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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누구나 쉽게 즐기는 오페라…내달 3일 ‘2024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개막

    누구나 쉽게 즐기는 오페라…내달 3일 ‘2024 서울오페라페스티벌’ 개막

    올해 9회째를 맞는 서울오페라페스티벌이 다음 달 3~5일 서울 강동구 강동아트센터에서 열린다. 오페라를 대중이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된 축제로, 노블오페라단과 서울오페라페스티벌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한다. 첫날인 3일에는 유명 오페라 아리아와 뮤지컬 넘버를 선보이는 ‘오페라 & 뮤지컬 빅콘서트’가 열린다. 소프라노 김순영과 남성 성악 그룹 라 클라쎄가 오페라 ‘세빌리아의 이발사’, ‘투란도트’, ‘돈 조반니’ 등과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웨스트사이드스토리’, ‘노트르담 드 파리’ 속 노래를 들려준다. 지휘자 김봉미가 이끄는 베하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협연한다. 4일에는 입문용 오페라 중 최고 작품으로 불리는 가족 오페라 ‘마님이 된 하녀’가 공연된다. 젊고 영리한 하녀가 계략을 꾸며 노총각 집주인과 결혼하는 내용이다. 모든 연령대가 관람할 수 있는 행복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희극 오페라다. 오페라를 처음 접하는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노래와 대사를 우리말로 바꿨다. 마지막 날인 5일에는 오페라 거장 푸치니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는 갈라 콘서트 ‘위대한 푸치니’로 꾸며진다. 지휘자 양진모가 이끄는 뉴서울필하모닉의 연주로 ‘라보엠’, ‘토스카’, ‘나비부인’ 등 푸치니 작품 속 유명 아리아들을 연주한다. 신선섭 서울오페라페스티벌 예술총감독은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오페라에 대한 대중의 접근성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 “거리에 ‘이 간판’ 늘려주세요”…광주 초등생들, 국회에 청원한 사연

    “거리에 ‘이 간판’ 늘려주세요”…광주 초등생들, 국회에 청원한 사연

    광주 지역 초등학생들이 “한글 간판을 늘려달라”며 청원한 법률안이 발의된다. 청원자인 초등학생들이 직접 법안을 제출하는 것은 22대 국회에서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구갑)은 법안을 제안한 각화초·빛고을초 4학년 학생 9명과 함께 국회 소통관을 찾았다. 이날 학생들은 직접 법안을 설명하고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원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광주 각화초등학교와 빛고을초등학교 4학년 학생 150명의 실명 자필 편지가 의원실에 도착했다. 편지에는 ‘거리에 외국어 간판이 많아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워 간판에 한글도 함께 적을 수 있는 법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도윤(각화초·4학년) 군은 편지로 “우리말이 아닌 다른 나라의 말로 적혀있어 모르는 말이 많아 불편을 겪은 적이 많다”며 “약속 장소에 못 가서 억울한 적이 있다. 우리 주변에 한국어로 된 간판이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린이들이 혼잡한 외국어 간판을 보면서 느낀 불편을 호소하고 개선해달라고 국회의원에게 편지를 보낸 것이다. 현행법상 광고물에 외국 문자를 표시할 경우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한글과 함께 적어야 하는 의무 조항이 있지만 처벌이 강해 오히려 단속이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간판에 외국어로만 표기했다고 해서 고발과 형사처벌까지 단행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아 법 조항이 유명무실한 상태다. 아이들의 정성 어린 편지를 받은 정 의원은 ‘각화초 한글간판법’이라는 이름으로 옥외물광고법 개정안을 학생들과 함께 발의하기로 했다. 개정안 골자는 처벌 대신 계도를 위한 과태료 처분으로 수위를 낮추고, 5㎡ 이하·3층 이하 건물에 적용되지 않는 의무 대상을 제한 없이 전 건물로 확대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정 의원은 “청원자인 초등학생들이 실제 법안 발의로 이어지는 과정을 직접 경험하며 민주주의 의식을 다졌다”며 “법안이 통과돼 국민의 불편을 해소하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 ‘나비박사’ 석주명 곤충표본 120점 90년 만에 ‘귀환’

    ‘나비박사’ 석주명 곤충표본 120점 90년 만에 ‘귀환’

    ‘나비박사’ 석주명(1908~1950) 선생이 1930~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표본이 90년 만에 귀환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5일 일본 규슈대로부터 석 선생이 수집한 곤충표본 120여점을 기증받는다고 24일 밝혔다. 석 선생은 일제강점기 한반도 전역에서 나비표본을 수집해 우리나라 나비의 변이를 연구했고, 1939년 영국 왕립아시아학회에서 ‘한국의 동종이명 나비 목록’을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1947년 발행한 ‘조선나비 이름의 유래기’에는 날개 뒷면이 서울 시가지를 닮은 ‘시가도귤빛부전나비’, 노랑 저고리 색깔로 시골에서 주로 발견되는 ‘시골처녀나비’ 등이 수록돼 있다. 나비 이름을 순우리말로 지은 것은 언어학자였던 그가 유일하다. 석 선생의 표본 15만여점이 서울 국립과학관에 보관됐었지만 6·25 때 폭격으로 소실됐다. 여동생 주선씨가 보관한 32점이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등록문화재(제610호)로 지정됐다.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지난 3월 규슈대 표본을 확인한 뒤 대학 측을 설득했다. 표본에는 북한 고산지역에서 채집한 ‘차일봉지옥나비’, ‘함경산뱀눈나비’ 같은 희귀종이 있다. 생물자원관은 표본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오는 11월 특별전 및 학술회를 연다.
  • ‘문해(글을 읽고 이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경기도 문해의 달’ 행사 26일 개최

    ‘문해(글을 읽고 이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경기도 문해의 달’ 행사 26일 개최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이 성인 문해(文解)교육의 필요와 중요성을 알리고 비문해 학습자를 격려하기 위해 26일 경기미래교육 파주캠퍼스에서 ‘2024년 경기도 문해의 달’ 행사를 개최한다. 비문해자란 글을 읽고 쓰는 데 어려움이 있는 성인을 말한다. 진흥원은 빈곤, 성차별 등으로 교육받지 못한 어르신이나 결혼·이주 등으로 우리말이 어려운 외국인이 문해교육을 통해 세상을 새롭게 마주할 수 있도록 ‘문해, 온 세상이 다가온다’라는 표어 아래 행사를 연다. 주요 프로그램은 문해의 달 선포식과 함께 ▲학습자의 성과를 격려하는 시화전 시상 ▲경기도 문해교육 관계자 유공자 표창 ▲시화 및 엽서 쓰기 우수 작품 전시 ▲문해교육 학습자를 위한 장수 사진 촬영 등이 진행된다. 한편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은 ‘경기도 문해교육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2016년 ‘경기도문해교육센터’로 지정됐으며 매년 문해의 달 행사를 통해 도내 비문해 학습자의 학습 성과를 공유하고 문해교육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곤충 연구의 선구자 석주명 선생 표본 120여점 90년 만에 ‘귀환’

    곤충 연구의 선구자 석주명 선생 표본 120여점 90년 만에 ‘귀환’

    우리나라 곤충 연구의 선구자인 고 석주명(1908~1950) 선생이 1930~40년대 한반도에서 수집한 곤충표본이 90년 만에 귀환한다. 환경부 소속 국립생물자원관은 25일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로부터 석 선생이 수집한 곤충표본 120여 점을 기증받는다고 24일 밝혔다. 그는 한반도 전역에서 나비표본을 수집해 우리나라 나비의 변이를 연구했고 1939년 영국 왕립아시아학회에 ‘한국의 동종이명 나비 목록’이라는 저서를 출간해 이름을 알린 바 있다. 1947년 발행한 ‘조선 나비 이름의 유래기’에는 나비의 날개 뒷면이 서울의 시가지를 닮은 ‘시가도귤빛부전나비’, 노란색이 노랑 저고리를 나타내고 시골에서 주로 발견돼 지어진 ‘시골처녀나비’, 조선 아가씨의 수줍은 모습을 닮은 ‘봄처녀나비’ 등이 수록되어 있다. 나비 이름이 순수 우리말로 지은 것은 언어학자였던 석 선생이 유일하다. 석 선생의 표본 15만여 점이 서울 국립과학관에 보관됐지만 6·25 전쟁 당시 폭격 등으로 사라져 여동생인 석주선씨가 피난 시 가져온 32점의 나비표본이 국내에 유일하게 남아 국가 등록문화재(제610호)로 지정됐다. 생물자원관 연구진은 지난 3월 일본 규슈대 연구실에 소장된 표본을 확인한 후 대학 측을 설득해 결실을 보게 됐다. 120여 점의 표본은 일본의 곤충학자와 교류가 있었던 석 선생이 기증 또는 표본 교환 등을 위해 규슈대에 전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표본에는 북한의 고산지역에서 채집한 ‘차일봉지옥나비’와 ‘함경산뱀눈나비’ 등과 같은 희귀한 종이 포함돼 있다. 생물자원관은 표본의 가치를 재조명하기 위해 오는 11월 특별 전시 및 학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 [정은귀의 詩와 視線] 시인의 가을맞이는

