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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부족한 소송비·관심… 그래도 수십년 고통받은 그분들만 하겠나

    [광복 68돌…역사 부정하는 日] 부족한 소송비·관심… 그래도 수십년 고통받은 그분들만 하겠나

    일제강점기 피해자와 유족들의 손해배상 소송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의 곁에서 묵묵히 재판을 돕는 사람들이 있다. 변호사나 관련 협회 회원들인 이들은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서 적지 않은 소송 비용과 방대한 자료 검토 등을 감내하며 힘겨운 법정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역시 비용 문제다. 일본에 강제로 끌려갔다 맨손으로 돌아온 피해자들이 대부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행히 지난 6월 개정된 ‘위안부 피해자 소송 지원 법안’이 시행되면서 일제강점기 피해자들이 법률상담 비용 등을 국가에서 보조받을 수 있게 됐지만 관련 예산이 확보되지 않아 지원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 지난 1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법원에 제기한 민사조정의 변호를 맡은 김강원 변호사는 “관련 부처에 문의해 보니 지원에 필요한 예산이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위안부 피해자 소송 지원 법안도 인지대와 송달료 등은 지원해주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본격적으로 소송이 시작되면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소송구조제도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이용 대상에 제한이 있어 원고 모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면서 “만약 예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면 국민성금이라도 모금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소송을 맡고 있는 변호사들이 비용을 사비로 충당하기도 한다. 김 변호사는 민사조정을 위한 소장 송달료를 사비로 냈다. 2000년 ‘미쓰비시 소송’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관련 소송을 맡아온 장완익 변호사도 피해자들을 위해 여태까지 수임료를 받지 않고 변호를 맡아 오고 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이 미쓰비시를 상대로 낸 소송의 변호를 맡고 있는 이상갑 변호사도 “변호를 하다보면 생각 외로 실비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외부의 도움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재판을 포기하려는 피해자와 유족을 다독여 소송을 끌어나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2000년부터 10여건의 일제강점기 피해자 관련 소송을 해온 태평양전쟁 피해보상 추진협의회 이희자 대표는 ‘소송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해봐야 어차피 지는 소송 또 해서 뭐하냐며 실망하는 피해자들에게 끈을 놓지 말라고 설득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지금까지 생존한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고령이라 길게는 10년이 넘게 걸리는 소송의 결과를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재판에서 패소하는 경우도 적지 않아 오랜 기간 소송을 해봤자 보람이 없다고 생각하는 피해자도 있다. 소송을 하기 전에 관련 자료를 준비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많게는 수천명에 달하는 원고들의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정리해야 한다. 태평양전쟁 피해보상 추진협의회는 소송에 앞서 일일이 피해자들의 집을 찾아 다니며 당시 피해 사실에 관한 진술을 받아 왔다. 이 대표는 “2001년에 원고가 400여명에 달하는 소송을 진행할 때는 자료를 취합하는 데만 1년 반이나 걸렸다”고 말했다. 피해 진술을 받을 때 피해자 본인이 원고인 경우에는 상관없지만 유족이 원고로 나서는 경우에는 정확히 어떤 피해를 당했는지 모르는 때가 많아 내용을 확보하는데 애를 먹기도 한다. 일제 피해자들의 소송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 12일 피해보상을 위해 법원에 소장을 제출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박영표 회장은 “일본에서 소송을 진행할 때는 일본 시민단체에서 비행기 요금과 소송 비용을 많이 지원했다”면서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소송을 진행할 때는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이 거의 없는 편”이라며 아쉬워했다. 장 변호사는 “우리나라에는 피해자 유족들이 스스로 관련 단체를 만들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힘든 싸움을 계속하면서도 자신보다 피해자들을 먼저 생각한다. 이 대표는 “나이가 많은 피해자들이 끝내 승소하는 것을 못 보고 눈을 감을까 걱정”이라면서 “소송이 힘들어 재판을 포기하려고 했던 피해자들이 승소한 뒤 울면서 고맙다고 할 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지금 가장 힘든 사람들은 우리들이 아니라 수십년간 싸워온 피해 당사자들”이라고 강조했다. 한재희 기자 jh@seoul.co.kr
  • 목숨 건 동행 ‘노약자 스쿠터’

    목숨 건 동행 ‘노약자 스쿠터’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의 활동성을 높이기 위해 보급된 ‘전동 보장구’(전동 휠체어·전동 스쿠터)가 편리함과 높은 기동성으로 비장애인 노인들 사이에도 널리 보급되면서 안전 문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전동 휠체어와 전동 스쿠터의 보급은 늘어난 반면 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노인들에 대한 안전운행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사고가 잇따르고 있어서다. 법적으로는 인도로만 다녀야 하지만 현실은 차도로 다닐 수밖에 없어 사고의 위험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14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05년 이후 장애인에게 지원된 전동 보장구는 스쿠터가 4만 928대, 휠체어가 3만 3735대로 모두 7만 4663대로 조사됐다. 건보공단은 장애인의 이동권 증진을 위해 2005년 4월부터 요양기관의 적합 판정을 받은 지체장애, 뇌병변장애, 심장·호흡기 장애인에게 전동 보장구의 구입 금액 가운데 80%가량을 지원하고 있다. 건보공단의 보험급여 지원을 받지 않고 개인적으로 구입하거나 각 지방자치단체와 장애인단체 등에서 무료로 지원한 전동 보장구의 규모를 합치면 도로를 다니는 전동 보장구는 12만대를 웃돌 것으로 추산된다. 전동 보장구의 보급이 확대될수록 사고의 위험도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충북 청주시의 한 도로에서 전동 휠체어를 타고 가던 뇌병변 1급 장애인이 후진하던 승용차에 치여 다쳤고, 지난해 12월 서울 영등포구에서는 전동 스쿠터를 타고 달리던 80대 할머니가 뒤에서 다가오던 차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현행 도로교통법상 차량에 해당되지 않는 전동 스쿠터는 도로 위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보험 처리를 받거나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전동 스쿠터 이용자들은 “차도 운행을 금지하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뇌병변 장애 3급인 최모(54)씨는 “인도는 폭이 좁은 데다 턱이 있어 올라가려다가 스쿠터가 옆으로 뒤집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다”면서 “도로 한쪽으로 조심스럽게 다니지만 옆으로 쌩쌩 지나는 차들과 경적을 울리는 오토바이도 많아 운전하기가 무섭다”고 토로했다. 전동 보장구 이용자들의 안전한 운행을 위해 일부 장애인단체와 지자체가 비정기적으로 조작법과 관련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지만 안전 운행을 교육하거나 운전 자격을 부여하지는 않는다. 도로교통공단 부산지부의 김경수 박사는 “정부가 전동 보장구 구입을 지원할 때 소정의 교통안전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 中 전직 지도자들 ‘출판정치’ 붐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 등 중국 전직 지도자들의 신간 서적 출판 붐이 일고 있다. 14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장 전 주석이 전날 화보집 ‘장쩌민과 양저우(揚州)’를 펴냈으며, 앞서 장 전 주석 시절 경제를 총괄하던 주룽지(朱鎔基) 전 총리는 ‘주룽지 상하이 강화(講話) 실록’을 펴냈다. 양저우는 장 전 주석이 태어나 자란 곳으로, 화보집에는 그의 졸업 사진부터 북한 김일성 주석 등과 만나 악수하는 장면 등 사진 160여점이 실려 있다. 상하이 강화 실록은 주 전 총리가 1987년 12월부터 1991년 4월까지 상하이시 당서기, 시장 등을 역임하면서 내놓은 주요 발언을 모은 것이다. 이 밖에 리펑(李鵬) 전 총리도 지난 5일 ‘리펑이 논하는 산업경제’라는 책을 냈다. 앞서 3월에는 리루이환(李瑞環) 전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도 ‘보는 법과 말하는 법’이란 제목의 신간을 냈다. 퇴임 지도자들의 책 출간에 대해 ‘참고 자료로 유익하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평이 많다. 개혁 성향 잡지인 염황춘추의 양지성(楊繼繩) 부사장은 “전임자들의 회고록에는 자신의 업적에 대한 과시나 실수에 대한 정당화, 타인에 대한 책임 전가 등이 주로 담겨 참고할 만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부분 정치적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출간되는데, 자신의 지식과 교양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천재’라는 이미지를 만드는 등 과장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장 전 주석과 주 전 총리의 출판 기념식에는 지역의 성장, 당서기, 당 중앙 문헌연구실 주임 등 고위층이 대거 참석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베이징 주현진 특파원 jhj@seoul.co.kr
  • [세법개정 수정안] 10명 중 8명 “소득세 개편이 가장 시급”

