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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름다운 우리말가게’ 첫 선정

    한글학회(회장 허웅)는 올해 첫번째 ‘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으로 서울 삼성동에 있는 일식집 ‘맑은 바닷가의 나루터’를 선정했다. 선정된 가게에는 기념패를 주인에게 주고,아름다운 우리말 가게이름 보람(상징현판)을 걸어준다.
  • 책 / 섹시즘 ­남자들에 갇힌 여자

    정해경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2일 종영된 MBC TV드라마 ‘옥탑방 고양이’에서 남녀주인공이 주고받은 대사 한 대목. “궁금한 게 있는데,엄마는 왜 엄마라 부르고 아빠는 왜 아버지라고 불러?”(남자) “음… 엄마는 어머니라고 부르면 섭섭해하시고,아빠는 아버지라고 부르면 좋아하시거든.”(여자) 어째서일까? 언어구조상 엄연히 ‘엄마’는 ‘아빠’,‘아버지’는 ‘어머니’와 짝을 이뤄야 하는데…. ‘섹시즘(Sexism)-남자들에 갇힌 여자’(정해경 지음,휴머니스트 펴냄)는 그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이다.지은이는 연세대 독문학과를 졸업한 뒤 독일과 폴란드에서 음운론과 형식문법을 공부하며 석·박사 학위를 딴 37세의 여성 언어학도.“여성과 남성에 내면화된 언어가 각각의 성에 대해 무의식적으로 다른 가치를 형성해왔다.”는 지은이는 “법과 경제,사회구조,가부장제 이데올로기처럼 언어도 여성을 억압하는 기제”라고 주장한다. 책은 서두에서부터 ‘섹스’(性)란 단어 자체가 ‘남자의 말’이라고 쐐기를 박는다.여성의 성은 ‘성별’이 되어결국 욕망의 대상이 되고 말지만,남성의 성은 보편성을 가진 ‘기준’이 된다는 것.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사례들을 일상생활 속에서 이끌어내는데,그 덕분에 책은 쉽게 설득력을 얻어간다.우리말뿐만 아니라 영어·독어·폴란드어 등 외국어의 사례를 두루 적시한 것도 저자의 주장을 귀담아듣는 데 보탬이 된 인상이다. 예컨대 한국어 호칭에 스민 여성차별의 흔적.‘장인어른’과 ‘장모님’은 어떤가.‘어른’이란 호칭의 사전적 의미가 결혼한 남자를 뜻하건만 여성에게는 해님·달님 같은 무생물에까지 붙여지는 ‘님’이란 호칭이 고작이라는 것. 남녀를 수식하는 형용사가 뚜렷이 구별되는 것도 그렇다.‘얌전한’‘수줍은’‘순종적인’ 등 여성에겐 긍정적으로 인식되는 속성이 남성에게 붙여질 때는 부정어로 변한다.하지만 ‘씩씩한 여자’처럼,반대의 경우는 긍정적인 뜻을 품는다.이같은 남성중심의 언어조합은 영어에서도 마찬가지.‘Handsome woman’(잘생긴 여자)은 칭찬이다. 서구사회를 풍미한 단어들에도 여성억압의 기제는 곳곳에서 드러난다.이상적인 어머니의 역할을 뜻하는 ‘Momism’은 여성을 가사노동에 묶어두기 위한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의 부산물이라고 꼬집는다.소쉬르·촘스키·비트겐슈타인 등의 언어학 이론들도 자주 등장해 논리가 입체적으로 보강된다.1만 5000원. 황수정기자 sjh@
  • “한민족의 비극적 현대사 외국인에 알리려 했어요”/500여쪽 영문소설 순이 펴낸 정종순 금강고려화학 부회장

