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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대보다 우려가 큰 북·미 말레이시아 대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의제로 미국과 북한 관계자들이 엊그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접촉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트랙 2’, 즉 순수한 민간 차원의 만남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간 대화인 ‘트랙 1’이 아닌 만큼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양측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단순히 민간 차원의 접촉으로만 보기 어렵다. 일각에선 꽉 막힌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자칫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관련 협상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북측에선 이번 만남에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나섰다. 우리로 치면 외교부 차관이다.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측 입장과 요구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당국자로 부족함이 없다. 미국 측에선 사회과학연구위원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리 정부가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고 하는 근거다. 그러나 참석자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 차석대표 등 최고의 대북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갈루치는 미 대선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으로 꼽힌다. 미국 측은 이번 접촉에서 가장 업데이트된 북한 입장을 들어 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을 수립하려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행정부에 제안할 (대북 관련) 사항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란 미측 참석자의 언급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핵보유국’ 인정과 함께 비핵화의 선결 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온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측 참석자가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향후 비핵화 협상을 의제로 다룰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오갔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접촉을 북·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 남북 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향후 북핵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우리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현실화 가능성이다. 통미봉남 전망은 올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여러 차례 나왔다.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가까워지면 실질적 위협을 느낀 미국이 압박 일변도의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든, 대화든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요 논의와 결정에서 소외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북한이 영변 원전을 동결하는 대신 우리는 신포에 경수로 원전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9년 만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실험에 나섰다. 북한이 바라는 통미봉남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핵·미사일 관련 대북 접촉에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트랙 1이니 트랙 2니 따져 가며 지켜볼 겨를이 없다.
  • 중국게임 급성장… 국내시장서 무한경쟁

    중국게임 급성장… 국내시장서 무한경쟁

    룽투코리아가 프리미어 스폰서… 한국지사 설립·사업 확장 줄이어 국내 게임업계는 신작 개발 위축, 中작품 발굴… 서비스에 열 올려 다음달 17~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의 프리미어 스폰서에 중국계 게임사인 룽투코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 스폰서는 넷마블게임즈가 맡은 공식 스폰서에 버금가는 스폰서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룽투코리아는 올해 지스타 B2C관에 넷마블, 웹젠 등과 같은 규모인 100부스를 내고 관람객들을 만난다.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룽투코리아가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해외 게임사가 지스타의 스폰서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中, 모바일게임 제작 능력 한국 앞질러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의 ‘연타석 홈런’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시된 ‘뮤오리진’이 3위다. 1년 넘게 순항 중인 셈이다. 지난 7월 출시된 ‘아이러브니키’는 12위, 6월 출시돼 3위까지 올랐던 ‘검과마법’은 15위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 관계자는 이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국내 게임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개발 인력을 모셔가기 바빴지만, 지금은 국내 게임사와 맞먹는 개발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중국의 모바일게임 제작 능력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킹넷이 개발하고 웹젠이 서비스하는 뮤오리진과 룽투코리아의 검과마법, 이펀코리아의 ‘천명’은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대응이 한발 늦은 장르다. 중국에서 3000만명이 즐긴 ‘기적난난’을 한국에 맞게 현지화한 ‘아이러브니키’는 여성 캐릭터의 의상과 화장을 코디해 스타일 대결을 펼친다는 보기 드문 장르로 여성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사 경쟁력·글로벌 진출 강화해야 신작 개발이 위축된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 모시기’에 한창이다.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인 카카오게임에서 ‘검과마법’과 ‘아이러브니키’를 서비스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중국 선전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의 모바일게임 발굴에 나섰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 게임업계는 아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라인콩코리아와 룽투코리아, 이펀코리아 등은 중국에 모기업을 둔 게임사들로 최근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글로벌 무한경쟁’의 신호탄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중국 게임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을 새 판로로 삼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을 점령당한 것처럼 과장해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우리로서는 힘겨운 경쟁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모두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내 게임업계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에 고삐를 죄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냉장고·세탁기 없이도 잘 살아요” 도심 주부의 ‘유기농 자급자족 삶’

    “냉장고·세탁기 없이도 잘 살아요” 도심 주부의 ‘유기농 자급자족 삶’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아즈마 가나코 지음/박승희 옮김/즐거운상상/200쪽/1만 2000원 4인 가족의 한 달 전기요금 500엔(약 5500원),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이 없고, 텃밭에 오골계, 메추리를 키우며 유기농 자급자족의 삶. 그런데 산골 오지가 아니다. 일본 도쿄도 아키루노시에 사는 30대 주부의 삶이다. 신간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는 일본 도쿄 교외의 오래된 집에서 생활하는 주부 아즈마 가나코가 쓴 책이다. 그는 세탁기와 청소기 대신 대야와 빗자루를 쓰고, 식료품은 필요한 양만 사 며칠 이내에 먹는다. 그래서 냉장고가 없다. 집에 있는 전자제품이라고는 전구 3개와 오디오, 선풍기, 컴퓨터, 유선전화기가 다다. 낮 시간에는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 물질 문명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노동력으로 가사를 하는 이유를 ‘마음의 편안함’으로 돌린다. 도구가 너무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고,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식자재는 텃밭을 가꾸고 오골계 두 마리를 길러서 채소와 달걀을 얻는다. 동네에 있는 상점에 들러 고기와 생선을 산다. 주로 소금이나 된장에 절이거나 말린 음식을 많이 만들어 ‘건강한 밥상’을 즐긴다. 그야말로 일본판 ‘삼시세끼’다. 저자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의 핵심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지 않는 것이다. 쓸모없는 물건을 구매해 집에 쌓아 두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필요한 물품만 사서 오랫동안 쓰자는 것이다. 지구에도 도움이 되는 삶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영남알프스 가을 절경 손짓…세계 산악영화제도 볼거리

    언양 한우불고기축제가 열리는 울주군 언양읍을 찾아간다면 영남알프스의 가을 절경과 함께 세계산악영화제도 즐길 수 있다. 세계산악영화제가 한우불고기축제 개최 장소인 언양읍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30일부터 개막해 관광객을 맞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는 신불산,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7개의 봉우리로 연결된 산악지역이다. 울산·경남북과 연결된 영남권 최대 산악관광자원이다. 특히 신불산 억새평원과 별빛야영장 등은 해마다 수백만명의 행락객이 찾는 관광 명소다. 하늘억새길은 고산평원에 형성된 은빛 억새, 기암괴석, 희귀 동식물 습지구역, 고산지 철쭉군락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또 파래소 폭포는 영남알프스의 오아시스로 통한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수와 하얀 물보라, 산 그림자 등이 일품이다. 해발 1068m의 간월산에서 발원해 등억리를 지나는 작괘천. 울산 12경의 하나로 사시사철 맑고 깨끗한 물을 쉼 없이 뿜어낸다. 인근에는 수온 29~33도의 알칼리성 중조천인 등억온천도 일품이다. 영남알프스 진입구인 복합웰컴센터에서는 30일부터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려 행락객을 맞는다. 첫해인 올해 40개국에서 182편이 출품됐다. 출품작도 극영화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는 개막식 초청인사만 300명에 이른다. 국내외 영화인과 산악인만 200여명이다. 참석자 가운데 세계 산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라인홀드 메스너(72)도 있다. 또 트렌토산악영화제의 로베르토 데 마틴 집행위원장과 캐나다 밴프산악영화제를 국제적 행사로 키운 버나데트 맥도날드(65)도 참석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 부조는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도로변 수박을 쪼개 파는 사람들, 참 힘들게 먹고 산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어느 눈 큰 여자도 지 옆에 남자가 찰싹 달라붙어 시종 뭐라고 촐삭대는데도 날 노골적으로 할끔거린다. 이래도 되냐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는데 도대체 어느 언어로 쏘아붙여야 통쾌한 반응을 얻어낼지 자신이 안 서 참았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통로 건녀편 여자가 또 할끔거리다 이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남정네는 잠에 골아떨어졌다. 쯔쯔.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 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 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을 묘사한 부조 ‘알현’은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1] 무알콜, 정보 차단, 잿빛 도시 테헤란에 발 딛다

