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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6-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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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따 못견뎌·성적때문에…안타까운 죽음

    학교에서 ‘왕따’에 시달리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사흘간 집에 있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28일 부산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쯤 부산시 연제구 거제동 김모(41)씨의 집 안방에서 김씨의 딸(12)이 장롱 옷걸이에 전선으로 목을 매 숨져 있는 것을 친구 박모(12)군이 발견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양은 지난 25일부터 등교를 하지 않았으며, 일기장에 “학교에 가면 (친구들이) 이상한 별명으로 놀린다. 스트레스를 받아 머리카락이 다 뽑힌다. 이제 떠나고 싶다.”고 수차례 괴로움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원인 아버지와 고등학생인 오빠는 평소 김양보다 먼저 집을 나서고, 늦게 들어와 김양이 사흘째 결석하고 있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 김정한기자 jhkim@seoul.co.kr 27일 오전 6시쯤 인천시 중구 운서동 인천과학고등학교 기숙사에서 이 학교 학생 김모(17·2년)양이 자신의 방 침대 위에서 숨져있는 것을 친구 박모(17)양이 발견, 경찰에 신고했다. 김양의 방 책상 위에서는 “안녕, 용서해줘”라는 내용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책상서랍 안에서는 시안화칼륨(청산가리)으로 추정되는 약병이 발견됐다. 경찰은 김양이 최근 화학 실습 시간 중 몰래 빼돌린 시안화칼륨을 보관해 왔고 숨지기 전날 밤 한 친구로부터 캡슐 감기약 4개를 얻어 간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사람들은 “김양이 최근 6개월 동안 사귀어 오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했으며 성적 등으로 고민해 왔다.”고 말했다. 인천 김학준기자 kimhj@seoul.co.kr
  • 동네 슈퍼用 물류단지 생긴다

    생산자와 소비자간의 유통단계를 최소화한 중소유통물류 공동도매센터가 경기도 수원시에 들어선다. 25일 시에 따르면 김용서 수원시장과 홍광표 경기남부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은 최근 권선구 서둔동 일대 1700여평의 부지에 ‘수원시 중소유통물류공동도매센터’를 건립하기 위한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는 수원시가 제공한 부지에 조합측이 기반공사와 건축물을 건립하는 조건이다. 조합측은 38억 6600만원을 들여 오는 11월까지 권선구 서둔동 9의3 일대 1700평에 건물 2개동(연면적 346평)을 건립한다. 도매센터가 들어서면 현재 생산자→영업본부→영업소→도매점→동네 슈퍼마켓→소비자로 이어지는 유통단계가 생산자→물류센터→동네 슈퍼마켓→소비자로 2단계 축소된다. 물류비의 30%가 줄고 중소 슈퍼마켓의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경기도 남부슈퍼마켓협동조합은 수원·오산·평택·용인 등 7개 지역 슈퍼마켓 운영자 300명으로 구성돼 있다. 수원 김병철기자 kbchul@seoul.co.kr
  • [25일 TV 하이라이트]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인표는 영실에게 친남매가 아니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그동안 말 못하고 지켜온 사랑을 고백한다. 같은 시각, 진우 역시 영실을 사랑한다고 명희에게 말한 뒤 도와주겠다는 명희의 말에 몸이 다 나으면 영실에게 고백하겠다고 다짐한다. 한편, 정님은 인표와 영실의 만남 때문에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공부가 지겹고 힘들다는 상식을 뒤집고 재밌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는 방법, 우등생이 될 수 있는 방법이 따로 있다고 한다. 공부의 의미와 함께 공부를 잘하기 위해 필요한 원리는 무엇인지에 대해 알아보고, 아이들 학습에 있어 부모에게는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 이야기 해본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온 가족이 함께 과학의 신비로 빠져보자. 과학을 좀 더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바로 과학축제가 아닐까?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렸던 2005가족과학축제를 찾아가 가족로봇경연대회, 극지체험관, 팔도로봇전시회, 과학영화, 우주관 등 재밌고 흥미로운 행사들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애니토피아(EBS 오후 10시50분) 인형 애니메이션의 전설적인 감독, 이지 트릉카의 1959년작 ‘한여름밤의 꿈’을 만나본다.‘한여름밤의 꿈’은 이지 트릉카 감독의 마지막 장편이자 체코 최초의 시네마스코프 작품으로 유명하다. 특히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인형들의 이야기는 한 편의 꿈처럼 환상적이다. ●김약국의 딸들(MBC 오전 9시) 박의원이 정국주네 부부와의 상견례를 미루고 서울로 돌아가자 김여사는 마리아와의 혼사가 깨지는 게 아니냐며 걱정한다. 홍섭은 용빈과 결혼을 하든 마리아와 결혼을 하든 신경 쓰지 말라고 화를 낸다. 한편, 홍섭의 사랑을 굳게 믿은 용빈은 한실댁을 찾아가 홍섭을 용서해주라고 부탁한다. ●마법전사 미르가온(KBS2 오후 6시40분) 지배자가 돌아왔다는 호구의 말을 의심하던 주비는 지배자를 흉내 낸 계란장수의 목소리가 담긴 녹음기를 발견하게 된다. 코야는 사라를 만나 다른 마법사들 몰래 아라를 만나야 한다고 부탁하고 마침내 아라를 만나게 되지만, 때마침 나타난 마패와 장미로 인해 다음을 기약한다.
  • [토요일 아침에] 믿음의 사회 만들자/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요즘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서로 신뢰하지 못하고, 서로 인정하지 않으려 하고, 서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데 있다. 일종의 거부감이 가득한 사회요, 의심하는 관계이다. 생각해 보라. 서로가 신뢰하지 못할 때 생기는 사회적인 손실이 얼마나 큰 것인가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도대체 이러한 불신과 거부감은 어디서부터 왔을까? 그것은 과거의 가난과 거절과 상처로 비롯된 결과이다. 우리의 과거는 인정보다는 거절 받는 데 익숙했고 이해보다는 비판을 받아오는 것이 습관이 되어 왔고 자유보다는 속박 속에서 살아왔다. 이러한 결과가 오늘의 현실을 만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현정부가 한참 논의하는 ‘과거사 정리’보다 ‘과거사 치유’가 더 급하고 중요한 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치유가 전제되지 않는 ‘과거사 정리’란 또 하나의 치명적인 상처를 낳게 될 것이다. 어떤 시인이 “지금은 기도할 때입니다.”라고 말했듯이 “지금은 서로 사랑하고 용서할 때입니다.”라고 외쳐야 할 것이다. 우리의 모습을 보라. 서로 주먹을 불끈 쥐고 얼굴을 붉히고 고함을 지르고 있지 않은가? 서로 정죄하고 서로 고발하고 서로 비판하고 있다. 여기에서 어떤 선한 것이 나오겠는가? 진정으로 나라를 사랑하고 민족의 운명을 걱정한다면 우리는 서로를 존경하고 신뢰하고 믿어주는 최소한의 공통분모를 가져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첫째로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신뢰하는 믿음을 가져보자는 것이다. 믿음에서 믿음이 나온다. 의심이란 토양에서는 믿음이라는 나무는 결코 자라지 않는다. 불신과 의심을 이겨내는 비결은 속더라도 믿어주고 손해 보더라도 또 믿어주는 작은 실천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소한 생각과 방법은 다를지라도 그 사람도 하나님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해 보자. 둘째는 믿음은 언제나 기적을 만든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성경에 보면 ‘믿음은 바라는 것의 실상이고 보이지 않는 것의 증거이다.’라고 했다. 믿음이 있으면 모든 의심과 염려와 근심과 걱정을 잠재울 수 있다. 믿음은 찬란한 미래를 만든다. 예수님께서도 “네가 만일 겨자씨만한 믿음이 있다면 이 산을 옮길 수 있다.”고 하셨고 “네 믿음대로 된다.”고 하셨다. 믿음이란 막연한 기대감이나 운명적인 결과가 아니다. 그것은 약속의 성취이다. 믿으면 영광을 본다는 약속을 믿는 것이다. 우리는 사실 믿음보다는 이성에 더 매력을 느낀다. 이성적인 사람이나 지적인 사람으로 이해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이성과 합리성을 뛰어넘는 것이 믿음의 세계라는 것을 왜 모르는 것일까?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진화를 믿고 창조는 거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가? 진화는 이성으로 이해되지만 창조는 믿음으로 이해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육적인 것은 이성으로 이해되지만 영적인 것은 믿음으로만 이해된다. 땅은 이성으로 이해되지만 하늘은 믿음으로 이해된다. 여기에 아주 중요한 우리사회를 변화시키는 열쇠는 믿음이라는 확신이 필요하다. 셋째로 내 자신부터 믿음의 사람이 되기를 결단하고 행동으로 보여주자.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친구와 동료에게 이르기까지 실천 무대는 얼마든지 있다. 다른 사람이 신실하고 믿음이 있기를 기다리지 말자. 내가 먼저 신실한 마음과 믿음으로 그 사람에게 나아가는 것이다. 손해를 각오하고 대가를 치를 준비를 하자. 믿어주고 또 믿어주고 또 믿어주자. 이성의 세계를 넘어서서 믿음의 세계로 나아가자. 거기서 당신은 진정으로 하나님의 음성을 듣게 될 것이며 자신의 진정한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모두가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뱀처럼 지혜롭고 비둘기처럼 온순하라.”는 예수님의 경고이다. 진정한 믿음을 가진 사람은 이미 뱀처럼 지혜로운 영적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다. 믿음을 가질수록 더욱 더 지혜롭고 총명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이미 믿음을 가졌다고 생각하는 종교인들의 겸허한 태도이다. 그들이 잘못된 믿음을 참된 믿음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을 계속 보여 준다면 모든 사람들은 실망하고 돌아서게 될 것이다. 성직자부터 참되고 겸손한 믿음을 보여주어야 하며 교회부터 진실하고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작은 말도 믿고 큰 말도 믿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대통령의 말도 믿고 국회의원 말도 믿고, 사장님 말도 믿고 말단직원 말도 믿고, 선생님 말도 믿고 학생 말도 믿고, 아버지 말도 믿고 자녀의 말도 믿는 그런 사회 말이다. 하용조 온누리교회 담임목사
  • [23일 TV 하이라이트]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9시30분) 원균은 곤양 탈환을 하기 위한 출전 명령을 내린다. 한백록·이영남을 비롯, 기효근마저도 원균을 말려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원균의 뜻을 꺾기엔 역부족이다. 도도 다카도라는 이순신을 유인하기 위해 원균을 이용한다는 자신의 전략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믿는다. ●토지(SBS 오후 8시45분) 면회를 간 서희는 길상에게 이제야 자신의 깨달음을 이야기하며 눈물짓는다. 또 다시 쓰러진 용이는 땅이 밟고 싶다는 희망을 말한 채 죽음을 맞는다. 광주학생 운동으로 온 나라가 시끄러운 시점에 윤국은 서희의 간곡한 부탁으로 앞에 나서지 않지만 두수는 윤국을 미행하며 감시한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8시20분) 푸른 바다와 초록빛 보리가 어우러진 청산도, 초록빛 벌판이 넓게 펼쳐진 보성 녹차밭은 그림같이 아름다운 풍광으로 영화나 CF의 단골메뉴로 등장하는 남도의 명소. 옛 풍경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 청산도 보리밭과 보성 녹차밭으로 초록빛 여행을 떠나본다. ●코리아, 코리아(EBS 오후 5시30분) 통일교육에 한 걸음 더 다가가기 위해 우리의 초등학생들이 북쪽 친구들 교과서 문제 맞히기에 도전해 본다.‘우리말 하나 되기! 맘 하나 말 하나’코너에서는 충청남도 서천의 합전마을을 찾아간다. 재미있는 북쪽의 단어와 속담의 뜻도 맞혀보고 합전마을 주민들의 따뜻한 정도 느껴본다. ●토요일(MBC 오후 6시5분) 김국진, 김용만, 박경림이 2008년 올림픽 개최 예정지인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 갔다. 첫번째 미션, 천안문에 도착하라. 국진과 용만은 버스와 지하철, 도보 등으로 힘겹게 천안문까지 가고, 사전게임을 이긴 경림은 택시를 타고 간다. 과연 그들은 무사히 도착할 수 있을까? ●용서(KBS2 오전 9시) 수민은 임신진단 시약을 사가지고 들어오다가 아줌마에게 들킨다. 아줌마는 바로 인영에게 전화를 해 이 사실을 알리고 인영은 형우에게 전화를 해 저녁에 들러 달라고 말한다. 형우와 같이 저녁을 먹던 인영은 태훈이 이야기를 꺼내며 수민이 아이를 가져도 잘 해주라고 말해 형우를 당황하게 한다.
  • 교황 첫 해외방문지 어딜까

