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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수·삼수는 “NO” 공무원 안 해도 “OK”…중국엔 공시족 없다

    재수·삼수는 “NO” 공무원 안 해도 “OK”…중국엔 공시족 없다

    중국에서 6월이 가오카오(高考·대학 입학시험)의 달이라면 11월은 궈카오(國考·국가 공무원시험)의 달이다. 중앙정부와 정부 직속기관의 신규 공무원을 뽑는 국가고시가 11월 네 번째 일요일에 실시되기 때문이다. 각 부처와 기관이 국가고시를 주관하는 인력자원부에 신규 임용이 필요한 직위와 인원을 통보하면 인력자원부가 이를 취합해 인터넷에 공고를 낸다. 수험생들은 자신이 희망하는 직위에 원서를 낸 뒤 시험 자격이 있다는 통보를 받으면 응시할 수 있다. 성과 직할시 등 지방정부는 국가고시와는 별도로 매년 4월에 지방고시를 통해 공무원을 뽑는다. 올해는 2만 7000명의 중앙 공무원을 뽑는데 무려 149만명이 응시해 평균 55대1의 경쟁률을 보였다. 민주동맹 중앙사무청의 접대처 주임직은 1명을 뽑는데 9837명이 몰려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민주동맹은 국가가 관리하는 관변 정당으로 공산당 ‘2중대’ 역할을 하고 있다. 별다른 자격 제한이 없는 데다 대졸 및 2년간의 관련 업무 경험만을 요구하고 있고 업무 역시 공공기관 간 공무상 응대로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응시자가 몰렸다. 베이징에서 근무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부정부패 사정 바람으로 접대 업무가 부쩍 줄어 공공기관의 접대처는 요즘 공무원 사이에서 ‘꽃보직’으로 통한다. 반면 223개 직위는 지원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이 서부 지역의 산간벽지에 있는 중앙기구 산하기관이었다. 중국 언론은 “대도시에서 업무 부담 없이 ‘철밥통’ 생활을 누리는 직급에는 사람이 몰리고 시골 험지에서 농민을 위해 봉사하려는 사람은 없다”고 한탄했다. ●‘1차 관문’ 국가고시 쉬워 속성으로 합격 가능 중국에서도 공무원이 좋은 일자리이긴 하지만 한국처럼 노량진 학원에서 재수, 삼수를 마다하지 않고 계속해서 공무원 시험에 매달리는 ‘공시족’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유는 세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첫째, 국가고시가 재수, 삼수를 해서 통과할 정도로 어렵지가 않다. 둘째, 국가고시를 통과하더라도 각 부처가 요구하는 별도의 시험을 봐야 한다. 셋째, 공무원보다 월급을 많이 주는 직장이 널려 있다. 국가고시는 객관식 문제로 이뤄진 행정공직능력평가와 주관식의 논술로 구성된다. 공직 수행을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소양과 지식을 묻기 때문에 1년 정도 혼자 공부를 하거나 학원에서 속성으로 기출 문제를 풀면 합격할 수 있다. 문제는 국가고시에 합격하더라도 해당 부처의 별도 시험이라는 2차 관문을 뚫어야 공무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외교부를 지원한 응시자는 영어와 희망 근무 지역의 언어 시험을 별도로 쳐야 한다. 논술과 직무 면접 등도 거쳐야 한다. 힘이 센 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상무부, 재정부, 공안부 등은 경쟁률이 500대1 이상인데 이 부처도 국가고시 후 별도 시험을 통해 신규 인원을 선발한다. 한국의 행정고시, 기술고시, 외무고시와 같은 고등고시를 부처마다 모두 실시한다고 보면 된다. 중국 외교부에 근무하는 10년차 공무원은 “부처마다 재수생보다는 대학을 갓 졸업한 인력을 선호하기 때문에 한 번 탈락하면 미련 없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면서 “유능한 학생들은 아직도 사기업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검·판사는 우수대학 법학 전공자로 자격 제한 중국은 로스쿨이 아닌 사법고시를 통해 법조인을 양성한다. 사법고시는 누구나 응시할 수 있다.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법률사무소에서 1년 이상 근무해야 변호사 자격을 얻는다. 변호사는 사기업에 근무하면서 변호사 일을 겸직할 수 있다. 검사와 판사는 변호사보다 좀더 까다로운 조건을 요구한다. 가장 특이한 점은 국가가 인정하는 4년제 ‘우수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거나 법학 전공에 상응하는 지식을 쌓은 사람으로 자격 조건을 제한한다는 것이다. 중국 전역에는 정부 보조금을 받는 4년제 ‘우수 대학’ 500여개가 있다. 이 대학 출신 중 판·검사가 되려는 이들은 각 성이나 직할시에서 실시하는 지방 공무원시험에 합격한 뒤 사법시험에도 합격해야 한다. 검사는 지방 검찰청에서 3년, 판사는 지방 법원에서 3년을 수련해야 정식으로 임명된다. 선조생(選調生) 특채 제도도 있다. 정부 각 부처나 공공기관, 국유기업에는 예외 없이 공산당위원회가 있다. 각각의 당 위원회는 베이징대, 칭화대, 인민대, 푸단대 등 전국의 명문대 학생 중 성적이 우수한 당원을 미리 선발해 공무원으로 양성한다. 이들을 선조생이라고 부른다. 선조생 출신들은 대부분 해당 기관의 당 위원회에서 일한다. 신화통신의 한 기자는 “시험을 쳐서 입사한 기자들은 취재와 기사 작성을 주로 하고 선조생들은 기사 교열(검열)을 주로 한다”면서 “나중에 승진하는 이들은 대부분 선조생”이라고 말했다. 선조생이 아니더라도 공산당원이나 학생회 주석, 공청단 간부 출신들이 면접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다. ●식비·난방비 등 복지 혜택… 승진은 ‘바늘구멍’ 중국 공무원 월급은 박하기로 유명하다. 국가고시와 부처별 시험을 거친 신규 공무원은 ‘과원(科員)급’에 배치된다. 과원급의 월 기본급은 3000위안(약 51만 3000원)이다. 직무수당과 상여금, 장려금을 합쳐도 월 급여는 4000위안(약 66만 4000원) 정도에 그친다. 성 서기 및 중앙부처 부장(장관)에 해당하는 ‘성부급(省部級) 정직(正職)’의 기본급도 6000위안(102만 6000원)에 불과하고 수당을 합친 월 급여도 1만 위안(약 171만원)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중국 공무원은 연금, 의료보험 외에도 다양한 복지 혜택을 누린다. 하루 세 끼를 구내식당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식권 카드가 지급되며 카드 잔액으로 쇼핑할 수도 있다. 교통비도 카드에 충전해 주는데 패스트 푸드점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춘제(중국의 설) 전에는 도서카드나 영화관람권을 나눠 주기도 한다. 이발비와 세탁비가 지급되는 부처도 있고 겨울에는 난방비도 나온다. 반부패 운동으로 공직사회가 투명해졌다고는 하나 공무원에 대한 접대도 아직은 많이 남아 있다. 중국의 공무원 등급은 1급(국가주석, 총리)에서 27급(과원)으로 세분화된다. 보통 대학 졸업 후 22세를 전후해 과원으로 일선에서 근무를 시작한 후 ‘청국급’(廳局級)의 ‘정직’(正職)에 오르는 데 평균 25년이 걸린다. ‘청국급 정직’은 우리로 치면 실장이나 국장에 해당한다. 청국급 정직을 통과해야 영도간부의 핵심이라는 ‘성부급’에 오르게 된다. 중국은 단계별 간부의 성장이 정형화돼 있어 단계를 뛰어넘는 승진은 불가능하다. 직급별로 3~5년에 이르는 승진 연한을 채워야 다음 단계로 올라갈 수 있다. 외부에서 고위직 공무원으로 갑자기 들어오는 ‘낙하산’도 찾아볼 수 없다. 일례로 중국이 각국에 보낸 대사 중 외교부 과원 출신이 아닌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과원에서 한국의 군수에 해당하는 ‘현처급’(縣處級)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5%에 불과하다. 현처급에서 중소 도시의 시장에 해당하는 ‘청국급’(廳局級)으로 승진하는 비율은 1% 남짓이다. 중국 재직 공무원의 60%가 ‘현’(縣)과 ‘향’(鄕)에 포진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 공무원 대부분이 승진의 좁은 문을 뚫지 못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베이징 이창구 특파원 window2@seoul.co.kr
  • [사설] 트럼프 시대 대응 위한 新안보 전략 짜야

    미국 고립주의를 대외정책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우리에게 변화하는 안보 지형에 걸맞은 새로운 안보 전략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시대에 예상되는 안보 변화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북핵 문제, 전시작전권(전작권) 이양 등 한두 개가 아니다. 당장 내년부터 협상에 들어갈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는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후보 때 줄곧 동맹국을 지켜주는 대가로 미국은 얻은 것이 없다는 논리를 폈다. 안보 무임승차론이다. 지금까지는 자국의 필요에 의해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는 개념이 강했다면 트럼프 당선자는 동맹국의 필요성에 방점을 두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연간 9000억원 이상을 분담한다는 우리 측의 해명에 대해 푼돈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의 분담금 인상 압력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한 이유다. 경북 성주 골프장에 배치하기로 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포대의 연간 운영비도 우리 측에 떠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전개에 따른 비용 요구도 무리가 아니다. 트럼프 당선자로서는 동맹국들이 더 많이 부담하고, 세계경찰 역할도 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 수 없다. 대북 정책의 경우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북핵 제재도 지금과는 다르게 접근할 수 있다. 우리로서는 분담금만 늘리고 북핵 제재도 실패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에서도 핵무장론이 고개를 들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핵무장론은 협상 수단으로서는 유용하지만 정책 수단으로서는 리스크가 크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작권 조기 이양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전작권은 2012년 우리나라에 넘어오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서 2015년으로, 현 정부에서 2020년 중반으로 연기했다. 전작권 이양은 유사시 우리가 주도적으로 전쟁을 치르고 미군이 지원하는 형태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천문학적인 국방비 증액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우리의 안보전략은 국방비 증액밖에 없다. 역설적으로 국방비 부담을 덜고 미국의 압력을 극복하는 길은 궁극적으로 남북 긴장 완화에 달려 있다.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사업을 재개하는 등 교류의 물꼬를 트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우리의 신(新)안보전략은 남북의 극한대결이 아닌 대화에서 비롯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 [글로벌 시대]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에 주목해야/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글로벌 시대]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에 주목해야/김영선 한·아세안센터 사무총장·前 주인도네시아 대사

