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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말 여행] 선영

    조상의 무덤을 가리켜 ‘선영(先塋)’이라고 한다. ‘영(塋)’이 ‘무덤’이라는 뜻이다. 그러니 ‘장지는 선영’이라고 하면 ‘조상의 무덤’이 장지라는 말이 된다. 시체를 묻는 땅 장지는 ‘선영’이 아니라 ‘선산(先山)’이라고 해야 옳다. ‘선산’은 ‘선영’이 있는 산이다. 그래서 ‘선산’은 ‘선영’의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하지만 ‘선영’이 ‘선산’의 의미를 지닌 것은 아니다.
  • [우리말 여행] 여우볕

    비나 눈이 오는 날 잠깐 났다가 숨어 버리는 볕이 있다. 이 볕이 여우볕이다. 다분히 여우의 속성에 빗댄 말이다. 여우는 간사하고 교활한 동물의 대명사처럼 비쳐진다. 이는 여우의 눈치 빠르고 민첩한 행동에서 비롯된다. 여우는 눈앞에 있다가도 금세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이처럼 제대로 볼 새도 없이 얄밉게 사라지고 마는 볕이니 여우볕이다.
  • [우리말 여행] 무지르다

    “굵은 가지 하나를 무질러 내려서 알맞은 몽둥이를 만들어 주니”(홍명희, ‘임꺽정’) ‘무지르다’는 한 부분을 잘라 버린다는 말이다. 본래 길이가 있는 물건을 그렇게 한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물건만 자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우리가 하는 말도 자를 수 있다. 의미가 확대돼 말을 중간에서 끊는다는 뜻도 지니게 됐다. “그녀의 말을 무지르고 자기 말만 했다.”
  • [우리말 여행] 퇴짜를 맞다

    건넨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때, 바치는 물건을 거절당했을 때 ‘퇴짜 맞았다’고 한다. ‘퇴짜’는 ‘퇴자(退字)’에서 왔다. ‘퇴자’는 ‘퇴’자를 찍던 일이나 그런 글자를 가리킨다. 예전에 상납한 포목의 품질이 낮으면 한쪽에 ‘퇴(退)’ 자를 찍었다. 물리친다는 뜻이었다. 여기서 유래해 바치는 물건이나 제기하는 의견이 거절당하다는 뜻을 지니게 됐다.
  • 아톰·에바, 올 겨울 대작 애니 열풍 이끌어

