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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어느나라 의사들인가

    마침내 국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의사들의 막무가내식 재폐업 강행에 분노한 시민·종교단체들이 연대해 ‘국민건강권 수호와 의료계집단폐업 철회를 위한 범국민대책회의’를 구성해 불법 폐업 저지를위한 항의시위,손해배상청구소송 등 범국민적인 규탄운동을 벌이기로했다.또 정부는 12일 이한동(李漢東)총리의 담화를 통해 의사들의 진료현장 복귀를 강력히 촉구했다.이 총리는“의료계 재폐업이 계속 될경우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사실상 최후통첩에 가까운 경고를 했다.사태가 여기까지 온 것에 대해 의료계는 심각히 반성해야 한다. 국민들의 인내심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지난주 이미 경고했던 우리로서는 폐업에 참여한 의사들에게 ‘도대체 당신들은 어느 나라 의사들이냐’고 묻지 않을 수 없다.전쟁중 적군에게도 인술을 베푸는 것이 의사이거늘 죽어가는 환자와 그 가족들의 안타까운 호소를 뿌리치고 “국민 건강을 위해서”라는 명분의 폐업을 어찌 계속할 수 있는가.더욱이 정부가 국민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는 데 따른 저항을 감수하면서내놓은 의보수가 대폭 인상 등의 대책마저 거부하고 ‘전국의사대회’를 열어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며 법질서를 무시하는태도는 의사들이 국민과 국가를 아예 능멸하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든다.오죽하면 시민들이 의료계의 집단폐업을 “국민을상대로 한 집단인질극이자 테러행위”라고 규탄하고 나섰겠는가.병원을 떠난 의사들은 당장 진료현장으로 돌아가야 한다.집단폐업은 더이상 명분이 없다.어느 이익집단도 폐업을 통해 의료계가 얻은 만큼 실리를 쟁취해 낸 적이 없다.그럼에도 계속 폐업을 강행하는 것은 국민적 합의사항인 의약분업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밖에 안된다.이제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보건의료발전 특별위원회’도 구성됐다.아직 미진한 것이 있다면 그 안에서 해결해 나가면 된다.우리 의료체계의 근본구조를 다시 설계한다는 취지로 출범한 이 위원회의 절반 가까운 10명이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됐으므로 위원회를 통한 제도적 해결이 가능하다.오랫동안 누적된 의료계의 문제를 집단폐업이라는 극단적인 행동을통해 한꺼번에 해결하겠다는 것은 무리다.다행히 그동안 내부혼선을 빚어왔던 의료계가 ‘비상공동대표 소위원회’를 구성했으니 당국과 성의있는 대화를 갖기 바란다. 당국은 대화로 문제를 풀어나가되 ‘우는 아이 젖주기 식’에서 벗어나 원칙에 입각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야당 일각에서 ‘대통령사과’ 등을 거론하며 이 문제를 정략적으로 접근하는 것도 곤란하다.의약분업을 정착시키기 위해 의·약 당사자는 물론이고 정부와 국민모두 힘을 합해야 할 때이다.
  • [사설] 또 ‘의료대란’인가

    의사들이 기어코 제2의 ‘의료대란’을 불러올 작정인가.전국 대학병원의전임의들이 오늘 일제히 파업에 들어가기로 했다.이에 앞서 부산 동아대병원전임의들은 지난 4일 사직서를 내고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이미 전공의들이진찰복을 벗어던진 마당에 전임의마저 파업을 하면 대학병원에는 소수의 교수들만 남게 된다.그렇잖아도 대학병원 병상가동률이 30% 이하로 떨어지고수술건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상황에서 이대로 가면 며칠 안에 외래진료와 수술이 전면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5일에는 전공의들이 경희대에서 결의대회를 열었고,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은 구속자 석방 촉구대회를 가졌다.의약분업 본격 시행을 앞두고 한때 ‘재폐업 유보’ 결정을 내린 바 있는 대한의사협회도 4일 회의에서 “의권(醫權)투쟁에 돌입한 전공의들을 이해한다”면서 “그들과 아픔을같이할 수밖에 없다”는 성명서를 내놓았다.그런가 하면 약사들이 처방전을잘못 읽거나 멋대로 대체조제를 해 유아가 의식을 잃고 입원하는 등 ‘약화(藥禍)’사고도 잇따른다.한 마디로 우리 사회는 지금 의약분업 시행 이후 최악의 혼란에 직면해 있다. 그동안 거듭 강조했지만 이번 사태의 원인 제공자는 분명히 의사들이다.지난 6월 말 ‘의료대란’때 의사들은 임의조제·대체조제가 국민 건강을 그르친다며 그 시정을 폐업 명분으로 내세웠다.그러나 의료계의 이같은 주장은약사법 개정으로 거의 대부분 수용됐으므로 이번 폐업에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오히려 우리는 그들이 요구하는 개선책 중에 의료계 자체의 문제점이 상당수 포함돼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예컨대 의약분업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전공의들은 월 100만원 안팎의낮은 보수가 해결되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인다.전공의들이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는지를 익히 아는 우리로서는 그들의 주장에 십분 공감한다.그렇더라도 전공의 보수문제는 전공의와 소속 병원이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항이다.오늘부터 파업에 들어가는 전임의들의 처우문제 또한 심각하다는 사실을안다.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들은 개업하지 않고 대학병원에 연구직으로남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그런데 전임의 지망자가 많은 것을 기회로 유수한 대학병원들조차 이들을 급여 없이 채용하고 있다.그러나 이 문제 역시 해결의 주체는 전임의와 병원이지 국민이나 정부가 아니다.따라서 국민을 볼모로 한 이들의 파업은 철회되어야 마땅하다. 8월1일 의약분업 시행 이후 국민은 ‘의사 없는 병원’과 ‘약 없는 약국’을 전전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여러차례 강조한 바이지만 의사들은인간으로서의 도리와 직업인으로서의 책임의식을 되찾아야 할 것이다.
  • [외언내언] ‘온정적 보수주의’

    80년대 대학가에서부터 번져 요즘 미국사회에서 불문율처럼 정착된 표현법이 있다.이른바 ‘정치적으로 올바른(Politically Correct) 언어’가 바로그것이다. 흑인을 가리켜 니그로니 블랙이니 하는 모욕적이거나 직설적 표현 대신 쓰는 아프리카계 미국인(African Americans)과 같은 말이 대표적이다.인디언을토착 미국인(Native Americans)으로 지칭할 때도 마찬가지다. 차별의도가 없음을 강조하려는 표현이지만,이따끔 미국 주류사회의 위선적인 냄새를 풍길때도 있다.그레고리 펙이 가짜 유태인으로 나오는 영화 ‘신사협정’의 한장면에서 이를 엿볼 수 있다.주인공이 유태인을 사절하는 한 백인전용호텔에들어가려하자 지배인이 “손님은 ‘헤브라이 종교’ 쪽입니까”라고 묻는 대목이다. 공화당 전당대회가 시작되면서 민주당 앨 고어 부통령과 공화당 조지 W.부시 텍사스주지사간의 대선 레이스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필라델피아에서열리고 있는 공화당대회에서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부시가 내건 ‘온정적 보수주의’(Compassionate Conservatism)라는 신조어.보수층 뿐만 아니라 중도진보적 표밭까지 겨냥한 회심의 슬로건이다.찬조연사인 부인 로라 부시까지 “내 남편은 가슴이 따뜻한 보수주의자”라며 여기에 가세했다.이념적 스펙트럼상의 출발점은 정반대이지만,과거 고르바초프가 ‘인간의 얼굴을한 사회주의’라는 말로 개혁을 바라는 옛 소련인들의 마음을 사려고 했던시도에 비견된다.실제로 부시의 ‘온정적 보수주의’는 공화당 정강정책의수정으로 이어졌다.그가 당내 강경파를 설득,이민 및 교육정책 등을 소수민족이나 저소득층을 배려해 진보적으로 개정한 것이다. 미국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는 미국사회의 다양성과 건강성을 지탱하는 양대축이다. 어느 한쪽이 모두 옳거나 그른 것이라고 일률적으로 재단할 사안은아니라는 뜻이다.다만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동정은 인류의 보편적 정서에 부합된다는 점에서 ‘온정적 보수주의’는 반길만한 슬로건이다.하지만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만으로서가 아니라 실천이 담보돼야만 할 것이다. 더욱이 ‘온정적 보수주의’가 미국의 국내정책에만적용되는 것도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북한문제를 포함한 국제정치에서는 ‘힘의 우위’를 발판으로 한 강성 기조의 정책을 채택했기 때문이다.북한을 고립시켜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는 일은 바람직하지 않은 상황전개다.우리로선 미 공화당이 북한에 대해서도 ‘온정적’ 포용정책을 펴게 해야 하는 외교적 과제를 안게 됐다. 구본영 논설위원 kby7@
  • 인터뷰/ MBC ‘新귀공자’ 용남役 김승우

