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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씨줄날줄] 우주인/우득정 논설위원

    40대 이상 사람들이라면 1969년 7월20일 흑백 TV를 통해 생중계된 한 장면을 영원히 잊지 못한다. 미국 우주선 아폴로11호의 선장 닐 암스트롱과 승무원 에드윈 올드린이 이날 밤 10시56분 20초(미국 동부 표준시간) 달표면 ‘고요의 바다’에 첫발을 디디면서 우주원년의 새장을 열었다. 최초의 우주비행사 옛 소련의 가가린이 신화라면 진정한 우주 영웅이 새로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자연에 대한 도전이 인간의 역사라면, 마지막 남은 미지의 공간이 우주다. 미국과 러시아 등 일부 초강대국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면서 우주를 향한 꿈을 펼치는 것도 인간 한계의 영역을 확장하고자 하는 원초적인 욕망에 근거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류가 쏘아올린 우주선이 지금 이 시간에도 화성, 금성, 토성, 목성 등 태양계 주변을 도는 행성의 근접 사진을 시시각각 보내오지만 지적인 갈증을 해소시켜주기는커녕 오히려 자극하기만 한다. 외계인과 인간의 만남을 그린 ‘ET’나 행성 충돌위기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아마겟돈’, 행성 충돌로 대재앙을 맞는 ‘딥 임펙트’ 등과 같은 미국 할리우드 영화가 관객을 끌어들이는 것도 따지고 보면 이러한 상상속의 호기심과 무관하지 않다.18세기 스웨덴의 과학자 에마누엘 스웨덴보리가 영적 세계와 우주인을 연계한 궤변을 설파한 뒤 아직도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추종자들이 대를 잇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인간의 삶이 소설가의 영역이라면 밤하늘을 수놓는 무수한 별과 끝모를 우주는 시인과 신의 영역이라고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도 우주 영웅이 탄생할 모양이다.2007년 10월 러시아 우주선 ‘소유스’ 탑승을 목표로 내년 5월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한다고 한다. 이 사업에 260억원이라는 엄청난 자금이 투입되는 만큼 6개월 동안 4단계에 걸쳐 후보 엄선 작업이 진행된다.200명을 선발하는 1차 인터넷 서류전형에 최종학교 성적표를 첨부토록 한 것이 이채롭다. 지난해 10월 중국 최초의 우주인 양리웨이(楊利偉)의 성공적인 귀환을 부러운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우리로서는 어깨를 곧추세우고 큰 기침할 날이 머잖은 것 같다. 그래서 과학은 위대한 것이다. 우득정 논설위원 djwootk@seoul.co.kr
  • [서울광장] 美 대선과 한국외교/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美 대선과 한국외교/오풍연 논설위원

    2001년 3월7일.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기자회견장에 들어섰다. 부시 대통령은 자신만만한 모습이었다. 반면 DJ는 얼굴이 굳어 있었다. 한국 기자들은 정상회담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 그러한 불안과 우려는 회담이 시작되자마자 현실로 드러났다. 우리는 미국측이 대북포용정책을 지지해 줄 것으로 확신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 정권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해 ‘약간의 의구심(some scepticism)’을 갖고 있다며 ‘폭탄발언’을 했다. 순간 회담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했다. 국내 언론들은 새벽에 판갈이를 하면서 ‘정상회담 실패’ 등으로 대서특필했다. DJ는 더한 말을 들어야 했다. 부시 대통령은 공개된 자리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디스 맨(this man)’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한국어로 ‘이 양반’ 정도로나 해석될 용어를 사용한 만큼 자존심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방미 전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다.2001년 1월20일 부시 행정부 출범 후 캐나다 등에 이어 5번째, 아시아 정상 가운데 첫번째 초청이라며 잔뜩 의미를 부여했었다. 그럼에도 노(老) 대통령이 이처럼 수모를 당했으니 외교라인 참모들은 어땠을까. 모두 얼굴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DJ는 최근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만나 다음달 2일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선거 이후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부시 대통령과 존 케리 후보 중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한반도 문제가 급물살을 탈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두 후보가 북한 핵문제에 대해서는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완전 폐기’가 그것이다. 미국과 그 지도부를 바로 알아야 준비에 만전을 기할 수 있다. 특히 정권 교체기에는 더욱 그렇다. 한·미 동맹이 가장 중요한 우리로서는 미국이 좋든, 싫든 그들과 가까워져야 한다. 국익 때문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도 먼저 국익을 생각할 것이다. 지금 우리의 대미(對美) 외교는 어떤가. 사상 최악이라고 평가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 참전국을 일일이 거명하면서 3600명이나 파병한 한국을 빠뜨렸다. 북한의 양강도 폭발의혹에 대해서는 한국의 통일부장관과 미국의 국무장관이 같은 날 다른 말을 했다. 이러고도 한·미 동맹이 잘 굴러간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얼마 전 한승주 주미대사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의 외교사절 초청행사에 불참한 채 부인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가 뭇매를 맞은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치 않다. 외교도 결국 사람이 한다. 따라서 대미 외교라인에 문제가 없는지, 더 강화할 필요성은 없는지 집중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4년 전 부시가 당선된 뒤 막연히 기대감만 가지고 있다가 뒤통수를 얻어맞은 전철을 또다시 밟으면 안 된다. 양 후보 진영의 외교·안보라인을 꼼꼼히 연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그들과 선이 닿을 수 있는 국내외 인맥을 구축하는 게 급선무다. 중국을 한번 보자. 최대 목표는 미국 주도의 단일주의 틀을 깨는 것이다. 또 하나의 현안은 타이완 문제 해결이다. 중국도 대미외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처지다. 리자오싱 외교부장이 이를 책임지고 있다. 리 부장은 1998년부터 2001년까지 주미대사를 거쳤다. 또 양지츠 현 주미대사는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1970년대 말 베이징대표부 대표로 근무할 당시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다분히 미국을 의식한 라인업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대선 이후 한반도에 외교·안보적 위기상황이 초래되면 안 된다. 대미 외교를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2주내 철군안하면 자이툰 공격”

    이슬람 단체가 또다시 한국에 대한 테러를 경고,정부가 진위 파악에 나섰다. 정부 당국자는 12일 “자칭 동남아 알카에다 조직망이라고 일컫는 ‘하무드 알마스리’라는 이슬람 순교자 단체가 한국이 이라크 추가 파병군을 14일 이내에 철수하지 않을 경우 한국군과 한국내 시설물을 공격하겠다는 경고문이 ‘몬타다’라는 아랍어 웹사이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이 단체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으며,경고문의 신빙성 여부에 대한 추가 분석과 함께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랍어로 ‘한국 정부에 대한 경고’라는 제목의 경고문은 “(한국군이) 14일 이내에 이라크에서 철수하지 않으면 우리가 고통을 줄 것을 경고하며 지금이 철군의 좋은 기회”라면서 “이에 따르지 않으면 이라크 주둔 한국군과 한국내 시설물을 하나하나 공격할 것”이라고 적고 있다. 경고문은 특히 “한국내 시설물은 우리로부터 멀리 있지 않다.”며 그 이유에 대해선 “서울에 우리 기지를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위협했다. 이 글의 작성일은 지난 9월30일로 돼 있으나 실제 ‘몬타다’라는 웹사이트에는 10일 올려진 것으로 알려져,이들이 제시한 철수 시한은 14일이거나 24일이 된다. 이슬람 단체의 대(對)한국 테러 위협은 지난 1일 알카에다의 2인자 알 자와히리의 육성녹음 추정 테이프에 이어 두 번째다.지난 1일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방영된 이 테이프는 알 자와히리로 추정되는 인물이 무슬림 젊은이들에게 이슬람 세계를 침공한 십자군과 미국,한국 등의 시설을 공격하기 위해 조직적인 저항에 나서라고 촉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만약의 사태에 대비,공관 시설물 경계 및 보안,그리고 선박 등 한국 기업 관련 시설물 및 재산,교민 신변 안전 등의 보호를 위해 한층 강화된 조치를 취할 것을 재외공관에 재차 당부하고,국내 시설물 경비를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정부는 ‘하무드 알마스리’라는 단체가 서울에 기지를 갖고 있다고 언급한 점에 주목해 이에 대한 조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당국자는 “현재로선 테러 위협의 진위를 파악할 수 없지만 항상 테러의 타깃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비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라며 “그러나 불필요하게 염려할 필요는 없으며 이번 테러위협 공개를 정보제공 차원으로 이해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 로플린 KAIST총장 서울대강연

    로플린 KAIST총장 서울대강연

    “과학은 복잡한 문제입니다.그러니까 ‘돈 문제’죠.(웃음)개인적으로 가장 활발한 진척이 이루어질 분야는 생물학일 것이라고 봅니다.”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플린(54) 한국과학기술원(KAIST) 총장이 7일 180여명의 서울대생을 상대로 과학 전반에 대한 자신의 생각들을 펼쳐놓았다. ‘생물학 시대의 조직 물리학’이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선 로플린 총장은 이날 손수 도면까지 그린 원고를 스크린에 비춰가면서 설명을 하다가 “그림을 너무 못 그려 죄송하다.”고 미안해하는가 하면,‘초끈(Superstring)이론’과 관련한 학생의 질문에는 “자세한 얘기는 올 겨울 한국에도 번역되어 나올 저서를 읽어보면 알 것”이라고 장난스럽게 ‘간접광고’를 하는 등 시종 유머러스하게 진행했다. 로플린 총장은 “현대 과학의 최대 관심은 자연이 인간사회처럼 스스로를 조직화하는 원리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과학이란 마치 점묘법으로 그린 풍경화를 감상하는 것과 같아서,섬세하게 관찰하면 의미없는 사실만 보이지만,한 걸음 물러서면 전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로플린 총장은 자신이 노벨상을 탔던 ‘분수 양자 홀 효과’등을 언급하면서 “사람들은 종종 모든 사물의 근본 바탕이 되는 기본 입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가를 기술하는 수식들을 풀면 우주에 있는 모든 사물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이러한 ‘만물이론’은 일종의 커다란 농담”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이상 기본 법칙 자체를 탐색할 것이 아니라,기본 법칙들을 가지치기하는 큰 조직 원칙을 탐색해야 한다.”면서 “우리는 지금 총체적으로 새로운 법칙을 탐색함으로써 과학을 재정의하는 시대로 들어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플린 총장은 특히 “우리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사물의 궁극적인 원인을 알아냈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이 친절하게 원리에 따라 스스로를 조직화하여 우리로 하여금 이해할 수 있도록 허락했기 때문”이라며 과학도들이 자연에 대해 경외감을 갖도록 충고하기도 했다. 로플린 총장은 “현대 과학의 탐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과학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을 것이라는 주장은 신화”라면서 “‘발견의 샘’이 고갈되어 가고 있다는 징조는 없다.”고 과학도가 아직도 할일이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그는 “새로운 원리를 찾아내 인류에 공헌한다는 것은 일생일대의 경험”이라면서 “언젠가는 여러분 가운데 한 사람이 이러한 경험을 갖기를 희망하며 나는 미래에 여러분들이 갖게 될 멋진 시간을 질투한다.”고 격려하면서 강의를 끝맺었다. 로플린 총장은 서울대가 지난달부터 매주 목요일 사회저명인사를 초빙해 여는 ‘관악초청강좌’의 세번째 초청연사였다. 채수범기자 lokavid@seoul.co.kr
  •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비취빛 비경-中 주자이거우·황룽

