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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 여행] 노파심

    필요 이상으로 걱정하고 염려하는 마음이다. 쓸데없는 걱정을 뜻하기도 한다. 본래 뜻은 ‘늙은 여자(婆)의 마음(心)’이다. 할머니들은 아주 작은 일까지도 지나치게 걱정하곤 한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면 당부하는 말이 계속 이어진다. 그러면 괜한 소리로 들리기 십상이다. 이처럼 지나치게 염려하는 할머니 마음이라는 데서 지금의 뜻이 생겼다.
  • [우리말 여행] 저린다?

    책상다리를 오래 하고 있었더니 다리가 저린다.” 이렇게 ‘저린다’고 하면 뭔가 어색하게 들린다. “그가 아픈다. 그래서 슬픈다.”라고 하면 이상하게 들린다. ‘저리다, 아프다, 슬프다’는 형용사다. 형용사에는 ‘-ㄴ다’가 붙지 않는다. 형용사는 현재형이 기본형과 같다. 현재의 사실을 나타내는 ‘-ㄴ다’는 동사에 붙는다. ‘눈이 온다. 달린다.’
  • [우리말 여행] 진안주

    술에는 안주가 따른다. 술은 취하게 하지만 안주는 그것을 막는 구실을 한다. 안주의 본래 의미도 ‘술(酒)을 누르다(按)’이다. 안주는 크게 두 가지 정도로 나뉜다. 마른안주가 있고, 진안주가 있다. ‘마른안주’는 말 그대로 ‘물기 없는 안주’다. 좀 낯선 ‘진안주’는 ‘두부, 찌개 등 물기가 있거나 물을 넣어 만든 안주’다. ‘진’은 ‘질다’의 관형형.
  • [우리말 여행] 히읗불규칙활용

    일부 형용사에서 어간의 끝 ㅎ이 ㄴ이나 ㅁ으로 시작하는 어미 앞에서 줄어 활용하는 형식이다. ‘노랗다’가 ‘노라니/노라면’ 따위로 바뀐다. ㅎ이 붙은 음절의 모음은 ‘ㅓ’ ‘ㅕ’이면 ‘ㅔ’ ‘ㅖ’로, ‘ㅏ’ ‘ㅑ’이면 ‘ㅐ’ ‘ㅒ’로 변한다. ‘벌겋다/벌게’, ‘허옇다/허예’, ‘노랗다/노래’, ‘하얗다/하얘’. 그러나 ‘그렇다’ ‘어떻다’ 등은 ‘그래’ ‘어때’로 활용한다.
  • TV는 홍보대행사?

    TV는 홍보대행사?