    서글서글한 눈매에 웃는 표정이 일품인 영화배우 김승우.그가 2년만에 TV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MBC 수목드라마 ‘新귀공자’의 남자 주인공이다. 이번 출연은 이창순PD 때문이다.김승우는 이PD가 연출한 ‘신데델라’ ‘추억’ 등에 출연했다.‘신귀공자’는 이PD가 기획한 작품.“서로에 대한 신뢰예요.이감독님은 억지요구를 안해요.어떻게 작품을 만드는지 아니까 작품 처음 시작했을 때 제작진과 서먹서먹한 감정도 없죠.그게 큰 장점이예요” 김승우는 이번 드라마 내용을 듣자마자 “어른들의 동화”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한다.그러나 대본은 동화보다는 만화에 가까왔다.다소 껄끄럽기는 하지만 이상하게도 자신이 맡은 용남 역은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한다. 그가 연기하는 용남은 세상에 두려울 것 없는,배짱 두둑한 생수배달원.자신을 막무가내로 결혼시키려는 아버지 뜻에 맞춰 수진(최지우)이 만들어낸 가짜 애인이지만 어느틈엔가 두 사람은 진짜 사랑에 빠지게 된다. 촬영현장의분위기를 띄우는데 일가견이 있는 그는 파트너인 최지우를 끔찍히 아낀다.촬영이 끝나면 늘 옆에서 이것저것을 챙겨준다.김승우의 이런 자상한 모습에최지우는 “너무 편하고 즐겁다”고 말한다. “(이)미연이가 TV를 보더니 (최)지우가 예쁘다면서 잘 해주래요.그래야 연기를 잘한다고.촬영 끝나는 8월말까지만 잘해줄 거예요” 김승우에게는 아내인 영화배우 이미연을 빼놓을 수 없다.김승우와 이미연은 연예계에서 가급적 함께 작업하지 않는 부부로 유명하다.그러다 보니 별거설,불화설에 시달리기도 한다.“우리라고 돈 욕심이 없겠어요.하지만 둘다연기자의 이미지로만 남고 싶어요.김승우하면 이미연,이미연하면 김승우를떠올리는 건 연기가 본업인 우리로서는 원치 않는 거예요” 지난 95년 결혼한 두 사람은 그동안 ‘한 사람이 일을 하면 다른 사람은 일을 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원칙을 갖고 있었다.그러나 최근 이미연은 영화‘물고기자리’,김승우는 ‘신귀공자’ 촬영으로 얼굴을 마주친 날이 며칠안된다.“그동안 기댈 곳이 있었는데 그게 없다는 것이 너무 사람을 지치게하더라구요.앞으로는 촬영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할거예요” 김승우의 소망은 캐릭터가 강한 악역을 한번 해보는 것.그리고 언젠가는 이미연·김승우 공동주연의 영화나 드라마를 한 작품 정도 하고 싶어 한다. 전경하기자 lark3@
  • [사설] 이제 남북이 주도해야

    오키나와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특별성명’이 나온 것을 우리는 환영한다.참여한 정상들이 이례적인 특별성명을 통해한반도 긴장완화와 대화 진전을 지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미국·일본 등 서방 선진 7개국과 러시아 등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가진 강대국들 가운데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한 이번 회담에서 채택한 특별성명은 “역사적 남북 정상회담을 환영하며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을 기대한다”는 내용을 담고있다.우리로서는 이 성명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간의 ‘6·15공동선언’에 이어 남북관계 개선에 탄력을 붙게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반도는 4강을 비롯한 주변 정세의 영향권 안에 있음을 한시라도 잊어선 안된다고 본다.이번 G-8회담을 통해서도 확인됐듯이 주변 강대국간에 한반도와 관련한 현안들에 대한 각론적 입장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이를테면 미국의 국가미사일방어체제(NMD)추진에 대한 입장차이가 대표적이다.다시말해 미·일과 러·중이 미국의 NMD구상에대한 입장을 달리함으로써 대립구도로 치달을 경우 남북관계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남북은 이번에 모처럼 조성된 호기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공통의책무를 안게 됐다.즉 국제적 환경이 순풍을 맞고 있는 이 시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획기적인 디딤돌을 놓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그런 맥락에서 남북은 26일 방콕에서 열리는 사상 첫 외무장관 회담 등 연쇄 대좌에서전향적인 자세로 임함으로써 반드시 협상의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주변 강대국들이 특별성명으로 남북대화를 적극 지지한 지금이야말로 한반도 문제의‘남북당사자 해결원칙’을 대외적으로 확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까닭이다. 특히 오는 29∼31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제1차 장관급 회담은 ‘6·15공동선언’이 구체적으로 결실을 거두는 협상무대가 되어야 할 것이다.부질없는 명분상의 논쟁보다는 실질적인 논의를 통해 이미 정상간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5개항을 하나하나 구체적으로 제도화해 나가야 한다는 뜻이다.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적 차원의 문제든 경제협력이든 쌍방이 대승적 차원에서 호양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다.이 과정에서 남북,특히 북한측이 항상 유의해야 할 대목이 있다.실용주의적 협상자세를 지켜 나가라는것이다.이번 장관급 회담이나 그 후속 대좌에서 임진강 공동수방대책 등 시급하면서도 양측에 모두 도움이 되는 ‘호혜적 사업’에 의기투합해 나간다면 남북 화해협력은 마침내 국제사회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자리잡게 될 것이다.
  • 문화스냅 2000-여름/ 스타킹 벗어던진 신세대

