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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품 껴보지도 않고 통과 ‘얼렁뚱땅’ 기품원

    부품 껴보지도 않고 통과 ‘얼렁뚱땅’ 기품원

    #. 국방기술품질원은 지난 2022일 5월 대공포에 들어가는 스프링 부품을 검사한 뒤 합격 처리했다. 그런데 이를 납품 받은 부대는 ‘부품 두께가 맞지 않는다’며 하자 문제를 제기했다. 기품원이 실제 부착 검사도 하지 않고 육안 및 표준측정기 검사만 한 탓이었다. 결국 부품은 그해 10월에서야 수정 납품됐다. 기품원이 군수품 품질보증과 국산화 개발 업무 등을 허술하게 해온 사실이 감사원 감사 결과 적발됐다. 감사원은 기품원 정기감사 결과 총 7건의 위법·부당 사항이 확인돼 시정 1건, 주의 2건, 통보 4건의 조치를 했다고 9일 밝혔다. 감사결과 기품원에는 감사 대상 기간인 최근 3년간 총 52종의 ‘조립 곤란’ 품목이 접수됐다. 기품원은 이 가운데 46종(88%)은 부착 시험을 하지 않았는데, 15종의 경우는 부착 시험만 했다면 규격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식별할 수 있었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기품원은 품질관리규정에 부착 시험이 명시돼 있거나 견본 등으로 품질보증이 어려운 경우에만 부착시험을 실시했다고 한다. 고위험 부품인데도 육안으로 상태만 확인하거나 일부 수치 측정만 실시했다는 것. 뒤늦게 부품의 하자가 발견되면서 일선 부대에서는 해당 부품을 장기간 공급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불만 접수부터 수정납품까지 짧게는 40일에서 길게는 751일이 걸려 그 기간 동안 장비를 활용할 수 없게 되는 등 무기체계 유지에 지장을 줄 우려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품원 측은 “인력 및 예산 사정상 수많은 품목을 일일이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며 “이 점을 고려해 고위험 수리 부속의 경우 일정 요건에 따라 부착시험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의견을 냈다. 아울러 기품원은 침투성보호의 등 3개 품목(218억원)에 대해 품증 보증기간이 지난 뒤에서야 기술시험을 하거나, 성능미달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아 하자보증 기간을 놓쳐 군수품을 폐기 처리하도록 만든 경우도 있었다. 경력직을 채용하면서 지원자의 경력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자격 미달자를 최종 선발한 사례도 적발됐다. 기품원은 방위사업법에 따라 군수품의 품질보증 등 업무를 수행하는 방위사업청 산하 출연기관이다. 이번 감사는 지난 2월부터 2개월 동안 자료 수집·분석, 실지감사 순으로 진행됐다.
  • 불공정 시비 끊이지 않는 자치단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불공정 시비 끊이지 않는 자치단체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자치단체가 발주하는 설계·감리 용역업체 선정 과정에 비리 연루 가능성이 높아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 평가위원을 전원 외부 인사로 선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자치단체마다 업체 선정에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평가위원을 내부 공무원들로 구성하는 사례가 많아 감사와 수사를 요구하는 불공정 시비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다. 9일 전북자치도 등에 따르면 전국 광역·기초지자체는 토목·건축공사 설계와 감리업체를 선정할 때 입찰참가자격 사전심사를 실시한다. 심사항목은 시공경험, 기술능력, 지역업체 참여도, 신인도 등이다. 평가위원들이 주는 점수 순위가 높을수록 향후 입찰에서 낙찰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평가위원회가 대부분 지자체 내부 초급 간부들로 구성돼 입김이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광역단체는 5급 기술직, 기초단체는 6급 팀장급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한다. 드물게 5명 중 2명을 외부에서 위촉하는 경우도 있으나 과반이 안돼 영향력이 적다. 특히, 내부 공무원 위주로 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는 전북 A시, B·C군 등은 특정 업체가 내용이 좋은 사업을 싹쓸이하다시피해 관련 업계가 수사를 통해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치권 개입설, 학연설 등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 파다하다. D군의 경우 올해 발주한 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9건(168억원 규모)을 특정 업체가 수주해 의혹을 사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자체가 내부 공무원으로만 평가위원회를 구성할 경우 사전 영업에 의한 작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작업 방법은 ▲고위층의 특정업체 몰아주기 개입 ▲점수 수정 ▲공란 제출 뒤 사후에 점수를 써넣기 등으로 알려졌다. 업체 관계자는 “내부에서 어느 직원이 평가위원회에 들어가는지 예측할 수 없어 퇴직한 기술직 간부 공무원을 채용해 평소 친분을 쌓으며 관리하는 것이 관례가 돼버린 실정이다”면서 “공정한 경쟁을 하려해도 특정 업체를 밀어주려고 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개선안은 지자체가 발주하는 각종 입찰자격 사전 심사 평가위원을 전원 외부인사로 선임하여 비리가 개입할 요인을 철저히 차단하는 것이다. 전주시가 최근 하수처리장 민간위탁 심의 평가위원회에 자체 공무원을 1명도 넣지 않고 전원 외부에서 선임한 방안이 모범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전북자치도 관계자는 “평가위원을 내부 공무원으로만 구성할 경우 아무리 공정하게 진행해도 오해의 소지가 있다”면서 “차라리 평가위원회를 모두 외부 인사로만 구성할 수 있도록 강제규정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국회, 법정기한 넘기면 벌칙 줘야… 민주적 절차로 당론 결정을”[K이슈 플랫폼]

    “국회, 법정기한 넘기면 벌칙 줘야… 민주적 절차로 당론 결정을”[K이슈 플랫폼]

