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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OUR STORY] 얼음·눈꽃 축제로의 초대

    1월의 강원도는 겨울축제 공화국.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 태백산 눈꽃축제와 대관령 눈꽃축제 등 1월 한 달 동안 눈과 얼음 관련 축제가 줄지어 열린다. 문화관광부의 ‘문화관광축제’ 선정에서 유망축제로 뽑힌 화천 산천어축제와 인제 빙어축제는 작년에 각각 120여만명,75만여명이 다녀갈 만큼 성공적인 축제로 자리잡았다. 두 행사 모두 얼음구멍을 통해 강물 속을 돌아다니는 산천어와 빙어를 낚는 짜릿한 손맛을 느낄 수 있다. 각종 부대행사도 풍성하게 마련돼 있어, 겨울방학을 맞은 자녀와 함께 찾을 수 있는 인기만점의 가족단위 여행지다. 태백과 평창에서는 이달 하순부터 눈꽃축제가 열린다. 각각 14,15회를 맞는 관록의 눈축제. 예년과 달리 다양한 체험형 프로그램을 마련해, 보는 축제에서 즐기는 축제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층 흥겨운 축제의 장이 될 듯하다. 춥다고 겨우내 구들장만 끼고 있을 수는 없는 일. 천하장사인들 밖으로 나가자는 꼬마들의 성화를 고스란히 받아낼 수 있을까. 독특한 겨울문화가 살아 숨쉬는 강원도로 미끄러지듯 달려가자. 글 사진 화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강원도 화천 산천어축제 “사위가 장모보다 고기를 못잡아?”장모 오덕순(65·경기 이천)씨의 힐난에 뒤통수만 매만지던 사위 김낙선(43)씨는 “녀석들이 어찌나 미끌거리며 잘 빠져 나가는지, 통 손에 잡히질 않네요.”라며 머쓱한 표정이다.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제5회 산천어 축제(www.ice.narafestival.com·1월6일~28일) 중 산천어 맨손잡기 행사 현장.“아빠, 파이팅!”,“우리 아들 힘내∼”여기저기서 격려와 환호성이 교차하며 따뜻한 풍경을 그려내고 있다. ‘얼지 않은 인정, 녹지 않는 추억’을 슬로건으로 내건 산천어 축제. 정해년 돼지해를 맞아 ‘화천 산천어는 복(福)돼지’란 주제로 ‘체험돼지’,‘추억돼지’,‘재미돼지’ 등 30여가지의 다양한 이벤트를 선보이고 있다. 화천천 2㎞구간에 펼쳐진 행사장은 그야말로 ‘겨울 해방구’. 다양한 놀이시설과 체험 프로그램들로 가득 차 있다. 축제의 대표선수인 산천어 얼음낚시,‘겨울의 고전’ 썰매타기와 눈썰매 봅슬레이 등 얼음위에서 하는 모든 놀이를 즐길 수 있다. 산천어 낚시와 눈썰매 등 놀이시설 이용료 대부분을 ‘화천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줘, 사실상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한 것도 이 축제의 자랑이다. 이 상품권은 행사장 내에서는 물론, 화천시내 어디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 신나는 산천어 잡기 40㎝가 넘는 두꺼운 얼음 속에서 어린아이 팔뚝만한 산천어가 낚싯줄에 끌려 나온다. 짜르르한 손맛에 과년한 처녀도, 나이 지긋한 어르신도 체면 따윈 아랑곳하지 않은 채 환호성을 터뜨린다. 간혹 산천어보다 몸집이 두배 가까운 송어라도 끌어올렸을 때는 건장한 떠꺼머리 총각도 어찌할까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계곡의 여왕’산천어는 1급수 맑은 물에만 서식하는 냉수성 어종. 예로부터 중국에서는 산천어를 신선들이 먹는 음식이라 했고, 일본에서는 왕실 진상품 등으로 쓰였다. 북한에서는 국방위원장의 보양식이자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 타이완에서는 보물 물고기란 뜻의 국보어(國寶魚)로 불리기도 한다. 행사장에서 산천어를 잡는 방법은 얼음낚시와 루어낚시, 그리고 맨손잡기 등 모두 세가지. 이 가운데 1만개의 얼음구멍이 뚫려 있는 넓은 낚시터에서 펼쳐지는 얼음낚시는 이 축제의 하이라이트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온 김태형(12)군은 “갑자기 낚싯대가 후두둑 하며 몸이 흔들릴 정도로 떨리더군요. 깜짝 놀랐어요.2시간만에 두마리를 잡았는데, 친구들에게 자랑할 거예요.”라며 입술이 귓불에 닿을 만큼 환하게 웃었다. 인조미끼인 루어를 얼음구멍 아래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위아래로 들었다놨다 하면서 산천어를 유혹하는 것이 얼음낚시 요령. 산천어의 유영층인 바닥위 10∼50㎝사이를 집중공략해야 한다. 행사장에서 화천낚시를 운영하고 있는 오충교(45)씨는 “루어를 바닥까지 가라앉힌 다음, 견짓대를 한바퀴 돌리면 손뼘 하나 정도 뜨죠. 그 상태에서 위아래로 고패질을 해주는 겁니다. 루어가 낙하할 때 공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손목에 스냅을 줘서 끌어올린 다음, 슬며시 내리면 마치 작은 물고기처럼 살랑거리며 내려가죠.” 시간상으로는 아침 9∼11시와, 오후 3∼5시 사이를 놓쳐서는 안된다. 주최측에서 산천어를 방류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류쪽이나 낚시터 펜스주변을 공략하면 많이 낚을 수 있다. # 루어낚시로 잡을까, 맨손으로 잡을까 유연한 자세로 플라이 낚싯대를 휘두르는 최철우(32·강원 철원)씨. 낚싯대 가이드 톱마다 살얼음이 맺혀 있다. 꿰미를 보니 단 한마리의 산천어도 못 잡은 모양. 그래도 표정만은 여유롭다.“제가 어복이 없나 봐요. 깨끗한 자연속에서 맑은 공기 쐬고 가면 그게 좋은 것 아닌가요.” 루어낚시는 앉아서 구멍만 바라보는 얼음낚시와는 또다른 재미가 있다. 루어를 멀리 캐스팅한 다음, 끌어올리기 때문에 산천어가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앙탈이라도 부리면 ‘찐한’ 손맛을 즐길 수 있다. 조과도 나은 편. 하지만 낚싯대와 릴 등 다소 전문적인 장비가 필요하다. 맨손잡기는 10m짜리 원형 수조속에 풀어 놓은 산천어를 제한시간 5분동안 맨손으로 잡는 행사. 반팔 티셔츠와 반바지는 주최측에서 제공한다. 참가자들의 편의를 위해 탈의실과 탈수기 등도 준비돼 있다. 세 행사 모두 고등학생 이상 만원, 중학생이하 5000원의 입장료를 받지만,5000원은 농촌사랑나눔권으로 돌려준다. 중학생이하는 사실상 무료인 셈. 이 상품권으로 행사장 주변의 향토웰빙촌에서 농특산물을 구입할 수 있다. # 다양한 놀이기구 즐기기 얼음낚시를 하다 아이들이 지루해하면 얼음체험 프로그램을 즐길수 있다. 얼음광장에서 썰매광장에 이르는 거대한 빙판에서 얼음썰매를 지치며 놀 수도 있고, 얼곰이 썰매열차를 타고 얼곰이성과 눈조각품들을 감상할 수도 있다. 눈썰매 봅슬레이는 어린이는 물론 어른들에게도 스릴만점인 놀이기구. 어린이 썰매면허시험장에서는 ‘구절양장’꼬불꼬불한 눈길을 통과하는 어린이에게 ‘썰매면허증’을 발급해 준다. 눈썰매는 만원을 받는데, 반납할 때 현금 5000원과 5000원권 화천사랑상품권을 준다. 얼음썰매는 5000원. # 다양한 문화, 전시 프로그램 예년에 비해 자녀의 체험학습에 도움을 주는 알찬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다. 얼음나라관에는 산천어와 수달, 토종물고기 등에 대한 풍성한 정보와 자료가 전시된다. 얼음나라 만화관에서는 우리나라를 비롯, 일본과 북한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상영된다. 산천어 소망나무에 새해를 맞는 가족들의 소망을 적은 소망리본을 달아보는 것도 색다른 체험. 이밖에 행사장 제1터널부터 화천읍사무소, 중앙로에 이르는 구간에 조성된 산천어등(燈) 거리, 매주 금, 토요일 유명 연예인들이 벌이는 미니 콘서트 등도 볼 만하다. 도시에서는 좀처럼 경험하기 어려운 ‘농촌체험 사랑방 마실’도 놓치면 후회할 주요 이벤트. 농촌 가정에서 민박을 하며 장작패기, 가족 윷놀이, 밤하늘 별보기, 얼음낚시, 장작불에 구운 감자와 고구마 야참먹기 등 전통적인 놀거리와 함께 시골마을의 따뜻한 인심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다. 사랑방마실은 ▲동촌리 산속 호수마을 ▲간동면 구만리 어룡동마을 ▲하남면 원천리 하늘빛 호수마을 ▲상서면 신대리 토고미마을 ▲사내면 용담리 곡운구곡마을 등 5개 마을에서 운영중이다. # 가는 길 얼음나라 화천으로 가는 길은 미끄럽기 그지없다. 하루종일 응달진 산자락 아래 도로는 결빙되어 있는 곳이 많으므로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춘천∼화천간 5번국도는 주말이면 행락객들 차량으로 몸살을 앓는다. 가급적 평일, 주말에는 이른 시간대를 이용해야 혼잡을 피할 수 있다.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퇴계원 나들목→퇴계원방향→47번국도→진관나들목→383번 지방도→사능­답내간 신설 46번국도→강촌→5번국도→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남양주→대성리→강촌→화천 북부간선도로→구리→베어스타운→포천 일동/이동→광덕계곡→화천 # 여행정보 화천천의 겨울바람은 동장군도 울고 갈 만큼 매섭다. 모자와 장갑, 두툼한 방한복은 필수. 방한효과가 좋은 스티로폼을 앉기 적당한 크기로 잘라 가져가는 것도 좋다. 견지낚싯대는 행사장 주변 낚시점에서 2000∼4000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릴 낚싯대는 1만∼2만원선. 미끼인 루어는 3000∼5000원. 산천어알 등 생미끼를 사서 쓰는 경우도 있지만, 조과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제10회 인제 빙어축제(www.injefestival.net) 오는 26일 개막해 다음달 4일까지 소양호 300만평 얼음벌판 위에서 열흘간 펼쳐진다. 축제장은 크게 4개 공간으로 나뉜다. ‘깨끗한 자연(Nature Zone)’을 테마로 한 공간에서는 빙어낚시와 눈썰매 등을 즐길 수 있다. ‘신나는 겨울(Leports Zone)’공간에서는 얼음축구대회와 스노 래프팅 등 다양한 레포츠 행사가 열린다. ‘맛있는 겨울(Wellbeing Zone)’ 마당은 빙어회, 빙어튀김 등 각양각색 빙어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행복한 겨울(Family Zone)’에서는 어린이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있다. # 쉽고 재밌는 빙어낚시 동지(冬至) 무렵에 나타나 입춘(立春)즈음이면 홀연히 자취를 감추는 ‘호수의 요정’빙어. 겨우 손가락만한 크기지만, 맛도 좋으려니와 남녀노소 어렵지 않게 잡을 수 있어 ‘국민적인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빙어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빙어낚시. 간단한 장비로 누구나 쉽게 잡을 수 있다는 것이 빙어낚시의 가장 큰 매력이다.2000~3000원 정도의 견지낚싯대와 2000원짜리 구더기미끼 한 통이면 온가족이 먹기에 충분한 양의 빙어를 잡을 수 있다. 어린이들도 요령만 가르쳐주면 곧잘 잡아낸다. 소양호 드넓은 얼음벌판 아무 곳이나 구멍 하나 뚫으면 준비끝. 얼음에 구멍을 뚫기 위해서 끌이 필요하지만, 주변에서 손쉽게 빌릴 수 있다. 다른 사람이 뚫어 놓은 구멍을 써도 된다. 축제위원회는 1만원으로 즐기는 ‘빙어낚시 패키지’를 준비했다. 얼음구멍을 만들어 주고 낚시도구, 미끼, 의자 등을 빌려준다. 스노모빌과 얼음썰매까지 즐길 수 있다. 인제군청 문화관광과 (033)460-2082,460-2170. # 많이 잡으려면 첫째, 빙어를 많이 잡아 놓은 사람 옆자리에 자리 잡을 것. 둘째, 채비를 물밑바닥에서 10㎝ 정도 띄운 다음,3∼5초에 한번씩 살짝 챔질을 해줄 것. 셋째, 빙어의 입질이 집중되는 아침시간대, 특히 동틀 무렵부터 오전 10시까지의 시간대를 놓치지 말 것. 미끼로 쓰는 구더기는 한 마리 꿰기가 원칙이다. 바늘끝이 꼬리쪽 껍질에 살짝 걸치도록 꿰는 것이 좋다. 구더기가 든 미끼통의 뚜껑을 연 채 얼음판 위에 놓으면 동사의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할 것. 제14회 태백산 눈축제(festival.taebaek.go.kr)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한 겨울축제로는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축제.‘눈, 사랑, 그리고 환희’란 주제로 오는 26일∼2월4일 10일간 열린다. 정상 부근의 ‘살아 천년 죽어 천년’이라는 주목군락지 설경과 백두대간의 웅장한 모습은 태백산만의 자랑. 축제장의 다양한 이벤트와 눈덮인 계곡길을 따라 걷는 눈꽃 트레킹, 태백산에서만 탈 수 있는 오궁썰매 타기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많은 행사다. 예전과 다른 점은 각종 체험 프로그램이 늘었다는 것. 단군성전 앞 공터에 웰빙 족욕탕을 마련해 등산객들에게 따뜻한 족욕과 발 마사지를 제공하는 한편,4륜 모터 사이클이 끄는 스노 트레인을 운영하고,3000명이 벌이는 도전 기네스 눈싸움대회도 연다. 금천낚시터에서는 산천어, 송어 낚시체험 행사를 벌이기도 한다. 주행사장은 태백산 도립공원 일대. 하얼빈 눈축제의 조각가를 초청해 태백팔경 눈조각 부조, 주몽과 소서노 등의 눈조각 작품들을 전시할 계획이다. 당골광장에서는 ‘스노 매직쇼’,‘비보이 페스티벌’ 등이 열리고, 등산로 입구에는 ‘얼음터널’이 전시된다. 마장공터에서는 ‘겨울놀이마당’,‘추억의 먹거리 체험’ 등의 체험행사, 마장아래 공터에는 어린이 미니 얼음미끄럼틀 등이 준비되어 있다. 이밖에도 황지연못, 장성, 태백역 등 보조행사장에서도 ‘황금돼지를 잡아라’ 등 각종 행사가 열린다. 태백시청 관광문화과 (033)550-2081,2828, 태백산 도립공원 (033)550-2741,2745. 제15회 대관령 눈꽃축제(www.snowfestival.net) 오는 31일∼2월6일 평창군 횡계리 상지 대관령 고등학교 제2운동장 일대에서 펼쳐진다. # 대관령 눈꽃축제에서만 볼 수 있는 것 첫째,2014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염원을 담은 20m높이의 초대형 눈조각 상징조형물이 선을 보인다. 이를 위해 제설기 5대와 포클레인 10대, 덤프트럭 20대 등의 중장비와 30여명의 조각가들이 투입될 예정이다. 둘째, 개막식날인 31일 동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황태해장국 2014 그릇 나눠먹기´ 행사가 진행된다. 눈꽃축제를 찾은 관람객들에게 대관령 대표 음식인 황태해장국 2014 그릇을 무료로 제공한다. 셋째, 한겨울의 알몸축제, 대관령 알몸마라톤대회가 부활된다. 눈쌓인 산하를 배경으로 웃옷을 벗은 채, 해발 700m의 고원도시 평창을 달리는 색다른 경기.10㎞,5㎞ 구간으로 나뉘어 진행된다. 넷째, 박진감 넘치는 스노 카레이싱대회가 열린다. 눈과 얼음 트랙을 미끄러지며 질주하는 차량들의 경주가 색다른 볼거리가 될 듯.A6(1500㏄ 미만),A7(2000㏄ 이상) 경기로 나뉘어 진행된다. 하얀 눈속에서 펼쳐지는 레이싱걸들의 응원열기도 볼 만할 듯. 이밖에 대형 얼음무대에서 펼쳐지는 비보이 공연, 전통 눈썰매와 소발구 체험, 그리고 겨울에만 즐길 수 있는 스노래프팅과 스노모빌 체험 등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다른 행사들이 알차게 준비돼 있다. 평창군 문화관광과 (033)330-2762, 대관령눈꽃축제위원회 (033)336-6112.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12인의 행복 동행’ 장애우 카페 인기