    지난주 ‘아세안 연계성 포럼’에 참석한 미얀마 교통통신부 장관은 미얀마의 인프라 중점사업들을 소개하며 한국 정부와 민간기업의 참여와 협력을 역설했다. 라오스 대표도 최빈국 지위를 탈피하기 위한 야심 찬 경제사회개발계획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정비가 급선무라고 강조하며 도로, 철도, 전력 등 우선순위 사업들을 우리 기업들에 조목조목 설명했다. 라오스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가지만 중국 등 5개국과 접경하고 있는 지정학적 위치를 활용해 가교국가(land-linked country)로서 지역의 허브국가로 발전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일례로 메콩강의 풍부한 수자원을 이용한 수력발전을 통해 주변국인 태국과 베트남에 전력을 수출함으로써 ‘아시아의 배터리’라는 명성을 쌓아 가고 있다. 아세안은 지난해 말 아세안 공동체를 공식 출범시켰다. 특히 아세안 경제공동체는 아세안이 단일 시장과 단일 생산기지가 되는 것을 의미한다. 국경의 개념이 없어지는 것이다.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산적해 있지만 곳곳에서 커다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라오스의 제2도시 사반나케트를 가 보았다. 태국에서 메콩강 다리를 건너 라오스 사반나케트에 도착해서 몇 시간만 달려가면 베트남의 휴양지 다낭에 이르게 된다. 국경에서 수많은 사람과 차량이 이동하고 있다. 산업공단이 들어서고 일본 기업들도 속속 입주하고 있다. 우리 자동차회사인 코라오의 공장도 이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하지만 ‘하나의 비전, 하나의 정체성, 하나의 공동체’란 기치를 내건 아세안의 꿈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인프라, 법·제도적, 그리고 인적차원에서 촘촘히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 아세안 고속도로네트워크, 싱가포르~쿤밍 철도망 구상 등은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도로, 철도, 전력, 항만 등 막대한 재원이 소요되는 인프라 사업을 시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세안, 개별국가, 국제금융기관 간 협력과 조정이 긴요하고 민간기업들의 참여 또한 중요하다. 이에 따라 아세안은 지난 9월 기존의 계획을 보다 구체화한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를 채택했다. ‘아세안 연계성 포럼’은 ‘아세안 연계성 마스터플랜 2025’의 내용을 설명하고 아세안 각국이 주요 인프라 프로젝트를 직접 제시함으로써 우리 기업들의 진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었다. 전 세계적 경기둔화에도 불구하고 견실한 발전을 계속하고 있는 아세안의 중요성을 재삼 강조할 필요는 없다. 아세안은 우리에게 제2의 교역 및 건설시장이며, 대(對)아세안 투자는 이미 대중국 투자를 능가하고 있다. 또한 아세안은 우리 국민들이 가장 많이 찾는 지역이며, 올해 우리 국민들의 아세안 방문은 600만명을 넘어섰다. 아세안의 인프라 분야 수요는 꾸준한 성장세를 반영해 2010년부터 2030년까지 3조 300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무엇보다도 아세안 국가들은 우리와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원하고 있다. 우리로선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될 것이다. 종합적이고 용의주도한 전략이 필요하다. 정부 관련부처 및 기관 간 협력이 필요하고 공적개발원조(ODA) 사업들도 잘 연계해서 활용해야 한다. 민간 기업들의 진출을 위해서는 실현가능성과 상업성이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널드 트럼프 차기 미국 대통령의 아시아 정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불확실성을 변화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국내외 정세의 불확실성 속에 아세안 인프라 프로젝트 진출의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 [사설] 신고립주의 시대, 경제 체질 바꾸는 게 급선무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는 선거운동 기간 내내 강력한 보호무역 장벽을 세우겠다고 천명했다. 차기 미국 정부는 우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을 통해 우리 수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크다. 또 반덤핑 관세와 환율 분야 ‘슈퍼 301조’ 등을 통해 무역 보복을 가할 수도 있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치명상을 입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올해 국민총소득(GNI) 대비 수출입 비중은 80%가 넘는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무역이 감소하면서 의존도가 준 게 그 정도다. 직접적 영향을 받을 대미 수출 비중은 올 1~10월 누계 기준으로 13.6%에 이른다. 미국과 밀접한 관계인 멕시코와 캐나다까지 포함하면 의존도가 20%에 육박한다. 그동안 우리 경제는 무역 의존도가 높아 글로벌 경제 상황 급변 때 직격탄을 맞을 것이라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준비 없이 ‘트럼프노믹스’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으니 시름이 깊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트럼프노믹스는 우리가 제대로만 대처하면 경제 체질을 바꾸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본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미국의 요구에 대응하면서 오랜 숙제였던 구조개혁에 나선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시급한 과제는 한·미 FTA 개정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트럼프는 FTA로 인해 미국이 손해만 본 것처럼 얘기해 왔다. 그러나 협정 체결 이후 미국의 무역적자가 줄고 일자리가 늘었다는 점은 무시한다. 지나친 보호무역은 세계 경제를 위축시켜 결국 미국에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점들을 충분히 부각시켜 한국에 대한 트럼프의 인식을 바꿔야 한다. 우리 경제의 체질도 바꿔야 한다. 보호무역 체제에서 살아남을 길을 찾아야 한다. 먼저 특정 지역에 편중된 무역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우리나라의 수출은 중국과 미주 지역 의존도가 45%에 이른다. 한 나라만 재채기를 해도 넘어질 지경이다. 내부적으로는 제조업 위주의 수출 중심에서 내수 기반의 서비스산업 위주로 경제구조를 재편해야 한다. 또한 전자·조선·철강 등 시장 환경이 취약해진 분야의 구조조정이 시급하다. 4차산업 물결이 거센 마당에 쇠락해 가는 분야에 메스를 대는 것은 불가피하다. 트럼프노믹스는 분명히 우리에게 큰 위기지만, 냉정하게 전략을 세워 실천하면 극복하지 못할 것도 없다.
  • [사설] 안보 격변 없도록 트럼프측과 적극 접촉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은 선거 과정에서 신(新)고립주의를 외교 정책의 ‘키워드’로 내세웠다. 대외적 개입을 줄이고 미국 국내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의 경찰’을 자임하면서 전 세계 분쟁 등에 적극 개입해 왔지만 결과적으로 미국은 엄청난 비용을 감수하면서도 실익을 거두지 못했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생각인 셈이다. 세계의 안보지형, 특히 동북아 안보지형이 ‘트럼프 시대’의 개막과 함께 격변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큰 이유다. 우리가 선제적,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한다면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선거용 발언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한·미 동맹도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설 가능성이 크다. 그는 직접 한국을 거론하며 ‘안보 무임승차’를 비난한 바 있다. “끔찍하다”는 표현까지 서슴없이 사용했다.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당장 발등의 불로 대두될 것이고, 사드 배치 비용을 요구하는가 하면 주한미군 철수 카드를 꺼내 들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 그의 이런 ‘비즈니스 안보’ 구상이 실제 정책으로 현실화된다면 국내의 반미 정서까지 자극해 한·미 동맹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한·미·일 군사협력 체제의 변화도 불가피해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아시아 회귀 전략’ 아래 동아시아와 남중국해 등에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해 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는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아시아에서 발을 뺀다면 중국, 러시아의 힘은 상대적으로 커진다. 전혀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 당선인의 대북 정책 방향도 우리로선 큰 위기다. 특히 우리를 배제한 채 북핵 선제타격을 감행한다면 민족의 운명은 벼랑 끝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선제적, 능동적으로 트럼프 행정부와 협의하면서 중국, 러시아, 일본까지 포함한 4강 외교를 전면적, 주도적으로 재검토할 필요가 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어제 축하 전화를 건넨 박근혜 대통령에게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굳건하고 강력한 방위태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한·미 동맹 강화 기대감을 밝히자 “100% 동의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한반도 정책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지켜봐야겠지만 일단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온 셈이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한·미 동맹 관계의 악화, 동아시아 역학 관계의 급변 등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를 모두 전략 테이블에 올려놓고 만반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안보는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 [사설] 트럼프 시대 대응할 안보·경제 전략 시급하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 요구 예상 어려운 상황에 더 큰 시련 줄 수도 TF 만들고 트럼프와 협상 나서야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지구촌 전체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 공포에 휩싸였다.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주창한 트럼프 후보의 예상 밖 승리는 전 세계가 앞으로 격변을 겪을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외교 ·안보·경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미국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우리는 부담이 더 클 수밖에 없다. 트럼프 당선자의 공약은 크게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설명할 수 있다. 탈냉전시대 이후 지속된 팍스아메리카나(미국 주도 세계평화) 정책,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이후 고수해 온 자유무역주의를 손보겠다는 것이다. 북핵 위협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는 미국의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와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따른 수출 격감 등 이중고를 겪을 가능성이 커졌다. 대통령이 국정 운영의 동력을 잃은 상황에서 삼각파도를 헤쳐 나가야 할 상황을 맞았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선 승리 연설에서 미국을 우선하지만 모든 나라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우선 정책은 곧 대외적으로 고립주의 강화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2차 세계대전 후 미국의 외교정책은 고립주의에서 적극적인 개입주의로 바뀌어 세계의 각종 분쟁에 개입해 왔다. 탈냉전시대 이후에는 유엔과 동맹국의 도움을 받아 분쟁에 개입하는 등 미국의 부담을 줄이는 쪽으로 정책이 바뀌고 있었다. 트럼프 시대에는 고립주의 강화, 다시 말해 개입주의 약화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이다. 고립주의 강화는 주한미군 주둔에 큰 영향을 미칠 게 분명하다. 동맹국들이 미국 군사력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인식을 가진 트럼프는 공언한 대로 우리나라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트럼프는 지난 5월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의 인적 비용을 100% 부담하는 것이 왜 안 되느냐”고 주장했다. 우리가 방위비 인상을 주저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는 뜻까지 내비쳤다. 한국의 핵무장을 미국이 막을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이런 구상이 현실화된다면 우리의 안보 시스템은 엄청난 격랑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방위비 분담금 증액은 물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비용을 부담하라고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우리로서는 속히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트럼프의 외교 참모들과 긴밀히 소통하면서 진의를 파악, 대비책을 마련해야만 한다. 핵무장 카드로 맞서는 등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트럼프의 대북 정책 방향은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북한을 통치하는 자는 미친 인간이라고 했다가 김정은과 대화할 수 있다고 하는 등 대북 정책에서는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도 “중국을 통해 북한을 때리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복안은 밝히지 않았다. 우리를 배제한 대북 정책이 툭 튀어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원활한 소통 라인 확보가 시급하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은 우리 경제에도 큰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는 선거 기간 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 ‘깨진 약속’ 또는 ‘일자리 킬러’라는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트럼프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슬로건으로 민주당의 지지 기반이었던 노동자 계층의 백인표를 흡수해 당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려면 보호무역 장벽을 높일 수밖에 없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우리나라 수출에 큰 타격을 줄 것이다. 한·미 FTA가 수술대에 오르면 미국은 자국 산업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한·미 FTA 재협상으로 양국 간 무역관세가 부활하면 내년부터 2021년까지 5년 동안 우리나라 수출 손실액이 약 30조원에 이르고 일자리도 24만개나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물론 비관적인 전망이지만 서둘러 트럼프 측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이 내년 초에 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우리도 달러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고 실물 경제는 더욱 위축될 수 있다. 무역전쟁은 불가피할 것이다. 트럼프는 중국을 일자리를 앗아가는 대표적인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과의 무역 경쟁을 벌일 게 불 보듯 뻔하다. 그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고 4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미국산 제품에 보복관세를 매길 것이다. 중국 시장의 위축은 곧바로 우리나라 수출전선에 악영향을 주게 된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경제가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벌써 트럼프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어제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한 게 이를 방증하고 있다. 정부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당선을 너무 무겁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자 인수위와의 협의 등을 포함해 차기 미국 새 정부와의 관계 구축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정책 연속성 확보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동안 트럼프 캠프, 공화당 측과 106차례 접촉해 동맹국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방위비 분담에 대한 한국의 기여를 설명했다는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낙관은 금물이다. 외교·경제 당국은 언제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자가 협상의 명수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떠한 협상 카드에도 맞설 만반의 준비를 해야 자생력을 키울 수 있다. 트럼프 시대의 개막이 우리나라에 또 하나의 위기를 가져올 것은 분명하지만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는 도전 의식을 키워 나가야 한다.
  • 최순실 파문에 철도 ‘직격탄’