    ‘새 교황의 첫 해외 방문지는 중동?’ 베네딕토 16세(78)가 첫 미사 등에서 종교·문명간 대화와 화해 및 중재를 강조하자 그의 대외 행보와 역할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무엇보다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중동 행보. 예루살렘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모아놓고 미사를 집전할 것이란 기대마저 제기되고 있다. 예루살렘이 여러 종교의 성지인데다 중동 정세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점에서 새 교황의 방문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 까닭이다. 아울러 나치 전력 시비를 겪은 독일 출신 새 교황의 예루살렘 방문은 화해와 용서란 상징적인 의미도 지닌다. 이 때문인지 중동 지도자들의 관심 표시와 주문도 봇물을 이뤘다. 이스라엘 지도자들은 20일 새 교황이 반유대주의 근절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주문했고, 유대교 지도자들은 그를 ‘이스라엘의 친구’라며 환영했다.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이브라힘 알 자피리 이라크 총리 지명자, 요르단의 압둘라 2세 국왕 등도 종교ㆍ문명간 대화에 함께 노력하자고 강조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마무드 아바스 수반도 “성지 평화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주문했다. 한편 이탈리아 언론들은 20일 요한 바오로 2세의 고향인 폴란드 등이 해외 방문지로 고려되고 있다고 전했다. 교황청의 호아킨 나바로 발스 대변인은 8월 16∼20일 쾰른에서 열리는 세계 가톨릭 청년의 날 미사 집전과 관련,“교황의 독일 쾰른 방문이 확실시된다.”고 말하는 등 교황의 향후 일정이 조율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석우기자 jun88@seoul.co.kr
  • [세상에 이런일이]아이고, 하나님~

    “교회에서는 용서받을 줄 알았습니다.” 교회만 골라 털던 20대 미혼모가 훔친 옷을 입고 다니다 주인에게 덜미를 잡혔다. 전주 중부경찰서는 지난 13일 교회를 돌면서 상습적으로 금품을 훔친 박모(27·여)씨에 대해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는 지난 11일 오후 1시쯤 전주시 우아동 A교회의 빈 사무실에 들어가 현금과 팔찌, 의류 등 72만원어치를 훔친 것을 비롯, 지난해 12월부터 5차례에 걸쳐 370여만원어치의 금품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는 “어떤 여자가 잃어버린 바지를 입고 편의점에 들어갔다.”는 피해자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절도죄로 7차례나 교도소를 드나들었던 박씨는 경찰에서 “교회에서는 물건을 훔치다가 걸리더라도 용서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면서 “지난해 사귀던 남자와 아이를 낳았는데 생활비가 모자랐다.”고 선처를 호소했다. 유영규기자 whoami@seoul.co.kr
  • [안귀옥 가족클리닉 행복만들기]남편 죽자 내연녀가 재산 달라는데…

    제 남편은 3년 전부터 다른 여자와 동거를 해 왔습니다. 저는 아이 둘을 데리고 생활비도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고생을 해 왔는데 최근에 남편이 그 여자와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만 숨져 저와 자식들이 남편의 재산을 상속했습니다. 남편과 불륜 관계에 있던 그 여자는 남편이 물려준 재산이 있는 것을 알게 되자 자기가 남편과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하면서 저와 아이들을 상대로 재산 분할을 해 달라고 청구해 왔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남편을 빼앗기고 산 세월만 해도 억울한데 상간녀에게 재산까지 나누어 주어야 하는지요. -이순길(가명)- 남자들은 처와 자식이 있는 사람이 왜 다른 여자를 탐해서 처자식과 주변 사람을 고통 속으로 몰아넣는지 참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남편의 외도로 인한 심리적 경제적인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식들에게 헌신해 온 순길씨가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우선 결론만 말씀드리면 부인이 있는 남자와 함께 동거 생활을 하였다고 해서 사실혼 관계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사실혼 관계라는 것은 두 사람 모두 혼인할 여건이 되는, 즉 호적상 배우자가 없는 사람들끼리 혼인의 의사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혼인의 실체를 가진 생활을 하면서 오로지 혼인 신고만을 하지 아니한 경우에 인정되는 제도입니다. 이러한 사실혼 관계가 인정이 되면 호적을 전제로 한 친족 관계나 상속 관계는 발생하지 않지만 임대차보호법이나 기타 법률 혹은 가족법에서 판례가 재산에 관한 일정한 권리를 인정해 주기는 합니다. 그러나 순길씨의 남편과 같이 단순히 바람이 나서 외도를 하는 경우에는 사실혼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설령 중혼적 사실혼 관계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재산분할 청구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례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족법에서는 일부일처제에 대한 기본 원칙을 깨는 혼인 관계를 인정해 주지 않으니까요. 제가 얼마 전에 상담한 사건에서도 유사한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 분은 배우자 있는 남자와 20여년간 동거를 해온 사람인데 본처는 남편으로부터 너무 심한 폭행과 인간 이하의 취급을 당하는 바람에 외도를 하든 말든 생활비만 내주고 집에 들어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오히려 남편과 동거하고 있는 여성에게 남편을 집에 오지 않게 해 달라고 부탁을 하더랍니다. 그 여성도 20여년간 동거 생활을 하면서 남편으로부터 갖은 모욕과 폭행 등에 시달리기는 했지만 사업 수완이 있어 두 사람이 열심히 번 돈이 20억원이 되었습니다. 상담자는 남편의 지속적인 폭력행위를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다면서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하였는데 필자의 입장에서는 중혼적 사실혼 관계에서 재산분할을 인정하지 않는 우리 법원을 어떻게 설득할까 하는 고민을 한참 하다가 궁여지책으로 명의신탁을 주장하면서 부당이득으로 재산의 반을 달라고 하였는데 그 소송은 진행 중에 당사자간에 합의가 돼서 종결됐습니다. 순길씨의 경우에는 남편의 외도로 인해 다른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겼다는 아픔 이외에도 상간녀로부터 당한 재산분할 청구로 두 번의 아픔을 경험하면서 마음의 상처가 크리라고 봅니다. 그러나 이왕에 저질러진 일이야 시간이 가면 치유가 되겠지만, 순길씨가 보다 큰 용서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용서는 죽은 남편이나 상대방 여성을 위해서가 아니라 순길씨가 과거에 갇히지 않고 행복한 미래를 설계하는 데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쪼록 아픈 기억들을 떨어내시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족 갈등 해소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은 사단법인 한국행복가족상담소(www.e-happyhome.or.kr,032-8627-119)에서도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 영혼을 깁는 바느질 한땀