    그는 ‘노무현 인맥’이라는 이유로 지난 연말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다.언론은 으레 ‘부산상고 49회,노 대통령의 4년 선배…’라는 표현을 앞세워 앞다퉈 보도했다.고교 동기생인 황두열 SK㈜ 부회장,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52회)과 더불어 부산상고 출신의 ‘재계 3인방’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바로 정종순(鄭鍾淳·60) 금강고려화학 부회장이다. “언론이 그렇게 쓰니까 어쩔 수 없더라고요.부산상고를 나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 아닙니까.그러나 노 대통령은 4년전에 딱 한번 만났을 뿐입니다.노 대통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떨어진 뒤였습니다.그 때는 동기생들과 함께 정치판에서 손을 떼고 생활인으로서 변호사 역할에 충실하라는 충고를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아픈 상처도 우리 몸의 일부입니다.” 그가 다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순이’ 때문이다.환갑을 맞아 ‘순이-격랑위의 여행자(Soony-A Traveler on the Angry Wave)’라는 소설을 펴낸 것이다.그것도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써냈다.무려 500쪽에 이른다.영문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고 외국에서 공부한 적도 없다고 했다.그래서 소설을 완성하는데만 꼬박 10년이 걸렸다.하루에 한 줄밖에 쓰지 못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우리 삶을 묘사한 훌륭한 문학작품은 많지만 우리끼리 감동하고 눈물을 흘린들 외국인들이 누가 알아주기나 합니까.” ‘순이-’는 일제 강점기인 1941년부터 사할린 상공에서 대한항공 007기가 피격되는 1983년까지 40여년의 세월을 헤쳐온 한 한국여성의 일대기를 그렸다.순이는 대갓집 머슴에게 겁탈 당하고 일본으로 팔려 가며,한국전쟁 이후에는 양공주로 전락하는 등 한국 현대사의 오욕을 함께 했다.그 뒤 미국으로 건너가 사업가로 성공하지만 코리아게이트에 휘말려 옥살이를 한다.아들을 만나기 위해 1983년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가 공중에서 산화하고 만다. ●“외국에 3000부를 기증할 것입니다.” “한민족의 비극적인 현대사를 외국인들에게 알려 주고 싶었습니다.근대화 100년의 고단한 삶을 외국인들에게 이해시켜 보자는 것이었지요.혹자는 주인공 순이의 삶이 너무 가혹하고,우리 사회의 치부까지 드러내 외국인 독자가 한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하지 않겠느냐는 말도 했습니다.” 정 부회장은 그러나 “아픈 상처도 내 몸의 일부입니다.우리의 절치부심,뼈저린 반성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라고 반문했다.그래서 자비로 소설 5000부를 인쇄해 이 중 3000부를 외국 도서관에 기증할 작정이다. “1983년 사할린 상공에서 269명이 희생됐는데도 별다른 대책 없는 나라팔자에 대한 울분,틈이 있을 때마다 한국강점을 정당화하는 일본을 향한 분노,그런데도 우리는 도대체 그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자성인 셈입니다.” 그는 수수하고 소탈한 인상을 풍긴다.얼굴이 가무잡잡해서 그런지 고향의 형님같다는 느낌을 준다.아무리 뜯어봐도 세련과는 거리감이 있는 것 같다.연간 매출이 1조 7000억원에 이르는 대기업의 대표이사 사장을 7년이나 지냈는데도 말이다. 당한 달변가인데도 그의 말에서는 일관된 흐름이 감지된다.국력을 키우지 않으면 결국 국민들만 고생하게 된다는 것이다.사실 ‘순이-’라는 소설도 한 한국 여성의 고단한 인생 역정을 통해국력을 키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국가간의 관계에서 이성에 호소하는 것이 얼마나 무력한지,나라가 힘이 없을 때 개인의 운명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형상화했다. ●“나라의 힘이 없으면 백성만 고단해집니다.” 어수선한 시대,모두 애국자를 자처하며 정치판에 나선 시기에 공산주의를 민족의 구원수단이라고 생각하는 의사 친구와 제 자리를 지키려는 은행원의 입을 빌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새 나라를 세우려면,각자가 자기 소명에 몸 바쳐야 할 걸세.농부는 열심히 밭갈고,어부는 매일 아침 고기잡고,물건 만드는 사람과 상인은 사람들에게 물건 대주고,자네같은 의사는 아픈 사람을 돌봐야 할 걸세.모두 정치판에 나서면,농사는 누가 짓고,고기는 누가 잡으며,아픈 사람은 누가 돌보겠나.” 그는 4·19혁명 직후였던 고교시절 운동권 학생이었다.국가보안법 반대 시위를 벌였다가 투옥된 적이 있다.서울대 상대 3학년때는 교내 학예부장으로 일하면서 한·일수교 반대시위를 주도했다. 60대인데도 젊게 보이는 비결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마음을 항상 편하게 갖는 것입니다.매사를 남의 탓으로 돌리지 말고 ‘내 탓이오.”하면 됩니다.남의 탓을 하면 속이 끓고 얼굴이 찌그러들지 않습니까.직장 생활에서도 명예는 상사에게 돌리고,공(功)은 아래 사람에게 주고,책임은 내가 지겠다는 자세를 가지면 모든 일이 원만히 풀립니다.” 박건승기자 ksp@
  • 장군님의 ‘한자예찬’ 30년 / ‘한자교육 전도사’ 이재전 예비역 중장

    이재전(李在田·육사 8기) 예비역 육군 중장은 내년이면 희수(喜壽·77세)인데도 나이를 잊고 산다.현역시절 못지않게 일에 파묻혀 살고 있기 때문이다.어릴 적 친구와 군 동기생들은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했거나,상당수는 이미 작고해 주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요즘 그에게 가장 신명나는 일거리는 한글세대인 청소년들에게 한자(漢字)를 가르치는 일이다. ●한자 보급 전도사 이씨는 매일 아침 (사)한자교육진흥회가 입주해 있는 종로 5가 기독교회관으로 출근한다.한자교육운동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1990년 사재를 털어 이 단체를 만든 뒤 회장을 맡고 있다.10·26 사태 당시 청와대 경호실 차장으로 있다가 군문을 떠난 그는 83년부터 89년까지 성업공사 사장을 지냈다. 그가 한자교육에 관심을 갖게된 계기는 수십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한학자 집안에서 태어난 이유도 있지만 약 30년 전 일선 군단장 재직 때 영관급 장교들이 한자를 몰라 신문이나 전문용어가 많은 병서(兵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게된 게 직접적인 동기가 됐다. 이에 따라 우선 장교들에게 교육용 한자 1800자를 마스터할 것을 지시했다.엉성하지만 ‘교재’도 만들어 배포했다.병사들을 위해 가급적 공부할 수 있는 부대내 여건을 조성해 줄 것도 휘하 지휘관들에게 지시했다. 하지만 일부 부하들 사이에 반대 목소리가 나왔다.당시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한글전용 5개년 계획이 한창 추진 중이었는데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일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그렇다고 물러날 그가 아니었다.그의 입장은 단호했다.한글 전용정책에 숱한 문제가 있는 데도 모르는 체 하는 것은 군인의 도리가 아니라며 오히려 부하들을 나무랐다고 한다. 이씨는 “우리말의 70% 이상이 한자로 구성된 상태에서 한자 공부를 제대로 시키지 않을 경우 실질적인 문맹자를 양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면서 “초등학교부터 한자를 정식 교과목으로 채택해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표의문자인 한자와 표음문자인 ‘가나’를 적절히 ‘혼용’하는 일본의 예를 들며 우리나라도 학생들의 교과서와 일선 행정기관 공문서에국한문 혼용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로 국한문 혼용은 일부 단어에 한해 한글을 쓰지 않고 한자를 쓰는 것을 말하고,병기는 한글을 쓰고 뒤에 괄호를 만들어 한자를 함께 쓰는 것을 말한다. ●새 주민등록증 한자 이름도 그의 작품 진흥회 설립 이후 약 13년동안 한자교육 운동을 추진하면서 적잖은 ‘실적’도 거뒀다. 지난 국민의 정부 때 정부가 주민등록증을 갱신하면서 이름을 한글로만 표기할 계획을 알게 되자 즉각 육사 동기생인 김종필 당시 국무총리를 찾아가 최소한 이름만이라도 한자 병기를 요구해 관철시켰다.그는 “우리처럼 동명이인이 많은 나라에서 어떻게 주민등록증을 새로 만들면서 이름을 한글로만 적을 생각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더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또 지난해 월드컵을 앞두고는 고건 당시 서울시장을 만나 도로표지판에 한자 병기를 강력 요구,이 역시 관철시키는 뚝심을 보여줬다. 군 생활을 오래한 때문인지 장병들의 한자교육에 대한 관심은 더욱 각별하다.1999∼2000년 무렵엔 국방부의 협조로 한자교육을위한 벽걸이용 한자교재를 각급 부대에 배포,내무반에 비치토록 했다. 그는 부모의 이름도 한자로 못쓰는 대학생이 태반인 상태에서는 국가 경쟁력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프라이드 장군’ 불과 2년전까지만 해도 그는 소형 승용차인 프라이드를 손수 몰고 다녔다.신장 176㎝인 그가 소형차를 몰고다니는 모습이 다소 이상했는지 주변 사람들은 “예비역 3성 장군이 그게 뭐냐.차 좀 바꾸라.”는 핀잔과 함께 ‘프라이드 장군’이란 별명을 붙여줬다고 한다.요즘은 사업을 하는 아들이 ‘제발 나이를 좀 생각하시라.’며 기사가 달린 차를 대줘 이 차를 타고 다닌다고 했다.고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건강한 편이다.무릎이 약해진 것을 빼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매일 아침 기상하면 강남구 도곡동 아파트 근처 공원에서 약 1시간씩 걷기운동을 한다.또 저녁에는 인근 헬스클럽에서 1시간 반 정도 각종 기구를 이용해 체력운동도 한다.그래서인지 70대로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고 있다.그는 “젊게 보이는 것은 아마 쉼없이 일을해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씨는 한자교육운동 이외에도 국방일보에 자신의 군시절 주변 얘기 등을 재미있게 풀어쓰는 ‘온고지신’이란 연재물을 벌써 수개월 째 연재할 정도로 정열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한글만 쓸 것으로 보이는 북한에서도 초등학생들에게 한자교육을 시키고 있다.”면서 “젊은이들에 대한 한자교육을 강화하지 않을 경우 자칫 동양문화권에서 스스로 고립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진기자 redtrain@
  • 독자의 소리/ 동계올림픽 유치실패 아쉬워 외