    정치권 무관심 속 파업 44일째 노사 집중교섭 돌입 결과 주목 최순실 국정 개입 파문에 철도가 ‘직격탄’을 맞았다. 연말 개통할 예정인 수서발 고속철도는 개통 날짜조차 결정하지 못한 채 영업 시운전에 들어갔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반대하며 지난 9월 27일 시작된 철도노조 파업이 9일로 44일째를 맞지만 해결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8일 철도산업계에 따르면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식은 당초 대통령이 참석하는 행사로 계획됐지만 최순실 파문으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총리 참석도 불투명해지면서 개통 날짜가 오리무중에 빠졌다. 예매 등 정상적인 열차 운행을 위해서는 개통 한 달 전, 늦어도 15일 전에는 개통일이 확정돼야 하지만 현재로서는 거론조차 없다. 한 관계자는 “수서발 고속철도는 117년 철도 역사에서 경쟁체제의 시작이라는 상징성을 갖는다”며 “장관 행사로 추진하기에는 서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서발 고속철도 시설물은 완공된 반면 역사 내 편의시설 등이 전무하다. 수서발 고속철도 운영사인 ㈜SR 관계자는 “우리로선 12월 1일부터 언제든 개통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민간에서 운영하는 각종 편의시설은 다음달 말 개통할 수 있도록 준비를 요청해 놓았다”고 말했다. SR은 1월과 8월에 이어 12월로 개통이 늦어지면서 인건비 부담 등을 고려해 직원 채용을 늦추는 등 차질을 빚었다. 수서발 고속철도 개통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전용역을 폐지, 서울역과 용산역에서 각각 호남선과 경부선 KTX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코레일의 열차 운행계획도 확정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최순실 파문에 묻혀 잊혀진 철도파업이 40일을 넘어섰다. 정부와 정치권의 무관심 속에 ‘강대강’으로 치닫던 철도 노사가 7~9일 집중교섭에 들어갔다. 파업 후 첫 교섭이지만 장기 파업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노사의 부담을 고려하면 극적 타결 가능성도 제기된다. 노사도 “장기 파업이 해결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갖고 성실하게 협상에 임하겠다”고 의지를 밝혔다. 다만 ‘장기 파업 해결을 위한 교섭’이라는 전제를 달아 핵심 쟁점인 성과연봉제와 연계될 경우 대화 중단이라는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노사는 이번 주말을 파업의 분수령으로 전망했다. 12일 ‘제2차 철도노동자 총동원령’이 내려졌지만 17일부터 수능 일정이 시작된다는 점에서 철회 명분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첫날 교섭에서 이견을 확인한 만큼 거리 폭을 줄이는 데 애쓰겠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무지개떡 천국’ 싱가포르, 다민족의 얼굴 닮은 이곳

    [건축가 황두진의 무지개떡 건축을 찾아서] ‘무지개떡 천국’ 싱가포르, 다민족의 얼굴 닮은 이곳

    본격적인 싱가포르의 역사는 19세기 초인 18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동인도 회사의 토머스 스탬퍼드 래플스 경이 국제무역항을 개발한 것이 그 시초로, 아직도 그의 이름이 여기저기에 남아 있다. 1867년에는 대영제국의 정식 식민지가 됐다가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일본의 지배를 받았다. 이후 다시 영국령이 됐다가 1963년 말레이시아의 일부로 독립했다. 그러나 인종과 사상 등의 차이로 인해 1965년 8월 9일 초대 총리 리콴유, 초대 대통령 유소프 빈 이스학 등이 주도해 말레이시아로부터 분리 독립, 현재에 이른다. 작년인 2015년, 독립 50주년을 성대히 기념했다.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싱가포르는 도시국가다. 면적은 719.1㎢로 605.25㎢인 서울보다 넓고, 인구는 2015년 말 기준 567만 명으로 990여만 명인 서울의 절반이 넘는다. 단순히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인구밀도가 서울의 절반 정도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서울 정도의 면적에 한 국가가 들어가다 보니 국가로서의 인구밀도는 엄청나게 높다. 국가로서의 싱가포르 인구밀도는 무려 6801.63명/㎢로 단연 아시아 최고다. 대한민국 전체의 인구밀도가 505명/㎢인 것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수치다(물론 동등 비교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면적이 작은 국가의 인구밀도는 별도로 취급한다). 흔히 싱가포르 하면 고층 건물들이 숲을 이룬 모습만 상상하게 되지만 사실 나라 전체가 이런 것은 물론 아니다. 도심지나 교외의 신개발지를 벗어나면 의외로 저밀도 지역과 녹지가 많다. 싱가포르의 별명 중 하나가 ‘가든 시티’인 것도 우연은 아니다. 드물지만 리콴유 전 총리의 사저가 있는 옥슬리처럼 단독주택이나 저층 공동주택이 자리잡은 지역도 있다. 게다가 간척 사업을 활발히 해 건국 이후 지금까지 국토 면적을 무려 23%나 늘려왔다. 좁은 국토에 민간용, 군사용을 포함해 공항이 6개나 되는 것도 특이하다. ●중국식 상가 주택, 상업 밀도 높이는데 유리 국토가 극히 제한적인 나라이다 보니 싱가포르에서 공동주거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개국 이후 주택정책은 정부의 최우선 핵심 사업의 하나였다. 2015년 4월 2일자 연합인포맥스 기사에 의하면 싱가포르 정부는 한국으로 치면 토지주택공사(LH)에 해당하는 주택개발위원회(HDB)를 주축으로 해 전체 주택 시장에서 공공주택의 비율을 무려 85%까지 끌어올렸다. 게다가 그중에서 임대주택이 차지하는 비중은 겨우 3%에 불과하다. 리콴유 전 총리 이후 강력하게 실행해 온 자가소유확대 방침의 결과다. 사회적, 경제적 조건이 여러모로 다른 대한민국과의 단순 비교는 섣부르겠지만, 싱가포르 국민의 거의 대부분은 정부 주도로 지어진 자기 집에 살고 있는 셈이다. 상업 및 교역을 경제력의 근간으로 삼아 온 싱가포르에서는 이미 이전부터 다양한 유형의 주거가 존재하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한국과 비교했을 때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상가주택이다. 현지에서 ‘숍하우스’라고 부르는 이 유형은 기본적으로 3층이며 전체적으로 좁고 긴 대지에 자리 잡고있다. 짧은 변이 거리에 면하기 때문에 (이를 ‘frontage’라 한다) 상업의 밀도를 높이는 데 매우 유리하다. 중국에서 기원한 유형으로서, 건물에 대한 세금을 도로에 면한 폭으로 매겼기 때문에 이렇게 좁아진 것이라는 설이 있으나, 결과적으로 상업 시설이 밀집한 거리를 만드는 데 크게 기여한다. 사실상 이런 유형은 싱가포르뿐 아니라 전 세계의 상업이 발달된 도시에서 종종 찾아볼 수 있다. 동남아시아에 특히 많으며 일본의 ‘나가야’(長屋) 또한 이런 유형이다. 다만 한국에는 이런 유형을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오히려 대지의 긴 변이 거리에 면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이런 유형의 건물이 많이 모여 있는 곳이 싱가포르의 어퍼 크로스 스트리트 일대다. 가로의 남쪽 면에 잘 보존된 상가주택이 줄 지어 서 있다. 넓게 보면 차이나타운에 속한다. 중국계가 대다수인 싱가포르지만 그래도 차이나타운은 엄연히 따로 존재한다. 이 중에서도 가장 붐비는 골목의 하나인 파고다 스트리트의 한복판에 있는 ‘차이나타운 역사박물관’은 3층 상가주택을 복원한 것이다. 내부의 가구, 집기까지 잘 갖춰 놓아 당시의 생활상을 쉽게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단면 모형을 보면 좁고 긴 평면 안에 중정이 두 개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중정을 중심으로 환기가 필요한 두 개의 시설, 즉 주방과 화장실이 바로 인접해 있는 것이 특이하다. 아마 많은 고민 끝에 어쩔 수 없이 내린 결론이었을 것이다. ●1973년 완성된 두 건물… 관광 명소로 변화 이 상가주택들은 이제 일종의 역사 유물이 돼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을 통해 형성된 복합 건축의 전통은 여전히 현재형이다. 싱가포르를 위시한 동남아시아 일대는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복합건축이 보편화돼 있다. 그야말로 ‘무지개떡 천국’인 셈이다. 그중에서도 싱가포르 거대 주상복합의 대명사는 바로 ‘골든 마일’(Golden Mile Complex)과 ‘국민 공원’(People´s Park Complex)이다. 두 건물 모두 1973년에 최종 완성됐을 뿐 아니라 건축가 또한 같았다. 싱가포르 근대건축의 선구자로 일컬어지는 윌리엄 림과 그가 이끄는 설계회사인 DP 아키텍츠였이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싱가포르 주택개발위원회의 주도로 진행된 공공 프로젝트라는 공통점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이 연재에 등장했던 세운상가 등 한국의 상가아파트들에 비해서는 다소 연도가 늦은 편에 속한다. 그러나 윌리엄 림이 유럽과 미국에서 공부한 해외파인 데다가 싱가포르의 지정학적 성격이 겹쳐 국제적인 지명도는 비교하기 어렵다. 두 건물과 윌리엄 림에 대한 자세한 영문 정보는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특히 골든 마일은 당시 세계적으로 유행하던 일련의 건축적 사고들, 즉 메가스트럭처, 일본의 메타볼리즘, 브루탈리즘 등 중에서 실제로 지어진 거대 사례의 하나로 평가받으면서 국제 건축계에서 상당한 명성을 얻은 바 있다. 이는 동시에 당시의 한국 또한 일정한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있었음을 역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사선 외관의 미학, 강남고속터미널과 비슷 골든 마일은 상업과 업무, 주거의 다양한 기능이 거대 구조물에 들어가 있는 건물이다. 아래서부터 순차적으로 500개의 주차공간, 411개의 상점, 226개의 사무실, 68개의 주거 가구가 있다. 멀리서 보면 반포의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을 연상케 하는 외관이다. 경사 구조물로 된 본관과 그 옆의 고층 타워 두 동으로 돼 있는데, 타워에는 북한 대사관이 입주해 있다고 들었다. 택시에서 내리자 태국어 간판이 여럿 눈에 보인다. 오가는 사람들 또한 싱가포르의 화교들이나 말레이족들과는 다소 다른 외모다. 싱가포르의 태국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이어서 ‘미니 방콕’으로 불린다는 소문대로다. 건물 한쪽에 태국식 불교 제단이 있고 사람들이 향을 피우며 경배를 올리고 있다. 건물을 보러 오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지 상당히 경비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촬영금지’라는 푯말도 보였으나 마음속으로 사과를 하고 엘리베이터를 탄다. 최고층인 16층에서부터 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간다. 오래된 건물이지만 의외로 건물의 상태가 나쁘지 않다. 1960~70년대 한국 상가아파트들이 예외 없이 벽에 금이 가 있고 페인트가 벗겨져 있는 것에 비하면 큰 차이다. 그나마 이 건물도 싱가포르에서는 일종의 슬럼으로 간주된다고 하니, 한국의 건물 관리 문화가 얼마나 낙후돼 있는지 알 수 있다. 주거 부분은 기본적으로 개방형 편복도 구조라 환기나 채광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 게다가 정면은 계단식, 혹은 테라스 식으로, 그 앞에 펼쳐지는 마리나 베이 일대의 풍광을 즐기기에 손색이 없다. 주거 부분의 최하층에는 일종의 운동장이 있다. 기둥을 밝은 노란색으로 칠해 분위기가 경쾌하다. 원형의 창문이 건물 여기저기에 나 있는 것도 특이하다. 계단실 바닥이 작은 모자이크 타일로 돼 있는데 계단코 부분의 타일 높이를 달리해 발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논슬립을 만들고 있는 등, 디테일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테라스 증축 덕지덕지… 다소 음울한 내부 그러나 아래로 내려갈수록 분위기는 다소 음울해진다. 특히 사무실이 밀집된 중간 부분은 거대한 사선의 공간으로서, 건축의 기계미학을 경험하기는 좋으나 결코 쾌적하다고는 할 수 없는 곳이다. 저층부의 상가는 층고가 높아서 시원시원한 공간이기는 하나 이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다니기에는 어딘가 부족해 보인다. 다만 이것은 건물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라기보다 현재 건물을 사용하고 있는 형태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다. 내부를 좀더 잘 정리하고 조명, 간판 등을 업그레이드하면 훨씬 더 좋은 분위기가 될 것이다. 다소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물론 세운상가 등에 비하면 관리 상태나 사용 형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다. 그러나 외부에서 바라보는 골든 마일은 왜 싱가포르에서 툭하면 이 건물을 헐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설명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다. 테라스를 불법 개조, 증축하지 않은 가구가 거의 없다. 국민을 심지어 물리적으로 때려가면서 교육시킨 것으로 유명한 싱가포르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대부분의 건물들이 말쑥한 싱가포르에서 불법 증개축이 판을 치는 건물이 존재한다니? 그것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건물이. 오죽하면 의회에서 이 건물 주민들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통렬하게 비판할 정도다. 다민족 국가로서 싱가포르는 특정 민족의 전통이나 문화를 우선하기 어렵다는 고민을 안고 있다. 그래서 오히려 일찍부터 지역주의를 벗어나 국제적인 건축에서 해답을 찾으려는 경향을 보여 왔다. 현대건축의 대부 격인 렘 쿨하스는 싱가포르의 이러한 탈맥락적 특징을 ‘포괄적 도시’(The Generic City)라는 명칭으로 설명했다. 다만 싱가포르 사람들에게 이 건물은 본격적인 국제화가 이루어지기 전, 소위 ‘싱가포르적’ 문화를 담는 노력을 한 사례로 종종 인용된다. 이 건물의 미래에 대한 논의는 그간 다양하게 진행돼 왔으나 여전히 철거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한국의 세운상가가 겪었던 것처럼 극적으로 재생의 길을 걷게 될지, 아닐지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비슷한 시기에 지어져서 찬사와 비난을 동시에 받아온 한국과 싱가포르의 두 건물이 맞게 될 운명은 어떤 것일까.
  •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아프간 유일한 돼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고독한’…아프간 유일한 돼지 이야기

