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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BI “주한미군 등에 美갱단 잠입 활동”

    FBI “주한미군 등에 美갱단 잠입 활동”

    미국 내 갱 단원들이 우리나라 등 해외 주둔 미군 내에 잠입해 활동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군 내부에서 마약 밀매와 무기 밀반출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최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한 ‘2011 국가 갱 위협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53개 갱단 소속 조직원이 미군에 입대했으며 자국 내는 물론 한국과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독일, 일본 등에 파견돼 생활하고 있다. 해당 갱단 중에는 한국계로 구성된 것으로 보이는 ‘코리안 드래건 패밀리’도 포함돼 있었다. 보고서는 특정 갱단이 전과가 없는 조직원을 선발해 일부러 군에 입대시킨 뒤 총기 사용법 등 군사기술을 익히도록 지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동료군인이나 군인 가족을 포섭하는 등 군 내부의 위협 요소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범죄 조직원은 “투옥과 입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법원의 명령을 받고 군복무하는 경우도 있으며, 또 다른 갱단원은 조직 생활을 청산하려는 목적으로 입대하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미군 내 일부 갱단원은 해외 주둔지에서 마약 밀매와 무기 밀반출 등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미 정부가 확인한 자국 내 갱단은 3만 3000여개이며 조직원은 모두 140만명에 이른다.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서해 5도엔 외과의사 한 명도 없다

    인천시 옹진군 서해5도에 외과 전문의가 단 한명도 없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7일 정부와 인천시에 따르면 연평도 포격사건 이후 북한 위협이 상존하는 백령·연평·대청·소청·우도 등 서해5도에 의료장비 확충 필요성이 제기됨에 따라 내년부터 2014년까지 16억 8000만원을 들여 42개 주민대피시설에 간이수술대 등을 갖춘 비상진료소를 설치할 계획이다. 비상진료소에 장비를 들여놓더라도 진료 인력을 보건지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비상상황 발생 때 메스를 잡을 수 있는 공중보건의를 두지 않았다. 천안함 사건이 발생한 백령도의 보건지소에는 의대를 갓 졸업해 전공이 없는 의과일반의 1명과 수련의(인턴) 과정을 끝낸 내과 전문의 1명, 한의과·치과 전문의 등 모두 4명이 배치됐다. 북한군 포격사건이 일어났던 연평도와 대청도도 매한가지다. 서해5도의 유일한 종합병원인 백령병원에도 정형외과 전문의 1명과 응급의학 전문의 2명이 있을 뿐, 실제 수술을 할 수 있는 외과 전문의가 없어 간단한 맹장수술조차 해병대 의무대나 육지로 후송하는 실정이다. 옹진군보건소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외과 전문의가 부족하다 보니 보건복지부로부터 외과 공중보건의를 배정받기란 쉽지 않다.”면서 “따라서 섬 주민 실생활에 필요한 내과·가정의학과 중심으로 의료진을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서해5도에 근무하는 한 내과 공중보건의는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도 메스를 들었다가는 의사생활을 접을 수도 있다.”며 “결국 눈앞에서 환자가 죽어가도 응급 헬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고개를 떨궜다. 따라서 장비를 다룰 줄 아는 전문의가 없는 터에 수십억원을 들이는 정부 의료장비 지원책은 ‘헛 구호’에 그치기 십상이다. 지난 9월부터 운영한 의료전용 헬기(닥터 헬기)도 실제 도움을 주지 못한다. 최근 주민 송모(70)씨가 헬기를 기다리다 숨지기도 했다. 보건소는 송씨를 응급처치한 뒤 오전 7시쯤 헬기를 운영하는 인천 길병원에 이송하려 했지만 물거품으로 돌가갔다. 헬기 운항시간이 오전 8시 30분부터 일몰 30분 전까지로 제한돼 있어서다. 운항범위도 반경 50㎞로 묶여 이용할 수 없어서 도입 취지를 더욱 무색케 한다.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영화프리뷰] ‘무협’

    [영화프리뷰] ‘무협’

    ‘무협’은 기존의 중국 무협영화에 대한 틀을 깨는 영화다. ‘첨밀밀’의 천커신(陳可辛)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진청우(城武), 탕웨이, 전쯔단(甄子丹) 등 중국의 인기 스타들이 총출동한 ‘무협’은 정통 무협물에 현대적인 감각을 덧입혔다. 이 작품의 가장 큰 특징은 중국영화의 과거와 현재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점이다. 감독은 1960년대 풍이 나는 무협액션물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면서도 미국드라마 ‘CSI’ 같은 수사극의 형식을 접목해 한층 진일보한 형태를 선보인다. 영화의 배경은 청나라 말기인 1917년. 중국 윈난성의 한 시골 마을에서 평범한 종이 기술자로 살고 있던 류진시(전쯔단)가 마을에 덮친 강도를 우연치 않게 막아내면서 시작된다. 시체를 부검하던 수사관 바이주(진청우)는 강도의 죽음이 단순한 사고사가 아니라는 것을 밝혀내고 진시의 정체를 의심하게 된다. 인체의 혈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바이주는 류진시가 기와 혈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무술 고수라는 것을 알게 된다. 바이주로 인해 자신의 어두운 과거가 서서히 드러나자, 류진시는 아버지의 조직인 72파에 맞서 마을과 가족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결전에 나선다. ‘무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바이주가 마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재구성하는 장면이다. 법과 증거만을 믿는 바이주는 인체의 혈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통해 사건을 되짚어 가고, 감독은 이를 컴퓨터 그래픽과 다양한 촬영 기법을 통해 매우 감각적이고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전쯔단의 액션 연기는 아날로그적인 매력을 물씬 풍긴다. 각종 무술을 섭렵하고 중국에서 ‘액션의 신’으로 통하는 전쯔단은 이번 작품에서 날렵하면서도 매서운 공격성을 지닌 무협 액션의 진수를 선보인다. 이번 영화의 액션 감독을 맡기도 한 그는 극과 극을 오가는 종이 장인 류진시와 절정고수 탕롱의 두 얼굴을 무리 없이 소화해 낸다. 류진시의 아내 아유 역을 맡은 탕웨이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작다. 그러나 그녀는 두 아이의 엄마이자 가족을 지키려는 순박한 시골 아낙네의 역할을 성실하게 소화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다. ‘퍼햅스러브’(2005), ‘명장’(2007)에 이어 천커신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진청우는 전작들과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외팔이-독비도’(1967)를 비롯한 일련의 외팔이 시리즈로 무협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왕우도 이 작품을 통해 17년 만에 스크린 복귀해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다. 코미디부터 멜로, 전쟁물까지 다양한 장르를 오가며 활약했던 천카신 감독은 자신의 장기에 감각적인 영상미학을 추가했다. 그러나 과거를 숨기고 초야에 파묻혀 사는 고수에 얽힌 이야기는 영화 ‘폭력의 역사’(2007) 등 많은 영화에서 다뤄진 소재로 신선함보다는 어디서 본 듯한 기시감을 준다. 17일 개봉.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시론] 개인정보보호는 사회적 책임/김종구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

    [시론] 개인정보보호는 사회적 책임/김종구 한국개인정보보호협의회 상근부회장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된 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주요 언론들의 크고 작은 보도도 있었지만, 이 법이 시행됨에 따라 개인정보를 취급하는 모든 기업과 기관·단체들은 시행령·시행규칙과 각종 고시·지침 등 후속 규범들을 예의주시하면서 앞으로 대처 방법과 투자 적정성 문제 등을 놓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개인정보보호법은 일반법이다. 따라서 국내에 등록된 모든 기업, 기관, 단체들을 빠짐없이 규율하게 된다. 법 적용 대상 사업자 수는 무려 350만 곳이고 개인정보를 처리하는 개인사업자나 정보주체인 국민 개개인까지 포함하면 사실상 전 국민을 규율하는 만만찮은 규범이다. 이처럼 중요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성공적으로 정착되려면 적용대상인 업계 및 일반 국민의 반응도 매우 중요하다. 시행 한 달여 만에 업계의 반응을 속단하는 것은 무리지만, 크게 보아 두 가지 정도로 요약해볼 수는 있을 듯싶다. 하나는 정보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이다. 정보주체인 국민의 권리의식이 과거보다 현저히 높아졌을 뿐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로 떠오른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총론에는 대부분 공감을 나타내고 있다. 문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와 그에 따른 ‘실제적 부담’ 문제인 것 같다. 기업의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은 ‘사업자의 책임’이 크게 강화됐다는 점이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보호책임자(CPO)와 법인에 대한 양벌규정을 통해 관리적 책임을 강하게 묻고 있다. 또 문제가 발생했을 때의 ‘입증책임’이 정보처리자에게 지워진다는 점도 기업 입장에선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주민번호 등 ‘고유식별정보’의 암호화 조치 의무 등 비용과 투자가 수반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처럼 기업에 큰 부담이 돌아가는 일이라면 정부가 법 시행을 위한 사전 교육과 홍보에 좀 더 노력했어야 하지 않았나 지적하는 목소리도 업계 일각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 350만 사업자의 대표단체를 자임하는 우리 협의회도 시행령 등 마련 과정, 당국과의 간담회 등을 통해 이러한 요구를 충분히 전달했다. 정부 당국도 문제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다만, 올해는 가용 예산을 제대로 세워놓지 못한 상태에서 법이 통과되는 바람에 뜻한 바만큼 교육·홍보에 투자하지 못했다는 해명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 예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이고, 지향이다. 솔직히 우리는 정부 당국에 한두 가지 우려의 시각을 갖고 있다. 하나는 법 만능, 행정 만능의 사고방식이다.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법제도적 뒷받침이 일차적 과제임을 부인할 수 없다. 지난 수년간, 이 부분에서 정부가 나름대로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음은 긍정 평가하고 싶다. 하지만, ‘행정’의 특성 혹은 공무원들의 ‘일하는 방식’의 특성상 또 다른 허점이 드러날 수 있다는 것 또한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정보 안심 사회’는 정보주체들의 마인드가 달라지고, 일하는 방식과 행태·습관까지 바뀌어야만 달성될 수 있는 궁극 목표이다. 법 경시를 부추기자는 건 결코 아니지만, 법은 기본적으로 ‘만능’이 아니다. 특히 정부의 견해에서 개인정보보호법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잘 쓰면 좋지만, 잘못 쓰면 법 경시 풍조를 더욱더 부추기게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개인정보보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면-보안대책 일변도가 아니라-국민의 의식과 행태를 바꾸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닌가 생각된다. 바로 ‘정보 안심 사회’를 캐치프레이즈로 하는 범국민운동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이다. 한 가지가 또 있다. 개인정보보호는 새로운 ‘정부 규제’가 아니며 국제화시대 기업의 ‘필수 사회적 책임’이라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해서라도 ‘민간자율규제’는 소홀히 해서는 안 될 핵심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정부 당국의 깊은 정책적 고려가 있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 무덤서 파낸 29구 시체와 함께 산 러시아男

