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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경원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 쪼개고 갈라…증오정치 조장”

    나경원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 쪼개고 갈라…증오정치 조장”

    “대통령 앞장서서 분노 조장…김원봉 추켜세워”남북미 판문점 회동에 “북핵 폐기 시작도 안해”“文의 종전선언은 주한미군 철수 힘만 실어줘”이인영 방북제안에 “北이 들어야할 얘기 전할 기회라면 적극 임하겠다”“통계조작, 대통령 딸 의혹도 숨겨”“文은 친노조…노조의 사회적 책임법 발의”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4일 “(문재인) 대통령이 앞장서서 분노 여론을 자극하고 증오 정치만을 반복한다”면서 “문재인 정권은 절대권력 완성을 위해 민주주의를 악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이것은 이코노미스트지가 말한 ‘신독재’ 현상과 부합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앞장서서 분노의 여론을 자극하고, 좌편향 언론과 극렬 세력의 돌팔매질이 시작되는 등 문재인 정권은 증오의 정치만을 반복해왔다”면서 “독재는 스스로 독재임을 인지하지 못한다. 야당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붉은 수돗물, 은명초 화재사건, 경제위기와 일본의 통상보복 등을 ‘재앙’이라고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대통령이 나서서 국민을 쪼개고 가르고, 6·25 전사자 앞에서 김원봉을 추켜세워 스스로 대한민국 대통령임을 망각했다”며 문 대통령과 정부 실정을 비판하며 연설을 시작했다. 최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겨냥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이벤트이든, 문재인 대통령의 총선 이벤트이든 상관없다”면서 “하지만 변한 것은 없다. 북핵 폐기는 시작도 안 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이스칸데르급 미사일이 우리 국민을 겨냥하는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단거리라 괜찮다’고 하고, ‘북핵 동결’이 미국에서 언급되는데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한마디도 말 못 하는 ‘객’(客), 손님을 자처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사실상의 종전선언’을 규정한 문 대통령의 섣부른 발언은 북한의 주한미군 철수 주장에 힘을 실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직후 기자회견에서 “사실상의 행동으로 적대관계 종식을 선언한 것”이라고 밝혔었다. 나 원내대표는 “제가 지난 3월 제안했던 대북특사와 유사한 제안을 전날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께서 하셨다”면서 “북한이 듣고 싶은 이야기가 아닌, 북한이 반드시 들어야 할 대한민국 국민의 목소리를 전할 기회가 된다면 적극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북한 주민도 자유를 누릴 수 있어야 진정한 평화일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문 대통령은 북한에 먼저 수시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을 관철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앞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최근 남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에 대해 “한국정부 패싱도 없었고 정상 간의 왕따는 어디에도 없었다”면서 “한국당은 더이상 망설이지 말고 한반도 평화를 수용하는 결단을 내리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한국당이 결단하면 여야 모든 정당 대표들이 함께 평양을 방문하고, 남북국회회담을 조기에 성사시킬 수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야당 지도자가 따로 평양을 방문해 북의 고위급 인사들과 민족의 대사를 의논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일본 정부의 대 한국 수출규제에 대해 철회하라고 촉구하는 한편 정부가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를 발표하기 이전에 대응하지 못한 데 대해 비판했다. 그는 “한미일 삼각 공조는 동북아 안정의 핵심축으로, 한일관계 역시 자유의 관점에서 복원돼야 한다”면서 “일본 정부는 즉각 통상보복을 철회하라. 문 대통령도 대일외교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는 일본 정부가 일찌감치 통상보복을 예고해왔음에도 수수방관하며 사태를 악화시켰다”면서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다차원·다채널 외교가 시급하며, 즉각 긴급 의회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권을 향해 ‘조작·은폐 본능’ 정권이라고 칭하면서 “통계를 조작해 일자리 착시를 유발하고, 대통령 딸 부부 의혹을 철저하게 숨기면서 의혹을 제기하면 보복까지 가한다”고 주장했다.이어 “북한 동력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 관련 국방부 합동조사단의 발표는 청와대가 각본·연출한 퍼포먼스에 불과하며 아무도 믿지 못하는 ‘셀프 면죄부 조사’”라면서 “정의용 안보실장, 서훈 국정원장 등 안보라인을 즉각 경질해야 한다”고 했다. 또 “청와대,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 등 관련 기관 전부를 대상으로 한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면서 “국정교과서의 집필·출판·인쇄 제도 전반에 걸친 국정조사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 원내대표는 노조의 사회적 책임, 노동 법규 개혁, 작지만 강한 정부, 공교육 개혁, 노후 인프라 교체 등을 열거하며 “문재인 정부는 틀렸다. 한국당이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문재인 정부는 겉으로 ‘친노동’을 표방하지만 ‘친노조’, ‘친민노총’일뿐 가장 반노동적인 정책을 편다”이라면서 “이제 노조의 사회적 책임(USR)도 필요한 만큼 ‘노조의 사회적 책임법’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광범위한 기업 탄압과 별건 수사, 먼지털기식 수사, 경연간섭이 반복되는데 어느 기업인이 투자와 신규 고용에 나서겠는가”라면서 “친(親)기업-반(反)기업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서 과감히 벗어나 기업인을 존중하고 애국자로 보는 시각의 전환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나 원내대표는 정부의 과도한 개입의 예로 ‘문재인 케어’를 거론하며 “무분별하게 혜택을 늘려 의료시장을 붕괴시키고, 급격하게 고갈된 재원을 채우기 위해 건강보험료 폭탄을 터뜨리고 있다”면서 “비현실적 공약으로 국민의 환심을 산 뒤 뒷수습은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좌파 복지 정책의 민낯”이라고 주장했다. 나 원내대표는 “한국당은 건강보험료 인상을 막고 건보기금을 정상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으로 인한 국회 파행 장기화에 대해서는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이다. 국회 정상화의 첫 단추를 꿰기까지 너무 오래걸렸다”면서 “민주주의에 숨겨진 악은 다수의 횡포로, 지난 패스트트랙이 그 악의 탄생이었고 한국당은 저항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엄마들이 만드는 아이키우기 좋은 광진

    엄마들이 만드는 아이키우기 좋은 광진

    서울 광진구가 지난 2일 시립 광진청소년센터에서 ‘아이키우기 좋은 광진구 만들기’ 기획공연인 ‘육아정책토크쇼’를 개최했다고 3일 밝혔다. 이번 토크쇼는 육아맘의 고충을 공감하고 보육정책 아이디어를 공유하며 개그공연을 통한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힐링의 장으로 마련됐다. 1부는 참여자 250여명의 육아맘과 김선갑 광진구청장이 함께하는 육아정책토론회로 펼쳐졌다. 토론회는 행사 전 참석자들이 작성한 질문지 중 몇 가지를 선택해 김 구청장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김 구청장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정책과 광진구 보육정책 방향, 우수 정책 등의 질문에 대해 “출산양육지원금과 축하용품지원사업은 물론 장난감도서관 운영과 국공립 어린이집 확충 등으로 보육환경을 개선해 출산율을 높이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2부에서는 개그맨 김경아와 김미려가 진행하는 코미디쇼 ‘투맘쇼’를 선보였다. ‘투맘쇼’는 모든 엄마들에게 전하는 힐링쇼로, ‘전투육아’·‘헬(hell)육아’에 대해 함께 공감하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연이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아이가 미래다… ‘교육 직영 3종 세트’로 살고 싶은 중구 만들 것”

    “아이가 미래다… ‘교육 직영 3종 세트’로 살고 싶은 중구 만들 것”

    “아이 키우기 힘들어서 구를 떠나는 주민이 없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서양호 서울 중구청장은 지난달 24일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취임 후 구청장이 책임지고 추진해야 하는 전략과제의 청사진을 구체화하는 시간들로 바쁘게 보냈다”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통해 돌봄과 교육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해 아이 키우기 좋은 중구를 만들어가는 데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지난 2월부터 매일 아침 동네 골목을 걸으면서 주민들과 소통한 뒤 출근하는 생활을 꾸준히 반복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현장에서 주민들을 만나면서 선거 때의 초심이 흐트러지지는 않았는지 마음을 다잡고 있다”면서 “지방자치단체에서 노인빈곤 문제에 대한 새로운 논쟁을 촉발한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2018년 임기를 시작한 지 1주년이 됐다. “구청장은 전략과제를 위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일상적인 주민 불편사항도 해결해야 한다. 쓰레기 무단투기, 청소, 주차, 공원관리 등 눈에 보이는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큰 전략과제 해결을 위한 힘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주민들의 동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전략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 1년간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중구 인구는 12만 5000여명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에서 가장 적다. 하지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서울 자치구 평균(13.8%)보다 높은 17.4%다. 85세 이상 초고령층과 독거노인의 빈곤율도 서울에서 가장 높다. 이에 어르신 공로수당을 만들었는데 어르신들이 피부로 느끼는 만족도가 높고 반응도 좋다. 공로수당은 지역 내에서만 사용 가능한 카드 형식의 지역화폐로, 지난 2월 25일부터 65세 이상 기초연금 대상자와 기초생활수급자 1만 1000여명에게 매달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를 제외한 전통시장이나 일반상점에서만 사용이 가능해 골목상권 활성화와 자영업자 매출 증대에도 도움이 된다.”-올해 들어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중구는 젊은층 인구 유입이 점차 줄어들 뿐 아니라 지역 내 사는 사람들도 떠나고 있다. 낡은 주택 문제와 열악한 교육 환경 때문이다. 이에 학교 안 돌봄교실의 구 직영화, 국공립어린이집 구 직영화, 중고생을 위한 구 직영 진학상담 센터 등 이른바 ‘교육 3종 세트’를 실천할 계획이다. 우선 오후 5시까지인 초등학교 돌봄교실을 구 직영으로 바꿔 밤 8시까지 늘리고자 한다. 두 번째로 국공립어린이집도 순차적으로 구 직영으로 바꿀 것이다. 재임 기간 24곳 중 18곳을 구 직영으로 전환하려고 한다. 특히 현장활동비 등 학부모들의 추가 분담금이 많은데 올해 현장활동비의 50%를 구가 부담하기로 했다. 2021년까지 현장활동비의 100%를 구가 부담하는 게 목표다. 마지막으로 지난 3월에 중고생들의 진학과 진로탐색을 돕기 위해 구 직영 진학상담센터를 열었다. 내년에는 보육부터 진학상담까지 총괄하는 교육혁신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문화를 중구의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이유는. “5대 전략과제 중 하나로 ‘문화도시 중구 사업’을 추진하는데 도심 내 빈집이나 점포를 청년 문화예술인들에게 저렴하게 임대해 창작·전시·주거공간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사업이다. 을지로는 최근 ‘힙지로’라고 불리며 각광을 받고 있어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 중구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공과 민간부지를 활용해 문화예술인들을 지원하는 사업을 적극적으로 펴고 있다.” -소상공인들을 위한 지원계획은. “인쇄·공구·조명·타일·도기 등 을지로 일대에 밀집해 있는 도심산업과 신당권역에 자리잡은 섬유·패션·봉제 산업은 중구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경제적 기반이다. 남대문시장 등 36개의 크고 작은 전통시장도 마찬가지다. 우선 중구에 밀집한 6500여개 인쇄업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서울 메이커스 파크’(SMP)라는 도심산업 집적지를 을지로 일대에 구축하고자 한다. 또 지난 5월에는 동화동에 영세한 패션 봉제인들을 위한 공용재단실을 마련해 자동 재단에 필요한 최신 설비를 무상으로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이와 더불어 전통시장이 대형할인매장이나 온라인쇼핑몰과 경쟁해 이길 수 있도록 시설 현대화 등에 집중하고 있다.” -‘동(洞)정부’의 기능과 역할이 커지고 있다. 어떤 구상을 하고 있나. “동정부 추진 사업은 구청에 집중된 권한과 예산을 동으로 내리는 것이다. 구청이 갖고 있던 예산편성권을 서울시 자치구 최초로 15개 동에 부여했고, 내년 예산으로 150억원 정도를 편성해 각 동에 내려보냈다. 청소·공원관리·건강 등 주민생활과 밀접한 70여개 업무도 동으로 이관했다. 또 구민이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에서 각종 공공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과거에는 ‘1구 1관’ 체제로 흩어져 있던 복지·문화·체육시설·도서관 등 생활형 사회간접자본(SOC)을 주민 생활권으로 재배치하겠다.” -마지막으로 주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은. “취임 전 중구를 100바퀴 이상 돌았다. 초심을 잃지 않고 퇴임할 때까지 걸어서 출근하면서 주민들과 희로애락을 함께 나누는 구청장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황비웅 기자 stylist@seoul.co.kr
  • 화순군, 뇌물 비위사건으로 지역 사회 흔들

