 통찰력을 가진 위대한 작가입니다.”●귀향, 바다가 보이는 언덕 위 작업실 김석희는 2009년 제주도로 귀향했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간다고 생각했지만, 2006년 아버지가 작고하자 홀로 되신 어머니가 큰아들 석희가 내려왔으면 했다.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집을 지었다. 1층이 서재고 2층이 집필실이다. 그 어머니도 2021년에 아버지 곁으로 떠나셨다. 그는 2000년부터 한 해 한 번씩 단식을 한다. 이를 계기로 일일 일식을 한다. 하루 세 갑씩 피우던 담배도 끊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친구들과 술을 마신다. 그래서일까. 그의 얼굴은 맑고 건강해 보인다. 번역가 김석희는 지금 ‘아이들을 위한 그리스신화’를 번역 아닌 자기 글로 쓰고 있다. 김석희의 그리스신화는 아마도 따뜻하고 포근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이 사랑하는 책이 될 것이다. 한길사·한길책박물관 대표
  • 마가렛 설리번의 책 ‘뉴스룸 비밀’, 기자들은 나라에 경고해야 한다

    마가렛 설리번의 책 ‘뉴스룸 비밀’, 기자들은 나라에 경고해야 한다

    18일(현지시간) AP 통신의 책 소개 기사를 원문 그대로 옮긴다. 우리 국내 사정도 엇비슷한 점이 적지 않아 반면교사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문장을 최대한 우리말로 쉽게 옮기려 했으나 역량 부족으로 미치지 못하는 것 같아 부끄럽다.마가렛 설리번은 어느날 워싱턴 포스트(WP)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비평가 카를로스 로자다가 회고와 선언이 뒤섞인 책에 대해 격분하는 트윗을 올렸을 때 움찔했다. 그녀가 쓰던 책이 딱 그랬기 때문이었다. 설리번이 쓴 책 ‘뉴스룸 비밀’(Newsroom Confidential)은 버팔로 뉴스에서 뉴욕 타임스(NYT)와 WP에 이르는 자신의 경력을 추적하는 내용이지만 트럼프 시대의 동료 언론인들에게 던져진 어려움을 먹잇감으로 삼고 있었다. 그녀는 기자들이 트럼프 재임 기간 민주주의에 던진 위협을 인식하는 데 느려 터진 것을 너무 많이 봐왔고, 지금은 트럼프가 재집권 준비를 하고 있고 추종자들이 그의 큐 사인을 따르는 현상이 빚어지는데도 기자들이 준비되지 않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녀는 “여전히 공화당을 비롯하 기득권층을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고, 트럼프 공화당을 불쾌하게 하고 싶지 않고, 오히려 위기에 처한 민주주의를 정상으로 유지하고 싶어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난 그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몇몇 언론사들은 이제 선거 과정에 대한 위협을 다루는 특별한 비책들을 갖고 있다. 설리번은 펜실베이니아주 해리스버그에 있는 라디오 방송 WITF를 칭찬했는데 2020년 대통령선거 결과를 부인하는 지역구 의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정기적으로 청취자에게 상기시키고 있다. 그녀는 앞으로 언론인들은 진실을 옹호하고 그것을 인정하기를 거부하는 정치인들의 말을 확성기처럼 옮기는 일을 하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문제는 지난 주말 CNN 방송의 데이나 배시가 공화당의 애리조나주 지사 후보였던 카리 레이크와 힘겨루기를 했을 때 드러났듯 사라지지 않았다. 배시는 가짜 사기 보도들에 대해 반복적으로 물었고, 레이크에게 자신의 선거 결과를 받아 들일 것인지 여부를 압박했는데 레이크는 배시가 낡은 뉴스에 집중하고 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설리번은 “난 그것이 공격적인 것에 관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난 그것이 사물의 프레임을 다르게 짜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판돈 많은 정치를 게임으로 보지 않으며, 경마로 보지 않으며, 오락 거리로 보지도 않는다. 우리는 그것이 극도로 많은 파장을 낳으며 우리 눈앞에서 전개되는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언론에 대한 비판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이라크 전쟁 이전 언론의 성과는 널리 비난 받았다고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의 칼럼니스트 윌 번치는 말했다. 