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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역 백신으로 갈라진 미국...종교 신념 vs 등교 금지

    홍역 백신으로 갈라진 미국...종교 신념 vs 등교 금지

    미국에서 일부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하는 등 홍역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백신 접종을 둘러싼 갈등이 빈발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종교적 신념 등을 이유로 백신 접종을 거부하자 홍역이 발생한 일선 학교가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학생들의 등교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리기도 했다. 13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시간주의 버밍햄 공립학교 당국은 최근 홍역이 발생한 관할 더비 중학교 학생 중에서 홍역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생은 21일간 등교를 하지 말라고 통보했다. 또 뉴욕시는 홍역이 발생한 유대교 학교에 대해 백신 미접종 학생의 등교를 막을 것을 명령했다. 이를 어길 경우 벌금과 학교폐쇄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 8일까지 285건의 홍역이 발생한 뉴욕시는 ‘공공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브루클린의 특정 지역에 백신 강제접종 명령을 내렸다. 뉴욕시의 경우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 지역의 초정통파 유대교 구역에서 홍역이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대부분의 유대인은 백신을 접종하고 있지만, 엄격한 교리를 따르는 일부 그룹이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32건의 수두가 발생한 켄터키주의 한 학교는 지난달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학생들에게 3주간의 등교 금지 조치를 내렸다.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한 학생이 등교 금지 조치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소했다. 미국의 상당수 주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백신 접종 면제를 허용하고 있고, 17개 주는 개인적 또는 도덕적 신념 등 철학적 신념을 이유로 한 백신 접종 면제도 허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부작용 등 의학적 이유로 백신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WSJ은 미국 내 45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약 8만 1000여명의 유치원생이 2017~2018학년도에 최소 1종류 이상의 백신 접종 면제를 받고 있으며 이는 전체 유치원생의 2.2%에 해당한다고 전했다. 지난 2009~2010학년도의 1.1%에서 급증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메인, 오리건, 워싱턴주는 의학적 이유 외에는 법정 백신 접종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 제정을 검토 중이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백신 담당 수석고문인 어맨다 콘은 “지금 홍역이 확산된 원인은 백신 접종을 하지 않는 것 때문”이라면서 “우리는 백신이 안전하다는 많은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만, 우리의 자료보다 더 강력한 스토리가 있다”면서 백신 거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의무적 백신에 거부하는 캘리포니아 단체 ‘보이스 포 초이스’의 크리스티나 힐더브랜드는 “우리는 미국인이고 선택의 자유가 있다”면서 “학교 당국은 각 학생의 개인적 사정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종훈 기자 artg@seoul.co.kr
  •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두테르테가 돌연 시진핑에 등돌린 까닭은

    <김규환 기자의 차이나 스코프> 두테르테가 돌연 시진핑에 등돌린 까닭은

    지난 9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외곽 마카티의 중국 영사관 앞. 필리핀 시위대가 ‘중국은 당장 떠나라’(China out now)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흔들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친중(親中) 행보를 보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을 상징하는 별이 찍힌 군화에 입맞춤하는 모습의 합성 사진에 ‘반역자’(traitor)라고 적은 피켓도 보였다. 남중국해 스프래틀리제도(필리핀명 칼라얀 군도, 중국명 난사<(南沙>군도)의 티투섬(필리핀명 파가사섬, 중국명 중예다오<中業島>) 주변 해역에 중국 선박들이 공격적으로 항해·정박해 위협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필리핀내 반중(反中)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티투섬은 중국이 스프래틀리제도에 미사일을 배치한 3개 인공섬 가운데 하나인 수비암초(필리핀명 자모라, 중국명 저비자오<渚碧礁>)와는 불과 12해리(약 22㎞)쯤 떨어져 있다. 필리핀 당국이 지난해 티투섬의 해변 진입로 유지보수 작업을 시작한데 이어 비행장 활주로 보수 작업을 개시하자 중국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것이다. 필리핀이 실효 지배하고 있는 티투섬의 영유권을 둘러싸고 필리핀과 중국 간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필리군에 자살 임무수행 명령을 내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은데 이어 테오도로 록신 외무장관은 중국을 겨냥해 “미국만이 유일한 동맹”이라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는 등 ‘밀월기’를 보내던 필리핀·중국관계에 긴장감이 팽팽해지고 있는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 4일 “중국은 티투섬에서 손을 떼라”고 강력 경고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티투섬 주변에 집결한 수백 척의 중국 선단에 대해 “중국이 이 섬을 건드리면 군에 자살 임무를 준비하라고 지시할 것”이라며 ‘자살공격 불사’ 방침을 밝혔다. 그는 “티투섬은 우리 영토이며 중국이 이 섬을 점령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나는 애원하거나 구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록신 외무장관도 가세했다. 그는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수호하는 세계 유일한 강국”이라며 “미국은 우리의 유일한 군사동맹으로 남을 것이며 우리는 다른 어떤 동맹도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실제로 미중 간 무력 충돌이 발생할 경우 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필리핀이 자동 개입할 수 있다고 델핀 로렌자나 필리핀 국방장관은 설명했다. 더군다나 필리핀에서는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3500명의 미군과 7500명의 필리핀 병력이 참가한 미국과의 연례 합동 군사훈련 ‘발리카탄 2019’를 실시하며 중국의 공세에 맞불을 놨다. 필리핀 의회도 질세라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화웨이(華爲)의 감시장비 도입 프로젝트를 보류했다. 필리핀 일부 의원들은 화웨이 장비가 들어간 폐쇄회로(CC)TV를 설치할 경우 중국 정부의 스파이 활동에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화웨이 장비가 들어가는 4억 달러(약 4560억원) 규모의 CCTV 설치사업 관련 예산안을 승인하지 않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전했다. 랄프 렉토 상원의원은 “중국 장비와 관련해 전 세계가 스파이 문제와 데이터 보안 등을 우려하고 있다”며 감시장비가 꼭 필요하다면 다른 나라 제품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11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마닐라를 방문했을 때 1만 2000대 규모의 중국산 CCTV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장비는 마닐라는 물론 두테르테 대통령의 고향 다바오에도 설치될 예정이었다. 필리핀은 안면인식 기능까지 갖춘 이 장비를 범죄 예방과 수사 등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필리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사업 비용의 80%는 중국이 대지만 나머지는 필리핀이 지원할 예정인데 의회 결정으로 묶이게 됐다”며 “ 사업을 진행하려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필리핀은 2016년 6월 두테르테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친중(親中) 노선을 걸어왔다. 중국 정부는 그 대가로 두테르테 대통령의 인프라 사업에 거액의 자금을 투자하고 중국인들의 필리핀 관광 규제를 해제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실제로 중국의 필리핀에 대한 인프라 투자액은 지난해 150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이고, 필리핀을 방문한 중국인 수는 126만명에 이른다. 방문 중국인 수는 2015년보다 300%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중국인에게 33만 5800여건의 취업 비자와 특별취업 허가증을 발급하면서 중국인들이 폭증했다. 전체 외국인들에게 발급된 취업 허가의 절반 이상이나 된다. 관광비자로 입국해 필리핀에 눌러앉는 경우도 급증했다. 이에 따라 두테르테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불법 체류 중국인 노동자들을 추방해야 된다고 말하면서도 정부 당국자들에게는 “이 같은 사건을 취급할 때 주의하라”고 애매하게 말하기도 하고 “그들(중국인 노동자들)을 이곳에서 일하게 하자”며 ‘관용’을 주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인들의 대량 유입되면서 필리핀인들 사이에는 그들이 자신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범죄를 저지른다며 불만이 커졌다. 지난해 5월 발생한 불법 체류 중국인의 필리핀인 웨이트리스 폭행 사건 등 불법 체류자들의 범죄와 관련한 보도가 이어지면서 필리핀인들의 중국인에 대한 반감은 증폭됐다. 이 때문에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에 저자세로 일관했지만 정작 중국이 약속한 대규모 경제 지원은 제대로 실현된 게 거의 없다’는 따가운 여론에 직면했다. 중국인 대거 유입 문제는 오는 5월 중간선거(총선)를 앞두고 필리핀의 주요 정치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이 티투섬의 해변 진입로 유지보수 작업과 활주로 및 부두 보강시설 공사의 개시하자 중국 선박 수백 척이 섬 주변에 몰려와 ‘공포 분위기’를 연출했다. 필리핀 군부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중국 선박 600여 척이 잇따라 티투섬을 돌고 있거나 에워싸고 있다. 군부는 이들 선박이 ‘중국의 해상 민병대’라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저인망 어선 등은 고기잡이를 하지 않고 대부분 섬 주변을 둘러싸거나 그저 정박 상태로만 있어도 필리핀 어선들은 겁을 먹을 수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중국 어선 출몰 자체는 비군사적 활동이지만 그 배경에는 이 일대 섬 장악을 목적으로 한 ‘양배추 전략’(cabbage strategy)’의 일환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양배추 전략이란 상대 국가의 해상 자유를 제약하는 것을 목적으로 분쟁 지역 해상에 자국의 비군사 어선 또는 시설을 포화시키는 전략이다. 중국은 2014년 베트남을 상대로도 이 전략을 써서 논란을 빚었다. 그러나 중국의 입장은 단호하다. 중국 정부는 “우리는 티투섬과 인근 해역에 대한 주권을 갖고 있으며 중국 선박들이 그곳에서 어로 활동을 하는 것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 어부들의 활동이 예년과 비교해 올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살바도르 파넬로 필리핀 대통령궁 대변인은 중국과의 협상으로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유엔총회에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판결을 제기할 수도 있다는 뜻을 밝혔다. 필리핀 정부는 2016년 7월 PCA에서 남중국해 대부분에 대한 중국의 영유권 주장에 법적 근거가 없다는 판결을 받아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그동안 중국에 판결 이행을 요구하지 않았다. 특히 중국의 움직임은 남중국해 일대에서 필리핀, 베트남 등과 분쟁을 벌이면서 이 일대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려는 미국과의 대립도 다시 확대될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움직임에 대해 티투섬의 필리핀 영유권 주장을 지지하는 성명을 발표했으며, 필리핀과 미국 간의 방위조약이 건재함을 강조했다. 김규환 선임기자 khkim@seoul.co.kr
  • [고든 정의 TECH+] 데이터센터 AI시장을 정조준한 ‘퀄컴 클라우드 AI 100’