    [세법개정 수정안] 10명 중 8명 “소득세 개편이 가장 시급”

    세수는 줄고 복지 예산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소득세’를 조정한 정부의 판단이 큰 틀에서는 옳다고 봤다. 하지만 중산층 세 부담 증가는 맞지 않으며 고소득자나 자영업자의 세금 탈루를 막는 것이 우선순위라고 했다. 또 정부가 직접적 증세를 의미하는 과세표준(과표) 구간이나 세율을 조정하는 것을 꺼리고 있지만 재정 확충을 위해서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13일 서울신문이 세제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박근혜 정부의 복지공약 이행을 위해 필요한 재정 확충 달성 방법에 대해 설문한 결과, 8명이 ‘소득세’ 개편을 1위로 꼽았다. 반면 정부가 세제 개편안 원안에서 소득공제 항목을 세액 공제로 바꾸면서 중산층에 증세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았다. 홍기용 인천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소득 공제 항목을 세액 공제로 바꿔 고소득자가 세금을 많이 내도록 한다는 정부안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무리 부자라도 교육비·의료비·보험료를 안 쓰면 세 부담이 늘지 않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고소득자가 아니라 지출이 많은 사람의 세 부담이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도 “고소득자에 대한 소득세를 올리려면 최고 세율을 38%에서 40%로 올리는 등 직접적 증세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소득자나 자영업자의 탈루를 우선 적발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소득세 다음으로 증세를 할 수 있는 부분으로는 법인세를 많이 꼽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당기순이익 2억원까지 법인세율이 10%인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평균 15%보다 너무 낮다”면서 “같은 10인 이하 사업장이라도 자영업자는 법인보다 세율이 25% 포인트나 높기 때문에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금을 줄여 기업의 투자가 살아나면 세수가 많아진다는 논리도 장기간의 경제 불황으로 효과가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인세 완화는 국제적 추세이며 이를 인상할 경우 기업의 경쟁력이 약화되는 부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재정 확보를 위해 개편할 수 있는 세 번째 세제로 대부분 부가가치세를 언급했다. 1~2% 포인트만 올려도 5조~6조원의 세수가 금방 걷히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간편한 방법인 대신에 물가 상승에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매우 높아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충진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통일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긴급하게 세원을 조달하는 방법으로,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의 전문가들은 부동산 세제나 상속·증여세를 꼽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인상 시 조세 저항에 비해 세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세법 개정안 발표 이후 중산층 봉급생활자들 사이에서 조세저항이 있었던 것은 상대적 박탈감 때문”이라면서 “고소득 근로자, 자영업자, 재벌 기업 등에 대한 합리적인 세금 인상이 동반돼야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미친 전셋값에 전세대출 88% 급증… 가계부채 새 ‘뇌관’

    미친 전셋값에 전세대출 88% 급증… 가계부채 새 ‘뇌관’

    전세가격이 치솟으면서 전세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13일 국민, 신한, 우리, 하나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1월 4조 9138억원에서 올 7월 9조 2435억원으로 88.1%나 늘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은 198조 1110억원에서 209조 2480억원으로 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의 급격한 증가가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이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KB부동산 정보 사이트 ‘알리지’에 따르면 아파트 전세가격은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7월 들어 그 폭이 커졌다. 전국을 기준으로 6월까지만 해도 전 주 대비 0.1% 이하였던 상승률은 7월 들어 0.2%까지 치솟았다. 특히 서울은 7월 셋째주 전세가격이 0.25%나 오르기도 했다.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대출도 최근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대출 잔액이 국민은행 1조 7732억원, 신한은행 3조 2649억원, 우리은행 2조 261억원, 하나은행 2조 1793억원으로 집계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1~2년 전부터 전세 수요는 많아지는데 은행이 전세대출을 잘 해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일어 대출 자격을 완화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관계자도 “과거에는 수천만원대에 불과했던 전세대출액이 요즘은 건당 1억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사회 분위기도 달라졌다. 과거만 해도 집주인이 세입자의 전세대출을 꺼렸지만, 요즘은 전세가격이 워낙 높다 보니 용인하는 분위기다. 회사원 이모(33)씨는 지난해 결혼하면서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1억 6000만원짜리 아파트를 전세로 구하면서 4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신혼부부 대출상품이라 금리도 저렴해 당시 4.0%에서 1년 만에 3.3%로 내렸다. 이씨는 “집주인도 ‘요즘에 대출 안 받으면 전세 못 구할 것’이라면서 우리가 빚을 내는 걸 전혀 꺼리지 않았다”면서 “신혼부부 상품이라 금리도 낮아 이자만 매달 11만원씩 내면 돼 전혀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세대출이 늘면서 높은 금리에 신음하는 사람도 많다. 저금리 기조로 많이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주택담보대출이 연 3%대인 것에 비해 전세대출은 4%가 대부분이다. 5%대도 많다. 회사원 김모(41)씨는 최근 분당에 3억원짜리 전세를 구하면서 전세대출을 7000만원 받았다. 김씨는 “이자가 연 4.7%로 높아 부담되지만 전세가격이 치솟으니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세대출이 급증할 경우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639조원이었던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지난 5월까지 659조원으로 3.1%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비슷한 기간 전세대출은 급격히 증가한 것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대출은 눈에 보이지 않는 ‘보증금’을 담보로 하는 만큼 은행-세입자-집주인 관계가 얽혀 있어 각종 변수가 많다”면서 “세입자가 대출금을 제대로 상환하지 못하는데 집값까지 하락하면 대출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세대출은 주택을 담보로 하는 주택담보대출에 비해 대출 자체가 불안정하다”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날 경우 자금 시장에 혼란이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 기자 min@seoul.co.kr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 [지금 대전청사에선] 힘겨운 여름나기 풍경들

    [지금 대전청사에선] 힘겨운 여름나기 풍경들

    전력 대란에 공공기관의 냉방 공급이 중단되면서 정부대전청사 풍경이 달라졌다. 여성들의 민소매 패션이 급격히 늘었고 부채는 필수품이 됐다. 오전에는 공무원들의 움직임이 거의 없어 적막감까지 느껴지는 반면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오후에는 곳곳이 술렁인다. 폭염에 구내식당 이용자가 늘고, 의무실과 함께 ‘유이(唯二)’하게 냉방이 공급되는 청사 1층의 열린만남터가 최고의 피난처로 부상했다. 오후가 되면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보기 힘든 상황이다. 컴퓨터는 ‘히터’로 돌변하고, 선풍기 바람은 뜨겁다. 사무실의 회의용 탁자 유리마저 달아올라 실내에 있는 것이 버겁다. 창문이 양쪽에 달린 건물 끝쪽 사무실은 사실상 사우나실이다. 불쾌지수까지 높다보니 직원 간 대화가 줄고, 가급적 상대방에 대해 언행을 조심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어지는 폭염을 이겨내기 위한 개별 냉방 아이템이 부쩍 늘었다. 아이스넥쿨러(목에 두르는 수건)와 냉방조끼를 입거나 젤 아이스팩을 의자에 깔고 그 위에 옥돌 방석을 올려 몸을 시원하게 하는 노하우도 등장했다. 팥빙수와 아이스크림은 대박상품으로 등극했다. 냉방 공급이 중단된 12일 대전청사 지하 편의점은 퇴근시간 이전에 아이스크림이 동났다. 커피숍에도 시원한 과일 음료 등을 주문하는 발길이 끊이질 않는 등 힘겨운 여름나기가 계속되고 있다. 한 간부는 “절전이 범정부차원에서 진행되는 까닭에 부처별로 대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면서 “스스로 건강을 챙기라고 당부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열악한 환경에서 업무 효율성이 발휘될 수 있겠냐”면서 “말이 좋아 솔선수범이지 솔직히 어이가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숭례문, 1350㎡ 캔버스에 담겨 예술작품으로 태어난다

