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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악마의 바람’ 타고 번진 美 LA 산불… 할리우드도 멈췄다

    ‘악마의 바람’ 타고 번진 美 LA 산불… 할리우드도 멈췄다

    국지성 돌풍 영향 동시다발 화재여의도 70배 면적 화마에 뒤덮여15개 학군 휴교·주요 관광지 폐쇄 바이든 아들·패리스 힐턴 집 잃어 트럼프는 주지사 책임론 제기도 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LA) 지역에 동시다발로 발생한 최악의 대형 산불로 8일(현지시간) 밤 현재 5명이 숨지고 15만명에게 대피령이 내려졌다. 건물 2000여채가 불탔고 중상자도 발생하고 있다. 순간 최대 시속 160㎞로 ‘악마의 바람’이라 불리는 국지성 돌풍 ‘샌타애나’와 장기간의 가뭄, 우기임에도 건조한 겨울이 겹쳐 통제 불능의 산불로 번지고 있다. 한인 약 23만명이 사는 LA 지역의 교민 피해도 우려된다. 7일 오전 LA 서부 외곽 북서쪽의 퍼시픽 팰리세이즈를 시작으로 이튼, 허스트, 리디아, 우들리에 이어 8일 할리우드힐스 등에서 추가 산불이 번지며 7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LA 일대를 잿더미로 만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화재 이틀째인 8일 오후 기준 여의도 면적의 70배인 202㎢를 화마가 휩쓸었고 150만 가구에 정전이 발생했다. 산불 지역 내 15개 학군 등에는 휴교령이 내려졌고 유니버설 스튜디오, 게티센터 등 주요 관광지도 모두 폐쇄됐다. 바람을 탄 불씨가 불을 옮기는 와중에 팰리세이즈 지역은 소화전의 소방용수가 15시간 만에 바닥나는 등 인력, 장비 부족으로 진압에 애를 먹고 있다. 산불 7건 중 우들리 및 올리버스 두 곳의 화재는 불길이 완전히 잡혔으나 전체 산불 면적의 0.004%에도 못 미치는 작은 규모의 화재만이 진압됐을 뿐 서울의 6분의1에 이르는 면적이 여전히 불타고 있다. 이날 저녁 LA의 대표 명소인 할리우드 지역에 대피령이 내려지면서 화려한 영화 도시의 상징물도 위협받고 있다. 할리우드 간판, 그리피스 천문대가 대피구역에 인접해 있고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는 돌비 극장, 레코드 빌딩 등은 대피구역 안에 있다. 해안가 부촌인 팰리세이즈 등지에 고급 주택이 있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아들을 포함해 배우, 가수 등도 집이 불타거나 대피해야 했다. AP통신은 “배우 제임스 우즈, 가수 맨디 무어, 코미디언 빌리 크리스털 등의 집이 불탔고 배우 패리스 힐턴도 8일 집을 잃었다고 밝힌 스타 중 하나”라고 전했다. 황급히 피난한 주민들은 이번 화재를 “최악의 대재앙, 아마겟돈 상태”로 여기고 있다. 오는 17일로 예정된 제97회 아카데미상 후보 발표가 19일로 연기되는 등 각종 행사도 줄줄이 연기, 취소되고 있다. 이번 화재는 기후변화로 겨울이 우기임에도 150년 만에 가장 건조했던 캘리포니아 남부 지역 날씨에 돌풍 샌타애나까지 겹친 탓으로 분석된다. 이 지역에선 지난해 5월 이후 2.5㎜ 이상의 비가 내린 적이 없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LA를 방문 중이던 바이든 대통령도 이날 LA 샌타모니카 소방서를 방문해 현황을 보고받았다. 9일 이탈리아 방문을 전격 취소한 바이든 대통령은 “내 아들이 부인과 함께 이곳에 산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의 차남 헌터 가족이 사는 말리부의 420만 달러(약 61억원)짜리 주택은 이번 산불로 모두 타 버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화재 원인을 물고기 ‘빙어’ 보호 등 친환경 정책을 편 뉴섬 주지사 탓으로 돌리며 책임론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트루스소셜에 “뉴섬은 북쪽에서 수백만 갤런의 물을 캘리포니아 여러 지역에 매일 흘려보낼 수 있게 하는 물 복원 선언에 서명하길 거부했다”며 “이번 사태는 바이든, 뉴스컴(뉴섬을 조롱한 호칭) 듀오의 총체적 무능, 잘못된 관리의 상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뉴섬 주지사 측은 ‘물 복원 선언’이란 문서는 없다며 허구라고 반박했다.
  • [포토] 산불 위협 받는 LA 주택가

    [포토] 산불 위협 받는 LA 주택가

    미국 서부 최대 도시 로스앤젤레스(LA) 해안가에서 시작된 산불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고 있다. 첫 산불이 돌풍을 타고 번지는 가운데 추가로 최소 3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다른 산불까지 겹치면서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LA 산불로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부상자가 나왔다. 전날 오전 LA 해안가 부촌 지역인 퍼시픽 팰리세이즈 지역에서 발생한 산불은 최근 이 일대에서 불고 있는 국지성 돌풍 ‘샌타 애나’로 인해 통제 불능 수준으로 확산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7일 밤 캘리포니아주 이튼과 허스트에 이어 이날 아침 우들리에서도 각각 산불이 나면서 LA와 그 주변 지역에는 모두 4건의 대형 산불이 동시에 발생했다. CNN 집계에 따르면 이번 LA 카운티 대화재로 인한 대피령 적용 인구는 현재까지 15만 5000명에 이른다. 재산 피해 규모도 520억 달러(약 75조 9000억원)에서 570억 달러(약 83조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은 내다봤다. AP통신은 주택 500여채가 소실됐던 1961년 벨에어 화재를 넘어서 60여년 만에 LA 역사상 최악의 화제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LA카운티의 진화율은 0%에 머물고 있다. 1400여명의 소방수들이 투입돼 진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화재의 규모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소방용수 부족은 진화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마크 페스트렐라 LA카운티 공공사업국장은 “다수의 소화전에서 몇 시간 동안 물을 끌어다 쓰는 것은 시스템이 버티기 어렵다”고 전했다. 이에 당국은 주민들에게 물 사용을 제한할 것을 권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 재난관리청(FEMA) 재난 지원금 지급을 승인, 현재 연방 소방 장비와 인력이 LA 일대 화재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현지시간) 연기로 뒤덮인 미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의 라카냐다 플린트리지 주택가의 모습이다.
  • 24억 손해 끼친 광양시 공무원 3명 송치···생활용수 사업

    24억 손해 끼친 광양시 공무원 3명 송치···생활용수 사업

    공사가 끝나기 전에 대금을 지급해 10억원의 손해를 입힌 공무원들이 검찰에 넘겨졌다. 전남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2대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광양시청 주무 부서 공무원 3명과 건설업체 대표 1명 등 4명을 송치했다고 6일 밝혔다. 이들은 2017년부터 추진한 광양시 봉강면 등 생활용수 공급 확대 사업과 관련한 업무를 진행하면서 24억여원 상당의 재정 손실을 입힌 혐의다. 공무원들에게는 허위 공문서를 작성한 혐의도 함께 적용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공사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이미 공사가 완료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공사 업체에 대금을 미리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부도 처리됐고, 광양시는 미공사 부분에 대한 공사비를 돌려받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 보령댐 저수율 38.5%… 겨울 가뭄 ‘비상’

    보령댐 저수율 38.5%… 겨울 가뭄 ‘비상’

    지난해 10월 이후 강수량 감소 등으로 충남 8개 시군에 생활용수 등을 공급하는 보령댐 저수율이 38%대까지 떨어져 겨울 가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충남도는 보령댐 가뭄 단계가 지난 2일 ‘관심’으로 진입해 물을 끌어오는 등 대응 체제에 나섰다고 5일 밝혔다. 보령댐 저수량은 2일 38.8%인 4530만t으로 관심 단계인 4540만t 아래로 하락했다. 5일 오전 9시 저수율은 전년 같은 기간(73.3%) 절반 수준인 38.5%까지 떨어졌다. 댐 가뭄단계는 ‘정상·관심·주의·경계·심각’으로 나뉜다. 보령댐은 보령·서산·당진시와 서천·청양·홍성·예산·태안군 등 8개 시군의 생활·공업 용수로 1일 최대 24만 8200t을 공급한다. 2017년 보령댐 저수율이 21.9%에 그쳐 부여와 청양 주민은 극심한 가뭄을 겪기도 했다. 원인은 홍수기(6월 21일~9월 20일)가 끝난 지난해 10월 이후 충남지역 강우량이 기후변화로 줄어든 것이다. 충남은 지난해 홍수기 전 강수량은 486㎜로 예년 대비 132%까지 증가했다. 10월 이후 강수량은 163.5㎜로 예년 171.1㎜보다 줄었다. 도내 주요 댐인 대청댐과 용담댐 저수율도 5일 66.4%와 60.3%에 그쳐, 전년 동기간보다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강수량이 현재 수준에 그치면 봄 영농철 농업용수가 부족하고 고지대 제한 급수 등을 해야 한다. 도 관계자는 “1월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다는 전망이 있다”며 “금강 하천수를 보령댐에 공급하는 도수로 가동으로 하루 11만 5000t을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인사]

    ■한국환경공단 ◇처장급 전보△경영지원처장 복진필△인재경영처장 유재형△디지털혁신처장 서정찬△인재개발원장 한태영△배출권관리처장 오승환△친환경모빌리티처장 홍철규△사업장대기처장 성기욱△통합물관리처장 김성태△하수도처장 유재홍△물환경관리처장 나명호△사업장폐기물처장 이승훈△폐자원사업처장 박동구△환경시설처장 강성백△환경에너지시설처장 윤영봉△수생태시설처장 서성철△화학물질관리처장 전상은△국민소통실장 박현규△안전관리실장 이승주△글로벌전략실장 하정원△기후대응기금센터장 임철환△국가물산업클러스터사업단 물산업전략처장 이민선△〃 물산업실증화처장 윤만권△수도권동부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장 김유래△〃 한강유역하수도지원센터장 정회신△수도권서부환경본부 자원순환관리처장 황순영△〃 환경시설관리처장 신황식△부산울산경남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장 이용수△〃 환경시설관리처장 나경주△〃 환경안전진단처장 손종수△대구경북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장 윤기명△〃 환경시설관리처장 조혁준△충청권환경본부 환경시설관리처장 구현덕△〃 충북지사장 심이섭△광주전남제주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장 김순옥△〃 자원순환관리처장 전현주△〃 환경시설관리처장 김우형△〃 제주지사장 강경철△강원환경본부장 최창완△〃 환경서비스처장 박민서△〃 수도통합운영센터장 장현욱△전북환경본부 환경서비스처장 전재완△〃 환경안전진단처장 권혁곤 ■전자신문△대표이사·발행인 강병준△편집인·전자신문인터넷 대표 심규호△고객서비스국 국장 정현기△논설위원실 국장(실장) 이진호△편집국 사진영상부 국장 소성열△경영지원실 부국장(실장) 김인태△고객서비스국 부국장 김성수△편집국 전국부 부국장 이호준△디지털금융부 부국장 길재식△혁신기업부 부국장 윤대원
  • 최대 연 5.5%까지…경북도,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혜택 대폭 늘려

