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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 인터뷰] 하정우 “日·싱가포르 등과 APEC서 ‘AI 3강 연대’ 논의 기대”

    [단독 인터뷰] 하정우 “日·싱가포르 등과 APEC서 ‘AI 3강 연대’ 논의 기대”

    “기업이든 학교든 누구든 인공지능(AI)을 만들어 모두가 쓸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정우(48)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은 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진행한 서울신문과의 첫 지면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AI를 어떻게 성장의 기회로 만들 것인지에 관심이 많다”며 이처럼 말했다. 하 수석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모두를 위한 AI’의 의미에 대해선 “정부가 AI를 만드는 게 아니라 필요한 지원을 해 주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정부의 AI 산업 방향은지속가능한 성장 위한 액셀 밟을 때누구든 만들어 쓸 수 있게 모든 지원-이 대통령은 AI의 어떤 점에 관심이 있나. “기업들을 어떻게 도와줄 것인지에 관심이 굉장히 많다. 이 대통령은 본인이 잘 모른다고 생각하면 바로바로 물어본다.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어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다는 기본 철학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AI는 상대적으로 생소한 분야라서인지 더 의견을 자주 물어보곤 한다.” -‘똑부’(똑똑한데 부지런한)형 보스를 모시기 쉽지 않을 듯한데. “일이 엄청나게 쏟아지기 때문에 물론 물리적으로 힘들다. 하지만 나라의 미래를 위한 성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니 아주 보람차게 일하고 있다. 다만 입술이 터지고 새치가 늘었을 뿐이다. 아직 젊어서 임플란트까진 괜찮다.” -정부의 AI 산업 접근 방식은 뭔가. “현시점에선 모두가 레이싱을 하고 있지 않나. 자동차가 가려면 액셀을 밟아야 하는데 브레이크의 역할은 안전하게 가게 하기 위한 것이다. 좀더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역할을 하는 게 정부다. 기업이든 학교든 누구든 AI를 만들어 모두가 쓸 수 있고 AI를 이용해 지역·소득·복지·의료 격차 등을 극복하는 AI 기본사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을 하겠다는 것이다. 방법은 바우처 형태의 예산이 될 수도 있고 법적이나 제도적인 안전장치가 될 수도 있다.” -AI 시대가 오면 일자리를 뺏길 것이라는 우려도 큰데. “AI가 잘하는 것과 경쟁할 생각을 하지 말고 AI의 도움을 받아 일을 더 생산적으로 하는 방향으로 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중요한 포인트가 격차 해소다. 초중고를 포함해 장년층과 어르신까지 교육하기 위한 방법들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다음달쯤 구체적 대책을 발표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한국의 AI 수준은 어떤가. “에너지 인프라부터 반도체, 클라우드 기술 등 ‘풀스택’(전 과정 개발)을 갖춘 국가는 미국과 중국 외에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다. 문제는 격차가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건 제조업에서의 AI 전환이다. 다만 이를 위한 핵심이 부족한 그래픽처리장치(GPU)의 확보다. 그래서 정부가 GPU 확보를 그렇게 언급하고 있다.” 한국의 AI, 세계 경쟁력은韓, 에너지·반도체 등 풀스택 갖춰AI 동맹으로 ‘빅2’와의 격차 줄여야-AI 원천 기술 확보는 후순위인가. “(다른 나라에서 공개한) 오픈소스를 쓰면 이게 언제까지 공개될지 모르고 특히 중국에서 만드는 AI들은 정치 체제의 차이 때문에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원천 기술 능력에서도 뒤처지지 않는다. 3위는 된다.” -궁극적 목표는 중국을 이기는 것인가. “전 과목에서 다 이길 필요는 없다. 종합적 3위가 아니라 3강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 목표는 우리가 중심이 된 AI 얼라이언스(동맹)를 만드는 것이다. 3등은 하고 싶고 미국과 중국에 종속되기는 싫은 나라들끼리 모여 연대를 하는 거다.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협력도 하면서 경쟁 체제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프랑스, 캐나다, 일본 등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실제 논의가 있나. “그런 논의를 할 만한 가장 좋은 자리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될 수 있다. 싱가포르나 일본 등과는 꾸준히 협력하자는 얘기를 하고 있다. 정상회의 의제를 보면 AI가 들어가 있다. 한국이 이런 부분을 잘하니 같이 뭘 해 보자는 얘기를 체계적으로 발전시켜 연대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 유치 전망은막대한 자금 필요… 국내 투자 한계블랙록 시작으로 투자 물꼬 틔워야-세계 최대 투자운용사 블랙록 투자 유치는 부작용 우려도 있는데. “빚내서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하다. GPU 구매와 AI 컴퓨팅, 에너지 인프라를 생각하면 돈이 엄청 든다. 국내 투자로 다 할 수는 없다. 풀스택을 다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국의 우방국이라는 측면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한국에 대한 관심이 아주 많다. 블랙록이 움직이면 자동으로 줄줄 움직일 수 있는 투자사들과도 비슷한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했는데. “화재가 나더라도 안정적 혹은 빠른 회복을 하게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산하 AI 인프라 거버넌스 혁신 태스크포스에서 2023년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 이후 만들어진 대책을 기본으로 해 AI 시대에 맞게 보강할 계획이다.” ■하정우 수석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2015년 네이버랩스에 입사해 인공지능(AI) 연구에 뛰어들었다. 네이버 AI랩 연구소장을 맡아 AI 중장기 선행기술 연구를 총괄했고, 네이버가 글로벌 AI 연구 영향력 순위 세계 6위를 차지하는 데 기여했다. 네이버클라우드 AI이노베이션 센터장에 재직 중이던 지난 6월 이재명 정부에서 신설된 초대 AI미래기획수석에 전격 발탁됐다.
  • 첫서재… 서툰 첫 마음들이 모여들어와 그날의 떨림이 내려앉은 공간[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첫서재… 서툰 첫 마음들이 모여들어와 그날의 떨림이 내려앉은 공간[박상준의 여행 서간(書簡)]