    합의 노력 안 하는 정당에만 벌칙330일 패스트트랙 기간 단축해야당론,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 반영법정기한 준수, 정당보조금 연계패스트트랙 지정 기준 강화해야국회법으로 당론투표 금지 필요K이슈플랫폼은 사단법인 싱크탱크인 K정책플랫폼(이사장 전광우, 공동원장 정태용·박진)이 개최하는 월례 토론회이다. 다툼만 있고 해결이 없는 우리 사회에 합의를 통한 정책방향 제시를 목표로 기획됐다. 의제 :국회운영, 합의냐 다수결이냐?토론:최연혁 스웨덴 린네대 교수 김형철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사회:박명호 안민정책포럼 회장 (동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원고:박진 K정책플랫폼 공동원장(KDI대학원 교수) 지난 21대 국회는 상임위원장 배분 갈등으로 제헌절 전날인 7월 16일이 돼서야 개원식을 가졌다. 그 후 4년간 여야는 계속 충돌하며 국회 공전을 거듭하다 역대 최저의 법안처리율(35.3%)을 기록, 최악의 ‘식물국회’란 평가를 받으며 막을 내렸다. 그런데 22대 국회는 9월 2일 개원식을 열어 1988년 이후 가장 늦은 개원 기록을 세웠다. 22대 국회는 21대 못지않은 식물국회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국회의 합의 형성을 촉진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사회] 먼저 두 분의 기본 입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여야가 합의를 이루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에 두 분 모두 이견이 없을 줄 압니다. 다만 합의가 어려운 상황임이 확인되면 어떤 길로 가야 할까요? [김형철] 여야는 서로에 대한 존중과 관용으로 합의를 통한 의사결정을 추구해야 합니다. 그러나 합의가 지연돼 입법교착이 발생할 경우 국가의 미래를 위한 변화가 지체됩니다. 이때는 다수의 결정을 존중함으로써 공공의 이익을 달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연혁] 다수결은 소수파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해 갈등을 증폭시키게 됩니다. 어려운 합의는 있어도 불가능한 합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쉽게 다수결로 이행하면 다수파는 합의를 일부러 지연시키는 전술을 쓸 우려가 있습니다. 합의가 지연될 때는 양당이 합의하도록 압박해야지 다수결로 이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김형철] 합의 도출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그래도 합의 없이 무한정 갈 수는 없으니 기한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사회] 결국 기한 설정, 합의를 압박하는 방법 등을 논의해야 하겠네요. 1. 법정기일이 있는 사안[사회] 법정기일이 있는 사안이 있지요. 선거구 획정은 총선 1년 전까지, 예산안 처리는 매년 12월 2일까지가 그 예입니다. 그러나 법정기일이 존중되지 않고 있습니다. 선거구는 총선 전 40일 전에야 획정되는 것이 보통이었고 예산안을 기한내 통과시킨 해는 선진화법이 처음 적용된 2014년 이후 단 두 번에 불과했지요. 기한이 있는 사안에서의 합의를 유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형철] 기한 종료 직전 다수결에 의한 표결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표결에 불참하는 정파가 있더라도 말이지요. [최연혁] 바로 표결을 하면 다수당이 합의를 위해 노력하기보다는 기한까지 기다리는 행태가 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선거법은 게임의 룰에 해당하므로 합의가 중요하지요.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모든 정당에 벌칙을 주는 것은 어떨까요? 예컨대 정당보조금을 일정 비율로 삭감하는 것이지요. [김형철] 정당보조금을 기한 준수와 연계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느낌입니다. 합의 과정에 불참하거나 무조건적인 반대 등 합의 노력을 다하지 않은 정당에만 벌칙을 적용하는 것이 어떨까요? [최연혁] 좋습니다. 이렇게 벌칙을 도입한다면 기한 직전 다수결 표결을 강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사회] 그럼 일단 정당보조금 삭감 등 벌칙 도입을 추진하되 그것이 어렵다면 다수결 표결을 강제하는 것으로 합의하면 어떨까요? [모두] 좋습니다. 2. 안건신속처리제(패스트트랙)[사회] 대부분의 사안에는 기한이 없죠. 그래서 중요한 쟁점법안에 기한을 부여하기 위해 안건신속처리제가 있습니다. 재적의원 혹은 소관위원회 5분의3 이상의 찬성으로 신속처리대상 안건으로 지정되면 위원회(180일), 법사위(90일), 본회의(60일)를 거쳐 총 330일 이내에 처리돼야 하지요.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요? [김형철] 말이 패스트트랙이지 총 330일은 과도하게 긴 시간입니다. 이를 단축해야 합니다. [최연혁] 패스트트랙은 미합의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습니다. 지정기준을 5분의3에서 3분의2로 높여 지정을 더 어렵게 해야 합니다. [김형철] 3분의2는 개헌이나 재의결에 필요한 기준인데 패스트트랙에 적용하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됩니다. [사회] 현실적으로도 5분의3 기준을 바꾸는 것은 여야 합의가 어려우니 그냥 현행 5분의3을 유지하고 기한을 총 180일 정도로 단축하는 것이 어떨까요? [모두] 수용합니다. 3.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사회] 천재지변이나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국회의장도 시한을 지정할 수 있지요. 지정된 심사기간이 지나면 의장이 바로 본회의에 안건을 부의하는 직권상정을 할 수 있습니다. 그 권한을 확대해야 할까요? [최연혁] 국회의장이 소속 정당에 편향될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직권상정 범위가 완화되면 정당 간 갈등이 더 첨예화될 겁니다. 과거 다수당의 날치기가 재현될 우려도 있습니다. [김형철] 현 상황에서는 최 교수님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고요, 직권상정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봅니다. 다만 앞으로 국회의장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강화되는 정도에 따라 직권상정의 범위를 확대해 나간다는 합의는 가능하지 않을까요? [최연혁] 그 정도는 합의할 수 있겠습니다. 4. 당론[사회] 당론을 따르는 관행도 여야 간 합의를 어렵게 하는 요인입니다. 우리는 미국에 비해 교차투표(cross voting)가 드물지요. 당론을 금지해야 할까요? [최연혁] 우리 헌법 46조는 ‘국회의원은 국가이익을 우선하여 양심에 따라 직무를 행한다’고 규정합니다. 당론은 이러한 헌법을 위배하는 것이지요. 당론투표를 국회법으로 금지해야 하고 당론을 어긴 의원에게 당차원의 불이익을 줄 수 없도록 해야 합니다. [김형철] 당론은 정당이 추구하는 가치와 지지자들의 요구를 반영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점에서 당론은 정당의 책임정치를 위해 필요한 요소입니다. [최연혁] 만약 당내 의사결정이 민주적이라면 그 말씀에 수긍할 수 있지만 당론이 당의 특정인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는 경우도 있지 않습니까? [김형철] 그런 경우를 막기 위해 당론 결정 절차를 까다롭게 하는 방안을 제안합니다. 의원총회의 충분한 숙의, 당원투표 반영, 소속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 등이 그 예가 되겠습니다. [최연혁] 그런 정도의 민주적, 공식적 절차를 거쳐 형성된 당론이라면 인정할 수 있습니다. 5. 양당 구조[사회] 각 상임위는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해 쟁점법안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고 있습니다. 안건조정위원회 위원은 총 6인으로 다수당 3인, 나머지 당들에서 3명으로 구성하고 4인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법률안을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3대3이면 통과가 안 되는 것이지요. 이에 대한 의견은 어떠신지요? [김형철] 다수당 2인, 제2당 2인으로 하고 제3당, 제4당에서 각 1인이 들어오도록 하면 어떨까요? 양당의 대치 속에서 조정자 역할을 하는 소수당의 참여가 더 많아졌으면 합니다. [최연혁] 조정자 역할이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합니다. 나아가 양당의 독주를 막기 위한 장치로 5% 정도의 의석점유율을 확보한 정당은 교섭단체로 인정할 것을 제안합니다. [김형철] 양당 구조 탈피를 위해 찬성합니다. 6. 기타[사회] 현재는 법사위가 체계자구 심사권한을 통해 게이트키핑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차지하려고 다투고 있는 것이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모두]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은 폐지하고 그 기능을 각 상임위에 부여해야 합니다. [사회] 그 외 다른 논의사항이 있을까요? [김형철]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이 국회에서 재의결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를 5분의3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최연혁] 대통령의 거부권은 삼권분립의 기초입니다. 재의결 요건을 완화하면 거부권의 효과가 크게 약화돼 대통령제의 근간이 흔들리게 됩니다. [사회] 재의결 요건은 헌법개정 사항이니 논의 범위를 넘는 것 같습니다. [사회] 아래와 같이 합의사항을 정리하겠습니다. ①기한을 넘긴 법안에 대해 국고보조금 삭감 등 벌칙 도입을 추진하되 그것이 어렵다면 기한 도래 직전 다수결 표결을 강제한다. ②신속처리안건을 위한 5분의3 이상 요건은 유지하되 기한을 현행 최대 330일에서 180일로 단축한다. ③국회의장의 직권상정 범위는 현행 수준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 의장의 독립성, 중립성이 강화되면 확대할 수 있다. ④당론은 인정하되 당론을 결정하는 절차를 민주화, 공식화해 남발을 방지한다. ⑤교섭단체 기준을 낮추고 안건조정위원회에 소수당의 참여를 보장한다. ⑥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한은 폐지한다. 합리적 토론을 보여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 ‘존박’ 아니라 ‘박존’?… “혼란 가중” vs “효율 상승”[생각 나눔]

    ‘존박’ 아니라 ‘박존’?… “혼란 가중” vs “효율 상승”[생각 나눔]

    ‘존박’을 ‘박존’으로, ‘톰소여의 모험’을 ‘소여톰의 모험’으로…. 정부가 오는 19일까지 ‘외국인 성명 표기에 관한 표준(안)’에 대한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달라지는 외국인 이름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외국인의 성명을 한국처럼 성과 이름 순으로 통일해 표기하는 것을 두고 당장 외국인들의 불편과 혼선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면 천차만별이었던 표기를 통일하는 게 행정 효율성 측면에서 바람직하다는 반론도 있다. 8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그동안 행정 문서에 사용하는 외국인 성명은 통일된 기준 없이 제각각이었다. 로마자만 쓰거나 이름과 성 순서로 표기하는 경우도 있고 성과 이름을 띄어 쓰는 것에도 별다른 기준이 없었다. 예컨대 이름이 ‘톰’이고 성이 ‘소여’인 외국인의 경우 ‘TOM SAWYER’, ‘TOMSAWYER’ 등 일관성 없이 표기해 왔다. 문서마다 표기되는 성명이 다르다 보니 본인 확인에도 일부 어려움이 있었다. 행안부가 추진 중인 외국인 성명 표기 표준안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외국인 성명을 성과 이름 순으로 표기하고 띄어쓰기도 해야 한다. 또 로마자와 함께 한글도 적어야 하는데 이때 성과 이름은 붙여 쓴다. 톰 소여의 경우 ‘SAWYER TOM(소여톰)’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다만 모든 문서의 성명이 자동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들에게는 행정절차를 거쳐 성명 표기를 바꿔야 하는 번거로움이 예상된다. 이 때문에 외국인들이 일부 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등록증의 성명 표기가 달라진 외국인은 은행 통장, 운전면허증 등을 표기법에 맞춰 바꾼 뒤 새로 발급받아야 한다. 반면 외국인등록증, 국내거소신고증, 지방세 납세증명서, 주민등록표 등본 등마다 달랐던 외국인 성명 표기가 통일되면서 본인 확인 등 행정적인 면에서는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란 평가도 있다.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임모(32)씨는 “우리도 미국에 가면 이름과 성 순서로 성명을 적는다”며 “혼선이 있으리라는 건 지나친 걱정”이라고 했다. 박철우 안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국어의 로마자 표기법상 성명은 성과 이름 순으로 적게 돼 있다”며 “단순히 행정적인 조치일 뿐이니 일상 영역에까지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성적지상주의서 벗어나 선진국형 스포츠 시스템으로 바꿔야”

    “성적지상주의서 벗어나 선진국형 스포츠 시스템으로 바꿔야”

