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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전은 불편해… 그런데 잔돈 적립은 더 불편해

    동전은 불편해… 그런데 잔돈 적립은 더 불편해

    #1.평소 신용·체크카드가 아닌 현금을 주로 사용하는 회사원 A씨는 편의점 세븐일레븐에서 3900원어치 물건을 사면서 현금 4000원을 내밀었다. 직원은 세븐일레븐과 동전적립서비스 제휴를 맺은 네이버페이포인트와 캐시비에 거스름돈 100원을 충전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A씨는 해당 적립 수단을 갖고 있지 않아 동전으로 100원을 돌려받았다. #2.마트에서 장을 본 주부 B씨는 현금으로 계산한 뒤 480원을 거슬러 받아야 했다. B씨는 동전을 관리하기 번거로워 선불전자지급수단에 거스름돈을 충전하겠다고 하자, 직원은 적립 방법을 모른다며 잔돈을 건넸다.한국은행이 소비자의 동전 사용과 관리 불편을 줄이기 위해 2017년부터 운영 중인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 실적이 지지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전국 편의점과 마트 3만 9000여개 매장에서 현금 계산 후 남는 잔돈을 교통카드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에 적립하고 있지만 매장마다 하루 이용 실적은 1회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한은은 내년까지 ‘동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비자 아닌 공급자 편의 중심으로 사업구조가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 기준 동전적립서비스 이용 실적은 하루 평균 3만 976건으로, 이용액은 636만 1000원이다. 시범사업이 처음 도입된 2017년 3분기 하루 평균 3만 4324건이었던 이용 실적은 같은 해 4분기 3만 2962건, 지난해 1분기 3만 1945건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한은 관계자는 “2018년 3~4분기에도 하락세가 이어졌지만 일평균 3만건 수준의 이용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시범사업 참여 매장이 롯데마트·세븐일레븐·이마트·CU·CS25 등 전국 3만 6850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장마다 하루 평균 0.88회 이용에 그친 셈이다. 건별 적립 금액은 ▲2017년 3분기 174원 ▲2017년 4분기 184원 ▲2018년 1분기 182원 ▲2018년 2분기 205원 등으로 200원 안팎을 기록했다. 건별 평균 적립 금액은 186원이다.시범사업은 지갑에 동전을 넣고 다니는 것을 불편해하는 소비자들의 편의를 제고하기 위해 도입됐다. 한은이 2016년 전국 성인 2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46.9%는 ‘잔돈으로 동전을 받아도 사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동전 소지의 불편함(62.7%)이 가장 많았다. 만들수록 손해인 동전 제조 비용을 줄이려는 것도 시범사업을 실시하는 이유 중 하나다. 동전은 지폐만큼 잘 쓰이지 않아 환수율이 낮다. 때문에 매년 새 동전을 발행하는 데 500억여원이 들어간다. 은행이나 마트, 편의점 등에서도 동전을 관리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이 쓰인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연도별 주화 제조비 추이’에 따르면 지난해 동전을 만드는데 들어간 비용은 501억원으로, 순발행액(발행액-환수액) 138억원보다 많다. 한은과 한국조폐공사는 해외 발주 또는 해외 수주 입찰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권화종별 제조비를 별도로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구리, 알루미늄, 니켈 등 고가의 금속소재가 사용되다 보니 동전 제조 비용이 높을 수밖에 없다. 한은 역시 동전 발행액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주화 발행액은 2015년 1079억원을 기록한 뒤 2016년 935억원, 2017년 512억원에 이어 지난해 436억원으로 4년 연속 줄었다. 한은은 동전 발행과 유통에 드는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자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을 운영하고 있지만, 소비자 호응은 아직 크지 않은 편이다. 무엇보다 유통업체마다 이용 가능한 적립 수단이 다르기 때문에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롯데마트에서 발생한 거스름돈은 엘포인트(L.POINT)에만 적립할 수 있는데, 교통카드 적립을 원하는 고객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티머니 교통카드를 갖고 있는 소비자는 편의점 CU, GS25에서 적립할 수 있으나 세븐일레븐에서는 불가능하다. 대국민 홍보와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매장 직원에 대한 교육이 부족하다는 점도 사업이 지지부진한 요인으로 꼽힌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금 없는 사회의 중간 단계로 동전 없는 사회를 운영하겠다는 취지는 좋지만 이를 알고 있는 국민들은 많지 않다”며 “홍보가 부족하고 시범사업을 이용하는 데 있어 번거로움이 있다면 활용이 안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한은은 스마트폰을 이용해 소비자 예금계좌에 잔돈을 입금하는 방식을 추진 중이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권이 모바일 현금카드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모바일 기반 계좌에 잔돈을 적립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라며 “일반 카드 단말기가 설치된 매장이면 어디서나 적립이 가능하도록 참여 매장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마트, 편의점 외 약국이나 커피 전문점 등으로 참여 매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현금 사용 자체가 줄어들면서 동전을 거슬러 받아야 하는 경우도 드물어졌다. 현금 대신 신용·체크카드 또는 ‘○○페이’와 같은 간편결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소비자가 늘면서다. 한은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가구주 1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경제주체별 현금사용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의 98.2%가 지갑이나 주머니에 현금을 소지하고 있으며 가계당 평균 보유액은 7만 8000원으로 조사됐다. 현금 보유가계 비중은 2015년(99.7%)에 비해 미미하게 떨어졌지만 평균 보유액은 11만 6000원에서 7만 8000원으로 33% 감소했다. 또 2015년에는 현금(38.8%)과 신용·체크카드(37.4%)의 지출액 비중이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현금(32.1%)보다 신용·체크카드(52.0%)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새로운 기술에 익숙지 않은 소비자들의 소외 문제 등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기술적인 기반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현금 없는 사회가 대세이긴 하지만 고령층까지 확산되기는 쉽지 않다”며 “고령층이 무인 기기인 키오스크 사용에 불편함을 느끼듯이 현금 없는 사회가 도래하는 과정에서 소외 계층이 나타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명헌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현금이 아닌 다른 결제 수단에 접근하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유예 기간을 주고 디지털 격차를 줄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동전이 사라지면 물건 가격이 1000원 단위로 책정돼 소비자물가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강 교수는 “동전 없는 사회가 물가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갑자기 물가가 뛰는 식으로 인플레이션이 나타나지는 않고 미미한 영향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동전을 완전히 없애는 코인리스(Coinless)가 아니라 동전 사용에 따른 소비자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동전 없는 사회 시범사업은 동전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동전을 사용하지 않고도 현금 거래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동전 사용에 아무런 제한을 받지 않으며, 동전의 발행과 유통 또한 계속된다”고 설명했다. 장진복 기자 viviana49@seoul.co.kr
  • “한국 오니 살 것 같다”...지구촌 곳곳 폭염에 ‘몸살’

    “한국 오니 살 것 같다”...지구촌 곳곳 폭염에 ‘몸살’

    유럽과 미국 등 전 세계가 6월부터 시작된 살인적인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섭씨 30도의 초여름 날씨인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한국에 오니 오히려 살 것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세계가 예외 없이 지구온난화의 무서움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프랑스와 네덜란드, 벨기에 등 서유럽 국가들은 주중 내내 낮기온이 30도를 넘는 가운데 일부 지역은 40도가 넘는 폭염이 예상된다. 프랑스는 24일(현지시간) 폭염 경보 가운데 두번째로 높은 황색경보를 발령했다. 정부가 노인과 아이, 노숙인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대책에 나선 가운데 27~28일로 예정된 중학생 전국 학력평가시험 브르베를 다음달 1~2일로 연기했다. 독일도 26일쯤 일부 지역에서 40도 이상의 폭염이 예상됐다. 1947년 프랑크푸르트에서 38.2도를 기록한 6월 최고 기온 기록을 50여년 만에 갈아치우는 최악의 폭염사태다. 네덜란드는 이날 일부 내륙지역 기온이 36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따라 무더위 대책인 ‘히트 플랜’을 가동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스페인 국립기상청은 27~29일 에브로 분지 북부지역 기온이 42도를 넘을 것으로 예보하며 “이런 더위가 다음 주 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은 폭염에 따른 대기 불안으로 폭우도 예보됐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온의 러시아와 동유럽도 이상 기온으로 허덕이기는 마찬가지다. 모스크바는 지난 9일 31도를 기록해 20년 만에 가장 높은 6월 기온을 기록했다. 모스크바는 6월 평균 온도가 25도 수준이다. 미국도 6월 초중순부터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기온은 지난 10일 37.7도까지 올랐고,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는 40.5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가장 더욱 지역으로 꼽히는 캘리포니아주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온은 12일 최고 48.9도까지 예보되기도 했다. 이같은 전 세계 이상 기온은 지구온난화 영향 때문으로, 특히 최근 유럽 폭염은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일대의 뜨거운 바람이 이동한 온난전선 영향을 받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 꼬집고 때리고 모욕까지…간호사들 사이에 여전한 ‘태움’

    꼬집고 때리고 모욕까지…간호사들 사이에 여전한 ‘태움’

