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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美앨라배마 공장을 가다

    현대차 美앨라배마 공장을 가다

    │몽고메리(미국 앨라배마주)글 사진 류찬희 특파원│ 현대차가 자동차 본고장 미국시장에서 쾌속 질주하고 있다. 세계 유력 자동차 메이커들이 고전하는 것과 달리 판매 대수 증가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현지 개발-생산-마케팅-판매-애프터서비스 등 자동차 라이프 사이클 모든 과정을 현지화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앨라배마 주도(州都) 몽고메리에 들어선 현대차 앨라배마공장(HMMA).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전초기지 역할을 하는 곳이다. 2005년 5월 준공 이후 해마다 23만~25만여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성장했다. 쏘나타와 싼타페를 같은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혼류생산)한다. HMMA를 방문한 지난달 26일, 전광판에는 ‘가동률(IPU) 100%’ 사인이 들어와 있었다. ●전 생산과정 로봇으로 움직여 단계별 검수 과정을 빼고는 전 생산 과정을 로봇으로 움직인다. 차체라인의 경우 근로자는 230명인데 로봇은 290대나 된다. 부품을 맞추고 조이고 용접하는 일을 로봇이 알아서 척척 해낸다. 차체 바닥과 지붕, 양옆을 동시에 용접하고 레이저를 이용해 용접 상태를 확인하는 일을 동시에 해내는 만능 로봇까지 갖췄다. 승용차와 SUV차량을 같은 라인에서 동시에 생산(혼류생산)하기 때문에 차체 높이와 형상은 다르지만 로봇이 한번 ‘춤을 추면’ 정확히 부품을 맞추는 모습은 신기하기만 했다. 박순두 차장은 “로봇의 허용 오차는 0.01㎜에 불과하다.”며 완벽한 조립을 자랑했다. 도장라인은 반도체 공장 수준으로 클린룸을 유지하고 있다. 작은 먼지라도 날리면 도장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일반 직원의 출입은 엄격히 제한됐다. 의장 라인은 2만여개의 부품을 조립하는 곳인데 부품이 쌓여있지 않다. 생산 흐름에 맞춰 적당한 양의 부품만 자동으로 입고되기 때문이다. 이 공장의 가장 큰 특징은 엔진 공장을 별도로 갖췄다는 것. 차체와 내부 부품 조립이 끝나면 엔진룸에 들어가는 부품이 일체화된 덩어리로 들어와 조립되고 바퀴와 문짝을 달아 완성차가 된다. 시간당 63대를 생산한다. 내년 2월부터는 신형 YF쏘나타를 생산할 계획이다. 김회일 법인장은 “현대차가 미국에서 인기를 끄는 비결은 뛰어난 품질과 달려가는 사후서비스에 있다.”며 “품질은 자동화된 첨단 생산기술과 종업원들의 손끝 기술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김 법인장은 “제2의 도약을 위해 ‘GQ 3·3·3’전략을 실천하고 지역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히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앞으로 3년 안에 글로벌 품질 경쟁력 3위, 5년 안에 소비자인식도 5위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자부심도 대단하다. 생산 라인에서 만난 리처드는 “HMMA는 다른 자동차 공장과 달리 안정적이고, 임금 수준도 높아 좋은 직장으로 소문나 있다.”며 만족해했다. ●지역경제 발전, 고용확대 공헌 몽고메리는 현대차 유치로 고용확대와 지역경제가 활성화됐다. HMMA에만 3200여명, 모비스 등 1차 부품 공장에 6000여명 넘게 근무한다. 1만여개가 넘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는 없지만 지금까지 단 한 명도 해고하지 않았다. HMMA유치를 계기로 몽고메리는 농업·목축업 중심에서 공업중심 도시로 변화 중이다. 앨라배마주의 적극적인 지원도 따랐다. 공장 옆에 들어선 교육장은 주에서 지어줬다. 공장 근처 도로는 ‘현대 거리’로 이름을 붙여줬다. 지난해 미국 경제성장상을 받은 주지사는 일부러 현대차 공장을 찾아와 기념식을 열 정도로 관심을 기울여준다. chani@seoul.co.kr
  • [데스크 시각] 용문객잔/김문 문화부장

    [데스크 시각] 용문객잔/김문 문화부장

    #장면1 한 영화를 추억한다. 영원한 무협 클래식이다. 세월만큼이나 내공의 깊이가 간단치 않다. 환관과 협객 서소지가 주고 받는 대화 한토막. “서소지가 누구냐?(환관)” “나다.” “건방진 놈이군.” “너한테만.” “무술실력이 대단하다고 들었다.” “좀 하지.” “그렇게 보이지 않는데?” “넌 내시같아 보이는군.” 무림의 고수끼리 맞짱뜨는 가시돋친 상황이지만 재치가 넘친다. 1965년 ‘대취협’으로 무협영화의 새로운 장을 연 호금전 감독이 만든 ‘용문객잔’(1967년)에 등장한다. 이 영화는 1450년대의 명나라를 배경으로 한다. 환관들이 정권을 장악하고 임금의 충신들을 차례로 처단한 뒤 자손들을 용문 밖으로 귀양보낸다. 하지만 후환이 두려워 자객들을 ‘용문객잔’으로 보내고, 자손들을 구하려는 협객들이 몰려들면서 숨막히는 결투가 벌어진다. ‘용문객잔’은 사천성 장강삼협의 용문협 근처에 있는 여관식 주막이다. 영화는 황량한 들판과 흙담집인 ‘용문객잔’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얼핏 보면 촌스럽고 절제된 출연진의 동작으로 영화적 흥미감은 떨어진다. 그러나 결투장면에 깔린 경극음악을 이용해 고도의 시지인(時地人)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또 막강한 적 앞에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충의(忠義)의 로망’을 담고 있다. 객잔에 모인 무림의 고수들, 각기 다르지만 충성과 의리를 연고로 심오한 설정을 해 놓은 것이 매력이다. 여기에 또 하나, 호금전 감독이 ‘후한서’의 내용을 알고 ‘용문객잔’을 만들었다는 상상을 하면 더욱 흥미진진해진다. ‘후한서’의 이응전(李膺傳)에 ‘등용문’이 나온다. ‘士有被其容接者 名爲登龍門’(선비로서 그의 용접을 받는 사람을 등용문이라고 한다)이라는 글과 함께 주해(註解)에 ‘황하 상류에 용문이라는 계곡이 있어 고기들이 많이 모여들었으나 빠른 폭포수 때문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만일 오르기만 한다면 용이 된다.’는 내용을 기록하고 있다. 시공(時空)을 뛰어넘는 특유의 집중력으로 만든 작품이기에 지금도 무협영화의 고전으로 회자된다. #장면2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5월의 비가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지천의 푸름이 더욱 짙어지니 말이다.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이기에 더욱 그랬다. 붉은 장미와 꽃그림 우산을 받쳐든 여인네의 뒷모습은 5월의 신부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는 선배의 집은 천년의 전설을 간직한 용문사 은행나무와 그리 멀지 않은 곳이다. 선배는 몇해 전 이곳에 조그마한 텃밭이 있는 집을 하나 장만했다. 현역에서 은퇴한 뒤 여생을 농부로 살아가기 위해서다. 이곳에서 조촐한 행사가 열렸다. 시문(詩文)과 흙을 사랑하는 10여명이 모였다. 그동안 벼르고 별렀던 ‘용문객잔’ 문패를 다는 날이다. 선배는 워낙 무협영화를 좋아해 1967년 당시 ‘용문객잔’ 포스터까지 어렵게 구해 벽에 붙여놓고 감상할 정도다. 문패가 걸리고 즉흥 세리머니가 이어졌다. 참석자 중 한 사람이 나섰다. “오늘을 위해 칠언율시를 준비했습니다. 여운승우교정후(如雲勝友交情厚)=좋은벗들이 구름같이 모여 우정을 두터이하고, 성해현영의리숭(成海賢英義理崇)=바다를 이룬 어질고 뛰어난 인재들이 의리를 숭상하며…” ‘용문객잔’과 ‘칠언율시’를 안주로 올려놓고 하루종일 웃음꽃을 피웠다. 그 향기는 짜릿했다. 삶이란 이런 것이구나. 다들 ‘국영수’로 치열하게 살아온 사람들이다. 60을 넘거나 바라보는 나이에 ‘예체능’의 행복을 얘기한다. 문득 한 옛 시인이 읊은 시가 떠오른다. 得了愛情痛苦(득료애정통고)=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실료애정통고)=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지혜라는 단어가 찬란한 5월의 비와 함께 새삼 가슴속에 젖어든다. 김문 문화부장 km@seoul.co.kr
  • 鐵, 따스함을 품다