    [고든 정의 TECH+] 데이터센터 AI시장을 정조준한 ‘퀄컴 클라우드 AI 100’

    퀄컴이 AI데이(AI Day 2019) 행사를 통해 고성능 인공지능(AI) 가속기인 ‘퀄컴 클라우드 AI 100’(Qualcomm Cloud AI 100) 프로젝트를 공개했습니다. 구체적인 스펙과 성능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퀄컴은 클라우드 AI 100 프로세서의 성능이 현재 AI연산을 위해 사용되는 GPU나 FPGA 대비 10배의 성능을 지닌다고 밝혔습니다. 진짜인지는 실물이 나와봐야 평가가 가능하겠지만, 퀄컴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AI하드웨어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것만은 확실합니다. 현재 회사의 주요 먹거리인 모바일 프로세서 및 모뎀을 넘어 데이터센터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보여준 것입니다. 퀄컴은 스냅드래곤 프로세서 및 무선 통신용 모뎀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로 퀄컴 역시 인접 IT분야로의 진출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야가 바로 서버 및 데이터센터 시장입니다. 전통적인 모바일 시장의 강자이긴 하지만, 스마트폰 시장 역시 정체된 상태이고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신성장 동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가장 최근의 시도는 ARM CPU 설계 기술을 활용한 서버용 ARM CPU인 센트리크 (Centriq)입니다. 역대 가장 많은 48코어 ARM CPU라는 시도는 그럴듯했지만, 서버용 CPU 시장에서 x86 CPU의 지배력이 워낙 강해 결국 시장의 문턱을 넘기 어려운 모습입니다. 현재 서버용 CPU 시장은 시장을 장악한 인텔과 새로운 젠 아키텍처로 도전장을 내민 AMD 사이의 경쟁이 치열한 상태로 새로운 도전자가 비집고 들어갈 여지가 매우 적습니다. 이 문제에 대한 퀄컴의 해답 중 하나가 바로 클라우드 AI 100으로 생각됩니다. 물론 AI 하드웨어 시장 역시 엔비디아 GPU가 강세를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새로운 분야이고 성장이 빨라 CPU 시장보다는 훨씬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여기에 퀄컴은 스냅드래곤 프로세서를 개발하면서 얻은 인공지능 하드웨어 개발 노하우도 지니고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855는 새로운 텐서 가속기를 포함한 4세대 AI 엔진을 탑재해 7 TOPS (Trillion Operations Per Second)의 연산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스냅드래곤 855는 스냅드래곤 820에 비해 3배의 AI연산 능력을 지니고 있으며 클라우드 AI 100의 경우 스냅드래곤 820 대비 50배 이상이 성능을 지니고 있습니다. 사실 AI연산 관련 부분만 모아서 별도의 데이터센터용 프로세서를 만드는 만큼 이 정도 성능 향상은 당연합니다. 문제는 경쟁력이 있는지입니다. CPU나 GPU처럼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할 수 있는 프로세서에 비해서 AI 전용 프로세서는 당연히 이 목적에만 특화되어 있어 빠른 성능을 자랑합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엔비디아 역시 AI 관련 전용 코어인 텐서 코어(Tensor Core)를 개발해 AI연산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습니다. 무엇보다 엔비디아 GPU는 현재 있는 AI 관련 툴과 소프트웨어가 여기에 최적화되어 있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여기에 구글의 TPU(Tensor processing unit)처럼 자체적인 AI가속기를 사용하는 기업도 있습니다. 아무리 새로운 분야라도 만만치 않은 경쟁이 예상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AI시장은 거대 IT기업들이 대부분 탐내는 신흥 시장입니다. 퀄컴에 따르면 2025년까지 데이터센터에서 AI 추론 관련 매출은 170억 달러로 급증하게 됩니다. 데이터센터에 축적된 데이터의 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를 분석하고 학습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AI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많은 IT기업들이 이를 신성장 동력으로 보는 것은 당연합니다. 퀄컴은 2019년 하반기에 클라우드 AI 100의 샘플링을 진행하고 2020년에 7㎚ 공정으로 양산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공교롭게도 인텔 역시 Xe 그래픽 카드를 비슷한 시기에 출시해 데이터센터/AI 시장을 노릴 계획이라 엔비디아, 퀄컴, 인텔이 같은 시장에서 격돌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누가 웃게 될지는 알 수 없지만, 가능하면 몇 개의 업체가 경쟁하는 구도가 독점 구도보다 모두에게 더 유리할 것입니다. 퀄컴의 도전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3명 중 1명 원금 까먹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3명 중 1명 원금 까먹었다

    채권형 152건 중 10건 원금 모두 손실 영화 ‘너의 이름은’ 연수익률 80% 달해 초기 영화·IT 스타트업서 투자처 늘어 금융위 “위험성 알도록 채권 현황 공개”도입 4년차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익률이 80%에 달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원금 모두를 까먹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 투자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채권 상환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11일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크라우드펀딩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417개 창업·벤처기업이 483차례 펀딩에 성공해 755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 1월부터 연간 모집 한도가 기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두물머리는 최근 알고리즘 기반의 펀드 추천 서비스인 ‘불리오’로 15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지피페스트는 음악 축제 ‘그린플러그드 서울’ 개최 자금 9억 7000만원을, 타임기술은 선진 군수지원 사업을 위한 자금 9억 3000만원을 각각 모았다. 초반 영화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에 집중됐던 크라우드펀딩 투자처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제각각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주식형과 채권형으로 나누어 투자할 수 있다. 금융위가 수익률 집계가 가능한 채권형 투자 152건 중 지난해 말 기준 만기가 지난 88건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 3명 중 1명은 원금 손실을 봤다. 투자 손실이 발생한 채권 27건의 발행액은 49억 6000만원인데 상환액은 17억 7000만원에 그쳤다. 이들 27건의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총 31억 9000만원을 까먹었다는 의미다. 손실률은 64.3%였다. 원금 전액을 잃은 경우도 10건에 달했다. 반면 투자이익이 생긴 채권은 55건으로, 평균 수익률은 8.3%였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5%다. 특히 영화 ‘너의 이름은’에 투자한 사람들은 최고수익률인 41.2%를 챙겼다. 연 수익률은 80%에 이른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하는 게 좋다. 금융위는 올 3분기부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발행된 채권의 상환 건수, 금액, 부도율 등을 공개한다. 강영수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을 통해 분기별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3명 중 1명 원금 까먹었다

    크라우드펀딩 투자자 3명 중 1명 원금 까먹었다

    채권형 152건 중 10건 원금 모두 손실 영화 ‘너의 이름은’ 연수익률 80% 달해 초기 영화·IT 스타트업서 투자처 늘어 금융위 “위험성 알도록 채권 현황 공개”도입 4년차인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의 수익률이 천차만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수익률이 80%에 달하는 사례가 있는 반면 원금 모두를 까먹기도 했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들이 크라우드펀딩 투자의 위험성을 알 수 있도록 채권 상환 현황을 공개하기로 했다. 11일 금융위에 따르면 2016년 크라우드펀딩 도입 이후 지난해까지 3년 동안 417개 창업·벤처기업이 483차례 펀딩에 성공해 755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개인이 온라인을 통해 중소·벤처기업에 투자할 수 있는 제도다. 창의적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지난 1월부터 연간 모집 한도가 기존 7억원에서 15억원으로 확대되면서 대규모 자금을 끌어모으는 사례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핀테크(금융+기술) 업체 두물머리는 최근 알고리즘 기반의 펀드 추천 서비스인 ‘불리오’로 15억원의 펀딩에 성공했다. 지피페스트는 음악 축제 ‘그린플러그드 서울’ 개최 자금 9억 7000만원을, 타임기술은 선진 군수지원 사업을 위한 자금 9억 3000만원을 각각 모았다. 초반 영화와 정보기술(IT) 스타트업 등에 집중됐던 크라우드펀딩 투자처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하지만 수익률은 제각각이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은 주식형과 채권형으로 나누어 투자할 수 있다. 금융위가 수익률 집계가 가능한 채권형 투자 152건 중 지난해 말 기준 만기가 지난 88건을 분석한 결과 투자자 3명 중 1명은 원금 손실을 봤다. 투자 손실이 발생한 채권 27건의 발행액은 49억 6000만원인데 상환액은 17억 7000만원에 그쳤다. 이들 27건의 펀딩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총 31억 9000만원을 까먹었다는 의미다. 손실률은 64.3%였다. 원금 전액을 잃은 경우도 10건에 달했다. 반면 투자이익이 생긴 채권은 55건으로, 평균 수익률은 8.3%였다. 연간 기준으로 환산하면 10.5%다. 특히 영화 ‘너의 이름은’에 투자한 사람들은 최고수익률인 41.2%를 챙겼다. 연 수익률은 80%에 이른다. 크라우드펀딩은 창업 초기 스타트업에 주로 투자하는 만큼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꼼꼼히 살펴본 뒤 투자하는 게 좋다. 금융위는 올 3분기부터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발행된 채권의 상환 건수, 금액, 부도율 등을 공개한다. 강영수 금융위 자산운용과장은 “투자자들이 위험성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예탁결제원이 운영하는 크라우드넷을 통해 분기별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필요한 ‘복지서비스’ 자동으로 안내해 준다