    칸지르는 올해 14세인 수컷 돼지다. 햇볕을 쬐며 누워있는 걸 좋아하고, 풀밭에서 뒹구는 걸 좋아한다. 그는 아프가니스탄 카불 동물원에 산다. 자신이 꽤 유명함을 충분히 잘 알고 있는 눈치다. 실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잠깐이라도 보기 위해 멀리서부터 찾아오곤 한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발걸음을 재게 움직이기도 한다. 그가 유명한 진짜 이유는 바로, 아프가니스탄에 딱 한 마리 남아 있는 돼지라는 사실에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다른 대부분 이슬람 국가들에서처럼 돼지고기 먹는 게 금기다. 또한 종교적 교리를 엄격하게 해석하면, 돼지를 만지는 것조차 금지하고 있다. 그 결과 아프가니스탄에서는 어떤 돼지도 길러지지 못했다. 게다가 아프가니스탄의 산악지방은 돼지가 살만한 조건이 되지 못힐 조건이다. 아지즈 구 사킵 카불 동물원장은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 대부분은 돼지를 한 번도 보지 못할 것"이라면서 칸지르가 유명스타가 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설명했다. 사킵 원장은 "칸지르는 2002년 갓 태어나자마자 암컷 돼지와 함께 중국에서 건너왔다"면서 "당시 한 쌍의 갈색곰과 사슴, 늑대, 사자 등과 함께 왔다"고 말했다. 몇 년 뒤 새끼들도 낳으며 단란한 돼지 가족을 이뤄왔다. 하지만 행복함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2006년 칸지르로서 두고두고 감당하기 힘든 비극이 찾아왔다. 사고는 동물원 관리인의 사소한 실수에서 비롯됐다. 사킵 원장은 "당시 새로 온 동물원 관리인이 실수로 갈색곰 우리의 문을 열어뒀고, 갈색곰은 돼지 우리로 들어가 칸지르 가족과 새끼들을 공격했다"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결국 그 사고로 새끼들을 잃고 말았고, 암컷 돼지는 큰 상처를 입고 며칠 뒤 역시 숨지고 말았다. 칸지르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돼지로 남는 운명을 감당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카불 동물원 측은 "칸지르를 위해서 다른 나라로부터 돼지를 들여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번번이 성사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돼지의 평균 수명은 15년. 길어야 20년을 넘지 못한다. 칸지르 역시 젊은 시절의 비극은 기억 뒷편으로 묻어둔 채 홀로 노년을 즐기고 있다. 그 사이 구제역의 돌림병도 동물원의 지극정성 관리로 피해 갔다. 이제는 사육사와 관람객 등 사람들이 칸지르의 유일한 벗이다. 그들의 관심을 즐기고, 교감하며 돼지 생태 교육 프로그램에서 힘들지만 기꺼이 뚱뚱한 몸을 일으켜 학생들과 시민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일만 남은 셈이다. 박성국 기자 psk@seoul.co.kr
  • 우리 넘어가 판다 머리 쓰다듬은 中 청년의 최후

    우리 넘어가 판다 머리 쓰다듬은 中 청년의 최후

    중국의 한 남성이 여성들 앞에서 ‘무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낭패를 당할 위험에 처한 모습이 카메라에 포착됐다. 중국 인민망 영문판 30일자 보도에 따르면, 20대 남성 첸씨는 최근 중국 장시성 나창시의 한 동물원을 찾아 관람을 하던 도중 판다 우리 앞에서 ‘사고’를 쳤다. 당시 이 남성은 두 명의 여성과 동행했는데, 우리에서 어슬렁거리는 판다를 보던 중 갑자기 담장을 넘어 우리로 들어가 판다에게 접근을 시도했다. 3m 높이의 담장을 넘어 선 그는 ‘메이링’이라는 이름의 판다에게 호기롭게 다가갔고, 편안하게 누워있는 메이링에게 인사를 건네는 등 무모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남성은 판다의 머리에 손을 가져다 댔는데, 메이링이 이 남성에게 매달리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메이링은 이 남성에게 머리를 들이밀며 빠르게 돌진했고, 미처 피하지 못한 남성은 그 자리에서 넘어지면서 판다의 공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이 남성은 메이링의 접근을 피하기 위해 애썼지만 소용없었다. 몸무게가 약 100㎏에 달하는 판다는 계속해서 이 남성을 붙잡고 놓지 않았고, 얼마간의 몸싸움 끝에 약 5분 만에 간신히 메이링의 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현지 언론은 이 남성이 함께 동물원을 찾은 두 여성에게 강한 인상을 어필하게 위해 이같은 행동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첸씨와 메이링 모두 부상을 입지는 않았으나, 동물원 측이 안전관리에 소홀했다는 점과 판다의 공격성을 무시한 관람객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동물원 관계자는 “판다는 매우 순해보이는 동물이지만 날카로운 이빨과 강한 힘 등을 무기로 공격할 경우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면서 주의를 당부했다. 송혜민 기자 huimin0217@seoul.co.kr
  • [사설] 기대보다 우려가 큰 북·미 말레이시아 대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의제로 미국과 북한 관계자들이 엊그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접촉했다고 한다. 우리 정부는 ‘트랙 2’, 즉 순수한 민간 차원의 만남임을 강조하고 있다. 정부 간 대화인 ‘트랙 1’이 아닌 만큼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나 양측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단순히 민간 차원의 접촉으로만 보기 어렵다. 일각에선 꽉 막힌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줄 수 있다고 기대하지만, 자칫 피해 당사국인 한국이 관련 협상에서 소외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를 떨칠 수 없다. 북측에선 이번 만남에 한성렬 외무성 부상이 대표로 나섰다. 우리로 치면 외교부 차관이다. 핵·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측 입장과 요구 사항을 전달할 수 있는 당국자로 부족함이 없다. 미국 측에선 사회과학연구위원회 인사들이 참석했다. 우리 정부가 민간 차원의 접촉이라고 하는 근거다. 그러나 참석자 면면이 예사롭지 않다.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차관보, 조지프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 차석대표 등 최고의 대북 전문가들이다. 게다가 갈루치는 미 대선 유력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의 측근으로 꼽힌다. 미국 측은 이번 접촉에서 가장 업데이트된 북한 입장을 들어 보려 한 것으로 보인다. 차기 정부의 대북 정책을 수립하려면 북한의 의도를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새 행정부에 제안할 (대북 관련) 사항을 찾으려 노력할 것”이란 미측 참석자의 언급이 이를 뒷받침한다.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핵보유국’ 인정과 함께 비핵화의 선결 조건으로 평화협정 체결을 요구해 온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측 참석자가 “일부 진전이 있었다”고 언급한 것으로 미루어 볼 때 향후 비핵화 협상을 의제로 다룰 수 있다는 정도의 이야기는 오갔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접촉을 북·미가 대화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한 전 단계로 보고 있다. 이럴 경우 현재 남북 대화가 사실상 끊긴 상황에서 향후 북핵 문제를 풀어 가는 데 우리 정부가 소외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 이른바 ‘통미봉남’(通美封南)의 현실화 가능성이다. 통미봉남 전망은 올 들어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잇달아 성공하면서 여러 차례 나왔다. 핵·미사일 능력이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준에 가까워지면 실질적 위협을 느낀 미국이 압박 일변도의 정책에 변화를 줄 것이라는 예측이다. 중요한 것은 대북 제재든, 대화든 당사자인 우리 정부가 주요 논의와 결정에서 소외돼선 안 된다는 점이다. 우리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의 쓰라린 경험을 갖고 있다. 당시 북한이 영변 원전을 동결하는 대신 우리는 신포에 경수로 원전을 지원했지만 북한은 9년 만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해 핵실험에 나섰다. 북한이 바라는 통미봉남의 수렁에 빠지지 않으려면 핵·미사일 관련 대북 접촉에 초기 단계부터 적극 참여하고 목소리를 내는 수밖에 없다. 트랙 1이니 트랙 2니 따져 가며 지켜볼 겨를이 없다.
  • 중국게임 급성장… 국내시장서 무한경쟁