    최대 연 5.5%까지…경북도,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혜택 대폭 늘려

    경북도가 신혼부부를 위해 최대 연 5.5% 임차보증금 이자를 지원한다. 5일 도는 신혼부부 임차보증금 이자지원사업 혜택을 현실 여건에 맞춰 올해부터 대폭 확대한다고 밝혔다. 지원사업은 경북도에 거주하는 무주택 신혼부부가 협약은행인 NH농협·iM뱅크에서 전세 임차보증금을 대출받으면 해당 대출에 대한 이자 일부를 지원한다. 저출생 대책 방안 중 하나로 이자 지원을 확대해 소득 대비 높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더 나은 주거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마련됐다. 특히 저출생 극복을 위해 지원하는 사업인 만큼 자녀 수에 따른 혜택이 크다. 만 7세 이하 자녀가 1명일 경우 2.0%, 2명 3.5%, 3명 4.0% 이자를 지원한다. 임신 중인 자녀 또한 자녀 수로 포함한다. 부부합산 연소득 구간 또한 기존 8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확대해 금액별로 차등 지원한다. 소득에 따른 이자 지원은 최대 1.5%, 최저 0.3%다. 경북도 주거복지시스템을 통해 온라인으로 신청서와 구비서류를 제출하면 시군에서 융자추천서 승인 심사를 통해 최종 대상자를 선정한다. 선정된 대상자는 협약은행을 통해 이자가 지원되는 보증금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배용수 건설도시국장은 “이자 지원 혜택으로 신혼부부 주거비 부담을 완화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신혼부부 주거비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저출생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폴리 사운드/홍성구[서울신문 2025 신춘문예 - 소설]