    2000년 여름,신세대와 구세대를 가름짓는 바로미터 하나.꼼지락거리는 맨발가락을 내놓고 당당하게 활보할 수 있으면 신세대,그게 아니면 우겨봤자 구세대다. 한국IBM에 다니는 주부 직장인 황해경씨(32).올 여름,핸드백안에 꼭꼭 챙겨다니는 소지품이 하나 더 늘었다.스타킹이다.유행이라면 누구보다 민감한 미시족이라 자신해왔지만,‘전천후 맨발’은 아무래도 신경쓰일 때가 많다.격식을 따져야 할 VIP고객이나 직장 상사와의 회식자리에 들어가기 직전.눈치껏 스타킹을 꺼내 신고나서야 마음이 놓인다.“갓 입사한 젊은 친구들은 원피스 아래로 맨다리를 통째 내놓고도 아무렇지 않은 모양인데…” 맨발에 관한,미시 아줌마의 유감섞인 한마디다. 한평생에 지구 세바퀴 반을 도는 노고에도 불구하고 인류사를 통틀어 찬밥대접을 면치 못해온 신체기관.그러고 보면 ‘발’이 올 여름만큼이나 주목받은적이 없었다. 시선을 끌어내려보자.도심 거리를 장악하고 있는 건 여성들의 맨발이다(신세대 남성들도 맨발을 즐기긴 마찬가지).색색의 화려한 니퍼(뒤꿈치가 트인샌들)속에서 나일론스타킹을 훌렁 벗어던진 뽀얀 발가락들이 여유만만.‘생으로’ 세상에 맞서보기로 한듯 ‘날발’들의 발언이 어딜가나 시끌벅적하다. 날발 유행에는 해설들이 분분하다.무엇보다 경제논리.문화평론가 김지룡씨같은 이는 “사회적 부가 축적되면 신체의 주목대상이 몸통으로부터 머리카락,손발톱,발쪽으로 분산되는 경향을 보이게 마련”이라면서 최근 발로 쏠리는 대중의 관심을 경제적 여유의 징표로 파악한다. 그러나 재미난 것은 ‘강요된 여성성’에서 벗어나려는 반동문화의 한 코드로 이를 이해하려는 페미니즘적 시각이다.여성신문 ‘아줌마’섹션 편집위원장인 이숙경씨는 “발을 담는 그릇으로서의 신발이 어떻게 모양을 바꾸고 있는지에 주목해보라”고 주문한다.하긴 적어도 올 여름 대한민국의 여자들은하이힐에 의지해 위태롭게 뒤뚱거릴 마음이 없는 것 같다.낮아진 굽에 얼기설기 발을 조이던 가죽끈마저 떼어 버린 신발들이 거리를 누빈다. 실제로,발이 대접받는 현장을 직접 들여다보면 ‘날발’의 가치 전복이 실감된다.서울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맞은편 골목의 나비뷰티라인.대낮부터 발관리를 받으러 오는 이들은 남녀노소가 따로없다. 세상에서 제일 편한 자세로 맨발을 내밀고 앉은 채 사람들은 지압,물방울 아로마 마사지,보습팩 서비스에 주저없이 지갑을 연다.1시간 풀서비스에 5만원,30분 단축코스에 3만원.“지난해까지만 해도 40∼50대 주부들이 주고객층이던 것이 최근엔 20대 초반 손님이 부쩍 늘었다.더러 남녀커플이 함께 찾아오는 경우도 있다”고 윤미숙 사장은 귀띔한다. 동서고금을 통해 맨발은 억압된 에로티시즘의 상징이기도 했다.10여년간 발사진만 찍어온 한정식 중앙대 예술대학원장은 “조선시대 여성의 발은 순결의 상징으로 버선속에 꼭꼭 숨겨졌고,치마자락 밑에서 드러나는 버선코가 관능미로 묘사되기까지 했다”고 말한다. 발이 해석의 여지가 많은 신체 지점인 것만은 분명하다.프로이트는 여성의신발이 성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는가 하면,신화연구가 이윤기씨는 발에서 신화적 모티프를 짚어내기도 한다. 올 여름,맨발의 샌들이 ‘딸딸딸’ 유난히 큰 굽소리를내며 계단을 타고다닌다.스쳐지나는 유행일 뿐일까.아니면 억압된 여성성이 풀려나는 작은 메시지일까.어느쪽이든,삶의 메타포 하나를 새로 발견한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황수정기자 sjh@. *날발의 '신상발언'. ■‘날발’의 씩씩한 발언…“더이상 생긴 걸로 시비걸지 말기!”‘나’는 발이다.사람 몸 전체에는 206개의 뼈가 있는데,그중 4분의 1인 52개가 내게 쏠려있다.30㎝도 안되는 크기로 70∼80㎏의 거구를 지탱할 수 있는 것은 각각 41개의 인대와 20여개의 근육을 가진 덕분.알고보면 우리는 대단히 민감한 ‘조각품’들인 셈이다. 최근의 맨발유행을 일과성 세태쯤으로 일축해버린다면,모처럼 해방된 우리로서는 억울하다.습하고 구리다는 편견으로,울퉁불퉁 못 생긴 생김새 때문에,시비걸리며 살아온 지난 세월이 얼만데….말이 난 김에 해보자.누가 언제 이중삼중으로 우릴 봉해놓으라 했나? 숨도 못쉬게 옥죄는 소가죽,양가죽으로 호사를 떨어달라고 주문했었나? 우리역사가 어땠는지는 소설책 한질로 써도 모자란다.가장 굴욕적인 역사는뭐니뭐니해도 전족(纏足)이다. 10세기 중국 송왕조 이후 귀족사회 미인의 필수조건에 맞춰주기 위해선 기형적으로 작고 뾰족해져야 했다. 그 지독한 악명의 역사덕분에 우리는 문학작품이나 영화속에 자주 등장하기도 했다.펄벅의 ‘대지’에서 왕룽의 아내 오란은 자신은 큰발때문에 남자의 사랑을 받지 못했다며,딸에게는 어떻게든 전족을 시켜 귀족의 조건을 갖춰주려 했다. 또 영화 ‘홍등’에서도 우리 얘기를 짭짤한 소재로 써먹었다. 세도가의 첩으로 팔려온 가난한 여주인공 공리는 남편을 기다리며 ‘발마사지’를 받는 게 일이었다.우리가 가진 에로티시즘적 속성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하루 한두번쯤 세수대야에 담기는 게 고작이던 우리가 요즘 온갖 대접을 다받는다. 발찌,발가락지,영양크림,붓기빼는 아이싱크림까지….가려지고 억압될 뿐,인간의 욕망은 소멸되지 않는 모양이다. 차제에,알아줬으면 하는 사항이 또 하나 있다.원래 우리에게도 지문 못잖게독특한 족문(足紋)이 있지만,신발에 치여 무의미해지고 있을 뿐이란 사실이다. 황수정기자.*발미용산업도 호황. 발 미용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발 관리 전문점이 서울 강남거리를 중심으로 속속 생겨나고 있다.최근 3∼4년새 전국에 500여곳이 개업한 것으로 추산된다. ●발관리 전문점 성업 발 관리전문점은 각질제거와 발톱손질을 해주는 네일케어숍과 전문교육을 마친 발관리사가 발마사지를 해주는 곳 등 두종류다. 발 마사지는 경혈을 자극해 발바닥 노폐물을 제거해 줌으로써 몸을 가뿐하게 만든다.오랫동안 서있는 직장인들의 붓기를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비용은 5만∼10만원으로 비싼 편.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2층에서 ‘네일 갤러리’를 운영하는 윤정옥 원장은“요즘엔 남자 손님도 간혹 눈에 띈다”며 전문직 여성 회사원 외에도 대학생,주부손님이 많이 찾는다고 귀띔한다.보통 30∼40분이 소요되는데 비용은 2만∼5만원선. ●발 가락지까지 등장 발 전용화장품은 이제 더이상 호사스런 사치품이 아니다.각질제거제,보습제에서부터 피로를 풀어주고 냄새를 없애주는 스프레이까지 종류도 다양하다.다른 피부보다 두꺼운 발의 표면에 잘 흡수되도록 만들어진 것이 특징이다. 최근엔 발목에 차는 발찌에 이어 발 가락지라는 신종액세서리까지 등장했다.은도금,큐빅 장식 등 화려한 디자인의 발가락지 가격은 1만원∼1만5,000원으로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다. ●집에서 하는 발관리 발 관리를 위해 꼭 전문점에 갈 필요는 없다.집에서세수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은 뒤 아로마 몇방울을 섞어 발을 담그면 소독도되고 각질을 불리는 효과가 있다.굳은살을 말끔히 제거한 뒤에는 로션을 발라 가볍게 마사지한다.손이나 지압봉으로 지압점을 찾아 꾹꾹 눌러주면 피로 회복과 혈액순환을 돕는다.로션의 흡수가 잘 되도록 석고팩을 하거나 랩으로 감싸주는 것도 좋다. 허윤주기자 rara@
  • 金대통령·노사정위원 대화록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노사정 위원들과 오찬을 함께하며최근 노사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대화를 나눴다.의보통합 파문, 롯데호텔·금융노조의 파업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태도를 놓고 자유로운 의견개진이 이뤄졌다고 박준영(朴晙瑩)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김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먼저 이남순(李南淳) 한국노총 위원장을단독 접견한 뒤 11시45분쯤 노사정위원들과 1시간40여분 동안 대화 및 오찬을 함께했다.이 노총위원장을 단독으로 접견한 것은 한국노총에 대한 배려로이해된다. 다음은 오찬 대화내용. ■김창성(金昌星) 경총회장 금융노조 파업이 대화로 해결된 것은 다행이다. 모델이 된 셈이다.근로시간 단축 등은 문제가 있으나 국민생활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입장이다. ■김각중(金珏中) 전경련회장 국가의 중대사나 위기가 있을 때는 국가문제가우선하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한다. ■최선정(崔善政) 노동부장관 현재 30여곳의 사업장에서 분규가 있다.가장문제가 되는 곳은 롯데호텔 등 3개 호텔인데,지난주 노사대화가 시작됐다. ■김수곤(金秀坤·경희대교수)위원 이번 금융노조 파업에서 얻은 것은 노조나 국민 모두가 구조조정의 불가피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구조조정의가이드라인이 제시,유지될 필요가 있다. ■조승혁(趙承赫·노사문제협의회장)위원 우리 사회는 위기시에 서로를 사랑하고 지켜야 될 윤리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다.또 남북관계를 고려할 때,북한노동자를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원덕(李源德·노동연구원장)위원 구조조정은 인력감축이라는 도식을 벗어나 일류기업과 직장의 모델을 확산시키고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이남순 한국노총위원장 노조는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충분한공감대가 형성되고 당사자들이 배려하는 안전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신철영(申澈永·부천경실련대표)위원 우리는 대화와 타협의 관행이 아직부족하다.정부가 많은 역할을 해야한다. ■신동식(申東植·한국여성언론인연합 공동대표)위원 우리 사회의 노사관계나 개혁이 정직,투명성,신뢰속에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 ■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 2단계 개혁은 시장에 따라 할 것이다. ■김 대통령 노사정위에서 노사문제를 해결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우리로서는 매우 자랑스럽고 당연한 일이다.노동자의 희생에 감사한다.21세기는 무한경쟁의 시대로 국내에서 1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세계 1등이 안되면 기업도,노동자도 망한다.기업과 노동자가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양승현기자 yangbak@
  • [김명서 칼럼] 오만한 미군