    ‘12인의 행복 동행’ 장애우 카페 인기

    장애우들이 운영하는 카페가 인기다. 값도 싸고 도움의 손길도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연인, 가족 할 것이 이곳을 찾는다. 17일 성남시에 따르면 관내 정신장애우들의 사회복지시설인 ‘고운누리’는 최근 분당구 수내3동에 위치한 한 주유소 건물에 정신장애우들의 직업재활을 위한 카페인 해피투게더(Happy together·행복한 동행)라는 상호을 단 조그마한 카페를 마련하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정신장애우들 뭉쳐 직업재활 훈련 이 카페는 무상으로 주유소 내 자리를 얻어 가게를 꾸미고 시의 지원을 받아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 카페에는 고운누리 사회적응프로그램을 이수한 정신지체 장애우 12명이 일을 분담해 손님을 맞고 있다. 원두를 내리는 것에서부터 봉사활동과 청소, 그리고 손님 맞이까지 손색없이 운영하고 있다. 정상인보다는 다소 손길이 미흡하거나 실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정성 만큼은 남다르다. ●맛 좋은 커피 값은 절반이하 더욱이 요즘 내로라하는 커피전문점들과 맛이 큰 차이가 없는데다 가격은 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어서 고객들이 늘고 있다. 카페에는 하루 평균 30여명의 손님들이 찾아와 커피와 다과를 즐기며 장애우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하루평균 수입은 10만원 가량으로 얼마 되지 않지만 장애우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과 미소가 떠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장애우들이 운영하는 카페여서 처음에는 공무원들뿐 아니라 장애복지시설 종사자들까지 걱정이 많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모든 일을 스스로 처리하는데다 고객들까지 나서 도움을 주고 있어 상호 그대로 행복한 동행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성남 윤상돈기자 yoonsang@seoul.co.kr
  • [‘판사 석궁테러’ 파문] 사법 불신 ‘해코지’ 심각

    오후 9시쯤 퇴근했는데 집이 깜깜했다. 현관문을 열쇠로 열고 안방문 손잡이를 돌리는데 ‘헉’하는 소리가 들렸다. 도둑인가 싶어 얼른 불을 켜자 방구석에 부인이 어린아이 둘을 끼고 울고 있다.“당신에게 조사받은 사람이라며 낮에 전화가 왔다. 집을 알고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 서울중앙지검 간부가 평검사 시절 겪은 일이다. 재판에 불만을 품어 법조인을 테러하는 일은 법치주의를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일이다. 하지만 범죄를 다루는 직업인 데다 이들의 결정에 여러 이해관계가 좌우되다 보니 판·검사에게 해코지를 하려는 경우도 드물게 있다. 이 지검의 또 다른 간부도 평검사 시절 검사실로 온 전화에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딸이 ○○국민학교 다니죠. 검사님, 조심하세요.” 익명의 전화 한통 때문이었다. 80년대 후반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형사재판 1심 선고에 불복한 한 중년 여성이 항소했다. 재판부는 항소 이유서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항소를 기각하고는 “이런 걸로 항소를 합니까.”라며 핀잔을 줬다. 여성은 “내겐 일생이 걸린 문젠데, 어떻게 그런 말을…. 판사를 못하게 하겠다.”며 옷을 홀딱 벗어버렸다. 재판부는 도망치듯 퇴정했다. 법원의 권위가 너무 높아 국민 위에 군림했던 시절 얘기다. 최근에는 당사자들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쪽으로 공판 진행방식이 바뀌고 있지만, 재판부가 아무리 말을 끝까지 들어주려고 노력해도 패소한 측에서는 억울하기 마련이다. 증거입증이 충분하지 못해도 판·검사가 알아줬으면 하는 게 사람 마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에 근무한 김웅 검사는 민사재판에 불복, 법조타운에서 ‘1인시위’를 하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당한 60대 노인을 네댓 차례 불러 그저 사연을 들어줬다. 노인은 “사건처리가 안 돼도 내 얘길 들어줬으니 여한이 없다.”며 시위를 멈추고 자신이 낸 맞고소도 취하했다. 법원과 검찰이 자세를 바꿔가며 진정한 권위를 쌓아가는 이런 사례는 아직 흔하지는 않다. 오히려 판·검사라는 이유만으로 공분의 대상이 되거나 익명의 협박을 받는 일도 있다. 90년대 중반 독신으로 혼자 자취하는 남자 검사 집 거실에 칼이 꽂혀 있었던 적이 있다. 수사 결과 범인은 단순절도범이었고 집안에 훔쳐갈 게 없자 칼을 꽂아두고 간 해프닝성 사건이었지만 검사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몇몇 판·검사가 익명의 소포로 칼을 받았다는 소문도 떠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는 “판·검사들도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칼을 보내는 사람들은 수사를 받기 전에 법원과 검찰에 막연한 적대감을 가진 분들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환경·생명] 폐비닐로 신음하는 국토

    [환경·생명] 폐비닐로 신음하는 국토

    국토가 폐비닐로 몸살을 앓고 있다. 사계절 농업이 보편화되고 비닐 사용량이 크게 늘면서 폐비닐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수거되지 않고 묻히거나 안전장치가 없는 상태에서 소각되는 바람에 2차 오염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비닐은 농업 생산성을 올리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자재이지만 폐비닐로 인해 농토 오염은 물론 농촌 환경을 크게 해치는 흉물로 자리잡았다. 연근해 바다와 강 속에도 폐비닐이 가라앉아 환경오염과 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다. 연간 발생하는 폐비닐은 26만t 정도.2005년에는 26만 4880t이 나왔다. 이중 21만 3723t을 거둬들여 수거율이 81%에 이르렀다. 그러나 수거율이 높아진 것은 최근의 일이다.5년 전만 해도 수거율이 절반에 불과했다. 한국환경자원공사에 따르면 2001∼2005년에 발생한 폐비닐은 모두 128만t에 이른다. ●5년간 미수거만 50만t 육박 이 가운데 수거량은 80만 7712t에 불과하다. 나머지 47만 4822t은 수거되지 않고 땅속에 묻혔거나 불법으로 태워버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에 발생, 수거되지 않은 폐비닐까지 더하면 엄청난 양의 폐비닐이 국토를 뒤덮고 있는 셈이다. 폐비닐 가운데는 농업용 폴리에틸렌 필름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농업용 비닐이 처음 사용된 것은 1950년대 초.1970년대 비닐 하우스 농사가 본격화되면서 사용량도 급격하게 늘어났다. 채소재배 비닐하우스에 주로 사용했지만 이제는 거의 모든 농업 분야에 이용되고 있다. 문제는 영구적으로 사용할 수 없는 재질이라서 사용량에 비례해 그만큼 폐비닐이 나온다는 데 있다. ●젊은층 이농… 수거 엄두조차 못내 경기도 화성시 한 농촌 마을 밭에는 아직도 비닐이 수거되지 않고 그대로 방치돼 있다. 농민은 “2년 전 농사지은 땅인데 젊은 사람이 없어 비닐을 걷어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연기군 축산리 산밑 밭에는 고추를 심을 때 깔았던 비닐이 수년째 버려져 있다. 젊은이들이 떠나면서 농사를 포기한 땅이라서 절반은 이미 무성한 잡초와 함께 땅속에 묻혔다. 또 대충 걷어낸 비닐 덩이가 여기저기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남해 연근해에도 폐비닐이 쌓여 있다. 때로는 작은 고깃배 스크류가 폐비닐에 걸려 엔진이 멈춰서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바닥까지 내려가는 그물을 쳤다가 끌어올리면 비닐 덩어리가 따라올라오는 경우가 다반사다. 폐비닐을 효율적으로 수거하는 길은 없을까. 현재 폐비닐 수거는 전적으로 농민들의 손에 의존하고 있다. 배출자 수거 원칙을 적용하면 이들이 거둬들여야 하지만 농촌 인구 고령화와 일손부족으로 이마저 여의치 않다. 농민들의 의식도 문제다. 폐비닐로 인한 국토오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하거나 그냥 태워버리는 경우도 많다. ●재활용 기술개발 투자 서둘러야 조남용 환경자원공사 수원 사업소장은 “수거율을 높이려면 지자체 장려금을 늘리고, 처리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농촌 인구 고령화로 수거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들이 폐비닐 수거에 나서고 있지만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지자체는 폐비닐을 수거하면 장려금을 주는데 지급액이 천차만별이다.㎏당 30∼40원을 주는 지자체가 있는가 하면 최고 300∼400원을 주는 곳도 있다.2005년 폐비닐 수거 장려금은 지방자치단체 100억원과 농림부 30억원 등 13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돈으로 수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농어민 교육에 폐비닐의 위험성을 알리고 수거 우수 마을에 대한 차별 지원 등이 필요하다. 처리 능력을 키우고 재활용 기술 개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폐비닐 처리는 대부분 환경자원공사가 맡고 있는데 2005년의 경우 수거된 21만 6000t 가운데 처리량은 10만t에 불과하다. 올해는 11만 4000t을 처리할 계획이다. 공사가 폐비닐 처리 공장 5곳과 중간 가공시설 8곳을 운영하고 있지만 폐비닐을 처리하기는 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 아직도 수거해 놓고 처리하지 못한 폐비닐이 35만t이 넘는다. 글 사진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거두면 자원, 버리면 쓰레기 다른 쓰레기와 마찬가지로 폐비닐도 건축자재나 생활용품으로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흙이 묻지 않은 비닐 터널 등은 고무 함지박을 만들거나 고무 디딤판을 만드는 주원료다. 고추밭에 까는 검은색 비닐 등은 물로 씻어 이물질을 털어낸 뒤 이를 녹여 유기용제 등의 재생원료로 쓴다. 한국환경자원공사는 “영농 폐비닐만 제대로 수거해도 연간 167억원의 경제적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은 폐비닐을 재활용하여 친환경 재생골재를 생산, 도로포장에 활용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흙이나 이물질이 묻어 있는 상태의 폐비닐을 그대로 원료로 사용할 수 있어 실질적인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재생골재로 흙과 섞어 도로지반을 다지면 자체의 구멍이 자갈 역할을 하여 흙이 물을 흡수하는 것을 막고, 높은 단열 효과로 도로지반이 어는 현상도 줄일 수 있다. 이 재생골재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공사에 실제로 사용돼 성능 검증을 마쳤으며 골재 원가의 30%가량을 줄이는 효과를 보았다. 폐비닐로 다공성 세라믹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술도 나왔다. 폐비닐을 백토, 점토 및 고령토 등과 섞어 800∼1100도에서 소성시키면 다공성 세라믹 제품이 나온다. 그러나 버리면 그대로 환경을 훼손하는 쓰레기가 된다. 농경지에 그대로 묻히면 땅 속 공기 흐름을 막아 작물이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자연경관도 크게 훼손해 농촌환경을 더럽히는 원인이 된다. 밭에서 태우면 인체에 해로운 대기오염물질이 발생하고 소각 잔재물을 땅에 묻으면 토양오염의 원인이 된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폐비닐 수거 요령 내가 사용한 비닐은 내가 수거한다는 의식을 갖고 흙·돌·낙엽 등 이물질을 제거한 뒤 배출해야 한다. 이물질이 얼마나 포함됐느냐에 따라 재활용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이물질이 30% 이하면 재활용 가치가 높고 수거 보상금도 지급한다. 이물질이 50% 제거된 폐비닐은 바람으로 털거나 물에 씻어 재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이물질이 80% 이상 남아 있는 것은 매각이나 소각해야 하는데 엄청난 폐기물처리 비용이 발생한다. 제품별로 따로 수거하면 처리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하우스용 두꺼운 비닐(로덴비닐)과 고추밭 등을 씌우는 얇은 비닐(하이덴비닐)로 구분하고 흰색과 검정색 비닐로 나누어 묶으면 된다. 개인별 수거보다는 마을 단위 수거가 경제적이고 수거에 편리하다. 마을 공동 집하장에 모아놓고 읍·면·동 환경담당에게 연락하면 된다. 지자체는 환경자원공사에 연락, 수거 일정을 정해 전문 수거 차량이 출동, 위생적으로 거둬가고 지자체에서 보상금을 지급한다. 개인 재활용 업체가 수거하기도 하는데 수거량이 미미하고 이물질이 없는 양질의 상태만 가져간다. 이 때문에 폐비닐을 깨끗하게 처리하기 위해선 지자체를 통한 수거가 바람직하다. 류찬희기자 chani@seoul.co.kr
  • 꽃보다 아름다운 삶의 표정들

    사람은 가장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미술의 주제다. 그동안 사진으로 인해 점점 설 자리가 위축됐던 인물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전시회가 열린다. 이달 31일까지 국제갤러리에서 계속되는 ‘온 페인팅’전에서 화가 이광호는 영혼을 담아낸 인물화 102점을 선보인다. 모두 똑같은 30호 캔버스에 98명의 인물이 앉아있는 8×12m의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비록 그림 속의 인물이지만 사람이 뿜어내는 기운에 압도된다. 작가는 초상화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을 인터뷰한 뒤 소지품을 하나씩 받아 외면이 아니라 영혼을 만지려 했다고 소개했다. 인터뷰 비디오와 모델의 소지품도 함께 전시된다. 캔버스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유명인이 아니다. 작가가 주변에서 매력을 느낀 이들에게 모델이 돼달라고 부탁해 그린 것이다. 작가가 입주 작가로 활동했던 창동 스튜디오에서 마주친 미술인들,‘괴물’ 등의 영화에 단역으로 자주 출연했던 식당 주인, 화랑의 인턴 사원, 가족 등이 모델이 됐다.“인물을 그리는 것은 관계를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하는 이광호는 모든 사람을 180㎝ 앞에 두고 대화를 나눈 뒤 평균 15시간만에 한 작품을 완성했다. 각 인물마다 사용한 붓의 종류와 크기뿐 아니라 붓의 흔적도 다르다. 대상을 이해한 만큼 캔버스 위에 재현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작가는 인터뷰의 기억을 바탕에 두고 사진을 보면서 작품을 완성했다. 이광호의 인물화와 함께 노충현이 그린 동물이 없는 동물원 공간을 담아낸 그림,2005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의 최연소 작가였던 문성식의 세필화도 전시된다. 또한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오는 17∼31일 열리는 ‘우리시대의 얼굴전’에서는 지난해 우리 사회 뉴스의 중심에 서있었던 유명인을 만날 수 있다. 중국 태생으로 루쉰(魯迅)미대를 졸업한 이광춘 경기대 교수가 수묵담채의 힘찬 필치로 인물의 특징을 잡아냈다. 작가는 “캐리커처의 기법을 일부 차용하면서 인물의 눈빛과 자세를 중시해 그려낸다.”고 설명했다. 인물을 직접 만나는 경우도 있지만 유명인이다 보니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며 특징을 며칠간 연구한 뒤 대부분 이틀안에 작품을 완성한다고 한다. 시원한 필치로 인물의 개성을 잡아내는 작가는 고(故) 이병철, 정주영 회장,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사마란치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장 등이 초상화를 부탁할 정도로 필력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미술평론가 이재언씨는 “인물화는 당대의 인물과 작가의 생애를 연구하는 데 있어 가치가 있을 뿐 아니라 작가의 예술적 에너지가 가장 많이 투입된다.”고 말했다. 그 가치는 일상속의 이웃이나 친구뿐 아니라 시대를 풍미하는 유명인을 그렸다고 해서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법따로 현실따로] (4) “학교폭력 추방 우리손으로”…제천 의림여중 사례