그러나 우려를 제기하는 많은 사람들이 설리번 같은 위상을 갖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번치는 “이런 비판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며 “그것은 여러 면에서 궁극적인 내부자로부터 나온다. 최고 수준의 사람들은 마가렛과 같은 사람과 함께 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그녀의 말에 귀기울이는 것과 대응해 뭔가를 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둘”이라고 인정했다. 우려되는 것은 언론에 대한 적대감이 돌아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지 여부다. 설리번은 너무 많은 미국인들이 진실보다 자신의 믿음을 드러내거나 더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 둘 모두 아주아주 골칫거리”라고 말한 뒤 “우리가 너무 멀리 사라져버린 것 같다고 생각하느냐고? 난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뉴욕 라카와나 근처에서 태어나 자란 설리번은 1980년에 지금은 버팔로 이브닝 뉴스라고 불리는 곳에서 여름방학 때 인턴으로 일했다. 그녀는 뉴스룸에서 계속 성장해 1999년 편집장이 됐다. 그녀는 나이 많은 남성 편집자가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로채 공로를 인정받은 것 같은 성차별을 묘사했다. 그들이 신문사 일을 하는 데 좋은 세월이었다. 그녀는 “저널리즘은 실행 가능한 직업 경력을 제공했다”며 “아마도 부자가 되는 썩 좋은 방법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살아갈 수 있는 임금을 얻는 방법이었다. 일종의 보너스로 그것은 날 아주 멋지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2012년 뉴욕 타임스의 퍼블릭 에디터 자리가 비었을 때 주저하지 않았으며 열심히 추구했다. 지역신문들은 위축되고 있었고, 그녀는 버팔로 뉴스를 위축된 상태에서 키를 잡을 만한 배짱이 없었다. 퍼블릭 에디터는 고맙다는 인사를 듣는 자리가 아니다. 여러분은 뉴스룸에 자리하면서 주위 사람들의 작업을 공개적으로 평가한다는 지청구를 듣고 있다. 저널리즘의 최고 수준에 있는 사람이든 여러분에게 커피를 타주는 사람이든간에 비판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설리번은 그곳에서 일한 내내 NYT에 대해 과감한 필봉을 휘두른 것으로 유명해졌다. 믿을 만한 소식통을 남용했고,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보도 및 국가안보 이슈 같은 문제까지 다뤘으며, 스타일 섹션에서 선전하는 소위 패션 트렌드를 놀림거리로 삼았다. 그녀는 그렇게 4년 동안 하루도 마음 편히 보낸 적이 없었다고 적었다. 그녀는 한 인터뷰를 통해 “난 아웃사이더가 되는 것을 좋아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것은 내게 중요하다. 난 NYT에서 아웃사이더였고, 내가 조금씩 잃는 것처럼 느껴졌을 때 -난 더 오래 있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난 이들이 친구 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내 자신의 의지를 벗어났고 그것이 건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NYT는 그녀의 뒤를 잇는 퍼블릭 에디터를 한 명 임명했지만 그 뒤 그 자리를 없애버렸다. 그녀는 동의하지 않지만 결정이 뒤집힐 것으로 보지 않았다. 그녀는 미디어 칼럼니스트를 맡아 WP로 이직했는데 그 때만 해도 트럼프와 규범을 파괴하는 대통령에 관해 글을 쓰는 데 그렇게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지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 5년 뒤 칼럼 쓰는 일에 번아웃이 왔고, 그녀는 다시 움직일 때라고 느꼈다. 그녀는 로컬뉴스의 쇠퇴에 관한 책을 썼고 자신이 그런 유형의 일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녀는 WP를 사직하고 ‘뉴스룸 비밀’을 썼으며 다음 단계로 듀크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설리번이 남긴 것은 가장 퉁명스러운 경고다. 그녀는 미국 언론인들이 “사이렌을 울리고 빨간불을 번쩍여 나라에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적었다.
  • 더 잘 소통되는 우리말을 사용합시다