    [테헤란 여행기 1] 무알콜, 정보 차단, 잿빛 도시 테헤란에 발 딛다

    6일 밤 11시 5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국,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7일 오후 2시 이란 테헤란에 도착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을 따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챌린지의 대회 초반을 취재하고 같은 루트로 14일 오후 5시 귀국했다.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어서 여러 가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흔히 갈 수 없는 곳이라 취재 틈틈이 여행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우리와의 시차는 4시간30분. 우리가 오전 9시면 거기는 오전 4시30분이다. 3회로 나눠 게재하는데 첫째는 출장 스토리에 가깝고 다른 두 편이 여행기에 가까울 것 같다.   ◆7일 이란 가는 비행기에도 주류 반입 안된다 인천을 떠나 10시간 비행해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쯤. 게이트 나와 인터내셔널 트랜스퍼 쪽에 줄 서니 제법 한국 사람 많고 요르단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띈다. 다른 기자와 난 200번 게이트가 시작되는 지점, 한적한 공간에 앉아 2시간 되는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 연결하고 전화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7시쯤에야 전광판에 탑승 게이트가 공지될 정도로 이스탄불 공항은 느렸다. 탑승은 오후 8시 35분부터. 우리의 경우 304번 게이트였다. 딱 봐도 이란 가는 비행기다 싶었다. 여행객 행색이 남루해지고 몇몇 중국 관광객이 보였다. 좌석은 50%쯤 점유돼 여기저기 빈 자리가 보여 덩치가 큰 이들은 몇개 좌석을 점유한 채 누워버렸다. 9시 35분 출발한 비행에는 3시간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난 이란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술이라고 생각하고 기내식을 먹으며 맥주를 주문했는데 가지러 간 여승무원이 “이란 가는 비행기라 맥주를 실을 수 없다”고 뒤늦게 없다고 한다. 왼쪽 창문 옆에 앉았는데 내가 평소 날아보고 싶었던 아나톨리아 평원과 반 호수의 장관을 하늘에서 조망하면서 갔다. 테헤란 상공에 다다르니 아니나다를까 온통 세상이 잿빛이다. 공항은 꽤 큰데 비행기 대수가 정말 손에 꼽을 만하다. 경제재재의 여파 때문이겠지 싶었다. 오후 2시 5분 공항에 내렸는데 선수들 짐과 먹거리가 많아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공항에서 환전하고 유심칩을 바꿀까 생각했는데 FIBA의 아타셰 역할을 한다는 친구가 호텔이 더 싸다며 하지 말라고 한다. 유심도 마찬가지. 그런데 공항의 이곳 유심 판매상은 정식으로 컴퓨터로 칩을 심어주는 반면, 호텔에서 하는 농구심판(심판이 이렇게 대놓고 장사를 했다)은 야매로 하는 느낌이었다. 유심과 환전은 공항에서 하는게 낫겠다. 선수단 숙소는 시내 중심가(우리로 얘기하면 소공동 롯데 같은 곳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젊은 시절 묵었을 정도였다고 박한 단장은 전했다)에 있고, 심판과 취재진 숙소는 공항에서 조금 더 가까운 올림픽 호텔이다. 아자디 스포츠 콤플렉스 안이라 거의 우리로 얘기하면 올림픽공원 안의 올림픽파크텔과 같다. 공항에서 바로 택시 타고 왔으면 될걸, 랄레 호텔 들러 선수단 짐 내려주고 우리는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왔던 길을 어느 정도 되짚어 나와 올림픽 호텔로 왔다. 7일 오후 5시 거의 다돼 도착했는데 운전기사는 요금을 달래요. 우리는 랄레 호텔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 실랑이하다 그냥 들어와 체크인하는데 옆에서 계속 그냥 지금 달래요, 해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나 돈다발을 펼치더니 계산을 턱 해준다. FIBA 사람이란다. 그 기사는 한 번 우리한테 떼써보고, 안 되면 말고 이중으로 받아내려 했던 것 같다고 나중에 일행이 말했다. 씻고 인터넷 점검에 들어갔다. 기자들에게 가장 급한 게 이것이니. 당연히 잘 안 됐다. 6시쯤 로비에 내려가 유심 파는 남자를 소개받아 깔았다. 20달러 받는다. 전화는 걸리는데 데이터가 안돼 애를 먹었다. 이상하게 한국 기자 둘과 심판만 안된다고 했다. 2시간쯤 씨름을 했다. 호텔 리셉션 데스크 가 두 번씩이나 물어보고 했다(그것도 이상한 장면이다). 그러다 어쩌다 됐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뷔페 식당인데 메인 디시를 먹으라고 한다. 티본 스테이크와 노알콜 맥주를 시켰는데 고기는 질겼지만 먹을 만했고 생전 처음 노알콜 맥주 바바리안을 먹었는데 괜찮았다. 오후 9시쯤 객실 돌아와 10시쯤 잠 들었다. 거의 이틀 만에 잠자리다. 객실 안에는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껐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상당히 서늘할것 같았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에어컨을 끄지 않은 일행은 감기 기운이 생겼다고 다음날 털어놓았다. ◆8일 이란에는 먹을 게 없다? 올림픽 호텔은 예외 아침 7시 1층 식당에 갔다. 아침에도 블랙퍼스트 외에도 오믈렛이나 에그 스크램블을 메인디시로 주문할 수 있었다. 대표팀이 랄레 호텔을 11시 30분쯤 떠나 낮 12시 30분부터 훈련한다고 해 아침 10시 30분 택시를 미리 불러달라고 했더니 택시가 아니라 호텔이 운영하는 차를 내줬다. 35만리라를 불렀는데 달러로는 10.5달러쯤 된다고 했다. 기사가 에어컨을 ‘아씨(A/C)’로 부르는 게 이채로웠다. 20분 정도 달려 호텔에 도착, 대표팀과 한 버스에 올라 20분 남짓 달려 엔겔랍 스포츠 단지 안의 형편없는 경기장에 당도했다. 80분 정도 훈련 취재 마치고 통역에게 물어보니 우리 묵는 올림픽 호텔로 바로 가는 것보다 랄레 호텔 들렀다가 거기서 택시 불러 타고 가는 게 낫다고 한다. 선수단장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점심 먹어보고 가라고 권해서 11층의 뷔페 식당에 들렀는데 전망 하나는 매우 뛰어난데 음식은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먹을 만한게 없었다. 우리보다 허기졌을 선수들 역시 뭐 먹을 게 없네 하는 표정이면서도 마구 입 안에 집어넣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사하고 이곳 로비에서 유심의 불완전성을 얘기하며 손봐줄 사람을 찾았는데 두 명쯤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자기들도 모르겠대요. 