    서너 해 전 ‘첫서재’ 이야기를 처음 들었습니다. 20개월 프로젝트로 운영하던 시절이었습니다. 서재 이용료는 편지로 받고 ‘다락’(스테이) 숙박비는 5년 후 돈이 아닌 무언가로 대신할 수 있는 곳이라니요. 남형석씨는 북카페 같고 책방 같기도 한 첫서재를 “저마다 책을 보고 사색하며 각자의 서투름을 쌓고 설렘을 챙겨 가는 공간”이라 했습니다. 20개월만 운영하기로 했던 프로젝트는 어느새 5년을 넘겼습니다. 운영 방식은 공유 서재로 바뀌었지만 이제 5년 전의 서툰 첫 마음들이 하나둘 답장으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나의 처음이었던 날들 당신에게 강원 춘천 ‘첫서재’의 벽면 가득한 편지를 꼭 보여 주고 싶었습니다. 손가락 끝으로 한 자 한 자 짚어 읽어 가며, 낯선 서재에서 책장을 넘기다가 서로의 고요를 곁눈질하는 다정한 얼굴들을 같이 그려 보고 싶었습니다. ‘내가 잊고 있었던 것 내가 함부로 대했던 그 수많은 시간을 비로소 바라보게 하는 정적, 낯선 고요.’ 그 가운데 첫 번째로 눈에 들어온 편지입니다. 편지를 쓴 이는 43년 된 고등학교 친구와 첫서재에서 소중한 시간을 가졌다 했습니다. 잊었거나 함부로 대했던 지난 시간을 비로소 바라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겠지요. 43년 된 고등학교 친구라면 예순을 맞은 의미 있는 여행이겠습니다. 지금껏 이어졌다면 둘은 사소한 오해와 무수한 화해의 시간을 거쳐 오늘에 다다랐겠고요. 첫서재는 공유 서재이지만 그보다는 마음과 마음으로 써나간 편지 같습니다. 미리 다녀간 누군가 건넨 소품과 메모와 그림과 책 속 여러 개의 마음이 곱게 포개어져 있습니다. 글책지기 남형석씨는 MBC 기자입니다. 아내인 그림책지기 문정윤씨와 첫서재를 열었지요. 기자로 시작해 피디가 되었고 몇 편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하면 “그러면 그렇지” 합니다. 기자니까, 피디니까. 하지만 세상에 당연한 일은 없습니다. 그가 쓴 ‘돈이 아닌 것들을 버는 가게’(난다)는 첫서재의 봄이 누군가의 계절에 가닿은 이야기입니다. 책은 기자 생활이 점점 무감해져 서서히 무너지는 어느 날로부터 출발합니다. 그는 휴직한 후 딱 20개월만 다르게 살아 보기로 결심하지요. 예를 들면 ‘죽을 때 후회할 것 같은’ 오래 묵은 소망 하나를 꺼내는 겁니다. 소설가까지는 너무 거창하고 읽고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던 꿈 같은 것이겠습니다. 그렇게 문을 연 첫서재에 사람들의 서툰 처음이 하나둘 모여들었습니다. ●라일락이 보이는 서재 육림고개 남쪽, 야트막한 고개를 오릅니다. 약사동 주민들이 권진규 조각가의 기법을 배워 빚은 테라코타 작품이 보입니다. 오르막의 힘듦이 금세 잊히는 건 ‘흙으로 빚은 세상’이 반기는 까닭이겠지요. 저는 담장 위의 모자(母子)상을 보자 미소 짓고 맙니다. 담 너머에는 인형을 닮은 엄마와 아기가 살고 있을 테지요. 이렇듯 누군가의 꿈에 이르는 길은 그의 꿈길을 닮았습니다. 고갯마루 가까이에 이르자 1963년에 지은 집과 동갑내기 라일락 고목이 보입니다. 전 주인이 1977년부터 사십 년 동안 살았다는 이 집이 바로 첫서재입니다. 남형석씨와 문정윤씨는 마당까지 모두 합쳐 서른 평이 될까 하는 집을 공유 서재로 고쳤다지요. 옛집의 흔적을 남긴 타일 벽이 인상적이네요. 집안 역시 옛 방을 글책방과 그림책방, 라운지, 아직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다락으로 꾸몄습니다. 마당의 라일락 나무 곁에는 새로 꾸민 독립서재가 오붓하고요. 글책방은 라운지 왼쪽에 있습니다. 남형석씨가 좋아하는 책들을 서가 가득 채웠습니다. 저는 마쓰이에 마시시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비채)와 기형도의 시집 ‘입 속의 검은 잎’(문학과지성사)이 유독 반갑습니다. 또 한쪽에는 ‘처음노트’의 책들이 쌓여 갑니다. 누군가 첫 기억의 책들을 추천하면 남형석씨가 구매해 책장을 채웁니다. 그림책방은 라운지 오른쪽입니다. 모두 문정윤씨가 좋아하는 그림책들입니다. 화사한 그림들 곁에는 ‘그림책 세 줄 상담소’가 있습니다. 세 줄 상담 쪽지를 건네면 그림책테라피스트 문정윤씨가 그림책을 추천하는 방식이지요. 이용하는 이들은 창가에 앉아 책을 읽고 일기나 편지를 씁니다. 서향의 집이라 늦은 오후에는 햇살이 길게 스며 맑은 음영을 연출하겠지요. 그때쯤에는 하루 끝에서 멍하니 뉘엿한 볕을 쬐어도 좋겠네요. ●비밀의 문을 열면 첫서재는 현재 공유 서재로 운영 중입니다. 오전 11시에서 오후 7시까지 하루 단위로 비용을 받고 공유합니다. 예약한 한 팀이 건물 전체를 사용하지요. 이틀을 대여하면 퇴실하지 않고 다음 날까지 이어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숙박업소가 아니니 침구류를 제공하지는 않습니다만 이 사랑스러운 서재와 다락에서 낮과 밤 그리고 다음 날의 이른 아침을 맞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지금 같은 운영 방식을 기획했던 건 아닙니다. 그리고 2021년 봄만 해도 스무 달이 되는 2022년 가을까지 운영할 예정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세 가지 프로젝트가 중심이었습니다. 서재의 이름과 같은 ‘첫서재 프로젝트’는 2시간 이용료를 편지로 대신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수신인은 명확하되 부칠 수 없는 편지여야 했습니다. 누구나 마음속에 똬리를 튼 그리움 하나는 있잖아요. 두 번째는 ‘첫, 다락’이었습니다. 삶의 전환이나 영감이 필요한 1인에게 최대 4박 5일 동안 첫서재의 다락을 무료로 내어주었지요. 세 번째는 12칸짜리 진열대를 활용한 ‘첫, 작품’입니다. 창작자 12명의 작품을 수수료 없이 전시 판매했습니다. 숙박비와 수수료는 5년 뒤에 돈이 아닌 ‘무언가’로 돌려주면 되었습니다. 그림이든, 시나 소설 또는 손 편지 한 장이어도 충분했습니다. 저는 편지를 쓰러 가야지 생각하다가 며칠을, ‘첫, 다락’ 신청 메일을 써봐야지 하며 제 안의 꿈을 뒤적이다 몇 달을 흘려보냈지요. 그렇게 계절이 바뀌고 해를 넘겨 20개월이 훌쩍 지나 첫서재가 종료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후회한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며칠 전 우연히 첫서재가 잠깐의 틈을 가진 후 공유 서재로 계속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세 가지 프로젝트는 끝이 났지만 그럼에도 얼마나 반갑던지요. 남형석씨와 문정윤씨는 20개월 후, 고민 끝에 춘천에 정착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남형석씨는 예정대로 복직해 통근하고 서재는 문정윤씨가 주로 돌봅니다. 그러고 보니 어느덧 5년째입니다. 돈이 아닌 답장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돌아오기는 했을까요? 오는 14일 서울 대학로 업스테이지에서는 뮤지컬 ‘카페 론리’가 초연합니다. 스물네 살의 유아교육학과 대학생은 ‘첫, 다락’에서 며칠을 보내고 뮤지컬 작가의 꿈에 도전했습니다. 첫서재를 떠올려 쓴 ‘카페 론리’는 5년 지나서 보낸 ‘숙박비’가 되었고요. 남형석씨는 2020년 12월 6일 브런치스토리에 첫서재를 준비하며 ‘당신이 뮤지컬이나 연극배우 지망생이라면 쉼과 영감을 얻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5년 지나 그의 말은 기적 같은 현실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사서였던 어떤 이는 다락에 머무는 내내 그림을 그렸습니다. 결국 자신의 꿈을 찾아 프랑스로 떠났고 종종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처절하게 힘든’ 유학 생활이지만 ‘이 도시에 살고 있다는 감각만으로 모든 것이 상쇄된다’고 했다네요. 첫서재에서 잠을 깬 첫 마음들이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리고 문득 낯선 정적을 맞닥뜨릴 때, 그들은 아마 첫서재의 기억을 떠올릴 겁니다. 어딘가에 내 인생의 서툰 처음이 있지 하며 말이지요. 문정윤씨는 가끔 처절함보다 강렬한 그 마음들을 떠올립니다. “서울에 살 때의 서투름은 들킬까 봐 무서운 것이었어요. 왜 이것밖에 못 할까 하는. 춘천에서의 서투름은 그럴 수 있지 하는 너그러운 감각이에요. 좀 서투르면 어때요?” 첫서재의 다락은 우리 마음속 꼬깃꼬깃한 편지처럼 꼭꼭 숨어 있었습니다. 화장실 가는 문을 열면 또 하나의 문과 계단이 나옵니다. 옛 아궁이가 있던 윗자리입니다. 꿈의 군불을 지피는 곳이라는 의미일까요. 한 평 남짓한 자그마한 다락에서 오늘과 다른 내일을 떠올렸을 그들을 상상합니다. 돌아 나오는 길에 다락문 안쪽에 붙은, 꼬마 손님의 시 같고 편지 같은 ‘비밀의 문’을 읽고서 저는 한 번 더 당신에게 꼭 이 편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비밀의 문을 열면 작지만 아름다운 다락방이 나온다.” ●나와 점순과 김유정 김유정의 고향은 춘천입니다. 그는 수필 ‘오월의 산골짜기’에서 고향 동네를 산에 묻힌 형상인데 ‘마치 옴푹한 떡시루 같다고 하여 동명을 실레’라 부른다고 했지요. 옛 김유정역은 김유정문학촌이 위치한 실레마을에서 가깝습니다. 초록 지붕의 아담한 역 건물이 향수를 자극하고요. 이름은 김유정역이지만 그가 세상을 떠난 2년 후(1939) 신남역으로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김유정역 역장 캐릭터 이름이 ‘나신남’입니다. 맞이방에는 옛 경춘선의 시간표를, 역무실에는 기차역의 소품을 전시해 살아 있는 박물관 같습니다. 철길을 따라서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걸어 볼 수도 있습니다. 기차의 ‘멈춤’ 위치를 표시하는 표지판 아래 적힌 ‘너무 멀리 와버렸다’ 등의 위트 있는 글들은, 김유정 소설에 나오는 나와 점순이 같은 연인들의 포토존으로 사랑받기도 합니다. ‘동백꽃’이 피기에는 이른 계절이지만 시월의 김유정문학촌은 가을이 조금씩 물들어 갑니다. 저는 김유정역을 나와 김유정생가와 김유정이야기집을 거닐며 그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김유정기념전시관에는 신대엽 작가가 그린 ‘유정고도’가 그의 생애를 8폭으로 표현했네요. ‘김유정의 사람들’에는 1930년대 같이 활동한 김기림, 정지용, 이태준 등 구인회 작가와 판소리 명창 박녹주 등이 담겼고요. 그 시절의 김유정은 풋풋한 사랑을 해학적으로 써나갔지만 현실에서는 지나칠 만큼 ‘서툰’ 사람이었습니다. 팔도 명창대회에서 박녹주에게 반해 연애편지를 보내 고백하지만, 그녀가 마음을 받아들이지 않자 협박에 가까운 편지나 혈서를 쓰기도 했습니다. 폐결핵으로 투병하던 생의 끝에서는 친구 안희남에게 “나는 지금 막다른 골목에 맞닥뜨렸다.··· 요즘 나는 가끔 울면서 누워 있다”라는 편지를 쓰기도 했고요. 김유정 소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은 나와 점순 위로 노란 동백꽃의 아찔한 향기가 퍼지며 끝이 납니다. 이때 ‘동백꽃’은 생강나무꽃을 부르는 사투리라 합니다. 잘못 적힌 이름은 그의 생을 닮아서, ‘봄봄’의 한 장면을 본뜬 조각상을 지날 때는 봄날의 생강나무 꽃향기가 가을 하늘 속으로 아득하게 퍼지는 듯하였습니다. 김유정문학촌에서 금병산 쪽으로 조금 더 걸어가면 책과인쇄박물관이 나옵니다. 여러 권의 책을 포개 놓은 듯한 4층 건물입니다. 하늘에서 보면 고이 접은 쪽지 편지 모양이지요. 충무로에서 30년 일한 전용태 관장이 만든 박물관입니다. 그는 신문사 윤전기 앞에서, 또 인쇄소 납 활자를 조판하며 평생을 보냈지요. 1층은 우리나라 최초의 인쇄소 광인사인쇄공소를 구현했습니다. 2층과 3층에는 김소월의 ‘진달래꽃’(1925)과 한용운의 ‘님의 침묵’(1926) 초간본 등을 전시하고 있고요. 올해는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이 나온 지 100년이 되는 해입니다. 활판으로 꼭꼭 눌러 새로 찍은 김소월의 시집이 눈길을 끕니다. 활자 인쇄를 체험하고 싶을 때는 스무 자 정도의 글을 지은 후 활자를 조판해 나만의 엽서를 인쇄할 수 있습니다. 하얀 종이 위에 까치 발자국처럼 새겨진 글자는 오돌토돌하여 입체감이 도드라집니다. 저는 활판 엽서 한 장을 사서는 야외 정원으로 나옵니다. 한참 늦게나마 제 안에 숨이 붙어 있는 서툰 꿈을 떠올려 적어 보아야겠습니다. ●첫서재 -오전 11시~오후 7시(예약 필수), 연중무휴, https://www.instagram.com/first_booksalon
  • 노벨문학상에 ‘71세 헝가리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노벨문학상에 ‘71세 헝가리 거장’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헝가리 소설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71)가 2025년 노벨 문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9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은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를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스웨덴 한림원은 “묵시록적 테러 속에서 예술이 가지는 힘을 아주 설득력 있고 환상적인 작품으로 확인시켜뒀다”고 설명했다. 1985년 ‘사탄탱고’로 데뷔한 크러스너호르커이는 2015년 헝가리 작가 최초로 맨부커상(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받았고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꾸준히 거론돼왔다. 문학 분야에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가장 뛰어난 작품을 생산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노벨 문학상은 1901년부터 올해까지 총 118차례 수여됐다. 상을 받은 사람은 122명으로, 과학분야와 달리 공동 수상은 1904·1917·1966·1974년 등 4차례가 전부였다. 제 1·2차 세계대전 기간 등에는 수상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2017년 이후로는 거의 예외 없이 매년 남녀가 번갈아 수상자로 선정되고 있는데, 지난해에는 우리나라 소설가 한강이 여성 작가로는 역대 18번째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역대 수상자들의 국적은 미국과 유럽이 주를 이뤘다. 프랑스가 16명으로 가장 많았고 미국 13명, 영국 12명, 스웨덴 8명, 독일 8명 등이었다.
  • “행복한 중추절” 현수막이 부른 논란…“친중” vs “문해력 부족”