    이른바 ‘태움’(영혼이 재가 될 까지는 태운다는 뜻으로 후배 간호사를 괴롭히며 교육하는 방식)이 병원 내에서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24일 국내 종합병원 11곳을 대상으로 한 수시 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근로감독은 노동부가 작년 4∼10월 근로조건 자율 개선사업을 실시한 종합병원 50곳 가운데 권고 사항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병원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조사 결과, 신입 간호사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태움’ 같은 악습이 여전히 횡행하고 있었다. 한 병원에서는 수습 간호사가 업무를 제대로 하지 못한다며 살을 꼬집고 등을 때렸으며 또 다른 병원에서는 선배로부터 지속적인 폭언을 들은 사례도 있었다. 또 환자들이 있는 공개된 장소에서 후배 간호사에게 모욕적 발언을 일삼은 경우도 있었다. 이에 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관련 개정 근로기준법 시행을 앞두고 전반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마련 등이 더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은 다음 달 16일부터 시행된다. 다만 이 개정법은 사업장이 직장 내 괴롭힘을 자율적으로 예방하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 것이다. 괴롭힘에 대한 별다른 처벌 규정은 없다. 이 밖에 임금 체불 관행도 고쳐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간호사는 업무 특성상 근무시간보다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일이 잦지만,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사업장이 빈번하다. 이번 근로감독에서 적발된 종합병원의 노동관계법 위반은 모두 37건에 달했다. 노동부는 “연장근로수당 미지급은 감독 대상 11개 모든 병원에서 적발돼 이른바 ‘공짜 노동’이 병원업계 전반에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 정당한 경찰권 행사하다 사람 다치면 국가가 보상

    정당한 경찰권 행사하다 사람 다치면 국가가 보상

    경찰이 범인 검거 등 정당한 직무집행을 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이 죽거나 다칠 경우 국가로부터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또 경찰의 범인 검거를 돕던 시민이 다치는 경우도 나라에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경찰청은 24일 ‘경찰관직무집행법’(경직법) 등 관계 법령을 개정해 재산상 손실 외에 신체상의 손실까지 보상하는 내용의 손실보상제도를 25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처는 국민의 권리구제 강화와 적극적인 경찰권 행사를 뒷받침하기 위해 마련됐다. 기존 손실보상제도는 재산에 손해를 가한 경우에만 손실을 보상하도록 규정했으나 앞으로는 생명 또는 신체상 손실까지 보상하도록 보상 범위를 확대했다. 예를 들어 범죄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이 다급히 문을 부수고 진입할 경우 재산상 피해에 대해서는 보상이 이뤄졌지만 문을 부수는 과정에서 사람이 다칠 경우 정당하게 보상을 받을 방법이 없었다. 또 일반 시민이 경찰의 범인 검거를 돕다 다칠 경우에도 다친 사람이 치료비를 부담해야만 했다. 이처럼 신체적 피해를 보상해줄 법적 근거가 없다 보니 경찰 활동이 위축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번 법 개정으로 사망의 경우 보건복지부가 정하는 의사자 유족 보상금을 준용해 보상금이 지급된다. 부상의 경우 1∼8급까지 등급별 정액보상이 이뤄진다. 그 외 단순 찰과상이나 타박상 등 경미한 부상은 실제 지출된 의료비가 지급된다. 부정한 수령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도 마련됐다. 다른 법령에 따라 이미 보상금을 받았을 경우 중복 지급이 제한되며, 거짓으로 보상금을 타냈을 경우 이를 환수하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손실보상심의위원회가 경찰위원회에 심사자료 등을 보고하도록 하는 등 손실보상금 지급의 형평성과 절차적 투명성을 높였다고 경찰청은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제도 개선에 따라 적법한 공권력 행사로 피해를 본 국민의 권리구제가 강화되고 경찰권 행사도 적극적으로 이뤄지게 될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특파원 생생리포트] 마을 소식지까지 검열?… 日당국 ‘표현의 자유’ 침해에 뿔났다

    [특파원 생생리포트] 마을 소식지까지 검열?… 日당국 ‘표현의 자유’ 침해에 뿔났다

    아베 집권 장기화에 권력 눈치 보기 심화 “우경화 정권에 맞서 표현의 자유 지키자” 진보 활동가들, 새달 전국 네트워크 출범“오키나와 미군기지의 문제점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었는데, 결국 (행정 당국에) 굴복하고 말았습니다. 표현의 자유를 관철하지 못해 오키나와 주민들께 죄송합니다.” 일본 가나가와현 지가사키시에서 교직원을 마치고 은퇴한 이시구로 요시유키(72)는 지난 1월 인생에 남을 굴욕을 당했다. 지가사키시 시민문화회관에서 열린 전직 교직원 미술전람회에 자신이 출품한 판화 작품을 사실상 강제로 철거당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은 오키나와 미군기지의 헤노코 이전 반대를 주제로 ‘새 기지 반대’, ‘헤노코 앞바다를 매립하지 말라’ 등 현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은 것이었다. 이에 대해 시교육위원회에서 “정치적 중립에 위배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그는 다른 동료들에게 미칠 피해를 우려해 당국의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23일 도쿄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 당국이 ‘정치적 중립성’ 등을 내세워 개인이나 단체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 중인 ‘헌법 9조 개정’, 다수 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오키나와 헤노코 미군기지 건설’ 등과 관련된 주제의 행사나 작품 등에 당국의 제동이 집중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이를 오는 11월 역대 최장수 기록을 달성하게 되는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이 낳은 부작용 중 하나로 꼽고 있다.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는 2005년부터 시청 앞 광장에서 해마다 6월과 9월 두 차례 열려 온 평화행진 시위를 지난해 모두 불허했다. 가마쿠라시는 행사 주관단체 ‘가마쿠라 피스 퍼레이드’가 배포할 전단지 중 ‘헌법 9조 개정 반대’라고 적힌 내용을 문제 삼았다. 결국 이 단체는 지난 9일 열린 올해 행사에서는 헌법 개정 관련 문구를 빼고 광장 사용 승인 신청을 내 허가받았다. 고보리 사토시(70) 대표는 “허가는 받았지만, 기뻐할 수가 없는 복잡한 심경”이라고 도쿄신문에 밝혔다. 2014년 6월에는 사이타마현 사이타마시가 ‘헌법 9조를 지키자는 여성들의 시위’라는 제목으로 관내 주민이 마을회관 소식지에 투고한 하이쿠(일본의 짧은 전통시) 작품의 게재를 거부했다. 사이타마시는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가운데 한쪽의 표현만 실을 수 없다”고 이유를 댔다. 이에 하이쿠를 지은 70대 여성은 소송을 냈고, 지난해 12월 최고재판소(대법원)까지 가는 법정 다툼 끝에 승리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베 정권의 장기화 속에 사회 전반의 분위기가 보수우경화되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주민들의 의견을 앞장서 존중해 줘야 할 지자체들이 정치권의 압력이나 우익단체의 물리력 행사 등을 두려워해 스스로 ‘알아서 기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키나와 주제의 판화 작품 전시를 금지한 지가사키시 교육위원회의 경우도 자민당 의원과 일부 우익세력으로부터 항의가 들어오자 지레 겁을 먹고 선제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야마다 겐타 센슈대 교수(언론법)는 “행정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앞세우면서 실제로는 정권에 비판적인 표현을 스스로 차단하고 있다”면서 “특히 소수의 비판에도 지나친 반응을 보이며 표현의 자유를 해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맞서 70명가량의 진보진영 활동가와 전문가들은 다음달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한 전국 네트워크를 출범시킬 예정이다. 모임을 주도하는 다케우치 사토루(70)는 “행정 당국의 권력 눈치 보기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글 사진 도쿄 김태균 특파원 windsea@seoul.co.kr
  • [법서라] 검찰총장 인사마다 이어지는 ‘줄사퇴’ 문화…왜 유독 검찰만?

    [법서라] 검찰총장 인사마다 이어지는 ‘줄사퇴’ 문화…왜 유독 검찰만?

