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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약사들, 유령 마케팅업체 세운 뒤 리베이트

    정부 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전담수사반(반장 고흥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동아제약의 ‘기프트카드깡’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사용처 파악에 나선 가운데 리베이트 단속과 추적을 피하기 위한 제약업체들의 꼼수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합수반은 21일 동아제약을 비롯한 일부 제약사들이 마케팅·관광업체 등으로 위장한 ‘거래 에이전시’를 통해 병·의원에 리베이트를 건넨 정황을 포착해 수사 중이다. 제약사들은 현행 법의 맹점을 악용해 수사망을 피하고 있다. 현행 리베이트 쌍벌제는 의사와 약사, 의료기관 개설자 및 종사자, 의약품 제조사 등 의료 관련 종사자가 판매 촉진을 목적으로 각종 리베이트를 제공할 경우 주는 쪽과 받는 쪽 모두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제약사들은 현행 법이 의료 관련 종사자만을 처벌한다는 점을 악용해 겉으로는 의약품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리베이트 대행 업체를 통해 병·의원에 금품을 건네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사들은 제3의 업체를 통해 계약을 맺은 후 거래 에이전시로 활용하기도 하지만 직접 업체를 세운 뒤 리베이트 전달의 창구로 이용하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거래 에이전시는 리서치 대행 등의 업무를 하는 것처럼 서류 등을 조작해 놓을 뿐이지 실질적으로 리서치나 마케팅, 관광업 등 관련 업무를 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서울 남부지검에 적발된 Y제약사도 리서치 대행사로 가장한 거래 에이전시를 통해 16억 8000만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형식적인 내용의 리서치사이트를 개설해 두고 1~2회 접속하는 등 실제로 리서치에 응하는 것처럼 꾸미고 병·의원에 리서치의 대가로 돈을 건넨 것으로 밝혀졌다. 합수반 관계자는 “남부지검 건처럼 (거래 에이전시가) 적발되는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처벌을 피한 경우도 많다.”면서 “에이전시가 제약사의 리베이트 제공에 있어 하수인 노릇을 하고 있지만 이들이 제약사와의 관련성을 부인할 경우 공모관계를 밝히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맹점 때문에 현행 의료 관련 종사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리베이트 쌍벌제 대상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이 발의 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을 발의한 오제세 민주통합당 의원은 “제약사들의 리베이트 수법이 진화되고 있어 리베이트 쌍벌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인기기자 ikik@seoul.co.kr
  • [기고] 안전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이다/이주영 안전보건공단 문화홍보실 부장

    [기고] 안전은 언제나 올바른 선택이다/이주영 안전보건공단 문화홍보실 부장

    짜장면이냐 짬뽕이냐? 중국집 메뉴판 앞에서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만한 고민이다. 짬짜면이라는 해법이 나오기 전까지 ‘짜장면이냐 짬뽕이냐’는 곤란한 선택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짜장면을 선택하자니 짬뽕이 아쉽고, 짬뽕을 선택해도 마찬가지다. 경제학에서는 선택의 문제를 ‘기회비용’으로 설명한다. 기회비용이란 어떤 한 가지를 선택할 때 포기해야 하는 다른 한 가지의 가치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을 하고 있다. 비교적 간단한 선택에서부터 몇 날 며칠 고민이 필요한 결정까지….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택의 판단기준은 기회비용의 크기다. 누구나 포기해야 할 기회비용보다 만족이 큰 선택을 하려고 한다. 그러나 잘못된 선택이 큰 후회를 남기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안전’이다. 우리는 종종 ‘안전’을 외면하고 ‘위험’을 택한다. 물론 사고가 발생할 경우에는 만만찮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고,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볼 수도 있다. 사고는 안전에 대한 잘못된 선택의 결과다. 일터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산업재해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일터에서는 9만 3000여명이 다치고, 2100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매일 250명 이상이 부상하고, 6명이 사망한 셈이다.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도 18조원이 넘는다. 비약해서 말하자면 우리 사회가 안전을 외면한 대가로 치르고 있는 기회비용은 해마다 10만명 가까운 재해자 발생과 18조원의 경제적 손실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매년 비슷한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왜 잘못된 선택이 반복될까? 아마도 위험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거나, 실제로 위험이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단지 운이 없어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안전에 대한 투자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일터에서 주로 발생하는 사고는 떨어지거나, 넘어지거나, 부딪히거나, 끼이거나, 날아온 물체에 맞는 등 5가지 유형이다. 단순한 사고유형이다. 산재통계를 보면 재해자 10명 중 7명이 이상의 5가지 유형에 의해 다치거나 목숨을 잃고 있다. 이들 재해는 기본적인 안전수칙만 준수한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안전은 물이나 공기처럼 항상 우리 주위에 함께 존재해야 할 가치이며 행복한 삶을 위해 기본이 되어야 할 원칙이다. 안전은 생명·건강과 직결된 문제이며,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다. 때문에 안전은 경제적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가치다. 위험의 기회비용인 안전의 가치는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안전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선택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인식, 행동의 전환이 필요하다. ‘설마’ 하는 안이함, ‘눈 감고도 한다’는 식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버려야 한다. 이제 일터에서나 일상에서나 주변의 위험을 보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자. 또 안전 앞에 늘 겸손하자. 나와 동료, 가정과 사회의 행복을 위해 작은 것부터 안전을 실천해 보자.
  • 문재인-안철수 TV 토론 승자는? 긴급 여론조사 해보니

    문재인-안철수 TV 토론 승자는? 긴급 여론조사 해보니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21일 심야 단일화 TV토론 시청자를 대상으로 서울신문과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이 22일 긴급 여론조사를 한 결과, 토론 시청 후 문 후보에 대한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는 응답자가 33.7%, 안 후보에 대해서는 25.6%로 나타났다. 문·안 후보 가운데 TV토론을 누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문 후보가 39.7%로, 안 후보(24.6%)보다 15.1% 포인트 앞섰다. 두 후보가 비슷했다는 응답은 35.6%였다. TV토론 시청 후 나타난 호감도의 진폭을 볼 때 문 후보의 ‘TV토론 효과’가 더 파급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여론조사는 이날 엠브레인 조사패널 95만명 중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를 무작위로 추출한 대상자 중 TV토론을 시청한 787명에 대해 온라인 및 모바일 웹 조사 방식으로 실시됐다. 표본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5% 포인트다. TV토론은 후보 호감도에 일정 부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문 후보의 경우 TV토론 시청 후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33.7%로 나타났다. ‘더 나빠졌다.’는 응답은 13.6%에 그쳤다. 호감도에 변화가 없다는 응답도 52.7%였다. 특히 40대에서 문 후보에 대한 호감 이미지가 크게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응답자의 39.9%는 ‘더 좋아졌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 나빠졌다’는 부정적인 응답자는 7.8%에 불과했다. 연령별로는 20대에서 34.2%, 30대 37.4%, 50대 이상 28.7%가 ‘더 좋아졌다’고 긍정적으로 응답했다. 안 후보에 대해서는 TV토론 시청 후 ‘더 좋아졌다’는 응답자가 25.6%, ‘더 나빠졌다’는 응답자는 20.8%로, 긍정과 부정의 비율이 비등했다. ‘변화가 없다’는 응답은 53.6%였다. 안 후보의 경우 지지 기반으로 평가되는 20대의 32.1%, 30대의 30.4%가 토론 후 호감도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40대의 경우에는 ‘더 좋아졌다’는 답변이 23.3%로 문 후보와 상승폭에 있어서 큰 격차를 보였다. 40대 중 ‘더 나빠졌다’고 응답한 경우도 22.8%로, 문 후보의 7.8%와 뚜렷이 대비됐다. 50대 이상에서는 안 후보의 이미지가 ‘더 나빠졌다’는 응답이 24.0%로, ‘더 좋아졌다’고 답변한 22.1%보다 많았다. 문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출신지인 부산·울산·경남(PK)의 호감도 상승폭이 가장 낮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문 후보의 경우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인천·경기 38.7%, 광주·전남북 38.4%로 타 지역 대비 높은 수준이었지만 PK에서는 23.6%로 가장 낮았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더 좋아졌다’는 긍정적 답변이 많았다. 안 후보는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광주·전남북 지역에서 37.2%로 유일하게 30%대를 넘었다. PK에서는 이미지가 ‘더 좋아졌다’는 응답이 20.5%로 가장 낮았으며, ‘더 나빠졌다’는 답변도 25.9%로 ‘더 좋아졌다’는 응답 보다 더 많았다. 안 후보는 지역적으로 볼 때 TV토론 후 ‘더 나빠졌다’는 응답 분포도가 PK 뿐 아니라 인천·경기, 대전·충남북, 강원·제주 등 전국에서 고르게 나타났다. 안동환기자 ipsofacto@seoul.co.kr
  • 엄마 뱃속서 하품하는 태아 ‘생생 포착’

