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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北 잇단 불장난 조짐에 단합된 힘으로 맞설 때

    북한 중앙통신이 그제 “인민군 전선대연합부대 장거리 포병부대가 자신들의 집중화력 타격권 안에 청와대가 포함돼 있다는 등 최후통첩을 보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이에 앞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이용해 미국의 워싱턴 DC를 공격하는 동영상을 내보내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위원장이 직접 나서 “지상과 공중, 해상, 수중의 임의의 공간에서 핵 공격을 가할 수 있게 준비해야 한다”는 등 막가파식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우리 군은 이에 대해 “국가원수에 대한 저급한 언동을 중단하라”고 엄중히 경고했고 미국도 성명을 통해 “도발적 언행을 삼가라”고 했다. 북한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도발적 언행을 계속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의도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 우선 5월로 예정된 제7차 노동당대회를 앞두고 개성공단 가동 중단 등 강도 높은 대북 제재에 따른 흐트러진 민심을 다잡겠다는 김정은 위원장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또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굴하지 않는 모습을 통해 김 위원장이 통 큰 지도자라는 인식을 북한 주민들에게 심어 주려는 의도도 깔려 있다. 또한 우리로 하여금 대북 정책 전환을 유도하는 효과와 함께 총선을 앞두고 남남 갈등을 유발하겠다는 속셈도 엿보인다. 미국 본토를 공격 목표로 한 동영상을 공개한 것도 미국의 대북 정책 유도책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북한은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에 응하는 것을 대미 외교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 물론 국제사회에서 가해진 강력한 대북 제재와 역대 최고 수준의 한·미 군사훈련에 따른 북한의 자포자기식 반응이라는 등 다양한 시각이 있다. 아무튼 북한이 도발 수위를 높이면 높일수록 북한은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하게 고립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북한은 그동안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방사포 등 무력시위, 상륙훈련 등 도발 역량 과시, 북방한계선(NLL) 침범, 비무장지대 등의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일삼아 왔다. 북한은 아직 특이한 동향은 보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새로운 무력 도발을 시도할지 모를 일이다. 우리 군은 어떠한 상황에도 즉각 대응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춰야 한다.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다. 정치권도 총선 과정에서 단합된 힘을 보여야 한다. 북한이 노리는 것 중 하나가 남남 갈등을 부추기는 일이다. 정부 또한 그 어떤 도발에도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충무계획 등 종합대비태세를 상시 점검하는 체제를 갖춰야 할 것이다.
  • 스마트폰 모양 ‘진짜 권총’ 개발 논란

    스마트폰 모양 ‘진짜 권총’ 개발 논란

    한 총기 개발업체가 스마트폰처럼 위장할 수 있는 특수한 권총 디자인의 특허를 신청해 총기 반대론자들과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21일(현지시간) CNN에서 운영하는 증시 웹사이트 ‘CNN 머니’ 등 외신은 미국의 총기 제작사 ‘아이디얼 컨실’(Ideal Conceal)이 스마트폰과 같은 외관을 지닌 소형 권총의 특허를 신청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업명과 동일한 이름을 지닌 이 소형 권총은 .380구경(9㎜) 탄환을 사용하는 ‘데린저’ 형태의 총기다. 데린저 권총이란 두 개의 총열을 가지고 있으며 한 번에 단 두 발만을 장전할 수 있는 호신용 총기를 말한다. 소형화하기에 적합해 주로 여성들이 가방에 숨기는 방식으로 휴대한다. 그러나 아이디얼 컨실이 다른 데린저 권총과 다른 점은 손잡이 부분을 접어놓을 경우 스마트폰과 구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총은 스마트폰과 흡사한 외관을 갖추기 위해 카메라 렌즈와 이어폰 단자까지 구현돼있다. 하지만 안전장치를 풀면 손잡이가 펼쳐지면서 즉시 사격이 가능한 권총으로 변신하게 된다. 개발자 커크 켈버그는 언 땅이나 아스팔트를 녹이는 특허기술을 보유한 기업 ‘마이크로웨이브 유틸리티’의 공동 소유주이기도 한 사업가다. 그는 어느 날 총기를 휴대한 채 인근 식당을 찾았다가 그의 총기를 우연히 발견한 식당 손님들이 겁을 먹는 모습을 본 이후 ‘다른 사람에게 거슬리지 않는’ 휴대용 총기의 개발을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미국의 총기애호가들은 벌써부터 해당 권총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켈버그는 이미 구매를 원하는 사람들로부터 2500여 통의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총기가 성공적으로 특허를 획득하면 올해 중반 395달러(약46만 원)의 가격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그러나 총기 반대 운동가들과 경찰은 해당 총기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는 상황이다.빌 존슨 미국경찰조직협회(National Association of Police Organizations) 대표는 CNN머니와 한 인터뷰에서 “총기처럼 보이지 않게 위장한 무기는 종류에 상관없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전했다. 범죄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디얼 컨실 측은 SNS를 통해 “우리는 경찰을 100% 지지한다”면서 “이 총기가 경찰에 대항하는데 쓰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우리로서는 이해할 수 없다. 이와 유사하게 지갑처럼 생긴 총기도 이미 출시된 바 있지만, 그런 총기 역시 호신용으로 활용될 뿐 경찰 공격용으로 사용된 사례는 들어보지 못했다”고 밝혔다. 앤드류 패트릭 미국 총기폭력반대연합(Coalition to Stop Gun Violence) 홍보부장은 아이디얼 컨실이 “특허를 받지 못하기를 바란다”면서 “이 총기를 보고 스마트폰으로 착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위험하고, 반대로 평범한 스마트폰이 총기로 오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난감 총을 가지고 놀던 아이들이 진짜 총을 휴대한 것으로 오인 받아 (경찰에게) 총을 맞는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며 앞으로는 스마트폰에 있어서도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했다. 사진=ⓒ아이디얼 컨실 방승언 기자 earny@seoul.co.kr
  • 한국서 보신탕 될 뻔했던 개, 미국에 가더니 새 삶

    한국서 보신탕 될 뻔했던 개, 미국에 가더니 새 삶

     한국에서 보신탕이 될 뻔했던 개 한 마리가 태평양 건너 미국 애리조나 주 피닉스에서 새 삶을 찾았다. 우리로서는 너무도 부끄러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골든레트리버 잡종인 ‘치치’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피닉스의 새 집 정원에서 새로 얻은 네 다리로 첫걸음을 뗐다.  서울의 한 동물병원에서 의족으로 걷는 훈련을 받은 치치는 이제는 리처드 하웰 씨 부부, 12살 딸 메건과 함께 살게 된다.  메건 양은 “치치는 걸을 수 있고 뛸 수 있다”면서 “계단 오르기를 빼고는 개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전부 다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동물구조 단체인 ‘동물 구조 미디어 교육’(ARME)은 치치가 한국에서 식용으로 도살되려다 한국 동물단체에 구조됐으며, ARME가 미국으로 데려왔다고 밝혔다.  2살 2개월인 치치는 지방의 한 정육시장 밖에서 쓰레기봉투에 담긴 채 발견됐다. 당시 네 다리가 단단히 묶여 힘줄과 뼈가 보일 정도였다.  구조자들은 이 개를 즉시 동물병원으로 데려갔고, 수의사는 목숨을 살리려면 네 다리를 모두 절단해야 한다고 진단해 결국 의족을 달았다.  ARME는 치치가 회복하는 과정을 유튜브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으며 하웰 씨는 이를 통해 치치를 데려오게 됐다.  하월 씨는 “치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살아갈 곳이었다”면서 “우리가 치치의 역경과 함께하면서 치치와 인연이 있음을 느꼈다. 치치는 아마 세상을 바꿀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윤용로 시민의 단상]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는 사회