    ‘미군은 오만하다’는 소리가 또 나오게 생겼다.무례하다고 해도 할 말이없게 됐다. 페트로스키 주한 미8군 사령관이 20일 고건(高建)서울시장을 방문,미군이 독극물을 한강에 무단 방류한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하려다 잠정연기했다.미군측은 사건 관련자를 상응한 수준에서 처벌하겠다는 뜻도 밝힐것으로 전해졌었다. 그러나 그 정도로 끝낼 일은 아니라고 본다.과거에도 이같은 일이 있었는지를 명확히 밝혀야 하며 피해보상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도 분명한 입장을표명해야 옳다. 그러나 그것은 애초부터 검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사과를 했다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엎드려 절을 받는 듯한 씁쓸한 기분을 느낄수밖에 없다.사과를 하는 처지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깬 것부터가 불쾌감을준다. 지난 90년 12월에 공표된 미국 정부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서독 주재 미군기지의 환경시설 개선을 위해 미국은 30억달러를 투자했다.우리나라에 주둔하는 미군기지의 시설을 개선하려면 규모로 미루어 훨씬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당장에모든 문제시설을 고치라고 요구하는 것은무리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단계적 개선방안이라도 설득력 있게 제시해야 마땅할 것이다. 결국사과하겠다는 것 자체가 비난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고육책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렵다. 환경시민단체인 녹색연합은 이날 페트로스키 사령관의 상관인 토머스 슈워츠 주한미군 사령관을 유해화학물질 관리법 등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한강 독극물 방류사건은 물론,매향리 미 공군사격장 문제 등 일련의 현안에대한 미군 당국의 보다 성의 있는 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규탄의 목소리는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 대한 불만과 비난이 반미감정으로 확산되는 것은 한·미 두나라 모두에게 좋지 않다.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동북아의 세력균형에 중요하다는사실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미국은 한국 수출의 최대시장이다.그렇지만 미국이 우리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에만 안주하려는 것은 시대상황에 맞지 않는다. 한국도 미국의 이익에 중요한 상대이기 때문이다. 한·미간의 최대 갈등 현안은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이다. 반미감정의 시한폭탄으로도 불린다.독일이나 일본 등 다른나라와의 주둔군지위협정에비해 너무나 차이가 난다는 것이 우리국민들의 불만이다.한마디로 주권국민의 자존심 문제에 연결돼 있다.미·일주둔군지위협정은 98년 일본 국민들의주권을 대폭 강화하는 수준으로 개정됐다.한·미 협정은 91년 1차 개정됐으나 95년부터 2차 협상이 시작된 이후 지금까지 시간만 끌고 있다. 대표적인불평등 조항으로 꼽히는 ‘형사관할권’문제와 관련,우리 정부는 미군범죄인신병 인도시점을 현재의 형확정 단계에서 기소 단계로 앞당길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측은 이를 받아들이는 대신,법정 형량 3년 이하에 해당하는 경미한 범죄자에 대한 재판권 포기 등을 골자로 한 대안을 얼마전 제시해서 사실상의 ‘개악(改惡)안’이라는 비난을 샀다. 미군주둔지를 환경범죄 영향권 아래 포함시키고 미군에 고용된 한국인 노동자에게 한국 노동법을 적용시키는 문제도 쟁점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19일 미국 LA타임스와의 회견에서 “SOFA 조항이 차별적”이라고 지적하고 개정의 필요성을 이례적으로 강조했다.미국이 김대통령의 직설적 주문까지 외면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다음달 2일부터 서울에서 열리는 SOFA협상 결과가 주목된다.미국측의 양식 있고 성의가 담긴 답변을 기대한다. 사정이 이렇게 된 데는 미국만 탓할 일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 관계자들은 그동안 “미국이 응하지 않는데”라는 식의 소극적 태도로일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이제는 할 얘기는 당당히하고 요구할 것은 분명히 요구해야 할 것이다. 김명서 논설위원 mouth@
  • 英 앤터니 이스트호프 ‘무의식’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는 무의식을 의식에 영향을 끼치지만자유연상,최면 등 특정 조작을 하지 않는 한 의식화할 수 없는 심적 내용으로 정의한다.소쉬르와 야콥슨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의 정신분석가 자크 라캉은 무의식을 언어와 연관시켜 살핌으로써 프로이트를 계승하고 있다.그런가하면 융은 개인의 무의식과 인류·동물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보편적 무의식이 있다고 주장한다.무의식은 이처럼 우리의 지적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해왔다.영국의 문화학자 앤터니 이스트호프가 쓴 ‘무의식’(이미선 옮김,한나래 펴냄)이라는 책은 우리로 하여금 다시 한번 무의식의 사유에 빠져들게한다. 무의식의 개념은 일견 이해하기 어려워 보이지만 대중적인 설명의 사례를여럿 들 수 있을 만큼 우리 생활에 깊게 침윤되어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그는 다이애너 왕세자비의 ‘인식’을 예로 든다.다이애너는 통제하기 어려운자신의 과식증이 불안감과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가 무의식적으로 표출된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영국 왕실은 다이애너를포함해 이렇다할 지성을 갖추지도 않고 아방가르드적인 사상을 쉽게 받아들이지도 못하는 집단이다.이런 집단에 속한 사람이 무의식의 기본개념을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현대사회에서 무의식의 개념이 얼마나 널리 퍼져 있는가를 입증하는 사례라는 것이다.1만2,000원. 김종면기자
  • 남북적십자회담 쟁점

    이산가족 상봉 논의를 위한 금강산 남북적십자회담이 초반 ‘빡빡하게’ 진행되고 있다.남북 양측의 이산가족 문제 해법에 대한 입장 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그러나 양측 모두 한편으로는 “두 정상이 합의한 6·15공동선언의 ‘큰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어,어떻게든 이번 회담에서 합의점을 도출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비전향장기수 송환 비전향장기수 59명 북송에 대한 우리측 입장은 8·15이산가족 교환방문이 먼저 이뤄진 뒤에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다.그런데 북측은 27일 1차회담에서 “8·15 이산가족 교환방문 이전에 송환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우리측을 당황케 했다.우리측은 최악의 경우 북측이 8·15교환방문과 동시에 송환을 주장할 수 있다고는 생각했으나,그 이전으로는 예상치못했다. 송환시기가 문제되는 것은 양측의 ‘명분’때문이다.북측은 비전향장기수를먼저 데려옴으로써 북한 주민들에게 남북교류의 명분을 과시하려는 것 같다.반면 우리 정부는 국군포로 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에 이산가족교환방문이성공적으로 진행된 뒤 송환해야 일부 보수세력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중간점인 8·15교환방문때 송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큰 편이다. 북측이 송환시기를 8·15이전으로 ‘세게’ 치고나온 것도 이같은 타협점을염두에 둔 고도의 전략이란 지적이다.우리로서도 어차피 송환할 바에야 시기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들어 대승적으로 북의 처지를 배려할 가능성이 있다.대신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의 약속을 이끌어 냄으로써 실리를 챙기는게 나을 수도 있다. ■상봉 정례화 우리측은 이번 회담에서 8·15교환방문 뿐 아니라,생사·주소확인,서신교환소·면회소 설치 등 이산가족 상봉의 제도화까지 추진하고 있다.그러나 북측은 27일 “이번 회담은 6·15선언에 명기된 이산가족 교환방문과 비전향장기수 송환 문제를 논의하는 자리일 뿐 나머지는 후속회담에서나 다룰 문제”라며 한발 물러선 상태다.우리측이 비전향장기수 송환시기를일부 양보할 경우 북측이 이 문제에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 ■8·15교환방문단 규모양측이 각각 이산가족 100명과 지원인력 30명을 파견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취재진의 경우 우리는 30명을,북측은 20명을 주장하고 있다.취재기자 수의 경우 그동안 북측 뜻이 대부분 반영된 점으로 미뤄,이번에도 북측 주장이 수용될 가능성이 크다. 김상연기자 carlos@
  • 남북 화해시대/ 장소변경 따른 문제점