    무덤서 파낸 29구 시체와 함께 산 러시아男

    공동묘지에서 29구의 여성시체를 파내 집으로 가져와 함께 산 남성이 체포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러시아에서 발생했다. 영국 매체 데일리 메일의 보도에 의하면 러시아 니주니노브고로드에 사는 아나톨리 모스크빈(45)은 지역 공동묘지를 돌아다니며 시체와 유골을 파내 집으로 가져왔다. 그는 러시아 서부에 위치한 750여개의 공동묘지에서 시체를 수집했는데, 그의 집에서 발견된 29구의 시체는 모두 15세에서 26세 사이의 여성시체였다. 시체들에는 인형 같은 옷이 입혀졌고 유골만 남은 시신은 스타킹이 신겨져 있었으며 곰 인형으로 분장된 시체도 발견됐다. 그의 엽기적인 행각은 여름 휴가에서 돌아온 부모가 시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이웃들로 부터 ‘천재’라 불릴 정도로 13개의 언어를 구사하고, 역사에 대한 조예가 깊어 지역 박물관에서 강의를 하며 몇 권의 책도 쓴 인물임이 알려지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그는 평소 관이나 무덤 주변에서 잠을 자는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경찰은 이 남성에 대한 정신감정을 의뢰한 상태다. 사진=데일리 메일 서울신문 나우뉴스 해외통신원 김경태 tvbodaga@hanmail.net
  • [사설] 자동차업체 과잉근로-고임금 사슬 끊어라

    우리나라 자동차업계 근로자들은 주당 평균 55시간을 일한다. 법정 기준 근로시간(주 40시간)보다 15시간, 전체 상용근로자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41.7시간)보다 13.3시간 더 많다. 고용노동부가 엊그제 현대, 기아차,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자동차 등 완성차 5사의 노동시간 실태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완성차업계 근로자들은 휴일특근과 초과근무 등 을 포함한 연간 근로시간이 2400시간에 이른다. 이는 독일·프랑스 등 선진국에 비해 700~800시간 많은 것이다. 연간 근로일 수(하루 8시간 기준)로 따지면 80~90일 더 많다. 우리나라 근로자의 장시간 근로는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연간 근로시간이 2000시간을 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하지만 완성차업계는 근로기준법을 어겨가며 연장근로를 지속하고 있어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한다. 주 12시간으로 제한된 연장 근로시간을 밥먹듯이 초과한 것은 물론 토·일요일 연속으로 주 2회 휴일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주·야 12시간 맞교대도 일상화됐으며 24시간 철야근무하는 곳도 있다. 자동차업계의 장시간 근로는 노사가 담합한 합작품이다. 근로자는 휴일근로 등 연장근무를 통해 정상보다 최대 300%의 임금을 더 받았다. 기업은 작업물량이 늘어나도 근로자를 추가로 고용하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위한 시설투자를 하지 않아 이득을 봤다. 이채필 고용부 장관은 이를 두고 “자동차업계는 노사담합에 의한 장시간 근로관행을 만들면서 단기적·근시안적 경영을 해왔다.”고 비판했다. 우리나라 자동차업계의 노동생산성은 미국, 일본의 글로벌 자동차기업에 비해 높지 않다. 현대차의 자동차조립생산성(HVP)은 대당 31.3시간으로 혼다(23.4시간), 도요타(27.1시간), 포드(21.7시간) 등 자동차 선진국에 비해 낮다. 근로시간 변형 등의 편법으로 생산성 격차를 메울 것이 아니라 연구개발(R&D), 시설투자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조건에 대한 선진국의 규제가 심해지는 만큼 자동차업계도 전근대적인 주·야 2교대 근무형태를 주 2, 3교대로 개편하는 등 글로벌 스탠더드로 전환, 고용 확대를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노조도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살인자가 남긴 화장품 향기

