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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열린세상] 한일 FTA 협상의 또다른 전략/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지난 8월23∼25일 경주에서는 제5차 한·일 FTA협상이 개최되었다.2003년 12월 제1차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의 협상이 서로의 입장을 탐색하고 확인하는 예선 경기였다면,올 하반기 상품 양허안 교환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본선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평균 실행관세율이 2∼3%,우리의 평균관세율이 8% 내외인 상태에서 동시에 관세가 철폐되면 대일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특히 작년 한 해 동안의 대일무역적자가 190억달러,금년 1∼7월중 적자가 145억달러로 작년동기보다 38%나 확대된 상황에서 한·일 FTA로 초래될 대일 적자 확대는 우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양자간 무역 협상은 양국 모두에 실익을 가져오는 윈윈(win-win) 게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적인 상품양허 분야에서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시에도 관세철폐 이외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득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 왔다.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의 비관세장벽 해소에 관한 것이다.현재 양국은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협상그룹 내에 비관세조치분과를 설치하고 의제를 발굴,논의 중이다. 일본의 비관세장벽은 우리 대일 교역기업들의 지속적인 애로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이번 한·일 FTA 협상으로 비관세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마련되었으므로 의제 발굴 및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비관세장벽 해소와 함께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실익을 챙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일본의 서비스 시장 진출이다.과거의 FTA가 상품에 대한 관세철폐에 중점을 두었다면,최근의 FTA는 상품 이외에 서비스 시장 개방도 역점을 두고 있다. 가까운 예로 현재 진행중인 일본·필리핀,일본·태국간 FTA 협상에서 필리핀과 태국은 일본에 대해 서비스 시장,특히 인력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필리핀은 간호인력 및 보모,태국은 간호인력 및 안마사 등의 일본 진출 확대를 통해 관세철폐에 따른 불리함을 만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협상 초기에는 다소 난색을 표명했으나 현재 제한적이나마 인력 수용 확대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러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는 한·일 협상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일본에 진출 가능한 서비스 분야는 대표적으로 건설시장,연안운송,인력이동,정부조달 등을 꼽을 수 있다.현재 진행중인 우리나라 IT 인력의 일본 시장 진출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으며,한·일 FTA를 통해 우리의 우수 인력들이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다만 지금까지 상품분야에 비해 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 및 양국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실정인데 지금부터라도 각 분야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일본의 대일 투자 확대를 통한 국내 부품산업의 경쟁력 향상,양국 중소기업 협력사업 확대,공동연구 개발을 통한 기술이전 등 다양한 산업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일 FTA 협상의 예선전을 거치면서 우리 업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보다 방어적인 전략 모색에 집중해왔다.그러나 본선을 앞둔 상황에서 방어 전략만으로는 우리가 실익을 얻기 힘들며,보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발굴하여 요구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논술 비타민] 미디어가 폭력이라니?

    [논술 비타민] 미디어가 폭력이라니?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오른쪽 두 예시문에 나타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바람직한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2004 서강대 논술고사 대비 예시 문제) (1) “산업세계의 정권들,너 살덩이와 쇳덩이의 지겨운 괴물아.나는 마음(Mind)의 새 고향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왔노라.미래의 이름으로 너 과거의 망령에게 명하노니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네게는 우리의 영토를 통치할 권한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뽑은 정부가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그래서 자유가 명하는 대로 네게 말하겠노라.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전지구적인 사회 공간은 네가 우리에게 덮어 씌우려는 독재와는 무관한 것이다.너는 우리를 지배할 도덕적 권리도 없고 우리가 무서워할 만한 강제적인 방법도 갖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시민의 동의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력을 얻는다.너희는 우리의 동의를 얻지도 않았고 부름받지도 않았다.우리가 너희를 언제 초청했느냐? 너희는 우리에 대해서도 우리의 세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사이버스페이스는 너의 관할권 바깥에 있다.사이버스페이스를 마치 공공 건설 사업쯤으로 생각하여 너희가 그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너희는 만들 수 없다.사이버스페이스는 자연의 움직임이며 우리의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너희는 우리의 위대한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우리 시장의 부를 만들지도 않았다.너희는 너희의 법률이 얻는 것보다 훨씬 질서정연한 우리의 문화와 윤리,불문법에 대해 모른다. 너희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으니 너희가 개입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너희는 우리 구역에 침범하기 위한 구실로 이런 주장을 사용한다.하지만 그런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진정으로 갈등이 있는 곳,문제가 있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찾아내어 우리의 방법으로 그것을 밝히겠다.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의 사회 계약을 만들고 있다.이러한 집행은 너희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세계의 조건에 따라 생겨날 것이다.우리 세계는 너희의 세계와 다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웹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의 물결처럼 계약과 관계 그리고 사유 그 자체로 이루어진다.우리의 세계는 모든 곳에 있으면서 아무 곳에도 없지만 우리의 육체가 거하는 곳은 아니다.우리는 인종,경제력,군사력,태어난 곳에 따른 특권과 편견이 없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다.우리는 비록 혼자일지라도 침묵과 동조를 강요당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어디에서나 그의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다.너희가 생각하는 재산,표현,정체성,운동,맥락에 관한 법적인 개념들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그것들은 물질에 기반 하는데 사이버스페이스에는 아무런 물질이 없다.우리의 정체는 너희와 달리 육체가 없기 때문에 물리적 강제력으로 질서를 만들 수 없다.우리는 윤리와 개명된 자기이해,그리고 공공복지에서 우리의 정체가 나타나리라 믿는다.우리의 정체는 너희의 관할권을 건너 퍼질 수 있다.우리의 선거인 문화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법률은 황금률이다.우리는 이 근거에서 우리의 특수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중략)… 너희의 진부한 정보산업이 미국이나 다른 곳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설권을 확보한다고 주장하는 법률을 제안함으로써 자신을 존속시킬 수 있다.이들 법률은 아이디어를 쇳덩어리와 똑같이 취급하여 이것이 또 하나의 산업 생산물이라고 주장할 것이다.우리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복제되고 아무런 비용 없이 무한히 배분될 수 있다.사고가 전 지구적으로 퍼지는 것은 너희의 공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날로 늘어가는 적대적이고 식민지적인 조치들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를 사랑하고 스스로 결단했던 자율적인 우리의 선조처럼 먼 곳에서 온 제복의 권위를 거부하도록 만든다.비록 우리가 우리의 육체에 대한 너희의 지배를 받아들이지만 이제 너희의 지배에 견딜 수 있는 우리의 가상 주체를 선언해야 한다.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구 전체로 퍼뜨려 아무도 우리의 생각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마음의 문명을 건설할 것이다.그것은 너희 정부가 이전에 만든 것보다 더 인간적이고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다. (존 페리 바를로,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서) (2) 1.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우리 시대의 가장 큰 오해는,기술은 생명이 없는 인공의 산물이기 때문에 아무런 치우침도 없다는 생각이다.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의도적이든 아니든 기술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편향을 담고 있다.모든 기술적 도구들은 그 이용자들에게 세상을 보는 특정한 틀과 다른 사람과 반응하는 방식을 제공한다.여러 기술에 깃든 편견을 고려하고,그것이 우리의 가치관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2.인터넷은 혁명적이지만,유토피아를 약속하지는 않는다.인터넷은 개인과 단체,기업,정부 등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다.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면서,인터넷의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 세계를 닮아가고 있다.따라서 인터넷의 장점만큼 그것의 뒤틀어지고 악의적인 면모에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3.정부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사이버스페이스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물론 이곳의 새로운 규칙과 관례를 존중하고,섣불리 비효율적인 규제나 검열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그러나 기술 표준과 사생활 보호 문제 등은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 논리에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이다. …(중략)… 6.정보는 보호받아야 한다.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창안자가 주도권을 갖고 자신의 지적 산물을 통제해야 한다.그를 위해 낡은 저작권법은 수정 보완돼야 한다. (www.technorealism.org). 1.사오정 올림픽 폐인되다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저팔계는 사오정의 초췌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올림픽 때문에 그렇지 뭐! 누구 말마따나 왜 그리스에서는 축구를 새벽에 하는지 모르겠어.헤헤헤!” 사오정의 우스갯소리에 저팔계도 따라 웃었다.“너도 그 방송 봤구나.어쨌거나 유럽 쪽에서 경기하면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치게 돼서 좀 그렇더라.오죽하면 ‘올림픽 폐인’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냐?” “맞아.새벽까지 경기 보고 인터넷으로 관련 소식 검색하다 보면 금방 날이 샌다니까.” 사오정은 연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그래도 우리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잖아.탁구만 해도 김택수 코치가 후배에게 국가대표를 양보한 거 하며,유승민 선수가 6전 전패였던 상대를 결승에서 만나 불굴의 의지로 이긴 거 하며….” 사오정은 아직도 감격을 못 잊은 듯 주먹을 불끈 쥔다.“너도 완전히 올림픽 폐인 수준이구나.금메달을 따는 장면들도 재미있지만 메달은 못 땄었어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해 세계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도 참 보기 좋더라. 이때,삼장 선생이 들어 왔다.“자,오늘도 문제를 하나 풀어볼까? 그런데 사오정 너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구나.무슨 일 있니?” 올림픽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삼장 선생은 혀를 차며 말했다.“시험을 앞둔 녀석이 한가하기도 하구나.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좋다마는 너무 빠지면 텔레비전의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렴.” 둘은 삼장 선생이 준 문제를 열심히 풀었다. 2.삼장,논점을 설명하다 “잘들 썼구나.이 문제는 두 예시문에 나타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바람직한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것이다.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보면,우선 각 예시문에 나타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 차이가 정리되어야 한다.