    [법따로 현실따로] (4) “학교폭력 추방 우리손으로”…제천 의림여중 사례

    ‘또래상담’이 있었다면 안산 여중생 집단폭행 사건 같은 일은 발생하지 않았을 거예요.”13일 충북 제천시 의림여중에서 만난 강유진(16·3학년)양은 안산 여중생폭행 사건소식을 안타까워했다. 음식점에서 점심을 함께 먹으면서 학교폭력이 왜 일어나느냐고 묻자 여중생들은 “우리끼리는 사소한 일로 싸움이 시작돼요. 기자 아저씨는 이해하지 못할 거예요.”라면서 자신들만의 얘기를 꺼냈다. ■ “또래끼리 고민 상담… 폭력 40% 줄었어요” 초등학교에서는 담임선생님이 하루종일 지켜보지만 중학교에서 선생님은 자신들 사이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고 자신들 끼리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의림여중은 학생끼리 잘 통한다는 데 착안해 ‘또래상담’을 실시하는 학교. 학생들은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최초로 자체개발한 학교폭력 예방 프로그램인 또래상담을 실시한 이후 폭력이 40% 가량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래상담은 30여명의 학급의 학생들을 10명씩 묶고,1명의 ‘또래 리더’를 뽑아 일주일에 한 차례씩 또래들과 학교폭력에 대한 고민을 상담하는 것이다. 이재희(가명·16·3학년)양은 또래상담으로 폭력을 모면한 케이스. 재희는 같은 반 친구 선영(가명)이 등 10여명과 함께 잘 어울려 다녔는데, 선영이는 장난으로 친구들 앞에서 재희를 무시했다. 재희와 선영이는 감정싸움을 벌이다 욕설과 신체적인 충돌까지 생겼다. 선영의 친구 장민경양은 “사소한 오해에서 불거진 재희와 선영이의 갈등이 자칫 폭력으로 확대될 지경에 이르자 우리는 두 친구를 각각 달래면서 서로의 입장을 대신 전달해줬어요. 이젠 재희와 선영이는 다시 친해졌답니다.”고 설명했다. 학생회장이자 또래리더인 이지영(16·중학교 3학년)양은 “상담을 원하는 친구와는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아 약속을 잡는다.”고 말했다. 지영이는 “학교폭력뿐만 아니라 성적과 이성문제, 외모, 부모님과의 관계 등 소재도 다양하다.”면서 “대화를 해보면 폭력 사건의 원인이 친한 친구가 다른 친구와 더 친해지는 문제와 말투 같은 사소한 데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집단 따돌림을 당한 적이 있는 김성희(16·중학교 3학년·가명)양은 “학교폭력이 예전보다 40%는 준 것 같다.”고 밝혔다. 또래리더 하호정(16·중학교 3학년)양은 “담임선생님은 학생들의 세세한 행동을 파악할 수 없지만 또래끼리는 친한 친구가 서로 갑자기 어울리지 않거나, 옆 친구가 책상에 엎드려 있는 모습을 보면 금방 눈치챌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학교 교사인 이용식(30)씨는 “또래상담 프로그램으로 교사는 하루 동안 반에서 이뤄진 일을 파악할 수 있고, 미리 학교폭력에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김석호 의림여중 연구부장은 “또래리더는 교우관계가 좋아서 친구들 사이에서 영향력이 있고, 입이 무거워 민감한 사항을 함부로 말하지 않을 학생을 뽑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면서 “또래들로부터 추천을 얼마나 많이 받았는지가 가장 중요하고, 학업 성적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또래리더는 상담 뒤 일지를 간단하게 정리해 담임교사에게 전달한다. 교사는 학생끼리 해결하도록 가능한 모른 체하다가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개입한다. 학생끼리 자율해결이 원칙이라는 얘기다. 학교폭력 예방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지면서 지역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어른 중심의 문제해결 보단 또래 친구 활용이 더 효과적” “학생은 교사나 부모보다 함께 시간을 가장 많이 보내는 주변 친구에게 고민을 잘 털어놓습니다.” 의림여중의 또래상담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연구부장 김석호(45) 교사는 “학교폭력은 친구끼리는 다 아는 일”이라면서 “하지만 교사나 학부모와는 상대적으로 폭행당한 학생과 대화가 적어 눈치를 채지 못해 학교폭력이 은폐되기 쉽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밝혔다. 학교폭력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른이 나서는 것보다 또래 친구들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어른이 아닌 학생이 중심이 돼 교내 폭력문제를 어떻게 풀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중에 교육부의 학교폭력예방교육 영상물에서 또래 리더의 상담을 착안했다. 김 교사는 “어린 학생들이 속으로만 끙끙 앓지 않고 속시원히 밝히게 하는 게 사건을 미리 방지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사는 “또래상담이 시행 초기여서 여전히 미진한 점이 많다.”면서 “또래리더들이 전문 교육기관에서 1박2일간 상담기술을 배웠지만 어려서 아직은 상담에 서투르고, 학생들을 재교육시킬 만큼 전문성을 갖춘 교사도 적다.”고 말했다. ■ “진단서 등 증거 확보… 전문가와 상의를” 학교폭력 피해학생은 기 죽지 말고 가해자에 대해 적극적인 자세를 가질 것을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경기도 안산경찰서 강달원 여성청소년계장은 “학교폭력은 말다툼과 친구 사이 오해 등 작은 원인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결국 폭력 사태로 번져 피해자는 큰 상처를 받게 된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이정희 상담사는 “피해자는 속으로만 앓지 말고 가해자에게 받은 고통과 부당함을 설명하고 사과와 재발 방지에 대한 약속을 적극적으로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혼자의 힘으로 해결하기 힘든 경우도 생긴다. 이럴 때 주변 친구 혹은 어른과 상담하거나 청소년 상담실을 찾는 게 현명하다. 그래도 처리가 안 되거나 집단 폭행과 따돌림 등을 당하는 경우 부모님과 교사의 상담이 필요하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장맹배 사업국장은 “만일 학교폭력 피해를 다시 당할 위협을 느낀다면 부모님과 친구들과 반드시 동행하고 위협의 정도가 더 심해지면 전문경호업체의 서비스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은 심한 피해가 우려되는 학생에게는 무료 경호 서비스를 해준다. 학부모는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아이가 당황하지 않고 사실을 충분히 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봉혜경 사무국장은 “창피해 말하기를 꺼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최대한 먼저 안정시켜라.”면서 “나중엔 기억을 못 할 수 있어 처음 들을 때 녹음이나 기록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학교폭력국민대책협의회 조성희 간사는 “외상 등으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진단서나 의사소견서 등도 증거 확보 차원에서 보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피해자 가족이 가해자 측과 만날 때 개인적으로 만나기보다는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등에서 공식적으로 만나라고 조언한다. 봉 국장은 “흥분된 상태에서 만나면 일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시행령이 법 못따라 첫 단추 잘못끼워져” 유명무실한 학교폭력예방법은 법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잉태됐다. 자녀안심하고 학교보내기 운동 등의 정부 캠페인에도 불구하고 학교폭력이 심각해지자 2002년 국가청소년위원회와 시민단체가 법률 초안을 마련했고,2004년 의원 발의 형식으로 법률이 만들어졌다. 교육부가 시행령을 만들었다. 당시 법률 초안 작업을 주도한 청소년폭력예방재단(청예단) 신순갑 정책위원장은 “교육부가 외부기관의 개입을 피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구체적으로 만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법에서는 외부기관 개입이 가능하게 했지만 시행령에 아무런 언급이 없다. 심리상담과 일시보호, 치료를 위한 요양, 학급 교체, 전학 권고 등의 법 규정이 있지만 시행령에는 시행방법이 정해지지 않아 교육현장에선 실천이 불가능했다는 게 신 위원장의 지적이다. 동국대 박병식 교수는 “2002년에 청소년위원회는 국회 정무위원회에, 청예단은 교육위원회에 각각 법률안을 제출했는데, 결국 교육위에서 일괄적으로 통합 처리키로 결정됐다.”면서 “교육부가 외부기관인 청보위의 간섭을 피하기 위해 상임위 지정에 모종의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실효성을 잃은 이유에 대해 지금도 네탓 공방이 계속된다. 시민단체 등은 “학교 문제를 독점하려는 교육부의 폐쇄성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교육부는 “교육 현장과 법을 잘 모르는 시민단체가 어설프게 법을 만들었다.”고 떠넘긴다. 교육부 관계자는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이 법을 적용한다’는 조항으로 학교폭력 사건이 경찰서로 넘어가면 법은 무의미해졌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연구관을 지낸 김학일 경기도 평촌고 교감은 “학생의 성폭력 사건을 자치위원회서 다루면 사건이 학교에 퍼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성폭력이 제외된 배경을 설명했다. 시민단체는 현장에서 학교폭력 예방교육이 허술하게 이뤄지는 이유가 시행령에서 필수 교육시간을 명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 “특별법 지위 부여해서 교내 모든폭력 대응을” 사문화되다시피한 학교폭력예방법이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학교 폭력의 범위가 확대돼야 하고, 피해 학생에 대한 보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학교폭력이 형법·성폭력범죄처벌법 등 다른 법률과 중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학교에서 일어나는 폭력은 학교폭력예방법 내에서 처리될 수 있도록 특별법의 지위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교육 당국과 시민단체·정치권 등은 현행 법을 이처럼 손질해야 한다는 총론에는 공감하면서도 각론에 들어가면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학교폭력예방법과 시행령에서는 A학생이 폭행과 협박, 집단 따돌림, 모욕 등으로 B학생에게 신체와 정신, 재산에 피해를 주는 행위를 학교폭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학생과 일반인 사이에 발생한 폭행은 포함되지 않고, 최근 급속하게 늘고 있는 성폭력·사이버폭력도 대상에서 제외됐다. 한나라당 이주호 의원은 “가해자와 피해자가 모두 학생인 경우로 규정한 법 내용을 학생을 상대로 한 폭행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처리한 조치에 피해학생 측이 만족하지 않고 경찰에 고소하면 자치위 결정사항은 물거품이 되고 만다. 정치권과 교육부, 시민단체 모두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특별법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피해학생의 보호’ 규정 강화도 검토대상이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조정실 회장은 “가해학생 측에 치료비를 청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치료비를 우선 부담하고, 나중에 가해학생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장이 자동으로 교내 자치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규정도 개정대상이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 신순갑 위원장은 “학교의 관리가 소홀해 폭력이 발생했을 경우 과연 자치위원장(교장)이 공정하게 처리할 수 있겠냐.”면서 “위원들의 직선으로 위원장을 뽑는 게 옳다.”고 말했다. 교사들 사이에서 학교폭력 책임교사를 기피하는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인센티브도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평촌고 김학일 교감은 “교육부가 수당을 자체적으로 높일 수는 없기 때문에 승진 가산점을 주면 충분한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박병식 교수는 “자치위원회가 내린 조치에 대해 가해 학생이 불응할 때에 대책이 없다.”면서 “이런 경우 자치위를 다시 열어 가중조치를 내릴 수 있도록 하거나 정학이나 퇴학 등의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를 폭력예방법에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폭력피해 체크리스트 1. 아프다거나 학교가기 싫어한다. 2.‘전학 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한다. 3. 상처 혹은 멍자국이 생긴 이유를 물어보면 운동 등의 이유를 둘러대고 자세한 이야기는 피한다. 4. 소지품와 운동화, 옷 등이 자주 망가져 있거나, 잃어버렸다고 한다. 5. 노트 등에 욕설과 폭언, 협박,‘죽고 싶다.’는 낙서가 있다. 6. 용돈을 요구하는 횟수가 늘거나 몰래 돈을 가져간다. 7. 풀이 죽어 있거나, 자기 방에 틀어박혀 나오려 하지 않는다. 8. 친구나 선배한테 전화오면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9. 잘 때 식은 땀을 흘리거나 잠꼬대를 한다. 10.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다. <출처 청소년폭력예방재단>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5회에서는 범죄피해자구조법·금융기관직원 생활안정지원 법률과 자전거 이용 관련법, 임의동행의 문제점과 실태 등을 다룹니다. ●기획탐사에 대한 독자 여러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02)2000-9261∼9263 또는 tamsa@seoul.co.kr
  • [HAPPY KOREA] 분당·남양주·일산 3곳 도시생활

    [HAPPY KOREA] 분당·남양주·일산 3곳 도시생활

    누구나 인정할 만한 살기 좋은 지역이 없다고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 장점을 살리면 언제든 탄생할 수 있는 게 살기 좋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분당 시범단지,‘여성·아이들을 위한 곳’ 신도시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1980년대 말 정부의 수도권 5대 신도시 개발계획에 따라 ‘모델 하우스’ 개념의 시범단지가 우선 조성됐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서현1동 시범단지 주민들은 20여년이 지난 지금,‘여성들을 위한 천국’으로 단지를 표현한다. 분당 시범단지는 대단위 주거지에 대한 도시설계제도가 처음으로 적용된 곳이다. 천편일률적인 판상형 아파트단지의 틀을 깨고,5∼30층짜리 저층 및 고층 아파트가 조화롭게 지어졌다. 28만평으로 작지 않은 규모지만, 동서남북을 잇는 녹지 간선과 보행자 전용도로가 시범단지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한다. 차량용 도로와 보행자 구간은 서로 격리돼 있다. 동사무소·우체국·소방서·파출소·초중고교 등 공공시설, 쇼핑센터·병의원 등 편의시설은 단지 중앙에 배치돼 접근이 쉽다. 인근 지하철 분당선 서현역을 중심으로는 각종 상업시설도 들어서 있다. 이경숙(47·여)씨는 “편리한 여건 때문에 1991년 첫 입주자들이 지금까지 상당수 남아 있으며, 제2의 고향으로 여겨 전·출입도 적은 편”이라면서 “특히 여성들과 아이들이 살기에는 천국”이라고 말했다.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분당 시범단지가 ‘건강한 환경’보다 ‘보기 좋은 환경’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지적이다. 단지 주변에는 중앙공원과 자연녹지 등이 있지만,4차선·8차선 도로에 가로막혀 단지와 단절돼 있다. 이처럼 도시 및 공간배치 계획을 어떻게 세우고, 실천하느냐가 주민들의 삶의 질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다. ●남양주 평내아파트, 문화가 살아야 아파트가 산다 아파트에서 ‘이웃사촌’은 어색한 표현일 수 있다. 폐쇄성이 원인이다. 하지만 경기 남양주시 평내동 평내금호어울림아파트 주민 4000여명에게는 먼 친척보다 가까운 이웃사촌들이 있다. 김진문 주민자치회장은 “대부분의 아파트는 단지만 있을 뿐, 문화는 없다.”면서 “아파트 문화가 살려면 공유공간이 필요하며, 공간에 걸맞은 프로그램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곳 주차장은 모두 지하로 내려갔다. 지상은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꾸며졌다. 단지 중앙에 각종 행사를 열 수 있는 이벤트광장을 비롯, 쌈지공원·수영장·노천카페·야외운동실 등이 마련돼 있다. 피로티(건물 전체 또는 일부를 지상에서 들어올려 만들어지는 공간 또는 기둥)는 화랑처럼 예술작품으로 채워졌다. 주민들은 정기 음악회·영화제·시화전 등 공유공간을 활용할 프로그램을 스스로 만들었다. 단지내 도서관과 유아원, 어린이집 등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비영리로 직접 운영하고 있다. 김씨는 “주말이면 단지는 주민들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으로 떠들썩하다.”면서 “문화가 생기면 주민들의 정서를 변화시키고, 자연스레 이웃간 예의범절도 지키는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일산 전원주택단지,“아파트 쏠림현상은 딴세상 얘기” 전국적으로 이른바 ‘잘나가는’ 지역은 십중팔구 아파트단지나 주상복합아파트다. 같은 맥락에서 아파트에 대한 ‘쏠림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마두1동 전원주택단지 주민들에게는 ‘딴세상’ 얘기다. 박선자(67·여)씨는 “주택단지 대부분은 도시 외곽에 있어 편의시설 이용 등에 불편한 점이 많지만, 이곳은 일산의 중심”이라면서 “아파트 선호현상을 깨려면 주택단지의 주변환경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발산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이곳은 드라마 촬영장소 등으로 각광받는 명소다.70∼90평 단위로 지어진 단독주택 어느 것 하나 같은 모양이 없다. 주택지 골목길이 주차장처럼 변했지만, 이곳은 5가구별로 공동주차장을 마련해 도로 위에 세워진 차량을 찾아보기 어렵다. 인근에는 국립암센터, 마두시립도서관, 일산동구청, 지하철 3호선 정발산역 등이 자리잡고 있다.1995년부터 입주가 이뤄진 이후 지금은 일산의 ‘베벌리 힐스’로 통한다. 박씨는 “전원생활과 도시생활을 동시에 즐길 수 있다.”면서 “4대가 함께 살았는데, 아파트였다면 공간구조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지 조성 초창기만 해도 노년층이 많았다. 지금은 일정 수준 부와 명성을 이룬 30∼40대 중상류층이 주축이다. 마을이 젊어지면서 주민간 의견교환을 위해 인터넷 카페를 운영하고, 마을청소도 주민들의 몫이 됐다. 이미화(42·여)씨는 “주택은 관리가 어렵다고 말하지만, 분위기 등을 내 손으로 직접 바꿀 수 있어 힘든 게 아니라 즐거운 일”이라면서 “관리비용도 아파트에 비해 많은 편이 아니라, 이곳을 떠나 아파트로 이사했던 이웃들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글 사진 성남·고양·남양주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살기좋은 마을요? “도시에선 글쎄…” “도시에 있는 살기 좋은 마을이나 동네를 추천해 주실 수 있나요?” 도시계획 및 건축 관련 전문가 10여명에게 이같은 질문을 던졌지만, 선뜻 답변이 돌아오지는 않았다. 몰라서가 아니라, 없다는 게 주된 이유다. 살기 좋은 지역의 요건으로는 ▲일자리 등 경제적 환경 ▲교통 등 기반시설의 편리성 ▲교육·의료·문화·복지 등 생활인프라 접근성 ▲주민 상호간 교류 가능성 ▲주변 자연환경과의 조화 등이 꼽힌다. 하지만 이같은 요건을 두루 갖춘 마을이나 동네는 현재로선 드물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전문가는 “대부분의 신도시가 도로와 같은 기반시설 위주로 도시계획이 세워져 세부적인 공간계획은 미흡하거나 중복되는 측면도 많다.”면서 “심지어 민간에서 개발을 주도하는 경우 기반시설이 있는 곳에 주택단지를 만드는 ‘무임승차’도 많아, 결국 기반시설 부족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도시는 신도시보다 문제의 심각성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현재 도시재개발은 헌집을 헐고 새집을 짓는 형태의 물리적 환경만 바꾸는 수준이며, 지역공동체 등 사회적 환경은 오히려 악화된다.”면서 “도시재개발보다 도시재생이라는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마스터플랜을 어떻게 세우느냐 보다는, 실제로 계획을 얼마나 충실하게 따르느냐가 더욱 중요한 시점”이라면서 “살기 좋은 지역 만들기는 없는 것을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것을 채워나가는 활동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세훈기자 shjang@seoul.co.kr
  • [함혜리의 8년 체험 ‘프렌치 리포트’] (12) 파리선 개똥을 조심하세요