    엄마 뱃속서 하품하는 태아 ‘생생 포착’

    해외 연구팀이 마치 눈앞에 있는 듯한 생생한 4D 기술을 통해 엄마의 자궁 안에서 하품을 하는 태아의 모습을 포착했다. 영국 더럼대학교연구팀은 임신 8주 이후의 태아도 신생아처럼 자주 하품을 하는지,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지를 밝혀내기 위해 실험을 실시했다. 연구팀은 4D초음파 스캔을 이용해 15개월간 여러 태아의 모습을 관찰하던 중 눈앞에서 보는 듯한 생생한 하품 장면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입 주위를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집중적으로 관찰한 연구팀은 태아들이 자주 입을 벌렸다가 다무는 행동을 반복하지만 때때로 입을 천천히 벌렸다가 빠르게 다무는 행동을 보였으며, 이는 신생아 또는 성인이 하품을 할 때와 일치하는 제스처라고 설명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태아는 시간 당 6회 가량 하품을 하며, 이러한 행동은 음식을 섭취할 때 쓰는 턱의 움직임과 관련한 뇌 영역을 발달시키는데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일부 학계에서는 태아가 자궁 안에서 하품을 하는 행위는 단순히 입을 움직이는 것 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연구를 이끈 나디아 레이스랜드 박사는 “태아의 이 행동은 일반 사람들의 하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며, 뇌 발달과 연관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스트레스로 인해 상승한 뇌의 온도를 낮추기 위해 하품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 자세한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태아가 자궁 안에서 눈을 움직이는 것은 시각과 관련된 뇌 영역 발달을 위한 중요한 행동이라는 연구결과가 나온 바 있다. 연구팀은 만약 하품이 뇌 발달의 신호라면, 이를 면밀히 관찰함으로서 태아가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는지를 살필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공공과학도서관 온라인 학술지 ‘플로스 원’(PLos ONE)에 실렸다. 송혜민기자 huimin0217@seoul.co.kr
  • [생각나눔 NEWS] 서울 사는 김씨, 경기 주택 임대등록 어디서?

    주택 또는 상가임대사업자 등록 절차가 복잡해 임대사업자들이 등록을 포기하고 있다. 더욱이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아도 잘 적발되지 않는 데다 처벌도 비교적 약해 미등록임대사업자 발생을 부채질하고 있다. 21일 국세청에 따르면 주택이나 상가를 임대할 경우 임대인은 사업자등록을 해야 하며, 이를 어길 경우 관할 세무서는 직권으로 등록하고 임대료의 1%에 해당하는 가산세 등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임대사업자 등록신청이 쉽지 않아 많은 이들이 이를 포기하고 있다. 주택은 거주지 관할 시·군·구 주택과에 신청한 뒤 거주지 관할 세무서에서 임대사업자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상가는 2009년부터 전국 어느 세무서에서나 등록이 가능하도록 개선됐지만 아직 일선 지역 세무서에서는 안내를 잘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불편을 덜기 위해 세무 당국은 인터넷(홈택스)을 통해서도 등록할 수 있도록 했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정모(42·여)씨는 “홈택스를 이용해 몇 차례나 부가세를 신고하려고 했지만 너무 복잡해 세무사 사무실에 맡겼다.”면서 “컴퓨터에 능숙한 내가 못 할 정도면 컴퓨터나 공인인증서 사용이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은 얼마나 더 어렵겠느냐.”고 말했다. 일선 세무서나 관할 구에서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그렇다고 세무 조사가 철저하지도 않다. 서울 강동구에 사는 성모(55)씨는 지난 19일 고양시 덕양구에 있는 주택에 대해 임대사업자 등록을 신청하기 위해 고양세무서를 방문했으나 관할 구에서 먼저 등록하고 와야 한다고 안내받았다. 이튿날 오전 덕양구청을 방문했으나 이번에는 주택 소재지가 아닌 거주지 관할 구에 신고해야 했다고 했다. 강동구청을 찾았으나 담당 공무원으로부터 “임대 개시일로부터 5년 안에 주택을 매각하면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는 말을 듣고 그대로 돌아왔다. 그러나 실제로는 감면 혜택을 받은 취득세 등을 내면 매각할 수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기모(43)씨는 수년 전부터 서울·경기·충청 등에 여러 동의 상가건물을 갖고 있지만 상가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지 않았다. 기씨는 “이곳저곳을 다닐 수 없어 등록을 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세무당국에 한 번도 적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연히 부가세와 종합소득세를 한 번도 내지 않았다. 국세청 관계자는 “나름대로 납세자 편의를 위한 조치들을 취해가고 있으나 아직 홈택스 사용과 임대사업자등록 절차가 납세자들에게는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납세자연맹 김선택 회장은 “홈택스가 아무리 편리하더라도 납세자들이 어렵고 불편하다면 문제가 된다.”면서 “임대사업자들이 납세를 기피하지 않도록 세무서와 지자체 간 업무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상봉기자 hsb@seoul.co.kr
  • 국내 C형감염 ‘마약·性문란’ 주요 전파경로

    우리나라에서 C형 간염의 주요 전파 경로가 마약 투여와 문란한 성생활이라는 조사 결과가 제시됐다. 특히 부산에서 마약 투여와 관련된 감염 사례가 많아 눈길을 끌었다. 분당서울대병원 내과 정숙향 교수팀은 서울·부산 지역 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 중인 C형 간염 환자 11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환자가 21.6%(253명)로 나타났다고 19일 밝혔다. 이는 C형 간염에 감염되지 않은 대조군(206명) 중에서 평생 성관계 파트너가 4명 이상인 사람이 10.3%인 데 비하면 2배가 넘는 규모다. 연구팀은 “4명 이상과 성관계를 가진 사람의 C형 간염 감염 위험도는 평생 1명하고만 성관계를 가진 사람의 3.2배에 달했으며, 파트너가 2~3명인 경우도 위험도가 2.1배로 높았다.”고 덧붙였다. 마약 투여도 C형 간염 감염과 밀접한 상관성을 보였는데 전체 환자의 5.0%(59명)가 마약 투여 경험이 있었다. 특히 부산지역 환자의 경우 마약 투여율이 10.3%로 전국 평균의 2배를 넘었다. 마약 투여 경험이 있는 C형 간염환자의 80%는 남성이었다. 정 교수는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마약 투여와 C형 간염의 상관성이 크지 않다고 봤으나 이번 조사는 달랐다.”라고 분석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축구 지방경기도 교통비·숙박비가 전부…야구계 100경기 보수 2000만원 불과