    숭례문, 1350㎡ 캔버스에 담겨 예술작품으로 태어난다

    오는 18일 자정, 국보 1호 숭례문이 새 옷을 갈아입는다. 숭례문 뒤에 자리한 대형 기중기 4대가 가로 45m, 세로 30m의 흰색 광목천을 들어 올리면 숭례문은 마치 캔버스에 담긴 한폭의 그림처럼 오롯한 모습을 드러낸다. 일요일 오전 6시, 하루 중 가장 잠잠한 시기를 틈타 이명호(38)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는 자신의 필름 카메라에 2시간 동안 300여장의 사진을 담아낸다. 숭례문을 배경으로 거대한 가림막을 설치한 뒤 다시 사진으로 이를 촬영하는 작업이다. ‘가시적 은폐’라는 역설적 방법으로 협업자들을 살짝 드러내는 일종의 컬래버레이션도 진행된다. 공공장소에서 펼치는 대규모 ‘예술 프로젝트’인 셈이다. 이어 낮 12시. 이 교수와 스태프 50여명, 관람객 500여명은 12시간에 걸친 행위예술을 마치게 된다. 이 프로젝트에는 1년 6개월여의 준비 기간과 2억 1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현대미술 작업을 지원해 온 비영리단체 쿤스트독과 아트비즈는 13일 서울 숭례문 인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내외신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 계획을 공개했다. 프로젝트는 이 교수가 2000년부터 ‘나무 시리즈’와 ‘사막 시리즈’를 통해 세계 곳곳을 떠돌며 빈 캔버스(가림막)를 채워 온 ‘사진 행위 예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그가 설치한 캔버스는 누군가 채우도록 비워 놓은 것이다. 다만 이번에는 자연의 품을 떠나 인공의 문화유산으로 눈을 돌린 게 차이점이다. 일본 사진계의 대부인 호소에 에이코 ‘기요사토 사진미술관’ 관장은 이 교수를 가리켜 “사진 행위 예술을 한 단계 끌어올린 세계적인 작가”라고 치켜세웠다. 그의 작품은 덴마크 왕립도서관, 프랑스 에르메스미술관, 미국 장 폴 게티 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영구 소장돼 있다. 이 교수는 왜 이런 작업을 시작한 것일까. 그는 “지난해 초 숭례문 근처의 작업실을 오가다 우연찮은 기회에 이런 작업 구상을 글로 남겼다. 숭례문 복구단장이 글을 읽고 괜찮은 아이디어라며 힘을 실어줬다”고 전했다. 이어 “외신기자들에게 물어보니 서울의 상징물을 비무장지대(DMZ)라고 답한 사람이 의외로 많더라”며 “파리의 에펠탑처럼 숭례문을 서울의 상징물로 알리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실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문화재 심의위원회와 경찰청의 허가를 받는 과정이 특히 그랬다. 이 교수는 “공개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충분히 설명하니 길이 열렸다”면서 “예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성호 미술평론가는 “이교수의 작업은 ‘행위의 과정’을 통해 사회 곳곳에서 여러 담론으로 재생산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상도 기자 sdoh@seoul.co.kr
  • [생각나눔] 25칸 짧은 계단에도… 쉴 틈없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생각나눔] 25칸 짧은 계단에도… 쉴 틈없는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이번 주 최악의 전력난이 예고된 가운데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지하철역의 에스컬레이터 대부분이 절전 사각지대여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 지하철역에서 하루 15시간 이상 운행되는 에스컬레이터가 10대 가운데 9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에스컬레이터 절전 운행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찬반으로 엇갈렸다. 서울신문이 12일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에 정보 공개를 청구해 확인한 결과 서울메트로는 443대의 에스컬레이터 중 347대(78.3%)를 하루 15시간 이상 운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1017대의 에스컬레이터 중에서도 922대(90.6%)가 15시간 이상 돌아가는 것으로 조사됐다. 15시간 운행은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계속 가동된다는 것으로, 사실상 절전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의미다. 일부 에스컬레이터는 아예 한 번도 멈추지 않고 18~20시간 운행되기도 했다. 절전 운행이 이뤄지는 일부 에스컬레이터의 경우 오전 10시~오후 1시와 오후 5~6시 등 하루 4~5시간 운행을 멈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전 운행을 하지 않는 에스컬레이터 가운데 수직 높이가 8m 이하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서울역 1호선과 4호선 연결 통로에 위치한 에스컬레이터는 높이가 4.6m에 불과하지만 오전 7시부터 오후 11시까지 하루 16시간 운행됐다. 2호선 신당역 3번 출구의 에스컬레이터도 하루 19시간 30분 돌아갔다. 시민들은 절전 운행과 관련해 찬성과 반대로 의견이 나뉘었다. 2호선 신당역을 이용하는 주부 김재영(40)씨는 “아무리 자동 센서로 움직인다고 해도 계단이 25칸 정도밖에 안 되는 구간의 에스컬레이터를 하루 종일 켜 두는 것은 전력 낭비”라고 지적했다. 7호선 학동역을 이용하는 한 시민도 “짧은 구간의 에스컬레이터를 하루 종일 돌리는 것보다 역사 내 냉방을 좀 세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무더운 여름엔 에스컬레이터를 계속 켜 둬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5호선 을지로4가역을 이용하는 박성현(29)씨는 “절전 운행도 좋지만 계단을 조금만 올라가도 땀에 흠뻑 젖는 여름엔 에스컬레이터가 멈춰 서 있는 것을 보면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측은 이용객 민원이 많아 절전 운행을 확대하기가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메트로 관계자는 “역별로 이용객 상황에 맞게 에스컬레이터를 탄력적으로 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5~8호선 역사는 대부분 땅속 깊이 설치돼 있다”면서 “짧은 구간도 이용객 민원이 잦을 경우 절전 운행 없이 운영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민석 기자 shiho@seoul.co.kr
  • [지방시대] 창조경제는 청년의 창의성 활용에서/김화종 강원대 컴퓨터정보통신과 교수

    [지방시대] 창조경제는 청년의 창의성 활용에서/김화종 강원대 컴퓨터정보통신과 교수

    창조경제를 이루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미래 지식기반 사회를 앞서 나가기 위한 전략으로 개인의 창의성, 특히 젊은이의 창의성에 바탕을 둬야 할 것이다. 드문 경우지만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가 중에는 대학 수업을 듣는 시간도 아까워 하루라도 젊을 때 중퇴한다는 이야기가 성공사례로 소개되기도 한다. 지하자원이 적은 우리나라는 문화, 콘텐츠, 기획 등 지식 자원을 창의적으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한편 현재 사회적으로 가장 중요한 이슈인 일자리 창출, 특히 청년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앞으로 하드웨어 의존도가 높은 산업이나 제조업에서는 글로벌 가격 경쟁력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개발도상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분야에서 정보기술(IT) 비중이 반을 넘으며 그중 소프트웨어의 비중이 점차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지식기반 산업 구조 변화에 적응하면서 동시에 국제 경쟁력을 갖는 인력 부분에 집중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소프트웨어 관련 학과의 지원율이 줄고 있다고 한다. 이는 앞으로 산업 경쟁력을 근본적으로 떨어뜨릴 것이다. 대학 교육만으로는 이러한 인력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게임 강국이다. 게임 프로그램도 잘 만들고 게임 스포츠도 잘한다. 하지만 동시에 청소년이 게임에 빠지는 피해도 매우 심각하다.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학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주원인도 게임이라고 한다. 게임 산업은 갈수록 커지고 게임 기업의 수익도 늘어나겠지만, 게임은 심각한 사회문제를 만들기도 한다. 게임 산업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의 대표 산업이 될 수는 없다. 청년의 창의성을 키우고 우리나라의 부족한 소프트웨어 인력 육성을 위한 새로운 국가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이 여러 이유로 게임에 빠지는 문제를 소프트웨어 언어를 배우는 재미로 전환시키며 동시에 청년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발현될 수 있는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기 힘든 수업 과목으로서가 아니라 게임하듯 재미있는 언어처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프로그래밍 ‘언어’도 잘 사용하려면 일반 언어처럼 익숙해지는 습관이 필요하다. 일반 학과목 공부하듯이 배우도록 해서는 고급 프로그래머를 양성하기 어렵다. 게임은 재미있기 때문에 빠지는 것이다. 개임을 하면서 새로운 승리 전략을 만들고 남과 경쟁하면서 중독된다. 그런데 이러한 재미적인 요소는 소프트웨어 언어에도 있다. 더욱이 소프트웨어 제품은 앞으로 흥미로운 요소를 가져야 경쟁력이 있다. 미국에서는 어릴 때부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가르치는 게 유행이라고 한다. 우리가 당면한 청소년 실업 문제, 다른 흥미로운 대상이 없어 게임에 빠지는 문제, 소프트웨어 인력 부족 문제 등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코드 코리아’ 정책 수행을 제안한다.
  • 베네수엘라 ‘머리카락 강도’ 확산에 여성들 벌벌