    [범죄는 흔적을 남긴다] (28) 살인자가 남긴 화장품 향기

     2003년 3월 22일 새벽 강원도 강릉시의 한 연립주택. 4층에 불이 났다는 신고에 소방관들이 출동했다. 문안에서 잠긴 집안은 연기와 화기로 가득했지만 아무리 불러도 인기척이 없었다. 문을 부수고 들어간 소방관들은 20여 분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불이 시작된 곳을 찾으려고 방을 하나씩 뒤지던 신입 소방관의 얼굴이 하얘졌다. 그는 급히 선배를 불렀다. “여, 여기···. 칼 맞은 시체가 있어요.”  사건은 경찰로 이관됐다. 희생자는 집주인 A(여·당시 49세)씨. 시신은 침대방 한쪽 이불더미 밑에 숨겨져 있었다. 범인은 이불을 태워 시신 속 어딘가에 남아 있을지 모를 자신의 흔적을 지우고 싶은 듯했다. 불에 탄 시신은 두 손을 앞으로 모은 채 마지막 저항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법의학에서 말하는 투사형 자세(Pugilistic Attitude)였다. 고온에 오랫동안 노출된 시신의 근육이 수축하면서 일어나는 일종의 열강직 현상이다. 보통 사람의 몸은 펴는 근육(신근·伸筋)보다는 당기는 근육(굴근·屈筋)이 더 발달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열강직 현상도 당기는 근육에 많이 나타난다. 불에 탄 시신은 손목과 팔목을 오므리는 권투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잘못 끼워진 첫 단추에 수사는 산으로  사인은 다발성 자창(刺創·찔린 상처). 범인은 A씨의 등과 왼쪽 팔 등을 무려 35군데나 찔렀다. 매우 당황했거나 복수심에 불탄 자의 소행으로 보였다. 칼의 방향을 봐서 범인은 오른손잡이였다. 범인은 안방과 작은방, 거실과 드레스 룸 등 4군데에 동시에 불을 놨다. 이상한 점은 화재 현장 여기저기서 화장품 향이 진동한다는 것이었다. 원인은 곧 밝혀졌다. 거실 바닥에 뚜껑이 열린 채 어지럽게 널려 있는 스킨로션을 수거해 조사한 결과, 발화 지점에서 발견된 에틸알코올(ethyl alcohol)과 같은 성분임이 드러났다. 영악하게도 범인은 에틸알코올이 들어간 화장품을 집안 곳곳에 뿌린 뒤 불을 붙인 것이다.  범행 현장에 불을 지르는 범인들은 화재와 함께 증거가 될만한 모든 것이 날아갈 것이라고 믿는다. 지문이나 족적은 물론이고, 범행 시각이나 도주로도 지울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오산이다. 방화든 실화든 화재 현장에 완전 연소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다. 알코올이나 휘발류 등 인화성 물질도 바닥이나 벽틈에 모두 연소되지 않은채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화재 잔류물 역시 남기 마련이고 그 속엔 증거물이 고스란히 나온다. 오히려 불을 붙이는 과정에서 불은 범인에게 방화범이라는 꼬리표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경찰은 이 사건을 면식범에 의한 계획된 살인이라고 판단했다. 강제로 문을 연 흔적이 없는 것으로 보아 범인은 집주인을 알거나 집 열쇠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집안에 불을 놓은 뒤 열쇠로 문을 잠그고 유유히 현장을 빠져 나갔다고 봤다. 이런 추리 뒤에는 현관 외에는 나갈 다른 길이 없다는 점도 한몫했다. 범행 장소가 연립주택의 맨 꼭대기 층이어서 창문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갈 수 있지만 옥상 지붕이 너무 가파르고 미끄러워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 길이었다. 귀금속을 챙기지 않은 것도 원한에 의한 범행을 의심케 했다. 경찰은 피해자 주변인들을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수사는 겉돌았다. 의심할만한 용의자들은 알리바이가 명확했다. 무언가 전환점이 필요한 상황. 방화 현장을 다시 뒤지던 경찰로부터 연락이 왔다. “현관 안전핀이 눌려져 있다.”는 보고였다. 일반적으로 보조 시건장치인 안전핀은 집 안에서만 누룰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밖에서 열쇠로 잠궈도 안전핀은 눌러지지 않는다. 아파트 현관의 안전핀이 눌린 상태라는 것은 즉, 범인이 현관이 아닌 제3의 통로로 도주했다는 이야기다. 뒤늦게 확인한 옥상에는 뜯겨진 방충망과 범인이 버린 장갑이 보였다. 면식범만을 쫒던 경찰은 수사 방향을 재설정해야 했다.  ●폰팅에 중독된 20대 살인자  막막하기만 했던 수사는 A씨의 휴대전화를 찾으면서 활기를 띠었다. A씨의 휴대전화를 훔쳐간 범인은 대담하게도 범행 후 사흘 동안 이 휴대전화를 이용하다가 인근 시외버스터미널에 버렸다. 휴대전화 사용명세서를 뽑아본 경찰은 황당했다. 전체 20여 통의 전화 중 대부분이 속칭 폰팅으로 불리는 음란성 유료전화를 거는 데 이용됐다. 마치 규칙이라도 정한 듯 폰팅은 짝수날에만 이어졌다. 범인은 그렇게 죽은 여인을 끝까지 이용했다.  “사람을 죽인 날, 그것도 죽은 사람 전화로 폰팅하는 걸 보면 이거 완전 중독인데요.”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하루 10통씩 폰팅하던 놈이 홀수날엔 왜 한 건도 전화를 안했을까. 황 형사. 격일제로 근무하는 경비원이나 공익근무요원 중에서 동종 전과자부터 뽑아봐.”  폰팅업계 특성상 경찰이 협조를 받아내기 쉽지 않았다. 경찰은 범인이 건 한 통의 114 안내전화에 주목했다. 범인이 안내받은 곳은 강릉시 주문진에 있는 한 세탁소였다. 경찰은 한 20대 남자가 여관에서 “세탁물을 가져가라.”는 전화를 한 것을 확인했다. 남자가 맡긴 무스탕 점퍼 소매에는 혈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죽은 A씨의 피였다. 경찰은 잠복 끝에 K(21)씨를 검거했다. 예상대로 K씨는 격일로 근무하는 시청 공익근무요원이었다. 그는 순순히 범행 사실을 시인했다. 카드 빚에 시달리던 K씨는 혼자 귀가하는 A씨를 보고 집을 털 생각을 했다. 처음엔 배달원을 가장해 집에 들어가려고 했지만 속아 넘어가지 않자 옥상을 통해 집으로 침입했고, 범행이 발각되자 엉겁결에 칼을 휘둘렀다고 말했다.  형사들을 기막히게 한 것은 범행 후의 행적. 피묻은 20만원을 들고 그가 간 곳은 PC방이었다.  K씨는 말을 이었다. “형사 아저씨. 그날 저 죽는 줄 알았어요. 불은 놨지. 연기는 나지. 근데 현관문이 안 열리더라고요.”  소년의 티를 갓 벗은 20대 초반의 살인자는 그래도 제 목숨 귀한 지는 알고 있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1) 데이트 강간을 위한 ‘악마의 술잔’ 한모금에 블랙아웃…24시간내 검사 못하면 미제사건 2) 죽음의 性도착증 ‘자기 색정사’ 혼절직전의 성적 쾌감 탐닉…‘질식에 중독되다’ 3) 부인을 죽인 건 오열했던 남편 사고로 위장한 최악의 선택…죽거나 혹은 더 나빠지거나 4) 아내의 눈속에 담긴 죽음의 비밀… 흔해서 더욱 잔인한 교통사고 위장 살인 5) 강간 후 살해된 여성, 그리고 부검의 반전 죽을 때까지 여성이고 싶었던 남성의 사연 6) 살인현장 속 왠 대변(?)검사… 초미니 흔적 ‘미세증거물’ 속에 숨은 진실 7) 정자가 수상한 정액…씨없는 발바리’ 과학수사 얕봤다가 정관수술까지 한 연쇄 성폭행범 8) 엽기살인마는 피가 다르다(?) 혈흔 속 性염색체가 ‘악마의 姓’ 을 지목하다 9) “왜 그날 조폭은 남진의 허벅지를 찔렀나?”… 칼잡이는 당신의 ‘치명적 급소’를 노린다 10) 물 마시던 A씨의 갑작스런 사망 왜? 사람의 능력 이상으로 물 많이 마시면 생명 잃는다 11) 장문의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엄마…알고보니 생활반응은 죽음의 진실을 알고 있다 12) 불탄 시신의 마지막 호흡…그녀가 아들을 지목하다 화재사망 속 숨어있는 타살흔적 찾기 13) 車 운전석에서 질식해 숨진 그녀의 주먹쥔 양팔 14) 성형수술 자국이 일러준 주검의 주민번호 광대뼈 축소술, 동거男에 목졸린 백골의 한 풀다 15) 연쇄살인범에 당한 20대女…6년만의 대반전 연쇄살인 택시기사, 274만개의 눈 CCTV가… 16) 20대 여성이 남긴 마지막 글씨…살인자를 지목하다 찢어진 장부가 범인을 증언하다 17) 물속에서 떠오른 그녀의 흰손…살인자를 가리키다 바다에서 건진 토막시신의 신원찾기 18) 헤어드라이어 살인…‘전류반’은 못 숨겼네 몸에 남은 전기충격 자국이 완전범죄 밝혀내다 19) 자살이라 보기엔 너무 폭력적인 죽음…왜? 참혹한 죽음…가해자·피해자는 하나였다 20) 아파트 침대 밑 여성 시신 2구의 잔인한 진실게임… 누명 벗겨준 거짓말 탐지기 21) 그 남자 노리는 ‘한밤 통증’… 동양인의 저주? 청장년 급사 증후군 22) 70% 부패한 시신… 말없이 증언하는 ‘어금니’ 억울한 죽음 단서 된 치아 23) 살인현장의 240㎜ 운동화…60대 노인의 트릭이었다 별무늬 자국의 비밀 24) 사회 첫발 20대女 살해한 택시기사, 흙탕물이… 돈 버리고 납치 이상한 택시 강도 25) 그녀가 남긴 담배꽁초…DNA는 남자라고 말하는데 살인 현장에 남은 ‘그 남자’의 립스틱 26) 목졸려 숨진 60대 시신 크게 훼손됐는데… 범인의 속임수였다 ‘파란 옷’ 입었던 살인마 27) 흉기에 17번 찔려 죽은 여자 유일 목격자 경비 최면 걸자 법최면이 일러준 범인의 얼굴 28) 소리없이 사라진 30대 새댁, 알고보니 들짐승이… 부러진 다리뼈가 범인을 지목하다
  • [김봉수의 맛있는 대한민국] 포항-“철따라 맛 좋은 포항으로 오이소”

    [김봉수의 맛있는 대한민국] 포항-“철따라 맛 좋은 포항으로 오이소”