    회사원 K(29·여)씨는 얼마 전 TV를 보다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만에 컴백했다는 한 가수가 서로 다른 프로그램에서 똑같은 내용의 에피소드, 경험담을 쏟아내고 있었던 것. K씨는 “연예인들의 홍보기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리모컨을 돌릴 때마다 앵무새처럼 똑같은 내용이 방송되어 썩 기분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방극장이 또다시 ‘홍보 홍수’에 몸살을 앓고 있다. 한동안 홍보 일색 프로그램에 대한 반대심리로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엔 ‘불황’을 이유로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이용한 노골적인 홍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예능 프로그램은 드라마·영화 홍보용? 방송3사의 예능 프로그램들이 ‘홍보의 장’으로 변질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빈도 수가 잦아지고 방법 또한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특히 연예인이 출연하는 토크쇼는 애초의 기획의도나 개성을 살리지 못하고 자사 드라마 혹은 개봉 영화 출연진에 의존하는 구태의연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제작진은 비교적 손쉽게 스타를 섭외하고, 연예인은 출연작을 홍보할 수 있다는 이해관계가 들어맞은 결과지만, 시청자는 겹치기 출연에 식상한 내용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 일례로 아름다운 우리말을 아끼고 보존하자는 기획 의도로 주목받았던 KBS 2TV의 ‘상상플러스’는 최근 연예인들의 입담 중계에 상당 시간을 할애하고 있지만 시청자들의 눈길을 잡는 데 실패하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현재 방영되고 있는 KBS 수목드라마 ‘미워도 다시 한번’의 주인공들이 출연했지만, 3주째 동시간대 방영되는 SBS 시사 프로그램 ‘긴급출동 SOS 24’의 시청률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했다. MBC ‘황금어장’의 ‘무릎팍도사’에는 최근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고현정편을 방송한 데 이어 지난 11일에는 자사 드라마 ‘신데렐라맨’으로 컴백하는 권상우편의 녹화를 마쳤다. 권상우는 영화 ‘슬픔보다 더 슬픈 이야기’ 홍보차 이달 중 MBC ‘놀러와’에도 출연할 예정이다. 한편 SBS 예능 프로그램 ‘절친노트’는 가수의 앨범 홍보를 둘러싸고 논란에 휩싸였다. ‘절친노트’는 관계가 소원해진 스타들의 친분을 회복시켜 준다는 취지의 프로그램. 그런데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에 걸쳐 가수 신지와 솔비편의 방송이 나간 뒤, 이들의 프로젝트 듀엣 앨범 ‘더 신비’의 발표 소식이 나왔다. 시청자들은 “사이가 별로 나쁘지도 않으면서 앨범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출연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소속사측은 “3년 전 프로젝트 음반의 준비를 마쳤지만,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져 활동이 연기됐고, 이번에 중단된 듀엣 활동 논의가 자연스럽게 재개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권지연 분과장은 “이미 방송3사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자사 드라마 혹은 개봉영화 홍보 수단이 된 것도 모자라 토크쇼까지 겹치기 출연하는 것은 지나치다.”면서 “이는 보는 이들에게 신선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다양한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시청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 방송사 홍보관계자는 “드라마 출연진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온다고 해서 시청률에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오는지는 알 수 없지만, 화제성에서는 분명 효과가 있다.”면서 “계약서에 홍보 활동까지 명시된 영화계와 달리 TV드라마는 그런 규정이 없어 오히려 작품 홍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스타가 고마울 때도 있다.”고 말했다. ●과다 노출 ·키스신… 자극적인 홍보 백태 드라마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선정적이고 과장된 홍보 방식 또한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데 업계 관계자들도 동의하고 있다. 요즘엔 드라마 시청률이 극초반에 결정되면 회복이 힘들고, 방송사의 홍보도 외주사에서 맡는 경우가 많아 정제된 정보보다 일단 ‘띄우고 보자’식의 홍보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 위주의 홍보 방식은 더욱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홍보를 부채질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사극의 ‘노출 마케팅’이다. 웬만한 사극에서 여배우의 목욕 장면은 빠지지 않는 홍보 수단이다. SBS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 MBC ‘돌아온 일지매’의 정혜영에 이어 최근엔 아직 방송이 한 달 남짓 남은 SBS 대하사극 ‘자명고’에 출연하는 박민영의 과감한 노출이 담긴 목욕 장면이 각종 포털 사이트를 장식했다. 드라마 ‘꽃보다 남자’ 역시 과장 홍보로 시청자들의 빈축을 샀다. 지난 2일 KBS는 보도자료를 통해 남녀 주인공의 키스신 사진과 함께 출연진의 말을 빌려 “매우 강도 높은 키스신이 될 것”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정작 3일 방송분에서는 공개된 사진과는 다른 장면이 전파를 탔다. 제작진이 고등학생이 주인공인 드라마에 지나친 키스신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시청률을 의식한 드라마 사전 홍보가 지나친 것 아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자극적인 홍보 방식은 일시적으로 시청자의 눈길은 끌 수 있을지 몰라도 정작 전체적인 드라마의 완성도나 개성을 드러내는 데는 부정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정덕현 드라마 평론가는 “초반 시청률 싸움이 거세지다 보니, 좋든 나쁘든 일단 논란거리를 만들 수 있는 ‘노이즈 마케팅’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면서 “단편적인 홍보방식은 편견을 형성해 전체적인 작품에 대한 그릇된 시각을 심어줄 수 있으므로 다양한 방식으로 드라마를 보여줄 수 있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길섶에서] 붓다 페이스/강석진 수석논설위원

    인간의 얼굴과 표정에 관한 외국 서적을 보다가 재미있는 표현을 봤다. ‘붓다 페이스’라는 단어가 있었다. 우리말로 옮기면 ‘부처님 얼굴’이다. 예전에 서양에서 뇌졸중 후유증으로 인해 평안해졌지만 표정이 거의 없는 환자의 얼굴을 가리키는 용어로 쓰였다고 한다. 부연하기를 근육의 마비와 함께 정신 활동도 저하된 표정이라는 것이다. 불교권에서는 부처님 얼굴은 지혜와 통찰력을 갖춘, 최고 경지의 깨달음을 상징하거늘, 왜 서양 의사들은 붓다 페이스를 생기를 잃고 정신적·육체적 에너지가 소진된 인간의 얼굴을 가리키는 데 썼을까. 몸 안의 병이 치명적인 결함이 되어 얼굴에 나타난 현상과 정신 세계의 깨달음이 극에 이르러 드러나게 된 표정이 ‘무념무상(無念無想)’을 매개로 상통한다고 보았을까. 사고의 준거 틀이 다르면 같은 현상을 보고도 해석이 사뭇 달라지는 게 인간사려니 생각하다 문득 거울을 보니 붓다 페이스도 부처님 얼굴도 아닌, 번민하며 살아가는 한 인간의 얼굴이 들어 있다. 강석진 수석논설위원 sckang@seoul.co.kr
  • [우리말 여행] 있다가와 이따가