    [정은귀의 詩와 視線] 시인의 가을맞이는

    아침은 예전보다 더 유순하고, 밤톨들 점점 갈색으로 변하고, 산딸기 볼은 더 포동포동하고, 장미는 마을을 떠났다. 단풍은 더 화려한 스카프 두르고, 들판은 진홍색 가운을 입는다. 내가 구식이 안 되려면, 작은 브로치 하나 해야겠다. ―에밀리 디킨슨의 시 # J 12 혹독한 여름 더위를 비가 씻어 주면서 드디어 가을 아침이다. ‘가을 아침이다’라고 말함으로써 가을을 어떻게든 들어앉히고 싶은 마음이란! 요즘처럼 계절이 가고 오는 일을 기쁨으로 실감할 수 있을까. 여름의 쨍한 햇살을 좋아하는 나도 올여름은 좀 힘들었으니. 기쁨으로 오는 가을 아침에는 가을 시를 읽어야 한다. 시인은 가을에 맞는 아침이 예전보다 더 유순하다고 한다. 영어 ‘meek’은 성질이 순하여 말을 잘 듣는다는 뜻. ‘morning’과 ‘meek’으로 운을 살린 시인의 의도에 가까이 가고자 ‘아침/예전/유순’으로 ‘ㅇ’을 맞추어 본다. 시인의 말처럼 가을 아침은 실로 여름 아침보다 유순하다. 아침 태양빛마저도 따가운 여름에 비해 선선한 가을 아침에 우리는 어쩐지 차분해진다. 이유 없이 솟던 짜증이나 화도 누그러지는 것 같다. 가을 아침은 4남매 중에 유순하게 살아가는 법을 배운 셋째에 가깝다. 시인의 세심한 시선은 가을의 변화를 따라간다. 밤톨들은 갈색으로 익어 가고, 산딸기 볼은 더 포동포동해진다. 영어 ‘plump’는 참 귀여운 단어다. 소리 내어 읽어 봐도 그렇고, 우리말로 옮겨도 그대로 사랑스럽다. 통통하고 포동포동한 아기 궁둥이, 아가의 볼. 시인의 시선은 산딸기를 아가처럼 사랑스럽게 그려 보인다. 여름 내내 마을을 발갛게 물들이던 장미는 이제 보이지 않는다. 마치 일을 보러 어디 먼 데라도 간 듯이 말이다. “The rose is out of town”이라고 하니, 시인의 언어는 장미조차 우리들의 다정한 이웃으로 만든다. 이 시에서 두드러지는 기법으로 사물을 의인화하는 표현 방식은 다음 연에서도 이어진다. 단풍이 더 화려한 스카프를 두르고, 들판이 진홍색 가운을 입는다니 말이다. 익어 가는 것들, 물이 드는 자연을 바라보다 마침내 시인은 시선을 자신에게 돌린다. 구식이 안 되려면 작은 브로치 하나 해야겠다고 결심하니 말이다. 시 원문에서 ‘trinket’은 비싸지 않은 장신구를 말한다. 막상 장신구라는 말이 좀 구식으로 들려서 ‘작은 브로치’로 옮겼다. 가을을 맞은 디킨슨에게 어울리는 것이 반지보다는, 목걸이보다는, 귀걸이보다는 브로치가 낫겠다 싶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나는 작은 귀걸이 하나를 내게 선물하는데, 디킨슨은 작은 브로치로 계절을 따라 분위기를 낼 것 같아서다. 이런 상상을 하니 19세기 시인이 곁에 와 있는 듯 가까워졌다. 때마침 지난 주말에는 노랗게 익어 가는 들판을 보고 오던 참이다. 이 가을 아침 나도 무언가 상큼한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 이 계절처럼 유순하고 포실하고 다채롭게 잘 익어 갈 수 있을까? 정은귀 한국외대 영문학과 교수
  • 민주당 “사건 조작·정치 검찰의 이재명 사냥…검찰 독재 끝판왕”

    민주당 “사건 조작·정치 검찰의 이재명 사냥…검찰 독재 끝판왕”

    더불어민주당은 20일 검찰이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결심 공판에서 징역 2년을 구형하자 “사건을 조작한 검찰이 터무니없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며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이날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검찰은 이 대표의 선거법 사건에서 억지 기소, 진술 조작, 공소장변경, 방어권침해, 객관의무 위반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불공정·불법 수사와 기괴한 말과 논리로 이 대표를 말 그대로 ‘사냥’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검찰이 부디 법률과 원칙, 그리고 상식에 기반했으면 좋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의 명품백 사건에 대해 ‘박절하지 못해서’ 생긴 일이라며, 남들이 잘 쓰지 않는 단어를 쓴 것처럼, 검찰은 이 대표 재판에서 ‘교유행위’라는 국어사전에 등재조차 되지 않은 이상한 말을 썼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유’와 ‘행위’를 합해서 뭔가 범죄 비슷한 일이 일어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꼼수이며, 동시에 기본적인 우리말 구사 능력조차 부족한 ‘자기만의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대책위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검찰이 이성을 회복했으면 하는 기대가 있었다”며 “신임 검찰총장의 말처럼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오늘 구형에서 보듯, 검찰은 그저 검찰독재정권의 든든한 사냥개 역할에만 집중했다”고 했다. 이들은 “정치검찰이 온갖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수사를 해놓고 뻔뻔하게도 무도한 형량을 구형했다”며 “공작 수사를 통한 정치탄압”이라고도 했다. 또 “법 기술을 써서 법을 왜곡시킨 검찰 독재의 끝판왕”이라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친위 쿠데타”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책위는그동안 정치검찰이 저지른 사건 조작에 관해 고발을 검토할 것”이라며 “머지않아 정치검찰 해체를 검찰 스스로 재촉한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인권과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법원에서 사건의 진실을 제대로 판단하고 정의롭게 결정할 것으로 믿는다”며 “세상일은 조작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대한민국 6·25 이후 최대 위기… ‘생명자원’ 에너지·식량 자강 절실”[황비웅의 열린 시선]

    “대한민국 6·25 이후 최대 위기… ‘생명자원’ 에너지·식량 자강 절실”[황비웅의 열린 시선]

