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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독]곳간에서 해마다 수천만원 ‘상패값’…군수는 선거마다 수상경력 ‘얼굴값’

    [단독]곳간에서 해마다 수천만원 ‘상패값’…군수는 선거마다 수상경력 ‘얼굴값’

    [상을 팔고 스펙을 삽니다 <1>혈세로 상을 사는 지자체] “수박 품질이 좋아 상을 주는 거면 농민들이 받아야 하는 거 아닌가요? 왜 군수가 상을 받죠? 농민들은 이런 상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이대종 고창군 농민회장) 전북 고창군 황토배기 수박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복분자는 2011년부터 9년째 한 종합일간지와 경제주간지가 주최하는 ‘OO브랜드 대상’을 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농림축산식품부가 후원하며, 매년 4월 시상식이 열린다. 고창 수박과 복분자 품질을 인정한 상인 만큼, 가장 큰 공로자는 농민이다. 하지만 시상식에서 상과 꽃다발, 플래시 세례를 받는 사람은 고창군수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뉴스 검색·분석 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확인한 결과, 2013~18년에는 매년 당시 군수가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상을 받았다. 다만 올해 4월 열린 시상식에는 유기상 현 군수 대신 정토진 부군수가 참석했다. 처음부터 군수가 상을 받았던 건 아니다. 첫해인 2010년엔 농협중앙회 고창지부 직원들이 대표로 상을 받았다. 하지만 이듬해 부군수가 대표 수상하더니 이후 군수가 연례행사처럼 받는 상이 됐다. 고창군은 상을 받을 때마다 수천만원을 광고비 명목으로 주최사에 지급했다. 서울신문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2014년 이후 고창군 예산 집행 내역을 정보공개청구로 확인한 결과, 이 상에 대한 ‘대가’로 총 1억 2890만원이 건네졌다. 2014년에는 2000만원, 2015~16년과 18~19년에는 각각 2200만원, 2017년에는 2090만원이 언론사에 대한 정부 광고 집행을 대행하는 언론진흥재단을 통해 입금됐다.고창군은 예산 집행 근거로 2009년 제정한 ‘복분자 산업육성 조례’를 들었다. 이 조례 17조엔 “군수는 (복분자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와 품질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하여 공동 브랜드를 개발 및 육성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하지만 경실련은 “브랜드 육성에 관한 조례가 상을 받는 대가로 사용되는 근거는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고창군이 ‘돈 주고 받는’ 상은 또 있다. 고창 복분자는 한 종합일간지와 경제지 등이 공동 주최하는 ‘대한민국 OOOOO 대상’도 올해까지 9년 연속 수상했다. 2014년부터 해마다 2000만원씩 1억 2000만원이 광고비 명목으로 주최사에 지급됐다. 올해까지 7년 연속 수상한 한 종합일간지 계열사의 ‘한국의 OO OOOO 브랜드 대상’도 해마다 1000만원씩 내고 받는 상이다. 수상 소식을 홍보할 때 상 공식 엠블럼을 사용하는 대가라고 한다. 이들 상도 역대 군수들이 대표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지난해 취임한 유기상 현 군수 역시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시상식에 참석해 상패를 품었다. 고창군은 군수들이 상을 탈 때마다 보도자료 형식으로 사진을 배포했고, 신문과 인터넷 언론 등에 게재됐다. 군수 입장에선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는 좋은 기회였다. 고창군이 이렇게 곳간을 털어 받은 상은 27개다. 2014년부터 올해 8월까지 확인된 비용만 3억 3375만원. 고창군이 정보공개청구에 응해 자발적으로 밝힌 최소 금액이다. 전국 243개 지자체(광역 포함) 중 가장 많다. 수상 경력은 선거 때가 되면 군수들의 홍보 수단으로 활용됐다. 박우정 전 군수의 경우 재선을 노렸던 지난해 지방선거 공보물에 ‘수박 9년 연속! 복분자 8년 연속! 고창 메론 2년 연속 OO브랜드 대상 수상!’이라고 선전했다. 이강수 전 군수도 3선에 성공한 2010년 지방선거 때 ‘2009 대한민국 OOOOO 수상(수박, 복분자, 장어)’이라고 공보물에 홍보했다. 고창군 관계자는 “시상식 주최사가 신문 지면은 물론 서울 지하철과 온라인에도 수상 광고를 해줘 지역 특산품 홍보 효과가 좋다고 판단했다”며 “대표 수상자는 군수지만 농민 등 다른 관계자도 시상식에 함께 가 영광을 나눈다”고 해명했다. 시장이나 군수가 개인 자격으로 받은 상을 홍보하기 위해 예산이 쓰인 경우도 많다. 3선인 백선기 경북 칠곡군수는 지난해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일 잘하는 백선기! 칠곡, 상복 터졌네!’라는 제목을 통해 개인 자격으로 수상한 상들을 홍보했다. 이 중 2015년 수상한 ‘한국의 OOO OO CEO’는 칠곡군이 1650만원을 주최 측에 건넨 상이다. 칠곡군은 애초 정보공개에선 이 사실을 빠뜨렸으나 경실련의 집요한 추궁 끝에 예산 집행이 있었다고 실토했다. 칠곡군 관계자는 “군수 개인보다는 군을 표창한 성격이 강한 상”이라며 “군정 홍보를 위한 광고비를 지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3선인 최형식 전남 담양군수도 지난해 지방선거 공보물에서 2015년 받은 ‘대한민국 OO리더 대상’, 2017년 탄 ‘한국 경제를 OOOO CEO’ 등을 수상경력으로 소개했다. 각각 440만원의 군 예산이 건네진 상이다. 최 군수는 공보물에서 ‘최형식이 이끌었던 담양군의 위상이나 군정 성과는 수상경력이 말해주고 있습니다’라고 선전했다. 담양군 관계자는 “최 군수가 세계대나무박람회를 개최하는 등 경영에서 성과를 거둬 받은 상”이라며 “군수 개인이 아닌 군 대표로 받은 상이라 판단해 홍보비를 집행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퇴임한 경북의 한 지자체장 A씨는 마지막 임기 기간인 2014~17년 개인을 포상하는 성격이 강한 상을 18개나 받았다. ‘대한민국 OO리더 대상’ ‘한국의 OOO OO CEO 대상’ 등이다. 이 중 14개 상에 대해 적게는 880만원에서 많게는 2200만원, 총 2억 2180만원의 지자체 예산이 주최사에 지급됐다. A씨를 소개한 포털사이트 인물정보에는 이들 상 일부가 수상경력으로 올라가 있다. A씨는 서울신문과의 통화에서 “수상과 관련해 지자체 예산이 집행된 사실을 몰랐다. 공보 담당자가 언론사 요청을 받아 개별적으로 집행한 것 같은데, 광고비 집행은 내 선까지 올라오는 결제 사안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경실련 시민권익센터 위원)는 “개인 자격 수상을 홍보하는 데 지자체 예산을 쓴 것은 배임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선 79명의 현직 지자체장이 재선 또는 3선에 성공했다. 이 중 49명(62%)이 재임 기간 지자체나 지자체장으로서 받은 수상 경력을 공보물에 활용했다. 경실련은 “지자체장이 선거에 활용하기 위한 치적을 위해 적극적으로 수상경력을 쌓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특히 개인 수상에 지자체 예산을 사용한 것은 배임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이혜리 기자 hyerily@seoul.co.kr
  •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2회] ‘한솥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의 경계…모호하거나 명확하거나