    [함혜리의 8년 체험 ‘프렌치 리포트’] (12) 파리선 개똥을 조심하세요

    파리에 오면 모두들 아름답고 낭만적인 도시의 풍경에 넋을 잃는다. 안개가 자욱한 날에는 꿈 속을 걷는 듯하다. 이쪽을 보면 그림엽서요, 저쪽을 보면 영화 속의 한 장면이다. 이러다 보면 갑자기 발에 뭔가 ‘물컹’하고 밟히는 것이 있을 것이다. 개똥이다. 국제적인 관광도시이자 멋과 낭만이 넘치는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개똥이 웬말이냐고 하시겠지만 한번쯤 가본 사람이라면 모두 다 공감할 것이다. 국적과 나이, 성별을 불문하고 파리에 처음 온 외지인이 신고식을 하는 방법은 동일하다. 거리에서 개똥을 밟는 것이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주인공 캐리가 꿈에 그리던 파리에 와서 개똥을 밟는 장면이 괜히 들어간 게 아니다. 이렇게 신고식을 치러야 비로소 파리지앵이라고 명함을 내밀 수 있다.‘개똥을 밟으면 행운이 온다.’고 선배 파리지앵들이 위로하지만 역시 기분은 불쾌하다. ●파리시내 개 배설물만 하루 16t 프랑스인들은 개를 무척 좋아해서 가족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덩치 큰 라브라도부터 작고 귀여운 요크셔테리어나 성격좋은 시추 등 자신의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 파리지앵들의 모습은 참 낭만적이다. 햇볕이 따뜻한 오후 시간에 애완견을 데리고 나와 함께 수다를 떠는 할머니들의 모습은 평화와 여유 그 자체다. 그런데 실상은 다르다. 파리 사람들이 애완견을 데리고 산보하는 주목적은 용변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대부분의 프랑스인들은 개의 용변을 거리에서 처리하도록 한다. 개 배설물 때문에 집안이 더럽혀지는 것을 피하고, 집에 갇혀 있던 ‘투투(귀여운 강아지나 개를 일컫는 말)’가 바깥 바람을 쏘이며 운동할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문제는 배설물이다. ●연간 수백만명 관광객에 골칫거리 프랑스인들이 키우는 개는 전국에 800만마리 정도 된다. 파리시의 경우 애완견 수는 20만마리에 달한다. 파리시 통계에 따르면 이 개들이 하루 약 16t, 연간 5840t의 배설물을 보도에 방출한다. 파리시는 특수 차량까지 동원해서 열심히 청소를 하지만 3t가량은 방치된다고 한다.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을 맞아야 하는 파리시의 입장에서 여간 골칫거리가 아닐 수 없다. 개 배설물은 도시미관을 해치고, 행인들에게 불쾌감을 줄 뿐 아니라 안전사고를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연평균 650건의 낙상사고가 개똥 때문에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때문에 파리시에서는 20여년 전부터 정색을 하고 개똥과의 전쟁을 벌여오고 있다. 우선 의식개혁 정책을 보자. 아름다운 도시를 자랑하면서도 애완견의 배설물로 길거리 더럽히는 것을 그다지 부끄러워하지 않는 파리 시민들이 무척 많다. 파리시가 시민을 대상으로 계도를 시작한 것은 1984년이다. 유인물 배포와 거리 게시판을 이용해 각종 메시지를 전달하면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애완견의 배설물을 치우도록 유도했다. 산책을 나가기 전에는 반드시 개똥 수거용 봉지를 지참토록 하고, 보도 위가 아니라 보도변 청소용 물이 흐르는 도랑에서 ‘일을 보도록’ 하라는 등의 내용을 담아 ‘개주인을 위한 지침서’도 만들었다.‘파리를 사랑한다면 이것만은 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호소성 슬로건까지 채택했다. 심지어는 공원의 풀밭에서 개똥을 갖고 노는 어린 아이, 지팡이를 더듬으며 개똥 위를 지나가는 시각 장애인 등 코믹하면서도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내용을 담은 포스터도 제작했다. 그런데도 자기 주장이 매우 강하고 간섭받기 싫어하는 파리지앵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의식개혁을 위한 홍보사업이 별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1992년에 지방위생법규에 벌금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법적인 규제정책과 의식개혁 홍보를 동시에 펼치기로 한 것이다. 이를 보여주는 것이 파리의 주택가 보도의 가로등에 설치된 간판들이다.1999년 파리시는 거리의 가로등 450곳에 개똥 수거하는 그림과 함께 ‘나는 내가 사는 구역을 사랑한다. 그래서 줍는다(J’AIME MON QUARTIER,JE RAMASSE).’라고 적힌 소형 간판을 설치했다. 이 간판에는 지방위생법규 99조 2항에 의거, 개똥을 치우지 않는 경우 최고 457유로(57만원 정도)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는 경고문구가 들어있다. 2002년 4월부터는 파리시장령으로 주인이 반드시 수거할 것을 의무화했다. 파리 청소과 직원이 청소실행 감독관이라는 직함으로 시내를 순회하다가 위반사례를 적발하면 그 자리에서 조서를 작성해 경찰 재판소에 보내도록 하는 등 강경한 조치를 내렸다. ●파리 시장령으로 배변수거 의무화 개똥 청소를 위한 인력과 설비, 장비도 지속적으로 보완하고 있다. 파리는 빗자루와 물로 도시를 쓸고 닦는다. 파리시청 청소과 소속의 청소부 4400명은 매일 아침 빗자루로 청소를 한 뒤 도로변의 중수도 파이프를 통해 나오는 물로 오물을 씻어내는 작업을 하는데 이 때 개똥을 하수구로 흘려 보낸다. 길다란 집게를 단 개똥수거 오토바이가 인도와 녹지를 수시로 순회하며 오물을 치운다. 시내 일부 도로변과 개 출입이 허용된 녹지공간을 개똥 수거용 비닐봉지 설치구역으로 지정해 ‘투투넷’이라는 지급기를 설치했다. 개들의 권리를 존중해 전용 배변구역도 지정했다. 도로상 주차 공간의 일부, 폭이 넓은 보도상의 화단 옆, 그리고 산책로의 잔디 한 구석과 인도 옆이나 녹지공간 안에 특별히 설치된 배변공간에서 견공들은 눈치 안보고 용변을 볼 수 있다. 역시 ‘애완견의 천국’다운 발상이다. 이런 제도와 노력에도 불구하고 개똥은 여전히 파리의 또 다른 상징물로 남아 있다. 논설위원 lotus@seoul.co.kr
  •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3) 초·중학생 유학은 불법

    [탐사보도-법따로 현실따로] (3) 초·중학생 유학은 불법

    “유학이 불법이라뇨?” 서울 장안동에 사는 주부 박모(36)씨는 11일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을 뉴질랜드로 유학시키기 위해 학교를 찾은 김씨는 ‘조기 유학은 불법이라서 추천장을 써 줄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다. 김씨는 “주위에선 아무 문제없이 다들 갔는데 불법이라니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서울 상계동의 주부 이경자(39)씨는 최근 중학교 1학년 아들을 필리핀으로 보내려다 일정을 미뤘다. 이씨는 “지난해 초에는 아무 문제없이 다녀왔는데, 갑자기 학교에서 깐깐하게 나왔다.”며 “규제를 해도 나갈 사람은 다 나가는데, 괜히 걸리는 사람만 재수없이 손해보는 것 아니냐.”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경기도 의정부에 사는 주부 김은정(40)씨는 방학을 앞둔 지난 연말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두 달 일정으로 영국에 보냈다. 김씨는 “학교에서 무단 결석 처리를 한다며 특목고에 응시할 때 내신상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며 “친구 아들 학교에서는 3주 결석을 눈감아 주기로 했다던데 단속을 하려면 확실히 하지, 아이를 범법자로 만드는 법이 있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2000년 2500여명에 불과했던 초·중 유학생 수는 2005년엔 1만 4818명으로 6배 가깝게 늘었다. 대부분은 불법 유학이고, 유급을 감수해야 한다. 서울 양천구 Y중학교 3학년 P군은 1학년때 호주에 유학을 다녀와서 유급을 했다. 같은 학교 K군은 미국 유학을 갔다가 유급을 해야 한다는 학교측 설명을 듣고 결석일수 3개월을 채우기 전에 귀국행 비행기를 탔다. 분당에 사는 학부모 유모(41)씨는 중학생 딸을 매년 미국으로 보낸다. 벌써 3년째다. 유씨는 “현지 영어교육은 필요한데 장기결석은 아무래도 내신에 불리할 것 같아 해마다 2개월씩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주부 박모(37)씨는 “초등학생 딸을 미국에 보내려고 해외에 가족여행을 간다고 둘러대 결석처리를 막았다.”고 말했다. 일선 학교에서의 혼란도 학부모 못지 않다. 서울 대치동 D중학교 관계자는 “지난해에만 전학년에서 50명이 해외 유학을 떠났다. 전년도에도 40명 정도가 자리를 비웠는데 최근 그 수가 급격하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동 A초등학교에서도 지난해 20명이 학교를 떠났다. 학교측은 “유학을 떠난 학생은 재작년 10명에서 작년에 두 배로 늘었는데, 이것도 학교에서 파악한 숫자만 이 정도다. 말도 안 하고 떠나는 경우도 있다.”고 했다. 교사들도 골치를 앓고 있다. 원칙적으로 유급돼야 하는 학생을 진급시켜달라는 부모들의 성화탓이다. 서울 시내의 한 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인 이모씨는 “반 아이가 3월 말에 어학연수를 가서 10월에 돌아왔다. 수업일수가 모자라 유급을 해야 할 상황인데, 졸업을 시켜달라고 난리”라며 “원칙대로 처리했지만 학부모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그렇다고 학교측에서 유학생들을 말릴 방법도 마땅찮다. 조기유학생이 특히 많은 강남의 C중학교 교감은 “중학생 유학은 불법이라고 말려도 비자를 핑계로 성적증명서와 재학증명서 등 필요한 서류를 떼간다.”며 “사실 말만 불법이지 제재 수단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 규제 풀고 질 낮은 유학원 단속해야 초·중등학생의 조기 유학을 불법으로 규정한 법규를 폐지해야 한다는 논의는 지난 1999년에 시작됐다. 총리실 산하 규제개혁위원회는 교육부에 ‘국외유학에 관한 규정의 자비유학자격 기준을 완화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법적 실효성이 문제가 됐다. 하지만 결국 여론의 반대에 부딪혀 전면 폐지는 없던 일이 됐다. 대신에 고졸자에서 중졸자로 유학 기준을 낮추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유학제한을 폐지하면 유학에 따른 막대한 사회적 비용과 폐해를 정부에서 조장하는 꼴이 된다는 시민단체의 반대가 심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폐지 논의는 끊이지 않는다. 규제가 완화되긴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안 된 탓이다. 교육부도 여전히 ‘조기유학 제한 규정은 불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여론은 아직까지 규제 쪽에 손을 들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폐지를 검토하기 위해 2005년에 설문조사를 해봤는데 과반이 규제가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며 “지속적으로 검토를 하고 있지만 아직 국민정서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정서를 감안하면 조기유학을 금지한 법규를 고치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한국교육개발원의 김홍원 학교혁신연구실장은 “유학 규제는 우리나라 밖에 없는 데다 법적 효력도 없다.”고 지적했다. 조기유학을 금지하는 현행 법규는 대표적인 반쪽짜리 법이다. 불법자를 무더기로 양산하고 있지만, 법은 집행되지 않는다. 때문에 조기유학을 불법으로 정한 규정을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아울러 조기유학 관련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난립하고 있는 유학원들은 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일반 학원은 ‘학원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에 따라 교육부의 감독을 받지만, 유학원은 제외된다. 세무서에 등록만 하면 누구나 차릴 수 있다 보니 피해를 입어도 소비자보호원 외에는 피해를 호소할 곳도 없다. 김홍원 실장은 “지켜지지 않는 규제는 풀고, 대신 검증되지 않은 질 낮은 유학알선업체를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지적했다. ■ 유학원에 직접 가보니 “남들 다 하는 불법은 불법이 아니죠.” 12일 유학원이 밀집한 서울 종로·강남 일대를 찾았다. 조기유학을 알선해 주는 유학원들은 불법성 여부엔 관심이 없었다. 일부 유학원은 “조기 유학이 왜 불법이냐.”며 어리둥절해 했고, 일부 유학원은 “교육청이나 학교에서도 묵인해 주는데 우리가 신경쓸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들의 관심은 불법 여부가 아닌 ‘얼마짜리’ 유학이냐에 쏠려 있었다. C유학원을 찾아 “초등학교 5학년 아이를 1년간 미국으로 유학보내고 싶다.”고 상담했다. 상담 책임자는 대뜸 “프로그램에 따라 1500만원에서 3500만원짜리가 있는데, 얼마짜리를 원하느냐.”고 물었다. 가격이 높을수록 현지 신변보장이 확실하다는 얘기였다.“싸게 보내면 아이의 신변이 불안할 수도 있냐.”고 되묻자 책임자는 “꼭 그런 것은 아니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대신 “3500만원짜리 유학은 미국 국무성이 관할하는 재단을 통해 이뤄진다.”면서 “재단이 홈스테이에서부터 방과후 교육까지 모두 책임지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조기유학이 불법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처음 듣는 얘기”라며 “이번 겨울 방학에만 40여명의 유학을 주선하는데 아무도 그런 걱정을 하지 않았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했다. 이어 찾은 국내 최대 규모의 I유학원. 김모 차장은 “중학생 이하의 유학은 모두 불법”이라고 시인하면서도 “그동안 아무도 처벌받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보수적인 학교에선 무단결석이나 유급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서울·경기 지역의 학교들은 워낙 조기유학생이 많아 알아서 다 해결해 준다.”고 안심시켰다. 이번엔 중국 전문 M유학원을 찾았다. 유학원 상담원은 “요즘엔 중국이 대세”라며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이 딱 좋은 시기”라고 추천했다.“2년 정도 있다가 한국으로 돌아오려 한다.”고 하자 상담원은 “정상적으로 허가받고 정규 학교를 다니면 학력이 인정되고, 학교와 얘기만 잘 하면 초·중학생은 문제없이 재입학할 수 있다.”고 했다. 유학원이 이처럼 잘못된 정보를 제공해도 유학원을 감독할 관리 당국조차 없다. 대전 유성구에 사는 김모(45)씨는 지난 여름 한 유학원이 소개한 미국교환학생프로그램에 1000여만원의 돈을 내고 아들을 보냈다가 낭패를 봤다. 김씨는 “미 국무부 프로그램으로 엄격하게 선발된 중·상류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고, 공립학교에 다닐 수 있게 해준다고 해서 보냈는데 알고 보니 그게 아니었다.”고 했다. 김씨는 “학업까지 중단하고 간 아이가 입은 피해를 어디서 보상받아야 되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육부 관계자는 “유학원을 맡은 부처가 없다.”며 “유학원을 단속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교육부에는 관리·감독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 “학교장 재량” 고무줄 해석 난무 조기유학이 불법이라는 법규정이 현실과는 괴리가 많다는 지적에 교육당국은 ‘법은 법, 현실은 현실’이라는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질병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결석처리가 원칙”이라고 말했다. 법 따로, 현실 따로인데 교육부의 방침과 지침이 학교에서 먹힐까. 교육부는 무조건 결석처리하라는 지침을 내려놓고 있지만 교육청과 일선 학교마다 실행은 제각각이다. 원칙은 온데간데없이 학교장 재량만 난무하면서 고무줄 해석이 난무하고 있다. 경기도의 한 교육청 관계자는 “해외유학을 인정하지는 않지만, 학교장 재량에 맡긴다.”고 설명했다. 학교 내의 교과목별이수인정평가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얼마든지 재취학과 진급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서울시내 강남지역 교육청 관계자는 대놓고 “(해외에서 받은 교육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이런 탓에 학부모들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불만을 터트리고 있고, 교사들도 원칙만 되풀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학생에게는 유학이 허용된 고등학생에 준하는 원칙이 적용되기도 한다.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중학생 유학이 불법은 맞지만, 학생의 학습권을 존중해서 고등학생과 같은 원칙을 적용한다.”면서 “제 학년에 재취학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고 했다. 중학생에게 고등학생 원칙을 적용한다는 얘기에 교육부 관계자는 “말도 안 된다.”면서도 “재량권이 학교장에 있기 때문에 유학생의 학적처리를 단속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조기유학을 불법으로 정해 놓은 바람에 조기유학을 떠나는 학생들은 졸지에 ‘범법 유학생’이 되고, 학교마다 들쭉날쭉 해석을 하고 교육부는 뒷짐을 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 초·중생 유학 왜 불법인가 한해에 1만여명 이상 떠나는 초·중학생들이 불법자로 몰리는 근거는 교육기본법에 있다. 교육기본법의 국외유학규정에서는 중학교 졸업 이상의 학력을 가져야 유학으로 규정한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전체 수업일의 3분의2이상을 출석해야 진급할 수 있도록 정해놓고 있다. 무단 결석 3개월을 넘으면 일단 학적정리가 된다. 이렇게 되면 정원에서 제외되고 수업일수가 모자라 유급을 하게 된다. 교육부는 이런 규정을 근거로 조기유학을 떠난 학생들을 결석처리하도록 지침을 내려보내고 있다. 불법 유학을 하면 이들이 해외에서 받은 교육도 국내에서는 인정받지 못한다. 다만 예·체능계 중학생으로 특기가 뛰어나 학교장 추천을 받거나, 외국 정부의 장학생으로 선발돼 국제교육진흥원장의 허가를 받는 경우에는 예외로 인정받는다. 이민이나 해외파견 등으로 부모와 함께 외국에 합법 체류할 경우에는 교육기간이 인정되지만, 이 경우는 유학이 아닌 해외이주, 파견동행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조기유학을 떠난 초·중학생의 대부분은 불법이 된다. 예를 들어 초·중학생이 6개월 동안 해외유학을 다녀왔다면 그 기간동안은 결석처리된다. 하지만 이행과정에서 적용되는 원칙은 고무줄이다. 서울시 교육청 초등교육정책과 관계자는 “중학교 1학년 학생이 4월에 유학을 갔다가 그 해 10월에 돌아오는 경우, 학년이 남아 있으니 1학년으로 돌아올 수 있다. 하지만 수업일수가 모자르기 때문에 그 학년을 다시 이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0월에 갔다가 다음해 4월에 오는 경우는 달라진다. 학년도 없고, 학력도 인정되지 않는다. 이 때는 학교에 구제 요청을 해야 한다. 기획탐사부 이창구 강혜승 유지혜 박지윤기자 tamsa@seoul.co.kr ●4회에서는 날로 심각해지는 학교폭력 앞에 무력하기만 한 학교폭력예방법의 문제점을 다룹니다.
  •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2) 냄새 연구자 김기현 세종대 교수

