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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섶에서] 숨어 있는 봄/구본영 논설위원

     우리말 봄은 따스한 볕을 말하는 “‘볻’이 온다”(볻+옴)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원이 무색하게 요즘 날씨가 영 봄 같지 않다. 절기에 맞지 않게 진눈깨비까지 내리는가 하면 살갗에 부딪혀 오는 바람은 여전히 쌀쌀하기만 하다.  그러나 출근길 아파트 화단의 라일락 새싹을 보면서 봄은 어느새 성큼 다가와 있음을 깨달았다. 마침 라디오에서 학창 시절부터 귀에 익은 가곡이 들려왔다.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청라 언덕 위에 백합 필적에…” 작곡가 박태준이 고향집 인근의 청라 언덕에서 오지 않는 첫사랑을 기다렸던 애틋한 기분이 온몸으로 전해져 왔다.  시인 하이네도 “인간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의 법칙에 순응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 조급히 욕심 낸들 인생사가 뜻대로만 될 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봄은 막연하게나마 설레는 희망을 갖고 기다려야 하는 계절임은 분명한 것 같다. 지하철 역사의 ‘모든 사람은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다.’는 광고 카피가 가슴에 와 닿았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소방사 필기시험 D-38… 과목별 마무리 이렇게 대비하자

    소방사 필기시험 D-38… 과목별 마무리 이렇게 대비하자

    다음 달 12일 상반기 소방사 필기시험이 서울 등 13개 시·도에서 동시에 치러진다. 올 중앙소방학교 통합출제 대상 지역은 지난해(8개)보다 5개 더 늘었다. 이번 소방사 선발예정 인원은 지난 2~3월 필기시험을 치른 울산·전북을 포함, 전국 15개 시·도에 걸쳐 총 1136명이다. 서울의 선발 인원이 292명으로 가장 많고, 광주가 7명으로 가장 적다. 제주도는 상반기 채용 계획이 없다. 올 상반기 시험 전망과 과목별 마무리 대책을 알아봤다. ●작가와 작품명 연결해 공부해야 소방직 채용시험 국어는 한글 맞춤법과 어휘 관련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속담·순우리말·한자성어·한자·순화어·문화어 등을 꼼꼼하게 정리해야 한다. 특히 한글 맞춤법 관련 문제의 출제 가능성이 높다. 김하늬 남부행정고시학원 국어 강사는 “주요 어휘는 영어 단어를 암기하듯 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자는 대부분 한자성어로 출제된다. 특히 동의·반의어를 찾는 문제에 대비해야 한다. 3문제 이상 출제되므로 한자를 포기하면 합격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김 강사는 “기미독립선언서 등 비문학 지문을 공부할 때 지문들을 모두 한자로 바꿔 읽어 보면 지문을 익히면서 한자도 공부할 수 있어 좋다.”면서 “기출문제와 교과서 지문을 반복해서 읽어 보라.”고 제안했다. 최근 문학은 ‘작가론과 작품명 연결하기’ 문제가 많이 출제되고 있다. 작가와 관련된 주변적인 이야기들을 보기에 설명하고, 그 작가와 작품을 찾는 문제에 익숙해져야 한다. 또 작품이나 장르의 시대 순서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작가별 대표작은 반드시 읽어 둬야 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손창섭의 ‘비 오는 날’, 김춘수의 ‘꽃’ 등이 대표적이다. ●어휘문제 수준 높고 비중도 커져 영어는 영역별 출제 비중이 정해져 있다. 문법·단어·숙어·작문·회화가 2문제씩, 독해가 10문제로 출제되고 있다. 독해는 ‘주제, 요지, 제목 찾기’ 1~2문제, ‘내용 파악하기’ 2~3문제, ‘단어·어구·문장’ 채우기 3~4문제, ‘문장 논리적으로 배열하기’ 1~2문제 등으로 출제된다. 최근 소방직 영어는 지난해 서울시 시험에서 봤듯이 단어의 수준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올 전북 필기시험에도 ‘안락사’라는 뜻의 ‘euthanasia’가 출제됐다. 순위를 정해 기출 단어 중심으로 매일 조금씩 어휘력을 늘려 가는 것이 좋다. 소방직 시험에서 문법은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다. 오권영 강사는 “기본 교재 수준 이상은 출제되지 않는다. 기본 교재를 반복해서 소설처럼 편하게 읽으라.”고 말한다. 회화도 현장에서 쓸 수 있을 정도의 쉬운 문제 위주로 출제된다. 전북 시험에는 ‘일을 마치다.’라는 뜻의 ‘call it a day’가 출제됐다. 독해는 어려운 지문이나 긴 지문을 스크랩하거나 교재에 표시해 뒀다가 반복해서 읽으면서 문장 구성 원리나 문제 출제 유형을 익혀 둬야 한다. ●4대강·뉴타운 등 최신시사 출제 가능성 “행정법에서 매년 쏟아지는 판례는 무궁무진한 출제의 밑거름이며 판례가 차지하는 비중도 최근에는 80% 이상으로 매우 높다.” 고봉기 강사는 최근 행정법의 출제 경향을 이렇게 요약했다. 특히 최신 판례이면서도 논란과 함께 관심을 끄는 것들이 끊이지 않고 출제되고 있다. 예컨대 국토해양부 등에서 발표한 ‘4대강 살리기 마스터플랜’에 따른 한강 살리기 사업, 곰 등 국제적 멸종위기종의 용도변경 승인신청, 뉴타운개발 사업시행자가 생활대책신청을 거부한 처분, 태안반도 유조선 기름 누출 사고, 인천국제공항공사 도급계약 사건 등은 매우 시사적인 판례로서 반드시 익혀 둬야 한다. ☞<정책·고시·취업>최신 뉴스 보러가기 행정법에서 사례형 문제는 교수와 학생의 대화라든가, 학생들의 답변 중 옳은 것 또는 사례 1, 2를 비교해서 묻는 형식으로 자주 출제된다. 주로 판례와 부속법령을 변형해 묻기 때문에 판례의 요지와 부속법령의 지문을 확실히 파악해야 풀 수 있다. 특히 부속법령 중에서 최근 새로 제정된 개인정보법은 시사적이고 논의의 대상이 된 법령이다. ●출제범위 달라져… 소방공학론 체크를 소방학은 ‘소방공무원 채용시험 시행규칙’ 개정으로 올해부터 출제 범위가 달라졌다. 12개 대분류가 소방조직·재난관리·연소이론·화재이론·소화이론 등 5개로 바뀌었다. 수험 전문가들은 이번 시험에서 연소·화재·소화이론 등 소방공학론 분야의 출제 비중이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달 전북 필기시험에서도 ‘화재이론’의 특수 현상인 플래시오버(flash over)와 백드래프트(backdraft)를 구분하는 문제가 출제됐다. 또 환기인자, 환기부족화재 등에 대한 문제도 등장했다. ●日 독도 망언·위안부 문제 자주 출제 최근 한국사는 정치사보다 경제·문화사 분야의 출제가 늘었다. 시대사별로 보면 근·현대사의 출제 비중이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특히 일본의 독도 관련 망언, 일본군 위안부, 한반도 국제 정세, 중국의 역사 왜곡과 관련된 문제가 자주 출제되고 있다. 또 단순 암기 문제뿐 아니라 자료 해석 문제의 비중도 늘고 있다. 기본서의 사료와 지도·도표·그림 등도 꼼꼼하게 익혀 둬야 한다. 김석열 강사는 “최근 3년간 지방직과 국가직 7·9급 일반 행정직 한국사 출제 문제를 풀어 두라.”고 강조했다. 김양진기자 ky0295@seoul.co.kr
  • 민중의 삶·풍속으로 풀어낸 ‘격랑의 근대사’

    민중의 삶·풍속으로 풀어낸 ‘격랑의 근대사’