    鐵, 따스함을 품다

    “두렵고 걱정스러웠다.” 서울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에서 회고전 형식으로 12년 만에 국내에서 개인전을 여는 추상 조각가 엄태정(71) 서울대 명예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운을 뗐다. 서울대 조각과에 입학하던 19세 이래로 조각을 벌써 50여년 해왔을 은발의 조각가 발언은 의외였고, 겸손했다. 조각가들은 대체적으로 키가 작고 손과 발이 탄탄해 ‘돌쇠’의 이미지가 많은데, 그는 고고한 학 같았다. 평생을 함께해온 조각은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나에게 조각은 자연과 같이 존재하는 일로, 어떤 선언적 의미도 아니며, 고통스럽고 난해한 일도 아니고, 심오한 진리를 추구하는 일도 아니다.”고 말한다. 육중한 철과 구리, 알루미늄 덩어리로 구성된 자신의 조각을 “인간적인 조각”이라고 부른다. 또 “쇠야말로 경외로운 나의 집 같다.”고도 했다. 그의 작품은 재료의 특성상 무게가 적게 나가도 2톤 안팎으로 어마어마하다. 그런데도 덩치와 재료에 상관없이 ‘인간적인 조각’이라고 느끼게 되는 대목이 적지 않았다. 1960년대 용접으로 이어붙인 철작업에서는 날카로운 고통과 아픔이, 1970년대 동(구리)작업에서는 앙포르멜(Informel) 경향이 나타나며 격정적인 감정들이 드러난다. 한국 추상조각의 1세대인 엄 작가가 추상조각의 길에 들어선 것은 학부시절 김종영·장우성 2인전에서 본 추상작품의 영향이 컸다. 결정적으로는 루마니아 출신의 추상조각가 브랑쿠지였다. 1957년 신문에서 ‘현대조각의 아버지’의 사망소식을 접한 뒤로 미8군 도서관이나 명동 뒷골목에서 팔던 일본의 ‘미술수첩’과 같은 잡지를 뒤적이며 브랑쿠지 추상의 세계를 수집해 나갔다. 그는 브랑쿠지에 관해서 국내에서 가장 많은 자료를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5년 전에는 ‘브랑쿠지 평론집’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성곡미술관 전시에도 브랑쿠지에 대한 오마주를 표현한 작품이 나왔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추상작업에 몰두해온 그는 1967년 철용접 기법으로 제작한 ‘절규’가 국전에서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사실주의 화풍과 조각을 소중히 하던 당시 국전에서 추상조각의 국무총리상 수상은 의외였다. 국전은 그 뒤로 구상과 추상을 분리해 수상하기로 결정한다. 그가 기준을 만든 격이 됐다. 그는 “모더니즘, 앙포로멜, 80년대 민중미술 등이 대두할 때마다 고민이 많았다. 혼란스런 시절이고, 중심을 못잡고 방황했다. 어떻게 작업을 해야 할까 하고”라면서 “80년대 초반까지 그 혼란이 지속됐지만, 나는 성향상 조용히 작업하는 스타일이라 예술이 도구로 사용되는 흐름에는 끝내 가담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1981년 영국에서 작업을 하던 중 서울대 교수에 임용돼 귀국했다. 그가 두고두고 아쉬워하는 대목이다. 만약 임용에 응하지 않고, 영국에서 작업을 계속했더라면, 중간에 교수를 그만두었더라면…. 그는 추상조각의 본질에 대해 “시간과 공간의 신비롭고 아름다운 관계를 표현하고 추구하는 것”이라고 하면서 “조각에서 이것저것 다 들어내고 보니 더욱 미니멀하고 기하학적인 작품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더욱 자유스러움을 느꼈으며 조각을 놓은 공간과의 관계에서 거듭 “겸손하고 싶다.”고 말했다. 늘 따라다니는 좌대가 없이 그의 조각작품이 바닥에 놓여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군더더기를 덜어내며 깊이 있는 사유를 기하학적으로 드러내지만, 사유의 기반은 논픽션 소설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 읽은 책은 파키스탄 자치구에 학교를 세우는 일을 하는 미국인의 이야기를 그린 ‘세잔의 차’, 아프가니스탄을 배경으로 두 아이들의 우정의 깊이를 보여주는 ‘연을 쫓는 아이’, 아프가니스탄의 두 여인의 굴곡진 삶을 담은 ‘천개의 찬란한 태양’ 등등. 2005년 독일의 게오르크 콜베 미술관에서 전시를 열기는 했지만, 국내 개인전은 1997년 갤러리 현대 개인전 이후 12년 만이다. 2004년 서울대 조소과 교수에서 은퇴하고 경기 화성 작업장에서 내성적인 성격만큼이나 조용하게 홀로 조각 작업을 즐겨온 그의 신작을 중심으로 예전 대표작까지 보여 준다. 1967년 국무총리상을 수상한 ‘절규’ 등 2점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빌려와 전시한다. 독일 총리실에서 소장한 ‘유니피케이션(통합)’이라는 구리 소재의 작품도 출품했다. 악덕 상인이 가져가 20년 넘게 돌려받지 못했던 앙포르멜 계열의 작품 2점도 있다. 이번 전시에서 1990년대부터 먹으로 해오던 드로잉은 물론 물감까지 사용한 평면 회화작품을 처음으로 선보인다. 조각 26점과 드로잉 26점 등을 미술관 전관에서 볼 수 있다. 6월28일까지. 입장료는 3000~4000원. (02)737-7650.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4) 두번째 인생 ‘실버 재취업’

    [아름다운 노후를 위하여] (4) 두번째 인생 ‘실버 재취업’