    더 잘 소통되는 우리말을 사용합시다

    지은이 강재형은 우리말에 죽고 살 정도다. 평창올림픽을 앞두고는 올림픽조직위원회에 조직위 명칭을 ‘평창겨울올림픽조직위원회’로 해 달라는 편지를 썼다. 일상에선 ‘겨울’이 주로 쓰이고 친근하게 전달되며 더 잘 소통된다고 생각했다. ‘동계’는 행정적이고 무겁고 딱딱한 말이었다. 그렇지만 결과는 모두가 아는 것처럼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였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 언론이 ‘동계올림픽’이란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 이 말은 일상으로도 퍼져 갔다. 아쉬웠지만 그는 슬퍼하지 않고 때를 기다렸다. 올해 2월 중국 베이징에서 겨울올림픽이 열렸다. 이때 그가 있는 문화방송은 ‘동계’ 대신 ‘겨울’을 선택했다. 중국에서는 그들의 발음대로 ‘둥지’(冬季)라고 했지만, 우리 한자음 ‘동계’로 받지 않고 ‘겨울’로 번역하면 되는 것이었다. 방송에서 줄곧 ‘베이징겨울올림픽’이라고 밝혔다. 강재형의 제안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그는 생각한다. 말은 자신과 우리와 사회를 돌아보게 하고 다시 자신을 발견하게 한다고. 그래서 그는 우리가 지금 쓰는 말, 새로 만들어 가는 우리말에 대해 매일같이 관찰하고 말한다. 그것을 기록하는 것도 즐거워한다. 그렇게 지은 책이라 독자를 다시 기쁘게 한다. 책의 내용은 구체적이고 꼼꼼하다. 아나운서의 말실수, 퀴즈, 대담, 스포츠 중계와 해설 등에서 보이는 오류들과 말의 세계에 관해 에세이처럼 펼쳤다. 먼저 비슷하지만 잘 구별해 써야 하는 말들이 보인다. 예를 들면 엉덩이와 궁뎅이는 어떻게 다른지, 의사와 열사는 또 어떻게 구별되는지, 속과 소는 다르다든지 하는 것들이다. 책은 또 변화를 겪은 표준어에 관한 내용을 짚고, 우리말 속 일본어 잔재들을 바로잡아 보이기도 한다. 법조문 속 ‘징역 6월’과 ‘집행유예 10월’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0개월’이라고 해야 통한다고 알린다. ‘징역 6월, 집행유예 10월’은 일본어를 그대로 옮긴 것이다. 자신이 외친 것처럼 방송과 신문 기사에서 ‘월’이 아니라 ‘개월’로 쓰이는 것에 그는 기뻐한다. 한편으로는 ‘오뎅’의 표준어는 ‘어묵’이 아니라 ‘오뎅’도 별개의 표준어여야 한다고 그는 주장한다. ‘오뎅’은 어묵, 다시마, 무, 파 등을 넣고 끓여 낸 요리이고, ‘어묵’은 생선살 등을 으깨어 만든 재료라는 것이다. 일리 있는 주장이고 받아들일 만하다. 그는 아나운서답게 정확하게 발음하기도 강조한다. ‘표준 발음법’이 엄연히 존재한다며 방송에서는 이것을 어떻게 지키는지도 다뤘다. 그는 큰 것을 놓치며 살았다는 걸 어느 날에서야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그 전에는 작은 것들이 더 눈에 들어왔다. 언어 규범에는 맞지 않더라도 소통이 더 중요하다는 통찰을 얻게 됐다고 말한다. 앞선 이들의 가르침은 ‘진리’가 아니라 단지 ‘일리’ 있는 것으로만 참고하게 됐다고 한다. 이런 것들을 책 속에 녹였다. 일리 있는 그의 기록이다.
  • 박강산 서울시의원 ‘쓰담달리기 활성화 조례안 토론회’ 성황리 개최

    박강산 서울시의원 ‘쓰담달리기 활성화 조례안 토론회’ 성황리 개최

    서울특별시의희 박강산 의원(더불어민주당·비례대표)은 18일 서울특별시의회 의원회관 제2대회의실에서 ‘쓰레기 담고 건강도 담는 쓰담달리기 활성화 조례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쓰담달리기’는 조깅 하면서 동시에 쓰레기를 줍는 운동이자 캠페인이다. 해외에서 이미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는 ‘플로깅’은 스웨덴어로 이삭을 줍는다는 뜻인 plocka upp과 영어 단어 jogging의 합성어인 ‘플로깅’의 우리말이다. 해외뿐만 아니라 경기도, 울산광역시도 ‘쓰레기 담으며 걷기 지원 조례’와 ‘플로깅 활성화 및 지원 조례안’이 발의되고 통과한 바가 있다. 서울시 또한 이같은 내용의 조례를 발의하기 위해 관계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자리를 갖게 됐다.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쓰담 달리기의 날 지정과 더불어 플로깅의 긍정적인 효과를 부각시킬 수 있기를 소망한다”고 했다. 또한, 전혜숙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서울시를 넘어 대한민국에 선한 영향력을 전파할 수 있는 좋은 조례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박 의원은 “오늘 토론회는 타 지역에 있는 기존의 조례를 단순히 옮기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숙의 과정을 통해 한층 더 발전된 조례를 바탕으로 서울시 도시환경개선과 더불어 시민의 건강까지 챙기는 시발점이 되기 위해서”라며 “지역사회의 공동체성 회복, 민주시민교육과도 충반한 연결고리를 통해 서울시 25개 자치구, 425개 행정동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고 전했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고물가 경기침체’

    [알기 쉬운 우리 새말]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고물가 경기침체’