    박상균 한국체대 체육과학연구소장‘한국형 스포츠 시스템’ 정립해야조직 안정성 위해 인력·예산 지원자생 사업 재량·자율성 보장도 필요이정우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국장체육단체 공정·투명한 조직 운영해야내년 평가 하위그룹 예산 삭감 고려저변 확대·행정 혁신 없인 미래 없어강준호 서울대 사범대 학장스포츠행정·리더십의 선진화 시급‘학교체육 법제화’로 참여 기회 확대엘리트 선수 위한 시스템도 구축을김대진 교육부 교육연구관진학 가능성 등 객관적 정보 제공시스템으로 공부·운동 병행 도와야초등 스포츠 강사 예산·처우도 ‘관건’“생활체육과 학교체육, 엘리트체육의 문턱을 낮춰 대한민국 스포츠 생태계의 선순환을 조성해야 합니다.” 2024 파리올림픽은 한국 스포츠의 명과 암을 동시에 보여 줬다. 국가대표 선수단이 역대 원정 올림픽 금메달 최다 타이기록(13개)을 세웠지만, 배드민턴 개인전 우승자 안세영이 기자회견장에서 “협회와 같이 갈 수 없다”고 폭탄선언을 할 정도로 곪아 터진 체육 행정의 난맥상이 폭로되기도 했다. 양궁, 사격, 펜싱 등에서는 빛나는 성과를 이뤘지만, 구기종목은 여자 핸드볼을 제외하곤 본선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스포츠 선진국으로 우뚝 선 일본이 여자 핸드볼을 제외한 모든 구기종목 선수들을 올림픽 본선 무대에 올린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기초종목 역시 수영 경영의 김우민이 남자 자유형 400m에서 동메달을 딴 것 외에는 아무런 메달을 획득하지 못했다. 서울신문은 파리올림픽을 정리하고 한국 스포츠의 미래를 진단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대한민국 스포츠,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4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전문가 좌담회를 열었다. 강준호(스포츠경영학 교수) 서울대 사범대 학장, 김대진 교육부 인성체육예술교육과 교육연구관, 박상균 한국체육대 체육과학연구소장, 이정우 문체부 체육국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이창구 서울신문 편집국 부국장이 맡았다. -파리올림픽에서 큰 성과를 냈으나 적지 않은 과제도 떠안았다. 박상균 “체육 시스템의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됐느냐고 질문하면 미흡한 부분이 많았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기죽지 않는 우리 젊은 세대의 긍정적인 면과 절차와 과정의 공정성을 심각하게 여기지 못하는 기성세대의 부정적인 면이 대비됐다. 미국, 영국, 호주, 일본 등 선진국의 시스템에서 참고할 부분을 찾고 한국만의 문화, 사회적 요인을 고려해 한국형 스포츠 시스템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강준호 “선수와 국민은 이미 2012년 런던올림픽부터 선진국형으로 달라지기 시작했으나 스포츠행정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 한국 스포츠가 당면한 과제는 과거 성적지상주의에 기반한 압축성장 방식에서 선진국형 스포츠 시스템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환의 핵심이 스포츠행정과 리더십의 선진화다.” -협회와 경기단체의 체육행정 문제가 많이 지적됐다. 이정우 “파리올림픽을 보면서 저변을 확대하지 못하고 행정을 혁신하지 않으면 한국 스포츠의 미래가 없다는 우려감이 들었다. 새로운 세대의 가치관을 반영해 결과지상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먼저 체육단체가 조직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 정부 예산이 선수를 육성하고 팬들을 유입시키기 위해 쓰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각 협회가 스스로 재원을 확보해 경쟁적으로 발전해야 한다. 내년에는 정부가 종목 단체들을 엄밀히 평가해 하위 그룹에는 예산을 줄이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김대진 “각 경기단체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 설득력 있는 중장기 프로젝트를 세운 뒤 문체부에 예산을 요청해야 한다. 고교생인 사격 국가대표 반효진은 3년 만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고 유도 김하윤도 고등학생 시절부터 운동을 시작했다. 우수 선수의 발굴과 체계적인 육성의 중요성을 잘 보여 준다. 발굴과 육성 프로그램의 완성도가 높으면 교육부도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지원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도 이를 인식하고 경기단체, 시도지부 컨설팅 등 행정력을 발휘해야 한다.” 강준호 “좋은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 선거로 이뤄지는 스포츠단체 회장 선출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 선거는 기본적으로 조직 내 구성원들의 지향점과 이념이 다를 때 필요한 방법이다. 그러나 한국 스포츠는 대부분 가야 할 방향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그 방향으로 리더십을 가장 잘 발휘할 사람을 적극적으로 찾고 선별하는 보다 좋은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회장을 선출하는 별도 위원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때 위원회를 운영하는 방식의 디테일이 중요하다. 리더의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과거 그가 했던 일과 성과를 면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박상균 “조직의 안정성도 중요하다. 대한체육회 산하 단체를 보면 인력, 예산이 열악한 곳이 많다. 정부가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 투명하게 조직이 운영된다는 전제하에 자생 사업의 재량과 자율성을 확보해 주는 방식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일본 스포츠의 힘은 학교체육 내실화에서 나온다고 한다. 강준호 “일본은 스포츠 시스템이 교육 및 사회 분야와 맞물려 돌아간다. 고3 학생도 입시공부에만 몰두하지 않고 다양한 스포츠 활동에 참여한다. 선수들의 학습권 문제도 마찬가지다. 학생 선수도 공부를 해야 하는 건 재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한국의 비정상적인 교육 현실에서 교육이 정상화되기 전까지는 단계별로 접근해야 한다. 당분간 초중등 선수는 몰라도 운동을 직업으로 선택한 고등학생 선수에게는 별도의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된다면 학생 선수들의 학습권을 유연하게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김대진 “교육부는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에서 학생들을 체·덕·지를 겸비한 전인적 인간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철학으로 체육 수업을 엄격하게 운영하고 있다. 고교생은 진로 선택의 단계라 운동 여건을 조금 더 자유롭게 열어 주는 게 바람직하다. 선진국을 보면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일본은 특별활동인 ‘부카쓰’를 통해 방과 후 체육활동을 의무화한다. 규칙적이고 주기적으로 운동하니까 일본 사회인야구팀이 아시안게임에서 다른 나라 국가대표와 대등하게 붙을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은 학교 밖 클럽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이정우 “엘리트 체육이 학교와 클럽의 갈림길에 서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아직 문체부가 지원하는 스포츠클럽이 전국 131개에 불과하다. 영국, 프랑스 수준에 다다르려면 1만개 이상 늘려야 한다. 전환기엔 학교 운동부가 그 역할을 맡는다. 결국 체육단체가 학교의 각 종목 팀을 살릴 방법을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지역 협회와 연맹들이 선수를 길러내는 자신들의 책임을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법제화를 통해 학교체육을 강제하는 방법은 어떤가. 박상균 “성장기 체육은 건강한 정신과 신체를 통해 긍정적인 삶을 사는 원동력을 제공하기 때문에 법제화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입시와 체육 활동이 연계되면 사교육이 극성을 부리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강준호 “입시 위주의 초경쟁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의 신체활동을 확보하기 위해 법제화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미국도 여학생들의 운동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972년) 성차별을 금지하는 ‘타이틀 나인’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를 통해 학교에서 여학생에게도 스포츠 활동에 참여할 기회를 남학생과 동등하게 부여하면서 미국에서 여성의 스포츠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됐다. 한국도 모든 학생, 특히 여학생의 스포츠 활동을 늘리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김대진 “법제화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 운영 기본지침을 통해 체육 수업 시간을 정하는 것을 뜻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은 내년부터 ‘즐거운 생활’ 과목에서 체육 교과를 분리하기로 했다. 중학교에선 체육, 스포츠클럽 활동 시간을 합쳐 주당 4시간씩 수업한다. 관건은 2008년 도입한 초등 스포츠 강사 문제다. 초등학생들의 만족도는 높은데 처우 개선이 뜨거운 감자다. 교육부가 2017년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시도했으나 교대생들이 입직 경로 문제로 크게 반발했다. 시도교육청도 예산, 노조 결성 등으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정우 “스포츠 강사 제도는 교육부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처음 도입했을 땐 강사 1600여명에 대한 예산을 문체부가 100% 담당했지만,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분이 높아지면서 올해 문체부 예산은 10%까지 줄었다. 90%가 교육부(교육청) 예산이어서 사실상 문체부가 관리하기 어려운 구조다. 무엇보다 현장 책임자들이 필요성을 절감하고 적극 운영하려는 의지를 가져야 한다.” -한국 체육이 나아갈 큰 방향성은 무엇일까. 김대진 “태권도와 영어를 동시에 배우는 ‘태글리시’처럼 학생, 학부모가 체육을 가깝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독일처럼 아이들의 기초체력과 기술력을 정밀하게 평가해 객관적 수준, 진학 가능성, 진로 등의 정보를 제공해야 학생뿐 아니라 부모까지 그 종목에 대해 확신할 수 있다. 과학적인 시스템 안에서 공부, 운동을 병행하다 보면 학생들도 학력 결손 없이 엘리트 단계로 도약할 수 있다.” 강준호 “사회에서 격리된 소수의 선수가 국가를 위해 개인의 젊은 날을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남녀노소 누구나 스포츠에 참여하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맘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스포츠 시스템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람(선수)과 이벤트(대회)다. 이 둘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엘리트 선수든 일반인이든 참여자가 재능을 잘 드러낼 수 있도록 대회 내, 대회 간 얼개를 촘촘하게 설계해야 한다.” 이정우 “한국 스포츠는 이미 아시안게임, 올림픽을 넘어 생활 속에 깊게 들어왔다. 그런데 프로축구 중계권료를 보면 일본의 20분의1 수준이다. 체육도 중요한 문화산업 콘텐츠로서 우리의 성장동력이다. 체육계와 정부 모두 현실을 직시하고 시대 변화에 맞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 북한, 새벽까지 풍선 190개 날려…‘쓰레기 수급 원활’ 추정

    북한, 새벽까지 풍선 190개 날려…‘쓰레기 수급 원활’ 추정

    북한이 지난 6일 밤부터 7일 새벽까지 남쪽을 향해 쓰레기 풍선 190여개를 띄웠다고 합동참모본부가 밝혔다. 풍선의 내용물은 종이류, 비닐, 플라스틱병 등 생활 쓰레기이며, 안전 위해 물질은 없었다. 북한은 지난 4일부터 전날까지 사흘 연속, 4회에 걸쳐 남쪽으로 풍선을 보냈다. 북한은 지난 5월 말부터 남쪽으로 풍선을 띄우고 있다. 초기에는 오물을 실었다가 이후 깨끗한 종이와 비닐 등을 보내더니 최근에는 사용한 흔적이 있는 페트병 등이 발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0일 이후 한달 가까이 풍선을 날리지 않던 북한이 이달 들어 다시금 풍선 띄우기에 연속해서 나선 것은 쓰레기 등 풍선에 실을 자재의 수급이 원활해졌기 때문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풍향상 남쪽으로 풍선이 날아갈 확률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부양을 강행하는 경우도 잦아졌는데, 남측 민간 단체의 대북 풍선에 맞대응하라는 상부의 압박 때문 아니냐는 분석이 군 안팎에서 제기된다. 경기북부경찰청은 지난 6일 오전 5시 부터 7일 오전 5시까지 북한에서 남으로 띄운 쓰레기 풍선 관련 112신고 60건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 중 54건을 군에 넘겼으며 별다른 피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은 북한의 쓰레기 풍선 부양 증가에도 ‘안전 수거 후 확인’ 기조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군 관계자는 “군은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가운데 흔들리지 않고 대응 매뉴얼에 따라 기본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 대하소설 ‘토지’ 남긴 박경리 소설가의 詩心을 새롭게 확인하다