    프라하의 하늘에 ‘Yes,Pyeong Chang!’이라는 외침이 울려 퍼지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실패했다.300만 강원도민을 포함해 온 국민이 2010년 동계 올림픽 유치를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기에 실망과 좌절의 아픔은 더욱 크다. 한마음 한뜻으로 힘과 지혜를 모아 3년여간 유치전을 펼쳐왔지만,텔레비전 앞에서 지켜보는 강원도민에게 동계올림픽 개최지 투표는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짧은 순간이 무척 길게 느껴질 즈음 ‘밴쿠버’라는 발표가 나오면서 눈물을 흘려야 했다. 그러나 이번의 실패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실패와 좌절을 딛고 일어서 온 국민의 역량을 한곳으로 모아 2014년에 다시 한번 도전해야 할 것이다.그동안의 열의와 노력으로 작은 도시 평창을 세계에 알리게 된 것은 성공 못지않은 값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노광용(강원도 원주시 평원동) 남대문을 숭례문으로 표기하자 조선 한양 도성의 4대문은 남쪽의 숭례문과 동쪽의 흥인지문,서쪽의 돈의문,북쪽의 숙정문이다.특히 이중 숭례문은 남대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여기서 이름이 나온 남대문 시장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코스로 각광받고 있다.그러나 남대문의 본래 이름인 숭례문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도심을 운행하는 버스나 지하철 노선 안내도에도 모두 남대문이나 남대문시장으로 표기돼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요즘 도심의 좁은 골목에 이르기까지 기존 주소를 대신해 개성 있는 우리말 이름이 부여되고 있는데 국보 1호인 숭례문만은 수백년간 서울 도심에 자리잡고 있으면서도 원래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어 아쉽다. 예를 숭상한다는 의미로 다른 문과는 달리 세로로 씌어졌다는 숭례문을 널리 내외국인들에 알렸으면 좋겠다.시내버스 노선도나 안내방송에도 숭례문으로 표기했으면 한다. 박동현(서울 관악구 봉천동)
  • 삶의 기술·통치론으로 본 ‘노자’

    노자 - 김홍경 지음 노자는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번역된 책 중의 하나다.우리말로 출간된 ‘노자’는 50종이 넘는다.서양에서도 1788년 라틴어 번역본이 나온 이래 계속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돼 영어 번역본만 250여 종을 헤아린다.이렇듯 주석본이 많지만 그것들은 대부분 ‘노자’를 형이상학적으로 해석하거나 신비주의적인 관점에서 접근한다.그것이 과연 ‘노자’의 본모습일까. 동양철학자 김홍경(44)씨가 펴낸 ‘노자-삶의 기술,늙은이의 노래’(들녘)는 신비주의나 형이상학에 침윤된 ‘도덕경’이 아니라 삶의 기술과 통치론으로서의 ‘노자’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관심을 끈다. ‘노자’는 본문이라고 해봐야 고작 5000자에 불과하다.저자는 이 ‘작지만 큰’ 책인 ‘노자’를 880쪽에 이르는 거질(巨帙) 주석서로 바꿔 놓았다.김홍경의 ‘노자’가 기존 주석서에 대해 비교우위로 내세우는 것은 무엇인가.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노자’는 거의 예외없이 후한 때 학자 왕필이 교감하고 주석한 왕필본이다. 그러나 김홍경의 ‘노자’는 지난 73년 중국 후난성 창사시 마왕퇴라는 전한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백서본(帛書本)을 저본으로 삼았다.백서본 ‘노자’의 전모가 소개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저자는 ‘노자’ 전반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한다.그의 ‘노자’는 체제부터 기존 ‘노자’와 다르다.‘도덕경’이 아니라 ‘덕도경’의 편제를 취한다.하지만 이런 체제만이 옳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도가 덕보다 존재론적으로 상위개념이라고 해서 도만 있고 덕이 없다면 ‘노자’는 죽은 책이며,덕이 중국 특유의 실용정신에 부합한다고 해서 도가 없다면 ‘노자’는 중심을 잃는다.”고 말한다.전체적으로 도와 덕은 어느 것이 더 중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저자는 또한 ‘노자’를 잡가로 규정하는 한편 그 핵심은 제왕학이자 처세학이라고 주장한다.‘노자’가 텍스트로 정립된 것은 빨라야 기원전 286년을 넘을 수 없으며 그 태생지는 진(秦)이라는 견해도 귀기울일 만하다. 김홍경 ‘노자’체제의 가장 큰 특징은 장마다 꼭지글(exergue)이 달려 있어 보다 큰 주제를 생각하게해준다는 점이다.3만 2000원. 김종면 기자
  • NGO / “간사 대신할 우리말 없나요”활동가·일꾼등 대안찾기