    베네수엘라 ‘머리카락 강도’ 확산에 여성들 벌벌

    베네수엘라에서 머리카락 강도사건이 확산돼 여성들 사이에 비상이 걸렸다. 외출하는 여성들은 긴 머리카락을 보호하기 위해 머리를 올린 뒤 모자를 푹 눌러쓰는 등 바짝 몸을 사리고 있다. 황당한 머리카락 강도사건이 터지기 시작한 곳은 베네수엘라 북서부 술리아 주였다. 쇼핑몰을 방문한 여성들이 머리카락 강도를 만나 긴 머리를 싹둑 잘리는 등 연이어 피해가 발생했다. 술리아 주에서는 머리카락 강도 수법이 고기를 덥썩 물어버리는 육식 물고기 피라냐를 연상케 한다면서 머리카락 강도단을 ‘피라냐’라고 부르고 있다. 하지만 ‘피라냐’는 이제 베네수엘라 전국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베네수엘라 전국 주요 도시에서 유사범죄가 발생하고 있다. 현지 언론은 “카라카스와 발렌시아 등지에서 머리카락을 잘라가는 강도사건이 발생했다”면서 “전국적으로 머리카락 강도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법은 강도사건과 비슷하다. 강도단은 권총으로 피해자를 제압한 뒤 머리를 싹둑 잘라 도주하고 있다. 가위질을 하기 전 쉽게 자르기 위해 말총머리를 하라고 명령하는 강도단까지 등장했다. 강도단은 장물(?) 붙임 머리 재료 등으로 머리카락을 미용실 등에 넘긴다. 현지 언론은 “길이나 무게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강도단이 한번에 3000볼리바레스(베네수엘라의 화폐단위. 약 5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면서 “휴대폰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휴대폰강도들이 머리카락 강도로 전업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최근까지 베네수엘라에서는 휴대폰이 외출할 때 조심해야 할 1급 귀중품이었다. 휴대폰을 빼앗기 위해 살인까지 벌이는 극악 범죄가 심심치않게 발생했다. 특히 블랙베리의 인기가 높아 ”블랙베리를 사용하려면 생명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농담이 돌기도 했다. 베네수엘라는 남미에서 살인사건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국가다. 공식 통계에 따르면 1분기 베네수엘라에선 살인사건 3400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베네수엘라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은 1만6000건이었다. 사진=과야나신문 임석훈 남미통신원 juanlimmx@naver.com
  • 베이징 아파트 옥상에 건설된 황당 ‘바위 빌라’

    보고도 믿기 힘든 특별한 아파트가 언론에 보도돼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중국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된 이 아파트는 놀랍게도 옥상에 돌과 바위로 만들어진 빌라가 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당국에 허가조차 받지 않았다는 사실. 무려 6년에 걸쳐 이 황당한 옥상 바위 빌라를 완성한 사람은 대학 교수로 알려진 장 린. 베이징에 위치한 고층 아파트에 이같은 건축물을 만든 것은 특별한 곳에 살고자 했던 그의 꿈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주민들의 심정은 하루하루가 고통이다. 한 주민은 “옥상에 무거운 건축물이 만들어져 언제 아파트가 무너질 지 몰라 두렵다” 면서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는 경우도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주민도 “지난 몇 년 동안 이 옥상 공사 때문에 시끄러워 편하게 쉴 수 없었다” 며 불만을 터뜨렸다.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자 결국 당국이 칼을 빼들었다. 베이징 당국은 “이 바위 빌라는 정식으로 허가받지 않은 불법 건축물”이라면서 “만약 주인 린이 안전성을 입증하지 못한다면 철거 작업에 들어갈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나우뉴스부 nownews@seoul.co.kr
  • [극과극](5)그녀의 등뒤에 음흉한 손길이…노출많은 여름, 지하철 성범죄 활개

    [극과극](5)그녀의 등뒤에 음흉한 손길이…노출많은 여름, 지하철 성범죄 활개

    #1.12일 오전 8시 40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사당역 승강장. 한 남자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치마 차림의 한 여성 뒤에 바짝 붙어 섰다. 출근길 승객들이 쏟아져 들어가는 와중에도 그는 앞에 섰던 여성 옆에 자리를 잡았다. 이를 주시하던 서울 지하철경찰대 형사들이 이들을 쫓아 열차에 탔다. 흔들리는 객차 안에서 남자는 중심을 잃은 척 몇 번이고 여성에게 몸을 기울였다. 강남역에서 남자가 내리자 형사 1명이 그를 쫓아갔고 남은 형사가 여성에게 다가가 피해 사실을 물었다. 강남역에서 내린 남자 A(26)씨는 형사에게 “추행 의도가 있었지만 다른 승객이 끼어들어 실패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나 해당 여성이 피해 사실이 없다고 밝혀 A씨는 훈방 조치됐다#2.이어 오전 9시쯤 강남의 한 지하철역 출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오는 시민들을 지켜보던 형사가 출구를 빠져나가려던 B(26)씨에게 다가가 동행을 요구했다. 치마 입은 여성 뒤에서 스마트폰을 밑으로 낮게 든 채 만지작거리던 B씨의 행동이 형사의 시야에 잡힌 것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경찰의 등장에 B씨는 당황하며 연신 “잘못했다”고 말했다. B씨는 “잠깐 나쁜 마음을 먹고 스마트폰 액정을 통해 (치마 속을) 비춰보려 했지만 결코 촬영은 하지 않았다”면서 스마트폰 사진첩을 직접 보여줬다. 몰래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어떻게 되는 것이냐. 회사에도 통보가 가는 것이냐”면서 걱정했다. B씨 역시 주의를 받고 훈방조치됐다. 이날 동행한 서울지하철경찰대 수사2대 관계자는 “보통은 하루에 평균 1~2건씩 적발하곤 한다”면서 “오후에도 전날 검거된 피의자 2명에 대한 조사가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당·서울·강남역 지하철 성범죄 최다 악명 A씨가 각각 타고 내린 사당역과 강남역은 공교롭게도 각각 2010년과 2012년 서울 지하철 역사 중 성범죄가 가장 많이 적발된 역으로 조사됐다. 특히 사당역은 지하철 성범죄와 관련해 악명이 높다. 2010년 사당역에서 적발된 성범죄 건수는 173건으로 그 해 발생한 전체 지하철 성범죄 1192건 중 약 14.5%를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사당역은 성범죄 적발 건수 3위를 기록했다. 2012년에는 서울 지하철 성범죄 발생 상위 3개역 안에 들지 않아 불명예를 벗어나나 싶었지만 올해 1~5월 성범죄 적발 건수에서 다시 1위에 올라섰다. 그러나 최근 4년간 지하철 성범죄 통계를 살펴보면 사당역만 오명을 뒤집어쓰는 것은 억울할 법도 하다. 서울역은 2010년부터 올해 5월까지 성범죄 적발 상위 3개역에 매년 포함됐다. 신도림역과 강남역도 서로 번갈아가며 상위 3개역 안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이 역들은 유동인구가 많은 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6월까지 수송통계에 따르면 일평균 수송인구가 많은 역은 강남역(13만 7727명), 서울역(12만 3741명), 사당역(10만 4557명) 순이었다. 그렇지만 사당역은 강남역과 서울역에 비해 유동인구도 적은 데다 서울역이나 강남역 주변만큼 번화한 곳에 위치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성범죄 적발 건수가 높게 나타나고 있어 사당역이 지하철 성범죄의 온상처럼 여겨질 법도 한 것이다. 그런데 실상을 살펴보면 좀 더 복잡한 사정이 있다. 사당역으로 집계된 성범죄가 꼭 사당역에서 발생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물론 유동인구가 많기 때문에 성범죄 발생 및 적발 빈도가 높은 것은 맞다. 신도림역~강남역 구간은 인천 등 서울 서쪽과 분당, 수원, 안산, 용인 등 서울 남쪽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몰리는 구간이다. 지하철경찰대는 이 구간을 집중 단속한다. 형사들은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신도림역 또는 서울대입구역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수상한 사람을 발견하면 그를 뒤쫓아 열차에 탄다. 상당수 성범죄가 사당역 이전에 발생하고 피의자 조사 편의를 위해 사당역에 내려 조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사당역이 성범죄 우범 역사로 집계되는 측면도 있는 것이다. 역별로 성범죄 발생 양상이 다르게 나타나기도 한다. 서울역에서는 에스컬레이터에서의 몰래카메라 촬영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지하철 1호선과 4호선, 기차역 사이를 오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역의 성범죄가 역사 건물 구조와 관련이 있다면 강남역의 성범죄는 피해 대상과 관련이 있다. 강남역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대학생 등 젊은층이 약속이나 쇼핑 등의 목적으로 몰리는 곳이기 때문이다. 비교적 가벼운 옷차림의 젊은이들을 노린 성범죄자들이 강남역을 찾는다는 설명이다. 가해자는 20~40대 회사원· 대학생 순 많아 지하철 성범죄 가해자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경찰에 따르면 20~40대의 회사원이 가장 많고 그 다음이 대학생이다. 신체접촉을 목적으로 한 가해자들은 주로 사람이 붐비는 출퇴근 시간대 승강장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열차 여러 대를 그냥 보내버리고 서성이다 여성 승객 뒤를 쫓아 타는 사람은 십중팔구 이러한 유형이다. 여성 승객 뒤에 바짝 붙어 몸을 밀착시키거나 더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극단적인 경우 성기를 노출하는 경우도 있다.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몰래카메라 촬영이 급증했다. 지난해 검거된 한 남성의 경우 스마트폰에서 무려 1000장이 넘는 지하철 몰카 사진이 발견됐다. 시계, 볼펜, USB저장장치 등 일상도구처럼 보이는 카메라를 동원하는 범죄도 여전하다. 이어폰 낀채 스마트폰, 치마입은 여성 타깃 몰래카메라 촬영 범죄자들은 지하철 역사 내 계단이나 에스컬레이터 주변에서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을 보며 올라가는 치마 차림의 여성들을 뒤따라가 몰래 촬영을 하는 것이 이들의 일반적인 수법이다.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하는 범죄자들도 있다. 지난 4월에 검거된 정모(25)씨는 몰래카메라 촬영에 먹물을 동원했다. 피해 대상은 서울 강남역 인근 승무원학원에 다니는 여성들. 정씨는 작은 용기에 먹물을 채워넣고 강남역으로 향하는 여성들 옆을 지나가며 다리에 먹물을 뿌렸다. 피해 여성들이 먹물을 닦기 위해 역 화장실로 들어가면 정씨는 화장실 앞에서 서성이다 이들이 나오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스타킹을 사러 가는 피해 여성들을 뒤쫓아가 상점 내에서 몰래 이들을 촬영하기도 했다. 정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벌금 300만원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6월 서울 고속터미널역에서 검거된 손모(25)씨는 옆으로 맨 가방 속에 카메라를 숨긴 채 에스컬레이터에서 치마 차림의 여성 뒤에 서서 몰래카메라 촬영을 하다 검거됐다. 시계·볼펜·USB메모리 등에 몰카 장착 경찰에 따르면 가해자 상당수는 몰래카메라 촬영을 심각한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난삼아 혹은 ‘설마 걸릴까’ 하는 심정으로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러나 몰래카메라 촬영의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는 범죄행위다. 신체접촉 등의 추행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적용된다. 지하철 성범죄 피해를 당했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피해를 감지했을 때 곧바로 불쾌감을 표시하고 몸을 돌리거나 이동해야 한다. 그리고 주위에 도움을 요청하고 112 등으로 신고해야 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피해를 감지하면서도 당황하거나 괜한 일을 벌이는 것이 아닐까 싶은 마음에 그냥 넘어가기도 한다. 가해자와 출·퇴근길 등의 동선을 공유하기에 보복을 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다. 그러나 이는 더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곧바로 대처하는 것이 현명하다. 과거에는 경찰이 적발해도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아 조사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나 지난달 19일부터 피해자가 직접 고소를 하지 않아도 경찰 조사가 가능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친고죄 폐지 이후로 나아졌지만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명확히 밝혀줘야 범죄 재발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 폭염으로 연장된 여름방학… 어떻게 보낼까