    [편집자주] 전국 최대 법원과 최대 검찰이 몰려 있는 서울 서초동에는 판사, 검사, 변호사뿐만 아니라 그들을 취재하는 기자들도 있습니다. 일반 국민의 눈으로 보는 법조계는 이상한 일이 참 많습니다. 법조의 뒷이야기와 속이야기를 풀어드리는 ‘법조기자의 서리풀 라이프’, 약칭 ‘법서라’를 토요일에 선보입니다. “작별할 시간이 되었습니다.” 지난 20일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가운데 1명이었던 봉욱(54·사법연수원 19기) 대검 차장검사가 사의를 표명했습니다. 앞서 송인택(56·21기) 울산지검장도 다음 달 사의를 표명할 예정이라고 언론을 통해 밝히기도 했죠. 연수원 후배인 윤석열(59·23기)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이들을 비롯한 많은 19~22기 고검장·검사장급 고위 검사들의 ‘줄사퇴’가 예고된 상황입니다.사실, 낯선 풍경은 아닙니다. 검찰총장 인사 시즌마다 늘 있어왔으니깐요. 2017년 문무일(58·18기) 현 검찰총장이 취임할 때에도 이명재 전 법무연수원 기획부장, 박성재 전 서울고검장, 김희관 전 법무연수원장, 오세인 전 광주고검장 등 문 총장의 선배·동기 검사들이 줄줄이 검찰 조직을 떠났습니다. 과거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다만 윤 후보자의 경우 문 총장보다 다섯 기수나 낮기 때문에 검찰에 남아있는 선배·동기 검사들이 통상보다 더 많을 뿐이죠. 일각에선 젊은 검사들이 고위직에 올라오면 인적 쇄신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경험 많은 고위 검사들이 일제히 사퇴하는 문화가 아쉽다는 평도 나옵니다. 이른바 ‘조폭 문화’에 비유하며 경직된 검찰 조직에 대한 비판도 많고요. 왜 새로운 검찰총장이 임명될 때마다 ‘줄사퇴’ 문화가 반복되는 것일까요? ■검찰의 조직문화, ‘검사동일체(檢事同一體) 원칙’ 원칙적으로 검찰 조직은 검찰총장 1명이 나머지 모든 검사를 지휘하는 구조입니다. 검찰청법 제6조는 ‘검사의 직급은 검찰총장과 검사로 구분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무적으론 검찰총장-고검장-검사장-차장검사-부장검사-부부장검사-평검사로 이어지는 피라미드 조직체계 속에서 지휘명령 하달 및 승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연수원 몇기까지는 부장검사 승진 대상, 몇기까지는 검사장 승진 대상, 이렇게 승진 후보군도 철저하게 기수에 따라 구분됩니다. 이렇듯 ‘기수 문화’가 강한 검찰 조직에선 검찰총장·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누락된 연수원 선배가 후배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스스로 용퇴를 결심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후배 입장에서 선배를 지휘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이유에서죠. 특히 검찰과 같이 상명하복(上命下服)이 뚜렷한 조직에선 더욱 그러합니다. 앞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도 당시 특별수사팀이 대검의 방향과 다르게 움직이자 즉각 ‘항명 사태’로 규정되기도 했죠. 이것이 연수원 23기인 윤 후보자보다 선배인 19~22기 고검장·검사장들이 대부분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나아가 동기를 지휘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동기 기수까지도 스스로 사퇴하는 편입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다음과 같이 귀띔했습니다. “선배 입장에선 남아있고 싶어도 후배 검찰총장 눈치를 볼 수밖에 없고, 후배 총장 입장에서도 남아있어 달라하고 싶어도 막상 지휘하기는 불편하고. 결국 선후배 모두 행복할 수 있는 길은 선배가 조직을 떠나는 것 뿐이지.” ■경찰은 ‘4기 후배’가 ‘2기 선배’를 지휘…기수보단 계급 그렇다면 다른 조직은 어떨까요? ‘기수’가 존재하는 대표적인 사법조직으로 경찰, 법원을 꼽을 수 있겠네요. 결론부터 말하면 이들은 검찰만큼 기수를 엄격히 따지지 않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요? 우선 경찰 간부는 ▲경찰대학교 ▲간부후보생 ▲일반(순경) ▲고시(행정고시·사법시험) 등 다양한 경로로 들어옵니다. 사법연수원을 통해서만 들어오는 검찰 조직과 다르죠. (최근 로스쿨 출신 검사도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검찰 간부 중엔 없으니 논외로 하겠습니다.) 물론 현재 경찰청 간부 대부분은 경찰대 출신으로 구성돼 있고, 당연히 그들에게도 기수가 있고 학교 선후배 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렇지만 경찰은 ‘기수’보다 ‘계급’을 더욱 중요시하기 때문에 기수에 크게 얽메이지 않습니다.실제로 민갑룡 현 경찰청장은 경찰대 4기지만, 바로 밑에 있는 임호선 경찰청 차장은 2년 선배인 경찰대 2기입니다. 일선 경찰청 국장들도 2~4기로 다양하게 분포해있죠. 오히려 민 청장보다 후배인 경찰청 간부를 찾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물론 기수가 아닌 계급으로만 따지고 보면 이상하지 않습니다. 경찰청장-치안총감, 경찰청 차장-치안정감, 경찰청 국장급-치안감 등으로 이어지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검찰 기준으로 볼 때 후배가 선배보다 먼저 승진하고 지휘하는 것은 상상하기 힘듭니다. 경찰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죠. “경찰은 기수 문화가 없습니다. 워낙 조직이 크고, 입직 경로로 다양하기 때문에 기수를 하나하나 신경 쓰면 경찰처럼 거대한 조직은 운영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계급’으로만 따지는 거죠. 경찰대에선 후배였다고 해도 계급상 상관이니 지휘를 받는 것에 불만이 없습니다. 사석에서야 형님 동생할 수 있겠지만요.” 덧붙여 현실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생계 문제를 무시 못하죠. 변호사 자격증이 있는 검사는 그만두면 변호사로 개업해 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정년을 채우지 않고 그만두면 당장 생계가 막막하죠. 그러니 경찰은 후배가 먼저 승진했다고 무조건 그만 두거나 하지 않고, 대부분 정년을 채우고 나가는 편입니다.” ■‘지휘 관계’ 없는 법원…원로법관 제도도 한 몫 검찰과 마찬가지로 사법연수원을 거쳐오는 법원에도 후배 기수가 대법관, 대법원장에 오른다고 해서 줄사퇴하는 문화는 전혀 없습니다. 검찰과 달리 상명하복 지휘 관계가 아니기 때문이죠. 김명수 현 대법원장은 연수원 15기이지만, 검찰 출신인 박상옥 대법관은 훨씬 선배인 11기입니다. 지난해 대법관 자리에 새로 오른 김상환 대법은 20기고요. 이처럼 기수가 다양하게 분포해있지만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을 ‘지휘’하진 않기 때문에 기수 차이로 인한 문제가 발생하진 않습니다. 일선 법원에서도 마찬가지고요.이는 법관 개개인이 하나의 법률 기관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수사 과정을 상관의 결재를 맡아야 하는 검찰과 달리, 법원에선 수석부장판사, 법원장이라 해도 판결에 함부로 개입할 순 없죠.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기 때문에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와 같은 일이 벌어지기도 했지만요.) 법원이 운영하는 ‘원로법관’ 제도도 기형적인 줄사퇴 문화가 없는 데에 한몫을 한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원로법관 제도란 법원 고위직 판사들이 정년 안에 지방 1심 법원에서 근무하는 제도로, 대법관이나 법원장 자리에서 물러나도 계속 일선에서 법관 일을 이어갈 수 있죠. 한 법원 관계자는 “판사는 설사 고위직에서 물러나더라도 계속 일선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만, 검찰은 고검장·검사장까지 올랐는데 더는 승진할 가능성이 없다면 검찰 일을 이어갈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때문에 미국처럼 원로검사가 경험을 살려서 법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경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다른 얘기지만, 우리나라 대법관을 구성할 때도 박상옥 대법관처럼 검찰 출신 1명을 받아들이는 것이 관례죠. 그러나 ‘원로검사’ 활용 방안은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줄사퇴’ 반복될까 그래서, 이번에도 관행을 따라 윤 후보자의 선배·동기들이 모두 조직을 나갈까요? 이미 사의를 표명하거나 예고한 이들도 있지만, 여전히 상황을 지켜보는 검사장들도 많습니다.현재 윤 후보자의 선배 검사장급은 21명, 동기 검사장급은 9명이 있습니다. 모두 30명으로, ‘줄사퇴 후보군’으론 상당히 많은 숫자죠. 다만 늦은 나이에 사법시험에 합격한 윤 후보자가 기수에 비해 나이가 훨씬 많기 때문에 선배를 지휘하는 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실제로 윤 후보자는 21~22기 선배들을 대상으로 ‘검찰에 남아달라’고 설득하고 있다고 하죠. 이들이 한꺼번에 나갈 경우에 조직 운영이 부담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일부 검사장들은 그대로 검찰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선배들이 남는다면 윤 후보자의 동기들도 대부분 남을 수 있겠죠. 특히 신임 검찰총장의 동기가 남는 것은 선례가 없지 않습니다. 연수원 7기인 정상명 전 검찰총장이 임명될 당시엔 일부 동기들이 대검에 그대로 남아 ‘집단지도체제’로 운영되기도 했죠. ■미국은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 역할…일본은 ‘자동 승진’ 우리나라와 비슷한 기수 문화를 가진 일본 검찰은 전통적으로 최고위급인 도쿄고검장이 검사총장(우리나라의 검찰총장)으로 자연스럽게 승진하기 때문에 ‘줄사퇴’ 문화가 없습니다. 대부분 검사들이 정년까지 채우고 나가는 편입니다. 미국은 별도 직책을 두지 않고 법무부 장관(Attorney General)이 검찰총장 직권을 함께 행사합니다. 또한 검찰이 연방검찰(Attorney‘s Office), 주검찰(State Attorney General’s Office), 지방검찰(District Attorney‘s Office) 등 3개의 독립적인 조직으로 분할돼 있어 우리나라의 ‘검사동일체’와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상호견제하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체제가 있을 수 없죠. 이번 우리나라 검찰 인사에선 ‘전원 사퇴’가 실현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검찰총장 인사가 날 때마다 고위 검사들이 일제히 사의를 표명하고 나가는 문화가 국민의 시선에선 탐탁지 않아 보입니다.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면 정상적인 인사를 통해 이루어야 하지, 단지 후배가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모두 나가버리는 것은 총장 인사에 대한 ‘불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법기관과 비교해서 살펴보면 더더욱 그렇죠. 국민의 시각에서 납득할 수 있는 조직 운영을 고민해봐야 할 시점입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판깨스트] ‘10세 성폭력’ 징역 8년→3년 판결 논란으로 본 아동 성폭력과 법