    [대법원장, 피고인석에 서다-42회] ‘한솥밥’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의 경계…모호하거나 명확하거나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에는 ‘선’이 있다. 한 건물에 머무는 선후배 법관들의 업무가 재판과 사법행정으로 나눠지면서 이들 사이엔 벽이 요구된다. 그러나 과연 완벽한 분리가 가능했을까. 식사를 같이 하고 전문적인 내용을 참고하도록 보고서를 주고받으면서 경계가 흐려지진 않았는지,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법정은 많은 전·현직 법관들에게 이 부분이 집요하게 묻는다. 그리고 많은 판사들은 식사와 메일, 전화통화, 가벼운 대화 속에서도 선은 넘어가지 않았다고 자신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부장 박남천) 심리로 열린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41회 재판에서는 지난달 25일 증인으로 출석했던 홍승면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변호인들의 반대신문이 이어졌다. 홍 부장판사는 2013~2016년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으로 일했다. 그가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던 때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당시 기획조정실장)으로부터 일제 강제징용 손해배상 사건의 재상고심 관련 외교부에 ‘절차적 만족감’을 줘야한다며 의견서를 낼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등 재판 관련 언급이나 관련된 보고서를 전달받은 것이 지난 증인신문에서도 쟁점이 됐다. 대법원과 법원행정처 사이에 ‘재판’이 오고가며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검찰은 물었고 홍 부장판사는 그런 영향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변호인도 이날 홍 부장판사와의 증인신문을 통해 대법원 재판이 영향을 받았거나 특히 대법원장이 직접 재판에 영향을 주도록 지시한 적은 없다는 점을 역설했다. “증인께서는 대법원장이 특정 사건의 선고가 나면 보고를 해달라고 한 지시를 들었거나 경험한 적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증인이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법원장이 다른 대법관들보다 상급자이기 때문에 전원합의체 회부에 주저하거나 전합에 회부하는 게 맞으니 내 뜻대로 해야한다는 등의 일이 있었습니까?” (변호인) “그런 적은 없으셨습니다.” (홍 부장판사) “증인이 근무하는 동안 양승태 피고인이 증인이나 다른 재판연구관에게 전합 사건이 아닌 다른 특정사건의 검토를 지시한 것을 경험한 바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양승태 피고인이 대법원장으로서 전합 사건 외의 대법원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들어본 적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양승태 피고인이 특정 재판의 결과와 사법부의 정책적 목표를 결부지어서 언급하는 것을 듣거나 전해들은 기억이 있습니까?” (변호인)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강제징용’ 재상고 주심 대법관의 ‘말씀정리’ …유일하게 잃어버린 메일 1통 양 전 대법원장의 혐의 중에는 강제징용 사건의 주심이던 김용덕 대법관을 상대로 외교부 의견을 전달하는 등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2013년 8~9월쯤 접수된 강제징용 사건 재상고심의 주심은 2014년 6월에야 김 대법관으로 지정됐다. 피고인 전범기업 측의 상고이유서가 그해 5월에서야 접수됐기 때문이다. 주심 대법관이 지정되자 양 전 대법원장이 ‘김 전 대법관에게 전범기업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2012년 판결이 확정되면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거나 국제법적으로 문제될 것’이라며 사건의 방향과 결론을 언급해 김 전 대법관의 재판상 독립을 침해했다는 게 검찰이 지적한 양 전 대법원장의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그 근거 중 하나로 2014년 12월 김 전 대법관이 강제징용 사건 담당 재판연구관이었던 황진구 부장판사에게 건넨 2012년 판결의 재검토 지시를 제시했다. 그 뒤 행정처에서 민사소송규칙을 개정해 국가기관 등의 참고인 의견서 제출제도가 도입됐고, 외교부가 재판부에 의견서를 낼 것을 기다리며 재판이 2년 넘게 지연됐다는 것이다. 검찰은 황 부장판사가 홍 부장판사에게 2014년 12월 31일 보낸 ‘김용덕 대법관님 말씀정리’ 메일에 담긴 첨부파일 속에 김 전 대법관의 2012년 판결 재검토 지시 방안이 들어있는 만큼 홍 부장판사도 이미 강제징용 사건의 파기환송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런데 홍 부장판사는 김 전 대법관의 지시내용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김 전 대법관이 이 사건을 공동조(특정 대법관에 전속된 재판연구관이 아니라 여러 대법관들이 심리하는 사건을 공동으로 검토하는 재판연구관)에서 검토하라는 지시를 듣고 ‘대법관님께서 의문을 갖고 계시는구나, 사건처리가 힘들어지겠구나’ 생각했을 뿐”, “보통 공동조에 보내지면 심층검토를 할 것이고, 그럼 결론이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일반적인 내용만 설명했다. 그럼에도 검찰은 거듭 의문을 제기했다. 홍 부장판사는 대법원에서 근무하는 동안 메일을 삭제하지 않아 지난해 검찰 조사 당시 7000여개의 메일이 그대로 남아있었다고 했다. 행정처에서 메일 서버의 보존을 위해 ‘메일함을 정리하지 않으면 메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될 것’이라는 취지의 공지를 하며 주기적으로 메일을 삭제할 것을 권고했지만 메일이 자동적으로 삭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는 한 차례도 삭제하지 않고 모든 메일을 그대로 보관했다는 것이다. 홍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검찰 조사를 받으며 이메일 압수수색을 통해 전체 메일을 검사와 함께 확인했다. 이 가운데 ‘강제징용’ 사건과 관련된 메일을 선별해 임 전 차장을 비롯해 17명과 주고받은 이메일 1487개가 추출됐다고 한다. 검찰은 홍 부장판사와 함께 1487개의 메일을 일일이 열어보며 다른 사람들의 진술과 상황 등을 맞춰보며 조사를 이어갔다고 한다. 홍 부장판사가 기억하지 못한 메일의 내용은 해당 메일의 발신인이나 수신인의 메일함에 담겨있던 메일과 그들의 진술로 퍼즐이 맞춰졌다. 그런데 1487개 메일 가운데 2014년 12월 31일자, 황 부장판사가 보낸 ‘김용덕 대법관님 말씀정리’ 메일 딱 하나만 퍼즐이 맞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의 메일함에도, 홍 부장판사의 기억에도 해당 메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검찰은 “평소 이메일을 삭제하지 않은 증인이 유독 이 이메일만 삭제한 것은 그만큼 너무나 부적절하고 이례적인 이메일이어서 그대로 놔둔 것은 불안하다고 생각해서 삭제한 것 아닌가?” 물었다. 그러나 홍 부장판사는 “그 메일은 제가 황 부장판사에게 ‘이 사건은 국민들에게 쟁점을 공개하고 빠른 시일 내에 공개변론을 열어 각게각층의 의견을 신중하게 들어야 한다고 기재해서 그게 저한테는 유리한 내용이 있다”며 자신이 메일을 삭제하지 않았고 검찰의 메일 조사 과정에서 누락된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부장판사가 보낸 메일 속 첨부파일의 문건에는 김 전 대법관이 언급한 강제징용 사건의 쟁점들과 함께 홍 부장판사의 의견이 말미에 담겼다. 검찰에 따르면 김 전 대법관은 황 부장판사에게 ‘청구권협정 관련 환송 판결의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움’, ‘환송판결이 잘못이었다고 하지 않으면서도 청구권협정으로 인해 원고들(강제징용 피해자)이 직접 일본국이나 일본 회사를 상대로 청구할 수 없다는 논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숙제임. 방법을 찾아보아야 함’, ‘소멸시효 문제를 어떻게 하면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지를 시뮬레이션해 볼 필요가 있음’ 등의 검토 지시를 했다. 홍 부장판사는 “그 메일이 없었으면 오히려 제가 곤란해졌을 것”이라며 메일을 지울 이유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일상적인 제목도 아니고 대법관님 말씀을 파일로 정리했다는 내용의 메일인데 제목을 보는 순간 열어보겠고, 본문을 보는 순간 첨부파일을 열어보지 않으면 김 전 대법관이 뭐라고 말했는지 알 수 없어 당연히 주의깊게 열어봤을 것 같은데 아니었나”라는 검찰의 물음에도 “재판연구관이 (사건에 대한) 최종 보고서를 제출하면 그것을 제가 (대법관에게 전달하기 위해) 꼼꼼하게 읽고 법리적 문제가 있는지 치밀하게 검토하는데, 보고서가 오기 전에는 쟁점이 뭔지 읽어볼 필요도 없다. 실제로 강제징용 사건 보고서가 저에게 오지도 않았고, 검토하지도 않을 사건의 쟁점을 미리 제가 열심히 읽어볼 이유가 없다”고 답했다. ●“식당에서 대법원 사건 얘기 안 한다”면서도 “임종헌 언급 이례적인 건 아냐” 홍 부장판사가 ‘크게 관심을 갖지도, 깊이있게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강제징용 사건에 대해 대충이나마 내용을 알고 진행방향을 짐작하고 있던 건 임 전 차장 때문이었다. 임 전 차장이 ‘절차적 만족감’이나 ‘국제사법재판소에 갈 수 있다’는 등의 강제징용 사건에 대한 이야길 꺼낸 것이 대법원 전용 구내식당 또는 전화통화에서였다고 홍 부장판사는 말했다. 식당에서가 아니면 만날 일이 없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면서도 홍 부장판사는 행정처 실장과 부장판사급 심의관,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 등 14명만 드나드는 전용식당에서 대법원에서 재판 중인 사건의 이야기를 평소에는 하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14명 중 행정처 인사가 12명이어서 그 안에서 대법원 사건을 거론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다는 것이다. 그 드문 일 중 두 번이 임 전 차장에게서 있었지만 이에 대해서도 홍 부장판사는 “두 번이지만 간격이 8개월인가 그랬다”면서 “식당에서 법률적 쟁점도 제가 얘기했을 수도 있고, 대법원에서 돌아가는 사건이 아니면 궁금해하는 쟁점이나 견해를 물어볼 수도 있고, 식당에서 밥 먹으면서 장시간 하는 이야긴데 이런 저런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앞서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과의 증인신문에서는 식당에서조차 ‘선’이 지켜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업무와 재판 업무 사이가 모호했던 것으로 기억합니까?” (변호인) “경계가 모호하다는 게 무슨 의미입니까?” (홍 부장판사) “정보가 서로 간에 많이 오가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고, 그게 아니라 사적으로 인사하고 식당을 같이 이용하지만 업무적으로 연락할 일이 없는 상태라면 경계가 명확한 것으로 볼 수 있겠지요.” (변호인) “연구관들은 자기 사건 보고서를 쓰고 그 때 심의관들과 상의할 일은 없고요. 기수도 차이가 나고 해서 행정처와 논의할 일은 없습니다.” (홍 부장판사) “대법원 건물 안에 행정처도 같이 있고 식당이 한 군데이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면 증인이나 선임재판연구관이나 고등법원 부장판사의 직급이고 그에 맞춰 행정처 실장이 고등부장 판사급이어서 같은 자리에서 식사하는 일이 있었을 것 같은데. 식사하시면서 대법원에서 심리 중인 사건에 대해 얘기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고 행정처 관계자는 정책 이야기를 할 수 있지 않았겠습니까?” (변호인) “행정처 부장, 실장이 훨씬 많고 행정처 간부가 10여명이고 대법원 간부가 2명입니다. 대부분 대화는 행정처 사담이겠죠. (대법원 간부인) 두 사람이 대법원 사건 얘기를 꺼내는 경우는 거의 없었습니다.” (홍 부장판사) 다만 홍 부장판사는 민사사건 가운데 등기나 호적, 공탁과 같은 실무적인 사건 처리에 대해선 행정처 심의관들이 훨씬 전문적이고 능숙해서 이와 관련된 내용에 대해서는 행정처에 자료를 요청했다고 했다. 또 행정처 심의관 가운데 특정 분야의 전문성이 있어 논문을 작성하거나 깊이 연구를 했다면 그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재판연구에 도움을 받았다고도 했다. “재판연구관이 현안 자료를 얻기 위해 행정처에 연구자료를 요청한 것이 특이하고 이례적인가“라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질문에 “요청한 경우가 꽤 있었다. 검토 사건에 대해 최대한 많은 자료를 수집해 검토하는 것이 법관의 보편된 자세로 생각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홍 부장판사는 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낸 뒤 2016년 2월부터 2017년 8월까지 법원행정처 사법지원실장을 지냈다. 그리고 지난해 대법원은 홍 부장판사에 대한 징계를 청구했고 무혐의로 결론났다. 이날 재판에서는 지난해 홍 부장판사의 징계사건과 관련된 내용도 거론됐다. “동기 법관들은 법원장으로 인사발령을 받았고 증인은 법원 내부의 인사순위에서 법원장 발령의 선순위에 있던 것으로 아는데 법원장으로 인사발령이 나지 않은 이유를 아느냐”는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의 물음에서부터다. 홍 부장판사는 올해 초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법원장으로 보임되기 어렵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도 발령이 나지 않는 것이 더 좋을 거라고 생각했고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오랫동안 비재판 업무에서 일을 했기 때문에 남은 기간에 그래도 재판 업무를 하기를 희망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내년에도 법원장 보직을 희망하지 않고 계속 재판부에서 일할 생각입니다. 차장님의 전화를 받고 반갑기도 하고 고맙기도 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자신을 법원장으로 발령 내지 않는) 취지가 저를 보호하는 취지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지방법원장(윤성원 전 사법지원실장)이 특별히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과 관련해) 문제가 된 게 없는 데도 언론에서 상당히 공격을 받고 사직한 상태였고 바로 그 인천 자리에 제가 가야하는 상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차라리 다음에 (법원장으로) 나가는 게 낫지 않겠냐고 차장님이 설명했고 저도 그 말씀을 고맙게 생각했습니다.” 홍 부장판사가 징계에 넘겨진 것은 이른바 국제인권법연구회와 연구회 내 인권과 사법제도 소모임(인사모) 와해를 위한 방안으로 추진된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에 관여했다는 이유였다. 2017년 1월 당시 법원행정처장이던 고 전 대법관의 주재로 열린 회의(처장회의)에서 연구회를 최초에 가입한 연구모임 외에는 중복으로 가입하지 못하도록 해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축소시키기 위한 방안이 논의됐다. 이 회의에 참석한 홍 부장판사는 징계에 넘겨졌지만, 이 회의에서 자신이 중복가입 해소조치 시행에 반대했다는 게 밝혀져서 무혐의로 결론이 났다고 설명했다. “판사들이 많이 싫어할 것 같고, 탄압한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한 게 그 자리에서는 그나마 강한 반대 목소리였던 것이다. 이날 법정에서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며 고 전 대법관은 중복가입 해소조치에 오히려 부정적인 입장이었다는 점을 밝히려 했다. “당시 회의에서 고영한 피고인이 ‘무슨 논리로 (국제인권법연구회를) 막을 수 있겠느냐’고 하지 않았나”, “정 조치를 해야한다면 인권법연구회 학술대회가 끝나고 3월 이후에 하자고도 했다던데” 등의 질문을 변호인이 이어갔지만 홍 부장판사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반복했다. 다만 “처장님이 많이 망설인 건 맞다”고 덧붙였다. 고 전 대법관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에서 지난해 5월 법원행정처장 임기를 끝낸 고 전 대법관의 환송 만찬에서의 대화를 소개했다. 이민걸 전 기획조정실장이 “처장님 말씀을 들었으면 이런 사태가 없었을 텐데 죄송하다. 임 전 차장이 주장하는 것마다 모두 하지 말자고 해서 임 전 차장의 면이 너무 서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중 중복가입 해소조치가 가장 시행할 만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당시 만찬에 임 전 차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홍 부장판사는 “이 전 실장이 고 전 대법관에게 미안하다고 한 것은 들었다”면서도 구체적인 발언 내용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서울신문은 전직 대법원장이 법정에 피고인으로 선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를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2019년 5월 29일부터 매주 최소 두 차례 이상 열리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재판을 지면 제약에서 벗어난 온라인을 통해 글로 생생하게 중계합니다.
  • ‘나의 나라’ 조이현 죽음→양세종X우도환X김설현의 변화

    ‘나의 나라’ 조이현 죽음→양세종X우도환X김설현의 변화

    ‘나의 나라’의 양세종, 우도환, 김설현이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윤희정,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나의나라문화산업전문회사) 측은 10회 방송을 앞둔 2일, 서연(조이현 분)의 죽음 이후 달라진 서휘(양세종 분), 남선호(우도환 분), 한희재(김설현 분)의 모습을 공개했다. 비극 앞에서 달라진 세 남녀의 모습은 또 다른 전개를 예고한다. ‘나의 나라’는 1일 방송된 9회로 더 강렬하고 뜨거운 2막을 열었다. 이방원(장혁 분)에게 활을 쏜 서휘는 서연을 지키기 위해 남전(안내상 분) 앞에서 자결을 했다. 남전은 이방원이 위독하다는 의원의 확인을 받고 돌아갔다. 하지만 서휘와 이방원은 의안대군(김민호 분)의 세자책봉식 당일 편전에 나타났다. 두 사람의 완벽한 계획 덕분에 남전이 경신년 이성계(김영철 분)를 흉살하려 했고, 이방원까지 죽이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성계는 남전을 투옥시켰고, 서휘의 복수는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신덕왕후(박예진 분)의 생각은 달랐다. 세자가 된 방석에게는 남전이 필요던 것. 공신의 면책권으로 풀려난 남전은 이후 서휘 남매를 쫓았다. 서휘와 서연이 함께 떠나려는 날, 남전이 보낸 친군위의 칼에 서연은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공개된 사진 속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달라진 모습이 궁금증을 자극한다. 동생 서연을 잃은 서휘는 복수심에 불타 남전을 찾아간다. 핏발이 선 눈빛엔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분노가 담겨있다. 그러나 남전은 쉽게 꺾을 수 없는 존재. 칼을 들고 서휘를 죽이려 드는 남전과 서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돈다. 한편, 남선호는 모든 의미를 잃은 듯 공허한 눈빛이다. 피로 얼룩진 남선호의 얼굴에는 더 이상 일말의 죄책감이나 망설임을 찾을 수 없다. 냉기로 가득한 남선호의 칼이 어느 방향을 향할지 궁금한 이유다. 서찰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한희재의 사연도 궁금증을 자극한다. 또 다른 사진 속 이화루의 행수가 된 한희재는 한층 더 단단해진 모습. 흔들림 없는 눈빛은 그녀에게 일어난 변화에 궁금증을 자극한다. 서연의 죽음을 기점으로 ‘나의 나라’의 이야기는 커다란 변화를 맞는다. 남전이 비밀이나 책략만으로 쉽게 꺾을 수 없는 상대임을 확인한 서휘는 완벽한 계획을 향해 조용히 움직인다. 남전의 사병들까지 베며 서연과 떠나려 했던 남선호도 결국 남전에게서 벗어나지 못했다. 서연을 지키려던 진심이 무너진 그는 새로운 목적을 세우고 나아가기 시작한다. 행수가 된 한희재가 이화루를 어떻게 이끌어나갈지도 궁금증을 높인다. 강한 힘을 얻기 위해 신덕왕후를 직접 선택했던 한희재였지만, 더는 타인의 곁에 서지 않고 자신만의 힘을 만들어나갈 그녀의 모습이 기대를 모은다. ‘나의 나라’ 제작진은 “위기와 변화 속에 서휘, 남선호, 한희재의 목표는 점점 더 명확해진다. 심경의 변화가 크게 그려지는 만큼 세 배우의 진화된 연기도 몰입감을 높일 것”이라고 전하며 기대를 당부했다. ‘나의 나라’ 10회는 오늘(2일) 밤 10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나의 나라’ 우도환, 처절한 몸부림+애틋 눈빛 “국보급 맴찢캐”