    [윤용로 시민의 단상] 멀리 보고 깊게 생각하는 사회

    # 1867년 미국의 국무장관이었던 윌리엄 스워드는 러시아 정부와 720만 달러(2015년 기준으로 1억 2000만 달러)에 알래스카를 인수하는 협상을 체결하였다. 턱밑인 캐나다까지 다가온 영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러시아의 의도와 서부 진출에 정점을 찍으려던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이었다. 이 협상은 나중에 발견된 대규모의 천연자원과 관광자원의 가치까지 감안하면 미국에 엄청난 이익을 가져오게 되었다. 하지만 알래스카가 당시로서는 쓸모없어 보이는 땅이었기 때문에 ‘스워드의 바보 같은 짓’(Seward’s Folly)이라는 일부의 비난도 감수해야 했다. 어떤 정책이나 사업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기준이 되는 구간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판단 결과가 달라지는 경우가 흔한 것 같다. 그래서 국가적 이익이 걸린 중대 사안에 직면해서는 그 판단이 아주 어렵게 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는 손해인 것 같지만 길게 보면 이득이 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지금은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것같이 보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구성원 전체에 커다란 손실로 다가오는 사례도 많기 때문일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 같은 것이 후자의 대표적인 경우라고 할 것이다. # 과거 공직에 있을 때 모셨던 어떤 장관은 보고서를 보면서 날카로운 지적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였다. 그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실무자들에게 늘 이렇게 이야기하였다. “장관이 보는 한 쪽의 보고서를 만들기 위해 차관은 두 쪽을 봐야 하고 차관보는 네 쪽, 국장은 여덟 쪽, 과장은 열여섯 쪽, 사무관은 서른두 쪽 정도를 검토해야 하는데 장관이 보는 한 장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답을 못한다는 것은 충분한 검토가 안 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정책 수립에 있어서 깊이 있는 검토를 요구하는 것이었으며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할 것이다. 요즘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되면서 간단한 표현이 주류가 되고 있으며 긴 글은 아예 보지 않는 경향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작년에 책을 한 권 출간했는데 집필하는 과정에서 분량이 많아지자 출판사로부터 독자들이 두꺼운 책은 보지 않으려 하니 내용을 줄여 달라는 부탁을 받은 적이 있다. 가뜩이나 복잡하고 스트레스 많은 현대사회에서 부담이 덜 가는 가벼운 책을 원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풍조가 만연하게 되면 장래 우리에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게 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도 단편적으로 대처하게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특히 요즘과 같은 대변혁의 시기에는 더욱 통찰력 있는 대응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새해 벽두부터 중국으로부터 시작된 리스크 등으로 세계경제가 요동치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일부 유럽 국가들과 일본의 중앙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는 등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대외적 여건과 함께 인구절벽 등 수많은 내부적 어려움은 우리 경제에 힘든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한편 북한의 핵실험으로 심화된 안보 위기는 가뜩이나 지정학적인 한계로 힘든 우리를 한 치 앞을 내다보기도 어려운 소용돌이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과감한 대북 제재 조치들을 시행해 가고 있지만 지구상 가장 위험한 체제와 이웃하고 있는 우리로서는 단호함과 유연함 사이에서 항상 고민할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지을 수 있는 절체절명의 이 시기에 우리는 ‘멀리 보면서 깊게 생각하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가적 이슈에 대해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기초한 치열한 연구 열풍이 학계에 불어야 하고 정부정책은 통렬한 고민을 통해 심도 있게 수립되어야 한다. 우리 학계가 사회참여는 활발하지만 현실에 기초한 튼튼한 연구가 부족하다는 지적에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 세종시에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SNS로 업무적 소통을 한다는 이야기도 들리니 이 또한 걱정이 아닐 수 없다. 튼튼한 연구와 단단한 정책은 바로 우리의 미래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 [사설] 中 ‘중속성장’, 구조개혁으로 경쟁력 키워야

    중국이 마침내 7% 이상 고성장을 의미하는 ‘바오치’(保七)시대의 막이 내렸음을 공식 선언했다. 리커창 총리는 그제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제4차 전체회의에서 올해의 경제성장률을 6.5~7.0%로 제시한 13차 5개년 경제사회발전계획인 ‘13·5 규획’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고도성장세를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중속 성장 경제로 전환한 것이다. 리 총리가 제시한 6.5~7% 성장률은 2020년까지 국내총생산(GDP)과 1인당 국민소득을 2010년의 두 배로 늘려 중국의 모든 국민이 의식주 걱정 없이 안락을 누리는 ‘샤오캉(小康) 사회’ 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수치다. 중국 발전전략의 핵심을 혁신으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산업의 고도화를 더는 미룰 수 없다는 게 리 총리의 방향이다. 중국의 중속 성장이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권이다. 세계 각국에 물품을 공급하는 생산기지이자 엄청난 양의 제품을 소비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13·5 규획은 향후 중국이 과잉설비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대대적인 산업 구조조정과 설비 감축에 나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결국 기간산업 전반에서 기업 통폐합과 공장 폐쇄로 이어져 대규모의 실업자 발생과 소득 감소가 불가피하다. 무역의 약 4분의1을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이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로서는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 체력을 튼튼히 하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게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중국처럼 반도체, 조선, 철강 등 주력산업에 대한 공급과잉 문제를 안고 있어서다. 이들 산업에 대한 산업 고도화, 기술혁신을 통한 신사업 발굴이 절실하다. 경제 회복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한계기업 정리도 서둘러야 한다. 대기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경제구조 개선,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한 규제개혁의 강력한 실천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한국의 대중 수출액은 전체 수출의 26.1%에 달했다. 중국 의존을 줄이지 않으면 중국 경제 침체에 따라 우리 경제는 언제든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세계 각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활용해 수출지역을 다변화하고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을 통해 무역 영토를 넓힐 필요가 있다. 중국의 중속 성장 시대가 우리 경제에 악재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제대로 대처한다면 경제구조개혁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 [새누리 1차 공천 발표] “야당 강세 지역구 자객 공천하겠다”

    [새누리 1차 공천 발표] “야당 강세 지역구 자객 공천하겠다”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4일 야당 강세 지역구를 우선추천지역으로 선정하는 이른바 ‘자객 공천’ 방침을 밝혔다. “내리꽂기 공천은 없다”며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는 김무성 대표와 충돌할 가능성도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계속 국정의 발목만 잡고 민생을 외면했던 야당 의원이 있다. 이런 사람들의 출마 지역구에는 우리로서도 ‘킬러’를 투입할 수밖에 없다”면서 “적합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면 우선추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또 “신설·분구 지역구도 우선추천지역에 넣겠다”고 덧붙였다. ●‘상향식 공천’ 김무성과 충돌 불가피 야당 강세 지역의 거물급 인사를 쓰러뜨릴 경쟁력 있는 여당 후보를 골라 맞춤형으로 투입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각각 여야의 텃밭인 영남·강원권, 호남권을 제외하면 대상은 수도권과 충청권으로 좁혀진다. 전체 지역구가 122석으로 10석 늘어난 수도권, 27석으로 2석 늘어난 충청권 등 중원 승리 전략과도 일맥상통한다. 당 안팎에선 서울 구로을, 광진갑, 마포을, 경기 안양 만안, 대전 유성 등이 우선 거론됐다. 각각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전 원내대표, 김한길 전 대표, 정청래 의원, 이종걸 원내대표, 이상민 법제사법위원장의 지역구다. 문제는 능력은 물론 지명도까지 갖춘 인물이 필요한데, 험지에 뛰어들겠다고 자원할지 여부가 미지수다. 새누리당 내부적으로는 ‘현역 국회의원 40여명 물갈이 리스트’ 논란과 ‘여론조사 결과 유출’ 파문에 이어 공천에서 배제시킬 ‘컷오프 리스트’까지 나돌면서 갈수록 ‘리스트 수렁’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 위원장은 잇단 문건 파문과 관련, “공관위를 흔들려고 하는 식의 움직임을 차단해야 한다”면서 “중앙선관위가 빨리 진상 조사에 착수해 진실을 규명해 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공천배제 9명 ‘컷오프 리스트’도 나돌아 그러나 전날 여론조사 결과 유출에 이어 이날 또 ‘사회적 비리 혐의자 경선후보 및 공천배제 후보자 명단’이라는 문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이 문건에는 새누리당 예비후보 9명의 실명과 출마지역, 컷오프 사유 등이 명시돼 있다. 이와 관련, 공관위 측은 “공관위 심사와는 무관한 자료”라고 선을 그었다. 출처가 불분명한 괴문서가 잇따라 나오면서 친박근혜계와 비박근혜계 사이의 감정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이날 여론조사 결과 유출과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 선관위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실이 발견될 경우 검찰에 수사 의뢰할 방침이다. 이재연 기자 oscal@seoul.co.kr 이영준 기자 apple@seoul.co.kr
  • 은수미 “지금 도망가면 거짓말 하는 것…누가 우리에게 표 주겠나?”