    폭염으로 연장된 여름방학… 어떻게 보낼까

    전국 초등학교가 여름방학을 끝내고 12일 개학했지만, 이례적인 찜통더위로 인해 경기·대구·강원 등 교육청이 개학일을 학교 자율적으로 정하도록 결정했다. 이 지역의 일부 초등학교는 개학을 1~2주일 연장하거나 개학하더라도 단축수업 등을 실시하기로 했다. 전력난으로 인해 학교 냉방장치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수업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초등학생들은 어떤 학습과 놀이를 하며 늘어난 방학을 즐길 수 있을까. 좋은 책 신사고 콘텐츠연구소의 구재본 책임연구원은 “보너스로 생긴 방학 동안 미리 2학기 계획표를 만들고, 교과서도 훑어보며 학습을 준비하는 기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면서 “덥다고 집에만 있기보다 미처 못한 체험학습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교과서 훑어보기에도 요령이 있다. 국어, 수학, 사회, 과학처럼 주요 과목 위주로 교과서를 죽 읽어 보는 게 좋고, 본문 중 개념과 낱말이 어려워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면 자습서나 해설서를 함께 봐야 한다고 구 연구원은 설명했다. 교과서가 이해되지 않더라도 2학기 수업을 통해 배울 수 있기 때문에 조급해 하기보다 느긋한 마음으로 교과서를 읽어 보면 된다. 교과서 직접 읽기와 함께 연계 도서를 찾아 읽는 것도 학습에 대한 흥미를 북돋울 수 있는 방법이다. 국어 교과서에 인용된 글의 전문을 찾아 읽는다든지, 수학이나 과학 교과를 스토리텔링 식으로 재미있게 풀어놓은 책도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다. 특히 국어 교과서 연계 도서를 읽을 때 학습 효과가 높아지는데, 책을 통해 한 번이라도 접했던 것에 대한 글이 나오면 친숙하게 느끼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 교과서에 나오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읽게 하면 오히려 흥미를 잃을 수도 있어 독서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책 읽기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체험학습을 갈 때에도 교과서에 나오는 필수 체험 장소를 몇 군데 골라 함께 견학한다면 학생의 호기심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초등학교 5학년 ‘태양계와 별’에 나오는 별자리를 보고 싶다면 가까운 천문대를 방문해 별자리, 행성, 은하, 성운 등을 관찰할 수 있다. 활동이 끝난 뒤에 간단히 일기나 체험보고서를 작성해도 좋다. 부모가 함께 체험활동을 하며 느낀 점을 학생과 소통한다면, 체험학습의 추억을 오래 간직하는 데 도움이 된다. 갑자기 늘어난 방학을 어영부영 보내지 않기 위해서는 학습계획표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에는 학부모가 옆에서 매일 학습 분량이나 시간을 조절해 주는 정도로 가볍게 도와주고 충분히 계획을 세워 달성 가능한 목표를 스스로 세우도록 해야 한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 [굿모닝 닥터] 내시경 척추수술의 천국 ‘엔도스코토피아’를 꿈꾸며

    디스크질환은 대개 비수술 요법으로 치료가 되지만, 많이 진행됐거나 신경 결손으로 수술 치료가 불가피한 경우도 적지 않다. 미세침습 치료를 전공한 필자는 비수술 요법으로 해결되지 않은 협착증이나 디스크 환자들, 전국을 떠돌며 치료를 받았다는 환자들을 많이 만나왔다. 물론 필자에게도 척추수술은 여전히 부담스럽다. 전신마취와 함께 생각보다 큰 절개에 인공뼈나 나사를 삽입해야 할 경우도 있다. 이럴 때는 아무래도 정상 조직이 파괴돼 후유증이 남게 된다. 그렇다고 증세가 심한 환자에게 단순한 신경주사 등 미봉책만 고집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척추 치료의 딜레마가 여기에 있다. 이 괴리를 없애기 위해 효과는 수술과 같으면서도 형식이 간단한 치료법 개발을 기대해 왔다. 그렇게 십수년을 미세침습 치료에 집중했다. 많은 임상연구와 논문을 작성하며 치열하게 싸워왔다. 이런 필자의 연구 목적을 한마디로 ‘엔도스코토피아’(endoscotopia)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내시경 천국’쯤 되는 말이다. 대표적인 치료법이 바로 내시경을 이용한 척추수술이다. 형식은 비절개, 부분마취이면서 효과는 수술에 비견되는 신개념 치료법이다. 필자는 이 치료를 ’내시경 수술’이라 부른다. 굳이 ‘수술’이라는 용어를 쓰는 이유는 그만큼 효과를 확신하기 때문이다. 요즘의 내시경 수술 기술은 상상을 초월해 부분마취와 비절개 수술로 어지간한 척추관협착증 등은 말끔하게 치료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지금, 고령의 척추질환자가 수술이 필요한 상태라면 어떨까? 수술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의미 없는 비수술 치료에 돈과 시간을 낭비해야 할까. 척추치료의 패러다임은 빠르게 바뀌고 있다. 내시경 수술은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한 특화된 시술법으로, 많은 전문가들의 노력 덕분에 점차 꿈에 가까워지고 있다. 모든 척추수술을 내시경만으로 다룰 수 있는 엔도스코토피아의 꿈은 그래서 더 의미 있는 길이라고 믿고 있다. 안용 서울우리들병원장
  •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관객 모시기… 스타들 이색 공약 개발 ‘붐’