    ‘나의 나라’ 우도환, 처절한 몸부림+애틋 눈빛 “국보급 맴찢캐”

    ‘나의 나라’ 우도환이 절절한 감정을 폭발시켰다. 우도환은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에서 권력 다툼의 소용돌이 속 사투를 벌이는 남선호 역을 맡았다. 가슴을 미어지게 만드는 우도환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남선호를 ‘아픈 손가락’이라면서 남선호의 향방에 궁금증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일 방송된 9회에서 선호는 가슴에 칼을 맞아 쓰러진 휘(양세종 분)를 발견하고 충격에 휩싸였다. 더 이상 정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겠다고 결단했지만 휘의 죽음 앞에 또다시 무너졌다. 우도환의 폭발적인 감정 연기가 압권이었다. 모든 것을 잃은 듯 텅 빈 표정은 물론 애틋한 눈빛과 발악하는 몸부림이 보는 이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선호는 남전(안내상 분)에게서 휘와 연(조이현 분)을 필사적으로 지켰다. 연이를 지키기 위해 선호와 휘가 힘을 합쳐 싸우는 장면은 짜릿함을 유발하기도. 휘와 연을 위하는 선호의 진심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찢어지게 만들었다. 극 초반 고운 사극 비주얼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우도환은 점차 남선호의 감정선에 집중하도록 이끌었다. 서얼 팔자의 설움으로 악에 바쳐 이를 뒤집으려고 하지만 사람과의 정에 망설이고 갈등하는 복잡한 심리를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캐릭터를 선과 악으로 구분 짓기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두고 고뇌하는 인물로 그려내 묵직한 존재감을 보여왔다. 이 날 우도환이 보여준 절절하고 처절한 연기는 애잔함을 절정에 달하게 했다. 수 없는 갈등 끝에 터진 감정은 극의 몰입도를 더욱 끌어올렸고 안방극장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특히 휘가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기쁨과 안도로 울컥한 남선호의 감정을 섬세한 표정 연기로 그려내 보는 이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이처럼 우도환이 볼수록 애잔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JTBC ‘나의 나라’는 우도환을 비롯해 양세종, 김설현, 김영철, 안내상 그리고 장혁 등이 출연하며, 오늘(2일) 밤 10시 50분 10회가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놀면 뭐하니’ 유재석x정경천 편곡 ‘합정역 5번 출구’ 최초 공개

    ‘놀면 뭐하니’ 유재석x정경천 편곡 ‘합정역 5번 출구’ 최초 공개

    MBC ‘놀면 뭐하니?-뽕포유’ 유재석-박현우-이건우가 ‘정차르트’ 정경천의 대변신에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 포착돼 시선을 모은다. 2일 방송될 ‘놀면 뭐하니?-뽕포유’에서는 ‘정차르트’의 편곡으로 재탄생한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가 최초로 공개된다. 지난주 유재석은 ‘박토벤’ 박현우 작곡가, ‘정차르트’ 정경천 편곡가, ‘작사의 신’ 이건우와 함께 유산슬의 ‘합정역 5번 출구’ 편곡 회의를 진행했다. ‘트로트의 대가’ 3인방은 티키타카 케미와 귀여운(?) 자존심 대결을 펼치며 안방극장에 웃음 폭탄을 터트렸다. 이후 ‘합정역 5번 출구’가 편곡을 통해 어떻게 변할지 시청자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는 상황. 공개된 사진에는 ‘정차르트’ 정경천의 편곡으로 180도 달라진 ‘합정역 5번 출구’ 녹음 현장이 담겨 눈길을 모은다. 정경천은 피아노, 베이스, 기타, 드럼, 색소폰, 퍼커션 등 약 40년의 음악 인생을 걸어온 거장들 앞에서 프로페셔널한 면모를 뽐내며 마스터 피스의 탄생을 예고한다. 이를 본 박현우 작곡가는 “엇 낯선데?”라며 놀랐고, 유재석과 이건우도 레전드 대가들의 합주 모습에 흠뻑 빠져들었다는 전언이다. 특히 ‘합정역 5번 출구’ 편곡 녹음은 ‘유플래쉬’ 음악 작업과는 전혀 다르게 대가들의 합주가 한 호흡에 녹음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피아노부터 퍼커션까지 모든 악기들이 한 스튜디오 안에 모여 한 큐에 녹음되기 때문에 절대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즉석에서 변하는 음악에도 전혀 흔들림 없는 대가들의 연주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놀라움과 색다른 광경을 선사해줄 예정이다. 또한 거장들 사이에서 국민 드라마 ‘전원일기’의 시작을 알렸던 시그널 속 색소폰의 주인공이 등장해 소름 돋는 연주를 펼치는가 하면 나훈아, 조용필, 이승철 등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선택한 대가들의 연주도 들어 볼 수 있다. ‘트로트 대가’ 3인방과 전설의 마스터 연주자들의 ‘합정역 5번 출구’ 녹음 현장은 2일 오후 6시 30분 방송되는 ‘놀면 뭐하니?-뽕포유’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힐러리 클린턴, 트럼프와 세기의 ‘리턴 매치’ 막는 장애물 넘나

    힐러리 클린턴, 트럼프와 세기의 ‘리턴 매치’ 막는 장애물 넘나

    남편이 다시 띄운 클린턴 대선 출마 가능성미국 대통령 선거가 1년 앞으로 바짝 다가왔다. 재선 출마를 굳힌 도널드 트럼프(이하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 조사를 받는 악재에도 민주당의 대항마가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19명으로 난립했지만 인물난을 겪는 가운데 힐러리 로댐 클린턴(이하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최근 미국 언론에 부쩍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지낸 경력에서 보듯 최고 공직에 도전할 자격을 갖췄다. 1947년생으로 72세인 그는 73세인 트럼프이나 경선 후보인 76세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 78세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보다 젊다(?). 하지만 이미 대선 재수를 한 그녀의 최대 장애물은 역설적이게도 너무 오래, 그리고 너무 많이 알려진 인지도다. 그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30일(현지시간) 조지타운대 로스쿨 강연에서 “그녀는 무엇이든 출마할 수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해 그녀의 출마 가능성에 기름을 부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부인 클린턴 전 장관은 “아니오”라고 말하지 않았다. 클린턴, 정치광고 페북에 이틀연속 비판IT업계 ‘기울어진 운동장’ 정지작업 나서클린턴은 이날 오후 소셜 미디어 트위터가 유료 정치광고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힌 직후 페이스북의 정치광고 정책을 “또 다시” 비판했다.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이 정보를 오도하는 ‘가짜 뉴스’를 방치한 탓에 트럼프 후보에게 대통령 자리를 넘겨줬다고 믿고 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잭 도로시 트위터 최고경영자(CEO)의 정책 변화 발표를 퍼나르며 “미국과 전세계의 민주주의를 위해 해야 할 올바른 일”이라며 “페이스북, 너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다그쳤다. 앞서 클린턴은 전날 트위터에서도 페이스북을 심하게 비판했다. 그는 “정치 광고에서 가짜 정보를 허용하는 페이스북의 결정은 끔찍하다. 유권자들은 수백만개의 가짜 정보를 접하게 된다. 뒤죽박죽인 세상에서는 민주주의가 번창할 수 없다”고 날을 세웠다. 그가 정계에서 완전히 은퇴했다면 이틀 연속 페이스북 정치광고를 몰아세울 이유를 달리 찾기 쉽지 않다. 이런 연유로 클린턴이 직접 정보 왜곡에 의한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정지(整地) 작업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불러일으켰다. 클린턴이 예견한 공화당 대선 전략 2가지“민주당 후보 악마화…표 잠식할 3당 창당”클린턴은 10월 1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선거 매니저였던 데이비드 플루프와 2020년 대선 팟캐스트 토론회를 가졌다. 클린턴은 “공화당 전략은 민주당 대선 후보를 ‘악마화’할 것이고, 유권자가 공화당을 찍지 않더라도, 민주당 후보를 찍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다른 전략으로 트럼프와 민주당이 모두 싫은 유권자들을 위해 제3당 옵션을 구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클린턴은 “공화당은 다시 제3당 전략을 쓸 것이고, 현재 민주당 전당대회에 출마한 누군가를 눈여겨 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팟캐스트에서 “(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인) 그녀는 ‘러시아 자산’이다”며 “그녀를 지지하는 사이트와 봇(특정 작업을 반복하는 프로그램), 트롤(인터넷 토론방에서 남의 화를 부추기기 위해 보내는 메시지)과 다른 수단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경선에 낙마한 후보들의 단속에 들어간 것이다. 클린턴은 2016년 대선에서 트럼프보다 290만표가 더 많이 획득했다. 그러나 위스콘신(선거인단 10명), 미시간(16명), 펜실베이니아(20명) 주에서 패한 것이 대통령직을 트럼프에게 헌납한 결정타였다. 이들 3개 주에서 당시 녹색당의 질 스타인 후보가 획득한 득표는 클린턴과 트럼프의 득표차를 초과한 것이어서 클린턴의 이같은 분석은 의미가 깊다.클린턴은 이날 ‘러시아 자산’에 대해 실명을 거론하지 않았지만 경선 후보로 나선 털시 개버드 하와이주 상원의원이 “제3당 후보로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월스트리트저널(WSJ) 30일자 오피니언면에 글을 쓰면서 강력하게 반발했다. 클린턴이 이런 인터뷰를 하기 5일 전인 12일 뉴욕타임스(NYT)는 “개버드가 우익 인터넷 세계에서 이상할 정도로 열광적으로 인기가 많다”는 취지의 기사를 내보냈다. 클린턴 “트럼프 이길 수 있어”… 재대결 시사?앞서 10월 8일 공영방송 PBS에 출연한 클린턴의 발언이 트럼프와의 세기의 재대결 가능성에 불을 붙였다. 그는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도, 나는 그를 또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클린턴이 지나가는 투로 던진 이같은 발언은 현재 민주당 대선 후보들의 지리멸렬함을 방증한다. “현재 후보들에 절망한다”는 윌리 브라운 전 샌프란시스코 시장은 샌프란시스코 크로니클에 게재한 6일자 칼럼에서 클린턴을 ‘소환’했다. 그는 이 칼럼에서 “클린턴은 다시 글러브를 끼고, 링으로 올라가 트럼프와 최대의 정치 재시합을 벌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클린턴에 대해 “전장터에서 단련된 담력과 머리를 가진 오바마에 못 미치는 유일한 후보, 트럼프를 물리칠 전국적 지명도를 가진 후보”라고 평했다. 브라운은 클린턴이 2016년 대선에서 최악의 캠페인을 펼쳤다는 점을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최근 딸 첼시와 함께 나선 북 투어에서 “클린턴은 재미있고, 스마트하며 자연스러웠다”고 말했다. 모녀는 3일 뉴욕에서 공동 저서 ‘배짱있는 여성들(The Book of Gutsy Women)’ 출간회를 개최했다.브라운의 칼럼이 게재된 다음날 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간 보는 기사를 띄웠다. WP는 클린턴은 트럼프의 현재의 문제들로 인해 정당성을 느낀다고 했다. 클린턴과 대화한다는 한 소식통은 그녀가 승리를 향한 길이 험난하다는 것을 인정함에도 “항상” 출마를 생각한다고 전했다. 클린턴 최측근 보수 폭스뉴스 출연···출마 불쏘시개?“클린턴, 트럼프 이길 가능성 있으면 출마 생각할 것” 클린턴의 핵심 참모인 필리페 라인스는 지난 23일 저녁 폭스뉴스에 출연, “클린턴은 최고의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통령에 출마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만약 클린턴이 트럼프를 이길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클린턴이 길고 힘들더라도 이를(출마를) 생각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클린턴의 대변인을 지낸 라인스의 발언은 클린턴이 민주당 경선에 늦게라도 합류할 가능성의 문을 열어둔 것이라고 CNN이 분석했다. 라인스는 이 자리에서 “큰 가정(Huge if)”이라고 전제하면서도 “클린턴은 민주당에 대해 우려가 있기 때문에 출마하지 않았다. 클린턴은 많은 사람이 당 대선 경선 후보로 출마한 것을 좋아하고, 그들 모두를 잘 안다. 클린턴은 그들 중 일부를 부통령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클린턴이 트럼프를 이길 뿐만 아니라 트럼프 이후를 통치할 최고의 인물이 되어야 할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턴의 입’인 라인스가 TV에 나와 공개적으로 이야기하고, 그것도 클린턴 정치인생을 비방하는 것으로 사업을 만든 폭스뉴스에 나온 것도 눈여겨볼만하다고 CNN이 25일 전했다.클린턴은 자신을 후보 지명을 위한 최고의 경쟁자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의 팀은 민주당 후보들에 대해 비관적이다. 클리턴의 전직 최측근은 최근 “바이든은 아들 헌터가 질퍽질퍽한 ‘우크라이나 거래’ 개입됨으로써 흠집이 났다”고 지적했다. 또 바이든에 대해 “가장 파괴력이 없는 선두 주자”라고 평가했다. 그는 선거 자금 모집이 제대로 되지 않고, 토론에는 부적절하며, 미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과거를 떠올린다. 부상하는 경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메사추세츠 주 상원의원은 바이든으로부터 선두 자리를 빼앗아 올 가능성이 가장 높지만 문제가 많다. “무료 정부”라는 특허와 같은 워런의 슬로건은 자유주의자들과 많은 젊은 유권자들을 흥분시키지만 민주당 기부 계층의 많은 이들은 그녀의 급진주의가 선거에서는 독약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월가의 억만장자 레온 쿠퍼먼은 경제 전문매체 CNBC에에 나와 “만약에 워런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내 생각에 시장은 25% 하락한다”고 말했다. 그는 “샌더스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샌더스의 지지율은 현재 수준을 넘어설 확장성이 없으며, 그의 최근 심장 발작은 일부 유권자에게 건강의 의구심을 던져주고 있다. 클린턴, 출마 저울질 이유는 ‘참신성’ 원하는 유권자후보 지명과 관련해 민주당 원로들은 고민이 많다. 대안 후보로 블룸버그통신을 창업한 뉴욕시장 출신의 마이클 블룸버그, 퍼스트레이디를 지낸 미셸 오바마 여사까지 거론하고 있다. 내년 2월 아이오와 당원대회 이전에 민주당 주요 후보가 낙마하게 되면 이들의 소환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민주당원은 클린턴이 경선에 낙하산을 타고 투입될 가능성이 적다고 본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하는 이들은 클린턴이 다시 당을 대표한다는 것이 공포스럽게 여기는 사람들뿐이라고도 한다. 한 고참 민주당원은 “클린턴 전 장관은 여전히 트럼프를 대적할 ‘완벽한 칼’이지만 백악관 주인에 참신한 얼굴을 원하는 유권자들이 그녀를 집에 머무르게 할 뿐”이라고 말했다. 득표력 검증을 마친 클린턴은 무시무시한 파괴력이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이 미국을 넘어 전세계가 싫증난 트럼트 대통령을 주소지도 옮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별장으로 보내려 나설지 궁금해진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 [아이eye] 용돈과 미세먼지/신예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아이eye] 용돈과 미세먼지/신예지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아동기자단