    필요한 ‘복지서비스’ 자동으로 안내해 준다

    ‘복지멤버십’ 제도 2022년까지 도입 가입자가 가구·소득·재산조사 동의시 3개월마다 수급 자격 등 맞춤형 통지 ‘복지 신청주의’ 한계 극복할 지 주목정부가 국민에게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필요한 때에 찾아서 맞춤형으로 안내하는 ‘복지멤버십’(가칭) 제도를 도입한다. 복지서비스를 받고 싶어도 어떤 서비스가 있는지 몰라 신청하지 않으면 받을 수 없는 ‘복지 신청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초연금 수급률이 매년 60%대를 기록해 정부 목표치인 70%에 못 미치는 것도 복지 신청주의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는 11일 ‘사회보장 정보전달체계 개편 기본방향’을 발표하며 2022년까지 복지멤버십 제도 실현을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반영한 차세대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시스템에는 복지 대상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연계·통합해 적시에 사회보장을 제공할 수 있는 기능이 담긴다. 임근찬 복지부 차세대사회보장정보시스템 구축추진단장은 “기초연금 수급 탈락자를 주기적으로 조사해 1년에 한 번씩 수급 자격이 되는지 알려주고 있는데 생각보다 많은 수급 대상자를 찾을 수 있었다”며 “차세대 시스템을 도입하면 가령 3개월마다 한 번씩 시스템을 돌려 기초연금뿐 아니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서비스까지 모두 찾아줄 수 있다”고 말했다. 복지멤버십에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가입자가 가구·소득·재산 조사에 동의하면 시스템이 주기적으로 사회보장서비스 대상자 여부를 판단하며 임신·출산·입학·실직·퇴직·질병·장애·입원 등 신상의 중요한 변화도 감지한다. 정부는 이렇게 찾은 복지서비스를 온라인이나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대상자에게 알려주고, 위기 가구는 동의만 하면 주민센터 직원이 직권으로 복지서비스를 신청하는 제도 도입까지 계획하고 있다. 행정기관을 방문해 각종 금융자산 등을 수기로 기록하며 가난을 스스로 증명해야 필요한 복지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빈곤층과 정보 이용 약자들의 권리를 보장하고 사각지대를 더 좁히자는 취지다. 임 단장은 “복지 신청주의를 바꾸기는 어렵지만, 복지멤버십 제도로 복지 신청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이 편리한 방법으로 편한 장소에서 사회보장 지원 상담을 받고 신청·접수를 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과 인터넷으로 신청할 수 있는 사회보장사업의 종류도 현재 19개에서 41개 이상으로 늘린다. 또 신청 방식과 제출 서류를 획기적으로 줄여 온라인 신청률을 현재 16%에서 40% 이상으로 올리기로 했다. 복지부는 특히 단순한 빈곤을 넘어 고립, 관계 단절, 정신적·인지적 문제가 있는 경우도 ‘위기 가구’로 정의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사회복지공무원의 현장 지식과 노하우를 데이터베이스에 담아 실시간으로 안내하는 AI 비서를 도입해 공무원 업무도 지원한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화물차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71건 적발

    이른바 ‘카드깡’ 등의 수법으로 화물차 유가보조금을 빼돌린 화물차주와 주유소가 무더기 적발됐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28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지방자치단체, 한국석유관리원 등과 유가보조금 부정수급 의심 주유소 137곳을 합동 점검한 결과 총 71건의 위반행위를 적발했다고 11일 밝혔다. 외상으로 기름을 넣은 뒤 일괄결제하는 방식으로 법규를 위반한 사례가 33건(화물차 33대)으로 가장 많았다. 주유량을 실제보다 많이 부풀려서 결제하는 ‘카드깡’으로 유가보조금을 지급받거나 이에 공모·가담한 경우도 16건(화물차 11대·주유소 5건) 확인됐다. 보조금 지급대상이 아닌 다른 차량에 주유하고 유가보조금을 지급받은 사례가 15건(화물차 10대·주유소 5곳), 등유 등 유가보조금 지급대상이 아닌 유종을 구매하고 보조금을 챙긴 사례가 7건(화물차 5대·주요소 2곳)이었다. 적발된 주유소 12곳은 추가조사를 거쳐 영업정지 및 6개월 유류구매카드 거래 정지 등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59대의 화물차주는 부정 수급한 유가보조금을 환수하고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한다. 또 형사고발을 통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다섯 번째 봄의 ‘약속’…0416 기억하겠습니다

    다섯 번째 봄의 ‘약속’…0416 기억하겠습니다

    공공기관들 아픔 치유 나서 12~14일 경기페스티벌- 약속 연극·음악회·퍼포먼스 이어져 교육청 16일 ‘노란 리본의 날’ 9~16일 제주 ‘기억 공간’ 운영세월호 참사 5주년을 맞아 경기 안산과 제주도에서 추모 행사가 열린다.9일 경기도문화의전당에 따르면 경기도립극단은 오는 12일 안산예술의전당 달맞이극장 무대에 연극 ‘태양을 향해’를 올린다. 매일 술을 마시는 엄마와 이를 지켜보는 중학생 아들 이야기다. 서로 아픔을 보듬고 깨닫는 과정을 통해 불행도 삶의 과정이며, 그조차도 소중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13일에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와 마시모 자네티 상임 지휘자가 안산예술의전당 해돋이극장에서 관객들에게 위로의 음악을 선사한다. 이은선의 ‘물속에서’와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등이 연주된다. 14일에는 와동 체육공원과 화랑유원지에서 경기팝스앙상블의 ‘나비날다’ 식전 공연을 시작으로 경기도립국악단의 세월호 추모곡 연주, 경기도립무용단의 위로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행사에는 성악가 홍일과 소리꾼 전태원, 가수 조성모 등이 출연한다. 경기도와 산하기관이 세월호 관련 추모 행사를 주관하는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10월 취임한 이우종 문화의전당 사장은 이번 추모 행사를 가장 먼저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장은 지난 1월부터 행사 취지와 프로그램 내용 등을 세월호 유가족과 협의했다. 지난 8일 기자 간담회에선 “세월호 참사에 대해 모든 국민이 마음으로 아파하는 만큼 공공기관으로서 이 아픔을 치유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희생자를 잊지 않고 가족을 지켜내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웃과 함께하겠다는 ‘약속’의 의미를 행사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경기도교육청도 5주년 당일인 16일을 ‘노란 리본의 날’로 정하고 도교육청 남부 및 북부 청사 전 직원과 25개 교육지원청 교육장, 직속 기관장, 도의회 의원, 교육단체 및 시민단체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 행사를 개최한다. 행사에선 전국 초·중·고교생 및 학교 밖 청소년이 참여한 ‘청소년 추모 영상 공모전’ 우수작품도 상영한다.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와 4·16재단, 교육부와 함께 ‘5주년 기억식’도 마련한다. 세월호 목적지였던 제주 곳곳에도 추모·기억공간이 마련된다. 세월호촛불연대는 ‘세월이 빛나는 마을’ 프로젝트를 마련했다. 추자도를 제외한 제주지역 모든 읍·면과 제주시청 앞, 제주도청 앞 천막촌 등 14개 지역 17곳에서 9~16일 세월호 추모·기억공간을 운영한다. 우도의 우영팟 갤러리, 구좌읍의 기억북카페, 한림읍의 달리책방 등 각 지역에 위치한 ‘기억공간’을 방문하면 종이배를 접으며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메시지로 적어 공유할 수 있다. 16일 오후 7시 제주시 산지천광장 행사에선 추모·기억공간 17곳에서 접은 종이배를 큰 배에 싣고 시민합창을 한 뒤 세월호가 도착하려던 제주항 2부두를 향해 행진한다. 고양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제주 황경근 기자 kkhwang@seoul.co.kr
  • 아동복 브랜드 ‘리틀버니’ 오프라인 진출… 인천 송도에 자리