첫째 글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를 현실의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치외법권의 공간’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국가의 역할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반면 둘째 글은 사이버스페이스가 무질서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히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이런 점을 제시한 후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면 될 것이다. 이 문제에서는 세 가지 관점의 답변이 가능하다.하나는 (1)의 견해처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국가의 역할이 불필요하다는 답변이고,둘째는 (2)의 입장과 같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셋째는 양자를 절충한 답변이다.가능한 답변의 방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입장에 관한 뒷받침을 논리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다. 사오정은 인터넷을 즐기는 ‘올림픽 폐인’답게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국가의 역할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인데,비교적 논리적 뒷받침을 잘 하고 있다.저팔계는 양자의 입장을 절충해야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썼는데 어설픈 중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두 답변 모두 일리가 있는 내용이다.하지만 이 문제의 경우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묻고 있으므로 국가의 역할이 불필요하다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오정의 답변보다는 양자를 합리적으로 절충해 나가야 한다는 저팔계의 답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구나.사실 두 제시문의 입장은 극단적인 해결 방안이기 때문이다.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저팔계의 답변 내용이 좀더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이미 저작권 보호 문제,유해한 정보의 유통 문제,개인정보의 유출 문제 등 여러 병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가 저절로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따라서 당장에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완화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한 것이며,현실적으로 국가만큼 이런 역할에 적합한 경우도 드문 점을 감안하면 국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줄 필요는 있다고 하겠다.다만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사이버스페이스의 최대 강점인 자유가 제한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이 이런 장점을 약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저팔계의 답변은 이런 점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3.삼장 선생 아쉬워하다 “참! 말이 나온 김에 정보화 시대와 관련해서 미디어 문제는 꼭 한 번 정리해 두기 바란다.아까 ‘올림픽 폐인’이라는 말이 나왔는데,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미디어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사오정은 올림픽을 즐겼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운동 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방송이 올림픽 경기만을 중계해 주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기는 결과가 된단다.결과적으로는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봐라.’하고 강요하는 셈이다.사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이런 스포츠 중계를 이용해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희석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었단다. 최근 소위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디어가 국가 사회는 물론이고 개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대통령 탄핵 사태이다.탄핵에 좌절한 의원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방영됐고,이는 탄핵을 주도한 정당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정보의 전달 매체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이러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는 그 자체로서 또 하나의 권력을 지니게 되는데,이러한 권력이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경우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특히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한 뉴미디어의 출현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함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그만큼 논술 고사에서도 중요하게 취급될 소지가 높다.꼭 논술 고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디어 폭력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감시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될 것이다.따라서 미디어의 특성이나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가 갖는 그 의미와 한계 등을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단다.” 4.사오정,텔레비전을 끊다? “선생님,저 오늘부터 텔레비전 안 볼 생각입니다.” 사오정의 말에 삼장 선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그럼 네가 좋아하는 올림픽은 어떡하고?” “헉!” 사오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번 올림픽은 이왕 보기 시작한 거니까 이번 올림픽까지만 보고 다음에는 안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허허! 그래 한번 보자.정말 텔레비전을 안 보나.그리고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데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네가 미디어의 폭력성에 은연중에 물든 것 아니냐? 지나치게 자극적이니 말이다.허허허!” 사오정은 쑥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사실은 자신 없어요.텔레비전 없이 어떻게 살아요.” “네가 그러면 그렇지.아예 텔레비전하고 살아라.살아.” 삼장 선생과 저팔계는 박장대소했다. 다음 주에는 ‘그래도 인간인데?’라는 제목의 강좌가 진행됩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중국 상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광둥(廣東)성의 인구만 해도 7800만,쓰촨(四川)성의 인구는 1억이 넘는다.이들은 서로 언어도 다르다.따라서 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수많은 민족,종교,문화를 상대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각지 상인들의 독특한 성격과 기호,문화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말도 물도 다른 중국… 상인들도 지역마다 달라 중국 신지식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천관런(陳冠任·36)은 그의 저서 ‘중국 각지 상인’(강효백·이해원 옮김,한길사 펴냄)에서 이렇게 주장한다.기본적으로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중국 사람들,특히 중국 상인을 대할 때는 그 어느 나라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이른바 지피지기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책은 중국의 24개 주요 성과 대도시,경제특구,행정특구로 나눠 중국 상인의 기질과 관습을 소상히 밝힌다. 중국 속담에 “한 지역의 물이 그 지역의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땅이 넓은 만큼 각 지역마다 지리적 환경과 역사가 달라 사람들의 기질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책은 먼저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부터 다룬다.상하이는 ‘바다로 나아가자(上海).’라는 이름의 뜻대로 중국 대륙 1만 8000㎞의 해안선 한가운데에 있다.중국 사람들은 상하이라는 창문을 통해 서양을 바라보고,서양인들 또한 상하이의 눈을 통해 중국을 체험하고 인식해왔다.중국 전통문화와 계획경제의 흐름을 무시할 만큼 자유분방한 국제도시가 바로 상하이다.그러면 상하이 상인들은 어떤 기질을 갖고 있을까.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해온 상하이 상인들은 계산적이고 치밀한 성품과 실용주의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까다롭게 따지고 확인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엄격히 지키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저자는 상하이 상인에게는 매판(買辦,외국 상관이나 영사관 등에서 중국상인과 거래할 때 중개역으로 고용한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그것은 오늘날 ‘신(新)매판’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벌과 신분을 중시하는 베이징 상인 ‘황궁의 발치’에 있는 베이징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장 정치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다.일찍이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가 “베이징의 일반 서민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벼슬에 눈이 먼 ‘관료광’이다.”라고 개탄했을 정도다.상인들도 관료적인 풍모를 띤다.정치에 민감한 베이징 상인의 특징은 협상 상대방의 문벌과 배경,신분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은 누구나 체면을 중시한다지만 둥베이(東北) 사람들의 체면의식은 남다른 데가 있다.둥베이 상인들은 전형적인 중국 북방 기질을 지니고 있다.체면이 서는 일이라면 터진 바지 밖으로 엉덩이가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방하다.하지만 이곳에서 사업할 때는 자신만만한 그들의 ‘허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통이 큰 만큼 그들의 속임수 또한 대담하기 때문이다. 광둥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어떤 격식에도 구애받지 말고 돈을 벌라.”는 것이 그들의 격언.하늘을 흔들어서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사람들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안후이(安徽) 상인은 유상(儒商)의 본고장답게 장사를 하면서도 유학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인다.한 손으로 돈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붉은 관모’를 쓰려 한다.불이익은 참아도 불의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옛 유상의 상도와 선비의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들은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를 한다.‘주상야독(晝商夜讀)’인 셈이다.그런가 하면 쓰촨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해 경쟁 자체를 꺼린다.거래에서도 군자의 품위를 지키려 하며 한번 속인 사람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중국에는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제일 먼저 후난(湖南)이 어지러웠다.”는 말이 있다.그만큼 후난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다.후난 상인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며 반응도 빠르다.저자는 역사적으로 후난에는 상인은 있어도 동향 상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상방(商幇)은 없다고 말한다.책은 이밖에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바닷나루’이자 관문인 톈진(天津) 상인의 선비 같은 기품,잔꾀를 잘 부리고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내세우는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溫州) 상인,한약재의 집산지로 유명한 산시(陝西) 상인 등의 면모도 소개한다. ●中상인 공략하려면 지역별 세분화 필요 중국의 상인들은 예로부터 ‘상인종(商人種)’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상술을 갖고 있다.책은 지금이야말로 중국 상인에 대해 ‘세분화’전략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추상적이고 표준적인’ 중국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역화된’ 중국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그들을 바로 알지 못하면 “잘 익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가버린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친분을 쌓을 수도,장사를 하기도 어려우며 애써 성사시킨 거래마저 자칫 허공으로 날려보내기 십상이다.이 책은 중국의 경제·역사 전문작가가 중국 전역 상인들의 특성과 기질을 분석한 최초의 조사 보고서란 점에서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하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4) 강진만에서 ‘경세유표’를 곱씹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4) 강진만에서 ‘경세유표’를 곱씹다