    ‘조금 있다가’에서 ‘있다가’는 ‘머무르다’, ‘조금 이따가’에서 ‘이따가’는 ‘조금 지난 뒤에’라는 의미다. ‘있다가’는 용언 ‘있-’에 연결 어미 ‘-다가’가 결합한 형태다. ‘-다가’는 어떤 동작이나 상태 따위가 중단되고 다른 동작이나 상태로 바뀜을 나타낸다. ‘이따가’는 ‘있다가’에서 비롯됐으나 의미가 멀어져 ‘조금 지난 뒤에’라는 뜻의 부사가 됐다.
  • [우리말 여행] 안갚음

    까마귀는 늙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준다고 한다. 이러한 까마귀의 행동이 ‘안갚음’이다. 비슷한 뜻을 가진 말로 반포지효(反哺之孝)가 있다. ‘안’은 마음을 뜻한다. ‘안갚음’에는 마음을 다해 키워준 은혜를 갚는다는 뜻이 있다. 자식이 커서 부모를 잘 받들어 모시는 일이라는 뜻으로 쓰인다. 보복을 뜻하는 ‘앙갚음’과는 전혀 다른 말이다.
  • [우리말 여행] 자치동갑

    자치는 한 자쯤 되는 물건이다. 여기서 ‘차이가 얼마 안 되는 것’이라는 의미도 생겨났다. 동갑은 나이가 같다는 말이다. 자치동갑은 한 살 차이가 나는 동갑이라는 뜻이다. 위아래로 한 살은 나이 차이를 별로 못 느낀다. 그래서 동갑으로 대했다. 같은 말로 어깨동갑이 있다. 나이 차이가 적어 어깨 높이가 비슷한 동갑이라는 뜻이 담겼다.
  • [우리말 여행] 옹글다

    물건이 조각나거나 손상되지 않고 본디대로 있다는 뜻이다. ‘전쟁 뒤에도 그 건물은 옹근 채로 남았다.’ 어떤 것이 조금도 축나거나 모자람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옹근 사흘 동안 야단법석을 떨었다.’ ‘그의 나이는 벌써 옹근 쉰이다.’ 매우 실속 있고 다부지다는 뜻이기도 하다. ‘옹골차다’와 비슷한 말이다. ‘나이는 어려도 형 노릇은 옹글게 한다.’
  • [우리말 여행] 딴전

    ‘딴전 피우다.’ ‘딴전 부리다.’ ‘딴전 벌이다.’ 어떤 일을 하다 그 일과 관계없는 행동을 할 때 이렇게 말한다. ‘딴’은 ‘딴마음’ ‘딴살림’ ‘딴판’의 ‘딴’이다. ‘전’은 물건을 벌여 놓고 파는 가게(廛)를 뜻한다. 즉 딴전은 ‘다른 가게’라는 의미다. 주된 가게 외에 별도로 마련한 가게여서 덜 중요시하게 된다. 여기서 ‘관계없는 행동’이라는 뜻이 생겨났다.
  • [우리말 여행] 구명과 규명

    ‘어떠한 사실을 밝힌다’는 점에서 비슷하다. 자세히 살피면 구명(究明)은 사물의 본질이나 법칙, 원인 등을 깊이 연구해 밝힌다는 뜻이다. 학구적 행위를 말한다. ‘그는 그 원리 구명에 평생을 바쳤다.’ 규명(糾明)은 잘못한 행동을 올바르게 밝히거나, 어떤 사건이나 사태의 진상을 따져서 밝히는 일이다. ‘그들은 사건의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 [우리말 여행] 올림과 드림

    편지를 받는 상대를 높일 때 쓴다. 그러나 아버지에게 쓰는 편지에는 ‘드림’이라고 하지 않는다. 높임의 정도가 다르다. ‘올림’은 부모와 자식, 스승과 제자, 상사와 부하 등 상하관계, 서열이 뚜렷할 때 사용한다. ‘드림’은 상하관계는 아닌 사이에서 사회적 관계를 위해 상대를 높여 줄 때 주로 쓴다. ‘드림’보다 ‘올림’이 더 공손해 보인다.
  • [우리말 여행] 늦깎이