    임정, 1919년 만세운동 정신 계승‘건국 논쟁’ 자체가 참 나쁜 정치우리 역사 통시·통장적 성찰 부족K팝 비롯해 세계 1등 국가이지만빠른 근대화 쓰레기도 잔뜩 쌓여여전히 대한민국은 ‘미완의 국가’스위스 핵방공호 5000개·서울 3개먹거리 등 자립 국가전략도 필요정치·기후변화·SNS·북핵 등 위기반성·용서로 새로운 사회 나아가야 지금부터 24년 뒤인 2048년이면 정부 수립 100년이 된다. 언론인 출신으로는 처음 과학기술처 장관과 서울시립대 총장까지 역임한 김진현 세계평화포럼 이사장이 최근 ‘대한민국 100년 통사(1948~2048)’를 펴냈다. 책 머리말에는 ‘대한민국의 과거, 현재, 미래(2048)를 통사적으로 엮은 100년의 과거사, 현재사, 미래사’라고 소개돼 있다. 김 이사장은 “언론기록자로서, 40여년간 광화문에서 국정담당자로서, 한 지성인으로 겪은 체험에 100여회에 달하는 이런저런 국제회의에 참석한 국제관계 연구자 체험까지 더한 대한민국의 종합현대사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한민국은 강제된 해양화로 제3세계 어느 국가도 경험하지 못한 빠른 근대화에 성공했지만 역설적으로 근대화의 쓰레기가 쌓였다”면서 “미완의 국가를 완성하기 위해 생명자원인 먹거리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려는 자강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을 지낸 김 이사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3일 저서의 발행처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 7층 회의실에서 진행했다. -대한민국에 대해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게 된 계기가 있나. “(잠시 뜸을 들이다가) 대한민국 국민이 대한민국에 대해서 관심 갖는 거 당연한 것 아닌가. 젊은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관심 있냐고 하면 별생각이 없겠지만, 일본 식민지 시절에 이어 미군정을 지나 전쟁까지 겪은 우리 세대가 대한민국을 의식하지 않는다면 그건 아주 독특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 김 이사장은 자신의 일본 이름이 ‘가네시로 진켄’이라고 했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말과 이름까지 모두 빼앗겼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자신뿐 아니라 그 시대에 살았던 모든 국민에게 대한민국이 가지는 의미가 각별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근 역사 논쟁이 반복되고 있는데. “(한숨을 쉬며) 역사가 왜 분쟁 대상이 됐는지 정말 가슴이 아프다. 1919년 건국이다 1948년 건국이다 하는 논쟁이 얼마나 허구적인 것인가. 임시정부가 1919년 3월 1일 만세운동의 얼과 정신을 이어받았다는 것은 틀림없다. 건국 논쟁을 하는 것 자체가 참 나쁜 정치다.” -‘대한민국 100년 통사’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나는 신문기자 출신인데 과학기술과 전혀 관련 없는 사람이 과기처 장관을 했다. 또 이승만·이봉창 기념사업회에 참여했고 대한민국 건국 50주년 기념사업회와 60주년기념사업회 집행위원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 비정부기구(NGO) 활동도 했다. 세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아 외교·국제관계에도 다양하게 관여했다. 문화와 환경, 과학과 역사 등 대한민국의 전 분야를 연결해서 볼 수 있는 책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을 거다.” 그는 저서 머리말에서 “정부 수립 100년이 되는 2048년까지 대한민국이 가야 할 길, 세계의 중심이 되는 길을 찾고자 후대에 유언장을 쓰는 심정으로 매달렸다”고 회고했다. -통시적, 통장적 관찰과 성찰을 강조했는데. “(목소리가 커지며) 대한민국은 지금 K팝을 비롯해 세계 1등 국가이지만 무리하게 지름길로 달려와 근대화의 모순과 오류가 잔뜩 쌓였다. 이런 것을 통시적으로 보자는 것이다. 통장적이라는 말은 지리적인 개념이다. 한반도 주변에는 남한, 북한, 중국, 러시아, 일본 다섯 나라밖에 없다. 중국은 인구로 보나 과학기술로 보나 세계 1~2등 하는 나라다. 일본도 세계 두 번째 해양대국이다. 그런 나라들과 견디면서 사는 시간적, 공간적 맥락을 함께 봐야 한다. 국가를 총체적으로 다루는 소위 엘리트 지도자들은 통시적, 통장적 관점에서 국가 공동체를 어떻게 안전하고 평화롭게 유지할까 고민해야 한다.” -통시적, 통장적 개념을 적용한 사례를 든다면. “제3세계 피식민지들은 다 서양의 지배를 받았다. 영국이 인도를 식민 지배하기 전까지 인도와 아무런 관계가 없었다. 인도는 너무 넓고 인구가 많아 기본적으로 지방자치, 주민자치 형태였다. 하지만 조선은 일본과 1500년 이상 연결돼 있었다. 오히려 중국의 문명을 일본에 전달할 때 자부심 비슷한 것까지 있었다. 그런데 일제시대에 면사무소까지 점령하고 한국말, 이름, 글자까지 빼앗았다. 엄연히 반서양, 반크리스천인 제3세계와 다르다. 그런데 통시적, 통장적 개념이 없으니 엉뚱하게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게 나오는 거다.” -1951년 영국 더 타임스가 사설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발전을 기대하느니 ‘쓰레기통에서 장미꽃이 피기’를 기대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이런 나라가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동력을 꼽는다면. “우리나라 국민은 1930년대부터 일본과 만주, 연해주 등으로 인구 5명 중 1명꼴로 강제이주 또는 이산했다. 한국인이 노마드화된 거다. 서울이나 부산 등 큰 도시에 있는 한국 사람들 중에 자식들이나 조카 중 해외로 나간 경우가 없는 사람이 없을 거다. 지구상에서 4대 강국 즉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에 동시에 해외 교포를 두고 있는 유일한 나라이기도 하다. 이런 강제된 해양화로 인해 한국인의 근대 적응이 굉장히 빨라졌다. 무역, 해외 인력 진출, 원양어선 등이 대한민국의 핵심이 됐는데, 미국 중심의 국제화 질서와도 맞물리는 거다. 해외에서 다양한 접촉을 한 경험과 일제 식민지, 미군정, 한국전쟁 등 가혹한 경험에서 온 생존 본능이 자유·개방적인 질서와 합쳐져 가장 빠르게 근대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빠른 근대화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았다. “그런데 21세기에 들어와서 보니 근대화의 쓰레기들이 가장 빨리, 가장 많이 쌓였다. 단적인 게 환경 문제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소셜미디어(SNS) 때문에 지금 민주주의가 완전히 붕괴하게 생겼다.” -부작용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의 문제를 우리가 해결한다는 자강의 자세와 철학이 필요하다. 어떻게 하면 환경에 피해를 덜 끼칠지, 어떻게 에너지를 절약할지 실천하는 룰을 만들고 모범을 보이면 그게 바로 세계의 모범이 되는 거다.” -근대화의 성공에도 여전히 대한민국은 ‘미완의 국가’라고 했다. 왜 그런가. “(안경을 벗으며) 나는 스위스에 대해 특별히 관심이 많다. 1962년에 처음 스위스를 방문한 뒤 지금까지 스위스 자료를 모으고 있다. 스위스에는 30만개의 방공호가 있다. 초등학교, 중학교, 면사무소 지하는 다 방공호라고 생각한다. 거기에 5000개의 핵방공호가 따로 있다. 대한민국에는 핵방공호가 몇 개 있나. 아마 서울에 핵방공호가 3개쯤 있을 거다. 여기에 스위스 대사관이 3층짜리 새 건물을 지어 리노베이션을 했는데 지하에 핵방공호를 만들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스위스는 비상사태가 나면 모든 음식점, 식료품 가게는 무조건 문을 닫아야 한다. 스위스의 모든 국민은 먹거리 15일치 이상을 비축하는 게 의무다. 이런 게 국가다.” 스위스는 1963년부터 민방위법에 따라 새 건물을 지을 때 핵 방공호 건축을 의무화했다. 방공호와 핵방공호의 규모는 스위스 영토에서 핵무기가 폭발할 경우 전체 인구의 114%가 대피할 수 있는 규모다. -대한민국은 북한 핵 공격에 준비가 안 돼 있다는 건가. “(문재인 정부 시절)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며칠 뒤 김부겸 당시 행정안전부 장관이 국회 재난안전대책특별위원회에 나왔다. 북핵 대피 훈련 비상계획은 있는데 훈련을 하면 국민이 오해하거나 불안해할 것 같아 안 한다고 했다. 당시 미국도 훈련을 하고, 일본도 훈련을 했는데 다른 나라들이 대한민국을 어떻게 생각했겠나.” -국가 안보를 위해 먹거리와 에너지 등 생명자원의 자강을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원을 배로 싣고 온다. 중국이나 일본과 사이가 나빠져 에너지원 싣고 오는 배를 못 들어오게 하면 어떻게 될까. 일본과 우리나라는 에너지에 관한 한 섬과 같다. 그래서 일본은 에너지 자원과 광물을 많이 확보했다. 시카고 선물시장에서도 일본은 상당한 발언권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게 못한다. 스위스 얘기로 돌아가면, 먹거리에서도 스위스에 본사가 있는 네슬레는 전 세계 1위 식품기업이다. 스위스 광산업체 엑스트라타와 글렌코어가 합병해서 세계 4위 광물회사가 됐다. 그런 걸 국가라고 하는 거다. 우리나라는 어림도 없다.” -먹거리와 에너지 자원 확보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까. “K팝으로 세계 1등하는 것보다 먹거리와 에너지를 확실히 자강, 자립할 수 있는 게 국가로서는 더 중요하다. 국가 전략이 있어야 한다. 이론적으로 보더라도 완전히 100프로 자립이라는 건 불가능하다. 다만 비상사태를 생각해서 100프로 자급을 위한 시나리오는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대 과학기술로 유전공학을 활용하고 스마트팜을 어떻게 만들지 등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 해결이 시급한데도 사회분열과 불신,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러 쉽지 않을 것 같다. 바꿀 방법이 있을까.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첫 번째는 교육인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 두 번째는 제도개혁인데 제도를 숱하게 바꿔도 달라지진 않았다. 세 번째는 영웅대망론인데 역대 대통령 몇몇 빼고는 잘 안 된다. 네 번째는 미국이나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그런데 미국과 국제기구가 이제는 힘이 없어 기대할 수가 없다. 비정상적인 방법은 쿠데타와 혁명, 전쟁인데 물론 그래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 상황은 6·25 이후 최대 위기다. 정치 위기, 생명자원의 위기, 기후변화 위기, SNS 위기, 북핵 위기 등이다. 결국 반성과 참회, 관용과 용서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꾸준히 개선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 ●김진현 이사장은 1936년생으로 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 니먼 펠로십 과정을 수료했다. 동아일보 논설주간, 한국경제신문·문화일보 회장을 지냈다. 과기처 장관, 서울시립대 총장을 역임했고 한국경제연구원 신설을 시작으로 세계평화포럼 등 해양무역, 과학기술, 미래 등 10여개 연구기관 창설의 책임자였다. 세계화추진위원회 공동위원장, 대한민국건국60년기념사업위원회 집행위원장,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건립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봉창·안재홍·장준하 기념사업회 창립회장으로, 이승만·장면 기념사업회와 김구·김성수·조봉암 기념행사에도 참여하며 대한민국 중심 주류 찾기·만들기에 힘썼다. 16권의 저서(영문 2권), 7권의 역서, 110여편의 논문과 약 3000편의 글을 썼다. 황비웅 논설위원
  •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이 항복했습니다”…일왕 육성보다 빨랐다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이 항복했습니다”…일왕 육성보다 빨랐다