    여름이 끝나가는 전남 강진만의 구강포를 굽어보며 200여년 전에 살았던 한 선비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위당 정인보 선생이 말했던가.다산 정약용은 조선 사회의 총체적 연구 과제라고.바다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예외없이 우리는 다산과 만나야 한다.200여년 전 19세기 초반의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불패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생애의 결정적 대목을 남도 바닷가의 귀양살이로 채운 이 불우한 ‘천재’의 행장(行狀)에 관하여 후인들은 깊은 경의를 표하곤 한다.그러나 그 ‘천재’가 해양정책 분야에서까지 탁월한 견해를 드러냈다는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해양에 주목한 그의 예지를 재론하고자 강진만까지 찾아든 것이다. ●바다까지 아우른 다산의 학문 물 비린내와 개펄 냄새가 해조음에 섞여 묘한 음색을 자아내는 강진만 하구 구강포(九江浦).아홉골 물길이 모여 만든 구강포,‘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구십포(九十浦)로 기록된 곳이다.전남 3대 강의 하나인 탐진강은 보림사가 있는 장흥 유구를 거쳐 강진 읍내를 적시며 구십포로 흘러든다.워낙 뭍으로 깊게 혀를 내민 만인 데다 간척까지 이뤄져 지금은 바다인지 강인지 경계조차 애매하다.구십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송하훈(51) 강진문화원 사무국장은 거침없이 읍내 고층 아파트로 이끈다.아파트 옥상에 서니 구강포가 끄트머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거듭된 간척의 결과다. 구강포는 탐라로 가는 지름길이자 인근 대구면의 고려청자를 배로 실어내던 외길 항로였다.걸작 청자를 쏟아냈던 곳.600여년 동안 단절된 기예가 복원돼 ‘청자마을’로 기지개가 한창이다.바닷길이라는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왜 개성에서 천리가 넘는 궁벽진 이곳에 도요지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칠량의 봉황마을을 찾아드니 감개가 무량하다.바닷가에 바짝 붙어 옹기점이 눈에 띈다.전국에서 바닷가에 있는 유일한 옹기점이다.‘봉황 옹기’로 불리는 이곳 옹기는 곧바로 배에 실려 제주도나 인근 도서로 팔려 나갔다.이렇듯 고려청자와 봉황옹기는 오로지 구강포를 둘러싼 바닷길과의 연관으로만 설명된다. ●‘삼면이 바다이나 국가에는 득이 없다’ 이런 사실을 구강포가 굽어보이는 곳에서 18년이나 살았던 정 다산이 모를 리 만무하다.그도 오늘날 횟집촌으로 변한 마량포구를 거닐었을 것이며,칠량의 청자마을과 만덕산의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에 이르는 호젓한 오솔길,초당 아래 귤동마을도 자주 오갔을 것이다.그러면서 갇혀 산 18년 동안 겨레를 위해 땀흘리지 않았겠는가. 역사는 더러 우연의 소산이기도 하다.하필이면 다도해 연안으로 쫓겨온 덕분에 그의 바다를 읽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알려져 있듯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은 영암에 뿌리를 둔 월출산 아래 성전쯤에서 길이 엇갈렸다.형은 남서쪽으로 내려가 우이도를 거쳐 흑산도에 유배됐으며,동생은 남동쪽 강진만의 백련사 인근에 갇혀 살았다.형은 흑산도에서 ‘장대’라는 어부를 만나 불후의 수산서 ‘자산어보’를 남겼고,동생은 강진만을 굽어보면서 쓴 ‘경세유표’ 속에 원대한 해양방책을 녹여 넣었다. 500여권의 방대한 편질(篇帙)을 남긴 다산의 저술에서 ‘경세유표’는 단연 압권이다.1표2서(一表二書) 중의 하나로,강진 유배생활(1801∼1818)의 마지막 전해(1817)에 저술하였다.다산은 유표에서 해양에 관한 원대한 뜻을 펼쳐보이며,유원사(綏遠司)라는 해양 총괄기관의 설치를 주창한다.오죽했으면 경세유표에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나 어염(魚鹽)에 대한 이득은 모두 사삿집에 돌아가고 국가에는 하나도 득이 없다.’고 했을까. ●조정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 비판 이런 현실을 너무 잘 아는 그는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 어민과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도서의 처지를 살펴 해양경영론을 제기하며 조정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책을 아프게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그는 ‘나라 땅이 편소하여 북은 2000여리,남은 1000여리에 불과함’을 지적하면서 ‘오직 서남쪽 바다 여러 섬,그중 큰 것은 둘레가 100리나 되고 작은 것도 40∼50리는 된다.’고 말한다.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별이나 바둑판처럼 벌려 있고,작고 큰 것이 서로 끼어 있어 수효가 대략 1000여개인데 나라의 울타리다.개벽 이래 조정에서 사신을 보내 이 강토를 다스리지 않았다.그러므로 바닷가 고을끼리 각자 자력으로 서로 부리고 붙여서,강한 자는 많이 차지하고 약한 자는 적게 얻는다.한 무더기 푸른 산이 분명 고을 앞에 있는데 그 소속을 물으면 수백리 밖의 아주 먼 고을을 말한다.또 명목은 고을에 예속되어 있으나 실상은 딴 곳에 종속되어,혹은 궁방(宮房)이 세금을 뜯어갔고,혹은 군문(軍門)이나 고을 토호가 착취했다.간사한 짓이 사방에서 나와 제멋대로 백성을 토색질한다.’ 이처럼 문란한 풍조,신라·고려 때부터 이어진 오랜 구악(舊惡)의 유래를 그는 간파하고 있었다.다산은 ‘내가 오랫동안 바닷가에 있었으므로 그 실정을 익히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18년간 어민과 호흡하며 방략 구상 유원사를 세워 온 나라의 섬을 직접 관장,민중의 질곡을 없애자는 대안까지 제시한다.섬의 세금을 직접 유원사에 바치게 해 관할 고을의 간섭과 혈세의 낭비,어민들의 질곡을 피하고자 하였다.이런 앞선 국가경영의 책략이 무능한 조정에 의해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나라의 재력이 빈약한데 무엇으로 관직을 증설하느냐.’는 반박을 짐작한 듯 이런 견해도 준비했다.‘섬은 우리나라의 그윽한 수풀이니 진실로 한번 경영만 잘하면 장차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그의 해양방략은 하루아침에 구상된 것이 아니라 18년여란 세월을 강진만의 어민들과 벗하면서 숙성시켜 구체화한 것이다.그가 얼마나 어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섰는가는 그가 남긴 시어(詩語)에서도 산견된다.가령 탐진어가(眈津漁歌)에 등장하는 궁선(弓船)은 활선,맥령(麥嶺)은 보릿고개,고조풍(高鳥風)은 높새바람,마아풍(馬兒風)은 마파람을 뜻하는 것들이다.한문투긴 하지만 민중의 토속언어를 끌어들였으니,당대 언어의 ‘종다원성’을 확장시켰다는 점뿐 아니라 해양방략이 민중의 삶에 근거한 이론임을 설명하는 명쾌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우리는 여기에서 탁상물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실천학문의 예증을 본다. ●다산의 정책이 받아들여졌더라면… 다산은 북방에 뒤지지 않는 변방 외번(外藩)으로서 남방의 섬을 중시했다.올바른 해양경영으로 온갖 물산이 산처럼 쌓이는 풍경을 다산은 그때 이미 예견한 것이다.그러나 옹졸한 세계관에 갇혀 살던 봉건왕조는 국방·경제·수산의 근본이 될 종합 해양정책을 망라한 다산의 해양방략을 수용하지 않았다.경세유표조차도 먼 훗날에야 일반에게 알려졌을 정도이니 말해 무엇하랴. 유럽의 경우 기록적인 항해나 대규모 약탈의 이면에는 국왕이나 자본가,심지어는 왕비나 호사가 등 든든한 후원자들이 즐비했으나 내 땅의 바다라도 잘 다스리자는 이 뜻깊은 방책에는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경세유표를 쓴 1817년으로부터 불과 26년여 뒤인 1843년 중국에서는 50여권의 방대한 ‘해국도지(海國圖志)’가 출간된다.이는 1839년 아편전쟁에서 해양제국 영국에 패한 뒤 남경조약에 따라 홍콩과 구룡반도를 영국에 할양하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제시된 대응책이다.서구 열강의 서세동점은 서구 제국주의 침략의 본격화를 의미했으니,해양제국의 침략을 예감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영토조차 장악하지 못한 슬픈 왕조의 자화상을 경세유표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돌이켜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거니와 결국 이 땅이 일본을 위시한 해양세력에게 유린당하고서야 그를 다시 생각한다는 사실이 새삼 아프게 폐부를 저민다.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지금도 ‘그때 그의 도서경영론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21세기 바다경영의 지혜 배워야 지금도 민감한 국제 해양질서의 도전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가 200여년 전에 주창한 해양방략의 경륜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곱씹어야 하리라. 따지고 보면 노르웨이령 북극에 ‘다산기지’가 존재함이 우연은 아니다.해양연구원(KORDI)에서 북극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해양학자를 파견해 본격적 북극탐사를 시작하면서 명명한 ‘다산’이라는 기지명은 탁월한 선택이다.혹자는 다산과 바다가 무슨 관계냐고 묻겠지만,수많은 실학자 중에서 그처럼 명료하게 해양방책을 제시한 사람이 또 누구인가. 필자는 그의 ‘미완의 해도경영론’을 21세기 바다경영의 기본 노선으로 받아들일 것을 감히 주창한다.또 ‘어제 같은 옛날’을 살았던 다산에게서 과거를 거울 삼는 감고계금(鑑古戒今)의 배움을 청한다.강진만에서 다산을 만나면서 내내 보듬고 있었던 화두는 ‘이 많은 섬들을 어찌할 것인가.’하는 고민이었다.다시 공무원들이라도 먼저 ‘경세유표’를 찬찬히 되읽어 다산으로부터 변방의 섬들이 번성해 국력의 영화로 이어질 해양방략의 지혜를 얻어야 하리라.
  • [열린세상] 고구려사 왜곡, 그 근본적 대응책/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관한 충격적인 보도가 거의 날마다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아직도 일본의 역사왜곡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앞뒤에서 협공을 당하는 꼴이 되었다.게다가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왜곡의 정도나 수위가 오히려 일본보다 극심하다.중국은 그동안 일본의 역사왜곡에서 우리와 같은 피해자로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었기에 더욱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우리는 즉시 중국의 역사왜곡의 저의를 파악하고 근본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와 수교한 직후부터 정부 산하의 학술기구인 중국사회과학원을 주축으로 역사왜곡을 획책하였다.그들은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화하여 아주 조직적으로 우리의 고대사인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송두리째 가로채려 기도하고 있다.중국의 이러한 역사왜곡에는 대내외적으로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포석이 다양하게 깔려있다는 점을 먼저 간파해야 한다.우선 대내적으로 볼 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가 내부에 확산되면서 체제 유지와 안정을 위해 국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이같은 국가주의는 애국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을 통해 국가적 정체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동북공정’도 바로 그러한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동북공정’에는 중국이 동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하고 나아가 국제무대에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패권주의적인 야심이 담겨 있다.특히 해양세력인 일본의 확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동아시아에서 리더십을 확립하겠다는 것이 1차적 목적인 것이다.통탄스럽게도 현 강국들의 힘겨루기가 과거 우리의 고구려사를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격이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은 역사왜곡을 쉽사리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앞으로 그것을 더욱 심화하고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늦은 감은 있으나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하는 동시에 북한과도 연대하여 공동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하지만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특히 아래의 몇 가지 사항들은 반드시 참작하여 대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먼저 고구려사 왜곡이 정치문제로 불거졌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학문적인 저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역사의 요체는 문화전통이다.따라서 고구려가 우리 민족의 국가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의 저변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언어학,고고학 등 주변 인문학을 총동원해 학술적인 면에서 설득력을 강화해야만 한다.이를테면 국어사적인 측면에서 고구려어의 특성을 밝힌다면 그것이 백제어,신라어와 동질적 관계이고 중국어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분명히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방법이 중국이 자행하는 역사왜곡의 허점을 잡아내고 그들의 억지 논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고구려사를 포함한 국사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문민정부 이후 제도권 교육에서 국사과목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심지어 대학에서는 국사가 교양필수에서 그저 흥밋거리나 제공하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해 버린 지가 오래다.이러다 보니 ‘국민의 집단기억’을 담고 있어야 할 국사교과서마저도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이 자주 지적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지구상에 자국사가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민적 대응이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끝으로 고구려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를 국제사회에 보급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전이 시급하다.고구려사가 한국고대사라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인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동북아 역사전쟁에서 우리는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그 결과로 자국의 역사마저도 타국에 송두리째 강탈당하는 비극적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 케리, 될성부른 떡잎?