그래서 10분 만에 미터기 달린 택시를 타고 올림픽 호텔에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뻔히 길을 알고 일행이 구글 맵을 돌려 검색을 하고 있는데도 서너 차례 이상한 길로 뱅 돌아간다. 처음에는 내릴 때 대판 싸워야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는데 올림픽 호텔이 5분 정도로 가까워오자 일행이 미터기로 나오는 요금도 그닥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그리 싸울 일 없다고 말했다. 하여튼 도착했고, 난 기사 마감이 화급해 바로 객실로 왔고 일행이 계산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처음에는 기사가 40만리라를 부르더래요. 미터기에 분명히 35만리라로 나와 있는데. 그래서 웃는 얼굴로 미터기 가리키며 35만리라 계산하겠다고 했더니 싱긋 웃더래요. 이 사람들 원래 그런가 봐요. 일행은 사진기자였는데 내가 기사 마감하고 그의 객실에 갔더니 사진 전송하는 데 4시간쯤 걸린다고 나온다고 기가 막혀 했다. 이날 저녁 모든 선수들 모인 가운데 환영 만찬 있다고 했는데 사진 전송하는 속도를 볼 때 도저히 못 맞출 것 같고, 둘다 파티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고 해 그냥 이 호텔에 남기로 했다. (나중에 들으니 안 가길 잘했다. 낮에 밥 먹어본 그 곳에 각국 선수단 240명이 한 줄로 서서 밥 먹느라고 난리굿을 벌였다고 했다. 외빈 한명이 안 왔다고 1시간 늦게 시작하고.)   ◆9일 이란은 정보 차단 왕국, 그래도 기사는 써서 보내야 하니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회사에 보고한 메모다. ´*** 기자가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저장하려고 했더니 차단벽이 뜹니다. 각자 방을 써서 깨우기도 뭐해 조금 이따 올립니다. 이 나라 정보 통제 대단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핸드폰으로 국내 정보라도 검색하려고 유심칩을 이란셀이라고 국영 회사 것을 썼더니 내 핸드폰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국영 회사라 더 쉽게 정보를 차단한답니다. 호텔에서도 와이파이를 돈 받고 팝니다.(허 감독은 미국도 그런다고 합니다). 하루 2달러 주고 샀습니다. 그런데 와이파이를 이용해 회사 VPN에 연결하려면 유심칩을 빼고 원래 칩으로 바꿔야 합니다. 종일 칩 갈아 끼우며 휴대폰을 씁니다. BBC와 유튜브 등은 아예 열리지가 않고, 이란에 관해 조금이라도 언급된 내용은 차단됩니다. 풀 기사로 연합과 뉴시스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모두 반송돼 KBL 직원 사메일로 보냈어요.´ 이날 나의 일과는 기사 전송 시스템을 갖춰 한국의 첫 경기에 관한 풀 기사를 문제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물론 동료와 ´전송 어려우니 회사에 안된다고 통보하고 땡땡이 칠까´하는 객쩍은 농담도 주고받았다. 아무래도 호텔보다 경기장이 여러 모로 기사 전송하는 시스템에서 앞서거나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텔 정문을 삥 돌아 나와 경기장 안에 들어왔다. 경기장 들어가기 전 한국 축구대표팀에 잊을 수 없는 수모의 장소, 아자디 스타디움 앞에 가봤다. 농구 경기가 열리는 1만 2000 피플 스포츠홀에서 걸어 3분 거리다. 스타디움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는 한 번 들어가 볼 수 있느냐고 손짓발짓으로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리키며 시큐리티(발음이 희한했다. 서너 차례 들으니 그 단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락을 받아오라고 했다. 뭐 그럴 일은 아니다 싶어 발길을 돌렸다. 낮 12시쯤 경기장 들어갔는데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다. 이제 시작했다. 대회 첫 경기가 오후 2시인데, 이대로 대회가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기자석에 앉았는데 랜선도 깔려 있고 무선랜도 잡힌다. 적이 안심이 됐다. 오후에 사진기자가 ´핫스팟 쉴드´란 프로그램을 깔아주며 이렇게 하면 국내에서와 같이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쓰니 차단되던 국내 기사는 물론, BBC도 볼 수 있었다. 오후 4시 시작된 한국 경기를 취재해 기사 세 건 써서 국내에 보냈더니 또 돌아온다. KBL 직원에게 보내 다시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고 저녁은 호텔 돌아와 먹었다. 돌아오는 길은 바로 호텔 옆문으로 돌아오는 샛길을 발견해 시간을 많이 줄였다. 점심은 건너뛰었던 터라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내 메뉴는 보잘 것 없었는데 동료 사진기자는 한국인 심판에게 추천받았다며 스페셜 시프(셰프인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 발음) 메뉴를 시켰는데 양갈비 맛이 일품이었다. 간만에 기사 써보내느라고 힘들었던 모양이다. 산책 나갈까 하다 그만 뒀다. 갑자기 유심칩이 안된다. 아무리 갈아끼우고 해봐도 소용 없다. 벌써 데이터-5기가-가 소진된 모양이다. 별로 데이터 다운받지도 않았는데 우쒸.   ◆10일 내일 시내 관광 나설 만반의 준비 갖춘 하루 토요일은 신문이 쉬니 해외출장 나온 기자에게는 꿀맛같은 휴식 시간이다. 그래도 온라인 기사는 써야 하는 추세니 한국의 두 번째 경기를 취재하려고 경기장에 일찍 나갔다. 일방적으로 쉽게 이겨서 그렇게 무겁게 기사 쓸 일이 아니었다. 먼저 돌아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더비를 지켜보며 휴식을 취하다 사진기자가 취재 마치는 즈음에 경기장 마중 나가 함께 가방 끌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손흥민이 출전해 1골 2도움 활약하는 것을 본 뒤 저녁을 들었다. 내일(11일)은 한국 경기가 없으니 선수단 회식한다고 함께 하자고 통보하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취소했는데 그 통보의 형식과 내용이 너무 일방적이다. 왕복에 2시간 이상 잡아먹는다는 것은 약속을 잡으면서부터 각오했던 내용일 텐데 그랬다. 교민들이 불고기를 엄청 많이 가져와 남았으니 함께 먹자는 것인데 사람 초청하는 기본 자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처음으로 시내 관광을 계획했으니 체력을 아끼자는 계산을 했다. 허재 감독 인터뷰도 있어 질문할 내용 미리 정리한 뒤 국내에 있는 기자들에게도 몇 마디 조언을 구해 보완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나야 하니 미리 기사도 두 건 작성해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北 “한반도 정세, 최악의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마지막 한계점”