    작가 문순태(71)에게 강은 “본디 모습 그대로 인간이 살아가는 터전이 되고 또 다른 생명과 교섭하면서 힘의 원천이 되는” 존재다. 그중에서도 영산강은 “전라도 사람들의 핏줄이고, 한과 희망, 슬픔과 기쁨, 절망과 희망, 빛과 그림자를 안고 흘렀고, 지금도 그렇게 흐르는” 삶의 터전, 그 자체다. 작가가 영산강을 배경으로 격랑의 한국 근대사를 풀어낸 ‘타오르는 강’(소명출판 펴냄)이 전 9권으로 끝을 맺었다. 37년을 이어온 역작이 마무리됐으니 작가의 홀가분함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작가는 서울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40년 가까이 붙들고 씨름해 온 책을 드디어 완간했으니 개운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식민사관에 휘둘려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한 광주학생독립운동까지 많은 사료를 근간으로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욱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타오르는 강’은 1975년 작가가 전남매일신문에 연재한 ‘전라도 땅’에서 시작됐다. 당시 기자였던 작가는 취재차 만난 전남 나주 양반집 할머니에게 노비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노비를 꽤 많이 둔 양반집이었는데, 노비 세습제가 폐지되면서 노비들에게 문서를 나눠 주었더니 매달리면서 ‘제발 쫓아내지 말아 달라’고 했다는 거예요. 단 한번도 주체적으로 살아 본 적이 없는 노비들이 갑작스러운 자유를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그 삶을 따라가 보니 당시 버려진 땅이 많았던 영산강에 몰려 터를 닦고, 한(恨)의 민중사를 만들어 낸 거죠.” 전남매일 연재는 2년 후 중단했고, 1981년 한 월간지로 옮겨 다시 소설을 이어 갔다. 이후 주간지와 일간지를 옮겨 가며 연재하다 1987년 창작과비평사에서 전 7권으로 묶어 냈다. 1886년부터 1911년까지 이야기로, 노비인 장웅보 가족사를 중심으로 19세기 말 노비 세습제 폐지부터 동학농민전쟁, 개항과 부두 노동자의 쟁의 등 민중운동 속에 휘말린 민초들의 삶을 다뤘다. 8권과 9권은 작가가 그토록 쓰고 싶어 한 1929년 광주학생독립운동이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이 객관적으로 서술된 것이 불과 몇 년 전입니다. 독립운동 중심 인물이 사회주의자라는 이유로 역사의 그늘에 가려져 있었고, 그나마도 식민사관에 기초해 한·일 학생들 사이에 일어난 우발적 단순 사건으로 비춰졌죠.” 참여정부 들어 이들의 역사적 공적이 인정받았고, 활발하게 연구가 진행되면서 집필이 가능해졌다. “7권까지는 역사적 사실 위에 대부분 상상력으로 채웠지만, 광주학생독립운동은 사료를 많이 참고했다.”는 작가는 “이 독립운동이 광주청년학원과 광주고보를 비롯한 학생들이 오랫동안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준비해 온 사건임을 밝히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는 소설에 당시 노비들의 질박한 생활과 풍속사도 그대로 녹여 냈다. 특히 “작가는 언어의 채굴자이고 특히 죽어 있는 언어의 활용도를 높여 다시 살려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신념에 따라 전라도 토박이말을 원형대로 살렸다. 소설의 별권으로 이 작품의 우리말 사전을 준비 중이다. 최여경기자 kid@seoul.co.kr
  • 서른둘 몰리나, 이젠 에이스

    서른둘 몰리나, 이젠 에이스

    “몰리나에겐 가정이 둘 있다. 가족과 FC서울이란 두 가정에 충실하다. 이번 동계훈련에서도 한마디 말없이 참아내며 훈련을 잘 따라와 줬다. 더 많은 기대가 되는 친구다.” 지난 25일 프로축구 전북과의 경기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터뜨려 최용수 감독에게서 이런 칭찬을 들은 몰리나(32)가 K리그 4라운드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다. 프로축구연맹의 선정 이유는 “올 시즌 서울을 이끌 실질적 에이스로서 가치를 증명했다.”는 것. 개막전을 시작으로 4경기 연속 골을 뽑아내며 5골로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의 결승골은 팀을 3승1무(승점 10)의 단독 선두로 올려놓았다. 몰리나는 역전골을 뽑아낸 뒤 네 손가락을 펴는 특유의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자신과 부인 로라(27), 두 자녀를 사랑한다는 의미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2009년 여름 K리그에 데뷔한 몰리나는 지난 시즌 10골 12도움으로 도움에 치중했던 것과 달리, 이번 시즌에는 벌써 17개의 슈팅을 날려 30%의 성공률을 기록하며 킬러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2010년 성남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정상에 올려놓고 국제축구연맹(FIFA) 클럽월드컵에 출전하느라 지난해 동계훈련을 소화하지 못한 몰리나는 이번 시즌을 앞두고는 알차게 동계훈련을 소화해낸 덕을 보고 있는 것. 그는 “동계 훈련이 강하면 강할수록 좋다. 나는 그것을 버텼고, 능력을 더 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국생활 3년차로 우리말도 곧잘 하는 그는 동료들과 티격태격하다가도 금세 웃는 여유를 부릴 정도로 빠른 시간에 팀에 녹아들고 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씨줄날줄] 오바마의 ‘정’(情)/구본영 논설위원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쓰는 말 중에 외국어로 옮기기 어려운 낱말이 적지 않다. 이방인으로선 공감하기 쉽지 않은 독특한 한국적 정서가 배어 있는 까닭이다. ‘한’(恨)이나 ‘신바람’과 같은 단어가 대표적이다. 한영 사전에서 ‘한’은 ‘(deep) resentment’로 번역돼 있다. 하지만 상대에 대한 미움이나 복수심만 담겼다는 점에서 한국어의 본뜻과는 사뭇 다른 뉘앙스다. 우리말의 ‘한’은 증오감보다는 좌절된 소망을 이루려는 절절한 몸부림에 초점이 맞춰진 단어일 게다. 한 국내기업 최고경영자는 ‘신바람’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에너지, 서로에게 힘과 격려가 되는 비타민”이라고 풀이한 적이 있다. 하지만 영어엔 아예 없는 단어다. ‘신바람 난다.’는 문장이 “I’m very excited.”, 혹은 “I’m in high spirits.”라는 식으로 번역되지만, 어색하기만 하다. 버락 오마바 미국 대통령이 엊그제 한국말로 ‘정’(情)이란 표현을 써서 눈길을 끌었다.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한한 그가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깊은 애정을 표현하는 한국말인 정을 다시 느끼고 있다.”고 언급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정을 거론하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백악관 국빈만찬 때도 “한·미 동맹의 핵심은 정”이라는 등 한국말 발음 그대로 ‘정’이란 단어를 다섯 차례나 입에 올린 바 있다. ‘정’도 한국인 특유의 미묘한 정서가 담긴 수사다. 영어로는 ‘사랑이나 애정’이란 뜻의 ‘affection’, 또는 ‘애착감’이란 의미로 ‘attachment’로 번역된다. 하지만 왠지 ‘정’이 함축하고 있는 맛깔스러운 정서는 전달되지 않는 느낌이 든다. 하기야 매사에 얼굴을 맞대고 ‘끈끈한 정’을 확인해야 직성이 풀리는 한국인들 아닌가. 인터넷 공간에서 맺어진 동호인 모임의 구성원들 간 유대감도 오프라인상의 ‘번개 모임’으로 이어질 때 더욱 커진다는 연구 결과를 보라. 오바마는 아마 한국에 대한 친근감을 전하려고 정이란 말을 골랐을 게다. 어제 한국외대 특강에서는 미투데이·카카오톡 등 우리의 토종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거론하면서 한국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 평가했다. 그러면서 “같이 갑시다.”란 한국말로 끝을 맺었다. 그런 그를 보며 우리 사회 일각의 빗나간 반미 정서를 되돌아보게 된다. 특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운운하는 주장이야말로 괜한 피해망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seoul.co.kr
  • [생명의 窓] 사무치는 추위 견디지 않고서야/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생명의 窓] 사무치는 추위 견디지 않고서야/구미정 숭실대 기독교학과 강사