    콜록콜록, 콜록콜록. 헐렁한 미세먼지 마스크를 쓰고 뿌옇게 뒤덮인 황갈색의 하늘을 보며 학교에 도착하면 친구들의 기침 소리가 계속 들려온다. 처음에는 꼼꼼하게 마스크를 챙겨서 쓰던 친구들도 하나둘 아무렇지도 않게 맨얼굴로 오는 날도 있다.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이제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그저 평범한 날이 됐다. 하지만 미세먼지가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주는 영향은 정말 크다. 키가 작은 초등학생들은 어른들보다 호흡을 두 배 정도 자주해서 미세먼지를 많이 마신다고 한다. 미세먼지로 갑자기 학교 일정이 바뀌는 일도 생겨난다. 하교 후에는 친구들과 동네에서 놀지 못하고 집 안에만 있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황갈색 하늘을 며칠 동안 보는 날에는 기분이 정말 우울하다. 개인적으로 예쁜 캐릭터 마스크를 쓴 친구들이 부러워서 용돈을 털어 마트나 약국에서 예쁜 마스크를 사서 써 보기도 했지만 일주일 용돈으로는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일회용 마스크는 가격이 싸기는 하지만 우리 초등학생들의 얼굴에는 크기가 맞지 않아 불편한 경우가 적지 않다. 뉴스에서 알려 주는 미세먼지 수치는 너무 어려운 숫자와 기호라서 우리 몸에 어디가 얼마나 해로운지 잘 알지 못하겠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의 어른들에게는 어린이들이 생활하는 환경을 깨끗하게 유지시켜 주고, 우리가 어른이 돼서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용돈 지갑을 열지 않아도 사용할 수 있는 초등학생용 마스크를 무료로 나눠 주는 것은 어떨까? 초등학교 저학년 학생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미세먼지 상태를 그림이나 색으로 알려 주는 휴대용 미세먼지 측정 목걸이를 만들어 나눠 주고, 어떻게 해야 건강을 지킬 수 있는지 쉽게 알려 주는 시간도 생겼으면 좋겠다. 학교에서도 날씨가 좋은 날에는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공기 정화 장치나 미세먼지를 줄여 주는 식물을 학생들이 자주 이용하는 장소에 많이 두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어른들이 앞장서서 유해한 물질이 나오는 공장이나 자동차들을 줄여 미세먼지 발생을 줄이는 노력을 했으면 한다.
  • 살아남아 롤모델 될 때까지… 여성디자이너 ‘생존꿀팁’ 나눠요

    살아남아 롤모델 될 때까지… 여성디자이너 ‘생존꿀팁’ 나눠요

    그래픽디자인 스튜디오 ‘오늘의풍경’을 운영하는 신인아 디자이너는 지난 3월 그래픽디자인 관련 회사 114곳에서 근무하는 1644명의 직급별 성비를 조사했다. 1644명의 디자이너 중 여성은 1142명(69%), 남성은 502명(31%)이었다. 직급이 낮을수록 여성 디자이너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높았고(인턴·프리랜서 등 비정규직 90%, 일반 사원 76%, 대리 및 주임급 76%), 중간관리자(팀장)급에서는 남녀(여성 55%, 남성 45%)의 성비가 비슷했다. 임원급으로 올라가면 성비는 크게 역전된다. 대표나 실장, 본부장 등을 맡고 있는 남성은 87명(74%), 여성은 31명(26%)이었다. 이 숫자들이 모든 것을 말해 준다고 보긴 어렵지만 직급이 높을수록 남성 디자이너가 많아진다는 사실은 확인할 수 있다. 대학에서 디자인 학과에 입학하는 여학생과 남학생의 비율이 7대3인 것에 비추어본다면 자연스러운 결과는 분명 아니다.현업에 있는 여성 디자이너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디자인계가 크게 기울어져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된다. 회사 대표는 물론이고 대학교수도, 강연자로 나서거나 행사를 주최하는 사람도, 매체에서 ‘유명 디자이너’라고 조명하는 주인공도 대다수가 남자다. 남성 디자이너들이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끼리끼리’ 문화 속에서 여성 디자이너들은 업계의 핵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회로부터 자주 소외된다. 리더로 성공한 여성 롤모델을 찾기 쉽지 않아 여성들은 임원이 된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지 못한다. 지난해 7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페미니스트 디자이너 소셜 클럽’(FDSC)이 탄생한 배경도 이와 맞닿아 있다. 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팁이나 노하우를 얻을 수 없어 고립됐다는 생각이 들었던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이 ‘우리끼리 아는 것이라도 함께 나눠서 잘 살아남자’는 마음에 여성 동료들을 모으기 시작한 것이다. FDSC의 대표를 맡고 있는 신인아 디자이너를 비롯해 김소미, 양민영, 우유니게 디자이너가 함께 만든 이 커뮤니티는 현재 120여명의 회원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외연을 넓혀 가고 있다. 프리랜서부터 소규모 스튜디오, 대규모 에이전시 등 일하는 형태뿐만 아니라 1년차 신입부터 20년차 베테랑까지 다양한 회원들로 구성돼 있다. 요즘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핫한 소셜 클럽’으로 통하는 FDSC의 운영진 16명 가운데 네 명을 만났다. 양으뜸(33), 이예연(28), 이자인(28), 이지선(32) 디자이너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처한 불평등한 현실부터 FDSC가 여성 디자이너들과 연대하는 과정, FDSC가 추구하는 미래에 대해 들려줬다. -네 분은 어떤 계기로 FDSC 회원이 되셨나요.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요. 이자인 “FDSC가 SNS에서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소개하는 ‘페디소’(페미니스트 디자이너를 소개합니다)를 진행하고 있어요. 그걸 보고 FDSC에 오고 싶었어요. 대학생 때 롤모델로 삼았던 디자이너는 거의 남성밖에 없었거든요. 그런데 FDSC에는 멋진 여성 디자이너들이 많더라고요. 그분들과 협업도 하고 시너지도 내고 싶었습니다.” 양으뜸 “저도 비슷한데 몇 년 전 여성 그래픽디자이너들의 작업을 사진으로 기록한 전시 ‘W쇼’에 갔다가 되게 놀랐어요. 이름을 처음 들어본 여성 디자이너의 작업물을 봤는데 다 멋지더라고요. 여성 디자이너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사실도 놀라웠고요. 멋진 여성 디자이너를 더 많이 만나고 싶어 FDSC에 가입하게 됐죠.” 이지선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고립된 섬처럼 지내다 보니 여성 디자이너들이 모인 자리에 가고 싶더라고요. 디자인 프로그램의 오류와 같이 제가 모르는 사소한 부분까지 편하게 물어볼 수 있고, 쓸데없이 경쟁하지 않고 도움을 나눌 사람들이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든든해요.” 이예연 “저는 1인 작업자로서 부딪치게 되는 한계나 어려움,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다른 사람과 나누고 답을 구할 수 있는 점이 유익하더라고요. 다른 많은 여성 디자이너들의 활동 방식과 행보를 보면서 영감을 얻고 스스로 발전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현실의 벽] FDSC는 “페미니스트가 만들어 가는 새로운 문화를 고민하고 노력하는 안전한 공간”을 표방한다. FDSC의 운영방침에 이런 주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야근, 격무, 회식이 당연시되는 문화는 여성과 사회적 약자를 배제함을 인지하고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공부하고 실천한다’, ‘개인적 관계(지인)에 기반한 채용이나 협업은 지양한다’, ‘공짜로 일하지 않는다. 우리는 우리 직업과 기술에 자부심을 가지고 그 결과물에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을 공부하고 실천한다’, ‘성폭력, 성추행, 성희롱 그리고 모든 혐오엔 무관용 원칙을 적용한다’ 등이다. 이 원칙을 마련한 건 안타깝게도 현실이 원칙에 미치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여성 디자이너들이 현업에서 겪는 어려움은 무엇인가요. 이예연 “여성이라서 벌어지는 일이 많아요. 예를 들면 저는 기혼자인데 결혼을 한 순간 고객들로부터 ‘계속 일하냐’는 질문을 받았어요. 남자라면 굳이 받지 않아도 될 질문이죠. 전 개인 사업자라 혼자 일을 하는데 ‘대표가 맞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해요. 제가 나이도 어리고 여자이기 때문에 책임지는 사람으로 보지 않는 거죠.” 양으뜸 “디자인계에는 돈 이야기를 하는 걸 멋없다고 느끼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아요. 돈을 좇는 디자인은 진짜 디자인이 아니라는 거죠.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초봉 1800만원’은 흔한 임금 수준이에요. 조금 올랐다고는 하지만 20년 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어요.” 이지선 “예전에 연봉 협상을 할 때 회사에서 적은 금액을 제시하길래 ‘그만큼은 못 받는다. 더 받아야 한다’고 하니까 ‘여자 애가 혼자 사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지’ 그러는 거예요. 여성 디자이너들이 연봉 협상할 때 자주 듣는 말이 ‘그렇게 큰돈이 왜 필요하냐’는 거예요. 아니면 ‘쟤는 자기 좋은 것만 챙기는 독한 애’라고 하기도 하고요. 이런 반응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돈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자인 “연차가 쌓여도 그 연차에 맞는 직급을 주지 않는 경우도 흔하죠. 회사 규모가 작으면 ‘너가 잘하니까 회계 업무도 좀 맡아줘’라는 식으로 업무 외의 일을 시키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요.” 양으뜸 “제 주변에서 결혼을 하고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는 분들을 봤거든요. 롤모델이 될 수 있는 분들인데 더이상 일을 안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이예연 다른 FDSC 회원들에게 들었는데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규모가 있는 디자인 스튜디오에 여성 디자이너들이 많았는데 외부에서 남성 디자이너가 들어왔대요. 그 사람이 경력이 제일 짧은데도 잡무는 여성 디자이너들이 다 했다고 하더라고요. 조직 내에 경력이 충분한 여성 디자이너가 있는데 굳이 외부에서 남성 디자이너를 영입해 리더 자리에 앉혀 기존에 해온 일을 다 헤집어 놓기도 하고요.” -여성 디자이너들에게 왜 리더의 자리를 못 맡기는 걸까요. 이예연 “리더는 나 혼자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누군가가 리더로 세워 주는 거잖아요. 팔로어십도 있어야 하고요. 근데 남자들은 ‘알탕 문화’라고 해서 자기들끼리 추켜세우고 따르는 게 있는데 여성들은 상대적으로 개인주의적이고 모래알처럼 흩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여성들에게도 큰일을 도모하고 서로 잘했다고 칭찬해 주는 그런 문화가 더 많아져야 할 것 같아요.” 양으뜸 “여성들은 공정하게 보이기 위한 자기 검열을 많이 하는 것 같아요. FDSC 원칙 중에 ‘지연을 기반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항목이 있는데 저는 여성들 사이에서는 그것이 보여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크루’처럼 보이는 여성 디자이너 집단이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봐요. 남자 디자이너들은 자기들끼리 ‘누구와 누구랑 친하다’고 말하고 다니는데 여자 디자이너들은 왜 그런 모습을 보이면 안 되나 싶어요.” 이지선 “저도 그래요. FDSC 원칙 중 그 항목에 대해서만 생각이 좀 달라요. 우리도 서로 관련이 돼 있고, 우리도 누군가를 호출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연대의 장] FDSC는 여성이 조직 안에서 더 많이 벌고,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도록 서로의 성장을 돕는 ‘연대의 장’이다. 회원들은 여성 디자이너들이 오래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이들의 성과를 밖으로 많이 드러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FDSC가 실무에 도움이 되고 경력을 강화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자주 기획하는 이유다. 예를 들면 다소 민감할 수 있는 계약서·견적서 작성 노하우나 정당한 보수를 계산하는 방법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고, 평소 궁금했던 디자인 스튜디오나 디자이너의 작업실을 방문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다양한 위치에서 일하는 여성 디자이너들로부터 ‘생존 꿀팁’을 들어보는 팟캐스트 ‘디자인FM’을 개설하면서 업계 디자이너들의 호응을 얻었다. 뿐만 아니라 FDSC 회원들이 멘토가 돼 그래픽디자인 분야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조언을 나누는 자리도 가진다. -프로젝트나 소모임에 참여한 사람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이예연 “견적서 작성하는 법을 공유하는 모임은 늘 반응이 뜨거워요.” 양으뜸 “계약을 의뢰받은 디자이너가 개인이냐 혹은 소규모 스튜디오냐 대규모 에이전시냐에 따라서도 다르지만 고객이 속한 조직 규모에 따라 견적서를 작성하는 방법이 달라지거든요. 디자이너들이 견적서를 공유하면서 ‘이 고객은 이 정도 규모의 일도 하는구나’, ‘그렇다면 이 정도의 금액을 요구할 수도 있겠구나’ 알게 되죠. 사실 프리랜서 디자이너들은 그런 정보를 접하기 쉽지 않거든요.” 이예연 “일주일에 한 번씩 운동 소모임도 열고 있는데 회원들 반응이 괜찮아요. 디자이너들이 계속 앉아서 반복적으로 신체를 움직이잖아요. 그래서 뭉친 근육을 풀고 거북목도 고칠 겸 여성 트레이너와 함께 마사지나 도구를 사용한 근력 운동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어떤 일들을 계획하고 계신가요. 이자인 “저는 FDSC에 회원으로 합류한 지 몇 달 안 됐는데 이번에 FDSC 웹사이트를 만드는 ‘대장’ 역할을 맡게 됐어요. 다른 회원 4명과 기획 단계를 마치고 이제 막 디자인을 하려는 중입니다. 12월 중에 오픈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예연 “FDSC 충청 지부가 곧 생겨요. 11월에 대전에서 충청 지역 여성 디자이너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이 열려요. 지역의 여러 디자이너들을 오프라인에서 먼저 만나고 내년쯤 ‘FDSC 충청’을 발족시킬 계획이에요. 앞으로 여성 단체와의 협업도 꾸준히 할 계획입니다.” -FDSC가 닿고 싶은 목표나 지향점이 있나요. 이지선 “FDSC의 다른 회원들이 이런 말을 전해 달라고 했어요. 믿을 만한 여성 디자이너를 구할 때 꼭 찾는 곳, 동아시아 그래픽디자인계의 대표적인 커뮤니티, 가입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이 만명씩 줄을 서는 곳이 되길 바란다고요(웃음).” 이예연 “이런 이야기도 있었어요. ‘여성 디자이너들 모두 팀장이 되고, 이사가 되고, 사장이 되고 세상을 호령하기를’.”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벼랑 끝 사투”..‘나의 나라’ 2막 관전 포인트 셋