    대하소설 ‘토지’ 남긴 박경리 소설가의 詩心을 새롭게 확인하다

    한국 문학사의 큰 기둥인 대하소설 ‘토지’를 쓴 소설가 박경리(1926~2008)는 생전 다섯 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했다. 그중 하나인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가 최근 다산책방에서 특별판으로 새 옷을 입게 됐다. 소설가 박경리의 시심(詩心)을 새로운 기분으로 만날 기회다. “그 세월, 옛날의 그 집/나를 지켜 주는 것은/오로지 적막뿐이었다/그랬지 그랬었지/대문밖에서는/늘/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늑대도 있었고/여우도 있었고/까치독사하이에나도 있었지/모진 세월 가고/아아 편안하다/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옛날의 그 집’ 부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홀가분하다’라는 제목은 시 ‘옛날의 그 집’의 한 부분이다. 박경리의 생전 마지막 시집이기도 하다. 박경리는 시에서 그간의 세월을 찬찬히 톺아보고 있다. 늙어본 적 없는 젊은이가 감히 상상하는 것이 삿될지 모르겠으나 늙는다는 건 외로움에 다가가는 과정일 것이다. 하지만 노인 박경리가 회고하는 젊은 날은 오히려 늑대, 여우, 까치, 독사, 하이에나가 으르렁거리는 곳이었다. 이런 것들을 다 지나온 시인은 외로움에 다가가서야 비로소 홀가분하다고 말한다. 서문에는 이런 말도 있다. “세월이 가며 기억도 추억도 옅어지지만 생명의 흔적은 지워지지 않는다.” 이번 책에는 박경리가 마지막으로 쓴 시 39편과 그동안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던 미발표작까지 발굴해 총 44편의 시가 실렸다고 한다. ‘부모의 혼인’, ‘생명’을 비롯해 제목 미상의 시 3편까지 총 5편이 이 책을 통해 새롭게 알려지게 됐다. 제목이 없는 시에는 작가의 외손이자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세희가 가제를 붙였다. 김 이사장은 3편의 시에 각각 ‘죽어가는 연어를 생각하라’, ‘그만두자’, ‘머무는 시간’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박경리는 이런저런 수식어가 필요치 않은 한국문학의 거인이다. 대표작 ‘토지’ 외에도 ‘김약국의 딸들’ ‘파시’ 등의 작품으로 한국문학의 큰 줄기가 뻗어나가게끔 한 원천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어쩌면, 남몰래 시를 썼기 때문인지 모른다”는 말을 했던 것처럼 소설뿐만 아니라 시도 틈틈이 적었던 작가는 이 시집을 완성하기 위해 총 60편의 시를 적어내려고 했으나 다 채우지 못하고 2008년 5월 5일 타계했다. 월탄문학상, 인촌상, 호암예술상을 받았고 칠레정부에서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학 기념 메달을 받았다. 한국 정부에서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으며 연세대학교는 매년 전 세계 작가들을 대상으로 박경리문학상도 시상하고 있다.
  • 경기교육청, 25개 교육지원청과 ‘예술어울림한마당’ 개최

    경기교육청, 25개 교육지원청과 ‘예술어울림한마당’ 개최

    경기도교육청은 25개 교육지원청과 지역별 특색 있는 ‘예술어울림한마당’을 7일 이천을 시작으로 12월까지 차례대로 개최한다고 6일 밝혔다. ‘예술어울림한마당’은 학생의 꿈과 끼를 마음껏 펼치고 예술적 감성을 키우는 자리로 지역예술인, 예술 유관기관, 지자체와 협력해 열린다. ‘지역을 품고 예술을 공유하다’를 주제로 펼쳐지는 이번 한마당은 ▲문화예술 공연발표 ▲학생예술작가 작품 갤러리 전시 ▲지자체 연계 지역 예술축제 ▲대면-비대면 혼합 예술축제 등이 진행된다. 문화예술 공연은 학생예술동아리, 사제동행 동아리 공연 등으로 구성되는데, 국악 오케스트라, 사물놀이, 풍물놀이, 국악동요, 민요, 합창, 뮤지컬, 연극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예술작품 갤러리는 ▲학생예술작가 갤러리 ▲수채화, 유화, 판화, 공예, 애니메이션 ▲지역작가 초대전 ▲디지털갤러리와 미디어아트 등 학생, 지역 예술가, 유관기관의 다양한 작품이 전시된다. 현계명 도교육청 융합교육정책과장은 “‘예술어울림한마당’은 예술로 소통하고 공감하는 축제의 장”이라며 “학교와 지역, 전문예술인, 예술기관과 함께하는 예술 여정으로 학생의 꿈을 키우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 [길섶에서] 결혼 신풍속도

    [길섶에서] 결혼 신풍속도

    얼마 전 미혼의 후배가 ‘소개팅’을 했다는데 소개팅 모양새가 많이 바뀐 모양이다. 전엔 별다른 정보 없이 만나는 ‘블라인드 데이트’였건만 이젠 대개의 정보는 물론 사진까지 공유한다는 것이다. 소셜미디어(SNS)가 일상이 된 터에 더이상 소개팅이 깜깜이 데이트가 아닌 것이다. 외모를 비롯해 기본적인 신상정보는 물론이고, SNS에 노출된 일상을 통해 취향과 성격까지도 대부분 파악할 수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한국식 블라인드 데이트를 의미하는 소개팅은 흔하지 않다고 한다. 가까운 지인에게 소개받는 경우도 있지만, 전혀 모르는 사람과 소개팅을 하는 문화는 익숙지 않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세태에 변화가 일고 있다. 얼마 전 일본 아동가정청의 설문조사 결과 25.1%의 기혼 응답자가 배우자를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났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결혼에 대한 기피가 아니라 사람을 만날 기회가 적어서 데이팅 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데이팅 앱을 통한 결혼이 점차 느는 추세란다. 색안경을 벗고 결혼 문화의 신풍속도로 받아들였으면 한다.
  • 정육 판매점·스터디카페…달라진 지하철역 상권

    정육 판매점·스터디카페…달라진 지하철역 상권

    전국의 도시철도(지하철)역이 탈바꿈하고 있다. 과거 역사와 연결된 지하상가가 주요 상권으로 꼽혔지만, 온라인 중심의 소비 형태가 자리잡으면서 공실이 늘어나자 다양한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5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대구교통공사는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환승역인 반월당역 대합실에 최근 포장정육 판매점을 열었다. 지하철역에 포장정육 판매점이 입점한 건 전국 최초다. 정육 판매점은 역사 유휴 공간인 매표소가 있던 자리를 활용하기 위한 차원으로 조성됐다. 공개경쟁입찰을 통해 육가공 전문업체 미트밀리가 운영을 맡게 됐다. 판매점에서는 1인 가구를 위한 포장 정육부터 다양한 메뉴로 구성된 간편식, 밀키트 등을 판매한다. 이날 오후 1시쯤 지하철을 타러 나온 정모(여·60)씨는 “지하철역에서 고기를 팔길래 호기심에 저녁 찬거리로 조금 샀다”면서 “더운 날 따로 장을 보러 가지 않아도 된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대구 2호선 수성구청역에는 지난 7월 60석 규모의 스터디카페가 문을 열었다. 지하철역에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 경우도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도심 지하철역 8곳에 진료를 받거나 약을 살 수 있는 ‘메디컬 존’을 운영하고 있다. 연중무휴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해 퇴근길 직장인들도 진료받을 수 있다. 공사는 올해 메디컬 존을 12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스마트팜이 들어서 채소를 재배하는 지하철역도 등장했다. 서울과 부산, 광주 등에서는 지하철역 내 유휴공간을 스마트팜으로 활용하고 있다. 수확한 작물은 카페나 자판기 등을 통해 판매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역의 유휴공간을 통해 수익을 내려면 간편하면서도 눈길을 끌 수 있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가 조언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지하철역의 경우 유동 인구는 많지만, 대부분이 이동을 위해 찾는 곳”이라며 “바쁘게 움직이는 고객들이 이용객들이 간편하게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하고 시각적으로도 눈에 띄게 공간을 구성하면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텔레그램만?… 사각지대 틈타 ‘성범죄 놀이터’ 된 커뮤니티