    아동복 브랜드 ‘리틀버니’ 오프라인 진출… 인천 송도에 자리

    최근 아동복 시장에 대한 열기로 대형 브랜드들의 키즈라인 론칭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소비자들은 기존 익숙한 SPA 브랜드와 패션브랜드의 키즈라인에서 아동복을 구매하는 경우도 많지만, 최근에는 온라인 쇼핑몰에서 개성있는 디자인과 합리적 가격대를 갖춘 상품을 찾는 엄마들도 늘어나고 있어 온라인 아동복 시장도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했다. 이러한 가운데 아동복 시장에서 차별화된 디자인과 퀄리티로 온라인 아동복 시장을 이끌어온 리틀버니가 올해 초 인천 송도에 오프라인 매장을 오픈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3월 8일 오픈한 리틀버니는 오픈 첫주 오픈기념 이벤트로 전 상품 50% 할인 혜택을 제공해 많은 인파들이 몰렸다. 뜨거운 반응에 첫주 주말 매출로 2000만원을 돌파해 성황리 오픈을 알렸다. 리틀버니 오프라인 흥행 열기는 인천 청라점까지 이어질 전망으로, 인천송도 1호점에 이어 청라 2호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리틀버니 관계자는 “고객들의 사랑에 힘입어 앞으로도 계속해 프랜차이즈 가맹점 모집에 나설 예정”이라며, “고객들에게 더욱 좋은 제품으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데스크 시각] 변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하는 것/홍지민 사회부 차장

    [데스크 시각] 변하지 않은 것, 변해야 하는 것/홍지민 사회부 차장

    온 국민이 가슴 졸이던 주말이 지나갔다. 대형 산불이 초속 20m를 넘는 강풍을 타고 강원도 일대를 집어삼켰다. 수천 명의 시민들이 덮쳐 오는 불을 피해 한밤에 긴급 대피했다. 소방관과 경찰, 군인 등 수만 명이 불길을 잡기 위해 사투를 벌였다. 불은 축구장 742개, 서울 여의도 면적의 두 배에 해당하는 임야 530㏊를 태우고 사흘 만에 사그라졌다. 8일 기준으로 500채에 가까운 주택이 불탔다. 창고와 비닐하우스 등 농업시설이 300동 가까이, 관광·관람시설은 200곳 넘게 소실됐다. 가축도 4만여 마리가 희생됐다. 800여명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인명 피해는 사망 1명, 부상 1명이었다. 최근 대형 참사나 재난, 사고가 터질 때마다 인재(人災)라는 뼈아픈 평가가 뒤따랐던 것을 떠올리면 이번엔 천재(天災)에 맞서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평가가 나올 만하다. 현장에서의 발빠른 판단과 대처, 그리고 헌신 등이 빚어낸 결과다. 고성에 체험학습을 간 평택 현화중 학생 199명과 속초에서 체험학습을 하던 춘천 봄내중 학생 179명이 화마를 피해 무사 귀가할 수 있었던 것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5주년을 얼마 남겨 놓지 않고 일어난 대형 산불과 그 진화 과정은 우리 사회가 그래도 조금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듯하다. 자칫 이번 산불이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등 지난 5년간 우리 사회가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결과가 나왔더라면 아마도 국민들은 깊은 좌절을 맛보았을 게 분명하다. 그런데 그 5년간 아무런 변화를 보이지 않는 곳도 있다. 오히려 구태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바로 정치권이다. 화재 발생 첫날부터 산불을 정쟁에 활용하는 모습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불길이 거세지던 4일 밤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가 대표적이다. 한 야당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자신들의 질문을 받아야 한다며 자리를 늦게 떠나게 만들었다. 안보실장은 국가적인 위기 대응의 총괄 책임자다. 비난이 거세지자 이 당의 원내대표는 ‘화재의 심각성을 보고하고 이석이 필요하다면 양해를 구했어야 했는데, 그런 말이 없어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는 취지로 책임을 돌렸다. 그런데 같은 당 대변인은 여당 소속 속초시장이 가족여행을 갔다가 뒤늦게 복귀한 것을 놓고 “산불은 충분히 예견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공세를 펴기도 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정부는) 촛불 정부가 아니라 산불 정부”라고 비꼰 정치인이 있는가 하면, 대통령이 “산불이 북으로 번질 경우 북과 협의해 진화 작업을 하라”고 지시한 것을 놓고 색깔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지역 정치인은 소속 당 대표가 ‘아침 일찍 가장 먼저 현장에 달려가 산불 현장 점검도 하고, 이재민 위로도 하고, 산불 지도를 한 덕분에 주불이 진화됐다’는 용비어천가를 불러 실소를 자아내게 했다. 불은 꺼졌다. 그러나 복구는 이제부터다. 그간 재난을 당한 국민들이 실제 지원을 받기까지 늑장행정으로 눈물을 흘리는 일을 자주 보아 왔다. 복구와 지원이 늦어질수록 천재를 막아낸 결과가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벌써부터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대책으로 현장에서 원성이 들려오고 있다. 시름하고 있는 강원도민들이 한시라도 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게 실질적인 지원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소방인력과 장비 확충이 시급하다는 점도 재차 확인됐다. 정치권이 이번에는 발목을 잡지 말고 제발 좀 힘을 보태길 바란다. 심상치 않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칭찬에 인색하던 야당이 정부의 초기 대응을 긍정 평가하며 달라진 자세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정치권도 변해야 한다. 국민이 지켜보고 있다. icarus@seoul.co.kr
  • [사설] 강원 산불 특별재난지역, 신속한 피해복구 전력해야

    화마(火魔)에 고통받고 있는 고성군·속초시·강릉시·동해시·인제군 등 강원 산불 피해 지역이 엊그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됐다. 해당 지역은 주민 생계안정 비용과 각종 복구 비용을 예산으로 지원받게 된다. 지난 4일 고성군에서 시작된 산불은 6일 주불이 잡혔지만, 그사이에 530㏊(530만㎡)의 산림을 집어삼켰다. 여의도 면적(290㏊)보다 크고 축구장 면적(7140㎡)의 700배가 넘는 푸른 산야가 불과 사흘 만에 민둥산으로 돌변했다. 400여채의 주택과 900여곳의 축산·농업시설도 소실되고 수백여명의 이재민들이 생겨났다. 산불 규모에 비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이는 민관이 산불 진화에 신속히 움직이는 등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강원 산불 진화에는 사상 최대 규모의 인적·물적 자원이 투입됐다. 전국 소방차 820대, 헬기 51대가 총동원되고, 소방 공무원 3000여명과 의용 소방대원, 군인 등 1만 4000여명이 전국에서 총동원돼 산불 진화에 나섰다. 민간의 대응도 눈길을 끌었다. 수백명의 중학생들이 강원 지역에 체험학습을 떠났다가 화마와 맞닥뜨렸지만 교사와 교직원들의 신속한 대응으로 무사히 귀가할 수 있었다. 남은 과제는 인재(天災)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진행 중인 뒷불 감시와 잔불 정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우리나라 산림의 낙엽층 두께를 감안하면 주불이 잡히고 3~4일 뒤에도 산불이 다시 생길 수 있다. 피해 수습과 복구를 위한 재정지원 등도 신속히 이뤄져야 한다. 늑장행정으로 피해 주민들이 또다시 눈물을 흘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산불방지 체계 강화를 위해 밤에도 투입할 수 있는 헬기 확충과 산불 지역에 살포할 방화제 기술 개발도 시급한 과제다. 소방력 접근이 쉽지 않은 산불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감시와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산불 진화의 ‘영웅’인 소방관의 국가직화 등 처우 개선도 미룰 수 없다. 소방관의 절대 다수는 지방직 신분으로 해당 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에 따라 처우 또한 열악하다. 초과근무수당을 못 받거나 방화복과 장갑 등 장비를 사비로 마련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소방관의 국가직화는 여야가 5년 전에 합의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도 있지만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지난해 11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관련 법률 개정안을 상정했지만 최종 의결하지 못했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바라는 청와대 청원에 10만명 이상이 참여하는 등 국민적 열망도 높다. 여야는 정략적 입장을 떠나 국민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의 국가직화 관련 법안 통과에 나서야 한다.
  • “고단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삶… 국민 관심으로 개선 체감”

    “고단한 독립유공자 후손의 삶… 국민 관심으로 개선 체감”