    화순군, 뇌물 비위사건으로 지역 사회 흔들

    전남 화순군이 수천만원의 뇌물 비위사건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군수 비서실장과 군청 총무과장이 구속되면서 칼끝이 어디까지 미칠지 지역 사회가 흔들거리고 있다. 광주지검은 지난 5~6월 화순군수 비서실장과 군 총무과장, 화순군산림조합 조합장, 지역 인터넷기자, 업자 등 7명을 구속했다. 이들은 2015년 12월30~31일 이틀간 18억 5000여만원에 달하는 산림사업 공사 6건을 수의계약으로 화순군산림조합에 몰아주는 과정에서 수천만원을 챙긴 혐의다. 검찰은 화순군이 2014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산림조합과 115억원의 공사를 체결하면서 더 많은 금품이 건네졌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화순군청을 압수수색했다. 구충곤 군수도 지난달 12일 자신의 휴대폰을 압수당했다. 군정 공백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구 군수는 지난 1일 정례조회에서 “군수가 군수답지 못했다. 군정을 잘 살피지 못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시민단체들은 “구 군수는 군민들에게 공식 사죄하라”며 규탄대회를 여는 등 반발하고 나섰다. ‘공공개혁시민연합’은 3일 화순군청 앞에서 화순군청 적폐청산 비리척결를 주장하며 책임자 처벌을 촉구했다. 이들은 “산림사업 비리와 군체육회 억대 보조금 부정 비리 등이 잇달아 불거지고 있다”며 “검찰 등 사법당국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공개혁시민연합은 “화순군수의 사과는 기만적일 뿐만 아니라 악화된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꼼수에 불과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과다”면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인정, 재발 방지 약속 등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구 군수는 상급기관, 사법당국, 시의회의 조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며 “자신들의 측근들을 보호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거나 사실을 은폐시키려 한다면 엄중한 법적, 정치적 책임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정리리 화순군공공개혁시민연합지부장은 “군은 자체 정화 능력이 없는게 확인된 만큼 전남도청은 직무감찰을 즉각 실시해야한다”며 “사법기관의 엄중한 수사로 비리를 뽑아달라”고 주장했다. 화순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 살해 동기는 성매매 방해?…어린 두 딸 살해한 비정한 엄마

    살해 동기는 성매매 방해?…어린 두 딸 살해한 비정한 엄마

    영국의 한 여성이 어린 두 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데일리메일 등 영국매체는 2일(현지시간) 버밍엄시법원에서 이 여성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고 보도했다. 워릭셔주 출신의 무명 모델 루이스 포튼(23)은 지난해 1월과 2월 차례로 두 딸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포튼의 첫째딸 렉시 드레이퍼(3)는 2018년 1월 15일 새벽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딸이 의식이 없다는 포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원은 현장에 도착했을 때 렉시가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밝혔다. 조사 결과 포튼은 렉시가 사망하기 2주 전부터 이미 여러 차례 구조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그녀가 총 두 차례에 걸쳐 렉시가 숨을 쉬지 않는다고 신고 전화를 걸었으며, 이는 자신의 범행을 발작으로 둔갑시키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주장했다. 검찰이 그녀를 의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딸의 죽음 앞에 그녀가 보인 반응이 특이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구급대원은 “세살난 딸이 죽었는데 어머니의 반응이 묘했다. 침착함을 넘어 무심하고 냉담해보였다”고 진술했다. 포튼은 딸이 사망한 날 지인에게 “딸이 죽었다”면서 “이제 한 명 남았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딸 사망 하루 뒤에는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으로 만난 41명의 남성과 채팅을 이어갔다. 심지어 렉시의 장례식 도중 남성들과 영상통화를 즐기며 웃는 모습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렉시가 병원에 있는 동안에도 포튼은 성매수 남성과 노골적인 문자를 주고받았다. 그녀는 병상에 있는 렉시를 뒤로 한 채 “돈만 많이 보내면 만나주겠다. 쇼핑하게 돈을 대라”는 내용의 메시지를 성매수 남성에게 보내기도 했다. 렉시가 사망한지 겨우 18일이 지난 지난해 2월 1일에는 생후 16개월짜리 스칼렛마저 세상을 떠났다. 스칼렛 역시 딸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포튼의 신고전화를 받고 도착한 구급대원들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사망했다. 과거 그 어떤 의료기록도 없는 자매가 특별한 이유 없이 연달아 사망한 것을 의심하고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한 가지 수상한 점을 포착했다. 렉시와 스칼렛을 검시한 부검의에 따르면 두 아이 모두 자연사에 이를만한 특이점이 없었던 것. 부검의는 “공통점이 있다면 자매에게서 기도 폐쇄 흔적이 발견됐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스칼렛의 목 조직에서는 압박에 의한 출혈이 관찰됐으며 이는 자연사가 아닌 타살의 강력한 증거라고 덧붙였다. 포튼은 그러나 모든 혐의를 부정하고 있다. 그녀는 어린 두 딸을 키우기 위해 성매매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포튼의 핸드폰에서 ‘코를 막고 테이프로 입을 감으면 사망에 이를 수 있는지’ 검색한 기록을 확보한 검찰은 그녀가 두 딸을 살해한 것이 분명하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하고 있다. 또한 그녀가 어린 딸들이 성매매에 방해가 되자 의도적으로 살인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포튼을 추궁하고 있다. 포튼의 살인 혐의에 대한 재판은 앞으로 3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권윤희 기자 heeya@seoul.co.kr
  • CMS에듀, ‘2019 여름방학 특강’ 수강생 모집

    CMS에듀, ‘2019 여름방학 특강’ 수강생 모집

    사고력 기반 융합교육 기업 CMS에듀(대표 이충국)가 ‘2019 여름방학 특강’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특강은 7월 말부터 8월까지 전국 CMS 영재교육센터(사고력관)와 영재관에서 실시한다. CMS 영재교육센터는 융합사고력, 교과, 영재교육원 대비, 올림피아드 대비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융합사고력 특강은 CMS 영재교육센터의 융합 사고 프로그램 ‘생각하는 I∙G’, ‘Pre-WHY’, ‘WHY’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이다. ▲교과 특강은 학년별 교과 과정의 주요 개념을 이해하고 문제해결력을 키우도록 돕는다. ▲영재교육원 특강은 전년도 출제를 분석해 영역별 전략적 학습을 지도하고 심화된 사고력을 키우기 위해 마련됐다. ▲올림피아드 특강은 시험 유형을 분석하고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해결력과 응용력을 강화하는 과정이다. 그 외에 ▲교구를 활용해 재밌게 배우는 게임 교구 특강 ▲사고력과 서술형 문제해결능력을 키우는 CMS 융합 사고 특강 : 올라(HOLA) 등이 있다. CMS 영재관은 학년별 과정별로 실력을 보완할 수 있는 특강으로 구성된다. 중등 개념을 완성하고 응용력을 키우며 주요 영역의 심화 실력을 다지는 과정과 고등과정의 기본 개념과 유형을 익히고 필수 문제로 정리하는 특강 등이 마련된다. 이충국 대표는 “여름방학은 실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절호의 기회”라며 “다양한 특강 프로그램이 학습 계획 수립과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2019 CMS 여름방학 특강 일정과 프로그램은 센터별로 다르며 CMS에듀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 “안식휴가 이후 퇴사율 줄고 직원 만족도 높아졌어요”

    “안식휴가 이후 퇴사율 줄고 직원 만족도 높아졌어요”

    ‘3년 근무 땐 안식월 제도’ 10년째 추진 제주 한 달 살기·템플스테이·캠핑 즐겨 “인간적 매력 있는 회사 이미지 큰 소득”“주 52시간 근무제를 시행하면서 여가가 늘었지만 충분하지는 않죠. 한 달 정도는 직장에서, 일에서 완전히 떨어져 지내볼 필요가 있습니다. 직원이 며칠 회사를 비우면 큰일 날 거 같죠? 직원 복지에 팍팍한 회사가 더 큰 걸 잃을 수도 있습니다.” 김동석(50) 엔자임헬스 대표는 ‘3년 동안 근무하면 한 달 휴가’라는 안식월 제도를 회사에 적용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엔자임헬스는 헬스 관련 홍보 마케팅 회사로 직원이 65명 정도다. 작은 회사지만 다른 직장인이 부러워하는 이유가 바로 이 안식월 제도다. 올해 10년째 탄탄하게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직원들의 경험을 묶어 ‘직장인의 한 달 휴가 두 번째 이야기’를 출간했다. 2일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만난 김 대표는 안식월 도입 당시부터 조곤조곤 설명했다. “어느 날 저녁 광화문 사거리에서 직장인들이 퇴근하는 모습을 보면서 불현듯 직원들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직원들은 퇴근을 꿈도 못 꾸고 있었죠. 당시엔 그저 회사 키우기에만 급급했거든요.” 제도를 시행하겠다고 하자 직원들이 오히려 걱정하고 나섰다. “일이 제대로 되겠느냐”는 이유였다. 고객사를 대하는 업무 특성상 한 사람이 빠지면 다른 직원이 일을 대체하기 어렵기도 했다. “내가 모범을 보이겠다”며 김 대표가 1호로 한 달을 다녀온 뒤 제도가 차츰 자리를 잡았다. 김 대표는 안식월의 핵심으로 업무 조율을 꼽는다. 회사는 매년 초 대상자 명단을 발표한다. 해당자가 안식월 계획을 세우면 9개 본부의 각 본부장이 업무를 조율한다. 지난 10년 동안 64번, 1920일간 안식월을 썼다. 8명은 2회 이상, 6명은 3회 이상 안식월 경험을 했다. 이들은 제주시에서 한 달 보내기, 스위스 배낭여행, 유럽 빵 여행, 아시아 3개국 테마여행, 북·숲·템플스테이, 하와이에서의 캠핑 등으로 안식월을 보냈다. 이 이야기를 담은 책은 회사 대부분이 안식월은 꿈도 꾸지 못하고, 간혹 제도가 있더라도 유명무실한 데 대한 항변이기도 하다. “우리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도 안식월을 운영한다는 것을 책으로 보여 주고 싶었어요. 작은 회사가 이렇다면 큰 회사는 더 짜임새 있게 운영할 수 있을 겁니다.” 안식월을 운영하면서 얻은 최고의 장점은 무엇일까. 김 대표는 “눈에 보이지 않는 그 무언가”라고 말했다. “퇴사율이 줄고 직원 만족도가 높아진 것은 당연한 결과이고요. 여기에 ‘인간적인 매력이 있는 회사’라고 생각하게 된 점이 가장 큰 소득 아닐까요.” 글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사진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 돌아서면 또 쓰레기 더미…뜯어보면 또 음식 찌꺼기 범벅