    아톰·에바, 올 겨울 대작 애니 열풍 이끌어

    애니메이션(애니)의 정교함과 거대한 스케일이 블록버스터 영화를 뛰어넘고 있다. 올 겨울을 강타할 2편의 블록버스터급 대작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파(破)’와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이 12월과 내년 1월에 각각 개봉된다. ◆ ‘에반게리온:파’, ‘메카닉 애니’의 진수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전사 건담’과 더불어 일본 메카닉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에반게리온’ 극장판 2탄 ‘에반게리온:파’가 지난 3일 국내 개봉했다. 지난해 개봉한 ‘에반게리온:서(序)’에 이은 두 번째 이야기다. 1995년부터 TV시리즈로 시작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가까운 미래의 일본을 배경으로 살아남은 인류를 위해 신무기인 에바를 조종해야 하는 소년, 소녀들의 정체성 혼란을 그려낸 애니메이션이다. 다양한 철학과 종교, 신화, 세계관 코드를 녹여낸 성숙한 작품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에반게리온:파’는 기본기를 갖춘 원작 위에 메카닉 애니메이션이 구현할 수 있는 최상의 역동성을 펼쳤다. 특히 적인 제7사도를 물리치기 위해 3대의 에바가 도쿄 시내를 질주하는 장면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트랜스포머’ 시리즈를 떠올릴 만큼 속도감이 느껴진다는 평이다. ‘에반게리온:파’의 수입사 아인스S&M 측은 “‘에반게리온’의 스케일을 담아낼 수 있는 크기의 스크린을 확보하는 데 애썼다.”고 전했다. 또한 기존 ‘에반게리온’ 팬들이 보낸 열광적인 반응의 결과, 한정된 규모로 개봉하는 애니메이션임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대 규모 스크린의 CGV 영등포 스타리움관에 저녁 프라임 시간인 19시의 추가 편성이 이루어졌다. ◆ 추억의 아톰, 3D 영웅으로 부활 내년 1월에는 전 세계의 사랑을 받아온 추억 속의 영웅 ‘아톰’이 돌아온다. ‘아톰’과 할리우드의 기술력과 만나 3D 애니메이션으로 부활한 ‘아스트로 보이: 아톰의 귀환’이다. 1960년대 TV 애니메이션으로 첫 선을 보인 이후 지금까지도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 잡은 ‘아톰’은 할리우드에서 더욱 강력하고 새롭게 태어났다. 원작 만화에 현대적 감각이 더해진 ‘아스트로 보이’는 인간보다 더 따뜻한 심장을 지닌 슈퍼 로봇 아스트로 보이가 어둠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애니메이션 블록버스터다. ‘아스트로 보이’는 심혈을 기울여 제작된 영상 못지않게 목소리 출연진도 화려하다. 프레디 하이모어, 니콜라스 케이지 등 할리우드 최고 스타들이 참여한 데 이어 국내 더빙판에서는 유승호·조민기·남지현·유세윤 등이 나서 우리말 녹음을 마쳤다. ‘아스트로 보이’의 수입·배급하는 케이디미디어 측은 “새롭게 돌아온 ‘아톰’은 1020세대에게는 새로운 영웅과 거대한 스케일을, 3040세대에게는 ‘아톰’에 대한 향수를 전달해 모든 연령대의 관객을 극장가로 불러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2010년 1월 14일 개봉 예정. 사진 = 각 영화 포스터 및 스틸이미지 서울신문NTN 박민경 기자 minkyung@seoulntn.com@import'http://intranet.sharptravel.co.kr/INTRANET_COM/worldcup.css';
  • 북한의 행표는?… 남한의 수표!

    북한의 행표는?… 남한의 수표!

    북한말로 ‘행표’는 무슨 뜻일까. 남쪽에서의 수표를 가리킨다. 여행자 수표는 ‘려행행표’로 불린다. 최근 많이 등장한 담합 행위를 북한에서는 ‘계획적인 행동’이라는 용어를 쓴다. 한국무역협회는 4일 국립국어원과 공동으로 ‘남북한 무역실무 용어 비교집’을 발간했다고 밝혔다. 주로 대북 무역을 하면서 오해를 낳을 수 있는 실무 용어들이 중점적으로 소개됐다. 남북한이 다른 의미로 사용하는 무역 용어들도 적지 않다. 북한에서 ‘방조’는 협력을 뜻하고 ‘중개’는 알선을 의미한다. 북한에서만 쓰이는 단어도 눈에 띈다. 남쪽에서 쓰는 계좌를 북한에서는 ‘돈자리’로 부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북한의 대외거래 규모가 크지 않고 활성화되지 않아 국제거래에 사용되는 무역용어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며 “실무 용어들은 우리말을 활용해 풀어쓰는 경향이 많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남북교역업체들에 용어집을 제공하고 남북경협정보센터 홈페이지에 공개하기로 했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무슨 영화 볼까]