    케리, 될성부른 떡잎?

    ●케리관련 서적 3권 나란히 출간 2004년 11월 조지 부시와 존 케리의 맞대결로 압축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사다.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의 움직임,나아가 세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상황 또한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남의 나라 잔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우리로서 두 후보,특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케리 후보의 삶과 정치철학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존 케리 관련 책들은 그런 점에서 주의깊게 읽어볼 만하다.케리가 직접 쓴 ‘존 케리 도전과 선택’(정하용 옮김,시공사 펴냄)을 비롯,보스턴 글로브지의 고참기자들이 심층 취재를 통해 쓴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본 존 F.케리’(마이클 크래니시 등 지음,손정인 옮김,지식의 날개 펴냄),국내 저자의 ‘존 케리-새로운 미국의 선택인가’(고승욱·하윤해 지음,위드북스 펴냄) 등 세 권이 우선 꼽힌다. ●“나는 여러 분야에 능통한 고슴도치형” 케리는 자신의 책에서 “모든 지도자는 한가지 일에 대해서만 잘 아는 고슴도치형이거나 모든 일에 대해 조금씩 알고 있는 여우형”이라고 전제,자신을 “여러 분야를 전전한 고슴도치형”으로 규정한다.베트남전쟁 후에는 제대군인 문제를,검사로서는 범죄문제를,부주지사 시절에는 경제성장 이슈를,그리고 미국 정치의 꽃인 상원의원으로서는 외교정책·의료·정보·국방·마약·교육과제 등을 다루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이다.자신을 ‘정책벌레’로 여기지는 않지만 ‘국가의 부름’에 응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케리는 세가지 근거를 들이대며 부시 대통령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워싱턴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거듭된 공약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가장 당파적인 행정부를 이끌고 있으며,대통령과 측근들은 신중한 견해 차이까지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하며 정당에 대한 복종과 애국심을 일치시키고 있다는 것.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와 정의를 베푸는 ‘인정있는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와 ‘책임시대(responsibility era)’를 구현하겠다는 공약도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한다. ●정치적 기회주의에 끌려간다는 비판도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본 존 F.케리’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의 자회사인 보스턴 글로브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것이다.민주당의 메카이자 케리의 정치적 고향인 보스턴에 본부를 둔 보스턴 글로브에 실렸던 것이지만 균형잡힌 시각으로 냉정하게 씌어졌다.책은 케리를 양면성을 지닌 인물로 묘사한다.케리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외교관의 아들이지만 마치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등장하는 땅 없는 귀족처럼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여겼다.시류에 휘말리지 않지만 정치적인 기회주의에 끌려가는 정치가라는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고상하고 주의깊은 성격임에도 전쟁에 대해서는 대담한 면이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케리가 예일대 시절 토론 챔피언이었던 경험이 그의 조직적이고 꼼꼼한 정책결정과정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밝힌다. ●케리 대북정책은 핵·인권 등 포괄 ‘존 케리-새로운 미국의 선택인가’는 외교안보,경제,사회 등 각 분야별로 케리의 정책을 다룬다.케리는 한반도 문제,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핵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한국 문제를 다루는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케리의 대북정책은 크게 북·미 양자회담과 6자회담의 병행,핵문제와 재래식 병력의 배치,마약,인권문제 등을 모두 다루는 포괄적인 의제 논의로 요약된다. ●오락가락 ‘양면성의 정치인’ 케리는 종종 ‘양면성의 정치인’이란 말을 듣는다.케리는 군사적 팽창을 거부하면서도 군사력 증강을 앞세운 안보공약을 내세운다.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동성애자 시민결합을 찬성하면서도 동성결혼 자체는 반대하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다.자신이 가톨릭 신자이면서 낙태를 찬성하는가 하면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반대하면서도 중산층에게는 세금을 줄이겠다고 약속한다. 민주당 주류를 잇는 진보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세에 편승해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케리.그에 대한 심판은 물론 미국인의 몫이다.하지만 강력한 대권주자인 케리에 대한 연구와 대비는 우리로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굳이 ‘팍스 아메리카’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세계 패권질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남북경색 마침표 찍자/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남북경색 마침표 찍자/오풍연 논설위원

    남북 관계가 답답하다.올여름 지루한 폭염만큼이나 숨막히는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지난달 19일 열기로 했던 남북 장성급 군사실무회담이 무산된 이후 경색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북측은 이달 3∼6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도 아무 연락없이 불참했다.언제 회담이 속개될지 모르는 형국이다.북측이 무성의하게 나오다 보니 우리로서도 자의든,타의든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나올까.첫 장성급 회담에 이어 군사실무회담을 잇따라 열고 서해상에서 핫라인 등을 가동하기로 합의할 때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는 순항을 계속했다.그러나 우리 정부가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기 조문을 불허하고,동남아 A국에 머물던 탈북자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여기에 미국 하원은 얼마 전 탈북자들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원을 담은 북조선인권법을 통과시켰다.말하자면 북한의 자존심과 체제 정통성을 건드린 셈이다. 무엇보다 탈북자 문제가 북한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듯하다.북 언론의 보도를 보더라도 그렇다.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탈북자들의 대규모 입국과 관련,“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면서 “더욱 간과할 수 없는 것은 A국이 공모해 나선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그동안 쉬쉬해왔던 북한이 A국을 지목한 것은 사실상 탈북자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A국을 겨냥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앞서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는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가 탈북자들을 대량으로 끌어가는 반민족행위를 감행했다.”고 비난했었다.제3국을 공식언급한 것은 처음이다.북한은 이번에 468명이 입국한 데 대해 놀란 것 같다.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동남아 지역이 본격적인 탈북루트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A국뿐만 아니라 인근 동남아 국가들과 비정부단체들의 협조 가능성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탈북자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더 꼬여가고 있다.실제로 A국은 최근 탈북자 100여명을 중국으로 추방했다는 소식이다.자유를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그들을 다시 사지(死地)로 돌려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이는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해결할 일이다.이 문제를 제때,제대로 풀지 못하면 남북간 경색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 남북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경색국면이 계속되면 남북 모두 득될 게 없다.장관급 회담과 군사실무회담을 빨리 속개하길 바란다.거기서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 된다.따지고,해명하고,의견을 같이하면 그만이다.동족끼리 ‘기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다. 다행히 북측은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중단했던 긴장완화 작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북측은 지난 10∼11일 서너차례씩 남측 함정을 호출했다고 한다. 북측이 ‘한라산’을 먼저 부른 것은 지난 6월15일 핫라인이 가동된 후 처음이어서 주목된다.아울러 지난 8일부터는 북측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물을 제거하는 작업도 관측됐다는 것이다.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9월말에는 제4차 6자회담이 예정돼 있다.또 북한의 정권창건일인 9·9절 행사도 기다리는 중이다.그 전에 물밑 협상을 갖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경색국면의 ‘마침표’는 일찍 찍을수록 좋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고구려사 지키기] “고구려 재단의 中과 담판 기대”

    국회 교육위원회가 11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과 관련해 긴급 소집한 전체회의는 마치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교육위원들은 외교통상부와 교육부,고구려연구재단의 기관 보고를 받은 뒤 날카로운 질문으로 정부를 압박하기보다는 “중국과 한판 승부를 벌일 고구려재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격려했다.회의를 국회 본청이 아닌 서울 중구 고구려재단 사무실에서 연 것도 고구려재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나라당 소속인 황우여 교육위원장은 설명했다. 첫 질의에 나선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중국을 ‘덩치 큰 학생’에 비유한 뒤 “지금 우리 처지가 딱 그렇다.우리에 원죄를 지고 있는 일본도 아닌 중국이 덤비니 정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재외 한국인에게 한국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면서 “외국 교과서 왜곡 문제를 좀더 본격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중국을 방문했던 경험담을 길게 설명한 뒤 “기존의 역사 연구결과만 답습하지 말고,새로운 견해를 내놓는 재야 연구가에도 기회를 줘서 국가적인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며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를 재점화시켰다. 이 밖에도 “장학금 제도를 활용해 고대사를 연구할 인력을 키우는 것이 어떻겠느냐.”(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중국과 벌이는 한판 승부에서 우리의 대표선수인 고구려재단이 잘해 주시길 바란다.”(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 등 여야 의원의 기대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한편 김 이사장은 이날 “해방 이후 국내 대학에서 고구려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14명에 불과하다.”고 열악한 연구 환경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또 “중국은 칭기즈칸이 세운 원나라도 자신의 역사로 생각한다.”면서 “동북공정이 갖는 마지막 목표가 어디까지냐고 묻는다면 우리로서는 그 끝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팔봉산 제 1봉은 들머리부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쉬운길’과 ‘험한길’이라고 적힌 안내판 앞에서 선뜻 ‘험한길’을 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각자 능력과 체력에 따라서 길을 고르도록 한다.대체로 걸어서 오르는 ‘쉬운길’에 비해 ‘험한길’은 바위 사이로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도 나온다. 제2봉 오르는 길 역시 가파르고 험하다.로프와 쇠난간을 잡고 암릉을 지나면 바위 봉우리 꼭대기에 작은 사당이 하나 보인다.삼부인당(三婦人堂)이다.400여년 전 조선 선조 때부터 어유포리에 살던 이씨,김씨,홍씨 등 세 며느리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 당굿을 올린다. 팔봉산 최고봉인 제3봉은 수직 철계단을 오른 후 암릉에서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이 바위를 돌아서 오르면 표지석이 있는 정상이다.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연륜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북서쪽으로 줄지어 선 다섯 봉우리는 마치 설악산 용아장성릉의 축소판 같다.철계단을 내려가면 3봉과 4봉 사이의 안부다. 제4봉은 팔봉산 등산로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곳이다.특히 철계단을 올라선 4봉 마지막 부분은 비스듬하게 수직으로 뻗은 굴이라서 침니등반 기술을 써먹기에 좋다.그러나 몸이 뚱뚱한 사람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잘 살펴보면 돌아서 오르는 길도 있으니 절대로 무리하면 안 된다. 이 굴은 ‘산파바위’라고도 하는데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겪는 것만큼이나 통과하기 어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밑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면 그만큼 빠져나가기가 쉽다.어려움 끝에 정상에 서면 기쁨도 그만큼 크다.팔봉산을 에돌아 흐르는 푸른 강물이 백사장과 어우러져 발 아래 한 폭 그림으로 펼쳐진다. 가장 어려운 4봉을 올랐으면 5,6,7봉은 문제없다.암릉길이 이어지며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에는 로프와 철계단이 있다.7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가장 길며 우뚝 솟은 8봉이 잘 보인다.팔봉산 등산로는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다시 안부에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 길의 연속이다.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몸짓을 되풀이하다 보면 우리네 인생길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야만 산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7봉과 8봉 안부에서 하산길을 잡는 게 보통이지만 암벽 등반 경험과 장비가 있으면 8봉에 도전해 본다.그러나 체력이 약하거나 노약자,부녀자는 등반을 삼가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제8봉은 로프에 의지해서 수직 암벽을 오르기 때문이다. 8봉 꼭대기에 서면 널찍한 암반이 펼쳐져 있으며 산들바람이 시원한 그늘 드리운 노송과 더불어 반긴다. 8봉에서 하산은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급경사 구간인데다 미끄럽기 때문이다.그러나 로프가 설치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마지막 철계단에 이어 수직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강변이다.암벽 밑으로 길이 나있는데 좁은 철판을 딛고 로프에 의지해서 강물 위를 건너는 곳도 있다.발판이 없어서 쇠줄을 디딘 채 로프를 잡고 건너기도 한다. 8봉까지는 총 4㎞에 3시간이 걸린다.경우에 따라서는 30년 같은 3시간 산행이 끝나면 팔봉산 여덟 봉우리가 오랜 벗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볼거리·먹을거리 홍천읍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무궁화동산을 들러본다.남궁억 선생의 동상이 있으며 홍천이 무궁화의 고장이 된 유래를 알 수 있다.희망리 읍사무소 앞에 있는 고려시대 삼층석탑(보물 79호)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원래는 홍천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놓았다. 동면 덕치리 공작산 수타사 역시 홍천에서는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대적광전,소조사천왕상,영산회상도 등이 강원도 유형문화재다. 홍천강을 따라서 모곡유원지 밤벌유원지 등은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홍천강에는 견지낚시 명소도 즐비하다.팔봉산과 홍천강 일대에서는 잡고기매운탕 잘 하는 집이 여럿 있다.모래무지,꺽지,빠가사리 등 잡고기와 버섯,깻잎 등 야채를 넣고 펄펄 끓인 다음 수제비를 곁들인 매운탕을 뚝배기에 담아서 먹는 맛이란 정말 그만이다.4인분 3만원.홍천강 잡고기 매운탕은 팔봉산 산행과 더불어 오래도록 홍천강의 추억으로 남길 만한 별미로 꼽힌다. 윤정이네식당(033-434-3315),팔봉산시골집민박식당(434-0267),팔봉산민박호남식당(434-0678). ●가는 길 구리시 교문동 사거리에서 가평,강촌,광판삼거리와 남동진 거쳐 팔봉산까지 2시간 걸린다.홍천읍 거쳐 부사원검문소에서 좌회전,구만리 지나 팔봉산으로 가는 길은 40분 걸린다. 버스로는 상봉터미널(02-435-2129)에서 홍천을 거쳐 반곡리 팔봉산 입구까지 2시간50분 걸린다. 서울에서는 하루 40회,홍천(033-432-7893)에서는 하루 네 번 있다.팔봉산국민관광지 입장료 어른 1500원,어린이 500원.주차료 소형 3000원,중형 4000원. 산악문학인 안재홍
  • [고구려사 외교 마찰] 싱하이밍 中대사관 참사관