    남태평양의 에메랄드빛 바다에 한국의 10월 비취빛 하늘이 내려앉았다면? 더구나 이같은 환상적 풍광이 해발 3000m가 넘는 첩첩산중에 펼쳐져 있다면 과연 믿는 이들이 있을까.중국 쓰촨(四川)성 북단 아바 창(藏)족·창(羌)족 자치주에 자리잡은 주자이거우(九寨溝)와 황룽(黃龍).두 곳을 둘러보고나서 기자는 신비스러우면서도 약간은 황당하게 다가오는 느낌을 어떻게 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떨쳐버릴 수 없었다.한국인들에겐 낯설지만 두 풍경구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 및 ‘세계생물보호구’,‘21세기 녹색환경구’ 등 굵직한 타이틀을 3개나 보유한,세계에서도 손꼽히는 비경지역이다.중국인들에게 흔히 ‘신비의 동화세계’로 불리는 주자이거우와 황룽으로 안내한다. 쓰촨성의 성도(省都)인 청두(成都)국제공항을 출발한지 30분 남짓 흘렀을까.도착지인 주자이황룽 공항에 곧 도착한다는 기내방송이 나오고,승객들이 앞다퉈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바다를 이룬 구름을 비집고 우뚝 솟은 설산(雪山)이 마치 남극바다에 떠 있는 빙산 같다.해발 2000∼5000m의 험산과 고원지대로 이루어진 주자이거우는 미처 발을 딛기도 전 이렇게 방문객을 사로잡고 있었다. 주자이황룽 공항.비행기를 빠져나와 바쁘게 100여m쯤 걸었을까.갑자기 머리가 띵해지면서 숨이 차다.“천천이 걸으세요.공항의 해발고도가 3500m예요.” 일행중 고도계와 기압계를 겸한 시계를 차고 있는 이가 뒤에서 소매를 잡으며 말한다.평지에서 1을 가리키던 기압이 0.63을 가리키고 있다.어쩐지 이상하게 가슴이 답답하더라니. 공항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 거리.최근 포장된 듯한 아스팔트길이 꼬불꼬불 끝없이 이어진다.고산 반응으로 가뜩이나 어지러운데 마치 꽈배기를 꼬아놓은 듯한 도로를 가다보니 모두 제정신이 아니다. 버스 창 밖으로 막 가을색이 들기 시작한 고원의 풍광이 펼쳐진다.노랑과 연주홍,연초록이 띠를 두른 듯한 고원지대.사람들은 어지러운 가운데서도 연신 ‘곱다.’를 연발하며 눈을 떼지 못한다. 주자이거우(九寨溝)를 한자로 풀어보면 아홉개의 성채가 있는 해자다.과거 이 협곡을 중심으로 9개의 티베트족(창족) 마을이 있었다고 한다.지금도 창족들이 주류를 이루어 산다. 주자이거우는 해발 4528m의 최고봉을 중심으로 Y자형의 협곡을 이루고 있다.신생대 4기 빙하기가 지나면서 엄청난 규모의 물줄기가 쏟아져 내려오면서 협곡을 만들었고,그 과정에서 수많은 폭포와 호수를 형성했다고 한다.계곡 주변의 원시림은 중국이 자랑하는 판다의 고향이다. 관람은 3개 코스로 나누어 할 수 있다.첫번째 코스는 계곡 입구부터 Y자형 계곡의 삼거리격인 낙일랑폭포까지,두번째는 폭포부터 왼쪽 계곡 끝의 장해(長海)까지,세번째는 폭포부터 오른쪽계곡 끝의 원시림 입구까지다. 코스를 따라 100여개의 크고 작은 호수와 폭포들이 펼쳐지며 탄성을 자아낸다.하나하나에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이름을 지어놓았다.워낙 과장이 심한 게 중국 풍경과 요리 이름이라고 하지만,주자이거우에선 이같은 과장이 결코 거부감을 주지 않는다. 특히 5㎞에 걸쳐 갖가지 모양의 호와 소가 이어지는 수정군해(樹正群海),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모양이 작은 불꽃이 꽃을 이루고 있는 듯한 화화해(火花海),한 마리의 용이 물속에서 꿈틀거리는 듯한 와룡해(臥龍海),해발 3100m에 마치 남태평양의 바다를 옮겨놓은 듯한 장해(長海)는 주자이거우 관람의 핵심 포인트다. 폭이 325m,높이 35m에 달하는 낙일랑폭포와,벼랑에 오색 비단을 걸어놓은 듯한 진주탄(珍珠灘)폭포에 이르면 거대한 물줄기가 토해내는 굉음과 아름다움에 취해 모두들 할말을 잃는다. 주자이거우의 비경은 국내에 개봉됐던 중국영화 ‘영웅’에서 일부 소개됐다.비록 잠깐 스치듯 지나갔지만 주인공 이연걸이 수면을 차고 솟구치며 기상천외한 무공을 펼치던 오묘한 빛깔의 호수가 바로 주자이거우의 전죽해(箭竹海)다. 주자이거우 풍광의 핵심은 물색이다.온세상의 옥을 모두 거두어다가 이곳에 녹여놓았는지,호수들은 한결같이 투명한 연둣빛을 띠고 있다.가이드 설명에 따르면 신비스러운 물빛을 설명해주는 키워드는 탄산칼슘이다.석회암 지역에서 빠져나온 탄산칼슘 성분이 물에 녹아 이같은 빛깔을 낸다고 했다. 주자이거우 투어는 계곡내에서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타야만 한다.오염을 막기 위해 다른 차는 출입이 엄격히 금지된다.다만 시간이 넉넉할 경우 버스를 타지 말고,나무를 깔아 만든 등산로를 이용해 트레킹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총 80㎞가 넘는 3개의 코스를 트레킹으로 둘러보려면 사흘은 잡아야 한다.입장료는 3∼10월 145위안,11∼2월 100위안. ■오색호수 영롱 天土 정원 황룽 주자이거우 숙박촌에서 동쪽을 향해 버스로 2시간쯤 가면 황룽(黃龍)이 나온다.황룽은 창족어로 ‘써얼취’라고 불리는데,‘오색영롱한 호수’란 뜻이다. 마치 한국의 산간 오지의 다랑논에 비취빛 물을 담아놓은 듯하다.크고작은 수백개의 연못이 계단을 이루듯 계곡을 메우고 있고,그안엔 한결같이 연녹색 또는 황금색 물이 가득 들어있다.이곳은 주자이거우와 달리 걸어서만 계곡을 오를 수 있다.해발 3000m부터 시작되는 계곡을 따라 3600m 높이까지 왕복 8.2㎞의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다.길 바닥은 약간의 쿠션감이 느껴지는 황토를 깔았다. 길 양편으로 계속 이어지는 연못들은 대부분 군락을 이루고 있다.각 군락마다 분경지(盆景池),영월채지(映月彩池) 등 저마다 그럴듯한 이름으로 불린다.황룽의 수십개 연못군락중 백미는 가장 꼭대기(해발 3600m)에 자리잡은 오채지(五彩池)다. 고색창연한 사찰 황룽사 위쪽에 연못이 타원형 군락을 이루고 있는 오채지.‘천상(天上)의 정원’이 있다면 아마 이같은 모습을 하고 있지 않을까.연못에 담긴 물들은 바닥의 티끌까지 보일 정도로 맑다.10월 중순에 이르면 연못 주위의 숲이 빨갛게 물들면서 아름다움이 절정이 이른다고 한다. 이렇게 이름다운 연못이 어떻게 다랑논처럼 계단을 이루고 있을까.비밀의 열쇠는 놀랍게도 나뭇잎과 석회가루다.나뭇잎이 물에 떠밀려 내려오다가 얕은 곳에서 정지하면 물에 용해된 석회성분이 달라붙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둑이 형성된다고 가이드가 설명한다. 오채지를 한바퀴 돌아 하산길로 접어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황룽사에 들르게 된다.고대부터 신성한 터로 여겨진 곳으로 현재 사찰의 면모는 명대에 완성됐다고 안내판에 씌어 있다.규모는 작지만 불교신자들에겐 상당히 유명한 절이라고 한다. 내려갈 때는 속도를 빨리해 주차장에 닿았다.인근 식당에 들어가 식사를 하는데,일행들의 얼굴이 백지장 같다.고산반응이 본격적으로 나타난 듯했다.일부는 올라갈 때 휴대용 산소까지 사서 마셨는데도 마찬가지다. ●주자이거우의 사람들,창(藏)족 주자이황룽 공항에 도착하면 이색적인 풍광 하나가 궁금증을 자아낸다.마치 시골 초등학교 운동회때 운동장을 가득 덮은 만국기처럼 오색띠가 여객청사를 장식하고 있다.빨강,황금,청,초록,하양.이 다섯가지 색깔은 바로 주자이거우의 자연,그리고 이곳 주인공인 창족의 생활을 내포하고 있다. 빨강은 권위,황금은 수확,청은 하늘과 바다,초록은 초원,흰색은 청결함과 순수함을 뜻한다.주자이거우에선 가정집,호텔,시장 등 어디를 가든 이 오색깃발이 펄럭인다. 예로부터 유목과 농경에 종사해온 창족은 독특한 관습을 가진 독실한 불교도들이다.그래서 둘째아들은 무조건 승려로 출가시킨다.창족은 놀랍게도 일처다부제 전통을 갖고 있다.남자는 유일하게 장남만 정식 결혼을 할 수 있다.두 사람은 나머지 남동생들을 데리고 살아야하며,형수는 시동생과도 잠자리를 같이한다.결혼하지 못한 여자와 남자가 많다 보니 강간이 많이 일어나는데,관습상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한다.지금은 중국의 법률에 따라 불법에 해당되지만 아직도 상당수는 이같은 관습을 따른다고 한다. 매장 방식도 독특하다.매가 시체를 먹게 하는 조장(鳥葬·천장으로도 불림),물에 띄워보내는 수장,높은 탑에 놓아두는 탑장,불태우는 화장,땅속에 묻는 토장 등 다섯가지.죽은 자의 지위에 따라 방식을 달리하는데,가장 지체가 높은 사람은 조장,가장 낮은 이들은 토장으로 묻힌다. 창족의 집은 화려하다.그들의 상징인 오색을 적절히 섞어서 장식하기 때문이다.집은 지금도 현대적 측량기구 없이 짓는다.고산에서 흘러내린 타원형 돌(‘어란석’이라고 불림)로 집의 기초를 세우고,2층은 목재를 이용해 짓는다.보통 1층은 창고와 동물 우리로 쓰고,사람은 2층에 거주한다. 주자이거우 숙박촌에 가면 창족의 전통공연을 볼 수 있다.19곳에서 매일 열릴 정도로 성황을 이루는데,상당히 박진감 있으면서 재미 있다.공연장에 입장할 때 얇은 흰색 머플러를 하나씩 준다.관객들은 공연중 마음에 드는 창족 가수나 무용수의 목에 이 머플러를 걸어준다.공연 관람료는 20달러 정도. ●청두도 둘러 보세요 주자이거우에 가려면 청두(成都)에 하루쯤 묵게 마련이다.청두는 2∼3세기 삼국시대 촉한의 수도였던 쓰촨성의 성도(省都).쓰촨성은 기름진 분지지형에 자리잡고 있으며,사시사철 온화한 기후로 혹한과 혹서가 없는 중국 최대의 곡창지대다.사방이 험준한 산악으로 둘러싸여 있는데,주자이거우도 여기에 해당한다.그중에서도 험하기로 유명했던 고촉도(古蜀道·촉한의 청두와 위나라 시안을 잇던 산악길)가 바로 여기다. 청두 시내엔 제갈량의 위패와 유비의 묘가 있는 무후사(武侯祠)가 있다.또 당나라 때 시성으로 불리는 두보가 안사의난을 피해 피란을 와서 기거하던 두보초당이 있어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린다.청두에서 버스를 타고 남쪽으로 두시간쯤 가면 러산(樂山)시다. 작은 산이 하나의 불상을 이룬 러산타포(낙산대불)가 있다.벼랑을 깎아 만든 이 불상은 높이가 71m에 달하는 세계 최대의 석각불상.당나라 시기(712년) 만들기 시작해 90년이 지나 완성됐다고 한다. ■ 꼭 챙기세요 ●항공편 및 환전,기후,시차 주자이거우로 들어가는 중국 국내선 항공편중 90% 이상이 청두에서 출발한다.청두까지는 인천공항에서 아시아나항공(1588-8000)이 주 3편(화·목·일 오전 9시45분) 비행기를 띄운다.3시간30분 소요.청두에서 주자이거우까지는 하루 수차례 국내선이 뜬다.50분 소요.주자이거우와 황룽은 위도상 아열대지역임에도 해발 2000∼4000m의 고지대라 기온이 10∼15도 정도로 낮다.긴팔 옷과 두꺼운 자켓이 꼭 필요하다.한국 원화는 쓰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위안화로 바꿔가야 한다.1위안은 150원.시간은 한국보다 1시간 늦다. ●여행상품 모두투어(www.modetour.co.kr)에서 주자이거우와 황룽,러산을 묶은 4박5일 상품은 109만 9000원,주자이거우와 황룽,두보초당을 묶은 3박4일 상품은 89만 9000원에 각각 판매중.(02)7288-376. ■ 양고기바비큐도 맛보세요 유명한 쓰촨요리는 청두에서 마음껏 맛볼 수 있다. 대부분의 식당에서 마파두부 등 다채로운 쓰촨요리를 내는데,값도 저렴한 편이다.주자이거우에는 각국 관광객들의 입맛을 고려해 덜 매운 퓨전형 쓰촨요리가 많다.주자이거우 숙박촌엔 양고기집이 많다.특히 양을 통째로 굽는 양고기바비큐가 먹을 만하다.미리 주문하면 숯불에 5∼10시간 서서히 구워 부위별로 잘라서 내준다. 고산지역에서 자라 양 특유의 냄새를 거의 느낄 수 없다.특히 갈비 구이가 맛있다.1마리 요리해주는데 1000위안(15만원) 정도.20여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주자이거우(중국 쓰촨성) 글 · 사진 임창용기자 sdragon@seoul.co.kr
  • 한려수도­이순신이 싸운 바다/이봉수 지음