    중국게임 급성장… 국내시장서 무한경쟁

    룽투코리아가 프리미어 스폰서… 한국지사 설립·사업 확장 줄이어 국내 게임업계는 신작 개발 위축, 中작품 발굴… 서비스에 열 올려 다음달 17~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국내 최대 게임전시회 ‘지스타 2016’의 프리미어 스폰서에 중국계 게임사인 룽투코리아가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 스폰서는 넷마블게임즈가 맡은 공식 스폰서에 버금가는 스폰서로 올해 처음 도입됐다. 룽투코리아는 올해 지스타 B2C관에 넷마블, 웹젠 등과 같은 규모인 100부스를 내고 관람객들을 만난다. 엔씨소프트와 네오위즈게임즈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불참한 상황에서 룽투코리아가 ‘구원투수’로 나선 셈이다. 해외 게임사가 지스타의 스폰서로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임업계에서는 이 회사가 한국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입지를 넓히려는 움직임으로 해석한다. ●中, 모바일게임 제작 능력 한국 앞질러 최근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중국 게임의 ‘연타석 홈런’이 이어지고 있다. 2일 구글플레이스토어 게임 매출 순위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출시된 ‘뮤오리진’이 3위다. 1년 넘게 순항 중인 셈이다. 지난 7월 출시된 ‘아이러브니키’는 12위, 6월 출시돼 3위까지 올랐던 ‘검과마법’은 15위다. 정보통신기술(ICT)업계 관계자는 이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국은 국내 게임사의 지분을 확보하고 개발 인력을 모셔가기 바빴지만, 지금은 국내 게임사와 맞먹는 개발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주전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게임업계에서는 중국의 모바일게임 제작 능력이 한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앞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중국 킹넷이 개발하고 웹젠이 서비스하는 뮤오리진과 룽투코리아의 검과마법, 이펀코리아의 ‘천명’은 모바일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으로, 국내 게임사들의 대응이 한발 늦은 장르다. 중국에서 3000만명이 즐긴 ‘기적난난’을 한국에 맞게 현지화한 ‘아이러브니키’는 여성 캐릭터의 의상과 화장을 코디해 스타일 대결을 펼친다는 보기 드문 장르로 여성 이용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국내사 경쟁력·글로벌 진출 강화해야 신작 개발이 위축된 국내 게임업계는 ‘중국 게임 모시기’에 한창이다.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인 카카오게임에서 ‘검과마법’과 ‘아이러브니키’를 서비스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중국 선전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의 모바일게임 발굴에 나섰다. 자신감을 얻은 중국 게임업계는 아예 한국에 지사를 설립하고 사업 확장에 나섰다. 라인콩코리아와 룽투코리아, 이펀코리아 등은 중국에 모기업을 둔 게임사들로 최근 한국 시장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글로벌 무한경쟁’의 신호탄이라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한국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중국 게임시장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한국을 새 판로로 삼고 있다”면서 “국내 시장을 점령당한 것처럼 과장해 바라볼 필요는 없지만, 우리로서는 힘겨운 경쟁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한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모두 글로벌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국내 게임업계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진출에 고삐를 죄어야 살아남는다”고 말했다. 김소라 기자 sora@seoul.co.kr
  • “냉장고·세탁기 없이도 잘 살아요” 도심 주부의 ‘유기농 자급자족 삶’

    “냉장고·세탁기 없이도 잘 살아요” 도심 주부의 ‘유기농 자급자족 삶’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아즈마 가나코 지음/박승희 옮김/즐거운상상/200쪽/1만 2000원 4인 가족의 한 달 전기요금 500엔(약 5500원), 냉장고와 세탁기, 에어컨이 없고, 텃밭에 오골계, 메추리를 키우며 유기농 자급자족의 삶. 그런데 산골 오지가 아니다. 일본 도쿄도 아키루노시에 사는 30대 주부의 삶이다. 신간 ‘궁극의 미니멀라이프’는 일본 도쿄 교외의 오래된 집에서 생활하는 주부 아즈마 가나코가 쓴 책이다. 그는 세탁기와 청소기 대신 대야와 빗자루를 쓰고, 식료품은 필요한 양만 사 며칠 이내에 먹는다. 그래서 냉장고가 없다. 집에 있는 전자제품이라고는 전구 3개와 오디오, 선풍기, 컴퓨터, 유선전화기가 다다. 낮 시간에는 일을 하고, 해가 지면 잠자리에 든다. 물질 문명에 익숙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다. 저자는 자신의 노동력으로 가사를 하는 이유를 ‘마음의 편안함’으로 돌린다. 도구가 너무 많으면 관리하기 힘들고, 오히려 스트레스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다. 식자재는 텃밭을 가꾸고 오골계 두 마리를 길러서 채소와 달걀을 얻는다. 동네에 있는 상점에 들러 고기와 생선을 산다. 주로 소금이나 된장에 절이거나 말린 음식을 많이 만들어 ‘건강한 밥상’을 즐긴다. 그야말로 일본판 ‘삼시세끼’다. 저자가 추구하는 미니멀라이프의 핵심은 버리는 것이 아니라 사지 않는 것이다. 쓸모없는 물건을 구매해 집에 쌓아 두지 말고, 신중하게 생각해 필요한 물품만 사서 오랫동안 쓰자는 것이다. 지구에도 도움이 되는 삶이다. 안동환 기자 ipsofacto@seoul.co.kr
  • [우리동네 흥겨운 축제] 영남알프스 가을 절경 손짓…세계 산악영화제도 볼거리

    언양 한우불고기축제가 열리는 울주군 언양읍을 찾아간다면 영남알프스의 가을 절경과 함께 세계산악영화제도 즐길 수 있다. 세계산악영화제가 한우불고기축제 개최 장소인 언양읍 영남알프스 복합웰컴센터에서 30일부터 개막해 관광객을 맞기 때문이다. 영남알프스는 신불산, 가지산, 운문산, 천황산 등 해발 1000m가 넘는 7개의 봉우리로 연결된 산악지역이다. 울산·경남북과 연결된 영남권 최대 산악관광자원이다. 특히 신불산 억새평원과 별빛야영장 등은 해마다 수백만명의 행락객이 찾는 관광 명소다. 하늘억새길은 고산평원에 형성된 은빛 억새, 기암괴석, 희귀 동식물 습지구역, 고산지 철쭉군락 등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또 파래소 폭포는 영남알프스의 오아시스로 통한다. 15m 높이에서 떨어지는 시원한 폭포수와 하얀 물보라, 산 그림자 등이 일품이다. 해발 1068m의 간월산에서 발원해 등억리를 지나는 작괘천. 울산 12경의 하나로 사시사철 맑고 깨끗한 물을 쉼 없이 뿜어낸다. 인근에는 수온 29~33도의 알칼리성 중조천인 등억온천도 일품이다. 영남알프스 진입구인 복합웰컴센터에서는 30일부터 제1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가 열려 행락객을 맞는다. 첫해인 올해 40개국에서 182편이 출품됐다. 출품작도 극영화를 비롯해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하다. 울주세계산악영화제에는 개막식 초청인사만 300명에 이른다. 국내외 영화인과 산악인만 200여명이다. 참석자 가운데 세계 산악계의 ‘살아 있는 전설’로 불리는 라인홀드 메스너(72)도 있다. 또 트렌토산악영화제의 로베르토 데 마틴 집행위원장과 캐나다 밴프산악영화제를 국제적 행사로 키운 버나데트 맥도날드(65)도 참석한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 부조는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도로변 수박을 쪼개 파는 사람들, 참 힘들게 먹고 산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어느 눈 큰 여자도 지 옆에 남자가 찰싹 달라붙어 시종 뭐라고 촐삭대는데도 날 노골적으로 할끔거린다. 이래도 되냐고 한마디 쏘아붙이고 싶었는데 도대체 어느 언어로 쏘아붙여야 통쾌한 반응을 얻어낼지 자신이 안 서 참았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통로 건녀편 여자가 또 할끔거리다 이제는 이를 드러내고 웃는다. 남정네는 잠에 골아떨어졌다. 쯔쯔.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 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테헤란 여행기 3] 토찰산 트레킹과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다