    김상옥 의사 손자며느리 매점서 근무 “독립유공자 배려 점차 늘어나 감사”“국가가 독립유공자를 잊지 않고 있다는 점 자체에 감사하고 국회에서 일할 기회까지 얻은 만큼 그 누구보다 바르게 살아야 한다는 다짐을 하루에도 몇 번씩 해요.” 여현미(52·여)씨는 국회사무처가 임시의정원 개원 100주년을 맞아 진행한 독립유공자 후손 특별채용을 통해 지난달 4일부터 국회 의원회관 매점에서 판매원으로 일하고 있다. 여씨는 7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유통업 쪽에 일하고 있었는데 국회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을 위한 특별채용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 없이 지원하게 됐다”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독립유공자 후손이라는 이름을 달고 일 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여씨는 한말의 독립운동가인 김상옥 의사의 손자 며느리다. 혁신단, 의열단 등의 단체에서 일제 기관 파괴 활동을 했던 김상옥 의사는 1923년 1월 12일 독립운동가 탄압의 상징이었던 종로경찰서에 투탄 의거를 거행했다. 이후 일본경찰과 대치하다 자결 순국했다. 정부는 1962년 김상옥 의사에게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여씨는 “시조부께선 참고서에 이름이 실릴 만큼 우리나라 독립에 많은 공을 세우셨고 시아버지께서도 독립유공자를 위한 기념사업을 위해 한평생을 바치셨다”며 “국회에서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는 게 아닌데 나라를 향한 조상의 헌신 덕분에 제가 국가로부터 이런 귀한 대우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결혼 후 독립유공자 후손으로 살고 있는 여씨는 애국심도 남다르다. 여씨는 “남편이 무심코 길거리에 쓰레기라도 버리려고 하면 ‘할아버지 이름에 먹칠 할 행동은 하지 말라’고 제가 따끔하게 말한다”며 “가족에게도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우리가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을 항상 상기시킨다”고 했다. 여씨가 독립유공자 후손으로서 국가가 제공하는 혜택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은 국가적 지원이 부족했지만 최근 체감할 수 있는 배려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여씨의 설명이다. 여씨는 “사실 주변 독립유공자 후손을 보면 형편이 어려운 분들이 상당히 많다”며 “조상들은 나라를 위해 모든 걸 바쳤는데 정작 후손들이 고단한 삶을 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역사·복지 등에 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며 자연스레 독립유공자에 대한 처우도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며 “후손들이 큰 특혜를 바라는 건 아니다. 국가의 작은 배려를 계기로 국민들이 독립유공자를 한 번 더 기억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
  • 영화 포스터부터 프라다까지…드로잉 천재의 세계를 엿보다

    영화 포스터부터 프라다까지…드로잉 천재의 세계를 엿보다

    수시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오가며 로댕, 드가 등의 작품을 골똘히 바라보던 대학생은 부단히도 드로잉 습작에 매진했다. 그렇게 그의 손 끝에서 피어난 환상의 세계는 어느덧 세계적인 팝 아티스트 무라카미 다카시도 매료시켰다. 오는 9월 1일까지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뮤지엄(LMoA)에서 개인전 ‘끝없는 여정’을 여는 제임스 진(40) 얘기다. 1979년 대만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간 진은 일러스트레이터로 출발해 20여년간 다채로운 분야에서 활동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가 그린 만화 표지 150점, 드로잉 200점과 대형 회화와 조각, 영상 등 총 500여점을 선보인다. 진의 전시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드로잉이다. 도시의 일상을 재구성해 다양한 욕망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등장시킨 그의 드로잉은 몽환적인 색감, 유려한 선, 세밀한 묘사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미국에서 아시아인으로 살아가는 작가는 전시에서 아시아 시각 문화의 모태인 오방색을 주제로 한 신작들을 선보였다. 미국·멕시코 국경 지대에서 이주자와 자녀들을 분리시킨다는 뉴스를 듣고 이를 위험에 처한 호랑이 가족으로 은유한 ‘화이트 타이거-화이트 메탈’(2019)처럼 날카로운 사회 풍자가 작품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DC코믹스 버티고에서 출간하는 만화 ‘페이블즈’ 표지 작업으로 명성을 쌓았던 진은 패션계, 영화계 등 다양한 분야의 러브콜을 받았다. 2008년부터 10년에 걸쳐 세 차례 패션 브랜드 프라다와 협업한 작가는 동화라는 주제를 패션에 접목시켜 특유의 신비롭고 우아한 미감을 잘 살려냈다는 평을 듣는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영화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등 총 3편의 영화 포스터를 제작한 진은 오는 7월 개봉 예정인 박서준·안성기·우도환 주연의 ‘사자’ 포스터 작업도 진행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늘어난 저비용항공사… ‘기장 모셔가기’ 시끌시끌

    늘어난 저비용항공사… ‘기장 모셔가기’ 시끌시끌

    정년 앞둔 기장에 아들 일자리 미끼도 옮겼다가 빡빡한 근무·꼼수 연봉 불만 인사적체·오너리스크로 中 이직 많아 대형 항공사들 인력 유출로 골머리 “3년 단기계약… 근무 안정성 떨어져”최근 신생 항공사 세 곳이 한꺼번에 신규 저비용항공사(LCC) 면허를 발급받고, 기존 항공사들이 새 항공기를 추가로 들여오며 항공사마다 ‘기장 모셔가기 전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판이 커진 ‘조종사 이직 시장’ 안팎에서 잡음이 많이 들려 옵니다. 대표적인 예 중 하나는 빡빡한 단거리 근무 스케줄과 낮은 복리후생으로 이직 뒤 실망하는 기장들이 나온다는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7일 “연봉이 대형 항공사인 대한항공 못잖다는 제안에 LCC로 옮겼지만 실제로는 쉬지 못하고 받는 연차 수당이 연봉에 포함된 것이라 조종사들 사이에서 ‘꼼수로 연봉을 올린 것’이라는 불만이 나온다”고 말합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 조종사 근무시간은 월평균 70시간 미만인데 통상 40~50시간 정도 일한다고 합니다. 반면 LCC 조종사들은 대개 월평균 60~90시간 정도라네요. 물론 LCC 업계는 “휴식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 수당으로 보전해 주는 데다 비행시간 자체가 항공안전법 시행규칙(월 100시간)보다 낮은 수준이라 문제가 없다”고 항변합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안전 운항을 위해 기장 피로도 관리도 중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특히 또 다른 항공사 직원은 “‘조종사 대란’이 벌어지다 보니 A항공사의 경우 아들의 항공사 취업을 돕겠다며 일자리를 미끼로 정년을 앞둔 기장들에게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면서 “신체검사, 시뮬레이터 테스트 등을 버거워하는 기장 등에게 오퍼를 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반대로 조종사들이 스스로 이직을 준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형 항공사들은 인사 적체가 심해 기장 승급이 오래 걸리는 만큼 LCC에서 빠른 기장 승급 후 처우가 더 좋은 중국으로 기회를 찾아 떠나는 것이지요. 연봉 1억 4000만~1억 7000만원을 받는 3~4년차 기장들에게 중국 항공사들이 제시하는 연봉은 3억원 이상이니까요. 또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의 두 총수가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것처럼 ‘오너리스크’에 대한 자조도 한 원인입니다. 하지만 인력 유출로 골머리를 앓는 대형 항공사들은 답답함을 호소합니다. 대형 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LCC뿐 아니라 중국 등 항공사들이 고연봉을 조건으로 외국 기장을 채용하는 이유는 급속한 항공 수요 팽창으로 인해 부족한 기장의 간극을 메우기 위한 일시적인 채용이라 계약 기간도 평균 3년에 불과하고 사소한 과실에도 즉시 해고할 수 있는 세부 계약 등이 달려 있다”면서 “60세 이상까지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국내 대형 항공사 여건과 비교할 때 감당해야 할 리스크가 큰 만큼 단기 연봉만이 아니라 전체적인 이직 조건 등을 잘 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백민경 기자 white@seoul.co.kr
  • 선배, 퇴직 공무원 만날 땐 신고하랍니다

    2년 이내 직무관련 퇴직 공무원 대상 “로비·전관예우 차단” vs “자유권 침해” 위반시 횟수 따라 단계별 징계 조치 권익위·공정위도 지난해부터 시행 경기도가 ‘공무원 행동강령 규칙’ 개정안을 오는 12일 조례규칙심의회를 거쳐 이달 말 시행한다고 7일 밝혔다. 현직 공무원이 공적인 업무로 퇴직자를 만나려면 미리 신고하도록 했다. 공직계엔 맑은 공직사회를 위해 필수조치라는 입장과 잠재적 범죄집단 다루는 듯해 불쾌하다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경기도에 따르면 개정안은 퇴직자의 로비, 전관예우 등 부패 취약요인을 미리 막기 위한 것이다. 신고 대상은 퇴직한 날로부터 2년 이내 직무 관련 퇴직자다. 골프, 여행, 향응 등 직무와 관련한 퇴직자와의 접촉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이밖에 청사 내외 직무와 관련된 만남을 신고 대상에 포함했다. 위반하면 횟수에 따라 훈계, 견책, 감봉 등 징계를 할 수 있다. 공적 업무와 무관한 동창회, 친목 모임 등은 제외했다. 경기북부청 한 팀장급 공무원은 “의정부에 있는 한 회사에 가보면 고위 공무원 출신이 수두룩하다. 특별하게 맡은 업무도 없이 왜 그 회사에 몸담겠느냐”고 되물으며 환영을 나타냈다. 한 주무관은 “수년 전 퇴직한 선배에게서 미리 귀띔했던 제품을 설계에 반영해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밤에 항의성 전화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 한 공무원도 “도청에서 근무한 직원들이 퇴직 후 재임 시 업무 관련 업체에 상당수 포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 어느 정도 통제하는 게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울산시청 한 공무원은 “공직사회 비리를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는 원칙에 모든 공직자들이 공감하고, 비리 근절을 위한 퇴직 공직자의 현직 업무 분야 취업 제한 등 다양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개인 자유권 침해라며 거세게 반대하는 의견도 나왔다. 광주광역시 한 공무원은 “비리 예방이란 목적엔 찬성하지만 최근까지 알고 지낸 퇴직 선배 공무원을 만나면서까지 신고를 해야 하는 규칙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겠는가”라며 반문했다. 경북도 과장급 공무원도 “‘전관예우’ 차원의 특혜 등을 운운하며 선후배 간의 건전한 만남까지 봉쇄시키겠다니 초법적 발상”이라고 반발했다. ‘업무 관련’ 범위를 어떻게 잡느냐도 불분명해 공직사회를 혼란에 빠뜨릴 법하다는 의견도 빼놓을 수 없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십년 동고동락한 선배를 (이전에 관련 업무를 다뤘다고) 사적 만남까지 신고해야 한다는 게 이해하지 못하겠고, 실효성도 없을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이렇게 엇갈리는 찬반 양론 속에 이번 개정안 실행이 공무원 부정부패를 차단하는 데 얼마나 결실을 맺을지 주목된다. 국민권익위원회와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부터 비슷한 내용의 공무원 행동강령 개정안을 시행하고 있다. 수원 남상인 기자 sanginn@seoul.co.kr 고양 한상봉 기자 hsb@seoul.co.kr 안동 김상화 기자 shkim@seoul.co.kr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 쥐어짜는 배앓이에 설사·변비… 초특급 예민한 대장, 포드맵 싫어해요