    “나를 영국의 넬슨 제독과 비교해도 좋습니다.그러나 조선의 이순신 장군과는 견줄 수가 없습니다.이 도고가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이순신 장군은 따라갈 수 없습니다.” 1905년 러·일전쟁 당시 러시아 발틱 함대를 궤멸시킨 일본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郞) 제독이 남긴 말이다.일본인들에게 군신(軍神)으로 추앙받는 도고에게도 충무공 이순신은 까마득히 높은 존재였다.충무공 서거 400여년.하지만 이순신이라는 이름은 어느 때보다 오늘 우리에게 절실하게 와닿는다.‘난세’에 영웅을 기다리는 심정 때문일까.충무공을 재조명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불멸의 이순신을 다룬 TV드라마가 방영되는가 하면 ‘천군’이라는 이순신 영화도 제작 중이다. ‘한려수도­이순신이 싸운 바다’(이봉수 지음,새로운사람들 펴냄)는 단순히 이런 ‘이순신 현상’에 편승한 유사 저작물이 아니다.이 책은 기존의 이순신 관련서들이 사료나 문헌 혹은 작가적 상상력에 의존해 장군이 실제로 누볐던 현장을 소홀히 했다는 반성에서부터 출발한다.저자(47·한국토지공사 기획조정실 부장)는 지난 5년간 통영 앞마다 오곡도라는 섬에 베이스 캠프를 차려놓고 주말마다 남해 바다를 구석구석 누비며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좇았다.역사학자는 아니지만 ‘한려수도-외딴섬 토담집 별장’이란 기행집을 펴낼 정도로 이 쪽에 관심이 깊다.한려수도 지킴이이자 이순신 마니아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은 한려수도에서 한산대첩,당포해전,사천해전,노량해전 등 숱한 전투를 치렀다.여수와 한산도를 기점으로 해 동쪽으론 거제도를 거쳐 부산포까지,서쪽으론 진도 벽파진과 해남 우수영,목포 고하도까지 곳곳에 발자취를 남겼다.이 책은 각 해전마다 아군과 적군의 세력을 분석하고 쌍방의 무기체계를 설명해 눈길을 끈다.조선은 임진왜란 당시 오늘날의 대포격인 총통(銃筒)을 비롯,박격포와 같은 비격진천뢰,수류탄처럼 던져서 폭발시키는 질려탄,지뢰처럼 땅에 묻었다가 폭발시키는 지화(地火) 등 온갖 화기가 개발돼 있었다.거북선과 판옥선에 실은 함포 중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왜선에 큰 타격을 입힌 천자총통이다.이 총통에 장착해 발사했던 2m가 넘는 대형 화살인 대장군전은 단 한 발로 왜군의 지휘관급 기함인 아다케(安宅船)를 격침시킬 수 있었다.지자총통의 위력도 만만찮다.저자에 따르면 지자총통은 새알처럼 생긴 작은 산탄인 조란환(鳥卵丸)을 한번에 200발까지 쏠 수 있었으며,그 위력은 오늘날의 살상무기인 크레모아에 버금갔다. 조선과 일본의 함선을 비교하고 해상전술을 설명한 대목도 흥미롭다.일본의 아다케와 비교되는 판옥선(板屋船)은 갑판 위에 한 층을 더 올려 널빤지로 지붕을 덮어 만든 배로,임진왜란 때 맹활약한 조선 수군의 주력선이다.저자는,적송을 재료로 못을 사용하지 않고 짜맞추는 판옥선은 큰 진동에도 견딜 수 있어 각종 함포를 실을 수 있었다고 분석한다.때문에 조선 수군은 포격전이 주요 전술이었던 반면 일본군은 상대방 배에 기어올라 칼로 승부를 거는 등선 육박전술을 펼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책은 학계에서 아직 고증되지 않은 새로운 사실도 밝힌다.임진왜란 당시 진해는 현재의 진해시 일대가 아니라 마산시 진동면 일대라는 주장이 그 한 예다.저자는 조선시대에 제작된 가장 정밀한 지도인 동여도를 살펴 보면 진해는 바로 지금의 마산시 진동면 일대이며,그 앞바다가 당시 진해바다로 불렸음을 알 수 있다고 주장한다.김정호가 만든 필사지도인 동여도는 1861년에 간행된 대동여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고본(稿本)으로,대동여지도보다 7000여개나 많은 지명이 기록돼 있는 우리나라 최대의 조선 전도다. 조선이 임진왜란에서 승리를 거둔 데는 민초들의 역할이 컸다.책은 임진왜란 당시 한산대첩 승리에 결정적 역할을 한 목동 김천손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전한다.한산대첩 하루 전날 김천손은 견내량에서 미륵도의 당포까지 20㎞를 한달음에 내달려 이순신 장군에게 왜선 70여 척이 거제도를 출발해 견내량에 도착했음을 알린 인물.하지만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저자는 목동 김천손의 이야기는 우리로서는 마라톤 전장에서 아테네로 달려와 승첩을 알리고 절명했다는 그리스 용사 페이디피데스의 고사보다 더 귀중한 것이라고 강조한다.책은 이순신 장군이 싸운 남해 바다 곳곳의 현재 모습과 관광정보 등도 싣고 있어 역사기행을 위한 실용서의 구실도 겸한다.1만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식용유 대신 삶고 무치자

    [환경엄마 김순영의 건강한 밥상] 식용유 대신 삶고 무치자

    추석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벌써부터 추석 선물세트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선물용으로 포장한 식용유 세트도 단골 메뉴에서 빠지지 않는다.저렴하고 간단하게 선물하기에 좋아서지만,이제부터는 구입하기 전에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는 것이 좋겠다. 식용유를 고를 때 아무래도 가장 염려스러운 것은 유전자 조작식품(GMO)을 재료로 사용했는가이다.식품의약품안전청이 2001년부터 ‘GMO식품 표시제’를 실시해 오고 있지만,불행히도 식용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아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시중에 유통되는 수입콩 중에서 어느 정도가 유전자 조작으로 생산한 것일까.식품의약품안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내용을 보면 무려 82%가 GMO 표시대상이라고 하니,거의 대부분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상당한 양의 콩을 넣어 만들었다고 자신 있게 광고하는 식용유라면,콩의 원산지가 ‘미국’이라고 쓰여 있지는 않은지 주의깊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 유전자 조작식품의 경우 그 유해성이 당장 나타나지 않는다는 게 문제점이다.환경운동가들은 세대를 두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지켜보지 않는다면 유전자 조작식품이 광우병의 비극을 답습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GMO라는 ‘허들’을 통과했다 해도 또 다른 장애물이 기다리고 있다.보통의 식용유는 정제와 표백,여과,탈취 등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이 때문에 참기름이나 들기름보다 훨씬 깨끗해 보인다.그러나 깨끗함을 얻은 대신 영양의 파괴나 산화로 인한 문제점을 감수해야만 한다. 참기름이나 들기름처럼 정제하거나 가공하지 않은 것은 산화를 방지하는 천연 성분이 들어 있어 비교적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으나,정제 등의 과정을 거친 식용유는 그렇지 않다.오래된 기름으로 튀겼거나 튀긴 후 시간이 경과한 튀김류의 경우 산화작용으로 인해 발암물질인 과산화지질을 만들어내기도 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산화를 방지하기 위해 가정에서 산화를 막는 영양물질인 토코페롤을 구입해 식용유에 넣어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이런 처방이 산화 방지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모르나 식용유의 다른 문제까지는 해결해주지 못한다. 그러므로 불가피하게 식용유를 사용하고자 할 경우라면 좀 비싸더라도 안전한 기름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자연 항산화제인 ‘세사몰’이 포함되어 있는 참기름이나 들기름이 대표적이다. 재래식 참기름이나 들기름의 경우 기름병 밑바닥에 가라앉은 물질이 있는데,여기에는 기름의 변질을 막는 영양소는 물론 섬유질,단백질,미네랄 등이 모여 있으므로 이 찌꺼기까지 모두 먹는 게 좋다. 미강유도 권장할 만하다.쌀겨를 원료로 해서 만든 미강유의 경우 일반 식용유에 비해 쉽게 산화되지 않고 한 번 사용한 기름을 보관했다가 세 번 정도 더 사용할 수도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물론 맛도 훨씬 고소하며 생협 등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더욱 근본적인 대책은 기름을 아예 적게 쓰는 조리법을 선택하는 것이다.한 세대 전까지만 해도 찌고,삶고,무치는 조리법이 많았다.나물 무치는 데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을 약간 치거나,잔칫날에 돼지 비계를 이용해 전을 부쳐 먹는 것이 거의 전부였다.그런데 지금은 나물도 무치기보다 볶아 먹고,생선도 기름을 한 번 두른 뒤 구워 먹는다.기름 사용이 예전에 비해 훨씬 많아진 것이다. 기름을 많이 쓰는 것은 비만을 유발하기도 하니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동물성 지방만이 아니라 식물성 지방도 많이 먹으면 비만뿐 아니라 심장병이나 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현대인의 생활습관병(성인병)은 식용유의 과다 섭취도 중요한 원인이다. 기름을 적게 쓰기 위해서는 잘 눌어붙지 않는 프라이팬을 쓰는 것도 한 방법이다.기름을 안 쓰려 해도 자꾸 눌어붙으면 계란 프라이 하나에도 기름이 많이 들어가게 된다. 간편한 식용유에 담겨져 있는 이런 교훈은 결국 우리로 하여금 시계를 거꾸로 돌려 살 것을 말해주고 있다.우리의 요리 교본은 맛깔스러움을 자랑하는 요리책의 요란한 요리가 아니라,기름을 적게 쓰고도 갖은 반찬을 만들어내셨던 어머니와 할머니의 요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 2세없어 수목원 애태우는 희귀 토종동물들

    산림청 국립수목원이 산림동물원 내 2세를 갖지 못한 백두산 호랑이와 토종 늑대 부부,노총각 백두산 반달가슴곰 등 동물 3인방 때문에 고민이다. 가장 큰 골칫거리는 1994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중국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으로부터 선물받은 백두산 호랑이 한쌍.백두산 호랑이는 야생동물보호기금으로 당시 10만달러(1억원)라는 거액의 몸값을 주고 데려왔지만 암컷이 수컷과 관계를 거부,10년이 지나도록 2세를 갖지 못하고 있다. 수목원측은 이들이 2세를 갖도록 고단백질 먹이와 함께 비아그라를 투여했고 다른 호랑이의 교미장면을 담은 영상물을 상영하는 등 연간 4000만원의 비용을 들여가며 최고의 대접을 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지난 5월 중국 둥베이후린위안(東北虎林園) 소속 전문가 방한 당시 2세를 기대할 수 없다는 보고를 접한 수목원측은 중국 정부측에 애프터서비스(?) 차원으로 추가 기증을 요구할 계획이다. 반면 백두산 반달가슴곰은 아내가 없어 2세를 갖지 못하는 처지이다. 1997년 한·중임업기술협력사업 일환으로 동갑내기 암컷(당시 2살)과 함께 한국에 온 수컷 백두산 반달가슴곰은 다음해 11월 암컷이 심장판막병으로 돌연사하자 6년 동안 짝을 찾지 못해 노총각 생활을 하고 있다. 수목원측이 3년여 전부터 전국을 돌며 찾아낸 암컷 3마리에 대해 최근 토종 여부를 가리는 유전자 감식에 나섰지만 토종 유전자와 차이가 있어 당분간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할 전망이다.더욱이 우리 나이로 36살에 해당하는 백두산 반달가슴곰은 산림동물원 개방과 함께 히말라야 반달가슴곰 암컷 3마리가 옆 우리로 이사오자 관람객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채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밖에 지난 1월 28일 서울대공원에서 국립수목원으로 이송 도중 수컷이 우리를 뚫고 탈출했다 붙잡혔던 토종 늑대부부도 올해에는 2세를 기대할 수 없게 됐다. 번식기인 1∼3월을 탈출과 포획 등의 소동으로 수컷이 스트레스를 받아 암컷과 격리돼 합방시기를 놓쳤고 스트레스가 완벽하게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립수목원 관계자는 “산림동물원을 찾은 관람객에게 새끼와 함께 생활하는 3인방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며 “관람객들이 백두산 호랑이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워해 마음이 무겁다.”고 말했다. 포천 연합
  • [해외건설 살리자] (7) 끝·이것이 문제다

    [해외건설 살리자] (7) 끝·이것이 문제다

    올 들어 지난 2일 현재까지 국내 업체들이 따낸 해외공사 금액은 41억 7800만달러에 달한다.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23억 9000만달러)에 비해 75%가 늘어난 것이다.연말에는 대략 70억달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지난 99년 91억달러를 수주한 이후 5년만에 최대 규모다.해외건설이 제2 중흥기를 예고하는 대목이다.실제로 해외건설은 규모뿐 아니라 내용도 좋아졌다.과거에는 토목,건축 비중이 높았으나 지금은 수익성 높은 플랜트 비중이 70%를 웃돈다.그러나 문제는 있다.선진국에 비해 아직껏 기술력이 뒤지고,수주 지역이나 공사 종류도 편중돼 있다.해외에서 우리 업체간의 ‘제살깎아 먹기식’ 과당 경쟁도 많다.또 수주가 쉽고,리스크가 작은 국내 공사에만 안주하는 기업들의 프런티어 정신 부족도 문제로 지적된다.해외건설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다.따라서 이같은 문제점을 해소,해외건설 수준을 한 단계 높여야 하는 것이 시급한 현안이자 지적이다. ‘길면 10년,빠르면 5년’ 한국의 건설업체들이 해외시장에서 개발도상국에 따라잡히는 기간을 두고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내놓는 분석이다. 한국 업체들이 해외건설에서 가진 경쟁력은 플랜트 등 이른바 EPC(Engineering Procurement Construction) 방식의 공사다.이들 공사는 대부분 설계에서 구매,기자재 제작,운송,시공,시운전에 이르는 전 공정을 말한다.수익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한국 업체들은 1990년대초 이후 15년여동안 각고의 노력 끝에 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했다.특히 석유와 가스 처리 플랜트 건설은 우리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분야다. 하지만 단순 토목과 건축분야 등은 이미 중국,인도 등의 현지 업체에 따라 잡힌 지 오래다.높은 기술력이 필요치 않은 이들 분야는 저임금을 무기로 덤비는 개도국 업체와는 경쟁이 안 된다.대신 한국업체들은 말레이시아,중동 등지에서 적자를 내면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최근 중동 등지에서 플랜트 공사를 많이 따내고 있다.이 분야도 개도국이 맹렬히 추격 중이다. ●외국 경쟁업체,턱밑에 왔다 세계적인 건설전문지인 미국의 ‘ENR’지는 지난달 하순 세계 유수의 225개 건설업체의 해외사업 실적 등을 토대로 순위를 발표했다.한국에서는 현대건설이 23위를 차지했다.이외에 대우건설과 쌍용건설,삼성엔지니어링 등 3개업체가 100위권에 들었다. 놀라운 것은 그동안 우리의 뒷전에 머물던 중국의 CSCEC가 현대건설을 제치고 17위에 올랐다는 것이다.이 업체는 일본의 세계적 건설 업체인 JGC(15위)도 뒤쫓고 있다. CSCEC는 최근 들어 플랜트쪽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아직은 기술력이 우리에게 못 미치지만 조만간 우리를 추격할 전망이다.우리로서는 플랜트 분야마저 이들에게 따라잡히기 전에 미래의 경쟁력 확보방안을 강구해야 할 시기를 맞이한 것이다. 현대건설의 이란 프로젝트 매니저인 윤호영 전무는 “지금은 플랜트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업체보다 5∼10년 앞서 있다.”면서 “그러나 플랜트 가운데 단순분야는 중국이 5년이내에 따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해외건설협회 김종현 정보기획실장은 “플랜트 분야에서 실시설계와 시공 등은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자재구매나 기본설계는 경쟁력이 뒤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 부문의 경쟁력 확보가 우리 해외건설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말했다. ●미흡한 기본설계 실력을 키우자 건설공사는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구성된다.기본설계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실시설계가 이뤄진다.한국업체들은 실시설계 분야에서 선진국 업체들을 능가하는 경쟁력을 보유 중이다.그러나 기본설계는 아직 미흡하다.이 영역은 미국이나 EU,일본업체들의 몫이다.이들은 자본을 투자하고 자신들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기본설계를 한다.우리와 달리 이 때 엄청난 마진을 손쉽게 챙긴다.한국업체들은 기본설계를 하면 돈이 된다는 것을 알지만 설계능력이 없어 이들의 협력업체나 시공업체에 그치는 것이 현실이다.우리도 기본설계분야 경쟁력을 쌓을 기회가 있었지만 놓쳤다.1970∼80년대 해외건설로 떼돈을 벌 때 설계분야에 진출했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건설업체도 이제야 “당시 해외 엔지니어링 업체를 인수했어야 했다.” 는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대접을 받는 편에 속하는 현대건설도 아직 기본설계 분야는 손을 못 대고 있다.이지송 현대건설 사장은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해외업체와 경쟁하려면 연봉 3억원안팎의 외국 기술인력 10여명을 확보해야 하는데 성공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이같은 막대한 투자는 쉽지 않아 고민중이다.”라고 털어놓았다. 해외건설 건물을 주로 짓는 삼성물산도 엔지니어링분야의 육성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아직 초고층 빌딩 등의 설계는 손을 못대고 있다. ●해외서 벌이는 과당경쟁 “외국업체보다 한국업체가 더 무서워요.” 해외공사 입찰에 참여하는 한 한국업체 임원의 말이다.해외시장에서 우리 업체간의 경쟁이 그만큼 치열하다는 것이다.경우에 따라서는 과당경쟁으로 덤핑수주가 이뤄져 국가는 물론 기업도 손해를 보는 경우도 있다. 유사한 예로는 쿠웨이트 사비야 프로젝트를 놓고 현대중공업과 두산중공업이 벌인 갈등을 꼽는다.이 공사는 2002년 6월 현대중공업이 3억 4200만달러에 낙찰받았지만 두산중공업이 입찰과정에 문제가 있다며 현지에서 행정소송을 내 문제가 불거졌다. 지난해 정부가 중재에 나섰지만 해결이 되지 않았고,결국은 두산중공업이 이 공사를 맡았다. 이외에도 국내 업체간 과당경쟁은 해외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발주처는 이를 악용,입찰가를 낮추기 위해 한국업체를 복수로 부르기도 한다.정부가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것도 아니다.정부가 조정을 시도하면 세계무역기구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다.가장 중요한 해결의 실마리는 ‘우리 업체간에 서로를 존중하는 자세’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김성곤기자 sunggone@seoul.co.kr
  • [차이나 리포트 2004] (25)선택적 개방정책