    “철따라 맛 좋은 포항으로 오이소” 해산물의 메카인 포항은 계절마다 별미 음식을 선사한다. 여름철에는 ‘포항물회’, 겨울철에는 ‘구룡포 과메기’가 여행객들의 입맛을 자극한다. 그러나 포항을 해산물로만 기억하면 섭섭하다. 아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포항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있으니 살짝 공개해 본다. 구룡포의 ‘모리국수’, 50년 전통의 ‘구룡포 찐빵’ 등….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 포항의 음식들이 여기에 있다. 에디터 구명주 기자 글·사진 Travie writer 김봉수 부산 ‘싸나이’ 김봉수는 ‘맛집’을 특히 편식하는 여행자로 부산·경남 여행커뮤니티 ‘풍경’의 운영자이기도 하다. www.poongkyung.com 달인 물회를 만나다 마라도 횟집 포항에서는 ‘포항물회 전문’이라는 간판을 쉽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식당 중에서도 SBS <생활의 달인> 전파를 탄 집이 있으니 바로 ‘마라도 횟집’이다. 이곳은 ‘전국 최고의 물회 맛 대결’에서 우승해 대한민국 ‘물회의 달인’으로 인정받았다. 마라도 횟집의 물회에는 매실, 아카시아 꿀, 다시마 엑기스로 만든 얼음 육수가 들어가는데 그 맛이 무척 신선하고 깔끔하다. 특히 특별 메뉴인 ‘최강 달인 물회’에는 회, 전복, 해삼, 소라, 개불 등 여러 해산물이 가미돼 씹히는 질감과 신선한 맛이 아주 그만이다. 또한 물회 육수에 비벼 먹는 국수는 덤이라고 하기엔 그 맛이 완벽하다.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두호동 158 문의 054-251-3850 추천메뉴 마라도 물회 1만2,000원, 최강 달인 물회 1만2,000원 포항의 대표 특산물 구룡포 과메기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겨울철 해풍에 여러 번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숙성시킨 것이다. 과메기 하면 바로 구룡포 과메기가 아니겠는가. 과메기는 겨울철 구룡포항에 가면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데, 항 주변의 과메기 덕장은 물론이고 시장 골목골목마다 과메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과메기의 본고장인 구룡포 주변 횟집을 찾으면 과메기를 쉽게 맛볼 수 있다. 과메기는 싱싱한 배추에 김, 생미역, 미나리, 잔파, 마늘을 곁들여 초고추장에 찍어 쌈으로 싸서 먹는 게 일반적이다. 이렇게 먹어야만 특유의 비린 맛이 덜하여 그 쫄깃하고 담백한 맛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추천메뉴 과메기 한 접시 2만~3만원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오직 구룡포에서만 맛볼 수 있는 가꾸네 모리국수 포항 음식 중 가장 놀라운 맛을 선사했던 음식, 바로 모리국수다. 홍합, 아귀, 대게, 새우, 미더덕 등 해산물이 풍부한 모리국수는 일종의 해물 칼국수다. 해산물이 많은 만큼 국물 맛이 얼큰하고 시원해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모리’라는 이름은 바로 ‘많다’는 뜻의 일본어 ‘모리’에서 유래됐는데, 이름 그대로 재료도 양도 푸짐하다. 구룡포항 내에서 모리국수로 가장 유명한 집이 바로 ‘가꾸네 모리국수’. 찾기 쉽지 않은 골목 깊숙한 곳에 숨어 있는 집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집이자 현지인에게 더 인기 있는 집으로 통한다. 얼큰하고 시원하고 걸쭉한 국물 맛은 평생 잊혀지지 않을 만큼 강렬한 감동이었다. 모리국수는 막걸리와도 잘 어울리는데, 이 집에서 판매하는 ‘구룡 막걸리’도 입에 착 감길 만큼 맛있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957-3 문의 054-276-2298 추천메뉴 모리국수 1인분 5,000원, 막걸리 2,000원 구룡포 찐빵의 원조 철규분식 50년 전통에 빛나는 철규분식 찐빵은 구룡포의 대표 음식이다. 구룡포 초등학교 정문 앞에 위치해 5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철규분식에는 현지인들의 추억마저 묻어난다. 하지만 이 집의 메뉴는 국수, 단팥죽, 찐빵 단 3가지. 육수 맛이 진하고 시원한 국수, 설탕을 곁들여 먹는 단팥죽…. 하지만 이 집의 화룡점정은 단연 찐빵이다. 손으로 직접 빚어내 곧바로 쪄내는 이 집 찐빵 맛은 가히 예술이다. 두껍지 않고 부드러운 질감의 빵과 그 속에 부드럽게 녹아든 달콤한 팥소는 환상적인 궁합을 뽐낸다. 하지만, 철규분식의 찐빵은 언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루에 정해진 양만 만들어 팔기 때문에 운이 나쁘면 그냥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미리 전화로 문의한 후 찐빵이 나오는 시간에 맞추어 찾아가 보는 것이 좋겠다. 주소 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 구룡포리 987-7 문의 054-276-3215 추천메뉴 국수 2,000원, 단팥죽 2,000원, 찐빵 3개 1,000원 T clip. 꼭 추천하고 싶은 포항 여행지 12폭포의 아름다움을 품은 ‘내연산’ 내연산은 포항 시내에서 떨어진 포항시 송라면에 자리한다. 천년고찰 보경사와 열두 개의 아름다운 폭포를 품고 있으며, 그 산세가 수려하기로 유명하다. 특히 관음폭포와 연산폭포는 폭포 중 백미로 불린다. 해맞이 명소 ‘호미곶’ 우리나라 지도를 호랑이에 비유한다면 호미곶은 꼬리가 되는 부분이다. ‘상생의 손’으로 불리는 조형물과 등대박물관이 있고, 매년 새해 해맞이 행사가 열려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 한국 속의 작은 일본 ‘구룡포 일본인 가옥 거리’ 구룡포는 일제 강점기 일본 어업의 전초기지로 일본인들의 집단거주 지역이었다. 오늘날까지도 많은 일본인 가옥들이 남아있어 한국 속의 작은 일본을 연상케 한다. 일본인 가옥거리 홍보전시관을 찾으면 가옥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포항 최대 재래시장 ‘죽도시장’ 죽도동에 위치한 포항 최대 규모의 재래시장으로 수산물이 주를 이룬다. 포항대게와 구룡포 과메기 등 포항 특산물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여행매거진 ‘트래비’ 본문기사 보기 ※위 기사는 기사콘텐츠 교류 제휴매체인 여행신문의 기사입니다. 이 기사에 관한 모든 법적인 권한과 책임은 여행신문에 있습니다.
  • [테마로 본 공직사회] (26) 개방형 직위

    [테마로 본 공직사회] (26) 개방형 직위

    개방형 직위제도가 도입된 지 12년째다. 개방형 직위제는 폐쇄적인 공직사회에 민간 전문가들을 투입해 공직사회의 경쟁력과 전문성을 키우기 위해 2000년 도입됐다. 아직은 ‘절반의 성공’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민간 출신 영입이 너무 적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다. 개방형 직위를 거쳐 간 이들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민간 전문가를 더 많이 뽑고 싶지만 기존 공무원을 역차별할 수는 없다는 정부의 고충도 있다. 12년 운용에 대한 평가와 함께 보완책, 해법 등을 짚어본다. 임수경(50) 국세청 전산정보관리관은 2년 전까지 LG CNS 상무였다. 정보기술(IT) 전문가로서 탁월함을 선보이며 승승장구하던 그는 2009년 불현듯 잘나가는 대기업 임원직을 내던지고 공무원으로 변신했다. 주변의 만류도 무릅쓰고 ‘국세청 첫 여성 국장’이라는 화제를 뿌리며 개방형 직위 고위 공무원이 됐다. 그리고 지난달 1년 연장 신청이 통과돼 내년까지 더 근무하게 됐다. 그는 “기업에 있을 때는 신기술의 적용이 대단히 빠르게 될 수 있었는데, 여기선 국회와 다른 부처와의 관계를 고려해야 하고 예산, 인력 편성의 어려움이 너무 많아 까다롭다.”면서도 “또 다른 경험을 한다는 기쁨, 공직자로서 보람 등을 느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보수? 말할 수 없이 줄어들었다. 특히 기업 보너스는 한 번에 나와 짜릿함을 주는데 공무원 성과급은 12개월로 나눠지니 이게 보너스인가, 월급인가 싶은 밋밋함이 있어 좀 아쉽더라.”고 너스레를 부렸다. ●他 부처 출신 채용은 의미 있는 변화 임 국장의 사례는 개방형 직위제도 운영에서 비교적 성공한 축에 속한다. 현재 개방형 직위는 40개 중앙행정기관에 걸쳐 모두 248개가 있다. 고위 공무원단(1~3급) 166개 직위, 과장급(4급) 82개 직위다. 최근 5년 동안 개방형 직위 채용은 모두 339회에 걸쳐 이뤄졌다. 참여정부 시절에 비해 현 정부 들어선 민간 채용이 꾸준히 주는 추세다.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에는 58회의 개방형 직위 임용 중 민간인이 15명으로 민간 채용 비율이 25.8%였으나 2009년 17.1%, 2010년 17.5% 등 갈수록 감소하는 추세다. 올 상반기엔 54개 개방형 직위에 민간 수혈이 9명에 그쳤다. 김동극 행정안전부 인사정책관은 “현 정부 들어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조직이 개편되고 국·실장 보직이 줄다 보니 부처마다 국장급 인원이 넘쳐나고 그에 따라 민간 출신이 들어오기 어려워진 측면이 있다.”면서 “민간 전문가를 수혈받는 것은 여전히 중요한 정책 방향”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김 정책관은 “공무원 비율, 민간인 비율로 보기보다는 자기 부처 출신을 앉히지 않는 측면 또한 의미 있는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국장에 자기 부처 출신을 앉히면 과장, 계장 등등 여러 명의 승진 요인이 발생하기 때문에 부처별로 꺼릴 수밖에 없는데 이를 타파한다는 데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민간 출신으로 개방형 직위에 들어왔다가 계약 기간 2년 전에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적은 보수에 행정업무에 치여 전문성을 발휘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하며, 다음 직업을 위해 이력서에 공직 경력을 보태기 위해 살짝 들어왔다 나가기도 한다. 하지만 행안부에서는 민간 채용자가 공직에 들어오면서 했던 결심을 어떤 사유로 꺾었는지 체계적인 분석을 하지 않고 있다. 관련 통계자료도 없다. ●계약 2년 전에 그만두는 경우도 부지기수 행안부 관계자는 “계약 중간에 나가는 경우 기관마다 그냥 ‘의원해임’이라는 사유로만 들어오기 때문에 일일이 파악하기가 인력 구조상 쉽지 않다.”면서 “게다가 당사자들이 이직이 최종 결정되는 1~2주 전에 갑작스럽게 통보하는 것이 관행인 데다 구체적인 이유를 잘 말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어렵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지난 8월 개방형 직위를 마치고 강단으로 돌아간 최준호 한국종합예술학교 교수는 3년 10개월 동안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맡았다. 최 교수는 “보고서 쓰고 회계 업무를 파악하는 등 행정업무에 시달리느라 전문성을 극대화시키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면서 “외부 전문가를 불러들였다면 최대한 써먹을 수 있도록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행정업무 많아 전문성 제고 역부족 학자들 역시 한목소리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무원이 민간 출신보다 경쟁력과 전문성이 더 있다고 판단될 경우 공무원을 뽑는 것이 당연하다.”면서도 “민간에 공직을 열어놓는 것과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느냐는 별개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선임연구위원은 “굳이 보수 문제가 아니라도 개방형 직위에 들어오는 민간인들에게 주어지는 긍지, 명예, 보람 등 무형의 인센티브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명지대 행정학과 교수인 오성호 한국인사행정학회장도 “몇몇 부처에서 개방형 직위 심사를 한 적이 있는데 심사 과정이 불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공개경쟁처럼 100% 순수하게 뽑느냐하면 그것 또한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조성한 중앙대 행정학과 교수는 “공직에 오래 몸담은 사람들은 자리를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측면에서 부정적인 반면, 젊은 공무원들은 아직 몸으로 체감할 때가 아니어서인지 능력별 경쟁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박록삼기자 youngtan@seoul.co.kr
  • [Weekly Health Issue] 화상