    축구 지방경기도 교통비·숙박비가 전부…야구계 100경기 보수 2000만원 불과

    축구 야구 농구 배구 4대 종목 모두 프로 심판들은 그런대로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지만 아마추어 심판들은 턱없이 모자란 보상을 받고 있다. 물론 낮은 처우를 핑곗거리로 유혹에 넘어간 일을 정당화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점을 무시하고선 올바른 예방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한축구협회에 등록된 심판 수는 6000여명. 현역으로 활동하는 인원은 1700여명. 그러나 프로에서 전임으로 뛰는 심판은 주심 20명, 부심 20명선으로 고작 40명 밖에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모두 아마추어 심판으로 활동한다. 물론 많은 이들이 ‘장롱 속 자격증’으로 썩힌다. 초·중·고나 대학 대회 등을 보는 심판들에게 주어지는 수당은 형편없다. 지방에서 열리는 경기에 교통비와 숙박비가 나오는 게 전부이고 체력단련비는 아예 없다. 심판을 직업으로 삼기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001년과 2005년 심판들의 금품수수로 곤욕을 치른 아마추어 야구계는 꾸준히 처우를 개선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2001년 심판 비리 당시와 비교하면 아마추어 심판들에 대한 처우는 2배 이상 나아졌다고 협회는 설명한다. 하지만 연간 100경기에 나서도 2000만원 이상 손에 쥐기 힘들다. 협회 관계자는 “심판아카데미 등과 협의해 처우를 점진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2010년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심판교류 협정을 체결, 1년 이상 활동한 심판의 프로 진출 길을 연 것도 대책 중의 하나. 한편 KBO는 지난 6월부터 암행감찰 제도를 도입, 선수와 심판위원 등의 승부·경기 조작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아마추어 배구 심판들은 더 열악하다. 자격증을 딴 이는 많지만 실제로 활동하는 아마추어 심판은 많지 않다. 올해 자격증을 취득한 이는 581명. 매년 비슷한 숫자의 심판이 배출되지만 꾸준히 활동하는 심판은 90명 안팎이다. 전상천 협회 심판이사는 “1년에 심판을 볼 수 있는 경기가 평균 8개 정도인데 이 정도로는 경제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금전적 유혹을 뿌리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아마추어 심판은 일선 학교 체육교사들이 보는 경우가 많지만 그들 역시 학교를 자주 비울 수 없어 어려움을 겪는다. 전 이사는 “아마추어 심판의 처우가 개선되면 좋겠지만 어려움이 따른다면 교사 중에서 아마추어 심판을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농구는 심판 판정에 따라 경기 흐름이 뒤바뀔 여지가 많은 종목. 지난 시즌부터 프로농구에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 하지만 아마추어 농구는 경기수가 많기 때문에 일일이 비디오 판독을 할 처지가 못 된다. 살림의 30%를 국고나 대한체육회에서 지원받고 있는 대한농구협회로선 심판 처우 개선에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아마추어 심판들은 월 평균 200만원도 안 되는 보수를 받으면서 관중과의 거리가 가까운 경기 특성상 잦은 시비에 휘말리곤 한다. 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 관계자들과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있지만 아마추어 심판들은 좋아서 하는 취미 활동과 자원봉사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심판비 인상이나 전임제로 돌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털어 놓았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임주형기자 hermes@seoul.co.kr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국민 여동생’ 이미지의 굴레

    지난 10일 한 장의 사진이 인터넷을 발칵 뒤집었다. 사진은 한 시간 만에 내려갔지만 그 여파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바로 ‘국민 여동생’ 아이유와 슈퍼주니어 은혁의 셀카 사진이다. 잠옷을 입은 아이유와 상의를 벗은 듯한 은혁의 모습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아이유의 소속사에서는 곧바로 “올여름 은혁이 아이유를 병문안하러 왔을 때 찍은 사진으로 둘은 가깝게 지내온 선후배 사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네티즌들은 사진 속 두 사람의 차림새나 소품들로 봤을 때 병문안으로 보기 힘들다며 열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인터넷에는 ‘아진요’(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와 ‘아믿사’(아이유를 믿는 사람들의 모임)까지 등장했다. 한창 연애할 수 있는 나이인데 왜 이 사진이 문제가 되는 것일까. 그동안 아이유가 쌓아온 이미지 때문이다. 아이유는 순수하고 때묻지 않은 소녀 같은 이미지에 청아한 목소리의 가창력까지 뒷받침되면서 일약 ‘국민 여동생’으로 떠올랐다. 어린 여성에 대한 ‘롤리타 콤플렉스’를 자극하며 남성팬들을 대거 끌어모았다. 하지만 그런 순수함의 결정체였던 아이유가 남자 연예인과 흐트러진 모습의 사진이 찍히자 그녀를 ‘국민 여동생’으로 느꼈던 삼촌팬들의 환상과 기대 심리가 일거에 무너지면서 일종의 배신감으로 작용한 것이다. 이처럼 자의든 타의든 연예인에게 부여된 이미지는 스타성을 이루는 중요한 요건이지만, 그들의 발목을 잡는 굴레로 작용하기도 한다. 원조 ‘국민 여동생’으로 군림했던 문근영은 여동생 이미지를 벗으려고 노력했지만 대중은 그녀의 변신을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했다. 급기야 문근영은 연극 ‘클로저’에서 담배를 피우고 섹시한 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스트리퍼 역을 맡아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당시 문근영은 ‘국민 여동생’이라는 이미지가 짐으로 느껴진 적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미지는 오랜 시간에 걸쳐 생긴 것이기 때문에 한번에 쉽게 달라지기 어렵다. 평생 연기를 하면서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그녀는 2년 전 드라마 ‘신데렐라 언니’에서 어둡고 차가운 은조 역을 맡아 성숙한 연기로 마침내 여배우로 재탄생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유는 사진 파문이 있기 전 한 방송에서 “(팬들을) 실망시킬까 봐 부담이 있다.”면서 자신의 이미지에 대한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호시탐탐 국민 여동생과 남동생의 자리를 노리는 아이돌 그룹의 경우도 이미지는 ´양날의 칼´이다. 젊고 순수한 이미지는 때론 그들의 음악성에 관대할 만큼 강점으로 작용하지만, 이미지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을 경우 후폭풍도 만만치 않다. 왕따설로 그룹 이미지에 타격을 입은 티아라나 일본 유명 잡지에 보도된 사생활 스캔들이 논란이 된 빅뱅의 승리가 대표적이다.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에서 가수들의 사생활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나선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특정 이미지로 인해 사생활에까지 굴레가 씌워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한번 이미지가 추락하면 회복이 어렵고 ‘유명세’라는 말이 있듯이 롱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인기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 있는 자세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erin@seoul.co.kr
  • “자부심·명예로 일하는 직업 낮은 연봉이 비리 정당화 못해 경기수당 차등지급 등 개선해야”

    “자부심·명예로 일하는 직업 낮은 연봉이 비리 정당화 못해 경기수당 차등지급 등 개선해야”