    [차이나 리포트 2004] (25)선택적 개방정책

    |상하이·쑤저우 구본영특파원|중국의 경제수도격인 상하이에서 멀지 않은 쟝쑤(江蘇)성 쑤저우(蘇州)시.쑤저우공업원구(특구)의 면적은 여의도의 10배가 족히 넘는다.취재팀이 방문한 지난 6월 중순 때마침 공업원구 개설 10주년 기념식이 열렸다.‘중국의 철녀’로 불리는 우의(吳儀) 부총리 등 중앙정부와 쟝쑤성의 고위관리들도 대거 참석했다.태극기가 나부끼는 가운데 삼성반도체 장형옥(張炯鈺) 현지 법인장이 입주 1500여 업체를 대표해 축사를 읽었다.중국 정부가 외국기업으로선 1호로 진출한 삼성을 엄청나게 배려한 셈이라고 삼성측의 한 관계자는 어깨를 으쓱했다. ●외자유치 등 경제개혁은 큰 진전 이처럼 중국이 외자유치에 적극적인 만큼 대외 경제개방도 상당한 궤도에 올랐다.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20여년간 줄곧 연 평균 9%대의 성장가도를 달리면서 미국·독일·일본 다음가는 세계 제4위의 무역대국이 됐다.교역규모가 8500억달러를 넘어선 것이다.‘기술만 주면 시장을 열어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읽혀진다. 그러나 중국이 대외적으로 완전히 벌거벗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단순 외자유치가 아니라,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이나 금융개방 같은 부문에선 여전히 ‘만만디’의 자세다.경제주권이 걸려 있는 문제에 관한 한 돌다리도 두드리며 걷겠다는 태도가 완연하다.제조업이나 건설 인프라 개방과는 정반대의 이중적 입장이다. ‘중국의 미래’라는 상하이 푸둥지구에선 2010년 세계박람회를 앞두고 요즈음 도시 기반공사와 녹화사업이 한창이다.푸둥의 88층짜리 진마오(金茂)빌딩은 높이 420.5m로 세계 4위의 높이를 자랑한다.그것도 모자라 상하이시는 외자를 끌어들여 그 바로 뒤쪽에 세계 1,2위 높이를 목표로 104층과 107층짜리 빌딩 건축에 착수했다. 상하이시 대외경제무역위의 대외경제합작처 옌샹옌(嚴翔燕) 부처장 등은 “외국기업이 들어와 외국기술로 상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전수받았으나,이제는 외국기업이 중국과 합작으로 기술연구소를 세워 중국 자체기술을 육성 중”이라고 자랑한다.하지만,대화의 주제가 금융개방 문제에 들어가면 눈에 띄게 신중해졌다.그는 “상하이시는 시험적으로 몇가지 금융개방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완전한 금융개방은 전국적으로 보조를 맞춰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1년 11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3(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주룽지 당시 중국 총리가 아세안-중국 FTA를 전격 제안했다.동남아 시장을 자신의 안방으로 여겼던 일본은 중국의 기습에 허를 찔렸다고 보고,2002년 싱가포르와 개별 FTA를 체결하는 등 견제에 들어갔다.일본으로선 2010년 아세안-중국 FTA가 공식 출범하면 대중·대아세안 무역에서 큰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탓이다. 이 경우 한국이 감당하게 될 출혈도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정부와 대외경제연구원 등 국책연구기관들이 한·중·일 FTA나 동아시아 FTA(EAFTA) 등을 검토하는 등 대안 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그러나 베이징에서 만난 중국 관리는 한·중·일 FTA 체결 필요성에 대해 묻자 “일본도 원하지 않을 것이고,한·중간에는 아직 무역역조가 크다.”는 말로 시기상조임을 강조했다. 대신 중국은 지난 6월말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아르헨티나 대통령의 방중을 계기로 중국과 남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간 FTA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동남아 시장을 놓고 경합이 예상되는 한·일 등 동북아 국가들을 의식한 행보다.앞으로도 중국의 시장 및 금융 개방은 중화경제권의 구심력을 흐트러트리지 않은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추진될 것임이 분명해지고 있다. ●동남아시장 경쟁… 한국측 대응 모색을 따라서 우리로선 이중의 과제를 안게 됐다.중국을 설득해 EAFTA 등을 중장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선결과제다.OECD가 최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EAFTA가 체결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7%,중국은 1.27%가 각각 늘어나는 것으로 추정됐다.다만,한국은 농업 부문,중국은 차량 부문 등 일부 제조업종사자의 거센 반발이 문제다.한국으로선 중국시장 과잉의존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 인도와의 FTA 등 다른 대안을 동시에 모색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kby7@seoul.co.kr ■ 왕정이 베이징대 교수 인터뷰 |베이징 구본영특파원|중국은 기술유입이 뒤따르는 제조업이나 원자력발전소 등 에너지 확보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는 놀랄 만큼 대외 개방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그러나 금융시스템 등 소프트웨어가 취약한 분야에서는 개방에 극히 신중하다.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서도 나라별로 극히 선택적 자세를 보인다.FTA 체결에 대한 중국의 진정한 속내를 알아보기 위해 FTA 전문가인 베이징대 국제관계대 왕정이(王正毅)교수를 만났다. 중국이 현재 아세안과 FTA를 추진하고 있는데 그 배경은. -중국은 경제개방 이후 다자간 무역보다 두 나라간 무역만 중시해왔다.그러나 95년 APEC와 ARF 등 다자무역을 채택한 두 기구가 출범하고 중국이 회원국와 옵서버 국가로 참여하면서 환경이 바뀌었다.특히 아세안이 아세안자유무역지대(AFTA)를 창설,관세인하를 시작하고 2002년 말 선발 6개국이 FTA시대에 진입하자 중국도 향후 10년 이내에 중국-아세안 자유무역지대를 창설하기로 했다. 한·중 FTA 체결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한국과의 FTA는 이미 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그러나 2003년 중국의 대한 무역적자가 132억 9000만달러에 이르렀다.한국은 반도체산업에서 중국보다 10∼15년 앞섰고,섬유 등 다른 제조업은 실력이 대등하지만 국가적 차원에서 적자폭을 줄일 수 없다.때문에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FTA를 섣불리 승인하지 않을 것이다.한·중 FTA를 체결하려면 어떤 폼목부터 개방할지,두 나라간 산업구조 재편 방향 등에 대한 충분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한·중·일 3자 FTA를 체결하면 한·중,한·일,중·일 FTA를 체결하는 것보다 상호보완적 효과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지 않나? -한·중·일 FTA 창설 가능성은 별로 없다.일본이 우선 한·중·일 FTA 체결 의사가 없을 것이다.일본은 2002년 중국이 아세안과 FTA를 창설하기로 하자 아세안 개별국가를 모두 방문,견제하기도 했다.게다가 한·중·일 FTA가 체결되면 중국과 동남아 관계가 이상해진다.개인적 견해로는 중국이 아세안과의 FTA에 참여하려는 것은 동남아 화교네트워크의 존재 때문이다. kby7@seoul.co.kr ■ [기고] 곧 에너지 부족 직면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발전국가이자 에너지 소비대국이다.2002년 중국 에너지 소비총량은 14억 8000만t으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1980∼2000년까지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연평균 9.7% 성장했으나 에너지 소비량은 4.6% 성장에 머물렀다.20년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누계로 7억t에 달하며 아황산은 1900만t 이상이다. 향후 20년은 중국의 공업화와 현대화를 실현하는 주요한 시기이다.중국 경제는 2000년을 기준으로 GDP를 2배로 늘린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워놓았다.연평균 7.2%의 경제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러나 중국의 특수성과 세계화 추세,환경보호운동 등의 국제압력 때문에 중국은 선진국가보다 더욱 심각하고 복잡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정책조치를 취한다는 가정 아래 2020년 중국의 1차 에너지 수요가 25억∼33억t에 달해 2000년보다 2배가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이중 석탄 비율은 60%이며 교통과 건물의 에너지 소모량이 급속히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시각에서 향후 중국이 직면할 에너지 문제는 석유·천연가스 및 물 자원의 상대적 부족이다.에너지와 교통,통신 등 인프라 시설 건설이 강화되고 있다.2000년 이후 불과 몇년 사이에 중국의 2차사업은 50%에서 64%가 됐다. 중국에서 석탄을 직접 연료로 하는 에너지 구조는 대기오염의 주원인이다.2000년 중국의 아황산,질소산화물 배기량은 각각 2719만t,1988만t으로 이미 환경 용량을 초과했다. 석유 수입량이 증가되면서 에너지 안전은 석유 안전 문제 때문에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중국은 1993년 석유 수입국이 된 후 석유 의존도가 1995년 7.6%에서 2000년에는 31%로 높아졌다.전문가들은 2020년 석유 소비량은 적어도 4억 5000만t에 달하며 석유 수입은 총소비량의 60%에 달할 것으로 예측한다.심각한 도전에 직면한 중국은 향후 발전을 위해 에너지 절약을 최우선 순위에 놓았다.97년 중국 정부는 ‘에너지 절약법’을 반포,일부 물자와 다에너지 소비,다오염 배출 제품과 기술을 제한하고 도태시켰다. 일부 전문가들은 에너지 절약과 에너지 이용률을 높이는 정책조치를 통해 중국의 에너지 소비총량을 15%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고 분석한다. 에너지 구조도 다원화될 것이다.2020년 석탄의 사용량은 총에너지 사용량에서 60% 정도를 점하게 된다.석탄 위주의 에너지 구조는 근본적으로 바꾸기는 어렵다.그러나 이러한 구조 하에 천연가스 사용을 신속히 늘리고 수력발전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며 핵발전과 재생 가능한 에너지가 석탄을 교체하는 방향이 될 것이다. 중국의 미래는 미래의 에너지 이용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에너지의 지속 가능한 발전 전략을 통해 중국은 더욱 아름다운 내일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천잉(陳迎) 中 사회과학원 세계경제정치硏 연구원
  • [열린세상] 한일 FTA 협상의 또다른 전략/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지난 8월23∼25일 경주에서는 제5차 한·일 FTA협상이 개최되었다.2003년 12월 제1차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의 협상이 서로의 입장을 탐색하고 확인하는 예선 경기였다면,올 하반기 상품 양허안 교환과 함께 진정한 의미의 본선이 시작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본의 평균 실행관세율이 2∼3%,우리의 평균관세율이 8% 내외인 상태에서 동시에 관세가 철폐되면 대일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사실은 누구라도 쉽게 예상할 수 있다.특히 작년 한 해 동안의 대일무역적자가 190억달러,금년 1∼7월중 적자가 145억달러로 작년동기보다 38%나 확대된 상황에서 한·일 FTA로 초래될 대일 적자 확대는 우리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양자간 무역 협상은 양국 모두에 실익을 가져오는 윈윈(win-win) 게임이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가장 핵심적인 상품양허 분야에서 우리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나라는 한·일 FTA 산·관·학 공동연구시에도 관세철폐 이외에 우리가 실질적으로 득이 될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해 왔다.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일본의 비관세장벽 해소에 관한 것이다.현재 양국은 비관세장벽 해소를 위해 협상그룹 내에 비관세조치분과를 설치하고 의제를 발굴,논의 중이다. 일본의 비관세장벽은 우리 대일 교역기업들의 지속적인 애로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만족할 만한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이번 한·일 FTA 협상으로 비관세장벽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좋은 장이 마련되었으므로 의제 발굴 및 협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비관세장벽 해소와 함께 우리가 일본으로부터 실익을 챙길 수 있는 또 하나의 분야는 바로 일본의 서비스 시장 진출이다.과거의 FTA가 상품에 대한 관세철폐에 중점을 두었다면,최근의 FTA는 상품 이외에 서비스 시장 개방도 역점을 두고 있다. 가까운 예로 현재 진행중인 일본·필리핀,일본·태국간 FTA 협상에서 필리핀과 태국은 일본에 대해 서비스 시장,특히 인력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필리핀은 간호인력 및 보모,태국은 간호인력 및 안마사 등의 일본 진출 확대를 통해 관세철폐에 따른 불리함을 만회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본은 협상 초기에는 다소 난색을 표명했으나 현재 제한적이나마 인력 수용 확대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러한 일본의 전향적인 자세는 한·일 협상에서 우리에게 상당히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가 일본에 진출 가능한 서비스 분야는 대표적으로 건설시장,연안운송,인력이동,정부조달 등을 꼽을 수 있다.현재 진행중인 우리나라 IT 인력의 일본 시장 진출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으며,한·일 FTA를 통해 우리의 우수 인력들이 일본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물꼬를 마련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다만 지금까지 상품분야에 비해 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구가 소홀했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 및 양국 시장 상황에 대한 파악이 부족한 실정인데 지금부터라도 각 분야에서 객관적인 정보를 토대로 보다 구체적인 검토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외에도 일본의 대일 투자 확대를 통한 국내 부품산업의 경쟁력 향상,양국 중소기업 협력사업 확대,공동연구 개발을 통한 기술이전 등 다양한 산업협력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요구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한·일 FTA 협상의 예선전을 거치면서 우리 업계에 대한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보다 방어적인 전략 모색에 집중해왔다.그러나 본선을 앞둔 상황에서 방어 전략만으로는 우리가 실익을 얻기 힘들며,보다 적극적으로 의제를 발굴하여 요구하는 공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현오석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
  • [논술 비타민] 미디어가 폭력이라니?