    “벼랑 끝 사투”..‘나의 나라’ 2막 관전 포인트 셋

    ‘나의 나라’가 더 치열하고 강렬한 2막을 연다. JTBC 금토드라마 ‘나의 나라’(연출 김진원, 극본 채승대·윤희정, 제작 셀트리온엔터테인먼트·나의나라문화전문유한회사)가 내일(1일) 방송되는 9회를 기점으로 2막을 맞는다. 선 굵은 사건 속에 묵직한 감정을 더해 치밀한 전개를 이어온 ‘나의 나라’는 예측할 수 없는 혼란의 정점에서 새 국면을 맞았다. 남전(안내상 분)의 명을 받은 서휘(양세종 분)가 이방원(장혁 분)에게 활을 쏘는 반전엔딩은 충격과 함께 궁금증을 증폭시켰다. 권력을 향한 야심은 정면으로 충돌했고, 숨겨진 비밀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며 벼랑 끝 사투가 예고됐다. 이에 2막에서 놓쳐선 안 될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 강렬한 임팩트 남긴 프롤로그 ‘왕자의 난’ 그 장대한 결말을 향하여 ‘나의 나라’는 시작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왕자의 난’이 시작된 밤, 서휘와 남선호(우도환 분)는 각각 이방원과 이성계(김영철 분)의 칼로 물러설 수 없는 길목에서 마주했다. 서로에게 칼을 겨눠야만 하는 두 친우의 사연은 궁금증을 자아냈다. ‘나의 나라’ 2막은 그 장대한 서사의 시작을 알렸던 ‘왕자의 난’을 향해 박차를 가한다. 프롤로그에 전면 배치한 ‘왕자의 난’은 서휘와 남선호를 비롯해 이방원, 이성계, 남전의 운명까지 결정지을 중차대한 사건이다. 이미 이성계는 여덟째 방석의 세자책봉을 결정했고, 이방원과 남전은 권력을 사이에 두고 치열하게 대립하고 있다. ‘나의 나라’가 그간 위화도 회군, 조선 건국 등 역사적 변곡점에 상상력을 더한 밀도 높은 서사로 예측 불가의 전개를 그려낸 만큼, 2막에서 베일을 벗을 1차 왕자의 난이 어떻게 완성될지 호기심을 높인다. 후반부의 핵심이 될 이 사건은 놓쳐선 안 될 최고의 관전 포인트. 막다른 길에 선 서휘와 남선호, 꺾을 수 없는 신념으로 자신만의 ‘나라’를 세우려는 이방원과 남전은 어떤 운명을 맞이할까. 벌써부터 기대심리를 자극한다. # 먼저 죽이지 않으면 죽는다! 칼끝에 선 인물들, 살아남는 이는 누구인가? ‘나의 나라’는 격변의 시기를 그린다. 비정한 권력은 결코 함께 생존하는 길을 열어두지 않는다. 살아남으려면 먼저 칼을 들어야 한다. 피할 수 없는 피의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방석이 세자로 책봉됐으니 이성계, 신덕왕후(박예진 분)는 이방원을 제거해야만 한다. 그런 형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방원은 사병을 통해 권력을 다시 손에 쥐려 한다. 경신년 밀서 진본이 이방원에게 있다고 생각한 남전에게도 이방원을 죽여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이성계를 모살하려 했던 과거를 묻고 살아남아 자신이 꿈꾸는 ‘신하들의 나라’를 세우기 위해서다. 권력의 소용돌이에서 서휘는 간자의 정체를 들켰고, 이방원에게 활을 쐈다. 멸문을 막기 위해 궐담을 넘어 이성계와 대면한 남선호, 세상의 비밀이 담긴 이화루 밀통방의 열쇠를 얻은 한희재(김설현 분)의 운명 앞에도 언제나 칼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 벼랑 끝에 서 있는 인물들의 살아남기 위한 혈투 속에 예기치 못한 희생과 위기가 이어지며 눈 뗄 수 없는 전개가 펼쳐질 전망이다. # 매 순간 명장면 탄생시킨 배우들의 美친 열연, 한층 깊어진다! 강렬한 액션부터 애절한 감정연기까지 ‘나의 나라’에 몰입을 이끌었던 배우들의 힘은 더 확실해진 대립과 깊어진 갈등 속에서 빛을 발한다. 양세종은 누이 서연(조이현 분)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건 서휘의 절박하고 처절한 감정을 깊은 연기로 그려간다. 끊어낼 수 없는 아버지에 대한 애증과 야심 속에 살아남고자 혈투를 벌이는 남선호의 애처로우면서도 날 선 모습은 우도환의 입체적인 연기로 설득력을 얻는다. 안정적이고 강단 있는 연기로 호평을 받은 김설현은 이화루를 손에 쥐고 변모하는 한희재와 함께 한층 성장한 연기를 보여준다. 뜨거운 불덩이를 가슴에 품고 권력의 중심으로 향하는 이방원의 야수성을 폭발시킬 장혁과 극으로 치달을수록 잔인해지는 남전의 파괴력을 카리스마 있게 그려낼 안내상의 대결은 시청자들을 설레게 할 정도다. 극을 뒤흔드는 존재감을 지닌 김영철과 여장부의 기개로 우아한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박예진의 전쟁도 기대를 모은다. 한편 ‘나의 나라’ 2막을 여는 9회는 내일(1일) 밤 10시 5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사진들] 쿠르드족 관리 수용소에서 햇볕도 못 보는 IS 용의자들

    [사진들] 쿠르드족 관리 수용소에서 햇볕도 못 보는 IS 용의자들

    시리아 북동부 쿠르드족이 장악하는 지역에 있는 이슬람 국가(IS) 용의자들을 구금하고 있는 수용소 사진들이 29일(이하 현지시간) 공개됐다. AFP 통신이 가장 북적거리는 수용소 가운데 하나인 하사케 수용소를 찾았다. 이런 사진은 거의 처음 촬영된 것이 아닌가 싶다. 생생한 인터뷰도 땄다. 쿠르드족이 관리하는 수용소들은 지난 9일 터키 군이 시리아 북동부로 진입하며 IS 용의자들을 대거 풀어주게 되지 않을까, 또는 엄청난 인명 학살이 재연되지 않을까 걱정을 낳았다. 이곳 하사케 수용소에는 시리아와 이라크는 물론, 영국, 프랑스, 독일 출신 등 5000명이 수감돼 있다.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집단처형, 강간, 노예화, 고문을 일삼고 이를 선전 동영상으로 제작하고 유포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거나 이를 방관한 이들일 가능성이 높다. 더러 10대들도 눈에 띄었는데 누구도 한달에 한 번이라도 햇볕을 본 적이 없었다고 했다.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며 하루 다섯 차례 올리는 기도만으로 날 수 를 세고 있었다. 당연히 지난 26일 자신들의 수괴였던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미군의 특수작전에 의해 자폭해 세상을 떠난 사실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모두들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고, 아주 운 좋은 사람이라야 매트리스 위에 누워 있었고, 대부분은 그냥 바닥에 앉아 있거나 서로 몸을 매트리스 삼아 누웠다. 팔다리가 잘린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 경우도 있었고 반창고를 붙인 것이야 대수가 아니었다. 의료시설도 붐비긴 마찬가지. 지난 3월 쿠르드족 반군이 주축을 이루며 미국의 지원을 받던 시리아민주군(SDF)이 IS의 거점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면서 사상자가 속출한 탓이었다. 이제 IS는 이곳에서 남쪽으로 200㎞ 떨어진 바구즈 쪽에서 마지막으로 저항하고 있다. 17세에 웨일스를 떠나 형을 이라크 모술에서 만나 IS에 가입해 형이 죽은 뒤 시리아 라카로 옮겨왔다는 아실 마탄(22)은 “이곳을 떠나 집에 가서 가족과 만나고 싶다”면서 2014년 알바그다디가 모술에서 국가 창립을 선포하며 무기를 들라고 했던 말을 듣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고 뒤늦게 자책했다. 쿠르드 당국은 현재 이곳을 포함해 일곱 곳의 수용소에 수감된 IS 용의자들이 50여개국 1만 2000명 이상이라고 밝혔다. 이곳 수용소장인 세르핫은 며칠 전에도 도망 다니는 지하디스트들이 “수용소 근처에 접근해 총기를 발사해 여전히 건재하다고 수감자들에게 말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중앙아시아 출신이라고 밝힌 아홉 살 소년 칼레드도 수감돼 있었다. 그는 방문객이 누구인지 보려고 호기심을 드러냈으며 간수에게 미소를 지으며 옆의 친구를 조용히 좀 시켜달라고 애원했다. 벨기에 출신이라고 밝힌 아발라 누만(24)은 티셔츠를 걷어 올려 상처를 보여주며 동료의 총기 오발로 “장기가 다 쏟아져 나왔다”고 했다. 네덜란드계 이집트인인 바심 압델 아짐(42)은 공습 때 부상을 입어 오른 다리를 쓸 수 없다며 아내를 IS에 가입시키려고 터키에서 휴가를 보내자고 불러낸 일을 후회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아내와 다섯 자녀가 어디 사는지조차 모르는 신세라고 했다. “다시 그녀를 만나고 싶다. 그들이 그런다고 내 목을 걸 수도 있겠지만 내가 그들을 이 전쟁통에 끌어들인 것에 대해 미안하다고 꼭 말하고 싶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모든 사진 하사케 AFP 연합뉴스
  •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서울광장] 단풍보다 먼저 온 연말/이지운 논설위원