    ■ 시크릿(스릴러/18세 관람가) 감독 윤재구 줄거리 악명 높은 조직의 2인자가 잔인하게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현장에 출동한 성열(차승원)은 범인이 남긴 듯한 유리잔의 립스틱 자국과 떨어진 단추, 귀걸이 한쪽을 찾아내고 충격에 빠진다. 오늘 아침 외출 준비를 하던 아내(송윤아)의 입술 색깔, 아내의 옷에 달려있던 단추와 귀걸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 본능적으로 증거물을 모두 없애는 성열. 그는 사건 당일 찾아온 여자를 봤다고 증언하는 결정적 목격자마저 협박해 빼돌린다. 감상 비밀도 반전도 많은 영화. ■ 비상(액션·드라마/18세 관람가) 감독 박정훈 줄거리 엑스트라 생활과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살아가는 시범(김범)은 ‘인생 한방’을 기대하며 배우의 꿈을 품고 살아가지만 단짝 친구 외에는 기댈 곳이 없다. 이런 그에게 인생을 걸고 싶은 사랑이 나타난다. 그녀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시범에게 호수(배수빈)는 호스트바에서 일할 것을 권해오고 결국 시범은 화려한 밤의 배우인 호스트가 된다. 역시 첫사랑의 아픔을 품고 고독하게 살아가는 호수는 그에게 든든한 배경이 돼 준다. 감상 여자의 환상을 사로잡는 호스트들의 순도 100% 사랑이야기. ■ 시간의 춤(다큐멘터리/전체 관람가) 감독 송일곤 줄거리 많은 이들이 사랑하는 체 게바라의 나라 쿠바. 100여 전 그 쿠바에는 제물포항을 떠나 멕시코를 거쳐 바람처럼 흘러간 300여명의 조선인들이 있었다. 그들은 4년 뒤면 부자가 되어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으로 억세게 살았다. 학교를 세워 우리말을 가르치고 상해 임시정부 김구 선생께 독립자금을 보내며 체 게바라의 혁명에도 동참하면서. 하지만 그 누구도 조선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감상 가슴 한 켠의 뭉클함! 감동을 받고 싶다면. ■ 카운테스(드라마·스릴러/18세 관람가) 감독 줄리 델피 줄거리 16세기 루마니아. 아름다운 외모와 막강한 부로 권력의 중심에 있었던 백작부인 엘리자베스 바토리(줄리 델피). 다른 귀족들의 질투로 고립된 삶을 살던 어느 날, 그녀는 파티에서 만난 젊고 매력적인 귀족 청년 이스트반(다니엘 브륄)과 운명 같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그와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점점 늙고 추해지는 자신이 불안하기만 한데. 감상 사랑 때문에 잔인해지는 여인의 삶.
  • [우리말 여행] 혼인에 트레바리

    혼인은 쉽게 결정하지 않는다. 깊이 생각하고 신중하게 판단한다. 그만큼 아주 기쁜 일이기도 해서 많은 축하를 받는다. 그런데 이유 없이 반대하기 좋아하는 트레바리는 이 일에도 딴죽을 건다. 트레바리에는 ‘이유 없이 반대하기를 좋아함’이라는 뜻도 있다. ‘혼인에 트레바리’는 혼인에 반대한다는 말이다. 좋은 일까지도 덮어놓고 반대한다는 의미로 쓰인다.
  • [우리말 여행] 트레바리

    이유 없이 남이 한 말에 반대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 어쩌다 보인다. 이유가 없이 그러는 것이니 타고난 성격이 그런 듯하다. 이런 사람을 가리켜 트레바리라고 한다. 좋게 보이지 않으니 ‘바리’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바리’는 사람을 낮잡아 가리킬 때 쓰인다. 군인을 낮잡아 ‘군바리’라고 한다. ‘트레’는 동사 ‘틀다’의 ‘틀’에 조사 ‘에’가 붙은 형태다.
  • [우리말 여행] 해후

    만남을 뜻하는 또 다른 말이다. 그런데 해후(邂逅)는 그리 단순한 만남이 아니다. 어제 헤어진 친구와 오늘 만났을 때 해후라고 하지 않는다. 해후는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만나는 것이다. 거기다 필연이 아니라 우연이다. 오랫동안 헤어져 있다가 뜻밖에 다시 만나는 것을 가리킨다. 그래서 해후는 몇 마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을 낳는다.
  • [우리말 여행] 나비잠

    예쁜 나비가 날개를 펴고 나는 모습은 무척 평화스러워 보인다. 갓난아기들이 잠자는 모습도 이렇게 보일 때가 많다. 특히 두 팔을 머리 위로 벌리고 자는 모습은 나비가 나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래서 갓난아기가 자는 이런 잠을 나비잠이라고 부른다. 나비잠은 예쁘고 귀엽고 사랑스러운 잠이다. 어른은 잘 수 없고 아기만 잘 수 있는 잠이다.
  • [우리말 여행] 몽니