    주한 중국대사관의 싱하이밍 정치참사관은 6일 아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와 관련,“절차의 문제였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항간의 ‘보복설’을 강력 부인했다.이에 대해 정부의 한 당국자도 “(국회의원들이) 일반비자를 단체로 제출해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중국쪽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한·중 양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뉘앙스로 읽혀진다.다음은 싱 참사관과의 일문일답. 왜 비자를 내주지 않았나. -신청은 절차가 필요하다.시간이 걸리지 않나.본국에서 결정하는 일이다.우리로서는 내주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우리가 내주지 않고 그럴 일이 아니다.절차가 닿아야지(따라야지)…. 일반인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자 거부여서 파장이 적지 않은데. -한국 사람들 성격이 급하니까….충분한 시간도 안 주고 왜 안 내주느냐고 독촉하고 그런 거다. 예전에 국회의원들에게 ‘타이완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지 않는가.그때 ‘만약 참석하면 보복하겠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참석하지 말라고는 했지….하지만 보복 얘기는 하지 않았다.이번에 비자를 신청한 의원 가운데 타이완에 다녀온 사람은 없는 것 같던데…. 당시 정책위의장들이 갔으니 정당 차원에서 간 것으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이것과 그것이 무슨 상관있나. 한국 사람들은 고구려 역사 문제와 연관지어 이 문제를 외교 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한 어조로)분쟁은 무슨 분쟁….고구려는 고구려고 이런 일로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아무 상관 없다.양국간 현실적 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두려움은 없다/앨런 액슬로드 지음

    “우리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입니다.막연하고 이유도 없고 정당하지도 않은 두려움이야말로 후퇴를 전진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을 마비시키는 것입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1933년 3월 미국의 32대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한 이 연설은 대공황의 불안에 떨던 국민에게 커다란 용기를 줬다.당시 미국은 전대미문의 경제위기로 1500여만 명이 실업상태에 빠졌고,은행 등 금융기관이 잇따라 파산하면서 극도의 공포에 휩싸였다.하지만 루스벨트는 그런 두려움을 ‘진실을 가리는 안개’로 보았다. ●두려움은 ‘진실을 가리는 안개’일 뿐 루스벨트는 취임사를 자신의 위상을 높이는 기회로 삼지 않았다.미국 대통령이란 ‘영광스러운 짐’을 혼자 짊어지려 하지도 않았다.대신에 리더십을 약속했다.국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고,자기 결정권을 부여하고,책임을 다하는 데 필요한 수단을 제공했다.미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되찾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것은 바로 직전 대통령인 허버트 후버가 입버릇처럼 하던 “번영이 바로 저 너머에 있다.”는 말과 질적으로 달랐다. 희망에 대한 약속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고 그것을 돌파할 리더십을 세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루스벨트는 대통령 취임후 곧바로 의회 특별회기로 ‘100일 회의’를 소집하고 연방긴급구제국을 창설하는 등 과감한 정책을 펴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미국 NBC 앵커 톰 브로커가 지적했듯이,루스벨트는 자칫 고통밖에 몰랐을 세대를 ‘가장 위대한 세대’로 바꿔 놓은 것이다. ●시대가 바라는 완전한 의미의 리더십 보여줘 왜 지금 프랭클린 루스벨트인가.2차대전의 광풍이 몰아친 루스벨트 시대 못지않게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는 지금 세계는 완전한 의미의 전시 지도력을 필요로 한다.경기침체와 국론분열로 흔들리는 우리로서도 루스벨트의 통합적 리더십은 절실한 덕목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의 전기작가 앨런 액슬로드가 쓴 ‘두려움은 없다’(나선숙 옮김,한스미디어 펴냄)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위기와 절망을 딛고 미국을 재건과 승리로 이끈 비결을 캐어낸다. 루스벨트를 ‘두려움에 맞선 불굴의 CEO’로 규정하는 저자는 연설문과 사건 등을 바탕으로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조목조목 살핀다. 1930년대 미국의 공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했다.루스벨트는 그것을 기독교적인 지혜에서 찾았다.한 예로 그는 잠언 29장 18절의 “묵시가 없으면 백성이 방자히 행하거니와”라는 구절을 원용,비전 없는 민족은 망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낡은 사고방식 때문에 공황이 야기됐고,비전없는 리더들로 인해 그것이 지속됐으며,더이상 비전이 없으면 멸망하고 만다는 것이다.루스벨트는 이처럼 성경의 이미지를 적절하게 활용했다. 루스벨트는 냉소주의를 격파하라고 가르쳤다.1935년 ‘노면담화’라는 라디오 연설에서 루스벨트는 이렇게 말했다.“이제 민주주의가 정직할 수도,효율적일 수도 없다고 말하는 냉소주의자들에게 확실하게 대답해줘야 할 때입니다.” 미국의 초절주의 사상가 랠프 왈도 에머슨은 “열정 없이는 어떠한 위대함도 성취되지 않는다.”고 했거니와,여기에 한마디 덧붙인다면 냉소주의로는 아무 것도 성취할 수 없다고 할 수 있다.냉소주의는 독약과 같다.희망과 자신감은 물론 가능성까지 앗아간다.루스벨트는 무조건 동조하는 응원단이나 예스맨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참여하고 헌신하는 진정한 비평가가 될 것을 요구했다. ●소아마비 극복… 강한 인간으로 거듭나 루스벨트가 위대한 것은 소아마비라는 개인적 불운을 극복했다는 점도 한 몫 한다.1920년 루스벨트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오하이오 주지사 제임스 콕스의 러닝 메이트로 발탁돼 부통령 후보 지명을 받았다.당시 미국의 정치 분위기는 전쟁에 반대하는 고립주의가 지배했다.이런 현실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민주당은 결국 패배하고 루스벨트는 법조계로 돌아와 금융회사 부사장으로 활동했다.그런 그에게 엄청난 시련이 찾아왔다.1921년 갑자기 소아마비에 걸린 것이다.두 다리를 쓸 수 없게 되자 친구와 동료들은 그의 정치생명이 끝났다고 단정했다.하지만 부인인 애너 엘리너 루스벨트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병세가 호전되고 정계에 복귀해 1928년 뉴욕 주지사로 재선됐다.루스벨트는 더욱 강한 인간으로 거듭났다. 루스벨트는 1932년 ‘뉴딜’을 슬로건으로 대통령에 당선되고,1936년엔 재선에 성공했다.하지만 새로운 위기가 찾아왔다.1939년 9월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면서 2차세계대전이 시작된 것.루스벨트는 즉각적인 참전은 피했지만 1940년 세번째 대통령직에 오르면서 무기대여법을 통해 연한군측에 무기와 물자를 공급했다.같은 해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공격하자 곧바로 참전을 선언하고 마침내 2차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루스벨트는 전쟁의 와중에서도 흑인고용 차별을 금지하는 등 현대 민권운동의 초석을 세웠다.국제연합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도 크게 기여했다.전쟁의 승리를 눈앞에 둔 1944년,루스벨트에 대한 믿음이 굳건했던 미국 국민은 미국 역사상 유일한 네번째 대통령직을 그에게 안겨줬다.하지만 루스벨트는 2차대전 종전을 보지 못하고 1945년 뇌일혈로 숨을 거뒀다.그때 나이 63세였다. ●강요보다는 호소를, 자극보다는 인도를 20세기의 가장 훌륭한 대통령,현대 미국의 틀을 만든 인물로 평가받는 루스벨트의 리더십에는 뭔가 특별한 데가 있다.저자는 루스벨트가 반대파를 배척하지 않고 설득해 동참시킨 것을 그 한 비결로 꼽는다.또한 국가를 위해 개인을 무모하게 희생시키지 않고,목표보다 인간을 우선하는 자세도 배울 점이라고 강조한다.강요보다는 호소,자극보다는 인도를 택함으로써 자발적인 동의를 얻어냈다는 것이다.‘갈등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1만 5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超고유가 시대] 45弗 지속땐 ‘성장률 2%대’