    텔레그램만?… 사각지대 틈타 ‘성범죄 놀이터’ 된 커뮤니티

    검색창에 ‘OO사이트 OO능욕 게시판’을 입력하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다. 5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이 게시판에는 아무런 게시물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게시판 운영진 등에게 비밀번호 성격의 코드를 받아 로그인하면 전혀 다른 화면이 펼쳐진다. 아동을 모델로 한 리얼돌 사용 후기와 구매 링크, 성매매 후기, 불법 촬영물 등이 수두룩하다.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이 게시판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와중에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성업 중이었다. 텔레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뿐 아니라 친목 도모나 취미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성범죄 놀이터’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서울신문이 불법 음란물 등이 유통되는 커뮤니티를 둘러본 결과 일부 커뮤니티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해야 게시글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폐쇄성이 짙었다. 소아성애·근친 등 선정적·불법적인 주제를 다룰수록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성인 인증 등을 요구하는 커뮤니티는 없어 10대 청소년들도 불법 음란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음란물 불법 유통, 성매매 알선·광고, 성인용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불법 사이트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는 관심사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리얼돌, 소아성애, 근친, 성매매 정보 공유 등이 주된 내용이다.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불법 촬영물이나 성매매 후기 등을 공유하고 영상물 링크 등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식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관심사를 나눈 것일 뿐 성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동 리얼돌 후기를 남긴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누군가의 취향일 뿐이지 불법 음란물이 아니다”라며 “이게 왜 범죄가 되느냐”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직접 찍은 게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야한 사진을 공유한 것일 뿐이다. 이 정도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 않으냐”고 되묻기도 했다. 아예 음지로 숨은 커뮤니티도 적지 않다. 한 커뮤니티의 ‘성매매 게시판’은 국내 IP로는 접속이 불가능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IP 설정값을 입력한 뒤 정해진 VPN으로 우회 접속해야만 게시판의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이 게시판에는 업체명을 적시한 성매매 후기는 물론 영상까지 올라와 있었다. 길가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 지인이나 가족의 속옷 이미지를 첨부한 사진 등도 많았다. 2016년 폐쇄된 국내 최대 음란 사이트 소라넷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커뮤니티 대부분이 텔레그램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운영자가 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클라우드 데이터 백업을 한 뒤 게시판을 폐쇄했다가 다시 운영을 재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불법 촬영물 등 유포 사이트 서버 국가 현황’을 보면 2018년 4월~지난 3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가 전체의 약 95.4%(2만 6426건)를 차지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커뮤니티가 워낙 많다 보니 시민사회단체나 여성단체, 학부모단체에서 모니터링한 이후 경찰에 신고하는 유기적인 협조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VPN으로 우회 접속하는 커뮤니티 등도 시간이 걸릴 뿐 수사하면 모두 추적할 수 있다”며 “추적 이후 실제로 영장 집행 등을 할 수 있도록 국제 공조를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 했다.
  • 마크롱 佛 대통령, 미셸 바르니에·프랑수아 바이루 차기 총리 후보로 고려

    마크롱 佛 대통령, 미셸 바르니에·프랑수아 바이루 차기 총리 후보로 고려

    지난 7월 7일 조기 총선에서 참패한 지 두 달이 지났지만 아직 총리를 임명하지 않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유럽연합(EU)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협상 수석대표였던 미셸 바르니에를 총리 후보로 고려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은 5일(현지시간)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마크롱 대통령이 바르니에(73) 전 EU 협상 수석대표를 가브리엘 아탈 총리를 잇는 차기 프랑스 총리로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르니에 전 대표는 2016년부터 2021년까지 EU의 탈퇴를 놓고 영국과 EU의 협상을 주도했다. 드골주의 보수당인 공화당 출신 정치인은 바르니에는 외교관 출신으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환경부 장관, 1995년부터 1997년까지 유럽 담당 국무 장관, 2004년부터 2005년까지 외무 장관, 2007년부터 2009년까지 농림수산부 장관 등 프랑스 내각에서 여러 장관직을 역임했다. 그는 EU 집행위원회 위원을 지내기도 했다. 바르니에와 가까운 소식통은 로이터에 프랑스 대통령실 인사들과 접촉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마크롱은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인사를 놓고 총리직에 임명할지 여부를 고려했지만 그 누구도 안정적인 정부를 보장할 만큼 충분한 지지를 얻지 못했다. 프랑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프랑수아 바이루(73) 전 초대 프랑스 민주운동 대표도 잠재적 후보로 고려되고 있다. 하지만 바이루 전 대표의 경우도 지지를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바르니에는 열렬한 친유럽주의자이자 직업적 온건파 정치인이지만, 2021년 대선에서 보수당의 지지를 얻으려다 실패한 뒤 이민이 통제 불능이라고 주장하며 자신의 주장을 상당히 강경하게 바꿨다. 프랑스 국민전선(RN)의 세바스찬 셰뉘 의원은 프랑스 공영방송 BFM TV와의 인터뷰에서 “극우 정당은 바르니에가 이민 문제와 프랑스의 투표 제도를 바꾸는 것에 대해 어떻게 말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7월 초 선거 이후 의회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당 중 하나인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은 특정 조건을 충족한다면 바르니에와 바이루에 대한 검열을 즉시 실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RN은 바니에에 대해 특별히 지지하는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야코벨리 의원은 “그들은 40년간 프랑스를 통치해 온 사람들을 나프탈렌에서 꺼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RN 소속의 또 다른 의원 로랑 자코벨리는 “의회를 가능한 한 빨리, 즉 내년 7월 초에 해산하는 데 동의하는 것이 그들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자코벨리 의원은 “RN은 가능한 한 빨리 국가를 해산하고 (의회 선거에서) 비례대표제를 확립하는 데 헌신하는 총리를 원한다”고 TF1 인터뷰에서 말했다.
  • 텔레그램만 문제? 감시 사각지대 틈타 불법촬영·성매매 후기 성지 된 ‘온라인 커뮤니티’

    텔레그램만 문제? 감시 사각지대 틈타 불법촬영·성매매 후기 성지 된 ‘온라인 커뮤니티’

    텔레그램 대화방 사태에도 성업일부에선 불법 음란물 유통까지폐쇄성·해외 서버로 수사 난항도“시민사회와 협조 체계 구축해야” 검색창에 ‘OO사이트 OO능욕 게시판’을 입력하면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판에 접속할 수 있다. 5000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이 게시판에는 아무런 게시물도 올라와 있지 않았다. 하지만 게시판 운영진 등에게 비밀번호 성격의 코드를 받아 로그인하면 전혀 다른 화면이 펼쳐진다. 아동을 모델로 한 리얼돌 사용 후기와 구매 링크, 성매매 후기, 불법 촬영물 등이 수두룩하다. 아는 사람만 찾아온다는 이 게시판은 딥페이크(허위 영상물)로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와중에도 어떤 제재도 받지 않고 성업 중이었다. 텔레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뿐 아니라 친목 도모나 취미 공유를 위해 만들어진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가 ‘성범죄 놀이터’로 이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서울신문이 불법 음란물 등이 유통되는 커뮤니티를 둘러본 결과, 일부 커뮤니티는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해야 게시글을 볼 수 있을 정도로 폐쇄성이 짙었다. 소아성애·근친 등 선정적·불법적인 주제를 다룰수록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했다. 하지만 성인 인증 등을 요구하는 커뮤니티는 없어 10대 청소년들도 불법 음란물에 무분별하게 노출되고 있다. 음란물 불법 유통, 성매매 알선·광고, 성인용품 판매 등으로 수익을 창출하려는 불법 사이트와 달리 온라인 커뮤니티는 관심사 공유를 목적으로 한다. 리얼돌, 소아성애, 근친, 성매매 정보공유 등이 주된 내용이다.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불법 촬영물이나 성매매 후기 등을 공유하고, 영상물 링크 등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식이다.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관심사를 말한 것일 뿐 성범죄가 아니라는 주장이다. 아동 리얼돌 후기를 남긴 한 커뮤니티 이용자는 “누군가의 취향일 뿐이지 불법 음란물이 아니다”며 “이게 왜 범죄가 되냐”고 했다. 또 다른 이용자는 “직접 찍은 게 아니라 인터넷에 떠도는 야한 사진을 공유한 것일 뿐이다. 이 정도는 처벌 대상이 아니지 않냐”고 되묻기도 했다. 아예 음지로 숨은 커뮤니티도 적잖다. 한 커뮤니티의 ‘성매매 게시판’은 국내 IP로는 접속이 불가능했다. 커뮤니티 이용자들끼리 공유하는 IP 설정값을 입력한 뒤 정해진 VPN으로 우회 접속해야만 게시판의 게시물을 볼 수 있었다. 이 게시판에는 업체명을 적시한 성매매 후기는 물론 영상까지 올라와 있었다. 길가의 여성을 대상으로 한 불법 촬영물, 지인이나 가족의 속옷 이미지를 첨부한 사진 등도 많았다. 2016년 폐쇄된 국내 최대 음란사이트 소라넷과 유사한 모습이었다. 문제는 커뮤니티 대부분이 텔레그램처럼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다는 점이다. 또 운영자가 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클라우드 데이터 백업을 한 뒤 게시판을 폐쇄했다가 다시 운영을 재개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디지털성범죄지원센터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불법 촬영물 등 유포 사이트 서버 국가 현황’을 보면 2018년 4월~지난 3월 해외에 서버를 둔 사이트가 전체의 약 95.4%(2만 6426건)를 차지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커뮤니티가 워낙 많다 보니 시민사회단체나 여성단체, 학부모단체에서 모니터링한 이후 경찰에 신고하는 유기적인 협조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VPN 우회 접속하는 커뮤니티 등도 시간이 걸릴 뿐 수사하면 모두 추적할 수 있다”며 “추적 이후 실제로 영장 집행 등을 할 수 있도록 국제공조를 강화하는 게 필수”라고 했다.
  • “존경스러운 빵집”…성심당이 짓는 4층짜리 건물 정체 뭐길래