    1945년 8월 15일 정오에 일왕이 항복을 선언하기에 앞서, 미국의소리(VOA)에서 우리말로 일본의 항복을 알리는 방송이 나온 사실이 드러났다고 국민의힘 배현진 의원이 18일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인 배 의원은 이날 미국 기록관리청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던 해당 방송 파일을 공개하며 이같이 소개했다. 방송은 영어와 중국어 등으로 일본의 항복 사실을 알렸는데, 여기에 한국어도 포함됐다. 당시 한국어 방송에서는 황성수 전 국회부의장이 “조선 동포 여러분, 일본은 무조건 항복을 하였습니다. 트루먼 대통령이 말씀하기를, 연합국 각 군대로 하여금 여러 공격 작전을 중지하라고 명령하였다고 하셨습니다”라고 알렸다. 아울러 애국가 2절도 함께 방송했다고 한다. 배 의원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학예사들과 함께 이 방송 파일의 진위를 연구했고, 1945년 당시 파일이 맞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전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은 미국 정부와 협의해 이르면 올해 안에 국내로 정식 자료 이관 절차를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배 의원은 “한국어를 사용해 일본의 항복을 명확하게 전달한 자료가 드러난 것으로, 애국가를 함께 송출했다는 사실 또한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이혼’ 박창현 전 MBC 아나운서, 돌싱글즈6서 새 사랑 찾는다

    ‘이혼’ 박창현 전 MBC 아나운서, 돌싱글즈6서 새 사랑 찾는다

    박창현(38) MBC 아나운서가 결혼 7년 만에 이혼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최근 MBC에서 퇴사한 그는 12일 첫 방송하는 MBN 예능 프로그램 ‘돌싱글즈6’에 출연한다. 11일 뉴스1에 따르면 MBN 측은 이날 “박창현 전 MBC 아나운서가 돌싱글즈6에 출연한다”고 밝혔다. 돌싱글즈는 이혼한 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박 전 아나운서는 2016년 서울 모처에서 두 살 연하의 연인과 결혼했지만 지난해 이혼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박 전 아나운서는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한 후 2013년 MBC 공채 33기 아나운서로 입사했다. 그는 ‘우리말 나들이’, ‘스포츠 매거진’, ‘5시 뉴스’ 등을 진행하며 얼굴을 알렸다. 앞서 그룹 ‘레드삭스’ 출신 노정명(40) 역시 돌싱글즈6에 출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작진은 “본인이 직접 출연 신청했다”며 “연예인이라서 특별히 출연시킨 게 아니다. 다른 출연진처럼 사전 인터뷰, 면접 등을 거쳤다. 진정성과 절실함을 보고 출연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노정명은 2008년 12월 재력가 집안 출신 남성과의 사이에서 딸을 낳았고 다음 해 3월 결혼식을 올렸다. 파경 시기와 이혼 사유 등은 알려지지 않았다. 아역 배우 출신인 노정명은 ‘어른들은 몰라요’, ‘학교2’ 등에 출연했다. 2005년 레드삭스로 가요계에 데뷔했으며 2007년 1월 탈퇴했다.
  • [단독] “쌤, 무슨 말이에요”… ‘불통’에 갇힌 교실[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단독] “쌤, 무슨 말이에요”… ‘불통’에 갇힌 교실[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교사 심층 인터뷰·학생 설문조사 국어 외 과목도 단어 설명에 ‘진땀’주제 이해 능력·표현력도 떨어져 “선생님, ‘완강하다’는 ‘완전 강하다’ 아닌가요?” 수도권 고등학교의 한 영어 교사는 최근 고교 3학년 수업에서 뜻밖의 질문을 들었다. ‘완강하다’가 ‘완전 강하다’의 줄임말인 줄 알았다는 학생들은 생소한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모색한다’는 ‘색깔을 따라 칠한다’는 뜻인가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이 교사는 “내가 영어 교사인지 국어 교사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양한 글을 이해하고 창작할 수 있는 힘, 문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을 읽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올 2학기가 시작된 8월 중순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교사 2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학생 조사를 병행한 결과 교사들은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최근 2~3년 새 문해력이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자기표현과 소통까지 불편을 겪기에 더 문제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문해력 저하는 초등학생부터 발견된다. 조기 교육으로 한글을 뗀 덕에 글자는 술술 읽지만 단어와 문장의 뜻을 파악하지 못한다. 김민중 대구 월배초 교사는 “고학년이 북한 이탈 주민에서 ‘이탈’의 뜻을 모른다든지 지진이나 홍수는 알아도 ‘재난’ 같은 상의어나 포괄어를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했다. ‘같이’를 ‘가치’로 쓰는 등 비교적 쉬운 맞춤법을 틀리거나 문장 주술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고학년도 쉽게 볼 수 있다. 교사들이 겪은 문해력 부족으로 인한 ‘불통’ 사례는 끝이 없다. 성교육 관련 조사를 위해 ‘성적 문제’에 관해 질문이 나오면, 공부 성적을 의미하는 거냐고 반문한다. 국어는 물론 수학·사회·과학 등 다른 교과 학습에도 걸림돌이다. 수학 계산 능력은 뛰어나지만 서술형 문제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조미숙 교사는 “‘대변’(마주 보는 변)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똥 아니냐고 한 적도 있다”며 “수학 개념은 단어와 직접 연결된 게 많다 보니 더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사회나 과학 교과를 가르칠 때도 기본 단어 설명에 수업 시간의 10~20분을 할애해야 한다. 시간은 부족하지만 단어를 모르면 진도를 나가기 버거워서다. ‘매질에 따른 빛의 굴절’을 설명하는데 왜 때리냐고 물어서 한참 설명하거나(초등 6학년 교사) ‘왕이 승하한다’는 표현을 몰라 역사 시험에서 오답이 속출(고교 1학년 교사)하다 보니, 교사들은 어휘 설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10대 하루 평균 8시간 인터넷 이용긴 글 읽기 꺼리고 핵심도 못 짚어독후감 숙제 받으면 챗GPT에 문의“문해력 문제 푸는 사교육까지 등장”교사들은 학생들이 글의 주제를 이해하는 능력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만 글이 길어도 읽기를 피하거나 엉뚱한 주제를 적기도 한다. 예컨대 ‘환경 보호를 위해 주인공이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글의 주제를 ‘자전거를 타고 싶다’로 답한다는 것이다. 황수진 인천 이음초 교사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의도를 알아내는 걸 어려워한다”며 “긴 글도 영상 요약본으로 접하니까 스스로 찾는 힘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해력이 떨어지면 표현력도 함께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독후감 숙제를 받은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요약 영상을 보거나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에게 물어본 결과를 적어낸다. 초중고교에서 공통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스스로 느낀 점을 적으라고 하면 단순 표현만 나열한다. 34년차 초등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재밌다’, ‘싫다’, ‘좋다’는 정도밖에 표현을 못 한다. 글로 풀어서 쓸 능력이 안 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연수 탕정중 국어 교사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과도 메신저로 짧은 메시지만 주고받으니 대화를 통해 단어나 표현을 터득할 기회가 줄었다”며 “전반적으로 언어생활 자체가 단순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 최저 수준 문맹률과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은 왜 하락한 걸까. 인터뷰에 응한 교사 20명 모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영상 매체 이용 증가’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15년차 이상 교사들은 스마트폰의 등장 전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극명하게 느낀다고 한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노출이 급격히 늘고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 사용 시간이 증가하면서 책을 읽거나 대화·토론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약 8시간(479.6분)으로 2019년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97.3%)와 유튜브 쇼츠(68.9%), 인스타그램 릴스(47.6%), 틱톡(39.6%)으로 이용률 2~4위가 모두 쇼트폼 콘텐츠 플랫폼이었다. 교사들은 흥미와 자극 위주의 영상 시청이 글 읽기 방해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15초 안팎의 짧은 길이에 언어도 거의 없는 ‘릴스’와 ‘쇼츠’에 익숙해지다 보니 호흡이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한다. 배주호 초등교사는 “쇼트폼 콘텐츠가 많아지고 짧은 메시지로만 소통하면서 전반적인 주의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공백도 주요한 문해력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교사 20명 중 13명은 문해력 저하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화했다고 봤다. 경기도의 23년차 영어 교사는 “학교에 못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학습량이 감소했지만 상위권 아이들은 코로나 전후에 별 차이가 없다. 반면 중하위권은 어휘력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교사의 절반 이상인 11명은 한자어와 어휘 교육의 감소도 문제라고 봤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개념과 용어는 한자어로 돼 있어서다. 중학교 1학년 박모군은 “국어 교과서에 ‘민초’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민트초코’인 줄 알았다”며 “처음 보는 단어 중에도 한자어로 된 단어가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한자어는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기식 서울 면일초 교사는 “한자어가 3학년 이후 교과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아이들은 정확한 뜻을 모른 채 대충 이해한다”며 “한자어 속뜻을 가르쳐 주면 이후 학습에서도 훨씬 쉽게 배운다”고 강조했다. 독서 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의 부족도 한 원인이다. 일기 쓰기가 인권 침해라는 논란이 나온 이후 주제 글쓰기 등 다른 방식의 교육을 도입하거나 독서 활동을 만든 학교들도 적지 않다. 안연규 구미 선산고 국어 교사는 “최근 문해력이 주목받자 문해력 문제를 푸는 기술을 연습하는 사교육도 생겼다”며 “학교에서 오래 생각하고 질문하고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단독]‘완강하다’는 ‘완전 강하다’?…“쏟아지는 질문에 수업 어려워”[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단독]‘완강하다’는 ‘완전 강하다’?…“쏟아지는 질문에 수업 어려워”[아이들의 문해력이 위험하다]