    [超고유가 시대] 45弗 지속땐 ‘성장률 2%대’

    이라크 정정불안으로 촉발된 국제유가 급등이 지속될 경우 하반기 우리 경제 회복에 적잖은 타격을 줄 가능성이 크다.소비자물가 상승이 내수부진의 골을 깊게 하고,기업부문의 채산성 악화로 이어지면서 내수·투자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이럴 경우 올 목표치인 5%대 성장률 달성이 쉽지 않을 수도 있다.하지만 과거 1·2차 때와 같은 충격은 없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만만찮다. 3일 유종별 현물거래 가격은 지난해 평균 가격과 비교해 두바이유(37.51달러) 10.72달러,브렌트유(40.38달러) 11.68달러,서부텍사스중질유(44.11달러) 13.00달러 등으로 올랐다.1년 사이에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점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국제 유가(브랜트유 기준)가 배럴당 5달러 오르면 소비자물가가 0.50%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가계의 소비가 더욱 위축되고,기업의 설비투자가 둔화되면서 국민총생산(GDP)은 0.3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한은은 기준 유가의 35달러 유지를 전제로 올 경제성장률을 5.0%로 예측했으나 이를 수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삼성경제연구소도 유가가 배럴당 2달러 올랐을 때 경제성장률은 0.28%포인트 떨어지고,무역 흑자는 13억 3000만달러 감소한다고 전망했다.평균유가 35달러의 상황에선 고용과 실질임금이 각각 3.06%와 2.14% 준다. 따라서 유가가 10달러 이상 차이가 나는 최근의 사태가 연말까지 지속되면 성장률은 2%대로 뚝 떨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내년에 국제유가가 안정을 되찾아도 고용과 소득이 크게 준 상태여서 쉽사리 경기가 회복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이문배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유가 폭등은 중동사태뿐만 아니라 중국,미국 등의 에너지 과수요도 원인인 만큼 석유대체 공급원을 확보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유가 상승의 부담과 함께 석유공급 중단의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는 지난 4월 에너지비상대책을 가격과 수급의 대책으로 나눠 재편성했다.특징은 시장에서 에너지 절약 등을 통해 부담을 최대한 흡수하면서 장기적으로 대체에너지와 해외자원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다.유류할당 등과 같은 수급대책은 아직 필요없다는 입장이다. 김경운기자 kkwoon@seoul.co.kr
  • [열린세상] 미국 대선 관전법/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제44대 미국대통령 선거전은 지난달 말 민주당 전당대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막이 올랐다.이번 미국 대선 결과는 우리의 안보와 경제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그만큼 우리 외교안보팀은 선거과정에서 미국의 전반적 대외정책과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논의되는지 주도면밀하게 분석해야 할 것이다.여기서 중요한 것은 선거용의 과장된 주장과 실현가능한 정책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이다.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미국의 대선이 어떤 선거전략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지를 우선 이해하지 않으면 안 된다.이것은 쉽지 않은 문제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미국 대선은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원칙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미국 선거는 미디어 선거전의 효시가 된 1930년대초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전에서 정착된 몇가지 원칙에 의해 서로 치고박고 싸운다.그 내용은 그렉 미첼이 쓴 책인 ‘세기의 선거전’에 잘 나와 있다.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의 선거전략도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 첫번째 원칙은 방어적이 아니라 공세적 선거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상대 후보의 공격에 대해서 방어적으로 일관하다가는 결국 죽은 고기가 되고 만다는 것이다.밀리면 끝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일종의 맞불작전이다.공세적 선거전략은 상대방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전략으로 발전함으로써 미국 사회에서도 커다란 문제점으로 부각되고 있지만 승리를 위해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 1992년 미국 대선에서 클린턴 후보진영은 당시 악화된 경제상황을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책임으로 몰아붙인 결과 방어적 변명으로 일관한 당시 현직 부시대통령을 패배시켰다. 이번 대선에서도 이라크전쟁과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케리 후보는 상대방의 대북정책의 한계점을 서로 비판하면서 공세적 전략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번째 원칙은 언론과 방송을 강압적으로 조작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매체들이 집어삼킬 수 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특정 후보의 애국심을 부각시키고 싶다면 그 후보는 미국 성조기를 만드는 공장을 방문한다.이때 자연스럽게 기자와 텔레비전 카메라가 따라올 것이고 이 기회에 자신의 전쟁 참여 경험담을 이야기하면서 애국심을 강조하는 식이다.공화당이 이번 전당대회 장소를 뉴욕으로 잡은 것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안보 문제에 대해 조지 W 부시대통령이 잘 대처해 나가고 있다는 점을 집중 부각시키기 위한 이벤트이다.케리는 베트남전쟁 영웅이라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해 이번 전당대회에 베트남 복무 당시 동료를 초청하는 이벤트를 연출했다. 세번째 원칙은 상대 후보를 빨갱이로 모는 것이다.이른바 안보와 관련된 색깔논쟁으로서 냉전시기 대소련 정책이 유화적이라든지 국방을 소홀히 한다고 상대 후보를 몰아붙이는 것이다.1992년 대선에서 아버지 부시측은 클린턴 후보가 군복무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영국 유학시 주영 미국대사관 앞에서 반전데모를 했다는 사실을 집중부각시켰다.이번 선거전에서도 양 진영은 서로 상대 후보가 대테러전쟁 수행에 문제점이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네번째 원칙은 정치인들에 대한 미국인들의 도덕적 평가는 매우 낮기 때문에 선거 유세 때 국민을 훈계하기보다는 즐겁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위기에 몰린 후보가 어떠한 재치와 유머로 그 상황을 벗어나는지도 유권자의 커다란 관심사항이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동원되는 이런 선거전략들은 정책논쟁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 선거전을 만들어낸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미국 내에서 매우 높다.그렇지만 우리로서는 한국의 국가이익과 관련된 현안들이 미국 대선의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다루어지고 있는지 예의주시하고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김영호 성신여대 국제정치학 교수
  • [사설] 고유가 파동 위기의식 안보인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 선물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배럴당 43.80달러까지 치솟았다.우리나라가 유가 기준으로 삼는 중동 두바이유도 올해 상한선인 배럴당 32∼33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35달러를 웃돌고 있다.전체 국내 소비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석유 수입에만 연간 46조원을 쏟아붓는 우리로서는 실로 전율이 느껴지는 고유가 악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전 세계가 고유가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머리를 싸매고 있음에도 정부나 정치권에서는 전혀 위기의식을 보이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지난 3월 고건 당시 국무총리 주재로 대책회의를 가진 뒤 기존에 마련된 3단계 비상대책을 읊조린 것 외에는 고유가를 걱정하는 움직임을 찾아보기 어렵다.이러다 보니 에너지 절약시책이 국민들에게 제대로 먹힐 리가 없다.유가가 배럴당 1달러가 오르면 7억 9000만달러가 추가로 지불된다는 통계만 존재할 뿐 정책당국자를 포함해 누구도 심각하게 고민하는 것 같지 않다.누차 지적했듯이 우리 경제는 수출이라는 외줄에 매달려 연명하고 있다.고유가는 우리 제품의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제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유가 급등은 우리의 수출무대인 세계 시장도 위축시킨다. 미국에서는 존 케리 민주당 대선후보가 이라크전쟁과 연계해 이슈화함으로써 에너지 절약정책이 국민적인 관심사로 부상했다.에너지 파동의 진원지인 중국에서는 에너지 절약을 위해 강제 휴가제를 실시하는 등 에너지 위기감을 전시에 버금갈 정도로 고취시키고 있다.우리도 지금이라도 에너지 종합대책을 재점검하는 한편 기왕에 마련된 비상대책이라도 제대로 이행해야 한다.그리고 이번 기회에 산업구조 자체를 에너지 절약형으로 재편해야 한다.투자처를 찾지 못해 돈을 쌓아두고 있는 기업에 대해 이러한 방향으로 투자를 유도하는 것도 투자 활성화의 한 방편이 될 것이다.대통령부터 에너지 절약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9)절해의 고도 외연도의 당숲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9)절해의 고도 외연도의 당숲