    [논술 비타민] 미디어가 폭력이라니?

    정보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사이버스페이스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되고 있다.오른쪽 두 예시문에 나타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바람직한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2004 서강대 논술고사 대비 예시 문제) (1) “산업세계의 정권들,너 살덩이와 쇳덩이의 지겨운 괴물아.나는 마음(Mind)의 새 고향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왔노라.미래의 이름으로 너 과거의 망령에게 명하노니 우리를 건드리지 마라.너희는 환영받지 못한다.네게는 우리의 영토를 통치할 권한이 없다.” 우리는 우리가 뽑은 정부가 없을 뿐 아니라 그것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는다.그래서 자유가 명하는 대로 네게 말하겠노라.우리가 건설하고 있는 전지구적인 사회 공간은 네가 우리에게 덮어 씌우려는 독재와는 무관한 것이다.너는 우리를 지배할 도덕적 권리도 없고 우리가 무서워할 만한 강제적인 방법도 갖고 있지 못하다. 정부는 시민의 동의에서 자신의 정당한 권력을 얻는다.너희는 우리의 동의를 얻지도 않았고 부름받지도 않았다.우리가 너희를 언제 초청했느냐? 너희는 우리에 대해서도 우리의 세계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사이버스페이스는 너의 관할권 바깥에 있다.사이버스페이스를 마치 공공 건설 사업쯤으로 생각하여 너희가 그것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라.너희는 만들 수 없다.사이버스페이스는 자연의 움직임이며 우리의 집단적인 행동을 통해 스스로 성장한다.너희는 우리의 위대한 대화에 참여하지도 않았으며 우리 시장의 부를 만들지도 않았다.너희는 너희의 법률이 얻는 것보다 훨씬 질서정연한 우리의 문화와 윤리,불문법에 대해 모른다. 너희는 우리에게 문제가 있으니 너희가 개입해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너희는 우리 구역에 침범하기 위한 구실로 이런 주장을 사용한다.하지만 그런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진정으로 갈등이 있는 곳,문제가 있는 곳이 있다면 우리가 그것을 찾아내어 우리의 방법으로 그것을 밝히겠다.우리는 스스로 우리 자신의 사회 계약을 만들고 있다.이러한 집행은 너희의 세계가 아니라 우리 세계의 조건에 따라 생겨날 것이다.우리 세계는 너희의 세계와 다르다. 사이버스페이스는 웹에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의 물결처럼 계약과 관계 그리고 사유 그 자체로 이루어진다.우리의 세계는 모든 곳에 있으면서 아무 곳에도 없지만 우리의 육체가 거하는 곳은 아니다.우리는 인종,경제력,군사력,태어난 곳에 따른 특권과 편견이 없이 아무나 들어갈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다.우리는 비록 혼자일지라도 침묵과 동조를 강요당하지 않으면서 누구나 어디에서나 그의 믿음을 표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있다.너희가 생각하는 재산,표현,정체성,운동,맥락에 관한 법적인 개념들은 우리에게 적용되지 않는다.그것들은 물질에 기반 하는데 사이버스페이스에는 아무런 물질이 없다.우리의 정체는 너희와 달리 육체가 없기 때문에 물리적 강제력으로 질서를 만들 수 없다.우리는 윤리와 개명된 자기이해,그리고 공공복지에서 우리의 정체가 나타나리라 믿는다.우리의 정체는 너희의 관할권을 건너 퍼질 수 있다.우리의 선거인 문화가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법률은 황금률이다.우리는 이 근거에서 우리의 특수한 해결책을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 …(중략)… 너희의 진부한 정보산업이 미국이나 다른 곳에서 전 세계적으로 연설권을 확보한다고 주장하는 법률을 제안함으로써 자신을 존속시킬 수 있다.이들 법률은 아이디어를 쇳덩어리와 똑같이 취급하여 이것이 또 하나의 산업 생산물이라고 주장할 것이다.우리의 세계에서는 인간의 마음이 만들 수 있는 모든 것이 복제되고 아무런 비용 없이 무한히 배분될 수 있다.사고가 전 지구적으로 퍼지는 것은 너희의 공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날로 늘어가는 적대적이고 식민지적인 조치들은 우리로 하여금 자유를 사랑하고 스스로 결단했던 자율적인 우리의 선조처럼 먼 곳에서 온 제복의 권위를 거부하도록 만든다.비록 우리가 우리의 육체에 대한 너희의 지배를 받아들이지만 이제 너희의 지배에 견딜 수 있는 우리의 가상 주체를 선언해야 한다.우리는 우리 자신을 지구 전체로 퍼뜨려 아무도 우리의 생각을 추적하지 못하도록 할 것이다. 우리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마음의 문명을 건설할 것이다.그것은 너희 정부가 이전에 만든 것보다 더 인간적이고 공정한 세상이 될 것이다. (존 페리 바를로,사이버스페이스 독립선언서) (2) 1.기술은 중립적이지 않다.우리 시대의 가장 큰 오해는,기술은 생명이 없는 인공의 산물이기 때문에 아무런 치우침도 없다는 생각이다.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의도적이든 아니든 기술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 편향을 담고 있다.모든 기술적 도구들은 그 이용자들에게 세상을 보는 특정한 틀과 다른 사람과 반응하는 방식을 제공한다.여러 기술에 깃든 편견을 고려하고,그것이 우리의 가치관과 생각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2.인터넷은 혁명적이지만,유토피아를 약속하지는 않는다.인터넷은 개인과 단체,기업,정부 등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다.그러나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면서,인터넷의 사이버스페이스는 현실 세계를 닮아가고 있다.따라서 인터넷의 장점만큼 그것의 뒤틀어지고 악의적인 면모에도 주목하지 않으면 안된다. 3.정부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사이버스페이스는 치외법권 지역이 아니다.물론 이곳의 새로운 규칙과 관례를 존중하고,섣불리 비효율적인 규제나 검열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그러나 기술 표준과 사생활 보호 문제 등은 정부의 개입 없이 시장 논리에만 맡기기에는 너무나 중차대한 사안이다. …(중략)… 6.정보는 보호받아야 한다.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창안자가 주도권을 갖고 자신의 지적 산물을 통제해야 한다.그를 위해 낡은 저작권법은 수정 보완돼야 한다. (www.technorealism.org). 1.사오정 올림픽 폐인되다 “눈이 왜 그렇게 빨개?” 저팔계는 사오정의 초췌한 모습에 깜짝 놀랐다.“올림픽 때문에 그렇지 뭐! 누구 말마따나 왜 그리스에서는 축구를 새벽에 하는지 모르겠어.헤헤헤!” 사오정의 우스갯소리에 저팔계도 따라 웃었다.“너도 그 방송 봤구나.어쨌거나 유럽 쪽에서 경기하면 시차 때문에 잠을 설치게 돼서 좀 그렇더라.오죽하면 ‘올림픽 폐인’이라는 소리가 나오겠냐?” “맞아.새벽까지 경기 보고 인터넷으로 관련 소식 검색하다 보면 금방 날이 샌다니까.” 사오정은 연신 불평을 늘어놓으면서도 싫지 않은 표정이다.“그래도 우리 선수들 너무 자랑스럽잖아.탁구만 해도 김택수 코치가 후배에게 국가대표를 양보한 거 하며,유승민 선수가 6전 전패였던 상대를 결승에서 만나 불굴의 의지로 이긴 거 하며….” 사오정은 아직도 감격을 못 잊은 듯 주먹을 불끈 쥔다.“너도 완전히 올림픽 폐인 수준이구나.금메달을 따는 장면들도 재미있지만 메달은 못 땄었어도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꾸준히 노력해 세계의 강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도 참 보기 좋더라. 이때,삼장 선생이 들어 왔다.“자,오늘도 문제를 하나 풀어볼까? 그런데 사오정 너 굉장히 피곤해 보이는구나.무슨 일 있니?” 올림픽 때문에 그렇다는 얘기를 들은 삼장 선생은 혀를 차며 말했다.“시험을 앞둔 녀석이 한가하기도 하구나.텔레비전을 보는 것은 좋다마는 너무 빠지면 텔레비전의 노예가 될 수 있으니 조심하렴.” 둘은 삼장 선생이 준 문제를 열심히 풀었다. 2.삼장,논점을 설명하다 “잘들 썼구나.이 문제는 두 예시문에 나타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의 차이가 무엇인지를 밝히고,바람직한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에 대하여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라는 것이다.어떤 내용이 포함되어야 하는지 보면,우선 각 예시문에 나타난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국가의 역할에 대한 입장 차이가 정리되어야 한다.첫째 글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를 현실의 국가로부터 자유로운 ‘치외법권의 공간’으로 파악을 하고 있다.국가의 역할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반면 둘째 글은 사이버스페이스가 무질서한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오히려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이런 점을 제시한 후 자기의 견해를 피력하면 될 것이다. 이 문제에서는 세 가지 관점의 답변이 가능하다.하나는 (1)의 견해처럼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국가의 역할이 불필요하다는 답변이고,둘째는 (2)의 입장과 같이 사이버스페이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셋째는 양자를 절충한 답변이다.가능한 답변의 방향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입장에 관한 뒷받침을 논리적으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잘 표현하는가 하는 점이 관건이 될 것이다. 사오정은 인터넷을 즐기는 ‘올림픽 폐인’답게 사이버스페이스에서 국가의 역할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인데,비교적 논리적 뒷받침을 잘 하고 있다.저팔계는 양자의 입장을 절충해야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취지의 글을 썼는데 어설픈 중재가 아니어서 다행이다.두 답변 모두 일리가 있는 내용이다.하지만 이 문제의 경우 사이버스페이스의 발전을 위한 국가의 역할을 묻고 있으므로 국가의 역할이 불필요하다는 극단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오정의 답변보다는 양자를 합리적으로 절충해 나가야 한다는 저팔계의 답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구나.사실 두 제시문의 입장은 극단적인 해결 방안이기 때문이다.바람직한 발전을 위해서는 단점을 줄이고 장점을 살려야 한다는 점에서 보더라도 저팔계의 답변 내용이 좀더 바람직한 면이 있다고 할 것이다.이미 저작권 보호 문제,유해한 정보의 유통 문제,개인정보의 유출 문제 등 여러 병리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에 사이버스페이스가 저절로 유토피아가 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따라서 당장에 발생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해결하고 완화시키려는 노력은 필요한 것이며,현실적으로 국가만큼 이런 역할에 적합한 경우도 드문 점을 감안하면 국가가 어느 정도 역할을 해 줄 필요는 있다고 하겠다.다만 지나치게 개입할 경우 사이버스페이스의 최대 강점인 자유가 제한을 받을 소지가 있기 때문에 국가의 개입이 이런 장점을 약화시키지 않는 선에서 일정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저팔계의 답변은 이런 점을 논리적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3.삼장 선생 아쉬워하다 “참! 말이 나온 김에 정보화 시대와 관련해서 미디어 문제는 꼭 한 번 정리해 두기 바란다.아까 ‘올림픽 폐인’이라는 말이 나왔는데,그것도 엄밀히 말하면 미디어의 폭력이라 할 수 있다.사오정은 올림픽을 즐겼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운동 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은 모든 방송이 올림픽 경기만을 중계해 주면 자기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선택할 권리를 빼앗기는 결과가 된단다.결과적으로는 방송사가 일방적으로 ‘어떤 프로그램을 봐라.’하고 강요하는 셈이다.사실 요즘은 많이 없어졌지만 예전에는 이런 스포츠 중계를 이용해 민감한 정치적 사안을 희석시키고 국민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하는 사례들도 있었단다. 최근 소위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디어가 국가 사회는 물론이고 개인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대표적인 경우가 지난 대통령 탄핵 사태이다.탄핵에 좌절한 의원들의 모습이 가감없이 방영됐고,이는 탄핵을 주도한 정당들의 몰락으로 이어졌다.정보의 전달 매체인 미디어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이러한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미디어는 그 자체로서 또 하나의 권력을 지니게 되는데,이러한 권력이 남용되거나 오용되는 경우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결말을 낳을 수밖에 없다.특히 최근 인터넷 등을 통한 뉴미디어의 출현은 여러 가지 가능성과 함께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논란의 여지가 많은 부분이다.그만큼 논술 고사에서도 중요하게 취급될 소지가 높다.꼭 논술 고사 때문이 아니더라도 미디어 폭력의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감시의 눈초리를 거둬서는 안 될 것이다.따라서 미디어의 특성이나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가 갖는 그 의미와 한계 등을 잘 정리해 둘 필요가 있단다.” 4.사오정,텔레비전을 끊다? “선생님,저 오늘부터 텔레비전 안 볼 생각입니다.” 사오정의 말에 삼장 선생은 눈이 휘둥그레졌다.“아니? 그럼 네가 좋아하는 올림픽은 어떡하고?” “헉!” 사오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번 올림픽은 이왕 보기 시작한 거니까 이번 올림픽까지만 보고 다음에는 안 보겠습니다.”라고 말했다.“허허! 그래 한번 보자.정말 텔레비전을 안 보나.그리고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막강하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나쁜 것은 아닌데 그렇게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보니 네가 미디어의 폭력성에 은연중에 물든 것 아니냐? 지나치게 자극적이니 말이다.허허허!” 사오정은 쑥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사실은 자신 없어요.텔레비전 없이 어떻게 살아요.” “네가 그러면 그렇지.아예 텔레비전하고 살아라.살아.” 삼장 선생과 저팔계는 박장대소했다. 다음 주에는 ‘그래도 인간인데?’라는 제목의 강좌가 진행됩니다. 논술과 심층면접 지상강의 내용에 대해 이해가 안 되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면 http://cafe.daum.net/seoulinseoul로 문의하면 선생님들의 조언과 설명을 들을 수 있습니다.
  •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중국 각지 상인/천관런 지음