    “낮은 처우 때문에 검은 유혹에 넘어간다고들 하지만 어디 꼭 그렇겠어요? 우리보다 훨씬 많은 연봉을 받는 이탈리아에서도 그런 일들이 일어나잖아요?”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의 안상기(55)실무부위원장은 18일 서울신문과 만나 “특히 지연과 학연에 얽매이는 우리 실정에서는 더욱더 돈보다 명예, 자부심으로 심판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가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부위원장은 17년 동안 K리그 심판으로 일하다 은퇴한 뒤 현재 심판들의 경기 배정을 담당하고 있다. ●직업 가질 것을 적극 권장… 대다수 교사등 본업 다양 안 부위원장은 “국제심판들도 경기당 수당이 100달러 정도밖에 안 된다.”며 “아마추어 심판들도 어렵긴 마찬가지여서 두 가지 일을 병행하거나 심지어 세 직업을 갖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도 “그렇다고 유혹에 넘어가는 일이 용납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못박았다. 협회가 심판들에게 직업을 가질 것을 적극 권장하는 것도 오랜 일이 됐다. 실제로 프로축구 전임심판 40여명을 제외한 대다수 심판들이 본업을 따로 갖고 있다. 의사, 교사, 회사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2년 전 남아공월드컵 결승 주심을 봤던 하워드 웹(잉글랜드)처럼 본업이 경찰관인 심판도 더러 있다. 부산에서 경찰관으로 재직하는 김부환 심판은 사건이 터졌다는 얘기를 듣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범인을 잡으러 현장으로 달려간 일도 있다고 했다. 안 부위원장은 1996년 K리그 전남-부천 경기 주심을 봤던 때를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그날 레드카드 4장을 꺼내야 했는데 홈팀인 전남이 연패 중이었다. 이날 또 지자 관중들이 물병을 던지고 서포터스들이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경찰 호위를 받고 귀가해야 했다. 신문방송들이 어떻게 기사를 쓸지 걱정돼 밤잠을 이룬 적도 있다.”그는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까지 이 일을 해야 하나 회의가 든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 심판들 연봉 많다고 비리 없나 특정 팀의 경기 휘슬을 불 때마다 그 팀이 지는 일이 연속되는 바람에 뜨거운 눈총을 받아 결국 그 팀 경기의 배정을 스스로 거부하는 촌극도 있었다. 말 그대로 심판이란 일은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이란 뜻이다. 안 부위원장은 경기 수당을 경험과 검증 정도에 따라 차등 지급받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했다. 결국 젊은 심판들은 직업을 따로 가질 수밖에 없다. 심판이 부업인 셈이다. 일본과 영국은 경험이 많든 적든 경기당 수당이 똑같이 주어진다. 대신 베테랑 심판에게는 더 많은 경기를 배정하는 식으로 배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더욱이 전임심판에겐 원래 직업에 걸맞은 대우를 해주기 때문에 별달리 걱정할 이유가 없다. 안 부위원장은 “웹 주심도 휴직계를 내고 심판 업무에 전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관에 준하는 보수를 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일본은 공무원이 심판 일을 병행하는 게 절반 정도인데 그에 준하는 연봉을 주기 때문에 전임하는 일이 많다.”고 귀띔했다. 강동삼기자 kangtong@seoul.co.kr
  • [Weekend inside-대한민국은 다이어트중] 음식 조절용 ‘위밴드 수술’… 피하지방층 ‘CO2 주입’도

    [Weekend inside-대한민국은 다이어트중] 음식 조절용 ‘위밴드 수술’… 피하지방층 ‘CO2 주입’도

    대한민국에서 ‘살’은 살 떨리는 화두다. 선사시대 때는 듬직한 도넛을 배에 두른 듯한 ‘빌렌도르프의 비너스’ 상이 미녀의 표상이었다지만 지금은 비만이 건강을 해치는 공적으로 지목받는다. 전 국민이 다이어트를 평생 숙제처럼 여기며 도전하는 사이 ‘살 빼주는 산업’은 불황을 잊은 대표 업종이 됐다. 1㎏이라도 더 빼보려는 다이어트족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다이어트 공화국이 된 한국 사회의 천태만상을 들여다봤다. ●‘의술로 식욕 줄이기’ 속성 다이어트 늘어 젊은 샐러리맨들은 운동할 시간조차 부족한 까닭에 의술의 도움을 받아 속성 다이어트에 도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물론 뼈를 깎는 고통이 따른다. 직장인 최은진(31·여)씨는 석 달 전 병원에서 위밴드 수술을 받았다. 비용은 자그마치 700만원이나 들었다. 이 수술은 식도와 위가 이어지는 부위에 조절형 밴드를 넣어 음식물이 내려가는 길을 좁게 만드는 것인데 식욕을 줄이려는 목적으로 고도 비만 환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최씨 역시 수술 석 달 만에 체중 감량 효과를 봤다. 최씨도 수술이 두려워 처음에는 용기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한·양약 등 온갖 방법을 동원해 다이어트를 했지만 80㎏대인 몸무게가 요지부동하면서 내년 5월 결혼을 앞두고 수술대에 오르기로 결심했다. “뚱뚱한 몸으로 웨딩드레스를 입을 순 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장인 박현정(32·여)씨는 다이어트에 꾸준히 투자하는 타입이다. 그런데 지난달 카드값을 보고는 흠칫 놀랐다. 월수입 200만원 중 110만원을 다이어트 비용으로 썼다. 우습게도 나머지 수입의 대부분은 음식값, 커피값 등 먹는 데 사용했다. 먹고 빼는 데 수입의 대부분을 갖다 바친 꼴이 됐다. 박씨는 지난 9월 한 비만클리닉을 찾아 배, 팔 등에 카복시 치료를 하고 지방분해 주사를 맞았다. 다이어트 약도 한 달 넘게 복용했다. 카복시는 피하지방층에 액화 이산화탄소 가스를 넣는 시술이다. 주입된 가스가 지방세포를 자극해 세포 속 지방산을 밖으로 밀어내면서 살이 빠지는 원리다. 카복시 치료 비용 등으로 80만원 가까이 지출한 박씨는 유명 한의원에서 30만원을 들여 다이어트 한약도 지었다. 젊은 여성 등 다이어트족의 눈물겨운 노력 덕에 웃을 수 있는 건 다이어트 업체들이다. 한약을 복용하며 체중 조절을 하려는 인구가 늘면서 일부 한의원들은 아예 ‘다이어트 전문’이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전국 25개의 지점망을 가진 A 한의원의 경우 살 빼려는 고객을 겨낭하고 있다. 이 한의원 관계자는 “일반 진료도 보지만 매출의 90%는 다이어트 프로그램”이라고 귀띔했다. 한의원뿐만 아니다. 카복시·지방분해주사 시술 등으로 유명한 한 비만클리닉은 2003년 9월 개원 이래 지난달 말까지 9년간 240만 5585건의 비만 진료를 했다. 이 클리닉 관계자는 “여성 고객이 대부분”이라면서 “20대가 전체 고객의 40%, 30대가 30%, 40대가 20%, 50대가 10% 정도 비율”이라고 전했다. 유통업계도 절대 죽지 않는 다이어트 열풍에 편승해 배를 불린다. 롯데마트의 올해 레몬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었다. 올해 초부터 레몬 디톡스(독소해독) 다이어트가 인기를 끌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레몬 디톡스 다이어트의 재료로 활용되는 고춧가루도 전년보다 30%가량 잘 팔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이어트 효자 상품인 메밀차와 마테차도 전년도에 비해 40%가량 매출이 늘었다. 다른 쇼핑몰도 사정이 비슷하다.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지난해 1~10월 대비 올해 같은 기간 다이어트 용품 매출이 60%나 증가했다. 11번가 관계자는 “주목할 만한 점은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한 다이어트 보조식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60% 이상 증가한 것”이라고 전했다. ●“살 빼려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정상체중” 다이어트를 강요받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다 보니 불법 의약품에 손을 대는 사람도 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인터넷을 통해 다이어트 약을 불법 유통하다 적발된 건수는 2010년 32건에서 2011년 85건, 2012년 10월 기준 812건으로 3년 사이 25.4배나 증가했다. 대부분 태국에서 제조된 ‘얀희’라는 다이어트 약이다. 해당 약품의 성분을 분석한 결과 시부트라민이 검출됐다. 식욕 억제제인 시부트라민은 심장발작, 뇌졸중 등 부작용 위험이 있어 2010년부터 국내에서 사용이 금지됐다. 식약청 관계자는 “금지 성분의 약품을 판매하는 해외 사이트를 찾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통보해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면서도 “사이트들이 주소를 바꿔 가며 영업해 다 막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퇴출된 다이어트 약품인 센노사이드 등은 동남아 등 일부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거래되고 있어 적은 양씩 국내로 들여오는 것을 막을 방법이 없다. 불법 약품에 손을 대야 할 만큼 우리 사회에 절박하게 살을 빼야 하는 인구가 많은 걸까. 통계를 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남성의 36%가량이 비만이고 여성은 26%가 비만이다. 하지만 다이어트 시장의 ‘큰손’인 20대 여성의 경우 비만 유병률(전체인구 중 비만 인구 비율)이 12.1%, 30대 여성은 19%밖에 되지 않는다. 전 세대 중 비만 인구 비율이 가장 낮다. 국내 최대 비만클리닉인 365mc가 지난달 비만 진료차 클리닉을 찾은 여성 고객 24만 1000명을 분석한 결과 정상 체질량지수(BMI·체중/키)에 해당하는 여성 비율이 58%였다. 내방 고객 10명 중 6명 가까이가 비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BMI 18.5 이하인 저체중 여성 고객이 비만 진료를 받은 경우도 5% 있었다. BMI 지수가 20~24면 정상, 그 이하면 왜소형, 26.5 이상이면 비만이다. 운동이나 식습관 개선 없이 약품 등에 의존해 체중 감량에 나서다 보니 부작용이 속출한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까지 접수된 다이어트 식품 관련 소비자 상담은 모두 1000건이었다. 대부분 ‘짧은 기간에 원하는 만큼 살을 뺄 수 있도록 약속한다.’거나 ‘부작용 절대 없음’ 등의 문구에 현혹돼 상품을 샀지만 효과를 보지 못하고 되레 부작용에 시달린다는 불만을 내놓는다. 대학생 송모(22·여)씨는 방문판매 영업사원이 “우리의 발효 식품을 먹으면서 수면요법을 병행하면 1주일에 7㎏ 감량을 보장하고 3개월이면 15㎏는 거뜬히 뺄 수 있다.”고 꾀어 180만원을 주고 제품을 구입했다. 하지만 효과가 없어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 직원은 “복용 요령을 잘 따르지 않았다.”며 거부했다. 매우 흔한 사례다. ●무리한 식품 다이어트 부작용에 때늦은 후회도 다이어트 과정에서 오히려 건강을 잃는 경우도 많다. 강원 동해시에 거주하는 대학생 이은진씨는 고3 때 찐 살을 빼기 위해 하루 세 끼 양파즙 3봉지와 사과 1개만 한 달 내내 먹었다. 165㎝에 58㎏였던 이씨는 3주 만에 10㎏ 이상을 감량했다. 하지만 이씨는 날씬한 몸을 얻는 대신 건강을 잃었다. 머리카락이 눈에 띄게 빠진 것은 물론 다이어트가 끝난 뒤에도 6개월째 생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씨는 “단기간에 급하게 살을 뺄 게 아니라 시간 여유를 갖고 운동과 식이요법을 병행하며 건강하게 살을 뺐어야 했는데 너무 후회된다.”면서 “조금 과장해 ‘죽느냐, 다이어트냐’의 선택 길목에서 나는 살기로 결심했다. 다이어트 부작용을 겪은 뒤 더이상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처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병원을 찾은 여성은 지난 5년 6개월간 무려 93만명에 이른다. 민주당 이학영 의원이 지난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7년부터 2012년 6월까지 과도한 다이어트의 부작용으로 인해 의료기관을 찾은 10~30대 후반 여성은 모두 93만 8000여명이며 진료비는 828억원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창 성장할 나이인 10대 여성의 경우 섭식장애로 병원을 찾은 인원이 2007년 537명에서 2011년 710명으로 32.2% 증가했고 다이어트로 인한 조기폐경은 50명에서 84명으로 68% 증가했다. 20대의 경우 지난 5년 6개월간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한 조기폐경으로 병원을 찾은 여성이 2488명에 달했다. 오상우 일산 동국대병원 교수(가정의학과)는 “2년 정도 체중을 유지해야 비만 치료에 성공했다고 볼 수 있는데 보조식품 등에 의존해서는 이 같은 효과를 낼 수 없다.”고 말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유대근기자 dynamic@seoul.co.kr
  • [씨줄날줄] M&A와 후보 단일화/임태순 논설위원