    8·15 이산가족 상봉 관련 남북 적십자회담이 북한 지역인 ‘금강산호텔’에서 열리게 됨에 따라 우리측으로서는 통신 등 연락체계와 기자단의 취재활동 등이 난제(難題)로 떨어지게 됐다. 회담 진행 상황에 관한 의견을 서울과 수시로 조율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서울∼금강산호텔간 직통전화 등 원활한 통신 수단이 필요하다.또 남측취재진이 대표단과 함께 금강산호텔에서 숙식하면서 취재활동을 할 수 있어야 한다.이를 감안,우리측은 21일 북한측에 보낸 전화통지문에서 “직통전화5회선이 보장되고 취재기자 6명의 취재활동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우리로서는 판문점에서보다는 아무래도 여러모로 불편한 게 사실이다.판문점에서는 북측과 의견이 맞지 않을 경우 서울로 돌아와 깊숙한 대책회의를 가질 수 있지만,금강산에서는 서울과의 협의 수단이 전화밖에 없다. 우리측이 취재기자 수를 성급하게 6명으로 정해 북측에 통보한 것도 경솔한감이 있다. 방송 중계장비 인력만 해도 상당한 인원이 필요한데 취재진 6명은 턱없이 부족하다는지적이 기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기자단은 회담 생중계를 위해서는 휴대용 위성생중계장비(SNG)의 반입이 필수적이라는 반응이다. 김상연기자 carlos@
  • 동아건설 로비의혹 수사

    동아건설이 16대 총선에서 10여억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의혹과 관련된 검찰 수사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검찰은 동아건설의 정치권 로비의혹이 언론에 불거져 나오자 “지난달 초부터 내사를 벌여왔으며 언론보도가 우리로 하여금 수사하라는 취지를 어느 정도 담고 있는 것 아니냐”며 수사착수 의지를 분명히 밝혔다.서울지검 이승구(李承玖)특수1부장은 최원석(崔元碩) 전 동아그룹 회장을 수사했던 인연을들며 “최전회장이 해외에 빼돌린 700만달러를 찾아내 회사 채권단에 기부까지 했는데 새로운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에 철퇴를 가하고 싶다”며 ‘즉시수사’를 당연시했다. 하지만 일선의 이런 의지는 검찰 수뇌부로 옮겨가면 희석된다. 고병우(高炳佑)동아건설 회장 등 임원 4명에 대한 출금조치를 법무부에 요청한 사실을 이부장으로부터 사후에 보고받았던 서울지검 임양운(林梁云)3차장은 “동아건설건과 관련해 정보수집 차원에서 한두 가지 확인한 것일 뿐내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것은 아니다”며 한발 물러서는 자세를 보였다.검찰의 신중한행보는 5일 밤 검찰 수뇌부의 결정이 있은 뒤 휴일이었던 6일까지도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검찰의 이런 태도변화는 자칫 이번 수사가 정치인들에 대한 대대적인 사정으로 비쳐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또 정치자금법등 관련법으로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에 대한 처벌이 쉽지 않은 것도 검찰을고민스럽게 한다. 실제로 선관위는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이 내년 2월15일 선관위 회계보고 전까지 회계장부에 기재하면 처벌할 수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이에 따라 검찰은 정치권보다는 일단 동아건설 임원진의 개인비리에 초점을맞춰 수사를 진행한 뒤 수사과정에서 2,000만원 이상의 후원금을 받은 정치인이 발견되는 등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면 정치권에 대한 수사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이종락기자 jrlee@
  • [사설] 외채이자 때문이라지만

    국내시장이 협소하고 내세울 만 한 부존자원(賦存資源)도 별로 없는 우리로서는 대외지향의 개발전략에 의한 수출증대와 여기서 얻어지는 외환,즉 ’달러’가 성장을 뒷받침하고 국민의 경제적인 삶을 윤택하게 하는 중요한 원동력이다.만약 수출보다 수입이 늘어 외환보유고가 줄면 대외채무상환여력도함께 감소,국제신인도를 잃고 지난 97년때와 같은 위기의 발생가능성이 커질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지난 4월 무역수지와 소득수지 등을 합친대외경상수지가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발생이후 30개월만에 처음으로 적자를 낸 것은 결코 가볍게보아 넘길 일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관계당국은 지난 4월의 2억6,000만달러 적자가 만기연장 외채에 대한이자가 집중돼 이를 상환하느라 생긴 것으로 일시적 현상으로 그칠 것이란설명을 했다.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적자발생이 충분히 예견됐던 것으로 본다.왜냐하면 그동안 경상수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무역수지 흑자폭이 너무빠른 속도로 줄어 들었기 때문이다.또이러한 흑자폭 급감(수입팽창)추세가 계속되는한 항구적인 ‘무역흑자기조’를 견지하겠다던 당국의 장담은 공염불의 가능성이 높다.만약 흑자기조가 무너지면 국민들은 경제운용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될 것이다. 무역수지는 지난 98년 399억달러흑자에서 지난 해 260억달러로 IMF극복의 일등공신이었다.그러던 것이 올들어서는 4월말까지 7억7,000만달러로 지난해같은 기간의 10%정도밖에 되지 않는다.수출은 26·8% 늘어나는 데 비해 수입은 무려 50·5%나 늘어난 때문이다.게다가 경기호전에 편승,무역신용(외상수입)이 급증해서 단기외채도 크게 늘어나는 등 대외거래가 불안한 모습이다. 이러한 수입급증은 경기상승에 발맞추기 위한 설비투자용 기계류·부품도입이 많은 데도 이유가 있으나 상당부분 고소득층중심의 과소비와 관련된 값비싼 사치성외제품이어서 대책이 시급하다. 따라서 우리는 최우선적으로 과소비가 만연되는 풍조를 막아야 한다고 본다.특히 시민단체등은 과소비방지와 함께 근검절약 캠페인을 벌여 귀중한 외화낭비를 막도록 힘써주길 당부한다.우리사회의 과소비는 위험수위에 있으며이는 계층간 위화감도 부추기는 해악이 있다.정부의 경우 거시경제에 대한점검을 철저히 해야 할 것이다.지난 1분기 성장(12·8%)과 같은 고도성장정책을 재검토,적정(適正)수준의 안정성장으로 과소비를 막고 고용구조도 내실을 갖출 수 있도록 항구적인 경상수지흑자기조를 착근(着根)시켜야 한다.컴퓨터 등 전기전자산업의 핵심부품 국산화로 대일무역역조를 개선하는 일도시급하다.
  • [김삼웅 칼럼] 韓美 현안 어떻게 풀 것인가