    [‘과학 한국’의 희망-국가석학에 듣는다] (2) 냄새 연구자 김기현 세종대 교수

    ‘악취는 어떤 냄새일까.’ 직관이나 상식만으로도 충분히 해결될 것 같은 이 질문에 끊임없는 과학적 해답을 찾으려는 과학자. 김기현(46·세종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 박사는 국내에서 냄새의 실체를 가장 깊이 파헤친 연구자다. 그는 지난달 교육인적자원부와 한국학술진흥재단이 선정한 ‘2006 국가석학(Star Faculty)’으로 선정됐다. 악취 등 냄새 물질의 감지 기술 관련 연구로 가까운 미래에 노벨상 수상이 기대된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불쾌감을 주는 냄새가 악취라는 건 삼척동자도 알지만 불쾌감의 실체는 상당 부분 베일에 가려 있다.”면서 “실체 파악을 통해 악취 제어가 가능해지면 현대인의 삶의 질은 한 단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삶의 질 높이는 ‘악취’연구 김 교수의 주요 연구 대상은 ‘냄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좋지 않은 냄새, 즉 ‘악취’다. 굳이 악취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뭘까. 그는 처음에 온실기체와 지구온난화, 오염물질의 이동, 산성비,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와 같은 지구 차원의 대기 현상을 연구했다. 실내 오염과 새집증후군과 같은 문제에도 관심을 가졌다. 미국 유학 시절 석·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해양화학 분야를 연구했다.1994년 귀국해 대학 강단에 선 뒤로 수은, 납, 카드뮴, 황사 등 독성물질 연구에 몰두했다. 그러다 최근 뜻깊은 기회를 접했다. 경기 안산시에서 발주한 용역 연구를 수행하면서 반월공단 현장을 심층 연구하게 됐고, 그 곳에서 악취 문제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게 됐다. “공장 밖 주민들이 악취로 고생한다지만, 공장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악취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죠. 그러나 정부나 업주의 관심은 부족했어요.” 김 교수는 “연구자 개인의 흥미도 중요한 학문적 이유이지만, 사회적 요구충족이야말로 학문 탐구의 중요한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냄새’제어 연구 상용화 목표 냄새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연구·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미개척 분야다. 때문에 연구의 필요성이 더 높다. 게다가 악취물질은 기기적으로 측정이 어려운 부분도 많다. “악취 물질은 존재 파악조차 안되는 경우가 많죠. 한번 맡으면 이내 사라져 버리기 일쑤인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기계 측정과 사람이 느끼는 악취 감지는 연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면서 “기기로 측정은 안되는데 사람은 악취를 느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기 오염 분야와 달리 악취 연구는 ‘변방연구’에 머물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러나 그는 “깨끗한 공기를 찾는 사람들의 욕구가 늘면서 악취 등 냄새연구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향후 연구 계획을 묻자 여전히 “냄새 연구”라는 답이 돌아온다. 그는 “냄새가 어떻게 하면 쉽게 달라붙고 떨어지는가 가에 대한 메커니즘을 찾는 ‘냄새의 거동(Behavior)’연구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예컨대 고기냄새, 담배냄새, 술냄새 같은 좋지 않은 냄새는 빨리 떨어지고, 향기 같은 좋은 냄새는 오래 달라붙도록 해주는 제어 기술을 찾아내는 것이다. 연구 성과의 상용화 가능성도 높다고 김 교수는 덧붙였다. ●“‘귀에 걸면 귀걸이’식 연구비 심사 개선 시급” 김 교수는 국내 기초 과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지원 체계의 개선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진단했다. 무엇보다 연구비 심사 기준의 불합리성을 지적했다. 김 교수는 “학술진흥재단과 과학재단 등의 연구사업 심사가 심사 패널의 주관적 판단이나 개인적 취향에 따라 결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그룹 단위 심사로 인해 마치 ‘대학 학부제’처럼 비인기 학문이 소외 받는 구조적 폐단을 지적했다. 예컨대 해양, 지질, 대기과학, 천문학 등을 하나로 묶어 심사하는 것이다. 김 교수는 “연구과제의 성격에 맞춰 좀더 세부 분야로 나눠 심사·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석사 졸업 상주 연구자인 이른바 ‘랩(Lab) 테크니션’에 대한 지원 필요성도 강조했다. 학생 신분이 아니라고 해서 연구비 중 일부를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다. 글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사진 류재림기자 jawoolim@seoul.co.kr ■ 김기현 교수는 한양대 자원공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1992년 남플로리다주립대(University of South Florida)에서 화학해양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94년 귀국해 교원대 초빙과학자, 상지대 생명과학대 교수를 거쳐 99년부터 세종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2003년 한국과학재단 지원 우수연구과제에 선정되고 같은해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 선정 ‘제13회 과학기술우수논문상’ 등을 수상했다.
  • [1·11 부동산 대책] ‘청약가점제’ 1년 앞당겨 9월 시행

    [1·11 부동산 대책] ‘청약가점제’ 1년 앞당겨 9월 시행

    11일 발표된 부동산 대책에는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 1인당 1건 제한 등 외에도 집값·투기를 잡기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담은 여러 대책들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재개발, 재건축, 주상복합 등 민간택지에 대해서도 채권입찰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분양가 상한제 실시에 따른 과도한 시세차익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현재 주변시세의 90% 수준인 채권매입액 상한액을 80%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따른 청약 과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수도권 민간 분양 주택에 대한 전매제한 기간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25.7평 이하는 현행과 같이 10년,25.7평 초과는 현행보다 2년 늘어난 7년으로 확대했다. 수도권의 민간택지는 25.7평 이하와 초과의 전매제한 기간을 각각 7년과 5년으로 하기로 했다. 올 9월부터는 청약가점제도가 도입된다. 당초 시행시기를 1년가량 앞당겼다. 청약가점제는 분양가 인하혜택이 무주택자 등 서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책이다. 무주택기간·자녀수 등을 감안해 청약시 인센티브를 준다. 또 무주택자에 유리한 방향으로 청약제도가 개편된다. 청약제도를 개편할 때 2주택 이상 보유자에 대한 감점제를 도입한다. 현재 투기과열지구 내에서 시행 중인 2주택 이상자의 1순위 청약자격 배제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마이너스옵션제’가 도입된다. 이 제도는 입주자들이 내부 마감재 등을 기호에 따라 따로 구입, 설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 비용은 분양가에서 제외돼 명목상 분양가 인하 효과로 이어지게 된다. 정부는 5∼10%의 분양가 인하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간택지내 ‘공공·민간 공공사업제도’도 도입된다. 이른바 ‘알박기’등 주택사업을 곤란하게 하는 행위가 발생할 경우에도 주택공사 등 공공부문의 참여가 가능해진다. 정부는 민간이 사업대상 토지의 50% 등 일정규모 이상을 매입한 상태에서 알박기, 매도 거부로 사업이 곤란한 경우 대상지 전체를 택지개발예정지구로 지정한 뒤 수용권을 행사해 남은 토지를 매수할 수 있게 된다. 토지보상제도도 개편된다. 토지보상금이 과도하게 부동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우선 택지개발사업의 토지보상금 산정 기준시점을 ‘개발계획 승인시점’에서 ‘예정지구 지정’ 단계로 앞당겨서 보상하기로 했다. 개발 대상 토지의 소유자가 희망할 경우 현금·채권이 아닌 사업으로 조성된 토지로 보상받을 수 있도록 했다. 특히 보상금을 받은 현지 주인이 5000만원 이상을 금융기관에 3년 이상 예치하면 상업용지 우선입찰자격을 주기로 했다. 당초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했던 후분양제는 시장수급 여건 개선을 위해 도입 시기를 내년으로 1년간 미루기로 했다. 이밖에 정부는 주상복합이 허용되는 상업용지 가운데 주거용은 감정가로 낮게 공급하되 상업용 부분은 현행과 같이 최고가 경쟁입찰을 유지하기로 했다. 봄 이사철에 대비한 전·월세 수급 안정을 위해 4월 이후 입주 예정인 수도권 국민임대주택 가운데 1500가구는 2∼3월로 앞당겨 입주가 시작된다.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9월전 분양 ‘러시’… 단기 시장안정 예상”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11일 민간아파트에도 분양원가를 부분적이지만 공개하기로 결정하는 등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분양가 상한제에다 분양원가 공개까지 이뤄지면 분양가격은 평균 20%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부동산시장은 안정을 찾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공급이 위축돼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분양가 15∼25% 인하 건설교통부가 수도권 4개 민간택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해 시뮬레이션을 실시한 결과 분양가는 현재보다 약 15∼25%가량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강남 등 분양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에서 인하 효과가 더 클 것이라는 게 정부측의 분석이다.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경우 서울 서초구 D단지 재건축 33평형 분양가는 평당 1390만원으로 상한제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24.9% 낮아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영등포구 A단지 32평형은 평당 15.3% 인하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선호 건교부 주택정책팀장은 “민간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할 때 택지비는 감정가 기준으로 정해진다.”면서 “강남 등 땅값이 비싼 곳의 경우 감정가보다 실거래가가 더 높기 때문에 분양가 인하 효과가 더 크다.”고 말했다. 반면 강태경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설코스트연구센터장은 “고분양가 문제를 불러올 뚝섬 주상복합의 경우 분양가 상한제를 실시해도 땅값이 워낙 비싸 평당 4000만원 밑으로 크게 떨어지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남 등 특정 지역은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만족스러운 수준의 인하 효과를 누리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 팀장은 “분양가는 20%정도 낮아질 수 있지만 주거품질 수준은 그 이상 부실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입주자가 새 아파트의 인테리어 비용으로 부담하는 게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집값 오를까 내릴까? 송파 등 2기 신도시 공급물량도 늘어나는데다 주택담보 대출 규제,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 등까지 이뤄지면 아파트 추가 가격 상승은 차단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고종완 RE멤버스 대표는 “오는 9월 새 규제가 적용되기 전에 민간 건설업체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공급물량이 늘어날 수 있고 무주택자들을 위한 청약가점제가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어서 시장은 안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김희선 부동산 114 전무는 “민간아파트 분양가 규제는 장기적으로 공급 위축으로 이어질 것인 만큼 공공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3∼4년뒤부터는 민간부문 물량 급감으로 집값이 오를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가격의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박원갑 스피드뱅크 부사장은 “재건축 아파트를 선호했던 것은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에 비용 부담을 대폭 전가(轉嫁)할 수 있기 때문”이면서 “그러나 민간 아파트에 분양가 상한제와 채권입찰제 등이 확대 시행됨에 따라 분양가를 높게 책정하기 어려워지는 만큼 재건축·재개발 아파트의 가격은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건설업체들의 불만이 크다.H건설 관계자는 “가격을 규제받으면 연구·개발 노력이 떨어지는 등 경영혁신을 통한 원가절감 의욕이 떨어지고 주거 품질도 그만큼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민간의 주택공급을 위축시켜 결국 아파트 가격상승을 초래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분양 전략 어떻게 오는 9월부터 민간 아파트 분양가도 규제를 받는다. 또 당초 예정보다는 빨리 오는 9월부터 무주택자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청약가점제가 실시된다. 새롭게 바뀌는 제도에 따라 어떻게 대응하는 게 내집마련에 유리할까. 무주택기간이 길고, 고령자이면서 자녀가 많은 가구주들은 청약시기를 9월 이후로 늦추는 게 유리하다. 어찌보면 이들은 이번 부동산대책의 최대 수혜자라고 할 수도 있다. 무주택자 등 가점제에서 유리한 사람은 청약을 오는 9월 이후로 늦추고 원하는 지역이 나올 때마다 도전하는 게 좋다. 민간아파트는 가격 규제로 물량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내년 이후 공급될 알짜 택지인 송파신도시, 수원 광교신도시 등을 고려해볼 만하다. 무주택자 중심으로 가점제가 실시되면서 1주택자들의 경우 청약 당첨 기회는 거의 사라진다.1주택자들은 이번 대책에 따라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보는 셈이다. 이들은 오는 9월이 되기 전에 인기 단지 중심으로 적극 청약을 서두르는 게 가장 유리하다. 부동산114 김규정 차장은 “가점제는 중대형보다는 전용면적 25.7평 이하 중소형 아파트 청약자에게 영향이 더 크다.”면서 “1주택자들은 중대형에 청약할 수 있는 청약예금으로 통장을 리모델링하는 방법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존 아파트를 눈여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2주택 이상 보유자는 이미 투기과열지구에서 1순위 자격이 없기 때문에 지금과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지만 가점제 조기시행에 따라 당첨 확률은 더 줄어든다.1주택자와 마찬가지로 9월 이전에 유망지역에 적극 청약하는 게 유리하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내집마련의 기본 조건은 자금계획”이라면서 “주택담보대출 규제도 있지만 9월부터 민간 아파트도 전매제한 규제(5∼7년)가 생겨 환금성이 떨어지는 만큼 분양대금 마련 계획을 잘 세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약 가점제는 나이, 가구주 연령, 부양가족 수, 무주택 기간, 통장가입 기간 등에 따라 당첨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제도다. 당초 2008년 이후 도입키로 했다가 오는 9월로 앞당겨졌다. 주현진기자 jhj@seoul.co.kr ■ ‘주택대출 1인1건’ 문답 이번 1·11대책의 특징은 모든 금융권에서 투기지역 아파트의 경우 담보대출을 1인당 1건만 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이다. 투기지역 아파트를 담보로 돈을 빌리기가 더욱 힘들어졌다. ●문답풀이 ▶투기지역 아파트에 살면서 투기지역 아파트를 분양받아 중도금 대출을 받는 경우도 해당되나. -아파트가 담보이기 때문에 해당된다. 현재 6·30대책(2005년 발표)으로 투기지역 아파트에 살면서 투기지역 아파트 중도금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기존 대출자에게 해당된다. 자신이 사는 아파트담보대출 만기나 중도금대출만기 중 만기가 먼저 돌아오는 대출을 갚아야 한다. 중도금대출만기는 보통 입주일을 기준으로 한다. ▶담보대출을 갚지 않으면. -유예기간 1년이 지난 담보대출에 대해 연체금리를 물어야 한다. 일정기간 연체금리를 내다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정한 기간이 지나면 경매나 압류 등 강제상환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금융감독당국은 강제상환절차까지 가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 ▶15일부터 만기도래하는 대출부터 적용되니까 지금 연장하면 되지 않나. -11일과 12일 만기가 도래하지 않는 대출을 편법으로 기한 연장하는 행위를 금지시켰기 때문에 불가능하다. ▶담보대출 2건을 계산하는 기준은. -한 사람이 몇 건의 아파트담보대출을 받았느냐 기준이다. 아파트가 한 채인데 은행권에서 담보대출을 받고 제2금융권에서 후순위담보대출을 받았을 경우에는 한 사람이 하나의 아파트라 해당이 안된다. 부부가 각자 명의로 아파트를 갖고 있고 각자 담보대출을 받은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다. ▶담보대출 받은 아파트가 두채지만 가족이 흩어져 살고 있다면. -예외적용을 받을 수 있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은 사람과 부모나 배우자, 학교에 다니는 자녀 등이 무주택자로서 다른 주소지에 살고 있을 경우이다. 유예기간을 1년 단위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해 해당되지 않는다. ▶이번 조치는 모든 금융권에 해당되나. -이번 조치뿐만 아니라 기존의 6·30대책,8·30대책도 농협·수협·산림조합·신협 등 상호금융, 캐피털 등 여신전문회사, 새마을금고에 22일부터 적용된다. ●시중은행 “부동산 가격 연착륙에 도움” 금융감독위원회에 따르면 투기지역에서 2건 이상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고 있는 대출자는 20만 9000명. 투기지역 전체 대출자 489만명 중 4.3% 수준이다. 대출 금액은 23조 5000억원으로 지난해말 총 담보대출 잔액인 217조원의 8.5%를 차지한다. 이번 조치로 당장 영향을 받는 이들은 1년 이내로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자이다. 모두 5만 5000명으로 대출 금액은 6조 2000억원에 이른다. 2∼3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차주는 4만 1000명, 금액은 4조 6000억원 정도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최장 30년까지의 장기 대출자들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올해부터 만기 때 대출금을 갚지 못한 소유자들의 물량이 시장에 상당히 나올 것”이라면서 “한 채의 아파트만 낮은 가격에 팔려도 단지 전체의 시세에 곧바로 반영되는 만큼, 가격 하락요인은 상당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경하 이두걸기자 lark3@seoul.co.kr ■ 분양원가 공개 선회 배경은 정부 고위관계자는 11일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에 대해 ‘절묘한 타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백기’를 든 것 같지만 여당의 요구를 100% 수용한 것은 결코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주택가격의 투명성을 높이되 주택공급이 위축되지 않도록 양자간 조화롭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고민 끝에 나왔다.”고 말했다. 정부는 그동안 ▲정확한 택지비 산정이 어렵고 ▲선분양제에서 추정원가에 기초한 원가공개는 실제 투입원가와 차이가 나 분쟁소지가 크며 ▲‘원가+적정이윤’ 방식의 가격통제는 기업의 기술개발이나 원가절감 노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시장의 경쟁원리에 어긋나며 주택공급이 위축된다고 재경부 장·차관이 나서 수차례 원가공개에 반대입장을 피력했다. 하지만 그때마다 시민단체들은 원가공개를 요구했고 정부가 집값을 안정시킬 의지가 있느냐며 강력히 성토했다. 여론조사도 원가공개 찬성 쪽에 기울어 정부의 명분은 약해졌다. 결국 정부는 여당에 생색을 내면서도 기업논리를 최대한 방어할 수 있는 절충안을 내놓았지만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정부는 일단 ▲원가공개 대상에서 미분양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을 제외했고 ▲공개될 원가내역도 감리자 모집 단계에서 시·군·구에 제출하던 자료들로 국한했다고 밝혔다. 또한 ▲개별기업이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장이 공개토록 해 기업에 부담을 주지 않도록 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공개는 7개 항목만 공개하는 제한적 공개다. 전면공개하겠다던 정치권의 공언과 다르다. 게다가 ‘사업승인 신청시 공개되는 추정원가는 법적효력을 갖지 않는다.’는 주의문구를 분양공고문에 삽입시키도록 했다. 이는 나중이라도 물가상승이나 금융비용 증대 등으로 실제 투입원가를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기업들에 각인시켜 준 것이다. 김남근 참여연대 부집행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택지비를 감정가로 제한 공개하는 방안은 분양가 거품을 뺄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면서 “후분양제에 기초한 실질원가의 공개와 실질원가에 연동된 표준건축비 제도의 전면 복구를 통해서만 분양가 거품제거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민노당 노회찬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 방안은 거품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생색내기 방안”이라면서 “당정은 분양원가 공개를 투기과열지구에 한정시키고, 그나마 마지못해 제출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래서 무늬만 원가공개이지 실속이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백문일 기자 mip@seoul.co.kr
  • [헌법재판소 현주소] (1) 재판관 구성 문제없나