    기업은 인수합병(M&A)을 통해 외형을 키우거나 기업가치를 높인다. 또 사업 다각화나 시너지 효과를 거두기 위해 M&A를 하기도 한다. SK그룹은 알짜배기 공기업을 인수해 덩치를 키운 대표적 기업이다. 유공을 물려받아 SK에너지로 키웠고, SK텔레콤은 한국이동통신을 모태로 하고 있다. 그러나 M&A가 항상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문화의 이질성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별하거나 실제 가치보다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지급해 인수기업이 휘청거리는 경우도 있다. 미국의 경영 컨설팅사 매킨지는 1997년부터 2006년까지 M&A를 한 10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62%가 오히려 기업가치가 저하됐다는 보고서를 냈다. 대표적인 실패사례가 다임러크라이슬러사다. 자동차 업계의 쌍벽을 이루는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미국의 크라이슬러는 1998년 결합했으나 완고함과 서열 중심의 독일 기업문화와 자유분방하면서도 성과를 중시하는 미국 기업문화가 융합되지 못해 2007년 끝내 갈라서고 말았다. 후보단일화 등 정치적 M&A는 선거에서도 자주 등장한다. 최근의 사례는 곽노현 전 서울시 교육감을 꼽을 수 있다. 그는 진보진영 후보단일화를 통해 교육감에 선출됐으나 후보사퇴의 대가로 금품을 준 사실이 적발돼 직도 잃고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선거에서의 M&A는 대부분 당선으로 이어져 효과가 높다. 후보단일화는 지지세력이 엇비슷할 때보다 우열이 심할 때 이루어지기 쉽다. 1997년 대선에서 김대중 국민회의 후보와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DJP 공조에 쉽게 합의할 수 있었던 것도 지지율 격차가 컸기 때문이다. 반면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민주당 후보와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 간의 단일화는 선거 하루 전 파기되기는 했으나 대등한 세력 간 후보단일화로 기록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의 대선 후보단일화가 한창 진행 중이다. 두 후보의 지지율은 서로 엇비슷해 단일화를 둘러싼 신경전,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급기야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이 ‘안 후보 양보론’을 퍼뜨리는 것에 반발, 단일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문재인 후보가 사과를 하고 안철수 후보가 당 혁신을 위한 회동제의를 했으나 두 사람 간의 앙금은 쉬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하늘에 태양이 두 개가 아니듯이 권력의 세계는 나눔에 익숙지 않다. 그러나 두 사람이 정치쇄신을 주장해 온 만큼 그 정신에 충실하면 단일화가 어렵지도 않을 것 같다. 임태순 논설위원 stslim@seoul.co.kr
  • 혹시나?… 역시나!… 검경 첫 수사협의회

    혹시나?… 역시나!… 검경 첫 수사협의회

    김광준(51) 서울고검 부장검사 비리 사건 수사를 놓고 일주일째 이중 수사 논란을 낳으며 팽팽한 신경전을 이어 오던 검·경이 15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중국 음식점에서 점심을 겸한 검·경 수사협의회를 가졌다. 2시간 10분가량 진행된 이번 수사협의회에서 두 기관은 입장 차만 재확인하고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검·경은 다음 주초 다시 협의회를 하기로 했다. 이번 수사협의회는 검찰에서 제안해 성사됐지만 검찰이 꺼내 든 ‘카드’는 없었다. 주로 경찰 측이 김 부장검사 사건 수사를 두고 형사소송법에 명시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검찰이 침해한 점을 지적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향후 검·경 간 이중 수사 또는 사건 가로채기 논란이 불거질 경우 형사사법정보시스템(KICS·킥스)에 사건 관련 정보를 먼저 입력한 수사기관에 수사 우선권을 넘기자고 검찰 측에 제안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사건별로 검찰의 지휘가 필요한 경우도 있고 현재 킥스 시스템상 기술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보인 뒤 내부 논의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경찰은 현재 특임검사팀과 경찰청이 수사 중인 김 부장검사 비리 사건과 관련해 특임검사 측의 수사 결과를 본 뒤 겹치지 않는 범위에서 경찰의 추가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검찰은 특임검사팀과 서울중앙지검의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라며 한발 뒤로 빼는 모습을 보였다. 검·경은 수사협의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진지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도출해 내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김우현 대검찰청 형사정책단장은 “이중 수사 상황에 대한 해결 방안을 진지하게 논의했지만 명확한 방안은 도출하지 못했다.”면서 “검찰은 별도의 제안 없이 경찰 제안을 듣기만 했다.”고 밝혔다. 김영수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도 “심도 깊은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예상은 했지만 양 기간 관 협의라는 게 쉽지 않은 듯하다.”고 전했다. 김정은기자 kimje@seoul.co.kr 박성국기자 psk@seoul.co.kr
  • [내곡동 특검 수사결과] 시형씨 증여세 등 4억원 추징 예상