    통계청에서 매달 발표하는 취업관련 통계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취업자는 지난 3월 기준 255만 7000명이다. 모든 연령을 합친 총 취업자가 2311만명이니 현재 직업을 갖고 일하는 인구의 약 10분의 1은 60세 이상 노인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일하고자 하는 노인들의 열망은 거세다. 생계를 위해 돈을 벌고 싶어하는 노인뿐만 아니라 사회 참여를 원하거나 소일거리를 찾는 노인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재취업은 만만하게 볼 문제가 아니다. 지난 3일 서울 노원구청에서 열린 ‘노원취업박람회’ 현장의 한 코너에는 노인들이 줄을 길게 서 있었다. 취업상담과 함께 직접 업체에 취업연결을 해달라는 문의가 이어졌다. 그러나 노인 근로자를 원하는 업체는 무가지 신문을 배포하는 회사 두 곳뿐이었다. 108명의 노인이 취업을 원했지만 이날 취업에 성공한 이는 단 1명뿐. 노원구청 사회복지과 이혜영씨는 “취업박람회 이후에도 노원노인종합사회복지관과 연계해 취업을 도와 주고 있지만 노인을 원하는 업체가 적어 취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일자리 질보다 소속감 주위를 둘러보면 노인들이 도전할 수 있는 일자리는 다양하다. 일자리 수도 과거에 비해 점점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취업한 노인의 일자리 형태를 들여다 보면 대부분 단순 노무직에 그친다. 따라서 일자리의 질에 실망해 도전을 미루는 노인이 많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딱히 생계를 책임져야 할 수준이 아니라면 너무 큰 기대는 버려야 한다고 지적한다. 직장에 나가 일을 하면서 동료들과 함께 지내는 것만으로도 ‘내가 사회 구성원이다.’라는 소속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가족부가 지원하는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공공근로’ 적인 성격의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1~3월까지 전국 각 지역의 노인 단체나 지자체를 통해 접수해 일자리를 제공해 준다. 연중 수시로 구직자를 모집하고 있다. 일자리의 종류는 다양하지만 공익형 사업이 주를 이룬다. 이 중 요즘 인기 좋은 대표적인 자리가 ‘문화재지킴이’다. 숭례문 전소 이후로 크고 작은 문화재 안전 사고가 발생하자 부상한 직종이다. 그 외에도 하교길을 순찰하고 환경미화도 함께 하는 ‘어린이안전보호’나 맞벌이 부부를 대신하는 ‘급식지도사’ 등의 직종도 있다. 다만 이런 일자리의 대부분은 한달에 약 20만원 수준의 용돈벌이에 그친다. 업무량이 많지 않아 부담은 적다. 일주일에 3회, 3시간 정도만 근무하면 된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윤정임 대리는 “돈을 많이 벌려는 욕심보다는 사회 참여를 하면서 돈도 번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블루오션을 노려라 생계를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해서 전혀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의 강도는 공공근로보다 훨씬 세다. 수요가 가장 많은 직종은 경비, 가사도우미, 주차관리, 골프장 잔디관리 등이다. 이런 직업은 직접 취업소개소를 방문해 구할 수도 있지만 대한노인회 등 노인관련 단체를 통해 알선받을 수 있다. 주 5, 6회 일하면 한달에 적게는 8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 손에 쥘 수 있다. 최근 부상하고 있는 골프장 조경 관리 환경미화 일은 그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는다. 좀 더 특이한 직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면 교육 관련 직업이 적당하다. 노인의 연륜을 활용해 할 수 있는 일이 대부분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한자나 역사를 가르쳐 주거나 다도·생활예절을 익히게 하는 기초교육직이 유망직종으로 떠오르고 있다. 노인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인기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쪽에서도 좋아한다. 결혼전문업체에서 일자리를 알선하는 ‘전문주례사’도 있다. 이런 직업들은 본인의 지식과 연륜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주로 은퇴를 앞둔 공무원이나 교사 생활을 했던 노인들에게 알맞다. 돈보다 사회참여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면 ‘노()-노()케어’에 도전해 볼만 하다. 노인이 노인을 돕는 봉사활동 개념의 일자리다. 각종 지자체에서 알선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청의 경우 ‘노-노 상담사’라는 제도를 운영해 갖가지 고민을 상담해 주는 일을 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노인들을 방문해 거동을 도와 주고 말벗을 해주는 일이다. 수입은 민간직에 비해 적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것 같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고소득 취업 빙자 ‘사기’ 주의 노인 구직자를 찾는 민간업체는 60세 이상~70세 이하를 주 고용대상으로 삼는다. 70세 이상은 건강이나 안전상의 문제를 염려해 꺼린다. 70세 이상인데 일을 하고 싶다면 공동작업장의 문을 두드려 보자. 대한노인회에서 전국의 경로당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사업이다. 경로당에서 노인끼리 둘러 앉아 대화를 나누며 일을 할 수 있다. 과거 주부들이 하던 부업 수준의 일감이라고 보면 된다. 부채 마무리 작업, 면도기 포장, 문구류 포장 등이 주를 이룬다. 다만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취업 사기는 조심해야 한다. ‘하루 2, 3시간 일하면 월 200만~300만원의 임금 지급’ ‘단순노무직에 월급여 400만원 제공’ 등의 과장된 광고문구는 취업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또 특별한 사무실 없이 작은 광고지에 개인 전화번호를 남겨 일자리를 알선한다고 하면 주의할 필요가 있다. 개인투자와 관련된 직업도 마찬가지다.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심은덕씨는 “노인회나 시니어클럽에 문의하면 사기를 피하고 적성과 상황에 맞는 직업과 관련된 설명을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영기자 min@seoul.co.kr ■ 내 재취업 도와줄 곳은 어디 지자체 취업알선센터, 맞춤형 일자리 상담 은퇴자나 고령자가 일자리를 찾으려고 해도 물어볼 곳이 마땅치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그럴 때는 고령자에게 특화된 일자리 알선기관만 알면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서울에 거주한다면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5층에 위치한 ‘서울시 일자리플러스센터’에 우선 문의해 보는 것이 좋다. 전체 17명의 전문상담사 중 5명은 고령자 전담상담사다. 지난 1월에 처음 설치돼 3월까지 약 500명의 60세 이상 고령자가 이곳을 통해 취업했다. 전화상담(1588-9142)이 가능하고, 개인 상황에 맞는 일자리를 구해 준다. 각 지자체에도 상담센터가 있다. 서울 19개구 고령자취업알선센터가 연계된 ‘서울시 고령자취업알선센터(http://www.noinjob.or.kr)’를 비롯해 각 시·도 복지관과 연계된 ‘시·도 노인복지센터’가 노인 고용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가까운 복지관을 찾으면 무료로 취업알선과 상담을 해 준다. 민간단체로는 한국시니어클럽협회(www.silverp-ower.or.kr), 대한노인회 취업지원센터(www.koreapeople.co.kr), 노사공동재취업센터(www.new-job.or.kr) 등이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http://www.kef.or.kr) 고급인력정보센터에서는 10년 이상의 관리직·전문직 경력자의 구인 구직을 알선하고 있다. 재취업 교육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산업인력공단은 최근 노동부의 ‘고령자 뉴스타트 프로그램’ 위탁계약을 체결하고 50세 이상 고령자들에게 일정기간 직무훈련과 현장연수를 통해 재취업을 지원키로 했다. 훈련과정은 ▲특수용접 ▲조경(원예) ▲측량보조 ▲급식조리 ▲장례지도 ▲자동차판금도장 ▲실버웃음코디 ▲전통공예 ▲요양보호 등 19개다. 다음달부터 지역 폴리텍 대학과 직업전문학교에서 교육이 진행된다. 교육훈련 비용은 전액 국고로 지원되며, 프로그램 참가자에게는 교육 기간 교통비와 중식비 명목으로 매월 20만원의 훈련수당이 지급된다. 정현용기자 junghy77@seoul.co.kr ■ 은퇴 뒤 ‘인생 2막’ 연 사람들 어린이집 실버강사로 이젠 ‘평생 선생님’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에 사는 강정자(65·여)씨는 어린이집 ‘실버강사’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35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로 지낸 강씨는 “정년 퇴임 후 연금으로 집에서 편하게 살려고 마음먹었지만 끓어오르는 교사의 피는 어쩔 수 없었다.”면서 최근 재취업을 선언했다. 강씨는 가까운 노인취업센터를 찾아 구직 등록을 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재취업에 성공했다. 공무원 연금으로 생활비 걱정은 없어서 받는 급여 모두 아이들 간식과 책 사주는데 쓴다는 강씨는 “교사로 처음 발령받았을 때 평생 교육계에 몸 담겠다고 마음 먹은 꿈을 이뤄 정말 행복하다.”고 말했다. 인천 부평구 부평동에 사는 조상철(62)씨는 치과 기공소에서 일하고 있다. 대기업 상무로 정년퇴직한 조씨는 퇴직 후 아파트 경비로 2년 일을 했지만, 낮과 밤이 바뀌는 생활이 마음에 들지 않아 그만두고 다시 구직활동을 시작했다. 취업지원센터에 취업등록을 한 조씨는 등록한 지 한 달여 만에 치과 기공소에 취업하게 됐다. 전문적인 기술은 없었지만 꼼꼼한 성격 탓에 손쉽게 관리직 업무를 얻을 수 있었다. 더군다나 담배와 술을 전혀 하지 않아 직장에서도 인기가 많다고 했다. 조씨는 “노후 취업의 성공 전략은 경력관리와 건강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 사는 최병준(56)씨는 은행 부지점장까지 승진했다가 2005년 명예퇴직했다. 최씨는 직장을 잃고 나서 한동안 방황했다. 인터넷 구직사이트를 뒤적였고, 주변 지인에게 일자리를 수소문했다. 그러던 중 마음을 다잡은 그는 자기가 다녔던 회사에 과감하게 원서를 냈고 경력을 인정받아 재취업됐다. 업무는 은행 내부 감사, 서류 감정 등 보통 지점장급들이 하는 일이었다. 연 단위 계약직이라 1년 후 재계약에 실패하면 다시 백수가 될 처지였지만 그는 “과거 부지점장 시절 때의 권위의식은 버렸다. 신입사원처럼 열심히 일해 올 6월에 있을 재계약을 반드시 성사시키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영준기자 apple@seoul.co.kr
  • 21~24일 창원서 용접기술전

    경남도는 21~24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제13회 한국국제용접기술전을 개최한다. 서울을 제외한 지방에서는 처음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세계 7개 나라에서 107개 업체가 참가한다. 용접기기분야에 66개사 242개 부스, 절단기분야에 14개사 102개 부스, 보조장비·기자재·검사시험·안전용품 분야에 27개사 77개 부스 등이 마련된다. 전시회 기간에 용접분야 전문가 300여명이 모여 용접기술의 발전방향 등을 토론하는 용접·접합학회 춘계학술대회를 비롯해 세미나, 신제품 및 신기술 발표회 등도 개최한다.창원 강원식기자 kws@seoul.co.kr
  • 美 꽃동네 총격 용의자 한인교포 잡혀

    미국 캘리포니아주 테메큘라의 한인 천주교 피정의 집 총격 사건의 용의자 정모(69)씨가 8일(현지시간) 경찰에 붙잡혔다. 이번 사건으로 1명이 사망하고 용의자를 포함해 4명이 부상당했다고 AP통신 등이 9일 보도했다.인근 주민들은 피정의 집 내 자원봉사자들 사이의 불화로 인한 우발적 사고였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민 척 오언스는 로스앤젤레스(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씨는 매우 근면했지만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다고 느꼈다.”면서 “피해자들과 사적인 충돌이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찰 관계자는 “아직 내부에 다툼이 있었다는 증거를 갖고 있지 않다.”면서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임을 밝혔다.정씨는 LA 외곽지역에서 살다가 1년 전에 ‘꽃동네 피정의 집’으로 이사와 자원봉사자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용접공이었던 그는 피정의 집에서도 용접과 집 수리 등을 맡았다. 하지만 지난 7일 정씨는 평온했던 종교 공동체를 피로 물들였다. 오후 7시20분쯤 정씨는 피정의 집 내 간이주택에 머물던 자원봉사자 윤모(58)씨 부부를 권총으로 쏴 윤씨 부인이 숨지고 남편 윤씨가 가슴에 중상을 입었다. 그는 곧바로 인근 간이주택의 또 다른 자원봉사자 김모씨 부부를 공격했다. 김씨 부부는 정씨에게 저항해 격렬히 싸우다 큰 부상을 입었다.안석기자 ccto@seoul.co.kr
  • 머릿속 엉뚱한 상상력 세상 속으로