    “행복한 중추절” 현수막이 부른 논란…“친중” vs “문해력 부족”

    추석 연휴 동안 ‘중추절’이라는 단어를 놓고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일었다. 서울의 한 구의원이 자신의 지역구에 내건 명절 인사 현수막을 찍은 사진이 엑스(X) 등에 올라오면서 시작된 논란이었다. 현수막에는 “가족과 함께 행복한 중추절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를 놓고 한 엑스 이용자는 지난 3일 “추석이라는 표현을 안 쓰고 중추절??”이라며 의문을 드러냈다. 이 누리꾼은 현수막을 내건 구의원을 향해 “중추절? 저 사람은 대한민국 사람 아닌가요? 정말 어이가 없습니다. 언제 우리가 추석을 중추절이라고 했나요? 중국에 우리나라 많은 부분이 먹힌 듯”이라며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게시물은 여러 온라인 커뮤니티에 확산했고, 많은 누리꾼들이 해당 현수막과 현수막을 내건 구의원을 향해 친중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나 중추절은 추석의 다른 명칭일 뿐 친중과는 관련 없다는 반박이 이어졌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중추(中秋)는 가을 석 달 중에 중간 달(음력 8월)을 의미하며 명절을 뜻하는 ‘절’(節)이 붙어 우리나라 4대 명절의 하나인 한가위(추석)를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조선왕조실록에도 중추절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성종 21년 8월 15일(성종실록 24권) 기록에 따르면 “그대의 말이 옳으나 다만 중추절일을 만난 것뿐이다. 옛사람도 달을 구경한 일이 있었고”라는 대목이 나온다. 조선 헌종 15년(1849년) 우리나라의 세시풍속을 기록한 ‘동국세시기’에는 중추절(중추)을 명확히 추석을 가리키는 날로 설명한다. 동국세시기 8월조에 “8월 15일을 중추절이라 하는데, 이날은 신라 시대의 가배에서 유래했다”면서 집집마다 송편을 빚고 차레를 지내는 풍속을 상세히 소개했다. 한가위가 ‘크다’는 의미의 ‘한’과 ‘가운데’ 또는 추석의 유래인 ‘가배’에서 유래한 ‘가위’가 결합한 순우리말이라면 중추절은 ‘가을의 한가운데’라는 계절적 의미를 강조한 한자어로, 보다 격식 있고 공식적인 뉘앙스로 사용된 단어다. 이에 친중 의혹을 반박하는 이들은 이번 논란이 문해력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초등학교 때 이미 추석의 유래와 명칭을 배우는데 그것을 잊었거나 잘 모르면서 무턱대고 친중 의혹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또 ‘추석 잘 보내세요’라는 사자성어 ‘중추가절’(仲秋佳節)이라는 말은 과거 노태우 전 대통령이나 이명박 전 대통령도 추석 인사장에 쓴 바 있다. 오히려 중추절을 중화권 용어로만 규정짓는 것이 우리의 고유 명절인 추석의 또다른 명칭을 중국만의 것으로 넘겨주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게다가 중추절은 한국과 중국뿐만 아니라 한자 문화권인 베트남과 싱가포르에서도 쓰는 단어다. 다만 최근 들어 잘 쓰지 않는 명칭을 추석이나 한가위 대신 쓴 것이 오해를 부를 만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 “후루룩 짭짭” 한국인 라면소비 세계 2위…1위는 어디?

    “후루룩 짭짭” 한국인 라면소비 세계 2위…1위는 어디?

    한국인이 지난해 1인당 79개의 라면을 먹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베트남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이다. 9일 세계인스턴트라면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라면 소비량은 41억개로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는 5175만명이었으므로 1인당 79.2개를 소비한 셈이다. 닷새에 한 번꼴로 라면을 먹은 것이다. 이는 2021년 73개와 비교해 3년 만에 6개 늘어난 수치다. 한국의 라면 소비량은 2021년 37억 9000만개, 2022년 39억 5000만개, 2023년 40억 4000만개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는 전년 대비 1.4% 늘었다. 다만 코로나19로 외식을 자제하며 라면 수요가 급증했던 2020년(41억 3000만개)보다는 적은 수준이다. 한국은 2020년까지 연간 1인당 라면 소비량 1위를 유지했으나, 2021년부터는 베트남에 1위 자리를 내줬다. 베트남은 지난해 인구 1억명이 81억 4000만개(세계 4위)를 소비해 1인당 81개의 라면을 먹었다. 다만 베트남의 1인당 소비는 2021년 88개에서 3년 사이 7개 줄었다. 1인당 라면 소비가 많은 국가는 베트남, 한국에 이어 태국(57개), 네팔(54개), 인도네시아(52개), 일본(47개), 말레이시아(47개), 대만(40개), 필리핀(39개), 중국·홍콩(31개) 순이었다. 전통적으로 국수를 즐기는 아시아 국가들의 1인당 소비량이 월등히 높았다. 반면 유럽에는 1인당 소비량이 10개도 안 되는 나라가 많다. 한 라면업계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한국에서는 라면이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부터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제품으로 시작됐지만,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 필리핀 같은 동남아에서는 라면이 간식이고 용량이 적어 1인당 소비 개수가 많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중량까지 고려하면 한국의 1인당 라면 소비량이 가장 많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세계 라면 시장, 역대 최대 규모 세계 라면 소비량은 1230억 7000만개로 전년 대비 2.4%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여러 나라에서 물가 상승으로 비교적 저렴한 식품인 라면 수요가 늘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세계 최대 라면 시장은 중국·홍콩으로 지난해 438억개를 소비했다. 이는 한국의 10.7배에 달하는 수치다. 인구 2억 8000만명인 인도네시아가 143억 7000만개로 2위를 차지했다. 2023년 3위 시장으로 올라선 인도는 83억 2000만개로 베트남보다 2억개가량 많았다. 이어 일본(59억개), 미국(51억 5000만개), 필리핀(44억 9000만개), 한국(41억개), 태국(40억 8000만개), 나이지리아(30억개) 순이었다. 시장 규모가 큰 나라 중에서는 인도와 인도네시아의 라면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아직 시장 규모는 작지만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지역에서도 라면 소비가 증가하는 추세다. 농심 신라면과 삼양식품 불닭볶음면 등 한국 라면의 인기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월 우리나라의 라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11억 1600만 달러(약 1조 6000억원)를 기록했다.
  • FA대박날까…어깨 부상 회복한 김하성, “내년 시즌 거취는 아직 모르겠어요”