    ‘간사(幹事)’를 대신할 우리말은 없나요? 시민단체에서 실무역할을 하는 직원을 지칭하는 일본식 한자말인 간사를 순수 우리말로 바꿔 부르려는 시도가 시민단체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간사란 ‘모임이나 단체에서 중심이 되어 사무를 맡아 처리하는 사람 또는 그 직무’로 돼 있다.정확한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일제 강점기때 항일운동단체에서 간사라는 말을 흔히 썼기 때문에 일본 공산당 등에서 쓰던 용어가 그대로 차용됐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간사라는 말이 일제 잔재로 여겨지는 만큼 다른 곳도 아닌 시민단체만이라도 우리말로 바꿔 부르는 게 좋지 않겠느냐는 논의가 시민단체 내부에서 제기된 것이다. 실제로 녹색연합에서는 간사라는 호칭대신 ‘활동가’라고 부르고 있다.토론 등을 거쳐 적어도 내부에서만큼은 우리말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은 다음부터다.한때 운영위원장은 ‘큰살림꾼’,기자는 ‘글매김꾼’ 등으로 바꿔 불러본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대외적인 공식행사 등에서는 여전히 이 용어가 쓰이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간사라는 호칭을 바꿀 적당한 우리말을 찾는 노력을 진행 중이다.시민단체 간사가 국민의 심부름꾼 역할을 하며 의견을 검토해야 하는 만큼 ‘서기’ 또는 ‘지기’,‘일꾼’,‘운동가’ 등의 용어로 대체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한글학회에서는 ‘줏대잡이’란 우리말을 대체어로 제시한 바 있다.‘중심이 되는 사람’이란 뜻이지만,일반인들이 흔히 쓰는 용어가 아니라는 점에서 쉽게 정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시민단체의 이런 시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지금의 뜻을 정확하게 그대로 전달할 수 있는 우리말이 적당치 않다면,굳이 오랫동안 사람들에게 익숙해진 용어를 바꿀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이다.‘고수부지’처럼 분명한 우리말인 ‘둔치’가 있는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이다. 서울 금란중학교 국어교사 윤주의(38)씨는 “이미 우리말에 상당수의 한자어가 들어와 있는 상황에서 일본식 한자어라고 해서 억지로 호칭을 바꾸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모르겠다.”면서 “그렇게 따지면 이미 시민단체를 지칭하는 단어로 굳어진 ‘NGO’도 영어약자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김성수기자 sskim@
  • KBS2 ‘막말’ 가장 심하다

    KBS2가 우리말을 가장 엉터리로 쓰는 방송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국어문화운동본부는 지난 5월 방송 3사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국어 오용사례를 조사했다.KBS2 ‘자유선언 토요대작전’과 ‘슈퍼TV 일요일은 즐거워’,MBC ‘느낌표’‘일요일 일요일 밤에’‘전파견문록’,SBS ‘청춘 버라이어티 가슴을 열어라’와 ‘뷰티풀 선데이’ 등등 조사는 채널당 4회씩으로 균형을 맞추었다. 그 결과 KBS2가 42.3%인 121건으로 오용사례가 가장 많았다.MBC가 38.1%인 109건,SBS가 19.6%인 56건으로 뒤를 이었다.특히 KBS2는 비속어를 자주 써 언어 예절에 문제가 많았다.‘넌 이제까지 날 미친 놈으로 봤다 이거지?’‘놀구들 있네’‘어우 열받네 이거’ 등 사석에서도 민망할 법한 대화가 거리낌없이 오갔다.KBS2는 ‘외국어 남용’에서도 전체 56건 가운데 26건을 차지했다.‘렛츠 고우 체인지스 업 히 비 고우’‘지금 타임적으로 신정환 씨가 끌려 들어갈 타임이 됐는데 지금 타이밍이 아주 딱 좋거든’‘Dream Team in USA’ 등이 주요 사례로 꼽혔다.MBC는 ‘맞춤법에 어긋난 자막’이 많아 전체 92건 가운데 52건이나 됐다.‘너 일줄(너일 줄)’‘화이팅(파이팅)’‘마찬가지에요(마찬가지예요)’‘허준이요(허준이오)’ 등이다. SBS는 전체 오용 사례가 KBS2나 MBC 같은 공영방송 보다 적어 눈길을 끌었으나 외국어 남용은 심했다.‘활력 업 댄스’‘세러데이 이브닝 링 오브 메모리’‘느끼 웨이브댄스’‘느끼 가이’‘해피하고 서프라이즈한 프로젝트’ 등이 지적됐다. 이밖에 ‘날라갔다고(날아갔다고)’,‘놀랬어요(놀랐어요)’,‘쌍까풀(쌍꺼풀) 등 잘못된 발음은 모든 채널에서 자주 나타났다. 남영신 국어문화운동본부 회장은 “인기와 시청률을 이유로 제대로 우리말 교육을 받지 않은 젊은 연예인들을 마구잡이로 출연시킨 방송사에 우리말 오용의 책임이 있다.”면서 “오용이 심한 연예인을 퇴출시킬 수 있을 만큼 우리말 보존에 대한 방송사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채수범기자 lokavid@
  • 첫날 이모저모 / 盧 “가깝고도 가까운 이웃되도록 노력” 日王 “양국 우호 많은 사람의 苦勞 결과”