    경기침체(stagnation)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이 합쳐진 스태그플레이션은 경기 불황 중에도 물가가 계속 오르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영국 정치가 이언 매클러드가 1965년 영국 의회의 연설에서 처음 사용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1970년도에 신문 기사에서 소개됐다. 당시 경향신문 기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근 영국의 매스컴에서는 영국 경제의 현실과 병폐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신어가 나타나고 있다. 그것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낱말이다. 이 낱말은 (중략) 영국 경제의 현실이 불경기의 상황 아래에서도 임금과 물가등귀가 심각하대서 생겨난 것이다.” ‘영국의 병폐’ 때문에 생겨났다는 ‘신어’ 스태그플레이션이 7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서까지 널리 쓰이게 된 것은 이른바 ‘오일 쇼크’라 불린 세계 유가 폭등 때문이었다. 전 세계가 치솟은 기름값 때문에 호된 불황과 물가 상승에 시달렸고,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리고 요즘 우리 경제에 깜빡이는 위기 신호 때문에 이 용어가 다시 언론에 자주 쓰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언론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리말로 어떻게 표현해 왔을까.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 뒤에 괄호를 붙여 ‘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 ‘고물가 속 경기 불황’이라고 나란히 쓴 경우도 있고, ‘물가는 오르는데 경기는 가라앉는 스태그플레이션’, ‘경기 침체와 고물가가 동시에 닥치는 스태그플레이션’처럼 문장으로 풀어서 설명한 사례도 많다. 한편 스태그플레이션이 워낙 보편화되고 독자들에게 익숙한 용어라고 판단한 탓인지 일부 경제 전문지들에서는 아예 별도의 우리말 설명을 붙이지 않고 이 단어를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우리말로 풀어 쓴 용례가 많고 말뜻도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용어인 만큼 이를 다듬는 과정은 어렵지 않았다. 새말을 지어 낼 열쇳말은 두 갈래.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고물가’와 ‘물가 상승’이 한 갈래이고, ‘스태그네이션’을 뜻하는 ‘경기침체’와 ‘불황’, ‘불경기’가 또 다른 갈래다. 새말모임 회의에서는 이 두 갈래 말들을 여러 방법으로 조합해 보며 가장 적절하다 싶은 세 개의 후보를 만들었으니 ‘고물가 경기침체’, ‘불경기 물가 상승’, ‘고물가 불황’이 그것들이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거쳐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고물가 경기침체’가 새로운 우리말로 결정됐다. 우리와 같은 한자 문화권인 일본과 중국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어떻게 표기하고 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일본의 경우 영어권 신조어가 들어오면 일본어로 바꾸어 표기하는 것보다 가타카나를 이용해 외국어 발음 그대로 표기하는 경우가 많다. 스태그플레이션 역시 가타카나로 표기(스다구후레-숀·スタグフレ?ション)할 뿐 일본어 표현이 따로 없다. 인플레이션이나 디플레이션도 마찬가지인데, 일본 특유의 ‘줄임말 선호’로 ‘인후레’, ‘디후레’라고 줄여서 부르곤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1990년대 신문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을 ‘불황 속의 인플레’라고 표현한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한편 중국은 발음을 따르기보다 신조어의 뜻을 살려서 한자어로 바꿔 수용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을 ‘수쯔’(数字) 혹은 ‘수마’(数码)로 바꿔 쓰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 역시 ‘정체하다’는 뜻의 ‘즈’(滞)와 ‘팽창하다’는 뜻의 ‘장’(胀)을 조합해 ‘즈장’(滞胀)이라고 바꿔 표현하고 있다. 참고로 중국어로 인플레이션은 ‘통화팽창’, 스태그네이션은 ‘불경기’라고 하며, ‘萧条’(샤오탸오)라고 표기한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나주시 ‘영산강 느러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나주시 ‘영산강 느러지’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운다

    전남 나주시가 한반도 형상을 닮은 ‘영산강 느러지’를 관광 활성화를 위한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한다. 나주시는 역사·문화·생태 자원을 활용한 관광 활성화 정책 모색을 위해 오는 14일 영강동 어울림센터 2층 다목적실에서 국립목포대학교 호남문화콘텐츠연구소와 ‘영산강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영산강의 유산과 느러지 유역의 명승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학술대회는 영산강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생태자원을 활용한 지역 관광·경제 활성화 정책 수립을 위한 것이다. 나주시는 이를 통해 영산강을 지역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낼 밑그림을 그린다는 계획이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당선인 시절을 비롯해 민선 8기 출범 이후 줄곧 영산강을 지역 발전의 핵심 자원으로 강조해 왔다. 나주 동강 느러지 전망대, 최대 홍련 군락지인 우습제, 나주대교와 영산포 체육공원, 십리송이 펼쳐진 드들강변, 전국 최대의 농업용 수리시설인 나주호 등 천혜의 생태 환경을 갖춘 영산강을 각 권역별로 명소화한다는 게 윤 시장의 구상이다. 느러지는 물길이 흐르면서 모래가 쌓여 길게 늘어진 모양을 표현한 순우리말이다. 순천만에 버금가는 ‘영산강 저류지’를 활용한 영산강 국가정원 조성과 영산강 명품 300리 자전거길 조성을 포함한 ‘영산강권 생태 관광벨트 구축’도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나주시의 최종 목표는 도에서 추진하는 ‘전남도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에 나주 영산강권을 포함시켜 낙후된 나주의 관광 인프라를 일시에 혁신하는 것이다. 윤 시장은 이날 “나주평야를 굽이쳐 흐르는 영산강은 권역 곳곳마다 천혜의 생태환경과 관광 자원을 품고 있다”며 “한반도 지형을 조망할 수 있는 동강 느러지를 비롯한 영산강 권역별 관광 자원화 사업을 전남도 남부권 광역관광 개발계획에 포함시켜 영산강을 중심으로 문화·관광산업 활성화를 반드시 이룩하겠다”고 말했다.
  •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노마드 워커? 유목민형 노동자