    뭔가 뒤틀리고 못마땅하다. 그렇다고 드러내 놓고 불만을 표시하기도 뭣하다. 슬쩍 심술을 부리고 싶어진다. 그래서 괜히 트집을 잡거나 훼방을 놓기도 한다. 이런 게 온당하게 보일 리 없다. 공연한 고집이고 투정이고 심술처럼 비쳐진다. ‘몽니 부린다’고 한다. 못마땅해하며 심술을 부린다는 말이다. 몽니를 잘 부리는 사람은 몽니쟁이 또는 몽짜라고 한다.
  • [우리말 여행] 텁석나룻

    소설 ‘삼국지’의 주인공 장비는 멋과는 그리 가까워 보이지 않는다. 얼굴에 난 수염부터도 그렇다. 멋을 위해 일부러 기르기도 하는 구레나룻이 아니다. 수염이 턱과 입 주위에 더부룩하게 나 있다. 이런 수염을 가리켜 텁석나룻이라고 한다. 이런 수염이 난 사람은 놀림조로 텁석부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룻은 수염을 뜻하는 우리 고유어다.
  • [우리말 여행] 혼돈과 혼동

    어떤 대상이 다른 것과 같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면 둘의 차이를 전혀 알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구별하지 못하고 잘못 생각하는 게 혼동(混同)이다. 한마디로 착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생김새가 비슷해서 혼동하게 된다.” 혼돈(混沌)은 구별이 확실하지 않은 상태다.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태를 가리킨다. 판단능력을 갖지 못할 때 나타난다. ‘혼돈의 시대.’
  • [우리말 여행] 채발

    대개 큰 것보다는 작은 것이 예뻐 보인다. 우리 몸을 지탱하는 발도 마찬가지다. 작은 발이 더 예쁘게 느껴진다. 볼이 넓고 바닥이 평평한 마당발을 보고 예쁘다고 하지는 않는다. 마당발은 넓어서 안정감을 줄지는 몰라도 고운 것과는 거리가 멀다. 채발은 마당발과 달리 볼이 좁고 길쭉한 발을 말한다. 채발은 알맞게 크고 맵시 있게 생긴 발을 가리킨다.
  • “우리 역도 들고 결혼했어요”

    “세계 역도인들이 몰린 가운데 백년가약을 맺고 싶어 2004년 아테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에서 결혼식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역도에 세차례 기회가 있듯 마지막 3차 시기에서 뜻을 이뤄 기쁘다.” 경기도 고양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국경을 넘은 ‘역도인 부부’가 탄생했다. 독일의 칼 림뵈크(59)와 오스트리아의 카타리나 페이야(57·여) 국제역도연맹(IWF) 심판위원은 25일 오후 2시 킨텍스 5홀에서 백년가약을 맺었다. 결혼식은 신랑·신부가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한 뒤 혼인서약과 성혼선언문 낭독, 주례사, 고양 시립합창단의 축가 순으로 진행됐다. 대회조직위원장인 강현석 고양시장이 주례를 맡고 타마스 아이얀(70·헝가리) 국제역도연맹 회장이 증인으로 섰다. 우리말 사회와 영어통역으로 이뤄진 결혼식에서 부부가 함께 역기를 드는 퍼포먼스를 펼쳐 IWF 관계자와 관중, 취재진 등 250여명으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이 커플은 1990년 유럽 다뉴브강 유역 7개국 역도대회에서 처음 만났으며 2001년 터키 안탈리아 세계선수권에서 연인으로 발전, 600㎞가 넘는 거리를 오가며 애정을 키웠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 [우리말 여행] ㄹ망정

    “작은 학교일망정 역사는 깊다.” ‘ㄹ망정’은 이처럼 대립되는 앞뒤의 절을 이어 준다. 단순히 이어 주는 게 아니라 앞 절의 사실을 인정하면서 뒤에 오는 사실을 강조하는 구실을 한다. 때때로 앞 절의 상황은 가상의 것일 수도 있다. “흙을 먹을망정 그건 못 먹겠다.” ‘비록 그러하지만 그러나’ 혹은 ‘비록 그러하다 하여도 그러나’ 정도의 뜻을 지녔다.
  • [우리말 여행] 떡 해 먹을 집안