    北 “한반도 정세, 최악의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마지막 한계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이 자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고한 응징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북한이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한계점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대변인이 이날 담화를 통해 한국의 B-1B 배치 등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최근 우리의 핵탄두폭발시험을 걸고 감행되는 적대세력들의 극악무도한 특대형 도발 광란으로 조선반도(한반도)정세는 각일각 최악의 폭발 직전에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로 하여금 그토록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핵 무력의 최종완성을 위한 배가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떠민 미국과 괴뢰패당을 비롯한 추종세력들은 오늘의 극적인 사태발전 앞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공화국이 쥘 것은 다 쥐고 국가 핵 무력완성을 위한 최종관문까지 통과한 오늘에 와서까지 우리를 함부로 건드리며 힘으로 압살해보겠다고 덤벼드는 것이야말로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멸적 망동”이라며 “사태는 험악하게 번져지고 있으며 말로써는 수습하기 어려운 마지막 한계점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도 지난 12일 “일심단결의 정치 강국, 지구를 뒤흔드는 동방의 핵 강국으로 날로 승승장구하는 우리 공화국의 위용에 완전히 얼이 나간 박근혜 역적 패당은 정신통제불능상태에서 헛소리를 마구 줴쳐대고(지껄이고) 있다”고 막말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핵실험, 여야 모두 강력 규탄

    북한 핵실험, 여야 모두 강력 규탄

    새누리당은 10일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현아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이번 핵실험으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강한 의지가 또 한 번 확인됐으며, 북한 핵무기의 실전배치 가능성도 커졌다”며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급한 상황”이라며 “정치권은 더이상 안보문제를 두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자제하고, 관계 당국이 신속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단합된 협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전 세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즉각적이고도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응징이 절실하다”며 “정부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유엔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 협력을 통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공동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권도 북한 핵실험을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 규정, 거듭 강력히 규탄하면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우리 당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정부와 함께 노력한다는 방침”이라면서 “북한 핵실험의 위협 앞에서 상황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금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부는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며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라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군사적인 행위도 일어나선 안 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더 큰 고립을 자초하는 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각 당이 위기관리를 위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우리 당은 미사일과 핵이 아닌 대화와 협력이 한반도의 안정을 지키고 평화통일로 나가는 해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ul.co.kr
  • 與, 북한 핵실험 소식에 “핵 억제 위해 우리도 핵 보유해야”

    與, 북한 핵실험 소식에 “핵 억제 위해 우리도 핵 보유해야”

    새누리당이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파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온 인류에 대한 도발이고 도전”이라는 논평과 함께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자구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핵 보유’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핵실험은 북한 핵이 소량화·경량화로 발전하면서 ‘위협의 단계’를 넘어 ‘위기의 현실’이 됐음을 확인시켜줬다”며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염 수석대변인은 “우선 즉각적이고도 고강도의 국제사회 응징이 절실하다”며 “우리 정부는 유엔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 협력 체제를 최대한 가동해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공동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스스로 강력한 자구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 북한 핵 도발과 관련한 대책을 당론 차원에서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핵 능력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이제 국가적 대응으로 새롭게 우리가 채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 모임(약칭 핵포럼)’을 이끄는 원유철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핵실험은 더는 유엔 안보리, 국제사회의 제재와 우리 국회의 규탄 결의만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 보유밖에 없다. 우리도 평화 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사설] 북핵 국제 공조와 국론 결집 노력 병행하길

    북한 핵·미사일과 관련한 박근혜 대통령의 연쇄 4강 정상외교가 어제 한·일 회담을 끝으로 일단락됐다. 러시아·중국을 거쳐 라오스로 이어진 다자정상회의를 계기로 성사된 정상회담이었다. 성과를 속단하기 이르지만 엊그제 유엔 안보리가 전날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을 규탄하는 성명을 낸 사실이 주목된다. 주한 미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반대해 온 중·러도 동참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은 한·중 및 미·중 정상회담에서 사드가 방어용이라는 한·미의 설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로선 안보리 성명에 자족할 게 아니라 보다 실효성 있는 북핵 해법을 찾아야 할 중차대한 시점이다. 북한은 한·미 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1000㎞까지 날아가는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한반도 유사시 미군 증원 전력이 출동할 괌이나 주일 미군기지를 사정거리에 두고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사드를 무력화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에 이어 미국의 대한반도 확장억제 전력을 타격하겠다는 위협이었다. 안보리가 올 들어서만 9번째 규탄 성명을 내면서 한가하게 대응하는 동안 북의 핵·미사일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돼 온 것이다. 한·미 정상이 그제 이에 대응해 사드 배치와 확장억제를 통한 한·미 연합 대북 억지력을 유지하기로 의견을 모았다지만 만시지탄이란 느낌이 들 정도다. 물론 한·미 동맹 강화만으로 완벽한 북핵 해법을 구하긴 어렵다. 그래서 박 대통령도 사드 문제를 논의할 한·미·중 3자 채널을 거론했을 게다. 하지만 사드는 중국 입장에선 미·중 간 외교 게임일지 모르나 우리에게는 국민의 생명이 걸린 현안이다. 까닭에 중국 측에 사드 배치에 대한 불퇴전의 의지를 밝혔다면 이제 우리의 국론 통합이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북핵 국제 공조가 결실을 보려면 우리 내부의 사드 반대론부터 설득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 맥락에서 사드 문제에 대한 야권의 미세한 인식 변화 조짐이 다행스럽다. 강경한 반대 입장을 피력하던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그제 국회 연설에서는 공식 언급을 피했다. 당론으로 반대해 온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어제 “사드 배치 찬성 의견도 존중한다”고 했다. 국회 비준동의안을 전제하면서다. 하지만 한·미 상호방위조약에 따른 사드 배치 시 미국이 비용을 부담하는 터에 비준안으로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가 있을지 궁금하다. 야권은 국민 다수 여론에 사드가 북한 미사일에 대비한 최소한의 방어 조치로 투영되고 있음을 유념하기 바란다.
  •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손가락 크기 우주선·정찰기, 먼지만 한 인체 삽입용 센서…‘인류 혁명’과 ‘킬러버그’ 사이