    머릿속 엉뚱한 상상력 세상 속으로

    인간의 머릿속에는 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손오공이 올라타던 구름 속에는 엔진이 들어있지 않을까. 이런 얼토당토하지 않는 몽상은 대여섯 살 철부지 어린이들의 한여름 꿈결에서나 찾아볼 수 있다고 치부하면 오산이다. 서울 안국동 사비나 미술관에서 5월10일까지 열리는 조각가 성동훈의 ‘머릿속의 유목’은 이런 엉뚱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한 조각을 선보이는 전시다. 전시 제목처럼 어린 시절 상상하며 뛰어놀던 생각들을 조형적으로 표현해 낸 것이다. 이를테면 주전시 작품인 ‘머릿속으로’는 이스터섬 대형 얼굴 석상같이 생긴 높이 235㎝, 가로 145㎝의 대형 콘크리트 얼굴이다. 사람이 다가가면 반으로 쪼개져 열리면서 머릿속을 보여주는 인터랙티브 작업. 그 머릿속에는 뇌혈관 같은 전선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스텔스 전투기, 돼지와 호박, 산 위의 거북이, 다산의 여신으로 밀렌도르프 비너스, 열차 등이 돌아다니고 있다. 전투기는 전쟁과 폭력의 역사를, 여신은 종교와 미학의 증거로, 돼지나 호박은 먹고 마시는 일상생활의 편린을 설명하는 표상들이다. 센서를 눈에 부착하고 공기유압기를 이용해 사람이 다가서면 머릿속을 공개하도록 했다. 머릿속을 관찰하는 유효시간은 30초. 무게가 500㎏으로 지게차에 실려서 전시장으로 들어온 대형 작업이다. 굵은 철사를 코일처럼 말아 용접하고, 그 용접한 표면을 글라인더로 매끈하게 갈아낸 조각 ‘구름 속으로’는 가로로 열린다. 구름 속에는 역시 전투기와 돌부처의 머리가 놓여 있다. 다만 이번엔 돌부처의 머리는 열리지 않는다. 폭력과 평화를 상징하고 있다. 성 작가는 특유의 철사 용접 조각으로 만든 4m 높이의 나무와 커다란 개미를 배치한 ‘비밀의 정원’을 만들어 놓기도 했다. 개미들의 몸체가 열려 있다. 성 작가는 “개미들의 몸을 열면, 파란 잔디가 숨어 있을 것 같다.”고 했는데 그런 상상력을 고스란히 작품을 통해 전달받을 수 있다. ‘돈키호테 작가’로 국내외에 알려진 작가는 9년 만에 ‘돈키호테 2009’ 신작도 내놓았다. 신혼의 즐거움을 표현하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돈키호테는 추락한 전투기와 폐기된 헬기 등 잔해를 재구성해 만들었다. 다만 돈키호테의 애마(愛馬)인 로시난테를 애우(愛牛)로 바꿔 놓았다. 유목민족과 관련이 깊은 말 대신 농경민족과 관련 깊은 소를 차용했다. 하지만 소는 길들여진 농경소가 아니라 로데오 시합을 연상시키듯 꿈틀대고 있다. 소를 통해 본성을 찾아가는 십우도를 차용했다는 설명이다. 신혼의 즐거움이 어떻게 이번 작품에 드러났을까. 화려한 꽃들로 온몸을 장식한 날뛰는 소는 기쁨으로 날뛰는 듯하다. 과거 그의 돈키호테를 본 사람들은 소의 그 날뛰는 강도가 9년 전보다 현저하게 낮아져 순해지고 예뻐졌다는 평가도 내놓았다. 여성의 성기와 도발적인 다리를 연상시키는 새빨간 의자도 아주 인상적이다. 높아서 올라가 앉기 힘들지만 일단 앉으면 편안한 것이 현실과 이상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이번 작업은 조각가의 10번째 개인전으로 19년 작업을 결산한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작가는 대형 머리나 구름, 돈키호테, 안과 밖,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 인공과 자연 등이 공존하는 인간들의 다양한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꾸며놓았다. 일테면 이스터 섬의 두상 같은 대형 머리는 과거이자 밖이고, 머릿속은 표상들은 현대인의 모습이자 안이다. 철사와 콘크리트가 사용된 작업들은 남성적이고 강인한 맛이 난다. 성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전환점으로 삼아 철사 용접 작업에서는 은퇴한다. 그의 희망대로 10여년 뒤에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나무를 깎으며 살 수 있을지는 미지수. 그는 오는 7~8월 오스트리아의 시립 전시공간인 빈 쿤스트하우스가 여는 특별전에 한국 건축가와 함께 참여한다. 9월에는 ‘국제사막예술프로젝트’를 몽골의 고비사막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사막예술프로젝트란 작가들이 사막에서 먹고 자면서 자갈, 바위, 나뭇가지 등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작품을 만들고 이를 다큐멘터리 영상과 사진으로 남기는 프로젝트다. 성 작가가 주도해 2006년 미국의 사막에서 진행됐다. 성인 2000원. (02)736-4371. 문소영기자 symun@seoul.co.kr
  • 울산 산업단지 ‘황사 비상’

    봄철 불청객 황사가 본격 시작되면서 울산지역의 산업 생산시설에도 비상이 걸렸다. 최근 황사는 모래뿐 아니라 중금속을 함유해 첨단 정밀 기계와 계측기, 도색작업 등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17일 울산지역 산업계에 따르면 황사가 지난달 20일 처음 발생한 이후 16, 17일 이틀간 계속되자 생산 제품의 피해를 줄이려고 안간힘을 쏟고 있다. 특히 올해는 58년 만에 최악의 가뭄이 중국 북부 지역을 강타해 예년보다 황사가 일찍 시작된 데다 기간도 길어질 것으로 보여 산업계를 더욱 긴장시키고 있다. 조선업계는 건조 중인 선박의 외부 도색작업을 비롯해 독 조립, 용접 등 야외 작업에 피해가 우려됨에 따라 일시 작업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자동차 내장 신소재 부품과 정밀기계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도 황사로 인한 불량품 발생을 막기 위해 생산시설 내 공기정화 필터를 수시로 교체하고 있다. 여기에다 생산시설 주변을 물로 씻는 횟수도 점차 늘리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밀부품 생산 공정이 모래와 중금속 먼지로 이뤄진 황사에 노출될 경우 불량률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기업체들은 황사 피해를 줄이기 위해 봄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올해는 예년보다 더 잦아질 것으로 보여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PDP와 LCD 등을 생산하는 업체들은 황사 발생 기간에 외부의 공기를 이중삼중으로 차단하는 한편 작업장을 출입하는 근로자들의 몸에 묻은 미세먼지를 제거하는 에어 샤워기 가동 시간을 평소보다 1~2배가량 늘리고 있다. 울산 박정훈기자 jhp@seoul.co.kr
  • 고교 재학중 공인자격증 33개 취득

    고교 졸업을 앞둔 한 학생이 재학기간 중에 역대 고교생 최다인 33개의 공인자격증을 취득해 화제가 되고 있다. 경북 포항의 포항제철공고는 재료기술과 3학년 최진하(19)군이 재학기간 전공 계열에서 열처리기능사 등 11종을 비롯해 비전공분야(특수용접기능사 등) 7종, IT분야(워드프로세서 1급 등) 10종, 국제공인자격증(MOS 등) 5종 등 총 33종의 자격증을 취득했다고 6일 밝혔다. 최 군의 기록은 지난해 같은과 1년 선배인 유병연(한국기술교육대 1년) 군이 갖고 있던 23개 자격증 기록을 크게 뛰어 넘은 것이다. 경북 구미 소재 삼성코닝에 취업이 확정된 최 군은 “자격증 취득을 위해 방학 중에도 쉬지 않고 기술을 연마했으며 직장에서도 열심히 노력해 최고 전문가로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포철공고는 올해 졸업예정자 206명이 1인당 평균 5.83종의 각종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졸업생 전원이 포스코·삼성전자 등 대기업에 취직되거나 대학진학이 확정되는 성과를 올렸다. 포항 김상화기자 shkim@seoul.co.kr
  • [용산 철거민 강제진압 참사]참사 키운 망루는