    대천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보령항에서 배를 띄워 한참을 가다 보면 바깥바다에서 외연도와 만난다.연근해의 원산도 장고도 삽시도 등을 비껴 달리다가 이윽고 섬들이 사라지면서 원해(遠海)의 고독감을 느낄 즈음 호도와 녹도가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거기서 한참을 가야 이르는 곳이 외연도다.섬다운 곳이다. 먼 섬이 오가기에 불편한 것은 사실이지만,모든 섬이 뭍과 가깝다면,국토가 그만큼 좁다는 뜻이므로 섬이 멀리 있다고 탓할 일은 아니다. ‘섬다운 곳’이라는 표현은 모든 외로움과 절박함,신성함 따위를 담고 있으며,때로는 처연하기까지 해 사실 ‘바다의 낭만성’ 따위와는 무관하다는 말이기도 하다.외연도는 고도(孤島)의 제반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다.파도가 거칠고,사람 살기 척박한,한마디로 가진 게 바다밖에 없는 섬이다. 그런데도 외연도에 처음 발을 디딘 사람들은 놀란다.천신만고 끝에 섬이 시야에 들 무렵,갑판에서 보노라면 바다를 압도하며 그늘을 드리운 깊은 숲이 다가온다.포구가 의지하고 있는 당산(堂山) 숲이다. ●숲으로 에워싸여 하늘조차 안보여 섬에 닿자마자 서둘러 당산엘 든다.말 그대로 당숲이다.숲으로 에워싸여 하늘조차 보이지 않는다.아열대의 짙푸른 상록수가 울창하게 자라 한겨울에도 바다를 녹색으로 물들이는 곳.구로시오(黑潮)난류 영향권인 이곳은 남방계 식물이 진을 쳤다.동백나무 후박나무 돈나무 보리밥나무 송악 마삭줄 자금우 방기 먼나무 붉가시나무 같은 상록활엽수,상수리나무 자작나무 팽나무 찰피나무 고로쇠나무 산초나무 푸조나무 구지뽕나무 사위질빵 자귀나무 화살나무 딱총나무 회나무 광대싸리 초피나무 예덕나무 닥나무 붉나무 두릅나무 황칠나무 때죽나무 계요등 담쟁이덩굴 노박덩굴 칡 댕댕이덩굴 청미래덩굴 등 그밖의 수많은 초본식물,해안식물이 자생한다. 깊고도 깊은 숲이다.숲속에 들면 나무들이 가지를 잇대 하늘을 가리고 선 바람에 신문을 읽기 어렵다.적어도 수백년 이상 이렇게 외연도의 당숲을 이뤄왔다.숲이 훌륭하다 보니 정부에서 ‘천연기념물’ 팻말까지 달아주었다.그러나 많은 사람들에게 이곳은 숲으로 다가섰을 뿐 당숲의 의미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식물학자들이 찾아와 식물만 보고 가는 식으로 각각의 필요에 따라 살폈을 뿐 누구도 이 숲의 역사민속적 의미를 조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외연도의 ‘숲 모심’은 유별나다.60년대까지만 해도 해마다 세 차례씩 당제를 지냈다.어장이 열리는 음력 4월과 어장이 닫히는 11월의 당제,그리고 8월 햇곡식 철의 노구제가 그것이다.당제를 모시는 정성도 극진해 마을살림이 축날 정도였다.그러나 지금은 제의가 연 1회로 축소돼 정월 열나흗날 정일로 바뀌었다. ●‘소받침’ 당제 살림축제의 압권 외연도 당제의 압권은 역시 ‘소 받침’이다.소를 신성스럽게 표현하여 ‘지태’라 부르는데,이 지태를 잡아 피를 뿌린다.당제가 열리면 특별히 정해둔 ‘지태 잡는 장소’로 소를 끌고가 타살하는데,죽은 고기를 바치는 제사와는 질적으로 다르다.더러는 죽은 지태를 측은해하지만 이곳 사람들은 ‘절 받고 죽는 소’라며 부러워하기까지 한다.통념을 뒤엎는 의식이다.인도의 힌두교도들이 모시는 신성스런 암소 태모(太母)에 비견된다.소는 대지의 생산력과 풍요,생식,모성본능의 상징이다.제의가 사라져 가는 21세기에 외연도의 희생제의는 우리들이 잃어가고 있는 ‘원초적 본능’의 마지막 유형이 아니겠는가. 외연도 당제는 살림의 축제다.아무도 없는 섬에서 피의 카니발이 열린다.소의 낮고 우렁한 울음이 바다에 멀리 퍼지면 새롭게 태어난 제관이 해마다 당숲의 주인공이 된다.누구든 숲의 나뭇가지 하나도 잘라서는 아니되며,스스로 자라고,스스로 쓰러져 숲의 자연적 질서를 정연히 관리하고,조직해 숲에서 살림의 축제를 완성한다.제의가 파하면 짚으로 만든 배에 제물을 차려 얹어 먼 바다로 띄워 보낸다.그들,인간의 재앙을 싣고 또 하나의 희생양이 바다로 사라져 가는 것이다.숲은 이 모든 축제를 묵묵히 지켜보고,관장하고 그래서 마지막까지 증인이 되는 것이다. 외연도의 당숲을 인문학적 학명으로는 생명나무,혹은 우주나무(Cosmic Tree)라고 한다.이름하자면 ‘세계수(世界樹)’쯤에 부합하는 말이다.영원불멸의 ‘스스로 살아있는 나무’,‘생명을 주는 나무’,‘우주의 축’(AXIS),‘세계의 중심’이 바로 이 당숲이다.뿌리는 땅속 깊은 곳 세계의 중심에서 뻗으며,지하수와 접촉하는 나무는 ‘시간’의 세계로 자라는 나무이다.나이테는 나무의 수령을 알려주며,가지는 하늘과 영원에 가 닿는다.머나먼 바다에 천연기념물 당숲이 있어 바다 가운데에서 세계수가 ‘살아 숨 쉼’을 알려주는 것이다. 외연도 일대에는 이런 전설이 전해진다.고대 중국,한나라의 득세로 밀려난 제(齊)나라의 전횡(田橫)장군이 이곳으로 망명해 왔다.그는 한나라의 줄기찬 회유와 협박을 물리치고 가신들과 함께 바다로 나와 반양산에 숨어들었다가 종국에는 부하들을 지켜내기 위해 낙양으로 소환 당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섬에 있던 500여명의 부하들도 그와의 의리를 지키기 위하여 모두 죽음을 택했다.이곳 당집의 전공사당기(田公祠堂記)는 이런 사연을 전하고 있다. ●전횡 장군은 왜 외연도 神이 됐나 그후 외연도 사람들은 그를 신으로 섬기게 되었다.언제부터 중국 고대사회의 장수를 신으로 모시게 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임경업이 연평도에서 조기의 신이 되었다면,전횡은 보령 앞바다에서 당숲의 신이 되었다.둘 다 희생양으로 죽은 장군이란 공통점이 있다. 그는 왜 하필 머나먼 이국땅에서 신이 되었을까.중국 고대사의 수수께끼가 머나먼 외연도에서 하나의 드라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혹시 고대사회에 이뤄진 중국과 한반도의 활발한 해상교류가 빚어낸 결과는 아닐까.의문은 풀리지 않는다.어쨌든 그는 고기잡이의 풍어와 해상의 안전을 도모해 준다는데,인근 어청도와 녹도에도 그를 모신 제당이 있다. 머나먼 중국땅,그것도 제나라까지 거슬러 가는 고대사회의 한 장군이 서해의 신이 되었다는 점은 당대 사회에서 중국의 동해,우리의 서해 사이에서 무언가 알 수 없는 모티프적인 사건이 전개되었음을 암시하는 것으로도 읽히지만,애석하게도 문헌 증거가 없어 모호할 뿐이다.그러나 ‘모호하다.’는 말은 그만큼 신화적 진실에 가깝게 다가서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다. 숲으로 좀더 깊이 들어가 본다.숲은 길게 하늘을 향해 있으며,그 바다의 하늘은 유난히 맑고 푸르다.밤에는 당숲으로 별빛이 부서져 내려 숱한 나무들이 별빛으로 멱을 감는다.숲은 당산에 깊게 뿌리를 드리우고 있다.뿌리는 섬의 속살을 파고 들어가 심연 깊은 물길과 닿는다.섬은 봉우리로 솟아 있지만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섬은 밑으로 밑으로 심연에 가닿는다. ●수직적 숲과 수평적 바다의 만남 마땀 지픔금 마당배 노랑배 큰명금 돌살금 금배 당산너머 관쟁이 고래자지뿌리 본당산매 대룻뜰뿌리 따위의 고유 지명과 번지,주소 성명을 지닌 바다밭들이 섬을 감싼다.바다 가운데 당숲이 지니는 의미는 이렇게 정리될 수 있지 않을까.‘숲의 수직적 세계관과 바다의 수평적 세계관의 만남.’ 신앙심만으로 당숲이 지금까지 보존되어온 이유를 다 설명할 수는 없을 것 같다.숲이 싱그러운 물을 주고 있으니,섬사람에게는 더할 수 없는 귀한 생명의 원천 아닌가.지금도 빗물을 받아쓰는 그들이기에 숲의 의미를 더욱 절실하게 체득하고 지켜온 것은 아닐까.물은 모든 ‘생것’들의 생명을 지탱해 주는 근본이다.물과 흙,공기의 순환,외연도의 나무와 숲은 이 순환구조의 중심고리에 자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수산지’(1910) 발간 당시 외연도는 38가구 120명의 인구를 품고 있었다.인근의 횡견도 황도 오도에서도 어업이 활발했다고 기록하고 있다.지금의 외연도는 곳곳에 까나리젓통이 즐비할 뿐 외지에서 오가는 사람이 많지 않아 인구도 거의 고정적이다.예전의 외연도는 조개딱지 같은 지붕 낮은 초가 움막집이 처마를 맞대고 있는 작은 포구였다.오죽이나 먼 바다였으면 서양인 선교사 칼 구츨라프가 이곳을 거쳐 들어왔을까. 못내 아쉬워 당숲의 진실을 찾는 일에 좀더 땀을 보태고 싶다면 인근 어청도나 녹도로 나가야 한다.외연도에서 어청도 가는 뱃길은 하루 한 차례씩 있다.어청도에도 이곳처럼 전횡 장군 당(堂)이 전해지고 있으며,아름다운 숲도 있다.보령의 끝섬답게 해군이 주둔하는 군항까지 있어 오히려 번화한 감이 있다.보령항으로 되돌아올 요량이면 녹도에 들르라.그곳에서도 예의 당숲을 만날 수 있다.가파른 산등성이에 마을이 형성된 녹도,그곳의 아름다운 당숲과 늘 푸른 사철나무가 겨울에도 초록으로 나그네를 마중한다. 외연도의 당숲에서 ‘천지가 나와 한 뿌리이며,만물이 나와 한 몸(天地與我同根 萬物與我同體)’임을 깨닫고 돌아온다.섬이 먼 만큼 깊은 바다,먼 섬이 주는 깨달음의 격 역시 깊고 또 먼 여정이다.
  • [경제현안 이것이 문제] (1) 금리조정 딜레마