    이명박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터 매입 의혹에 대해 특검팀이 아들 시형씨의 증여세 포탈 혐의를 14일 국세청에 통보함에 따라 국세청의 향후 고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세청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며 원론적인 태도를 밝혔다. 하지만 검찰 고발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국세청 안팎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세금 추징으로 끝날 것이라는 관측이다. 대통령 아들의 증여세 포탈이라는 ‘뜨거운 감자’를 넘겨받은 국세청은 당혹스러운 분위기다. 국세청 관계자는 “여러 변수에 따라 적용 법률이 다르고 처리 방향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세밀한 분석을 끝내야 (처리 방향) 가닥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세범 처벌 절차법상 탈세 혐의에 대한 검찰 고발권은 관할 세무서장이나 지방국세청장이 갖고 있다. 국세청의 판단에 따라 검찰 고발 여부가 결정되는 것이다. 통상 국세청은 특정경제가중처벌법(특가법)상 탈루금액 5억원을 검찰 고발 기준으로 삼고 있다. 특검이 시형씨가 증여받았다고 지적한 부지 매입 자금은 12억원이다. 회사원인 시형씨의 경제력으로 봤을 때 국세청도 증여로 간주할 공산이 높다. 이 경우 누진세율 체제인 증여세는 3억 2000만원이다. 특가법상 검찰 고발 기준(5억원)보다 낮다. 5억원은 조세범칙조사심의위원회에 회부해 형사 고발이 가능한 금액이기도 하다. 시형씨에게 추징될 세액은 탈루세액 3억 2000만원, 무신고 가산세(세율 20%), 납부불성실 가산세(세율 0.03%×미납일수) 등을 더해 4억원가량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시형씨가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조세를 포탈한 경우’에 해당하는지를 더 따져 봐야 한다. 이 경우도 조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조사받을 수 있다. 범칙 조사에서 조세범으로 확인되면 조세범 처벌 절차법에 따라 고발된다. 그동안 조세범으로 고발된 경우는 법인세나 소득세 탈루가 대부분이었다. 부모 자식 간 증여에 대해서는 통념상 묵인하고 넘어가는 것이 관례였다. 다만 증여액이 크고, 시형씨가 조사 과정에서 진술을 번복했다는 점 등이 계속 논란거리로 남을 전망이다. 전경하기자 lark3@seoul.co.kr
  • “연체 전 상담 받으세요”… 금융멘토제 도입

    “은행에 빚이 좀 있는데 월급은 150만원 정도 됩니다. 은행 빚을 어떻게 갚는 게 좋을까요.”(근로자 A씨) “고객님은 금융권 부채(5000만원)와 월 소득에 비해 매달 지출하는 보험료(15만원)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보험부터 해지해 대출을 일시 상환하는 것이 낫습니다. 이 상태로라면 신용등급이 하락해 이자 부담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상담원) 앞으로는 저소득층이나 사회 취약층을 대상으로 이렇게 부채·자산 관리를 해주는 ‘금융멘토’가 생긴다. 금융위원회는 13일 내년부터 ‘저소득층 금융멘토 사업’을 시범 시행한다고 밝혔다. 지금도 신용회복위원회 등에서 상담을 해주지만 연체나 신용불량 등 ‘문제’가 터진 뒤에 제공하는 처방전이라는 점에서 금융멘토와는 성격이 다르다. 금융멘토는 빚이 더 불어나거나 연체가 생기기 전에 부채 관리를 도와준다. 물론 자산을 불리는 방법도 조언해 준다. 미국 등 금융 멘토링을 앞서 도입한 선진국에서는 연체율이 감소하는 등 실질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중산층이나 부유층은 금융회사의 프라이빗 뱅커(PB)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정작 금융상담이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서민층은 이런 서비스에서 소외된 상태”라면서 “부채 관리의 중요성이나 방법을 잘 몰라 연체자가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당초 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내년 예산 3억원을 신청했다가 기획재정부 심의과정에서 2700만원으로 삭감되자 사기가 꺾였다. 하지만 사업 취지에 공감한 국회가 대폭 증액을 검토하고 있어 고무된 상태다. 금융위 측은 “그동안 금융상담 정책에 저소득층을 위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에 (예산 규모에 관계 없이) 시범사업은 예정대로 추진할 방침”이라면서 “미국은 개인파산에 앞서 사전에 반드시 상담서비스를 받도록 법제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우선 각 기관별로 제각각인 상담기법이나 매뉴얼을 재정비해 표준화시킬 계획이다. 이를 토대로 각자의 형편에 맞는 금융상품은 무엇이고, 지출 우선순위를 어떻게 짜야 하는지 도울 작정이다. 퇴직 은행원 등 자원봉사자도 상담원으로 십분 활용할 계획이다. 백민경기자 white@seoul.co.kr
  • 3050 ‘감성 터치’ 극장 비수기 혁명