    용산 참사의 현장은 철거민들이 ‘망루(望樓)’라고 부르는 가설물이다. 이곳에 보관하고 있던 시너 등 각종 인화성 물질이 폭발 또는 화재가 발생하면서 희생자가 많았다. 망루는 통상 철거민들이 철거촌 건물의 옥상에 5m 이상 높이로 짓는 구조물을 말하며 철거민 사이에서는 ‘골리앗’으로 불린다. 철거민들은 장기농성을 위해 망루를 짓는데 아래층에 경찰이나 철거반원 등이 진입하더라도 위층에서 계속 농성할 수 있도록 여러 층으로 설계된다. 철거민들은 망루 안에 시너, 휘발유, 액화석유가스(LPG) 통 등 발화 위험물질을 쌓아놓고 경찰의 접근을 차단하는 것을 저항 수단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망루가 일단 지어지면 붕괴나 인화물질 발화 등의 위험으로 섣부른 진입이나 진압이 어려워져 농성이 장기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게 경찰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54일간 장기농성을 벌였던 지난 2005년 경기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W빌라 현장에도 망루가 지어졌으며 당시 망루 안에는 휘발유 등 다량의 인화물질이 비치돼 있었다. 이번에도 농성자들은 건물을 점거한 19일 오전부터 망루를 짓기 시작했고 경찰이 물대포를 쏘며 방해했지만 같은 날 오후 6시쯤에는 설치를 완료했다. 농성자들은 망루를 만든 뒤 바깥 부분을 파란색 함석판으로 둘러싸고 지붕까지 얹어 집처럼 보이게 했으며 골격을 단단히 하려고 내부 용접까지 했던 것으로 목격자들은 전했다. 용산경찰서는 이날 낮 1차 브리핑에서 “컨테이너 박스를 3개 쌓아올린 3층 구조로 돼 있었다.”고 망루 구조를 밝혔지만 일반적인 컨테이너 박스였다면 큰 불이 난다고 순식간에 무너져 내릴 리 없다는 점에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반면 서울지방경찰청 김수정 차장의 2차 브리핑 때 경찰특공대 신윤철 1제대장(경감)은 “각 파이프로 공사장 비계처럼 만들어놨고 3개 층으로 돼 있었다. 각 층의 바닥이 어떤 재질로 돼 있는지는 어두워서 확실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전국철거민연합 측은 망루 내부의 각 층을 구분하는 바닥 재료는 합판 등 화재에 취약한 재질로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김민희기자 haru@seoul.co.kr
  • [용산 철거민 강제진압 참사]‘컨테이너 특공대원 투입’ 왜

    지상 4층짜리 건물 옥상에는 40명의 철거민들이 시너통과 휘발유 등 각종 휘발성 물질로 무장한 채 경찰의 진압에 대비하고 있었다. 옥상으로 통하는 문도 열지 못하도록 용접해 놓은 상태였다. 이 때문이었을까. 경찰은 20일 오전 6시45분 사고현장에 10t짜리 기중기를 이용, 컨테이너 박스 2개를 옥상으로 바로 투입하는 진압작전을 펼쳤다. 컨테이너 안에는 대테러 임무를 전담하는 경찰특공대원 13명이 있었다. 하지만 이 작전은 동료대원 1명을 포함, 6명의 목숨을 앗아가 과잉진압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찰은 당시 상황을 들먹이며 억울해한다. 농성자들이 옥상 입구를 용접해 진입통로가 원천봉쇄된 데다 농성자들의 화염병 세례를 뚫고 병력을 안전하게 투입하려면 옥상으로 직접 진압 부대를 올려 보낼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특공대를 선택한 것도 상황이 그만큼 위중했기 때문이었다고 했다. 관계자는 “경찰특공대는 인질, 총기, 폭발물 및 시설 불법점검, 난동 등 중요 범죄 예방과 진압을 위해 운영되는 것으로 고공 점거농성이나 화염병 투척 등 과격시위 현장에도 동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점거농성 현장에 컨테이너에 탄 경찰특공대를 투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경찰은 2005년 6월 무려 54일간 계속된 오산 세교택지개발지구 철거민 농성 현장에도 컨테이너 전술을 사용, 진압에 성공한 바 있다. 당시 철거민들은 장기농성으로 체력은 물론 화염병 등의 무기가 완전히 고갈된 상황이었다. 그만큼 진압작전의 성공 가능성이 높았다는 분석이다. 반면 이번에는 철거민들이 농성에 돌입한 지 불과 하루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이어서 경찰의 판단력 착오라는 비판이 거세다. 힌편 지난해 촛불집회 때에도 경찰은 컨테이너 박스로 이른바 ‘명박 산성’을 만들고 특공대를 투입, 시위대를 해산해 과잉대응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장형우기자 zangzak@seoul.co.kr
  • 김포·인천 시민들 이틀째 단수

    수도권을 강타한 기습 한파로 지난 11일 동파된 서울 풍납취수장과 김포·인천지역 정수장을 연결하는 수돗물 원수(源水)관로에 대한 복구작업이 늦어지면서 김포·인천지역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또 호남·제주지역에서는 강추위 속에 폭설이 내리면서 일부 교통이 두절되고 잦은 자동차 접촉사고가 발생했다. 12일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와 기상청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부터 수돗물 공급이 끊긴 경기 김포시내 7만 가구와 인천 서구 연희동·심곡동·공촌동 검단 일대 8000가구 주민들이 이틀 동안 큰 불편을 겪었다. 복구공사는 이날 오전 8시까지 끝낼 예정이었으나 서울 등촌동 원수관로 복구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13일 이른 아침까지 단수 사태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하루 동안 서울에는 30여건, 인천은 3건 등 수도관 계량기 동파사고가 접수됐다. 상수도사업본부 관계자는 “원수관로의 파열된 부분이 용접하기 어려운 곳이어서 복구시간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9일부터 호남 전역과 제주 일부 지역에 내린 눈으로 시외버스와 항공기, 연안 여객선의 일부 운항이 중단됐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적설량은 정읍 26.5㎝, 광주 7.7㎝, 영광 9.5㎝, 부안 5.5㎝, 순천 5.3㎝, 목포 3㎝ 등이다. 김학준 한준규기자 hihi@seoul.co.kr
  • [부고]

    ●유형상(자영업)권상(관세사)종상(국민은행)용상(광주 미래아동병원 원장)호상(코트라 밴쿠버KBC센터장)기상(여수 충무고 교사)씨 모친상 6일 전남대병원, 발인 9일 오전 8시 (062)220-6981 ●김재년(고려대 노동조합지부장)씨 부친상 6일 청주 참사랑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43)286-9529 ●이재홍(자영업)재광(공무원)경화(학원 강사)경자(공무원)씨 부친상 백종현(영남일보 구미담당 차장)이상헌(대우일렉트로닉스 과장)씨 빙부상 6일 경북 구미 순천향대병원, 발인 8일 오전 8시 (054)464-4444 ●심현각(가락고 교감·전 서울시교육청 중등교육정책과 장학사)씨 빙모상 6일 고대안암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30분 (02)921-2899 ●김주호(전 대한석탄공사 소장)씨 별세 기영(이민법무사)기혁(우송대 교수)씨 부친상 정혜원(유니월드유학이민 원장)류란(우송정보대 교수)씨 시부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9시 (02)3010-2237 ●김영훈(재미 의사)영식(전 한국전력 부처장)영인(계명대 교수)영우(무역협회 연구위원)씨 부친상 6일 서울아산병원, 발인 8일 오전 7시 (02)3010-2293 ●권영기(안동과학대학장)씨 별세 6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8일 오전 6시 (02)3410-6914 ●박지웅(헤럴드경제 부동산팀 기자)현정(강남 심포니오케스트라 단원)씨 부친상 7일 삼성서울병원, 발인 9일 오전 9시 (02)3410-3153 ●오상훈(SK증권 리서치센터장)씨 부친상 7일 서울대병원, 발인 9일 오전 7시 (02)2072-2018 ●이민선(전 나주다시농협 조합장)씨 별세 헌(공인노무사)윤헌(약사)강옥(마켓비젼 부사장)씨 부친상 옥형(지식경제부 사무관)계형(한국건설품질연구원 대리)계유(모락스)계택(오뚜기)씨 조부상 6일 서울 보라매병원, 발인 9일 오전 5시 (02)870-2977 ●강일규(대전 관저고 행정원)재규(안면도꽃박람회조직위윈회 대변인)상규(한국경영자총협회 연수개발팀장)선화(대전 전자디자인고 교사)씨 모친상 이광영(한국표준과학연구원 행정원)씨 빙모상 7일 대전평화원, 발인 9일 오전 6시 (042)250-9513 ●채숭용(주한 미군 공보처)씨 모친상 희창(세계일보 사회부장)씨 조모상 이민형(경북대 명예교수)이현래(대구교회 목사)김준희(호명기업 사장)씨 빙모상 7일 대구 동아메디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10시 (053)784-6973 ●김봉수(군인공제회 C&C 팀장)씨 부친상 7일 원주장례식장, 발인 9일 오전 6시 (033)747-0909 ●박준원(아워홈 대표이사 사장)씨 빙모상 7일 미국 뉴욕 퀸스 플러싱, 발인 9일(현지시간) (02)2175-4132,4305 ●문성호(광민기업 용접단장)씨 부친상 박용규(삼성테크윈 생산기술과장)장상국(신포항농협 송라지점 차장)씨 빙부상 문정화(대구일보 서울본부 정치팀장)씨 오빠상 7일 마산의료원, 발인 9일 오전 9시30분 (055)249-1402
  • [2009 산업현장 희망을 쏜다] 현대중공업