    [알기 쉬운 우리 새말] 노마드 워커? 유목민형 노동자

    인터넷이 널리 보급되고 디지털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장소나 시간에 제약받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들이 속속 등장했다. 디지털 노마드, 잡(job) 노마드, 유로(Euro) 노마드, 노마드 워커 등이 그것이다. 표현은 여러 가지지만 사실은 대부분 같은 뜻이다. 그중에서 이번 새말모임은 ‘노마드 워커’(nomad worker)를 택해 우리말로 다듬어 보았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도 특정 조직에 소속되지 않고 자유롭게 일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 있었다. ‘자유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 등이다. 하지만 ‘노마드’라는 말이 붙음으로써 기존 자유직의 성격에 노트북 컴퓨터나 태블릿 기기, 휴대전화 같은 휴대용 기기를 이용한다는 ‘디지털 시대적 특징’이 한층 더해졌다. ‘노마드’라는 단어 자체는 새로운 용어가 아니다. ‘유목민’이란 뜻의 라틴어라고 하니 연륜이 퍽 길다. 이 오래된 단어가 철학적 용어로 새롭게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1968년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누리는 새로운 인류를 가리키며 ‘노마디즘’이라는 말을 쓰면서부터다. 그러다 30여년 전 마셜 매클루언이 “인류는 빠르게 움직이며 전자제품을 이용하는 유목민이 될 것”이라고 미래를 진단하면서 ‘노마드=디지털 유목민’의 뜻으로 점차 굳어지게 된 것이다. 이미 ‘디지털 노마드’나 ‘잡 노마드’라는 용어는 우리 언론에 2000년대 초반 등장했고, ‘노마드 워커’는 그보다 한 발짝 늦은 2010년 서울경제 기사에서 처음 발견된다. 최근 들어서 ‘노마드 워커’라는 용어는 더욱 활발히 쓰이고 있으니, “노마드 워커 교육은 전국 최초로 시행되는 창조경제 프로젝트로 최첨단 디지털 시스템을 활용,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아시아투데이), “노마드 워커를 ‘어디에서도 일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면 모바일 보헤미안은 거기에 더하여 ‘일과 사생활의 경계가 없어진 상태’를 가리킨다.”(문화뉴스) 등이 그 사용 사례다. 앞선 글에서 같은 한자 문화권 나라들인 한국, 일본, 중국이 알파벳 언어권에서 들어온 신조어를 각각 다른 방식으로 받아들인다고 이야기했는데, ‘노마드’의 경우는 세 나라가 모두 똑같이 ‘유목민’이라고 번역해 사용하고 있다(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遊’자를 사용하는 반면 중국에서는 ‘游’로 표기하는 게 차이다). 또한 국립국어원에서도 ‘디지털 노마드’를 ‘디지털 유목민’으로 다듬어 발표한 바 있기에 ‘노마드’라는 단어는 ‘유목’ 혹은 ‘유목민’이라는 말로 대체할 수 있겠다. 다만 ‘노마드’는 명사지만 맥락상 형용사형을 사용하는 게 맞겠고, 영어권에서도 형용사형인 ‘노마딕(nomadic) 워커’ 혹은 ‘디지털 워킹(working) 노마드’라고 쓰기 때문에 새말 역시 유목‘형’ 혹은 유목민‘형’ 등 형용사형으로 다듬었다. 그렇다면 ‘워커’의 대체어로는 ‘근로자’와 ‘노동자’ 중 무엇이 적절할까. 현재 우리나라 노동 관련 법규에는 ‘근로기준법’ ‘근로자보호입법’과 같이 ‘근로’라는 용어가 쓰이고 있고, 법정기념일인 5월 1일 역시 ‘근로자의 날’이 공식 명칭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근로자’라는 명칭 사용에 비판적이다.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근로자(勤勞者)는 권위주의 정권 시절 정부나 사측이 사회주의 계열에서 주로 사용하는 ‘노동자’라는 단어 대신 의도적으로 선택한 용어라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5월 1일도 ‘근로자의 날’이 아니라 ‘메이데이’(May Day) 혹은 ‘노동절’이라고 부른다. 새말모임에서는 다양한 시각을 고려해 ‘노동자’라는 단어를 선택했다.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 2000명 중 62.2%가 ‘노마드 워커’를 쉬운 우리말로 바꿀 것을 원했고, 후보 낱말 중 ‘유목민형 노동자’가 57.6%의 지지를 받고 새말로 선정됐다. ※ 새말모임은 어려운 외래 새말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 전에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쉬운 말로 다듬어 국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국어, 언론, 통번역, 문학, 정보통신, 보건 등 여러 분야 사람들로 구성된 위원회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국어원이 모임을 꾸리고 있다.
  • 가을 품은 정원, 마음을 놓다