    [판깨스트] ‘10세 성폭력’ 징역 8년→3년 판결 논란으로 본 아동 성폭력과 법

    보습학원을 운영하던 이모(35)씨. 지난해 4월 한 채팅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A(10)양을 알게 돼 그날 밤 11시 44분쯤 인천의 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A양을 만났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차를 태워 서울 강서구 자신의 집으로 데려갔고, 거실에서 A양에게 소주 2잔을 마시게 했습니다. 술에 취한 A양은 잠을 자기 위해 안방에 있는 침대에 누웠습니다. 그러자 이씨는 누워있는 A양을 올라타 옷을 벗기고 A양의 양손을 잡아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한 뒤 성관계를 했습니다. 지난 13일 2심 판결이 선고된 직후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사건의 내용입니다. 항소심 판결을 내린 재판장의 파면을 요구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올라올 만큼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던 이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으로 형이 확 줄었기 때문인데요. 이렇게 형이 낮아진 건 당초 이씨가 재판에 넘겨진 죄명인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13세 미만 미성년자 강간)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판단된 반면 항소심에서는 이 죄가 인정되지 않고 그보다 양형기준이 낮은 미성년자의제강간 혐의가 적용된 이유에서입니다. ●1심은 강간·2심은 미성년자 의제강간…어디서 차이났나 지난해 11월 인천지법의 1심 판결과 지난 13일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한규현)의 2심 판결이 엇갈린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폭행과 협박’에 대한 판단입니다. 13세 미만을 대상으로 강간 범죄를 저질렀을 때 적용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죄는 무기 또는 징역 10년 이상에 처할 수 있도록 돼있습니다. 폭행이나 협박이 없이 만일 합의에 의해 성관계가 이뤄졌다 하더라도 미성년자임을 알고 성관계를 했다면 미성년자 의제강간죄가 적용됩니다. 3년 이상 5년 미만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고 형법에 명시돼 있습니다. 폭행과 협박이 있었느냐의 차이가 적용되는 죄명부터 양형까지 아주 크게 달라지도록 합니다. 그럼 1심에서는 왜 폭행과 협박이 있었다고 인정됐다가 2심에서는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나왔을까요. 2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영상녹화물에 포함된 피해자의 진술이 유일했는데 피해자에 대한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손으로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움직이지 못하게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는데요. 보통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사건이 일어나면 피해 아동이 법정까지 나오는 경우는 드뭅니다. 사건 직후 해바라기센터나 경찰서에서 전문 조사관, 경찰과 상담 및 조사를 갖고 여기서 녹화된 진술이 법정까지 이어갑니다. 피해 아동이 사건에 대해 기억하고 말해야 하는 어려움을 반복하게 하지 않기 위해서죠. A양도 사건이 일어난 지 2주 만인 지난해 5월 지역의 한 해바라기센터에서 피해조사를 받았습니다. 이 때 녹화된 영상이 유일한 직접적인 증거였다고 2심 재판부는 말하는 겁니다. 일부 사건에서 증인이나 물증이 있는 경우도 있다고는 하지만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한 성폭력 사건에서는 이처럼 진술녹화 영상 속 피해아동의 진술이 유일한 증거일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특히 피해 아동을 상담하는 해바라기센터 조사관이나 담당 경찰들은 매우 세심하게 아동들의 감정과 표현을 살피면서도 구체적인 진술을 얻어내야 해서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조사자가 어떤 답을 끌어내느냐에 따라 사건의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A양은 해바라기센터에서 조사관과 마주 앉았는데 2시간 넘게 피해사실에 대해서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조사관이 사건에 대해 여러 차례 조심스럽게 물었지만 아이는 답을 피했고 밤 10시가 되어서야 피해사실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A양은 “직접 폭행이나 협박을 당하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조사관이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였다는 것입니다. ●유일한 증거인 녹화 속 진술… ‘그냥 누르기만 한 것’ 해석 차이 이를 두고 2심 재판부는 “이 진술만으로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르게 된 경위, 피고인이 누른 피해자의 신체 부위, 피고인이 행사한 유형력의 정도, 피해자가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느낀 감정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없다”면서 “피해자의 나이가 만 10세에 불과하다는 사정을 염두에 놓고 보더라도 영상녹화물 부분만으로 피고인이 피해자의 몸을 누른 행위가 피해자가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의 폭행 또는 협박이라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재판부의 설명에 두 가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먼저, 과연 10살 아이의 진술이 얼마나 또는 어떻게 구체적이었어야 했는가. 게다가 A양은 소주 두 잔을 마시고 술에 취해 있었고 잠을 자려고 누워있었다고 했습니다. 소주 두 잔은 술을 잘 못 마시는 성인도 금방 취할 수 있는 양입니다. 자신의 양팔을 누른 건지, 상체나 하체, 신체 어느 부위를 어느 정도의 세기로 눌렀는지 자세히 말하는 게 얼마나 당연한 일일까요. 또 한 편으로는 “몸을 누르는 것 말고 때리거나 협박한 것은 없었냐”는 조사관의 물음을 10살 아이가 과연 어떻게 이해를 했을까입니다. “그냥 누르기만 한 거야?”라는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면 그 끄덕임 속에 담긴 A양의 감정은 무엇이었을까요. A양이 조사 과정에서 당시 상황을 말하길 꺼려하고 이씨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낸 것으로는 알려졌지만, 당시 상황에 대한 10살 아이의 감정이 조사과정에서는 조금 부족해 보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에게 꼬치꼬치 캐물었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자신의 몸을 누른 것에 대한 아이의 감정이 법정까지 제대로 전달이 될 수 있었어야 합니다. 재판부가 “피고인이 피해자의 양손을 잡아 누르는 방법으로 폭행했다는 부분에 관해 경찰 조사가 불충분하게 이뤄졌다”고 꼬집었는데, A양이 뒤늦게 사건에 대해 입을 연 지 30분도 안 돼 끝난 조사를 통해 결국 ‘그냥 누르기만 한 것’이라는 진술만 의미있게 남게 된 것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전해들은 말…1심은 판단 근거로 1심과 2심에서 또 한 다른 점이 있습니다. ‘그냥 누르기만 한 것’에 대한 해석인데요. 1심에서는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이 판결에 인용됐습니다. ‘A양이 피고인이 침대에 눕히고 강제로 옷을 벗기고 막 그러는 과정에 저항하다가 잠들었다고 말했다’는 내용입니다. 1심 재판부는 A양이 사건 이후 조사에서 사건이 일어난 경위부터 과정을 자연스럽고 구체적으로 진술하고 있어 진술의 신빙성이 높다고 봤고, 특히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은 없었다고 말한 부분을 두고 A양이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솔직하게 말했다고 판단했습니다. A양의 진술 자체가 신빙성이 높다는 판단에 어머니의 A양이 전한 피해사실이 더해져 강제성이 인정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A양 어머니의 진술은 유죄 판단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게 2심 재판부가 지적한 형사소송법의 내용입니다. 때로는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의 형사재판에서는 ‘나쁜 사람’과 ‘죄를 지은 사람’을 구분합니다. 법원에서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추정의 원칙이 이어져야 하고, 조금이라도 유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든다면 피고인에게 유리하게 판단해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는 게 바탕이 되고 있습니다. 유무죄를 입증하기 위한 증거에 대해서도 매우 엄격하게 요건과 능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형사소송법 316조 2항에는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법정 진술이 피고인 아닌 다른 사람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할 때는 원진술자가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로 인해 진술할 수 없고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해졌음이 증명된 때 한해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은 ‘전문(傳聞·전해 들은)진술’이기 때문에 유죄의 증거가 되려면 전해준 말의 원진술자인 A양이 법정에 나와서 자신이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한 게 맞다고 인정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A양이 결국 법정에서 직접 의견을 밝히지는 않았으니 A양 어머니의 법정 진술도 판단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성폭력 피해를 입은 10살 아이가 법정에 나올 수 없는 사정이 반드시 사망, 질병, 외국 거주, 소재불명, 그밖에 이에 준하는 사유에 포함돼야만 하는 법이 다시 한 번 야속하게 여겨집니다. A양은 경찰조사 단계에서 자필로 진술조서도 써냈다는데요. 이건 1·2심 법정 모두에서 판단 근거가 되지 못했습니다. 검찰이 아닌 경찰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등의 수사기록은 피고인이 내용을 인정하지 않으면 증거가 될 수 없고, 특히 피고인이 아닌 사람의 진술조서는 작성자가 법정에 나와서 확인해야만 증거가 된다는, 역시 형사소송법 규정 때문입니다. ●“아동의 언어로 진술 받고 재판서도 아동 특수성 인정돼야” 조사 과정부터 재판 절차까지 곳곳에서 아쉬운 부분들이 눈에 띕니다. 지난 18일 선고한 지 닷새가 지난 뒤에서야 설명자료를 낸 재판부도 이런 점들을 해명하려던 것 같습니다. 설명자료를 낸 뒤 오히려 비판이 더 커진 것을 예상하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앞서 지적했지만 가장 많은 비판을 받은 부분은 A양의 진술에 요구했던 구체성이었죠. 무죄가 될 뻔한 사건을 미성년자 의제강간 혐의라도 인정해 유죄를 선고했다고 재판부는 강조했지만 법정형의 가장 낮은 형인 징역 3년을 선고된 것이 오히려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 사건은 검찰과 이씨가 모두 2심 판결에 불복해 상고장을 내 이제 최종 결론은 대법원이 판단하게 됐습니다. 아동 성폭력 피해자 사건을 맡은 경험이 많은 김재희 변호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일반적으로 아동들은 성폭력 피해를 겪고 난 뒤 매우 다양한 감정을 겪는다. 자신의 행동으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죄책감을 갖기도 하고 부모의 반응에 따라 진술을 달리할 수도 있다. 아이들마다 자신이 느꼈다는 폭행과 협박의 느낌도 모두 달라 피해사실에 대해 여러 맥락의 진술이 나타날 수 있어 무엇보다 아이들의 언어로 피해상황을 설명하게 하고 이해해야 한다.” 또 많은 아이들은 자신이 당한 일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해 피해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러니 사건 당시에도 지금 나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이 정확히 무슨 상황인지 모르니 강하게 저항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김 변호사는 “아이들에게도 똑같이 ‘항거(저항) 불가능한’ 상태를 강간죄의 요건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 아동 성폭력 사건의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보다 성인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아이들의 입장에서, 아동의 특수성을 고려한 피해자 중심의 사고가 바탕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 송아량 서울시의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하철 실버택배 급증, 왜 서울교통공사는 방관하고 있나?”