    연초 미 정치학회장 로버트 코핸은 한 인터뷰에서 “제국(Empire)이라는 말은 미국을 표현하는 데 적절치 않다.역사상의 제국들과 달리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이고 식민지 확장에 이해관계를 갖지 않는 나라이기 때문이다.대국(Great Power)이라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미국의 지위는 기술적 지위가 계속되는 한 계속될 수 있을 것이다”란 말을 남겼다. 미국에 비판적인 사람(국가)들은 ‘미제(美帝)’ 즉 미제국주의라 부르고우호적인 사람들은 ‘우방’ 또는 ‘혈맹’이라 호칭한다.코핸은 미국이 민주주의 체제이고 식민지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제국’이 아니라지만 보기에 따라 민주주의는 ‘국내용’이고 수많은 약소국가에 대한 이해 다툼은 ‘신식민지’ 정책이나 ‘속방’의 다른 이름일 수도 있다.그렇지만 과거 일본제국주의나 독일·러시아제국주의와는 존재양상이 크게 다른 것도 사실이다. 이렇게 ‘두 얼굴의 미국’이 우리에게는 어떤가.일제로부터 나라를 찾아준해방자, 6·25전쟁에서 국가를 지켜준 구원자,배고플 때 도와준 은혜의 나라,수많은 유학생과 이민을 받아준 기회의 나라,상품수출의 최대시장 등 긍정적인 측면이 너무 많다.반면에 가쓰라-태프트 밀약으로 일본의 침략을 양해해준 행위,분단의 배후,양민학살,독재정권 지원,대리전쟁(한국전과 베트남전) 조종,불평등한 한·미행정협정(SOFA) 등 부정적 측면 또한 심한 편이다.호오(好惡)와 선악이 동시적으로 존재한다. ■두 측면 함께 살펴야 개인이나 국제관계나 좋은 부분은 발전시키고 좋지 않은 부분은 시정해 나가는 것이 정도이다.한·미관계도 마찬가지다.80년 광주항쟁 이전까지 “양키 고 홈” 소리가 없는 곳이 한국이었다.그러던 것이 최근 양국관계가 곳곳에서 마찰이 생기고 긍정적인 측면보다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고 있다. 노근리와 매향리,린다 김,그리고 미8군 소속 매카시 상병 사건이 엎치고 겹치면서 그동안 묻히고 맺힌 일들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주한미군의 본질문제에서부터 행정협정 개정,여기에 미군기지와 훈련장 등이 들어선 ‘공여지’문제,심지어 미군기의 착륙소음과 쓰레기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언젠가드러나고 시정돼야 할 일들이지만 한꺼번에 분출되고 이것이 감정적으로 악화되어 양국의 우호관계와 공조체제에 손상을 가져와서는 안되겠다. 무엇보다 미국측이 한·미행정협정을 미·일협정이나 나토협정의 수준으로개정하려는 노력을 보여야 한다.노근리나 매향리 사건도 진실을 밝히고 응분의 배상을 해야 한다.한·미 두 나라가 서로를 필요로 하는 대등한 동반자관계이기 위해서는 상호주의 원칙이 존중돼야 하기 때문이다. 주한미군에 대한 평가 역시 마찬가지다.전쟁억지력인 점에서 한반도의 평화유지에 크게 기여해온 한편 미국의 입장에서는 최소한의 병력과 예산으로 동북아지역의 안전유지라는 국익에도 큰 역할을 해왔다.결코 일방적 시혜가 될수 없는 것이다. 이와 함께 우리로서는 미군이 수도 한복판에 주둔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을 장악하고 있다는 현실적·역사적 상황을 인식하면서도,“일본이 미국의 배를 빌려 바다로 나가는(借船出海)식으로,이 기회를 자주방위의계기로 삼으려는”(李景治 북경인민대 교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주한미군의존재는 한반도의 전쟁억지력과 함께 중국과 일본의 군비경쟁과 대립을 완충시키는 동북아지역의 힘의 균형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주목해야 한다.감정적이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만 주한미군의 존재에 대처할 것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안목에서 이를 인식하면서 친미냐 반미냐의 수평논리보다 독일과 일본처럼 그들을 ‘활용’하는 입체논리가 중요하다. ■정상회담 앞둔 반미분위기 우려 우리는 지금 분단 반세기 만에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정부의 역량인지 국가의 행운인지,워싱턴·베이징·도쿄·모스크바가 모두 햇볕정책을 지지하고 정상회담의 성공을 바라고 있다.이 기회에 한반도의 냉전체제 종식과교류협력의 증대를 위해 모든 역량을 정상회담의 성공에 집중시켜야 한다. 주한미군 문제나 SOFA 문제도 이 큰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미국측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미제’가 아닌 ‘우방’이기 위해서는 아메리카정신인 ‘합리주의’의 바탕에서 SOFA 문제나 현안을 풀어나가는 성실성을 보여야 한다.“웃는 얼굴에 침뱉을 수 없다”는 전통적인 한국인의 정서를 미국은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김삼웅 주필.
  • [외언내언] 총리의 휴가

    공직과 가정 중 어느 것이 우선인가.동양사회에서는 공직을 우선시하는 반면 서양인들은 가정에 무게를 두는 경향이 있다.출산휴가를 가지 않겠다던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새로 태어난 네번째 아기 레오를 돌보기 위해 24일의회 총리답변과 25일 각의를 부총리에게 맡기고 2주간 휴가에 들어가 영국사회가 찬반론으로 시끄럽다고 한다.전체적으로는 찬성론이 우세하다. 전통적으로 영국총리는 해외출장이 아니면 매주 수요일 의회답변은 빠지지않는데 ‘휴가’로 불참한다는 것은 이례적이다.그래서 총리의 휴가를 두고논쟁이 뜨겁다.옹호론자들은 직장일을 핑계로 ‘아버지 역할’을 포기하는남자들에게 모범을 보여주는 행동이라고 환영이다.아무리 총리라고 하지만국가 경영이 가정 평화보다 앞설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론자들은 의외로 국정차질에 비중을 두는 것이 아니어서 더욱 흥미롭다.하나씩 낳아도 만원인 지구에 네번째 아이를 낳은 가족에게 출산휴가까지주어서 되겠느냐며 차라리 기존의 휴가제도를 잘 이용하라고 충고한다.특히고용주들은 ‘미심쩍은 병가’와 ‘집안의 급한일’로 결근이 잦은 영국사회에서 총리까지 집안일로 휴가를 가서야 되겠느냐고 지적한다. 어디 영국 총리뿐인가.콜 전독일총리는 90년대 중반 산적한 통일과업의 원만한 처리를 위해 매월 한차례씩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한번은 콜 전총리가 갑자기 회담을 취소하고 이탈리아로 휴가를 떠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아들이 이탈리아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을 찾아갔던 것으로 밝혀지긴 했지만 통일 과업보다 아들 부상을 우선시하는 총리의 모습이 우리에게는 어쩐지 익숙지 않다. 98년 사임한 매커리 전백악관 대변인과 지난달 그만둔 루빈 전국무부 대변인의 사임 이유도 ‘가정 화목’이 었다.두 사람 모두 미국 워싱턴에서 가장 주목받았던 공직자였고 사자떼 같은 기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었던 성공적 관료이나 ‘아내와 함께 있기위해’라든가 ‘아이들을 돌보기 위해’라는,우리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이유를 내세워 인기 절정기에 사직하고 가족으로돌아갔다. 이들의 모습은 우리에게는 이해가 되지않는다.국정을 책임진 총리가 휴가를 가고,잘 나가던 고위 관리가 가정을 핑계로 평범한 남편과 가장으로 미련없이 돌아가는 모습이 부러울 뿐이다.그러나 총리도 필요할 때면 가족으로돌아가는 것이 바람직한 정치의 모습이 아닐까.정치가 꼭 권위와 형식에 매달릴 필요는 없다는 느낌이다.국정책임자라고 가정의 희생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모든 이의 가정이 평화로울때 나라도 평안하기 마련이다. ◆李基伯 논설위원 kbl@
  • [각료 에세이] 열린 마음으로 / 21세기는 해양의 시대

    오는 31일은 5번째 맞는 ‘바다의 날’이다. ‘바다의 날’은 신라시대 세계 해상무역을 제패한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때인 828년 5월을 기념해 정한 것이다.31일이 속한 주간은 바다주간으로 바다환경보호와 관련된 다채로운 행사가 펼쳐진다.특히 올해 바다의 날은 새 천년을 맞아 해양한국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출발점이라는 데 그의미가 더욱 각별하다.‘국민과 함께 새천년의 바다로’를 주제로 정한 바다의 날을 맞아 우리 모두는 바다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다질 필요가있다. 일본에서는 매년 바다의 날인 7월20일을 법정공휴일로 정해 전국 각지에서국민적 행사를 펼치고 있다.미국도 95년 해운의 날을 정해 바다사랑 운동을전개하고 국민들의 해양의식 함양에 노력하고 있다. 21세기는 해양의 시대라고 한다.인간의 삶에 있어 바다가 그만큼 큰 비중을 차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인류문명의 발전과 함께 자원고갈은 인간이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로 남아있다.지구면적의 71%를 차지하고 있는 해양은 미래자원의 공급지로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고,과학과 기술의 발달은 해양자원의 개발 및 이용가능성을 증대시켜 왔다.이러한 관점에서 각국은 해양자원 관할권을 확대시키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이다.따라서 해양국가로 성장하기 위한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선박건조기술은 세계적 수준이고 대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좋은 항만입지를 갖고 있어 해상물류의 중심지로 발전시켜 나갈 수 있다.자원이 부족한 우리로서는 바다가 주는 혜택을 잘 활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양수산부는 2003년까지 10만 청소년 해양세력을 양성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미래의 주인공인 청소년들에게 해양체험 활동 및 해양교육을 통하여진취적인 해양개척정신을 함양하고,21세기 해양한국 건설에 이바지할 수 있는 해양세력을 양성하자는 것이다.현재 7만명 수준의 해양소년단이 바다사랑을 키워가고 있다.매년 2만5,000명씩 늘려 연안순례 해양학교운영 해양축제등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미래의 바다전문가가 되겠다는 꿈을 가꾸어 줄 계획이다. 올해 바다의 날 행사는 21세기 해양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전국민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서울에서 열린다.바다가 아닌 육지에서 바다의 꿈을펼쳐보일 계획이며 이 날이 국민축제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본다. 李恒圭 해양부 장관
  • [굄돌] 초등학교 선생님을 생각하며