    “선생님, ‘완강하다’는 ‘완전 강하다’ 아닌가요?” 수도권 고등학교의 한 영어 교사는 최근 고교 3학년 수업에서 뜻밖의 질문을 들었다. ‘완강하다’가 ‘완전 강하다’의 줄임말인 줄 알았다는 학생들은 생소한 단어가 나올 때마다 자기들끼리 웅성거렸다. “‘모색한다’는 ‘색깔을 따라 칠한다’는 뜻인가요?” 생각지 못한 질문에 이 교사는 “내가 영어 교사인지 국어 교사인지 헷갈릴 정도”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다양한 글을 이해하고 창작할 수 있는 힘, 문해력이 떨어지는 아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글을 읽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다. 서울신문이 학생들의 문해력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올 2학기가 시작된 8월 중순부터 지난 6일까지 전국 초중고교 교사 20명을 심층 인터뷰하고 학생 조사를 병행한 결과 교사들은 “수업 진행이 어려울 정도로 최근 2~3년 새 문해력이 낮아졌다”고 입을 모았다. 문해력이 떨어지면 자기표현과 소통까지 불편을 겪기에 더 문제라는 우려도 덧붙였다. 문해력 저하는 초등학생부터 발견된다. 조기 교육으로 한글을 뗀 덕에 글자는 술술 읽지만 단어와 문장의 뜻을 파악하지 못한다. 김민중 대구 월배초 교사는 “고학년이 북한 이탈 주민에서 ‘이탈’의 뜻을 모른다든지 지진이나 홍수는 알아도 ‘재난’ 같은 상의어나 포괄어를 모르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했다. ‘같이’를 ‘가치’로 쓰는 등 비교적 쉬운 맞춤법을 틀리거나 문장 주술 관계를 파악하지 못하는 고학년도 쉽게 볼 수 있다. “최근 2~3년 간 문해력 크게 낮아져”교사들이 겪은 문해력 부족으로 인한 ‘불통’ 사례는 끝이 없다. 성교육 관련 조사를 위해 ‘성적 문제’에 관해 질문이 나오면, 공부 성적을 의미하는 거냐고 반문한다. 국어는 물론 수학·사회·과학 등 다른 교과 학습에도 걸림돌이다. 수학 계산 능력은 뛰어나지만 서술형 문제의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손을 대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조미숙 교사는 “‘대변’(한 각과 마주 보는 변)을 가르치는데 아이들이 똥 아니냐고 한 적도 있다”며 “수학 개념은 단어와 직접 연결된 게 많다 보니 더 어려워한다”고 말했다. 사회나 과학 교과를 가르칠 때도 기본 단어 설명에 수업 시간의 10~20분을 할애해야 한다. 시간은 부족하지만 단어를 모르면 진도를 나가기 버거워서다. ‘매질에 따른 빛의 굴절’을 설명하는데 왜 때리냐고 물어서 한참 설명하거나(초등 6학년 교사) ‘왕이 승하한다’는 표현을 몰라 역사 시험에서 오답이 속출(고교 1학년 교사)하다 보니, 교사들은 어휘 설명에 공을 들일 수밖에 없다. 교사들은 학생들이 글의 주제를 이해하는 능력도 부족하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만 글이 길어도 읽기를 피하거나 엉뚱한 주제를 적기도 한다. 예컨대 ‘환경 보호를 위해 주인공이 자전거 여행을 한다’는 글의 주제를 ‘자전거를 타고 싶다’로 답한다는 것이다. 황수진 인천 이음초 교사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추출하고 의도를 알아내는 걸 어려워한다”며 “긴 글도 영상 요약본으로 접하니까 스스로 찾는 힘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문해력이 떨어지면 표현력도 함께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독후감 숙제를 받은 아이들은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요약 영상을 보거나 ‘챗GPT’ 같은 인공지능(AI)에게 물어본 결과를 적어낸다. 초중고교에서 공통으로 벌어지는 현상이다. 스스로 느낀 점을 적으라고 하면 단순 표현만 나열한다. 34년차 초등교사는 “요즘 아이들은 ‘재밌다’, ‘싫다’, ‘좋다’는 정도밖에 표현을 못 한다. 글로 풀어서 쓸 능력이 안 되는 것”이라며 “디지털 기기와 영상으로 학습하는 습관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연수 탕정중 국어 교사는 “친구들이나 부모님과도 메신저로 짧은 메시지만 주고받으니 대화를 통해 단어나 표현을 터득할 기회가 줄었다”며 “전반적으로 언어생활 자체가 단순해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교사 20명 ‘디지털 과의존’ 지적… 한자·어휘 교육 꼽기도 세계 최저 수준 문맹률과 최고 수준의 교육열을 자랑하는 한국에서 학생들의 문해력은 왜 하락한 걸까. 인터뷰에 응한 교사 20명 모두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와 영상 매체 이용 증가’를 첫 번째 이유로 꼽았다. 15년차 이상 교사들은 스마트폰의 등장 전후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극명하게 느낀다고 한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 노출이 급격히 늘고 최근에는 소셜미디어(SNS)와 메신저 사용 시간이 증가하면서 책을 읽거나 대화·토론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2년 10대 청소년 미디어 이용조사’를 보면 청소년의 인터넷 이용 시간은 하루 평균 약 8시간(479.6분)으로 2019년에 비해 1.8배 증가했다. 특히 청소년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동영상 플랫폼은 유튜브(97.3%)와 유튜브 쇼츠(68.9%), 인스타그램 릴스(47.6%), 틱톡(39.6%)으로 이용률 2~4위가 모두 쇼트폼 콘텐츠 플랫폼이었다. 교사들은 흥미와 자극 위주의 영상 시청이 글 읽기 방해의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15초 안팎의 짧은 길이에 언어도 거의 없는 ‘릴스’와 ‘쇼츠’에 익숙해지다 보니 호흡이 긴 글을 읽어내지 못한다. 배주호 초등교사는 “쇼트폼 콘텐츠가 많아지고 짧은 메시지로만 소통하면서 전반적인 주의 집중력이 부족해지는 현상”이라고 했다. 코로나19로 인한 등교 공백도 주요한 문해력 저하 요인으로 꼽힌다. 교사 20명 중 13명은 문해력 저하가 코로나19로 인해 더 심화했다고 봤다. 경기도의 23년차 영어 교사는 “학교에 못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학생들의 학습량이 감소했지만 상위권 아이들은 코로나 전후에 별 차이가 없다. 반면 중하위권은 어휘력이 떨어졌다”고 전했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된 2년 동안 가정에서 학습과 스마트폰 이용을 세심하게 관리한 학생은 문해력에 타격이 거의 없었다는 얘기다. 교사의 절반 이상인 11명은 한자어와 어휘 교육의 감소도 문제라고 봤다. 우리말의 70%가 한자어이고 학년이 올라갈수록 어려운 개념과 용어는 한자어로 돼 있어서다. 중학교 1학년 박모군은 “국어 교과서에 ‘민초’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민트초코’인 줄 알았다”며 “처음 보는 단어 중에도 한자어로 된 단어가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기본적인 한자어는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민기식 서울 면일초 교사는 “한자어가 3학년 이후 교과에서 많이 등장하는데 아이들은 정확한 뜻을 모른 채 대충 이해한다”며 “한자어 속뜻을 가르쳐 주면 이후 학습에서도 훨씬 쉽게 배운다”고 강조했다. 독서 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의 부족도 한 원인이다. 일기 쓰기가 인권 침해라는 논란이 나온 이후 주제 글쓰기 등 다른 방식의 교육을 도입하거나 독서 활동을 만든 학교들도 적지 않다. 안연규 구미 선산고 국어 교사는 “최근 문해력이 주목받자 문해력 문제를 푸는 기술을 연습하는 사교육도 생겼다”며 “학교에서 오래 생각하고 질문하고 글 쓰는 연습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 제349회 경북도 임시회 교육위원회 마감…주요업무 보고 청취