    |도쿄 황성기·곽태헌특파원| 노무현 대통령은 6일 아키히토 일왕 내외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전후(戰後)세대의 첫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이렇게 깊고 오랜 양국의 우호친선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돼야 한다고 믿어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아키히토 일왕 모두 미래강조 노 대통령은 “지난해 서울과 도쿄의 거리에서는 양국의 젊은이들인 ‘붉은악마’와 ‘울트라 닛폰’이 한데 어우러져 서로를 응원하는 초유의 광경이 벌어졌다.”면서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일 양국의 미래에 대해 커다란 희망을 느꼈다.”고 말했다.이어 “우리 두 나라가 그야말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서로가 존경하는 이웃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한·일 양국의 우호관계가 이처럼 발전해 온 뒤편에는 많은 사람들의 고로(苦勞)와 노력의 축적이 있은 결과”라고 말했다.‘고로’라는 표현은 우리말로 노고 또는 수고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아키히토 일왕,“이런 날 방문해 감사하다” 노 대통령은 만찬에 앞서 이날 오후 아키히토 일왕을 예방하고,“김대중 대통령 때 (아키히토 왕을)초청했고,아직도 유효하다.”고 한국방문을 초청했다. 또 “오늘이 현충일인데 국내적인 어려움이 있지만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를 감안해 방문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아키히토 일왕은 “이런 날에 일본을 와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대답했다. tiger@
  • [발언대] ‘부락’이라는 단어 사용 말아야

    1980년대 정부에서는 우리말 되찾기 운동의 일환으로 ‘부락(部落)’이라는 단어를 순수 우리말인 ‘마을’로 고쳐 부르도록 해,행정기관과 매스컴은 물론 일반시민도 잘한 일로 알고 그대로 따라 해 이미 고착된 지 오래다. 그런데 아직도 일부에서는 부락이란 용어를 아주 자연스럽게 쓰고 있음을 볼 때,그것도 특히 마을을 대표한다는 일부 이장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것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고 한심하다는 생각마저 든다.물론 ‘부락’이란 용어의 개념과 그 유래를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쉽게 말하는 것이리라 이해는 가나,고쳐 부르는 데 앞장 서야 할 사람들이 무심코 부른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원래 ‘부락’이란 용어는,일본의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막부 시대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무사(武士)농민(農民)공인(工人)상인(商人)의 4가지 신분제도를 만들어 엄격히 시행한 데서 나온 것이다.그런데 농민은 무사 다음가는 신분임에도 실제로는 가장 천한 취급을 받아야만 했다.결국 농민의 반발이 두려워진 도쿠가와 막부가 농민보다 더 낮은 천민(백정·무당·거지·망나니 등)집단을 따로 살게 해 그들이 모여 사는 일정한 장소를 부락이라 호칭한 데서 비롯되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우리나라의 모든 마을을 부락이라 고쳐 부르도록 강요한 이유도 우리를 무시하고 깔보는,천민 취급하려는 깊은 의도가 숨어 있었던 것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그런데도 아직도 일부에서 그 의도를 알지 못한 채 계속해 ‘부락’이라고 호칭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창피한 일이며 분개할 일이겠는가! 마을이란 ‘시골에서 여러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란 뜻의 순수한 우리말이다.요즘은 누가 권장한 것도 아닌데 스스로 우리 한글의 아름다움에 이끌려 아이들 이름을 순수한 우리말로 지어 부른다.앞으로는 ‘부락’이란 말을 버리고 ‘마을’이라는 우리말로 고쳐 부르고 사용해야 하겠다. 유기석 전북 장수군 장계면 금덕리 이장
  • 새 아파트브랜드 ‘어울림’

    금호건설은 아파트 새 브랜드를 ‘()ullim’(어울림)으로 확정,다음달부터 분양하는 아파트에 적용한다고 28일 밝혔다. ()ullim은 순 우리말 어울림을 활용한 것으로 생활과의 어울림,자연과의 어울림,사람과의 어울림을 의미한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금호건설은 새로 도입한 ()ullim 브랜드를 다음달 3일 분양하는 경기도 남양주 평내지구 아파트부터 적용할 계획이다.평내 ()ullim은 924가구로 구성돼 있다.금호건설은 기존 분양된 아파트에 대해서도 입주자가 원한다면 외벽을 새 브랜드로 고쳐 주기로 했다. 김성곤기자
  • [인터넷 스코프] 인터넷 언론의 요건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지난달 뉴스전문 서비스인 ‘미디어 다음’을 선보이며 청와대 기자실 등록을 추진하고 일간지 기자들을 수십명 영입해 전직 기자를 부사장 직급으로 임명하는 등 세간의 주목을 끌고 있다.다음의 이러한 움직임에 자극받은 다른 포털 사이트들도 뉴스분야를 적극적으로 개편하고 있다.또 한국인터넷신문협회는 인터넷 언론에도 기존 언론과 똑같은 권리,예를 들면 출입기자 배정과 선거보도시 후보초청 토론회 등을 허용해 달라며 관련법 개정도 촉구하고 있다. 종이신문 없이 인터넷만으로 뉴스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새로운 매체를 실험한다는 점에서 기대하는 바가 크지만 자칫 인터넷 언론이 스포츠나 연예기사와 같은 흥미 중심의 선정적 언론으로 흐르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실제로 포털사이트들의 검색어 순위 분석자료나 뉴스기사 열독 순위를 보면 연예인들의 사생활이나 성적인 스캔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미국에서 라디오가 5000만 가구에 확산되는 데 38년,TV가 13년,케이블 TV가 10년이 걸린 반면 인터넷은 겨우 5년만에 그 위치를 확보했다.그러다 보니 인터넷을 미디어로 보는 데는 이견이 없다.미디어(Media),우리말로 매체란 뜻의 이 단어는 무언가를 실어 나르는 수단이란 뜻으로,그것이 뉴스나 정보를 대중에게 동시에 전달할 경우 매스미디어 혹은 대중매체란 표현을 사용한다.그런 의미에서 분명 인터넷은 혁명적인 매스미디어이지만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에서 보면 개인적이며 쌍방향적인 매체이기도 하다. 인터넷 언론사는 누구나 만들 수 있으며 영향력도 날로 커지고 있다.기존 언론의 경우 정기간행물법과 방송법 등에 의해 설립 요건이나 허가 조건을 규정하고 있으며 정부의 각종 고시나 지침에 의해서도 제한을 받는다.그러나 인터넷 언론은 정보서비스업으로 분류되어 법규상으로 보면 언론이 아닌 콘텐츠 제공업자가 되어 언론이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준수사항과 무관하다.예를 들어 기존 언론에는 무거운 도덕성을 부과하면서 인터넷 언론에는 그만한 도덕률을 요구하지 않는 모순이 그것이다.인터넷 신문이라는 이름을 건 사이트내에 음란한 내용과욕설까지 버젓이 난무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수 있는 법은 기껏해야 ‘통신품위법’과 같은 통신관련 법규이다.아마 기존 언론의 인터넷 사이트에 음란물이나 욕설을 연재한다면 그 언론사는 홍역을 치를 것이다. 한 기존 언론이 여타의 상업적 기관이나 정치권력과 결탁할 경우 국민들에게 지탄을 받겠지만 인터넷 언론의 경우 그 소유관계나 설립목적이 다분히 상업자본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에도 소유지분 제한과 같은 별다른 제재가 없다.기존 언론에 대해서는 언론사주의 족벌경영이나 자질 자체에 대해서까지 문제를 삼으면서 인터넷 언론의 경우 관대한 것은 아직 이를 ‘언론’으로 보지 않는 인식 때문일 것이다.언론의 소유와 경영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오래 전부터 시민단체에서 제기돼 왔으며 대통령도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사적 기업에서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얼마나 목소리 높여 이야기하고 있느냐.”며 취재,편집,보도의 자유를 기자들에게 돌려주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인터넷 언론도 언론이라면 이와 같은 이야기로부터 예외일 수는 없다.분명 인터넷은 새로운 언론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지만 그 영향력이나 가능성이 큰 만큼 그에 걸맞은 언론으로서의 도덕률과 제도적 견제장치,그리고 뉴스로서 최소한 갖추어야 할 객관성과 공정성이 필요하다.그래야 인터넷에 ‘언론’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다. 권 만 우 경성대 교수
  • [씨줄날줄] ‘도로 민주당’