    ‘모임’이 연말을 재촉하는 때다. 송년회가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지 오래긴 해도 올 연말은 훨씬 더 당겨진 느낌이다. 북의 메시지 덕분일 것이다. 연일 ‘연말’과 ‘시한’을 강조하고 있다. 연말이 단풍보다 먼저 왔다.  김계관 외무성 고문이 담화를 낼 때만 해도 그러려니 했다. 사흘 지나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까지 등장해 “미국이 정상 간 개인적 친분 관계를 내세워 시간 끌기를 하면서 이해 말을 넘겨 보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망상”이라고 했다. 뒤이어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나타나 선대(先代)의 일을 비판하며 금강산 시설을 철거하라고 지시했다. 묘한 장면들이다.  적어도 연말까지 북이 미국에 뭘 바라는지는 세상이 알고 있다. 경제 제재를 풀라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어떤 전문가들은 북이 당장 바라는 건 제재 해제도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통치자금’ 해결이 더 시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홍콩, 마카오 등에 묶인 통치자금을 쓸 수 없어 속태운 지 한참이다. 미 워싱턴포스트(WP)의 최근 보도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2016년 8월 북한산 로켓 추진 수류탄 3만개가 이집트로 수송되다 미 정보기관에 적발돼 압수된 적이 있는데, 이후 북한이 이집트에 대금 지급을 압박했다는 내용이다. 이집트 외교부가 2017년 5월 작성했다는 보고서에서는 ‘북이 수류탄 수송의 구체 내용을 폭로하겠다고 위협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수류탄은 2300만 달러어치였다.  김정은 집권 초기 북한의 30대 귀(貴)청년들이 베이징에 출몰하곤 했다. 북 정권 요인들의 2세들인데, 당시 서방은 그들 부친의 생사를 궁금해할 때였다. 뒤에 장성철과 일련의 요인들이 포연 속에 사라진 배후에 이들이 있었으며, 사라진 자들의 일부는 이들의 부친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한동안 뜸하던 이들의 모습이 또 포착됐다. 이런저런 만남을 갖는 것이 당시에도 중국쪽 자금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았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와 관련해 조태용 전 외교부 차관이 한 인터뷰에서 “북한이 금강산 개발에 참여할 투자자를 찾은 게 아닌가 싶다”고 한 게 오버랩된다. 조 전 차관은 “김정은이 필요로 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잘 통제할 수 있는 방식으로 돈이 들어오는 것”이라고도 했다. “김정은 입장에선 북한 주민들이 너무 잘살게 돼도 안 된다. (유일 독재) 체제를 약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급하고 꼭 필요한 것은 경제 제재 해제가 아니라 통치자금 해제라는 얘기로 들린다.  김정은이 지난해 남북 평양공동선언에서도, 올 신년사에서도 금강산 개발을 자신 있게 언급한 것은 미국과 일정 부분 협의가 진행된 때문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때 ‘통일사업꾼’ 사이에서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투자 얘기까지 오갔다는 소문도 있었다. 금강산 시설 철거 지시로, 북은 ‘대체재’로의 선회 의사를 내비치려 한 것 같다. 단순히 금강산 투자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미국이 계속 외면한다면 남은 선택은 중국이라는 메시지도 주고 싶었을 것이다. 요약컨대, “‘교역, 무역’은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돈’ 자체는 풀어줄 수 있지 않느냐”며 ‘우회로’를 따져 물은 것이다.  통치자금 해제라면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전례가 있다. 과거 6자회담에 나오는 것을 조건으로 김정일의 자금을 마카오의 은행 방코델타아시아(BDA)에서 풀어준 적이 있다. 미국계 은행을 한 번 거쳐야 결제망으로 연결되는데, 당시 미국계 씨티은행이 기겁을 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가져가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의 작은 은행으로 송금했다 한다.  북은 미국과의 테이블을 걷어차기에는 온 길이 너무 길고, 투자도 많이 했다. 북은 미국과 테이블에 앉을 때 조명도 받고 대우도 받고 그랬다. 미국도 알고 있다. 그래서 태도를 바꿀 이유가 없다고 보고들 있다. 북한의 ‘연말 시한’ 협박이 공허하면서도 절박하게 들리는 이유들이다.  북은 ‘어떻게’ 해야 ‘약간’이라도 숨통을 틔울 수 있을지를 생각할 것이다. 미국에 대고 얘기했다지만, 그 ‘어떻게’는 우리와 무관치 않을 것이고, ‘약간’이라는 양 역시 그러할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영변+알파’가 북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는 과정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알파’는 ‘약간’의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큰 것을 들어 올리는 레버리지가 될 수 있기에 북은 여기에 집중하고 있을 것이다. 큰 관심을 가져도 모자랄 일인데, 그저 연말이 다가온다. 새해는 어떻게 올는지. jj@seoul.co.kr
  • [열린세상] 딥싱킹과 정책 결정에서의 결기/이은우 건양대 교수

    [열린세상] 딥싱킹과 정책 결정에서의 결기/이은우 건양대 교수

    스티브 잡스가 2007년 1월 9일 애플 맥월드 행사의 키노트 스피커로 청바지에 검은 터틀넥 셔츠를 입고 아이폰을 소개하던 감동적인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날 잡스는 아이팟, 모바일폰, 인터넷 커뮤니케이션 디바이스를 통합한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 후 안드로이드폰이 생겨나고 전 세계를 휩쓰는 스마트폰 혁명으로 인류 개개인의 일상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세계 어디를 가나 사람들이 차 안에서나 길거리에서도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이 일상화되고 있다. 가히 인류 문명사에서 큰 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제 역사를 스마트폰 이전의 역사와 이후의 역사로 나누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스마트폰은 누구나 쉽게 손바닥에서 필요한 정보를 검색해 볼 수 있는 지식 유통 혁명을 가져왔으며, 실시간으로 문자나 영상으로 언제 어디서나 사람 간의 소통이 가능한 커뮤니케이션의 혁명을 가져왔다. 스마트폰은 이제 정치?경제?사회?문화 모든 면에서 혁명적인 사회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전자기기가 아니라 사회를 변화시키는 혁신적 도구로 인식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아이폰은 어마어마한 과학적 원리를 발견한 결과물이 아니라 여러 가지 소프트웨어나 전자기기들을 종합적으로 연결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스티브 잡스도 창조의 본질은 연결(connectivity)이라고 말한 바 있다. 스마트폰이 이 세상에 태어나기까지에는 연결에 대한 깊은 고민과 생각의 과정이 있었다. 즉 스마트폰은 딥싱킹(deep thingking)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1911년 12월 14일 남극점에 도달한 노르웨이의 탐험가 아문센과 전 대원들은 모두 무사히 귀환했다. 그러나 아문센보다 4일 늦게 출발한 영국의 스콧은 다음해인 1912년 1월 18일 남극점에 도달했지만 대원 전원이 돌아오는 길에 동사했다. 장비나 자금 면에서 월등한 지위에 있었던 스콧은 남들의 조언과 현실적인 충고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하지만 아문센은 철저히 현지 상황에 맞게 실용적이고 꼼꼼한 준비를 했다. 아문센은 시베리아허스키라는 최고의 썰매견이 썰매를 끌게 하고, 짐이 가벼워지면 개를 식량으로 활용하는 기지를 발휘했다. 나중에 이 사실이 알려져 비난을 받지만, 목적은 달성했다. 스콧은 만주산 조랑말이 썰매를 끌게 하고 당시로는 첨단기계인 설상차도 준비했으나 추위와 연료의 누출로 이들이 오히려 짐이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남극이라는 극한의 현실을 직시한 딥싱킹의 결과가 아문센에게 좋은 결과를 선물한 것이다. 나라의 정책도 마찬가지다. 그 원인과 결과를 깊이 생각하고, 정책을 만들고 실행을 해야 국민이 편하다. 부동산 정책의 경우도 부동산 자체에만 국한해 생각하면 실패하기 쉽다. 부동산 문제는 교육 문제와도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 세무 등 부동산 관련 주요 요인들을 종합적으로 다뤄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역 균형 발전 문제도 교육문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음은 마찬가지다. 정략적 편향성이 없는 균형 잡힌 깊은 고민의 과정인 딥싱킹이 나라 정책의 효율성과 완결성을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과학기술 정책도 마찬가지다. 같은 100억원의 돈을 투입하더라도 미국이나 중국보다 그 효과가 더 크도록 하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많은 과학기술적 성과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용화 실적이 낮은 것은 무엇 때문인가. 연구개발 투자 금액이 적어서 성과가 잘 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연구개발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과학기술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깊은 고민의 과정인 딥싱킹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슨 일을 하든 핵심 문제에 대한 깊은 사려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많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설익은 미숙한 정책은 오히려 혼란과 비효율을 자초할 뿐이다. 그러나 고민의 시간이 끝나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결단의 결기를 보여 주어야 한다.
  • 권상우 세차장 사업, 수익 얼마길래? ‘관심 UP’

    권상우 세차장 사업, 수익 얼마길래? ‘관심 UP’

    배우 권상우의 세차장 사업이 화제다. 지난 28일 방송된 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에서는 배우 권상우가 새로 오픈한 세차장에 대해 패널들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권상우는 지난 2015년 성수동 소재 지상 2층 공장과 빌딩 3개 동을 약 50억을 대출 받아 80억에 매입해 이곳에 최신식 세차장을 오픈했다. 최근 해당 세차장을 다녀왔다고 밝힌 최정아 기자는 “세차장 위에는 권상우 씨의 사무실이 있었다. 해당 세차장은 밤 12시까지 아르바이트생이 상주하고 있으며, 권상우가 있는 경우도 많다. 12시부터 2시까지는 무인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안진용 기자는 “권상우가 제테크의 왕”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권상우 씨가 가지고 있는 건물이 따로 또 몇 채 있다. 세차장도 중대형 급인 데다가 그 안에서 사업과 본인 매니지먼트 업무까지 한번에 할 수 있는 그런 장소를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권상우가 세차장을 오픈한 이유는 남다른 자동차 사랑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고급차들을 소유하고 있는 데다가 차에 대한 애정이 높다 보니 세차 사업에도 관심을 갖게 된 것. 최근 권상우와 인터뷰를 했다고 밝힌 유수경 기자는 권상우가 “세차장이 큰 수익을 내는건 아니지만 주변 사람들이 편리하게 이용하는 모습을 보면 재미있고 뿌듯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패널들은 권상우 주차장의 수익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이에 대해 황영진 기자는 “세차장이 큰 평수가 아니다. 게다가 24시간 영업도 아니다. 이런 것들을 종합했을 때, 세차장을 운영하는 지인은 ‘1000만원 정도 벌면 많이 버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진=채널A ‘풍문으로 들었쇼’ 방송 캡처 연예팀 seoulen@seoul.co.kr
  • LG화학, 중소협력사에 저금리 대출·투자비 무상 지원