    겨울옷을 정리하려다 그만두기를 몇 차례. 낮에는 제법 봄기운이 감돌다가도 밤이면 영락없이 영하권으로 떨어지는 날씨에 애꿎은 감기만 달고 지낸다. 꽃샘추위에 흠칫 놀라기는 사람이 더한 법인지, 정작 꽃들은 의연한데 사람만 호들갑이다. 한겨울 추위보다 꽃샘추위가 더 춥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봄에 대한 그리움이 크다는 뜻. 한데 그토록 기다리던 봄이 올 무렵 자살률이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는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호주 베이커 의학연구소의 가빈 램버트 박사에 따르면, 계절별 자살률은 겨울철이 막 지난 초봄에 가장 높다. 겨울에는 자외선 B를 받을 수 없어 비타민 D의 생산이 줄어드는 까닭에 우울증이 초래된다나. 여기서 비타민 D와 우울증의 상관관계를 논하는 건 나의 역량과 관심 밖의 일이다. 다만 나의 상상력은 봄의 어원학적 의미에 가닿을 뿐이다. 봄은 눈으로 본다는 말에서 왔다. 무엇을 보는가 하면, 가령 뽕나무(桑) 새순이 머리를 내미는 형상(春)을 본다. 또 개구리가 용수철(Spring)처럼 뛰어오르는 모양을 본다. 실제로 미국 미주리강 주변에 살던 오마하 인디언들은 3월을 ‘개구리의 달’로 불렀다. 여름과 가을, 겨울의 계절명은 순우리말로 ‘녀름’, ‘가슬/가실’, ‘겨슬/겨실’에서 유래했다. ‘열매’를 ‘거두어들이고’ 나서 집안에 가만히 ‘계시는’ 농부들의 한해살이가 담긴 말이다. 겨우내 집안에만 있다가 날이 풀려 집 밖으로 나가니 산천초목이 약동한다. 죽은 듯 움츠리고 있던 천지사방에서 생명이 꿈틀댄다. 봉오리를 매단 나무들은 신통방통함 그 자체다. 봄이라는 계절 이름에는 이렇듯 생명의 경이에 대한 예찬이 담겨 있다. 문제는 인간의 ‘보는 행위’, 곧 시각 활동이 욕망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사실 대부분의 욕망은 보는 데서 생겨난다. 귀로 듣는 것도 욕망을 자극하지만, 간절함과 집요함의 정도로 따지면 눈으로 직접 보는 것만 못하다. 봄에 만물이 가장 화려한 옷차림을 하고서 마음껏 자기 존재를 뽐내는 걸 바라보는 어떤 이는 생각할 것이다. 저 삶은 눈부시게 아름다운데, 내 인생은 왜 이토록 비루한가라고. 극과 극은 서로 통하는 법이기에, 에로스(사랑 본능)가 충천할 때 타나토스(죽음 본능)도 덩달아 극대화된다. 그러니까 비교하고 경쟁하는 마음, 질투하고 시기하는 마음이 문제라는 말이다. 누군가의 화려한 삶을 동경하고 선망하는 에로스는 곧 그를 짓밟아 없애고 싶은 타나토스로 돌변하기 쉽다. 이때 대상이 자신의 파괴력 범위를 벗어나 있으면, 시샘하는 주체는 자기 자신을 파괴하는 것으로 일종의 복수를 한다. 모든 자살에는 복수의 혐의가 있다. 중세 가톨릭에서는 인간의 일곱 가지 대죄(大罪)를 ‘탐식, 탐욕, 나태, 정욕, 교만, 시기, 분노’로 규정했다. 질투가 빠진 대신에 시기가 들어 있는 걸 눈여겨보아야 한다. 질투는 좋은 것을 자기도 갖고 싶은 마음이다. 해서 기형도의 시 제목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잘만 활용하면 ‘질투는 나의 힘’이다. 그러나 시기는 시기하는 대상이 가진 것을 자기도 갖고 싶은데 그럴 수 없기 때문에 없애려는 마음이다. 하여 시기하는 주체와 대상 모두에게 해악만 끼칠 뿐이다. 오죽하면 일곱 가지 대죄 가운데 가장 큰 죄로 지목될 정도일까. 성경은 실낙원 이후 ‘정상적인’ 인간의 방식으로 태어난 첫 사람이 카인이라고 소개한다. 그는 시기심에 눈이 멀어 제 아우를 살해한 범죄자다. 이 에피소드는 결국 모든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시기심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해준다. 인간은 늘 남과 자기를 비교하고, 남이 가진 좋은 것을 탐하며, 그것을 얻기 위해 안달하는 어리석은 존재다. 꽃이 피는 걸 시샘하여 바람이 이리도 차갑게 부는데, 꽃들은 아랑곳없이 제 길을 가는구나. 남보다 더 곱게 피려고 몸부림을 치는구나. 그래도 남이 피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짓은 하지 않으니 꽃의 은덕이 사람보다 낫다. “뼛속까지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지 않고서야 어찌 코끝을 찌르는 매화 향기 얻을 수 있으랴.”
  • 폐수 전지·슈퍼백신… 10년 뒤 한국 부탁해

    폐수 전지·슈퍼백신… 10년 뒤 한국 부탁해

    컴퓨터를 누르면 부팅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작업을 할 수 있고, 독감은 한번의 백신 접종으로 모두 예방된다. 처리가 골치 아픈 폐수는 전기의 원료가 되고, 우리말이 곧바로 영어로 바뀌어 상대방에게 전달된다. 공상과학(SF) 영화 속 장면이 아니다. 과학계 전문가들이 향후 10년 뒤 우리 경제를 이끌 것이라고 꼽은 유망기술들이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향후 10년 뒤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미래유망기술’을 선정, 8일 발표했다. KISTEP은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기술전문가와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참여 연구진 431명을 대상으로 인터뷰 및 설문을 통해 후보기술을 뽑은 다음 일반인들과 함께 유망기술을 선정했다. 가장 먼저 ‘암 바이오마커 분석기술’이 이름을 올렸다. 암세포의 존재와 암 발생 경로, 진행 상황을 측정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이다. 특히 다양한 암 초기 진단키트를 만들 수 있어 ‘치료보다는 예방’을 통한 암 극복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실시간 음성자동통역기술’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통해 이미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었다. 딱딱한 문장 번역이 아니라 생생한 구어체로 한국어와 영어를 실시간 통역하는데, 정확도가 95%에 이른다. 특히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형태로 개발돼 시장성도 크다. 연구진은 현재 일한(日韓) 번역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세 번째로는 스핀 트랜지스터가 뽑혔다. 처리속도가 빠르고 전기를 덜 쓰는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다. 대용량 정보처리가 가능하고 속도가 빨라 스위치를 누르는 즉시 작업이 가능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다. 한국해양대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미생물연료전지는 미생물의 화학 반응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하수와 폐기물을 원료로 해 지속적인 전기 생산이 가능하다. 상용화만 되면 하수처리장이 발전소로 바뀔 수 있다. 점차 강력하게 진화하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기술도 있다. 한림대의대가 연구 중인 슈퍼독감백신이다. 모양과 특성이 시시각각 달라지는 바이러스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변하지 않는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략해 모든 독감에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전자부품연구원 실감정보플랫폼연구센터는 디지털 홀로그래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허공에 입체 이미지를 재현해 영화 해리포터 속의 유령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밖에 전력손실이 없는 송전케이블을 만들 수 있는 ‘초전도 송전기술’,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인 4G+, 동식물 등 천연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농약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천연물 농약, 땅에 묻거나 빛을 오래 쬐면 저절로 분해되는 바이오 플라스틱 등도 10대 기술에 꼽혔다. 박건형기자 kitsch@seoul.co.kr
  • K팝 줄서기 열풍 0.2%의 환호일뿐… 중장년층 유인할 공연·문학 알려야