    FA대박날까…어깨 부상 회복한 김하성, “내년 시즌 거취는 아직 모르겠어요”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활약하고 있는 김하성이 내년 시즌 거취에 대해 아직 잘 모르겠다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김하성은 9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시즌 전망을 묻는 질문에 “에이전트와 대화를 좀 해봐야 한다”며 “아직 제 거취에 대해 저도 알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올 1월 탬파베이 레이스와 2년 최대 3100만달러(약 440억원)에 자유계약선수(FA) 계약을 맺은 김하성은 9월 애틀랜타로 이적했다. 내년 시즌 김하성은 애틀랜타에 남거나 다시 FA 시장에 나오는 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올 시즌 48경기에 나와 타율 0.234(171타수 40안타), 홈런 5개, 17타점, 도루 6개의 성적을 낸 그는 탬파베이에서 타율 0.214, 홈런 2개, 5타점, 도루 6개를 기록했으며 애틀랜타 이적 후인 9월에는 타율 0.253, 홈런 3개, 12타점으로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다. 김하성은 애틀랜타 이적 후 더 좋은 모습을 보인 것과 관련, “같이 있을 때도 (구단이 붙잡고 싶어한다는) 좀 그런 것들이 있기는 했다”면서도 “그런 부분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하성은 “탬파베이에서도 좋았지만 애틀랜타에서 좀 더 재미있고 즐겁게 야구를 했던 것 같다”면서 “탬파베이에서는 계속 몸이 좀 안 좋아서 미안한 부분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시즌 도중 이적한 것에 대해 김하성은 “느낌이 다르긴 했지만 구단과 대화를 하고 이뤄졌던 일이어서 나쁘지는 않았다”며 “9월부터 몸 상태가 많이 좋아져서 경기에도 계속 출전했고 그런 부분에서 내년 시즌이 더 기대된다”고 말했다. ‘애틀랜타 이적 후 도루 시도를 자제한 것 같다’는 말에 김하성은 “제 장점이 언제든 도루를 할 수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초반에 도루를 많이 했는데 그러다가 많이 다쳤다”며 “애틀랜타에서는 제가 도루를 하나 더 한다고 해서 순위가 바뀌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구단 동의를 받고 도루보다 건강하게 매 경기 치르는 것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올 시즌을 평가해달라는 질문에 김하성은 “많은 경기에 나오지 못했기 때문에 점수를 매기기 힘들다”며 “복귀 후에도 많은 경기에 빠져서 사실 제가 딱히 이번 시즌에 한 게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 “다음 시즌 준비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마지막 한 달 동안 좀 보여줬다고는 생각한다”며 “이번 비시즌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만큼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돌아와서 좋고, 잘 쉬면서 내년 시즌 준비를 잘해야겠다”며 “부상이 계속 있어서 힘든 한 해였지만 그래도 잘 이겨낸 것 같다”고 총평했다. 김하성은 절친으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는 이정후에 대해 “풀 시즌은 올해 처음이었기 때문에 부담이나 압박감이 컸을 텐데 정말 잘한 것 같다”며 “메이저리그 적응도 완전히 마쳤고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욕심도 많은 선수라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이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진출을 꿈꾸는 송성문에 대해서도 그는 “한국에서 좋은 성적을 냈고 그러면 당연히 더 큰 무대에서 뛰는 게 선수로서 당연히 갖고 있는 마음가짐일 것”이라며 “(김)혜성이도 도전해서 좋은 성적을 냈고 지금 포스트시즌까지 올라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하성은 내년 3월 열리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출전에 대한 각오도 밝혔다. 김하성은 “우리나라가 최근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냈기 때문에 이번에 나간다면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내비쳤다.
  • [마감 후] 개혁의 조건

    [마감 후] 개혁의 조건

    근대 이후 우리나라 사법제도 개혁의 역사는 일제강점기 이전과 해방 후 크게 두 차례로 나뉜다. 이 두 개혁은 모두 실패를 겪었다. 첫 번째는 갑오개혁이다. 1895년 갑오개혁에 따라 제정된 ‘재판소구성법’은 사법과 행정을 처음으로 분리시켰다. 조선의 의금부와 사헌부 등 행정에 속해 있었던 재판 기능이 지방재판소와 한성 및 인천 기타 개항장재판소, 특별법원, 순회재판소, 최고재판기관인 고등재판소 등 5개로 구분돼 분리됐다. 기존에 지방 수령이나 중앙 관청이 수사에서 재판까지 모두 담당하는 형태의 사법제도가 법관이 독립적으로 재판하는 근대적 사법체계로 바뀌었다. 갑오개혁은 사법제도 개혁 측면에서 본다면 실패했다. 10년 뒤 1905년 을사조약과 함께 일제 치하가 되면서 사법권이 일제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조선총독부 통계연보에 따르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의 판·검사 85% 이상이 일본인으로 채워졌다. 갑오개혁으로 근대 이후 처음 시도된 사법제도 개혁은 미완에 그쳤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사법제도 개혁은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으로 제정된 헌법에 따라 입법·행정·사법 3권분립 원칙이 확립된 것이다. 1948년엔 검찰청법과 법원조직법이 제정되면서 구체적인 조직의 틀도 갖췄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순사들이 자행했던 인권유린의 대안으로 검찰 중심의 수사체계를 선택하면서 한계점이 드러났다. 바뀌는 정권에 따라 검찰을 통한 ‘권력 사유화’ 문제가 불거진 것이다. 문준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책 ‘법원과 검찰의 탄생’에서 “일제 강점기 잔재와 미군정기의 안정화 기조 속에서 검찰의 강력한 수사권이 효율적 치안 유지와 정권 안정을 위한 도구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제도적 선택은 검사 내부 권력 강화와 관료주의 심화라는 문제를 낳았으며 민주적 사법 시스템 구축의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검찰개혁 요구로 이어졌고, 지난달 국무회의 통과로 결정된 ‘검찰청 폐지’로 귀결됐다. 내년 10월 출범을 앞둔 공소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함께 사법제도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는다. 앞서 갑오개혁과 해방 이후 사법제도 개혁의 실패를 본보기 삼아야 한다. 두 번의 실패에는 공통점이 있다. 개혁의 과정에 민의(民義)가 없었다는 것이다. 개화파를 중심으로 추진된 갑오개혁은 일본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해방 이후 사법제도 개혁은 일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과 제도의 효율성만 강조됐다. 지난 1일 공식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은 모두 47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됐다고 한다. 벌써부터 파견 검사 인원 규모를 두고 여권과 법무부가 기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공무원이 아닌 국민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는 이들이 포함됐다는 소식은 아직 들리지 않는다. 우리 사법제도 개혁의 중요한 결정에 또 다른 실패가 반복되지 않길 바란다. 박재홍 사회1부 기자
  • ‘건국전쟁2’ 본 장동혁 “역사 관점 존중”… 오영훈 “제주도민 모욕”

    ‘건국전쟁2’ 본 장동혁 “역사 관점 존중”… 오영훈 “제주도민 모욕”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2’를 관람한 뒤 “역사는 다양한 관점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밝히자,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오영훈 제주지사는 “역사를 짓밟고 제주도민을 모욕하는 발언에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지사는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장 대표의 ‘건국전쟁2’ 관련 발언이 담긴 기사를 공유하며 “수만명의 제주도민을 학살한 제주4·3은 국가가 저지른 참혹한 폭력이자 범죄였다”며 “제주도민들이 77년간 피울음으로 목격하고 증언해 왔던 진실이 상식이 되고 역사가 됐다”고 썼다. ‘건국전쟁2’는 1945년부터 1950년까지 ‘해방 정국’에서 정부수립을 둘러싼 좌우 갈등을 다룬 영화로 제주 시민사회단체로부터 제주4·3 사건을 공산주의 폭동으로 묘사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는 편향성, 완성도 부족 등을 이유로 이 영화를 독립영화로 승인하지 않았다. 앞서 장 대표는 전날 서울 영등포구의 한 영화관에서 ‘건국전쟁2’ 관람에 앞서 김덕영 감독을 만나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하며 역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을 서로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영화 관람 후에는 청년들과 간담회를 갖고 “우리나라에서는 언제부터인가 역사적 사실마저 ‘입틀막’(입을 틀어막음)의 대상이 됐다”며 “어떤 희생이 있다고 해서 역사적 사실이 반드시 한쪽으로 기술되거나 다른 방향을 얘기하는 게 금지되면 안 된다”고 했다. 이에 제주4·3범국민위원회와 제주4·3기념사업위원회는 8일 성명을 내고 “4·3 당시 제주도민 탄압에 앞장섰던 박진경 대령 등을 미화하는 내용을 담은 영화에 대한 감사 표시는 3만명의 4·3 희생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이자 10만명이 넘는 4·3 유족들의 상처를 다시 후벼 파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심을 살펴도 모자랄 공당 대표가 추석 연휴 한복판에 극우의 민심만 살피는 정당으로 전락하고 있음을 스스로 입증했다”며 “4·3 왜곡에 대한 처벌 조항을 담은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을 즉각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한국은 적정성 논란인데… 中 외환보유고 10년 만에 ‘최고’

