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이종철 삼성의료원 소화기내과 과장(전문의 건강칼럼)
◎식생활 서구화가 주인… 섬유질 섭취 늘려야/하복부 통증·변비·설사·혈변증상땐 의심을
『대변이 연필 굵기로 가늘어지며 대변 누기가 힘들다』거나 『설사를 하는데 피가 묻어 나온다』는등 대변에 이상이 생겨 병원을 찾는 환자가 많다.위에 궤양이나 암이 생기면 명치끝이 아프거나 소화가 안되듯이 대장에 암이나 궤양이 생기면 하복부에 통증이 나타나거나 정상적인 배변습관이 변하여 변비나 설사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하고 대변에 피나 곱똥이 섞여 나오기도 한다.
대장의 종양성 질환은 양성과 악성으로 나눌 수 있으며,대장암이라 하면 대개 악성 종양인 대장의 선암을 일컫는다.이외에 임파종이나 흑색종이 드물게 있다.대장암의 원인으로는 여러가지가 논의되고 있으나,그중 식생활과 가장 관련이 많다.즉 우유,버터,빵,고기 등의 고지방식과 동물성단백질을 주로 섭취하는 서양에서 대장암의 발생빈도가 높은 반면 밥,김치,나물 등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우리나라등 동양인에서는 서양보다 발생빈도가 휠씬 낮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최근 필자가 정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음식물을 먹고 대변으로 배설되는 시간을 측정해본 적이 있는데,평균 24시간 정도면 섭취한 음식물이 대장을 통과하여 대변으로 배설되었다.반면,서양인들은 36시간 내지 48시간 정도 걸린다고 보고되어 있다.서양인에게서 한국인보다 대장암이 많은 이유는 이와같이 암을 유발할 수 있는 물질들이 장내에 오래 머물기 때문으로 설명된다.또 섬유질을 섭취하면 장내 통과시간이 짧아지므로 섬유물질이 대장암의 발생빈도를 낮출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대장암의 증상은 종양의 발생부위,종양의 크기,침윤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다.우측 결장에 대장암이 발생하면 복통이 흔히 나타나며,가끔 혹이 만져지는 때도 있고 설사가 자주 나타난다.이외에 육안으로 관찰되지 않는 소량의 출혈이 지속되어 빈혈증세를 보이기도 한다.반면 좌측 결장에 대장암이 발생하면 대변의 굵기가 연필심같이 가늘어지고 육안으로 식별되는 장출혈이 수반되는 경우가 많다.따라서 우측 결장암의 경우 장출혈이 적어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우리나라에서 장출혈을 호소하는 대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필자가 원인 및 연도별 변화를 조사해본 결과,대장암의 발생은 매년 증가 추세를 보여 1982년에 비하여 1990년엔 2배로 증가하였으며,발생연령은 50대가 가장 많았다.이와같은 증가는 우리문화가 공업화되었고 식생활도 서구화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더욱이,방부제를 사용한 여러 종류의 저장음식이 범람하고 있음도 간과할 수 없겠다.
대장암에서는 암의 전단계 질환이 잘 알려져 있는데,장용종과 궤양성 대장염이 그것이다.장용종의 경우 가끔 장출혈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대개는 증상이 없다.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하기 위해서는 식생활이 서구화되어 대장암의 발생이 증가하고 있다는 시실을 인식하여,설사나 변비등 배변에 이상이 오거나 장출혈이 있는 경우 병원을 찾아 전문의와 상의하는 풍토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