    K팝 줄서기 열풍 0.2%의 환호일뿐… 중장년층 유인할 공연·문학 알려야

    “K팝을 선두로 공연, 미술, 문학 등 한국 문화를 흡수시키는 장기 전략이 필요하다.”, “한류 소비를 지속시키려면 한류 노출 시점을 5~10세로 앞당겨야 한다.”, “미 주요 언론에 ‘소녀시대’가 등장한 것은 주류 사회의 관심 표출이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소집으로 2월 말 잠시 한국에 들어온 재외 문화원장·문화홍보관들이 쏟아낸 의견이다. 서울신문은 일시 귀국한 41명 가운데 뉴욕, 파리, 모스크바, 뉴델리 등 4곳의 문화원장·문화홍보관과 함께 한류 실태와 향후 전략 등 ‘한류의 생존 가능성’에 대해 난상토론을 가졌다. 토론은 지난 1일 서울 중구 정동극장에서 이뤄졌다. 뉴욕 주재 한국문화원은 2011년 10월 9일 KBS ‘뮤직뱅크’의 뉴욕 투어를 앞두고 대사관이 배부를 맡은 무료 티켓 1000장(1인당 2장)을 배포한다고 사흘 전인 10월 6일 온라인상에 공지문을 올렸다. 올리면서 티켓 1000장을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살짝 고민을 했다. 하지만 인터넷에 정보를 띄운 지 몇 시간 지나지 않은 오후 5시쯤부터 금발의 백인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티켓 배포는 7일 오전 11시부터였다. 그 줄은 한국문화원이 있는 블록을 한 바퀴 삥 돌고 남을 정도였다. 표를 받기 위해 날밤을 새우고 그 자리에서 노숙을 했다. 다음 날 오전 9시쯤 뉴욕경찰이 이우성 뉴욕 주재 한국문화원장을 찾았다. “오전 11시 배포? 안 돼요. 지금 당장 나눠 주고 해산시켜야 합니다.” 이 원장은 이 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결국 6일 밤 11시까지 와서 줄 선 사람들만 받아갔어요. 문제는 남은 표가 없는데도 사람들이 돌아가지를 않고 기다리는 거예요. 혹시 남는 표가 있지 않을까 해서 다음 날 오후 2시까지 말이죠.”라고 말했다. 그날 공연은 뉴욕타임스가 10월 23일 자로 1면에 ‘소녀시대’의 수영을 표지모델로 해서 ‘K팝 스타들의 공격’(attack of the K-Pop stars)이라며 대서특필했다. 5년 전만 해도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진짜 한류가 이토록 인기인가. 양민종 모스크바문화원장(이하 모스크바) 한류가 모스크바에서 인기가 있다. 지난해 3월 K팝을 알고 있느냐는 설문조사에서 1억 4000명의 인구 중 2만명이 아는 것으로 추정되는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8개월 만인 지난해 11월에 조사해 보니 40만명이 됐다. 20배 늘었다. 문화원 한글 수업 수강 신청도 지난해 초는 200명이었다가 올 초에는 1300~1400명으로 7배 늘었다. 태권도 교습자도 20명에서 100명이 됐다. 이우성 뉴욕문화원장(이하 뉴욕) 한류에 대해 숫자로 말하자면 뉴욕타임스의 한국 관련 기사가 2005년 50건에 불과했는데 2009년부터 연간 100건으로 늘어났다. 미국 동부 70개 학교에서 태권도를 정규과목으로 채택했고, 이 열풍이 서부로 옮겨 가고 있다. 2011년 10월 KBS 뮤직뱅크 공연 때 1만 5000석이 순식간에 다 찼고, 이 중 현지인 관중이 70% 가까이 됐다. 이종수 파리문화원장(이하 파리) 신문사 파리특파원을 하다가 귀국한 뒤 2년 만에 문화원장으로 지난해 9월 다시 파리에 왔다. 100곳의 한국 음식점 손님의 90%가 현지인이더라. 과거 한국인이 바글거리던 것과 달라진 모습이다. 한국어에 대한 수요도 폭발적이다. 지난해 9월 5일 문화원에서 한국어 강좌 신청을 받았다. 당초 110명에서 400명으로 늘렸는데도 줄 서서 기다리다가 100명이 그냥 돌아갔다. K팝의 한국어 노랫말을 알고 싶어 하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김금평 뉴델리문화홍보관(이하 뉴델리) 인도 북동부 7개 주에서 인기가 있다. 2008년 아리랑TV에서 대중음악과 드라마 등을 소개한 덕분이다. 인도에서는 대통령 후보인 라울 간디도 태권도를 한다고 할 정도로 태권도가 인기 있다. 인도에서 약 40만명이 태권도를 한다. 태권도의 한 달 수강료가 한국 돈으로 10만원인데 인도 가사도우미의 한 달 임금과 같으니 아주 비싼 편이다. 인도의 중산층이 태권도를 배운다고 봐야 한다. 모스크바 K팝 중심의 한류가 있는 것 같지만 사실 비관적이다. 러시아에서 40만명이면 전체 인구의 0.3% 정도다. 10대와 20대가 K팝의 팬들이다. 그런데 러시아 여론 주도층은 K팝이 뭔지 모른다는 것이 문제다. 러시아 문화부의 동아시아담당도 한류를 “다양한 문화의 한 현상”이라고 했다. 파리 프랑스의 한류는 사실 한국 영화가 이끌어 왔다. 칸영화제 등을 통해서 소개된 한국 영화 소비층은 20~50대로 두껍다. 그러다가 2~3년 사이에 K팝이 떴다. 10만~14만명의 마니아층이 있다고 한다. 역시 러시아처럼 10대 후반, 20대 초반이다. 프랑스의 아이돌 그룹이 1980년대 사라진 영향도 있다. 프랑스 인구의 0.2% 정도다. 아직 일본의 J팝을 대체하는 수준은 못 된다. 문화의 다양성을 좋아하는 프랑스가 중국, 일본에 이어 한국 문화를 찾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0, 20대의 열기를 중장년층으로 어떻게 넓힐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 뉴욕 뉴욕은 다소 사정이 낫다. 한국 정부에서 일부 지원을 했지만 공영방송인 PBS가 방영한 ‘김치 크로니클’은 임팩트가 대단했다. 뉴욕의 문화인이라면 김치 정도는 맛을 봐야 하는 상황이 됐다. 지난해 이우환의 뉴욕 구겐하임 전관 전시도 상당한 화제였다. ‘소녀시대’가 지난 1월 31일(현지시간) 미국 CBS TV의 데이비드 레터맨 쇼에 출연한 것도 그들의 요청에 의한 것이다. 무엇보다 한류의 종착역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문학인데, 지난해 소설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가 뉴욕타임스에 두 차례나 소개된 것은 미국의 주류 사회에 한국을 알리는 데 한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된다. 한국 문학이 소개된다면 K팝보다 더 오래갈 것으로 확신한다. 모스크바 K팝과 달리 한국의 고급 문화 쪽에 최근 러시아의 주류 사회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차이콥스키 국제음악콩쿠르에서 지난해 10월, 16개 부문 중 4개 분야에서 한국인 5명이 상을 탔다. 그 후 러시아 학계와 예술계의 시선이 확 달라졌다. 한국예술종합학교가 모스크바국립대와 양해각서를 교환하려고 할 때 처음엔 러시아가 튕겼는데 지난해 10월 이후로는 한예종이 튕기고 있다. 러시아에서 한류에 대한 관심, 선호도가 상당히 높다. 그 이유는 외교부에서 잘한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격이 높아졌고 거기에 맞춰서 관심이 올라간 것이다. 뉴델리 3~4년 전부터 인도 아가씨들이 청바지를 입기 시작했고 미국 문화뿐 아니라 외국 문화에 관심을 쏟고 있다. 한류를 위해 좋은 분위기다. 또 인도 사람들이 매운 음식을 좋아해서 한식이 인기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에서 한국의 해를 할 때 비보이 등을 데리고 와서 공연했는데, 별다른 홍보 없이 1800석 중 1000석이 찼다. 특히 인도에서 2010년 가장 믿을 만한 브랜드 3위에 LG, 4위에 삼성이 올랐다. 소니가 5위로 밀려났다. 올 하반기에 뭄바이 문화원을 개원하는데 발전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파리 구매력 있는 한류 마니아가 2만~3만명 된다. 1년에 1~2건 짜임새 있는 공연팀이 오는 것이 한류에 싫증 나지 않도록 하면서 유지하는 비결이다. 올 2월 8일 뮤직뱅크가 와서 공연했다. 열광의 강도는 좋았지만 공연료가 비싸고 평일에 이뤄져 1만 5000석을 다 채우지는 못했다. 정밀한 시장조사가 필요하다. 뉴욕 현지 문화에서 한국 문화가 비중을 갖고 지속성 있게 발전하는 것은 현지의 수요자가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을 점진적으로 키워야 달성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은 5~10세 때 한국 문화에 노출시키는 것이다.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스팟라이트 코리아’라는 프로그램을 뉴욕시의 16개 공립학교를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 탈춤, 사물놀이 등 전통문화와 간단한 우리말도 가르친다. 우리는 이것을 ‘한국 문화의 씨앗을 뿌린다.’고 표현한다. 뉴델리 문화를 교류하면서 너무 돈 벌려는 욕심을 내서는 안 된다. 문화 교류를 통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파리 마지막으로 한류 발전을 위해 ‘유럽 한류의 본거지’라고 치켜세우는 파리문화원에 많은 투자를 부탁한다. 문화원의 공연장이 너무 좁고 물도 새서 현지인들이 꺼린다. 모스크바 한국 정부가 러시아와 단기간 비자 면제 협정을 맺어주면 좋겠다. 러시아에는 한국 관광 수요가 많은데 연간 12만~13만명에 그친다. 무비자인 태국에는 연간 100만명의 러시아인이 관광하러 간다. 또 주한 러시아문화원 건립도 빠른 시일 내 이뤄졌으면 좋겠다. 글 사진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사건 Inside] (21) 7년간 숨겨온 범행이 드러나는 순간…서울 ‘마지막 발바리’

    [사건 Inside] (21) 7년간 숨겨온 범행이 드러나는 순간…서울 ‘마지막 발바리’