    [송혜민 기자의 월드 why] 손가락 크기 우주선·정찰기, 먼지만 한 인체 삽입용 센서…‘인류 혁명’과 ‘킬러버그’ 사이

    영화 ‘맨인블랙’에서는 주인공이 그야말로 손가락만큼이나 작은 권총을 본 뒤 비웃지만, 이 무기의 위력에 화들짝 놀란 후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입증한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히는데, 작은 것에 푹 빠진 것은 비단 영화 속 주인공만은 아니다. 세계는 그야말로 ‘초소형 전쟁’ 중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게, 더 작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일명 ‘초소형화’에서 유독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과학과 의학, 군사 등으로 꼽힌다. 이들의 ‘초소형을 향한 집착’은 어떤 결과를 낳았으며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과학·의학·군사 분야의 장밋빛 미래 초소형 기술은 단 시간에 우주를 여행할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의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와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스타샷’ 프로젝트팀이 발표한 인류 최초의 ‘항성 간 여행’ 일명 인터스텔라 트래블에는 초소형 우주선이 필수 도구로 등장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초소형 우주선 1000여개를 최종 목적지이자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센타우리로 보내는 것인데, 현존하는 최첨단 우주선을 이용해도 3만년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다. 하지만 개당 무게가 20g에 불과한 초소형 우주선 ‘나노크래프트’를 이용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노크래프트는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으로, 기존 우주선보다 크기가 수만 배는 작은 만큼 무려 1000배나 빨리 알파센타우리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기가 작아졌다고 해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이 우주선은 빛을 반사하는 얇은 돛과 카메라, 전원장치, 항법 및 통신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준비부터 발사까지 20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분야 역시 초소형 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적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으면서도 첨단 기술을 탑재한 ‘맵고 작은 고추’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역시 선두는 미국이다. 미군은 올해 8월 초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초소형 드론을 무기화하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명 ‘블랙 호닛’이라는 이름의 이 드론은 크기 20×9×5㎝, 무게 18.25g에 불과하며, 작은 몸체에 적외선 카메라 3대를 장착하고 있어 반경 2.4㎞ 이내 적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외형은 장난감 헬리콥터와 매우 유사하다. 성인의 손바닥보다 작고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서, 정찰 비행 중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미군의 설명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가 “블랙 호닛은 근거리에서 살펴봤을 때에도 새가 날아다니는 것으로 보일 만큼 위장이 쉽다. 당장 전투에 투입돼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만큼 실전 배치가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의 빠른 발전 속도는 더욱 작고 정밀하며 똑똑한 무기 개발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의학계도 초소형 열풍에서 무관하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길이 3㎜, 너비 1㎜에 불과한 인체 삽입용 무선 센서가 개발됐다.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개발한 이것을 뇌나 신경 등 인체에 삽입하면 사용자는 이물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동시에 센서가 이식된 부위의 장기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뉴럴 더스트’(Neural Dust), 일명 신경 먼지라 부르는데,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머리카락 절반 두께에 불과한 버전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초소형 경쟁은 인류에게 다양한 편의를 가져다준다. 군사 분야의 초소형 무기 개발은 인명 피해를 최대한 줄여줄 것이며, 정보기술(IT)과 우주과학 분야의 초소형 기술은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신세계’를 가져다줄 것이다. 의학계의 초소형 기술은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 데 일조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와 세계에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초소형 기술에도 이면은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예상치 못한 오류 땐 잿빛 미래 우려 초소형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더 많은 혜택을 입게 되겠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버그’가 가져다줄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기도 하지만, 이미 인류는 위에 나열한 다양한 기술이 영화나 소설 속 한 장면에서 현실이 된 것을 목격했다. 예컨대 웨어러블 기기의 발달을 넘어 신체에 직접 칩을 이식해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인류는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아닌 악성코드로 인한 실제 좀비를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 철저하게 프로그래밍 된 AI가 접목된 칩에서 발생한 오류 또는 일순간 판단의 실수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군사 분야의 초소형 무기 개발은 결국 보다 손 쉬운 살상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카메라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는 끊임없는 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도 있다. 회사와 집,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이 누구에게나 노출된 공간이자 동시에 창살 없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상 그 이상의 기술 발달 속에서 인류는 영원히 완벽한 존재를 찾지도, 만들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인류를 위한 세계의 ‘초소형 홀릭’에는 분명한 ‘고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초소형 기술의 발달이 다양한 것을 작아지게 하는 동시에 이를 올바르게, 정확하게 활용하려는 인류의 의지는 커져야 마땅하다. huimin0217@seoul.co.kr
  • [월드피플+]장애 딛고 32년 일한 다운증후군女의 은퇴파티

    [월드피플+]장애 딛고 32년 일한 다운증후군女의 은퇴파티

    이보다 더 뜻 깊은 ‘은퇴 파티’가 있을까.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미국의 한 여성이 무려 32년간 재직한 자신의 직장에서 동료와 회사의 따뜻한 환송파티를 선물 받은 사연이 알려졌다. CBS 등 현지 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프리아 데이비드(52)는 무려 32년 간 보스톤의 한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해왔다. 프리아가 32년 간 한 매장에서만 한 일은 프렌치프라이를 만드는 일이었다. 이 매장은 1980년대부터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나누는 정책을 시행해왔는데, 프리아는 이 정책의 첫 번째 수혜자였다. 1984년부터 이 매장에서 일하기 시작한 그녀는 줄곧 같은 일을 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성실한 직원이었다. 꼬박 32년을 쉬지않게 한 매장에서 일한 그녀는 올해 퇴직을 맞이했고, 이에 해당 패스트푸드점과 직원들은 깜짝 파티로 그녀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이 패스트푸드점의 매니저인 로니는 “매장 입구에서 아이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 프렌치프라이 주문이 들어올 것이라는 사실을 직감하고는 곧장 일을 시작하곤 했다. 또 사람들이 오갈 때에는 먼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이 그녀의 일상이었다”면서 “그녀는 매우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이다”라고 평했다. 또 다른 직원은 “그녀가 우리로부터 배운 점보다 우리가 그녀에게서 배운 점이 훨씬 많다”며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이 매장의 직원들은 직접 제작한 감사 케이크와 해당 패스트푸드점의 음식들로 채운 파티를 기획했고, 프리아는 감격스러운 얼굴로 직원들과 포옹했다. 이 패스트푸드점의 점장인 앤 마리는 “발달장애를 가진 사람들도 사회에 통합될 수 있고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으며 모든 것에 흥미를 느낄 수 있다”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를 딛고 사회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리아는 현지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지난 시간동안 정말 많은 프렌치프라이를 만들었다”면서 “잠시 동안은 휴식을 취하며 나를 돌보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8개월 만에 극적 상봉한 사자 아비와 딸…핏줄의 애틋함