    나이가 많이 들어서 어떤 일을 시작한 사람을 이렇게 부른다. ‘늦깎이로 시작한 연기 생활.’ ‘늦깎이 교수.’ 남보다 늦게 사리를 깨달아도 늦깎이다. 늦게 익은 과실·채소 따위도 늦깎이라고 한다. 이 말도 본래 불교용어였다. 나이가 많이 들어서 승려가 된 사람을 뜻했다. 반대말도 있다. 올깎이. 나이가 어려서 승려가 된 사람을 가리킨다.
  • [우리말 여행] 몇과 수

    기능은 다르지만 비슷한 뜻을 지녔다. ‘몇 살이야?’에서 ‘몇’은 관형사다. 그리 많지 않은 얼마만큼의 수를 막연하게 이른다. 뒷말과 띄어 쓴다. ‘수’는 접두사다. ‘몇’ ‘여러’ ‘약간’ 등의 뜻을 더한다. ‘수십, 수백, 수천.’ ‘몇’도 ‘십, 백, 천’ 등 뒤에 수를 나타내는 말이 오면 붙여 쓴다. ‘몇십’ ‘몇백’ ‘몇천’이 하나의 관형사가 된 것으로 보는 것이다.
  • [우리말 여행] 책갈피

    갈피는 겹치거나 포갠 물건 하나하나의 사이다. 일이나 사물의 갈래가 구별되는 어름이기도 하다. 책갈피는 말 그대로 책의 갈피다. 책장과 책장 사이를 일컫는다. 그러나 요즘은 읽던 곳이나 필요한 곳을 찾기 쉽도록 책의 낱장 사이에 끼워 두는 물건이라는 뜻으로도 많이 쓰인다. 보람, 갈피표, 갈피끈, 가름끈, 서표 등을 대신해 사용된다.
  • “백제, 中광시성까지 지배한 해양대국”

    “백제, 中광시성까지 지배한 해양대국”

    한국 고대사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라면 한·일관계, 그 중에서도 특히 백제와 왜(倭)의 관계일 것이다. 한국 사학계는 백제를 비롯한 한반도 세력이 건너가 일본 고대국가를 형성했다고 보는 반면 일본 사학계는 왜가 사국(四國-고구려·백제·신라·가야)보다 우위에 있었으며, 심지어 한반도 남부를 일정기간 통치했다고까지 주장한다. 이처럼 양국의 학설이 평행선을 달리는 현실에서 백제가 왜를 제후국으로 거느렸다는 역사적 사실을 새로운 관점에서 분석한 학술서가 새로 나왔다. 소진철 원광대 객원교수가 20년 가까이 발표해온 논문을 모은 ‘백제 무령왕의 세계’(주류성출판사 펴냄)가 그것이다. 소 교수의 논지 전개는 두 가지 측면에서 남다르다. 자칫 왜곡의 산물이기 쉬운 역사서가 아니라 당대의 기록인 금석문(石文) 중심으로 논리를 전개한 점이 하나이고, 그 금석문조차 현재 일본에 남아 있는 유물을 주로 동원했다는 점이 다른 하나이다. 그래서 이소노가미신궁이 소장한 칠지도(七支刀), 스다하치만신사에 있는 인물화상경(人物畵像鏡), 후나야마고분에서 출토된 대도(大刀), 규슈 남향촌(南鄕村)의 말방울 등에 새겨진 명문이 소 교수 논리 구성에 씨줄이자 날줄로 기능한다. 물론 1971년 무령왕릉에서 출토된 묘지석, 중국의 역사유산인 흑치상지 묘지명과 양직공도(梁職貢圖)도 주자료로 활용한다. 소 교수는 특히 스다하치만 화상경 연구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내놓았다. 소 교수는 백제 무령왕의 세상이 동아시아 바다를 지배한 해양대국이었다는 결론의 단초를 스다하치만 화상경에 새겨진 ‘사마(斯麻)’와 ‘대왕년(大王年)’ 다섯 글자에서 찾아냈다. 그는 명문의 내용을 백제 대왕인 ‘사마’(무령왕의 이름)가 일본에 있는 ‘남제왕(男弟王)’의 장수를 기원하며 하사했다고 풀이했다. 이 해석은 ‘백자왕(百慈王=백제왕)’과 ‘후왕(侯王)’이 등장하는 칠지도 명문과도 직결된다. 화상경과 칠지도를 하사한 백제왕은 ‘왕 중의 왕’인 대왕이요, 이것들을 받은 일본 왕-남제왕 또는 후왕이다-은 제후인 것이다. 소 교수는 또 ‘대왕’인 무령왕 시대를 전후한 백제의 영역이 익히 알려진 한반도 내부는 물론 일본열도 곳곳과 타이완, 중국 광시성 일대라고 주장한다. 특히 광시성 지역은 백제 부흥운동에 앞장선 흑치상지 장군의 고향임을 ‘흑치상지 묘지석’과 현지 방문으로 확인하고 있다. 소 교수가 2002년 광시성 옹령현을 찾아가니 그곳에는 ‘백제(百濟)’라는 지명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더욱이 마을 이름이 한자로 ‘백제허(百濟墟=백제의 옛터)’인데도 현지의 장족 주민들은 이를 중국어 발음인 ‘바이지허’가 아니라 우리말 발음인 ‘대백제(daejbakcae)’로 불렀다. 이는 일본인들이 ‘百濟’라고 쓰고 ‘구다라(=큰 나라)’라고 읽는 것과 마찬가지로 옛 백제 통치의 흔적이 주민들의 기억에 길이 남아 전승됐기 때문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소 교수는 “스다하치만신사의 인물화상경을 두고 일본학계는 여전히 사마왕 당시에는 이미 타계하고 없는 인현(仁賢) 천황을 등장시켜 그를 ‘대왕년’의 주인으로 추대하는 초명문적 해석을 하고 있다.”면서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져진 역사의 소명이라면 스다하치만 인물화상경의 명문을 둘러싼 이른바 황국사관의 베일을 벗겨 명문에 나온 진실을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논문집에 거론된 모든 이론이 다 완성된 것은 아니다. 타이완 섬을 백제 영역으로 본 것이나 신라를 백제의 방소국(속국)으로 해석한 부분 등은 정교한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올해 팔순이 된 노교수가 후학들에게 던진 숙제이기도 하다. 이순녀기자 coral@seoul.co.kr
  • [우리말 여행] 탓과 덕분