    [이은주 기자의 컬처K] 관객 모시기… 스타들 이색 공약 개발 ‘붐’

    지난 7일 저녁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극장. 영화 ‘감시자들’의 주연배우 정우성, 한효주, 이준호가 한자리에 모였다. 관객 500만명 돌파 ‘공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다. 영화사 측은 500만명을 돌파한 날 영화 티켓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린 관객 중 추첨을 통해 120명을 초대했고, 정우성이 내건 공약인 일일 데이트권에 당첨된 한 20대 여성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이 여성은 정우성의 서울, 대구, 부산의 무대 인사에 빠짐없이 따라다니던 열성팬이었던 것. 정우성은 이날 이 여성팬과 저녁 식사에 이어 영화 ‘감기’ VIP 시사회에도 함께 참석하는 등 ‘성실하게’ 공약을 이행했다.이처럼 스타들의 공약이 유행하게 된 것은 1년 남짓. 제작보고회, 쇼케이스 등 행사가 빈번해지면서 “관객 ○○○만명이 넘는다면?”, “시청률 ○○%가 넘으면?”,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한다면?” 등 ‘공약 마케팅’이 덩달아 인기다. 처음에는 분위기를 풀려고 재미 삼아 시작했지만 최근엔 이행 여부까지 꼼꼼히 챙기는 경우가 많다. 스타들에게는 ‘고민 아닌 고민거리’지만 홍보 관계자들은 콘텐츠가 공개된 이후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2차 화제몰이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기는 눈치다. 한 영화 홍보사 대표는 “처음에는 곤란해하며 답변을 회피하는 스타들도 많았지만 최근에는 공약 선언이 필수가 된 분위기여서 사전에 배우와 실천 가능한 공약 항목을 상의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다음 달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의 주연배우들은 최근 이색 흥행 공약을 내걸었다. 다니엘 헤니는 333만 관객을 돌파하면 333명과 영화 관람, 문소리는 555만명을 넘으면 555인분의 송편 대접, 설경구는 777만명을 넘으면 777명과 맥주 파티를 열겠다는 것. 홍보 관계자는 “추석 시즌의 영화인 데다 300만, 500만, 700만처럼 딱 떨어지는 숫자보다 재미있고 눈길도 끄는 공약을 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스타들의 공약이 실질적인 마케팅 효과는 있는 것일까. 영화 홍보대행사 퍼스트룩의 강효미 실장은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는 효과는 확실히 있다. 흥행 공약은 팬들과 즐겁게 소통하는 장치”라면서 “공약은 스타들의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을 보여 주는 척도인 데다 팬들에게 진심이 통하면 효과는 배가된다”고 분석했다.‘공약 마케팅’의 효과를 톡톡히 본 경우는 청춘스타 김수현이다. 그는 ‘도둑들’ 개봉 때 1000만 관객 기록을 세우면 관객을 업고 영화를 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고, 실제로 공약 이행 이벤트를 했다. 당시 경쟁률은 무려 1000대1. 지난 6월 ‘은밀하게 위대하게’ 100만명 돌파 때도 ‘귀요미송’을 부르겠다는 공약이 극장을 달궜다. 영화는 개봉 36시간 만에 100만명을 넘겼고 배우들이 무대인사를 다닌 곳곳마다 ‘귀요미송’을 불러달라는 관객들의 요구가 빗발쳤다. ‘귀요미송’ 영상은 SNS 등으로 퍼져 홍보에도 큰 도움을 줬다.제아무리 무게를 잡는 톱스타라도 공약 이행 이벤트는 피할 수 없는 분위기다. ‘광해, 왕이 된 남자’가 1000만 관객을 돌파하면 한복을 입고 관객을 만나겠다는 공약을 이행했던 이병헌은 할리우드 영화 ‘레드2’ 개봉을 앞두고 “전 세계 관객 7000만명을 넘으면 얼굴에 빨간색 칠을 하고 인터뷰를 하겠다”는 다소 난해한(?) 공약을 내걸었다. 이병헌은 “당시 갑작스러운 질문에 해외 영화라서 수치를 좀 높게 잡긴 했지만 그에 준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라고 장담했다.하정우도 공약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배우다. 그는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연기상을 2년 연속 받으면 국토 대장정을 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가 상을 받는 바람(?)에 꼼짝없이 이를 이행했고, 그 모습은 영화 ‘577 프로젝트’에 그대로 담겼다. 최근 ‘더 테러 라이브’로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그는 흥행 공약에 대해 묻자 “지난번에 국토 대장정을 했으니 이젠 대한해협 헤엄쳐 건너기 정도가 남은 것 아니냐. 그건 정중히 사양하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 홍보 관계자는 “공약을 이행하는 정직한 이미지는 스타의 팬 관리 차원에서도 효과적이지만 단지 이슈 만들기로 공약을 남발한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 씨 마른 수도권 전세… “융자 낀 집도 없어서 안달”

    씨 마른 수도권 전세… “융자 낀 집도 없어서 안달”

    비수기에도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난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보증금 상승도 문제지만 물건이 없어 더 아우성이다. 10~11일 서울 송파구 잠실 대규모 아파트 단지 부동산중개업소. 중개업소마다 싼 전셋집을 찾는 수요자들로 북적거렸다. 대부분 전세 수요자이지만 중개업소에는 월세 물건만 수두룩하게 쌓여 있다. 그렇다 보니 전세보증금도 초강세를 띠고 있다. 잠실 트리지움 59㎡ 아파트의 경우 매매 호가는 6억 4000만~6억 9000만원에 형성됐지만 거래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셋값은 3억 8000만~4억원을 부른다. 연초와 비교, 매매가는 오르지 않은 반면 전세보증금은 3000만원 정도 올랐다. 심각한 것은 전세 물건이 많지 않다는 것. 9월에 결혼하는 자녀의 신혼집을 구하러 왔다는 김성호씨는 “싼 전셋집을 찾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융자가 낀 전셋집을 구했다”고 말했다. 서초구 반포동 퍼스티지 아파트 59㎡짜리는 5억 4000만원을 부른다. 반전세는 1억 5000만원에 200만원을 줘야 얻을 수 있다. 연초 대비 3000만~4000만원이나 올랐다. 서울 강남의 비싼 아파트는 전세보증금이 비싸서 그렇지 물건은 그다지 달리지 않는 편이다. 문제는 수도권 중소 도시 소형 아파트. 싼 전세를 찾아 서울을 벗어난 주민들이 몰리면서 전세 물건의 씨가 마르고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매화주공 아파트 3단지 46㎡ 전셋값은 1억 4000만원을 호가하지만 물건이 없다. 간혹 월세로 돌리는 아파트만 나오고 있을 뿐이다. 물건이 없다 보니 가격은 연초보다 1000만~2000만원 올랐다. 평촌 향촌마을 현대4차 61㎡ 아파트 전세는 2억 3000만원, 84㎡는 2억 5000만~2억 8000만원을 부른다. 연초보다 3000만~4000만원 이상 상승했지만 물건이 없어 중개업소마다 세입자들이 줄을 대고 있다. 소형 아파트 전세 품귀가 이어지면서 중대형 아파트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분당 중개업소에서 만난 최성규씨는 “서울 양천구 아파트 전셋집 주인이 보증금을 5000만원이나 올려 달라는 요구에 분당으로 내려왔다”며 “작은 아파트를 찾다가 물건이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85㎡짜리 아파트 전세를 계약했다”고 말했다. 상가주택, 연립주택 전셋값도 덩달아 올랐다. 안양시 관양동 동편마을 상가주택 55㎡ 주택의 전세보증금은 연초보다 20%가량 올랐다. 연초 1억 8000만원 하던 물건이 이달 들어 2억원을 넘었다. 그나마 물건도 거의 동났다. 중개업자들은 전세난 원인을 거래 부진에서 찾는다. 김미정 래미안114 공인중개사는 “전세를 살던 세입자가 집을 장만하면서 새로운 전세 물건이 나오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세입자들이 보증금을 올려 주고라도 재계약을 하다 보니 전세 물건이 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집주인들이 수익이 높은 월세로 돌리는 바람에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전세 수요를 매매 수요로 돌리는 유인책이 나오지 않는 한 전세난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장희순 강원대 교수는 “다가구주택자에게 양도소득세를 무겁게 물리는 제도를 폐지하고 공급량을 조절해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객관적인 신호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류찬희 선임기자 chani@seoul.co.kr
  •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 입사하려면