    “내가 어렸을 때 우리 집 여자들은 모두 바늘을 사용했다. 나는 항상 바늘의 매력과 마술적인 힘에 끌려 있었다. 바늘은 손상을 치유하는 데 쓰인다. 그것은 관대하다. 결코 호전적이지 않다. 그것은 핀이 아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여성작가 루이즈 부르주아(94). 그에게 바늘이나 드로잉 펜은 손에 익은 작업도구다. 그는 조각난 자신의 마음을 추스르기 위해 바늘을 들었고 드로잉 펜을 잡았다. 그렇다면 그의 아픔의 정체는? 그것은 바로 어린 시절 아버지의 외도로 인한 배신감과 무기력한 어머니에 대한 연민에서 찾을 수 있다. 이는 부르주아 예술의 지속적인 동력이 됐다. 부르주아는 이같은 자전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여성성과 남성성의 갈등, 나아가 인간존재에 대한 근원적 질문을 조각작품에 담아냈다. 신체와 성이 미술의 주요 담론으로 자리잡으면서 그는 마침내 60대의 나이에 최고의 인기 페미니즘 작가가 됐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전시중인 작품들은 이같은 그의 정신적 배경을 알아야 제대로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엔 ‘그는 침묵했지만 내가 그를 세상으로 불러냈다’ 등의 제목이 붙은 드로잉과 ‘사팔뜨기 여인 Ⅲ(메두사)’ 등 드라이포인트 작품, 천조각에 석판으로 이미지를 찍고 손바느질을 곁들여 만든 책 형식의 작품 ‘용서’,‘사제관’을 비롯한 조각 등이 나와 있다. 삶의 끝자락에서 부르는 영혼의 자서전 같은 작품들이다.1938년 미국인 미술사학자 로버트 골드워터와 결혼한 뒤 뉴욕에 정착한 부르주아는 미국과 유럽, 남미와 일본 등지에서 수차례 회고전을 가졌으며 한국에서도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기억의 공간’이란 제목으로 전시를 연 적이 있다.5월13일까지.(02)735-8449.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16일 TV 하이라이트]

    ●불멸의 이순신(KBS1 오후 9시30분) 이순신의 승첩장계를 받은 조정은 전란 발발 이후 첫 승첩소식에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선조는 이순신을 가선대부에 봉하고 휘하 장수와 병졸들의 노고를 치하하는 교지를 내린다. 반면 경상우수사 원균에게는 비망기를 내려 전장에서 함부로 준동하지 말 것을 이른다. ●그린 로즈(SBS 오후 9시45분) 커다란 선물을 기대하던 세사람은 진대인의 경호원들에 의해 끌려 나간다. 밀실에 갇힌 정현은 불이 났다고 거짓말을 해 경호원을 따돌린다. 진대인의 이마에 총구를 겨눈 정현은 진대인이 미동도 하지 않자 무릎을 꿇는다. 다음날 진대인은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세 사람에게 성찬을 베푼다. ●라이프n조이(YTN 오전 9시20분) 우리 민족에게 유난히 친숙해서 문학소재의 단골손님이기도 한 아름다운 꽃 진달래와 동백꽃. 국내 최대의 군락지를 이뤄 관광객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곳이 있다. 축제가 한창인 여수 영취산 진달래와 장흥 천관산의 동백꽃 향을 따라 색깔있는 테마여행을 떠나본다. ●지금도 마로니에는(EBS 오후 10시50분) 김지하가 도망 다니는 사이 정보부에서는 김지하가 숨어있는 곳을 대라며 김맹모를 끌고 가 전기고문을 가하고 이로 인해 김맹모는 반신불수가 된다. 한편으론 김지하의 어머니인 정금성을 앞장 세워 김지하를 찾아다니며 김지하를 압박한다. 김중태 등이 잡히면서 재판이 시작된다. ●유재석 김원희의 ‘놀러와’(MBC 오후 7시) 성시경, 정형돈, 유니, 은지원 4명의 각기 다른 연애심리 이야기가 펼쳐진다. 오랜만에 4집 앨범으로 돌아온 로맨틱 가이 성시경이 자신이 정형돈과 동갑내기라는 소문의 진실을 밝힌다. 은지원은 원래 듀엣으로 기획되었던 젝키가 6명이 된 그룹 탄생 비화를 공개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인영은 새로 온 아줌마를 몰래 불러 내 수민이 본부인이 아니라는 사실과 그간에 일어난 일들을 들려 주게 되고 아줌마는 수민의 뻔뻔함에 혀를 찬다. 한편 형우의 회사 사정은 갈수록 나빠져 밤늦게 술에 취한 채 들어와 수민에게 넋두리를 하고, 수민은 형우의 방에서 밤을 새게 되는데….
  •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백승종의 정감록 산책] (14) 변산 태진스님과 정감록 사건(中)