    돌아서면 또 쓰레기 더미…뜯어보면 또 음식 찌꺼기 범벅

    배출 시간 아닌데도 골목길마다 수북 일반 종량제 봉투에 각종 오물 등 뒤섞여 “과태료 10만원” 단속하자 “몰랐다” 버럭 “쓰레기 치워라” 민원에 전담팀까지 구성“집 앞 길가에 잔뜩 쌓인 쓰레기 냄새가 방 안까지 들어와요. 빨리 좀 치워 주세요.” 기온과 습도가 올라가는 여름철만 되면 각 구청의 청소행정과 직원들은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길가에 내놓은 쓰레기가 쉽게 부패해 악취가 퍼지는 까닭에 이를 해결해 달라는 민원이 빗발치기 때문이다. 서울신문은 지난달 27일 서울 관악구청 소속 ‘무단투기 보안관’(몰래 버린 쓰레기 단속 업무를 하는 기간제 노동자)들과 함께 관악구 낙성대동 등의 골목을 돌며 쓰레기 불법 배출 실태를 살펴봤다. “이제 오후 3시인데 벌써 이렇게 쌓여 있네요.” 무단 투기 보안관들을 이끌고 단속에 나선 이선규 관악구 무단투기 대응팀장은 낙성대동 골목 전봇대를 중심으로 널브러져 있는 쓰레기봉투를 가리키며 인상을 찌푸렸다. 악취는 봉투 밖으로 퍼져 코를 찔렀다. 서울시 전역에서 쓰레기는 일반·음식물·재활용으로 나눠 오후 6시 이후 배출해야 한다. 시간 등을 어기면 과태료 10만원 처분을 받는다. 보안관들이 무단 투기된 일반용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들어 올리자 빨간 음식물 국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봉투를 열었더니 볶음밥 잔반, 반쯤 썩은 바나나 껍질 등 각종 음식물과 스티로폼 배달 용기 등이 뒤엉켜 있었다. 이 팀장은 “평소 나오는 내용물에 비하면 양호한 수준”이라면서 “배설물 냄새가 진동하는 정체 모를 오물이 나오면 제일 곤혹스럽다”고 했다. 보안관은 쓰레기 더미를 한참 뒤져 찾아낸 ‘전기료 고지서’를 통해 무단 투기한 주민을 밝혀냈다. 낮에 쓰레기를 버리면 단속 대상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주민이 많았다. 쓰레기 점검을 지켜보던 한 주민은 “봉투에 넣어 버렸는데 뭐가 문제냐”며 의아해했다. 단속 보안관이 “배출 시간을 어겼고, 봉투에 알맞은 내용물을 담지 않았다”고 설명하자 “나도 매일 아침에 내다 버리는데 안 되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점검에 나선 공무원은 “무단 투기 현장을 적발해도 몰랐다고 우기거나 화를 내며 불만을 터뜨리는 시민이 있어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하루 동안 관악구의 보안관 18명은 무단 투기된 쓰레기봉투 270개를 뒤졌고 몰래 버린 69명의 신원을 확인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7년 전국에서 발생한 일평균 5만 3490t의 생활 쓰레기 가운데 인구 밀집 지역인 경기·서울·부산 등 3곳에서 45.2%(2만 4166t)가 나왔다. 또 무단 투기 적발 건수는 매년 늘고 있다. 전국에서 발생한 무단 투기 신고·단속 건수는 2017년 53만 786건으로 한 해 전(32만 706건)보다 약 65% 늘었다. 악취 등 고통을 호소하는 민원이 늘어나면서 지자체들은 무단 투기에 강경하게 대응하는 추세다. 자취생 등 주거 인구가 많은 관악구에서는 2017년부터 기초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무단 투기 문제만 전담하는 대응팀을 만들어 불법 배출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관악구 관계자는 “무단 투기가 적발돼도 잘못을 인정하고 과태료를 내는 시민은 40% 수준”이라고 전했다. 구청에서 적발 통보서를 보내면 변명하며 처분에 이의를 제기해 업무를 마비시키는 일도 잦다. 현장에선 시민들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욱재 관악구 청소행정과장은 “자기만 편하려고 쓰레기를 무분별하게 내다 버리고 있다”면서 “시민들의 의식 변화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글 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 트럼프 “김정은, 정말 좋아 보였다” 건강이상설 일축

    트럼프 “김정은, 정말 좋아 보였다” 건강이상설 일축

    “완전한 비핵화 도달 확신” 핵동결설 차단 CNN “모든 행보가 2020 대선에 맞춰져”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건강하다면서, 그를 곧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며 차기 북미 정상회담 띄우기를 이어 갔다. 판문점 회동에 이어 북핵 해결을 2020년 대선 레이스에 활용하기 위한 의도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이번 주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훌륭한 만남을 가졌다. 그는 정말 좋아 보였고 매우 건강해 보였다”면서 “나는 조만간 그를 다시 보기를 고대한다”며 차기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건강을 언급한 것은 미 언론이 최근 김 위원장의 건강에 대해 지적한 것에 직접 대응하면서 친밀감을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서두를 게 없다. 그러나 우리가 궁극적으로 거기(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속도조절론과 함께 북한의 비핵화를 강조했다. 이는 ‘트럼프 정부가 핵 동결 수준 합의를 통해 사실상 북한을 암묵적인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이라는 뉴욕타임스의 전날 보도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도 이날 “우리의 목표는 여전히 북한에 대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라면서 핵 동결설을 일축했다. 하지만 미 조야에서는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성과를 위해 북한과 핵 동결 수준에서 합의를 이룰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된다. 지지율에 따라 북한과의 대형 이벤트로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유혹이 심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CNN은 “북한 땅을 밟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2020년 대선이라는 렌즈로 가장 잘 설명될 수 있다”며 그의 모든 행보가 대선에 맞춰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조지프 디트라니 전 미 6자회담 차석대표는 이날 한 포럼에서 “(북미 판문점 회동으로) 한반도 평화라는 목표가 손에 잡히는 범위에 들어왔다”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과감한 결정 덕분”이라고 평했다. 워싱턴 한준규 특파원 hihi@seoul.co.kr
  • “가해자 복귀할 곳 없다” 서울대생들, 성추행 교수 연구실 점거

    “가해자 복귀할 곳 없다” 서울대생들, 성추행 교수 연구실 점거

    서울대생들이 제자 성추행 혐의로 대학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서어서문학과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며 교수 연구실을 기습 점거했다. 서울대생들은 성추행 가해자인 교수가 대학에 돌아와도 설 자리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2일 ‘서울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특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대 인문대 학생회와 특위 소속 회원 등 서울대생 10여명은 서울대 인문대 3동에 있는 서어서문학과 A교수 연구실에 진입해 점거했다. A교수는 2017년 외국의 한 호텔에서 자신이 지도하는 대학원생의 허벅지를 만지는 등 학생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신고돼 인권센터에서 중징계 권고를 받고 징계위원회에 회부됐다. 성추행 피해자는 지난달 A교수를 강제추행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A교수는 현재 직위해제 상태로 강의에서 배제된 상태다. 이수빈 인문대 학생회장은 “A교수가 대학에 돌아올 공간은 없다는 것을 알리기 위함”이라면서 “이제 더는 A교수가 대학에 복귀할 곳은 없으며, A교수를 다시 강단에 세우기 위해선 학생들을 끌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교수 연구실이 학생 자치공간으로 전환된 것을 선포하는 ‘학생 자치공간 선포식’을 3일 열 예정”이라면서 “향후 계획은 선포식에서 설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은 A교수에 대해 대학이 파면을 결정하고, 징계 절차에서 진술권을 포함한 피해자의 권리를 보장하라고 함께 요구했다. 연구실 진입 과정에서 이를 저지하려는 대학 직원과 학생들 사이에 마찰이 있었지만 큰 충돌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관계자는 “학생들이 열쇠업자를 불러 연구실에 들어간 것 같다”면서 “학과 회의를 통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A교수가 연구 갈취 등 연구윤리를 위반했다는 신고를 접수해 조사하고 있다. 서울대 학생 1800여명은 지난 5월 전체 학생총회를 열고 A교수 파면과 교원징계규정 제정, 학생의 징계위원회 참여 등을 학교에 요구했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 ‘바람이 분다’ 감우성♥김하늘, 애틋 키스로 나눈 마음 “로맨스 2막”