    [2009 산업현장 희망을 쏜다] 현대중공업

    “올해는 수주 실적이 늘고 망치질 소리가 더 크게 울려 ‘한국 경제호’의 순항에 큰 보탬이 됐으면 합니다.” 기축년(己丑年) 새해를 하루 앞둔 31일 오후 울산시 동구 현대중공업.180만평 부지의 이곳 일터엔 4만 5000명의 근로자들이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가 넘쳐났다.겨울 칼바람은 물론 최악의 경기한파조차 저만치 밀어낸 듯 보였다. 건조 작업이 한창인 수십층 빌딩 높이의 선박들 옆면에서는 ‘파지직∼파∼팍’ 귀를 째는 용접소리와 ‘쿵쾅’ 망치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하늘 높이 솟은 세계 최대 1500t급을 비롯한 갠트리크레인(Gantry Crane:일명 골리앗크레인)들 사이로 ‘윙윙∼’ 굉음들이 쏟아졌다.후판(조선용 철판) 등 원자재를 가득 실은 지게차와 트럭 수백대는 쉴 새 없이 작업장 이곳저곳을 질주했고 근로자들의 손놀림도 쉴 틈이 없었다. 조선 산업은 우리 경제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수출 및 일자리 창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며 든든한 버팀목이 돼 왔다.그러나 지난해엔 미국발 금융위기와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수요 급감으로 중소 조선업체들이 줄도산하는 등 어느 때보다 힘든 시기를 보냈다.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이른바 국내 ‘빅3’ 업체들의 지난해 수주 실적도 목표대비 80%에 그칠 정도였다.올해 조선 경기는 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출 늘려 한국경제 순항에 버팀목” 그러나 세계 1위를 고수하는 현대중공업 작업장에는 여유가 배어 있었다.이미 3년치 이상 일감을 확보해 크게 걱정이 없다.지난해엔 102척의 선박을 수주해 세계 최다 기록도 갈아치웠다.정재헌(55) 상무는 “지난해 조선 등 6개 사업부문 매출은 연초 목표대비 1조원 늘어난 19조 6000억원을 달성했으며 올해도 20조원 이상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는 게 목표”라면서 “4~5년내 태양광 및 풍력 발전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매출도 5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자신했다. 근로자들의 얼굴에도 위기감보다는 새해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했다.선박 블록(배의 뼈대)조립을 지휘하던 김영대(52)반장은 “지난해 각고의 노력 끝에 선박 블록 크기를 15m에서 20m로 늘려 공장 회전율을 높인 것이 최대 성과”라고 밝게 웃었다.그러나 지난해 경제위기 등 외부환경 악화를 떠올리자 이내 표정이 어두워졌다.특히 그는 “자동차 업계가 최악의 위기에 빠지면서 현대자동차 부품업체에 함께 근무하는 딸과 사위의 시름이 깊어졌다.”고 안타까워하면서 “내년엔 경기가 풀려 딸 내외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났으면….”하고 소망했다. “균형 맞춰 올리고…OK!” ‘골리앗’ 밑에서 무전기로 쉴 새 없이 지시를 내리던 장영석(55)씨는 짬을 내 형과 동생들을 만났다.장영권(57)·영만(48)·영훈(46) 씨 등 네 형제는 현대중공업에서 20년 이상 함께 근무하며 봉사활동도 하는 등 우애를 다지고 있다.이들은 “외환위기 때도 모든 근로자들이 힘을 합쳐 난국을 헤쳐나갔듯이 새해엔 배 한 척이라도 더 만들어 경제위기를 기회로 승화시키도록 더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외환위기도 넘겼는데… 새 각오 다져 형 영권씨는 “최근 C&중공업이 쓰러지는 것을 보니 새해엔 현대중공업뿐 아니라 다른 기업들이 모두 잘돼서 우리 경제 부활에 일조했으면 한다.”며 구슬땀을 훔쳤다.그는 “대학 4학년이 된 막내아들이 한시도 취직 걱정을 놓지 못한다.”며 청년 실업을 해소하는 한 해가 되길 희망했다.‘우리가 잘되는 것이 이 나라가 잘되는 길이며,나라가 잘되는 것이 우리가 잘될 수 있는 길이다.’선박 조립공장 위 대문짝만 한 글자들이 바다쪽에서 밀려오는 햇살을 받아 밝게 빛나고 있었다. 울산 이영표기자 tomcat@seoul.co.kr
  • [Let’s Go]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Let’s Go]태양이 머무는 곳, 거제도

    거제도의 바다는 웅장하다.특히 남쪽 홍포의 빨려들 듯 망망한 바다는 거제바다의 본성이라 할 만하다.몇 해 전 홍포와 태양을 주제로 한 사진으로 세인들의 입에서 탄성을 뽑아낸 작가가 있다.‘시간을 찍는 사진가’ 서성원(44)씨.전남 순천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거제도의 방위산업체에서 근무하다 홍포의 아름다움에 빠져 여태 떠나지 못하고 있다.그의 작품은 태양과 달,그리고 별의 궤적이 대부분이다.특히 사진 전문가들이 태양의 궤적을 담는다는 것은 무모한 도전이라 여길 때도 그는 공장의 용접용 필터로 해를 찍었다.짧게는 2~3시간,길게는 며칠씩 셔터를 열어 빛을 빨아들였다.광기에 가까운 그의 지독한 열정 덕에 일상적인 풍경들이 새로운 사진의 영역이 되었고,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그의 손에 이끌려 햇살 가득한 거제의 이곳저곳을 들여다보았다. ●무지개 마을로 알려진 홍포의 비경 거제는 지금 피보다 붉은 동백이 한창이다.동백은 필 때보다 떨어졌을 때가 더 아름다운 꽃.머지않아 꽃봉오리가 통째로 질 때면 거제의 해안도로는 온통 붉은빛으로 물들 터다. 서 작가 작품 대부분의 모태가 된 곳이 홍포다.주민들은 저녁 노을에 무지개가 뜬다고 해서 ‘무지개 뜨는 마을’이라고도 부른다.새벽녘 무지개마을을 출발해 여차~홍포간 해안도로를 따라 여차방향으로 가던 서 작가가 도로변 샛길을 따라 갯바위 아래로 내려섰다.도로 위에서라면 전혀 볼 수 없는 곳이다.열흘이건 보름이건 사진을 찍을 때면 늘 텐트를 치던 곳이란다.왼쪽으로 대·소병대도가 지척이고 오른쪽으로는 거대한 바다와 통영의 섬들이 주르륵 펼쳐져 있다.가운데 멀리로는 일본땅 대마도가 아련하다.이런 곳에서의 해맞이는 얼마나 특별한 경험이 될까. 여명의 바다 위로 점점이 떠있는 고깃배의 불빛들이 별처럼 반짝인다.수평선 주변이 서서히 여명으로 꿈틀대기 시작했다.뭍과 바다 모두가 숨을 죽인 순간,시뻘겋게 달궈진 해가 거제 바다를 뚫고 솟아올랐다.순간이고 찰나였다.해가 뿜어내는 빛으로 사위는 온통 붉게 물들었다.홍포(紅浦)란 이름에 걸맞은 풍경.거제 사람들은 이 광경을 보며 한려수도에 대비해 혁파(赫波)수도,혹은 적파(赤波)수도라고 부르기도 했다. ●홍포에선 일출·일몰 다 볼 수 있어 홍포는 앉은 자리에서 일출과 일몰을 동시에 볼 수 있는 곳이다.단 해가 대·소병대도 사이에서 떠 통영 쪽으로 지는 이맘 때라야 가능하다.홍포의 이름도 따지고 보면 해넘이 풍경에서 비롯된 것.그러나 정작 서 작가가 해넘이 전망 포인트로 이끈 곳은 상동동 계룡산(566m)이었다.거제도 중심부에 우뚝 솟은 산으로,정상 못 미친 곳에 한국전쟁 당시 포로수용소 통신대 건물의 잔해가 남아 있다. 서 작가는 “건물 잔해 너머로 지는 해가 슬프도록 아름다워 이곳을 자주 찾는다.”고 했다.용광로처럼 타올랐던 태양이 뉘엿뉘엿 다도해의 섬들 사이로 자취를 감출 무렵,통신대 건물이 길게 땅그림자를 남기며 미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다도해 해넘이 풍경의 절정.거제만과 통영쪽 다도해 사이로 빨려들어가는 해가 더없이 장엄하고 화려하다.장승포에서 상동동 방향으로 가다 용산마을에서 좌회전해 임도를 따라 오르면 계룡산 통신대 유적지가 나온다. ●에티오피아 황제가 일곱 번 ‘원더풀’ 외친 ‘황제의 길’ 거제도가 자랑하는 절승의 하나가 해안도로다.길이가 무려 398㎞에 달한다.면적으로는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해안도로 길이는 제주도보다 길다.바다를 품은 해안도로를 따라 섬 전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시간쯤.다만 장승포항을 기준으로 북쪽보다는 홍포,해금강 등 경승지들이 늘어선 남쪽이 권할 만하다.거제의 남쪽은 그야말로 비경의 연속이다.명승 2호로 지정된 해금강과 신선대,바람의 언덕(작은 사진),학동몽돌해수욕장 등은 물론이려니와 해안 마을 어디를 가도 넉넉하고 아름다운 풍경들과 마주할 수 있다. 가장 많이 알려진 도로는 ‘황제의 길’이다.망치삼거리와 구조라해수욕장을 잇는 14번 국도의 한 부분으로 길이는 4.5㎞ 남짓.1968년 거제도를 비공식 방문했던 에티오피아의 셀라시에 황제가 망치고개에 올라 거제바다를 바라보며 일곱번 ‘원더풀’을 외쳤다고 해서 이름지어졌다. 하지만 황제도 보지 못한 도로가 있다.여차와 홍포를 잇는 비포장길이 그것으로,거제에서 가장 빼어난 풍광을 펼쳐 보인다.3.3㎞ 구간에 대·소병대도와 매물도 등 아름다운 섬들이 들어차 있다. 한적한 섬을 원한다면 소매물도가 좋다.등대섬으로 잘 알려진 곳.행정구역상 통영에 속하지만 거제도에서 더 가깝다.저구항에서 소매물도까지 30분쯤 걸린다. 글·사진 거제 손원천기자 angler@seoul.co.kr ●여행수첩(지역번호 055) ▲가는 길:대전~통영고속도로→통영→거제도 ▲맛집:요즘 거제엔 굴이 제철.거제면 내간리 송곡굴구이는 굴을 쪄서 내는 굴구이 ‘원조’로 입소문 난 집이다.굴구이(4인 기준)는 1만 8000원,굴무침 1만 2000원.632-7255. ▲잘곳:최근 문을 연 관광호텔 ‘상상속의 집’이 정갈하다.객실 크기나 시설 등이 특급호텔에 버금가는 수준.바다쪽 전망도 좋아 모든 객실에서 해오름의 장관과 마주할 수 있다.창가 쪽에 자쿠지시설도 갖췄다.장승포에서 지세포 쪽으로 우회전하면 된다.평일 14만원,주말 17만원.inspirationpoint.co.kr,682-5251~2.
  • 냉동창고 스프링클러 의무화 추진