    한국은 적정성 논란인데… 中 외환보유고 10년 만에 ‘최고’

    美 금리 인하 등에 3조 3387억 달러대만도 사상 첫 6000억 달러 돌파 중국의 지난달 외환보유고가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이로 인한 세계적인 자산 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10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7일(현지시간) 매일경제신문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 국가외환관리국은 지난 9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3조 3387억 달러(약 4743조원)를 기록, 전월 대비 165억 달러(23조원) 늘어났다고 밝혔다. 이는 2015년 말 이후 최고 수준이며 지난해 말 대비 1363억 달러(193조원) 증가한 규모다. 중국 외환보유고는 2015년 11월 3조 4383억 달러, 12월 3조 3303억 달러 수준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속에 전 세계 자산 가격이 오른 반면 미국 달러화 가치는 낮은 수준에서 변동성을 보인 결과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이는 중국의 수출 호조 및 위안화 표시 금융자산의 매력 상승까지 반영한다고 민성은행 원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대만의 9월 외환보유고 역시 사상 최초로 6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대만중앙통신에 따르면 대만 중앙은행은 지난달 말 기준 외환보유고가 전월 대비 55억 1000만 달러(7조 8000억원) 늘어난 6029억 4000만 달러(856조 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10일 9월 말 기준 외환보유고를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한국은행의 지난달 발표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162억 9000만 달러(591조원)로 전월 대비 49억 5000만 달러(7조원)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은 5월 말 4046억 달러로 5년여 만에 최저를 찍은 뒤 6월(56억 1000만 달러 증가), 7월(11억 3000만 달러 증가)에 이어 석 달 연속 늘었다. 우리나라는 꾸준히 외환보유액을 늘려 왔지만 외환보유액 적정성 논란은 계속됐다. 외환보유액 확충에는 많은 비용이 들어 무작정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 한은은 시중에서 달러를 사들이는 과정에서 원화를 풀게 되는데 유동성 확대를 조절하기 위해 통화안정증권(통안증권)을 발행한다. 물가 상승이나 금리 왜곡과 같은 부작용을 줄이고자 원화를 다시 회수하는 조치다. 문제는 통안증권 발행에 이자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한은은 지난해 이에 따른 이자 지출로 4조원을 썼다. 정부도 외환보유액을 확충하려면 외국환평형기금에서 달러 표시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을 발행해야 하고 역시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외평채 이자는 6000억원이다.
  • ‘훈민정음’은 언제부터 ‘한글’이라고 불렸을까…한글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발간, 나눔 행사까지

    ‘훈민정음’은 언제부터 ‘한글’이라고 불렸을까…한글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발간, 나눔 행사까지

    ‘훈민정음’은 언제부터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을까. 한류 열풍으로 한국의 역사와 문화, 한글에 대한 전 세계인의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뜨겁지만 정작 한국인조차 우리가 평소에 사용하는 한글에 대해 잘 모르는 것들이 많다. 이에 국립한글박물관은 한글에 대한 각종 궁금증을 풀어주는 책 ‘한글문화지식 100’을 발간하고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앞마당에서 선착순 100명을 대상으로 책 나눔 행사를 연다. 책에 따르면 세종대왕은 1443년 한글을 창제하고 이를 ‘훈민정음’ 또는 ‘언문’이라 했다. 언문은 우리나라 글자라는 뜻이다. 또 훈민정음을 줄여 정음이라고도 했으며 ‘반절’이라는 명칭도 사용됐다. 갑오개혁으로 한글이 나라의 공용 문자로 그 지위가 격상되자 언문은 ‘국문’으로 불리게 됐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조선문’으로 불리기도 했다. 한글이라는 명칭은 주시경과 그의 자제들에 의해 1910년 경부터 사용되기 시작했다. 1920년대 이후 조선어연구회(현 한글학회)가 훈민정음 반포를 기념하기 위해 한글날을 제정하고 기관지 ‘한글’을 발행하면서 한글이라는 이름이 널리 사용되게 됐다. 이밖에 ‘임진왜란 때 피난 갔다 돌아온 선조는 백성에게 한글로 무슨 말을 전했을까?’, ‘조선 시대의 역관은 어떻게 외국어를 배운 걸까?’, ‘조선 시대에도 ‘가나다라…’하며 한글을 배웠을까?‘, ‘일제 강점기 한글학자들이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고자 애썼던 이유는 무엇일까?’ 등에 대한 답도 찾을 수 있다. 책 선물을 받으려면 국립한글박물관 소셜미디어(SNS) 게시글에 참여 댓글을 달고, 현장에 방문해 한글 문제를 맞히면 된다. 행사는 정오와 오후 3시, 2회에 걸쳐 진행된다. 박물관은 한글날을 맞아 오는 11∼1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리는 ‘2025 한글한마당’에서 한글과 한글문화의 가치를 알리는 다양한 행사를 열 예정이다. ‘한글문화 산업전’에서는 한글을 소재로 한 패션, 공예품 등 다양한 문화상품을 소개하고, 설치미술가 강익중의 한글 작품도 선보인다. 세종국어문화원은 이 자리에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만든 영화 ‘정음1446’을 상영한다. 영화는 세종대왕이 1443년 한글을 창제한 역사적 순간, 이후 신하들의 반대에 부딪히자 한문으로 해설서(해례본)를 만드는 과정 등을 영화적 상상력을 더해 재구성했다.
  • “자녀 세대, 지금보다 좋아질 것” 10명 중 4명뿐…절반 이상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

    “자녀 세대, 지금보다 좋아질 것” 10명 중 4명뿐…절반 이상은 “비슷하거나 나빠질 것”

    보건사회연구원, 한·독 비교 분석 우리나라 20~40대 국민의 절반 이상은 미래 자녀 세대의 생활이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 없다고 봤다. 7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20~49세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인구 변화 및 사회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먼저, 현재 생활 수준을 부모 세대와 비교했을 땐 10명 중 6명이 더 좋아졌다고 인식했다. 26.5%는 ‘약간 좋아졌다’, 34.6%는 ‘훨씬 좋아졌다’고 답했다. 부모 세대와 비교해 ‘약간 나빠졌다’(10.4%), ‘훨씬 나빠졌다’(8.3%)는 부정적 답변은 18.7%였다. 그러나 본인과 비교해 앞으로 자녀들의 생활 수준이 어떻게 변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다소 회의적인 반응이 나타났다. 본인과 비교해 자녀들의 생활 수준이 ‘훨씬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4.1%, ‘약간 좋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28.2%로 긍정 답변이 절반이 채 안됐다. 응답자의 28.8%는 지금과 비교해 ‘차이가 거의 없을 것’으로 봤다. 또 10명 중 3명은 지금보다 자녀 세대의 생활이 더 나빠질 것으로 내다봤다. 17.4%는 ‘약간 나빠질 것’으로 예상했고, 11.5%는 ‘훨씬 나빠질 것’으로 봤다. 이 설문 결과는 연구팀이 독일의 성인 2500명에게 동일한 질문을 던진 뒤 두 나라의 답변을 비교·분석한 ‘독일인구정책사례연구’ 보고서에 실렸다. 독일 역시 본인과 비교한 자녀의 생활 수준에 대해선 지금보다 ‘훨씬 나빠질 것’(7.5%)과 ‘약간 나빠질 것’(18.7%)을 합쳐 26.2%로, 우리보다는 부정적 인식이 약한 편이었지만 회의적 인식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 세대와 비교한 현재 생활 수준에 대해선 ‘약간 좋아졌다’(31.9%)와 ‘훨씬 좋아졌다’(17.6%)는 응답이 49.5%로 우리보다 다소 적게 나타났다.
  • “귀신 씐 집인지 살펴드립니다”…日 ‘흉가 전문’ 중개업체 화제