    제349회 경북도 임시회 교육위원회 마감…주요업무 보고 청취

    경북도의회 교육위원회(위원장 박채아)는 지난 5일 제349회 경상북도의회 임시회 제2차 교육위원회를 개최하고, 경북교육청과 5개 직속기관 및 11개 교육지원청의 주요업무 보고를 받으며 제349회 임시회 교육위원회를 마감했다. 이날 주요업무 보고에서는 소속기관의 업무현황과 현안사항을 청취하고 그에 대한 심도 있는 질의와 다양한 정책적 대안을 제시했다. 조용진(김천3) 부위원장은 경기도 동탄 소재 학교복합시설에 대한 우수사례를 언급하며, 학교복합시설을 추진할 경우 교육청과 지자체의 연계 및 공동관리, 학교장의 학교 개방에 대한 인식 개선 등을 통해 주민들이 함께 이용하는 학교복합시설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김대일(안동3) 위원은 교육활동 보호센터의 기능이 단위 학교별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것을 요구했으며, 유초등 교육과정이 최소한의 기본적인 교육 기준을 세우것임에도 과도한 자기주도형 교육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하며 이런면에서 볼 때, 유·초등과 중등 교육과정을 구분하여 편성해 줄 것을 당부했다. 또한 체험학습 등 야외활동에 있어 경북의 장점이라 할 수 있는 여유있는 학교시설을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김희수(포항2) 위원은 지역 도의원들과의 소통을 통한 원활한 예산 확보가 필요함을 언급하고, 학교 시설이 있음에도 인근에 체육시설을 짓고 이용하는 지자체가 있다며, 경기도 동탄의 학교복합시설을 예로 들며 교육청과 도의원의 소통, 교육청과 지자체의 소통을 통한 학생과 주민이 함께 이용하는 학교시설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김경숙(비례) 위원은 사이버 박물관에 있는 교과서가 한자 또는 한자와 일본어로 표기돼 있어 아이들이나 성인이 교과서의 내용을 파악하기 힘든 점이 있으므로 우리말 번역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또한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성범죄 피해에 대한 대안이나 대책을 교육청에서 미리 세우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피력하며 예산 편성은 물론 아이들 정신 교육의 중요성도 중요하다며, 교육청이 선도적으로 관련 정책을 만들어 갈 것을 주문했다. 박용선(포항5) 위원은 노후된 전선으로 인한 기숙사 화재가 많았다며 스프링클러와 같은 사후 대책이 아닌 사전에 화재 예방을 할 수 있는 대책를 요구했다. 또한 조리원들의 건강을 위하여 조리 로봇 도입과 이산화탄소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콩고기와 같은 대체식품을 찾도록 주문했다. 한편, 최근 포항 제철중학구 민원의 근본 원인을 밝히며 학생 배정에 따른 선량한 학부형과 학생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교육청이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윤종호(구미6) 위원은 올해 예산이 많이 부족할 것이 예상되므로 지역현안특별교부금 신청을 통한 예산의 경우 국회의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예산을 확보하고, 또한 지역의 단위학교에서 원활히 예산을 신청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독려할 것을 주문했다. 정한석(칠곡1) 위원은 지역주민들이 학교 운동장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학교는 학생들에 대한 보금자리고 학생들이 설 수 있는 당연한 공간이지만 그 외 시간에는 지역 주민들과 같이 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주민들과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 수 있도록 당부했다. 차주식(경산1) 위원은 행복학교 거점센터 변호사 채용이 잘 되지 않고 있는 것을 지적하며 지역에 있는 고문 변호사 제도를 검토하거나, 연봉을 올려 주는 등 대안을 세울 것을 주문했으며,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육아휴직 복직 후 휴직한 곳에 복직하도록 하는 등 출산에 대한 혜택이 주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도서관에 대해서는 지역주민들이 평생학습 개념으로 도서관을 많이 이용하므로 지자체로부터 예산을 더 많이 지원 받을 수 있도록 관장님들이 좀 더 노력해 줄 것을 당부했다. 황두영(구미2) 위원은 학교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에 따른 학생들의 극단적인 선택은 선배, 친구 등 주변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순간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며, 학생들이 자기몸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도록 충분한 예방교육을 주문했다. 한편, 일선학교에 설치된 노후 방송장비의 잦은 수리 문제를 언급하며 계속되는 수리보다는 교체가 더 바람직하지 않은 지 면밀하게 살펴 볼 것을 당부했다. 박채아 위원장(경산3)은 “디지털화, AI 교육, 늘봄교육 확대 등 재정수요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반면, 국가세수는 2년 연속 적자가 예상되고, 디지털 성범죄, 딥페이크 등 디지털화에 따른 폐해도 나타나고 있어 교육을 둘러싼 환경은 그리 녹록치 않다. 교육위원회는 교육현장을 발로 뛰며 교육수요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는 현장중심의 의정활동을 펼쳐 교육을 둘러싼 현재의 어려운 상황을 헤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조선 왕실 기도처’ 경기 북부의 불교 문화 유산…서울 조계사서 ‘교종본찰 봉선사’전 개막

    ‘조선 왕실 기도처’ 경기 북부의 불교 문화 유산…서울 조계사서 ‘교종본찰 봉선사’전 개막

    경기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보물) 등 처음으로 산문을 나선 경기 북부지역의 대표적인 불교 문화유산과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대한불교조계종은 4일 서울 종로구 우정국로 조계사 경내 불교중앙박물관에서 ‘큰 법 풀어 바다 이루고, 교종본찰 봉선사’전 개막식을 열고 보물 15건 등 총 93건 262점의 문화유산을 선보였다. 조계종 총무원이 주최하고 경기 남양주 봉선사와 불교중앙박물관이 공동 주관하는 행사로, 조선 불교를 대표하는 교종 사찰인 봉선사의 본·말사 주요 성보들과 경남 합천 해인사, 양산 통도사,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등 여러 사찰과 기관 26곳에서 소장한 문화유산들이 대거 포함됐다. 불교는 조선 왕조에서 이념적으로 억압받았지만, 왕비와 후궁, 왕자, 공주 등 왕실의 수많은 일원은 부처님에 대한 믿음을 대대로 이어 나갔다. 무엇보다 도성과 가깝고 능(陵), 원(園), 묘(墓)와 인접한 경기 북부 지역의 사찰은 조선 왕실의 기도처로 주목 받았다. 수많은 불사를 주도하는 등 왕실의 염원은 성보를 매개로 고스란히 전해오고 있다. 이번 전시는 그 성보들과 만날 수 있는 자리다. 전시는 3개 주제로 나뉘어 진행된다. 1전시실에선 ‘봉선사, 산문을 열다’를 주제로 봉선사의 주요 역사와 성보 문화유산을 조명한다. 가평 현등사 ‘범종’,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이상 보물), ‘치성광불회도’(경기 유형) 등이 처음으로 공개됐고, 국립고궁박물관이 소장한 ‘세조 어진 초본’과 해인사성보박물관의 ‘세조대왕 진영’이 최초로 비교 전시된다. 1, 2전시실은 ‘불교, 경기 북부를 물들이다’가 주제다. 양평 용문사 ‘금동관음보살좌상’, 파주 보광사 ‘범종’ 등 봉선사 말사의 대표 문화유산과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약사불회도’, 남양주 불암사 ‘목조관음보살좌상’(이상 보물), 가평 현등사 ‘수월관음도’(경기 유형) 등 조선 왕실과 연관이 있는 성보들이 전시된다. 아울러 해인사성보박물관 소장 ‘감지금니문수최상승무생계법’, 통도사성보박물관 소장 ‘문수사리보살최상승무생계경’(이상 보물) 최초로 비교 전시된다. 근대 불교회화의 거점이었던 19세기 남양주 흥국사 등에서 활동한 승려장인과 불교회화 작품도 조망한다. 3전시실은 ‘선지식, 미래를 꿈꾸다’를 주제로 독립운동, 교육불사, 우리말 번역 등을 통해 한국불교의 초석을 닦은 월초, 운허 스님 등 근현대 봉선사 선지식의 업적을 조명한다. 이번 전시회는 오는 12월 1일까지 이어진다. 봉선사 ‘비로자나삼신괘불’은 10월 2일~20일, 국립중앙박물관 ‘약사불회도’는 오는 20일까지, 국립고궁박물관의 ‘세조 어진 초본’은 11월 3일까지만 한정 전시된다. 입장은 무료다.
  • [포토] “엄청 좋아요” 교토국제고 학생들