    ‘바람이 분다’ 감우성♥김하늘, 애틋 키스로 나눈 마음 “로맨스 2막”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주는 감우성♥김하늘의 진정한 사랑이 가슴 벅찬 감동을 안겼다. 지난 1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바람이 분다’(연출 정정화·김보경, 극본 황주하, 제작 드라마하우스·소금빛미디어) 11회에서는 도훈(감우성 분)과 수진(김하늘 분)이 용기 있게 서로를 마주하는 과정이 그려졌다. 힘겨운 현실을 넘어 서로의 곁을 선택한 두 사람의 애틋한 키스는 시청자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만들었다. 이날 방송에서 수진은 도훈의 외로움을 실감하고 가슴이 미어졌다. 가족이 오는 내일을 조금이라도 빨리 맞으려 병동의 불을 끄고 다니고, 수진을 닮은 봉사자에게 그림을 그려달라고 요구하는 도훈의 기억 속엔 여전히 수진뿐이었다. 수진의 결심은 도훈과 집에서 함께 하는 것이었다. 수진의 스케치를 바탕으로 도훈은 집을 짓고 살았다. 그 집에서 도훈, 아람과 행복할 나날들을 상상하던 수진은 결심을 행동으로 옮겼다. 수진의 마음이 전해진 듯 도훈의 기억도 열흘 만에 다시 돌아왔다. 항서(이준혁 분)의 걱정에도 도훈은 수진의 뜻대로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엇갈림 끝에 마주한 두 사람은 온전한 행복을 만끽했다. 처음 만났던 그 날처럼 서로에게 설레며 사랑으로 충만한 두 사람.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그리고 절대 포기하지 말아줘”라고 약속하며 마주 안았다. 깊은 포옹은 오랜 시간을 건너 마주한 만큼 서로를 놓지 않을 듯 간절했다. 수진은 도훈의 곁에서 씩씩하게 일상을 회복했다. 행복을 완성할 마지막 조각은 아람이었다. 아람이가 자연스럽게 아빠를 받아들일 수 있게 애견카페에서 만난 날, 도훈은 낯설어하던 아람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렇게 도훈과 수진의 노력과 배려에 아람이는 자연스럽게 “아빠”라고 불렀다. 붉어진 도훈의 눈시울은 애틋함을 증폭했다. 5년을 기다려왔던 순간이자 가족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도훈의 오랜 상상처럼 수진과 아람이 집으로 들어왔다. 도훈의 집엔 아람의 방도 새로 생겼고, 유치원 운동회에도 함께했다. 가족 릴레이 달리기에 나선 도훈. 도훈을 향해 “아빠 파이팅”이라 외치는 아람의 목소리는 수진과 아람을 향해 달려가는 도훈의 마음을 응원케 했다. 이를 악물고 달려가는 도훈은 누구보다 환하게 웃고 있었다. 이날 도훈과 수진, 아람이 완성한 세 가족의 일상은 매 순간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족의 의미를 짚어내며 ‘바람이 분다’가 그리는 사랑의 의미도 또 다른 깊이로 확장됐다. 도훈에게 새롭게 다가온 “작은 바람 소리, 벌레 울음소리”처럼, 도훈과 수진의 행복은 평범하고 일상적인 ‘소중함’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번 깊게 되새겼다. 도훈과 수진의 성숙해진 사랑도 뭉클함을 자아냈다. 5년 전 도훈의 진심을 알고 싶어 아파했던 수진. 불을 끄는 습관은 여전히 가슴 아팠지만, 자신의 스케치대로 지은 집에서 도훈의 사랑을 느끼고 있었다. 직접 듣지 않아도 도훈의 사랑을 확신했고 그래서 엄마의 반대와 길어진 섬망 증상에도 용감했다. 도훈 역시 수진과 아람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치료를 받으러 가라는 수진 엄마의 조언에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어떻게든 버텨보겠다”고 답했다. 눈앞에 놓인 힘겨운 미래를 피하기보다 맞서 싸우기로 했다. 처음으로 아람에게 ‘아빠’라 불린 순간은 힘들었을 도훈이 받은 최고의 보상이었다. 서로의 손을 잡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 함께 집으로 돌아온 두 사람. 함께이기에 세상과 현실에 맞서려는 도훈과 수진의 사랑은 뭉클하고 커다란 힘으로 울림을 선사했다. 방송 말미에 도훈이 수진과 아람을 위해 만든 ‘루미 초콜릿’ 기획을 돕던 서대리(한이진 분)가 다른 제과회사와 만남을 갖는 모습이 그려졌다. 도훈의 마음이 담긴 ‘루미 초콜릿’의 행방은 어떻게 될 것인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바람이 분다’는 12회는 오늘(2일) 밤 9시 30분 JTBC에서 방송된다. 이보희 기자 boh2@seoul.co.kr
  • 아이언맨 빈자리 채운 16살 영웅…겉도는 어벤져스 세계관 아쉬워

    아이언맨 빈자리 채운 16살 영웅…겉도는 어벤져스 세계관 아쉬워

    진정한 히어로로 거듭나는 소년의 성장을 바라보는 일은 뿌듯하지만, 허전한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2일 개봉하는 영화 ‘스파이더맨:파 프롬 홈’이 그렇다. 영화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이야기다. 타노스를 힘겹게 물리쳤지만, 아이언맨은 죽어버렸다. 전 세계가 아이언맨을 그리워하는 가운데, 그를 이을 히어로로 스파이더맨인 피터(톰 홀랜드 분)에게 시선이 몰린다. 16살 고교생 피터는 그 짐이 너무 무겁다. 피터는 히어로의 임무를 잠시 내려놓고 반 친구들과 유럽 여행을 떠난다. 짝사랑하던 MJ(젠다야 콜맨 분)에게 고백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쉴드’ 국장 닉 퓨리(새뮤얼 잭슨 분)은 그를 계속 호출한다. 닉 퓨리를 애써 외면하고 여행을 떠나지만, 계획은 계속 틀어진다. 가는 곳마다 물, 불, 공기 등으로 만들어진 새로운 빌런 ‘엘리멘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엘리멘탈이 친구들을 위협하고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자 스파이더맨은 결국 싸우기로 결심한다. 아이언맨을 연상케 하는 의문의 조력자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런홀 분)와 함께 손을 잡는다. 이번 작품은 2008년 ‘아이언맨’을 시작으로 ‘어벤져스:엔드게임’까지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지난 10년 영화들을 일컫는 ‘페이즈3’의 마지막 편이다. 스파이더맨이 아버지처럼 믿고 따랐던 멘토인 아이언맨과의 각별한 관계를 부각하는 등 전편에 이어 어벤져스 세계관을 접목했다. 여기에 드론 등 첨단기술을 동원해 화려한 장면을 구현했다. 스위스, 스페인, 이탈리아, 영국, 체코 등에서 벌어지는 싸움도 볼만하다. 거미줄을 쏘아대며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 특유 액션도 잘 살렸고, 원작에서 환영술사로 등장한 미스테리오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다만, 우주를 오가는 히어로들과의 격한 싸움을 다룬 어벤져스 시리즈에 비해 스케일이 작다는 느낌을 준다. 마블이 만든 영화지만, 스파이더맨의 판권은 현재 소니픽처스가 가지고 있다. 소니는 앞서 토비 맥과이어 주연 ‘스파이더맨 트릴로지’ 3편, 앤드루 가필드 주연 ‘어메이징 스파이더맨’ 2편의 총 5편의 스파이더맨 영화를 만들었다. 톰 홀랜드 주연의 이번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마블이 소니에서 스파이더맨을 잠시 빌려와 만든 영화다. 마블은 스파이더맨을 고교생으로 설정하고, 특유의 밝은 분위기를 살렸다. 특히 어벤져스의 축이 되는 아이언맨과의 관계를 기반으로 어벤져스 세계관에 녹여냈다. 그러나 어벤져스 세계관에 끈끈하게 이어지지 못하고 겉도는 데다가 고교생 히어로의 이야기 정도에 그친다. 2년 뒤 다시 소니로 떠나야 하기 때문에 여러 내용을 담지 못한 ‘마블판 스파이더맨’의 한계일 수 있다. 영화가 끝난 뒤 짤막한 쿠키 영상 두 편이 이어진다. 스파이더맨이 다시 진짜 집(소니)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편이 될 3편 내용을 암시하면서, 내년 5월 1일 시작하는 어벤져스 후속작의 힌트를 가리키는 이른바 ´떡밥´도 함께 풀어놓는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 하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50여년 전 걸작들이 쏟아졌다