    지금은 떡을 예사로 사 먹는다. 예전에는 행사가 있어야 볼 수 있는 음식이었다. 떡은 기쁜 일에도 내놨지만 굿이나 고사 등 그렇지 않은 일에 반드시 있어야 할 음식이었다. 떡을 많이 하는 집안은 곧 굿이나 고사를 자주 하는 집안이라는 말이 된다. 안 좋은 일이 계속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비유적으로 화합하지 못하고 어려운 일만 이어지는 집안을 뜻한다.
  • “백두산·압록강·두만강·지리산… 한동안 노래 캐러 여기저기 다녔어요”

    “백두산·압록강·두만강·지리산… 한동안 노래 캐러 여기저기 다녔어요”

    처음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세월이 흐르다 보니 집에서는 작업이 안 되고 산에 가야 일이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흔히 영감이 떠오른다고 할까. 바람이 스쳐 지나가며 문득 전해주는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노래를 만든다는 표현은 자신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다. 캔다고 했다. 심마니가 산삼이나 약초를 캐기 위해 산에 오르는 것처럼, 그는 노래를 캐기 위해 산에 오른다고 했다. 회사원이 출근하듯 주중에 적어도 3일은 산에 오른다. 산이 직장인 셈. 물론 노래가 널려 있는 것은 아니다. 수십번은 올라야 한 곡을 캐는 행운을 맛볼까 말까 한다. 그의 음악은 포크이지만, 자신의 음악을 ‘타래’라고 이름 지었다. 박자를 탄다의 ‘타’와 노래의 ‘래’를 가져왔다. 자신의 이름 앞에 무엇을 붙이자면 노래를 만드는 사람, 작곡자가 아니라 ‘타래 마니’가 딱 맞는 것 같다며 활짝 웃는다. ‘홀로 아리랑’, ‘터’, ‘개똥벌레’, ‘여울목’, ‘조율’ 등을 세상에 선물했던 한돌(본명 이흥건·56)이 새 앨범 ‘한돌 타래 566-그냥 가는 길’을 내놨다. 세번째 타래 모음 ‘내 나라는 공사중’ 이후 무려 16년 만이다. 최근 경기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서 만난 한돌은 서두를 이유가 없어 미루다 보니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고 설명했다. “노래를 부르는 쪽보다 만드는 것을 즐겨하다 보니 1년마다 한번씩 내야 한다는 압박감은 없었죠. 노래가 모아져도 불러줄 가수를 찾기가 시기적으로 안 맞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다음 기회로 미루고 미루던 게 이렇게 오랜 세월이 될지 저도 몰랐어요.” ●이산가족·입양 등 ‘우리네 정서’ 담아 현실적인 이유도 크다고 했다. 음반 시장이 시들어 이전과는 달리 음반사 제의도 들어오지 않았고, 홀로 준비하려고 하면 현실적인 무게가 어깨를 눌렀다. 앨범 안 내느냐는 핀잔을 듣고 나서야 세월을 깨닫게 됐다고 한다. “그래도 이번에 내게 된 것은 지인들이 십시일반으로 도와줬기 때문입니다. ‘모았으니 (앨범을)내라, 안 내면 반칙이야?’라고 하는 거죠. 최근 6개월 동안 서둘렀더니 올해를 넘기지는 않았네요.” 그 오랜 세월 동안 게으름이란 세균이 퍼지고, 오만해지고 마음이 마비됐던 황폐화 시기가 있었다고 돌이켰다. 1994년부터 백두산, 압록강, 두만강을 돌아다녔다. 통일이 되면 남북이 함께 부를 아리랑을 캐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하나도 캐지 못했다. “당시에는 원인을 몰랐어요. 지나 놓고 나니 마음이 황폐화됐다는 것을 알았죠. 그것도 모르고 10년 동안 지내다가 깨닫고 나서는 낙이 없었습니다.” 서서히 기운을 차리게 된 것은 공연을 하면서부터다. 주변에서 마음을 다잡는 차원에서 공연을 권유했던 것. 그래서 1991년 서울 대학로 학전 소극장 개관 공연 이후 무려 14년 만에 단독 공연을 열었다. 2006년에도 무대에 섰고, 지난해에는 일본 6개 도시를 돌았다. “예약하고 이런 일이 서툴러 굼떴더니 연말 공연장 예약이 꽉 차 올해는 힘들겠지만, 2005년 이후 적어도 1년에 한 번은 공연을 한 셈이죠. 황폐기를 벗어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옛날처럼 기운이 돌아왔으니 저는 다시 행복한 사람이 됐습니다.” 