    ◆12일 토찰산 다라케 계곡으로의 짤막한 나들이 새벽 3시부턴가 시작한 허재 감독 인터뷰 기사를 끙끙대며 결국 낮 12시 조금 못돼 마쳤다. 약간 시장끼는 있는데 그렇다고 딱히 먹고 싶은 생각도 없어 택시 서비스로 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드 뮤지엄 가겠다고 했더니 국경일이라 쉰단다. 이 나라 박물관은 오전이나 오후 한 차례만 열거나 아니면 쉬는 날이 왜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대안이 뭐냐고 했더니 산에 가란다. 케이블카도 있고 좋댄다. 시간은 44분 걸린다고 했다. 나중에 보니 터무니없는 얘기였다. 결코 44분 걸릴 거리가 아니었으며 케이블카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사실 가동한다고 해도 탈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위험해 보였다. 택시가 멈출 때까지 1시간30분쯤 걸렸던 것 같다. 신호만 제대로 지키면 안 그럴텐데 서로 빨리 가겠다고 우겨대니 생기는 현상이다. 또 목적지 근처에 이르자 양쪽에 차를 모두 주차해 길이 좁아 옴짝달싹 못했다. 여튼 택시에서 내렸다. 이 자리에 서 있어 안 그러면 내 손전화로 전화해 어쩌구저쩌구. 기사는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하고 난 페르시아어를 하나도 못하니 이런 바보들이 없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헤어질 경우에 대비해 내게 기사 전번을 적어 건넸다. 페르시아의 주인답게 아라비아 숫자 따위는 쓰지 않는데 일일이 숫자를 입으로 세면서 또박또박 ‘09126336256’이라고 써줬다. 처음 편도에 40만리라라고 하더니 내가 왕복한다고 하자 잠깐 머리속으로 계산기를 돌리더니 대기시간 2시간 포함해 100만리라라고 했다. 30달러 정도의 왕복 차비에 2시간 대기가 포함됐으니 이런 호사가 따로 없다. 괜찮은 흥정이었다. 택시에서 내렸는데 100m쯤 나아갔을까. 선글래스를 뒷좌석에 놔두고 내렸다는 것을 알았다. 눈을 뜰 수 없을 만큼 땡볕이 쏟아졌다. 헐레벌떡 달려가 움직이는 차를 붙잡았더니 이 기사는 내 얼굴도 기억하지 못하는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뒷자리에서 선글래스를 꺼냈더니 그제야 ‘투 아워스, 히어’라고 한다. 토찰산이다. 해발 고도 3972m로 카스피해를 넘은 구름이 부딪쳐 11월만 돼도 흰눈이 쌓인다. 스키장이 여러 군데 있는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다라케 계곡인데 분명 택시 서비스 아자씨는 ‘다르반’이라고 했다. 어느 게 맞는지 모르겠다. 땡볕 아래를 열심히 걸었다. 초반에 조금 무리를 했는지 숨이 차오르는 게 심상치가 않다. 제법 고산증세가 오는 듯 미식거리는 것도 같고 욕지기 같은 것도 올라오는 것 같다. 해발 2000쯤 되는 것 같았다. 여튼 간간이 하릴없는 청춘 남녀나 오래된 부부 같은 이들이 내국인 반, 외국인 반의 비율로 산을 오르내린다.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비선대산장과 비슷하게 절의 요사채처럼 꾸며놓은 공간에 톱질 소리가 요란하다. 그 위로는 길이 흐릿하고 더군다나 푹푹 미끄러지는 자갈길이라 자칫 큰일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 택시 내릴 때가 오후 2시였는데 이 마을에서 시게를 보니 3시다. 얼추 됐다. 내려간다. 내려왔다. 기사가 탄 차가 안 보인다. 선글래스를 되찾은 지점에 있나 싶어 갔더니 없어 계속 내려가다 한 호텔 앞에서 남자 둘이 노닥거리고 있길래 사정을 설명했더니 친절하게도 전화를 걸어줬다. 기사는 아마도 전화기 건너편에서 자기도 내려온 지 얼마 안된다는 얘기를 하는 듯했다. 그 젊은이는 기사가 나보고 원래 내렸던 자리에 가있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고맙다고 말하고는 그 자리로 힙겹게 돌아 올라갔는데 또 없다. 그렇게 건너편으로 건너가 아까 호텔 앞보다 조금 더 내려간 다른 호텔 앞에서 이번에는 남녀 커플에게 염치 불구하고 부탁했다. 첫눈에 보기에도 남의 청 거절 못하게 생긴 녀석이 아 짜증나 하는 것이 분명한 여친을 달래며 전화를 건다. 여자는 내가 기분나빠 할수도 있겠다 싶었는지 눈을 내리깔았다. 엄청 더운 날씨에 선 채로 전화를 걸어 기사 아저씨와 통화하니 나로선 대단히 미안한 일이라 어쩔줄 몰라 했다. 10분인가 20분쯤 뒤에 감격의 상봉을 했는데 이 기사는 또 2시간 전에 헤어진 내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이 틀림없다. 연신 자기가 딱 두 시간에 맞추지 못하고 조금 늦었다고 미안해 한다. 아니 웬걸, 난 괜찮은데. 오케이 소리를 열번 이상 외친 것 같은데 그는 호텔에 택시가 도착할 때까지 쏘리쏘리를 해댄다. 속으로 난, 그렇게 오래 기다리게 했으니 팁이라도 좀 내놔 할까봐 나름 조마조마했는데 그가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날 돌아보며 손을 꼭 잡으며 굿데이를 외쳐댔다. 씻고 침대에 누워 개기작거리다 오후 7시 식당에 갔더니 중국인 셋이 저녁을 먹고 있다. 내가 자리에 앉고 조금 이따 일본인 심판들이 들어와 한중일 삼국지가 다시 펼쳐졌다. 동료에게 문자를 보내 함께 먹자고 했지만 그는 일하면서 먹지 않는 습관이 들었다며 나중에 먹겠다고 했다. 오후 8시 시작한 카타르와의 경기를 그와 함께 취재했다. 마침 한국인 응원단이 옆 자리에 있길래 경기장 이름이 왜 ‘1만 2000’이냐고 물었다. 교민 네 분이 계셨는데 잘 모르겠다고 했고 옆의 이란인 친구가 더듬거리는 우리말로 그만한 숫자가 들어와서 그런다고 답했다. 내가 어떻게 이 좌석에 그많은 숫자가 앉을 수 있느냐고 캐물었더니 교민들은 “이 나라에서 그렇게 따지면 안됩니다. 이 사람들이 그렇다면 그런 겁니다”라고 설명해 “아 네”라고 답했다. 호텔에 돌아오니 10시 30분쯤이었다. 동료 혼자 식사하겠다고 해 헤어져 기분좋게 잠에 들었다. 오늘은 잠깐이나마 이란의 척박하지만 나름 매력있는 산자락을 밟아본 행복한 하루였다. ◆13일 돌아오는 날 페르시아 문화의 향기를 설핏 맡아보다 새벽 4시 눈을 떴다. 양호하다. 어제 밤 10시 50분쯤 잠든 것 같은데 이 정도면 충분히 잤다. 발제하고 기사 쓰고 간간이 카톡 주고받으니 6시반쯤 됐다. 동료와 마지막 아침을 함께 먹는다. 택시 서비스 아자씨가 말렉 라이브러리 앤 뮤지엄 간다고 하니까 한참 검색한다. 결론적으로 여기는 아주 찾기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하다. 근처에 볼만한 라이브러리나 뮤지엄이 너무 많아서다. 모두 그게 그거고 비슷한 수준이라고 길 물어본 어느 인간이 얘기해준다. 택시는 부러 내리기 좋은 곳을 찾아 뱅뱅 돌며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방향 감각 없는 듯 이 사람 저 사람 라이브러리 안내하는 게 달라 혼란스럽다. 말을 끝까지 안 듣고 특정 단어만 꽂혀 안내하는 듯햇다. 예를 들어 라이브러리면 라이브러리, 뮤지엄이면 뮤지엄 한 단어에만 꽂히는 듯. 결국 네 번째인가 다섯 번째 남자가 따라오라고 해 내셔널 뮤지엄 오브 이란 티켓 창구 바로 앞 라이브러리를 알려준다. 한 중늙은이, 30대 초반에서 5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자 셋이 앉아 수다 떨다가 웬 동양 떨거지가 이런 데도 다 오는구나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엔사이클로피디아 등 장서의 다양함이나 섹션 분류가 모두 훌륭하다. 사람의 손길을 잘 탔다. 특히 2층은 들어가지 말라고 하는데 첫눈에 봐도 오래된 책들이어서 호기심은 발동했지만 궁금증을 풀 길이 없었다. 이런 때 써먹게 영어를 잘해야 하는데 싶었다. 책의 향기를 그리워 하는 사람이며 이왕 내셔널 뮤지엄에 들를 계획이라면 공짜이고 이슬람 책 사랑의 편린을 들여다볼 수 있어 강추할 만했다. 티켓 창구에서 20만리라-이슬람 시대, 30만리라-선사시대부터 역사시대까지-두 종류가 있길래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뭐 이런 바보같은 놈이 다 있냐 하는 표정으로 당연히 30만리라를 추천한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 다음에 테헤란 들를 일 있으면 당연히 이슬람시대를 추가로 보겠지만. 선사 유적지 발굴 현장과 비화 등을 사진과 상상도 등으로 흥미롭게 꾸며놓았고 전시된 물품의 다양성이 뛰어나다. 페르시아 문명의 독창성, 풍부함을 느끼기에 손색 없었고 특히 이 뮤지엄의 1호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다리우스 황제 즉위식을 묘사한 부조 ‘알현’은 정말 한번은 꼭 볼만하다. 1층과 2층으로 나뉘는데 1층이 조금 나중, 다시 말해 청동기와 철기이고 2층이 선사시대라 2층 먼저 보고 1층 내려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 푹 빠져볼 만했다. 뮤지엄 나와 길 건너편 분수대에 앉아 망중한을 즐기는 것도 좋았다. 이어 방향도 모른 채 의자상가, 전자기기 상가 등을 헤매며 과자 사고 과일 샀다. 과자는 공장에서 만들어낸 과자였는데 나중에 먹어보니 꽤 괜찮았다. 과일 장수는 고대 페르시아와 신라, 고려의 문물 교류에 대해 흥미있다며 한국인과의 만남, 특히 농구대회를 취재하러 온 한국 기자와 얘기를 나눈다는 데 대해 많이 들떠 했다. 그의 도움으로 즐거운 쇼핑을 했다. 슈퍼 바로 나와 택시를 탔다. 타고 나니 이 동네가 완전 청과상 골목이다. 꼭 뭐를 찾다가 어쩔 수 없이 하급품으로 만족하면 좋은 것을 파는 가게가 보인다. 역시 올림픽 호텔 하니 못 알아듣고 올람픽 호텔이라고 하니까 급반색, 40만리라쯤 나올 거라고 말한 것 같았는데 나중에 한 번 길을 묻고 도착한 뒤 미터기를 보니 31만리라쯤이었다. 10만 짜리 석 장 건네고 소액권 찾았더니 관두란다, 나름 길을 돌았다며 미안하다는 표시를 한 것 같았다. 낮 12시 15분쯤 호텔에 도착해 일행에게 과자랑 과일 한 보따리 넘기고 작별 인사하고 체크아웃, 택시 서비스로 가 신청했더니 80만리라, 엄청 비싸다니까 공항이 완전 외곽에 있어서라고 했다. 실제로 가보니 정말 멀었다. 한도 끝도 없이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느낌, 그렇다고 사막은 아니고, 황무지도 그런 황무지가 없다. 테헤란에 불어오는 모래바람, 전날 밤 호텔에 돌아가면서 봤던 다운타운 상공을 뒤덮은 연무의 실체를 확인하는 것 같았다. 1시 조금 넘어 공항 도착해 체크하고 짐 부치고 과자 사고 캐셔는 유로로 계산해 신용카드 결제하려다 여의치않아힘들어 하길래 달러로 하겠다고 했더니 급반색, 100만리라가 넘었던 것 같은데 35달러라고 해서 50달러와 5달러 건네고 20달러 돌려달라고 했더니 계산 해보고 또 해보고, 애들 참 암산 같은 것 못한다. 카페 가면 와이파이 쓸 수 있을까 해서 커피 사먹으려는데 4달러란다. 웬 과자 봉지 둘을 건네길래 커피는 어디있느냐, 이래갖고 커피를 어떻게 먹느냐고 하니까 씩 웃으며 저쪽 가면 커피준댄다. 진작 얘기했으면 그렇게 정색하고 따지지 않았을텐데. 와이파이 비번 물어보니 다 모른댄다. 이 가게 종업원들인데 그런다. 누가 아느냐니까 밑에 어느 항공사 비즈니스 라운지 가보랜다. 그야말로 구걸을 하라는 얘긴데 커피맛이 좋고 과자맛도 좋아 용서해준다. 과자는 하이바이-HIBYE, 세상에 과자 이름이 독창성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볼 수가 없다. 그게 과연 무슨 뜻에서 붙인 이름일까,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투박한 모양치고는 적당히 달고 맛있었다. 시간은 정말 후딱 흘렀다. 어느 순간 불현듯 시계를 보니 얼추 보딩 시간이 가까워온다. 서둘러 비행기를 탔더니 에어버스인데 거진 사람들이 다 앉아,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우리가 못 가지 않느냐 하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게중에는 정말 태어나서 동양인 50대 남자를 처음 본다는 표정이 그대로 묻어나는 중동 촌놈들이 상당수 있다. 내가 앉고도 20명 정도, 특히 맨 마지막 나타난 190cm에 100kg는 돼 보이는 잘 생긴 40대-이 녀석은 도대체 국적을 가늠할 수가 없다. 생긴 건 할리우드 톱클래스인데 늦어서 마구 뛰었는지 땀을 연신 훔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 쉬느라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그가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5분쯤 지나자 그제야 비행기가 움직인다. 점심도 안 먹고 커피 한 잔에 과자 두 개 주워 삼키고 비행기에 올랐는데 기내식이 너무 늦게 나온다. 정말 이란 떠난 기념으로 와인이나 맥주 있냐고, 없는 줄 뻔히 알면서 또 물었다. 역시나 없단다. 그냥 물달라고 해서 반쯤 남겼다가 양치에 쓰려고 아꼈다. 이스탄불에 오후 6시 내려 나갈까 말까 고민 한참 했다. 문제는 석양이었다. 낮시간이라면 황홀한 이스탄불 풍광을 즐기기 위해 용기를 냈을 것이다. 그런데 수속 받고 나가면 6시반, 어두워지기까지 90분, 이동하면 끝, 보스포러스 크루즈 탈까 했는데 그것도 너무나 많은 변수-예를 들어 쉬는 날일 수도 있고, 예약자가 너무 많아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도 있고, 테러나 강도당하거나 아니면 봉변 당할 수도 있으니 그냥 공항에 있기로 했다. 공항 내리니 역시나 사람 천지다. 휴대폰 충전하고 약 1시간 남짓 이 여행기를 대충 적었다. 와이파이 연결하려 했더니 위클리 120분이었단다. 7일 새벽에 사용했는데 13일 오후니 기간 만료라는 얘기다. 당시는 분명 원데이 120분이라고만 했던 것 같은데. 불편한 대합실 의자에 길게 누워 잠을 청했는데 환승 공항으로 유명한 이곳에서는 도대체 잠이 들 수가 없다. 어디나 사람이 많다. 저녁 시간 이 공항에 도착해 6시간 이상 환승해야 한다면 반드시 바깥 바람을 코에 불어넣으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이란 여행기를 갈무리한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취재 틈틈이 엿본 이 나라도 모순 투성이다. 반미 운동의 기지와 같은 곳이었지만 길거리에 영어 좀 하는 여성들이 넘쳐난다. 유럽 어느 여인네 못지 않게 명품 선글래스를 차도르나 히잡과 함께 보여주는 여성들이 많다. 그녀들이 운전하는 모습은 왜 그리 멋져 보이는지 모른다. 호텔 로비의 카페에서 남자와 찰싹 달라붙어 대화를 나누는 여성도 쉽게 눈에 띈다. 그런데 어렵지 않게 앞 자동차와 추돌하며 주차한 차들을 볼 수 있다. 사막으로 둘러싸인 나라에 멋진 분수와 나무들 사이로 지하수들이 흐른다. 길 한복판에서 달러화를 중개하느라 목청껏 소리지르는, 마치 뉴욕 증권거래소를 옮겨놓은 듯한 풍경도 충격적이었다. 한대 맞을까봐 카메라 앵글을 들이대지 못했는데 적잖이 후회된다. 그리고 페르시아 제국의 향기를 품은 많은 박물관들, 나중에 세계여행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테헤란 근교의 토찰산 너머 카스피해 쪽에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는데 돌아봐야겠다. 출장이라 아스파한이나 페르세폴리스 같은 고대 유적 도시들을 찾아볼 엄두를 내지 못했다. 분명 색다른 매력으로 반짝이는 이란을 다시 찾을 날이 올 것이다. 글·사진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테헤란 여행기 1] 무알콜, 정보 차단, 잿빛 도시 테헤란에 발 딛다