    송아량 서울시의원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지하철 실버택배 급증, 왜 서울교통공사는 방관하고 있나?”

    서울특별시의회 송아량 의원(더불어민주당, 도봉4)은 18일 진행된 제287회 서울교통공사 업무보고에서 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만성적자를 탓할 것이 아닌 지하철 실버택배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한 부대수입 창출과 재정 자립도 향상을 위한 자구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다. 최근 무임승차가 가능한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지하철을 이용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명 ‘실버택배’가 대폭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실버택배가 범죄에 악용되거나 지하철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어 일각에서는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는 실버택배 종사자를 위한 공사 차원의 플랫폼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버택배는 무임승차가 가능한 만 65세 이상 노인들이 주 배달원으로 각 지자체에서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고용 효과를 내세워 어르신 일자리 사업의 일환으로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민간 사업체도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노인들은 지하철을 타고 영등포, 사당, 송파 등 사무실 밀집지역과 경기, 인천 지역까지 물건을 나른다. 택배 배달을 해 올리는 수입은 국가지원금 15만 원을 포함한 50~60만 원 남짓이다. 이마저도 업체에서 운영비 명목으로 최소 15%에서 최대 25% 수수료를 가져가고, 업무에 필요한 스마트폰 요금은 지원되지 않는다. 민간 사업체의 경우 더 열악한 실정이다. 국토교통부는 향후 실버택배 비용을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서비스를 받는 주민이 부담하는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 고령화 시대에 신산업으로 등장한 실버택배에 대한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송 의원은 “지하철을 이용한 실버택배가 대폭 증가해 사고위험 또한 증가하고 있지만 이들은 고용보험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고, 심지어 보이스피싱에 악용돼 대포통장을 전달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송 의원은 “그동안 서울교통공사는 무임승차로 인한 만성 적자 문제로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지만 자구적 노력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국가차원 복지문제로 접근해서 이런 분들을 위한 ‘공용플랫폼’ 제작이나 쉼터 마련뿐만 아니라 수익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이 개발돼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연간 살인 1만건…필리핀에 피살 많은 이유는?

    연간 살인 1만건…필리핀에 피살 많은 이유는?

    여행 칼럼리스트 사망에 우려 커져“허술한 총기 규제·숨기 쉬운 지형경찰 수사 능력 부재 등 맞물려해마다 1~12명 한국인 피살”유명 여행 칼럼니스트인 주영욱(58)씨가 필리핀 현지에서 피살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교민 약 10만명이 사는 필리핀 치안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코리안데스크(한국인 사건 전담팀)가 설치된 이후 살인사건이 줄었지만 경찰 수사 능력이나 섬이 많은 지형 등의 영향 탓에 범인 검거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21일 경찰청 등에 따르면 주씨는 지난 16일 오전 7시 15분쯤 필리핀 북부 안티폴로시의 한 도로 옆 숲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덕트 테이프로 손이 뒤로 묶이고 입이 막혀 있었으며 총상을 입은 상태였다. 테마여행 전문 여행사인 ‘베스트레블’의 대표이기도 한 그는 새 여행상품 개발을 위해 지난 14일 출국했으며 당초 18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주씨는 올해 들어 처음 필리핀에서 피살된 한국인이다. 필리핀은 해마다 많은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 ‘공포의 땅’이다. 한국 경찰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연간 1만건 안팎의 살인 사건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인 피해자가 적지 않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한국인 살인 사건이 발생해 53명이 목숨을 잃었다. 연도별로 피해자 수를 보면 2013년엔 12명, 2014년과 2015년엔 각각 10명이 숨졌다. 이후 감소세를 보여 17명엔 1명 피살됐고 18년에는 3명이 사망했다. 지난해 8월에는 필리핀 세부의 한 모텔에서 20대 한국인 남성이 권총을 맞고 사망하기도 했다. 주필리핀 한국대사관에서 경찰 영사를 지냈던 박외병 동서대 교수(경찰행정학)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동북아 출신 외국인들이 범행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돈이 많은 나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는 필리핀에서 한국인 피살 사건이 끊이지 않자 2010년 한국 경찰관을 파견해 코리안 데스크를 꾸리고 한인 관련 사건을 담당하게 했다. 이 영향 등으로 2017년과 2018년에는 피살자 수가 다소 줄어들기도 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필리핀에서 살인 사건이 잦은 이유로 ▲허술한 총기 규제 ▲섬과 밀림 등이 많은 지형 ▲수준이 높지 않은 현지 경찰의 수사력 등을 꼽는다. 우선 밀거래되는 총기가 워낙 많다보니 피살현장에서 총탄 등이 발견돼도 범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7000여개의 섬으로 구성된 나라라 도주해 숨기 쉽다. 이 때문에 살인 피의자의 검거 비율이 떨어진다. 또 현지 경찰이 범죄조직과 연계된 경우도 많아 살인사건 피의자를 쫓는 과정에 수사 정보가 유출되기도 한다. 박 교수(경찰행정학)는 “사람이 납치당하면 CCTV를 확인해야하는데 필리핀에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 [아하! 우주] 우리은하 중심에 똬리 튼 거대 블랙홀이 조용한 이유

    [아하! 우주] 우리은하 중심에 똬리 튼 거대 블랙홀이 조용한 이유

    은하 중심에는 거대한 질량을 지닌 블랙홀이 있다. 우리은하 중심의 경우 태양 질량의 400만배에 달하는 거대 질량 블랙홀이 있으며 태양 질량의 수십억 배에 달하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을 지닌 은하도 존재한다. 은하 중심 블랙홀은 강력한 중력으로 주변의 물질을 흡수하고 남는 물질은 제트의 형태로 분출해 은하의 진화와 물질 분포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큰 은하일수록 큰 중심 블랙홀을 지니고 있으며 그만큼 많은 물질을 흡수하지만, 항상 은하나 블랙홀의 질량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은하 중심 블랙홀 가운데는 활발히 물질을 흡수하면서 에너지를 방출하는 활동성 은하핵이 있는 반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조용히 지내는 경우도 있다.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은 후자에 속한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공중 천문대인 소피아(SOFIA, Stratospheric Observatory for Infrared Astronomy)는 최근 그 이유 중 하나를 발견했다. NASA와 독일우주국이 80대 20으로 투자해 개발한 소피아는 보잉 747에 2.5m 구경 망원경을 설치한 공중 천문대로 성층권에서 적외선 영역 관측을 담당한다. 연구팀은 최근 업그레이드된 고해상도 공중 와이드밴드 카메라-플러스(High-resolution Airborne Wideband Camera-Plus, HAWC+)를 이용해 우리 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의 자기장을 조사했다.물론 자기장은 망원경으로 직접 관측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편광 극적외선(polarized far-infrared light) 영역 관측을 통해 움직이는 먼지 입자를 조사하면 이 입자에 영향을 주는 자기장을 간접적으로 측정할 수 있다. 연구 결과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 주변에는 실타래처럼 얽힌 고리 모양의 자기장이 존재해 Y자 형태로 블랙홀로 흡수되는 물질의 흐름을 방해했다. 은하 자기장이 블랙홀의 식사를 방해하는 셈이다. 다만 이번 연구로 우리은하 중심 블랙홀이 조용한 이유가 모두 밝혀진 것은 아니다. 왜 이런 형태의 자기장이 생성되었는지, 그리고 다른 은하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하는지 아직 답을 찾아야할 의문들이 많이 남아있다. 물론 과학자들은 기꺼이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연구를 계속할 것이다. 고든 정 칼럼니스트 jjy0501@naver.com
  • 지방 공공기관 신규 채용 직원의 사내 친인척 수 공개한다