    은수미 “지금 도망가면 거짓말 하는 것…누가 우리에게 표 주겠나?”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중단하기로 한 가운데 은수미 의원이 “이런 식으로 함부로 중단하면 누가 우리에게 표를 주느냐”며 비판했다.   은 의원은 2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오히려 새누리당이 선거용이라고 하지 않나. 새누리당이 선거용이라고 위협을 느끼는데 우리 당에서 ‘선거에 안 좋을 거다’라며 선거까지 간다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은 의원은 “당원과 의원으로 당의 결정에 동의를 하는 게 마땅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통이 됐고, 사실은 지지자들께서 같이 날밤을 새면서 우리로서는 처음으로 결집이 시작된 것”이라며 필리버스터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어 “연단에 서신 모든 의원들이 (다음달 10일까지 진행돼도 법안 통과를 막을 수 없다는) 얘기를 했고, 지지자들도 알고 있다”면서 “문제가 있고 국민의 인권이 훼손된다는 것을 알면 통과된다 해도 향후에 (법안을) 바꿔야 한다는 힘이 집결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에 의한 인권 훼손을 문제 제기하고 제1호 법안을 같이 낸다면 ‘정말 필요하구나’ 공감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은 의원은 “한 번 유린된 인권은 자연 생태계 비슷하게 회복이 어렵다”면서 “제대로 호소하는 모습을 보이고 국민 앞에서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희망을 걸고 하면 ‘재개정을 할 사람들이구나’라는 건 아이들도 판단할 것”이라면서 “지금 도망가면 거짓말하는 것”이라며 필리버스터 중단 결정을 내린 당 지도부를 거듭 비판했다. 은 의원은 지난 24일 더민주에서는 두 번째 주자로 필리버스터에 나서 총 10시간 18분에 걸쳐 테러방지법이 통과돼선 안 된다는 이유를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박 대통령 남은 2년, 개혁 완수에 올인해야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만 3년이 흘렀다. 이제 남은 기간은 정확히 2년이고, 임기 마지막 해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일할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1년 남짓에 불과하다. 어떻게 보면 그동안 추진한 국정과제를 점검, 내실을 다지면서 국가 혁신을 가속화하는 데도 빠듯한 시간이라고 할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3년 전 오늘 취임식에서 “희망의 새 시대를 열겠다”며 국민행복과 경제부흥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당선인 시절부터 각종 규제를 ‘손톱 밑 가시’로 비유하며 지금까지 규제개혁을 직접 챙기는가 하면 “불어 터진 국수를 누가 먹겠느냐”며 절규하듯 경제활성화 입법을 촉구해 왔다. 남은 2년은 국정을 맡고 있는 박 정부뿐 아니라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국민들로서도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사실 집권 4년차에 접어든 박 대통령 앞에는 한꺼번에 닥친 안보와 경제위기 돌파라는 쉽지 않은 과제가 놓여 있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로 촉발된 안보 위기는 박 대통령이 직접 북한의 레짐체인지(정권교체)를 언급하고, 김정은이 청와대 타격을 협박할 정도로 최고조를 향해 치닫고 있다. 남·북한과 미·중·일·러 간의 미묘한 관계 변화 속에서 안보 위기를 극복하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면 외교·안보 전략을 고차원적으로 더욱 치밀하게 가다듬어야만 한다. 게다가 경기 침체 등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는 세계 경제 상황은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파도라고 할 수 있다. 아직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한 4대 개혁에 가속도를 내지 않는다면 박 대통령이 공약한 경제부흥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호(號)는 피항처를 찾지 못한 채 장시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박 정부가 남은 기간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정 동력을 되살려 강력한 구조개혁을 펼쳐야 하는 이유다. 사실 박 대통령의 고군분투가 아니었다면 그나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다. 자기 정치에 매몰된 정치권의 발목 잡기로 노동개혁은 이륙조차 못하고 있지 않은가. 최근 몇 달간 국회, 특히 야당을 질타하면서 국민들에게 직접 호소했던 박 대통령의 다급한 심정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하지만 개혁 완수는 결국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임무다.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한 것과 같이 국정의 원활한 운영을 위해서는 야당의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야당 설득에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저돌적인 돌파의 리더십 못지않게 국가적 역량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소통과 통합의 리더십이 절실히 요구된다. 지금이 바로 그런 시점이다. 남은 2년, 안팎의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가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서는 국민의 에너지를 반드시 하나로 모을 필요가 있다. 박 대통령의 언급대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정부는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의 자세로 국민과 함께 개혁에 박차를 가하고, 국민은 역량을 결집해 지원하며,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이 힘을 보탬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내야만 한다.
  • [서울광장] 쿠바 위기에서 배우자/박홍환 논설위원

    [서울광장] 쿠바 위기에서 배우자/박홍환 논설위원

    1962년 10월 말부터 11월 초까지 며칠간 수십억 년 지구사에 운명적 찰나로 기록될 사건이 벌어졌다. 전 세계를 핵전쟁의 공포로 몰아넣은 쿠바 미사일 위기다. 취임 2년차인 45세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지상군을 남진 배치하고, 함정들을 카리브해로 집결시켰으며, 데프콘2를 발동해 폭격기 조종사들에게 출동 태세를 갖추라고 지시했다. 쿠바에 대한 강력하고도 대대적인 봉쇄가 실시됐다. 처음부터 대응책이 확고했던 건 아니다. 정보 입수부터 며칠간 ‘매파’와 ‘비둘기파’ 간 치열한 설전이 이어졌다. 소련이 미국 코밑인 쿠바에 대미 공격용 핵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는 정보가 케네디 대통령에게 전달된 것은 그해 10월 16일이다. 케네디는 즉각 국가안전보장회의 집행위원회, 이른바 엑스콤을 소집했다. 엿새간의 비밀회의에서 미사일 기지 공습, 쿠바 침공, 해상 봉쇄 등 다양한 대응책이 나왔다. 회의 초기에는 항상 그렇듯 강경파 군 인사들의 목소리가 우세했다. 이들은 즉각적인 공습과 침공을 제안했다. 의회 내 강경 세력도 케네디를 압박했다. 하지만 케네디는 전쟁 발발 때의 치명적 결과를 우려한 온건파들과 뜻을 같이했다. 최종 결심을 굳힌 케네디는 10월 22일 대국민 TV연설을 통해 쿠바로 향하는 미사일 관련 물자의 해상 검역을 골자로 한 대응책을 전 세계에 공개했다. 케네디의 연설은 솔직, 단호했다. 그는 우선 미국 연안에서 170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섬나라에 핵미사일을 배치한 소련의 ‘파렴치한 도전’과 전쟁 위험을 국민들에게 솔직하면서도 상세하게 설명하고, 그 같은 도전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천명했다. 그러면서도 소련 지도자였던 흐루쇼프를 상대로 세계 평화에 대한 위협 중단을 호소하는 등 여지를 남겨 뒀다. 즉각 “해상 봉쇄는 전쟁 행위”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던 흐루쇼프는 나흘 만에 미사일 배치 철회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윽고 미국이 터키에 배치한 중거리 핵미사일 동반 철수를 전제로 소련은 쿠바에 배치한 미사일을 철수했고, 핵전쟁 위기는 막을 내렸다. 이 같은 쿠바 미사일 위기 해소 과정은 너무도 극적이어서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종종 영화 소재로 차용되곤 한다. 북핵·미사일 위기를 껴안고 사는 우리로서는 쿠바 위기를 반추할 때마다 느낌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냉전이 해소된 지 30년이나 흘렀는데도 여전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된 현실이 괴로울 수밖에 없지만 언제까지 자조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북의 핵무기는 곧 실천 배치된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별로 남아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북한의 4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개성공단 폐쇄로 이어진 이번 북핵·미사일 위기 국면의 우리 대응은 우려할 만하다. 미국이 쿠바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외교안보팀의 정확한 분석과 조언, 리더의 솔직한 고백, 초당적이고 범국민적인 지지 등에 기인한다. 우리의 위기 대응은 어떤가. 외교안보팀은 우왕좌왕했고, 정치권은 분별없는 주장을 쏟아냈으며, 국민은 양분됐다. 4차 핵실험 직후 외교안보팀은 중국의 대북 ‘지원사격’을 장담했지만 그토록 오랫동안 공들였던 대중 외교는 결국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교력의 한계가 드러났다. 정확한 분석을 통해 흐루쇼프의 유연성을 확신했던 미국과의 차이점이다. 얼마나 다급했던지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 임금의 핵개발 전용’ 증거 논란까지 자초했다. 정치권은 더욱 가관이다. 여당에서는 핵무장론을 넘어 김정은 제거론까지 나왔다. 야당은 시대착오적인 북풍 기획설 전파에 열중했다. 힘을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판에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놓고 국민 여론은 갈라졌다. 결국 어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 4차 핵실험 이후 41일이 지났지만 만시지탄이라고 할 것은 없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통해 직접 북핵·미사일 위기의 실상과 그동안의 대응을 설명하고 초당적인 협력과 국민 단합을 호소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와 북핵·미사일 위기는 길고 먼 시공간적 간극만큼이나 확연히 다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위기를 대하는 자세까지 달라서는 안 된다. 이제는 정말 한마음, 한뜻으로 북핵·미사일 위기를 돌파해야 한다.
  • [사설] 동시다발 위기 맞은 한국 경제

    한국 증시가 설 연휴 이후 이틀째 주저앉았다. 코스피 지수는 어제 전날보다 낙폭이 줄었지만 1.41%(26.26포인트)나 빠졌다. 코스닥은 장중 8%나 곤두박질쳐 4년 6개월 만에 거래를 일시 정지하는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됐다. 한국 증시만의 현상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가 심상찮다.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와 저유가, 미국의 경기회복 둔화, 유럽 은행의 위기 등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앞날이 어둡다. 세계 경제는 올해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함께 국제유가 급락이라는 불안정 요소를 안고 출발했다. 이 때문에 각국은 나름의 경기부양책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유럽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맞물려 오히려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낳았다.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은행 수익을 위축시키고 경기 침체에 대한 부담을 강화시킨 데다 향후 위기에 대응할 만한 대안이 거의 없다는 현실을 보여 줘서다. 은행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것이다. 일본 역시 엔화 약세라는 애초 목표와 달리 가치가 올라 엔화와 국채에 국제투자자금이 몰리는 역풍을 맞았다. 금융시장의 실망과 불안이 주가 폭락으로 이어진 셈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 가능성도 금융시장을 흔드는 데 한몫했다.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그제 “미국 경제의 성장과 연준의 금리 인상을 늦추게 할 글로벌 위협 요인이 있다”며 금리 인상이 늦춰질 수 있음을 내비쳤다. 따라서 다음달이나 4월이 아닌 6월쯤에나 금리를 올릴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대외 악재가 쓰나미처럼 덮친 금융시장의 충격은 클 수밖에 없다. 경제의 버팀목인 내수와 수출이 흔들린 상황에서 남북 관계마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게다가 한국 자체적으로 훌훌 털고 갈 수 있는 간단한 악재들이 아니다.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뚜렷한 대책이 없다. 그래도 관계 당국은 비상한 각오로 쓸 수 있는 카드를 살펴야 한다. 국내외 금융시장의 흐름을 정확하고 빠르게 파악해 충격과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들의 과감한 체질 개선 및 사업 재편도 더 적극적으로 이끌 필요가 있다. 위기를 독자적으로 극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적지 않지만 정부와 기업, 국민 모두 힘과 지혜를 모으지 않으면 더 어렵다는 점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 [사설] 김정은 체제 北 용인 한계 넘어섰다