    중학교 입학시험을 치르러 국민(초등)학교 6학년으로 단신 서울 ‘유학’을떠나기 전까지 전기조차 들어오지 않는 남해안의 시골 벽촌에 살았다.그때 4학년 선생님은 지금 생각해도 참으로 창의적이고 열린 교육을 하셨다. 선생님은 풍금 치기를 좋아해서 방과후에는 대학생 언니들이 부르는 명곡을많이 가르쳐 주었으며 우리는 그럴 때마다 으쓱한 기분이었다.이보다 ‘토론’ 시간이 더 기억에 생생하다.방과후에 선생님과 열띤 논의로 많은 시간을보냈는데,초등학교 4학년에 불과했던 우리들에게 주어지는 토론의 주제는 실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지금 생각나는 것 중에 하나는 ‘컬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 우리 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었을 까요?’다.또 선생님은 마이너스(-) 개념과 관련해 ‘빈 바구니에서 사과 3개를 꺼내서 나누어 먹을 수 있느냐?’는 주제를 토론에 부쳤었다. 마이너스 개념이 아직 없던 4학년 우리 급우들은 “아무 것도 없는 텅 빈 바구니에서도 사과 3개를 꺼낼 수 있다”라는 ‘허무 맹랑한’ 선생님의 말씀에 모두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끝까지 틀렸다고 우겼고,결국 선생님에게 꿀밤을 맞았던 것이다.당시 서울에서는 중학교 입시를 위한 초등학교 과외가극성을 부리고 있었다. 수련장 한 권조차 없었던 우리들을 위해서 선생님은 손수 동네 유지를 찾아가 수련장 살 돈을 마련하셨고 밤에는 선생님의 하숙방에서 우리들을 모아놓고 가르치시곤 했다.공부가 끝나면 우리는 선생님의 하숙방에서 함께 잘수밖에 없었는데,선생님이 우리로부터 옮은 ‘이’ 때문에 온몸을 긁으면서웃으시던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매년 5월이면 스승의 날을 맞이하지만,요즘 사회 일각에는 선생님들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이야기가 난무하고 있어 마음이 아플 때가 많다.남해안을 강타한 극심한 가뭄으로 밀기울에 쑥을 넣어 끊인 죽으로 연명할 수밖에 없었던 초등학교 시절이었지만,선생님들의 열(熱)과 성(誠)을 받아먹고 우리들은단단한 꿈나무로 자랐다고 생각한다. 졸업한지 30여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초등학교 선생님들은 아직도 나에게는일생을 좌우하는 ‘커다란 하늘’로 남아 있다.지금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선생님들도 그들에게 ‘커다란 하늘’로 영원히 남기를 기원한다. 이종섭 건양대학교 병원 진료부장·정신의학
  • 전남·부천 “공격축구로 우승 일군다”

    5일 오후 3시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대한화재컵 프로축구 우승컵을 놓고일전을 벌일 전남 드래곤즈의 이회택 감독(54)과 부천 SK 조윤환 감독(39)은 멋진 플레이로 우승을 일궈내겠다는 각오를 밝혔다.똑같이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화끈한 공격축구를 지향하는 두 사람은 결승전에서도 막강 화력을 앞세워 정면대결을 펼칠 태세임을 강조했다. □전남 이회택 감독 = 당연히 우승이 목표다. 결승전에서도 특별히 작전과 선수 기용의 변화는 없을 것이다.최선을 다할뿐이다.어차피 결승전에 올라온 팀들은 실력차가 없을 것으로 본다.그날의컨디션과 사기 등이 크게 작용할 것이다.이 점에서 우리팀은 매우 유리하다. 우리는 포항과의 준결승전을 포함,5게임 연속 승리를 거두고 있다.따라서 선수들도 사기 충천해 있다. 세자르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아 걱정이지만 노상래와 김도근의 골 결정력과 게임 메이커 최문식의 활약에 특히 기대를 걸고 있다. 부천은 공·수와 미드필드가 모두 안정돼 있고 멤버들이 좋아 상대하기 쉬운 팀이 아니다.그러나 우리의 막강한 공격력으로 부천을 분쇄하겠다. □부천 조윤환 감독 = 반드시 우승하겠다.선수들도 자신에 차 있다. 결승전에서 전술적으로 큰 틀의 변화를 주지는 않을 것이다.지금까지 해온대로 힘과 스피드가 좋은 곽경근·이성재를 먼저 내세워 상대의 진을 뺀 뒤적시에 이원식·조진호 등을 해결사로 투입해 승부를 내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발 멤버들이 얼마나 해주느냐가 관건이다.선발이 잘 해야 이원식과 조진호 등의 활약이 살아난다. 전남이 결승에 올라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전남 대신 수비에 치중하는포항이 올라왔다면 더 힘든 경기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남은 맞받아 치는 축구를 하면서 폭을 넓게 쓰기 때문에 중앙공격이 좋은 우리로서는 한결 경기를 풀어가기 수월할 것이라 믿는다. 박해옥기자 hop@
  • 경주 남산 계곡마다 절터 바위마다 부처 얼굴