    신규채용 때 지자체 사전 검토 의무화 채용 요건·기준 직무 성격과 관련 있어야 비상임이사·퇴직자 시험 위원 위촉 불가 채용비리 직원 승진 최대 1년 6개월 금지 징계 감경 못하고 중요 보직도 못 맡아 앞으로 지방자치단체 산하 공기업 등 지방 공공기관은 신입 직원 가운데 사내에 친인척을 두고 있는 사람수를 홈페이지에 공개해야 한다. 기관이 신규자 채용 계획을 세울 때도 해당 지자체에 사전 검토를 받아야 한다.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최대 1년 6개월간 승진할 수 없다. 행정안전부는 ‘지방공공기관 인사운영기준’을 개정해 21일부터 전국 지방공사·공단 151곳과 지방 출자·출연기관 702곳에 적용한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서울교통공사 친인척 채용 비리’가 이번 개정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이뤄진 관계부처 합동 공공기관 채용실태 전수조사에서 적발된 비리를 개선하고자 마련한 조치다. 앞으로 지방 공공기관은 채용 계획을 세울 때 미리 지자체와 검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채용 시 필요한 요건·기준도 기관장 마음대로 정해선 안 된다. 지금껏 각 기관은 자체적으로 채용 계획을 세운 뒤 해당 지자체에 결과만 통보했다. 그러나 일부 기관에서 특정인을 뽑기 위해 납득하기 힘든 채용 계획을 수립하는 등 비리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용인시디지털산업진흥원은 기관장이 유력 인사나 지인의 자녀를 뽑고자 ‘맞춤형’ 채용 조건을 만들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전 원장 A(63)씨는 금품 등을 받은 혐의로 지난 10일 재판에 넘겨졌다. 또 채용 과정의 공정성·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사실상 기관 내부자로 볼 수 있는 비상임이사나 퇴직자는 시험 위원으로 위촉할 수 없다. 여기에 채용 비리로 징계를 받은 직원은 6개월에서 최대 1년 6개월간 승진할 수 없다. 채용 비리자를 징계할 때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마련한 ‘공통징계양정기준’을 모든 기관에 동일하게 적용한다. 기관이 채용 비리자에게 온정적으로 제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채용 비리자는 사후에 징계 수위를 경감받을 수 없고 인사나 감사 업무 등 중요한 보직도 맡을 수 없다. 신입 직원 가운데 기관 안에 친인척이 얼마나 있는지도 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밝혀야 한다. 행안부는 개정 인사운영기준을 반영한 지방 공공기관 직원 채용 매뉴얼을 만들어 다음달 중 배포할 계획이다. 하반기에는 시도별 산하 공공기관 채용을 통합 관리하는 방안도 마련한다. 채용 실무자들이 관련 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은 만큼 이에 대한 교육도 강화할 방침이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 성남, 전국 첫 아동 의료비 지원… 지자체 ‘현금 복지’ 실험 중

    전북·경북은 결혼·출산 축하금 등 확대 “서비스 직접 제공하고 先인프라 구축을” 전국 지자체의 현금복지 경쟁이 뜨겁다. 신생아, 신혼부부, 청년, 노인 등을 위한 현금 지원에 이어 어린이 병원비 보조금 등 다양하다. 경기 성남시는 7월부터 만 12세 미만 아동 본인이 부담하는 연간 의료비가 1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 금액을 전국 최초로 전액 지원한다. 일명 ‘12세 미만 아동 병원비 완전 100만원 상한제’다. 입원, 외래, 약제비 등의 본인 부담 상한액을 100만원으로 설정하고 초과 비용은 시가 전액 부담하는 내용이다. 시는 복지부와 협의를 벌여 만 12세 미만까지 우선 지원하고 만 18세 미만까지는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성남의 아동인구는 전체의 15.3%인 14만 5737명이다. 중위소득 50% 초과 가구의 경우 시가 의료비 100만원 초과분의 90%를 지원하고 본인이 10%를 내도록 했다. 중위소득 50% 미만 가구는 전액 시가 지원한다. 의료비 초과액이 5000만원 이상인 경우 아동 의료비 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급 여부를 정한다. 앞서 시가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2016년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지역 내 18세 미만 아동 가운데 연간 100만원 넘게 의료비를 쓰는 인원이 7100여명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100만원을 초과해 지출하는 의료비는 연간 약 73억원으로 시의 지원 대상은 1300여명, 금액은 연간 15억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현금복지는 지자체 사이에 유행처럼 번지는 추세다. 정부 사업으로 확대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성남시에서 시작한 경기도 청년기본소득은 경기도로 확대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2015년 성남시장 시절에 시작했으며, 지사 취임 이후 경기도 전역에서 시행하게 됐다. 3년 이상 도내 거주한 만 24세 청년에게 누구나 1년에 1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으로 복지부의 동의를 받았다. 경기도는 올해부터 만 24세가 되면 지역 화폐로 연 100만원을 지급하는 청년배당 사업도 시작했다. 지방에서는 결혼·출산 축하금이 많다. 전북 장수군에선 결혼축하금 1000만원(분할지급)을 준다. 경북 봉화군에선 첫째 아이를 낳으면 일시금·분할금으로 최대 700만원을 준다. 둘째는 1000만원, 셋째 1600만원, 넷째 1900만원을 준다. 서울 중구는 노인을 대상으로 삼았다. 지난 2월부터 관내 만 65세 이상 기초생활수급자와 기초연금 대상자 1만1000여명에게 ‘어르신 공로수당’ 월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현금복지에 대해 일선 지자체예서 실험적으로 실시한 뒤 성공할 경우 전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한다. 반면 선진국들은 1990년대 이후 현금 주는 복지는 줄이고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인프라 구축에 투자해 다음 세대도 득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北, 김일성·김정일 시신 있는 곳서 시진핑에 환영행사 왜

    北, 김일성·김정일 시신 있는 곳서 시진핑에 환영행사 왜

    중국 최고지도자로는 14년 만에 평양을 찾은 시진핑 국가주석을 환영하기 위해 북한이 20일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곳에서 환영행사를 갖는 등 이례적으로 두 차례 행사를 기획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예우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북한은 전용기로 도착한 시 주석에 대해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한 차례 대규모 영접행사를 한 데 이어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도 별도의 환영행사를 성대하게 열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는 1만여명의 평양 시민들과 순안공항에 나와 시 주석과 펑리위안 여사를 영접하며 예포 발사와 의장대 사열 등의 행사를 했다. 이어 양국 정상은 평양 시민 수십만명의 연도환영을 받으며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으로 이동한 후 여기서 또 한 번 성대한 환영행사가 열렸다. 공항 행사에는 박봉주 국무위원회 부위원장과 더불어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김영철 당 대남담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 북한 외교 3인방이 총출동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 당 조직지도부장으로 알려진 리만건 당 부위원장, 최휘 당 근로단체 담당 부위원장 그리고 인민군 김수길 총정치국장, 리영길 총참모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등 군 수뇌 3인방도 모두 나와 시 주석을 영접했다.그런가 하면 금수산태양궁전에서는 권력 서열 2위인 최룡해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겸 국무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재룡 총리, 박광호(선전)·김평해(인사)·오수용(경제)·박태성(과학교육) 당 부위원장, 태형철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 최부일 인민보안상, 정경택 국가보위상, 김덕훈·리주오·동정호·김능오 부총리 등 북한의 당정 고위 간부들이 총출동해 시 주석을 환영했다. 역대 방북한 외국 정상에 대해 고위간부들이 두 군데 장소로 나뉘어 영접 행사를 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지난해 방북 때 국빈 대우를 받은 문재인 대통령과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의 경우도 공항 환영행사를 가진 뒤 연도환영을 거쳐 곧바로 숙소인 백화원 영빈관으로 향했다. 북한이 김일성·김정일 시신이 있는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에서 시 주석 환영행사를 성대히 한 것은 역대 양국 최고지도자 간의 대를 이은 특별한 친분을 부각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과 내각 기관지 민주조선은 이날 특집 기사에서 김일성·김정일·김정은과 마오쩌둥·저우언라이·덩샤오핑·시 주석 등 양국 최고지도자들의 대를 이은 각별한 인연을 소개하고, “전통적인 조중친선은 발전하는 시대의 요구와 조중(북중) 인민의 공동 염원에 맞게 더욱 굳건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또 북한이 이곳서 별도의 환영행사를 연 것으로 미뤄 시 주석이 행사를 마치고 자연스럽게 참배로 이어갔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과거 장쩌민·후진타오 국가주석도 2001년과 2005년 방북했을 때 김일성 주석의 시신이 있는 금수산궁전을 참배했던 만큼 14년 만에 방북한 시 주석 역시 이 전통을 그대로 이어갔을 수 있다. 시 주석은 방북 전날인 19일 노동신문과 민주조선에 기고한 글에서 “중조 두 나라의 여러 세대 영도자들“에 의해 계승된 양국 친선은 ”천만금을 주고도 바꿀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섹션TV’ 바비킴, 기내난동 심경 고백 “성숙하지 못했다”

    ‘섹션TV’ 바비킴, 기내난동 심경 고백 “성숙하지 못했다”