    8개월 만에 극적 상봉한 사자 아비와 딸…핏줄의 애틋함

    페루의 한 서커스단에서 순차적으로 구조된 뒤 8개월 만에 다시 재회한 부녀(父女) 사자의 모습이 공개돼 뭉클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아프리카’라는 이름의 암사자와 아비 ‘레오’는 부녀 관계다. 동물보호단체가 페루에서 야생동물 구조활동을 벌이던 지난 1월 경, 레오는 무사히 구조가 됐지만 아프리카를 포함한 다른 가족 사자들은 불법 서커스단 운영자에 의해 빼돌려진 상황이었다. 동물보호단체는 불법 서커스단을 추적하는 한편, 4월 말 경 레오를 비롯해 먼저 구조된 사자 33마리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후송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그리고 최근, 아프리카 등 레오의 가족들이 추가로 구조되면서 이들 부녀의 만남은 8개월만에 성사될 수 있었다. 레오는 최근 건강상태가 비교적 양호해졌고, 이에 동물보호단체는 레오와 아프리카의 재회를 주선했다. 지난 29일 뒤늦게 레오를 만나게 된 아프리카는 8개월의 시간이 무색하리만치 한눈에 알아봤다. 그리고 레오에게 다가가 앞발을 내밀거나 머리를 부비는 등 애틋한 효심을 보였다. 레오 역시 부성애가 넘쳤다. 멀리서 아프리카가 다가오는 모습을 보자마자 즉시 우리로 가까이 다가가 냄새를 맡고 얼굴을 부비는 등 아비의 속깊음을 보여줬다.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는 철망이 야속한 듯 철망에 몸을 바싹 붙인 채 연신 떨어질줄 몰랐다. 이들 부녀 사자가 현재 머물고 있는 곳은 남아프리카의 자연보호구역 에모아 빅캣 생크투어리(Emoya Big Cat Sanctuary)다. 영국에 보호단체를 둔 동물보호단체 ADI(Animal Defenders International)은 2012년부터 콜롬비아와 페루에서 서커스로 악용되는 야생동물들을 구조하는 작업을 펼쳐왔다. 잰 크리머 ADI 대표는 “아프리카와 레오의 모습은 사자에게서 볼 수 있는, 가족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가감없이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 동물보호단체는 페루 내 불법 서커스단에서 학대받던 호랑이와 원숭이, 곰, 사자 등 100여 마리를 추가로 구조한 바 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송혜민의 월드why] 우주선부터 무기까지…‘초소형’에 빠진 세계

    [송혜민의 월드why] 우주선부터 무기까지…‘초소형’에 빠진 세계

    영화 ‘맨인블랙’에서는 주인공이 그야말로 손바닥 만큼이나 작은 권총을 본 뒤 비웃지만, 이 무기의 위력에 화들짝 놀란 후 감탄하는 장면이 나온다. 작은 고추가 맵다는 속담을 입증한 대표적인 장면으로 꼽히는데, 작은 것에 푹 빠진 것은 비단 영화 속 주인공만은 아니다. 세계는 그야말로 ‘초소형 전쟁’ 중이다.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작게, 더 작게 만들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일명 ‘초소형화’에서 유독 관심을 보이는 분야는 과학과 의학, 군사 등으로 꼽힌다. 이들의 ‘초소형을 향한 집착’은 어떤 결과를 낳았으며 어떤 미래를 가져다줄까. #과학, 의학, 군사 분야의 초소형 기술이 가져다 줄 장밋빛 미래 초소형 기술은 단 시간 만에 우주를 여행할 수 있게 도와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영국의 천재 천체물리학자 스티브 호킹 박사와 러시아의 부호 유리 밀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가 주도하는 ‘브레이크스루 스타샷’(Breakthrough Starshot) 프로젝트팀이 발표한 인류 최초의 ‘항성 간 여행’ 일명 인터스텔라 트래블(interstellar travel)에는 초소형 우주선이 필수 도구로 등장한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초소형 우주선 1000여개를 최종 목적지이자 태양계에서 4.37광년 떨어진 알파 센타우리로 보내는 것인데, 현존하는 최첨단 우주선을 이용해도 3만 년이 걸리는 엄청난 거리다. 하지만 개당 무게가 20g에 불과한 초소형 우주선 ‘나노크래프트’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는 달라진다. 나노크래프트는 스마트폰 크기의 초소형 우주선으로, 기존 우주선보다 크기가 수 만 배는 작은 만큼 무려 1000배나 빨리 알파 센타우리로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크기가 작아졌다고 해서 있어야 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바닥보다 작은 이 우주선에는 빛을 반사하는 얇은 돛과 카메라, 전원장치, 항법 및 통신장비까지 갖추고 있다. 준비부터 발사까지 20년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군사 분야 역시 초소형 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적의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작으면서도 첨단 기술을 탑재한 ‘맵고 작은 고추’를 만들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끊이지 않는다. 역시 선두는 미국이다. 미군은 올해 8월 초 주머니에 쏙 들어가는 크기의 초소형 드론을 무기화하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일명 ‘블랙 호넷’이라는 이름의 이 드론은 크기 20×9×5㎝, 무게 18.25g에 불과하며, 작은 몸체에 적외선 카메라 3대를 장착하고 있어 반경 2.4㎞ 이내 적의 동태를 실시간으로 전송한다. 외형은 장난감 헬리콥터와 매우 유사하다. 성인의 손바닥보다 작고 주머니에 쏙 들어갈 수 있을 정도의 크기여서, 정찰 비행 중에도 노출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것이 미군의 설명이다. 미군 고위 관계자가 “블랙 호넷은 근거리에서 살펴봤을 때에도 새가 날아다닌 것으로 보일 만큼 위장이 쉽다. 당장 전투에 투입되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고 평가한 만큼 실전배치가 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인공지능 AI의 빠른 발전 속도는 더욱 작고 정밀하며 똑똑한 무기 개발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의학계도 초소형 열풍에서 무관하지 않다. 해외에서는 이미 길이 3㎜, 너비 1㎜에 불과한 인체삽입용 무선 센서가 개발됐다. 미국 UC버클리 연구팀이 개발한 이것을 뇌나 신경 등 인체에 삽입하면 사용자는 이물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동시에, 센서가 이식된 부위의 장기 활동을 실시간으로 관찰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를 ‘뉴럴 더스트’(Neural Dust), 일명 신경 먼지라 부르는데, 연구진은 궁극적으로 머리카락 절반 두께에 불과한 버전을 만들기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이뤄지는 초소형 경쟁은 인류에게 다양한 편의를 가져다준다. 군사 분야의 초소형 무기 개발은 인명피해를 최대한 줄여줄 것이며, IT와 우주과학 분야의 초소형 기술은 이제껏 상상하지 못했던 그야말로 ‘신세계’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의학계의 초소형 기술은 더 많은 생명을 살리는데 일조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이렇게 인류와 세계에 착하기만 할 것 같은 초소형 기술에도 이면은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말이다. #예상치 못한 오류와 불완전성…잿빛 미래 우려 초소형 기술의 발달로 인류는 더 많은 혜택을 입게 되겠지만, 동시에 예상치 못한 ‘버그’가 가져다 줄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우려가 ‘소설’에 불과하다고 일축하기도 하지만, 이미 인류는 위에 나열한 다양한 기술이 영화나 소설 속 한 장면에서 현실이 된 것을 목격했다. 예컨대 웨어러블 기기의 발달을 넘어 신체에 직접 칩을 이식해 생활의 편의를 도모하는 기술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생한다면, 인류는 생물학적 바이러스가 아닌 악성코드로 인한 실제 좀비를 눈앞에서 마주할 수 있다. 철저하게 프로그래밍 된 AI가 접목된 칩에서 발생한 오류 또는 일순간 판단의 실수는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공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군사 분야의 초소형 무기 개발은 결국 보다 손 쉬운 살상과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카메라와 움직임을 감지하는 센서는 끊임없는 감시와 사생활 침해를 낳을 수도 있다. 회사와 집, 화장실 등 모든 공간이 누구에게나 노출된 공간이자 동시에 창살없는 감옥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상상 그 이상의 기술 발달 속에서 인류는 영원히 완벽한 존재를 찾지도, 만들지도 못했다. 그러므로 인류를 위한 세계의 ‘초소형 홀릭’에는 분명한 ‘고장’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초소형 기술의 발달이 다양한 것을 작아지게 하는 동시에, 이를 올바르게, 정확하게 활용하려는 인류의 의지는 커져야 마땅하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열린세상] 기술혁신보다 교육혁신이 더 시급한 이유/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열린세상] 기술혁신보다 교육혁신이 더 시급한 이유/안남성 한양대 에너지학과 초빙교수