    3050 ‘감성 터치’ 극장 비수기 혁명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다. 영화계의 비수기는 각급 학교가 개학하고 야외 활동이 많아지는 3~5월과 연말 성수기를 앞둔 10~11월. 이 시기에는 관객 수가 급감하고 화제작도 많지 않아 극장가가 침체됐다. 하지만 요즘은 비수기에도 성수기 못지않은 관객이 몰려 흥행작이 쏟아지고 있다. 더 이상 계절적인 요인은 영화 흥행의 변수가 아니다. 영화의 완성도와 마케팅이 중요해지고 방학, 연말연시 등 특정한 시기에만 극장을 찾던 관객들의 관람 패턴이 변하고 있다. ●영화의 질적 성장… ‘화려한 비수기’ 올해 10~11월 극장가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한’ 비수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늑대소년’이 36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멜로 영화 1위를 넘보고 있고 꽃미남 살인범과 그를 쫓는 형사의 추격전을 실감나게 그린 ‘내가 살인범이다’(8일 개봉)도 4일 만에 72만명을 돌파하는 등 11월 극장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특히 ‘늑대소년’은 주말에 하루 50만명이 넘는 관객이 극장으로 몰렸다. 수능 특수와 15세 관람가를 감안하더라도 이는 여름 성수기에 맞먹는 숫자다. 지난해 10~11월에는 박스오피스 1위 영화가 평일 7만~10만명, 주말 20만~30만명 정도 극장에 몰렸다. 하지만 올해는 1위 영화가 평일 하루 15만~20만명, 주말에는 40만명 이상 동원해 ‘전통적인 비수기’의 개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8일 개봉한 ‘용의자X’는 150만 관객을 넘겨 손익분기점을 넘어섰다. ‘007 스카이폴’은 영국 첩보물의 고전적인 품격을 자랑하며 200만 관객을 돌파하는 등 순항하고 있다. ‘광해, 왕이 된 남자’도 10월 비수기에 꾸준히 관객을 끌어모아 1100만 관객을 넘어섰다. 이 같은 추세가 올해만의 경향은 아니었다. 지난해 비수기에 접어드는 9월 22일에 개봉한 ‘도가니’가 다소 무겁고 어두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466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이어 10월에 개봉한 ‘완득이’도 예상 밖으로 500만 관객을 돌파하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비수기를 활용해 그동안 묵혀 왔던 ‘창고 영화’를 방출하거나 자극적인 내용으로 관객들의 관심을 끌려는 ‘19금 영화’들이 쏟아지던 관행도 올해는 찾아볼 수 없다. 이는 상반기도 마찬가지다. 봄 비수기인 3~5월의 경우 예년에는 국내 화제작이 없다 보니 해외에서 몇 년씩 묵힌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주를 이뤘다. 하지만 올해는 3월에 개봉한 ‘건축학개론’이 410만 관객을 동원하며 국내 역대 멜로 영화 1위를 차지했다. 뒤이어 5월에 개봉한 ‘내 아내의 모든 것’ 역시 로맨틱 코미디로서는 드물게 450만 관객을 동원해 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성수기인 설 연휴를 피해 개봉한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도 469만명을 동원하며 ‘중박’을 쳤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처럼 극장가에 비수기가 사라지고 있는 가장 큰 이유로 관객층의 확대를 꼽았다. 10~20대가 영화의 주 타깃이던 과거에는 방학 등 학생들의 생활 패턴에 따라 비수기가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30~50대 관객이 주된 영화 관람층으로 자리 잡으면서 시기를 타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CJ엔터테인먼트의 박루시아 과장은 “최근 극장가에 30~50대 관객이 급증하면서 그들의 감성과 취향에 맞춘 영화들이 흥행했다. 작품만 좋다면 시기에 관계없이 주말 등을 활용해 영화를 관람할 수 있기 때문에 비수기의 구분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급사, 개봉시기 눈치작전 치열 따라서 배급사들의 개봉 전략이 더욱 섬세해지고 세분화되고 있다. ‘여름엔 코미디’ 같은 계절이나 장르에 따른 공식이 사라졌다. 관객들의 성향과 대중문화의 트렌드에 따른 시의성, 경쟁작과의 대진표 등에 따른 맞춤형 개봉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한 영화 배급사의 관계자는 “요즘은 개봉 타이밍이 굉장히 중요해졌기 때문에 개봉 시기를 확정해 놓지 않고 경쟁작들의 눈치를 보다 막판에 결정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특히 쇼박스나 NEW처럼 극장을 갖고 있지 않는 배급사의 경우 경쟁이 덜한 비수기에 경쟁력 있는 작품을 내놓아 입소문 효과를 통해 장기전으로 가는 흥행 전략을 세우기도 한다. 쇼박스 마케팅팀의 이현정 팀장은 “그동안 비수기를 타지 않았던 영화로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유일했지만 국내 영화도 작년 하반기부터 비수기 구분이 사라진 것 같다.”면서 “배급사에서도 시기에 관계없이 흥행할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기면 개봉 시기를 탄력적으로 적용해 성공하는 영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기에 경제적인 여유가 줄어들면서 오히려 극장가는 호황기를 맞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한 대형 멀티플렉스의 관계자는 “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문화 생활을 그만두기 힘든 사람들이 대체재로 영화를 선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비수기’의 개념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NEW 마케팅팀의 박준경 차장은 “예전에는 개봉 시기를 성수기로 먼저 잡고 영화의 완성도가 떨어지더라도 개봉했지만 요즘은 영화의 완성도가 높아야 개봉한다.”면서 “개봉 시기에 따른 특정한 매뉴얼과 공식이 사라졌다. 이제는 볼 만한 영화가 없는 시기가 비수기”라고 강조했다. 이은주기자 erin@seoul.co.kr
  • [열린세상] 차기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개혁 성공하려면/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열린세상] 차기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개혁 성공하려면/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세 대통령 후보가 모두 대통령의 인사권 축소를 공약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288개 공공기관의 기관장, 감사, 비상임이사 임명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 많은 자리에 대한 임명은 장·차관 임명 못지않게 중요하다. 현행 공공기관 인사에 대한 지적은 청와대의 인사 독점과 무자격자 임명으로 요약된다. 차기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현행 법령은 대통령, 기획재정부, 소관 부처의 역할을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 기관장의 경우 대체로 크고 상징성 있는 공공기관의 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나 그 외는 소관 부처 장관이 임명토록 되어 있다. 그 과정에서 임원추천위원회 등을 거쳐야 한다. 감사 역시 큰 기관의 경우 대통령이 임명하나 그 외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임명한다. 부처 장관이 임명한 기관장에게는 공공기관을 총괄 관리하는 기획재정부 장관이 감사를 붙여 견제한다는 취지이다. 비상임이사는 기획재정부 장관과 소관 부처 장관이 임명권을 나누어 가진다. 먼저 청와대 인사독점론은 청와대가 법률이 정한 임명권 범위를 넘어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 측근 비리의 한 원천이라 할 수 있다. 청와대 인사 독점은 과거에도 있었으나 노무현 정부에서 인사수석실이 생기면서 부각되었다.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역할 분담을 명확히 하였으나 실제 인사권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차기 대통령이 될 후보들이 한목소리로 장관의 임명권을 존중한다니 개선의 첫걸음은 내디딘 셈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권이 큰 공공기관의 장과 감사에 국한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측근이 어떤 자리에 누구를 추천하면 대통령은 “제가 그 자리 임명권을 가지고 있나요?”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 의지만으로는 장관의 임명권이 보장되지 않는다. 청와대 측근이나 실세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측근들은 임명권을 가진 장관에게 압력성 인사 청탁을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통령의 인사 분권 시도는 실패로 돌아간다. 따라서 대통령은 주변 인사들에게 인사청탁 내지는 대통령 뜻을 빙자한 언질을 불허한다는 확고한 입장을 주지시키고 장관들에게는 소신을 가지고 임명권을 행사하라는 독려를 해야 한다. 현행 인사제도의 또 다른 문제점은 무자격자 임명이다. 임원추천위원회 등 대통령 임명권 견제를 위한 절차의 실효성이 낮아 결국은 청와대 의중대로 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절차가 임명권자를 더 신중하게 만드는 효과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간혹 무자격자 임명 논란이 있는 것을 보면 절차의 낮은 실효성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대통령이 임명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 원하는 사람을 임명할 수 있어야 한다. 현행 제도는 대통령이 임명하고 싶은 사람이 있어도 추천, 제청된 사람 중에서 임명해야 하므로 대통령의 임명권을 침해하는 점이 있다. 그 사람이 제청되도록 미리 손을 쓸 수밖에 없으니 절차의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그럴 바에야 차라리 대통령이 지명한 인사에 대해 임원검증위원회를 여는 것이 낫다. 만약 대통령이 의중에 둔 사람이 없다면 현행 임원추천위원회 절차를 밟도록 하면 될 것이다. 대통령 대신 임명권을 행사하게 되는 장관들에 대한 견제도 필요하다. 장관의 임명권에도 임원검증위원회를 적용해야 한다. 그러나 사전검증은 늘 객관성 시비가 따라 다닌다. 따라서 사후 평가를 통해 부적격 인사를 가려내는 것이 더 중요하다. 무자격 기관장이 낮은 평가를 이유로 해임된다면, 임명권자는 인사권 행사에 더욱 신중하게 될 것이다. 지금도 매년 2~4명의 기관장이 평가성적 부진을 이유로 해임 건의되고 있다. 대통령이 임명하는 기관장은 대부분 이러한 평가를 받으나 장관이 임명하는 기관장은 대부분 평가에서 제외되어 있다. 장관의 임명권에 대한 사후 평가를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의 공공기관 인사 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측근 단속, 평가를 통한 사후적 인사 검증 강화이다.
  • ‘당뇨 대란’ 오나