    북한이 결국 인공위성으로 포장한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 계획을 중단하라는 국제사회의 거듭된 경고를 무시하고 미사일 도발을 강행함으로써 북한은 사실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4차 핵실험에 이은 장거리 미사일 도발은 우리로 하여금 심각한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도록 한다. 과연 김정은 체제의 북한을 더이상 용인할 수 있는가. 민족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핵무기 개발에 광분하는 김정은 체제를 상대로는 어떠한 당근과 채찍도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연히 입증됐다. 군 당국은 이번에 발사한 ‘광명성호’ 미사일이 2012년 12월 성공한 ‘은하 3호’와 사실상 동일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탑재체인 ‘광명성4호’도 정상 작동 여부와는 관계없이 일단 위성궤도에는 진입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북한이 구멍 뚫린 제재를 틈타 핵무기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전력화에 필요한 기술적 발전을 차근차근 이뤄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광명성호 미사일은 미국 동부까지 타격할 수 있는 1만 2000㎞의 사정거리를 갖췄고, 탑재 중량도 200㎏ 정도여서 곧 소형화된 핵탄두를 장착한 북한의 ICBM 위협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정권은 집권 이후 핵개발·경제발전 병진 노선을 고집하면서 핵무기 소형화와 투발(投發) 능력 확대에 몰두해 왔다. 지난주 미사일 발사가 임박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김정은 정권은 예정된 수순대로 마이동풍하며 미리 그어 놓은 ‘마이웨이’를 걷고 있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은 이번 ‘4차 핵실험-장거리 미사일 발사’ 도발로 더욱 명확해졌다. 무엇보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성공에 도취된 김정은 정권이 더욱더 가속페달을 밟지 않을까 우려되는 상황이다. 한·미 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에 대한 협의를 공식적으로 개시했지만 사드가 북한의 핵미사일을 100% 완벽하게 방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드든 뭐든 북한의 실질적 위협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막을 구축해 우리의 생존권을 스스로 지켜 낼 수밖에 없다. 궁극적으로 자위권 차원에서도 폭주기관차와 마찬가지인 김정은 체제를 더이상 두고 볼 수 없게 됐다. 북한으로 하여금 핵·경제 병진노선이 결코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깨닫도록 해야 한다. 국제사회와 힘을 합친다면 불가능하지만도 않을 것이다.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에 고취된 북한은 축포를 쏘는 등 자축 분위기에 젖어 있지만 축배는 곧 독배로 바뀌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핵무기를 갖고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 댄다고 해서 체제가 안정적으로,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옛 소련의 몰락으로 입증된 바 있다. 게다가 이제부터 북한으로선 감당하기 어려운 국제사회의 강력하고도 실효적인 제재가 본격화될 것이다. 북한 김정은 정권은 핵과 장거리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궤멸을 재촉할 뿐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 [시론] 일왕 필리핀 이어 한국도 방문해야/이종각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시론] 일왕 필리핀 이어 한국도 방문해야/이종각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

    아키히토(明仁) 일왕이 최근 필리핀을 국빈 방문했다. 일왕으로선 사상 첫 방문이다. 필리핀은 태평양전쟁 당시 미국과 일본군 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 격전장이었다. 1945년 8월 일본이 항복할 때까지 일본군 사망자가 약 52만명, 필리핀 희생자가 무고한 시민 등 약 111만명에 이른다. 아키히토 일왕은 황태자 시절인 1962년 필리핀을 방문했을 때 마닐라 시내 무명용사의 묘를 찾아 참배, 당시 격렬했던 필리핀인들의 반일 감정을 완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를 만들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번 방문에서도 일본인 전몰자 위령비에 헌화하기 전 먼저 필리핀 희생자 묘지를 참배했다. 그는 대통령궁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필리핀인 희생자에 대해 언급하며 “우리 일본인이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일”, “전쟁을 겪지 않은 젊은 세대가 전쟁에 대한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등 원론적이지만 일본의 전쟁 책임을 강조했다. 한국에서 일왕의 필리핀 방문 뉴스는 별로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지만 우리로서는 간과해선 안 될 점이 있다. 내각책임제인 일본에서 정부를 대표하는 총리가 식민지배와 침략전쟁을 사과해도 정권이 바뀌거나 하면 이를 뒤집는 각료 등의 망언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 같은 행동이 반복돼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청산되지 않고 있다. 일본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총리보다 오히려 일왕(1945년 일본 패전 후 일왕은 ‘상징 천황’으로 격하됐지만)으로부터 받는 것이 우리로서는 더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다 아키히토 일왕은 옛 일본군 통수권자이자 대원수로 일본의 침략전쟁을 진두지휘했던 히로히토(裕仁) 일왕의 아들이다. 일본인 사망자 약 310만명을 포함해 약 2300만명의 희생자를 낸 침략전쟁의 정점에 있었던 히로히토 일왕은 한국 대통령이 처음 공식 방일(전두환·1984년)했을 때 “금세기의 한 시기에 양국 간 불행한 역사가 있었다”는, 가해자가 누구인지조차 알 수 없는 애매모호한 발언으로 끝냈다. 아키히토 일왕도 1990년 방일한 노태우 대통령에게 “통석(痛惜)의 염(念)을 금치 못한다”는 사전에도 없는, 유명 작가가 만들어 준 말로 유감의 뜻을 표했을 뿐이다. 일본의 침략으로 가장 고통을 받은 나라는 35년간 식민 치하에서 신음한 한국이다. 아키히토 일왕은 이미 일본의 침략전쟁(만주사변, 중일전쟁) 당사국인 중국을 방문했고(1992년) 이번에 최대 격전지였던 필리핀도 방문했다. 이제 남은 나라는 한국뿐이다. 그의 ‘마지막 과제’는 한국 방문이라고 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중 일본을 공식 방문해 일왕 방한을 정중히 요청하고 아키히토 일왕이 답례로 방한하기를 기대해 본다. 일왕의 방한이 성사돼 그가 필리핀 무명용사묘를 참배한 것과 같이 서울 동작동 국립묘지를 찾아 항일순국선열 묘역에 참배하고 만찬 석상에서 식민지배에 대해 보다 진전된 형태의 사과 발언을 하는 것을 기대해 본다. 거기에다 일왕 부처가 시간을 내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도 만나 사과하고 위로한다면 양국 간 과거사 문제를 결자해지하는 의미도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일 수교 50주년을 맞은 한·일 양국은 교역, 문화, 인적교류 등에서는 괄목상대할 만한 진전을 이뤘으나 과거사 문제를 둘러싸고는 계속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해 말 양국 정부가 어렵사리 위안부 문제에 합의한 이후에도 냉담한 반응이다. 일본에선 위안부 동원에 강제성이 없다는 주장을 유엔에 보내는 등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악화된 한·일 관계는 쉽사리 회복되지 않고 있다. 물론 일왕의 한국 방문은 당사자의 의사와 일본 정부의 입장을 고려해 결정될 것이다. 무엇보다 아키히토 일왕의 방한은 양국에서 분위기가 성숙되지 않고는 성사되기 어려울 것이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가 양국 관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만큼 일왕의 방한은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 구축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80대 초반인 아키히토(1933년생) 일왕의 해외여행이 가능할 때 방한이 성사될 수 있도록 특히 양국의 지도자는 물론 사회지도층이 그 같은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앞장서야 한다.
  • [사설] 日 마이너스 금리 도입, 통화전쟁 대비해야