    [헌법재판소 현주소] (1) 재판관 구성 문제없나

    헌법재판소가 주목받고 있다.2004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심판과 행정수도 이전 위헌 결정 등 굵직굵직한 국가적 현안에 대한 최종 판단자로 부각되면서 헌재의 역할과 위상 등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다. 오는 15∼16일 이강국 헌재소장 지명자의 국회 청문회를 앞두고 베일에 싸여왔던 헌재의 현주소와 과제 등을 짚어본다. “성별 남성, 평균 나이는 56.3세. 대부분 서울대 법대를 나와 판·검사로 26.7년을 근무하다 현 직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 직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평균 나이는 55.5세.” 헌법재판소 재판관 8명의 면면을 두고 일컫는 말이다. ●헌재는 사법재판소? 지난해 9월 윤영철 전 헌재 소장이 퇴임하면서 출발한 지금의 4기 헌재 재판관들은 거의 판에 박은 듯한 경력을 갖고 있다. 거의 모두 현직 판·검사를 거쳤다. 여성은 물론 변호사 출신은 1명에 불과하다. 이 헌재 소장 후보자 역시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변호사로 2개월 가량 근무해 변호사 출신으로 보기는 어렵다. 전직 재판관들 27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3명의 전직 헌재 소장 중 초대 조규광 소장을 제외한 김용준·윤영철 소장이 대법관 출신이다. 재판관 24명 중 비법원 출신은 검찰 5명, 변호사 1명에 불과하다. 법원 출신 18명의 재판관들은 법원장, 고법부장 등 대부분 법원 고위직이었다. 한 변호사는 “1988년 1기가 출범할 때만 해도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재판관이 모두 변호사 등 재야에서 충원됐으나,2기 재판소부터 현직 위주로 추세가 바뀌었다.”면서 “재판관 9명 중 3명의 후보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대법관을 하지 못한 법관을 재판관으로 추천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5~16일 이강국소장 지명자 청문회 이러다 보니 소수자와 약자의 인권보호 등 다양한 사회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모대학 법대 교수는 “법원이나 검찰 등 현직에 있던 사람들은 ‘법적 안정성’을 우선시할 수밖에 없어 한쪽으로 치우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윤 전 헌재소장도 “변호사 자격을 갖는 사람들 중 학계나 정부, 기업 등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들어오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며 헌재 인적 구성의 다양화를 강조했다. ●주선회 재판관 후임 지명이 시금석 헌재에서는 올 3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주선회 재판관의 후임 재판관이 인적 구성을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 재판관 후임 지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헌재 구성의 다양화를 위해 재판관 자격을 정하고 있는 관련 법을 개정하거나 자격 요건을 낮추자는 의견도 있다. 헌법 111조 2항은 헌재 재판관 자격을 ‘법관의 자격’을 가진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반면 헌법재판소법에는 ▲판사·검사·변호사 ▲변호사 자격이 있는 자로서 국가기관·국·공립기업체·정부투자기관 기타 법인에서 법률사무에 종사한 자 등으로 돼 있다. 김효섭기자 newworld@seoul.co.kr
  •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7) 마라도 등대지기 김영훈씨

    [희망 2007 새벽을 여는 사람들] (7) 마라도 등대지기 김영훈씨

    우리 땅 남쪽 끝자락 마라도에도 겨울이 한창이었다. 마라도 인근 청정바다에는 제철을 만난 방어잡이 어선들이 넘실거리고 관광객을 실은 유람선은 겨울 파도를 헤치며 부지런히 마라도를 들락거린다. 하루에도 몇차례씩 한 무리의 관광객이 밀물처럼 몰려왔다가 섬을 돌아보곤 썰물처럼 빠져나길 거듭한다. 파도소리와 새들의 울음소리뿐인 마라도를 한바탕 떠들썩하게 한 관광객들이 빠져나가면 마라도는 다시 고요함에 휩싸인다. “외롭지 않다면 거짓말입니다. 섬을 둘러보고 매정하게 떠나는 관광객들이 부러울 때도 있지요.” 마라도등대(제주해양관리단 마라도항로표지관리소)를 지키고 있는 김영훈(57)소장. 그는 등대지기 30년째다. 지난해 1월 다시 마라도에 온 김씨는 마라등대에서만 14년을 보냈다. 마라도 근무만 이번이 5번째다.30년 동안 마라도와 우도, 추자도, 제주시 사라봉 등 제주도 4개 유인등대를 모두 거쳤다. 마라도가 최남단 섬이듯이 마라등대도 전국의 등대 가운데 가장 남쪽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마라등대는 동중국해와 제주도 남부해역을 오가는 선박들엔 생명의 빛이다. 서해를 따라 군산·평택·인천항을 오가는 선박들은 모두 마라등대를 이용한다. 등대는 그저 불빛만 내보내지 않는다. 안개가 낀 날, 악천후에는 전파와 소리로 선박들에 24시간 자신의 존재를 알린다. “위성항법장치(GPS)등 선박마다 첨단장비를 갖추고 있지만 여전히 등대는 없어서는 안될 존재이지요.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한줄기 등대 불빛은 항해사들에게 자신감과 안도감을 줍니다.” 마라등대에는 김씨를 비롯해 3명의 등대지기가 일한다. 등대지기란 말은 1988년부터 사용하지 않고 공식명칭은 ‘항로표지관리원’이다. 3명이 교대로 하루 24시간 365일 하루도 빠짐없이 등대에 불을 밝힌다. 하루에도 몇차례 마라도 인근 해상의 바람의 세기, 파고 등 기상상태를 파악, 제주기상대로 보내는 일도 등대지기의 몫이다. 등대 사무실과 숙소는 10m남짓 거리에 있고 하루 세끼 식사도 혼자서 해결한다. “말이 교대근무이지 수시로 낮과 밤이 바뀌는 근무에다 마땅히 갈 곳도 없어 등대지기에겐 퇴근이라는 개념은 없지요.” 김씨는 한달에 두번 가족들이 살고 있는 제주시 조천읍을 다녀온다. 근무지인 등대에서 한달에 두번 퇴근을 하는 셈이다. “요즘은 늘어난 뱃길에다 인터넷, 휴대전화 등으로 고립감은 느끼지 못하지만 늘 떨어져 살아야 하는 가족들에겐 항상 미안함이 앞섭니다.” 밤마다 홀로 남는 등대지기의 외로움은 계속되지만 마라등대 등 관광지가 된 전국의 유명등대는 요즘 더 이상 외로운 곳이 아니다. 세계의 유명 등대모형을 전시하고 있는 마라등대 앞 ‘세계의 등대마당’에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진다. “밤 바다의 어둠속에서 등대가 ‘희망의 불빛’역할을 하듯 외롭고 힘들거나 상처받은 사람들도 한번쯤 등대에 와서 삶의 희망과 위안을 벋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마라등대는 세상살이에 지치거나 상처 받은 사람들에게 언제나 용기와 희망의 빛을 발하고 있다. 글 사진 마라도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 [Health] 마음의 병

    [Health] 마음의 병

    글 김철환 인제대학원대학교,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우리 ‘마음’은 참으로 신비하다. 고요하다가도 이유 없이 요동치고, 일상의 항로를 잘 따라가다가도 때로는 인생을 걸만한 이유도 아닌데 항로를 이탈하여 헤맨다. 마음에 들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요란을 떨다가도, 약간만 틀어지면 천 길 나락으로 떨어진다. 사랑한다면 폭풍우처럼, 쏟아지는 햇살처럼 사랑을 쏟아 부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때로는 잔잔한 호수에 비친 달처럼 사과나무를 기르는 농부처럼 그리움에 젖어 기다릴 수 있어야 한다. -중략- 그러나 진정 사랑한다면 좋고 나쁨 슬픔과 기쁨을 뛰어넘어 그대 모습 그대로를 가슴에 안고 홀로 황혼이 물든 언덕길을 올라갈 수 있어야 한다. 위의 시처럼 우리의 마음이 유연하고 깊고 어떤 경우라도 본래의 아름다움을 잃지 않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사랑한다면 일시적인 선호나 기분에 좌우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고 지켜주어야 하는데 그렇게 심지가 굳지 못한 것이 인간의 마음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동치는 마음이 몸에 병을 일으키는데 이것을 정신신체질환(psychosomatic disease)이라고 한다. 마음이 원인이 되어 병이 생기기도 하고 낫기도 하고 악화되기도 하는 것이다. 우울증, 불안증은 마음의 병이요. 두통, 소화장애, 신경성 식욕부진, 비만, 두드러기, 고혈압, 당뇨병, 천식, 소화기궤양, 궤양성 대장염 등은 마음이 몸에 병을 만든 정신신체질환이다. 왜 그럴까? 왜 마음이 이렇게 큰 파장을 일으키며 몸에 병까지 만들까? 그 이유는 마음은 몸과 연결되어 끊임없이 몸의 기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스트레스를 과도하게 받는데 해결이 안 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스테로이드 호르몬, 에피네프린, 노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가 과도하게 되면서 이 호르몬의 부정적인 작용이 커지게 된다. 그 부정적인 작용이 혈압 상승, 위점막 출혈, 면역 저하이고 결과적으로는 고혈압, 당뇨병, 소화성 궤양이 발생한다. 이유 없는 불안에 시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불안 중에는 사람들 앞에만 서면 불안한 경우도 있고, 길 가다가,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꼭 죽을 것 같은 공황에 사로잡히는 경우도 있다. 심한 충격을 받은 후 때로 밀려오는 불안과 고통에 시달리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도 있고, 자식, 사업, 집단 단속 등 계속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 사는 강박장애도 불안의 한 형태이다. 이런 불안은 정신과 의사의 도움없이 헤어나기 쉽지 않은데 우리 사회가 불안해질수록 환자도 많아지는 것이 안타깝다. 북핵 문제로 우리 국민들의 마음이 편하지 못하고 스트레스 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여러 마음의 병과 정신신체질환이 더욱 늘어난다. 그렇지 않아도 사회 변화가 심하고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한국사회에 사는 한국인들의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데 더 심해지고 있어서 걱정이다. 문제의 본질과 관계없이 결과적으로 피해를 보는 것은 대책을 세울 수 없는 민초들이다. 우리가 나라 걱정, 미래의 걱정을 안 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걱정하는 것의 90% 이상은 실제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가 걱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변화되지도 않는다. 북핵 문제나 정치 문제는 우리가 관심을 갖고 토론하고 걱정할수록 마음이 편해지는 것이 아니라 마음만 무거워지고 힘이 빠지는 문제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를 외면하자는 것은 아니고 주어진 의사 표현의 기회 때 하면 되고 또 혹시 어려운 때, 나를 필요로 할 때가 될 때 내 의무를 다하면 된다. 그러니 평소에는 가족과 친척과 친구들과 이런 문제로 힘을 빼지 말고 나와 가족이 기쁠 수 있는 문제를 얘기하고 실제 그런 기회를 많이 갖기를 바란다. 즉, 서로 관심을 나누고, 같이 문화를, 자연을 즐기고, 운동하고, 사랑하고. 같이 삶의 아름다움을 나누는 가운데 불안도 떨치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는 것이 현명하지 않을까? 아무쪼록 위기는 기회이니 하루 빨리 한민족의 평화공동체가 실현되어 우리 모두가 몸과 마음이 편하게 되는 세상이 오기를 간절히 기원해본다,     월간 <삶과꿈> 2006.12 구독문의:02-319-3791
  • 靑, 개헌 국민설득에 ‘총력’