    금리가 하반기 우리 경제에 최대 복병이 될 전망이다.미국·일본 등 선진국들은 경기 회복 조짐이 일면서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하고 있지만,우리로서는 금리를 섣불리 건드릴 수 없기 때문이다.올리든 내리든 금리 조정에 따른 부작용만 뒤따를 것이란 분석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통화정책을 책임지고 있는 한국은행이 부동산시장이 과열상태였던 2002년 하반기쯤과 지난해 하반기쯤 두차례에 걸쳐 금리를 조정할 기회가 있었는 데도 시기를 놓쳤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그러다 보니 이제는 금리가 경제정책운용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유동성함정에 빠졌나 한국은행은 통화신용정책의 경로에 있는 금리,환율,신용 부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예컨대 금리를 낮춰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더라도 설비투자 등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판단이다.이른바 ‘유동성 함정’에 걸려들지 않았나 하는 인식이 깔려 있다.특히 현금이 많은 우량기업 외에 돈이 필요한 기업들은 신용도가 낮아 돈을 빌릴 수가 없다.신용부문은 264조원을 웃도는 가계대출 때문에 제 기능을 잃은지 오래됐고,환율은 수출을 지탱하기 위한 환율안정에만 무게를 싣고 있다. ●올려도 내려도 핵폭탄 금리 인상과 인하에 대한 입장은 제각각이다.금리를 내려야 한다는 측은 “내수가 부진한 상태에서 금리 인상은 독(毒)”이라는 논리다. 경기회복 시기가 늦어지고 있는 국내 경제가 자생적인 회복력이 상당히 미약해졌다는 점도 근거로 작용한다.LG경제연구원 오문석 상무는 “금리를 내리면 가계부채와 금융비용을 줄이고 소비·투자를 유리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리인상쪽에 무게를 두는 쪽도 만만찮다.금융연구원 최공필 박사는 “미국 일본 등이 금리인상쪽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만 가만히 앉아있을 수가 없을 것”이라며 “일본이 경기회복에 따라 제로금리를 포기할 경우 그 압박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가계부채와 부동산대출 등으로 가계가 엄청난 부담을 안게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세계경제의 흐름을 방관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며 “특히 금리를 그대로 두거나 인하하면 대규모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유출(Captial Flight)이 불가피하고,국가의 대외적인 신인도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국내 주식시장이 외국인의 수중에 들어간 상태에서 돈있는 개미들이 갈 곳은 은행과 부동산시장인데,금리는 낮고 부동산시장은 얼어붙어 있어 돈을 굴릴 데가 없다.”며 “결국 해외투자처를 찾아 자금을 이동시키는 방법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최근 들어 거주자 외화예금(내국인이 원화를 달러로 바꿔 하는 예금)규모가 200억달러에 이르고 있고,이 가운데 개인 돈만 40%를 웃돌고 있는 것 등도 자본 유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는 지적이다.반면 외국인의 주식투자규모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금리대책 서둘러야 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정부가 금리 조정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기업간의 단기거래 금리인 콜금리는 지난해 7월 연 4.0%에서 3.75%로 낮아진 이후 12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가 현 금리를 유지하면서 해외 자본유출을 억지로 막으려 할 경우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며 “불가피하게 금리를 유지한다고 해도 앞으로 올라갈 것인지,내려갈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를 시장에 분명히 줘야 시장의 동요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 상태를 그대로 둔다면 3·4분기부터는 자본유출이 심각해 질 것이라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고 말했다.최공필 박사는 “정부가 금리 인상을 한다면 부동산시장의 거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주병철기자 bcjoo@seoul.co.kr
  • [사설] 기대감 갖게 한 북·미 외무회담

    지난 주말 자카르타에서 열린 백남순 북한외무상과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간 회담은 여러 면에서 기대감을 갖게 한다.특히 지난달 말 베이징에서 열린 북한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에서 보인 양측의 해결의지를 재확인한 것은 고무적이다.일본과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과 함께 북핵 해결 기대감을 높여 준 회담으로 긍정평가하고 싶다. 주지하다시피 그동안 북핵 해결의 최대 걸림돌은 북·미간 불신이었다.양국 외무가 이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이의 해소 의지를 피력한 것은 적지 않은 의미를 갖는다.이념과 체제가 다르더라도 중요한 분야에서 협조가 가능하다고 말한 파월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갖고 있는 안보불안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백 외상 역시 미국의 안을 신중검토하겠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졌다.차기 6자회담에서 실질 진전 기대감을 높여주는 대목이다. 러시아와 일본의 최근 움직임 역시 고무적이다.서울방문에 이어 어제 평양으로 간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외무장관의 행보도 북핵해결 중재에 초점이 모아져 있다.라브로프 장관은 연간 200만의 전력제공 등 핵포기시 북한에 제공될 구체적인 경제지원안을 전달할 예정이다.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일본 총리도 지난 주말 향후 1년내 북한과의 국교정상화 의지를 거듭 강조했다. 오는 11월 미국은 대통령선거,일본은 참의원 선거를 한다.두 나라 지도자 모두 북핵 진전,북한과의 관계개선을 선거에 이용할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본다.하지만 미·일 지도자의 숨은 의도가 무엇이건 이 기회를 북핵문제의 진전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면 우리로서는 마다할 이유가 없다.북한 지도부도 이런 호의적인 분위기를 놓치지 말고,핵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주기를 기대한다.˝
  • ‘송필용展’ 학고재화랑서 13일까지

    네 명의 국선(國仙)이 뱃놀이를 하다 절경에 취해 삼일 동안 돌아가는 걸 잊었다는 삼일포,암벽을 따라 쏟아지는 물이 마치 봉황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해 이름이 붙은 비봉폭포,선녀가 흰 비단을 바위 위에 널어 놓은 듯하다는 토왕폭포….중견 서양화가 송필용(47)이 서울 인사동 학고재 화랑에서 전시중인 물 그림 목록들이다.노련한 목수가 단 한번의 망치질로 못을 박듯 거침없이 떨어지는 물줄기는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작가가 물 그림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자연의 순리다.거친 자리도 불편한 자리도 마다하지 않고 흐르는 물의 넉넉함,무엇에도 구애받지 않는 그 정신을 배우라는 것이다. 송필용의 물 그림은 우리 전통회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그림 속 흰 폭포수와 바위는 겸재의 ‘박연폭포’나 단원의 ‘구룡폭포’가 지닌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아름다움을 연상케 한다. 또 ‘삼일포’ 그림의 요점인 정자는 동양화적인 선묘로 그 멋을 더한다. 옛 선비들은 폭포를 직접 보지 않더라도 서재에 관폭도를 그려놓고 바라봄으로써 물을 즐기고 또 깨달음을 얻었다.이번에 선보인 ‘관폭-변산에서’와 ‘관폭-지리산에서’는 바로 그런 전통회화의 관폭도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산뜻한 쪽빛과 옥색으로 가득한 송필용의 물 그림은 맑고 신비롭다.생명의 기운이 넘친다.우리로 하여금 ‘흐르는 물처럼’ 살고 싶게 만드는 그림들이다.전시는 13일까지.(02)739-4937.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우리당 지도부, 개혁 둔감해진 초식공룡”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개혁에 둔감해진 몸집만 거대한 초식 공룡이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대변인은 당의 ‘공식 입’이라는 지위에도 불구하고 지난 29일 한나라당 박창달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에 대해 이례적으로 지도부를 강력하게 비판했다. 김 대변인은 30일 “우리당 의원 30여명 정도가 부결에 가담한 것은 박 의원의 선거법 위반 문제와 부결이 가져올 국민적 파장을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결과”라면서 “과반 집권 여당이 중대한 사안을 ‘권고적 찬성’이라며 사실상 자유투표에 맡긴 것은 지도부가 국민의 개혁 요구에 둔감해진 탓”이라고 성토했다. 김 대변인은 “16대 국회에 대한 국민적 비판은 수 차례의 체포동의안 부결 등을 통해 보여준 ‘패거리 의식’때문이었다.”면서 “17대가 다른 점을 보여줄 첫 사례를 지도부가 망쳐버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그는 “총선 전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1위이던 것은 몽골기병의 정신으로 대중의 개혁 요구를 수용했기 때문이었다.”면서 “지도부가 그같은 정신을 망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당 대변인으로서 이같은 발언이 부적절할 수 있지만,지금 누군가 제동을 걸지 않으면 국민들이 우리로부터 멀어질 것”이라고 경고를 보냈다. 17대 국회에서도 ‘방탄국회’의 구태가 재연됐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열린우리당 초·재선 의원들도 ‘지도부 책임론’을 들고 나왔다. 최재천 의원은 “17대 국회에서는 불체포특권과 면책특권을 개선하겠다고 해놓고 시범케이스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민의를 배신한 것”이라고 자성론을 폈다.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김선일씨 피살] 김천호사장 ‘입열면 거짓말’ 왜?

    ‘민간업체에 휘둘린 인질석방 협상’. 김선일씨 피살 사건을 지켜보며 많은 국민들이 지적하는 사항이다.언론도,국민도 민간업체 사장의 말 한마디에 왔다갔다 했고,정부의 위신도 깎일 대로 깎였다. 특히 김씨가 소속된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행보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게 중론이다.직원 김씨가 납치된 뒤에도 주 이라크 한국 대사관에 알리지 않았고,뒤늦게 알린 뒤에도 납치 시점과 미군과의 접촉 사실 등 일련의 상황에 대해 헷갈리는 진술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이라크에 진출한 민간 경호업체 NKTS 최승갑 사장은 정부를 배제한 채 협상했다며 ‘요구시한’ 연장을 받아냈다고 자랑했다.모두가 적지 않은 혼선을 빚게 한 요인이다.이들이 이런 얘기를 했을 때 김씨는 이미 싸늘한 시체였다. ●허위 진술에 낭패 테러단체가 김씨를 납치한 시점과 협상 기간은 납치 목적과 협상 조건 등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다.하지만 김천호 사장은 허위 진술로 일관했다. 정부 관계자는 “사실 관계를 가장 가깝게 알 수 있는 사람의 허위 진술로 낭패를 봤다.”고 후회했다. 23일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의 예방을 받은 김원기 국회의장은 “김 사장이 문제가 많은…”이라며 “개인 회사에서 납치 사실을 대사관과 정부에 즉각 신고하지 않은 것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측의 사실 은폐 의혹 미국측이 김씨 피랍 사실을 은폐했느냐도 파병을 앞둔 우리로선 매우 민감한 문제다.파병 반대론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피랍 사실을 김 사장에게만 밝히고 우리 정부엔 통보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당초 “20일 팔루자를 방문,미군으로부터 김씨 피랍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그러나 22일 현지 대사관과의 최종 진술에서 김 사장은 원청업자인 바그다드 국제공항의 공항물품 서비스(AAFES)측에 피랍 가능성을 물어봤을 뿐이라고 밝혔다. 외교부측은 사건 공개 뒤 이라크 현지 우리군 관계자가 다국적군 사령부(MNF-1)협조장교,미 정보처 등에 알아봤으나 알지 못하고 있었으며,미 국방부,중부 사령부 등도 CNN 보도를 통해 처음 알게 됐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처음에는 강도인질사건으로 알고 교섭” 김 사장은 진술서에서 “김씨 피랍이 확인된 뒤 테러단체와 잘 아는 변호사를 만나 석방을 요청했지만 테러단체로부터 사건을 경찰이나 대사관에 알리지 않는 게 잘한 일이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김 사장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0일까지 4차례 대사관을 방문하면서도 김씨 상황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게 주 이라크 대사관측의 설명이다. 김 사장은 지난 22일 SBS와의 인터뷰에서 “테러단체와의 협상에서 과일까지 사들고 갔을 정도로 분위기는 좋았다.”고 밝혔다. 김 사장이 직원의 무사 석방을 위해 대사관에도 알리지 않고 독자해결을 시도했을 수 있다.하지만 우리 대사관에 알릴 경우 자신의 현지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음을 우려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어떤 속사정이 있는지는 김 사장만이 알 일이다. 김수정기자 crysta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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