    일본 중앙은행이 최근 사상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0.1%로 인하하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지난 3년간 지속적인 양적완화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연초부터 주가가 급락하고 엔고 조짐마저 보이자 마지막 수단으로 마이너스 금리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오는 16일부터 민간 은행들이 일본은행에 자금을 예치하면 이자를 받는 대신 반대로 0.1%의 보관료를 내야 한다. 금융 전문가들은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잃어버린 20년’을 불러온 디플레이션의 덫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으로 보고 있다. 저유가와 중국 경기 둔화 등 글로벌 악재와 소비세 인상 등에 따라 지난 12월 물가상승률이 0.1%에 머무는 등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극단적인 경제활성화 정책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2년 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중앙은행은 현재 마이너스 0.3%인 정책금리를 더 내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고 캐나다와 대만 역시 일본의 뒤를 이어 도입 검토에 착수했다. 당장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은 또 한 차례 엔저 쓰나미를 몰고 올 수 있다. ‘아베노믹스’의 충실한 집행자를 자처하는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2% 물가 목표치를 달성할 때까지 금리 인하와 양적·질적 완화(QQE) 정책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중국의 위안화 절하 드라이브가 시작된 마당에 일본과 유로존까지 통화 절하 경쟁에 들어가면 글로벌 통화 전쟁은 격화될 수밖에 없고 원화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로선 원화의 상대적 절상에 따른 교역조건 악화는 물론이고, 환율 불안이 야기할 금융시장의 요동 가능성이 우려된다.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2012년 9월 이후 이미 34%나 떨어졌지만 같은 기간 원화 가치는 7% 남짓 하락하는 데 그쳤다. 엔저 공습의 직격탄을 맞았던 한국 수출 기업들은 앞으로 훨씬 더 힘든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의 거시경제 운용도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자본 유출과 원화가치 하락의 상승작용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엔저 공습 강화로 인해 외환·자본 시장의 엄청난 교란이 불가피하다. 유일호 경제팀은 무엇보다 불필요한 요동을 막기 위해 시장의 신뢰부터 회복할 필요가 있다. 달러 유출입과 외환보유액부터 철저히 챙기고 유사시 환율과 외화자금 시장 급변에 대처할 비상계획도 만들어야 한다. 글로벌 경제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의 모든 정책 역량을 집결해야 한다.
  • 갈색 곰 우리에 팔 넣은 만취남, 결국은…

    갈색 곰 우리에 팔 넣은 만취남, 결국은…

    도 넘은 객기로 생명을 잃은 뻔한 만취남의 봉변 영상이 인터넷상에서 화제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동영상 공유사이트 ‘라이브릭’(Liveleak.com)이 소개한 영상에는 최근 러시아 무르만스크의 한 곰 우리에서 만취한 남성이 곰 우리에 팔을 넣었다가 부상을 당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영상에는 눈밭 위 커다란 우리 속에 커다란 러시아 갈색 곰 한 마리가 보인다. 검정 점퍼에 청바지 차림의 만취한 한 남성이 술주정하며 우리로 다가온다. 곧이어 만취남은 “곰 우리 가까이 가지 말라”는 친구의 경고에도 불구 우리 쇠창살 사이로 오른쪽 팔을 집어넣는다. 추위와 배고픔으로 굶주리고 있던 갈색 곰이 우리 안으로 집어 넣은 남성의 팔을 낚아채 물어뜯기 시작한다. 팔뚝 부위를 물린 남성이 비명 지르며 팔을 빼내려 하지만 곰은 쉽사리 놓아주지 않는다. 이를 촬영 중이던 친구가 남성을 구하기 위해 우리로 황급히 뛰어간다. 한편 곰에 물린 남성은 팔뚝에 심각한 부상을 입고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생명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영상= Liveleak.com / flashnews official youtube 영상팀 seoultv@seoul.co.kr
  • [서울광장] 경제 새 길에 정치권이 재를 뿌려서야/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서울광장] 경제 새 길에 정치권이 재를 뿌려서야/최용규 편집국 부국장

    지금 우리는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잘사는 시대’를 살고 있다. 물론 개인에 따라 약간의 무리를 했을 수는 있겠지만 작년 한 해 동안 1900만명이 해외여행을 다녀왔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가 여유가 없고서는 안 될 일이다. 우리가 궁핍을 벗어던지고 이만큼 살 수 있었던 데에는 우리 경제를 이끈 초일류 기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고가의 삼성 휴대전화가 애플과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양분하고, 현대차가 중국 대륙을 누비며 질주할 때 한국의 부(富)의 두께는 점점 두터워졌다. ‘코리안 드림’의 출현이 결코 낯설지 않았으며, 비록 동남아 국가들이기는 하나 이들의 부러워하는 눈길은 우리에게 자긍심을 심어 줬다. 그러나 2016년 현재를 사는 우리들은 10여년간 이어져 온 성공 신화가 막을 내리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한국은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스마트폰, 반도체, 가전, 철강, 조선 같은 글로벌 시장을 주름잡는 세계 1등 제품이 있었기에 밖에 나가 큰소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중국의 급성장과 침체 일로인 세계 경기는 우리의 앞길을 가로막고 있다.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앞서 언급한 우리의 주력 수출품 중에서 중국과 비교해 확실히 비교 우위에 있다고 장담할 수 있는 제품은 거의 없다. ‘메이드 인 차이나’의 기술력이 이미 턱밑까지 치고 올라왔고, 가성비는 밀리고 있다. 자원이라고는 사람이 다인 우리로서는 시장을 지켜 내거나 신(新)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유일한 생존 조건이다. 우리가 핀란드의 노키아나 일본의 소니처럼 과거의 영광을 읊조리는 데 시간을 허비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만큼 실패에 관해서는 논할 가치조차 없다. 생존과 융성에 관한 답을 찾는 데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하며 그 시작은 ‘변화’에서 찾아야 한다. 보름 전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을 인터뷰했을 때다. 단도직입적으로 “(우리 조선) 희망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한동안 입을 떼지 못했다. “‘희망’이라는 단어에 ‘그렇다’고 선뜻 대답하기 어려웠다”는 게 그의 변이다. 그는 조선산업의 새 길을 이렇게 제시했다. “유럽이 일본에 밀리고, 일본이 한국에 먹힌 것처럼 중국으로 조선산업의 주도권이 넘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 이유는 조선산업이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이 군함, 유럽이 크루즈선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도 우리가 보유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무기로 범용 선박이 아닌 고급 선박에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주력 산업의 고부가가치화는 비단 조선산업만이 아니다. 철강,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스마트폰은 삼성이 초일류 기업이 되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미래의 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 세계 산업 흐름을 볼 때 현재는 구산업이 신산업으로 대체되는 일종의 전환기이자 격변기이다. 스마트폰과 반도체로 대표되는 삼성이 바이오로 방향을 틀었듯이 다른 대기업들도 한시바삐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나서야 할 때다. 우선 기업이 신산업에 과감하게 뛰어들도록 하려면 대외적인 변수 못지않게 대내적인 불확실성이 제거돼야 한다. 그런데 1월이 다 가도록 30대 그룹 가운데 투자와 고용 계획을 발표한 곳은 신세계와 한화그룹 2곳뿐이다. 다른 데가 아닌 우리나라의 대표 기업인 삼성, 현대차를 비롯해 SK, LG 등 4대 그룹이 신성장 산업을 이끌어야 한다. 하지만 속도를 내기는커녕 이를 뒷받침할 투자 및 고용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기업들이 몸을 사리고 있는 데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는, 즉 리스크가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권 하는 짓을 봐라. 어떻게 투자 계획을 발표할 수 있겠나?” 한 대기업 간부의 말이다. 투자에 나서야 할 기업이 눈치만 보고 머뭇거린다면 위기를 스스로 불러들이는 꼴이다. “우리나라의 진짜 위기는 내후년(2018년)에 올 수 있다고 보고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짜고 있다. 올해(총선)와 내년(대선) 선거를 거치면서 위기 요인을 제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에 치명적일 것이다.” 며칠 전에 만난 금융권 임원의 경고가 가볍게 들리지 않는다. ykchoi@seoul.co.kr
  • [씨줄날줄] 조폭의 수입/임창용 논설위원