    뜻밖에도 ‘정감록’에 경도됐던 사람들 가운데는 부자가 적지 않았다. 영조 때 남원의 부자 김영건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평소 유복해 보였던 김씨 일가가 비결에 쏠리게 된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남원의 벽보 사건을 좀더 밀도 있게 그려보면 그 답이 보일 것 같다. ●남원성에 나붙은 벽보 영조9년 7월 하순. 그믐날이 가까워 달빛조차 희미한 깊은 밤, 김영건의 두 아들은 괴문서를 남원성벽에 붙였다. 장남 원팔이 문서를 내거는 동안 아우 원하가 망을 보았다. 출입이 가장 빈번한 남문 근처에 한 장의 대형 벽보를 붙이는데 실제 소요된 시간은 극히 짧았지만, 그들 형제에게는 견딜 수 없이 긴 시간이었다. 당시 남원은 호남 굴지의 대도회라서 날마다 성문이 열리기가 무섭게 수백 명이 성안을 드나들었다. 그들의 눈에 띈 벽보 내용은 삽시간에 호남 일대로, 그리고 지리산 너머 영남 지방으로도 퍼져나갈 것이었다. 아닌 게 아니라 이튿날 오전 남원부중은 괴문서 이야기로 들썩였다. 그날따라 몸이 불편해 좀 늦게 출근한 최정도 이방(吏房)은 이미 사령들이 수거해온 벽보를 훑어본 다음 한숨을 길게 내뿜었다. 조정대신을 강도 높게 비난한 구절도 그랬지만 ‘자미진주(紫微眞主)’ 운운한 것이 영락없는 반역자의 소행이었다. 이방이 알기로, 자미성(紫微星)은 자미원(紫微垣)에 속한 큰 별이다. 그것은 북두칠성의 북쪽에 있는데 천제(天帝) 또는 국왕을 상징한다. 그런데 벽보에 ‘진주’라고 했으니 한양성안 구중궁궐에 엄숙하게 앉아계신 상감께선 왕도 아니고, 자미성 정기를 받은 진짜 왕이 곧 나온다는 얘기다. 벽보엔 상감이 무도하다는 둥 동궁(사도세자)이 미쳤다는 둥 흉악한 언사가 끝없이 이어졌다. 그 내용을 자세히 살핀 이방은 새파랗게 질렸다. 잠시 후 어느 정도 마음을 가다듬은 이방은 도호부사 조호신에게 긴급사태를 보고하는 한편, 많은 정탐꾼을 풀어 성 안팎에 떠도는 온갖 소문을 즉각 수집토록 했다. 평소 성품이 침착하고 판단력이 있는 이방이었다. 그는 엄하기로 이름난 이 형방, 실무경험이 가장 풍부한 박 호장 등과 함께 수사본부를 구성했다. 그들은 시시각각으로 들어오는 소문들을 비교 종합해 믿을 만한 것을 추려내어 계통별로 분류했다. 범인을 바로 잡아들이지 않으면 어떤 변고가 일어날지 예측할 수 없는 일이라, 수사는 신속히 진행돼야 했다. 최 이방은 진행중인 수사에 관해 남원부의 우두머리인 조 부사에게 여러 차례 보고했다. 그러나 서울 명문대가 출신인 부사는 실무에 워낙 어두워 한숨만 내쉴 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많은 정보를 비교분석해 보니 성안에 거주하는 김영건과 세 아들이 용의선상에 떠올랐다. 이방은 사령들을 급파해 우선 그들을 잡아들이고, 김씨 집안에 소장된 모든 문서(文書)를 철저히 수색했다. 그날 해질 무렵 김씨의 문갑에서 두 장의 수상한 문서가 발견됐다. 큰아들 원팔의 필체가 분명했는데, 놀랍게도 벽보의 초안이었다. 두 장 가운데서도 큰 종이에 적힌 문건은 벽보보다 언사가 훨씬 과격했다. 반역자만이 쓸 수 있는, 대역무도한 ‘불온문서’였다. ●정 노인이 일으킨 해프닝 김영건에 대한 남원 사람들의 평판은 무척 좋았다. 그는 성품이 부드럽고 공손하고 단정한 데다 재산도 많았다. 여느 부자와는 달리 가난한 이웃은 물론, 집 앞을 지나는 거지들에게까지 후했다. 최 이방은 소문으로 그런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기 때문에 섣불리 김영건에게 혐의를 둘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탐문수사 결과를 무시할 수 없어 망설이다가 사령들을 내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김영건의 집에서 결정적인 단서가 나오는 바람에 이방은 기가 막혔다. 김영건에게는 김원팔, 김원하, 김원택 등 세 아들이 있었는데 셋 다 글 잘하고 글씨도 잘 쓴다는 소문이 자자했다. 모두 아버지를 닮아 인물도 훤칠했다. 특히 큰아들 원팔은 과거시험에도 여러 차례 응시했을 정도다. 그는 남원은 물론 호남의 수부(首府) 전주를 비롯해 각지의 선비들과 두루 사귀고 있었다. 최 이방은 사실 김영건 일가와 친한 편은 아니었지만, 마음속으론 늘 김영건의 유복함을 부러워했다. 그런데 김영건 일가에게는 말 못할 고민이 하나 있었다. 수사에 동참한 이 형방이 들려준 이야기에 따르면, 김영건의 ‘근본’ 즉, 신분을 둘러싼 의혹이 있다고 했다. 형방의 상세한 설명을 듣고 나서 이방은 여러 해 전에 있었던 정 노인 사건을 다시금 뇌리에 떠올렸다. 하루는 남원 성 밖에 사는 가난한 양반 정 노인이 읍내에 시장구경을 나왔다가 만취한 상태에서 김영건을 노비의 자손이라고 비방하는 시비가 벌어졌다. 그러나 문제의 정 노인은 평소 행동거지가 단정하지 못해 세인의 평판이 좋지 않은 편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노인의 말을 곧이듣지 않았다. 그 뒤 정 노인은 다시 그런 ‘망령된’ 말을 꺼내지 않아 사건으로 비화되진 않았다. 기억력이 비상한 최 이방조차 이 사건을 까마득히 잊어버리게 된 데는 그런 이유가 있었다. 그때 정 노인이 입을 다문 것은 김영건이 적절한 조치를 취해서 그런 것이었다. 영건은 노인과 다투지 않고 도리어 그를 살며시 회유했다. 그는 노인을 정중히 자기 집으로 모시고 가서 약주를 대접했다. 싫은 노릇이었겠지만 그 뒤에도 길가에서 노인을 마주치면 먼저 반색을 했다. 남원 사람들의 눈엔 마치 도량 있는 김영건이 철없는 주정뱅이 노인을 너그러이 용서한 것으로 보였다. 이 사건은 영건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몇 년 뒤에 일어났는데, 적어도 아들인 그만은 진실을 정확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김영건의 비밀 사실 김영건은 노비나 별 다름 없이 천한 사람이었다. 남원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상도 함양에 노씨 성을 가진 한 양반이 살았는데, 그 집에 막산이란 사내종이 있었다. 그 아내는 이름을 분금이라 했다. 본래 가난한 농사꾼의 딸이었다. 그리고 김영건으로 말하면 분금의 아들이 분명했다. 분금은 어릴 적부터 유달리 영리했고 행실도 조심스러웠다.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면 그녀의 미색이 너무 뛰어났다는 점이다. 노씨네 행랑것이었던 그녀를 주인양반은 물론 그 집에 드나든 여러 양반들이 다투어 탐을 냈다. 분금은 물론 영건도 이런 집안내력을 꽁꽁 숨기며 살았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영건은 어머니가 세상을 뜨기 직전에야 그 내력을 알게 됐다. 종 막산은 영건이 아직 젖먹이였을 때 돌림병에 걸려 갑자기 죽었다. 그러자 양반들은 아예 마음 놓고 분금에게 집적거렸다. 조선시대 양반들은 대체로 취미삼아 그런 불륜을 저질렀다. 분금은 자신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하는 것이 너무 원통했다. 엄밀히 말하면, 분금은 본래 노씨 집안의 여종이 아니었으므로 종살이를 계속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공공연히 노씨네 종으로 간주되는 실정이었다. 한탄으로 나날을 보내던 분금은 남편을 묻은 지 1년 만에 젖먹이 영건을 등에 업고 몰래 주인집을 빠져나와 지리산 쪽으로 발길을 재촉했다. 이틀 동안 산길을 헤매던 분금은 지리산의 서쪽 자락에 있는 운봉을 지나 대도시 남원성으로 들어갔다. 서당 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뼈대 있는 양반집에서 수년 동안 종 아닌 종살이를 한 분금은 양반들의 예의범절에 거의 통달한 편이라 누구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했다. 그녀는 질병으로 온 가족이 몰살한 어느 한미한 시골선비의 청상과부라고 했다. 영건의 성은 김씨가 됐다. 마침 그 얼마 전 역질이 남원성을 강타했던 탓에 성안엔 주인 없이 텅 빈 집이 여럿이었다. 분금은 그 가운데서도 시장 쪽으로 얌전히 앉은 초가집 하나를 골라 거처로 삼고서 오직 삯바느질에만 매달렸다. 분금은 나이 일흔에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한시도 손에서 일을 놓지 않았다. 원체 부지런해 해마다 조금씩 재산이 늘어났다. 과부 허리춤엔 은이 서 말이란 속담 그대로였다. 영건이 스무 살쯤 됐을 때 어머니 분금은 논을 네댓 마지기나 장만했다. 영건은 어려서 서당을 몇 년 다녀 까막눈은 아니었다. 그는 홀로 고생하는 어머니의 모습이 안타까워 일찌감치 공부를 그만두고 농사일에 전념했다. 잘 모르는 것은 이웃의 경험 많은 노인에게 물었고, 가끔 시장에 들러 쌀, 콩, 면화, 무명 등의 가격을 조사해 비망록에 꼼꼼히 기록해 두었다. 만일 콩 한 되라도 팔라치면 반드시 시세가 가장 비쌀 때 내놓았다. 이런 식으로 살림을 하다 보니 영건은 곧 동네에서 제일가는 부자가 됐다. 그런 아들인데도 늙은 어머니는 영건에게 늘 하는 말이 있었다.“누구에게든지 공손해라! 가난한 이웃을 잘 보살펴 주고, 검소하게 살아야 한다. 우리가 이만큼이나 살게 된 것은 모두 부처님의 크신 원력 덕택이다. 절간에 시주를 게을리 하지 말라!” 영건은 그 가르침을 묵묵히 따랐고, 이웃사람들이 모두 영건을 존경했다. 어머니는 세상을 뜨기 전날 밤, 아들을 머리맡에 불러 앉혀 놓고 나직이 말했다.“지금까지 네 아버님의 기일(忌日)이라 믿어온 것이 실은 함양 양반 노씨네 종 막산의 제삿날이다. 나는 그 아내 분금이다. 네 아버지는 경상도 하동 사는 김 선비인데, 이름도 모르고 아무 것도 더는 모른다. 부디 죄 많은 이 어미를 용서해라. 이제 비밀을 네게 털어놓으니 내 가슴이 후련하구나!” ●김영건과 예언서의 만남 김영건은 아무에게도 자신의 비밀을 말할 수가 없어 혼자 그저 답답한 심정이었다. 그랬는데 정 노인 사건까지 터져 마음을 안정시키기가 어려웠다. 그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천도를 핑계 삼아 절간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그는 평생 동안 뭐든 그저 열심히 하면 된다는 신념으로 살아왔던 것인데, 갑자기 하늘이 무너진 것도 같고 인생과 세상에 대한 회의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나는 과연 전생에 무슨 큰 죄가 있어 평생 아버지 얼굴 한 번 보지 못했는가. 종 아닌 종이 되어 제 근본을 숨기고 가슴을 졸이며 살아야 되는 내 인생은 도대체 얼마나 불쌍한가. 언젠가 이 비밀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자식들의 장래는 또 어찌 될 것인가. 이 놈의 세상이 아주 송두리째 바뀌어야 한다. 나같이 천한 사람도 가슴 펴고 떳떳이 살 수 있는 그런 세상이 와야 된다. 도무지 세상이 원망스럽기만 하구나!” 김영건이 제기한 질문들은 누구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정 노인 사건 이후 영건은 사람이 달라졌다. 그의 왕성했던 식욕은 오간데 없어졌고, 일할 마음도 사실은 거의 사라졌다. 세상이 허무하다는 한 생각만이 온종일 영건의 머리에 가득했다. 영건은 그런 자기의 마음을 솔직히 털어놓지 못해 더욱 고민이었다. 그나마 큰 다행은 그가 가끔은 절간에 들러 스님들과 문답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다. 영건은 태연한 척 여러 가지 사소한 질문을 던졌다. 스님들 가운데는 더러 영건의 깊은 고민을 눈치 채는 경우도 없지 않아 찻잔을 마주한 승방 문답이 해질 때까지 오래 이어지기도 했다. 절간을 오가는 횟수는 점점 많아졌고 영건은 새로운 세계를 만났다. 인연설은 물론 장차 미륵부처가 다스릴 용화세계가 지상에 실현된다는 신기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밖에 승려 태진이 소지했던 것과 같은 ‘남사고비기’라든지 ‘정감록’에 관해서도 말을 많이 들었다. 정말 그 비결의 내용처럼 세상이 뒤집어져 상놈이 양반도 되는 그런 세상이 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상상만 해도 좋았다. 하지만 과연 그런 세상이 올지는 여전히 미지수였다. 당시 조정에선 일체의 ‘위험한’ 비결의 독서, 소장, 유포 및 출판을 엄금했다. 금지가 심할수록 비결은 더욱 유행해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그 내용을 알게 됐다. 영건도 절간에서 객승이 소지한 ‘남사고’를 한두 번 구경한 적이 있었다. 영건은 비결을 베껴 곁에 놓고 자세히 살펴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그는 점차 비결의 세계에 빠져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비결을 직접 소장하지 못했고, 비결대로 세상을 바꾸려는 ‘불온한’ 사람들의 무리에 섞이지도 못했다. 그러기엔 영건의 성격이 너무도 소극적이었고 그는 이미 늙었다. 하지만 큰아들 원팔은 달랐다. 영리한 아들은 아버지의 불안과 고민을 대강 눈치 채고 있었다. 아들에겐 최봉희란 약빠른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는 이미 ‘남사고’를 소장하고 있었다. 아들은 최의 책을 필사해가지고 아버지에게 드렸다. 아들은 위험천만한 ‘비결’ 조직에 점차 가까이 다가가고 있었다. ●남원 양반 이유성의 문제제기 김영건 일가에 정체성의 위기가 다시 찾아온 것은 1733년이었다. 이미 칠순에 접어든 정 노인과 다시 문제가 생긴 것인데, 정확히 말하면 정 노인의 외손녀사위인 이유성과 다툼이 벌어졌다. 어느 날 술 취한 정 노인이 이유성이 듣는 데서 김영건의 비천한 출신에 관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정 노인의 친구 가운데는 젊은 시절 분금을 유독 탐낸 양반이 하나 있었다. 그 양반이 참으로 우연히 남원 읍내 길가에서 이미 노인이 다 된 분금을 마주친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로부터 그 이야기를 전해들은 정 노인은 김영건을 노씨네 종이라 확신하고 있었다. 김영건의 비밀을 들은 이유성은 반드시 그것을 폭로하겠다고 별렀다. 스스로 양반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혈기 방장한 양반 이유성에게는 신분이 뒤섞이는 것이야말로 나라의 근본을 뒤흔드는 범죄행위였다. 그는 가짜 양반 김영건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생각했고, 이유성의 적의를 느낀 김영건 일가는 극도로 긴장했다. 양측의 대립은 갈수록 심각해져 마침내 상대방을 관가에 고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나 제출된 양측의 문건을 검토한 이 형방은 그들의 주장에 애매한 점이 많은 데다, 시급히 처리해야 할 다른 사건들이 많은 관계로 그에 대한 심리를 뒤로 미뤄놓고 있었다. 김영건의 큰아들이 남원성벽에 붙인 벽보에는 게시자가 이유성의 아버지 이여매라고 적혀 있었다. 김씨들은 자기들의 정체성을 위협하는 이유성 집안에 역모 죄를 뒤집어씌울 계산이었던 모양이다. 정말 그런 단순한 계산에서 김원팔 형제는 위험천만한 벽보를 붙였을까. 아니면 혹시 어떤 비밀집단이 그들의 배후에서 벽보사건을 기획했던 것일까. 도승 자명과 변산 승려 태진, 최봉희, 김원팔 등의 관계는 정확히 무엇인가. 다음 호에서 따져볼 것이다. (푸른역사연구소 소장)
  • [14일 TV 하이라이트]