    “귀신 씐 집인지 살펴드립니다”…日 ‘흉가 전문’ 중개업체 화제

    일본에서 고독사 문제가 늘어나면서 ‘흉가’ 전문 부동산을 취급하는 이색 업체가 화제가 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4일 일본 동양경제 보도 등을 인용해 일본의 부동산 중개업체 ‘카치모드’를 소개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 속설이 있지만, 일본에서는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혼자 외롭게 죽은 사람, 또는 살해당한 사람이 있는 집은 그 원혼이 집에 머문다는 믿음이 더욱 강하게 남아있다. 이러한 집을 ‘유령집’이라고 부르는데 이런 집은 집값이나 임대료가 10~20%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부동산 중개인 코다마 카즈토시는 2022년 유령집을 전문으로 중개하는 ‘카치모드’를 세웠다. 그는 과거에 유령집을 중개할 때 경험을 떠올려 틈새시장을 파고들었다. 코다마가 생각한 방법은 유령집을 중개할 때 사전에 상세한 조사 보고서를 내놓는 것이었다. 조사 보고서에는 어떤 일이 있었고, 어떻게 처리했는지, 사고 발생 뒤 방을 어떻게 수리했는지 등의 정보와 함께 실제 업체 직원들이 며칠씩 묵으면서 여러 장비를 동원해 집에 초자연적 징후가 나타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결과를 담는다. 이들은 카메라와 녹음기, 전자기장 측정기, 열화상 카메라 등의 장비를 동원하고, 실내 온도, 습도, 소음, 기압, 기류 등도 모니터링한다. 별다른 문제가 감지되지 않으면 업체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는 인증서를 발급한다. 그 밖에 상속지원 상담, 유품 정리, 특수청소 등의 서비스도 하고 있다. 카치모드 웹사이트에 따르면 9월 현재 196개의 부동산을 검사했다. 검사에 드는 비용은 지난해까지 5만엔(약 47만원)이었는데 최근에는 검사 비용이 올라 하루 8만~15만엔 수준이다. 대부분은 별다른 이상이 없어 인증서가 발급됐지만, 몇 가지 특이했던 사례도 있었다. 지바현에서 한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그 아들이 집에서 홀로 사망한 집을 찾았을 때, 코다마의 노트북이 갑자기 꺼지더니 다시 켜지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해당 주택에서 거의 20일 동안 묵는 동안 그밖에 별다른 이상 현상은 없었다. 코다마는 단순한 기기 결함이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지만, 최종적으로 인증서는 발급하지 않았다. 또 다른 집을 조사하러 나갔을 때 코다마씨는 바닥에서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바닥 덮개를 들췄을 때 우물이 발견됐는데, 당시 퇴마 의식을 위해 현장에 있었던 신사 관계자로부터 “이 우물엔 손대지 않는 게 좋겠다”라는 조언을 들었다고 한다. 전해 듣기로 그 방은 이전부터 세입자가 ‘병이 났다’, ‘다쳤다’, ‘이혼을 했다’는 경우가 이어져 왔었고, 마지막에는 자살자가 나온 곳이었다. 결국 인증서는 발급되지 않았고, 방도 임대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코다마씨는 때때로 유족을 돕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한번은 딸을 잃은 아버지가 “딸이 방에 나타나면 알려달라”고 했다고 한다.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그 아버지는 코다마에게 감사를 표했다고 한다. 코다마는 “사망 원인을 파악하고 수리와 청소, 그리고 투명한 조사를 병행하면 유족의 ‘심리적 그림자’를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초로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일본에서도 고독사(고립사) 문제가 심각하다. 일본에서는 사후 8일 이상 지난 뒤 발견되는 사망을 ‘고립사’로 분류한다. 일본 정부가 발표한 올해 상반기 고립사 건수는 1만 1669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8%(1233명)가 늘어났다. 사후 발견 시점과 관계없이 자택에서 홀로 숨진 인원은 총 4만 913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3686명 증가했다. 2024년에는 총 2만 1856명이 고독사했는데, 이 중 남성이 79.4%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60세 이상이 전체의 82.1%였다. 사후 1년 이상 지난 뒤 발견된 경우도 253명에 달했다.
  • 일본 여행, 마스크 쓰세요…도쿄서 46개교 문 닫았다 ‘초비상’

    일본 여행, 마스크 쓰세요…도쿄서 46개교 문 닫았다 ‘초비상’

    추석 ‘황금 연휴’를 맞아 일본이나 대만 등 주변국으로의 짧은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많다. 일본 도쿄의 경우 연휴 기간 동안 낮 최고 기온이 28도까지 오르고, 대만 타이베이는 37도까지 오르는 늦여름 폭염이 이어지고 있지만, 뜻밖에도 이들 국가에서 인플루엔자(독감) 유행이 이미 시작돼 주의가 요구된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지난 3일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지난달 22~28일 사이 전국 3000개 의료기관에서 보고된 인플루엔자 환자는 4030명으로, 각 의료기관당 1.04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유행기 진입’의 기준치인 의료기관당 1명을 넘어섰다. 지역별로는 오키나와(의료기관당 8.98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도쿄(1.96명), 가고시마(1.68명) 등이 뒤를 이었다. 인플루엔자는 통상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유행하며, 지난해에는 11월 초에 유행이 시작돼 12월 말 정점을 찍은 뒤 올해 4월까지 이어졌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한 달 빨리 인플루엔자 유행이 시작됐는데, 지난 20년 사이 두 번째로 인플루엔자 유행이 빨리 찾아온 것이라고 후생노동성은 설명했다. 의료계에서는 이른 인플루엔자 유행의 원인으로 지난 여름 이어진 폭염을 꼽고 있다. 여름 내내 에어컨을 가동하고 환기가 잘 안 되는 실내에 머물면서 감염 위험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한 오사카·간사이 국제박람회(엑스포) 등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이 대거 일본을 찾으면서 인플루엔자가 확산됐을 가능성도 있다. 됴코에서는 현재까지 총 61건의 집단 감염 사례가 보고됐으며 46개 학교가 집단 감염으로 휴교에 돌입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건당국은 “손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착용하며, 환기를 자주 하는 등의 방역 수칙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대만 역시 인플루엔자 유행이 이미 시작돼 백신 접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만 질병관제서에 따르면 지난달 21~27주 사이 인플루엔자로 의료기관을 찾은 사람이 12만 9831명으로 전주 대비 10.2% 증가했다. 질병관제서는 “독감 유행이 이미 정점에 달했다”면서 “통상 12월 중순에 독감 유행기에 접어들었던 것과 비교해 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태풍 ‘라가사’로 14명이 숨지고 100여명이 실종된 화롄현 광푸 마을 주민들과 이 지역의 피해 복구를 위해 모여든 자원봉사자들 사이에서 인플루엔자가 확산될 가능성에 보건당국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보건당국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가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에 대비해 두 종류의 백신을 동시에 접종하고 있으며,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이 시작된 지난 1일 대만 전역에서 26만 4000회분이 접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인플루엔자 유행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의원급 의료기관을 찾은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사환자 수는 9.0명으로 전주(8.0명) 대비 증가했다. 질병청은 “유행 기준(9.1명)보다는 낮으나 최근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어 발생 동향 및 유행 여부를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영유아 및 어린이, 임산부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됐으며 고령층의 경우 75세 이상은 오는 15일, 70~74세는 20일, 65~69세는 22일부터 시작된다. 65세 이상은 인플루엔자와 코로나19 백신을 동시에 접종받을 수 있다.
  • “살 뺐는데 성욕도 잃었어요” 대박 난 비만치료제 부작용 호소