    가을 품은 정원, 마음을 놓다

    가을이 차분하게 내려앉고 있다. 산책하기 좋은 이 계절에 가 볼 만한 정원이 몇 곳 있다. 자박자박 걸으며 마음을 비우고, 또 채울 수 있는 가을 정원들이다.①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옥상정원(경기 과천) 국립현대미술관(MMCA) 과천관은 무겁지 않은 나들이에 맞춤한 곳이다. ‘옥상정원-시간의 정원’ 전시가 가을 정취를 더한다. ‘시간의 정원’은 과천관 옥상에 세운 지름 39m의 원형 구조물이다. 정원 밖으로 보이는 자연과 흰색 파이프 그림자의 변주가 흥미롭다. 2018년 중단된 백남준 작가의 ‘다다익선’은 지난 9월 15일 재가동했다. 1층부터 3층 ‘시간의 정원’ 입구까지 나선형 통로를 따라 이동하며 관람한다.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전시도 볼만하다. 주변 산과 들의 식생을 주재료로 사용해 우리 땅 곳곳의 생태를 옮겨 왔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옥상정원 5시 30분)다. 인근 국립과천과학관은 과학 체험의 보고다. 현대미술관과 묶어 돌아볼 만하다.②사랑으로 채운 로미지안가든(강원 정선) 로미지안가든은 아내를 위해 남편이 10년 동안 공들여 가꾼 정원이다. 랜드마크는 부부의 순우리말에서 따온 ‘가시버시성’이다. 드넓은 정원과 멀리 가리왕산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삼합수대전망대’에 오르면 오대천과 동강, 조양강이 합수하는 남평뜰이 발 아래 펼쳐진다. ‘프라나탑’과 ‘붉은자성의언덕’ 등은 정원을 꾸미며 느낀 깨달음을 풀어낸 공간이다. 베고니아를 1년 내내 감상할 수 있는 ‘베고니아하우스’도 볼거리를 더한다. ‘금강송산림욕장’에선 명상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유럽의 산장을 떠올리게 하는 카페, 전망이 빼어난 숙소 등도 갖췄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다.③사색의 공간 수생식물학습원(충북 옥천) 수생식물학습원은 사색과 성찰의 공간이다. 퇴임한 목사가 자연 속에서의 쉼을 목표로 대청호 끝자락에 조성했다. 하이라이트는 ‘천상의 바람길’이다. 호젓하고 아기자기한 산책로 곳곳에서 대청호가 불쑥불쑥 나타난다. ‘세상에서 가장 작은 교회당’, 학습원이 한눈에 펼쳐지는 전망대, 수련이 가득한 연못 등을 둘러보는 맛도 일품이다. 관람시간은 오전 10시~오후 6시(동절기 오후 5시)다. 예약제로 운영된다. 일요일엔 쉰다. 갑신정변을 주도한 김옥균과 기생 명월의 러브 스토리가 전해지는 대청호반의 청풍정, 옥천이 자랑하는 장령산자연휴양림, 4대째 이어오는 이원양조장 등 학습원 인근에 볼거리도 많다.④닫힌 듯 열린, 봉정사 영산암(경북 안동) 영산암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봉정사의 부속 암자다. 마당에 조성된 정원이 특히 아름답다. 소나무와 배롱나무, 맥문동 등 초목이 어우러져 무심한 듯 아름다운 정원을 이룬다. 영산암 정문인 우화루는 ‘꽃비가 내리는 누각’이란 뜻이다. 부처가 영축산에서 설법할 때 꽃비가 내렸다는 고사에서 따온 이름이다. 영산암 마당 정원은 보는 위치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다르다. 송암당 툇마루에 앉으면 소나무와 배롱나무, 소박한 풀꽃이 아늑하다. 삼성각 쪽을 보면 하늘로 뻗은 소나무 가지와 기암괴석이 선계에 온 듯하다. 우화루의 대청마루가 송암당, 관심당의 툇마루와 연결되는 모양도 독특하다. 응진전 앞에서는 영산암 마당 정원이 한눈에 들어온다.⑤선비의 낭만 가득한 월연정(경남 밀양) 월연정은 밀양강과 단장천이 만나는 절벽 위에 있는 정자다. 쌍경당과 그 옆의 제헌, 월연정 등을 아울러 ‘월연대 일원’(명승)이라 부른다. 먼저 만나는 곳은 쌍경당이다. 쌍경(雙鏡)은 ‘강물과 달이 함께 밝은 것이 마치 거울과 같다’는 뜻이다. 쌍경당 옆 얕은 계곡에 놓인 쌍청교를 건너면 월연정이다. 앞면 5칸, 옆면 2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한가운데 방이 있고 사방이 마루다. 마루에 앉으면 가을빛을 안고 흘러가는 밀양강이 내다보인다. 보름달이 뜰 때 달빛이 강물에 길게 비치는 모습이 기둥을 닮아 월주경(月柱景)이라 하는데, 옛사람들은 월주가 서는 보름마다 이곳에서 시회를 열었다고 한다. 이웃한 영남루(보물), 억새 무성한 천황산(재약산) 등에도 가을빛이 완연하다.⑥남종화처럼 고운 운림산방(전남 진도) 운림산방(명승)은 ‘남종화의 대가’ 소치 허련이 말년에 낙향해 지은 화실이다. ‘첩첩산중에 아침저녁으로 피어오르는 안개가 구름 숲을 이룬다’는 뜻의 당호처럼 풍경이 매우 빼어나다. 특히 산방 앞 연못에 배롱나무꽃이 피는 한여름이면 운림산방이 더욱 화사해진다. 산방 옆엔 미술관이다. 소치1관은 허련의 작품 40여점을, 소치2관은 허련의 넷째 아들인 미산 허형부터 남농 허건 등 5대에 이르는 후손의 작품 100여점을 전시한다. 소치2관에 마련된 ‘소치 작품 이머시브룸’도 독특하다. 대나무 정원을 배경으로 한 홀로그램, 허련의 작품으로 연출된 미디어 아트 등이 펼쳐진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 30분(동절기 오후 4시 30분)다. 진도타워, 명량해상케이블카, 진도개테마파크 등의 명소가 이웃해 있다. 사진 한국관광공사
  • ‘줍깅’하는 구청장… 쾌적한 동대문 만든다[현장 행정]