    텔레비전과 비디오가 결합된 제품이었다. 이름은 비디오 비전. 검고 매끈한 TV 수상기 밑에 VHS 투입구가 달린 모델이었다. VHS 투입구에 손을 넣었다 빼면 미지의 세계로 안내하는 관문처럼 마구 펄럭였다. 나는 그게 마치 누구의 손짓 같아서 그 문이 금세 닫힐 것 같은 조바심에 손을 넣었다 뺐다 넣었다 뺐다, 반복했다. 하지만 매번 편지 한 통 없는 우편함처럼 미지의 그곳은 텅 빈 공백으로 열렸다 닫힐 뿐이었다. 비디오테이프를 밀어 넣으면 어딘가 멋진 곳으로 안내받을 수 있을 텐데. 그러나 집에는 어린이용 비디오테이프는커녕 호환 마마보다 무섭다는 불량·불법 비디오테이프 하나 없었다. 그래도 나는 끈질기게 그 일을 멈추지 않았다. 집에서는 딱히 할 일이 없었으니까. 그날은 평소에 뽑혀 있던 케이블이 비디오 비전의 본체와 콘센트 사이에 연결돼 있었다. 미지의 세계 관람권인 비디오테이프는 없었지만, 입장권을 들고서 문 앞에서 돌아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TV 전원을 켰다. 리모컨을 든 나는 놀이공원 앞에 서 있던 게 분명하다. 그러나 환해진 직사각 화면에는 기대와 다르게 회색의 담벼락이 펼쳐졌다. 황량한 공장의 경계를 드러내는 콘크리트 담. 공장 담벼락 같아서였을까. 소음이 들렸다. 치이이-익. 치이이—익. 11번으로 9번으로 7번으로 채널을 바꿔도 소용없었다. 방송이 송출되지 않는 낮 시간대였다. 실망을 금치 못한 나는 리모컨 버튼을 이것저것 만지작거리면서도 전원 버튼 근처는 누르지 않았다. 은밀한 일탈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회색 소음이 진동하였다. 나는 속수무책으로 멍해져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들어 버렸다. 회색 소음과는 다른 소음을. 삐-------이. 삐—————————익. 회색 소음보다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었다. 귀에 거슬려 TV를 끄려다 소음의 정체에 의문이 생겼다. 회색 소음은 회색 화면에 어울리는, 공중에 스크래치가 그어지는 소리였다. 그러나 높고 날카로운 소음은 회색 스크래치와 이질적이었다. 저 소음을 방송국에서 보낸 것일까. TV 스피커에 귀를 갖다 대고 나서야 알아차릴 수 있었다. TV 스피커에서 높고 날카로운 소음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모기가 귓가를 스치는 정도로 시작되는 데시벨은 금세 한여름 매미 떼의 데시벨로 거세지고는 했다. 나는 당연히 아버지와 누나도 소음에 시달릴 거라고 생각했지만, 두 사람은 TV를 볼 때 별다른 말이나 반응이 없었다. 소음을 듣지 못하는 건 수리기사도 마찬가지였다. 평범하게 생긴, 그리 크지 않은 귀를 스피커에 갖다 댄 수리기사는 고개를 몇 번 갸웃했다. 수리기사의 고갯짓에 아버지는 그것 보라는 눈빛을 나에게 던졌다. 나는 초조해져서 열 손가락을 움직이다가 매미 떼가 맹렬히 힘줄을 튕길 때 지금이라고 외쳤다. 수리기사는 평범한 귀를 다시 스피커에 밀착했고 아버지도 그쪽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러나 그들은 끝내 소음을 듣지 못했다. 아버지는 나를 예민한 아이로 치부하며 미안하다고 말했고, 수리기사는 공구함 한 번 열지 않았다며 출장비를 사양했다. 거실에 혼자 남은 나는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매미의 합주를 들었다. 이렇듯 분명히 울리는 소리를 나만 듣는다는 게 답답하거나 억울하기보다는 어쩐지 서글펐다. 그때였을 것이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명백히 혼자라고 느꼈다. 사운드 디자이너라고 하면 고민 없이 부풀어 오른 질문들이 날아든다. 음악하세요, 아니 디자이너니까 미술 쪽인가. 사운드를 디자인화하나요, 디자인을 사운드화하나요. 청각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공감각의 예술인가. 나는 내가 하는 일이 고요한 공중에서 날개를 퍼덕이는 잠자리를 몰래 잡아채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포획의 목적은 잠자리가 아니다. 잠자리의 소리다. 그물망에 든 잠자리를 조심히 빼서 사각의 채집통에 넣어 두고 귀를 연다. 잠자리의 날개끼리 충돌해서 나는 타닥타닥 소리. 그 소리는 점점 허물을 벗어 잠자리에서 탈피한다. 사운드 디자이너는 잠자리의 소리를 다른 무언가의 소리와 연결하는 사람이다. 대개 이런 식으로 설명하면 사람들은 다시 묻는다. 그러니까 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예요. 사실 뭘 어떻게 인위적으로 한다기보다는 사물에 있는 것을 튀어나오도록 하면 된다. 숨어 있는 물성이 드러나도록 상황을 마련하는 게 나의 일이다. 적막한 설산을 걸을 때는 굵은 소금이 뿌려진 바닥을 밟으며 밀가루 포대를 손으로 주무른다. 수풀이 바람에 휘날릴 때는 릴테이프 더미를 양손 사이에 놓고 비빈다. 중세 시대의 굳게 닫혀 있던 성문이 열릴 때는 콘크리트 벽돌들을 포개어 놓고 두 벽돌을 맷돌 돌리듯이 간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게 아니다. 있는 것을 끄집어내면 된다. 채집하고 발견하는 셈이다. 순서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채집하려면 발견이 우선 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일은 채집이 먼저이다. 채집한 후에야 발견할 수 있다. 조선시대 사극에 매달려 있던 때였다. 그 작업은 현대에서는 접하기 힘든 소리의 연속이었다. 그중 가장 힘든 것은 활시위가 당겨지는 소리였다. 적을 물리치겠다는 일념하에서 적장을 향해 팽팽해진 활시위의 탄력과 긴장을 어떻게 해야 소리로 튀어나오게 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졌다. 활시위와 연결할 수 있는 사물이 떠오르지 않아 활 자체로 가능할지 시도해 봤다. 하지만 실제로 눈을 밟는 것보다 소금을 밟는 소리가 사람들 머릿속의 눈 발자국 소리에 더 가깝다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수풀보다 릴테이프가 더 실감 나는 것이다. 활을 아무리 팽팽히 당겨도 소용없었다. 내가 당긴 활시위에서는 음률이 없는, 맥 빠진 거문고 줄 소리가 났다. 가죽가방과 고무장갑 따위를 비틀고 늘려도 소득은 없었다. 뭘, 그렇게 발길질당한 강아지마냥 낑낑대요? 고무장갑의 탄성 한계 때문에 경련을 일으키는 두 팔을 채아가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녹음과 믹싱 작업을 맡고 있는 채아는 내 입에서 난다는 소리를 자주 타박했다. 힘을 쓸 때나 뭔가에 몰두할 때나 밥을 먹을 때도 개 같다고 했다. 선배에게 개 같다니 참 맹랑한 말이지만, 나는 내가 소리를 낸다는 게 더 신경 쓰였다. 남의 소리는 그렇게 잘 들으면서 어떻게 자기 소리는 못 들을 수 있어요. 무슨 소리를 내냐고 반문했을 때, 채아는 내 직업적 소양이 의심된다며 따졌다. 가벼운 발길질이 아냐. 늘씬하게 얻어맞은 것 같아. 무심결에 또 어떤 소리를 냈을까. 궁금했지만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 금방이라도 숨 꼴딱거릴 것처럼 혀 내밀고 있지 말고 수분 보충 좀 해요. 선배를 계속 개 취급하는 못된 버르장머리에 대해 한마디 하려다가 채아가 건네는 맥주캔을 넙죽 받았다. 거절하기에는 맥주캔의 표면이 얼음장처럼 시원했다. 나는 모래가 쌓여 있는 바닥에 널브러졌다. 이게, 이럴 때는 백사장 같네. 나는 손으로 모래를 뒤적이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모래 옆에는 나무 옆에는 대리석 옆에는 소금 바닥이 있었다. 왜요? 휴가 못 가는 삶이 처량해요? 채아가 자신의 맥주를 들고 옆에 앉았다. 채아는 엉뚱하게 넘겨짚는 구석이 있었지만, 캐묻지 않고 넘겨짚는 포즈를 취한다는 점에서 그리 나쁘지 않은 파트너였다. 나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맥주를 마셨다. 알코올의 독성이 빈속을 찔렀다. 불법을 저지른 듯한 짜릿함. 백사장이 아닌 모랫바닥에서라도 잠시 쉬고 싶었다. 나는 금세 침묵에 이르렀고 내 마음을 넘겨짚었는지 채아도 보조를 맞췄다. 창고라고 불리는 작업실에는 철가방, 문손잡이, 깡통, 톱, 바이올린 활, 구두, 로프, 용수철, 자동차 문짝이 나름의 질서 속에 존재했다. 스스로 아무 소리도 내지 못하지만, 물성을 깨우는 힘에 연주하는 악기들. 악기들은 지휘자가 없다는 듯 고요했다. 소리에 민감한 사람에게 고요는 휴식 또는 죽음과 같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 그러나 곧 수면의 문턱을 넘다 정강이가 쾅, 부딪혔다. 뭐야. 미안해요. 블루투스가 꺼진 줄 모르고 볼륨을 키웠네. 끌게요. 아니야, 끄지 마. 본능적으로 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다가가자 채아는 스마트폰 화면을 내밀었다. 채아가 무안할 만큼 거친 손길로 스마트폰을 뺏어 들었다. 화면 속 영상에서 판다 한 마리가 죽순을 맛있게 뜯고 있었다. 선배도 얘 알아요? 선배가 알 정도면 푸바오가 인기긴 인긴가 보네. 나는 스마트폰을 던지듯이 채아에게 떠넘기고 진열장을 뒤적였다. 구석에 처박혀 있던 것을 찾아 꺼낼 때는 낮게 탄성이 배어 나왔다. 갑자기 죽도는 왜 꺼낸 거예요? 나는 채아의 말에는 신경 쓰지 않고 샷건마이크 앞에 섰다. 대나무로는 텅텅, 비어 있는 소리만 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판다의 날카로운 이빨과 단단한 턱은 예상치 못한 대나무의 물성을 깨우고 있었다. 판다가 씹는 게 죽순이 아니라 겉과 속이 단단한 뼛조각처럼 느껴졌다. 죽도를 두어 번 바닥에 내려쳤다. 탁탁. 대나무를 다른 사물에 부딪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나는 죽도를 감싸고 있는 줄을 칼로 끊어 버리고 붙어 있는 네 쪽의 대나무에 칼집을 내어 서로 떨어뜨렸다. 그러고는 떨어진 대나무들을 한 손에 감싸고 가볍게 비볐다. 부드득. 귀가 열리는 기분이었다. 죽도를 샷건마이크에 더 가까이 대고 온 힘을 다해 두 손으로 대나무들을 비볐다. 부드드드드드드득. 대나무에서 소리가 튀어 올랐고, 활시위를 당기는 팽팽한 팔뚝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사물의 성질은 마찰에 의해 드러난다. 우리가 외부와 마찰을 빚을 때 나를 인식하는 것처럼. 소리를 발견한 쾌감에 대나무를 비비는 나의 팔뚝은 한껏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사극 작업이 끝나고 몇 개월 뒤에 스튜디오를 그만두었다. 사극은 흥행에 성공했고 입소문이 났는지 작업 물량이 컨베이어벨트처럼 이어졌다. 줄지어 운반되는 의뢰를 수하물로 적재하고 물품을 의뢰서에 맞게 포장한 후에 다시 컨베이어벨트로 출하하는 기계적인 시간이 계속됐다. 과로나 질식이 원인은 아니었다. 이대로 가다가는 내가 소리를 단순 제조하는 업자가 되리라는 두려움이 찾아들었다. 납품 기한을 맞추기 위해 기존에 녹음해 둔 파일들을 대강 믹싱하는 일들이 빈번해졌다. 나는 발자국 소리에도 캐릭터가 드러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인을 만나러 달리는 그리움이 실감되도록 수십 번을 달리고 또 달리고, 도회적인 세련 아찔한 피로 흔들리는 일상이 전해지도록 하이힐을 신고 균형을 잡던 시간이 떠올랐다. 당분간 멈춰야 했다. 휴가를 가랬더니 휴식에 들어가네. 채아는 내가 내민 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물끄러미 보았다. 채아의 눈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머뭇거림이 보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뭔가를 넘겨짚었는지 다가와서는 자신의 두 손으로 내 손을 감쌌다. 나는 계획하지 않고 쉬는 계획을 세웠다. 눈이 감길 때 자고 눈이 떠질 때 일어나고 때가 이르거나 늦게 식사하고 술을 가볍게 또는 취하도록 마시고 느릿느릿 산책하고 레고 블록으로 별이 빛나는 밤을 조립했다. 집 근처를 돌거나 여행을 떠나서 풀벌레, 지하 터널, 경운기, 야적장, 항만, 오일장, 밤바다에 붐마이크를 갖다 댔다. 녹음 파일들을 순서대로 차곡차곡 쌓았고, 녹음한 소리를 들으며 잠들었다. 시간은 왜곡 없이 흘렀고 나는 날짜와 요일 감각을 잃었다. 일상에 파동이 없었다. 파동이 없으므로 외부에 닿는 주파수도 없을 터였다. 송신하지 않고 수신하지 않는 생활. 나는 자유로이 고립되었다고 느꼈다. 누나에게서 연락이 오기 전까지는. 돌아가셨다. 누나의 말에 잠시 정적이 돌았다. 누나와는 일 년에 한 번 연락할까 말까 하는 사이였으므로 액정 화면에 뜬 두 글자에 나는 이미 예감했던 것 같다. 그래서였을까. 내가 한 말은 고작 알겠다, 였다. 아버지의 장례식은 조촐했다. 친척은 남보다 못한 사람들이어서 코빼기도 볼 수 없었고, 아버지가 은퇴한 지 십여 년쯤 지나서 대표이사가 보내는 화환조차 없었다. 나는 주로 국화가 장식된 제단 옆에 앉아 있었고, 한 번쯤 봤거나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과 맞절했다. 둘째 날 오후, 누나가 식탁으로 나를 불렀다. 