    경기도 소방재난본부는 22일 화재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한 냉동창고의 화재 예방을 위해 모든 냉동창고에 스프링클러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도 소방본부는 최근 이를 포함한 9건의 제도 개선안을 관련 부처에 건의했다. 소방본부는 건의에서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에서 제외된 냉동창고를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소방방재청에 요구했다. 또 비상벨이 울리는 자동화재탐지설비가 설치돼 있더라도 비상 상황을 알리기 위한 방송설비를 설치하고,냉동창고 내 냉동실에도 방수형 화재감지기 설치를 의무화할 것을 요청했다.냉동실은 습기로 인한 잦은 오작동 등을 이유로 화재감지기 설치 대상시설에서 빠져 있다. 소방본부는 이와 함께 창고시설의 방화구역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 냉동창고를 ‘불연 내부마감재 의무 사용 건물’에 포함시킬 것도 건의했다. 이 밖에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안전관리자를 선임해야 할 사업장 범위를 확대하고 작업인부 등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관리 교육 시스템을 마련하는 한편 용접기능사 등의 자격취득 및 보수교육시 소방안전교육을 의무화할 것을 노동부에 건의했다. 소방본부는 이에 앞서 지난 9일 소방기본법에 따라 샌드위치패널 구조의 냉동창고 내 용접작업 금지령을 내린 바 있다. 소방본부 관계자는 “소방관서들이 진화가 아닌 화재 예방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건축 관련 개별법에서 관련 규정을 보완해 화재 발생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대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부산 조선기자재업계 호황

    “우리 회사는 불황 몰라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내 선박엔진 생산업체인 (주)동화엔텍 공장직원들에게 최근 불어닥친 경기불황은 ‘남의 일’이다.오히려 납품기일을 맞추기 위해 200여명의 직원들은 매일 1~2시간씩 야간근무를 하는 등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실물경제 불황에 따른 국내외 산업 경기침체로 자동차부품업체 등 대부분의 업계가 고전을 면치 못하는 가운데 부산지역 조선기자재업계는 생산 가동률이 100%에 달해 다른 업체로부터 부러움을 사고 있다. 22일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 등에 따르면 세계 1위 조선소인 현대중공업 등 국내 7개 대형조선소가 최소 3년치 이상인 1600여척의 수주잔량을 보유하고 있다.이에 따라 이 조선소들에 선박엔진,내장재 등을 납품하는 부산지역 350여개 조선기자재업체들은 호황을 누리고 있다.이 업체들의 평균 생산 가동률은 100~110%에 이르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조선기자재 전문 생산기지 역할을 하는 부산 강서구 녹산공단 내 조선기자재업체들은 납품기일을 맞추려고 하루 평균 1~2시간의 야간 잔업 및 특근을 하고 있다.일부 업체들은 용접인력 등 현장 기술인력이 모자라 최근 기능공과 일용직 채용에 나섰다. 조선기자재 조합 이동현 이사장은 “부산지역 조선기자재 업계의 생산현장은 현재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경제위기의 그늘을 전혀 찾아볼 수 없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면서 “이럴 때일수록 납품하는 부품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불량제로’에 온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 車 불황시대 ‘연비’로 씽~

    車 불황시대 ‘연비’로 씽~

    결국 문제는 연비였다.올 한해 실내공간과 엔진 출력,디자인 등 자동차를 구성하는 요소를 놓고 경쟁을 벌인 국내 완성차 업체의 화두들이 불황을 맞아 잠식되고 있다.올해 초 불어든 고유가 바람과 하반기에 찾아온 경기침체는 오직 ‘경제적인 차’를 최고의 가치로 부각시켰다.경제적인 차,고효율 연비의 차를 만들기 위한 노력은 부품 단계에서부터 시작된다.차를 가볍게 만들고 역동적으로 만드는 것만으로 연비의 차이를 불러 올 수 있다.물론 연료의 종류와 분사방식,엔진 배기량과 효율성,차체의 크기 등이 연비를 높이는 핵심 관건이 된다. 21일 에너지관리공단이 집계한 공인연비를 살펴봐도 엔진과 연비의 상관관계는 고스란히 드러났다.우수한 연비를 자랑하는 그룹은 역시 경차들이다. GM대우의 800㏄ 마티즈(수동 5)의 공인연비는 20.9㎞/ℓ.올해부터 경차로 분류된 기아차의 1000㏄ 모닝(수동 5)의 연비는 19.4㎞/ℓ를 기록했다. 1000~1600㏄ 구매자들은 경차 구매자들만큼이나 연비에 민감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이 그룹의 차종들끼리 연비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경쟁이 뜨겁다 보니,이 그룹의 차들에서는 얼마나 교과서적인 연비 개선법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따라 연비 순위가 매겨졌다. 1600㏄ 아반떼 디젤(수동 5)의 공인연비는 21.0㎞/ℓ로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외하고는 가장 높은 연비를 기록하고 있다.배기량이 적은 1500㏄ 베르나 디젤(수동 5) 모델보다도 연비가 더 좋다. 현대차 관계자는 “복합적인 요인들이 연비에 영향을 미치지만,아반떼 디젤 모델이 베르나보다 늦게 개발되면서 보다 많은 고장력강판을 쓴 것도 연비가 좋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고 말했다.고장력 강판은 일반적인 연강판보다 두께는 얇고 강도는 비슷해 차체를 가볍게 해준다.일반 강판보다 가격이 1.2배 정도 비싸고 프레스 성형과 용접,도장 등을 할 때 높은 기술이 요구되지만 연비 개선 효과 때문에 사용 폭이 확대되고 있다. 아반떼에 사용된 고장력 강판 비율은 65%로 올해 출시된 기아차 포르테(63%)보다 높고 기아차 프라이드,GM대우 라세티 프리미어와 같은 사용 비율을 기록했다. 자동변속기보다 수동변속기의 연비가 좋다는 상식은 같은 엔진을 탑재한 아반떼와 기아차 쏘울 1.6 디젤 모델을 비교했을 때 확인할 수 있다.쏘울은 세단 아반떼에 비해 공기역학적으로 연비에 불리한 디자인을 채택한 박스형 차량임에도 이 모델에 수동 5단변속기를 장착한 모델의 최대 연비는 19.8㎞/ℓ로 나왔다.같은 조건에 4단 자동변속기를 단 아반떼의 연비는 16.5㎞/ℓ이다. 1600~2000㏄ 구간에서는 디젤 차량을 앞세운 수입차와 국산차 간의 연비 경쟁이 펼쳐진다. 이 급의 대표 차종인 현대차 쏘나타 2.0 디젤(수동 6)의 연비는 17.1㎞/ℓ,4단 자동변속기 모델의 연비는 14.8㎞/ℓ를 기록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디젤 엔진을 장착한 푸조 407.20(수동 6)과 아우디 2.0(자동 6)의 연비가 각각 17.4㎞/ℓ,17.3㎞/ℓ를 보이고 있다.최근 국내에 출시된 BMW 디젤 320 모델(자동 6)의 연비는 15.9㎞/ℓ,폴크스바겐의 골프 2.0(자동 6)의 연비는 15.7㎞/ℓ이다. 세단에 비해 연비가 나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들의 연비 경쟁도 치열하다.기아차 스포티지(수동 6)와 현대차 투싼(수동 6)의 연비가 15.2㎞/ℓ로 국산 SUV 가운데 가장 높은 그룹을 형성했고,르노삼성의 QM5(수동 6)가 14.8㎞/ℓ로 뒤쫓는 형세다. 그동안 다소 둔감함을 보였던 대형차 그룹에서도 연비는 차량을 선택할 때 짚어보는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친환경 브랜드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는 볼보의 S80 디젤 모델(자동 5)이 배기량 2.4ℓ에 13㎞/ℓ,렉서스 RX 400이 배기량 3.3ℓ에 12.9㎞/ℓ,메르세데스 벤츠의 C220이 2.0ℓ에 12.9㎞/ℓ를 기록하며 대형차의 연비 개선 움직임을 촉진시켰다는 평가다.현대차의 2.4ℓ 그랜저(자동 5)는 10.4㎞/ℓ의 연비를 기록했고,제네시스 3.3모델(자동 6)의 연비는 10.0㎞/ℓ를 기록했다. 하이브리드 모델은 높은 연비를 기록했다.혼다의 시빅 하이브리드 1400㏄ 모델의 연비는 23.2㎞/ℓ로 1000~1600㏄ 급에서 가장 좋은 연비를 보였다.도요타의 프리우스가 국내에 들어오고 내년까지 현대차 아반떼 LPi 하이브리드 등이 출시되면 연비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홍희경기자 saloo@seoul.co.kr
  • 경기도 기술학교 ‘취업난 무풍지대’