    [Weekly Health Issue] 화상

    화상은 몸과 마음에 치명적인 상흔을 남긴다. 생명에 대한 위험도도 심각하다. 그러나 의외로 화상에 대한 인식은 후진적이다. 화상을 단순히 불에 데는 정도로 알거나, “설마 내게 그런 일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펴보면 주변에 화상을 부를 요인은 얼마든지 있다. 불은 물론이고 끓는 물, 전기, 인화성 물질, 화공약품 등 갖가지 화상 요인들이 널려 있다. 화상을 남의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런 화상에 대해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장 전욱 교수로부터 듣는다. ●먼저, 화상을 정의해 달라. 화상은 열에너지에 의해 피부세포가 손상을 입는 현상을 말한다. 섭씨 40∼44도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조직 속의 단백질에 초기 변성이 생기며, 보통 섭씨 45도 정도에서 1시간 정도 노출되면 세포는 죽고 만다. ●화상의 유형은 어떻게 구분하며, 각 유형의 특성은 무엇인가. 가장 흔한 화상이 뜨거운 물에 데는 열탕화상이다. 섭씨 60도의 물에 3초 정도 피부가 노출되면 깊은 진피화상 또는 피부 전층화상을 입는다. 화염화상도 발생 빈도가 높다. 이 유형은 불에 신체가 직접 닿아 생기기 때문에 화상이 깊으며, 폐쇄된 공간에서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흡입화상 여부를 고려해야 하는 유형이기도 하다. 또 자연상태의 가스나 프로판, 가솔린 등 인화성 액체들이 폭발하면서 생기는 섬광화상은 주로 안면부나 머리 등 노출 부위에 심한 화상을 부른다. 접촉화상은 금속 등 뜨거운 매개물질에 의한 화상이다. 이 유형은 매개체의 온도가 높은 데다 열이 계속 신체 부위로 전달될 수 있어 화상이 깊은 것이 특징이며, 따라서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딱지(가피)절제와 식피술을 시행해야 한다. 전기화상은 근육 등 심부조직을 심하게 괴사시켜 대사성 산증에 빠질 위험이 크고, 혈중 마이오글로빈 수치를 지속적으로 증가시키므로 초기, 즉 3∼5일 이내에 괴사조직을 절제해야 한다. 화학물질에 의한 화상의 경우 일반적으로 알칼리에 의한 화상이 산 화상보다 심하다. ●화상의 중증도는 어떻게 구분하며, 각 단계별 특성은 무엇인가. 화상은 심각한 정도에 따라 1∼4도로 구분한다. 1도 화상은 표피에 국한된 화상을 일컬으며 대부분 1주일 안에 재상피화가 일어난다. 햇볕에 노출돼 생기는 화상처럼 피부 색깔이 빨갛게 변한 상태로, 대부분 큰 물집은 생기지 않는다. 이에 비해 표피와 진피 일부가 화상을 입은 상태면 2도로 분류한다. 이 중 표재성 2도 화상은 유두진피 정도까지 손상을 입은 상태를, 심재성 2도 화상은 망상진피 부근까지 손상을 입은 경우를 말한다. 여기에서 나아가 표피와 진피층이 전부 손상을 입으면 3도 화상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진피 밑의 피하지방층이 화상을 입은 경우도 포함한다. 이 경우 피부가 가죽 가방을 만지는 느낌이 들지만 정작 환자는 통증도, 촉각도 못 느낀다. 가장 심각한 화상은 4도 화상이다. 근막 밑의 근육까지 손상을 입는 경우로, 주로 전기화상이나 심한 화염화상·접촉화상에서 발생할 수 있다. 4도 화상으로 근육이 손상될 경우 혈중 마이오글로빈으로 신장 기능이 크게 훼손될 수 있는 위험한 단계다. ●화상의 발생 추이와 경향은 어떤가. 집이나 건물의 실내에서 열기구 등을 이용해 난방을 하던 시절에는 사용상의 부주의로 인해 겨울철에 화재나 화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겨울철보다 여름철에 더 많이 발생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중화상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화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상황을 살펴 가벼운 화상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지체없이 병원으로 후송하는 것이 정답이다. 특히 화상의 범위가 넓다면 더욱 그렇다. 간혹 열기를 식힌다며 몸에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있는데, 자칫 저체온증이 와 오히려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 화상 범위가 작아도 물집이 생길 정도라면 병원을 찾는 게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길이다. ●화상 치료 과정을 중증도별로 상세히 설명해 달라. 1도 화상은 소염진통제 외에 특별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 2도 화상은 간단한 드레싱만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드레싱은 건조 드레싱보다 습윤 드레싱이 효과적이다. 단, 심재성 2도 화상이라면 식피술을 시행하는 것이 원칙이다. 3도 화상으로 판정되면 조기에 가피절제 및 식피술을 시행해야 하는데, 화상 부위가 크지 않다면 국소 마취로도 가능하다. 이 경우 동통이나 발적 등 감염 우려 때문에 적극적으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한다. 상처에 감염이 일어나면 식피술의 생착률도 크게 떨어지고, 당연히 사망률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3도 화상 부위는 되도록 초기에, 또 감염 전에 절제해 세균 번식을 차단해야 한다. 이 경우 동종 피부이식을 통해 수술 부위의 감염을 예방해주고 육아조직이 잘 자랄 수 있게 할 수 있다. 이식된 동종피부는 약 3주 전후로 타락되는데, 이후 자가피부이식을 시행하게 된다. ●화상 후유증 유형을 들고, 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를 설명해 달라. 화상은 위험도가 높고 화상 부위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기기 쉬우므로 적극적이고 전문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에는 수술 기법 및 재료의 발전으로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치료가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고, 성과도 크다. 화상이 외형적인 후유증만 남기는 것은 아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증후군 같은 마음의 상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해 따로 정신과적 보조치료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 후 재활은 어떻게 이뤄지나. 화상 수술 후 보통 6개월까지는 흉과 착색이 남지만 12∼24개월이 지나면 상처가 많이 안정된다. 최근에는 수술 등 치료 직후부터 적극적으로 재활 및 레이저치료, 피부 재활치료 등을 시행하는 추세다. 또 반흔을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 옷이나 실리콘시트를 사용하기도 한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커버스토리] 다시 열풍… 복권의 사회학

    복권 열풍이다. 일확천금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 사정이 나빠져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시기일수록 복권에 손을 대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복권 바람도 심상찮다. 지난 7월 발행된 ‘연금 복권’이 당첨의 꿈을 자극한 탓이다. 복권을 사는 행위는 심심풀이로 가볍게 해석하기도 하지만 한쪽에서는 종종 도박과 마약에 비유하기도 한다. 당첨이 돼도 상당수가 ‘탕진’의 길을 걷는 사례가 많아 복권은 인생의 ‘독’(毒)이라는 평가 때문이다. 그래도 복권 한 장에 삶의 ‘희망’을 얹는 이들이 적지 않다. 경남에 사는 황모(31)씨는 2006년 로또복권 1등에 당첨됐다. 26세 때다. 총 상금은 19억원, 세금을 뺀 14억여원을 손에 쥐었다. 황씨는 부모님에게 집을 마련해 주고, 친형의 사업자금에 4억원을 사용했다. 나머지는 도박과 유흥비에 쏟아부었다. 말 그대로 물 쓰듯 썼다. 10억원을 탕진하는 데 겨우 8개월이 걸렸다. 빈털터리가 됐다. 황씨는 2007년 5월 금은방에서 금품을 훔치다 붙잡혀 1년 동안 교도소 신세를 졌다. 절도범으로 전락한 것이다. 2008년 4월 출소해 교도소 동기와 함께 금은방을 털다 또다시 검거됐다. 복권 당첨자의 끝은 대체로 어둡다. 신세를 망쳤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 5명 가운데 4명은 불행한 삶을 살게 됐다. 5명 중 3명은 이혼하고, 도박에 손을 댔다. 대체로 당첨자들은 직장을 그만뒀다. 경제 활동을 더 이상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때부터 마이너스(-) 인생으로 들어선다. 지출만 있지 수입은 없다. 평소 큰돈을 만져본 일이 없기에 씀씀이를 자제하지 못한 채 무턱 대고 돈을 쓰는 게 일반적이라는 게 복권을 취급한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또 부담스러운 주변 시선은 인간관계를 단절시킨다. 돈을 가졌지만 삶은 무미건조해진다. 견디기 힘든 협박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사회로부터 스스로 격리되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1997년 미국에서 복권 당첨으로 265억원을 벌었다가 파산한 재미교포 이옥자씨의 사례는 또 하나의 본보기다. 8년 뒤 텅 빈 원룸에서 정부보조금으로 연명하는 신세가 됐다. “당첨 이후 ‘돈을 달라’, ‘안 주면 자살하겠다’ 등 온갖 협박 편지를 받았고 금융권에서도 귀찮게 투자를 권유해 왔다.”면서 “친구를 잃은 게 아쉽지만 무일푼이 마음이 더 편하고 삶도 행복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복권 당첨의 폐해가 많이 알려진 때문인지 당첨에 대처하는 자세도 조금씩 변하고 있다. 말마따나 인생을 거는 사례가 드물다. “복권에 당첨돼도 직장생활을 이어가겠다.”거나 “당첨금 이자로 살겠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첨금을 매월 일정하게 연금 형태로 받을 수 있는 연금복권의 인기를 이 같은 변화의 하나로 보고 있다. 물론 당첨되지 않은 경우에 한해서다. 당첨되면 마음이 어떻게 달라질지는 모를 일이다. 현택수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서민이나 중산층이 주로 사는 복권은 당첨의 환상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진단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대학등록금 감사] 관리운영비·연구비 명목… 6552억 빼돌리고 뻥튀기고