    하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50여년 전 걸작들이 쏟아졌다

    1960년대는 한국영화의 중흥기로 명명된다. 아직 텔레비전이 대중화하지 않은 시기, 영화는 대중문화 영역에서 가장 사랑받는 매체였고 한국의 할리우드라 불린 서울의 충무로3가 일대는 제작자와 지방흥행업자, 감독과 각 분야의 스태프 그리고 스타와 스타를 꿈꾸는 젊은이들로 활기가 넘쳤다.‘르네상스’라는 이름에 걸맞게 1960년대는 무려 1500편이 넘는 한국영화가 만들어졌다. 1962년 113편이었던 제작편수는 1965년 189편을 기록했고 1968년부터는 한 해에 무려 200편이 넘는 영화가 제작됐다. 이러한 양적 성장을 뒷받침한 것은 다양하게 시도된 장르였다. 멜로드라마, 코미디, 스릴러액션 등 대중적 장르영화부터 한국식 작가주의 영화라고 할 문예영화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영화들이 만들어져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하지만 그 이면에 국가 주도의 영화기업화 정책이 가동되고 있었던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이번 연재는 1960년대 전반기의 한국영화계를 살펴본 후 1960년대 초부터 두각을 나타낸 한국영화사의 거장 신상옥, 유현목 그리고 김기영의 작품 세계를 소개하기로 한다. ●4·19와 5·16 사이 제작된 ‘오발탄’ 등 시대 반영 1960년 4·19 혁명과 1961년 5·16 군사정변 그리고 1년 7개월간의 군정에 이은 1963년 12월 제3공화국의 출범까지, 영화계 역시 한국 근대사의 정치적 격변기와 연동될 수밖에 없었다. 먼저 4·19와 5·16 사이,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영화계는 창작과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1960년 8월 영화윤리전국위원회가 만들어져 영화검열 업무가 민간으로 이관된 것이 결정적이다. 위원장 이청기, 부위원장 이진섭, 전문위원 허백년, 최일수 등의 이름에서 당대 문화계 지식인들이 대거 참가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사상 처음으로 설립된 민간 자율 심의기구는 5·16 군사쿠데타와 함께 해체되고 만다. 그간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작품들이 등장한 것도 이 시기의 주목할 지점이다. 대표적으로 ‘오발탄’(유현목), ‘마부’(강대진),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신상옥), ‘삼등과장’(이봉래), ‘현해탄은 알고 있다’(김기영) 등 한국영화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 작품들이 1961년의 관객들과 만났다. 이 영화들은 기존의 한국영화를 넘어서는 현실 비판적 주제와 대담한 표현으로 관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한편 전통과 근대적 가치가 경합하는 양상을 포착하며 깊은 공감을 끌어냈다. 특히 ‘오발탄’은 5·16 이후 상영 중지 등 정치적 고초를 톡톡히 겪었다. 당시 심의 서류에 따르면 영화 전반의 어두운 분위기 즉 “예술적인 견지에서는 우수하나 5·16 이전의 사회악과 국민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그대로 노출”한 것이 문제가 됐다. ●급격한 근대화에 기반한 성장… 내면은 부실 군사정권은 강력한 국가 주도의 산업화를 추진했고 영화계 역시 예외가 아니었다. 1961년 9월 군소 영화제작사 72개사를 16개사로 통합한 데 이어 1962년 1월 20일 최초의 영화법이 제정·공포됐다. 1963년 3월 영화법 1차 개정은 영화산업의 기업화를 정부가 주도하는 제도적 근거가 됐다. 목표는 안정적인 제작 시스템 구축이었지만 실질적인 체질 개선이 힘들다 보니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정책이 대신했다. 대표적인 것이 영화사 등록 요건의 강화이다. ‘35밀리 이상 촬영기, 조명기, 건평 200평 이상의 견고한 시설로 된 스튜디오, 녹음기, 전속의 영화감독·배우 및 기술자’를 구비해야 영화업자로 등록할 수 있었고 연간 15편 이상의 제작 실적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등록을 취소당할 수 있었다. 이에 1963년 6월 21일 한국의 영화사는 순식간에 극동, 한양, 한국영화, 신필름의 4개사로 정리되고 만다. 국책에 의한 영화기업화는 여러 부작용을 낳았다. 등록된 영화사들은 등록 유지를 위해 형식적으로만 조건을 채우기 일쑤였고 개인 프로덕션의 자율적인 창작 활동은 원천적으로 봉쇄됐다. 사실 영화법에 의해 등록된 영화사가 서류상 올린 감독, 배우, 기술진은 대부분 허위였고 연간 15편 이상의 극영화 제작 실적은 등록제작사의 자체 제작보다는 군소 프로덕션의 ‘대명제작’으로 채우는 것이 현실이었다. 즉 등록이 힘든 영화사가 등록된 제작사와 계약해 그 회사의 이름으로 영화를 만드는 것이 당시 한국영화계의 가장 일반적인 제작 방식이었다. 급기야 영화인협회가 중심이 된 영화법폐기촉진위원회가 1964년 3월 영화법 폐기를 건의하며 나섰고 결국 1966년 8월 영화법 2차 개정 때 가장 현실성이 없었던 녹음시설 및 감독, 배우, 기술자 전속제에 관한 규정만 삭제된다. 이처럼 1960년대 한국영화의 전성기는 국가 주도의 근대화에 기반하고 있었다. 한국영화계 역시 급격히 확대된 외양에 비해 그 내면은 부실한 상황을 연출하며 이른바 한국식 근대화의 특징적 모습들을 공유하고 있었다. 특히 흑백 시네마스코프(와이드스크린)나 후시녹음 등 기술적인 부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당시 서구영화의 일반적인 기준인 컬러 시네마스코프 화면은 1960년대 후반에야 정착할 수 있었고 영화 속 인물들의 목소리는 실제 촬영 현장의 배우가 아닌 녹음실 성우들의 후시녹음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이는 당시 한국의 경제 상황에 맞게, 영화계가 가장 합리적인 제작 방식을 모색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이제 1960년대 초에 두각을 나타낸 한국영화사의 특별한 감독 세 명을 살펴볼 차례다. 이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상업성과 예술성 어느 쪽도 놓치지 않는 대중적 작가주의를 실천하며 1960년대 한국영화계를 주도하게 된다. 바로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1961)의 신상옥, ‘오발탄’(1961)의 유현목 그리고 ‘하녀’(1960)를 연출한 김기영이다. 이들은 한국영화사의 걸작들로 평가받는 작품들을 내놓으며 1960년대 르네상스의 폭과 깊이를 두루 만족시키고 있었다.●영화산업의 ‘최전선’에 섰던 감독 신상옥 신상옥(1926~2006)은 영화사 신필름의 대표이자 감독으로 1960년대 한국영화계를 주도한 인물이다. 함경북도 청진에서 태어나 외국문물을 받아들이는 것에 거부감이 없었던 그는 나운규와 찰리 채플린을 영화적 스승으로 꼽을 정도로 어릴 적부터 영화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고 한다.그가 직접 가르침을 받은 감독은 최인규다. 해방 직후 ‘자유만세’(1946)를 보고 감명을 받은 그는 ‘죄없는 죄인’(1947) 등 최인규의 이후 작품에 참가해 영화를 배운다. 감독 데뷔는 6·25전쟁 시기 피란 도시 대구에서 완성한 ‘악야’(1952)였다. 피란지 작가의 암울한 일상을 그린 ‘악야’는 현재 필름이 남아 있지 않지만 이탈리안 네오리얼리즘과 장르 영화의 화법을 결합해 전후 사회의 공기를 포착한 그의 1950년대 대표작 ‘지옥화’(1958)를 통해 어느 정도 짐작해 볼 수 있다. 홍성기의 ‘춘향전’과 경쟁한 ‘성춘향’(1961)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신상옥의 ‘신필름’은 1960년대 한국영화계의 중심으로 당당히 진입했다. 사실 주식회사 신필름은 당시 정권이 제시한 영화기업화 정책에 가장 부합하는 영화사였다. 덕분에 감독 신상옥도 영화제작자로서의 기반을 다짐과 동시에 영화작가로서 이름을 찾는 데 열중할 수 있었다. 1975년 ‘장미와 들개’ 검열 사건으로 정권과 사이가 멀어졌고 신필름 역시 영화사 등록이 취소됐다. 1978년 그의 페르소나이자 부인이었던 최은희가 북한으로 납치됐고 이어 신상옥도 납북됐는데, 그들의 동지적 관계는 1983년 이후 북한 신필름 촬영소에서도 계속됐다. 둘은 ‘소금’(1985) 등 7편의 작품을 함께하다 1986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참석을 기회로 미국으로 망명했다. 할리우드에서 신(Sheen) 프로덕션을 설립해 ‘닌자 키드’ 시리즈를 흥행시키기도 했던 신상옥은 ‘겨울이야기’(2004)를 유작으로 남겼다.●충무로 시스템 속 ‘작가주의’ 감독 유현목 유현목(1925~2009)은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예술영화의 지분을 가장 많이 확보하고 있던 감독이다. 특히 ‘김약국의 딸들’(박경리 원작·1963), ‘카인의 후예’(황순원 원작·1968) 등 소설을 원작으로 한 그의 문예영화는 이 시기 한국영화의 예술성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는 황해도 봉산군 사리원 태생으로, 동국대 국문과 2학년 때 영화예술연구회를 조직해 ‘해풍’(1948·45분)을 연출했고 ‘최후의 유혹’(1953·정창화)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이후 이규환 감독의 ‘춘향전’(1955) 조감독을 거치는 등 현장 경험을 충분히 쌓은 후 ‘교차로’(1956)로 데뷔했다. 평생의 동반자인 서양화가 박근자와 결혼한 때는 1958년이다. 1950년대 후반 유현목은 ‘그대와 영원히’(1958) 등 그만의 미장센이 뚜렷한 멜로드라마를 선보였고 13개월에 걸쳐 제작한 ‘오발탄’을 공개하며 독보적인 작가주의 감독으로 등극한다. 6·25전쟁 이후 한국의 빈곤한 현실과 정신적 불안을 영상화한 한국영화사의 걸작이다. 그는 1980년대 초반까지 ‘순교자’(1965), ‘막차로 온 손님들’(1967), ‘분례기’(1971), ‘장마’(1979), ‘사람의 아들’(1980) 등의 문예영화를 통해 예술영화 감독으로서 위치를 확고히 했다. 뿐만 아니라 ‘아낌없이 주련다’(1962) 등의 흥행용 멜로드라마, ‘공처가삼대’(1967) 같은 세련된 코미디, ‘수학여행’(1969) 같은 아동드라마로 장르 불문하고 뛰어난 연출력을 입증했다. 또한 그는 충무로 영화계에서는 드물게 극장 개봉을 위한 실험영화 ‘춘몽’(1965)을 연출해 음화제조 혐의로 벌금형을 받기도 했다. 1970년 ‘한국소형영화동호회’, 1978년 독일문화원을 중심으로 한 ‘동서영화연구회’를 이끌며 실험영화 제작과 영화 연구를 병행하던 그는 1976년부터 1990년까지 동국대 연극영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감독 김기영 김기영(1919~1998)은 1960년대 한국영화에서 독특한 영역을 개척한 인물이다. 본인이 설립한 영화사에서 가장 경제적인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면서 그만의 미학과 주제 의식을 놓치지 않았고 이 영화들은 대중 관객과의 소통에도 성공했다. 평양고보 시절 문학, 미술, 음악 등 예술 전 분야에 두각을 나타냈던 그는 1940년 졸업 후 일본 교토로 건너가 독학으로 연극과 영화를 공부하는 ‘문화방랑객’으로 살았다. 해방 후 경성대 의학부에 진학해 이후 서울대 최초의 통합 연극반을 이끌었고, 이때 동창이자 연극반원이었던 김유봉과 결혼했다. 6·25전쟁이 발발하자 피란지 부산의 미공보원(USIS)에 소속돼 ‘리버티 뉴스’를 만들었고 1955년 ‘주검의 상자’를 연출하며 상업영화 감독으로 데뷔했다. 두 번째 작품 ‘양산도’(1955)로 김기영 영화 세계의 원형을 제시한 후 ‘초설’(1958)과 ‘십대의 반항’(1959)에서 네오리얼리즘의 영향을 드러냈다. 김기영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영화 세계를 알린 것은 1960년에 발표한 ‘하녀’에서다. 스릴러 장르로 대중성을 취하는 동시에 당시 한국영화의 절대적 가치라 할 리얼리즘 양식을 과감히 거부한 작품이다. 김기영 영화의 진수인 ‘하녀’ 속 인물 구도는 ‘화녀’(1971)와 ‘화녀’(1982)로 변주됐고 또 다른 결인 ‘충녀’(1972)는 ‘육식동물’(1984)로 변형되면서 당대 사회의 불안한 공기를 담아냈다. 인간의 본능과 욕망을 심연까지 파헤치는 그로테스크한 세계관, 영화 속 공간으로 계급 구조를 묘사하는 뛰어난 연출력 등 봉준호 같은 후배 감독들이 그를 칭송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1997년 제2회 부산국제영화제 회고전을 계기로 젊은 관객들에 의해 재발견된 김기영은 1998년 ‘하녀’ 시리즈의 90년대식 변주인 ‘악녀’의 연출을 앞두고 평생의 지지자 김유봉과 함께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정종화 한국영상자료원 선임연구원
  • 황교안 “내년 총선 최소 과반의석 얻어 반드시 압승 거둬야”

    황교안 “내년 총선 최소 과반의석 얻어 반드시 압승 거둬야”