    “존경스러운 빵집”…성심당이 짓는 4층짜리 건물 정체 뭐길래

    대전 토종 빵집 브랜드 ‘성심당’이 직원 자녀를 위한 어린이집을 건축 중인 것으로 알려져서 화제다. 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성심당은 지난해 하반기 직장 어린이집을 운영하기로 결정하고, 대전 중구 은행동 본점 인근에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 건물을 건축 중이다. 올해 하반기 완공 예정이다. 건물 2~3층은 성심당 직원들의 자녀를 돌보는 어린이집, 직원 휴게 공간 등으로 사용된다고 한다. 성심당은 위탁 교육재단을 통해 보육 교사, 보조 교사, 연장 전담 교사, 조리사 채용 절차를 진행 중이다. 앞서 지난 4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성심당에서 새로 만들고 있는 것’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에는 공사 중인 건물 현장을 찍은 사진이 첨부돼 있었는데, 사진 속 건축 허가표지판에는 ‘성심당 직장 어린이집 증축 공사’라고 적혀 있다. 현행 영유아보호법상 상시 여성 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근로자 5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사업주가 직장 어린이집을 의무로 설치해야 한다. 성심당은 지난해 고용노동부 조사 당시 지점별로 상시 근로자 수를 산정했는데, 300인 미만 사업장으로 분류돼 직장 어린이집을 설치할 의무는 없다. 성심당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의무는 아니지만 책임”이라며 “지점별로 직원 수가 꾸준히 늘고 있고 오랜 기간 함께 일한 직원들이 출산·육아를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마음 놓고 아이를 맡길 어린이집을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회사 내부에서 모아졌다”고 밝혔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온라인상에서 호평이 이어졌다. 네티즌은 “진짜 존경스럽다”, “대전의 자랑일 만 하다”, “사회적 책임 다하는 모습 보기 좋다”, “끊임없는 미담 제조기”, “갓(God) 심당 그 자체”, “성심당 하나가 열 정치인 몫 해낸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성심당은 최근 몇 년간 전국적인 인기에 힘입어 급성장했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성심당 매출은 1243억원으로 전년(817억원) 대비 50% 넘게 올랐다.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프랜차이즈를 제외한 단일 빵집 브랜드 매출이 1000억원을 넘은 건 성심당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은 315억원으로 전년(154억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하며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파리크라상(199억원)과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14억원)의 영업이익을 넘어섰다.
  •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까…추석이 두려워” [응급실 르포]

    “언제까지 버틸수 있을까…추석이 두려워” [응급실 르포]

    “(약) 82봉지를 먹었다고요? 강서인데 (가까운) 은평성모랑 (신촌)세브란스가 안 받아요? (한숨) 이송해 주세요. 저희가 볼게요.” 지난 3일 밤 서울 성동구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보건복지부는 이날 브리핑에서 “응급실을 방문하는 중증 환자는 15~20% 미만일 뿐”이라며 ‘응급의료 체계’ 붕괴를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기자가 본 현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였다. 오후 8시 당직자인 강형구 응급의학과 교수는 강서119 구급센터에서 온 전화를 받고 환자 상태를 빠짐없이 기록했다. 수면제 등 수십알을 삼켜 심근경색·뇌출혈·뇌경색처럼 한국형 중증도 분류체계(KTAS)상 2순위에 해당하는 위급한 환자였다. 응급환자 수용이 가능한지를 묻는 ‘응급실 전원폰’은 쉴 새 없이 울려댔다. 한 구급대원은 “60대 전신 쇠약 환자를 받아 주는 곳이 한 곳도 없다”며 15분 만에 또 전화를 걸었다. 구급대원 목소리에선 절박함이 묻어났다. 강 교수는 “받아 주는 병원이 없으니 다시 콜이 왔다. 받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화를 끊자마자 강남119 구급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성형 수술을 하던 중 혈압이 급강하한 30대 여성을 이송해도 되냐고 했다. 강 교수는 “입원은 어렵다. 응급처치만 하고 안정되면 다시 그 병원으로 보내겠다”고 답했다. 어느 약물 중독 환자의 고함에 아수라장이었지만, 강 교수는 침착하고 빠르게 결정을 내렸다. 한양대병원은 서울 동남권을 책임지는 권역응급의료센터다. 서울에 7곳뿐인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중증 응급환자를 전담해 ‘응급실의 응급실’이자 ‘응급환자들의 마지막 보루’로 불린다. 의정 갈등 장기화 속에 일부 지방 대형병원 응급실 셧다운이 현실화하면서 지방 환자를 수용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정부는 “응급실 방문환자 중 KTAS 1~2등급에 해당하는 환자는 15∼20% 미만이다. 나머지 80%는 지역응급의료센터나 지역 응급의료기관으로 분산이 가능한 환자들”이라고 했다. 하지만 기자가 머문 오후 8~11시에 이곳 응급실 환자 16명 가운데 8명이 ‘KTAS 2등급’ 환자였다. 강 교수는 “중증 환자 1명은 경증 환자 5명과 비슷하다”며 “중증 환자들은 10번 이상 들여다봐야 한다. 귀가를 시킬 수도, 그렇다고 입원시킬 수도 없어 손이 많이 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에선 오늘 KTAS 1~2등급 환자가 20%도 안 된다고 하던데 (보기에) 문제가 없는 게 맞느냐”며 쓴웃음을 지었다. 의료진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이준철 응급의학과 교수는 “저희끼리는 ‘망했다’고 한다”며 “입버릇처럼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까’라고 한다. 누구 하나 사고 나면 ‘다 같이 나가자’란 생각”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전공의들이 나가고 2주쯤 버틴다고 했는데 벌써 6개월이 넘었다. 지금부터는 누가 나가면 다른 사람한테 (부담이) 넘어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니깐 한두 명이 그만두면 다 같이 그만둘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2월 전공의 이탈 전에 한양대병원 응급실에는 전문의 1명, 레지던트 2~3명, 인턴 1~2명을 합해 모두 5~6명의 의사가 한 ‘듀티’(근무조)마다 있었다. 지금은 전문의 2명뿐이다. 38개의 병상이 있었지만, 지금은 최대 25명의 환자만 받을 수 있다. 보통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12시간 교대 근무가 기본이다. 오후 8시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많으면 40명쯤 환자가 몰린다. 엉덩이를 붙일 시간도 없다. 졸음을 쫓기 위해 애꿎은 아이스아메리카노만 3~4잔씩 들이켠다. 그의 책상엔 1ℓ짜리 아이스아메리카노와 포장도 뜯지도 못한 김밥이 있었다. 문제는 추석 연휴다. 이 교수는 “5일 연휴는 두렵다. 전문의가 100% 백업되는 게 아니니까 최종 치료까지 못 해서 응급실에서 환자가 사망하거나 상태가 안 좋아지면 어떡하나”라며 고개를 떨궜다. 그사이 구급대원이 응급실에 도착해 이 교수는 환자 상태를 확인하러 달려갔다. 평소 전공의가 했을 업무다. 11년차 간호사 권모씨는 “매일 쓰러지기 직전까지 간다”며 “정부에서 추석 때 경증 환자 내원을 막으려고 본인 부담을 높인다고 하는데 전부 실비 청구하는 것 같더라.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지난 1일부터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문을 연다. 주말에도 문을 닫는다. 전문의 7명 중 5명이 사직한 탓이다. 하루 평균 50여명이던 환자가 20명 안팎으로 줄었다. 대신 충주의료원 응급실 환자가 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평소의 두 배가량인 69명이 몰렸다. 경기 수원 아주대병원은 매주 목요일 오전 7시부터 24시간 동안 16세 이상 성인은 심폐소생술(CPR)을 필요로 하는 정도만 받는다. 원래 14명의 전문의가 있었지만 의정 갈등이 지속되면서 3명이 사표를 냈고 4명이 추가 사의를 표명했다. 병원 관계자는 “셧다운을 막기 위해 군의관 3명을 보낸다고 정부가 밝혔지만 언제 올지는 모른다”고 했다.
  • 홍감독 명확한 실력을 보여줘, 오늘

    홍감독 명확한 실력을 보여줘, 오늘

    월드컵 3차 예선 팔레스타인 상대 사령탑 선임 절차 논란 속에서 출항한 홍명보호가 마침내 첫선을 보인다. 비판을 실력으로 잠재우기 위한 전력투구가 예상되는 가운데 핵심 변수는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황인범(페예노르트)과 호흡을 맞출 ‘울산 HD 애제자 조합’이다. ●손흥민 “카리스마 감독 존중한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축구 국가대표팀은 5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팔레스타인을 상대로 2026 북중미월드컵 3차 B조 조별예선 1차전을 치른다. 국제축구연맹(FIFA) 22위 한국은 이라크(55위), 요르단(68위), 오만(76위), 팔레스타인(95위), 쿠웨이트(137위)와 한 조에 묶였다. 2위 안에 들어야 본선에 직행할 수 있고 그러지 못하면 4차 예선까지 가야 한다. 준비 시간이 짧았던 만큼 사령탑의 전술을 깊게 이해하는 선수들이 우선 기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전방엔 주민규(울산)가 유력하고 주장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이재성(마인츠) 등 핵심 자원들이 2선을 책임진다. 손흥민은 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된 경기 전 공식 기자회견에서 “선장이 꼭 부드러울 필요는 없다.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휘어잡는 홍 감독님의 특징을 존중한다”며 “우리가 규율을 갖춰 훈련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 감독이 가장 고민하는 자리인 좌우 풀백은 설영우(즈베즈다)와 이명재(울산)가 짝을 지을 전망이다. 설영우도 2개월 전까지 울산에서 홍 감독과 호흡을 맞췄다. 유력한 오른 수비수 후보였던 김문환(대전하나시티즌)은 왼 다리 부상으로 이탈했다. 김민재와 짝을 맞출 중앙 수비는 김영권(울산)과 정승현(알와슬)의 경쟁 구도다. 울산이 지난해 K리그1 2년 연속 우승을 했을 때 김영권은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고 정승현은 주장이었다. 골키퍼 조현우(울산)까지 포함하면 수비진 5명 중 4명이 홍 감독의 제자들로 꾸려지는 셈이다. ●중원·수비진 최적 조합 고민중 수비형 미드필더엔 지난해 여름까지 울산에서 홍 감독과 한솥밥을 먹었던 박용우(알아인)가 황인범과 함께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공격적인 운영을 위해 황인범만 나설 수도 있다. 홍 감독은 “첫 경기라 축구 팬들의 기대가 크다. 가장 중요한 건 승리다. 창의적으로 공격하고 규율을 바탕으로 수비하겠다”며 “팀의 완성도를 얼마나 높이느냐가 관건이다. 내일 경기 전까지 조합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박문성 MBC 해설위원은 “객관적 전력은 앞서지만 첫 단추를 잘 끼워야 한다”며 “홍 감독으로선 데뷔전이니 결과가 중요하다. 새 얼굴보다는 검증된 선수들로 화끈한 승리를 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호정 스카이스포츠 해설위원은 “측면 수비와 이강인, 황희찬(울버햄프턴) 활용법이 관전 포인트”라면서 “이강인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창의성을 살리고 황희찬이 저돌적인 돌파로 밀집 수비를 뚫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 “日 새 총리 尹 대통령과 빨리 만나면 좋을 것” [황성기의 오쿨루스]