    “중국 상인을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중국에서 성공할 수 없다.광둥(廣東)성의 인구만 해도 7800만,쓰촨(四川)성의 인구는 1억이 넘는다.이들은 서로 언어도 다르다.따라서 중국을 상대할 때 ‘하나의 국가’를 상대한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수많은 민족,종교,문화를 상대한다고 생각해야 한다.각지 상인들의 독특한 성격과 기호,문화를 미리 파악해야 한다.” ●말도 물도 다른 중국… 상인들도 지역마다 달라 중국 신지식인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천관런(陳冠任·36)은 그의 저서 ‘중국 각지 상인’(강효백·이해원 옮김,한길사 펴냄)에서 이렇게 주장한다.기본적으로 다민족·다문화 국가인 중국 사람들,특히 중국 상인을 대할 때는 그 어느 나라보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아는 이른바 지피지기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책은 중국의 24개 주요 성과 대도시,경제특구,행정특구로 나눠 중국 상인의 기질과 관습을 소상히 밝힌다. 중국 속담에 “한 지역의 물이 그 지역의 사람을 키운다.”는 말이 있다.땅이 넓은 만큼 각 지역마다 지리적 환경과 역사가 달라 사람들의 기질 또한 다르다는 것이다.책은 먼저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부터 다룬다.상하이는 ‘바다로 나아가자(上海).’라는 이름의 뜻대로 중국 대륙 1만 8000㎞의 해안선 한가운데에 있다.중국 사람들은 상하이라는 창문을 통해 서양을 바라보고,서양인들 또한 상하이의 눈을 통해 중국을 체험하고 인식해왔다.중국 전통문화와 계획경제의 흐름을 무시할 만큼 자유분방한 국제도시가 바로 상하이다.그러면 상하이 상인들은 어떤 기질을 갖고 있을까.서양 문물이 들어오는 창구 역할을 해온 상하이 상인들은 계산적이고 치밀한 성품과 실용주의적인 정신을 가지고 있다.까다롭게 따지고 확인하지만 일단 계약이 성사되면 엄격히 지키며 얼렁뚱땅 넘어가지 않는다.저자는 상하이 상인에게는 매판(買辦,외국 상관이나 영사관 등에서 중국상인과 거래할 때 중개역으로 고용한 중국인)의 피가 흐른다고 말한다.그것은 오늘날 ‘신(新)매판’의 전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문벌과 신분을 중시하는 베이징 상인 ‘황궁의 발치’에 있는 베이징 사람들은 중국에서 가장 정치를 숭배하는 사람들이다.일찍이 중국 작가 라오서(老舍)가 “베이징의 일반 서민은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벼슬에 눈이 먼 ‘관료광’이다.”라고 개탄했을 정도다.상인들도 관료적인 풍모를 띤다.정치에 민감한 베이징 상인의 특징은 협상 상대방의 문벌과 배경,신분을 중시한다는 점이다. 중국인들은 누구나 체면을 중시한다지만 둥베이(東北) 사람들의 체면의식은 남다른 데가 있다.둥베이 상인들은 전형적인 중국 북방 기질을 지니고 있다.체면이 서는 일이라면 터진 바지 밖으로 엉덩이가 보여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호방하다.하지만 이곳에서 사업할 때는 자신만만한 그들의 ‘허풍’을 조심해야 한다고 저자는 충고한다.통이 큰 만큼 그들의 속임수 또한 대담하기 때문이다. 광둥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는다.“어떤 격식에도 구애받지 말고 돈을 벌라.”는 것이 그들의 격언.하늘을 흔들어서라도 돈을 벌 수 있다면 주저없이 그렇게 할 사람들이라는 게 저자의 설명이다.안후이(安徽) 상인은 유상(儒商)의 본고장답게 장사를 하면서도 유학에 정진하는 모습을 보인다.한 손으로 돈을 만지면서 다른 한 손으로는 ‘붉은 관모’를 쓰려 한다.불이익은 참아도 불의는 용서하지 못한다는 옛 유상의 상도와 선비의식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것.이들은 낮에는 장사하고 밤에는 공부를 한다.‘주상야독(晝商夜讀)’인 셈이다.그런가 하면 쓰촨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농업을 중시하고 상공업을 천시해 경쟁 자체를 꺼린다.거래에서도 군자의 품위를 지키려 하며 한번 속인 사람은 절대로 믿지 않는다. 중국에는 “나라가 혼란에 빠지면 제일 먼저 후난(湖南)이 어지러웠다.”는 말이 있다.그만큼 후난 사람들은 시대의 흐름을 재빨리 읽어낸다.후난 상인들은 시장의 움직임에 매우 민감하며 반응도 빠르다.저자는 역사적으로 후난에는 상인은 있어도 동향 상인들의 친목을 다지는 상방(商幇)은 없다고 말한다.책은 이밖에 베이징으로 들어가는 ‘바닷나루’이자 관문인 톈진(天津) 상인의 선비 같은 기품,잔꾀를 잘 부리고 박리다매를 전략으로 내세우는 ‘중국의 유대인’ 원저우(溫州) 상인,한약재의 집산지로 유명한 산시(陝西) 상인 등의 면모도 소개한다. ●中상인 공략하려면 지역별 세분화 필요 중국의 상인들은 예로부터 ‘상인종(商人種)’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뛰어난 상술을 갖고 있다.책은 지금이야말로 중국 상인에 대해 ‘세분화’전략이 필요함을 일깨워준다.‘추상적이고 표준적인’ 중국인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지역화된’ 중국인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그들을 바로 알지 못하면 “잘 익은 오리가 하늘로 날아가버린다.”는 그들의 속담처럼 친분을 쌓을 수도,장사를 하기도 어려우며 애써 성사시킨 거래마저 자칫 허공으로 날려보내기 십상이다.이 책은 중국의 경제·역사 전문작가가 중국 전역 상인들의 특성과 기질을 분석한 최초의 조사 보고서란 점에서 우리로서도 참고할 만하다.1만 6000원.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4) 강진만에서 ‘경세유표’를 곱씹다