    당내 계파·지역 나누는 건 구태정치일뿐 공화당·바른미래당 품고 자유우파 대통합 文정부 폭정 막기위해 이기는 공천할 것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1일 “내년 총선은 최소 과반 의석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 정상화에 즈음해 국회 한국당 대표실에서 가진 서울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우리공화당을 포함해 자유 우파가 대통합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이 보수의 분열을 야기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직답을 피했다. -내년 총선의 목표 의석은. “최소한 과반 의석을 얻어 압승을 거둬야 한다. 그래야 이 정부의 폭정을 막아낼 수 있다.” -우리공화당이 보수 통합의 변수로 떠올랐는데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 “특정 정당에 대한 입장보다는 문재인 정부의 총체적 독재를 막기 위해 자유 우파가 하나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합을 이뤄야 한다. 자유 우파의 분열을 야기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권에만 득으로 작용할 것이다.” -보수 통합 과정에서 성향이 다른 바른미래당과 우리공화당을 모두 품긴 힘들 것이란 시각이 있는데. “우리는 그런 전망을 뛰어넘는 혁신적인 정당이 돼야 한다. 다른 정당들도 자기 입장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나라의 미래와 국민을 위해 큰 결단을 내려야 한다. 어느 정당이라고 해서 특별히 선을 긋고 안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우리 당에 철책선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석방에 찬성하나. “박 전 대통령은 고령이고 이미 오랜 시간 구금 돼 있지 않았나. 국민들도 너무 심하다는 말을 하고 있다. 재판을 받더라도 나와서 받아야 한다. 국민 여망에 따른 정부의 결정이 필요하다.”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면 오히려 보수가 분열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역량 있는 인재를 폭넓게 확보하기 위해 문호를 열어놓고 있다.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그때 해나가면서 대통합의 큰 그림을 그리도록 하겠다.” -총선 공천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가 추가 탈당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이 정부의 폭정을 막기 위해 이기는 공천, 공정한 공천을 하려고 한다.” -지역구에 출마할 생각이 있나. “나는 ‘뭘 하겠다’는 관점을 갖고 정치를 시작한 게 아니다. 그저 공직을 오래하다 은퇴한 사람인데 이 정부의 총체적인 폭정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어서 이를 막을 수 있는 중추 세력인 한국당에 들어온 것이다. 내 목표는 한국당이 다음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는 것, 최소한 과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뿐이다. 지역구에 나갈지 안 나갈지도 내가 아닌 당의 관점에서 판단하겠다.” -그동안 한국당이 장외투쟁을 통해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무엇인가. “가장 크게 얻은 점은 불법적인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저지 투쟁과 민생 투쟁을 통해 한국당이 문재인 정권의 폭정을 심판할 수 있는 유일한 정당이라는 걸 국민에게 인식시켰다는 것이다. 단 국회에서 해야 할 일들을 지체시켜 국민을 걱정시킨 건 우리가 잃은 부분이다.”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이뤄진 고소·고발은 어떻게 처리해야 한다고 보나. “국회 파탄의 모든 원인은 여당에 있다. 문제를 야기한 사람들이 결자해지해야 한다. 이걸 풀어야 국회의 완전한 정상화도 가능하다.” -신임 사무총장에 박맹우 의원을 임명함으로써 핵심 당직이 친박·영남·특정모임 위주로 꾸려졌다는 시각이 있는데. “지금 우리 당에 계파는 없다. 지역적인 부분도 충분히 고려했기 때문에 더이상 계파와 지역을 나누는 건 구태정치라고 생각한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기용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전문성이 필요한 영역에는 전문성을 갖춘 사람이 가야 정상적인 운영이 된다. 조 수석은 검찰이나 법무행정에 대한 경험이 거의 없다. 자신의 역량에 맞는 일을 해야지 법무장관은 맞지 않는다.” -최근 숙명여대 강연에서 ‘아들 스펙 거짓말’ 논란이 야기됐다. “당시 상황에 따른 청년들의 반응은 전적으로 존중한다. 공감대를 키우기 위한 노력을 더 하겠다. 단 중요한 것은 내 진의인데 진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줬으면 한다.” -아들의 ‘KT 특혜 채용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가 시작됐는데. “아들은 아무 문제가 없다. 시비를 거는 그 자체가 문제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과의 1대1 회동 요구를 고수하는 이유는. “현재 문 대통령에게 민생 경제의 참상, 안보 실정의 실상 등을 정확하게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 주변에서 정확한 조언을 하지 않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다당 대표가 다 모이는 것을 원하는데 이건 밥 먹고 한마디씩만 하는 회동이다. 의미 있는 변화를 위해선 1대1 회동을 하고 거기서 만약 내가 오해한 게 있었다면 나부터 고치면서 진정한 대화를 하겠다.” -남북미 판문점 정상회동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과 북한의 정상이 비무장지대(DMZ)에서 회동한 자체는 의미가 크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포괄적 합의를 얘기한 것도 의미가 있다. 단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가 목표라는 점을 명백히 인식하며 한미 동맹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이근홍 기자 lkh2011@seoul.co.kr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 은수미 “소통, 공감으로 성남 미래 50년위해 헌신할 것”

    은수미 “소통, 공감으로 성남 미래 50년위해 헌신할 것”

    “아동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는 단계적으로 18세까지 확대하고 다른 지역, 중앙정부에서도 수용할 수 있도록 시범 시행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은수미 경기 성남시장은 민선7기 취임 1주년을 맞아 1일 한누리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복지, 일자리, 문화 등 시책 추진 상황과 계획을 밝혔다. 은 시장은 “50년 전 12만 명이 강제이주 되었을 때만 해도 오늘날의 성남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당시 정부의 위협 앞에서도 시민들은 보금자리를 굳건히 지켰고 성남은 분당, 판교, 위례 신도시로 확장하며 성장해왔다”며 “시민여러분 덕분에 흔들림 없이 전진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지난 1년은 오랜 과제를 매듭짓고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그 토대를 놓는 시간이었다”면서 “모두의 숙원이던 복정정수장 고도정수처리시설과 1공단 부지 근린공원 기공식을 하고 성남시의료원 개원 준비, 성남하이테크밸리 경쟁력 강화 사업, 밀리언공원 조성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됐다”고 밝혔다. 은 시장은 “아동수당 100%, 다함께돌봄센터, 아동의료비 100만원 상한제 등 아동정책 3종 세트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성남’ 방향을 분명히 했다”며 “아동의료비의 경우 복지부와의 협의과정에서 시는 성남 이외 지역에 사는 아동들도 유사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성과를 공유, 확대하는 방법을 고민했고 다른 지역, 중앙정부에서 적극 수용할 수 있도록 시범 시행 하는 것이 필요했다”고 단계적으로 18세까지 확대하는 것 등에 합의한 이유를 설명했다. 문화와 역사의 도시 성남으로의 재도약을 위한 계획도 발표했다. 역사를 품은 성남을 만들기 위해 광주대단지사건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1공단 부지 시립박물관 건립, AR 기획 등을 추진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웹툰은 하반기에 온라인에서 볼 수 있게 준비 중이다. 내년 6월 개관을 목표로 구 영성여중부지에 성남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를 만들고 위례 업무2부지(창곡동 594번지 일대)에도 LH, 성남문화재단, 가천대와 협약을 통해 올해 말까지 문화공간을 조성한다. 오는 10월에는 성남을 관통하는 탄천 축제도 계획 중이다. 아시아실리콘밸리 성남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주거, 교통, 문화를 갖춘 경제허브로 구축할 것”이라며 “지난 3월 600대의 공유전기자전거를 도입했다. 경기도 도시철도망 구축계획으로 승인 고시되어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는 판교트램(성남도시철도 2호선)을 비롯해 성남트램(성남도시철도 1호선), 지하철 8호선 모란-판교 연장사업 등을 철저하게 준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과 직장인을 위한 주거 공간, 창업과 주거의 결합이나 문화공간 확대 등 ‘스마트 커뮤니티’를 구축하고, 실내 경기장뿐 아니라 1500석의 야외공간을 갖춘 e-스포츠경기장을 조성함으로써 게임산업을 커뮤니티와 결합해 도시와 문화 역사를 접목하겠다”고 덧붙였다. 은 시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경쟁을 위한 경쟁이 타인에 대한 배려는커녕 혐오까지 불러일으키는 현실은 그 어느 때보다 따뜻하고 정의로운 정치를 요구한다”면서 “시민과의 소통과 공감을 통해 성남의 미래 50년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겠다”고 약속했다. 신동원 기자 asadal@seoul.co.kr
  • [열린세상] ‘답정너’와 전문가/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열린세상] ‘답정너’와 전문가/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20대 때 일인데,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 여행을 가셨다. 친구의 외할머니가 오셔서 살림을 돌봐 주고 있었는데, 친구 여동생이 고기를 먹고는 싶지만, 생고기 덩어리를 만지기는 싫다며 외할머니에게 고기를 손질해 달라고 했다는 거다. 하필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고 계셨던 친구의 외할머니가 결국 고기를 썰어 주셨다고 한다. 친구는 동생이 이기적이라고 화를 내면서 나중에 결혼하면 제대로 고생을 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것을 일종의 질문으로 받아들인 내가 “네 동생은 고기를 썰지 않아도 되는 인생을 쭉 살지도 모르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친구는 잠시 입을 꼭 다물고 가만히 있더니, “너는 어떻게 내 바람과 반대되는 말을 할 수가 있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상대방은 이미 잊었을지도 모르는 저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을 하고 있는 이유는 이 대화를 하면서 깨달음 비슷한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때로 사람들은 단지 본인들이 바라는 대답만을 듣고 싶어 한다는 것 말이다. 이 대화에서라면 친구가 기대하는 대답은 이기적인 동생이 훗날 ‘죗값’을 받을 것이라는 점에 동조하는 내용이지 네 동생이 결혼을 안 할지도 모른다거나, 여자라고 다 집안일을 하는 것은 아니라거나, 네가 좀 고기를 썰지 그랬니 그러면 너희 외할머니가 다친 팔로 고기를 썰지 않으셨어도 됐을 텐데, 이런 것들이 아니었다. 사교적인 상황이라면 이런 깨달음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원활한 대화를 이끌어 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늘 정색하고 반박을 하고 자기 의견을 내세우는 사람을 상대하는 것은 피곤한 일이다. 친구나 가족 등 가까운 사이라면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려 맞장구를 치는 것이 더욱 필요한 경우도 있다. 다만 이는 굳이 대화 상대의 ‘바람과 반대되는’ 말을 할 이유가 없는 사적인 상황에서의 이야기다. 곤란한 것은 직업적인 대화를 나누게 되는 경우다. 즉 변호사로서 의견을 제시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상대방의 바람과 일치하는 말만을 해줄 수는 없다. 전문가라면 지식과 경험에 근거해 의뢰인이 객관적이고도 바람직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의견을 제시해야 할 책임과 의무가 있는 것이다. 듣고 싶어 하는 말뿐 아니라 듣기 싫어도 들어야만 하는 말 역시 해줘야만 한다. 하지만 때때로 변호사에게서도 본인이 바라는 말만을 그것도 즉각 듣고 싶어 하는 의뢰인들도 있기 마련이다. 소송의 경우라면 상당수 의뢰인들이 듣고 싶어 하는 건 이길 수 있다는 예측 내지 장담 더 나아가 확약 같은 것이다. 꼭 이긴다고 선뜻 대답해 의뢰인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고 싶지만, 소송의 승패를 미리 단언할 수 있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바라는 얘기를 듣지 못하면 질문의 방법을 바꿔 가면서 거듭 물어보기도 한다. 하지만 여러 번 묻는다고 해서 할 수 있는 대답이 바뀌는 건 아니다. 이러면 듣고 싶은 답을 해주는 변호사를 찾을 때까지 물색을 멈추지 않는 경우도 있다. 100% 승소를 장담한다는 사무실이 있다거나 원하는 대로 의견서를 고쳐 준다고 했다며 의뢰인이 떠나는 일을 몇 번 당해 보면 전문가적 양심을 지키려는 노력이 어리석은 일 아니냐 싶어지기도 한다. 심지어 공적인 사안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진다. 전문가의 의견을 구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전문가의 이름을 빌려 자신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경우다. 언론에서 쓰고 싶은 논조에 맞는 전문가의 발언만 골라 끼워 넣는 듯한 경우라거나 어떤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또는 정책에 반대하기 위해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를 동원하는 경우다. 그러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하는 이유는 그 전문적인 지식을 참고해 의견을 결정하거나 방향을 모색하고 수정하는 데 있는 것이지 이미 모든 것을 결정한 후 들러리로 세우기 위함은 아니지 않나. 때로는 이래서 전문가로 행세하는 게 전문인 사람들조차 생겨나는 듯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상대가 바라는 얘기를 해 주고 이름을 빌려주는 사람들 말이다.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 주는 친구는 위로가 되는 존재일 수 있겠지만 늘 좋은 친구는 아닐 수 있다. 하물며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 주는 전문가란 결국 사회에 위험한 존재가 되기 십상이다.
  • MLB ‘런던 스타일’ 방망이 쇼