    최근 발행된 매사추세츠공대(MIT)의 테크놀로지 리뷰는 전체 인구의 1%가 34% 부를 가지고 있으며 최상위 0.1%가 15% 부를 소유하고 있다고 언급하면서 가난한 사람들과 고소득자 간 부의 불평등 문제를 기후변화 문제와 같이 인류가 해결해야 할 시대정신으로 규정했다. 이처럼 부의 불평등 문제가 시대정신으로 부각되면서 많은 학자들이 부의 불평등 원인을 분석해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경제학자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이러한 부의 불평등 원인을 자본의 투자이익이 경제성장을 통해 혜택이 가는 임금의 상승보다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속자들이나 자본을 소유하고 있는 그룹의 부의 대물림이 계속된다는 소위 금수저론을 주장해 많은 공감을 받고 있다. 그는 특히 0.1% 최상위 소득자 중 70%가 기업의 최고 경영자층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러한 ‘슈퍼 경영자’ 경제에서는 이들에게 많은 세금을 부과해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미국 MIT의 브린 졸프슨 교수는 ‘제2의 기계시대’에서 혁신적인 기술에 기반을 둔 ‘슈퍼스타 경제’ 이론을 주장하면서 문제가 되고 있는 부의 불평등의 가장 큰 원인은 지금의 경제가 재능과 행운을 갖고 있는 소수의 그룹, 즉 ‘슈퍼스타’에 우호적인 기술 기반 경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슈퍼스타 경제에서는 모든 소비자들이 가장 좋은 제품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인터넷을 통해 구매할 수 있는 네트워크 효과로 2등 상품은 설 자리를 잃어버린다. 결국 1등 제품의 승자 독식이 이루어지면서 이러한 최고의 기술을 소유한 개인이나 기업의 부는 더욱 증가하고 앞으로 기술혁신이 끌어갈 4차 산업사회에서는 부의 불평등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로봇이나 인공지능의 잠재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디지털 기술들이 경제성장에는 기여하지만 많은 근로자의 일자리를 빼앗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컴퓨터나 네트워크 기술혁신은 기하급수적으로 가속돼 전체 부를 증가시키고 있지만 이러한 부가 몇몇 소수에게만 혜택이 가는 슈퍼스타 경제에서는 기술혁신이 진행되면서 더 큰 부의 불평등 문제를 가져올 것으로 졸프슨 교수는 예상하고 있다. 최근 매킨지는 전체 가정의 65~70%에 해당하는 일반 가정의 2014년 임금소득이 2005년에 비해 같거나 더 낮아졌다고 밝혔다. 가장 큰 원인으로 지난 10년간의 낮은 경제성장을 지적하고 있어 임금 상승에 의한 소득 증가가 자본의 이자 소득보다 낮아져 부의 불평등이 증가한다는 피케티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반면에 3∼4차 산업사회로 전환되면서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지털 기술을 소유한 슈퍼스타들이 부를 독점하는 것을 보면 졸프슨 교수의 이론은 더 설득력을 얻는다. 3차 산업사회에 들어오면서 빌 게이츠 같은 정보기술(IT) 회사 경영자들이 최고 상위 소득자가 됐고 4차 사회로 접어드는 현재에는 페이스북이나 구글 같은 플랫폼을 운영하는 경영자들이 슈퍼스타가 돼 최고 연봉을 받으면서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가고 있다. 앞으로도 디지털 기술 혁신이 세계 경제를 이끌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이러한 기술을 가지고 있는 개인이나 기업으로의 부 쏠림은 더욱 심해질 것이다. 졸프슨 교수는 미래에는 알파고 같은 새로운 디지털 기술들이 많은 일자리를 대체하면서 중산층이 더욱 감소하게 돼 소득 분포가 마치 역기 바벨과 같이 중간이 텅 빈 모양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줄어드는 중산층이 부의 축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국가적인 교육 시스템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기술혁신에 의지해야 하는 우리나라도 부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려면 교육 시스템 혁신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의 초등학생들이 사회에 나오는 10년 후에는 현재 직업의 65%가 없어질 것이라는 미래학자들의 주장을 귀담아들어 우리도 부의 불평등 문제 해결책을 교육혁신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교육 시스템을 혁신한다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아는 우리로서는 앞으로도 계속 부의 불평등 문제가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시대정신으로 남을 것 같아 걱정이다.
  • 위기의 ‘오바마 케어’… 레임덕 신호탄?

    위기의 ‘오바마 케어’… 레임덕 신호탄?

    모든 미국인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건강보험 혜택을 제공하겠다며 버락 오바마(얼굴) 대통령이 야심 차게 추진해 온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가 시행 3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 오바마케어 취지에 공감해 사업에 동참했던 건강보험 회사들이 손실을 이유로 서비스 철수 지역을 늘리면서 오바마케어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지역까지 생겨나게 됐다. 올해 15개 주에서 오바마케어 상품을 판매하고 있는 미국 3위 건강보험회사 애트나가 내년에는 서비스 지역을 4개 주로 줄일 계획을 세웠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카운티 수를 기준으로 하면 778개 카운티에서 판매되는 상품이 242개 카운티에서만 제공돼 3곳 가운데 2곳 꼴로 서비스가 중단된다. 당초 애트나는 ‘전국민 건강보험 시대’를 열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정책에 공감해 이익이 나지 않더라도 서비스 지역을 늘려 갈 생각이었지만 적자 폭이 예상보다 커지자 결국 확장 전략을 포기했다. 이 회사는 올해 2분기(4~6월)에만 개인건강보험 부문에서 2억 달러(약 2187억원)에 달하는 세전 손실을 기록했다. 애트나의 건강보험 서비스가 중단되는 지역 주민들은 원하는 보험 상품을 선택할 여지가 줄어든다. 앞서 미국 최대 건강보험회사인 유나이티드헬스 그룹과 4위 휴매나도 오바마케어 서비스 지역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애트나까지 서비스 축소에 동참하면서 애리조나 주 파이널 카운티 등 일부 지역에서는 오바마케어 보험 상품이 단 한 종류도 남아 있지 않게 됐다. 애리조나 주 보험당국 대변인 스테펀 브릭스는 “파이널 카운티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회사가 없어 큰 걱정”이라면서 “우리로서는 보험회사에 서비스를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심경을 토로했다. 오바마케어는 오바마 대통령이 공화당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2014년 1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의료개혁 법안이다. 마이클 무어 감독의 영화 ‘식코’(2007년)에서처럼 치명적인 사고를 당하고도 치료비가 너무 비싸 병원을 찾지 못하는 저소득층에 보조금을 지급해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이 골자다. 당시 공화당은 “건강보험 가입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이 판단할 문제지 정부가 나설 사안이 아니며, 고가의 치료비가 들어가는 현 미국 의료 시스템하에서 저가로 유지되는 건강보험을 제공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모순”이라고 주장해 왔다. 실제로 오바마케어에 동참했던 보험사들 상당수가 오바마케어의 수익성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자 하나둘 사업에서 이탈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진영에서는 “잘못된 법안 때문에 애트나 같은 건실한 보험회사들이 서서히 망가지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비난한다고 뉴욕타임스가 전했다. 류지영 기자 superryu@seoul.co.kr
  • 억울하게 죽은 고릴라 하람비, 美대선 지지율 2% 기염