    ●TV소설 바람꽃(KBS1 오전 8시5분) 생각지도 못한 진우의 작은 이벤트에 기뻐하는 영실에게 진우는 능청을 떨며 피복 공장을 직접 맡아서 해보라는 제안을 한다. 영실은 좀더 생각해 보겠다며 머뭇거린다. 영실과 함께 집으로 돌아온 진우는 명희에게 영실이 피복 공장을 맡게 해달라고 말한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선천성 대사효소결핍증 장애(PKU)’를 갖고 있는 남매, 승준이와 윤아. 신진대사에 필요한 효소가 부족해 생기는 희귀 유전병이다. 지금의 승준·윤아 남매가 있기까지 헌신적인 노력을 기울인 아버지의 자녀사랑 이야기와 더불어, 윤아가 그린 미술작품들을 감상해 본다. ●글로벌 코리안(YTN 오후 1시25분) 투자이민에 적극적인 캐나다를 찾아가 본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는 사업이민의 투자 한도를 80만 달러로 낮추고 수속기간도 6개월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조치로 백만달러의 자금과 3년이나 걸렸던 기간이 대폭 완화돼 사업이민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인다. ●TV정치교실-다르게 사는 사람들(EBS 오후 11시40분) 4월20일 장애인의 날을 맞아 우리 사회에는 어떤 소수자들이 있으며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알아보고, 각 정당의 정책들을 살펴본다. 또한 외국의 흑인인권운동과 여성의 참정권 역사 등을 통해 정당한 권리를 획득하기까지 고난의 과정도 살펴본다. ●논스톱5(MBC 오후 6시50분) 하버드 출신의 멋쟁이 타블로에게 진주목걸이를 선물 받은 정린은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고, 아이들도 정린에게 드디어 짝이 생겼다며 축하해 준다. 남자아이들은 사기로 뜯어먹기만 했다며 정이를 따돌린다. 정이는 자신의 사기 인생이 걱정돼 큰 맘 먹고 한 턱 내려고 하지만 돈이 없는데…. ●용서(KBS2 오전 9시) 수민은 재훈이 몹시 아픈 걸 알고 집으로 찾아 오지만 재훈은 방문을 잠그고 만나주질 않는다. 희만까지 나서서 빨리 가라고 하자 수민은 재훈이 자기를 많이 찾았다는 말을 병진이로부터 들었다고 말한다. 화가 난 재훈은 아픈 몸을 이끌고 사진관으로 가 다짜고짜 병진에게 주먹을 날린다.
  • [12일 TV 하이라이트]

    ●현장르포 제3지대 (KBS1 밤 12시) 산골에서 당나귀를 키우며 자연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일곱명의 ‘당나귀 가족’. 공부보다 자연과 노동의 소중함을 가르치는 자연주의자 아버지와, 도시인의 삶도 가르치고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어머니. 경북 영덕 속곡리의 명물 ‘당나귀 가족’의 생생한 산골일기가 펼쳐진다. ●오픈 스튜디오(SBS 오후 4시10분) 한 평생을 새와 함께 살아온 윤무부 교수와 함께 생태계의 진객인 새들의 세상에 대해 알아본다. 현재 국제적 이슈가 되고 있는 독도에 서식하는 새에서부터 동요에 자주 등장하는 따오기, 뜸부기, 파랑새에 이르기까지 우리에게 익숙한 새와 환경오염으로 사라져가는 새들에 대한 이야기도 듣는다. ●사이언스+(YTN 오후 1시25분) 노인과 장애 인구가 늘어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재활을 위한 의료기술이다. 특히 사회복지의 향상과 함께 비용 절감기술 개발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데 주목, 재활공학연구소를 찾아 손상된 인간의 동작을 복원시키는 첨단 재활기술을 알아본다. ●생방송 60분-부모(EBS 오전 10시) 산만한 아이들은 자신의 행동을 자꾸 지적받게 되면 더 큰 정서적 어려움을 느끼게 된다. 화나고, 억울하고, 불안하고, 위축되고, 소외감을 느끼는 정도가 보통의 다른 아이들보다 훨씬 심하게 나타나는 것. 산만한 아이들이 겪는 정서적인 어려움을 도와줄 수 있는 해결법을 알아본다. ●원더풀 라이프(MBC 오후 9시55분) 집에 돌아온 세진은 자신을 반기는 신비와 승완을 보며 즐거워하고, 집안이 깨끗이 정리된 사실에 감동한다. 승완은 도현을 찾아가 세진에게 키즈베어의 원서를 준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두 사람은 활주로에서 함께 달리고, 승완은 도현에게 다음에는 하늘에서 한번 붙자고 제의한다. ●용서(KBS2 오전 9시) 다급해진 형우는 인영에게 빨리 땅을 처분해 달라는 부탁을 하기 위해 연락을 시도하지만 인영은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는다. 한편, 재훈은 사진관에서 수민의 사진을 정리하고,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희만은 착잡하다. 수민이 식구들이 모여 식사하는 자리에 나타나지 않자 순복은 형숙을 시켜 데려오게 한다.
  • [길섶에서] 바보 아빠/신연숙 수석논설위원