    ‘줍깅’하는 구청장… 쾌적한 동대문 만든다[현장 행정]

    “우리 동대문이 사랑이 넘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을로 함께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이필형 서울 동대문구청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주민들과 함께 중랑천 장미정원 일대 ‘줍깅’에 나선 지난 6일 이렇게 말했다. 줍깅은 우리말 ‘줍다’와 영어 ‘조깅’의 합성어로, 조깅을 하며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봉사 활동이다. 이날 현장에는 봉사에 자발적으로 동참한 주민 100여명과 동화어린이집 7세반 어린이 14명이 함께했다. 특히 장애를 가진 특수반 아이들 3명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노란 자원봉사 조끼를 입은 채 긴 집게를 들고 쓰레기 줍깅에 나선 이 구청장은 쓰레기를 주우며 마주치는 주민, 어린이들과 자연스레 소통했다. 이 구청장은 동화어린이집 아이들이 주변에 다가오자 자세를 낮춰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며 대화했다. 주변에 나비가 다가오자 잠시 쓰레기 줍기를 멈추고 아이들이 자연을 즐기도록 유도하기도 했다. 주민들과도 격의 없이 말을 주고받으며 즐거운 봉사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날 봉사활동에 참가한 답십리2동 자원봉사자들은 “평소에도 동대문에 애정이 많아 봉사활동을 해 왔는데 이번에 구에서 좋은 취지로 행사를 기획해 동참하게 됐다”며 “걸으며 운동도 하고 지역도 깨끗하게 하고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동화어린이집 어린이들을 인솔해 봉사에 참가한 김순복 원장은 “어릴 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갖고 깨끗한 환경 만들기를 실천할 수 있는 보람된 시간이었다”며 “앞으로도 아이들과 환경보전 봉사활동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 아이들이 지역 사회에 봉사하고 환경보전을 실천하는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8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이 구청장은 ‘쾌적하게! 안전하게! 투명하게!’라는 슬로건으로 민선 8기 운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불법 노점 정비에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특별사법경찰 7명을 투입하고 동대문 지역 내 재건축, 재개발 추진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민선 8기 공약 사항을 잘 이행하고자 관련 보고회를 개최하는 등 수시로 점검하며 챙기고 있다. 이 구청장은 “지난 100일 동안 동대문 구석구석을 다니며 동대문이 무엇을 원하는지, 우리 구민이 어디로 나아가고자 하는지를 새겨들었다”면서 “우리 동대문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도록 2050년을 내다보는 미래도시로 만들고자 도시공간을 조성하고 콘텐츠를 채워 나가겠다”고 밝혔다.
  • “유방암 꼭 이겨내세요!” 세계 최대 핑크 리본 기네스 등재