    [테헤란 여행기 1] 무알콜, 정보 차단, 잿빛 도시 테헤란에 발 딛다

    6일 밤 11시 5분 비행기로 인천공항을 출국, 터키 이스탄불을 경유해 7일 오후 2시 이란 테헤란에 도착했다. 허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농구 대표팀을 따라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챌린지의 대회 초반을 취재하고 같은 루트로 14일 오후 5시 귀국했다.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어서 여러 가지로 제한될 수밖에 없지만 흔히 갈 수 없는 곳이라 취재 틈틈이 여행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우리와의 시차는 4시간30분. 우리가 오전 9시면 거기는 오전 4시30분이다. 3회로 나눠 게재하는데 첫째는 출장 스토리에 가깝고 다른 두 편이 여행기에 가까울 것 같다.   ◆7일 이란 가는 비행기에도 주류 반입 안된다 인천을 떠나 10시간 비행해 이스탄불 공항에 도착하니 새벽 3시쯤. 게이트 나와 인터내셔널 트랜스퍼 쪽에 줄 서니 제법 한국 사람 많고 요르단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눈에 띈다. 다른 기자와 난 200번 게이트가 시작되는 지점, 한적한 공간에 앉아 2시간 되는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 연결하고 전화를 충전하며 시간을 보냈다. 오후 7시쯤에야 전광판에 탑승 게이트가 공지될 정도로 이스탄불 공항은 느렸다. 탑승은 오후 8시 35분부터. 우리의 경우 304번 게이트였다. 딱 봐도 이란 가는 비행기다 싶었다. 여행객 행색이 남루해지고 몇몇 중국 관광객이 보였다. 좌석은 50%쯤 점유돼 여기저기 빈 자리가 보여 덩치가 큰 이들은 몇개 좌석을 점유한 채 누워버렸다. 9시 35분 출발한 비행에는 3시간반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난 이란 들어가기 전 마지막 술이라고 생각하고 기내식을 먹으며 맥주를 주문했는데 가지러 간 여승무원이 “이란 가는 비행기라 맥주를 실을 수 없다”고 뒤늦게 없다고 한다. 왼쪽 창문 옆에 앉았는데 내가 평소 날아보고 싶었던 아나톨리아 평원과 반 호수의 장관을 하늘에서 조망하면서 갔다. 테헤란 상공에 다다르니 아니나다를까 온통 세상이 잿빛이다. 공항은 꽤 큰데 비행기 대수가 정말 손에 꼽을 만하다. 경제재재의 여파 때문이겠지 싶었다. 오후 2시 5분 공항에 내렸는데 선수들 짐과 먹거리가 많아 시간이 많이 지체된다. 공항에서 환전하고 유심칩을 바꿀까 생각했는데 FIBA의 아타셰 역할을 한다는 친구가 호텔이 더 싸다며 하지 말라고 한다. 유심도 마찬가지. 그런데 공항의 이곳 유심 판매상은 정식으로 컴퓨터로 칩을 심어주는 반면, 호텔에서 하는 농구심판(심판이 이렇게 대놓고 장사를 했다)은 야매로 하는 느낌이었다. 유심과 환전은 공항에서 하는게 낫겠다. 선수단 숙소는 시내 중심가(우리로 얘기하면 소공동 롯데 같은 곳이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젊은 시절 묵었을 정도였다고 박한 단장은 전했다)에 있고, 심판과 취재진 숙소는 공항에서 조금 더 가까운 올림픽 호텔이다. 아자디 스포츠 콤플렉스 안이라 거의 우리로 얘기하면 올림픽공원 안의 올림픽파크텔과 같다. 공항에서 바로 택시 타고 왔으면 될걸, 랄레 호텔 들러 선수단 짐 내려주고 우리는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다시 왔던 길을 어느 정도 되짚어 나와 올림픽 호텔로 왔다. 7일 오후 5시 거의 다돼 도착했는데 운전기사는 요금을 달래요. 우리는 랄레 호텔에서 지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금 실랑이하다 그냥 들어와 체크인하는데 옆에서 계속 그냥 지금 달래요, 해서 난감해 하고 있는데 어디선가 누군가 나타나 돈다발을 펼치더니 계산을 턱 해준다. FIBA 사람이란다. 그 기사는 한 번 우리한테 떼써보고, 안 되면 말고 이중으로 받아내려 했던 것 같다고 나중에 일행이 말했다. 씻고 인터넷 점검에 들어갔다. 기자들에게 가장 급한 게 이것이니. 당연히 잘 안 됐다. 6시쯤 로비에 내려가 유심 파는 남자를 소개받아 깔았다. 20달러 받는다. 전화는 걸리는데 데이터가 안돼 애를 먹었다. 이상하게 한국 기자 둘과 심판만 안된다고 했다. 2시간쯤 씨름을 했다. 호텔 리셉션 데스크 가 두 번씩이나 물어보고 했다(그것도 이상한 장면이다). 그러다 어쩌다 됐다. 이유를 물으니 자기도 모르겠단다. 저녁을 먹으러 갔다. 뷔페 식당인데 메인 디시를 먹으라고 한다. 티본 스테이크와 노알콜 맥주를 시켰는데 고기는 질겼지만 먹을 만했고 생전 처음 노알콜 맥주 바바리안을 먹었는데 괜찮았다. 오후 9시쯤 객실 돌아와 10시쯤 잠 들었다. 거의 이틀 만에 잠자리다. 객실 안에는 에어컨이 돌아가고 있었는데 껐다. 밤에는 기온이 내려가 상당히 서늘할것 같았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에어컨을 끄지 않은 일행은 감기 기운이 생겼다고 다음날 털어놓았다. ◆8일 이란에는 먹을 게 없다? 올림픽 호텔은 예외 아침 7시 1층 식당에 갔다. 아침에도 블랙퍼스트 외에도 오믈렛이나 에그 스크램블을 메인디시로 주문할 수 있었다. 대표팀이 랄레 호텔을 11시 30분쯤 떠나 낮 12시 30분부터 훈련한다고 해 아침 10시 30분 택시를 미리 불러달라고 했더니 택시가 아니라 호텔이 운영하는 차를 내줬다. 35만리라를 불렀는데 달러로는 10.5달러쯤 된다고 했다. 기사가 에어컨을 ‘아씨(A/C)’로 부르는 게 이채로웠다. 20분 정도 달려 호텔에 도착, 대표팀과 한 버스에 올라 20분 남짓 달려 엔겔랍 스포츠 단지 안의 형편없는 경기장에 당도했다. 80분 정도 훈련 취재 마치고 통역에게 물어보니 우리 묵는 올림픽 호텔로 바로 가는 것보다 랄레 호텔 들렀다가 거기서 택시 불러 타고 가는 게 낫다고 한다. 선수단장이 얼마나 형편 없는지 점심 먹어보고 가라고 권해서 11층의 뷔페 식당에 들렀는데 전망 하나는 매우 뛰어난데 음식은 오후 2시가 넘은 시간이라 그런지 먹을 만한게 없었다. 우리보다 허기졌을 선수들 역시 뭐 먹을 게 없네 하는 표정이면서도 마구 입 안에 집어넣었다. 식사를 마치고 인사하고 이곳 로비에서 유심의 불완전성을 얘기하며 손봐줄 사람을 찾았는데 두 명쯤이 도와주겠다고 나섰다가 자기들도 모르겠대요. 그래서 10분 만에 미터기 달린 택시를 타고 올림픽 호텔에 돌아가기로 했다. 우리가 뻔히 길을 알고 일행이 구글 맵을 돌려 검색을 하고 있는데도 서너 차례 이상한 길로 뱅 돌아간다. 처음에는 내릴 때 대판 싸워야겠다고 전의를 불태웠는데 올림픽 호텔이 5분 정도로 가까워오자 일행이 미터기로 나오는 요금도 그닥 달라지지 않을 것 같다고, 그리 싸울 일 없다고 말했다. 하여튼 도착했고, 난 기사 마감이 화급해 바로 객실로 왔고 일행이 계산했는데 나중에 들으니 처음에는 기사가 40만리라를 부르더래요. 미터기에 분명히 35만리라로 나와 있는데. 그래서 웃는 얼굴로 미터기 가리키며 35만리라 계산하겠다고 했더니 싱긋 웃더래요. 이 사람들 원래 그런가 봐요. 일행은 사진기자였는데 내가 기사 마감하고 그의 객실에 갔더니 사진 전송하는 데 4시간쯤 걸린다고 나온다고 기가 막혀 했다. 이날 저녁 모든 선수들 모인 가운데 환영 만찬 있다고 했는데 사진 전송하는 속도를 볼 때 도저히 못 맞출 것 같고, 둘다 파티를 즐기는 타입이 아니라고 해 그냥 이 호텔에 남기로 했다. (나중에 들으니 안 가길 잘했다. 낮에 밥 먹어본 그 곳에 각국 선수단 240명이 한 줄로 서서 밥 먹느라고 난리굿을 벌였다고 했다. 외빈 한명이 안 왔다고 1시간 늦게 시작하고.)   ◆9일 이란은 정보 차단 왕국, 그래도 기사는 써서 보내야 하니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회사에 보고한 메모다. ´*** 기자가 찍은 사진을 인터넷에서 찾아 저장하려고 했더니 차단벽이 뜹니다. 각자 방을 써서 깨우기도 뭐해 조금 이따 올립니다. 이 나라 정보 통제 대단합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합니다. 핸드폰으로 국내 정보라도 검색하려고 유심칩을 이란셀이라고 국영 회사 것을 썼더니 내 핸드폰을 누군가 들여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국영 회사라 더 쉽게 정보를 차단한답니다. 호텔에서도 와이파이를 돈 받고 팝니다.(허 감독은 미국도 그런다고 합니다). 하루 2달러 주고 샀습니다. 그런데 와이파이를 이용해 회사 VPN에 연결하려면 유심칩을 빼고 원래 칩으로 바꿔야 합니다. 종일 칩 갈아 끼우며 휴대폰을 씁니다. BBC와 유튜브 등은 아예 열리지가 않고, 이란에 관해 조금이라도 언급된 내용은 차단됩니다. 풀 기사로 연합과 뉴시스 기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은 모두 반송돼 KBL 직원 사메일로 보냈어요.´ 이날 나의 일과는 기사 전송 시스템을 갖춰 한국의 첫 경기에 관한 풀 기사를 문제 없이 전송할 수 있도록 테스트하는 것이었다. 물론 동료와 ´전송 어려우니 회사에 안된다고 통보하고 땡땡이 칠까´하는 객쩍은 농담도 주고받았다. 아무래도 호텔보다 경기장이 여러 모로 기사 전송하는 시스템에서 앞서거나 안정적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호텔 정문을 삥 돌아 나와 경기장 안에 들어왔다. 경기장 들어가기 전 한국 축구대표팀에 잊을 수 없는 수모의 장소, 아자디 스타디움 앞에 가봤다. 농구 경기가 열리는 1만 2000 피플 스포츠홀에서 걸어 3분 거리다. 스타디움을 지키는 경비 아저씨는 한 번 들어가 볼 수 있느냐고 손짓발짓으로 물었더니 손가락으로 건물을 가리키며 시큐리티(발음이 희한했다. 서너 차례 들으니 그 단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허락을 받아오라고 했다. 뭐 그럴 일은 아니다 싶어 발길을 돌렸다. 낮 12시쯤 경기장 들어갔는데 아무런 준비가 안 돼 있다. 이제 시작했다. 대회 첫 경기가 오후 2시인데, 이대로 대회가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되는 수준이었다. 기자석에 앉았는데 랜선도 깔려 있고 무선랜도 잡힌다. 적이 안심이 됐다. 오후에 사진기자가 ´핫스팟 쉴드´란 프로그램을 깔아주며 이렇게 하면 국내에서와 같이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프로그램을 쓰니 차단되던 국내 기사는 물론, BBC도 볼 수 있었다. 오후 4시 시작된 한국 경기를 취재해 기사 세 건 써서 국내에 보냈더니 또 돌아온다. KBL 직원에게 보내 다시 전달해달라고 부탁하고 저녁은 호텔 돌아와 먹었다. 돌아오는 길은 바로 호텔 옆문으로 돌아오는 샛길을 발견해 시간을 많이 줄였다. 점심은 건너뛰었던 터라 저녁을 맛있게 먹었다. 내 메뉴는 보잘 것 없었는데 동료 사진기자는 한국인 심판에게 추천받았다며 스페셜 시프(셰프인데 이 사람들은 그렇게 발음) 메뉴를 시켰는데 양갈비 맛이 일품이었다. 간만에 기사 써보내느라고 힘들었던 모양이다. 산책 나갈까 하다 그만 뒀다. 갑자기 유심칩이 안된다. 아무리 갈아끼우고 해봐도 소용 없다. 벌써 데이터-5기가-가 소진된 모양이다. 별로 데이터 다운받지도 않았는데 우쒸.   ◆10일 내일 시내 관광 나설 만반의 준비 갖춘 하루 토요일은 신문이 쉬니 해외출장 나온 기자에게는 꿀맛같은 휴식 시간이다. 그래도 온라인 기사는 써야 하는 추세니 한국의 두 번째 경기를 취재하려고 경기장에 일찍 나갔다. 일방적으로 쉽게 이겨서 그렇게 무겁게 기사 쓸 일이 아니었다. 먼저 돌아와 잉글랜드 프로축구 맨체스터 더비를 지켜보며 휴식을 취하다 사진기자가 취재 마치는 즈음에 경기장 마중 나가 함께 가방 끌고 돌아왔다. 돌아오니 손흥민이 출전해 1골 2도움 활약하는 것을 본 뒤 저녁을 들었다. 내일(11일)은 한국 경기가 없으니 선수단 회식한다고 함께 하자고 통보하더니 불과 몇 시간 만에 취소했는데 그 통보의 형식과 내용이 너무 일방적이다. 왕복에 2시간 이상 잡아먹는다는 것은 약속을 잡으면서부터 각오했던 내용일 텐데 그랬다. 교민들이 불고기를 엄청 많이 가져와 남았으니 함께 먹자는 것인데 사람 초청하는 기본 자세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일은 처음으로 시내 관광을 계획했으니 체력을 아끼자는 계산을 했다. 허재 감독 인터뷰도 있어 질문할 내용 미리 정리한 뒤 국내에 있는 기자들에게도 몇 마디 조언을 구해 보완했다. 내일은 아침 일찍 호텔을 떠나야 하니 미리 기사도 두 건 작성해뒀다. 임병선 선임기자 bsnim@seoul.co.kr
  • 北 “한반도 정세, 최악의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마지막 한계점”