주변 식장은 조문객들로 붐볐지만 장례 도우미를 제외하고는 누나와 나만 식장을 지키고 있었다. 누나는 대뜸 앉으라고 말했다. 누나는 군말하는 법 없이 할 말만 하는 사람이므로 나는 군말 없이 누나와 마주 앉았다. 일 미터쯤의 간격조차 어색한 사이였지만 누나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 기억 속 어느 날에는 없었을 주름과 기미가 보여 열 살의 터울이 새삼스러웠다. 미처 상의하지 못한 장례 절차에 대해 말하겠거니 생각하고 있던 내게 누나는 구겨진 편지 봉투를 내밀었다. 반으로 접힌 편지 봉투는 살짝 불룩했다. 너한테 필요할 거다. 누나의 단정에 나는 편지 봉투에 든 것을 꺼냈고, 내 손에 쥐어진 것은 카세트테이프였다. 겉면 라벨에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고 손때와 볼펜 얼룩이 낀 낡은 상태였다. 카세트테이프를 보자마자 나는 그게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있었고, 누나의 말처럼 내게 필요하리란 것도 알 수 있었다. 아버지의 장례식이 끝나고 나서 나는 일산으로 이사했다. 아파트 단지로 개발되지 않은 땅에 창고가 딸린 농가주택이 비어 있었다. 창고를 작업실로 쓰면 되겠다는 심산에 덜컥 결정을 내렸다. 파동 없는 삶의 관성에서 벗어난 것이다. 벗어나려고 했다기보다는 벗어날 수밖에 없음을 깨달았다. 아버지의 죽음이 빚은 진동이 나를 다시 작업실로 이끌었다. 나는 일산의 공사장, 분리수거장, 고물상을 돌아다니며 눈에 띄는 물건들은 모두 채집하였다. 농기구와 농약, 비료 포대 등이 있었을 창고는 각목, 글러브, 밥솥, 스케이트보드, LP, 유리컵, 프라이팬, 사기그릇, 고무 팩 등이 있는 작업실로 탈바꿈되었다. 작업실의 윤곽이 자리잡힌 날, 양쪽에 테이프 플레이어가 장착된 더블 데크 카세트 플레이어를 진열장에서 꺼냈다.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발견한 괜찮은 매물이었다. 예상외로 쓸 일이 없다가 이사 오기 전에 쓰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편지 봉투에 담긴 테이프가 자리를 바꿔 플레이어에 담겼다. 달칵, 버튼이 눌리면서 테이프는 돌아가고 슥삭슥삭, 과도에 사과 껍질이 벗겨지고 있었다. 큼큼. 부스럭 부스럭. 이게 맞나. 탕. 텅. 아, 아. 아버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통기타를 쳤다. 장롱 위에 뿌연 먼지를 덮어쓴 커버에 담겨 있던 통기타이리라. 나는 아버지가 통기타를 치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어린 나는 연주되지 않고 진열되지 않은 채 장롱 위에 방치된 통기타의 존재성이 의아했다. 통기타의 쓸모를 알 수 없던 것이다. 그러나 아버지의 연주가 녹음된 테이프를 들으면서 나는 통기타는 방치되었던 것이 아니라 안치되었던 것이 아닌가 짐작하였다. 가슴에 묻어 둔 열망이 장롱 위에 놓이는 방식으로 드러난 게 아닐까. 눈에 보이면 마음이 근질거리고 눈에 안 보이면 마음이 서걱여서 대강의 형태로 보이게 놓아둔 것은 아닌지. 동그란 스피커에서 가리워진 길이 울려 퍼졌다. 아버지의 노래는 후렴에 이르러 그대를 애타게 불렀지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려 길을 터 줄 그대를 더 호출하지 못했다. 장례식이 끝나고 일주일쯤 지났을 때는 여기까지 들었다. 나는 마음먹은 대로 더 듣기로 한다. 여보세요. 아버지의 음성이 저랬구나. 아버지가 스피커에서 멀리 떨어졌는지 통화 내용은 잘 들리지 않았다. 1분도 지나지 않아 통화는 끝났고 아버지는 다시 통기타를 들었다. 그러나 아버지는 줄 한 번 튕기지 못하고 통기타를 놓쳤다. 바닥에 나동그라지는 통기타는 소음을 일으켰지만, 뒤이어 터져 나온 소리에 소음은 배경음으로 밀려났다. 격렬한 기침 소리. 콜록콜록, 쿨룩쿨룩 따위로는 표현할 수 없는 소리가 진동하였다. 숨이 차고 흉통에 경련하는 병색이 선명하게 들렸다. 아버지의 생전에는 들은 기억이 없는 소리였다. 아버지의 기타 소리를 들었다면 아버지의 기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을까. 아버지는 다감하지 않았고 나는 살갑지 않았다. 그렇다 해도 나는 왜 그리 아버지의 소리에 둔감했을까. 일시 멈춤 버튼을 눌렀다.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끝났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이 남았다. 휴지(休止)가 필요했다. 커피를 끓이러 싱크대 쪽으로 향하는데, 양은 주전자가 발에 차여 시끄러웠다. 주전자가 내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째그랑 일을 벌여 놓고, 뭐하는 거야 째쟁쨍. 작업실에 쌓인 도구들이 매립지에 버려진 고물처럼 낡아 보였다. 이대로 뒀다가는 달걀 썩는 듯한 매립지 냄새가 진동할지 모를 일이었다. 나는 스마트폰 화면을 켰다. 아, 이게 누구신가요? 나를 헌신짝으로 만든 그분 아닌가요? 채아와 거의 일 년 만의 통화였다. 가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았지만 서로 생존을 확인하는 용도일 뿐이었다. 버려지긴 누가 버려져. 내가 도망친 거지. 그럼, 멀리 가버릴 것이지 웬일로 연락했어요? 나, 얼마 전에 일산으로 이사했어. 일산? 왜? 거기로 왜 갔는데요? 이제는 잭을 다시 만나 볼까 하고. 누구요? 잭? 아, 난 또 누구라고. 잭 폴리? 내 말뜻을 알아들은 채아는 잠시 침묵하다 말했다. 이제는 도망가지 말아요. 나는 그럴 일 없을 거라고 답했다. 앞으로는 도망가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채아에게 연락한 첫 번째 이유였다. 채아에게 알리지 않고 프리랜서로 활동하면 또 프리하게 때려치우지 말란 법이 없으니까. 두 번째 이유는 지극히 현실적이었다. 일감 때문이었다. 나는 일을 할 때 의뢰인과의 소통은 채아에게 맡겼었다. 소리만 잘 만들면 그만이라는 게 대외적인 사유였지만, 인맥이라든지 비즈니스적 관계에 반응하는 알레르기 때문이었다. 채아는 메신저로서 역할을 잘했고 사교적이어서 업계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었다. 나이가 들어서 때가 묻은 것인지, 생계의 절박함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채아를 통하면 일감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다행스럽게 채아는 나를 넘겨짚었다. 채아의 주선으로 맡은 첫 복귀작은 돌침대 광고였다. 별 다섯 개가 돌침대에 박히는 효과음을 내 주세요. 광고 제작사 측에서 보내 준 영상에 등장한 돌침대 사장은 이마에 별 다섯 개를 달고 손가락 다섯 개를 좍 펴고 있었다. 별이 돌침대에 박히는 일은 당연히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사람들의 관념에 있을 법한 소리를 뽑아내야 했다. 별이라는 거대 물질이 흔들림 없이 단단한 돌침대와 부딪치는 상황이었다. 자동차 문짝을 해머로 치고 외날의 서양톱을 바이올린 활로 켜서 고음부를 녹음했고, 샌드백에 아령을 두들기고 대리석 바닥에 모래주머니를 떨어뜨려서 저음부를 녹음했다. 녹음된 고음과 저음을 믹싱하니 별이 우주에서 날아와 돌에 꽂히는 듯한 효과음이 완성되었다. 광고는 마케팅 비용의 한계로 공중파에서는 송출되지 못하고 케이블TV의 프리미엄 시간대가 아닌 아침과 낮에 방영되었다. 하지만 빨간 별 다섯 개를 이마에 박은 돌침대 사장이 인터넷상의 밈이 되어 제품의 매출이 대폭 올랐다. 그 덕분에 돌침대 하나가 작업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다. 광고 이후로 어린이 애니메이션과 단막극 등의 의뢰가 들어왔고, 지루하거나 지치지 않을 정도의 딱 알맞은 속도로 작업이 이어졌다. 내게 맡겨지는 작업이 폭설로 쌓이거나 진눈깨비로 흩날리지 않고 사람들이 오가는 길의 잔설로 덮이던 즈음의 어느 날,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스팸이겠거니 무시하려는데, 부재중 통화가 2건 찍히고도 벨은 멈추지 않았다. 광고성 전화라고 하기에는 상도덕이 없다고 할 정도의 집요함이었다. 보이스 피싱도 이렇게 한 번호를 공략하지 않을 텐데. 집 나간 가족을 찾는 연락인가. 죄송합니다. 이채아 디자이너님이 이렇게 해야 받으실 거라고 하셔서. 젊은 여자는 사과부터 했다. 문자는 언제 확인할지 모르니 받을 때까지 전화를 걸라고 하는 채아의 음성이 들리는 듯했다. 그럼, 채아를 통해 연락하면 되지 않나. 회장님께서 직접 연락드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묘한 호기심이 일었다. 요새는 낯 모르는 아무 행인에게 선생님이라고 한다는데, 회장님이야 등산회, 친목회 등 각종 모임으로 인해 길거리에 널린 직위가 된 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여자의 절제된 말투와 주변의 정제된 소음이 여자가 말하는 회장이 TV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던 회장을 지칭하고 있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하필, 왜 저인가요. 회장님은 사극 마니아이십니다. 사극이라면 영화든 드라마든 가리지 않는 회장이 내가 디자인한 활 소리에 감탄했고, 수소문한 끝에 내가 일하던 스튜디오를 알아내고 채아를 통해 나를 찾았다는 것이다. 사연의 개연성은 문제가 없어 보였다. 있을 만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회장이 의뢰한 작업은 수긍하기 어려웠다. 회장이 투자하는 사극 영화에 사운드를 디자인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했다면 금세 납득했을 것이다. 그러나 회장은 사극과 관련이 없고 굳이 내가 하지 않아도 될 만한 사운드를 디자인하기를 바랐다. 작업은 간단했고 받는 금액은 과도했다. 이 정도의 일로 그 정도의 돈을 받는 건 직업윤리에 어긋나는 일 아닌가. 뭔가 대단한 꿍꿍이가 있지 않고서야 그런 제안을 할 리가 없을 텐데.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에요. 상상력이 많이 필요할 겁니다. 회장 비서의 말은 곧이들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몇 차례 거절하다가 일을 맡기로 했다. 결국 회장이 거부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액수가 아니었다. 회장은 왜 그렇게 큰돈을 들여서까지 이 작업을 성사하려는 것일까. 회장에게 필요한 소리가 어떤 것인지 궁금해진 게 문제였다. 영상은 3분 30초 정도로 짧았다. 그것은 20대 초반의 여자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한 브이로그처럼 보였는데, 별다른 촬영이나 편집 기술이 동원되지 않은 평범한 영상이었다. 여자의 브이로그는 시종일관 무성(無聲)으로 진행되었다. 의도하였든 의도하지 않았든 촬영할 때 음소거 기능이 활성화되어 있었을 것이다. 소거된 음(音)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이었다. 문이 열리고 닫히고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지고 헤어드라이어에 머리카락이 흩날리고 옷장 속 옷을 뒤적거리다 여러 벌에서 한 벌을 꺼내는. 실감 나게 소리를 입히는 일이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였고, 도대체 어디에서 상상력을 펼쳐야 할지 모를 지경이었다. 반나절 만에 작업을 끝냈고 바로 보내기가 민망해 이틀 묵혔다가 보냈다. 소리가 빈 부분이 있다고 하십니다. 비서의 말에 뭔가가 울컥 치밀어 올랐다. 소리가 비어 있다? 알맹이가 드문 과자 봉지를 질소로 과포장했다는 비난처럼 들렸다. 사실, 과포장이라는 말은 적합하지 않다. 비서를 통한 회장의 의사는 내가 과포장하는 성의조차 없이 볼품없고 납작한 소리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화가 났다. 화가 나지 않는다면 아티스트로서의 자질이 의심스러울 만한 도발이었다. 몇 번이나 비서에게 연락해서 계약금을 돌려주려고 했다. 그러나 이대로 그만두는 건 어딘지 모르게 찜찜했다. 회장의 말은 자존심을 긁었지만, 작업이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오히려 마음을 돌려놨다. 다른 급한 작업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나는 이 일을 끝내기로 했다. 브이로그를 여러 번 돌려 봤다. 작업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심정으로 세부를 살폈다. 내가 놓친 게 무엇일까에 초점을 맞췄지만, 어디가 비어 있다는 것인지 그 공백은 좀처럼 보이지 않았다. 영상에서 일어나는 충돌, 마찰 등의 물리 작용에는 그에 합당한 소리-내 판단으로는 그렇다-가 들렸다. 회장은 인식하는데 나는 인식하지 못하는 소리는 무엇일까. 내가 영상을 보고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 소리는 화면 밖에서? 의자에 앉아 있던 나는 몸을 벌떡 일으켰다. 그러나 곧 주저앉았다. 무성으로 촬영된 영상의 화면 밖 소리를 듣는 게 가능한가. 