     임모(47)씨가 2010년 더이상 성범죄를 저질러서는 안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 때문이었다. 고등학생인 딸이 TV에 비쳐진 성폭행범을 보고 “저렇게 나쁜 사람이 있느냐.”고 말했던 것. 임씨는 숨겨왔던 자신의 추악한 모습을 딸이 알면 어쩌나 걱정이 들었다.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서울 동작구와 용산구 일대를 주무대로 성폭행을 일삼으며 여성들을 공포에 몰아 넣었던 이른바 ‘동작구 발바리’였다. 하지만 성폭행 사건에서 필연적으로 나오는 유전자(DNA) 외에는 이렇다 할 흔적을 남기지 않는 용의주도함과 신고를 꺼리는 피해 여성들의 심리가 맞물려 임씨의 범행은 잊혀져 가고 있었다. 2000년대 중반 온동네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수많은 발바리들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지만 ‘동작구 발바리’는 끝내 미제사건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곤 했다.    ●용의주도 ‘동작구 발바리’, 딸의 한마디에…  내세울 만한 직업이 없던 임씨가 아내와 두 딸을 부양하기 위해 강도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 것은 2005년 8월 즈음. 하지만 임씨는 그저 강도짓만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범행 대상으로 삼은 집에 여자가 혼자 있을 경우 성폭행도 할 심산이었다. 그래서 집에 침입하는 데 사용할 드라이버 외에 얼굴을 가릴 스타킹과 여성을 위협할 접이식 칼도 들고 다녔다.  도둑질은 주로 대낮에 이뤄졌다. 타깃은 창문이나 출입문이 열려 있거나 잠금장치가 허술한 집들이었다. 초인종을 눌러본 뒤 대답이 없는 집은 방충망을 뜯고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임씨는 창문이 열린 서울 이태원동의 주택을 범행 장소로 골랐다. 들어가 보니 외국인 여성 A(32)씨가 혼자 잠을 자고 있었다. 임씨는 스카프로 복면을 한 뒤 칼을 들고 A씨를 위협했다. 겁에 질린 A씨는 서툰 우리말로 애원했지만 임씨는 A씨를 구타한 뒤 기어이 자신의 욕망을 채웠다. 임씨는 A씨의 지갑에서 7만원을 꺼내 유유히 사라졌다.  애초부터 강도 뒤 성폭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다 잡히는 일반적인 성범죄자들보다 주도면밀했다. 이런 식으로 그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12차례 성범죄를 저질렀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경찰은 ‘동작구 발바리’를 검거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뒤늦게 성폭행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점과 ‘170㎝가량 키에 30대 중반’이라는 것까지 파악했다. 그리고 신체 일부분에 이물질을 넣어 보통사람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딸이 무심코 뱉은 한마디에 충격을 받은 임씨가 2009년 이후 더 이상 성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져들 위기에 놓였다.    ●발바리에서 빈집털이로…‘남의 집’ 출근해 번 돈, 어디다 썼나  성범죄는 그만뒀지만 임씨의 도둑질은 계속됐다. 매일 남의 집으로 ‘출근’ 하면서 아내에게 건네준 생활비는 1주일에 50만원 정도. 그럭저럭 입에 풀칠은 가능한 수준이었다. 임씨가 150여차례 절도를 통해 훔친 돈은 무려 3억원 가까이 됐다. 현금 뿐 아니라 귀금속, 상품권부터 노트북, 명품가방까지 돈이 될만한 것들은 싹쓸이를 했다. 장물들은 남대문 등에서 현금으로 바꿨다. 그는 집에 건넨 생활비 외에 나머지 돈은 경마 등 도박에 쏟아부었다.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임씨가 주변에 폐쇄회로(CC) TV가 없는 집을 주로 노렸고 범행 때 꼭 장갑을 착용해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도 포기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수사팀은 고전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빈집털이가 자주 일어난 곳을 중심으로 형사들을 배치해 잠복근무를 시작했다. 그 그물망에 임씨가 덜컥 걸려 들었다. 강도미수·절도 전과자였던 임씨는 ‘동작구 발바리’의 용의선상에 올랐던 적이 있었다. 임씨를 알아본 경찰은 곧바로 미행을 시작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임씨가 내린 곳은 경륜장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훔친 수표를 환전했다. 하루에도 수천명이 오가는 경륜장이라면 도난 수표의 흐름을 파악하기 쉽지 않은 게 사실. 이렇게 바꾼 돈으로 임씨는 경륜에 베팅을 했다.  여러해 동안 동작구 일대를 털어온 도둑의 정체가 임씨임을 확신한 경찰은 곧바로 체포영장과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지난 15일 검거했다. 형사들이 들이닥친 그의 집에는 아직 처리하지 못한 귀금속 110여점과 명품 핸드백 10여점이 그대로 쌓여있었다.    ●서울의 마지막 발바리, 덜미 잡히는 순간  임씨는 절도 혐의에 대해서는 순순히 자백을 했다. 이미 물증이 확보된 상황에서 부인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폭행 혐의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이미 오랜 시간이 지난 상황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몰 수 있는 증거가 남아있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였다.  그러나 이건 그만의 생각이었다. 경찰은 이미 피해 여성들로부터 성폭행범의 신체적 특징을 파악해 놓은 것은 물론 채액 샘플까지 준비한 상태였다. 임씨의 구강 상피세포를 채취한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예상대로 DNA가 정확하게 일치했다. ‘동작구 발바리’의 독특한 신체적 특징도 임씨에게서 발견됐다. 구석에 몰린 임씨는 쏟아지는 증거와 잇단 추궁에 결국 무릎을 꿇었다. 서울의 마지막 발바리가 드디어 덜미를 잡히는 순간이었다. 맹수열기자 guns@seoul.co.kr
  • 경성 탐낸 일본 지금은 어떨까

    1931년 9월, 일본은 류타오후 사건을 빌미로 만주사변을 일으키며 만주의 대부분을 점령한다. 국제연맹은 곧바로 리턴조사단의 조사보고서를 채택, 일본의 만주 철수를 요구한다. 하지만 일본은 이를 묵살하고 1933년 국제연맹을 탈퇴한다. 계속되는 국제연맹의 압박으로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점점 더 고립되던 그해, 조선의 경성제국대학(현 서울대학교) 앞에는 ‘흥아(興亞)연구소’라는 특수 조직이 꾸려진다. 연구소의 수장 도요카와 젠요(豊川善曄)는 이곳에서 그동안 벼려왔던 ‘경성천도론’을 발간한다. 대동아공영을 위해 일본의 수도를 조선의 경성으로 옮겨 대륙 침략을 더욱 가열차게 벌여 나갈 것을 주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경성천도’(김현경 옮김, 전경일 편역·감수, 다빈치북스 펴냄)는 도요카와의 주장을 그대로 우리말로 옮겨 놓은 책이다. 번역자들이 당시 시대 상황과 용어 해설 등을 상세하게 곁들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도요카와는 책을 통해 “일본 번영의 지리적 이득을 위해서는 경성이 7할의 역할을 담당하고, 도쿄는 나머지 3할을 수행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경성으로 제국의 수도를 옮기면 가만히 앉아서 일본과 만주의 통제공작에 화룡점정을 찍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800만명의 일본인을 조선으로, 조선인 800만명은 만주로 이주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도요카와는 왜 도쿄가 제국의 수도로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했을까. 그는 도쿄의 최대 결점이 “우리의 생명선인 조선·만주 대륙으로부터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는 점”이라고 봤다. 두 지역을 병탄한 이상 도쿄가 접한 동쪽 바다보다는 서쪽 대륙이 중요한데, 도쿄는 이를 등지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 둘째는 지반이 약하다는 점이다. 그가 책을 쓰기로 마음먹은 주요한 계기도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간토 대지진이었다. 그는 “이 지진의 도시, 도쿄에 수도를 두는 것은 국가로서 크나큰 손실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니 “나의 오랜 바람인 경성천도를 반드시 이루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른 것도 당연해 보인다. 아울러 도쿄가 해안에 위치한 탓에 방어적 지형을 갖지 못한 것도 문제였다. 반면 경성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처졌고, 그 가운데로 한강이 흘러가는 천혜의 길지다. 그가 경성을 “흡사 이탈리아의 테베레 강변을 타고 영원한 수도라 불리던 로마를 방불케” 한다고 본 이유다. 무엇보다 지층이 안정돼 도쿄처럼 지진의 위험에 노출돼 있지 않았다. 최근 일본인들은 동일본 대지진을 겪었다. 가까운 시일 안에 도쿄에 수직직하형의 대지진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80년 전 도요카와의 생각과 오늘날 일본인들의 생각은 얼마나 다를까. 1만 2800원.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시흥 군자신도시 명칭 논란