    [바다에 살어리랏다-주강현의 觀海記] (14) 강진만에서 ‘경세유표’를 곱씹다

    여름이 끝나가는 전남 강진만의 구강포를 굽어보며 200여년 전에 살았던 한 선비를 만나기 위해 걸음을 재촉했다.위당 정인보 선생이 말했던가.다산 정약용은 조선 사회의 총체적 연구 과제라고.바다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예외없이 우리는 다산과 만나야 한다.200여년 전 19세기 초반의 인물인 다산 정약용의 ‘불패 신화’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생애의 결정적 대목을 남도 바닷가의 귀양살이로 채운 이 불우한 ‘천재’의 행장(行狀)에 관하여 후인들은 깊은 경의를 표하곤 한다.그러나 그 ‘천재’가 해양정책 분야에서까지 탁월한 견해를 드러냈다는 사실은 의외로 알려져 있지 않다.해양에 주목한 그의 예지를 재론하고자 강진만까지 찾아든 것이다. ●바다까지 아우른 다산의 학문 물 비린내와 개펄 냄새가 해조음에 섞여 묘한 음색을 자아내는 강진만 하구 구강포(九江浦).아홉골 물길이 모여 만든 구강포,‘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구십포(九十浦)로 기록된 곳이다.전남 3대 강의 하나인 탐진강은 보림사가 있는 장흥 유구를 거쳐 강진 읍내를 적시며 구십포로 흘러든다.워낙 뭍으로 깊게 혀를 내민 만인 데다 간척까지 이뤄져 지금은 바다인지 강인지 경계조차 애매하다.구십포가 가장 잘 보이는 곳으로 안내해 달라고 했더니,송하훈(51) 강진문화원 사무국장은 거침없이 읍내 고층 아파트로 이끈다.아파트 옥상에 서니 구강포가 끄트머리까지 한눈에 들어온다.거듭된 간척의 결과다. 구강포는 탐라로 가는 지름길이자 인근 대구면의 고려청자를 배로 실어내던 외길 항로였다.걸작 청자를 쏟아냈던 곳.600여년 동안 단절된 기예가 복원돼 ‘청자마을’로 기지개가 한창이다.바닷길이라는 특성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왜 개성에서 천리가 넘는 궁벽진 이곳에 도요지를 만들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칠량의 봉황마을을 찾아드니 감개가 무량하다.바닷가에 바짝 붙어 옹기점이 눈에 띈다.전국에서 바닷가에 있는 유일한 옹기점이다.‘봉황 옹기’로 불리는 이곳 옹기는 곧바로 배에 실려 제주도나 인근 도서로 팔려 나갔다.이렇듯 고려청자와 봉황옹기는 오로지 구강포를 둘러싼 바닷길과의 연관으로만 설명된다. ●‘삼면이 바다이나 국가에는 득이 없다’ 이런 사실을 구강포가 굽어보이는 곳에서 18년이나 살았던 정 다산이 모를 리 만무하다.그도 오늘날 횟집촌으로 변한 마량포구를 거닐었을 것이며,칠량의 청자마을과 만덕산의 백련사에서 다산초당에 이르는 호젓한 오솔길,초당 아래 귤동마을도 자주 오갔을 것이다.그러면서 갇혀 산 18년 동안 겨레를 위해 땀흘리지 않았겠는가. 역사는 더러 우연의 소산이기도 하다.하필이면 다도해 연안으로 쫓겨온 덕분에 그의 바다를 읽는 방식은 다른 사람들과 확연히 달랐다.알려져 있듯 정약용과 그의 형 정약전은 영암에 뿌리를 둔 월출산 아래 성전쯤에서 길이 엇갈렸다.형은 남서쪽으로 내려가 우이도를 거쳐 흑산도에 유배됐으며,동생은 남동쪽 강진만의 백련사 인근에 갇혀 살았다.형은 흑산도에서 ‘장대’라는 어부를 만나 불후의 수산서 ‘자산어보’를 남겼고,동생은 강진만을 굽어보면서 쓴 ‘경세유표’ 속에 원대한 해양방책을 녹여 넣었다. 500여권의 방대한 편질(篇帙)을 남긴 다산의 저술에서 ‘경세유표’는 단연 압권이다.1표2서(一表二書) 중의 하나로,강진 유배생활(1801∼1818)의 마지막 전해(1817)에 저술하였다.다산은 유표에서 해양에 관한 원대한 뜻을 펼쳐보이며,유원사(綏遠司)라는 해양 총괄기관의 설치를 주창한다.오죽했으면 경세유표에서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나 어염(魚鹽)에 대한 이득은 모두 사삿집에 돌아가고 국가에는 하나도 득이 없다.’고 했을까. ●조정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 비판 이런 현실을 너무 잘 아는 그는 착취의 대상으로 전락한 어민과 국가가 통제하지 못하는 도서의 처지를 살펴 해양경영론을 제기하며 조정의 해양에 대한 무관심과 무대책을 아프게 비판하고 있지 않는가.그는 ‘나라 땅이 편소하여 북은 2000여리,남은 1000여리에 불과함’을 지적하면서 ‘오직 서남쪽 바다 여러 섬,그중 큰 것은 둘레가 100리나 되고 작은 것도 40∼50리는 된다.’고 말한다.그의 주장은 계속된다. ‘별이나 바둑판처럼 벌려 있고,작고 큰 것이 서로 끼어 있어 수효가 대략 1000여개인데 나라의 울타리다.개벽 이래 조정에서 사신을 보내 이 강토를 다스리지 않았다.그러므로 바닷가 고을끼리 각자 자력으로 서로 부리고 붙여서,강한 자는 많이 차지하고 약한 자는 적게 얻는다.한 무더기 푸른 산이 분명 고을 앞에 있는데 그 소속을 물으면 수백리 밖의 아주 먼 고을을 말한다.또 명목은 고을에 예속되어 있으나 실상은 딴 곳에 종속되어,혹은 궁방(宮房)이 세금을 뜯어갔고,혹은 군문(軍門)이나 고을 토호가 착취했다.간사한 짓이 사방에서 나와 제멋대로 백성을 토색질한다.’ 이처럼 문란한 풍조,신라·고려 때부터 이어진 오랜 구악(舊惡)의 유래를 그는 간파하고 있었다.다산은 ‘내가 오랫동안 바닷가에 있었으므로 그 실정을 익히 알게 되었다.’고 말한다. ●18년간 어민과 호흡하며 방략 구상 유원사를 세워 온 나라의 섬을 직접 관장,민중의 질곡을 없애자는 대안까지 제시한다.섬의 세금을 직접 유원사에 바치게 해 관할 고을의 간섭과 혈세의 낭비,어민들의 질곡을 피하고자 하였다.이런 앞선 국가경영의 책략이 무능한 조정에 의해 받아들여질 리 만무했다.‘나라의 재력이 빈약한데 무엇으로 관직을 증설하느냐.’는 반박을 짐작한 듯 이런 견해도 준비했다.‘섬은 우리나라의 그윽한 수풀이니 진실로 한번 경영만 잘하면 장차 이름도 없는 물건이 물이 솟고,산이 일어나듯 할 것이다.’ 그의 해양방략은 하루아침에 구상된 것이 아니라 18년여란 세월을 강진만의 어민들과 벗하면서 숙성시켜 구체화한 것이다.그가 얼마나 어민의 삶에 가까이 다가섰는가는 그가 남긴 시어(詩語)에서도 산견된다.가령 탐진어가(眈津漁歌)에 등장하는 궁선(弓船)은 활선,맥령(麥嶺)은 보릿고개,고조풍(高鳥風)은 높새바람,마아풍(馬兒風)은 마파람을 뜻하는 것들이다.한문투긴 하지만 민중의 토속언어를 끌어들였으니,당대 언어의 ‘종다원성’을 확장시켰다는 점뿐 아니라 해양방략이 민중의 삶에 근거한 이론임을 설명하는 명쾌한 증거가 아닐 수 없다.우리는 여기에서 탁상물림은 상상할 수도 없는 실천학문의 예증을 본다. ●다산의 정책이 받아들여졌더라면… 다산은 북방에 뒤지지 않는 변방 외번(外藩)으로서 남방의 섬을 중시했다.올바른 해양경영으로 온갖 물산이 산처럼 쌓이는 풍경을 다산은 그때 이미 예견한 것이다.그러나 옹졸한 세계관에 갇혀 살던 봉건왕조는 국방·경제·수산의 근본이 될 종합 해양정책을 망라한 다산의 해양방략을 수용하지 않았다.경세유표조차도 먼 훗날에야 일반에게 알려졌을 정도이니 말해 무엇하랴. 유럽의 경우 기록적인 항해나 대규모 약탈의 이면에는 국왕이나 자본가,심지어는 왕비나 호사가 등 든든한 후원자들이 즐비했으나 내 땅의 바다라도 잘 다스리자는 이 뜻깊은 방책에는 어느 누구도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가 경세유표를 쓴 1817년으로부터 불과 26년여 뒤인 1843년 중국에서는 50여권의 방대한 ‘해국도지(海國圖志)’가 출간된다.이는 1839년 아편전쟁에서 해양제국 영국에 패한 뒤 남경조약에 따라 홍콩과 구룡반도를 영국에 할양하는 아픔을 겪고 나서야 제시된 대응책이다.서구 열강의 서세동점은 서구 제국주의 침략의 본격화를 의미했으니,해양제국의 침략을 예감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영토조차 장악하지 못한 슬픈 왕조의 자화상을 경세유표는 예감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돌이켜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거니와 결국 이 땅이 일본을 위시한 해양세력에게 유린당하고서야 그를 다시 생각한다는 사실이 새삼 아프게 폐부를 저민다.역사에 가정은 있을 수 없다지만 지금도 ‘그때 그의 도서경영론이 받아들여졌더라면 어떻게 됐을까?’하는 아쉬움을 떨쳐버릴 수 없다. ●21세기 바다경영의 지혜 배워야 지금도 민감한 국제 해양질서의 도전에 진땀을 흘리고 있는 우리로서는 그가 200여년 전에 주창한 해양방략의 경륜이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를 끊임없이 곱씹어야 하리라. 따지고 보면 노르웨이령 북극에 ‘다산기지’가 존재함이 우연은 아니다.해양연구원(KORDI)에서 북극 전초기지를 마련하고 해양학자를 파견해 본격적 북극탐사를 시작하면서 명명한 ‘다산’이라는 기지명은 탁월한 선택이다.혹자는 다산과 바다가 무슨 관계냐고 묻겠지만,수많은 실학자 중에서 그처럼 명료하게 해양방책을 제시한 사람이 또 누구인가. 필자는 그의 ‘미완의 해도경영론’을 21세기 바다경영의 기본 노선으로 받아들일 것을 감히 주창한다.또 ‘어제 같은 옛날’을 살았던 다산에게서 과거를 거울 삼는 감고계금(鑑古戒今)의 배움을 청한다.강진만에서 다산을 만나면서 내내 보듬고 있었던 화두는 ‘이 많은 섬들을 어찌할 것인가.’하는 고민이었다.다시 공무원들이라도 먼저 ‘경세유표’를 찬찬히 되읽어 다산으로부터 변방의 섬들이 번성해 국력의 영화로 이어질 해양방략의 지혜를 얻어야 하리라.
  • [열린세상] 고구려사 왜곡, 그 근본적 대응책/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최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관한 충격적인 보도가 거의 날마다 언론매체의 헤드라인을 차지하고 있다.아직도 일본의 역사왜곡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앞뒤에서 협공을 당하는 꼴이 되었다.게다가 중국이 저지르고 있는 왜곡의 정도나 수위가 오히려 일본보다 극심하다.중국은 그동안 일본의 역사왜곡에서 우리와 같은 피해자로 동병상련의 처지에 있었기에 더욱 개탄스러움을 금할 수 없다.우리는 즉시 중국의 역사왜곡의 저의를 파악하고 근본적 대응책을 모색해야 한다. 중국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우리와 수교한 직후부터 정부 산하의 학술기구인 중국사회과학원을 주축으로 역사왜곡을 획책하였다.그들은 2002년 2월부터 ‘동북공정’이라는 대형 프로젝트를 본격화하여 아주 조직적으로 우리의 고대사인 고구려사와 발해사를 송두리째 가로채려 기도하고 있다.중국의 이러한 역사왜곡에는 대내외적으로 현실적이고 정치적인 포석이 다양하게 깔려있다는 점을 먼저 간파해야 한다.우선 대내적으로 볼 때 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사회주의에 대한 회의가 내부에 확산되면서 체제 유지와 안정을 위해 국가주의를 강화하고 있다.이같은 국가주의는 애국주의와 사회주의의 결합을 통해 국가적 정체성과 통일성을 유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다.‘동북공정’도 바로 그러한 정책의 일환인 것이다. 동시에 대외적으로 ‘동북공정’에는 중국이 동아시아의 질서를 재편하고 나아가 국제무대에 영향력을 극대화하려는 패권주의적인 야심이 담겨 있다.특히 해양세력인 일본의 확장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동아시아에서 리더십을 확립하겠다는 것이 1차적 목적인 것이다.통탄스럽게도 현 강국들의 힘겨루기가 과거 우리의 고구려사를 매개로 벌어지고 있는 격이다. 이렇게 다양한 목적이 중첩되어 있기 때문에 중국은 역사왜곡을 쉽사리 중단하지 않을 것이다.오히려 앞으로 그것을 더욱 심화하고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이에 대해 우리 정부가 늦은 감은 있으나 외교채널을 통해 중국 측에 엄중히 항의하는 동시에 북한과도 연대하여 공동대응하기로 결정한 것은 아주 잘한 일이다.하지만 정부는 더욱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차원에서 대책을 강구해야만 한다.특히 아래의 몇 가지 사항들은 반드시 참작하여 대책 수립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먼저 고구려사 왜곡이 정치문제로 불거졌지만 궁극적인 해결책은 학문적인 저력을 배양하는 데 있다는 사실을 더욱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역사의 요체는 문화전통이다.따라서 고구려가 우리 민족의 국가였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역사학의 저변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언어학,고고학 등 주변 인문학을 총동원해 학술적인 면에서 설득력을 강화해야만 한다.이를테면 국어사적인 측면에서 고구려어의 특성을 밝힌다면 그것이 백제어,신라어와 동질적 관계이고 중국어와는 무관하다는 것을 분명히 규명해 낼 수 있을 것이다.이러한 방법이 중국이 자행하는 역사왜곡의 허점을 잡아내고 그들의 억지 논리를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는 최선의 길이 될 것이다. 다음으로 고구려사를 포함한 국사교육체제를 전면적으로 강화하여야 한다.문민정부 이후 제도권 교육에서 국사과목은 찬밥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심지어 대학에서는 국사가 교양필수에서 그저 흥밋거리나 제공하는 선택과목으로 전락해 버린 지가 오래다.이러다 보니 ‘국민의 집단기억’을 담고 있어야 할 국사교과서마저도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이 자주 지적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지구상에 자국사가 이렇게 푸대접을 받는 나라는 많지 않을 것이다.과연 이러한 상황에서 고구려사 왜곡에 대한 국민적 대응이라는 대전제가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 끝으로 고구려사를 비롯한 우리 역사를 국제사회에 보급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여야만 한다. 특히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전이 시급하다.고구려사가 한국고대사라는 엄연한 사실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인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동북아 역사전쟁에서 우리는 참패를 당할 수밖에 없다.그 결과로 자국의 역사마저도 타국에 송두리째 강탈당하는 비극적 운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불을 보듯 뻔하다. 도중만 목원대 역사학 교수
  • 케리, 될성부른 떡잎?

    케리, 될성부른 떡잎?

    ●케리관련 서적 3권 나란히 출간 2004년 11월 조지 부시와 존 케리의 맞대결로 압축된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의 관심사다.선거 결과에 따라 향후 미국의 움직임,나아가 세계의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가인 한반도의 상황 또한 크게 요동칠 것이 분명하다.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남의 나라 잔치로만 치부할 수 없는 우리로서 두 후보,특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케리 후보의 삶과 정치철학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최근 국내에 소개된 존 케리 관련 책들은 그런 점에서 주의깊게 읽어볼 만하다.케리가 직접 쓴 ‘존 케리 도전과 선택’(정하용 옮김,시공사 펴냄)을 비롯,보스턴 글로브지의 고참기자들이 심층 취재를 통해 쓴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본 존 F.케리’(마이클 크래니시 등 지음,손정인 옮김,지식의 날개 펴냄),국내 저자의 ‘존 케리-새로운 미국의 선택인가’(고승욱·하윤해 지음,위드북스 펴냄) 등 세 권이 우선 꼽힌다. ●“나는 여러 분야에 능통한 고슴도치형” 케리는 자신의 책에서 “모든 지도자는 한가지 일에 대해서만 잘 아는 고슴도치형이거나 모든 일에 대해 조금씩 알고 있는 여우형”이라고 전제,자신을 “여러 분야를 전전한 고슴도치형”으로 규정한다.베트남전쟁 후에는 제대군인 문제를,검사로서는 범죄문제를,부주지사 시절에는 경제성장 이슈를,그리고 미국 정치의 꽃인 상원의원으로서는 외교정책·의료·정보·국방·마약·교육과제 등을 다루며 다방면의 경험을 쌓아왔다는 것이다.자신을 ‘정책벌레’로 여기지는 않지만 ‘국가의 부름’에 응할 만한 충분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얘기다. 케리는 세가지 근거를 들이대며 부시 대통령을 텍사스 크로퍼드 목장으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강조한다.워싱턴의 분위기를 바꾸겠다는 거듭된 공약에도 불구하고 부시는 가장 당파적인 행정부를 이끌고 있으며,대통령과 측근들은 신중한 견해 차이까지 비애국적이라고 비난하며 정당에 대한 복종과 애국심을 일치시키고 있다는 것.또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기회와 정의를 베푸는 ‘인정있는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와 ‘책임시대(responsibility era)’를 구현하겠다는 공약도 물거품이 됐다고 비판한다. ●정치적 기회주의에 끌려간다는 비판도 ‘보스턴 글로브 기자들이 본 존 F.케리’는 지난해 뉴욕 타임스의 자회사인 보스턴 글로브에 연재했던 내용을 묶은 것이다.민주당의 메카이자 케리의 정치적 고향인 보스턴에 본부를 둔 보스턴 글로브에 실렸던 것이지만 균형잡힌 시각으로 냉정하게 씌어졌다.책은 케리를 양면성을 지닌 인물로 묘사한다.케리는 부유한 집안에서 자란 외교관의 아들이지만 마치 제인 오스틴의 소설에 등장하는 땅 없는 귀족처럼 스스로를 ‘아웃사이더’라고 여겼다.시류에 휘말리지 않지만 정치적인 기회주의에 끌려가는 정치가라는 비판이 따르기도 한다.고상하고 주의깊은 성격임에도 전쟁에 대해서는 대담한 면이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대목.케리가 예일대 시절 토론 챔피언이었던 경험이 그의 조직적이고 꼼꼼한 정책결정과정 스타일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도 밝힌다. ●케리 대북정책은 핵·인권 등 포괄 ‘존 케리-새로운 미국의 선택인가’는 외교안보,경제,사회 등 각 분야별로 케리의 정책을 다룬다.케리는 한반도 문제,그중에서도 특히 북한 핵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였다.한국 문제를 다루는 상원 외교위원회 산하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했다.케리의 대북정책은 크게 북·미 양자회담과 6자회담의 병행,핵문제와 재래식 병력의 배치,마약,인권문제 등을 모두 다루는 포괄적인 의제 논의로 요약된다. ●오락가락 ‘양면성의 정치인’ 케리는 종종 ‘양면성의 정치인’이란 말을 듣는다.케리는 군사적 팽창을 거부하면서도 군사력 증강을 앞세운 안보공약을 내세운다.사회적 이슈에 대해서는 동성애자 시민결합을 찬성하면서도 동성결혼 자체는 반대하는 어정쩡한 입장을 취한다.자신이 가톨릭 신자이면서 낙태를 찬성하는가 하면 부시 행정부의 감세정책에 반대하면서도 중산층에게는 세금을 줄이겠다고 약속한다. 민주당 주류를 잇는 진보 정치인이라는 평가와 함께 대세에 편승해 오락가락하는 정치인이라는 양극단의 평가를 받는 케리.그에 대한 심판은 물론 미국인의 몫이다.하지만 강력한 대권주자인 케리에 대한 연구와 대비는 우리로서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과제다.굳이 ‘팍스 아메리카’를 이야기하지 않더라도 미국은 세계 패권질서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서울광장] 남북경색 마침표 찍자/오풍연 논설위원