    “살 뺐는데 성욕도 잃었어요” 대박 난 비만치료제 부작용 호소

    마운자로,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가 전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가운데 성욕 감퇴 부작용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성욕 감퇴라는 부작용이 최근 출시된 비만치료제의 작용 원리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미 의학전문매체 메드스케이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인의 약 4%가 과체중, 비만 또는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의 비만치료제를 처방받았다. 이는 2018년 이후 6배에 달하는 수치로, 위장관 장애 등 여러 부작용 가능성에도 처방률 증가세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공을 거뒀다. GLP-1 계열 비만치료제는 식욕을 줄이고 포만감을 유지해주는 GLP-1 호르몬의 작용을 모방해 체중을 감소시키는 효과를 낸다. 다만 비만치료제를 허가 범위 내로 사용해도 위장관 장애, 주사 부위 반응, 피로, 어지러움 등 이상 사례가 흔하게 발생할 수 있고 과민반응, 급성 췌장염, 담석증, 담낭염 등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상 사례가 나타날 수 있다. 성욕 감퇴도 부작용 중 하나다. 전문가들은 성욕 감퇴 부작용이 복부 팽만이나 변비 등에 따른 간접적인 결과가 아니라 비만치료제가 뇌에 직접 작용한 결과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식욕·성욕 모두 욕구·보상 체계와 연관” GLP-1을 처방하는 온라인 체중 감량 클리닉의 의학 자문 위원인 브론윈 홈즈 박사는 “이들 비만치료제는 도파민에 의해 유발되는 보상 신호를 약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면서 그 결과 음식에 대한 갈망과 다른 강박적 행동을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음식뿐만 아니라 음주 행위 등 다른 보상 중심 활동에도 잠재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비만치료제는 성적 욕망을 둔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세로토닌 수용체를 강화하는 작용도 한다. 즉 도파민 신호 전달 감소와 세로토닌 증가가 결합해 보상 반응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작용이 임상시험으로 명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라이언 술탄 박사도 홈즈 박사의 견해에 동의했다. 그는 GLP-1이 식욕뿐만 아니라 알코올 중독이나 아편 중독과 관련해 욕구를 줄이고 회복에 도움을 주는 차세대 치료법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연구도 소개했다. 술탄 박사는 식욕과 성욕은 모두 진화를 통해 인체 시스템에 내재된 욕구이기 때문에 두 가지 욕구 모두 뇌의 보상 경로와 자연스럽게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성행위 역시 욕구와 보상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식욕과 성욕에 관여하는 신경망은 상당 부분 겹쳐 있다”고 했다. 이에 더해 또 다른 부작용인 메스꺼움과 변비, 피로 등이 간접적으로 성욕 감퇴에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반면 일부 환자의 경우 체중 감량을 통해 자존감이 개선된 결과 성욕이 증가한 경우도 있다고 홈즈 박사는 지적했다. 그는 “약물로 인한 성욕 감퇴 수준이 체중 감량으로 인한 자존감 개선 효과보다 항상 크다고 볼 순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만치료제 처방 이후 성욕 감퇴를 겪을 경우 의사와 상담을 통해 처방을 변경할지 논의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복용량 조절뿐만 아니라 생활 습관 변화 등 다각적이고 종합적인 처방을 논의하라는 것이다. 홈즈 박사는 “대부분의 경우 복용을 중단하면 성욕이나 기분과 관련한 부작용은 대부분 사라진다”면서 “다만 회복 기간과 회복 정도는 사람마다 또는 요인에 따라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사 처방 따르고 복용약·부작용 등 알려야” 우리나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말 배포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안전사용 안내서’에 따르면 당뇨병약을 복용하는 환자가 GLP-1 계열 비만치료제를 병용하는 경우 혈당이 낮아질 위험이 커질 수 있으므로 약물의 용량 조절 여부 등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 또한, 임신과 수유 중에는 비만치료제 사용이 금지되며 약물의 체내 잔류기간을 고려해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비만치료제는 처음부터 고용량으로 시작하기보다는 의사 처방 후 허가된 용법대로 투약을 시작하고 증량해야 하며, 의사의 처방과 약사의 복약지도에 따라 투여 방법과 용량을 준수해야 한다. 비만치료제 투여 시 복부, 대퇴부(허벅지) 또는 상완부(위팔) 중 편한 부위에 주사하고 투여할 때마다 주사 부위를 바꾸도록 한다. 환자는 투약 전 의료 전문가에게 ▲해당 약물 과민반응 ▲현재 투여 중인 약물 ▲병력 ▲임신·모유 수유 여부 등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빛을 피해 냉장 보관하고, 약이 얼었거나 입자가 보이거나 색이 변했다면 사용하지 말고 폐기해야 한다.
  •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수도권에···서울·전남 격차 644배

    벤처기업 10곳 중 7곳은 수도권에···서울·전남 격차 644배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수도권 쏠림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수는 물론 투자금과 성장 인프라까지 서울에 집중되면서, 지방 벤처기업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목포시)이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 전국 벤처기업 수는 3만 7,419개로 집계됐다 . 이 가운데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에 2만 4,533개(65.6%)가 몰려 있고 비수도권은 1만 2,886개(34.4%)에 그쳤다. 최근 6년간 추이를 살펴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 두드러진다. 2020년 수도권에 위치한 벤처기업 비중은 59.9% 였는데, 2025년 6월에는 65.6%까지 늘어났다. 같은 기간 수도권 벤처기업의 수는 23,656개에서 24,533개로 3.71%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 벤처기업의 수는 15,855개에서 12,886개로 18.73% 감소했다. 수도권 벤처기업 수는 2만 3,656개에서 2만 4,533개로 3.7% 늘어난 반면, 비수도권은 1만 5,855개에서 1만 2,886개로 18.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벤처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벤처캐피탈(VC)과 스타트업의 초기 성장 단계에서 멘토링, 네트워킹, 교육 등 빠른 성장을 돕는 엑셀러레이터(AC) 역시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2025년 6월 기준 벤처캐피탈은 전체 250곳 중 211곳 (89.6%)이, 엑셀러레이터는 전체 490곳 중 262곳(53.5%)이 서울에 위치해 있다. 이로 인해 지방 벤처기업은 자금, 인력, 노하우 등 성장 과정 전반에서 불리한 구조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투자금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올해 상반기 기준 전국 벤처 투자금액 2조 5,207억 원 가운데 수도권에만 2조 50억원(79.54%)이 집중됐다 . 특히 서울은 1조 3,526억 원으로 전국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반면, 투자금이 가장 적은 전남은 21억원에 불과해 서울과 무려 644 배의 격차를 보였다. 한편, 중기부는 모태펀드와 지자체, 지역은행이 함께 조성하는 ‘지방시대 벤처펀드’ 를 2027년까지 2 조원 규모로 확대 조성할 계획이다. 비수도권 벤처투자를 늘리기 위해 모태펀드 출자 비중을 최대 60% 까지 확대하고 각종 인센티브로 민간자금 유입을 유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체감 효과가 미미하고 지원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김원이 의원은 “지방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벤처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용 모펀드를 대폭 늘려야 한다”며 “자금 지원에 더해 행정 서비스와 인재 유치까지 아우르는 전방위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한국, FIFA U-20 월드컵 축구 16강 확정…4회 연속 성공

    한국, FIFA U-20 월드컵 축구 16강 확정…4회 연속 성공

    한국 20세 이하(U-20) 축구 대표팀이 2025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4회 연속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5일(한국시간) 칠레 산티아고 파라다노스의 에스타디오 나시오날 훌리오 마르티네스에서 열린 C조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스페인이 브라질에 1-0으로 이겼다. 이로써 스페인은 1승 1무 1패(승점 4점)로 C조 3위를 차지했다. B조 3위인 한국과 승점이 같지만 골득실에서 한국이 0으로 스페인의 -1보다 앞섰다. D조에서는 호주가 쿠바를 3-1로 이기고 승점 3점으로 조 3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회는 24개 팀이 출전해 4개 팀 6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르고 각 조 1·2위(12개 팀), 각 조 3위 가운데 상위 4개 팀이 16강에 진출한다. 우리나라는 각 조 3위 팀 중에서 C조 스페인(승점 4점), D조 호주(승점 3점), A조 이집트(승점 3점)를 제쳤다. 아직 E, F조 최종전이 남아있지만 우리나라는 각 조 3위 팀 가운데 최소 3위를 확보해 16강 진출권을 따냈다. 이로써 2017년(16강), 2019년(준우승), 2023년(4위)에 이어 4개 대회 연속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6강에서는 C조 1위를 차지한 모로코 또는 D조 1위(아르헨티나 또는 이탈리아) 가운데 한 팀을 상대하게 된다. A, B, C, D조 3위가 16강에 진출하면 한국은 오는 9일 오전 4시 30분 산티아고에서 아르헨티나 또는 이탈리아를 만나고, 그 외 경우에는 10일 오전 8시 랑카과에서 모로코와 8강 진출을 다툰다. 이창원 감독과 코칭 스태프들은 16강 상대로 유력한 모로코의 전력을 분석하기 위해 이날 모로코-멕시코 간 C조 조별리그 최종전을 현장에서 관전했다. 이창원 감독은 “16강에서는 더 강한 팀들을 만나게 되겠지만 토너먼트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더 잘 준비해서 강하게 부딪혀 보겠다”고 말했다.
  • 스웨덴 왕립과학원 “트럼프, 학문자유에 악영향”…노벨 평화상 물 건너 가나

    스웨덴 왕립과학원 “트럼프, 학문자유에 악영향”…노벨 평화상 물 건너 가나

    스웨덴의 왕립 과학한림원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 ‘학문의 자유’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부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올해 부문별 노벨상 발표가 임박한 가운데 나온 반응이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을 들이고 있는 노벨 평화상 수여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 시각)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의 일바 엥스트룀 부원장이 인터뷰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과학 및 교육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엥스트룀 부원장은 트럼프 정부의 정책들이 “단기적으로나 장기적으로나 파괴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학문의 자유는 민주주의 체제의 기둥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그는 “연구 측면에서 미국 과학자들이 수행할 수 있는 것과 수행이 허용되는 것, 출판 및 자금 지원 가능성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며 “이는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엥스트룀 부원장이 속한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은 노벨 물리학·화학·경제학상 결정 기관일 뿐, 트럼프 대통령이 수상을 노리는 노벨평화상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다만 과학한림원의 부정적 평가에 비춰볼 때 다른 노벨상 선정 기관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호의적인 분위기는 아닐 가능성이 점쳐진다. 노벨평화상은 노르웨이 노벨위원회가 주관하며, 수상자는 오는 10일 오슬로에서 발표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정부 출범 뒤 미 국립보건원(NIH) 예산 삭감, 교육부 해체 등을 단행한 데 이어, 연방자금 지원을 볼모로 미국 주요 명문대들에 연구와 교육의 자율성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는 정책들의 수용을 압박하고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전 세계 7개 전쟁이 자신의 중재로 종식됐다고 주장하면서 노벨평화상 수상 의지를 거듭 피력해왔다. 그는 지난달 30일에도 평화상이 다른 나라에 돌아가면 “그것은 우리나라에 큰 모욕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산재 사망 절반이 고령자… 위험 일자리로 내몰리는 노년