    20일 방송되는 ‘섹션TV 연예통신’에서는 4년 6개월 만에 돌아온 소울 대부 바비킴과의 인터뷰가 공개된다. 벌써 데뷔한 지 25주년이 되었다는 바비킴은 “얼마 전에 방송을 했는데 선생님이라고 들었다. 너무 부담이 되더라”며 나이든 게 실감 났다며 웃음 지었다. 바비킴은 94년도 밴드 ‘닥터 레게’에서 래퍼로 데뷔한 것에 대해 “프로듀서님이 노래보다는 랩하는 목소리가 더 잘 어울릴 것 같다고 해서 객원 래퍼로 들어갔고, 이후 그룹 멤버가 되었다”고 전했다. 이어 “다른 가수의 앨범에 랩 참여도 했었고, 영어 프로그램의 성우도 했었다”며 무명 가수 시절 쉬지 않고 일했던 과거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그럼에도 언젠가는 사람들 앞에서 박수를 받을 거라는 굳은 의지가 있었다”라며 힘듦을 이겨낼 수 있었던 이유를 밝혔다. 바비킴은 음악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고래의 꿈’에 대해 “아버지의 트럼펫 연주가 빛난던 노래”라며 남다른 의미가 있는 곡임을 드러냈다. 또한 ‘Tic Tac Toe’라는 곡은 “나몰라 패밀리 분들이 노래를 더 알려주신 곡”이라며 감사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바비킴은 그간 말을 아껴왔던 기내 난동 사건에 대해서도 섹션TV 인터뷰를 통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는 “공인으로서 성숙하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준 게 너무 죄송스러웠다. 죄송한 마음으로 무대에 서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자숙이 길어진 것 같다”며 공백이 길어진 이유에 대해 이야기했다. 믿고 듣는 소울 보컬 바비킴과의 특별한 인터뷰는 오늘 밤 11시 5분 MBC ‘섹션TV 연예통신’에서 공개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양치기도 떨게 한 정체불명 고양이, 새 품종으로 잠정 결론

    양치기도 떨게 한 정체불명 고양이, 새 품종으로 잠정 결론

    지중해 코르시카섬에서 발견된 고양이가 새로운 품종인 것으로 잠정 결론 났다. AFP통신은 지난 14일(현지시간) 프랑스 국립수렵·야생동물청(ONCFS)이 지중해 북부에 위치한 코르시카섬에서 발견된 고양이를 10년간 연구한 끝에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고 전했다. 코르시카섬에서는 전설처럼 전해 내려오는 고양이가 있었다. 여우도 아닌 것이 그렇다고 고양이라기에는 너무 큰 이 동물은 닭이나 양 등 가축을 공격해 코르시카섬의 양치기들을 두려움에 떨게 했다. 포브스지는 살쾡이로 여겨졌던 이 동물이 실은 새로운 고양이 품종이었으며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Corsica cat-fox)로 명명됐다고 전했다. 고양이의 이름은 코르시카어로는 'ghjattu volpe', 프랑스어로는 'chat renard', 영어로는 'cat-fox'로 표기한다.야행성 때문에 주민 눈에 잘 띄지 않아 입에서 입으로만 전해지던 이 고양이는 지난 2008년 한 농가의 닭장에 갇힌 개체가 발견되면서 본격적으로 연구가 시작됐다. ONCFS 현장 요원 카를루-안토 세치니는 “처음 이 고양이를 연구한다고 했을 때 섬사람들은 우리가 미쳤다고 생각했다”며 웃어 보였다. 사람들은 닭장 속 고양이를 아프리카살쾡이(African wild cat)쯤으로 여겼고 전설 속 동물이 실재한다고 믿지 않았다. 그러나 10년간의 연구 끝에 전설 속 여우 고양이가 실제로 존재하며 지금까지 밝혀진 품종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품종이라는 점이 밝혀졌다. ONCFS 환경기술 주임 피에르 베네데티는 해발 2500m 높이에 위치한 아스코 계곡 일대에서 암컷을 포함해 총 16마리의 여우 고양이를 발견했다고 전했다. 현장요원 세치니는 “여우 고양이들은 주 포식자인 황금 독수리의 눈에 잘 띄지 않고 물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외딴곳에 서식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동물청은 섬에서 파악한 16마리 개체 중 12마리를 포획해 연구를 거친 뒤 GPS 추적기를 장착해 방생했다. 이후 몇 년간 고양이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는 몸길이가 일반 고양이보다 최대 3배 긴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고양이의 몸길이가 30~60cm라면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의 몸길이는 평균 90cm에 달했다. 보통 고양이보다 수염이 짧고 이빨이 긴 것 역시 특징적이다. 동물청이 공개한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 수컷 개체 한 마리 역시 같은 특징을 보인다. 다른 점이 있다면 양쪽 눈 색깔이 다르다는 점인데 동물청 측은 다른 수컷 고양이와의 싸움에서 얻은 부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 전문가들은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가 아프리카살쾡이(African wild cat)나 유럽살쾡이(European wildcat)의 일종일 것으로 생각하고 연관조사를 시행했다. 그러나 ONCFS는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의 DNA가 이들 품종과는 전혀 다른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베네데티 주임 연구원은 “야행성으로 눈에 잘 띄지 않아 몰랐을 뿐 전설 속 코르시카 여우 고양이는 분명 존재했다. 이 고양이는 그 어떤 품종과도 다른 독립적인 야생 자연 종”이라고 자신했다.프랑스 공영라디오방송 RFI는 동물청 주임 베네데티의 말을 인용해 여우 고양이가 약 6,500년 전 농부들을 따라 처음 코르시카섬으로 왔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보도했다. 베네데티 주임은 만약 자신의 가설이 사실이라면 이 고양이의 기원은 중동이라고 밝혔다. 세치니 요원은 평야와 거리가 떨어진 상당히 가파른 산악 지대에서 살아남기 위해 여우 고양이가 매우 도전적이고 튼튼하게 진화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아직 풀어야 할 숙제는 남아 있다. 동물청 측은 이 고양이들의 번식 패턴이나 식습관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으며 관련 연구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케이팝과 식물

    [이소영의 도시식물 탐색] 케이팝과 식물

    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의 공식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독특한 농산물 홍보 게시물이 올라왔다. ‘채영이 좋아하는 딸기의 모든 것’이라는 5월 제철 딸기의 홍보글은 여러 포털 사이트로 퍼지며 젊은 층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인기 케이팝 그룹인 트와이스의 멤버 채영은 최근 발표한 앨범에 딸기에 대한 사랑을 그린 ‘스트로베리’라는 곡을 담았고, 지난겨울 우리나라 화훼도매시장과 딸기농장 방문 영상을 유튜브에 공개했다. 영상을 본 국내외 팬들이 한국 화훼, 과수 재배, 유통 현장을 간접적으로 체험한 셈이다. 농림부 글이 케이팝 인기에 ‘무임승차’했다는 의견도 있지만, 대중의 취향과 트렌드를 고려했다는 점, 그리고 기존 구독자인 중장년층 외에 청년층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데서 충분히 흥미로운 시도였다.케이팝의 세계적 인기에 따라 생산되는 콘텐츠는 다양해지고, 그 안에는 식물도 자주 등장한다. 곡 제목과 가사 그리고 뮤직비디오 배경과 주요 소재로 식물이 활용되는 현상은 어쩌면 고서 어느 소설 속에 동백꽃이 등장하고, 민화에 소나무가 그려져 있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몇 년 전 극락조화의 꽃 그림을 전면에 보인 엑소의 앨범이 공개됐을 때, 팬들은 극락조화에 대한 정보를 찾느라 바빴다. 방탄소년단 뮤직비디오에 접목선인장이 나왔을 땐, 해외 최고의 케이팝 스타와 우리나라의 주요 화훼 수출품목의 조합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케이팝의 주 소비층은 10~30대이다. 이들은 작년 샤인머스캣 포도의 인기를 주도했다. 최근 케이팝에 식물 등장 빈도수가 많아진 것 또한 우리나라에 식물 문화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자연스럽게 케이팝을 만드는 디렉터와 디자이너, 뮤직비디오 미술감독 등 스태프에게 식물이란 존재가 깊이 각인된 덕분일 것이다. 이들이 식물을 표출시키면서 케이팝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는 새 식물에 가까워지고 있다. 외국인들이 자신이 본 한류 드라마에 배경으로 등장하는 우리나라 식물원과 수목원을 방문하고, 관람객을 유치하기 위해 사립 식물원과 정원에서 드라마에 막대한 예산을 들여 광고를 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 케이팝을 통해 노출되는 식물의 홍보 효과를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가끔 내게도 식물세밀화와는 거리가 먼 듯한 대중음악계로부터 작업 제안이 오기도 한다. 케이팝 스타의 앨범 재킷이나 화보 배경이 될 그림들을 그려달라는 것이다. 내 식물세밀화보다는 사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의 그림이 더 예쁘게 잘 어울릴 것이라는 개인적인 판단으로, 대부분 제안을 거절하지만 작업을 수락한 적이 한 번 있다.일본 아티스트의 앨범 재킷 의뢰였는데, 일본 식물이 아닌 한국 자생 식물을 그리겠다고 역제안을 했다. 역사적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은 식물 연구와 문화에 이해관계가 깊이 얽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자생 식물을 일본에 노출시켜 일본인 자신들도 모르는 새 우리나라 식물을 접하게 하고 싶었다. 결국 이 아티스트와 두 번의 앨범 디자인 작업을 함께했고, 현재도 한국 특산 식물인 상사화속 식물들, 그리고 우리나라 자생 식물들이 전면에 디자인된 앨범이 일본 레코드 가게에서 판매되고 있다. 채영의 딸기 사랑처럼 케이팝에 식물 이미지가 활용되는 것을 넘어 소비자에게 식물에 대해 좀더 깊숙한 정보와 이야기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다. 에이비식스의 임영민은 그동안 방송에서 토마토란 과일에 대해 자주 이야기해왔다. 가족이 부산에서 토마토 농장을 해 어렸을 때부터 토마토를 많이 먹어왔다거나, 맛있는 토마토를 고르는 방법은 무엇인지, 대저 토마토는 왜 맛있으며 어떤 효능이 있는지 등 아이돌로부터 전혀 들을 수 없을 만한, 식물을 하는 나조차도 모르는 토마토 이야기를 한다. 이 영상을 본 해외 팬들은 Jjapjjalii tomato(짭짤이 토마토)라는 영어 이름으로 대저 토마토를 부르며 이 토마토를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 이 장면이 흥미로웠던 건 우리가 토마토만큼은 가성비를 따지는 바람에 품질이 좋고 가격이 높은 대저 토마토의 소비량이 줄고 있는 이 시점에 가장 필요한 장면을 연출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케이팝 스타들이 (어쩌면 자신도 모르는 새) 식물 문화 확산을 유도하고, 식물종 보존에 기여하고 있음을 이야기하고 싶다. 케이팝을 통해 식물이 사람들에게 노출되고, 사람들이 그 식물의 이름을 알게 되고, 정보를 찾아보거나 소비하고, 결국 식물을 보존하겠다는 마음이 들게 되는 것, 식물원과 연구자들이 사람들에게 식물을 이야기하기 위해 전시하고 교육하는 그 모습과 닮아 있다.
  • 이석채 측 “김성태 딸, KT 근무하는지도 몰랐다”