    경기도 기술학교 ‘취업난 무풍지대’

    급격한 경기위축으로 고용시장에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가 운영 중인 경기도기술학교가 10여년째 95%를 웃도는 높은 취업률을 보여 주목을 받고 있다. 8일 경기도기술학교에 따르면 6개월 과정 교육생 215명 가운데 87.4%인 188명이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정비학과(34명)와 CO2용접학과(21명),특수용접학과(29명) 등 3개 학과는 전원 취업했다. 머시닝센터학과는 97%,자동차정비학과(야간)는 90%,전기배선학과(야간)와 SMT운용학과는 각각 86%의 취업률을 보이고 있다.취업률이 낮은 전기배선학과 주간반과 1년 과정의 학생(224명)들도 졸업 예정인 내년 2월까지 대부분 취업,95%를 넘는 취업률을 기록할 것으로 학교측은 전망하고 있다. 이 학교 학생들은 2006년 96.6%,2007년 94.8%가 취업하는 등 10년간 평균 96%의 높은 취업률을 나타내고 있다.비결은 생산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현장실습 위주의 맞춤식 교육을 실시하기 때문에 기업체에서 이들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 특히 학력이나 거주지 제한 없이 만 15~55세 남녀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고,학비 전액 면제와 함께 원거리 거주자에게는 기숙사 무료 제공의 혜택이 주어진다.또 1년 과정의 경우 수료시 국가기술자격 기능사 필기시험이 면제되기 때문에 취업시 큰 도움이 된다. 이 학교 입학 경쟁률은 대학입시 뺨칠 만큼 높다.올해 신입생 5개 학과 8개 과정 300명 모집에 총 1097명이 응시,평균 3.61대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2004년 2.6대1을 기록한 이래 5년 연속 2대1 이상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조규윤 교장은 “교육생들은 이론 20%,실기 80%의 현장 실습 위주 수업을 하기 때문에 졸업 뒤 바로 생산현장에 투입될 수 있다.”면서 “기업체들도 이들을 선호하고 있어 요즘 같은 취업대란 속에서도 높은 취업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내년 2월24일까지 2009년도 신입생 229명을 모집한다.그 동안 화성시 태안읍과 안산시 대부도에 각각 캠퍼스를 두고 있었으나 올해부터 화성 교정으로 통합했다.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이천화재’ 이후] ‘대충대충’ 만든 물류창고는 시한폭탄

    [‘이천화재’ 이후] ‘대충대충’ 만든 물류창고는 시한폭탄

    지난 5일 7명의 생명을 앗아간 서이천물류센터 화재 사고는 정부·소방당국·지방자치단체의 부실관리 때문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이들 기관의 안전불감증으로 이천 지역에 산재한 100여개 물류창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로 전락해 동시다발적 대형화재에 직면해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7일 경기소방재난본부 등에 따르면 서이천물류센터는 발화지점인 지하층과 지상 1~2층에 모두 3950개의 스프링클러 헤드가 설치돼 있었지만 화재 당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또 사망자가 발생한 냉동창고 내에는 스프링클러와 소화전이 아예 갖춰져 있지도 않았다.화재 건물은 소방법에 따라 비상벨과 비상방송 스피커도 구비돼 있었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아 무용지물이었다. 통상 비상벨 소리와 방송은 1m 떨어진 거리에서 소음이 심한 공장 소리 정도인 90㏈ 이상 들려야 한다.냉동창고의 경우 밀폐공간이어서 더욱 필수적이다.경찰·소방서 등 관계자들은 “현행 소방법상 냉동창고 내에는 스프링클러 등 기본적인 소방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된다.”면서 “그러나 화재 당시 냉동창고 밖에 설치돼 있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아 물이 분사되지 않았고,물류창고 관계자와 생존자들은 비상벨과 방송 소리를 전혀 듣지 못했다고 증언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값싼 단열재 사용 묵인 사정이 이런데도 화재 건물은 올 1월22일 소방당국 일제 소방검사와 지난 10월18일 소방점검 대행사의 종합정밀점검을 모두 통과했다.이에 대해 경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 7조에 ‘소방검사를 하라.’는 내용은 나와 있지만 1년에 몇 번 어떻게 하라는 구체적 내용은 없다.”면서 “보통 1년에 1회 정도 소방전,스프링클러 설치 유무를 점검하는데 화재 건물은 모두 양호했다.”고 해명했다.이에 따라 대형 창고 등 화재 위험이 큰 건물에 대해서는 소방시설 설치 기준을 강화하고,소방점검 의무사항도 구체적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지난 1월 40명이 숨진 인근 코리아2000 냉동창고 참사에 이어 이번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드러난 용접 작업도 관리·감독의 사각지대다.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노동부가 사업주의 안전교육 유무를 감독하도록 돼 있지만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노동부 등 관계자는 “법은 법일 뿐 현실과 다르다.”면서 “법으로 정해져 있다지만 서류로 할 수도 없고 직접 갈 수도 없어 정기적인 감독·조사는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현장점검 없이 서류만 보고 창고 허가 국토해양부는 스티로폼 단열재가 들어간 샌드위치 패널 사용을 묵인해온 것으로 드러났다.물류창고를 지을 때 콘크리트가 아닌 샌드위치 패널을 사용하려면 철강판 양면에 스티로폼이나 글라스울(유리섬유) 같은 단열재를 붙여 쓸 수 있다.하지만 통상 글라스울이 너무 비싸 값이 싼 스티로폼을 많이 쓴다.이는 불이 나면 순식간에 불길이 주위로 번지고,유독가스마저 대량 분출돼 대형참사를 막을 수 없다.관계기관들은 지난 1월 참사 이후 이런 문제점을 제기하며 사용을 금지토록 해달라고 여러 차례 건의했지만 국토부는 번번이 묵살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글라스울은 화재 때 화염 전파가 없고,유독가스가 발생하지 않지만 가격이 3배나 비싸다.”면서 “보통 물류창고를 짓는 데 500억원이 소요되는데,이런 재료를 사용하면 1500억원으로 불어난다.그 비용을 누가 부담하려 하겠느냐.”고 항변했다.업계에 따르면 1m당 스티로폼 가격은 1만 3000원이고,글라스울은 3만 500원이다. 이천시청은 인원부족 등의 이유로 현장 점검 등을 제대로 하지 않고 물류창고 신청만 하면 인허가를 내줘왔다.이천시청 관계자는 “현행 건축법상 건축허가를 내줄 때 공무원이 현장에 나갈 필요가 없도록 돼 있어 현장 점검 등 복합적인 판단은 하지 않는다.”면서 “건설업계에서 대리로 내세운 건축사가 제출한 서류만 보고 인허가를 내준다.”고 말했다.12월 현재 이천시에는 연면적 500㎡ 이상의 물류창고만 95개나 된다.특히 올 들어 대형 화재가 난 마장면 장암리와 유산리는 중부·영동 두 고속도로가 교차하는 호법분기점에 인접해 있어 교통이 편리해 수십 개의 물류창고가 몰려 있다. 이천소방서 관계자는 “이천 지역의 물류창고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라면서 “소방법,건축법 등 관련법을 재정비하는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승훈기자 hunn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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