    쥐어짜는 배앓이에 설사·변비… 초특급 예민한 대장, 포드맵 싫어해요

    극심한 복통·시도때도 없는 배변감 동반 발병 원인 명확하지 않아 증상완화 초점 젊은층 오래 앓아도 대장암 악화 드물어 사과·수박·유제품·양파·마늘·밀·버섯 등 장내 발효돼 가스 유발하는 식품 피해야 잡곡에 섬유질 풍부한 채소군 섭취 권유직장인 이모(39)씨는 6년째 과민성 장 증후군을 앓고 있다. 술을 마시거나 맵고 기름진 음식을 먹으면 꼭 설사를 한다. 평소에도 장에 가스가 찬 듯 속이 불편하고, 용변을 봐도 잔변감이 들어 다시 화장실을 찾는 일이 잦다. 가장 큰 고통은 복통이다. 설사 직전에는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아랫배를 쥐어짜는 듯한 배앓이를 한다. 설사를 다해야 복통이 사라지기 때문에 바쁜 업무 시간에도 화장실을 떠날 수 없다. 잠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더 심하다. 예기치 않고 조절이 어려운 배변으로 2시간에 걸쳐 올라간 산을 30분 만에 뛰어내려 온 적도 있다. 병원에도 여러 번 가고 내시경도 해 봤지만 장 자체에는 이렇다 할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이씨와 같은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는 전 세계 인구의 7~9%로 추정되며, 국내에서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소화기내과 환자의 10명 중 3명이 과민성 장 증후군 진단을 받을 정도로 흔하다. 증상은 있으나 특별한 원인을 콕 집어 말하기 어렵고, 완치할 수 있는 치료법도 없는 대표적인 질환이다. 배가 아픈데 내시경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하니 환자는 의사의 진단을 의심하기도 하고, 자신의 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염려와 불안을 안고 산다. 2008년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273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삶의 질 수준은 0.889로, 국민건강영양조사 제3기(2005) 자료와 비교했을 때 치질(0.925), 아토피 피부염(0.924), 위십이지장궤양(0.901)보다도 낮았다. 또 응답자의 6%는 3개월간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직장에 3일 이상 나가지 못했으며, 10.8%는 일을 하는 데 상당한 지장을 받았다고 답했다. 질환이 건강뿐 아니라 삶도 파괴하고 있는 것이다. 설사는 단순 소화불량이나 장염으로도 올 수 있어 설사한다고 모두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하진 않는다. 환자 중에는 설사 대신 변비가 있는 경우도 있고, 설사를 하다 변비가 오거나 변비로 고생하다 설사를 하는 ‘혼합형’도 있다. 가장 중요한 증상은 복통으로, 배가 아프면서 설사나 변비가 발생하고 변을 보고 나면 복통이 없어지는 증상이 한 달에 3일 이상 3개월간 지속되면 과민성 장 증후군으로 진단한다. 장 증후군 환자의 대장은 정상인보다 예민하다. 환자의 대장에 가스를 주입하거나 풍선을 넣어 조금만 부풀리면 정상인은 반응하지 않을 적은 용량에도 심한 통증이 발생한다. 음식이나 가스가 조금만 차 있어도 장이 반응하니 ‘배에 가스가 가득 찬 것 같다’, ‘복부에 불쾌감이 느껴진다’는 증세를 호소한다. 대장의 움직임도 빨라서 보통 사람은 식사 후 50분 정도 장이 움직이고 다시 평소 움직임으로 돌아오지만, 장 증후군 환자의 장은 운동량 증가폭이 크고 50분이 지나도 계속 빠른 움직임을 보인다고 한다. 밥을 먹은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화장실에 가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으로 볼 수 있다. 명승재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7일 “장이 예민해지고 수축하면서 쉽게 말해 장에 쥐가 나 배가 아파지는 것”이라며 “장의 수축성이 배설물을 항문까지 전달하는 장내 운동파와 일치하면 설사가 발생하고, 운동파와 관계없이 전체적인 수축이 일어나면 배가 아프면서 변비형으로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장이 왜 예민해지는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원인으로 스트레스, 유전적 요인, 특정 음식에 대한 과민 반응, 대장 내 유해균 증가 등을 꼽지만 명확하진 않다. 민양원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가족 중에 과민성 장 질환 환자가 있으면 과민성 장 증후군 발생 위험이 2~3배 증가하는 것으로 보아 과민성 장 증후군에도 유전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가족 내 같은 질환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것은 환경이 같은 영향도 있고, 과민성 장 증후군과 연관된 유전자가 뚜렷하게 확인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과거력으로는 소화궤양 질환이 가장 많고, 비뇨기과 질환과 고혈압을 동반하기도 한다. 환자 중에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환자도 많다. 위와 장은 서로 연결돼 있고, 신호를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장 증후군 환자는 대개 위도 좋지 않다. 또한 화장실에 오래 앉아있다 보니 치질이 생기기도 한다. 전문의들은 먼저 음식부터 조심해야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평생을 관리해야 하는 질환이어서 완치보다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두고 치료한다. 장이 무척 예민하기 때문에 장을 자극할 수 있는 음식은 무조건 피하는 게 상책이다. 호주에서는 과민성 장 증후군 환자 치료를 위해 ‘저(低)포드맵 식단’이란 식이요법을 고안했다. ‘포드맵’은 장내에서 발효되기 쉬운 올리고당, 이당류, 단당류, 폴리올을 뜻한다. 사과·망고·아보카도·체리·수박·우유·유제품·양파·마늘·밀·버섯·과일주스 등에 많이 들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 소장을 거쳐 대장으로 가는데 대부분의 영양소는 소장에서 흡수되고, 흡수되지 않은 음식은 대장으로 간다. 이 중 잘 발효되지 않는 음식은 변으로 배출되나, 발효가 잘되는 포드맵은 대장에서 발효되며 가스를 내뿜는다. 건강한 사람의 장에선 유산균을 비롯한 장내 유익균이 이런 발효 음식을 영양분 삼아 무럭무럭 자란다. 하지만 장 증후군 환자는 이런 음식이 내뿜는 가스에도 통증을 느낀다. 대표적인 건강식품인 포드맵이 증세가 심한 장 증후군 환자에게는 복통과 설사를 유발하는 독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포드맵이 장 증후군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완벽하게 입증되지 않은 데다 발효 음식을 과도하게 제한하면 장내 유익균이 잘 자랄 수 없어 저포드맵이 음식 선택의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다. 증세가 심할 때 당분간만 식이요법으로 활용해 장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고 한다. 쌀을 제외한 잡곡에도 포드맵이 많이 들어 설사가 심할 때는 잡곡보다 쌀을 먹는 게 좋다. 포드맵 가운데 평소에도 조심해야 할 것은 ‘액상 과당’으로 주로 과일 주스에 들었다. 육류나 기름진 음식, 잘 소화되지 않는 우유도 장에서 부패해 독소와 가스를 내뿜을 수 있어 되도록 적게 먹고, 육류를 먹을 때는 꼭 채소와 함께 먹어야 한다. 고섬유질 식품을 먹으면 변이 빨리 배출돼 변비형 장 증후군 환자에게 좋다. 다만 식이섬유가 가스를 유발할 수 있어 가스가 많이 찰 때는 피한다. 콩과 감자 등을 먹어도 배에 가스가 차기 때문에 속이 더부룩하고 불편하다면 당분간 피하는 게 좋다. 술은 장 증후군 환자의 증상을 악화시키는 주범인데, 특히 맥주는 장을 자극하는 알코올인데다 성질이 차고 탄산에 맥아당까지 있어 치명적이다. 굳이 마셔야 한다면 맥주보다는 막걸리나 소주가 낫다. 설사와 복통이 오래가면 대장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지만, 실제 과민성 장 증후군이 대장암으로 진행되는 일은 드물다고 한다. 명 교수는 “대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경우는 50세 이상의 나이, 대변에서 피가 나오고 식사를 잘하는 데도 체중이 감소하는 증상 등”이라며 “가령 65세 환자가 복통이 있으면서 변비가 갑자기 발생했다면 대장내시경으로 대장암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하지만, 20대 회사원인데 매우 힘든 프로젝트를 맡아 복통과 설사가 생겼다고 하면 대장암일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 [핵잼 사이언스] 징그러운 박쥐, 알고보니 아프리카 생태계를 지킨다