    [씨줄날줄] 조폭의 수입/임창용 논설위원

    형사정책연구원이 조직폭력배(조폭)의 운영 실태를 조사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조사 대상자의 37%가 월 100만원도 벌지 못한다는 대목이 눈길을 끈다. 궁금한 건 더 있다. ‘그럼 뭣 때문에 남아 있는 거지?’ 영화 ‘조폭 마누라’의 신은경이나 ‘넘버3’의 한석규 정도는 아니라고 해도 검은 양복 차림의 조직원들처럼 어깨에 힘주고, 돈도 웬만큼은 쓰지 않을까 하는 생각은 섣부른 것일까. 10여년 전 스티븐 레빗이란 시카고대 경제학 교수가 ‘괴짜 경제학’이란 책을 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기존의 상식과 통념을 깨는 세상 읽기로 사회현상을 설명해 극찬을 받은 책이다. 책 내용 중 미국의 한 갱단, 우리로 치면 조폭의 운영 생리를 명쾌하게 분석한 대목이 있었다. 1989년 시카고대의 한 사회학도가 시카고의 빈민가를 무대로 운영돼 온 ‘검은 갱스터 사도단’이란 갱단의 한 지부 장부를 분석한 내용이다. 이 갱단은 코카인을 가공한 마약인 크랙 판매를 주수입원으로 하는 조직이었다. 4년간의 기록을 담은 장부에서 레빗이 가장 주목한 부분이 바로 수입 배분이었다. 이 지부 보스는 3명의 중간 보스와 50여명의 ‘땅개’(거리에서 크랙을 파는 조직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월 8500달러의 순이익을 챙겼다. 3명의 중간 보스에겐 총 2100달러를, 나머지 땅개들에게 7400달러를 지급했다. 1인당 시급으로 보면 지부 보스는 66달러, 중간 보스는 7달러, 땅개들은 3.3달러였다. 땅개들은 4년간 체포되거나 다칠 횟수가 각각 5.9회와 2.4회, 살해당할 확률이 4명 중 1명에 이를 만큼 위험한 환경에서 일했다. 그래도 이들이 갱단을 떠나지 않은 이유는 뭘까. 이 지부 보스는 인터뷰에서 “땅개들에게 더 많이 줄 수는 있지만 현명한 짓은 아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내가 보스라는 걸 잊게 해선 안 된다. 그들은 하나같이 내 자리를 노리고 있다”라는 설명과 함께. 즉 자신들에 비해 터무니없이 높은 수익을 챙기는 보스 자리가 강력한 인센티브로 작동한다는 의미다. 형사정책연구원 보고서를 보면 이런 조직 운영 생리는 우리나라 조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조폭 말단과 달리 상위 21%는 500만원 이상의 고수익을 올리고 있고, 1000만원 이상 챙기는 조폭도 6.4%나 됐다. 조폭 말단 역시 시카고의 땅개와 비슷하게 위험을 무릅쓰고 바닥을 기지만 대가는 초라한 것이다. 레빗은 크랙 판매 조직이 일반적인 자본주의 회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는다. 양쪽 다 고수입을 올리기 위해 상층부에 도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갈수록 커지는 경영진과 일반 직원들의 임금 격차를 보면 이런 시각이 꼭 과장됐다고 치부하기도 어렵다. 맨 밑바닥에서 꼭대기까지 토너먼트 게임을 벌이면서 올라가야 하는 것은 샐러리맨들의 숙명인지도 모르겠다. 임창용 논설위원 sdragon@seoul.co.kr
  • 울산, 한국을 부자로 만든 스토리텔링 등으로 중국 관광객 유인

    산업·생태도시 울산이 특수목적관광 교류체험 활성화로 중국 학생과 기업 연수생 공략에 나선다. 울산시는 울산을 ‘특수목적관광 교류체험 여행 플랫폼’으로 만들어 중국 관광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대상은 중국의 청소년 수학여행단과 대학생, 기업인 등이다. 시는 한국을 부자로 만든 울산 경제의 저력을 스토리텔링화하고, 현대중공업·현대자동차·SK에너지 등 글로벌 기업체 견학을 활성화해 중국 학생과 기업체 연수를 유도할 계획이다. 울산은 산업체와 함께 선사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 해발 1000m 이상 7개 봉우리로 이뤄진 ‘영남알프스’, 도심 최고의 하천 생태공원인 ‘태화강대공원’, 동해안의 기암절벽으로 이뤄진 ‘대왕암공원’, 장생포 ‘고래문화마을’ 등 산업·역사문화·생태환경 도시의 장점도 알릴 방침이다. 이와 관련, 중국의 청소년·기업연수 전문 여행사가 청두(成都) 청소년 교류단과 함께 27일과 28일 울산을 방문해 시청 홍보관, 현대중공업, SK에너지, 고래문화마을 등을 둘러보고 울산시와 청소년 교류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울산시 관계자는 “중국 여행객은 서울 수도권과 제주에 편중돼 있다”면서 “동해의 절경과 접목한 산업체 견학이란 새로운 관광모델을 만들어 중국 관광객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안철수-천정배, 전격 회동 통합문제 논의

     국민의당 창당을 추진 중인 안철수 의원이 지난 19일 천정배 의원과 전격 회동해 통합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 의원 주축의 국민회의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양쪽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어 향후 어떤 방향으로 야권 재편 논의가 이뤄질 지 주목된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안 의원과 천 의원은 지난 19일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2시간 동안 회동했다. 이 자리에는 국민의당에 참여하는 김한길 의원도 동석했다. 김 의원은 그동안 천 의원과 여러차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회의 관계자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통합과 연대에 대해 원론적인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그동안 ‘창당 작업을 마무리한 뒤 천 의원을 포함한 야권 세력 간 연대 방침을 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더민주와 국민회의가 통합 논의를 공식화할 조짐을 보이자, 위기감을 느낀 국민의당은 기존의 ‘선(先) 독자세력화-후(後) 연대’ 입장을 변경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국민의당은 국민회의와의 야권 연대 시점을 창당 전으로 당기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때문에 이번 회동에서 안 의원이 천 의원에게 당 대표직을 제안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천 의원이 결정할 문제이지만 우리로서는 함께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newsis.com
  •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0] 미로에 갇힌 줄기세포, 이젠 도약을 준비하자