    경기 시흥시가 추진 중인 군자신도시 명칭을 놓고 시의회와 입씨름을 벌이고 있다. 20일 시에 따르면 서울대 국제갬퍼스 등이 들어설 정왕동 군자신도시(490만㎡) 명칭을 설문조사 및 연구용역을 통해 ‘배곧신도시’로 정해 지난해 말 발표했다. ‘배곧’은 ‘배우는 곳’이라는 뜻의 순우리말이다. 시는 이를 군자신도시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기억하기 쉬운 말로 보고 있다. 주시경 선생은 우리말을 연구할 인재를 기르기 위해 1907년 ‘국어강습소’를 열었는데 1911년 ‘조선어강습원’으로 이름을 변경했다가 1914년 ‘한글배곧’으로 바꿨다. 이곳을 통해 장지영, 최현배, 정열모 같은 다수의 국어학자가 배출됐다. 하지만 시의회 측이 자신들의 동의를 거치지 않고 공표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나섬으로써 지금까지 새 명칭을 공식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상 괘씸죄인 셈이다. 한 시의원은 “관내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신도시 명칭을 바꾸려면 적어도 의회에 사전설명을 해야 하지 않느냐.”면서 “지금까지 군자신도시로 홍보됐는데 갑자기 바꾸면 새로운 브랜드를 홍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글학자들을 중심으로 유감을 나타내고 있다. 국립국어원 김세중 공공언어지원단장은 “행정구역상 군자동과 떨어져 있어 ‘군자신도시’라는 기존 명칭은 적합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면서 “신도시의 상징은 서울대 국제캠퍼스이고, 앞으로 이곳에서 숱한 인재가 배출될 텐데 ‘배곧신도시’는 신도시의 성격을 더없이 잘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의회 눈치를 보지 말고 (배곧신도시라는 이름을) 당당하게 사용해야 한다.”며 “시를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경성시대 실화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오디션 개최

    경성시대 실화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 오디션 개최

    오는 6월 29일부터 8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에서 충무아트홀과 모비딕 프로덕션이 공동 제작하는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이 공연된다. ‘콩칠팔 새삼륙’은 문화체육관광부와 명동예술극장이 지원하는 2011 창작팩토리 뮤지컬 부분에서 1위를 하며 작품성을 입증 받았으며, 지난해 평단과 관객에게 호평을 받았던 액터-뮤지션 뮤지컬 ‘모비딕’을 선보인 모비딕프로덕션이 제작하는 두 번째 뮤지컬이다. 그 동안 충무아트홀은 해외 최신 뮤지컬 뿐만 아니라,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2008), ‘즐거운 인생’(2008), ‘엄마를 부탁해’(2010) 등의 창작뮤지컬을 지속적으로 올려왔다. 특히, 이번 ‘콩칠팔 새삼륙’ 제작은 ‘식구를 찾아서’ 이후, 창작팩토리 당선작을 무대화 한 또 하나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뮤지컬 ‘콩칠팔 새삼륙’은 1931년 4월, 영등포 역에서 기차선로에 뛰어든 두 여인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낸 창작 뮤지컬이다. 제목인 ‘콩칠팔 새삼륙’은 옛 우리말로 ‘남의 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하고 떠든’ 혹은 ‘갈피를 잡을 수 없는 말로 이러니 저러니 지껄이는 모습을 뜻하는 말’로 작곡가 난파 홍영후(홍난파)가 작곡한 동요의 제목이기도 하다. 홍난파는 자신의 조카가 쓴 동시를 보고 곡을 만들었는데, 그 동시를 쓴 홍난파의 조카가 바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실화의 주인공 홍옥임이다. 홍옥임은 조선 최초로 의사면허를 획득했던 일곱 명 중 한 명인 홍석후 박사의 고명딸이었고, 그녀와 사랑에 빠진 김용주는 종로에서 덕흥서점을 운영하던 부유한 사업가 김동진의 장녀이자 장안의 소문난 마포 부자 심정택의 맏며느리였다. 이 작품은 자유 연애라는 단어가 한참 만개했던 1930년대 경성을 배경으로 사랑에 빠진 두 여인 홍옥임과 김용주의 이야기를 픽션으로 풀어낸다. 한편 오는 여름 공개될 ‘콩칠팔 새삼륙’ 초연에 앞서, 제작사 모비딕 프로덕션은 동성애를 연기할 두 여주인공을 비롯하여, 전 배역에 걸쳐 공연에 참여할 실력 있는 배우를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다. 오디션 서류 접수는 2월 17일(금)까지 이메일(musical078@naver.com)을 통해 가능하며, 서류 전형 통과자에 한해 2월 26일부터 28일까지 충무아트홀 충무뮤지컬아카데미에서 오디션을 통해 최종 선발할 예정이다. 오디션에 관한 자세한 사항은 ‘콩칠팔 새삼륙’ 공식블로그 (http://blog.naver.com/musical078)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MBC 총파업 방송파행 ‘와글’ 정봉주 석방 비키니 시위 ‘와글’

    [NATE 검색어로 본 e세상 톡톡] MBC 총파업 방송파행 ‘와글’ 정봉주 석방 비키니 시위 ‘와글’

    한 주간 가장 많은 클릭을 유도한 건 MBC 총파업 돌입 소식이다. 지난달 30일 MBC 노조가 김재철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총파업에 돌입하면서, 파행 편성되던 뉴스에 이어 교양·예능 프로그램도 방송에 차질을 빚었다. 2위는 한나라당 새 당명이다.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2일 새 당명을 새누리당(새 세상의 우리말)으로 결정했다.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생각과 사람, 이름까지 바꾸게 된다면 우리 당은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거듭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성폭행 사건은 3위에 올랐다. 서울대 학생 40여명은 지난달 31일 대법원 앞에서 2년 전 서울대 대학원 선후배 사이에서 발생한 성폭행 사건이 최근 2심 재판에서 가해자의 ‘성기 기형’을 이유로 무죄판결을 받은 것에 수긍할 수 없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갖고 공정한 3심 재판을 촉구했다. 2심 재판부는 “성폭행 가해자 A씨가 성기 기형 때문에 한 손으로 자신의 성기를 잡고 삽입을 시도했을 것으로 보이는데도 피해자 B씨가 그런 상황을 언급하지 않아 진술을 믿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4위는 대중교통 요금 인상이다. 서울 지하철과 버스의 성인 요금이 오는 25일부터 150원 오르고 어린이와 청소년 요금은 동결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대중교통 적자를 없애기 위한 요금인상 필요액은 388원이나 시민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150원을 올리게 됐다.”고 했다. 5위에는 일본 폭설피해가 올랐다. 올 들어 이시가와현 등 북부지역에서는 영하 36도의 냉기가 상공에 머물면서 매일 평균 3m가 넘는 폭설이 내려 니가타 공항이 폐쇄되고 교통편이 마비됐다. 지금까지 46명이 숨지고 600명이 다쳤다. 6위는 나꼼수 비키니 시위 논란이다.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의 멤버인 정봉주 전 의원의 석방을 기원하는 ‘비키니 시위’를 두고 소설가 공지영은 트위터에서 “가슴 시위 사건은 매우 불쾌하다.”면서 “스스로 살신성인적 희생이라고 하는 여성들의 멘션까지 나오게 된 것은 경악할 만하다.”고 주장했다. 7위는 나경원 피부숍. 지난해 10·26 재·보궐선거 당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가 ‘시사IN’이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며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경찰은 지난달 30일 “나 전 후보가 해당 병원에서 쓴 돈은 550만원”이라고 밝혔다. 소녀시대 라이브 위드 켈리가 8위를 차지했다. 지난 1일 미국 ABC의 토크쇼 ’라이브! 위드 켈리‘에서 ‘더 보이즈’를 열창,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9위는 톰 요크가 이끄는 영국의 5인조 밴드 라디오헤드 방한 소식. 7월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는 ’지산 밸리 록페스티벌‘에서 한국 첫 공연을 한다. 10위는 송지효 열애. 배우 송지효는 1일 소속사 씨제스엔터테인먼트 대표 백창주씨와의 열애 사실을 인정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 새누리당…한나라당, 새 당명 확정

    새누리당…한나라당, 새 당명 확정

    한나라당은 2일 새로운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결정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에서 전체회의를 열어 당명 개정안을 의결했다. 새 당명은 오는 9일 상임전국위원회, 13일 전당대회 수임기구인 전국위원회 의결 절차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에 따라 한나라당 간판은 1997년 11월 신한국당과 민주당의 합당으로 출범한 이후 14년 3개월 만에 내려진다. 황영철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새로움의 ‘새’와 나라의 또 다른 우리말이면서 나라보다 더 큰 의미인 ‘누리’가 합쳐진 것”이라면서 “새로운 세상, 새로운 나라를 뜻한다.”고 밝혔다. 황 대변인은 또 “새로운 대한민국,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대한민국, 갈등을 넘어 국민이 화합하고 하나 되는 새 세상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앞서 한나라당은 지난달 27일부터 나흘간 새 당명에 대한 국민 공모를 실시해 모두 9211건의 응모작을 접수했다. 이 중 전문가 분석 등을 통해 후보작을 새누리당과 새희망한국당, 한국민당 등 3개로 압축한 뒤 이날 회의에서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비대위는 또 이날 회의에서 미래희망연대(옛 친박연대)와의 합당을 공식 확정했다. 아울러 과거 정치 경력에 대한 거짓 해명 논란 등으로 당 공직후보자추천위원에서 하루 만에 물러난 진영아 패트롤맘 회장 자리는 공석으로 두기로 했다. 이로써 공천위원 수는 당초 11명에서 10명으로 줄게 됐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3일부터 새누리당으로 표기합니다 한나라당의 새 당명은 13일 전국위원회 의결에 이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개정 당명을 등록해야 법적으로 인정되지만, 한나라당의 요청에 따라 2월 3일 자부터 새누리당으로 표기합니다.
  • 고비마다 간판 교체… 한나라 정치 쇄신? 총선 꼼수?