    산재 사망 절반이 고령자… 위험 일자리로 내몰리는 노년

    #. 지난달 8일 울산 울주군의 한 선박 부품 제조공장에서 크레인 조립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A(64)씨가 끼임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닷새 뒤인 13일에는 경남 의령군의 금속 가공업체에서 제품 입고 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B씨(66)가 지게차와 구조물 사이에 끼어 숨졌다. 최근 산업현장에서 고령 노동자의 산재 사망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하다 사고로 숨져 지난해 산재로 인정받은 노동자 중 60세 이상이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고령사회에 걸맞은 일터 안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가 7일 발표한 ‘2024년 유족급여 승인 기준 사고 사망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유족급여를 승인받은 사고 사망 노동자는 827명이었다. 이 가운데 60세 이상은 404명(48.9%)으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1999년 이후 가장 많았다. 60세 이상 고령 노동자의 사망 비중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21년 42.5%(352명), 2022년 43.5%(380명), 2023년 45.8%(372명)에 이어 2024년에는 48.9%로 상승하며 절반에 가까워졌다. 지난해 50대 사고 사망 노동자는 214명(25.9%), 40대 112명(13.5%), 30대 65명(7.9%), 30세 미만이 32명(3.9%)이었다. 전문가들은 고령층의 산재 사망 증가가 구조적인 문제임을 지적한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재취업 능력이 부족한 고령층이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위험한 일자리에 노출되고 있다는 뜻”이라며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만큼 고령자의 일자리와 안전대책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의 사망이 328명(39.7%)으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제조업(187명·22.6%), 서비스업(145명·17.5%), 운수·창고·통신업(138명·16.7%) 순이었다. 사고 유형별로는 ‘떨어짐’이 278명(33.6%)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끼임 사고가 97명(11.7%), 사업장 외 교통사고 87명(10.5%), 부딪힘 80명(9.7%) 순이었다. 사업장 규모별로는 5~49인 규모의 중소 사업장에서 가장 많은 361명(43.7%)이 숨졌고, 5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서도 309명(37.4%)이 사망했다. 반면 3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은 47명(5.7%)에 그쳤다.
  • 전남도, 서남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 본격화

    전남도, 서남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 본격화

    전라남도가 서남해안을 중심으로 ‘서남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를 본격 추진한다. 이번 사업은 태양광·풍력 등 풍부한 재생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RE100 산업단지와 신도시를 조성하고 주민과 발전 이익을 공유하는 지역 상생형 성장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서남권에 RE100 산업단지와 3GW 이상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10만 명 규모의 글로벌 신도시를 건설한다는 구상이다. 신도시는 RE100 산업단지에 입주하는 기업 근로자와 가족을 위한 정주·교육여건을 제공하는 동시에 전국 최초의 에너지 자립형 도시 모델로 기획된다. 안정적 전력 공급을 위해 5.4GW 규모의 태양광 발전단지도 함께 조성한다. 목포·영암·해남 일대에는 항만·부두·기자재 단지를 구축하고, 2035년까지 30GW 해상풍력 발전단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와함께 해상풍력 공동 접속설비의 국가 기간전력망 지정, 기자재 국산화 지원 등을 통해 산업 생태계도 강화한다.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전용 요금제 신설, 세제 감면, 공공주도 개발 근거 마련 등 제도적 기반을 갖춰 RE100 기업 유치와 안정적 전력 공급을 뒷받침하고, 이러한 파격적인 인센티브가 특별법에 담길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에 지속해서 건의하고 있다. 청년·전문인력 일자리 확대와 재생에너지 발전수익을 기반으로 한 ‘에너지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해 도민이 함께 누리는 에너지 전환 모델을 구현할 방침이다. 전남은 전국 1위(444.2GW)의 재생에너지 발전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고 이는 2038년 국가 재생에너지 발전 설비용량(121.9GW) 목표치를 2배 이상 웃도는 규모다. 수도권은 우리나라 전력 수요의 약 40%가 집중돼 전력 부족에 시달리는 반면 전남은 계통 포화로 생산한 재생에너지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전남도는 전력 다소비 산업을 전남으로 유치해 국가적으로는 전력망 부담을 덜고, 기업에는 RE100 경쟁력 확보 기회를 제공하는 해법을 제시했다. 정현구 전남도 에너지산업국장은 “서남권 에너지 혁신성장벨트는 전남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프로젝트”라며 “재생에너지로 일자리와 인구를 늘리는 등 균형발전 모델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 날지 못하는 새의 비밀…타조의 조상이 하늘을 날았을 때 [핵잼 사이언스]

    날지 못하는 새의 비밀…타조의 조상이 하늘을 날았을 때 [핵잼 사이언스]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이라는 말이 있다. 우리나라의 옛이야기나 우화 등에서 아주 옛날이라는 점을 설명할 때 쓰는 관용구다. 호랑이도 담배를 피울 수 있는 만큼 우화의 주인공인 토끼나 거북이 같은 동물들도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을 한마디로 쉽게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실제로는 아무리 옛날이라도 호랑이가 담배를 피울 순 없기 때문에 이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하지만 만약 고래의 조상이 땅 위를 걸었을 때나 타조의 조상이 하늘을 날았을 때로 말을 바꾸면 진짜로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이 된다. 과학자들은 고래가 걷고 타조가 날던 시절을 연구해왔다. 다만 고래의 조상이 땅 위를 걸었던 시기에 대해서는 잘 알려졌지만, 타조의 조상이 언제 하늘을 날았는지 의문이 남아 있다. 언뜻 보기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은 주제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지구 곳곳에 있는 날지 못하는 대형 조류들의 공통 조상과 이들의 진화라는 흥미로운 주제와 연관이 있다. 타조는 날지 못하는 새이면서 지구상에서 가장 큰 새이다. 과거 남미에서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했던 테러버드 같은 더 대형 조류도 있었지만 오래전 사라졌고 현재 남은 것 가운데 가장 큰 것은 타조다. 그러면 두 번째로 큰 새는 무엇일까? 정답은 호주의 고유종인 에뮤다. 그런데 사실 타조와 에뮤는 큰 덩치나 날지 못하는 점만 공통이 아니라 조상도 같다. 그런데 바로 이것 때문에 과학자들은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나는 아프리카에 살고 다른 하나는 호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헤엄쳐서 그 먼 거리를 갈 순 없다. 타조와 에뮤, 그리고 사라진 거대 조류의 공통 조상이 있고 이 공통 조상이 장거리 비행이 가능해야 이 지리적 분포가 말이 된다. 타조나 에뮤 같은 화식조과의 조류들은 모두 고악류(paleognaths)에 속하는데, 중생대 곤드와나 대륙에서 처음 등장했다. 원시적인 고악류는 작은 새였기 때문에 하늘을 잘 날아다녔다. 문제는 백악기 말 대멸종에서 살아남은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고악류 가운데 타조의 조상으로 진화한 것은 누구냐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새의 화석은 잘 보존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뼈가 가볍고 속이 비어 있어 쉽게 부서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본래 날 수 있던 오래전 조상은 크기도 작아서 잘 화석으로 남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과학지들은 한때 하늘을 날았던 타조와 에뮤의 조상이 언제 등장했는지 알아내는 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해답은 박물관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보관되어 있었던 오래된 화석에 있었다. 스미스소니언 국립 자연사박물관의 클라라 위드리그와 동료들은 1998년 와이오밍 주에서 발견한 에오세(5580만 년 전부터 3390만 년 전까지 시대) 초기 고악류인 리소르니스 프로미스쿠스(Lithornis promiscuus)의 화석을 분석했다. 리소르니스의 화석은 에오세의 고악류 화석 가운데 보존 상태가 매우 우수해 비행 능력을 정확히 평가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현대까지 확인할 수 있는 타조류의 조상 가운데 리소르니스가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직접 조상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렇게 장거리 비행이 가능한 새가 하늘을 나는 법을 잃어버리고 다른 대륙에서 날지 못하는 새로 각각 진화한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새가 비행 능력을 상실하는 요인은 크게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육지에서 먹이를 풍부하게 구할 수 있어 장거리 비행이 필요 없어지는 경우다. 두 번째 요인은 새를 잡아먹을 수 있는 대형 포식자가 없는 경우다. 신생대 초기에는 공룡이 사라지면서 이런 대형 포식자가 사라졌고 아직 대형 포식자들이 등장하기 전이어서 날지 못하는 새가 진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중에 대형 포식자들이 등장한 후에는 잃어버린 비행 능력을 다시 진화시키기 힘들기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있는 방향으로 진화해 현재의 타조가 됐다. 정리하면 타조의 조상이 하늘을 날았던 것은 거의 5000만 년 전 까마득한 옛날 일이다. 고래의 조상이 땅 위를 걸었을 때만큼 오래된 일이다. 정말 오래전 일이지만, 그래도 대략 언제인지는 알 수 있는 과거를 말할 때 적절한 문구들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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