    [심재억 기자의 헬스토리 30] 미로에 갇힌 줄기세포, 이젠 도약을 준비하자

    우리가 줄기세포에 관심을 가진 건 그리 오래 전이 아닙니다. 아마 황우석 전 서울대 수의대 교수의 연구논문 조작사건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그 전에 줄기세포는 우리 일상과는 먼 거리에 있는 과학 또는 의학 분야의 전문적인 이슈일 뿐이었지요. 황우석(사진) 교수는 신데렐라였습니다. 그의 연구 성과에 온 국민들이 환호했고, 난치질환자들은 치료에 대한 희망을 얻었습니다. 심지어는 그를 통해 우리의 젓가락질이 일군 개가라며 자긍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 때가 2004년 2월이었습니다. 황우석·문신용 교수팀이 체세포 복제배아로 ‘인간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연구 결과가 세계적인 과학 학술지 ‘사이언스’지에 발표됐지요. 이어 이듬해 5월에는 황우석 교수가 척수마비와 파킨슨병을 가진 환자 11명을 대상으로 ‘환자 맞춤형 배아줄기세포’를 확립했다는 연구 결과가 역시 사이언스지에 발표돼 세계를 놀라게 했습니다.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고, 그를 추앙하는 사람들은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일희일비했지요. 그 때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황빠’라고 불렀습니다. 아이돌 가수에게나 있을 법한 오빠부대의 출현이었습니다. 줄기세포라는 낯선 존재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왔습니다.  ●짧은 행복, 긴 어둠 그러나 기대와 기쁨은 한순간에 낙담과 분노로 바뀌었습니다. 2005년 11월에 방송된 모 방송사의 심층 추척프로그램에서 ‘황우석 신화의 난자 매매 의혹’을 다룬데 이어 논문조작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서면서부터였지요. 연구자와 방송사 간의 공방이 이어졌고, 세간에는 “그럴 수가…”라는 탄식과 “설마…” 하는 기대가 교차했습니다. 세계의 이목이 한국으로 쏠린 가운데 황우석 교수는 ‘연구원 난자 사용’ 사실을 시인하고 모든 공직에서 사퇴한다는 충격적인 발표를 했습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줄기세포에 대한 희망은 남아있었습니다. 정당하게 얻지 않은 ‘연구원 난자’가 윤리적 문제를 유발한 것이지, 줄기세포 연구 성과는 온전하다고 믿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그 해 12월 서울대 조사위원회는 “황우석 교수가 2005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밝힌 맞춤형 줄기세포는 없다”고 발표했지요. 이 때문에 그의 연구성과에 환호작약했던 국민들은 쓰디 쓴 실망감을 곱씹어야 했고, 그 때 이미 이 사태의 결말을 알 수 있었습니다. 논란 끝에 이듬해 3월 사이언스지가 공식적으로 황우석 교수의 논문을 철회함으로써 사태는 희망으로 시작해 악몽으로 종결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오로지 나쁘기만 한 일은 없는 것인지, 이 사태를 계기로 연구윤리 문제를 제도화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아무튼 파장은 오래 갔습니다. 가장 치명적인 손실은 이후 상당 기간 우리의 줄기세포 관련 연구가 마치 동토에 내버려지기라도 한 듯 긴 휴면기로 접어들었다는 점이겠지요. 그 틈새를 비집고 일본과 미국, 영국 등 다른 나라는 연구에 가속도가 붙는 기현상이 나타나기도 했고요. 우리와 그들의 연구 격차는 이렇게 커져만 갔습니다. 지난해, 일본의 유력 매체인 아사히신문의 과학 전문기자인 다카하시 마리꼬를 서울에서 만났습니다. 그와는 오래 전부터 친교하는 사이여서 평소에도 스카이프나 메일을 통해 교신을 하고는 있었지만, 그 때의 만남은 좀 달랐습니다. 마리꼬 기자는 대뜸 황우석 박사의 근황부터 묻더군요. 황 박사가 사람들의 뇌리에서 지워져 가던 때라 주로 국내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시베리아에서 발굴한 매머드 복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라는 것 등등. 그러자 마리꼬 기자는 필자더러 그의 연구실로 안내해 줄 수 없겠느냐고 다시 묻더군요. 그의 연구소가 서울 영등포 어름에 있다고는 들었지만 막상 같이 가줄 수 없느냐는 제안에 난감했습니다. 그렇다고 일본에서 취재와 같은 주제로 인터뷰까지 한 터에 혼자 가라고 할 수도 없어 안내만 하기로 했지요. 이 때는 일본 교토대 iPS 세포연구소장인 야마나까 신야 박사가 유도만능세포를 확립해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2012년)한 뒤였습니다. 일본의 생각은 다르겠지만, 우리로서는 황우석 사태 이후 우리가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손을 놓고 있는 사이에 일본이 추월했다고 여길만 했고, 더러는 노벨상 하나를 잃어버렸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어떻든 우리에게는 이 시간이 ‘짧은 행복의 끝, 긴 어둠의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탄력을 받기까지 어림 잡아 4∼5년은 잃어버린 시간이었으니까요. 연구 분야에서 4∼5년은 세상을 바꿀만큼 중요하고도 긴 시간입니다. ●‘줄기세포 신드롬’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는 줄기세포에 극단적인 알레르기반응을 보이는 사례도 생기더군요. 줄기세포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 골치만 아프다는 희한한 기피증이 그것입니다. 황당한 얘기입니다만, 우리 식약처가 국내 연구진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술을 부정한 일이 최근에 발생했습니다. 그냥 부정만 한 게 아니라 공개적으로 줄기세포 치료술을 폄훼하기까지 했지요. 국내 바이오기업인 네이처셀사는 얼마 전, 일본 관계사인 알재팬사를 통해 자사가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바스코스템’의 임상 허가를 획득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치료기술은 버거씨병을 포함한 중증 하지허혈성 질환에 적용되는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치료가 이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했습니다. 이 치료술을 우리나라에서 허가하지 않은 탓입니다. 아시겠지만, 일본은 전 세계에서 새로운 의료기술 도입에 가장 깐깐한 나라로 꼽힙니다. 그런 일본에서 이 치료가 시행되는데 우리 식약처는 여전히 깜깜이 식으로 ‘나몰라라’ 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네이처셀 측은 “버거씨병, 당뇨병성 족부궤양 등 중증 하지허혈성질환 치료를 위해 개발한 치료 기술을 세계 최초로 일본 정부가 허가했다는 게 중요하다”면서 “의료 분야에서 보수적인 일본 정부가 이를 허가했다는 것은 충분한 검증을 거쳐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더군요. 황당한 일은 이 뒤에 일어났습니다. 네이처셀 측의 이 발표가 있자 식약처는 즉시 해명자료를 통해 “일본 후생노동성이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을 국내보다 먼저 허가했다는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나선 것이지요. 식약처는 “일본 후생노동성에 문의한 결과, 후생노동성은 ‘바스코스템’을 의약품으로 허가한 것이 아니라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의사의 책임하에 사용하는 것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했다”면서 “따라서 일본 전역에서 바스코스템 사용을 허가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습니다. 이 정도로 궁색한 변명을 해야 한다면 어느 나라 식약처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식약처의 해명에서 사실을 비틀려는 의도가 충분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일본인은 물론 한국인이나 중국인도 니시하라 클리닉을 찾아가면 바스코스템을 이용한 치료를 얼마든지 받을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최종적으로 허가했는데, 한 병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고 강변한 것이야말로 ‘눈 가리고 아옹’하는 격이지요. 그러면서 식약처는 좀 저어했던지 “식약처는 세계 최초로 줄기세포치료제를 허가하는 등 국제적으로도 줄기세포치료제 연구·개발 및 제품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면피성 설명을 덧붙였습니다. 말인즉, ‘그 치료제가 제대로 된 것이라면 우리(식약처)도 충분히 허가할 수 있으나, 그 수준에는 못 미친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그걸 깐깐한 일본이 덜렁 승인을 해버렸으니 얼마나 부끄럽고 황당했겠습니까. 가뜩이나 약이 오른 네이처셀 측이 “일본에서 새로 제정된 재생의료추진법에 따라 치료계획이 승인됐으며, 이에 따라 일본인은 물론 세계 어느 나라 환자라도 니시하라 클리닉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어 치료 지역에 제한이 있는 것처럼 발표한 식약처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목청을 높인 것도 이해가 가는 대목입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한 제약사나 랩에서 특정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좁게 보면 한 회사의 명운이 걸린 일이고, 범주를 넓혀 보면 그 약으로 질병을 치료해야 하는 수많은 환자의 생명이 걸린 문제이니까요. 또다른 관점에서는 우리가 개발한 치료제의 부가이익을 상당 부분 일본에 넘겨준 것이기도 합니다. 상황이 이러니 이 일과 무관한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업무적 관행이나 낡은 기준 때문에 국내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도 이를 정당하다고 강변하는 식약처가 정말로 국민건강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인지 묻고 싶다”고 역정을 내는 것이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마도 식약처는 현행 규정상 이 치료제를 의약품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다른 약제와 달리 이 치료제는 줄기세포를 체외에서 배양해 만들었는데, 당시의 규정이 줄기세포 관련 조항을 세밀하게 만들어 놓지 못했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관련 공무원들이 애매한 규정을 자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는 일이지요. 그러나 이는 규정 이전에 정책적 관점의 문제입니다. 아니, 일본은 승인 신청이 들어가자 즉시 안전성과 효과를 검증해 치료를 허가했는데, 우리는 그걸 못해 결국 꿩도 매도 다 놓쳤으니 안타깝고 답답한 노릇이지요. 돌이켜 보면, 식약처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의 이같은 대응을 두고 오로지 식약처만 탓할 일은 아닐 것입니다. 황우석 사태 이후 줄기세포라는 말만 들어도 경기를 일으키는 부류가 어디 식약처 뿐이겠습니까. 그러니 시의적절하게 관련 규정을 만들거나 정비하지 못 했을 것이고, 그런 외중에 줄기세포 치료제를 승인하려니 겁인들 안 났겠습니까. 한 마디로 황우석 사태 이후 알게 모르게 우리 사회를 지배한 ‘줄기세포 신드롬’인 셈이지요. ●그렇게 우리에게 다가온 줄기세포 줄기세포(Stem cell·사진)란 신체의 여러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세포를 말합니다. 아직 미분화 상태여서 적절한 조건을 갖춰주면 원하는 조직으로 세포 차원의 분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질병이나 사고 등으로 손상된 조직을 재생하는 치료가 가능하다고 보고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고 있지요. 이를테면 간경변이 심해 기존 치료로는 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환자에게 줄기세포를 이용해 조직적합성이 확인된 간조직을 만들어 이식하거나 기존 간 조직에 같은 세포를 심어 새로운 간조직으로 생육하도록 하는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좀 어렵나요? 여기에서 말하는 분화란 특정 장기의 특성을 갖추지 않은 초기 단계의 세포가 시간이 경과하면서 특정 조직, 즉 간이나 심장, 뇌, 안구 등 특정 조직의 특성을 갖추어가는 과정을 말합니다. 예컨대, 사람의 경우 정자와 난자가 결합하면 수정란이라는 하나의 세포가 생성되는데, 여기에서 분화가 진행되면 뼈, 심장, 피부 등 다양한 인체 조직으로 만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을 거쳐 단일세포인 수정란이 자궁 속에서 차츰 사람의 형상을 갖추어 완성된 생명체로 태어나지요. 배아줄기세포니, 성체줄기세포니 하는 말 들어보셨을 것입니다. 배아줄기세포는 이런 분화능력이 아주 뛰어난 미분화 세포인데, 이 세포의 경우 필요한 조건만 갖춰주면 다양한 조직세포로 분화합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를 만들기 위해서는 성숙한 여성의 난자가 필요한데, 난자 자체를 원초적 생명이라고 간주하는 가톨릭 등 종교단체에서는 이를 이용한 연구 자체를 반대하는 입장이어서 사회적으로 자칫 심각한 윤리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는 제약이 따릅니다. 이와 달리 성체줄기세포는 분화 능력이 한계가 있어 모든 조직으로 분화할 수는 없지만, 특정 장기나 조직으로는 얼마든지 분화시킬 수 있습니다. 또 배아줄기세포와 달리 윤리적 시비에서도 자유롭기 때문에 이를 이용한 연구도 아주 많습니다. 이제 왜 수많은 의학자와 기업이 줄기세포 연구에 몰두하는 지를 아셨을 것입니다. 질병을 고치는 새로운 접근을 경제적 가치로만 환산할 수는 없지만, 기업적 관점에서 보자면 줄기세포 치료제는 ‘노다지’인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악몽’에서 ‘희망’으로 황우석 박사는 연구 윤리를 위반했다는 점 때문에 평생 그가 얻은 모든 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지만, 줄기세포에 질병 치료의 미래가 있다는 점을 일찌기 간파한 안목을 가졌고, 이를 위해 행동했으며, 연구의 방향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 지를 일깨운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렵습니다. 굳이 정리하자면 그는 우리에게 희망을 줬고, 그 희망을 악몽으로 분화시켰으며, 그 악몽이 이제는 우리의 자산이 되는 단계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반면교사(反面敎師)처럼. 그 사이 국내에서는 앞서 거론한 네이처셀(알바이오·R Bio) 말고도 제법 많은 기업들이 줄기세포 연구를 진행해 나름 두드러진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치료 분야에서 다시 희망을 일구는 것이지요. 또, 각급 병원에서도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에 팔을 걷어부치고 있습니다. 얼른 생각 나는 몇 곳만 들어볼까요. 메디포스트는 자체 개발한 줄기세포 치료제 ‘카티스템(CARTISTEM)’의 지난해 4분기 판매량이 전기 대비 37.1%나 늘었다고 최근 밝혔습니다. 처음 식약처 허가를 받은 2012년 28건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103건을 기록하는 등 누적 판매량이 3000건을 넘어섰으며, 이 치료제를 사용하는 병·의원도 전국 290여 곳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카티스템은 축구 국가대표팀의 히딩크 전 감독이 관절염을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면서 유명세를 탄 골관절염 치료제로,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바이오의약품 산업의 선두 격인 셀트리온도 눈여겨 볼 회사입니다.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인 류마티스관절염 및 강직성 척추염 치료제인 ‘램시마’를 출시해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있으며, 전이성 유방암 치료제인 ‘허쥬마’도 이 회사 제품입니다. 아마도 국내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는 축적된 연구 역량이 가장 뛰어나며 그만큼 성장 가능성이 큰 곳이 셀트리온이라고 봐도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들 뿐이 아닙니다. 세원셀론텍, 파미셀, 마리아바이오텍, 안트로젠 등도 줄기세포 연구 분야에서 주목을 받는 곳들입니다. 일선 병원들의 연구 동향도 주목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차병원 그룹인 차바이오텍은 최근 스타가르트병 줄기세포 치료제인 ‘MA09-hRPE’의 1상 임상시험을 완료했다고 밝혔는데, 배아줄기세포를 망막세포로 분화시켜 만든 이 치료제는 황반변성 치료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현재 황반변성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데, 개발 단계에서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되기도 했지요. 연세사랑병원의 경우 개원가에서는 아마도 가장 먼저 줄기세포 치료를 연구한 곳일텐데, 상당한 연구 성과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들병원이나 바른세상병원 역시 척추 및 관절질환을 정형외과·신경과 중심으로 치료해 두드러진 성과를 거둔 병원들이지만, 최근에는 줄기세포 치료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개략적이지만 이런 동향을 소개하는 것은 ‘희망’을 말하기 위해서입니다. 줄기세포에서 희망을 구할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사실입니다. 혈관과 신경은 물론 심장·신장·간·면역계·골격·근육·피부 등 줄기세포를 통해 희망을 얻을 수 있는 분야는 특정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냥 우리 몸 전부라고 하는 게 이해가 빠르겠지요. 이런 줄기세포의 질병 치료 원리는 간단합니다. 인체는 60조∼100조 개의 세포로 구성되는데, 사고나 노화, 질병 등으로 이 세포가 훼손되거나 건강상태가 나빠지면 질병이 생깁니다. 이런 상태에서 인체는 자가치유력을 보이지요. 몸이 스스로 망가진 세포를 재생, 복구해 원래의 건강한 몸으로 되돌리는 능력입니다. 이 자가치유력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줄기세포입니다. 줄기세포가 갖는 특성 중에 ‘호밍효과(Homing Effect)’라는 게 있습니다. 풀이하자면 귀소본능 같은 것으로, 줄기세포를 체내에 주입하면 각기 필요한 곳으로 몰려가 조직을 재생하는 효과를 나타낸다는 뜻입니다. 이 호밍효과가 바로 줄기세포 치료의 원천입니다. 이런 줄기세포의 존재는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이 계기가 되어 우리에게 처음 알려졌습니다.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기대주 중 한 명인 라정찬 박사의 견해를 빌리면, 이 때 건강한 사람의 골수를 피폭 환자들에게 이식해 치료를 시도한 것이 조혈모세포가 세상에 알려지는 계기가 되었고, 이 때부터 ‘자신과 똑같은 세포를 생산(자가복제 능력)하며, 적혈구, 백혈구 등 혈액세포를 만드는 능력(분화능)을 가진 세포’라고 줄기세포를 정의하게 되었답니다. 이런 내력을 일별하면, 오래 전에 답은 나와있었습니다. 문제는 임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배양과 이식 기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두고 전 세계가 한 치 앞도 예측하기 어려운 전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연구 결과에 엄청난 부가이익이 보장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논점을 국부 차원으로 확장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질병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며, 부가 이익은 그 다음의 문제이니까요. 우리는 황우석 사태를 거치면서 한동안 줄기세포 연구에 필요한 동력을 상실한 채 허송세월을 했습니다. 연구자들이 낙담해 관련 연구는 발이 묶였고, 필요한 규정은 제때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 때 ‘앗, 뜨거’라며 허겁지겁 만들어 놓은 ‘압박성 규제’들이 지금까지 연구를 방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비 온 뒤에 땅이 굳을 거라고 믿지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해서는 줄기세포라는 엄청난 ‘은총’과 ‘노다지’를 모두 잃고 종국에는 질병 치료의 식민지가 될 지도 모릅니다. 원천기술은 없는데, 병은 치료해야 하니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외국의 원천기술을 사오거나 외국 제품을 구입해 쓸 수밖에 없을테니까요. 그러니 이제는 비상한 각오로 도약을 준비해야 합니다. 과거를 잊고 ‘작지만 강한’ 줄기세포 강국의 꿈을 실현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정부는 정부의 몫을 다해 실효성 있는 지원체제를 구축해야 하고, 연구자들은 기탄없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합니다.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 거기에 있으니까요. jeshim@seoul.co.kr
  • [당신의 책]