    “안 되는 걸 뻔히 알면서 한번 던져본 거라고? 그래서 안 되면 다음 수순은 ‘하야’나 ‘탈당’이라고? 그렇게 본다면 큰 오산이다.” 10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의 언급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 제안을 두고 거의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실제 관철 가능성보다는 정략적 의도를 부각시킨 데 대한 반격이다. 행간에는 개헌 여론 조성에 ‘올인’하겠다는 의지가 배어 있다. 노 대통령은 ‘진정성’을 담은 만큼 개헌안의 국회 통과를 가능하다고 여기고 있으며, 치밀한 준비와 계산 끝에 내놓은 제안이라는 주장이다. 게다가 ‘노무현식 정치’를 아직도 그렇게 모르겠느냐는 뉘앙스가 깔려 있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국민의 여론과 맞아떨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당장 노 대통령이 개헌에 대한 여론 수렴 과정의 하나로 추진한 여·야 정당 대표들과의 11일 오찬회동이 여의치 않다. 열린우리당을 제외한 한나라당·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중심당 등 야 4당이 불참키로 했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은 이날 3부 요인 및 헌법기관장과의 오찬 회동을 가졌다. 또 앞으로 시민단체·종교·학계를 비롯, 방송 토론 등을 활용해 개헌을 위한 전방위적인 설득 작업을 벌인 뒤 이달 하순 신년연설과 신년기자회견 등을 통해 보다 강력한 복안을 제시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청와대는 개헌 관련 보도와 정당·정치인 등의 발언록을 대거 취합해 놓았다. 개헌에 찬성하는 언론칼럼과 대선주자의 발언을 개헌 반대에 대한 반박 자료로 확보하는 등 ‘여론전(戰)’에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 여론은 찬·반이 대략 4대 6 정도로 나오는데, 국민들에게 개헌의 취지와 노 대통령의 진정성을 적극 설득하면 역전이 가능한 수치”라고 낙관했다. 또 “국민들 중에는 노 대통령 자신이 한번 더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으로 잘못 알고 ‘반대’ 응답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전해철 청와대 민정수석도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반드시 안 될 것’이라고 전혀 생각지 않으며, 진정성이 충분히 알려지면 국회와 국민이 지지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언론 등에서는 개헌이 안 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대통령의 다음 카드에만 온통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이것은 사안을 너무 단순하게 보는 것”이라면서 “개헌안 발의 이후 국회 의결까지 계산하면 최소 4∼5월까지 ‘개헌정국’이 이어질 텐데, 그 사이에 정국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는 누구도 예측하기 힘들지 않겠느냐.”고 진단했다. 결론적으로 “개헌 제안의 성패는 여론 향배, 특히 앞으로 보름간의 여론에 달려 있다.”고 역설했다. 정치권 소식통은 “노 대통령이 치밀한 계산 끝에 여론동향에 자신감을 갖고 개헌 카드를 던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홍기 김상연기자 carlos@seoul.co.kr
  • [알쏭달쏭 건강보험 풀이] 올 건강보험료 6.5% 인상

    Q)올해 건강보험료가 예년에 비해 높게 인상된다고 하는데? A)최근 건강보험은 암 등 중증환자 중점 지원,6세 미만 아동 입원치료비 면제,MRI, 식대의 건강보험 적용 등 보장성 강화 정책의 추진과 인구구조의 고령화 및 국민 의료 이용량의 증가로 진료비가 급증하는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그럼에도 건강보험에서 부담하는 진료비의 비율 즉 보장성은 2005년 기준 61.8%에 불과하여 80% 이상을 부담하고 있는 의료선진국에 비하여 보장률이 낮게 나타나고 있다. 반면 건강보험료 부담률은 올해의 경우 4.77%로 외국의 부담률 8∼15%와 비교할 때 대단히 낮게 부담하고 있다. 우리와 소득이 비슷한 대만의 경우도 2003년에 이미 8.1%를 부담하고 있다. 이런 낮은 보장성으로 인해 적정 보험료 부담에 대한 국민들의 공감대가 부족하다. 이에 따라 정부는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올려 보장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올해 보험료 인상률도 로드맵에 따른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가입자, 의료공급자, 공익 대표로 구성된 건강보험 정책심의위원회에서 6.5%로 결정했다. 앞으로도 보험료 부담이 더 공평하고, 더 효율적이며,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 지속 가능한 차세대 건강보험으로 혁신하기 위해 1월부터 전문가 중심으로 ‘의료보장 미래전략 위원회’를 구성, 가동할 예정이다. 건강보험공단 성진영 (02)3270-9134.
  •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 이색 실내 레포츠

    겨울이면 꼼짝 않고 따뜻한 아랫목만 끼고 사는 사람들이 늘게 마련이다. 자연히 몸도 마음도 둔해지기 십상. 추위와 일조량의 감소가 누적되면 체내에 멜라토닌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 쉽게 우울해지기도 한다. 바깥 출입을 활발히 하고 활동량을 늘리며, 겨울철 레포츠나 취미생활로 기분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추위를 특별히 많이 타거나, 별도로 시간을 내 야외로 나가기가 쉽지 않은 사람이라면, 실내 레포츠를 통해 체력을 단련하고 생활의 활력도 키우는 게 어떨까. 일본이나 영국 등의 경우처럼 초대형 실내 스노 리조트(snow resort)는 아니더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과 레저를 겸할 수 있는 실내 레포츠 시설은 국내에도 얼마든지 있다. 김연아 선수의 세계 제패 이후 붐이 일고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 피겨스케이팅과 빙벽등반, 그리고 사격 등 실내 레포츠를 소개한다. 글 사진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실내빙벽 등반은 2005년 11월 서울 우이동에 복합실내등반센터인 오투월드(www.o2o2.co.kr)가 국내 최초로 실내 인공 빙벽장을 열면서 시작됐다. 산을 오르는 이들에게 산소(O) 같은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뜻에서 이름도 오투월드로 지었다는 것. 이 실내등반센터의 인공빙벽은 높이 20m,7층건물과 맞먹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실내빙벽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기도 하다. 빙벽을 오르고 싶어하는 등반객들에게 시간과 거리의 제한을 없애준 것이 가장 큰 장점. # 24시간관리 자연빙벽보다 안전 요즘 날씨가 추워지면서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마니아들이 찾아 실내빙벽을 오르내리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 업체 김규방(60) 사장은 “설악산의 토왕성 폭포 등 국내 자연 빙벽장은 12∼2월 사이에만 열려 시간상 많은 제약이 있습니다. 또 많은 등반가들이 일시에 몰리면 무너질 위험도 있죠. 이에 반해 실내 인공 빙벽장은 빙벽을 24시간 관리하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자연 빙벽보다 안전합니다. 또 길이가 20m나 되기 때문에 자연 빙벽에 견줄 만하죠. 항상 영하 5℃가 유지돼 자연 빙벽을 오르는 스릴을 그대로 맛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몸의 모든 부분을 이용하는 전신 운동이기 때문에 근력 발달에 더없이 좋은 효험을 안겨준다. 빠른 시간 안에 보다 높이 올라가는 레포츠이니만큼 순발력 향상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장점은 정상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이 사회생활에서 필요한 끈기를 길러 준다는 것이다. 방한복과 헬멧, 아이젠 등의 장비로 중무장한 채 자일을 타고 오르던 한 여성이 피켈로 빙벽을 내리찍자 이리저리 파편이 튄다. 결혼 이후 집안살림에만 매달렸던 주부 권경자(47·서울 영등포)씨. 여려 보이는 몸으로 힘차게 빙벽을 차고 올라간다. 권씨는 일주일에 두번 정도 이곳을 찾아 땀을 흘린다.“손과 발의 움직임에만 신경을 쓰다 보면 잡념이 모두 사라져요. 아이들 키우고 나서 할 일이 별로 없어져 우울증에 빠지는 중년 여성들이 얼마나 많아요. 무기력해지는 자신을 추스르기에 딱 좋은 레포츠인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다는 성취감, 힘들여 정상에 올랐을 때 느끼는 쾌감이 그가 뽑는 빙벽 등반의 매력.“온 몸이 땀에 흠뻑 젖지만, 추운 줄도 몰라요. 꼭대기에 올라 매달린 종을 울리고 나면, 색다른 세계에 온 듯한 희열을 느끼죠. 평상시에도 빙벽등반을 위해 기본적인 운동은 해야 돼요. 그러다 보면 체중은 안 줄었어도, 몸은 훨씬 가벼워지고 탄탄해졌다는 것을 느끼죠.” # 쉰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없는 몸매 실내 빙장은 심약한 주부 클라이머를 1년여 만에 강자로 탈바꿈시켰다. 하루 10여 차례 20m 높이의 빙벽을 오르내린 결과, 이달 말 국내 최고 높이인 설악산 토왕성 폭포 정복에 도전하게 된 것. 강원도 강촌의 구곡폭포를 맨처음 정복한 전완근(55·서울 동작)씨는 빙벽등반 경력만 35년째인 베테랑 등반가다.‘어센트 알파인 클럽(www.ascentclub.co.kr)’을 이끌며, 국내외 유명 빙벽 대부분을 정복한 산사나이.“빙벽등반은 무모한 도전이 아니라, 과학적인 스포츠입니다. 자연의 웅장함 속에서 멋을 찾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며 사는 맛을 느낄 수 있는 레포츠죠. 특히 내 뒤를 받쳐주는 동료를 믿고 빙벽을 오르다 보면 새로운 가족공동체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핵가족 시대에 또다른 가족이 생기는 셈이죠.” 쉰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몸매를 유지하는 비결이기도 하다.“70세가 넘어서도 계속 빙벽을 오를 겁니다.” 회사원 나한석(34)씨는 에베레스트 등정을 목표로 삼은 4년 경력의 산악인.“육체적인 효과도 있지만,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이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는 것이 가장 큰 효과라고 생각해요. 언젠가 빙벽등반에 도전할 제 아들을 위해 세살 때부터 턱걸이를 시켰어요. 지금은 자신감과 용기가 충만한 어린이가 되었지요.” 오투월드에서 만난 세 사람 모두 왜 힘들여 얼음 위를 오르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명확하게 답변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을 말로 표현할 수 없다는, 직접 체험해 보라는 뜻일 게다. # 실내빙벽을 오르려면 초보자는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 7시부터 진행되는 4주 교육프로그램에 참가하는 것이 좋다.20만원. 주말반과 특별반도 운영하고 있다. 일일체험등반 요금은 5만원. 강습이 없는 시간대엔 자유이용도 가능하다.1만원. 빙장 내 온도가 영하 5℃로 유지되므로 방한복은 필수다. 빙벽화, 헬멧 등 빙벽등반에 필요한 장비 대여료는 1만 3000원. 사우나 등 부대시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문의 암빙벽팀 (02)908-8920.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권총사격 탕~ 산산이 부서지는 스트레스 베레타 권총을 든 채 표적지를 노려보는 박세나(25·경기 군포)씨의 눈매가 차가운 겨울날씨만큼이나 매섭다. 베레타는 일명 ‘주윤발 총’이라 불리는 10발들이 자동권총. 작고 가벼워 여성들에게 적합하다. 천천히 총구를 들어 지름 46㎝의 표적지를 겨냥한다. 밀린 신용카드 고지서나 직장 상사의 얼굴 위로 맥빠진 자신의 얼굴이 오버랩된다. 탕∼ 총성과 함께 매캐한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른다. 반동으로 인한 ‘치명적인 손맛’을 느낌과 동시에, 산산이 부서진 목표물이 스트레스마저 저 멀리 날려보낸다. 사격은 간단한 교육만 받으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겨울 레포츠. 다소 섬뜩한 느낌을 주기도 하지만, 실제 다른 레포츠보다 사고 비율이 훨씬 낮다. 스트레스 해소와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남성들은 물론 여성들에게도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총기를 쉽게 접하기 어려운 여성들이 영화에서나 보았던 베레타, 루가, 글락 등의 명품 권총을 직접 쏴 보는 것은 그 자체로 짜릿한 스릴을 안겨준다. 강오석(32·서울) 사격코치는 “여성들이 사대에 서면 ‘긴장모드’가 시작되죠. 바들바들 떠는 것은 예사고, 한 발 쏘고 나서 놀라 뛰어 나오는 여성들도 있어요. 남자친구랑 왔는데도 놀라서 제 품에 안길 때는 난감하기도 해요.”라며 웃는다. 하지만 막상 사격을 끝내면 군대를 다녀온 남성보다 여성들의 점수가 더 잘 나오는 경우가 많다. 섬세함과 집중력이 뛰어나기 때문. 간혹 청바지를 표적지 삼아 쏜 다음, 구멍 뚫린 채 입고 다니는 여성들도 있단다. 한 달에 한번 정도 실내 사격장을 찾는다는 박세나씨는 “사격을 하기 위해서는 체력과 집중력 등 요구되는 것들이 많아요. 호흡조절과 고도의 정신집중도 필요하죠. 목표물을 정확히 타격했을 때 느끼는 자신감과 성취감을 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각종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직장인들의 정신건강에 더없이 좋은 것 같아요.”라고 사격예찬론을 펼쳤다. 박씨의 남자친구인 박재우(30·경기 안산)씨도 “두려움이나 거부감은 있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훌륭한 스포츠가 됩니다. 자기발전에도 도움이 되죠.”라고 거들었다. 권총은 작동방식과 구경(총구 안지름)에 따라 22·38·45 구경과 9㎜ 피스톨 등으로 나뉜다. 구경의 크기와 이용요금은 비례한다. 구경이 클수록 반동도 세져 그만큼 ‘치명적인 손맛’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초보자나 여성은 작은 구경의 총을 고르는 게 좋다. 작지만 예상외로 큰 반동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팔이 저릴 만큼 반동이 크고 정확도가 높은 45구경은 주로 마니아들이 애용한다.1라운드(10발)에 2만∼2만 5000원선. ■ 실내 레포츠 유의 사항 겨울엔 마음 먹은 대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추운 날씨 속에 무리한 운동을 하다 자칫 뇌졸중이나 협심증, 관절염 같은 병을 얻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긴 겨울 내내 건강을 위한 운동을 마냥 접어둘 수는 없는 일. 하늘스포츠의학 조성연 원장과 함께 ‘잘하면 보약, 잘못하면 독약’이라는 겨울철 실내운동 요령을 알아본다. # 겨울에는 어떤 운동을 얼마나 하는 것이 좋은가? -외부 온도가 10℃ 이하가 되면 신체의 열손실을 증가시키므로, 가능하면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자전거타기, 러닝머신에서 걷기, 조깅, 수영, 배드민턴 등의 운동이 좋다. 중요한 것은 평소의 운동량보다 20∼30% 줄어야 한다는 것. 또, 추위는 피부를 통한 체온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초혈관을 수축시켜 혈압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 혈압이 높거나 혈액 순환에 장애가 있는 사람은 특히 조심해야 한다. 겨울철 운동시 체온관리를 위해 모자와 장갑을 반드시 착용하여야 하며, 가능하면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 겨울 운동은 왜 위험한가? -추위는 우리 몸이 움직일 수 있는 관절의 운동범위를 제한한다. 이는 관절을 구성하는 건, 인대, 근육 등이 수축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으면 관절 주변의 인대와 근육이 손상을 입기 쉽다. 또 추위는 혈관 수축을 증가시키므로, 고혈압 환자는 뇌출혈이나 심근경색 등이 발생하기 쉽다. 고지혈증,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 비만 환자도 이런 위험이 증가하게 된다. # 다른 계절에 비해 겨울 운동의 효과와 좋은 점은? -겨울철에는 체온을 유지하는 데만도 10∼15%의 에너지가 더 소비돼, 조금만 움직여도 에너지 소모량이 증가하기 때문에 체중 유지에 효과적이다. 신체의 움직임이 부족할수록 관절 주변의 기능은 감소하므로, 유연성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도 겨울운동이 필요하다. 또, 혈액순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겨울철 운동이 필요하다. # 겨울 운동 전 주의점은? -겨울철 운동의 핵심은 체온관리. 두꺼운 옷보다 얇은 옷을 여러 벌 입는 것이 좋다. 땀을 많이 흘릴 때를 대비해 여벌의 옷을 준비한다. 모자와 장갑은 반드시 착용할 것.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는 것도 필수다. 그리고 따뜻한 음료를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땐 운동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 도움말:조성연 하늘스포츠의학클리닉 원장 ■ 겨울 운동 상식 O,X ●겨울에도 다른 계절과 똑같이 운동을 해야 한다?-X.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피로가 발생하기 쉽다. ●등산, 스키 중 술을 마시는 것은 도움이 된다?-X. 이뇨, 발한 작용으로 체온 감소를 증가시킨다. ●겨울철 운동 시 두꺼운 옷이나 땀복이 좋다?-X. 땀이 증발하는 과정에서 체온감소가 증가한다. ●겨울철 야외운동은 심장병이나 고혈압에 노출되기 쉽다?-O. ●겨울철 운동은 에너지소비량이 적다?-X. ■ 달리다보니 어! 내몸매 S라인!-피겨 스케이팅 아름다운 음악에 맞춰 춤을 추듯 은반위를 내달리는 피겨 스케이팅. 운동효과는 물론, 예술적 감각도 동시에 키울 수 있는 겨울 스포츠의 꽃이다.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는 사람들은 대부분 초등학생부터 20대에 이르는 여성들. 피겨 스케이팅 강사 여승미(40)씨는 “김연아 선수의 세계제패 이후,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려는 초등학생들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수학능력 시험이 끝난 학생이나 시간여유가 있는 직장 여성들, 그리고 주부들의 문의전화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여씨는 또 “어린이의 경우, 기초체력 향상과 지구력 강화, 그리고 앞, 뒤로 움직이며 운동을 하기 때문에 좌·우뇌의 활동이 활발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며 “내성적인 아이는 활발해지고, 산만한 아이들은 차분해지는 성격교정 효과도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몸도 마음도 균형이 맞춰진다는 것이다. 서울 거여초등학교에 다니는 임채은(10)양은 “넉달 동안 피겨 스케이팅을 배우면서 굳어진 몸이 많이 유연해지는 걸 느꼈어요. 집중력도 많이 좋아졌고요. 김연아 언니의 경기장면을 녹화해서 틈틈이 보고 있어요. 언젠가 저도 꼭 금메달을 딸 거예요.”라며 또렷하게 말했다. 체력을 기르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된다. 특히 다리를 많이 쓰는 피겨 스케이팅은 하체 힘을 키우고 균형미를 갖추는 데 안성맞춤이다. 성인 여성의 경우 스케이팅 전후의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기를 수 있다. 또 허리를 곧게 하는 등 자세 교정을 통해 아름답고 균형잡힌 몸매를 가꿀 수 있다. 여성 강습생들이 많이 몰리는 이유가 예술적인 분위기와 함께 이같은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 어렵지 않게 배울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여씨는 “초보자들도 한시간 정도 뒤뚱거리면 얼마든지 탈 수 있다.”며 “1개월 정도만 연습하면 초보수준의 스핀이나 점프 등 기술도 구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등학생들은 재능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1개월이 채 안 걸리는 경우도 많다.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 어디서 탈 수 있나 ●목동 아이스링크 피겨 스케이팅과 함께 쇼트 트랙 등을 전문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다. 평일 오후 2∼6시, 휴일 정오∼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기본 2시간 3000원, 초과 1시간당 1000원.(02)2649-8454. ●태릉 국제스케이트장 국제 규격을 갖춘 세계 8번째 400m 실내링크. 스케이트장에서 주변 맛집으로 이어지는 태릉의 드라이브 코스는 ‘아이스링크 데이트’를 확실하게 마무리해 준다. 평일 오전 10시∼오후 7시(주말엔 7시30분). 입장료 어른 40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970-0501.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 아이스하키 전용 구장. 평일 오후 2시(휴일엔 정오)∼6시까지는 일반인도 이용 가능하다.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3500원, 어린이 3000원. 스케이트 대여료 3000원.(02)3290-4243∼4,(02)927-4195. ●광운대학교 아이스링크 빙상 경기를 유치하지 않아 개장 시간이 넉넉하다. 오전 10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4000원, 청소년, 어린이 3500원. 대여료 어른 3000원, 어린이 2500원.(02)909-3114,(02)940-5491. ●광주 실내 빙상장 광주도시공사가 운영하는 호남 유일의 실내 아이스링크. 오전 9시∼오후 6시. 입장료 어른 3500원, 어린이 2500원. 대화료 2500원.(062)600-6780. ●타워 아이스링크 대구 우방타워 2층에 위치한 전천후 실내 아이스링크. 우방 타워랜드, 두류공원 등과 가까이 있다. 오전 10시∼오후 9시. 입장료 어른 4500원, 어린이 3500원, 대화료 3000원.(053)652-5114.
  • [2007 월드 포커스] (8)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주의