    ‘탓’의 옛 형태는 ‘닷’이다. 유기음(거센소리)화를 겪어 ‘탓’이 됐다. 변화의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탓’은 주로 부정적인 현상이 나타난 까닭이나 원인을 뜻한다. ‘내 탓이다, 술이 과한 탓이다.’ 동사 ‘탓하다’는 핑계로 삼아 원망하는 일을 말한다. ‘운명을 탓했다.’ ‘덕분’은 긍정적일 때 사용된다. 은혜나 도움, 배려의 뜻이 있다. ‘형 덕분에 잘됐다.’
  • [우리말 여행] 홍일점

    중국 북송시대 왕안석의 ‘영석류시(詠石榴詩)’에서 유래한다. ‘푸른 잎 가운데 피어 있는 한 송이의 붉은 꽃(紅一點).’ 이 붉은 꽃은 돋보인다. 많은 남자 사이에 끼어 있는 한 사람의 여자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쓰인다. “그녀는 우리 부서의 홍일점이야.” 반대말은 청일점이다. 여럿 속에서 오직 하나 이채(異彩)를 띠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 [길섶에서] 거시기/오풍연 법조대기자

    우리나라는 면적이 넓지 않다. 대신 인구밀도는 높다. 지역색도 뚜렷하다. 말 역시 다양하다. 사투리가 심한 지역에서는 말 뜻을 이해하느라 고생한다. 특히 제주지역 방언은 알아 듣기 어렵다. 하지만 사투리는 언제 들어도 정겹다. 선조의 숨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전라도 지역에서 흔히 쓰는 ‘거시기’가 있다. 대부분 사투리로 알고 있다. 그러나 국어사전에 나와있는 표준어다. 말하는 중 물건이나 일의 이름이 얼른 입에서 나오지 않을 때 쓴다. 이에 관한 일화도 많다. 면장 출신 어른이 동네 혼사에서 주례를 서게 됐다. 궂은 날씨는 생각지 않고 주례사를 준비했다. 그런데 비가 쏟아졌다. “화창한 날씨에도 불구하고….”라며 운을 떼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졌다. 이에 당황한 주례는 다음말부터 ‘거시기’로 시작해 ‘거시기’로 끝냈다. 그래도 하객들은 모두 알아 들었단다. 요즘 거시기는 유행어가 됐다. 만사형통 언어로 등극했다. 집에서 종종 써 본다. “거시기 좀 가져와.”하면 알아서 내 놓는다. 우리말을 더욱 사랑하자. 오풍연 법조대기자 poongyn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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