    MLB ‘런던 스타일’ 방망이 쇼

    양팀 30득점 폭발, 경기시간 5시간 육박 美서 흙 345t 공수·佛산 인조잔디 깔아 해리 왕자 부부에 유아용 유니폼 선물도축구광 영국인들의 관심을 끌려면 방망이를 휘둘러라. 임시 야구장을 꽉 채운 6만 관중 앞에서 미국 메이저리그 호적수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는 30점을 주고받는 화끈한 난타전을 벌였다. 30일(한국시간) 역사적인 첫 런던 시리즈 1차전 승자는 레드삭스를 17-13으로 누른 양키스였다. 미 메이저리그(MLB)가 추진하는 ‘야구의 세계화’ 일환으로 유럽에서 처음 열린 정규경기에 걸맞은 화끈한 방망이쇼였다. 아스널, 첼시, 토트넘 등 세계적인 축구팀이 즐비한 런던에는 국제 규격에 맞는 야구장이 없다. 이에 따라 2012 런던올림픽 주 경기장으로 세워져 현재 프리미어리그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홈구장인 런던 스타디움이 야구장으로 개조됐다. 투수 마운드, 더그아웃, 파울 폴 등 야구 시설이 새로 설치됐고, 야구장 그라운드에 덮일 흙 345t은 미 펜실베이니아에서 공수됐다. 축구장 천연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1만 3000㎡가 넘는 프랑스산 인조잔디가 깔렸다. 뜨거운 타격전으로 다양한 기록이 쏟아졌다. 양 팀 선발투수로 나선 릭 포셀로(31·레드삭스)와 다나카 마사히로(31·양키스) 모두 1이닝도 채우기 전 6자책점을 내준 채 강판됐다. 1회초 투런포를 쏜 애런 힉스(30·양키스)는 유럽 첫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이날 양 팀이 기록한 30득점은 2009년 8월 양키스가 20-11로 레드삭스를 누른 다음으로 나온 두 번째 최다 득점이었다. 경기시간도 4시간 42분으로 9이닝 기준 역대 세 번째였다.이날 경기엔 관중 5만 9659명이 지켜봐 뜨거운 관심을 드러냈다. 미국과 영국의 양국 대형 국기가 등장했고 양국 국가가 울려 퍼졌다. 해리 왕자, 미국인 메건 마클 왕자비도 이날 경기를 관람했다. 양키스와 레드삭스는 해리 왕자 부부에게 최근 태어난 아기의 이름을 새긴 유아용 유니폼을 선물로 증정했다. 경기가 끝난 후 런던의 밤하늘을 수놓은 불꽃들은 보기 드문 야구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류재민 기자 phoem@seoul.co.kr
  • 고달픈 乙들의 아귀다툼…공감없는 이해는 공허하다

    고달픈 乙들의 아귀다툼…공감없는 이해는 공허하다

    외국계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최 과장은 비정규직 혜미를 보면 연민과 짜증을 동시에 느낀다. ‘하는 일이 없다’며 혜미를 자르라는 사장 말에는 안쓰러움이 떠오르지만, 근태 불량에 ‘알바몬에서 봤다’며 따박따박 대꾸하는 모습엔 정나미가 떨어진다.(‘알바생 자르기’) 대규모 정리해고를 발표한 공장에서 사람들은 ‘죽은 자’와 ‘산 자’로 나뉜다. ‘죽은 자들’의 점거 탓에 공장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르자, 어제의 동료였던 ‘산 자들’은 ‘폭도들로부터 공장을 되찾자’며 직접 무기를 들고 나선다.(‘공장 밖에서’) 목 좋은 지하철역 100m 남짓 되는 거리에 경쟁적으로 들어선 빵집 세 곳. “저희 집이나 이 집이나 장사 잘되면 어떻게 될 거 같으세요? 그러면 여기 장사 잘되는 곳이구나, 하고 옆에 빵집 또 생겨요.” 호황을 바라고 들어선 곳에 장사가 잘되면 안 되는 모순이 이곳에선 현실이다.(‘현수동 빵집 삼국지’)●편들지 않는 시선 10편… 혼재된 선인·악인 서울시 마포구 현수동에서 일어나는 10편의 비극. 연작소설 ‘산 자들’(민음사)은 일간지 기자 출신 작가가 직조한 한국의 경제 현실에 관한 10회 짜리 기획기사다.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 경제문제 속 온갖 고단함, 그 와중에서도 ‘갑과 을’에 비해 덜 조명됐던 ‘을과 을’ 사이의 아귀 다툼이 도드라지는 소설들이다. 그 어느 하나 편들지 않는 글, 언론사 데스크한테는 “야마(기사의 핵심 주제를 뜻하는 언론계 은어)가 없다”고 한 소리 들을 법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민음사 사옥에서 만난 장강명(44) 작가는 “어중간하게 나쁜 놈이면서 딱한 놈도 있고, 더 딱한데 착한지 나쁜지 모르겠는 사람도 있다”며 “도저히 한 문장으로는 축약할 수가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공감 없는 이해·이해 없는 공감 모두 지양해야 그래서 작가는 이해 당사자 양쪽의 사연을 다 넣으려 노력했다. “기사 제목만 보고 악플들을 달잖아요. 기사 끝까지만 봐도 악플을 못 다는데 말이죠. 기사보다 더 길게 사연을 보다 보면 감히 누구를 비난하겠어요.” 그는 ‘한국 사회 살기 힘들다’, ‘어느 현장을 가도 다 사연이 있다’는 느슨한 야마 두 가지만 가지고 접근했다. 그렇게 1부 ‘자르기’에서는 비정규직과 대기발령, 대규모 구조조정 같은 해고 이야기를, 2부 ‘싸우기’에서는 직장에 포함되지 않아 해고가 되려야 될 수 없는 자영업, 재건축, 취업 이야기를 담았다. 3부 ‘버티기’에서는 모두가 친절하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세분화된 시스템, 스트리밍 서비스로 이제 침묵보다 저렴해진 ‘음악의 가격’ 등 그로테스크한 현실 진단이 이어진다. 초판 3000부를 찍고 사흘 만에 재쇄 3000부를 또 찍은 책은 작가의 예상과 달리 ‘힐링된다’는 평을 많이 받았다. “초고를 읽어보니까, 너무 우울하더라”는 작가가 자신의 책에서 느낀 건 ‘무력감’이었다. 독자들의 반응에선 ‘사람들이 듣고 싶어 했던 이야기’를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화여대 앞에서 빵집을 하다 접은 분이 ‘위로가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자기가 겪은 일이라든가, ‘내 일이다’ 싶은 걸 읽으면 그런가 봐요.” 모두가 느꼈으되 언어화하지 못했던 미묘한 감정들을 책 속에서 발견한 덕일 테다. 을과 을이 엉겨붙어 싸우는 고달픈 현실 속,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공감 없는 이해, 이해 없는 공감 모두 지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자본주의지, 어쩌란 말이야. 공산주의 하자고?’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그 논리만 옹호하면 그건 잔인한 거죠. 반대로 ‘여기 사람이 죽고 있다’ 그 구호 이상의 아무것도 없이, 왜 이런 톱니바퀴가 돌아가는지 이해를 않거나 거부한 채로 그 자리에서 통곡만 하는 건 공허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를 길게 얘기한 셈”이라며 멋쩍게 머리를 긁적였다.●시스템의 억압에 새 감각 얻는다면… ‘산 자들’과 함께 작가는 SF 단편집 ‘지극히 사적인 초능력’(아작)도 같이 펴냈다.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그에게 SF를 쓰는 근육과 극사실주의 소설을 쓰는 근육은 ‘같은 근육’이다. 그는 공유차 서비스 ‘타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빗댔다. ‘공유차 서비스 기술이 나와서 궁지에 몰린 택시 기사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10년 전에 썼으면 SF이지만, 지금이라면 ‘산 자들’에 들어갈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개인의 내면을 탐구하는 작가가 아니라 시스템이 개인을 억압해서 저항을 하지 못하고, 이상한 감각을 느끼게 되는 개인에 대한 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시기의 차이만 있을 뿐 두 책은 다를 게 없다는 그는 같은 맥락에서 다음 작품은 ‘유일하게 시스템을 벗어난 인간’인 범죄자에 관한 얘기라고, 살짝 귀띔했다. 이슬기 기자 seulgi@seoul.co.kr
  • 조현병 환자도 사람입니다