    [핵잼 사이언스] 징그러운 박쥐, 알고보니 아프리카 생태계를 지킨다

    징그러운 외형과 야행성인 습성, 그리고 떼로 몰려다니는 특징 때문에 박쥐는 다소 무섭고 두려운 형태로 묘사된다. 흡혈 박쥐의 존재나 드라큘라 이야기 등도 이런 이미지를 만드는데 한 몫 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박쥐는 피가 아니라 곤충이나 과일을 먹기 때문에 인간에게 위험하지 않으며 반대로 생태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막스 플랑크 조류학 연구소(Max Planck Institute for Ornithology) 과학자들은 스웨덴 및 가나 현지의 과학자들과 함께 아프리카에 가장 흔한 대형 박쥐 가운데 하나인 볏짚색 과일박쥐(Straw-coloured fruit bat)를 연구했다. 큰박쥐과의 일종인 볏짚색 과일박쥐는 날개 폭이 최대 80cm 정도로 수십만 마리가 한꺼번에 집단을 이뤄 장거리를 이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연구팀은 이 박쥐에 GPS 수신 장치를 달아 하루 동안 이동 거리를 측정하고 하루 평균 얼마나 많은 씨앗을 뿌리는지 연구했다. 그 결과 볏짚색 과일박쥐는 하롯밤에 최대 75km를 이동했다. 그리고 연구팀의 조사한 15만 마리의 군집의 경우 배설물과 함께 섞인 씨앗을 30만회 뿌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일을 먹는 동물은 많지만 이렇게 먼 거리를 이동하면서 배설물과 씨앗을 대량으로 뿌리는 경우는 많지 않기 때문에 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크게 기여하는 셈이다. 연구팀은 이 박쥐 무리가 연간 800헥타르의 숲을 새롭게 조성해 70만 유로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다. 사실 과일은 씨앗을 멀리 퍼트리기 위한 식물의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원숭이처럼 본래 나무에 사는 동물의 경우 근처에만 씨앗을 뿌릴 뿐이다. 새의 경우도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있다. 반면 박쥐 군집은 무리가 매우 크기 때문에 한 장소에서만 먹이를 먹지 않고 계속해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숲을 지키는데 박쥐의 중요성이 큰 이유다. 물론 과일 나무가 많아질수록 박쥐도 유리하기 때문에 서로 이득인 셈이다. 그리고 그 덕분에 다른 많은 동식물과 사람까지 이득을 보게 된다. 하지만 이 박쥐들도 인간의 남획과 서식지 파괴로 인해 고통받고 있다.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중요하지 않은 동식물을 없겠지만, 이번 연구는 박쥐의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를 밝혀 더 적극적인 보호의 필요성을 입증한 것으로 평가된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코끼리처럼 부푼 다리도 ‘춤은 막을 수 없다’는 여성의 사연

    코끼리처럼 부푼 다리도 ‘춤은 막을 수 없다’는 여성의 사연

    코끼리처럼 부푼 다리도 춤에 대한 자신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는 여성이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타일러 톰슨(38)은 선천적으로 림프부종(Lymphoedema)을 가지고 태어났다. 림프부종은 림프관의 문제로 피하조직에 림프액이 축적되면서 부종이 생기는 희귀질환이다. 톰슨과 같은 유전성 림프부종은 출생시 혹은 출생 직후 부종이 발생하며 대부분 다리에 증상이 나타난다. 일생동안 계속 악화되는 경우도 있다. 톰슨은 영아일 때 이미 일반 기저귀가 맞지 않을 정도로 부종이 심했다. 오른쪽 다리에 증상이 있는 그녀는 청바지를 입지 못하게 될 정도로 다리가 부어오르면 림프부종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톰슨의 어머니는 딸의 치료를 위해 안 다녀본 병원이 없을 정도지만 톰슨의 상태는 갈수록 악화됐다. 유전성 림프부종은 아직 제대로 된 치료법이 없다. FDA 승인 치료제도 존재하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압박밴드와 항생제 사용으로 부종의 증가나 감염 등 부작용을 줄이는 게 최선이다. 톰슨은 “다른 여자애들처럼 예쁜 다리를 갖기 위해 좋다는 치료는 다 해봤다. 하지만 모두 소용이 없었다”고 말했다. 톰슨은 실제로 19살 때 부종 덩어리를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그때뿐이었다. 톰슨은 이제 몸무게가 200kg을 넘어설 만큼 부종이 커졌다. 그녀는 “만약 내가 이 병을 앓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뚱뚱해지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말했다. 코끼리 같은 다리와 뚱뚱한 외모로 학교에서 줄곧 놀림감이었다는 톰슨은 나쁜 친구들의 접근을 막기 위해 일부러 자신의 병이 전염되는 것처럼 행동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친구들에게 받은 상처는 연애에도 영향을 미쳤다. 진심 어린 마음으로 접근한 남성이 있었지만 그녀 스스로 외모에 집착해 관계를 망치고 말았다. 그때 톰슨에게 위안이 된 게 춤이었다. 일자리는커녕 집밖을 나서는 것조차 어려운 그녀의 유일한 낙은 그저 모든 것을 잊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뿐이다. 춤을 추면서 성격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녀는 “바꿀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받아들이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했다. “매일 부종과 싸우는 일이 쉽지는 않다. 매일이 나와의 투쟁”이라고 털어놓은 톰슨은 “계속 두꺼워지는 다리를 지탱하기가 힘들 때가 많지만 그럼에도 나는 매일 춤을 출 것이고 이 싸움에서 이길 것”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통독의 원동력이었던 동독 이탈주민

    통독의 원동력이었던 동독 이탈주민

    동독민 이주사/최승완 지음/서해문집/564쪽/3만 2000원동서독의 통일 과정은 한반도에서 귀중한 전범으로 여겨진다. 특히 강조되는 교훈은 교류와 왕래다. 분단 40년간 동독에서 서독으로 이주한 주민은 357만~457만명에 달한다. 대규모 이주민들이 안정되게 정착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독일현대사 연구에 천착해온 최승완 중앙대 교수는 통독의 가장 큰 동력이었던 동독민들의 대규모 이주를 파고들었다. 1949~1989년 이주의 배경과 과정을 샅샅이 살폈다. 1950년대 이탈은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연합국 4개국 공동관리지역으로 설정된 베를린을 통해 이뤄졌다. 동서 베를린 간 지하철, 도시고속전철이 운행됐고 주민 왕래도 가능했다. 연평균 30만명에 이르는 대규모 이주가 이어지면서 세워진 게 베를린 장벽이다. 당시 동독 주민들은 땅굴, 여권 위조, 심지어는 열기구를 이용해 동독을 떠났다. 1950년대처럼 대규모 이주가 재개된 건 1989년 후반이다.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등을 통해 탈출이 이어졌다. 동독 정권의 정치적 경직성과 심각한 경제위기에 등을 돌린 것이다. 저자는 “이들의 대규모 이탈은 동독의 정치적 위기를 폭발시키는 기폭제 역할을 했고 동독 붕괴로 이어지는 대변혁의 시발점이 됐다”고 말한다. 동독민 이주의 성공신화 이면에는 적지않은 난관이 있었다. 원주민 사회의 편견, 적응의 어려움, 이탈 주민의 사회적 고립…. 그럼에도 동독민들이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같은 독일인이란 점이다. 서독 정부는 동독 이탈 주민에게 같은 국적을 부여해 서독인과 동등한 권리를 보장하고 다양한 정착 지원제도를 폈다. 이탈주민 문제를 서독 연방정부가 전담하지 않고 주정부나 종교단체를 비롯한 민간 사회단체와의 유기적 협력과 책임 분담을 통해 효율적으로 풀어낼 수 있었다. 물론 대규모 동독 이탈주민의 사회통합을 뒷받침한 핵심 원동력은 ‘라인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경제 발전이었음을 저자는 빼놓지 않고 있다. 주민 왕래가 꽉 막힌 우리의 상황은 독일과는 사뭇 다르다. 이주민 규모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고 그들에 대한 처우도 열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말한다. “동독 이탈주민은 분단상황에서 단절되지 않도록 양국을 잇는 가교 역할을 했다. 일상 영역에서 아래로부터 부단히 지속된 교류와 소통이 갖는 의미를 과소평가해선 안 된다.” 김성호 선임기자 kimus@seoul.co.kr
  • 쑥 만난 도다리…입안에 봄이 피었습니다