    “日 새 총리 尹 대통령과 빨리 만나면 좋을 것” [황성기의 오쿨루스]

    누가 되든 한일 관계 변하지 않아美 리더십 교체에도 한미일 협력한일 좋은 흐름, 역류 않도록 노력국교 정상화 60주년 사업에 기대한일 TF, 미래지향 방안 고민해야김대중·오부치 선언 2.0 ‘백지 상태’현안에 대립 말고 차분히 풀어야미즈시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는 미국의 새 대통령이 당선되면 한국과 일본의 두 정상이 함께 미국으로 가 당선자나 혹은 취임 직후 새 대통령을 함께 만나는 방안에 대해 “한미일 협력, 한일 협력을 지속해 가는 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미즈시마 대사는 지난 2일 서울 성북동 일본대사 관저에서 서울신문과 만나 일본 새 총리의 조기 방한에 대해 “가급적 빨리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 구축을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즈시마 대사는 오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누가 총재가 되어 새 총리로 선출되든 한일 관계를 중시하는 협력 체제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9월 27일 일본 자민당 총재 선거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자민당 내 총리 교체라는 점에서 대한국 정책에 큰 변화는 없겠지만 새 총리와 윤 대통령의 케미(교감)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년간 11차례 만났다. 두 사람의 신뢰 관계는 대단히 두텁다. 정상 간 신뢰를 기초로 한일 각 방면에 그 영향이 파급돼 있다. 누가 일본 총리가 되든 한일 관계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양국 리더가 미래지향적이고 협력적인 시너지를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새 총리가 한국을 조기 방문하는 것은 절차적으로 어렵나. “새 총리도 가급적 빨리 윤 대통령을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을 검토할 것이다.” -미국의 11월 리더십 교체에 대해 일본 정부는 어떤 시각을 갖고 있나.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세계의 국제질서를 앞으로도 확실하게 유지해 간다는 점이 중요하다. 미국이 그 역할을 다하기를 원한다. 미국의 새 정권, 한국을 포함한 여러 동지국들과 협력하면서 그런 환경을 만들어 가야 한다.” -8년 전 미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선 직후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세계에서 가장 먼저 뉴욕으로 그를 만나러 갔다. 이번에 누가 되든 한일 정상이 당선자를 만나러 가면 어떻겠는가. “일본도 총리가 바뀌면 미국 선거 상황을 주시하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한일, 한미일 관계는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3국 정상회의 이후 더욱 중층화했고 각 분야에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안전보장 분야가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미일 리더십이 교체되더라도 한미일 협력, 한일 협력을 지속해 가는 게 중요하다. 한미일 협력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는 문서(8월 18일)도 나왔다.” -5년 전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였던 때와 대사로서 부임한 지금의 한일 관계를 비교한다면. “5년 전 한일 관계는 대단히 힘들었다. 한국 정부나 민간의 여러분들과 의견을 나누면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분투한 기억이 새롭다. 지금 한일은 정상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으로 가고 있다. 이 흐름이 역행하지 않고 정착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다해 가고자 한다.” -한일 양국 정부가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준비하는 태스크포스(TF·한국 외교부)나 사무국(일본 외무성)을 만들었다. 일본 정부에 있어서 60주년의 의미는. “과거 한일을 뒤돌아보면서 미래를 향해 가며 무엇이 가능한지 그것을 생각하고 정리하는 좋은 기회다. 60년간의 교류나 협력은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1965년 한일 인적 교류는 1만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00만명이다. 인적 교류는 물론이고 정부 간 관계, 경제 협력도 대단히 활발해졌다. 이런 성과를 소중히 여기면서 장래를 키워 가는 60주년이 됐으면 한다.” -한국은 ‘김대중·오부치 선언 2.0’을 만들고 싶어 한다. 일본에는 역사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2.0에 대해 긍정·부정 양쪽의 의견이 존재한다. “여러 의견이 있을 것이다. 60주년인 데다 한일 관계가 대단히 좋으니 선언을 내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의견도 있다. 한국 TF와 일본 사무국이 정치·경제·문화 이벤트를 생각하면서 필요하면 선언을 만들겠지만 현재로선 백지 상태다.” -한국 TF 단장은 차관보, 일본 사무국장은 심의관이다. 이런 비대칭적인 온도차는 공격적인 한국의 대일 외교, 수동적인 일본의 대한 외교를 상징하는 듯한데. “TF와 사무국의 60주년 대화는 외교 교섭이라 할 수 없다. 각각이 60주년을 어떻게 활기차게 만들 것인지 양국 정부가 검토하려고 만든 조직이다. 지금의 한일 관계에는 현안이 있더라도 해결해 가자는 상호 신뢰가 있다. 대결을 생각하지 말고 협력적으로 해결책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한일 양국민이 실감하고 체감할 수 있는 사전 입국심사제는 어떤 단계까지 와 있나. “사전 입국심사는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상호 편리를 위해 시행한 바 있다. 일본으로 오는 외국인 중 한국인이 가장 많고, 반대의 경우도 그럴 것이다. 편리를 도모하기 위한 건전한 발상이다. 일본 정부로서도 무엇이 가능한지 검토해 나갈 것이다.” -2.0 한일 신선언보다 주요 7개국(G7)에 한국과 호주가 가입할 수 있도록 일본 정부가 도와주는 게 백번 낫다는 의견도 있다. “일본에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여러 과제에 대해 협력하는 중요한 파트너… 다. 한일이 협력하는 게 자연스럽다. 한일 협력이 양국 사이에만 그치지 않고 여러 회의체나 플랫폼에서 같이 해 가는 게 중요하다. 여러 가지 틀이나 개별 분야에서 구체적인 협력을 지속하는 게 중요하다.” -지난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한일 정상을 캠프데이비드로 초청해 3국 정상회의를 개최하고 한미일 협력을 강화하는 틀을 만들었다. 미일의 리더십 교체로 한미일 협력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일본과 미국의 새 리더십하에서 3국 공통의 비전을 여러 과제에 적응시켜 가고 진전시키는 게 중요한 목표다. 동아시아 지역의 협력뿐만 아니라 글로벌한 개발 협력이라든가 글로벌 이슈에 대한 협력이 필요하다. 리더십 교체로 3국 협력의 틀이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다.” -새 총리도 일북 정상회담을 추진하려 할 것이다. 일본이 납치 문제에 너무 치중하면 한미일 공조가 흐트러질 수 있는데. “일북 관계는 2002년 평양 정상회담에서 나온 선언에 따라 납치 문제와 핵미사일의 포괄적인 해결을 추구한다. 그런 다음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를 정상화하는 수순이다. 납치 문제는 요코타 메구미의 어머니도 언급하셨지만 시간이 많지 않은 인도적 문제다. 핵미사일은 동아시아는 물론 국제사회에도 위협이며 대단히 심각한 문제이므로 따로 떼내 생각할 수 없다.” -한일 갈등의 근저에는 과거가 완벽히 청산되지 않았다는 한국의 생각과 과거는 65년 협정에 의해 국제법적으로 정리됐다는 일본의 생각이 부딪치고 있다. 과거사 화해를 위한 한일의 민간과 정부 간 시도를 60주년을 계기로 더 진지하게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일 관계는 미래지향적, 협력적으로 향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한 것으로 그것에 대해 평가하며 감사하고 있다. 역사 인식의 차이를 말했지만 그것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현안들을 대결적 자세가 아니라 협력적으로 풀어 가는 게 중요하다. 그것이야말로 중장기적으로 볼 때 양국 국민에게 이익이 된다. 전향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는 양국 관계가 뒷걸음치지 않도록 하는 게 역사를 포함한 다양한 현안에 대한 공통의 스탠스가 아닐까 한다.” -부임한 지 3개월이 넘었다. 많은 한국인을 만날 텐데 어떤 당부를 많이 듣는가. “공통되는 것은 인적 교류를 조금 더 진전시켜 나가자는 요망이 많다. 전면적으로 찬성한다. 외교든 뭐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기본이다. 서로에 대한 이해가 진전되지 않으면 여러 오해가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사람들의 교류를 포함해 내년 국교 정상화 60주년의 성과가 일회성이 아니라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 -두 번째 한국 부임이다. 어떤가. “5년 전에는 여행을 많이 했다. 부여, 공주, 전주, 경주, 부산, 강원도 등을 다녔다. 어딜 가든 일본처럼 자연이 풍부하고 음식도 맛있다. 이번엔 안 갔던 곳이나, 갔던 곳이더라도 다른 계절에 가고 싶다. 지방에 가서 교류하고 싶다.” -한일 협력의 의미를 총정리하면. “가까운 나라이고 이웃이라 현안이 계속해서 생긴다. 대결적이 아닌 협력적 자세가 중요하다. 현안이 한일 관계 전체를 뒤덮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양국이 직면한 저출산·고령화 등 공통의 과제도 있다. 글로벌한 기후변화, 공급망 등의 문제에서 가치관을 공유하는 한일이 함께 대응하며 세계를 리드하는 자세로 풀어 갔으면 좋겠다.” ■미즈시마 고이치 대사는 1961년생. 규슈의 명문 라사르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도쿄대 법학부를 거쳐 1985년 외무성에 들어갔다. 초창기 미국 연수와 근무를 마친 뒤에는 아프리카 가나대사관에서도 일했다. 엘리트 코스인 북미2과장과 회계과장을 지내고 2017년 주한 일본대사관 넘버2인 총괄공사를 2년간 맡았다. 이후 본부로 돌아가 영사국장을 거쳐 3년 3개월간의 이스라엘 대사직을 역임한 뒤 주한 대사로 발령받아 지난 5월 서울에 부임했다. ■日 자민당 총재 선거 관전포인트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지난 8월 14일 퇴진 발표로 현재 10명이 넘는 총리 후보가 입후보 선언을 했거나 할 예정으로 있다.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가려면 소속 당 의원 20명의 추천서를 제출해야 한다. 입후보 마감인 오는 12일까지 과연 자천타천의 인물 가운데 몇 명이 남을 수 있을지가 1차 관전 포인트다. 국민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해 보면 누가 자민당 총재로 적합하냐는 질문에 이시바 시게루(67) 전 방위상이 1등을 달린다. 하지만 자민당원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선 43세의 고이즈미 신지로 의원이 1위로 나온다. 1차 투표에서 이시바 전 방위상이 과반수를 획득하지 못해 결선 투표로 가게 되면 2019년 자민당 총재 선거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당시 1차 투표에서 이시바가 아베 전 총리보다 더 많은 득표를 했으나 과반수를 얻지 못해 결선으로 갔다. 그러자 아베를 중심으로 합종연횡이 이뤄지고 지방당 표 비율보다는 국회의원 표 비율이 높아지는 결선에서 결국 이시바가 고배를 마셔 아베가 총재에 재당선됐다. 이번 9월 27일의 자민당 총재 선거도 비슷한 양상이 되지 않을까 점쳐지지만 아직 선거 기간이 20여일 남아 있어서 예측 불허의 혼전 상황이 막판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성기 논설위원
  • [단독] 檢 ‘공직선거법 위반’ 안귀령 불구속 기소