시간은 흘렀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말한다. ‘저 사람은 변하지 않았구나.’하는 느낌을 주는 음악가로 남고 싶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이전과 달라진 점을 굳이 꼽자면 예전에는 생각없이 노래를 발표했는데 지금은 한곡 한곡 확인하고 다시 살피는 등 굉장히 조심스러워졌다는 것. “건강에 보탬을 주려고 약초를 캤는데 변질된 것도 모르고 먹으면 해가 되지 않을까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노래라고 무조건 아름다운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순 우리말로 쓴 노랫말, 고즈넉하면서도 푸근하고 담백한 가락으로 마치 동요처럼 우리네 정서를 어루만지는 노래들이 새 앨범에서도 여전하다. 모두 11곡이다. 이전 앨범이 한 가지 주제에 연관된 노래들을 묶었다면, 이번에는 많은 주제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차근차근 캐왔던 노래들을 골고루 모았기 때문. 독도를, 사라져가는 학교를, 북쪽에 있는 아버지의 고향을, 이산가족을, 입양아 문제를, 너무 빨리 변해가는 세상을 노래한다. 그 가운데 통일 뒤 우리 모습을 노래한 ‘한뫼줄기’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지리산에 올랐다가 8년 만에 캐낸 노래입니다. 황폐기에 바람이 이런 노래를 던져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산에 올랐던 것 같아요. 마음을 비우고 가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나서야 다시 노래를 캐기 시작했죠. 힘든 시기를 딛고 처음으로 캐내 7년을 다듬은 노래가 ‘한뫼줄기’입니다.” ●“기회 닿으면 공연 자주 할 생각” 한뫼줄기는 백두대간을 순우리말로 바꾼 것. 마음을 아름답게 만드는 우리 말에 대한 사랑은 이처럼 여전히 빛난다. 앨범 제목의 566은 훈민정음이 창제된 뒤 흐른 세월을 뜻한다고. “제가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한글이 영어에 눌리고, 파괴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습니다. 우리 정서가 무너지고 있는 셈이죠. 적어도 제 영역에서 (한글을) 지켜보고자 하는데 다른 영역에서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수색역을 ‘물빛역’이라고 부르면 얼마나 아름다울까요.” 그가 30여년 동안 캐낸 노래는 불과 120곡 정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앨범도 많지 않다. 공연도 겨우 다섯 차례밖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그와 그의 음악을 자주 접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든다. “옛날에는 노래만 캐러 돌아다니고 다른 것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어요. 음악을 좋아하는 분들이 있기 때문에 저도 존재하는 것인데 그런 걸 몰랐죠. 앞으로는 자주 나타나려고 해요. 기회가 닿으면 공연도 하고 발표하지 않는 노래도 다듬어서 꺼내놓는 게 팬들에 대한 보답이자 저의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젠 철이 들었나봐요.” 글·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 [우리말 여행] 가탈

    “여기저기서 가탈이 생긴다.” “옷 입는 데 가탈이 심하다.” 가탈은 ‘방해하는 조건’ 또는 ‘까다롭게 구는 일’을 뜻한다. ‘말의 빠른 걸음’을 뜻하는 몽골어(qatara)에서 왔다. 이 말은 ‘불편한 걸음걸이’, ‘거북함’, ‘불편함’ 등으로 의미 변화가 일어났다. 이전에 이미 우리말에 ‘가탈’이 있었는데 몽골에서 들어온 ‘가탈’과 같은 의미로 쓰였다는 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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