    北 “한반도 정세, 최악의 폭발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마지막 한계점”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국무회의에서 북한 정권이 자멸로 이어질 수 있도록 확고한 응징태세를 유지하라고 지시한 가운데, 북한이 박 대통령에게 “마지막 한계점을 넘고 있다”고 경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아태평화위) 대변인이 이날 담화를 통해 한국의 B-1B 배치 등을 비난했다고 보도했다. 아태평화위 대변인은 “최근 우리의 핵탄두폭발시험을 걸고 감행되는 적대세력들의 극악무도한 특대형 도발 광란으로 조선반도(한반도)정세는 각일각 최악의 폭발 직전에로 치닫고 있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또 “우리로 하여금 그토록 값비싼 대가를 치르면서 핵 무력의 최종완성을 위한 배가의 노력을 기울이도록 떠민 미국과 괴뢰패당을 비롯한 추종세력들은 오늘의 극적인 사태발전 앞에서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우리 공화국이 쥘 것은 다 쥐고 국가 핵 무력완성을 위한 최종관문까지 통과한 오늘에 와서까지 우리를 함부로 건드리며 힘으로 압살해보겠다고 덤벼드는 것이야말로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나 다름없는 자멸적 망동”이라며 “사태는 험악하게 번져지고 있으며 말로써는 수습하기 어려운 마지막 한계점을 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북한의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도 지난 12일 “일심단결의 정치 강국, 지구를 뒤흔드는 동방의 핵 강국으로 날로 승승장구하는 우리 공화국의 위용에 완전히 얼이 나간 박근혜 역적 패당은 정신통제불능상태에서 헛소리를 마구 줴쳐대고(지껄이고) 있다”고 막말 비난을 쏟아낸 바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북한 핵실험, 여야 모두 강력 규탄

    북한 핵실험, 여야 모두 강력 규탄

    새누리당은 10일 북한 핵실험에 대해 강력한 규탄의 목소리를 높이며 정부와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다. 김현아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에서 “이번 핵실험으로 핵보유국 지위 획득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김정은의 강한 의지가 또 한 번 확인됐으며, 북한 핵무기의 실전배치 가능성도 커졌다”며 “북한의 핵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의 안보를 둘러싼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도 위급한 상황”이라며 “정치권은 더이상 안보문제를 두고 국론을 분열시키려는 시도를 자제하고, 관계 당국이 신속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단합된 협조를 보여주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북한의 핵실험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전 세계 평화와 안정을 파괴할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에 대한 정면도전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면서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즉각적이고도 강도 높은 국제사회의 응징이 절실하다”며 “정부도 우리 국민의 안전과 세계 평화를 위해서 유엔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 협력을 통해 강력하고 실효적인 공동 대처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야권도 북한 핵실험을 한반도의 평화를 위협하는 중대한 도발 행위로 규정, 거듭 강력히 규탄하면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우리 당은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초당적으로 정부와 함께 노력한다는 방침”이라면서 “북한 핵실험의 위협 앞에서 상황의 유리함과 불리함을 따지지 않고 위기를 극복하려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금 대변인은 그러면서 “정부는 계속되는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한 적절한 방안을 내놓길 바란다”며 “무엇보다도 국제적인 협력을 이끌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이용호 원내대변인도 구두논평에서 “북한의 핵실험은 어떤 이유에서도 용납할 수 없는 도발 행위”라면서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협하는 어떤 군사적인 행위도 일어나선 안 된다. 이는 국제사회에서 더 큰 고립을 자초하는 길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안보에는 여야가 따로 없기 때문에 각 당이 위기관리를 위해 긴밀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면서 “우리 당은 미사일과 핵이 아닌 대화와 협력이 한반도의 안정을 지키고 평화통일로 나가는 해법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라고 말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ul.co.kr
  • 與, 북한 핵실험 소식에 “핵 억제 위해 우리도 핵 보유해야”

    與, 북한 핵실험 소식에 “핵 억제 위해 우리도 핵 보유해야”

    새누리당이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에 대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의 파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와 온 인류에 대한 도발이고 도전”이라는 논평과 함께 이에 대항할 수 있는 자구책을 검토해야 한다며 ‘핵 보유’에 힘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 염동열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핵실험은 북한 핵이 소량화·경량화로 발전하면서 ‘위협의 단계’를 넘어 ‘위기의 현실’이 됐음을 확인시켜줬다”며 “우리로서도 ‘비상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라고 강조했다. 염 수석대변인은 “우선 즉각적이고도 고강도의 국제사회 응징이 절실하다”며 “우리 정부는 유엔뿐만 아니라 주변국들과 협력 체제를 최대한 가동해서 강력하고 실효적인 공동 대처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우리 스스로 강력한 자구책을 근본적으로 검토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국민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에도 우리는 주시하고 있다”고 언급, 북한 핵 도발과 관련한 대책을 당론 차원에서 추진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도 이날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의 핵 능력은 기정사실화됐다”며 “이제 국가적 대응으로 새롭게 우리가 채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9일 “군 당국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 등 북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근본적으로 봉쇄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검토하기 바란다”고 언급한 바 있다.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의원 모임(약칭 핵포럼)’을 이끄는 원유철 의원은 이날 성명을 내고 “이번 핵실험은 더는 유엔 안보리, 국제사회의 제재와 우리 국회의 규탄 결의만으로는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방증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면서 “핵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핵 보유밖에 없다. 우리도 평화 수호를 위한 자위권 차원의 핵무장 수순을 밟아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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