    [단독] 檢 ‘공직선거법 위반’ 안귀령 불구속 기소

    제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아님에도 마이크 등 확성기를 이용해 지지를 호소한 안귀령(35) 더불어민주당 도봉갑 지역위원장이 재판에 넘겨졌다. 4일 서울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부장 박지훈)는 지난 2일 안 위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3월 6일 서울 도봉구 창동 어르신문화센터에서 선거운동복을 입고 마이크를 이용해 “이번에 민주당 후보로 왔다”면서 “앞으로 도봉구에서 열심히 일해 보도록 하겠다”며 지지를 호소한 혐의를 받는다. 안 위원장은 또 같은 달 16일 오기형 민주당 도봉을 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선거운동복을 입은 채 마이크로 “오 의원이야말로 도봉구에 필요한 일꾼이라 생각한다”며 “도봉갑·을이 원팀이 돼 윤석열 정권의 폭주에 맞서 싸우도록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마이크 등 확성기를 활용한 선거운동은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만 가능하다. 22대 총선 공식 선거운동 기간은 3월 28일부터 4월 9일까지였다. 앞서 서울 도봉구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3월 안 위원장에게 ‘엄중 경고’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서울 도봉경찰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수사에 착수했고 6월 28일 안 위원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다.
  • “연희동 싱크홀, 지형·배관·호우 등 복합 작용”

    “연희동 싱크홀, 지형·배관·호우 등 복합 작용”

    최근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성산로에서 발생한 초대형 땅 꺼짐(싱크홀) 사고는 불안정한 지형과 상하수도 배관, 집중호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서울시는 성산로 일대 지하 매설물을 전수조사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전문가 현장 조사 및 합동점검회의를 거쳐 이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4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성산로는 궁동공원과 경의선 철도 사이 경사지 중간에 위치해 지하수의 흐름이 강한 매립층이다. 이 때문에 지반이 상대적으로 불안한 상태다. 7~8월 집중호우도 영향을 미쳤다. 상하수도·가스·통신 등 지하 매설물도 싱크홀과 무관하지 않았다. 실제로 사고 현장에서 폐하수관이 발견됐다. 주변 빗물펌프장 공사로 지하수 유출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는 이같은 요인들이 얽히고설켜 지하에 빈 공간이 만들어지고 도로 아래 흙과 모래가 한꺼번에 유실되면서 싱크홀이 생긴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추가 조사를 통해 보다 정확한 원인을 파악할 예정이다. 사고 발생 지점이 지난 5월 지표투과레이더(GPR) 검사를 통과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싱크홀을 예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확산하자 서울시는 주변 상하수도 등 지하 매설물을 전부 조사하기로 했다. 이달 안에 전수조사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시내 노후 상하수도 개선사업도 병행한다. 서울시는 전체 상수관로 1만 3350㎞ 가운데 30년이 넘은 상수관로 3074㎞의 정비에 착수한다. 30년이 넘은 하수관로는 내시경 카메라를 동원해 정밀 조사한다. 이 와중에 서울 시내에서 또 다른 싱크홀이 발생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날 오후 5시쯤 서울 종로구 경복고 인근에 가로 20㎝·세로 20㎝·깊이 10㎝의 싱크홀이 나타났다. 종로구는 “하수관 이상으로 싱크홀이 발생했다. 사고 당일 오후 11시에 도로 복구를 마쳤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이경숙 서울시의원(도봉1)이 서울시설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 7월까지 서울 내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발생한 도로 파임(포트홀)은 1만 8820건에 달했다.
  • 반격 화력 키운 러에 직격타 맞은 우크라… 전면 개각해 ‘가을전쟁 대비’ 나선다

    우크라이나에 본토를 타격당한 러시아가 반격 강도를 높이면서 사상자 규모도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폴타바의 군 교육시설을 공습해 최소 51명이 숨지고 219명이 다쳤다. 올해 러시아가 감행한 단일 공격으로 받은 최대 피해다. 이어 러시아는 서부 르비우도 타격해 최소 7명이 목숨을 잃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에 “탄도미사일 두 발이 이 지역에 떨어졌다. 미사일은 교육시설과 인근 병원을 겨냥했고 통신기관 건물과 병원 일부가 파괴됐다”고 밝혔다. 러시아 군 소식통은 이스칸데르-M 전술미사일을 우크라이나 군사통신연구소로 발사했다고 타스통신에 말했다. 1960년대에 설립된 이 연구소는 통신 전문가를 양성하는 군사 학교다. 르비우에서는 밤사이 미사일과 드론이 떨어져 주택과 병원, 학교 등 건물 여러 채가 파손됐고 14세 소녀 등 미성년자 3명을 포함해 7명이 사망했다. 부상자도 40명 이상이다. 새벽부터 도시 전역에 대피령이 내려졌고 일부 학교는 수업을 취소했다. 수도 키이우 상공에서도 러시아 미사일이 방공망에 격추됐다. 러시아의 반격에 젤렌스키 대통령은 “가을은 우크라이나에 지극히 중요하다”면서 가을 전쟁에 대비한 내각 개편 구상을 발표했다. 이번 개편은 장관의 절반 이상을 바꾸는 전후 최대 규모로, 미국에 제시할 승전 전략을 떠받칠 통치 체계로 재구성하는 취지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는 내각 개편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에너지가 필요하다”며 “이번 조치는 다양한 분야에서 국가를 강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하 스테파니시나 유럽통합 담당 부총리, 올렉산드르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 데니스 말류스카 법무장관, 루슬란 스트릴레츠 환경보호·천연자원부 장관, 이리나 베레슈크 부총리 겸 임시점령지역 재통합 장관 등 젤렌스키 행정부에서 핵심 역할을 한 각료들이 이미 사임했다. 로스티슬라우 슈르마 대통령실 부실장도 새로운 정부 기관에 힘을 싣는다는 이유로 물러났고, 4일에는 드미트로 쿨레바 외무장관도 사임 의사를 밝혔다. 스테파니시나 부총리는 유럽연합(EU),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 추진을 맡았으며, 카미신 전략산업부 장관은 장거리 공습용 드론과 미사일 등 무기 생산을 주도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크라이나 국영 전력회사 우크레네르고의 최고경영자인 볼로디미르 쿠드리츠키도 지난 2일 해임됐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전력망을 겨냥한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 때 드러난 발전소 방어 부실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달 유엔총회 때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차례로 만나 종전 구상을 설명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본토 더 깊숙한 곳을 타격하는 방식으로 압박해 승리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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