    “유방암 꼭 이겨내세요!” 세계 최대 핑크 리본 기네스 등재

    세계에서 가장 큰 핑크 리본이 만들어져 기네스에 등재됐다. 스페인 과달라하라에 있는 자치단체 트리요에 있는 쌍둥이 산 ‘테타스 데 비아나’ 정상에선 8일(현지시간) 초대형 핑크 리본이 펼쳐졌다. 핑크리본 캠페인은 유방암에 대한 예방의식을 높이고 조기 검진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지구촌 곳곳에서 전개되는 행사다. 길이 247m, 폭 26미터 핑크 원단을 해발 1116m 정상까지 운반하는 데만 자원봉사자가 540여 명이 참가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원단을 펼쳐놓자 ‘테타스 데 비아나’ 정상엔 초대형 핑크 리본이 그려졌다. 핑크 리본의 면적은 5420m². 아랍에미리트가 갖고 있던 종전의 세계 최대 기록 4800m²보다 600m²이상 더 컸다. 일반 증인 2명까지 동원해 꼼꼼히 기록을 챙긴 기네스는 산 정상에서 세계기록 갱신을 공인했다. 산꼭대기에서 행사를 열다 보니 진행은 쉽지 않았다. 현지 언론은 “둘둘 만 원단을 500명이 넘는 봉사자들이 들고 줄지어 산을 오르는 것도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었다”고 보도했다. 힘겹게 정상에 오른 봉사자들은 현장에서 즉석 손으로 바느질을 해야 했다. 미리 모양을 만들어 옮기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봉사자들은 “산에 오르기 전 여러 번 리허설을 했지만 실제로 정상에 대형 리본을 펼치다 보니 바람이 세게 부는 등 환경이 달라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런 어려움은 충분히 예상된 일이었지만 이벤트 주최 측이 테타스 데 비아나의 정상을 선택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테타스 데 비아나는 쌍둥이 산이다. 여성의 가슴을 연상케 한다. 그래서 지명도 테타스 데 비아나다. 스페인어 지명 ‘테타스 데 비아나’는 우리말로 ‘비아나의 가슴’이란 뜻이다. 이벤트를 기획한 라우라 도밍게스는 “우리의 기록이 언젠가는 다시 깨지겠지만 여성의 가슴을 상징하는 자연에서 이런 핑크 리본을 전개하는 건 자연의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하다”며 “아마도 상징성에선 앞으로도 스페인의 기록을 능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연과 운동, 생명을 모두 상징하는 곳에서 캠페인을 전개했다는 게 무엇보다 의미심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편 기네스 이벤트를 후원한 트리요 당국은 테타스 데 비아나 등산로 입구에 기념비를 설치, 핑크 리본 캠페인 효과를 이어가기로 했다. 
  • [씨줄날줄] 토박이말/이순녀 논설위원

    [씨줄날줄] 토박이말/이순녀 논설위원

    순우리말인 줄 알았는데 한자어여서 당혹할 때가 있다. ‘무려’(無慮), ‘미안’(未安), ‘급기야’(及其也) 등 일상에서 무심코 쓰는 말인 경우 놀라움은 곱절이 된다. 거꾸로 한자어 같은데 순우리말인 사례도 적지 않다. ‘몽니’(받고자 하는 대우를 못 받을 때 내는 심술), ‘윤슬’(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모꼬지’(놀이나 잔치로 여러 사람이 모이는 일) 등이 대표적이다. 순우리말은 한자어와 외래어를 제외한 우리나라 고유어를 일컫는다. 토박이말, 토착어로도 불린다. 한데 한자어와 고유어의 구분은 사실 쉽지 않다. ‘순우리말’과 ‘토박이말’조차 한자 순(純)과 토(土)를 달고 있다. 그럼에도 선조의 얼과 문화가 담긴 아름다운 우리말을 가꾸고, 전승하는 것은 후손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책무임에 틀림없다. 우리말의 아름다움을 가장 잘 드러내고, 널리 알린 인물로 손꼽히는 이는 시인 정지용이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옛이야기 지즐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얼룩백이 황소가/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으로 시작하는 대표작 ‘향수’(정지용 시전집, 애플북스)는 고향을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을 오롯이 담은 절창이다. 뿐만 아니라 ‘지즐대는’(지줄대는), ‘해설피’, ‘함추름’ 등 우리말의 풍부한 묘미를 알게 해 준 보물 창고이다. 토박이말바라기 등 한글 단체와 국어교사모임 등 전국 100여개 단체들이 “토박이말을 새 국어 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넣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09년, 2011년 국어과 교육과정 성취기준에는 “다양한 고유어(토박이말)를 익히고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기른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2015년 개정 교육과정에서 이 내용이 빠졌고, 최근 교육부가 공개한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안에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들 단체의 요구에 교육부는 순우리말 교육을 성취기준 일부나 해설, 고려사항 등으로 넣는 방안을 뒤늦게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어제는 576돌 한글날이었다. 시대가 변하면 언중이 쓰는 말도 변한다. 외래어, 외국어 혼용은 점점 늘어나고 신조어나 축약어 등 사회 현상을 반영한 유행어의 확산도 불가피하다. 그렇다 해도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지키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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