    자식자랑하는 사람은 옛날부터 팔불출이라 하여 조롱거리가 돼 왔다. 그걸 모를 리 없는 선배 한 분의 천연덕스러운 편지가 출근길 나를 웃겼다. “딸 자랑하고 싶어 소식 보냅니다. 딸이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에 가게 되었습니다. 와튼, 예일,MIT에도 붙었는데 이렇게 빅 스쿨만 네 군데나 합격한 예는 드물다는군요…” 와튼에서 장학금까지 제시해 와튼과 하버드 사이에서 고민했는데 맨 마지막으로 합격자 발표한 MIT 경영대학원에 사위가 붙어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하버드에 가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시댁에서도 아주 자랑스러워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너무도 정중한 문체가 역으로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자아냈는데 마지막 대목에 가서는 그만 소리내서 웃지 않을 수 없었다.“이제 내 나이에 자식자랑할 것밖엔 없는 것 같습니다.” 그가 정말 할 일이 없어서 이 편지를 보냈겠는가.‘불출’소리를 듣더라도 자식 사랑은 못 말리는 게 부모다. 다만 나이에 대한 언급은 약간의 면구스러움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담은 것으로 여겨졌다. 이런 편지라도 주고받으며 사는 게 바쁜 세상 격조함을 풀 수 있는 방법이려니 생각하며 ‘바보 아빠’를 ‘용서’하기로 한다. 신연숙 수석논설위원 yshin@seoul.co.kr
  • [토요일 아침에] 편히 가소서 또 만납시다 -요한 바오로2세 교황님 영전에/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교황 성하의 영전에 삼가 평화의 안식을 기원합니다. 죽음 앞에 선 인간은 가장 아름답고 솔직하다 하였는데, 교황이란 누구인가요? 제몸을 가지고도 마음대로 살 수 없고,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고, 접견과 회의, 결정과 무한책임의 고독, 자신의 궤적을 돌아보기조차 피곤한 육신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부르심에 응답한 것 이상 아무것도 아닌 그 희생과 헌신의 세월이 제단의 예물일진대 어찌 헛되고 무상하다고야 하겠습니까? 당신의 삶에 감사와 존경을 드릴 뿐입니다. 사랑합니다. 이른 아침 누군가 홀로 걸어간 눈길은 발자국마다 꽃이 피어난 듯합니다. 불편한 몸으로 지구촌을 돌던 당신의 순례는 발자국마다 평화의 꽃잎을 피워냈습니다. 순교자의 손에 들린 월계수처럼 꽃잎 하나마다 하늘로 향한 걸음이 될 것이매 향기로 가득할 것입니다. 그렇게 중세기 성좌로부터 현대 세계를 향해 창을 열었으니 그것 하나만으로도 사도좌의 소명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성하의 죽음을 애도하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당신을 존경하고 사랑하는 이유가 있음을 고백합니다. 언론들이 당신께 ‘비(非)이탈리아계’란 수식어를 즐겨 붙이지요. 저는 당신의 이른바 비주류 출신성을 사랑합니다. 스승 예수께서 마구간 구유에서 태어나셨으며 변방 갈릴레아 출신이었듯이 말입니다. 빈곤과 전란의 시대 속에 야생화처럼 성장했던 사람, 공장 노동자로 밥벌이를 하면서 연극 연습을 쫓아다니던 열정적인 청년, 환경이 그러하였으되 “예수 선생님, 제가 어떻게 해야 영생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하고 질문했던 사람처럼, 늘 길을 찾는 젊은이였고 하느님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청년 신도에 불과한 몸으로 임종을 앞둔 본당 사제의 고해를 들어줘야 했던 참 사제였습니다. 당신은 태생적으로 변방과 비주류의 삶에 대한 애정이 깊을 수밖에 없는 그런 분이었습니다. 하느님은 오직 ‘사람’과 ‘평화’만을 창조하셨으되 인간들은 성골-진골, 양반-상놈, 계급과 지배와 소유권을 창조합니다. 우리 시대의 비극은 바로 거기에 있다고 봅니다. 조상 대대로 물려받아 살아가던 땅을 신대륙 발견이라며 짓밟지 않았습니까? 순종치 아니한 이들을 ‘악의 화신’이라 규정하지 않았습니까? 성서에 손을 얹고 취임선서를 하고서도 침략 전쟁을 일삼고 불평등 조약으로 무역을 강제하는 강대국, 여성과 이주노동자·무능력자를 핍박하는 사회, 우리 시대의 갈등과 고통이 바로 주류를 자처하는 오만과 비주류의 저항에서 나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성하, “전쟁만이 해답은 아니다.”라는 당신의 충고를 비웃으며 대량 살상을 자행하고서도 “우리는 큰 별을 잃었다.” “위대한 성자를 잃은 슬픔에 빠졌다.”는 저들의 조롱과 무지를 용서하소서. “주님,…교황 요한 바오로와 우리 주교 니콜라오와…” 사제들이 미사 때마다 교황과 주교 성직자의 돌봄을 청원하는 것은 사랑의 공동체를 위해 지도자들에게 진리의 눈이 필요하다는 뜻 아닐까요? 인간이라면 누구도 오류를 범할 수 있는 유한한 존재임을 뜻하기도 하고요. 이제 미사봉헌 중에 당신의 이름은 물러갈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야말로 당신은 육신의 옷을 벗어버리고 인간의 경계를 넘게 될 것입니다. 빌라도가 묻던 진리가 무엇인지 보게 될 것입니다. 그 명오의 눈을 당신의 형제 사제들이 지니게 해 주소서. 파견 강복이 끝나고 복사와 신자들은 돌아가고 성전의 불도 꺼진 시간, 우리는 교회를 위해 희생하신 당신의 몸에 영혼의 자유를 선언합니다. 금빛 제의도 손에 들린 십자가 지팡이도 모관도 모두 내려놓고 훨훨 날아가십시오. 그처럼 가벼운 걸음 얼마만이겠습니까? 항상 어린이처럼 미소 가득한 그 얼굴로 휘파람 불면서 가옵소서. 유독 젊은이들을 사랑하셨으니 음악소리 요란스럽거든 랩 댄싱도 함께 추시고, 주막 나타나거든 막걸리도 한잔 걸치며 편히 가소서. 우리 또 만나겠지요. 당신을 사랑합니다. 박기호 천주교 서울서교동 성당 주임신부
  • 주여,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나님,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남은 인생 남을 위해 헌신하며 살겠습니다.” 한국 교회를 대표하는 원로목사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참회하는 행사를 열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회장 김명혁 목사)는 8일 서울 도곡동 강변교회에서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주제로 월례 조찬기도회와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김명혁 목사의 사회로 김창인(충현교회), 강원용(경동교회) 원로목사와 조용기(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 등이 각각 15분씩 ‘제가 잘못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가장 먼저 발표자로 나선 김창인 목사는 광복 이후 교회재건운동을 펼치면서 교회의 분열을 막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김 목사는 “1945년 광복 후 개신교는 일제 때 신사참배 문제를 놓고 장로교와 고려파로 분열했는데, 이를 막지 못한 책임이 나에게도 있다.”고 고백했다. 강원용 목사는 개신교 내의 일치문제에 소홀했던 것, 환경문제에 무관심했던 것 등에 대해 스스로 회초리를 들었다. 강 목사는 “1965년부터 불교, 원불교 등 종교 간 대화운동을 펼쳐왔는데, 정작 가장 먼저 해야 할 기독교 내 대화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며 “서로 갈라지고 대립해온 우리 개신교가 참된 대화와 협력에 힘썼다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조용기 목사는 독일의 신학자 디트리히 본회퍼가 제시한 ‘값 싼 은혜’라는 말을 들어 자신의 죄를 반성했다. 조용기 목사는 “그리스도에 대한 순종의 삶이 없는 ‘값싼 은혜’를 가지고 살았다.”고 회고하며 “앞으로 율법과 계명을 받들고 은혜와 진리 속에서 새 사람으로 살겠다.”고 약속했다. 조 목사는 이어 “말로만 사랑을 외쳤고, 이웃에 대해 너무 무관심했으며, 사회의 고통과 부도덕에 너무 침묵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있는 힘을 다해 사회의 정의를, 우주의 하나님을 이루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종면기자 jmkim@seoul.co.kr
  • [박은영의 DVD 레서피] 죽음에서도 삶의 참맛이 솔솔

    [박은영의 DVD 레서피] 죽음에서도 삶의 참맛이 솔솔

    우리나라에서 장례는 하나의 잔치다. 머리를 풀어헤치고 곡을 하면서도 다른 한편에선 조문객들을 위한 잔칫상이 벌어진다. 어디 장례뿐인가. 기일(忌日)을 기념하는 제사상 차림은 홍동백서, 좌포우해 등등 임금님 수라상 못지않다. 서양에서 죽음은 현실과의 단절이며 ‘메멘토 모리’라는 격언처럼 의식적으로 기억해야 할 대상이다. 그러나 우리는 죽은 자들의 영혼이 종종 공기 중에 떠돌고 있다고 생각할 만큼 가깝게 느낀다. 죽은 자에게도 이심전심이 통한다고 믿는 것이 우리네 정서기 때문이다.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와 ‘식스 핏 언더 시즌2’는 공통적으로 죽음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여고괴담‘는 세상으로 통하는 길을 발견하지 못한 한 소녀의 자살에 시선을 고정한다. 소녀의 돌발적인 행동을 비난하고 따돌렸거나, 동성애의 감정에 닿아 있던 친구 모두가 죽은 소녀의 분노와 초자연적인 현상에 공포를 느낀다. 학교가 폐쇄되고 아이들은 패닉상태에 빠지지만, 사랑하는 친구의 진심이 열렸을 때 분노는 사라지고 소녀는 모두를 용서한다. 장의사 집안인 피셔가의 에피소드를 다룬 ‘식스 핏 언더 시즌 2’는 죽음을 건조하고 유머러스하게 녹여낸다. 시체를 닦고 복원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등장하고, 장의사들의 일상과 더불어 제각각의 사연이 있는 시체들의 이야기가 전개된다. ●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 UE 1999년에 개봉된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가 무려 6년 만에 6개의 디스크로 재출시되었다. 창조적인 스타일로 마니아층을 거느린 컬트영화답게 그간 DVD 확장판에 대한 요구도 끊임없이 있었다. 기존판에 비해 화질과 음질이 월등히 업그레이드되었으며, 자연스러운 색감과 정확한 방향감, 응집력 있는 사운드가 돋보인다. 두 감독의 음성해설과 더불어 듀나와 파프리카의 텍스트 코멘터리는 밀도가 있다. 절판된 조성우 음악감독의 OST와 별도의 디스크로 수록된 가편집본도 주목할 만하다. ● 식스 핏 언더 시즌 2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장의 일을 대물림한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TV 시리즈, ‘아메리칸 뷰티’의 각본을 쓴 알렌 볼이 각본과 총감독을 맡았다. 이들은 ‘행복한 장의사’ 보다는 소박한 옷의 ‘아담스 패밀리’를 닮았다. 기괴한 구성원이라서가 아니라 죽음을 다루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고, 각자 별난 개성을 갖고 있으며, 종종 죽은 사람과도 대화하기 때문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누군가의 죽음으로 시작된다. 생몰연대가 뜨면서 피셔가 사람들의 분주한 일상이 전개된다. 별다른 부가영상은 없지만 디스크마다 1개의 에피소드에 감독 코멘터리가 수록되어 있다. 참고로 ‘식스 핏 언더’는 관을 묻을 때 파는 땅의 깊이를 말한다.
  • [日 교과서 왜곡 파문] “日, 한국인에 과거사 사과해야”