    고비마다 간판 교체… 한나라 정치 쇄신? 총선 꼼수?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회가 26일 당명 개정을 의결함에 따라 당은 국민공모 등 후속 절차에 들어갔다. 정치적 고비마다 간판이자 정체성과 동일시되는 당명을 갈아치워 온 한국 정당사의 전례를 이번에도 답습하게 됐다. 황영철 대변인은 이날 “재창당이 일단 불발된 만큼 재창당 수준의 쇄신을 하고 총선 공천도 국민들이 납득할 만하게 할 것”이라면서 “쇄신 차원에서 당명을 바꾸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현재의 당명은 1997년 11월 신한국당과 민주당이 통합하면서 탄생한 이후 14년 3개월간 지속돼 왔다. 당시 조순 민주당 총재가 97년 대선을 앞두고 급히 고안했다고 한다. 당시엔 흔치 않은 순우리말이어서 세간의 관심도 높았다. 한국 정당 역사에서 한 이름으로 최장수를 누린 정당은 민주공화당이다. 1963년부터 1980년까지 17년간 장수를 누렸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대선 출마를 위해 창당한 뒤 재임 기간 내내 이름을 유지했다. 역대 두 번째로 장수한 한나라당은 지난해 11월 창당 14주년을 맞아 현존 최장수 정당으로 기념식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새 이름에 자리를 내주게 됐다. 1995년 창당된 이후 2006년까지 유지했던 자민련(자유민주연합)이 10년 9개월의 역사를 기록해 세 번째 장수 정당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정당들이 정치적 격변기나 역사적 위기의 순간마다 당명을 바꾸는 바람에 각종 이름이 명멸했다. 야당인 민주통합당 역시 1980년대 통일민주당·평화민주당을 거쳐 1990년대 신민주연합당(1991년)·새정치국민회의(1995년), 2000년대 새천년민주당(2000년)·열린우리당(2004년)·대통합민주신당(2007년) 등 쉴 새 없이 이름이 바뀌었다. 한나라당 내에선 지금 시점에서 당명을 바꾸는 데 대한 회의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여의도연구소가 설 연휴 동안 원내외 위원장 22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는 50%(110명)가 당명 변경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8%(84명)는 반대했고 12%(26명)는 무응답이었다. 당내에서도 찬반이 어금버금한 셈이다. 황영철 대변인은 “수도권 의원, 원외 위원장들이 주로 찬성한 반면 중진 의원들은 반대하는 분위기로 갈렸다.”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중진 의원은 당명을 바꾸는 것에 대해 “총선 일정도 시급하고 한나라당에 대한 지지율이 땅에 떨어진 상황에서 당명을 바꿔 봤자 유권자들에게 ‘겉옷만 바꿔 입었다’는 안 좋은 인상을 주기 십상이다.”고 우려했다. 노년층 유권자들이 많은 지방이 지역구인 의원들도 대다수가 “선거 때 어르신들이 헷갈려 하셔서 오히려 표만 깎아먹을 것”이라며 반대했다. 반면 당명 개정에 찬성한 윤상현(인천 남구을) 의원은 “당 쇄신의 가장 마지막 단계에서 당명을 바꿔 국민들께 진정성을 보여 드리고 기존 한나라당의 공과도 모두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4선인 김무성 전 원내대표도 “지금 한나라당의 이미지가 워낙 안 좋아 이름을 바꿔 새롭게 시작하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이 각각 ‘민주-공화’, ‘보수-노동’ 당명을 100년 이상 이어 온 역사를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선관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정당의 평균 존속 기간은 44개월에 불과해 국회의원 임기(4년)보다도 짧다. 이재연기자 oscal@seoul.co.kr
  • 2900원짜리 고전 ‘완판의 행복’까지

    반응이 폭발적이다. 그래서 고민이다. 사단법인 올재(이사장 홍정욱)가 ‘올재 클래식스’라는 이름으로 동서양의 고전을 권당 2900원에 내놨다. 플라톤의 ‘국가’(조우현 역),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라종일 역), 최치원의 ‘고운집’(이상현 역), ‘한글논어’(이을호 역) 등 4권이다. 요즘 출간되는 고전번역본이 비싼 것은 3만~4만원대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횡재한 기분이 들 법도 하다. 2900원이란 가격이 가능했던 것은 여러 곳의 도움 덕분이다. 삼성, SK가 출판비용을 댔다. 교보문고는 유통지원을 맡았다. 번역자나 유족, 한국고전번역원 등은 비교적 싼 가격에 저작권을 내줬다. 책 표지에 쓰이는 제호는 한글 캘리그라피(손글씨) 분야에서 인정받고 있는 강병인씨가 재능기부로 참가했다. 널리 쉽게 읽히는 게 목표인 만큼 번역본은 현재 시중에서 절판된 책 가운데 가장 쉽고 대중적으로 쓰인 책으로 정했다. 책마다 5000권을 찍어 1000권은 공부방, 복지시설, 교도소 등 소외계층에 기부하고 나머지 4000권을 시장에 내놨다. 기간은 6개월, 유통은 교보문고로 한정했다. 6개월이 지나도 팔리지 않으면 남은 책들도 소외계층 기부에 쓰고, 책 내용은 인터넷 홈페이지(www.olje.or.kr)를 통해 전자책으로 무료로 공개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지난 9일 예약을 받아 11일 판매에 나섰는데, 다 팔려버렸다. 올재 관계자는 “6개월간 4000권 한정 판매는 기존 출판시장에 주는 충격을 줄이기 위해 나름대로 고심 끝에 내놓은 아이디어였는데 반응이 너무 뜨겁다.”면서 “다음부터 어떤 방법을 써야 할는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올재는 분기별로 3~4종 정도 책을 낼 예정이다. 현재까지 노자의 ‘도덕경’을 비롯해 40여권의 저작권을 확보해둔 상태다. 올재는 ‘계림유사’에 실린 순우리말로 ‘내일’을 뜻한다. 조태성기자 cho1904@seoul.co.kr
  • ‘불교계 학승’ 지관스님에 금관문화훈장 추서

    ‘불교계 학승’ 지관스님에 금관문화훈장 추서

    정부가 지난 2일 입적한 전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6일 오전 11시 경남 합천 해인사에서 열리는 영결식 때 지관 스님 영전에 훈장을 올린다. 최 장관은 이날 이명박 대통령의 조의 메시지를 대독해 지관 스님의 공적을 기릴 예정이다. 불교계의 대표적 학승(學僧)인 지관 스님은 금석문 분야 등에서 활발한 연구 활동을 했다. 생전에 불교대백과사전인 ‘가산불교대사림’ 13권, 한국 전통사상서를 불자들이 알기 쉽게 우리말로 번역한 ‘한국전통사상총서’ 13권 등을 편찬했다. 한편 서울 종로구 견지동 조계사에 마련된 분향소에는 4일에도 각계의 조문이 이어졌다. 한나라당 정몽준 전 대표, 민주통합당 김진표 원내대표 등 정계인사를 비롯해 최근덕 성균관장, 한양원 한국민족종교협의회 회장 등 종교 지도자들이 조문했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세종시 시대 열린다] 복합 커뮤니티… 국내 최대 중앙공원… 태양광모듈 자전거도로