    [공기업 탐방-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aT 입사하려면

    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일반사무직 공채 경쟁률은 102대 1이었다. 30명을 선발하는 데 3000명 이상이 지원했다. 초임 연봉은 2550만원가량으로 금융 공기업에 비해서는 낮은 편이다. 하지만 농산물 수출 업무가 많아 해외 업무를 하고 싶어하는 인재들이 많이 몰린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는 추세도 반영돼 있다. aT는 매년 3~4월에 청년인턴을 뽑는다. 정규직 공채는 11월에 공고를 낸 후 이듬해 초 선발한다. 정규직 공채의 선발 인원은 매년 30명 수준으로, 이 중 20%인 6명을 청년인턴 중에서 선발한다. 법적으로 가산점을 주는 장애인, 기초생활수급자, 한부모 가족 외에 농어촌 자녀에게도 가산점을 주는 것이 특징이다. 농식품산업에 대한 대학생 논문전을 매년 열어 대상(1명)과 최우수상(1명) 수상자에게는 정규직 공채 지원때 서류전형을 면제해 준다. 우수상(2명)이나 장려상(4명) 수상자는 서류전형에서 가산점을 받는다. 논문전 입상자가 청년인턴에 지원한다면 우수상 이상은 시험 없이 바로 채용된다. 논문전은 6월 중 공고하며 7월 1~15일 접수를 받는다. 해외인턴 및 지역인재 대상 해외 청년마케터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경우도 정규직 공채 시험에서 서류전형을 면제해 준다. 청년마케터 프로그램 참여자는 해외 aT센터에 3개월간 파견돼 정보조사, 통역지원, 현장 지원업무 등을 한다. 올해는 미국, 중국, 일본, 동남아 지역에 5명을 선발했다. 정규직의 30% 이상, 청년 인턴의 50% 이상은 지역인재 할당제를 적용한다. 채용 전형은 서류전형→인·적성 검사→필기시험(시사상식, 논술)→어학면접(영어, 일어, 중국어 중 선택)→프레젠테이션 면접→역량면접(임원급)으로 진행된다. aT의 인재상은 ‘전문인, 도전인, 소통인’이다. 끊임없는 사고를 바탕으로 창의적인 업무수행을 하고, 긍정적 사고로 새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고객 감동을 실천하자는 뜻이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 [한국형 창조경제 성공으로 가는 길] 360만개 중소기업 ‘獨경제 기둥’

    한국의 중소기업 정책에서 빠지지 않는 단어가 있다. 바로 ‘히든 챔피언을 키우겠다’는 것이다. 강소형 중소기업을 의미하는 히든 챔피언으로 인정받기 위한 학계의 기준으로는 흔히 ▲세계시장 점유율 3위 이내 ▲매출액 40억 달러 이하 ▲대중의 낮은 인지도 등이 꼽힌다. 그런 의미에서 독일은 세계 최다 히든 챔피언 보유국이다. 지난해 기준 전 세계 히든 챔피언 2734개 가운데 1307개가 독일의 중소기업이다. ‘중소기업 천국’인 독일에서 한국이 배워야 할 점은 어떤 것일까. 박구선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부원장은 “한국에서는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하구조 관계처럼 여겨지지만, 독일의 중소기업인 360만개의 ‘미텔슈탄트’(중산층에서 유래한 용어)는 독일 경제를 움직이는 핵심 축”이라며 “미텔슈탄트는 독일 총고용의 60.8%를 차지하는 일자리의 보고이자, 국내총생산(GDP)의 51.8%를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는 형태라는 점에서 수십년 이상의 영속성이 보장되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원 박준 수석연구원은 “독일 미텔슈탄트의 성공 요인은 세계적인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흥국의 저가제품과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차지하고 있고,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수출 지향, 규모의 경제 달성을 위한 해외생산 등 글로벌화를 추진하며 지역별 클러스터를 형성해 타 기업과 상호보완을 강조한 것 등을 들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텔슈탄트의 대표적인 사례로는 주방용 칼 제조업체 ‘헹켈’, 업소용 식기세척기 업체 ‘빈터할터’ 등을 들 수 있다. 드물기는 하지만 세계 자동차 부품시장의 절대 강자인 ‘보쉬’, 고급 음향장비 제조업체 ‘젠하이저’ 등 미탈슈탄트가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경우도 있다. 박 수석연구원은 “미텔슈탄트들은 임금수준이 비슷하기 때문에 인력이동이 적어, 숙련기능인력을 공동으로 양성하고 기술 표준화에 적극적으로 힘을 합칠 수 있다”면서 “공동의 영역을 공유하면서 스스로의 기술을 키우는 전략 등은 정부 지원과 별도로 국내 기업들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건형 기자 kitsch@seoul.co.kr
  •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흥행 부진한 스타 다독이는 팬… 호텔방 몰카 찍어 괴롭히는 광팬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흥행 부진한 스타 다독이는 팬… 호텔방 몰카 찍어 괴롭히는 광팬