    경주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관광지중 하나다.흔히 한두번의 수학여행으로 경주전체를 본 것으로 착각하기 쉽다.불국사와 석굴암,신라고분군이 유적의 전부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경주 사람들은 남산에 오르지 않고 경주를 보았다고 말할 수 없다고들 한다.남산자락에는 신라시조 박혁거세의 능과 신라비극을 상징하는 포석정을 비롯,신라의 역사를 대변해주는 많은 문화재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다.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문화유산 후보로 경주 일원에서 남산이 중요한 세권역중 하나로 올라있는 것도 이때문이다. 남산에는 세계문화유산 심사가 본격화되면서 해외 인사들의 발길이 잦아지고있다.더불어 국내 여행자들 사이에도 답사여행 프로그램이 늘어나는등 남산을 다시 보자는 경향이 뚜렷하다.남산은 해발 468m의 금오산과 494m의 고위산에서 흘러내리는 40여 개의 계곡과 180여 개의 봉우리로 이뤄졌으며 유난히 돌이 많다.현재까지 발견된 절터만도 130여 곳,석불과 마애불이 100여체,석탑이 71기에 이른다. 남산연구소 김구석실장은 “신라인들은 이곳에 자신들을 지켜주는 신이나 부처님이 있다고 믿었고 그 표시로 절을 짓고 바위에 부처를 새겨 유난히 유적들이 많다”고 말했다. 어디로 올라가든 많은 유적들을 만날 수 있지만 삼릉에서 용장골 코스는 신라부터 고려초기까지 석불을 모두 만날수 있어 가장 많이 찾는 등산로다. 삼릉코스는 배리삼존불에서 시작된다.배리삼존불은 각각 다른 곳에서 발견된부처님 세 분을 한자리에 모셔놓은 것이어서 조각기법에서 차이가 난다.대나무와 솔숲을 지나 가장 먼저 만나는 불상은 냉골 석조여래좌상.머리와 손발이 없다.골짜기에 굴러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이곳에 모셔놓은 것이다.이정표를 따라 왼쪽 산등성이를 쳐다보면 빨간입술에 미소를 머금고있는 마애관음보살입상을 볼 수 있다.154㎝의 자그마한 키에 귀여운 모습을 한 보살상으로 친근감이 간다.100m쯤 올라가면 언덕위 절벽바위에 모습을 드러내는 선각육존불은 조각이라기 보다는 붓으로 그린 한폭의 그림같다.벽면을 향해 오른쪽은 석가여래로 현세의 부처님,왼쪽은 아미타여래로 극락세계의 부처님이다.한공간에 이승과 저승이 공존하고 있어 신비로움마저 자아낸다. 동남쪽으로 100m 떨어진 곳에 있는 석조여래좌상 얼굴은 망가져 눈과 이마부분만 남아 있고 망가진 부분에 일본인들이 시멘트를 발라 본래의 모습을 망쳐놓았지만 온화한 미소를 연상하기는 어렵지 않았다.상선암에서 목을 축이고 봉우리를 향해 오르다보면 상선암 마애대좌불을 만날 수 있다.남산에서발견된 좌불중에서 가장 큰 것으로 바위 속에서 현신하는 순간을 새긴 듯했다. 이처럼 남산에서 만난 불상과 마애불상은 하층기단이 생략되거나 머리부터아래로 내려올수록 선이 희미해져 발부분에서는 윤곽을 찾기 어려운 것들이많았다. “혹자는 미완성작품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이는 바위 산속에서 솟아오르는모습을 상징한다”며 김실장은 “불상과 탑,마애불들이 남산과 별개의 것이아니라는 신라인들의 생각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커다란 바위 덩어리에서 부처가 출현하는 극적인 순간들을 형상화한 것으로영화 ‘터미네이터’의 몰딩기법과 같다는그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여기서 발길을 돌려 금오산 정상으로 향하면 오른쪽에는 상사바위,왼쪽에는신선들이 바둑을 두고 하늘에서 봉황이 내려와 춤을 췄다는 바둑바위가 있다. 바둑바위에서 내려다 본 경주시는 시골의 한적함과 도시의 편리함을 고루갖추고 있었다. 여기까지 설명듣고 불상을 살피다 보면 3시간쯤 걸린다.바로 내려오면 출발점까지는 30분 정도 소요된다.욕심을 내 금오산 정상으로 발길을 돌려 통일신라의 전형적인 석탑인 용장사 삼층석탑과 조선시대 김시습이 머물면서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를 집필한 용장사터를 거쳐 용장골로 내려오면 3시간이 더 걸린다.“문화유산을 보는 안목을 높일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좋은방법은 좋은 선생님과 함께 보면서 배우는 것”이라는 답사전문가들의 지적처럼 전문가의 설명을 들으면서 본 남산의 의미가 새롭게 다가왔다. 글 = 경주 강선임기자■가는길 = ●버스 경주시내에서 내남행 버스를 타고 삼불사 앞에서 내린다.돌아올 때는 용장리까지 갔을 경우에는 용장리에서 시내행 버스를 탄다.(30분)●승용차 경주시내에서 오릉을 지나 35번 국도를 따라 500m정도 가면 포석정팻말이 보인다.계속해서 300m를 더 가면 왼쪽에 삼불사 입구 표지판이 보인다.차는 삼불사 주차장에 주차하면 된다.휴일에는 등산객들로 붐벼 주차하기어렵다(주차비 무료).용장리로 하산하면 시내행버스를 타고 삼불사입구에서내리면 된다(3분). ■먹거리 = 쌈밥집이 유명하다.천마총 주변에 전라도 출신 이풍녀씨가 운영하는 ‘구로쌈밥집’(0561-747-0900)을 비롯 10여채가 줄지어 있다.내남면의 왕대나무밥집은 대나무에 쌀이나 닭,장어 등을 넣어서 푹고아 대나무 향이 배어 맛있다. 최씨 종가에서 만든 경주특주인 교동법주(0561-772-5994)는 찹쌀과 밀로 만든 누룩,최씨 종가 뜨락 샘물로 만든다.알콜도수는 15도.시중판매는 안됨. ■숙박 = 특급호텔부터 콘도,청소년시설,장급여관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보문단지내숙박촌이 따로 있다. ■남산답사코스 = ①부처골∼칠불암(5시간):신라부터 통일신라 전성기까지 불교 미술을 만날수 있는 코스.②포석정∼금오정(4시간):포석정주차장에서 시작,남산 순환도로를 따라가면서 불상과 절터,석탑을 거쳐 금오정에 이르는 순환 코스. ■남산사랑모임 = 남산연구소 김구석실장이 현재 회장으로 있다.지난 84년에 창립,회원이 150여명으로 남산의 문화적 가치를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매월 음력보름전후 토요일 남산달빛기행 모임을 갖는다.남산답사를 원할 경우 남산연구소(www.kjnamsan.com)나 내남면(www.webtown.org//naenam)사이트를 방문하면 정보를 얻을 수 있다.
  • 특별기고/ 투표, 그래도 해야하는 이유

    선거일 아침이다.기권하기로 마음을 굳힌 사람도 많을 것이고,투표하러 갈까 말까 여전히 궁리중인 사람도 상당수에 달할 것이다.정책대결이 실종되고개인적 인신공격만 난무한 상황 속에서 투표에 흥미를 잃을 수도 있을 것이다.그러나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그래도 투표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투표는 시민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라는 도덕적 이유를 거론할 수도 있지만,도덕심에의 호소는 선관위,시민단체,언론 등이 이미 많이 했다.여기서는 높은 투표참여가 가져올 바람직한 정치적 효과를 투표 당위성의 이유로 지적해보겠다.물론,높은 투표율이 특정 정파에 유리할 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레 말할 필요가 있다.그러나 주요 정당에 미칠 이해득실은 분명하지 않으므로 (높은 투표율은 젊은 층의 지지를 기대하는 민주당이나 고정표가 상대적으로 적은 한나라당에 비슷하게 유리할 것 같다),고(高)투표율이한국정치 전반에 가져올 긍정적 효과를 정파성 시비 없이 논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총선에 많은 유권자가 참여할수록 국회의 정통성과위상이 제고될수 있다.서너명의 입후보자가 경합하는 곳에서 투표율이 낮다면,자칫 전체지역구민 중 아주 소수의 지지를 받은 사람이 당선되어 정통성의 문제를 겪을 수 있다.반면에 많은 사람의 지지를 얻은 의원들이 모여 국회를 구성할때 국회의 정치적 위상도 강화되어 최고 입법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보다 원활히 수행할 수 있다. 국회에 대한 불신감이 팽배해 있지만,싫든 좋든 대의민주주의 체제에 살고있는 우리로서는 국회를 활성화시켜야 한다.국회나 정치인들에 대한 냉소적비판만 하기보다는,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하여 그 중 마땅한 입후보자를 국회로 보내는 데 동참해야 한다.모든 유권자가 그렇게 할 때,국회의 정치적기반을 튼튼히 다지는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높은 투표율은 또한 선거 결과로서 형성되는 정치구도를 보전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선거로 결정되는 당락과 각 정당의 의석수는 유권자의 뜻이 집합적으로 반영된 것이다.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국민의 뜻이 존중되어야 함은주권재민 원리의 대명제이다.만약 선거 후에 소수 정치인들간의 비밀스런흥정에 따라 상의하달식으로 정당 통폐합이 이루어지거나 의원들의 당적 변경이 생긴다면,선거에서의 한 표 행사가 의미를 잃는다.선거의 이상적 가치가 훼손되는 불행한 정치경험을 더 이상 되풀이해선 곤란하다.가능한 한 많은 국민이 투표에 참여하여 적극성과 의지를 보일수록 국민의 뜻과 유리된비선거 기간 중의 인위적 정치구도 변경은 어려워질 것이다. 우리의 투표 참여는 선거 당일에 누가 당선되느냐의 미시적 문제에만 연관되는 것이 아니다.향후 정국 운영이 어떻게 될 것인지의 거시적 문제에도 영향을 준다. 설혹 입후보자들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혹은 기권함으로써 기존 정치권에대한 불신감을 표명하고 싶더라도,감정보다는 이성에 따라 투표에 참여해야한다.차선의 후보에게라도 표를 던져야 한다.그래야 국회 위상을 제고할 수있고,또한 선거 결과에 나타난 국민의 뜻을 유지할 수 있다.그래야 앞으로비선거 기간 중에 더 감정 상하는 정치경험을 피해나갈 수 있다. 의회민주주의는 장기에 걸친 꾸준한 노력을 통해서만 가능하다.지금의 상황이 만족스럽지 않다고하여 투표 기회를 포기해서는 곤란하다.보다 장기적 안목과 인내심을 갖고 의회민주주의를 위해 투표장에 가야 한다.특히 이상(理想)을 향한 조급함 때문에 현실에 너무 크게 실망하여 기권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젊은 세대가 이 점을 명심해야 한다.4·13 총선의 높은 투표율을기대해본다. 林 成 浩 경희대 정치외교학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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