불가능하다. 그럴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회장은 무엇을 지적한 걸까. 혹시 비어 있다는 것은 있어야 할 소리가 없다는 게 아니라 소리에 부족함이 있다는 것 아닐까. 영상 속 여자, 누굽니까? 대뜸 던진 말에 비서는 평소와 다르게 뜸을 들였다. 질문하지 않는 데에 동의하신 것 아니었나요? 그랬다. 계약서에 있던 내용이다. 그랬죠.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어요. 제 소리가 실감 나지 않는다는 거잖아요. 소리의 주체를 모르고 만들었는데 소리에 어떻게 실감이 있겠어요. 그렇다고 해도 회장님의 뜻을 어길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빈 소리를 메꿀 방법은 없겠죠. 나는 물러서지 않았다. 이틀 후에 비서에게서 이메일이 왔다. 내 질문에 대한 회장 측의 답은 이랬다. 그녀는 수백 개의 딤플로 뒤덮인 골프공 같습니다. 겉은 매끄러우면서 울퉁불퉁합니다. 속은 타이어를 만드는 고무처럼 질기고 튼튼합니다. 그녀는 가볍지만 단단합니다. 간단히 한 손에 올릴 수 있지만 그 세계는 견고해서 함부로 부술 수 없습니다. 그녀의 본질은 공이어서 굴릴 수 있고 던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바닥에 부딪혀도 농구공처럼 통통 튀기지는 않습니다. 드라이버를 풀 스윙하면 그녀는 멀어집니다. 드라이버와 마찰을 일으키고 그 반발력으로 멀어지는 그녀는 딤플의 수만큼 더 멀리 날아갑니다. 수많은 딤플로 비거리는 늘어납니다. 주인공을 알고 싶다는데 웬 골프공 타령이람. 초보자를 위한 골프 교본도 아니고 무슨 저의로 알쏭달쏭하게 의미를 엮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계약서 조항을 어긴 데 대한 장난성 조롱으로 읽혔다. 그러나 몇 번씩 읽으면서 드는 의문이 있었다. 그녀는 왜 공일까. 많고 많은 공 중에서 왜 하필 골프공일까. 골프공을 뒤덮고 있다는 딤플이 무엇인지 찾아봤다. 딤플은 골프공 표면에 오목하게 파인 홈으로 일반적으로 골프공에는 300~500개의 딤플이 파여 있다. 드라이버 스윙으로 날아가는 골프공에는 공기 저항이 생기는데, 공기 저항은 골프공 앞뒤 표면의 압력 차에 의해 발생한다. 이때 딤플은 주위에 작은 회오리를 일으키고 이로 인해 공기가 뒤섞여 공 뒤쪽 압력이 떨어지지 않아 비거리를 늘린다. 흠집이 난 골프공의 비거리가 늘어난다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고 나서 골프공에 흠집을 내어 사용한 것이 딤플로 자리잡았다고 한다. 골프공의 겉과 속. 가벼움과 단단함. 딤플과 비거리. 비로소 나는 비서의 말에 동의할 수 있었다. 상상력이 필요했다. 나는 그녀 캐릭터에 집중했다. 골프공 같은 그녀를 수없이 떠올렸다. 작지만 단단하고 가볍지만 통통 튀지 않는. 캐릭터가 머릿속에 그려지자 그녀에게 합당한 소리가 튀어나오는 듯했다. 그러나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입에서 계속 딤플이 맴돌았다. 딤플은 보조개라는 뜻이 있지만 외모의 특징을 표현한 말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 흠집이 많다는 뜻일까. 하지만 딤플은 비거리를 늘린다고 했으므로 결함의 의미로 쓰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목하게 파인 흠집이 결함이 아니라면, 떠오르는 단어는 하나밖에 없었다. 상처. 나는 상처의 비거리를 생각했다. 그녀는 문을 (힘없이 덜컥 탁) 여닫으며 방에 들어선다. 암막 커튼이 처진 방에 (딸깍) 빛을 부른다. 그녀의 손이 화장대 의자를 (그윽) 끌어당기고 다른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이 흔들린다. 초점 없는 화면이 360도로 돌아가고-슬픔이 블랙홀로 빠져드는 것 같다-스마트폰을 (드득) 거치대에 고정시키고 다시 돌아온 화면에서 수건이 (스르르) 풀리면서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이 보인다. 그녀는 화장대의 거울을 응시하다가-그녀의 얼굴은 뒤통수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헤어드라이어 버튼을 (틱탁) 누른다. (경쾌함 없이 심란하고 무거운 위이잉) 헤어드라이어는 돌아가고 그녀의 손길에 머리카락이 부서진다. 이윽고 헤어드라이어의 작동은 (탁) 멈추고 상반신을 거울 쪽으로 수그린 그녀의 손길이 분주하다. 그러다가 (툭) 아이섀도 브러시가 화장대에 떨어진다. 그녀는 브러시를 집다가 다시 (툭) 떨군다. 화장을 멈춘 그녀는 뭔가를 결심한 듯 (드윽) 의자에서 일어나 스마트폰을 (트특) 거치대에서 뽑아 손에 든다. 옷장을 (탕) 열고 (드르륵) 옷을 휘적이다가 고른 하나를 침대에 (툭) 던져 놓는다. 나는 그녀의 영상에 소리를 입혔고 소리에 그녀의 상처가 묻어나도록 노력하였다. 볼륨과 톤을 조정하여 모든 음은 낮고 둔탁하였다. 그녀가 찍은 영상에 대한 작업은 끝났지만, 작업이 모두 끝나지는 않았다. 회장 측에서 보낸 파일에는 부가 영상이 있었다. CH 02 2023/10/30 11:27:11 그녀가 잔디밭 위 돌길을 걷는다. CH 01 2023/10/30 11:27:15 ~ 11:28:07 그녀가 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간다. CCTV 화면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모습일 듯한 장면이었다. 그런 생각에서 비롯된 것인지 나는 CCTV 화면에서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소리가 있지 않을까, 궁리하였다. 특히, 대문의 화면이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1번 채널의 카메라에서 그녀는 잠깐 나타났다가 대문을 열고 나간 뒤로 볼 수 없다. 대문 위에 포치가 있어 그녀는 흔적 없이 사라진 것 같다. 여기에서는 그녀의 멀어지는 발소리만 남게 될까. 1분이 채 되지 않는 마지막 부분을 돌리고 또 돌려봤다. 그러다가 영상이 끝나기 몇 초 앞두고 그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멀어지는 것을 보았다. 회장으로부터 연락이 온 건 작업을 마친 지 2주가 지나서였다. 이번에는 비서를 통하지 않고 직접 나와 통화하였다. 회장은 정중하게 집으로 초대하면서 감사의 의미임을 분명히 했다. 회장 집 대문 앞에 도착한 나는 벨을 누르려다가 경사진 이면도로로 내려섰다. 그러고는 몇 발짝 걸은 후에 뒤를 돌아 위를 올려다봤다. ㄱ자 형태 집의 가로획에 해당하는 곳 벽면에 CCTV가 부착되어 있었다. 노트북으로 봤던 1번 채널 화면의 각도가 한눈에 들어왔다. CCTV 쪽에 고정한 시선을 아래로 내리는데, 옆으로 그녀의 멀어지는 그림자가 보이는 듯했다. 해의 시선이 거둬지는 시각이었다. 나는 그녀를 배웅하듯이 잠시 서서 그녀의 비거리가 얼마쯤이었을지 생각했다. 2번 채널 화면에서 그녀가 걷던 잔디밭 위 돌길의 끝에 현관문이 있었다. 일하는 사람의 안내를 받아 집 안으로 들어섰다. 회랑 같은 널따란 복도의 끝 오른편에 낮은 계단이 놓여 있었다. 아래로 깊고 편평하게 펼쳐지는 공간이 높은 층고와 어우러져 새로운 세계로 들어서는 느낌을 자아냈다. 정면으로 보이는 통유리창을 왼편에 둔 소파에 회장이 앉아 있었다. 회장은 나를 통유리창을 마주 보고 있는 소파에 앉게 했다. 벨로드미코프, 좋아하시나요? 꽤 긴장했던 탓인지 실내에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다는 사실을 회장의 말로 깨달을 수 있었다. 언젠가 들어 본 적 있는 운율의 바이올린 협주곡이었다. 클래식에는 문외한에 가깝습니다. 회장은 의외라는 듯 팔걸이에 올려 둔 손을 턱에 대고 입을 오므렸다. 입 주변의 주름이 엷게 도드라져 보였다. 그런가요? 나는 벨로드미코프를 들으려고 저런 짓도 한 사람이오. 회장은 통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정원의 구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전봇대가 서 있었다. 나만을 위한 전봇대를 설치한 거요. 공동 전봇대는 남들과 전기를 공유하는 탓에 아무리 좋은 오디오에서도 이런저런 노이즈가 들리길래 정원에다 저렇게 세워 놨어요. 그랬더니 벨로드미코프가 내 앞에서 연주하는 것 같더구려. 화구 박스가 매립된 벽난로 옆에 오디오, 앰프, 스피커가 양쪽으로 놓여 있었다. 얼핏 봐도 고가의 장비임을 눈치채게 하는 것들이었다. 회장은 오디오와 벨로드미코프에 관한 말을 늘어놓았다. 사운드에 대한 회장의 마니아적 열성은 순수한 애호와 성공한 자의 과시 사이를 오고 가는 듯했다. 어색함을 눅이는 커피가 잔 바닥에 엷은 띠를 남기고 있을 즈음 회장은 저녁 식사를 제안했다. 그러나 나는 급한 작업이 있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의뢰인을 이런 식으로 만나는 게 나에게는 예외적인 일이었고, 차 한잔 마시는 정도가 예외의 한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회장은 이번 초대의 메인을 거절하면 어떡하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고 나서 사업가답게 상대방이 거절하기 힘들도록 다시 제안하였다. 그럼, 식사 후 대접하려던 위스키 한 잔쯤 구경하시는 게 어때요. 과실향이 은은히 퍼지다가 끝에 스모키향이 감도는 위스키였다. 회장은 위스키 애호가이기도 한 듯했다. 위스키에 대한 지식과 경험을 설파하면서 자신만의 리듬으로 위스키를 마셨다. 어느덧 회장은 세 번째 잔에 접어들었고 내 위스키 잔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마지막 화면의 철 덜그럭거리는 소리, 덜그럭대다 쿵쿵거리는 소리, 그건 뭡니까? 굳게 닫혀 있던 가게 문에 철제 셔터가 열릴 때처럼 회장의 표정이 빗장을 푼 듯했다. 거래와 계약으로 묶여 있는 관계성을 술이 허물어뜨렸는지 말투도 다소 부드러워졌다. 마지막 영상 속의 여자는 대문을 나서는데, 화면에는 나타나지 않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의 49초 지점에서 그녀가 나타납니다. 그림자로 나타난 그녀는 3초 뒤 모습을 감춥니다. 대문을 열고 나가는데 2초, 대문에서 CCTV가 보이는 지점까지 3초, 그림자로 보이는 부분이 3초, 영상의 총길이가 52초니까 그녀는 대문 앞에서 44초를 머물렀을 겁니다. 회장은 들고 있던 위스키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유리들이 따깍, 울렸다. 그 머무름은 머뭇거림일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멀리 떠나는 것처럼 보였거든요. 아마 미련이 조금 남았겠죠. 대문을 손으로, 발로, 툭툭, 그래서 덜그럭거리고 쿵쿵거리지 않았을까요. 회장은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나 곧 느슨해진 상반신을 바로잡았다. 집의 창고를 수리하는 날이었소. 대문 앞에 시멘트 가루가 떨어져 있길래 인부 하나가 부주의했구나, 생각했지. 그런데 대문에 누가 시멘트 묻은 발로 찬 것 같은 자국이 있었소. 그것도 인부 잘못이라고 생각해서 업체 사장을 나무란 기억이 나오. 그 애의 흔적일 수 있다는 생각은 못 했소. 냉정히 떠난 줄 알았지. 머뭇거렸을 줄은. 이제부터 그 애가 집을 떠나기 전에 미련이 남아 머뭇거렸다고 생각할 거요. 그래야 나 자신을 더 나무랄 수 있을 거 아니오. 나는 소리에 예민한 사람이오. 하지만 그 애가 떠날 때까지, 마지막 순간까지도 나는 그 애의 소리를 듣지 못했소. 마지막 위스키 잔은 다 비워지지 않았다. 회장 집을 나서려고 할 때, 각얼음들이 녹으면서 달그락. 달그락. 천장 높은 거실을 울렸다. 아버지가 남긴 카세트테이프의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을 들은 다음날, A면인지 B면인지 모를 면의 다른 면을 들었다. 테이프에는 아무것도 녹음되지 않은 듯 한동안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그러다가 의외의 인물이 등장했다. 아버지, 지금 뭐하세요. 누나였다. 녹음하면 들릴까 해서. 아들내미 예민한 거 하루 이틀이에요. 걔가 지금 시위하는 거라니까요. 자기만 힘든 줄 아나. 그래도 혹시 모르잖니. 아버지와 누나의 대화는 거기에서 끝났다. 다시 테이프 감기는 소리만 들렸다. 아버지는 TV 스피커에 카세트를 대고 TV에서 나는지 모를 소리를 녹음한 것이다. 나에게 들렸던 TV 소음을 아버지와 누나는 듣지 못했다. 당시 인기 TV 프로그램에서 10대만 들을 수 있는 고주파 영역의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만 들을 수 있었구나, 고개를 끄덕이다가 열아홉 살인 누나는 왜 못 듣나, 의아했다. TV 스피커에서 나오는 고주파 소음을 나만 들은 것일까, 아니면 아버지와 누나의 생각처럼 나의 마음이 단단하지 못해 환청이 들린 것일까. 나는 그때도 지금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왜 하필 그날 이전에는 들리지 않던 소음이 그날부터 들렸을까. 그날은 어머니가 영영 집을 떠난 날이다. 나는 마치 들을 수 있기라도 한 듯 카세트 플레이어의 스피커에 귀를 가까이 댄다.
  • ‘발레’ 익숙하거나 더 힘차거나 매혹적이거나