    [대학등록금 감사] 관리운영비·연구비 명목… 6552억 빼돌리고 뻥튀기고

    감사원의 대학 등록금 감사는 ‘절반의 성공’이라 할 수 있다. 감사 착수 시 밝힌 약속과 달리 등록금 원가 등 적정한 대학등록금 수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감사에서 사실상 제외된 사립대학의 회계 투명성 확보 필요성을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김정하 제2사무차장은 감사결과 브리핑에서 “대학별로 재정운용의 특성상 편차가 크기 때문에 등록금이 얼마만큼 인하될 여지가 있는지 액수를 제시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면서도 “편법 예산운용을 비롯해 각종 비리 등 대학재정에 누수가 발생한 부분이 결국 등록금 인상으로 연결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평가했다. 35개 대학의 지난 5년간 예·결산 분석결과, 예산편성 시 보수, 관리운영비, 고정자산 매입비 등 5개 항목에서 실제 지출(결산액)에 비해 많이 잡거나 등록금 외 수입을 실제 수입보다 적게 잡는 편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도 A대학의 경우, 설계용역 실시 등 구체적 계획도 없이 2006~2008년 공과대학, 본관 신·증축비로 227억원을 계상했다가 미집행하는 등 실제 집행이 불가능한 시설사업비 예산 계상을 되풀이했다. 이런 방식으로 이 대학들은 대학별로 연평균 187억원에 이르는 예·결산 차액을 만들어 등록금 인상요인으로 활용했다. 수입을 줄이기 위해 특강이나 계절학기 수강료, 기부금, 전기 이월자금 등 항목에서 실제 수입보다 연평균 1648억원(대학별 47억원)가량 줄여 계상한 사례도 많았다. B대학의 경우 2006년부터 2010년까지 해마다 직전 회계연도의 집행잔액이 94억~345억원(연평균 188억원)이나 되는데도 한번도 이를 수입예산에 편입시키지 않았다. 학교발전기금과 학교시설 사용료 등 학교수입을 회계장부에 기록되지 않는 별도 계좌로 관리하며 업무추진비 명목으로 교직원이 나눠 갖거나 직원 회식비로 집행한 사례도 적발됐다. 법인이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교비로 부담하거나 과도하게 집행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 유명 사립대 등 14곳에서는 법인이 부담해야 할 학교시설 건설비를 대부분 교비에서 부담해 최근 5년간 법인에서 받은 자산 전입금이 건설비의 1%도 되지 않았다. 국공립대 교직원에게 기성회계에서 급여 보조성 인건비를 지급한 사례도 있었다. 교비 횡령 등 교육현장의 비리는 재단 이사장에서부터 총장, 말단 교직원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만연했다. 지방의 A대 이사장 일가는 3개 법인을 설립해 대학 2개와 고교 2개를 운영하면서 모두 160억여원의 교비를 횡령했다. 1996∼1997년 4년제 대학 설립자금으로 사용한 2년제 대학의 교비 횡령액을 반환한다는 명목으로 지난해 7월 4년제 대학의 교비 65억 7000만원을 다시 빼돌린 뒤 22억 5000만원만 변제금으로 쓰고 나머지는 이사장 일가의 아파트 구입 등에 돌려썼다. 또 이사장은 2년제 대학과 고등학교의 교비 15억 5000만원을 빼돌려 부인의 건물 매입 대출금을 상환한 뒤 4년제 대학 자금으로 이 돈을 갚기도 했다. D대, E대 등 국립대 총장들은 자신의 공약을 이행하는 데 공금을 마구 썼다. 인건비 동결이라는 정부지침을 위반하고 2009~2010년 교직원에게 지급하는 수당 120억여원을 부당 인상했다. 강단에 선 일선 교수들의 파렴치한 행태도 비일비재했다. D대 교수는 연구원 15명의 인건비와 장학금 수령 통장을 관리하면서 2008년부터 연구원들에게 지급된 인건비와 장학금 등 10억원 가운데 일부만 연구원에게 돌려주고 3억 4000만원을 개인 연금으로 납부하거나 자신 명의의 증권계좌 등에 이체했다. 황수정기자 sjh@seoul.co.kr
  • “대머리는 표준어 명예훼손 아니다”

    김모(30)씨는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 프런트에서 인터넷 온라인게임 ‘리니지’ 채팅창에 접속, 평소 게임상에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상대 게이머 박모씨에게 “뻐꺼(머리가 벗겨졌다는 속어), 대머리”라고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대머리가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팅창에 거짓 사실을 알려 상대의 명예를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법원의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이라면서 “대머리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일 뿐 단어 자체에 경멸·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대머리라는 단어가 통상 일반인이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대머리는 가치평가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면서 “방송 등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사례가 있고, 현대 의학에서는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일 대머리가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인지에 대한 하급심의 다른 결론과 관련, 1심 판결을 존중했다. 대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이버 공간상에서 대면 없이 오간 ‘뻐꺼’나 ‘대머리’라는 표현은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사용한 것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인터넷 게시글도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에 포함돼 의사 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대법 “온라인상 대머리 지칭 명예훼손 아냐”

    대법 “온라인상 대머리 지칭 명예훼손 아냐”

    김모(30)씨는 지난해 6월 부산 해운대구의 한 호텔 프런트에서 인터넷 온라인게임 ‘리니지’ 채팅창에 접속, 평소 게임상에서 감정이 좋지 않았던 상대 게이머 박모씨에게 “뻐꺼(머리가 벗겨졌다는 속어), 대머리”라고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박씨는 대머리가 아니었다.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채팅창에 거짓 사실을 알려 상대의 명예를 침해했다는 것이었다. 법원의 1·2심 판단은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피해자를 대머리라고 불렀더라도 신체적 특징을 묘사한 말일 뿐”이라면서 “대머리는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사람을 뜻하는 표준어일 뿐 단어 자체에 경멸·비하의 뜻이 담겨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반면 2심 재판부는 “대머리라는 단어가 통상 일반인이 부정적 의미로 받아들일 여지가 있는 표현”이라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유죄로 인정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대머리는 외모에 대한 객관적 묘사이기도 하지만 가치평가적인 요소도 내포하고 있다.”면서 “방송 등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그려낸 사례가 있고, 현대 의학에서는 이를 질병으로 보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3일 대머리가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인지에 대한 하급심의 다른 결론과 관련, 1심 판결을 존중했다. 대법원은 벌금형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사이버 공간상에서 대면 없이 오간 ‘뻐꺼’나 ‘대머리’라는 표현은 피해자에게 모욕을 주기 위해 사용한 것일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그 표현 자체가 상대방의 사회적 가치나 평가를 저하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사이버 공간상에서 이뤄지는 대화나 표현이 건강성을 해치지 않아야 하지만 인터넷 게시글도 표현의 자유 보호 대상에 포함돼 의사 표현이 지나친 제약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적 제재에 관한 규정은 엄격하게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의미다. 안석기자 ccto@seoul.co.kr
  • [피플 인 포커스] 리비아 NTC 신임총리 키브

    [피플 인 포커스] 리비아 NTC 신임총리 키브

    리비아 과도국가위원회(NTC)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신임 임시총리로 전기공학자 출신인 압델 라힘 알 키브를 선출했다. 카다피 압제에서 해방을 선언한 지 일주일 남짓 만이다. 신임 키브 총리는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인권을 존중하는 국가 수립’을 과도 정부의 최우선 목표로 제시했다. 그는 “과도기를 맞은 리비아는 여러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과도 정부 구성원 간에 긴밀하게 협력하고, 리비아 국민의 목소리를 경청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NTC 위원 51명 가운데 26명의 지지를 받아 임시총리로 선출됐다. 키브 총리는 앞으로 2주 이내에 그가 이끌 과도 내각을 꾸릴 예정이다. 아랍권 위성 방송인 알자지라는 “NTC의 트리폴리 대표인 키브 총리가 NTC 내부의 광범위하고 강력한 지지를 토대로 몇몇 주요한 장애물을 극복해 나가려 한다.”고 전했다. 알자지라는 석유와 국방, 재정, 내무 같은 핵심 분야를 맡을 과도정부 장관을 임명하고, 과도정부군 병사를 공식적인 군과 경찰에 소속되도록 설득하는 일을 키브 총리의 당면 과제로 꼽았다. 키브 총리는 또한 제헌 국민의회 구성과 정부 시스템 확정, 리비아 전역의 법질서 확립 등 중차대한 임무를 맡게 됐다. 트리폴리대학 출신인 키브 총리는 미국의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과 노스캐롤라이나주립대학에서 유학했으며, 아랍에미리트 소재 석유연구소 등에서 교수로 일했다. 앞서 NTC는 ‘민주정부 수립을 위한 20개월 로드맵’에서 새 과도정부 수립 이후 8개월 안에 구성된 제헌 국민의회가 공식 정부를 띄우도록 했다. 이어 공식 정부는 국민 투표로 헌법을 확정한 뒤 선거법을 마련해 2013년 6월 전후에 총선을 치르게 된다. 박찬구기자 ckpark@seoul.co.kr
  • 안전장치 제거서 사격 다섯단계로… 인질극땐 바로 발포