    한자어 徒勞(도로)는 웬만한 사람에게는 생경한 단어다.여기에서 徒는 ‘무리’가 아닌 ‘헛되다’라는 뜻이다.따라서 徒勞의 의미는 ‘헛되이 수고함’이다. 사자성어 徒勞無益(도로무익·헛되이 수고만 하고 보람은 없다)의 유래가 재미있다.옛날 젊은 중이 아리따운 처녀를 보고 가슴앓이를 하던 끝에 청혼을 했다.처녀는 10년동안 한방에서 동거하되 손도 잡지 않고 친구처럼 지내면 아내가 되겠다고 약속했다.중은 수도하는 마음으로 참고 또 참았다.드디어 내일이면 10년이 되는 날 밤,마음이 들뜬 중은 부지불식간에 처녀의 손을 잡았다.깜짝 놀란 처녀는 갑자기 파랑새로 변해 날아가 버렸다.10년 노력이 허사가 되고 말았던 것이다.여기에서 徒勞無益과 더불어 ‘10년 공부 徒勞아미타불’이라는 말이 생겨 났다고 한다. 徒勞는 따라서 우리말의 부사어 ‘도로’와 뉘앙스는 비슷하다.국어사전에는 부사어 ‘도로’를 ‘먼저대로’‘되돌아서서’ 등으로 풀이하고 있다.바다생선 도루묵은 본래 ‘도로묵’이었다고 한다.임진왜란 때 선조대왕이 “도로(먼저대로) 묵으로 부르도록 하라.”고 지시함에 따라 ‘도로묵’이 되었다는 속설은 널리 알려진 이야기이다. ‘도로 민주당’이라는 말이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다.신당을 추진 중인 민주당 신주류의 한 의원이 “도로 민주당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 나돌기 시작했다.‘무늬만 신당’이라는 소리는 안 듣겠다는 뜻일 것이다.이를 위해 ‘DJ당’의 색채를 걷어낸다는 것이 신주류의 생각이다. 하지만 반격이 만만치 않다.방미 중인 한화갑 전 대표는 신주류의 신당창당 구상이 ‘쿠데타적 발상’이라고 강력히 비난했다.신당추진이 “패거리 정치이자 당권싸움”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한 전 대표의 당내 위상으로 미루어 그의 발언은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신당창당은 이미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평가받고 있다.정치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신당이 정치 구매자이고 소비자인 유권자들의 기호와 기대에 맞추기만 한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본다.신당이 자중지란 속에 도루묵의 처지로전락한다면 우리 정치발전을 위해서도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김명서 논설위원
  • 법률조문서 漢字 사라진다

    현행 1000여개 법률조문에서 한자가 사라질 전망이다. 법제처는 현행 법률조문을 전면 한글화하기로 하고 이를 뒷받침할 특별법을 제정해 한글날인 오는 10월9일부터 시행하는 것을 추진중이라고 4일 밝혔다. 앞서 법제처는 최근 42개 중앙부처 법무관 연석회의를 열어 한글과 한자표기를 혼용하고 있는 현행 1029개 법률(4월말 현재)의 조문을 일괄적으로 한글표기로 바꾸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법제처는 ‘법률 한글화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정안’을 마련,법률가·국어학자 등 민간위원 8명으로 구성된 법률한글화추진위원회 심의를 거쳐 6월 임시국회에 상정,한글날인 10월9일 공포하는 것을 목표로 입법을 추진키로 했다. 법제처는 그러나 법률 조문 가운데 뜻의 전달에 혼란이 우려되는 용어는 괄호안에 한자 또는 원어를 함께 표기하기로 했으며,일제 잔재언어나 뜻이 어려운 한자말을 순우리말로 고치는 방안은 중장기 과제로 추진키로 했다. 또 민법,형법,상법,형사소송법,어음법,수표법,사회보호법 등 법무부 소관 7개 법은 다른 법률의근간이 되는 점을 고려,중장기적으로 신중하게 한글표기를 추진키로 했다. 강충식기자 chungsik@
  • 독자의 소리/ 일본식 한자어 방송자막 삼가야