    ‘발레’ 익숙하거나 더 힘차거나 매혹적이거나

    익숙하면서도 신선하게. 새해 다채로운 발레 공연이 더 힘차고 매혹적인 몸짓으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공연계에 따르면 국립발레단은 새해 세계적인 안무가 존 노이마이어의 ‘카멜리아 레이디’ 전막을 국내 발레단 최초로 무대에 올린다. 노이마이어의 대표 안무작인 동시에 국립발레단 단장이자 예술감독인 강수진이 현역으로 활동하던 당시 대표작이기도 하다. 강수진은 이 작품으로 동양인 최초로 무용계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를 수상했다. ‘카멜리아 레이디’는 프랑스 소설가 알렉상드르 뒤마의 ‘춘희’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주인공 마르그리트와 아르망의 비극적인 사랑을 프레데리크 쇼팽의 곡을 사용해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하게 풀어냈다고 평가된다. 이야기를 따라가며 캐릭터의 감정을 표현하는 ‘드라마 발레’의 정수라고도 불리는 이 작품은 섬세한 안무로 등장인물의 감정을 얼마나 깊이 있게 전달하는지가 핵심이다. 오는 5월 7~1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관객과 만난다. 컨템포러리 발레 작품도 준비 중인 국립발레단은 강남구 역삼동에 새롭게 개관하는 GS공연장에서 6월 26~29일 현대 발레의 거장 이르지 킬리안의 작품 세 편을 묶은 ‘킬리안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킬리안 프로젝트는 그의 대표작인 ‘포가튼 랜드’(잃어버린 땅), ‘폴링 에인절스’(타락 천사), ‘젝스 텐체’(여섯 개의 춤)로 구성됐다. 이 중 ‘폴링 에인절스’는 국내 처음 선보이는 안무로 스티브 라이히의 미니멀리즘 음악에 맞춰 8명의 여성 무용수가 당당함, 불안함, 취약함, 열등감, 유머 등의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무대 위에 펼친다. 이 밖에도 지난해 사랑받았던 노이마이어의 ‘인어공주’가 완성도를 높여 여름인 8월 13~1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다시 오른다. 유니버설발레단은 6월 13~15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춘향’을 선보인다. 대한민국발레축제 공식 초청작으로 한국 고전문학 춘향전의 이야기에 표트르 차이콥스키의 음악을 덧댄 창작 발레다. 유니버설발레단은 7월 19~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고전 발레의 대명사 ‘백조의 호수’도 공연한다. 한국 발레를 대표하는 쌍두마차인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의 작품이 겹치기도 하는데, 서로 비교하는 재미도 있겠다. ‘낭만 발레의 꽃’으로 불리는 ‘지젤’은 유니버설발레단이 4월 18~27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국립발레단은 같은 공연장에서 11월 12~16일 각각 선보인다. 스테디셀러 ‘호두까기인형’은 올해도 연말을 장식할 예정이다. 국립발레단은 12월 13~25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12월 18~30일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유리 그리고로비치, 유니버설발레단은 바실리 바이노넨의 버전으로 관객과 만난다. 마포문화재단은 2월 14일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프란츠 리스트의 밤’을 준비하고 있다. ‘발레 아이돌’로 불리며 세계적인 발레단인 ‘러시아 마린스키’에 입단하는 발레리노 전민철이 리스트의 ‘사랑의 꿈’에 맞춰 안무를 펼친다. 그의 스승인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의 해설도 곁들여지며 발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 더 다가가는 무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 [무안공항 참사] 전남대병원 동료교수 “단 한명도 오지 못했다”

    [무안공항 참사] 전남대병원 동료교수 “단 한명도 오지 못했다”

    전남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가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단 한명도 이송 오지 못했다”며 무안 제주항공 참사로 희생된 동료 의사·가족을 추모했다. 조용수 전남대학교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요청 즉시 DMAT(재난의료지원)팀이 출동하고 속속 응급실로 모여 중환자를 받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는데 한명도 이송 오지 못하였다, 단 한명도 이송 오지 못하였다”며 참담한 심경을 전했다. 조 교수는 “병원으로 꼭 돌아와야 할 사람도 결국 돌아오지 못하였다. 무너져 내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고 이번 참사로 희생된 동료 교수와 그 가족도 함께 추모했다. 전남대병원 응급의료센터는 참사 당일인 전날 오전 9시20분부터 중증 환자를 수용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조 교수가 언급한 ‘병원으로 꼭 돌아와야 할 사람’은 화순전남대학교병원에서 근무 중인 동료 김모(47) 교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수는 소아과병원 개원의인 아내, 중학생인 두 딸과 함께 이번 참사로 희생됐다. 고인들을 추모한 조 교수는 지난 8월 광주 조선대학교에서 연수를 받고 낙뢰 맞은 나무 주변 교정을 지나다가 감전 사고를 당했던 20대 고교 교사의 생명을 구한 의료진 가운데 1명이다. 당시 사고를 당했던 교사는 심정지 상태에 처했다가 28일간 입원 치료 끝에 건강을 회복했다.
  • ‘폐수 무단배출’ 영풍 석포제련소, 내년 2월부터 두 달 조업 정지

    ‘폐수 무단배출’ 영풍 석포제련소, 내년 2월부터 두 달 조업 정지

    경북 봉화군 영풍 석포제련소가 물환경보전법 위반 혐의로 내년 2월부터 약 두 달간 공장 가동을 멈춘다. 2019년 폐수 무단배출이 적발돼 조업정지 처분을 받았는데, 영풍 측이 이에 반발해 소송을 하다가 최근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환경부와 경상북도는 영풍 석포제련소에 대해 내년 2월 26일부터 4월 24일까지 약 2개월간 조업정지 행정처분을 내렸다고 30일 밝혔다. 환경부는 2019년 4월 석포제련소가 낙동강에 폐수를 무단배출하고, 허가받지 않은 채 지하수를 끌어다 쓴 사실을 적발했다. 환경부는 다음해 2건의 법 위반에 대해 각각 2개월씩 총 4개월의 조업정지 처분을 경북도에 요청했다. 경북도는 2020년 12월 국무총리실 산하 행정협의조정위원회를 거쳐 각각 1개월씩 절반으로 감경된 총 2개월의 조업정지 처분을 제련소에 내렸다. 하지만 처분 감경에도 제련소는 이에 불복했고, 2021년 1월 경북도를 상대로 조업정지 취소 소송을 걸었다. 1·2심 모두 제련소 측이 패소했으며 올해 10월 대법원이 정부 측의 승소를 확정판결하면서 석포제련소에 대한 조업정지 처분을 할 수 있게 됐다. 환경부는 겨울철에 조업이 중단되면 동파 사고 등으로 환경 오염이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혹한기를 피했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 전량 공정 용수로 이용하고 있는 오염 지하수와 빗물을 조업정지 기간에 투입할 수 없는 점을 고려해 그 발생이 최소화되는 봄철 갈수기(물이 고갈되는 시기)에 조업 정지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업정지 기간에는 아연괴를 생산하는 등의 조업 활동이 엄격히 금지된다. 다만 제품생산과 관계없는 환경 관리나 안전관리 활동은 허용된다. 환경부는 폐수무방류시스템을 통한 지하수 및 빗물의 처리방안을 포함해 환경·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상세한 조업정지 실시계획을 다음달 15일까지 제출하라고 석포제련소에 요구했다. 석포제련소는 연간 아연 생산량이 32만 5000t 정도로, 세계 6위에 해당한다. 국내시장 점유율은 30%대, 세계시장 점유율은 2%대로 조업정지 시 아연값 상승까지 예상된다.
  • “만반의 준비 했는데 단 한 명도…” ‘유퀴즈’ 나온 응급의학과 교수의 눈물

    “만반의 준비 했는데 단 한 명도…” ‘유퀴즈’ 나온 응급의학과 교수의 눈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로 179명이 숨진 가운데, 무안국제공항에서 약 60㎞ 떨어진 대학병원의 응급의학과 교수가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단 한 명도 이송오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 참사 당일의 상황을 회상했다. 조 교수는 “요청 즉시 DMAT팀(재난의료지원팀)이 출동하고 속속 응급실로 모여 중환(중환자)을 받을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면서 “한명도 이송오지 못했다. 단 한명도 이송오지 못했다”고 입을 열었다. 조 교수는 “병원으로 꼭 돌아와야 할 사람도 결국 돌아오지 못했다. 무너져 내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전했다. 앞서 전날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은 오전 9시 3분쯤 랜딩기어(비행기 바퀴)가 펼쳐지지 않은 상태에서 무안공항 활주로에 동체 착륙을 시도하다가 공항 시설물과 충돌해 화염이 휩싸였다. 이 사고로 전체 탑승자 181명 중 승객 175명 전원과 조종사·객실 승무원 각 2명 등 179명이 현장에서 숨졌다. 항공기 후미에 있던 승무원 이모(33)씨와 구모(25)씨는 구조돼 목포한국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각각 이대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졌다. 조 교수는 의정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떠난 의료 현장을 지키는 한편,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의료 대란’을 겪는 응급의학과의 실상을 가감 없이 전하며 정부를 향해 조속한 사태 해결을 촉구해왔다. 조 교수는 지난 8월 광주의 한 대학에서 연수를 받다 낙뢰를 맞고 40분간 심정지를 겪은 광주 지역 고등학교 교사 김관행씨의 응급 처치를 집도하기도 했다. 김씨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응급의학과에서 에크모(ECMO·인공심폐기계)를 다룰 수 있는 전남대병원으로 이송돼 빠른 처치를 받을 수 있었고 28일만에 건강하게 퇴원했다. 조 교수는 지난 25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김씨와 함께 출연해 단 1%도 되지 않는 생존 확률을 뚫은 기적의 순간에 대해 이야기했다.
  • 인도·방글라가 중국 ‘세계 최대 댐’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

    인도·방글라가 중국 ‘세계 최대 댐’ 건설에 반대하는 이유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을 가진 중국이 이보다 3배 큰 규모의 새 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省) 이창시(市)에 있는 싼샤댐은 2009년에 완공됐으며 연간 발전량이 882억kWh(킬로와트시)에 달해 현존하는 단일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댐으로 꼽힌다. 거대한 규모 덕분에 우주에서도 보이는 수력발전소로도 유명하다. 26일(현지시간) 신화통신은 “티베트자치구 내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창부강, 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유역에서 초대형 수력 발전 프로젝트 건설이 시작된다 ”면서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이 댐은 총 발전용량이 3000억kWh에 달해 현재 세계 최대 댐인 싼샤댐의 3배가 넘는 규모가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얄룽창포강의 총 길이는 2840㎞로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티베트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이 강은 50㎞ 이내에서 2000m 이상의 급격한 낙차 구간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현재 싼샤댐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새로운 댐을 구상해 왔다. 특히나 낙차가 큰 구간은 중국 본토에서도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을 건설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혀 왔다. 문제는 인접 국가인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이 수원(水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얄룽창포강의 수원은 티베트 서부 린즈지역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와 눈 녹은 물이다. 이 물은 중국 얄룽창포강을 거쳐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흘러간다. 중국이 만약 계획대로 야를룽창포강 유역에 초대형 댐을 건설한다면, 이 강에 농업용수와 식수를 의존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인도는 이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 고원에서 흘러오는 브라마푸트라강에 자체적으로 댐 건설을 계획 중이지만, 중국이 얄룽창포강 댐을 건설해 물을 가두면 거액을 들여 지은 인도의 댐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 매체인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얄룽창포강에 초대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하류 지역에 갑작스러운 물 방류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홍수 위험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력난 극심한 중국, 쉽게 포기하지 않을 듯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싼샤댐 3배 규모의 세계 최대 댐 건설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의 탄소배출 억제 정책으로 화력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고, 전기 제품 사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공장이 밀집해 있는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등지에서는 산업용 전기 공급이 제한되면서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거나 조업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를룽창포강에 댐이 완공될 경우 연간 3억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다.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대규모 댐 건설로 인한 대규모 수몰지역 발생과 생태계 파괴 우려 등의 이유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으며, 특히 2020년 중국에 극심함 홍수가 발생했을 때 싼샤댐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던 만큼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 中, 인도에 ‘대홍수 재앙’ 일으킬까…“우주서도 보이는 ‘세계 최대 댐’ 건설”[핫이슈]