    [포토] “엄청 좋아요” 교토국제고 학생들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가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처음으로 결승에 올라 우승에 도전한다. 교토국제고는 23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간토다이이치고와 전국고교야구선수권 결승전을 치른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올해 106회째를 맞이한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봄에는 선발고등학교야구대회, 여름에는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등 두 번의 고시엔이 열린다. 일본의 수많은 야구 스타들이 이 대회를 통해 잠재력을 터뜨리며 조명받았다. 그런 유서 깊은 대회 결승에 한국계 고등학교가 진출했으니 연일 화제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는 2003년에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중·고교생 합해 전교생 160명이며 야구부는 1999년 창단했다. 2021년 봄 고시엔에서 4강에 올라 큰 주목을 받았던 교토국제고는 올여름 고시엔에서 사상 첫 결승진출까지 성공했다. 야구부 역사가 길지 않은 교토국제고는 재정이 넉넉하지 않아 찢어진 야구공을 테이프로 붙여가며 훈련해 왔다. 올 초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KIA 타이거즈 구단이 훈련용 공 1000개를 지원하기도 했다. 힘든 상황에서도 절망하지 않은 교토국제고는 8강에서 지벤고교를 꺾고 3년 만에 4강에 오르더니 아오모리야마다고까지 제압하고 결승까지 진출했다. 이제 감격의 우승까지 딱 한 걸음 남았다. 고시엔에서는 경기 후 승리 팀 교가가 연주된다. 교토국제고는 ‘동해 바다 건너서’로 시작하는 한국어 교가를 갖고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5차례나 고시엔 구장에 이 교가가 울려 퍼졌다. 이 장면은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일본 전역으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교토국제고 출신 신성현(현 두산 2군 전력분석원)은 “한국어 교가를 들으니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고 했다. 일본 전역 3715개 학교가 참가한 여름 고시엔에서 교토국제고가 결승에 오른 것 자체가 기적인데, 여기서 더 나아가 우승까지 노린다. 재일 한국계 민족학교로는 처음 고시엔에 오른 교토국제고를 향해 국내에서도 많은 응원을 보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응원과 격려의 메시지를 전했고, 결승전 현장에는 진창수 주오사카 한국 총영사가 참석할 예정이다. 교토국제고는 이번 대회 내내 탄탄한 투수력을 자랑했다. 그중에서도 2학년 좌완 투수 니시무라 가즈키의 활약이 압도적이었다. 앞서 32강전에서 니가타산업대부속고를 상대로 완봉승을 거뒀던 니시무라는 지벤가쿠엔고와의 8강전에서도 완봉승을 챙겼다. 8강 이후 이틀 만에 나선 4강전에서도 괴력을 발휘하며 팀을 결승으로 인도했다. 니시무라의 이번 대회 성적은 23이닝 무실점이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을 위해선 니시무라의 활약이 또 한 번 필요하다. 이미 많은 이닝을 소화했지만,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르는 우승의 기회를 잡기 위해 다시 등판할 것으로 보인다. 교토국제고 벤치가 니시무라를 어느 시점에 투입해 몇 이닝을 맡기는지가 결승의 주요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고마키 노리쓰구 교토국제고 야구부 감독은 “선수들이 짧은 기간 크게 성장했다”며 “결승전에서는 교토 사람들을 대표해 당당하게 싸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편 교토국제고의 결승 상대는 동도쿄 지역 대표 간토다이이치고다. 간토다이이치고는 1987년 봄 고시엔 우승 이후 37년 만에 정상을 노린다. 일본의 옛 수도 교토와 현 수도 도쿄를 대표하는 학교 간 대결이라 일본에서도 관심이 뜨겁다.
  • 김동연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축하”···“일본 땅에 한국어 교가, 가슴 벅찬 감동”

    김동연 “교토국제고, 고시엔 우승 축하”···“일본 땅에 한국어 교가, 가슴 벅찬 감동”

    이른바 ‘야구광’으로 알려진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한국계 민족학교인 교토국제고의 ‘여름 고시엔’으로 불리는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축하하는 메시지를 냈다. 김 지사는 23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일본 고시엔서 한국어 교가가 울려 퍼진다.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라고 썼다. 교토지역 대표로 출전한 교토국제고는 이날 오전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시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열린 제106회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결승에서 간토다이이치고를 연장 끝에 2-1로 꺾고 감격의 첫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1915년 창설된 고시엔은 일본의 대표적인 고교야구대회다. 고시엔에서는 경기 후 승리 팀 교가가 연주된다. 교토국제고의 우승으로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도(야마토) 땅은 거룩한 우리 조상 옛적 꿈자리”로 시작되는 한국어 교가는 일본 공영방송 NHK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교토국제고는 해방 이후인 1947년 재일교포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모아 우리말과 문화 교육을 위해 설립한 교토조선중학교가 전신이다. 1958년 한국 정부의 인가를 받았다. 2004년 일본 정부의 정식 인가를 받아 현재의 교토국제고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재학생은 100명가량이며 1999년 창단된 야구부 학생은 61명이다. 토국제고교의 일본 전국대회 참가 횟수는 총 5회며 지금까지의 기록은 9승4패다.
  • [그러니까]아파트 단지명, 너무 길거나 외래어 혼잡…단순하면 안 될까