    |도쿄 이춘규특파원|일본의 양심적 지식인으로 꼽히는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철학과 교수가 6일 “일본은 역사인식을 확립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해 한국인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이날 ‘한ㆍ일 역사교과서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로 한국학중앙연구원과 도쿄대가 공동 주최한 학술세미나에서 “일본이 언젠가는 (한국으로부터)용서를 받아 두나라가 식민주의 극복과 민주적 가치의 실현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하는 일이 내가 꿈꾸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카하시 교수는 ‘정신의 자유와 일본의 민주주의’라는 주제발표에서 “일본의 평화헌법에 명기된 민주적 가치들이 정치권력과 시민사회 양쪽으로부터 공격받아 ‘개헌’이라는 이름의 개악에 직면해 있다.”며 “일본의 민주주의와 ‘정신의 자유’는 커다란 위기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학교 졸업식과 입학식에서 일본 제국주의 시대의 국가였던 기미가요가 제창되고 일본 국기가 게양되는 것은 헌법 19조에 보장된 사상과 양심의 자유가 유린되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꼬집었다. 다카하시 교수는 고이즈미 일본 총리가 참배하는 야스쿠니(靖國) 신사의 본질과 관련,“전몰 장병의 죽음을 애도하는 곳이 아니라 죽음을 찬양하는 시설”이라며 “전사자들을 따라 계속 천황과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자는 생각을 갖게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야스쿠니 신사에서 A급 전범이 분사되더라도 천황의 명령으로 만든 ‘천황의 신사’ 야스쿠니의 전쟁책임은 남게 된다.”며 “그 책임은 전쟁을 넘어 일본 근대 식민지주의 전체로까지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taein@seoul.co.kr
  • 대공원 동물가족들 ‘베이비 붐’

    대공원 동물가족들 ‘베이비 붐’

    돌고래가 힘차게 물 위를 뛰어오르고 있다. 서울대공원의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섰다. 캥거루와 새끼사자 등 지난 겨울 만났던 대공원 어린 식구들은 모두 튼튼하게 자라고 있었다. 잔점박이 물범을 시작으로 호랑이·늑대 등 많은 동물가족들이 새 생명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다. 암컷을 둘러싼 수컷들의 세력 다툼도 뜨겁다. 이번 주말에는 생동감 넘치는 서울대공원에서 대자연의 숨소리를 들어보자. 그리고 돌고래처럼 힘차게 일상 속에서 뛰어올라보자. 정연호기자 tpgod@seoul.co.kr ■ 동물 가족 이제는 봄이다. 지난 3월 몇 차례의 봄을 시샘하는 꽃샘추위로 꽃망울을 활짝 터뜨리지는 않았지만, 진해 군항제 등 봄맞이 축제에는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한결 가벼워지고 화사해진 거리의 옷차림에서도 완연한 봄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동물 친구들은 어떻게 봄을 맞고 있을까. 지난해 겨울의 초입에 들러봤던 서울대공원을 다시 찾았다. ●봄은 ‘출산의 계절’ 봄이 되면 꽃과 나무의 꽃망울이 피어나고 새순이 돋아나는 것처럼 동물들에게도 새생명이 태어나는 계절이다. 겨우내 실내 사육장에서 여느 계절보다 가깝게 지내다보니 절로 ‘눈이 맞은’ 동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보통 동물들의 발정기가 2∼5월에 집중되기 때문에 봄에 새끼를 낳거나 임신을 하는 동물들이 늘어난다.”고 설명한다. 올해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먼저 태어난 동물은 천연기념물 제331호로 지정된 잔점박이 물범. 따뜻한 바닷가에 주로 사는 잔점박이 물범은 다 자라면 몸길이 1.4m에 몸무게 90㎏ 정도로 바다표범 가운데 가장 작은 편이다. 지난 2월 암컷 한 마리가 먼저 태어났고 뒤이어 지난달 수컷 한 마리도 태어났다. 멸종 위기에 처해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을 한 팀버늑대의 출산도 관심을 모은다. 서울대공원 동물연구실 종보전팀은 지난 1월 인공수정에 성공한 암컷이 하루빨리 몸을 풀기만을 고대하고 있다. 이밖에도 시베리아 호랑이, 사자, 코요테 등 16종 28마리의 암컷이 임신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음 달까지 ‘베이비붐’이 계속될 예정이다. ●내가족 지켰건만…. 안타까운 사연도 있다. 동물원 들소사에 있는 마콜(소과 동물) 수컷은 소중한 가족을 지키려다 뿔을 잃어버린 뒤 가족들로부터 따돌림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생김새가 비슷한 히말라야타알이 이웃해 있는 암컷 마콜에 구애를 하자 화가 난 수컷 마콜이 뿔로 위협을 하면서 히말라야 타알을 견제했다. 그러던 어느날 흥분한 수컷 마콜이 튼튼한 나무우리를 뿔로 들이받아 뿔이 뽑히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 뒤 한달 정도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다시 우리로 돌아간 수컷 마콜은 아끼던 가족으로부터 냉대와 공격을 받게 됐다. 뿔도 없고 한달여 동안 떨어져 있다 보니 암컷과 새끼가 수컷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도권 쟁탈도 치열 주도권 쟁탈도 치열하다. 겨우내 부쩍 자란 새끼 동물들이 아버지 세대 동물들에 도전을 하는 까닭이다. 유럽 들소가 바로 그 경우다. 지난해 봄 부쩍 자란 ‘장남’ 유럽 들소는 힘이 부치는 ‘아버지’ 들소를 밀어내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서로 치열한 몸싸움을 벌이고 1.5m에 이르는 우리를 껑충껑충 넘어다니기까지 했다. 결국 동물원측은 새로운 강자로 부상한 ‘장남’들소를 보다 튼튼한 우리에 따로 격리 수용하기에 이르렀다.1년 넘게 ‘독방 수용’처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아기동물들 겨우내 무럭무럭 지난 겨울 만나봤던 아기동물들은 겨우내 튼튼하게 잘 자라나 있었다. 어미로부터 버림받아 인공 포육장에서 작은 바구니를 침대삼아 자라던 아기 캥거루 ‘캥숙이’는 ‘루사’라는 이쁜 새이름을 갖게 됐다. 또 ‘루미’라는 비슷한 처지의 동생을 만나 겨우내 함께 컸다. 두 아기캥거루는 이제 우유를 떼고 풀과 당근 등으로 구성된 이유식을 먹고 있었다. 사육사 한효동씨는 “두 녀석 모두 건강하게 자랐기 때문에 다음달 말쯤 무리로 되돌려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공 포육장에 함께 있던 아기 사자 남매도 다리가 튼튼해지고 덩치도 듬직해졌다. 서로 장난을 하는 모습도 ‘동물의 제왕’답게 늠름하고 힘이 넘친다. 서울대공원 동물원 최고스타 자리를 놓치지 않는 아기 오랑우탄 보미는 10일 드라마 대장금에 출연한 아역탤런트 조정은양과 잠실경기장에서 열리는 프로야구 두산의 홈경기에서 시구에 나선다는 소식이다. ●봄엔 식물들도 활짝 서울대공원에는 동물들과 함께 식물들도 봄맞이 소식을 전한다.5일까지는 토피어리, 야생화, 난초 등이 전시되는 ‘봄맞이 웰빙식물전’ 행사가 열린다. 좁은 공간에서도 키울 수 있는 화초들이 전시, 판매된다.4월에는 ‘허브축제’와 ‘장미축제’도 열린다.11월까지는 서울대공원 삼림욕장에서 숲해설가가 함께하는 삼림욕 프로그램인 ‘파란하늘과 푸른숲으로의 여행’도 진행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몸값 왕’은 10억짜리 로랜드 고릴라 “호랑이가 비쌀까, 돌고래가 비쌀까.” 서울대공원이 보유한 296종 2372마리의 동물 가운데 가장 ‘몸값’이 높은 동물은 어떤 것일까. 정답은 나이지리아·카메룬·콩고 등 서아프리카 낮은 지대의 열대우림에서 건너온 ‘로랜드 고릴라’. 현재 로랜드 고릴라는 10억원 정도로 평가된다. 전세계적으로 500여마리밖에 남지 않은 희귀종이기 때문이다.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은 희귀하거나 지능이 높을수록 높은 가격이 형성된다.”고 설명한다. 또 사람 나이로 20∼30대에 해당하는 동물들이 새끼나 늙은 동물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특별히 관리할 필요도 없고 번식을 통해 새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지능이 높은 오랑우탄이나 돌고래 등이 1억 5000만∼2억여원선의 높은 가격에서 거래된다. 재두루미나 황새 등 멸종위기에 처한 희귀조류도 1억원 이상을 호가한다. 이들에 비해 호랑이나 사자는 3000만원 선으로 그리 높은 편은 아니다. 들소나 사슴류 역시 1000만∼5000만원 사이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파충류도 1000만원 안팎에서 거래된다. 일반적으로 근친교배의 위험성을 낮추기 위해 동물원들은 동물을 교환하거나 매매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서울대공원의 경우 10여마리를 팔거나 교환했다. 매매거래의 경우 전체 몸값의 10∼20%정도가 운송료와 보험료로 포함된다.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덩치 크지만 시선만 제압하면 ‘OK’ “코끼리를 예뻐해주시는 만큼 우리 막내 사육사들도 예뻐해주세요.” 서울대공원에서 가장 생기 넘치는 곳은 코끼리가 있는 대동물관이다. 동물원 78명의 사육사 가운데 ‘홍일점’인 김진아(23·서울 성북구 정릉동)씨와 ‘막내’인 박광식(26·서울 영등포구 대림동)씨가 20대 특유의 생기발랄함을 맘껏 발산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국내 첫 여자 코끼리사육사” 서울대공원 관계자는 “김씨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탄생한 여자 코끼리 사육사”라고 소개한다. 중부대 애완동물자원학과 00학번인 김씨는 지난해 4월 대학 졸업 직후 대공원 코끼리 담당으로 취업했다.“대학 재학중 대공원으로 실습왔을 때 담당했던 코끼리를 잊을 수 없었다.”는 김씨는 “코끼리는 덩치가 커 먹이나 배설량이 엄청나지만 일이 즐겁기만 하다.”고 말한다. 오전 7시쯤 출근해 배설물을 치우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준 뒤 적당한 운동을 시켜주는 것이 김씨의 오전일과. 간단히 샤워를 하고 오후 2시와 4시 관람객들을 위해 설명회를 하고 코끼리에게 먹이를 주면 하루는 쏜살같이 지나간다. 코끼리를 다시 사육장에 넣고 먹이를 충분히 준 뒤 퇴근하면 온몸은 녹초가 된다. 김씨는 “코끼리의 덩치가 커서 항상 몸조심을 해야 하지만 코끼리를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만 제압하면 별 문제 없다.”면서 “이젠 먹이를 주지 않고 불러도 내 목소리를 알아들을 만큼 친해졌다.”며 웃는다. ●박씨,“공부하는 사육사 될 것” 박씨는 올 1월 입사해 김씨의 후배지만 사육사 경력으로만 보면 훨씬 선배다. 에버랜드에서 사육사로 1년6개월가량 근무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서울대공원은 다른 동물원과는 달리 한 동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점이 좋다.”는 박씨는 사육사로 일하면서 얻은 경험을 통해 전문적으로 공부를 하고 싶은 욕심도 갖고 있다. 상지대 동물자원학과를 졸업한 그는 학부 때부터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동물원 사육사에 대한 꿈을 키워왔다. 바쁘고 힘든 일과시간을 쪼개 축산기사 시험도 준비하고 있다. ●또래라 손발이 척척 둘은 같은 또래라 마음도 잘 맞고 손발도 척척 맞는다. 박씨는 “선배들을 대할 때처럼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되고 서로 보완할 수 있는 점이 많아 좋다.”고 설명한다. 김씨 역시 “아무래도 가장 편하게 대할 수 있어 의지가 된다.”면서도 “그래도 내가 ‘입사선배’인 만큼 ‘하극상’은 용서할 수 없다.”며 웃는다. 박씨가 김씨를 오토바이 뒤편에 태우고 지나갈 때면 다른 사육사들은 부러운 듯 시샘을 한다. “어이, 너무 둘만 붙어 다니지 말라고.” 고금석기자 kskoh@seoul.co.kr
  • [교황 서거] 요한 바오로 2세의 생애