    中, 인도에 ‘대홍수 재앙’ 일으킬까…“우주서도 보이는 ‘세계 최대 댐’ 건설”[핫이슈]

    세계 최대 규모의 싼샤댐을 가진 중국이 이보다 3배 큰 규모의 새 댐을 건설하겠다고 밝혀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 인근 국가의 반발을 사고 있다. 중국 후베이성(省) 이창시(市)에 있는 싼샤댐은 2009년에 완공됐으며 연간 발전량이 882억kWh(킬로와트시)에 달해 현존하는 단일규모의 세계에서 가장 큰 댐으로 꼽힌다. 거대한 규모 덕분에 우주에서도 보이는 수력발전소로도 유명하다. 26일(현지시간) 신화통신은 “티베트자치구 내 얄룽창포강(중국명 야루창부강, 인도명 브라마푸트라강) 하류 유역에서 초대형 수력 발전 프로젝트 건설이 시작된다 ”면서 “계획대로 건설된다면 이 댐은 총 발전용량이 3000억kWh에 달해 현재 세계 최대 댐인 싼샤댐의 3배가 넘는 규모가 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얄룽창포강의 총 길이는 2840㎞로 중국에서 세 번째로 긴 강이다. 티베트 고원을 가로질러 흐르는 이 강은 50㎞ 이내에서 2000m 이상의 급격한 낙차 구간을 가지고 있으며, 중국은 이러한 지리적 특성을 이용해 현재 싼샤댐의 3배 규모에 달하는 새로운 댐을 구상해 왔다. 특히나 낙차가 큰 구간은 중국 본토에서도 비가 가장 많이 내리는 지역 중 한 곳이라는 점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댐을 건설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꼽혀 왔다. 문제는 인접 국가인 인도와 방글라데시 등이 수원(水源)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얄룽창포강의 수원은 티베트 서부 린즈지역에 있는 히말라야 산맥의 빙하와 눈 녹은 물이다. 이 물은 중국 얄룽창포강을 거쳐 인도와 방글라데시로 흘러간다. 중국이 만약 계획대로 야를룽창포강 유역에 초대형 댐을 건설한다면, 이 강에 농업용수와 식수를 의존하는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인도는 이 문제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중국은 티베트 고원에서 흘러오는 브라마푸트라강에 자체적으로 댐 건설을 계획 중이지만, 중국이 얄룽창포강 댐을 건설해 물을 가두면 거액을 들여 지은 인도의 댐은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인도 매체인 더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문가들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이 얄룽창포강에 초대형 수력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하류 지역에 갑작스러운 물 방류가 이뤄질 수 있으며, 이는 인도와 방글라데시의 홍수 위험을 크게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력난 극심한 중국, 쉽게 포기하지 않을 듯주변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광범위한 지역에서 심각한 전력난을 겪고 있는 중국은 싼샤댐 3배 규모의 세계 최대 댐 건설 프로젝트를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 몇 년 동안 정부의 탄소배출 억제 정책으로 화력발전소 가동률이 떨어지고, 전기 제품 사용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력 부족 현상이 나타났다. 특히 공장이 밀집해 있는 광둥성, 저장성, 장쑤성 등지에서는 산업용 전기 공급이 제한되면서 공장의 가동이 전면 중단되거나 조업시간이 줄어들었다. 이는 중국의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야를룽창포강에 댐이 완공될 경우 연간 3억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기 에너지가 생산될 수 있다. 중국이 이 프로젝트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다만 주변 국가뿐만 아니라 중국 내부에서도 대규모 댐 건설로 인한 대규모 수몰지역 발생과 생태계 파괴 우려 등의 이유로 반발하는 목소리가 있으며, 특히 2020년 중국에 극심함 홍수가 발생했을 때 싼샤댐이 붕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던 만큼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 [단독] 軍, 계엄 당시 ‘파주 900명 대공연장’ 빌리려 했다

    [단독] 軍, 계엄 당시 ‘파주 900명 대공연장’ 빌리려 했다

    4일 새벽 1시~1시30분 시청에 문의‘수거 대상’ 구금장소로 물색 의심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이 새벽에 한번에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빌리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인·법조인 등에 대한 ‘체포조 운영’ 계획이 드러난 가운데 이들을 수용할 ‘구금시설’로 쓰려던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앞서 방첩사령부는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벙커 등을 주요 인사 구금시설로 사용하려고 검토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24일 서울신문 취재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경기 파주시에 있는 모 부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1시~1시 30분쯤 파주시에 전화를 걸어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사용할 수 있나”라고 문의했다. 이곳은 최소 90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문화 공연 등이 열리는 장소다. 파주시 관계자는 “문의를 받고 시장에게 바로 보고한 뒤 ‘절대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다시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며 “군은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당시 대공연장 대여를 문의한 군부대의 한 관계자는 “경계태세 발령 시 군의 통상적 절차에 따른 ‘군단급 지역합동보도본부’ 구성 준비 차원으로, 시민회관 대공연장은 이 본부를 차릴 여러 후보지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에도 대공연장의 지역합동보도본부 사용 현장 위치를 확인하는 활동을 하는 등 실무적 소통을 해 왔다”며 “비상계엄 상황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신문 취재 결과 그동안 이 군부대가 을지훈련이나 경계태세 발령 등 어떠한 사유로도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사용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법조인·언론인 등을 ‘수거 대상’(체포 대상)으로 지칭하고 향후 신병 처리 방안이 적시된 것도 여러 곳에 구금시설을 물색하려 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노 전 사령관 등 계엄을 주도한 이들이 체포한 인사와 선관위 직원들을 별도로 마련된 시설에 감금하는 방안을 계획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수방사의 B1 벙커, 경기 수원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연수원도 이러한 구금시설로 사용하려 한 장소로 지목되고 있다. 양 의원은 선관위 연수원과 관련해 지난 10일 “계엄군이 배치됐던 선관위 연수원은 별다른 전산 시설조차 없다”며 “그럼에도 이 시설을 굳이 확보한 건 국회의원 구금시설로 사용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수방사 B1 벙커와 관련한 ‘구금시설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23일 백철기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육군 수도군단은 계엄 당일 방첩사령부로부터 ‘구금시설을 비워 달라’며 미결수용수 이감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대 중 하나다. 검찰은 백 단장에게 방첩사로부터 이감과 관련해 어떤 요청을 받았는지, 실제로 이행할 준비를 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수방사 B1 벙커 외에 다른 인근 부대도 구금시설로 검토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 외에도 접경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상한 군의 움직임은 여럿 포착됐다. 계엄 당일 군과 접촉이 있었던 지자체는 강원 양구·고성·인제군 등 3곳으로 파악됐다. 양구군과 고성군은 실제 군인이 군청을 방문했고, 인제군에는 육군의 한 부대가 전화를 걸어 계엄 이후 특이사항 등을 물었다.
  • [사설] 무얼 상상해도 그 이상 ‘계엄 수첩’… 철저히 수사해야

    [사설] 무얼 상상해도 그 이상 ‘계엄 수첩’… 철저히 수사해야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북한 공격 유도, 정치인과 판사 등을 집단수용할 공연장 대관 시도 등 12·3 비상계엄 주도세력이 불법적 계엄을 준비해 온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며 정치인, 언론인 등을 마구 체포하고 구금하려 했다. 심지어 계엄을 정당화하기 위해 NLL 북한 도발까지 유도하려 했다. 믿기조차 힘든 소설 같은 내용이 사실로 확인될 수 있는 여러 증거들이 이어지고 있다. 사실이라면 내란죄는 물론 외환죄에 해당하는 중차대한 범죄다. 수사당국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철저히 수사해야 하는 까닭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내란 및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송치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서 ‘국회 봉쇄’, ‘사살’, ‘정치인 등 수거(체포)대상’ 등의 내용을 확인했다. 이는 계엄 준비의 전모를 밝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검찰은 계엄 당일 국군방첩사령부가 수도군단에 구금시설을 비우고 미결 수용수를 이감하라고 요청한 의혹을 조사 중이다. 아연실색할 정황 증거가 본지 취재로 드러나기도 했다. 계엄 수뇌부가 군시설뿐 아니라 민간시설까지 체포자 수용 장소로 검토한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육군 1사단은 계엄 해제 전인 지난 4일 새벽 1시쯤 파주시청에 ‘시민회관 대공연장의 사용 가능 여부를 문의했다고 한다. 문제의 공연장은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체포의 ‘체’자도 꺼낸 적 없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과 달리 체포 및 구금계획이 진행됐음을 보여 줄 수 있는 의혹이다. NLL에서 북 공격을 유도하려 했다는 의혹은 말할 것도 없이 충격적이다. 경찰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서 ‘NLL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라는 내용을 확인했다. 쓰레기풍선 원점 타격과 무인기 평양 투입 논란에 이어 북풍 공작이 이렇게 무분별하게 계획될 수 있었는지 경악할 일이다. 이 시도가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라면 외환죄에 해당하는 중범죄다. 북한은 지난 10월 평양 침범 무인기의 배후로 한국을 지목한 바 있다. 당시 국방부는 이를 부인했지만 계엄군의 의도적인 도발 시나리오와 전혀 무관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제기될 만하다. 민간인 신분의 노 전 사령관이 계엄 선포 날짜까지 제안했다는 의혹도 터지고 있다. 그간 시중에 떠돌았던 황당한 억측과 소문들이 사실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니 말문을 잃는다. 점집을 운영하는 일개 퇴역 사령관이 국가의 명운을 가를 수 있는 무도한 계획을 짤 수 있었는지, 과연 윤 대통령과는 어디까지 선이 닿았는지 모든 것이 경악스럽다. 수사당국은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 [단독]군, 계엄 당일 파주 대공연장 빌리려 했다