    [서울광장] 남북경색 마침표 찍자/오풍연 논설위원

    남북 관계가 답답하다.올여름 지루한 폭염만큼이나 숨막히는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지난달 19일 열기로 했던 남북 장성급 군사실무회담이 무산된 이후 경색국면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북측은 이달 3∼6일 서울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던 제15차 남북 장관급회담에도 아무 연락없이 불참했다.언제 회담이 속개될지 모르는 형국이다.북측이 무성의하게 나오다 보니 우리로서도 자의든,타의든 숨고르기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 북한이 왜 이렇게 나올까.첫 장성급 회담에 이어 군사실무회담을 잇따라 열고 서해상에서 핫라인 등을 가동하기로 합의할 때까지만 해도 남북 관계는 순항을 계속했다.그러나 우리 정부가 김일성 주석 사망 10주기 조문을 불허하고,동남아 A국에 머물던 탈북자들이 대거 입국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여기에 미국 하원은 얼마 전 탈북자들에 대한 막대한 재정지원을 담은 북조선인권법을 통과시켰다.말하자면 북한의 자존심과 체제 정통성을 건드린 셈이다. 무엇보다 탈북자 문제가 북한의 심기를 크게 건드린 듯하다.북 언론의 보도를 보더라도 그렇다.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3일 조선중앙통신과 가진 회견에서 탈북자들의 대규모 입국과 관련,“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의 산물”이라면서 “더욱 간과할 수 없는 것은 A국이 공모해 나선 것”이라고 싸잡아 비난했다.그동안 쉬쉬해왔던 북한이 A국을 지목한 것은 사실상 탈북자의 존재를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더 이상 침묵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북한이 A국을 겨냥한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 보인다.앞서 북한은 지난달 29일에는 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남한 정부가 탈북자들을 대량으로 끌어가는 반민족행위를 감행했다.”고 비난했었다.제3국을 공식언급한 것은 처음이다.북한은 이번에 468명이 입국한 데 대해 놀란 것 같다. 국내외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동남아 지역이 본격적인 탈북루트가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해석된다.A국뿐만 아니라 인근 동남아 국가들과 비정부단체들의 협조 가능성에 제약을 가하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탈북자 문제는 국제적 이슈로 부각되면서 더 꼬여가고 있다.실제로 A국은 최근 탈북자 100여명을 중국으로 추방했다는 소식이다.자유를 찾아 죽음을 무릅쓰고 탈출한 그들을 다시 사지(死地)로 돌려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이는 우리 정부가 외교력을 총동원해 해결할 일이다.이 문제를 제때,제대로 풀지 못하면 남북간 경색이 예상보다 오래갈 수 있다. 남북은 하루빨리 머리를 맞대야 한다.경색국면이 계속되면 남북 모두 득될 게 없다.장관급 회담과 군사실무회담을 빨리 속개하길 바란다.거기서 모든 문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면 된다.따지고,해명하고,의견을 같이하면 그만이다.동족끼리 ‘기싸움’을 계속하는 것은 모양새도 좋지 않다. 다행히 북측은 최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비무장지대내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중단했던 긴장완화 작업을 재개했다는 것이다.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북측은 지난 10∼11일 서너차례씩 남측 함정을 호출했다고 한다. 북측이 ‘한라산’을 먼저 부른 것은 지난 6월15일 핫라인이 가동된 후 처음이어서 주목된다.아울러 지난 8일부터는 북측이 군사분계선 지역에서 선전물을 제거하는 작업도 관측됐다는 것이다.경색된 남북관계를 푸는 기폭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9월말에는 제4차 6자회담이 예정돼 있다.또 북한의 정권창건일인 9·9절 행사도 기다리는 중이다.그 전에 물밑 협상을 갖고 대화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야 한다.경색국면의 ‘마침표’는 일찍 찍을수록 좋다. 오풍연 논설위원 poongynn@seoul.co.kr
  • [고구려사 지키기] “고구려 재단의 中과 담판 기대”

    국회 교육위원회가 11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파문과 관련해 긴급 소집한 전체회의는 마치 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교육위원들은 외교통상부와 교육부,고구려연구재단의 기관 보고를 받은 뒤 날카로운 질문으로 정부를 압박하기보다는 “중국과 한판 승부를 벌일 고구려재단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격려했다.회의를 국회 본청이 아닌 서울 중구 고구려재단 사무실에서 연 것도 고구려재단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라고 한나라당 소속인 황우여 교육위원장은 설명했다. 첫 질의에 나선 열린우리당 구논회 의원은 중국을 ‘덩치 큰 학생’에 비유한 뒤 “지금 우리 처지가 딱 그렇다.우리에 원죄를 지고 있는 일본도 아닌 중국이 덤비니 정부도 어쩔 수 없는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서 “재외 한국인에게 한국 역사교육을 강화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면서 “외국 교과서 왜곡 문제를 좀더 본격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권철현 의원은 중국을 방문했던 경험담을 길게 설명한 뒤 “기존의 역사 연구결과만 답습하지 말고,새로운 견해를 내놓는 재야 연구가에도 기회를 줘서 국가적인 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해달라.”며 역사학계의 해묵은 논쟁거리를 재점화시켰다. 이 밖에도 “장학금 제도를 활용해 고대사를 연구할 인력을 키우는 것이 어떻겠느냐.”(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중국과 벌이는 한판 승부에서 우리의 대표선수인 고구려재단이 잘해 주시길 바란다.”(열린우리당 이인영 의원) 등 여야 의원의 기대 섞인 발언이 이어졌다. 한편 김 이사장은 이날 “해방 이후 국내 대학에서 고구려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사람은 14명에 불과하다.”고 열악한 연구 환경의 어려움도 언급했다. 그는 또 “중국은 칭기즈칸이 세운 원나라도 자신의 역사로 생각한다.”면서 “동북공정이 갖는 마지막 목표가 어디까지냐고 묻는다면 우리로서는 그 끝이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박지연기자 anne02@seoul.co.kr
  •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산 오르記]홍천 팔봉산

    팔봉산 제 1봉은 들머리부터 선택의 갈림길에 선다.‘쉬운길’과 ‘험한길’이라고 적힌 안내판 앞에서 선뜻 ‘험한길’을 택할 수 있는 용기를 내기란 쉽지 않다.각자 능력과 체력에 따라서 길을 고르도록 한다.대체로 걸어서 오르는 ‘쉬운길’에 비해 ‘험한길’은 바위 사이로 매어놓은 로프를 잡고 오르는 곳도 나온다. 제2봉 오르는 길 역시 가파르고 험하다.로프와 쇠난간을 잡고 암릉을 지나면 바위 봉우리 꼭대기에 작은 사당이 하나 보인다.삼부인당(三婦人堂)이다.400여년 전 조선 선조 때부터 어유포리에 살던 이씨,김씨,홍씨 등 세 며느리의 효성을 기리기 위해 세운 것이다.마을의 평온과 풍년을 기원하고 액운을 막는 당굿을 올린다. 팔봉산 최고봉인 제3봉은 수직 철계단을 오른 후 암릉에서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이 바위를 돌아서 오르면 표지석이 있는 정상이다.바위틈에 뿌리를 내린 소나무들의 연륜이 만만치 않음을 느낄 수 있다.북서쪽으로 줄지어 선 다섯 봉우리는 마치 설악산 용아장성릉의 축소판 같다.철계단을 내려가면 3봉과 4봉 사이의 안부다. 제4봉은 팔봉산 등산로 가운데서 가장 어려운 곳이다.특히 철계단을 올라선 4봉 마지막 부분은 비스듬하게 수직으로 뻗은 굴이라서 침니등반 기술을 써먹기에 좋다.그러나 몸이 뚱뚱한 사람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다.잘 살펴보면 돌아서 오르는 길도 있으니 절대로 무리하면 안 된다. 이 굴은 ‘산파바위’라고도 하는데 산모가 아이를 낳을 때 고통을 겪는 것만큼이나 통과하기 어렵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밑에서 받쳐주고 밀어주면 그만큼 빠져나가기가 쉽다.어려움 끝에 정상에 서면 기쁨도 그만큼 크다.팔봉산을 에돌아 흐르는 푸른 강물이 백사장과 어우러져 발 아래 한 폭 그림으로 펼쳐진다. 가장 어려운 4봉을 올랐으면 5,6,7봉은 문제없다.암릉길이 이어지며 가파르거나 위험한 구간에는 로프와 철계단이 있다.7봉에서 내려서는 길이 가장 길며 우뚝 솟은 8봉이 잘 보인다.팔봉산 등산로는 봉우리 꼭대기까지 올랐다가 다시 안부에 내려선 후 다시 봉우리로 오르는 길의 연속이다. 오르기 위해서 내려가는 몸짓을 되풀이하다 보면 우리네 인생길과 흡사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마음을 비우고 겸손해야만 산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는 것도.7봉과 8봉 안부에서 하산길을 잡는 게 보통이지만 암벽 등반 경험과 장비가 있으면 8봉에 도전해 본다.그러나 체력이 약하거나 노약자,부녀자는 등반을 삼가달라는 안내판이 붙어 있다.제8봉은 로프에 의지해서 수직 암벽을 오르기 때문이다. 8봉 꼭대기에 서면 널찍한 암반이 펼쳐져 있으며 산들바람이 시원한 그늘 드리운 노송과 더불어 반긴다. 8봉에서 하산은 상당한 주의를 요한다.급경사 구간인데다 미끄럽기 때문이다.그러나 로프가 설치돼 있어 위험하지는 않다.마지막 철계단에 이어 수직 계단을 내려서면 바로 강변이다.암벽 밑으로 길이 나있는데 좁은 철판을 딛고 로프에 의지해서 강물 위를 건너는 곳도 있다.발판이 없어서 쇠줄을 디딘 채 로프를 잡고 건너기도 한다. 8봉까지는 총 4㎞에 3시간이 걸린다.경우에 따라서는 30년 같은 3시간 산행이 끝나면 팔봉산 여덟 봉우리가 오랜 벗처럼 친근하게 다가온다. ●볼거리·먹을거리 홍천읍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있는 무궁화동산을 들러본다.남궁억 선생의 동상이 있으며 홍천이 무궁화의 고장이 된 유래를 알 수 있다.희망리 읍사무소 앞에 있는 고려시대 삼층석탑(보물 79호) 또한 그냥 지나칠 수 없다.원래는 홍천초등학교에 있던 것을 현재의 위치로 옮겨놓았다. 동면 덕치리 공작산 수타사 역시 홍천에서는 꼭 들러볼 만한 곳이다.대적광전,소조사천왕상,영산회상도 등이 강원도 유형문화재다. 홍천강을 따라서 모곡유원지 밤벌유원지 등은 가족이 함께 물놀이를 즐기기에 적합한 곳이다. 홍천강에는 견지낚시 명소도 즐비하다.팔봉산과 홍천강 일대에서는 잡고기매운탕 잘 하는 집이 여럿 있다.모래무지,꺽지,빠가사리 등 잡고기와 버섯,깻잎 등 야채를 넣고 펄펄 끓인 다음 수제비를 곁들인 매운탕을 뚝배기에 담아서 먹는 맛이란 정말 그만이다.4인분 3만원.홍천강 잡고기 매운탕은 팔봉산 산행과 더불어 오래도록 홍천강의 추억으로 남길 만한 별미로 꼽힌다. 윤정이네식당(033-434-3315),팔봉산시골집민박식당(434-0267),팔봉산민박호남식당(434-0678). ●가는 길 구리시 교문동 사거리에서 가평,강촌,광판삼거리와 남동진 거쳐 팔봉산까지 2시간 걸린다.홍천읍 거쳐 부사원검문소에서 좌회전,구만리 지나 팔봉산으로 가는 길은 40분 걸린다. 버스로는 상봉터미널(02-435-2129)에서 홍천을 거쳐 반곡리 팔봉산 입구까지 2시간50분 걸린다. 서울에서는 하루 40회,홍천(033-432-7893)에서는 하루 네 번 있다.팔봉산국민관광지 입장료 어른 1500원,어린이 500원.주차료 소형 3000원,중형 4000원. 산악문학인 안재홍
  • [고구려사 외교 마찰] 싱하이밍 中대사관 참사관

    주한 중국대사관의 싱하이밍 정치참사관은 6일 아침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자발급 거부와 관련,“절차의 문제였을 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면서 항간의 ‘보복설’을 강력 부인했다.이에 대해 정부의 한 당국자도 “(국회의원들이) 일반비자를 단체로 제출해 시간이 좀 걸렸던 것 같다.(중국쪽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던 것으로 안다.”고 비슷한 얘기를 했다.한·중 양국간 외교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을 차단하겠다는 뉘앙스로 읽혀진다.다음은 싱 참사관과의 일문일답. 왜 비자를 내주지 않았나. -신청은 절차가 필요하다.시간이 걸리지 않나.본국에서 결정하는 일이다.우리로서는 내주지 않을 이유가 전혀 없다.우리가 내주지 않고 그럴 일이 아니다.절차가 닿아야지(따라야지)…. 일반인도 아니고 국회의원들에 대한 비자 거부여서 파장이 적지 않은데. -한국 사람들 성격이 급하니까….충분한 시간도 안 주고 왜 안 내주느냐고 독촉하고 그런 거다. 예전에 국회의원들에게 ‘타이완 총통 취임식에 참석하지 말라.’고 한 적이 있지 않는가.그때 ‘만약 참석하면 보복하겠다.’는 식으로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참석하지 말라고는 했지….하지만 보복 얘기는 하지 않았다.이번에 비자를 신청한 의원 가운데 타이완에 다녀온 사람은 없는 것 같던데…. 당시 정책위의장들이 갔으니 정당 차원에서 간 것으로 받아들인 것 아닌가. -이것과 그것이 무슨 상관있나. 한국 사람들은 고구려 역사 문제와 연관지어 이 문제를 외교 분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강한 어조로)분쟁은 무슨 분쟁….고구려는 고구려고 이런 일로 양국 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아무 상관 없다.양국간 현실적 관계에 영향을 줘서는 안 된다. 이지운기자 jj@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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