    27년간 재임, 가톨릭 사상 세번째로 장수한 교황으로 기록된 요한 바오로 2세는 가톨릭사를 완전히 새롭게 쓴 인물이다. 비(非) 이탈리아계 교황의 선출은 1523년 네덜란드 출신 하드리아노 6세 이후 455년 만에 그가 처음이었다. 공산 국가인 폴란드에서 교황이 나온 것도 놀라움 그 자체였다. 그는 선출 당시 58세로 최근 123년 동안 추대된 교황 중 가장 젊은 나이에 취임했다. 교황은 취임 이후 교회 업무뿐만 아니라 세계 문제를 자신의 일로 여겨 104차례에 걸쳐 각국을 방문, 인권문제·이념갈등 해소 등을 위해 노력했다. 그의 사목 순방은 역대 교황 가운데 가장 횟수가 많아 거리로 환산할 경우 지구를 27바퀴 돈 것과 맞먹는다.‘행동하는 교황’으로 불린 것은 이 때문이다. 교황은 지난 세기 가톨릭이 저지른 과오를 머리 숙여 사죄하고 다른 종교와 화해를 모색해 성(聖)과 속(俗) 모두에 대단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을 듣고 있다.8개 국어에 능통했던 그는 바티칸에 안주하며 바깥 세상과 거리를 두었던 전임 교황들과 달리 뛰어난 친화력을 발휘했다. 수요일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해온 그의 강론을 듣기 위해 바티칸에 온 순례자는 무려 1780만명에 이른다. ●그늘진 유년기 취임 34일 만에 심장마비로 갑작스럽게 타계한 교황 요한 바오로 1세의 뒤를 이은 그의 발탁은 당시 파격적이었다. 바티칸 내부에서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었던 그는 추기경들의 8번에 걸친 투표 끝에 78년 10월16일 제264대 교황에 선출됐다. 교황은 1920년 5월18일 폴란드 바도비체에서 군장교 출신의 양복사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차남으로 태어났다. 이름은 카롤 요제프 보이티야.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을 경험한 그의 유년기는 그리 행복하지 않았다.9세 때 어머니가,12세 되던 해에는 의사였던 형 에드문트마저 성홍열(猩紅熱)로 각각 사망,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헌신적이었다. 구멍난 옷을 기워 입히고 헝겊 조각으로 만든 공을 차며 아들과 축구를 할 정도로 다정다감했다. 동시에 집중력과 강인함을 길러주기 위해 차가운 방에서 공부를 하도록 하는 엄격한 면도 있었다. 가톨릭 가정에서 자란 보이티야는 다른 폴란드인들과 달리 반유대주의적 시각을 갖지 않았다. 당시 바도비체에는 2000명에 달하는 유대인이 거주했다. 보이티야는 이들과 스스럼 없이 어울렸고 이는 훗날 교황이 유대교에 화해의 손짓을 보내는 바탕이 됐다. 그는 교황으로서 유대교 성전과 나치에 의한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 희생자를 기리는 아우슈비츠 기념관을 최초로 방문해 유대인을 “우리의 형제들이여….”라고 지칭, 가톨릭과 유대교의 오랜 반목에 마침표를 찍었다. ●재능있는 사제 젊은 시절 보이티야는 공부 잘하는 모범생일 뿐 아니라 스키, 산악 등반, 카약, 수영 등 모든 운동에 뛰어난 만능 스포츠맨이었다.38년 아버지와 함께 크라쿠프로 이주해 야젤로니안대학에서 문학과 철학을 전공했다. 시 낭송, 노래, 연극에도 재능을 보였던 그는 극단에서 활동했으며 한때 전문 배우를 꿈꾸기도 했다.39년 독일군이 폴란드를 침공, 대학 문을 닫자 강제이주와 징집을 피하고 생활비를 벌기 위해 40년부터 4년 간 채석장에서 일했고 이어 화학공장 공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41년 아버지가 세상을 뜨자 “신의 종으로 살라.”는 부친의 평소 가르침을 따라 이듬해부터 본격적인 신학공부를 시작했다. 46년 사제 서품을 받고 48년 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이듬해 크라쿠프에서 보좌신부로서 본격적인 성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사제로서의 그의 삶은 탄탄대로였다.58년 크라쿠프 부주교,64년 주교,67년 추기경 자리에 올랐으며 78년 마침내 교황으로 선출됐다. ●‘세계의 양심’ 구심점 그의 교황 선출이 공표되자 옛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의 유리 안드로포프 의장은 앞으로 상당한 문제가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고 그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평신부 시절부터 공산주의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던 교황은 취임 이후 조국 폴란드의 자유노조 운동을 적극 지지해 공산정권의 붕괴를 가져왔고, 이는 구소련 몰락과 냉전종식의 기폭제가 됐다. 당시 사제들은 교황의 비밀 메시지를 사제복에 숨겨 투옥돼 있던 노조 지도자들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또 인권 침해를 일삼는 칠레의 아우구스트 피노체트, 필리핀의 페르디난드 마르코스와 같은 독재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 반정부 운동을 고취시켜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도 큰 역할을 했다. 서방국가도 예외는 아니었다.81년 첫 미국 방문에서 교황은 미국 사회의 물질만능주의와 세속주의를 강력히 경고하는 한편 제3세계의 빈곤을 외면하는 이기주의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2년 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도 미국의 결정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보수주의의 기둥 교황의 피임과 낙태, 안락사에 대한 거부는 절대적이었다. 그는 산업국가가 이같은 ‘죽음의 문화’를 조장한다고 비판하면서 에이즈 예방을 위한 콘돔 사용에 반대해 원성을 샀다. 성경 교리를 들어 여성의 사제 서품을 허용하지 않아 교회 안팎에서 독재적이라는 비난도 잇따랐다. 81년 3월 바티칸 광장에서 한 터키인으로부터 복부와 양손에 총격을 받아 중태에 빠졌다. 당시 KGB가 배후 조종을 했다는 의혹이 있었지만 암살 동기는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한편 교황은 83년 이 터키인이 복역중인 감옥을 직접 방문, 그를 용서하는 자비를 베풀어 세계인을 다시 한번 감동시켰다. ●쇠약한 말년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두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긴 교황은 성인이 되어서도 어깨 골절, 대퇴골 교체수술, 종양 제거수술 등을 받았다. 말년엔 암살 후유증에다 파킨슨씨병, 무릎 관절염 등으로 거동은 물론 말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쇠약한 세월을 보냈다. 감기에 따른 호흡곤란 등의 합병증으로 고령에도 불구, 기관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 빠르게 기력을 잃어갔다. 그리고 건강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사임설에 시달려야 했다. 황장석기자 suron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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