    안전장치 제거서 사격 다섯단계로… 인질극땐 바로 발포

    경찰이 추진 중인 ‘권총사용 매뉴얼’의 가장 큰 특징은 상황별로 단계를 나눠 총기사용 정도와 유의사항 등을 규정해 놨다는 것이다. 특히 일선 경찰관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사용단계에 맞춰 현장 사례를 세부적인 예시로 들었다. 기존 매뉴얼은 ‘현행법상 총기사용 요건 및 유의사항’과 관련 판례에 대한 설명 수준에만 그쳤을 뿐 상황에 따른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없었다. 때문에 현장 경찰관의 판단에 주로 의존하는 방식으로 운용돼 왔다. 새로 제작 중인 매뉴얼은 크게 ‘안전장치 제거-권총 꺼냄-경고사격-경고 후 사격-경고 없이 실제사격’ 등 다섯가지 상황으로 구분된다. ①‘안전장치 제거’ 상황은 두 가지다. 피의자 등이 흉기를 소지하고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짓거나 범할 우려가 있는 현장에 경찰이 출동할 때다. 또 경찰관 또는 시민에 위해를 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도 해당된다. 예컨대 경찰이 총기·칼 등을 휴대한 자가 거리를 배회하고 있거나 조직폭력배가 흉기를 소지한 채 모여 있다는 신고를 받고 현장으로 갈 때다. 불심검문이나 범인 체포 및 수색 상황 시 흉기 소지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때에도 경찰이 미리 안전장치를 풀 수 있게 했다. ②‘권총을 꺼낼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피의자가 흉기를 들거나 자동차 등 위험한 물건을 이용해 저항할 때다. 경찰장구를 빼앗기 위해 극렬히 공격해 올 때도 마찬가지다. 두 명 이상이 함께 정당한 이유 없이 경찰관이나 시민에게 신체적 위협을 가하는 사례도 포함된다. 수배차량이 순찰차에 충돌하며 도주하려 하거나 추격 중 범인이 저항할 때도 권총을 뺄 수 있다. ③‘경고사격을 할 수 있는 상황’은 경찰관이 권총을 꺼낸 상태에서 피의자 등에게 3회 이상 ‘행위중지 및 권총사격’을 경고했지만 불응하는 등 제지가 불가능할 때다. 경찰관이 권총을 꺼낸 상태에서 피의자 등이 도주할 때도 경고사격을 할 수 있다. 범인을 도주시키려는 자에게 경고를 했는데도 흉기를 쓰며 오히려 저항하고 거듭 경고를 해도 듣지 않을 때도 해당된다. ④‘경고 후 실제 권총을 쏠 수 있는 조항’은 두 가지다. 피의자 등을 향해 권총을 쏘지 않으면 자기 또는 타인의 생명·신체를 방위하거나 범인의 체포 및 도주방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다. 경고사격까지 했는데도 도주를 중지하지 않을 때도 포함된다. ⑤‘경고나 경고사격 없이 바로 발포할 수 있는 경우’는 인질을 붙잡고 있을 때처럼 경고나 경고사격이 더 큰 위해를 유발할 우려가 있거나 간첩 및 테러사건에 있어서 은밀한 작전을 수행하는 상황을 뜻한다. 이윤호 동국대 교수는 새 매뉴얼에 대해 “허용되는 총기사용과 허용되지 않는 총기 사용에 대해 명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면서 “진전된 안”이라고 의미를 평가했다. 이 교수는 또 “이례적으로 광견 등 동물에 마취총이 여의치 않을 때 권총을 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계점도 없지 않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피의자의 생명·신체에 중대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는 만큼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반복 훈련으로 경찰관의 위기대응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훈련과 교육이 먼저라는 얘기다. ‘손실보상 제도’ 의 도입 필요성도 나왔다. 표 교수는 “대상자에게 발생한 피해가 커 국가가 그 치료나 유족 피해보상 등을 해줘야 한다고 법원이 판단하면, 해당 경찰관의 총기사용을 불법행위로 규정해야 배상이 가능하다.”면서 “이럴 때 형사책임은 무죄이나, 민사재판에서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결과에 따라 경찰관이 징계책임을 져야 하고 배상액에 대한 구상의 위험까지 상존하므로 경찰관들이 총기사용을 기피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때문에 법 개정을 통해 당사자가 아닌 국가가 손실금을 지원해 주는 제도 마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고 분석했다. 인권침해 우려와 실효성도 여전히 걸림돌이다. 도주 피의자에게 발포가 가능한 조항의 경우 ‘흉악범일 가능성’에 대한 판단을 경찰관에게 전적으로 맡김으로써 오판을 낳을 수 있고, 총기 남용을 부추길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 3회 이상 경고 시 권총을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적절한 발포 시기를 놓치게 해 총기사용의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정현 한나라당 의원은 “매뉴얼을 비롯해 현장 실무능력을 갖출 수 있는 실무교육과 사격훈련, 지원책 마련이 체계적으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민경·김진아기자 white@seoul.co.kr
  • [프로야구] 오승환 vs 윤석민 MVP 2파전

    [프로야구] 오승환 vs 윤석민 MVP 2파전

    지난 31일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오승환(왼쪽·삼성)은 “윤석민이 대단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마무리 투수라는 한계에도 모든 것을 보여줬고 7개 구단 불펜 투수들의 노고를 널리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종결자’ 오승환이 정규리그 MVP에 노골적으로 욕심을 드러낸 대목이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1일 프로야구 정규리그 MVP 및 신인왕 후보를 확정, 발표했다. 투수 오승환과 윤석민(오른쪽·KIA), 타자 이대호(롯데)와 최형우(삼성) 등 4명이다. 배영섭(25·삼성)과 임찬규(19·LG)는 신인왕을 놓고 정면 충돌한다. MVP와 신인왕은 7일 오후 2시 서울 코엑스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기자단 투표로 선정된다. 유효표수의 과반을 얻어야 하며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간 결선 투표를 치른다. 이에 따라 MVP와 신인왕 배출을 노리는 삼성 등 해당 구단들의 홍보전도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번 MVP 경쟁은 오승환과 윤석민의 맞대결 양상이다. 이대호와 최형우도 맹활약했지만 홈런수가 최고 30개에 그치는 등 상대적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는 게 야구계의 중론이다. 오승환과 윤석민의 대결은 마무리와 선발의 격돌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흥미를 자아낸다. 오승환은 54경기에 나서 1승47세이브(평균자책점 0.63)라는 놀라운 성적을 쌓았다. 2006년 자신이 세운 아시아 한 시즌 최다 세이브 타이다. 또 8월 12일에는 역대 최연소·최소경기 200세이브 신기록을 세웠다. 여기에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은 ‘프리미엄’이다. 4경기에 나서 한 점도 내주지 않고 한국시리즈 최다 세이브 타이(3세이브)를 작성했다. 강한 임팩트로 득표전에 보탬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윤석민은 투수 4관왕의 위업을 달성했다. 140㎞ 초반의 빠르고 가파른 슬라이더는 시즌 내내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17승5패1세이브에 평균자책점 2.45. 탈삼진 178개까지 솎아내 다승과 평균자책점, 탈삼진, 승률(.773)에서 당당히 1위로 우뚝 섰다. 이는 1991년 선동열(KIA 감독) 이후 무려 20년 만이어서 그의 진가를 더한다. 게다가 오승환이 한국시리즈 뒤 유독 윤석민을 겨냥해 승부욕을 불태운 점을 감안하면 윤석민의 괴력을 인정한 셈이다. 또 윤석민은 팀이 4위에 그쳤지만 성적으로는 오승환을 다소 앞선 것으로 평가돼 기대를 감추지 못한다. 지난해 타격 7관왕으로 시즌 MVP에 오른 이대호는 타율 .357에 27홈런 113타점으로 타율 1위, 홈런·타점 2위에 올랐다. 최다안타(176개), 출루율(.433) 타이틀도 챙겨 최고 타자임을 뽐냈다. 최형우는 30홈런, 118타점으로 홈런과 타점왕에 등극했다. 장타율 .617로 3관왕을 차지해 최고의 해를 보냈다. 한편 신인왕 경쟁에서는 2009년 입단해 지난해에야 1군 무대를 밟은 ‘중고신인’ 배영섭이 올해 톱타자 자리를 꿰차면서 타율 .294, 출루율 .363에 33도루를 수확했다. 고졸 루키 임찬규는 신인답지 않은 배짱투로 일찌감치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9승6패7세이브에 평균자책점 4.46. 하지만 제구력 난조 등 기복이 심한 데다 팀이 6위까지 추락한 게 변수다. 김민수 선임기자 kimms@seoul.co.kr
  • 사당제 제관 변신 성장현 용산구청장 “전통축제 매개로 구민화합 도모”

    사당제 제관 변신 성장현 용산구청장 “전통축제 매개로 구민화합 도모”