    [그러니까]아파트 단지명, 너무 길거나 외래어 혼잡…단순하면 안 될까

    최근 아파트 단지명이 지나치게 길거나 이해하기 힘든 외래어가 가득한 단지명 짓기로 눈살이 찌푸려진다는 지적이 잇따릅니다. 행정구역과 다른 지역의 명칭을 넣는 작명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명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집값과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사유 재산이기 때문에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과 혼선을 막기 위해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으로 갈립니다. 21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전국에서 분양된 아파트 단지명 글자 수는 1990년대 4.2자에서 2000년대 6.1자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9.86자까지 길어졌습니다. 과거 아파트 이름을 건설사들이 자체적으로 정했다면, 현재는 전문 브랜딩 업체들까지 참여하며 단지명 짓기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특징을 부각하려 단지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중론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브랜드가 처음 시작된 건 1970년대입니다. 1971년 입주를 시작한 한강맨션이 브랜딩에 성공하자 ▲점보 ▲렉스 ▲리바뷰 등 외래어가 붙은 아파트가 등장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1976년 신축 아파트에 외래어 사용을 금지하도록 조치했습니다. 대신 건설사명과 지역명을 넣은 아파트 이름을 쓰거나 ▲진달래 ▲상록수 ▲청실·홍실 등 우리말이 들어가게 작명하도록 했습니다. 아파트 브랜드 시대가 본격화한 건 1990년대 후반입니다.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로 대형 건설사들이 아파트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 시장이 짓기만 하면 완판되는 공급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며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아파트 이름에 브랜드가 붙은 최초 사례는 2003년 3월 입주한 대림산업의 용인 기흥 ‘e편한세상’ 아파트입니다. 이를 필두로 ‘래미안’, ‘힐스테이트’, ‘자이’ 등 건설사마다 고유 브랜드를 개발해 아파트 단지명에 붙였습니다. 2000년대 후반부터는 외래어가 아파트 단지명에 붙기 시작했습니다. 지역명에 건설사명, 브랜드명에 더해 펫네임(pat name, 별칭)까지 붙게 되면서입니다. 펫네임은 공원 근처면 ‘파크뷰’, 숲이 있으면 ‘포레’, 강·바다 근처면 ‘리버’, ‘오션’, 역세권은 ‘메트로’, 학군이 좋으면 ‘에듀’, 중심가면 ‘센트럴’ 등으로 붙입니다. 아파트 입지를 강조하려는 전략입니다. 최근에는 건설사 간 같이 시공하는 컨소시엄이 늘면서 각사 브랜드를 더하다 보니 단지명이 더 길어졌습니다. 고급화 전략에 정체불명의 외래어가 범람하기도 합니다. 영어로는 부족해 라틴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 등도 종종 활용됩니다. 가령 서울 강남구 일원현대아파트를 재건축한 ‘개포동 래미안 루체하임’은 빛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루체’(Luce)와 집을 뜻하는 독일어 ‘하임’(Heim)을 붙여 지었습니다. 전국에서 가장 긴 단지명은 광주전남 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입니다. 공동혁신도시인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대방산업개발 브랜드 대방엘리움이 붙었고, 펫네임 로얄카운티가 더해져 총 25자로 구성됐습니다. 유리한 행정구역명을 내세워 단지명을 짓는 사례도 있습니다. 신정동·신월동 아파트들이 ‘목동’을 붙이고, 효창동 아파트들 ‘용산’을 앞세우는 식입니다. 얼마 전 동작구 흑석동에 들어설 재개발 아파트 단지를 홍보할 때 행정구역이 다른 ‘서반포’를 넣었다가 논란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서반포가 실제 없는 지역명인데 주변 상급지 명칭을 넣으려고 한 꼼수란 지적입니다. 다만 아파트 명칭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최근 단지명에 숫자를 넣는 ‘몇차’라는 식은 오래된 아파트 이미지를 준다며 빼는 분위기도 있습니다. 이처럼 아파트 단지명을 바꾸는 이유는 대부분 집값과 연관이 있습니다. 실제 일부 상승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2021년 발표된 한국부동산분석학회 논문에 따르면 단지명을 인지도 높은 브랜드로 변경했을 때 그렇지 않은 단지보다 7.8% 집값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07년 11월 기준 9640개 아파트 자료를 기반으로 실증 분석한 결과입니다. 다만 집값 상승효과는 해당 아파트에만 국한됐고, 그 효과 또한 단기간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괴한 단지명에 시민들은 불편하다는 목소리입니다. 지난 2022년 서울시가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 ‘지금의 공동주택 명칭은 길고 복잡해서 불편하다’는 답변이 77.3%에 달했습니다. 자꾸 길어지고 혼잡한 아파트 단지명에 서울시는 지난 2월 ‘새로 쓰는 공동주택 이름 길라잡이’를 내놓았습니다. 어려운 외국어 사용 자제하기, 펫네임 자제하기, 적정 글자 수 지키기 등이 핵심입니다. 새로운 아파트 이름은 최대 10자 내외를 권고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 단순하게 아파트를 지으라고 강제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다보니 대부분 아파트 단지명에 적용되지 않아 결국 실효성은 없다는 평가입니다.
  • [씨줄날줄] 손타쿠(忖度)

    [씨줄날줄] 손타쿠(忖度)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지역구 도로사업을 내가 손타쿠했다.” ‘손타쿠’는 중국 고전 시경에 나오는 촌탁(忖度)의 일본어 발음이다.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리 헤아려서 안다’는 뜻이다. 일본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이 일일이 지시하지 않아도 아랫사람이 알아서 일을 처리한다는 뜻으로 변질됐다. 우리말로 풀어 쓰면 ‘알아서 기기’쯤이다. 2019년 4월 ‘아베 손타쿠’ 발언을 한 국토교통성 부대신(한국의 차관급)은 며칠 버티다가 결국 사퇴했다. 잘 쓰이지 않았던 손타쿠는 2017년 일본의 유행어가 됐다. 재무성이 아베 전 총리의 부인인 아키에 여사가 명예교장으로 있던 사립학원에 국유지를 헐값에 매각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당시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손타쿠가 정부와 민간 부문에서 횡행하고 있다는 것을 모든 일본인이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고 썼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을 손타쿠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30년 지기의 당선을 보는 게 소원’이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뜻을 헤아려 청와대 참모들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혐의다. 지난해 11월에야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 친인척에게 4년에 걸쳐 부당 대출을 해준 사건이 적발됐다. 손 전 회장의 친인척이 전·현 대표 또는 대주주인 법인들이 서류를 누락해도, 담보가 부족해도 대출을 받았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어제 “부당한 지시, 잘못된 업무처리 관행, 기회주의적인 일부 직원들의 처신, 여전히 허점이 있는 내부통제 시스템”을 사건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부당 대출을 초기에 적발하지 못해 일이 커졌을 것이다. 손타쿠는 조직을 부패시킨다. 맹목적 충성심과 강력한 아첨이 아니라 원리원칙에 따른 실행을 높이 평가하면 손타쿠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우리 사회와는 거리가 먼 듯하니 걱정이다.
  • [씨줄날줄] 압록강 행진곡

    [씨줄날줄] 압록강 행진곡

    ‘나가 나가 압록강 건너 백두산 넘어가자.’ 일제강점기 중국에서 활동한 독립군이 부르던 ‘압록강 행진곡’의 일부다. ‘압록강을 건너고 백두산을 넘어서’ 회복해야 하는 땅은 당연히 한반도다. 나라 밖에서 나라 안으로 ‘진격’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유일한 노래일 것 같다. 작곡자는 한국광복군 중교(中校·중령) 한형석(1910~1996)이다. 의사인 그의 아버지는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중국혁명군 구호의장(救護醫長)이 됐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한형석도 예술대학을 졸업한 뒤 항일 가곡과 군가를 독립군과 중국군에 보급하는 데 힘썼다. 1940년 창설된 한국광복군 총참모장 이범석은 “조국은 우리의 피로 찾아야 한다”며 ‘국기가’(國旗歌)를 썼다. 당시 광복군 예술부장이던 한형석은 이범석의 가사로 군가를 만들었다. 그의 독립군가는 ‘광복군 제2지대가’, ‘조국행진곡’, ‘아리랑행진곡’으로 이어졌다. 특히 한국인의 독립투쟁을 줄거리로 만든 항전가극 ‘아리랑’은 우리말 가사였음에도 순회공연이 이루어진 지역에선 중국인 주민들까지 ‘아리랑’ 노래를 흥얼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한형석은 중국 최초의 아동극장을 창설하기도 했다. 최초의 종합가극 ‘리나’는 나라를 잃은 폴란드 음악가가 어린 딸과 바이올린을 켜고 춤을 추면서 독립운동을 하는 내용으로 극찬을 받았다. 광복 후 고향 부산으로 온 그는 6·25전쟁 직후 자유아동극장을 설립, 500차례 남짓 공연을 열어 12만명이 넘는 어린이들이 무료 관람토록 했다. 이 극장은 저녁에 되면 색동야학원으로 변신해 피란지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교육 기회를 주었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이 음악으로 독립을 염원한 예술가들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9일 연다. 독립군가의 한형석과 의병가의 윤희순이 주인공이다. 광복절엔 국립합창단과 당시의 노래를 들어보는 ‘대한 독립이로다, 대한 동포로다’ 공연도 이어진다. 가족과 함께 광복 79주년을 가장 뜻깊게 보낼 수 있는 기회일 듯싶다. 서동철 논설위원
  • [신간] 29년 기자의 노하우로 바른 우리말을 알려드립니다.

    [신간] 29년 기자의 노하우로 바른 우리말을 알려드립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쓰고 적고 있는 우리 말 중 맞춤법이나 어원 등이 모호하거나 틀린 것이 많다. 특히 SNS, 메신저, 이메일 등 누구나 글을 쓰는 시대다. 그만큼 쉽게 쓰고 쉽게 틀리는 우리말을, 29년간 언론사 교열기자를 지내며 기사 속 오류를 잡아내 온 노경아 작가가 생활 속 이야기와 함께 편안하게 바로잡는 책을 펴냈다. 그가 쓴 ‘어른을 위한 말 지식’은 어문 규칙이나 문법적 설명으로는 도통 익히기 어려웠던 우리말을 재미있는 어원과 생생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여 쉽게 이해되고, 고운 우리말을 만나는 기쁨도 함께하는 책이다. 늘 쓰는 말 중에 헷갈리는 단어들의 구분, 잘못 쓰는 한자어의 예, 고운 우리말 소개, 사이시옷과 띄어쓰기에 대한 생각까지, 막연하고 모호했던 우리말 지식이 보다 분명해지는 즐거운 경험이 펼쳐진다. 또한, 각 장의 도입부에 마련된 쉬운 듯 어려운 맞춤법 퀴즈는 독서의 즐거움을 더한다. 우리말의 최전선에서 29년의 시간을 쏟아온 저자의 지식과 통찰을 누구나 알 수 있는 쉬운 언어로 써내려간 이 책은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어른’들을 깊고 넓은 교양의 세계로 이끌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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