    LG화학, 중소협력사에 저금리 대출·투자비 무상 지원

    LG화학은 동반성장 5대 주요 전략을 수립해 협력사와의 상생을 모색해 왔다. 공정한 거래문화 조성, 금융지원·결제조건 개선, 안전환경·에너지 상생활동, 협력사 역량 강화 활동, 정보공유 및 소통활동을 골자로 선정하고 구체적인 방안들을 추친했다. 이 노력을 인정받아 LG화학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연속으로 동반성장위원회의 동반성장지수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LG화학은 공정하고 투명한 거래문화를 조성하려고 공정위의 업종별 표준하도급계약서 및 4대 실천사항을 도입하고 협업 과정에서 협력사에 부당한 사항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자체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을 도입해 내부 감독시스템 등도 구축했다. 자금 확보가 어려운 중소협력사에는 LG상생펀드 및 LG패밀리론 등을 통해 매년 700억원 이상의 저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도 한다. LG화학은 올해 64개 1차 협력사와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1, 2차 협력사 간에도 ‘3자 간 공정거래 및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해 공급망 내 동반성장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한다. 전문인력과 자금 부족으로 에너지 효율개선이 어려운 중소기업 협력사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자 매년 40억원 규모의 그린상생펀드를 조성하고 투자비를 무상으로 지원하는 등 현재까지 66개 중소협력사와 함께 총 274건의 에너지 절감 아이템을 도출했다. 협력사가 장기적으로 자생력을 확보해 글로벌 수준의 업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신기술 개발 인력을 지원하고, 전문 교육과정 운영을 통해 다양한 기술 노하우도 제공한다. 이외에도 동반성장협약을 체결한 하도급 협력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LG인화원을 통해 경영일반, 전문직무, 어학 등의 온라인 교육 수강 기회를 제공한다. 2013년부터 이 과정을 이수한 협력사 임직원들은 현재 254개사 1190명에 이른다. 강신 기자 xin@seoul.co.kr
  • 응원 대신 욕설·성희롱 난무한 전국체전

    응원 대신 욕설·성희롱 난무한 전국체전

    선수 불러 폭언하거나 신체 주무르기도 코치外 심판·관중도 인권침해 발언 많아“저게 감독이냐. 욕하지 마라. 도대체 뭘 배우겠냐.” 올해 100회째를 맞은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서 한 구기 종목의 남자 지도자가 여자 고등학교 선수에게 “야, 이 XX야 미쳤어. 죽을래. 그따위로 할 거야”라고 폭언을 하자 관중들이 항의하며 한 말이다. 투기 종목의 한 지도자는 학생 선수들이 전체 집합한 상황에서 “XX 놈들 XX들인가. 나가 뒤져야 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한 남자 코치는 작전 타임 때 여자 선수의 목덜미를 주무르고 만졌다. 학생 선수들에 대한 언어·신체·성폭력 등 인권침해 실상이 이번 전국체전에서도 고스란히 확인됐다. 국가인권위 스포츠인권 특별조사단은 지난 3~10일 전국체전 주요 종목의 학생 선수를 중심으로 인권상황 모니터링을 실시해 과열 경쟁과 권위주의적 문화로 인한 인권침해를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코치나 지도자가 학생 선수들에게 가하는 인권침해뿐만 아니라 심판과 관중들의 인권침해도 목격됐다. 한 종목에서 심판이 경기장 안내 여성 직원에게 “야 딱 내가 좋아하는 몸매야. 저런 스타일은 내가 들고 업을 수 있지”라고 발언했다. 일부 여성 선수나 자원봉사자들이 단상에 마련된 좌석의 종목단체 임원 등에게 다과 수발을 하는 성차별적인 의전 장면도 쉽게 볼 수 있었다. 일부 관중은 지역감정에 기반한 비난을 하는 모습, 남자 관중이 일반부 여자선수에게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네. 좀더 벗으면 좋으련만”이라고 말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선수들을 위한 시설이나 대우도 열악했다.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땀을 흘린 채 종목단체 임원 등 고위직들의 훈화를 들어야 했다. 또 대부분의 경기장에서 탈의실과 대기실, 훈련실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 관중석이나 복도에 간이 매트를 깔고 그 위에서 쉬거나 몸을 푸는 경우도 있었다. 인권위는 “스포츠 경기에서 인권침해와 권위주의적 문화가 근절될 수 있도록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대한체육회 등 각 이해당사자들에게 인권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 [열린세상] 전자발찌로 과밀 수용 해소를/양중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열린세상] 전자발찌로 과밀 수용 해소를/양중진 수원지방검찰청 부부장검사

    지난 9월 수원지방법원에서 아주 특별한 결정이 있었다. 변호사법을 위반해 구속된 피의자에 대해 보증금 5000만원을 납부하고, 거소를 주거지로 제한하는 조건으로 한 보석 결정이 내려졌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보증금과 주거지 제한 약속만으로 도주를 막긴 사실상 어렵다. 고심 끝에 재판부는 한 가지 조건을 더 붙였다. 바로 전자발찌를 부착해 24시간 감독을 받도록 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붙여진 보석 조건이었다. 사실 그동안 전자발찌는 살인, 성폭력과 같은 강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에게만 부착됐다. 그것도 재범을 저지를 위험성이 있는 경우로 한정됐다. 효과는 상당했다. 2008년 제도 도입 이전까지 성폭력 범죄의 재범률은 평균 14.1%에 이르렀다. 하지만 전자발찌를 부착한 결과 재범률은 8분의1 수준인 1.87%까지 떨어졌다. 어떤 사람은 ‘전자발찌를 채워도 재범을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묻는다. 전자발찌는 실시간으로 위치가 추적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그로 인해 범죄를 저지르면 언제든 체포된다는 인식에 터 잡은 장치다. 범죄를 원천적으로 막는 장치는 아니라는 의미다. 이처럼 전자발찌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신병 확보 수단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게 됐다. 그 첫 사례가 바로 보석 허가에 대한 부가적인 조건인 것이다. 실제로 이미 많은 나라에서 전자감독을 보석의 조건으로 활용하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라 시설만을 고집하는 구금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지는 것이다. 시설 대신 전자장치를 이용해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사실상의 구금 효과를 얻고 있다. 교도소나 구치소 같은 구금시설을 짓고 운영하는 데에는 많은 인력과 예산을 필요로 한다.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 자신의 집 주변에 속칭 ‘혐오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목소리다. 기존에 있던 오래된 시설을 옮기려고 해도 주민들의 동의를 얻기가 어려워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구금시설의 수용률이 심각한 지경으로 치솟았다. 올해 9월을 기준으로 1일 평균 수용 인원은 5만 5000명가량이다. 적정 수용 인원인 4만 9000명을 6000명이나 초과하는 수치다. 이 때문에 2016년에는 구치소의 과밀 수용이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었다. 나아가 1일 10만원을 수용자들에게 배상하라는 판결도 있었다. 전자감독 제도를 여기에 적용하면 어떨까. 우선 6개월 미만의 단기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대상이다. 범죄인을 교정시설에 수용하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는 자유를 억압해 범죄를 저지른 만큼의 고통을 주자는 것이다. 둘째는 교화를 통해 새사람으로 태어나라는 것이다. 그런데 단기형이라면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한 절대적 시간이 부족하다. 몇십 년을 살아온 생활 태도가 단 몇 개월의 구금으로 변할 수 있을까. 또 단기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고의가 아닌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경우가 많다. 사회와 단절시키기보다는 사회 안에서 재사회화할 기회를 주는 것이 오히려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이런 예는 벌금을 내지 못해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범죄가 중하지 않다고 해서 징역 대신 벌금이 선고됐는데 경제적 사정으로 징역을 살아야 하는 모순이 생기는 것이다. 차라리 전자감독과 사회봉사, 수강과 같은 제도로 대체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수 있다. 현재 6개월 미만의 단기형을 선고받고 구금시설에 수용된 사람은 1600명가량이고, 벌금을 내지 못해 수용된 사람은 1400명가량이다. 가석방 대상자에 대해 전자발찌를 부착하는 것도 고려해 볼 만하다. 우리나라 가석방자의 수용 기간은 평균적으로 형기의 85%를 넘는다. 일본의 50%대에 비해 현저히 높다. 하지만 무턱대고 수용 기간을 짧게 하는 것은 국민의 불안감을 더할 수 있다. 다만 과밀 수용을 해소하고, 수용자의 재사회화에도 적합한 지점을 찾아 전자감독을 활용하면 어떨까.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과 같은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발전한 기술에 맞추어 교정이나 교화의 수단도 변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교화는커녕 시대에 뒤떨어진 사회 부적응자를 양산할 수 있다. 그 시발점이 전자감독이다.
  • 금융당국 규제 완화, 은행권 불완전 판매, 운용사 유동성 위기···또 규제 강화 악순환

    금융당국 규제 완화, 은행권 불완전 판매, 운용사 유동성 위기···또 규제 강화 악순환

    최근 금융시장에 대형 폭탄이 잇따라 터졌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에서 판매한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원금 손실 피해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 얘기다. 투자자 피해 규모가 많게는 1조 7000억원을 넘는다. 국내 대표 시중은행 2곳과 헤지펀드 1위 운용사에서 발생한 사고여서 충격이 더 컸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이 3000명 이상의 투자자에게 판 DLF에서는 이미 600억원 이상의 원금 손실 피해가 발생했고, 3500억원이 넘는 추가 피해가 예상된다. 라임자산운용은 이달 8400억원 규모 펀드에 대해 환매를 중단했고 앞으로도 환매 연기 규모가 최대 1조 3363억원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에게 원금과 이자를 제때 돌려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의 공통점은 팔린 상품들이 ‘사모(私募)펀드’라는 점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투자 의혹으로 국민들에게 잘 알려진 사모펀드는 말 그대로 소수의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자금을 굴리는 펀드다. 최소 가입액이 1억~3억원이어서 이른바 자산가만의 리그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 중 상당수는 일반 개인투자자다. DLF 사태는 60세 이상 노인과 가정주부까지 투자했다가 원금을 날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다. 시장에서는 최근 사모펀드 관련 금융 사고가 터진 배경에 금융 당국의 규제 완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 사모펀드 활성화를 목표로 관련 규제들을 대폭 풀었다. 기업 경영권을 인수한 뒤 기업 가치를 높여 되파는 구조로 수익을 올리는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의 투자 최저 한도를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다. 이른바 ‘조국 펀드’도 PEF다.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전문투자형 사모펀드’(헤지펀드)의 가입 기준이 5억원에서 1억원으로 완화됐다. DLF와 라임자산운용 사태에서 투자자에게 피해를 준 펀드가 헤지펀드다.기존에는 5억원 이상 있어야 투자할 수 있었던 사모펀드에 1억원만 넣어도 가입할 수 있게 되면서 사모펀드 규모가 커졌다. 저금리 영향으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일반 개인투자자까지 몰렸다. 2014년 173조 2456억원이었던 사모펀드 순자산 규모는 규제가 완화된 2015년 199조 7984억원으로 200조원에 육박하더니, 2016년 250조 1793억원으로 공모펀드(212조 2156억원)를 제쳤다. 지난해 사모펀드 순자산은 330조 6444억원이었고, 지금은 399조 9518억원(지난 24일 기준) 수준이다. DLF 사태는 시중은행들의 ‘불완전 판매’(금융상품의 주요 내용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판매)도 주요 원인이다. 수수료 수익에 눈이 멀어 고객에게 원금 손실 가능성을 비롯한 DLF의 위험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고 안정적인 수익률이 보장되는 상품이라고 팔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DLF 판매 중 20%가량에서 불완전 판매 정황이 포착됐다. 고객이 계약서에 직접 써야 하는 ‘설명을 듣고 이해하였음’이라는 글자를 은행 직원이 대신 쓴 사례가 발견됐다. 투자자들이 DLF 가입에 필요한 투자 성향 설문을 하지 않았는데, 직원 마음대로 설문지를 작성한 경우도 있었다. DLF에 투자한 개인투자자 중 60대 이상은 48.4%였고, 70대 이상도 21.3%나 됐다. 투자자들은 수천억원의 원금 손실 피해를 입게 됐지만 DLF를 판 두 은행을 비롯해 외국계 투자은행(설계)과 국내 증권사(파생결합증권 발행), 자산운용사(펀드 운용)들은 총 4.93%의 수수료를 챙겼다.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의 표면적 원인은 투자 포트폴리오에 포함된 코스닥 등록 기업들의 재무 상태가 나빠졌고 최근 주식 시장이 부진해서다. 하지만 라임자산운용이 유동성 관리에 실패한 것뿐 아니라 편법인 수익률 돌려막기 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했던 바이오빌과 지투하이소닉은 기존 주주들이 횡령이나 배임 사건에 얽힌 업체들이다. 금감원은 라임자산운용이 이런 기업을 중심으로 수익률 돌려막기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검사에 나섰다. 경영진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도 했다. 금융 당국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금융위는 이르면 이달 말 금감원과 협의해 ‘DLF 제도 개선 종합방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음달 사모펀드 제도 보완 방안도 내놓는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사모펀드 제도의 허점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며 “악재가 반복돼 투자자 보호 측면에서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나 싶다”고 밝혔다. 사모펀드 규제에 대한 금융 당국의 기조가 완화에서 강화로 바뀌자 금융시장에서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해외 사례를 참고해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인데, 금융사가 일반투자자에게 파생결합증권(DLS)과 같은 복잡한 금융상품을 아예 팔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규제를 한 사례도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파생상품과 같은 고위험 상품의 판매 자체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파생상품을 아예 취급하지 못하게 하는 건 금융산업이 하향 평준화로 간다는 판단에서다. 판매 과정에서 고객에 대한 금융사의 상품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재호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연구센터 연구위원은 27일 “유럽 등 해외에서는 DLS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기 위해 발행자와 판매자의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라며 “대표적인 재테크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DLS 시장에서 투자자 보호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상품의 위험성과 복잡성에 대한 지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다양한 금융상품을 팔지 못하게 규제하는 건 쉽지만 그러면 금융산업이 발전하지 못한다”며 “금융사가 복잡한 금융상품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 고객에게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규제와 감독 방안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 가이드라인을 강화하고 투자자의 투자 경험과 자산을 고려해 금융상품을 팔도록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일 중요한 건 금융사가 고객의 전체 자산을 파악하고 자산 중 일부만 고위험 상품에 넣게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병진 숭실대 금융학부 교수는 “국내 DLS 시장은 상품 구조가 복잡하고 특정 기초자산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한 데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라는 점에 대한 과신이 강해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다”며 “투자자 보호 체계 강화를 위해 분산·장기 투자를 유도하고 투자자에게 공시되는 정보의 품질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태 재발을 막으려면 잘못한 금융사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강한 제재를 받아야 금융사가 스스로 조심한다”며 “당국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이번 사태를 촉발한 금융사에 벌금을 세게 물리고, 소비자 피해액에 더해 징벌적 보상까지 포함하는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금감원도 이번 사태를 불러일으킨 금융사를 강하게 제재할 것임을 내비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DLF 사태와 관련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에 대한 검사가 마무리돼 법 위반 여부가 나왔다”며 “이에 대한 법률 검토와 금융사 소명 절차, 제재심 등을 거쳐 최종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경우 기관 징계뿐 아니라 손태승 우리은행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지성규 하나은행장 등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징계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금감원은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가 검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검사 방해는 제재 수위를 한 단계 가중하는 게 내부 기준”이라며 “하나은행의 자료 삭제에 고의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석 기자 esjang@seoul.co.kr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 강동 ‘교통안전지킴이’ 녹색학부모 근심 덜다