    2012년 신입사원 채용 과정에서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딸 등 유력인사의 지인이나 친인척 등 12명을 부정 채용한 혐의를 받고 있는 이석채(74·구속) 전 KT 회장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며 법리 다툼을 예고했다. 19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신혁재)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과 서유열(63·구속) 전 홈고객부문 사장, 김상효(63·구속) 전 인재경영실장, 김기택(54) 전 상무보 등 전직 KT 임원에 대한 첫 공판준비 기일을 진행했다. 이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의 피고인은 법정에 출석했다. 이날 이 전 회장 측은 채용 과정에 직접 개입해 의사 결정을 내리거나 특정인을 채용하도록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 전 회장의 변호인은 재판 후 취재진에게 “지원자 등급을 조작한 게 아니라 합격과 불합격선에 걸친 지원자 중 일부를 합격시킨 것”이라며 “이것은 사기업 채용 과정의 재량 범위에 있다고 보기 때문에 업무방해로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피고인들이 이 전 회장의 지시를 받았다고 진술했지만 이 전 회장은 그런 기억이 없다는 입장”이라며 “이 전 회장이 외부에서 청탁을 받아 인사실에 이름을 건넨 적은 있지만 이후 합격 여부를 보고받은 적도 없고, 전달한 사람 중에는 불합격자도 있다. 이 전 회장의 영향력이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의 딸에 대해서는 “청탁을 받은 적이 없고 그 딸이 KT에 다녔는지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향후 재판에서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한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무방해죄는 업무 방해 의도나 구체적인 방해 행위가 입증되어야 하는데, 채용 청탁의 특성상 증거가 남기 어렵고 우회적인 경우도 많아 개별 사례에 따라 판단이 엇갈리는 경우가 많다.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 괴물이 된 36㎝ 거대 금붕어…버린 인간에게 반격하다

    괴물이 된 36㎝ 거대 금붕어…버린 인간에게 반격하다

    관상어인 금붕어가 북미 일부 지역에서는 생태계를 교란하는 골칫덩어리가 되고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UPI통신 등 외신은 미국과 캐나다의 국경지대를 흐르는 나이아가라강에서 36㎝에 달하는 거대 금붕어가 잡혔다고 보도했다. 사람이 두손으로 들어야할 만큼 거대한 덩치를 자랑하는 이 금붕어는 지난 14일 지역 환경단체인 '버팔로 나이아가라 워터키퍼' 회원에게 나이아가라강에서 포획됐다. 워터키퍼 측은 "이 금붕어가 폐수처리장 바로 하류에서 발견됐다"면서 당시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유해 큰 반응을 얻었다. 이 금붕어가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 원인은 물론 '인간 탓'이다. 금붕어를 키우던 시민들이 호수와 강 심지어 하수구에 무단으로 방류한 것이 문제의 시작이다. 이렇게 ‘물 만난’ 금붕어는 특유의 번식력을 바탕으로 담수에 서식하는 조류를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며 거대하게 몸집을 불린다. 여기에 외래종인 금붕어가 재래 어종과의 먹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다른 물고기의 알을 먹어치우거나 심지어 자신보다 작은 물고기를 잡아먹는 경우도 있다. 한마디로 지역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는 것으로 금붕어가 인간에게 반격을 하는 셈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미국과 캐나다 국경 5대호에 서식하는 금붕어 수만 무려 4000~5000만 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지역 공무원들이 물에 전기를 흘리는 등 극단적인 금붕어 제거작전에 나서고 있으나 사실상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워터키퍼 측은 "집에서 키우던 금붕어를 절대 하수구 등에 버려서는 안된다"면서 "만약 금붕어를 키울 수 없다면 무단으로 버리지 말고 가게로 돌려보내라"고 당부했다.    박종익 기자 pji@seoul.co.kr
  • ‘주도면밀’이 뭐야? 재밌고 기억하기 쉬운 상표 인기

    소비자들이 쉽게 기억하고 상품의 이미지를 잘 전달할 수 있는, ‘일상용어’를 활용한 상표 등록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특허청에 따르면 최근 ‘전화위복’(복 요리점)과 ‘주도면밀’(면 요리점), ‘하루방’(숙박업), ‘견인구역’(애완동물업) 등 흔히 사용하는 용어를 상품과 재치있게 연결해 상표 등록한 사례가 늘고 있다. ‘땅집GO’(부동산업), ‘신통방통’(물통), ‘나를 따르라’(소주), ‘헤어 날 수 없다면’(이미용업) 등이 대표적이다. 일상적인 단어를 약간 변형해 등록한 경우도 눈에 띈다. ‘와인슈타인’(와인), ‘잉큐베이터’(어학교육업), ‘갈빅탕’(식당업), ‘기승전골’(식당업), ‘잔비어스’(주점업), ‘족황상제’(족발), ‘네일바요’(손톱미용업)가 있다. 고유명사를 상표로 사용한 사례도 많다. ‘갤럭시’, ‘애플’, ‘아마존’ 등은 본래 의미보다 스마트폰이나 정보기술(IT), 유통기업의 브랜드로 더 유명해졌다. 상표는 상품의 출처를 나타내는 것이기에 소비자에게 쉽게 각인되고 기억할 수 있는 상표 개발이 치열하다. 일상용어가 활용에 유용하지만 상표적 사용인지 여부가 관건이다. 등록상표도 상품을 설명하는 용어로 사용하면 상표권의 효력이 떨어진다. ‘현대’가 자동차로 상표등록됐지만 다른 회사에서 ‘현대사회와 어울리는 자동차’라고 사용하면 상표적 사용으로 보기 어렵다. 변영석 복합상표심사팀장은 “상표는 특허와 달리 창작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기에 기존 단어를 선택해 상표로 등록받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상품의 특성을 직접 설명하는 상표는 권리화가 안되기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전 박승기 기자 skpark@seoul.co.kr
  • 술값 내고 머리 하고…쌈짓돈 교비 2624억

    술값 내고 머리 하고…쌈짓돈 교비 2624억

    전국의 사립대학에서 감사를 통해 적발된 비위 금액이 지금까지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각 대학이 자율적으로 제출한 금액으로 대학이 숨겼거나 감사로 적발되지 않은 부정 등을 더하면 비위 총액은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18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사학비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293개 대학(일반대 167개, 전문대 126개교)에서 교육부와 감사원 감사 등을 통해 적발된 1367건의 재단 횡령, 회계 부정 등의 비위 총액은 2624억 428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교육부를 통해 각 대학들로부터 자진해 받은 자료이기 때문에 실제 조사를 진행하면 비위 실태는 더 커질 것”이라면서 “적발되지 않은 비위까지 더하면 전체 비위 규모는 짐작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번 조사에 ‘비위 해당 없음’이라고 자료를 제출한 한 사립대의 경우 감사원 감사를 통해 ‘수익용 임대보증금 임의사용’으로 393억원을 보전 조치하라는 권고를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리 수법은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했다. A예술대는 대학총장이 학교 법인카드를 사용해 골프장 비용 2095만원, 미용실 비용 314만원을 사용했고, 교직원이 유흥주점 등에서 총 183회에 걸쳐 1억 5788만원을 사용한 사실이 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B대학은 2013~2015년 학교 법인카드로 유흥주점과 단란주점에서 1168만원을 사용했다가 적발됐다. 교비를 이사장 일가족의 쌈짓돈처럼 쓴 경우도 흔했다. C전문대 이사장은 학교 이사인 며느리가 소유한 실거래가 3억 3000만원의 아파트를 학교가 4억 5000만원에 구입하도록 해 1억원 이상의 부당 차익을 챙기도록 했다. D전문대 이사장은 퇴임 이후 학교의 수익용 건물에서 임대료도 내지 않고 가족과 생활했다. 이사장이 내지 않은 임대료는 9억 2000여만원이나 됐다. 지난해 167개 일반대와 126개 전문대가 국가로부터 지원받은 예산은 각각 2조 8572억원, 1조 237억원에 달한다. 박 의원은 “사립대 비리는 사립유치원의 회계 부정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박 의원이 이날 개최한 ‘사립대학 비리 해결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발제자로 참석한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 소장은 “우리나라 사립대 중 65%는 설립자와 총장의 친인척이 장악한 족벌·세습체제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이사회 운영의 투명성과 공공성을 높이는 사학 개혁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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