    며칠전 TV프로그램에 나온 자막을 보고 적지 않게 놀랐다.진행자들이 전문가에게 검도를 배우면서 볏단을 한칼에 자르는 모습에서 커다란 자막으로 ‘진검승부’라고 내보낸 것이다.‘진검승부’(眞劍勝負=しんけんしょうぶ)란 말은 일본어식 한자어로,둘 중 하나가 죽을 때까지 겨루어 이기고 짐을 판가름한다는 뜻을 가진 말이다.일본의 막부시대에 사무라이들이 벌이던 대결에서 나왔기에 국어사전을 찾아봐도 나오지 않는다.또 속뜻을 알고 나면 엄청나게 섬뜩한 의미를 지녀 일반적으로 사용할 단어가 못 된다. 더욱 무서운 것은 미처 그 의미를 이해하지도 못한 채 이런 표현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에게는 그 왜곡의 정도가 깊숙이 각인되어 폭력성이나 선정성을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많다. 방송 등 언론매체 담당자들은 어휘선택에 더욱 신중해야 한다.이런 말이 방송에서 여과 없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우리말에 대한 이해와 인식이 부족해서가 아닌가 생각한다.만약 이 자막이 적절한 표현이 되려면 대결자 가운데 하나는 죽어야 하기 때문이다.이런 때에는 ‘한판 승부’나 ‘한판 겨루기’ 정도로 표현해야 옳다. 박혁준(인천 부평구 부개1동)
  • 이 주일의 어린이 책 / 휠휠 간다

    권정생 글 / 김용철 그림 국민서관 펴냄 곰방대를 입에 물고 힐금힐금 뒤돌아보는 할아버지,길떠나는 할아버지의 옷깃을 붙들고 뭔가 열심히 채근하는 비녀 꽂은 할머니.인기 동화작가 권정생의 ‘훨훨 간다’(김용철 그림,국민서관 펴냄)는 민화에서 방금 퍼내온 듯한 표지그림에서부터 익살과 해학이 넘실댄다. 쪼글쪼글 주름투성이에 이가 다 빠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주인공.서구동화의 화려함에 길들여진 아이들에게는 첫눈엔 오히려 낯설지도 모르겠다.그러나 운율감 넘치는 옛이야기투의 창작동화는 서사의 근원적인 즐거움을 선사할 만하다. 유난히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는 할머니는 장에 가는 할아버지에게 무명 한필을 주며 재미나는 이야기와 바꿔오라고 조른다.빨간코의 농부에게 무명을 주고 이야기를 살 때만 해도 할아버지는 까맣게 몰랐다.그 이야기 덕분에 담을 넘는 도둑을 물리칠 줄이야. ‘성큼성큼’‘기웃기웃’‘콕’ 등 의태어가 섞인 짧고 재미나는 문장들이 반복된다.순우리말의 감칠맛을 느끼기엔 그만이다.할아버지가 들은 이야기를할머니에게 다시 전해주는 틈에 도둑이 ‘제발이 저려’ 줄행랑치는 기발한 줄거리도 어린 독자들을 홀릴 것 같다.8000원. 황수정기자
  • 쉬어가기˙˙˙

    젊은 여성주의자 30여명이 모여 창간한 인터넷 여성주의 언론 ‘일다’(www.ildaro.com)가 새달 1일부터 선보인다.‘일다’는 ‘이루어지다’ 또는 ‘되다’라는 뜻의 순우리말.‘여성신문’ 출신인 조이여울씨가 대표를 맡아 창간을 진두 지휘했고 여성단체 활동가 등이 참여했다.도발적인 기획,독자들과의 교감 등으로 기존의 주류·여성·사이버 매체들과 차별화를 꾀한다는 복안.
  • 세계 유해사이트 영어·한국어 順

    음란,폭력,자살,도박 등 70만개에 이르는 전세계 유해사이트 가운데 한글로 된 사이트의 숫자가 영어사이트 다음으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KT는 27일 유해사이트 접속을 차단서버로 원천 봉쇄하는 자사 서비스인 ‘크린아이(cleaninternet.co.kr)’의 데이터베이스 분석결과,전세계 67만 4926개의 유해정보 사이트 중 9.5%에 해당하는 6만 4357개가 우리말 사이트라고 밝혔다. 영어사이트는 56만 4099개(83.6%)로 가장 많았다.일본어 사이트 1만 5024개,독일어 사이트 8534개,프랑스어 사이트 4195개,네덜란드어 사이트 881개,중국어 사이트 796개였다. 유형별로는 음란 사이트가 98.9%인 66만 7667개,도박 사이트가 1.0%인 6948개,엽기·마약·폭력·자살 등의 사이트는 각각 0.1% 미만이었다. 특히 주말이면 유해정보 사이트 접속 시도가 평일의 2배 수준으로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 한달간 유해정보 이용 상황을 요일별로 분석한 결과 토요일 20.5%,일요일 19.8% 등 주말에 사용하는 경우가 40.3%에 달했으며 평일 사용비율은 9.8∼14.8%로주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한글로 된 유해사이트는 지난달의 경우 하루 평균 268개씩 생겼으며 이는 같은 기간 전세계에서 하루 평균 587개씩 생긴 유해정보 사이트 숫자의 45%에 해당한다. 지난해 7월 서비스를 시작,한달 사용료 3000원인 크린아이 서비스는 현재 45만명이 이용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ISP(인터넷서비스제공자)로부터 수집한 정보와 웹로봇을 이용,그림과 키워드 검색 등으로 유해사이트 정보를 신속하게 가려낸다. 윤창수기자 geo@
  • [편집자문위원 칼럼] ‘한자 우리말’의 합리적인 사용