    쑥 만난 도다리…입안에 봄이 피었습니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지만 환절기에는 나른하고 떨어지는 입맛에 걱정이다. 잃었던 입맛도 되살리고 영양도 제공하는 봄철 음식이라면 도다리를 빼놓을 수 없다. 도다리와 땅심을 받고 자라난 쑥이 어우러진 도다리 쑥국, 도다리회 ,도다리 미역국, 도다리찜으로 입맛을 되살릴 만하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도 나왔다.이유는 뭘까. 도다리를 포함한 가자미류는 봄철에 가장 일미를 뽐내서다. 물론 일부에서는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도다리(문치가자미)는 겨울철에 산란을 하기 때문에 지방이 빠져 맛없게 된다는 것이다. 봄을 맞아 문치가자미는 영양분 섭취를 위해 연안으로 올라오는데, 이 시기에 많이 잡혀 ‘봄 도다리’라고 한다는 얘기다. 물고기는 체내에 지방을 축적하는 산란기 때 가장 맛있다. 따라서 봄철은 산란을 마친 직후여서 푸석푸석하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5~6월, 혹은 산란기 직전인 가을이 도다리의 제철이라고 주장한다. 김려(金·1766∼1822)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는 “도다리는 가을이면 비로소 살찌기 시작해 이곳 사람들은 가을 도다리, 또는 서리 도다리라고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양식 도다리는 1~2년 키운 새끼여서 산란을 하지 않아 계절적인 맛에 차이가 없다고 한다. 아무렴 어떠랴. 도다리 쑥국 한 그릇에 기운이 펄펄 나고 힘이 솟는데…. 생선회 박사로 유명한 조영제 부경대 명예교수는 “어패류의 제철이란 맛좋은 시기와 많이 잡히는 시기로 나누며, 꼭 일치하지는 않는다”며 “도다리도 맛좋은 시기와 많이 잡히는 시기가 다른 대표적인 생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손바닥만한 씨알인 도다리 새끼는 뼈째 썰어 먹는 이른바 ‘세꼬시’ 회가 딱이다. 튼실한 놈은 껍질을 벗기고 회를 친다. 회를 뜨고 남은 몸통은 매운탕 거리로 쓴다. 뼈째 우려낸 국물은 얼큰하고도 시원하다. 토막을 내 도다리 미역국을 만들어도 맛나다. 특히 이른 봄철 어린 쑥을 넣고 도다리와 함께 끓이면 일품이다. ‘도다리 쑥국’은 경남 통영 지방의 향토음식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봄철 대표 생선 도다리는 우리나라 동해와 남해, 서해 등에 고루 서식한다. 산란기는 가을에서 겨울 사이다. 여러 번에 걸쳐서 알을 낳는다. 바다 밑 모래바닥(저서)에서 생활하며 조개류 등을 먹고 자란다.넙치(광어)와 구별하고자 ‘좌광 우도’(왼쪽에 눈 있으면 광어, 반대면 도다리)라고도 하지만 입이 크고 이빨이 있으면 넙치, 반대면 도다리로 구분한다. 봄 도다리는 주로 문치가자미, 강도다리, 돌가자미를 일컫는데 이 중 문치가자미가 주류이다.강도다리는 바다에 서식하지만 담수 지역인 강에 들어오기도 해 ‘강도다리’라고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살이 단단하고 식감이 좋으며 질병에 강해 2007년부터 본격적으로 양식되기 시작했다. 강도다리는 주로 양식산이며 치어부터 출하까지 1~2년 걸린다. 돌가자미도 양식을 하지만 소량 생산되며 중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민병화 박사는 “문치가자미는 성장속도가 느려 경제성이 낮아 양식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다리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에 효과적이며, 지방 함량이 적어 맛이 담백하고 개운하다. 도다리 회, 도다리 쑥국, 도다리 미역국, 도다리 매운탕, 도다리 식해, 도다리 조림, 도다리 구이, 도다리 튀김 등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서 먹는다. 봄철 고급어종으로 분류되는 도다리는 이맘때면 광어나 다른 생선회에 비해 비교적 값이 비싸다. 손님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다.남해안을 대표하는 별미음식인 ‘도다리 쑥국’은 이제 서울, 부산, 인천, 전주 등 전국으로 퍼져 나가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도다리 쑥국은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고 몸을 따뜻하게 해준다. 특히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도다리 쑥국은 지역마다 요리법에 약간 차이가 있지만 거의 비슷하다. 도다리는 내장과 지느러미를 제거하고 토막을 내서 깨끗이 손질한다. 무, 멸치 다시마 등을 넣고 만든 육수에 된장을 풀고 손질한 도다리를 넣는다. 된장은 비린내가 없어질 정도만 풀어 준다. 여린 쑥과 다진 파와 마늘은 도다리가 완전히 익고 나서 넣는다.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대파나 붉은 고추를 넣고서 불을 바로 끈다. 담백한 맛을 좋아하는 사람은 육수 대신 쌀뜨물을 쓰기도 한다. 걸쭉하고 고소한 맛이 좋다면 냉이와 들깨를 함께 넣는다. 도다리 미역국은 보통 미역국에 조개나 굴 대신 도다리를 넣는다. 도다리 매운탕은 주로 무와 대파, 매운 고추, 고춧가루 등을 넣고 간을 한 뒤 한소끔 끓인다. 대부분 시중에 유통되는 도다리는 강도다리이다. 일부 횟집에서는 양식 강도다리를 자연산 도다리라고 속이기도 한다. 회를 썰어 내오면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일반인들은 구별하기 어렵다. 부산 연제구 연산동 어심횟집은 봄철에는 도다리회와 도다리 쑥국을 주 메뉴로 제공한다. 도다리회를 시키면 도다리 생선구이, 생선초밥, 튀김, 매운탕 등이 곁들여져 나온다. 대부분 생선회는 생선회를 손질하는 데 따라 맛 차이가 난다. 어심횟집 사장이자 주방장인 최철호(57)씨는 경력 30년을 자랑하는 베테랑 요리사로 일식집 등에서 일하다 10여년 전 식당을 열고 손님들을 맞고 있다. 매일 부전시장과 자갈치시장 등에 나가 그날 쓸 음식재료를 직접 구입한다. 도다리회는 뼈째 썰어 세꼬시로 내놓는데 막장(된장)에 찍어 먹어야 제맛이다. 특히 3~4월에만 맛볼 수 있는 도다리 쑥국은 식재료인 도다리와 쑥이 좋은 궁합이라고 했다. 도다리 쑥국은 진한 쑥내음과 함께 부드러운 도다리 살이 혀끝을 사로잡는다. 최 사장은 “진한 쑥향이 생선의 비린내를 잡아주고 국물이 시원하고 개운해 도다리 쑥국은 숙취해소에도 좋다”고 말했다. 부산 중구 중앙동 어촌식당도 봄철 도다리 쑥국으로 한 이름하는 곳이다. 이곳에서만 20여년이나 성업 중이다. 월~금요일에만 영업하며 토, 일요일과 공휴일엔 쉰다. 특히 가격이 비싸도 자연산 쑥을 사용한다고 한다. 쑥과 함께 봄철 나물들을 적당히 넣어 다시마와 디포리 등과 함께 우려낸 육수는 시원하고 감칠맛을 낸다. 이평자 대표는 “자연산 쑥과 살아 있는 자연산 도다리를 사용해 도다리 쑥국을 만든다”고 설명했다. 도다리미역국도 인기를 끈다. 신선한 도다리에서만 나오는 생선 자체의 기름 덕에 별도 참기름 없이도 맛이 우러나는 게 특징이다. 도다리회도 맛이 깔끔하다. 서울에서는 중구 을지로 3길(다동)에 위치한 ‘충무집’이 ‘도다리쑥국’과 ‘멍게비빔밥’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봄철 반짝 나오는 도다리 쑥국은 오동통한 도다리와 제철 맞은 쑥이 만나 환상의 조합을 자랑한다. 인천 미추홀구 한나루로(학익동)에 위치한 ‘촌놈횟집’도 ‘도다리 코스 요리’ 맛집으로 알려진 곳이다. 충남 서천에서 공수한 도다리를 사용해 다양한 요리를 만든다. 시원하고 매콤한 맛의 도다리물회를 시작으로 뼈째로 썬 고소한 맛의 도다리회, 도다리 해물샤부샤부, 도다리쑥국까지 푸짐하게 한 상으로 즐길 수 있다. 한정 메뉴로 도다리 해물조림도 해산물과 매콤한 양념을 더해 즐길 수 있다. 쑥은 거문도 해풍 쑥을 사용해 풍미가 뛰어나다. 이 집 주인은 “자연산 도다리와 거문도 해풍 쑥을 사용해 쑥국 맛이 좋다”고 말했다. 도다리 쑥국 발생지인 경남 통영 해안로에 위치한 ‘분소식당’이 도다리쑥국으로 유명하다. 최근 꽤 알려지면서 ‘먹방 투어’를 위해 외지에서도 많이 찾는다. 글 사진 부산 김정한 기자 jhkim@seoul.co.kr ②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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