    조현병 환자도 사람입니다

    지난 4일 고속도로를 역주행해 예비신부를 숨지게 한 화물차 기사 박모(40)씨, 지난 4월 경남 진주에서 방화·살인 사건을 벌인 안인득(42), 지난해 12월 임세원 교수에게 칼을 휘두른 박모(31)씨.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조현병 병력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들의 병력은 연일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고, 짧은 기간 반복된 강력범죄 탓에 조현병 환자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바라보는 시선도 늘었다. 하지만 조현병은 관리·치료를 잘 받으면 비(非)질환자들보다도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오히려 낮다. 서울신문은 조현병을 앓았지만 꾸준히 약을 먹으며 치료·상담을 받아 온 환자 5명과 이들을 돕는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3명을 지난 28일 만났다. 이들은 자신을 향한 싸늘한 시선을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솔직한 속내를 들어 봤다.●“10대에 병 생겨 40년간 약 먹으며 관리” “가족마저 ‘집에 있으라’고 할 때가 있어요. 온종일 집에만 박혀 있다 보면 죽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10대 때 조현병이 발병해 40년 동안 약을 먹고 있는 조호연(53)씨는 답답함을 호소했다. “조현병을 앓아도 관리만 잘하면 좋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는데 우리 사회는 ‘조현병’ 딱지를 붙이고 격리시키려고만 한다”고 했다. 정신장애동료 지원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조씨는 세브란스병원 봉사상, 서울시장 봉사상을 받을 정도로 사회 활동도 열심히 하고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들을 싸잡아 예비 범죄자인 것처럼 표현하는 온라인 기사 댓글을 보며 좌절한다고 했다. 강시환(33·가명)씨는 “조현병 환자들도 선과 악을 분명히 구분할 수 있다. 사람을 죽이면 안 된다는 것도 당연히 안다”면서 “환청이 따갑게 들려 스스로를 해치려고 생각한 적은 있지만 남에게 피해를 끼치려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선(46·가명)씨도 “조현병 환자는 남을 해치기보다 오히려 속앓이를 하거나 우는 등 소극적 반응을 많이 한다”면서 “조현병 환자가 범행을 저질렀을 때 병을 떠나 사람 자체의 공격적 성향이나 고의성 여부, 환청 등 영향을 두루 따져 봐야 하는데 사람들은 병력만 본다”고 속상해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조현병 환자들은 공격적이기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두려워해 혼자 지내는 경우가 더 많다”고 말한다.●살인 등 범죄 저지르는 건 치료 공백 탓 일부 조현병 환자들이 살인 등 강력 범죄를 저지르는 건 치료 공백 탓이 크다. 치료 중단 배경에는 본인의 의지 부족도 있지만 “정신병자”라고 손가락질하며 강제 입원을 시킨 주변에 대한 배신감, 병원에 대한 공포·거부감, 약물 부작용 등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음지로 숨어든 일부 환자는 관리 사각지대에서 범죄자로 전락하기도 한다. 조현병은 약을 끊으면 수개월 안에 환시, 환청, 망상 등 증상을 보이며 쉽게 재발한다. 이때 상대방이 자신을 해치려 한다고 오해하고 자기 방어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개인 성향이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사람이 조현병을 얻으면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 조현병 환자들은 일부 의료진의 차가운 태도나 병원 치료 과정에서 느낀 실망감 탓에 치료를 멈추기도 한다. 20년째 조현병을 앓는 김미현(43·여)씨는 “한창 힘들 때 상담 중 ‘수목원에 가고 싶다’고 했는데 의사는 싸늘하게 ‘그럼 가면 되지’라는 말만 했다”고 황당해했다. 그는 잠시 약을 끊었지만 환시 현상을 다시 경험하고 다시 약을 복용하고 있다. 신석철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대표는 “강압적으로 치료하거나 약을 먹여 재우기만 하는 병원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남아 병원을 기피하는 환자도 있다”면서 “다른 질병으로 입원하면 환자가 갑인데 정신병원은 환자가 을 중 을”이라고 말했다. 김영선씨는 “사회의 편견과 차별 탓에 시설 입원을 망설이게 되기도 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개인적 사정으로 직장생활을 그만둔 이후 충격이 너무 커 스스로 입원하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오히려 만류했다”면서 “입원하면 의료 기록이 낙인처럼 남을 텐데 차라리 그냥 견디며 사회에 적응해 보라는 뜻이었다”고 전했다. 다행히 김씨는 주변의 적극적 도움으로 통원 치료를 받으며 조현병을 이겨냈다.환자들은 약물·입원 외에 공인된 방식은 아니지만 나름의 치료법으로 조현병을 이기기 위한 노력을 이어 가고 있다. 강시환씨는 “환청에 이름을 붙여 대화로 잠재운다”고 말했다. 그는 극심한 환청 탓에 한때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충동도 심하게 느꼈었다. 특히 자신이 믿는 ‘하나님’을 욕하는 환청이 매일 그를 괴롭혔다. 한 주먹씩 약을 입에 털어 넣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다 ‘영국 히어링보이스 무브먼트’라는 자조모임 겸 사회운동에 참여하면서 본인만의 치료법을 찾을 수 있었다. 이 모임은 환청과 대화하며 트라우마성 기억과의 연관성을 찾으려 노력한다. 강씨 역시 자조모임에서 배운 대로 환청들에 이름을 붙였다. 그가 붙인 환청의 이름은 ‘악마소리꾼’. 강씨는 “악마소리꾼과 대화하며 그 목소리가 하는 얘기를 탐구해 보고 있는데 지금은 잠잠해진 상태”라고 말했다. 권우민(36·남)씨는 자신의 진단명인 ‘강박 장애’에 새 이름을 붙였다. ‘일 미완성 미래 불안형’이다. 단순히 병명만 붙이면 본인 스스로를 환자처럼 생각하게 되지만 본인이 어떤 문제가 있는 사람인지를 인식하고 증상에 대처하자는 취지에서 시작한 일이다. 권씨는 “증상을 해결해야 된다는 접근보다는 강박으로 인해 발생하는 어려움을 동료들과 함께 나누고 이해하며 서로 돕고 있다”고 말했다.●정직원 전환 뒤 1년 계약 때도 월 20만원 조현병을 오래 앓다 보면 가족들에게도 상처받는다. 가족들은 이웃이 알까 봐 쉬쉬하기까지 한다. 조호연씨는 “가족 결혼식 날에도 어머니가 돈 만원을 주고 ‘집에 있으라’ 했다”면서 “병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얘기하지 마라, 동네 소문 난다’고 입을 막기도 했다”고 말했다. 조현병 환자들은 직업을 마음대로 택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장애인 보호작업장이 조현병 환자에게 열려 있지만 월급은 터무니없는 수준이다. 조씨는 “2년 동안 한 달에 9만원 받고 일했다”면서 “정직원 전환 뒤 1년 계약했을 땐 월 20만원을 받았다”고 말했다. 조씨는 월급 액수가 적힌 쪽지를 보여 주면서 “월급이 너무 적어서 쪽지를 보관해 뒀다”고 허탈하게 웃었다. 이어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일했는데 고작 이 액수”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질 나쁜 일자리조차 못 구하는 환자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대부분은 편견 때문에 사업장에서 환자들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사회복지사 등 자격증을 따도 사회복지사업법상 결격사유 등 여러 조건에 걸려 실제 일자리를 구하기는 어렵다. 진단이나 병력을 밝히기 전과 후에 대우가 천지차이로 달라지기도 한다. 직장에서 조현병 이력을 밝히면 허드렛일을 주거나 심하면 해고되기도 한다. 김영선씨는 양로원에서 일하던 중 조현병 이력이 알려져 한순간에 잘리기도 했다. 그는 “조현병 이력을 숨기고 일할 땐 아무 말이 없었는데 조현병으로 상담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마자 바로 잘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병을 숨기고 편의점 알바를 7년 했는데 조현병 환자인 걸 알고 야간 수당, 추가 수당을 못 받다가 잘렸다”고 말했다. 권씨는 “병을 알고 악용했다고 생각해 고발한다고 말하니까 그제야 퇴직금을 주더라”고 말했다. 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소속 이한결(25) 활동가는 “정신질환의 문제를 떠나 아무도 얘기를 들어주지 않고 삶을 함께 고쳐 나갈 친구나 동반자가 없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또 “장기간 입원했다가 퇴원하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운 것은 물론 그사이 변한 사회에 적응하기도 어렵다”면서 “사회 주변부로 밀려난 환자들이 궁지에 몰려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유병률 1%… 100명 중 1명은 걸릴 수 있어 조현병의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지역, 인종, 문화에 관계없이 1% 정도라고 한다. 우리 주변의 100명 중 1명은 조현병을 앓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조현병 환자들은 “누구나 병에 걸릴 수 있다”면서 “서로 인정하고 돕고 함께 어울려 살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선씨 역시 “동네 아줌마, 아저씨처럼 친하게 지내고 어울릴 수 있는 편한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면서 해맑게 웃었다. 신석철 대표는 “조현병에 대한 벽을 깨려면 범죄자 심신미약 감형에 대한 오해가 가장 먼저 풀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현병 환자 모두를 다 착하고 온순하고 여기고, 무조건 온정적으로 바라봐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범죄자는 범죄자로서 마땅한 처벌을 받게 해 달라는 게 당사자와 지원 단체의 공통된 의견”이라고 전했다.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의 이승훈(34) 활동가는 “조현병에 대해 제대로 알고 많은 사람들이 거부감 없이 당사자에게 접근하려면 일단 서로 만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사자들이 음지에서 나와 많은 이야기를 서로 이야기할 수 있는 장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글 사진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 “金 만나 인사” 파격의 트윗… TV 리얼리티쇼 방불케 한 트럼프

    “金 만나 인사” 파격의 트윗… TV 리얼리티쇼 방불케 한 트럼프

    美 민주 대선주자 TV토론 있던 29일 트위터로 회동 제안 초대형 흥행카드 한 때 “지켜보자” 깜짝 방북 극적 효과 북미 1차 회담 땐 취소 편지 공개 강수 트럼프 재선 레이스 외교 치적 띄우기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상 첫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을 트위터로 북측에 제안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니면 할 수 없는 파격이라는 평가다. 미국 재선 레이스에서 외교적 치적이 필요한 트럼프 대통령이 왕년의 TV 리얼리티 쇼 진행자답게 금요일 밤 황금시간대에 초대형 흥행카드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 중이던 지난 29일 오전 7시 51분 트위터에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포함해 아주 중요한 몇몇 회담을 가진 후에 나는 일본을 떠나 한국으로 갈 것”이라며 “그곳에 있는 동안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비무장지대(DMZ)에서 그를 만나 손을 잡고 인사(say Hello)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트윗은 미국 시간으로 28일 금요일 저녁 6시 51분에 게시됐다. 전날 밤 민주당 대선주자 1차 TV토론의 시청자가 1810만명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판문점 회동과 미중 무역전쟁 휴전 합의가 적절한 정치적 대응 카드가 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기존 정치인들의 관행에서 벗어난 특유의 정치 스타일을 반복해 보여 줬다. 지난해 6월 열린 1차 정상회담 때는 3주도 안 남은 상황에서 백악관 홈페이지에 회담 취소 편지를 공개하는 강수를 던졌고, 올해 2월 하노이 2차 정상회담에서는 초유의 협상 무산을 선택했다. 그간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의 경질 사실을 트위터로 먼저 전하면서 ‘트윗 해고’라는 유행어도 생겼다. 다만 이번에는 경호의 위험이 큰 북미 정상 회동을 북한에 트위터로 직접 제안했다는 점에서 더욱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12년간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를 진행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회동을 한 편의 드라마처럼 연출하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까지 “(북미 정상 회담을) 희망하고 있지만 행정적 절차, 안전 경호문제 등으로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겠다”며 ‘깜짝 방북’의 극적 효과를 끌어올렸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트위터를 통해 결국 결정권자는 자신임을 강조할 수 있고, 트위터는 가볍게 발언했다가 실현되지 않아도 책임을 덜 수 있기 때문에 애용하는 것 같다”며 “아직은 많은 이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에 궁금해하고 끌려가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정치적으로도 도움이 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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