    수많은 선배들이 수 천년 사용해온 한자를 우리말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다.그러므로 우리말에는 한자우리말과 한글우리말이 있다.한자우리말을 사용함에 있어서 일상에서 쉽게 저지르는 비일관성의 오류를 경계하며 바른 언어사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요즘 한자우리말을 다시 사용하자는 소리가 들리지만 한때는 한글우리말만 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중국 한자는 가고 우리 한글만 남으라는 것이었다.그래서 신문들도 언제부턴가 다투어 한글을 전용해오고 있다. 한글전용론에 나름의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대다수의 국민이,특히 젊은 세대 절대다수가 한맹(漢盲)이어서 한자를 읽지 못한다는 것이 첫째 이유며,우리글을 지킴으로써 자주권의 의지를 드높이자는 것이 둘째 이유다.나는 한자가 우리말이 아니라는 결벽에 가까운 한글지상주의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래서 한맹을 걱정해 줄 것이 아니라 한자를 배워야 한다고 믿는다. 한자사용에 관한 나의 제안은 이렇다.제1단계는 한글 위주로 사용하되 필요에 따라서 괄호 속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이다.제2단계는 한자교육을 통해서 한글한자혼용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때로, 괄호없이 한글과 한자를 그대로 섞어쓰면 될 것이다.영어의 경우도 당분간은 필요하면 괄호 속에 병기하여 쓸 일이지만 영어를 영어우리말이라고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게 되었을 때는 한글과 영어를 섞어쓰면 된다.미래의 제3단계에는 한자우리말 한글우리말 그리고 영어우리말을 우리의 공용어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 모든 신문들이 작금에는 한글만을 고집한다.대한매일도 한글전용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서 기사내용에는 한자사용이 거의 전무하다.그런데 놀랍게도 기사 제목에는 되레 한자를 빈번하게 사용한다.한자를 해득하지 못하는 독자를 배려하는 것이 한글전용정신이라면 제목에서도,아니 제목에서는 더더욱 한글을 사용해야 되는 것이 아닌가.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低價 레몬카 미국거리 달린다’ ‘反戰세력은 좌파’‘北核 개발능력 영구 봉쇄’ ‘韓銀法 개정안 갈등 표면화’‘北 편들다 美에 미운털’‘현상금 20만弗 후세인 어디 있나’‘亞경제 사스손실 106억弗’‘화성行宮 복원 대립’‘化纖앙숙 코오롱 효성’‘소양강댐등 輕水爐 추가 설치’‘南빠진 北核협상 추궁’‘美에 백기 막내린 佛 반전외교’‘먹거리의 숨은 역사 음식 雜學’‘美 對北공격 가능성’‘酒道 강의하는 교수’‘孤山 유적지 훼손’‘외제名車 한국서 잘 나가요’ 여기에는 몇가지 문제가 있다.첫째,이 한자제목들을 많은 비한자세대가 과연 읽을 수 있겠는가.읽지도 못할 글자를 더군다나 제목으로 사용한다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나.둘째,예를 들어 그저 ‘저가’‘반전’‘북핵’ 이라고 쓰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인가.또,위에 예시한 한자사용 제1단계에서 한자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제목에서 바로,또는 나중의 기사본문에서 ‘저가(低價)’‘반전(反戰)’‘북핵(北核)’이라고 쓰면 되지 않겠는가.셋째,이런 한자의 사용이 구체적 내용을 강조하거나 잘못된 해석을 피해보려는 취지를 살리는 데도 성공한 것으로 보기 힘들다. 이처럼 기사제목에 한자가 괄호 없이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는 것은 기사작성을 하는데 있어서기자가 한자사용을 절감하고 있다는 증거다.반복하건대 우리에게는 한자우리말과 한글우리말이 있다.이 두 우리말을 신문기사에서도 일관성 있게 그리고 생산적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황 필 홍 단국대교수 도덕철학
  • “4년동안 신들린듯 작업” / ‘서유기’ 국내 첫 완역 임홍빈씨

    “질적으로 완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라 전체 내용을 빠짐없이 번역했다는 뜻에서 완역이라고 보는 게 낫겠다.” ‘서유기’를 국내에서는 사실상 처음 완역한 임홍빈(63)씨는 14일 대한매일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번역에 들인 공에 대해 겸손하게 말했다.국내에 번역 출간되어 나와 있는 ‘서유기’는 모두 5종.그러나 이들은 대개 연변 조선족이 번역해 우리 문체가 아니거나 내용이 축소됐고 역주가 없는 등 ‘불구의 서유기’라고 할 수 있다. 4년 동안 200자 원고지 1만 6000장을 번역하는 데만 매달린 임씨는 “작업전 ‘서유기’ 번역현황을 조사했다.”면서 “완역본이라고 말한 판들이 몇종 있어서 꼼꼼히 원본과 비교해 보니 매회 6개의 시편(詩篇)에 담았던 인물 소개나 풍경묘사,전투장면,종교적 원리 등이 누락된 게 많아 완역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임씨는 이를 보완하려고 베이징과 홍콩 등을 5차례 방문하여 원전을 확보했고 670여개의 주석도 손수 달았다. 번역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일을 묻자 임씨는 “신들린 듯 작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면서 “작품의 한 배경인 도교를 잘 몰라 공부를 열심히 했다.”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번역했음을 시사했다.예컨대 옥황상제는 하늘의 최고신으로 알고 있는데 도교에서는 3청 밑의 4제왕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하다.따라서 도교를 모르고 번역하면 3청의 한 사람인 태상노군이 옥황상제와 대화하는 장면을 높임말로 옮기는 오류를 범할 수 있다는 것. 임씨는 한국외국어대 중국어과를 졸업한 뒤 민족문화추진회에서 국역연구부 전문위원과 국방부 전사편찬위원회 위원 등을 지냈다.‘중국 역대명화가선’‘수호별전’ 등 많은 작품을 번역했다. 임씨 번역의 다른 특징은 친근한 한글 문체.서울대 성민엽(중문학) 교수는 “우리말을 잘 구사한 번역문체였다.”고 평가했다. ‘서유기’는 모두 100회로 이뤄졌는데 완역본 1차분 3권이 18일께 나온다.대산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모두 10권으로 기획된 것으로 2차분 3권은 6월 초,3차분 4권은 7월 초쯤 나올 계획이다.삼장법사를 필두로 손오공과 저팔계,사오정 등이 마귀의 방해를 극복해가며 천축으로 불경을 구하러 간다는 내용의 ‘서유기’는 동물을 의인화한 주인공들이 펼치는 자유자재의 변신 등 다양한 상상력으로 남녀노소 모두에게 판타지의 매력을 흠씬 준다. 마지막으로 흘린 땀에 비해 지원금 500만원이 너무 적지 않냐고 물으니 “돈보다 책이 많이 알려져 ‘서유기’에 대한 뒤틀린 인식이 바뀌었으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했다. 이종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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