    “충무공 시호를 처음 얻은 선조의 얼이 우리 동네에 깃들어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해요.”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용문동에 자리한 남이(南怡·1441~1468) 장군 사당에 대해 31일 이렇게 말했다. 지난 27일 사당에서 장군을 기리는 제사를 모신 뒤끝이다. 이 사당제는 본래 지역 주민들이 오래전부터 이어온 원주민 의식으로, 행사 절차의 일부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런 행사에 지역을 대표하는 구청장이 직접 참여해 구민들의 관심과 참여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대외 홍보효과까지 이끌어 낸다는 게 구청장의 생각이다. ●외국인 많은 용산 전통문화 적극 활용 성 구청장이 전통문화 보존과 알리기에 관심이 큰 것은 용산에 외국인이 많이 산다는 것과도 맞닿았다. 외국인들이 많은 지역일수록 전통문화 보존과 알리기에 힘쓰면 그 효과는 훨씬 크다는 얘기다. 이런 생각에 지난 29일부터 열린 이태원지구촌축제에서도 퍼레이드 행렬에 우도 농악, 해남 강강술래 등을 포함시켰다. 성 구청장은 “용산이 세계인의 도시로 이름이 나면 날수록 전통문화 보존과 알리기는 더욱 힘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성 구청장은 “사당제는 장군의 억울한 죽음을 달랜다는 역사적인 의미도 담고 있지만, 용산구의 안녕을 빌고 구민 화합의 계기로 삼는다는 의도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열린 당제 첫머리에서 “초헌관(初獻官·첫 번째로 술을 올리는 사람)은 신위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고 앉으시오.”라는 제관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렸다. 이에 맞춰 사당에 마련된 영정 앞에 나아가 무릎을 꿇은 이는 다름 아닌 성 구청장이었다. 복식에도 절차에도 어색한 표정을 지었지만 진지한 표정으로 집사에게 술잔을 받아 제단에 올렸다. 당시 당상관의 의관을 갖춰 입은 채 “장군 시절에 입던 옷을 철저한 고증에 따라 재현한 복식”이라며 웃음을 지었다. 남이 장군은 조선 세조 때 병조판서로 활동하다 누명을 쓰고 28세 어린 나이에 억울한 죽음을 당했다. 여진족 토벌로 나라를 지키다 모함을 받은 넋이다. 그가 마지막 길을 떠난 곳이 바로 지금의 용산 부근 한강변 새남터다. 이후 이곳 사람들은 장군의 사당을 세우고 매년 이맘때 제사를 모시고 있다. ●전야제·꽃등행렬 등 대표축제로 용산구는 29년 전부터 구 차원에서 이를 지원하고 다른 문화행사까지 결합시켜 이를 용산을 대표하는 전통축제 ‘남이장군 사당제’로 발전시켰다. 올해 행사는 지난 24일부터 시작해 전야제, 꽃등 행렬 등에 이어 이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당제 및 장군 출진으로 이어졌다. 축제는 당굿과 사례제 및 대동잔치 등으로 마무리됐다. 성 구청장은 효창공원~숙대입구~삼각지 등으로 이어지는 장군 출진 행렬에도 참석했다. 대열 가운데 서서 길에 나와 줄지은 구민들에게 인사하며 얘기를 나누었다. 옛 지방관리인 목민관들이 마을 제사에 참석해 백성들과 소통하던 전통을 따른 것이다. 강병철기자 bckang@seoul.co.kr
  • 美기업 ‘흡연·비만과 전쟁’ 채찍 들었다

    “건강해지지 않으려면 돈을 더 내라.” 미국 기업들이 비만·흡연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의료보험비 부담이 급증하자 기업들은 그동안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건강을 챙기도록 활용해온 체중조절 프로그램이나 금연학교 등의 ‘당근’ 카드를 거둬들이고 있다. 대신 최근에는 체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지 못하거나 담배를 피우는 직원들에게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채찍 정책’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 내년 페널티 부과 기업 40% 이를 듯 대형 할인점 월마트는 내년부터 흡연 직원들에게 비흡연 직원들보다 25% 더 높은 의료보험비를 내라고 엄포를 놨다. 월마트는 임직원 가족들까지 포함, 100만명의 의료보험을 들어 주고 있다. 그레그 로시터 월마트 대변인은 “쉬운 결정은 아니었지만, 비용의 균형을 맞추고 질 높은 보상을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미국 아이오와주의 베리디언 신용협동조합도 지난 1월 500명의 직원들에게 담배를 끊지 않고, 체중을 줄이지 않으면 2013년 의료보험비 부담을 더 늘리겠다고 경고했다. 이달 컨설팅회사 타워스왓슨과 전미기업보건연합(NBGH)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흡연과 비만에 페널티를 부과하는 기업들은 2009년 전체 미국 기업의 8%에서 올해 19%로 두 배 넘게 늘었다. 내년에는 전체의 40%에 이르는 중소기업 및 대기업들이 의료보험비가 많이 드는 ‘요주의 직원’들에게 채찍 정책을 쓸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기업은 건강을 해치는 습관을 가진 사람뿐 아니라 건강관리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부담을 주는 방법으로 ‘건강’을 강요한다. 루앤 하이넨 NBGH 부회장의 주장처럼 “금전적인 혜택 말고는 건강을 통제할 방법이 없다.”는 이유도 있지만, 경기 침체도 이런 추세를 부추기고 있다. ● 식습관 간섭·실소득 감소 부당 논란도 하지만 이런 조치가 부당하다는 비판도 고조되고 있다. 수십년간 회사의 보건복지 혜택을 당연하게 받아온 직원들에게 의료보험비를 더 내게 하는 것은 실제 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 식습관과 운동까지 일일이 간섭함으로써 회사 밖에서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얼마나 운동을 하느냐, 어떤 음식을 먹느냐와 상관없이 체중이나 혈압, 체질량지수 등을 줄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루이스 몰트비 전미노동인권연구소(NWI) 회장은 “수백만명이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들로 급여가 깎일 수 있다.”면서 “위험한 관례”라고 반박했다. 정서린기자 rin@seoul.co.kr
  • [지방시대] 다문화가족과 지원센터의 활성화/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지방시대] 다문화가족과 지원센터의 활성화/박경량 순천대 대학원장

    결혼이민자와 한국에서 출생한 한국민으로 이루어진 가족을 뜻하는 다문화가족(다문화가족지원법 제2조)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처음에는 농촌 총각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국제결혼의 양상도 도시근로자와의 재혼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로 변하고 있다. 통계청의 혼인통계에 따르면 2010년 국제결혼건수는 총 3만 4000건으로 전체 혼인건수 32만 6000건 중 10.4%를 차지하고 있다. 2004년 이후 줄곧 10% 이상의 비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2008~2010년 외국인 남편의 이혼 건수는 연평균 3300명이고, 외국인 아내가 이혼한 경우도 연평균 8000명에 이르고 있다. 외국인 아내와 한국인 남편 간 이혼은 이제 사회적 문제다. 다문화가족은 한국 국민만으로 이뤄진 일반가족에 비해 여러 가지 면에서 취약한 점이 많다. 따라서 가족 통합, 사회 통합이라는 관점에서 더 많은 관심과 정책 지원을 쏟아야 한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지난 2006년 처음으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설치했다. 이 센터는 2010년 3월 현재 171개소에 이르고 있다. 이들의 설립 취지를 살리기 위한 방안들은 무엇일까. 첫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다문화가정을 꾸린 후 가장 어려운 점은 배우자 사이의 의사소통이다. 따라서 결혼이민자에게 접근성이 높은 맞춤형 한국어 교육서비스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언어치료사와 같은 전문인력을 배치해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지원해 줘야 한다. 둘째, 다문화가족센터의 다문화가족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특히 농촌지역이 문제다. 농촌지역에서는 읍·면 단위에 거점지원센터를 두고 적정한 곳에 지점형태의 센터를 둘 필요가 있다. 기초자치단체와 긴밀하게 연계해 부녀회조직이나 마을회관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지역의 사회복지시설과 연계해 다문화가족센터의 목적사업을 추진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셋째,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그 물적·인적시설이 열악하다. 사무실 등이 비좁고, 센터 구성인원은 센터장 한 명과 직원 한 명이 고작이다. 1년 예산 8000만원에는 인건비, 운영비, 사업비 등이 포함돼 있어 센터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한다. 인력 지원과 예산 지원이 절실하다. 그런데, 다른 지역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경쟁해서 목적사업비를 받도록 하고 있다고 한다. 아직 센터의 기반이 확고하게 다져지기 전인데, 시장경쟁원리를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다. 넷째, 다문화가족에 대한 지속적인 통합교육이 필요하다. 또 다문화가족에 대한 일반국민들의 폐쇄적이고 배타적인 인식을 바꾸어 주는 정책과 홍보가 필요하다. 다문화가족과 한국가족이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더 나아가 가족관계등록법상의 일인일적제라는 신분등록제 외에 부모, 배우자, 자녀 3대를 기본가족으로 등록하는 기본가족 공동등록제도도 만들어 다문화가족 구성원에게 가족제도 선택의 자유를 보장해주는 발상도 해 봄직하다. 다문화가족의 자녀는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차세대이자, 중요한 인적자원이다. 다문화가족의 한국사회 적응과 통합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과제다. 인내와 따뜻한 마음, 열린 마음으로 이들을 보듬고 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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