    [세종시 시대 열린다] 복합 커뮤니티… 국내 최대 중앙공원… 태양광모듈 자전거도로

    세종시는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건설하는 신도시인 만큼 다른 지역에선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많다. 지난달 31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국무총리실 등 14개 정부부처와 관련 기관이 입주하는 중앙행정기관 청사는 17개의 개별 건물이 지상 4층부터 옥상까지 연결돼 길게 늘어진 하나의 건물 형태를 띠고 있다. 이런 특성을 활용해 정부청사 옥상이 대규모 ‘하늘정원’으로 꾸며진다. 17개 건물이 이어지면서 생겨난 옥상 면적이 무려 5만 1000㎡, 하늘정원을 둘러볼 수 있는 산책로의 총길이가 3.6㎞에 이른다. 정부는 주민친화 차원에서 하늘정원을 세종시 주민들에게 개방하기로 했다. 다양한 행정서비스를 한 곳에서 제공받을 수 있는 ‘복합 커뮤니티’란 시설도 첫선을 보인다. 복합 커뮤니티는 한 건물에 파출소, 소방서, 주민센터, 복지관 등이 입주함으로써 주민들이 효율적으로 민원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22개 동별로 한 곳씩 들어선다. 또 단일 공원으로선 국내 최대 규모인 134만㎡의 중앙공원이 들어서고, 일산 호수공원의 1.1배인 61만㎡의 호수공원도 조성된다. 국내 최초로 도심 한가운데에 65만㎡ 규모의 수목원도 꾸며진다. 그러다 보니 공원 녹지율이 국내 다른 신도시의 두 배인 52.4%(전국 최고)나 된다. 도로 중앙에 설치된 폭 3.9m의 자전거도로 4㎞ 구간에 태양광 모듈이 설치되는 것도 세계 최초다. 태양광 모듈은 도로의 지붕 역할도 함으로써 주민들이 비를 맞지 않고 자전거를 이용할 수 있다. 여기서 생산된 태양광 전기는 한국전력 자회사인 서부발전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활용된다. 세종시에서는 다른 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봇대, 쓰레기장, 담장 등을 찾아볼 수 없다. 도심 간선도로 전체에 공동구를 설치해 전선, 통신, 난방, 쓰레기관 등 6종의 설비를 지하화했기 때문이다. 2009년에 일찌감치 세종시 북서쪽 일원에 36만㎡ 규모의 화장장과 장례식장을 준공한 것도 눈길을 끈다. 사람들이 거주하기 시작하면 ‘님비 현상’ 때문에 화장시설 건립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미리 지은 것이다. 행복청 배준석 사무관은 “세종시에 건설되는 90여개의 다리가 모두 다른 모양으로 건립될 뿐만 아니라 행정구역, 마을, 학교, 도로명이 모두 순우리말 이름으로 지어지는 등 세종시는 가장 창조적이고 한국적인 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연기 남인우기자 niw7263@seoul.co.kr
  • “판소리처럼 쏟아냈지, 신명 나는 ‘막소설’이야”

    “판소리처럼 쏟아냈지, 신명 나는 ‘막소설’이야”

    기자로 일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하고 정밀한 취재를 담은 소설을 발표했던 안정효(70) 작가가 10년 만에 장편소설 ‘역사소설 솔섬 1~3권’(나남 펴냄)을 냈다. ‘하얀 전쟁’ ‘은마는 오지 않는다’ ‘할리우드 키드의 생애’ 등의 전작이 직접 참여했던 월남전이나 좋아하는 영화 등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면 이번 소설은 판타지 정치 풍자 소설이란 기묘한 장르다. 안 작가는 지난 29일 기자들과 만나 “환갑을 맞아 인도네시아에서 2주일간 여행을 하며 ‘나는 왜 지금까지 쓴 것보다 더 좋은 작품을 쓰려고 나 자신을 학대할까’라고 생각했다. 회사에서는 평사원, 계장, 과장, 부장으로 승진하고 군대에서는 계급이 올라가지만 문학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많은 작가가 처음 발표한 작품이 가장 훌륭한 경우가 많다.”며 ‘솔섬’은 해방된 상태에서 썼다고 밝혔다. ‘코리아 헤럴드’ ‘코리아 타임스’ 등의 영어 신문에서 일한 안 작가는 1975년 가브리엘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50여권의 영문 책을 번역했다. ‘마술적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마르케스의 소설을 국내에서 처음 소개했기 때문에 판타지 소설을 쓴다면 ‘차용하는 것 아닌가.’란 걱정이 있었지만 일흔이 넘으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털어놓았다. ‘솔섬’은 한국 현대정치사를 줄기로 2007년부터 시작해 1945년에 끝나는 이야기다. 배경은 서해안에 있는 작은 섬 솔섬이다. 신천지 솔섬에 투기꾼, 철새 정치인, 기업인, 언론인, 조직폭력배, 종교인 등이 몰려오고 현실과 판타지가 뒤섞인다. 작가는 ‘솔섬’을 ‘막소설’이라고 규정했다. “우선 판타지란 영어 단어를 쓰기 싫다. 막소설이란 소설의 정확한 기초 다음에 작가의 상상력이 막가도록 내버려둔 것이다. 예를 들어 철새 정치인은 소설 속에서 날아서 솔섬으로 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 10년 동안 침묵만 한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중편, 단편 소설을 계속 썼고 영화와 영어 관련 책도 꾸준히 발표했다. 서강대 영문과를 다니며 7편의 영문 장편소설을 완성한 그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우리말과 영어 소설을 동시에 발표할 수 있는 작가로 꼽힌다. 대학 시절 쓴 영문 소설 가운데 하나가 ‘은마는 오지 않는다’로 아직도 미국에서 인세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솔섬’도 대학 때 독도를 배경으로 구상한 소설이 출발점이라고 소개했다. 여기에 그동안 라디오 방송 출연을 하면서 쓴 원고와 단편 소설 등의 살이 붙었다. 안 작가는 지금의 정치 상황에 대해 “정치인들은 정치에 대해 우리 시민만큼 모른다. 국민은 지금 정권을 자꾸 바꾸면서 정치권을 뒤흔들고 훈련시키는 중이다. 현재의 정국도 국민이 흔드는 것이다. 시민들은 자신의 행동이 정치권을 훈련시킨다는 걸 모르고 있고, 이를 더 모르는 것은 정치권”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모든 사람이 정치를 개탄하지만 제1공화국이나 군사독재와 비교하면 지금은 훌륭한 나라이고, 하나의 지나가는 과정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승만 정권이 막 끝난 1960년대에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는 작가는 “그때는 대통령만이 읽는 신문을 따로 만들었다고 했는데 실제 그랬다.”고 회고했다. 정치를 소설로 그리면서 풍자란 방식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서는 “작가는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드러내면 안 된다. 작가가 화 내지 않고 쓴 글을 읽고 독자들이 화를 내야 한다. 작가가 화를 내면 발전을 못 한다.”고 말했다. 진정한 풍자는 그 대상이 듣고 웃을 수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아직 그 경지에 못 갔고, 우리 현실이 그렇게 넉넉하진 않다고도 고백했다. 소설에서 풍자의 대상이 된 사람이 불편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선거를 앞두고 노작가가 3년 넘게 ‘즐겁게’ 쓴 소설은 좋고 싫고가 분명하게 갈릴 듯하다. 판소리 한 마당처럼 신명 나는 문체로 풀어낸 정치 풍자에 염증을 느낄 수도 있고, 솔섬의 역사에 현실을 대입하면서 분노하거나 공감하며 깊이 빠져들 수도 있을 것이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공무원이 만든 스마트폰 앱 “쓸만하네”

    공무원이 만든 스마트폰 앱 “쓸만하네”

    일선 공무원들이 ‘스마트 구정’을 위해 모임을 만들고 직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배포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서울 송파구 직원들로 구성된 스마트폰 창의 동아리 ‘두루누리’. 최근 석촌호수 안내 앱을 내놓으며 ‘마수걸이’에 성공했다. 두루누리를 이끌고 있는 김현순 정보통신과장은 27일 “정보통신에 대한 관심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관련 지식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 지난 5월 자연스럽게 모임을 꾸리게 됐다.”고 소개했다. 두루누리에는 전산직 10여명을 포함, 정보화에 관심을 지닌 35명이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월 1회 이상 업무 시간 외 별도로 모임을 갖고 스마트폰 활용법 및 관련 교육, 앱 개발 회의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에 나온 석촌호수 안내 앱은 지역이 자랑하는 공원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장치를 차례로 만들자는 기획 안에서 첫 대상으로 선정한 것이다. 호수 주변 식생 정보, 시설물 위치 지도, 주변 문화시설 및 행사, 전망 좋은 장소 등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앱을 직접 프로그래밍한 염문열 주무관은 “주제 선정, 디자인, 자료 수집 등 모든 과정에 각 과 직원들이 참석해 만든 합작품이라 더 보람차다.”고 말했다. 일반 공무원들이 앱을 만들어 배포한 건 이례적인 일이다. 앱 제작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다보니 보통 공공기관에서는 외주 방식으로 이를 만들고 있다. 안드로이드 마켓을 통해 무료로 앱을 공급한다. 송파구에서는 두루누리가 직접 앱을 기획·제작해 배포하면서 예산 한푼 들이지 않고 지역 알리기 효과를 누리게 됐다. 두루누리는 언제 어디서나 활용 가능한 정보통신 환경을 뜻하는 ‘유비쿼터스’의 순우리말이다. 두루누리는 향후 관내 명소를 소개하는 앱을 차례로 내놓을 계획이다. 김 과장은 “첫 작품이다 보니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이 부족하다.”며 “다음에는 좀 더 수준 높고 또 주민들 참여를 이끄는 로컬 거버넌스의 도구로도 활용되도록 다양한 앱을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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