    국내 성인 10명 중 1명이 당뇨병 환자로 집계됐다. ‘당뇨 대란’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대한당뇨병학회는 ‘2012 한국인 당뇨병 연구보고서’를 통해 2010년 현재 국내 30세 이상 성인의 당뇨병 유병률은 10.1%에 이르며, 당뇨병 전 단계인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은 19.9%나 된다고 최근 밝혔다. 성인 10명 중 1명은 당뇨병 환자, 10명 중 2명은 잠재적 환자 단계인 셈이다. 연령별로는 비교적 젊은 층인 30~44세의 당뇨병 및 공복혈당장애 유병률이 18.4%로 가장 낮았으며 중년층(45~64세) 34.7%, 장년층(65세 이상) 47.4% 등 나이가 많을수록 유병률이 높아지는 특징을 보였다. [사고] 척추질환과 퇴행성 관절염 무료 치료해 드립니다 문제는 당뇨병이 향후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다는 점. 학회는 연도별 당뇨병 유병률이 2001년 8.6%에서 2010년 10.1%로 증가한 추이를 볼 때 2050년에는 당뇨병 환자가 591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지금의 2배에 이르는 규모다. 그럼에도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10명 중 3명(27%)에 달했으며, 30~44세 가운데서는 46%나 됐다. 학회 관계자는 “젊은 층은 설마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앞으로도 당뇨병이 진단되지 않고 방치되는 사례가 많을 것”이라면서 “이 때문에 처음 진단할 때 이미 합병증이 나타난 경우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차봉연 학회 이사장은 “향후 당뇨병 진단과 관리의 새로운 지표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 [길섶에서] 작용 반작용의 법칙/오승호 논설위원

    일상 생활에서 뉴튼의 제3의 법칙, 즉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이 참 많이 적용되는 것 같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 조치(action)를 취할 때 반작용 없이 같은 방향으로만 힘이 쏠리기는 쉽지 않다. 추진 과정에서 하기 싫은 기운(반작용)이 생기기도 한다. 정부가 기업 때리기를 하면 기업들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것도 같은 이치로 이해할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은 작용·반작용 법칙을 설명해 주는 대표적인 예.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경우도 있지만…. 대선 주자들의 반값 등록금 공약에도 작용과 반작용 원리가 있을 법하다. 대학에 갈 사람은 혜택을 보지만, 고졸자 지원은 이뤄지지 않는다면 역차별 문제가 발생한다고 지적하는 이들이 있어서다. 등록금 부담이 줄어들면 대학진학률이 높아져 고학력실업자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수능시험이 끝났다. 가정 형편 등으로 대학 진학을 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의 반값 등록금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오승호 논설위원 osh@seoul.co.kr
  • 소백산 방사 토종여우 암컷 1주일만에 폐사

    소백산 방사 토종여우 암컷 1주일만에 폐사

    지난달 31일 소백산에 방사했던 멸종위기종 1급인 토종여우 한쌍<서울신문 11월 1일자 11면> 중 암컷이 사체(사진 점선)로 발견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멸종위기종복원센터 관계자는 방사된 여우 모니터링을 수행하던 중 암컷에 대한 움직임이 없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인근 민가의 부엌 아궁이에서 방사된 지 1주일 만에 죽은 채 발견됐다고 7일 밝혔다. 공단은 방사 후 먹이 활동을 제대로 못해 민가까지 내려왔다 굶어 죽은 것으로 추정하지만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사체를 부검하기로 했다. 홀로 남은 수컷 여우도 방사된 일정 구역 안에서만 맴돌고 자연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된 토종여우는 지난 4월 서울대공원에서 태어난 개체로 두 달간 자연적응 훈련을 거친 뒤 방사됐다. 공단 관계자는 “조만간 전문가 회의를 통해 원인 분석과 대책 등을 논의할 것”이라며 “홀로 남은 수컷 여우는 내년에 추가 방사할 여우 5쌍이 야생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만큼, 좀 더 추이를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진상기자 jsr@seoul.co.kr
  • [열린세상] 뇌에서도 소통은 필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열린세상] 뇌에서도 소통은 필수다/이상건 서울대 의대 신경과 교수

    이번 대선을 보니 모든 후보들이 소통과 융화를 외친다. 그만큼 우리 사회에서 소통과 융화가 부족해졌다는 이야기다. 계층 간, 지역 간, 심지어 가족 간에 이해는 점점 줄어들고 조급함과 짜증만이 넘쳐난다. 사실 뇌에서도 소통은 필수다. 뇌세포의 기능은 세포간의 연결로 시작된다. 그렇다고 모든 뇌세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신경세포가 다른 모든 신경세포와 연결되어야 한다면 필요한 공간도 엄청나지만 효율성도 떨어진다. 그래서 신경세포들은 주로 주변의 신경세포들과 중점적, 효과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구역별로 연결된 신경세포들은 기능적으로 전문화되어 특정 작업을 주로 처리한다. 여러 구역들이 같은 시간에 각기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처리된 일들 중 중요한 내용만이 다른 조직으로 전달된다. 군대나 회사 같은 조직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부대 하나가 다른 부대에서 하는 일을 자세히는 모른다. 그렇지만 전쟁과 같이 중요한 일이 벌어질 때 각 부대들이 어떤 명령을 수행 중인지는 알게 된다.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도 뇌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을 다 파악하고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가 아니다. 단위별 조직들이 기능을 수행하고 서로 소통함으로써 비로소 우리의 의식이라는 것이 형성된다.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정보를 몇 개 모아서 그나마 논리적인 좌측 뇌가 적당히 그럴듯한 설명을 붙이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의식’이다. 그래서 이 해석이 틀리는 경우도 많다. 우리가 의식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사실 뇌 작용의 극히 일부일 뿐이다. 따라서 각 조직단위가 소통을 잘해야 하는 것은 필수다. 그렇다면, 소통이 깨지면 어떤 일이 생길까? 가장 극단적인 경우는 좌뇌와 우뇌가 분리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심한 뇌전증발작을 앓는 일부분의 환자에게 뇌량절개술이라는 것이 사용된다. 이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신경다발인 뇌량을 끊어서 둘 사이의 연결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한 곳에서 생긴 잘못된 전기가 반대쪽으로 퍼지지 못하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뇌량이 끊어지면 실제로 비슷한 일이 벌어진다. 왼쪽 뇌는 오른쪽 시야의 물건을 인지하고 오른쪽 뇌는 왼쪽 시야의 물건을 인지할 수 있다. 또 왼쪽 뇌는 오른손을 움직이고 오른쪽 뇌는 왼손을 움직인다. 완전 뇌량절개술이 시행된 환자에서 만일 왼손을 왼쪽 시야에서만 보이는 자리에 놓고 움직이게 하면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왼쪽 뇌는 손이 움직이는 것도 보지 못하고 또 왼손을 직접 움직이는 뇌가 아니므로 이 환자에게 왼손을 움직였냐고 물어보면 언어중추가 있는 왼쪽 뇌는 움직이지 않았다고 대답한다. 자기 손이 움직였는데도 한쪽 뇌는 모르고 있는 셈이다. 뇌 소통 문제는 뇌 손상 환자에게 잘 관찰된다. 예를 들어 오른쪽 뇌의 두정엽이라는 곳에 손상이 오면 환자는 자신의 왼쪽을 인지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환자의 왼손을 들어서 눈앞에 보여주어도 환자는 자기 손이 아니라고 한다. ‘카그라스 증후군’은 자신이 잘 아는 사람의 얼굴, 예를 들어 아버지의 얼굴을 알아볼 수는 있으나 그 사람이 아버지의 얼굴을 한 다른 사람이라고 주장한다. 얼굴을 알아보는 뇌 부분과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감정과 기억을 담당하는 부분의 연결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경우에도 수면 아래의 빙산과 같은 무의식이 있다. 무의식과 의식의 교류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신측정학의 아버지 골턴은 인간의 정신을 복잡한 배수관, 수도관, 가스관 위에 세워진 집으로 표현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이 관들이 무의식의 세계다. 그리고 이 두 세계의 불완전한 교류가 여러 정신적인 문제를 낳는다. 뇌 하나가 소통하는 데도 이렇게 복잡하고 불완전하니 이 많은 뇌를 각기 소유한 여러 사람들을 소통시키고 융화시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님은 분명하다. 자신만이 모든 사람을 소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소통 부재의 위험한 생각이다. 그만큼 소통은 쉽지 않다. 다만 계속 서로 이해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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