    [단독]군, 계엄 당일 파주 대공연장 빌리려 했다

    일각선 ‘구금시설’ 사용 의혹도 제기군, “경계태세 발령 시 통상적 절차”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군이 새벽에 한번에 9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접경지역 지방자치단체의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빌리려고 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정치인·법조인 등에 대한 ‘체포조 운영’ 계획이 드러난 가운데 이들을 수용할 ‘구금시설’로 쓰려던 목적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실제 앞서 방첩사령부는 수도방위사령부의 B1 벙커 등을 주요 인사 구금시설로 사용하려고 검토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이 수사 중이다. 24일 서울신문 취재와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받은 자료를 종합하면, 경기 파주시에 있는 모 군부대는 비상계엄 선포 직후인 지난 4일 새벽 1시~1시 30분쯤 파주시에 전화를 걸어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사용할 수 있나”라고 문의했다. 이곳은 최소 900명을 한번에 수용할 수 있으며 평소에는 문화 공연 등이 열리는 장소다. 파주시 관계자는 “문의를 받고 시장에게 바로 보고한 뒤 ‘절대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다시 전화가 오지는 않았다”며 “군은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한 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비상계엄 당시 대공연장 대여를 문의한 군부대의 한 관계자는 “경계태세 발령 시 군의 통상적 절차에 따른 ‘군단급 지역합동보도본부’ 구성 준비 차원으로, 시민회관 대공연장은 이 본부를 차릴 여러 후보지 중 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4월에도 대공연장의 지역합동보도본부 사용현장 위치를 확인하는 활동을 하는 등 실무적 소통을 해왔다”며 “비상계엄 상황과는 무관한 조치”라고 말했다. 다만 서울신문 취재 결과 그동안 이 군부대가 을지훈련이나 경계태세 발령 등 어떠한 사유로도 시민회관 대공연장을 사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구속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 정치인·법조인·언론인 등을 ‘수거 대상’(체포 대상)으로 지칭하고 향후 신병 처리 방안이 적시된 것도 여러 곳에 구금시설을 물색하려 했다는 의혹에 힘을 싣는다. 민주당 등 야권에서는 노 전 사령관 등 계엄을 주도한 이들이 체포한 인사와 선관위 직원들을 별도로 마련된 시설에 감금하는 방안을 계획했을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수방사의 B1 벙커, 경기 수원시의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연수원도 이러한 구금시설로 사용하려 한 장소로 지목되고 있다. 양 의원은 선관위 연수원과 관련해 지난 10일 “계엄군이 배치됐던 선관위 연수원은 별다른 전산 시설조차 없다”며 “그럼에도 이 시설을 굳이 확보한 건 국회의원 구금시설로 사용할 목적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미 수방사 B1 벙커와 관련한 ‘구금시설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는 지난 23일 백철기 수도군단 군사경찰단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육군 수도군단은 계엄 당일 방첩사령부로부터 ‘구금시설을 비워 달라’며 미결수용수 이감 요청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대 중 하나다. 검찰은 백 단장에게 방첩사로부터 이감과 관련해 어떤 요청을 받았는지, 실제로 이행할 준비를 했는지 등을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검찰은 수방사 B1 벙커 외에 다른 인근 부대도 구금시설로 검토됐을 가능성을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주시 외에도 접경지역 지자체를 중심으로 수상한 군의 움직임은 여럿 포착됐다. 계엄 당일 군과 접촉이 있었던 지자체는 강원 양구·고성·인제군 등 3곳으로 파악됐다. 양구군과 고성군은 실제 군인이 군청을 방문했고, 인제군에는 육군의 한 부대가 전화를 걸어 계엄 이후 특이사항 등을 물었다.
  • 김영록 지사,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환영

    김영록 지사,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 환영

    김영록 전남지사는 23일 정부가 석유화학산업 위기 극복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으로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한 데 대해 “여수 석유화학산업 재도약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김영록 지사는 입장문을 통해 “이번 정부 대책에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검토와 납사 무관세 기간 연장, 기업인수합병 활성화 및 세제지원, 안전 규제 합리화, 고부가 스페셜티 분야 연구개발 확대 등이 포함돼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위기 극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정부 대책이 그동안 전남도가 지속 건의했던 핵심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정부 대책을 바탕으로 국가 경제의 기둥인 여수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더욱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전남도는 석유화학산업을 친환경·고부가 산업으로 재편하고 산단 부지와 주차장 조성 등 인프라 확충을 통해 여수석유화학산단의 안정적 성장과 글로벌 진출 확대를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또 4급을 단장으로 하는 위기대응 추진단을 구성·운영해 현장 목소리에 신속하게 대처키로 했다. 전남도는 지난 11월 13일 전략간담회를 개최해 고부가 친환경 산업재편, 탄소중립형 산단조성, 산업인프라 확충, 규제개선 등 36개 사업 5조 6천억 원 규모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김영록 지사는 “여수 석유화학산단의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과 산업용 전기료 인하, 전력·용수 확충 등 정부의 빠른 지원을 촉구한다”며 “정부와 함께 석유화학 위기 극복의 발판을 마련하고 산업재편, 탄소포집활용(CCUS) 등 대규모 고부가가치 사업 추진으로 지역경제에 활력을 다시 불어넣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 하루 26만t 용수 확보… 영산강환경청, 물 공급 로드맵

    하루 26만t 용수 확보… 영산강환경청, 물 공급 로드맵

    정부가 2030년까지 광양만권에 8600억원을 투입해 하루 26만t의 용수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환경부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3일 ‘광양만권 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2030 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참여기관은 여수시, 광양시,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산업단지공단, 포스코 광양제철소, 여수산업단지공장장협의회 등이다. 주요 내용은 광양만권 주요 기업의 폐수 재이용 및 용수 절감 공정 발굴, 장흥댐·주암댐 여유량 연계 통한 용수공급체계 조정, 하수처리수 재이용, 지하수댐 개발을 통해 2030년까지 하루 26만t의 용수 추가 확보 등이다. 영산강유역환경청은 2022년 기상 가뭄 발생 일수가 73년 기상 관측 이래 가장 길었다. 지난해 주암댐 저수율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광양만권에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이 신설되면서 물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안정적으로 용수를 공급하기 위한 취지다. 김영우 영산강유역환경청장은 “경제 위기에 직면한 철강·석유화학산업 기업이 용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지 않고 친환경 고부가가치 사업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미안하다”…‘푸틴 열혈 지지’ 우크라 출신 천재 발레리노의 뒤늦은 후회 [월드피플+]

    “미안하다”…‘푸틴 열혈 지지’ 우크라 출신 천재 발레리노의 뒤늦은 후회 [월드피플+]

    친푸틴 성향으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적극 지지해 온 우크라이나 출신 천재 발레리노가 결국 러시아를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세르게이 폴루닌(35)이 가족과 함께 러시아를 벗어나겠다는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그는 18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내 영혼이 있어야 할 자리에 없다. 러시아에서의 내 시간은 오래전에 끝났으며 지금 이순간 내 사명은 완수한 것 같다”면서 “아직 어디로 갈지는 확실치 않다”고 털어놨다. 타고난 재능과 뛰어난 테크닉, 매력적인 외모로 세계 발레계의 슈퍼스타로 주목받아온 그는 우크라이나 헤르손 출신이다. 풀루닌은 가슴과 양쪽 어깨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얼굴 문신이 3개가 있을 정도로 열렬한 푸틴 지지자이기도 하다. 특히 2014년 그는 푸틴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면서 조국의 배신자로 낙인찍혔고, 결국 러시아 시민권까지 취득했다. 이후 그는 크림반도의 가장 큰 도시인 세바스토폴에 있는 댄스아카데미 대표로 임명됐으며, 이 도시의 오페라 및 발레극장 감독으로도 활동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댄스를 대중화한 공로로 훈장까지 받았다. 이렇게 탄탄대로를 달리던 그에게 변화가 찾아온 것은 지난 8월로 그가 맡고있는 직책들이 하나둘씩 다른 사람에게 넘어갔다. 그리고 지난 9일 자신의 심경에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풀루닌은 자신이 태어난 헤르손 인근 마을이 폭격받은 것은 언급하며 “사람들에게 매우 미안하다”면서 “최악의 협상이라도 전쟁보다 낫다”며 전쟁을 빨리 끝내기 위한 협상을 촉구했다. 19세에 영국 로열 발레단 최연소 수석 무용수에 발탁돼 주목받은 풀루닌은 그를 조명한 영화가 제작될 정도로 슈퍼스타였다. 그러나 잇단 돌발행동을 보이며 ‘발레계의 악동’, ‘발레계의 제임스 딘’ 등의 수식어를 달고 살다가 돌연 발레단을 그만둬 발레계에 충격을 안겼다. 이후 몸에 문신하거나 약물 스캔들에 휘말리기도 했다. 2018년 11월 인스타그램에 푸틴의 얼굴을 문신한 가슴 사진을 올리며 러시아 국적 취득 소식을 전해 화제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 “K반도체 7가지 위기… 300조 지원·KSMC 설립·인재 유인 연금법 필요”

    “메모리·팹리스 대대적 적시 투자속도전 막는 규제·52시간 풀어야”국내 반도체 분야 석학과 산업계 최고 전문가들로부터 한국이 반도체 산업 역사상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진단이 나왔다. 이들은 반도체가 각국의 전략자산으로 거듭나면서 ‘국가 대항전’의 시대가 됐다고 보고 우리가 연구개발(R&D)과 인재 유인책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국내 산업 전반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공학한림원은 18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반도체특별위원회의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경쟁력 강화 방안도 공유했다. 앞서 공학한림원은 지난 2월 인공지능(AI) 반도체 급부상 등 반도체 기술의 변곡점을 맞아 반도체특별위원회를 발족했다.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와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가 공동위원장을 맡아 학계 및 산업계 전문가 8명과 함께 연구해 왔다. 이날 모인 반도체 전문가들의 상황 인식은 엄중했다. 이 교수는 기조발표에서 “위기 징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K반도체는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에서 도태되고, 나아가 대한민국 산업 전반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남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현재 나타나는 7가지 위기 징조를 짚었다. 우선 우위를 보이던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이 평준화 시대로 진입했고 그로 인해 해외 기업과의 기술력 격차가 좁아졌다. 선도적 투자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제조의 기반이 되는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산업은 취약하고 신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팹리스와 패키징 산업은 성장 기반이 미약하다고 했다. 또 해외로의 인재 유출이 심화하고 있으며 전력·용수와 같은 필수 시설의 구축이 늦어지고 있고 불필요한 규제의 중복으로 인해 개발과 생산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고도 했다. 아울러 주 52시간 근무 규제로 한국의 비밀 병기인 ‘부지런함’이 사라지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반도체특위는 메모리 기술 및 첨단 패키징 기술 분야의 선제적 기술 개발과 시설의 적시 투자를 위한 300조원의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고 봤다. 또 대만이 TSMC를 육성했듯이 정부 차원의 파운드리 팹인 KSMC(Korea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설립도 제안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는 “팹리스와 소부장, 후공정 외주 생산 등에서 기업을 지원할 시설인 KSMC를 세워 기술·양산 검증, 데이터 피드백 및 수출 품질 인증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도체 인재 양성을 위한 방안도 제시됐다. 백광현 중앙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반도체 특별 연금법’을 만들어 중소·중견기업 및 비수도권 기업 종사자에게 혜택을 줘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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