    억울하게 죽은 고릴라 하람비, 美대선 지지율 2% 기염

    차기 미국 대통령 선거에 '고릴라'가 출마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을까? 최근 여론조사 기관인 PPP가 텍사스 지역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부터 14일까지 대선후보들의 지지도를 조사한 이 여론조사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후보는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로, 양자와 다자대결 모두 6% 차로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앞섰다. 텍사스가 공화당의 텃밭인 덕에 트럼프가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전국 단위 지지율로 보면 여전히 클린턴이 승기를 잡고 있다. 특히 텍사스에서 다자대결 지지율 구도를 보면 트럼프가 44%, 힐러리가 38%의 지지를 받았으며 제3당 후보인 자유당 게리 존슨과 녹색당 질 스타인은 각각 6%, 2%에 그쳤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흥미를 끄는 결과는 가상 여론조사다. 클린턴, 트럼프와 더불어 가상의 후보를 넣었을 때 그 결과를 알아본 것. 차기 대통령 후보와 어깨를 나란히 한 후보는 억울하게 죽은 고릴라 하람비와 디즈 넛츠(Deez Nuts)다. 하람비는 지난 5월 신시내티주 동물원에서 우리로 떨어진 4살 소년 탓에 억울하게 죽은 고릴라다. 다소 낯선 이름인 디즈 넛츠는 미국 청소년들의 유행어로 남성의 고환 또는 ‘또라이'를 뜻한다. 디즈 넛츠는 실제 무소속 후보로 등록됐는데 그 주인공이 16세 고등학생 브래디 올슨으로 뒤늦게 밝혀져 화제가 된 바 있다. 올슨은 "나는 결코 클린턴, 부시, 트럼프를 백악관에서 보고 싶지않다. 그래서 싸움에 나서려고 하는 것"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디즈 넛츠는 3%, 죽은 하람비는 무려 2%를 받는 기염을 토했다. 이 정도 수치면 적어도 녹색당 후보와는 한판 붙어볼 만한 셈. 한편 16일 NBC뉴스가 발표한 여론조사 자료에 따르면 클린턴은 전국 단위 지지율 50%로 41%의 트럼프를 9%포인트 차이로 따돌렸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리우 럭비] 첫 금메달 피지, 몸값 상승한 감독 잃을까 걱정

    올림픽 사상 첫 금메달을 딴 피지 럭비가 이를 일궈낸 감독을 돈 때문에 잃을 수 있다는 우려에 휩싸였다. 16일 AFP통신에 따르면 라이세니아 투이투보 피지 체육부 장관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피지 럭비대표팀을 지휘한 벤 라이언(영국) 감독의 뛰는 몸값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밝혔다. 투이투보 장관은 “라이언 감독에게 많은 스카우트 제의가 들어올텐데 우리로서는 다른 나라만큼 대우해주기 어렵다”며 “라이언 감독의 피지에 대한 사랑과 럭비에 대한 애정만이 그를 피지에 남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라이언 감독은 처음 7인제로 열린 이번 올림픽 럭비에서 작은 섬나라인 피지에 첫 금메달을 안겨 주가가 상승했다.그는 올림픽 후 무엇을 할지 결정하기 전에 휴식을 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라이언 감독이 2013년 피지에 왔을 때 피지럭비연맹은 그의 연봉 및 여행 경비와 숙박비로 14만 6220달러(약 1억 600만원)를 마련한 바 있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사설] 북핵 내려놓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 열어야

    어제는 제71주년 광복절이었다. 일제에 빼앗겼던 국권을 되찾은 지 어언 71년이 됐지만, 아직 우리가 갈 길은 멀어 보인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환경이 광복의 감격을 누렸던 당시와 별반 다르지 않게 엄혹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남북 간 분단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한 광복은 미완성일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도 어제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 측에 “한반도 통일시대를 여는 데 동참해 달라”고 호소했을 법하다. 우리는 북한 당국이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핵·미사일 개발을 멈추고 통일로 가는 기회의 창을 함께 열어젖히길 간곡히 권고한다. 그 길이 남북으로 흩어진 한민족이 광복의 기쁨을 온전하게 누릴 수 있는 지름길인 까닭이다. 대한제국이 국권을 상실한 근인(根因)이 뭐겠나. 세계 열강이 이 땅에서 각축전을 펴는 동안 국력을 키울 생각은 않고 외세에 기대 생존을 도모하려 했기 때문이다.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4대 강국이 한반도 안팎에서 대치 중인 지금 우리가 가야 할 길은 자명하다. 박 대통령의 말마따나 강대국이 우리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라는 비관적 사고부터 떨쳐 내야 한다. 미국과 중·러가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우리의 선택을 강요하고 있는 데다 국수주의로 치닫고 있는 아베 내각이 이끄는 일본은 우리 국회의원들의 독도 방문에까지 시비를 걸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의 주체적 사고와 국가적 역량의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누란(卵)의 위기에서 친일·친중·친러 등으로 우리끼리 편을 나눠 싸우던 구한말의 행태를 답습해서는 안 될 말이다. 더욱이 한민족 전체의 관점에서 보면 남북 분단의 장기화만큼 불행한 일이 또 어디 있겠는가. 우리는 광복 후 최빈국에서 출발해 현재 경제 규모 세계 11위인 중견국으로 우뚝 섰다. 남북 간 소모전이 발목을 잡지 않았다면 벌써 선진국 대열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반면 우리의 반쪽인 북한의 보통 주민들은 아직도 하루 끼니를 걱정할 정도가 아닌가. 북한 주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제2의 광복’이 통일이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게다. 그런 맥락에서 어제 경축사에서 박 대통령의 중층적 대북 제안이 주목된다. 즉 북한 정권에는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촉구하고 최고위층이 아닌 간부와 주민들에게는 “차별 없이 대우받고 행복을 추구할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통일 국가의 미래상을 밝힌 대목이다. 북한 지도부에 대화를 통해 통일의 길로 나설 기회를 주되 김정은 정권이 끝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신호다. 이는 우리로선 바라진 않지만 결단해야 할 상황에선 피할 수 없는 고육책일 게다. 김정은 정권이 동족의 선의를 무시하면서 핵 개발을 고집함으로써 국내외적 고립을 자초해 자멸의 길을 걷지 않기를 거듭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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