    강동 ‘교통안전지킴이’ 녹색학부모 근심 덜다

    관내 5개 초교 안전 담당 37명 배치 내년엔 160명… 27개 모든 초교로 “부모 부담 해소·일자리 창출 효과” 학부모들도 “전담 인력 활동 안심”“시의원 시절 6년간 ‘녹색 아빠’로 아이들의 등굣길 안전을 보살폈습니다. 그래서 녹색학부모회에 참여하려고 아침에 어렵게 짬을 내거나 그마저도 힘들어 쩔쩔매던 맞벌이 부모들의 부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죠. 이젠 서울 강동구의 녹색교통안전지킴이단이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고 부모님의 어려움은 덜어 드리겠습니다.” 이정훈 강동구청장이 통학길 아이들의 안전을 책임질 인력을 지역 전체 초등학교에 배치한다. 올해 강일·명일·성내·성일·천동초교 등 5곳을 시작으로 내년에는 27개 학교 모두에 어린이들의 보행 지도를 전담하는 ‘녹색교통안전지킴이단’을 운영한다. 지난 23일 구청 회의실에서 열린 발대식에서 이 구청장은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은 지방정부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인력을 선발했다”며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인 아이들이 안심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교육 환경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학부모들의 박수를 받았다. 구는 지난 9월부터 구 홈페이지와 학교 가정통신문을 통해 녹색교통안전지킴이로 참여할 구민을 모집했다. 올해 5곳의 초등학교 등굣길 아이들의 보행 지도는 37명의 참여자가 도맡는다. 내년에는 27개 전체 초등학교로 확대해 시행하는 만큼 인력을 160여명으로 늘릴 예정이다. 이들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며 시간당 생활 임금(1만 148원) 수준의 보수를 받는다. 이 구청장은 “녹색교통안전지킴이단은 어린이 통학로 안전을 확보하면서 부모님들의 부담은 해소하고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011년 서울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초등학교 어린이 등하교 교통안전지도 사업에 처음으로 시비 5억원을 확보해 이듬해 시행을 이끌어 낼 정도로 어린이 교통사고 예방에 힘써 왔다. 이날 발대식에 참가한 학부모들도 이 구청장의 뜻에 공감하며 큰 호응을 보냈다. 박상수(45) 성일초교 학부모회장은 “그간 의무적으로 학부모들에게 보행 지도 참여를 요청해 왔는데 사정이 어려운 가정이 많아 전날 지방에서 조부모님, 형제들까지 동원되거나 불참으로 아예 방치돼 전담 인력이 절실했다”며 “또 부모들은 안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아찔한 상황에서 대처법을 몰라 당황하거나 거친 운전자들에게 항의를 받고 상처를 받는 경우도 잦았는데 안전 교육을 받은 지킴이단이 활동하니 더 안심이 된다”고 했다. 정서린 기자 rin@seoul.co.kr
  • “네까짓 게 뭔데 그래, 이 XX야”… 교정시설이 떠맡은 정신질환자

    “네까짓 게 뭔데 그래, 이 XX야”… 교정시설이 떠맡은 정신질환자

    순찰 중 “폭언 수용자 발생” 무전 수차례전국 2430명 환자는 비의료인 교도관 몫 “일일이 제재 못해… 치료시설 더 필요해”“나 청와대랑 가까운 사이야, 네까짓 게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이 새×야?” 25일 오전 7시 40분. 서울 송파구 문정동에 있는 서울동부구치소의 통제실에 지원을 요청하는 무전이 날카롭게 울렸다. 조현병을 앓으며 독거방(1인실)에 머물던 한 미결수(재판이 확정되지 않은 피고인)가 야간 순찰을 하던 교도관에게 갑작스레 욕설을 퍼부은 것이다. 계장급 교도관이 즉시 현장을 찾아 수용자를 조사 절차(징벌 여부를 판단하는 단계)에 넘겼지만 제대로 된 교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전문적인 치료시설 대신 교정시설에 떠넘겨진 정신질환자는 전국에 2430명(8월 기준)에 달한다. 이곳에서 왜 자신이 갇혀 있는지도 잊어버리곤 하는 정신질환 수용자들을 상대하는 것은 온전히 비의료인인 교도관들의 몫이다. 서울신문은 교정의날을 나흘 앞둔 지난 24일 오전 9시부터 24시간 동안 동부구치소 명예 교도관으로 근무하며 정신질환자 수용의 속살을 들여다봤다. “황기정(가명)씨, 약 받으세요. 너무 수면제에만 의존하지 않는 게 어때요?” “네, 조심하겠습니다 주임님.” 교도복을 입은 기자와 함께 저녁 시간 계호(감시를 의미하는 교정용어)에 나선 교도관은 수용자들에게 직접 처방약을 나눠주면서 가벼운 담소를 나눴다. “오늘 고생하셨다”는 말도 오갔다. 대부분 수용자는 교도관 지시에 충실히 따르고, 교도관 역시 수용자들을 권위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수용자 인권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자리잡힌 측면도 있지만, 재판을 받는 미결수가 대부분인 구치소에서 지시 불이행 등으로 ‘징벌’을 받으면 가중 형량을 받을 수 있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 이명박 전 대통령, ‘비선 실세’ 최순실씨,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등 이곳을 거쳐갔거나 여전히 수용돼 있는 유력 인사들에게도 예외는 없다. 문제는 형량을 신경 쓰지 않는 중증 정신질환 수용자들이다. 동부구치소에 수용된 2400여명 가운데 정신질환 수용자는 152명이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고 상태가 심각해지면 외부 진료도 나가지만 일상 생활에선 정신의학 분야의 전문 지식이 없는 교도관이 대응해야 한다. 기자가 순찰하는 중간에도 ‘교도관에게 폭언한 수용자 발생’이라는 무전이 수차례 들려왔다. 올해 8월까지 전국에서 교도관에 대한 폭언·협박·폭행이 이뤄진 건수는 140건이다. 대개 징벌방 처분을 받는다. 한 교도관은 “현실적으로는 일일이 제재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정신질환 수용자에게 필요한 곳은 교정시설이 아니라 치료시설이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치료감호 시설 증축이 대안으로 제시되지만, 전국에 하나뿐인 공주치료감호소조차 인력난에 허덕이는 실정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기준 공주치료감호소에선 11명의 의료진이 1021명의 수용인원을 감당하고 있다. 기자와 함께 근무를 하던 한 교도관은 “정신질환 수용자 문제는 집중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는 당사자들에게 특히 불행한 일”이라며 “그러나 정치권의 관심사는 교정 정책보단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에만 쏠려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 [모바일 픽!] 홍콩 언덕에 빼곡히 늘어선 묘지들…“공간 부족 탓”

    [모바일 픽!] 홍콩 언덕에 빼곡히 늘어선 묘지들…“공간 부족 탓”

    묘지가 끝없이 늘어선 홍콩의 언덕을 보여주는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미국 CNN은 18일(현지시간) 영국 출신 건축 사진작가 핀바 팰런의 최신 작품 시리즈 ‘죽음의 공간’(Dead Space)을 소개했다.작가가 홍콩 시내 거의 모든 묘지를 찾아가 촬영한 이들 사진은 언덕을 빼곡히 수놓은 묘지들과 주변 환경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작품은 앞쪽으로 직사각형의 묘지가 가지런히 늘어선 가운데 뒤쪽으로 고층 아파트들이 우뚝 서 있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망원렌즈를 이용해 앞뒤 배경을 압축해 평면적인 효과를 냈다”면서도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를 하나의 구도 안에 담으려 시도했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작품은 무인항공기(드론)를 이용해 공중에서 촬영한 것으로, 이런 묘지가 얼마나 큰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어떤 장면에서는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방문객들이 묘지라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입자처럼 보인다. 현재 싱가포르에서 살고 있다는 작가는 5년 전쯤 홍콩으로 휴가를 왔을 때 완차이 지구에 있는 한 공동묘지를 봤던 것이 계기가 돼 ‘죽음의 공간’이라는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물리적 공간의 한계가 인간의 생사 방식을 규정하는 점에 이끌려 그 후로 지금까지 몇 차례나 홍콩을 방문하며 “변화하는 죽음의 문화”를 사진에 담았다고 작가는 설명했다. 작가가 태어난 영국에서는 묘지가 잘 가꾼 정원처럼 푸른 녹지가 펼쳐진 경우가 많지만, 홍콩에서는 공간 부족이라는 현실적인 문제가 매장 문화에도 반영돼 있다는 것이다. 홍콩은 집값과 땅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현재 전 세계에서 모나코 다음 두 번째로 비싼 데다가 묘지를 다른 지역이 아닌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문제가 된다. 왜냐하면 홍콩의 사람들은 살아있는 동안에는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애써야 하지만, 죽어서까지도 묘비를 구하기 위해 신경 써야 하기 때문이다. 홍콩의 사설 묘지에 영구 매장하려면 현재 28만 홍콩달러(약 4200만 원)가 든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실제 매매 가격은 2배에서 4배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노화와 죽음을 연구하는 홍콩대학의 에이미 초 부교수는 설명했다. 물론 공영 묘지는 조금 더 저렴하지만, 이미 거의 모든 영구 묘지가 포화 상태에 있어 앞으로 6년 뒤에는 계약이 만료돼 재사용 가능한 묘지만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이에 따라 대다수의 홍콩인은 현재 화장을 선택한다. 하지만 이 경우 역시 납골당에 자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아 한 업체에 수천 명의 가족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으로, 7년을 기다려야 빈자리가 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작가는 사진 촬영에 의도적으로 흐린 날을 골랐다. 덕분에 사진의 전체적인 분위기나 색조는 현재 홍콩을 둘러싼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매장 공간의 부족은 작가가 현재 사는 싱가포르 역시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 정부는 오래된 묘지 위에 고속도로나 주택 건설을 추진하면서 발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홍콩과 싱가포르 등 아시아 대도시에서는 매장 대신 화장을 선호하고 심지어 가상 묘지가 등장하는 등 죽음을 둘러싼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는데 일부 홍콩인은 유골을 자택에서 보관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에 대해 에이미 초 교수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전망 좋은 큰집에서 살고 싶어 했지만, 현재 우리는 그럴 수 없다. 이는 죽음 이후의 장소(묘지)에 대한 기대마저 바꾸게 했다”면서 “사는 곳이 이러한데 죽음 이후의 장소에 대한 기대도 어느 정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사진=핀바 팰런 윤태희 기자 th20022@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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