    [2007 월드 포커스] (8)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주의

    |파리 이종수특파원|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주의’ 강풍이 2년째 유럽을 강타하면서 지구촌이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초 우크라이나에 천연가스 공급가격 인상을 요구하며 공급을 일시 중단했던 러시아는 이번에 벨로루시를 통해 독일·폴란드로 수출하던 원유 공급을 중단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8일(현지시간) “러시아는 벨로루시에 대해 유럽 송유관에서 원유를 훔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원유 공급을 끊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송유관 독점업체인 트란스네프트사는 “유럽 수출 원유의 30%를 운반하는 벨로루시가 불법으로 원유를 빼돌린 데 따른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러시아는 벨로루시에 수출하던 천연가스 가격을 2배 인상했고, 이에 반발한 벨로루시가 ‘원유 통과세’ 카드를 꺼냈다. ●천연가스·석유 생산량 세계 1·2위 러시아의 에너지 패권주의는 2001년 미국 9·11테러와 중국·인도 등 개발도상국의 빠른 경제성장 등에 따른 고유가 현상의 산물이다. 이런 변화는 천연가스 생산량 세계 1위, 석유 생산량 2위를 자랑하는 러시아에 국제무대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는 호기를 제공했다. 러시아는 2003년 ‘에너지전략 2020’을 수립했다. 골자는 국내 에너지산업에 대한 국가통제권을 강화하면서 대외적으로 에너지를 통한 영향력을 극대화한다는 것. 이에 따라 2004년 국영 로스네프트(석유)사는 러시아 민영 1위 유코스사를, 국영 가즈프롬(가스)은 러시아 5위 시브네프트사를 각각 인수하면서 사실상의 국유화 체제를 갖췄다. 이후 ‘자원 무기화’에 박차를 가했다. 우크라이나에 이어 그루지야, 벨로루시 등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천연가스 공급가격 인상을 받아들였다. ●유럽 반발·긴장…대책 부심 이에 대해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기구(NATO) 등은 러시아가 에너지를 이용해 친(親)서방 노선을 추진한 주변국에 압력을 넣거나 독재체제를 강화한다고 비판했다. 우크라이나의 경우도 EU와 NATO 가입을 추진하면서 러시아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럽은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에 변화가 없자 다급해졌다. 유럽 천연가스의 24%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등 러시아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EU는 독일·폴란드 원유 공급 중단과 관련,“비축분이 있어 당장 위협받지는 않는다.”면서도 공급 중단에 대한 해명과 공급 재개를 촉구했다. 그러나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안보를 확보할 수밖에 없어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단일시장 창설을 모색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한·중·일 등 동북아는 안전?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은 장기적으로는 한국·일본·중국 등 동북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러시아가 이미 에너지 교역과 원유·가스 파이프라인 등의 인프라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운 데다, 자원 보유국으로서 수출 파트너 선정 등 다양한 칼자루를 휘두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러시아가 ‘사할린 2’ 프로젝트에 참가한 로열더치 셸과 일본 미쓰이 주식 등을 양도받아 과반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국가 통제권을 강화한 것도 ‘에너지 패권주의’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분석이다. 주 러시아 공사를 지낸 외교안보연구원 손성환 연구부장은 9일(한국시간)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공급 측면에서 한국에 당장 돌아올 피해는 없겠지만 국제 에너지시장 환경이 공급자 위주로 바뀐 현실에 대비해야 한다.”며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가스관 개발사업 등에 공동 참여해 에너지를 공급받을 때 당할지 모를 불이익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사업 참여와 관련해서도 “러시아가 내용상 에너지를 국유화했기 때문에 다른 국가가 개발사업에 참여할 경우 돌발 상황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면서 “한국도 석유공사·가스공사 등이 긴밀한 협조체계를 갖춰 돌발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러시아를 참여시킨 동북아 에너지 협력방안을 강화할 것도 주문했다. vielee@seoul.co.kr
  • 렌트 조승우 파워 빌리다

    렌트 조승우 파워 빌리다

    이 젊은 배우는 8편의 출연작으로 뮤지컬계의 신적 존재로 떠올랐다. 지난 7일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렌트’의 주인공 조승우(27)는 두시간 만에 모든 출연분이 팔려나간 ‘괴력의 티켓 파워’를 부담스러워했다. “연습도 들어가기 전에 표가 갑자기 다 팔려 그 중압감은 어떻게 표현하기 어렵습니다.” 때문에 조승우는 연습실에 일찍 와서 연습했다고 밝혔다. 뮤지컬계 최고의 흥행 배우지만 어머니의 이사 때문에 단 한번 불참했을 정도로 진지하고 충실하게 두달여 연습에 임했다고 한다.‘조승우 표는 조승우도 못 구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화제 속에서 막을 올린 렌트 공연은 조승우·조서연 남매가 함께 무대에 서 더 큰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조서연은 지난 6일 언론을 대상으로 한 시사공연 직후 급성후두염 등으로 쓰러져 현재 병원에서 치료중이다. 회복되는 대로 무대에 곧 오를 예정이다. ‘렌트’의 제작사인 신시뮤지컬컴퍼니의 ‘맘마미아’에 출연 예정이던 배우 손지원도 연습 도중 건강이상으로 결국 무대에 서지 못했다. 조서연은 동생과 함께 공연하면서 “낙하산이나 누구의 누나가 아닌 배우 조서연으로 보여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던 만큼 무리한 연습이 배우들의 건강에 이상을 일으킨 셈이다. ‘렌트’는 2000년 예술의전당에서 초연 이후 꾸준히 국내에서 공연됐던 인기 뮤지컬. 조승우 역시 고등학교 때 렌트 음악을 듣고 모든 음악장르를 다 녹여낸 조너선 라슨의 천재성에 매료돼 렌트 마니아가 됐다고 말했다. 라슨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하기 위에 고군분투하다 렌트의 초연 직전에 급작스럽게 사망한 불우한 천재 작곡가다.‘렌트’는 에이즈 환자, 동성애자 등 월세(렌트) 내기도 힘든 뉴욕 젊은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조승우가 맡은 로저는 작곡가 라슨의 이미지가 투영된 고뇌하는 음악가이자 에이즈 환자다. 조서연은 로저의 상대역 미미가 아닌 행위예술가 머린역을 맡았다. 그동안 남경주, 이건명, 김수용, 송용진 등이 로저역으로 뮤지컬 스타의 입지를 굳혔다. 이번 렌트는 소극장에서 연극 규모로 공연되면서 치밀해진 무대와 박칼린 음악감독의 개사작업으로 이야기 전달을 강조한 노래를 선보인다. 스타 조승우를 중심으로 신동엽, 나성호, 고명석 등 젊은 배우들의 신선한 열정을 만날 수 있다. 조승우의 전작 ‘지킬 앤 하이드’나 ‘헤드윅’처럼 폭발할 듯한 주인공의 에너지를 강조하진 않지만, 렌트 마니아로 뭉친 젊은 배우들이 조화된 에너지를 뿜어낸다. 윤창수기자 geo@seoul.co.kr
  • 이미자(李美子)와 소녀가수(歌手) 5각(角) 편지

    이미자(李美子)와 소녀가수(歌手) 5각(角) 편지

    이미자의 그늘에서 울고 있는 소녀가수들. 여자가수의 정상을 달려 온 이미자천국에는 그녀때문에 빛을 못보고 울고 있는 소녀가수들이 있다. 제2의 이미자로 꼽힌 남정희(南貞姬), 『동백아줌마』의 정은숙(鄭銀淑), 『사랑했어요』의 여이주(呂梨珠) 그리고 문주란(文珠蘭)까지도- . 본의든 아니든 이미자 때문에 출세에 지장을 받았다는 이들의 또하나의 「엘레지」는. 미움을 받게된 까닭 먼저 정은숙(21)의 경우. 그녀는 『이미자때문에 몇번인가 가수를 걷어치울 결심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유는 이미자가 정은숙을 굉장히 미워하고 사사건건 훼방을 놓고 있다는 것. 미워하는 이유는 69년 이미자 가출 사건때부터 발단했다. 전까지는 정은숙은 「미자언니」를 굉장히 따랐고 이미자도 동생처럼 사랑해줬다. 『정은숙이 이미자의 남편 이모씨와 어쩌구』하는 소문이 두사람 사이를 적대관계로 만든 것이다. 『이씨에게 출연료를 받으러 갔다가 3,4명의 연예계사람과 어울려 자리를 같이 했을 뿐인데- 』「스캔들」의 올가미를 씌워 1년이 넘도록 미워하고 있다는 얘기다. 너무 큰 영향력 가져 이미자가 미워한다는 사실은 같은 연예계에서 살아야 하는 신인가수에겐 큰 위협이 되는 것같다. 이미자는 작곡가들에게 압력을 넣어 정은숙에겐 곡을 주지 말라고 할 수 있고 제작사에게는 「디스크」를 내지말도록 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다. 작곡가들이 이미자에게 자기 곡을 불리려고 경쟁을 벌이고 제작사도 이미자 때문에 돈을 번다고 (그래서 부사장이란 별명도 있다)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정은숙은 지난해 『석류의 계절』 이후 1년이 가깝도록 취입을 못했다. 방송 출연도 어렵게 얼마전에 『하얀 그림자』를 「타이틀」로 한 독집을 냈는데 『이미자가 어찌 야단을 치는지 큰 소동이 일어났었다』는 소문. 그뿐만 아니라 이미자는 「쇼·스테이지」나 방송 「스테이지」에도 『정은숙과는 함께 서지 않는다』는 태도를 취했다는 얘기. 병아리 가수라면 몰라도 이른바 간판 가수인 이미자가 안 나온다면 낭패일 밖에 없다. 그래서 자연 정은숙은 방송, 「디스크」등 활동무대를 모조리 빼앗겨 왔다고 울상. 작곡가를 움직이고 그다음 제2의 이미자로 불렸던 남정희(19)의 경우. 그녀는 67년에 「히트·송」『새벽길』을 내놓은 뒤, 이렇다 할 「히트」 하나 없이 3년을 넘겼다. 호소하는 듯한 가냘픈 목소리와 창법이 흡사 이미자의 그것이래서 퍽 촉망을 받았다. 그러나 같은 「레코드」사와 작곡가에게 묶여 있는 그는 「히트」가 가능한 곡이 배당되지 않았다. 『쓸만한 곡』은 모조리 이미자가 차지하기 때문이다. 기다리다 지친(?) 남정희는 요즈음 일본공연으로 가냘픈 「레지스탕스」-. 전속 옮겨간 경우도 비슷한 경우에 걸려든 게 여이주(20)와 문주란이다. 68년에 『사랑했어요』로 「데뷔」한 여이주는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1곡의 「히트」도 못내 놓고 아직도 기다리는 가수다. 문주란은 항창 인기 절정일 때 이미자가 『가장 미워한 가수』였고 그래서 전속사도 「지구(地球)」에서 「신세기(新世紀)」로 옮겼다는 소문이었다. 문주란의 인기가 전만 못하고 은퇴소문을 날리면서부터는 약간 두사람사이가 호전됐다는 소식. 여왕(女王) 7년의 존재로 64년 『동백아가씨』 이후 7년동안 줄곧 정상의 위치를 지켜 온 이미자이기에 그의 영향력은 작곡가, PD, 제작사들에게 거의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대중가요계에 복고조「붐」을 일으키면서 누려온 그의 생활은 울고 짜는 식 노래와는 달리 화사하고 방자(?)했다. 그 그늘에서 또 몇명의 「제2의 이미자」가 빛도 못보고 스러질지 그건 아무도 생각해 주지 않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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