    ‘팬은 스타를 닮아간다.’ 연예기획사 관계자들이 요즘 입을 모으는 말이다. 스타의 성향에 따라 팬덤의 성격이 달라지는 경우가 많고, 가수나 배우 등 장르에 따라 팬덤의 활동 영역도 다르다. ‘스마트 팬덤’으로 팬들의 정보교류가 빨라지고 욕구도 그만큼 더 다양해졌다. 연예기획사에서는 팬들만 관리하는 팬매니저나 팬 관리 부서를 따로 두고 이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처한다. 빅뱅, 2NE1 등 개성 강한 아티스트들을 둔 YG 소속 가수들의 공연장에 가면 유독 예술적 성향이 강한 팬들이 몰려든다. YG엔터테인먼트의 관계자는 “나이대는 10대부터 다양하지만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예술적 성향이 짙은 팬들이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개인적이고 자유분방한 팬들은 스타의 위기 앞에서는 한마음으로 뭉친다. 2011년 빅뱅은 대성의 교통사고로 중대 위기에 직면했다. 이때 빅뱅의 팬들은 똘똘 뭉쳐 이들이 MTV 유럽뮤직어워드에서 한국 최초로 수상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황민희 YG 과장은 “당시 전 세계의 팬들이 합심해 네티즌 투표에 참여했고, 빅뱅은 압도적인 표 차이로 북미 대표였던 브리트니 스피어스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당시 수상으로 멤버들은 컴백에 큰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스타와 팬덤은 함께 성숙해 가는 공생 관계다. 팬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와 봉사활동을 함께 하면서 사회 공헌의 의미를 배워 나간다. 대부분의 기부나 봉사활동은 스타들의 권유나 그들과 함께 하겠다는 의지에서 비롯된다. 10~20대 팬층이 두꺼운 아이돌 그룹 비스트가 대표적이다. 윤두준이 ‘일밤-단비’에서 아프리카에 우물을 지어주는 봉사 활동에 참여하자 그의 팬들은 이후에도 꾸준히 아프리카 봉사 활동에 나섰고, 양요섭은 평소 팀 내에서도 소아암 어린이 돕기 활동에 앞장서 ‘개념 아이돌’로 불린다. 특히 양요섭은 최근 방송된 KBS 2TV 예능 프로그램 ‘해피투게더’에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돕는 팔찌를 차고 나왔고 한순간에 팔찌를 구입하려는 팬들이 몰려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빅뱅의 멤버인 태양과 지드래곤은 자신들의 생일을 앞두고 SNS에 “마음만 고맙게 받겠다. 대신 좋은 일에 써달라”며 사회 기부를 독려하기도 한다. 팬덤은 젊은 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돌 가수나 배우의 경우 20~40대 팬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고 이들의 세심한 활동이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당한 주부 팬까지 확보한 이들은 스마트 기기의 발달로 더욱 세심하고 적극적인 팬덤으로 든든한 지원군을 자처한다. 가수 김범수는 콘서트를 앞두고 ‘겟 올라잇 서포터즈’를 모집했는데 10명 정원에 수백명이 몰려들었다. 30~40대 누님 팬들이 몰렸고 이들은 직접 SNS를 배워 김범수의 공연 소식 등을 리트위트하는 열성을 보였다. 재력을 갖춘 50~60대 팬덤도 영향력이 크다. 한 대형 가수의 소속사 관계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의 신보를 수십장 사서 직원들에게 돌리는 사장님이나 판매가 부진한 시야 장애석을 단체 구입해 직원들의 문화 체험 기회로 삼아 일석이조를 노리는 기업 회장님도 있다”고 귀띔했다. 배우들의 팬덤은 작품을 기반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가수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하지만 세 과시보다는 직접적인 도움을 주려는 실속형 팬들이 많다. 영화배우들의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스타의 영화가 개봉되면 첫주에 관객수를 올려주기 위해 영화관을 통째로빌려 작품을 관람하는 전술을 구사하기도 한다. 배우의 작품이 흥행에 실패하거나 스타의 공백기가 길어질 때도 팬덤은 끊임없이 움직인다. 이준기의 팬들은 그의 군 제대 후 컴백작 ‘아랑사또전’이 예상보다 저조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는데도 달동네에 연탄나르기 봉사활동을 함께 하며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했다. 비의 팬클럽은 그의 입대 중에도 데뷔일에 맞춰 언론사에 떡을 돌렸다. 걸그룹 원더걸스의 팬덤은 친언니나 가족처럼 다정다감한 것이 특징이다. 소속사 관계자는 “국내활동 공백기에도 온라인 중심으로 활동하며 원더걸스 멤버들을 응원해 준다”고 말했다. 배우에게만 팬덤이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종영한 드라마 ‘상어’의 경우 이례적으로 연출자인 박찬홍 감독의 팬클럽이 움직였다. 이들은 박 감독의 캐리커처가 그려진 단체 티셔츠와 도시락, 음료 등을 들고 촬영 현장을 찾았다. 박 감독의 전작 ‘부활’ ‘마왕’을 거치며 10년 넘게 인연을 맺어온 팬들이다. 이들은 촬영장 주변과 화장실 청소까지 도맡았다. 드라마 관계자는 “감독의 작품을 변함없이 응원하는 팬들이 있어 정말 고맙고 힘이 났다. 아무리 힘들어도 그런 날엔 피로가 싹 풀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똑똑해진 팬덤에는 그늘도 있다. 팬덤이 진화한 만큼 부정적 파급력도 커졌다. 팬덤 내부에서도 자정 노력을 기울이지만 그보다는 스타에 대한 맹목적 애정이 문제가 되기도 한다. 한 스타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배우 A의 팬들이 드라마에 함께 출연한 다른 배우에 대한 비방글을 올려 피해를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 한 아이돌 그룹이 해외에서 불성실한 인터뷰로 논란이 되자 한 극성팬이 “온라인에서 이 그룹에 대한 자살 서명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는 허위 글을 올려 동정론을 이끌어 내려 했던 것도 단적인 예다. 팬덤 간의 소모적인 싸움도 반복된다. 다양한 아이돌 그룹이 동시에 출연하는 대형 콘서트의 경우 좌석 경쟁 때문에 상호 비방전이 이어지기도 한다. 이런 행사 뒤에는 트위터 등 온라인을 통해 “B그룹의 팬들이 C그룹의 팬을 무차별 폭행했다더라”는 근거 없는 소문이 퍼지기도 한다. 한 아이돌 그룹 소속사 관계자는 “어떤 작품이 물망에 올랐더라도 회사 내부적인 스케줄에 따라 출연하지 않는 경우도 있는데 회사로 전화를 걸어 경쟁 팀과 비교하면서 출연 여부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막무가내형 팬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비대해진 팬덤의 영향력 행사로 시장이 왜곡될 우려도 있다. Mnet 아시아 뮤직 어워드, 서울 드라마 어워즈 같은 시상식의 투표 참여 등에 특정 팬덤의 조작 논란이 반복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의 순위 선정 기준에 유튜브 동영상 조회수가 포함되면서 논란은 점차 가열되고 있다. 해외의 팬덤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것이 저작권 침해다. 자체 자막 제작을 통한 드라마 공유에만 열을 내면서 저작권이나 공식 수입 자료 등은 철저히 무시하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태국에서 유통 중인 국산 콘텐츠 가운데 음악과 영화의 불법 콘텐츠 비율은 9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한 남성 배우의 소속사 대표는 “해외에서 상대배우 매니저나 보조 출연자로 둔갑해 나타나기도 하고 호텔에 수술용 내시경을 몰래 카메라로 넣는 사생팬이 여전히 존재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및 일본 팬들 등 사생팬들도 비슷한 양상으로 변해가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은주 기자 erin@seoul.co.kr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한류 이끄는 글로벌 팬덤

    [커버스토리-대중문화 시장 주무르는 ‘스마트 팬덤’] 한류 이끄는 글로벌 팬덤

    팬덤의 진화는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온라인을 기반으로 성장한 글로벌 팬덤은 한류의 저변이 되고 있다. 이들은 한국 가수가 자국을 찾고 드라마가 공식 수입되기만을 기다리는 대신 자발적으로 한국 문화를 생산, 공유하고 확산시킨다. 2011년 프랑스의 한국 문화 동호회 ‘코리안 커넥션’이 온라인 서명 운동과 플래시몹 등을 통해 SM타운 콘서트의 연장 공연을 성사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다. 글로벌 팬덤이 가장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곳 중 하나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사이트다. K팝과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한국 문화가 유튜브를 통해 유통된다. K팝 팬들은 좋아하는 가수의 춤을 따라하는 커버 댄스(cover dance) 동영상을 찍어 올리며 팬덤을 확장한다. 이 같은 팬덤이 음반 기획사들을 움직인 덕분에 상대적으로 한국 가수의 진출이 적었던 유럽과 남미 등에서도 잇따라 공연이 열릴 수 있었다. 드라마와 영화는 ‘팬섭’(fan subtitling)이라 불리는 팬들의 자막 제작을 통해 전파된다. 중국의 한국 드라마 마니아를 뜻하는 ‘한쥐미’(韓劇迷)는 한국 드라마를 가장 먼저 수용하고 확산시키는 집단이다.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의 한쥐미를 연구한 이경숙 고려사이버대 미디어홍보영상학과 교수는 논문을 통해 “피라미드 구조의 최상위층에 위치한 자막 생산 집단을 통해 한국 드라마가 중국의 인터넷 이용자들에게 전파된다”면서 “다른 드라마나 배우 커뮤니티와의 수평적 연결을 통해 한쥐미들은 한국 드라마와 스타의 팬덤을 더욱 공고히 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드라마 팬덤이 커지면서 장나라나 추자현처럼 한국보다 중국 활동에 집중하는 배우도 생겨났다. 해외 팬들 역시 국내 팬덤과 마찬가지로 언론에 적극적으로 의사를 표현한다. 배우 이준기와 그룹 카라 등의 일본 팬클럽 홈페이지는 TV와 전국의 라디오 방송국에 이들의 노래를 신청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코리안 커넥션이 한국 드라마와 K팝을 주류 매체에 알리기 위한 프로젝트를 추진했던 것도 비슷한 예다. 글로벌 팬덤의 영향으로 해외 수출도 늘어났다. 지난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12 해외콘텐츠시장 동향조사’에 따르면 음악산업은 2010년 7703만 달러에서 2011년 1억 7601만 달러로, 방송산업은 같은 기간 7754만 달러에서 1억 3037만 달러로 각각 43.7%와 59.4% 수출이 증가했다. 배경헌 기자 bae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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