    [당신의 책]

    셜록홈스, 기호학자를 만나다(움베르토 에코·토머스 세벅 엮음, 김주환·한은경 옮김, 이마 펴냄) 기호학과 추리소설의 구조적, 방법론적 유사성에 주목한 책이다. 현대 기호학의 체계를 수립한 찰스 퍼스의 난해한 기호학과 논리학의 핵심 내용을 셜록 홈스와 뒤팽 등 탐정·추리소설에 나오는 논리학과 비교 분석한 책이다. 이탈리아 사상가이자 소설 ‘장미의 이름’으로 유명한 움베르토 에코와 기호학자 토머스 세벅을 비롯해 언어학, 기호학, 역사학 등 각 분야 권위자들이 쓴 10편의 글을 통해 추리소설에 등장하는 기호학적 단서를 찾아 나갈 수 있다. 440쪽. 1만 7000원. 고독한 나에서 함께하는 우리로(유범상 외, 지식의 날개 펴냄) 각자 따로 살아가고 있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인문학적 소통과 상상을 그려냈다. 전공이 다른 대학교수 14인이 함께 집필해 독립적인 주제의 담론을 펼치면서 나와 나를 둘러싼 공동체의 의미를 묻는다. 1부는 개인 차원에서 고민해야 할 주제들을, 2부는 건강 격차와 사회적 고통 등 공동체를 성찰해 볼 수 있는 주제를 다룬다. 3부에서는 100세 시대를 맞아 베이비부머의 가족 관계, 제2의 인생과 협동조합 등 미래 사회에 대해 탐구한다. 부조리한 상황을 회피하거나 순응할 게 아니라 스스로와 공동체에 대해 더 나은 삶을 질문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416쪽. 1만 8000원. 인터넷 플러스 혁명(마화텅·장샤오평 외, 강영희·김근정 옮김, 비즈니스북스 펴냄) 차이나 파워의 실체와 향후 경제 전략을 분석한 2025년 중국에 대한 미래보고서다. 지난해 3월 중국 최대 정치 행사인 양회(兩會)에서 주창된 중국 경제의 차세대 성장동력인 인터넷 플러스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전통 산업에 인터넷을 접목시키는 인터넷 플러스 전략을 중국이 국가적으로 전개하게 된 배경과 텐센트 등 개별 기업의 추진 과정, 노동집약형 제조업 국가에서 기술집약형 스마트 제조업 강국으로 발전하겠다는 향후 10년간의 구상을 낱낱이 해부해 놓았다. 544쪽. 3만 5000원. 스페이스 크로니클(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박병철 옮김, 부키 펴냄) 뉴욕 헤이든 천문관의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인류가 왜 우주를 동경하게 되는지, 왜 우주로 나가야 하는지 등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며 우주 탐험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한다. 현존하는 최고의 우주 스토리텔러로 꼽히는 저자는 과학적 사례와 대중문화를 섞어 가며 활기찬 화법과 유머 감각으로 어려운 과학 얘기를 풀어 나간다. 저자는 2029년 4월 12일 통신 위성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지구를 스쳐 지나가는 대형 축구 경기장 크기만 한 소행성을 향후 인류의 생존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로 지목한다. 448쪽. 1만 8000원. 문화로 읽는 세계사(주경철 지음, 사계절출판사 펴냄)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가 10년 만에 개정·증보판을 냈다. 판면 디자인을 바꾸고 100여컷이 넘는 컬러 도판을 담아 가독성을 높였다. 내용 측면에서는 루이 14세의 절대왕권을 문화적으로 조명한 ‘베르사유’ 장을 추가했고, 선사 시대부터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역사 속에서 인간이 어떤 문화를 일궈 왔는지를 36가지 주제에 나눠 담았다. 저자는 “문화는 가장 폭넓고 다양한 광경을 보여주는 창일 것이다. 문화는 결국 사람들이 살아가고 생각하며 느끼는 방식을 가리키므로, 문화로 보는 역사는 인간과 사회를 가장 넓게 이해하는 틀” 이라고 말한다. 412쪽. 1만 89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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